BJ대마도사 © 디다트 프롤로그. 1. 언제나 그랬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세 부류야.” 어느 시대이든 그리고 어느 분야이든 간에 지배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하나, 재능충 새끼들. 둘, 금수저 새끼들. 셋, 운 좋은 놈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와 써도 써도 마르지 않을 만큼 돈이 많은 자 그리고 운이 차고 넘치는 자. 그들만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게 현실이었다. 현실이 냉혹한 이유였다. “그리고 이 셋은 잘 싸우지도 않고 잘 어울려 다니지.” 더 참혹한 것은 이 세 부류들이 서로 치고받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재능이 넘치는 자는 돈이 넘치는 자와 친하게 지내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곤 했으니까. 그리고 운이 좋은 자들은 다른 이들은 애걸복걸해도 들어가지 못하는 그들의 울타리 안에 운 좋게 들어가고는 했으니까. “그렇게 모인 놈들이 자리 잡고 고인물이 된 곳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바꿀 수 없어.” 그렇게 완성된 그들의 아성은 보잘 것 없고, 쥐뿔도 없는 자들의 도전을 감히 허락지 않았다. “갓워즈도 그렇잖아?” 2034년 출시 이후 세상을 집어삼킨 가상현실게임,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 18억 명이 게임 플레이를 즐기고, 51억 명이 게임 플레이 시청을 즐기는 게임. “갓워즈를 지배하는 부류도 마찬가지야.” 이제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인류의 삶이자 시대가 되어버린 갓워즈를 지배하는 것 이들 역시 정해져 있었다. “재능이 넘치거나, 돈이 넘치거나, 운이 넘치거나.” 재능, 돈 그리고 운. 딱 하나,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혹은 비 오는 날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무인 자율 트럭이 달려들더니 옆에 있는 전봇대를 들이받고, 전봇대가 부러지면서 감전되는 순간 게임 내의 숨겨진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신의 눈을 가지게 되거나.” 정현우, 갓워즈에서 미다스라고 불리는 그가 바로 그 유일한 그가 그 유일한 예외의 경우였다. 2화. 1화. 운수 좋은 날 (1). 1. 2020년 무렵에 가상현실게임이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2034년,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가상현실게임이 세상에 등장했다. 갓워즈. 신들의 전쟁이란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게임은 사람들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동시에 그 게임이 세상을 집어삼키는 속도 역시 사람들이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2038년, 갓워즈에 등록된 플레이어의 숫자는 18억 명, 게임 플레이를 시청하는 시청자 숫자는 51억 명을 돌파했다.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는 물론, 오페라,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같이 인류가 누리던 온갖 종류의 유흥들이 단 하나의 게임에 잡아먹히는 순간이었다. 갓워즈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런 시대 속에서 갓워즈란 게임을 잘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능력이자, 권력이었다. [프로 플레이어 연봉 3억 달러 탄생!] [투핸드,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가 되다!]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천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이도 나왔다. [헤이즈 게임 컴퍼니, 코스닥 상장 시작] [헤이즈 게임 컴퍼니, 5일 연속 상한가!] [도깨비 길드, 나스닥 상장 추진?] 심지어 갓워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을 모아두고 그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 일명 게임 컴퍼니들이나 갓워즈 길드들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칭송 받았다. [갓워즈 최강의 길드 베타의 기업 가치는?] [베타 길드, 100억 달러를 주더라도 바꾸지 않는다!] 바야흐로 게임 속 길드 하나의 가치가 수천억 원은 물론 조 단위가 넘는 시대. 그만큼 많은 주역들이 등장했다. [갓워즈가 왕따였던 내 인생을 바꾸다!] [갓워즈, 방구석 외톨이였던 내가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신데렐라조차 부러워할 만큼 인생이 바뀐 이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화려한 주연 배우로 부와 명성 모두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주연 배우가 됐다. “너무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존율 30퍼 미만인 레이드에 투입하면서 일당으로 30만 원은 너무한 거 아니야? 게임오버 되면 80시간이 날아가는 거 알잖아?” 그리고 그 주연 배우의 숫자보다 수천수만 배 많은 엑스트라가 탄생했다. - 싫으면 하지 말든가. “싫다는 게 아니라 보수 좀 올려달라는 거지. 100레벨 때도 30만 원, 200레벨일 때도 30만 원은 너무 하잖아?” 정현우, 그가 바로 그 엑스트라였다. - 야, 시로코 길드에서 돈을 그것밖에 안 주는데 브로커인 나한테 뭐 어쩌라고? 갓워즈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51억 명의 시청자들이 가장 즐기는 건 다름 아닌 보스 몬스터 레이드. 당연히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에게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주요 수입원이었고, 보다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쉴 새 없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고는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는 점이었다. “젠장, 그렇게 굴려 먹을 거면 길드 가입이라도 시켜주든가. 시로코 길드에 자리 없어?” - 야, 지금 있는 자리도 없어지는 판이야. 괜히 시로코 길드 애들이 무리해서 레이드 뛰는 게 아니야.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은 보다 나은 수익 창출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집단을 운영해야 하는 법.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투입되는 수천 명, 때로는 만 단위가 넘어가는 플레이어들 모두를 항시 고용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필요할 때만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 그냥 30만 원도 줄 때 받는 게 좋을 거야. 요즘 들어보니까 대형 길드들끼리 엑스트라 몸값 줄이려고 담합한다는 소문이 있어. “뭐?” 일명 엑스트라들이었다. “아니, 돈도 허벌나게 버는 새끼들이 벼룩의 간을 줄이겠다고?” - 어쩌겠냐? 꼬우면 게임을 잘하든가. 물론 처음부터 엑스트라를 꿈꾸고 이 바닥에 들어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새끼, 팩트로 정강이 치네.” 2034년, 갓워즈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정현우는 주연이 되기 위해 갓워즈에 모든 걸 걸었다. 나름 자신도 있었다. ‘빌어먹을.’ 자신감의 근원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망쳤던 야구였다. 가상현실, 말 그대로 온몸으로 가상의 육체를 컨트롤해야 하는 갓워즈 특성상 플레이어 간의 재능의 차이는 매우 컸다. 마법사가 대표적이었다. 갓워즈 내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마법을 맞추는 것. 다른 게임이라면 자동으로 타깃팅이 되지만 갓워즈에서 타깃팅이 되는 마법의 종류는 제약이 있었으며, 그 위력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결국 플레이어가 직접 표적에 마주쳐야 한다는 의미. 심지어 그냥 맞추는 게 아니라 뛰고, 달리는 몬스터들을 맞추는 것은 소위 프로야구 선수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 야, 그래도 너무 낙심하지 마. 응? 너도 한때는 잘나갔잖아? ‘그래, 처음에는 나름 잘 나갔지.’ 전직 프로야구 출신으로 구속은 느리지만 제구력은 좋다는 평가를 받던 정현우에게 그 사실은 천금 같은 기회로 다가왔다. 더욱이 당시 부상으로 인한 기량 하락으로 프로 구단으로부터 방출 당한 정현우에게 그 기회의 가치는 천금, 그 이상이었다. 실제로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플레이어는 모래알보다 많지만, 그중에 제대로 마법을 맞출 줄 아는 마법사는 적은 상황 속에 정현우의 전직은 퍽 괜찮은 명함이 되어줬다.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는 경우도 늘어났고, 랭커들하고 인연을 맺었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흐름이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 그때 네 형네 사고만 아니었어도 지금 이렇게 까지는······. 인생 최악의 사건만 아니었어도 분명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냥 내가 좃도 없었던 것뿐이니까.” 그러나 정현우는 그날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는 그뿐이야. 재능도 없고, 돈도 없고, 운도 없어서 이런 것뿐이라고.” - 좃도 없고? “뒈질래?” 그 순간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둘은 본래 주제로 돌아왔다. - 그래서 한다는 거지? “해야지.” - 그런데 네 말처럼 이거 위험한데 괜찮겠어? 누가 보더라도 시로코 길드 애들이 무리하는 거니까. “레이드에 성공할 확률은 내 계산대로라면 30퍼 미만이야.” - 진짜 낮네. “하지만 내가 살아남을 확률은 80퍼센트 이상이지.” 말을 한 정현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내 별명이 괜히 다이하드가 아니지.” 그런 정현우에게 스마트폰 너머의 사내는 말했다. - 네 별명 바퀴벌레잖아? 2. 삑! 짤막한 소리와 함께 침대 크기의 새하얀 캡슐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180센티미터 신장,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어 분명하게 드러난 사내의 체격은 꽤 다부졌다. 제법 제대로 운동 좀 해본 몸. 그러한 사내가 머리에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청소복 입은 사내가 손에 든 사탕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현우 형, 일은 잘 됐어요?” 캡슐룸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이혁주의 질문에 정현우는 건네준 사탕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잘 되기는 뭐가 잘 돼? 결국 돈 30만 원에 목숨 걸고 고기방패 아르바이트나 하게 됐는데.” “그래서 어디에요?” “시로코 길드.” “시로코 길드면 그거? 푸른 등 사자 거북 레이드요?” “그렇지.” 듣는 이조차 기분이 가라앉을 정도로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말투. 그러나 이혁주는 정현우의 그 말에 오히려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형, 난 돈 내도 좋으니까 그런 레이드 참가라도 하고 싶어요.” 그 간절함마저 보이는 이혁주의 그 눈빛에 정현우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현우, 그는 분명 엑스트라였다. 아니, 엑스트라만도 못했다.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그를 고용하는 건 한 번 쓰고 버리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인간 땔감과 다를 바 없었다. “전 보스 레이드는커녕 일반 사냥도 헬퍼 고용하려고 알바로 번 돈 다 때려박는다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그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인간 땔감이 되는 것조차 꿈으로 삼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넘쳐나고 있었다. “진짜 형처럼 되는 건 이제 꿈도 안 꿔요. 게임하면서 돈이나 안 썼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15억 명의 플레이어들 중에 갓워즈 플레이만으로 삶을 이어가는 프로 플레이어의 숫자는 1,5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정현우에게 분명 재능이 없진 않다는 증거였다. ‘어설픈 재능만큼 비참한 것도 없지.’ 그러나 정현우는 그러한 재능이, 어설픈 재능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경험해봤으니까. ‘결국 어디든 타고난 놈들을 위한 무대이니까. 야구든, 게임이든.’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그래,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니 고맙다. 너도 꼭 열심히 렙업해서 성공해라.” 물론 정현우는 굳이 이혁주의 눈빛에 침을 뱉지 않았다. 굳이 그의 소망에 찬물을 뿌리지 않았다.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요? 어차피 이 게임은 이미 선발주자들이 다 해먹을 텐데.” 그가 그러지 않아도 이미 세상이 이혁주의 꿈을 찬물에 담가놓은 상태였으니까. “지금 시작한 애들은 로또 당첨금을 때려 박아도 랭커로 올라가지 못해요.” 갓워즈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이제 5년째, 이미 갓워즈의 기득권층은 확고부동한 울타리를 만든 상황이었다. 후발 주자들은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모든 부분에 걸쳐 완벽한 아성을 만드는 건 물론 담합을 통해 그 아성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왕국을 만든 상황이었다. 정현우가 감히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 못한 채 지금의 현실에 매달리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캐릭터 키우는 애들은 돈을 때려박아도 절대 위로 못 올라가지. 재능이 넘치더라도.” 정현우가 5년에 걸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자신의 캐릭터, 미다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당장 갓워즈는 직업을 얻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이프리트의 마법사를 고르는데 넣은 돈만 5백만 원 가까이 되는데.’ 갓워즈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순간 직업이 정해진다. 문제는 직업이 정해지는 방식이 랜덤이라는 것. 갓워즈 플레이어는 캐릭터 생성 시 등장하는 1천 장의 카드 중 하나를 택하고, 그제야 직업이 정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에는 클래스마저 존재했다 노멀 등급부터 레전드 등급까지.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며 수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새로 시작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지.’ 그러한 사실을 떠올린 정현우가 이를 꽉 물었다. ‘그래, 지금은 이것뿐이야. 형이랑 우리 귀여운 혜린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3일 후에 다시 해야 하니까 예약 좀 해줘.” “예. 대신에 레이드 영상 저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그래, 워즈튜브에 올려봤자 조회수 10도 안 나올 영상 따윈 얼마든지 주겠다.” 아그작! 그 말과 함께 정현우가 먹고 있던 사탕을 씹어부셨다. 그 후에 퍼지는 사탕 맛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그런데 이 사탕 무슨 사탕이냐? 맛이 왜 이래?” “포도당 사탕이요.” “포도당?” “제가 예전에 본 겜판 소설 속 주인공이 뇌에 좋다고 포도당 사탕을 먹었거든요.” 그 대답에 정현우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래서 그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떻게 게임 지존이 됐냐? 무슨 히든 클래스라도 얻었어?” “트럭에 치여서 과거로 돌아간 다음에 네크로맨서로 솔플 했는데요?” 이어진 그 설명에 정현우는 더 이상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별 병신 같은 소설이 다 있네.” “그러니까 재미있죠. 아! 나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 장기 팔아서라도 갓워즈 했을 텐데. 형도 그렇죠?” 이혁주의 그 말에 정현우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미쳤나? 난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모든 돈 모아서 갓워즈 관련주에 몰빵하고 집에서 배나 긁으면서 잘 거다. 어차피 재능 없고, 돈 없고, 운 없는 새끼는 트럭에 치여서 과거로 가도 안 돼.” 그 말을 끝으로 정현우가 캡슐룸을 나왔다. 그렇게 나온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자, 이내 입김이 그의 눈앞을 가렸다. 한없이 솟아오른 빌딩이 가득한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세상이 그를 반겼다. 투둑, 투둑! 그리고 내리는 빗방울이 그를 마중했다. “에이, 씨. 비네.” 그 빗줄기에 정현우가 가지고 있던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빗물로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응?’ 내리는 빗물 속에서 균형을 잃은 자율 주행 트럭 한 대가 그에게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한 건. 3화. 1화. 운수 좋은 날 (2). 3. 정현우, 그는 공부와 그다지 친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분석과 계산, 확률 같은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파지는 숫자놀음과 친해졌던 건 다름 아니라 그가 한국프로야구선수가 됐을 때였다. “구속은 잘 나와야 135킬로미터. 100구 넘게 던지는 타입도 아니고, 어깨, 허리, 무릎 중에 뭐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몸뚱이. 가진 재주는 제구력 하나뿐. 너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대가리 열심히 굴려야 한다.” 처음 만난 투수코치 밑에서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그때부터 그 숫자놀음을 했다. 타자를 분석하고, 그들의 모든 행동을 수치화하고 그를 통해 확률 싸움을 시작했다. 물론 그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숫자놀음은 나쁘지 않았다. ‘그때 거기서 어깨만 안 나갔어도.’ 단지 그 숫자놀음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어깨란 놈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됐을 뿐. 어쨌거나 그 때문이었다. ‘그보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아, 지금 트럭이 나한테 오는구나. 이게 주마등인가? 아니, 그런데 무인 자율차 보급 이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몇 퍼센트였더라?’ 지금 이 절체절명의 순간, 빗길에 균형을 잃고 도로를 벗어난 트럭이 자신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상황 속에서도 확률 따위를 머릿속으로 가늠한 것은. ‘씨발 재수도 없지.’ 더 나아가 정현우는 무인 자율 자동차가 보급화 된 이후 그 무인 차량에 의한 사망자 숫자가 1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보다 적다는 사실마저 떠올릴 수 있었다. ‘로또나 당첨될 것이지.’ 거기까지였다. 끼이익! 트럭이 그대로 정현우를 덮쳤고, 정현우의 사고는 그 순간 멈추었다.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꽈앙!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졌다. 그 후 지독한 적막이 깔렸다. 시간이 멈춘 듯 그리고 세상이 멈춘 듯,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광경이었다. “헉.” 그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정현우의 막힌 숨이 뚫리는 짤막한 소리 한 줄이었다. “사, 살았나?” 이후 정현우의 혼잣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 말과 함께 정현우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자신 대신 자신 옆에 있던 전봇대를 치고 지나간 거대한 트럭의 모습과 그 트럭이 싣고 있는 트레일러가 보였다. 만약 트럭이 조금만 더 운전대를 제대로 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광경이었다. 구사일생. 그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정현우가 제 심정을 토해냈다. “씨발!” 거칠기 없는 욕지거리였다. 마땅한 소리였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경험을 했는데 좋은 소리가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닌가? “씨발! 우와, 우와!” 그렇게 터진 욕설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땀구멍에서 땀도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우와, 씨발!” 정현우는 내리는 빗줄기도 잊은 채 제 모자를 벗고 머리를 적신 땀방울을 씻었다. “하하, 으하하!” 그다음은 웃음이었다. 말과 함께 실성한 듯한 미소를 지은 정현우가 그대로 저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정현우의 머릿속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내 정현우는 이혁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트럭에 치인 주인공이 회귀했다는 게임 판타지에 대한 대화. “와, 회귀 당할 뻔했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린 정현우의 입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한 웃음소리를 내뱉는 정현우의 입가에 점차 미소가 번졌다. ‘아, 이거 보상금 나오려나? 얼마쯤 나오지?’ 이 사고에 대한 위로 보상금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기쁨의 미소였다. ‘생각보다 꽤 짭짤하게 나올 거 같······.’ 그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무렵. “끽!” 정현우가 그대로 쓰러졌다. 감전이었다. 4.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정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병원이 싫었다. 프로야구선수 시절에 어깨가 박살이 나면서,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던 이후 더더욱 병원이 싫어졌다. 그 후에 그 누구보다 소중했던 형과 형수님이 사고를 당한 이후 정현우에게 병원은 지옥이었다. 죽어도 가기 싫은 곳. “으으······.” 때문에 정현우는 눈을 뜨는 순간, 천장을 보는 순간 이곳이 병원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벼, 병원? 왜?’ 물론 왜 병원에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머리는 부서질 듯이 아팠고, 기억은 혼란스러운 탓이었다. “으으······.” 무엇보다 몸이, 감각이 이상했다. ‘뭐, 뭐지?’ 마치 시간이 느려진 듯한 느낌. 슬로우 비디오로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그 기괴한 느낌에 정현우는 알 수 없는 혼란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네, 일어났군.” 그러한 감각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준 건 묵직한 한 줄기의 음색이었다. “헉!” 숨이 터질 듯한 소리를 내뱉은 정현우가 그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눈에 한 노인이 보였다. 나이는 60대, 머리칼을 뒤로 말끔하게 넘긴 채 묵직한 뿔테 안경을 쓴 것이 교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인이었다. 이곳이 병원이니 당연히 의사일 터. 그렇기에 정현우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제가 며칠 째 잠들었습니까?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나요?” 그 물음에 노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2034년 3월 9일일세.” “예?” 그 순간 정현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상황을 이해한 정현우가 표정을 경악으로 바꾸며 말했다. “자, 잠깐만요. 지금이 2034년이라고요? 2038년이 아니라?” 노인은 대답 대신 두 눈을 감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모습에 정현우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건가?’ 과거 회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상황이 정말 자신에게 일어난 것일까? ‘자, 잠깐. 그럼 어떻게 해야지? 뭐부터 해야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정현우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두근두근두근! 그러는 와중에도 이것이 천금 같은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듯 심장은 거세게 요동치며 흥분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양현수 환자님!” 그러한 정현우의 혼란을 정리한 건 다름 아니라 간호사의 목소리였다. “환자분에게 멋대로 말을 걸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어요!” 간호사의 날 선 목소리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환자?’ 말과 함께 정현우가 노인의 얼굴이 아닌 차림새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노인이 입고 있는 정갈하기 그지없는 환자복이 눈에 들어왔다. 끼이! 그 순간 노인과 정현우의 사이로 로봇 한 대가 끼어들었다. 쓰레기통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은 듯한 모습의 로봇, 그 로봇의 모니터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사내가 있었다. - 정현우 환자분, 일어나셨군요. 진짜 의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5.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길 위의 정현우의 기색은 무척 안 좋았다. “빌어먹을 치매 노인네.” 평소라면 속으로 내뱉었을 혼잣말, 그러나 정현우는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그 혼잣말을 거침없이 소리로 내뱉었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지 못하다는 증거. ‘진짜 일진이 왜 이래?’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트럭은 덤벼들지.’ 트럭에 치일 뻔한 사고를 경험했다. ‘살았다고 하는 순간 감전 당하지.’ 그 후 운 나쁘게 감전이 되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졌다. ‘거기에 미친 치매 노인네까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치매 환자에게 농락마저 당한 상황.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심지어 병원비도 본인이 납부했다. 덕분에 정현우의 계좌 잔고는 이제 네 자릿수가 된 상황.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이 모든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정현우가 이를 꽉 물었다. ‘내가 합의금 얼마나 뜯어내는지 두고 봐.’ 이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대가로 만들리라! 그리한 각오를 품은 채 거닐던 정현우의 걸음이 멈춘 것은 문자 그대로 건물의 숲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건물, 자그마한 유리창이 건물 벽면에 촘촘히 박혀 있는 건물들이 햇빛 한 점 들기 힘들 정도로 빼곡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곳. 정현우가 사는 임대주택단지였다. ‘이 빌어먹을 곳.’ 물론 주택단지라는 느낌보다는 사육장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저렴한 집세를 명분 삼아 인간을 그냥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육장.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가진 것 없는 이들만이 사는 것이 허락되는 한국사회의 가장 밑바닥이었다. ‘어떻게든 여길 나간다.’ 하루빨리 정현우가 탈출해야 하는 곳이었고, 그게 정현우가 이토록 처절하게 허우적거리는 이유였다. 그렇게 각오를 곱씹은 정현우가 정문을 지난 후에 231동 앞에 섰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들이 수없이 줄지어 늘어선 문 앞에 섰다. 2031호. 그 숫자를 확인한 정현우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문고리를 그대로 꾸욱 잡았다. [등록되지 않은 생체 코드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응?” 놀란 정현우가 자신의 손바닥을 본 후에 다시 한 번 호수를 확인했다.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내 집인데?’ 다시 상황을 확인한 정현우가 손바닥을 댔다. [등록된 생체 코드가 아닙니다.] 똑같은 알림이 들렸다. 그 순간 정현우가 고개를 들었다. ‘동을 잘못 찾았나?’ 머릿속으로 자신이 들어올 때의 주변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숲속 나무처럼 빼곡하게 자리 잡은 똑같은 형태의 아파트들이 스쳐 지나갔다. 충분히 잘못 찾아도 이상할 것 없는 광경. 끼이! 그때 문이 안쪽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삼촌!” 그 후에 7살로 보이는 귀여운 단발머리의 소녀가 밝게 소리치며 정현우를 맞이했다. 그제야 정현우도 미소를 지었다. “어이구, 우리 혜린이 잘 있었어?” “응!” 정혜린. 정현우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 “아빠는?” “여기 있다.” 그런 조카의 뒤로 정현우의 세상에 둘 밖에 남지 않은 혈육인 형, 정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현우와 비슷한 생김새, 그러나 정현우보다 훨씬 더 잘생긴 느낌이 나는 사내였다. 두 형제를 세워두면 정현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을 정도의 기괴한 차이. 허나, 그러한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하나, 정태우가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 “병원 다녀왔다면서? 무슨 일 있었어?” 그러한 정태우의 걱정 어린 말에 정현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게임 폐인한테 병이 있어봐야 뭐가 있겠어? 별거 아니야.” “어디 아픈 거냐? 제차 이어진 정태우의 말에 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거 아니라니까. 문제 있으면 이렇게 멀쩡히 온 게 아니라 병원에 입원했겠지.” 말을 하는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4년 전 있던 그 날이, 참담한 날의 기억이 떠올렸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동생보다 5살 더 많다는 이유, 고작 그 이유 하나 때문에 14살에 가장이 되었던 형이, 그러한 이유로 온갖 고생을 치르며 간신히 광명을 찾았던 형이 또 다시 한 번 자신의 소중했던 것을 잃었던 기억이. ‘괜히 말할 필요는 없지.’ 그 참혹한 기억을 떠올린 정현우는 굳이 형에게 자신이 경험한 하루를 말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힘든 기억으로 가득한 형의 머릿속에 악몽 한 페이지를 더 추가하지 않았다. “그보다 저거 생체 인식 장치 고장 난 거 같은데?” 자연스레 정현우가 화두를 돌렸다. 그 말에 정태우가 동생을 지그시 바라본 후에 눈살을 찌푸린 채 대답을 했다. “고장이 났다고? 인식이 안 돼?” “응.”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을 하는 정태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전직 프로그래머로 나름 잘 나갔던 이였기에 나올 수 있는 확신이었다. 그러한 정태우의 확신에 정현우가 피식 웃었다. “없긴 왜 없어? 기계가 고장 날 수도 있는 거지.” “이 동네 보안 설비에 쓰인 알고리즘은 게이트 캡슐에도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다. 기계 자체가 고장 나서 작동이 안 한다면 모를까, 생체 코드 인식이 됐는데 안 맞는 경우는 1백만 번의 1번 꼴에 불과해.” 1백만 번의 1번 꼴이란 구체적인 확률에 두 번이나 안 되던데? 라는 말을 내뱉으려던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잠깐.” “왜?” “저기 있는 게, 그러니까 우리집 현관 보안 장치가 게이트 캡슐에도 사용된다고?” 게이트 캡슐. 갓워즈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현실접속장치. 그러한 게이트 캡슐을 이용할 때는 생체 코드를 이용하게 된다. “그래.” 당연히 생체 코드가 다르면 본인의 캐릭터에 접속할 수 없다는 의미. 그 사실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그게 이유였다. “혀, 형, 잠깐. 잠깐만. 나 근처에 캡슐방 좀 다녀올게.” 정현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한 상상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그러한 상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4화. 1화. 운수 좋은 날 (3). 6. 누군가 말했다. <세상에 1은 넘쳐나지만 1+1을 만들어줄 +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그러한 +들이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꾼다.> 김민수, 그가 바로 플러스였다. 애초에 그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어릴 때부터 상식 이상의 무언가를 가졌던 그는 20살의 나이에 다양한 가상현실프로그램을 만들었고, 30살의 나이에 완벽한 수준의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게이트 캡슐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갓워즈를 탄생시켰다. 인류가 거듭한 혁명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혁명을 혼자 힘으로 이룩한 것이다. 이후 그가 설립한 게이트 캡슐 제조 업체 플러스 컴퍼니와 갓워즈 제작사인 알파 컴퍼니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 1위와 2위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 가치는 김민수가 불치의 병으로 32세에 운명을 달리 한 이후에 도리어 더 높아지며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기업도 가치로 맞상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니, 갑자기 게임 접속이 안 된다니까요. 주민등록번호에 지문까지 맞는데 대체 왜 접속이 안 된다는 겁니까? 아니, 그러니까 생체 코드가 달라서 그렇다는데 그 코드가 왜 달라집니까? 안 달라지니까 홍채니, 지문 대신 쓰는 거 아닙니까? 변호사 고용해서 법적으로 조치하라고요? 아니, 그게 무슨······ 어? 어!” 고작 동양의 작은 나라에 인간이 내뱉는 인간의 주절거림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도 될 정도. “끊었어?” 정현우가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데에는 3분 남짓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다시 한 번 잽싸게 재다이얼 버튼을 활성화했다. 그러나 그 버튼을 터치하진 못했다. 이미 인지했으니까. ‘젠장, 어차피 똑같은 소리 할 텐데······.’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든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똑같다는 것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애초에 지금 상황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체 코드가 바뀌다니?’ 생체 코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체 신호를 코드화 시킨 것으로 현 시대에서 가장 완벽한 자기 증명 수단이었다. 지문은 손가락이 잘리면 쓸 수 없고, 홍채는 눈알이 사라지면 쓸 수 없지만 생체 코드는 죽어서 생명 활동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 팔다리가 잘리고 눈알이 사라지고 이빨이 전부 뽑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는 수단. 현 시점에서는 제대로 위조되거나 변조된 적 없는 것이었고 때문에 모든 분야에 걸쳐 사용 중이었다. 게이트 캡슐에도 마찬가지였다. 갓워즈에 생성된 아이디에 접속하기 위한 열쇠는 생체 코드가 유일했다. ‘젠장, 나 같아도 못 믿지.’ 그러한 생체 코드가 달라졌으니 어떻게 해달라는 말을 갓워즈 고객지원팀에서 정상적인 말로 받아들이면 그게 오히려 보안에 큰 문제가 있는 일일 터. 특히 갓워즈는 개인정보 보안을 그 어느 곳보다 철저히 하는 곳이었다. 랭커들의 몸값이 수백억 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서 보안 문제로 그 랭커들의 캐릭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솔직히 정현우도 자신이 지금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 갑자기?’ 더군다나 그의 입장에서는 하루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것이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설마?’ 아니, 가늠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서, 설마?’ 아주 의심 가는 요소가 없진 않았다. ‘감전?’ 그 짧은 순간 무언가가 영향을 미쳤다면 그 감전 사고밖에 존재치 않을 터.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정현우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맙소사.’ 만약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지금 정현우에게 일어난 일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정말 생체 코드가 변한 사고라는 의미. ‘아, 안 돼.’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사고에 대한 문제를 갓워즈를 운영하는 알파 컴퍼니가 손수 나서서 그것을 해결해줄 일은 장담컨대 1퍼센트도 없을 것이다. 진짜 그들이 한 말대로 정현우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는 수밖에.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당장 통장 잔고가 비어가는 청년이 연쇄엽기살인마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들어주는 플러스 컴퍼니와 알파 컴퍼니의 법무팀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 그 아득한 사실에 정현우는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풀썩,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렇게 주저 않는 정현우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덜덜, 제 얼굴을 감싼 그의 손이 쉴 새 없이 떨렸다. ‘아.’ 주저앉는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 절망 어린 탄식만이 흘러다닐 뿐. 그렇게 얼마나 탄식을 내뱉었을까? 우웅! 정현우의 스마트폰으로 문자 알림이 도착했다. [레이드 세부 일정 잡혔다! 파일 첨부했어.]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정현우는 이제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자신이 남은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이 하루아침에 다시는 만질 수 없는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7. 갓워즈.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으며,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현실 이상의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곳. “갓워즈는 현실보다 더 위대한 세계다!” 그러한 갓워즈의 세계를 놓고 무수히 많은 이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갓워즈에도 부조리함이 가득 했다. 개중 가장 큰 부조리함은 선발주자들, 이미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거대 세력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게임 서비스 5년째에 이르러서 상위 1퍼센트 유저들은 그야말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으며, 사실상 그들이 갓워즈를 지배하며 갓워즈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부귀영화를 독점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세상은 그들을 신의 자식들, 선택받은 자들이라 일컬었다. 물론 그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일찍이 게임을 시작한 덕분에 남들보다 레벨이 높고, 좋은 아이템과 스킬을 확보한 자들 역시 충분한 대우와 조건을 받았다. 정현우, 그가 그래도 나름 프로 플레이어로 두 명이나 되는 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 ‘끝났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게임 캐릭터, 미다스를 제외하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부 끝이야.’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 비참하고, 나약하고 보잘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일반인일뿐. ‘그때처럼 모든 게 끝났어.’ 더불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때처럼······.’ 어깨 부상과 함께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을 때, 그때 평생을 해오던 야구를 접었다. ‘빌어먹을.’ 물론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평생 해오던 야구를 접었음에도 기댈 곳이 있었다. 그 무렵의 형은 휠체어 신세가 아니라, 제법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였으며 결혼도 하고 형수님과 딸아이와 함께 지내며 정현우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남아 있었으니까. 그 형이 밑바닥에 추락한 정현우를 끌어올려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형.’ 오히려 반대, 정현우가 모든 걸 잃으면 그에게 기대고 있는 형마저 밑바닥에 떨어지는 상황. ‘혜린이.’ 그리고 그 귀여운 조카마저 같이 시궁창에 빠지는 상황. 빠득! 사고가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이를 꽉 물었다. 그것은 표현이었다. ‘그래, 다른 선택지 따윈 없어.’ 지금까지 해온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한다, 그러한 여유나 여력이 자신에게는 없음을 깨달았음을 보여주는 표현. 실제로 그랬다. 초중고 시절 내내는 야구만 했고, 20대 초반도 야구로 보냈으며 그 이후에는 게임으로만 5년을 보냈다. 이제는 20대 후반에 접어든 정현우가 게임마저 포기한다면 그는 그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력한 자에 불과하다는 말. 무엇보다 지금 시대는 분명히 갓워즈의 시대였다. 사람들이 갓워즈를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대. 아니, 굳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갓워즈 안에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쳤으니까. ‘채굴꾼이라도 하자.’ 채굴꾼. 갓워즈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광석, 약초 따위를 채굴하는 자들. 기계가 모든 것을 해주는 시대에서 유일하게 기계가 해줄 수 없는 일이었고, 때문에 시급이 꽤 높았다. 달리 말하면 인간을 기계 취급하는 일이었다. ‘정신이 나갈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한 달도 채 하지 못한 채 정신이 나가버릴 만큼 말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일. ‘당장은 돈부터 벌어야 해.’ 그 생각에 이른 정현우는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나마 캐릭터 생성권이 하나 있어서 다행이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8. “캐릭터 새로 만드신다고요?” “그래.” “왜요?” 이혁주의 반문에 정현우는 굳이 자신이 지금 마주한 비참한 현실 따위는 말하지 않았다. “게이트 캡슐이나 열어.” 그저 낮게 가라앉은 어조로 자신의 분위기가 결코 좋지 못함을 넌지시 드러낼 뿐. “아, 예.” 그 기색에 이혁주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때 이혁주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캐릭터 생성 카드는 있으세요?” 그 질문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돈독 오른 새끼들.’ 갓워즈는 새로운 캐릭터를 얼마든지 생성할 수 있다. 플레이어 한 명이 1억 개의 캐릭터를 생성해도 문제될 건 없다. 문제 되는 건 다름 아니라 캐릭터를 하나 만들 때 필요한 캐릭터 생성 카드가 무려 88만 원이나 한다는 것. 물론 명분은 있었다. 갓워즈는 캐릭터를 생성하기만 하면 세 달 동안 게임 이용료인 33만 원이 무료로 제공된다. 오히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굉장한 혜택인 셈. ‘캐릭터 카드로 한해에 버는 수입이 벤츠 수입보다 많지.’ 문제는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없는, 흔히 말하는 랜덤 박스 구조라는 것. ‘이거로만 수억 원 넘게 쓴 놈들도 있었지.’ 좋은 직업 하나를 얻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돈을 쓰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 ‘랭킹 3위인 아즈모가 대마도사를 최초로 얻는데 쓴 돈이 10억 원이 넘어갔지.’ 개중에서도 다섯 가지 전설 등급 직업 중 하나인 대마도사 직업을 최초로 얻기 위해 아즈모란 플레이어가 쓴 돈은 여러모로 전설이었다. 이후에도 그 대마도사 직업을 얻은 이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81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정현우 역시 그 도박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도 마법사 하나 얻는데 5백만 원이나 썼고.’ 그 역시 마법사 직업을 얻기 위해 무려 5백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었다. ‘그나마 행사 때라서 덜 들어갔지.’ 그마저도 당시 2+1행사 덕분에 돈이 적게 들어간 셈이었다. 물론 지금 정현우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 남은 캐릭터 생성 카드를 그냥 남겨둬서 다행이다.’ 그때 남은 캐릭터 생성 카드를 쓰지 않은 덕분에 한 장이 남아있다는 것. ‘직업이야 아무렴 어때.’ 그리고 이미 채굴꾼이 되고자 작심을 한 그에게 직업 따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 “형, 준비됐어요. 11번 캡슐 들어가세요.” 그렇게 정현우가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9. 은빛 쟁반, 그 위에 올라선 정현우를 맞이한 건 새하얀 빛의 무리였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것이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광경. 어째서 세상 사람들이 갓워즈를 현실 이상의 세상이라 표현하는 게 이해되는 광경. 그러나 그 광경을 마주한 정현우의 표정 어디에도 놀라움 따위는 없었다. ‘볼 때마다 좃 같은 광경이야.’ 이곳이 이제부터 그가 개처럼 살아가야 할 무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그러한 정현우에게 갓워즈는 물었다. [신들의 전쟁에 참가할 것인가?] “예.” 그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했다. 그러자 곧바로 두 번째 질문이 나왔다. [이름이 무엇인가?] “미다스.” 그 질문에 곧바로 정현우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떴다. [미다스] - 레벨 : 1 - 신좌 : 없음 - 직업 : 없음 - 능력 : 근력(5)/체력(5)/지력(5)/마력(5) 능력창이 뜨는 순간. 그 순간 곧바로 정현우의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카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뒷면만을 보여주는 그 카드들은 마치 벽처럼 보는 이를 답답하게 그리고 아득하게 만들었다. [네가 모실 신을 택하라. 그리하면 신이 네게 힘을 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응?” 대답과 함께 정현우가 제 양손 모두를 주먹으로 만든 채 제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보았다. 그 후에 정현우는 대답했다. “자, 잠깐만요.” 10. “응?” 이혁주, 캡슐방 아르바이트생인 그의 일은 별거 없었다. 캡슐 이용자들이 들어가기 전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나온 후에 자리를 치우는 것. 삐! 그런 그에게 청소의 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알림은 특별할 게 없었다. “어? 현우 형?” 그러나 그 소리가 난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몇 분 전에 캡슐에 들어간 정현우란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왜 갑자기 나와요? 급똥이에요?” 그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피식, 웃었다. “급똥이시네.” 그러한 이혁주의 실소를 뒤로한 채 화장실에 도달한 정현우는 거울 속의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질문했다. ‘왜 카드 내용이 눈에 보이는 거지?’ 정현우, 그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5화. 2화. 이것도 보여? (1) 1. 드래프트 전체 98순위, 그야말로 턱걸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프로야구구단에 들어갔을 때 투수코치는 정현우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말했다. “고교 시절 때야 고딩 애들 상대하니까 대충 해도 되겠지만, 프로는 다르다. 넌 여기서 최약체다. 프로에 있는 모든 선수들, 심지어 투수들조차 네 공을 상대로 홈런을 칠 수 있다.” 넌 프로의 세상에서 최약체라고. “그런 네가 힘 대 힘으로 싸워봤자 답이 없다. 그러니까 살아남고 싶으면 머리를 써라. 남들보다 많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고민해라.” 그런 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다고. “특히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물고 늘어져라. 네가 노릴 틈은 그것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무슨 변화나 조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물론 정현우는 그 첫 조언을 들었을 때 무시했다. 난 다르다! 프로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현우란 이름 세 글자로 메이저리그에라도 진출하겠다! 나름 그러한 각오를 품고 자신 있게, 가진 바를 발휘하여 공을 던졌다. 그 후의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거봐라, 내가 뭐랬어? 넌 프로에서 최약체라니까?” 1군도 아닌 2군 데뷔 무대에서 비오는 날 먼지 맞듯 처맞은 후에 2군 경기조차 못 뛰는 처지가 된 후에야 정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달았고, 그 후 정현우는 투수코치의 말을 신념으로 삼았다. 이상한 것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탐구하고 분석하고 조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착각이 아니다. 진짜 카드 정보가 보인다.’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사건 앞에서 정현우는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거듭 캐릭터 생성 과정을 번복하면서 자신이 보는 것이 정확이 어떠한 것인지 가늠했다. ‘보이는 게 진짜라는 보장은 없지만.’ 물론 보이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진짜 카드를 선택하고, 그것을 확인해야 알 수 있을 터. ‘진짜라면······.’ 그렇다면 과연 진짜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현우는 주도면밀하게 그다음도 고민했다. ‘몸에 문제가 생겼으니 의사와 상담해야 하나?’ 어쨌거나 몸에 이상이 생겼으며, 이 이상 현상에 대해 정현우는 티끌만큼의 전문적 지식도 없는 상황. 자연히 논의 대상은 의사가 될 터. ‘상담하면 둘 중 하나다.’ 그럼 정현우의 말을 들은 의사는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일 것이다. ‘내 담당의가 신경과에서 정신과가 되거나.’ 하나는 정현우를 미친놈 취급하는 경우. ‘아니면 내 능력을 인정해주고 치료를 들어가는 경우.’ 다른 하나는 정현우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 ‘좋은 건 없네.’ 둘 모두 좋을 건 없었다. 미친놈 취급을 받으면 앞으로 제대로 된 직장은 가질 수 없을 테고, 후자의 경우도 결국 실험 재료가 될 따름이다. ‘분명한 건 이 능력이 알려지는 순간 난 다시는 갓워즈를 하는 일이 없다.’ 더 나아가 정현우의 능력이 알려지는 순간 갓워즈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정현우의 갓워즈 플레이를 법적으로 막고자 할 것이다.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었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런 능력을 가진 놈이 같이 게임 플레이를 하는 걸 용납할 리가 없지.’ 이미 인류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스터 피스와도 같은 것. 무수히 많은 권력자들과 재력가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아성을 쌓은 곳. 그러한 무대에 돌연변이가 나오는 걸 순순히 용납할 리는 없었다. 사례도 넘쳤다. ‘자기가 못 얻은 전설 직업이라고 묻지 마 PK도 당하는데.’ 복권 당첨 확률을 가당치 않지만 언제나 당첨자는 나오는 법. 갓워즈의 시스템 중 하나인 랜덤 직업 선택, 대부분에게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지만 일부는 그 행운의 소유자가 되고는 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그 행운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랑의 결과물은 대부분 참담했다. 얻기 힘든 직업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유도 묻지 않는 PK를 당하다는 경우가 넘쳐났으며, 결국에는 그 캐릭터를 삭제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았다. ‘그걸 보고 즐기고.’ 심지어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고 즐겼다. 누군가의 정말 가당치도 않은 방식의 타락과 추락을 팝콘을 먹기 위한 계기로 치부했다. ‘어차피 이래죽나 저래 죽나, 게임 할 거면 나만 알고 있으면 돼.’ 그러한 세계에서 굳이 자신이 가지게 된 능력을 드러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이건 치트였다. 과연 이렇게 부정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해도 되는 건가? 양심에 가책은 없는가? 그러한 질문을 받아 마땅할 정도의 치트. 그 질문에 정현우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혜린아, 삼촌이 예쁜 옷 사줄 게.’ 자신의 마음속에 그따위 양심 없다고. ‘자, 그럼 그 직업을 뽑으러 가볼까?’ 2. [네가 모실 신을 택하라. 그리하면 신이 네게 힘을 줄 것이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정현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1천 장의 카드를 보았다. 모두가 똑같은 모양의 카드들. 그러나 정현우의 눈에는 달랐다. ‘색부터 다르군.’ 일단 정현우의 눈에는 카드마다 색이 달랐다. 그 어떤 색도 없는 카드들 사이로는 노란 빛을 내는 카드가 섞여 있었으며, 개중에는 빨간 빛의 카드가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색이 없는 건 노멀, 노란 빛은 레어, 빨간 빛은 유니크.’ 그러나 정현우의 시선은 이내 한 곳만을 향했다. ‘황금빛은 전설.’ 전설의 황금 카드. 1천 장의 카드 중 오로지 단 한 장만이 정현우의 시선을 완벽하게 훔치고 있었다. 더욱이 그것은 그냥 한 장이 아니었다. ‘아, 대마도사!’ 대마도사. 마법의 종주, 워드래곤을 섬기는 대가로 갓워즈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을 습득할 수 있는 직업. 현재까지 갓워즈에서 발견된 전설 등급 클래스는 총 9종류, 개중에서 정현우가 원하는 직업이었다. ‘드디어!’ 캐릭터 생성 시도 열아홉 번 끝에 나온 직업이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열아홉 번 만에 처음 나오다니.’ 흔히 말한다, 수학자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고. 일반인들도 복권 당첨 확률이 낮다는 것만 알 뿐, 그게 얼마나 낮은지 모르지만 수학자는 그게 정말 가당치 않을 정도로 낮다는 걸 알고 있는 탓이었다. 지금 정현우의 처지가 그러했다.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개쓰레기 게임이네.’ 그러나 이렇게 확실하게 진면목을 보니 생각 이상이었다. ‘하긴, 그러니 그런 대우를 받는 거지.’ 반대로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정현우가 대마도사를 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마도사 정도면 직업만으로 대우가 달라지지.’ 갓워즈에서 데미지 딜링은 아주 특별한 경우, 정말 슈퍼 스타 급의 근접 딜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마법사나 궁사와 같은 원거리 딜러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런 만큼 쓸 만한 마법사에 대한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한 가지 속성의 마법만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몬스터를 사냥할 때 불속성 마법사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속성 마법 습득 가능하니까.’ 그러나 대마도사는 그러한 굴레가 없었다. 대마도사의 특성은 모든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모든 콘텐츠에 출연시킬 수 있지.’ 그것은 곧 그 전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핵심 사업, 콘텐츠 사업에 언제든 출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투자를 했는데 막상 중요한 촬영에서 쓸 수 없는 배우보다는 어느 영화든 가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배우가 훨씬 귀중한 법. 인기도 훨씬 얻기 쉬웠다. ‘투자할 가치가 넘쳐.’ 그런 만큼 투자를 할 가치도 컸다. 그게 아니더라도 희귀한 직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슈거리가 될 만했다. ‘아즈모도 말했지.’ 개중에서도 대마도사를 가장 인기 있게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니라 최초의 대마도사 클래스를 얻은 플레이어, 아즈모였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 중 한 명으로 개인적으로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가졌으며, 자신 스스로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하던 그는 갓워즈가 등장하는 순간 대마도사 클래스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 투자, 속칭 현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10억 원이 넘는 도전 끝에 대마도사란 클래스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전설 클래스 직업 몇 개를 더 얻었음에도 대마도사를 고르면서 말했다. ‘이 직업이야말로 내가 돈을 쓸 만한 직업이라고.’ 대마도사 클래스만이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물론 그건 달리 말하면 아즈모조차도 돈을 쓴다는 개념을 떠올리게 만들 만큼 투자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돈 먹는 하마.’ 그 사실에 이르렀을 정현우는 잠시 고민했다. ‘······딴 거 고를까?’ 진지한 고민, 그러나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뭐, 아니면 새로 만들면 되지.’ 짧은 고민 끝에 정현우가 그 카드를 집었다. [워드래곤이 당신을 82번째 신도로 받아들입니다.] [대마도사 클래스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고 동시에 상태창이 다시금 떴다. [미다스] - 레벨 : 1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체력(5)/지력(5)/마력(5) 달라진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그럼 이제 첫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다.] ‘튜토리얼이군.’ 게임의 첫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3. [시험의 무대가 열립니다.] 그 알림과 함께 정현우, 이제는 미다스가 된 그의 눈앞을 가득 채운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빛이 사라진 후에 벽으로 가로막힌 100평 남짓한 공간이 보였다. “30명째.”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29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그뿐이었다. 그곳에 있는 이들은 미다스의 등장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 온 거지?” “이제 튜토리얼 시작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미다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이제 튜토리얼이 시작된다는 것. 딱히 어려운 건 아니었다.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갓워즈 역시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튜토리얼 단계가 있었다. 30명의 플레이어가 모이면, 그들에게 몬스터가 넘치는 무대를 제시하며,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사망 페널티 없이 몬스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젠장, 한 번 무조건 죽어야 본게임 시작이라니.”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대개 죽음이었다. 갓워즈는 몬스터를 사냥함으로써 레벨을 올리는 RPG방식의 게임. 그러한 게임을 처음하는 이들이 가장 당황하는 경험은 다름 아니라 몬스터에게 살해당하는 경험일 테니까. “자, 그럼 빨리 죽어보자고.” “빨리 죽고 본게임 시작해야지.” 물론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그 죽음을 수 없이 경험한 자였고, 그런 그들은 굳이 튜토리얼 단계에서 보다 긴 생존을 꾀할 생각이 없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튜토리얼이 시작되는 순간 그냥 몬스터에게 제 몸뚱이를 내줄 속셈이었다. [튜토리얼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창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튜토리얼에서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지.’ 잽싸게 죽은 후에 본 게임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응?’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튜토리얼 퀘스트] - 퀘스트 랭크 : 없음 - 퀘스트 정보 : 필드에서 등장하는 오크들을 상대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71분 이상 생존 시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지급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10) 지급 ‘퀘스트 히든 보상도 볼 수 있는 거야?’ 눈앞에 뜬 퀘스트 창, 그 안에 검은색 글씨로 보이는 문구를 보기 전까지는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6화. 2화. 이것도 보여? (2) 4. 갓워즈에서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몬스터를 남다른 능력으로 사냥하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등 업적을 세울 경우 타이틀이 지급되며, 그러한 타이틀 보상으로 룬이 나온다. 그렇게 지급된 룬은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준다. 갓워즈란 게임이 최상위 플레이어들, 가진 자와 있는 자들을 위한 게임이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미 일찌감치 그러한 룬을 통해 동일 레벨 대비 훨씬 더 우월한 스펙을 이룩한 그들은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허락지 않았다. 더 나아가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서로가 룬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들의 아성을 더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들만이 아는 은밀한 거래를 했다. ‘튜토리얼 마스터?’ 그런데 지금 그 은밀한 것 중 하나가 민낯 그대로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런 게 있었어?’ 튜토리얼 마스터. 나름 갓워즈를 평균 이상은 해왔던 미다스조차도 처음 듣는 타이틀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효과였다. ‘올스탯 룬? 그것도 10포인트씩?’ 갓워즈에서 1레벨을 할 때마다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가 5포인트. 그것을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 ‘마법사 계열들한테 피지컬 쪽 포인트는 필수인데.’ 더욱이 마법사 클래스들에게는 근력과 체력이 오히려 더 귀중했다. 레벨업으로 얻는 보너스 포인트로 지력과 마력을 올릴 수밖에 없는 마법사 클래스에게 이렇게 룬을 통해 얻는 체력과 근력은 생존력에 아주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는 했으니까. 물론 그만큼 얻는 조건도 빠듯했다. ‘그보다 71분 생존이라······.’ 튜토리얼 모드에서 71분 동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앞서 말했듯이 튜토리얼 모드는 플레이어가 게임 오버를 경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 실제로 악착 같이 살아남고자 해도 보통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길어야 10여 분 남짓 버틸 뿐이었다. 71분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은 일. ‘진짜 치사하네.’ 더욱이 71분이란 숫자 자체도 악독했다. ‘한 시간이면 몰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언가 타이틀이 나올지도 모르는 기대감에 1시간 동안 살아남았다고 치자. 하지만 1시간으로는 아무런 보상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워서 10분 더 하더라도 11분은 아니지.’ 그 후에도 살아남은 게 아쉬워서 10분 더 살아남아도 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서 1분을 더 살아남아야 보상이 주어지는 셈. 이러한 보상이 있다는 걸 알면 모두가 오히려 악착 같이 덤벼들 일. 그러나 모른다면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이었다. ‘오케이.’ 그렇기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한 번 해보자.’ 그때 알림이 들렸다. [벽이 무너집니다.] 그 알림과 함께 30명의 플레이어들을 가두고 있던 벽이 무너지고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빛 너머로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크어! 크아! 그리고 오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5. 갓워즈가 세상 모든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 시대. 그러한 시대에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희망이나 꿈, 목적을 품고 갓워즈를 하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항상 같은 말을 들었다. “갓워즈, 그거 허벌나게 어렵다.” “야, 하지 마. 돈만 날리는 거야.” 그 사실을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깨닫는 건 튜토리얼 모드였다. [사망 시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죽어야만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무대. 그 무대에서 플레이어들은 자기들보다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괴물들로부터 죽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씨발, 미치겠네!” 그리고 동시에 죽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란 걸 깨닫는다. 크어! “저 괴물한테 맞아 죽으라고?” 오크. 신장은 180센티미터, 그러한 신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근육질의 괴물. 현대인에게는 퍽 익숙한 괴물이었다. 영화, 게임, 소설 등 무수히 많은 매체를 통해서 오크는 실존했던 공룡보다도 더 익숙했으니까. 그러나 그 익숙한 괴물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였다. “젠장! 난 못 해!” “나, 나도······.” 처음 그 사실을 경험하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초보자들은 그렇게 도망쳤다. 반대로 숙련자들은 달랐다. “자 빨리 가자.” “괜히 시간 낭비할 것도 없지.” 이미 이 게임을 경험해 보고, 게임 오버 역시 여러 번 경험한 이들은 망설임 없이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크어! 그리고 오크가 내지르는 주먹에 기꺼이 제 몸을 허용했다. 뻐억! 일부는 오히려 자신의 머리통을 그대로 오크의 내지르는 주먹에 정확하게 명중시키며 보다 깔끔한 게임 오버를 자처하는 이도 있었다. “와, 제대로 머리 갖다 박았네.” “실력이 상당한데?” 그 사실에 몇몇 이들이 감탄을 토했다. 그게 튜토리얼의 풍경이었다. 죽어야 떠날 수 있는 무대에서 숙련자들은 누구보다 빠른 죽음을 맞이했고, 초보자들은 도망치다가 결국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이 차이는 어디까지나 숙련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일 따름이었다. 본래 가진 바의 재능 그리고 실력의 차이는 다른 식으로 나오고는 했다. “어? 저 사람 봐! 오크랑 싸우려는 거 같은데?””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랑 싸운다고?” 지금 등장한 오크 앞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자세를 잡고 전투를 준비하는 플레이어가 그러했다. “저게 돼?” 그건 미친 짓이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1레벨, 능력치 역시 없으며 스킬 역시 없다. “저 오크는 20레벨 몬스터잖아?” 반면 그들 앞에 등장한 노멀 오크는 최소 2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다. 고양이와 늑대 정도, 야생의 짐승으로 따지자면 그 정도 차이가 있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실력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오늘 데뷔전을 치르겠습니다. 제 실력을 보여드리죠.” 달리 말하면 갓워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영상 찍나보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인 모양이야.” 사람들의 이목이 오크 앞에 선 플레이어에 집중됐다. ‘이것 봐라?’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 갓워즈 플레이어로 먹고 사는 자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의 등장에 미다스는 눈빛을 반짝였다. ‘하긴,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 것만한 명함도 없지.’ 갓워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돈이 많거나, 운이 좋거나. 여기서 돈이나 운은 솔직히 따로 증명하거나 보여줄 수 있는 개념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재능을 보여주는 것. 그걸 위해 가장 제격인 무대가 튜토리얼 모드였다.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 것을 영상으로 찍는다면, 길드나 컴퍼니에 넣을 입사서류에 덧붙일 훌륭한 명함이 될 터. 실제로도 튜토리얼 오크 사냥으로 유명 길드나, 컴퍼니에 입사한 플레이어는 적지만 존재했다. 기준도 있었다. ‘한 마리만 잡아도 어느 길드든 가입 가능, 두 마리 잡는 순간 길드에서 아이템 지원을 받고, 세 마리 잡으면 의식주까지 지원을 받지.’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몇 마리 잡느냐에 따라서 대우가 달랐다. 당장 세 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어느 길드에서든 최고 유망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다섯 마리 잡으면 그 즉시 데뷔전이고.’ 그리고 만약 다섯 마리 이상을 잡는다면, 유망주가 아니라 워즈튜브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노출되는 채널을 가진 길드 그리고 게임 컴퍼니를 통해 데뷔할 수 있다. 연예인으로 따지면 하루아침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할 수 있는 셈.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뭐, 쟤는 안 되겠지만.’ 물론 달리 말하면 대부분은 시도만 할 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크를 상대하는 건 현실에서 배우는 격투기나, 사람과의 대련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으헙!” 미다스의 예상대로 호기롭게 오크 앞에 선 플레이어는 오크의 갑작스러운 돌진 그리고 그 돌진에서 나온 몸통 박치기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숨소리를 뱉었다. 그러한 플레이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오크 패턴도 모르는 놈이었네.’ 앞서 말했듯이 몬스터는 인간하고 달랐다. 외형은 물론 전투 스타일까지! 그런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 몬스터에 맞는 방식을 써야 한다. ‘오크의 공격 기본 공격 패턴은 돌진이라고. 그런데 대뜸 앞에 서서 권투를 하겠다면 뭐 어쩌라고?’ 예를 들어 오크의 경우에는 기본 공격 패턴이 돌진형이다. 애초에 오크의 너무나도 육중한 몸뚱이는 근접전에서 세밀한 전투를 불가능케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돌진. ‘일단 상대방과 몸이 부딪치는 순간 다음 패턴으로 넘어간다고.’ 때문에 오크의 모든 공격의 시작점은 충돌이다. ‘충돌 후에는 예측불가 개싸움.’ 충돌이 시작되면 이후 오크는 무작위 공격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오크의 공격을 읽고 피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고난 재능, 그 재능을 품은 본능을 통해 피하는 수밖에. ‘사실상 충돌하면 끝이다.’ 달리 말하면 돌진 자체는 얼마든지 그 동선을 예상 그리고 예측할 수 있다. 1시간 그리고 11분. 그 긴 시간 동안 몇 마리가 있을지 모르는 이 숲속의 오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미다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뿐이었다. ‘최대한 피한다.’ 오크의 돌진은 무조건 피한다! 그 일념을 품은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과제는 하나였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오크가 날 파악하고 공격한다는 신호만 캐치할 수 있으면······.’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오크의 머리로 초록색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어느 순간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 그 순간 오크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6. 누군가 말했다. “모든 게임에는 공략 방법이 존재한다.” 그 말은 갓워즈에도 통용되었다. 갓워즈에서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에게는 패턴이 존재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상황에 따라 몬스터들의 페이즈는 달라지며, 그 페이즈마다 각기 다른 패턴이 존재하고, 그러한 패턴에도 몇 가지 변칙이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단순하게 패턴이 존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다시 말하면 갓워즈의 모든 몬스터는 패턴이 존재했으며 당연히 공략방법도 존재했다. “물론 그게 네가 그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 어려운 이유는 간단했다. 갓워즈란 게임이 조작방법이 매우 어렵다는 것. 상식적으로 마우스와 키보드, 게임 패드를 통해 게임을 조작하는 것과 가상현실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같은 수준일 리 만무. 하물며 그저 상상 속에서만 보던 괴물들을 잡아야 한다면? 현실에서 쌓아온 경험이나 지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 “결국 타고난 놈만 잡는다.” 결국 재능을 타고나거나 혹은 그 재능을 대체할 다른 무언가, 컨트롤 따위는 가소롭게 만드는 강력한 아이템이나 스킬 따위를 가진 이들만이 결과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 그가 5년 동안 게임을 하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족적을 남기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미다스는 별 볼 일 없는 취급 속에서도 게임을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재능도, 돈도, 운도 없는 주제에 그들의 발끝에라도 닿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런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오크의 체력 상태에 따른 페이즈는 총 3개.’ 최대한 많은 몬스터들의 패턴을 어떻게든 분석하고, 연구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법을 만들어낸 후에 수 없이 곱씹으며 그러한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하는 것. ‘개중에서 체력 상태가 80퍼센트 이상일 때 나오는 1페이즈에서 오크의 공격 시작은 표적과의 거리가 3.3미터 이상일 경우 무조건 돌진이다.’ 머릿속이 거듭된 각인에 너덜너덜해질 정도, 그 정도로 미다스는 노력해왔다. ‘돌진 시에 표적과의 거리가 3.3미터 이내가 될 경우에는 자세를 낮추지.’ 특히 표적을 맞추는 게 가진 재주의 전부인 미다스는 몬스터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에 있어서는 솔직히 말해서 갓워즈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오크 군락 첫 공략하는 날 이 공략법 외우느라 코피가 터졌었지.’ 참으로 비참한 투자였다. 결국 미다스가 무능력하다는 것을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증명해준 투자. 그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투자.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러나 지금 그 투자는 미다스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이 되고 있었다. 튜토리얼 시작 30분째, 미다스는 무려 네 마리나 되는 오크를 상대로 완벽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건 다름 아니라 오크들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신호등이었다. 본래대로라면 보일 리 없는 신호등, 그러한 신호등이 미다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었다. ‘초록불은 어그로가 없는 상태.’ 초록색일 때는 그 어떤 공격성도 보이지 않는 평화 상태로 인식 범위 안에만 접근하지 않으면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노란색은 공격 대상을 찾는 긴장 상태.’ 노란색의 경우에는 공격 대상을 찾아 움직이는 상태로 그 인식 범위가 넓어졌다. ‘빨간색은 나를 공격 대상으로 봤다는 증거.’ 마지막 빨간색은 말 그대로 공격 신호였다. 재미난 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 뜬 수치는 HP 수치.’ 미다스의 눈에는 오크의 패턴 상황은 물론 오크의 능력치까지 확인되고 있었다. ‘보유 아이템은 가죽 뿐.’ 심지어 오크를 잡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루팅 아이템 목록까지 보이고 있었다. 몬스터의 실시간 정보가 미다스에게 전달되는 상황. 그리고 미다스 머릿속에는 그러한 정보에 알맞은 대응 방법이 가득 차 있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오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 미다스, 그의 기나긴 인생 속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확신을 가져보는 순간이었다. 7화. 2화. 이것도 보여? (3) 7. 갓워즈의 등장에 세상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반대로 공포를 느낀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의 아성이 갓워즈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리란 사실에 대한 공포였다. “갓워즈의 등장으로 할리우드 스타들과 스포츠 스타들은 유성우가 될 것이다.” 개중에서도 스포츠 분야와 연예계 분야를 수놓던 무수히 많은 스타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공포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부와 명예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마저 손에 쥐고 있었던 그들의 입지는 갓워즈란 이름 아래에 탄생한 별들 앞에서 화롯불처럼 하염없이 사그라졌다. “반대로 더 많은 스타들이 등장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많은 이들이 갓워즈를 통해서 별이 되었다. 정말 별 볼 일 없는 주제에 일약 스타가 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서의 온갖 종류의 제약에 얽매였던 이들이 갓워즈로 말미암아 제 재능을 빛냈다. “갓워즈만 잘한다면 그 누구도 별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반신불구였던 미국의 전쟁 영웅 하이튼 중사는 갓워즈를 통해서 그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는 전승의 투사가 되었고, 할렘가에서 갱들의 칼에 목이 찔리는 바람에 목소리를 잃은 니첼은 갓워즈를 통해서 가장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는 사제가 되었다. 현실이라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을 넘어 비참했을 운명의 소유자들은 갓워즈로 말미암아 부와 명예, 그것을 누리게 되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러한 꿈을 품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은 채 갓워즈를 시작했다. “씨발, 진짜 어렵네.” “오크가 그렇게 셀 줄이야. 방송 보니까 오크는 그냥 쓰레기 치우듯이 잡던데.” “와, 보는 거랑 하는 거는 전혀 다르구나.” 그리고 튜토리얼을 마치는 순간 그것이 정말 가당치도 않은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게 갓워즈에 튜토리얼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튜토리얼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해준다. “젠장, 빌어먹을 게임이네.” 튜토리얼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갓워즈란 게임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버러지와 같은지 알게 된다. 자신들이 영상으로 보던 그들의 들러리조차 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역시 다들 오네.” “10분을 버티는 인간이 없네.” “저 인간 오크랑 싸우던 인간 아니야?” “저 인간이 가장 빨리 왔지.” 그러한 처지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채 그 나물과 그 밥이 서로를 보듯이 쓴웃음을 짓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물론 개중 눈썰미가 있는 몇 명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한 명 없네?” “한 명?” “막 도망치던 사람 하나 있었거든.” 그들 중에 아직 한 명이 오지 않았음을. “안 죽었나?” 여전히 그 한 명이 튜토리얼을 플레이하고 있음을. 물론 거기까지였다. “조만간 오겠지.” 그 이상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하자고!” “갓워즈 시작이다!” 그들에게는 진짜 게임이 시작됐으니까. 미다스, 그는 그렇게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튜토리얼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8. 크어! 크아! 크르! 세 마리의 오크들, 그 우락부락하기 그지없는 괴물들이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그들이 자리 잡은 숲을, 나무와 나무가 만들어낸 사이 공간을 훑어보았다. 툭! 그때 부스럭거림 하나가 오크들의 귀를 건드렸다. 크아! 그 소리에 세 마리의 오크가 같은 소리를 내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이었다. “후우!” 그 소리가 난 반대편 방향에 있던 미다스가 짧게 호흡하며 달리기 시작한 건. 간단한 방법이었다. ‘역시 돌 던지기는 언제나 유용하다니까.’ 돌을 던져 그 소리로 몬스터들의 이목을 끈 후에 그 몬스터들이 소란을 내는 사이, 도망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으니까. ‘뭐, 잘 싸우는 놈들한테는 필요 없는 방법이지만.’ 물론 갓워즈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제 스스로를 사냥꾼이라고 생각하며, 마주하는 몬스터를 사냥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냥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돌을 던지는 짓까지 하는 건 웃기지도 않은 일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구차하게 게임을 할 바에는 게임을 접거나, 장렬한 전사를 택할 터. ‘이걸로 몇 번이나 살아남았지.’ 허나,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구차하더라도, 비참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 누구도 아닌 형과 조카를 위해서. 그 둘을 위해서 미다스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자신이 있었고, 그러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두었다. ‘그동안 몬스터 어그로 피하는 방법은 이 악물고 습득했다.’ 자연스레 미다스는 몬스터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어그로를 피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날 지켜줄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잘나가는 마법사들에게는 언제나 가드맨이 붙으며, 마법사들은 그런 가드맨의 도움을 받는다. 영화 촬영으로 따지면 주연 배우 옆에 매니저와 보디가드가 붙어 다니는 셈. 반대로 말하면 그저 일용직 엑스트라에 불과한 미다스 같은 이에게 가드맨 같은 게 붙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는 결국 어떻게든 자력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도망치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강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미다스의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좋아, 초록불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그로 끝!’ 자신을 향한 오크들의 어그로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미다스는 그 순간 숨을 죽였다. 그 상태로 주변을 보았다. 보이는 시야는 좁았다. 나무 기둥과 수풀은 시야를 가렸고, 가뜩이나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빠끔히 내민 탓에 보이는 것은 적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그 나무 너머에서 반짝이는 초록불들이.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그 순간 미다스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9, 58.’ 머릿속의 초침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 역시 미다스의 특기였다. 1분, 1초 단위로 이루어지는 긴박한 전투 속, 그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친절한 설명을 기대할 수 없는 미다스는 제 스스로 시간을 준수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4, 3, 2······.’ 그러한 미다스의 카운트다운은 정확했다. ‘1.’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정확한 시간에 알림이 떴고, 그 알림이 뜨는 순간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할렐루야.”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축하 인사가 나왔다. 크어! 크아! 오크들이 미다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차!” 그렇게 미다스의 튜토리얼이 끝났다. 9. ‘젠장.’ 튜토리얼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시작하는 시작의 마을. 그곳에 도착한 미다스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스스로를 자책했다. ‘영상 최악이네.’ 자책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튜토리얼 내내 찍었던 플레이 영상. ‘마지막에 똥을 싸버렸어.’ 미다스는 자신의 튜토리얼 과정 전부를, 1시간 11분짜리 영상을 저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뭐, 그래도 증거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남은 건 판매처뿐인가?’ 다름 아닌 자신이 얻은 튜토리얼 마스터 칭호 획득 방법이란 정보를 팔 때 쓰기 위한 증거를. 갓워즈에서는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되어버린 갓워즈에서 귀중한 정보를 뿌리는 것은 땅에 돈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무엇보다 갓워즈 내에서는 저작권이란 개념도, 특허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갓워즈의 정보는 갓워즈의 소유일 뿐, 그 외의 누군가 소유할 수 없는 법. 자신이 가진 정보가 유출되어서 타인의 손에 넘어갔다고 해서 권리를 주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온갖 산업 스파이가 판을 치는 무대. ‘판매처만 잘 구하면 최소한 1백은 받을 수 있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돌아오면 튜토리얼 마스터 칭호의 가치는 최소 1백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룬 가치만 보면 천만도 가능하지만······.’ 사실 보상으로 보면 그 이상이었다. [미다스] - 레벨 : 1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근력(5+10)/체력(5+10)/지력(5+10)/마력(5+10) 모든 능력치 10포인트 증가, 이 룬의 효과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넘쳤다. ‘너무 입수 난이도가 높고, 튜토리얼 한정이니까.’ 문제는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이 처음 캐릭터를 만드는 이들만이 얻을 수 있으며, 입수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가치가 넘쳐도 얻는 방법이 어렵다면, 사는 입장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긴 힘든 노릇. ‘이미 잘나가는 놈들은 필요 없지.’ 특히 이미 잘 먹고 잘 사는 놈들, 게임 도중에 인사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수백, 수천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기존 캐릭터를 버리고 새 캐릭터를 키울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허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이러한 식으로 돈벌이를 해본 적 없는 미다스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삼촌이 혜린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형 몰래.’ 적어도 조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망설임 없이 볼 수 있을 터. 그 사실을 떠올린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당장은 힘들고 나중에.’ 물론 미다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 강력한 정보를 푸는 것은 자신의 경쟁자에게 싼값에 떡을 먹여주는 것과 마찬가지. ‘일단 내 캐릭터 좀 육성한 후에 풀어야지.’ 후발주자들이 경쟁자가 되지 않는 시점, 최소한 100레벨은 달성한 후에 판매를 고민할 생각이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 당장 판매처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만 할 뿐. 그 과정에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갓워즈 5년 차,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 그럼······.’ 갓워즈는 초반 게임 시작이 매우 어려운 게임이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건 다름 아닌 퀘스트. 갓워즈의 퀘스트들은 모두가 시간 제한 그리고 가능 플레이어 제한이 존재했다. 쉽게 말하면 퀘스트가 일회용이었다. 다른 게임들처럼 NPC가 항시 같은 자리에 대기하며 똑같은 대사로 똑같은 퀘스트를 주는 게임이 아니라는 의미였고, 당연히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그 의미는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왔다. ‘일단 시작은 탐험가 길드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탐험가 길드였다. 초보자들에게 퀘스트 및 사냥터 정보를 모아서 제공한다, 그러한 명분 아래에 등장한 탐험가 길드는 어느 순간부터 갓워즈를 대표하는 10대 길드 중 한 곳이 되어 있었다. ‘돈 좀 들지만.’ 물론 그 서비스는 유료였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도둑놈 새끼들이라니까.’ 본래는 선착순으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자기들이 무력과 권력으로 독점한 후에 돈을 받고 파는 셈. 미다스의 말처럼 어떻게 보면 도둑놈들이었다.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이는 극히 적었다. ‘강도들도 눈 깔고 다닐 정도로 센 도둑놈 새끼들.’ 갓워즈 10대 길드. 그것이 가지는 무게감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었으니까. 특히 갓워즈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10대 길드는 감히 쳐다봐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어? NPC다? 쟤한테 말 걸면 퀘스트 받을 수 있지 않아?” “야, 무시해.” 갓워즈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만든 시작의 마을, 그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NPC들을 향해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이유였다. “무시하라고?” “탐험가 길드가 관리 중이야. 말 걸어서 퀘스트라도 발생하면 큰일 나.” 이미 탐험가 길드가 자리 잡은 곳의 NPC들은 탐험가 길드의 재산이 된 상태였으니까.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주변의 NPC들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똑같은 방향으로 무리를 지어 갔다. 미다스 역시 그 무리에 몸을 던졌다. ‘응?’ 그런 미다스의 눈길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물음표?’ 그러한 미다스의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니라 노랗게 번쩍이고 있는 물음표였다. ‘퀘스트?’ 필시 퀘스트임을 나타내는 신호일 터. 그 사실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에 한 가지만이 의문일 따름이었다. ‘근데 왜 강아지한테?’ 그 물음표가 달린 게 죽어가는 강아지라는 것. ‘뭐지?’ 놀라는 미다스에게 알림이 왔다. [게임 플레이를 정리하십시오.] ‘아, 젠장! 시간 다 됐구나!’ 이제 그에게 주어진 하루의 플레이 타임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8화. 3화. ? (1). 1. 갓워즈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입에 거품을 물며 격렬한 반응을 보인 곳은 게임중독을 혐오하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마치 이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것마냥 갓워즈가 등장하는 순간 목에 핏줄을 세우며 말했다. “저 게임하다 게임 중독으로 사람 죽으면 책임질 거냐!” 특이점은 갓워즈의 경우에는 이러한 반응이 그저 일부 단체의 반발로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미 무수히 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을 확보한 것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판매 및 서비스 승인을 받았음에도 사람들은 갓워즈 그리고 캡슐 게이트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갓워즈 이용에는 다음과 같은 제약이 추가됩니다.” 결국 갓워즈는 꽤 타이트한 게임 이용 조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한 번에 5시간 이상 게임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5시간 이용 시에는 무조건 한 번 로그아웃을 한 후에 재접속을 해야만 했다. 또한 하루에 14시간 이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신체적 상태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바로 셧아웃이 되고는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체적 상태 이상은 다양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당연했으며, 체내 혈당 수치 감소 등. 때문에 프로 플레이어들은 정말 중요한 레이드나, 전투를 앞두고 마치 격투기 선수가 개체량을 준비하듯 음식 섭취와 건강검진을 받으며 몸 상태를 만들고는 했다. ‘젠장, 그거 확인해보고 싶은데······’ 당연한 말이지만 고작 캡슐방을 이용하는 정현우에게 주어진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개의 머리 위에 퀘스트 로고가 뜨다니, 이거 보통 경우는 분명 아니야.’ 갓워즈를 시작하고 5년 차, 그런 정현우조차 처음 보는 상황에 대한 의문을 당장 풀 방법 역시 없었다. ‘내일 접속했는데 사라지면 어떻게 하지?’ 더군다나 갓워즈의 퀘스트는 영원한 게 아니지 않은가? 정현우가 잠든 사이 다른 누군가가 채갈지도 모르는 일. 무엇보다 그곳에는 퀘스트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탐험가 길드의 영역이었다. 여러모로 정현우의 표정이 좋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형, 여기 사탕이요. 수고하셨어요. 오늘 타임 다 쓰셨네요. 응?” 나오자마자 자신에게 사탕을 건네주는 이혁주가 그런 정현우의 구겨진 표정을 보며 말했다. “형, 뭐 문제 있어요? 표정이 똥 씹은 거 같은데?” 그 물음에 정현우는 사탕을 받으며 말했다. “부캐 키우는데 기분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아니, 갑자기 부캐는 왜 키우세요?” 이혁주의 반응이 격해졌다. 정현우가 캐릭터를 새로이 생성하는 건 알았지만, 설마 그게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는 일일 줄이야? “본캐 놔두시고 대체 왜?”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정현우 정도 되는 프로 플레이어가 새로운 캐릭터를 키운다는 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일. “설마 이용 정지당하셨어요?” 이어진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표정을 더 확실하게 구겼다. 그 사실에 이혁주가 기겁했다. “마, 맙소사. 진짜 정지에요?” “야, 입 닥쳐. 어디 가서 말하지 말고.” “혀, 형!” “조용히 해. 기분 심란하니까.” 말을 하는 정현우는 곧바로 캡슐에서 나온 후에 자신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러는 정현우의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이 그리고 시나리오가 써지고 있었다. ‘내가 얻은 능력은 최대한 숨기고, 내 처지는 최대한 안 좋은 쪽으로 만들어야 해.’ 정현우가 살면서 몇 가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자신의 행운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다. ‘나한테 이런 능력이 생긴 걸 알면 주변에서 달려든다.’ 정현우가 살아온 세상은 언제나 시기와 질투가 넘치는 무대였다. 잘나가는 이가 있으면, 운이 좋은 이가 있으면 어떻게든 달라붙어 뜯어먹거나 혹은 바닥으로 고꾸라뜨리지 못해 안달이 난 이들이 가득한 무대. 그런 무대에서 정현우는 맛있는 생선구이마냥 살점을 뜯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잠자코 버텨야 해.’ 그는 그 속살을 감히 물어뜯을 수 없을 만큼 든든한 껍질을 가지기 전까지 자중할 생각이었다. “내일 또 올 거니까 자리나 만들어놔.” 그렇기에 정현우는 그 누구보다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은 채 이혁주에게 그리 말한 후에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누구보다 서글프기 그지없을 정도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캡슐방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이혁주가 짧게 탄식했다. “와, 현우 형 좃됐네. 진짜 불쌍하다, 불쌍해. 앞으로 불꽃길만 걷게 생기셨네.” 연기가 제대로 먹히는 순간이었다. 2. “삼촌!” 문이 열리는 순간 보이는 조카의 해맑은 미소에 정현우가 구긴 표정을 활짝 펴며 말했다. “그래, 삼촌 왔다. 잘 있었어?” “응.” “오늘 유치원에서는 뭐 했어?” “그림 그렸어!” “그래? 누구?” “아빠하고 삼촌!” 이어진 짤막한 대화가 10평도 채 되지 못하는 자그마한 공간을 단숨에 화사하게 밝혔다. “그래? 어디 봐봐.” “응!” 이어서 정혜린이 자신이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정현우에게 보여주었다. 얄팍한 태블릿 PC위로 태블릿 펜으로 그린 그림이 보였다. “이야, 우리 혜린이 그림도 잘 그리네.” 당연히 이어지는 칭찬. 그러나 그 칭찬을 하는 정현우의 눈빛은 살짝 흔들렸다. ‘진짜 잘 그리네.’ 흔들림의 이유는 혜린이의 그림이 7살짜리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 ‘진짜 잘 그려.’ 그리고 그 그림 속의 형은 휠체어에 앉아 있다는 것. 너무 잘 그렸기에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 씁쓸함에 차오르는 쓴웃음, 정현우는 그 쓴웃음을 억지로 삼켰다. “혜린이 커서 엄청난 화가가 되겠네. 대단해.” 억지로 삼킨 채 다시 한 번 칭찬을 했다. “아니야.” “응?” 그러나 조카는 그러한 정현우의 칭찬을 거부했다. “혜린이는 커서 플레이어가 될 거야. 그래서 삼촌하고 아빠 부자 만들어줄 거야.” “뭐?” “혜린이 플레이어가 될 거야!” 거부 후에 나온 그 대답에 정현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왔어?” 그런 그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형, 정태우였다. “어.” “생체 코드 빨리 다시 설정해 와. 그래야 네가 초인종 누르지 않고 올 수 있을 테니까.” 정태우가 말을 던지는 사이 정현우는 혜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혜린이에게 태블릿PC를 건네줬고, 그것을 돌려받은 혜린이가 미소를 지으며 거실로 달려갔다. “혜린이가 그림 잘 그리네. 형수님 닮아서 그런가? 예술 쪽 공부 좀 시켜야겠어.” “그것도 좋겠지.” 말을 하던 형이 고개를 저었다. “본인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 하지만.” 이어진 말에 정현우의 표정도 굳었다. 그림에 소질이 뛰어난 딸을 보고도 웃을 수 없다는 것. 그게 지금 정현우 형제의 처지였다. 단순히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갓워즈로 줄 서기를 당하는 시대라니.” 갓워즈. 세상에 찾아온 또 다른 시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러한 것들 중에는 직업도 있었다. 다양한 직업들이 갓워즈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쇠퇴하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예체능 분야의 몰락은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갓워즈가 아니고서는 더 이상 예술을 할 수 없을 정도. 최고의 화가들이 갓워즈에서 그림을 그리고, 가수들이 갓워즈에서 노래를 불러야 살아남는 시대였다. “그는 결코 이런 세상을 위해서 갓워즈를 만든 게 아니었는데.” 그 시대에 대해 정태우가 짧은 회상과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로 탄식을 내뱉었다. “누구?” 그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소리는 정현우의 귓가에 제대로 닿지 못했고, 정현우가 의문을 표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의문에 정태우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그에게 정현우가 말을 던졌다. “그보다 형, 나 게임 내 정보 좀 팔려고 하는데 브로커 계정 하나만 파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부탁에 형이 고개를 갸웃했다. “브로커 계정은 왜?” 브로커 계정. 쉽게 말해서 추적이 되지 않으며, 자동적으로 현금 세탁이 되는 계정이었다. “정보 하나 얻어왔는데 좀 팔려고.”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를 할 때 자주 쓰이고는 했다. “나쁜 짓 하는 건 아니지?” 자연스레 형이 걱정 어린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형한테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핍박받는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믿을 거야?” 그 반문에 정태우는 이렇다 할 반문을 하지 않았다.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마.” 그저 서글프기 그지없는 조언을 던질 뿐. 그 조언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 때문에 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말과 함께 정현우의 시선이 거실에서 새로이 그림을 그리는 조카를 향했다. “다 우리 귀여운 혜린이를 위해서지.” 그제야 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어졌고, 정현우 역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바로 만들어줄게.” 이윽고 형이 휠체어를 끌고 근처에 있는 노트북을 향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정현우는 속내를 머금었다. ‘내가 어떻게든 이 빌어먹을 집구석을 바꾸겠어.’ 형을 위해서 그리고 조카를 위해서. ‘그래, 이건 신이 준 기회야.’ 그 각오를 품은 정현우는 이 순간 신께 감사했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그럼 신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제대로 써먹어 줘야지.’ 결코 신이 후회하지 않도록 이 기회를 완벽하게 써주겠다고. 그 다짐 속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3. “아, 못하게 됐어. 빌어먹을 캐릭터 정지당했다고! 그러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 성난 외침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한 정현우에게 멍해 보이는 외모의 청년이 다가왔다. “형.” 이혁주, 그의 부름에 정현우가 미간에 주름을 만든 채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왜?” “캡슐 자리 났어요.” 그제야 정현우가 표정을 풀었다.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형, 진짜 정지된 거예요?” 그 물음에 정현우가 인상을 팍 구겼다. 그뿐이었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이혁주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역시.’ 그렇게 분노한 척 연기를 했다. ‘한두 번으로는 안 믿는다니까.’ 사람이란 게 그렇다. 상대방이 무어라 이야기를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현우의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5년 동안 키워온, 그에게 있어서 목숨줄과 다름없었던 캐릭터가 정지를 당했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한다? 슬픈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의문도 들 수 있다.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 물론 그 의문이 당장 무언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었다. ‘의심의 여지는 남겨둬서는 안 돼.’ 문제는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이대로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지금 정현우가 가진 능력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엄청났다. 더불어 정현우는 이러한 능력을 숨긴 채 소시민처럼 살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대놓고 정체를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가면을 쓰고, 얼굴을 감출 생각이었다. ‘정체를 감추더라도, 그게 나라는 의심을 받으면 안 되지.’ 그때 자신이 용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위해서 정현우는 지금 밑밥을 던져두는 중이었다. 어찌 보면 웃기지도 않는 짓. ‘이러한 사소한 밑그림이 중요한 거야.’ 달리 보면 정현우가 자신이 가진 능력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는 증거였다. ‘퀘스트도 마찬가지다.’ 죽어가는 개 머리 위에 뜬 물음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거 아닌 퀘스트일 수도 있어.’ 정현우는 그것에 대해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형, 준비 다 끝났으니 캡슐에 들어가셔도 좋아요.” 그때 이혁주가 말을 건넸고, 그의 말에 정현우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운이 좋았다고. 기껏해야 레어 등급 퀘스트일 거야. 내 주제에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 같은 게 나올 리가 없잖아?’ 그렇게 차갑게 눈빛을 가라앉힌 채 그리고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 머금은 채 갓워즈에 접속했다. 4. 갓워즈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크게 성황한 건 캡슐 대여 서비스 제공 업체, 일명 캡슐방이었다.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돈 백만 원쯤은 거뜬히 쓰는 이들조차 개인용 게이트 캡슐을 사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 캡슐방이 득세하는 이유였다. 우후죽순, 그러한 표현보다는 감염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캡슐방은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한 캡슐방 아르바이트는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참 쉬운 일이었다. “캡슐방 알바, 그냥 사람 오면 캡슐에 넣은 후에 뒷정리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캡슐 안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니까 싸울 일도 없고, 완전 개꿀 알바잖아?” 겉으로 보면 그리 생각할 법했다. 그러나 의외로 캡슐방 아르바이트는 힘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씨발! 이 빌어먹을 개쓰레기 게임!” 갓워즈란 게임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지 않다는 것. “젠장, 내가 내 돈 내고 게임 하는데 80시간 동안 못한다는 게 무슨 개소리야!” 그러면서도 게임 오버를 당하는 순간 80시간 동안 게임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 쉽게 말하면 막 게임에 접속한 사람이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80시간 동안 손가락만 빠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다. “씨발 진짜!”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 빠진 이들 대부분은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온다. 그 후의 처리는 당연히 아르바이트생 몫이었다. “소, 손님! 기계 발로 차면 안 돼요!” 이혁주, 그가 황급히 자기 연봉으로도 살 수 없는 게이트 캡슐을 발로 차는 손님에게 달려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본인 기준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게임 오버를 당한 손님이 흥분을 쉽사리 가라앉힐 리 만무. “뭐? 야! 씨발 너도 날 좃으로 보냐? 이딴 거 물어주면 되잖아!” 쾅! 이혁주의 말에 오히려 격한 반응을 보이며 게이트 캡슐을 발로 한 번 거세게 쳤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속으로 빠득 이를 갈았다. ‘시발 그게 얼마짜린데!’ 그 순간이었다. 삐이! 또 다른 게이트 캡슐 한 대가 소리를 내며 차츰 그 두꺼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이른 오픈, 그것을 본 이혁주는 아차 싶었다. ‘더블이다!’ 설상가상, 그 단어 대신 더블이란 단어가 이혁주의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캡슐 안에서 소리가 나왔다. “씨발!” 아주 강렬한 욕지거리가 나왔고, 이혁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그 순간 캡슐 방에서 나온 사내는 입고 있는 장비도 벗지 않은 채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한 사내는 세면대 앞에 선 채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었다. “우와, 씨발.” 그렇게 말을 내뱉은 사내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놀란 눈빛으로 거울 속 자신을, 정현우를 향해 눈빛으로 말했다. ‘레전더리 퀘스트라니, 이거 실화냐?’ 9화. 3화. ? (2) 5. 갓워즈 플레이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개중 하나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게임이 아니라 RPG게임,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을 꽤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장르의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막 시작한 이들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빨리 사냥해보고 싶다.” “처음에 잡는 거 고블린이라고 했지?” 대부분은 몬스터 사냥을 하고 싶어 한다. “난 마법 한 번 써보고 싶어. 내가 마법사 클래스 얻으려고 캐릭터 카드를 5장이나 썼다고!” “나도 검사 클래스 얻으려고 캐릭터 카드 4장이나 구매했어!” “내가 이 게임 어떻게든 뽕을 뽑는다.” 싶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쓴 돈을 떠올리며 당장 그만한 투자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켤 정도. 끼잉······. 그런 플레이어들에게 마을 한구석에서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뱉는 비루한 개 한 마리를 향해 관심과 동정을 보내기를 바라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병에 걸린 이름 잃은 늑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약’ 필요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약’은 NPC하이든과 친밀도가 30 이상일 경우 제조 가능 !병을 치료해줄 경우 ‘이름을 잃은 늑대(등급 : 레전더리)’ 퀘스트 발생 ‘아직 퀘스트가 공략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밖에 없네. 더군다나 단서조차 찾기 힘든 꼬리물기 퀘스트고.’ 미다스, 그가 지금 퀘스트를 볼 수 있는 건 그 덕분이었다. 그 누구도 저 가련한 짐승을 향해 관심과 동정을 보내지 않은 덕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가 남아있을 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퀘스트 등급이 레전더리 등급이란 사실은 미다스를 놀라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 말 그대로 존재하는 퀘스트 중 가장 높은 등급의 퀘스트였다. 당연히 보상도 보통의 퀘스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갓워즈에서 운 좋은 놈들이 한자리를 차지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5년 넘게 게임하면서 본 적도 없는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를 이렇게 게임 시작부터 조우할 줄이야.’ 갓워즈에서는 운이 좋다는 것만으로 남들이 몇 달 동안 해온 노력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 있었으니까. ‘이 빌어먹을 운빨좃망겜.’ 그동안 미다스에게는 머나먼 행성에서의 일과 다를 바 없는 단어이기도 했다. 5년 넘게 게임을 해오면서 미다스는 레전더리 등급의 그 무엇도 손에 쥐어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었다. 유니크 등급마저도 딱 세 번, 아이템 두 번 정도 써보고 퀘스트 한 번 정도 했을 뿐. 비단 미다스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그랬다.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스킬, 퀘스트 따위는 모두 이미 넘칠 만큼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랬기에 이러한 도박적인 요소에 대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너무 좋아.’ 물론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아, 운빨좃망겜 너무 좋아.’ 이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 전설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온 셈. ‘일단 침착하게 움직이자.’ 그런 기회를 보다 확실하게 잡기 위해 미다스는 더더욱 철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최소한의 레벨과 스킬부터 확보하는 게 우선이야.’ 그런 미다스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갓워즈의 진리 중 하나였다. ‘지금 당장 욕심을 부리면 다 망친다.’ 주제를 넘는 탐욕은 화를 부른다. 현실에서는 상식과도 같은 그 말은 갓워즈에서는 절대적 진리와도 같았다. 갓워즈는 결코 없는 자의 탐욕을 용납지 않았다.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를 깨달라고 하는 건 병신 짓이지.’ 개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힘이었다. ‘결국 자력으로 퀘스트를 깨야 해.’ 아주 가치 있는 몬스터가 있어도 그것을 잡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그것을 지킬 힘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빼앗기고는 했다.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는 건 13레벨부터.’ 미다스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시작의 마을에서 퀘스트를 단독 공략하기 위해선 최소한 10레벨은 달성해야 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얻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무엇인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일단 탐험가 길드에 퀘스트부터 구매하자.’ 미다스,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7. 탐험가 길드. 갓워즈 10대 길드 중 하나인 그들의 주요 사업 아이템은 퀘스트 독점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업 아이템이란 단어였다. 그들에게 퀘스트 독점은 그저 자기들이 퀘스트를 공략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사업 아이템, 그 단어처럼 그 독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게 목적이었다. 애초에 탐험가 길드의 탄생부터가 그랬다. 탐험가 길드의 창립자인 드벤이 길드를 창설한 이유는 간단했다. “고작 게임에 접속하는데 돈 백만 원을 쓰는 인간들이 게임을 좀 더 편하고, 안락하게 하는데 돈을 쓸까, 안 쓸까?”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충분한 그리고 막강한 구매력이 있다는 것. “하물며 한정된 물건을 대신 구매해서 돈 받고 주겠다는데, 과연 그것을 마다할까?” 더불어 갓워즈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줄을 서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비슷한 예를 들면 놀이공원 업체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프리패스 권을 좀 더 비싼 값에 파는 것과 같았다. “더군다나 여긴 힘이 법이잖아?” 더욱이 갓워즈는 현실처럼 법과 제도 그리고 도덕적 규율 때문에 복잡한 방법을 쓸 필요도 없었다. 탐험가 길드는 일찌감치 랭커들 그리고 강력한 세를 가진 길드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무력으로 퀘스트를 독점 그리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진짜 대단한 새끼들이라니까.’ 그 과정을 함께 옆에서 봐온 미다스 입장에서는 절로 혀가 내둘러질 정도. “상품은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탐험가 길드원은 미다스에게 팸플릿을 보여주며 자기들이 가진 상품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제일 싼 코스는 퀘스트만 제공해드리며, 중간 코스는 아이템을 대여해드립니다. 제일 비싼 코스는 탐험가 길드가 보장하는 헬퍼가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처리해드립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앞서 말했듯이 탐험가 길드는 처음부터 퀘스트를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했고, 그 사업 아이템을 손에 넣는 순간 보다 잘 그리고 비싸게 팔기 위한 가공을 시작했다. 직원이 말한 것처럼 코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코스도 다양했으며, 가격에 따라서는 정말 놀라울 정도의 편의도 제공되었다. “구매는 게임 내 골드는 물론 아이템으로도 가능합니다. 외화 결제는 가상화폐는 안 되고, 달러와 엔화 그리고 유로화로만 가능합니다.” 결제 방법마저도 확실했다. “할부도 가능합니다만, 추천은 해드리지 않습니다. 만약 할부금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강제로 갚게 될 테니까요.” 물론 가장 확실한 건 징수 방법이었다. 탐험가 길드에는 고객이 돈을 떼어먹는 경우에도 돈을 받아낼 방법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게 채굴꾼이었다. 그 정신이 아득히 나가는 작업을 시키면 어떤 식으로든 돈은 받아낼 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캐릭터를 포기하기 전까지는 갚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캐릭터를 버리는 것밖에 없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돈을 쓸어 담는다, 담아.’ 폭력이 절대적 법인 세상 속에서 탐험가 길드가 무려 5년 넘게 10대 길드 중 한 자리에서 앉은 채 자기들의 사업 아이템을 확고부동하게 지킬 수 있는 비결이었다. ‘VVIP서비스를 이용하면 100레벨까지 키워준다고 하지? VVIP만 되어도 온갖 이벤트 및 레이드 정보가 공짜로 제공되고.’ 더불어 이러한 탐험가 길드는 현실 세계에서 권력자들, 재력가들을 위한 서비스도 따로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거 되는 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 발급받는 것보다 힘들다던데.’ 중남미 마피아나 중동의 부자들 모두가 탐험가 길드의 고객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 그를 통해 현실 세계의 권력을 손에 넣은 셈이었다. ‘참 빌어먹을 게임이야.’ 그런 탐험가 길드를 개인 혹은 어설픈 조직이 건드릴 수 있을 리 만무. “그래서 어떤 상품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낮은 코스, 10레벨 미만 퀘스트 1회 이용권 구매할게요.” 그는 여기서 탐험가 길드를 향해 반기 따위를 들지 않았다. ‘일단 렙업부터 하자.’ 아직까지는 그랬다. 8. 푸른 눈에 정갈하게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NPC.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은 그런 NPC가 아닌 그 옆에 있는 플레이어를 향하고 있었다. 대화도 NPC가 아닌 플레이어와 이루어졌다. “하이든의 심부름 퀘스트 받으셨습니다.” 그 광경에 미다스는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게임 만든 인간은 과연 이런 광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NPC입장에서는 자신이 주는 퀘스트를 가지고 플레이어가 팔아서 돈을 버는 셈. 김선달을 마주한 대동강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물론 미다스는 그러한 자신의 내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깐 퀘스트 좀 확인할게요.” “예.” 지은 미소 뒤로 내심을 숨긴 채 머릿속으로 짧게 계산을 했다. ‘하이든을 파고든다.’ 현재 미다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름 잃은 늑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이든으로부터 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퀘스트를 거듭함으로써 하이든과의 호감도를 쌓을 필요가 있었다. ‘할 때마다 돈 나가겠네.’ 달리 말하면 호감도가 원하는 만큼 쌓일 때까지 탐험가 길드에 돈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 [하이든의 심부름] - 퀘스트 랭크 : 노멀 - 퀘스트 레벨 : 5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이든의 심부름이다. 고블린의 털가죽 10개를 모아오자. - 퀘스트 보상 : 10골드, 경험치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내용. ‘오호.’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고블린의 털가죽 30개를 모아올 시 ‘하이든의 부탁(등급 : 레어)’ 이벤트 발생 그만이 볼 수 있는 퀘스트 속에 숨겨진 보상.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돈 굳었다!’ 그런 미다스에게 탐험가 길드원이 말했다. “이용권 하나 더 구매하시면 고블린 사냥 파티 관련 퀘스트 제공해드릴 수 있는데, 하시겠습니까?” 영업을 시도했다. 놀라울 정도로 체계화된 서비스, 그 서비스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돈이 없어서 힘들겠네요.” 가식 한 점 없는 진심을 담은 말을 뱉은 후에 미다스가 그대로 등을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블린 정도는 지금 나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굳이 고블린 사냥을 하는데 파티 사냥까지 할 필요가 없으리란 사실에 대한 자신감. ‘튜토리얼 마스터 보상룬으로 얻은 능력치 효과.’ 막연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여기에 패턴까지 보이는데 혼자서 못 잡을 이유는 없지.’ 현재 자신의 상황, 자신의 능력을 냉철하게 분석한 끝에 나온 계산, 그 계산을 기반으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그 자신감을 가지고 미다스가 사냥터로 향했다. 그리고 사냥터에서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현실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9. 튜토리얼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두 가지를 경험한다. 하나는 게임 오버를 경험한다. 그와 동시에 오크와의 전투도 경험한다. 이러한 두 가지 경험 속에서 본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고블린을 마주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대개 하나였다. “이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자신감 덕분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의외로 망설임 없이 고블린과의 전투를 시도했다. 끼이! 물론 시작이 쉽다는 거지 전투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안 맞아!” 무언가를 사냥한다, 그것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많지 않았을뿐더러, 고블린은 HP가 일정 이하가 되면 도주 스킬이 발동했다. “어? 어! 튄다!” “씨발 진짜!” “젠장, 저 새끼 왜 이렇게 잽싸!” 도주 스킬을 사용하는 고블린을 따라잡는 건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아오, 빡쳐!” 그렇게 고블린 서너 마리를 잡고 나면 시간도 시간일뿐더러 지치고 힘들어진다. 집중력도 소모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한 패턴에 맞는 공략을 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고블린의 체력 상태를 가늠하다 고블린의 도주 스킬이 발동하는 타이밍을 읽고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진로를 막는 경우. “와, 저 사람 봐.” “다리만 공격하네!” 혹은 고블린과 전투를 할 때 일찌감치 다리 부분을 부러뜨려서 도주 스킬 발동 자체를 막는 경우도 있었다. “저 플레이어는 다리를 묶었네!” “캬, 줄을 이용했네.” 또는 줄 따위 아이템을 이용해 다리를 묶어두고 도망을 쳐도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플레이어들은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초보들이 아니었다. “탐험가 길드 헬퍼들이라고?” “역시 수준이 다르네.” 대부분은 탐험가 길드에서 돈을 받고 몬스터 사냥 및 퀘스트 진행을 도와주는 헬퍼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탐험가 길드에서 헬퍼 고용할걸!” 그때쯤이면 왜 탐험가 길드가 못된 짓을 하면서도 그들이 승승장구를 하는지, 그들이 왜 돈을 받고 게임 이용 서비스를 팔면서 부자가 됐는지 깨닫게 된다. ‘헬퍼들이 확실히 방법은 잘 아네.’ 그 광경을 본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서글픈 광경이야.’ 탐험가 길드는 레벨 구간별로 다수의 헬퍼들을 데리고 있었다. 문제는 그 헬퍼들 중에 모두가 레벨이 오를 경우 대우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것. 실력이 고만고만한 경우에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는 레벨, 일정 레벨이 넘으면 다시 캐릭터를 생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캐릭터를 거듭 생성하며 20레벨 미만을 유지하며, 시작의 마을에서 헬퍼 노릇을 하는 것이다. 캐릭터를 새로 생성할 경우 할 수 있는 게임 이용 시간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효율은 나쁘지 않았다. ‘그저 기계이지.’ 하지만 과연 그들을 플레이어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까? ‘저것도 쉽지 않지만.’ 물론 채굴꾼과 같이 저러한 것조차 하지 못한 채 착취를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래, 누가 누굴 동정하냐.’ 그 채굴꾼이 되고자 게임을 시작했던 미다스에게 저 헬퍼들을 동정할 자격 따위는 없다는 의미. 때문에 미다스는 실소를 지웠다. ‘목표를 포착하자.’ 자신이 사냥할 사냥감을 물색했다. 사냥감을 물색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다스의 눈에는 몬스터들의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등이 보였으니까. 제아무리 고블린이 모습을 감추어도 그 신호는 미다스에게 고블린의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응?’ 그때 미다스의 시선이 고블린 한 마리에 멈췄다. ‘쟤는 왜 혼자 노란색이야?’ 제 혼자만 노란색 아우라를 가슴에 품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가 모였다. 그 고블린을 향해 미다스가 시선을 집중했다. ‘아.’ 그제야 미다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보유 아이템 : 고블린 가죽, 고블린의 원한(등급 : 레어)] 왜 저 고블린만이 노랗게 빛나는지. ‘이 게임을 운빨좃망겜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다스, 그가 다시 한 번 신께 감사했다. 10화. 3화. ? (3) 10. 갓워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갓워즈를 잘하는 것만으로 대기업 임원조차 어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을 돈을 벌 수 있게 됐을 때, 몇몇 사람들은 의문을 던졌다. “과연 갓워즈에 도움이 되는 현실에서의 운동이나, 격투기가 있을까?” “현실에서 어떤 운동을 해야 갓워즈를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될까?” 그 질문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양궁이었다. “활 좀 쏠 수 있는 원거리 딜러는 귀족이 아니라 왕족이다!” 갓워즈에서 궁수 클래스가는 핵심 데미지 딜러 역할 중 하나였다. 더불어 플레이어에게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활을 쏘는 행위는 그저 자기 깜냥만으로, 어설픈 숙련도로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갓워즈 초창기에 최고 몸값을 기록한 프로 플레이어들 중에는 양궁 메달리스트들이 꽤 많았다. 어쨌거나 양궁이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궁 다음으로 도움이 되는 운동은 뭘까? 의외로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야구였다. “무언가를 던져서 맞추는 행위, 방망이를 들고 무언가를 때리는 행위를 가진 운동은 야구나 크리켓 정도밖에 없다.” 야구선수들의 방식은 생각보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결과물도 좋았다. 마법사 클래스들 중에서는 야구 선수 출신이나 야구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제법 많았고, 그들은 나름대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름 프로 야구 선수까지 되었던 그의 재주는 게임 속에서 그를 그나마 게임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미다스가 정말 보잘 것 없었다면 프로 자체가 될 수 없었으리란 점이었다. 그래도 나름 중학교, 고교 시절에는 팀에서 잘 나가던 선수였었다. 팀의 원투 펀치 선발투수였고, 타석에서는 4번 타자는 아니더라도 그 앞뒤를 책임지는 중심 타자였다. 고교 시절을 기준으로 한다면 통산 타율이 3할 3푼 1리에 홈런도 3개나 있었다. 즉, 미다스는 왕년에 방망이 좀 휘두를 줄 알았다. 빠악! 그러한 미다스의 스윙이 고블린의 눈두덩이를 정확하게 후려쳤다. 끽! 그 정확한 타격에 고블린이 비명만 내지른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간만에 손맛 좀 보네.’ 그렇게 쓰러진 고블린을 앞에 둔 미다스는 곧바로 추가 공격을 하지 않았다. ‘타이밍 잡고.’ 초보자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단시간 내에 보다 많은 데미지 딜링을 하려고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초보자들에게는 그게 상식이었다. 쓰러진 상대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잡는 게 유리하다, 격투기 시합을 보면 쉼 없이 그러한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주제넘게 비비기를 시도할 필요는 없지.’ 그러나 그 마운트 포지션이란 것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위해서 격투기 선수가 하는 노력과 훈련의 양을 생각한다면 그걸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블린은 사람과 다르다. 육체적 능력을 따라 신체적 조건이 다른 고블린을 상대로는 그래플링 좀 한다는 격투기 선수들조차 애를 먹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왔다.’ 쓰러진 고블린이 일어나는 순간, 그 순간을 노리고 재차 공격을 하면 될 뿐. 빠악! 미다스의 두 번째 스윙이 다시 한 번 고블린을 그대로 후려쳤다. 정말 흠잡을 것 하나 없는, 모든 힘을 제대로 배트에 담아 표적을 때려내는 스윙이었다. 끼익! 그 완벽한 스윙에 고블린이 좀 더 섬뜩한 소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더 거세게 넘어졌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신호. 물론 미다스에게 그러한 고블린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HP가 쭉쭉 다는군.’ 그의 눈에는 지금 고블린의 HP를 비롯해 모든 능력치 상태가 완벽하게 보였으니까. 그럼 그에 따른 공략법을 꺼내기만 하면 될 뿐. ‘모험은 없는 새끼들이나 하는 거지.’ 서두를 이유는 없었고, 무리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예전의 나처럼 쥐뿔도 없는 새끼들이.’ 무엇보다 미다스는 지금 이 순간을 나름 즐겼다. 그러한 미다스의 홈런 스윙이 네 번 정도 이루어졌을 때, 그때 고블린의 비명이 달라졌다. 끼이이이! 좀 더 긴, 이제는 독기가 품어진 비명이 나왔다. 그 비명과 함께 쓰러진 고블린이 곧바로 바닥을 네발로 기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주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오케이.’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짱돌 하나를 더 꺼낸 후에 도망치는 고블린의 동선을 예측했다. 그리고 그대로 손에 들고 폼을 잡았다. “후우!” 그 후 짧은 숨소리와 함께 돌을 던졌다. 빡! 그렇게 미다스가 던진 짱돌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고블린의 뒤통수, 그 정확히 한가운데에 제대로 꽂혔다.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첫 사냥이 완료되는 순간. 그 사실에 미다스가 자신의 손가락을 가볍게 비볐다. ‘오늘 좀 긁히는 날인 모양이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야구선수로 살면서 컨디션이 제일 좋았을 때의 날이 떠올랐다. ‘그래, 가끔 이런 날이 왔지.’ 구속은 별볼일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 서는 순간 타자를 잡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 때의 느낌. ‘타자가 멈춘 것처럼 보일 때가.’ 세상 모든 흐름이 느려지고, 오로지 자신의 사고와 감각만이 빨라지는 듯한 느낌. 조금 전 고블린을 상대할 때의 느낌이 그러했다. ‘오늘 느낌 좋다.’ 정말 오랜만에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을 품은 채 미다스가 자신이 잡은 고블린 앞에 섰다. 거듭된 몽둥이질에 두개골을 비롯해 뼈가 부러지고, 눈이 터진 그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고블린의 처참한 몸뚱이에 미다스는 자신의 손바닥을 올려놓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2개 추가되었습니다.] 곧바로 아이템을 얻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미다스가 아이템 내용을 확인했다. [고블린의 원한(레어)] - 아이템 효과 : 아이템 제작 시에 고블린의 원한을 심어 보다 특별한 능력을 만들 수 있다. 고블린의 원한. 기본 아이템 제작 시에 넣을 경우 레어 등급 아이템으로 만들어주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냥 레어 등급 아이템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10만 원짜리.’ 더불어 나름 돈이 됐다. 구매력이 강한 플레이어들이 아낌없이 돈을 써서, 심지어 이혁주처럼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게임에 투자를 하는 갓워즈에서 보다 나은 아이템의 가치는 비싼 게 당연지사. ‘캡슐방 요금 벌었다.’ 한 푼이 없는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큰 소득이었다. ‘가만. 내가 아이템으로 돈 번 게 얼마 만이지?’ 더불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득이었다. ‘마지막으로 득템한게······.’ 프로 플레이어가 된 이후에 그는 노동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을 뿐, 그 외의 성과물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가 아무리 데미지 딜링을 끝내주게 해서 몬스터를 잡아도, 그 몬스터에서 나오는 아이템 따위는 그를 고용한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의 몫이었으니까. 그가 아이템에 손을 대는 건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고, 횡령이고, 강탈이었으니까. ‘득템, 진짜 오랜만이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잠시 멍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두드리는 느낌에 모든 것이 먹먹해졌다. 끼이! 그 먹먹한 감성을 깨운 것은 고블린의 목소리였다. 끼이!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목소리에 미다스가 먹먹한 표정 대신 두 눈에 긴장감을 뿜어댔다. ‘아차!’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전투 중!’ 지금 자신은 몬스터들의 위협이 곳곳에 존재하는 곳에서 홀몸으로 전투 중이라는 것을.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곧바로 숨을 죽인 채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등장한 고블린들을 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젠장, 주변에 다른 고블린은 없었는데 대체 어디서 갑자기······.’ 그러면서 작은 의문을 품었다. 분명 주변 상황을 파악했는데 왜 갑자기 고블린이 두 마리나 등장한 것일까? ‘아.’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P가 20퍼센트 밖에 남지 않은 고블린의 상태가 보다 확실하게 말해주었으니까. ‘도주 중이구나.’ 놈들은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플레이어는······ 없네?’ 그리고 놈들은 도주에 성공했다는 것을. 갓워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간신히 다 잡은 몬스터가 도망치고, 그것을 쫓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지붕 위 닭 보는 신세가 되는 건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갓워즈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이 빌어먹을 게임! ‘이 게임은 쓰레기 게임이야.’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다스의 손에는 짱돌이 쥐여 있었다. 11.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다. 남이 잡던 몬스터를 잡는 건 비매너다. 때문에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도망치는 몬스터를 보면 플레이어들은 쉬이 손을 대지 못한다. “상처 입은 몬스터는 건드리지 마. 그거 쫓던 플레이어들이랑 마주치면 개싸움 시작이니까.” 괜히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며, 그러한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게 상식인들이었으니까.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굳이 추격자가 꼬리에 붙은 몬스터를 잡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허나, 이미 꼬리에 붙은 불을 뗀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물론 보통은 그것을 구분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무엇보다 리스크가 컸다. 만약 그 몬스터가 탐험가 길드의 헬퍼가 고객을 위해 잡던 몬스터였다면? 골치 아픈 정도가 아니라 정신이 나갈 법한 일. 더욱이 플레이어들에게 상대방 플레이어의 소속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구분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오케이, 추격자는 없다.’ 하지만 몬스터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위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렵지도 않은 일. 빠악! 미다스는 그렇게 자신에게 굴러온 호박을 향해 망설임 없이 짱돌을 던졌다.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10번째 고블린 사냥을 알리는 알림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미다스의 귀에 갓워즈의 모든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알림이 들려왔다. ‘왔다.’ 그 알림에 미다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모시는 신께서 당신의 첫 성장에 주목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의 첫 성장에 기회를 줍니다.] 처음 레벨업을 하는 순간, 2레벨이 되는 순간 모든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모시는 신으로부터 스킬 하나를 골라서 받을 수 있었다. 직접 고를 수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기회. 문제는 딱 하나였다. [100장의 스킬 카드가 도착했습니다.] 뒷면이 보일 리 없는 100장의 카드,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것. 그러한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눈앞으로 신용카드 크기의 카드 백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킬 카드 한 장을 선택하십시오.] ‘역시 운빨좃망겜이라니까.’ 그리고 이어진 안내 알림에 미다스가 웃음을 머금었다. 비웃음이 아닌 함박웃음을. 11화. 4화. ! (1) 1. 플레이어들이 비싼 돈을 내서 갓워즈를 하는 이유는 많았다. 현재까지 나온 제대로 된 가상현실게임이 갓워즈밖에 없다는 것부터, 이제는 사람의 가치가 갓워즈의 플레이 유무로 정해지고, 세상 모두가 갓워즈만을 떠벌린다는 것. “갓워즈? 솔직히 스킬 쓰는 맛에 하는 거지.” 하지만 개중에서도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라면 대부분은 스킬을 꼽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은 좋은 거 들어봐야 몬스터 상대할 때나 체감이 되지만, 스킬은 다르지. 내가 마블이나 디씨 코믹스의 히어로가 되는 기분이라고.”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되어버린 인간들 천지이지만 그래도 레벨 올리고, 새로운 스킬 배워서 쓰는 맛에 들리면 안할 수가 없어. 까놓고 내 위에 누가 있든 알게 뭐야? 갓워즈 안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아무리 지랄해도 하늘을 날 수 없지만, 갓워즈는 누구든 노력하면 하늘을 날 수 있지. 물론 무자본으로 하려면 엄청난 노오오력이 필요하겠지만.” 세상천지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무대 위에서 초능력과 같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인류의 오랜 로망이었으니까. 그게 사람들이 갓워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스킬이야말로 갓워즈의 꽃인 셈. “그래서 스킬 카드가 좃나게 비싼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스킬을 즉시 입수할 수 있는 스킬 카드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정말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 카드, 대체 왜 이런 스킬 카드를 만들고 지랄이야?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도 최소 수십만 원이었고, 정말 비싼 것은 액수를 듣는 순간 너 지금 장난해?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레전더리 등급 이상의 스킬 카드 같은 경우는 금액적인 부분으로는 흥정이 안 되기에 동급의 스킬 카드 혹은 아이템으로 물물교환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 “솔직히 스킬 카드를 구매해서 쓰는 건 돈이 썩어 넘치는 인간이나 가능한 짓이야.” 그런 이유로 스킬 카드를 직접 구매해서 쓰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도 갓워즈에서는 스킬 카드를 구매하지 않고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레벨업 구간마다 주는 스킬 카드로 스킬을 익히는 수밖에.” 갓워즈는 일정 레벨을 달성할 경우 혹은 특별한 타이틀을 확보하거나, 퀘스트를 공략했을 경우 자신이 모시는 신좌로부터 거래가 불가한 스킬 카드를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지. 랜덤이란 것만 빼면 말이야.” 문제는 그것마저 운에 기대야 한다는 것. “100장 중에 원하는 스킬이 나오기를 바라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것도 수능문제마냥 다섯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오지선다 수준이 아니라 무려 백 개나 되는 선택지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야 했다. “이러니 운빨좃망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잖아?” 운이 좋은 자들이 갓워즈에서는 그토록 대단한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 사실에 미다스 역시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피를 보았다. ‘이 카드깡이 제일 싫었지.’ 힘들게 레벨을 올려서 속칭 카드깡을 할 기회가 왔을 때마다 그는 신께 진심으로 기도했다. 제발 도움이 되는 스킬 좀 나와 달라고. 물론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서 성과를 얻었던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간절하게 기도해야 했었으니까.’ 그럼에도 언제나 기도했었다. 미다스, 그에게 기댈 구석이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는 가장 밑바닥 인생에서 그러한 것 따위에 진심으로 기도를 해왔다. ‘빌어먹게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나날. ‘이제는 그런 빌어먹을 짓은 할 필요가 없지만.’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그는 이제 굳이 운을 바라며 원하는 것이 나오기를 기도할 필요가 없었다. 보였으니까. 100장의 카드, 그 뒷면 너머에 있는 스킬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보였으니까. ‘자, 그럼 뭘 고를까?’ 미다스가 할 일은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뿐. 고르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일단 노멀 등급은 배제하고.’ 당장 아무런 색도 빛나지 않는 카드들은 무시했다. ‘진짜 뻥카 겁나게 섞네. 90장이 노멀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선택지는 10개로 줄어들었다. ‘유니크는 한 장도 없고.’ 개중에서 유니크 등급 스킬 카드는 한 장도 없었다. ‘이 중에서 공격 마법은 세 개.’ 그중에서도 당장 쓸모가 있는 공격 마법은 세 장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긴 고민은 없었다. ‘그 세 개 중에서 당장 내가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파이어볼 뿐.’ 파이어볼. 그 스킬 카드 외에 나머지 스킬들은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에게 의미가 없었다. 불의 마법사, 그게 미다스가 5년 넘게 갓워즈에서 해온 직업이었으니까. ‘차라리 잘 됐어.’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파이어볼이 나온 것은 그에게 나름 최고의 상황이었다. ‘굳이 새로운 거에 익숙해지려고 훈련을 할 필요도 없으니.’ 파이어볼 스킬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이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으니까. 사고가 거기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손은 이미 파이어볼 스킬 카드를 향하고 있었다.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스킬 ‘파이어볼’을 습득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첫 번째 스킬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아.’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전의 키우던 캐릭터가 파이어볼을 손에 넣기 위해 보내온 나날들이 떠올렸다. ‘그때 이거 얻으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었는데······.’ 전에 키우던 캐릭터의 경우에는 파이어볼 스킬을 얻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일단 그 무렵은 갓워즈가 막 서비스 될 무렵이라 돈으로 구매할 수도 없을 만큼 스킬 카드 매물이 말라있을 때였다. 더불어 카드깡으로 파이어볼 스킬을 얻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 그러면서도 파이어볼은 매우 중요한 스킬로 인정받았기에 수요자들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파이어볼 스킬 카드를 받을 수 있는 퀘스트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도움이 없었으면 못 얻었지.’ 그마저도 주변 도움을 적잖게 받았었다. ‘전직 야구선수가 아니었으면 도움도 못 받았을 테고.’ 전직 프로야구선수라는 타이틀이 나름 미다스를 투자하고, 도와줄 가치가 있는 플레이어로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물론 그 후 미다스의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게 밝혀졌을 때 그들은 매몰차게 미다스를 떠났다. 정확히는 미다스는 그들을 쫓아가지 않았고, 그들은 미다스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미다스가 그때 느꼈던 씁쓸함 감정을 곱씹으며 자신의 눈앞에 새로 배운 스킬의 정보창을 띄었다. [파이어볼]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파이어볼을 소환할 수 있다. 질리도록 봤던 담백한 정보창이 보였다. ‘응?’ 그리고 그 아래로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까마득한 정보들이 보였다. !표적과의 10미터 이상 거리에서 33회 연속 명중 시 타이틀 ‘던질 줄 아는 자’ 획득 !109회 연속 명중 시 타이틀 ‘조준할 줄 아는 자’ 획득 !10회 연속 표적의 머리 명중 시 타이틀 ‘핀포인트 제구’ 획득 !100회 연속 파이어볼로 몬스터에 마지막 일격을 넣을 시 타이틀 ‘파이어볼러’ 획득 ‘타이틀 달성 조건!’ 파이어볼 스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타이틀, 그 타이틀을 얻기 위한 조건들이었다. 너무나도 많아서 글자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맙소사!’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까지 보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생각을 바꿨다. ‘이러면······ 계획 수정이다.’ 계획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 미다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로그아웃부터 하자.’ 2. 삐이! 게이트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현우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먹먹했던 시야가 빠르게 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형!” 그런 시야 사이로 이혁주의 얼굴이 보였다. “왜 이렇게 자주 나와요?” 그렇게 보게 된 이혁주의 표정에는 정현우를 향한 무언의 불만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야, 문제 생기면 나올 수도 있는 거지. 누군 좋아서 나오냐?” “형, 문제는 없는 거죠?” 거듭된 이혁주의 재촉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어비스 길드가 투헤드 드래곤 레이드 중이잖아요!” “오오오오오!” 이혁주가 그 말을 끝내는 순간 캡슐방 한 곳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강림의 노래 시작됐다!” “어비스의 뮤즈 떴어!” “이설 나왔다!” 그제야 정현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맞아, 어비스 길드 레이드가 지금이지.’ 어비스 길드. 갓워즈 10대 길드 중 하나. 그리고 갓워즈를 대표하는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모아 최고의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갓워즈 최고의 길드. 감히 닿을 수 없는 하늘 위의 별, 그것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있는 곳이었다. “형, 저 방송 좀 볼게요. 알아서 정리하세요.” 이혁주가 이토록 간절한 말을 내뱉으며 자기 본분도 있고 휴게실로 달려가게 만들 정도로 절대적인 마력의 빛을 내뿜는 별들. 정현우의 시선 역시 자연스레 휴게실 안으로 향했다. 그 순간 화면에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긴 흑발 생머리의 동양인 여인이 들어왔다. - 아아아······. 황금빛을 내뿜는 새하얀 천 옷을 입은 여인은 두 눈을 감은 채 그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였다. ‘작년에 저 노래로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됐었지. 판매량이 압도적이었으니까.’ 더불어 작년, 2037년 기준으로 그해 가장 많이 팔린 노래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어비스 길드의 뮤즈인데 당연한 거겠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어비스 길드, 그곳을 대표하는 가수의 노래가 인기가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군다나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녀가 노래를 하는 곳은 언제나 세상 모든 이들의 손을 땀에 절게 만드는 치열한 전장이었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그 전장에서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백중지세, 그 접전 속에서 반전을 꾀하고 역전을 꾀하기 위해 내놓는 승부수인 셈. ‘이설.’ 때문에 언제나 수억 명, 많을 때는 10억 단위의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어비스 길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속에서 이설, 어비스의 뮤즈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하이트라이트와 같았다. 가장 빛나는 순간. “여신 강림했다.” “누구야? 헤라나 프레이 같은 거 나오면 골 때리는데?” “니케다! 승리의 여신이다!” “캬, 게임 셋이네!” 그리고 그 순간이 끝나면, 그때는 이제는 숨 쉴 틈 하나 없는 폭발적인 질주가 시작되고는 했다. 지금 화면 속의 상황도 그랬다. 이설, 그녀의 노래에 하늘에 구름이 끼고 그 구름이 갈라지며 날개 달린 천사 한 명이 창을 쥔 채 내려와 머리 두 개 달린 거대한 드래곤을 향해 그 창을 내던졌다. - 크오오오! 드래곤은 괴성을 내질렀고, 그것을 본 어비스 길드원들의 후방 부대들이 움직였다. “멀린이다!” 그 상황에서 화면은 이내 금발 머리칼에 하얀 피부를 가진 미남자를 줌인했다. “대마도사 멀린!” 멀린. 갓워즈에서 두 번째로 대마도사 된 플레이어. 그리고 갓워즈에 존재하는 모든 대마도사 중에서 가장 드높은 곳에 위치한 플레이어. 더 나아가 갓워즈의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에 존재하는 플레이어. “자막이네?” “새로운 스킬 공개라고?” 그런 멀린이 세상 무수히 많은 이목 앞에서 꺼낸 것은 이제껏 방송에서 보여준 것 없는 스킬이었다. - 쿵! 멀린, 그가 손에 든 3미터 길이의 거대한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자 지진이 일어난 듯이 땅이 들썩였다. 그 들썩임과 함께 땅바닥의 모래들이 멀린의 머리 위로 떠오르더니 이내 마법진의 형태를 갖추었다. 지름 50미터짜리 거대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자막이 바뀌었다. “플레임 드래곤?” “우와!” 그 자막 등장과 함께 그 허공에 생성한 마법진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드래곤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 크오오오! 등장한 플레임 드래곤은 그대로 투헤드 드래곤을 향해 용의 울음을 토해내며 달려들었다. 그 광경 앞에서 더 이상 감탄 어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침 삼키는 소리마저 삼킨 채 화면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대단하네.’ 그러한 화면 속 광경에 미다스 역시 혀를 내둘렀다. ‘전술 따윈 없이 그저 스킬로 압도하는군. 페이즈고 패턴이고 나발이고 그냥 스킬빨로 무시해버리네.’ 전술조차 없이 그저 강력하기 그지없는 스킬의 위력으로 보스 몬스터를 압도하는 그 광경은 장담컨대 갓워즈 내에서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극소수의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었다. ‘같은 게임을 하는데 다른 세상 이야기야.’ 미다스, 그에게는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광경.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지.’ 자신 같이 쥐뿔도 없는 것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기름하고 포션병 좀 구매해볼까?’ 그렇게 미다스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12화. 4화. ! (2) 3. 게임을 쉽게 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잘하면 된다. 무책임한 말 같지만 이보다 확실한 것도 없다. 게임을 잘 할 줄 알면 게임을 참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게임을 잘하는 이는 극히 소수라는 것. 물론 그런 이들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템빨 그리고 스킬빨. 적어도 갓워즈에서는 이 두 가지만 있다면 게임을 잘 못하는 플레이어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다. ‘참 빌어먹을 게임이야.’ 하지만 이 역시 모두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위해서는 결국 주머니가 든든해야 했으니까. 갓워즈의 경우에는 그냥 든든하다 못해 안에 든 것 때문에 주머니가 터질 수준이 되어야 했다. 결국 주머니에 돈이 없는 이들은 게임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이라면 어렵더라도 그 과정을 즐기면 될 일. 그러나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이 게임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했지.’ 어떻게든 남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를 통해 돈을 벌어야 했던 미다스에게 자기만족 따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기름 포션도 그때 나왔고.’ 그때 미다스가 만든 것이 바로 기름 포션이었다. 어려운 개념은 아니었다. 그냥 몸뚱이에 불을 질러봐야 생각보다 잘 타오르지 않는 법. ‘고블린 잡으려고 만들었지.’ 고블린 같이 머리털조차 없는 몬스터의 경우에는 공격 당한 부위는 화상을 입을지언정 몸에 불이 붙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그런 불길을 1초라도 더 붙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여기서 기름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기름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기름을 보관하고 동시에 표적에 뿌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의 존재. 아쉽게도 갓워즈에 분무기나 물총 같은 것을 구하거나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거대한 용기에 기름을 채워둔 채 물을 따르듯 따르는 건 너무 불편한 일. ‘그때 빈 포션병을 떠올린 건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어.’ 거기서 미다스는 빈 포션병을 떠올렸다. 값비싼 포션을 사용하고 나면 그냥 버리는 그 빈 포션병이라면 구하기도 쉽고 사용도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구한 빈 포션병에 기름을 채웠다. ‘그게 인벤토리에 들어갈 줄이야.’ 결정적으로 아이템 취급을 받아 인벤토리에 저장이 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것이 알려지는 순간 화염계 마법사들에게 기름 포션은 없어서는 안 될 핫 아이템이 되었다. ‘특허만 낼 수 있었어도······.’ 그 사실을 제 스스로 알아낸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 ‘뭐, 지나간 이야기지.’ 허나, 그때의 아쉬움을 미다스는 지금 와서 곱씹지 않았다. ‘트럭에 치여서 회귀라도 하지 않는 이상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이야기.’ 과거는 제아무리 곱씹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았다. 끼이!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고블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노란색!’ 가슴 속에 노란 빛을 품은 고블린이. 4. 빠각! 기름을 가득 채운 포션병이 고블린의 뒤통수와 충돌하며 앙칼진 소리를 내뱉었다. 끽! 곧바로 고블린의 입에서는 놀람 섞인 비명이 나왔다. 놀란 고블린이 그대로 병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퍼엉! 성인 남자의 주먹 크기의 불덩이가 그대로 고블린의 머리통을 단숨에 후려쳤다. 끼이이! 고블린이 괴성을 내지르며 불덩이에 맞은 얼굴을 손으로 쉴 새 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와 동시에 고블린의 뒤통수에 불이 붙었다. 끼이끼이! 고블린이 이제는 손을 바꿔 얼굴이 아닌 제 뒤통수를 손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 빠각! 그러자 이번에는 기름 포션병이 훤하게 드러난 고블린의 미간에 꽂히며 박살났다. 고블린의 얼굴이 기름 범벅이 됐다. 화르르! 자연스레 뒤통수에 붙은 불길이 고블린의 얼굴로 이어지며 고블린의 머리통이 삽시간에 불덩이가 되었다. 그러한 불덩이를 끄기 위해 고블린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미다스가 등장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등장 앞에서 고블린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일단 미다스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끼이! 더불어 고블린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놈의 두 손은 오로지 제 머리통에 달라붙은 불을 끄기 위해 동원되고 있었다. 완벽할 정도의 무방비 상태. 뻐억! 그런 고블린의 몸뚱이를 향해 미다스의 몽둥이가 자비 없는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는 상황.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지.’ 달리 말하면 고블린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공략법이었다. 그러한 공략법 앞에서 고블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HP 일정 수준 아래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뿐. 끼이! 그렇게 HP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고블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고블린의 도주에 미다스는 뒤쫓지 않았다. “파이어볼.” 그는 그 자리에서 마법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자그마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마법진은 실타래 형태로 변하더니 이내 불덩이로 변했다. 미다스는 그 불덩이를 가볍게 쥔 채 그대로 고블린을 향해 가볍게 캐치볼을 하듯이 자세를 잡았다. 허나, 바로 던지진 않았다. 미다스는 기다렸다. ‘10미터.’ 고블린과의 거리가 10미터, 그 이상이 되는 순간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그렇게 손을 떠난 불덩이는 도망치는 고블린의 뒤통수에 정확하게 꽂혔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게 마무리를 짓는 순간. [고블린을 잡았습니다.] [핀포인트 제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미다스의 오늘 목표가 완수되는 순간이었다. ‘오케이.’ 미다스는 곧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고블린 가죽 30장 다 모았고.’ 일단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 루팅.” 고블린 시체에서 아이템 루팅을 마친 후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고블린 가죽 30장 그리고 고블린의 원한 7개가 눈에 들어왔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결과물. 그러나 갓워즈에서 고블린을 잡아본 플레이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칠 만한 결과물이었다. 고블린의 원한이 나올 확률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3.3퍼센트, 30마리 당 한 마리 꼴로 알려져 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비율이야.’ 그런데 미다스는 30마리를 잡으면서 무려 7개나 되는 고블린의 원한을 얻은 셈. ‘이 정도 페이스면 이번 달 생활비랑 게임비는 문제없겠어.’ 수익으로도 결코 적지 않았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 혜린이 주게 아이스크림이나 사가야지.’ 귀여운 조카를 위한 간식거리를 기꺼이 사들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 ‘룬 보상은······.’ 물론 그보다 더 큰 것은 새로운 타이틀과 그에 따른 룬 보상이었다. [핀포인트 제구] - 타이틀 설명 : 투척 마법으로 표적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출 줄 아는 이에게 주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과 마력 +2 마력과 지력 +2, 마법사 클래스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효과였다. 아니, 충분한 정도가 아니었다. [미다스] - 레벨 : 3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0)/체력(5+10)/지력(11+12)/마력(7+12) - 잔여 스탯 : 4 능력치창의 스탯을 확인한 미다스는 보고도 이 결과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거 실화냐?’ 사실상 스탯 자체만 놓고 보면 제대로 된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은 10레벨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 이 구간에서 그 정도 차이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게 타이틀 그리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룬의 위력이었다. ‘그보다 이 타이틀 조건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 정보를 파는 것 역시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 정보들 중에는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보다 훨씬 비싸게 팔릴 만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상위 레벨의 플레이어들도 눈독을 들일만한 것들. ‘일단 킵이다.’ 물론 당장 팔 생각은 없었다. 정보를 판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뿐더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미다스는 정보를 파는 대가로 얻는 것이 경쟁자들의 성장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동시에 굳이 급하게 팔아치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갑자기 이런 정보를 공짜로 풀지 않는 이상 제값은 언제든 받을 수 있는데 지금 염가에 팔아치울 이유는 없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이 정보는 언제든 돈과 교환할 수 있는 화폐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니까. 당장 지금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는 셈. ‘문제는 이다음이네.’ 오히려 지금 당장 고민할 건 따로 있었다. ‘연계 퀘스트를 받아야 해.’ 미다스가 굳이 힘들게 30장이나 되는 고블린 가죽을 모은 건 다름 아닌 하이든으로부터 숨겨진 퀘스트를 받기 위함. 받는 건 문제 될 게 없었다. ‘탐험가 길드랑 마찰 없이.’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하이든 옆에 달라붙은 탐험가 길드 소속 관리자를 상대로 상황을 잘 넘어가야 한다는 것. 만약 의심을 받는다면 차후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몰랐으니까. ‘뭐, 어려울 건 없지.’ 물론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마련해둔 상태였다. ‘고객은 왕이니까. 특히 진상 고객은 왕중왕이지.’ 5.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리다. 제아무리 좋은 사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 탐험가 길드, 그들이 NPC들마다 관리자들을 붙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수고하십니다.” 미다스가 NPC하이든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관리자 욜,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인사에 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퀘스트 받으러 오셨습니까?” “아뇨, 퀘스트 보상받으러 왔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는 퀘스트를 받을 무렵에 보여주었던 탐험가 길드의 확인증을 보여주었다. 욜은 그 확인증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빨리 재료를 모아오셨군요.” 확인증에 적힌 시간을 확인한 욜이 생각보다 이른 퀘스트 완료에 툭, 말을 던졌다. “실력이 제법 있으신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요.” 그 사이 자연스레 짤막한 대화가 오고 갔다. “고블린 한 마리 잡으려다가 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요?” 그 짤막한 대화에 욜은 바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었다. ‘생초보.’ 눈앞의 플레이어는 갓워즈를 해본 적 없는 초보이며, 고블린 사냥에서 아주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을 것이다. ‘포기하고 재료를 사온 모양이군.’ 자기 힘으로 아이템 재료를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경매장에서 재료를 사왔으리라고. “처음에는 게임 좀 즐기면서 익숙해지려고 직접 고블린 사냥해서 재료 모으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게임오버 당할 거 같더라고요.” 그러한 욜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미다스가 욜의 예상과 똑같은 대답을 꺼내줬다. 욜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조만간 호구가 되겠네.’ 그리고 눈앞의 인물이 갓워즈에 돈을 바치는 무수히 많은 호구 중 하나가 되리란 사실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대개 그랬다. ‘고블린도 못 잡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 욜이 탐험가 길드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관리자 노릇을 하면서 본 플레이어들 중에 고블린을 잡지 못해 정말 쓸모없는 재료 아이템을 비싼 값에 사와서 퀘스트를 공략하는 플레이어들은 대개 자기 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다. 그 후의 결과 역시 대개 뻔했다. ‘결국 우리 도움을 받는 수밖에.’ RPG, 롤 플레잉 게임에서 한 사람 몫도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파티에서도 껴주지 않았고, 낀다고 해도 결국 비슷한 수준끼리 모인 수준 이하의 파티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리 만무. 결국 비싼 돈을 내고 탐험가 길드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거나 탐험가 길드의 헬퍼를 고용해서 레벨을 올리고는 한다. 그러한 부류들이 탐험가 길드가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였다. ‘병신 새끼들이라니까.’ 갓워즈에 게임을 돈을 바치는 그들을 욜은 병신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연히 미다스를 바라보는 욜의 표정에는 자신보다 하등한 것을 보는 낌새가 깃들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기다리던 표정이었다. “그럼 퀘스트 보상 좀 받을게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NPC하이든에게 말을 걸었다. “부탁하신 고블린 가죽입니다. 전부 가져왔습니다.” “오! 수고했네.” NPC하이든과 짧은 대화가 오고 갔다. 욜은 그 과정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바라만 봤다. [하이든에게 고블린 가죽 30개를 주었습니다.] 이윽고 시스템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어? 뭐야?” 갑작스러운 소란에 욜이 고개를 갸웃했고, 미다스는 그를 향해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왜 고블린 가죽을 다 가져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에 욜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사이 NPC하이든이 먼저 움직였다. “자네의 능력이 대단하군.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예?” “고블린 중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고블린의 원한을 가져다주게.” 그 말에 미다스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 예.” [하이든의 부탁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으로 욜을 보며 말했다. “어? 퀘스트 생겼네?” 그 순간 욜의 표정이 굳었다. “퀘스트라고?” 퀘스트의 발생 유무는 NPC와의 대화만으로도 눈치 챌 수 있는 법. 그게 탐험가 길드의 관리자들이 NPC 옆에 붙는 이유였다.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NPC는 상품이었으니까. 즉, 지금 상황은 그런 NPC가 멋대로 상품을 돈을 내지 않은 고객에게 준 셈. 만약 이게 의도된 것이라면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절도를 당한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경매장에서 고블린 가죽을 구매하려다가 잘못해서 30개를 구매했는데······.” 그러나 의도치 않은 거라면? 그럼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얘가 갑자기 다 가져가네?” 그래서 미다스는 기꺼이 바보 연기를 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갓워즈란 게임을 조금도 플레이할 수 없는 무능력한 호구로, 퀘스트를 털어먹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바보로. “관리자님, 당신이 직접 봤잖아요? 나 아무 짓도 안했어요. 젠장! 고블린 가죽 20개가 그냥 날아갔잖아!” 그 순간 미다스가 분위기를 바꾸었다. “아니, 이런 거 미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돈 받고 퀘스트를 제공했으면 잘 말해줘야죠! 내 고블린 가죽 20개 어떻게 할 거예요!” 오히려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다스의 말이 아주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탐험가 길드가 제대로 서비스를 설명해주지 않은 탓에 고블린 가죽 20장을 손해 본 상황 아닌가? 무엇보다 그는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매한 상황이었다. ‘탐험가 길드의 약점은 고객에게는 약하다는 거지.’ 그게 탐험가 길드의 약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자들에게는 저승사자, 그 이상이지만 반대로 고객 앞에서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답은 뻔하지.’ 물론 탐험가 길드는 이런 상황에 맞게 나름의 매뉴얼을 만들어두었다. “죄송합니다. 탐험가 길드가 모든 퀘스트를 아는 건 아닙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안타깝지만 고객님의 실수입니다.” 문제는 당신 책임이니, 알아서 처리해라. “분명 거래 약관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미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두었다. “약관에요?”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준수할 것, 그러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은 귀하에게 있습니다, 라고 분명 적혀 있습니다.” 약관. 그것을 언급하는 욜의 말에 미다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알고 있지.’ 그도 그런 약관이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젠장, 그러니까 보상이 안 된다는 겁니까?” “예.” “그럼 그냥 이 퀘스트를 알아서 해라?” “예.” “이 퀘스트를 깨든지 말든지 다 내 책임이니 탐험가 길드에 묻지 말고 혼자 알아서 해라?” “예.” 앞서서 나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것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우 사무적인 표정과 어조 속에서 나오는 욜의 대응에 미다스는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그러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일진이 왜 이러냐······.” 그 푸념에 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좃될 뻔했네.’ 욜은 자신이 잘 처리한 덕분에 이 상황이 확실하게 마무리됐음을 파악했다. ‘호구 병신 새끼 때문에 시말서 쓸 뻔했어.’ 그와 동시에 미다스와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쳤다. 괜히 이 골치 아픈 놈과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다, 대화도 하기 싫다, 그러니 말도 걸지 마라, 그러한 의미의 벽을. 그 앞에서 미다스는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젠장, 내가 이 퀘스트 어떻게든 깨고 만다. 내 아까운 고블린 가죽 20장······.” 그 투정과 함께 미다스는 퀘스트창을 파악했다. [하이든의 부탁] - 퀘스트 랭크 : 레어 - 퀘스트 레벨 : 1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이든이 당신의 능력을 높게 보고 특별한 부탁을 했습니다. 고블린의 원한 2개 구해오십시오. - 퀘스트 보상 : 30골드, 경험치, 호감도 !고블린의 원한 7개를 모아올 시 ‘하이든의 연구(등급 : 유니크)’ 이벤트 발생. ‘응?’ 그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욜을 향해 말했다. “저기 다시 물어보는데, 이 퀘스트는 깨든 말든 알아서 하면 되는 거 맞죠?” 욜은 더 이상 미다스와 대화로 엮이는 것조차 싫다는 듯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가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깨줘야지.’ 매우 진한 미소를. 13화. 4화. ! (3) 6. “젠장, 돈 먹는 귀신이네, 귀신이야. 이 빌어먹을 NPC놈!” 미다스가 쉴 새 없는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NPC하이든을 향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행보에는 그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 NPC하이든을 관리하는 욜은 오히려 NPC하이든과의 거리를 평소보다 더 벌려두었다. 그 거리를 통해 말했다. ‘괜히 저 진상이랑 엮여서 좋을 거 없어. 무시해야지.’ 더 이상 미다스란 골칫거리와 엮이고 싶지 않다. “대체 이거 퀘스트 때문에 돈이 얼마가 깨지는 거야? 이 돈으로 차라리 아이템이나 살 걸!” 그런 욜을 향해 미다스는 마치 들으라는 듯이 재차 똑같은 투덜거림을 좀 더 큰 목소리로 내뱉었고, 욜은 그 말을 듣기 싫은 듯 두 눈을 꾹 감은 채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이제는 시선조차 주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한 욜의 모습을 확인한 후 NPC하이든과 거리를 좁히는 미다스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가져왔습니다.” 그 진지한 표정 사이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짧은 말을 내뱉었다. “대단하군. 정말 이걸 가져올 줄이야.” NPC하이든이 그런 미다스의 말을 받아들였다. [하이든에 고블린의 원한 7개를 건네줍니다.] 그리고 곧바로 퀘스트 재료도 받아들였다. “덕분에 내 작업이 더 수월하게 됐네.” [퀘스트 보상을 받았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하이든이 당신을 향한 호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대가를 내주었다. 달콤한 대가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달콤함에 입맛을 다시지 않았다. 오히려 NPC하이든과의 대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혹시 자네, 한 가지 물건을 더 구해줄 수 있겠나?” 이윽고 NPC하이든의 입에서 그 물음이 나오는 순간 미다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건넸다. “예.” [‘하이든의 연구’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짤막한 대답을 끝으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고,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든의 연구] - 퀘스트 랭크 : 유니크 - 퀘스트 레벨 : 1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이든이 스승으로부터 배운 약을 만드는데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다. 벼락 맞은 나무를 찾아 가져다주자. - 퀘스트 보상 :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약, 경험치, 타이틀 ‘하이든의 도우미’ 벼락 맞은 나무. ‘아.’ 그 단어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에 염두에 두었던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폐기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 그것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그 상태로 미다스가 NPC하이든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린 미다스는 주둥이를 툭 내민 채,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상태로 미다스가 욜에게 말했다. “저기, 저 하이든이란 놈 퀘스트가 원래 이렇게 비싼 것만 먹습니까?” 그 말에 욜은 사무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퀘스트에 대한 정보는 이용권을 구매하신 분들에 한하여 제공됩니다. 이용권을 구매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본인 책임입니다.” 지독히도 사무적인 어조, 더 이상 미다스란 놈과 관계되지 않겠다는 그 의지에 미다스가 불만을 얼굴 가득 채웠다. 마치 당장에라도 터질 듯한 풍선 같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윽고 불만이 터지려는 순간, 미다스가 입을 꾹 다문 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휴, 관리자님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 게임이 쓰레기 게임인 게 문제이지.” 긴 한숨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때문에 괜히 고생만 하셨네요. 죄송합니다.” 그제야 욜도 자세를 조금은 풀었다. “아닙니다.” 먼저 고개를 숙인 상대를 향해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는 노릇. “수고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NPC하이든의 집을 나섰을 때 욜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 짓도 할 게 못 된다니까.’ 욜이 이 상황을 그저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7. ‘이 짓도 할 게 못 되네.’ 욜과 인사를 하고 NPC하이든의 집에서 나온 미다스는 곧바로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 자신이 있는 곳이 그런 공간임을 확인한 후에야 미다스는 참고 있던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그러한 미다스의 표정에는 긴장했던 기색이 역력했다. ‘빌어먹을 탐험가 길드 놈들.’ 솔직히 지금 미다스의 모습은 갓워즈를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과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이었다. 탐험가 길드가 대단한 건 맞다. 그럼에도 미다스의 반응은 보통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는 분명 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전 생각나네.’ 미다스, 그는 탐험가 길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러한 사업을 손에 넣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봤었으니까. 애초에 탐험가 길드가 처음부터 이렇게 당연하게 NPC 퀘스트를 사업 아이템으로 써먹은 건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갑자기 길드 하나가 나와서 이제부터 NPC들은 자기들 것이니, 퀘스트를 받으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이고, 당연히 그러셔야죠, 파이팅! 을 외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처음 반기를 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진짜 학살도 그런 학살이 없었지.’ 그리고 그러한 반기를 든 자들에게 탐험가 길드는 전쟁도 아닌 학살을 벌였다. ‘10대 길드가 다 같이 손잡아서.’ 더불어 그때의 학살은 탐험가 길드를 비롯해 10대 길드 모두가 하나가 되어 행해졌다. 정확히는 그 당시에 카르텔을 만들어서 이권을 잡았기에 지금의 10대 길드가 될 수 있었다. 10대 길드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지금의 절대적인 위상을 이룩한 게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그러한 모든 과정을 미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전부를 경험했다. 갓워즈를 플레이하면서 어제까지 같이 파티 플레이를 했던 플레이어가 10대 길드에 찍혀서 게임을 접었다는 이야기, 사냥 도중에 10대 길드에 사냥 당하는 플레이어들을 수도 없이 봤다. 갓워즈에서 가장 살벌한 폭력이 판을 치던 때를 경험했다. ‘물론 개구멍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만.’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5년 넘게 그런 세상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밑바닥을 구를지언정 이 착취밖에 없는 세상에서 돈을 벌어 형과 조카 그리고 제 스스로를 먹여 살려왔다. 다른 건 쥐뿔도 없지만 갓워즈에서 살아남은 방법만큼은 분명하게 갖춘 상태. ‘시작의 마을만 벗어나면 된다.’ 더군다나 탐험가 길드라고 해서 갓워즈란 세상 전부를 지배하는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럴 가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모든 NPC들 옆에 관리자를 붙이는 건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일. 시작의 마을 같은 경우는 애초에 탐험가 길드가 전략적으로 힘을 집중하는 장소였다. 초보자들에게 탐험가 길드의 방식을 따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장소로 마을 내 모든 NPC에게 관리자를 붙이고, 감시 감독을 했다. 달리 말하면 시작의 마을을 벗어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성 단위로 가면 탐험가 길드 앞에서 이렇게 병신 연기를 할 필요도 없어.’ 스케일이 성 단위가 되면 제아무리 탐험가 길드가 대단하다고 해도 NPC모두를 장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대개 선택과 집중을 했다. 정말 중요한 퀘스트를 주는 몇몇 NPC들만을 감시하고, 관리했다. ‘무엇보다 갓워즈 스케일은 정신 나간 수준이니까.’ 그마저도 갓워즈의 거대한 스케일 전부를 커버할 수는 없었다. 갓워즈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넘쳐나는 세계였으니까. ‘솔직히 레전더리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골치 아플 일도 없었지.’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만약 이번 퀘스트가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와 관계성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탐험가 길드가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굳이 탐험가 길드를 상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무시하고 그냥 캐릭터를 육성했을 터. 달리 말하면 이 개고생의 시작은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 그것을 품고 있는 개 한 마리였다. ‘별거 아니기만 해봐. 보신탕을 해먹을 테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한 미다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퀘스트창.” NPC하이든의 연구 퀘스트 창을 활성화한 후 다시 한 번 퀘스트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히든 정보가 없나?’ 특별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전부 보일 리가 없지.’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당장 게임 플레이 하루 만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일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더 바란다면 욕심일 터. ‘신도 그 정도로 날로 먹게 해주진 않을 거야.’ 때문에 미다스는 여기서 만큼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력으로 해치울 각오를 품었다. ‘벼락 맞은 나무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시작의 마을,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몬스터들의 숲을 바라보았다. ‘응?’ 그때 미다스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게 보였다. ‘왜 저기서 빛이 나오지?’ 신이 그에게 주는 기적이었다. 8. “어, 안녕하세요.” 욜, 그는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플레이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쟤는 또 왜?’ 미다스, 오늘 하루 욜을 가장 괴롭혔던 진상 고객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퇴근하시나 봐요?” “어, 예.” 그것도 욜에게 있어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대에. 그야말로 최악의 순간. “그보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런 상황에서 욜이 퉁명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받은 퀘스트 보상 받으려고요. 젠장, 이거 때문에 진짜 한 달 월급 다 날렸습니다.” 그 질문에 내뱉는 미다스의 대답에는 불만과 짜증 듬뿍 섞여 있었다. “들어가도 되죠?” 그리고 이어진 질문. 사실 그 질문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었다. 욜의 역할은 NPC하이든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무분별한 접근을 막거나 혹은 감시 감독하는 것. 그런데 이대로 그냥 미다스를 하이든이 있는 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최소한 들여보내더라도 욜 역시 같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 “아, 예. 들어가세요.” 그러나 욜은 그대로 미다스를 혼자 안으로 들여보냈다. ‘빨리 교대나 하고 싶다.’ 지금이 욜의 퇴근 시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오늘 이미 미다스와 엮여 귀찮은 꼴을 봤다는 사실, 그 두 가지 사실은 욜이 고민하는 것조차 용납지 않았다. 쿵! 그러한 욜의 방관 속에서 미다스가 NPC하이든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퇴근 시간에 굳이 잔업을 하고 싶은 인간은 없는 법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미다스가 노리는 타이밍이었다. 처음부터 미다스는 욜의 퇴근 시간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잡은 상황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식으로 수작을 부린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탐험가 길드의 맹점은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없다는 거니까.’ 탐험가 길드의 관리자는 분명 무서운 존재다. 허나, 결국 그들도 사람이다. 그것도 이렇다 할 감시와 관리를 받지 않고 그저 월급과 함께 일거리를 받았을 뿐인 사람.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얼마나 자기 본분에 충실할까? CCTV도, 출근 카드도, 스마트폰도 없는 세상에서? 분명한 건 매뉴얼대로 하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가 많으리란 점이다. 물론 너무 멋대로 하면 잘리겠지만, 대체로 행동에 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 그 틈이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세상 속에서 미다스가 살아남기 위해 지나온 것들이었다. “부탁하신 것을 가져왔습니다.” 미다스, 그가 NPC하이든 앞에 선 채 말을 걸었고, 그 말에 하이든이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정말 가져올 줄이야. 대단하네!” [하이든에게 벼락 맞은 나무 조각을 주었습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렸다. “허허, 이런 식으로 스승님이 남기신 약을 만들게 될 줄이야. 잠시만 기다리게.” 그 알림과 함께 NPC하이든이 약사발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깃들기 시작했다. ‘너무 길어지면 좃된다.’ 분명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번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만약 욜 혹은 그를 대신해 온 다음 관리자가 들어온다면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터. ‘빨리해라, 빨리.’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하이든은 천천히 약사발을 이용해 약을 제조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 됐군. 받게. 도움이 될 걸세.” 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벼락 맞은 나무로 만든 약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이든의 도우미 타이틀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는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응?” 그러자 욜을 대신해 나온 다른 관리자가 문고리를 막 잡으려다 그대로 굳은 것이 보였다. 그 새로운 관리자를 향해 미다스가 물었다. “아까 관리자분은 가셨나요?” “예, 그런데요?” “아, 그래요? ” 그 말에 새로운 관리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불러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름도 모르는데요, 뭘.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하라는 말에 관리자는 활기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탐험가 길드를 언제나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말 안 했군.’ 그 미소를 지은 채 기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자주 애용하겠습니다.” ‘자, 이제 드디어 마지막이다.’ 그 대답을 끝으로 미다스가 이번 일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움직였다. 9. 로또 복권을 사면, 제아무리 기대가 없어도 추첨 시간이 오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복권에 당첨되면 뭘 할까? ‘아, 이거 얼마짜리가 나오려나?’ 지금 미다스의 심정이 그러했다. 아니, 당첨을 기다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이템이면 레벨 제한 때문에 값은 못 받겠지만 그래도 레전더리면 기본 천만 단위는 나올 테고, 스킬 카드면······ 오우야.’ 일단 최소 2등 당첨은 보장된 복권을 들고 은행을 방문하는 심정. ‘이거 너무 두근거려서 심장 이상으로 로그아웃되는 거 아니야?’ 미다스가 그러한 심정을 품은 채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끼잉······. 그러한 미다스의 걸음을 멈추게 한 건 다 죽어가는 개의 처량한 신음 소리였다. 그러한 개는 미다스의 방문에 도망가기는커녕 그저 시체처럼 힘없이 축 늘어졌다. ‘왔다.’ 미다스의 시선은 그런 개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노란빛의 물음표를 향했다. 이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심장이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결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기왕 나오는 거 스킬 카드 나와라. 레전더리 스킬 카드로 빚 좀 갚자. 나도 인생 역전도 하자.’ 간절한 소망이 만들어낸 표정. ‘신이시여, 이제까지 도와주셨으니, 한 번만 더 끝내주는 거 부탁드립니다. 전설의 황금 카드 한 번 갑시다!’ 그 표정과 함께 신께 기도하며 아이템 인벤토리에서 NPC하이든으로부터 받은 약을 꺼냈다. 그 후 약을 손바닥에 뿌린 후에 그대로 축 늘어진 개의 코앞을 향해 내밀었다. 끼잉? 그 사실에 개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킁킁! 냄새를 맡고는 이내 미다스의 손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개의 머리 위에 떠오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이름 잃은 늑대의 병이 낫습니다.] [이름 잃은 늑대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입니다.] [전설의 시작 타이틀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당신이 모시는 신께서 당신의 업적에 주목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알림이 쉴 새 없이 떴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러한 사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템이냐? 스킬 카드냐?’ 그저 이 레전더리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 그것에만 오롯이 관심이 쏠릴 뿐. 그러한 미다스의 귀로 알림이 들렸다. [이름 잃은 늑대가 당신을 주인으로 섬깁니다.] [신수의 주인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응? 신수?’ 신수. 그 단어와 함께 미다스의 머리 위에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거 거래 안 되잖아?’ 거래 불가라는 단어가. 14화. 5화. 럭키 (1). 1. 갓워즈에는 이용 제한 시간이 있다. 그 제한 시간은 제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대단한 권력이 있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 방법을 했다. 고민할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일찌감치 로그아웃을 한 뒤에 휴식을 취하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간간이 간식을 섭취할 필요도 있었다. 갓워즈는 최장 5시간 동안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만큼 몸 상태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법. 주기적으로 로그아웃을 해서 몸의 피로를 풀고 영양분을 보충하는 게 더 오래 게임을 하는 비결이었다. 물론 너무 자주 나오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징조였다. 게임이 잘 풀린다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자주 나올 이유는 없지 않은가? “현우 형, 무슨 일 있어요?” 이혁주가 휴게실에서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사탕을 물고 있는 정현우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휙휙, 자신의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표정으로 말했다. 저리 가, 새끼야! 그것은 연기 한 점 섞이지 않은 진심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다. ‘빌어먹을.’ 그 정도로 지금 정현우의 마음 상태는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그 많은 레전더리 중에서 하필······.’ 레전더리 등급, 그 퀘스트를 확인했을 때 정현우는 생각했다.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당장 직면한 문젯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분명 지금보다는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고. ‘왜 하필!’ 그러나 그러한 정현우의 기대를 비웃듯 그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에서 나온 건 신수였다. 물론 신수가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아니, 갓워즈 내에서 신수의 가치는 어떤 의미에서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보다 더 가치가 높았다. 일단 효용성이 매우 높았다. 이동 수단으로 뛰어난 것도 있었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었으며, 그 외의 부수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었다. ‘다 좋은 거 아는데 거래가 안 되는 게 나오고 지랄이야!’ 더욱이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신수나 환수, 성수의 가치는 더더욱 높았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 신수는 진짜 운이 좋거나 게임을 제대로 파고든 이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처럼 여겨졌다. ‘아, 미치겠네.’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게 문제였다. ‘난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그에게 당장 필요한 건 솔직히 돈이었으니까. 속물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생활비를 떠나서 내일 게임을 할 돈조차 마땅치 않았다. ‘이렇게 눈에 띄는 건 오히려 독이고······.’ 더욱이 신수의 문제점은 앞서 말했듯이 돈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부자들조차 쉬이 구할 수 없고,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가진 자를 매우 시기했다. 즉, 부자들에게조차 시기의 대상이었다. ‘잘못하면 사냥도 힘들어.’ 문제는 갓워즈에서 그러한 시기심은 대개 폭력으로 표출되고는 한다는 점.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었다. 자기보다 빨리 달리는 놈은 다리를 뭉개버리고, 날아가는 놈은 날개를 찢어버리는 게임. 그리고 그걸 주변에서는 보고 말리기는커녕 웃으며 즐기는 게임. ‘빌어먹을.’ 배경도, 쥐뿔도 없는 정현우에게 숨길 수 없는 신수는 어떤 의미에서 짐과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제대로 확인도 못 했네.’ 때문에 신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로그아웃을 했다. 그 정도로 실망감이 컸고, 그 실망감은 지금도 여전히 정현우의 가슴을 옥죈 채 그를 푸념케 했다. 우웅! 그런 정현우의 푸념에 종지부를 찍은 건 다름 아니라 전화 한 통이었다. 정현우가 주머니에서 접혀 있는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번호를 확인하고는 그것을 펼쳤다. “어, 형. 무슨 일이야.” 형의 전화. - 삼촌! 그러나 들려오는 건 조카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 아빠, 아빠가······. “아빠가? 무슨 일이야?” - 아파, 쓰러졌어. 그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씨발!” 2. -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심장 기능이 약해지는 바람에 혈압이 내려갔을 뿐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나오는 의사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기 그지없었다. - 혹여 문제가 있으시면 내원하셔서 정밀검진을 받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의사는 그대로 화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후 문자가 도착했다. [진료비 75,131원이 결제되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접은 후에 손에 쥔 채 머리를 툭툭 쳤다. “현우야.” 그때 침대, 비좁기 그지없는 집 안임에도 작다고 느껴지는 좁디좁은 침대 위에 누워있던 정태우가 정현우를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미안하다.” 짤막한 그 말에 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 몸 관리 좀 잘해. 난 또 엄청난 문제 터진 줄 알고 식겁해서 달려왔네.”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말. 그런 동생의 투덜거림에 침대에 누운 정태우는 무언가를 삼킨 후에 본인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형이 쓰러졌는데 좀 걱정하는 척이라고 해라?” “그런 걱정은 내가 다섯 살 때 형 아이스크림 뺏어 먹었다는 이유로 형 주먹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이후 잊어버렸어.” “다섯 살? 그걸 아직도 기억해?” “네 살 때 형한테 게임 좀 시켜달라고 했다가 한 소리 듣고 엄마한테 고자질한 그날 밤 형한테 협박당한 것도 기억하는데?” “새끼······ 그런 좋은 기억력으로 공부해서 대학이나 가지.” 형제끼리 흔히 내뱉는 말이 오고 갔다.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렸다. “아빠······.” 그러나 쓰러진 아빠의 옆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조카의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했다. 그러한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린아,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리고는 조카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조카는 정현우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가 아픈데 자기 혼자 맛난 건 먹을 수 없어요, 그러한 눈빛을 보냈다. 정현우는 그런 혜린이의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으며 이번에는 정태우를 향해 말했다. “형은 뭐 먹을래?” “항상 먹는 거.” “민트 초코?” “그래.” “진짜 입맛 특이하네.” “그래, 너무 특이해서 내가 사서 냉장고에 두면 네가 다 처먹었지. 그때 못 먹은 게 한이 남아서 그렇다.” 정태우의 우스갯소리에 정현우가 콧방귀를 뀐 후에 정혜린의 머리를 몇 번 더 헝클고는 등을 돌리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사올게.” 그 말과 함께 정현우가 집을 나섰다. 3. “후우.” 긴 한숨을 내뱉은 정현우가 길가에 있는 낡아빠진 벤치에 무너지듯 앉았다. 그런 정현우의 두 손은 어느새 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큰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가장 먼저 토해낸 감정은 안심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형이 쓰러진 게 큰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심. ‘젠장, 제대로 수술을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러한 감정은 곧바로 분노와 짜증 그리고 우려로 바뀌어 있었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었다. 정현우, 그의 형의 상태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애초에 사고 당시 정태우는 현대 의학의 발전 속에서도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 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수술을 했고, 수술 이후에도 보이지 않을 뿐 온갖 장치를 몸에 달고 있었다. 심장에도 장치 하나가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몸 곳곳에 짊어지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상태에 놓인 정태우의 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는 점이었다. ‘아니, 수술이 아니더라도 재활 운동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몸이란 게 움직여야 나아지는 법인데 정태우에게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까. ‘다 돈이 문제지······.’ 물론 그러한 모든 원인은 결국 돈이었다. 분명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정현우가 마주한 문제점 중 상당수는 돈으로 개선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아니, 이제까지 정현우가 마주했던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정현우가 마주할 대부분의 문제들 역시 마찬가지. ‘아.’ 그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마주했을 때 정현우는 얼굴을 감싼 손을 뗐다. ‘신수 건은 일단 잊자. 어차피 후회한다고 해서 신수가 아이템이 될 것도 아니고, 거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정현우가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나한테는 확실하게 돈을 벌 방법이 있어.’ 그리고 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계획을 세웠다. ‘정보 그리고 아이템.’ 그토록 절실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정보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 파는 건 소탐대실이다. 어느 정도 캐릭터 능력이 검증되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으니까. 푼돈에 팔아치우는 건 의미가 없어. 받을 건 확실하게 제값을 받아야 해.’ 그러면서 최대한 냉철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아이템에는 그딴 게 없지.’ 그런 계산 속에서 정현우는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캐릭터 육성 그리고 아이템 확보.’ 그때 잠시 잊었던 신수의 존재가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차라리 나온 거 뽕을 뽑자. 주변에서 덤벼드는 새끼가 있건 말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게임뿐이니까.’ 계산을 마친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정말 사냥뿐이야.’ 제아무리 처지가 빌어먹고, 심정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결국 답은 갓워즈밖에 없다. 그 사실을 머금은 정현우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이런 것은 그에게 일상과도 같았으니까. 당연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러한 고민도 없었다. ‘그럼 일단 내 전력부터 확실하게 파악한다.’ 4. “형, 무슨 일이에요? 시간 다 끝나지 않았어요?” 이혁주의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캡슐 자리 남은 거 있어?” “지금 한 자리 남긴 했어요. 근데 시간 다 쓰지 않으셨어요? 오늘 시마이하셔야죠?” 이어진 질문에 정현우는 짧게 대답했다.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자리 좀 정리해줘.” 말과 함께 정현우는 입고 있는 외투를 벗고,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현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남았네.’ 그에게 남은 시간은 30분. 물론 정확한 시간은 아니었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신체 상태에 따라 언제든 로그아웃이 될지 몰랐으니까. ‘파악할 건 세 가지.’ 때문에 정현우는 상황을 분명히 했다. ‘룬 효과, 신좌 보상, 신수의 정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개중에서 가장 먼저 파악할 건 신수의 정체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무엇인지. “형! 다 됐어요!”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신호를 줬다. 5. 게임을 접속할 때마다 플레이어들은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그 누구의 마중도 없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텅 빈 세상에 홀로 던져지는 느낌이기에. 미다스 역시 그런 감정을 때때로 느꼈다. 왕!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왕왕! 미다스의 등장에 지저분한 털북숭이 짐승 하나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미다스를 마주했다. ‘얘 늑대 맞아?’ 솔직히 모습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어디를 봐도 늑대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름 잃은 늑대] 머리 위에 뜬 그 명칭,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면 미다스 본인도 털북숭이 개라고 생각했을 정도. ‘뭐, 생긴 건 아무래도 좋지.’ 물론 외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신좌가 제일 중요하니까.’ 중요한 것은 이 신수가 어느 신좌의 힘을 이어받았는가, 그러한 사실뿐. 플레이어와 같았다. ‘3티어 정도만 나와라.’ 1티어부터 5티어까지, 신수들의 신좌에도 등급이 존재했으며 그 등급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다.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그런 미다스에게 시스템이 알림을 보냈다. 이름 잃은 늑대에게 이제는 새로운 이름을 주고 그러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주라는 의미. ‘이름은 뭐로 할까······.’ 여기서 미다스는 잠시 멈칫했다. 막상 이름을 지으려고 하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멍멍이? 너무 좀 그렇지 않나? 그럼 좀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할까? 알렉산더? 에이브러햄? 개한테는 그런 이름은 좀 그렇네. 로또? 토토? 아니야, 그런 이름은 사행성 문제로 나중에 뭔가 태클 들어올지도 몰라.’ 그런 미다스 앞에서 새로운 이름을 기다리던 늑대가 길게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늑대임을 증명하려는 듯 하울링을 내뱉었다. ‘호우우?’ 마치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듯했다. ‘호우?’ 물론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호우는 아니지. 아무렴. 개 부를 때마다 호우호우 하는 건 너무 병신 같잖아? 그런 건 또라이나 할 짓이지.’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서 단어 하나가 명확하게 떠올랐다. “럭키.” 개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다스에게 있어 가장 간절한 단어. [이름 잃은 늑대가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얻습니다.]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된 늑대의 머리 위 이름이 바뀌었다. [럭키] 그리고 그 이름 아래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신수의 능력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럭키가 모시는 신의 신좌도 보이기 시작했다. “헉.” 그것을 본 미다스가 순간 굳었다. “페, 펜······.” 그 순간이었다.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강제 로그아웃이 실행됩니다.] 미다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이 났다. 15화. 5화. 럭키 (2). 4. “삼촌!” 자신을 맞이하는 조카의 앙증맞은 목소리에 정현우는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 혜린이가 기다리던 아이스크림이다. 냉장고에 집어넣어. 물론 하나 고르는 거 잊지 말고.” “응.” 이내 자신이 건네준 봉투를 들고 냉장고로 향하는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형이 잘 다독인 모양이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무너질 듯이 울먹이던 기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반면 동생의 등장을 향한 형, 정태우의 목소리에는 걱정하는 기색에 묻어나 있었다. “아이스크림 사러 일본에라도 갔다 온 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 알아?” 정현우가 늦는 것이 걱정된 모양. 그런 형의 걱정에 정현우가 피식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형, 나 이제 낼모레면 서른이야.” 2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서도 애 취급을 당하는 게 우스운 모양. “그래, 이제 너도 장가갈 나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다 컸다고.” “그래 다 컸으니, 이제 좀 여자도 만나고 연애도 좀 하고.” 그렇게 거듭 이어지는 대화에 정현우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는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것 좀 처리하고 왔어.” “일?” “개 한 마리 때문에 말이야.” 이내 대답하는 정현우의 입가에는 어떻게든 참으려고 하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삼촌!” 그때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 혜린이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 강아지 키워?” 아무래도 정현우가 툭 내뱉은 개란 단어가 어린 조카 녀석의 심장에 불을 제대로 지른 모양. 그런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혜린이 강아지 좋아해?” “응!” “왜?” “귀엽잖아!” 그 말에 정현우도 대답했다. “그래, 강아지 귀엽지.”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펜리르라니.’ 5. 펜리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해 그 세상의 종말을 이끈 괴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화 속 존재였고,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펜리르란 이름은 가공되어 사용되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갓워즈 속에서 펜리르는 신수들의 신좌 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가진 신수, 똘똘이의 신좌가 펜리르였지.’ 그리고 그 존재감을 플레이어들에게 각인시킨 건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라포의 신수, 똘똘이였다. ‘이름은 웃기지만.’ 우습기 그지없는 작명. 그러나 그 똘똘이를 앞세운 라포는 게임 초창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줬었다. ‘최강의 싸움개와 최강의 버퍼의 조합.’ 승리만을 선물해주는 여신 니케를 신좌로 삼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레전더리 클래스 대축복자. 그 직업을 갓워즈 최초로 그리고 단 한 번의 캐릭터 생성만으로 얻은 라포에게 갓워즈는 펜리르를 신좌로 둔 신수마저 10레벨이 되기 전에 선물해주었다. 이후 라포는 자기 신수와 함께 갓워즈를 쓸어버렸다. 게임을 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라포가 가진 강력한 버퍼를 받은 그의 신수는 플레이어든, 몬스터든 순식간에 아이템과 경험치 덩어리로 만들었으니까.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 심지어 정현우는 그 펜리르를 신좌로 둔 똘똘이가 싸우는 모습을 다른 것도 아니고 직접 곁에서 보았다. 게임 초창기, 라포와 파티 플레이를 해보았고 그때 그는 두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게임이 운빨좃망겜인 걸 그때 제대로 깨달았고.’ 이 게임이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빌어먹을 게임이라는 것을. 어쨌거나 펜리르는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강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연히 정현우의 계획도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해.’ 분명 펜리르를 신좌로 둔 럭키의 합류는 대단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펜리르가 당장 정현우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정도로 강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신수 역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해야 했으니까. ‘그냥 마음대로 나대다가 잘못 찍히면 이 게임 접어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 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면 분명 개중 몇 명은 배알이 곯을 것이며 그에 대한 분노로 정현우의 새로운 캐릭터를 아주 사정없이 짓뭉갤 것이다.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그런 식으로 날릴 순 없지.’ 대마도사라는 직업 그리고 럭키를 얻은 캐릭터를 그런 이유로는 접을 수 없는 노릇. 솔직히 이건 정현우에게도 엄청난 기회였다. 당장 그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면 분명 대마도사 직업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수를 얻는 건? 다시 한 번 이런 기회가 올까? 오더라도 과연 그 기회 끝에 얻은 신수가 펜리르라는 1티어 중에서도 최고인 신좌를 둘 가능성은? ‘사수해야해.’ 분명한 건 오직 하나, 이번 캐릭터는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 “형, 자리 났어요!” “오케이.”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그거였다. ‘이제 얼마나 잘 싸우는지 한 번 볼까?’ 주제를 파악하는 것. 그렇게 정현우가 다시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했다. “형!”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말했다. “이제 형 선불 시간 2시간밖에 안 남았어요.” “······알고 있어.” “다 끝나면 강제 종료돼요. 이건 저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중간에 꼭 정산하세요!” “알았다니까.”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이를 꽉 물었다. ‘돈에 여유 생기면 캡슐부터 산다.’ 정말 제대로 주제 파악이 되는 순간이었다. 6. 헥헥! 가볍기 그지없는 숨소리를 내뱉는 작은 털북숭이, 럭키. 소리조차 나지 않는 총총걸음에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 강아지, 그 자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모습이었다. 왕! 이윽고 주인 앞에서 멈춰 서서 밝게 외치며 꼬리를 좌우로 토닥토닥 흔드는 그 모습에 주인, 미다스는 대답했다. “어우야.” 대답을 내뱉는 미다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마치 못 볼 꼴을 본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고블린 한 마리였던 것을 향했다. ‘맙소사.’ 자연스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광경이 떠올랐다. 럭키, 눈앞에서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을 하염없이 보내는 자그맣고 앙증맞은 털북숭이가 고블린 한 마리를 찢어진 걸레 꼴로 만드는 광경이. ‘이 정도였어?’ 그건 미다스에게도 상식 외의 일이었다. 신수가 강한 건 알고 있었다. 신좌가 펜리르면 사실상 근접 전투에서는 최고 티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블린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전투력은 사기 아니······.’ 허나,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히 고블린을 잡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럭키의 몸길이는 꼬리를 포함해도 채 50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작은 크기였다. 솔직히 놈에게 고블린을 바라보며 잡아! 라고 외치면서도 미다스는 미심찍었다. 정말 이토록 귀엽고 불쌍해 보이는 녀석이 그래도 몬스터인 고블린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명령을 내리는 순간 럭키는 달려갔다. ‘모자마자 그대로 몸을 날려서 목덜미를 물어뜯고.’ 번개처럼 달려갔고, 이후 도약하며 단숨에 고블린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착지 이후 바로 턴하면서 발목을 물어뜯었지.’ 그 후에는 상처 입은 고블린이 등을 돌리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 발목을 물어뜯었다. 고블린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그 사이 럭키는 거듭 고블린의 발목만을 공략했다. ‘도주 스킬을 쓰지 못하게.’ 고블린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러한 럭키의 피비린내 나는 공격 속에서 고블린은 걸레처럼 찢어지기 시작했다. ‘완벽한 사냥개다.’ 강하다, 라는 것보단 완벽하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얘 나보다 센 거 아니야?’ 솔직히 미다스조차도 럭키랑 붙으면 제 몸 멀쩡히 이길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보다 확실하게 체감이 됐다. ‘하긴, 이러니 이 게임이 운빨좃망겜인 거지.’ 왜 이 게임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그토록 처참한 수준인지. 신수 하나가 이 정도인데, 만약 레전더리 아이템과 스킬로 도배를 하면 어찌 될까? ‘자동차, 그것도 포르쉐를 타고 달리는 새끼들을 두 다리로 달리는 새끼들이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자동차와 경주를 하는 셈. 심지어 이 게임은 돈 있는 자들은 그 누구보다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갓워즈를 통해 별이된 자들이 어떠한 세계에서 사는지, 풍문으로 흘렸던 이야기가. ‘차원이 달라.’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풍문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사는 세계가 달랐다. ‘아주 좋아.’ 그리고 이제 미다스가 그 다른 세계의 주민이 됐다. “잘했어, 럭키야.” 이내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며 칭찬과 함께 럭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손길에 럭키가 작은 몸뚱이로 앙증맞은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내 차례군.’ 럭키의 능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제는 미다스 본인의 능력을 확인할 차례. [미다스] - 레벨 : 4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6)/체력(5+16)/지력(20+18)/마력(9+18) - 잔여 스탯 : 0 능력치 창을 확인한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건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하겠네. 다들 합성이라고 할 테니까.’ 튜토리얼 마스터, 핀 포인트 제구, 하이든의 도우미, 전설의 시작. 4개의 타이틀을 통해 얻은 룬 보상으로 만들어진 그의 능력치는 이미 상식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아즈모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최초의 대마도사이자, 현존하는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돈을 갓워즈에 쓴 대부호 아즈모, 그조차도 4레벨에 이 정도 스탯은 갖추지 못했을 터. ‘뭐, 템 세팅하면 비교도 안 되겠지만.’ 물론 아즈모가 아이템 세팅을 한 후에는 비교가 무색할 것이다. ‘아즈모가 10레벨 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6개나 착용했었지?’ 누구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간절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소망하는 쥐뿔도 없는 놈과 게임 시작부터 레전더리 아이템과 스킬로 온몸에 도배하듯 가지고 다닌 플레이어는 애초에 비교 자체를 하지 않는 법. ‘그래도 순수 스탯으로는 동급에서 밀릴 일은 없어.’ 달리 말하면 지금 미다스의 수준은 최소한 비교는 한 번 해볼 만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 스탯에 럭키와 함께라면 굳이 파티 플레이 없이 고블린 정도는 학살할 수 있다.’ 고블린 따위에 겁먹을 이유는 조금도 없을 만큼의 전력. ‘세 마리까지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 더 나아가 다수의 고블린을 동시에 상대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그럼 솔플을 할 수 있다.’ 솔로 플레잉이 가능하다는 것. 사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한 건 솔로 플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외톨이 고블린만을 찾아 헤매며, 고블린 무리가 지나가면 숨죽인 채 자리를 피하는 건 사냥이라기보다는 그저 바닥에 떨어진 찌꺼기를 주워 먹는 쥐라고 표현해야 할 터. 더욱이 지금 미다스가 활동한 사냥터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는 공간이었다.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영역 밖으로 나가도 돼.’ 다름 아닌 탐험가 길드, 그들이 관리하는 공간. 말 그대로였다. 탐험가 길드, 그들은 사냥터 역시 관리했다. 예를 들면 고블린 열댓 마리가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거나 혹은 고블린만 있어야 하는 필드에 오크 같은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 또는 어느 PK범이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를 학살하고 있는 경우. 적어도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사냥터 내에서는 그러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차피 걔네들 헬프 서비스 이용할 생각도 없고.’ 더 나아가 탐험가 길드는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레이어를 대기시키며 출동해주는 헬프 서비스마저 운영 중이었다. 갓워즈 플레이어들이 작금에 이르러서 탐험가 길드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였다. 탐험가 길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당하게 이용한다면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갓워즈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까. 더욱이 게임 난이도가 매우 높을뿐더러, 게임 오버 페널티가 큰 만큼 보통 플레이어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면 안전을 보장해주는 탐험가 길드는 때때로 구세주처럼 보일 정도. 어쨌거나 지금 미다스의 수준이라면 그런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영역 밖에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했다. 관리되지 않기에 몬스터가 우글거리고, 그만큼 위험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몬스터가 넘쳐나는 곳에서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제까지 그저 쓰다 버릴 만한 부품 수준에 불과했던 미다스에게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심장이 터질 만큼 두근거릴 일. ‘아, 릴렉스.’ 그 순간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진정하라는 말을 건넸다. ‘그때처럼 놀라서 심박수 이상으로 로그아웃 당할 순 없지.’ 저번에 너무 놀란 나머지 심박수 이상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웃기지도 않는 경험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후우.” 그렇게 미다스가 심호흡을 한 후에 이제 마지막 작업을 했다. ‘이제 스킬 카드만 정리하자.’ 전설의 시작 타이틀 획득과 함께 그의 신좌인 위드래곤이 준 스킬 카드 보상.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미다스는 그때 받지 못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자 곧바로 10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너머의 정보들이 미다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건 하나였다. 고고하게 홀로 루비와도 같은 영롱한 붉은 빛을 내뿜는 카드 한 장. [염력]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그 카드를 확인한 미다스는 그대로 굳은 채 자신의 두 눈을 말없이 껌뻑이기만 했다. 호우우우! 그때 미다스의 옆에 있던 럭키가 하울링을 내뱉었다. “어후, 씨, 깜짝이야!” 끼잉? 그 갑작스러운 소리에 미다스가 기겁을 했고, 주인의 기겁에 럭키도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야말로 촌극이나 다름없는 광경. 그 순간 미다스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잠깐 나가서 청심환 좀 사 먹자.’ 16화. 5화. 럭키 (3). 7. 갓워즈의 직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전사 클래스만 하더라도 검, 창, 망치, 방패 등 무기에 따라 나누어져 있을 정도. 여기에 전사, 투사, 기사, 성기사, 암흑기사까지······ 갓워즈의 직업이 넘치는 이유였다. 이런 설정에 대해 일부는 이렇게 말했다. “갓워즈가 카드깡으로 돈을 벌려고 아주 지랄을 하네.” 갓워즈 특유의 캐릭터 선택 시스템, 그 시스템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직업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하지만 갓워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 중에 그런 생각을 가진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그냥 게임이라면 게임 내 캐릭터가 검을 들든, 창을 들든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게임 패드를 누르면 자동으로 공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가상현실게임은 달랐다. 검으로 최고 실력자인 플레이어에게 창을 주면 본래 가진 전력의 몇 퍼센트를 발휘할 수 있을까?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직업이 여러 상황에 따라 세분화되는 것이 당연했다. 마법사 클래스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사 클래스의 경우에는 큰 틀에서 네 개로 나누어졌다. 공격(Attack), 버프(Buff), 소환(Creature)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종류의 것(Different)들. 일명 ABCD. 이 안에서도 속성 그리고 타입에 따라 다시 한 번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었다. [염력]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염력.’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등장한 염력의 경우에는 D타입으로 분류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D타입으로 분류된 이유였다. ‘와, 염력술사 스킬들은 진짜 희귀 스킬인데.’ 보기 드문 것들, 그러한 것들은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기 힘들기에 D타입으로 크게 묶은 것이었다. ‘그것도 염력이 나올 줄이야.’ 더욱이 염력 스킬의 경우에는 그 효용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물론 스킬 랭크가 낮고, 지력과 마력 능력이 떨어지면 움직일 수 있는 물리력은 별로 대수로울 게 없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무거운 돌멩이 정도는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무기 회수에 이만한 게 없었지.’ 치열한 전투 속에서 투척용 무기를 회수하는 데는 제격의 능력인 셈. 실제로 염력 스킬은 보조 스킬로 많은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 환영을 받았다. 갓워즈의 설정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소유할 때는 빼앗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플레이어가 아이템 소유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착용하는 방어구의 경우에는 문제될 게 없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자의적으로 아이템을 놓아버리는 순간. 예를 들면 아이템을 투척하거나 혹은 몬스터의 몸뚱이에 아이템이 꽂힌 상태에서 그 아이템을 놓는 경우. 그 경우에도 갓워즈 시스템은 아이템 소유를 포기한 것으로 인정했다. 그러한 갓워즈의 설정 속에서 치열한 전투 도중에 전장에 무기를 놓친 이들을 보조하기에는 염력만한 스킬이 없었다. 하물며 그 아이템이 레전더리 등급이라면? 무기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했으며, 그 외에 소모 아이템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이 가능했다. ‘염력 스킬 랭크랑 레벨만 갖추고 아이템만 전달해주고 받는 돈이 내가 목숨 걸고 싸우는 돈보다 많았지.’ 희귀하면서 효용 가치는 제법 높으니 몸값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가드도 붙고.’ 무엇보다 그런 염력술사들은 희귀한 만큼 전장에서 게임 오버 당하지 않게 관리도 받았다. 공사판으로 따지면 미다스 같은 마법사는 그냥 직업소개소에서 데려온 일용직 노동자들이지만, 염력술사들은 포크레인을 다룰 줄 아는 기술직인 셈. 신분 자체가 달랐다. ‘그거 보고 나도 염력술사 키울까, 정말 고민했었지.’ 때문에 과거 미다스는 염력술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주 해보고는 했다. 그게 그 무렵에 미다스가 가진 상상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아는 법. 대마도사 같은 선택 받은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얻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나름 염력이란 스킬을 가졌을 때를 가정하고 많은 상상을 해봤다. ‘염력술사가 되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 전투 방법도 상상해 보았다. ‘사냥감을 묶는데에 염력만한 게 없지.’ 줄을 뱀처럼 움직인 후에 몬스터의 발을 묶는다면? ‘도망치거나 추격해오는 놈들 발목 잡기에도 좋고.’ 혹은 도망치거나 요리조리 움직이는 몬스터의 이동을 조금이라도 방해한다면? ‘도망칠 때 일부러 다른 곳에 소리를 내서 시선을 끄는 것도 좋고.’ 또는 숨죽인 상태에서 몬스터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 터. ‘다른 플레이어가 땅에 떨어뜨린 아이템 훔치는 것도 좋겠네.’ 소소하기 그지없는 사용법. 하지만 미다스에게는 그게 현실이었다. ‘염력으로 레어템 하나 꽁으로 먹으면······ 그날은 삼겹살 사다가 먹어야지.’ 소소함, 그게 미다스가 원하는 전부였다. ‘자, 그럼 청심환도 먹었겠다 제대로 시작해볼까?’ 그런 소소함을 얻기 위해 미다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럭키야, 가자.” 왕! “선 한 번 넘어보자.” 왕왕! 미다스, 그가 선을 넘었다. 8. 갓워즈에는 탐험가 라인이란 표현이 있다. 그 표현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탐험가 길드, 그들이 필드에 그은 선이었다. 그 선 안에서는 탐험가 길드의 규칙이 적용됐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그 선 안에서는 탐험가 길드의 말이 곧 법이었다. 봉이 김선달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말도 안 되는 짓. 그러나 의외로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그런 탐험가 라인 안에서 사냥을 즐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탐험가 길드가 있는 게 낫지.” 탐험가 길드는 자신들이 지정한 선 안에서 자신들의 허락 없이 몰이 사냥 금지, PK금지, 의도적인 몬스터 스틸 금지, 아이템 강탈을 금지했다. 즉, 탐험가 라인 안에서는 충분히 상호 협력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아무렴. 탐험가 길드 없었을 때는 아주 그냥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면서?” 실제로 과거 탐험가 길드가 이토록 세가 크지 않았을 때, 갓워즈 초창기에 사냥터에서는 몬스터를 싸우는 일보다 플레이어와 싸우는 경우가 훨씬 많았었다. 특히 초보자들에 대한 공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개판이 아니라 도축장이었지.” 아예 뉴비 도살자라는 초보자들을 학살하는 것을 콘텐츠로 삼은 길드를 만들고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있었다. “희귀한 클래스 얻은 게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죽이는 또라이 새끼들이 그걸 자랑하고 다녔으니까.” 특히 운이 좋은 자들, 특별한 행운을 얻은 자들에 대한 공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이들도 그걸 방관했지.”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주변인들이 개입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방관자가 되어 행운의 소유자가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으로 미소 지을 뿐. 그야말로 아귀지옥과도 같은 무대. 그래서 오히려 탐험가 길드가 사냥터 통제를 들어갔을 때 일반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을 환영했다. 처음에는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수고했다고 기부금을 냈을 정도. 어쨌거나 그러한 상황은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에 갓워즈의 절대 규칙 중 하나가 되었다. 모두가 탐험가 라인 안에서는 그들이 정한 규칙을 지켰다. 달리 말하면 그 탐험가 라인 밖에서는 그 규칙을 완벽하게 어기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몬스터 몰이, 이유도 없는 묻지 마 PK, 아이템 강탈, 몬스터 스틸. 시작의 마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선 너머는 보통이 아니구나.’ 탐험가 라인 밖, 소위 선 너머라고 불리는 영역은 이제까지 미다스가 사냥한 무대와 달랐다. 끼이, 끼이! 끼이이! 일단 고블린들이 최소 세 마리 이상 무리를 짓고 다녔다. 개중에는 무려 열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한곳에 뭉쳐 있는 경우도 존재했다. ‘어떤 놈이 몰이 사냥을 하다 뒈진 모양이네.’ 몰이 사냥에 실패한 흔적이었다. 몬스터들을 좀 더 빨리 잡기 위해 무리해서 몰이를 했으나 오히려 그 무리에 잡아먹힌 흔적. 탐험가 길드가 몰이 사냥을 금지하는 이유였다. 저런 식으로 몰이 사냥을 하고 나면 몬스터가 다수 모이게 되고, 그러한 무리를 일반 플레이어들은 처리할 수 없게 되니까. ‘확실히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 많다니까.’ 더욱이 갓워즈는 일반적인 게임과 전혀 달랐다. 일반적인 게임처럼 몬스터를 모으면 그저 단순히 머릿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었다. 난이도가 차원이 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전투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때문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은 절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몰이 사냥을 하지 않았다. ‘일단 무시하자.’ 물론 제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미다스는 열 마리나 되는 고블린 무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죄다 잡템 뿐이고.’ 속 빈 강정들을 잡기 위해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쟤들 말고도 잡을 건 많으니까.’ 무엇보다 굳이 저 고블린 무리가 아니더라도 필드에는 고블린 무리가 넘쳤다. 이게 선을 넘지 않는 이유이자, 반대로 선을 넘는 이유였다. 탐험가 라인 밖은 몬스터 사냥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그 개체수도 훨씬 많았다. 리스크와 메리트, 그 두 가지가 존재하는 셈. 이제까지 미다스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편이었다. 주제를 잘 알았으니까. 자신에게는 만화 속, 영화 속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세 마리.’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제 그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오케이, 일단 몸풀기부터 가보자.’ 9. 빠각! 전투의 시작은 기름 포션병이 깨지는 소리였다. 끼이? 끼이! 그 소리에 무리 짓고 있던 세 마리의 고블린들이 반사적으로 기름 포션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퍼엉! 그 순간 고개를 돌린 정반대 방향에서 불덩이 하나가 날아와 기름 포션으로 머리를 적신 고블린의 얼굴을 휘감았다. 끼이이! 불덩이에 맞은 고블린이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에 달라붙은 불을 끄기 위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다른 두 마리의 고블린은 명명백백하게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끼이! 끼에! 그리고는 앙칼진 소리를 내뱉으며 불덩이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끼익! 그 순간 고블린 한 마리의 몸뚱이가 그대로 거꾸로 뒤집어진 채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끼익? 끼익? 의문을 토해내는 고블린의 발목에는 줄이 묶여 있었다. ‘오케이.’ 그 줄은 나뭇가지를 지나 미다스의 손에 잡혀 있었다. “럭키!” 그런 미다스가 럭키를 외쳤고, 그 외침에 납작 엎드린 채 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럭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앙증맞은 울음 소리. 그러나 등장과 함께 단숨에 고블린의 목덜미를 한 움큼 물어뜯는 럭키의 모습은 전혀 앙증맞지 않았다. 크르르! 이후 핏물을 머금은 채 끓는 소리를 내는 럭키의 모습은 어느새 맹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끼이끼이! 그 맹수를 마주한 고블린의 모든 감각이 오로지 그곳만을 향하는 건 당연했다. 뻐억! 그 순간 어느새 접근한 미다스가 몽둥이로 고블린의 뒤통수를 완벽하게 가격했다. ‘하나부터 확실하게 해치운다.’ 현재 두 마리의 고블린은 여러 이유로 전투 불가 상태. 그런 상태에서 굳이 전투가 불가능한 놈을 잡기 위해 애쓸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하나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 더불어 이 방법은 막연히 머릿속으로 만든 방법 따위가 아니었다. ‘이 방법이 제일 좋았어.’ 벌써 열여덟 번이나 되는 전투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미다스가 내놓은 가장 완벽한 방법이었다. 달리 말하면 쉰하고도 한 마리째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세 마리의 고블린을 순서대로 전부 잡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성장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아.’ 그 알림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자신이 처음 캐릭터를 키울 때의 기억이었다. 시작의 마을, 그곳에서 미다스는 꽤 빨리 성장하는 케이스였다. 전직 야구 선수라는 타이틀을 앞세워서 나름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과 사냥을 했고, 덕분에 빠른 레벨업이 가능했다. ‘비교가 안 되네.’ 그러나 지금 미다스의 레벨업 속도는 그때의 성장을 아등바등한 것으로 치부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대단했다. 호우우! 그런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가 미다스 옆에 다가와 하울링으로 주인의 레벨업을 축하해주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럭키를 쓰다듬어줬다. 헥헥! 미다스의 손길에 럭키가 배를 내밀며 있는 힘껏 애교를 부렸다. “네가 복덩이다, 복덩이.” 그 모습에 미다스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럭키를 얻은 게 진짜 럭키였어.’ 솔직히 말해서 럭키가 없었다면 이런 식의 사냥은 시도는 커녕 꿈도 꾸지 않았을 터. 아니, 혹여 꿈을 꾸더라도 악몽 취급을 했을 것이다. ‘럭키 없이 이곳에 들어왔으면 지금쯤 휴게소에서 씨발씨발 거리고 있겠지.’ 미다스 혼자서는 선 밖의 세상에서 제대로 버틸 수 있을 리 만무, 그런 그에게 선 밖의 세상에서 사냥을 하는 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일이었으니까. 미다스가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는 럭키를 한없이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는 이유였다. “럭키다, 럭키.” 그때였다. ‘응?’ 미다스의 시야가 갑자기 붉게 깜빡였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인지했다는 사실이 도리어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로 짧은 순간. ‘뭐야?’ 어쨌거나 미다스는 그 사실을 인지했고, 그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두 눈도 연거푸 껌뻑였다. 더 이상의 이상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거지?’ 그러나 이 알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한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뭔가 있었어.’ 게임을 하다가 이런 식으로 시야가 순간 변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 그때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어?’ 녹음이 우거진 숲, 그 녹음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 세상에 있는 숫자들을. [챔피언 고블린 출몰까지 남은 시간 59분 55초] “어!” 보스 몬스터 리젠 상황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17화. 6화. 함 해보입시더! (1). 1. 갓워즈 안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한다. 결코 단순한 레벨업이 전부가 아니었다. 업적 달성을 통해 룬을 얻는 것이 그 증거였다. 플레이어들이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갓워즈의 세계관 전부를 만끽하기를 바란다, 룬은 보다 게임의 구석구석을 즐기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물론 게임 개발자 의도대로 돌아가는 게임은 세상천지에 단 하나도 없는 법.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콘텐츠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개중에서도 꽃은 스킬이었다. 나비와 벌이 꽃의 향기에 취해 모이듯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해 갓워즈를 플레이했다. 그럼 몇몇 이들은 질문한다. 갓워즈의 꽃이 스킬이라면, 갓워즈 최고의 콘텐츠인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뭐냐? 그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별이지.’ 그건 하늘 위의 별과 같다고. ‘만인이 볼 수 있지만, 닿을 수 있는 건 극히 소수에 불과한 별.’ 무수히 많은 이들이 얼마든지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지만 그 실체에 닿을 수 있는 건 선택뿐인 자들뿐이라는 것. ‘꽃과 별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지.’ 그게 꽃과 별의 차이점이었다. 꽃은 누구나 닿을 수 있고, 맡을 수 있지만 별은 그러하지 못하는 법 아닌가? ‘전혀.’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만큼 어려웠다. 일단 갓워즈를 즐기는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경쟁률을 굳이 운운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 동시에 커트라인이 너무 높았다. 갓워즈는 그저 평범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게임인데,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런 갓워즈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콘텐츠였으니까. ‘값도 다르지.’ 물론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걸린 돈의 액수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갓워즈에서 레어 등급이나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 값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쌌다. 무슨 게임 종결자 급도 아닌 그저 10레벨, 20레벨짜리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 백만 단위를 가뿐히 호가는 경우가 다반사일 지경.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값은? 계산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 상황에 따라서는 자동차 값, 그것도 소위 값비싼 스포츠차 값이 오고 갈 정도였다.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러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의해서 움직이는 돈은 그 액수의 차원이 달랐다. 갓워즈를 보고 즐기는 50억 명의 사람들, 그들에게서 단 100원씩만 받을 수 있다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게 가능했다. ‘10대 길드 중 최고가 어비스 길드인 이유이고.’ 그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어비스 길드를 10대 길드 중 최고의 길드로 꼽는 이유였다. 어비스 길드의 1티어 팀, 최고 레벨의 팀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경우 평균 시청자 수는 7억 명이 넘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내는 비용은 물론 시청자 후원금에 광고 비용, 스폰서 비용을 합치면 그 한 번의 레이드에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 갔으니까. ‘보스 몬스터 제보만으로도 짭짤하지.’ 그 정도로 귀중한 보스 몬스터는 그 등장과 위치를 제보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챔피언 고블린 정도면 캡슐방 이용 요금 정도는 나온다.’ 챔피언 고블린 정도되는 보스 몬스터의 제보료라면 당분간 캡슐방 요금 가지고 말을 듣는 일은 없을 정도. 제보도 어려울 게 없었다. ‘골치 아프게 다른 거 찾을 필요 없이 탐험가 길드에 제보하면 알아서 값을 쳐주겠지.’ 탐험가 길드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 이상으로 값을 잘 쳐주는 편이었으니까. 실제로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도 어비스 길드만큼은 아니지만 보스 몬스터 레이드 콘텐츠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는 상황이었다. ‘새캐릭터 만든 신인들 데뷔 치르기에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특히 챔피언 고블린은 시작의 마을에서 등장하는 최고 레벨의 몬스터.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길드 내 유망주들에게 데뷔전 무대를 장식할 장식으로 이만한 것도 없었다. 여러모로 누구 하나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모험을 해야 해.’ 미다스 입장에서는 길 가는 길에 돈이 두둑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워서 사례금을 받고, 탐험가 길드는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혜린아, 오늘 삼촌이 삼겹살 사줄게.’ 미다스는 기꺼운 마음으로 오늘 집에 가는 길애 귀여운 조카를 위해 묵직한 삼겹살 덩어리를 사줄 생각을 품었다. ‘재수가 좋네.’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호우우! 그런 주인의 심정에 동의를 표하듯 럭키가 가볍게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순간이었다. ‘재수가······.’ 럭키의 하울링에 미다스가 탐험가 길드에 연락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던 것을 멈추었다. 그 대신 조금 전 장면을 떠올렸다. 자신이 그동안 럭키와 함께 해온 것들. ‘······여긴 선 밖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처지들을. ‘사냥하는 동안 플레이어와 조우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필드에 있는 고블린 개체수를 제법 줄여놓은 상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거 내가 잡을까?’ 자신이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건 어떨까? 몇 시간 전의 미다스였다면 코웃음을 쳤을 생각이었다. 야, 정현우! 주제를 파악해! 그러한 소리를 제 스스로에게 지껄였을 생각. 그러나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지금 그는 간신히 일용직 돈을 받으며 제 몸을 팔던 때의 미다스가 아니었다. 대마도사라는 매우 특별한 직업 그리고 동급 최고 수준의 스탯에 펜리르를 신좌로 둔 말도 안 되는 작은 신수의 주인이지. ‘솔직히 이건 지갑 따위가 아니잖아?’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란 건 주인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잡는 놈이 임자인 주인 없는 돈이지.’ 오히려 모두가 달려들어 쟁취해야 할 대상일 뿐.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표정에는 더 이상 기분 좋은 미소 따위는 없었다. 대신 고뇌를 시작했다. 2. 캡슐방의 풍경은 언제나 같다. “무슨 방송이야?” “요즘 시작의 마을에서 3인 파티로 챔피언 고블린 잡는 거.” “그래? 내 눈에는 좃 빠지게 도망치는 병신 세 마리 밖에 안 보이는데?” “그러니까 보는 거잖아.” “하긴, 그렇지.” 캡슐 안에서는 사람들이 갓워즈를 플레이하고, 캡슐방 밖에서는 휴게실에 모여 갓워즈를 시청한다. 이혁주가 봐온 풍경은 언제나 그랬다. 그런데 지금 그 풍경에 이상한 것이 생겼다. “현우 형.” 정현우. 이혁주에게 있어 게임으로 돈을 버는 프로 플레이어였으나, 이제는 구렁텅이에 빠진 안쓰러운 인간. 그 인간이 지금 손님 대기용으로 마련한 소파에 앉은 채 두 눈을 적신 수건으로 덮고 있었다.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는 이의 모습은 아니었다. “뭐 고민 있어요?” 마땅한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응, 있어.” “뭔데요?” “돈 천만 원쯤 필요해서 말이야.” 그 대답에 이혁주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 저 돈 없어요. 버는 족족 갓워즈에 쓰느라 요즘은 라면도 가장 싼 거로 먹어요.” 그 대답에 정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한테 돈 빌릴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소파에 앉아서 수건으로 두 눈을 적시고 있진 않아.” “형, 저는 일이 있어서······.” 그러한 정현우의 대답에도 이혁주는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정현우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진짜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 모양. 정현우에 대한 이혁주의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래, 내 인생을 그나마 좀 펴려면 당장 돈 천만 원은 필요하지.’ 조금 전 그 고민은 그저 이혁주를 쫓기 위해 내뱉은, 마음에도 없는 고민은 아니었다. 지금 정현우에게는 생활비도 생활비이지만 목돈 역시 필요했다. ‘형 재활 비용에 수술비, 우리 대출금. 그리고 내년에 혜린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과외도 좀 시켜줘야지.’ 그것도 천만 단위의 돈이. ‘생활비만 깨작깨작 벌어서는 결국 이 바닥 이 모양에서 숨통만 빨딱거릴 뿐이야.’ 그게 이유였다. ‘고작 정보 팔아서 저녁을 삼겹살 먹어봤자 결국 시궁창인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 고민의 이유. ‘그런 돈을 벌려면, 결국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뛰어야지.’ 갓워즈에서 정말 돈을 벌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밖에 없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유니크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라이브 방송 등으로 후원 수입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득한 작업, 실력은 물론 운마저 따라야 하는 일. 특히 방송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 정현우가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올 리가 없었다. 갓워즈를 소재로 방송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워즈튜브를 이용해야하는데 이미 이 시장은 포화 정도가 아니라, 난장판이 된 상태였으니까. 예전의 미다스는 이미 일찌감치 자기 주제를 알고, 포기했었던 일이었다. ‘분명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하려면 지금 해야 해.’ 더불어 여기서 안 하면 결국 끝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못하는데 나중에는 더 못하지.’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패해도 정보를 파는데 문제는 없지만······.’ 밑져도 본전. 만약 정말 챔피언 고블린의 등장을 최초로 확인한다면 정현우가 레이드를 시보해본 후에 실패하더라도 그 정보는 팔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경우는 필연적으로 정현우가 사냥에 실패했다는 명제, 게임오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붙는다는 것. ‘죽을지도 모르는데 덤벼드는 건 도박이다.’ 그건 게임 속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80시간 동안 손가락이나 쭉쭉 빨아먹을 바에는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게 낫지.’ 정현우는 그런 도박을 할 생각이 없었다. ‘도박은 안 한다.’ 달리 말하면 정현우가 고민하는 건 도박이 아니었다. ‘승산이 확실할 때만 한다.’ 확실한 승산, 그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도전이었지. 그게 지금 정현우가 소파에 누운 채 물에 적신 수건으로 눈을 덮은 이유였다. ‘야구선수 때처럼 해야지.’ 그때처럼. 프로야구선수 시절,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정현우는 이런 식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을 때처럼. 그리고 그때도 단 한 번도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 언제나 승산을 가늠하고, 도전을 했을 뿐. ‘······아, 그때처럼 하면 망하지.’ 물론 프로선수일 때의 결과물은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승산, 분명 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고민했고, 고민했기에 결국에는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마치는 순간 정현우가 눈을 덮고 있던 수건을 치운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젠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시간을 확인한 정현우가 곧바로 준비해둔 사탕과 이온 음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건 준비였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싸운다.’ 자신이 가진 기량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꺼내기 위한 준비. 거기에 정현우는 비장의 카드마저 꺼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정현우가 곱게 포장된 청심환을 꺼낸 후에 그대로 입에 넣었다. 조금 전 약국에서 구매해온 1만 원짜리, 그야말로 거금을 들인 청심환이 정현우의 입안에서 녹아내린 후에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크으!” ‘효과 죽이네. 벌써부터 심장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드네. 역시 만 원짜리는 달라.’ 곧바로 자신의 심박수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정현우가 소리쳤다. “혁주야, 나 들어간다!” 3. 끼이! 고블린 한 마리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곧바로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가 고블린의 몸 위에 올라탔다. 크르르! 그리고는 곧바로 그 앙증맞은 주둥이 속에 숨긴 보검과도 같은 이빨로 고블린의 목을 씹기 시작했다. 끄르륵! 고블린이 제대로 된 비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이 축 늘어졌다. 왕! 그렇게 고블린의 멱을 따는데 성공한 럭키가 미다스를 향해 해맑은 울음을 토해냈다. “잘했어.” 미다스는 그런 럭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미다스의 눈빛은 매우 예리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고, 미다스는 그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딱히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그저 고요한 숲이 보일 뿐. ‘오케이.’ 미다스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이 주변은 정리됐다.’ 그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주변에 현재까지 몬스터는 없다는 의미. ‘변수 제거는 완료.’ 무대를 만듦에 있어 가장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정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우거진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챔피언 몬스터 등장까지 8초] 그리고 그 하늘 장식하고 있는 숫자가 보였다. 그 숫자는 점차 줄었고, 이내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미다스의 세상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세상이 한 번 붉게 물들었다. ‘이게 보스 커튼콜이구나.’ 이제는 그 사실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 그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미다스의 눈에 새로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불빛을 머리 위에 짊어진 채 주변을 향해 서성이는 덩치 좋은 고블린. 챔피언 고블린! 시작의 마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괴물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 위에 있던 등이 빨갛게 변했다. 표적을 인식했다는 증거. 그러한 표적이 무엇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답게 인지 범위가 장난 아니네.’ 이 주변에서 챔피언 고블린이 노릴 표적은 이제 오로지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는 두 눈을 감았다. ‘이런 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게 되다니.’ 예전, 멀지도 않고 일주일 전의 자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던 상황. “후우.”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는 사나운 하울링으로 주인에게 괴물이 오고 있음을, 전투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럭키야.” 그 신호에 미다스가 감은 두 눈을 뜨며 말했다. “튀자!” 우우······ 왕? 미다스, 그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18화. 6화. 함 해보입시더 (2). 4. 갓워즈의 별과 같은 콘텐츠, 보스 몬스터 레이드. 그런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어려운 이유는 간단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대1로 버틸 수 있는 플레이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1백 명이 덤비든, 1천 명이 덤비든 누구 한 명은 보스 몬스터를 1대1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어그로를 관리하는 이들이 가장 많은 몸값을 받는 이유였다. 크르르! 챔피언 고블린도 마찬가지였다. 160센티미터의 신장, 고블린이라기보다는 사람에 가까운 체격에 가죽으로 된 갑옷을 두르고 원시인이 나무로 만든 법한 가면을 쓴 놈은 10레벨 플레이어가 어찌 해서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챔피언 고블린랑 맞짱 뜨면 난 컵라면 익는 시간 동안도 못 버틴다.’ 미다스, 그는 자신이 챔피언 고블린의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3분 안에 게임오버를 당한다는 사실에 전 재산을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미다스는 도망쳤다. ‘하지만 이렇게 도망만 쳐서는 사냥 자체가 성립되지 않지.’ 그러나 제아무리 잘 맞추는 재주를 가진 미다스라고 해도 자기보다 근력과 체력 스탯이 우수한 챔피언 고블린으로부터 유유자적 도망치면서 마법이나 짱돌을 명중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 이대로 도망치기만 하는 건 답이 아니었다. ‘필요한 건 시간이다.’ 미다스가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자신이 표적을 상대로 무언가를 던질 시간을 벌기 위한 것들. ‘왔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X자 표시가 긁힌 나무기둥 하나가 들어왔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보폭을 달리했다. 그의 보폭이 물웅덩이를 건너뛰듯 좀 더 커진 채로 그대로 땅 위를 지나갔다. “뛰어!” 왕! 럭키 역시 미다스의 외침에 미다스가 넘어간 곳을 크게 점프하며 도약했다. 끄르르! 하지만 챔피언 고블린에게는 그럴 의지는 없었다. 놈은 미다스와 럭키가 밟지 않은 곳을 그대로 밟았다. 푸홧! 그 순간 땅이 꺼지면서 챔피언 고블린의 몸뚱이의 절반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크으! 챔피언 고블린의 입에서 나오던 소리가 비틀렸다. 챔피언 고블린이 함정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함정은 매우 조잡했다. 챔피언 고블린이 힘 좀 쓰면 금방 탈출할 수 있을 정도. 크으! 당연히 챔피언 고블린은 그대로 함정을 나오기 위해 움직였다. 그 순간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 위에서 나무로 만든 통 하나가 그대로 추락했다. 파악! 추락한 나무통은 그대로 고블린 머리와 부딪치며 산산조각이 났다. 자연스레 그 안에 있던 것이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를, 가면을 쓴 머리를 흥건하게 적셨다. 퍼엉! 그때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그대로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통에 적중했다. 화르르! 삽시간에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통이 불길에 휩싸였다. 나무통에 담긴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기름. ‘1콤보 성공!’ 이게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그는 곳곳에 챔피언 고블린의 발목을 잡기 위한 함정을 설치해두었다. 목표는 표현 그대로 발목을 잡는 것. 오래 잡을 필요도 없었다. ‘3초면 충분하지.’ 참담하게 실패했지만 그래도 프로의 무대에서 투수로 뛰었던 미다스다. ‘이래 봬도 내가 대도 킬러였어. 도루 시도하는 새끼들 잡아버리는 대도 킬러.’ 공을 던지는 게 느리면 도루를 당하는 마운드, 그 마운드 위에서 빠르게 공을 던지는 법도 충분히 몸에 익어 있었다. ‘······그 후에 코치한테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그런 지랄할 필요가 없다고 한소리 듣긴 했지만.’ 더욱이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날보다 내보내는 날이 많았기에 더더욱 몸에 잘 익어 있었다. 심지어 눈치도 빨랐다. 크르, 크르르! 땅에 몸이 반절 박힌 채로 머리가 불에 휩싸인 챔피언 고블린이 빠져나오는 것보다 머리의 불길을 끄려고 행동을 우선하는 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요 새끼, 걸렸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셈. 그때를 대비해서 미다스는 당연히 준비를 했다. 쉭! 미다스가 손을 뻗자, 근처에 미리 준비해둔 짱돌 하나가, 아주 야구공처럼 생겨서 던지기 좋은 놈 하나가 그대로 미다스의 손에 잡혔고 미다스는 그 순간 다시 한 번 공을 던졌다. 빠악! 오버핸드, 그 깔끔한 투구폼에서 나온 공이 멋진 호선을 그리며 그대로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통에 꽂혔다. 크르! 그 공격에 챔피언 고블린이 비명을 냈다. 물론 그 비명으로 챔피언 고블린의 의중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 그리고 미다스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빨간불!’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 위에 뜬 빨간 불빛이 지금 놈의 상태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주었으니까. “럭키야, 튀자!” 왕! 그 순간 미다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럭키와 함께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아! 그사이 단숨에 함정에 박힌 제 몸 반절을 끄집어낸 챔피언 고블린이 도망치는 미다스를 쫓기 시작했다. 크아아! 제 머리에 남아있는 불길을 끌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달리는 챔피언 고블린의 눈에는 미다스만 보일 뿐, 그 외에는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빠진 함정, 그로부터 5미터 앞에 놓인 또 다른 함정을 볼 주변머리 따위도 없었다. 푸홧! 그렇게 다시 한 번 챔피언 고블린의 몸뚱이가 땅에 꽂혔고, 빠악! 다시 한 번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 위에서 나무통이 떨어졌다. 떨어진 그 나무통은 조각나며 안에 있던 기름이 이번에는 챔피언 고블린의 몸을 흠뻑 적셨다. 이번에는 굳이 불길을 더할 필요도 없었다. 화르르! 잔불들이 챔피언 고블린의 몸뚱이 곳곳에 불길이 번졌으니까. 퍼엉! 물론 미다스는 그런 챔피언 고블린에게 조금의 망설임 없이 파이어볼을 날렸다. ‘두 번 머겅!’ 퍼엉! 그 후에 낌새를 살핀 후에 여유가 있음을 확인한 미다스가 재차 파이어볼을 던졌다. 빠악! 그다음에는 연달아 짱돌을 던졌다. 연속 공격이 먹히는 순간.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는 조금도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 공격을 했는데도 HP 다는 거 봐.’ 보스 몬스터의 HP는 일반 몬스터와 수준 자체가 달랐다. 애초에 고작 이 정도 공격으로 가시적인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었다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어렵다는 소리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을 터. ‘저런 걸 초보자 잡으라고 만들다니.’ 실제로 연달아 공격을 날렸음에도 챔피언 고블린의 HP상태는 처음과 비교해서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진 않고 있음이 두 눈에 분명하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게 미다스가 챔피언 고블린 사냥을 확신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였다. ‘앞으로 최소 열 번은 더 해야지 2페이즈로 넘어가겠어.’ 고지가 얼마 남았는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 그것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못할 건 없지.’ 미다스, 그의 가슴 속에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자신감을 깃들기 시작했다. “럭키!” 그 자신감을 품은 채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소리쳤다. “튀자!” 왕! 그리고 다시 미다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럭키와 함께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어어! 그 모습에 챔피언 고블린이 조금 전 보다 분노가 더 가득한 소리를 내지르며 땅에서 올라와 미다스를 쫓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푸홧! 그 순간 두 번째 함정 바로 앞에 파인 세 번째 함정이 챔피언 고블린을 다시 한 번 집어삼켰고, 어느새 등을 돌린 미다스가 파이어볼 한 덩이를 챔피언 고블린에게 던졌다. 퍼엉! 그렇게 파이어볼을 맞추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확신이 있었다. ‘원래 같은 전략에는 세 번 당하는 법! 걸릴 줄 알았다!’ 5. 보스 몬스터 레이드, 갓워즈에서 플레이어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콘텐츠. 어설픈 준비와 실력으로는 쉬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콘텐츠. 때문에 보스 몬스터에 대한 공략은 갓워즈의 그 어떤 것보다 세밀했다. 최상위 레벨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보스 몬스터들이야 대부분 데이터가 적으니 공략법이랄 게 없지만, 레벨이 낮은 구간의 보스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공략법이 분명 존재했다. 챔피언 고블린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 고블린의 페이즈는 총 3개.” “HP가 70퍼센트 이하가 2페이즈가 발동하면서 방어력이 10퍼센트 감소하는 대신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20퍼센트 증가해. 잘 염두에 두어야 해.” “HP가 30퍼센트 이하가 되면 3페이즈 발동, 이때는 모든 능력치가 20퍼센트 증가하고, 자신에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타깃만을 최우선으로 쫓아. 원거리 딜러를 잘 지켜야 해.” 페이즈 숫자, 페이즈 구간, 페이즈에 따른 변화까지. 사실상 답은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 고블린 사냥에 나서는 파티들 중에 사냥에 실패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집중력 잃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이 작업을 실수 없이 끝까지 반복해야 해.”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중력의 한계는 분명히 온다.’ 그는 자신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주제파악, 미다스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 였으니까.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실수는 생길 수밖에 없어.’ 그래서 오히려 철저하게 계산을 했다. 로그아웃을 한 상태에서 소파에 앉아서 수건을 덮은 채 하던 것도 바로 그 계산이었다. 과연 자신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원하는 목표를 실수 없이 달성할 수 있을까? ‘내 계산상으로는 할 수 있었다.’ 그때 미다스는 할 수 있다고 답을 내렸다. ‘하지만 그건 프로야구선수 때도 마찬가지였지.’ 물론 프로야구선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선수 정현우 역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그에 대해 현실은 말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개박살이 났지.’ 넌 틀렸다고. 네 확신은 그저 망상일 따름이라고. ‘뭘 하든 그랬어.’ 그 후에도 현실은 거듭 미다스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미다스의 확신은 망상이었고, 그의 선택은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가 됐다. ‘이제까지 내 인생은 언제나 그랬어.’ 그런 인생이었다. ‘이제까지는.’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미다스는 처음으로 자신의 확신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았다. 크아아! 거듭된 미다스와의 추격전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챔피언 고블린. ‘이 장면을 봤다.’ 미다스가 수건을 덮은 채 상상했던 그대로의 장면이었다. ‘계획대로 3페이즈에 돌입했어.’ 실수 없이 챔피언 고블린을 함정으로 유인하고, 그렇게 번 시간 동안 공격을 해 데미지를 누적시킴으로써, 놈의 HP를 30퍼센트 이하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집중력은 한계.’ 물론 달리 말하면 미다스의 집중력은 소모됐다는 의미. 이제까지 처럼 완벽하게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허나, 그 역시 당연히 예상한 바였다. ‘뭐, 더 이상 공격할 필요는 없지.’ 대처법 역시 당연히 마련해두었다. 아니, 대처법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챔피언 고블린에 대한 정보는 이미 인터넷으로 찾아도 나올 정도로 뻔히 나와 있었다. 놈의 HP가 30퍼센트 이하가 되면 3페이즈에 돌입하며 이 경우 챔피언 고블린은 자신에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대상만을 무조건 쫓는다. 그러니 이제부터 챔피언 고블린은 그 어떤 공세 속에서도, 심지어 온몸이 불에 타더라도 미다스를 쫓을 것이다. “럭키야.” 즉, 이제부터 럭키가 챔피언 고블린에게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 “너만 믿는다.” 호우우우!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럭키가 기다렸다는 하울링을 길게 내뱉었다. 6.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위대한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 미다스는 솔직히 그 말이 마음에 와닿은 적이 없었다. ‘다 있는 놈들 이야기지. 쥐뿔도 없는 놈들에게는 끝장을 볼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고.’ 본인이 끝장을 보고 싶다고 해도 대부분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 ‘그전에 강판당하지.’ 야구선수도 그랬다. 차라리 정신이 나갈 정도로 타자들에게 맞고, 점수를 내주었다면 깔끔하게 야구를 접었을 텐데 그 전에 감독은 그를 강판했다. 갓워즈를 시작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투입된 미다스는 그저 부품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 하나 오롯이 제 힘으로 시작을 열고 끝을 맺은 적이 없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게 마음에 와닿을 만큼 끝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챔피언 고블린과의 전투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끝이 해피 엔딩이든 배드 엔딩이든 간에 어떻게든 끝을 봐야 하는 무대였으니까. 이제까지 미다스가 경험해 본 적 없는 무대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끝을 봤다. 쓰러진 챔피언 고블린. 호우우우! 그 고블린 위에서 피범벅이 된 주둥이를 나팔처럼 하늘을 향해 내민 채 하울링을 내뱉는 럭키. [챔피언 고블린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냥이 끝냈음을 알려주는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는 두 손을 꽉 움켜쥐고, 두 눈은 질끈 감은 채 하늘을 향해 외쳤다. “으아아아!”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무언의 울분을, 처음으로 끝을 보았다는 사실에 대한 환호를 터뜨렸다. 그런 미다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타이틀 ‘챔피언 고블린 사냥꾼’을 달성했습니다.] “으아아아! 끄아아아!” 타이틀 획득을 알리는 알림 앞에서도 미다스는 듣지 못한 듯 평생 쌓아온 것을 토해냈다. 아니, 솔직히 들었다. 들었으나 미다스에게는 그것보다는 지금 이 가슴 속 것들을 터뜨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감정만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증거였고 때문에 미다스는 들리는 것을 무시하고자 했다. [타이틀 ‘초보 졸업’을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신수와 함께’를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챔피언 고블린을 혼자 잡은 자’를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의 훌륭한 승리에 기회를 줍니다.] “······아? 잠깐.” ‘뭐가 이렇게 많아?’ 그러나 무시하기에는 알림이 너무 많았다. 19화. 6화. 함 해보입시더! (3). 7. 김민수, 갓워즈의 모든 것을 창조한 그는 말했다. 보다 게임을 깊숙하게 즐기는 자에게 보다 많은 것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게 바로 룬 시스템이었다. 그런 김민수의 의도는 제대로 먹혔다. 그의 생각처럼 갓워즈는 게임을 제대로 파고드는 이에게 보다 많은 메리트를 줬다. 남들보다 게임을 정말 잘하거나, 남들보다 게임에 돈을 더 때려 박거나, 남들보다 운이 훨씬 좋은 이들에게는 갓워즈만큼 만족도를 주는 게임이 없을 정도. ‘운빨좆망겜이란 건 알았지만.’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미다스] - 레벨 : 7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4)/체력(5+34)/지력(31+36)/마력(12+36) - 잔여 스탯 : 4 허나, 지금 자신의 갱신된 스탯창을 보는 미다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갓워즈란 게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게임이라는 것을. 그런 미다스의 눈이 이번 사냥으로 얻은 타이틀 목록으로 향했다. [챔피언 고블린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초보 졸업] - 타이틀 설명 : 시작의 마을에서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사냥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신수와 함께] - 타이틀 설명 : 신수와 함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이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많은 타이틀들. ‘고블린 챔피언 사냥꾼하고 초보 졸업은 예상했었는데.’ 물론 이중 2개 타이틀, 챔피언 고블린 사냥꾼과 초보 졸업 타이틀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2개의 타이틀이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이유였다. 모든 능력치가 6포인트가 오른다는 건 3,4레벨을 한 번에 올리는 것과 비슷했으니까. 10레벨 미만 플레이어에게 이 메리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수와 함께는 나올 법하지.’ 그다음에 나온 신수와 함께 타이틀은 예상치 못했지만 크게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챔피언 고블린을 혼자 잡은 자] - 타이틀 설명 : 챔피언 고블린을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 없이 잡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9 그러나 고블린 단독 사냥 타이틀은 감히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심지어 능력치 메리트도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어우······.” 보는 미다스가 기쁨에 환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정도. ‘청심환 안 먹었으면 심장이 터져서 로그아웃 당했겠네.’ 그 정도로 미다스는 정신이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로그아웃을 해서 머릿속을 차갑게 만든 후에 상황을 보고 싶을 정도. 어쩔 수 없었다. “에휴.” ‘너무 보상이 좋아서 심장이 떨리다니,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 하물며 미다스는 고기를 먹어보기는커녕 풀죽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입에 풀칠도 못하던 양반 아닌가? 이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이상한 일. 물론 그런 이유로 언제까지 고기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적응해야지.’ 미다스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마사지하듯 만지며 제 스스로를 달랬다. 왕왕! 그런 주인을 향해 럭키가 힘을 내라는 듯 싱그러운 울음을 토해냈다. “그래, 럭키야.”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렇게 된 김에 어디 한 번 이게 얼마나 운빨좆망겜인지 알아볼까?”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워드래곤으로부터 받은 기회를 꺼냈다.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 알림에 미다스가 승인을 하며 소리쳤다. “레전더리 스킬 가즈아!” 왕! 그 외침에 럭키 역시 덩달아 외쳤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은 없고.’ 물론 레전더리 등급은 없었다. ‘빨강도 없네.’ 그리고 유니크 등급도 없었다. 보이는 건 황금빛에 감히 미치지 못하는 노란빛 카드뿐. 그 사실에 미다스가 푸념을 내뱉었다. “역시 운빨좆망겜이었어. 여기서는 레전더리 스킬 하나 딱 나와야지. 게임이 뭘 모르네.” 왕! 물론 진심 어린 푸념이 아니었다. 도리어 미다스의 표정에는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를 만족케 하는 건 다름 아니라 레어 등급 스킬 카드 한 장이었다. [아이스 애로우] - 스킬 등급 : 레어 - 스킬 효과 : 얼음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얼음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이걸로 빙결 계열도 확보.’ 대마도사의 최고 장점은 모든 속성의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사냥터의 성격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 애로우 스킬은 미다스의 대마도사란 직업을 진짜 대마도사답게 해줄 스킬이었다. ‘사용하려면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물론 그동안 볼 계열을 쓰던 미다스에게 애로우 계열을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아이스 애로우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스킬 카드를 선택했다. 딱 원하는 수준, 자신의 그릇에 맞는 수준의 물건이었기에 미다스는 훨씬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으면 여기서 간 좀 봤을 텐데. 시청자분들하고 내기하면서 말이야. 제가 레어 카드 뽑으면 여기서 물구나무 서고 트월킹 댄스 주겠습니다.” 왕! “그러면 막 후원이 터지겠고, 그럼 후원에 내가 다시 리액션으로······.” 왕!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우스갯소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휴, 내가 개 앞에서 개소리를 하네.” 라이브 방송. 그건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이었다. 잘나가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그저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만에 대기업 직원 월급을 가져갈 정도. 당연히 미다스 역시 그러한 라이브 방송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는 상상을 수 없이 해왔다. ‘라이브 방송했다간 게임 접어야지.’ 허나, 라이브 방송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당장 인지도가 부족했다. 갓워즈 방송은 오로지 워즈튜브라는 플랫폼만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지금 시점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시청자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 켜서 보스 잡는 순간 온갖 놈들이 방해하러 올 텐데.’ 문제는 그 시청자 중에 아주 아름답고, 고귀하면서도 너그러운 심장을 가진 이는 적다는 것. 이번만 해도 그렇다. 만약 미다스가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하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했다고 치자. 분명 적잖은 후원금이 들어왔을 것이다. 허나, 그 이상의 방해꾼들도 덤벼들었을 것이다. ‘그냥 영상이나 판매하자.’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라이브 영상을 적당한 곳에 팔아서 수익을 나누는 것이 최선인 셈.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 풀셋이라도 갖추면 모를까, 지금은 방해꾼들이 오면 끝장이야.’ 방해꾼들조차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전력을 갖춘다면 오히려 방송 인기는 더 높아질 터. 그게 미다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라이브 방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당장 미다스에게 유니크 아이템으로 제 장비창을 도배할 만한 재력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지랄은 여기까지 하고 루팅이나 해야지. 생활비부터 챙기자.’ 오히려 이번에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해서 얻게 될 유니크 등급 아이템마저 생활비와 캡슐방 요금을 위해 팔아야 하는 게 현실. ‘정말 다행이야, 한 달 동안은 그래도 생활비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리고 그 현실에 미다스는 도리어 감사했다. 이렇게 몬스터를 잡아 얻은 득템으로 당장 형과 조카와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챔피언 고블린 앞에 선 후 시체에 손바닥을 올리며 말했다. “아이템 루팅.” 8. 갓워즈를 플레이하던 사람들 중에 2시간 이상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이는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 이유로 캡슐방의 휴게실은 언제나 잠시 로그아웃을 한 이들로 북적였다. 물론 로그아웃을 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그 이유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 커피 맛 좋네.” “아, 씨발 좆같네.” 여유가 넘치며 커피와 함께 달콤한 초코바를 먹는 이와 담배를 뻑뻑 피우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이의 로그아웃 이유는 굳이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정현우는 달랐다. “아······.” 짧은 한숨을 내뱉는 그의 얼굴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뭔가 잘 안풀리는 모양. “아.”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할 때마다 그의 표정에는 활기가 감돌았다. 도무지 표정만으로 심정을 알 도리가 없을 지경. “형, 무슨 일 있어요?” 결국 이혁주가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무슨 일이에요?” “돈 문제.” 그 짤막한 대답에 이혁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스윽, 등을 돌렸다. “아, 청소나 해야지.” 그리고는 잘 하지도 않는 청소를 기꺼이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정현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스마트폰 확인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이 110만 원.’ 확인한 건 다름 아니라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 중 하나인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이었다. 110만 원. 고작 10레벨에 착용하는 유니크 등급 아이템 치고는 그 값이 상식 이상이었다. ‘역시 좋은 건 비싸다니까.’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었다. 다른 레어 아이템 서너 개를 착용하는 것보다 이 아이템 하나를 착용하는 게 나을 정도. 그런 아이템이 지금 미다스란 캐릭터의 인벤토리에 존재했다. 정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지는 이유였다. 허나, 그런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입가에서 미소는 사라졌다. ‘통장 잔고가 이제 천원 단위.’ 미소를 훔친 것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통장 잔고였다. ‘마이너스 통장도 못 쓰고.’ 그 후 연달아 떠오르는 자신의 처지에 정현우는 긴 한숨을 담배 연기 내뱉듯 내뱉었다. 그런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옵션이 아른거렸다. ‘아깝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팔기에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옵션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돈 여유만 있으면 쓰다 팔면 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자금적 여유가 있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본인이 사용했을 터. 그게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쓰다가 나중에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팔아도 값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리 했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자신이 쓸 만큼 쓰다가 그 아이템을 졸업할 때가 되면 팔았다. 그게 정석이었다. 문제는 거듭 말했듯 당장 돈이 급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 정현우의 처지에서 돈 나올 구석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사채라도 빌릴까?’ 오죽하면 사채를 떠올릴 정도. ‘내가 미쳐가는구나.’ 물론 정현우는 이것 때문에 사채를 빌리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실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언제나 절충과 타협이 필요한 법. ‘아, 누가 그냥 갑자기 돈 좀 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은 듯 거듭 화면을 터치하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현우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정현우입니다.” 전화를 받는 정현우의 목에서 힘 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예?” 그러나 이내 상황은 반전됐다. 정현우가 목소리를 바꿨고, 자세를 바꿨다. 그 후 정현우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보험사라고요? 그때 그 교통 사고?” 그 질문에 곧바로 답이 나오는 순간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잠깐만요. 제가 그때 사고로 불안증세가 생겨서 말이죠. 아주 심각한 불안증세가요.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에 정신적 후유증, 트라우마가 생겨서 말이죠. 조금만 있다가 통화하면 안 될까요?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이후 통화를 마친 정현우가 곧바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은 후 휴게실 밖으로 나왔다. ‘새끼들, 아주 제대로 뽑아주마.’ 사냥감을 포착한 사냥꾼의 눈빛을 한 채. 20화. 7화. 양민 학살자 (1). 1. 캡슐방 카운터. “혁주야.” “예.” “선불이다.” 그 카운터 앞에 등장한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의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다. “얼마 넣으실 거예요? 평소처럼 3만 원이요?” 무덤덤한 기색의 그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손가락 세 개를 활짝 폈다. 그런 정현우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평소처럼 3만 원 넣으면 되는 거죠?” 그 대답에 정현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야, 3만 원 말고. 이거, 이거.” 그러면서 정현우가 재차 활짝 편 세 개의 손가락을 이혁주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뜻을 이해한 듯 놀라며 말했다. “현우 형, 우리 캡슐방 3천 원은 선불 안 돼요.” 그 대답에 결국 정현우가 제 입으로 말했다. “30만! 30만 넣으라고!” “아.” 그제야 손가락 의미를 이해한 이혁주가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이며 30만 원이란 액수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그가 놀라며 말했다. “형, 30만이나 넣으세요? 돈 없으시다면서요?” 그 물음에 정현우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방법이 있지.” 말을 하는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보험사와의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보험사 새끼들 상대하는 건 건 이미 마스터했지.’ 처음 보험사와 통화를 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아주 짠 보상금을 제시했다. 그 상황에 정현우는 길길이 날뛰거나 그러지 않았다. 형과 형수에게 사고가 났을 당시, 그 당시 정현우는 수술 중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형을 대신해 형수의 장례를 치르며 아직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조카를 데리고 보험사를 상대하면서 깨달았으니까. 보험사 상대로 목에 핏줄을 살리는 건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울고불고 사정을 하면 오히려 보험사는 상대를 약자, 호구로 치부한다는 것을. ‘그때 네놈들에게 아주 제대로 엿 먹은 덕분에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다.’ 때문에 정현우는 말보다 서류를 준비했다. 그 치매 노인이 있는 병원에서 나온 후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니라 병이 늘어나는 병원으로. 전치 1주를 4주로 만들어주고, 가벼운 현기증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만들어주는 병원, 평소 있던 가벼운 어깨 및 허리 통증을 체내 음양부조화로 생기는 불치병으로 만들어주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아주 착실하게 받아냈다. 덕분에 현재 정현우는 진단서 상으로 사고 후 스트레스 및 후유증을 가지고 있으며, 간헐적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취업조차 힘들 정도로 말이야.’ 정신 이상 증세 때문에 앞으로 제대로 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는 취업이 힘들 정도. 그 대가는 보상금 262만 원과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421만 원이었다. ‘덕분에 한 달 치 생활비는 벌었다.’ 한 달, 정현우가 정말 오로지 게임만을 해도 되는 시간이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형, 결제됐어요.” “그래, 그럼 자리 하나 만들어줘.” “오늘 몇 시간 잡아드릴까요?” 이어진 물음에 정현우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8시간, 풀로.” 2. RPG게임에서 언제나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강력한 아이템을 착용할 때다. 운이 좋든 혹은 힘든 노력을 했든 또는 거금을 썼든, 어쨌거나 아이템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플레이어는 흥분하게 된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챔피언 고블린이 만든 가면이다. 챔피언 고블린의 힘이 강력하게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10 -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5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0,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캬!” 지금 미다스의 심정이 그러했다. ‘옵션 끝내주네.’ 유니크 등급 아이템. 미다스와 아주 인연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유니크 템을 득템 한 적은 있어도 써본 적이 있었나?’ 그러나 유니크 아이템을 얻는 순간 착용할 생각보다는 팔 생각이 더 들었다. 더불어 유니크 아이템을 얻더라도 그게 자신의 직업 아이템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당장 이번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이 아니라 고블린 챔피언의 보물 같은 아이템이 나오며, 그 보물을 개봉했을 경우 카드가 등장하며 그 카드 중 하나를 고르면 아이템이 랜덤으로 선택된다. 자신의 직업에 딱 맞는 아이템을 얻기란 하늘에 달린 일. ‘······없었네.’ 그런 이유로 미다스와 유니크 아이템의 인연은 언제나 짧디 짧은 인연으로 끝날 뿐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감상은 길지 않았다. 미다스의 시선이 다른 아이템들도 향했다.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완드]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완드다. 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공격력 : 16 - 지력 +3 - 마력 +3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갑]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으로 만든 장갑이다. 그리 내구성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 체력 +2 - 마력 +3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화]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갑이다. 생각보다 무겁다. - 근력 +2 - 마력 +2 자신이 그동안 모은 고블린 가죽 그리고 고블린의 원한을 이용해 만든 레어 등급 아이템들이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치는 있었다. ‘이 정도면 오크도 잡을 수 있을 테니······.’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는 건 물론, 20레벨 몬스터인 오크도 사냥감으로 삼아도 될 정도. 실제로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했다. 월반을 하듯, 자신의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꺼이 고난을 마주하고, 그 고난을 뛰어넘음으로써 자신이 남다른 존재임을 증명했다. ‘고블린은 더 쉽게 잡을 수 있겠군.’ 물론 미다스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는 건 대단하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힘들게 레벨 높은 플레이어들하고 경쟁하면서 레벨 높은 몬스터 잡을 바엔 그냥 아주 편하게 고블린이나 때려잡는 게 낫지.’ 단지 그 찬양과 박수, 관심을 받기 위해 힘들게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뿐. ‘자기 주제 넘게 달리면 연비도 나쁜 법이고.’ 무엇보다 미다스는 오버 페이스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무리할 순 없지.’ 그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가족 그리고 제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함일 뿐이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정말 게임의 정점에 서기 위해 소고기 먹을 돈을 아끼면서 모은 돈으로 아이템을 사고,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럭키야, 고블린 잡으러 가자.” 왕! 그렇게 미다스가 럭키와 사냥을 시작했다. 3. “파이어볼!” 퍼엉! 미다스의 손을 떠난 파이어볼이 기름으로 범벅이 된 고블린의 머리통과 부딪치며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끼이! 그와 동시에 고블린의 입에서는 비명 같은 울음 소리가 나왔다. 그러한 고블린의 소리는 평소보다 더 강렬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역시 스탯빨 앞에 장사 없네. 파이어볼 한 방에 HP가 그냥 쭉쭉 날아가는 구나.’ 미다스의 파이어볼 위력이 고블린에게 치명적인 수준을 줄 정도가 되었다는 것. 끼이, 끼이! 고블린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할 일이었다. 이 정도 데미지라면 더 센 몬스터나 잡을 것이지, 왜 고블린이나 잡고 자빠졌냐! 그런 소리가 나올 법한 일. 물론 고블린이 그런 소리를 할 일은 없었다. 혹여 하더라도 미다스는 굳이 그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아이스 애로우!” 오히려 미다스는 새롭게 습득한 마법을 사용하며, 사냥 속도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스 애로우를 시전합니다.] [남은 화살은 3발입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주문에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쥐고 있는 완드가 활 모양으로 변했다. 스윽! 미다스가 투명한 활시위에 손을 대자, 이내 얼음 화살 하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핑! 그렇게 날아간 화살이 파이어볼의 위력에 비명을 내지르던 고블린의 얼굴을 그대로 뚫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만족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애로우 계열이 크리티컬 데미지 주기엔 제격이지.’ 파이어볼이 폭탄이라면 아이스 애로우는 총알과 같았다. 성향이 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도 좋았다. 파이어볼로 대상의 방어력을 약화시킨 후에 아이스 애로우로 공격했을 경우의 시너지 효과는 감탄이 나올 정도.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당장 파이어볼과 아이스 애로우 한 발만으로 고블린 한 마리를 해치운 게 그 증거였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 고블린 애들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 미다스가 고블린 한 마리를 해치운 후 다른 한 마리를 향해 얼음 화살을 겨누는 순간, 미다스의 뒤편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소리를 죽인 채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은밀한 접근은 미다스와 고블린, 둘 사이의 거리가 1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순간 폭발적인 공격으로 이루어졌다. 끼이이! 고블린이 미다스의 등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도망칠 구석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딱히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왕! 그 고블린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럭키의 몫이었으니까. 으득! 그렇게 주인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럭키가 단숨에 고블린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끼이! 고블린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럭키는 그런 고블린의 등에 올라탄 후에 고블린의 목덜미를 씹기 시작했다. 아득, 아득! 섬뜩한 소리가 났다. ‘오케이.’ 그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고블린 한 마리의 머리통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파각! 화살은 그대로 고블린의 미간을 관통했다. 그 순간 고블린이 그대로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블린이 치명적인 공격에 즉사했습니다.] 이후 알림이 들렸다. “오우!” 그 사실에 미다스가 스스로 감탄했다. ‘나 궁수에 재능이 있나? 왜 이렇게 잘 맞아? 이럴 줄 알았으면 신궁이나 고를 걸 그랬나?’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그럼에도 미다스의 눈에는 그 전장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컨디션 너무 좋다. 고블린 애들이 슬로우 비디오 보는 것 같네.’ 미다스는 그것을 자신의 컨디션이 절정에 올라온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 페이스면 저쪽에 있던 고블린 5마리 무리도 그냥 잡아도 되겠어.’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우거진 나무 사이로 초록빛 신호등이 보였다. 고블린 다섯 마리가 있다는 증거. 그곳을 보며 미다스가 다가온 럭키를 보며 말했다. “럭키야, 바로 잡을까?” 호우우우!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울링으로 대답했다. ‘어?’ 그때 미다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럭키를 바라보며 검지로 제 입을 가리켰다. 낑? 럭키가 숨 죽이는 소리를 내는 사이, 미다스가 자세를 낮춘 채 다섯 마리의 고블린으로 다가오는 무리를 보았다. ‘플레이어다.’ 그건 3인 파티였다.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탐험가 라인 밖에서 사냥을 하는 데에 자격증이나 허가증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 법. 자신 말고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3명 그리고 그 뒤에 3명.’ 문제는 그 세 명을 뒤쫓은 세 명이 더 있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양민 학살자들이군.’ 탐험가 라인 밖이 위험한 이유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21화. 7화. 양민 학살자 (2). 4. 튜토리얼을 마친 플레이어가 처음 마주하는 시작의 마을. 그러한 시작의 마을은 크게 보면 튜토리얼 무대의 연장선이었다. 플레이어들이 좀 더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든 무대. 그런 이유로 일반적인 장소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개중에서도 대표적인 특징은 마을을 떠나기 위해서는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그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는 시작의 마을로 돌아올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설정 자체는 흔한 설정이었다. 게임 좀 해본 이라면 ‘응,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넘길 정도로 흔한 설정. 대부분은 이 흔한 설정에 적응했다. 정말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2레벨을 찍는 순간 졸업시험을 통과해서 마을 밖으로 나갔고, 늦어도 7∼8레벨 정도 되면 졸업시험을 자연스레 통과했다. 시작의 마을에서 사냥으로 사실상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레벨인 12레벨이 되기 전에 대부분이 마을을 떠났다. 핵심은 대부분이 그러할 뿐,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것. “씨발,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가 길드에 말하면 너 따위는······.” “데려오든지 말든지, 나 부캐라서 상관없어. 그리고 어차피 본캐 여기 데리고 오지도 못하잖아?” 12레벨이 넘은 후에도 졸업을 하지 않은 채 시작의 마을에 남아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남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딴 식으로 초보자들 PK하면 재밌냐?” “응, 좆나 재밌어.” “개새끼들, 복수할 거야!” “응, 올 때 템 좀 제대로 챙겨와라. 그래야 우리도 죽이는 보람이 있지.” 초보자들을 PK로 무참하게 게임 오버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이 빌어먹을 양민 학살자 새끼들!” “응? 뭐라고? 양민도 안 되는 개초보쓰레기가 하는 말이라서 잘 안 들리는데?” “야이 개새끼야!” 속칭 초보 도살자, 양민 학살자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양민 학살.’ 지금 미다스의 눈에 펼쳐지는 광경은 바로 그 스트레스 해소 광경이었다. ‘그래, 재미있겠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 갓워즈는 시작 때부터 PK가 넘쳐났다. 특히 시작의 마을의 경우에는 졸업자는 들어올 수 없는 설정 탓에 12레벨을 찍은 플레이어들이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무대였기에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탐험가 길드가 초창기 시작의 마을을 지배하고자 했을 때, NPC들을 관리하고 탐험가 라인을 만들어 통제를 했을 때 오히려 찬성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던 이유였다. ‘평소에 개만도 못한 취급 받으면서도 본캐로는 돈 벌어야하니 헤헤, 배알도 없이 웃는 놈들한테 부캐로 시작의 마을에서 후환 없이 초보자 때려잡는 게 재미없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 사실은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진 상황이었다. ‘탐험가 길드도 방관하고.’ 결정적으로 탐험가 길드는 자기들이 그은 선, 그 너머에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할 이유도 없었다. 치안 서비스는 치안이 안 좋을수록 더 비싸게 팔리는 법 아닌가? ‘뭐, 잘못 걸리면 좆되지만.’ 물론 가끔 탐험가 길드의 VIP 고객을 건드렸다가 박살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말 그대로 가끔 있는 일이었다. 혹여 탐험가 길드에 찍히더라도 저런 짓을 하는 이들 대부분은 본캐릭터가 아닌 부캐였다. 어차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만든 캐릭터인 만큼, 아니다 싶으면 그냥 접으면 될 뿐인 부캐. 즉, 저들은 잃을 게 없는 자들이었다. ‘건드리면 귀찮기만 하지.’ 굳이 건드려서 좋을 것 없는 자들. 딱히 건드려서 나올 것도 없는 자들. 당연히 미다스는 양민 학살자들과 딱히 접점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미다스에게는 얼마든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마법사 클래스가 PK를 하는데 그다지 유리한 직업도 아니었다. 싸워서 질 가능성이 있는데 싸움을 자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분명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흠.” 조금 전까지는. 그 순간 미다스가 자신의 발치에서 납작 엎드린 럭키를 바라봤다. 끼잉······. 주인의 명령을 따라 입을 다문 채 숨죽이는 소리를 내뱉는 럭키의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자신이 명령만 내린다면 이 자그마한 녀석은 챔피언 고블린조차 씹어 먹는 괴물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저 양민 학살자들이 챔피언 고블린보다 강할까? ‘······템이나 한 번 볼까?’ 미다스가 눈초리를 바꾸며 저 양민 학살자들의 아이템 세팅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 그 순간 미다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챔피언 고블린 가죽 갑옷에 가죽 바지?’ 5. “한 건 해결!” 밝은 미소와 함께 플레이어 한 명이 그대로 손에 든 검으로 바닥에 쓰러진 플레이어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직! 검은 그대로 상대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핏물이 솟구치고 뇌수가 터지는 광경은 없었다. 마치 마네킹의 머리를 친 듯 텅 빈 공간만이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으며, 머리가 깨지는 순간 죽은 플레이어의 몸뚱이는 마치 마법으로 바꿔치기를 한 듯 마네킹처럼 무미건조한 형태로 바뀌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섬뜩한 설정이었다. 갓워즈에 20세 이상 이용가가 붙을 수밖에 없는 설정. “아니, 기왕 만드는 거 좀 더 잔인하게 만들면 안 되나? 응? 이거 뚝배기를 깨는 맛이 없잖아?” 그러나 그 잔혹함을 자행한 플레이어는 도리어 이 정도에서 잔혹성이 멈춘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 다르게 보면 그만큼 익숙하다는 의미였다. “처음 네가 플레이어 뚝배기 깼을 때 헛구역질하던 거는 이미 생각 안 나냐?” “야, 그게 3년 전 일이야, 3년 전!” 대답하던 플레이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젠장, 내가 게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어도 이딴 식으로 살진 않았을 텐데.” 그 말에 다른 이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말을 뱉은 플레이어, 사일러는 말을 이어갔다. “어휴, 내가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풀어.” 사일러, 로우, 챙. 3인 파티인 그들은 본 캐릭터 레벨이 180레벨에 이르는, 제법 갓워즈 좀 할 줄 아는 플레이어였다. 나름 프로 플레이어로, 게임으로 돈을 벌어 먹고사는 부류. “게임 좀 일찍 했다는 이유로 다 해먹는 고인물 새끼들은 연예인들하고 룸살롱에서 스트레스 푸는데, 이게 뭐냐?” 물론 잘 나가는 건 아니었다. 잘 못 나가니까 이런 식으로 부캐릭터로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지 않은 채 초보자들을 상대로 양민 학살 놀이를 하는 것 아닌가? “뭐, 이것도 나름 재미있잖아?” 그런 검사 사일러의 푸념에 자신이 잡은 플레이어로부터 아이템 루팅을 마친 궁수 챙이 말을 던졌다. “뭐 나왔어?” “고블린 가죽 방어구.” “어휴, 그지 새끼네.” 혀를 차는 사일러에게 힐러 챙이 대답했다. “그지 새끼에, 개념이 없으니까 탐험가 라인을 넘어서 오는 거지. 막말로 돈 많고 개념 있으면 2레벨 찍는 순간 졸업시험 보고 밖으로 나가서 탐험가 길드 VIP서비스를 받겠지.” 그 대답, 그것이 이들이 이곳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무대로 만들어주는 이유였다. 그의 말처럼 정말 실력이 좋거나 혹은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만큼 재력이 있거나 하는 이들은 시작의 마을에 남아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여기에 졸업한 플레이어가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10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가 초보자 코스프레를 한 채 그들과 같은 양민 학살자들 앞에서 갑자기 아이템을 체인지하며 판관 포청천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즉, 이곳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먹잇감은 이미 검증된 어중이떠중이였다. “그러지 말고 몇 마리 더 잡자. 아까 보니까 루팅 끝난 고블린 시체 잔뜩 있던데, 파티가 몇 개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고블린 시체 꽤 많더라. 탐험가 라인에 그렇게 시체 많은 건 오랜만에 봤어.” “요즘 우리 같은 예절 주입기들이 활동 잘 안 하니까 초보자들이 간이 부은 모양이지.” 그렇기에 그들은 다음 사냥감을 탐색함에 있어 조금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탐색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기, 사냥감들 지나가네.” “아주 나 잡아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내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180레벨 대의 캐릭터를 가진 경력 3년 차의 플레이어들. 게임에 대한 이해도는 이제 막 게임을 한 이들과 차원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움직이자.”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침묵을 한 채 자신들의 사냥감이 된 3인 파티 무리를 향해 접근했다. 그렇게 그들이 지나간 자리 위로 적막이 깔렸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렀을 때. 끼잉······. 그 적막 위로 털북숭이 강아지 한 마리가 숨죽이는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에 미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한 미다스는 사일러 일행이 남긴 흔적들, 이제는 마네킹이 되어버린 플레이어의 시체를 바라봤다. ‘실력은 있지만, 딱 밥 빌어먹을 수 있는 수준.’ 그것을 보며 미다스는 자신이 사일러 일행을 잡는데 무리가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남은 건 하나. ‘문제는 뒤처리인데······.’ 그들을 잡은 다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 미다스는 긴 고민을 하지 않았다. ‘뭐, 그것도 어려울 건 없지.’ 5년 넘게 게임을 하면서 먹은 짬밥은 결코 적지 않았으니까. 그것으로 사실상 계산을 마친 미다스가 자신의 곁에서 여전히 숨죽이고 있는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럭키야, 이제 보물 고블린 잡으러 가자.” 왕! 6. 갓워즈의 역사는 PK의 역사와도 같았다. 그 누구도 신분을 알 수 없는 세상,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변장도 가능하며, 옵션 중 하나인 초상권 보호 옵션을 켜면 영상에 찍혀도 얼굴이 다르게 나오는 무법의 세상은 플레이어들에게 난폭한 짓을 허락하는 수준을 넘어 강요했다. 그런 만큼 PK에 대해서는 나름 체계화된 매뉴얼이 있었다. 개중에서도 금과옥조와 같은 게 있었다. 적이 몬스터랑 싸울 때를 노려라! 사일러 일행, 그들은 그 철칙을 준수했다. 끼이! “야, 잡아! 저 새끼 잡아!” “내가 길 막을게!” 3인 파티, 초보자로 보이는 그들이 고블린 세 마리를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하는 순간, 그들은 움직였다. ‘들어간다.’ ‘오케이, 서포트 해줄게.’ 사일러 그가 사인을 보내고 그에 대한 동료들의 대답을 보는 순간 그대로 몸을 날렸다. “어?” 그런 사일러의 등장은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갑작스러웠다. 상대방이 제대로 대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 “어!” 때문에 플레이어가 사일러의 존재를 눈치 챘을 때 사일러의 검은 표적의 팔뚝을 도끼처럼 후려친 다음이었다. 콰작! “헉!” 공격을 당한 플레이어의 입에서는 놀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플레이어는 곧바로 반격하려고 했다. 팔을 휘둘러서 역습을 하려고 했다. ‘어?’ 그러나 이미 공격 당한 팔은 그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고장이 난 인형처럼 어설프게 움직였고, 사일러는 그러한 어설픈 궤적을 가볍게 피한 후에 그대로 상대의 배를 발로 찼다. 빠악! 그대로 상대방이 넘어졌다. 그 둘 사이의 근력 스탯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흔적. “씨발!” “우지야!” 그런 동료의 모습에 남은 둘이 고개를 돌리며 기겁했다. 끼이! 끼에! 그런 그들에게 고블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날렸다. “어!” “고블린! 고블린!” 고블린의 공세에 다시 정신을 차린 그 둘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푹! 곧바로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들의 등에 꽂혔다. “헉!” 화살을 맞은 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그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끼에! 눈앞의 고블린이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으니까. 그 모습을 확인한 사일러가 미소를 지었다. ‘크으, 아주 초보티를 팍팍 내네.’ 만약 PK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플레이어라면 이 순간 전투 따위는 뒤로 넘기고 도망부터 칠 것이다. 그러면 몬스터의 어그로도 리셋될 테고, 그 후에는 그야말로 개싸움이 시작될 테니까. 무엇보다 도망치는 것을 잡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 맛에 이 짓을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 사일러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일러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면서 그는 기다렸다. 궁지에 몰린 이의 입에서 진심을 담은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기를 “이런 씨이이이발!” 그런 사일러의 예상처럼 진심을 듬뿍 담은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뭐야?’ 사일러의 예상과 다른 점이라고는 그의 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튀어나왔다는 것. 그 사실에 사일러가 놀라는 사이, 연달아 소리가 들렸다. “당했어! 공격당했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일러의 동료이자, 궁수인 로우였다. “당했다고!” 거듭 이어진 챙의 경고에 사일러의 머릿속에는 경고등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씨발, 이건 또 뭐야!” 그 뒤를 이어 이번에는 힐러인 챙이 갑작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 대체 이 개새끼 뭐야! 뭐 이렇게 세!” 챙이 연신 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 주변에 전달했다. 쉽게 말하면 도움 요청이었다. 힐러인 그에게 전투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 순간 사일러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순간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고민하지도 않았다. ‘애들부터 돕는다.’ 제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도 시작의 마을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12레벨이 한계. 상대방이 대부호 아즈모처럼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지 않은 이상 능력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가능성은 전무. 그렇다면 여기서는 오히려 동료와 뭉친 후에 상황을 보는 게 나을 터. ‘내가 시간이라도 벌어야지.’ 무엇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간을 벌 수 있는 포지션은 사일러, 그가 유일했다. 물론 이런 것도 있었다. ‘여기서 튀면 저 새끼들이 지랄할 테고.’ 동료들을 버릴 경우 대가가 적지 않다는 것. 그렇게 사일러가 등을 돌려 동료, 개중에서도 힐러 챙의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응?’ 그 순간 갑자기 사일러의 눈앞으로 천쪼가리 하나가, 기름에 적셔진 탓에 축축하기 그지없는 천쪼가리가 마치 살아있는 나비처럼 날아 움직이며 그의 얼굴을 덮쳤다. “뭐야?” 그 사실에 사일러가 저도 모르게 놀란 소리를 내뱉는 순간, 그의 머리를 향해 파이어볼 하나가 날아왔다. 퍼엉! 그 후 폭발 소리가 사일러의 귀를 덮었다. “씨발!” 이제는 사일러 본인이 입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 모습을 적당한 거리에서 본 미다스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기본은 아네.’ 사일러의 선택은 맞았다. 어차피 상대방도 레벨이 높아야 12레벨인 무대에서 굳이 겁부터 먹고 도망칠 필요는 없는 법. 오히려 동료들끼리 뭉쳐서 상황을 도모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뭉치게 해줄 순 없지.’ 달리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사일러 일행이 뭉치는 것을 1초라도 더 늦춰야 한다는 의미. 그걸 위해서 미다스는 기꺼이 목소리를 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가 사일러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을 뱉었다. “이제부터 무고한 플레이어를 학살하는 빌어먹을 양민 학살자, 사일러와 그 동료들을 사냥하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22화. 7화. 양민 학살자 (3). 7. 시작의 마을에서 자기보다 약한 플레이어를 학살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놈들치고 제대로 된 놈은 없다. 당연하지만 그런 놈들에게 욕지거리나 악에 받친 협박 따위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류들도 움찔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 하나는 당연히 탐험가 길드였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탐험가 길드 그리고 라이브 방송.’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니라 라이브 방송이었다. ‘나쁜 짓 하는 걸 실시간으로 찍히는 걸 좋아하는 변태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나쁜 짓을 하는 걸 좋아하는 것과 그 나쁜 짓이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별개의 일인 법. ‘네놈들이 그런 변태였으면 아주 제대로 이름을 떨쳤겠지. 예전에 양민도살자 길드 애들처럼 말이야.’ 미다스가 보기에 사일러 일행은 그런 변태 부류는 아니었다. 물론 진짜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었다. 대마도사 그리고 신수, 이 두 가지를 가졌다는 걸 들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다스는 어느 배알이 꼬인 이에게 공격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정도. 하물며 그 사실을 자랑하듯 방송을 한다? 나 여기 있으니, 죽이러 와주세요! 라고 광고하는 꼴. 여기까지 연기일 뿐. 그리고 그 연기를 사일러가 파악할 가능성은 없었다. ‘시발, 방송쟁이 새끼다!’ 미다스의 예상처럼 그의 말을 들은 사일러는 그대로 멈칫했다.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은 채 타오르는 천쪼가리를 치운 후에도 손으로 얼굴을 숨겼다. 얼굴이 찍혀도 초상권 보호 때문에 들킬 일은 없지만, 지금 그런 부분까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다급하다는 증거였다. ‘근데 내 네임은 어떻게?’ 오히려 이 순간 사일러의 머릿속은 미다스의 입에서 자신의 캐릭터네임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얼굴 표정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 본캐랑 이름이 같은 모양이네.’ 그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갓워즈에서 캐릭터 네임은 길드에 가입하거나 파티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본인이 제 입으로 말하지만 않으면 들킬 일이 없다. ‘뭐, 다들 그렇게 하지. 딱히 문제될 건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부캐릭터들도 본캐릭터와 똑같은 이름을 짓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지금 그 이름이 들켰다? 어떻게 들켰을까? 같은 고민은 안 든다. ‘들키지만 않으면 말이야.’ 고민은 오직 하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본캐릭터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 게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프로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그 사실이 주는 압박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당연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터. 물론 그 고민 끝에 무슨 답이 나오든 그건 미다스에게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사냥감이 알아서 시간을 낭비해주고 있다는 것. “야, 도와달라고! 개새끼 좆나 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럭키는 자신의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해낸다는 것. “사일러!” 그때 럭키에게 거듭 다리를 물어뜯긴 탓에 이제는 제대로 서있지 못하게 된 로우가 사일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야, 닥쳐!” 사일러가 기겁하며 소리를 내질렀고, 그 순간을 기다렸던 미다스가 손에 든 짱돌을 그대로 사일러에게 던졌다. 얼굴을 손으로 감싸면서 시야가 가려진 상황 그리고 딴 곳에 정신이 팔린 상황에 빠진 사일러에게 그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뻐억! 짱돌이 그대로 사일러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사일러가 도끼눈을 뜨며 짱돌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사일러가 본 것은 자신의 왼쪽 눈을 향해 날아오는 얼음으로 된 화살이었다. ‘아.’ 이후 곧바로 사일러의 왼쪽 눈 시야가 검게 가라앉았다. [왼쪽 눈의 시력이 사라집니다.]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사일러의 본능이 말했다. 이거 위험하다고. 그 사이 미다스가 들으라는 듯이 거듭 소리쳤다. “후원 감사합니다! 나머지 눈 하나 더 맞추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여유 있는 그 목소리에 사일러는 그제야 미다스가 내뱉은 단어 하나를 더 떠올릴 수 있었다. ‘파이어볼 다음에 아이스 애로우? 대마도사?’ 대마도사. 갓워즈에서 채 100명도 가지지 못한 레전더리 클래스. 그러한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가 양민 학살자를 잡는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있다? ‘금수저 부캐?’ 결코 보통 수준의 플레이어는 아닐 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사일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저 새끼 도망치네요? 여러분, 제가 저 새끼는 무조건 잡습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당장에라도 사일러를 잡으려는 듯이 목청 높여 소리쳤다. “야! 어딜 도망가?” 그러나 그런 외침과 달리 미다스의 몸은 사일러가 도망친 것과 반대 방향을 향했다. 휙! 그러자 화살 한 발이 미다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궁수 챙. 미다스의 기습 공격에 당하는 순간 원거리 딜러인 그는 잽싸게 몸을 숨겼다. 현명한 행동. 하지만 그 탓에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는 도망치는 사일러는 향해 소리쳤다. “사일러, 야이 미친 새끼야 왜 튀어? 어?” 그 외침과 함께 갑자기 천쪼가리 하나가 나비처럼 날아와 챙의 얼굴을 덮쳤다. 조금 전 사일러를 덮쳤던 것과 똑같이 천쪼가리는 기름을 듬뿍 머금고 있었다. 퍼엉! 당연히 그다음에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챙의 얼굴을 덮쳤다. “윽!” 그 갑작스러운 공격에 챙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아직 남은 2발의 아이스 애로우, 개중 하나로 챙을 겨누었다. ‘궁수부터 잡고, 그다음에 힐러를 잡는다.’ 예상했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호우우우! 럭키가 미다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사냥을 일찍 마쳤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힐러는 잡을 필요가 없겠군.’ 그 신호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잡아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8. 스포츠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기록과 싸우거나, 사람과 싸우거나. 미다스는 후자였다. 프로야구선수 시절 그는 언제나 타자와 싸웠다. 때문에 인간을 상대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잘 알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야이, 개새끼야! 조만간 복수하러 온다! 우리 본캐 다 끌고, 네놈이 게임 접을 때까지 쫓는다! 넌 뒈졌어!” 챙이 욕지거리를 함께 게임 오버를 맞이하는 순간 미다스는 사일러를 쫓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남은 건 사일러, 한 놈.’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 2개를 가진 사일러, 어떤 의미에서 이 사단을 일으킨 놈이 도망칠 것을 염려하지 않았다.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미다스, 그는 사일러가 결코 먼 곳으로 도망치지 않았으리라 확신했으니까. 확신의 근거는 세 가지였다.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면 동료한테 뒈질 테고.’ 첫 번째 근거는 동료가 당하고 있다는 것. 그냥 동료가 아니라 여러모로 친분이 깊은 동료가 당하는데 자기 혼자 멀리 도망친다? 차라리 그냥 같이 죽으니만 못한 짓이다. ‘게임 좀 할 줄 아니 그냥 도망치는 게 더 병신이란 것도 모를 리 없고.’ 두 번째는 나름 갓워즈를 할 줄 안다는 것. 무작정 도망치는 건 그다지 영리한 행위가 못 된다. 추격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게 영리한 행위지. 더욱이 몬스터가 넘치는 이곳에서 무작정 도망치다가 고블린 무리에 쫓기기라도 하면? 더 꼴 때리는 일이 생길 터. 또한 직업적인 면에서도 사일러가 미다스를 피할 이유는 없었다. 최소한 근접전만 펼칠 수 있다면 오히려 역으로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 ‘그동안 양민 잡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걸 망쳤는데 기분 더럽잖아? 그렇지?’ 세 번째 근거는 사일러의 심리 상태였다. 사일러 일행에게 이곳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지금 그 장소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BJ대마도사라는 웃기지도 않는 놈에게 역으로 양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럼 과연 기분이 어떨까? 좋진 않을 터. 물론 이게 본 캐릭터라면 기분이 더러워도 무조건 갑에게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바닥에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렸을 것이다. ‘본캐도 아니고 부캐잖아?’ 그러나 애초에 잃을 게 적은 부캐릭터 아닌가? 여기서조차 꼬리를 말고 도망칠까? 도망칠 수 있다. ‘뚝배기를 검으로 박살낼 정도로 성격 독한 놈이 그냥 여기서 꼬리를 말 순 없잖아?’ 하지만 미다스가 아는 양민 학살자들, 그중에서도 플레이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상대하는 근접 딜러 캐릭터들의 심리는 달랐다. 그들 대부분은 일반 플레이어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감정적이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냉철한 계산 대신 폭력적인 행동으로 풀고자 하는 부류들. 미다스가 사일러 일행의 뒤를 쫓으며 본 것도 바로 그런 점들이었다. 잡은 물고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나오는 법. 투수가 타자의 영상을 반복해서 봄으로써 타자의 습관과 성향, 거기에서 나오는 스타일과 행동 패턴을 도출하듯 사일러의 행동을 보며 그러한 것을 도출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대로였다. 30여 미터 밖 나무 뒤에 플레이어 한 명이 숨어 있었다. 머리 위에 사일러-DDAT19386724라는 띄운 채. ‘그래, 주변에서 대기타야지.’ 그것을 본 미다스의 감각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느낌이었다. 프로야구선수 시절의 느낌, 1군 무대의 마운드에 올라갈 때의 느낌이 이러했다. 설계대로 패턴이 존재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탄생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느낌. 진짜 닳고 닳은 사람을 상대할 때의 느낌. 그리고 그 닳고 닳은 것이 자신의 예상대로 움직였을 때의 느낌. 그 느낌 속에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을 가진 채 미다스는 사일러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 도망친 것 같습니다. 아주 도망치는 거 하나는 귀신같네요. 동료 버리고 도망치는 솜씨가 본캐로도 꽤 해본 거 같네요.” 여전히 라이브 방송을 하는 척 연기를 하면서 사일러가 있는 곳으로 모르는 척 접근했다. “장담하는데 이새끼들 본캐 개병신 허접 쓰레기 캐릭터일 겁니다. 아마 파티나 길드에서도 강퇴만 당했을 걸요? 그러니까 여기서 스트레스 푸는 거겠죠. 뻔하죠. 쥐뿔도 없는 것들이 원래 다 그러니까요. 어이쿠, 후원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연신 자극적인 말로 사일러에게 자신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발소리가 사일러를 향하는 게 명명백백해지는 순간, 사일러가 움직였다. 자세를 낮춘 채 등장한 그는 검을 앞세운 채 그리고 각오를 다듬은 채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미다스는 예상한 바였다. 당연히 행동 역시 미다스가 더 빨랐다. 퍼엉! 마치 서부극의 총잡이가 방아쇠를 당기듯 미다스의 손에 잡혀 있던 파이어볼이 정확하게 사일러의 얼굴을 덮쳤다. 사일러의 머리가 뒤로 살짝 꺾였다. “크으!” 그뿐이었다. 사일러는 맞은 후에 멈추지 않았다. 대마도사고 나발이고 마법사 클래스를 상대로 검사 클래스가 붙어서 싸우면 질 리 없다! 그 사실을 명시한 채 미다스가 있는 곳을 향해, 철도 위의 철마가 달리듯 움직였다. 그런 그의 시야가, 파이어볼로 인해 흩어졌던 시야가 환해지는 순간. ‘응?’ 그 순간 사일러의 눈앞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니라 몽둥이 한 자루였다. 뻐억! 그 몽둥이가 그대로 사일러의 얼굴을 후려쳤다. 미다스, 그 역시 사일러의 의중을 읽었다.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거기서 마법에 맞는 걸로 놀라서 돌진을 멈추진 않을 터. 그래서 역으로 본인도 거리를 좁히며 물리적인 공격을 날렸다. 그러한 미다스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허를 찌른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뭐, 뭐야? 데, 데미지 왜이래?’ 미다스의 근력 스탯은 사일러보다 높았으니까. 그 충격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으으!” 사일러의 돌진이 멈췄고, 멈춘 사일러의 몸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미다스가 홈런을 치려는 듯 스윙 자세를 취한 후에 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빠악! 그 몽둥이가 사일러의 얼굴 정면을 다시 한 번 후려쳤고, 사일러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퍽!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뒤로 넘어진 사일러의 가슴팍을 짓밟았다. 이미 승패는 끝났다. “······BJ대마도사라고 했지?” 패자에게 남은 권리는 승자에게 후환을 두려워하게 만들기 위한 저주를 내뱉는 것 뿐. “너 이름 기억해두겠어.” 그러한 사일러의 분노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스 애로우.”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마법을 시전했다. 잡고 있는 몽둥이가 활 모양으로 바뀌었고, 미다스가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순간 얼음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화살촉으로 사일러의 얼굴을 완벽하게, 한 치의 어긋남이 있을 수 없는 거리에서 겨누었다. 이윽고 미다스가 활시위를 놓았다. 파각! 사일러가 죽는 소리가 났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미소를 비릿하게 꼬며 말했다. ‘그래, 평생 방송 찾아봐라. BJ대마도사 같은 병신 같은 방송 만드는 놈을.’ 구라가 먹히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이제 쇼를 한 연기료를 챙겨볼까?’ 그리고 소득을 얻는 순간이었다. 9. 갓워즈의 아이템 루팅 시스템 중 특징은 랜덤 시스템이 많다는 점이다. PK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어 역시 죽을 경우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아이템 루팅이 가능했으며, 이 역시 랜덤이었다. 플레이어가 7개의 아이템을 착용했다면 7개의 카드가 나오고, 5개의 아이템을 착용하면 5개의 카드가 등장했으며 아이템 루팅을 시도한 플레이어는 개중 고를 수 있었다. 여기서 고를 수 있는 카드 숫자는 대상의 카르마 수치에 따라 달랐다. 거듭된 PK로 카르마 수치가 낮은 플레이어를 죽일 경우에는 그 수치에 따라 얼마든지 카드를 고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어떤 아이템을 고를 지는 운에 맡겨야 하는 셈. “럭키야, 뭐 고를까?” 하지만 그 사실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미다스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사일러가 착용한 6개의 아이템을 의미하는 여섯 장의 카드 중 무엇이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인지. ‘이러면 PK 할 맛이 나지.’ 당연히 미다스는 상대방이 가진 아이템 중 최고의 아이템을 확실하게 고를 수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하기 싫은 PK도 절로 하고 싶어질 터. ‘뭐, 멋대로 했다간 맛이 가겠지만.’ 물론 미다스는 양민 학살자들의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쳐 날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양민 학살자들은 대부분은 결국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나중에는 현상금도 붙는다. 왕! 그때 미다스의 곁으로 럭키가 다가왔다. 럭키의 등장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네가 하나 골라봐라. 이거로 할까?” 미다스의 물음에 럭키가 크게 외쳤다. 왕! “아니면 이거?” 왕왕! “그러면 이거?” 호우우우! 그때 럭키의 하울링이 터졌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손가락 끝에 있는 카드, 그 뒷면을 보았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 “캬, 주인 닮아서 눈이 좋네, 아주 좋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럭키를 쓰다듬으며 그 카드를 그대로 선택했다. 그 후에 미다스는 다른 카드 한 장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난 이걸로 한다.” 호우우우! 럭키가 주인의 선택에 재차 하울링을 내뱉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아이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 X 1]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바지 X 1] ‘아.’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두 개의 아이템을 곧바로 자신의 장비창에 장착시켰다. 그러자 미다스가 입고 있는 상의와 하의가 불이 붙은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후두두! 이내 불타오른 것들이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재가 사라진 곳에 잘 다듬어진 갈색 가죽 갑옷과 바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챔피언 고블린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5포인트 상승합니다.]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기꺼운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9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89)/체력(5+89)/지력(45+91)/마력(14+91) - 잔여 스탯 : 0 ‘맙소사.’ 9레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능력치. ‘전에 키우던 캐릭터는 15레벨 됐을 때 지력 간신히 100을 넘겼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오크 정도도 충분히 럭키와 함께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도 굳이 오크를 잡으러 갈 생각이 없었다. “럭키야.” 왕! “고블린 마저 잡자.” 왕? 더 쉽게 고블린을 잡을 생각만 가득할 뿐.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챔피언 고블린 세트 입고, 여기에 신수까지 데리고 다니는 건 보물 고블린이라고 광고하는 꼴이지.’ 가진 게 많아질수록 잃을 것도 많아지는 법. 솔직히 말해서 지금 미다스의 아이템 세팅은 성격 거친 플레이어들을 아귀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상위 레벨의 사냥터에 간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 ‘레벨 올릴 만큼 올리고, 스탯 얻을 만큼 확보한 후에 올라간다.’ 덤비는 이들을 부나방으로 만들 힘이 있기 전까지 미다스는 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난 약하다. 좀 더 힘이 필요해.’ 미다스는 갓워즈란 세상이 지금 자신 같은 놈은 언제든 찢어버릴 만큼 거칠고, 잔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좀 더 강력한 능력이.’ 미다스가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자신의 곁에 있는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호우우우! 그런 럭키는 거듭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럭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럭키야, 기분 좋은 거 알겠는데 하울링은······ 응?”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너 머리 위에 느낌표, 그거 뭐냐?” 럭키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뜬 것을. 그때였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럭키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여하튼 신수 스킬까지 카드깡으로 만들고, 아주 운빨좆망겜도 이런 운빨좆망이······ 어?” ‘황금?’ 그리고 미다스가 세 번째 전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23화. 8화. 너의 목소리가 보여 (1). 1.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경우. 지금 미다스의 경우가 그랬다. ‘황금 카드?’ 럭키를 위한 100장의 스킬 카드, 그중에서 찬란한 황금이 번쩍이는 순간 미다스의 손은 이미 그 황금빛 카드를 쥐고 있었다.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아!’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건 이미 카드 선택이 끝난 다음이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이 손에 쥔 카드를, 럭키의 새로운 스킬을 보았다. [보물 탐색자]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희귀한 보물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보물을 발견할 경우 신수의 반응이 달라진다. ‘보물 탐색자?’ 미다스, 그는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신수에게 보물을 발견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지만 그 스킬 효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개 갓워즈에서 보물이라고 하면 레어 등급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했으니까. ‘설마?’ 무엇보다 이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똘똘이, 놈도?’ 갓워즈에서 가장 운이 좋은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라포. 그 별명처럼 그는 운이 좋았다. 당장 그의 개인 방송 채널에 있는 영상들은 제목부터가 남달랐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히든 던전 발견!>, <아니, 숨만 쉬려고 했는데 여기에 유니크 재료 아이템이?>, <하루에 히든 던전 2개 발견이라고? 이거 실화냐?> 같은 제목들. 보통 플레이어라면 한 번 경험하기 힘든 행운이 그에게는 오히려 일상과 같았다. 마치 보물 냄새를 맡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똘똘이의 신좌도 펜리르. 만약 그 똘똘이도 보물 탐색자 스킬을 얻었다면?’ 그런데 그게 정말 순수한 운이 아니라 능력에서 나오는 운이었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숨기지.’ 그리고 그것을 숨기는 것 역시 당연했다. 나는 스킬 때문에 숨겨진 던전이나, 보물로 분류되는 아이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보단 어? 이게 여기서 나오네? 하는 게 훨씬 인기가 좋은 법 아닌가? ‘대박이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에게 라포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운을 향유할 기회가 온 셈이었다. 하물며 미다스에게는 정보를 보는 눈이 있었다. 럭키가 무언가를 파악하고, 그 낌새를 파악할 줄만 알면 미다스는 누구보다 빨리 그 위치를 찾을 수 있을 터. ‘핵심은 반응이다.’ 즉, 미다스는 럭키가 보여주는 신호를 캐치만 하면 됐다. ‘럭키가 보물을 발견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 당장 스킬에도 표시되어 있었다. 보물을 발견하면 반응을 보인다고. 달리 말하면 그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보물을 그냥 뜬 눈으로 날리는 셈. ‘럭키가 말이라도 해주면 베스트이지만······ 그럼 그걸 방송하는 게 돈이 더 벌리겠지.’ 가장 좋은 건 럭키가 말을 하는 거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당연히 제로였다. 그리고 딱히 이 부분에 대해서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라포 개인 라이브 영상을 분석해보자. 분명 거기에 단서가 있을 거야.’ 누구보다 검증된 자가 실시간으로 그 과정을 보여줄 텐데, 무슨 고민이 있을까?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헥헥! 그러한 미다스의 손길에 럭키가 입을 벌린 채 애교를 부리듯 오히려 미다스의 손길에 제 머리를 비볐다. 왕! 그 후에는 마치 놀자는 듯이 미다스 앞에서 총총걸음을 내디디며 울음을 냈다. 왕왕! 누가 봐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애교가 넘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미다스는 로그아웃을 준비했다. ‘일단 분석부터 해보자.’ 좋은 스킬에는 그만한 연구가 필요한 법. 귀찮다는 이유로 일거리를 내일로 미루는 탓에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철저한 연구를 위해 미다스가 잠시 게임을 쉴 준비를 했다. 왕! 그런 미다스의 앞에서 럭키가 마치 가지 말라는 듯이 울음을 토했다. 그 울음에 미다스가 럭키를 달래듯 말했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그때였다. 킁킁! 미다스의 말에 럭키가 땅을 몇 번 킁킁거린 후에 미다스를 향해 크게 외쳤다. 왕! 그 행동을 확인하지 못한 미다스는 재차 달래듯 말했다. “그래, 럭키야. 조금만 기다려. 영상만 확인하고, 금방 올게.” 왕왕! 그런 미다스에게 럭키가 재차 외쳤고, 미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그아웃을 멈추고 럭키를 바라봤다. ‘응?’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했다. 왕왕! <주인, 주인! 저기 달콤한 냄새가 난다!> 럭키, 그의 머리 위에 글자가 보였다. 2. 채굴꾼. 갓워즈에서 지독한 노가다를 요구하는 재료 아이템을 수집하는 자들을 통칭하는 단어다. 이러한 채굴꾼들의 주요 채굴 대상은 다름 아니라 포션 재료였다. 지정된 지역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보호 아래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허브 따위들을 모으는 것이 그들의 주 업무였다. 어려울 건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산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과 비슷했다. 그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샅샅이 헤집으면 될 뿐, 이렇다 할 기술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정신이 아득해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채굴꾼 역할이 돈이 되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은 덕분이었다. 체력, 마력 회복 포션에 대한 수요는 콜라만큼 수요가 끊이질 않았으며 능력치를 올려주는 포션의 경우에는 아예 필요한 물량을 주문해야 할 지경이었다. 수요가 너무 탄탄하니 값이 떨어질 리 만무. 당연히 희귀 재료 아이템으로 만든 희귀 포션의 값은 훨씬 더 비쌌다. [송곳 버섯] - 재료 등급 : 레어 - 재료 효과 : 달콤한 맛을 내는 송곳 모양의 버섯이다.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근력이 오른다. 지금 미다스가 손에 쥔 송곳 모양의 버섯이 그러했다. ‘이거로 포션 만들면 개당 만 원은 받을 수 있는데.’ 개당 만 원. 적어도 길을 가다 바닥에서 주울 수 있는 액수의 돈은 아니었다. ‘이거 실물로 본 건 처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얻기 힘들었다. 이런 희귀 재료 아이템을 찾으려면 땅에 눈을 박고 다녀야 하는데,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 그리고 플레이어란 위협과 맞서 싸우는 이들 중에 그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게 앞서 말했듯이 채굴꾼이 돈벌이가 되는 이유였다. 왕! 미다스가 ‘저 잘했죠? 그러니까 쓰다듬어 주세요!’ 라고 외치는 럭키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맙소사.’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슨 의미인지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거 청심환 좀 먹고 다시 접속할까?’ 너무 놀라서 심장이 걱정될 지경. 킁킁! 그렇게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가 다시 한 번 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본 후에 다시 고개를 돌려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왕왕! <주인님, 저기서 신비한 냄새가 나요!> 그 말에 미다스가 럭키가 바라보았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주변 나무와 비교해서 특별할 것 없는 나무, 그 나무뿌리 아래로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법한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공간 위에 글자도 보였다.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히든)] 그제야 미다스는 다시 떠올렸다. 라포, 그의 개인 영상에는 히든 던전 발견 영상도 잔뜩 존재했다는 사실을. 3.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히든)] - 던전 등급 : 유니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2레벨 이하 입장 가능 - 고블린 주술사가 실험을 위해 만든 비밀의 아지트이다. !퀘스트 보상 : 고블린 주술사 처치 시 고블린 주술사 퇴치사 타이틀 지급 !고블린 주술사 퇴치사 타이틀 보상 : 룬(지력+5) 지급 !현재까지 발견자 0명 히든 던전. 말 그대로 게임 속에 숨겨진 던전으로, 보스 몬스터와 비슷한 개념의 던전이었다. 한 번 공략을 하면 사라지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임의의 공간에서 재생성되는 식. 보스 몬스터와의 차이점은 하나였다. ‘보스 몹보다 보기 힘든 히든 던전을 이렇게 발견할 줄이야.’ 매우 보기 힘들다는 것.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마냥 먹잇감을 찾아다니며 싸돌아다니는 보스 몬스터와 어떻게든 플레이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꼭꼭 숨은 히든 던전, 둘 중 무엇이 더 발견하지 힘든 지는 뻔한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시작의 마을에 히든 던전이 있었다고?’ 무엇보다 히든 던전의 존재 유무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했다. 실제로 히든 던전을 최초로 발견한 이들은 그 사실을 일단은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숨긴 채 그 사실을 주변 이들하고만 공유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였으니까. 당장 미다스 역시 초보자 마을에 히든 던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실제로 지금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던전 관련 비밀 정보 중에는 최초 발견자는 0명이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왕왕! 그게 미다스가 럭키의 칭찬해달라는 외침 앞에서 쉽사리 표정을 풀지 못하는 이유였다. ‘최초의 던전 발견자.’ 이 던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는 순간 어떤 타이틀이 달성되는지, 그 타이틀 보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모든 능력치 10포인트 올려주는 룬 보상.’ 그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거 팔면······.’ 더욱이 놀라운 건 이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아치울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당장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탐험가 길드에만 팔아도 앞으로 한 달, 그 이상의 생활비는 아주 무리가 없을 만큼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밖에 나가서 이혁주에게 손가락 한 개를 펴고 선금으로 1백만 원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카를 위한 큼지막한 곰인형도 기꺼이 살 수 있을 터. ‘이거 팔면 최소 한두 달은 더 편하게, 돈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어.’ 미다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목돈을 손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온 셈. 이제까지의 미다스의 성격과 행보를 보면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고민했다. ‘아.’ 눈앞의 던전, 몸 하나나 들어갈 만한 자그마한 토굴, 보통 경우라면 들어가라고 해도 가지 않을 공간을 말없이 바라봤다. “럭키야.” 그때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왕! 럭키가 그 손길에 울음을 터뜨리며 밝은 미소를 흘렸다. 그러한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이것도 돈 받고 팔거면 게이머를 하지 말아야지.” 대답하는 미다스의 눈에는 각오가 어려 있었다. ‘이 던전, 내가 깨자.’ 자신에게 온 기회를 먹어치우겠다는 각오가. 4. “이제부터 시작의 마을에 존재하는 히든 던전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에 입장하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마치 방송을 하듯 내뱉었다. 물론 진짜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다. 바보도 아니고, 이런 금싸라기 같은 정보를 시청자도 얼마 없는 주제에 라이브로 방송할 리 만무. ‘영상은 이 정도면 되겠고.’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때와 마찬가지로 훗날 이 정보를 팔아치우기 위한 증거 자료 영상이었다. 왕! 그런 미다스의 의중을 알 리 없는 럭키는 그저 신이 난 듯 미다스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 들어가자.” 이윽고 미다스가 던전 입구 안으로, 간신히 몸 하나 들어갈 법한 어둠 가득한 공간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곧바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거대하면서도 잘 다듬어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에 입장했습니다.] 곧바로 알림도 들렸다. [주술사 고블린의 비밀 아지트 최초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던전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던전 탐험가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거듭해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5년 전, 이 게임이 처음 시작된 때, 그때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이제는 별이 된 자들만이 누리던 그 소식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짙은 희열을 느꼈다. ‘진정해. 기껏해야 시작일 뿐이야.’ 물론 미다스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긴 던전이다.’ 무엇보다 그가 있는 곳은 던전.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는 던전 공략 경험은 많지 않았다. 거기에 그 경험 대부분은 파티 플레이에 의한 것이었다. 탱커의 탄탄한 보호를 앞에 두고, 힐러의 든든한 지원을 뒤에 둔 채 이루어진 것들. ‘던전 솔플은 처음이다.’ 지금처럼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는 경험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뭐, 스탯이 깡패라서 문제는 없겠지만.’ 유불리를 논하기에 미다스의 능력치는 고블린들에게 있어 악몽, 그 이상이었으니까. 끼이? 그런 미다스 눈에 고블린이 보이기 시작했다. 24화. 8화. 너의 목소리가 보여 (2). 4. 버려진 비밀 신전 같은 공간. 제법 정갈하게 다듬어진 그 공간 속 통로, 그 통로 곳곳에 박힌 발광석이 내뿜는 은은한 빛 사이로 불덩이 하나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퍼엉! 그 후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그 고요함 사이로 자신이 잡은 고블린 앞에 선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데미지 장난 아니네.’ 필드 사냥과 던전 사냥, 둘 중 더 어려운 것을 고르라면 플레이어들은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던전 사냥은 나름 갓워즈에 익숙한 플레이어들도 꺼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스탯빨에서 나오는 데미지 딜링으로 때려잡으니, 공략이고 뭐고 의미가 없네, 의미가 없어.’ 그러나 레벨에 비해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스탯에서 나오는 데미지는 그 던전 공략을 가소롭게 만들었다.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떠올랐다. ‘아즈모, 그 인간이 왜 이 게임에 돈을 때려 박는지 이제야 좀 이해할 수 있겠네.’ 갓워즈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플레이어, 아즈모. 그가 지금의 미다스가 하는 것처럼 게임을 했다. 자기 레벨에서 갖출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세팅하고, 그 아이템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능력치를 앞세워 몬스터를 쓸어버렸다. ‘이 어려운 게임을 애들 장난으로 만드는데 열광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거지.’ 아즈모의 개인 방송 시청자 숫자가 갓워즈의 모든 플레이어들 중 가장 높은 비결이기도 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어렵다고 말하는 갓워즈란 게임을 아즈모는 마치 어린 아이의 장난감 놀이처럼 치부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인간도 레벨 랭킹 1위를 못 찍는 거 보면 참 대단한 게임이야.’ 놀라운 건 그런 아즈모조차도 레벨만으로 따지면 현재 3위에 불과하다는 것. 게임을 장난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즈모보다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가 두 명이나 존재했다. ‘뭐,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하늘 위 별, 그것도 가장 찬란한 별들의 이야기였다. 닿는다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세계. ‘아직은.’ 그러나 이제는 미다스도 그것을 마냥 미지의 세계로만 치부하진 않았다. ‘이제 나도 좀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도 될 거 같은데 말이야.’ 이제는 미다스도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왕! 왕! 그렇게 미다스가 자신의 욕심을 구체화하는 순간, 럭키가 주인을 향해 외쳤다. 그 소리에 미다스가 걸음을 멈췄다. 그런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발광석의 미약한 빛 탓에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시계,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저 어둠 너머에 통로가 아닌 드넓은 공간의 존재를. [ 주술사 고블린(Lv16)]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몬스터의 존재를. ‘보스방이군.’ 던전의 마지막 방이었다. 5. [주술사 고블린(Lv16)] !적과의 거리가 5미터 이상일 경우 파이어볼 사용 !주변 고블린 타입 몬스터에게 자동으로 미치광이 주술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불사르기 스킬 발동 주술사 고블린. 약 150센티미터의 신장을 가진 놈의 몸뚱이는 챔피언 고블린과 다르게 고블린의 약소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팔다리는 뼈가 보일 만큼 얄팍했다. 끄르르······. 그러나 손에 든 지팡이 그리고 팔과 목에 걸친 뼈로 된 장신구와 무언가의 핏물로 그린 듯한 온몸에 문양들은 자신의 존재가 범상치 않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끼힛, 끼힛! 놈의 주변에 있는 고블린들의 상태 역시 남달랐다. [미친 고블린(Lv7)] - 미치광이 주술에 취해 공포를 잃었다. - 모든 공격력 20퍼센트 증가 - 모든 방어력 20퍼센트 감소 - 체력 및 마력 15퍼센트 감소 보통의 고블린과 달리 내뱉는 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으며, 눈동자 역시 탁하기 그지없었다. 필드 사냥터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기괴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이 게임을 5년 넘게 한 미다스에게 아주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눈앞의 광경을 빠르게 해석했다. ‘미친 고블린으로 나를 붙잡는 사이, 파이어볼로 대상을 공격하고, 최후의 순간에는 제 몸에 불을 지르는 불사르기 스킬 사용하는거군. 페이즈는 2개인 건가?’ 놈들이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지 파악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간단하네.’ 이미 수없이 풀었던 문제인데 해답을 도출하는 데에는 긴 시간은 필요 없는 법. “럭키야, 잘 부탁한다.” 그리고 해답이 나오는 순간 망설일 필요도 없는 법. “가즈아!” 왕! 미다스의 명령에 럭키가 총알처럼 고블린 무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왕! 왕! 참으로 앙증맞은 소리의 등장에 고블린들 역시 이내 반응했다. 끼힛! 끼헷! 주술사 고블린의 주변에 있는 고블린 여섯 마리의 머리 위 초록빛 신호등이 단숨에 빨간불이 되었다. 끼헤헤헷! 그 후 고블린들 모두가 럭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법한 광경이었다.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를 향해 눈이 뒤집힌 고블린 여섯 마리가 덤벼드는 광경을 웃으며 볼 자는 많지 않을 테니까. 왕! 그러나 럭키는 그러한 여섯 개의 적의를 상대로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용기 넘치는 외침과 함께 제 칼날과도 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퍼엉! 그 순간 럭키의 뒤편에서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날아와 럭키를 향하던 고블린, 개중 가장 선두에 선 고블린의 얼굴을 덮쳤다. 파이어볼에 당한 고블린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피윳! 그렇게 고블린이 바닥에 고꾸라지며 털썩 소리가 나는 순간, 얼음 화살 한 발이 두 번째로 빠른 고블린의 눈알에 꽂혔다. 피윳! 곧바로 두 번째 화살이 그리고 세 번째 화살이 각각 고블린들의 볼과 미간에 꽂혔다. 다섯 번째는 다름 아닌 짱돌이었다. 그 어느 공격보다 빠르게 날아온 짱돌은 다섯 번째 고블린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다. 끼엑! 앞서 공격을 당했던 고블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애처로운 비명이 터졌다. 퍼엉! 그 후 여섯 번째로 파이어볼이었다. 미다스가 현재 가진 최선의 조합이었다. 일단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한 상태에서 3개의 아이스 애로우를 확보한 채로 파이어볼을 사용. 이후 아이스 애로우로 공격을 한 후에 짱돌로 시간을 더 벌고, 쿨타임이 끝난 파이어볼을 재차 사용하는 것. 매우 훌륭한 콤보였다. 어려울 것 없고 또한 꼬일 것 없는 콤보. 이제까지 마주한 고블린 무리는 이 콤보를 한 번 돌리는 것으로 충분히 사냥 가능했다. 전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끝났다. 그러나 지금 마주한 고블린 무리에는 우두머리가 존재했다. 끄르르르르! 미다스가 고블린 부하들을 처리하는 사이, 주술사 고블린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제 손바닥 위로 농구공 크기의 불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방해해야 할 때. 그러나 럭키는 이미 눈앞에 조우한 고블린을 상대하느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당연히 그 캐스팅 방해의 몫은 미다스의 몫이었다. “후우!” 럭키가 모든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끄는 사이, 미다스는 잽싸게 주술사 고블린에게 달려갔다. 마법사 클래스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완드가 아니라 검을 쥔 손을 주술사 고블린의 목덜미를 향해 내찔렀다. 푹! 검이 깊게 꽂혔다. 데미지 역시 깊었다. [주술사 고블린이 캐스팅을 취소합니다.] 주술사 고블린의 캐스팅을 취소하게 만들 정도로. ‘오케이, 취소된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후에 그대로 주술사 고블린의 몸에 꽂힌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주술사 고블린과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1미터, 3미터 그리고 5미터. 그 거리를 벗어나는 순간 주술사 고블린이 목에서 손을 땐 후에 미다스를 노려보며 캐스팅을 시작했다. “파이어볼!” 그리고 미다스도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캐스팅 속도는 미다스가 좀 더 빨랐다. 어느새 미다스의 손에는 파이어볼이 잡혀 있었고, 미다스는 그 파이어볼을 망설이지 않고 던졌다. 퍼엉! 주술사 고블린이 아닌 럭키와 싸우는 도중인 고블린 한 마리를 향해서. 끼륵! 그 갑작스러운 파이어볼 공격에 고블린이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고블린은 네 마리. 그게 미다스의 작전이었다. ‘잔챙이부터 처리하고, 보스를 잡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주술사 고블린의 패턴에 대응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빨리 놈을 잡을 이유는 없었다. 주술사 고블린의 캐스팅을 취소시키며 나오는 시간을 이용해 놈의 부하들을 하나씩 제거하면 될 뿐. 그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검을 앞세운 채 주술사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푹! 검은 다시 한 번 주술사 고블린의 몸뚱이에 꽂혔고, 주술사 고블린은 캐스팅을 취소한 채 뒷걸음질 쳤다. 미다스 역시 다시 뒷걸음질 쳤다. 둘 사이의 거리가 다시 5미터가 되는 순간, 그 둘은 다시 한 번 동시에 소리쳤다. 끄르르르! “파이어볼!” 미다스의 공략이 시작됐다. 5. 모든 플레이어들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에 앞서 공략을 준비한다. 여기서 그 누구도 결말이 파멸, 전멸인 공략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공략밖에 안 나오면 사냥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법. 즉, 보스 몬스터 사냥에 나서는 플레이어들은 승산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공략대로 원하는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예상 이상으로 상황이 나쁜 경우에는 의외로 피해가 덜했다. 아니다 싶으면 튀면 되니까. 오히려 피해가 큰 경우는 공략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경우였다. 생각보다 데미지 딜링이 잘 되는 경우. 생각보다 공략이 더 잘 되는 경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쉽게 돌아가는 경우. 그 경우 대부분은 자연스레 속도를 높인다. ‘속도를 높이는 건 좋은데, 정해둔 레일을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폭주지.’ 그러면서 대부분 준비한 공략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아도 페이스는 무조건 유지하는 게 좋다.’ 미다스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그렇고, 갓워즈에서도 그렇고.’ 갓워즈를 하기 전부터, 야구공을 손에 쥘 때부터 상정 범위 밖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 그의 페이스는 기대를 넘어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왕! 럭키는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으며, 그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예상 이상으로 치명적이었다. 명중률 역시 훌륭했다. 다시 야구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럼에도 미다스는 무리하지 않았다. 준비한 계획대로 움직였다. 주술사 고블린의 마법 캐스팅을 방해하면서 얻은 시간으로 고블린의 숫자를 하나씩 줄여갔다. 여섯 마리를 다섯으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넷으로 만들었다. 끼에! 마지막 둘이 남았을 때도 동시에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하나씩 정리했다. 충분히 검으로도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근접전을 추가하지 않았다. ‘지루한 이 느낌.’ 종국에 주술사 고블린만 남았을 때 집중력마저 흔들릴 만큼의 지루함을 느낄 정도. ‘이게 베스트지.’ 미다스는 도리어 그 지루함에 만족했다. 끄르르르! 그런 미다스의 앞에서 이제는 준비한 계획의 클라이막스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주술사 고블린, 피투성이가 된 놈이 괴성을 내지르자 놈의 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사르기! 자신에 닿는 모든 대상을 불태우기 위한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다. ‘2페이즈 돌입이구나!’ “럭키야!”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럭키를 향해 소리쳤다. 왕! 그러한 주인의 부름에 럭키는 크게 소리쳤다. 당장에라도 저 불덩이 고블린도 물어뜯겠다는 기세, 그 기세를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명령을 내렸다. “튀어!” 왕? 명령을 내리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림이 병신 같아도 살아남으면 장땡.’ 최후의 발악을 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최후의 전투를 치러주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만화나, 영화,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니까.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미다스는 자신이 그 아무나에 속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미다스는 제 몸을 불사르는 주술사 고블린을 상대로 최후의 결전 따위를 치러주지 않았다. 끄르르르르! 섬뜩한 소리를 내뱉는 주술사 고블린을 상대로 미다스는 구차할 정도로 열심히 도망쳤다. 열심히 정도가 아니었다. 필사적이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미다스는 전력으로 도망쳤다. 달리는 폼 자체가 100미터 육상선수의 폼이었다. 두 팔을 열심히 흔들며 보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한 자세를 갖추었다. 끄르르르! 그런 미다스를 쫓는 주술사 고블린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감흥 따윈 느끼지 않았다. ‘빨리 죽어서 템이나 뱉어라.’ 그 역시 장난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추한 짓을 망설임 없이 자처할 수 있다는 건 미다스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증거였다. ‘끝이다.’ 그러한 술래잡기에도 끝이 보였다. 미다스의 눈에 고블린의 HP가 이제는 0이 된 것이 두 눈에 분명하게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를 애처롭게 쫓던 고블린의 걸음도 멈추었다. 활활, 제자리에 꼿꼿이 선 채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어휴, 힘들었다.” 왕! 그제야 미다스가 긴장을 풀었다. <인간!> 그때 미다스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응?” 그 목소리에 미다스가 놀라며 럭키를 바라보았다. “럭키야 지금 네가 말한 거니?” 크르르! 럭키는 대답 대신 성난 울음을 토해내며 주술사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미다스의 시선도 럭키를 따라갔다. ‘뭐야? 왜 살아있어? 버그야?’ HP가 0이 됐음에도 아직 서있는 주술사 고블린의 존재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내가 돌아왔다!> 주술사 고블린의 입에서 공간을 울리는 섬뜩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헉!” 그 외침에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고, 고블린이 말하는 건 처음 본다.” 너무 놀란 나머지 미다스가 제 심정을 말로 토해냈다. “우와! 이거 실화냐? 버그 아니지? 이거 영상 찍으면 조회수 대박각 나올 거 같은데? 아, 영상 찍는 중이었지. 여러분 지금 여러분들은 말하는 고블린을 보고 계십니다! 갓워즈 최초일 겁니다! 리얼 실화입니다. 절대 조작 영상 아닙니다!” 만약 이게 게임이 아니었다면 말을 뱉던 주술사 고블린이 벙 찐 표정을 지었을 광경. 물론 게임이기에 그런 일은 없었다. <이제 신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주술사 고블린은 제 할 말을 내뱉었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주술사 고블린이 재가 되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주술사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던전 공략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주술사 고블린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 공략 보상이 인벤토리에 추가되었습니다.] [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의 성장에 기회를 줍니다.] 연속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점차 진해지기 시작했다. ‘말하는 고블린이라니, 뭔가 있는 모양인데?’ 물론 조금 전 주술사 고블린이 내뱉은 말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뭐, 확인해보면 되겠지.’ 그저 차근차근 순서를 밟고자 할 뿐. “럭키야, 그럼 템부터 확인해볼까?” 왕! 자신의 물음에 앙증맞은 외침을 내뱉는 럭키 앞에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추가된 보상을 확인했다. [주술사 고블린의 지팡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0레벨 이상 - 주술사 고블린이 사용하던 지팡이다. 불의 힘이 깃들어 있다.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유니크! 이거 기본 100만 시작이다.’ 유니크 등급의 지팡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적지 않은 액수가 보장된 상황. - 공격력 : 31 - 지력 +11 - 마력 +11 - 화염 계열 마법 공격력 5퍼센트 증가 - 화염 계열 마법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증가 - 화염 계열 마법 쿨타임 5퍼센트 감소 그 아래에 늘어선 옵션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맙소사, 이 옵션 실화냐? 10레벨 무기가 공격력 31? 이 정도면 유니크 끝판왕 아닌가?’ 상상 이상의 옵션에 기겁하는 미다스. 그러나 그런 미다스를 더 놀라게 하는 옵션을 따로 있었다.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가장 말미에 있는 그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그 문구를 확인했다.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 그어졌던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 성난 표정이 지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불가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진심으로 분노를 토해냈다. “씨발, 이럴 줄 알았어. 이 빌어먹을 개쓰레기게임 같은게 존재한다는 게 인류에 대한 모욕이라니까!” 그 무엇으로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분노. 그러한 분노를 잡은 건 다름 아니라 시스템 알림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이 새로 생성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같은 소리하네, 이 개쓰레기 게이······.” 그 순간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이게 왜 여기서?’ 갓워즈란 게임의 진짜 모습을. 25화. 8화. 너의 목소리가 보여 (3). 6. 김민수,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상의 세상을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는 자. 그런 그가 갓워즈 제작을 선언했을 때 세상 이들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왜 하필 게임입니까?” 가상현실에 만들 수 있는 다른 좋은 것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게임 따위를 만드냐고. 그 질문에 김민수는 대답했다. “그냥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취미 삼아 만드는 거니까 큰 의미는 두지 마세요. 돈 벌 생각도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저 혼자 만드는 건데 제가 뭘 만들든 제 마음이죠. 꼬우면 당신들이 다른 거 만드시든가. 뭐, 만들 수 있을 때 이야기이지만.” 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라고. 어쨌거나 김민수는 갓워즈를 만들었고, 그 갓워즈가 사람들의 상식을 가뿐히 짓밟은 채 삽시간에 세상을 집어삼키면서 사람들은 왜 게임을 만들었느냐, 같은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을 시작했다. 대체 김민수, 그가 만들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김민수가 죽고 난 후 사람들은 그 질문을 갓워즈란 게임에서 찾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도 그 이야기를, 일명 메인 시나리오를 찾아내지 못했다.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 창은 그런 거였다. [이름 없는 신의 흔적]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시작의 마을에서 이름 없는 신의 흔적을 아는 NPC를 만나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시작의 마을 NPC 융을 찾아가 키워드 ‘이름 없는 신의 흔적’을 언급할 경우 퀘스트 진행 가능. !퀘스트 보상으로 ‘융의 반지(유니크)’ 획득 퀘스트 랭크, 메인 시나리오! 5년 넘게 갓워즈에서 단 한 반도 세상에 알려진 적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일단 미다스는 의문을 가졌다. ‘아니, 5년 넘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것을 찾기 위해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이들이 갓워즈란 세상을 샅샅이 헤집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시작의 마을, 초보자들의 세상에서 이 퀘스트의 시작점이 나오다니? ‘아니, 알파 컴퍼니 새끼들 뭐하는 놈들이야? 이 정도면 기획 오류 아니야?’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왕!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관심을 달라는 듯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갓워즈가 걸어온 5년이란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생각해보면 알파 컴퍼니가 김민수가 만든 갓워즈의 설정에 그 어떤 터치도 안 했어.’ 갓워즈를 제작한 알파 컴퍼니는 세상의 거듭되는 게임 설정 변경, 업데이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명분은 위대한 천재 김민수가 남긴 유산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 갓워즈 안의 플레이어들이 미쳐 날뛰는 이유였다. 게임의 운영자들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데 미쳐 날뛰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 아닌가? ‘시작의 마을이 이 꼴이 된 것도 그 때문이지.’ 시작의 마을이 확실한 증거였다. 알파 컴퍼니가 조금만 게임을 건드렸더라도 탐험가 길드가 시작의 마을을 지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파가 이런 상황을 만들 줄은 아마 김민수도 예상 못했겠지.’ 그리고 그러한 일이 게임을 변질시켰다. 본래대로라면 발견됐어야 할 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시작 루트가 5년 넘게 땅에 묻혀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미다스조차도 간신히 발견할 정도로 땅속 아주 깊은 곳에.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더 이상 왜? 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희열을 느꼈다. ‘차원이 다른 기회다.’ 이 정보의 가치는 얼마일까?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기회. 이제까지 언제나 비참했던 나날을 행복과 영광의 나날로 바꿀 수 있는 기회. 당연히 미다스가 고민할 건 없었다. ‘이거 무조건 해야 돼. 팔고 자시고 할 게 아니야.’ 이제부터 그가 해야 하는 건 다른 운 좋은 경쟁자가 생기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득을 챙기는 것뿐이니까. ‘융이면 졸업시험 주는 NPC지? 걔 방은 졸업시험자만 들어갈 수 있으니 탐험가 길드랑 부딪칠 필요도 없네.’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그린 후에 곧바로 홀로그램 창을 껐다. 왕! 그때 럭키가 재차 울음을 토해냈다. “그래, 럭키야.” 미다스가 기분 좋은 미소로 럭키의 머리를 열심히 그리고 신이 나게 쓰다듬었다. 호우우우! 그 손길에 럭키가 기분 좋은 듯 고개를 들며 하울링을 내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준 기회를 아직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10레벨 달성 보상을 받지 않았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예.” 그 알림에 대답하는 미다스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제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스킬 카드깡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공격 스킬은 충분하니, BCD타입 중 괜찮은 거 고르고 빨리 퀘스트 깨러 가자.’ 지금 눈앞에 거대한 황금이 있는 상황에서는 크게 이상할 것 없는 반응이었다. ‘어차피 잘 나와야 레어일 텐데.’ 그리고 솔직히 미다스의 상식 속에서 레벨업 보상으로 받는 스킬 카드로 레전더리 등급 스킬을 얻었다는 사례는 지극히 적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매주 로또에 당첨되는 당첨자 숫자가 더 많을 정도. 기대감을 가지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였다.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는 하울링을 이어가며 주인을 응원했다. [스킬 카드를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그리고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폴리모프]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사냥한 대상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황금으로 빛나는 전설 카드를. 7. 무법자들을 위한 세계 갓워즈. 그러나 시작의 마을은 그러한 무법 세계에 어울리지 않게 질서정연하기 그지없었다. 플레이어들은 마치 고속도로 위 자동차처럼 다른 것에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정해진 길만을 갔으며, NPC들이 위치한 건물 앞에서는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곳곳에 배치된 탐험가 길드 소속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러나 딱 한 곳만큼은 탐험가 길드의 영향에서 벗어난 채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시작의 마을에서 가장 큰 3층 건물, 시작의 마을을 관리하는 촌장 융의 집이었다. “야, 진짜 벌써 졸업하게?” “여기 백날 있어봤자 할 것도 없어. 퀘스트 받는 것도 일일이 돈내야 하잖아? 차라리 빨리 졸업해서 밖으로 나가는 게 낫지. 어차피 이리 구르나, 저리 구르나 똑같잖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졸업시험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 딱히 관리할 필요가 없는 이유였다. 졸업을 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시작의 마을을 벗어나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며, 그렇게 떠난 플레이어는 다시는 시작의 마을에 돌아올 수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자.” “어? 그냥 들어가면 돼? 차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야?” “여긴 예외야. 동시에 들어가도 돼.” 더욱이 융의 집은 다른 NPC들이 있는 지역과 다르게 다수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일종의 인스턴스 던전처럼 들어온 플레이어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었다. 즉, 탐험가 길드가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게 설정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 사실 그게 당연했다. 탐험가 길드가 졸업시험마저 관리했다면 갓워즈란 게임은 아예 진행 자체가 되지 않았을 테니.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 다른 NPC도 똑같이 만들지.’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의 생각처럼 만약 모든 NPC를 융처럼 만들었다면 탐험가 길드가 활개 치는 일도 없었을 터. 달리 말하면 다른 NPC들이 저렇게 관리되는 건 개발자가 의도했다는 의미였다. ‘김민수, 이 인간은 대체 이 게임을 무슨 이유로 만든 거야?’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천재의 의중이 참으로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에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끼잉······. “럭키야, 조금만 참아.” 미다스가 지금 해야 하는 고민은 제 품속에 숨긴 럭키를 들키지 않은 채 융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니까. ‘괜히 주변 시선을 사서 좋을 건 없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시작의 마을에서 신수를 데리고 다닌다면 장담컨대 모든 유저가 달라붙을 것이다. 그리고는 ‘신수 어떻게 얻으셨어요?’, ‘나도 신수 주세요!’ ‘님 파티해주세요!’ ‘씨발 금수저 개새끼 나가서 트럭에 치여서 이세계나 가라!’ 따위 말을 지껄일 것이다. 좋을 건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탐험가 길드 애들이 달라붙을 수도 있고.’ 최악은 탐험가 길드에 의심을 받는 일이었다. 만약 플레이어가 시작의 마을에서 신수를 얻었다는 게 확인되면 탐험가 길드는 시작의 마을에 엄청난 인력을 투입할 터.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사냥터 밖, 탐험가 라인 너머도 조사할 것이다. 말 그대로 조사였다. 몬스터를 잡고, 사냥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땅에 코를 박고 보물을 찾는 조사. 그러다가 미다스처럼 히든 던전을 발견하게 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라는 말도 안 되는 경쟁자가. ‘무조건 평상시처럼 간다.’ 미다스에게는 오히려 탐험가 길드가 변함없이 시작의 마을을 관리해주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인 셈. ‘평상시처럼.’ 그 의지와 함께 천쪼가리를 덮은 럭키를 가슴에 숨긴 채 미다스가 융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특별한 시선을 보내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미치겠다.’ 마치 세상 모두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사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끼잉······. 품에 꼭 숨긴 럭키의 신음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치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자연스레 신경이 곤두섰고, 주변의 소리에 민감해졌다. “야, 그거 들었어? 선 밖에서 PK가 있었데.” “PK? 양민 학살자 새끼들이 플레이어 사냥하려고 우글거리는 곳에서 선 밖에서는 일상이잖아?” “그게 말이야, 그 양민 학살자가 학살당했다네?” “뭐?” 그때 플레이어들의 대화가 미다스의 고막을 두드렸다. “양민 학살자가?” “어, 그것도 1대3으로.” “1대3? 양민학살자 하나를 3명이 잡았다는 거야?” “아니, 그 반대.” “미친, 그게 말이 돼?” “나도 들은 거야. 여하튼 내용은 이래. 3인 파티가 선 밖에서 사냥 중에 양민 학살자 파티에 당하는데, 누군가 등장하더니 그 양민 학살자를 역관광한 거지.” “아니, 왜?” “이야기 들어보니까 라이브 방송 중이었데. 양민 학살자 잡는 거 방송한 거지.” “아, 그건 이해가 되네. 그래서 방송 이름이 뭔데?” “BJ대마도사였든가?” 미다스, 그의 이야기였다. ‘소문 퍼졌구나.’ 아무래도 그때 사일러 일행을 잡은 일이 소문이 되어 퍼지는 모양. 목격자가 있었으니,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BJ대마도사라고?” “응, 직업이 대마도사인 모양이야. 불하고 얼음 마법을 동시에 썼다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였기에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특별할 건 없었다. “씨발 금수저 새끼가 돈지랄로 대마도사 직업 얻고 방송하는 모양이네. 여하튼 좆같은 게임이라니까. 돈 많은 놈들은 돈지랄해서 희귀 직업 얻고, 방송해서 돈 벌고.” “그래, 개좆같은 새끼지. 죽창을 꽂아야 해.” “장담하는데 조만간 그 새끼 라이브 도중에 죽창 맞는다.” 이어진 대화 내용 역시 특별할 건 없었다. 갓워즈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내용. ‘······라이브 방송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미다스가 융의 집 앞에 도착했다. 8. 쿵!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융의 집에 들어왔습니다.] [이 공간은 격리된 공간입니다. 로그아웃 시에 융의 집 밖에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내 플레이어를 반기는 알림을 들은 후에야 플레이어, 미다스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그 한숨과 함께 미다스는 품에 숨기고 있던 럭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왕! 왕! 왕! 럭키가 참은 소리를 신명나게 토해냈다. “소란스러운 손님이군.” 그때 중후한 목소리가 미다스의 귀에 꽂혔다. 집이라기보다는 무기 상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벽면에 온갖 종류의 무기로 도배된 1층의 공간, 그 공간의 주인인 NPC융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NPC융은 마을 촌장이라기보다는 은퇴한 영웅과 같은 모습이었다. 몸은 단련된 흔적이 역력했고, 무엇보다 사각형 모양의 얼굴에는 강인함이 가득 해 있었다. 그런 NPC융이 미다스를 향해 질문했다. “그래서 네 녀석도 마을을 졸업하고 싶은 건가?” 모든 플레이어들이 예, 라고 대답했던 질문. 5년 전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곳에서 융의 질문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예, 라고 대답을 지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름 없는 신의 흔적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미다스, 그가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한 대답은 굳이 필요 없었다. ‘오케이, 퀘스트 떴다.’ 융의 머리 위에 보이지 않던 물음표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26화. 9화. 미션 임파서블 (1). 1. “신이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 NPC융과의 대화는 무척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건 신이 신좌에서 내려왔다는 것, 더 이상 신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됐음을 의미하지.” 그 분위기 속에서 NPC융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신을 신좌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을까? 조촐하기 그지없는 신의 신도들이?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지. 신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신뿐. 그래, 그렇다네. 자네 생각이 맞네. 이름 잃은 신, 그것은 신들의 전쟁에서 패한 자들을 말함일세.” 굳이 미다스가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NPC융은 알아서 대화를 이끌어갔다. ‘이거 편하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살짝 긴장을 풀었다. NPC 중에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퀘스트가 진행되며, 개중에는 정답을 말하지 않으면 퀘스트 진행을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NPC들 때문에 엿 좀 몇 번 먹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NPC융의 행동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그럼 패배자들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NPC융이 질문을 던졌을 때 미다스가 대답 없이 멀뚱히 그를 쳐다만 본 건. 그렇게 둘 사이의 침묵이 길어지고, 길어진 침묵이 짙어졌다. 헥헥, 헥헥! 럭키의 숨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그 침묵 속에서 미다스는 NPC융을 멀뚱히 바라보던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뭐야? 왜 말을 안 해? 버그야?’ 그 후에도 좀 더 시간이 흘렀고, 그럼에도 NPC융은 말을 이어가지 않은 채 미다스를 바라만 봤다. 좀 더 침묵이 이어졌다. “대답해보게, 패배자들이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국 NPC융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아, 대답해야하는구나.’ 그제야 미다스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질문을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갓워즈란 세상에서 패배자가 남기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전리품이겠죠.” ‘템드롭이지.’ 승자를 위한 달콤한 보상! 그 질문에 NPC융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패자가 남길 것은 유산뿐이지.” 그 말과 함께 NPC융이 양팔을 좌우로 크게 펼치며, 주변을 가득 채운 무기들을 온몸으로 가리켰다. 이곳을 가득 채운 무기들이 자신의 전리품임을 몸으로 말했다. 그제야 이곳을 가득 채운 무기의 의미를 알게 된 미다스가 짧게 혀를 찼다. ‘그동안 이 무기 얻으려고 퀘스트 찾으려던 놈들은 헛물만 켰네.’ 게임 서비스 초반 플레이어들은 NPC융이 필시 이 방 안의 무기 아이템을 주는 퀘스트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럴싸한 가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졸업을 하는 무대에 굳이 이런 실내 디자인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와 도전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이 무기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자네의 질문에 답할 차례로군. 이름 잃은 신이 남긴 흔적이 무엇이냐 물었지?” 그렇게 미다스가 짧게 옛날 일을 회상하는 사이 NPC융이 질문을 던졌다. “예.” “대답이 필요한가?” 그 물음에 미다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 잃은 신이라면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한 자들. 그러한 자들이 흔적을 남겼다? 그건 곧 그들의 유산을 말함일 터. 흔적을 찾는다는 건 그 유산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벌써 전설의 냄새가 풍기네.’ 그것도 일반적인 수준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것일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질문은 하나였다. “그 흔적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드디어 NPC융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나는 찾지 못했으나, 자네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 말과 함께 NPC융이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적옥으로 만든 반지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그 반지를 보여주면 흔적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 걸세.” [융의 반지를 습득했습니다.]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그 후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지를 알아보는 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위가의 도시에서 반지의 정체를 알아보는 자를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지독히도 불친절한 퀘스트. 그러나 미다스는 그 불친절함에 굳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위가의 도시에서 NPC사할린을 찾아가면 ‘미션 임파서블’ 퀘스트 진행 가능. ‘오케이.’ 퀘스트 아래에 이미 해답이 명명백백하게 나왔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반지를 받는 순간 놀라지 않은 채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 마을을 졸업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NPC융은 웃으며 말했다. “이미 자네는 많은 고블린을 잡았군. 이곳을 떠나기에 충분히 강해졌어. 당장 원한다면 마을 밖으로 보내주겠네. 그리하겠는가?”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시겠습니까? 시작의 마을은 한 번 졸업하시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동시에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왕! 그 순간 미다스와 럭키, 그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가의 도시로 이동합니다.] [워프 마법이 발동합니다. 멀미에 조심하세요.] 미다스, 그가 시작의 마을을 졸업했다. 2. NPC융을 통해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을 한다. 첫 번째는 워프 마법이다. 마치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질주하는 로켓을 탄 것처럼 세상을 가로지른 후에 위가의 도시 한 곳에 무작위로 꽂히는 그 느낌은 현실에서 감히 느낄 수 없는 쾌락이었다. 두 번째로 놀라는 것은 위가의 도시가 만들어내는 놀라움이었다. 시작의 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곳 그 거대한 도시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었다. “좋은 물건이 들어왔다고!” “원하시는 노래가 있으시나요?” “저리 꺼져! 불은 위험하다고!” 노움 상인이 호객 행위를 하고, 엘프 음유시인이 노래를 불러주고, 드워프 장인이 대장간을 기웃거리는 플레이어들에 일갈을 내지르는 광경. 끼루루루! 끼에에엑! 그리고 어느 NPC의 신수로 보이는 그리폰과 와이번이 저택의 지붕에 마련된 둥지에서 저마다의 울음 소리를 내는 광경은 이곳이 정말 인류가 꿈꾸던 판타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에 플레이어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똑같았다. “우와아아!”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토해내는 것. 위가의 도시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광경에 이미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한 마디씩 말을 던졌다. “이 게임 처음인 모양이네.” “좋을 때다.” “그렇지, 저때가 제일 갓워즈가 재미있을 때지.” 그러한 그들의 입에는 ‘그때가 좋았지’ 같은 의미의 실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광경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는 이들은 없었다. “우와아아!” 지금 막 하늘에서 떨어진 플레이어가 감탄사를 내뱉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 역시 없었다. 그러니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융의 반지]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레벨 이상 - 시작의 마을 촌장인 융이 끼고 있던 반지이다.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15 - 공격력 +3 - 모든 방어력 +10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2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숨겨진 세트 옵션 발동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2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공격력 +2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10퍼센트 “우와아아!” 그 감탄사를 토해내는 플레이어의 시선이 위가의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손가락을 향하고 있음을. ‘이 옵션 실화냐?’ 미다스, 그가 손에 든 융의 반지 옵션은 그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아니, 이 정도면 레전더리 급이잖아? 거기에다가 세트 옵션까지?’ 융의 반지 자체의 옵션도 놀라웠지만, 사할린의 반지 추가 착용 시 발동되는 숨겨진 옵션은 미다스가 보기에 레전더리 급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젠장, 거래 불가만 아니었어도 팔면 형이랑 혜린이 데리고 제주도 여행 가는 건데······ 그래, 이 정도 아이템 주는 게 어디야?’ 거래 불가라는 사실조차도 마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그보다 퀘스트 보상 수준 장난 아니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퀘스트를 진행한 보상 대가라는 점이었다. 보통 유니크 등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보스 몬스터 사냥이란 아주 힘든 과정을 치러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당치도 않은 수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루트가 대중화되면 아이템 시세 볼만 하겠네.’ 더군다나 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플레이어가 받을 수 있다. 즉, 퀘스트만 공략할 수 있다면 모두가 이 정도 급의 아이템을 확보 가능하다는 의미. 지금 존재하는 아이템 시세를 요동치게 만들 터. ‘······나만 빨아야지.’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미다스가 스윽, 반지를 낀 자신의 손을 내려놓았다. 끼잉······. 그런 미다스의 품속에서 럭키의 숨죽이는 소리가 났다. “럭키야, 조금만 참아.” 미다스가 그런 럭키를 짧게 달랬다. 그러면서도 걱정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순 없지.’ 지금이야 품에 숨길 크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몸집이 미다스보다 커질 것이다. ‘똘똘이 같은 경우는 지금 크기가 집채만 하잖아.’ 라포, 그의 신수인 똘똘이의 경우에는 이미 그 크기가 몬스터 수준이었다. 럭키 역시 필시 그 정도 크기가 될 터. ‘괜히 숨기려고 하면 의심 받는다. 차라리 이렇게 된 게 대놓고 다니는 게 나아.’ 더욱이 갓워즈에서 신수를 데리고 다니는 게 희귀한 케이스일지언정 이상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도리어 신수를 가슴 속에 숨긴 채로 돌아다니는 게 훨씬 의심을 받기 쉬울 터. ‘변장을 하는 수밖에.’ 결국 답은 변장이었다. 본래의 정체가 아닌 가짜 정체를 드러내는 것. 어려울 건 없었다. ‘폴리모프를 쓰면 문제없지.’ 미다스에게는 자신이 사냥한 대상으로 일정 시간 동안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으니까. 더불어 그 폴리모프 대상에는 플레이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미다스가 고려할 건 그게 아니었다. 끼잉······. “그래, 금방 찾을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건 NPC사할린을 찾아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거대하기 그지없는 위가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NPC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아득함을 느꼈을 광경.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못할 건 없지.’ 그에게는 있었으니까. ‘구글신이 검색하면 금방 발견할 수 있지.’ 모든 걸 알고 있는 구글이. 3. “형, 안 들어가세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에 쥔 스마트폰을 엄지로 조작했다. “형, 세팅 다 끝났어요.” “잠깐만.” 재차 질문이 나온 다음에야 정현우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표정은 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니, 왜 검색해도 안 나오는 거지? 다른 건 몰라도 NPC위치 정도는 다 밝혀졌을 텐데?’ 정현우, 그는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할 게 없었다. 무작위로 NPC를 만나는 게 아니라 NPC사할린이란 특정 NPC를 만나면 될 뿐이었으니까. 정현우의 말처럼 이미 위가의 도시에 있는 NPC의 존재 자체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밝혀질 만큼 밝혀진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구글에 검색했음에도 위가의 도시에 NPC사할린이 있다는 정보는 티끌도 검색되지 않고 있었다. 그건 곧 정현우가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는 의미. ‘젠장.’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정현우가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NPC사할린이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시작과 함께 등장한 NPC라면······.’ 위가의 마을에 새로운 NPC가 추가됐다면 필시 그 사실은 언제가 밝혀질 것이다. 단서가 잡히는 셈. 그리고 그 단서를 가장 먼저 잡는 게 누구인지는 뻔했다. ‘언젠가는 탐험가 길드가 눈치 깐다.’ 그게 정현우가 우려하는 바였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그전에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어.’ 뭔가 일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 그 답에 이른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종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나 들어간다.” “예!” 말하는 정현우의 눈빛에 초조함은 없었다.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이거마저 탐험가 길드 같은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된 새끼들한테 빼앗길 순 없다.’ 대신 지독한 독기가 있을 뿐. 27화. 9화. 미션 임파서블 (2). 4. 위가의 도시. 시작의 마을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게 되는 이 도시에는 볼거리가 넘쳤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월할 정도. 당연히 의도된 바였다. 튜토리얼 모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시작의 마을, 그런 시작의 마을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진짜 갓워즈의 세계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무대가 스케일도 작고, 볼거리도 없고, 재미도 없다면? 솔직히 게임 할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간신히 찾았네.’ 그런 드넓은 위가의 도시에서 미다스가 원하던 NPC사할린의 집을 찾은 것은 무려 2시간이나 위가의 도시를 뛴 후였다. 욕지거리가 나올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소리 내어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았다. ‘이 퀘스트 내용 공개되면 아마 100명 중 99명은 욕하고 1명은 알파 컴퍼니에 계란 던진다.’ 만약 미다스의 눈에 <NPC사할린의 집>이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면 장담컨대 미다스가 이 퀘스트를 깨는 것보다 7살인 조카 혜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더 빨랐을 것이다. 그렇게 욕지거리를 삼킨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건물의 형태를 보다 제대로 확인했다. 보이는 건물은 2층짜리 석조 건물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주변 건물과 같이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건물. ‘탐험가 길드는 없다.’ 탐험가 길드 소속 플레이어가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것이 이곳이 가치 없는 무대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역시 새로 생성된 건가?’ 동시에 미다스가 염려한 게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긴장감 속에서 미다스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고민했다. ‘안 열어주면 어떻게 하지? 암호 같은 거 말하려면?’ 이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에 대한 고민. ‘어?’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없었다. 문을 두드리려는 미다스의 손가락은 문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말았다. 현실이라면 믿기지 힘든 일. ‘환상이구나.’ 그러나 갓워즈에서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미다스의 생각처럼 일루젼 마법이었다. ‘오케이!’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고민 없이 자신의 몸 전체를 그대로 문 안으로 넣었다.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문 너머로 사라졌다. 그렇게 들어간 후 등장한 세상은 밖에서 본 것과 다르게 무척 드넓은 세상이었다. 책을 레고블록마냥 쌓아 만든 벽장, 그 벽장 안을 책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러한 벽장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일단 품속에 넣어둔 럭키부터 바닥에 내려놓았다. 왕! 왕! 이제까지 참았던 기나긴 숨을 토해내듯 럭키가 크게 소리쳤다. 왕! 왕! 거듭 자신을 향해 내지르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검지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럭키야, 쉿!” 왕, 왕! 그러나 럭키는 여전히 미다스를 향해 외쳤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너무 하긴 너무 했지. 2시간 내내 품에 숨긴 채 조용히 하라고 했으니까.’ 크르르르! 지은 죄가 있기에 차마 럭키를 나무라지 못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는 이번에는 이빨을 드러내며 섬뜩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어, 럭키야.” 그 모습에 미다스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그 당혹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 럭키가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님을 깨달은 미다스가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렸다. “어떻게 들어왔지?” 그렇게 몸을 돌리는 순간 목소리 하나가 미다스의 귀에 꽂혔다. 여린 여성의 목소리.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내 눈에도 안 보이다니? 절대 은신 마법 같은 건가?’’ 미다스가 이내 하늘을 바라봤다. “야! 눈깔아!” 그때 무언가가 툭, 미다스의 다리를 쳤다. 그제야 미다스는 자신의 키의 반절밖에 되지 않는 노움 마법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들어왔냐고?” <NPC사할린> 그 표시를 머리 위에 짊어진 그녀의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에 앞서 자신의 왼손을 들었다. 자연스레 손에 낀 적옥 반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반지에 대해서 아십니까?” “그래, 내가 융에게 만들어준 반지이지. 그러니까 여기에 들어온 거일 테고.” 이어진 그 대답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가 여기에 들어온 이유는 설명이 됐군요.” “흥.” NPC사할린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 떠있던 물음표가 그 순간 느낌표로 변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알림이 들렸다. “융이 아무래도 시골에 박혀 있다 보니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너 같은 놈을 보내다니.” 그 후 곧바로 NPC사할린이 말을 이어갔다. “난 고블린 따위밖에 못 잡은 애송이하고는 대화 안 해.” 그런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등장했다. 이제 새로운 퀘스트가 생겼다는 의미. ‘미션 임파서블이었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미다스는 NPC사할린의 모습에 놀라지 않았다.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보자.’ 해봤자 얼마나 어렵겠어? 그 정도의 여유마저 가지고 있을 정도. 그토록 여유 넘치는 미다스에게 NPC사할린이 말을 뱉었다.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오크 1만 마리를 잡아와 봐.” “하하, 그 정도야······ 예?” 그 순간 미다스의 사고가 일순 정지했다. ‘몇 마리?’ 이후 사고가 다시 시작됐을 때도 미다스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오크 1만 마리요?” 재차 확인을 했고, NPC사할린은 재차 대답했다. “그래.”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미다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오크 1만 마리 사냥은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조건이었다.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아니, 막말로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서 톰 크루즈도 이건 못해!’ 퀘스트 제목처럼 불가능한 임무. 미다스는 당장에라도 욕지거리를 토해내고 싶은 생각이었다. 물론 그러진 않았다. “왜? 못하겠어?” NPC를 상대로 욕을 해봤자 남는 건 없으니까. “······아닙니다.” 이어진 미다스의 그 말에 시스템이 알림을 보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미션 임파서블]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이름 잃은 신의 파편을 구해와라. 이름 잃은 신의 파편은 오크를 사냥할 경우 극히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비밀 제단’ 진행 가능 !퀘스트 10일 내에 완료 시 ‘사할린에게 인정 받은 자’ 타이틀 지급 !사할린에게 인정받은 자 타이틀 보상 : 룬(지력+20) 지급 ‘응?’ 그 순간 미다스가 두 눈동자의 모양을 바꾸었다. 그렇게 화등잔 크기로 변한 눈동자를 품은 미다스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노움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 크기를 확인한 NPC사할린은 미다스를 제대로 조롱하려는 듯 짙은 비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운이 좋으면 5천 마리 정도만 잡아도 될 거야. 그러니 네가 모시는 신께 기도하라고.”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매우 싱그러운 미소를. 5. 위가의 도시 남문 방향에 위치한 비린내 나는 숲. 떠돌이 오크들이 가득한 그곳은 시작의 마을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사냥터였다. 그리고 고블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오크 사냥을 경험하며 짙게 좌절을 하는 사냥터이기도 했다. “아, 젠장. 하필이면 탱커가 죽다니.” “병신 원딜 새끼, 거기서 도망쳤어야지!” “아, 탱커 새끼, 그걸 놓치고 지랄이야. 템 맞춰주면 뭐해, 대가리가 딸리는데!” 특히 오크 사냥의 경우에는 파티원의 이탈로 잠시 사냥을 멈추는 이들이 많았다. 자기는 멀쩡한데, 막상 사냥은 할 수 없는 처지. “에휴.” “어휴.”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비린내 나는 숲이 한숨의 숲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였다. 물론 모두가 한숨을 내뱉는 건 아니었다. 흐응∼! 미다스, 럭키와 함께 비린내 나는 숲에 등장한 그는 누구보다 즐거운 기색이었다.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딱 한 마리.’ 오크 한 마리만 잡으면 그 대가로 무려 유니크 랭크 스킬 카드를 얻을 수 있는 상황. 더욱이 미다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캬, 다른 놈들은 이 퀘스트 깨면서 지랄지랄하겠네.” 다른 플레이어들은 혹여 이 퀘스트를 습득했더라도 이름 잃은 신의 파편 조각이 나올 때까지 오크를 수없이 잡아야 할 터. ‘역시 운빨좆망겜다워.’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왕! 그런 주인의 즐거운 기색에 럭키 역시 즐거움이 가득한 소리를 내뱉었다. “오늘 느낌이 좋은 게 금방 발견할 것 같다. 럭키야, 네 생각은 어때?” 왕! “뭐라고? 오는 길에 주인님을 위해서 유니크 재료 아이템 하나 발견해주겠다고? 역시, 너밖에 없다.” 왕! 그렇게 럭키와 행복을 나눈 미다스가 비린내 나는 숲을 바라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만들었다. 그런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늘 느낌 좋은 게 금방 발견할 것 같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6. “으아아!” 자그마한 체격을 가진 플레이어 한 명이 나무로 된 방패를 앞세우며 우렁차게 기합 소리를 내질렀다. 쾅! 그 순간 플레이어의 방패 앞으로 거친 굉음이 터졌다. 크어어! 굉음의 주인공은 가죽 쪼가리로 아랫도리만을 가린 오크 한 마리. 보기에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방패를 앞세운 플레이어의 신장은 잘 쳐줘봐야 160센티미터 남짓, 반면 오크는 그 신장이 180센티미터는 훌쩍 넘어보였으며 체격 차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했다. 누가 보더라도 오크가 가뿐하게 플레이어를 밀고 나갔어야 하는 모양새. “으럇차차!” 크르르르! 그러나 그 둘은 누구 하나 뒤로 밀리는 것 없이 비등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게임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 “크! 템 맞추길 잘했네!” 동시에 게임을 하는 이유였다. 현실 어디에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야, 잡았어!” “오케이! 마법 캐스팅 들어간다!” “힐 대기 중이야! 위험하면 말해!” 그렇게 탱커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오크를 막아 세우는 사이, 뒤에 있던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고, 힐러가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는 든든한 신호를 보냈다. 관객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 정도는 쳐줄 만한 파티 플레이. ‘씨발.’ 그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그 광경을 향해 박수를 쳐줄 수 없었다. [소유 아이템] - 오크의 송곳니 - 오크의 가죽 조각 - 이름 잃은 신의 파편 지금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저 오크가 바로 미다스가 찾는 그 오크였으니까. ‘씨발!’ 미다스에게는 늦게 발견하느니만 못한 최악의 경우였다. ‘하필이면 탐험가 라인 안이야!’ 심지어 지금 미다스가 있는 곳은 탐험가 라인 안, 탐험가 길드의 규율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PK했다가 걸리면······.’ PK가 용납되지 않는 곳. ‘진짜 게임 접어야 할지도 몰라.’ 하물며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저 셋의 아이템 세팅은 레어 아이템을 포함해 제법 돈을 투자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였다. ‘템세팅 보니까 못 잡을 놈들도 아니고.’ 오크를 잡기에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PK를 당하는 순간 탐험가 길드에 돈을 지불해서라도 응징을 할 만큼 게임에 돈을 쓸 의지가 충만하다는 것. ‘······같이 잡자고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미다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민 후에 ‘제가 지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데, 때마침 저 몬스터에 퀘스트 아이템이 있는데 저에게 몬스터를 양보해주시거나 같이 잡으면 안 될까요?’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도 없는 노릇. 사실 답은 나와 있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포기. 그 두 글자를 떠올린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꾹 감은 채 전투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어, 대철아!” 그 순간이었다. “대철이 뭐하는 거야?”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뭐야?’ 그러자 이제까지 잘 싸워오던 대철이란 이름을 가진 탱커가 마치 마네킹마냥 멈춘 게 보였다. “설마 강제 로그아웃?” “내 저럴 줄 알았어! 그러게 로그아웃 한 번 중간에 하자니까!” “아, 좆됐다!” 안전을 위한 강제 로그아웃. 그 사실을 확인 미다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상황이 빠르게 진행됐다. 크어어! 오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마네킹과 다름없는 꼴이 된 탱커를 밀어넘긴 후에 그대로 발로 사정없이 짓밟은 후에 그대로 마운트 포지션을 취했다. 퍼억, 퍼억! 그 마운트 포지션 상태에서 탱커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쉴 새 없이 내리쳤다. 피윳! 그때 오크의 몸뚱이에 얼음 화살이 꽂혔다. 근처에 아이스 애로우 캐스팅을 마친 마법사가 날린 공격이었다. 동료가 죽는 걸 막기 위한 조치. 물론 현명한 조치는 아니었다. 크르르! 오크의 어그로가 바로 마법사를 향했고, 오크는 그대로 마법사를 향해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어, 어!” 마법사가 기겁하며 등을 돌린 채 도망쳤지만, 낮은 근력 스탯은 제대로 된 도주를 용납할 리 만무. 둘 사이의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졌고, 오크의 몸통박치기가 그대로 마법사의 등을 두드렸다. 뻐억!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마법사가 그대로 나무기둥에 박히고 바닥에 떨어졌다. 크어어어! 오크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어, 어······.” 그 광경을 보던 힐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미다스는 계산을 시작했다. ‘기다릴까?’ 최고의 상황은 이대로 오크가 저 파티를 전멸시킨 후에 미다스가 난입하는 것. 그러나 변수는 있었다. 갑자기 다시 탱커가 접속을 할 경우, 그 경우 저 파티는 다시 전력을 추스를 수도 있었다. 또한 이곳은 탐험가 라인 안, 그들이 생존한 상태에서 어쩌면 헬프 권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숲의 나무 탓에 제한된 시야,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좀 떨어진 곳에 플레이어 무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멀지 않아.’ 도움 요청을 들을 수 있고, 응할 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리. 그 순간 미다스의 계산이 끝났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 미다스, 그가 차선책을 택하는 순간 숨죽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앗? 시청자분들! 저기 파티가 위험에 빠진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미다스가 먼 곳에 있는 힐러가 확실하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힐러가 소리가 나온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는 미다스를 발견하는 순간 힐러가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그 말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구조 요청 받았으니, 구조 들어가겠습니다! 자, 가자!” 호우우우! 미다스와 럭키, 그들이 전투에 참가했다. 28화. 9화. 미션 임파서블 (3). 7. “아이스 애로우!” 미다스의 주문과 함께 그의 지팡이가 활모양으로 변했다. 하지만 미다스는 활로 변한 지팡이의 시위를 당기지는 않았다. “파이어볼!” 활은 그대로 놔둔 채 파이어볼 마법을 시전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마법진이 등장했고, 그 마법진이 토해내는 불똥들이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왕! 그때 질주하던 럭키가 앙증맞은 울음소리와 함께 오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큼지막한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것 같은 광경. 그러나 그 결과물은 달랐다. 콰직! 럭키는 단숨에 오크의 목덜미의 돌덩이 같은 살점을 마치 큼지막한 피자 한 조각을 베어 먹듯 물어뜯었다. 그 상태로 럭키가 오크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크어! 오크의 시선이 곧바로 자신의 살점을 베어 물고 넘어간 럭키를 쫓기 시작했다. 퍼엉! 그 순간 오크의 뒤통수에 날아온 파이어볼이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 그 위력 역시 무척 강렬했다. 크억! 오크가 곧바로 미다스를 노려볼 정도. ‘캬! HP 깎이는 거 봐. 예상은 했지만 진짜 장난 아니네.’ 심지어 파이어볼을 맞춘 미다스 본인도 놀랄 정도로 그 데미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러니 돈지랄을 하는 거지.’ 동레벨 대 플레이어와 궤를 달리하는 스탯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물론 그 레벨대라는 것은 10레벨을 말함이었다. 20레벨 몬스터인 오크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데미지를 주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했다. 크어어! 그 사실을 증명하듯 오크가 건재함을 드러내며 미다스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왕! 럭키 역시 주인을 지키기 위해 오크를 향해 질주했다. 이후 도약한 럭키가 다시 한 번 오크의 살점을 물어뜯었으나, 오크는 미다스를 향한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미다스는 그러한 오크의 돌진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로빈후드와 같은 멋진 모습을 연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시간은 없다.’ 넉넉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미다스는 여기서 도망치면서 쿨타임이 돌아올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 미다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아직 죽은 애는 없으니까.’ 만약 탱커 플레이어가 다시 접속한다면, 마법사 플레이어가 힐러의 지원으로 전력을 갖춘다면, 그때는 그들이 오크 사냥에 나설 것이다. 그 후에 그들은 미다스에게 고맙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서 어쩌면 사례를 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오크 시체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부분. 같이 잡으면 아무래도 먼저 잡은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미다스가 혼자 오크를 죽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터. 즉, 지금 시점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데미지 딜링을 할 필요가 있었다. 미다스가 기꺼이 오크를 마주한 채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이유였다. 푹! 그렇게 미다스가 순차적으로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오크의 몸뚱이에 얼음 화살을 박아 넣었다. 크어어어! 화살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오크의 괴성도 늘어졌다. 그리고 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졌다. 이윽고 거리가 이제는 미다스가 등을 돌려 도망치더라도 따라잡힐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짧아졌을 때, 그제야 미다스가 움직였다. 미다스, 그가 그대로 오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상한 짓이 아니었다. ‘그 어떤 투우사도 소를 상대로 엉덩이를 보이지 않는 법!’ 오히려 긴급한 순간 오크를 상대할 때 쓰는 원거리 딜러들이 쓰는 정석적인 수였다. 마법사 클래스들이 고블린을 상대로는 근력 수치가 우위이지만, 오크 정도 되면 절대 혼자서 도망쳐서 뿌리치는 게 불가능하다. 등을 보이는 순간 사실상 따라잡힌다. 심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제대로 방어하거나 피할 도리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교차였다. 오크를 스쳐 지나가는 것! 오크의 나름 약점이기도 했다. 기본 스킬인 돌진 스킬을 통해 나오는 돌진은 위력적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과속이었다. 과속 중인 차가 제대로 유턴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혹은 오랜 공부와 경험 그리고 훈련을 거치고 있거나. 미다스의 경우는 후자였다. ‘내 별명이 바퀴벌레였어!’ 그것도 그냥 후자가 아니라 5년이나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쥐뿔도 없는 주제에 살아남은 후자. 오크의 행동 패턴에 맞춰서 피하는 것쯤은 솔직히 말해서 그에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미다스와 오크가 교차했다. 크허? 갑자기 자신을 스쳐가는 미다스의 존재에 오크가 놀란 소리를 내뱉었으나, 오크의 돌진은 열 걸음을 더 나아간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멈추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크억! 갑작스러운 유턴에 오크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이내 바닥에 그대로 미끄러졌다. 어느새 둘 사이의 거리가 30여 미터, 다시 좁히기엔 시간이 요구되는 시간이 됐다. ‘남은 쿨타임 2초.’ 미다스가 파이어볼 한 번 정도는 더 날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리. 이윽고 오크가 다시 미다스를 향해 달리는 순간, 시간을 가늠하던 미다스는 소리쳤다. “파이어볼!” 그의 손 위로 마법진이 만들어지고 파이어볼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이어볼이 완성되는 순간 미다스는 오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오크와의 거리, 초조함과 공포에 짓눌려도 이상할 것 없는 순간에서도 미다스의 공격은 정확하게 오크의 얼굴을 향했다. 퍼엉! 파이어볼이 오크의 얼굴을 강타하며 폭발적인 소리를 냈다. 크어어어! 오크 역시 비명을 내질렀다. 그건 아직 오크가 죽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오크가 멈추지 않고 미다스를 향해 다가왔다. 물론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다.’ 데미지 계산,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그는 완벽하게 계산했으니까. 뻐억! 미다스 그가 손에 든 지팡이로 다가오는 오크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 공격에 이제까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오크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오크 사냥이 순간. “씨발, 젠장! 튕겼어!” 그와 동시에 탱커가 다시 접속했다. 8. 80시간, 갓워즈에서 게임오버를 당한 플레이어가 짊어져야 하는 페널티는 결코 적지 않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다스에게 생명의 도움을 받은 플레이어들이 기꺼이 고마움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닙니다, 게임에서는 돕고 살아야죠.” 그 고마움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생각했다. ‘구해준 건 구해준 거고, 템은 템이지.’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미다스의 생각처럼 분명 미다스는 그들을 도와줬다. 80시간 동안 손가락만 빠는 대신 갓워즈란 게임에 돈을 더 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가 잡은 오크가 미다스의 것이 되는 건 아니었다. ‘선공권은 절대 규칙이니까.’ 먼저 친 놈이 우선권을 가진다, 그것만큼은 갓워즈의 모든 이들이 준수하는 규칙이었으니까. 10대 길드조차 그 규칙을 어길지언정, 그 규칙을 부정하진 않았다.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얼마든지 줄 수 있는 있다. 그러나 눈앞의 플레이어들이 양심적이지, 아니면 속이 시커먼 놈인지 미다스가 알 방법은 없었다. “아, 잠시만요.” 그렇기에 미다스는 작업을 했다. “제가 라이브 방송 중이라서요.” 그 말에 세 명의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에서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아, 무조건 PK님 후원 감사합니다. 예? 그냥 PK로 죽이고 아이템 빼앗으라고요?” 그때 미다스가 내뱉은 말에 세 명의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굳었다. 갑자기 플레이어가 방송 때문에 PK를 하는 것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세계에서는 이상할 게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PK플레이어가 아니라 일반 플레이어 상대로 PK는 안 합니다. 경고 드리겠습니다. 채팅 매너 지키세요. 3회 경고면 강퇴합니다.” 다행히도 이어진 그 말에 셋의 표정은 풀렸다. 그사이 미다스가 기습적으로 말을 던졌다. “아이템 루팅해달라고요?”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스윽, 셋을 바라봤다. “몬스터를 제가 잡았으니까 당연히 아이템 루팅도 제가 하라고요?” 그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을 뱉었다. 즉답은 없었고, 자연스레 침묵이 깔렸다. “아.” 그때 탱커, 대철이란 이름을 가졌을 이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가지시죠.” 미다스 입장에서 그토록 바라던 대답이 나오는 순간, 하지만 미다스는 그러지 않았다. “아? 그래도 됩니까?” 재차 질문을 던졌다. “예,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어차피 저희가 잡은 것도 아닌데요 뭘.” 남은 둘이 대답을 했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보란 듯이 소리쳤다. “역시 매너가 넘치시는 분들이네요. 구해드리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시청자분들, 보십시오. 이렇게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옵니다. 자! 그럼 아이템 루팅 가보겠습니다. 레어 등급 이상 나오면 이벤트 하겠습니다!” 화려하게 그리고 어수선하게 분위기를 만들며 잽싸게 오크의 시체 앞에 섰다. “루팅.” 그 후 잽싸게 아이템 루팅을 했다.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3개 추가되었습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오케이.’ 그러나 미소를 짓진 않았다. “아깝네요. 잡템 뿐이네요. 레어 등급 득템 이벤트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철저히 연기를 마무리할 뿐. “저기.” 그런 미다에게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이요?” “예, 제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도와주셨는데 주변에 방송 홍보라도 해드릴게요.” 그 말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BJ대마도사라고 합니다.” 9. [NPC사할린에게 이름 잃은 신의 파편을 주었습니다.]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NPC사할린을 내려다보았다. 반면 NPC사할린의 표정에는 탐탁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운이 좋았던 모양이네. 아주.” NPC사할린이 미다스를 폄하하려는 듯 툭, 말을 던졌다. “예, 아주 좋았죠.” 물론 미다스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을 말이었다. 아니, 미다스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하나,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의 존재였다. “뭐, 좋아. 운도 실력이니까.” 그 순간 NPC사할린의 머리 위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퀘스트를 공략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히든 보상이 주어집니다.] [사할린의 인정을 받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의 폭풍이 들리기 시작했다. [스킬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는 짧게 대답했다. “예.” 그 대답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할 것 없는 광경. ‘와.’ 그러나 미다스 눈에 비친 그 광경은 붉은빛이 넘치는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진짜 끝내주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하지만 그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보다 뭘 고르지?’ 모래알에서 보석을 고르는 건 쉽지만, 보석들 사이에서 보석을 고르는 건 어려운 법. ‘젠장, 유니크 스킬을 써봤어야 뭐가 좋은지 알지······.’ 하물며 평생 보석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이라면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의 눈에는 다 좋아 보였다. 실제로도 좋은 것들이 넘쳐났다. ‘불스아이, 이것도 비싼 거고. 발리스타? 이것도 좋지. 메모라이즈? 크으! 이거 세 개만 있으면 포격 법사로 레이드 때마다 최소 몸값 100만은 받을 수 있는데!’ 괜히 유니크 스킬이 비싼 게 아니었으니까. ‘어? 롱토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미다스의 눈길을 건 롱토스라는 익숙한 단어의 스킬이었다. [롱토스]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마법 공격 시 대상과의 거리에 따라 데미지가 증가한다. ‘아, 이거.’ 미다스의 추억에 있는 스킬이었다. ‘나 20레벨 때 500만에 상점에 매물 올라왔을 때 비싸다고 안 샀다가 내가 저번 주까지 후회했지······.’ 썩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추억이 있는 만큼 나름의 정보도 있었다. 롱토스 스킬은 투척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효용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레벨이 오를수록 가치는 더 커졌다. ‘대형 몬스터 잡을 때 이거만 한 개꿀스킬도 없으니까.’ 레벨이 오를수록 대형 몬스터를 마주할 기회가 많아지며, 몬스터가 커질수록 맞추기는 더 쉬워지는 법. 그 순간 미다스는 고민을 멈췄다. ‘그래, 롱토스 정도면 후회할 건 없지.’ 미다스의 손이 그대로 스킬 카드를 향했다. 손이 닿는 순간 곧바로 남은 99장의 카드들이 미다스의 손에서 사라졌다. [롱토스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선택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미다스 역시 거기서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그보다 그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미다스가 머리 위의 느낌표를 다시 물음표로 바꾼 NPC사할린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자, 비밀 제단 퀘를 뱉어라.’ 다음 퀘스트를 진행했다. “왜 이름 잃은 신의 흔적들을 찾기 힘든 줄 알아?” “무지렁이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발견도 힘들지만, 발견하더라도 자신을 모시는 이들만이 들어올 수 있도록 결계를 쳐놓기 때문이야.” 설명을 해주던 NPC사할린이 미다스의 앞에서 손바닥을 펼쳤다. 자그마한 손바닥 위에는 검은색 석탄 덩어리 하나가 있었다. <이름 잃은 신의 파편> 미다스가 가져온 파편. NPC사할린이 그 파편을 움켜쥔 채 말했다. “그럼 그 결계를 뚫고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도인 척 연기를 해야겠죠.” “그래.” 대답과 함께 다시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쳤을 때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반지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름 잃은 신의 파편으로 만든 반지>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0레벨 이상 - 이름 잃은 신의 파편으로 만든 반지다. 이름 잃은 신의 제단 결계를 일시적으로 뚫을 수 있다. 그 반지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이 퀘스트 다음에 주어지는 비밀 제단 퀘스트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열쇠를 구해왔으니 이제 문을 찾으라 이거군.’ 충분히 퀘스트 내용을 이해한 미다스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서 꼬리를 신나게 흔드는 럭키를 바라보았다. ‘쉽진 않겠지만 못할 건 없다.’ 예전의 내가 아니다! 어떤 퀘스트가 오더라도 여유 있게 공략하겠다! 그러한 의지를 담담한 표정으로 드러냈다. 그런 그에게 NPC사할린이 말했다. “그래서, 할래? 매우 위험할 일이 될 수도 있는데.” 그 물음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어떤 위험도 저를 멈출 순 없습니다.” 호우우우! 그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럭키가 동조하듯 긴 하울링을 내뱉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알림을 내뱉으며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을 등장시켜주었다. ‘자, 이번에도 큰 거 하나 나와라! 큰 거!’ 미다스가 곧바로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그 순간 미다스의 얼굴이 굳었다. [비밀 제단]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비린내 나는 숲에서 비밀 제단을 찾은 후에 그곳의 비밀을 알아내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학살자’ 진행 가능 ‘······너무 크다.’ 대어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29화. 10화. 비밀 제단 (1). 1. 레전더리,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서 꿈에서라도 보기를 소망하는 단어. 레전더리의 가치는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로 얻기 힘들었다. ‘아, 너무 크다.’ 미다스가 자신에게 찾아온 이 엄청난 기회 앞에서 섣불리 웃음을 짓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거 난이도 장난 아닐 텐데.’ 당장 유니크 등급 카드가 보상으로 걸렸던 ‘미션 임파서블’ 퀘스트만 하더라도 그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다스이기에 쉽게 끝냈을 뿐, 보통 플레이어라면 정말 10일 내내 오크는 잡을 각오를 해야 하는 수준. ‘몬스터를 잡는 것도 아니고 히든 던전을 찾는 거니까······ 재수 없으면 비린내 나는 숲을 전부 헤집어야 할지도 몰라.’ 하물며 던전 찾기와 몬스터 찾기는 달랐다. 시작의 마을에서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것과 주술사 고블린의 비밀 아지트 던전을 찾는 것의 난이도 차이가 현격한 것과 같았다. 아니,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 ‘젠장, 비린내 나는 숲의 크기는 시작의 마을하고 비교가 안 되는데······.’ 위가의 도시와 시작의 마을은 표현 그대로 도시와 마을 수준의 스케일 차이가 있었으니까. “아.” 결국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미다스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끼잉······. 그런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럭키가 미다스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럭키야.”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몸을 잡은 후에 그대로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너만 믿는다.” 럭키의 보물 추적자 스킬이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한 소망이 남긴 눈빛으로 럭키를 바라봤다. 럭키가 그런 주인의 간절함에 입을 벌리며 소리쳤다. 왕!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럭키도 레전더리였지.’ 행운의 상징과도 같은 럭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미다스 역시 자신감을 품었다. “럭키야 뭐라고?” 왕! “단번에 비밀 제단을 찾아주겠다고?” 왕! “이 겜을 갓겜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왕! “그래, 럭키야 한 번 날로 먹어보자!” 혼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을 만든 미다스가 그대로 제 가슴속에 럭키를 넣은 후에 그대로 NPC사할린의 집밖으로 나왔다. ‘일주일! 일주일 안에 찾는다!’ 그리고는 이내 각오 가득한 눈으로 비린내 나는 숲을 바라봤다. ‘응?’ 그러자 비린내 나는 숲, 그곳에서 황금빛 기둥 하나가 드높게 치솟은 게 보였다. ‘아.’ 그제야 미다스는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퀘스트 받으면 퀘스트 장소도 보인다는 거 까먹었었네.’ 자신이 볼 수 있는 게 무엇이었는지. 2. [비밀 제단(히든)] - 던전 등급 : 레전더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20레벨 이하 입장 가능 -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신을 모시던 제단이다. 제단 안에서 매우 지독한 비린내가 나온다. - 던전 공략 보상 : 알 수 없음 비밀 제단. 그에 대한 정보를 정보창을 통해 바라보는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그 혼잣말을 내뱉는 미다스의 목소리에는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끼잉? 럭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주인이 그토록 바라던 것을 찾은 상황 아닌가? 그런 럭키에게 미다스는 마치 설명을 하듯 푸념을 뱉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던전 입구라고?” 그 푸념과 함께 손으로 던전 입구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에는 사람이 과연 들어갈 수는 있을까? 하는 구멍이 보였다. “정도껏 해야지, 이걸 어떻게 발견하냐?”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감히 히든 던전 입구라고 상상치도 못할 법한 구멍이었다. 장담컨대 누군가 미다스와 같이 이 퀘스트를 공략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던전을 찾는 건 쉽지 않을 터. ‘혼자 깨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니야.’ 달리 말하면 이 퀘스트가 그저 한 개인의 깜냥으로 공략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였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푸념을 내뱉는 진짜 이유였다. !퀘스트 보상 : 부패하는 오크 처치 시 ‘비린내의 원흉’ 타이틀 지급 !비린내의 원흉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3퍼센트) !현재까지 발견자 0명 불만을 토로하면서 던전 정보창 아래 있는 숨겨진 정보들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빛이 날카로운 이유였다. ‘이 던전 최소 5인 파티 이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어.’ 앞서 말했듯이 이 던전은 2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여러 명이 파티 플레이, 그것도 매우 수준 높은 플레이를 요구하는 던전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11레벨에 불과한 미다스가 어설픈 각오로 덤벼들 수 없는 던전. “럭키야.” 그러한 던전 앞에서 미다스가 각오를 세웠다. 왕! 그 각오에 동조하듯 럭키가 짧고 굵게 소리쳤다. 크르르! 그리고는 던전을 향해 꼬리를 바짝 위로 세운 채 으르렁거림을 내뱉기 시작했다. 주인님이 명령만 내리면 기꺼이 이 던전 안을 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럭키야.” 크르르! 그러한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딴 거 잡자.” 크르르······ 왕? 말과 함께 미다스가 비밀 제단 던전에서 등을 돌렸다. 그 모습에 럭키가 자세를 풀고 미다스를 돌아봤다. 그러한 눈에 비친 미다스의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했다. ‘굳이 어려운 던전에서 억지로 근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지.’ 분명 현재 미다스의 능력치를 고려했을 때 비밀 제단 던전을 공략을 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게 사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다. 분명 그건 보는 이들에게 박수는 물론 잘하면 돈도 받을 수 있을 만큼 멋지고,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아득바득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방송도, 영상도 안 되는데.’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지금 이 퀘스트 과정을 꽁꽁 숨겨야 하는 게 현실. ‘입장 제한이 20레벨이면, 20레벨을 찍는 게 낫지. 뭐하러 고생을 자처해?’ 무엇보다 그건 미다스의 취향이 아니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아득바득 고생했던 건 과거로 충분해.’ 프로야구선수 시절 그리고 계정 정지를 당하기 전에 프로 플레이어로 지내오던 시절 동안 미다스는 이미 꾀와 노력을 쥐어짜내며 살아남았다. 솔직히 미다스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 따위가 소위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직구 구속이 130밖에 안 되는 놈이 온갖 꾀를 발휘해서 타자를 간신히 삼진으로 잡는 것과 160짜리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것, 사람들은 전자가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결국 후자에 열광하는 법 아닌가? ‘어차피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반지를 가져야 하니까 빼앗길 걱정도 없고.’ 또한 이 던전을 당장 깨지 않는다고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아니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미다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냥 20레벨 찍고 던전을 쉽게 씹어먹으라고. 결정적으로 미다스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 오크 사냥이 어려울 게 없단 말이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오크를 잡을 수 있을 자신이. “럭키야, 따라와.” 왕? 그러한 자신감을 가진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말했다. “버스 타는 게 뭔지 가르쳐줄게.” 3. 허약한 오크들이 배회하는 비린내 나는 숲. “탱커 새끼들아 제대로 못 막아!” “딜러 놈들 뭐해! 제대로 맞추라고! 씨발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딜러를 한다고!” “힐! 힐! 힐! 힐 달라고! 아, 진짜! 힐러 병신들아! 나 뒈지면 그 시간부로 넌 현실에서 뒈지는 거야!” 크어어어! 시작의 마을과는 전혀 다른 난이도를 가진 그곳은 언제나 악에 바친 소리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다녔다. “어휴.” “에휴.” 그렇게 악에 바친 소리가 난 곳에는 비린내 나는 숲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숨이 피어올랐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여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네.’ 그가 처음 비린내 나는 숲에 왔을 당시, 5년 전의 풍경도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어려운 게임 앞에서 악을 쓰고 한숨을 내쉬었었다. ‘나도 저때 저랬지.’ 그리고 그 한숨을 담배 연기마냥 퍽퍽 내뱉는 이들 중에는 미다스도 있었다. 당시에 나름 잘 맞추는 마법사인 덕분에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 사냥을 하긴 했지만, 그런 미다스에게도 이곳에서의 사냥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자기 실력보다 더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하는 게 미다스에게는 부담이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다리가 찢어지도록 달려야 했으니까. ‘아득바득했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이를 꽉 물고 어떻게든 근성과 노력으로 오크를 잡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게임을 했다. ‘돈 많은 새끼들도 아득바득 현질을 시작했고.’ 그러나 일부 플레이어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고는 했다. 레어 등급 이상 아이템을 확보하고,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써먹었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나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쉽게 오크를 처치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더 쉽게 오크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템 시세가 지랄나기 시작했지.’ 갓워즈의 아이템 시세가 상식을 초월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애들이 게임에 목숨 걸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고.’ 한편으로 그러한 사실이 미다스와 같이 게임으로 돈을 버는 프로 플레이어들의 탄생을 부추겼다.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이렇다 할 기술도 없는 놈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가상현실게임을 하면서 아이템 하나만 제대로 먹으면 회사원 한 달 월급을 벌 수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물론 다 과거의 이야기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미다스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뭐, 지금은 다르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미다스는 그때 아득바득 게임을 했을 때와 처지가 전혀 달랐으니까. 크르르! 그때 미다스의 눈에 머리 위에 초록불이 켜진 오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아직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증거. “아이스 애로우.” 미다스가 그 오크를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에 미다스의 지팡이가 얼음 활로 바뀌었고, 미다스는 그 활을 왼손에 쥐었다. “파이어볼.” 그 상태에서 오른 손바닥을 펼친 채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자신의 주력인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그리고 파이어볼로 이어지는 콤보를 쓸 생각. 크르르! 주인의 전투 의지에 럭키 역시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왕? 주인의 뒷걸음질에 럭키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 미다스는 천천히 거리를 가늠했다. ‘······40미터.’ 그리고 이내 오크와의 거리가 40미터가 되는 순간 미다스는 뒷걸음질을 멈추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비친 오크의 크기는 무척 작았다. 그만큼 먼 거리였다. 감히 던져서 맞춘다, 라는 개념이 들지 않을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그 거리임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렇게 파이어볼이 손끝을 떠나는 순간, 이제 막 장애물 가득한 숲을 가로지르려는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오케이, 이거 맞는다.’ 이 파이어볼이 오크의 머리통에 제대로 명중하리란 확신. 그 확신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퍼엉! 크어! 파이어볼이 터지고, 오크가 비명을 토해냈다. 크아아아! 그 공격에 당한 오크가 그대로 미다스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오크를 마주한 미다스는 어느새 활시위를 잡아당긴 채 오크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서두르지 않고 확실하게 조준한 후에 활시위를 당겼다. 푹! 그렇게 오크의 몸뚱이에 세 발의 얼음 화살을 꽂았다. 왕! 럭키가 움직인 건 그 무렵이었다. 럭키가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20미터.’ 그건 오크와 미다스, 둘 사이의 거리가 20미터 이내가 됐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이내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불덩이가 만들어졌을 때 오크와의 거리는 1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어 있었다. 저번에 플레이어를 구해줄 때와 비슷한 광경. 그때처럼 이번에도 미다스는 등을 보이며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은 듯 달려오는 오크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대로 불덩이가 오크와 부딪치며 폭발했다. 털썩! 그 폭발과 함께 달리던 오크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왕? 오크를 물어뜯으려던 럭키가 그 사실에 놀란 듯 달리던 것을 멈추고는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크으, 역시 템빨갓겜이다.’ 그가 그 무수히 많은 유니크 스킬 중 망설임 없이 롱토스를 고른 이유를 말해주는 미소였다. 30화. 10화. 비밀 제단 (2). 4. 갓워즈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들은 상황에 맞게 여러 조합을 갖추며 게임을 한다. 당연히 상황에 따라 각 직업들의 몸값은 달라진다. 개중에서 가장 변동이 심한 건 다름 아니라 딜러, 그것도 마법사 클래스들이었다. 일각에서는 마법사는 가상화폐와 같다고 할 정도. 일단 속성에 의해 몸값이 달라졌다. 속성이 맞지 않으면 그 순간 아주 쓰레기가 될 때도 있다는 의미. 반대로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을 경우 마법사 클래스의 몸값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냥 대상인 몬스터를 스킬 콤보 한 번만으로 처치하는 경우, 속칭 원콤, 한콤이 되는 경우. 이때부터는 몸값을 운운하면서 같이 파티를 해달라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돈을 드릴 테니, 파티 좀 해주세요! 그런 말이 나오지. 심지어 한 콤보만으로 몬스터를 사냥가능한 마법사들은 솔로 플레잉이 가능했다. 마법사들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지금 미다스가 하는 것이 바로 그 로망이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한 번도 누려본 적 없고, 감히 꿈꿔볼 수도 없었던 로망. “크으! 이맛이지!” 그 사실에 미다스는 제 스스로도 감격을 느낄 정도였다. 더군다나 그저 기분만 좋은 일도 아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솔로 플레잉의 가장 큰 장점은 몬스터의 경험치를 독점한다는 것. 그로 인한 레벨업 속도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였다. ‘역시 근력과 체력이 버텨주니까 다르네.’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마법사 클래스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체력과 근력 스탯이 있었다. 언제 어느 순간 도망쳐도 시간을 벌 수 있다. 혹여 공격을 당하더라도 몇 대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다. ‘역시 용기도 템에서 나오는 법이라니까.’ 그 사실이 미다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럭키야, 내가 160짜리 공만 던질 수 있었어도 메이저리그를 씹어 먹었을 거야.”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호우우!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는 하울링으로 동의를 표했다. “짜식, 분위기 띄울 줄 아네.” 그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치창에서 능력치를 배분했다. 그러면서 레벨을 확인했다. ‘16레벨, 달성.’ 16레벨. 미다스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이틀만에 이 정도 올린 건 기적이지.’ 이틀 동안 오크들이 보일 때마다 족족 가차 없이 해치웠기에 이룩할 수 있는 결과물. ‘이제 슬슬 퍼지기 시작하겠군.’ 그건 곧 이제 이곳, 비린내 나는 숲에서 미다스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이에나들을 움직이게 하는 냄새가.’ 2. 비린내 나는 숲, 그러한 숲에는 크게 세 가지 지역이 있었다. 하나는 탐험가 길드가 만들어놓은 탐험가 라인. 다른 하나는 그런 탐험가 라인 밖의 세계. 나머지 하나는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사냥 외 지역으로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들의 쉼터와도 같은 곳이었다.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북적거리고, 결원이 생긴 파티가 새로이 파티를 모집하는 곳. “걔 알아?” “걔가 뭔데?” “걔.” “아니, 그러니까 걔가 뭔데?” 비린내 나는 숲의 온갖 소문은 그 쉼터에 모이고는 했다. “원콤맨 말이야.” “원콤맨?” “오크를 원콤보로 잡는 마법사.” 그러한 비린내 나는 숲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소문은 한 플레이어에 대한 것이었다.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오크를 다른 클래스도 아닌 마법사 클래스가 혼자, 그것도 단숨에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일. “템이 오지나보네.” “직업이 대마도사라든데? 심지어 라이브 방송도 한데.” “BJ대마도사였나? 작명센스가 아주 쓰레기네.” “신수도 데리고 다닌다던데?” 더군다나 그 플레이어에 대한 소문은 하나하나가 남다르고, 특별하기 그지없었다. “여하튼 금수저 새끼들 때문에 이 게임이 더 좆같다니까. 누군 부모 잘 만나서 게임 날로 먹고, 누군 부모 잘못 만나서 이렇게 개고생하고.” “야, 너 말은 바로 해야지. 개인용 게이트 캡슐 사주는 부모 만나는 게 흔하냐? 너 아버지가 첫 차도 아우디로 사줬잖아?” “내 친구 애들은 포르쉐 사주셨어! 아, 몰라. 여하튼 이 게임 운빨좆망겜이야!”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씹고 뜯기에도 좋았다. “여하튼 금수저 새끼들은 죽창을 꽂아 죽여야 해.” 이보다 더 좋은 가십거리는 없는 셈. 물론 모두가 그것을 그저 가십거리로만 씹는 건 아니었다. “무기가 레전더리라는 소문이 있던데?” “일단 챔피언 고블린 세트는 확실해.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을 쓰고 다닌다던데.” “최소 유니크일 거야. 그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그 레벨에 그런 플레이가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잡으면 최소 유니크 나온다는 거네?” “그래, 그렇지.” 갓워즈란 게임은 결코 가십으로만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6. 그럴 때가 있다. 공이 손끝에서 떠나기도 전에 이 공이 완벽하게 타자의 얼을 빠뜨린 채 포수의 미트에 파고드리란 확신이 드는 때가. ‘오케이.’ 40미터, 일반인들에게는 표적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나무기둥 따위 때문에 제대로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거리. 그 거리 너머에 있는 오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지려는 순간 미다스가 느낀 느낌이 바로 그 느낌이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파이어볼을 던지는 순간 다음을 대비하지 않았다. 파이어볼이 빗맞는 순간 도망치거나 숨기 위한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여유를 가진 채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퍼엉! 이윽고 파이어볼이 오크의 몸뚱이에 닿아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파이어볼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던질 줄 아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꺼운 소식. 그러나 미다스는 그 소식에 움켜쥔 주먹을 머리 위로 드는 세레모니는 하지 않았다. 남았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진짜 기다리던 소식이. [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 소식이 들리는 순간 그제야 미다스는 자신의 주먹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20레벨 달성이다!” 왕! 미다스의 근처에 있던 럭키가 주인의 외침에 곧바로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우리가 해냈다!” 왕! “진짜 4일 만에 20레벨을 찍을 줄이야.” 왕! “크으, 진짜 내가 5년 전에 게임을 이렇게 했으면 지금 10대 길드 새끼들도 전부 내 발밑에 두는 건데.” 왕! “응? 뭐라고?” 왕! “네가 생각해도 이 겜 쓰레기 게임이라고?” 미다스가 자신이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기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럭키와 웃기지도 않는 콩트를 지껄였다. 그 무렵이었다. “자, 그럼 얼마나 쓰레기 게임인지 카드깡을 한 번······.” 20레벨에 주어지는 스킬 카드 보상을 받으려던 미다스가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다. ‘플레이어들.’ 그런 미다스의 눈에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물론 사냥터에서 플레이어들을 보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8명의 플레이어들이 한 명씩 미다스를 포위한 채 접근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 힘들 터. ‘하이에나들인가?’ 미다스, 그가 가진 아이템을 노리고 온 자들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미다스는 4일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고 죽창을 꽂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오크를 학살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아이템을 탐내는 하이에나들이 달라붙는 건 당연지사. 더욱이 미다스는 지금 탐험가 라인 밖에 있었다. ‘올 줄 알았다.’ 미다스 역시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럭키야, 내가 오늘 보여주마.” 당연히 이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두었다. “진짜 승자가 무엇인지.” 7. PK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 분노 조절 수위가 낮은 갓워즈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경우였다. 다른 경우는 당연히 계획적인 경우였다. 두 경우는 분명 달랐다. 전자는 치고받는다. 그러나 후자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치고받기보다는 오히려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즉, PK를 하려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은밀하게 상대와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후우.” 야히꼬, 26레벨의 창술사인 그가 나무 기둥을 등진 채 숨소리마저 나지막하게 내뱉는 이유였다. 그런 야히꼬가 슬쩍 나무기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언가 보이는 건 없었다. ‘분명 저기 있었어.’ 대신에 조금 전에 있었던 전투의 잔상이 야히꼬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BJ대마도사.’ 요즘 비린내 나는 숲에서 가장 뜨거운 BJ대마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플레이어의 전투의 잔상이. 그 전투는 사실 굉장히 싱거운 전투였다. 그저 먼 거리에서 마법사가 마법을 두어 번 던지니 오크가 억! 하고 쓰러지는 광경에 손에 땀을 쥐는 이는 없을 터. 허나, 그 점이 야히꼬를 더 두근거리게 했다. ‘거의 한 방에 오크를 잡는 거 보면 무기가 보통 무기는 아니야.’ 20레벨 이하 마법사 클래스가 그 정도 데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유니크 등급 아이템으로도 이룩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떠올린 야히코가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창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그때였다. 크으! 어디선가 오크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야히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리젠인가?’ PK를 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처에 깔린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가라.’ 야히꼬는 부디 저 오크가 딴 곳으로 사라지기를 소원했다. 크어! 그러나 그런 야히꼬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오크는 도리어 야히꼬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크어! 더 나아가 자신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듯 거듭 울음을 소리를 내뱉었다. ‘젠장!’ 그 사실에 야히꼬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나 더 추가했다. 저 오크의 어그로가 자신을 향했을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크어어! 그때 오크가 갑작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며 전력으로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나인가?’ 야히꼬가 그 사실에 놀라는 순간 오크가 그대로 야히꼬를 지나쳐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크의 등이 보였다. 그 광경에 야히꼬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멈추었다. “휴우.” 그리고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야히꼬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군.’ 8. “크어어어!” 오크 한 마리 괴성을 내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비린내 나는 숲에서는 너무나도 흔해서 관심조차 가지 않을 법한 광경이었다. 왕! 그러나 그 오크 뒤에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가 달려드는 건 흔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크어어어······ 어휴, 오크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네. 목 다 쉬겠다.” 그리고 오크가 질주와 괴성을 멈추고 갑자기 말을 하는 건 말문이 막힐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폴리모프 해제.” 그 놀라운 광경 속에서 오크가 주문을 외우자, 오크의 피부가 재처럼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플레이어 한 명이 나왔다. 나무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손에 쥔 플레이어, 미다스였다. ‘PK하려는 새끼들 심리는 다 똑같지.’ 미다스, 그는 자신이 노리는 플레이어들을 발견하는 순간 폴리모프 마법으로 오크로 변신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노리는 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중요한 사냥감을 앞에 두고 몬스터에게 어그로를 끌리긴 싫은 법이니까.’ 미다스가 자신 있게 선 밖에서 사냥을 할 수 있었던 대처법이었다. “럭키야, 봤지? 진정한 승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야.” 왕! 훌륭한 대처법이었다. ‘그보다 이제 여기도 뜰 때가 됐네.’ 한편으로는 이제 비린내 나는 숲을 떠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방법에 세 번 이상 당해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뭐, 어차피 비밀 제단만 깨면 여긴 오라고 해도 안 온다.’ 미다스 역시 굳이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자, 럭키야. 그럼 스킬 카드 보상만 확인하고 바로 비밀 제단으로 가자.” 그 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호우우우! “뭐라고? 레전더리가 나올 것 같다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말을 내뱉었다. 물론 우스갯소리였다.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분명 이 순간까지는. 31화. 10화. 비밀 제단 (3). 9. “떴다!” 휴게소를 제외하면 적막하기 그지없는 캡슐방에 누군가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어?” “뭐야?” 그 갑작스러운 소란에 휴게실에서 갓워즈 레이드 영상을 보고 있던 이들 모두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개중에는 아르바이트생인 이혁주도 있었다. 그러나 뛰쳐나온 그들의 모습 어디에도 당혹감은 없었다. “떴어요?” “진짜 떴어?” 도리어 그들은 소란의 원흉인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사내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래, 유니크 떴다! 그것도 반지로!” “우와아아!” “결국 먹었구나!” 유니크 아이템 하나가 적게는 수백에서 많으면 수천만을 호가하는 갓워즈의 시대가 만들어낸 광경이었다. “야! 오늘 내가 쏜다! 중국집이든 치킨집이든 피자집이든 다 시켜! 혁주야, 골든벨 울려라!” “오오오!” “드디어 유니크빵 한 번 얻어먹네!” 그렇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캡슐방 분위기, 그러나 그중에서 유독 한 명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현우 형! 형 뭐 시키실래요?” “아니, 난 필요 없어.” 정현우, 이혁주의 달아오른 말에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보다 게임 들어갈 거니까 세팅 좀 해줘.” “벌써요? 조금 전에 나왔잖아요? 기왕 나온 김에 밥 먹고 들어가시죠? 유니크빵 먹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혁주의 반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 괜찮아요?” “괜찮아.” “아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형이 공짜 밥을 거부하다니······ 형, 큰일 생겼어요?” 정현우에 대한 이혁주의 인식을 알 수 있는 말. 그러나 그 말에 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대신 두 눈을 감았다. ‘그래, 큰일이 생겼지.’ 실제로 큰일이 생겼으니까. ‘레전더리 스킬 정도면 큰일 맞지. 그것도 엄청난 레전더리 스킬이.’ 2. [용의 위엄]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모든 존재 위에 군림하는 용의 위엄을 내뿜는다. 위엄에 노출된 대상이 입는 모든 종류의 데미지가 10퍼센트 증가한다. 용의 위엄. 자신이 얻게 된 두 번째 레전더리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봐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그 정도로 이번 스킬은 엄청난 스킬이었다. 단순히 레전더리 등급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이런 스킬이 존재했을 줄이야.’ 위엄에 노출된 대상에게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단순히 그 데미지 증가 자체만 본다면 롱토스 스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롱토스 스킬의 경우에는 거리에 따라 최대 2배 이상의 데미지 증가를 보여주니까. 차이점은 롱토스와 달리 용의 위엄 스킬은 위엄에 노출된 대상에게 적용된다는 것. 즉, 용의 위엄 스킬은 굳이 미다스 본인이 데미지 딜링을 할 필요가 없었다. 탭댄스를 추든, 발레를 추든, 콧구멍을 후비든 무엇을 하든 간에 미다스가 몬스터 앞에 서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몬스터를 공격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공격력이 10퍼센트 증가하는 셈이었으니까. ‘이거만 있어도 월수입 최소 5백이야.’ 무수히 많은 스킬이 존재하는 갓워즈에서도 몇 없는, 정말 전설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효과. 실제로 이런 종류의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능력을 떠나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보수를 받았다. ‘레이드에 참가해서 숨만 쉬어도 5백.’ 미다스의 표현처럼 게임을 하면서 숨만 쉬어도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스킬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미다스는 이를 꽉 물고 게임을 하지 않아도 갓워즈가 망하기 전까지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이제 한 번쯤 질문을 던져봤다. “럭키야.” 왕! “너라면 어떻게 할래?” 과연 여기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편하게 지낼까? 왕! 왕! 물론 말뜻을 알 리 없는 럭키는 그저 주인이 말을 걸어준다는 사실에 열심히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열심히.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꿀을 빨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그냥 길드 가입해서 월급 받고 지냈지.” 왕! “그리고 월수입 5백으로는 좀 그렇지. 앞으로 혜린이 초등학교도 보내야 하고, 미술 학원도 보내고, 나중에 유학에 대학 보내려면 돈이 좀 깨지겠어?” 왕! “집도 이사해야지. 혜린이가 좀 크면 이제 자기 방 필요할 건데 언제까지 거실에서 지낼 순 없잖아? 그렇지?” 왕! “그래, 거기에 나중에 혜린이가 결혼하면 혼수는······ 아니지. 혜린이는 무조건 부잣집에 보내야 해. 아무렴. 어디 감히 우리 예쁜 혜린이를 나 같은 거지비렁뱅이에게 보낼 수는 없지. 이 고민은 없던 거로 하자.” 왕! 럭키와의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린이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무조건 벤츠 타고 간다.” 그 말고 함께 미다스가 눈앞에 있는 토굴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던전의 결계가 느껴집니다.] 마치 물속에 손을 넣은 듯 묵직한 저항이 미다스의 팔을 휘감기 시작했다. 팔은 그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미다스가 손에 낀 반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NPC사할린, 그녀가 만들어준 반지가 결계를 녹이기 시작했다. [이름 잃은 신의 파편으로 만든 반지가 결계를 속입니다.] [결계가 당신의 입장을 허락합니다.]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이윽고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자신 있게 말했다. “예.” 10. 프로야구선수 시절 미다스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거였다. “야, 자신 있게 던져! 도망치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란 말이야! 야구는 심장이 큰 투수가 이기는 게임이야!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어!”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라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자신 있게 던지겠습니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아니 씨발, 오늘 가뜩이나 어깨 안풀려서 구속이 130킬로미터도 안 나오는데 존에 넣으라고? 자신 있게?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건 구속이 150킬로미터가 넘는 새끼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지, 난 넣으면 처맞느다고!’ 130짜리 공을 던지는 이가 가지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만이며 만용이란 것을. 실제로 그게 현실이었다.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은 공들이 머리 위를 지나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고,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 투수코치한테 한 소리 먹고 다음날 2군으로 떠내려갔고, 거기서조차 버티지 못한 채 결국 방출을 당했었다. 갓워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쥐뿔도 없었던 미다스에게 자신감 따위 역시 없었다. 자신에게는 자신감을 내세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좆도 없는 놈에게 자신감은 사치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미다스는 자신의 그러한 가치관이 틀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럭키야! 시간만 끌어! 내가 단숨에 쓸어버릴 테니까.” 왕! 미다스가 비밀 제단에서 마주한 조종당하는 오크들을 상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 현재 미다스의 레벨은 20레벨, 던전이 요구하는 최고 레벨을 달성한 상황이었다. 능력치는 그 이상이었다. 여러 타이틀 업적 그리고 아이템 덕분에 30레벨의 플레이어들조차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 여기에 강력한 스킬마저 넘쳐났다. 야구로 따지면 150짜리가 아니라, 160킬로미터짜리 직구를 가진 셈. “파이어볼!” 미다스의 가치관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인 셈이었다. 퍼엉! 그러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몰아붙이는 미다스의 공세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냄새에 취한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이걸로 22마리째!”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게 오크들을 처치했다. ‘이거 라이브 방송이었으면 여기서 후원금 터졌다.’ 이제는 돈을 받고 보여줘도 될 법한 수준이었다. ‘뭐, 그건 개병신짓이지만.’ 물론 미다스는 라이브 방송을 할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티끌만큼도 없었다. 솔직히 갓워즈에서 데미지 같은 건 재능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저 순수한 템빨과 스탯빨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니까. 그런 결과물을 만인에게 공개한다? ‘보물 고블린 놀이를 푼돈 받고 할 이유는 없지.’ 돈이라면 사람도 죽이고도 남을 놈들에게 실시간으로 나 잡아주세요! 이벤트를 열어주는 셈. 동영상 판매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경쟁자를 늘릴 필요는 더 없고.’ 이런 금싸라기 같은 정보를 팔아봤자 얻는 건 푼돈 그리고 아주 눈이 돌아가서 덤벼드는 10대 길드를 비롯한 경쟁자들뿐. ‘이대로 쭉쭉 가자고.’ 반대로 조금만 참고 버티면 그 후에는 그야말로 꽃길이 펼쳐진 상황이었다. “쭉쭉, 벤츠 뽑을 때까지는 달려야지.” 그 후의 꽃길을 생각하던 미다스가 기쁨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지 럭키야?” 왕! 럭키가 그러한 미다스의 뒤를 기꺼이 따랐다. “뭐라고? 빨리 보스 몬스터를 잡아서 레전더리 스킬 얻고 더 게임을 날로 먹자고?” 왕! “그래, 네가 뭘 좀 아네.” 그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이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 드디어 들어왔다. <부패하는 오크> 이 던전의 끝이자 레전더리 카드 보상까지 남은 마지막 장애물이. “새끼, 넌 뒈졌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럭키를 몰고 가서 네놈 대가리부터 깔아뭉······.” ‘응?’ 그 사실에 기세등등하던 미다스가 갑자기 내뱉던 자신감을 삼키고는 이내 두 눈을 깜빡였다. 그 후에 가면을 벗은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두 눈을 껌뻑인 후에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저 새끼 피통 실화냐?” 11. 미다스는 비밀 제단 입구를 발견했을 때 보스 몬스터가 부패하는 오크임을 알았다. 그 몬스터가 언데드 타입일 가능성 역시 그때 염두에 두었고, 그에 대한 다름의 각오도 했다. ‘언데드가 쉽지 않지.’ 언데드 타입 몬스터는 HP가 많으니, 보스 전에서 긴 전투를 피할 수 없음을.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러나 미다스가 파악한 부패하는 오크의 HP는 그 각오 이상이었다. ‘오크의 30.3배.’ 이제까지 미다스가 잡았던 오크를 기준으로 부패하는 오크를 잡기 위해 필요한 데미지를 정리한 미다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말뚝 박고 데미지 딜링만 해도 잡는데 최소 10분 이상 걸리잖아?’ 이제까지 상대한 보스 몬스터인 챔피언 고블린이나 주술사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운빨좆망겜이 레전더리를 쉽게 입에 떠먹여줄 리가 없지.’ 물론 보상이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어쨌거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무엇보다 이제 미다스에게 이 이상은 없었다. 레벨은 20레벨, 이 던전이 요구하는 한계 레벨을 달성했고 아이템 세팅 역시 동급으로는 충분히 최상위 수준이었다. ‘아즈모가 아니고서는 이 이상은 없어.’ 아즈모, 그처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도배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 ‘레전더리로 도배하는 놈이 여기 올 일도 없지만.’ 더불어 그 정도 재력이 있었다면 장담컨대 이곳에 오는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황은 확실했다. 부딪쳐서 뚫던가 아니면 깨지든가. 결국 일단 부딪쳐야 한다는 의미. 과거의 미다스였다면 여기서 분명 한 번쯤 더 자신의 처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에게는 자신감이 부족했으니까. 달리 말하면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럭키야, 들어가자.” 왕! 미다스, 그와 럭키가 보스룸에 입장했다. 12. [지독한 비린내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감소합니다.] 보스룸에 입장하는 순간 들려온 알림은 각오를 머금은 플레이어도 식겁할 만한 내용이었다. “아이스 애로우!” 그러나 미다스는 그 알림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볼!” 마저 파이어볼 캐스팅도 마친 미다스는 눈에 보이는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방법은 히트 앤 런.’ 적이 어떻든 간에 미다스의 전투 방식은 히트 앤 런이었다. 부패하는 오크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가 놈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전투방법은 놈의 공격을 피한 후 거리를 확보하고 마법 캐스팅한 후에 맞추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의 방법은 필요가 없었다. ‘집중력만 유지하면 돼.’ 필요한 것은 그 방법을 오차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집중력. 결국 시간 싸움이었다. 집중력이란 놈은 결국 초와 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녹아내리는 법이었으니까. 전투 시간을 1초라도 더 줄이는 게 핵심이라는 의미. 그게 미다스가 망설이지 않고 파이어볼을 날리며 개전을 선언한 이유였다. “럭키야, 뛰어!” 그 의지를 럭키 역시 기꺼이 따랐다. 왕! 미다스의 외침에 럭키가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달려갔고,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활을 들었다. 시위는 이미 당겨져 있었다. 으어어! 남는 건 이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시위를 놓는 것뿐. ‘어?’ 그러나 미다스는 그 순간 활시위를 놓지 못했다. ‘뭐, 뭐야?’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부패하는 오크를 당황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속내가 나왔다. “왜 이렇게 느려?” 32화. 10화. 비밀 제단 (4). 13. 몬스터의 사냥 난이도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즉, 공격력이 강하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격력은 약한데 방어력이 강해서 까다로운 놈이 있고, 공격력도 방어력도 별 볼 일 없는데 스킬이 특별해서 까다로운 놈도 있다. 이게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밸런스였다. 부패하는 오크의 경우에는 HP와 공격력에 집중한 타입이었다. 그게 언데드 타입의 특징이기도 했다. 언데드 타입들은 대개 높은 HP와 공격력을 가진 대신 방어력이 낮거나 이동속도가 느렸다. 물론 느리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력과 체력 스탯이 높은 탱커, 근접 딜러의 입장에서의 이야기. 마법사나 힐러 클래스, 모든 능력치를 지력이나 마력에 투자한 클래스의 경우에는 결코 도망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오히려 파티 플레이를 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설정이었다. 탱커들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힐러와 딜러를 보호하기 위해 몬스터를 지척에서 상대해야 하는데, 상대의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면? 심지어 HP가 높아 전투 시간도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 무슨 몬스터 밸런스를 이딴 식으로 만들어! 개새끼들 밸런스 좀 제대로 맞추라고!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끔찍한 일. “아, 괜히 쫄았네.” 그러나 부패하는 오크의 특성은 오히려 미다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천적. 쉽게 표현하면 그런 관계였다. “피통이 왜 이렇게 크나 했는데, 이속 고자였네.” 미다스가 부패하는 오크 앞에서 이제는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럭키야, 돌아와.” 왕? “느긋하게 가자고.” 심지어 미다스는 막 부패하는 오크에 달려들려는 럭키를 다시 불러들였다. 크어어!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부패하는 오크는 자신을 공격한 미다스를 향해 움직였다. 보통의 마법사 클래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속도였다. 미다스 역시 저 속도가 가당찮을 정도로 느리다고 생각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장 긴 직선거리는 약 35미터.’ 몬스터가 느리다고 해도 공간이 협소하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저 정도 속도라면 20미터 거리에서 캐스팅을 마친 후에도 최소 2초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미다스가 가지는 여유는 주변 환경을 비롯해 자신의 상태, 그 모든 요소를 염두에 둔 계산 끝에 나오는 것이었다. 즉, 계산에 허점은 사실상 없었다.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 미다스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그가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하지 않는 이상 질 수 없는 승부라는 셈. ‘그럼 완벽하게 해야지.’ 그렇기에 더더욱 미다스는 철저하게 움직이고자 했다. 최대한 빨리 이 전투를 끝내고 보상을 즐기고자 했다. “럭키야, 이 주인님의 크고 아름다운 딜을 제대로 보여주마.” 왕! 당연히 미다스는 자신이 넣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데미지를 주기 위한 계산을 시작했다. “내가 아주 제대로 극딜을······.” 왕! 그 순간이었다. “잠깐.” 왕? 미다스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지금 내 스킬 중에 보스 몬스터 관련 타이틀이 뭐였지?’ 14. 갓워즈에서 가장 많은 건? 이 질문에 사람들은 가장 먼저 직업이라는 대답을 꺼낼 것이다. 그러면 다른 누군가가 스킬이라고 대답을 가로챌 것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 말할 것이다. “당연히 타이틀이지. 스킬 하나에도 걸린 타이틀이 대여섯 개가 훌쩍 넘는데.” 갓워즈에서 가장 많은 건 다른 무엇도 아닌 타이틀이라고. 그만큼 갓워즈에는 몬스터와 스킬 그리고 NPC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타이틀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높았다. 특히 레벨이 높아질수록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 레벨은 올리기 힘들어지고, 아이템은 교체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타이틀만큼 능력치를 올리기 좋은 것도 없으니까. 문제는 타이틀 획득 조건이 생각보다 쉽게 세간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공개됐다고 하더라도 타이틀 달성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는 것. 개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건 다름 아니라 보스 몬스터와 관련된 타이틀이었다. 기본적으로 일반 플레이어가 보스 몬스터를 조우하는 게 매우 힘들 뿐더러,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더 힘들었다. 그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여유롭게 타이틀 달성을 위한 작업을 하는 것 역시 쉬울 리 만무 물론 아주 막강한 세력과 재력의 도움을 받는다면 안 될 것은 없는 일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제까지 미다스와는 보스 몬스터 관련 타이틀은 거리가 무척 먼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 기회가 미다스에게 왔다. [파이어볼] !보스 몬스터 333회 타격 시 ‘강심장’ 타이틀 획득 [아이스 애로우] !보스 몬스터 505회 명중 시 ‘명사수’ 타이틀 획득 [용의 위엄] !보스 몬스터 300회 공격 시 ‘물러서지 않는 자’ 타이틀 획득 현재 미다스가 가진 스킬 중 파이어볼과 아이스 애로우 그리고 용의 위엄, 그 3개의 스킬을 통해 얻을 수 타이틀 중에 보스 몬스터를 타격할 경우 충족되는 게 있었다. ‘좆나 때리면 된다.’ 조건은 공격을 많이 하는 것. 보통 경우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부분이었다. 이제까지 마주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그럴 여유를 부릴 일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여유가 올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안 와.’ 어떤 의미에서 지금 마주한 부패하는 오크가 유일할지도 모르는 그 기회인 셈. ‘이번에 놓치면 이 타이틀 달성은 최소 40레벨 이후, 50레벨 이후에나 가능할 거야.’ 남은 건 하나였다. 이 기회를 잡느냐 안 잡느냐, 그것을 선택하는 것 뿐. 고민은 길지 않았다. 크어어! 미다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부패하는 오크를 보는 순간 자신이 손에 든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15. 치고 빠진다, 그 자체로 어려울 건 없는 작업이다. 실제로 이 작업 자체를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것을 반복할 때 생겼다. 내가 왜 갑자기 그랬을까? 자기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실수가 나오고는 했다. 물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살아오면서 긴장의 끈을 유지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굳이 배울 필요도 없었다는 것. “파이어볼!” 예를 들면 미다스, 프로야구선수 시절의 그처럼 마운드에서 실수를 하는 순간. 그리고 그 실투가 타자의 안타로 이어지는 순간 곧바로 짐을 싸서 2군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앞서 말한 것을 배우기 위해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낼 이유는 없었다. 퍼엉! 그게 미다스가 무려 38분에 걸친 작업을 실수 없이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물러서지 않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됐다.’ 그토록 기다리던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비결. [부패하는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계산대로 됐어.’ 더 나아가 미다스는 이 모든 종점에서 부패하는 오크의 죽음을 계산해두었다. 타이틀 달성을 위한 마지막 파이어볼이 부패하는 오크에 닿는 순간 사냥이 끝나도록. ‘자, 그럼 정산을 들어가야지.’ 그러함으로써 한 번에 모든 보상을 한 번에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즉, 이제 미다스에게 남은 것은 눈앞에 있는 보상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강심장] - 타이틀 설명 : 보스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파이어볼을 던진 자에게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15 [명사수] - 타이틀 설명 : 보스를 상대로 피하지 않고 활시위를 당긴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15 [물러서지 않은 자] - 타이틀 설명 : 용의 위엄을 가진 자는 왕 앞에서 물러서지 않음을 증명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11 그렇게 미다스가 여유 있게 자신의 보상을 확인했다. ‘보스급 타이틀이라서 그런지 옵션 끝내주네.’ 그 보상에 미다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미다스] - 레벨 : 20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15)/체력(5+115)/지력(110+193)/마력(25+143) 그리고 자신의 능력치 앞에서는 놀라움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아, 현기증나네. 밖에 나가서 라면이나 먹어야겠다.’ 거짓이 아니라 정말 현기증이 날 것 같을 정도. 이 능력치 아니더라도 기나긴 작업에 대한 여파는 남아 있었다. ‘로그아웃하는 순간 피로감 장난 아니겠네.’ 갓워즈 속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지독한 피로감이 엄습할 것이다. ‘그전에 전설 카드는 까야지.’ 물론 그 전에 미다스는 모든 것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이대로 위가의 도시로 돌아간 후에 NPC사할린으로부터 자신의 세 번째 전설 스킬을 얻어낼 것이다. “크으!” 미다스가 새로운 전설을 얻는 순간을 상상하며 일찌감치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네놈!> “으헉!” 그때 비명과도 같은 거친 호통 소리에 미다스가 기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이제 HP가 0이 된 채 점차 녹아내려가는 부패하는 오크가 있었다. 그때와 같았다. 주술사 고블린을 잡을 당시와. 때문에 미다스는 그 이상 당황하지 않았다. “야! 깜빡이는 좀 켜고 이벤트 진행해!” 도리어 자신을 놀라게 한 부패하는 오크를 나무랐다. 물론 그 씨알도 먹히지 않을 외침을 부패하는 오크는 가볍게 무시한 후 제 역할을 이어갔다. <네놈도 결국 그것을 노리는 모양이구나!> “아, 새끼. 그냥 빨리 뒈지면 안 되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 <신화마저 종결 낼 수 있는 무기를!> “아, 됐고. 빨리 경험치나 뱉······.” 그 순간이었다. “잠깐, 너 뭐라고 했냐?” 미다스가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미 완전하게 녹아내린 채 아주 지독한 비린내만을 풍기는 부패하는 오크는 대답할 처지가 되지 못했다. ‘뭐라고 말했지?’ 결국 미다스는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화마저 종결 낼 수 있는 무기라고?’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레전더리 위에 존재하는 신화급 아이템이 있다는 게 개병신 소리가 아니라 리얼이라고?’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굳었다. ‘그게 실존한다면······ 벤츠 뽑고 자시고 하는 수준이 아닌데?’ 이제까지 마주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 때문에 미다스는 그에 대한 답을 섣불리 내리지 않았다. “······럭키야, 도시로 돌아가자.” 왕! 16. “대단하네. 정말 그걸 찾을 줄이야.” 그 말과 함께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이제 보상을 받을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 그러나 그 기꺼운 신호에 미다스의 표정은 환해지기보다는 계속 굳어진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런 그에게 NPC사할린이 손짓을 했다. 휙! 그 손짓에 책장을 이루고 있던 책 한 권이 그대로 날아와 그녀의 손에 잡혔다. “노력에 대한 선물이다. 네 주제에는 과하겠지만.” 그녀가 그 책을 미다스에게 건네줬고, 미다스가 그 책을 받았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거래 불가)] 레전더리 스킬 카드 중 하나를 임의로 얻을 수 있는, 갓워즈에서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무슨 말 듣지 않았어?” 그 순간 NPC사할린이 질문을 던졌다. 평소라면 보상에 정신이 팔려 대충 대답했을 일, 하지만 미다스는 도리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신화조차 종결 낼 무기를 노리냐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말에 NPC사할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 “예.”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새로운 물음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내가 아는 것을 말해주지. 어때?” “좋습니다.” 그 대답에 미다스의 눈앞에 곧바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학살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NPC사할린이 당신에게 학살자 오크 사냥을 부탁했습니다. - 퀘스트 보상 : 사할린의 반지 비린내 나는 숲의 필드 보스 몬스터, 학살자 오크를 사냥하라는 것. 결코 쉽지 않은 퀘스트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보다 아래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퀘스트 완료 시 ‘저주 받은 숲’ 진행 가능 !퀘스트 완료 시 ‘미스틱 클래스를 알다’ 타이틀 획득 미스틱 클래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신화급 무기가 진짜 존재했구나!’ 33화. 11화. 학살자 (1). 1. 누군가 말했다. 인류 역사상 종교 다음으로 갓워즈만큼 헛소문을 많이 만든 것은 존재치 않았다고. 당연한 일이었다. 갓워즈는 김민수라는 가늠할 수 없는 천재가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게임이었고, 김민수는 그 갓워즈의 비밀을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땅에 묻혀버렸으니까. 당연히 대부분의 소문들은 헛소문으로 치부되고는 했다. 그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갓워즈에는 레전더리 등급을 뛰어넘는 등급의 아이템이 존재한다.’ 갓워즈가 등장하고 1년째가 됐을 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놓고 엄청난 일들이 매일 생겨났을 때.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 레전더리 등급을 뛰어넘는 등급의 아이템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개소리였지.’ 사실 이미 닳고 닳은 소문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을 뛰어넘는 신화급 무기가 있고, 그 신화급 무기를 뛰어넘는 갓급 무기가 있으며, 그것마저 뛰어넘은 갓갓갓급의 무기가 있다는 소문은 솔직히 소문 취급도 안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웃기지도 않는 소문에 대한 어느 한 명이 반응했다. ‘그 소문에 허정훈이 대답하기 전까지는.’ 세계적인 게임디렉터 허정훈. 김민수가 갓워즈 세계를 창조하고 관리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를 제작할 당시 그와 접촉했던 몇 안 되는 인물이던 그가 그 소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었지?’ 김민수의 입을 통해 올마이티 클래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충분히 그런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코 확신에 찬 대답은 아니었다. 그저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을 뿐. 그러나 그 말이 불타오르는 갓워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됐다. ‘그때 분위기 진짜 장난 아니었지.’ 물론 그 후 그 누구도 올마이티 클래스, 일명 신화급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그 이야기는 헛소문이 되었다. 허정훈 본인 역시 그 이후 갓워즈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자세를 취했다. 자연스레 열기도 가라앉았다. 말 그대로였다. “럭키야, 진짜 올마이티 클래스 아이템이 공개되면 이 게임 개판 될 거다.” 왕!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화산이 잠잠해진 것과 같았다.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는 건 그 화산을 터뜨릴 수도 있는 도화선이었다. ‘이건 지금 공개하면 끝이다. 그 이후부터는 내가 손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지금의 미다스가 섣불리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 ‘하지만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진짜 크게 땡길 수 있다.’ 반대로 그 폭발력을 다룰 수 있다면? 미다스가 벤츠를 할부로 뽑을지 리스로 뽑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큰돈을 만질 수 있을 터. ‘어쨌거나 지금은 학살자 오크부터 잡는 게 우선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이야기도 미다스가 학살자 퀘스트를 공략한 다음의 이야기였다. 지금 미다스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미리 숨겨진 정보를 보았을 뿐, 진짜 정보를 습득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까볼까? 럭키야, 뭐 나올 거 같아?” 미다스가 스킬 카드북을 손에 든 채 럭키 앞에서 흔들었고, 그 사실에 럭키는 목을 높게 들며 소리쳤다. 호우우! 그런 럭키 앞에서 미다스가 손에 쥔 스킬 카드북을 펼쳤다. 2. 스킬 카드북을 여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운 것은 다섯 장의 카드들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모양새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카드들이 품은 황금빛이 여과 없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감탄이 나와 마땅한 광경. “후우.” 그러나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감탄을 내뱉기보다는 오히려 긴 한숨을 내뱉었다. 왕? 주인의 한숨에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 그 럭키 앞에서 미다스는 제 고뇌를 내뱉었다. “벤츠나, BMW냐 그것이 문제로다.” 유니크 등급의 스킬 카드를 고를 때도 머리를 쥐어뜯었던 미다스 아닌가? 그런 그에게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콕 찍어 고르라는 건 평생 차 한 번 가져보지 않은 남자에게 BMW랑 벤츠 중 차를 하나 고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드래고닉 마나? 마력 회복률 증가? 엘리멘탈 마스터리! 모든 속성 공격력 증가시켜주는 스킬이잖아!’ 물론 그럴 때가 있다. ‘응?’ 그중에서 갑자기 유난히 빛나는, 마치 갑자기 포르쉐 같은 놈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경우. ‘어?’ 미다스의 눈에 보인 그 스킬이 그랬다. [드래곤스 아이] - 스킬 랭크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대상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여 보다 많은 데미지를 준다. 드래곤스 아이. ‘이거, 설마 그거?’ 미다스가 얼마 전 보았던 유니크 등급의 스킬인 불스 아이 스킬의 상위 등급 스킬이었다. 스킬 효과는 간단했다. 패시브 스킬로 적의 몸에 과녁이 생기며, 그 과녁의 한 가운데에 가까이 맞출수록 데미지가 증가했다. 즉, 잘 맞추면 데미지가 증가하는 스킬이었다. 설명만으로도 그 가치가 적지 않음을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스킬이었다.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던 그렉스를 스타로 만들어준 그 스킬?’ 무엇보다 그렉스, 전직 메이저리거를 갓워즈를 대표하는 마법사 중 한 명으로 만들어준 스킬이기도 했다. 스킬 효과도 효과이지만 보는 맛이 남달랐다. 보통 마법사들은 정확히 맞춘다고 해서 특별할 게 없지만, 이 스킬은 정말 정확히 맞추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렉스가 정확히 맞출 때마다 후원금이 장난 아니었지.’ 더욱이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3승, 한 해에 가장 뛰어났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도 수상했었던 그렉스의 경우에는 시작부터 그 팬들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동양의 자그마한 나라에서 1군에서 1승조차 거두지 못한 어느 투수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욕일 정도.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고민이 없었다. ‘이거다.’ 드래고닉 마나나 엘리멘탈 마스터리 등 나머지 스킬들 역시 충분히 좋았으나,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드래곤즈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세 번째 레전더리 스킬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곤즈 아이]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대상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여 보다 많은 데미지를 준다. !77회 연속 약점 명중 시 타이틀 ‘사수(射手)’ 달성 !999회 약점 명중 시 타이틀 ‘베테랑 사수’ 달성 그리고 무수히 많은 타이틀 달성 조건들 역시 미다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롱토스에 드래곤스 아이 중첩이면 데미지 증가량이 장난 아니겠는데?’ 그것을 보며 미다스는 이제부터 이 스킬이 보여줄 효과를 상상했다. “여기에 발리스타 같은 스킬만 나오면 이 게임 갓겜 되는 건데.” 왕! “그래, 럭키야.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되지. 이딴 좆망겜에서 가지고 싶다고 나올 리가 없으니까.” 왕! 물론 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럼 이제 학살자 오크를 잡아야 하는데······.’ 이제부터는 현실을 마주할 때였으니까. ‘이것도 골 때리겠네.’ 쉽지 않은 현실을. 3. 학살자 오크. 비린내 나는 숲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꼭 이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이유나, 학살자 오크가 주는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 다른 동급 아이템보다 우월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러나 학살자 오크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경쟁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높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걔를 잡아야 루키로 인정받을 수 있지.’ 학살자 오크가 갓워즈를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명예와 돈을 위해서 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쥐어야 하는 트로피라는 것. 야구로 따지면 초등학교 야구 대회 같은 것이었다. 취미로 야구를 한다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나 프로를 꿈꾼다면 그 대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결과를 남겨야 했다. 때문에 경쟁률이 무척 심했다. ‘뭐, 대부분은 사냥에 실패하지만.’ 동시에 학살자 오크는 무척 강했다. 챔피언 고블린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게 트로피 몬스터가 된 이유였다. 레벨 좀 올리고, 아이템 좀 갖췄다고 해서 누구나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잡았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 외에도 암묵적인 조건들이 여러 있었다. 5인 이내의 파티로 잡아야 하며, 어그로 관리를 비롯해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말아야 한다 등······. 그러한 조건을 뚫고 잡아야 그때부터 경력에 학살자 오크 사냥을 넣을 수 있었다. ‘솔플은 힘들어.’ 어쨌거나 정현우가 지금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놈은 아니었다. 정현우가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막거리며 학살자 오크를 사냥하고자 하는 파티 구인 공고를 살펴보는 이유였다. “뭘 그렇게 보냐?” 그때 휠체어에 앉아 있던 정태우의 질문에 정현우는 스마트폰의 화면 내용을 바꾸며 말했다. “템 좀 팔려고.” 그 대답에 정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굳이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 없는 그 쓴웃음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 요즘 수입 짭짤해서 기분 좋거든? 그러니까 괜히 여기서 눈물 나오는 분위기 만들지 말고 제대로 웃어줄래?” 그제야 정태우가 입가에 진 쓴웃음을 실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 실소 사이로 한숨을 내뱉었다. “왜 갑자기 또 한숨이야?” “너 같은 놈을 데려갈 제수씨가 고생할 걸 생각하니까 절로 나오네.” 형의 말에 정현우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형제의 대화는 끝이 났고, 서로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정현우의 표정에는 다시 진지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수입이 나쁘진 않아.’ 조금 전 형에게 한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최근 정현우의 수입은 짭짤했다. ‘잡템을 독식하니까 확실히 그것만으로도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커버 돼.’ 오크를 잡아 나오는 재료 아이템들 역시 팔면 돈이 됐으니까. 더욱이 정현우에게는 몬스터가 가진 아이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보통 플레이어들과는 레어 등급 아이템을 얻는 확률이 차원이 달랐다. 그게 생활비가 남는 비결이었다. 보통 다른 플레이어들이 빠른 레벨업을 위해 수입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지.’ 그러나 지금 정현우가 보고 있는 풍경을 그저 간신히 유지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하자. 어차피 파티 플레이 할 거, 어설픈 애들하고 같이 해서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는 없잖아?’ 그 순간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껐다. ‘미끼 좀 뿌려서 대어 애들이 오게 해야지.’ 앞서 말했듯이 프로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가 학살자 오크를 잡고자 대기 중이었다. 당연히 그들 안에는 옥석이 따로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도전의식만 불태우는 부류가 있었고, 주제 파악을 끝난 건 물론 이미 완벽한 준비도 마친 부류가 있었다. 학살자 오크를 보다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옥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게 정답이었다. 문제는 옥쯤 되는 애들은 이미 견고하게 파티 멤버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설픈 실력자가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진한 미끼를.’ 달리 말하면 진짜 실력자가 끼어들 틈은 충분히 있었다. 정현우, 그가 노리는 건 그 틈이었다. 우웅! 그때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알림을 토해냈다. ‘시간 리셋.’ 플레이 가능 타임이 리셋됐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4. 비린내 나는 숲. 왕! “그래, 럭키야. 잘 있었어?” 그 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럭키를 쓰다듬는 것이었다. 왕, 왕! 럭키는 그런 미다스의 손길에 거듭 자신의 몸을 부비며 반가움을 열심히 표현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런 럭키에게 쉬이 신경을 쓸 수 없었다. ‘파티플을 하게 되면 분명 내 캐릭터네임이 알려질 텐데······ 뭐, 미다스란 이름이 나만 쓰는 건 아니지만······.’ 학살자 오크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는 파티 플레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파티 플레이가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또한 타인과 같이 게임을 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신경 쓸 것이 적지 않았다. 아이템 분배 같은 문제부터 시작해서 호흡을 맞추는 문제까지. 이 세상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큼 신경 쓰이는 건 없는 법 아닌가? ‘아, 골치 아프다. 그냥 돈 받고 까라면 까는 게 속편하긴 했어.’ 왕! 그런 미다스의 고민을 알 리 없는 럭키는 거듭 미다스에게 제 몸을 부비며 존재감을 표시했다. 왕! 왕! 거듭해서. “그래, 나한테는 너밖에 없······.” 미다스가 옅게 웃음을 흘리며 그런 럭키를 향해 제대로 된 관심을 가졌다.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럭키야 머리 위에 그 물음표 뭐냐?” 왕! 럭키의 머리 위에 뜬 새로운 물음표를. 34화. 11화. 학살자 (2). 5. ![끓어오르는 기운] !몬스터 444마리의 마지막 숨통을 끊을 경우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럭키, 녀석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와 함께 뜬 히든 정보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맙소사.’ 진화라는 단어 때문은 아니었다. 신수가 진화를 통해 보다 강한 존재로 성장한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일이었으니까. ‘이거 그냥 알아서 되는 거 아니었구나!’ 놀란 부분은 다름 아니라 진화에도 퀘스트가 있다는 것. 이제까지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신수를 진화시키는 방법이 그저 많은 몬스터를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똘똘이가······.’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강력한 신수인 라포의 똘똘이가 그 증거였다. ‘······하긴 주인의 버프 받고 몬스터를 혼자 다 씹어 먹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럭키의 머리 위에 뜬 퀘스트는 라포와 똘똘이, 그들은 그저 상황이 운 좋게 맞아떨어진 경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정보도 비싸게 팔리겠네.’ 어쨌거나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정보였다. 이 정보가 있다면 신수를 진화시킴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루트를 밟을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팔아먹어야지.’ 더불어 지금 미다스가 진행 중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는 상관없는 정보인 만큼 적당한 때에 팔아도 무방했다. “어이구, 이 복덩이 놈.” 그 사실에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왕! “그래, 당연히 너 진화부터 시켜줘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도 오크를 뜯어먹는 놈인데, 여기서 더 진화하면······.’ 럭키가 성장하는 것만큼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으니까. ‘유니크 등급 스킬이라도 나오면 대박이고.’ 혹여 새로운 스킬 중에 유니크 등급 스킬이라도 나오면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게 쉽게 나올 리는 없지만.’ 물론 그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유니크 등급 스킬이 나온다면 이 게임이 그토록 욕을 먹은 일은 없었을 터. 오히려 미다스가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자, 그럼 일단 용눈 스킬 한 번 위력 좀 볼까?’ 6.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잘 맞추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초창기 프로야구 출신 투수들 혹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 선수들이 꽤 좋은 대우를 받으며 마법사가 되어 갓워즈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요구되는 제구력은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50미터 거리 밖에 있는 중형 자동차를 야구공으로 맞출 정도면 충분했다. 그 거대한 차량의 사이드미러, 그 아래에 위치한 X자 표시 따위를 맞추는 능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디를 맞추든 그 조촐한 데미지가 적용되는 것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나름 잘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고 상대하는 몬스터의 덩치가 커질수록 그리고 자신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미다스는 굳이 정밀한 수준의 제구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오랜만이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각 잡고 던지는 건.’ 40미터,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거리. 더군다나 적지 않은 나무기둥들이 꼿꼿하게 선 채 장애물을 자처하고 있는 그 거리 너머의 오크를 바라보며 미다스가 정말 사활을 건 피칭을 준비하는 것은. [드래곤스 아이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더욱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오크의 머리통에 존재하는 황금빛 과녁, 그 한가운데였다. 아득함에 현기증이 날 법한 일이었다. ‘재미있겠네.’ 그러나 이 순간 미다스는 현기증이 아닌 흥미를 느꼈다. ‘제대로 맞으면 데미지 끝내주겠지?’ 롱토스 그리고 드래곤스 아이. 두 스킬이 만들어줄 시너지 효과가 미다스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빗나가면 골때리겠고.’ 그리고 미다스를 긴장케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무조건 맞춰야 해.’ 그러한 긴장감은 마치 마운드 위에 올라섰을 때와 비슷했다. 공 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 때의 긴장감, 마운드가 자신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 과거와 다른 점은 하나였다. 그때의 미다스는 그 긴장감을 즐길 자신감 따위가 없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 “파이어볼!” 미다스, 그가 주문과 함께 곧바로 자세를 취했다. 발을 들어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고, 다시 한 번 자신의 표적을 바라보았다. 표적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사이 그의 손에는 파이어볼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파이어볼을 꽉 쥔 그가 이내 팔을 휘둘렀다. 채찍처럼 휘어진 팔, 그 끝에 있던 불덩이가 어렴풋한 포물선을 그리며 숲을 지나갔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은 정말 마법처럼 그대로 오크의 머리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꽂혔다. [치명적인 약점에 명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으로 드래곤스 아이 스킬이 발동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렇지!” 그 알림에 미다스가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그때였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응?” 그 알림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곧바로 다음 알림이 들렸다. [오크 원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원킬. “우와!” 상상치도 못했던 결과물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놀란 눈으로 정보창을 활성화했다. [오크 원킬!] - 타이틀 설명 : 오크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잡아낸 이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블 보상 : 모든 능력치 +3 오크를 사냥할 수 있는 적정 레벨, 30레벨 미만 플레이어들이 오크를 한 번의 공격에 처치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타이틀. ‘아즈모 같은 인간이나 받던 원킬 타이틀이 나한테?’ 압도적인 아이템 세팅을 앞세운 속칭 템빨 괴물들만의 전유물을 보는 미다스의 눈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왕! “럭키야, 너도 봤지?” 왕! “그래, 네 주인이 이 정도다. 아, 너무 강한 나의 힘에 내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구나!” 왕! “뭐라고?” 그때였다. “아.” 기쁨에 취해 럭키와 이야기를 나누던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럭키야 다음에는 딸피 남겨줄게.”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왕! 왕! 사냥감의 목줄을 뜯을 기회를 준다는 말에 기뻐하는 럭키를 보며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 게임을 하다가 고인물이 힘을 숨김 놀이를 하게 될 줄이야.” 그러한 실소는 이내 밝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래, 게임은 이 맛에 하는 거지.” 7. “어휴.” 휴식을 위해 잠시 캡슐 밖으로 나온 정현우의 입에서 긴 한숨이 담배 연기처럼 흘러나왔다. 그 한숨에 근처에 있던 이혁주가 다가오며 말했다. “형, 힘들어요?” 그 질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죽겠다, 죽겠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현우는 정말 지금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아 죽겠어.’ 물론 보통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최고다.’ 그 정도로 현재 정현우의 상황은 좋았다. ‘설마 21레벨에 오크 원킬이 나올 줄이야.’ 원콤도 아니고 원킬, 단 한 번의 마법 사용으로 오크를 사냥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는 의미. 사실 그게 한숨을 내뱉는 이유였다. 그 사실에 취해서 정해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게임 플레이를 해버리는 바람에 체력과 집중력이 소모됐다. ‘이 정도면 굳이 파티 가입하려고 광고할 필요도 없겠는데?’ 어쨌거나 걱정했던 학살자 오크 파티 가입을 고민할 필요는 사라졌다. 지금 정현우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데미지 딜링이라면 어느 파티든 모셔갈 테니까. ‘솔로킬은······.’ 심지어 정현우는 솔로킬마저 염두에 두었다. ‘에이, 그건 힘들지.’ 물론 염두에 두었을 뿐, 그것을 시도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어그로 관리가 안 되는데.’ 제아무리 정현우의 데미지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어그로를 끌어줌으로써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탱커의 존재 없이 학살자 오크를 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컸다. ‘일단 럭키 진화부터 시키고 파티를 찾아보자.’ 굳이 감수할 필요가 있는 리스크는 아니었다. “형, 채굴하시죠?” 그때 이혁주가 정현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너도 캐릭터 정지당했냐? 일자리 소개시켜줄까? 아주 일이 좆같아서 그런지 자리는 항시 넘친다.” 그 질문에 대한 정현우의 대답에 이혁주가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럼 뭐?” “형, 그럼 지금 어디서 게임해요? 위가의 도시에서 하시죠?” “거기 말고 어디 딴 곳 있겠냐?” “형, 그럼 혹시 비린내 나는 숲 들어가보셨어요?”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래?’ 갑작스러운 주제의 변화에 정현우가 고개를 놀란 내심을 숨기면서 말했다. “들어는 가봤지. 왜? 무슨 일 있어?” “거기 비린내가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돌 던데, 사실이에요?”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부패하는 오크를 잡은 이후 진행된 퀘스트 내용들이. ‘맙소사, 비린내 나는 숲의 비린내가 부패하는 오크의 비린내였던 거구나!’ 이윽고 나온 가설에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당연히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갓워즈 내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있으나,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그 후각 기능을 끄거나 축소시켰으니까. 비밀 제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비린내 따위를 맡고 지랄이야?’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는 일. ‘아니, 어쩌면 NPC를 통해서 낌새가 나온 걸지도 몰라.’ 혹은 NPC들이 주는 정보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NPC들은 때때로 주변 상황에 따른 변화 조짐을 알려주는 키워드를 꺼내고는 했으니까. 예를 들면 ‘요즘 비린내 나는 숲에서 비린내가 덜 나는 거 같군’ 같은 말 따위들. ‘이혁주가 알 정도면 이미 공론화됐다는 거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비린내 나는 숲에는 변화가 찾아왔고, 사람들이 그 변화를 감지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의 원인을 쫓기 시작할 것 역시 분명했다. 그러다가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어떠한 단서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씨발.’ 어떤 경우든 간에 정현우에게는 좋을 것 하나 없을 것이 분명한 상황. “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비린내 나는 숲이 찌린내 나는 숲이 되든, 구린내 나는 숲이 되든 알 게 뭐야?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는 됐고, 지금 들어갈 거니까 캡슐이나 좀 열어줘.”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고, 정현우 역시 그런 이혁주를 따라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정현우의 눈빛에는 각오가 깃들어 있었다. ‘최대한 빨리 학살자 오크를 잡아야 해.’ 8. 왕! 앙증맞은 울음 소리. 크헉! 그러나 그 소리 뒤로 이어진 소리는 앙증맞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광경은 더더욱 그랬다. 덩치 좋은 오크가 자그마한 털북숭이에게 목덜미가 물린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시체가 된 광경은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섬뜩한 광경이었다. “그래, 잘했어!” 그러나 그 광경을 향해 플레이어는 도리어 박수를 짝짝 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통 사람이 봤다면 갓워즈가 사람을 미치광이로 만든다고 착각해도 될 법한 광경.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다 잡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드디어 럭키가 진화를 위한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 사실을 곧바로 알림으로 들렸다. 호우우우우! 럭키 역시 평소보다 더 강렬한 하울링을 내지르며 자신의 변화의 징조를 소리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럭키의 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웰시코기 수준이었던 녀석의 크기가 어느 순간 진돗개 수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내뱉는 하울링의 소리 역시 조금 더 묵직함을 품기 시작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믿음직한 광경이었다. 호우우우! 그렇게 럭키가 자신의 변화를 소리 내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성장과 함께 새로운 스킬을 얻을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으로 100장의 카드들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와우!” 그 순간 미다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은 루비와도 같은 붉은 빛을 내뿜는 유니크 카드를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장이 아니었다. 보이는 건 무려 3장! “크으, 역시 럭키다. 갓워즈 최고의 운빨 늑대.” 이름 그대로의 결과물.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결과물이었다. ‘아, 뭘 고를까?’ 그리고 즐거운 고민이 나오는 결과물이었다. ‘어?’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100장의 카드들을 살피던 미다스는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사생결단]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몬스터와 사생결단을 벌인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하나를. 그것을 본 미다스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은 채 럭키를 바라봤다. 호우우우! 그 순간 미다스는 반성했다. “내가 이름을 잘못 지었네. 럭키가 아니라 갓키였네······.” 35화. 11화. 학살자 (3). 9. 파티 플레이로 오크를 상대할 때 꼭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딜러들은 탱커가 오크를 건드리기 전까지 절대 오크를 건드리지 말 것! 그것이 철칙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딜러가 오크의 어그로를 끄는 순간 그리고 오크가 그 딜러를 향해 돌진을 시작하는 순간 탱커 입장에서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 지금 광경도 그러했다. 크어어! 오크 한 마리가 분노로 가득 찬 괴성을 토해내며 나무로 된 가면을 뒤집어쓴 플레이어 한 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하나 남은 볼링핀을 향해 볼링공이 달리는 듯했다. 돌진을 멈출 방법 따위는 감히 생각이 나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때였다. “럭키야!” 오크의 돌진,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그 돌진의 끝에 있던 플레이어가 소리를 내질렀다. “막아!” 이윽고 그 두 글자, 막아! 라는 글자가 플레이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근처에 숨죽이고 있던 진돗개 크기의 털북숭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드러낸 털북숭이는 입을 벌리며 소리쳤다. 크-헝! 호랑이의 포효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소리가 오크와 플레이어, 그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럭키가 오크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그 뒤를 이어 알림 하나가 들렸다. 그 순간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크헉! 그 알림이 터짐과 동시에 플레이어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던 오크가 그 자리에서 몸을 멈췄다. 당연한 말이지만 과속이나 다름없이 달리던 오크의 몸뚱이는 쉽게 멈추지 못했다. 오크의 몸이 급정거하며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수고. 그러나 오크는 그러한 수고를 하면서까지 자신이 노리던 사냥감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크어! 그리고는 이제 럭키를 향해 다시 돌진을 시작했다. 오크의 어그로가 강제로 털북숭이를 향하는 순간, 놀라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광경은 그다음이었다. 푹! 플레이어의 손끝에서 날아온 얼음 화살이 그대로 오크의 등판에 꽂혔다. 오크의 분노를 다시 돌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깊게. 어그로를 다시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깊게. 크어! 크왕! 그럼에도 공격을 당한 오크는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짐승을 향해 달려갔다. 사생결단! 그러한 각오를 품은 오크의 돌진은 거듭된 플레이어의 얼음 화살 공격에도 변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제아무리 공격을 해도 고개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퍼엉! 이윽고 불덩이가 오크의 머리통에 꽂히는 순간, 그제야 오크는 움직임을 멈췄다. 털썩! 멈춘 채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지면서도 오크의 몸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을 향하고 있었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파이어볼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스킬 랭크업을 알다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와······.” 그 광경을 본 미다스가 가면 안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실소를 머금었다. 왕! 그런 그에게 럭키가 다가왔다. 왕! 왕! 그리고는 자신의 활약에 칭찬을 해달라는 듯이, 이제는 조금 거대해진 몸을 미다스의 다리에 비비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기꺼이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진짜 네가 최고다.” 그 말을 뱉는 목소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어그로 관리는 탱커들에게 있어 가장 많이 마주하는 문제이자, 가장 난해한 문제였다. 쉽게 말하면 탱커에게 있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그런 이유로 어그로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스킬, 일명 도발 계열 스킬 카드들은 값이 꽤 비쌌다. 그마저도 완벽한 것들은 아니었다. 조건을 충족하거나 시간 제한이 있는 등 스킬 등급과 종류에 따라 효과 차이도 많았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사생결단 스킬에 대해서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짖으면 스킬이 발동하다니.’ 일단 사용 조건이 너무 간단했다. 럭키가 미다스의 명령을 듣고 울부짖는 순간 스킬 효과가 발동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1대1밖에 안 되는 게 흠이지만······.’ 사생결단 스킬은 동시에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즉, 1대1 상황에서만 유효했다. 또한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그 대상이 죽기 전까지 스킬 대상을 바꿀 수도 없었다.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분명 단점이 될 만한 요소들이었다. ‘대 보스전 상대로 이거만한 게 없다.’ 반대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는 정말 완벽하기 그지없는 도발 스킬인 셈이었다. 문자 그대로 보스 몬스터가 죽을 때까지 혹은 럭키가 죽기 전까지 어그로를 끌어준다는 것 아니었는가? 당연히 미다스는 한 번쯤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솔킬 도전해볼까?’ 학살자 오크 솔킬. 이제까지 정말 극소수의 플레이어들, 재능과 재력, 두 가지 모두를 가진 이들만이 이룩했던 업적. 투수로 따지면 160짜리 공을 던지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성공을 보장해줄 순 없지만, 기꺼이 드높은 나무를 쳐다볼 수 있게 해주는 일. 이제까지 미다스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미다스는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탱커는 문제 될 게 없다.’ 일단 미다스가 보기에 럭키의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그로는 완벽하게 끌 터. 탱커의 역할은 그거면 충분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그런 질문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내 데미지 딜링이지.’ 해야 할 질문은 딜러가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느냐? 그뿐. 즉, 성공의 여부는 미다스 손에 달려 있었다. 그때였다. 번쩍! 미다스의 세상이 잠시 동안 붉게 깜빡였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학살자 오크 등장까지 남은 시간 2:59:59] 보스 몬스터 리젠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보였다. “하하.” 그 타이머의 등장에 미다스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럭키야, 이거 아무리 봐도 솔킬하라는 거지?” 왕! 럭키가 긍정하듯 짖었다. “그래, 솔킬 내고 아이템도 혼자 다 처먹어야지. 그걸 뭐하러 나눠 먹어?” 왕! “네 생각도 그렇다고?” 왕! 거듭 짖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미다스가 결단을 내렸다. “좋아, 솔킬 한 번 따보자.” 미다스 그가 학살자 오크 솔킬을 준비했다. 10. 학살자 오크. 갓워즈에서 별이 되기 위한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사냥 커리어에 넣어야 하는 존재. 그만큼 놈을 잡는 건 쉽지 않았다. “학살자 오크? 경쟁률이 너무 심해.” 대부분은 그 이유로 경쟁률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린내 나는 숲에는 학살자 오크를 잡기 위한 파티가 항시 넘쳐 났으니까.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건 잡지도 못하는 놈들이 하는 소리이지.” 그러나 정말 학살자 오크가 잡기 힘든 이유는 그런 경쟁자의 유무가 아니었다. “학살자 오크가 잡기 어려운 건 그냥 놈을 사냥하는 게 어려워서 그런 거야. 잡을 능력이 있으면 경쟁자 따위는 상관없어. 잡으면 되니까.” 학살자 오크 자체가 매우 사냥하기 힘든 몬스터라는 것. 크르르! 비린내 나는 숲, 탐험가 라인 밖에 위치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학살자 오크는 온몸으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일단 체격은 보통 오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180센티미터의 신장, 근육질의 몸매, 키가 좀 더 큰 듯했지만 의미를 둘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착용한 아이템은 일반 오크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학살자 오크는 맨몸뚱이로 고간 정도만을 가리고 다니는 허약한 오크 따위와는 달리 정교하진 않지만 그래도 두꺼워 보이는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얼굴에 쓰고 있는 철로 된 가면과 손에 쥔 큼지막한 도끼였다. 그게 학살자 오크인 이유였다. 콰직! 마치 시위를 하듯 철가면을 쓴 채 주변의 애꿎은 나무를 도끼로 내리찍은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호러 영화에 나오는 학살자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 실제로 학살자 오크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들 중에는 그 외형에 겁을 먹어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상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보니까 더 섬뜩하네.’ 그러한 학살자 오크를 먼 곳에서 발견한 미다스는 학살자 오크의 상태를 확인했다. [학살자 오크(Lv31)] !적을 발견 시 무자비한 돌진 사용 !HP가 60퍼센트 이하일 경우 ‘섬뜩한 외침’ 스킬 사용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학살자’ 모드 발동 그러자 학살자 오크의 페이즈에 대한 정보들이 눈에 보였다. 딱히 눈여겨 볼 대목은 아니었다. ‘학살자 오크 공략이야 넘치지.’ 이미 워즈튜브에는 학살자 오크 공략 영상이 많은 수준을 넘어 넘칠 정도였으니까. ‘고맙게도.’ 그게 미다스가 이번 사냥에 자신감을 가지는 첫 번째 이유였다. 데이터 베이스가 충분하다는 건, 학살자 오크가 무슨 행동을 하든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 실제로 미다스는 NPC사할린으로부터 학살자 퀘스트를 받은 이후부터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학살자 오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수집한 후에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 내놓은 상태였다. ‘데미지도 충분해.’ 두 번째 자신감은 당연한 말이지만 말도 안 되는 스탯과 스킬에서 나오는 데미지였다. 제대로 맞출 수만 있다면 데미지 딜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미다스의 세 번째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맞추는 것 하나는 리그 최고였고.’ 제구, 그것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최근 컨디션도 최고였고.’ 그리고 그러한 미다스의 제구력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변치 않고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거 솔킬로 잡으면······ 대박이다.’ 마지막으로 미다스를 움직이게 하는 요소는 다름 아니라 솔킬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가 달랐다. 학살자 오크, 놈이 가진 유니크 아이템들의 값어치는 지금 미다스가 착용한 챔피언 고블린 아이템보다 훨씬 비쌌으니까. ‘일단 기본 2장이지.’ 더욱이 챔피언 고블린은 잡을 경우 하나의 유니크 아이템만을 얻을 수 있지만, 학살자 오크의 경우에는 2개의 유니크 아이템을 가질 수 있었다. 미다스처럼 혼자 잡는다면 그 2개의 유니크 아이템을 독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 ‘혜린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그러한 사실들은 미다스에게 더 이상의 망설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럭키야, 가즈아!” 호우우우! 전투가 시작됐다. 11. 탐험가 라인의 경계선. 여러 플레이어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하나 더 있었다. “저기, 헤인즈 파티다.” “헤인즈 파티라면 요즘 핫한 길드 중 하나인 라이징 스타 길드?” “학살자 오크 3인 파티로 사냥하려고 온 모양이네.” 학살자 오크를 사냥할 수 있는 자와 그저 구경만 할 수 있는 자. 두 부류 사이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확실한 선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저 검 봐. 유니크 템인가?” “때깔부터가 다르네.” “3명 모두가 챔피언 고블린 가면 썼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만 보더라도 그쪽이 어느 부류인지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학살자 오크, 아주 무서운 놈이지. 내가 이 캐릭터 키우기 전에 놈을 두 번이나 잡았거든.” 더불어 제 스스로 대놓고 학살자 오크를 잡으러 왔음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관심을 받기 위해 떠벌리는 경우였다. “근데 둘 다 파티원들이 병신이었어. 내가 하드 캐리를 해서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니까.” 그다지 보기 좋은 경우는 아니었다. “혹시 영상 찍으셨어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게 내 천추의 한이었다니까. 너무 긴박해서 영상 찍는 걸 까먹었었지. 아! 그때 내가 그걸 영상으로 남겼으면 진짜 차 한 대는 뽑았을 텐데! 진짜 개쩔었는데.” 진위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을 영웅담이랍시고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지껄이는 건 민폐인 법. 더군다나 이곳은 휴식을 위한 장소였다. “장담하는데 이 중에서 몇 명은 잡다가 게임오버 당할 거야. 내가 잡아봐서 알아. 진짜 어렵다니까. 어중이떠중이 좆밥 새끼들이 덤벼서 잡을 만한 놈이 절대 아니야. 아, 내가 시간만 있어서도 직접 잡는 거 보여주는 건데.” 특히 학살자 오크가 등장할 때를 대비해 사냥 대기 중인 플레이어들에게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플레이어의 허세는 신경에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결국 한 명이 말했다. “그렇게 대단하면 학살자 오크 솔킬 한 번 해보시든가.” 툭, 혼잣말을 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목소리 크기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뭐?” 그 말에 ‘내가 왕년에 말이지’ 라며 영웅담을 내뱉던 플레이어가 눈빛을 날카롭게 떴다. “지금 뭐라고 했어?” “아니, 그렇게 자신 있으면 오크 솔킬하라고. 딱 봐도 개구라이지만.” “개구라?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 둘 사이의 분위기가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다. 대부분의 이들은 그 둘의 눈싸움을 딱히 말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싸우는 거야?” “재미있겠네.” “야! 갓워즈에서 무슨 주둥이 배틀이야? 그냥 붙어!” 일부는 오히려 싸움을 부추겼고, 일부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들을 무시했다. 갓워즈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학살자 오크 뜬 거 같다!” 누군가가 학살자 오크의 리젠 소식을 알렸다. 그 알림에 대기 중이던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도 주변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 밖이야, 안이야?” “지금 순번 어떻게 돼? 몇 명 대기 중이야?” “그래서 지금 누가 잡고 있어?” 이 역시 갓워즈에서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어, 그게······ 지금 솔킬 시도 중이라는 소식이 있는데?” 36화. < 12화. 유명세 (1). (유료연재 시작) > 전투의 시작을 알린 건 럭키의 포효였다. 크-왕! 몬스터들에 비하면 작디작은 몸뚱이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포효가 삽시간에 비린내 나는 숲을 휩쓸었다. 크어! 그 소리에 학살자 오크가 곧바로 럭키를 향해 도끼를 머리 위로 든 채 달렸다. 쿵, 쿵, 쿵! 마주본다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광경! 왕! 그러나 그 광경 앞에서 럭키는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제 자리를 꼿꼿이 고수했다. 그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본인도 잽싸게 달려들어 학살자 오크의 몸뚱이를 물어뜯었을 터. 그런 럭키가 자리를 지킨다? 주인 미다스의 명령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사생결단, 진짜 끝내주는 스킬이야.’ 그리고 미다스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는 만무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사생결단 스킬이 가진 장점 때문이었다. 사생결단은 포효를 하는 순간 스킬이 발동하며 발동하는 순간 대상은 무조건적으로 럭키를 쫓는다. ‘저렇게 쉽게 원하는 곳까지 유인이 가능하다니.’ 즉, 탱커가 움직이지 않아도 표적이 알아서 탱커가 있는 곳까지 유인이 가능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원하는 위치에서 마법을 투척할 수 있는 셈. 야구와 같았다. 마운드 위에 선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가 알아서 타석이란 제한된 공간에 오듯이. 크르르! 그러하듯이 학살자 오크가 럭키를 향해 다가갔다. ‘오케이.’ 물론 이건 야구가 아니었다. 타자가 타석에 서기를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첫 발 간다.’ 미다스는 학살자 오크의 동선이 자신의 예상과 일치하는 순간 이미 준비해둔 파이어볼을 꽉 쥐었다. 목표는 학살자 오크의 머리통에 생성된 황금빛 과녁! “후우!” 짧은 숨과 함께 내던진 파이어볼이 학살자 오크의 그 머리를 향했다. 그 과정에서 방해는 없었다. 다른 곳과 달리 나무 기둥들은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으며, 잔가지 따위들은 전부 무언가에 잘려나간 상태였다. 우연은 아니었다. 그런 우연을 바랄 일이었다면 유인이란 표현을 쓰는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미다스가 일찌감치 해둔 조치였다. 몬스터를 원하는 무대에 세울 수 있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무대를 고르는 게 인지상정.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미 이 근방, 자신이 전투를 할 지역의 지형지물 상태를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였다. 그런 미다스에게 지금 숲에서 파이어볼을 던지는 것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미다스는 마운드에 쥐뿔도 없는 주제에 제구력 하나만 믿고 올라선 자였다. 퍼엉! 그런 미다스의 파이어볼은 정확하게 학살자 오크의 머리통, 그 황금빛 과녁에 명중했다. 크어! 학살자 오크의 입에서 바로 비명이 흘러 나왔다. 엄살 따위가 아니었다. HP의 감소가 눈으로 확인될 정도, 그 정도로 데미지는 위력적인 수준을 넘어 치명적이었다. 환호성을 내질러도 누가 무어라하지 않을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대신 오히려 피칭을 멈추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모든 감각을 학살자 오크의 행동에 곤두세우며 그다음을 준비했다. ‘스트라이크를 잡는 순간 타자를 관찰해라.' 프로야구선수 시절 배운 가르침. ‘진호 코치님, 그때 배운 거 이제 와서 써먹네요.’ 그 가르침을 떠올린 미다스는 환호성을 내지를 시간에 다음 행동을 준비했다. 그다음 행동은 당연히 아이스 애로우였다. 그러나 아이스 애로우의 경우에는 파이어볼과 다르게 세밀한 조준 따윈 하지 않았다. 피윳! 먼 거리에서, 그저 명중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 정도만을 노렸다. 어차피 활쏘기가 장기가 아닌 상황에서 무리하게 드래곤스 아이 효과를 노리기 위해 머리를 노리다가 빗나가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데미지 딜링이 되는 게 날 터. 푹! 푹! 푹! 그렇게 미다스가 놓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차례차례 학살자 오크의 등판에서 꽃을 피웠다. 물론 그러한 공격에도 학살자 오크는 미다스를 향해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크어! 오로지 럭키만을 향해 도끼날을 앞세우며 사생결단의 의지를 드러낼 뿐. 왕! 럭키 역시 이제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학살자 오크를 앞에 두고 더 이상 참지 않고 몸을 날렸다. 부웅! 학살자 오크가 벼락처럼 도끼를 내리찍는 순간, 럭키가 그것을 피하며 오히려 학살자 오크의 뻔히 드러난 종아리 살점을 물어뜯은 후에 그대로 학살자 오크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크어! 학살자 오크가 그런 럭키를 쫓아 몸을 돌렸다. 파각! 그 순간 무언가가 학살자 오크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니라 기름을 담은 병. 주루룩! 학살자 오크의 머리, 철가면 사이로 기름이 흘러내렸다. 퍼엉! 곧바로 파이어볼이 학살자 오크의 머리통에 꽃히며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화르르르! 학살자 오크의 머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크어어! 그러자 학살자 오크의 입에서 이제는 쉴 새 없이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럭키 역시 이제는 전투의 함성을 숨기지 않고 토해냈다. 진짜 치열한 전투의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기 무슨 일이지?” "전투 중인 거 같은데...... 소리가 그냥 오크 잡는 소리는 아닌데?” 그리고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2. 학살자 오크의 사냥 성공률은 대개 60퍼센트 정도였다. 10개의 파티가 도전하면 그중 4개 파티는 실패 하는 셈. 만약 운이 좋으면 5번째 대기표를 뽑아도 학살자 오크를 사냥할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솔로킬을 시도한다고?” “대체 누가?” 때문에 누군가 학살자 오크 솔로킬을 시도한다는 소식이 터졌을 때 많은 이들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예상했다. “실패하겠지?” “당연하지.” 이 도전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그저 막연한 저주가 아니었다. 또한 상대를 향한 폄하도 아니었다. “뭔가 승산이 있으니 하겠지만……" 애초에 학살자 오크에 홀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해볼 만하다는 결론이 나왔기에 하는 일일 터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실패를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학살자 모드 돌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학살자 오크의 HP가 20퍼센트 이하가 될 경우 발동하는 3페이즈 특수 능력 학살자 모드! 실제로 도전자 대부분은 2페이즈, 섬뜩한 외침까지는 잘 버터냈으나 3페이즈에서 실패하고는 했다. “그 모드 들어가면 유니크 템으로 무장한 탱커들도 얼마 못 버틴다고.” “차원이 다르니까.” 학살자 모드에 돌입한 학살자 오크를 상대로 탱커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탓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혼자 잡는다? “성공할 리가 없어.” “아무렴.” 실패를 확신하는 게 마땅한 일. 그리고 그건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3. '남은 HP는 21퍼센트, 한 방만 더 맞추면 3페이즈 돌입이다.’ 학살자 오크의 HP가 2페이즈를 지나 3페이즈 돌입을 앞둔 것을 확인한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무수히 많은 영상이었다. 학살자 모드에 돌입한 학살자 오크 앞에서 무수히 많은 탱커들이 처참하게 무너졌던 영상들. '골치 아픈 능력이야.’ 그 정도로 학살자 모드는 엄청 났다. 일단 공격 속도가 무려 30퍼센트가 증가했으며, 모든 능력치 역시 크게 올랐다. ‘패턴을 읽는 게 불가능해.’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프건 공격 패턴이 읽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해진다는 점이었다. ‘럭키도 오래는 못 버틴다.’ 때문에 미다스는 지금의 럭키 능력으로는 학살자 모드를 상대로 무조건 패배함을, 이대로 돌입한다면 혹여 학살자 오크를 잡더라도 럭키의 죽음이란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고 확신했다. 물론 미다스는 그런 대가를 치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달리 말하면 방법을 준비해두었다. ‘좋아.'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잡은 파이어볼을 럭키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학살자 오크를 향해 던졌다. 퍼엉! 그 파이어볼은 단숨에 학살자 오크에 명중했다. 이제까지 수없이 봤던 광경. 띵! 그러나 그 파이어볼이 명중하는 순간 학살자 오크의 주변으로 섬뜩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끄르르! 동시에 학살자 오크의 입에서는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스탯 오르네.’ 학살자 모드가 발동하는 순간. “럭키야!” 그 순간 미다스는 럭키를 향해 소리쳤다. “튀어!” 왕! 그 외침에 럭키가 곧바로 꼬리를 돌린 채 학살자 오크를 무시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끄르르! 그리고 학살자 오크가 럭키를 쫓기 시작했다. ‘오케이.’ 도주.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방법이었다. 분명 상식을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갓워즈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의 대부분의 전술과 전략이 탱커가 몬스터를 상대로 버틴다는 것을 가정 하에서 만들어지는데 탱커가 도망친다? 전술, 전략이 사라지는 셈.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딱히 부정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단지 그는 의문을 던질 뿐이었다. 왜 탱커가 몬스터를 상대로 굳건하게 버티는 것을 기반으로 전술, 전략을 짤까? 답은 뻔했다. 그래야 평범한 원거리 딜러들이 몬스터를 제대로 공격할 수 있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맞출 재주가 있다면 탱커가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표적과 뒤엉킬 필요는 없었다. 여기에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한 함정을 심어두었다. 왕! 도망치던 럭키가 X자 표시가 된 부근을 건너뛰었다. 반면 쫓아오던 학살자 오크는 그러한 X자 표시에 그대로 제 몸을 던져 놓았다. 푸홧! 그러자 땅이 꺼지며 학살자 오크의 몸이 반절 박혔다. 함정이 발동하는 순간! 끄르르! 물론 학살자 오크는 그 함정에 오랜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단숨에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그 과정에서 걸린 시간은 고작 2초 남짓, 눈 두 번 깜빡할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퍼엉! 그러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순간만을 기다리던 미다스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4.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건 여러모로 힘든 일이었다. 일단 플레이 타임부터가 달라졌다. 보통 몬스터를 잡는데 1분이 걸릴 일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10분이 됐으니까. 더 나아가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체감되는 시간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학살자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하지만 이 알림을 듣는 순간, 그러한 수고와 노고는 헛바닥 위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녹아버리고는 했다. [학살자 오크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학살자 오크를 홀로 상대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지금 그러한 알림이 떴다. 모두가 달콤하게 녹아버릴 수밖에 없는 알림이. 호우우우우! 그 알림에 럭키는 전투의 승자가 된 사실에 대한 기쁨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그는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주변을 바라봤다. '꽤 많이 왔네.’ 곳곳에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들이었다. ‘문제 생기기 전에 빨리 아이템 루팅해야지.’ 언제든 하이에나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관객들. 실제로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으나, 아이템 루팅 자격을 빼앗기는 경우는 많았다. 빼앗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자를 처치하거나 로그아웃시키면 됐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현재 홀몸 아닌가? 담장이 낮으면 없던 도둑놈 심보도 생기는 법. ‘선 밖에서는 누구든 개새끼가 될 수 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가 사냥한 장소는 탐험가 라인, 그 밖이었다. 낌새 자체를 주지 말아야했다. “여러분 보셨지요?” 그렇기에 미다스는 연기를 시작했다. “제가 분명하게 말했지요? 솔로킬 가능하다고 했지요?” 라이브 방송을 하는 척 연기를 했다. ‘방송 앞에서는 분노조절이 잘 되는 법이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작정하고 덤벼들 놈들이라면 이런 짓을 하든 말든 덤벼들지만, 대개는 라이브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무리를 하지 않았으니까.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덤벼든다면 그건 작정을 했다는 의미니 봐줄 필요가 없었다. “자, 그럼 아이템 루팅 들어가겠습니다. 만약 학살자 오크의 도끼 나오면 그 자리에서 추첨해서 아이템 드립니다!” 여기서 미다스는 허세도 부렸다. "......라고 하고 싶은데, 제가 어제 사치를 좀 부리느라 지금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아, 무슨 사치요? 차 뽑았습니다. 별거 아니고 벤츠 E클래스로 하나 뽑았어요. S클래스 뽑으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말리시더라고요. 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난 돈이 아주 많은 놈이다! 이 역시 효과가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한 미다스의 시도는 확실히 통했다. “금수저 새끼가 템빨로 잡은 모양이네.” “하긴, 그러니까 솔로킬이 되는 거겠지. 돈지랄 안 하고서 어떻게 솔로킬이 가능하겠어?” “어휴, 이 빌어먹을 돈빨좆망겜.” 모두가 미다스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릴지언정, 그를 방해하거나 공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진 않았다. 혹여 있더라도 일단 참았다. 최소한 건드리더라도 몰래 건드려야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건드리는 게 상책이 아님은 분명했으니까. 그사이 미다스는 잽싸게 학살자 오크의 시체에 다가갔다. 왕! 주인의 사냥감을 지키려는 듯 학살자 시체 위에 올라선 럭키가 미다스를 맞이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를 쓰다듬은 후에 곧바로 학살자 오크의 시체 위에 손을 올렸다. “아이템 루팅.” 그리고 아이템 루팅을 시도했다. [학살자 오크의 보물을 습득했습니다.] [학살자 오크의 보물을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뜨자.’ 이제는 전장을 벗어날 때. 그러나 미다스는 이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자, 그럼 이제 안전한 곳에 가서 보물깡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계속 진행 중이니 나가지 말고 시청하세요! 보물깡 꼭 보세요!" 아직 방송 중이니까 덤벼들지 마! 그러한 경고와 함께 미다스가 슬금슬금, 전장을 벗어났다. 이윽고 미다스가 럭키와 함께 사라지자, 그곳에 모인 플레이어들도 하나둘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템지랄이라고 해도 솔로킬이라니, 쟤 누구야?” “라이브 방송하던데 방송 주소가 어떻게 돼?” 그러면서 모두가 미다스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상할 건 없었다. 학살자 오크는 트로피 몬스터, 잡는 것이 곧 커리어가 되는 몬스터 아닌가? 그것을 홀로 잡았다는 건 그냥 루키가 아닌 슈퍼 루키의 등장을 의미하는 일. 이슈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솔로킬 했다고? 보스 레이드 영상 있는 사람?” “나! 중간부터인데 찍긴 찍었어.” “응, 이거 워즈TV에 제보하려고.” 그리고 작금의 시대는 그 이슈가 단숨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는 시대였다. 37화. < 12화. 유명세 (2). > 5. 미다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비린내 나는 숲을 떠나 위가의 숲에 도달한 다음이었다. 그것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골목에 접어든 후에야 미다스는 품에 안고 있던 럭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제는 안고 다니기도 쉽지 않네.’ 품속에 감추고 다니기 힘들 만큼 덩치가 커진 럭키.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눈에 띄어도 좋으니 쑥쑥 자라기만 해라.” 헥헥! 미다스의 손길에 럭키가 숨소리와 함께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미다스의 손길을 핥기 시작했다. “정말 수고했다, 수고했어.” 미다스가 재차 그런 럭키를 격려했다. “인벤토리.” 그렇게 럭키를 쓰다듬던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활성화했다. 인벤토리 안에는 많은 아이템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인벤토리 2칸을 차지하고 있는 두 개의 아이템뿐이었다. [학살자 오크의 보물] [학살자 오크의 보물] 학살자 오크 세트 아이템 중 1개를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보물 상자. ‘학살자 오크 세트 중에서 제일 비싼 학살자 오크의 도끼 시세가 150만……' 물론 무작위란 개념이 통하지 않는 미다스에게 아이템의 가치를 계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걸로 다음 달 생활비도 끝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럭키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일이지.’ 더 놀라운 건 소득 정산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미다스는 곧바로 다음 소득을 확인했다. [학살자 오크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학살자 오크를 사냥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근력과 지력 +4 [학살자 오크를 홀로 상대한 자] - 타이틀 설명 : 학살자 오크를 홀로 사냥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7 이번 학살자 오크 사냥으로 얻은 타이틀 보상 역시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을 얻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이라면 이 성과만으로도 입에서 넋을 잃을 정도의 수준. 그러나 미다스는 넋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미다스는 이 모든 성과를 눈앞에서 닫은 후에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진짜 대박은 이제부터이지만.’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NPC사할린의 집이 있었다. 6. “학살자 오크를 잡아 올 줄이야.” 자신이 내려준 임무를 수행해온 미다스를 향한 NPC사할린의 얼굴 표정은 무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오히려 만족했다.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어진 그 퉁명스러운 반응에도 미다스는 만족했다.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대단한 걸 달라고.’ 미다스 입장에서도 이보다 더 어려운 퀘스트를 받아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그래도 임무를 수행했으니 보상은 줘야겠지.” 그전에 NPC사할린은 이번 퀘스트에 대한 보상부터 정리했다. NPC사할린이 잠시 미다스를 보더니 이내 제 열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 중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던 파란색 반지를 미다스에게 던져줬다. 미다스가 그 반지를 허공에서 낚아챈 후 옵션을 확인했다. [사할린의 반지]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20레벨 이상 - 위가의 도시에 숨죽이고 살고 있는 은둔자 사할린의 반지다.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20 - 공격력 +5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25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융의 반지 장착 시 숨겨진 세트 옵션 발동 기본 옵션에 히든 옵션까지, 줄줄 보이는 그 옵션에 미다스의 눈이 쉴 새 없이 굴러갔다. ‘끝내주는군.’ 충분히 감탄이 나올 만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사할린의 반지에 눈길을 오래 주지 않았다. “이제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내 이야기는 아니고, 아는 사람 이야기이지만.” 미다스는 그 말에 괜한 잡음을 만들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그 모습에 NPC사할린은 멈추지 않고 제 말을 이어갔다. “신들이 세상의 피조물을 통해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후 많은 이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좌를 위해 싸웠어. 그중에서 많은 이들이 전설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지.” 말을 하던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위로 빛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러낸 빛무리는 이내 검을 쥔 전사의 모습이 되었다. “그도 그랬어.” 그 손바닥 위의 전사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모시는 신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웠고,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고 종국에 전설이 됐지. 정말 대단한 전설이 됐어. 모두가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전설.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NPC사할린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 말과 함께 그녀가 주먹을 쥐자 빛무리가 모래가루처럼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때 그는 깨달은 거야. 무수히 많은 전설이 쌓여왔음에도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란 것을.” ‘레전더리 아이템으로는 안 된다, 이 말이네.’ 그 순간 미다스는 여기서 말하는 전설이 무슨 의미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전설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지. 이 기나긴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말이야.” ‘그럼 그 이상의 아이템이 나오는 수밖에.’ 그리고 이제 NPC사할린이 무슨 말을 할지도 알았다. “올마이티, 신화마저 종결시킬 수 있는 전지전능한 것을.” 그 순간이었다. [올마이티 클래스를 알다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미다스에게 새로운 타이틀의 획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곧바로 옵션도 보였다. [올마이티 클래스를 알다] - 타이틀 설명 : 전설을 뛰어넘는 전지전능한 클래스를 알게 된 이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0 모든 능력치 +30!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효과였으나, 미다스는 그 효과에 놀라지 않았다.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는 것, 그 사실 만으로도 미다스는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가득 채웠으니까. 그럴 만했다. ‘신화급 무기가 언급된 걸 찍었어.’ 지금 이 광경은 이제까지 갓워즈의 멈춰있던 시간을 움직이게 할 거대한 폭탄과도 같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지.” 그 순간 NPC사할린이 말을 멈추었다. “이야기를 듣는 데에도 값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그 후 말을 뱉는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는 어느새 느낌표 대신 물음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 물음표를 단 NPC사할린의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대답하는 미다스의 얼굴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미 삼킨 각오로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기에 더 이상 각오를 삼킬 필요도 없었다. “좋아, 그럼 이번에도 그때처럼 같은 과제를 내지.” 그런 미다스에게 NPC사할린이 기꺼이 새로운 퀘스트를 주었다. “저주받은 숲에 등장하는 좀비들 1천 마리를 잡아 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퀘스트 내용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름 잃은 신의 파편을 찾아오라! 그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미다스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크으, 역시 갓겜!’ 이번 퀘스트 역시 그때처럼 쉽게 할 수 있으리란 것을. ‘이번 것도 퀘스트템 가진 놈 하나만 찾으면 되겠네. 낙승이다, 낙승!’ 그런 미다스의 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주받은 숲]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저주받은 숲의 저주를 조사하기 위한 사료가 필요하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1천 마리를 잡아오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 (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저주받은 돌’ 진행 가능 ‘응?’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후 미다스가 진심을 담아 NPC사할린에게 말했다. “진짜 1천 마리를 잡아야 하나요?” NPC사할린이 그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되물었다. “왜? 싫어?” 그 되물음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뇨, 아주 좋습니다.” ‘역시 이 게임, 개쓰레기 게임이야.’ 아주 어색한 미소를. 7. “형, 수고하셨어요.” 현실로 돌아온 자신을 반겨주는 이혁주의 목소리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덜덜, 마치 수전증 환자처럼 손가락이 떨리는 게 보였다. “제대로 집중하셨나 보네요, 진이 빠지신 거 보니.” “그래, 아주 제대로 노가다 뛰었지.” 대답하는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마지막 장면이 떠올렸다. ‘앞으로는 말도 안 되는 노가다를 뛰어야 하고.’ 저주받은 숲에서 등장하는 좀비 1천 마리 사냥. ‘미치겠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저주받은 숲 자체가 비린내 나는 숲의 상위 사냥터로 대개 3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사냥터로 점찍은 무대였다. ‘플레이어들도 건너뛰는 곳에서 1천 마리라니.’ 더불어 그 30레벨대의 플레이어들도 사냥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무대였다. 몬스터 자체의 난이도도 난이도이지만, 저주받은 숲이 가지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정현우 입장에서는 좋을 것 없는 이야기였다. “형, 여기 폰이요.” 그렇게 고민하는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그의 폰을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놀란 정현우가 폰을 받으며 말했다. “웬일이냐? 갑자기 서비스가 좋아졌네?” “조금 전에 전화 왔었어요.” “전화?’’ 이내 액정 위로 뜬 부재중 전화 표시를 확인한 정현우가 굳은 표정으로 폰을 터치했다. 뚜뚜, 착신음이 짧게 귓가를 스쳐 갔다. 이윽고 착신음이 끝나는 순간 정현우가 말했다. “어, 형. 무슨 일 있어?” - 삼촌! “혜린아?” 형이 아닌 조카의 목소리에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며칠 전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혜린아, 무슨 일이야?” 그때의 감정을 꾹 억누르며 질문하는 정현우에게 혜린이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말했다. - 혜린이 상 받았어! "응?" - 현우냐? 그때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무슨 말이야?” - 혜린이가 그때 그린 그림으로 상을 받았어.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있던 안 좋은 상상들이 연기처럼 사그라졌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혜린이야. 그래서 유치원에서 1등 한 거야?” - 아니, 시에서. "응?" - 일단 시에서 대상 받았고, 도 대회에 출품한다고 하네. “어……"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결과에 정현우의 사고가 잠시 느려졌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형에게 말했다. “그럼 축하해야지. 형, 혜린이한테 오늘 저녁은 치킨이라고 말해줘.” - 잠깐만 짧은 침묵 후에 대답이 나왔다. - 혜린이가 고민하네. “고민?” - 프라이드를 할지, 양념을 할지. 조카의 고민에 정현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생각해보니 언제나 한 마리 나눠 먹었지.’ 생활비도 빠듯했던 나날에 익숙해진 조카의 모습에 대한 안쓰러움이 차오른 탓이었다. 그 순간 정현우가 말했다. “고민은 무슨 고민을 해. 그냥 다 시켜.” - 뭐? “혜린이한테 말해. 프라이드 한 마리, 양념 한 마리는 물론 간장에 갈릭까지 한 마리씩 주문하라고. 디저트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으로!" 그 말을 끝으로 정현우가 통화를 종료했다. ‘그래, 이 맛에 돈 버는 거지.’ 그런 정현우의 머릿속에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까짓것 천 마리 잡으면 될 일이지. 학살자 오크도 혼자 잡았는데, 기껏해야 좀비 새끼들을 못 잡을까. 아니, 이번 기회에 그냥 렙업이나 제대로 하자고. 아주 경험치 쪽쪽 빨아먹을 수 있겠네.’ 도리어 의지를 불태웠다. “혁주야, 수고했다.” 그 의지를 품은 채 정현우가 내일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는 캡슐방을 떠날 준비를 했고, 이혁주 역시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정리를 마친 이혁주가 카운터에 앉는 순간 옷을 갈아입은 정현우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일 보자!”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 짧은 인사를 끝으로 정현우가 사라졌고 적막감이 캡슐방에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쯧쯧! 그 적막감 속에서 이혁주는 짧게 혀를 찼다. ‘불쌍한 현우 형, 계정 정지당하는 바람에 채굴로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무리하시네……' 조카를 위해서 없는 돈을 쥐어짜내는 정현우가 이혁주는 퍽 안쓰러웠다. "응?" 물론 그러한 심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워즈TV 새 영상 올라왔네?’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쓰기에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이었으니까. ‘어디 보자…… 이것이 템빨좆망겜이다, 학살자 오크 솔로킬 긴급 입수?’ 8. “끅!" 캡슐방 문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현우가 트림 소리를 내뱉었다. ‘치킨 시켜서 남긴 적은 또 처음이네.’ 그리고는 짧게 소화 불량의 원인을 떠올린 정현우가 짧게 혀를 찼다. ‘아, 이거 소화 안 되면 게임 시간 줄어드는데.’ 그렇게 걱정을 하며 캡슐방 안으로 들어간 정현우를 이혁주가 무시로 마중했다. “야, 손님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 “아, 형!” 그제야 정현우의 등장을 깨달은 이혁주가 손에 든 폰을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오셨어요?” “뭘 그렇게 보기에 정신이 나갔어?” 이어진 질문에 이혁주가 실소를 머금었다. “어제 워즈TV에 영상 하나 올라왔거든요. 지금 꽤 핫해요.” “뭔 내용인데?” “금수저 새끼가 템빨로 보스 솔로킬 내는 영상이요.” 그 대답에 정현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주 그냥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여하튼 그런 금수저 새끼들은 죽창을 찔러야 해. 죽창을! 그래서 뭐 잡았는데?" “학살자 오크요.” “학살자 오크? 쪼랩존 보스몹? 난 또 무슨 100레벨 넘어가는 보스 몬스터라도 잡은 줄……" 그 순간이었다. 정현우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야, 뭐라고?” 38화. < 12화. 유명세 (3). > 9.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자 할 때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은 다름 아니라 약관이라는 놈이다. 물론 그것을 자세히 읽는 이는 없다. 모두가 그저 잽싸게 ‘동의’라는 글자를 찾아 클릭하기 바쁠 뿐. 갓워즈라고 다를 건 없었다. 갓워즈를 처음 혹은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 중에 기나긴 약관을 읽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갓워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영상 콘텐츠의 판매 및 송출은 워즈튜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라는 조항에도 의문을 가지는 이 역시 없었다. 워즈튜브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워즈튜브를 통해 온갖 영상을 토해내고, 라이브 방송을 했다. 물론 대부분은 망했다. 99퍼센트 정도가 아니라, 소수점 3자리까지 숫자를 추가해야 될 정도. 레드 오션 수준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는 표현이 붙을 정도. 남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살아 숨 쉴 수 없는 정도. - 안녕하세요, 워즈TV입니다. 워즈 TV가 그러했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제보 받은 영상을 편집하는 방식, 소위 가십거리 잡지와 같은 방식을 통해 구독자가 45만 명이 되는 제법 인지도 있는 방송 채널이 되었다. - 오늘은 템빨좆망겜의 현실을 보여준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가십거리를 다루는 그들은 정확한 진실이나,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언제나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연출과 편집을 했지. - 일단 사냥 방법을 보니, 신수가 탱커를 하네요. 여기부터 사실상 솔로킬이라고 하기 애매하죠. 보니까 어그로도 끌리는 게 스킬빨 오지고, 지리네요. 진짜 운빨좆망겜답네요. 이런 새끼들이 솔로킬 하고 주변에서 게임 좀 하는 척 말하는 거 상상하니 벌써부터 구역질 나죠? 이번 영상도 그러했다.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 - 거기에 데미지 보세요, 파이어볼 몇 방에 페이즈 휙휙 넘어가는 게 아주 제대로 템지랄했네요. 이게 게임이라고? 하하! 이렇게 템빨에 뎀딜 나오면 누가 솔로킬 못합니까? 본인 영상도 아닌 관객 시점에서 나온 영상, 소위 도촬 영상을 두고 나오는 표현들은 자극적이기 그지없었다. 댓글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 역시 현질좆망겜답네 . ┗ 저런 돈지랄이면 누가 못함? ┗ 쟤 잡으면 템값으로 차 한대 뽑을 듯? ┗ 학살자 오크 사냥꾼 사냥하러 가실 분 모집합니다! 영상에 나온 당사자가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후우……" 실제로 그 영상 속에 나온 당사자, 정현우는 영상을 앞에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한 번 스마트폰 속의 영상을 확인한 정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했다. ‘조회수가 왜 이렇게 잘나와?’ 사실 정현우는 이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갓워즈를 5년 넘게 하면서 받은 모욕과 치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가소로울 정도. 그를 어처구니 없게 만드는 건 사냥 영상도 아닌 가십거리 영상조차 조회수가 15만을 넘는다는 점이었다. 분명 학살자 오크 솔로킬이 대단한 건 맞았다. 야구로 따지면 투수가 완봉승을 한 것과 같았다. ‘고작 학살자 오크인데?’ 하지만 학살자 오크라는 몬스터는 기껏해야 몬스터 레벨이 30레벨대에 불과한 놈이었다. 이미 400레벨 몬스터가 등장하는 갓워즈에서 30레벨은, 야구로 비유하면 중학생 야구 리그 수준인 셈. 즉, 미다스가 학살자 오크를 솔로킬을 낸 건 중학생이 중학리그에서 완봉승을 한 것에 불과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야구구단의 모든 선수를 기억하는 야구팬도 자기 지역의 중학생 야구선수가 완봉승을 했다는 것은 모르는 법. 정현우가 아직까지 영상을 이렇다 할 수입원으로 생각하지 않던 이유였다. 훗날 인지도가 쌓이면 그때 제값을 받고 팔 셈이었다. ‘이렇게 이슈거리가 된다고? 그것도 그냥 가십거리 방송인데도?’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은 그의 입장에서 예상외의 상황인 셈. ‘이 정도면 내 영상은 얼마나 나올까?’ 물론 지금도 정현우의 영상이 제값을 받을 가능성은 적었다. 지금 정현우가 제 스스로 방송 채널을 만들면 검색조차 되지 않을 터. 결국 방법은 그런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워즈튜브 내 메이저 방송 채널에 파는 것뿐인데, 그건 곧 그들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며 갑의 위치에 있는 그들이 제값을 쳐줄 일은 없었다. ‘G베이에 한 번 미끼나 던져볼까?’ 그러나 얼마를 제시할지는 한 번 알아봐도 손해 볼 건 없는 법.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손을 빠르게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형, 뭐해요?” 이혁주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정현우가 슬그머니 폰의 화면을 끄며 말했다. “그냥 영상 좀 봤어.” “아, 그 금수저 템빨 새끼가 깝치는 영상이요?”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의 왼쪽 눈꼬리가 파르르, 살짝 떨렸다. “여하튼 그렇게 템빨 믿고 설치는 새끼들이 문제라니까요. 템 없으면 좆도 없는 놈인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혁주의 거듭된 말에 정현우가 슬쩍 말을 뱉었다. “뭐,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 너무 그러지 마. 착한 놈일 수도 있지.” 그 말에 이혁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금수저 템빨 새끼들은 트럭에 치이거나 전기에 감전되어서 다 뒈져야 한다면서요?” 그 표정과 함께 평소 정현우가 입에 달고 산 말을 정말 한 톨도 틀림없이 뱉었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없는 노릇. “야, 사람이 마음을 곱게 먹어야 인생이 펴는 거야. 그보다 게임, 이제 들어가도 돼?” 정현우가 대충 상황을 얼버무렸다. “예, 준비 끝났어요.” “그래, 수고했다. 조금 있다 보자.” 말과 함께 일어나는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말했다. “예, 득템하세요!” 게임이 시작됐다. 10. 저주받은 숲. 위가의 도시 동쪽으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언제나 검은 안개가 가득한 숲. 왕! “그래, 럭키야.” 그곳이 미다스와 럭키의 새로운 사냥터였다. “쉽지 않을 거야.” 비린내 나는 숲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높은 무대이기도 했다. 일단 당장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시커먼 안개 탓에 숲의 제대로 된 형태를 눈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게 저주받은 숲이 플레이어들에게 외면 받는 첫 번째 이유였다. ‘안 보이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지.’ 안개가 끼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정신적 심리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여기다가 좀비까지 더하면……' 또한 등장하는 몬스터가 좀비라는 것도 문제였다. 사냥 난이도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그 특유의 혐오감은 내성이 없는 이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더욱이 좀비의 단점 중 하나인 느린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는 공략이 검은 안개 탓에 적용되지 않았다. ‘최악이지.’ 플레이어들이 비린내 나는 숲에서 최대한 레벨을 올린 후에 이곳을 거치지 않고, 다음 사냥터로 떠나는 이유였다. ‘벌써 몬스터들이 가득 한게 보이네.’ 그런 상태에서 몬스터 개체 수는 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하니, 더더욱 플레이어들은 외면하게 됐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버림받은 숲. ‘뭐, 덕분에 몹 없어서 손가락 빨 일은 없겠네.’ 그 무대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럭키야, 아주 그냥 제대로 조져보자.” 그 외침에 럭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럭키야, 가즈아!” 미다스가 재차 소리쳤으나, 여전히 럭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럭키야?” 이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땅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럭키가 말했다. 왕! <주인님, 저기 달콤한 냄새가 나요!> 보물 탐색자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아, 내가 왜 그걸 몰랐지?’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희귀 재료 아이템이나, 히든 던전도 많을 수밖에 없잖아?’ 이곳이 그에게는 문자 그대로 보물 창고라는 것을. 11.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하다. “저주받은 숲? 거기 난이도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피한다고?” 버림받은 숲이라 불리는 저주받은 숲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몹 많겠네?” 저주받은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그곳에 몬스터가 넘치리란 생각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대부분의 이들은 그 사실에 눈살을 찌푸리며 질색을 하며, 역시 쓰레기 게임답군, 이라는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레벨업 오지게 잘 되겠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이들은 그것을 기회로 여기고는 했다. 그런 의미로 저주받은 숲에는 언제나 도전자들은 넘쳐났다. 그리고 도전자들의 시작은 대부분은 괜찮았다. 으어어……. “개같이 달려드는 오크 상대하다가 좀비 오크 상대하니까 아주 그냥 코웃음이 나오는데?” 귀신 같이 도망치는 고블린, 미친 듯이 돌진으로 덤벼드는 오크에 비하면 좀비 오크 혹은 좀비 고블린의 움직임은 무척 느렸으니까. 그 사실 앞에서는 오크보다 HP가 훨씬 많고, 공격력이 높다는 점은 가뿐히 넘어가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세를 가지고 저주받은 숲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야, 너무 많다. 튀자! 응? 뭐야?” 한계를 느끼고 뒤를 보는 순간 그들은 깨닫고는 했다. “미친, 언제 이렇게 좀비가 몰려든 거야?” 어느 순간 좀비 늪 속에 빠져버린 자신들의 처지를. 그게 저주받은 숲이 버림받은 가장 큰 이유였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보면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냥터보다 사냥 속도나 효율이 떨어졌다. [좀비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아이스 애로우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다스 역시 그러했다. ‘현재까지 잡은 좀비 숫자는 74마리…… 예상대로라면 지금 100마리는 넘게 잡았어야 했는데.’ 미다스의 사냥 페이스는 그가 계획했던 것보다 꽤 느렸다. 좀비 사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그리고 파이어볼로 이어지는 콤보로 한 번에 좀비를 잡을 수 있었으니까 치고 빠지기 전술이 얼마든지 통했다. 킁킁! 그럼에도 느려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 눈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는 럭키 때문이었다. 왕! <주인님, 달콤한 냄새가 나요!> 럭키, 그가 쉴 새 없이 희귀 재료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게 사냥이 느려진 이유였다. “아, 진짜, 럭키야!” 물론 럭키의 문제는 아니었다. 보물 탐색자 능력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온오프가 가능했다. 당장 미다스가 찾지 마! 사냥에 집중해! 그리 말한다면 럭키는 학살자 오크를 상대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이빨만을 드러낼 것이다. “이러면 내가 너한테 존댓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언제나 그렇듯 애완동물의 문제는 주인의 문제인 법. 쉽게 말해서 미다스가 딴 눈을 파는 게 사냥이 느려진 가장 큰 이유였다. “어? 이번에는 검은 허브? 20골드짜리! 2만 원!” 물론 눈이 돌아갈 만한 일이었다. ‘오늘 벌써 얼마를 주운 거야?’ 바닥에 동전도 아니고 지폐가 돌아다니는데 눈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이거 너무 운이 좋은데?’ 오히려 이제는 불안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왕!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소리쳤고, 열심히 검은 허브를 채취하던 미다스가 달래듯 말했다. “럭키 님,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마저 채취하고 쓰담쓰담해드리겠습니다.” 왕! 미다스의 말에도 럭키가 거듭 외침을 내뱉었고,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좀비는 없는데?’ 위험을 알리는 외침은 아닌 모양. 왕! 왕! 그때 럭키가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질렀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채취한 허브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럭키에게 가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무슨……" 그제야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왕왕! <주인님, 저기서 사람 냄새가 나요!> 럭키의 머리 위에 보이는 처음 보는 문구를. ‘사람 냄새?’ 그 문구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럭키가 슬금슬금 걸음을 내디디며 미다스를 안내했다. 그러한 럭키의 안내를 따라가던 미다스는 럭키의 말처럼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주받은 숲, 그 한가운데 한 남자가 쓰러진 것이 보였다. 물론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NPC?’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NPC.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불꽃이 번쩍였다. ‘설마 스킬 카드북 퀘스트?’ 갓워즈에서 스킬 카드는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며,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것도 어쩔 수 없는 게 스킬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름 아니라 플레이 도중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NPC를 통해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우였다. 오죽하면 아주 빌어먹을 정도로 PK를 일삼는 최악의 비매너 플레이어도 사냥터에서 만난 NPC 앞에선 공자도 존경할 예의바른 인간이 된다는 말이 나올까? 미다스가 놀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왕! 그사이 NPC의 지척에 다가간 럭키가 미다스를 부르듯이 소리쳤다. 이윽고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NPC요시] !대화 시 ‘요시의 잃어버린 물건(유니크)’ 퀘스트 진행 가능! ‘유니크!’ 그것을 본 미다스는 어느새 NPC요시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며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저기, 저기! 괜찮으세요? 정신을 차리세요! 여기는 매우 위험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빨리 정신 차리세요!” 긴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빨리!” ‘빨리 일어나서 퀘스트 줘!’ 그러나 그 목소리를 뱉는 미다스의 입에는 찢어질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39화. < 13화. 1+1 (1). > 1. “으으!" 건장한 체격에 짙은 수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40대 초반의 사내. “괜찮으십니까?” 그 사내가 자신을 향한 걱정 어린 소리에 조금씩 눈을 뜨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으으......" 그러나 앓는 소리만 짙어질 뿐, 눈을 뜨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여긴 위험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빨리! 빨리!” 거듭 사내를 향해 내뱉는 걱정 어린 목소리의 톤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아주 그냥 죽……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일어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어, 같은 협박처럼 들릴 정도. 기어코 사내, NPC요시는 눈을 떴다. “다, 당신은?” 눈을 뜨는 순간 가장 먼저 그는 자신을 구해준 이의 정체를 물었다. “저는 미다스입니다.” 상대가 곧바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은 좀비로 가득한 저주받은 숲이며, 저는 위가의 도시에서 온 모험가입니다.” 아주 친절하게. “쓰러진 당신을 이곳에서 발견했으며, 현재 긴급한 상황입니다. 만약 놓고 오신 물건이 있거나 혹은 제게 하실 부탁이 있으시면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너무나도 친절해서 딱히 더 이상 추가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 친절함에 감동한 것일까? NPC요시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줘서 고맙소. 내 이름은 요시라고 하오.” 그리고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해주었다. “저주받은 숲을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갑자기 좀비들의 습격을 받아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소.” 구구절절, 자신의 현재 처량한 처지를 설명했다. 허나, 그 말을 듣는 이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럭키야, 다른 거 없어?” 왕! “없다고?” 왕! 아니, 무덤덤한 수준을 넘어 말을 하는데 그 앞에서 다른 짓을 할 정도. 그 사실에 NPC요시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해서 부탁이 있소.” 그리고 이제 부탁을 했다. “구해준 것도 고마운데, 이러한 부탁을 해서 염치가 없지만 연구를 위해 모든 자료를 잃은 지금 부탁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소. 좀비들이 가지고 있는 저주받은 흔적 100개를 구해주시겠소?” 정말 문자 그대로 염치없는 부탁. 그러나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왕! 2. [요시의 부탁(히든)] - 퀘스트 랭크 : 유니크 - 퀘스트 레벨 : 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저주받은 숲을 연구하는 연구자 요시의 연구를 위한 저주받은 흔적 100개를 구해 다 주자. 저주받은 흔적은 좀비를 사냥할 경우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유니크) 퀘스트 내용을 살펴본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지.” 어차피 좀비 1천 마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퀘스트는 그의 말처럼 일거양득이었으니까. “럭키야, 잘했어.” 왕!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지, 이제부터 럭키님으로 모셔야지. 럭키님 정말 잘하셨습니다!” 왕! 이제는 칭찬이 아니라 아부를 할 정도. ‘진짜 럭키님이라니까.’ 그러나 그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번 소득은 엄청났다. 앞서 말했듯이 시장에 나오는 스킬 카드 중 대부분은 무작위로 등장하는 NPC를 통한 히든 퀘스트 보상들이었다. 즉, 이 퀘스트를 통해 얻는 스킬 카드는 거래가 가능한 물건이었다. 더불어 스킬 카드는 기본 시세 자체는 무기나, 방어구와 비교가 불가했다. ‘1티어급만 나오면 1만 골드…… 대충 천만 원.’ 그 종류에 따라서는 1만 골드, 한화로 약 1천만 원이 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꿀꺽! 침이 넘어갈 일이었다. ‘천만 넘는 돈 한 번에 만져보는 건 계약금 받을 때 이후 처음인 거 같은데?’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받아보는 것 역시 그가 프로야구구단과 계약하며 계약금으로 3천만 원을 받을 때, 그 이후 처음이었다. 정말 이제는 아득하기까지 한 추억.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이 기회를 자신이 누릴 생각이 없었다. ‘진짜 쩔긴 쩌네. 이런 목돈도 만지게 되고.’ 솔직히 당장 어느 정도 생활비가 마련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활비에 불과했다. 보다 안정적으로 게임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목돈이 필요한 것이 현실. 물론 이에 대한 고민은 당장 보상을 얻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럭키님, 그럼 이제는 다시 사냥을 하겠습니다.” 왕! 미다스, 그가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3. 저주받은 숲. “젠장, 튀어!” “빌어먹을 좀비 새끼들! 그냥 잡는 게 어때?” 검은 안개 탓에 잘 보이지 않는 그 숲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의 악에 받친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잡기는 개뿔! 그냥! 도망쳐! 피하는 게 우선이야!” “하지만 계속 도망만 치고 있잖아?” “뒈져서 80시간 날리는 것보단 도망치는 게 낫잖아!” 갑자기 좀비들에게 포위당한 이들이 사냥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변한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이 도망치느라 바쁜 건 아니었다. 세상 어디에나 그렇지만, 내가 못하는 걸 아주 우습게 해치우는 이들은 존재하는 법. 넘치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오히려 아주 빠르게 사냥을 마치는 파티들도 있었다. “오케이, 잡았다!” “앞에 하나 더 온다!” “그럼 하나 더 잡지 뭐!”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역시 돈지랄한 보람이 있네. 좀비 새끼들이 녹네, 녹아.” “내가 왜 스킬을 구매했는지 알겠지?” 좋은 실력 그리고 좋은 아이템, 그 두 가지보다 더 확실한 비결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역시 루이스 님! 사냥 실력이 차원이 다르시네요!” “당연하지! 본캐 레벨이 150레벨이 넘어가시는 분인데! 우리랑 수준 자체가 다르시다고!” 경력. 때로는 아이템과 스킬마저 뛰어넘는 비결이었다. 지금 미다스가 전부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좀비들은 플레이어들을 쫓는 와중에 뭉치며, 그렇게 뭉친 지역은 상대적으로 리젠되는 숫자가 적어지지. 한 번에 등장할 수 있는 몬스터의 개체 수는 조절되니까. 그러니 오히려 좀비가 뭉쳐 있는 지역이 하나씩 잡기엔 제격이다.’ 미다스 역시 저주받은 숲을 공략한 경험이 있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게임을 시작했을 때, 갓워즈 초창기에는 고수 소리를 듣던 미다스다. 그런 그가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갓워즈 초반에 기울인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불어 좀비 오크와 좀비 고블린의 대상 인식 범위는 35.4미터, 그 거리 밖에서 공격하면 유인이 가능하다…… 이거 하나 얻으려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짓을 몇 번이나 했지.’ 당시에는 경쟁이 치열한 탓에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직접 제 스스로 얻었어야 했었으니까. ‘재능 있는 놈들은 이딴 짓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미다스 본인이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 무대이기도 했다. 자기 자신은 이렇게까지 분석하고, 노력했음에도 그저 타고난 실력을 갖춘 이들을 따라갈 수 없음을 느꼈으니까. 물론 지금은 그들처럼 싸울 수 있었다. ‘어차피 좀비의 이동 속도는 별거 아니다. 굳이 빨리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다. 한 발, 한 발.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딜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딜 로스를 줄이는 게 핵심이야.’ 그럼에도 미다스는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페이스를 올리지 않은 채, 확실하게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공격했고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그는 위기를 타개하는데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그냥 위기에 빠지지 않는 게 남는 장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그게 진용 코치님 가르침이었지.’ 그것도 하루이틀, 그저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었다. 아주 오랜 시절부터, 많은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이었지. 그게 이유였다. [좀비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미다스, 그의 남다른 사냥 속도를 보이며 빠르게 좀비들의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이유. ‘좋아, 이제 200마리 잡았다.’ 드디어 미다스가 200마리 고지, 이부능선에 이르는 순간이었다. ‘일단 1차 목표치 달성.’ 여기서 미다스는 한 번 쉼표를 찍고자 했다. “럭키야, 수고했다.” 왕! “이제 조금만 쉬고 올게.” 장시간 게임을 위해서 한 번쯤 로그아웃을 하고 환기의 시간을 가져볼 속셈. 끼잉....... 그런 주인의 모습에 럭키가 가지 말라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럭키의 턱밑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가서 밥 좀 먹고, 카페인 좀 충전하고, 당 좀 충전하고 올 거야. 오래 안 걸려." 그 말에도 럭키는 이렇다 할 대답 대신 머리를 푹 숙였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깊게. 그 모습에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럭키야, 미안해. 금방 올게.” 그러자 럭키가 미다스에게 가지 말라는 듯이 대답했다. 왕왕! <주인님, 저기서 사람 냄새가 나요!> “……아이고, 럭키님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존댓말을 하는 걸 까먹었었네요.” 미다스의 발목을 완벽하게 잡는 말이었다. 4. “위가의 도시로 찾아오시오. 그리하면 내 보상하겠소.” 그 말과 함께 가죽 갑옷을 입은 궁수가 잽싸게 검은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NPC의 흔적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재크의 부탁] - 퀘스트 랭크 : 레어 - 퀘스트 레벨 : 35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위가의 도시의 병사 재크가 당신에게 좀비 100마리 사냥을 요구했다. 좀비 100마리를 사냥한 뒤 재크를 찾아가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어) 그러자 새로운 퀘스트가 그를 반겼다. “어이가 없네.” 그런 미다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퀘스트를 이렇게 2개나 받는 게 말이 돼?’ 길 가다가 돈을 주우면 분명 신기하지만 기쁜 일이다. 미다스 같은 인간이라면 잽싸게 그 돈을 주머니에 넣고 누가 자신을 부르기 전에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가기 바쁠 정도로 기쁜 일. 그러나 만약 돈을 두 번 주우면? ‘저주받은 숲이 아무리 버림받았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때부터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혹시 누군가 돈을 흘린 게 아닐까? 그런 종류의 의심. ‘탐험가 길드가 노는 것도 아닐 텐데?’ 더욱이 저주받은 숲에도 탐험가 라인이 있었으며, 그 라인을 관리하는 탐험가 길드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탐험가 길드의 또 다른 역할 중 하나가 보스 몬스터 사냥, 히든 던전 발견, 히든 퀘스트 발견이었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탄생한 탐험가 길드가 그런 알토란 같은 수익 아이템을 놔둘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탐험가 길드 애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 구조 요청 서비스 정도만 했지.’ 그렇게 시작된 의심이 미다스의 시선을 바꾸게 해주었다. ‘확실해. 분명 저주받은 숲을 관리하는 탐험가 길드의 인력에 공백이 생긴 거야.’ 물론 무언가 대단하게 바뀌거나 그러는 건 아니었다. ‘개꿀 타임이네.’ 정말 지금 이곳에 탐험가 길드 애들의 인력 공백이 있다면, 그건 미다스에게 있어 기회라는 것. “럭키야.” 왕! “좀만 더 게임할까?” 그리고 지금 고작 한 시간 정도 더 게임을 하기 위해 이 기회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것. 왕!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럭키가 전심전력을 다해 우렁차게 소리를 내질렀고, 그 소리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지팡이를 쥐었다. “그래, 럭키야, 가즈아!” 5. 비린내 나는 숲에 위치한 쉼터.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그들이 주로 하는 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솔로킬 영상 봤어?” “뭐? 오크 학살자?” “응.” “템빨에 신수빨에 스킬빨, 3빨 지리더라.”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래도 맞추기는 잘 맞췄잖아? 그 거리에서 그렇게 맞추는 거 쉬운 건 아닌데.” “그런 건 연습좀 하면 되는 거지. 그 정도 템이면 실수해도 무슨 대수가 있겠어? 또 맞추면 되는데. 운이 좋았던 거야. 그러고 보니 운빨도 추가해야 하네.” “그건 됐고 대체 걔 정체가 뭐야?” “BJ대마도사라든데?” “아니, 이름 말고. 현실 정체 말이야. 신수도 그렇고, 데미지 딜링도 그렇고 보통 놈은 아니잖아?” “한국 재벌 회장 아들이라는 말이 있어.” “아즈모가 키우는 포스트 아즈모라든데?” “그래서 라이브 방송 주소가 뭐야? BJ대마도사라고 몇 번이나 검색을 해도 안 나오던데?” “듣기로는 VIP들만 볼 수 있는 비밀 방송이라든데? 그래서 방송 경품이 엄청나대. 막 벤츠 같은 거 경품으로 뿌린다는데?” “와,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부자인 거야?” 어느 순간부터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던지고 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보다 갑자기 탐험가 길드 애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나? 탐험가 라인 밖에서도 보이던데?” “라인 확장하는 거 아니야? 대개 그랬잖아? 위가의 도시 근처에 있는 탐험가 길드 소속 전투원들 일시소집하는 거 하면.” 자연스레 그들의 주제는 다른 이야기로 번졌다. “이건 소문이긴 한데, 탐험가 길드가 뭘 찾는 거 같다던데?” “뭘?” “무슨 퀘스트를 찾는다던데?” 물론 이 역시 오래 가지 않을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개소문이네.” “사실, 내가 지금 지어낸 개소문이야.” 40화. < 13화. 1+1 (2). > 6. “레벨 빨리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갓워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그러한 질문에 대해 레벨 랭킹 3위 아즈모는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적당히 유니크 등급 아이템 좀 끼고, 레젠더리 템 두어 개 장착한 후에 유니크, 레전더리 스킬의 힘을 빌어 자기보다 레벨이 한 10~20레벨쯤 높은 몬스터를 혼자 때려잡으면 됩니다.” 듣는 순간 분노가 치솟고, 욕이 나올 법한 대답. 그러나 그러한 아즈모의 대답을 부정하는 자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연했다. 아즈모가 말한 방법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진리와도 같았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25레벨 달성.’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이 25레벨이 되었을 때, 그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원래 이런 게임인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이 사실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미다스] - 레벨 : 25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198)/체력 (5+194)/지력 (131+276)/마력 (30+222) - 잔여 스탯 : 4 “이제 진심으로 반성한다.” 대신 자신의 능력치를 보며 인정할 따름이었다. “이 게임은 갓겜이었어.” 자신의 처지가 정말 크게 달라졌음을. 호우우우! “럭키, 네가 생각해도 이 게임 갓겜이라고?”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가 동조하듯 긴 하울링을 내뱉었고, 미다스가 그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자신의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2개의 퀘스트 조건을 달성한 것이 보였다. “그래, 이제 정산해야지.” 한 번 위가의 도시로 돌아갈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였다. 7. “우와아아!” 언제나 그렇듯 초보자들의 탄성과 어수선함으로 가득 찬 위가의 도시, 그러한 위가의 도시에서 플레이어의 존재는 길가는 돌멩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도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플레이어가 숨죽이고 있는 사실에 신경 쓰는 이는 더더욱 없었다. ‘보상은 일단 받았다.’ 그렇게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자신이 이번에 얻은 수확을 확인했다. [스킬 카드북(유니크)] [스킬 카드북(레어)]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이 수확을 어떻게 할지도 이미 정해진 바였다. ‘유니크는 팔고, 레어는 쓴다.’ 마음 같아서는 유니크 스킬 카드 역시 습득하고 싶었지만, 미다스는 현실을 알았다. 유니크 스킬을 가짐으로써 얻는 메리트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통장에 1천만 원 정도는 놔두고 마음 편히 게임에 열중하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혜린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고, 형 몸도 안 좋은데…… 최후의 보루는 만들어야지.’ 실제로 미다스가 돈을 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고민도 없었다. [스킬 카드북을 개봉합니다.] 미다스는 일단 레어 스킬 카드북을 먼저 개봉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눈앞에 30장이나 되는 카드들이 뽑히길 기도하듯 질서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의 눈에 그러한 스킬들을 빠르게 훑었다. 그때 미다스의 눈에 스킬 하나가 번득였다. [파이어 엘리멘탈 마스터리] - 스킬 등급 : 레어 - 스킬 효과 : 화 속성 마법의 데미지가 증가하며, 쿨타임 및 캐스팅 시간이 줄어든다. 모든 화염계 마법의 공격력을 올려주고, 캐스팅과 쿨타임 속도를 줄여주는 스킬. ‘이거다.’ 일찍이 미다스가 불의 마법사였을 때 당시 거금을 들여 구매했을 만큼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헤이스트나, 저주 계열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만한 놈도 없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미다스의 손이 카드를 쥐었다. [스킬 카드가 인벤토리에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쥔 카드는 거래가 가능한 카드가 되어 인벤토리를 채웠다. “후우.’’ 그 후 짧게 숨을 돌린 미다스가 럭키를 바라보았다. 헥헥! 주인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이 나지막한 숨소리만 내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슬쩍 말을 걸었다. “까볼까?” 왕! 그리고 나온 럭키의 대답에 미다스가 유니크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8. “형, 오늘은 플레이타임이 엄청 기네요?” 이혁주가 말과 함께 게이트 캡슐에 달린 타이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4시간 44분, 요즘 컨디션 좋으시네요. 말이 5시간이지, 그전에 다들 강제 로그아웃 당하시는데." 말을 뱉는 이혁주가 혀를 찼다. “근데 하필이 면 444네, 느낌 불안하네 . 혹시 안 좋은 일 있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런 이혁주에게 정현우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미칠 것 같으니까 혼자 있게 해줄래?” “아……" 결코 좋지 않은 그 표정에 이혁주가 입을 벌린 채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를 피해줬다. 그 사이 미다스가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런 그의 심정은 조금 전 말한 그대로였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단지 의미가 조금 다를 뿐.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또 발리스타가 나올 줄이야.’ 발리스타. 지난번에 미다스가 롱토스를 앞두고 선택을 고민했던 스킬이었다. 달리 말하면 고민케 만들 정도로 좋은 스킬이었다. 발리스타, 그 표현처럼 이 스킬은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마법 공격 시 데미지가 증가하고, 사용한 마법의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이 줄어들었다. 마법사들이 평소 하던 대로 가만히 선 채 마법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옵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롱토스처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기술조차 요구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인기는 발리스타가 훨씬 많지.’ 때문에 그 시세는 롱토스 스킬과 비슷하지만, 수요나 인기는 훨씬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천만 원이 넘었어.’ 그 값 역시 매우 비쌌다. 솔직히 말해서 이 스킬을 습득할 수 없어서 아쉽다, 같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데이터 쪼가리를 통장 속 숫자로 바꾸고 싶을 정도. ‘시세부터 제대로 확인해보자.’ 정현우가 곧바로 이혁주에게 맡겨놓았던 스마트폰을 찾은 후에 갓워즈의 아이템들이 거래되는 G베이에 접속했다. 그 후 발리스타 스킬 카드 시세를 검색했다. 몇 개 없는 매물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러한 매물들 대부분은 시세가 똑같이 1만 2999달러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재기를 한 이들이 얼마 없는 물량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흔적이었다. ‘사재기꾼들아 고맙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자, 그럼 난 1만 2998달러에……' 그렇게 정현우가 아이템 거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손가락을 터치하며 G베이에 로그인을 했다. ‘쪽지가 좀 쌓였네?’ 그러자 쪽지가 도착한 게 보였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역시 솔로킬 영상이라서 그런지 베팅은 하는구나.’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오크 학살자 솔로킬 영상을 G베이에 올려놓은 건 그 누구도 아닌 정현우 본인이었으니까. 정현우의 예상대로 도착한 쪽지는 영상의 방송권 구매 희망자들이 보낸 제시금액이었다. "흠." 그런 그들의 제시액은 나쁘지 않았다. 30만 원부터 200만 원 근처까지. 액수가 높아질수록 조건은 달라졌다. 액수가 낮은 것들은 일종의 선금 형식으로 수익 배분이 좋았고, 반대로 액수가 높은 경우는 수익 배분이 나빴다. ‘예상대로네.’ 딱 정현우가 예상했던 수준이기도 했다. 당장 팔아치우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수준. ‘이 새끼는 뭐야?’ 물론 개중에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1만? 이 새끼가 장난하나. 응?’ 1만. 정말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어? 원이 아니고……' “달러?” 아직 이렇다 할 명성도 없는 BJ대마도사란 우스꽝스러운 플레이어의 솔로킬 영상에 1만 달러라는 액수를 제시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일이었으니까. 놀란 정현우가 곧바로 보낸 이의 계정 정보를 확인했다. ‘자, 장난이겠지.’ 그러면서도 이것이 그저 자신을 놀리기 위한 장난이라고, 그냥 가계정이란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 계정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달라졌다. '......인증 계정이네?’ 보낸 이의 계정은 G베이로부터 여러 조치를 거쳐 정식으로 인증을 받은 계정이었다. 더 나아가 정현우가 아는 채널의 계정이기도 했다. ‘그것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징 스타 채널. 양보단 질을 외치며, 뛰어난 영상미와 홍보 등을 통해 최근 들어 빠르게 구독자 수를 늘리는 채널이었다. 몸값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일명 루키들의 영상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는 채널이기도 했다. 정현우의 영상에 베팅을 하는 데에 당위성은 충분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1만 달러는 좀 과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제시한 액수는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나고 있었다. ‘뭐, 주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현우 입장에서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이거 들어오면 굳이 발리스타 팔 필요도 없지.’ 정현우가 잽싸게 스마트폰으로 영상 거래 요청을 위한 쪽지를 작성하고자 했다. 그 순간이 었다. ‘가만.’ 정현우가 잠시 손을 멈췄다. ‘그냥 본인이 파는 건 좀 없어 보이겠지?’ 그때 정현우가 슬그머니 앞서서 썼던 문구를 삭제하고 새로운 문구를 집어넣었다. ‘BJ대마도사 관련 영상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BJ대마도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정현우, 그가 구라를 치기 시작했다. 9. 갓워즈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돈을 벌 수 없는 시대. 박영준, 미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그 안에서도 최고라는 와튼 스쿨 출신인 그는 그런 시대에 기꺼이 순응했다. 이 시대에 맞게 돈을 벌고자 했고, 그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란 워즈튜브에 채널을 만드는 것으로 이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노림수는 나름 잘 먹히면서 블러드 오션이라 불리는 피비린내 가득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은 빠르게 인지도를 쌓고 있었다. 때문에 그동안 그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결정에 이제까지 이렇다 할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저기, 너무 세게 지른 거 아닐까요?” “뭐가?” 그러나 이번 만큼은 달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에 선금으로 1만 달러는 너무 세잖아요? 그냥 통째로 사는 것도 아니고, 수익 배분까지도 5대 5라니…… 특급 대우잖아요?”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 방송권에 대한 박영준의 베팅에 처음으로 부하 직원이 태클을 걸었다. 마땅한 태클이었다. “솔로킬이 쉬운 건 아니지만, 이거 실력으로 잡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템빨로 조진 거지.” 똑같이 산에 오르더라도 헬리콥터를 타고 오른 것과 절벽을 기어오른 것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다른 법. 이번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은 누가 보더라도 전자였다. 그러한 부하 직원이 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야, 내가 어디 나왔지?” “와튼이요.” “그래, 와튼이지.” 툭툭, 말과 함께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린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나도 알아. 여기 영상 주인공 실력이 별거 아니라는 건. 템빨에 신수빨에 스킬빨로 잡은 거 맞지. 아마 이 정도 갖추려고 진짜 말도 안 되게 돈지랄을 했을 거야. 그렇지?” “그렇죠.” “자, 그럼 왜 그런 돈지랄을 했을까?” “예?” “그렇잖아? 그냥 편하게 게임을 할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돈지랄할 필요가 없어. 그냥 탐험가 길드에 가서 육성 서비스 애용하면 게임에 접속해서 숨만 쉬면 알아서 레벨을 올려주잖아? 그런데도 탐험가 길드 서비스는 하나도 안 받고 탐험가 라인 밖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잡았어. 왜 그럴까?” “글쎄요……" 대답을 못하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답을 말해주었다. “왜 그렇긴, 관심병자니까 그런 거지.” “아." “채널은 비공개로 한 거 같지만 라이브 방송까지 하는 걸 보면 그것도 보통 관심병자가 아니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방송 중에 벤츠 샀다고 자랑까지 했죠.” “그래. 그런데 지금 그런 관심병자에게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는 나름 인지도 있는 채널이 비싼값에 특급 대우로 거래를 요청했어. 그럼 어떻게 나올까?” “오케이하죠.” “오케이는 당연한 거고, 그다음을 보자고. 영상 인기가 빵 떴어. 그리고 우리가 섭섭지 않게 대우를 해줘. 그럼 그다음은?” “……글쎄요?” 이번에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당연히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거지. 그러면서 슬쩍 사업 이야기도 꺼내는 거고. 그럼 돈 이야기도 나오고, 투자 이야기도 나오고, 응? 지분 이야기도 좀 나오고?” “아!” 그제야 박영준의 의중을 이해한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업이란 게 다 그런 거야. 막말로 저 정도로 돈지랄하는 거 보면 내가 봤을 때는 아버지든 본인이든 자산규모가 최소 백억 단위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그런 사람하고 친해지는 기회인데 1만 달러 정도면 접대비 치고 저렴한 거지. 그리고 그냥 생돈도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나중에 줄 돈 미리 주는 거니까.” 그때였다. “아, 그쪽에서 쪽지 왔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담하는데 첫 문장이 어느어느 매니지먼트라고 나올 걸?” “……BJ대마도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진짜네요?” “거봐, 나 와튼이라니까, 와튼. 그래서 대답은?” “팔겠답니다.” “오케이, 그럼 거래 시작하자고.” 그 말에 박영준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나중에 친해지면 아주 제대로 빨대를 꽃아서 빨아주마.” 10. ‘와, 진짜 입금했네.’ 자신의 형이 만들어준 브로커 계정에 들어온 1만 달러라는 금액을 확인한 정현우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형, 준비 다 됐어요.” 그때 들려온 이혁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말했다. 그리고는 게이트 캡슐로 다가가는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만 가득했다. ‘발리스타, 그냥 내가 써야지!’ 41화. < 13화. 1+1 (3). > 11. 프로 플레이어들, 그중에서도 레이드에 참가하는 이들이 갖춰야 하는 건 크게 세 가지였다. 아이템, 레벨 그리고 스킬. 여기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건 아이템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템은 급할 때에 그리고 필요가 없어졌을 때 언제든 현금으로 되팔 수 있다는 것. 그다음은 레벨이었다. 갖추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 레벨을 유지해야 몸값을 유지할 수 있기에 당연했다. 이런 이유로 스킬은 그 중요성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1만 골드, 한화로 약 1천만 원이 넘어가는 랭크의 스킬들 같은 경우에는 쉽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솔직히 스킬 습득에 그리 쉽게 돈을 쓸 수 있는 이가 3일 동안 죽어라 준비하고, 노력해서 20~30만 원을 받기 위해 아득바득 게임에 인생을 투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부양가족도 많았던 그의 입장에서는 버는 돈을 아끼고 아껴서 아이템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발리스타]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제 자리에서 마법 공격 시 다음과 같은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리에서 벗어날 경우 효과는 사라지며 이후 일정 시간 동안 효과를 받을 수 없다. - 마법 공격력 20퍼센트 증가 - 마법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증가 - 마법 쿨타임 10퍼센트 감소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한 상태에서 몬스터 333회 이상 공격 시 ‘포격’ 타이틀 획득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한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 사냥 시 ‘임전무퇴’ 타이틀 획득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한 상태에서 몬스터 50마리 이상 사냥 시 ‘이동불가’ 타이틀 획득 그렇기에 지금 발리스타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심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포격 법사 3종 세트 완성이다!’ 더욱이 이번 발리스타 스킬을 통해 미다스는 속칭 포격 법사의 기본을 갖추게 됐다. 발리스타, 롱토스 그리고 불스 아이, 심지어 그중 하나는 불스 아이 상위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스 아이인 상황. 물론 세상은 넓고, 하늘은 높은 법. 그보다 더 높은 수준도 있었다. ‘여기에 더블 캐스팅과 레전더리 스킬인 리볼버만 있으면…… 캐논 스타일 완성이다.’ 캐논 스타일. 포격 법사의 정점에 있는, 속칭 말뚝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플레이어인 구스타프의 별명은 캐논, 그가 만든 스타일이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별이었다. ‘아무렴 어때, 레이드 참가할 때마다 억소리 나는 돈을 받는데.’ 심지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구스타프의 경우에는 레이드 참가 때마다 상식을 초월하는 돈을 받았다. 그런 그와 미다스의 비교는 무명 엑스트라와 할리우드 인기 배우를 비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3종 세트 정도라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조연 역할은 충분하지.’ 그렇기에 구스타프와의 거리를 줄여주는 발리스타 스킬이 대단한 스킬인 것이었다. ‘여기에 파이어 엘리멘탈 마스터리.’ 더욱이 이번에 습득한 스킬은 하나 더 있었다. ‘파이어볼 그리고 아이스 애로우, 이 2개만으로도 충분히 좀비들을 잡을 수 있다.’ 그로 인한 전력 증가는 미다스의 머릿속 상황을 바꾸었다. ‘한 번에 세 마리도 상대 가능하다.’ 이제는 다수의 좀비 오크나, 고블린 무리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무리를 타깃팅해도 된다는 것. 왕! 그때 미다스의 곁에 있던 럭키가 외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그 럭키를 본 미다스가 자신감을 가졌다. “그래, 럭키야 너랑 함께라면 네 마리, 그 이상도 가능하지.” 그러한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12. 갓워즈에서 별명을 얻기란 무척 쉽지 않다. 그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결과를 만든 후에야 얻을 수 있는 탓이었다. 미다스가 가진 별명도 그랬다. 바퀴벌레. 썩 듣기 좋은 별명은 아니지만, 그러한 별명이 붙는 건 미다스가 그만큼 잘 살아남은 덕분이었다. 실제로 미다스의 전투 시 생존율은 그 누구보다 높았다. 더욱이 미다스는 그런 생존율을 보유하는 상태에서 나름 꾸준히 레벨을 올렸다. 그의 생존율이 그저 도망치기만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의미. 동시에 미다스가 전투에 대한 계산이 정확하고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안 되는 건 포기한다. 그렇지만 잡을 수 있는 건 확실하게 잡는다. 그런 미다스의 방식은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렇게까지 빛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안 되는 건 포기하니까. 반대로 미다스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상대로 이러한 미다스의 능력은 100퍼센트를 넘어 120퍼센트 이상을 발휘했다. 즉, 미다스는 강자를 상대로는 약하지만 약자를 상대로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드루와!” 저주받은 숲, 그곳에서 미다스가 더 이상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 건 그 때문이었다. 더욱이 모두가 도망치느라 분주하기 그지없는 그곳에서 미다스는 꼿꼿이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파이어볼!” 자리를 고수한 채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거침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퍼엉! 먼 거리에 있는 것은 파이어볼로. “아이스 애로우!” 20미터 내에 접근한 놈은 아이스 애로우를 통해서. 왕! 그보다 더 가까이 접근한 것은 럭키에게 위임했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데미지 딜링은 철저히 계산적이었다. ‘저놈은 그냥 오게 놔두고.’ 전 방위에서 거듭 몰려오는 좀비들을 상대로 미다스는 놈들의 HP상태에 맞게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한 계산은 완벽했다.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미다스, 그가 거듭된 전투 속에서도 발리스타 효과를 유지하는 게 그 증거였다. [오크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이동불가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50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잡는 동안, 미다스는 제 자리를 고수했다. “그래, 이게 게임이지!” 이제는 정말 게임 자체가 즐거워질 정도.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외침에 동조하듯 좀비의 몸뚱이 위에 올라선 럭키가 하울링을 내질렀다. 그 하울링 사이로 미다스가 다가오는 좀비 고블린을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파이어볼이 폭발하며 좀비 고블린의 몸뚱이를 날렸다. [좀비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는 오른손을 불끈 쥔 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13.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됐지?” 퀘스트 보상을 받기 위해 온 미다스를 향해 NPC사할린이 내뱉은 건 해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비린내 나는 숲의 비린내의 원흉이었던 건 비밀 제단 속에 있는 부패하는 오크였습니다. 그러한 부패하는 오크와 저주받은 숲에 등장하는 좀비 사이의 연관성이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이 시나리오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그 표현 그대로 이야기가 존재했으니까. “필시 저주받은 숲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담긴 무언가가 있으리라 예상되며, 그것을 찾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진 말에 NPC사할린이 말없이 미다스를 지그시 바라본 후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 잃은 신이 남긴 무언가가 그곳에 있지.”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게임이 잘 만들어봐야 게임이지. 그래, 빨리빨리 진행하자고.’ 그때였다. “네가 해야 할 건 그걸 찾아오는 거야.”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잠깐? 너무 빠른 거 같은데?’ 이 대화 내용대로라면 보상을 받기도 전에 새로운 퀘스트가 나올 기세 아닌가? 물론 미다스가 알기로 퀘스트의 경우에는 보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적은 없었다. 갓워즈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은 결단코 버그를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미다스가 하는 퀘스트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진행해본 적 없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아닌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 “저기, 잠깐만요.” “뭐야?” 미다스가 NPC사할린의 말을 멈춘 후에 그 앞에서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사할린 님도 잘 아시겠지만, 제가 저주받은 숲에서 좀비 열심히 잡았거든요?” 미다스가 잠깐 퀘스트 진행을 멈추고는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진짜 1천 마리 잡느라 개고생을 했는데……" “그래서 뭐?” “아니, 그러니까 열심히 했는데......." “어쩌라고?” 이어진 NPC사할린의 그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쨌거나 네가 해야 할 건 하나야. 저주받은 숲에 가서 저주받은 숲을 그렇게 만든 이유를 찾아와.” 이야기가 다시 바로 진행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너무 나댔나?’ 이 상황에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NPC사할린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거처를 가득 채운 책장, 그 책장 속 책 한 권이 미다스 앞으로 나비처럼 날아왔다. “뭐, 지금 네 수준으로는 가봤자 좀비들에게 허우적거릴 게 뻔하니 이번에는 조금 도움을 주지.” 그제야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다시 경손함을 되찾게 되는 순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저주받은 돌]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저주받은 숲에서 이름 잃은 신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돌을 찾아라. 저주받은 숲에서 가장 강력한 저주를 받은 괴물에게 단서가 있을 듯싶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사할린의 지팡이(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저주받은 목걸이’ 퀘스트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결국 또 보스 몬스터를 잡는 거네.’ 저주받은 숲의 보스 몬스터는 누더기 주술사. ‘잡기 쉽지 않은데……' 사냥 난이도가 무척 높은 녀석이었다. ‘3페이즈에 돌입하면 시작되는 좀비 몰이 스킬은…… 진짜 장난 아닌데.’ 특히 마지막 페이즈에서 발동하는 좀비 몰이 스킬이 발동할 경우 주변에 있는 좀비들이 한 곳에 모였다. 즉, 사전에 좀비들을 미리 처치하지 않을 경우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의미.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보스 몬스터 사냥 과정 속에서 주변 좀비 처리 같은 걸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대개는 일단 보스 몬스터를 발견하는 순간 치고 보니까. 그래야 우선권을 얻을 수 있으니까. ‘최선은 화력을 퍼부어 1분 안에 잡는 것뿐.’ 때문에 대부분은 화력을 아껴두었다가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폭발시키는 방법을 썼다. ‘5인 파티 이상으로 잡아야 해.’ 그러한 화력을 확보하기 위해 누더기 주술사 공략 파티는 기본 인원이 5인 파티였다. 제아무리 미다스의 화력이 남다르다고 하나, 이번만큼은 솔로킬을 행하기 힘든 상황. ‘필요하면 파티플 해야지.’ 물론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면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아, 그래도 이번에 솔로킬 하면 또 영상 값으로 돈 천만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저 앞서서 본 돈맛이 너무나도 달콤했기에 그저 한 번 솔로킬을 염두에 두었을 뿐. “알겠습니다. 그럼 찾아오겠습니다.” 그 말을 내뱉은 후 미다스는 슬그머니 문 근처로 이동했다. 그러나 문을 넘지는 않았다. “럭키야.” 헥헥! 그 문지방 앞에서 멈춘 후에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울링 한 번만 해줄래?” 호우우우! 그 말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울링을 길게 내뱉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손에 든 스킬 카드북을 바라보았다. ‘럭키 님, 제발 좋은 거 하나만 가져오십시오.’ 좋은 스킬이 나왔을 때 럭키가 하울링을 내질러줬다는 것, 그것이 하울링을 부탁하는 이유였다. 물론 우습지도 않은 이유였다. ‘좋은 거 하나만.’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나름 절박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에게 이런 때가 아니면 유니크 랭크 스킬을 구매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한 절박한 심정을 담은 미다스의 눈앞에 스킬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0장의 카드들, 미다스의 눈이 그것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사실 나쁜 스킬은 없었다. ‘샐러맨더 소환, 대상을 느리게 만드는 프리징볼, 오, 체인 라이트닝이잖아?’ 애초에 유니크 랭크 스킬인데 좋지 않은 스킬이 있을 리 만무할 터. 충분히 가치 있는 스킬들은 넘쳤다. ‘어?’ 허나, 그 스킬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더블 캐스팅]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2개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 할 수 있다. ‘맙소사, 이게 나오다니!’ 더블 캐스팅. 마법사 클래스들의 꿈의 스킬이었다. 42화. < 14화. 레벨업 (1). > 1. 처음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갓워즈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는 아무도 몰랐다. 특히 스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예를 들면 롱토스 같은 스킬 같은 경우. 분명 스킬 설명이나 효과를 보면 마법사 클래스에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막상 그게 정확히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는 나중에 시세가 오를 것을 대비해 G베이에서 스킬 카드들을 사재기해두고 버티는 속칭 존버 행위까지 있었을 정도.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가치가 넘치기에 처음부터 아주 고가에 올리거나 시장 자체에 나오지 않는 스킬들. 더블 캐스팅 스킬이 그랬다. RPG장르의 게임을 혀끝으로 핥기만 했어도 더블 캐스팅 스킬의 가치를 알 수밖에 없을 정도. 혹여 시장에 나오더라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지며 제대로 된 시세가 형성될 기회조차 없었다.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는 최근 거래된 내역조차 없었지.’ 이후 5년이 흐른 지금은 G베이에서 그 거래 흔적조차 찾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소위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었다.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서 구할 수 없는 상황. [더블 캐스팅]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2개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할 수 있다. !더블 캐스팅 1,111회 사용 시 ‘마법 난사범’ 타이틀 획득 !더블 캐스팅으로 10종류 이상의 마법을 연속해서 사용할 경우 ‘카멜레온’ 타이틀 획득 그런데 지금 그 스킬이 미다스 손에 들어와 있었다. 기쁜 정도가 아니었다. ‘그럴 만하지. 이건 그냥 차원이 다른 스킬이니까.’ 더블 캐스팅 스킬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를 가능케 해주는 스킬이었다. 동시에 2개의 스킬을 쓸 수 있다, 그건 그저 쿨타임을 줄일 수 있다, 개념이 아니었으니까. 방어 마법과 공격 마법을 동시에 쓰거나 혹은 강력한 만큼 캐스팅 시간도 긴 스킬을 쓰면서, 다른 손으로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이 짧은 스킬을 보조 형식으로 쓰는 식. 텔레포트나 블링크 같은 스킬을 항시 대기시킴으로써 생존력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역으로 적에게 접근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방식 역시 가능했다. 미다스의 말처럼 그저 잘 맞춘다, 그런 개념 하나만으로 게임을 해온 미다스에게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었다. 감히 닿을 수 없는 영역. ‘꿈꾸던 게 이렇게 이루어질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꿈까지 꾸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10억이 있는 사람은 10억이란 돈을 어떻게 쓸지 깊게 생각하지 않지만, 로또 당첨을 꿈꾸는 이는 1원 단위까지 돈을 확실하게 쓰는 상상을 하는 법 아닌가? 미다스도 그랬다. ‘진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는데……' 더블 캐스팅, 이 스킬을 가졌을 때의 나날들을 꿈꾸며 자기 나름의 방법들을 꿈꿨다. 물론 그때 한 것들은 망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망상이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스킬 좀 구매해보자!’ 이제는 실현 가능한 상상이었지. 2. “형, 게임 재미있으셨어요?” 정현우가 캡슬에서 나오는 순간 이혁주가 그저 인삿말에 불과한 상투적인 말을 던졌다. 정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접속하는 동안 무슨 일 없었냐?”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채, 그저 인사 수준의 질문을 툭 던졌다. “지금 G베이에 난리 났어요.” 그러나 그 질문에 이혁주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깃거리를 바로 꺼내놓았다. “G베이에 왜? 레전더리라도 뜬 거야?” “에이, 레전더리가 G베이에 올라오면 난리 정도가 아니죠. 유니크 하나 올라왔어요.” “뭔데?”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요.” 그 대답에 정현우의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나말고 누가 거래 가능한 놈으로 득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정현우 말고 운이 좋은 사람이 더 있었던 모양. “얼마에?” “에이, 더블 캐스팅 스킬 시세 아시면서. 부르는 게 값이잖아요? 경매 붙었는데 시세 장난 아니에요.” “얼마 찍었는데?” “6만 달러요.” “뭐?” 아득한 수치의 등장에 정현우가 혀를 짧게 내둘렀고, 이혁주 역시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오랜만에 나온 매물이라서 그런지 다들 달려드네요. 여하튼 미친 게임이라니까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장난 아니네.’ 자신이 얻은 수확의 값어치가 새삼스러워지는 대목. ‘그런 게 나한테 오다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한 두근거리는 가슴을 품은 채 정현우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혁주에게 받고는 곧바로 G베이에 접속했다. 첫 검색어는 당연히 더블 캐스팅이었다. ‘경매가 더 오르겠네.’ 이혁주의 말처럼 현재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의 값은 미친 듯이 오르는 중이었다. ‘뭐, 이미 판매자 쪽지로는 이 이상이 나왔겠지만.’ 그마저도 눈에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설픈 경매에 참가하기보다는 그냥 아예 굵직한 가격을 제시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더블 캐스팅이란 스킬이 가지는 가치였다. ‘누군지 몰라도 대박이네.’ 솔직히 말하면 부러운 장면이었다. 정현우가 얻은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의 경우에는 거래가 불가능했으니까. ‘만약 나한테 온 게 거래 가능한 스킬 카드였다면, 나도 바로 올렸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더블 캐스팅 스킬을 습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현우는 필사적으로 게임을 해야 했다. ‘그래, 배웠으니 뽕을 뽑아야지.’ 이제부터 더블 캐스팅 스킬의 값어치만큼 뽑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런 정현우가 보는 화면을 바꾸었다. 마법사 전용 스킬 카드들을 검색했다. 여러 스킬 카드들이 올라왔고, 그것을 보는 정현우의 얼굴에는 주름이 올라왔다. ‘……진짜 시세 욕 나오네.’ 일단 1백만 원 아래는 없었다. 그 1백만이란 가격마저도 즉시 낙찰 같은 개념이 아니라 경매들이었다. ‘아, 미치겠다.’ 한 번 질러볼까? 했던 심정을 팍 사그라지게 만드는 장면. 정현우가 그 장면을 기어코 외면했다. ‘일단 잡템 팔린 것들이나 확인해야지.’ 대신 그동안 모은 재료 아이템들이 팔린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정에 접속했다. 그러자 쪽지가 도착한 게 보였다. ‘어?’ 보낸 이는 다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 ‘설마 영상 좆같으니까 환불해달라고 온 건가?’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먹은 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감에 정현우가 잠시 고민했다. ‘그냥 쪽지 안 읽고 계정 삭제해버려? 어차피 가계정인데? 몰랐다고 하면 법적인 책임 안 져도 된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잠수를 타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 ‘에라 모르겠다.’ 그러나 정현우는 이내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 ‘부디 환불만 나오지 마라, 환불만……' 간절한 소망을 품은 채. "응?" 이윽고 정현우는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자신에게 보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3. “쪽지 보냈습니다.” 말과 함께 부하 직원은 곧바로 박영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사장님, 진짜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거 맞죠?” “뭐?” “아니, 그 BJ대마도사에게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1만 2950달러에 계약하고 싶다는 거……"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왜 이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현재까지 보여준 것은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이 전부, 그마저도 솔직히 대단한 실력이나 컨트롤이라기보다는 아이템과 스킬 그리고 신수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1만 달러 계약금을 제시한 것 자체가 에러인 셈. 그런데 다음 솔로킬 영상을 그보다 더 비싼 금액을 제안한다?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부하 직원의 의문에 박영준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자, 일단 학살자 오크 다음 보스 몬스터는 뭐지?” “누더기 주술사죠.” “그렇지. 그런데 네가 보기에 BJ대마도사가 누더기 주술사를 솔로킬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거 같아?” “학살자 오크랑은 타입이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니까……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대답을 하던 부하 직원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뭐, 아즈모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냈을 때만큼 돈지랄을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넌 이 제안을 받은 BJ대마도사가 어떻게 할 것 같냐? 아무리 생각해도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은 못 할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말할까 아니면 이거 할 수 있냐고? 당연히 할 수 있지! 날 뭘로 보고? 바로 잡아주마! 할 거 같냐? 응? 돈지랄을 자랑하는 관심병자가 어떤 대답을 할 거 같아?” “콜하겠죠.” “그다음은?” “템 지르겠죠.” “자, 그럼 정리를 해보자. 우리는 BJ대마도사에게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의뢰했고, BJ대마도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 후에 솔로킬을 위해 큰 투자를 하겠지. 대충 내가 봤을 때 스킬 값이나 템 값으로 5만 달러 이상은 쓸 거야.” “그렇죠.” “더 짧게 정리하면 우리가 의뢰한 1만 2천 하고도 950달러짜리 계약을 위해 BJ대마도사가 5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지.” 그제야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박영준이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으로써 BJ대마도사와 우리는 서로를 위해 돈 좀 쓸 수 있는 발전된 관계가 되는 거지. 소개팅 자리에서 슬쩍 데이트 이야기가 오고가는 수준 말이야.” 박영준의 계획을 알게 된 부하 직원이 감탄과 함께 다른 의문 역시 제기했다. “그러면 왜 1만 달러가 아니고 1만 2950달러인 건가요? 차라리 1만 5천 달러면 더 깔끔하지 않을까요?” 이어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은 다시 한 번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1만 달러 연봉을 받던 투수에게 연봉 1만 5천 달러를 주면 그냥 연봉을 인상했다는 느낌이지만, 1만 2950달러를 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아, 연봉 인상해주기 위해서 쥐어짜냈구나.” “아……" 나름 그럴싸한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러한 디테일이 와튼 스쿨을 만드는 거지.” 그런 그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그런데 만약 BJ대마도사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 레이드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죠?” “그야 계약금 돌려받으면 될 일이지. 그 과정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 더 좋을 테고. 예를 들면 투자 이야기 같은 거 말이지.” 대답을 한 박영준이 입가에 지은 미소의 끝을 비틀었다. "그 순간 빨대가 꽃히는 거지. 와튼에서 만든 빨대가 말이야.” 4. ‘말도 안돼.’ 정현우는 짧게 심호흡을 한 후에 스마트폰의 액정을 바라봤다. 정갈하게 나열된 여러 개의 문장들, 그러나 정현우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하나였다. ‘1만 2950달러!’ 그 숫자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도 하나였다. ‘대체 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왜 미리 일찌감치 이런 거액의 조건을 제시하는 걸까?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아!’ 그때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야구선수 시설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2군 리그 정식 시합 당시, 팀은 5대4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한 9회 말 2사 만루 상황. 안타 하나면 역전을 당하는 순간 2군 감독은 갑자기 정현우에게 마운드에 올라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2군에서 나름 쏠쏠하게 던지는 것 빼면 볼 것도 없는 정현우를 그 중요한 순간 쓰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정현우를 올린 이유는 하나였다. ‘날 테스트하려는 거구나.’ 정말 정현우라는 존재에게 기대와 응원을 보낼 가치가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정현우는 지금 상황을 그때와 같다고 생각했다. 라이징 스타채널은 BJ대마도사란 녀석이 정말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 테스트를 하고자 하려는 거라고. 즉, 이것은 그저 단발성 이벤트 따위가 아니었다. 별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 앞에서 계산을 한다? 제아무리 계산적인 정현우라고 해도 그 정도로 멍청하고, 웅심도 없는 놈은 아니었다. ‘잡아야 해.’ 그때도 그랬다. 감독이 올라가라고 했을 때 정현우는 오히려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그때는 능력이 부족해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운드. 지금 정현우가 있는 무대는 갓워즈였다. 더 나아가 정현우에게는 이미 자신의 주제와 분수를 넘을 만큼의 힘이 있었다. ‘어떻게든 잡는다.’ 정현우, 그의 투지에 제대로 불이 붙는 순간. 그 순간 정현우가 다시 한 번 보고 있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꾸었다. 정현우, 그가 쇼핑을 시작했다. 43화. < 14화. 레벨업 (2). > 5. 누더기 주술사를 혼자 잡아라! 제한된 예산 속에서 그 과제를 맞이한 미다스가 가장 먼저 구매한 것은 아이템이었다. [학살자 오크의 가면 ]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 벨 : 30레벨 이상 - 학살자 오크가 쓰고 다니는 가면이다. 학살자의 피비린내 나는 힘이 담겨 있다. - 모든 능력치 +20 - 공격력 +3 - 학살자 오크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 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12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5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공격력 +7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학살자 오크 가면을 시작으로, 상의, 하의, 장갑 그리고 신발까지. 학살자 오크 5종 세트를 구매했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의 절반 이상을 아이템 구매에 써버렸다. '......원래 맞추려고 했으니까.’ 사실 이번 일이 아니었어도 구매했었어야 하는 아이템 세트였다. 현재 미다스란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챔피언 고블린 세트는 좋은 아이템이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10레벨짜리 아이템 아닌가? 아이템 업그레이드의 시점이 온 건 사실이었다. ‘나중에 되팔면 되고.’ 더욱이 아이템은 나중에 되팔 경우 충분히 현금화가 가능했다. 가장 큰 목돈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고민이나 망설임은 없었다. ‘스킬보단 낫지. 아무렴.’ 하지만 스킬은 달랐다. 사실 마법사, 그것도 대마도사 직업이 전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킬을 가지는 것이었다. 아즈모가 대표적이었다. 쿨타임이 문제면, 쿨타임이 차는 동안 다른 마법을 쓰면 되잖아? 다들 레전더리 공격 마법 대여섯 개쯤은 가지고 있잖아? 뭐? 그거 살 돈도 없다고? 그럼 게임을 하지 말아야지. 그러한 아즈모의 논리는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적용됐다. 마법사의 정점에 있는 멀린, 캐논 구스타프 등 유명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강력한 마법 스킬을 쓸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다스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학살자 세트를 구매하고 남은 돈으로 미다스가 살 수 있는 스킬은 기껏해야 두 개였다. 그 두 개마저도 미다스는 쉬이 고를 수 없었다. ‘보스 몬스터 솔로킬 할 거만 아니면 굳이 살 필요는 없는데……' 보스 몬스터 사냥만 아니라면 이렇게 무리한 지출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또한 효용성도 그리 높지 않았다. 투자하면 분명 데미지 딜링은 올라간다. 그러나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는 과한 수준의 데미지 딜링일 뿐이었다. 당장 미다스가 저주받은 숲에서 좀비를 잡는데 문제는 조금도 없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미다스가 누더기 주술사 레이드 파티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과연 거절하는 이가 있을까? 오히려 모셔가려고 안달이 날 터. 솔로킬! 그것만 아니라면 이런 투자를 할 필요는 없었다. [라이트닝 볼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뇌전으로 만들어진 화살 3발을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올라갈수록 소환 가능한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라이트닝 볼트를 1만 발 명중 시 ‘찌릿찌릿하다’ 타이틀 획득 !라이트닝 볼트로 몬스터 555마리 사냥 시 ‘감전사’ 타이틀 획득 [파이어 스피어]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불로 만들어진 창을 소환한다. 스킬 랭크가 올라갈수록 창의 크기가 커진다. !적에게 444번 명중 시 ‘투창’ 타이틀 획득 !적의 머리를 99번 명중 시 ‘투창의 고수’ 타이틀 획득 즉,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있는 새로운 스킬 2개는 분명한 각오의 결과물이었다. “럭키야, 진짜 이번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솔로킬 해야 해. 진짜 전 재산 털어넣었어. 이거 못하면 개털 돼. 왕! 어떻게든 이번 일을 해내겠다는 각오의 결과물. 그렇기에 미다스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6. 탐험가 길드는 평범한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애증의 존재였다. 그들이 있기에 게임 이용이 편리해졌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탐험가 라인 덕분에 PK걱정 없이 사냥을 할 수 있는 건 분명 대단한 특권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탐험가 길드가 과한 요구를 하지 않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탐험가 길드에 감시를 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다. 특히 사냥터에서 탐험가 길드원을 만나는 것은 대체적으로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탐험가 길드원들과 마주치는 게 탐탁지 않아 그들을 피해 가는 플레이어들도 적지 않았다. “아주 그냥 똥 취급이네.” “어쩌겠어?” 탐험가 길드원들 입장에서도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돈 받는데 까라면 까야지.” 탐험가 길드원들도 근본적으로는 갓워즈를 하고 싶어서 하는 이들. 그런데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도 하지 못한 채 사냥터 주변에서 항시 대기하는 건 분명 고역이었다. “이렇게 아무 짓도 안 하면서 돈 벌 수 있는 것도 고마운 거니까.” 돈, 그게 아니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고역. “어, 탐험가 길드원 분들이네?” 그때 그들에게 저주받은 숲의 검은 안개 사이로 목소리 하나가 툭 먼저 다가왔다. 헥헥! 그다음 다가온 것은 털북숭이 개 한 마리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다가온 이의 정체가 누구인지. ‘BJ대마도사인가, 하는 그 녀석이구나.’ 미다스, 그가 저주받은 숲에서 활약 중이란 건 아는 이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탐험가 길드원들이라면 더더욱 잘 알고 있어야 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챔피언 고블린 가면을 쓴 미다스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그의 등장에 두 명의 탐험가 길드원들은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대체 왜?’ ‘무슨 이유지?’ 이제까지 미다스는 탐험가 길드로부터 시작의 마을 때 이후 서비스를 구매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미다스는 저주받은 숲에서 사냥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탐험가 길드를 이용한 적이 없었다. 접점이 없다는 의미. “탐험가 길드원분들 맞죠?” 그러나 등장한 미다스는 오히려 그들에게 굉장히 친한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질문을 던졌다. “맞습니다.” 탐험가 길드원 중 한 명이 무뚝뚝한 어조로 질문을 받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후 나온 사무적인 어조에 미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아뇨, 문제가 있겠습니까? 탐험가 길드원 분들이 이렇게 불철주야 수고해주시는데.” 이어진 그 말에 탐험가 길드원 둘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우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젠장, 돈 믿고 나대네.’ 미다스의 그 말은 그들에게는 비아냥거림처럼 들렸으니까. “고생하십니다.” 하지만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것을 그 둘에게 건네주는 순간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건?” “별거 아니고, 포션입니다.” 건네준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포션. “커피라도 사드리고 싶은데, 여기는 그런 거 없잖아요? 제일 커피맛에 가까운 놈으로 골랐습니다.” 그것도 그냥 포션이 아니라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올려주는 레어 포션이었다. 가격으로 따지면 10골드, 만 원은 하는 놈. “어, 이거 비싼 거 아닌가요?” “에이, 요즘 커피값도 그 정도는 하는데요 뭘.” “아니, 이런 건……" “여하튼 덕분에 마음 놓고 게임합니다.” 없던 정도 만들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물에 두 탐험가 길드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닙니다.” “그게 우리 일인데요, 뭘.” 그 후에 탐험가 길드원들과 미다스는 몇 마디 대화를 좀 더 나누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었고, 그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탐험가 길드원들이잖아? 그 앞에는 누구야?” “저기 있는 개를 보니까 BJ대마도사인가, 걔 아니야?” “되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네.” 보는 이들조차 그 화기애애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 그 광경을 본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 VVIP서비스를 구매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야.” “하긴, 그렇게 템에 돈지랄하는 놈인데 탐험가 길드 서비스를 구매 안 했을 리 없지.” BJ대 마도사와 탐험가 길드가 친한 사이라고. “BJ대마도사 건드렸다가는 골치 아프겠어.” “놈을 잡아서 템 먹는 순간 캐릭터 버릴 각오 해야지.” 그런 BJ대마도사를 건드리면 탐험가 길드의 무시무시한 보복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그게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이러면 당장은 탐험가 길드 후광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사냥을 앞둔 미다스 입장에서는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법. 그런 변수를 없애는데 있어서 탐험가 길드의 후광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당분간 미다스는 탐험가 길드의 VVIP고객으로 소문이 퍼질 것이며 자연스레 미다스를 노리던 하이에나들은 그 이빨을 숨길 것이다. ‘보스 몬스터 잡을 때 스틸 당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해.’ 특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 상황에서 이러한 소문은 그 무엇보다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를 받는 돈 많은 놈의 솔로킬을 방해한다는 것은 어중간한 각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테니까. ‘뭐, 이것도 길어봐야 일주일은 못 가겠지.’ 물론 오래 갈 방패는 아니었다. 이러한 소문이 흘러 다니다 보면 탐험가 길드의 귀에도 들어갈 테고, 자연스레 진실이 드러날 테니까. 미다스의 말처럼 길어야 일주일이었다. ‘그러니까 일주일 안에 끝낸다.’ 즉, 그게 미다스가 정한 디데이였다. “그럼 수고하세요, 럭키야 가자.” 왕! 그렇게 작업을 마친 미다스가 사냥을 시작했다. 7. 갓워즈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다. 아이템도, 스킬도 저렴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아이템이 비싼 것에 대해서 갓워즈를 하는 플레이어들 중에 딱히 의문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는 탓이었다. 돈을 쓰면 어쨌거나 그만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 애로우!” 더블 캐스팅 효과로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시전한 미다스가 먼저 생성된 파이어볼을 40미터 전방에 있는 좀비 오크를 향해 던졌다. 퍼엉! 파이어볼이 거친 폭음을 내며 터졌고, 그 폭발음이 꺼지는 순간 어느새 미다스의 왼손에 쥔 얼음활, 그 활에 달린 얼음 화살의 끝으로 20미터 지점에 있는 좀비 고블린을 겨누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활시위를 당기며 소리쳤다. “라이트닝 볼트!”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잡아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푹! 한 발, 한 발, 미다스가 착실하게 좀비 고블린의 몸뚱이에 얼음 화살을 꽃았다. 그렇게 모든 얼음 화살을 소모하는 순간 미다스가 손에 쥐고 있는 얼음활이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파직! 그리고 곧바로 스파크를 튀기는 번개활로 변했다. 라이트닝 볼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파이어 스피어!” 그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새로이 스킬을 시전하며 20미터 지점에 있는 다른 좀비 오크를 향해 번개 화살의 끝을 겨누었다. 파직! 번개 화살이 좀비 오크의 몸에 닿으며 거친 스파크를 냈다. 으어! 그 화살에 맞은 좀비 오크의 몸이 1초 동안 멈칫했다. 전격계 마법의 효과인 감전에 따른 마비 효과가 발동했다는 증거였다. 파직! 그렇게 세 발의 화살이 좀비 오크의 몸뚱이에 꽃혔을 때 미다스가 손에 쥔 번개활은 본래의 지팡이 형태로 바뀌었다. 그 지팡이를 쥔 채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어느새 쿨타임이 끝난 파이어볼이 다시 한 번 미다스의 오른손바닥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미다스는 40미터 전방에 있는 좀비 오크를 향해 그 파이어볼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그대로 좀비 오크의 머리통, 황금빛 과녁에 명중했다. [파이어 스피어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와 동시에 캐스팅 완료를 알리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허전해진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곳에 파이어볼과 비슷한 형태의 불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그 불덩이를 다시 한 번 전방에 있는 좀비 오크를 향해 던졌다. 화르르! 그렇게 미다스의 손바닥을 떠나 날아가던 불덩이가 허공에서 삽시간에 1미터 길이의 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슈우우! 이윽고 완벽한 창의 형태를 갖춘 파이어 스피어가 파이어볼과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그대로 좀비 오크의 머리통, 그곳을 완벽하게 관통했다. [좀비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원킬. 그 화끈한 결과물을 끝으로 미다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맛에 돈지랄하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스 애로우와 파이어볼 콤보만으로 똑같은 결과는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쉴 새 없이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쾌감은 그와 비교될 수 없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마력이 1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출력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도 늘어나는 게 당연지사. 그동안은 나름 충분히 버텨왔던 마력량이 이제는 부족함을 허덕이기 시작했다. ‘올 게 왔다.’ 사실 갓워즈의 마법사라면 언젠가는 마주할 난관이었다. 그리고 딱히 넘는 게 어려운 난관은 아니었다. 이 난관을 넘을 방법은 아주 간단했으니까. “어휴.” 미다스가 허리춤에 달고 있던 마력 회복 포션을 꼴깍꼴깍 마시기 시작했다. ‘3천 원이 단숨에 하늘나라로……' 포션을 통한 회복.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방법은 있었다. 마력 회복 속도를 올려주거나, 마력량을 올려주는 스킬을 배우거나 그와 관련된 옵션이 붙은 아이템을 착용하면 됐다. ‘그래도 마력 회복셋 맞추는 것보단 낫지.’ 대신 더 많은 돈이 필요할 뿐. 크르르! 그렇게 미다스가 마력을 회복하는 사이, 럭키가 주인을 대신해 살아남은 좀비들을 처치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마무리를 짓기 위한 마력마저 아낄 수 있는 상황. ‘진짜 럭키가 있어서 다행이야.’ 감사함을 넘어 감격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의 성장에 기회를 줍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에이, 포션 괜히 먹었네.” 레벨업 보너스 효과로 모든 HP와 마력이 회복된다는 것, 그 때문에 나온 푸념이었다. 평소 미다스라면 하지 않았을 푸념이었다. 레벨업 타이밍을 그가 예상하지 못했을 리 만무했으니까. ‘이렇게 빨리 오를 줄이야.’ 지금 미다스의 레벨업 속도가 그의 계산 범주를 벗어날 만큼 빠르다는 증거였다. ‘대단하다.’ 내뱉는 푸념과 달리 미다스가 속으로는 감탄을 토해내는 이유였다.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러한 미다스에게 시스템이 30레벨 보상 알림을 알렸다. “예." 대답을 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쓰레기 같은 거 나오겠지, 뭐.’ 이 순간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정확히는 여기서 강력한 스킬이 나오지 않아도 누더기 주술사를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당연했다.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른다, 라는 것에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올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의도적으로 미다스는 기대감을 낮췄다. ‘어차피 이 게임은 쓰레기 게임이니까. 뻔하지 뭐.’ 자신 앞에 놓인 카드들을 향해 비웃음을 머금었다. ‘어?’ 그런 미다스의 눈에 붉은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런 거 없어도 누더기 주술사 잡는데 문제 없는데……" 말은 그리 했지만 입가에 걸린 비웃음이 어느새 크나큰 함박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면 나쁠 건 없지만. 안 그래 럭키야?” 왕! “아, 뭐 적당히 공격 마법 하나 나오면 좋겠네. 딱히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런 선물을 마다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미다스가 곧바로 유니크 랭크 스킬 카드를 확인했다. “아, 진짜 필요 없는데…… ”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뭐야? 스트렝스?" 44화. < 14화. 레벨업 (3). > 8. [스트랭스]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대상의 근력을 강화시키며, 근력에 영향을 받는 모든 기술의 사거리를 늘려준다. 등장한 100장의 스킬 카드 중 유일한 유니크 스킬인 스트랭스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거 럭키한테 쓰면 좋겠는데?’ 나쁠 건 없겠다. 실제로 럭키의 능력을 생각하면 스트랭스 버프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다른 99개의 스킬들을 외면하고 스트랭스를 고르는 것은 좀 그랬다. 아무리 유니크 랭크 스킬이라고 해도 딜러인 미다스가 버퍼 스킬을 가질 이유는 없었으니까. 물론 버퍼가 가능한 마법사의 몸값은 꽤 높았다. 일단 마법사 계열 버퍼와 사제 계열 버퍼는 역할이 달랐다. 힐링 능력을 가진 사제는 대부분 탱커나 근접 딜러를 따라 움직이는 반면, 마법사 버퍼들은 원거리 딜러들과 움직였다. 때문에 원거리 딜링도 가능하고 버퍼도 가능한 마법사에게는 추가 수당이 지급됐다. 그러나 지금 미다스에게 매력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차라리 공격 쪽으로……' 오히려 공격 마법 하나가 더 도움이 될 터. ‘잠깐.’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다름 아니라 스트랭스 스킬의 또 다른 효과였다. ‘이거 마법사들 사거리에도 영향 줬었지?’ 스트랭스 효과 중 하나는 근력에 영향을 받는 스킬의 사거리 증가. 활이나, 투척 무기를 쓰는 원거리 딜러들이 스트랭스 스킬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재미난 건 이 범위에 마법사도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마법사들이 영향받는 범위는 더 크지.’ 포함되는 정도가 아니었다.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스피어, 마법사의 스킬 중 대부분은 투척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근력에도 영향을 받았다. 단지 일정 근력 이상이 되면 굳이 근력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며, 딱히 세게 던진다고 데미지가 올라가지 않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뿐. 더 나아가 사거리 자체도 큰 의미는 없었다. 롱토스 스킬이 있다면 모를까. 그러나 롱토스 스킬을 가진 마법사는 많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60미터 정도면 충분했다. 그 이상 먼 거리에서 던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었을뿐더러 던질 수 있다고 해도 명중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갔다. 3점슛 성공률이 80퍼센트인 슈터도 중앙선에서 공을 던지면 명중률이 급격히 내려가는 법 아닌가?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60미터 거리, 롱토스 효과를 최대한 볼 수 있는 거리에서 충분한 명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사거리 얼마나 늘어나려나?’ 그 거리가 70미터가 되고 80미터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파티 플레이라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솔로 플레이라면? 10미터 거리로 벌 수 있는 몇 초의 시간으로 마법 하나를 더 명중시킬 수 있다면? 하물며 미다스의 약점인 애로우, 볼트 계열의 명중률과 사거리를 높일 수 있다면? [스킬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9. 보통 사냥을 할 때 플레이어들은 사냥감을 앞에 두고 주변에 다른 사냥꾼이 없는지 살폈다. 저주받은 숲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검은 안개 탓에 몬스터를 확인해도, 그 몬스터 주변의 플레이어까지는 확인하기 힘들었으니까. 지금 오울과 그의 동료들 상태가 그러했다. “야, 저거 혼자 맞지?” 26레벨, 3인 파티로 저주받은 숲에 들어온 그들은 외로이 서있는 좀비 오크를 바라보며 의견을 나누었다. “그런 거 같은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 “확실해?” 거듭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말투에는 근심걱정이 역력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잘 봐봐. 저번처럼 괜히 주변에 이상한 거 건드렸다가 나 뒈지는 꼴 보지 말고.” 파티의 탱커인 오울은 이미 저주받은 숲의 쓴맛을 한 번 맛본 상태였으니까. 재차 상황을 살피는 건 당연했다. 물론 언제까지 상황만을 살필 수는 없는 노릇. “확실해. 이글 아이 스킬을 써서 주변 50미터 탐색했는데 주변에 좀비는 저거 말고 둘 뿐이고,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어. 개새끼 한 마리도 없다니까.” 파티 내 원거리 딜러인 궁수 사오루의 말에 오울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신의 투구를 고쳐 썼다. “후우!” 그리고 짧게 숨을 고른 오울이 자기 몸뚱이 크기의 방패를 앞세운 채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렸다. "실드 업!" 스킬을 외치는 순간 오울의 방패 주변으로 반투명한 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반투명한 막이 오울의 몸의 반절을 가릴 듯이 커졌다. 그제야 오울이 좀비 오크를 향해 소리쳤다. “간다!’’ 그 외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퍼엉! 거대한 폭음이 고요하던 숲을 깨웠다. 크어! 그 이후 좀비 오크의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좀비 오크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우왁!” 그 광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오울이 기겁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이윽고 오울이 뒤를 보며 소리쳤다. “야! 근처에 아무도 없다면서!” 그 말에 궁수 동료가 고개를 돌린 후에 다시 한 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없어. 적어도 반경 50미터 내에는 진짜 아무도 없어.” “그럼? 어디서 날아온 건데?” “그야…… 50미터 밖이겠지.” 그 순간 모두가 파이어볼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10. 퍼엉! 먼 거리에서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소리에 미다스는 제 오른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조금 전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와, 이게 맞네?’ 80미터, 축구장 길이에 버금가는 거리. 공을 던져서 닿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 짝이 없는 그 거리의 표적을 맞췄다는 사실에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스트랭스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이야.’ 스트렝스가 만들어준 기적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종합적인 결과물이었다. 일단 현재 미다스의 근력 스탯이 매우 높았고, 그로 인한 스트랭스 효과도 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명중률이 만들어질 리 만무. 정확도의 비결은 다름 아니라 미다스의 눈에 있었다. 먼 곳의 적의 HP는 물론 이제는 드래곤스 아이 효과로 대상의 약점이 분명하게 보이는 상황. 던지는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맨 벽에 공을 던져서 한가운데를 맞추는 것과 한가운데 큼지막한 점을 찍은 채 던져서 맞추는 것은 전혀 다른 난이도였으니까. 물론 가장 놀란 건 이것을 시도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뭐, 보통은 이런 거 안 하지.’ 80미터 거리 밖에서 맞춘다, 갓워즈에서 굳이 필요한 재주는 아니었다. 일단 성공했을 경우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 롱토스 스킬이 있다고 해도 60미터까지가 한계일 뿐이었으니까. 몬스터와의 거리가 멀어짐으로써 생기는 이점이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탱커의 지원 아래에서 마법을 사용했다. 안전을 위해 거리를 무리해서 벌리는 것보단 탱커를 믿고 확실하게 명중률을 기대할 수 있는 거리에서 딜링을 하는 게 정상. 이뿐만이 아니었다. ‘덕분에 아이스 애로우랑 라이트닝 볼트 명중률도 꽤 높아졌어.’ 미다스의 약점이었던 활 계열 마법 스킬의 명중률 역시 사거리가 늘어났다. ‘이거 장난 아닌데?’ 엄청난 일이었다. 기존 60미터였던 미다스의 사거리가 100미터로 늘어난다는 것. 꼭 드래곤스 아이 효과를 누릴 필요도 없었다. 맞출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다스가 누릴 수 있는 데미지 딜링 폭은 압도적으로 커질 터. 스트랭스의 효과가 놀라울 따름. 크르르! 물론 이 효과로 가장 전투력이 높아진 건 럭키였다. 왕! 스트렝스 효과로 근력이 상승한 럭키 앞에서 좀비 오크는 장난감조차 되지 않았다. 럭키가 좀비 오크를 향해 몸을 날릴 때마다 좀비 오크의 몸뚱이가 주걱으로 아이스크림 파내듯 뜯겨져 나갔다. 푸홧! 이제는 럭키의 입만이 아니라, 발톱마저도 좀비 오크의 몸에 짙은 상처를 남길 정도였다. 그리고 럭키는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물어뜯고, 할퀴는 작업을 뒤섞은 채 쉴 새 없는 데미지 딜링을 넣었다.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 럭키는 1티어 중에서도 전투로는 최고로 평가받는 펜리르를 신좌로 둔 신수. 소프트웨어 수준 자체가 달랐다. [럭키가 좀비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호우우우! 그렇게 홀몸으로 좀비 오크를 잡아낸 럭키가 자신의 승리를 축하하는 하울링을 내질렀다. ‘이러면 계산을 다시 해야겠는데?’ 그 하울링을 들은 미다스는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사거리 늘어나고, 럭키의 전투 능력치를 대략적으로 더하면……' 그렇게 계산을 하던 미다스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만.’ 그리고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이상하다……' 그런 그는 거듭 자신의 계산에 의문을 던졌다. 어쩔 수 없었다. ‘솔로킬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그의 수준을 벗어나는 상황이 왔으니까. 11. 누더기 주술사. 저주받은 숲의 보스 몬스터인 녀석은 저주받은 숲처럼 플레이어들에게 그리 인기가 많은 녀석이 아니었다. 사냥 난이도가 높을뿐더러, 루팅 가능한 아이템이 학살자 오크에 비해 매우 값이 나가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누더기 주술사는 5인 이상의 파티 사냥이 기본이었으며, 보통은 7인 이상 혹은 10인 이상의 파티를 구성해 잡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머릿수대로 수입을 나누다보면 굳이 이걸 위해서 잡아야 했나? 같은 심정이 드는 게 사실. 물론 인기가 없다 뿐이지, 보스 몬스터를 그냥 놔둔다는 의미는 결단코 아니었다. “누더기 주술사 리젠까지 얼마나 남았지?” “얼마 안 남았을 걸?” 누더기 주술사를 잡기 위한 여러 파티들이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진짜. 보스 리젠 타임 같은 거 초 단위로 보여주면 안 되나? 유료 아이템이라도 좋으니 팔았으면 좋겠다!” “난 그런 건 됐고, 어디 근처에서 등장하는지 알려만 줬어도 소원이 없겠다. 아니, 숲 크기를 생각하면 출몰 지점 정도는 말해줘야지!” “그냥 이 게임은 모든 게 운빨이라니까, 운빨.” 하염없는 기다림. 그러한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서 누군가가 소식을 가져왔다. “누더기 주술사 사냥 시작됐다!” 그 소식에 몇몇 플레이어들이 소리쳤다. “에이, 또 공 쳤네!” “그러니까 그냥 먼저 대기 타자니까!” 또 놓쳤구나! 그러한 심정을 담은 푸념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 사이로 누군가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느 파티야?” 그 질문에 대답이 나왔다. “파티가 아니야.” “뭐? 무슨 개소리야?” “솔로킬이야!” 삽시간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12. 여러 개의 몸뚱이를 이어 붙인 듯한 큼지막한 몸뚱이 위에 달린 두 개의 머리. 끄어어! 으어어! 고블린과 오크, 각기 다른 두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기괴한 울음을 토해내며 몸에 달린 네 개의 팔을 흐느적거리는 괴물. 누더기 주술사. 놈은 자신의 외형을 통해 자신에게 붙은 이름이 왜 누더기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섬뜩한 모습이었다. 그보다 더 섬뜩한 것은 누더기 주술사의 등장과 함께 소환된 좀비 오크 다섯 마리와 좀비 고블린 다섯 마리였다. 으어어! 으아아! 마치 울타리를 만들 듯 누더기 주술사의 주변을 가득 채운 놈들은 사냥을 준비하는 이들의 도전조차도 쉬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득한 것은 그 형태가 검은 안개들 탓에 어렴풋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까? 그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쉬이 용납지 않는 광경. “오케이.” 물론 미다스에게는 검은 안개 따위는 조금의 방해도 되지 않았다. 방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커멓게 물든 세상은 그만이 볼 수 있는 숫자와 데이터들 그리고 황금빛 과녁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실내 사격장에서 모든 불을 꺼주고 자신의 사격지에만 스포트라이트를 켜준 듯했다. 자신감이 샘솟는 게 당연지사. ‘주변 몬스터는 정리했다.’ 물론 일찌감치 이 근처 좀비들을 처치함으로써 무대를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자존심이 샘솟는 이유였다. ‘잡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넘치는 자신감은 이번 사냥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한 발자국 더 갔다. ‘어떻게 잡느냐, 그게 문제이지.’ 결과가 뛰어나다면 그다음에는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법. ‘여기서는 강하게 나가야지.’ 그 사실을 미다스는 프로의 무대에서 경험해 보았다. 똑같이 아웃카운트를 잡더라도 그냥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는 이와 삼구삼진, 그 마지막 공을 150짜리 직구를 던져 잡는 이에 대한 환호성은 전혀 달랐으니까. 몸값 역시 전혀 달랐다. ‘여기서 내 상품 가치를 증명해야 해.’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 저는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을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솔직히 저거 잡을 생각은 없었는데요,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제게 의뢰를 하더군요.” 왕? 말을 뱉기 시작하던 미다스가 이내 럭키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 액수라고 해봤자, 제가 키우는 강아지들 사료값 수준이지만 그래도 억지로 쥐어짜낸 게 정중함과 간절함이 묻어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는데 들어줘야겠다고.” 왕! 럭키가 호응하듯 짖었고, 그 호응에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사고 싶은 자동차를 다음 달에 사기로 하고 아이템 쇼핑 좀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레전더리로 도배하고 싶었는데 매물도 없고, 솔직히 조만간 또 레벨 오를 텐데, 팔고 사고 귀찮잖아요?” 누가 보더라도 돈이 넘쳐 주체를 못하는 자 같은 연기를 했다. 말 그대로 연기였다. 그가 있는 세상은 예의 바른 샌님보다 빌어먹을 개새끼가 더 인기를 끄는 무대였으니까. 자극이 무엇보다 중요한 무대였으니까. “자, 그럼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참고로 솔로킬 과정에서 단 한 대도 안 맞고 잡아보겠습니다.” 왕! “응? 뭐라고요? 한 대라도 맞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왕! “맞는 순간 그 자리에서 벤츠 경품 걸고 추첨 해드립니다. 물론 옵션은 풀옵션으로요. 전 옵션 없는 차는 차로 취급 안 합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공수표를 던진 미다스가 전투를 알리는 소리를 내질렀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호우우우! 쇼가 시작됐다. 45화. < 14화. 레벨업 (4). > 13. “벤츠 걸겠습니다!” 호기롭기 그지없는 외침. 그러나 그 외침을 내뱉는 미다스의 학살자 오크의 철가면 너머의 얼굴 어디에도 호기로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젠장, 너무 질렀나?’ 가진 걸 다 팔아도 벤츠 중고차도 사기 힘든 처지에서 그런 말을 내뱉는 게 쉬울 리 만무. 아니, 당장 눈앞에 있는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에 실패하는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적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상황 아닌가? 말 그대로 운명을 건 도전을 하는 순간. ‘청심환을 먹길 잘했어.’ 이미 청심환도 먹은 상태였다.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수백 번이 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자신이 마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정리했으며, 승리라는 두 글자로 가는 완벽한 루트 발견해 둔 상태. 때문에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작전에는 문제가 없다. ‘나만 잘하면 못 잡을 건 없으니까.’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오로지 미다스, 그 본인에게 있을 테니까.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그 각오를 품은 미다스가 개전을 시작했다. 14. 90미터. 고요하기 짝이 없던 미다스와 누더기 주술사 무리 사이의 그 먼 거리를 가장 먼저 가로 지른 건 불덩이 하나였다. 후우우! 밤하늘과 같은 검은 안개 속을 유성우와 같이 날아가던 불덩이가 기어코 누더기 주술사, 놈의 오크 머리에 닿았다. 퍼엉! 아름다운 호선에 어울리지 않는 폭음이 들렸다. 으어! 끄어! 그 뒤를 이어 짧은 신음 두 개가 누더기 주술사의 두 개의 머리에서 흘러나왔다. 으어어! 아으으! 그와 동시에 누더기 주술사의 주변에 있던 10마리의 좀비들이 곧바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홧! 그때 좀비 오크 한 마리의 머리통에 그대로 불꽃으로 만들어진 창이 꽃혔다. 좀비 오크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물론 남은 아홉 마리는 그 사실에 조금의 겁도 먹지 않은 채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건드린 자를 향해 곧게 움직였다. 으어어! 끄르르! 누더기 주술사 역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자신을 공격한 자에 대한 보복을 준비했다. 놈이 가진 네 개의 손, 개중 하나의 손에 쥐어져 있던 지팡이 주변으로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누더기 주술사의 마법, 블라인드 저주가 캐스팅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징조였다. 골치 아픈 저주였다. 저주받은 숲이 검은 안개로 시야가 제한된다지만, 아예 안 보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까. 누군가는 막아야 할 때. 왕! 럭키가 등장할 때였다. 파앗! 등장한 럭키는 단숨에 누더기 주술사의 두 개의 목덜미, 개중 고블린의 목덜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콰직! 그리고는 목덜미를 한 움큼 물어뜯은 채 그대로 누더기 주술사의 뒤편으로 넘어갔다. 그 후 착지하는 순간 다시 한 번 그 몸뚱이가 뱀처럼 움직이며 누더기 주술사의 왼팔, 그 아킬레스건을 물어뜯었다. 으어어! 결국 누더기 주술사가 캐스팅을 멈춘 후 럭키를 잡기 위해 네 팔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엉! 그사이 미다스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좀비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었다. 물론 그 한계는 명확했다. 두 번째 파이어볼을 썼을 때 미다스와 좀비 무리의 거리는 60미터로 좁혀져 있었다. ‘오케이.’ 미다스가 기다리던 거리였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이제부터는 화살 계열 스킬이 충분히 유효하게 통할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 그렇게 스킬 캐스팅을 마친 미다스가 얼음 화살을 차례차례 다가오는 좀비들의 몸뚱이에게 꽃아 넣었다. 그 과정에서 미다스는 화려함 따위는 더하지 않았다. 굳이 서두르지도 않았다. 서두른다고 스킬 쿨타임이 더 빨리 줄어드는 게 아님을 알고 있었으니까. 차근차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좀비들을 처치했다. 퍼엉! 그렇게 모든 좀비들을 처치했을 때 미다스의 시선은 럭키와 싸우는 누더기 주술사를 향하고 있었다. ‘60미터.’ 그런 누더기 주술사와 미다스의 거리는 60미터였다. 앞서 말했던 미다스의 거리. 그 거리 앞에서 미다스는 소리쳤다. “자, 이제부터 말뚝딜 들어갑니다! 다들 시선 집중하십시오! 이 렙에서는 볼 수 없는 뎀딜이 뭔지 화끈하게 보여드릴 테니까요!” 15. “어때?” “페이즈 1은 무난하게 넘어갔어.” 미다스의 누더기 주술사 레이드, 그 레이드 주변으로 하나둘 관객이 모이고 있었다. 물론 그 관객들 중에는 하이에나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하이에나들 중에 당장 움직일 낌새를 보이는 이는 없었다. “잘 했네. 그거 10마리 처치하는 게 가장 골치 아픈데.” 아직 여러 난관이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범죄를 저지를 필요는 없었으니까. 특히 누더기 주술사를 노리는 이들은 더더욱 누더기 주술사 공략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페이즈는 더 골치 아프지.” 누더기 주술사의 1페이즈 특수 스킬은 다름 아닌 좀비 소환. 딱히 특수 스킬이라고 할 것도 없이 등장과 함께 10마리의 좀비들을 부하로 소환하며, 이 좀비들을 먼저 처치하는 것이 누더기 주술사의 공략 시점이었다. 문제는 2페이즈였다. “2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더블 캐스팅이 들어가니까.” “괜히 머리가 2개가 아니지.” 2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누더기 주술사의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캐스팅이 들어갔다. 문자 그대로 더블 캐스팅을 하는 셈. 그러한 더블 캐스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그거 멈추려면 일반공격이 아니라 무조건 머리를 공격해야지.” 머리에 강력한 데미지를 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 어둠에서 머리를 정확히 맞추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리고 저주받은 숲이 가진 독특한 환경은 그 난이도를 곱절로 올려놓았다. ‘2페이즈 시작.’ 물론 그 부분이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자신감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건 껌이지.’ 미다스, 그는 2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그리고 누더기 주술사가 두 개의 머리로 두 개의 마법을 캐스팅하는 순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놈의 머리만을 공격했다. 퍼엉! 푸홧! 순차적으로 날아온 파이어볼과 파이어 스피어가 그대로 놈의 머리통에 꽃혔다. 그러한 미다스의 공격에 흔들림은 없었다. ‘던지는 연습만 천 번 넘게 했다.’ 기나긴 연습 덕분이었다. ‘게임에서 수천 번 던진다고 어깨가 나갈 일도 없으니까.’ 동시에 갓워즈이기에 가능한 연습이기도 했다. 현실에서 만약 공을 1천 번 던지는 연습을 했다면 어깨가 박살이 났을 터. 그러한 연습의 결과물은 눈에 분명하게 보였다. 미다스가 가진 네 종류의 마법들이 쉴 새 없이 누더기 주술사의 머리들만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럼에도 누더기 주술사는 미다스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크-왕! 사생결단! 럭키의 그 스킬 효과 덕분이었다. 심지어 럭키의 활약은 그저 누더기 주술사를 잡아두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크르르! 미다스가 상체 위를 노릴 때 럭키는 하체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와, 신수 장난 아니네.” “저 신수 뭐야?” “대체 돈지랄을 얼마나 해야 저런 신수를 가질 수 있는 거지?” 모두가 럭키의 눈부신 활약에 눈길이 꽃힐 정도. 끄어어어! 그때 누더기 주술사의 입에서 기괴한 울음이 터졌다. 3페이즈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울음. “3페이즈 발동이다! 좀비 부름 스킬 떴어!” “이제 몰려오겠네.” “다들 괜히 어그로 끌지 말고 피해!” 사방에 너부러진 모든 좀비들을 부르는 울음이었다. 16. 누더기 주술사의 HP가 20퍼센트 이하에 돌입하는 순간 3페이즈가 시작되며, 그와 동시에 좀비 부름 스킬이 발동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 때문에 누더기 주술사를 잡는 파티들은 누더기 좀비를 처리하기 전에 주변의 좀비를 어느 정도 처리를 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더기 주술사의 등장 시점 그리고 장소를 알고 있던 미다스는 처리 정도가 아니라 청소를 했다. 끄어어어! 그러나 3페이즈에 돌입했을 때 미다스는 긴장했다. ‘이제 몰려온다.’ 분명 그는 청소를 했다. ‘관객들이 몰고 온 좀비들이.’ 그러나 그가 짧지 않은 전투를 치르는 동안 찾아온 관객들, 그 관객들이 데리고 온 좀비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더욱이 좀비 부름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좀비들은 누더기 주술사를 공격한 플레이어를 강제 타깃팅했다. 미다스와 럭키, 둘만을 향해 달려든다는 의미. 최소 서른이 넘는 좀비들이 그 둘을 향한 포위망을 점차 좁혀온다는 의미였다. “후우! 3페이즈 들어왔네요.”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숨을 골랐다. 긴급한 상황이기에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 데미지 딜링이 너무 잘 나와서 저도 모르게 3페이즈에 돌입하고 말았군요. 아, 그럼 몸 좀 풀겠습니다. 이거 보시는 분들 다들 기지개 한 번 켜세요.” 도리어 미다스는 여유 넘치는 모습을 연기하며 자신의 주변 상황을 크게 살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몰려오는 좀비 무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 모습을 숨긴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역시, 하이에나 새끼들이 대기 중이네.’ 누더기 주술사를 노리는 스틸범들, 저주받은 숲이 골치 아픈 또 다른 이유였다. 일반 사냥터에서는 무엇을 해도 들키기 쉽다. 그러나 검은 안개로 가득 찬 저주받은 숲에서는 추격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법. 당장 이 상황 속에서 어느 원거리 딜러가 누더기 주술사를 향해 먼 거리에서 공격을 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탐험가 길드라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니까.’ 사전에 미다스가 뿌린 보험은 의미가 없었다. 보험은 사고가 있기에 팔리는 법, 제아무리 탐험가 길드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들을 무시하고 사고를 치는 인간은 어디에든 분명 존재하는 법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미다스는 지금 먼 거리에서 누더기 주술사를 공략하는 중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미다스는 이미 진작에 예상한 바였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한 바였다. ‘그럼 스틸을 못하게 해줘야지.’ 주변 상황을 파악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그럼 다섯 번째 마법을 쓰겠습니다.” 17. “어떻게 가능하겠어?” “놈의 데미지 딜량이랑 쿨타임은 어느 정도 가늠됐어. 한 번 해볼 만해.” 누더기 주술사로부터 약 50미터 떨어진 거리.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궁수 둘이 눈빛을 붉게 빛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붉은 눈빛은 이글 아이, 궁수 클래스의 스킬이 발동됐다는 증거. 그것은 그들이 관객이 아니라 사냥꾼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누더기 주술사는 잡고 가야지.” 그런 그들이 노리는 것 당연히 누더기 주술사였다. 물론 완벽한 스틸, 아이템 스틸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힘든 상황. “뭐,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지만.” “튀면 그만이지.” 그들이 얻고자 하는 건 그저 개인적인 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통 이들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해? 라는 의문이 나오는 웃기지도 않는 장난질. 그러나 갓워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난질이었다. “탐험가 길드라고 해도 어떻게 알겠어?” “이 맛에 저주받은 숲을 못 떠난다니까.” 더욱이 저주받은 숲은 그런 장난질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자, 그럼 저 금수저 문 새끼에게 죽창을 한 번 날려보자고.” “오케이.” 그러한 장난질을 앞둔 그들은 타이밍을 가늠했다. 누더기 주술사를 향해 두어 번의 공격이 더 날아가고, 누더기 주술사의 HP가 10퍼센트가 이하가 되는 순간을. 그들의 화살 몇 방에도 픽, 하고 쓰러질 수 있는 타이밍을. 퍼엉! 그런 그들의 귓속으로 누더기 주술사를 향한 폭음이 들렸다. “온다.’’ “그래.” 그들에게는 활시위를 당길 때가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소리였다. 퍼엉! 이윽고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을 때 그 둘은 슬그머니 활시위를 당겼다. ‘응?’ ‘어?’ 그 순간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 새끼 왜 달려가는 거야?” 미다스가 누더기 주술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도끼?” 다름 아닌 도끼를 든 채. 18. 프로야구선수들 대부분은 똑같은 생각을 한다. “기회를 얻으면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줘야 해.” 기회가 오면 모든 것을 불사르라고. 말은 쉽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기회가 오면 대부분은 자기 것을 불사르기 전에 자멸하고는 했다. 미다스 역시 그러했다. 기회가 오면 모든 것을 불태우려고 했으나, 대개 그 결과물은 자멸이나 파멸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기회가 올 때마다 자신을 불사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확실하게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엑스트라가 아니라, 나름 조연급이 될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오디션을 치르는 무대에서 평소 하던대로 한다? 미다스는 그런 식으로 이 기회를 날리고픈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고민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대중의 관심을 끌고, 인지도를 높이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까? ‘아주 확실하게!’ 그게 미다스가 지금 도끼, 아직 처분하지 않은 학살자의 오크 도끼를 들고 누더기 주술사의 몸뚱이를 향해 휘두르는 이유였다. 퍼억! 그렇게 휘두른 도끼는 누더기 주술사의 몸뚱이에 박혔다. 크어! 으어! 누더기 주술사가 비명을 토해냈으나, 미다스를 쫓진 않았다. 왕!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은 유효했고, 미다스는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퍼억! 그래도 나름 5년 넘게 게임을 해온 경력을 발휘하며, 누더기 주술사의 몸뚱이를 도끼질했다. 놀랍게도 그러한 도끼질의 위력은 상당했다. 기본적으로 근력 스탯도 높을뿐더러 스트랭스 스킬 덕분에 더 높아진 미다스의 스탯은 어지간한 근접 딜러들보다 기본 데미지는 더 잘나왔다. ‘데미지 잘 박히네!’ 그게 미다스가 확신을 가진 이유였다. 그저 쇼맨십 수준에서 그칠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나았으니까. 더욱이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주변에서 이빨을 드러내려던 하이에나들도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다스의 행동 자체에 놀란 이들이 상당했다. 동시에 누더기 주술사를 노리는 게 쉽지 않게 됐다. 만약 잘못해서 미다스를 공격 한다면? 몬스터를 스틸하는 것도, 플레이어를 공격한다는 것도 모두 비매너 행위였지만 그 무게감은 전혀 달랐다. 그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이 바닥에서 진짜 하이에나 새끼들이 있을 리 없지.’ 진짜배기 하이에나들, 정말 모든 것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몬스터를 스틸하고 PK를 하는 이들이 아닌 이상 이러한 퍼포먼스 앞에서 활시위를 놓거나 마법을 날리는 이는 없을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도끼질이 기어코 게임을 끝냈다. 퍼억! 그 마지막 소리를 끝으로 누더기 주술사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내 땅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누더기 주술사를 처치했습니다.] [누더기 주술사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누더기 주술사를 홀로 잡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끝에서 미다스가 손에 든 도끼로 이제는 진짜 시체가 되어버린 누더기 주술사의 머리통을 내리찍은 후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역시 마법은 물리 마법이 최고죠.” 미다스, 그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46화. < 15화. 도리도 광산 (1). > 1. 갓워즈에서의 전투를 치른다는 것은 온갖 변수에 노출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때문에 전투는 언제나 긴박함을 품고는 했다. 그 자리에 찾아온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몬스터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 혹은 PK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놓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예상외의 상황을 맞이하면 대부분 반응은 하나였다. 거북이가 껍질 안으로 숨듯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것. “지금 누더기 주술사에게 달려갔다고?” “도끼를 잡은 채로?” “근접 딜링을 하겠다는 거야? 마법사가?” 미다스, 그가 누더기 주술사를 향해 도끼를 쥐고 달리는 상황을 마주한 관객들의 상태가 그러했다. “미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 상황 앞에서 관객들의 사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이에나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혹시 모를 기회 혹은 틈을 노리던 무리들마저도 자신들이 사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그 순간 굳어버렸다. 관객들이 적막에 휩싸였다. “어, 쓰러졌다!” 그 상황에서 누더기 주술사 공략이 끝났다. 그 역시 예상외의 사태였다. “무슨 소리야? 벌써?” “아니, 도끼질한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마법사 클래스가 도끼를 들고 데미지 딜링을 하는데 데미지가 잘 나올 리가 만무. 당연히 모두가 미다스의 저 모습이 그저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 도끼질로 누더기 주술사를 잡을 수 있으리란 상상은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하지 못했을 터. 단 한 명, 미다스만 제외한다면. ‘예상대로 아무도 안 움직인다.’ 그는 이러한 상황 역시 예측하고 있었다. ‘이때가 유일한 기회야.’ 그런 미다스가 모두가 굳어버린 그 시간 동안 빠르게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5개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미다스는 가장 먼저 아이템 루팅부터 마쳤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어느새 자신의 주변을 포위하며 몰려온 좀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제부터 저 좀비 무리를 피해 도망치는 과제만이 남은 상황. 사실 그 과제 자체는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여기서 공격 당하면……' 문제는 자신을 노리는 플레이어가 그 틈을 노려 미다스를 공격하는 경우였다. 만약 정말 미다스를 노리는 자가 있다면 그 순간이 마지막 기회가 될 테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소리쳤다. “그럼 이제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다음에 모이면 제가 아주 거하게 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재차, 또박또박 외쳤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아, 헬퍼들 대기시켜두었구나.’ ‘설마 탐험가 길드인가?’ 미다스가 이번 솔로킬을 앞두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헬퍼를 고용했으며, 그들이 지금 주변에 대기하고 있음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나선 거겠지.’ ‘여하튼 돈이 최고라니까. 누군 이 악물고 하는데 누군 보험 믿고 덤벼들고.’ 돈만 있다면야 안전장치를 구매하는 것을 과연 누가 마다할까? ‘여기서 저 새끼 노리면 끝이다.’ ‘어휴, 다행이다. 공격 안 해서 천만다행이야.’ 어쨌거나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은 미다스를 노리려는 이들의 입에서 역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만들었다. “자, 그럼 마지막 인사는 럭키가 하겠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럭키야, 한 마디 해봐.” 호우우우! 럭키의 하울링이 저주받은 숲을 울려 퍼졌다. 미다스, 그가 완벽하게 누더기 솔로킬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2. 저주받은 숲을 지나간 미다스란 이름의 태풍. 그러한 태풍이 다시 등장한 곳은 당연히 위가의 도시였다. 물론 미다스는 정체를 꽁꽁 감춘 채 위가의 도시에 들어왔다. “왔네.” 깊게 로브를 둘러쓴 채 단숨에 NPC사할린의 장소로 들어온 그를 NPC사할린이 맞이했다. “으헉!” 그러나 그 인사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막혀있던 숨을 단숨에 그 자리에서 토해냈다. “어휴, 어휴 씨발!” 이후 거듭 가슴에 담긴 것을 내뱉었다. 누더기 주술사 사냥 과정 속에서 쌓인 불안, 초조, 긴장 따위들이었다. “어휴, 진짜. 우와.” 본래는 그 자리에서 토해냈어야 했던 것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토해내지 못한 채 여기까지 묵혀온 탓인지 미다스는 더 거칠게 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토해낸 후에 차오르는 것은 다름 아니라 행복감과 성취감이었다. ‘해냈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는 일. 그러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율을 주었다. 더욱이 이번 일은 그저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에 해냈어.’ 인생에 찾아온 중요한 무대에서 이룩한 성과였다. ‘처음으로 해냈어!’ 이제까지 미다스에게 몇 번 주어졌으나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한 무대였기에 그 감정은 더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모든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솔로킬에 성공했으니 보수는 받겠지만, 그게 라이징 채널 입장에서 합격인지 아닌지는 그쪽이 판단할 문제. ‘제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어쨌거나 실패한 것보다는 나았다. 일단 당장 투자가 무색하지 않을 이득이 보장됐으니까. "어이 거기.” 그리고 추가적인 수확도 있었으니까. “내가 주문한 물건은 가져왔어?” NPC사할린의 질문에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퀘스트 보상을 처리할 때. “예." 대답과 함께 곧바로 퀘스트가 진행됐다. “어디 내놔봐.” [NPC사할린에게 저주받은 돌을 건네줬습니다.] 알림과 함께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손바닥 위에 돌멩이가 생겨났다. 아주 작은 돌이었다. 손톱, 그것도 새끼손가락 크기의 손톱 크기. 정말 보잘것없는 크기였다. 그러나 그것을 손에 쥔 NPC사할린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 NPC사할린의 손바닥에 거미줄처럼 퍼지기 시작한 검은 줄기들은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았으니까. 이윽고 NPC사할린이 자신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후에 그녀가 말했다. “아무래도 진짜 그 파편인 모양이네.” 말을 내뱉는 NPC사할린의 이마에서 시작된 땀이 볼을 타고 턱 끝에 맺혔다. 뚝! 이내 고요했던 공간 사이로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퍼졌다. 그 고요함 사이로 NPC사할린은 대답 대신 자신의 오른손 검지로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휘잉! 그러자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1미터 길이의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하나가 미다스의 얼굴 정면을 향해 날아왔다. 휙! 그 순간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지팡이를 낚아챘다. “아니, 이게 무슨 개……" 그렇게 제 손에 잡힌 지팡이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입에서는 당장에라도 욕지거리가 나올 상황이었다. [사할린의 지팡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30레벨 이상 - 사할린이 가진 지팡이 중 하나다.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다. - 공격력 : 52 - 지력 +25 - 마력 +25 - 모든 마법 공격력 1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쿨타임 10퍼센트 감소 - 거래 불가 “……쩐다.” 하지만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욕지거리가 제 스스로 알아서 목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또 거래 불가네.’ 거래 불가라는 표시가 보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뭐, 퀘스트 보상템이니까 이해해준다.’ 어차피 이미 한 번 경험해보았으니까. 무엇보다 미다스는 다른 기대감을 품었다. 조금 전 NPC사할린이 보여준 것은 이제부터 시작될 이야기의 스케일이 좀 더 커지리란 징조와 같았다. 스케일이 커지면 그 보상도 마찬가지일 터. ‘좋아, 이대로 센 거 하나 가자.’ 미다스가 기대감을 품는 사이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있던 느낌표가 이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너." 그리고 새로운 물음표가 등장했다. “운이 좋군.” “예?” “그토록 찾던 파편을 이토록 쉽게 찾았으니 말이야.” 말과 함께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조금 전 이 파편에 내 마력을 넣으려고 하니, 거부 반응이 일어나더군. 내 것이 되지 않았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다른 주인이 있다는 의미입니까?” “그래.” 그 손바닥 위에 있는 저주받은 돌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제는 얌전해진 작고 검은 돌이 보였다. “여전히 주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겠지.” “그럼…… 꼬리를 찾다 보면 몸통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겠네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NPC사할린이 다시 한 번 손바닥을 꾹 쥐며 말했다. “나침반을 만들어야겠어. 도리도 광산, 그곳으로 가. 그곳에서 즈가를 찾아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저주받은 목걸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도리도 광산에서 즈가에게 저주받은 돌을 담을 목걸이를 만들어라. - 퀘스트 보상 : 저주받은 목걸이 !퀘스트 완료 시 ‘늪지대’ 퀘스트 진행 가능 !퀘스트 완료 시 ‘단서의 발견자’ 타이틀 지급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손에 쥔 지팡이를 꽉 쥐었다. ‘도리도 광산, 쉽지 않겠네.’ 도리도 광산. 40레벨대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여기서부터 진짜 게임을 즐기는 인간하고,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인간이 나누어지지.’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 무대였었다. 물론 그건 과거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할 수 있겠어?” 그렇기에 이어진 NPC사할린의 그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예, 얼마든지요.” 3. “크으!" 캡슐에서 나온 정현우가 메마른 목을 콜라로 적시며 오늘 얻은 수확을 자축했다. 뿌듯한 하루였다. 많은 성과를 이룩한 뿌듯한 하루. 그러나 미다스는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클라우드에서 영상을 다운 받은 후에 보내야지.’ 한시라도 빨리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번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보내고자 했다. ‘이런 건 빨리 보내야 감정이 덜 상하는 법이지. 아무렴.’ 언제나 그렇듯이 받는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받아야 상대편이 신경 써준다는 느낌을 받는 법이니까.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다운 받은 정현우가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낼 준비를 했다.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영상을 올리는 것 정도는 금방 끝낼 수 있는 문제. ‘뭐라고 쓸까?’ 그러나 그냥 영상만 보내는 것은 정현우가 생각하기에 퍽 불성실한 느낌이었다. 적어도 무언가 말 정도는 남겨야 할 터. ‘그냥 상투적인 말을 남기면 오히려 마이너스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냥 상투적인 말을 남기는 거나, 너무 비굴한 식으로 부탁하는 건 좀 그랬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문장을 기입한 후에 영어 번역기를 이용해 번역을 마친 후에 보냈다. ‘부디 잘 봐주십시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면서. 4. 박영준, 굳은 표정으로 태블릿PC를 통해 영상을 보던 그가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이거 봤지?” “봤죠.” “어때?” “뭐, 무난하게 잘 잡았다? 예전에 아즈모가 했던 거랑 비슷하긴 하더라고요. 아, 명중률은 대단하더라고요. 그 거리에서 맞추는 게 절대 쉽지는 않으니까. 잘 만들면 영상 괜찮게 나올 것 같네요. 역시 와튼 스쿨이라서 그런지 보시는 눈이 남다르네요. 1만 3천 달러 투자하신 거 크게 손해는 안 보시겠네요.” 나름 좋은 평가. 그러나 박영준은 그 평가에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이 영상과 함께 보낸 이메일 문구를 확인했다.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보내드린 영상이 부디 좋은 결과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메일 내용은 딱히 특별할 것 없었다. “메일 내용 읽었지?” “특별한 건 없던데요?” 부하 직원 역시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박영준은 달랐다. “이거 테스트야.” “예?” “우리를 역으로 테스트하는 거라고.”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의 얼굴을 확인했다. 장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려는 모양. 이내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조금 전 말이 장난이 아님을 눈치 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학살자 오크 때에 비해서 뭐가 달라졌지?” “일단 아이템 세팅이 다 바뀌었네요. 학살자 오크 풀세트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스킬은…… 3개 정도 추가된 듯하네요. 파이어 스피어, 라이트닝 볼트 그리고……" “더블 캐스팅, 그거 마지막 경매가가 얼마인지 알아?” 그 질문에 부하 직원이 바로 대답했다. “10만 달러 찍은 후에 경매 물건이 사라졌죠.” “왜 사라졌을까?” “누가 쪽지로 더 세게 불렀으니까 내린 거겠죠.” “그럼 그걸 누가 샀을까?” “그야……" 부하 직원이 말끝을 흐리며 박영준이 보고 있던 태블릿PC를 지그시 훑어봤다. 그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을 요구하는 순간, BJ대마도사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대략 15만 달러가 되는 돈을 투자해서 전력 강화를 한 뒤 솔로킬 한 영상을 보내줬다, 라는 가설에 대해서 딱히 이의는 없지?”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영상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말을 덧붙였어.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영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지?” “예, 그렇죠.” “그럼 과연 이게 그냥 하는 말일까? 응? 15만 달러라는 돈을 바로 지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과물을 툭 던지면서 내뱉은 말이 그냥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한 말일까?” 그제야 부하 직원의 표정도 굳었다. “……우리가 만든 영상 퀄리티나 홍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앞으로 관계는 없다는 거군요.” 원하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그 순간 박영준은 말했다. “학살자 오크 영상, 다시 만들어.” “예?” “영상 퀄리티 더 높이고, 홍보비도 좀 더 써.” 말을 뱉은 박영준이 굳은 표정 사이로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화끈하신 분이면, 당연히 화끈하게 대접해드려야지. 그래야 나중에 우리한테도 화끈하게 투자해주실 테니까." 47화. < 15화. 도리도 광산 (2). > 5. ‘입금됐다.’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확인한 정현우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진짜 입금됐어!’ 솔직히 의심은 남아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계약을 파기할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들이 괜히 이상한 트집을 잡아서 돈을 안 줄지도 모른다는 의심. 실제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바닥이기도 했다. 눈앞에 돈이, 자신이 당장에라도 빳빳한 지폐로 인출할 수 있는 돈이 찍히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바닥. 눈앞의 액수는 그런 의심을 말끔히 씻어내 주었다. ‘그런데……' 그러나 그런 액수를 확인했음에도 정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썩 좋지 못했다. [조만간 확실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약속된 액수 입금과 함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보낸 이메일 속 문구가 원인이었다. 사실 딱히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문구였다. 흔히 쓰는 상투적인 문구였으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건가?’ 하지만 정현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는 아니지 않은가? 밑바닥이긴 하지만 나름 이 바닥에서 구를 만큼 구른 고인물이지. 당연히 정현우는 이 문구가 그냥 상투적인 문구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확실한 건 내 수준이 라이징 스타채널 입장에서 쌍수를 들고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겠지.’ 모든 바닥이 그렇다. 확실한 것에는 베팅을 아끼지 않는다. 야구판만 해도 그랬다. 150짜리 공을 쉽게 던지는 고졸 투수를 영입할 때 간을 보면서 밀고 당기는 짓을 하는 구단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딴 곳으로 갈까봐 있지도 않은 공수표를 남발하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 이번에도 다를 건 없었다. 만약 라이징 채널 기준에서 BJ대마도사에게 크게 베팅할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들은 이런 두루뭉술한 표현 따윈 결코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특별한 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특별함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현우,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없기에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도리도 광산에서 한 번 더 제대로 어필을 해야 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추락을 하더라도 최후까지 발악을 할 셈이었다. “현우 형! 준비 다 됐어요!” 그런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발악을 할 때가 왔음을 알려줬다. 6. 도리도 광산. 위가의 도시에서 남쪽으로 제법 먼 곳에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광산으로 그 크기가 여의도 2배 크기로 스케일이 남달랐다. 더불어 사냥 방식 역시 이제까지 사냥터와는 조금 달랐다. “여긴 어려울 거 없어. 돌아다니다 보면 광산 던전이 발견되는데, 그 안을 들어가면 돼.” 광산 곳곳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구멍, 광산 던전에 들어가서 공략을 마치는 것. “괜히 필드에서 몬스터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지.” 즉, 인스턴스 던전이었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광부 코볼트와 전사 코볼트 그리고 희귀 몬스터로 개두더쥐가 등장하지. 오크에 비해서 딱히 난이도가 높은 놈들은 아니야. 오히려 고블린 강화판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갓워즈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비린내 나는 숲에서 최대한 레벨을 올린 후에 저주받은 숲을 건너뛰고 도리도 광산으로 바로 넘어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적어도 레벨과 아이템을 평균 수준으로 맞춘 이들이라면 각 던전마다 요구하는 머릿수만큼 맞춰서 들어갈 경우 큰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물론 여기서 진짜 제대로 레벨업을 하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문제는 보통, 그 이상을 노리는 경우였다. 앞서 말했듯이 도리도 광산에서 등장하는 던전에는 저마다 입장 제한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6인 파티가 5인 던전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6인 이상이 있는 던전을 찾고자 할까, 아니면 실력이 떨어지는 이를 배제할까? 만약 3인 입장 가능한 던전이라면? 그런 이유로 진짜 위를 노리는 플레이어들은 도리도 광산을 기점으로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때 결국 옥이 되지 못했지.’ 미다스도 그랬다. 예전 캐릭터를 키울 당시 그는 도리도 광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 실력이 꽤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 플레이를 했었다. 저주받은 숲부터 무언가 그들과 실력 차이가 났음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미다스는 그들과 같이 뛰었다. 그러나 도리도 광산에서 결국 배제됐다. 실력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뛰어나다고 할 순 없었을뿐더러, 그러한 실력을 커버할 만큼 아이템 세팅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운이 좋아 대마도사 같은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그것이 결국 더 큰 차이를 벌렸다. 실력 있는 이들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 빠르게 성장하는 법이고, 반대로 실력 없는 이들은 서로 발목을 잡으며 더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법이기에. ‘뭐, 그때랑은 상황이 다르지만.’ 물론 지금은 달랐다. 저주받은 숲에서도 솔로 플레잉을 했던 미다스 아닌가? 그런 그의 현재 전투력으로는 도리도 광산, 그 어느 던전도 문제가 없는 상황. 더군다나 지금 그의 전력 상태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황이었다. ‘이번에 새로 얻은 템도 있고.’ 사할린의 지팡이! 이미 데미지 딜링을 확인한 미다스는 솔직히 말해서 도리도 광산에서 사냥에 딱히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문제는 즈가를 찾는 건데……' 그가 고민하는 것은 퀘스트 진행을 하는 것. 그런 그에게 주어진 퀘스트 난이도는 결코 낮은 게 아니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이제까지 했던 그 어떤 퀘스트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는 퀘스트였다. 여의도 2배 크기의 도리도 광산, 그곳에서 등장하는 광산 던전의 숫자는 가늠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한 것을 일일이 탐색하면서 그 안에서 즈가라는 NPC를 찾아라? 모래사장에서 루비 하나를 찾는 것과 비슷한 일. 아득한 작업이었다. 다른 이들이 이 퀘스트를 받았다면 장담컨대 도리도 광산이 아니라 알파 컴퍼니 본사를 먼저 방문했을 정도로 아득한 작업. '아.' 물론 미다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럭키야, 저기다." 왕! 미다스에게는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도리도 광산의 인스턴스 던전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하나, 입장 가능 인원을 통해 난이도 예측이 가능했다. 둘, 외부 요인에 따른 변수 개입 여지가 적었다. 셋, 광산이라는 장소에 대한 대처법만 안다면 쉽게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문제는 당연히 세 번째 요소였다. 의외로 광산 같은 동굴 타입의 던전에서 싸우는 것은 방법을 모르면 골치 아픈 일이었다. 탱커가 오는 몬스터를 막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상태에서 공격을 하고자 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는 탓이었다. “야! 빨리 뎀딜 좀 해!” “잠깐!" “잠깐은 무슨 잠깐이야! 빨리 처리하라니까! 이거 막는 거 빡세다고!” “네가 길을 막고 있잖아!” “뭐?" 탱커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을 맞추는 건, 그 작업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인 법. 여기서 능숙한 탱커들은 자기 역량을 발휘해서 공간을 만들고는 했다. 그리고 능숙한 딜러들은 그 적은 틈도 정확히 노리면서 공격을 하고는 했다.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달랐다. 왕! 럭키, 그 어떤 탱커보다 훌륭하게 어그로를 끌어주면서도 자그마한 몸뚱이를 가진 녀석은 주인에게 너무나도 좋은 무대를 마련해주었으니까. “라이트닝 볼트!” 그리고 그 기회를 미다스는 완벽하게 이용했다. 파직!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마주한 몬스터들의 황금빛 과녁에 마법을 꽃아 넣었다. [코볼트 광부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와 럭키의 사냥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이거 뭐 그림이 나오고 자시고도 없네. 누가 봐도 그냥 템빨로 날먹하는 그림이지." 플레이어의 실력 따위가 개입할 여지조차 없을 정도. 왕! “그래, 아주 좋은 거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이게 미다스가 예전부터 바라던 이상적인 그림 아니었던가? ‘어차피 내 실력 따위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어? 차라리 어그로라도 끄는 게 낫지.’ 그렇게 아이템 루팅을 마친 미다스가 광산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일단 즈가란 놈부터 만나자고.’ 미다스와 럭키가 다시 이동했다. 8. NPC즈가와 만난 것은 미다스가 광산 던전 안에 들어오고 20여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어이쿠, 이곳까지 사람이 올 줄이야.” 곡팽이를 든 드워프 한 명이 반갑게 미다스를 맞이했다. “설마 날 찾아온 겐가?” “사할린 님이 당신을 찾아가라 하셨습니다. 저주받은 돌을 나침반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즈가 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요." 미다스는 괜한 시간 끌 것 없이 자신의 목적 전부를 친절하게 내뱉어주었다. “왜 나를 찾아왔는지 알겠군.” 그런 미다스의 심중을 이해한 듯, NPC 즈가는 괜한 폼 따위를 잡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사할린, 그 노움 마법사의 더러운 성격을 생각하면 이제까지 고생이 많았겠어.” NPC 즈가의 말에 미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부정했으나 그의 입가는 씰룩거리고 있었다. ‘이번 NPC 하고는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인데?’ NPC 즈가가 마음에 슥 들어오는 순간. “아니긴, 그 더러운 성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임무를 줬을 게 뻔하지.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걸 구해오라고 하고, 시험을 한답시고 몬스터를 천 마리 정도 잡아 와라, 딱히 할 필요도 없는 임무 따위를 주면서 뺑뺑이를 돌렸겠지.” “다 뜻이 있으신 거겠죠.”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부정하듯 손을 내저었으나, 이미 입가에는 감출 수 없을 만큼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뭐, 바쁜 모양이니 뒷담화로 괜히 자네 시간을 잡아먹지 않겠네.” 속전속결. 말과 함께 NPC 즈가가 자신이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를 푼 후에 미다스에게 던져줬다. 미다스가 그 목걸이를 잡았다. 휘이! 그 순간 목걸이에 달린 팬던트가 살아있는 뱀처럼 NPC 즈가를 향해 움직였다. “도리도 광산에서 구할 수 있는 희귀 광석, 소울 메탈로 만든 목걸이이네. 보다시피 특별한 처리를 하면 마력의 주인을 향해 반응을 하게 되지.” 그 말에 미다스는 이번 퀘스트 내용을 바로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럼 제가 그 소울 메탈을 캐오면 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이번에도 재료 아이템 수집 퀘스트가 되려는 모양. ‘이번에도 또 노가다네.’ 미다스가 이번 퀘스트 상황에 대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필요가 없네. 채굴이야 내가 하면 될 일.” 그러나 이어진 NPC 즈가의 말에 미다스가 반색했다. “네?” “자네는 어차피 소울 메탈을 캐낼 수도 없을 테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예, 제가 좀 손재주가 많이 부족하긴 합니다.” 이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NPC 즈가, 마음에 든다!’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퍽 쉽게 풀릴 것 같다고. 미다스의 마음에 슥 들어왔던 NPC 즈가 이제는 쏙 들어오는 순간이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 미소를 향해 NPC 즈가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채굴은 내가 할 테니까 자네는 광산 청소를 좀 해주게. 111개 정도만 해주게.” “아, 예, 당연히 해드……"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았다. “예? 몇 개요?” “111개. 이게 참 희귀한 광석이라서 그 정도는 해야 목걸이 하나 분량은 나오네.” NPC 즈가 역시 NPC ㅜ사할린과 다를 바 없음을. “왜? 못하겠나?” “……아뇨, 해야죠.” 9. “111개를 청소하면, 나를 찾아오게. 방법은 간단하네. 내가 준 목걸이가 내가 있는 곳을 가리켜 줄 테니까.” NPC 즈가와의 그 대화를 끝으로 목걸이를 받고 밖으로 나온 미다스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111개.’ 광산 던전 111개 공략. ‘하나 공략하는데 보통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리니까 1시간에 3개, 그럼…… 최소 37시간인가?’ “에이, 진짜.” 난이도를 떠나 시간을 크게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임무 앞에서 미다스가 결국 쓴소리를 내뱉었다. “즈가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즈가는 무슨 좆까지. 아니, 그리고 차라리 그냥 깔끔하게 100개로 하지, 111개는 뭐야? 굳이 11개를 추가로 넣어야 해? 응?” 이후 짧게 푸념을 내뱉은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어쩔 수 없지.’ 제아무리 푸념을 내뱉는다고 해서 111개라는 숫자가 100개가 될 일은 없을 터. 퀘스트 진행을 포기하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미다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광산 던전 111개를 공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차라리 좋은 기회야. 프로젝트 111이라고 하고, 압도적으로 광산 던전을 깨는 걸 보여주자고.” 그리고 기왕이면 더 맛있는 밥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닌가? “광산 던전 111개 솔플! 압도적인 템빨로 광산 던전 날로 먹는 방법! 던전 공략이 제일 쉬웠어요! 던전 공략? 마법 캐스팅해서 쓰면 됩니다. 참 쉽죠?” 미다스는 이번 기회를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으로 만들고자 했다. “럭키야, 응? 어때? 이런 컨셉 나쁘지 않지?” 왕! “응? 뭐라고?” 그 말과 함께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제야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럭키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아, 네가 캐리해줄 테니까 입 다물고 따라만 오라고?” 왕! 2차 진화의 때가 왔다. 48화. < 16화. 데뷔 (1). > 1. [고독한 사냥법을 알다] !신수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 99마리를 혼자서 사냥할 경우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혼자서 99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그것이 럭키에게 주어진 진화 퀘스트였다. 럭키의 전투 능력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 목숨보다 럭키의 목숨이 더 귀한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일 수밖에 없는 노릇. 때문에 미다스는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주었다. [럭키에게 스트랭스 스킬을 걸어주었습니다.] 수시로 스트렝스 스킬을 걸어주는 것은 당연했다. [럭키가 알록달록 버섯 포션 먹습니다. 체력이 15증가합니다.] [럭키가 검은 허브 포션을 먹습니다. 근력이 20증가합니다.] [럭키가 바람의 열매를 먹습니다. 이동 속도가 10퍼센트 증가합니다.] 평소에는 본인도 비싸서 먹지 못하던 소모 아이템 역시 아낌없이 먹여주였다. “럭키야, 위험하면 무조건 도망쳐. 네 뒤에는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마!” 럭키가 위험에 빠질 때를 대비해서 항시 마법을 캐스팅한 채로 대기를 했고, 집중력을 유지했다. 미다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준 셈. 그러한 주인의 지원에 럭키는 대답했다. 왕! 그딴 거 없어도 된다고. 당연했다. 일단 코볼트 광부 자체는 그리 난이도가 높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레벨은 오크보다 위이지만, 오크를 사냥하고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이 체감하기에는 오크보다 쉽다고 할 정도. 그게 플레이어들이 저주받은 숲을 건너뛰는 이유였다. 반면 럭키는 이미 모든 갓워즈 플레이어들이 인정하는 전투계 1티어 신수인 펜리르를 신좌로 둔 신수. [광부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럭키가 단숨에 광부 코볼트 한 마리를 바닥에 쓰러진 마네킹으로 만들었다. 헥헥! 그리고는 꼬리를 높게 세운 채 당당한 걸음걸이로 미다스의 곁으로 다가와 미다스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이제 인정했다. ‘럭키랑 진심으로 붙으면 질지도 모르겠네......' 럭키랑 PK를 뜨면 질 거 같다고. ‘차라리 럭키TV를 만들까?’ 이쯤 되면 그냥 자기는 구석에 처박힌 채 럭키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하는 생각이었다. 신수를 보기 힘든 갓워즈에서는 신수를 앞세운 콘텐츠로 쏠쏠한 수입을 거두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니까. 하물며 그러한 신수 콘텐츠의 정점에 있는 라포와 똘똘이, 그 둘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상식 이상이었다. 라포가 똘똘이에게 앉아, 라는 명령에 똘똘이가 앉는 것만으로 라이브 방송에서 아르바이트 한 달 월급을 후원금으로 받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일부 돈 많은 똘똘이 팬들이 똘똘이에게 한 번에 백만 원이 넘는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헥헥! 혀를 내밀며 더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럭키를 보는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에이,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지.” 물론 그 유혹에 미다스는 무릎 꿇지 않았다. “럭키야, 네 밥은 내가 벌어준다. 이 주인님만 믿어!” 왕! 왕!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진화까지 한 마리 남았으니 마저 처리하자고. 마침 지금 알아서 제물들이 와주네.” 그 순간이었다. 켕! 크르릉! 컹! 미다스가 제물을 말하는 순간 광산의 동굴, 그 어둠 너머에서 거칠기 그지없는 개 짖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광부 코볼트 세 마리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쥐고 있던 파이어볼을 그대로 한 마리를 향해 던진 후에 아이스 애로우로 다른 한 마리를 겨누었다. “가운데 놈 맡아!” 99마리까지 한 마리만 남은 상황 속에서 럭키를 위해 깔끔한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미다스의 배려. 왕! 그 배려에 럭키가 기꺼이 응했다. 이후 시작된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미다스의 공격에 맞는 순간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고 쓰러진 두 마리의 광부 코볼트, 그 사이에 있는 멀쩡한 놈을 향해 럭키가 달려들었다. “라이트닝 볼트 앤 파이어 스피어!” 그 사이 곧바로 다음 마법을 더블 캐스팅으로 들어간 미다스가 때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마법 캐스팅이 끝나고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미다스가 손에 쥔 파이어 스피어를 그대로 남은 한 마리를 향해 던졌다. 날아간 불꽃창이 광부 코볼트의 가슴팍에 빛나는 황금빛 과녁에 정확히 명중했다. 켕! [광부 코볼트를 처리했습니다.] 그 공격에 광부 코볼트 한 마리가 그대로 즉사하는 순간, 미다스는 이제는 라이트닝 볼트를 머금은 활로 다른 한 마리를 겨눈 후에 그대로 활시위를 튕기기 시작했다. 파직! 날아간 뇌전 화살이 광부 코볼트의 몸뚱이에 명중하며, 광부 코볼트를 전율케 했다. “파이어볼!” 그 전율 사이로 미다스가 새로운 마법 캐스팅을 했다. 파직! 그렇게 세 번째 라이트닝 볼트가 광부 코볼트의 가슴팍에 꽃혔을 때 미다스의 손바닥에는 어느새 불덩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그것을 이제 HP가 얼마 남지 않은 광부 코볼트의 몸뚱이를 향해 던졌다. 퍼엉! [광부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여러모로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기쁨을 표출하지 않았다. [광부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진짜 기꺼운 알림은 지금 이 알림이었으니까. 호우우우! 그 알림과 함께 럭키가 강렬한 하울링으로 광산 동굴을 거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럭키의 몸이 다시 한 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진돗개 크기가 이제는 허스키 크기로. 호우우우! 내뱉는 하울링이 이제는 정말 늑대의 그것처럼 들릴 정도. 이 하울링 사이로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야.” 그 순간 미다스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100장, 그 카드의 절반 이상이 노란 광채를 내뿜고 있었으며, 그 사이를 붉은 광채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눈을 감고 골라도 최소 레어 등급 스킬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 그야말로 물 반 레어 반이었다. “럭키가 럭키하네.” 럭키라는 이름에 걸맞은 결과물이었다. “아, 이러면 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 무엇을 고를지 고민을 해야 할 때. “……없겠구나.” 물론 다행히 이번에도 고민은 깊지 않았다. [전광석화]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시 온몸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5분 동안 공격력과 이동속도가 대폭 증가한다. 이번에도 분명하게 황금빛 카드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레전더리! 그 스킬 카드를 바라본 미다스가 슬그머니 럭키를 바라봤다. 호우우우! 여전히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다가 진짜 럭키TV 찍게 생겼네.’ 그렇게 고개를 흔들며 미다스가 황금빛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럭키가 전광석화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에 이제는 제법 덩치가 커진 럭키가 미다스에게 다가와 제 몸을 비볐다. 헥헥!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럭키야, 잘했어.” 왕! 이제는 제법 묵직해진 목소리에 미다스가 재차 럭키의 몸을 문지르며 말했다. “응? 뭐라고?” 왕! “새로운 스킬 위력을 보여주겠다고?” 왕! 그 짧은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먼 어둠 너머에서 코볼트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래, 한 번 얼마나 센지 보자.” 2. 도리도 광산, 인스턴스 던전이 주요 사냥터인 이곳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 “아, 끝났다!” “드디어 나왔다!” 곳곳에서 던전 공략을 마치고 광산 밖으로 나오면서 저마다의 감정을 토해내는 풍경. “끝났다!” “아, 이번에도 잘 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 새로운 몬스터와 전투를 치를지 모르는 탓에 사냥을 끝나고도 긴장감에 가득 찰 수밖에 없는 일반 사냥터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물론 좋은 분위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사냥을 마치고 서로 악수를 나누지만, 정반대 분위기인 곳도 있었다. “젠장, 거기서 제대로 탱커를 했었어야지! 피하면 어떻게 해?” “그럼 내가 죽을까? 응? 아니, 데미지 딜링을 못해서 물러난 건데 어쩌라고?” “아, 다들 그만 좀 해요!” “아니, 그쪽은 스킬 속이고 파티 가입한 주제에 목소리가 왜 이렇게 커?”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한 쪽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새로운 싸움을 할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으로 이동한다.” 이렇다 할 감정적인 반응을 일체 보이지 않은 채 기계처럼 다음 광산 던전을 찾아 이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지간한 광경도 별로 특별하지 않은 곳. 그러나 그 광경은 분명 특별했다. “저 사람 뭐야?” “던전 나오자마자 개를 껴안던데 뭐하는 거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던전을 나오자마자 던전 입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신수를 꼭 껴안는 광경은 확실히 보기 드문 광경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이목을 그 광경의 주인공,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럭키야.” 헥헥! “아니, 럭키님.” 말을 뱉는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전광석화 스킬이 발동한 럭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9초 컷이라니.’ 코볼트 광부를 단 9초만에 해치우는 모습이. 그 모습을 떠올린 미다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럭키님만 믿고 충성하겠습니다.” 왕왕! 그런 주인의 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주인님, 저기 특이한 냄새가 나요.> 그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더니 이내 자신으로부터 5미터 떨어진 곳에 등장한 구멍 하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광산 던전(히든)] - 던전 등급 : 유니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45레벨 이하 - 던전 입장 가능 수 : 10명 - 기괴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던전이다. 아무래도 강한 몬스터가 숨어있는 것 같다. - 던전 보상 : 스킬 카드북(유니크) 도리도 광산에서 등장하는 광산 던전 중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히든 던전이었다. 말 그대로 보물이 숨겨진 히든 던전.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럭키를 쓰다듬었다. “진짜 네가 최고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던전을 향해 잽싸게 움직였다. 다른 이가 들어가기 전에 본인이 먼저 들어갈 속셈. “아차!’’ 그때 미다스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곧바로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럭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럭키를 들어 안으며 말했다. “럭키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왕! 그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본 플레이어 한 명이 툭, 말을 던졌다. “역시 이 게임 운빨좆망겜이야. 저런 또라이도 신수가 있는데." 미다스의 행복한 게임 플레이가 시작되는 순간. 그와 동시에 게임 밖에서는 BJ대마도사의 데뷔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 “사장님, 영상 올라온 지 1시간 지났습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박영준이 곧바로 자신의 손에 든 태블릿PC의 화면을 터치했다. 그 후 워즈튜브에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한 후에 새로 올라온 영상을 확인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스킵이나 멈춤도 없이 영상을 확인한 후에야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퀄리티는 좋은데 임팩트는 좀 그러네.” “그것도 나름 최대한 뽑아낸 겁니다. 아시다시피……" “아니, 나무라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고. 그리고 우리는 현실을 봐야하고.” 말을 뱉은 박영준이 두 눈을 살짝 감았다. “어차피 우리 능력을 미래의 투자자님께 보여주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야.” 두 눈을 감은 박영준의 머릿속으로는 조금 전 본 영상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학살자 오크를 상대로 달려드는 늑대 한 마리와 그 학살자 오크를 향해 마법을 던지는 마법사의 모습. “BJ대마도사, 솔직히 작명센스는 구리단 말이야. 일부러 구린 것들을 모아서 거기서 가장 구린 것을 고른 것보다 구려.” BJ대마도사의 데뷔 영상을 떠올린 박영준이 짧게 혀를 찼다. “그래서 반응은 어때?”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일주일 기준으로 30만 달성은 가뿐할 듯합니다.” 그 대답에 박영준이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고, 부하 직원이 그 표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학살자 오크 솔로킬과 관련된 영상이 다른 채널들을 탄 효과가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워즈TV인가 하는데?” “그게 좀 히트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최근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이야기도 퍼진 상태이니까요.” 그 대답에 박영준이 감은 두 눈을 떴다. “역시 영리해.” “예?” “설계된 거야.” “설계요?”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을 공개하기 전에 미리 밑밥을 뿌려둔 거라고. 분명해. 그 워즈TV인가에 제보한 사람도 BJ대마도사의 관계자일 가능성이 커.”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에이, 설마요. 자기가 돈 내가면서 가십거리가 된다고요?” “제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처음 세상에 등장할 때부터 타임지 같은 신문에 얼굴을 들이미는 거 봤어?” 부하 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타임지에는 못 올라오지. 하지만 타블로이드 같은 가십거리 잡지에는 언제든 올라올 수 있지. 그리고 의외로 인지도 쌓는 효과는 타블로이드 쪽이 훨씬 좋고 말이야.” 말을 하던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와튼 스쿨에서는 가르쳐주지도 않는 기본 상식 같은 거지.” 그제야 부하 직원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분명 여기서 안 끝날 거야. 아마 조만간 액션 하나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커.” “액션 말입니까?” “데뷔전이잖아? 대놓고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이니까 안하겠지만, 분명 자기 인맥을 동원해서 가볍게 토스 정도는 해줄 거야.” 그때였다. “저기 사장님!” 박영준이 있던 기획실 사무실 안으로 옆에 있는 모니터링실의 직원 한 명이 급하게 들어왔다. 그 모습에 박영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느낌이 싸한데, 바퀴벌레 또 나왔어? 젠장, 여기 사무실 임대료가 얼마인데 바퀴벌레가 나오고 지랄이야!” 박영준의 말에 등장한 직원은 대답에 앞서 자신이 들고 있는 태블릿PC를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장님, 이거 사장님이 의뢰하신 건가요?” “뭐가?” “이 덧글이요.” “덧글?” 말과 함께 박영준이 BJ대마도사의 데뷔 영상, 그 하단에 올라온 새로운 덧글을 확인했다. - 아즈모 : 진짜네? 처음 보는 디자인의 지팡이네?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뭐? 그냥 평범한 덧…… 어우, 씨발!” 그 순간 박영준이 기겁하며 저도 모르게 손에 쥔 태블릿 PC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 후에 떨어진 태블릿PC를 황급히 주우며 말했다. “아, 아즈모?” 49화. < 16화. 데뷔 (2). > 4. 아즈모, 그는 세상에서 갓워즈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플레이어였다. 달리 말하면 그는 갓워즈에서 가장 많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많은 아이템을 사용해 본 플레이어였다. 실제로 아즈모의 콘텐츠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다. “아, 이 무기 괜찮다는데 한 번 써볼게.” 아직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니크 등급 이상 아이템의 옵션과 위력을 보여주는 콘텐츠. 속칭 언박싱 콘텐츠가. 때문에 그는 언제나 자신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사 쪽 무기는 다 써봤지.” 갓워즈에서 마법사 아이템에 대해서는 자기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다고. “단 유니크 등급 이상의 아이템만. 레어는 아이템이 아니잖아? 노멀? 그런 것도 있었나?” 물론 그러한 기준에서 레어 등급 이하 아이템은 제외됐다. 레어 아이템의 경우에는 대부분 제작 과정에서 제작자가 디자인을 임의로 설정이 가능했으니까. 어쨌거나 그런 아즈모가, 마법사 아이템 중에 모르는 아이템은 없다! 그리 장담하던 아즈모가 댓글을 달았다. - 아즈모 : 진짜네? 처음 보는 디자인의 지팡이네? 자기가 봐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고.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 아즈모 맞음? 가짜 계정 아님? ┗ 진짜 아즈모 님임! ┗ 진짜다 병신아! ┗ 아즈모 님 , 저 1달러만 주세요! 일단 아즈모가 반응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그가 여러모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기는커녕 온갖 이슈 거리에는 등장하는 인물이며, 수틀리면 다른 이와 키보드 배틀도 할 정도이지만 인기만으로는 갓워즈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플레이어. - 그보다 아즈모 님도 모르는 아이템이라고? - 아즈모가 모르는 아이템도 있음? - 마법사 템인데? 더욱이 그런 아즈모가 제 입으로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아이템이라고. - 레어 제작템이라서 그런 거 아님? ┗ 병신아 레어 템이 데미지 저렇게 박히겠냐? ┗ 넌 씨발 눈이 있냐? 학살자 오크 페이즈 휙휙 변하는 거 보면 최소 유니크다! ┗ 유니크는 무슨, 내가 보기에 최소 레전더리인데. 또한 레어 아이템이라면 모를 수밖에 없겠지만, BJ대마도사 학살자 오크 사냥 영상을 본 이라면 그 누구도 그것이 레어 아이템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갓워즈를 보고 즐기는 이들에게는 여러모로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상황 속에서 부하 직원이 박영준에게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톡톡, 두드리던 박영준이 대답했다. “모를 순 있지.” “예?” “그러잖아? 아즈모가 모르는 아이템이 있을 순 있지. 그리고 지금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말과 함께 박영준이 말했다. “진짜네, 라는 표현이 중요한거지.” “진짜네요?” “야, 생각해 봐. 설마 아즈모가 실시간으로 워즈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겠어? 응? 우리 채널에 구독 버튼 누른 후에 영상 올라오면! 와우! 라이징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잖아! 그럼 꼭 봐줘야지! 하고 보겠어?” “그럴 리가요.” “그래,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면 답은 뻔하잖아? 누군가에게 BJ대마도사에 대해서 들은 거야. 정확히는 질문을 받았겠지. 요즘 돈 때려 박는 애 있는데 아이템이 특이하더라, 뭐 아는 거 있냐? 같은 질문. 그 질문에 관심을 가지고 봤고, 지금 댓글을 단 거겠지.” 그럴싸한 가설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핵심은 과연 누가 아즈모에게 질문을 던졌는가? 하는 부분이야. 응? 내가 질문한다고 해서 이런 반응을 보여줄 리가 없잖아?" “누굴까요?” “모르지.” 이어진 질문에 박영준이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통 인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리고?” “그 보통이 아닌 사람이 BJ대마도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 그 말에 부하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아즈모를 이용한 것일 수도 있어. 질문을 미끼로 던져서 이런 반응을 낚기 위해서.” 이제는 혼잣말을 이어가던 박영준의 입가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겠어. 확실해. 이분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거물이야.” 이윽고 박영준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그리고 그 거물이 이렇게 토스를 해준다는 건, 우리 쪽 퀄리티가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말을 뱉은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명령했다.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얼마나 준비됐어?” “아마 5일 정도 작업하면 될 거 같습니다.” “3일 안에 끝내.” “예? 하지만 그럼 비용이……" “봐봐, 이거 보통 상황이 아니야. 아즈모가 댓글 달았다는 거 퍼지면 조회수 터진다고. 그런 상황에서 다음 사람들이 궁금한 건 뭐겠어?” 말과 함께 실시간으로 올라간 조회수를 확인한 박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 쪽에 제안해. 다음 영상은 1만 달러에 미리 계약하겠다고.” “1만 달러요? 가격이 내려갔네요?” “대신 영상에 따른 수익률 배분을 6대4으로 해준다고 해.” “지금도 우리가 7아닌가요?” “그래, 그걸 바꾸자고.” “저기 사장님, 그러면 우리는 거의 남는 게 없잖아요?” 그 질문에 박영준이 확신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장담하지. 그 조건 제시해주는 순간 BJ대마도사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을 아이템을 준비해올 거야.” 5. "으럇차차!” 캡슐방의 캡슐 하나가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정현우가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그런 정현우의 주변에는 언제나 보이던 이혁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어느 순간 로그아웃을 할지 모르는 캡슐방 특성을 생각하면 특이한 경우.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정현우는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여유를 가졌다. 당연했다. ‘시간 딱 맞춰서 나왔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것은 정현우가 계산한 바였으니까. ‘계획대로야,’ 그건 플레이어에게 있어서는 모든 게 완벽하게 흘러간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주 좋아.’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실제로 지금 정현우의 상황은 아주 좋았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오늘 내에 히든 던전 공략은 완료되겠어.’ 우선 지금 그는 히든 던전, 그것도 유니크 스킬 카드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럭키가 있는데 실패할 일은 없고.’ 그리고 그 던전 공략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카드도 손에 쥐고 있었다. 정현우가 이제까지 해왔던 갓워즈 플레이 중에 이렇게 완벽한 무대에서 확고한 확신을 가졌던 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 형! 시간 딱 맞춰 나오셨네요?” 그때 이혁주가 등장했다. “야, 넌 알바가 왜 이렇게 늦게 등장해?” “죄송해요. 영상 좀 보다가 늦었어요.” “영상?” “지금 핫한 거 하나 떴거든요.” “핫하다고?”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뭐 레이드 굵직한 거 있었냐? 지금 시간대에는 없을 텐데?” 정현우가 알기로 핫하다고 할 만한 이벤트는 없었으니까. “영상 하나 떴어요. 라이징 스타 채널에요.” 그때 이어진 이혁주의 설명에 정현우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래? 뭔데?” “그때 그거요. 형도 알잖아요? 워즈TV에 올라왔던 걔.” 그 순간 정현우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걔? 누구?” 정현우가 이미 짐작했음에도 모르는 척 질문을 던졌고, 이혁주가 바로 대답했다. “누구긴요, 그 돈지랄한 거 가지고 나대는 거 형도 보셨잖아요? 죽창 찔러 죽여야 하는 금수저 새끼.” 그 대답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말은 착하게 쓰자. 굳이 모르는 사람 욕해서 뭐하니?” 그 말에 도리어 이혁주가 놀라며 되물었다. “금수저 물고 돈지랄하면서 갓워즈 플레이 날먹하는 새끼들은 전부 죽여서 아름다운 갓워즈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형이 매일 말하셨잖아요?” “그래, 그건 맞지.” 대답을 한 정현우가 이내 화두를 바꾸었다. “그래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 걔 영상이 올라왔다고?” “오피셜로요. 역시 이래서 금수저 새끼들은 빌어먹을 새끼들이라니까요. 누구는 영상 개인이 편집해서 보내도 눈길조차 안 주는데 금수저 새끼는 좆도 없으면서 바로 유명 채널에서 데뷔하네요.” 이어진 이혁주의 설명에 정현우가 손을 흔들었다. “내 폰 좀 줘.” “네." 이내 자신의 폰을 받은 정현우가 전원을 켜면서 툭 말을 던졌다. “아니, 그런데 그게 핫하다니? 그게 무슨 의미야? 영상 조회수가 막 터지기라도 했어?” “예, 터졌어요.” 터졌다, 그 표현에 정현우가 미소를 참았다. ‘10만은 넘은 건가?’ 정현우는 자신의 영상이 10만 근처를 기록했으리라 예상했다. ‘역시 네임벨류가 있는 곳에서 데뷔를 해야돼.’ 정현우의 기준은 그 정도였다. 10만이면 대박이다. “그래? 얼마나?” “100만은 가뿐할 거 같아요.” “아, 100만! 밀리언……" 그렇기에 그 숫자를 듣는 순간 정현우의 이성은 잠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뭐? 100만?” “예." “그딴 신수빨, 템빨 아니면 별로 볼 것도 없는 영상이 100만이라고?” 이후 사고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정현우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딴 게 100만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조회수 조작이라도 한 거야?’ 학살자 오크 솔킬 영상이 보기 힘든 건 맞았다. 그러나 정현우가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것 중에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정도 급도 아닌데?’ 더욱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인지도가 있지만, 메이저 채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데뷔 영상이 100만이 찍힌다? ‘왜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정현우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게 아즈모가 댓글을 달았어요.”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미리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처음 보는 아이템이라고.” 그리고 그 이유를 정현우 역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아즈모 : 진짜네? 처음 보는 디자인의 지팡이네?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의 표정은 굳었다. ‘좆됐다.’ 6. 주술사 고블린의 지팡이. 정현우가 시작의 마을에 등장하는 히든 던전인 주술사 고블린의 아지트를 공략함으로써 얻은 보상. 레전더리에 버금갈 정도의 옵션을 가진, 아주 좋은 아이템이었다. ‘아, 메인 시나리오.’ 더불어 현재 갓워즈에서 유일하게 정현우만이 공략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상 아이템이기도 했다. 즉, 현재 갓워즈에서 오로지 정현우만이 사용한 경험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아즈모, 그가 그런 댓글을 단 이유였다. ‘실수다.’ 명백한 정현우의 실수였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단서를 남겨버렸어.’ 물론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 상식적으로 영상을 1만 달러에 사간다는 제안에 영상을 넘기는 건 당연한 일. 그것도 그냥 채널이 아니라 나름 인지도 있는 채널 아닌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즈모 같은 거물이 왜?’ 그리고 솔직히 아즈모 같은 거물이 이런 어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20레벨짜리 플레이어의 사냥 영상 관심을 가진다는 상상을 누가 할 수나 있을까? 아즈모란 갓워즈 최고의 거물이 시간이 남아서 워즈튜브 페이지를 열었을 때 거기에 정현우의 영상이 올라오고 그걸 클릭했는데 손에 든 아이템이 눈에 들어와서 댓글을 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즈모, 본인도 그냥 온 게 아니야.’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확신했다. ‘누가 아즈모에게 물어본 거야.’ 아즈모가 메인 시나리오의 존재를 의심한 게 아님을. ‘이 아이템이 뭔지 아느냐고.’ 다른 이들이, 아즈모에게 질문을 던질 만큼 친분을 유지하는 갓워즈의 권력자들이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음을. ‘메인 시나리오를 찾는 무리가 있어.’ “아우……" 그 답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순간 고민은 하나였다. ‘팔까? 지금이라도 손절해?’ 이대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아치울 것인가 아니면 숨긴 채로 버틸 것인가? “형." 그때 이혁주가 정현우를 불렀다. “왜?" “대박.” “뭐?” “그 영상 지금 대박 났어요.” “뭔 소리야?” “그 금수저 개새끼 영상, 조회수 폭발했어요.” “아니, 이미 폭발했잖아?” “더 폭발했어요! 지금 다들 여기 나온 아이템 정체 찾느라고 지랄이 났어요!” 이어진 그 말에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조회수를 확인했다. ‘뭐야? 벌써 120만?’ 쉼 없이 올라가는 조회수. - 여기가 아즈모도 인정한 뉴템 영상입니까? - 아즈모도 없는 템 가졌다면서? - 이야, 이 새끼 아즈모 뛰어넘는 금수저임? - 이 템 정체 밝히면 상금 1천 달러래! 그리고 그 조회수 아래로 쉴 새 없이 달리는 댓글을 확인하는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툭 말을 던졌다. “이거 딱 봐도 마케팅이네요.” 무슨 개소리야? 정현우는 그러한 대답 대신 슬그머니 이혁주를 바라봤다. 그 표정을 읽은 이혁주가 말했다. “그렇잖아요? 이 템이 뭐든 간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딱 봐도 그냥 아즈모가 자기 아는 금수저 새끼가 영상 찍으니까 푸쉬 해주려고 수작 부린 거지. 여하튼 이래서 고인물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아즈모처럼 고여서 석유가 된 새끼들이 문제야. 그렇죠, 형?” 이어진 그 말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형?” “잠깐만.” 대신 계산을 시작했다. ‘확실한 건 이걸로 라이징 스타 채널은 날 무조건 쓴다.’ 일단 지금 이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를 우대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퀄도 좋아.’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영상 퀄리티를 통해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분히 인지도 있는 채널을 통해 BJ대마도사란 상품을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아직 몰라.’ 무엇보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은 꽤 높았다. 안다면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졌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여기에 내가 사할린의 지팡이까지 공개하면……' 그런 상황에서 과연 정현우가 사할린의 지팡이를 공개한다면? 거기에 아즈모가 다시 한 번 이런 댓글을 단다면?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고민은 하나였다. ‘영상 조회수가 100만이면 한 해 수입이 어느 정도이지?’ 과연 이 열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하나는 분명했다. 여기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팔아버리면, 다시는 이런 식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일은 결코 오지 않으리란 것. 그때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메일 보냈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이 상황을 잠자코 볼 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현우가 바로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메일이 있었다. 정현우가 곧바로 그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헉? 1만 달러 기본에 내가 6을 먹는다고? 잠깐 그럼 다음 영상이 조회수 300만쯤 뜨면…… 잠깐, 영상 수익률이면 붙은 광고나 스폰서 비용도 포함이니까……' 파격적인 조건.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혁주야.” “예?” “나 게임 들어간다.” “바로요? 좀 더 쉬시죠?” “됐어.” 정현우의 그 말에 이혁주가 말했다. “하긴, 금수저 새끼들 잘나가는 거 봐봤자 배만 아프죠. 아주 그냥 현실에서 만나서 싸우면 내가 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새끼들인데, 어휴. 주먹이 운다, 울어. 장담하는데 그 BJ대마도사란 놈은 연애도 못하는 놈일 걸요? 고자 새끼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게임에서 욕구를 푸는 거지.” “야, 됐고, 세팅이나 해.” “예, 바로 세팅해드릴게요.” 이후 이혁주가 다시 캡슐을 설정해주었고,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마친 정현우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이렇게 판을 깔아줬는데 춤 한 번 제대로 쳐줘야지.’ 브레이크 따위는 버리겠다고. 7. 왕! 광산, 등불을 대신해 보석들이 어렴풋하게 빛을 내뿜는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를 럭키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래, 럭키야. 잠깐만.” 럭키의 인사를 받아준 미다스는 곧바로 자신의 스탯창을 확인했다. [미다스] - 레벨 : 33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15)/ 체력 (5+210)/ 지력 (175+305)/ 마력 (38+242) - 잔여 스탯 : 0 능력치 창을 확인한 미다스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지력이나 마력은 모르지만 능력치 총합은 분명 아즈모가 33랩일 때보다 더 높아.’ 현재 미다스의 능력치는 분명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리고 작정하면 더 높일 수 있고.’ 더 놀라운 건 이것보다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장 미다스의 경우에는 스킬을 습득할 경우 그 스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타이틀 획득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 타이틀 획득 보상으로 얻은 룬으로 스탯 강화가 얼마든지 가능한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이제까지 그러한 전력 강화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돈만 쓰면.’ 돈이 너무 든다는 것. 당장 스킬 하나를 구매하는데 써야 하는 돈은 백만 단위였으며,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타이틀 획득을 위해서 별도의 투자가 더 필요했다. 당장 게임을 하면서도 생활비를 고민해야 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도전을 피했다.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딱히 그에 따른 메리트가 보장되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기록을 내기보다는 안전 운전을 꾀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리스크를 짊어지면 그 이상의 메리트를 얻을 수 있는 상황. 무엇보다 기회였다. “럭키야, 이제 나도 별 한 번 되자.” 왕! 미다스가 그토록 바라던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 ‘던전 공략해서 스킬 카드 먹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스킬 카드 지른다.’ 그 기회 앞에서 미다스는 이제 분명하게 각오를 다짐할 수 있었다. ‘돈 버는 족족 때려박아주마.’ 자신도 이제 투자를 하겠다고. 50화. < 16화. 데뷔 (3). > 8.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상황.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시작된 미다스의 히든 던전 공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럭키야, 물러나!” 왕! 미다스는 럭키와 함께 차근차근, 착실하게 광부 코볼트를 잡아가며 광산 던전의 끝을 향해 움직였다. “워워, 거기서 멈춰.” 왕? “굳이 억지로 빨리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왕! 그 과정에서 페이스가 빨라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한시라도 더 빨리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조금 무리를 하는 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페이스는 조금이지만 오히려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느려진 상태였다. 현실을 외면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지금은 위기의 순간이다.’ 미다스는 자신의 상황이 충분히 위기의 상황이며,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절대 서두르면 안돼.’ 그것이 지금 페이스를 도리어 조금이나마 늦춘 이유였다. ‘서두르다가 망치면 더 골치 아프니까.’ 야구 선수 시절에도 그랬다. 주자를 내보내는 순간, 위기의 순간 가장 중요한 건 빨리 다음 타자를 잡는 게 아니었다. 타자를 보다 확실하게 잡는 것이었지 . 지금도 다를 건 없었다. 서두른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을 터. 켕! 하물며 지금 상대하는 것은 광부 코볼트였다. 사냥 난이도가 낮은 편의 몬스터를 상대로 굳이 화려하게 그리고 과하게 가진 것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가진 에너지들, 정신력이나 체력 따위들을 굳이 무리해서 소모시킬 필요는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중요할 때만 터지면 돼.’ 소모할 것이 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더 확실하게 터뜨리는 게 멋진 일일 테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럭키와 함께 페이스를 유지하며, 연비 주행을 하듯 던전을 공략해나갔다. ‘아.’ 이윽고 미다스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개두더지 (Lv42)] !토끼굴 스킬 사용 !HP가 60퍼센트 이하일 경우 토끼굴 스킬의 사용 횟수 증가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동료 부름 스킬 사용 먼 곳에서 보이는 몬스터 한 마리. “럭키야,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왕! 히든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9. 광산의 막장, 약 150평 남짓한 돔 형태의 공간의 벽에는 기괴한 구멍들이 가득했다. 환공포증 환자가 본다면 기겁할 만한 광경의 막장이었다. ‘개두더지.’ 그러한 막장 광경이 이곳이 도리도 광산에서 등장하는 희귀 몬스터, 개두더지의 무대라는 증거였다. 유명한 녀석이었다. 도리도 광산에서 히든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로, 언제나 값비싼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녀석이었으니까. ‘보물 두더지.’ 그래서 붙은 별명이 보물 두더지. 물론 별명이 그렇다고 해서 잡기 쉬운 몬스터라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개두더지는 사냥 난이도가 꽤 높은 몬스터였다. ‘수틀리면 구멍으로 도망가는 게 무척이나 골때리는 놈이지.’ 일단 이 구멍들이 문제였다. 개두더지는 상황에 따라 이 무수히 많은 구멍들을 도피처로 삼고는 했다. 토끼굴 스킬 효과였다. 골치 아픈 점은 그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는 조건이 사실상 랜덤이라는 점이었다. 딱히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구멍 안으로 도망치거나, 나온 후에 이렇다 할 공격도 없이 바로 다시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여 굴로 숨는 경우도 있었다. 닭 쫓던 개가 지붕 보는 꼴이 되는 셈. 더 골치 아픈 건 그다음이었다. 그렇게 구멍 안으로 들어간 개두더지가 다음에 나오는 구멍 역시 무작위였다. 두더지 잡기 게임 같은 거였다. 두더지가 어디서 나올 줄 모르는 게임. ‘그런 주제에 공격력은 세고.’ 단지 차이점은 두더지 잡기 게임의 두더지는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지만, 갓워즈의 개두더지는 꽤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힐러나 딜러들을 단숨에 전력에서 이탈시킬 수 있을 정도. 크르르! 그러한 개두더지가 자신의 터전으로 불청객이 들어오는 순간 존재감을 드러냈다. 몸의 형태는 두더지와 비슷했다. 몸길이는 약 1.5미터 남짓. 그러한 몸뚱이에 달린 데 다리 앞에는 견고해 보이는 갈퀴와 같은 발톱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머리는 개의 그것과 똑같았다. 사냥개와 같이 무엇이든 물어뜯을 수 있을 듯이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이 퇴화된 보통의 두더지와 달리 적색 루비를 박은 듯한 눈이 분명하게 박혀있었다. 크르르! 그러한 눈의 눈빛은 광견이라고 부를 만큼 불길하고 섬뜩한 기운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윽! 모습을 드러낸 개두더지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기 근처에 있는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왕! 그런 개두더지의 모습에 럭키가 크게 짖으며 꼬리를 높게 세웠다. 반쯤 방아쇠를 당긴 총처럼, 언제든 발사될 준비가 됐음을. 사생결단! 그 스킬을 통해서 저 개두더지가 감히 도망칠 수 없도록 만들어줄 자신이 있음을. 그러한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럭키야.” 왕! 그런 럭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쉬어.” 왕? 그 명령에 럭키가 놀라며 고개를 돌려 주인을 바라봤고,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괜찮아, 쉬어.”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개두더지> 그것을 보며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알아서 쿨타임 시간 주겠다는데, 마다해주면 안 되잖아?” 두더지 잡기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두더지가 나올 줄 아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10. 미다스, 그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어둠을 머금은 벽의 구멍 하나를 향해 던졌다. 딱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경. 퍼엉! 그러나 그 파이어볼이 구멍 근처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폭발음을 만들어냈다. 켕! 갑자기 등장한 개두더지가 그 파이어볼에 맞은 소리였다. 사고였다. 교통사고로 따지면 멋대로 가던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에 부딪혀 나는 식의 사고. “카! 럭키야 봤지? 타이밍 끝내주지?” 왕!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아주 철저하게 계산된 사고였다. “어쭈?” 그때 미다스의 눈에서 다시 한 번 개두더지가 또 다른 구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 쿨타임 또 벌어주네.” 왕! “그래, 럭키야, 이렇게 고마운 몬스터는 아마 없을 거야.” 왕! “뭐라고? 고마우니까 다음에는 파이어 스피어 같은 굵직한 선물을 주자고?” 럭키와 여유 넘치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른 구멍에서 나올 준비를 마치는 개두더지의 모습이 보였다. ‘거의 다 잡았네.’ 그리고 그 개두더지의 HP가 21퍼센트, 이제는 거의 끝에 이른 것도 보였다. ‘이제 다음 공격이면 3페이즈 돌입.’ 개두더지의 3페이즈 특수 스킬은 동료 부름. 개두더지를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토끼굴 스킬 발동해서 굴에 들어간 채로 동료 부름 스킬을 쓰면 막을 재간이 없지.’ 다른 몬스터의 경우에는 공격이나 스킬을 통해 놈들이 쓰는 스킬을 막을 시도라도 할 수 있으나, 개두더지의 경우에는 구멍에 들어가는 순간 어찌 막을 도리가 없었다. 더욱이 그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나오는 광부 코볼트의 숫자는 최대 10마리였다. 그것도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나왔다. 때문에 개두더지가 3페이즈에 돌입할 때는 최대한 빨리 개두더지를 잡는 게 공략의 정석이었다. ‘이제 밟을 때다.’ 즉, 이제까지 연비 주행을 하며 아껴왔던 연료를 폭발시키듯 토해낼 때가 왔다는 의미.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개두더지가 다시 한 번 구멍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파이어 스피어 앤 라이트닝 볼트.” 미다스가 더블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캐스팅이 긴 파이어 스피어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불덩이는 날아가며 이내 창의 형태를 갖춘 후에 그대로 개두더지의 머리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커어어헝! 개두더지의 입에서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기 그지없는 소리가 나왔다. 그 순간 미다스도 이제까지와 다르게 크게 소리쳤다. “럭키야." 왕! "짖어." 그 명령에 럭키 역시 소리를 내질렀다. 크-왕! 거센 포효가 광산의 막장을 뒤흔들었다. [사생결단 스킬이 발동합니다!] 사생결단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더 이상 개두더지에게 도망친다, 같은 선택지는 용납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문자 그대로 이제부터 개두더지가 할 것은 럭키와 사생결단을 내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크르르! 그 사실을 개두더지가 몸으로 보여줬다. 이제까지 구멍 근처를 넘나들던 녀석이 럭키를 향해 지독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르르! 럭키 역시 비슷한 소리를 내지르며 언제든 뛰쳐나갈 자세를 갖추었다. ‘스트랭스는 아직 걸려 있고.’ “뛰어!” 그러한 럭키에게 미다스는 기꺼이 잡고 있는 목줄에서 손을 놔주었다. 럭키가 질주를 시작했다. ‘그럼 그걸 가야지.’ “전광석화.” 그리고 그 질주를 폭발시켜주었다. 전광석화! 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개두더지를 향해 질주하던 럭키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럭키의 모든 능력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럭키의 질주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마치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던 차가 더 가속을 하듯이. 엄청난 가속을 앞세운 럭키가 그대로 개두더지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콰직! 그리고는 단숨에 개두더지의 오른쪽 목덜미를 물어뜯음 그대로 개두더지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커헝! 그 공격에 개두더지가 럭키를 쫓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몸을 돌린 개두더지가 볼 수 있는 건 어느새 자신의 지척까지 날아온 럭키의 모습이었다. 콰직! 럭키가 단숨에 개두더지의 왼쪽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사실상 거기서 이미 게임의 승패는 끝이었다. 개두더지는 럭키에게 반격은커녕, 럭키의 공격에 반응하는 것조차 느렸으니까. 10초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때 이미 개두더지는 럭키에게 다섯 번이나 물어뜯긴 상태였다. ‘역시 대단하다.’ 미다스가 럭키의 전광석화 스킬을 보고 감동을 넘어 감격을 했던 이유였다. ‘완벽하게 잡아두고 있어.’ 더욱이 이러한 럭키의 공격은 대상을 완벽하게 묶는 효과마저 있었다. 이런 거다. 대상이 어느 정도 공격에 반응하나 대응하게 되면 꼬리잡기처럼 어수선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한 쪽이 압도를 하게 되면, 당하는 쪽은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 개두더지는 럭키를 쫓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그저 당하고만 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탱킹이 없는 셈. 그리고 미다스는 그러한 럭키의 탱킹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스윽! 미다스가 이미 장전된 라이트닝 볼트, 그 화살촉으로 개두더지를 겨누었다. 사실상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표적을 상대로 조준이 딱히 어려울 리 만무. 미다스가 신속하게 활시위를 놓았다. 파직! 그렇게 날아간 번개 화살이 그대로 개두더지의 미간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리고 명중할 때마다 개두더지의 몸이 움찔거렸다. 감전에 따른 경직 효과. 물론 효과는 채 1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그러나 럭키에게 있어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기회였다. 왕! 럭키가 그 기회를 노리고 개두더지를 향해 더 강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몸을 날렸다. 켕! 개두더지가 감히 동료 부름 스킬을 사용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도록, 미다스와 럭키가 개두더지를 몰아쳤다. ‘완벽하다.’ 미다스가 계산한 그대로였다. [개두더지를 처치했습니다.] [히든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개두더지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개두더지를 홀로 사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도리도 광산의 숨겨진 던전을 아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대로 개두더지 사냥이 끝났다. [던전 공략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카드를 한 장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달콤한 보상이 시작됐다. 촤르륵! 미다스에게 알림과 함께 1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하나같이 붉은빛을 머금은 카드들, 황홀한 그 광경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광경 앞에서 빠르게 눈으로 스킬 카드들의 스킬을 확인했다. ‘체인 라이트닝, 골렘 소환, 프리즌볼……' 보기만 해도 대단한 것들. 값으로 따지면 다들 수백만 원은 가뿐히 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미다스는 여기서 그 스킬 카드의 가격에 눈이 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의 전력을 더 극대화해줄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일지 계산을 했다. 그러한 계산은 가장 오른편에 있던 10번째 카드에 이르는 순간 끝났다. '......라이트닝 실드.’ [라이트닝 실드]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전기가 흐르는 방어막을 생성한다. 방어막에 닿은 상대는 감전 상태에 빠진다. 라이트닝 실드. 꽤 인기가 좋은 스킬이었다. 특히 탱커들에게 매우 사랑 받는 스킬이었다. 라이트닝 실드 효과로 인해 자신을 공격한 몬스터가 경직되는 1,2초 남짓한 시간이 탱커들에게는 천금과 같았으니까. 그래서 값도 매우 비쌌다. 미다스가 지금 보는 10개의 스킬 중에 가격으로 따지면 가장 비싼 스킬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격이란 단어를 잠시 동안은 잊었다. ‘라이트닝 실드의 감전 효과는 대상과 접속하는 순간에도 발동 한다. 그렇다면 럭키에게 라이트닝 실드를 건 상태로 접촉하면 감전 효과가 발동할 테고……' 오히려 그림을 그렸다. ‘전광석화와 스트랭스를 쓴 상태에서 2초 정도면 럭키가 최소 두 번은 더 물어뜯을 수 있어.’ 자세하게 그렸다. ‘여기에 헤이스트가 더해지면…… 아니, 잠깐.’ 그때 미다스가 그리던 그림을 멈추었다. ‘헤이스트 걸면 광산 던전 몇 분 만에 공략이 가능할까?’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주인의 시선에 럭키는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 위에 올라선 채 대답했다. 호우우우! 그것을 본 미다스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광산 던전 공략 신기록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완벽한 그림이 완성됐으니까. 51화. < 16화. 데뷔 (4). > 11. 갓워즈의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 캡슐방. 그러한 캡슐방에 오는 이들 대부분의 일차적인 목적은 갓워즈를 즐기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하루 내내 모든 시간을 갓워즈에 투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보다는 게임 밖으로 나와 다른 것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지금도 그랬다. 캡슐방 휴게실에 모인 이들은 종이처럼 얄팍한 TV에 나오는 영상을 보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혁주야, 쟤가 누구라고?” “BJ대마도사요.” 더불어 그들이 보는 영상의 주인공은 BJ대마도사. 당연했다. “그러니까 그 작명센스 개쓰레기 같은 별명을 가진 놈이 아즈모도 가지지 못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예." “그래서 얼마인데?” “이야기 들어보니까 억이 넘는다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억? 20레벨 무기라면서?” “소문에는 BJ대마도사가 비린내 나는 숲에 오기 전부터 들고 있었으니 20레벨이 아니라 10레벨 무기라고 하는데, 여하튼 아즈모가 자기한테 가져오면 1억 준다고 말했다는 말이 있어요.” “미친놈들, 돈을 무슨 장난감 쓰듯 쓰네.” 현재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막 데뷔한 신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끈했으니까. “뭐, 아무렴 어때요? 데뷔 영상 조회수가 300만을 이제 목전에 두고 있는데.” 데뷔 영상 조회수 300만 초입 . 화끈할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혁주야, 300만이면 대충 얼마 정도 버는 거냐?” “엄청 벌겠죠.” 더욱이 BJ대마도사에 대한 화제성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마 저 영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BJ대마도사한테는 간에 기별도 안 갈걸요?” “기별이 안 간다고?” “BJ대마도사, 금수저 수준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거든요.” 이혁주의 이어진 설명에 이제까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한 명이 툭 말을 꺼냈다. “최근 G베이 올라왔다 사라진 더블 캐스팅 스킬 있잖아.” “10만 달러까지 올라간 거?” “그래, 그거.” “그게 왜?” “그걸 산 게 BJ대 마도사잖아." “얼마에?” 이후 이어진 질문에 그 이야기의 머리를 꺼낸 이는 대답 대신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2억?"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이혁주가 말을 이어갔다. “엄청난 대부호가 아끼는 외동아들이래요. 아즈모랑도 아는 사이인데, 이번에 이것도 쇼라고 하네요. 아즈모가 자기 아는 동생 푸쉬 해주려고 하는 쇼.” 그게 BJ대마도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였다. 부자들의 돈지랄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도 없었으니까. “여하튼 빌어먹을 금수저 새끼들이 다들 끼리끼리 모여서 물고 빨아주네. 젠장, 그런 새끼들은 다 뒈져야 해.” “누구는 템 하나 사려고 식비 아껴서 돈 모으는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아주 그냥 게임 날로 먹네.” 그리고 그런 부자들만큼이나 거침없이 물고 뜯고 씹기 좋은 소재도 없었으니까. "대체 어떤 놈인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네. 이거 가면 안 쓴 얼굴은 없는 거야?” 그때였다. “혁주야.” 누군가 휴게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이혁주를 부르자,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새로운 방문자를 향했다. “현우 형.” “어, 현우 왔구나.” 정현우, 그의 등장에 모두가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이세요?” “야, 캡슐방 온 인간이 무슨 일로 오겠냐?” “아, 세팅해드릴게요.” “인마, 넌 알바생이 카운터보다 휴게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도 되는 거냐?”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나름의 변호를 시작했다. “에이, 잠깐 쉬는 거예요. 어? 그보다 형,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으세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화 주제를 바꾸려는 듯 정현우의 표정을 캐치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정현우가 쓴 것을 맛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돈 나갈 일이 있었어.” 굳이 더 깊은 질문을 할 필요가 없는 대답에 좌중이 입을 다물었다. “바로 해드릴게요.” 이후 정현우와 이혁주가 휴게실을 나가고, 남은 이들이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현우 녀석 참 불쌍해. 혁주 말 들으니까 계정 정지당했다던데?” “요즘 매일 채굴 한다잖아?” “그래서 꼬박꼬박 출근 도장 찍는 거구먼. 게임 이야기도 안 하고.” “평소 현우였으면 가장 먼저 여기 와서 저기 나오는 금수저 새끼 머리통을 터뜨려야 한다고 했을 텐데…… 아까 표정 보니까 그럴 힘도 없나 봐.” 정현우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 그때 한 명이 다시 TV속 영상을 보며 말했다. “여하튼 참 좆같은 세상이다. 누구는 저렇게 아주 돈지랄하면서 게임하고, 누구는 돈 때문에 지랄하고.” 그리고는 한 명이 대화에 마침표를 찍듯이 말했다. “저런 새끼는 아마 스킬 구매하는데 조금의 고민 없이 막 지르겠지. 에이, 씨발 새끼.” “저런 놈들은 트럭에나 치이거나, 감전이나 당했으면 좋겠네.” 12. [헤이스트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것은 알림이었다. ‘아, 6백만 원.’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환불받을 수 없는 거금을 불태웠음을 알려주는 알림. ‘우리 집 네 달 생활비가 그냥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네.’ 속이 쓰리지 않을 리는 없었다. 헤이스트 스킬 카드의 값은 6백만 원. 레어 등급 스킬이지만 그 효용 가치가 높은 탓에 가격이 꽤 비싼 탓이었다. 미다스의 삶 수준을 생각하면 그에게 그 천만 원이란 돈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야 마땅한 정도의 거액이었다. [헤이스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대상에게 이동 속도를 20퍼센트 올려주는 요정을 붙여준다. !스킬 1,004회 사용 시 타이틀 ‘날개를 달아주는 자’ 달성 !스킬 사용 상태로 몬스터 2,222마리 사냥 시 ‘날쎈 사냥꾼’ 달성 하지만 자신이 새롭게 습득한 스킬 정보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 어디에도 불안감과 초조함 같은 건 없었다. 내가 왜 구매했을까? 젠장, 습득하지 않고 그냥 다시 되팔 걸! 그러한 후회도 없었다. ‘어쨌거나 이걸로 기본 준비는 끝났다.’ 오히려 기대하는 기색이 어렴풋이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게 정상이었다. 갓워즈에서 스킬 카드는 매우 고가인 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사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만한 돈을 지불한 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 헤이스트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이 스킬은 실제로 6천 달러짜리는 가격표에 어울릴 만큼 효용성이 충분했다. 당장 이동 속도 20퍼센트 증가 효과는 엄청났다. 100미터를 10초에 뛰는 인간이 8초에 뛰는 격 아닌가? 하물며 갓워즈는 밸런스란 개념이 참 빌어먹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 밸런스란 놈이 존재하는 게임 속 세상이었다. 10레벨의 플레이어가 상대할 몬스터는 그에 맞게 설계가 되는 세상. 이 세상을 관리하고, 창조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플레이어와 몬스터가 같은 레벨대에서 싸울 수 있도록 체급을 맞춰주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헤이스트와 같은 스킬은 한쪽에게 도핑을 해주는 것과 같았다. ‘뭐, 나한테는 크게 쓸모 없겠지만.’ 물론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렇게까지 유용한 스킬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주할 때 써먹을 수나 있을 터. 하물며 미다스의 경우에는 현재 발리스타, 롱토스, 드래곤스 아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 자리에서 데미지 딜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미다스는 절대 근접 전투에 대해서 재능이 뛰어난 케이스가 아니었다. 만약 미다스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명중률을 지금 수준으로 이루었다면 그는 이미 10대 길드의 나름 주력으로 활약했을 것이다. 헥헥! 그러나 갓워즈 신수 중 근접 전투에 있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럭키라면 어떨까? 길게 볼 생각도 없었다. ‘라포가 처음 헤이스트 스킬을 레벨업 보상으로 얻은 후에 똘똘이에게 걸었을 때 만든 사냥 조회수가 지금 1억을 넘겼지.’ 갓워즈 최강의 신수, 똘똘이가 증거였다. 1티어급 신좌를 둔 신수와 헤이스트 마법의 시너지 효과는 이미 검증된 바. 물론 그저 효과만 검증된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 됐다. 미다스에게는 이것을 밑천 삼아서 더 큰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목숨을 걸고서라도. “럭키야, 이번에는 타임 어택이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이번에 타임 어택에 도전했다. 13. 갓워즈 관련 라이브 방송, 영상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 콘텐츠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았다. 첫 번째, 난이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그 난이도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실력과 아이템을 갖춘 플레이어라고 해도 보스 몬스터 리젠 타이밍을 맞춰서 레이드 권리를 손에 넣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까지 그 레벨 구간에 묶인 채, 레벨업은 도외시한 채 허송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나온 콘텐츠가 바로 타임 어택이었다. 일반 몬스터를 얼마나 빨리 잡을 수 있는가? 혹은 인스턴스 던전을 과연 얼마나 빨리 깰 수 있는가? 충분히 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보스 몬스터 레이드만큼은 아니지만 실제로 인기가 많았다. “저기 봐, 스패로우 길드다!” “스패로우 길드? 신인들?” “최근에 던전 열심히 파던데 타임 어택 하려나봐.” 도리도 광산은 그런 의미에서 타임 어택을 하기에 제격의 무대였다. 넘쳐나는 인스턴스 던전. 그리고 입장 제한 숫자라는 나름 참고할 법한 기준선. 100미터 트랙에서 기록을 재는 것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기록을 비교하기에는 충분한 무대였다. “하긴, 여기서 기록 못 내면 스패로우 길드에서는 무조건 짤리지.” “결과를 만들어야지.” 특히 메이저 길드 산하에 속한 플레이어들, 나름 프로 플레이어들을 꿈꾸며 갓워즈를 막 시작한 플레이어들에게 도리도 광산에서의 던전 타임 어택은 중간 시험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챔피언 고블린이나, 학살자 오크, 누더기 주술사는 운이 따라야 잡을 수 있는 트로피 아닌가? 운이 좋지 않았다, 그리하면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다들 집중해. 이번에 무조건 10분 내에 들어와야 해. 못 들어오면 계약 해지다.” 그러나 도리도 광산에 그런 것은 없었다. “다시 말하지 0만 3인 파티, 10분 커트야.” 피할 수 없는 시험. 지금 미다스가 던전을 마주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광부 코볼트가 점령한 광산] - 던전등급 : 노멀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40레벨 이하 - 던전 입장 가능 수 : 3명 - 광부 코볼트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던전이다.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 던전 보상 : 없음 3인 파티 전용 던전. 노멀 등급에 40레벨 이하, 도리도 광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육상으로 따지면 최단 거리와 비슷했고, 그런 이유로 타임 어택을 시도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대였다. ‘이거 솔플 최고 기록이 4분 11초였지?’ 그러한 도리도 광산 3인 던전 솔로 플레이 최단 공략 시간은 다름 아닌 4분 11초. ‘기록 보유자는 검객 사사키 코지로.’ 검객 사사키 코지로. 갓워즈의 레전더리 클래스 중 하나인 소드 엠페러를 가졌으며, 검사 클래스 중에서 손꼽히는 랭커였다. ‘아주 까마득한 때 세운 기록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그가 솔플로 기록을 낸 것은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었다. 거의 5년 전 일. ‘그때 그가 기록 세우는 걸 밖에서 봤었지.’ 더불어 미다스는 그 기록 광경을 이곳, 도리도 광산에서 관람했었다. 그가 던전 앞에서 모든 버프 도핑을 마친 후에 심호흡을 내뱉고 던전에 진입하는 광경. 그리고 5분이 채 되기 전에 밖으로 나오는 광경.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5년 동안 깨지지 않을 수밖에 없었어.’ 5년이란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에게 무수히 많은 공략과 정보, 아이템이 풀렸음에도 아직 솔플을 기준으로는 검객의 기록을 깨지 못한 것이 대단할 정도. ‘뭐, 그걸 깨는 건 불가능하지.’ 미다스 역시 그것을 깰 자신은 없었다. ‘6분대만 나오면 돼.’ 노리는 것은 6분대에 공략을 마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더더욱.’ 특히 지금 미다스가 계획한 대로 6분대에 끝난다면 미다스가 내놓은 그 어떤 영상보다 임팩트가 있으리라, 미다스는 그러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럭키야.” 왕! “이제 준비하자.” 그리고 그것을 위해 미다스는 이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럭키에게 스트랭스를 겁니다.] [럭키에게 헤이스트를 겁니다.] 일단 두 종류의 스킬을 걸었다. 그 후에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포션병들 다섯 개를 차례대로 꺼낸 후에 그것들을 하나씩 제 손바닥에 흘렸다. 그리고는 그 손바닥을 럭키의 코앞에 가져다놓았다. 핡짝할짝! 럭키가 주인이 주는 간식에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맛있게 미다스의 손바닥과 함께 포션을 핥았다. [럭키가 검은 허브 농축 포션을 먹습니다. 근력이 28증가합니다.] [럭키가 알록달록 버섯즙 포션을 먹습니다. 체력이 21증가합니다.] [럭키가 바람의 열매 정제 먹습니다. 이동 속도가 12퍼센트 증가합니다.] 그것을 보는 미다스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주는 포션들은 저번에 럭키가 진화를 앞두고 먹었던 것보다 효과가 좀 더 나은 것들이었으니까. ‘개당 100골드짜리 들이……' 당연히 그 값은 훨씬 더 비싼 것들이었다. “럭키야 맛있어?” 왕! “그래, 맛있게 먹어라.” 그럼에도 미다스는 멈추지 않고 값비싼 포션들을 아낌없이 럭키에게 주었다. 심지어 미다스는 다섯 개의 포션 병을 소모한 후에 다시 인벤토리에서 포션병 3개를 꺼냈다. 도합 8백 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80만 원에 이르는 포션 도핑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전광석화뿐.’ 그렇게 모든 버프 도핑을 마친 미다스가 마지막 한 마디, 전광석화를 앞두고 럭키를 바라보았다. 왕! 주인의 시선에 럭키가 반가움을 표시했고, 그런 럭키를 보며 미다스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BJ대마도사입니다.”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오늘은 이곳, 도리도 광산의 인스턴스 던전에서 타임 어택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왕!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가 시청자를 대신해 대답을 건네주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공략 던전은 3인 던전입니다.” 왕! “그리고 던전 공략 계획에 대해서 짧게 브리핑하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럭키가 반응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털을 세차게 헤집으며 말했다. “이번 던전 공략은 럭키 혼자 합니다. 이상입니다.” 왕? 놀라는 럭키. 그러한 럭키를 향해 미다스는 시선을 주며 말했다. “럭키야, 이제부터 네 데뷔무대이니까 한 번 날뛰어봐.”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전광석화.” 호우우우! 타임 어택이 시작됐다. 52화. < 17화. 도발 (1). > 1. 도리도 광산에서 타임 어택을 하는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나름 실력자들이다. 나름 영향력이 있는 길드 또는 게임 컴퍼니 소속으로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빠르게 레벨업을 하거나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나름 충분한 경험과 아이템 그리고 스킬을 확보한 경우. 쉽게 말하면 준프로 급이었다. 그러한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싸우는 능력, 그것만으로 놓고 보면 그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록 차이는 꽤 많이 났다. ‘타임 어택, 그것도 도리도 광산의 인스턴스 던전에서 공략 시간을 줄이는 데에는 변수를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유는 다름 아닌 변수. 그냥 몬스터를 잡는 거라면 패턴을 연구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던전 공략은 달랐다. 눈앞에 광부 코볼트가 3마리 있다고 하자. 필드라면 주변에 광부 코볼트가 더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스턴스 던전 안에서는 그 3마리의 바로 지척에 5마리가 있을 수도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다. 없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근처에 5마리가 있다면? 그 5마리가 갑자기 달려온다면? 타임 어택은 사실상 실패하는 셈. ‘뭐, 센 놈은 상관없지만.’ 이러한 변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정 범위 밖의 전투력을 가지는 것이었다. 몇 마리가 오든 그냥 거침없이 쓸고 갈 정도의 전투력. 최단 기록 보유자인 검객이 그러했다. 그는 광부 코볼트가 몇 마리가 있건 간에 개의치 않고 그냥 질주하며 광부 코볼트를 도륙했다. ‘럭키는 그만큼은 안 되지.’ 물론 럭키에게 그 정도 되는 전투력을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나름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니까 최대한 내가 리스크를 줄여야 해.’ 그 자신감의 근원은 자신의 눈이었다. 미다스는 던전 상태에 상관없이, 몬스터와 조우하기 전 놈들의 숫자와 주변 상황을 볼 수 있었으니까. 미다스 본인이 제 역할만 한다면 변수를 맞이할 일이 없었다. “럭키야, 뛰어!” 미다스, 그가 럭키를 향해 망설임 없이 전투를 명령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이유였다. 왕! 그러한 주인의 명령에 럭키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가장 오른쪽!” 눈에 보이는 광부 코볼트 3마리, 개중에서 미다스의 말처럼 가장 오른편에 있는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온갖 버프 도핑으로 가득한 럭키는 쏜살처럼 단숨에 광부 코볼트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콰직! 살점을 강제로 뜯어내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비명은 없었다. 파직! 도리어 들리는 건 스파크가 튀기는 소리였다. [라이트닝 실드 효과가 발동합니다.] [대상이 감전에 일시적으로 마비됩니다.] 럭키의 황금빛 몸을 덮고 있는 반투명한 실드, 라이트닝 실드의 감전 효과가 발동하는 소리였다. 끽! 그러한 감전에 따른 마비 효과에 광부 코볼트가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일순간 멈춰버렸다. 그렇게 한 마리가 잠시 멈춘 순간 럭키는 다른 한 마리를 향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켕! 광부 코볼트들은 그러한 럭키의 공격에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흠.” 그때 그 광경을 향해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마치 산책을 하듯이 뚜벅뚜벅, 럭키가 활개 치는 어수선한 전장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접근에 광부 코볼트 한 마리가 너무나도 자연히 미다스를 인식했다. 켕! 그리고는 곧바로 미다스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팔짱을 꼈다. “아,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전 오늘 이 던전에서 절대 공격하지 않습니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젠장,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네.’ 당연한 말이지만 연기였다. ‘이렇게라도 어그로를 끌어줘야지.’ 럭키가 조금이라도 더 편히 그리고 쉽게 광부 코볼트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연기. 왕! 그러한 미다스의 배려에 3대 1상황에서 2대 1상황을 마주한 럭키는 사냥 속도에 가속도를 붙였다. [광부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광부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삽시간에 두 마리의 광부 코볼트를 처치한 럭키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는 광부 코볼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후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크-왕! 사생결단, 그 스킬 효과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게 된 광부 코볼트는 럭키에게 달려들었고, 럭키는 그러한 광부 코볼트를 확실하게 끝냈다. ‘역시 대단해.’ 보고도 놀랄 정도의 전투력. 솔직히 말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였다. "흠, 생각보다 럭키의 전투력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네요." 그러나 이 순간 미다스는 럭키를 바라보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최소한 어느 길드 마스터 분의 신수 정도는 맞다이 떠서 잡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어휴, 신수도 아이템 낄 수 있으면 그건 일도 아닌데 참 힘드네요.” 허세였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운빨좆망겜에서 운이 안 따르더라도 참고 해야지. 그렇잖아요?” 동시에 도발이었다. ‘여기서 고개 숙여봤자 오는 건 없다.’ 이미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정해진 바였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착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뜨거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씹고 뜯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화끈하게 나가주지.’ “아, 타임 어택 중이니 아이템 루팅은 무시합니다. 뭐, 이런 놈들 잡아봤자 나오는 잡템은 돈 주고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기 귀찮지만. 아이템은 경매장에서 사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미다스는 기꺼이 연기를 했다. “자, 그럼 이제 계속 사냥을 하겠습니다. 럭키야, 가즈아!” 호우우우! 미다스가 다시 소리를 쳤고, 럭키가 주인의 외침에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응?" 던전 공략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다름 아니라 럭키의 몸 상태였다. 럭키의 몸은 여전히 전광석화 효과로 번쩍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2. 도리도 광산, 인스턴스 던전에서 사냥이 이루어지는 곳. 그 때문에 도리도 광산에서 필드는 안전한 편에 속했다. 말 그대로였다. 안전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안전하진 않았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위험한 필드라고 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던전 입구 앞에서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이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면? 던전 공략으로 이미 지친 상황에서 기습을 당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터. 물론 그러한 문제가 크게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도리도 광산에도 탐험가 라인이 있었으며, 그 탐험가 길드가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으니까. PK보다 사냥이 주목적인 플레이어가 더 많았고, 자연스레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게 됐으니까. “확실해?” “그래, 확실하다니까.” 그러나 법이 있어도 범죄를 저지르는 게 인간인데, 고작 암묵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통할 리는 만무. 지금 그들이 그러했다. “진짜지?” “진짜라니까, 본인이 들어가기 전에 방송 멘트 날리는 걸 내가 봤어.” 남녀가 섞인 5인 파티, 그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BJ대마도사가 확실해!” 현재 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는 핫한 BJ대마도사를 노리는 것. “그래서 진짜 잡으려고?” “잡아야지. 잘하면 레전더리라고!” “레전더리라고 확실한 건 아니잖아?” “아니, 아즈모도 모르는 템인데 레전더리가 아니면 어때?” 한 번 해볼만한 일이긴 했다. 현재 BJ대마도사를 뜨겁게 만드는 것 아즈모조차 모르는 아이템 아닌가? 그러한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저렴한 기회가 아니었으니까. “주변에 확인했을 때 지키는 사람도 없었어. 그리고 탐험가 라인 밖이었다고.” 결정적으로 탐험가 라인 밖이라는 것이 그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그들의 표정에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확실하게 끝내야 해.” “얼굴 숨기는 거 잊지 말고. 그 새끼 돈이 썩어 넘치는 새끼라서 분명 당하면 보복 들어올 테니까." BJ대마도사의 그간 행보를 본다면 필시 그는 당하고 가만히 있지 않을 터. 달리 말하면 그들은 그만큼 각오를 하고 있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BJ대마도사를 잡겠다는 각오.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발걸음을 하나하나 내디딜 때마다 얼굴색이 좋지 못했다.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대화도 사라졌다. “어?” 이윽고 그들을 이끌던 플레이어가 말했다. “이상하다?” 예상치 못한 말. “분명 여기 있었는데?” 이후 나오는 말에 대답은 없었다. 모두가 너무 충격을 받은 듯 얼빠진 표정만을 짓고 있을 뿐. “이, 이럴 리가 없어. 분명 여기 있었다고!” 그 말이 나온 후에야 한 명이 말했다. “씨발, 그러면 그렇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모두가 한 마디씩 던졌다. “씨발 이런 식으로 장난칠래? 뒈질래?” “와, 난 진짜인 줄 알았는데!” 거듭 나오는 불만에 그들을 안내한 플레이어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야! 분명 여기 있었어!” 말과 함께 플레이어가 내민 손가락, 그 끝에는 그저 꽉 막힌 벽만이 존재했고, 그 사실에 나머지 이들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플레이어가 거듭 스스로를 변호했다. “지, 진짜야! 분명 내가 봤다고!” 물론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됐어, 너 다시는 우리랑 아는 척도 하지 마.” “개새끼, 해도 되는 장난이 있지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쳐?” 이어진 말에 플레이어가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 진짜 5분 전에 이곳으로 BJ대마도사가 들어갔는데? 어, 어디 간 거지?” 3. “형, 어디 갔다 오셨어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짧게 대답했다. “편의점.” 그 대답에 이혁주가 대답했다. “약 드셨어요?” 정현우의 입에서 말과 함께 나온 냄새에 대한 질문이었다. “청심환 같은 냄새가 나네요.”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몸 관리 잘하세요. 몸이라도 건강해야 게임도 하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렸고, 이혁주는 별 문제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다. “그럼 자리 세팅해드릴까요?” 이어진 물음에 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그대로 카운터 근처에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마련해준 소파에 앉았다. ‘쉬려는 모양이네.’ 이혁주는 그 행동에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 어서 오세요! 처음 오시나요?” 이후 이혁주의 관심은 새로 온 손님에게 향했다. 그 사이 미다스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러자 손바닥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가 느껴졌다. 두근두근! 쉴 새 없는 심장의 펌프질 탓에 생긴 열기였다. ‘맙소사, 진짜 검객의 기록을 깰 줄이야.’ 이제까지 깨지 못한 솔로 플레이 신기록, 그것을 깼다는 사실이 만들어낸 열기. '와.' 상상도 못했던 열기였다 럭키만을 데리고 갔을 때 미다스는 최소 5분이 넘으리라 예상했다. 타당한 예상이었다. 문제는 변수였다. ‘럭키가 내 예상보다 세긴 했지만……' 하나는 버퍼 도핑을 마친 럭키의 능력이 미다스의 상정한 범위, 그 이상이었다는 것. ‘예상 이상으로 던전이 짧았어.’ 그리고 던전이 예상보다 짧았다는 것. 물론 그러한 변수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쨌거나 대박이다.’ 중요한 것은 미다스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깨지 못했던 기록을 깼다는 것이었다. ‘이걸 영상으로 남기다니……' 더불어 영상도 있었다. 이게 가장 큰 핵심이었다. "후우." 이후 짧은 한숨과 함께 정현우가 제 얼굴에서 덮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렇게 드러난 정현우의 표정에 고민 같은 단어는 없었다. ‘그래, 투수가 어설프게 타자를 도발하는 것보다 그냥 깔끔하게 몸에 맞추는 게 훨씬 효과적인 법이지.’ 정말 큼지막한 것을 터뜨릴 준비가 된 각오만 있을 뿐. 4. “조회수 몇이라고?” “이제 4백만 카운트다운 들어갔습니다.” “영상을 통해 유입된 라이징 채널 스타 구독자 수는?” “9만 명 늘어났습니다.” “역시 화끈하네. 조회수 대비 구독자 유입 숫자가 좋아.” 말을 뱉는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이 스윽, 고개를 돌렸다. 화끈하다, 좋아, 그러한 단어를 내뱉는 것치고 박영준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불만이 있는 모양. “하지만 평가는 안 좋습니다. 금수저가 돈지랄을 한다느니, 위화감을 조성한다느니, 이게 다 쇼라느니…… 이게 불만이신 거죠?" 부하 직원이 그 불만의 이유를 물었다. "응?" 그러나 박영준은 그 지적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평가가 어때서? 금수저가 얌전히 게임을 한다, 같은 평가보다는 훨씬 좋은데? 그리고 우리에 대한 평가가 아니잖아? BJ대마도사에 대한 평가이지. 그게 무슨 문제가 돼?” “그럼 왜 표정이 그러십니까?” “표정?” 그 물음에 박영준이 꺼진 태블릿PC의 시커먼 액정을 거울 대신 사용하며 자신의 표정을 확인했다. 굳은 표정이 보였다. 그제야 박영준이 표정을 풀며 말했다. “아, 이거. 낚싯대 던진 것 때문에 말이야.” “낚싯대요? “내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다음 영상으로 제시했던 조건이 말이야.” “1만 달러에 수익 배분 6대4, BJ대마도사 쪽에 6주신 거요?” “그래.” “그게 낚싯대라고요?” “정확히는 미끼지.”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 모습에 박영준이 제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너 부자들이 사업할 때 가장 민감한 게 뭔지 알아?” “글쎄요, 부자가 아니라서 모르겠네요.” “지분이야.” 지분. 그 두 글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평생 먹고살기에 넘칠 만큼 돈이 있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하잖아? 안 그래?” “그렇습니다." “그럼 그런 이들이 돈 백억 더 준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오히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돈, 정확히는 현금에 대한 집착은 작아져. 그 돈으로 다른 것을 구매하기 시작하지. 부동산이나, 예술품, 주식 따위들 말이야. 그렇잖아? 1조 원 넘는 부자들 중에 현금으로 5천억 이상 가진 부자 봤어?” “많진 않죠.” “BJ대마도사도 마찬가지야. 내가 툭 건드리니까 그 자리에서 더블 캐스팅 스킬을 2억 주고 산 양반이야. 그런 양반한테 1만 달러 더 준다고 감흥이 오겠어?” “안 오겠죠.” “그래서 6을 준 거야. 그럼으로써 그 영상에 대한 가장 큰 권리를 준 거지.” 이야기를 듣던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계획대로 잘 되는 거 아닌가요?” 박영준의 말을 들으면 모든 게 그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셈 아닌가? 그런데 왜 대체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그 물음에 박영준이 말했다. “말했잖아, 낚싯대라고.” “그게 어때서요?” “어떻긴, 내가 낚싯대를 드리웠다는 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물고기 취급당하는 거잖아.” 말을 하던 박영준이 다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 그제야 위험성을 인식한 부하 직원이 되물었다. “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요?” “위험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애매한 관계를 맺는 것보단 나아.” 그 무렵에 박영준이 제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즈모도 움직인 BJ대마도사 입장에서 우리 채널은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일 거야. 우린 약자라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승부수를 던지는 건 당연한 거야.” 그 순간이었다. 우웅! 박영준의 태블릿 PC의 화면이 켜짐과 동시에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중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낚싯대 움직였다!” 그 메일 주소를 확인한 박영준이 그 말과 함께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오케이, 영상 파일이다. 응?” 그 순간 박영준의 표정에 의문이 떴다. “2개?” 보내준 2개의 영상 파일.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영상 파일들의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하나는 레코드 브레이커, 다른 하나는…… 프로보크(Provoke), 도발?” 53화. < 17화. 도발 (2). > 5. 그건 기습이었다. - 어? BJ대마도사 새로운 영상 올라왔다! - 뭐? 벌써? -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이다! 여전히 BJ대마도사가 가진 아이템의 정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영상은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올라왔다. 앞서 말했듯이 기습이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은 그 영상의 퀄리티나, 솔로킬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 무기, 무기를 보자! 아즈모조차 알지 못하는 무기, 거기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맞춰줬다. 처음에는 그랬다. [참고로 솔로킬 과정에서 단 한 대도 안 맞고 잡아보겠습니다.] [응? 뭐라고요? 한 대라도 맞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맞는 순간 그 자리에서 벤츠 경품 걸고 추첨 해드립니다. 물론 옵션은 풀옵션으로요. 전 옵션 없는 차는 차로 취급 안 합니다.] 이어진 허세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BJ대마도사가 착용한 무기에 꽃혀 있었다. - 어? 더블 캐스팅? - 더블 캐스팅이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더블 캐스팅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때 G베이를 뜨겁게 만들었던 더블 캐스팅 스킬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 소문이 사실이었네! - 진짜 20만 달러에 스킬 산 거야? - 금수저 새끼, 장난 아니네! - 역시 돈빨좆망겜답죠! 현질이 최고죠! 물론 그 놀라움에는 비아냥거림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는 영상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그보다 왜 이렇게 잘 맞춰? 데미지 딜링 들어가는 거 맞지? ┗ 저게 보인다고? 거리가 최소한 50미터는 넘는데? 검은 안개 때문에 시야도 확보 안 되고? ┗ 그냥 운빨로 맞추는 건가? ┗ 단순히 운빨로 맞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신수가 소리 지르는 거로 위치 잡고 던지는 거 같은데……. ┗ 야, 그게 말이 쉽지. BJ대마도사가 그저 돈을 앞세우기만 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 그럼 다섯 번째 마법을 쓰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 대사를 내뱉는 순간 모두가 집중했다. - 뭐지? 다섯 번째 스킬? - 엄청 대단한 거 나오는 거 같은데? - 클라이막스에 쓸 정도면, 더블 캐스팅 이상의 마법 아닐까? - 레전더리다! 레전더리 마법을 쓰려는 거야! 이제까지 놀라운 것을 보여준 BJ대마도사가 이토록 대놓고 자신하는 게 무엇일지.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보여줬다. [역시 마법은 물리 마법이 최고죠.] 충격적인 엔딩을. 6.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으려나?’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올라온 자신의 솔로킬 영상을 떠올린 미다스가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에휴."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새로운 영상에 대해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큰 탓이었다. ‘학살자 오크가 너무 셌어.’ 그도 그럴 것이 앞서서 올린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당장 조회수가 400만을 돌파했을 정도. 그건 나름 인지도 있는 프로 플레이어들조차 쉬이 찍을 수 없는 수준의 조회수였다. 물론 그건 이례적인 경우였다. 아즈모라는 거물이 알아서 붙었기에 가능했던 이례적인 경우. ‘확 빠지겠지.’ 사실을 말하자면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이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만큼 조회수를 기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아즈모가 와서 다시 댓글을 달아준다면 모를까. ‘그래, 한 달 동안 조회수가 30만만 넘어도 대박이야.’ 그게 기대감이 크지 않은 이유였다.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미 그건 던져진 주사위였다. 눈이 몇이 나오든, 그건 하늘에 달렸을 뿐 이제 와서 미다스가 영향을 미칠 부분이 아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 즉, 미다스가 이제부터 해야 하는 건 다음 주사위를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산던전을 공략했습니다.] [광산 던전 100개를 공략했습니다.] [도리도 광산 발굴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미다스가 쉼 없이 던전 광산 던전에 나서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일단 빨리 도리도 광산부터 졸업하자.’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하는 것은 NPC즈가의 퀘스트를 종료하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는 것이었으니까. 왕! “그래, 이제 11개 남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던전은 11개. 그것을 앞두고 미다스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미다스] - 레벨 : 38 - 신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25)/체력 (5+215)/지력 (200+318)/마력 (43+259) 38레벨. 대단한 레벨업 속도였다. “와." 미다스 본인도 놀랄 정도. ‘학살자 오크 세트 맞춘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바로 아이템 바꿀 때가 오다니……'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역시 덩달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 손해 보겠네.’ 아무래도 아이템 거래를 자주하다 보면 수수료 등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당장 수수료 역시 무시는 못했다. G베이의 수수료는 거래 금액의 3퍼센트. 미다스가 현재 착용한 학살자 오크 세트, 풀세트의 가격이 8백만 원이 조금 넘으니 그냥 정가에 거래만 해도 24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이 외에도 추가 지출은 적지 않았다. 헤이스트 스킬 구매에 럭키 데뷔 영상을 찍기 위해 구매한 값비싼 소모 아이템들까지. ‘어휴, 이런 식이면 원하는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겠는데?’ 더 속이 쓰린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최소한 50레벨 전에 유니크 스킬 2개는 더 구매해야 되는데……' 현재 미다스가 목표로 하는 2개 스킬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 “내가 미쳤지.” 그 금액을 모으는 것을 떠나서 그 돈을 게임에 쓸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왕! 그런 주인의 혼잣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헥헥! 이후 살갑게 다가와 제 다리에 얼굴을 비비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지우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럭키야.” 솔직히 말해서 예전이라면 감히 그런 돈을 게임, 그것도 되팔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 것에 쓸 생각을 하지 못했을 터.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고민을 할지언정 그 투자를 한다는 사실에 의심은 없었다. ‘럭키랑 함께라면 내가 올랐던 곳과는 차원이 다른 곳까지 오를 수 있어.’ 럭키가 분명 예전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주었으니까. ‘아니, 당장 럭키 영상이 잘만 터지면……'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럭키는 미다스에게 엄청난 선물을 준 상태였다. 솔직히 미다스도 그 부분만큼은 기대하고 있었다. ‘수익 배분도 내가 6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럭키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이 밝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터. “럭키야.” 그러한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삐까츄라고 말하는 거 영상으로 찍으면 똘똘이 같은 건 그냥 치울 수 있을 텐데……" 저도 모르게 툭, 혼잣말을 뱉었다. 왕? 그 말에 럭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순간,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크흠!” 이후 헛기침을 내뱉은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일단 로그아웃하고 쉰 다음에 마저 11개 처리하자." 그 말을 남기고 미다스가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7. “반응 괜찮네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회수는 6시간이 지난 지금 11만 기록 중입니다. 밀리언은 힘들겠지만,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이어진 말에도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타자기 치듯이 툭툭, 툭툭 쉴 새 없이 건드렸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도 더 이상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대신 박영준의 낌새를 살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박영준이 눈을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중을 모르겠어.” “의중이요?” “영상을 2개 보낸 BJ대마도사의 의중.” 그제야 부하 직원이 박영준을 고뇌케 한 이유를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제 의견을 말했다. “그냥 2개 보낸 거 아닐까요? 나쁘지 않았잖아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되게 좋았죠.” 말을 한 부하 직원이 감탄을 섞어 말했다. “뉴 레코드 영상, 그것도 그런 식으로 나오는 영상을 우리 채널에서 최초 공개하는 건 우리 채널 최고 에이스인 엘리스 이후에 이번이 두 번째이니까요.” 이번에 BJ대마도사 보내준 영상은 그랬다. 올리는 순간 핫이슈가 될만한 소재. 어떻게 계산기를 두드려도 라이징 채널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될 수밖에 없는 소재. “사장님 말대로 대어가 낚인 거죠.” 그리고 그게 박영준이 노리는 바였다. 대어가 걸리기를 바라는 것. 사실 거기까지는 박영준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2개 잖아.” 문제는 BJ대마도사가 2개의 영상을 보냈다는 것. 부하 직원은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더블 히트인 거죠, 뭐. 나머지 하나는 그냥 후속 영상 같은 개념이었잖아요? 1+1 같은 영상.” 딱히 문제가 될 것 없다는 표정. “와튼 스쿨에서 얻는 가장 큰 재산이 뭔지 알아?” “지식과 혜안인가요?” “그런 건 구글 검색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진짜 중요한 건 말이야,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들의 이야기야.” 말을 하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툭툭, 두드린 후에 말했다. “이 이야기도 그래. 어느 개발자가 있었는데, 자기가 만든 앱 하나가 대박이 났어. 그러자 곧바로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고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팔았지. 본인은 지분 9퍼센트쯤 남긴 채 회사 경영권은 가진 채로. 그런데 이 개발자가 괜찮은 아이템이 떠오른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만들었겠죠 “아니, 눈여겨 둔 작은 벤처 기업을 찾아간 후에 그 기업에 그 아이템을 줘버렸어.” “예?” “그리고 계약서 한 장을 썼지. 2년 후에 그 벤처 기업의 지분 35퍼센트를 받는 조건으로. 그 후 아이템은 대박이 났어.” “왜 그런 거죠? 그냥 자기 이름으로 했으면 100퍼센트 먹을 수 있었잖아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그게 안 되니까. 애초에 그 개발자가 지분을 팔 때 이직이나 겸직 금지 조항 같은 게 A4용지 기준으로 다섯 페이지 정도 있었거든. 물론 회사 내에서 그 아이템을 만들면 상관없지만, 말했다시피 지분 대부분을 판 상태여서 그건 딱히 이득이 안 되잖아.” “계약 위반한 거잖아요?” “그래, 그게 부자가 되는 비결이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이야. 사업 아이템은 1달만 묵혀도 구시대적 유물이 되는 시대라고.” 그 설명에 부하 직원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럼 BJ대마도사가 원래는 잘나가는 이쪽 실력자인데 모종의 이유로 정체를 숨기고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BJ대마도사들이라고 해야겠지.” “들이요?” “BJ대마도사는 매니지먼트마저 운영할 정도야. 서포트하는 직원이 우리 회사 직원보다 많을 거다.” 말을 뱉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다시 툭툭 쳤다. “분명 뭔가 더 있어. 다른 것도 아니고 5년 가까이 깨지지 않은 레코드를 깼는데, 이 정도 스케일의 영상이 이 정도에서 끝날 리가 없어.” 그 혼잣말을 내뱉은 박영준이 말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유니크 랭크 등급 이상의 스킬 카드 목록 뽑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봐.” “스킬 카드요?” “우리보다 돈이 10배는 많으신 양반한테 현금이나 아이템을 뇌물로 줘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하잖아.” “BJ대마도사에게 주려고요?”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한 명이 급하게 들어왔다. “사장님!” 들어온 건 모니터링실 직원. 그 직원을 보자 박영준이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왜 갑자기 그래? 설마 또 아즈모가 댓글이라도 달았어?” “예." “아니, 그러니까 댓글이라도 달았……" 그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박영준이 되물었다. “잠깐. 너 지금 뒤에 예라고 한 거, 대답을 한 거야, 의문을 표한 거야?” “대답한 건데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그 시나리오인가?” 8. “으럇차차!” 기합 소리와 함께 캡슐에서 나온 정현우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혁주 녀석 이러다 잘리겠는데?’ 그 사실에 정현우가 실소를 머금은 채 이혁주를 찾기 위해 걸음을 내디뎠다. ‘당분하고 카페인 좀 보충하고, 휴식 좀 취한 후에 바로 들어가자. 30분 정도면 되니까, 거기 맞게 세팅해달라고 하고.’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계획을 짧게 정리했다. 이윽고 휴게실 앞에 도달했다. ‘역시.’ 예상대로 이혁주는 그곳에 있었다. ‘응?’ 그러나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휴게실 속의 광경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본래라면 모두가 TV를 보면서 낄낄거렸을 이들이 제 스마트폰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의문을 표하며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계십니까? 뭐, 스타 플레이어들 열애설이라도 떴어요?” 말과 함께 정현우가 슬쩍, 곁눈질로 이혁주가 보던 스마트폰 화면을 훔쳐봤다. 익숙한 영상 화면이 눈에 보였다. ‘어? 내 영상이네?’ 그 사실에 놀라는 정현우를 발견한 이혁주가 말했다. “어, 형, 오셨어요?” “온 건 예전에 왔고, 무슨 일이야?” “형, 그 BJ대마도사 새로운 영상 알죠?” “알지.” 말을 하던 정현우가 슬쩍 주변 분위기를 살핀 후에 말했다. “솔직히 딱히 저번 영상에 비해서 볼 게 넘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그냥 돈지랄한 거 자랑하고 끝난 거였지. 아마 조회수 저번 영상에 비해 개박살날 걸?” “지금 그 영상 대박 났어요.” “대박?” 예상치 못한 단어의 등장에 정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대박? 아즈모가 또 댓글이라도 달았어?” “예." “아니, 아즈모가 또 댓…… 예라고?” “예." “내용 좀 보여줘봐.” “여기요.”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자기가 보고 있던 영상, 그 아래 달리는 최다 추천 수 댓글을 보여줬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미간을 찌푸릴 수 없었다. - 아즈모 : 보니까 새로운 지팡이도 내가 모르던 건데, 그 지팡이는 언제 나오지? 54화. < 17화. 도발 (3). > 9. 아즈모, 그의 등장은 언제나 무대를 뜨겁게 만들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아즈모 님 떴다! - 아즈모 님, 저도 후원 좀 주세요! - 아즈모 님, 저 4달러 만! 그가 댓글 하나를 달았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무수히 많은 갓워즈의 관중들은 BJ대마도사의 영상에 몰려들었다. - BJ대 마도사가 또 뭐했음? - 아즈모가 또 모르는 지팡이를 들었다고? 그리고 모여든 이들은 저마다의 떡밥을 입에 문 채 또 다른 곳에 그 떡밥을 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 떡밥 맛을 본 이들이 BJ대마도사의 영상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100만 넘었다!”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하는 데에는 눈 깜짝할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시 한 번 핫이슈가 되는 순간. - 아즈모가 BJ대 마도사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네? - 스토킹 들어가나요? 더 인상적인 것 아즈모가 BJ대마도사에게 두 번이나 관심을 주었다는 의미였다. ‘아, 찍혔다. 이거 분명 찍혔어.’ 쉽게 표현하면 찍힌 셈. ‘젠장.’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시당할 줄 알고 대비는 했지만……' 예상은 했었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이 자신을 그냥 놔둘리가 없으리란 것을. 필시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라는 것을. 그에 대해서 정현우는 나름의 대비를 했다. 플레이어들이 접근하고자 하면 알아서 피해 움직이는 것으로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플레이어들의 정보도 볼 수 있는 그의 입장에 어려울 건 없었다. ‘스킬로 먼 거리에서 감시하는 건 어떻게 못하니까……' 하지만 스킬을 이용해 감시하는 것까지 미다스가 파악하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그래서 더 놀라움이 컸다. ‘아니, 그런데 감시할 거면 조용히 하지 아즈모란 놈은 또 왜 미쳐 날뛰는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BJ대마도사를 감시하는 입장에서는 감시해서 얻은 정보를 자기들만 손에 쥐고자 하는 게 정답 아닌가? 아즈모가 하는 댓글은 결코 그들의 감시 행위에 플러스 요인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고, 이제 BJ대마도사에 대한 주목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이미 각오를 한 바였고, 굳이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미치겠다.’ 문제는 정현우가 저지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영상 나오면…… 이거 진짜 위험하겠는데?’ 자신이 준비한 폭탄이 지금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터질지도 모른다는 것. ‘하루라도 빨리 도리도 광산 떠야 해.’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는 더 이상 계산 따윈 하지 않았다. “혁주야, 세팅 바로 해줘.” “예? 형, 식사 안 하세요?” “식사는 됐고, 바로 들어가야겠어.” 그저 행동만 남을 뿐. “그보다 너 사탕 있지?” “사탕? 아, 지금 떨어져서…… 그때 그거만 남았어요.” “그거?” “포도당 사탕이요.” “야, 그딴 쓰레기 사탕 아직도 안 버렸냐?” “소설 속 주인공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요. 커피에도 타먹고 그랬는데……" “그 소설 속 주인공이 굉장한 또라이였나보지. 그 맛대가리 없는 걸 좋다고 처먹는 또라이.” 말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고개를 흔든 후에 손을 내밀었다. “그거라도 줘.” “예." 그 후 카운터를 다녀온 이혁주로부터 사탕을 받아서 먹은 정현우가 캡슐 안에 몸을 집어 넣었다. 10. “오, 드디어 왔군.” 오랜만에 만나게 된 NPC즈가를 향해 미다스는 대답 대신에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를 가볍게 놓았다. 그러자 마치 목걸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NPC즈가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제 목걸이를 돌려받은 NPC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자네가 광산을 청소해주는 덕분에 쉽게 원하는 양을 모을 수 있었네.” 그 말을 뱉는 순간 NPC즈가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목걸이는 만들었네. 이제 그것을 끼우기만 하면 될 뿐이지.” 그토록 길었던 퀘스트가 완료되는 순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잘했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평소라면 NPC즈가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줬겠지만 지금 미다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도리도 광산을 떠야 해.’ 지금 아즈모가 만든 불길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이상 있다가는 여기서 아예 움직이지도 못할지 몰라.’ 그 증거로 도리도 광산에서 움직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아즈모가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새로운 무기를 낀 것 같다고. 자신도 모르는 지팡이를. 그럼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어떨까? 먼 곳에 있는 플레이어가 굳이 도리도 광산까지 와서 미다스가 낀 무기를 확인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리도 광산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분명 이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BJ대마도사의 무기가 뭐기에 그러는 걸까? 하물며 미다스에게는 럭키라는 숨기기 힘든 동료가 있는 상황. 더 이상 도리도 광산에 있어서 좋을 건 없었다. “넵, 수고.” 미다스가 짧게 인사를 남긴 후에 그대로 등을 돌리는 이유였다.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앞에서 익숙한 인물이 보였다. 작은 키에 사나운 눈매를 가진 노움 마법사. “사할린?” “사할린!” 미다스와 NPC즈가가 동시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을 불렀고, 그 사실에 사할린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즈가, 날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지?” ‘목걸이가 완성됐으니, 이제 자네가 가진 그 단서를 끼우기면 하면 되니까 말이야.” ‘그럼 그냥 나한테 보내주면 되잖아?” ‘사할린, 자네가 나보다 장신구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다면 그리해도 되겠지. 허나, 그건 아니잖은가?” "흥." 그 짧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NPC사할린이 허공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모르는 이가 보면 마치 손이 잘린 듯한 광경. 이윽고 NPC사할린이 그 허공에서 손톱 크기의 작은 돌조각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NPC즈가에게 던져줬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마.” “허튼 수작이라니, 우리는 이미 그것을 위해 영혼의 맹약을 맺은 사이 아닌가.” “그런 허튼 소리를 지껄이지 말라고.” 짧은 대화 속에서 미다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스토리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이들이 착하고 아름다운 의도로 움직이는 건 아니란 말이야.’ 미다스, 그는 자신이 하는 퀘스트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였으며 이 퀘스트의 핵심은 결국 이야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융을 비롯해 눈앞의 NPC들이 신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아이템, 올마이티 클래스의 무기를 찾고자 하는 게 그저 그 무기를 플레이어에게 뚝딱 만들어 주기 위함은 아닐 터. 시나리오 속에서 저들 역시 그 무기를 되찾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뭐, 일반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저들이 죽이고 싶은 신이 있어서 무기를 찾는 중이다, 같은 내용이겠지.’ 그렇게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사이, NPC즈가는 NPC사할린으로부터 받은 돌조각을 자신이 만든 은색 목걸이, 그 끝의 펜던트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휘익! 목걸이의 펜던트가 마치 살아있는 뱀머리처럼 한 곳을 향해 꼿꼿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북쪽이군.” “북쪽이네.” 그 방향을 확인한 그 둘이 이내 서로를 마주본 후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게.” 그리고는 곧바로 그 목걸이를 미다스를 향해 던졌다. [저주받은 목걸이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서의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딱히 이상할 건 아니었다. ‘레벨업? 그것도 2번?’ 그러나 레벨업 알림, 그것도 두 번이나 연달아 나온 알림에는 미다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38레벨을 달성한 건 최근 아니었던가? 그런데 퀘스트 한 번에 2레벨이나 오른다? ‘경험치 보상 장난 아니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아!’ 그런 미다스에게 그의 신좌, 워드래곤은 40레벨 달성에 따른 스킬 카드 보상을 받을 때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어휴, 미치겠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하나부터 확실히 체크하자.’ 거기서 일단 미다스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일단 퀘스트부터 정리하자.’ 당장 먼저 해야 하며,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리였다. “이 목걸이를 제게 주신다는 것은……" 목걸이를 손에 쥔 미다스가 그 목걸이를 가볍게 바라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이템 옵션창이 떴다. [저주받은 목걸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파편을 담고 있는 목걸이다. 강력한 마력이 잠재되어 있다. - 모든 능력치 +50 - 공격력 +10 - 이동 속도 +10퍼센트 - 공격 속도 +10퍼센트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헉."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내뱉으려던 말문을 닫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 맙소사! 40레벨 유니크 템이 옵션이 무슨 레전더리보다 더 세?’ 그 옵션의 수준은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과 비교해서 부족하기는커녕 더 대단했으니까. 말문이 막히는 게 당연지사. 그런 그를 대신해 NPC사할린이 대화를 이끌어 갔다. “그 목걸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와. 무조건.” 퀘스트가 확실하게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아, 예.” 그제야 미다스가 막힌 말문을 간신히 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미다스는 곧바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목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곧바로 자신의 장비창으로 이동했다. [저주받은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그 후에 자연스레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늪지대]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저주받은 목걸이가 향하는 북쪽의 늪지대로 가서 무언가를 발견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거래 불가) !퀘스트 완료 시 ‘보석 악어’ 퀘스트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다시 커졌다. ‘레,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다시 등장한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그 보상에 이제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이번에 무언가를 알아오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지.” 마치 그런 미다스의 확인을 기다렸다는 듯이 NPC사할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미다스는 자세를 낮췄다. “최선을 다해 몸을 불살라서라도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등을 돌렸다. ‘와, 장난 아니네.’ 목걸이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지경인데, 퀘스트 보상이 레전더리 스킬 카드라니? ‘아, 릴렉스. 이러다가 강제 로그아웃 당할라.’ 현실 속 심장이 너무 거세게 뛰는 바람에 강제 로그아웃을 걱정하게 될 정도. ‘피스.’ 미다스가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의 북술북술한 털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긴장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한 주인의 손길에 럭키가 대답했다. 호우우우! 주인을 위로하듯이 내지르는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마음을 가라앉힌 미다스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 40레벨 보상만 확인하자.’ 마지막 일처리를 했다. [스킬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알림에 대답을 하는 순간 미다스의 눈 앞에 100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수를 놓기 시작했다. 눈이 돌아갈 광경. 그러나 미다스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한 곳 황금빛으로 빛나는 한 장의 카드만을 향할 뿐. 호우우우! 그렇게 적막한 광산을 럭키의 하울링이 메아리쳤다. 11. “사장님, 영상 제작 끝났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의 홈버튼을 누른 후에 곧바로 클라우드 서버 접속 앱을 클릭했다. 넘치는 동영상 파일들. 박영준은 개중에서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파일을 바로 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의 시작은 마치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학살자 오크의 가면을 쓴 플레이어의 혼잣말로 시작됐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타임 어택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도리도 광산 던전에서 타임 어택을 하겠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 [이번 던전 공략은 럭키 혼자 합니다.] [왕?] 그러나 그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곧바로 화면은 던전 안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화면의 머리 위에는 초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부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깨지지 않은 검객의 기록이 개 한 마리에 깨질 줄은 아마 검객 본인도 몰랐을 걸요?” 그 말에 박영준은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덤덤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네 생각에는 이번 건 몇 찍을 거 같아?” “전 최소 200만 보고 있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검객의 기록을 깬 거잖아요? 이야깃거리 되기에 이만한 것도 없죠. 사장님은요?” “평가는 상품을 제대로 보고 해야지. 섣부른 판단이 제일 위험한 법이야.” 그 대답을 뱉은 박영준이 영상에 집중했다. 하나하나. 영상의 내용을 뇌리에 각인시키듯 박영준은 영상의 전부를 보았고, 이내 영상이 끝났다. 박영준의 시선은 곧바로 영상의 우측 상단을 향했다. [4:09] 그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날림으로 만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네.” “24시간 만에 만든 것치고 이 정도면 기적이죠!” 짧은 대화. 그 와중에도 영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재생되고 있었다. 아직 뒤가 남아있다는 의미, 박영준이 그런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아까 나한테 질문했지?” “예." 그때 검게 물든 영상에 빛이 비춰지면서 다시 한 번 그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살자 오크의 가면을 쓴 BJ대마도사, 등장한 그가 영상을 보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누가 내가 전에 쓰던 아이템이 뭔지 의문을 가졌는데, 쓰다 버린 아이템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손에 쥔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대신 이게 뭔지 한 번 맞춰보는 게 어때? 응?] 그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났고, 끝이 나는 순간 박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1천만, 이번 영상은 무조건 1천만 찍는다.” 55화. < 18화. 가디언 (1). > 1. [가디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를 자신의 가디언으로 만든다. 그 몬스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소환한 가디언으로 몬스터 1,000마리 사냥 시 ‘가디언’ 타이틀 획득 가능 !소환한 가디언으로 보스 몬스터 99마리 사냥 시 ‘보스 가디언’ 타이틀 획득 가능 가디언. 자신이 이번에 새로이 얻은 레전더리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떠올랐다. ‘아즈모의 필살기.’ 아즈모. 갓워즈에서 가장 많은 스킬을 그리고 가장 많은 레전더리 스킬을 배운 플레이어. 그러한 아즈모의 수중에서 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스킬은 다름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가디언 스킬이었다. ‘스킬 자체는 그렇게 강력하진 않지.’ 사실 가디언 스킬 자체가 그리 대단한 스킬은 아니었다. 스킬 내용처럼 사냥한 몬스터를 자기 부하로 만들 수 있는 스킬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가디언을 몬스터의 몸에 빙의시키는 스킬이었다. 이런 가디언 스킬에는 몇 가지 사용 조건이 있었다. ‘조건도 많고.’ 하나, 자신보다 레벨이 10레벨 이상 높은 몬스터는 가디언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몬스터에 대한 이해, 즉 가디언으로 만들고자 하는 몬스터를 100마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보스 몬스터나 대형 몬스터는 가디언으로 삼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 반대로 그 아래 몬스터들은 가디언으로 만들어봐야 그 몬스터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었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골렘 소환이나 정령 소환에 비해서 그리 크게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아이템을 착용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지지.’ 대신에 가디언에게는 플레이어들의 아이템 착용이 가능했다. 그게 이 스킬이 아즈모의 필살기가 된 이유였다. ‘레전더리 아이템도 얼마든지.’ 아즈모, 그의 경우에는 자신의 가디언들에게 남들은 하나도 착용하기 힘든 아이템을 도배하다시피 했고, 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디언은 1티어급 신수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거래 불가 아이템도 가디언에게는 착용시킬 수 있고.’ 더불어 가디언의 경우에는 주인과 아이템 공유 역시 가능했다. 즉, 제대로 투자만 하면 어지간한 C(Creature)타입 스킬들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당장 솔로 플레이를 주로 할 수밖에 없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정말 큰 도움이었다. ‘이러면 당장 골렘 소환 스킬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겠어.’ 실제로 미다스는 최근에 골렘 소환 스킬 구매를 고민하고 있었다. 왕! 이유는 다름 아니라 럭키. 럭키가 어그로를 끌어준다고는 하지만, 미다스가 봤을 때 럭키는 탱킹보다는 딜러일 때 역량이 최고조로 발휘됐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이번 도리도 광산 플레이어에서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탱커를 전담해줄 무언가가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더 나온다는 의미. ‘골렘은 마력도 많이 먹고.’ 그럼에도 골렘을 예외로 둔 건 가디언과 달리 골렘은 소환 이후 유지 및 보수에 마력이 많이 소모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런 건 있었다. ‘뭐, 골렘이 추가되면 더 좋겠지만.’ 다다익선. 실제로 아즈모의 경우에는 가디언은 물론 키메라에 골렘, 정령에 사역마까지 갓워즈에서 마법사 클래스가 소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소환하고 다녔다. 심지어 드래곤까지 소환했다. 아즈모가 갓워즈의 최고 인기인인 이유였다. 그는 갓워즈에서 진정한 의미의 솔로 플레이를 완벽하게 즐기는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래도 돈이 생기면 공격 계열로 구매하는 게 낫겠지.’ 그러한 고민은 거기까지였다. ‘일단 돈 벌고 생각하자.’ 이후 고민들은 결국 돈이 들어온 다음에 할 고민이었으니까. 더욱이 지금 미다스가 당장 구해야할 건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당장 구매할 건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이고.’ 40레벨이 된 이상 학살자 오크 세트는 졸업할 때. ‘보다 더 우선되는 건 도리도 광산을 뜨는 거고.’ 이제 도리어 광산을 졸업할 때였다. “럭키야, 가자.” 왕! “전속력으로.” 그리고 추격전을 벌일 때였다. 2. 도리도 광산, 인스턴스 던전이 주를 이루는 그곳의 필드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 필드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걱정할 것이 없으니, 필드로 나온 플레이어들은 여유가 넘쳤고, 그 여유 속에서 대화를 즐겼다. “BJ대 마도사가 정말 도리도 광산에 있는 게 맞아?” “저주받은 숲 다음은 여기 밖에 없잖아.” “들으니까 도리도 광산 동쪽 지역에서 활동 한다던데?” 그러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대화 소재는 당연하게도 BJ대마도사였다. “걔 무기가 그렇게 특별하다면서?” “아즈모도 궁금해 하더라고. 무기를 보자고.” “아즈모도 모를 정도면 레전더리, 그 이상 아니야?” “평범한 무기는 아니지.” 그 자체로도 워즈튜브에서는 나름 핫이슈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자기들이 사냥하는 사냥터 지역에 그러한 이슈 메이커가 있다는데 관심이 가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터. 더욱이 플레이어들이 알 법한 유명인들이나 이슈 메이커들 대부분은 레벨이 300레벨 이상인 이들이었다. 40레벨대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그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한없이 낮을 수밖에. “한 번 만나볼까?” “찾는 게 어렵지도 않지. 신수가 있잖아?” 얼굴이나 보자,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건 당연지사. “한 번 죽여 볼까?” “죽여서 뭐든 얻어도 남는 장사잖아?” 좀 더 과격한 마음을 가지는 것 역시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던전 밖으로 나왔습니다.] [던전이 소멸됩니다.] 미다스가 나온 던전 밖의 상황은 그런 상황이었다. 사실 이제까지는 이 상황에서 딱히 고민할 게 없었다. 그냥 다른 던전에 들어갔으면 됐으니까. ‘이제부터가 문제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제 미다스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기 위해 북쪽, 늪지대로 이동할 것이다. ‘분명 꼬리가 붙을 거야.’ 그리고 그런 미다스의 뒤에 몇몇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들은 추격자를 붙일 것이다. 자의식 과잉 같은 게 아니었다. 일단 갓워즈에서 추격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갓워즈에는 CCTV나 GPS 같은 게 없는 만큼 대상을 감시하는 방법은 추격 밖에 없었으니까. 추격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정 길드가 숨기고 있는 던전이나, 사냥터는 물론 보스 몬스터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그것만한 방법도 없었으니까. ‘아즈모가 관심을 가졌다는 건 필시 누군가 나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수시로 줬다는 의미.’ 결정적으로 아즈모가 미다스의 변화를 눈치 채고 그에 대한 신호를 보내줬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즈모가 직접 미다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은 제로. 필시 어느 길드가 미다스를 감시해서 얻은 정보가 아즈모에게 어떤 루트를 통해 넘어갔을 것이다. 무엇이든 간에 미다스가 도리도 광산을 떠나는 순간 미다스는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공격당할 수도 있지.’ 개중에서도 최악은 PK를 당하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기더라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으며, 패배했을 경우의 리스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도리도 광산을 떠나는 순간 미다스가 마주하게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는 그러했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책은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헤이스트 앤 스트랭스.” 그것도 완벽한 대비를. 3. 미다스와 약 100여 미터 거리, 그곳에 모여 있던 세 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표적이 움직인다.” 그 말에 두 명이 저마다 한 소리를 뱉었다. “대체 저 녀석이 뭐라고 이렇게 감시하는 겁니까?” “돈지랄을 하든 말든 마법사 잡는데 세 명이나 움직이는 건 과한 거 아닌가요?” 이어진 말에 명령을 내린 이는 대답했다. “월급 받으면 까라고 할 때 까야지. 싫으면 월급을 받지 말든가.” 반박이 불가한 그 말에 남은 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야, 팩트로 조지시니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긴, 기껏해야 부캐 접속해서 마법사 하나 쫓는 게 전부인데 돈까지 주는데 감사히 받아야죠.” 그때였다. “어? 달린다.”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호크 아이 스킬, 그 스킬을 통해 미다스를 감시하던 대장격인 이가 가볍게 소리를 쳤다. 그 말에 남은 둘이 코웃음을 쳤다. “갑자기 왜 뛴대요? 도망이라도 치는 건가?” “마법사 클래스가 뛰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고.” BJ대마도사가 적지 않은 아이템 세팅을 한 건 알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사의 기준. 근력과 체력 스탯에 투자를 할 수 없는 마법사 클래스가 도망을 치는 건 무의미한 짓이었다. 부하들의 코웃음은 당연한 것. 그러나 그 코웃음에 명령을 내리던 이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지금 쫓을까요? 아니면 기다린 후에 쫓을까요?” 부하 한 명이 먼저 질문을 한 후에야 명령을 내린 플레이어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좆됐다.” “예?” “좆됐다고!” “그게 무슨……" 영문을 모르는 부하의 반문에 명령을 내린 플레이어가 말했다. “저 새끼 졸라 빨라!” 4. 왕! 오랜만에 마음껏 질주를 한다는 사실에 럭키가 기쁨을 담은 채 짖기 시작했다. 그러한 럭키의 질주를 뒤따라가는 미다스는 슬쩍 주변을 훑어보았다. “럭키야, 멈춰.” 왕! 이윽고 나온 명령에 질주하던 럭키가 단숨에 멈추었다. 헥헥! 그리고는 곧바로 주인에게 다가와 제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고,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변을 바라봤다.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못 따라오는군.’ 미다스, 그가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쓴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도주하는 것. 물론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 클래스가 날고 기어도, 궁수나 암살자 계열보다 빠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미다스의 경우는 예외였다. 일단 미다스의 근력 스탯은 어지간한 동레벨 대의 근접 딜러와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스트랭스와 헤이스트, 두 스킬도 소유하고 있는 상황. ‘하긴,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목걸이까지 있는데.’ 화룡점정은 이번에 새롭게 습득한 저주받은 목걸이였다. 모든 능력치 50포인트 상승, 이동속도 10퍼센트 증가. 사실상 거기서 추격전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갓겜이야. 갓워즈라는 이름에 갓이 들어갈 때부터 이 게임이 갓겜인 줄 알았지. 그렇지 럭키야?” 왕!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럭키가 동의한다는 듯 가볍게 짖었고,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것으로 한동안 추격자 걱정은 없겠네.’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굉장한 일이었다.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주변으로부터 받는 위협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다스는 최소한 게임 오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넣은 셈이었으니까. ‘적극적으로 움직여도 되겠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큰 희소식인 셈. ‘그보다 이제 슬슬 영상 올라오겠네.’ 더욱이 조만간 자신을 향한 위협이 지금과는 비교되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미다스는 이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골치 아픈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럭키야, 이제 네 데뷔 영상 올라올 거야.” 왕! “뭐라고?” 왕! “꼭 1천만 뷰를 찍어서 주인님 아이템 바꿔드리겠어요?” 왕! “역시 럭키, 너밖에 없다.” 왕! 그것을 가뿐히 감수할 만큼 메리트가 있다는 것. 그 메리트를 떠올리며 미다스가 북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먼 거리에 붉은 기둥이 솟아오른 것이 보였다. ‘이번 퀘스트도 낙승이군.’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늪지대로 가자.” 왕! 그렇게 미다스와 럭키가 새로운 무대로 향했다. 동시에 영상이 올라왔다. 5. BJ대마도사의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이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무렵. - BJ대마도사 영상 올라왔다! ┗ 벌써? ┗ 어? BJ대마도사? 새로운 영상 중에 그런 제목 없는데? 그 불길이 잦아지기도 전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 BJ럭키로 검색해봐. ┗ BJ 럭키? ┗ BJ대마도사가 데리고 다니는 신수? 정확히는 BJ대마도사가 아닌 그 신수에 대한 영상이었다. 제목부터도 BJ럭키였다. - 이건 뭔 개소리야? 그 사실에 처음 반응들은 썩 좋지 못했다. - 그냥 신수랑 노는 영상 올리는 건가? - BJ대마도사가 자기 이름빨로 조회수 늘리려고 개수작 부리네. 대부분의 이들은 그 영상이 그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던지는 수작이라고 봤으니까. 흔한 수작이기도 했다. 영상 하나가 대박을 치는 순간 별거 아닌 영상을 찍어내듯 올리면서 최대한 돈을 버는 이들은 많았으니까. 소위 빨대를 꽃는 이들이. 언제 어느 순간 도태될지 모르는 프로 플레이어의 세계에서는 나름의 생존 기술이었다. 하물며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다지 썩 좋지 않은 상황. - 자, 다들 악플 달러 갑시다! ┗ 야, 악플도 달면 댓글하고 조회수 늘어나니까 그냥 가지 맙시다. ┗ 다들 키보드에서 손 떼! 악플로 돈을 벌려는 수작이야! 영상을 보기도 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안 좋았다. 만약 영상이 별거 아니라면 BJ대마도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릴 듯한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영상이 공개됐다. 5분이 넘지 않는 짧은 영상. - 어? 그 영상이 공개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뀌었다. - 어! 그 영상이 4분쯤에 이르렀을 때 분위기는 바뀌는 정도가 아니었다.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광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검객이 가진 도리도 광산 신기록 깨졌다! - 그것도 개가 혼자서 깼다! - 미친, 이게 말이 돼? - 와, 검객은 이제 개만도 못한 놈이 됐네. 신기록, 그것도 상상치도 못한 방식의 신기록에 대한 마땅한 반응이었다. - 아니, 그래서 BJ대마도사는? 무기 뭐야? 새 무기 공개 안 했어? ┗ 신수 혼자 잡았다니까. BJ대마도사는 마법은커녕 팔짱 끼고 걸어 다니기만 했어. ┗ 와, 신수좆망겜 보소. 물론 그런 열기도 아즈모가 만들어낸 열기를 뒤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아즈모도 궁금해하는 그 새로운 무기가 무엇인지 의문과 질문을 던졌다. - 신기록이라니? 영상 5분짜리잖아? - 어? BJ대 마도사가 나온다. - 30초 영상이 하나 더 붙은 모양인데? 그에 대해 BJ대마도사는 기꺼이 보여줬다. [누가 내가 전에 쓰던 아이템이 뭔지 의문을 가졌는데, 쓰다 버린 아이템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말이야.] [대신 이게 뭔지 한 번 맞춰보는 게 어때? 응?] 아즈모, 그가 궁금해 하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해 아즈모는 대답했다. - 아즈모 : 난 모르는 아이템이네. 못 맞추겠다. - 아즈모 님이 이 영상에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주 화끈한 대답을. 56화. < 18화. 가디언 (2). > 6. 사람이 보는 눈은 대개 비슷하다. 이번 BJ대마도사의 파트너, 신수 럭키의 데뷔 영상 역시 그러했다. 캡슐방 휴게실, 그 안에 옹기종기 모인 채 그 영상을 본 이들은 모두가 동의했다. “이야, 이번 영상은 장난 아니겠는데?” “조회수 폭발하겠어.” “대박이네.” 이번 영상은 대박이 날 수밖에 없다고. 그 사실에 부정을 다는 이는 없었고, 그렇기에 딱히 이렇다 할 감상도 없었다. “한동안은 BJ대마도사가 꽤 인기를 끌겠는데?” “럭키, 쟤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영상은 꽤 뽑을 테니까.” “역시 귀여워. 개가 최고라니까.” 이 후 나온 도발 영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즈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네.” “진짜 아즈모랑 아는 사이 아니야? 이렇게 주고받는 게 너무 의심스러운데?” 그것을 보는 순간 모두는 그저 의문을 던질 뿐, 그 영상 내용을 가지고 갑론을박 따위는 펼치지 않았다. 휴게실의 분위기는 잔잔했다. 덜덜덜! 딱 한 명의 분위기만 달랐다. “진짜 뭔가 있는 거 같죠? 응? 현우 형? 왜 그렇게 몸을 덜덜 떠세요?” 이혁주의 질문을 받은 정현우가 떨리는 제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으, 응? 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몸 안 좋으세요?” 이어진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아, 피곤하다.” 말과 함께 정현우가 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혀를 짧게 찼다. “형,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몸 건강도 챙기셔야죠. 채굴꾼 짓으로 얼마나 번다고……" 그 말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를 벌긴, 말도 안 되게 벌지!’ 여기서 입을 열어버리면 저도 모르게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를 것 같았으니까. 정현우가 느끼는 희열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손이 떨리고, 말문이 막힐 지경. 그리고 그럴 만했다. ‘제대로 나왔다.’ 영상에 대한 이곳의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영상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란 이름으로 내놓은 그 어떤 영상보다 뜨거운 놈이 되리란 것을. ‘일단 백만은 기본이야.’ 밀리언 클릭은 기본. ‘잘하면 그 이상도……' 정현우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쉬이 되지 않는 숫자마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상상만으로도 정현우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아, 진정하자.’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던 그에게 이혁주가 다가오며 종이컵 하나를 건네주었다. “형, 커피라도 드세요.” “고맙다.” 그 커피를 받아든 정현우가 그대로 커피를 홀짝였다. 달콤한 커피 덕분인지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그렇게 진정된 마음 위로 정현우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늪지대에서 레벨업과 동시에 퀘스트를 깨야 해. 그러면서 새로운 영상도 만들어야 하고.’ 갓워즈의 세계에서 영상 하나로 빅히트를 친 이들은 적지 않았으나, 그 히트를 이어가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현우의 주변에도 많았다. 갓워즈를 오픈하자마자 시작한 덕분에 나름 초반에는 실력자들을 두루 알았던 정현우, 그런 그의 주변에는 빅히트를 친 이들도 제법 있었으니까. 그들 중에 별이 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절대 어설픈 영상은 안돼.’ 인기에 취해 어설픈 내용들, 별거 아닌 몬스터를 잡는 영상이나 신변잡기 따위를 영상으로 올린 이들이 대부분 그런 케이스였다. 처음에는 확 모은 인기 덕분에 기본 조회수가 잘 나오고, 그게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그게 끝이었다. 촛불처럼 어느 순간 촛농이 다 떨어지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진짜 별이 되려면 빛나는 걸 내놔야지. 라이징 스타 채널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이 퀄리티로 승부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설픈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임팩트 있는 영상만을 올려서 퀄리티를 유지하자는 것. ‘그보다 이쯤 되면 뭔가 보너스 같은 거 오지 않으려나?’ 그러한 생각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계약금 좀 올려주거나 그러면……' 좀 더 돈을 받고 싶다는 욕심. ‘당장 아이템 바꾸고, 여기에 가디언 아이템 세팅하면 스킬 카드 살 돈도 없는데……' 그 돈으로 스펙을 올리고 싶다는 욕심. 그 무렵이었다. “어? 아즈모가 댓글 달았다!” “BJ대 마도사 영상에 아즈모가 댓글 달았어!” 아즈모, 그 이름이 언급 되는 순간 잠잠했던 휴게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이혁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든 이혁주가 스마트폰으로 댓글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댓글 위로 보이는 후원 댓글 항목을 발견했다. “맙소사, 아즈모가 1만 달러 쏘다니!” 1만 달러! 그 금액을 본 이혁주가 정현우를 바라봤다. “현우 형, 이거 보셨어요? 어?” 그런 이혁주의 눈에 비친 것은 커피가 넘칠 정도로 떠는 정현우의 모습이었다. “형, 괜찮으세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배, 배가 아파서……" 이내 그 말을 남긴 정현우가 화장실로 급하게 향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다른 한 명이 질문했다. “현우 왜 저래?” “배가 아프시다는데요?” “배가 아파?” 그때 다른 한 명이 말했다. “배가 아프겠지. 자기는 코피 터질 정도로 죽어라 일해도 돈 백만 원 만지기 힘든데, 금수저 새끼가 돈지랄한 영상에 후원으로 한 번에 1만 달러 받는 걸 봤는데 배가 안 아프고 배겨? 가뜩이나 계정 정지까지 당했는데?”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 안쓰러운 표정으로 정현우가 들어간 화장실 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 참 안 됐어.” “지금쯤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거 아니야?” 7. 1만 달러. 그 후원금을 보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였다. ‘오케이, 이제 지르자.’ 이제 쇼핑을 할 때가 왔다는 것! ‘그보다 뭘 살까?’ 거기서 고민은 시작됐다.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본래는 최우선으로 구매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였으면 무조건 골렘 소환이었는데……' 골렘 소환.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고, 어떻게든 돈을 모아 지르려고 준비 중이었다. ‘가디언이 있으니 그렇게 시급하진 않아.’ 그러나 가디언 스킬이 나오면서 골렘 소환 스킬의 필요성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2순위로 넘어갔다. ‘마력 회복 쪽 스킬로 갈까?’ 2순위는 다름 아니라 마력 회복 관련 패시브 스킬이었다. 지금 당장은 마력 부족에 허덕이진 않았지만, 허덕이지만 않을 뿐 한계에 온 상태였다. 물속에 몸을 담갔는데 목까지 물이 찬 수준. 딱 숨은 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위 스킬 습득하면 마력 회복 포션으로도 버티기 힘들어.’ 당연히 상위 스킬을 습득할수록 마력 부족은 급격하게 늘어날 터. ‘더블 캐스팅 같은 스킬도 있는데 마력이 못 따라가서 화력을 못 내면 병신인 거지.’ 더욱이 더블 캐스팅 효과를 백퍼센트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력 낭비가 가능할 정도의 마력이 필요했다. ‘누더기 주술사 세트도 사야 하는데……' 그 부분을 그나마 채워줄 수 있는 건 40레벨 유니크 아이템 세트, 누더기 주술사 세트로 아이템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스탯은 더 오를 테니까. ‘내가 누더기 주술사 세트를 착용해야 가디언에게 학살자 오크 세트를 줄 수도 있고.’ 가디언의 스펙업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 역시 매우 괜찮은 선택. 사실 이 선택지는 선택지라고 할 수도 없었다. ‘뭐, 여차하면 되팔면 되니까 이게 나을지도.’ 언제든 현금으로 바꿔서 다음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일일 뿐이니까. “후우.’’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킨 정현우가 스마트폰의 페이지를 바꾸었다. ‘시세부터 확인하자.’ 갓워즈의 모든 아이템들이 거래되는 G베이, 그곳에 접속한 후에 가장 먼저 점찍어둔 것부터 검색했다. 곧바로 새로운 페이지가 등장했고, 그 페이지가 최저 가격순으로 정리되는 순간 정현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 ‘골렘 소환 스킬이 이 가격에?’ 놀란 정현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낙찰을 눌렀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새로운 창이 떴다. [이미 거래 완료된 물건입니다.] 8. “조회수 어때?” “아즈모가 1만 달러 지르는 순간 그냥 터졌습니다. 일주일 안에 1천만 달성 할 거 같아요.” 부하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영준. 그런 그의 입가에는 그 무엇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렇게 기쁘진 않은 모양이시네요?” 1천만짜리 영상이 터진 것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무덤덤한 표정. 그 표정으로 박영준은 대답했다. “당장 싹이 자라났다고 기뻐하는 농부 봤어? 응? 과실을 먹어서 맛을 봐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지." 이제까지는 시작에 불과했음을. “앞으로가 더 골치 아플 거야.” “또 뭔가가 있나요?” 부하 직원의 물음에 박영준은 도리어 질문을 했다. “야, 이번 일에서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냐?” “영상 만들고, 채널에 올려줬죠.” “그거 우리만 할 수 있는 거냐?” “아뇨, 수두룩하죠.” “그럼 지금 당장 BJ대마도사가 다른 채널로 옮기면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게 있어?” “그야……" 대답을 망설이는 부하 직원을 대신해 박영준이 분명하게 말했다. “BJ대마도사는 아즈모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거물이고, 우리는 하청업체일 뿐이지.” 하청업체.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현실과 그 현실을 자각하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의 문제였으니까. “그 뚫기 힘든 글로벌 기업하고 드디어 거래를 트게 된 하청업체 말이야.” 그러나 막상 말을 뱉는 박영준의 입가에는 앞서서 보이지 않았던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거야말로 그토록 바라던 기회인 거지. 우리도 큰물에서 놀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기회요?” “와튼 스쿨 졸업 앞뒀을 때 나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 하나는 적당한 회사 경영팀에서 2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연봉 받으면서 인사하고 다니는 거랑, 밖으로 나와서 회사 차린 후에 20만 달러짜리 직원들 앞에 세워두고 인사받고 다니는 거. 당연히 선택은 후자였지.” 말을 한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이제는 우리 능력을 보여줄 때야.”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퀄리티로 따지면 우리 편집팀이 나름 메이저급하고도 비교할 만하죠. 그동안 영상편집팀에 투자도 아끼지 않았고요!” “그건 당연한 거고.” “예?” “아니, 영상 퀄리티는 맛집으로 따지면 숟가락하고 젓가락 멀쩡한 거랑 같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러한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여기서 와튼 스쿨의 비기가 나오는 거지.” 비기. 그 두 글자에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 비기가 뭡니까?” “뇌물.” “예?” 놀라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꺼내 들며 말했다. “이 스킬 카드 낙찰받아 놔.” 9. [누더기 주술사의 누더기 로브]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누더기 주술사의 가죽으로 만든 기괴한 로브이다. 칙칙하지만 강력한 힘을 담고 있다. - 모든 능력치 +25 - 공격력 +5 - 캐스팅 속도 +5퍼센트 -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17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30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공격력 +10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로브를 시작으로 하의와 장갑, 신발 그리고 머리띠. “아."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골렘 소환. 시세보다 3백만이나 싸게 나왔는데……' 눈앞에서 놓친 골렘 소환 스킬 탓이었다. ‘그냥 되팔아도 남는 장사였는데……'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만한 대목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니야. 어쩌면 갑자기 가격이 내려간 거 보면 시세 조정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어. 어쩌면 더 떨어질 수도 있어.’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행복한 시나리오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 산 새끼는 개호구 새끼가 될 거야. 확실해. 조만간 시세 떡락한다. 난 더 싸게 사야지!’ 속칭 행복회로란 놈을 한 번 돌린 후에야 미다스는 미련을 떨칠 수 있었다. 왕! 그러한 주인을 향해 럭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그 럭키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럭키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럭키야, 고맙다.” 왕! 이번 럭키의 영상으로 인해 얻는 소득을 생각하면 당장 절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 “절해줄까?” 왕! “뭐라고? 그냥 쓰다듬어만 달라고?” 왕! “그래, 럭키야.” 그렇게 럭키를 열심히 만져주던 미다스의 시선이 붉은 기둥이 치솟는 산 너머로 향했다. 그러자 곧바로 뒤집어쓴 로브 속으로 보이는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늪지대.’ 저 산 너머에 존재하는 늪지대. 5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였다. 문자 그대로 거대한 늪지대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리자드맨과 리자드 워리어였다. 쉽지 않은 무대였다. 저주받은 숲처럼 지형적인 문제 때문에 처음 사냥을 하는 이들이 골치 아픈 곳. ‘모두가 느려지는 곳이지.’ 특히 늪지대 특성상 늪에 들어가는 순간 이동속도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지나온 사냥터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제약이었다. 물론 그 제약이 모두에게 단점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제약이 이점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주 고맙게도 말이야.’ 미다스가 그러했다. 그에게 있어 늪지대의 그 느려진다는 특성은 절대적인 이점과도 같았다. 느려진 표적만큼 미다스에게 맛있는 먹잇감은 없었으니까. ‘진짜 골렘 스킬만 얻었으면 늪지대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 레코드들을 갱신할 수 있는 건데.’ 골렘 스킬에 여전히 미련을 가지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느려지는데 탱커마저 있다면 그야말로 미다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일 터. 그렇다고 그 아쉬움을 더 이상 음미하지 않았다. ‘뭐, 가디언으로도 충분히 탱킹은 가능하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목표를 정한 미다스가 럭키를 보며 말했다. “마음씨 좋은 분이 골렘 소환 스킬 카드 같은 거 후원해주면 좋겠다, 그렇지?” 호우우우! 그 말에 럭키가 대답 대신 하울링을 내뱉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개호구 새끼가 세상에 있을 리 없지. 57화. < 18화. 가디언 (3). > 10.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은 튜토리얼 모드를 통해 갓워즈란 게임이 매우 골 때리는 게임임을 깨닫는다. 이후 시작의 마을과 비린내 나는 숲을 지나, 도리도 광산에 이르러선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이제 게임에 좀 적응한 것 같아.” 이제는 어디 가서 갓워즈란 게임 좀 한다고 넌지시 자랑 정도는 해도 될 거 같다고. 그럴 만했다. 도리도 광산을 졸업할 때쯤 되면 플레이어들은 최소 5개의 스킬을 습득하고 있으며, 아이템 역시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험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수틀리면 튀면 되지.” 갓워즈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 게임 오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습득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신감이. “……라고 생각한 플레이어들이 여기서 깨닫게 되지.” 그러한 자신감은 5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늪지대에서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이 게임은 쓰레기 게임이라는 것을 말이야.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거든.” 앞서 말했던 도망칠 수 있다, 뒤로 물러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자신감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씨발, 진짜!” “아오, 진짜!” “에이, 진짜!” 그 범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늪지대, 그곳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의 악에 받친 소리들이 나오는 이유. 보통은 발목, 때로는 무릎을 넘어 골반까지 빠지는 늪은 플레이어들에게 제대로 된 움직임을 용납지 않았다. 샤아! 반면 그 늪을 주무대로 삼는 리자드맨들은 플레이어들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늪을 이동했다. 도주가 허락되지 않는 무대. “차라리 저주받은 숲이 낫겠어!” 오로지 진흙탕 싸움만이 허락되는 그 무대는 필요에 의해서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는 저주받은 숲보다 훨씬 고약했다. 왕! 그러한 늪의 현실은 럭키에게도 유효했다. 아니, 오히려 다리 길이가 플레이어나 리자드맨보다 짧을 수밖에 없는 럭키에게 늪은 더 고역이었다. 더욱이 기동력이 주무기인 럭키에게 그 기동력을 상실했다는 건 매우 치명적인 부분이었다. 끼잉……. 제 활약을 못하는 럭키의 입에서는 기어코 앓는 소리가 나왔다. 퍼엉!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그러나 사냥 속도는 이제까지 미다스와 럭키가 함께한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크으, 역시 사냥터는 이래야지.” 끼잉……. “럭키야, 괜찮아. 여긴 내 밥상이야, 밥상.” 미다스, 그에게 있어서 늪지대는 정말 최고의 사냥터였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모든 것이 느려진다는 것은 미다스에게 있어 맞출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 “그것도 슬로우 푸드.” 동시에 적이 다가오는 시간이 느린 만큼 더 많이 맞출 수 있다는 의미였다. 퍼엉!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거기에 미다스의 데미지 딜링은 이미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래, 이 맛에 현질하는 거지.” 40레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능력치. 거기에 롱토스, 발리스타, 드래곤스 아이에 용의 위엄까지, 네 종류의 스킬 어드밴티지에서 나오는 데미지 딜링은 상식, 그 이상이었다. 미다스의 스킬을 세 개 이상 견디는 경우가 없었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볼.” 결정적으로 더블 캐스팅을 기반으로 쉴 새 없는 데미지 딜링은 리자드맨들에게 있어서 악몽과 같았다. [파이어볼 스킬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발리스타 스킬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리자드맨 원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엄청난 악몽. ‘벌써 원킬이야?’ 미다스 입장에서도 놀랄 일이었다. 늪지대는 50레벨대 플레이어를 위한 사냥터. 그런 사냥터에서 고작 40레벨밖에 안 된 미다스가 원킬 타이틀을 얻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리자드맨 원킬!] - 타이틀 설명 : 리자드맨을 한 번에 죽인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근력 +3 자신에게 썩 도움이 되지 않는 타이틀 보상임에도 미다스가 미소를 짓는 이유였다. 그때 미다스가 목에 찬 목걸이의 팬던트가 뱀머리처럼 움직이더니, 미다스의 왼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퀘스트 장소가 있다는 의미. ‘이번 퀘스트도 낙승이겠어.’ 당연히 미다스는 이번 퀘스트 진행에 대해 조금의 고민이나 근심도 품지 않았다. ‘천 마리 잡으라고 해도 기꺼이 잡아주마!’ 그 자신감을 품고 미다스가 퀘스트 장소로 이동했다. 11. “아." 짧은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팔을 뒤엉킨 두 나무 사이, 문처럼 보이는 그곳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정보가 떴다. [리자드맨의 둥지(히든)] - 던전 등급 : Main Scnerio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60레벨 이하 입장 가능 - 리자드맨의 둥지이다. 아주 많은 숫자의 리자드맨이 똬리를 틀고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다. 안에 있는 모든 리자드맨을 처치해야 한다. - 저주받은 목걸이를 가진 자들만 입장 가능 메인 시나리오를 가진 자만이 진행할 수 있는 히든 필드 던전. 이 자체로는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이 퀘스트를 진행함에 있어 외부의 그 어떤 간섭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아닌가? 미다스 역시 처음 이것을 보는 순간 쾌재를 외쳤다. !현재 남아있는 리자드맨 : 1,998마리 그러나 그 아래 존재하는 이 숫자가 미다스를 지금 멍한 표정을 짓게 했다. “씨발.” 결국 미다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 ‘혼자서 어떻게 2천 마리를 잡아!’ 2천 마리. 그냥 잡으라고 하면 못 잡을 숫자는 아니었다. 문제는 환경이었다. 이 히든 필드 던전은 필시 제한된 공간일 것이다. 공간 안에 들어가는 순간 리자드맨 무리에 포위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잡다가 도중에 강제 로그아웃 당하지!’ 더욱이 5시간 내에 전부 잡을 수 없다면 도중에 강제로 로그아웃이 될 터. 그 후에 다시 접속했을 때 바로 지척에 리자드맨이 있다면? 그것 외에도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했으며, 그 변수 대부분은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것이었다. ‘아, 젠장…… 누가 봐도 파티 플레이용이잖아……' 물론 파티 플레이로 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상식이었다. 이 게임을 만들었을 때 퀘스트 난이도 기준을 솔로 플레이로 삼지는 않았을 터. 결정적으로 이번 퀘스트는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는 건 미다스, 그 혼자뿐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퀘스트 진행을 포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진짜 씨발.” 그게 미다스가 이토록 이를 가는 이유였다.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 “럭키야.” 왕! “일단 가디언부터 뽑자.” 왕!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움직였다. 12. 맨몸의 리자드맨과 달리 어느 정도 무장을 한 리자드 워리어. 퍼엉! 그러한 리자드 워리어의 얼굴 정면을 향해 날아온 불덩이가 거대한 폭발음을 냈다. 그 한 번의 공격에 리자드 워리어의 얼굴이 새카맣게 타올랐다. 그러나 비명은 없었다. [리자드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리자드 워리어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철퍼덕! 늪이 그렇게 쓰러진 리자드 워리어의 몸을 천천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미다스와 럭키가 등장한 건 그러한 리자드 워리어의 몸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잠긴 후였다. 미다스가 그 상태에서 리자드 워리어의 시체를 바라봤다. 이제는 마네킹처럼 본래의 색을 잃은 무미건조해진 리자드 워리어의 시체. 아이템 루팅, 그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는 시체. “가디언 소환.” 그러한 시체 앞에서 미다스는 남들과 다른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리자드 워리어를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예." 짤막한 대화가 끝나는 순간 늪에 파묻혔던 리자드 워리어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네킹처럼 무미건조했던 무채색 피부 위로 다시 본래의 피부색인 초록색과 하얀색이 감돌기 시작했으며, 상처 입은 부위는 빠르게 수복되며 모습을 갖추었다. 푸홧! 이윽고 힘차게 몸을 일으킨 리자드 워리어의 모습에는 시체의 흔적 따윈 보이지 않았다. 단 하나, 눈동자만은 달랐다. 번쩍! 리자드 워리어라기보다는 용의 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황금빛 눈동자가 말해주었다. 이 존재가 그냥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미다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바칠 가디언이라는 것을. “주인님.” 그렇게 등장한 가디언이 미다스 앞에서 무릎 한쪽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밑바닥이 늪이란 사실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당신께서 주신 새로운 육체를 빌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충성심을 내뱉는 가디언의 모습에 미다스는 감격,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왕! 그때 럭키가 질 수 없다는 듯이 가디언 옆에서 똑바로 앉은 채 미다스를 향해 외쳤다. 서로의 충성심을 대결하는 듯한 모습.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충성을 받……" 그때였다. "응?" 미다스가 말문이 잊은 채 가디언을 바라봤다. ‘얘는 NPC도 아닌 놈이 왜 머리 위에 물음표가 있는 거지?’ 미다스, 그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13. 가디언. 모든 마법사 클래스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대마도사, 그 대마도사 클래스만이 배울 수 있는 스킬. 스킬 자체도 멋진 스킬이었다. 드래곤이 레어를 지키는 가디언을 삼듯이, 플레이어가 자신을 지키는 존재를 소환하다! “가디언 소환? 뭐, 나쁘 스킬은 아닌데……" 그러나 막상 이 가디언 스킬에 대한 인지도는 높을지언정 인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인지도마저도 아즈모란 기상천외한 플레이어가 대부분 만든 것이지, 그를 제외한 대마도사 플레이어 중에 가디언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야 돈 쓰면 좋긴 한데……" 투자를 하면 쓸모는 있다. “그 돈이면 씨발……" 하지만 그 돈으로 다른 스킬을 구매하거나 투자를 하면 더 강했다. 너무나도 분명한 이유였다. 혹여 가디언 스킬을 운 좋게 습득하더라도 그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리고 대마도사 클래스 가진 애들이 뭐하러 쓸모없는 스킬에 집착하겠어.” 대마도사란 직업은 그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드나 파티 내에서 왕족 취급을 받는 직업이었으니까. 탱커는 물론 플레이어가 자신을 곁에서 지켜주는 가디언을 기꺼이 자처해주는 직업이었으니까. 그들에게 가디언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딱히 의미는 없는 존재인 셈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몰랐다. ![충성심의 발현] !33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몬스터를 상대로 주인을 지켜낼 경우 충성도 8급으로 상승 !충성도 8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8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가디언, 그들이 일반 스킬과 다르게 충성도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니, 이런 시스템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정령사들의 친화력 같은 건가?’ 마법사 클래스 중 하나인 정령술사들의 경우에는 정령술을 습득한 이후 정령과의 친화력에 따라 추가 데미지나 특수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마법사 클래스는 아니지만 드루이드 클래스의 경우에도 테이밍을 한 대상과의 친밀도를 통해 보다 높은 능력치나 새로운 스킬을 개발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디언이란 스킬에 충성도가 있으며 그 시스템을 통해 보다 강해지는 것도 이상할 건 없는 셈. ‘그보다 33분 동안 몬스터로부터 주인을 지켜내라…… 그것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알아내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아즈모라면 절대 하지 못할 조건이네.’ 33분 동안 몬스터로부터 주인을 지켜내는 것부터가 사실 굉장히 골치 아픈 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다르게 해석하면 33분 동안 상대하는 몬스터가 생존해야 한다는 의미. 아즈모처럼 압도적인 화력으로 몬스터를 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로 제거하는 플레이어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비단 아즈모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대마도사 클래스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33분이나 상대하는 경우는 없었다. 사실상 보스 몬스터를 염두에 둔 셈. ‘한 자리에 있는 것도 쉽지 않지.’ 하물며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추가 조건마저 붙어 있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한 자리를 고수한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원거리 딜러들은 때때로 게임 오버 리스크를 감수하고 제 자리를 고수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대마도사 같은 고귀하신 양반들은 무조건 안전빵으로 가야하니까.’ 그러나 대마도사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핵심 전력으로 취급받는 만큼 리스크 상황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이동, 배치되고는 했다. 결정적으로 대마도사 클래스 자체가 지극히 희귀했으며, 개중에서 가디언 스킬을 적극적으로 쓰는 이는 더더욱 적었다. 물론 이런 게 있다는 걸 알면 다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사실을 아는 플레이어는 갓워즈, 그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단 한 명 뿐. ‘오케이.’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추가적인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골드야, 첫 전투다.” 미다스가 가디언을 불렀고, 그 부름에 가디언이 다가와 물었다. “주인님 , 그것이 제 이름입니까?” “그래, 가디언답게 아주 굳세라는 의미에서 금강불괴. 줄여서 금괴, 영어로 골드. 어때 좋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수준의 작명. 그 작명에 가디언이 대답했다. “받기에 숭고할 정도로 멋진 이름에 그저 감격할 따릅니다. 주인님의 성은에 온몸을 받쳐 보답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확고부동한 충성심을 발휘하는 골드였다. 58화. < 19화. 전설은 전설이다 (1). > 1. 보통 리자드맨과는 전혀 다른 무장을 갖춘 리자드 워리어. 그러한 리자드 워리어가 자신의 손에 쥔 시미터 한 자루로 마주하고 있던 리자드맨의 가죽을 그어냈다. 스윽! 날렵한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의 가죽이 베어졌다. 샤아! 그 공격에 리자드맨이 괴성을 내지르며 발악을 시작했다. 무기조차 없는 제 몸뚱이로 몸통박치기를 시작했다. 리자드 워리어는 그러한 리자드맨의 공격을 왼손에 든 방패로 막아세웠다. 쾅! 리자드맨의 몸뚱이가 방패에 부딪쳤다. 끼이이! 그렇게 방패를 앞두고 두 리자드맨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무척 짧은 겨루기였다. 끼이....... 방패를 든 리자드맨 쪽이 일방적으로 맨몸의 리자드맨을 압도했고, 결국 몇 초 지나지 않아 겨루기는 끝났으니까. 샤아! 힘에 부친 리자드맨이 그대로 뒤로 튕겨나갔다. 그러나 뒷걸음질 치는 일은 없었다. 질척한 늪은 리자드맨의 다리를 그대로 붙잡았고, 리자드맨은 발목이 잡힌 채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철퍼덕! 보기에도 아픈 소리가 났다. 푹! 그 뒤로 소름 돋는 소리가 났다.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그 광경을 근처에서 보고 있던 미다스는 스윽, 자신의 머릿속의 시간을 가늠했다. ‘모든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 리자드맨을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 33초.’ 미다스, 그가 충성도 시스템을 확인하는 순간 가장 먼저 한 것은 가디언인 골드의 전투력 데이터 수집이었다. 비교를 위해서였다. ‘과연 충성도가 얼마나 메리트를 줄까나?’ 충성도가 9급에서 8급이 됐을 때 생기는 능력치, 전투 능력 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서. ‘뭐,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상태에서도 골드의 전투력은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지금 골드가 학살자 오크 세트를 착용하고 있으며, 미다스가 나름 거금을 들여 구매한 리자드 워리어의 시미터를 무기로 들고,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두 개의 버프를 받은 상태임을 고려해야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몬스터를 거뜬히 잡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보통 수준의 플레이어보다는 나았다. “주인님을 위협하는 적을 분쇄하였습니다.” “그래, 잘했어.” 더욱이 이 충성심은 플레이어에게서는 감히 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 로 말하면 딱 거기까지였다. ‘스펙으로 압도하는 수준, 딱 준프로 플레이어 수준이다.’ 준프로 플레이어.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밥을 빌어먹기에는 조금 아쉬운 수준. 투자를 하면 딱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내놓는 수준이었다. ‘럭키에 비하면……' 프로 플레이어는 물론 스타 플레이어들조차 동급 스팩이라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럭키와는 비교가 불가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뭐 이 정도면 업어 모셔야지.’ 애초에 가디언에게 원했던 것은 럭키가 미쳐 날뛸 수 있도록 탱커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니었던가? 3분 33초를 싸워준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3분 33초 동안 럭키가 날뛸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 “골드야.” “예, 주인님.” “이번에는 내가 공격하기 전까지 무조건 막아. 알았지?” “예!" 그렇기에 미다스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 이 정도로 충분하다.’ 2. 33분 동안 버티는 것은 딱히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샤아! 리자드맨 한 마리를 적당히 외진 곳으로 유인한 후에 33분간 시간을 보내면 될 뿐이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도 딱히 할 게 없었다. 쿵! 열심히 하는 건 방패를 짊어진 골드뿐, 미다스와 럭키는 그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어도 됐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미다스는 확신했다. ‘이거 대마도사들 중에서 알아내는 놈은 단 한 명도 없다. 확실해.’ 지금 갓워즈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대마도사 플레이어들 중에 이걸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음을. ‘이 지루한 걸 버틸 놈이 있을 리 없어. 다른 이도 아니고 대마도사 같이 콧대 높은 놈들이.’ 대마도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갓워즈에서는 귀족이 된 것과 같은 상황. 과연 그들 중에 이토록 지루한 시간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버티는 인간이 있을까? 장담컨대 십중팔구는 이딴 파티에서 사냥 못하겠어! 다른 파티랑 사냥하겠어! 라면서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티를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답답해서 못 보겠네, 내가 캐리한다! 하면서 본인이 역량을 발휘할 터. [가디언이 당신을 33분 간 지켜냅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8등급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지루함 속에서 미다스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리가 났다. [가디언의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가디언의 전투 능력이 향상됩니다.] [가디언과 보다 친밀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여전히 지루함이 남은 표정으로 말했다. “골드, 이제 처리해.” 그 말에 이제까지 방패만 든 채 오는 공격을 묵묵히 막아내던 골드가 허리춤에 있던 시미터를 뽑으며 소리쳤다. “For the lord!” 충성심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외침과 함께 골드가 그대로 발로 리자드맨의 배를 가격했다. 펑! 그 순간 미다스의 지루했던 표정이 달라졌다. ‘어? 발차기 없었는데?’ 앞서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치렀던 전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격 패턴. 쉬익! 그 후 이어진 골드의 공격에 리자드맨의 몸뚱이가 사정없이 베어지기 시작했다. 그 공격 역시 앞서서 와는 달랐다. ‘패턴이 다양해지고, 예리해졌어!’ 확실히 패턴이 추가된 느낌. 샤아! 그러한 공세 앞에서 리자드맨은 나름 분전했고, 그 둘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났다. 그리고 그 전투가 끝났을 때 미다스의 표정 어디에도 더 이상 지루함은 없었다. ‘2분 57초?’ 그저 놀라움만 가득할 뿐. 3. 플레이어들은 능력에 따라 대우가 크게 달라진다. 능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좋은 대우를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그 기량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 기량이 들쑥날쑥하다? 그러한 파트너를 믿긴 쉽지 않은 일. 특히 갓워즈에서 사냥이란 것은 대부분이 반복적인 작업이었다. 몬스터의 패턴은 정해져 있으며, 그 패턴에 맞는 공략 역시 정해져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량이 뛰어난 이보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해주는 쪽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당연했다. 미다스, 그가 그래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돈벌이를 했던 이유였다. 그는 남들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주진 않았지만, 예상한 수준에 완벽히 부합되는 결과는 만들어주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미다스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갓워즈 속 존재들. 제아무리 미다스가 대단하다고 해도 그들만큼 일정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왕! 신수, 개중 1 티어인 펜리르를 신좌로 둔 신수들이 엄청난 존재로 평가 받는 이유였다. “주인을 위하여!” ‘2분 56초.’ 그리고 지금 자신을 위해 리자드맨을 처치하는 골드를 보며 미다스가 확신을 가지는 이유였다. ‘확실히 강해졌다.’ 충성도가 오름으로써 골드의 전투 능력이 급상승했음을. ‘그것도 엄청.’ 그 사실을 파악했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뜬 의문은 하나였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스킬인 거 아니야?’ 가디언이란 스킬이 세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매우 훌륭한 스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아니지, 상식적으로 좋은 게 당연한 거지. 다른 것도 아니고 레전더리잖아?’ 생각해보면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에 스킬 효율이 낮은 스킬은 거의 없었다. 스킬 효율이 낮은데 레전더리 등급을 붙이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일 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디언 스킬이 유니크 등급 스킬보다 좋은 건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였다. ‘잠깐.’ 그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으로는 새로운 시뮬레이션이 그려졌다. ‘전투 능력이 우수한 근접 딜러를 굳이 억지로 탱커로 만들 필요는 조금도 없지.’ 매우 뛰어난 근접 딜러 한 명과 공수가 조화된 근접 딜러 겸 탱커 한 명 그리고 막강한 원거리 딜러 한 명에 든든한 탱커 하나가 추가 되면 어떻게 될까? ‘2천 마리, 5시간 내에 잡는 거 가능할지도……' 그 시뮬레이션을 마친 미다스가 골드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시선을 기다리던 골드가 소리쳤다. “주인님, 제게 새로운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골드, 그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이겠습니다!" 왕! 질 수 없다는 듯이 럭키도 한마디 했다.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미다스 앞에서 골드가 자신 옆에 선 럭키를 보며 말했다. “이 별 볼 일 없는 짐승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왕? 가당치도 않은 도전에 럭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골드를 바라봤다. 물론 미다스는 그 광경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골렘, 지른다.’ 이제 탱커만 갖추면 된다고. ‘그리고 2천 마리 잡는다.’ 그러면 더 이상 공략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4. 골렘 소환. 마법사 클래스들 중 하나인 연금술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로 인기가 꽤 높았다. 그만큼 좋은 스킬이었다. 상상하는 것도 어려울 게 없었다. 3미터에 이르는 돌로 만들어진 거인이 서 양팔을 크게 벌리는 것만큼 든든한 벽도 없을 터. 그러한 벽이 움직이기까지 한다면? 또한 골렘 소환 스킬이 있어야 습득 가능한 속성 골렘의 존재 역시 매우 유용성이 좋았다. 불속성 공격을 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파이어 골렘은 정말 최고의 방패가 되어주었으니까. 공격력 역시 나쁘지 않았다. 공격이 느리다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그 기대 값은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골렘 소환 스킬은 연금술사 플레이어들의 밥줄과도 같은 스킬이었다. ‘아, 비싸다.’ 당연히 그 스킬 카드의 가격은 상당했다. ‘역시 그때 그걸 질렀어야 했어.’ 더군다나 정현우는 최근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온 매물을 눈으로 확인한 상황. 원래 그렇다.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제값보다 싼 값에 나온 물건을 보고 나면 수중에 돈이 넘쳐나도 절대 제값을 주고는 못 사는 법. ‘아, 돈도 없는데.’ 하물며 지금 정현우의 수중에는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수중에 있던 여유 자금 대부분을 쓴 상황. 더 나아가 학살자 오크 세트도 가디언인 골드가 착용하고 있는 탓에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산만 받으면 될 거 같은데……' 물론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정산받아야 할 수익금은 적지 않았다. 일단 영상 자체가 대박을 친 만큼, 처음 받은 계약금 이상의 추가 수익이 나왔을뿐더러, 아즈모가 보낸 후원금 역시 배분을 하더라도 그 액수가 적지 않았으니까. ‘정산일까지 아직 열흘이나 남았네.’ 문제는 계약서상에 명시된 정산일이 멀었다는 것. ‘여기서 정산일을 땅겨달라는 건 악수다.’ 여기서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부탁을 하면 보다 빨리 정산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법이니까. 하지만 정현우는 그게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그런 식으로 하면 결국 코가 꿰이고 결국은 손해를 보게 돼.’ 프로는 실력을 증명하고, 연봉으로 대우를 받는다. 프로의 세계를 살아온 정현우는 여기서 아쉬운 소리를 하고, 그 아쉬운 소리를 해서 자그마한 이득을 보는 것이 나중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길게 볼 것도 없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구단으로부터 돈을 빌린 양반들이 차후 연봉 협상에서 얼마나 연봉 손해를 봤고, 그 양반들이 하는 푸념을 수도 없이 들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정현우가 나름 목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하나였다. ‘다음 영상 계약 이야기를 할까?’ 새로운 영상에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받아내는 것. 이제까지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목돈을 받아냈던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제안은 언제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일방적으로 했었다. 정현우가 나서서 얼마에 하실래요? 라고 하기에는 둘 사이의 위치는 너무 달랐다. ‘제안해볼까? 뭐 이번 영상 반응이나 이슈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그 관계가 조금은 달라진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고민하던 정현우가 이내 답을 내놓았다. ‘계약해달라고 계약금 이야기 꺼내는 건 좀 그렇지만, 계약 언제 하냐고 질문 정도 던지는 건 괜찮겠지?’ 5.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이메일 도착했습니다.” “내용은?” “다음 영상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물었다. “계약금 이야기는?” “없습니다.” “수익 배분, 정산일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럼 그냥 계약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그렇게 달랑 한 줄만 온 거야?” “예." 이어진 대답에 박영준은 딱히 고민하거나,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 내용에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정말 사장님 말처럼 왔네요.” 도리어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했잖아, 그 정도 되는 양반한테 1만 달러 더 주고, 받고, 그런 건 의미가 없다고.” 박영준, 그는 부하 직원에게 일찌감치 말해두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분명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되, 자세한 내용 따위는 보내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우리에게도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아.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적당한 하청 업체 정도 같은 개념이니까. 굳이 우리가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우리랑 해도 상관없는 거지.” 이미 앞서 들었던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계약 조건은 제대로 해야지. 계약금 1만 5천 달러, 배분은 6대4, BJ대마도사 측이 6이다. 그렇게 보네.” 그러나 이어진 말에 부하 직원 놀라며 되물었다. “그래도 조건 올려주는 게 낫지 않나요? 다른 쪽에서는 그보다 더 한 조건도 제시하고 있을 텐데요?” “말했잖아, 저쪽은 돈이 썩어 넘치는 양반들이라고. 애초에 조건에 움직이지 않아.” “그래도……" 부하 직원의 의문에 박영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혹여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걸? 막말로 한 달 후에 오늘 조건을 8대2로 해달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말하겠어?” “해줘야죠.” “그래, 사실상 숫자놀음은 의미가 없어.” 말을 하던 박영준이 제 가슴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마음이 의미가 있지.” “그게 뇌물이라는 거군요.” “인류가 사회를 구성한 이후부터 존재했던 거지. 화폐보다 뇌물이 먼저 등장했다고.” 그런 박영준의 모습에 부하 직원이 의문을 던졌다. “그런데 BJ대마도사처럼 돈이 넘치는 양반이 스킬 카드 하나에 의미를 둘까요? 이미 가지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말했잖아, 마음이라고. 가지고 있으면 되팔면 될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 선물을 준 우리들을 머릿속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겠지. 좋은 쪽으로 말이야. 안 그래? 설마 BJ대마도사가 뇌물을 주는 우리를 보고 사회적 기준에서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는 아주 빌어먹을 개새끼라고 생각하겠어? 이 새끼들 아주 더러운 새끼들이니까 거래하지 말아야겠네, 이러겠어? 응?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부하 직원의 모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게 먹히는 순간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 수 있는 필살의 비기가 존재하지. 또 다른 비기의 등장에 부하 직원이 질문했다. “이것보다 더한 게 있나요?” “뇌물 한 번 더 주기.” “예?” 놀라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뇌물은 줄수록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거든.” 59화. < 19화. 전설은 전설이다 (2). > 6. 갓워즈는 하루 최대 14시간까지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은 악마들이 만드는 것이며, 갓워즈는 사탄과 루시퍼가 밤샘 작업을 해가며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이들 덕분이었다. 그마저도 14시간을 다 채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많이 해봐야 8시간을 넘기기 힘들었으며, 프로 플레이어로 불릴 만큼 자기 관리를 하는 이들 역시 12시간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게임 외적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역시 게임으로 밥을 빌어먹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고, 일어나자마자 가볍게 러닝으로 운동을 한 후에 식사를 앞두고 샤워를 하면서 볼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 큼지막한 볼일을 보면서 몇 가지 사소한 일처리를 했다. ‘어디 보자…… 잡템이 얼마나 팔렸으려나……' G베이에 접속해서 올려놓은 잡템이 팔렸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잡템을 올리는 것 역시 그랬다. ‘잘 안 팔리네…… 가격을 낮출까?’ 그렇게 자신의 G베이 계정을 정리하던 정현우가 열심히 놀리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흠." 그 후 짧은 신음을 내뱉은 정현우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욕조는 감히 꿈도 없을 정도로 비좁기 그지없는 화장실 속 낮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스윽 고개를 내린 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스마트폰을 살폈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자신의 주먹으로 턱을 괴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된 채 시간을 보냈다. “삼촌! 진지 잡수세요!” 그러한 정현우의 명상을 깬 건 조카 녀석의 해맑은 외침이었다. “어, 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황급히 볼일을 마친 후에 잽싸게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곧바로 좁디좁은 집, 부엌조차 없어 거실에 마련된 식탁이 들어왔다. 그래도 나름 반찬들은 풍요로웠다. 최근 정현우가 열심히 냉장고를 채워준 덕분. “삼촌!” 그 맛난 반찬 앞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삼촌이 오기를 기다리는 조카의 모습이 보였다. 그 조카의 모습을 향해 정현우가 말했다. “둘이 식사해. 난 급한 일이 있어서.” 그 말과 함께 외출 준비를 하는 정현우를 향해 정태우가 말했다. “현우야, 무슨 일 있냐?” "응?" “너, 최근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 그 말에 뜨끔한 정현우가 이내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갑자기 일거리가 있다고 들어왔어. 보수가 세.” “너……" “혜린아,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그러니까 저녁 참아? 알았지?” “치킨!” “그래, 후식은 아이스크림으로. 형은 민트 맛이지?”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든 정현우가 무어라 답이 나오기도 전에 잽싸게 문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치킨과 함께 만나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는 순간, 정현우가 자신이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골렘 소환 스킬 카드] 그러자 자신의 G베이 계정으로 도착한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정현우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떤 개호구 병신 새끼가 내 계정으로 잘못 보낸 게 분명해!’ 배송 사고가 생겼다고. ‘되돌려달라고 하기 전에 빨리 배워야지.’ 그러니까 그 사고가 수습되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정현우가 캡슐방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7. [골렘 소환]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흙으로 만들어진 골렘을 소환한다. 스킬 랭크가 상승할수록 골렘의 공격력과 방어력, 크기가 상승한다. !골렘으로 적의 공격을 3,939회 방어 시 ‘굳건한 성벽’ 타이틀 획득 !골렘으로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1,001회 방어 시 ‘살신성인’ 타이틀 획득 골렘 소환. 새롭게 얻은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다시 한 번 하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스킬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잘 아는 수준을 넘어서 미다스가 그토록 얻기를 바라던 스킬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설마 유니크 스킬을 선물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이번 것이 누군가의 실수로 미다스에게 온 게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 공짜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처럼 이례적인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즈모 같은 부자도 아니면서 이런 걸 주는 건……' 아즈모처럼 수중에 돈이 너무 넘쳐서 주체하지 못하고, 거금을 후원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은 아즈모와 달랐다. 나름 퀄리티 좋은 영상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긴 하지만, 신생 업체 수준으로 날고 기는 이 바닥에서 별처럼 빛나는 채널들에 비하면 기껏해야 등불 정도에 불과한 채널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걸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처지라는 셈. 그럼에도 잘나가는 플레이어에게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선물을 준다면? 그건 굳이 비유를 하자면 잘나가는 신인 야구 선수에게 갑자기 값비싼 보약을 지어다 주는 것과 같았다. ‘……다음 거 제대로 뽑으라는 거네.’ 다음 무대에서 더 멋진 활약을 하라는 것. 나쁜 건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든 간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에 짙은 관심과 배려를 가진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결코 웃으면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뭔가 터뜨려줘야 해.’ 미다스는 프로야구선수 시설 이런 경우를 무수히 많이 봤다. 무명의 신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1군 무대에 올라와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그 이후 구단의 배려를 받는 경우. 미다스하고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경우였지만, 어쨌거나 그런 경우를 맞이한 이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었다. 부담감에 짓눌려서 오히려 고꾸라지는 경우. 반대로 오히려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하는 경우. ‘그들의 기대 이상으로.’ 마지막 세 번째 경우는 모두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하는 경우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구단을 대표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경우는 세 번째 경우였다. ‘그래야 더 큰 걸 받지.’ 그리고 그렇게 구단을 대표하는 존재가 되는 순간부터 받는 대우는 보약 따위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구단에서 차량을 지급해주는 건 물론, 사실상 0퍼센트나 다름없는 이율로 전세 담보 대출에 경기 다음 날 먹은 백만 단위의 술값마저 법인카드로 긁어주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그저 잘하기만 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한 여러 루키들보다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뿐.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 제대로 터뜨려준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은 BJ대마도사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보석 악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늪지대의 보스 몬스터 인 보석 악어 솔로킬 영상이 될 터 . 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냥 솔로킬 자체로는 의미가 없었다. 그 정도면 모두가 기대하는 수준. ‘최단 시간 킬.' 미다스가 보여줘야 하는 건 그 이상이었다. 찰싹!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미다스가 자신의 두 손으로 제 양 뺨을 가볍게 쳤다. “럭키 그리고 골드.” 그 후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리자드맨 2천 마리 잡으러 가자.” 8. 리자드맨 2천 마리를 잡아라! 그건 생각 이상으로 아득한 일이었다. 1 분에 한 마리씩 잡는다고 하더라도 2,000분, 시간으로 따지면 33시간 하고도 20분이 더 필요한 일. 갓워즈에서 하루 최장 접속 가능시간이 14시간인 것을 생각하면 이틀로도 부족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런 과제를 받게 되면 대부분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사냥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한 번에 많이 상대할 수 있으려면 결국 보다 좋은 템하고, 강력한 스킬이 필요해.” 그 고민에 대한 답으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아이템과 스킬을 떠올리고는 했다. 그 후에는 자신들이 내놓은 해답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했다. ‘한 번에 많이 잡을 수 있으면 나쁠 건 없지. 시간이 줄어들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이런 장기 레이스에서는 그런 건 부수적인 요소야.’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 갓워즈란 게임에서 나름 닳고 닳은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다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최대한 편하게 잡을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야 해.’ 이런 장기 레이스에서 중요한 건 다름 아니라 편안함이었다. ‘탱커의 역할이 바로 그 부분이고.’ 미다스가 탱커의 존재를 매우 필요로 한 이유는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그동안 미다스의 탱커 역할은 럭키가 해주었지만, 솔직히 럭키는 순수한 탱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즉, 미다스는 언제나 습격을 받을지 모르며 그에 따라 전략적 후퇴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품어야 했다. 그 긴장감이 주는 피로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그런 미다스의 앞에 그 탱커가 등장했다. 쿵! 3미터의 신장, 그 신장조차도 우습게 만드는 듬직한 덩치를 가진 돌덩이 거인이 늪지대 위에 굳건하게 선 채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냈다. 미다스를 위한 벽이 되었다. ‘그리고 탱커가 있어야 근접 딜러들이 제 역할을 해주는 법이지.’ 하물며 이 벽은 미다스만을 위한 벽이 아니었다. 왕! “주인님, 새로운 명령을!” 럭키와 골드, 그 두 근접 딜러에게도 골렘이란 벽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본래 근접 딜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 싸우는 부류. 그리고 가까이 온 적과 싸우는 부류. 전자의 부류는 사실 매우 특별한 능력과 실력, 전력을 가진 이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최전선에서 적을 뚫는다는 게 쉬운 일일리 만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갓워즈에서 근접 딜러들 대부분은 전자를 자처하고는 했다. 이유? 멋있으니까. 축구로 따지면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열광하는 것과 같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멋있는 걸 하려고 비싼 돈을 내고 갓워즈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미다스는 굳이 그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너희 둘은 가까이 오는 것들만 제거해.” 자신의 마법을 맞고 HP가 토막 난 리자드맨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렇게 다가온 리자드맨들이 골렘에 막힌 상태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처리해주는 것. 왕!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그 역할을 그 어느 플레이어보다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실수는 하지 않을 존재들. 하물며 늪지대인 무대는 예상외의 급습이란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냥 맞추는 것만 잘하면 돼.’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로지 하나, 적에게 마법을 던진다는 사실 하나만을 신경 쓰면 된다는 의미. ‘그러고 보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더불어 이 상황은 이제까지 미다스가 갓워즈란 게임을 해보면서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그저 그런 수준이었던 그에게는 이토록 든든한 가디언이나, 보디가드가 붙는 일은 없었으니까. 오로지 던져서 맞추는 것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재미있겠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지은 채 먼 곳에 우글우글하는 리자드맨들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알림이 들렸다. [리자드맨 둥지에 남은 리자드맨의 숫자는 1,998마리입니다.]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템빨, 스킬빨로 게임 좀 제대로 날로 먹어볼까?” 8. 갓워즈에는 많은 돈이 오고 간다. 아이템의 값은 물론,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 퀘스트에 대한 정보 역시 돈이 오고 간다. 사냥을 도와주거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서비스 역시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 “그러니까 BJ대마도사를 제거해라?” 당연히 PK를 의뢰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돈으로 할 수 있었다. “스나이퍼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7개의 길드가 모인 길드 연맹, 세븐 스타즈 연맹 소속인 스나이퍼 롤라가 그러했다. 그의 부업 중 하나는 바로 플레이어를 처치하는 것. 쉽게 말하면 암살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물론 항상 되는 건 아니었다. “그 부자를 건드렸다가 나중에 탐험가 길드에게 털리라고? 아즈모랑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도는데? 당장 탐험가 길드의 VIP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건드리는 순간 탐험가 길드에게 찍힌다고.” 돈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니까. 그러한 롤라의 반문에 의뢰인은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확인된 바로는 탐험가 길드의 그 어떤 서비스도 받고 있지 않는 상태야.” “확실해?” “탐험가 길드의 임원에게 물어봐서 확인한 일이야. BJ대마도사는 단 한 번도 탐험가 길드의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어.” 그 설명에 롤라는 자세를 바꾸었다. “탐험가 길드는 관계된 게 없다…… 그런데 왜 PK를 하라는 거지? 그가 가진 아이템 때문에? 아즈모도 정체를 모른다는 그 아이템?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죽인 후에 카드 중에 그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9분의 1이라고.” “아이템은 회수할 필요가 없어.” 그 말에 롤라가 자세를 좀 더 편하게 바꾸었다. 아이템 회수가 필요 없다는 건 굳이 시체에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먼 거리에서 죽이고 빠지면 될 뿐이야. 그저 녀석의 시간 중에 80시간만 낭비시키면 돼.” 이어진 설명에 롤라가 팔짱을 꼈다. 그사이 의뢰인은 설명을 이어갔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하물며 당신한테는 딱 알맞은 부캐도 있잖아? 늪지대를 무대로 삼는 부캐가. 아니, 정확히는 일부러 남겨준 부 캐라고 해야겠지. 당신 능력을 활용하기에 그만한 곳도 없으니까. 괜히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라고. 갓워즈 설정 때문에 고레벨 유저를 저레벨 유저가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설명에 이르렀을 때 롤라는 대답했다. “보수는?” “착수금 1만 달러. 성공 보수 1만 달러.” “정체 모를 엄청난 부자를 80시간 동안 열 받게 만드는 것치고는 너무 저렴한데 말이야.” “실패를 해도 1만 달러는 버는 일이지. 어렵지도 않잖아? 1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스킬 좀 쓰고 활시위 몇 번 당기면 될 일이야. 그것도 그냥 활이 아니라 당신이 부캐에 남겨둔 그 레전더리 활을 말이야. 뭐, 당신 정도 되는 명사수에게는 쓸모없는 활이지만.” “그래도 혹시 잘못되면……" “혹여 일이 잘못되어서 보복을 당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가 당신 부캐인 걸 아는 건 세븐 스타즈 내에서도 몇 없잖아? 안 그래? 적당한 용돈벌이라고 생각해.” 그 말에 롤라가 입을 열었다. “다른 경우라면 절대 받지 않을 의뢰이지만……" 말을 잠시 끊은 롤라가 눈앞에서 로브를 입고 있는 플레이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가 입고 있는 로브, 그 가슴팍에 있는 AB라는 표시를 보았다.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인 엠마의 부탁이니 들어주는 수밖에.” 그 대답에 로브 속 여인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60화. < 19화. 전설은 전설이다 (3). > 9. 퍼엉! 적막하던 늪지대, 그곳을 폭음 한 줄기가 가볍게 흔들었다. 말 그대로 가벼운 흔들림이었다. 콰앙!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다시금 들린 폭음은 더 이상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적막하던 늪지대에 전운이 피어올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샤아! 스읏! 그 소리에 부응하듯 머리통에 시커먼 그을림을 품은 리자드맨 두 마리가 성난 울음을 토해내며 늪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쿵! 그러한 리자드맨이 마주한 것은 3미터의 거대한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인이었다. 그 거인이 자신의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렸다. 다리에 닿을 정도로 축 늘어진 두 양팔이 좌우를 가리자, 5미터를 훌쩍 넘는 벽이 되었다. 묵직한 위압감. 샤아! 물론 이미 공격에 당해 눈이 돌아가버린 리자드맨들은 그 위압감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주눅이 들기는커녕 도리어 더 큰 적의를 불태우며 그 흙덩이를 향해 제 몸을 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철퍽! 리자드맨 두 마리가 골렘의 두 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근처에서 늪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건 완벽한 무장을 마친 가디언 골드였다. 골드는 등장하는 순간 괜한 소리 따윈 내지르지 않았다. 스윽! 말보다 먼저 제 손에 든 시미터를 휘둘러 자신에게 등을 드러낸 리자드맨 한 마리의 등줄기 가죽에 사선을 그었다. 깊진 않았다. 적당한 깊이, 굳이 힘들이지 않고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수준. 그렇게 시미터를 휘두른 후에는 골드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방패로 제 얼굴과 몸을 가렸다. 샤아! 공격을 당하는 순간 고개를 돌린 리자드맨은 그 방패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분명 날카로운 것이 자신을 베었는데 보이는 건 큼지막한 방패뿐인 상황. 리자드맨의 머릿속에 있는 전투 패턴이 한 번 더 계산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리자드맨의 모든 시선이 방패를 향하는 순간 골드는 그 방패로 리자드맨을 후려쳤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의 길쭉한 목과 머리가 갈대처럼 옆으로 휘어졌다. 그렇게 드러난 목덜미를 향해 리자드맨이 시미터를 다시 한 번 휘둘렀다. 이번에는 앞선 경우와 달리 가볍지 않았다. 퍼걱! 마치 벼락이 내리치듯이 거칠기 그지없는 공격이 그대로 리자드맨의 목덜미에 꽃혔다. 샤! 리자드맨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뱀이 위협을 내지르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골드는 다음 공격을 하는 대신 다시금 방패를 앞세우며 기다렸다. 한 번 더 리자드맨이 자신의 방패를 두드리는 순간, 그 후에 역공으로 놈을 물리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게 골드의 스타일이었다. 가디언은 어디까지나 주인의 위협을 제거하는 존재, 결코 자신을 불사르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반면 그런 존재도 있었다. 왕! 럭키는 그러했다. 골드가 상대하는 리자드맨의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걸 확인하는 순간 골렘 머리 위에서 숨죽이고 있던 럭키는 그대로 몸을 날리며 단숨에 리자드맨의 목덜미를 물었다. 콰직! 매우 깊게. 이빨을 빼내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깊게. 그렇게 깊게 물어뜯은 후에 제 몸을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럭키의 몸이 리자드맨에서 떨어졌을 때, 럭키의 입에는 어떻게 물어뜯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큼지막한 살점이 물려 있었다.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럭키가 리자드맨의 목줄을 확실하게 뜯는 순간이었다. 그 사실에 골드가 소리쳤다. “이 나쁜 개! 감히 내 사냥감을!” 자신의 사냥감을 앗아간 럭키를 향해 분노를 토했다. 왕! 물론 럭키는 그 분노를 무시하며, 자신이 사냥한 리자드맨의 시체를 디딤돌 삼은 후에 도약했다. 골렘과 상대하는 다른 한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직! 그 도약 한 번으로 골렘과 아웅다웅하던 리자드맨의 목덜미를 물어뜯음과 동시에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는 리자드맨을 디딤돌 삼아 도약했다. 그 도약의 끝은 골렘의 어깨 위였다. 크르르! 질척한 늪이 아닌 드높은 골렘의 어깨를 타고 다시 머리 위에 올라선 럭키가 언제든 리자드맨의 숨통을 끊기 위해 제 스스로를 장전했다. 감탄이 나올 법한 전투 센스. “못된 개! 이것은 나의 사냥감이다!” 그사이 남은 리자드맨을 향해 재차 공격을 나서는 골드 역시 흐트러짐이 없었다. 여러모로 대단한 풍경이었다. 전설은 전설이다, 그리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 이 셋이라면 게임을 날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가뿐하게 나올 모습. 역시 빌어먹을 운빨좆망겜이다, 라는 말이 나올 법한 모습. 하지만 그 모습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다. “후우.” 다름 아니라 미다스, 그가 지금 저 놀라운 셋의 전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늪지대 위로 흙과 나무 따위를 깔아 만든 봉분, 마운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법한 곳에서 선 미다스의 모습 자체에는 특별할 게 없었다. “파이어볼.” 그 위에서 캐스팅을 외치는 모습도, 그 캐스팅이 끝난 후 손에 쥔 불덩이를 던지는 모습 역시 그가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에서도 딱히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휙! 불덩이를 던진 후에 짧게 숨을 고르는 모습 역시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차이점은 하나였다. 퍼엉! 그 숨소리가 들린 이후 폭발음이 터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더 길어졌다는 것. ‘이제 100미터는 가뿐하다.’ 미다스, 그가 100미터밖에 있는 리자드맨을 명중시키는 순간이었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골렘이 만들어내는 멋진 콤비 플레이를 무색하게 만들 만한 광경이었다. 100미터란 거리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미다스 역시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사실 조짐은 있었다. 일단 근력 스탯 자체가 예전 캐릭터보다 높았다. 예전 캐릭터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근력 스탯이 261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그 근력 스탯이 300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여기에 스트랭스 버프까지. 근력 스탯이 던지는 힘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먼 거리를 던지는 게 더 쉽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먼 거리를 던질 수 있는 것과 잘 맞추는 건 별개의 이야기. 이번 명중률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것은 다름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확실히 투구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잘 맞네.’ 오로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야구선수들 중에 그런 부류가 있다. 연습에서는 귀신같이 던지는데 실전에서는 쥐약을 먹은 쥐 꼴이 되는 부류들. 속칭 새가슴이라고 불리는 부류들. 보는 이는 가슴을 치며 답답할 일이지만, 막상 그 처지가 되면 알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이 걸린 고독한 무대 위에서 온갖 종류의 변수와 잡음, 신경전과 심리전 속에서 하던 대로 한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이제까지 미다스가 처한 처지도 그러했다.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이다, 절대 게임 오버를 당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미다스의 정신력은 소비될 수밖에 없었다. ‘투구에만.’ 지금처럼 오로지 맞춘다, 그것만 신경 쓸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진 적은 이번이 처음인 셈. 더욱이 미다스의 눈에는 먼 곳에 있는 몬스터의 존재감이 명명백백하게 보였다. 초목 따위 사이로 몬스터의 HP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그리고 몬스터의 몸뚱이에 드러난 황금빛 과녁까지. 철퍽, 철퍽! 그러한 눈에 확 띄는 표적들이 늪지대 위를 질척이며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이상도 가능하다.’ 100미터, 이것은 시작이라고. 근력 스탯이 더 오르고 자신이 그에 맞게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이보다 더 먼거리에서도 명중할 수 있으리라고. ‘이거면 보석 악어 솔로킬은 충분하다.’ 그 사실에 자신감을 품은 미다스가 다시 한 번 투구폼을 취하며 던진 파이어볼이 골렘을 넘어 먼 곳, 120미터 거리에 떨어진 곳에 있는 리자드맨의 머리에 닿았다. 퍼엉! 폭음이 메아리처럼 들렸다.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리자드맨의 악몽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파이어볼 스킬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리자드맨의 둥지 안에 있는 모든 리자드맨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저주받은 목걸이가 한 곳을 가리킵니다.] 이번 던전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10. 철퍽, 철퍽……. 목걸이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미다스 일행이 늪지대를 해치며 움직이고 있었다. 왕! 선두에 선 것은 럭키였다. 꼬리를 좌우로 쉴 새 없이 흔들며 길을 만드는 럭키의 모습은 마치 이곳을 즐기는 듯했다. 그 뒤를 따르는 건 미다스였다. 골드의 위치는 가장 후방이었다. “주인님, 저 나쁜 개가 제가 다 잡은 사냥감을 강탈했습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제가 더 많은 리자드맨을 처치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후방에서 골드는 미다스를 향해 자신이 럭키보다 리자드맨을 많이 잡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헛웃음이 나왔다. ‘친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이거였나?’ 충성도가 오를 경우 추가 개방되는 효과의 실체에 대한 헛웃음이었다. 그러나 그런 헛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무렴 어때. 내 후방 지켜주려고 이렇게 뒤에 있어 주는데.’ 골드가 자신의 뒤에 선 것이 그저 제 처지를 변명하기 위함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니까. 후방 호위였다. 럭키가 앞을 지키고 있으니, 자신은 뒤의 위협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든든한 보디가드들, 그러한 보디가드들을 비웃을 필요는 없었다. ‘왔다.’ 그리고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왕! 왕! 럭키의 거듭된 외침, 그 앞에 있는 무언가가 미다스의 눈에 들어왔다. ‘알?’ 그것은 알이었다. 어린아이 머리 크기의 알. [???의 알] -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그러나 알을 손에 든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용의 알. ‘설마 용 타입의 신수?’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현재 공개된 다양한 종류의 신수들, 개중에서 용 타입의 신수들이 떠올랐다. 떠오른 건 제법 많았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생각을 바로 멈췄다. ‘잠깐, 플레이어 한 명이 신수를 2마리 이상 가질 수 없는데?’ 갓워즈에서 신수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그야말로 갓워즈가 점지해준 인연, 로또 복권으로 따지면 1등 당첨과 같았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로또에 2번 당첨되는 인간도 나오는 법. 갓워즈에서도 그 신수를 얻는 행운을 2번이나 마주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 2개의 행운을 동시에 누리는 이는 없었다. ‘분명 하나를 골라야했어.’ 그중 하나는 자연으로, 갓워즈의 세상으로 돌려보내야 했으니까.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경우, 이 퀘스트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아닌가? 혹시? 하는 마음에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이내 미다스가 가늘어진 눈매를 풀고, 대신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수가 된다는 설명도 없는데, 신수가 될 것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지.’ 정확한 정보가 드러난 것도 아니며, 이 알이 언제 부화할지도 모르는데 김칫국 때문에 늘어날 염분섭취량과 그에 따른 혈압 변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 ‘아니, 상식적으로 플레이어가 신수를 2마리나 데리고 다니는 건 사기지. 갓워즈가 운빨좆망겜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아무렴. 신수가 아니라 그냥 퀘스트일 거야.’ 더 나아가 미다스는 그럴 가능성 자체도 낮췄다. ‘중요한 건 이게 레전더리 스킬 카드를 준다는 거지.’ 그런 애매한 것보다 더 확실한 보상에 집중했다. “자, 이제 다시 위가의 도시로 돌아가자.” 그리고 이제 그 보상을 받기 위한 준비를 했다. ‘크으, 전설이 하나 더 추가되는구나!’ 전설을 받을 준비를. 11.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은 사냥터마다 저마다의 구역을 만든다. 대개 그러한 구역은 이미 만들어진 길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가의 도시 북쪽에 위치한 늪지대 필드도 마찬가지였다. 늪지대에 길이 있는 건 아니었다. 대신 다른 곳보다 늪의 깊이가 얕은 곳이 존재했고, 플레이어들은 그 루트를 길로 표현했다. 당연히 위가의 도시로 돌아가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그러한 길을 이용했다. 롤라. 그가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는 제보를 듣는 순간 부캐릭터인 레일이란 캐릭터로 접속한 다음에 그 길목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찾았다.’ 그런 그의 예상대로 BJ대마도사가 보였다. 구분은 어렵지 않았다. ‘신수 그리고……' 갓워즈에서 신수, 그것도 늑대 신수를 데리고 다니는 플레이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으니까. ‘설마 가디언인가?’ 하물며 그 신수에 가디언까지 데리고 다니는 인물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BJ대마도사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을 터. ‘돈이 진짜 썩어 넘치는 모양이군.’ 그 사실을 확인한 레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가디언 스킬이 레전더리 스킬이며, 스킬 카드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일은 이번 사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도리어 BJ대마도사의 저 모습은 레일에게 확신을 주었다. ‘2만 달러짜리다워.’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가 자신을 찾아와서 …의뢰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 그리고 확신은 하나 더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용돈벌이를 하는군.’ 자신이 BJ대마도사를 사냥할 수 있으리란 확신. 그 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려는 듯이 레일이 자신의 손에 든 고목으로 만든 듯한 조잡한 활을 바라보았다. [위가의 활]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위가, 그가 이끄는 공방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활이다.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극히 적은 수량만이 생산된다. - 공격력 : 63 - 근력 +36 - 모든 원거리 공격력 15퍼센트 증가 - 대상 공격 시 다음 공격이 대상을 추격한다. 위가의 활. 확신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템. ‘빨리 끝내주지.’ 그 아이템을 손에 쥔 레일이 그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는 120미터, 그 거리 너머에 있는 BJ대마도사를 향해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61화. < 20화. 목숨값 (1). > 원거리 공격의 골치 아픈 점은 그 공격이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어디서 무엇이 날아올지 안다면 원거리 공격은 딱히 막기 어려운 공격이 아니었다. 남는 건 하나, 언제 오는지 파악하는 것뿐. 이 부분에서 소위 게임 좀 해본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가 나뉜다. 게임을 처음 해본 이들은 마치 거북이가 등껍질 안에 숨듯이 대비한 모습을 보인다. 나쁠 건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거북이 등껍질에 이빨을 굳이 찔러 넣으려는 맹수는 없는 법. 결국 대치 국면이 나오고, 그 경우에 방어하는 쪽이 여러모로 손해를 본다. 반면 게임을 좀 해본 이들은 반대로 간다. 적의 낌새와 의중을 눈치 채도 그것을 모르는 척하면서 슬쩍 방아쇠를 당길 타이밍을 준다. 미끼를 던져주는 것이다. 물론 방아쇠를 당기는 쪽도 바보가 아니기에 나름 생각을 한다. 즉, 너무 티가 나면 걸린다. 그러니까 앞서서 명제를 붙인 것이다. 게임 좀 할 줄 아는 이들이나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그 부류였다. 게임 좀 할 줄 아는 부류. 캉! 미다스, 그를 향해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골드가 그 방향으로 몸을 날리며 방패로 화살을 막아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걸렸다!’ 미다스는 자신을 노리는 꼬리가 붙은 걸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다. 자기 할 일 바쁜 사냥터 필드에서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쫄래쫄래 따라오는 이의 의중은 뻔했으니까. 만약 일반적인 필드였다면 미다스는 그냥 그 자리에서 전력으로 도주했을 것이다. ‘늪지대라서 날 노린 모양인데……' 그러나 늪지대라는 환경이 미다스의 생각을 바꾸었다. ‘넌 좆됐어 새끼야.’ 역으로 놈을 잡아버리겠다고.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그 각오를 담은 미다스가 반격을 준비했다. 2. 캉! 자신이 날린 화살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가디언의 방패에 막히는 순간 레일은 바로 눈치챘다. ‘걸렸다.’ 자신이 놈이 던진 미끼를 물었다는 걸. 딱 거기까지였다. 놀랐지만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갓워즈의 서비스 오픈과 함께 게임을 시작했고, 지금은 세븐 스타즈 연맹에서 나름 주요 원거리 딜러로 활약 중인 그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고, 허둥대기에는 그동안 먹어온 짬밥이 너무 많았다. '흥.' 도리어 그는 다시 한 번 활시위를 당겼다. “유도 리셋.” 그리고는 위가의 활이 가진 옵션을 리셋한 후에 다시 한 번 표적을 겨누었다. 딱히 유도 능력은 필요 없었다. 120미터 거리라면 그에게는 충분히 대상을 맞출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 그게 그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게임을 하는 이유였으니까. “피어싱." 더욱이 이번에는 스킬마저 사용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는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늪지대, 나한테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30초가 넘는다.’ 괜히 그가 늪지대를 아르바이트 무대로 삼는 게 아니었다. 확실한 데미지 딜링에 매우 뛰어난 명중률 그리고 사거리를 가진 레일에게 있어 120미터의 거리는 무엇이 오든 간에 오기 전에 끝장을 낼 수 있는 거리였다. 변수라고는 상대가 레일에 버금가는 사거리와 명중률을 가졌을 경우. ‘네가 마법으로 날 맞……' 그러나 레일은 그러한 변수를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 자신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오는 불덩이를 보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퍼엉! 이윽고 불덩이가 그대로 레일의 머리통을 덮쳤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꽤 묵직한 눈덩이, 작은 얼음덩어리를 안에 넣은 눈덩이를 맞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레일은 그 정도 충격이 보통 충격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치명적인 공격을 맞았습니다.] 심지어 알림마저 말해줬다. ‘무슨 데미지가 이래?’ 이번 공격이 장난이 아님을. 물론 그 상황에서도 레일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일단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그렇게 날아간 활시위는 이번에도 분명하게 표적에 닿았다. 캉! “감히 뚫지 못한다!” 단지 그 대상이 골드의 방패일 뿐. 그마저도 사실 대단한 일이었다. 보통은 스치지도 못하는데, 이번 공격은 확실하게 골드의 방패를 꿰뚫었으니까. 그렇게 두 번째 공격을 날린 레일은 자리를 바꿨다. 굵직한 나무 왼편에 있던 자신의 위치를 오른편으로 옮겼다. 그렇게 이동을 마쳤을 때 이미 레일의 활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였다. “유도 리셋.” 그러면서 다시금 위가의 활 옵션을 리셋했다. 그건 가디언이 아닌 그 주인을 확실하게 처치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마법사 주제에 궁수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 고슴도치를 만들어주마.’ 마법 사용을 위해 캐스팅이 필요하며, 캐스팅을 위해서는 두 다리를 땅에 딛고 있어야 하는 마법사와 달리 레일에게는 그런 제약 따위는 없었으니까. 여기에 레일의 무기는 위가의 활. 한 발만 맞추면 그 이후에는 제대로 된 조준도 필요 없었다. 그때부터는 그저 뒤로 물러나면서 활시위를 당기면 알아서 맞을 뿐. 화력의 크기가 아닌 숫자로 상대하면 질 이유가 없었다.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정론. 당연히 미다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3. ‘활잽이 상대로 마법사가 맞짱을 뜨면 병신이지.’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했을 때, 상대가 활을 든 궁수라는 걸 떠올렸을 때 미다스는 직접 싸울 생각이 없었다. “전광석화!”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가진 가장 빠른 무기를 작동시켰다. 왕! [럭키의 모든 능력이 상승합니다.] 미다스의 외침에 이미 일찌감치 움직이고 있던 럭키가 온몸을 노란빛으로 물들인 후에 질주를 시작했다. 그러한 럭키의 등장에 대한 레일의 대답은 간단했다. 럭키는 무시하며, 미다스만 노리겠다. 캉! “주인님, 위험합니다!” 골드의 방패, 그 위로 꽃히는 화살을 통해 그 의지를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그러한 골드의 등 뒤에 숨은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드, 전진해.” “명을 받듭니다!” 골드가 망설임 없이 방패를 앞세운 채 늪을 걷기 시작했고, 미다스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건 레일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마법사 클래스들이 캐스팅 도중에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빙 캐스팅 스킬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런 무빙 캐스팅 스킬은 80레벨 이상만이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가디언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마법 캐스팅을 포기한다는 의미. ‘내가 쿨타임을 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쿨타임 동안 거리를 좁힌 후에 쿨타임이 차는 순간 다시 캐스팅을 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것 역시 노림수 중 하나였다. ‘그래, 쿨타임은 번다. 하지만 그냥은 안 벌지.’ 말 그대로 노림수 중 하나. 미다스는 이 이동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은 추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인벤토리.” 그 의지를 품은 미다스가 인벤토리 창을 열고는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후 손을 빼냈을 때 미다스의 손에는 돌멩이 하나가 잡혀 있었다. 야구공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돌멩이 하나가. ‘인류가 활보다 돌을 먼저 썼다는 걸 보여주마.’ 그 돌멩이를 손에 쥔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표적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그 순간 돌멩이를 던졌다. 4. PK에서 중요한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아이템이다. 체급이 엇비슷해야 싸움이 되는 법, 헤비급과 라이트급은 솔직히 싸움이 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체급이 비슷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실력이다. 비슷한 체급이면 실력 좋은 놈이 이기는 게 정상이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도 혼자서 잡으러 온 놈이면 실력에는 자신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놈일 테고.’ 하물며 자신을 잡으러 온 자가 어중이떠중이일 가능성은 조금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미다스는 전술을 짰다. 적을 당황케 하기 위한 전술을. 자신을 노리는 놈이 준비해온 시나리오를 짓뭉개고 머리털을 쥐어뜯게 만들 전술을. 빠악! 그 전술이 지금 레일의 머리통에 명중했다. 그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는 순간, 마치 합을 맞춘 듯이 화살 하나가 골드를 향해 날아왔다. 푹! 허나, 이번에 날아온 화살은 골드의 몸 옆을 스쳐 지나가며 질척이는 땅 위에 꽃혔다. ‘오케이.’ 사실 돌멩이 투척으로 바랄 수 있는 데미지 딜링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그게 먹히는 건 고블린이나 오크 정도뿐. 대신에 상대의 조준을 흐트러뜨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10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는 그 작은 흔들림이 큰 어긋남으로 일어나고는 했다. 그게 핵심이었다. ‘애초에 공격 기회는 많이 잡지 않았겠지, 럭키를 모를 리가 없으니까.’ 상대방이 바보도 아니고, BJ대마도사를 잡는데 검객의 도리도 던전 최단 시간 공략 기록을 깬 럭키를 모를 리 만무. 분명 쉼 없이 럭키의 전투 영상을 보고, 럭키를 상대로 늪지대에서 안전하게 도주하기 위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계산을 마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계산에서 나온 거리를 기반으로 BJ대마도사를 공격할 횟수를 정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공격 기회는 많지 않았다. 많아야 예닐곱 번.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기회를 까먹게 만들면 될 뿐이었다. ‘이 공격에 긴장 타야지.’ 더욱이 한 번의 공격 기회를 날린 상태에서 다음 공격에는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중함이란 시간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 그렇게 상대가 시간을 지불하는 사이 미다스는 빠르게 골드와 함께 거리를 좁혔다. 철퍽, 철퍽! 무릎까지 빠지는 늪지대를 한 발 한 발, 확실하게 내디뎠다. 방패로 상체를 가리고 하체를 늪지대에 깊숙이 박은 그 모습 어디에도 틈은 없었다. 크르르! 그사이 럭키는 빠르게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상대의 시간은 거듭 소모되는 상황. 그때 상대가 행동을 달리했다. 등을 돌렸다 상황의 여의치 않음을 파악하고는 도주를 택한 셈. ‘예상대로!’ 그 순간 미다스가 앞서서 캐스팅을 마쳐두었던 파이어 스피어를 그대로 상대를 향해 던졌다. 그렇게 내던진 파이어 스피어가 날렵한 호선을 그리며 이내 창의 형태로 변했다. 푸홧! 이윽고 그 불꽃창이 표적의 등에 닿았다. 철퍼덕! 그 공격이 명중함과 동시에 표적의 몸뚱이가 그대로 늪지대, 그 질척이는 무대 위에 엎어졌다. ‘오케이.’ 사실상 거기서 게임은 끝이었다. 저기서 잃는 시간만 최소 3~4초. 왕! 이미 거리를 50미터 이내로 줄인 럭키에게 있어서는 그 거리를 다시 20미터 내로 줄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는 상대방을 더 거세게 흔들기 위한 수작을 시작했다. “여러분, 절 노리던 개새끼를 드디어 잡았습니다!” 큰 목소리로 전력을 다해 소리치며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빠르게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한 거리가 좁혀질수록 미다스의 눈에는 자신을 노린 이의 정보들이 보다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 이름을 보자.’ 개중에서도 가장 먼저 캐릭터 네임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딴 짓 못하게 박살을 내주마.’ 혹여 상대방의 이 부캐릭터가 본캐릭터와 이름이 같다면, 이번 일을 통해 위자료까지 뜯어낼 속셈으로. 이윽고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이 레일-AAAA13……' 그 순간 미다스는 떠올렸다. ‘세븐 스타즈 연맹의 스나이퍼 롤라 예전 캐릭터?’ 롤라. 그에 대해서 미다스는 남들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다. ‘확실해. 롤라가 처음 키운 캐릭터야. 그때 저주받은 숲에서 사냥도 두 번 같이 했었어.’ 미다스가 갓워즈를 처음 했을 때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보고 들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롤라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지금 눈앞에 있는 레일이란 캐릭터가 그의 첫 캐릭터였으나, 이후 롤라라는 캐릭터를 생성하면서 유니크 클래스인 슈터 클래스를 얻으면서 그 캐릭터를 본캐로 삼았다는 것을. 그 후 레일이란 캐릭터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롤라만이 남게 되었다는 것을. ‘아니, 이 새끼가 왜 날 노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억 대 연봉을 받는 인간이 대체 왜 부캐로 접속하면서까지 자신을 노린 단 말인가? 그러나 미다스에게 그런 충격을 감수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 그가 마주해야 하는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자, 잠깐!’ 여기서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세븐 스타즈 연맹에서 나름 주요 원거리 딜러로 활약하는 롤라를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저 새끼 죽이면 좆된다!’ 적어도 미다스가 아는 세븐 스타즈 연맹이나 롤라라는 플레이어는 착하고, 성실한 부류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부류였다면 롤라란 놈이 부캐릭터로 정체를 감춘 채 자신을 죽이러 오는 일도 없었을 터.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멈춰!” 왕? 주인의 외침에 럭키가 적과의 거리를 5미터 남짓, 그 짧은 거리만 남기고 멈췄다. “역시 주인님! 주인님을 위협한 저 괘씸한 자는 제가 제 칼로 직접 심판하겠습니다!” 그 사실에 골드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너도 멈춰.” 물론 미다스는 곧바로 골드의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미다스가 머릿속을 몇 번 굴린 후에 이내 소리쳤다. “일단 방송은 종료하겠습니다!” 그 말을 내뱉은 후 상대방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거기. 세븐 스타즈 연맹의 롤라 맞지?” 5. “롤라 맞지?”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레일은, 아니 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 ‘어, 어떻게?’ 상대방이 단숨에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 보는 상황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으니까. 물론 그 사실에 롤라는 대답 대신 오히려 반격을 준비했다. 괜한 말 따위를 내뱉어서 상대방이 자신을 의심할 여지는 조금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묵비권을 행사할 속셈이었다. “그거, 슈터 클래스 얻기 전에 키우던 캐릭터잖아? 캐릭터 이름이 레일이었나?” 이어진 말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에 롤라는 반격할 생각을 멈추었다. “아, 일 골 때리네. 내가 정체 좀 숨기려고 술고래한테 말 안한게 이렇게 될 줄이야.” 그러나 이어진 그 말 앞에서는 롤라는 더 이상 묵비권만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하는 술고래란 표현이 누구인지는 뻔했으니까. ‘설마 길드 마스터하고?’ 세븐 스타즈 연맹의 맹주 디오니. 보통 플레이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존재이지만, 그와 친한 자들은 그를 술고래라고 부르고는 했으니까. 즉, 저 표현은 친한 자들만 아는 표현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말 안했다고 하지만 부캐릭터로 날 잡으러 와? 형이 그러던? 나 잡아 족치라고? 80시간 동안 손가락만 빨게 하라고?” 미다스의 말이 이어질수록 롤라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그게 아니면 너 설마 길드 몰래 돈 받고 알바 뛰는 거야? 나 잡으면 누가 1만 달러라도 주겠다고 했어? PK의뢰 받은 거야? 분명 길드 규정에 그거 금지일 텐데?” 하지만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롤라의 머릿속은 복잡해지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치명적인 공격을 달렸다. “야, 대답 안 해? 내가 직접 네 상관하고 통화하고 현실에서 얼굴 마주 봐야 이야기할래? 너 내가 누군지 보여줘?”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롤라는 묵비권을 고수하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62화. < 20화. 목숨값 (2). > 6. 흔히 어느 바닥에서 오래 굴러먹은 이들을 고인물이라고 표현하고는 한다. 그러한 고인물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개중 하나가 바로 당사자도 모르는 예전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자기 이야기처럼 떠든다는 것이었다. 미다스도 그러했다. 자기는 별이 되지 못했지만, 별이 된 이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를 그는 무척 많이 알고 있었다. “진짜 내가 그 술고래 형님이 늪지대에서 보석 악어 잡다가 캡슐방 정전 나는 바람에 실패할 때, 그때부터 알고 도와줬는데 그게 이렇게 엿이 되어서 내 입안에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이야기 앞에서 롤라는 눈앞의 인물이 자신의 정체는 물론 세븐 스타즈 연맹의 길드 마스터와 친분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내가 그 형님한테 차 한 대 값은 썼는데 말이야.” 더욱이 BJ대마도사가 엄청난 대부호이며, 아즈모와도 접점이 있다는 소문은 그러한 생각에 신빙성을 가득히 더해줬다. “응? 내가 그 돈 아꼈으면 무슨 차를 샀을 것 같아?” 사실 이 대목쯤에서 롤라는 상대방과 자신이 모시는 길드 마스터 사이의 관계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젠장, 하필이면……' 그저 자신이 좆됐다는 생각만 들 뿐. 실제로 이번 상황은 꽤 심각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롤라가 하는 짓은 갓워즈에서 아주 빌어먹을 짓이었다. 돈을 받고 PK를 해준다는 것 자체가 이 바닥에서는 매장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어? 저번에도 어? 같이 밥도 먹고, 어? 알아?” 하물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롤라의 최고 상관과 호형호제를 하는 관계로 보였다. 그런 그를 공격했다? 그냥 이대로 곱게 매장되면 다행인 수준. 자칫 잘못하면 롤라가 자신의 얼굴을 내걸고 갓워즈를 제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미치겠다.’ 솔직히 말해서 이쯤 되면 롤라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야, 어떻게 할래?” 그런 롤라에게 미다스가 툭 질문을 던졌을 때 롤라는 대답 대신 푹, 고개만 숙였다.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러한 제스처를 취했다. “너 나 꼭 죽여야 해? 나 못 죽이면 큰 문제 생기냐?” 이어진 질문에 롤라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럼 덮자.” “예?” 그때 툭 튀어나온 나온 그 말에 롤라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미다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솔직히 나도 이번 일로 괜히 세븐 스타즈랑 분위기 어수선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 없어. 괜히 이름 감추고, BJ대마도사란 우스광스러운 이름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고. 설마 내가 할 일 없어서 여기서 이렇게 지루한 사냥 하는 거 같냐?” 그 말에 롤라의 표정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넌 그냥 실패한 거고, 난 잘 빠져나간 거고, 이런 대화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로.” 그 말이 끝났을 무렵에 롤라의 표정은 기나긴 핍박 속에 그토록 믿던 신에게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 표정을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그렇게 해주면 넌 나한테 뭘 줄래?” 앞선 말과 달리 섬뜩한 목소리에 롤라의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예?" 아직 말뜻을 이해 못한 듯 의문을 얼굴에 띄었다. “날 엿 먹이려고 부캐로 덤벼든 새끼를 무사히 지내게 해주는 대가로, 네 목숨값으로 뭘 줄 수 있냐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롤라의 표정이 굳었다. 그 표정을 본 미다스의 속마음 역시 굳었다. ‘그냥 나가리만 되도 오케이다.’ 미다스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 역시 그냥 여기서 판이 접혔으면 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생각이었다. 괜히 이 시점에서 세븐 스타즈 연맹의 나름 억대 연봉 받는 플레이어와 원수 관계가 되어서는 좋을 게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뜯어내야지.’ 문제는 지금 이 문제가 이대로 정말 아무 말 없이 헤어진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선의를 보이면 호구가 되는 바닥이잖아.’ 여기서 만약 미다스가 아무런 대가 없이 롤라를 놓아준다면, 그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미다스를 두려워하면서 그에 대한 히스테리한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미주알고주알 이번 일을 술자리에서 떠벌리면서 괜한 소란의 여지를 만들까? 안 봐도 비디오. 그렇기에 증거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해야지. 날 건드리면 피를 본다는 걸.’ BJ대마도사를 건드리면 어떤 식으로든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증거를. 그 사실을 이제는 롤라 역시 이해한 듯 그의 눈동자가 제 손에 든 활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롤라가 눈동자를 잽싸게 돌리며 다시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이렇게 말해줬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안 되는데…….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고민이 되면 이건 어때? 여기서 널 죽인 후에 아이템 루팅을 하는 거야. 그 후에 뭐가 카드깡에 걸릴지는 하늘에 맡기는 거지.” 말을 한 미다스가 스윽 턱짓을 하자 골드와 럭키가 움직였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크르르! 둘 모두 언제든 롤라를 시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그 의지 앞에서 롤라는 결국 선택했다. “……정말 눈 감아 주시는 겁니까?” “내가 눈 뜬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나한테 준 대가를 빌미로 삼으라고.” 그 짧은 대화에 롤라가 손에 들고 있는 활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죄송했습니다.” 일이 봉합되는 순간이었다. 7. 강렬했던 만남과 달리 헤어짐은 담백했다. 인사말도 없었다. “넌 날 잡으려다 실패한 거고, 이건 내가 너 잡고 운 좋게 얻은 거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야. 넌 날 모르고, 나도 널 몰라. 괜히 서로 다른 소리 하다가 문제 생기면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는 거다.” 미다스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롤라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곧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자, 가자.” 롤라가 사라진 후에 미다스도 별다른 미련 없이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왕! 그런 미다스를 따라 움직이던 럭키가 꼬리를 흔들었다. “주인님의 드넓은 아량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골드 역시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이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으헉!" 점잖게 늪지대 위로 걸음을 내디디던 미다스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주인님!” 그 모습에 골드가 놀라며 들고 있던 방패를 앞세우며 주변을 경계했다. “누가 감히 주인님을 공격한 것이냐!” 미다스가 공격을 당한 것으로 생각한 모양. 헥헥! 반면 럭키는 이런 일이 흔하다는 듯이, 주인이 지금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 평소 하던 대로 또라이 짓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미다스 앞에서 혀를 내밀며 꼬리만 흔들었다. 그야말로 콩트의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자신이 지금 웃기지도 않는 콩트를 한다는 사실이 조금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혔다.’ 그저 자신이 그린 시나리오가 먹혔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 머릿속이 꽉 찰 뿐. ‘세븐 스타즈라서 다행이야.’ 사실 이번 시나리오가 먹힌 가장 큰 건 세븐 스타즈 연맹의 우두머리인 디오니란 인물의 성격이었다. 그는 게임 실력이 아주 뛰어난 부류는 아니었다. 대신 게임 속에서 인맥을 다질 줄 알았고, 그 과정에서 술이란 도구를 아주 잘 써먹을 줄 알았다. 친해지려고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사람 만나러 가서 술자리를 가질 정도였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래서 붙은 별명이 술고래. 세븐 스타즈, 일곱 개 길드가 힘을 합친 연맹의 중심에 그가 자리 잡은 것도 그 술로 다져진 끈적끈적한 인맥 덕분이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세븐 스타즈라서 먹힌 거지, 아니었으면 절대 안 먹혔어.’ 그 술고래 양반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절대 먹히지 않았을 테니까. “어휴.” 다시 생각해도 살 떨리는 사실에 미다스가 연거푸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인벤토리.” 한숨을 내뱉은 미다스의 표정은 자신의 인벤토리 속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보는 순간 화사하게 변했다. [위가의 활] 자세히 옵션을 볼 필요도 없었다. ‘위가 시리즈 중 하나가 이렇게 들어오다니.’ 위가 시리즈는 위가의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아이템, 지금도 여전히 5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에게는 꿈과 같은 무기였으니까. ‘예전에 이거 처음 나왔을 때 장난 아니었지.’ 미다스가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할 무렵, 이 레벨 무렵 때에는 지금보다 더 엄청난 무기였다. 이 무기 하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력이고 나발이고 플레이어들이 모셔갈 정도. 실력을 뛰어넘는 효과를 내는 무기. ‘지금 시세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물론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서 어느 정도 시세가 내려온 상태였다. 그 당시에 비해서 플레이어들의 레벨업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물량은 더 풀렸으니까. ‘그래도 최소 4만 달러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시세는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 세트보다 곱절이나 비쌌다. 어쨌거나 여차하면 되팔면 됐으니까.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아이템의 시세를 확고부동하게 만들어주는 중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거 다 처분해도 못 모을 돈이야.’ 그런 엄청난 돈을 손에 넣은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4천만 원으로 뭐하지?’ 이것을 팔아서 번 돈으로 무엇을 할까, 그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역시 대출 상환?’ 당장 떠오른 건 역시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을 상환하는 일이었다. 예전이라면 딱히 고민하지도 않고 골랐을 선택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분명 달랐다. ‘아니면 스킬 지를까?’ 지금 미다스는 투자를 하면 그 이상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그렇다면 투자를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차라리 캡슐 하나 사?’ 더 나아가 이 정도 금액이면 그 값비싼 개인용 캡슐 게이트를 사는 것도 가능했다. ‘아니지, 사봤자 설치 비용에 유지 비용은 둘째 치고 집에 놓을 구석이 없네.’ 물론 현재 미다스가 형과 조카와 사는 집 안에 캡슐을 놓을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개인용은 세금도 더 붙고.’ 더욱이 게이트 캡슐의 경우에는 개인용으로 구매할 경우 세금 등이 크게 붙었다. ‘엄청 붙지.’ 어차피 개인용 캡슐을 구매하는 건 부자들뿐이니, 세금이라도 세게 붙이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집부터 사자.’ 미다스가 여전히 힘들고 귀찮게 캡슐방을 향하는 이유였다. ‘딱 방 두 개만 더 있는 집 전세로 얻어서, 형이 그 안에서 재활도 할 수 있게 재활기구도 좀 두고, 하나는 혜린이 방으로 꾸며주자.’ 어쨌거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수중에 목돈이 들어왔다는 사실. ‘좋아, 일단 킵이다.’ 굳이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릴 필요 없이 그냥 일단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셈. ‘가만.’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떠올렸다. ‘나중에 팔아도 된다면…… 이거 내가 써도 되는 거잖아?’ 자신이 이 활을 사용하는 시나리오. 못할 건 없었다. ‘사용할 순 있어.’ 갓워즈에서는 특별한 아이템이 아닌 이상 레벨만 맞으면 얼마든지 직업 구분 없이 무기를 쓸 수 있었다. 마법사가 대검을 들고 마법을 쓰는 것도, 전사가 지팡이를 들고 적의 눈알을 찌르는 것도, 성직자가 양날도끼를 들고 기도를 외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단지 그 무기가 가진 직업적 특징을 사용하지 못할 뿐. 예를 들면 지팡이를 마법사가 사용할 경우 지팡이는 마법에 맞게 형태를 바꾼다. 애로우 계열 마법을 쓰면 활로 바뀌고, 소드 계열 마법을 쓰면 검으로 바뀌는 식. 활 역시 반대로 궁사들이 쓸 경우 그 궁수의 스킬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는 한다. 검이나, 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히 갓워즈에 직업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그 직업에 목을 매는 게 아니다. ‘보통은 길가다 트럭에 치이지 않는 이상 활은 안 쓰지만……' 그렇기에 보통은 자기 직업 외 무기를 굳이 쓰는 경우가 없었다. 혹여 주력이 아니라 보조 무기로 쓰더라도 스위칭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무기의 소유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스위칭을 하기 위해서는 인벤토리를 연 후에 그 아이템을 터치하고, 장착을 해야 한다.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장착하는 건 바보짓, 그리고 무기값도 공짜가 아니지 않은가? ‘위가의 활이면 이야기는 다르지.’ 그러나 위가의 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라면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위가의 활은 맞추기만 하면 그 맞춘 부분을 향해 화살이 유도해서 날아간다. ‘드래곤스 아이와 완벽한 궁합이다.’ 드래곤스 아이 스킬과의 궁합은 깊게,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셈. 그게 아니더라도 한 번만 맞추는 순간 속사가 가능했다. 조준할 것 없이 그냥 적당히 겨누고 활시위를 당기면 될 뿐! 문제는 하나였다. 스위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질문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스윽,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사할린의 지팡이를 들었다. 든 채로 손을 놓았다. 그러자 지팡이가 그대로 허공에서 멈추었다. ‘이거, 염력 쓰면 스위칭도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미다스, 그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8. 파직! 스파크 튀기는 소리와 함께 뇌전으로 만들어진 화살 한 발이 리자드 워리어의 몸뚱이에 꽃혔다. 샤! 그 공격에 리자드 워리어가 짧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리자드맨과 리자드 워리어가 넘치는 늪지대, 그곳에서는 딱히 대수로울 것 없는 광경이었다. [리자드 워리어를 처치했습니다.] [리자드 워리어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사냥한 리자드 워리어의 숫자가 333마리를 넘어선 미다스에게는 더더욱 특별할 것 없는 광경. 놀랄 일은 하나도 없는 광경이었다. 단지 그 광경을 130미터 떨어진 곳에서 본다는 것, 그것이 미다스를 놀라게 만들 뿐. ‘맙소사.’ 미다스, 그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에 든 위가의 활을 바라보았다. 염력을 이용한 스위칭, 그를 통한 전력 상승 기대치는 미다스의 예상, 그 이상이었다. 아니,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거 전술 자체가 달라지겠는데?’ 아예 전술의 개념 자체가 달라질 정도. “허허.” 그 사실에 미다스는 허탈한 웃음마저 나왔다. ‘진짜 말도 안 되네, 말도 안돼.’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에 그는 이 이상 놀라고 싶어도 놀랄 수 없다는 심정에서 나온 헛웃음이었다. 그때였다. 호우우우! 미다스의 곁에 있던 럭키가 주인의 새로운 힘을 축복하듯 하울링을 내질렀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실소를 옅은 미소로 바꾸었다. “역시 축하해주는 건 럭키 너밖에 없…… 아!” 그리고 그 미소를 삽시간에 지웠다.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은 것이다. “레전더리 스킬 하나 더 남았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63화. < 20화. 목숨값 (3). > 9. “저기, 저거!” 언제나 신비와 감탄으로 가득한 위가의 도시에 오랜만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늑대 신수? 저거 럭키 아니야?” “럭키 맞네! 검객 기록을 혼자 깬 신수!” “BJ대마도사다!” 그 소란의 원인은 BJ대마도사. 현재 5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거리이자, 아즈모조차 관심을 가지는 플레이어! 충분히 소란스러워질 만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 근데 저 주변에는 뭐야?” “뭐지? 동료들인가?” 완벽한 무장을 마친 여섯 명이 BJ대마도사의 주변을 호위하고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 심지어 BJ대마도사를 호위하는 건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동료가 아니라 NPC야.” “NPC?” “위가의 도시를 지키는 기사들 말이야.” “위가의 기사들이 호위를 해준다고?” 위가의 도시, 그곳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NPC인 위가의 기사들. BJ대마도사를 호위하는 건 그들이었다. “맙소사, 나 이런 거 처음 봐!” “BJ대마도사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도무지 상황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만큼 기겁할 만한 일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모두가 놀랐다. ‘아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심지어 미다스 본인도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놀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가 위가의 도시 정문 앞에 서는 순간 갑자기 이들이 등장하더니,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위가가 나를 찾다니……' NPC위가, 위가의 도시의 주인인 그가 당신을 찾는다고. 그러니 따라오라고. 물론 그 이유는 뻔했다. ‘확실한 건 메인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거겠지.’ 필시 메인 시나리오 진행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 터.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쯤 되자 미다스는 오히려 상황을 좋게 해석했다. ‘사할린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들키는 것보단 그냥 모두가 아는 위가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사실 미다스의 입장에서 NPC사할린을 만나러 가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왕! 일단 럭키가 너무 커졌다. 더 이상 품속에 숨긴 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 “역시 주인님, 모두가 주인님을 우러러 모시는군요.” 여기에 럭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드마저 추가된 상황. 이 둘을 데리고 정체를 숨긴 채 NPC사할린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투명 마법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 이러니저러니 해도 NPC사할린의 집 위치를 들키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들키는 건 각오했다. ‘이렇게 되면 날 노리는 새끼들도 답이 없겠지.’ 자신의 퀘스트 진행을 늦추기 위해 롤라라는 나름 프로 플레이어를 암살자로 보내는 이들에게 단서를 주는 것마저도 각오했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 담그는 것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것도 그냥 장이 아니라 미다스의 구렁텅이 속 찌꺼기 같던 삶을 하늘 위의 별처럼 만들어줄 장을 담그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NPC사할린의 집이 아니라 위가의 저택으로 가는 건 미다스 입장에서 긍정적인 일이었다. NPC사할린의 집의 위치를 경쟁자에게 넘겨줄 필요가 없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미다스의 표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뽕을 뽑아보자. 위가의 도시에서 이런 일을 얼마나 경험할 수 있겠어?’ 그 순간 미다스가 두 손을 머리 위에 들며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시죠? 지금 제가 위가를 만나러 무려 NPC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고 있습니다. 이런 거, 아무나 볼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아무렴요. 지금 제 방송을 보시는 선택받으신 분들만 보실 수 있는 거죠.” 방송을 하는 척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 연기에 좌중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이브 방송 중이야?” “진짜?” “그런데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채널 주소 검색 안 되던데?” “거액의 돈을 낸 시청자들만 가입이 가능한 VVIP용 방송이란 게 사실인가?” “혹시 그거? 가입 조건이 최소 자산이 100억 이상이라는 거? 그게 사실이라고?” 그러면서 여러 소문을 만들고, 만들어진 소문에 별 괴상망측한 꼬리를 붙이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바라던 바였다. “자, 이제 좀 더 집중하십시오. 아무나 볼 수 없는, 오로지 제 시청자들만 볼 수 있는 비밀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퍼지는 게 헛소문이지.’ 이런 식으로 소문이 퍼진다면,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유명세도 같이 퍼질 터. ‘뭐든 간에 유명해지면 돈이 되고.’ 그리고 그 유명세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미다스의 주머니에 현금이 되어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위가의 저택에 들어갔다. 11. 쿵! 위가의 도시, 그 정중앙에 위치한 위가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문이 닫히는 순간 밖의 세상과 미다스의 세상이 단절되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위가의 저택에 입장합니다.] 이제 미다스가 제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외부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단절된 세상에 들어왔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미다스는 표정을 바꾸었다. ‘퀘스트에 집중하자.’ 그때였다. 저택에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2층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 “왔네.” 익숙한 얼굴이 그 중앙계단을 내려오며 미다스를 반겼다. NPC 사할린이었다. “오, 왔군.” 그리고 그 NPC사할린 옆에 있는 하얗게 센 머리칼을 뒤로 바짝 넘긴 노인이 보였다. [위가의 초대를 받은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이 도시의 주인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설마 위가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위가를 보는 건 미다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아닌 정도가 아니라 위가를 만난 플레이어들은 제법 많았다. ‘위가의 무기 받을 때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는데……' 최소 위가의 무기를 직접 받은 이들은 한 번 이상 위가를 만났을 것이다. 위가의 무기를 받기 위해서는 위가로부터 퀘스트를 받아야 했고, 완수해야 했으니까. 달리 말하면 위가를 만난다는 것은 곧 위가의 무기, 레전더리 아이템과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였다.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의미.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더욱이 미다스는 그 레전더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 퀘스트 때문에 만난 상황. “그래서 물건을 찾아왔어?” 그때 미다스에게 NPC사할린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는 아이템 창에서 알을 꺼냈다. 알을 꺼내는 순간 미다스의 목에 찬 목걸이가 알이 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핑! 목걸이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질 정도. 그것을 본 NPC사할린이 말했다. “정말 제대로 가져왔네.” 그 대답과 함께 NPC사할린이 제 손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커졌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오케이, 간 보기 없이 바로 들어가자.’ 이렇다 할 대화 없이 바로 퀘스트가 완료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는 일. 미다스가 손에 든 알을 들고 NPC사할린을 향해 걸어갔고, 이내 NPC사할린 앞에 섰다. NPC사할린 역시 미다스가 건네주는 알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흠." 그때였다. 짧은 신음을 내뱉던 NPC위가가 입을 열었다. “잠깐." 그 말에 모든 상황이 그대로 일시 정지 됐다. NPC사할린과 미다스, 둘이 동시에 NPC위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먼저 입을 연 건 NPC사할린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NPC위가는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문제는 하나도 없지.” “그런데 왜 갑자기 끼어드시는 거죠?” “말 그대로 문제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들이야?’ 하지만 이 대화에 미다스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미다스라는 사내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우리가 찾지 못했던 이 물건을 찾아왔네. 그렇지?” “그렇죠.”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이런 유능한 인물을 놔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설 이유는 없지. 안 그런가?” 그 반문에 NPC사할린은 대답 대신 싸늘한 눈빛으로 NPC위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NPC위가는 그 시선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혼란 속에서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지. 자네, 실력이 대단해.”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알에 대한 조사마저도 자네가 계속 해주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그 물음에 미다스는 슬쩍 NPC사할린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은 차가움을 넘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듯이. ‘대충 알겠네.’ 그제야 미다스는 시나리오를 이해했다. 필시 NPC사할린은 이 알을 자기가 가진 후에 일을 진행하고자 했을 터. 그러나 NPC위가는 모종의 이유로 그것을 막았다. ‘둘 사이 관계에 또 시나리오가 있다는 거네.’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셈. ‘그럼 이야기를 진행시켜줘야지.’ 여기서 미다스는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절 믿고 기회를 주신다면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영웅다운 멋진 대답이군. 아, 일단 먼저 정산을 해야겠지.” 그 대답에 만족한 NPC위가가 대화를 잠시 멈춘 후에 NPC사할린으로부터 스킬 카드북을 받은 후에 그대로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알을 가져온 보수는 받아야지.” 스킬북을 받는 순간. “알도 자네가 가지고 있게.” “예,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미다스가 냉큼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대답을 내뱉는 순간 NPC위가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새로이 생성되었고, 그 물음표를 품은 NPC위가가 말했다. “물론 난 자네가 목숨보다 소중히 지키리라 믿네. 허나, 아무래도 사할린 양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미다스가 무어라 상황을 파악할 여지도 없이 NPC위가는 미다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 자네가 정말 그 알을 지킬 수 있는지 증명을 해줘야겠어. 늪지대에서 왔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곳의 우두머리를 잡아 오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역시 결국 보석 악어를 잡아와라 이 말이군.’ 이미 진작에 이다음 퀘스트가 늪지대의 보스 몬스터인 보석 악어 사냥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여유를 가졌다. ‘레이드 계획은 다 짰다.’ 보석 악어를 잡기 위한 계획마저 완벽했기에, 당황할 이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보석 악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늪지대의 우두머리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위가의 지팡이 그렇기에 미다스는 퀘스트 창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았다. 사실 놀랄 일이었다. 위가의 지팡이는 위가의 활만큼은 아니지만 위가의 무기, 즉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그 값이 최소 3만 달러는 넘어가는 놈! 엄청난 거액의 아이템을, 그것도 확실하게 거래가 가능한 놈을 받는데 놀라지 않을 리 만무. 그럼에도 미다스가 놀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석 악어 솔로킬 달성 시 ‘위가의 하얀 지팡이’ 획득 가능 !퀘스트 완료 시 ‘거대한 숲’ 퀘스트 진행 가능 그 아래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가 미다스의 사고를 그대로 정지시켜버렸다는 것. ‘위가의 하얀 지팡이? 그냥 위가의 지팡이가 아니라 하얀 지팡이?’ 누가 보더라도 위가의 지팡이, 그것보다 상위 등급 아이템이 분명한 상황. ‘대체 어떤 놈인 거야?’ 미다스 입장에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때, 할 수 있겠나?” “예." 이번에 이 퀘스트에 목숨을 다할 가치가 있다는 것. 12.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NPC사할린과 NPC위가는 사라졌고, 미다스는 위가의 저택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스킬 카드북을 개봉합니다.] 문 앞에서 미다스가 자신이 얻은 퀘스트 보상을 개봉했다. 그러자 곧바로 다섯 장의 카드가 뒷면을 드러낸 채 미다스의 눈앞을 채웠다. 황금빛이 미다스의 눈을 가득 채웠다. 왕! “오, 주인님께서 보다 찬란해지시겠군요!” 동시에 두 파트너의 목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그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의 눈은 천천히 왼쪽에 있는 카드부터 살피기 위해 눈을 돌렸다. 물론 지금 미다스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력 회복만 나와라.’ 현재 미다스의 화력은 넘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그 화력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유지력이었으니까. ‘아싸!’ 그런 미다스의 눈에 그가 바라던 것이 바로 보였다. [드래고닉 마나] - 스킬 랭크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드래고닉 마나! “역시 갓겜! 바로 나오네!” 미다스가 가장 바라던 스킬 카드의 등장에 미다스의 손이 망설임 없이 그 스킬 카드를 향했다. “훌륭하신 선택이십니다.” 그 모습에 골드가 말했다. 왕! 미다스의 옆에 있던 럭키도 짖었다. 그 짖음에 미다스가 순간 멈칫했다. '왕? 호우가 아니라?’ 이내 미다스가 뻗은 손을 슬쩍 뒤로 당긴 후에 다른 카드들을 순차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이내 자신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킬을 확인했다. [용열병 (龍熱病)] - 스킬 랭크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용열병에 걸린다. 일정 시간 동안 캐스팅 속도가 매우 크게 증가한다. 마력 소모량 역시 크게 증가한다. 용열병. 다른 표현으로는 드래고닉 피버 타임으로 불리는 스킬. 쉽게 말하면 부스터 스킬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마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대신 캐스팅 속도가 단축되는 매우 강력한 부스터 스킬. 사실 어지간한 게임이면 존재하는 스킬이었다. "헉......." 그러나 갓워즈에서 이 스킬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이 스킬에 붙은 남다른 별명 때문이었다. ‘……이거 그거잖아? 100만 불짜리!’ 100만 불짜리 스킬. 진짜 100만 달러에 거래되어서 붙은 별명은 아니었다. G베이를 기준으로 용열병 스킬은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거래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불짜리란 별명이 붙은 건 다름 아니라 아즈모 때문.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되고 반년이 좀 지났을 무렵, 이 스킬의 존재를 확인한 아즈모는 말했다. 이 스킬을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100만 불을 주겠다고. 그 후 그가 정말 100만 불에 스킬을 샀는지 다른 루트로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때 이후로 이 스킬은 대마도사 클래스 그리고 아즈모란 존재를 대표하는 스킬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지금 당장 미다스에게 그렇게까지 크게 도움이 되는 스킬은 아니었다. 이 스킬은 사실상 보스 레이드 전용 스킬. 일반 사냥을 포함한 사냥 자체의 효율성은 도리어 드래고닉 마나 스킬이 훨씬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이미 지금 상태에서도 마력 부족을 느끼는 미다스는 용열병 스킬의 진가를 제대로 쓰지도 못할 게 자명했다.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인 셈. ‘이거 우리 집 팔아도 못 산다.’ 하지만 미다스에게 그런 고민 따위는 부질없었다.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미다스, 그의 손이 망설임 없이 용열병 스킬을 향했다. [용열병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내 스킬 습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호우우우! 그리고 그것을 축하해주는 럭키의 하울링도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윈드 애로우와 파이어 애로우, 두 스킬 카드뿐.’ 그 생각을 한 미다스가 짧게 기대했다. ‘아, 누가 그냥 공짜로 주면 안 되나?’ 그 기대를 하던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뭐, 그렇게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가 있을 리 없지.’ 세상에 그런 호구는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13. “사장님 메일 보냈습니다.” "그래."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네가 나한테 질문을 던질 차례네.” 그 후에 내뱉는 그 말에 부하 직원이 내뱉으려던 말을 삼켰고, 그 모습을 본 박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왜 BJ대마도사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구해다 드리겠다는 메일을 보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차례." 그 말에 부하 직원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하 직원을 위해 박영준이 기꺼이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저번에 비기, 뇌물 연속 주기를 말해줬었지? 지금 그걸 하는 거야.”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거 장난으로 하신 소리 아니었어요?” “장난? 그게 왜 장난이야?” “아니, 누가 들어도 개소리 아닙니까?” “개소리라니! 난 살아생전 개소리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야.” 박영준의 항변에 부하 직원이 말도 안 된다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냥 뇌물 가져다주는 게 비기면, 이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타당한 반문. 그 반문에 박영준은 훗,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비기라는 거다. 그냥 비싼 선물만 주는 건 뇌물이 아니야. 공물이지. 생각해 봐. 만약 네가 누군가한테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선물 받았어. 그럼 기분이 좋겠지? 그런데 그 사람이 다음에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줬네? 그럼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박영준의 물음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박영준이 말한 두 개의 가치를 잘 모르는 모양. “둘 다 천만 원 넘는 애들이야.” “아!” 그제야 이해한 부하 직원이 말했다. “뭐, 기분 좋지 않을까요? 아니지, 저라면 오히려 뒤 선물은 거절할 것 같아요.” “그냥 주겠다는데, 왜?” “그냥 줄 리가 없잖아요?” 그 대답에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부하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비싼 선물을 그냥 연달아 주면 받는 입장에서는 이 새끼가 나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 건가? 그런 의심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만약 롤렉스를 사준 인간이 너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어떤 말을요?” “제가 공연 쪽 일을 하는데 가수 콘서트 티켓 같은 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자 그럼 넌 뭐라고 대답할래? 당신 꿍꿍이가 의심스러우니까 됐습니다, 라고 말할래?” 부하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제야 부하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필요한 걸 구해다 주신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BJ대마도사 쪽이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면 어떻게 하죠?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 같은 걸 요구하면?” “그건 힘들겠습니다, 하고 거절하면 돼. 상식적으로 그런 걸 요구할 거면 진작에 했겠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BJ대마도사도 분명 대충 눈치 까고, 적당한 걸 요구할 거야. 레어 등급 정도 되는 잡스킬 스킬 카드들 정도 말이야. 자기 기준에서 푼 돈 정도 되는 것들. 돈으로 따지면 해봐야 삼사백만 정도. 우리 쪽에서도 딱히 부담이 없는 물건들. 가볍게 받을 수 있는 것들.”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걸 받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옷깃 하나는 내 손에 잡히게 되는 거지.” 마치 미끼를 단 낚싯대의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본 낚시꾼처럼. 그리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64화. < 21화. Live (1). > 1. 현재 세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은 갓워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한 말이 나오는 시대답게 세상에는 갓워즈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공급되었다. 어비스 길드가 새로운 도시를 발견했다는 소식부터 아즈모가 갓워즈에 지른 돈이 10억 달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까지. 너무 큼지막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어중간한 이야기들은 관심조차 끌지 못할 정도였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소문도 사실 별반 다를 건 없었다. - BJ대 마도사 요즘 뭐함? ┗ 몰라. 아즈모가 관심을 가지면서 BJ대마도사란 이름값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달리 말하면 그 열기의 대부분은 아즈모가 만든 것이었다. - 아즈모도 별 관심 없는 거 같던데. ┗ 원래 아즈모가 자기 일 빼면 남의 일에 관심 없었어. ┗ 어제도 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던데? 아즈모가 관심을 끄는 순간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열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 BJ대마도사 대박 사건! ┗ 무슨 일인데? ┗ BJ대마도사가 위가의 저택에 들어갔다! 그 소문이 터진 것은 그 무렵이었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열기가 제법 사그라졌을 무렵. - 위가의 무기 퀘스트 발견한 모양이네. - 위가 무기 한 자루 더 나오겠네. 때문에 막 그 소식이 알려졌을 때에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 역시 돈이 좆나게 많은 모양이네. ┗ 뭔 소리야? 돈 많으면 그냥 위가의 무기를 사겠지. ┗ 그 반대지. 돈이 넘치니까 그냥 사도 되는 거 웃돈 줘서 퀘스트 딴 거잖아? ┗ 그러네? 그저 가십거리로 취급할 뿐. - 그게 아니라 위가의 기사들 호위를 받으면서 저택으로 갔어! 그러나 보다 자세한 상황이 알려질수록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아오른 온도에 자연스레 관심도 끓었다. - 위가의 무기 퀘스트는 아니라는데? ┗ 호위 받은 건 최초 아님? ┗ 방금 위가의 무기 퀘스트 영상 보고 옴! 호위 같은 거 붙은 적 한 번도 없었음! ┗ 진짜 대체 무슨 퀘스트를 하는 거지? 다시 모두가 BJ대마도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BJ대마도사에 대한 온갖 종류의 헛소문으로 재탄생하였다. “형, BJ대마도사가 이번에 하는 퀘스트 정체가 뭔지 아세요? 듣고 절대 놀라시면 안 되요. 그게 말이죠, 이번에 BJ대마도사가 위가의 도시를 먹는데요. 성주가 된다고 한데요! 성을 먹는다고요!” 이제는 이혁주마저 말도 안 되는 정보를 가져다가 정현우 앞에서 주절거릴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거 진짜 믿을 만한 루트를 통해서 얻은 정보에요. 꼭 형만 알고 퍼뜨리지 마세요. 아셨죠? 이거 퍼지면 저 좆돼요.” BJ대마도사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 그렇기에 정현우는 이혁주의 그 말에 비웃음을 살짝 머금은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말 안 할 테니까, 나 좀 접속하게 세팅 좀 해주지 않을래?” “아, 예! 바로 세팅해드릴게요.” 그렇게 이혁주를 떠나보낸 정현우가 이내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었다. 그러한 정현우의 표정에는 고민이 묻어나 있었다. ‘차라리 이혁주 같은 애가 낫지. 헛소문만 뿌리고 다니니까.' 당연했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놈들이지.’ 이미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롤라라는 나름 이름값이 나오는 플레이어를 고용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세력임을 확인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자기 멋대로 게임을 하는 걸 용납할까?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누가 보더라도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그냥 레벨업 사냥이면 골치 아플 건 없어.’ 평범한 경우라면 무시할 수 있다. 상대해주지 않으면 될 뿐이니까. ‘하지만 보석 악어라면 다르지.’ 그러나 보스 몬스터 레이드라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해. 백퍼센트 태클 들어온다.’ 필시 BJ대마도사가 보석 악어를 사냥한다는 상황을 포착하는 순간 암살자, 방해꾼을 보낼 것이다. 그것도 롤라와 같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그것으로 밥을 빌어먹는 놈들을. ‘롤라를 상대로 그게 먹힌 건 세븐 스타즈라서 그런 거지, 다른 게 오면 골치 아플 거야.’ 더욱이 롤라의 경우는 정현우 입장에서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세븐 스타즈의 길드 마스터가 너무 인맥이 드넓은 인간이라는 것. 그게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그런 식의 수작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안들키면 베스트.’ 물론 가장 좋은 건 걸리지 않는 것이다. 늪지대는 넓으며,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필드 위치와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정현우 뿐. 걸리지 않고 잡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운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그것도 그 운이 계속 따르기를 기대할 수는 더더욱 없고.’ 하물며 이제 시작이었다. 보석 악어는 운 좋게 안 들키고 잡았다고 하지만 그다음은?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운에 기댈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려고 할 무렵,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형, 다 됐어요.” 그 목소리에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그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고민의 기색은 없었다. “그래.” 이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으며, 그중에서 정현우가 골라야 할 선택지마저도 정해져 있었으니까. 2. [파이어 애로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불꽃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불꽃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111회 연속 적 명중 시 타이틀 ‘불꼬챙이’ 달성 [원드 애로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바람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바람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9999회 명중 시 타이틀 ‘무음의 암살자’ 달성 파이어 그리고 윈드 애로우. 새롭게 생긴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긴장된 표정 사이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나름 비싼 스킬들인데 공짜로 받게 될 줄이야.’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이 스킬들을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미소였다. ‘이제 슬슬 라이징 스타 채널도 나를 주요 멤버로 서포트해줄 모양이란 말이야.’ 동시에 이 스킬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를 주전 멤버로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야구로 따지면 이제는 1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항시 출전을 보장 받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는 의미.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보는 눈이 좋고, 뛰어난 머리를 가지신 게 분명해.’ 그 기꺼운 사실을 앞에 둔 미다스가 이내 자신의 능력치창을 바라봤다. [미다스] - 레벨 : 45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98)/체력 (5+281)/지력 (235+401)/마력 (50+339) 동급 최고. ‘45레벨 때의 아즈모보다 지금 내 스탯 총합이 높다. 이건 확실해.’ 이제는 그러한 표현을 자신 있게 붙여도 될 만한 능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능력치창을 끄자, 언제든 불구덩이에 몸을 던질 수 있으리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입가의 미소를 더 키웠다. ‘이 정도까지 갖췄는데 겁먹고, 얌전히 푼돈이나 벌면서 게임을 하는 건 병신이지.’ 이윽고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늪지대 위로 보이는 청명한 하늘. 그 하늘 위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것이 보였다. [보석 악어 출몰까지 남은 시간 4:43:13] 그 시간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내렸다. 주변을 둘러봤다. 늪지대 속 곳곳에서 저마다의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쪽은 늪지대 초입부터 따라오던 놈들이고.’ 개중에는 이미 몇 번이나 봤던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저 새끼들은 그 후에 저 무리하고 접촉한 놈들.’ 그저 단순히 늪지대에 사냥을 왔다고는 볼 수 없는 플레이어들도. 또한 미다스는 이제까지 수없이 봐왔었다. ‘굳이 저들이 아니더라도 여건만 갖춰지면 날 잡아 죽이려는 놈들은 넘쳐나지.’ 갓워즈란 세상이 믿을 것 하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얘들아.” 그런 세상에서 미다스는 믿을 수 있는 두 동료를 향해 말했다. “오늘 데뷔하자." 왕? “예?” 그 말에 의문을 표시하는 럭키와 골드. 그 둘을 향해 미다스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엿 먹을 땐 먹더라도 쉽게 공짜로 먹어줄 수는 없지.’ 그저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날 건드리면 좆된다는 걸 실시간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지.’ 3. “영상 편집 얼마나 걸린다고? 3일? 좀 더 일찍 안 돼?” “아, 예. 아무렴요. 무스탕 님은 우리 채널 최고의 파트너이신데. 최선을 다해 서포트해드리겠습니다.” “아, 저희 채널 통해서 라이브 방송하고 싶으시다고요? 당장은 힘듭니다. 지금 스케줄은 꽉 차서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점심시간 전의 회사 풍경. 그 풍경 속에서 열심히 태블릿PC로 다음 분기 예산을 편성하던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 준 윈드 애로우랑 파이어 애로우 스킬을 얼마에 샀다고 했지?” “윈드 애로우는 1,522달러고, 파이어 애로우는 1,312달러 줬습니다.” “고마워.” 설명을 듣고 다시 태블릿PC를 두드리는 그를 향해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 부하 직원의 목소리는 퍽 가라앉아 있었다. 무언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 그것을 눈치 챈 박영준이 말했다. “왜? 오늘 급한 일이 있어?”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분위기가 흐려? 뭔데?” “저기 그게 그러니까…… 우리 그냥 호구 잡힌 거 아닐까요?” 부하 직원의 그 말에 태블릿PC를 손에 쥐고 있던 박영준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호구? 누가?” “사장님이요.” “내가? 누구? BJ대마도사한테?” “예." 그 대목에서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말없이 바라만 봤다. 도무지 네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렇잖아요?” 결국 부하 직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사장님이 BJ대마도사에게 뭔가 주기만 했지, 제대로 받은 건 없잖아요? 영상을 주는 거야 계약금 받았으니 당연한 거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그냥 보면 호구 아닙니까?” 충분히 타당한 말. 그런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화 안 내시네요?” “화낼 일이 아니지. 원래 호구랑 투자라는 건 원래 종이 한 장 차이거든. 투자했다 망하면 호구 되는 거고, 호구인데 운이 좋으면 워런 버핏도 될 수 있는 거니까.” 말을 이어가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그게 바로 나 같은 인간들이 목숨 걸고 코에서 피 터뜨리면서 더 좋은 대학을 가서 비싼 돈 처박으면서도 어떻게든 졸업장을 받아내려고 하는 이유이지.” 박영준이 짙은 자신감을 입가에 지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은 그 모습에 뚱한 표정을 지었다. 박영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가 보기에는 박영준이 호구로 보이는 모양. 그 시선에 박영준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대신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말했다. “내 말이 안 믿기는 모양이네?” “아니, 것보단…… BJ대마도사가 최근에 터뜨린 거 보면 진짜 장난 아닌 사람 같은데, 솔직히 우리를 신경이나 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위가의 저택 들어갈 때 호위 받은 거?” “예. 엄청난 일이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한테 접대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까요? 그 사람 입장에서 우리는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존재 아닐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근본적인 건 설명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내가 그리는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지금 BJ대마도사는 분명 굵직한 무언가를 준비했을 거야. 없었더라도 지금 이렇게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몰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 없어. 그렇지?” “예, 그렇죠.” “그럼 뭘 할까?” “그야…… 최근 BJ대마도사가 보인 곳이 늪지대였으니 거기 보스 몬스터를 잡지 않을까요?” “잡아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솔로킬 영상 저희한테 주겠죠. 이미 계약은 했으니까요.” “그리고?” “예?” “그리고 또 뭘 할 거 같아? 여기서 그냥 보스 몬스터 레이드 영상만 짜잔 한다? 고작해야 이것저것 정산하고 나면 1만 달러 좀 넘게 남는 장사를? 응? 하물며 BJ대마도사인데? BJ” 그쯤에서 부하 직원은 박영준의 시나리오를 읽은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박영준이 말했다. “라이브 한다. 백퍼센트, 이제는 이슈몰이 할 만큼 했으니까. 그리고 분명 우리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를 할 게 분명해.” “우리 채널에서요?” “메이저 채널은 편성이니 뭐니, 그쪽 오더에 따라야 하지만 우리는 BJ대마도사가 까라면 까주는 아주 충실한 채널이거든. 그렇잖아?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이용해 먹어도 좋을 호구잖아?” 그때였다.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다른 부하 직원이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 가능한지 묻는데요?” 그 순간 박영준과 대화하던 부하 직원은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지었고, 박영준 본인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내가 어디라고?” 그 물음에 부하 직원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와튼 스쿨이요.” 그 부하 직원과의 대화를 끝으로 박영준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지금 이야기 곁눈질로 다 보고 들었을 테니 설명 필요 없지? 라이브 준비해!” 65화. < 21화. Live (2). > 4. 갓워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갓워즈가 등장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하나였다. 라이브 방송! 비단 갓워즈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갓워즈 이전의 무수히 많은 게임들도 라이브 방송이 가장 인기가 좋았으며, 게임이 아닌 스포츠, 공연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 역시 실시간으로 보는 것을 최고로 쳤다. 그러나 의외로 갓워즈에서 라이브 방송이란 콘텐츠가 제 자리를 잡는 데에는 과도기적 시간이 있었다. 별 이유는 아니었다. ‘초창기 라이브 방송하던 도중에 정말 별의별 지랄이 다 있었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의 경우에는 난입하는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는 물론 사법적인 처벌도 가능했지만, 갓워즈에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갑자기 난입해서 일을 망쳐도 법적으로 처벌할 도리는커녕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레이드 방송 켜는 순간 개떼들이 몰려들어서 깽판 치고, 전쟁 나고, 길드전으로 번지고……' 그런 이유로 갓워즈 초창기에 라이브 방송은 몬스터 사냥 방송이 PK 방송으로 변질되고, 그게 더 심해지면 그때부터는 길드전 방송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물며 가치가 넘치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경우에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건 상어가 가득 한 저수지에 피를 뿌리는 것과 같았다. 일단 물어뜯고보자! ‘오히려 보스 몬스터는 숨어서 잡았지.’ 라이브는커녕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는 이야기조차 입단속을 시키는 게 당연한 일이었을 정도. 정보 보안을 위해서 길드원이나 파티원에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기 한 시간 전에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통보를 해주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10대 길드만 빼고.’ 지금의 10대 길드들이 그랬다. 그들은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업적과 성취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는 사실에 주저함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게 가능했기에 그들은 10대 길드가 될 수 있었다. 남들하고 같아서는 똑같은 위치에 있을 따름. ‘뭐, 뒤끝도 제일 셌지만.’ 물론 10대 길드들은 응징 역시 남달랐다. 그들은 라이브 방송이란 무대를 필요에 따라서는 공개 처형 장소로 만들고는 했다. 갓워즈 초기, 그들이 보여준 본보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이제 와서도 10대 길드의 아성에 감히 이빨을 들이밀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게 정답이었지.’ 즉, 그들이 택한 방법이 갓워즈의 세상에서 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오지 못하게 만들어라! 정현우가 지금 그 방법을 택한 이유였다. 애초에 정현우가 이제까지 라이브 방송을 피한 이유는 습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을 안 해도 습격을 당하는 상황. ‘방송 안 해도 어차피 덤벼드는데, 그럴 바에는 그냥 하는 게 낫지.’ 선택 앞에서 고민할 여지는 없었다. 무엇보다 라이브 방송은 정현우 역시 바라던 일이었다. ‘그리고 진짜 스타 플레이어가 되려면 라이브를 해야지.’ 정현우가 되고 싶었던 건 그냥 프로 플레이어가 아니라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스타 플레이어였으니까. “형, 세팅 끝났어요!” 그런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이제는 무대에 오를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꿀꺽! 그 알림에 정현우는 손안에 있던 것을 입안에 털어 넣고, 삼켰다. 청심환, 코끝을 찌르고 올라오는 특유의 한약 냄새에 정현우는 새로운 각오 하나를 다졌다. ‘스폰서 받으면 청심환 스폰서부터 받아야지.’ 정말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 그 각오를 끝으로 정현우가 게임에 접속했다. 5. 갓워즈의 제작사인 알파 컴퍼니의 주가 추이를 보면 갓워즈가 얼마나 놀라운 게임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갓워즈 속의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이 상장 후에 보여주는 주가 추이를 보면 갓워즈가 얼마나 무서운 게임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시대였다. 게임을 잘하는 길드, 집단이라는 사실만으로 억 단위를 가뿐히 넘어서 조단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 개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어비스 길드의 가치는 상정 불가한 수준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어비스 길드에는 그 어마어마한 가치에 어울리게 많은 직원들이 있었다. 매니저란 직업이 그러했다. 플레이어들이 오로지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일을 처리해주는 이들. 엠마, 그녀는 그 매니저 중 한 명이었다. “롤라가 실패했다고?” "응."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비치, 샌들과 수영복만 있으면 언제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어비스 길드 본사에서 그녀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였다. “골치 아프게 됐네. 롤라보다 센 플레이어야 차고 넘치지만, 늪지대에서 활동할 만한 50레벨대 부캐를 가진 플레이어는 거의 없잖아?” 그러한 그녀의 업무 이야기를 들은 곱슬머리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자 동료 매니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면 녹차를 홀짝이던 엠마는 금발 머리칼, 그 아래로 보이는 짙은 눈썹을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 “뭐, 골치 아플 건 없어. 어차피 간보기 용이었으니까.” “간 봐?” “아즈모가 후원하는 인물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강하게 찌르면 아즈모가 나올 게 뻔하잖아? 뭐, 롤라라는 카드가 이렇게 쉽게 소모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는 눈썹 대신 어깨를 으쓱하는 엠마를 향해 동료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야.” “실력이 좋다기보다는 통찰력이 좋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갓워즈를 처음 하는 플레이어는 절대 아니야. 최소한 3년 이상, 어쩌면 갓워즈를 5년 이상 했을 지도 모르지.”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어진 질문에 엠마는 짧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네 말처럼 위가의 도시 근방에서 롤라보다 사냥을 잘하는 늑대를 남겨둔 플레이어는 적잖아?” “아무렴.” “그렇다고 상위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올 수도 없고.” “그렇지. 갓워즈 시스템상 워프를 역행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그럼 답은 하나지. 어중이떠중이 들개들을 푸는 수밖에.” “들개라…… 그럼?” “늪지대에서 PK 좀 하는 애들을 위해서 가볍게 현상금 좀 걸었어. BJ대마도사 잡으면 1만 달러 받을 수도 있다고.” 엠마의 말에 동료 매니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걸 예정이 아니라 이미 걸었다고?” “일처리를 미룰 필요는 없잖아? 보니까 늪지대로 이동한 거 확인했고, 정황을 보면 다음 타깃은 보석 악어인 게 뻔한데." “하긴, 네 돈 쓰는 것도 아닌데 돈 아낄 이유는 없지.” 이어진 그 말에 엠마가 아주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 아주 잠깐. 누가 보더라도 녹차가 살짝 뜨거워서 눈살을 찌푸렸구나, 생각될 정도로 아주 잠깐. 동료 매니저 역시 그 사실에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제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겠어. 한 번 얕보이면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물어뜯기는 바닥이니까 말이야.” “그렇지.” 그 순간이었다. 위잉! 엠마가 왼손 손목에 찬 스마트위치가 짧게 진동했고, 엠마가 시계 액정을 가볍게 확인했다. 그녀의 표정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무슨 일이야?” 때문에 동료 매니저도 별거 아니라는 느낌으로 질문을 던졌다. 안부를 묻는 것과 같이 딱히 의미는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한 질문에 엠마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어.” “라이브? 비공개가 아니라 공개로?” “그래.” “갑자기 왜?” 이어진 반문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빛을 품을 뿐. 6. 갓워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영상 관련 콘텐츠는 워즈튜브를 통해서만 송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그 사실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갓워즈를 향한 애정이 커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다. 불만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워즈튜브를 통해 방송하는 게 매우 쉽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라이브 방송이 그러했다.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실 채널 코드를 입력하십시오.] 플레이어는 게임에 접속한 상태에서 자신이 라이브 방송을 할 채널의 코드를 입력하면 바로 방송이 가능했다. ‘역시 쉽다니까.’ 이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채널에 접속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오른쪽에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이 떴다. ‘오케이, 채팅창 떴고.’ 채팅창이었다. 접속자는 3명. ‘3명? 한 명은 누구지?’ 미다스 본인과 이 채팅창을 관리해줄 관리자. 여기까지는 당연한 멤버였다. 그러나 비공개 방송에서 나머지 한 명의 정체는 예고되지 않은 바. 그에 대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와튼 : BJ대마도사님, 최고의 연출을 해드릴 테니, 게임에만 집중하셔도 좋습니다. - 와튼 : 아,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죠? 잘 부탁합니다. 제 스스로 해준 그 소개에 미다스가 놀랐다. ‘사장님이 직접?’ 하늘 같은 갑의 등장에 당장에라도 바닥에 절이라고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그러나 미다스는 애써 그 심정을 억누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예, 잘 부탁합니다.”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의 눈앞에 9라는 붉은 숫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후우.’ 그것을 보는 미다스가 속으로 숨을 골랐다. ‘얼마나 접속할까?’ 각오는 마쳤다. 어떤 방해와 수작이 오더라도 정면에서 박살내고, 원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각오는. 하지만 시청자 숫자에 대한 각오는 제대로 마칠 수가 없었다. ‘시청자가 많진 않겠지만 너무 적으면 좀 그런데……. 설마 백 간신히 넘는 건 아니겠지? 아니, 몰라. 광고도 안 됐고 갑자기 하는 거잖아? 라이징 스타 채널이 라이브 전문 채널도 아니고. 이거 잘못하면 진짜 백 명 간신히 찍을지도 몰라.’ 물론 애초에 엄청난 대박을 노리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는 될 수밖에 없는 일. 반대로 기대가 되기에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조회수 1백만짜리 영상 나왔고, 이슈거리도 있으니까…… 라이브로 딱 1천 명까지만 찍으면 좋겠다.’ 그렇게 미다스가 각오를 마치는 순간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비공개였던 방송이 공개 방송이 되었고, 동시에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채팅창에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시청자 숫자가 쉴 새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드디어 라이브 방송이다! - BJ대마도사 님, 팬이에요! - BJ대마도사가 이제 대세다! - 개소리 ㄴㄴ해, 대세는 BJ럭키다! - 럭키! 럭키 보여줘요! 채팅창도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이었던 시청자 숫자는 단숨에 1,000이라는 숫자를 돌파했다. 거기서 숫자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헐.’ 기대 이상을 넘어 상상 이상의 상황. ‘아, 정신 차리자. 첫 방송에서 병신처럼 할 수는 없지!’ 그런 상황에서 간신히 제정신을 찾은 미다스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 이렇게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미다스가 천천히, 얌전히,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본래는 얌전하게 지내려고 비공개 방송을 주로 했으나, 최근 사건으로 그냥 공개 방송으로 전환했습니다. 뭐, 이런 거 들으려고 여기 들어오신 분은 없을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오늘 저와 함께 싸울 이들을 소개해드리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정면을 가리켰다. “골렘입니다.” 쿵! 그 소개에 골렘이 기다렸다는 듯이 제 손으로 늪지대 위를 묵직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가디언, 골드입니다.” “주인님의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골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에 든 방패와 칼을 드높게 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도 놀랐다. - 가디언? 레전더리 스킬임? - 와, 무슨 레전더리 스킬을 그냥 동네 뽑기 뽑듯 뽑네. - 얼마 지르셨어요? - 와, 아즈모보다 많이 지르는 듯? - 이 정도면 동랩 기준으로 아즈모보다 더 셀 듯? - 와, 아즈모보다 더 지르는 인간이 있구나. 물론 시청자들 대부분이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 못생긴 리자드 워리어 가디언 말고 럭키, 럭키를 보여 달라! - 럭키 보여주면 후원금 쏩니다! 검객의 도리도 광산 던전 최단 시간 공략 기록을 홀로 깬 신수, 럭키! “다들 럭키를 찾으시네요.” 그 럭키의 등장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미다스는 기꺼이 보여주었다. 미다스가 두 손을 입 근처로 모은 후에 크게 소리쳤다. “럭키야!” 호우우우! 그러자 골렘의 머리 위에 올라선 럭키가 짙은 하울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럭키다럭키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신수빨갓흥겜 님이 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짱짱늑대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 하울링에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장난 아니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럭키가 이렇게 인기가 있었어?’ 럭키에 대한 세간의 인기가 적지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하울링을 한 번 내지르는 것만으로 이 정도의 후원금이 쏟아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한 일.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BJ대마도사가 아니라 BJ럭키로 채널 주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크으, 역시 갓키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절로 미소가 나올 정도로 기쁜 일. 그렇게 입가에 짙은 미소를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자, 이제 소개는 대충 끝냈고 오늘 방송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늪지대 보스 몬스터인 보석 악어 솔로킬을 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조건을 걸겠습니다. 3인 파티 기준으로 보석 악어 레이드 성공 기록인 10분 32초, 그 안에 끝내겠습니다.” 그 설명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됐다. - 시작부터 레코드 메이킹 예고네. - 그런데 이거 힘들 것 같은데? 분명히 백퍼센트 방해꾼 나올 게 뻔하잖아? - 그렇지. 레코드 브레이킹 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방해 때문이니까. 미다스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내뱉었다. - 이 방송 보고 BJ대마도사 잡으러 갑니다. 파티 모집해요! - 내가 막는다. - 이 게임이 왜 좆망겜인지 보여주지! 개중 일부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하나를 향해 자신의 모든 관심을 쏟아야 했다. <보석 악어 (Lv58)> 60미터 전방, 그곳에서 늪 아래에 제 몸을 전부 숨긴 채 그저 두 눈만을 밖으로 빠끔히 내밀고 있는 몸길이 10미터짜리 괴물. 이제는 놈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할 때. “본게임 들어갑니다.” 미다스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리쳤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캐스팅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합니다.] 66화. < 21화. Live (3) > 7. 보석 악어. 몸길이 10미터인 거대한 녀석의 외형적 형태는 악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그 거대함이 주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악어라기보다는 공룡에 더 가까울 정도. 그러한 녀석의 유일한 외형적 특징은 등에 달린 성인 남성 머리 크기의 보석이었다. 일명 신호등 보석. 그 보석의 상태에 따라 보석 악어는 행동 패턴이 달라지는 탓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지금처럼 붉은색의 경우에는 공격 모드였다. 크어! 문자 그대로 늪지대에서 더 이상 몸을 숨기지 않은 채 모습을 드러내며 적을 공격하는 모드였다. - 보석 악어 등장이다! - 와 무시무시하네. 저걸 어떻게 상대해? - 무시무시하지만, 저 모드가 제일 편할걸? - 저게 제일 편하다고? 기본 모드로, 가장 상대하기 편한 모드였다.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 HP 20퍼센트 깎으면 2페이즈 돌입하는데, 그때부터 저 보석이 1분마다 색이 변해. - 보석이 검게 변하면 늪잠수 스킬이 발동하고. 보석 악어의 보석이 흑빛으로 변하는 순간, 보석 악어는 늪잠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늪잠수 발동하면 데미지 딜링 자체가 안 되니까. - 늪 깊이 잠수하는데 어떻게 잡겠어? 문자 그대로 늪에 잠수하는 것이다. 깊이. 늪이 얕다면 깊은 곳까지 이동해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잠수시키고는 했다. 그것을 막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 더군다나 잠수를 하면 일정 HP를 회복할 때까지는 나오지 않아. 피통 채운 후에 나오는 거지. 데미지 딜링 좆빠지게 해봤자 말짱광이 된다는 거야. - 그래서 무조건 1분 안에 한 번 이상 보석을 공격해서 흑빛으로 변하는 걸 막아야 해. 때문에 보석 악어의 공략법은 1분에 1번 이상 보석을 공격해서 늪잠수 스킬을 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보통 보석 악어를 잡을 때는 언제 어느 순간에도 등의 보석을 공격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여력을 남겨두고는 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HP를 깎은 후에 마지막 페이즈에서 모든 전력을 토해내는 식. “용열병.” 그런데 미다스는 처음부터 전력을 꺼냈다. - 용열병? 드래고닉 피버? - 헉, 저거 레전더리 스킬 아니야? - 미친, 백만 달러짜리잖아! 그 사실에 상황을 보던 모든 이들은 일단 그 스킬의 등장 자체에 기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즈모가 무려 1백만 달러에 사겠다고 이야기했던 스킬 아닌가? 모르는 이가 없는 스킬 중 하나였다. 당연히 그 스킬의 효과도 모두가 잘 알았다 - 그보다 여기서 피버 타임이라니, 바로 폭딜 들어가겠다는 건가? - 보석 악어 상대로? 지금 탱킹도 제대로 시작 안 했는데? 정상적인 경우라면 보석 악어를 상대로 지금 이 타이밍에 나올 법한 스킬이 아니라는 것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그래, 정석은 아니지.’ 미다스 역시 이게 정석적인 공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을 쓰는 건, 지금 미다스가 처한 상황 역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보석 악어만 잡는 거면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미다스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보석 악어는 잡기 어려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분명 보석 악어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맞출 곳이 많은 놈이었다. 여기에 보석만 1분에 한 번씩 건드려야 한다, 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건 일도 아닌 상황. 무엇보다 보석 악어는 그러한 능력 때문에 다른 능력들이 많이 부족한 녀석이었다. 데미지는 강력하지만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는 꽤 느렸으며, 공격 패턴도 많지 않았다. 아니, 그래야 했다. 만약 10미터나 되는 거대 악어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도 빠르고, 패턴마저 다양했다면 50레벨대 플레이어가 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어쨌거나 보석 악어만이라면 미다스는 이런 식으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승냥이 떼만 아니면.’ 문제는 이 순간 자신을 노리는 놈들, 자신의 아이템과 보석 악어라는 보스 몬스터 스틸을 노리는 놈들이었다. 즉,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하고자 하는 건 그 승냥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미다스, 그가 손에 든 사할린의 지팡이를 허공에 띄운 후에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그것을 본 모두가 다시 한 번 놀랐다. - 저거 위가의 활 아님? - 아니, 마법사 주제에 위가의 활? - 와, 대체 이번에는 얼마를 지른 거야? 그렇게 놀라는 이들에게 미다스는 보다 분명하게 보여줬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미다스가 날린 화살 첫발이 그대로 보석 악어의 등에 있는 보석,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팅! 그 후 미다스는 쉴 새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세밀한 조준은 필요 없었다. 그 모든 정확도는 위가의 활이 알아서 해결해줄 터. 그렇게 단숨에 파이어 애로우 3발, 아이스 애로우 4발을 소모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윈드 애로우 앤 라이트닝 애로우.” 용열병 스킬 덕분에 캐스팅은 단숨에 끝났고, 미다스는 그 상태에서 단숨에 윈드 애로우 3발과 라이트닝 애로우 3발을 그대로 보석 악어의 보석에 꽃았다. 도합 13발의 화살이 10초도 되지 않아 보석 악어에 꽃혔다. - 이게 말이 돼 ? - 뎀딜 실화냐? 상상할 수 없는 데미지 딜링. 그것을 통해 미다스는 자신을 노리는 승냥이 떼에게 말했다. ‘쫄리는 놈들은 먼저 뒈지시고.’ 8. 라이브 중 최고는 직관이다. “BJ대마도사가 동쪽에서 사냥 중이야!” “야, 라이브 방송 뭐하러 봐? 그냥 직접 보러 가는 게 최고지!” 그러한 말을 증명하듯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전투의 장소로 이동했다. 물론 그중에는 관중이 아닌 승냥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잡기만 해도 최소 1만 달러!’ BJ대마도사를 사냥감으로 품은 그들은 사냥감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그들은 잘 볼 수 있었다. “용열병도 있다고?” “위가의 활?” “미친, 위가의 활에 용열병 버프 상태로 애로우 4개 연속 공격이라니? 순간 데미지 딜링이 대체 몇이 나오는 거야?” “어? 보석색이 변했다!” “뭐? 지금 전투 시작한 지 1분 조금 막 넘었잖아?” “맙소사! 1분 만에 2페이즈에 도달했다는 거야? HP 20퍼센트를 1분 만에 깎았다고?” 1분여. 그 짤막한 시간 동안 보석 악어의 2페이즈를 발동시킨 BJ대마도사의 딜링을. 관객이라면 보고 탄성이 나올 만한 딜링이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를 사냥하기 위해 모인 승냥이들에게는 달랐다. ‘저 딜링이면 우리는 그냥 바로 게임오버겠는데?’ 끔찍하다, 그 외의 표현은 붙일 수 없는 딜링이었다. “위가의 활이라니, 저것도 골 때리는데.” “맞으면 끝이지.” 여기에 추격 기능이 있는 위가의 활을 들었다는 사실은 그 끔찍함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일부는 생각했다. ‘그냥 포기하자.’ ‘뒈지면 의미 없지.’ ‘못 잡아, 저건.’ 굳이 잡으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관객으로 태세를 전환하자고. 물론 일부일 뿐, 여전히 기회를 노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승냥이로 남은 자들은 더 깊은 고뇌에 빠졌다. ‘그보다 초반부터 저렇게 달린다는 건 뭔가 또 준비한 게 있다는 걸까?’ BJ대마도사가 정상적이지 않은 패턴을 가져간 것에 대한 의문. ‘이 주변에 당연히 보디가드들을 대기시켜놓았겠지?’ 주변에 점차 모이기 시작하는 플레이어들 중 과연 몇 명이 BJ대마도사의 경호원인지에 대한 의문. ‘잡을 수 있을까?’ ‘빼앗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BJ대마도사를 정말 게임오버시킬 수 있을지 혹은 그에게서 보스 몬스터를 스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는 의문들은 아니었고, 때문에 승냥이들이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하나였다. ‘일단 지켜보자.’ ‘어떻게 돌아가나 보자.’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 그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사냥을 계속했다. 9. [보석 악어의 보석이 붉게 빛납니다.] 시시각각 들리는 알림, 그 알림과 함께 보이는 전투는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크라아! 몸길이 10미터의 보석 악어가 늪 위에서 두 발로 선 채 3미터짜리 골렘을 덮치는 광경은 격렬이라는 단어 외의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했으니까. 크왕! “주인님을 위한 살덩이가 되어라!” 그 사이사이 럭키와 골드, 둘이 쉴 새 없이 보석 악어의 몸뚱이에 칼과 이빨로 상처를 내는 과정은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퍼엉! 그리고 주기적으로 날아와 보석 악어의 등 위 보석을 가격하는 불덩이는 강렬했다. 여러모로 볼 맛이 나는 전투였다. - 솔로킬이 되고 안 되고 수준이 아닌데? - 아직 5분 안 됐지? 이 정도면 쉽게 신기록 달성하겠는데? - 탱킹이 약하긴 한데, 데미지 딜링이 쩌니까 이거 뭐 탱킹이고 나발이고 없네. 관중들은 기꺼이 그 광경을 즐겼다. ‘예상대로다.’ 이 모든 건 미다스의 예상대로였다. ‘남은 HP는 23퍼센트. 이제 3퍼센트만 더 깎으면 3페이즈 돌입, 예상한 그대로다.’ 전투 상황은 미다스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승냥이 놈들도 지켜만 보고 있고.’ 그리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방해나 자신을 향한 공격이 없다는 점 역시 예상한 그대로였다. ‘애초에 실력 좋은 새끼들이면 PK나 스틸을 안 하지. 결국 그런 짓 하는 건 애매한 실력에 할 일 없는 새끼들뿐이니까.’ 처음에 용열병을 사용해서 데미지 딜링을 했던 게 바로 그것을 위함이었으니까. 사냥감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하다면, 다시 한 번 계산을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놈들이 내놓을 답도 뻔하지.’ 더 나아가 그들이 그러한 고민 끝에 내놓을 답이 무엇인지도 미다스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다시 한 번 용열병을 쓰고 데미지 딜링에 들어가면, 그때를 노리겠지.’ 보석 악어는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늪잠수 스킬 발동 시간이 1분에서 30초로 단축된다. 보석을 30초에 한 번 이상 건드려야 한다. 그런 이유로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레이드 참가자들은 전력 질주를, 속칭 피버 타임을 가지고는 했다. ‘전력 질주를 하면 시야는 좁아지는 법이니까.’ 오로지 제 할 일에만 몰입하는 사냥감, 사냥꾼 입장에서는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실제로 대부분의 PK범들, 스틸범들은 그 순간을 노리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줄 수는 없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또 한 번 상황을 틀었다. “레이드 시작하고 5분 21초째.” 전투에 집중하던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대충 HP는 20퍼센트쯤 남은 거 같고, 용열병 쿨타임 끝나서 피버 타임 가지면 7분 컷 가능할 것 같네요." 그 말에 호응하듯 시청자들이 말했다. - 크으, BJ대 마도사의 스킬빨템 빨에 감동합니다. - 역시 템빨갓흥겜은 다르네. - 그동안 안 깨진 기록이 돈지랄에 깨지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채팅들을 살핀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채팅창에 돈지랄해서 이런 기록 세우면 좋냐, 그게 실력이냐, 이 양심도 없는 새끼야, 라는 말이 많네요."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여기서 7분 컷 해버리면 그건 비양심적인 일이죠.” 그 말에 채팅창에 물음표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그 물음표를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그래서 적당히 하려고요.” 그때 미다스가 여전히 치열하게 전투가 진행 중인 보석 악어 쪽을 향해 활시위를 한 번 당겼다. 조준은 필요 없었다. 표적을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팅! 미다스는 장난을 치듯 가볍게 활시위를 놓았고, 활이 머금고 있던 아이스 애로우 한 발이 수려한 궤적을 그리며 보석 악어의 보석 위로 정확하게 꽃혔다. “적당히 10분대 기록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이어진 그 말에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 와, 기만 보소! - 크으, BJ대마도사님의 배려에 눈물 세 방울 흘리고 갑니다. - 너무 양심적이라서 웃음도 안 나오네요! 사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장난이었다. 돈 많고, 템 좋고, 스킬 좋은 놈이 넘치는 여유를 주체 못해서 보여주는 장난.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만. 그러나 미다스를 노리던 승냥이들에게는 달랐다. “뭐라고? 일부러 10분 컷 하려고 느긋하게 하겠다고?” “총력전을 안 하겠다는 거야?” 그들에게 미다스의 그 선언은 자신들이 노리고 있던 기회가 사라졌음을 알리는 말이었다. 전력 질주는 없다. 그러니 BJ대 마도사를 잡으려면 BJ대마도사랑 정면으로 치고받을 각오를 해라! 그 사실에 자신 있게 콜을 외칠 수 있을 만큼 실력과 아이템을 갖춘 플레이어라면 애초에 이곳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 있었을 터. 물론 사실 그건 미다스에게 있어서 허세였다. ‘여기서 용열병 쓰고 데미지 딜링 들어가봤자 어차피 그전에 먼저 마력이 바닥나지만.’ 사실 미다스는 이미 앞서서 전력질주로 가진 마력의 상당부분을 소모한 상태였다. 만약 정말로 용열병을 사용해서 마법을 난사한다면, 그전에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물론 유일하게 탱킹 역할을 해주는 골렘이 사라질 터. 여기서는 정말 연비 주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관객들이 알 리는 만무. 그런 관객들에게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선언했다. “그렇잖아요? 돈지랄한 놈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워버리면 제 다음에 게임하시는 분들이 무슨 재미로 하시겠습니까?” 자신은 이제부터 오히려 느긋하게 보석 악어를 상대하겠다고. 미다스가 그러한 여유를 마음껏 펼쳤다. “제가 보기에 이 게임에서 저보다 돈 많이 쓰실 수 있는 분은 한 분밖에 없는 거 같은데.”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하셨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즈모, 그가 후원금을 날렸다. - 우와, 아즈모 님 등장! - 이야, 돈지랄에 돈지랄로 대응하시네. - 아니, 진짜 둘이 아는 사이인 거 아니야? 짠 거 같은데? 그 사실에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보석 악어의 보석색이 보다 빠르게 변합니다.] 동시에 보석 악어가 3페이즈에 돌입했다. 67화. < 21화. Live (4). > 10. 아즈모의 등장은 몰아치는 불길 위로 헬기가 등장해 기름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 BJ대마도사 라이브에 아즈모가 1천 달러 쐈다! 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중이야? ㄴ 주소 불러! ㄴ 아즈모 보러 가즈아! 아즈모의 등장은 라이브 시청자 숫자 단위를 바꾸었다. 5천대에서 머물던 시청자 숫자가 정말 단숨에, 채 1분이 지나기도 전에 1만을 넘었다. 그 후에서 시청자 숫자는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아즈모 효과구나.’ 아즈모의 이름값이었다. ‘운이 좋아.’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행운이었다. ‘이걸로 승냥이 놈들이 더 긴장하겠지.’ 마이너리그 경기 중에 난입하는데 필요한 각오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에 난입하는데 필요한 각오의 무게감은 전혀 다른 법. 당장의 수익을 떠나서 아즈모의 등장은 지금 그를 노리는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지금 상황은 미다스가 여러모로 비튼 상황들이었다. 평범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상황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현재 3페이즈에 이른 지금까지, 모두가 상식적으로 예상한 상황은 없었다. 새로이 셈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변수가 추가된 셈. ‘그럼에도 노릴 놈은 노리겠지.’ 그럼에도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셈법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셈법을 포기하고 무작정 덤벼드는 놈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사람이란 게 그렇게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판단되는 동물은 아니지 않은가? ‘여유는 없다.’ 동시에 지금 미다스의 전황은 아주 좋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쿵! [골렘이 큰 충격을 받습니다.] 미다스가 여유를 연기하는 동안 골렘이 끝까지 버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마력이 2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다스의 마력 상태는 한없이 빠르게 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으니까.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만약 공격받으면…… 그냥 접고 도망치는 게 나아.’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공격을 받는다? 제대로 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할 터. ‘여기까지 왔는데 브레이크는 못 밟지.’ 이미 미다스는 돌아올 수 없는 벼랑과 벼랑 사이 외줄 위에 선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새로운 손님도 오셨으니 분위기 좀 바꿀까요?” 그렇기에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판을 바꾸었다. “풍경 좀 바꿔봅시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움직였다. “자, 줌인 들어갑니다.” 미다스, 그가 보석 악어를 향해 움직였다. 11. 크롸! 보석 악어가 거친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몸통을 회전했다. 이윽고 보석 악어의 묵직한 꼬리가 그대로 골렘의 왼쪽 측면을 그대로 공격했다. 콰광! 육중하기 그지없는 소리. 쿵! 그 소리와 함께 공격에 당한 골렘이 그대로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골렘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보석 악어 역시 다시 한 번 몸을 본래 위치로 돌렸다. 다시 한 번 그 두 거물이 서로를 마주했다. 쿵! 그때 일어선 골렘의 왼쪽 팔이, 그 길쭉한 팔이 어깻죽지부터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미 골렘의 상태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증거. 크롸! 그 증거에 보석 악어가 기세등등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윽! 늪 속에 몸을 숨긴 채 보석 악어의 뒤쪽으로 이동했던 골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석 악어의 몸뚱이를 베어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롸! 그 공격에 보석 악어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상태에서 보석 악어가 골드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와라!” 그 광경에 골드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도리어 제 방패를 앞세웠다. 보석 악어의 길쭉한 주둥이가 성문을 향하는 충차마냥 그대로 그 방패를 향했다. 까앙! 방패가 당장에라도 깨질 듯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골드의 몸뚱이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쿠쿠쿠! 늪이라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마치 바닥이 스케이트장인 것처럼. 샤아! 그 사실에 골드가 리자드 워리어 특유의 소리를 내질렀다. 크롸! 보석 악어 역시 제 주둥이 밀기를 버텨내는 이 조촐한 존재에 대해 분노를 토해냈다. 눈 돌릴 틈조차 없는 긴박한 상황. “A-!” 그 상황 속 팽배해진 긴장감 틈 사이로 그 긴장감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는 소리 하나가 나왔다. ‘-yo!’ 미다스가 내뱉는 소리였다. 그것도 그냥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어깨춤을 곁들인 채 내뱉는 소리. 분명 제정신인 모습은 아니었다. 시청자들 반응도 그랬다. - 와, 이 상황에서 호응을 유도하네. - 어깨춤은 예상 못했다. - BJ또라이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을 보고 시청자들이 저마다 한소리를 했다. - 이야, 이 똘끼 마음에 든다. - 돈지랄에서 나오는 개허세! 그래, 미칠 거면 이렇게 화끈하게 미쳐야지. 물론 그 사실을 보고 열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BJ대마도사의 라이브를 보러 오는 이들이 감동적인 장면이나, 동료애, 처절하지만 숭고하면서도 절제된 전투 따위를 보고 싶어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젠장, 별의별 짓을 다하게 되네.’ 하지만 막상 이 짓을 하고 있는 미다스 본인은 지금 어느 때보다 죽을 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도 이 또라이짓 덕분에 노리는 놈들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적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 미다스의 전투 스타일은 보스 몬스터 사냥만 놓고 봤을 때 매우 안전하기 그지없었다. 탱커와 근접 딜러와 보스 몬스터가 어우러진 상황에서 본인은 최소 60미터 거리 밖에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포지션은 사실상 없었으니까. 그러나 만약 제3의 인물을 염두에 둔다면 그보다 위험한 포지션은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제약 없이 미다스를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는 셈이니까. 그럼에도 이제까지 공격이 없었던 이제까지는 여러 사정으로 그러한 직접 공격을 염두에 두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도달하면 계산 없는 무리수를 던지는 경우가 나올지도 모르는 법. ‘최소한 자포자기로 덤벼드는 놈은 없을 거야,’ 미다스의 지금 이 행보는 그 무리수마저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금 미다스를 노리고 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그것도 기존 조준점보다 먼 거리에 있는 미다스를 맞추기 위해 조준점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원거리 공격이든, 접근 후 근접전이든 공격을 염두에 둔 이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다스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 그런데 이러면 스킬 효과 안 통하는 거 아닌가? - BJ대마도사 데미지 딜링 보면 분명 롱토스랑 발리스타 스킬 중 하나 이상은 있을 텐데? - 롱토스는 확실히 있지. 그게 아니면 굳이 그렇게 먼 거리에서 던질 이유가 없잖아? 시청자들의 말처럼 고작 10미터 남짓한 거리에서는 롱토스 스킬이 무의미하며, 이동하는 동안 발리스타 효과도 현재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 - 위험한 거 아니야? - 좆되겠는데? - 골렘 거의 사망 직전인데?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석 악어라는 괴물을 상대로 원거리 딜러가 이 거리에 있다는 건 결코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것. 그때 등장한 미다스가 가볍게 손에 든 위가의 활시위를 당겼다. 팅!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그대로 보석 악어의 붉게 달아오른 보석에 꽃혔다. 크롸! 보석 악어가 곧장 미다스를 향해 관심을 돌렸다. 그러자 골렘이 반응을 했다. 쿵! 골렘이 이제 하나 남은 팔로 땅을 두드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석 악어를 향해 알렸다. 크롸! 그 사실에 곧바로 보석 악어가 몸을 거세게 돌렸다. 그러면서 제 꼬리로 골렘을 후려쳤다. 콰앙! 거친 소리와 함께 골렘이 다시 한 번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부스스! 쓰러진 골렘의 몸뚱이가 마치 신기루처럼, 모래가루가 되어 늪 위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골렘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골렘이 파괴되는 순간. 그 순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 좇됐다. - 좇됐네. BJ대마도사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 순간 펼쳐졌음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마저 마찬가지였다. ‘어? 저거?’ ‘저대로 게임오버?’ 사냥감을 다른 맹수에게 빼앗긴 사냥꾼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상황. 그렇게 모든 이들이 그 순간 놀랐고, 놀란 채 굳었다. “주인님, 제 뒤로 오십시오!” 오직 한 명 골드만이 움직이긴 했지만, 그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는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골드 홀로 보석 악어를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그때 소수는 의문을 던졌다. - 럭키는? 이 순간 럭키는 어디에 있는가? 그 의문에 럭키가 직접 소리쳤다. 크-왕! [럭키가 보석 악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사생결단! 강제 어그로를 끄는 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보석 악어가 럭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럭키를 향해, 어느새 6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럭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 언제 저기에? - 뭐야? 언제 저쪽으로 간 거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보석 악어는 그 거대한 몸뚱이로 늪지대를 헤치며 럭키와의 거리를 좁혔다. 자연스레 보석 악어의 그 거대한 등이 그대로 미다스의 눈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 중 몇 명이 반응했다. - 이거 혹시? 그들의 반응에 대답하듯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얼추 10분 된 듯하네요.” 그리고는 짧게 외쳤다. “용열병 ” [용열병에 걸립니다.] 그제야 모두는 알 수 있었다. - 맙소사, 이것도 시나리오였어? - 이것도 연출이라고? 여기까지가 BJ대마도사의 시나리오임을. “자, 마무리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제 보석 악어 레이드가 끝에 도달했음을. 12. 쿵, 쿵, 쿵, 쿵! 60여 미터, 럭키가 있는 곳까지 보석 악어는 쉬지 않고 늪지대 위로 발을 놀렸다. 푹! 그러한 놈의 보석 위로 화살들이 꽃혔다. 한 발, 한 발. 삽시간에 13발의 화살이 단숨에 보석 악어의 등을 수놓았다. 크롸! 그 사실에 보석 악어가 괴성을 내질렀으나, 럭키를 향한 느릿한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퍼엉! 이어서 날아온 불덩이가 붉게 달아오르는 보석을 덮쳤을 때. 쩌적! 흠집투성이이던 보석 악어의 그 보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한 균열은 삽시간에 거미줄처럼 번지며 단숨에 보석 전체를 덮어버렸다. 파삭! 이윽고 그대로 조각이 났다. 보석 악어가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럭키를 10여 미터 앞에 두고 그대로 쓰러졌다. 쿵! 10미터, 그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늪지대 아래, 그나마 단단한 바닥을 두드렸다. [보석 악어를 사냥했습니다.] [보석 악어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석 악어를 홀로 잡은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알림이 미다스의 귓가를 두드렸다. 그러나 소란은 오히려 그게 시작점이었다. -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 이야, 살아있네! - 돈지랄 병신 새끼인 줄 알았는데 게임 좀 할 줄 아네? 이제는 어느새 3만 명을 넘긴 시청자들이 채팅을 홍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갓키 님이 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짱최고다 님이 3천 엔을 후원했습니다.] [럭키팬1호 님이 2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팬1호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후원 러시 알림이 뒤를 이어 터졌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개중에서도 아즈모는 모두를 무색하게 만드는 강렬한 흔적으로 자신의 등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두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가장 흥분에 미칠 것 같은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처음으로 관중 앞에서 해냈다.’ 결과를 만든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가 바라보는 그 순간, 실시간에 결과를 만든 적은 없었다. 프로야구선수 시절은 더더욱 그랬다. 수만 명의 관중이 찬 야구장 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환호를 받을 만큼 활약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활약의 희생양이 되고는 했지. 즉,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중 앞에서 해냈어.’ 무수히 많은 관중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은. 야구 선수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셈. ‘참자, 여기서 들뜬 모습 보이면 안 돼. 정현우! 릴렉스다, 릴렉스. 청심환도 2개나 먹었잖아?' 하지만 미다스는 그 감동에 젖지 않았다. ‘여기서 담백하게 마무리하자.’ 이토록 좋은 기회를 그저 흥분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강한 척 해야해.’ 무엇보다 이미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골렘마저 잃은 미다스는 지금 어느 때보다 나약해진 상태였다. 여기서 공격을 당한다면 게임오버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자, 오늘 레이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척 연기를 하며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한 멘트를 날렸다. ‘그, 그런데 뭐라고 말하지?’ 그러나 막상 무언가 말을 하려니 머릿속으로는 이렇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밥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아는 법, 이런 상황이 처음인 미다스 입장에서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떠올린 건 하나였다. ‘아, 사장님!’ 가장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앞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자주 라이브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손으로 럭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럭키야 마무리 멘트!” 주인의 그 말에 보석 악어 시체를 지키고 있던 럭키가 고개를 들며 하울링을 내질렀다. 호우우우!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데뷔전을 훌륭하게 끝내는 순간이었다. 68화. < 22화. 위가의 하얀 지팡이 (1). > 1. 캡슐의 문이 열리고, 정현우가 제 스스로 문 밖으로 나왔다. “형!” 그러한 정현우의 얼굴을 향해 이혁주가 다짜고짜 엄지를 치켜 드며 말했다. “대박! 대박 사건!” 그 갑작스러운 말에 이제 막 게임에서 나온 탓에 여러모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정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를 했어요! 그것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요! 기습 방송했다고요!” 그 표정 앞에서도 이혁주는 멈추지 않고 제 말을 이어갔다. “진짜 이걸 라이브로 보셨어야 했는데! 장난 아니었어요. 초반부터 폭딜하더니 갑자기 매너겜한다고 여유 부리고, 콧노래에 어깨춤 추면서 보석 악어한테 다가가고, 아즈모 등장하고……" 흥분한 채 자신이 본 것을 토하듯 내뱉었다. 그러한 이주혁의 거듭된 말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에 손으로 휙휙 저으며 말했다. 피곤하니까 다른 곳 가서 이야기 해줄래? 그러한 제스처에도 이혁주는 마저 말을 이어갔다. “보니까 그냥 돈 많은 금수저 개새끼가 아니더라, 진짜 완전 개병신 또라이 새끼더라고요. 정신과 의사한테 그 라이브 영상 보여주면 당장 입원시키라고 할걸요? 그 정도로 미친 또라이 병신 새끼였어요. 개병신 또라이 새끼!” 개인적인 감상마저 덧붙였다. 그제야 정현우도 한마디를 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병신 또라이 새끼가 뭐냐?” “아, 진짜라니까요. 같이 보던 모든 사람들도 똑같이 말했어요. 저 새끼 완전히 개병신 또라이 새끼라고.” 그 감상에 정현우는 더 이상 대화를 받아주지 않은 채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이혁주를 지나쳤다. 그리고는 카운터 근처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쑤셔 넣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정현우의 눈앞에서 조금 전 있었던 광경이, 첫 라이브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 당시에 느낀 전율도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게 지나갔다. ‘아, 최악이다.’ 그 후에 오는 것은 다름 아닌 후회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진짜 운이 좋았어.’ 하물며 정현우가 조금 전 자신이 한 것이 외줄타기였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는 몰라도 최소한 정현우 본인은 알고 있었다. ‘시나리오대로 갔으니 다행이지, 도중에 문제 터졌으면…… BJ대마도사 접었겠지.’ 운이 좋아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상의 평가는 결코 줄 수 없었다. ‘아, 거기서 사장님한테 어필도 제대로 했었어야 했는데……' 개중에서도 정현우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건 그 중요한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의 대표에게 보다 확실하게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결국 윗사람 마음에 얼마나 드느냐가 앞날의 밝기를 바꾸는 법. 그 윗사람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운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리고 아쉬워해야 했다. 보다 높은 곳에 가는 이라면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않은 채 아쉬워해야 하는 법이니까. "씁." 그 사실에 정현우가 살짝 분노를 토해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아......." 그렇게 정현우가 하염없이 푸념을 내뱉었다. 물론 그 푸념을 길지 않았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면 진짜 아무것도 안 되는 거야.’ 후회는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후회를 한 다음에 무엇을 하는가, 바로 그것이었다. 정현우는 최소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단 퀘스트도 정리할 겸 위가의 도시로 이동한 후에 그곳에서 추가 멘트 좀 날리자.’ 때문에 정현우는 휴식에 취하지 않았다. “혁주야, 나 바로 다시 들어간다.” “벌써 들어가세요?” “놀면 뭐하냐?” 이어진 대화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열심히 해야 먹고 살죠.” 그 말에 정현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여기서 만족하면 여기서 그칠 뿐이지.' 2. “오케이, 됐다!” BJ대마도사가 보석 악어 레이드에 성공하는 순간, 그 광경을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방송팀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환호성 뒤로 부하 직원들이 방송실 가장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박영준을 향해 소리쳤다. “사장님, 최고 시청자 숫자 4만 5,323명! 대박 떴습니다!” “후원금도 대박 났습니다!” “이거 제대로 터졌는데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번 BJ대마도사의 레이드 라이브 방송의 성공을 축하했다. 얼굴에는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나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채널이긴 하지만, 여전히 신생 채널 취급을 받는 상황. 라이브 방송보다 영상을 주로 취급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워즈튜브에서 영상으로 100만 조회수를 만드는 것보다 라이브 방송으로 1만 명의 시청자를 모으는 게 더 어려웠으니까. 즉,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 입장에서 이 정도 결과물은 처음이었다. 그들이 이제까지 해온 노력이 결실을 조금은 보이는 순간이 기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사장님?” 그러나 막상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박영준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침착했다. 그 침착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여전히 방송 중인 BJ대마도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앞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자주 라이브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짝짝짝!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박영준이 그 자리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거지.” 박영준이 그 시선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광경. “뭐 있나요?”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결국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이 도리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긴 뭐야, 지금 다 봤잖아?” “예? BJ대마도사가 레이드 성공한 거요? 그야 봤죠.” “아니, 그건 당연한 거고 내가 말하는 건 마지막 저 대사야.” “대사요?” 그제야 모두가 기억을 살짝 더듬었고, 이내 박영준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찾아뵙겠다는 그 말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거 그냥 인사치레 아닌가요?” 이어진 그 말들에 박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냥 인사치레라니……" “그럼 아닌가요?” 툭 나온 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그러니까 처음 데미지 폭딜부터 마지막에 럭키의 어그로 스킬을 이용한 클라이맥스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설계하고 심지어 이 레이드를 위해서 100만 불짜리 용열병 스킬에 최소 4만 달러는 하는 위가의 활을 준비해온 플레이어가 클로징 멘트로 내뱉은 유일한 말이 그냥 인사치레다?” “그건……" "응? 진짜 이게 그냥 단순히 할 말이 없어서 툭, 내뱉은 그냥 인사치레 같아?” 반문한 부하 직원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였다. 다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니 그러네?’ '이렇게 완벽하게 설계한 사람이 클로징 멘트라면 당연히 준비한 멘트일 텐데?’ 그러한 생각에 박영준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심지어 아즈모까지 섭외한 인간이? 어비스 길드도 한 번 방송에 나오기만 해도 100억을 준다고 했는데도 어비스 길드 방송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아즈모인데?” 아즈모!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모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인사치레가 아니라 신호야. 앞으로 라이브 방송은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만 하겠다. 그러니 나한테 러브콜 보내는 새끼들은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박영준, 그가 맞았음을. “그동안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해온 것들이 아주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증거이지.” 그 모습에 부하 직원 한 명이 감탄과 함께 말했다.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역시 와튼 스쿨입니다!” 그 감탄에 박영준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다음이요?” “그래, 다음. 이제 BJ대마도사와 우리 관계는 공생 관계가 된 거야. 윈윈을 해야 한다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저 이익만 보면 BJ대마도사가 이 관계를 유지하겠어?” "그냥 이번에도 스킬 카드나 아이템 선물하면 되지 않을까요?” 부하 직원의 그 물음에 박영준은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대답했다. “무언가 BJ대마도사의 마음에 쏙 들 물건이 필요해.” 말을 하던 박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 본인도 분명 그에 대한 신호를 줄 거야.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3. 사냥터에는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가 있으며, 그곳에서는 언제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많은 이야기가 모이는 것은 그 사냥터의 중심에 있는 도시인 법.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건 당연히 위가의 도시였다. “BJ대마도사 보석 악어 솔로킬 라이브 봤어?” “와, 장난 아니더라.” 그리고 지금 그 위가의 도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BJ대마도사의 존재였다. 이미 위가의 NPC 호위 사건으로 위가의 도시 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 “보석 악어를 솔로킬을 내다니.” “그것도 10분 1초, 최단 시간이었어.”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보석 악어 레이드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건 단순한 레이드가 아니었다. “에이, 그래 봐야 돈지랄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돈지랄해서 나온 기록이라고 해도 그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무시하고 자시고가 아니라, 쇼맨십이 달랐잖아? 돈지랄이야 돈만 있으면 가능하지. 하지만 BJ대마도사는 분명 달랐다고.” “보니까 그냥 기록만 노렸으면 7분 컷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3페이즈 앞두고 여유 부리는 거 봤잖아?” BJ대마도사는 그 영상을 통해 자신이 그저 아이템과 스킬로만 무장한 플레이어가 아님을, 자신에게 그냥 평범한 금수저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플러스알파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 무렵이었다. “BJ대마도사다!” “위가의 도시에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 여전히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의 온도가 따뜻할 무렵, BJ대마도사가 위가의 도시에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뜨거운 감자에는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도 모이는 법. 모두가 BJ대마도사를 보기 위에 움직였다.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럭키다!” “와, 럭키다!” “럭키 귀여워!” 그 누구보다 확실한 마스코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보다 왜 위가의 저택 앞에 있는 거지?” 동시에 미다스는 위가의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위가의 저택, 그곳으로 가는 정문의 앞에 서있었다. 물론 그가 위가의 저택에 온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위가의 호위를 받은 유일무이한 플레이어가 보스 몬스터를 잡고 위가의 저택에 온 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 “안 들어가고 뭐해?” “일부러 안 들어가는 건가?” 하지만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건 누가 보더라도 다른 의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기자회견이라도 할 속셈인가?” 그런 좌중의 예상대로 미다스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을 봐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부터 전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정중한 인사. 그 인사에 소란이 조금 진정되는 사이, 미다스는 말을 이어갔다. “별건 아니고, 이런 자리가 아니면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일단 지금 제 라이브 방송권과 영상 송출권에 대해서 엄청난 러브콜이 오고 있는데,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분간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서만 영상 및 라이브 방송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 말에 모인 플레이어들 중 몇 명이 말했다. “그딴 거 딱히 안 궁금한데?” “알게 뭐야?” “뭐래?” 그딴 사정에 별 관심 없다! 물론 미다스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이딴 거 궁금한 인간이 얼마나 되겠어?’ 미다스가 진짜 스타 플레이어, 몸값만 수십, 수백 억이 넘는 플레이어였다면 그가 어느 채널에서 방송을 하느냐가 엄청난 이슈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제법 인상적인 활약을 한 루키에 불과했다. 그가 어디서 방송을 하든 딱히 그건 별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는 수준. 그럼에도 미다스가 이런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제시하는 계약금이 적진 않은데, 까놓고 말해서 그런 돈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거든요. 억 기준으로 달러나, 유로화나, 파운드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그러니 괜히 힘 빼지 마세요.” ‘그래도 이렇게 말해야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이 좋게 봐주시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향한 보여드리지 못한 애정과 감사를 마저 보내기 위해서. 매우 유치한 짓이었다. 그러나 세상일 대부분은 의외로 유치한 것을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생 최고의 효도는 부모님께 매일 전화로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해드리는 것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도 유치하지만 들어서 기분 나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걸로 사장님에 대한 애정을 보였고, 이제는 떡밥을 뿌려야지.’ 물론 여기서 끝날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이 말만 한다면 여기 모인 이들이 아무런 수확도 가지고 가지 않는 셈. “뭐, 이런 이야기는 관계자분들만 궁금할 이야기이니까 이 이상 할 필요는 없겠고…… 그래도 어려운 발걸음하셨는데 이곳에 모인 분들께도 선물 하나는 드려야죠.” 모인 이들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팬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었다. 미다스가 기꺼이 그 서비스를 했다. “여기 모인 분들에게 럭키의 귀여운 애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좌중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싸해지기 시작했다. 왕? 럭키도 주인을 향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주인님?” 골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장난입니다.” 그 말 뒤로 미다스는 말해주었다. 지금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제가 잠시 후 이곳에서 받을 보상은 위가의 하얀 지팡이입니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분위기가 바뀌었다. 싸늘해진 분위기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갓워즈에서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최초의 아이템이죠.” 그리고 이어진 그 말에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아이템에 대한 옵션 등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서 발표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미다스가 등을 돌렸다. 이번 라이브 방송을 가장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순간이었다 69화. < 22화. 위가의 하얀 지팡이 (2). (수정) > 4.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는 그거다. - 야, 속보! 속보다! 누구보다 먼저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가 위가의 저택에 입장하기 전 남긴 떡밥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떡밥이었다. - 지금 내가 막 BJ대마도사한테 직접 들은 소식인데! - 야, 내가 위가의 저택 앞에서 말이야! - 아니, 그러니까 내가 직접 보고 들었다니까? 굳이 BJ대마도사를 보기 위해 모여든 호사가들의 키보드와 입을 오랜만에 제대로 놀릴 수 있게 해주는 떡밥. 물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호사가들이 담백한 진실과 명백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일은 없었다. - 이번 BJ대마도사가 받는 아이템이 위가의 하얀 지팡이라는 갓워즈 최초의 아이템이래! - 레전더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등급의 아이템이라던데? - 종결급 무기라든데? - 아즈모가 이미 1백만 달러에 구매를 예약했다던데? - BJ대마도사가 알파 컴퍼니를 해킹한 해커라는 소문이 있어! 꼬리가 붙고, 살이 붙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진실을 찾기 힘든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 상태로 갓워즈의 커뮤니티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헛소문이라도 좋으니, 관심이 중요하다.’ 그게 미다스가 노리던 바였다. 지금 미다스는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들불과 같았다. 폐지든, 석유든, 쓰레기든 뭐든 간에 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들불. ‘……그런데 너무 질렀나?’ 그렇다고 우려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른 게 있으니 대중은 그에 대한 기대나 관심을 가질 테고, 그렇다면 그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결과물은 필요할 터. ‘생각보다 옵션이 구리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막상 위가의 하얀 지팡이의 옵션이 어떤지는 미다스도 모르는 바였다. 애초에 그것을 아는 것 자체가 미다스가 가진 특별한 능력 덕분 아니었던가? 만약 그 옵션이 그냥 위가의 지팡이 수준이라면 세간의 기대감은 욕설이 되어 미다스에게 날아올 것이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미다스 앞에 등장했다. “이야기는 들었네. 대단한 일을 해냈더군.” NPC위가. 저택의 중앙에 위치하는 2층행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그의 등장에 미다스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아니긴, 보석 악어라는 늪지대의 그 거대한 괴물을 잡아낸 건 엄청난 일이지.” 그때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NPC위가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었다. 퀘스트 완료가 됐다는 의미. 그때 말을 뱉던 NPC위가가 미다스를 힐끗 다시 한 번 보며 말했다. “그것도 혼자라면 더더욱.” [숨겨진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 알림을 끝으로 NPC위가와 미다스 사이에 짙은 침묵이 깔리기 시작했다. 5초를 넘는 정적. 그 정적을 참지 못한 듯 미다스가 주변을 훑었다. 그 눈동자의 움직임이 나온 후에야 NPC위가가 침묵을 깼다. “사할린 양은 말했네. 내게 모든 것을 위임하겠다고. 그러니 그녀가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지." 미다스가 NPC사할린을 찾는다고 생각한 모양. 그 설명에 미다스는 괜한 의문 따위는 던지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 전 무엇을 하면 됩니까?” 그 역시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전에 자네가 이룩한 업적에 대한 마땅한 보상을 해줘야겠지. 이래 봬도 이 도시의 주인 아닌가? 도시의 안녕을 위해 공을 세운 이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필요한 법이고 그걸 해주는 게 바로 내 역할이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NPC위가는 곧바로 자신의 앞주머니에서 막대기 하나를 꺼냈다. 마치 마술사의 마술처럼, 자그마한 주머니 안에서 30센티미터 길이를 훌쩍 넘기는 고목나무로 만든 듯한 얄팍한 지팡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이 멋있진 않았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볼품없는 지팡이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위가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위가, 그가 이끄는 공방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지팡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극히 소량만 생산된다. - 공격력 : 62 - 지력 +30 - 마력 +30 - 모든 마법 공격력 13퍼센트 증가 - 마법 공격이 명중한 대상에게 다음 마법 공격력 13퍼센트 증가 ‘아.’ 위가의 지팡이. 위가의 활이 궁수들에게 꿈의 무기였던 것처럼 위가의 지팡이 역시 마법사들에게 꿈의 무기인 아이템. ‘아즈모가 이걸 공개했던 영상 조회수가 지금 10억 뷰가 넘었지.’ 꿈인 만큼 매우 비쌌다. 위가의 활과 비슷하게 4만 달러부터 시작했으며, 워낙 매물이 없는 탓에 그 이상의 시세도 받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보통이라면 이걸 주었겠지만, 자네에게는 내가 특별하게 선물을 해주고자 하네.” NPC위가의 말과 함께 흑빛 메마른 나무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하더니 새하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위가의 하얀 지팡이] 미다스의 눈앞에서도 지팡이의 이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연히 옵션도 바뀌기 시작했다.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45레벨 이상 - 위가, 그가 직접 사용한 지팡이다. 아주 신비한 힘을 품고 있다. - 공격력 : 81 - 지력 +55 - 마력 +55 - 모든 마법 공격력 14퍼센트 증가 - 마법 공격이 명중한 대상에게 다음 마법 공격력 14퍼센트 증가 ‘헐!’ 그렇게 변하기 시작한 옵션을 보는 미다스의 눈에 경악이 물들기 시작했다. 물론 변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팔면 4만 달러 이상 받을 수 있는 무기가 이제는 평생 미다스의 인벤토리에서 썩거나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처지가 되는 순간. 그러나 미다스의 눈은 그곳을 향하지 않았다. 아니, 향할 수 없었다. - 착용 시 캐스팅 가능 마법 개수 1개 증가 거래 불가 바로 위에 존재하는 저 추가 능력 옵션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플러스 원이다! 맙소사, 이게 나와?’ 미다스의 눈이 터질 듯이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소싯적에 쓰던 물건이지. 물론 이제부터 자네의 것이 되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놀라는 미다스에게 NPC위가가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그만큼 난 자네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네.” [위가의 관심을 받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알림 속에서 NPC위가의 머리 위에 뜬 느낌표의 머리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그 물음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위가의 도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이 정도 보상을 주는데 발이라도 핥으라면 핥아야지!’ 그 즉답에 NPC위가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5. [거대한 숲]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위가가 알 수 없는 부탁을 했다. 일단 위가의 도시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숲에서 타마루를 찾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어) !퀘스트 완료 시 ‘난폭해진 숲’ 퀘스트 진행 가능 새로운 퀘스트의 내용을 살피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퀘스트 보상이 섭섭한 건 아니었다. ‘NPC만 찾으면 레어 카드 보상…… 확실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이 대단해.’ 갓워즈에서는 레어 등급 스킬 카드조차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감흥이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미다스가 손에 쥐고 있는 새하얀 지팡이. ‘그보다 설마 여기서 원플러스 옵션이 나올 줄이야.’ 새롭게 얻은 위가의 하얀 지팡이가 준 충격이 너무나도 큰 탓이었다. 클 수밖에 없었다. 캐스팅 가능한 마법 개수 +1, 속칭 플러스 원 옵션. ‘플러스 원 옵션을 가진 레전더리 무기 중 가장 랩제가 낮은 게 분명 150레벨템이었는데……' 이 옵션을 세상에 최초로 공개한 건 아즈모였다. 150레벨짜리 레전더리 아이템인 다이나스의 붉은 지팡이, 거기서 처음으로 플러스 원 옵션이 공개됐다. 물론 그 옵션 자체에 대한 열광은 그리 크지 않았다. ‘더블 캐스팅하고 비슷한 효과.’ 마법을 하나 더 쓰게 해준다, 누가 보더라도 더블 캐스팅 스킬 효과와 비슷했으니까. 여기서 핵심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똑같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블 캐스팅과 중첩 적용이 가능했고……' 즉, 더블 캐스팅 스킬과 플러스 원 옵션은 방해 없이 동시에 적용이 됐다. ‘트리플 캐스팅이 처음 등장했지.’ 한 번에 세 개의 마법을 캐스팅하는 트리플 캐스팅의 실체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후에 플러스 원 옵션이 달린 아이템의 값어치는 상식을 초월하는 가격에 거래됐다. 그런데 지금 그 물건이 미다스의 손에 잡혔다. 그것도 레벨 제한은 45레벨짜리. ‘아즈모도 150레벨이 된 후에 처음으로 쓴 트리플 캐스팅을 50레벨이 되기도 전에 하다니.’ 아즈모는 물론 갓워즈의 그 누구도 감히 보여주지 못한 광경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거 다음 영상도 최소 100만은 깔고 가겠는데?’ 누가 보더라도 화끈한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가장 큰 기쁨은 그것이었다. '아니지, 영상이 아니라 이 정도면 게임 날로 먹을 수 있겠어!’ 이 아이템으로 말미암아 이 게임에서 보다 빠른 성장과 활약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갓워즈, 이름처럼 갓겜이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자신의 두 충실한 동료를 바라봤다. 럭키와 골드. 앞서서 자신을 위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를 기꺼이 감수해준 그 둘을 보며 자신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애들아, 나만 믿어! 이제부터 이 주인님이 캐리한…… 응?” 그러한 미다스의 말이 이내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 럭키야?” 왕! 럭키의 머리 위에는 선명한 물음표가 떠있었으니까. “골드?” “주인님의 포부에 그저 감격할 따름입 니다.” 그리고 골드의 머리 위에도 물음표가 떠있었으니까. 6. 갓워즈의 길드나 게임 컴퍼니의 가치가 이제는 대기업 부럽지 않게 된 세상. 그런 엄청난 돈이 움직이는 만큼 길드나 게임 컴퍼니의 운영도 그만큼 스케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게임에 접속할 수 있도록 전용 캡슐룸을 만들고, 그 외의 모든 숙식을 제공하는 건 물론 숙식 외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수영복과 샌들만 있으면 언제든 마이애미 해변을 누릴 수 있는 곳에 어비스 길드 본사가 세워진 이유였다. 언제든 내키면 해변에서 보트라도 타면서 기분을 풀라고. 그 사실에 대부분은 생각했다. 어비스 길드의 분위기는 낙원이나 다름없을 것 같다고. 그러나 막상 그 본사의 분위기는 어느 기업들과 비교해서 딱히 다르지 않았다. “비행기표 캔슬해! 그냥 화상 미팅하기로 했어. 뭐? 화상 미팅룸이 꽉 찼다고?” “2군 A팀이 생각보다 레이드 빨리 끝났어! 스케줄 다시 조정해서 보고해줘!” “4층 캡슐룸 에너지 음료 다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대체 언제 넣어둘 거야? 그게 포션보다 중요하다고!” 곳곳 층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워질 정도로 분주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 엠마, 그녀는 그러한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동료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의 관리자랑 아는 사이라고요?” “와튼 스쿨 동기였으니, 모르진 않죠.” “어떤 사람이죠?” 이야기의 주제는 다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에 대한 것.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제가 관리하시는 플레이어분이 BJ대마도사에 대해서 알아 오라고 해서요. 근데 지금 BJ대마도사에 대한 정보는 없고, 그나마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라이징 스타 채널 쪽밖에 없잖아요?” 정확히는 BJ대마도사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문의하려고요.” 그러한 엠마의 말에 어비스 길드 회계팀 직원인 재키, 황색 피부에 바가지를 쓴 듯한 헤어스타일을 한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보나 마나일 겁니다.” “해보나 마나?” “당신을 상대조차 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이거든요.” 이어진 말에 엠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던졌다. “특별하다는 게 무슨 의미이죠? 성격이 안 좋은 가요?” “아뇨, 그런 성격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능력을 말하는 겁니다.” 말을 하던 재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와튼 스쿨에서도 남달랐죠. 아니, 차원이 달랐죠. 특히 사람의 의중을 읽는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마치 독심술이라도 가진 것 같았으니까요. 장담하는데 당신 의중을 읽고 절대 당신이 원하는 걸 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해보나 마나라고 한 겁니다.” 엠마는 대답 대신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고, 재키는 마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물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BJ대마도사와 함께 엄청난 걸 준비한 거 같은데, 어지간한 제안에는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무엇 보다 동기이긴 한데, 연락처가 없어요. 그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그 대목에서 이미 이야기는 끝이었다. 마침표만 찍으면 되는 순간. 우웅! 때마침 엠마의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토해내며 마침표 역할을 해주었고, 그것을 본 재키가 말했다. “혹여 다른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재키가 자리를 떠났고, 엠마는 가볍게 묵례를 한 후에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 가져갔다. 그리고 통화를 시작했다. “멀린, 지금 그 일을 처리하는 중이니까 다음에 통화해도 될까요?” 짧은 통화였다. 7. "아, 간지러워." 갑작스레 박영준이 말과 함께 새끼손가락 끝으로 제 귀를 후볐다. 그와 함께 부하 직원이 건네주는 태블릿PC를 받으며 말했다. “누가 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네.” “한국 사람들은 꼭 그런 말 하더라고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피식 웃으며 태블릿PC의 화면 내용을 확인했다. 딱히 특별한 건 아니었다. 갓워즈 마법사 스킬 카드들이었다. “현재 50레벨 이하 마법사 클래스 스킬 카드 목록 중에 BJ대마도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목록을 추렸습니다.” “여기서 골라야 한다는 거네.” “그렇죠.” 말과 함께 귀를 한 번 더 후빈 후에 고민을 시작하는 박영준이 이내 터치를 몇 번 한 후에 태블릿PC를 부하 직원에게 건네줬다. “볼 계열 공격 스킬 3개, 전부 구매해서 보내줘.”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3개나요? 줘도 쓸 틈이 없을 텐데요?” 대마도사는 모든 마법사 클래스 스킬을 배울 수 있으나, 정말 모든 마법사 클래스 스킬을 배우는 경우는 없었다. 캐스팅 그리고 쿨타임의 존재 때문에 막상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은 제한된 탓이었다. 많아 봐야 결국 짐만 된다는 의미. “이거 의미 없지 않나요? 어차피 줘도 안 쓸 거 같은데?” 당연한 말이지만 짐이 될 만한 물건을 선물로 주는 이는 없었다. 박영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3개 주면 개중 하나 정도만 쓰겠지. 달리 말하면 그렇기에 BJ대마도사도 자기 돈으로 이것들은 안 살 거야. 그렇잖아? 돈이 썩어 넘친다고 진짜 돈으로 똥을 닦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과 함께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스킬트리에 마법이 가득 찬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1페이지도 안 읽는 책이라도 책장을 채우면 보는 것만으로도 근사하거든.” 그제야 박영준의 의중을 이해한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런데 만약 BJ대마도사가 이거마저 다 완벽하게 소화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 물음에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소화력이 그 정도면 더 많이 사주면 되겠지. 그런데 설마 그게 가능하겠어? 저번 보석 악어 사냥에서도 이미 가진 스킬들도 쿨타임 살짝 남아 돌던데.”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은 더 이상 반문을 하지 않았고, 박영준도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았다. ‘좋아, 이걸로 일단 BJ대마도사 줄 선물은 잊고 영상에 집중하자. 선물 주는 게 우리 역할은 아니니까.’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 70화. < 23화. 거인의 숲 (1). > 1. 거인의 숲. 위가의 도시에 서쪽에 위치한 숲으로, 그곳이 거인의 숲이라 불리는 이유는 우거진 숲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압도적인 크기의 거목들 때문이었다. 더불어 거인의 숲에는 또 다른 별명이 하나 더 있었다. ‘여기만 끝내면 위가의 도시도 끝.’ 위가의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사냥터 필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졸업의 숲. 위가의 도시 근처에 거인의 숲보다 상위 사냥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다음 사냥터로 가기 위해서는 위가의 도시로부터 인정을 받는 퀘스트를 받아야 했다. ‘이 다음은 툰가 왕국이지.’ 그 퀘스트를 마치면 워프 마법을 통해 툰가 왕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워프 마법을 통해 툰가 왕국으로 이동할 경우 위가의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게 지극히 힘들었다. 게임 내 밸런스를 위한 조치였다. 이동이 너무 쉬우면, 200레벨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 사냥터에 와서 깽판을 치리란 것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모두가 떠올릴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미다스가 늪지대에서 나름 승부수를 던진 이유였다. 방해꾼이 오더라도 그 방해꾼의 레벨은 높아야 70레벨을 간신히 넘길 터. 10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가 그를 방해하기 위해 올 가능성은 존재치 않았다. ‘툰가 왕국에서는 100레벨까지 올릴 수 있지.’ 더불어 툰가 왕국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최대 100레벨. ‘100레벨짜리들이 온다는 건데……' 달리 말하면 이 거인의 숲을 졸업하고, 위가의 도시를 떠나는 순간 미다스를 방해하러 오는 이들 중에는 100레벨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전에 럭키와 골드의 레벨업 찬스가 온 건 베스트다.’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 눈앞에 있는 두 동료들의 머리 위 물음표는 호재였다. 그 둘의 전력 강화는 매우 중요했으니까. ‘베스트이긴 한데……' 그러나 그것을 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럭키] ![생명을 탐하다]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 5,678마리 사냥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골드] ! [ 동고동락] !주인과 함께 몬스터 5,555마리를 사냥할 경우 충성도 7급으로 상승 !충성도 7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7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7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럭키와 골드, 그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은 아득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것도 하필이면 거인의 숲에서 5천 마리……' 여기에 미다스가 지금 가는 사냥터가 거인의 숲이라는 사실이 이 5천이란 숫자를 더더욱 아득하게 만들었다. ‘중형 몬스터인 트가르 놈들을 5천 마리를 보는 것도 힘들 거 같은데.’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트가르, 나무로 만들어진 3~4미터의 신장을 가진 중형급 몬스터였다. 중형급인 만큼 그 개체 수가 앞서 사냥해온 몬스터들과는 달랐다. 그런 트가르를 5천 마리 이상을 잡아라? 오크나 리자드맨으로 따지면 1만 마리, 그 이상을 잡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터. ‘여차하면 리자드맨이라도 잡아야지.’ 아직 미다스의 레벨이 50레벨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는 리자드맨을 잡아서 머릿수를 채우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사실 이미 그런 생각이 굳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거인의 숲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확인하고, 위가의 하얀 지팡이로 트가르 잡는 영상부터 찍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과 이미 공언한 대로 위가의 하얀 지팡이의 옵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영상을 찍는 것. ‘어떻게 해야 끝장나게 찍을 수 있을까?’ 그렇게 미다스가 영상을 위한 연출을 고민할 무렵. 왕! “주인님! 정말 대단한 숲입니다!” 럭키와 골드, 그 둘이 동시에 미다스에게 목적지가 코앞에 있음을 알려주었고 그 말에 미다스가 고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우거진 숲, 그 곳곳에 빌딩처럼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숲에서 고고하게 솟구치는 붉은 빛이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에 있던 고민을 버렸다. “퀘스트부터 깨자고.”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했으니까. 2. 거인의 숲에 처음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거인의 나무, 빌트리의 존재였다. “끝이 안보이네.” “와, 이 나무 대체 둘레가 몇이야?” 20층짜리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높이에, 성인 20명이 손에 손을 잡아야 둘러쌓을 수 있을 법한 둘레를 가진 빌트리의 존재감은 현실에서는 감히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진짜 대단한 게임이야.” “이 맛에 이 게임 하는 거지.” 그 사실에 자연스레 감탄을 내뱉었다. 허나, 감탄만 내뱉는 이는 없었다. 거인의 숲에 왔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무대 위에 다양한 것들과의 전투의 나날을 지나왔다는 의미. “다들 정신 차려! 사냥해야지, 사냥!” 이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은 곳이 그들이 사냥해야 한 몬스터들이 우거진 무대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이는 없었다. “트가르라고 했지? 걔 특징이……" 더욱이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가르는 꽤 사냥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몬스터였다. “위장이었지? 일반 나무들하고 구분할 수가 없는 위장.” 일단 트가르는 어그로를 끌리기 전까지 주변에 너부러진 일반 나무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제까지 몬스터를 상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몬스터를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 “뭐, 가장 골치 아픈 건 덩치지만.” 그보다 더 까다로운 것은 트가르가 3~4미터에 이르는 신장을 가진 중형 몬스터라는 점. “나보다 덩치 큰 거 상대하는 건 처음인데……" 그리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큰 몬스터를 마주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었다. 고블린, 오크, 좀비, 코볼트 그리고 리자드맨 중에 플레이어들보다 덩치가 압도적으로 큰 놈은 없었으니까. 물론 보스 몬스터를 상대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보스 몬스터는 극소수의 플레이어만이 잡을 수 있는 존재. 하물며 트가르 중에는 큰놈은 그 신장이 4미터에 이를 정도였다 말이 4미터지, 당장 길거리에서 자기보다 키가 머리 하나 더 큰 사람만 봐도 위압감이 느껴지는데 자신보다 2배 이상 큰 것을 마주한다? 경험이 있다면 생각보다 어려울 건 없었다. 트가르는 그렇게 강력한 공격력과 빠른 공격 속도, 이동 속도를 가진 몬스터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트가르를 상대로 힘겹고도 긴 싸움을 하고는 했다. 특히 탱커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젠장, 탱커 괜히 했어!” “아, 그냥 캐릭터 카드 사서 딜러로 전향할까……" 거인의 숲 곳곳에서 탱커들이 우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유였다. 물론 그러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거인의 숲을 자기 집마냥 움직이는 이도 있었다. 미다스가 그러했다. 왕! “주인님, 오늘따라 괴물들이 주인님을 피하는 듯하군요. 주인님의 위용에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거인의 숲에 들어온 그는 10분째 이동하면서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는 중이었다. ‘역시 이 눈이 최고야.’ 위장 중인 트가르의 존재가 정확하게 보이는 눈 덕분이었다. 위장을 파악할 수 있으니, 굳이 조우할 필요도 없는 셈. ‘전투에도 유용하겠어.’ 또한 트가르는 어그로가 끌리기 전까지는 한 자리에서 고정된 상태로 존재했다. 정체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초반에 엄청난 데미지 딜링을 하기 좋다는 의미. ‘진짜 5천 마리 잡아볼까?’ 이쯤 되면 굳이 리자드맨을 잡을 필요 없이 트가르를 잡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 5천 마리를 잡으면 그만큼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일 아닌가? 트가르는 그 크기만큼이나 경험치도 많이 주는 놈이었다. 늪지대에서 리자드맨을 잡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편한 레벨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건 따로 있었다. ‘도착’ 미다스, 그가 붉은 기운을 내뿜는 나무 한 그루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나무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멈추도록.” 그 말과 함께 그 나무 위에서 질문이 나왔다. “미다스, 맞나?” 그 질문에 미다스가 바로 대답했다. “예." 그 순간 나무 위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3. “타마루다.” 자기 소개와 함께 등장한 NPC타마루는 굉장한 미형에 수려한 은발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 하나하나 요소를 설명하고자 하면 책 서너 페이지는 필요할 정도. 다행히도 그런 그의 외형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 단어면 충분했다. 엘프. “위가 님께는 이미 이야기를 들었다. 위가 님이 인정한 실력자라고.” 여하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만한 미형의 존재가 내뱉은 말에 미다스가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리 대단한 실력자는 아닙니다.” “날 찾아온 걸 보면 실력은 충분하지. 이곳에 오는 동안 트가르를 수없이 상대했을 테니까.” “아, 뭐…… 그렇죠.” 그때 NPC타마루가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위가 님의 선물이다.” 레어 스킬 카드북, 그것을 받아 든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물론 이미 원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공격 마법 괜찮은 거 하나만 뽑자.’ 공격 마법. ‘볼 타입 나오면 고민하지도 말고 골라야지.’ 그것도 파이어볼과 같은 투척 타입의 스킬을 원하고 있었다. ‘누가 그냥 공짜로 볼 타입 마법들을 선물로 주는 일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그렇게 머리를 정리하던 미다스에게 NPC타마루가 기습적으로 말을 했다. “좋아, 그럼 따라오도록.” “예?” 갑자기 따라오라는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을 때 NPC타마루는 대답 대신 걸음을 내디뎠다. 미다스가 곧바로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엘프의 길을 걷습니다.] [주변과 격리됩니다.] [엘프의 길을 걸어본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오직 엘프들의 눈에만 보이며, 그들만이 걸을 수 있는 길. 그 길에 대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놀랐다. 엘프의 길을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잘 알고 있기에 놀랐다. ‘엘프의 길 타이틀이 여기서 이렇게? 이거 룬 보상 장난 아닌데?’ 놀라는 미다스가 타이틀 보상을 확인했다. [엘프의 길을 걸어본 자] - 타이틀 설명 : 엘프만이 보고, 걸을 수 있는 길을 걸어본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 +15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룬 보상을 확인한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150레벨 넘어야 받을 수 있는 걸 여기서 받네.’ 길을 가다 목돈을 주운 기분. 그렇게 기쁨에 눈이 돌아가는 미다스에게 NPC타마루는 걸음을 계속 내디디며 말했다. “트가르에 대해서 알고 있나?”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대답했다. “나무로 위장하는 몬스터 아닙니까?” 그 대답에 NPC타마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트가르는 나무로 위장한 몬스터가 아니라 나무가 알 수 없는 기이한 힘에 의해 변해버린 몬스터다. 그런데 최근 그러한 트가르 중에 변종들이 등장하고 있다.” “변종이요?” “분열을 하는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기괴한 일이 일어난 거지. 다행히도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분열. 그 단어에 미다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갓워즈에서 분열을 하는 몬스터들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았으며, 그러한 놈들을 상대해본 경험 역시 미다스에게는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난폭해진 숲도 그런 의미이네. 트가르가 분열을 해서 숲이 난폭해졌다, 이런 의미.’ 이다음에 받게 될 퀘스트인 난폭해진 숲이란 퀘스트 타이틀의 내용도 얼추 짐작이 됐다. ‘잠깐.’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무언가 불꽃 하나가 켜졌다. “저기 타마루 씨.” “무슨 일이지?” “질문해도 될까요?” 평소라면 보다 빠른 퀘스트 진행을 위해 아는 말도 내뱉지 않았을 미다스, 그가 질문을 던졌다. “그 트가르가 분열을 하게 되면…… 몇 마리쯤 됩니까?” 그 질문에 NPC타마루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많을 때는 열 마리 넘게 분열하는 경우도 있더군.” “열 마리요?” “그래, 열 마리. 분열하는 만큼 크기는 작아지지만…… 매우 골치 아픈 일이지.” 말을 뱉는 NPC타마루가 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골치 아픈 건 이제부터 자네가 그 변종들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 저 안에 변종 트가르가 500마리 넘게 있네. 그것을 전부 처치해 줘야겠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고, 곧바로 퀘스트 창이 눈앞에 떴다. [난폭해진 숲]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7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거인의 숲의 난폭해진 숲 구역에서 등장하는 변종 트가르들을 전부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빌트가르’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대답했다. “아주 골치 아픈 일이네요~!” 4.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이 일을 하는 사무실. 그러한 사무실 안에서 박영준이 하루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통화였다. 투자자들이나, 광고 스폰서들 그리고 계약된 플레이어들이나, 기타 길드, 게임 컴퍼니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박영준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BJ대마도사 건으로 그러한 통화 횟수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아진 상황이었다. “어, 그래. 어.” 때문에 직원들 중 그 누구도 사무실 내에서 통화를 하는 박영준을 딱히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알았어. 고마워. 내가 나중에 밥 한 끼 살게. 그래, 동기 좋다는 게 이런 거지.” 그러나 통화를 마치는 순간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것을 보는 순간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뭐, 문제 있어요?” "문제?" “머리 두드리는 거 생각하실 때 하시는 버릇이잖아요?” 부하 직원의 그 말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아니, 별거 아니야. 그냥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서.” 말을 하는 박영준은 조금 전 통화 내용을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어비스 길드에서 BJ대마도사에 관심을 가진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거물인 거 같은데?’ 그 복기를 마친 박영준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주 골치 아픈 일이. 71화. < 23화. 거인의 숲 (2). > 5. 캡슐방 휴게실. 언제나 갓워즈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득한 그곳은 오늘도 평소와 같았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제 할 일을 내팽개친 알바생 이혁주가 있었다. “BJ대마도사 말인데요, 이번에 얻은 위가의 하얀 지팡이가 특수 던전에 들어가는 열쇠라고 해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뱉는 이혁주의 말에 손님들 역시 평소처럼 저마다 특색 있는 콧방귀를 꼈다. 흥칫뿡, 그 소리에 이혁주가 발끈하며 말했다. “진짜 이거 고급 정보거든요? 진짜 엄청난 분으로부터 들은 초특급 정보이거든요?” 그 말에도 모두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개중 한 명은 직접 말했다. “아주 그냥 하는 말만 들으면 BJ대마도사하고 친하게 매일 아침 인사하면서 같이 일하는 줄 알겠다. 야, 가서 알바나 해. 저기 불 떴어.” “불이요?” “그래, 불.” 불 떴다는 말에 이혁주가 고개를 돌린 후에 휴게실을 그대로 나갔다. 이후 잽싸게 캡슐 밖으로 나온 손님을 맞이한 그가 다시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무렵이었다. "응?" 이혁주가 카운터 근처 소파에서 정현우가 고뇌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은. “형, 무슨 고민 있어요?” 물론 고민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현우의 삶은 기쁨보다 고뇌가 더 많은 삶이었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 보이셨잖아요? 하지만 조금 전, 5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캡슐에서 막 나온 정현우는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는 사실. 그 사실이 이혁주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지그시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봤다. "응?" 그 후 뒤늦은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이혁주가 말했다. “아니네요, 그냥 볼일 보세요.” “어, 그래.” 정현우가 매우 심각한 고민 중이니 괜히 그 고민에 얽혀서 좋을 건 없다고. 그러한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아이스볼 스킬 카드] [라이트닝볼 스킬 카드] [아이스 스피어 스킬 카드] 자신의 G베이 계정에 도착한 3개의 스킬 카드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선물들이었다. ‘아, 골 때리네.’ 그 선물이 지금 정현우를 고민케 만들고 있었다. 선물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들기는커녕 정현우에게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더욱이 이 스킬 카드 3개를 다 합치면, 5천 달러 이상은 할 정도의 물건들이었다. 5백만 원이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의미. 그래서 처음에는 받는 순간 기뻐했다. 물론 이게 공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선물을 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이걸 준 건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영상 때문이겠지.’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사실 그것도 딱히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아이템……' 고민하는 건 지금 정현우가 손에 쥔 카드였다. ‘……으로 갓워즈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몬스터를 잡는다.’ 지금 손에 너무 강력한 패가 손에 들어 왔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위가의 하얀 지팡이 그리고 분열하는 트가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 두 가지를 라이브 방송으로 동시에 보여준다면? ‘이거 대박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석 악어 때보다 훨씬 더 대박으로 터진다.’ 얼마나 터지느냐가 문제이지, 터질 것은 자명한 일. 그렇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공개되는 건데…..' 그 대가로 BJ대마도사가 특별한 무언가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만인에게 공개해야 했으니까. 사실 예전이었다면 정현우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 없이 그냥 안 하는 걸 택했을 것이다. 도둑질은 몰래 해야 안 들키고 오래 할 수 있는 법. 또한 예전에는 이런 것을 공개해봤자 얻는 메리트가 하나도 없었다. ‘메리트는 있어.’ 달리 말하면 이제는 달라졌다. 당장 이것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메리트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수입적인 부분만 해도 정현우의 몫으로 떨어지는 금액은 못해도 천만 단위일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인지도와 그것을 기반으로 얻게 되는 향후 수입을 고려하면 그 기대값은 충분히 억 단위도 가능했다. ‘이미 들켰고.’ 무엇보다 이제 BJ대마도사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최소 하나 집단 이상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오히려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꼭꼭 숨긴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건? 오히려 그들이 역으로 먼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개했을 때 얻는 손해는? ‘밟으면 이제 후진 안 된다.’ 이번에 공개하면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타이밍 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적기였다. 이것을 공개하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정말 별처럼 빛나게 될 테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며 결정적으로 이 모든 걸 지원해줄 채널도 확보한 상태였다.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그 질끈 감은 두 눈을 뜬 정현우가 각오를 마쳤다. ‘한 번 해보자.’ 6. “요즘 채널 추이 어때?” 박영준의 물음에 부하 직원이 대답 대신 지그시 그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박영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문제 있어? 사장이 요즘 우리 기업 어떠냐고 묻는 게 그렇게 이상해?” “아니, 그게 아니라요…… 사장님이 그런 질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요.” “뭐?” “대개 우리가 지표 말하면 사장님이 결론을 내리고는 했었잖아요?” 그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수학적이고, 경제적인 지표에 대한 결론은 대부분 박영준이 내렸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뛰어난 혜안과 분석력을 가진 이가 없었다는 것. “다른 시점으로 보고 싶어서 그래. 요즘 우리 채널 어때 보여?” 이내 이어진 질문에 부하 직원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최고죠. 당장 2주 만에 채널 구독자 숫자가 33퍼센트 상승했어요. 전체 조회수는 17퍼센트 상승했고요. 워즈튜브 채널 랭킹도 이제 1032위까지 올랐고요.” 극찬을 하던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마무리 지었다. “다 BJ대마도사를 사장님이 끝내주게 영입하신 덕분이죠.” 아부로 끝난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부하 직원의 설명대로였다. BJ대마도사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진짜 떠오르는 별처럼 만들어주고 있었다. 지표는 물론, 들어오는 스폰서의 질도 달라졌다. 이제는 굳이 광고주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 거절하긴 했지만 이미 투자 요청도 수어 번 받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승세. 그럼에도 그를 고민케 하는 건 그거였다. ‘어비스 길드가 관심을 가진다……' 이 세계의 정점이 BJ대마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 ‘뭐, 그럴 순 있지.’ 물론 그것만으로는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정보를 얻으려고 우리에게 접촉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이상한 점은 그 대단한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는, 그들 기준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널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 처음 질문을 던졌을 리는 만무해.’ 분명한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질문을 던지기 전 다른 곳에 이미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10대 길드에 전부 질문은 던져봤겠지.’ 특히 어비스 길드와 10대 길드 간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그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BJ대마도사는 아즈모와 친분이 있다.’ 그 과정에서 아즈모에게도 질문이 던져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답이 나오지 않아서 라이징 스타 채널을 찾았다는 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후후후.”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이 증거였다. 박영준, 그가 답에 이르렀다는 증거.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짙은 고뇌 끝에 나오는 그 웃음에 부하 직원이 무언가 꺼림칙한 표정을 지은 채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지. 아무렴. 그것도 아주 큰 일이.” ‘BJ대마도사는 10대 길드에 자신의 정체를 알릴 생각이 없다. 즉, 그들과 손을 잡을 생각이 없다.’ 그 대답과 함께 박영준이 말했다. “조만간 BJ대마도사 쪽에서 빅이벤트를 준비할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모두 비상 경영 체제로 들어가.” “예?” “그리고 BJ대마도사에게 연락이 왔을 때 답장을 보내.” 그 순간이었다. “BJ대마도사한테 이메일 왔는데요? 라이브 방송하려는데 괜찮은 일정 알려달라고.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 공개하려는 모양입니다." 마치 예언이 이루어지듯, 박영준의 말처럼 빅이벤트 요청이 왔고 그 사실에 부하 직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박영준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에게 박영준은 위대한 예언자와 같이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 보내. 라이브는 당장에라도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 순간 말을 잠시 멈춘 박영준이 이내 각오를 마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채널과 모든 영상 및 라이브 송출에 대한 1년 독점 계약을 해주면 수익 배분 9대 1로 해주겠다고.” 7. “에이, 진짜! 믿기 싫으면 믿지 마세요! BJ대마도사에 대한 정보는 이제 말 안 할 테니까!” 투정 비슷한 말을 뱉으며 휴게실을 나온 이혁주를 반긴 것은 이번에도 정현우였다. ‘와, 현우 형 고민 많은가 보네.’ 자신이 조금 전에 봤던 것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정현우의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나 안 좋은 일이면 저렇게 고민을…… 설마 장기 팔려고 막 고민하시는 건 아니겠지?’ 그 모습에 이혁주는 안쓰러움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걱정마저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후우우우우!”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정현우가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마치 폭주하는 증기기관차처럼. 그렇게 숨을 내뱉은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이혁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혁주야, 10분 후에 캡슐 들어갈 테니까 세팅 좀 해줘.” “또 들어가시게요?” “고용주가 일하라고 하는데 해야지.” 그 모습에 이혁주는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 위로를 건넬 뿐이었다. ‘현우 형, 진짜 독한 고용주한테 잡혀서 엄청 고생하시는구나.’ 8. 스타플레이어의 조건 중 하나는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다. - BJ대마도사 영상 언제 뜸? - 위가의 하얀 지팡이 언제 공개함?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는 이제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 그딴 거 알게 뭐야? - 돈지랄 템에 관심 없음 - 그냥 위가의 지팡이에 하얀색 칠하고 위가의 하얀 지팡이라고 구라치겠지. 물론 그 별빛은 아직 미약하긴 했지만, 별빛이 약하더라도 별은 별인 법. - 내가 봤을 때 여기서 구라치고 매장될 각이다. - 허세 부리던 놈들의 끝은 구렁텅이이지. - 딱 봐도 그냥 막 지른 거 같은데. 솔직히 새로운 아이템이 그렇게 막 나오겠어? 자기가 무슨 소설 주인공이야? 반대로 이대로 아무런 빛도 발휘하지 못하다가는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게 별빛이란 놈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확신했다. - BJ대마도사는 딱 봐도 게임 좀 해본 놈이야.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아. - 각 잡고 기다려봐. 무조건 라이브 한다. - BJ대 마도사 붐은 온다! ㄴ 그전에 BJ럭키 붐이 먼저 올 듯? 분명 때는 온다고. 그리고 그때가 왔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BJ대마도사 라이브 떴다! 9. - 방송 시작합니다. 채팅창 위로 올라온 채팅창 관리자의 그 말 끝으로 한적하던 채팅창이 온갖 시청자 숫자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숫자는 단숨에 천 단위를 넘어 만 단위에 이르렀다. 폭발적인 증가세. - BJ대마도사다! - 첫 라이브 관람이다! - BJ대마도사 같은 거 필요 없고, 럭키를 내놓아라! ㄴ 럭키는 무슨 대세는 골드지! ㄴ 인기투표 해보니까 럭키가 1위, 2위가 골드, 골템이 3위, 4위가 BJ대마도사든데? 그 1만 명의 시청자들이 필터링 없이 내지르는 말들에 채팅창 역시 온갖 채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혼돈, 그 자체였다. 질서나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 혼돈.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 인사드립니다.” 그러나 그러한 혼돈을 미다스는 하나로 정리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무기를 꺼내는 순간, 채팅창의 반응은 똑같았다. - 위가의 하얀 지팡이다! - 이게 그 전설의 레전드 무기임? - 옵션이 뭐에요? 아이템 옵션 좀 보여주세요! 그 열광적인 성원에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길게 빼지 맙시다. 다들 저랑 이야기하려고 바쁘지 않은 시간 쪼개서 여기 오신 것도 아닐 테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아이템 옵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몬스터를 준비했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지팡이 끝으로 한 곳을 가리켰고, 화면 역시 자연스레 그쪽으로 이동했다. 끄드드! 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4미터에 이르는 신장을 가진 나무 모양의 거인, 트가르였다. 그 사실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 역시 트가르 상대로 보여주네! - 보석 악어도 잡았는데 리자드맨 따위로 템 자랑하면 폼이 안 살지! - 트가르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3~4미터 신장을 가진 몬스터로, 거인의 숲에서 출몰하며 위장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공략 방법으로는....... ㄴ 워즈위키 꺼라. 도리어 모두가 예상했던바. 왕!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미 그 트가르를 상대로 정말 미쳐 날뛰는 럭키의 존재였다. - 와, 럭키 장난 아니네. - 트가르 몸을 아주 장난감처럼 타고 노네. - 늪지대랑 달리 여긴 제 능력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있으니까. 트가르의 거대한 몸뚱이에 위압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공략하며 트가르의 몸을 타고 다니며 몸뚱이를 갉아먹는 럭키의 전투력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 뭐 똘똘이 수준이네. - 그래봐야 똘똘이만 못하지. 그러나 이미 그러한 전투력은 라포의 신수, 똘똘이를 통해 세상에 수없이 보여줬던 광경. 멋지긴 하지만 새로울 건 없는 광경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에 온 이들이 보고자 하는 건 저런 광경이 아니었다. 이내 불만이 채팅창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 저딴 거 보려고 온 게 아니…… 어? - 저런 건 우리 집에서도 볼 수 있…… 응? 그 순간 럭키의 공격을 받던 트가르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쩌적! 트가르의 몸 곳곳이 갈라지고, 조각나기 시작했다. 뜨득! 그렇게 조각나온 것들이 자그마한 트가르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뭐, 뭐야? - 트가르가 분열했어? - 이건 또 뭐야? 삽시간에 채팅창에 놀람이 가득 찼고, 그 놀람 앞에서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손에 쥔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채팅에 대한 답변은 잠깐 멈추겠습니다.” 그러면서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스펠 외우기도 숨찰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트리플 캐스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72화. < 23화. 거인의 숲 (3). > 10. 트가르. 이 몬스터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아는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나무 모양이란 것. 끄드득!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는 것. 마지막으로 거대하다는 것. 쩌적!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트가르는 누가 보더라도 거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장은 기껏해야 140센티미터였고, 그 덩치 역시 일반 트가르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갓워즈 등장 이후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트가르였다. - 신 몬스터다! - 맙소사, 저레벨 구간에서 새로운 몬스터라고? - 와, 이거 뭐야? 그 신 몬스터의 등장을 실시간으로 보는 모든 이들 중에 놀라지 않은 이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허나, 그 놀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 뭐야? 3개? - 트리플 캐스팅? 어떻게? - 설마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플러스원이었어? 트리플 캐스팅. 갓워즈에서도 정말 선택 받은 운 혹은 재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그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기껏해야 50레벨이 채 되지 않을 플레이어에게서 보였으니까. 너무 놀랐기에 일부는 말했다. - 구라 아니야? - 그냥 쇼맨십인가? - 이 렙에 트리플 캐스팅이 말이 돼? 지금 이것이 장난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수작이라고. 누가 봐도 마땅한 그 의심에 미다스는 이제는 18마리로 분열된 채 새로운 전열을 갖추고 60미터 전방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분열된 트가르 무리들을 상대로 기꺼이 보여줬다. 퍼엉! 가장 좌측에 있는 트가르 한 마리의 머리통에 파이어볼로 폭발을 일으켜주었다. 그 후에 바로 그 옆에 있던 녀석의 머리통에는 묵직한 얼음덩어리를 꽃아 넣었다. 파각! 미다스가 내던진 얼음덩어리는 그대로 닿는 순간 수류탄의 파편처럼 부서지며 나무로 된 트가르의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문제는 이다음. - 세 번째 설마 나오나? - 진짜 나오나? 트리플 캐스팅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오른손 손바닥을 펼쳤다. 파직! 그러자 그 손바닥 위에 이미 캐스팅이 끝난 야구공 크기의 전기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명명백백한 증거였다. -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진짜 트리플 캐스팅을 손에 넣었음을. 그러한 증거를 세 번째 트가르를 향해 던진 미다스가 이제는 좌중을 향해 말했다. “옵션 증명 끝. 더 이상 설명 필요합니까?” 사실상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상의 증명은 필요 없었다. 50레벨이 채 되기도 전에 트리플 캐스팅을 보여준 플레이어는 갓워즈에서 오직 단 한 명, 지금 이곳에 있는 BJ대마도사가 유일했으니까. 그 증명을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증명 끝났으니 라이브 종료하겠습니다.” 그 갑작스러운 말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소리쳤다. - 안 돼! - 계속 보여주세요! - 후원금 보내드릴게요! - 저 못 봤어요! 애원하듯 앙코르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 외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운빨갓흥겜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이제부터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쿼드로플캐스팅 님이 4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팬 1호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앵콜이 아니라, 당신의 쇼를 돈 내고 관람하겠다! 아낌없는 후원이 이어졌다. 그것도 액수가 적지 않은 후원들이 상당했다. 그 액수가 증거였다. 지금 미다스가 보여준 것이 그만큼 충격적이고 강렬하다는 증거! ‘크으!’ 그것을 보는 미다스는 그럴 리 없지만, 가슴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9대 1.' 이제는 이 후원금을 통한 수익의 9를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 ‘그냥 다 먹어라, 이거지.’ 그 사실이 사실상 미다스의 리미트를 풀어줬다. 고민 없이 전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사장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을 믿고 이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대로 라이브를 종료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런 판에서는 뽕을 뽑아야지.’ “아, 앙코르가 오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 한 가지 새로운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곧바로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캐스팅을 시작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트리플 캐스팅, 다시 한 번 그것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가 그대로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자 위가의 하얀 지팡이가 그대로 허공에 떴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곧바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끄집어냈다. - 위가의 활이다! - 설마? 꺼낸 것의 정체는 위가의 활. 그것을 손에 쥐는 순간 타오르는 불꽃 화살이 그대로 활에 맺혔다. 미다스는 그 화살촉의 끝을 다가오는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를 향해 겨누었다. 화르르!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그 후 활시위를 떠난 불꽃 화살 3발이 단숨에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를 끝장냈다. 그다음은 아이스 애로우였다. 푹!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분열된 트가르의 몸에 꽃힌 아이스 애로우 3발이 그대로 분열된 트가르를 끝장냈다. 푹! 그 후 남은 네 번째 화살로 다른 분열된 트가르를 맞춘 미다스의 활시위에 세 번째 화살이 맺혔다. 파지직! 라이트닝 볼트! 그것이 활시위에 맺혀지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아이템 착용 후에 발동된 캐스팅은 아이템을 교체해도 유효합니다.” 트리플 캐스팅의 새로운 방법마저 보여주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보다 더 강렬하게 빛을 내뿜는 순간이었다. 11. [현재 있는 곳은 난폭해진 숲 필드입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만이 들어올 수 있는 비밀 필드 지역. 그곳에서만 등장하는 분열된 트가르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유인 자체가 쉬웠다. 굳이 미다스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크-왕! [럭키가 난폭해진 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몬스터 한 마리의 어그로를 강제로 끄는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을 이용하면 트가르를 딱 한 마리만 유인해낼 수 있었으니까. [난폭해진 트가르가 분열을 시작합니다.] [분열된 트가르가 등장합니다.] 분열된 이후도 어려울 건 없었다. 스킬 하나에 한 마리. 현재 미다스가 가진 9개의 스킬이 순차적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이미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절반 역시 걱정할 건 없었다. 왕! 럭키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라는 표현 그대로였으니까. 늪지대에서의 부족했던 활약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럭키는 숲을 완벽하게 제 무대로 만들었다. “감히 넘지 못한다!” 쿵! 그리고 골드와 골렘, 둘은 미다스를 향해 오는 잔챙이들을 완벽하게 커버해주었다. 그 결과 미다스는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뿐히 몬스터를 처리했다. - 와, 장난 아니네. - 이 정도 화력이면 100레벨 어지간한 파티랑 비교해도 되겠는데? - 대체 정체가 뭐지? 새로운 몬스터에 새로운 아이템? - 한 가지는 확실해.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걸 하고 있다는 거. 그 광경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저 감탄만 내놓았다. 그 무렵이었다. 시청자가 3만 명을 넘었을 무렵. 미다스가 난폭해진 트가르 10마리, 분열된 트가르로 치면 도합 189마리를 잡았을 무렵.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방송의 끝을 알렸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아, 왜요? - 더 보여줘요! - 방송 더 하고 내 돈을 가져가라고! 나가지 말라는 애원을 담은 후원금 러시도 이어졌다.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10마리면 충분하지. 이 이상 잡아봤자 결국 질릴 뿐이야.’ 보스 몬스터도 레이드도 아니고 고작해야 일반 몬스터를 잡는 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을 리 만무. 물론 여기서 계속 방송을 하면 방송하는 만큼 후원 수입이나,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짓은 좀 더 스케일이 커진 후에 해도 늦지 않아.’ 그러나 BJ대마도사란 브랜드 가치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라이브 방송을 멈추기에 적기였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후 사냥 영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사장님, 사랑해요!’ 그리고 이번에는 후회도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12. - 이후 사냥 영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방송팀 직원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이 보던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때 방송팀 직원 옆으로 다가온 사내가 그대로 방송 종료 버튼을 터치했다. “아!" 제 역할을 빼앗긴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리자 박영준의 얼굴이 보였다. 박영준은 그런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 다들 수고했어.” 그 말에 주변 직원들이 박영준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직원들의 표정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동시에 체험한 자들만이 지을 수 있는 종류의 표정. 그중 한 명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설마 이걸 예상이나 하셨습니까?” 처음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을 때 직원들의 생각은 별거 없었다.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을 보여주기 위해 몬스터 몇 마리 잡고 끝나겠구나. 그 몬스터는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가르이겠지. 상상을 떠나 기대도 그다지 크진 않았다. 이미 보석 악어조차 잡은 BJ대마도사가 상위 몬스터인 트가르를 잡는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으니까.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등장한 건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예상했냐고?” 그러한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무렴. 그러니까 9대 1을 지른 거지. 설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걸 질렀겠어.” 말을 내뱉는 박영준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딱 그림이 나왔지.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못한 걸 보여줄 준비가 됐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 타이밍에 확실하게 제안한 거지. 뭘 하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을 하는 박영준의 머릿속으로는 그때의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어비스 길드가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 자신의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당연히 박영준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드디어 진짜 찬란한 별이 될 줄을 잡았다.’ BJ대마도사와 계약을 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이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리란 것을. “그런데 왜 여기서 영상을 종료한 걸까요? 후원도 막 러시 제대로 들어오고 시청자도 꾸준히 늘어났는데?” 그때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도 박영준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왜긴 왜야, 원래 팝콘은 친구 놈이 산 걸 한두 개 훔쳐 먹을 때 맛있는 법이잖아? 여기서 밑천까지 다 보여주면 뭐해? 그리고 아즈모가 나오지 않았잖아?” “아즈모요?” “그래, 아즈모.” 이번에도 박영준은 확신을 품었다. ‘BJ대마도사와 아즈모는 사실상 같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아즈모가 안 나왔다는 건 사정이 있다는 의미. 영상을 언급한 건 거기서 아즈모를 등장시켜서 다음으로 이 열기는 이어가겠다는 거겠지.’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함께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지금 이 순간은 그 그림의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 그럼 이제 정신 차리고 빨리 작업 들어가. 이제부터 우리는 BJ대마도사와 1년 동안 동고동락을 해야 하니까.” 그제야 부하 직원들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박영준이 BJ대마도사와 1년짜리 독점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한 명이 말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그 감탄에 박영준은 대답했다. “와튼이니까.” 13. [방송이 종료됐습니다.] 그 알림을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짧게 숨을 돌렸다. ‘어휴,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큰 사고 없이 라이브가 끝났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왕! 그렇게 미다스가 한숨을 돌리는 사이 럭키가 가장 먼저 미다스에게 다가와 제 몸을 미다스에 비비기 시작했다. “주인님! 멋진 전투였습니다!”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골드 역시 다가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눈에 그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 둘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도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자, 이제 본게임을 시작해야지.’ 73화. < 24화. 빌트가르 (1). > 1.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어느 세계에서든 한 번쯤은 들을 수 있는 말. 그리고 누구든 간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 때문에 이번에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BJ대마도사 보통 놈이 아닌데? - 이번 라이브도 시청자 숫자가 4만 명이 넘었네? - 심지어 라이브 시간도 10분에 불과했음. 아마 30분 했으면 5만 명도 넘었을걸? BJ대마도사, 그가 그저 단순히 돈이 많고 운이 좋은 것이 전부인 플레이어가 아님을. - 시청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내용을 보라고, 내용을! - 새로운 아이템에 새로운 몬스터라니? 대체 얘 정체가 뭐야? - 그 레벨에 더블 캐스팅은 스킬 카드 구매하면 누구든지 가능하다지만, 트리플 캐스팅은 어떻게 되는 거야? ㄴ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플러스 원이라는 거겠지. 더욱이 그가 보여준 것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것이었다.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갓워즈의 후발주자들 중에 선발주자들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은 많았다. 그러나 개중에서 선발주자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보여줄 수가 없었다. 현재 갓워즈가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 집중하는 이유였다. 최고 레벨 플레이어들은 마주하는 모든 것이 신세계의 것들이었고, 그들을 보는 것만이 그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굳이 이미 봤던 것을 다시 보기 위해 눈을 등 뒤로 고개를 돌릴 이유는 없었다. 그게 이 세상의 진리였다. - 설마 그 레벨 근처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있었을 줄이야……. - 이거 무조건 BJ대마도사 꺼 봐야겠는데? 그런데 BJ대마도사는 그런 세상에게 말한 것이다. 아직 갓워즈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게 남아 있다고. - 새로운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잖아? - 그렇지. 일단 위가의 하얀 지팡이 아이템 옵션부터가 위가의 지팡이 이상이던데…… 그럼 레전더리 등급 이상 아이템이라는 의미이니까. - 확실해. 레전더리 등급 이상의 무언가야. - 분열된 트가르도 그렇지. 저거 분명 특별한 퀘스트를 하니까 나온 게 분명해? - 그 전에 아즈모가 알지 못하는 아이템도 그렇고, 진짜 엄청난 걸 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이제까지 당신들이 봐왔던 모든 것들보다 위에 존재하는 것이 남아있다고. 그것은 곧 선언이었다. - 이거, 잘하면 BJ대마도사가 판을 바꾸겠는데? 이제까지 선발주자들이, 최고의 별들이 보여준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선언. ‘지금쯤이면 터졌겠지?’ 그러한 사실을 장본인인 미다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제대로.’ 이번 건으로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이 그저 단순히 돈지랄하는 금수저 플레이어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존재로 알려지리란 것을. ‘밥그릇이 흔들리는 걸 느끼겠지.’ 그리고 갓워즈의 권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그 권력자들이 그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폭력을 행사해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태클 더 심하게 들어올 거야.’ 때문에 롤라 때보다 훨씬 더 심한 방해 공작이 오리란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볼!” 그게 지금 미다스가 쉴 새 없이 전투를 치르는 이유였다. ‘편하게 놀면서 게임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언제나 그렇다. 위로 올라가면 편해지는 일 따위는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관심이 커질수록 경계심도 커지며, 경계심이 커질수록 부담감도 커지는 법이니까. ‘그딴 건 없다는 건 뼈저리게 봐왔으니까.’ 프로야구선수 시절에 그런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런 경우는 수없이 봤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덕분에 기회를 받고,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려 팀의 핵심 선수가 된 이들. 신인왕이라는 눈부신 타이틀마저 얻은 선수가 다음 해에 이어진 관심과 경계 그리고 부담감과 집요한 집중 공략 앞에서 정말 속절없이 무너지던 경우를. 반대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치고 올라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의 비결은 하나였다. ‘어떤 게 오든 간에 부딪혀서 지지 않을 힘을 가진 놈들만이 살아남았다는 것도.’ 풍파를 이겨낼 만큼 강해지는 것.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미다스가 손에 든 얼음 덩어리를 던졌고, 그렇게 날아간 얼음덩어리가 이내 창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며 분열된 트가르의 몸에 꽃혔다.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그 알림에도 미다스의 눈은 전장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532마리.’ 지금은 전쟁을 위한 준비 단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2. 끄드득!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가 골드가 휘두른 시미터에 그대로 몸뚱이가 반으로 갈리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번쩍! 골드가 입고 있는 갑옷 사이로 금빛 광채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샤아아! 그 금빛 광채에 골드가 리자드 워리어 특유의 환호성을 그대로 내질렀다. 그 소리가 신호였다. [가디언이 주인과 함께 적을 분쇄했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7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드디어 고지 하나 넘었다.’ 미다스가 골드와 함께 5,555마리가 되는 몬스터를 잡았음을 알려주는 신호.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이어서 들려오는 알림.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응하지 않았다. ‘여기서 123마리만 더 잡으면 럭키 진화다.’ 현재 페이스는 절정에 다다른 상황. ‘플레이타임도 얼마 안 남았고.’ 더욱이 이미 주어진 플레이 타임도 상당수 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페이스를 늦출 경우 되찾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골드! 전투에 집중해!” 그렇기에 미다스는 골드의 스킬을 선택하는 대신 곧바로 전투를 속행시켰다. “예, 주인님!” 그 명령에 골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전투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시작된 골드의 전투 능력은 남달랐다. 새로운 스킬이 없더라도 이미 강화된 능력치 그리고 전투 패턴은 이제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쉬익! 분열된 트가르 세 마리 사이를 파고들며 놈들의 몸뚱이를 가지치기하듯 잘라내는 골드의 전투 능력은 괄목상대, 그 자체였다. 왕! 그 사실에 럭키가 지지 않으려는 듯이 온몸으로 광채를 내뿜으며 분열된 트가르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사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우거진 숲의 나무들이 보였다. 보기에는 평범한 나무들이. ‘저놈이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위장한 트가르임이 분명하게 보였고, 그놈을 향해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불덩이가 터지는 순간 트가르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드득! [난폭해진 트가르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그 불길 속에서 위장하고 있던 트가르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뜨드득! 가지가 팔이 되고, 뿌리가 다리가 됐다. 그 과정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변신 만화에서 캐릭터가 변신을 할 때 시간이 걸리듯이. 물론 지금 이 상황은 만화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그 시간을 기다려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미 생성된 파이어 스피어를 변신 중인 트가르를 향해 그대로 던졌다. 화르르! 파이어 스피어가 그대로 트가르의 몸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푸욱! 그 뒤를 이어 얼음 창 한 자루가 파이어 스피어가 꽃힌 곳과 정확히 똑같은 위치에 꽃혔다. 그러한 연속 공격은 트가르가 제대로 된 전투 태세를 갖추기 전에 녀석의 몸뚱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트가르가 분열합니다.] 단숨에 트가르는 분열했고, 분열한 트가르들이 미다스를 향해 전열을 갖추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낸 후에 그대로 마셨다 50골드, 5만 원짜리 마력 회복 포션이 단숨에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한 아까움은 없었다. ‘버는 만큼 투자한다. 그저 벌기만 해서는 결국 푼돈에서 그칠 뿐이니까.’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그리고 미다스는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자연스레 전투 속도도 덩달아 올라갔다. 미다스가 트가르를 찾아내 공격해서 분열을 시키면, 럭키와 골드가 분열된 것들을 처리했다. 마치 공장의 기계처럼 트가르들을 분쇄하는 그 모습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50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이제 전투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오는 순간이었다. 3.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기대로 가득 차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 질문에 백이면 백, 모두 같은 말을 한다. 레벨업 보상으로 얻은 스킬 카드를 선택하는 순간이라고. 그리고 지금 미다스에게 그 기회가 왔다. ‘한 번에 세 번 연속 카드깡 하는 건 처음이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회였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기대감을 접었다. ‘보통 이러면 하나는 꽝이지.’ 이 세상에 로또를 2번 당첨되는 사람은 있어도 3번 당첨하는 사람은 없는 법. ‘뭐, 최악은 피하면 되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은 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골드가 보였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렇게 지그시 골드를 바라보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확실하게 끄덕였다. 그러자 미다스와 골드, 그 둘 사이에 2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디언은 20장이네.’ 플레이어와 신수와 달리 가디언이 습득할 수 있는 스킬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은 모양. 물론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카드가 내뿜는 광채들의 색이었다. ‘이것 봐라?’ 20장의 카드들 중에 광채를 내뿜지 않는 것은 10장뿐, 나머지는 모두가 각기 다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얘도 운이 좋네?’ 럭키 때와 비슷한 느낌. 그러한 느낌을 품은 채 미다스가 스킬 카드들을 하나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노랑.’ 가장 먼저 노란색, 레어 등급 카드가 보였고 그 뒤를 이어 빨강이 눈길을 빼앗았다. ‘오!’ 유니크 등급! 그것을 외치는 순간 미다스의 눈빛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거대화]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육체를 보다 거대하게 만든다. ‘거대화!’ 거대화 스킬.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몸을 크게 만듦으로써 적을 상대하는 스킬 중 하나. ‘이런 것도 있어?’ 그 효용성은 이미 수많은 탑클래스 탱커들을 통해서 증명된 바였다. 아니, 애초에 체격이 작은 탱커가 할 수 있는 탱킹의 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당장 트가르조차도 중형 몬스터로 취급받는 세상에서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체격이 작다? 힘의 유무를 떠나 전술을 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 골렘들이 연금술사 클래스들의 꽃으로 여겨지는 이유였다. ‘이거 진짜 대박인데?’ 더욱이 거대화 스킬은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그 효과가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큰 게 눈에 잘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대화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당장 써보고 싶다.’ 마다하고 자시고 수준을 넘어서 당장 이 스킬의 위력을 확인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것도 영상으로 공개하면 조회수 터진다!’ 당장 이것만으로도 벌 수 있는 수입이 보였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지는 않았다.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왕! 그러자 조금 더 커진 덩치로, 이제는 표범과 같은 맹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커진 채, 그럼에도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내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다시 한 번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빛의 향연이었다. 노란 광채로 눈이 부실 정도였고, 곳곳에서 붉은 광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럭키는 그냥 노멀 등급 카드가 레어 등급 카드보다 적네.’ 레어와 유니크 등급보다 노멀 등급이 오히려 적게 느껴질 정도. 그래서 오히려 발견이 늦었다. 그 넘치는 광채 속에서 고고하게 홀로 황금빛 광채를 내뿜는 녀석을 발견하기란 도리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역시 럭키!’ 럭키에게 찾아오는 행운이 새삼스러울 따름. 그러나 미다스의 그러한 생각은 그 황금빛 스킬 카드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장의 환호성]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전장 속에서 환호성을 내지른다. 모든 아군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헉......." ‘워하울링이 여기서?’ 이번에 럭키가 얻은 스킬이 무슨 스킬인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스킬인지는 똘똘이를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전장의 환호성, 일명 워하울링. 이 스킬이 처음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니라 길드전이었다. 신수 똘똘이의 주인인 라포가 속한 불사자 길드가 다른 길드와 길드전을 했을 당시, 그 치열한 접전 속에서 처음으로 워하울링이 공개됐고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 전투가 일방적으로 종료됐다. 대규모 버프, 그것도 거의 조건 없이 발동되는 스킬의 가치는 그 정도였다. 이미 그것을 봤던 미다스는 더 이상 감상을 이어가지 않았다. 미다스가 곧바로 손을 뻗었다. [럭키가 전장의 환호성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순간 새로운 스킬을 얻은 럭키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주둥이를 내밀며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하울링이 고요한 숲을 울리는 사이, 미다스가 이제는 자신의 차례를 마주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앞에서 미다스는 잠시 생각했다. ‘이거 페이스 좋다.’ 레전더리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나오는 상황, 누가 보더라도 물이 오른 상황이었다. ‘레전더리 나올 거 같아.’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도 전설의 황금 카드가 나오기를 바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일 터. ‘그래, 3연속 레전더리 가자!’ 그렇게 당연한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가 자신을 향한 알림에 대답을 했다. 예! 그리 말했고, 그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수를 놓기 시작했다. 물론 무채색으로 가득한 100장의 카드, 그중에 황금빛 광채를 내뿜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붉은빛 광채 하나만이 미다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말했다. “역시 운빨좆망겜이야.” 74화. < 24화. 빌트가르 (2). > 4. [파이어 스텝 ]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지나긴 길이 불타오른다. !시전 상태로 한 번에 1,004미터 이동 시 ‘파이어 워커’ 타이틀 획득 !시전 상태로 1,004킬로미터 누적 이동 시 ‘불타는 순례자’ 타이틀 획득 파이어 스텝. 자신이 새롭게 얻은 유니크 랭크의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생각했다. ‘나쁘지 않아.’ 괜찮은 게 나왔다고.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좋은 스킬이지.’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효용 가치가 꽤 높은 스킬이었다. ‘튈 때 이거만 한 스킬도 없으니까.’ 특히 파이어 스텝은 도주 시에 매우 유용했다. 몬스터 또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마법사 클래스들 입장에서는 그 추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또한 이 스킬은 공격형 스킬이 아니라 라이트닝 실드와 같은 버프 타입 스킬이었다. 딜러들에게도 도주기로 애용 받는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이 스킬을 얻은 미다스의 표정이 썩 달갑지 않은 건 간단했다. ‘좋긴 한데, 이거 마력 소비량 장난 아닌데.’ 파이어 스텝 스킬은 걸음 걸이만큼, 즉 불을 일으킨 만큼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한다는 것. ‘땅이 아니라 마력을 태우는 스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까.’ 몇 발자국 정도면 모르겠으나, 정말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마력 소모량이 상당했다. 가뜩이나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미다스의 고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미다스] - 레벨 : 50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12)/체력(5+304)/지력(260+463)/마력(55+361) 자신의 능력치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이 좀 더 구겨졌다. 능력치 자체는 감탄이 멎을 만큼 황홀한 수준이었다. 그런 능력치에 불만을 가질 리는 당연히 만무.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건 그러한 능력치가 아니라 바로 50레벨이란 숫자였다. ‘지금 아이템 처분하고, 구매하고…… 모은 돈 다 깨지겠네.’ 레벨이 오른 건 좋지만 돈 나갈 구석이 생겼다는 사실이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놈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물론 미다스를 가장 고민케 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이번 변종 트가르와의 전투를 거듭하면서 미다스는 이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마력 회복 포션으로 이미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어.’ 지금 새로운 아이템보다 시급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든 마력 회복 관련 스킬을 확보해야 해. 돈으로 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미다스가 시급하게 구해야 하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마력 회복 계열 스킬임을. 당연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성능을 가진 차도 기름 없이는 한 발자국도 갈 수 없는 법. 특히 지금 미다스에게는 마력량이 매우 중요했다. ‘보석 악어 때처럼 보스 몬스터 잡는데 마력이 바닥나면…… 그 후에 무조건 좆된다.’ 세상이 그에게 쉬어서 기름이 차오를 틈을 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한 고민 속에서 미다스가 결국 제 고민을 소리 내어 토해냈다. “아, 누가 그냥 스킬 하나 줬으면 좋겠다.”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왕! “주인님!” 미다스의 뒤를 이어 그 접근을 인지한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미다스를 감쌌다. 그러나 미다스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뭐, 뻔하지.’ 이곳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폭해진 숲 퀘스트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만이 올 수 있는 인스턴스 필드. 그런 곳에 자신을 향해 올 수 있는 존재는 몬스터 빼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타마루다.’ 미다스의 예상대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건 NPC타마루였다.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퀘스트 끝났구나!’ 퀘스트가 끝났음을. ‘어쩐지 몇 마리 잡았다고 나오지 않더라.’ 그렇게 미다스가 준비를 하는 사이, 그에게 다가온 NPC타마루의 표정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대단하군. 설마 변종 트가르를 전부 처치할 줄이야, 라고 말하겠지?’ 그 표정만으로 미다스는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 설마 변종 트가르를 전부 처치할 줄이야!” 예상대로의 대답을 내뱉는 NPC타마루 앞에서 미다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닙니다.” “위가 님의 안목이 맞았군.” “과찬입니다.” “위가 님이 자네를 아끼는 이유를 알겠어.” 그 말과 함께 NPC타마루가 자신의 등에 있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스킬 카드북(유니크)]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나오는 순간. 그것을 받아든 미다스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 그리고 무언가 아쉬운 기색이 동시에 떠올랐다. 스킬 카드북을 받는 건 매우 기쁜 일이었다. ‘나올 리가 없지.’ 그러나 그 스킬 카드북에서 미다스가 원하는 것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미다스가 생각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유니크 스킬 카드북을 개봉하는 순간 고를 수 있는 카드는 10장. 그 카드 중에 미다스가 바라는 마력 회복 계열이나, 소모량을 감소해주는 스킬이 나올 가능성은 누가 보더라도 낮았으니까. ‘대마도사이니까.’ 모든 마법사 클래스 마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한 대마도사란 직업적 특성이 더더욱 가능성을 낮게 만들었다. 아쉬운 기색이 떠오른 이유였다. ‘뭐, 그래도 감사하게 받아야지.’ 물론 무엇이 나오든 미다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건 없는 장사였다. [스킬 카드북(유니크)을 개봉합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고, 그런 그의 눈앞에 10장의 스킬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그 순간 미다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어!” 놀란 미다스가 바로 자신의 코앞에 등장한 스킬 카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후 제자리에 있는 동안 마력 소모량이 감소한다. 마력 리커버리 필드. 발리스타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는 조건 하에서 메리트를 얻는 스킬이었다. ‘이, 이게 여기서?’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특히 발리스타 스킬을 얻은 마법사 클래스들이 두 번째로 찾는 스킬이기도 했다. 어차피 움직일 수 없는 제약이 있다면, 그 제약이 겹치는 다른 메리트 있는 스킬은 최대한 배우는 게 좋았으니까. 그 값 역시 발리스타만큼 비싼 스킬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것을 보고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잘못 본 거 아니겠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에 다시 스킬을 바라봤다. 붉은빛 광채를 내뿜는 10장의 카드를 중에 마나 리커버리 필드라는 글자가 분명하게 보였다. ‘역시 갓겜이었어!’ 그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다른 스킬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미다스가 바로 그 스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의 표정은 전혀 달라져 있었다. ‘새끼들 다 뒈졌어!’ 고민거리 하나가 해결된 그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지은 채 이제 새로운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NPC타마루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제가 다음에 할 일은 무엇입니까?” ‘뭐든 와라. 아주 그냥 박살을 내줄 테니까.’ 그야말로 무엇이든 씹어먹을 듯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미다스에게 NPC타마루는 말했다. “자네 덕분에 이곳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할 수 있었네.” 그 말에 미다스는 나름 짐작했다. ‘시기상으로는 보통 보스 몬스터 잡으라고 하겠지.’ 이제 NPC타마루가 보스 몬스터 혹은 그에 준하는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를 주리란 것을. ‘그래, 뭐든 와라.’ 자신감 넘치는 미다스는 그 사실을 오히려 기다렸다. NPC타마루는 그런 미다스 예상대로 나왔다. 그에게 다음 타깃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빌트리가 이상하네.” “아, 빌트리를 잡…… 예?” “빌트리 중에 변종이 생긴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먼 곳에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거인의 나무, 빌트리가 들어왔다. ‘저게 변종?’ 그리고 그 빌트리가 트가르가 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애써 그 상상력을 무시하던 미다스에게 NPC타마루는 미다스가 예상했던 대로 말했다. “아무래도 자네가 처리해줘야겠네.” 상상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5. [빌트가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7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난폭해진 숲에서 트가르로 변한 빌트리, 빌트가르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 (레전더리) - 퀘스트 완료 시 ‘알의 변화’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을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빌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빌트리를 바라본 미다스가 다시 퀘스트창 내용을 확인한 후에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려운 건 이해해. 아니, 당연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쉽지 않으리란 건 이미 몸소 몇 번이나 체험해본 상황이었다. 만약 미다스의 눈이 아니었다면 장담컨대 1년이 지나도 깨지 못했을 퀘스트였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50레벨에 대형 몬스터를 잡으라니, 이게 말이나 돼?’ 하지만 지금 마주한 퀘스트의 난이도는 그 어떤 퀘스트보다 아득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무조건 10인 이상 파티 전용이다. 그것도 그냥 10인이 아니라, 프로 플레이어급 10인.’ 이번 퀘스트는 서너 명도 아니고, 두 자릿수의 플레이어의 협동을 염두에 둔 퀘스트임이 분명했다. 대형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이제까지 했던 보스 레이드와는 차원이 달라.’ 그런 퀘스트를 지금 미다스 혼자서 한다?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빌트리의 거대함을 바라보았다. ‘……아주 안될 건 없지만.’ 빌트가르를 상대해본 적은 없다. 미다스가 잡게 된다면 최초가 될 터. 그러나 이 바닥에서 대형 몬스터 레이드 참가 횟수만큼은 남다른 미다스 아닌가? 그 경험만큼은 스타 플레이어들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은 영화 한 편에 집중하지만, 엑스트라들은 이 영화 저 영화 다 출연하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충분히 빌트가르라는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지 가늠할 수는 있었다. ‘제아무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라고 해도 50~60레벨대 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내놓을 수밖에 없으니까.’ 무엇보다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는 저마다의 공략법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빌트가르가 정말 잡을 수 없는 몬스터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잡을 수 있어.’ 아니, 오히려 미다스가 보기에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빌트가르는 쉬운 승리를 기약할 수도 있었다. ‘정말 허공에 뿌릴 수 있을 만큼 돈만 있으면.’ 단지 그 조건 중 하나가 돈이라는 것. 간단했다. ‘진짜 값비싼 마력 회복 포션들만 있다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가장 넘기 힘든 조건이었고, 그게 미다스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였다. “아, 젠장.” 그런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다. [강제 로그아웃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이제는 억만금이 있어도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알리는 알림이. 6. “오늘도 시간 꽉채우셨네요.” “혁주야, 오늘도 수고했다.” 평소와 같은 대화를 마치고 캡슐방을 나서는 정현우, 그런 그를 향해 이혁주가 말했다. “아, 형!” 그 부름에 정현우가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이혁주를 바라보자, 이혁주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충전하신 선금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돈 나갈 준비를 해라, 그 말과 다를 바 없는 말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미리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후 진짜 문을 나선 후에 건물 계단을 내려온 정현우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고뇌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 나갈 곳이 너무 많아.’ 최근 번 수입이 적지는 않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물론 사냥을 하면서 나온 모든 아이템들은 전부 정현우의 몫이었으니까. 허나, 반대로 쓰는 돈도 적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게임에 꽤 많은 돈을 썼다. 개중에서 장비 아이템과 달리 회수가 불가능한 것들도 상당했다. ‘그래도 투자는 해야지.’ 물론 그 투자 덕분에 성과는 있었다. 그러니 투자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이야.’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언제나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망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망각하고 싶어도 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갓워즈에는 무리한 투자 그리고 무리한 도전으로 시체가 되어버린 길드나, 게임 컴퍼니, 플레이어들이 부지기수였으니까. 지금 정현우가 잡아야 하는 빌트가르가 그러했다. ‘뭐, 그래도 빌트가르는 잡아야겠지만.’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몬스터라는 건 확실했다. 애초에 그것을 잡아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으며,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잡는 건 좀 그렇잖아?’ 문제는 그것을 잡기 위해 지금 가진 것 이상의 투자를 할 수는 없다는 노릇. ‘일단 레벨을 좀 더 올린 후에…… 차라리 70레벨까지 올린 후에 잡아볼까?’ 우웅! 그렇게 고뇌하며 길을 걸어가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정현우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꺼냈다. 바로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스윽, 옆에 있는 도로를 바라본 후에 근처에 트럭 같은 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현우는 스마트폰의 메인을 봤다. ‘메일?’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보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 아!’ 그러한 메일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산!’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영상 및 라이브 방송 수익금이 왔음을 알리는 메일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의 눈빛이 빛났다. ‘뭐, 액수가 많진 않겠지만……' 엄청난 거금을 받는 건 사실 불가능했다. 이미 앞서서 받은 계약금 자체가 이미 대박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영상 조회수가 꽤 됐고, 후원금도 붙기 시작했으니 적진 않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목돈이 나올 것은 확실한 상황. 슬퍼하며 마다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이내 그대로 굳어졌다. ‘뭐야?’ 굳은 표정으로 이내 다시 한 번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놀라며 혼잣말을 토해냈다. “2만 5912달러?" 앞서서 받은 계약금을 제외하고 들어온 추가 수입은 무려 2만 5912달러. ‘가만, 계약금 포함하면…… 미친, 내가 대체 얼마를 번 거야?’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은 돈까지 합치면, 엄청난 액수였다. ‘들었던 이야기보다 큰데?’ 나름 갓워즈로 밥벌이를 했던 정현우는 워즈튜브에서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으로 돈을 버는 이들의 수입 역시 나름 잘 알았다. 기대가 적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얼추 수입이 나오니까. ‘왜 이렇게 커?’ 여기서 정현우가 오판한 것은 그의 계산기가 어디까지나 프로 플레이어들을 계산할 때 쓰는 계산기라는 점이었다. 같은 결과물이 있더라도 스타 플레이어들이 쓰는 계산기는 계산이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진짜 엄청나네.’ 물론 그 외에도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른 채널들에 비해 내실이 매우 튼튼하다는 점도 있었다. 그저 반짝 인기를 끈 어중이떠중이 채널들과 다르게 스폰서와의 관계를 비롯해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춘 상황. 이미 준비된 폭탄이었고, BJ대마도사는 그런 폭탄을 제대로 터뜨려준 셈이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액수는 정현우가 이제까지 하던 금전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빌트가르 레이드 방송 수익이 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겠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달라지면,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달라지는 법이니까. ‘계산을 다시 해보자.’ 아무래도 한 번 빌트가르에 대한 생각을 바꿔볼 때. 물론 여기서 정현우는 잊지 않았다. ‘그전에 고맙다고 메일 남겨야지.’ 자신에게 이 놀라운 결과물을 안겨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정현우가 진심을 담아 감사의 메일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짤막하게 감사의 문구를 작성한 정현우가 그 문구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거만이면 좀 밋밋한데……' 그래도 고용주에게 보내는 메일인데 감사만 짤막하게 표하는 건 그렇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정현우가 메일 뒤에 내용을 덧붙였다. [조만간 모두를 놀라게 할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내용을 덧붙인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뭐, 이 정도 호기는 보여줘야지.’ 그 말을 마치고 정현우가 영어로 번역한 후에 메일을 보냈다. 그 후 정현우는 곧바로 자신의 형에게 전화를 했다. - 삼촌! 그러자 형 목소리 대신 들리는 조카의 목소리에 정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혜린아, 삼촌이 치킨 사간다!” 75화. < 24화. 빌트가르 (3). > 7. “계약한 플레이어들 정산 마치고 수익이 이렇게 많이 남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그 말을 뱉은 직원이 스윽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앉은 사장 박영준을 바라봤다. 그 시선의 이유는 뻔했다. “왜? 수익 나왔으니 회식 좀 하자고?” 이 기쁨을 좀 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 그러한 부하 직원들의 기대 가득한 요구에 박영준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좀 이윤이 제대로 남기 시작했는데 회식은 무슨 회식이야? 아껴야 잘 살지.” 사장들이 흔히 하는 말, 그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라는 식으로 아꼈다가는 나중에 대머리가 되는 법이지.” 말을 뱉은 박영준이 곧바로 자신의 지갑을 꺼낸 후에 얄팍한 카드 하나를 꺼냈다. 법인카드. 그것을 손에 쥔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대머리 되기 싫으면 쓸 땐 써야지. 특히 먹는 거에 돈 아끼는 건 멍청한 짓이고. 먹고 살려고 이 짓하는 거잖아?” 이어진 그 말에 사무실의 분위기가 환해졌고, 그 분위기에 박영준이 정점을 찍었다. “최근 회사 근처에 한국식 치킨집 생겼는데 괜찮더라. 거기서 치킨하고 맥주 어때?” “좋죠!” “코리안 치킨 최고죠!” 치킨이란 단어가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사장님.” 직원 한 명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박영준에게 다가와 제 손에 든 태블릿PC를 건네주었다. “뭔데?” “메일이요.” “메일?” 그 말에 박영준이 슬쩍 직원의 표정을 살폈다. 딱히 특별한 것 없다는 듯이 무덤덤한 직원의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이내 태블릿PC를 확인했다. 그러자 박영준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이거 진짜야?” “예?” 박영준의 그 표정에 부하 직원이 놀라며 자신이 본 메일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뭐 이상한 거 있었나?’ 떠올린 메일 내용은 특별할 것 하나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 그리고 앞으로 더 크게 활약하겠다는 말. 월급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실제로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 중인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을 보낸 상황이었다. 사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런 식으로 메일 내용을 알려주는 일조차 없었다. 그런 걸 일일이 사장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으니까. “BJ대마도사가 보낸 거 확실하지?” 그 메일을 보낸 이가 라이징 스타 채널의 최고 고객인 BJ대마도사라는 사실이 아니었다면 직원이 움직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뭐 이상한 거 있나요? 내용은 딱히 특별한 게 없었는데……" “특별한 게 없긴.” 여전히 굳은 표정을 지은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향해 태블릿PC 액정 위 문구 하나를 가리켜며 말했다. "조만간 모두를 놀라게 할 콘텐츠를 보여주겠다는 이 문구보다 특별한 게 어디 있어?” 그 무렵에 이르렀을 때 사무실 내 모든 직원들이 박영준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고, 박영준은 그런 그들에게도 들릴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는 지금 스케일이 다른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 그런데 그런 그가 직접 제 입으로 말했어. 조만간 모두를 놀라게 할 콘텐츠를 보여주겠다고. 아즈모도 가지지 못한 새로운 아이템에 10대 길드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몬스터를 사냥한 그가 말이야. 이게 스케일이 작을 것 같아?” 부하 직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중 한 명은 질문을 던졌다. “대체 그게 뭘까요?”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언제나 그렇다. 어느 누가 무언가를 이룰지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과거의 기록을 보는 것이다. “딱히 알 필요도 없어. BJ대마도사니까?” 그리고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결과를 통해 충분히 자신의 미래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중요한 건 지금 그 BJ대마도사가 총을 꺼냈고, 표적을 향해 총구를 겨눈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마쳤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거야. 이 처형을 볼 관객을 몰이해오라고.” 그렇다면 BJ대마도사와 이제는 동업자가 된 박영준이 같이 나서서 판을 만들어줄 때. “홍보해야 하니까 영상 제작팀 데려와.”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움직이려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홍보하는데 영상 제작팀이요?” “홍보팀이 아니라?” 그 물음에 박영준이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홍보팀 굴려서 뭐해? BJ대마도사 영상 올리는 게 최고의 홍보인데.” “아!” 타당한 그 말에 더 이상 반박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저기 그러면 회식은……" 이어진 그 말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다 끝나면 해줄게, 일단 오늘은 야근하자.” 사무실이 탄식으로 가득 차는 순간이었다. 8. 갓워즈의 플레이 영상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영상이란 개념 자체가 남달랐다. 보통 영상이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가져오지만, 갓워즈는 가상현실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 그 자체를 전부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즉, 무한에 가까운 시점이 존재했다. 갓워즈를 보는 것에 세상이 미친 듯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러한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영상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 이유로 제대로 된 퀄리티의 갓워즈 내 게임 플레이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 BJ대마도사 영상 떴다! ㄴ위가의 저택 앞에서 찍은 영상? ㄴ 아니, 그때 라이브 영상! ㄴ 뭐? 벌써? BJ대마도사의 영상이 나왔을 때 모두가 놀란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그냥 막 찍어낸 거 아니야? - 퀄리티 개병신으로 나올 거 같은데? - 라이징 스타 채널이 초심을 잃었네. 그래도 퀄리티로 승부하던 곳 아니었나? ㄴ 원래 돈 맛을 보면 다 똑같아지는 거야. 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일부는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조회수를 위해 무리를 한다고 주저 없이 말했을 정도. 하지만 그 주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 어? 좋은데? - 퀄리티 훌륭한데? 영상을 보는 순간 그저 대충 만든 영상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대부분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 퀄리티고 나발이고 알게 뭐야! 난 그때 라이브 못 봤다고! 대부분 관심이 있는 건 라이브로 보지 못한 채 그저 소문으로만 들었던 새로운 아이템 그리고 새로운 몬스터의 등장뿐. 캡슐방 휴게실도 마찬가지였다. “와, 장난 아니네.” “위가의 하얀 지팡이라고? 옵션이 플러스원이고? 저거 매물 나오면 대체 얼마 하려나?” “위가의 지팡이가 4만 달러 근처인데, 저건 일단 무조건 10만 달러부터 시작하지 않을까요?” “그보다 저 분열하는 트가르들은 뭐야?” “뭔지는 모르겠는데 딜링 미쳤네. 아주 그냥 마법을 난사하네, 난사해.” “딜도 개쩌는데, 한 번에 트리플 캐스팅…… 동급 마법사 클래스들 대여섯 명보다 딜량 더 나오겠는데?” 모두가 모여서 BJ대마도사의 최신 영상을 보며 저마다의 감탄을 토해냈다. "어......." 그중에는 정현우도 있었다. 그 역시 멍한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았다. “현우 형, 어떻게 보세요?” 그런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툭 질문을 던졌다. 이상할 건 없었다. 갓워즈 전체를 놓고 보면 그다지 대단할 것 없지만, 이중에 모인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레벨의 캐릭터를 보유했었던 건 다름 아니라 정현우였으니까. 더 나아가 정현우의 캐릭터는 마법사 클래스였다. 이곳에서 그보다 마법사 클래스에 대해서 잘 아는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응? 뭐라고?” 그런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얼빠진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그 무엇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정현우조차 넋을 잃을 정도로 대단하고, 압도적이다! “아니에요.” 자신의 질문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들은 이혁주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다시 모두가 영상에 집중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났을 때 모두가 한마디 했다. “장난 아니네. 이러면 이제는 라이브를 찾아볼 수밖에 없잖아?” “이번 영상도 조회수 대박 나오겠는데?” “조회수도 조회수이지만, 이 영상으로 인해 라이브 유입 효과가 장난 아닐 거야.” 저마다의 소감 한마디를 끝으로 모두가 저마다 할 일을 찾았다. “자, 게임 좀 하러 갈까?” “저거 보니 피가 끓네.” “오늘 한 번 렙업에 미쳐보자고!” 누구는 게임을 하러 움직였고, 누구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모두가 더 이상 영상에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정현우만이 여전히 휴게실 의자에 앉은 채 멍하니 종잇장처럼 얄팍한 TV를 바라볼 뿐이었다. “현우 혀……" 그 모습에 이혁주가 스윽 움직였다. 그때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이혁주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야, 넌 눈치가 없냐?” "예?”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5년 넘게 키운 캐릭터 계정 정지당하는 바람에 개고생하는 애한테 돈지랄로 승승장구하는 금수저 새끼 질문을 꼭 해야겠냐?” "아."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슬며시 휴게실을 나갔다. 그 상황에도 정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고민했다. ‘아니, 분명 통보 받기로는 다음 주였는데?’ 정현우가 라이브 방송을 마쳤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은 영상이 올라오는 시점에 대해 통보를 해주었고, 그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일 뒤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일부러 거짓 통보를 했을 리는 없었다. 또한 갓워즈 영상이란 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즉, 눈앞의 결과물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정말 엄청나게 무리를 해서 만든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무리를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왜 갑자기 분위기를 띄우는 거지?’ BJ대마도사의 열기에 기름을 끼얹기 위해서. 실제로 이 영상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게 지금 정현우가 얼빠진 표정을 짓는 이유였다. ‘아, 이거 안 좋아.’ 케이크에 촛불이 켜지고, 불이 꺼지면 곧바로 촛불을 꺼야 하는 법. 지금 상황이 그러했다. ‘이러면 당장 뭔가 보여줄 수밖에 없잖아?’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애써 붙인 불이 꺼지고, 자연스레 열기도 꺼질 터.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와 같았다.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라고 했으면, 선수는 몸 상태가 어떻든 간에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라이징 스타 채널 아니면 갈 데도 없는데……' 심지어 지금 정현우는 라이징 스타 채널과 독점 계약을 한 상태, 다른 곳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 이거 달려야 하나?’ 사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타이밍은 매우 좋았다. 이렇게 뜨거워진 상황에서 만약 BJ대마도사가 빌트가르라는 갓워즈에서 처음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라이브 방송을 한다면? 더욱이 이번 빌트가르 사냥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난폭해진 숲에서만 가능했다. 외부의 변수도 차단한 채 마음껏 사냥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 최고의 독무대인 셈이었다. 공략 방법도 충분히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이보다 더 나은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문제는 하나였다. ‘당장 하려면 포션만 2천만 원어치 질러야 해.’ 지금 당장 무대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써야 하는 지출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씨발, 2천만 원이면 치킨이 천 마리……’ 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먹으면 똥조차 되지 않는 회복 아이템에 그만한 거금을 지르는 건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켰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봤던 화면이, 워즈튜브에 올라온 자신의 영상이 새로고침 되는 게 보였다. 자연스레 조회수도 바뀌었다. ‘올린 지 1시간 만에 15만…… 이것도 일주일 안에 100만은 가뿐하겠네. 이대로 라이브 이어가면…… 잘하면 실시간 시청자 10만 명도 가능할지 몰라.’ 그 조회수가 말해주었다. 투자를 하면 그리고 레이드에 성공하면 이익은 남는다고. 그 사실이 정현우를 더더욱 고민케 했다. '응?' 그때 정현우의 마음을 확실하게 타오르게 만드는 게 등장했다. - 아즈모 : 저번에 딴 거 하느라 라이브 못 봤는데, 빨리 라이브로 보여줘 봐. 기왕이면 내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그러면 실시간으로 나도 쏜다. ㄴ 맙소사, 진짜 아즈모 님이다! ㄴ 아즈모 님이 머니 어택 외치셨다! ㄴ BJ대마도사 당장 방송 켜! 이런 기회는 안 와! ㄴ 돈지랄 대 돈지랄 가즈아! 아즈모의 댓글,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76화. < 24화. 빌트가르 (4). > 9. 갓워즈에는 다양한 종류의 회복 아이템이 존재한다. 그러한 회복 아이템들의 값은 대부분 비싸며, 사용하는 데에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사용 후 다음 사용까지 쿨타임이 존재하며, 회복 역시 당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며, 그 사용 쿨타임이 아이템 종류 단위가 아니라 타입 단위로 이루어지는 등. 반대로 보자면 사용 쿨타임이 짧고,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효과가 뛰어난 아이템은 더 값이 비쌌다. HP를 수치가 아닌 퍼센티지로 즉시 회복해주는 포션의 경우에는 그 값이 상식을 초월했다. “무슨 회복 아이템이 1천 골드라니? 1천 달러라는 게 말이 돼? 고작해야 포션인데?” “이딴 걸 누가 사?” “미친 새끼들, 이거 0더하기 사기 아니야?” 그 사실을 처음 보는 이들 대부분은 그 값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될 정도. 그러나 갓워즈에서 나름 레벨이 쌓인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게임오버 당할 바에는 이거라도 빨고 살아남는 게 낫지.” “목숨 구제 값으로 1천 골드면 뭐…… 쓸만하지.” “1천 골드에 감사하라고. 200레벨 넘어가고, 300레벨 넘어가면 만 골드짜리 포션도 나오니까.” 그 아이템으로 말미암아 80시간짜리 강제 휴식을 피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마저도 포션에는 저마다의 사용 가능 레벨이 존재하기에, 상위 1퍼센트 내의 플레이어들이 이용하는 포션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거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1천 달러 정도 투자를 해야 한다면 기꺼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벼랑 끝 허브로 만든 포션 X 6]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91레벨 이하 - 효과 : 벼랑 끝에서만 자라나는 허브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 즉시 체력과 마력의 71퍼센트를 회복한다. 당연히 눈앞에 보이는 아이템의 값어치가 999골드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생각은 없었다. ‘진짜 내가 미쳤지. 이걸 마력 회복용으로 써먹게 되다니.’ 단지 그토록 값어치 있는 걸 그저 부족한 마력을 채우기 위한 아이템으로 쓰려는 제 스스로가 미친놈처럼 느껴질 뿐. 더 미친 짓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랑 커피콩으로 만든 포션 X 3]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77레벨 이하 - 효과 : 툰가 왕국의 왕실에만 납품되는 희귀 커피콩으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 즉시 10분동안마력 회복속도가 97퍼센트 상승한다. [오색줄무늬 버섯으로 만든 포션 X 7]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66레벨 이하 - 효과 : 매우 희귀한 오색줄무늬 버섯으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하면 54초에 걸쳐 모든 마력을 회복한다. 인벤토리를 한 칸씩 차지하고 있는 여러 포션들 역시 대부분이 수백 골드, 현금으로 수십만 원을 가뿐히 넘는 것들이었다. ‘구매한 거 다 따지면 2만 달러가 조금 넘겠네.’ 인벤토리에 새로이 추가된 모든 포션의 값을 합치면 2만 달러를 넘길 정도였다. 물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한 것이긴 하지만, 결코 상식적인 일은 아니었다. ‘아즈모도 안 하던 짓인데.’ 이 정도로 소모를 하는 것은 그 대단한 아즈모도 하지 않는 짓이었으니까. ‘아니, 할 필요가 없지.’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 갓워즈에서 대형 몬스터로 분류된 몬스터 중 레벨이 가장 낮은 몬스터는 156레벨. 즉, 50레벨에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이라도 10인 이상, 그게 아니라면 20인 이상 파티를 맺어야 상대할 수 있는 대형 보스 몬스터를 마주하는 일은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해.’ 여하튼 이 정도로 투자를 한 미다스 입장에서 이번 빌트가르 레이드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실패하는 순간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이 상황에서 하늘에 행운을 바랄 생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왕! “주인님, 무엇을 하실 겁니까?” 미다스, 그가 럭키와 골드의 의문을 향해 대답 대신 근처에 있는 적당한 돌멩이를 하나 쥐는 이유. “뭘 하긴.” 그리고 그 돌멩이를 쥔 채 500미터 전방에 있는 빌트리를 노려보는 이유. “피칭 연습해야지.” 10. 갓워즈에서 플레이어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몇 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독자 숫자 증가 속도였다. 특히 라이브를 앞두고 홍보를 마친 후의 구독자 증가 숫자를 보면 그 라이브의 성공 유무를 가늠할 수 있었다. - 라이징 채널 스타 구독자 증가 속도 요즘 미쳤던데? ㄴ 어느 정도인데? ㄴ 채널 생성 이후 저번 달까지 모은 구독자 숫자의 절반을 최근 한 달 동안 모았으니까. ㄴ 하루에 3만씩 늘어남 o o ㄴ 역시 그 덕분이겠지? ㄴ 그렇지. 이게 다 다 BJ럭키 덕분이지. ㄴ 인정! 그것 외에도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워즈TV:일급비밀! BJ대마도사의 다음 레이드 몬스터는 합체하는 트가르다?] [워즈채널 : 충격! BJ대마도사는 사실 여자?] [갓즈TV:속보! BJ대마도사의 정체는 OOOOOO이다!] 그 대상을 상대로 나오는 웃기기는커녕 어처구니만 없을 따름인 가십거리가 넘치는 경우. 속칭 쥐들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숫자 역시 인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이 바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의 입에서 언급이 되는 경우. - 아, BJ대마도사? 관심이 있지. 나도 없는 아이템을 가지고 나도 못 잡아본 몬스터를 잡은 플레이어인데. 뭐 찾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플레이타임 다 쓰고 할 일 없을 때 볼 정도는 되지. 아즈모, 그 정도 되는 존재의 입에서 거론된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을 터. BJ대마도사, 그를 위한 무대가 완벽하게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일부는 말했다. - 여기서 BJ대마도사 수준이 판가름 나겠네? ㄴ 무슨 의미야? ㄴ 이 정도 관심이 쏠린 무대에서의 중압감은 이제까지 했던 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이 무대에서 BJ대마도사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있을 거라고. - 하긴, 갑자기 운이 좋아 인기가 많아진 플레이어들이 시청자 숫자가 늘어났다가 오히려 좆되는 경우는 허다하지. - 그 인기 유지하려고 실력 이상으로 오버하다가 망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 하물며 이번에 BJ대마도사가 잡는 게 등장한 적 없는 몬스터라며? 아무도 잡지 못한 몬스터를 잡는다는 건 참고할 참고서 없이 맨땅에 헤딩한다는 건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을걸? - 이런 무대에서 진짜 삼류랑 이류, 일류가 나뉘는 거지. 삼류는 무대에 올라오지만 부담감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류는 무대 위에 올라와 간신히 제 역할만 수행할 뿐. - BJ대마도사가 진짜 일류라면 모두가 생각하는 멋진 활약을 할 거야. 하지만 일류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활약을 한다. -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걸 보여준다면, 그건 그야말로 초일류인 셈이지. 그리고 초일류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 어, 방송 시작이다! - 드디어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의미를 가진 채 그리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무대 위로 BJ대마도사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브가 열리는 순간 접속한 시청자 숫자는 무려 3만 명! 그 이후에도 쉴 새 없이 늘어나는 시청자들을 향해 BJ대마도사가 첫 마디를 날렸다. - 아, 죄송합니다. 11. [난폭해진 숲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우거진 숲, 그 숲 위로 고고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빌트리 하나가 보였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빌트리가 당신의 등장에 반응합니다.] [빌트가르가 등장했습니다.] [더 이상 난폭해진 숲 필드를 나갈 수 없습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보고 있는 빌트리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빌트가르 (Lv77)] 빌트리의 위로 거대하기 그지없는 놈의 이름이 생성되며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미다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짧게 혀를 찼다. ‘50레벨에 대형 몬스터라니, 전의 캐릭터 키울 때 대형 몬스터 처음 잡은 게 180레벨 때였는데.’ RPG게임의 꽃, 대형 몬스터. 갓워즈에서 그런 대형 몬스터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는 그대로의 거대함이었다. 사람이란 존재를 개미로 만들며,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뒤흔드는 말도 안 되는 존재감! ‘HP장난 아니네.’ 다른 하나는 일반 중형급 이하 몬스터와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엄청난 수준의 HP였다. 대형 몬스터 레이드에 많은 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이유였다. 한 명의 플레이어로는 HP를 감소시키기는커녕, 데미지 딜량보다 HP회복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있었으니까. 여기까지가 대형 몬스터가 가지는 기본이었다. 이후에는 밸런스에 따라 요소가 추가됐다. 방어력을 추가하거나, 매우 빠른 공격 능력 또는 이동 능력을 추가하거나, 특수 능력을 추가하거나.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그 대형 몬스터의 공략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70레벨짜리 몬스터다.’ 빌트가르, 이러니저러니 해도 70레벨 이하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디자인된 그 몬스터에게 주어진 것은 기본적인 요소밖에 없었다. ‘이동 속도는 느리다.’ 꽈릉! 50미터를 훌쩍 넘기는 신장,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뒤흔들 만큼 거대함을 자랑했으나 그 움직이는 속도는 일반 트가르에 비해서 우스울 만큼 느리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보스 몬스터답게 특수능력은 있네.’ 물론 나름의 특수능력은 있었다. [빌트가르 (Lv77)] !원거리 공격에 우선 반응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재생 회복’ 스킬 발동 !HP가 40퍼센트 이하일 경우 ‘가지치기’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자폭’ 스킬 사용 재생 회복, 문자 그대로 회복 능력이 빨라지는 스킬. ‘가지치기는 필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가지들이 트가르로 변신하는 스킬이겠지.’ 가지치기 스킬은 일종의 부하 소환 스킬이었다. ‘10퍼센트 이하는 자폭.’ 그리고 마지막 페이즈 능력은 자폭.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잘못했으면 다 잡고 뒈질 뻔했네.’ 그러한 안도의 한숨을 끝으로 미다스가 슬쩍, 자신의 오른편에 뜬 창을 바라봤다. 아직 비공개 상태인 채팅창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 언제든 카운트다운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이어진 그 말에 곧바로 카운트다운이 들어갔고, 이내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채팅창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니, 채팅창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수만 명이 쉼 없이 내지르는 소리 속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들릴 리 만무. [럭키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골드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보러왔어요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후원금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두를 향해 미다스는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인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봤다. 끼잉....... “이유는 모르지만 주인님을 대신해 이 부족한 몸,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미다스를 따라 사과를 했다. 럭키가 바닥에 납짝 엎드렸고, 골드가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에 채팅창이 얼어붙었다. - 뭐야? 갑자기 왠 사과야? - 시작부터 장난질이냐? 모두가 의문을 던졌고, 개중 일부는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이 조소를 던졌다. - 설마 레이드 포기 선언? - 쯧쯧 이럴 줄 알았어. 딱 봐도 뻥카 같더라! - 고이다 못해 석유를 지나, 이제 다이아몬드 구간 진입하는 갓워즈에 새로운 몬스터 따위가 있을 리 없지! - 드디어 밑천 드러났네!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나름 시청자분들 그리고 구독자 분들께 좋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어진 말에 좌중의 예상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미다스를 향한 날선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채팅 앞에서 미다스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실망하시기 전에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이번 빌트가르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냥 돈지랄로 공략하는 것일 뿐, 그 어떤 재미나 스릴, 긴장감 따위는 느끼실 수 없으실 겁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좌중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 레이드? 보스 몬스터? - 빌트가르? 그건 뭐임? - 보스 몬스터라고? 그런 게 있었어? - 노잼 사과라니, 이게 뭔 개소리야?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손가락 방향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모두가 볼 수 있었다. 꽈릉! 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채 미다스를 향해 움직이는 빌트리 트가르. 빌트가르! 녀석이 최초로 갓워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채팅창은 문자 하나 없이, 그저 이모티콘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정말 훌륭한 컨트롤로 놈을 잡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그냥 돈지랄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시청자들 앞에서 포션을 꺼냈다. - 어? 노란 커피콩 포션? 이거 800골드짜리 아니야? - 오색줄무늬? 설마 700골드짜리? 그리고는 음미하듯 포션을 하나하나 우아하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포션 도핑을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재미없는 방송을 하게 되어 미리 사과드립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다스가 주문을 외웠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레이드가 시작됐다. 77화. < 24화. 빌트가르 (5). > 12. 갓워즈에서 대형 몬스터 레이드는 모든 종류의 레이드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참가 인원도 많으며, 그만큼 희생도 크고,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다른 중형 이하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나은 점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크면 맞추기는 쉽지.’ 표적이 큰 만큼 원거리 딜러들 입장에서는 명중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먼 거리에서 데미지 딜링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파티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시계 속 톱니바퀴와 같으며, 여러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탱커와 힐러들 그 외의 다른 파티원들과의 충분한 대응이 가능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파티 플레이의 경우,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협동을 할 때의 경우다. 만약 딜러 혼자서 사냥한다면 굳이 협동이나 호흡, 팀플레이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었다. 그저 제 역량을 따르면 될 뿐. “자, 마법 들어갑니다!” 지금 미다스가 빌트가르와 약 500미터 거리, 그 거리에서 바닥에 꽃꽃이 두 다리를 내리꽃은 채 쉴 새 없이 마법을 난사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 이래서 노잼이라고 한 건가? - 뭐, 치열하진 않네. 그건 분명 역동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대개 레이드라고 한다면 치고받는 치열한 광경이 보여야 하지만, 지금 미다스가 하는 건 그저 쉴 새 없이 마법을 던지는 것뿐이었으니까. - 재밌네. ㄴ o o, 재밌음. 그러나 그 사실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은 없었다. - 이런 걸 어디서 보겠어? - 역시 게임은 슈팅게임이지! - 시원하다, 시원해! - 그동안 고구마들만 보다가 드디어 콜라를 보네! 일단 매우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애초에 혼자서 대형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경우 자체가 지극히 보기 힘들었을 뿐더러, 그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이토록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으니까. - 라이징 스타 채널 연출 좋네. - 와, 진짜 실감나게 찍네. 여기에 라이징 스타 채널의 능력이 돋보였다. 영화를 만드는 건 연출과 편집이듯, 같은 영상도 그 영상을 송출하는 편집자와 기술자에 따라 얼마든지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법. 당장 배경음만 바꿔도 전혀 달라지는 게 영상이란 놈 아닌가? - 이건 연출이 다 함. - 크으, 배경음 개쩌네. 이거 비쌀 텐데? ㄴ 그래봐야 BJ대마도사 한 달 밥값일듯. ㄴ BJ대마도사라면 그냥 그 음반 저작권을 사겠지. 여기에 하나 더, 미다스는 남다른 것을 보여줬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자, 마력 다 떨어졌으니 채웁니다.” 쉴 새 없는 데미지 딜링 속에서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미다스는 대놓고 보여줬다. - 저거 벼랑 끝 허브 포션? - 와, 저걸 원샷? - 샤토 라피트 로실드보다 비싼 걸 그냥 처먹네. ㄴ 오, 와인 좀 먹을 줄 아는 놈인가? - 한 잔 더! 한 잔 더! 값비싼 와인조차 조촐하게 만드는 포션을 단숨에 마시는 장면, 아즈모가 아니고서는 쉬이 보여줄 수 없는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채팅으로 열광을 표현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흘렀다. 미다스의 공격에 빌트가르는 그저 속절 없이 맞지만 않았다. 꽈릉! 맞으면서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걸음을 내디뎠고, 어느새 빌트가르와 미다스 사이의 거리는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미다스의 시점과 비슷한 시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손에 땀이 맺힐 법한 상황. - 잠깐, 그런데 이제 슬슬 위험한 거 아니야? - 거리 이제 100미터도 안 남았잖아? - 거리가 가까워지니 포스가 장난 아닌데? - 잠깐, 방송 좀 멈춰주세요! 오줌 좀 싸고 오게요! 더욱이 시청자들은 그 상태에서 그 어떤 개입도 불가능했다. 운전대 앞으로 괴물이 오는데, 막상 운전대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오는 공포를 무방비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미다스가 느끼는 공포감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미다스는 그러한 상황에서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파이어 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쉴 새 없이 주문을 외우며, 다가오는 거대한 거목의 중간, 그 큼지막한 황금빛 과녁을 향해 마법을 던질 뿐. 꽈릉! 그리고 미다스의 마법 공격이 거듭될수록 빌트가르와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다. 한 발자국의 10미터씩. 꽈릉! 어느새 그 둘 사이의 거리는 50미터, 고작해야 다섯 발자국에 불과한 거리가 됐다. 이쯤 되자 시청자들이 경악하기 시작했다. -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님? - 노잼이 아니라 공포잖아! 물론 후원도 뒤따랐다. [R.I.P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하데스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저승사자 님이 100엔을 후원했습니다.] [염라대왕 님이 1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마치 긴급한 상황에서 사이렌이 울리듯, 채팅창이 온갖 긴장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까 말했잖아요.” 이제까지 주문만을 외치던 미다스가 포션 한 병을 꺼낸 후에 그것의 마개를 열며 말했다. “오늘 노잼이라서 죄송하다고.” 말과 함께 미다스가 포션을 와인 마시듯 여유롭게 마시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크-왕! 먼 곳에서 이제는 더 이상 앳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맹수의 포효 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럭키가 빌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미다스와 빌트가르를 잇는 선의 연장선상, 어느새 그 먼곳에 자리잡은 럭키가 빌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을 외치는 순간이었다. 쿵! 그 순간 빌트가르가 처음으로 전진을 멈추었다. 뜨드득! 그 후에 등 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제야 모두가 이해했다. [BJ갓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팬 912호 님이 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 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왜 미다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어그로는 애초에 고민조차 안 했다.’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은 빌트가르와 같이 크지만 느린 대형 몬스터에게 있어서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데미지 딜량.’ 애초에 고민했던 문제도 과연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는가? 그러한 부분뿐. ‘빌트가르의 HP가 내 예상보다 많지만, 지금 가진 포션으로는 충분히 잡을 수 있어.’ 그러한 부분도 지금에 와서는 이제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실패할 여지는 없다는 말. 확실한 승부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미다스에게 있어 그것은 부스터와 같았다. “자, 그럼 다시 딜량 들어갑니다. 아마 지금부터 훨씬 재미없을 겁니다.” 미다스가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니면 재미있게 무기 하나 빼고 갈까요?” 그때였다. 뚜드득! 등을 돌린 채 이제는 럭키를 향해 전진을 시작한 빌트가르의 몸에 돋아난 큼지막한 가지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빌트가르가 가지치기를 시작합니다.] [가지들이 트가르로 분열합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바닥에 추락한 가지들이 이내 트가르의 형태를 갖추었다. 등장한 트가르는 4마리. 뜨드득! 등장한 트가르들은 당연히 이제까지 빌트가르에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미다스를 향해 움직였다. - 졸개 소환이다! - 위험한 거 아니야? - 럭키는 아예 반대쪽에 있잖아?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몇 명이 당황하는 순간, 미다스 옆에 숨죽이고 있던 이가 소리쳤다. “감히 그 무엇도 나의 주인님을 닿지 못한다!” 골드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그런 골드를 위해 기꺼이 주문을 외워줬다. “거대화!” 그 말과 함께 골드의 몸이 풍선처럼 단숨에 3미터 신장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어? 가디언의 상태가? 가디언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입장했습니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 뭐야? 가디언 커졌네?] 채팅창에 아즈모가 입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바로 드러냈다. - 아즈모다! - 진짜 아즈모가 등장했다! 그 순간 이번 라이브 방송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씨발, 레전드 라이브다! - 그래, 나도 쏜다! - BJ골드님 데뷔하신다! 오히려 오늘 라이브를 기념비적인 라이브로 삼을 뿐. 13. 골드의 거대화 스킬 공개, 아즈모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레이드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BJ골드3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4호팬 님이 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6호팬 님이 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 팬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제는 채팅창은 무용지물이 된 채 후원금 알림이 채팅을 대신하고 있었다. 시청자 숫자 역시 빠르게 올랐다. 9만까지 단숨에 오른 시청자 숫자는 그 후에도 멈추지 않고 백 단위로 빠르게 증가했다. 레이드는 매우 순조로웠다. 왕! 빌트가르와는 그 속도 비교 자체가 무색한 럭키는 완벽하게 빌트가르의 어그로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거대화를 마친 골드는 분열된 트가르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전투를 펼쳤다. 퍼엉! [치명적인 공격이 명중합니다.] 그사이 미다스는 자신의 마법을 확실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빌트가르의 과녁에 꽃아 넣었다. ‘연습한 대로다.’ 이번 보스 레이드를 앞두고 빌트리를 상대로 수없는 피칭 연습의 성과가 완벽하게 드러냈다.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 - 낙승이네. - 크으, 오늘 레이드도 무난히 성공할 듯. - BJ대마도사 살아있네! 이제는 시청자들 역시 레이드 성공을 확신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잡았다.’ 그 역시 이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니까 이제 마무리 연출이 필요해.’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진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는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별, 그런데 여기서 만족하고 그냥 적당히 한다? 미다스는 이제까지 대단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었지만 적당히 살았던 적은 없었다. 구렁텅이 속에서도 어떻게든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레이드를 완벽하게 마칠 마무리가.’ 당연히 마무리 역시 준비해두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뜨거워진 것 같은데 어디 한 번 더 뜨겁게 만들어 볼까요?”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뜨거우면 한 번 더 감.] 그리고 그 뜨거움에 아즈모가 바로 기름을 끼얹었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럭키야!” 미다스, 그가 럭키를 불렀다. “이리 와!” 다름 아니라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왕! 주인의 부름에 럭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미다스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 미친! - 헐! 그럴 만했다. 꽈릉! 럭키를 따라 빌트가르 역시 이제는 미다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탱킹 중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탱커가 몬스터를 끌고 딜러에게 오는 순간이었다. - 물귀신 떴다! 속칭 물귀신 상황. 그러는 사이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빌트가르를 향해 데미지 딜링을 거듭했다. 왕! 이윽고 미다스 근처에 도착한 럭키가 해맑은 외침을 내지르며 주인과의 만남을 기뻐했다. 그러한 럭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럭키야, 불 좀 지르자.” 왕! 그 순간이었다. “헤이스트 앤 스트랭스 앤 파이어 스텝." 트리플 캐스팅을 외친 미다스가 이내 그렇게 걸려진 모든 것을 럭키에게 부여했다. 럭키의 발자국을 따라 불길이 돋기 시작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 불지를 속셈이네! - 그래, 대형 몹은 도트뎀이 최고지! 미다스가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럭키야, 뜨겁게 마중해줘라!” 왕! 이윽고 명령을 받은 럭키가 미다스와 빌트가르, 그 사이에 문자 그대로 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다스는 그런 럭키의 발걸음에 가속을 붙여줬다. “전광석화!” 그 외침에 럭키의 몸이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고, 럭키의 질주가 더더욱 빨라졌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 그 모습에 누군가 소리쳤다. “주인님!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거대화된 골드가 럭키에게 지기 싫다는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그대로 어필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웃었다. 아즈모도 웃었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합니다.] [아즈모 : 야, 네 가디언은 말이 좀 많다?] 미다스도 웃었다. “제 가디언이 말이 좀 많긴 하죠.” 그러나 막상 미다스의 속, 그 안에서 웃음기는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클라이막스다.’ 오히려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집중력의 날을 세운 채 럭키가 만들어놓은 불길 위를 걸어오는 빌트가르를 바라봤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쉴 새 없이 깎이는 빌트가르의 HP가 보였다. ‘왔다.’ 그리고 그 HP가 원하는 수준에 오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랑 골드, 둘 모두 내 뒤로 빠져!” 그 외침에 럭키와 골드는 의문 없이 빠르게 미다스를 향해 달려왔다. 뜨드득! 빌트가르는 물론 골드와 싸우던 분열된 트가르들까지, 자연스레 미다스를 향해 움직였다. - 뭐지? - 이번에는 또 뭘 하려고? 그 순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그대로 끄집어냈다. - 도끼? 꺼낸 것은 양날을 가진 거대한 도끼. 그것을 손에 쥔 미다스가 소리쳤다. “화끈하게 마무리는 도끼질로 끝내겠습니다.” 그 퍼포먼스에 채팅창은 오히려 흥분하기보다는 그대로 멈췄다. 예상치를 아득히 벗어난 탓이었다. 반면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도끼를 손에 쥔 채 함성을 내지르며 빌트가르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한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시시각각 좁혔다. 일촉즉발의 순간. - 어, 리얼? - 진짜 물리 마법? 그제야 채팅창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고, 후원금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핑!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듯한 소리, 그 짤막한 소리가 전장을 한 번 휩쓸고 가는 순간. 꽈앙! 그 순간 빌트가르가 그대로 폭발했다. 78화. < 24화. 빌트가르 (6). > 14. 갓워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영화 같은 건 실수를 하거나 원하지 않은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NG로 만들면, 얼마든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연출이 가능하지만 갓워즈의 경우에는 달랐다. 라이브,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그대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특히 그 누구도 잡아보지 못하는 몬스터, 그 어떤 데이터도 존재치 않는 몬스터를 잡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개중에서도 자폭 기술을 가진 몬스터는 매우 골치 아팠다. 대개 몬스터가 자폭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 거의 죽기 직전, 사실상 레이드가 종점에 다다랐을 무렵, 레이드 성공을 확신하고, 긴장이 풀리며 집중력이 약해졌을 무렵이었으니까. 핑! 때문에 그 소리가 났을 때 몇몇은 예상했다. - 어? - 이거? 수없이 봐온 몇 번의 사례를 통해 그 소리가 어떤 징조인지. 더불어 이미 자신들이 그 조짐을 느끼는 순간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것 역시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꽈-릉! 빌트가르의 몸뚱이가 제대로 된 조짐도 없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을 뒤흔들었다. - 터졌다! - 자폭이다! - 마지막 페이즈 자폭 스킬이었어! 시청자들의 채팅창도 마찬가지로 폭발했다. - 크으, 이게 라이브의 참맛이지! - 이 맛에 라이브 봅니다! 몇몇은 이 광경을 즐겼으나, 대부분은 우려의 눈길로 자욱해진 모래먼지 사이를 바라봤다. 라이징 스타 채널도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시야를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방관자 입장에서 보듯이. - BJ대마도사 죽었나? - 죽으면 라이브가 안 되겠지. - 그래도 치명상은 입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그 속에서 한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젠장.”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며 등장한 미다스가 시청자들에게 보란듯이 제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그러한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최악이네, 끝내주는 물리 마법으로 끝내는 그림을 그렸는데, 자폭을 할 줄이야.”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은 이제 웃음으로 가득 찼다. - 아깝다. BJ대마도사 죽을 수 있었는데. - BJ럭키 갈 수 있었는데 개아쉽. - 한 번 더! 한 번 더! 여러모로 인상적인 마침표. ‘계획대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미다스가 처음부터 계획한 바였다. 미다스가 물리 마법을 운운하며 도끼를 들고 덤벼드는 순간 그 누구도 자폭은 예상하지 못했을 터. 그런 만큼 자폭이 주는 임팩트는 더더욱 강렬해질 터였다. ‘이걸로 괜히 태클 거는 사람은 없겠지.’ 무엇보다 미다스가 이런 연출을 한 것은 이것을 알고 대응했을 때 생길 여파 때문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인데,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했을 때 자폭을 예상했다는 듯이 행동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의문을 던질 터. 그러나 지금 광경을 본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의문을 던질 리 만무했다. ‘완벽해.’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없는 셈. 이제 남은 건 이 완벽한 마무리에 어울리는 보상을 챙기는 것뿐. [빌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빌트가르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빌트가르의 최후를 목격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런 미다스에게 보상의 알림이 들렸다. [아즈모 님이 2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재미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화끈한 보상의 알림이. 그 알림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자, 그럼 라이브 방송은 이제 종료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시청자 숫자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시는 125,132명 시청자분들.” ‘맙소사, 12만 명?’ 말문이 막힐 만큼 가슴을 벅차게 하는 아득한 숫자. 그 숫자 앞에서 미다스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채 여유를 연기하며 말했다. “노잼 방송 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 그럼 이제 재미난 다른 방송 보러 가세요.” 그렇게 미다스의 라이브가 종료됐다. 15. - 와, 라이브 이번에도 끝내줬음 - 결국 대형 보스 몬스터를 솔로킬 했네. 그것도 최초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 마지막 자폭씬 웃기긴 했지. - 물리 마법으로 조졌으면 더 웃겼을 듯. BJ대마도사의 빌트가르 레이드 라이브는 성공적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볼 필요도 없었다. “대단하네.” “보통은 아니야.” 마이애미에 위치한 어비스 길드 본사, 그곳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직원들이 BJ대마도사의 영상을 본다는 것. 그것보다 더 상징적인 일은 없을 테니까. “대체 어떤 루트를 타야 저 몬스터를 볼 수 있는 거지?” “무슨 퀘스트를 하는 거지?” 더욱이 빌트가르란 몬스터는 이제까지 가장 많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정복했던 어비스 길드조차 본 적 없는 존재였다.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물론 대부분은 그저 관심을 가지는 정도였다. “뭐, 언젠가 알게 되겠지.” 갓워즈의 가장 높은 곳,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하는 세상을 탐험하는 어비스 길드가 굳이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에 큰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은 이번 것을 재미난 일 정도로 치부했다. 전부는 아니었다. 엠마, BJ대마도사에 대한 일을 위임 받은 그녀에게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엠마, 생각보다 일이 골치 아프겠어.” 그런 그녀와 함께 라이브 영상을 보던 베네딕트란 이름, 그러나 이제는 그 본명보다는 멀린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내가 염려 섞인 말을 내뱉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편해졌죠.” 허나, 의외로 엠마의 표정에는 고민거리는 없어 보였다. “멀린, 당신도 보셨잖아요?” 말을 뱉는 멀린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BJ대마도사를 방해물로 치부하는 것치고는 딱히 표정에 실망하거나, 염려하거나, 우려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기가 아니었다. “이제 괜히 그때처럼 비싼 돈을 들여서 사람을 고용할 필요는 없게 됐죠.” 이제는 굳이 엠마가 나서서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라이브 때문에 BJ대마도사는 제 스스로를 트로피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트로피. 후발주자임에도 스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있어 별에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 BJ대마도사는 지금 그런 트로피가 됐다. “잡기만 하면 바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는 좋은 트로피가.”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 각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지원을 받으며 게임에 인생을 건 이들의 표적이 됐다는 의미. “이제는 그저 몇 가지 부채질과 상금만 걸면 알아서 BJ대마도사 킬러를 자처할 테니, 고민할 건 없죠.” 롤라 때처럼 거금을 들일 필요도, 굳이 들키면 골치 아플 수작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독종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기면 하면 될 뿐. “무엇보다 이제 BJ대마도사가 뭔지 다 알게 됐죠.” 결정적으로 이번 라이브 방송은 BJ대마도사에게 있어서 자신의 전부를 드러낸 무대였다. “BJ대마도사의 강점은 물론 결점까지.” 즉, 바닥을 드러낸 무대라는 의미. “화력은 대단하지만 마력은 부족하다는 것. 특히 마나 리커버리 필드는 PK에서 마력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니까요.” 마력 부족.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상대로 그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 “마지막으로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를 받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는 이제 앞으로 자기 얼굴을 들고 게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거예요.” 엠마의 설명에 멀린은 일말의 반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멀린에게 엠마는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게임을 끝낼 단서를 찾는데 집중하면 될 뿐이죠.” 이어진 말, 그 말에 멀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끝났어. 단서만 발견하면 최고의 에이스들이 당장 최고의 클래스로 스타트를 시작할 거다. 1레벨부터 말이지." 그 대화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스에게 전달하죠.” 16. “수고하셨습니다.”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채팅창을 끄며, 방송을 끈 미다스는 그대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 한숨 끝에는 탄식이 이어졌다. ‘간신히 끝났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라이브. ‘뒈지는 줄 알았네.’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속이 바짝 타들어갈 만큼 힘들기 그지없었던 방송이었다. 왕!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지금 자신을 지켜주는 이 두 동료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일. ‘이 둘이 없었으면 끔찍했다.’ “수고했다.” 때문에 미다스는 그 둘에게 감사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럭키와 골드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 ‘그보다 확실히 이대로는 안 돼.’ 동시에 이번 사냥을 통해서 한계도 깨달았다. ‘생각보다 화력 유지가 더 힘들어.’ 평소 미다스는 사냥 시에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마력을 배분하는 타입이었다. 마력 소모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자신의 한계는 꽤 낮았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만으로는 솔직히 어찌할 수 없는 정도. ‘이제 날 노리는 새끼들은 만반의 준비를 할 텐데……' 하물며 미다스는 이제부터 자신이 더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될 것이며, 그들의 참고 자료는 오늘 레이드 영상이 되리란 것을 잘 알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값비싼 포션을 아낌없이 쓰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사냥을 준비할 터. ‘마나 리커버리 필드의 단점은 발리스타처럼 이동하지 않을 때 유효하다는 것.’ 특히 PK에서는 지금 같이 자리를 지키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 모르겠다.’ 딱히 지금 당장 답이 나올 수 없는 고민 앞에서 결국 미다스는 고민을 포기했다. ‘골치 아플 때는 득템 정산이 최고지.’ 그 고민을 잊기 위해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얻은 수확에 집중했다. “자, 그럼 레전더리 스킬 받기 전에 수확 좀 정리해볼까?” 왕! “그래, 럭키야. 타이틀부터 보자.” 일단 미다스는 이번에 얻은 타이틀부터 확인했다. [빌트가르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빌트가르를 사냥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20 [빌트가르의 최후를 목격한 자] - 타이틀 설명 : 빌트가르의 최후를 죽지 않고 본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체력 +29 타이틀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얼굴에 고민은 싹 사라졌다. “캬." ‘진짜 장난 아니네.’ 메인 시나리오 전용 몬스터, 그것도 대형 몬스터를 잡은 대가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아이템 하나 더 낀 격이네.’ 그다음으로 이어진 건 아이템 보상. ‘인벤토리에 몇 개나 들어왔으려나?’ 빌트가르가 자폭을 끝내는 순간 자동으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아이템 루팅이 되던 것을. 그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알림 속에서도 그 알림을 미다스는 놓치지 않았다. 기대감도 컸다. ‘대형 보스 몬스터 잡았는데 당연히 아이템 쏟아지겠지?’ 대개 대형 몬스터는 중소형 몬스터에 비해 주는 아이템의 개수가 더 많았으니까. “인벤토리.” ‘어디 보자…… 뭐야? 2개?’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미다스의 눈에 들어온 아이템은 2개뿐이었다. [빌트가르의 보물 X 2] 그것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니, 씨발 무슨 게임이 이 따위야? 아파트 크기 몬스터를 잡았는데 달랑 2개 나온다는 게 말이 돼? 그것도 유니크? 이 빌어먹을 좆망겜!” 분노를 토로하는 미다스를 향해 이번에는 골드가 같이 분노를 토해줬다. “주인님을 분노케 한 것에 대해 신의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어?” 골드의 호응에 미다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그래.” ‘야, 이 게임 망하면 너도 망해.......' 오히려 그런 골드의 말에 미다스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러자 미다스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잠깐, 설마 이 아이템 거래 불가인 건 아니겠지?’ 이제까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도중에 얻은 대부분의 아이템은 거래 불가였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메인 시나리오 전용 보스 몬스터인 빌트가르에게서 얻은 아이템이 거래 불가가 되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이제는 더 이상 불만 따윈 나올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으로 아이템을 클릭했다. [빌트가르의 보물을 개봉합니다.] 그러자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다섯 장의 카드가 붉은 광채를 내밀며 드러냈다. 그 너머에 보이는 건 무기류들이었다. 칼, 창, 활 그리고 지팡이들. 미다스의 시선은 자연스레 지팡이에 향했고, 이내 미다스의 눈에 아이템 옵션이 들어왔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56레벨 이상 - 자폭하고 남은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다. 빌트가르의 강인한 마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 공격력 : 70 - 지력 +1 - 마력 +99 - 마력 회복량 20퍼센트 증가 - 마력 회복 속도 100퍼센트 증가 유니크다운 빵빵한 옵션들. ‘이딴 거 필요 없고, 거래 불가. 거래 불가가 있는지 보자.’ 물론 미다스의 눈에 그러한 옵션은 단 1글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보지도 않았다. 미다스의 눈은 아이템 옵션을 보는 순간, 그 가장 하단으로 바로 내려갔다. “없다.” 그리고 이내 그 어디에서도 거래 불가 옵션이 없는 걸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거래된다! 으하하하!” 이내 여유를 되찾은 미다스가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대박이다, 대박! 당장 팔아서 치킨으로…… 자, 잠깐! 씨발 옵션 이거 뭐야?” 그제야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하며 다시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미다스에게 그 아이템을 천천히 구경할 여유는 없었다. “자네, 대단하군!” NPC타마루, 그가 보상을 위해 미다스 앞에 왔으니까. 79화. <25화. 툰가 왕국 (1). > 1. 빌트가르의 자폭이 만들어낸 폭발에 아수라장이 된 숲. 그 숲에서 등장한 NPC타마루가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는 손가락 끝으로 X자를 허공에 표시했다. [아이템 선택을 취소합니다.] 그러자 등장했던 카드들이 신기루처럼 사그라졌다. 아이템 선택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 지식도 없는 아이템을 쫓기듯 섣불리 선택할 필요는 없는 법.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니크보단 레전더리지.’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닭 대신 꿩이 오는데 닭을 쫓을 이유는 없는 일. 도리어 기대감에 미다스의 마음이 다시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운빨 따를 땐 원래 계속 따르는 거야. 로또 2번 당첨도 일단 한 번 당첨된 사람이 되는 거지.’ 그렇게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에게 머리 위에 물음표를 달고 있는 NPC타마루가 말을 더 뱉었다. “설마 이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처치할 줄이야……" 그 말에 미다스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투자한 게 얼마인데 당연히 잡아야지. 빨리 정산이나 하자.’ 그때였다. 미다스가 잿밥에 취해 기세등등해지는 순간. 크르르! “주인님!”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럭키와 골드가 다급하게 긴장감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NPC타마루가 말했다. “이게 무슨?” 그게 무엇인지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 미다스 역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을 휘감는 것을, 마치 물속에 가슴까지 담궜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니까. 퍽 답답한 그 느낌에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보통 일이 아니다.’ 통증 자체는 대수로울 게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물속에 가슴까지 들어간 정도, 현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압박감에 불과했다. ‘갓워즈에서 이 정도 압박감은 게임오버급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통증이 여과되고, 조절되는 덕분에 온몸이 불에 타도 그저 따가운 정도에 불과한 갓워즈에서 이 정도 느낌은 엄청 심각한 사태임을 의미한다는 점이었다. [이름 없는 신의 힘이 엄습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크게 감소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집니다.] 이어진 알림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해주었다. [HP가 감소합니다.] 이윽고 나온 그 알림에 미다스의 머릿속에도 이제는 새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설마 진짜?’ 모든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 조건을 충족한 상황. 이제는 보상만 받으면 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게임오버를 당한다? 보통 게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이 좆망겜이?’ 그러나 갓워즈는 달랐다. 보스 몬스터 스킬 중에 자폭이 있고, 그 자폭 때문에 무수히 많은 유저들, 심지어 최고 랭커들조차 게임오버를 마주하는 게임 아닌가? 끼잉! “주, 주인님!” 럭키와 골드 역시 이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HP가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집니다.] 그렇게 모두가 그대로 제 자리에서 굳어버린 채 하염없이 게임오버를 향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젠장.’ 그 사실에 미다스는 체념했다.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이대로 게임오버 당하면 알파 컴퍼니 본사에 내가 똥 뿌린다.’ 대신 현실에서의 복수를 다짐할 뿐. ‘냄새 독하기로 유명한 비료 사다가 트럭에 실어서 그대로 돌…… 응?’ 그때 미다스의 품 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쉬이이!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새카만 알갱이들이 번쩍이는 미다스의 가슴 안으로 빨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후 나온 그 알림을 끝으로 미다스를 비롯한 모두를 옭아매던 힘이 사그라졌다. ‘뭐야?’ 놀라는 미다스가 곧바로 인벤토리를 켠 후에 그 수백 개의 칸 중 한 구석을 차지하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의 알] -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설명. 그 아래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가 보였다.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없는 신의 힘’이 필요 !현재 부화도 : 3퍼센트 ‘부화도?’ 저번에 본 적 없는 것의 등장에 미다스가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아무래도 자네에게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군.” 그런 미다스에게 정말 죽을 위기를 벗어난 NPC타마루가 날카로운 눈초리를 품은 채 말을 던졌다.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위가 님께 해드리게.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중이네.” 이미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으니까. 2. [난폭해진 숲을 나왔습니다.] [난폭해진 숲에 다시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필드를 나오는 순간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알림이었다. 그 알림 다음은 NPC위가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드디어 나왔군.” 평소와 달리 레인저를 떠올리게 하는 날렵하고 가벼운 복장을 한 NPC위가가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내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친근한 접근. “심각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그러나 그 친근한 모습 속에서 나온 목소리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빌트리 변종을 잡는 순간, 이름 없는 신의 힘이 모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에 대답은 옆에 있던 NPC타마루의 입에서 나왔다. 그 순간 미다스는 손을 놓았다. 굳이 알아서 진행하는 NPC들 사이에 잡음을 넣을 필요는 없는 법. ‘그거, 허들이야.’ 대신 미다스는 자기 기준으로 조금 전 상황을 분석했다. ‘만약 저게 일반 필드였고, 나 외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진행 중이지 않은 이가 있었다면…… 그쪽은 그냥 알짤 없이 전멸했겠지.’ 조금 전 상황은 미다스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이며, ???의 알을 가지고 있는 탓에 모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보자면 그 중 어느 요소 하나도 충족치 않았다면 그냥 게임오버가 됐을 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무임승차는 조져주시겠다, 이거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와 함께 이런저런 방법으로 같이 메인 시나리오를 맛보는 이들에게 엿을 먹여줄 준비가 되었다는 것. ‘이 게임 마음에 드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기쁨을 느끼는 사이, NPC위가와 타마루의 대화는 종장에 이르렀다. 대화라고 할 것도 없었다. 보고를 받은 NPC위가는 이내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돌아가는 모양이군.” 말을 뱉는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까지는 들어본 적 없었던 무게감이 가득 차 있었다. “더군다나 툰가 왕국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말이야.” 이어서 나온 말에 미다스는 이제 상황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곳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일이었지. 변할 리 없는 것이 변했고,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등장하기 시작했지.” 말과 함께 NPC위가가 미다스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차이점은 툰가 왕국에서 그 힘을 마주한 자들은 죽었고, 자네는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뿐일세.” 이제 더 이상의 긴 이야기는 필요 없었다. “그럼 제가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군요.” 미다스의 말에 NPC위가가 만족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미다스의 가슴을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마법처럼 미다스의 옷깃 안쪽에 수첩 크기의 책 한 권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을 습득했습니다.] 이번 빌트가르 퀘스트의 보상을 받는 순간. “툰가 왕국에 가면 누군가 자네를 찾아올 걸세.” [위가의 도시로부터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언제든 워프 마법을 통해 툰가 왕국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그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3.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거인의 숲은 곧바로 고요함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잡아!" "튀어!" “잡으라고!” “튀라고!” “에이, 씨발 진짜! 게임 알지도 못하는 새끼가!” “뭐? 야! 너 몇 살이야? 어디 살아?” “도쿄 산다!” “야! 베이징으로 튀어와! 현실에서 붙어봐!”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들리는 전투 소리들이 간간이 고요함을 깨긴 했지만, 잠깐이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는 간신히 여유를 찾았다. [알의 변화]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5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툰가 왕국에서 편지를 보낸 이를 만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제한구역’ 진행 가능 그 여유 속에서 미다스가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지나가는 퀘스트네.’ 딱히 중요한 정보는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야 좀 제대로 선물 좀 뜯겠네.” 미다스가 본격적으로 정산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당연히 빌트가르 무기였다. [빌트가르의 보물을 개봉하시겠습니까?] 다시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하게 아이템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였다. ‘마력 회복템이다.’ 그 아이템의 가치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랑 같이 쓰면…… 효과 개쩔겠는데? 더군다나 염력을 이용하면 스위칭도 어렵지 않고.......' 그것을 당장 선택해야 한다는 답을 내리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이런 스위칭 템이면 유니크 등급이지만, 팔면 레전더리 급으로 받을 수 있겠어.’ 그리고 그 아이템의 값어치가 결코 저렴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가늠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일. 그러나 미다스는 그 대목에서 미소를 짓지 않았다. ‘하나는 지팡이라고 치고, 다른 하나는 뭐로 까야 하나?’ 카드 뒷면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면 그냥 눈 감고 어느 것 하나를 고르면 될 일. 고민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고민이 필요했다. 물론 고민의 초점은 하나였다. ‘뭐가 더 비싸려나?’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 ‘칼이 젤 무난하긴 한데.’ 단순히 가격적인 부분을 본다면 미다스의 생각처럼 칼이 좋았다. 많이 쓰이는 만큼 수요도 많았고, 시세도 안정적이었다. “주인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문제는 지금 눈에 보이는 골드였다. 현재 골드의 외형은 리자드 워리어, 하지만 이 외형은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레벨이 오르면 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로 외형을 바꿔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디언의 기본적인 능력치는 그 베이스가 되는 몬스터의 레벨 및 능력치였으니까. ‘툰가 왕국에서 마주하게 될 몬스터는 켄타우로스.’ 때문에 미다스는 툰가 왕국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몬스터, 켄타우로스를 100마리 잡고 그것을 가디언으로 바꿀 속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창이 좋다.’ 그 경우 염두에 둔 무기는 창이었다. 그것까지 염두에 둔다면 여기서 창을 고르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건 한 번 언박싱 해줘야지.’ 무엇보다 이 아이템은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공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아이템 아닌가? 아즈모의 전매특허인 언박싱 콘텐츠를 할 수 있다는 의미.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고민을 끝냈다. ‘그래, 창으로 가자. 내가 광고 한 번 제대로 한 후에 바로 적당한 때에 경매장 올리자고.’ 이후 미다스는 바로 선택을 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습득했습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을 습득했습니다.] 2개의 아이템이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가득 채웠다.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순간. “후우." 그러나 반대로 아이템 선택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으로 미다스가 가슴 속에 있는 것을, NPC위가로부터 받은 것을 꺼냈다. [스킬 카드북을 개봉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것이 떠올랐다. ‘드래고닉 마나.’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을 때 봤던 스킬 하나가. ‘제발 한 번 더 나와라. 제발.’ 그때를 곱씹은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말했다. “럭키야, 하울링 한 번만 해줘.” 왕! 그러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하울링을 시작했다. 호우우우! 럭키의 시원한 하울링이 숲을 울렸다. “주인님, 저도 하겠습니다!” 그 모습에 골드가 자신 역시 응원을 자처했고, 그 모습에 미다스는 말했다. “아니, 넌 됐어.” “……명을 받듭니다.” 미다스의 그 말에 골드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호우우우! 반면 럭키의 하울링은 더 짙어졌다. 그 하울링 뒤로 미다스가 스킬 카드를 개봉했고, 곧바로 황금빛으로 물든 카드 다섯 장이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제발.’ 그리고 미다스의 눈알이 도박장의 룰렛 위 구슬처럼 움직였다. 이윽고 미다스의 눈알이 멈추었다. “아."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기색도 멈추었다. 주인의 모습을 본 럭키가 이내 하울링을 멈췄고, 골드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역시 저 나쁜 개의 응원은 별 도움이 안 되는군요. 주인님, 제가 다시 한 번 응원해드리겠습니다.” “……떴다.” “예?” “진짜 떴어.” 그 순간 미다스가 손을 뻗어 다섯 장의 카드 중 하나를 그대로 선택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드래고닉 마나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드래고닉 마나. 지금 미다스에게 가장 절실한 스킬이 손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알림. “우오오!” 호우우! 그 소리에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고, 럭키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하울링을 내질렀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보다 찬란해진 주인님의 위엄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짝짝짝! 그리고 골드는 빠르게 태세전환을 한 채 박수를 곁들인 알랑방귀를 꼈다. 그러한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흥분된 기색으로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새끼들, 다 뒈졌어!” 그 모습에 골드가 호응하듯 허리춤에 있던 시미터를 뽑아 높이 들며 소리쳤다. "보다 강한 적을 쓰러뜨리고 명성을 떨치실 주인님을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응?” 그런 골드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다른 사냥터 안 갈 건데?” 그리고는 대답했다. “위가의 도시 졸업하는 순간 100레벨짜리들이 덤빌 텐데, 뭐하러 50레벨로 어렵게 싸워?” 말과 함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미다스의 입가에 웃음기는 한 점도 없었다. 그것이 증거였다. “여기서 뽕 뽑고 가야지.” 미다스가 지금 어느 때보다 엄격하고, 진지하다는 증거. 80화. < 25화. 툰가 왕국 (2). > 4.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의 시선이 빠르게 자신의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보통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는 그저 나무가 가득한 평범한 숲. [트가르 (Lv61)]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나무로 위장 중인 트가르의 모습이 분명하게 들어왔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새하얀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볼.” 트리플 캐스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이어볼 캐스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오른손바닥을 펼치자 화염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잡는 순간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마운드 위에 올라선 투수처럼 투구 자세를 취했다. 표적을 향한 조준이나, 심호흡은 필요 없었다. 거듭된 훈련과 실전은 미다스에게 그런 것을 위한 시간 낭비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그대로 파이어볼을 던졌고,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그대로 평범한 나무에,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트가르로 보이는 것에 꽃혔다. 퍼엉! 거친 폭발음과 함께 위장하고 있던 트가르가 뜨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는 재차 마법을 던졌다. 파이어 스피어 그리고 아이스 스피어 . 그 두 개의 창이 약간의, 아주 약간의 시간차만을 두고 그대로 트가르의 가슴팍에 보이는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퍼엉! 콰직! 불꽃창과 얼음창이 순차적으로 거의 똑같은 곳에 꽂히는 광경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절반.’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고작 세 번의 마법 공격만으로 트가르의 HP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데미지 딜링. 더 놀라운 점은 이 상태에서 미다스의 마법은 아직 4개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라이트닝 볼트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화살 마법 4개. 더불어 이제는 아이스 애로우는 D랭크, 라이트닝 볼트는 E랭크로 랭크업이 된 상태였다. 이 3개 마법으로 쓸 수 있는 화살 개수는 12발이라는 의미. [위가의 활을 착용합니다.] 미다스가 그 12발의 화살이 위가의 활, 그 활시위에 달았다. 핑! 이윽고 활시위를 떠난 얼음 화살이 60미터, 먼 거리를 건너 달려오는 트가르의 가슴팍에 꽃혔다. 황금빛 과녁, 드래곤즈 아이에 꽃히는 순간 미다스는 쉼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조준 따윈 없었다. 그리고 필요 없었다. 푹! 위가의 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으니까. 삽시간에 12발의 화살이 트가르의 몸에 꽃혔다. 그게 끝이었다.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굳이 남은 마법 하나, 윈드 애로우를 쓸 필요도 없이 그 공격만으로도 중형급 몬스터인 트가르가 그대로 쓰러졌다. 왕! 럭키와 골드가 나설 기회조차 없을 정도. “주인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게 활약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시는군요.” 그러한 골드의 칭찬에 미다스는 손에 쥐고 있는 위가의 활을 놓으며, 대신에 허공에 뜬 칙칙한 갈색빛을 뿜는 50센티미터 남짓한 나무 지팡이를 쥐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에서 강력한 마력의 힘이 느껴집니다.] [마력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마력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그러자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85퍼센트쯤 남아있던 마력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엄청났다. [마력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1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자 마력이 가득 차오를 정도. 단순 계산으로 치면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도 6분여 정도면 마력이 가득 차는 수준이었다. ‘역시 대단해.’ 미다스 역시 제 스스로 경험하면서도 놀랄 정도의 회복량이었다. [드래고닉 마나]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누적 마력 회복량 10,000,000을 기록 시 타이틀 ‘자연을 느끼는 자’ 달성 !누적 마력 사용량 20,000,000을 기록 시 타이틀 ‘마력 파괴자’ 달성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다름 아닌 드래고닉 마나 스킬이었다. 물론 오로지 드래고닉 마나 스킬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나하나도 끝내주는데, 스킬하고 아이템 효과가 겹치니까…… 내 상식을 파괴하네.’ 마나 리커버리 필드 효과에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의 옵션, 여기에 미다스가 착용한 저주받은 목걸이와 사할린의 반지 역시 각각 마력 회복 속도를 35퍼센트와 20퍼센트 올려주는 옵션이 있었다. 마력 회복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게 당연지사. ‘용열병을 쓰지 않는 이상 마력을 바닥내는 게 힘들겠어.’ 이제는 마력을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마력을 바닥 내고 싶어도 전부 쓸 수 없을 정도였다. 미다스의 말처럼 용열병 스킬을 발동해야지만 마력이 소모되는 게 가늠될 정도. 그마저도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들었을 경우였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들 경우에는 트리플 캐스팅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용열병 스킬이 발동한 상태에서도 마력 소모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더 이상 마력 걱정은 없었다. 미다스가 지금 걱정하는 것 역시 마력 걱정이 아니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문제는 이 마력을 쓰기도 전에 뒈질지도 모른다는 거겠지.’ 미다스, 지금 그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으니까. 5. 영화든 콘서트든 스포츠경기이든 인상적인 경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진행 중일 때보다 끝난 이후가 더 뜨겁다는 것. BJ대마도사의 빌트가르 레이드도 그러했다. - 이번 BJ대마도사 빌트가르 레이드 봤음? ㄴ 노잼이었지 ㅋㅋ ㄴ o o 본인도 인정한 노잼 방송 ㅋㅋ 오히려 라이브 방송 때보다 그 이후에 세간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 아, 젠장 난 라이브 못 봤는데 ! ㄴ 너 말고 많이 못 봤음. ㄴ 너무 갑작스럽긴 했지. 기껏해야 시청자가 12만 명에 불과했었으니까 말이야. 시청자 12만명. 분명 라이브 방송 횟수가 채 5회도 되지 않는 루키를 기준으로는 엄청난 숫자. 그러나 갓워즈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라이브 시청자 숫자가 기본 천만 단위로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껏해야, 라는 표현이 붙어도 이상할 건 없는 숫자. 즉, 그 라이브를 본 사람보다 보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 그보다 대체 뭘 하는 걸까? 분명 그냥 단순히 레전더리 퀘스트 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ㄴ 분명한 건 10대 길드도 못 찾은 걸 한다는 거겠지. 무엇보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10대 길드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걸 보여줬다는 사실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야깃거리라고 해도 밑도 끝도 없이 빌트가르 레이드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법. 대개 그쯤 되면 이야깃거리는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사건으로 넘어가고는 했다. “다음은 툰가 왕국이겠지?” “재미있겠네. 툰가 왕국에서 플레이하는 애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까.” 그리고 지금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는 PK였다. 갓워즈의 5년 넘는 역사 속에서 명성을 떨치는 이들은 대부분 PK라는 이름의 신고식을 치러왔었으니까. BJ대마도사라고 해서 예외는 되지 않는 법. 아니, BJ대마도사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소문이 붙었다. 개중에는 허무맹랑한 소문도 있었다. “이거 제가 아주 특별한 루트를 통해서 얻은 소문인데, 10대 길드가 공동으로 현상금을 걸었데요. BJ대마도사를 PK로 잡는 거 영상 찍으면 무조건 상금 1억이라고!” 지금 이혁주가 하는 말처럼, 듣는 순간 실소가 지어질 만큼 허무맹랑한 소문이. 재미난 점은 그 소문을 모두가 실소로 넘기는 게 아니라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었다. “잡으면 그만한 광고 효과는 되니까.” “1억이 뭐야? BJ대마도사 잡아서 템 하나만 제대로 낚아도 1억이 되겠던데.” “그 위가의 하얀 지팡이인가? 그거 얻으면 로또지, 로또.” BJ대마도사가 만들어낸 존재감은 이혁주의 헛소리조차 그럴싸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한 주변의 반응에 이혁주는 기세등등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 놀라운 건요, 그 이야기 들은 BJ대마도사가 걔네들한테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데요.” “뭐라고?” “너희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당장 템 뽑고 럭키를 몰고 가서! 네놈들 머리통을 박살을 내겠어!” 이 역시 누가 들어도 헛웃음이 나올 헛소리였으나, 이번에도 휴게실 손님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동안 BJ대마도사 행보를 보면 그렇겠네.” “오히려 덤벼들기를 바랄걸? 덤벼드는 놈들은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잖아?” 그러한 호응에 이혁주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덤벼들길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일각에서는 BJ대마도사가 이렇게 상황이 되도록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말까지 나왔다니까요." “BJ대마도사가 10대 길드에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안 될 건 없죠.” 그 말의 끝에서 이혁주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렇죠, 현우 형?”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휴게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정현우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BJ대마도사가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10대 길드에 뭐하러 시비를 걸어?” 타당한 말. “뭐, 걸 수도 있지 않나?” “걔라면 그럴 것 같은데?” 그러나 막상 주변 반응은 정현우보다는 이혁주 쪽에 더 호응을 하고 있었다. “그렇죠?” 그 사실에 콧대가 높아진 이혁주를 보며 정현우는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정현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진짜 골 때리게 돌아가네.’ 지금 이 상황이 정현우의 새로운 걱정거리였다. ‘헛소문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 사실 처음 정현우가 거인의 숲에서 레벨업을 하고자 했을 때 고민했던 것은 세간이 BJ대마도사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였다. BJ대마도사도 …가 무서워서 최대한 레벨 찍네, 별거 아니었네, 그런 식의 눈초리. 그러나 세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게 아니면 BJ대마도사가 아직도 거인의 숲에서 랩업사냥 할 이유가 없잖아요? 진짜 제대로 싸우려고 하는 거죠.” “그렇지.” “아무렴.” 이혁주의 말처럼, BJ대마도사가 힘을 모으는 것은 진짜 큰 전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아, 미치겠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달가운 방향이 아니었다. ‘이런 식이면 날 잡으러 오는 놈들도 망설일 이유가 사라지는데……' 모두가 PK를 바라는 분위기라면, 자연스레 PK를 시도하려는 쪽에서는 부담감이 덜해지는 법. 무엇보다 10대 길드가 거론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BJ대마도사는 10대 길드조차 노리는 트로피가 될 터. 어쩌면 10대 길드가 정말 나설 수도 있었다. ‘10대 길드는 미친 새끼들이라고.’ 10대 길드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고, 그 자리를 지키는지 직접 두 눈으로 봐왔던 정현우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정현우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정현우는 속으로 푸념을 뱉었다. ‘이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믿는 놈들은 대체 머리에 뭐가 든 걸까?’ 6. “10대 길드랑 BJ대마도사랑 붙는다.” 박영준의 그 말에 부하 직원이 놀라며 말했다. “그거 그냥 소문 아니었어요?” “소문이든 아니든 간에 BJ대마도사는 10대 길드랑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어.” 말을 하는 박영준의 표정은 진지했다. 근거가 있었으니까. ‘만약 친하게 지낼 생각이었다면 어비스 길드가 우리에게 BJ대마도사를 찾진 않을 테니까.’ 10대 길드와 BJ대마도사 관계가 그다지 긴밀하지 않다는 확실한 근거가. 때문에 박영준은 확신했다. “오히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10대 길드와 싸우는 걸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BJ대마도사가 기획한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예? 본인이 바라고 있다고요?” “그래.” “아니, 그게 말이 되나요? 10대 길드랑 붙는 걸 바란다는 게?” 놀라는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은 말했다. “어비스 길드 대 BJ대마도사, 이렇게 타이틀 걸리면 시청자 몇 나올 거 같아?” “그야……" 그제야 부하 직원도 박영준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입꼬리 한 쪽을 올리며 말했다. “BJ대마도사는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알뜰살뜰 시청자 숫자 모으면서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어. 툰가 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있을 거야.” “……엄청나네요.” “그래, 우리는 그런 엄청난 사람이 운전하는 버스에 타고 있는 거고.” 이어진 말과 함께 박영준이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부하 직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요금을 내야지, 안 그래?” “또 뇌물 바치시게요?” 태블릿PC를 받는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솔직히 어지간한 스킬은 진짜 이제 줘도 안 쓸 것 같은데…… 의미가 있을까요?” 부하 직원의 그 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내가 설마 그걸 모르겠냐? 구매 목록에 있는 스킬 카드를 봐.” 그 말에 태블릿PC를 확인한 부하 직원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폭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건 추가 에어백이지.” 81화. < 25화. 툰가 왕국 (3). > 7. 프로야구선수 시절 미다스가 들은 많은 조언 중에 그런 조언이 있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무조건 온다. 예외 없이.” 세상만사 마음처럼 흘러가는 법은 없다고. 그에 대한 대처법도 말해주었다.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예외 없이 하나뿐이야.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정말 틀에 박히다 못해 틀에 박힌 채 썩어 문드러질 법한 조언. 그러나 지금 미다스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 케케묵은 조언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레벨과 아이템과 스킬뿐이다.’ 이제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자신의 미래 앞에서 미다스는 혼란을 느끼는 대신 사냥에 집중했다. [트가르를 사냥했습니다.] [파이어볼의 스킬 랭크가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쉴 새 없이 트가르를 사냥하며 경험치를 확보했고, 스킬 랭크를 올렸다. 더 나아가 그 이상의 것도 했다. “럭키, 오른쪽 트가르 막아!” 왕! “골드, 넌 왼쪽!” “명을 받습니다!” “골렘은 가운데 오는 놈!” 쿵! 자신과 함께하는 세 동료들을 이용해 한 번에 4마리나 되는 트가르를 상대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본래 미다스의 지론대로라면 그리고 트가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양상이었다. 이미 미다스는 럭키나 골드의 도움 없이 혼자 데미지 딜링만으로 트가르를 단숨에 처치할 수 있는 상황. 그저 트가르를 찾으면 적당한 거리에 자리를 잡은 후 마법 포격을 시작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미다스에게는 위장한 트가르를 구분할 수 있는 눈마저 있지 않은가? “난 남은 한 마리 처치 한다.” ‘이제부터는 나보다 더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해.’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난관을, 불편함을 자처한 것은 자신보다 더 많은 적과 싸울 때를 대비한 연습이었다.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는 것과 부족하기는 해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건 전혀 다른 법. ‘아이템부터 능력치나 스킬까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 상대로는 레벨 차이가 나도 내가 꿇릴 게 없다.’ 무엇보다 미다스란 캐릭터 자체는 이미 동급을 떠나서, 자신보다 레벨이 20~30레벨 높은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캐릭터였다. 아니, 이제까지 갓워즈에 등장한 그 어떤 플레이어 캐릭터와도 비교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뒈지면 내가 병신인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만약 비슷한 레벨대의 플레이어에게 당한다면 그건 오로지 하나, 미다스의 능력 부족 탓일 터.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병신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자신에게 닥칠 위협을 상대로 물러섬 없이 마주할 생각이었다. “다들 제대로 막아!” 왕! “예, 주인님!” 그렇게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거듭하며 쉴 새 없이 전투를 반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종국에 알림이 들렸다. [6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이제는 미다스가 말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알리는 알림이. 8. 6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미다스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아이템을 스위칭하는 일이었다. [블랙 트가르의 로브]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60레벨 이상 - 블랙 트가르의 껍질을 이용해 만든 로브다. 표면이 거칠거칠하지만 매우 질기다. - 근력 +17 - 체력 +13 - 지력 +47 - 마력 +33 - 공격력 +7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블랙 트가르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5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공격력 +13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물리 및 마법 방어력 +10퍼센트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블랙 트가르 세트 아이템을 착용했다. ‘진짜 비싼 거 질렀네.’ 더불어 블랙 트가르 세트는 60레벨이라는 아이템 레벨에 비해 유난히 비싼 편이었다. ‘하긴, 여기서 최대한 스펙업을 해야 툰가 왕국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지.’ 이유는 다름 아닌 툰가 왕국. 거인의 숲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거인의 숲 내에서는 최강자이지만, 툰가 왕국을 가는 순간에는 최약자가 됐으니까. 그렇게 최약자가 된 채 자신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로부터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스펙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 최대한의 스펙업이라 할 수 있는 블랙 트가르 세트는 그만큼 비쌌다. 또한 블랙 트가르 세트부터는 아이템 옵션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템은 똑같아도 어떤 아이템은 근력 스탯이 매우 높고, 반대로 어떤 아이템은 지력 스탯이 매우 높은 식. 자연스레 그 스탯에 따라서 아이템은 같아도 가격이 달랐다. ‘이제부터 진짜 돈지랄 들어가네.’ 심지어 이번에 미다스는 블랙 트가르 세트를 자신의 것만 산 게 아니었다. [가디언에게 블랙 트가르 세트를 장착합니다.] “맙소사, 주인님!” 골드, 가디언에게도 블랙 트가르 세트를 맞춰주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 제 목숨을 바칠 가디언에게 해줘야 할 마땅한 조치였다. ‘그것도 2배씩.’ 속이 쓰리더라도 해야 하는 마땅한 조치. "주인님과 같은 옷을 입다니,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골드는 새로운 자신의 검은빛을 내뿜는 옷을 바라보며 거듭 감탄을 토해냈다. 그 감탄 끝에 럭키를 바라보며 묘한 말을 뱉었다. “역시 주인님께서는 진정한 충신이 무엇인지 아시는군요.” 그 말에 럭키가 미다스를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미다스의 발치에서 몸을 비비며 말했다. 왕! 자기도 뭔가를 달라는 듯한 모습.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넌 템 못 착용하잖아?” 왕? 실망한 듯 놀라는 럭키가 이내 미다스로부터 스윽 거리를 벌린 후에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럭키야, 너까지 템 맞춰주면 나 굶어죽어.’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미다스의 귓속으로 마지막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 알림이 미다스가 그토록 60레벨 달성을 바랐던 이유였다. “예!" ‘제발, 제발 레전더리 하나만 가자. 그거 나오면 다시는 이 게임 운빨좆망겜이라고 욕 안 할게요.’ 그 알림에 미다스가 간절한 소망을 품은 채 대답을 하는 순간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펼쳐진 세상은 담백했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빛 몇 개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어렴풋이 드러내고 있었다. ‘씨발, 그러면 그렇…… 어!’ 그때 미다스의 눈에 유일하게 황금빛을 내뿜는 스킬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미다스가 머리 위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믿음이 부족했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렇게 고해성사를 한 후에 스킬 카드를 확인했다. [리사이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소모한 마력만큼 체력을 회복한다. 소모한 체력만큼 마력을 회복한다. 리사이클. 그것을 본 미다스의 입가에 그어진 미소가 조금씩 일그러졌다. ‘이거 뭐야?’ 일단 스킬 자체는 미다스도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서 모든 레전더리 스킬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그게 증거였다.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그렇게 좋은 소리를 듣던 스킬이 아니라는 증거. 정말 좋은 스킬이었다면 미다스가 모를 리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마법 쓰면 HP가 차고, HP가 줄어들면 마력이 차오른다, 이건가?’ 실제로 스킬 자체도 설명만으로는 좋다, 라는 소리가 쉬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효용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긴급탈출용이다.’ 미다스의 말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요긴하게 써먹을 스킬이었다. 예를 들면 마력이 바닥이 난 상태, 그런 상태에서 마법사들은 공격을 받아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스킬이 있으면 HP가 감소한 만큼 마력이 회복되며 반전을 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혹은 마력은 꽉 차있는데 치명적인 공격을 당해서 HP가 크게 감소한 상태에서 일단 목숨을 구하고 나면, 이후 마법만 계속 써도 HP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휘하는 스킬인 셈. ‘에라이, 이딴 거 쓸 바에는 그냥 힐링을 배우지.’ 물론 그럴 시간에 차라리 힐링 스킬을 써서 체력을 채우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다. 더욱이 미다스는 대마도사 아닌가? 사제 계열 힐러들만큼은 아니지만 평범한 힐링 스킬 정도는 배울 수 있었다. 차라리 그게 더 생존에 도움이 될 터. ‘나올 거면 공격 스킬이나 나오든가.’ 미다스가 실망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이유였다. 그의 푸념처럼 이런 것보단 차라리 유니크 등급이라도 좋으니 공격 마법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아니면 실드 계열.’ 혹은 실드 계열 마법. ‘라이트닝 실드가 부가 옵션은 좋지만, 방어력은 좀 떨어지니까. 차라리 마력이 넘치니까 마나 실드를……' 그 순간이었다. ‘마나 실드?’ 미다스의 머릿속에 마나 실드가 떠오르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그대로 바뀌었다. ‘가만,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마나 실드. 마력을 소모해서 실드를 만드는 스킬로, 실드가 손상을 입을 때마다 마력이 소모되는 마법 스킬로 마법사 클래스 플레이어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주 찾았다. 마력이 바닥나도 게임오버는 되지 않으니까. 반대로 그게 싫어서 오히려 쓰지 않는 마법사 플레이어들도 적지 않았다. 마력이 없는 마법사는 존재 가치가 없으며,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마력 부족에 허덕였으니까. 물론 지금 미다스가 생각하는 건 그런 사정 따위가 아니었다. ‘여기에 리사이클이 추가되면?’ 마나 실드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리사이클 스킬이 중첩되면 어떻게 될까? 마나 실드를 통해 데미지를 흡수하고, 그렇게 마력을 소모할 때마다 HP가 일정 조금씩이라도 회복된다면? 이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고민거리는 하나였다. ‘마나 실드 스킬 카드는 1만 5천 달러가 넘어.’ 스킬 카드 구매를 위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전에 착용했던 아이템을 싸게 팔면 당장 마련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손해가 너무 큰데……' 그 고민 끝에 미다스는 답을 내렸다. ‘아끼다가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야. 게임오버로 뒈져서 80시간 허비하는 것보단 손해를 보는 게 나아.’ “얘들아.”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끼잉……! “주인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과 눈빛으로 미다스를 바라봤고 미다스가 그런 그 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내 로그아웃을 눌렀다. 이윽고 미다스와 함께 럭키 그리고 골드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내 신기루처럼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정확히 5분 뒤였다. “우와, 씨발!” 미다스가 다시 등장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 충성! 충성! 충성!” 환호성과 함께. 9.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 “언제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원과 도움에 감사하며……" 그곳에서 박영준이 마치 대본 리딩 연습을 하듯이 손에 태블릿PC를 쥔 채 그 액정 위로 보이는 글을 읽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개중에서도 이번 마나 실드 스킬 카드를 선물해준 것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이에 대한 보답은 갚기 전까지 잊지 않겠다.” 이윽고 말이 끝나는 순간 앉아있는 부하 직원의 등 뒤에서 걸음을 멈춘 박영준이 부하 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봤지?” 그 물음에 부하 직원은 대답 대신 그저 놀랍다는 표정만 지은 채 두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마나 실드 스킬 카드에 이렇게 기뻐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영준, 그는 BJ대마도사에게 줄 선물로 구매한 건 다름 아니라 마나 실드 스킬 카드였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다. 마나 실드는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나름 충분히 효용 가치를 인정받았으니까. 주면 다들 감사히 받을 만한 선물이었다. 문제는 부하 직원의 말처럼 그에 대한 반응이었다. BJ대마도사, 막강한 재력을 가진 그가 고작 스킬 카드 하나를 구해준 것에 대해서 나름 장문의 감사 표시를 이메일을 통해 보낸 것이었다. 박영준이 BJ대마도사에게 준 선물이 그의 마음에 제대로 찔렀다는 의미. “일류 타자는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하고, 그걸 노리지.” 말과 함께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초일류는 그렇게 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거고.” 말을 마친 박영준이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홈런을 친 후에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거고.” 말을 뱉는 박영준의 눈빛은 이미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향해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다음이요?” “왜 기뻐했을까?” “예?” “BJ대마도사는 자기 포션값 수준에 불과한 스킬 카드에 왜 기뻐했을까? 필요하면 그냥 자기가 사면 되는데?” “그야……" 답을 고민하던 부하 직원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박영준이 답을 말해주었다. “BJ대마도사는 이미 10대 길드나 혹은 그에 준하는 세력들과 손을 잡을 생각은커녕 잡을 수 없는 처지가 됐을 가능성이 커. 여차하면 탐험가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서 몸을 피한다, 같은 선택지를 버렸을 거야. 진짜 혼자 싸울 생각이었던 거지.” “아……"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부족하나마 싸움에 도움이 되라고 방패 하나를 쥐여준 거야.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 “고맙겠죠.” 부하 직원의 입에서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은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이미 그다음을 보고 있었으니까. “조만간 라이브 요청이 올 거야. BJ대마도사의 툰가 왕국 데뷔전 라이브 요청이 말이야.” 10. 툰가 왕국은 크게 5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서남북, 네 개의 성과 그 중앙에 위치한 중앙성. 위가의 도시에서 자격을 증명하고, 워프 마법을 통해 넘어오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서(西)의 성이었다. 일명 웨스트 캐슬. 그러한 웨스트 캐슬은 위가의 도시와 비교해서 많은 부분이 달랐다. 성을 완벽하게 두르고 있는 무려 30미터 높이의 성벽과 그 안에 자리 잡은 정사각형 모양들의 건축물들은 화려함보다는 굳건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장 다른 건 플레이어들의 분위기였다. “도착했네.” “여기가 웨스트 캐슬이구나.” 워프를 처음 경험한 플레이어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으로 도배가 되던 위가의 도시와 달리 웨스트 캐슬에는 환호성 따위는 없었다. “긴장 풀지 마. 언제 당할지 모르니까.” “일단 뭉쳐서 움직여.” 대신 긴장감과 경계심만 가득할 뿐. 더욱이 그건 막연한 근심 걱정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 중 많은 이들이 이곳 웨스트 캐슬에서 PK를 통해 게임오버를 처음 경험했으니까. 이미 쌓인 결과 그리고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긴장감과 경계심이었다. 여유나 환호성 따위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 [툰가 왕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한 공간 위로 플레이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실에 다시 한 번 주변으로 경계심과 긴장감이 좀 더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 플레이어 뒤로 늑대 한 마리와 무장한 리자드 워리어 한 마리가 등장했다. ‘헉!’ ‘설마?’ 그것을 본 이들이 놀란 눈으로 등장한 플레이어를 바라봤다. “BJ대마도사다.” “그가 왔다.” 웨스트 캐슬에 도착하리라 예보된 태풍이 등장하는 순간. ‘어떻게 나올 거냐?’ ‘처음부터 기선제압 들어가려나?’ ‘전쟁을 준비했다고 하니, 좋은 분위기는 아니겠지.’ 그것도 단순한 태풍이 아니라 전운(戰雲)을 가득 머금고 있는 태풍이었다. 그 태풍의 등장에 웨스트 캐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긴장감과 경계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 사이로 미다스가 고개를 든 채, 주변을 확인한 후에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을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자신 쪽으로 손을 까닥였다. 와라! 그러한 제스처에 지목당한 플레이어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변의 분위기도 굳어졌다. ‘여기 경비 NPC들이 있는데 PK를 하겠다고? 미친!’ ‘쳐다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군.’ ‘진짜 전쟁을 준비해온 모양이야.’ 자신을 노리는 건 물론 노려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BJ대마도사의 의지에 일부는 고개를 돌렸다. 물론 지목 당한 플레이어는 그대로 굳었다. ‘씨발 그냥 보기만 한 건데 왜……' 자신이 BJ대마도사를 위한 제물이 되리란 것에 대한 억울함이 차오를 정도. 당연히 발걸음이 떨어질 리 만무했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오세요, 셀카 정도는 얼마든지 찍어드립니다.” 82화. < 26화. 신고식 (1). > 1. 갓워즈가 이미 가진 자들의 게임, 속칭 고인물 게임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후발주자들에게는 가혹하고, 참혹한 일. 물론 그럼에도 후발주자들 중에는 나름 인지도와 명성을 얻고 스타 플레이어가 된 이들은 제법 있었다. 그런 부류들이 걷는 길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미 막강한 권력과 유명세를 손에 쥔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의 매니지와 서포트 속에서 주어진 과제를 예상 이상으로 마치는 것들. 쉽게 말하면 이미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입학 시험지를 받은 후에 고득점을 받은 경우였다. 그게 아닌 경우는 외모가 뛰어나거나, 전직이 할리우드 스타라거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터 , 발통도르 후보자 같이 게임 외적인 요소를 가진 경우였다. 즉, 모두가 이미 준비된 레일 위에서 움직이면서 남들보다 빨리 나아갈 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웨스트 캐슬에서도 조용히 넘어가진 않겠지? - 돌아가는 이야기 보니까 대놓고 전쟁 벌일 것 같은데? - 전쟁 정도가 아니라 그냥 싹 다 죽이고 시작한다던데? BJ대마도사에 세간의 관심이 몰리고, 그 관심이 유난히 뜨거운 건 그 때문이었다. - 뭐든 간에 보통 프로 플레이어들하고는 다르겠지. - 길드빨, 후광빨로 게임 날먹하는 놈들이 오히려 BJ대마도사의 제물이 될 거 같은데? BJ대마도사에게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이미 자기들의 레일을 가진 자들, 기존의 기득권층들이었으니까. - 뭐든 간에 후광빨이나 길드빨로 콧대 세우는 새끼들 좆되는 거 보고 싶다. - 다들 BJ대마도사를 믿으라고! BJ럭키 님이 다 해주실 테니까! 그러한 기득권층에 고개를 숙이며 지내왔던 이들은 더 뜨겁게 끓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 BJ대마도사 웨스트 캐슬에 등장했다! 그 순간 들려온 그 속보는 한계까지 들끓는 냄비의 뚜껑을 확 치우는 것과 비슷했다. - 드디어 떴음? - 와, 이제 시작이네. - 진짜 10대 길드랑 붙는 거야? 눈앞이 하얗게 변할 만큼 거대한 열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하나였다. - 웨스트 캐슬 오자마자 뭐했어? - 개시는 뭐로 했어? BJ대마도사가 웨스트 캐슬에서 보여줄 첫 행보는 무엇인가? 그 관심 어린 질문에 목격자는 말했다. - 셀카 타임. 2. “치즈!” “치즈!” 만국 공통의 신호와 함께 미다스가 세 명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셀카를 찍었다. 사진 찍히는 소리는 없었다. 이 순간 자기 계정과 연동되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영상 파일을 받은 후 프로그램을 돌리면 얼마든지 원하는 각도에서 셀카 각도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BJ대마도사 님 감사해요.” 그렇게 셀카 촬영을 마친 미다스가 친절하게 대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예. 방송 꼭 챙겨볼게요.” “좋아요, 댓글, 구독 잊지 마시고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셀카는커녕 캡슐방에서도 그저 동네에서 게임 좀 하는 형동생 수준에 불과했던 미다스의 처지를 떠올린다면, 여러모로 미소가 지어질 법한 상황. “야, 다 찍었으니까 이제 럭키하고 찍자.” “아, 줄 너무 기네.” “빨리 줄서! 더 길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자신과 셀카를 찍은 플레이어들이 럭키와 셀카를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뒤로 부리나케 가는 모습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런 미다스가 자신의 앞을 바라봤다. 줄 선 이 따위는 보이지 않는 허전한 공간이 보였다. 그때 미다스의 오른쪽 측면에서 소란이 들렸다. “리자드 워리어랑 셀카 찍을 줄이야.” “나는 리자드 워리어가 아니라 가디언이다.” “템 새로 맞춘 거야?” “주인님께서 주신 충성의 증표이다!” “아즈모 말처럼 말이 많네.” “무엄하다!” 골드와 셀카를 찍기 위해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내는 소란이었다. ‘개만도 못한 게임인생.’ 이 참혹하기까지 한 인기도 차이에 미다스가 차오르는 쓴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괜히 셀카 타임을 자처했다가 욕만 보는 상황. ‘그래도 계획대로 흘러가네.’ 물론 이것은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그가 바보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셀카 타임을 가졌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일단 분위기부터 바꿔야해.’ 셀카 타임을 가진 목적 중 하나는 팽배한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분위기는 미다스에게 좋을 게 없었다. ‘내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매우 중요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을 앞두고 PK때문에 발목이 잡힐 순 없는 일. 최대한 싸움을 피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그렇다면 최소한 미다스 본인은 당장 날이 선 채 전쟁을 치를 생각이 없다, 라는 분위기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봐도 자기한테 시비를 걸 것 같은 인간의 얼굴에 침 뱉는 거랑 웃는 얼굴에 침 뱉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침을 뱉으러 오는 이들이 올 것이다. ‘PK로 시간 낭비할 틈은 없어. 그런 거에 발목 잡혔다가는 그게 진짜 문제가 되는 거야.’ 일일이 상대했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많이. 그렇기에 미다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저기, 셀카 찍어도 될까요?” “아무렴요.” 늪처럼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는 놈들 대부분을 단숨에 뿌리칠 수 있는 계획을. “자, 치즈.” “치즈!” 3. 그 어느 곳보다 긴장감과 경계심이 가득한 툰가 왕국의 웨스트 캐슬에 찾아온 때 아닌 셀카 타임. “아주 골 때리는군.” 그 광경을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플레이어 한 명이 말과 함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실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곧바로 그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오자마자 설마 셀카타임을 가질 줄이야.” “관심병이 말기환자다운 모습이지. 관심받고 싶어서 별 지랄을 다하는 놈이잖아?” “하긴, 이제까지 행동을 보면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얌전하면 뭔가 수작을 부리는 거라고 의심을 했겠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의 시선은 서로가 아니라 여전히 BJ대마도사만을 향하고 있었다. BJ대마도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게 증거였다. “그래서 어떻게 잡을까?” 그들이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사냥꾼이라는 증거. 그리고 그들이 그저 혹시? 하는 어설픈 마음에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이 아니라 정말 이 게임을 제대로 하는 실력자들이라는 증거. “일단 회사 허락은 나왔으니까 잡는 건 문제없지.” 스니코 게임 컴퍼니.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일본에서 나름 높은 인지도를 가진 그곳이 지금 이곳에 모인 채 대화를 나누는 5명의 플레이어들이 속한 곳이었다. “허락 정도가 아니라 잡으면 포상금도 주잖아?” 더불어 그들은 그곳에 그저 단순히 속한 게 아니라 회사로부터 월급과 지원금을 받으며 갓워즈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투자를 받을 만큼 검증된 재능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셈. “방법은 어떻게 할까?”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냥감의 기행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어.” 오히려 그 기행에서 틈을 봤다. “저런 식이면 접근하기는 더 쉬울 테니까.”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네.” “뭐, 다 생각은 똑같겠지.” BJ대마도사의 저 오만한 행동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로 만들 수 있는 틈을. “그러니까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우리가 먹어치워야지.” 그리고 그 틈을 발견한 이상 망설이지도 않았다. “자, 그럼 BJ대마도사 신고식 좀 치르게 해줄까?” 4. 웨스트 캐슬에 처음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웨스트 캐슬의 동문 밖에 위치한 황금 초원이었다. 이제까지 마주했던 사냥터들과는 그 어떤 방해물이나, 골칫거리는 없는 그저 드넓은 황금빛 초원. 때문에 이곳에 처음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대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저주받은 숲처럼 시야가 제한되는 것도 아니고, 늪지대처럼 골치 아플 것도 없고, 거인의 숲처럼 위장한 몬스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 완전 개꿀 필드 아니야?” 이제까지 마주했던 사냥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쉬운 무대를 마주했다고.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초원 필드 자체는 그리 난이도가 높은 무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 초원이란 무대는 얼마든지 지옥이 될 수 있었다. 황금 초원도 마찬가지였다. “개꿀? 그런 소리는 켄타우로스랑 한 번 만나보는 순간 목구멍으로 들어갔다 똥구멍으로 나올 거다.” 켄타우로스. 그 반인반마의 몬스터를 상대해보면 알 수 있다. 초원이란 무대가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좆같은 무대가 될 수 있는지. 어쨌거나 초원이란 환경이기에 필드에서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BJ대마도사다.” “역시 사냥터부터 오는구나.” 그곳에 럭키와 골드를 데리고 등장한 미다스를 플레이어들이 바로 발견하는 게 이상할 건 없었다. “저기, 설마 BJ대마도사이신가요?” 그리고 그런 미다스를 향해 누군가 놀라며 다가오는 것 역시 이상할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한 플레이어의 등장에 미다스가 말했다. “맞습니다.” “맙소사, 저 팬입니다! 와, 진짜 이곳에 오신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말과 함께 플레이어가 미다스에게 접근하려는 순간 곧바로 그 앞에 장애물이 생겼다. 크르르! “네놈, 그 이상 접근하면 주인님을 향한 내 충성심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럭키와 골드, 그 둘이 잽싸게 미다스를 보호했다. 평소 때의 광경이었다. 자신들 외에는 모든 것이 적인 세상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마법사 클래스에게 누가 보더라도 근접 딜러로 보이는 이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심지어 미다스에게 접근하는 플레이어의 뒤로는 그의 동료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야, 여기 BJ대마도사 님이 있어!” “BJ대마도사?” “맙소사, 그 아즈모도 인정한 슈퍼 루키?” 동료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다섯. 근접 딜러 혹은 탱커로 보이는 이가 세 명, 남은 한 명은 마법사와 힐러로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이었다. 초원은 역설적으로 엄폐물이 없고, 위치가 훤히 드러나며 기동력이 약한 원거리 딜러들보다는 오히려 근거리 딜러들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 무대였으니까. 달리 말하면 초원이란 무대에서 충분히 위력적인 전투력을 보일 수 있는 조합. 위협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짜다!” “헉, 럭키 님이다!” “맙소사, 럭키 님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물론 등장한 그들의 말투나 행동 어디에서도 적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저번 라이브 방송 정말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적의는커녕 미다스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검사로 보이는 플레이어는 어수룩한 기색을 드러낼 정도. “저, 저기 사진 한 장만 남겨도 될까요? 정말 제가 BJ대마도사 님을 만나 뵙는 게 소, 소원이었거든요.” 그 한 명이 이내 미다스에게 셀카를 부탁했다. “저, 저도 부탁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뒤에 있던 다른 한 명이 동참을 소망했다. "흠." 그런 그들의 모습에 미다스는 즉답 대신 지그시 플레이어들을 살펴봤다. 사실 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갓워즈에서 외형만 보고 그들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물론 그건 보통의 경우. 이내 확인을 마친 미다스가 말했다. “뭐, 안될건 없죠. 얼마든지 오시죠. 럭키, 골드! 긴장 풀어.” 미다스의 허락에 럭키와 골드는 더 이상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고, 그 사이를 갑옷을 입은 두 명의 플레이어가 지나쳤다. 크르르....... “흥.” 그런 와중에도 럭키와 골드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자신들의 주인을 향하는 플레이어들을 경계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 속에서 두 플레이어가 미다스의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한 명이 말했다. “지팡이 또 바꾸신 건가요? 하얀색이 아니네요?” 미다스가 손에 쥔 지팡이 색을 확인하고 던진 질문. 그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응, 너네 같은 새끼들 잡는 데는 이 지팡이가 훨씬 더 좋거든.”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남은 두 명의 얼굴 표정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뭐지?’ ‘갑자기?’ 돌처럼 굳었다. “자, 그럼 이제 연기 풀고 방송 들어갑니다.” 이내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그 둘은 어렴풋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함정?’ ‘우리가 노리는 걸 안다!’ 적어도 지금 BJ대마도사가 셀카를 찍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그 상황에 이르는 순간 그들은 재빨리 준비했던 행동을 나섰다. 스릉! 허리춤의 칼집에서 검을 뽑은 후에 그대로 미다스의 갑옷을 향해 내찔렀다. 푹! 그렇게 내찌른 검이 이내 미다스의 몸에 꽃혔다. ‘얕다.’ 그러나 그 깊이는 무척 얇았다. 가죽 갑옷조차 뚫지 못하는 수준. [마나 실드가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비결은 다름 아닌 마나 실드. 물론 그 사실을 미다스를 노리는 그 둘이 알 리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거리는 좁혔다.’ 그 둘의 목표는 오직 하나, 셀카를 찍는 척하면서 BJ대마도사에게 접근하는 것이었으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한 화력을 선보인다고 해도 그 근간은 마법사 아닌가? ‘템이 좋든 말든 마법사를 상태로 딜링만 계속하면 캐스팅은 불가능해!’ 마법사들의 HP가 낮은 건 당연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마법사 클래스들은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입을 경우 캐스팅이 강제로 취소됐다. 즉, 근접 딜러에게 이렇게 지척의 거리를 허락하는 순간 그 어떤 마법도 쓸 수 없는 처지가 된다는 의미. 물론 접근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에게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신수와 가디언이 있었으니까. ‘럭키와 골드가 오기 전에 처리한다.’ 그에 대해 내놓은 답은 럭키와 골드가 개입하기 전에 BJ대마도사를 그대로 게임 오버시키는 것이었다. “퓨리 소드!” “퓨리 소드!” 그것을 위해 그들이 이제는 스킬마저 사용하며 본격적인 근접 데미지 딜링을 시작했고, 그 둘의 스킬을 머금은 검이 그대로 BJ대마도사의 갑옷을 사정없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10초! 무려 10초 동안 BJ대마도사가 속절없이 공격에 노출됐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한 명이 칼로 베는 순간, 다른 한 명이 BJ대마도사의 몸을 발로 찼고 그렇게 뒷걸음질 치는 BJ대마도사를 향해 두 명이 동시에 칼을 내찌르는 식. 캐스팅 정도가 아니라 방어 자세를 갖추는 것조차 허락지 않을 정도로 몰아쳤다. ‘뭐지?’ ‘왜 이렇게 수월해?’ 너무나도 속절없이 당했기에 도리어 의문이 들 정도. 종국에 그들은 깨달았다. ‘신수랑 가디언은?’ 그들의 예상과 달리 럭키와 골드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인을 지키기 위해 최우선으로 주인에게 달려들어야 마땅한 그 둘의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을. “으악!" “젠장!” 그때 들려온 동료들의 비명이 알려줬다. ‘왜 저기서?’ ‘저들이 왜’ 지금 상황이 그들이 예상한 것과 달리 잘못되었음음. 물론 그것만으로는 의문이 풀릴 리 만무했고, 그런 그들에 미다스가 기꺼이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절 노리는 놈들이 많을 것 같아서 계획을 바꿨습니다. 제가 탱커 하기로요.” 그런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소모된 마력의 일부가 체력으로 전환됩니다.] [마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는 사냥꾼들을 향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나 죽이면 바로 스니코 게임 컴퍼니에 1억 엔 투자해줄게, 덤벼봐.” 83화. < 26화. 신고식 (2). > 5. 갓워즈에서 마법사 클래스를 공략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마법사의 약점은 근접전.’ 근접 딜러가 가까이 접근해서 공격을 하는 것. 이유는 많았다. ‘붙으면 꼼짝을 못하니까.’ 하지만 개중 가장 확실한 이유는 마법 캐스팅 도중에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거나 이동할 경우 캐스팅이 취소된다, 라는 갓워즈의 설정이었다. ‘나라도 다를 건 없고.’ 미다스라고 해서 그 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미다스가 놀라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건 럭키와 골드 덕분이었다. 그 둘이 완벽한 탱킹과 가드를 해준 덕분에 미다스는 근접전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이야기. ‘실력 하나만으로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 월급 받는 애들이 그 부분을 노리지 않을 리 없지.’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필시 플레이어들은 그 약점을 노리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럭키와 골드라는 벽을 넘어 미다스에게 닿을 것이 분명했다. 그 후에는? 진흙탕 싸움이 될 뿐이다. 이기더라도 남는 게 없는 진흙탕 싸움. ‘그러다가 럭키나 골드가 죽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진다.’ 최악은 그런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럭키와 골드가 게임 오버를 당할 경우였다. 골드의 경우에는 가디언인 만큼 다시 한 번 더 몬스터 100마리를 잡으면 소환이 가능했다. ‘럭키는 죽으면 80시간 동안 부활 불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도 해야 해.’ 그러나 럭키는 플레이어들처럼 80시간이란 시간을 지불해야만 다시 부활이 가능했다. 미다스가 여러모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거인의 숲에서 레벨업을 시도했던 이유였다. 솔직히 그것도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기에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리사이클과 마나 실드 스킬이 손에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생존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존의 전술방식대로라면 근접전을 허용하는 순간 미다스는 아무런 마법도 쓸 수 없는 그저 탐스러운 샌드백에 불과했다. 거기서 미다스는 생각을 바꿨다. ‘그렇다면 억지로 딜링하겠다고 나대는 것보단, 내가 탱킹을 하는 게 낫지.’ 자신이 탱커가 되자고. 지금 미다스가 두 명의 근접 딜러 앞에서 아낌없이 양팔을 크게 벌리는 이유였다. “야, 아직 내 피통 절반도 안 됐는데, 이래서 나 죽일 수 있겠어? 응?” 도발도 아끼지 않았다. [HP가 50퍼센트가 됐습니다.] 물론 그러한 도발 중 상당 부분은 허세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맞으니 깎이네.’ 리사이클 스킬을 통해 회복되는 양은 소모된 마력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마력이 10퍼센트 소모되면 HP는 대략 3퍼센트 정도 회복되는 수준. 만약 미다스의 HP와 마력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면 미다스가 웃기지도 않는 허세를 부린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뭐, 네놈들이 알 방법은 없겠지만.’ 그러나 갓워즈에서 그런 걸 볼 수 있는 방법이나 플레이어는 없었다. 단 한 명, 미다스만 빼고. 어쨌거나 그런 상황에서 허세를 부리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상정 범위다.’ 하물며 상대방의 아이템 세팅부터 모든 기본 데이터마저 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 변수는 없었다. ‘너희들에게는 상정 범위 밖이겠지만. 아주 먼 밖.’ 실제로 미다스의 그런 허세는 그를 공격하는 두 명의 플레이어, 야마토와 야마츠를 곤란케 했다. ‘이 정도 딜링이면 우리도 죽는데, 아직 절반도 안 됐다고?’ ‘대체 어떻게 해야 마법사 클래스 주제에 이렇게 버티는 거야? 모든 능력치를 체력에 투자한 건가?’ 자신들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의 데미지 딜링을 했음에도, 쉼 없이 칼질을 당하고, 바닥에 몇 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음에도 여유가 넘치는 미다스를 상대로 그들은 당황했다. “행동이 굼뜨네? 나 공격 안 해? 시간이 넘치나 봐?” 그리고 시간이 그들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을 더 당황케 했다. ‘이제 쓸 스킬도 없어.’ ‘쿨타임이 온다.’ 대부분의 주요 스킬을 사용하고 쿨타임이 시작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스킬을 뺀 기본 공격이 전부였으니까. ‘이유는 모르지만, 근력 스탯이 우리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 ‘스킬 효과가 사라지면…… 일방적인 공격은 불가능해.’ 하물며 거듭된 공격 속에서 미다스의 근력 스탯이 자신들에 비해 낮지 않다는 것도 파악한 상황. 시간이 소모된다는 사실에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크르! “네놈들! 주인님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죄 이 칼이 심판할 것이다!” 이미 일찌감치 힐러를 처치한 럭키가 이제는 마법사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물어뜯고 있었으며, 그런 마법사를 지켜야 할 탱커는 지키기는커녕 골드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빨리 나 잡아야지. 난 아직 전광석화랑 거대화는 쓰지도 않은 상태라고.” 더 나아가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럭키와 골드는 필살 카드를 꺼내지도 않은 상태. “아, 또 노잼 방송 보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보다 미다스를 노리는 이들을 참담하게 만드는 건 이 모든 상황이 라이브로 중계된다는 점이었다. - 역시 BJ대마도사 노잼이네. - 너무 세서 너무 노잼임 물론 야마토와 야마츠에게 BJ대마도사가 라이브를 하는 경우는 충분한 상정 범위 내였다. 딱히 그걸 신경 쓸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그 방송을 통해 BJ대마도사의 명성을 훔칠 속셈이었으니까. 방송 자체가 문제될 건 없었다. 문제는 지금 돌아가는 이 분위기였다. “스니코 컴퍼니는 설마 이런 애들에게 월급 주는 거 아니죠?”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 “진짜 이런 애들한테 돈 대주고 템 대주는 거면, 스니코 컴퍼니 진짜 돈 많은 모양이네. 나보다 많겠는데? 아즈모도 그런 건 돈 아까워서 안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아주 박살을 내고 있다는 것. ‘빌어먹을!’ ‘젠장, 이렇게 되면……' 사실 패배 자체는 무서울 게 없었다. 지더라도, 게임 오버를 당하더라도 그들의 회사는 이해해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허가가 나온 거니까. 하지만 패배에도 종류가 있는 법.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장난감을 넘어 놀림감이 된 채 패배하면 이야기는 달랐다. ‘네놈들 처지야 뻔하지.’ 그게 바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앞으로 미다스가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처치하면 처치할수록 몸값은 오를 것이다. 혹여 10대 길드 소속 플레이어라도 잡는다면, 그 후의 도전은 걷잡을 수 없을 터. 더 나아가 몸값이 오를수록 도전도 쉬워졌다. 리스크에 비해 메리트가 많아지는 셈이었으니까. ‘졌지만 잘 싸웠다.’ 패배해도 손해 볼 건 없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미다스는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그딴 건 기대하지 마라.’ 자신을 노리고자 한다면 명예 대신 멍에를 짊어질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럭키가 나카토를 처치했습니다.] [골드가 동장군을 처치했습니다.] 그때 미다스의 귓속으로 그리고 미다스를 몰아치던 둘의 귓속으로 3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오버 됐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크르르! “네놈들!” 이제는 미다스 쪽이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상황. - 게임 끝이네. - 탱커가 탱킹 잘했네. - 역시 BJ럭키 님, 탱커가 탱킹만 해주면 무조건 캐리지! 사실상 승부가 끝난 그 상황에서 미다스가 방송을 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37점.” 갑작스러운 말. - 무슨 의미지? - 뭐야? - 37점? 그 표현에 의문을 가진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설명을 해줬다. “얘네들 점수요.” 그 순간 럭키와 골드가 그대로 그 둘을 덮쳤다. 6. - BJ대마도사 신고식 라이브다! 그 라이브 소식은 BJ대마도사의 팬들조차도 바로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BJ대마도사의 방송 소식에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 누가 먼저 시비 걸었어? 10대 길드임? ㄴ 잘 모르겠는데? ㄴ 일단 10대 길드는 아닌 듯. ㄴ 10대 길드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이들이 이 채팅창 어딘가에 있을걸? BJ대마도사를 사냥하고자 하는 이들, 그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의 PK실력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니까. 그러한 부류들은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 그런데 어떻게 붙은 거야? ㄴ BJ대마도사랑 셀카 찍고 싶다고 접근한 두 명이 그대로 그냥 칼을 찔렀음. ㄴ BJ대마도사가 셀카질 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거 같더라. ㄴ 그런데 그거 심각한 상황 아님? BJ대마도사 좆되는 거 아니야? ㄴ 그런데 BJ대마도사가 탱킹함. ㄴ 뭐? BJ대마도사에게 접근하는 수법부터 그 이후 BJ대마도사의 탱킹 선언까지. 예상할 만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없었다. - 와, 대체 이번에는 뭘 어떻게 했기에 저 딜링을 버티냐? - 마법사가 탱킹을 하네? - 그래, BJ대마도사 같은 좆밥이 탱킹하고 BJ럭키 님이 딜링 하는 게 낫긴 하지. 충격의 연속. 그러나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사냥꾼들은 그 상황 속에서도 계산을 했다. 정말 틈이 없는 것인지. BJ대마도사의 저 PK스타일의 파훼법은 없는지. 있다면 그것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그렇게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이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런 저울질은 오래가지 않았다. - 스니코? 스니코 컴퍼니? 일본 20대 컴퍼니 중 한 곳이잖아? 거기 애들이었어? - 헐, 그래도 나름 네임드 컴퍼니 소속이네? - 그런데 거기 소속이란 걸 어떻게 안 거지? ㄴ 정보력이 장난이 아닌 거겠지. ㄴ 와, 그럼 알고 당해준 거네? BJ대마도사가 오히려 상대방의 정체를 알고, 그들의 접근을 용인했다는 것을 보는 순간 그리고 그 습격자들이 유린을 넘어서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한 처지가 되는 걸 보는 순간 대부분의 이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 쟤네들은 조만간 퇴출되겠네. - 이야, 이거 BJ대마도사 잡으려면 게임 인생 걸어야겠는데? - BJ대마도사한테 잡히면 그냥 새로 키워라. 이제까지와는 그 리스크가 비교할 수 없다고. - 이거 보고 많이들 포기할 듯? - 탱킹 되는 마법사를 어떻게 잡아? ㄴ BJ대마도사를 그냥 무시하고 럭키랑 골드를 상대하면 되잖아? ㄴ BJ대마도사는 놀겠냐? 바로 트리플 캐스팅하고 마법 난사할 텐데. ㄴ 대형 보스 몬스터도 솔로킬 내는 딜링을 플레이어가 버티겠어? ㄴ 그래도 방법은 있겠지. 물론 그것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은 부류들이 있었다. “노잼 PK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말했다. “고생하신 보답으로 화끈한 화력쇼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더 강렬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7. 5대3의 관계가 2대3이 되는 순간, 사실상 게임은 끝난 상황이었다. [야마토를 처치했습니다.] [야마츠를 처치했습니다.] 럭키와 골드, 둘은 이미 모든 스킬을 미다스에게 사용한 두 습격자를 빠르게 그리고 가차 없이 처리했다. 크르르! “주인님을 위협한 죄, 죽음만으로 갚을 수 있다!” 그렇게 쓰러진 5구의 플레이어들, 이제는 마네킹이 되어버린 습격자들을 미다스가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마치 자신의 몸을 문 벌레를 보듯이. ‘어휴, 위험하긴 위험했네.’ 물론 그 표정과 달리 가슴은 벌렁벌렁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공격 더 받았으면 위험했겠어.’ 미다스가 가진 탱킹 능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레벨 대의 탱커 수준일 뿐, 레벨을 초월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그 증거로 지금 미다스의 남은 HP는 34퍼센트에 불과했다. 2명이나 되는 근접 딜러, 그것도 나름 충분한 아이템을 갖춘 이들의 스킬 전부를 고스란히 맞은 것치고는 대단했지만, 만약 원거리 딜러의 지원이 있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터. ‘역시 예상대로 7명 정도가 한계겠어. 그 이상은…… 튀는 수밖에.’ 그게 미다스가 연기를 하는 이유였다. 어쨌거나 보는 이들은 이런 사정을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더욱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BJ대마도사란 존재를 부풀려줄 때.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잡았으니 루팅은 해야겠죠.” 일단 자신을 공격한 이들에게서 아이템을 뜯어냈다. [아이템을 루팅합니다.] 지척에 있는 마네킹을 루팅하자, 일반 몬스터와는 다르게 카드들이 등장했다. “어차피 얘네들 아이템 다 합쳐봐야 이번에 새로 얻은 이 지팡이 값도 안 나오겠지만.”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역시 나름 이름빨 있는 곳에서 지원받아서 그런지 템값들이 최소 50만 단위네.’ 만약 미다스의 속내를 볼 수 있었다면, 아카데미상을 줘도 될 만큼 훌륭한 연기였다.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당연히 미다스는 그중에서 가장 비싼 것을 골랐다. [트가르의 나무 방패를 획득했습니다.] [켄타우로스의 갈기 로브를 획득했습니다.] 4명에게서는 모두 레어 등급 아이템, 그것도 가진 것들 중 가장 비싼 것만을 뽑았다. ‘대충 합치면 3백만 원은 넘겠는데?’ 상당한 수익. 하지만 미다스의 시선은 그것보다는 자신을 향해 셀카를 찍자며 다가온 플레이어, 야마토를 향했다. 미다스, 그가 야마토를 루팅했고 이내 뜬 카드 중에 하나를 잽싸게 골랐다. [툰가 왕국 전사의 검 ] 이내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살짝 놀라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어, 툰가검이네?” 툰가검, 그 표현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이 바로 반응했다. - 툰가 왕국 전사의 검? 그거 유니크잖아? - 꽤 비쌀 텐데? - 4천 달러쯤 할걸? 옵션 좋은 건 5천 달러까지 받을 수 있고. 툰가 왕국 전사의 검. 문자 그대로 툰가 왕국의 전사에게만 주어지는 유니크 등급의 무기였다. ‘그래, 이걸 원했어.’ 미다스가 야마토를 지그시 바라봤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거면 치킨이 몇 마리야?’ 기쁨에 전율과 환호성이 절로 나올 지경. 그러나 미다스는 그러한 감정을 꾹 참았다. “기름값은 남겠네요.” 꾹 참으며 이번에도 여지없는 허세를 부렸고, 그 사실에 채팅창에 다시 한 번 어수선해졌다. - 기름값 ㅋㅋㅋ - 요즘 기름값 많이 내렸던데. - 기름값밖에 안 나오는데 BJ대마도사 님이 게임을 제대로 하시겠어요? 후원 좀 합시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전황을 보고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 중에 스킬을 사용 중이거나, 버프 도핑을 마친 이들은 없었다. ‘얘네들이 실패하면 덤비려던 놈들은 일단 멈췄군.’ 예상 밖의 상황에 일단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는 증거. ‘오케이.’ 미다스의 바라던 상황이었다. ‘그럼 바로 가자.’ 덕분에 미다스는 주저 없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갔다. “노잼 PK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신 보답으로 화끈한 화력쇼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말을 건넸고, 그 말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그 어수선함을 향해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지팡이,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꺼내며 말했다. “마법사 보러 오셨으면, 마법을 보셔야죠.”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해주마.’ 84화. <27화. 제한 구역 (1). > 1. 켄타우로스. 황금 평야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 몬스터는 그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일단 스탯 자체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방어력이 높은 것도 아니었고 HP가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돌진만 막을 수 있다면 공격력 역시 대수롭지 않았다. 2미터에 이르는 신장 역시 앞서서 트가르 같은 큼지막한 괴물을 상대해봤던 플레이어들이라면 오히려 아담하게 느껴질 정도. 외형적인 특징 역시 켄타우로스란 존재는 플레이어들에게 어느 정도 상상 가능한 존재였으며 지독한 혐오감이 들거나 그런 종류도 아니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돌진이었다. 오크 때와 비슷했다. 차이점은 오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압도적이고, 파괴적이라는 것. 그런 이유로 모든 켄타우로스 공략법은 탱커가 먼저 켄타우로스에게 달라붙는 것을 전제로 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듣는 몇몇은 의문을 던졌다. - 켄타우로스 HP 별로 안 높다면서? 그럼 오기 전에 그냥 원거리 딜링으로 그냥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 맞아. 평야라서 시야 방해하는 것도 없고, 직선적으로 달려오는 거잖아? 그냥 잡으면 되는 거 아님? - 덩치도 좋겠다, 맞추는 거 어렵지도 않잖아? 그냥 화력으로 맞불을 놓아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 게임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ㅉㅉ - 그게 말이 돼 ? 아즈모도 그 정도는 못했어! 그런 수준의 화력을 5인 이하 파티가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게 이유였다. - 그런데 왜 BJ대마도사는 됨? - 이건 뭐임? 지금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라이브 방송에 사람들이 놀람을 멈추지 않는 이유. 말 그대로였다. “전 거인의 숲에서 트가르도 그렇고, 황금 평야에서 켄타우로스도 그렇고 이거 잡기 어렵다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가요. 아니, 그냥 먼거리에서 딜링하면 되는데 왜 고생을 하는 걸까요?” 미다스, 그는 켄타우로스 사냥을 함에 있어서 특별한 전술이나 전략을 쓰지 않았다. 켄타우로스를 발견하고, 그 후에 마법을 캐스팅 한 후에 그대로 공격을 했다. 그뿐이었다. 럭키의 사생결단도, 골드의 저지도 필요 없었다.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여섯 개의 마법이 미다스의 손을 통해 구현되는 순간 켄타우로스는 그대로 미다스 앞에서 고꾸라졌으니까. - 씨발, 내가 저거 잡을 때 세 번 죽었는데. - 와, 켄타우로스가 저렇게도 잡히는구나. - 템빨좆망겜이네.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화력. - 아니, 근데 이번에는 왜 포션 안 마심? - 화력은 빌트가르 때도 알겠지만, 유지력이 왜 이래? - 99마리째 잡은 거 같은데 회복 포션 한 번을 안 먹네? 더 놀라운 것은 미다스가 그런 식으로 잡은 켄타우로스의 숫자가 99마리에 이를 때까지 단 한 번도 포션 회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 대체 며칠 사이에 뭘 어떻게 한 거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빌트가르를 상대로 백만 원에 가까운 포션을 아낌없이 마시던 모습을 보여준 미다스이기에 보는 이들은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마력 부족이 약점 아니었나? 특히 미다스를 사냥하고자 했던 사냥꾼들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BJ대마도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지력이 커버되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상식을 뛰어넘었으니까. 그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표적인 마법사가 화력이 강할수록 노리는 근접 딜러들은 더 악착같이 달려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마법사가 탱킹 역할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 사냥을 위한 리스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일. ‘중학야구대회에서 MVP하면 프로 입단하는데 나쁠 건 없지.’ 그리고 메리트에 비해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높아지면 자연스레 도전해야 할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어깨가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하물며 그 리스크가 게임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수준이라면? 과연 이미 나름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아서 월급 받고, 지원받는 이들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태풍에 몸을 던질 필요가 있을까? ‘자, 그럼 이제 마무리 들어가야지.’ 그렇게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게 골치 아픈 리스크를 안겨준 미다스가 마지막 화룡점정을 준비했다.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켄타우로스 10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켄타우로스를 가디언으로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100마리 다 잡았으니 골드 몸 좀 바꿔줍시다!” 이제는 리자드 워리어가 아닌 켄타우로스가 BJ대마도사의 가디언이 됐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2. [켄타우로스를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그 알림이 듣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이제까지 방송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의 끝을 알리는 알림을. 그 말에 채팅창이 바로 아수라장이 됐다. - 어? 뭐야? 여기서 끊는 게 어디 있어? - BJ럭키님 이러지 마세요. - 와, BJ골드님 방송 재미없게 하시네.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채팅창에 미다스는 오히려 만족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 보여주면 재미없지.’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처음부터 전부 보여주는 것보단 나눠서 보여주는 게 더 이익이 되는 법. ‘이제부터는 날 노릴 진짜배기 놈들을 상대로 모든 카드를 보여줄 수도 없고.’ 무엇보다 미다스는 아직 PK로부터 자신이 자유로워진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어중이떠중이들은 미다스의 이번 퍼포먼스로 BJ대마도사 사냥을 포기할 것이다. 장담컨대 대부분의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은 BJ대마도사 사냥을 불허해줄 가능성이 컸다. 솔직히 말하면 BJ대마도사를 사냥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플레이어, 개인이지 그 플레이어를 지원하는 집단의 이익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그에 대한 처리는 그 집단이 해야 하는 상황. 모두가 쉬이 노릴 수 없게 된 건 분명했다. ‘몸값이 높아지면 또 계산은 달라지는 법이니까.’ 달리 말하면 이번 일로 BJ대마도사란 트로피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이며,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의 수준 역시 앞서 상대한 스니코 게임 컴퍼니의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런 진짜 맹수를 상대로 가진 모든 카드를 이익도 되지 않는데 보여줄 이유는 없었다. “주인님! 새로운 육신으로 인사드립니다!" 그사이 이제는 켄타우로스의 몸을 갖추게 된 골드가 검은 트가르 세트를 입은 채 미다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 골드에게 미다스는 아이템 창에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창 한 자루를 꼬나 쥔 골드가 감격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주인님의 이 은혜, 충심으로 갚겠습니다. 주인님! 어떤 적이라도 좋으니,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왕! 각오 가득한 전의를 불태웠고, 럭키 역시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뜨거운 외침을 내질렀다. “자, 가자.” 그러한 그 둘의 불타오르는 전의에 미다스가 말했다. “웨스트 캐슬로.” 왕? “예?” 갑자기 전투를 멈추고 성으로 돌아간다는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의문을 던졌다. 반면 명령을 내린 미다스는 망설임이 없었다. ‘날 노리는 놈들이 리스크를 계산하는 사이, 최대한 빨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시켜야 해.’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3. “꺄아, 럭키다! 귀여워!” “우와! 골드다! 새로운 몸 멋지다!” “에이, BJ대마도사네. 실제로 봐도 별로다.” 웨스트 캐슬에 돌아온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자신을 알아보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러나 처음 웨스트 캐슬을 떠날 때처럼 셀카를 요청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역시 소문은 금방 퍼진단 말이야.’ 셀카 요청을 빌미로 미다스를 습격했던 무리들에 대한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계획대로다.’ 덕분에 미다스는 시간 낭비 없이 붉은빛 기둥이 솟구치는 탑에 이를 수 있었다. 탑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상황은 더 쾌적해졌다. “어? 동쪽 탑이잖아?” “여기 아무도 못 들어가는 곳인데?” 동쪽 탑. 미다스의 목적지가 그곳임을 확인한 일부 플레이어들이 놀랐고, 그 놀람에 몇몇이 의문을 던졌다. “못 들어간다고?” “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탑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경비병들이 직접 해주었다. 경비병들이 창을 쥔 손을 미다스의 앞으로 확 뻗었다. 쿵! 그리고는 창으로 땅을 찍었다.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그러한 제스처에 미다스는 물론 미다스 뒤를 쫓아오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멈췄다. 그때 미다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후에 경비병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 편지를 보내신 분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자 경비병이 창을 치운 후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 뭐야?” “저 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야?” 플레이어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는 경비병을 넘어 그대로 탑으로 향했다. 물론 들어가는 와중에 미다스는 자기 홍보를 잊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 매우 특별한 걸 해야 해서 말이죠.” 이제는 이미 자신이 특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공개된 상황.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미다스는 차라리 대놓고 그것을 이용해 먹었다. “아주 특별한 것. 그게 뭔지는 조만간 라이브 방송이나 영상을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구독 잊지 마시고, 좋아요, 댓글도 꼭 눌러주세요.” 그 인사를 끝으로 미다스가 탑에 달라붙은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후 문 앞에 서는 순간 문이 열리며 알림이 들렸다. [동쪽 감시탑에 입장합니다.] 그 알림과 함께 문 너머로 들어가는 순간 미다스를 맞이한 건 20평 남짓한 텅 빈 공간, 그 바닥에 자리 잡은 마법진이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미다스에겐 딱히 놀라운 광경이 아니었다. ‘텔레포트 마법이네.’ 갓워즈 고인물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아닌가? 왕! 왕! “괴상망측한 곳이군요. 위험한 냄새가 납니다.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물론 이 광경을 처음 보는 럭키와 골드는 평소와 다르게 날이 선 반응을 보이며 주변을 경계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스으으! 기괴한 소리와 함께 마법진 위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뿜어진 빛들이 무언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왕! “누구냐!” 그 사실에 럭키와 골드가 놀라며 반응했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에헤이! 애들아, 그렇게 놀라면 우리가 너무 없어 보이잖아? 별거 아니니까 긴장 풀어.” 여유 넘치는 모습과 함께 미다스가 이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마법진을 보며 말했다. “그냥 텔레포트 마법일 뿐이라고. 기껏해야……" 이윽고 미다스의 앞에 NPC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이었다. “헉!" 그 NPC정체를 누구보다 먼저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골드와 럭키가 지그시 바라봤다. 왜 그러세요? 없어 보이게? 마치 그리 말하는 듯한 그 둘의 시선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미다스의 가슴은 벌렁벌렁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착했군.” 그 짤막한 말을 내뱉으면서 이내 모습을 드러낸 NPC의 정체를 미다스는 알고 있었으니까.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하네. 급한 일이라서 말이야. 아, 내 소개를 하지. 자가라일세.” NPC자가라. “부족하나마 이 서의 성에서 성주 노릇을 하고 있지.” 이곳 웨스트 캐슬의 성주. 쉽게 말하면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으신 양반이었다. ‘아니, 첫판부터 보스가 나와?’ 미다스가 놀라는 이유였다. 위가의 도시 때만 하더라도 위가를 만남에 있어서 미다스는 적지 않은 NPC를 만났었다. 그게 대부분 게임들이 추구하는 방식이었다. 과정을 거치고 자격을 증명한 후에야 나름 주조연급을 만나게 해주는 것. 더욱이 NPC자가라는 그냥 단순한 성주가 아니라 툰가 왕국의 국왕의 아들, 왕자였다. 물론 단지 그것만이라면 이토록 크게 놀랄 일은 없을 터. ‘툰가 왕국 기사로 인정받으면 얻을 수 있는 기사의 검이…… 기본 6만 달러부터 시작이지.’ 미다스를 놀라게 한 건 그런 NPC자가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툰가 왕국 기사의 검의 시세였다.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다음 퀘스트, 장난 아니다.’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역시 결코 보통 퀘스트는 아니라는 것을. 보상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설마 빌트가르 같은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또 잡으라는 거 아니지?’ 갓워즈에서는 큰 보상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까. “이야기는 이미 들었네. 그리고 자네도 이미 사정은 대략적으로 설명을 들었을 터.” “예." 그런 이유로 한껏 긴장된 미다스가 이내 퀘스트를 이어갔다. “그럼 이야기는쉽지. 원하는 건 하나네. 어찌하여 내 강인한 부하들이 단서조차 남기지 못한채 죽음을 맞이했는지 그이유를 알아내고 해결해주게. 그리해준다면 내 이름을 걸고 그에 준하는 대가를 주겠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순간 알림과 함께 퀘스트 창이 떴다. [제한구역]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8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황금 평야의 제한 구역으로 이동해 그곳의 상태를 조사하라!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정체 모를 자’ 진행 가능 !한 번도 죽지 않고 공략 시 추가 보상 및 ‘자가라가 인정한’ 타이틀 지급 !자가라가 인정한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25)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마스터 스킬북(유니크) 그 알림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돌아갔다. ‘마스터 스킬북? 그것도 유니크 스킬을?’ 마스터 스킬북.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마스터 랭크, S랭크로 만들어주는 스킬북이었다. 유니크 전용이라면, 가진 유니크 스킬 중 하나가 무작위로 S랭크가 되는 셈. 오로지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으며, 거래가 불가능하기에 더욱더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도 함께?’ 그러한 것을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과 같이 준다? 놀라운 보상이었다. 놀랍기에 미다스는 오히려 긴장했다. ‘추가 보상 조건이 노데스 클리어……' 특히 추가 보상 조건인 죽지 않아야 한다, 그 사실이 미다스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이 퀘스트는 기본적으로 하다 보면 몇 번 뒈질 수밖에 없는 퀘스트이니까 각오하라고. 잔뜩 긴장한 미다스를 향해 NPC자가르가 말을 이어갔다. “현재 그곳에 모두의 출입을 금지해두었네.” 그 말에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이거네.’ 좋은 의미는 아닐 터. “정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입니까?”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NPC자가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는 결계를 쳐두었네.” 그 말에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빌어먹을.’ 그때였다. ‘잠깐만.’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듯 미다스가 재차 물었다. “정말 아무도, 네버,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겁니까?” “그렇다네.”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이어진 물음에 NPC자가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더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이상 절대 불가능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굳은 표정 속에서 미소가 옅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깐, 이거 개꿀 같은데?’ 85화. <27화. 제한 구역 (2). > 4. 켄타우로스와 그것을 사냥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이 가득 한 황금 평야, 그 드넓은 평야 한 곳에 자그마한 빛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그렇게 등장한 빛무리 사이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다름 아니라 늑대 한 마리였다. “주인님, 다시 이곳에 왔군요.” 이어서 갑옷으로 무장한 켄타우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그다음은 미다스였다. [황금 평야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다시 왔지.” 귓가로 들리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시스템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린 미다스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표정으로 미다스가 자신의 뒤에 등장한 NPC요나스를 바라보았고, 그 표정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NPC요나스는 말했다. “이곳입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곳곳에서 사냥꾼이 오기를 기다리는 켄타우로스들과 그런 켄타우로스와 치열한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나 올 수 있는 평범한 사냥터 필드의 모습. ‘여기라고?’ 그 어디에서도 제한 구역이란 표현은 찾을 수가 없는 평범한 무대였다. “결계로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때문에 그냥 육안으로 봐서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이 NPC요나스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지금 저 안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과 말을 덧붙인 채.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처리해야겠군요. 어떻게 해야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NPC요나스는 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손바닥 크기의 판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주었고, 미다스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금의 인장이 결계의 틈을 보게 해줍니다.] [제한 구역에 입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어진 알림 뒤로 NPC요나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결계의 틈을 보면 반응하는 인장입니다. 이 인장이 황금빛을 내뿜으면 결계의 틈이 있다는 의미이니, 그 틈을 통해 이동해야 합니다. 틈은 무작위로 생성되고 소멸됩니다. 또한 틈은 지나가는 순간 사라집니다. 나오실 때는 다른 틈을 찾으셔야 합니다.” 어딘가에 문이 생길지 모르니, 이 인장을 들고 열심히 주변을 배회하라! 미다스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설명이었다. ‘뭐, 잘 보이네.’ 미다스의 눈에는 결계의 틈이, 마치 바다 위에 만들어진 소용돌이와 같은 것들이 보였으니까. ![결계의 틈] !입장 시 사라진다. !9분 11초 후에 소멸 심지어 그 위에 달라붙은 친절한 설명마저 보였다. ‘확실히 어려운 과제네.’ 들어가는 것조차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 아니, 사실 들어가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시간은 소모될지언정 위험할 일은 없으니까. 문제는 한 번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출구를 찾는 건 다른 일이라......." 어떤 위험이 있을지 공간에서 새로운 출구마저 찾아야 한다는 것. “결계 안으로 들어가시면 나오실 때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혹여 미리 출구를 발견해 두었더라도 NPC요나스의 설명처럼 틈은 언제 생기고, 사라질지 몰랐다. ‘튀기는 힘들다, 이거군.’ 갓워즈에서 기본적으로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탈출이었다. 안 되면 튀자! 하지만 이번처럼 출구 자체가 수시로 바뀐다면? ‘인스턴스 던전보다 더 골치 아파. 그런 경우는 차라리 난이도가 정해져 있으니까.’ 더욱이 이번 던전은 정해진 숫자의 몬스터만 존재하는 인스턴스 던전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필드이되, 그저 출입구만 수시로 바뀌는 무대일 뿐. ‘노데스 조건이 붙을 만하네.’ 여러모로 몸 멀쩡히 하기는 힘든 일.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는 걱정이 없었다. “그러니까 안에 들어가면 똑같이 결계의 틈을 찾으라, 이 말이죠?” "예." 그 말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들어가자!”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이렇다 할 탐색 없이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결계의 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자 곧바로 보이는 풍경이 바뀌었다. [제한 구역에 입장했습니다.] [제한 구역 입장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제한 구역 최초 입장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건 황금 평야, 그 안을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는 검은 안개였다. 말 그대로였다. 검은 안개들이 마치 바람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그 사실에 옷자락이 펄럭이고,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괴로울 정도. 왕! “주인님!” 바로 지척에 있는 동료들조차 그 모습을 제대로 육안으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세상 너머 곳곳에는 켄타우로스들이 가득했다. [좀비 켄타우로스(Lv74)] 다름 아닌 이미 죽어 좀비가 되어버린 켄타우로스들이. 개중 한 마리가 미다스 일행을 발견하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왕! “무언가 옵니다!” 그 낌새를 느낀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미다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뿐이었다. 왕! 왕! “잘 보이지 않는군요. 위험합니다, 주인님 제 뒤에 서십시오!” 얼마나 빠르게 오는지 그리고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럭키와 골드 역시 쉬이 가늠할 수 없었다. ‘오케이.’ 오직 한 명, 미다스의 눈에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일 뿐. 이윽고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결계의 틈]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손을 휙휙 흔들며 럭키와 골드를 불렀고, 이내 그 둘과 함께 결계를 넘어갔다. [제한 구역을 나왔습니다.] [제한 구역 무사 귀환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평화롭기 그지없는 환한 황금 평야의 모습이 미다스를 반겼다. ‘나오는데 리스크도 없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개꿀 사냥터 확정이네.’ “자, 애들아 꽉 잡아.”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 버스 운행 시작하니까.” 5. [좀비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몰아치는 검은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알림 소리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오케이! 럭키야! 한 마리 더 데리고 와!” 크-왕! 미다스의 그 외침에 럭키가 망설임 없이 사생결단 스킬을 외쳤고, 그 순간 좀비 켄타우로스 한 마리가 럭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비임에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에 미다스가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볼!” 조금은 늦은 캐스팅. 그러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골드!" “For the lord!” 그 외침을 내뱉는 순간 거대화한 골드가 그대로 달리는 좀비 켄타우로스의 측면을 쳤다. 푸욱! 그와 동시에 골드가 손에 쥔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에 깊게 꽃혔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에 깊숙이 박힙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대상의 체력을 흡수합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골드가 그대로 좀비 켄타우로스를 창에 꽃은 채 들어 올렸다. 으어어! 좀비 켄타우로스가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다. 거센 몸부림이었으나, 골드는 이를 꽉 문 채 어떻게든 그 상태를 유지했다. “잘했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맞추기 쉬운 경우는 없는 광경. 당연히 미다스는 기꺼이 캐스팅한 세 개의 마법 전부를 좀비 켄타우로스의 황금빛 과녁에 꽃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벌써?’ 생각 이상으로 빠른 레벨업. ‘하긴.’ 물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한 구역, 그곳은 그 설정 자체로만 보면 최악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무대였다. 평야이지만 검은 바람 때문에 시야는 제한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마주하는 것은 기동력은 떨어지지만 대신 HP는 더 많은 좀비 켄타우로스. 여기에 검은 바람 소리 때문에 켄타우로스가 접근하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저주받은 숲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난이도의 무대. 심지어 출입구조차 고정되지 않은 채 상황에 따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플레이어가 가장 빌어먹을 상황을 일부러 모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난이도 생각하면 경험치라도 많이 줘야지. 아무렴.’ 반면 이런 난이도 탓에 좀비 켄타우로스의 경험치는 일반 켄타우로스의 2배, 그 이상이었다. 하물며 미다스의 레벨은 60레벨, 거기에 파티 플레이보다 빠른 솔로 플레이 중 아닌가? 레벨업이 느리다면 그게 이상한 일. ‘여기서 70레벨까지는 사냥하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곳을 주력 사냥터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미다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퀘스트 공략을 위한 던전, 퀘스트 공략이 끝나면 더 이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좀비 켄타우로스 1천 마리 사냥이나, 정해진 시간 동안 생존 같은 게 조건이라면 미다스가 이곳에서 사냥으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한계가 있을 테니까. 왕! 그때 고민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적이 등장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을 내보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생각을 멈추었다. “골드, 대기해!” “예! 명을 받듭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골드를 이동시키고, 사냥을 준비했다. 그리고 미다스가 적을 확인했다. '응?' 그런 미다스의 눈에 적이 보였다. [좀비 켄타우로스] - 선발대가 남긴 흔적(1) 그리고 좀비 켄타우로스가 가진 아이템도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야! 철수! 철수! 저 새끼 잡으면 안돼!” 6. - BJ대 마도사 PK라이브 봤어? BJ대마도사의 PK사건은 빠르게 세간에 알려졌다. 그럴 만했다. 일단 모두의 관심사였을뿐더러, 그 내용 자체나 결과가 모두의 예상외였으니까. - 스니코 게임 컴퍼니 소속 애들 아주 그냥 개털렸던데. ㄴ 개털린 수준이 아니라 계약해지 당했다던데? ㄴ 하긴 그런 개쪽을 당한 애들한테 돈주면 BJ대마도사 말처럼 돈이 썩어 넘치는 거지. ㄴ BJ대마도사가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버리겠다고 했지? ㄴ 아니, 똥 닦는데 쓰는 게 낫다고 했을걸? 도전자들의 처참하다 못해 처절한 몰락은 적어도 최근에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 그거 때문에 대부분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BJ대마도사 사냥 불허했다는데? - 올스탑이지. - 템 뺏기고, 개쪽 당하는 것보다 낫지. BJ대마도사를 잡는데 어떤 지원과 허가도 해주겠다고 나섰던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마치 짠 것처럼 내뱉은 이야기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놓고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제스처나 의사를 표현했던 곳마저 그때 본심이 아니었고, 그냥 한 말이었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하는 경우마저 생길 정도.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다시 한 번 더 상승했다. 여러모로 재미난 일이었다. “생각보다 플레이를 할 줄 아는 놈이네요.” 그러나 그런 BJ대마도사와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버린 엠마 입장에서는 딱히 재미는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할 줄이야. 분명 뒤에서 설계를 해주는 이가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그녀의 칭찬에 이야기를 듣던 멀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칭찬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알아요, 이대로 괜히 더 커지기 전에 일단 어떻게든 한 번 발목을 잡아야 한다는 거. 그게 제 역할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더더욱 현실을 보자는 거예요.” “현실?” “BJ대마도사는 이제 어중간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는 노릴 수 없는 몸이 됐어요. 리스크가 너무 커졌으니까요.” “그런 부류들의 등을 가볍게 떠밀어서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 무너진 거지.” “그렇죠. 하지만 대신에 BJ대마도사의 몸값이 오르는 만큼 메리트도 커졌어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이 미간의 주름을 조금 폈다. “하긴, 몸값이 더 커지긴 했지. 여기서 BJ대마도사를 잡으면 그보다 좋은 광고 효과는 없을 테니까.”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면 그 메리트가 더 커지겠죠.” 스몰 파크 랭킹.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만을 대상으로 만든 랭킹으로, 정확히 말하면 스몰 파크라는 어느 워즈튜브 채널이 만든 랭킹이었다. 상위 랭커들을 뺀 200레벨 이하, 그야말로 작은 울타리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랭킹을 정해보자! 그중에서 제일 센 놈이 누구인지 한 번 줄 세워보자! 물론 랭킹을 산정하는데 쓰이는 지표나, 채점 기준은 지극히 객관적이었다. 인지도, 사냥 영상 등 그저 보여지기만 한 자료를 토대로만 랭킹이 산정되었으니까. 쉽게 표현하면 나만의 랭킹이었다. 하지만 그 스몰 파크 랭킹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5,132만 명이란 사실은 그 랭킹을 절대 지표로 만들어주었다. “SP랭킹? 고작 70레벨도 안 되는 녀석인데?” 멀린, 이 바닥의 최상위 랭커 중 한 명인 그조차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스몰 파크 랭크 채널에서 본인이 채널에 한 마디만 해주기로 했어요.” “한 마디?” “BJ대마도사가 요즘 핫하다, 그래서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짤막한 한 마디요.” 그 대답을 들은 멀린이 고개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 발이 넓은 줄 알았지만 설마 스몰 파크 랭크 채널하고도 접점이 있었을 줄이야? 그래서 얼마가 들었어? 맨입으로 해주진 않았을 텐데?” 그 질문에 엠마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렴한 비용은 아니죠.” 86화. < 27화. 제한 구역 (3). > 7.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검은 안개 바람. 휘이잉! 보이는 것은 하나 없으며, 들리는 좀비 켄타우로스들의 울음소리마저 바람 소리에 묻히는 황금 평야. 출구조차 쉬이 찾을 수 없는 그곳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악몽과 같은 무대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물론 미다스는 예외였다. “이야, 개꿀이네, 개꿀이야.” 그에게 있어 이곳, 제한 구역은 갓워즈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안락하고 쾌적한 사냥터였다. 왕! “뭐라고 럭키야?” 왕! “너무 꿀을 빨아서 당뇨가 생길 것 같다고?” 너무 여유가 넘치는 바람에 관객조차 없음에도 럭키와 상대로 만담을 할 정도. “어때? 골드, 네 생각은?” “그저 주인님의 위용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그래?” 럭키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미다스는 골드를 상대로 만담을 이어갔다. 물론 미다스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조금 전 한 게 우습지도 않은 만담이란 것을. [미다스] - 레벨 : 70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356)/체력 (5+337)/지력 (356+523)/마력 (75+431) - 잔여 스탯 : 4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능력치 창 앞에서는 그 어떤 재미없는 만담을 들어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끝내준다.’ 단 하나의 사냥터에서 무려 10레벨을 올렸으니까. 레벨업 속도도 엄청났다. ‘단 한 번의 방해도 없이 레벨업을 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그 레벨업 속도보다 미다스를 기쁘게 해주는 건 그 어떤 플레이어들과의 충돌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쾌적하다, 같은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덕분에 사고는 하나도 안 터졌어.’ 몬스터는 잡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달랐다. 잡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게 문제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좀 더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면 가해자가 도리어 성을 내며 피해자에게 덤벼드는 경우도 있었다. ‘갓워즈에서 완장 찬 새끼들 대부분은 자기밖에 모르는 빌어먹을 새끼들이니까.’ 하물며 갓워즈는 폭력이 가장 확실한 잣대인 세상. 그런 의미에서 이렇다 할 플레이어와의 충돌 없이 레벨이 오른 건 대단한 일이었다. ‘슬슬 분위기도 식어가고.’ 그리고 미다스가 제한 구역에서 레벨업을 하는 동안 그에 대한 관심도 제법 식었다. 일단 도전자들이 겁을 먹고 꼬리를 말았다. 매치업이 예고되지 않은 셈.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한동안 황금 평야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면?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의 멀린 같은 대마도사 랭킹 1위라면 모를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냥 요즘 소란스러운 60레벨짜리 플레이어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을 터. ‘아주 좋아. 이대로 황금 평야 쪽 퀘스트는 조용히,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겠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뭔가 엄청난 게 터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물론 세상 일은 모르는 법, 이런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다스는 솔직히 그 부분에 있어서 이렇다 할 걱정을 하지 않았다. ‘뭐, 갑자기 엄청난 일이 터지겠어?’ 8. “터졌네요.” 그 감탄사와 함께 이혁주가 고개를 돌려 정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몰 파크 랭킹에 BJ대마도사가 999위에 새로이 랭크업되다니, 와 대박 터졌네요. 그렇죠, 형?” 그 말을 들은 정현우는 대답 대신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그 상태로 지금 막 들어온 소식을 다시 한 번 분석했다. 사실 이해가 어려운 소식은 아니었다. 스몰 파크 랭크 999위에 BJ대마도사 랭크업이 됐다, 소식 내용은 그게 전부였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스몰 파크 랭킹이 뭔지는 정현우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의문이었다. “아니, 아직 100레벨도 안 됐는데 어떻게?” 스몰 파크 랭킹은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만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그 랭킹, 1위부터 999위까지 차지하는 이들 대부분은 150레벨 이상이었다. 당장 BJ대마도사가 들어오기 전 가장 낮은 플레이어 레벨이 121레벨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제 67레벨,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70레벨 대에 불과한 BJ대 마도사가 올라왔다? “그러니까 대박 사건이죠!” 이혁주의 그 말에 정현우는 반박할 수 없었다. 이혁주의 말처럼 엄청난 일이 터진 게 맞았다. 그게 정현우가 지금 두 손으로 제 얼굴의 표정을, 참담하게 녹아내리는 듯한 표정을 감추는 이유였다. ‘씨발 진짜, 이야기가 왜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장담컨대 이번 소식을 기점으로 BJ대마도사를 노리던 이들은 저울질을 다시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한테 관심 없던 새끼들도 관심을 가지잖아?’ 더 나아가 BJ대마도사에 딱히 관심이 없을 정도로 위에 존재하는 이들마저 BJ대마도사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스몰 파크 랭킹은 그런 놈이었다. 저 머나먼 하늘 위로 올라가 별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보증 수표. 비유 따위가 아니었다.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이 오르는 순간, 어느 길드나 게임 컴퍼니를 가더라도 섭섭지 않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진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인 셈. ‘아니, 그보다 어떻게 올라온 거지?’ 그렇기에 정현우는 더더욱 BJ대마도사가 스몰 파크 랭킹에 올라온 게 의문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그 랭크는 이 바닥에서도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조차 제 이름을 올리기를 바라는 무대였다. 때문에 스몰 파크 랭킹 채널에 자기 사냥 영상 등 가치를 드러낸 자기소개서를 보내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이 훌쩍 넘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스몰 파크 랭킹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자기소개서, 랭킹에 오르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 이들을 올렸다. ‘난 거기에 프로필 보낸 적 없는데?’ 하지만 정현우는 단 한 번도 그 채널에 자신의 프로필을 보낸 적이 없었다. 보낼 이유도 없었다. 보내봤자 커트라인조차 통과하지 못할 게 뻔하지 않은가? 물론 정현우 말고 그것을 보낼 이가 한 명 더 있긴 했다. ‘설마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힘 좀 썼다는 것. 아마도 그동안 정현우가 보내준 영상 등을 정말 최선을 다해 프로필을 만든 후에 보내준 모양. 실제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속한 플레이어 중 몇 명은 이미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리고 애초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런 플레이어들, 떠오르는 별이 되려는 플레이어들을 타깃팅하는 채널이었다. ‘확실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이 뭔가 한 거야.’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리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누가 나보고 제대로 엿 좀 먹으라고 뒷돈 줘가면서 내 이름을 스몰 파크 랭킹에 올렸을 리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간단했다. BJ대마도사가 100레벨 미만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이제부터 그런 BJ대마도사를 노리고 진짜배기 실력자들이 덤벼들 것이라는 것. 자연스레 정현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빨리 제한 구역 퀘스트 마치고 움직여야 해. 80레벨 되기 전까지는 일단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해. 진짜배기 실력자 애들 상대로 지금 상태로는 위험해. 그 새끼들 잡으려면…… 아, 잡으면 더 골치 아파질 텐데. 그 새끼들 복수한답시고 지랄할 텐데.’ 급격하게 달라진 상황 앞에서 자신의 계획 역시 빠르게 수정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좆됐다.’ 달콤한 나날은 이 시간부터 끝났다고. 9. “사장님, 이거, 이거 보셨어요?” 부하 직원이 말과 함께 자신이 보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스몰 파크 랭킹 채널. 그곳에 있는 랭킹 페이지, 그 페이지 가장 아랫줄인 999위에 BJ대마도사란 이름이 올라온 것을. 그것을 본 박영준이 대답했다. “네가 보기 전에 이미 우리 채널에 연락 왔어.” “연락이요?” “그래, 연락. BJ대마도사 랭킹에 올릴 테니까 거기에 사용할 프로필 영상 보내달라고 하더라고.”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이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한 표정을 지은 후에 정신을 차리며 질문했다. “혹시 이거 사장님이 하신 건가요?” 사장님의 로비력이 이 정도였습니까? 그러한 물음에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야, 저번에 엘리스 순위 산정이 잘못된 거라고 정정 영상 수십 개를 보냈는데도 씨알도 안 먹혔던 거 기억 안 나? 그런데 내가 스몰 파크 랭킹에 로비를 한다?” 말을 하던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더군다나 그 채널 만든 오형훈, 그 머리 한 톨 없는 양반이 얼마나 쪼잔한 인간인데, 내가 푼돈 쥐여준다고 콧방귀나 뀌어줄 거 같아?” “스몰 파크 채널 사장을 아세요?” “알지, 학교 선배인데.” “와튼 스쿨 선배요?” “그래, 나한테 밥만 백스물세 번을 얻어먹고 단 한 번도 제 돈으로 밥 사준 적 없는 선배.” 그때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박영준이 이내 화제를 바꿨다. “그 양반 이야기는 오래 해봤자 쓸모없으니 그만하고,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양반을 움직이려면 최소 10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급 혹은 그에 준하는 이들만 가능해. 진짜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다이아몬드가 되어버린 놈들만 모인 이너 서클 안에 들어간 양반이라서, 어지간한 이들은 로비를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고.”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돌려 모니터 화면을 바라본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박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BJ대마도사는 이름이 올라왔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BJ대마도사의 뒤에 있는 이들이 어지간한 이들이 아니라는 거지.” “아." 그제야 박영준의 말뜻을 이해한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고이다 못해 석…… 여하튼 대단하네요. BJ대마도사는 대체 정체가 뭘까요?” 이어진 물음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정체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지.” 지금 중요한 건 그의 정체를 고민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건 BJ대마도사가 기획을 들어갔다는 거지.” “판이요?” “처음 BJ대마도사가 툰가 왕국으로 왔을 때 다들 그를 잡아먹을 생각만 했지.” “그랬죠.” “그때까지만 해도 BJ대마도사는 먹잇감이었어. 게임 좀 한다는 놈들이 어떻게든 먼저 먹어치우고 싶어 안달이 난 먹잇감. 그러다가 스니코 게임 컴퍼니 애들이 덤벼들고 어떻게 됐지?” “못 건드는 존재가 됐죠.” “그래, 그런 상태에서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렸어. 그럼 어떻게 되겠어?” “더 못 건드는 존재가 되겠…… 응?” 대답을 하던 부하 직원이 자신의 대답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반대지. BJ대마도사가 유명해봤자, 하고 BJ대마도사를 자기들보다 아래 혹은 그냥 돈지랄하는 관심병자 정도로 취급하던 진짜 실력 있는 애들이 눈이 돌아갈 테니까.” “그렇죠. 잡기만 해도 대박이니까요.” 대화를 하던 부하 직원이 이내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위험?” “진짜 실력 있는 애들이 덤빈다는 거 아니에요?” 부하 직원의 그 말에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뭐, 덤비는 건 맞지. 하지만 이렇게도 볼 수 있겠지.” “어떻게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자기 유명세를 올려줄 먹잇감이 온다고.” “네?” “그렇잖아? 어중이떠중이 별명도 인지도도 없는 애들하고 PK하는 거 라이브 방송하는 거랑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길드에서 손에 꼽히는 유망주 소리 듣는 플레이어랑 붙는 거 라이브 방송하는 거랑, 뭐가 더 시청자가 잘 붙겠어?”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아낸 부하 직원이 이제는 도리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여기까지 시나리오를 그리다니…… BJ대마도사는 진짜 상식 이상이네요.” 이 큰그림을 그린 BJ대마도사에 대한 놀람의 표현이었다. 그 놀람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거기에 맞춰줘야지.” “뇌물이요?” 이제는 박영준의 방식을 알고 있는 부하 직원의 맞장구에 박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뇌물을 줘야지. 포장도 잘해서 말이야. 편지도 곁들이면 훨씬 좋을 거야.” “편지요?” 새로이 추가된 요소에 부하 직원이 의문을 품었고 박영준이 그 의문에 대답했다. “이제 슬슬 우리도 부탁을 해야지.” “아."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의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언제까지 내가 호구처럼 주기만 할 줄 알았다면 크나큰 오산이지. 아무렴.” 87화. < 28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1). > 1. BJ대마도사의 스몰 파크 랭킹 소식은 이제까지 그와 관련되었던 그 어떤 소식보다 충격적이었다. - 맙소사, 이 랭킹 실화냐? - 헐, 이거 리얼? - 스몰 파크 랭킹 순위에 BJ대마도사 따위가? BJ럭키님도 못 올라온 랭킹에? 기본적으로 무대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나름 화끈한 이슈거리가 됐지만, 그 활약상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징 스타 채널 안에서 국한된 것이다. 그런 라이징 스타 채널의 구독자 숫자는 2백만 돌파를 이제 막 앞둔 상황. 적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1억을 넘어 10억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워즈튜브 채널들에 비하면 그 별빛이 강렬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 스몰 파크 랭킹이라니, 이건 스케일이 다르잖아? - 드디어 메이저 데뷔인가? 반면 스몰 파크 랭킹 채널은 5천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메이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채널이었다. 더 나아가 그 인지도를 통해서 갓워즈에 통용되는 지표, 잣대를 가진 집단이기도 했다. 구독자 숫자, 그 이상의 권력을 쥔 채널이었다. - 아니, 근데 100레벨도 안 됐는데 이게 말이 됨? - 최근 2년 내에 100레벨 플레이어가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 올린 적은 없는데? 더욱이 BJ대마도사처럼 100레벨이 채 되지도 않은 플레이어가 스몰 파크 랭킹에 올라온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였다.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녀석이 마이너리그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자리를 따낸 셈. 당연히 구설수가 붙었다. - 돈으로 매수한 거냐? - 시발 이제 하다하다 랭킹까지 돈으로 사네. -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누가 하겠나? ㄴ 원래 돈 없으면 이 게임 못하는데? BJ대마도사가 스몰 파크 랭킹 채널에 로비를 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자연스레 그런 주장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 돈지랄 같은 소리하네, 지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걸 보면 차원이 다른데. - 지금 900위 권 스몰 파크 랭커들 중에 BJ대마도사보다 화력 센 놈 있음? ㄴ 어지간한 애들은 BJ럭키 컷 예상합니다. ㄴ BJ골드보다 템세팅 구린 새끼들 천지인데 ㅋㅋ ㄴ 이거 리얼 반박 불가 반대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충분히 스몰 파크 랭킹에 오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뜨거웠다. 논쟁이 붙으면 붙을수록 그 열기는 더 치솟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러한 열기는 BJ대마도사에 대해서 딱히 관심이 없었던, 차가운 반응을 보내는 이들마저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2. [제한구역에 입장했습니다.] 황금 평야에서 시커먼 세상으로 들어오는 순간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개떼처럼 모였네.’ BJ대마도사가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린 지 이제 막 1시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시점. 그러나 이미 그 소식을 듣고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황금 평야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카프 길드에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 거의 1티어급들이잖아?’ 개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길드나, 게임 컴퍼니 소속도 있었다. 스카프 길드와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가 그러했다. 두 곳 모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메인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5천만 명을 넘는 준 1티어급이었다. 그런 엄청난 곳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이 5인 파티를 구성한 채 황금 평야, 그것도 미다스가 활동하는 제한 구역 근처에 있었다. 켄타우로스 사냥을 위해서 온 건 결코 아니었다. ‘그것도 90레벨도 넘는 새끼가 오다니, 양심은 캡슐 밖에 두고 왔나?’ 그들 중에 가장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는 91레벨이었으니까. 황금 평야에서 켄타우로스를 잡으며 레벨업을 할 만한 레벨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그건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90레벨 플레이어가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 일명 깡패짓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으니까. 하물며 그런 유저의 목적이 PK다? 손가락질이 아니라 욕을 먹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주변에서의 평가 역시 매우 중요한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에게는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도리어 그런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은 자기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고는 했다. 나는 도전을 겁내지 않는다! 나는 너희들보다 더 어려운 난관도 거뜬하게 극복한다! 그러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고생을 자처했다. ‘여하튼 이 게임은 누가 잘나가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한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왔다는 건,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다면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뭐, 나라도 쟤들 처지면 똑같이 여기 왔겠지만.’ 다르게 말하면 BJ대마도사를 잡는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실 미다스는 저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미 선발주자들이 고인물이 되어 갓워즈에서 얻는 대부분의 부와 명예를 누리는 상황. 심지어 그들은 자기들끼리 울타리를 만든 채 밑에서 오는 이들이 그 울타리를 넘어오는 걸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척박하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후발주자인 주제에 별이 되겠다고 게임에 인생을 바친 이들의 심정이 절박하지 않을 리 만무. ‘미치겠네.’ 물론 미다스는 그에 대한 동정심 따위는 품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자신을 노리는 맹수, 그것도 아주 사납고 강인한 맹수들 아닌가? 동정을 품을 대상이 결코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언젠가는 짓밟아야 하는 대상일 뿐. ‘지면 좆되고, 이기면 나중에 좆된다.’ 골치 아픈 점은 그들과 싸워서 이겨도 문제라는 점이었다. ‘쟤들 잡는 순간 길드 명성 차원에서 어떻게든 리벤지 할 테니까.’ 1티어급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명성과 체면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디 가서 당했다? 라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일까? 당할 순 있다. 그러나 당하면 그 이상으로 갚아준다! 그것을 고집하며, 이제까지 살아남은 이들만이 지금 저들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을 잡는 순간 스카프 길드나 레드 스네이크 게임 컴퍼니는 리벤지를 위해 두고두고 BJ대마도사를 노릴 것이다. ‘그냥 도망치면……' 이쯤 되면 줄행랑이란 선택지가 떠오를 터. 그러나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BJ대마도사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겠지.’ 싸우지도 않고 도망친 개가 되는 건 이제까지 쌓아온 BJ대마도사의 명성을 바닥에 버리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면 결코 하늘 위의 별이 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명성과 위엄을 지키는 이들만이 하늘에 남아 빛나는 법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70레벨 스킬 카드 보상으로 체인 라이트닝이 나온 거겠지.’ 그래도 나름 미다스를 위안해주는 호재거리는 그가 70레벨 달성 보상인 스킬 카드 보상에서 체인 라이트닝 스킬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뭉쳐 있는 애들 상대로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체인 라이트닝은 다수를 상대할 때, 그것도 뭉쳐 있는 무리를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스킬이었다. 분명 큰 도움이 될 터. ‘제대로 써먹는 건 한 번뿐이겠지만.’ 하지만 정말 실력이 뛰어난 파티들은 체인 라이트닝이 등장하는 순간 그에 맞는 포메이션을 구축할 줄 알았다. 지금 미다스를 노리러 온 이들의 수준과 실력을 생각하면 체인 라이트닝이 꾸준히 활약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여하튼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해. 여기 오래 있으면 날 노리는 새끼들만 몰려올 뿐이야. 지금 빨리 퀘스트 아이템 확보하고 웨스트 캐슬로 가야 해. 여기서 묶이면 진짜 80레벨 찍을 때까지 강제로 발 묶일 테니까.’ 확실한 건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반대, 여기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게 뻔했다. 끼잉!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그런 미다스의 고민하는 모습에 럭키와 골드가 걱정하는 기색을 드러냈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그 둘을 향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무렴, 난 괜찮지.” 그때였다. “잠깐만.” 무언가를 떠올린 듯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말했다. “럭키야 너 포복 전진 가능해?” 그 말에 럭키가 납작 엎드린 채 움직였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골드를 향해 말했다. “골드, 너 템 좀 벗어봐.” 그 명령에 곧바로 골드가 아이템을 벗었고, 그렇게 벗은 아이템이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켄타우로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골드와 자세를 낮춘 럭키를 바라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거 잘하면 되겠는데?’ 3. 게임 속에서 사냥을 할 때 가장 기분이 더러운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그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게임 오버 당했을 때, 옆에서 사냥하던 애가 값비싼 아이템을 먹었을 때, 몬스터를 스틸 당했을 때. 하지만 지금 황금 평야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아니, 쟤네들은 90레벨도 넘는 애들이 왜 쪼랩 사냥터에 와서 개지랄이야?” 사냥터 레벨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어가 사냥터에서 자리를 잡고 깽판을 부릴 때라고. “쟤들만이 아니야. 스카프 길드랑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 소속 파티도 왔어.” “설마 돌나무 숲에서 사냥하던 파티들?” “그래, 걔네들.” 하물며 그런 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라면? 욕지거리가 나오는 게 당연지사. 그들이 피해를 줬는가, 주지 않았는가, 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바다에 갑자기 고래가 등장하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물고기들은 몸을 사리고 긴장해야 하듯이, 레벨은 물론 이름값마저 높은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일반 플레이어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금 등장한 이들은 이름난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도 나름 실력자 대우를 받으며 소위 별이 될 수 있는 길을 걷는 이들이었다. 그 콧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들은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미안하다는 인사 따위는 건네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BJ대마도사 몸값이 급상승했다고 하지만 너무 한 거 아니야? BJ대마도사는 기껏해야 70레벨이라면서? 그거 잡으려고 90레벨 파티가 왔다고?” “체면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잡고 싶은 거지. 혹시 알아? 잡는 순간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이 올라갈지?” 여러모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를 잡고자 한다는 건 분명한 각오를 했다는 의미였다. 하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는 아바트가 그러했다. “다들 주변에 신경 꺼. 우리는 무조건 BJ대마도사만 잡는다.” 본래는 다른 길드 소속이었던 그는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스카프 길드에 들어온 케이스로, 스카프 길드 내의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루키로 평가받았다. 사실 굳이 BJ대마도사를 잡지 않아도 이대로 스카프 길드가 내주는 과제를 처리하면서 레벨업을 하면 150레벨이 넘었을 때는 충분히 데뷔가 가능했다. “저번에 게임 오버 건 때 생긴 평가를 어떻게든 복구해야 해.” 나흘 전, 돌나무 숲에서 보스 몬스터인 블루 스톤 골렘 사냥에서 실수로 게임 오버를 당하지만 않았었다면 분명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꽤 치명적인 일이었다. 80시간이란 시간을 날린 것은 둘째 치고 반듯해야 하는 커리어에 오점이 생긴 셈이니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 건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였다. 오점이 생긴 커리어에 더 빛나는 훈장을 달아줄 수 있는 기회.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오, 아바트!” 검은색 나무 가죽으로 만든 듯한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 한 명이 아바트를 향해 인사를 하며 달려왔다. “이야, 소식 듣고 바로 달려온 모양이네? 하긴, 게임 오버 당하고 첫 접속이지? 스타팅이 웨스트 캐슬이었으니, 여기 오는 게 어렵진 않았겠네.” “알랍, 지금 시비 거는 거야?” 등장한 이는 알랍. 레드 스네이크 길드 컴퍼니 소속으로, 그 안에서의 위치는 아바트와 비슷했다. 더불어 레벨도 아바트와 비슷한 89레벨이었다. “시비는 무슨, 그동안 우리가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잖아?” 당연히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은 이제까지 자주 부딪쳤다. 비슷한 실력, 비슷한 지원 그리고 비슷한 레벨을 가진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쉽게 말하면 라이벌이었다. 물론 서로 하하호호 웃는 관계의 라이벌은 아니었다. “그렇게 자주 보다가 이렇게 오래 안 본 건 처음이라서 말이야.” 오히려 서로의 존재가 서로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쉽게 비유를 하면 같은 학교 내에서 전교 순위를 놓고 경쟁하는 실력 비슷한 두 학생의 관계였다. 그게 아바트가 더더욱 이곳에 온 이유였다. ‘빌어먹을.’ 그렇게 비슷한 경쟁을 하던 차에 자기 실수로 넘어져 버렸으니까. 물론 알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화끈하긴 화끈한 모양이야. 돌나무 숲에 있던 애들이 다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네.” ‘다른 놈들 평가가 올라가는 걸 눈 뜨고 두고 볼 수는 없지.' 알랍 입장에서는 딱히 커리어에 흠은 없지만, 애초에 이 바닥은 절대 평가를 하는 바닥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놈보다 잘해야 하는 바닥이지. 그런 상황에서 경쟁자가 BJ대마도사를 잡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BJ대마도사는 봤어?” 그러한 속내 속에서 그 둘이 대화를 이어갔다. “봤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 “그러지 말고 정보라도 나눠보자고. 우리만 노리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게 아니잖아?” 알랍의 말에 아바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알랍이 제 말을 이어갔다. “상황을 보면 현재 BJ대마도사가 자기만 들어갈 수 있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할 가능성이 크지. 그동안 일반 필드에서 BJ대마도사가 사냥하는 걸 봤다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그 BJ대마도사를 본 이들 대부분이 이 근처였고.” 말과 함께 그 둘이 슬쩍, 주변을 살폈다. 켄타우로스들이 달리고, 플레이어가 달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BJ대마도사다!”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에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이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인해!” “파악해!” 동시에 그 둘이 궁수 클래스 파티원에게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받은 그 둘이 천리안 스킬을 통해 약 7백 미터 전방의 상황을 살폈다. “BJ대마도사다.” “럭키, 골드 확인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바트와 알랍, 그 두 파티가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어,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졌어!” 그러나 이어진 그 말에 그 두 파티는 그대로 정지했다. 그 상태에서 알랍과 아바트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장난 아니네. 대체 뭘 하기에 저런 식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BJ대마도사겠지.” 평범한 대화, 그러나 그 말을 뱉는 알랍과 아바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나 있었다. 해머를 뒤로 젖힌 총이 내뿜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긴장감이. 비단 그들만 그런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는 걸 파악하는 순간, 그를 노리며 이 주변에 대기 중이던 모든 파티들이 해머를 뒤로 젖힌 방아쇠가 되었다. 언제든 BJ대마도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수틀리면 이 새끼들부터……' ‘내가 못 잡으면 이 새끼도 못 잡아야지.’ 그리고 여차하면 옆에 있는 경쟁자를 공격할 수 있도록. “어!” “저기!”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무언가가 등장했고, 그 사실에 긴장한 모두가 반응했다. “켄타우로스네?” “두 마리?” 그렇게 반응한 이들이 보게 된 건 켄타우로스 두 마리였다. “리젠인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리젠이겠지.” 평범한 몬스터 리젠 현상. 그러나 그 사실에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무리들은 긴장된 기색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긴장했다. ‘여기서 우리한테 어그로 꽃히면……' 언제 BJ대마도사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켄타우로스와 싸우고 싶은 이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기대도 했다. ‘저기로 가라.’ ‘저 새끼들 물어.’ 그런 좌중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등장한 두 마리의 켄타우로스가 평야를 걷기 시작했다. 걸음은 느긋했다. 아직 어그로가 끌리지 않았다는 증거. 그렇게 그 두 마리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으로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두 켄타우로스를 향했다. 그러한 켄타우로스 두 마리가 이내 알랍과 아바트, 그 둘의 파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런." "젠장." 둘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쓴소리가 나왔다. 그뿐이었다. 그 이상 소리는 없었다. 괜한 소리로 켄타우로스의 주목을 끌었다간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타우로스들은 알랍과 아바트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어느새 두 무리의 거리는 12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었다. ‘이 이상 좁혀지면, 어그로 끌린다.’ 어그로가 끌려도 이상할 게 이상할 게 없는 거리. ‘오면 잽싸게 처리한다.’ 그 거리가 되자, 이제 그 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빨리 켄타우로스를 잡기 위한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때 그 둘을 향해 다가오던 켄타우로스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켄타우로스 두 마리가 이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알랍과 아바트가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 상태로 알랍이 아바트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저거라도 잡지 그래? 응? 여기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아바트는 대답 대신 파티원들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등장했던 쪽으로 이동하자.” 그 모습을 알랍 역시 그냥 두고만 봤다. 굳이 두 맹수가 한 곳에 모여서 서로의 집중력을 갉아먹을 필요는 없는 법. 물론 그들은 몰랐다. “여러분 보셨죠? 백퍼센트 속는다니까요!” - 와, 진짜 속네. - 연기력 개쩌네. 순간 나도 방송 보면서 켄타우로스인 줄 앎. - 와 이렇게 엿을 먹이시네. 지금 그들을 지나 웨스트 캐슬 방향으로 달려가는 켄타우로스 한 마리가 라이브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88화. < 28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2). > 4. “여러분 보셨죠? 백퍼센트 속는다니까요!” 미다스의 말에 87명의 시청자들로 채워진 채팅창 안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다.’ 그러한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1시간 전 상황이 떠올랐다. BJ대마도사의 이름이 스몰 파크 랭킹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자신을 노리는 사냥감에게 포위당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제한 구역에서 벗어나자! ‘그때는 예상외로 많아서 당황했지만……' 하지만 미다스가 게임에 접속해서 제한 구역 밖의 상황을 봤을 때 이미 적지 않은 파티들이 자신의 위치를 꽤 정확히 파악한 채 대기중이었다. 그야말로 호랑이 무리에게 둘러 쌓인 상황. 미다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때문에 미다스는 거기서 도주라는 선택지를 쉽사리 선택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게 기회가 됐지.’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았다. ‘나만 당황한 게 아니었으니까.’ 미다스, 자신이 당황한 만큼 자신을 노리고 온 이들 역시 이토록 많은 경쟁자의 존재는 예상치 못했을 테고, 때문에 분명 당황했으리란 것. ‘하물며 얘네들은 호랑이들이지. 하이에나 떼가 아니라.’ 더욱이 그들은 이익을 위해 언제든 무리 짓고, 손잡을 수 있는 하이에나 떼가 아니었다. 하나하나 저마다의 의지를 품고, 제 실력을 믿는 자들, 자기들의 파티 구성원이라면 동급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신감과 업적을 가진 호랑이들이었지. ‘사전 합의는 없다.’ 그런 호랑이는 사냥감을 두고 결탁을 하지 않는 법. 그러한 호랑이들이 사전에 어떤 식으로 BJ대마도사를 잡을 것인지 합의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었다. ‘호랑이 놈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라, 남들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지.’ 이 게임 초창기에 그러한 호랑이들 부류들이 어떤 식으로 경쟁을 하는지 직접 몸소 느껴본 경험에서 나오는 추측이었다. 즉,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그런 호랑이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그들 사이를 빠져나갈 방법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켄타우로스 연기가 먹힐 수밖에 없지.’ 폴리모프 마법으로 켄타우로스로 변신한 후에 몬스터인 척 그들의 포위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 ‘분명 내가 한 번 모습을 드러내면 전투태세가 될 테고, 그때 켄타우로스가 리젠되면 다들 잔뜩 경계하면서 부디 자기한테 오지 않기 만을 간절히 소망할 테니까.’ 호랑이들의 습성을 아는 미다스는 이 방법이 먹히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30초 정도만 벌면 끝.’ 더불어 그런 방식이 굳이 오래 먹힐 필요는 없었다. 도중에 자신을 노리는 이들이 눈치를 채도 상관없었다. 필요한 건 적당히 거리를 벌릴 정도의 시간뿐. ‘거리만 벌어지면 그때부터는 내가 무조건 빠르다.’ 미다스의 근력 스탯은 어지간한 근접 딜러 이상이었으며, 그에게는 헤이스트와 스트랭스 마법마저 있었으니까. 더욱이 추격전은 파티 플레이를 하는 이들에게 아킬레스건과 같았다. 근접 딜러들은 빠르다. 하지만 탱커나 힐러, 마법사 딜러들은? 그들을 놔두고 근접 딜러가 BJ대마도사에게 달려든다? 그러면 과연 승산은 있을까? 여기까지 계산이 됐을 때 미다스의 고민은 하나였다. ‘문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망치는 거지만……' 그냥 꽁무니를 드러낸 채 도망치는 건 BJ대마도사의 기존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포장하기 나름이지.’ 그것을 위해서 미다스는 도망치는 것을 포장을 하기로 했다. ‘살인도 실시간 중계를 하면 쇼가 되는 법.’ 도망치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하기로, 그러함으로써 이것도 하나의 쇼로 만들기로. 물론 너무 대놓고 라이브 방송을 하면 시도를 하기도 전에 들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요구했다. 20초 동안 라이브 페이지를 공개한 후에 비공개로 돌려달라고. 그 후에 마치 테스트 방송인 것처럼 뜸을 들여 달라고. 그러면 자연스레 정말 할 일 없는 BJ대마도사 팬들 소수만이 채팅창에 남을 거라고. “아직도 잠잠한 걸 보니까 여전히 눈치 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정보 엄수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고작 87명에 불과한 시청자들을 상대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건 그런 이유였다. - BJ럭키 팬이라면 당연히 해야죠! - BJ골드 팬이라면 당연한 일이죠. - BJ대마도사 팬들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있었으면 아마 죄다 유출했을 거예요! 실제로 정보 유출은 늦춰졌다. 미다스가 알랍과 아바트를 상대로 연극을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그게 미다스인지 모른 채 긴장한 게 그 증거였다. 물론 언제까지 늦춰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다! 저거 BJ대마도사다!” 먼 곳에서 자신을 향한 외침이 들리는 순간, 켄타우로스로 변신 중이었던 미다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들킨 모양이군요.” 그 말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 와, 어떤 놈이 프락치질 했냐? - 자수해라. - 전 아닙니다. - 우리 집 고양이가 한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 어수선한 채팅창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들킨 거 이제 비공개 해제합니다. 공개 라이브 시작합니다!” 곧바로 비공개 방이 공개가 되었고, 그러자 두 자릿수였던 시청자 숫자는 단숨에 다섯 자릿수로 바뀌어 있었다. 3만 3천 명! 이제는 넘치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소리쳤다. “이제부터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를 시작합니다!” 줄행랑이 쇼가 되는 순간이었다. 5. 갓워즈에서 게임 플레이를 하는 동안 웹서핑이나, 인터넷 활동은 불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은 다름 아니라 라이브 방송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할 경우 채팅창을 통해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1티어급의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 본격적으로 지원을 받는 플레이어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았다. 아바트와 알랍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라이브 방송을 활성화한 채 외부 모니터링 요원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긴급한 순간에 채팅창에 눈을 빼앗기지 않는 훈련을. “켄타우로스네.” 당연히 그들은 갑자기 켄타우로스 두 마리가 등장했을 때 모든 이목을 그곳에 집중시켰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위험 요소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들은 한눈을 팔지 않은 채 언제든 눈에 보이는 것에 반응하고 대처할 준비를 했다. 그 때문이었다. “저거!” “뭐?” “저기 달리는 게 BJ대마도사야!" 그들이 BJ대마도사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에 제법 시간이 걸린 것은. 그 후에도 시간 낭비는 이어졌다. “뭐라고?” “상황을 잘 모르겠는데 모니터 링 요원이 쟤가 BJ대마도사래!” “그게 뭔 개소리야?” “몰라, 자기들도 지금 막 들은 거래!” 모니터링 요원조차도 믿기 힘든 정보인데, 그 정보를 받은 아바트나 알랍이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오히려 머릿속으로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때 몇몇 이들이 움직였다. “BJ대마도사다! 저거 BJ대마도사다!” 이미 달려가는 켄타우로스 두 마리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고,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기점으로 나머지 모든 이들 역시 반응했다. “따라가!” “잡아!" 갑자기 황금 평야에 때 아닌 추격전이 시작되는 순간. 물론 제대로 된 추격전은 아니었다. “근데 저거 마법사 맞아? 뭐 저렇게 빨라?” “젠장, 우리는 못 잡아!” “탱커가 저걸 어떻게 잡아!” 당장 탱커나 힐러들은 추격전에 참가할 수조차 없었다. “일단 가!” “다른 새끼들 잡는 거라도 막아!” 그런 상황에서 탱커와 힐러들은 추격전이 가능한 근접 딜러들에게 일단 따라가라는 주문을 했다. 그 주문에 근접 딜러들이 반사적으로 켄타우로스로 변한 BJ대마도사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알랍과 아바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미치겠군.” 쉴 틈은 없었다. 몸은 달려야했고, 눈은 쉴 틈 없이 채팅창 위에 올라오는 모니터링 요원의 정보를 살펴야 했으니까. - 지금 라이브 방송 중입니다! 공개 라이브요! - BJ대마도사가 하는 말이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라는데요? - 저쪽 시청자 6만 넘었어요! 그렇게 해서 알게 되는 내용들을 통해 알랍과 아바트는 충분히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우리를 놀려 먹고 있어.’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다.’ 지금 자신들이 BJ대마도사의 쇼의 처참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을. 물론 그 사실에 그들은 낙담하지 않았다. ‘저 새끼 무조건 잡는다.’ ‘아주 죽여 버리겠어.’ 상처를 입어도 호랑이는 호랑이인 법. 그들은 도리어 자신들의 커리어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BJ대마도사를 아주 철저하게 박살내기 위한 의지를 불태웠다. “호우우우!” 그때 그들이 쫓는 켄타우로스로 변한 BJ대마도사의 입에서 하울링 비슷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새끼가!’ ‘저 빌어먹을 새끼!’ 명명백백한 도발에 아바트와 알랍의 머릿속에 있던 이성의 끈 몇 개가 그대로 끊어졌다. 분노는 더 뜨거워졌다. ‘이 새끼랑 손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협력을 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원수와도 같은 라이벌과 손을 잡을 생각마저 머릿속에서 끓어오를 정도. 그 사실에 온몸이 달아오를 정도. 그 무렵이었다. 호우우우! 지척에서 진짜 하울링이 BJ대마도사를 쫓는 이들의 귓속을 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럭키! 갓워즈에서 근접 전투력으로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그 신수의 울음에 뜨겁게 달아오른 추격자들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잠깐.’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럭키에게 습격당하면?’ 힐러도, 탱커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버프, 심지어 전광석화마저 발동한 럭키를 홀로 상대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죽는다.’ 그 사실에 뜨겁게 달아오른 머릿속은 삽시간에 식어버렸다. 그 사실에 이른 몇몇은 그 순간 추격을 포기했다. 처음에는 열두 명이 달려들었으나, 그 숫자는 럭키의 하울링이 들리는 순간 여섯 명,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추격자가 줄어들수록 추격하는 이들의 등골은 더 싸늘해졌다. 만약 이대로 숫자가 더 줄어든다면? ‘나 혼자만 남으면……' 이윽고 외로운 추격자가 된다면? 과연 그때에도 BJ대마도사는 이렇게 도망칠까? 아니면 얼굴을 바꾸고 도망자가 아닌 맹수가 될까? 답은 알 수 없었다. ‘끝이다.’ 단지 분명한 건 BJ대마도사는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강자라는 것. 사실상 거기서 추격은 끝이었다. BJ대마도사와의 거리를 조금씩이나마 좁히던 이들이 하나둘 추격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알랍과 아바트도 마찬가지였다. “젠장.” “Fuck!” 이내 추격을 포기한 그 둘이 쓴소리를 내뱉은 채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말없이 마주 봤다. 그렇게 서로의 표정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끝이다.’ 다시는 그들에게 BJ대마도사를 사냥할 기회 따윈 오지 않으리란 것을. 6. “호우우우!” 호우우우!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럭키와 함께 황금 평야를 질주하는 미다스가 슬쩍 뒤를 살폈다. ‘포기했네.’ 멈춘 추격자들, 그들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 역시 멈췄다. - 어? 멈췄다? - 무슨 일이죠? 채팅창에 의문이 떠올랐고, 그 의문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톰도 없는데 도망치는 거 보셨어요?” 그 말에 채팅창이 웃음으로 도배가 됐다. - BJ대마도사 님의 배려에 후원금 쏩니다. - 이거 리얼 반박불가. - 역시 쇼 좀 할 줄 아시는 분이라니까. 그 웃음이 증거였다 지금 미다스의 이 줄행랑을 모두가 보고 즐긴다는 이유. ‘됐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소득이었다. ‘이러면 이제부터는 수틀릴 때 도망치는 것도 콘텐츠로 써먹을 수 있겠어.’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마주한 모든 것을 엄청난 화력으로 불태우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으로는 그게 족쇄도 됐다. 어떤 난관에서도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족쇄. 그런데 지금 그 족쇄가 풀어진 셈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추격자들 숫자가 슬슬 줄어드는 게 그냥 얼굴 바꾸고 PK해버릴까요?”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어수선해졌다. - 아주 박살을 내죠! - 90레벨 넘는 새끼들이 어디서 깡패 짓이야! BJ대마도사 님의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봐라! 그 어수선함의 대부분은 응원이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온 이들 중 대부분은 80레벨 이상, 이곳 황금 평야의 사냥터에 어울리지 않는 레벨을 가진 이들이었다. 속칭 깡패들. 그런 깡패들을 박살을 내주겠다는데 싫어하는 이가 있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일 터. 그러나 그런 응원 속에서 미다스가 등을 돌렸다. “아니다, 됐다. 그냥 안 잡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정 변화에 채팅창에 의문이 쏟아졌고, 그 의문에 미다스가 답했다. “그렇잖아요. 저보다 약한 애들 잡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쟤네들 다 잡아도 이 폴리모프 스킬 값 하나 안 되는데." 이어진 말에 채팅창이 다시 웃음바다가 됐다. [평화주의자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노벨평화상위원회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간디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부처 님이 1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미다스의 자비로운 정신에 감탄한 이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물론 정말 미다스의 진심을 달랐다. ‘저 새끼들 잡으면 진짜 좆된다.’ 애초에 이 그림을 그린 것부터가 자신을 노리는 무리, 그들의 배경과 원한관계를 맺지 않기 위함이었으니까. “자, 그럼 이제 갑시다.” 그렇게 웨스트 캐슬을 바라본 미다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채팅창의 분위기도 식었다. - 이제 끝인가? -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 끝남? - 에이, 싱겁네. - 다음 쇼를 기대합니다. 그사이 미다스가 아이템 창을 확인했다. [선발대가 남긴 흔적(1) X 1] [선발대가 남긴 흔적(2) X 1] [선발대가 남긴 흔적(3) X 1]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시청자 숫자가 이제는 줄어들기 시작한 채팅창을 향해 말했다. “빨리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몬스터와 던전을 보여드려야하니까요.” - 뭐? - 새로운 몬스터와 던전? 갑자기 던져진 기름에 꺼지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미친 듯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그가 정점을 찍었다. [아즈모 님이 2,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빨리 보여줘] 89화. < 28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3). > 7. 이슈가 가장 뜨거워지는 데에는 숙성이 필요한 법. BJ대마도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름이 스몰 파크 랭킹에 올라왔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놀란 건 맞았다. - 와, 대단하네. BJ대마도사 진짜 엄청 강하긴 강한 모양이야. - 다 돈지랄해서 로비한 결과물이지. 빌어먹을 금수저 새끼!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도 맞았다. 하지만 그 뜨거움은 그냥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뜨거움이었다. - BJ대마도사 잡으러 1티어급 길드 플레이어들 출동했다! - 깡패 등장이다! 그러한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진짜배기 실력자들이 움직였다는 이야기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펄펄 끓게 하지는 못했다. - PK터지겠네? - 이거 누가 이기려나? - 저번 스니코 애들 건 생각하면 BJ대마도사가 유리하지 않으려나? - 그때보다 급이 높잖아? 더군다나 이야기 들어보니 90레벨들도 왔다던데? - 뭐, 뚜껑 열어봐야겠지. 그저 사람들은 뭔가 사건이 터지리란 막연한 생각만 머릿속에 두고 있을 뿐. 그 무렵이었다. 이상한 소식이 돌았다. - BJ대마도사가 쇼를 준비 중이라는데? - 지금 비공개방 만들어서 탈출쇼 방송 중이래. ㄴ 그 비공개 방이면 예전 그 VVIP들만 가입한다는 거? ㄴ 조금 다른 거 같은데, 여하튼 비공개로 라이브 중이라네?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관심은 생길 수밖에 없는 소식. 무슨 개소리야? 하면서 워즈튜브 검색창에 BJ대마도사를 한 번 치게 만드는 소식. - BJ대마도사 라이브 시작했다! 마치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접속했다. 물론 이때까지도 접속하는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이번 스몰 파크 랭킹 건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드러내리라고. 그뿐이라고. 입장표명 정도로 그치리라고.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으로 말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를 시작합니다.” 세상 그 어떤 플레이어도 보여주지 못한 또라이 짓을 실시간으로 볼 기회를 주겠다고. 그 사실에 사람들의 관심은 마치 눈덩이에서 시작된 눈사태처럼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 도망쇼? - 그러니까 농간하고 도망친다고? - 와, 미친 또라이 새끼네! 시청자 숫자 역시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사실상 추격전이 끝난 이후에도 채팅창에는 사람이 계속 유입되었다. 그러한 숫자는 미다스가 웨스트 캐슬에 도착했을 때 무려 13만 하고도 1398명에 이르러 있었다. ‘미치겠네.’ 웨스트 캐슬의 문에 들어선 미다스는 그 숫자를 보면서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가 줄행랑 쇼를 한 건 어디까지나 도망치는 꼴불견 모습을 포장하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라이브 시청자 숫자가 10만 명이 넘었다니? 당연한 말이지만 이유가 있었다. [아즈모 님이 3,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그가 이미 끝난 쇼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아즈모 : 그러지 말고 그냥 끝까지 하는 게 어때? 응?] 이제 다음 쇼를 보여 달라고. [아즈모 : 10분 더 방송할 때마다 1천 달러씩 올려줄게?]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굵직한 후원으로 불을 지르고, 부채질마저 하는 그의 모습이 지금 시청자들을 거듭 늘어나는 이유였고, 늘어난 이들이 나가지 않는 이유였다. - 라이브 계속하는 건가? - Show must go on! 나가지 않은 채 미다스에게 라이브의 속행을 요구했다. 사실 그건 미다스의 예상외의 상황이었다. 미다스는 웨스트 캐슬에 도착하는 순간 멈추고, 라이브를 종료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웨스트 캐슬이 보일 무렵에 모두에게 말했다. 새로운 몬스터와 던전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퀘스트 진행을 해야 한다, 사실상 쇼는 끝났다고. 그런데 그 순간 아즈모가 후원을 한 것이다. 아즈모의 의중은 뻔했다. 그냥 단편적인 게 아니라, 흐름을 보고 싶겠다는 것. ‘거절해야 돼.’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미 정보가 너무 풀렸는데, 이 이상은 안 돼.’ 일단 퀘스트 정보를 주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어떻게 단서를 얻을지도 모를뿐더러, 지금 이 시점에서 퀘스트 단서를 줬다간 그 퀘스트 무대에 미다스를 방해하려는 무리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배짱을 부릴 터. ‘잘못해서 내가 가진 능력이 혹여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가장 피해야 하는 건 미다스의 가진 신비한 능력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물론 그 가능성이 높진 않았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에서는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일. 그리고 그렇게 터진 문제는 수습도 불가능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미다스도 협상을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냥 거절은 안 돼.’ 문제는 명분. 이대로 그냥 싫어요, 라고 거절하는 걸 시청자들이 그냥 용인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뭐 좋은 구실 없나……' 그때 미다스에게 구원의 손길이 왔다. “모두 길을 비켜라!” 플레이어들을 향한 호통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NPC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저거?” “캐슬 나이트들이잖아?” 누가 보더라도 기사임이 분명한 육중하기 그지없는 갑주를 입은 이들, 웨스트 캐슬의 성주들을 지키는 기사들이었다. 그러한 기사들의 걸음이 미다스를 향해 이어졌고,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이들은 떠올렸다. “이거 설마?” - 위가의 도시 때 그거? 과거 미다스가 위가의 도시에서 NPC들의 호위를 받으며 위가의 저택에 입장했던 장면. 그 장면에 NPC들이 쐐기를 박았다. “따라오시죠.” ‘오케이, 됐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미다스는 말했다.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제가 진행 중인 퀘스트는…… 그 과정을 멋대로 하지 말라는 협약을 해서 말이죠. 계약서는 준수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좋은 변명거리를 내뱉은 미다스가 손을 휘둘렀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대로 방송을 종료했다. 8. 미다스가 NPC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 곳은 이번에도 역시 동쪽 탑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이미 대기 중이던 NPC자가라가 그때처럼 미다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랐다. “고생했네.” 반기는 분위기였던 그때와 달리 NPC자가라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미다스는 그런 NPC자가라에게 괜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제한구역에서 찾은 것들입니다.” 인벤토리 안에서 선발대의 흔적, 수첩 형태의 퀘스트 아이템 3개를 꺼낸 후에 그것을 NPC자가라에게 건네줬고, 그것을 받은 NPC자가라는 하나하나 그 안의 내용을 읽었다. 읽는 그의 표정은 점차 더 심각해져 갔다. 이윽고 더 이상 심각해질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이 된 후에야 NPC자가라가 입을 열었다. “정말 수고했네.” 그 말과 함께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달가운 소식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소식에 흥분하기보다는 오히려 눈매를 가늘게 떴다. 진짜배기를 기다렸다. 딱! 그런 미다스의 기대에 대답하듯이 NPC자가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곧바로 그의 뒤에 있던 기사 한 명이 자세를 꼿꼿하게 바로 잡은 후에 미다스를 향해 왔다. 그리고는 미다스에게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건네줬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카드북이 들어오는 순간. 그러나 그 놀라운 성과 앞에서도 미다스는 여전히 사냥감을 노리는 눈매를 했다. 그런 그에게 NPC자가라가 말했다. “이토록 완벽하게 일처리를 해줄 줄이야. 자네 실력을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자가라가 인정한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NPC자가라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다른 기사 한 명이 미다스에게 자그마한 책 한 권을 주었다. [마스터 스킬북(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그 알림을 들은 후에야 미다스는 표정을 풀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했을 뿐입니다.” 담담한 대답. ‘우와!’ 그러나 미다스의 심정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했다. ‘내 게임생에 이걸 얻게 될 줄이야!’ 레전더리 스킬은 막말로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지만, 마스터 스킬북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마스터 스킬북의 효용 가치는 매우 높았다. 보통 스킬 하나를 마스터 랭크까지 수련하는 데에는 150레벨 정도가 필요했다. 10레벨에 스킬을 배우고, 그 스킬을 꾸준히 사용할 경우 150레벨쯤에 마스터 랭크가 된다는 의미. 아득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숨에, 숨 한 번 길게 내쉬는 시간 안에 올려준다? ‘진짜 이건 아껴서 중요할 때 써야지.’ 당연히 미다스는 이 물건을 아낄 속셈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폭죽처럼 터지는 기쁨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NPC자가라의 머리에 위에 새로운 물음표가 등장했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다시 상황에 집중했다. ‘레전더리 스킬은 다음으로 미루자.’ 평소라면 NPC가 무슨 짓을 하든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열어보았을 터. 그러나 지금은 미다스 역시 시간이 많지 않았다. ‘빨리 다음 퀘스트 내용 파악하고 움직여야 해. 날 노리는 놈들이 고작 그 쇼를 보고 포기했을 리 없으니까.’ 이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건 미다스를 노리는 호랑이 무리의 숫자뿐. ‘그리고 플레이타임도 거의 다 썼어.’ 결정적으로 오늘 미다스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1시간 정도 플레이를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리셋이 될 때까지 대략 9시간 정도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내야 했다. 9시간 후에도 웨스트 캐슬에 남아있다면, 그 후에 움직이는 건 어떤 식으로든 골치가 아파질 터. ‘날 노리는 놈들이 작전 짜기 시작하면 진짜 미치는 거지.’ “제가 이제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바로 본인이 퀘스트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NPC자가라가 대답했다. “내 부하들이 남긴 암호에 따르면 그들은 그곳에서 정체 모를 자에게 당했다더군.”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고민 없이 말했다. “제가 그 정체 모를 자를 찾아보겠습니다.” 단도직입, 그 갑작스러운 상황 진행에 NPC자가라가 잠시 말을 멈춘 채 미다스를 지그시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정체 모를 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85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제한구역에서 정체 모를 자를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자가라의 반지 !퀘스트 완료 시 ‘저주받은 목걸이(2)’ 진행 가능 퀘스트 무대는 제한 구역. 물론 미다스의 눈길을 끈 건 보이는 내용이 아닌 보상이었다. ‘이거 뭐야?’ 갑작스러운 보상 내용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미다스를 향해 NPC자가라가 말했다. “바로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하게. 뜸을 들여서 좋을 건 없어 보이니.” “예?” 갑작스러운 그 말에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NPC자가라가 등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진 위에 서게.” 9. BJ대마도사가 휩쓸고 간 황금 평야. “저기, 쟤들. 걔들 아니야?” “저게 그 흑우지?” 그곳에 남은 BJ대마도사 사냥꾼들에 대한 주변 플레이어들의 시선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더욱이 나름의 유명인들, 1티어 급 길드의 지원과 홍보를 받는 이들이기에 그들을 알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깡패짓 하러 왔는데 오히려 개털렸네.”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PvP 하든가. 결국 실력도 안 되는데 파티 맺고 오는 놈들 수준이 그렇지 뭐.” “다 길드빨, 컴퍼니빨이라니까. 막말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면 여기까지 왔겠어?” 유명한 경우일수록 조롱도 더 심했다. 사실 유명 플레이어들에 대한 일반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특히 100레벨 이하, 유명 길드나 게임 컴퍼니의 후광을 받는 유망주 플레이어들에 대한 세간의 감정은 좋은 쪽보다 안 좋은 쪽이 더 강했다. “자기들이 돈을 추가로 내는 것도 아니면서 사냥터 점령하고.” “몬스터 스틸하고 사과도 안 하고.” 직접적인 충돌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디어디 길드에서 키우는 루키다, 유망주다, 그거 하나만으로 양보를 강요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었다. 선민의식 역시 꼴사나운 요소였다. 1티어급 길드의 지원을 받는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을 자기보다 낮은 수준의 존재로 취급하고는 했으니까. “길드 후광만 아니었음 이미 …당하고 남은 새끼들이지.” “요즘 후광 믿고 나대는 새끼들이 너무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드 후광 탓에 제대로 된 불만을 토로할 수 없고, 때문에 불만은 더 쌓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바트 파티 아니야?” “아, 그 코앞까지 변장한 BJ대마도사가 왔는데 그냥 보내줬다는 그 병신?” “알랍도 같이 있네.” “그 병신 옆에 있던 병신?” 특히 BJ대마도사에게 가장 크게 농락당한 아바트와 알랍에 대한 조롱은 더 심했다. 그렇게 웨스트 캐슬로 같이 향하는 두 파티를 향해 수군거림이 그치질 않았다. 그뿐이었다. “아주 깡패 둘이 잘 어울리네.” “끼리끼리 노는 거지.” 대부분의 이들은 그 두 파티를 향해 조롱을 보낼 뿐, 두 파티가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물며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쟁자들 아닌가? 그런 그 둘이 뭉친 채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웨스트 캐슬로 향할 리는 만무 그 이유는 당연히 BJ대마도사였다. ‘여기서 물러나면 그때는 정말 모든 게 무너진다.’ ‘BJ대마도사, 연합을 해서라도 잡아야 해.’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이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저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웨스트 캐슬이 마지막 기회다.’ ‘놈은 필시 웨스트 캐슬에서 나올 터. 그때를 노려야 해.’ 현재 BJ대마도사가 웨스트 캐슬로 들어간 걸 확인한 상황에서, 그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는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밖에 없다는 것. ‘이번에 못 잡으면 다음에는 허가 자체가 안 나온다.’ ‘만회는 지금뿐이야.’ 그리고 자신들의 윗분들이 다음 기회를 줄 리가 없다는 것. 그러한 사실이 서로를 보면 으르렁거리는 둘을 손잡게 했다. 손잡은 만큼 그들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었다. ‘추해도 좋다. 놈을 죽이면 돼.’ ‘일단 게임오버 시켜야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 아바트와 알랍, 두 파티의 플레이어 10인이 웨스트 캐슬의 서문 앞에 섰다. 문을 넘지 않은 채 서문 앞을 지켰다. “아바트 파티랑 알랍 파티?”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설마 BJ대마도사 나오면 붙으려고?” 플레이어들도 보면 알 수 있을 만큼, 그 정도로 분명한 의지를 표현했다. "끝장을 보자는 거네.” "와, 이건 진짜 붙을 수밖에 없겠는데?”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셈. - 저기……. 그런 그들에게 모니터링 요원은 말했다. - BJ대마도사가 거기 없는 거 같습니다. 90화. < 28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4). > 10. 황금 평야, 그곳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다. 괜히 지근거리에 있다가 다른 파티의 어그로 관리에 영향이라도 줬다가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었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모르는 무리와 지척에서 같이 게임 플레이를 하고 싶은 플레이어는 없었다. “여기라고? 저쯤이 아니라?” “분명 여기였어.” 그런데 지금 1백 명이 훌쩍 넘는 플레이어들이 일렬로 긴 줄을 만든 채 황금 평야를 헤매고 있었다. 이유 없인 볼 수 없는 광경. “그래, BJ대마도사가 이 근처에서 뭔가 비밀 던전에 입장했어.” 그 광경의 이유는 다름 아닌 BJ대마도사였다. “제 입으로도 말했잖아? 비밀 던전에서 새로운 몬스터를 보여주겠다고.” 현재 그가 황금 평야에 존재하는 비밀 던전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라이브 방송에서 제 스스로 입을 통해 밝혀진 바.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그 말을 단서 삼아 그가 말한 비밀 던전 탐색에 나섰다. 물론 그곳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곳. 하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던전 찾으면 대박이다.” “분명 입구가 있을 거야.” 혹여 던전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BJ대마도사의 인기를 일부라도 훔칠 수 있을 테니까. 그 순간이었다. “어?” “뭐야?” 백여 명이 모여 있는 황금 평야 사이로 빛무리가 뿜어지기 시작했고, 좌중의 시선이 그곳에 몰렸다. “맙소사!” 이윽고 그 빛무리 사이로 등장한 이들을 확인하는 순간 주변이 모두 격한 반응을 보였다. “BJ럭키다!” “BJ골드다!” 그 어수선함 사이에서 미다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예상대로 떼로 모였네.’ 보이는 플레이어의 숫자만 1백 명 이상. ‘밖은 이제 위험해.’ 미다스에게는 좋을 것 없는 숫자였고, 때문에 미다스는 결계의 틈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순간 미다스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들어간다.” 그 외침에 그 두 동료가 소리쳤다. 왕!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그 외침을 끝으로 럭키가 주변 플레이어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림을 내뱉었고, 골드 역시 주변을 향해 금색 눈동자를 살벌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주변 이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살벌한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며 미다스가 결계의 틈, 그 안으로 단숨에 몸을 집어넣었다. [제한구역에 입장했습니다.] “어휴.” 이윽고 그 알림이 들린 후에야 미다스는 긴장을 살짝 풀었다. 그러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난이도 최악 던전이 오히려 훨씬 더 안전하다니.' 작금의 상황에 대한 헛웃음이었다. 그러한 헛웃음은 이내 사라지고, 대신에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이 얼굴에 걸렸다. ‘이대로는 절대 게임 못하지.’ 전략적 후퇴는 매우 유용하다.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 번 제대로 박살을 내야 해.’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건 폭력을 통한 확실한 응징뿐. ‘그러니까 제발……' 그렇기에 매우 중요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을 개봉합니다.] 이번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에서 나올 스킬이. “제발 괜찮은 스킬 하나만 나와주세요, 제발! 김민수 님 , 좋은 거 주시면 이번에 찾아가서 세 번 절해드릴게요.” 때문에 미다스가 기대감보다 간절함을 품은 채 보상으로 얻은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펼쳤다. 호우우우! “주인님, 신께서 보살피실 겁니다.” 그런 미다스를 향해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응원을 보냈다. 그 응원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다섯 장의 황금빛 카드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발! ’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그것들을 살폈다. “어?” 그리고 모든 카드의 스킬을 살피는 순간 미다스의 시선과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뱉었다. “……끝났다.” 힘이라고는 한 올도 들어가지 않은 그 말에 럭키가 하울링을 멈추고 꼬리를 축 내려뜨렸고, 골드 역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끼잉…….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제가 주인님의 위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격려하는 그 둘을 향해 미다스는 대답 대신 자신의 눈앞에 있는 스킬을 선택하며 말했다. “이제부터 나한테 덤비는 새끼들 다 끝났다고.” 그 말과 함께 이제는 미소를 짓는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불굴의 의지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11. [불굴의 의지]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불굴의 의지가 발동된 상태에서는 그 어떤 상황에도 캐스팅이 취소되지 않는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캐스팅 타임 패널티가 줄어든다. !99회 캐스팅 성공 시 타이틀 ‘꺾이지 않는 의지’ 획득 !999회 캐스팅 성공 시 타이틀 ‘멈출 수 없는 자’ 획득 !9,999회 캐스팅 성공 시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획득 불굴의 의지. 새로이 얻은 자신의 레전더리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최고의 시나리오다.’ 그만큼 불굴의 의지 스킬은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일단 레벨이 높아질수록 마주하는 몬스터들 대부분은 범위 공격, 일명 광역기 스킬을 사용했다. 반면 마법사 클래스들의 상위 마법은 보다 긴 캐스팅을 요구했다. 여러모로 캐스팅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셈. 그러나 불굴의 의지는 그 가능성을 없애주었다. ‘이걸 사용하면 캐스팅 타임이 늘어나긴 하지만……' 물론 스킬이 발동되는 동안 캐스팅 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취소되는 것보단 훨씬 나은 일. ‘PK에서는 그딴 건 페널티도 아니지.’ 특히 PK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은 존재치 않았다. ‘무빙 캐스팅이 더해지면 게임 끝이고.’ 더욱이 이런 불굴의 의지 스킬이 무빙 캐스팅 스킬과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물론 무빙 캐스팅만으로 자신을 노리는 각 길드의 실력자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무슨 마법을 캐스팅하느냐, 그 역시 중요하니까. ‘더 제대로 써먹으려면 광역 마법이 필요하지만.’ 그리고 PK, 그것도 실력자를 염두에 둔다면 범위 마법이 필수였다. ‘그 재빠른 놈들 맞추는 건 쉽지 않으니까.’ 실력이 보통인 이들을 맞추는 건 쉽다. 그러나 재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길드나 게임 컴퍼니로부터 적지 않은 월급과 지원을 받는 플레이어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런 그들은 제아무리 명중률이 뛰어난 미다스라고 해도 10번 중 서너 번 맞추긴 힘든 노릇.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광역기가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문제는 돈이다.’ 그저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일 뿐. ‘무빙 캐스팅만 해도 가격 장난 아닌데……' 개중에서도 무빙 캐스팅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매물이 없어서 혹여 매물이 나오더라도 경매가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 변동이 매우 높을뿐더러, 때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광역 마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법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광역 마법 스킬 카드들, 개중에서 유니크 등급 스킬 카드들 중 쓸 만한 것들은 기본 1만 달러에서 거래가 되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런 이유 때문에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결국 돈만 있으면 다 해결 가능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해결책은 분명한 상황. 더군다나 지금 미다스에게는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만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은가? “후우.” 그렇게 머릿속으로 필요한 자금을 계산을 마친 미다스가 짧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정면을 바라봤다. ‘큰그림 그리는 건 좋은데, 당장 눈앞에 있는 걸 놓쳐서는 안 되겠지.’ 검은 안개 바람이 몰아치는 사나운 세상, 그 세상 앞에서 미다스가 긴장의 끈을 조였다. ‘이번 퀘스트도 쉬울 리 없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가 당장 직면한 과제는 메인 시나리오 퀘 스트. ‘자가라의 반지가 뭔지는 모르지만 최소 유니크 등급 이상일 텐데, 난이도 보통 이상일 거야.’ 이제까지 미다스가 경험해 본 것을 토대로 본다면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 역시 매우 높을 게 분명했다. “다들 긴장해.” 그렇기에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에게도 긴장의 끈을 조이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 신호에 그 둘은 바로 대답했다. 왕! “예!"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인 채, 어떤 적이라도 무찌를 날 선 각오를 보여주었다. “좋아, 그럼 다시 한 번……" 그 각오를 본 미다스 역시 전투에 임하는 전사의 표정을 지은 채 눈앞에 집중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정체 모를 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 !공격에 성공하면 단서를 남긴다. 쉼 없이 몰아치는 검은 안개 바람 너머, 먼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존재 하나를.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12.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위한 사냥터인 제한구역, 그곳이 최악인 점은 오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눈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며, 바람 소리는 귀마저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들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조차 현기증이 날만한 일. 그런 그곳에서 정체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욕지거리가 절로 나올 만한 일. 그게 이유였다.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갓워즈는 퀘스트 밸런스 설계가 아주 좆같단 말이야. 그렇지, 럭키야?” 왕! “응? 럭키야, 뭐라고?” 왕! “그래서 이 게임이 갓겜이라고?” 미다스가 지금 기쁨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 “그래, 갓겜이지.” ‘후발 주자 새끼들 제한구역 파트에서 아주 제대로 피똥 좀 싸겠는데?’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자신의 먼 곳에서 거듭 움직이는 정체 모를 자를 바라봤다. 꽤 분주한 움직임이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얼핏 존재를 확인해도 착각이라고 생각할 정도. 그러나 그 모든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맞추기만 하면 퀘스트 종료.’ 심지어 퀘스트 완료 조건도 간단했다. 싸울 필요도 없었다. 공격을 한 번 명중시키기만 해도 사실상 퀘스트 종료가 되는 상황. 그렇기에 미다스는 공격하지 않았다. ‘지금 내 활동 가능 시간은 채 30분도 안 남았다.’ 일단 당장 미다스에게 주어진 플레이 타임이 많지 않았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더라도 웨스트 캐슬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즉, 여기서 정체 모를 자를 공격하더라도 퀘스트 완료를 하는 데에는 9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 ‘조금 전 백 명이 넘었으니, 9시간 후면……' 그렇다면 과연 9시간 후에 제한구역 밖의 상황은 과연 어떻게 되어있을까? ‘어휴, 상상도 안 되네.’ 분명한 건 지금보다 배가 넘는 인원이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BJ대마도사를 노리는 호랑이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 것이다. 그때도 다시 한 번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를 할까? 할 수는 있다. 반응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략적 후퇴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지금까지 모은 돈에 가진 아이템 일부를 처분하면…… 무빙 캐스팅을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전략적 후퇴는 어디까지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만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지금 미다스에게는 그것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지금 레벨은 72레벨이니까…… 그간 레벨업 속도를 가늠하면 4일 안에 80레벨 찍을 수 있고.’ 전략적 후퇴를 고민케 하지 않을 확실한 선택지가.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정체 모를 자가 아닌 좀비 켄타우로스를 바라봤다. ‘여기서 끝장을 보자.’ 13.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장난 아니네. 모인 인파 숫자만 이제 1천 명을 넘어설 것 같은데?” 그곳에서 동료 직원 한 명의 말에 다른 직원들이 저마다 말을 건넸다. “전부 BJ대마도사 보려고 모인 거지?” “그렇겠지. 그게 아니면 뭐하러 황금 평야에서 이렇게 옹기종기 모이겠어?” BJ대마도사가 다시 비밀 구역으로 들어간 지 3일째, 현재 BJ대마도사가 사라진 그 근처 지역에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모이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많이 모일 이유가 있나?” 문제는 그 숫자가 1천 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것이었다. 그건 단순히 이름값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름값을 베이스 삼아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가능한 일.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가 너무 강렬했잖아?” “하긴.” 그 플러스 알파는 BJ대마도사가 벌인 쇼였다. BJ대마도사는 라이브로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농락하는 모습을 쇼처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쇼는 엄청난 흥행이 되었다. 그런 쇼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에 시간을 투자하는 걸 아끼는 이는 없을 터. “술래잡기가 되어버렸으니까.” 또한 그 쇼에는 누구든 참가할 수 있었다. 굳이 PK를 할 필요도 없었다. 도망치는 BJ대마도사를 발견해서 술래잡기 하듯 터치만 하더라도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재미없지.” 그때 대화를 듣던 박영준이 한 마디를 던졌다. “톰과 제리에서 추격전이 재미있는 건 톰이 제리를 진짜 잡으려고 달려드니까 재미있는 거야. 그게 그저 술래잡기 같은 놀이가 되면 누가 톰과 제리를 보겠어?” 이어진 그 말에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뭐가 좋을까요? 여기서 뭔가는 해야 하잖아요?”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를 해야지.” 이어진 그 대답에 부하 직원들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하면 재미없다면서요?” “그래, 그냥 하면 재미없지. 그러니까 새로운 조건을 붙여야지.” 말과 함께 박영준이 손에 든 태블릿PC를 부하 직원에게 건네주었고, 부하 직원이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다른 직원들 역시 태블릿PC의 화면을 확인하고는 똑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를. ‘설마?’ 당연히 이 구하기 힘든 물건을 구한 박영준의 의중도 알 수 있었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단 이번에는 도망 안 칠게.” 박영준, 그가 BJ대마도사에게 PK콘텐츠를 요구하기 위해 이 물건을 구했음을. “이제 BJ대마도사가 우리 요구를 들어줄 때다.” 91화. < 29화. PvP (1). >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쇼의 영향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 진짜 난 놈이라니까. 지루할 틈을 안 주네. -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끝낼 리가 없겠지? - 조만간 또 빅이벤트 하나 터질 듯? 온라인에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들었다. “아, 내가 레벨만 낮았어도 지금 BJ대마도사 잡으러 황금 평야로 가는 건데! 아, 너무 아쉽다!” 그리고 캡슐방에서는 이혁주가 하루 종일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들었다. “어이구 머리야.” “저 소리 또 들을 바에는 차라리 게임을 하고 말지.” 듣는 캡슐방 손님들이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이제는 반박도 하기 귀찮다는 것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지경.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이혁주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카운터 옆에 앉은 정현우를 바라봤다. “형, 솔직히 BJ대마도사랑 1대 1이면 해볼 만하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법사 클래스잖아요?” 반박이든 뭐든 좋으니 대화를 받아주세요, 라는 심정을 담은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에 든 스마트폰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다른 왼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것을 본 이혁주가 대화 주제를 바꿨다. “형, 그거 먹을 만해요?” 대답 대신 정현우가 내려놓은 음료수병에는 에너지 밀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갓워즈가 인기를 끈 후 가상현실 게이머들을 위해 만든 에너지 공급 음료였다. 물론 제대로 된 건 아니었다. “난 그거 아무리 공짜라도 못 먹겠던데.” 제품이 나오고 판매를 하기 전 소위 판촉용으로 캡슐방에 공짜로 주던 것들, 그러다 안 팔리고 쌓인 재고 물품들이었다. 물론 재고 물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이제까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1년 동안 창고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 “형, 비위가 대단하시네요. 어디 가서 굶으실 일은 없으시겠어요.” 정현우 역시 그동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입에 댄 이유는 하나였다. “그래, 칭찬 고맙다.” ‘젠장, 한 푼이 아까워서 이딴 걸 먹게 되다니.’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를 사기 위한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 물론 식비를 아껴서 모을 수 있는 추가 금액은 많아봐야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모은 자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목욕탕 욕조에 물 한 바가지 정도 붓는 수준. ‘어떻게든 구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아끼는 건, 그만큼 정현우에게 무빙 캐스팅 스킬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미다스가 오른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살피는 것은 G베이의 경매창이었다. ‘어.’ 그때 알림이 떴고, 그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가 보는 화면이 바뀌었다. ‘올라왔다!’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 매물이 올라오는 순간. ‘최근 무빙 캐스팅 경매 낙찰가는 3만 7123달러. 지금 착용한 아이템을 빼고 전부 모은 돈이 4만 3천 달러.’ 그 순간 계산을 마친 정현우는 각오를 했다. ‘4만 달러 이상 주더라도 기필코 산다. 새끼들, 돈지랄이 뭔지 보여주마!’ 그 각오와 함께 정현우가 경매에 참가했다. 2.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내뱉는 미다스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서로를 스윽 바라봤다. 또 주인이 뭔가를 잘못 먹은 모양이다,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 무빙 캐스팅 같은 스킬 카드 하나가 8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게 말이 돼?” 그러한 둘의 시선에도 미다스는 제 분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재차 말했다. “이 빌어먹을 돈빨좆망겜!” 그 분노를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물 건너갔네.’ 미다스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무빙 캐스팅을 손에 넣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다스는 PK에서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됐으니까.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기존 시세보다 좀 더 많은 돈을 모았으니까. ‘미친, 갑자기 2배 시세가 말이 돼?’ 그런데 그 예상 금액보다 2배가 넘는 금액에 아이템이 거래될 줄이야? ‘게임에 8만 달러라니, 미친 새끼들. 돈지랄하면 게임이 재미있나? 정도껏 해야지.’ 솔직히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구매는 불가능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 ‘됐다, 됐어. 무빙 캐스팅 없어도 문제 될 건 없어.’ 물론 어디까지나 베스트 시나리오를 포기한다는 것이지 차선책은 여러 개 있었다. 무빙 캐스팅이 없어도 현재 상황이 골치 아픈 건 아니었다. ‘불굴의 의지가 있으니까.’ 사실 불굴의 의지가 무빙 캐스팅보다 효용성은 더 좋았다. 애초에 무빙 캐스팅의 효용 가치도 이동함으로써 캐스팅 취소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애초에 캐스팅 취소 자체를 허락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훨씬 더 가치가 높은 건 당연지사. 그 증거로 불굴의 의지 스킬 카드의 경우에는 그 시세가 10만 달러부터 시작이었다. ‘뭐, 이번에 나오면 감사히 받겠지만.’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아직 기회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다음 레벨업까지 남은 건 10마리.’ 현재 미다스의 레벨은 79레벨, 그것도 80레벨을 거의 코앞에 둔 상태였다. 80레벨 달성 보상이 남아 있다는 의미. ‘워드래곤 님, 하나만 주십시오.’ “자, 그럼 슬슬 이곳을 졸업하자.”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몰아치는 검은 안개 속에서 마지막 사냥이 시작됐다. 3. 퍼엉! 검은 안개 바람을 뚫고 날아간 파이어볼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뚱이와 부딪치며 거친 소리가 났다. [좀비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파이어볼 스킬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8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 “보상 수령!”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눈에 띄는 건 고고하게 빛나는 황금빛 카드였다. 전설의 등장!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은 황금빛 카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붉은빛만을 쫓았다. ‘제발 무빙 캐스팅!’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유니크 등급 카드 3장이 눈에 들어왔다. 미다스가 빠르게 그 내용을 확인했다. ‘아.’ 그 순간 미다스의 안색이 굳어졌다. “역시 운빨좆망겜.” 이어서 내뱉는 말이 말해주었다. 무빙 캐스팅 스킬은 나오지 않았음을.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그 무수히 많은 스킬들 중에 미다스가 원하는 스킬이 그대로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냥 레전더리나 골라야지, 에휴.” 결국 미다스가 어쩔 수 없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레전더리 카드를 확인했다. "어?" 그 순간 미다스의 얼굴이 굳었다. [쇼크 웨이브]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충격파를 발생시켜 대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주고 마비 상태로 만든다. “어!” ‘맙소사, 광역기 중에 손꼽히는 놈이잖아?’ 쇼크 웨이브. 광역 마법 중에서도 꽤 강력한 스킬이었다. 보이는 것처럼 일단 광역 마법으로, 그 범위가 굉장했으며 데미지도 적지 않았다. ‘이거 마비 효과도 엄청 강력한데?’ 무엇보다 좋은 건 데미지를 주는 순간 발동하는 마비 효과가 상당히 강력했다. 보스 몬스터조차도 3초 남짓, 스킬 랭크에 따라서는 5초 정도 그대로 굳게 만들 정도. 때문에 보스 몬스터 사냥에서도 무척 유용했다.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아니, 가격 자체만 놓고 보면 무빙 캐스팅보다 훨씬 비싼 녀석이었다. “흠, 역시 나쁘지 않은 게임이야. 럭키야,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자연스레 미다스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리기 위해 실룩거렸고, 그 모습에 럭키는 물론 골드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는 주인의 정신 나간 또라이 짓에 반응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 “애정이 식었어.” ‘오케이, 이 정도면 됐다.’ 그 둘을 보며 투정을 내뱉었지만, 미다스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정도면 7인 파티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제는 밖에서 자신을 노리는 호랑이 무리를 상대로 본보기를 보여줄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미소. ‘자, 그럼 슬슬 라이브를 준비해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본보기 과정은 생방송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실 채널 코드를 입력하십시오.] 미다스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리 만들어둔 방송 페이지와 자신의 캐릭터를 연결했다.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곧바로 미다스의 눈에 채팅창이 떴다.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 ‘응?’ 그런 채팅창에는 관리자 외에 이름 하나가 더 있었다. 미다스가 한 번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사장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이름! - 와튼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장이 먼저 미다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 ‘무슨 일이야? 사장님이 왜?’ 당연히 미다스는 긴장했다. 갑, 그것도 그 갑의 우두머리를 상대로 마땅한 행동. ‘이번 건이 진짜 큰 모양이구나.’ 더욱이 현재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매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회사로 따지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된 셈. 긴장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 와튼 : 이번에도 저번처럼 가실 생각이십니까?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는 제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뭐,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죠.” - PK가능하십니까? 그때 나온 질문에 미다스는 직감했다. ‘젠장, 저번에 그거 별로였던 모양이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저번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에 불만을 가진다는 것. ‘역시 튀는 건 별로이지.’ 사실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특히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한 번은 몰라도 두 번까지는 확실히 그림이 좋지 않았다. ‘사장님이 직접 채팅으로 말할 정도면 진짜 별로였던 모양이구나.’ 하물며 사장까지 나서서 그 부분을 직접 꼬집는다는 건, 그냥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때문에 미다스는 말했다. “못할 건 없죠.” ‘어차피 싸우려고 했으니까.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 모습에 사장이 말했다. - 예, 잘 부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될 만한 스킬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스킬 카드요?” - 무빙 캐스팅, 준비했습니다.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 무빙 캐스팅이요? 그거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사장은 대답했다. - 와튼 : ^^ 4. 채팅을 마친 박영준은 곧바로 화면으로 보이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다들 봤지?” “예?” 그 말에 모두가 무슨 소리냐, 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지금 내가 무빙 캐스팅 꺼내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잖아?” 들어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부하 직원이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는 말이야, 태어나서 이제까지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살던 부류야.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런 부류한테 스킬 카드 하나를 주면서 PK를 하라고 말했어.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 “좋진 않겠죠.” “그래,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은 어때? 기분이 좋지 않은 걸로 보여?” “그보단 그냥 놀란 표정인데요, 아!” 그제야 좌중은 박영준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내 제안을 명령이나, 요구가 아니라 부탁으로 들었다는 증거이지. 그리고 봐, 지금 고맙다고 말했지? 자, 그럼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어떻게 할까?” “사장님 부탁대로 PK를 해주겠죠.” 그 대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시 라이브에 집중해. 오늘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날이 될 테니까.” 5. [무빙 캐스팅]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이동 중에 마법 캐스팅이 가능해진다. 캐스팅 도중에 이동 속도는 감소한다. !캐스팅 상태로 2.22킬로미터를 멈추지 않고 이동 시 ‘무빙 캐스팅’ 타이틀 획득 !캐스팅 상태로 이동한 누적 거리 42.195킬로미터 달성 시 ‘마라토너’ 타이틀 획득 스킬을 확인한 미다스는 슬쩍 채팅창을 확인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사장님의 아이디를 확인한 미다스는 속으로 긴 한숨을 삼켰다. ‘설마 8만 달러에 산 사람이 사장님인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선물.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임무야.’ 이것이 그저 공짜로 주는 호의가 아니라 미다스를 향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베팅임을. ‘어떻게든 완수해야 하는 임무.’ 이제까지 그 둘이 서로 돕고 돕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운명공동체가 되고자 한다는 의지임을. 사실 그건 미다스 입장에서 기쁜 일이었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이토록 엄청난 대우와 지원을 하면서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민 적이 없었으니까.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부담감, 그 이상의 감격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이 내민 손에 기꺼이 쥐여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을 쥐여줄 속셈이었다. 고민도 없었다. ‘이제 툰가 왕국에서 골머리 썩힐 필요는 없다.’ 무빙 캐스팅이 들어온 순간 미다스는 자신이 준비한 베스트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셈. 남은 건 그 시나리오대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파이어볼!” 그 각오를 품은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소환한 후에 먼 곳에 있는 정체 모를 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시원한 소리와 함께 알림이 들렸다. [정체 모를 자를 공격했습니다.]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웨스트 캐슬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결계의 틈 밖으로 움직였다. 92화. < 29화. PvP (2). > 6. BJ대마도사가 쇼를 마치고 다시 제한구역으로 들어간 지 4일째. “와, 바글바글하네.” “맙소사, 진짜 천 명 넘겠네?” BJ대마도사가 사라진 그곳에는 이제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광경이었다. “아니,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아?” “미친놈들, 비싼 돈 내고 게임하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나?” BJ대마도사가 딱히 이벤트를 예고한 것도 아니고, 그를 따라 던전을 탐험할 수 있다고 밝혀진 것도 아님에도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이들이, 그것도 일반 플레이어들 다수가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근데 뭐 할 게 이런 거 밖에 없긴 하지.” “갓워즈에는 소문 난 잔치가 없잖아?” 갓워즈에서 일반 플레이어들이 끼어들만한 사건사고가 지극히 적다는 것. 세간이 관심을 가지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나, PK는 솔직히 말해서 최상위 플레이어들, 그들만의 리그와 같았다. “소문난 잔치가 있어도 구경하는 건 어렵지.” “뭐하면 그냥 꺼지라고 하니까.” 심지어 평범한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광경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것조차 쉬이 용납되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나 PK를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평범한 플레이어와 자신들을 방해하려는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구분할 능력이 없기에, 일반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꺼리는 탓이었다. “이런 거 난 처음이야.” “이런 이벤트는 언제 또 경험할지 몰라.” “비싼 돈 내고 게임하는데 이런 거라도 제대로 즐겨야지.” 그런 의미에서 세간의 적지 않은 이슈가 된 이벤트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라이브 하겠지?” “잘하면 BJ대마도사 방송에 나올지도 몰라.”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남달랐다. ‘무조건 잡는다.’ ‘이제 어떻게든 잡아야 해.’ 아바트와 알랍을 비롯해 그때 BJ대마도사의 쇼에 제물이 되어버린 이들은 물론 10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금 같은 시간을 BJ대마도사를 기다리는데 쓸 정도. 그리고 그게 이곳에 사람들이 더 모여 있는 이유였다. 과연 BJ대마도사는 이토록 많은 인파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저기!” 그때 평범한 평야,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켄타우로스?” 등장한 건 다름 아닌 켄타우로스 두 마리. 그러나 그것을 켄타우로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드디어 나타났다!” 누가 보더라도 그 두 켄타우로스의 정체는 BJ대마도사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BJ골드다!” “BJ골드가 나타났다!” “맙소사, 저기 BJ럭키도 있어!” 납작 엎드린 채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고 있는 럭키의 존재도 이내 들켰다. BJ대마도사가 나타났다! 그 사실에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열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끼잉……. “주인님, 아무래도 정체를 들킨 모양입니다.” 상황을 파악한 럭키와 골드도 이내 포기한 듯 미다스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그 시선에 대답 대신 채팅창을 바라봤다. [BJ럭키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BJ골드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BJ대마도사안티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개방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외쳤다. “폴리모프 해제.” 주문과 함께 켄타우로스, 거대한 신장이었던 그 모습이 로브를 입은 마법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마법같은 광경. “우와, 장난 아니네.” - 감쪽같네 . 그 광경에 주변이 감탄을 토해내는 사이 미다스가 평소보다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제가 매우 중요한 퀘스트 진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웨스트 캐슬까지 가야 합니다!” 그 외침에 곧바로 플레이어와 시청자가 대답했다. “쇼해주세요!” - 쇼해주세요! 캐치 미 이프 유 캔, 그 쇼를 한 번 더 보여 달라!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였다. “어?” - 뭐야 저거? 플레이어 다섯 명이 미다스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카프 길드다!” 목에 두른 스카프보다 확실하게 그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 뭐야? - 떼로 몰려드네? 스카프 길드가 등장한 것을 기점으로 1천여 명의 플레이어들, 그 속에서 기색이 남다른 파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십여 명이 미다스를 가운데 둔 채 작은 포위망을 만들었다. 그 광경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어? 무슨 일이세요?” 놀란 듯한 말. 그러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는 미다스 역시 지금 사정을 잘 알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이어진 그 말에 아바트, 그가 말했다. “BJ대마도사 한 판 붙자.” 그 말과 함께 아바트가 목에 두르고 있는 스카프를 벗어 미다스를 향해 던졌다. - 와, 스카프 던졌다. - 하얀 스카프니까, 이기면 1만 달러 지급이다! 그건 스카프 길드의 심볼이었다. 스카프를 벗어 던지는 것은 싸움의 표현이었고, 이길 경우 스카프 색에 따라 스카프 길드는 상금을 지급했다. 자기들을 잡으면 오히려 돈을 주겠다! 스카프 길드가 1티어급 길드가 됐던 비결 중 하나였다. 자연스레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거 그냥 도망 못 치겠는데?” “PK, 제대로 붙겠어.”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말했다. “아, 그러니까 그쪽 다섯 명하고 우리 셋하고 같이 한 판 붙자?”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엄지 끝으로 제 등 뒤를 가리켰다. “거기서 내가 이기면 그때는 저기 있는 레드 스네이크 애들하고 싸우고, 그다음에도 이기면 이쪽에 있는 펠리세이드 길드 애들하고 붙고, 그다음다음에는 천궁 길드인가?” 미다스의 입에서 정확하게 자신들이 속한 길드가 언급되자, 언급된 이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바로 우리를 알아보다니……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구나.’ ‘정보력이 대체 어떤 거지?’ 그건 분명 위력적인 협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서는 이는 없었다. 그 정도 위협에 물러설 정도였다면 애초에 각오는 물론 합의마저 마친 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 사실에 불만 있나?” 특히 아바트의 각오는 남달랐다. ‘널 못 잡으면 길드 탈퇴다.’ 이 무대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아바트는 길드에 대해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 명령 불복종인 셈. 배수의 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몸을 반쯤 물에 담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아바트를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당연히 불만 있지. 5대3이라니, 이건 불공평하잖아?” 이어진 말에 좌중에서 대답이 나왔다. “솔직히 불공평한 거 맞지.” - 아바트지? 쟤 레벨 90레벨 넘지 않나? “저 파티 평균 레벨이 90레벨 근처일걸?” - 이제 막 툰가 왕국에 와서 황금 평야 사냥하는 BJ대마도사는 기껏해야 80레벨일 텐데, 이거 솔직히 체급이 안 맞잖아? 누가 보더라도 불공평한 싸움. 그러한 불평에 아바트는 말했다. “싫으면 도망치든가.” 도망쳐라. “도망칠 수 있으면.” 하지만 그냥 놔주지는 않겠다. 그러한 말에 좌중의 긴장감이 달라졌다. “분위기 장난 아닌데?” - 도망치면 다 쫓아서 잡겠다는 거지? 아바트가 그저 생떼를 부리기 위해 온 게 아님을, 그가 진짜 사냥개가 될 각오가 됐음을, 모두가 느꼈다. 이내 그 긴장감이 사방을 짓눌렀고, 그 상태에서 모두가 이제는 미다스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그런 좌중의 기다림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너무 유리하잖아.” 그 말에 좌중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마저 말했다. “그렇잖아? 상식적으로 5대3으로 싸우면 내 쪽이 너무 유리하잖아? 솔직히 그러면 싸움 자체가 안 된다고." 그 순간 고개를 갸웃했던 이들이 이내 고개를 바로 만든 후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BJ대마도사, 살아 있네!” - 하긴 BJ럭키 님이 있으니까. BJ대마도사 같은 놈은 탱킹만 잘하면 되잖아? 긴장감이 풀어지고 웃음이 흘리기 시작했고, 그 상황에서 아바트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때였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1대 1하자.” 미다스가 말과 함께 손에 든 검은빛 지팡이로 아바트를 겨누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좌중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 뭐야?” - 진짜? 장난이 아니라? 그 놀람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대신 이번에는 도망 안 쳐줄 테니까.”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 2부가 시작됐다. 7. 대부분의 게임에서 마법사와 검사가 PK를 하면 검사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들어가면 게임 기획자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게임 밸런스를 설계한다. 갓워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갓워즈의 경우에는 더 심했다. - 이건 말도 안 돼. - 이거 갓워즈야! 보통의 게임은 공격을 당해도 그냥 HP가 감소하거나,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는 수준에서 그친다. 게임을 컨트롤하는 입장에서 욕이 나올지언정 심리적, 정신적, 육체적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고, 판단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의미. 하지만 갓워즈는 달랐다. - 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1 대 1이라니? 애초에 마법조차 제대로 못 쓸 텐데! - 마법이 뭐야, 구르기 시작하면 정신도 못 차릴걸? 근접 딜러가 작심하고 공격을 시작하면, 마법사는 그야말로 축구공처럼 바닥을 구르게 됐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은 판단 자체가 불가능했다.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안에서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것처럼.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싸움을 걸었다. 근접 딜러, 그것도 동급 중에서는 나름 상위 1퍼센트 실력자라고 할 수 있는 아바트를 상대로. 츠릉! 그 사실에 아바트는 대답 대신 칼집에서 숏소드를 꺼낸 채 손에 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싸움 받아주겠다!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 진짜 붙는다. - 와, 이거 좆된 거 아니야? - BJ대마도사가 개그친건데 왜 쟤는 다큐로 받아? 라이브를 보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미심쩍은 기색을 드러냈다. 진짜 1대 1로, 마법사 클래스가 검사 클래스와 싸울 리가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이거 리얼인데?” 하지만 지금 직접 광경을 보는 이들은 이게 장난이 아님을 인지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10미터 전방, 그 앞에 있는 아바트를 겨누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아바트는 움직이지 않은 채 미다스의 행동을 기다렸다. 일종의 매너였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매치업에서 최소한 마법사에게 마법 주문을 한 번이라도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매너. “BJ대마도사가 외치면 시작이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마법 주문을 외우는 순간 아바트는 총성을 들은 경주마처럼 그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아......."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바다 케다브라!” 그 외침에 잠시 동안 주변에 고요함이 깔렸다.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게 아닌가?” 그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 아깝다. 해리포터였으면 원킬 가능했는데! - 아바다 케다브라 아시는구나! 이 스킬은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즉사원킬 씹사기 마법 주문인데 주인공은 맞아봤자 안 죽는....... 반면 아바트의 표정은 구겨졌다. 그런 아바트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미안, 어제 일 때문에 해리포터를 좀 읽어서 말이야.” 그야말로 조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트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미다스가 주문을 외우길 기다렸다.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상황을 그저 장난이었다, 같은 분위기로 넘길 생각 따위는 없다. 어떻게든 어느 한쪽이 게임 오버를 당해야 끝이 나는 결판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 ‘다음은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장난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헬!"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그 외침에 이번에도 모두가 생각했다. - 또 장난질이네. - 헬파이어볼 스킬이 어디 있어 ㅋㅋㅋ 헬파이어볼이란 스킬은 갓워즈 그 어디에도 현재 등장하지 않은 스킬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바트의 반응은 달랐다. “돌진!” 그는 미다스가 소리치는 순간 돌진 스킬을 사용하며 단숨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 - 어! 그 광경에 모두가 놀라는 순간, 이미 아바트는 미다스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날렸고,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세 바퀴 정도 바닥을 굴렀다.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더욱이 아바트는 진지했다. ‘단숨에 몰아친다.’ 보통 근접 딜러들은 첫 공격에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자 한다. 나쁠 건 없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하는 게 근접 딜러의 가치였으니까. 하지만 수준급 실력자들은 그 방식을 다르게 해석했다.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한다면, 그 주어진 시간을 늘리자고. ‘네놈의 탱킹 능력이 얼마든 간에, 일어나지도 못하게 해주마.’ 아바트가 몸통 박치기를 먼저 날려서 미다스를 무너뜨린 게 그 이유였다. 이미 미다스의 탱킹 능력이 비정상적인 것을 파악한 상황에서 필요한 건 시간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아바트는 쿨 타임 여유를 돌릴 생각이었다. 미다스를 상대로 적당히 시간을 걸면서 쉼 없이 그를 몰아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가 일어날 때까지 그는 기다렸고, 미다스가 일어나는 순간 그제야 그는 다시 한 번 미다스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니들 소드!” 이번에는 검 끝을 앞세운 채 몸을 날렸다. 푹! 그렇게 내지른 검끝이 미다스의 로브, 그 너머 갑옷을 뚫고 제법 깊게 들어갔다. ‘들어갔다.’ 분명히 데미지가 박히는 순간. 퍼엉! 그 순간 아바트의 눈앞에서 폭음이 터졌다. “어?” 그 폭음과 함께 아바트의 눈앞에 일순간 하얗게 물들었고, 그 사실에 아바트가 뒷걸음질 쳤다. 그때 알림이 들렸다.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제야 아바트는 깨달았다. 자신이 마법 공격에 당했음을. 그런 아바트의 귀로 미다스는 말했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 말에 좌중이 놀라움을 토해냈다. “아니 어떻게?” - 캐스팅 중에 공격당했잖아? 취소 안 됐어? 공격을 당하면 캐스팅은 취소된다, 그렇기에 마법사 클래스는 근접 딜러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논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상황. 모두가 의문을 품는 상황에서 대답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불굴의 의지 배운 모양이네. 그거 매물 지금은 없을 텐데, 어떻게 구했지?] 불굴의 의지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93화. < 29화. PvP (3). > 8. 불굴의 의지. 누가 보더라도 마법사에게 있어 좋을 수밖에 없는 스킬, 레전더리란 등급이 붙어도 이상할 것 없는 스킬. 하지만 의외로 이 스킬에 대한 인지도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일단 그 효과가 화려하기는커녕 애초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보여서 좋을 게 없었다. 불굴의 의지 스킬이 발동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그 마법사의 캐스팅이 취소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의미. 위기 상황에 빠지는 것을 보여줘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실제로 10대 길드를 대표하는 마법사들 중에 불굴의 의지 스킬을 가진 이는 제법 많았지만, 그 스킬이 발동하는 경우는 없었다. ‘분명 공격이 먹혔다.’ 아바트가 눈앞에서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한 미다스를 보고 공황 상태에 빠진 건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마법을?’ 아바트는 이 순간 미다스가 보여준 저것이 불굴의 의지 덕분이란 걸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비단 아바트만 그런 건 아니었다. “저거 뭐야? 마법을 썼어?” “헬파이어볼이 진짜 있었어?” “아니, 헬파이어볼이 아니라 마법을 쓴 게 이상한 거라니까!” 이 광경을 직접 보는 플레이어들 대부분 역시 이 상황에 놀란 표정을 지을 뿐, 해석하지 못했다. [아즈모 : 불굴의 의지 스킬이 있으면 외부적 요인으로 캐스팅 취소는 안 되지. 물론 본인이 직접 취소하는 건 다르지만.]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아즈모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정도. 그러나 그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을 리 만무한 아바트의 상태는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조사해볼게요! 그를 도와주는 모니터링 요원 역시 답을 내려주지 못할 정도. 그렇게 아바트가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미다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확인한 아바트의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여전히 아바트는 불굴의 의지란 스킬을 떠올리지 못했지만, 대신 지금 상황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건 떠올릴 수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캐스팅을 취소시킬 수 없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으니까. 무엇보다 조금 전 아바트는 느껴봤다. ‘끝난다.’ BJ대마도사의 파이어볼, 가장 낮은 레벨의 마법에 맞았음에도 자신의 HP가 10퍼센트가 그대로 날아간 걸.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하는 데미지 딜링, 하물며 맞은 공격이 파이어 스피어나 아이스 스피어였다면? 그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아바트가 본능적으로 미다스를 향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무조건 공격해야 해.’ 근접 딜러에게는 오로지 공격만이 전부였으니까. 그러한 아바트의 접근을 확인한 미다스가 눈빛을 바꾸었다. ‘역시 재능은 다르네.’ 대개 이런 경우에서 보통 이들은 뒷걸음질을 치거나 행동하더라도 어색한 행동을 보인다. 그럼에도 아바트는 이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고, 행동에 옮겼다. 스카프 길드, 그 위세 좋은 길드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재능 덕분이었다. 미다스 역시 아바트의 그 재능을 인정했다. ‘그래, 이렇게 나와줘야지.’ 인정했기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고, 예상한 그대로 바로 대응에 나섰다. 미다스가 황소처럼 달려오는 아바트를 피해 그대로 자신의 오른 편으로 몸을 날렸다. 엄청난 속력으로 전진하던 아바트가 그대로 급정거를 한 후에 그대로 고개를 돌려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모든 이들 역시 당황했다. “움직였어?” - 캐스팅 취소된 건가? 마법사는 캐스팅 도중에 움직일 경우 그대로 캐스팅이 취소된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까. 더욱이 불굴의 의지 스킬은 어디까지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았을 때 캐스팅을 가능케 하는 거지, 플레이어가 자의적으로 행동할 때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스킬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뿐.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무빙 캐스팅도 배웠네. 하긴, 이건 구할 만하지. 비싸봐야 10만 달러도 안 하니까.] 무빙 캐스팅! 이번에는 아바트 역시 그 스킬의 존재를 파악했다. 파악했기에 그의 얼굴이 구겨졌다. ‘빌어먹을……' 무빙 캐스팅을 가지고 나올 경우는 상정 범위였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무빙 캐스팅은 어디까지나 이동 시에 캐스팅을 가능케 해주는 스킬일 뿐, 공격을 받으면 캐스팅은 취소됐으니까. 그러나 앞서서 공격을 당해도 캐스팅이 취소되지 않는 걸 본 상황 아닌가? 아바트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를 직면한 기분. 그사이 캐스팅을 마친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오른손에 든 라이트닝볼을 그대로 아바트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파직! 고작 5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던져진 공격은 아바트에게 피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그의 얼굴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윽!’ 아바트가 그 사실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감추고 자세를 낮추려고 했다. [마비 상태입니다.] 그러나 감전 효과가 그 행동을 굼뜨게 했고, 미다스는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바로 아이스볼을 던졌다. 콰직! 아이스볼이 다시 한 번 아바트의 얼굴에 꽃힘과 동시에 수류탄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그 순간 아바트가 다시 한 번 미다스와 거리를 좁혔다. 현명한 생각이었다. [아즈모 : 가만히 있어선 답 없지. 그리고 무빙 캐스팅은 발동되면 이동 속도가 감소하니까. 못 잡을 것도 없고.] 무빙 캐스팅의 단점인 이동 속도 감소를 염두에 둔다면 기동력 대결에서 아바트가 질 일은 없을 터. 그러한 아바트의 접근에 미다스 역시 전력으로 다리를 놀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바트의 검이 미다스를 향해 날아왔고,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옆으로 몸을 날리며 그것을 피했다. 이후 다시 한 번 더 아바트가 미다스를 쫓아 움직였고, 미다스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발을 놀렸다. 꼬리잡기를 하는 듯한 그 광경이 몇 번이 더 거듭됐을 때 모두는 깨달았다. [아즈모 : 왜 이렇게 빨라? 무빙 캐스팅 발동했잖아?] 미다스의 기동력이 아바트와 비교해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세한 상황이란 것을. 그 비결은 하나였다. ‘마스터했지.’ 마스터 스킬북. 미다스는 그 스킬북으로 무빙 캐스팅 스킬을 마스터 랭크인 S랭크로 만들었다. 쉽지 않은 선택. 그러나 반대로 그 무엇보다 확실한 선택이었다. ‘이걸로 PK는 끝이다.’ 적어도 미다스가 동급 플레이어들과의 PK에서는 결코 질 수가 없음을 알려주는 선택. 혹여 잡을 수 있더라도 긴 시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파이어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미다스의 마법 쿨타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 사실에 아바트의 표정은 이제 더 이상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저 질려버렸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나는 순간이었다. 아바트가 미다스에게 앞으로 몇 번 더 공격을 명중시킬 수 있겠지만, 캐스팅을 막지 못하는 이상 아바트가 먼저 무너질 터. 하물며 이 대결은 1대 1아닌가? 힐러의 도움도, 탱커의 개입도 바랄 수 없는 1대 1대결.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대로만 가도 충분히 그리고 유유히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대로 끝나면 재미없지.’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쇼크 웨이브!” 미다스, 그가 새로운 마법을 꺼냈다. [아즈모가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얘, 돈 좀 쓸 줄 아네.] 9. 갓워즈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한 별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거였다. 별을 잡는 것. 갓워즈 초창기에 …가 빈번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별들이 내린 방법은 간단했다. ‘일벌백계라는 단어가 오래 전부터 쓰인 이유가 있는 법이지.’ 확실하게 격차를 보여줌으로써 도전 자체를 차단하는 것. 지금 미다스가 준비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1천 명이 넘는 관중과 10만 명이 넘는 시청자 앞에서 미다스는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저울질 따위가 애초에 불가능하게 해주마.’ BJ대마도사는 애초에 잡을 수 없으니, 그를 잡으면 어떻게 될까? 같은 계산 따윈 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러한 미다스의 의중은 분명하게 먹히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그 스킬이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를 잡으러 왔던 혹은 그럴 의중을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졌다. ‘쇼크 웨이브는 광역기잖아?’ ‘저건 피할 수도 없어.’ 파이어볼이나 아이스 스피어 같은 스킬은 피할 수 있으나, 쇼크 웨이브는 그 회피조차 불가능했으니까. 물론 그들의 표정은 아바트의 표정에 비하면 나았다. ‘젠장!’ 미다스에게 달려드는 아바트의 얼굴에는 이미 패배의 기색이 역력했다. “폭주!” 폭주 스킬, 잠시 동안 모든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늘려주는 스킬을 사용하면서 미다스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순간에도 퍼억! 제 숏소드로 미다스의 목덜미를 내리찍는 순간에도 아바트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자, 캐스팅까지 이제 15초쯤 남았는데 차라리 그냥 도망치는 게 어때? 응? 도망칠 수 있다면 말이야.” 그 말에 아바트가 대답 대신 미다스의 배를 발로 찬 후에 뒷걸음질 치는 미다스를 향해 다시 한 번 공격을 날렸다. 차고, 공격하고, 차고 공격하고!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는 듯한 완벽한 연계기, 보는 이는 물론 당하는 쪽에서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을 만큼 훌륭한 콤보 플레이였다. 그러나 그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시간을 가늠했다. - 카운트다운 들어간다. - 10, 9……. 그리고 이내 그 시간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왼손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그렇게 스파크가 튀어오르는 왼손의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가 듣는 순간 미다스와 아바트, 그 둘을 중심으로 반경 10미터의 공간이 좌우로 가볍게 흔들렸다. [쇼크 웨이브가 발동합니다.] 그리고는 그 알림과 함께 이번에는 공간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꽈릉! 그 후에 천둥소리가 터졌다. 쇼크 웨이브가 발동하는 순간. 그 순간 아바트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쇼크 웨이브의 감전 효과가 발동했다는 증거. 그렇게 동상처럼 굳어버린 아바트를 앞에 둔 미다스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제 로브를 툭툭 털었다. 여유를 보여줬다. “아, 이제 슬슬 마무리 들어가야겠네요.” 넘치는 여유. 물론 오로지 미다스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였다. 그것을 구경 하는 모든 관중과 시청자들은 잔뜩 긴장한 채 미다스가 보여줄 피날레를 기다렸다. “마지막은 달라야죠. 인벤토리!” 이어진 말에는 피날레를 상상했다. - 다르다고? 새로운 마법인가? - 무기를 바꾸는 거 아닐까? 그때 그가 분명하게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위가의 활을 꺼내겠지.] 그 채팅 내용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멈춰있으니까 위가의 활로 맞히기만 하면……. - 그 후에는 도망쳐도 무조건 적중! - 역시 아즈모 님이다! 마비 상태에 빠진 상대로 위가의 활을 꺼낸다는 것, 그보다 확실한 마침표는 없을 터. 그러한 좌중의 관심 속에서 미다스는 인벤토리 안에서 무기 하나를 그대로 꺼냈다. - 어? 위가의 활이 아니네? - 활이 아니라 지팡이 같은데? - 도끼?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도끼. 지팡이 대신 이제는 도끼를 든 미다스가 그 도끼 날로 HP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아바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리 마법!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마지막 피날레였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건 나도 예상 못했다.]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피날레. 10. 두 번이었다. 퍼억! 미다스가 손에 든 도끼가 아바트 몸을 두 번 내리찍는 순간 아바트의 얼굴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뚱이처럼 마네킹처럼 그저 사람 비슷한 형태만 갖춘 채가 되었다. 그 상태로 아바트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바트를 처치했습니다.]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는 일단 쓰러진 아바트의 몸 앞에 섰다. 승부란 승자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한 후에야 끝나는 법. [아이템을 루팅합니다.] 그렇게 승자가 취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취한 후에야 좌중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가 이겼다!” “물리 마법이 이겼다!” 터지는 환호성. 그러나 그 환호성 사이로 미다스는 이렇다 할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다스는 손에 든 도끼를 염력으로 띄우고 대신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다음.” 나지막한 중얼거림이었다. 넘치는 환호성 때문에 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 “야, 조용히 해 봐.” “BJ대마도사가 뭐라고 말하잖아!” 그 소리를 듣기 위해 환호성을 내지르던 이들이 하나둘 환호성을 멈추기 시작했다. 이내 주변의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이 됐을 때 미다스는 등을 돌려 레드 스네이크 길드 소속, 알랍을 보며 말했다. “다음!” 그 외침이 나오는 순간에는 더 이상 어수선함조차도 없었다. 모두가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인 채 상황을 바라봤다. “다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세 번째 외침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 외침에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미다스랑 눈을 마주하고 있는 알랍은 도리어 고개를 돌려 눈빛을 피했다. 그러자 미다스가 다른 이를 보았고, 그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더 이상 도전자는 없다. “맙소사.” - 맙소사.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클라이막스가 나오는 순간, 그 순간의 주인공이 된 미다스는 이내 럭키와 골드를 향해 턱짓을 했고 이제까지 주인의 전투를 보기만 하던 그 둘이 잽싸게 미다스 곁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말조차도 쉬이 내뱉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덤빌 사람 없는 거죠?” 그저 이 무대를 휘어잡은 한 명을 바라만 보며, 그의 다음 행동을 하염없이 지켜만 볼 뿐. 그러한 좌중을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그럼 셀카 타임 갑시다!” 94화. < 30화. Don't stop me now (1). > 1. 누군가 말했다. 팬들의 관심과 사인 요청이 짜증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스타라 말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다스는 스타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BJ대마도사 님 셀카 한 장만 부탁합니다!” “라이브 봤어요! 정말 멋졌어요!” “다음! 다음! 다음!” 아바트와의 대결이 끝나고 제법 시간 흐른 뒤에 도착한 웨스트 캐슬에서 미다스를 기다린 것은 앞서 말했듯이 짜증이 날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인 요청이었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그것에 짜증을 내지 않았다. “자, 차례 지키세요. 저 어디 안 갑니다. 다 찍어드립니다!” 오히려 미다스는 자신의 눈앞에 길게 줄지어 늘어선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미소는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의 앞에 선 줄을 확인한 후에는 더 진해졌다. ‘이겼다.’ 자신의 줄에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럭키는 찍으려는 사람 너무 많으니까 3명씩 섭시다! 한 명씩 했다간 하루종일 걸리겠네!” “골드 쪽도 많으니까 3명씩 찍읍시다!” “BJ대마도사 쪽 줄도 긴데, 3명씩 찍을까요?” “아니, 거긴 3명씩 찍으면 어차피 시간 남으니까 한 명씩 찍어도 됩니다!” “아, 그러네요.” 그러나 이내 플레이어들의 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미다스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흔들렸다. 왕! 그 사실을 아는지 럭키가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게 자세를 취한 채 짖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허나, 그 실소는 이내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이런 날은 꿈에서조차 제대로 꿔본 적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 순간 미다스를 힘들게 하는 건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는 일이었다. ‘아, 미치겠다. 이러다가 진짜 좋아 죽겠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차오르는 기쁨을 참는 게 이제는 힘들 지경이었다. "비켜라!" 다행히도 그런 미다스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NPC다!” “BJ대마도사를 마중하러 나왔어! 자가라, 그의 기사들이 미다스를 데리어 와주었다. 2. [동쪽 감시탑에 입장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동쪽 감시탑, 이제는 오로지 자신만의 세상에 왔음을 알리는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꾹 참고 있던 것을 이번에는 전력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와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미다스가 럭키의 앞발을 잡은 후에 춤을 추듯 움직이며 말했다.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왕! 왕!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주인의 기쁨에 럭키 역시 주둥이를 하늘 위로 들며 기쁨을 토해냈다. 히이잉! 골드 역시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앞발을 높이 든 채 켄타우로스 특유의 울음을 토해냈다. 광기 어린 환호성. “씨발 내가 해냈어! 정현우! 네가 해냈다고!”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환호성이었다. 대결 자체는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1티어급 길드 유망주를 1대 1로 이겼다고!” 스카프 길드, 갓워즈의 모든 길드를 모아두면 100위 안에는 들어올 만한 1티어 급 길드. 아바트는 그러한 스카프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운이 다르고, 가진 바 능력이 다르며 후광과 권력도 다른 존재. 가진 바 재능만으로도 이미 성공이 보장된 자. 그런 플레이어를 상대로 미다스는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지는 상징은 더 컸다. “이제 툰가 왕국에서 나대는 새끼들, 싹 다 뒈졌어.” 이제부터 툰가 왕국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 미다스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자는 없을 테니까. 아니, 무리를 지어 도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건 속된 말로 쪽 팔리는 짓이니까. 즉, 무리를 지어 접근하더라도 대놓고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얼굴 가리고 와라. 아주 그냥 쪽도 그냥 쪽이 아니라 개쪽을 팔게 해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부류는 반가울 따름이었다. 사실상 툰가 왕국 내에서 미다스를 건드릴 수 있는 플레이어는 사라진 셈. 그 사실에 기쁨을 미다스는 이제는 환호성만이 아니라 춤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나이트클럽에 온 사람마냥 엉덩이와 어깨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그야말로 개판. 그 광경에 마침표를 찍은 건 NPC자가라였다. “크흠.’’ NPC자가라가 아주 큰 헛기침 한 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미다스에게 알렸다. 그 소리에 미다스의 춤이 멈췄고, 그런 미다스에게 NPC자가라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체 모를 자에 대해서 알아낸 게 있나?”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을 굳혔다. 호우우! 히이잉! 반면 럭키와 골드는 서로 경쟁하듯 울음 소리를 드높였다. “쉿, 쉿!" 그렇게 그 둘을 조용히 시킨 후에야 미다스가 NPC자가라 앞에 섰다. 그리고는 조금 전의 광경이 무색할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 NPC자가라에게 건네주었다.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주었습니다.] 건네준 건 다름 아니라 검은색 덩어리였다. 석탄 덩어리라고 느낄 만한 덩어리. “정체 모를 자를 찾았으나 워낙 재빠르기에 이 흔적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받은 NPC자가라가 그 석탄을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문자 그대로 정체를 모르겠군.” 그때였다. 스르르! 미다스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갑자기 사나운 뱀처럼 NPC자가라를 향해 움직였다. “어? 어!” 그 사실에 놀란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제 목걸이를 잡았다. “성주님!” 동시에 NPC자가라의 뒤에 있던 기사들이 앞다투어 NPC자가라를 향해 움직였다. 목걸이를 암기라고 생각한 모양. 그러나 접근하는 기사들을 향해 NPC자가라가 손을 들어,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상태에서 NPC자가라가 목걸이, 정확히는 팬던트 부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스으! 미다스의 손에 잡혔음에도 목걸이는 여전히 성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대로 줄이 끊어지리라 느껴질 정도로 성난 기세를. 그러한 목걸이 펜던트 앞에서 NPC자가라가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쥔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좌우로 손바닥을 움직이자, 펜던트에 그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NPC자가라의 눈빛이 빛났다. "그 목걸이를 만들어준 이가 누구인가?” “드워프 즈가입니다.” “즈가." 고개를 끄덕인 NPC자가라가 이내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내 손을 떠난 듯하군. 아무래도 자네가 해결을 해줘야겠어.”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말과 함께 NPC자가라가 손에 쥐고 있던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제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빼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일세.” 그렇게 뺀 반지를 손아귀에 움켜쥔 NPC자가라가 미다스를 향해 그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왕국을 위협하는 그 위험을 제거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네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네. 해주겠나?” 그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대답에 NPC자가라가 자신의 움켜쥔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뱀이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의 반지가 눈에 들었다. “이것이 있다면 툰가 왕국 어디에서든 왕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이어서 NPC자가라가 반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귀에 그러한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 [자가라의 반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0레벨 이상 - 툰가 왕국 웨스트 캐슬의 성주 자가라의 반지다. 툰가 왕국에서 귀족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 모든 능력치 +50 - 모든 방어력 +30 - 공격력 +10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모든 스킬 쿨타임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숨겨진 세트 옵션 발동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모든 능력 치 +50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공격력 +15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맙소사.’ 옵션을 확인하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무수히 많은 아이템 옵션을 가진 자가라의 반지 앞에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를 놀라게 하는 건 숨겨진 옵션이었다. 숨겨진 옵션이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 반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셈. ‘툰가 왕의 반지라고?’ 그건 곧 미다스에게 툰가 왕의 반지를 얻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셈이었다. 물론 툰가 왕의 반지가 어떤 아이템인지는 미다스도 몰랐다. 하지만 왕의 반지 아닌가? 아이템 옵션을 고민할 이유는 없을 터. ‘역시 갓겜이다.’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자라가의 반지를 받았다. “제가 기필코 처리하겠습니다.” ‘툰가 왕의 반지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해낸다!’ 그리고는 어느 때보다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저주받은 목걸이(2)]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즈가에게 저주받은 목걸이와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가져다주자. NPC즈가는 현재 돌나무 숲에 있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골렘의 결정’ 진행 가능 이제는 무대가 바뀔 때가 왔음을 알리는 그 내용. ‘돌나무 숲.’ 그 내용에 미다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있는 힘껏 미소를 지었다. ‘나 잡으러 온 새끼들 대부분이 여기서 레벨업을 하고 있었지.’ 이제 그에게 거칠 것은 없었으니까. ‘아주 깽판을 쳐주마.’ 3. BJ대마도사의 라이브가 종료되고 1시간이 흘렀을 무렵.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은 여전히 BJ대마도사 건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일을 벌이는 것만큼 힘든 것이 그 일의 뒤처리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처리에 짜증을 내는 이는 없었다. “최고 시청자 38만 9천 명입니다.” “구독자 숫자도 무려 11만 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최대치에요!” “대박 떴습니다.” 오히려 뒤처리를 할 때마다 곳곳에서는 감탄과 환호성이 나오고는 했다. 종국에 박영준도 말했다. “대단해.” 그 말을 부하 직원이 잽싸게 받았다. “그렇죠, 대단했죠!” “진짜 그 포스는 엄청났습니다. 이건 영상으로 만들어도 조회수 3백만은 거뜬할 겁니다.” “3백만이 뭡니까? 이거 잘하면 1천만도 넘을 게 확실해요!” 그러한 부하 직원들의 눈빛에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마땅한 기색이었다. 오늘 그들이 본 것은 바로 스타성이란 놈이었으니까. 그토록 기다리던 그 스타성이 반짝이는 것을 봤는데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러나 박영준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무빙 캐스팅 스킬을 구매하면서 PK를 부탁한 거고. 오늘 그림은 내가 예상 범주였지. 대단하지만 놀랄 이유는 없었어.” 말을 하던 박영준이 책상 위에 놓인 콜라캔을 한 모금 마신 후에 말했다. “하지만 PK가 끝난 이후의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모습은 내 예상을 벗어났지.” 그 말에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지간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환호성을 내지르고, 일반 플레이어들이라면 춤이라도 췄을 상황에서 여유가 넘치는 거.” 소름이 돋을 만한 그림을 그린 후에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여유 있게 셀카 타임을 가져주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확실해.” 그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박영준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BJ대마도사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무언가 과정을 거쳤어.” BJ대마도사는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음을. “그런데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이 캐릭터를 키우고 이만한 투자를 어떤 확신도 없이 할 리가 없지.” 그리고 그러한 전적이 있음에도 기꺼이 포기하고 무명부터 다시 시작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음을. 그때였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부하 직원 한 명의 외침에 좌중의 시선이 모두 그곳에 꽃혔고, 그 시선 속에서 부하 직원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다음 사냥터는 돌나무 숲이라고 합니 다. 그곳에서 사냥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돌나무 숲이면 BJ대마도사 잡으러 온 애들 주력 사냥터잖아?” “자기 노린 놈들 영역에서 깽판을 치겠다는 거지.” “볼만하겠네.” “당연히 이것도 라이브 방송하겠죠?”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박영준이 평소에 쓰던 스마트폰은 이미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으니까. 결국 부하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건 무슨 폰인가요?” “좀 큰 곳 전용 폰.” “큰 곳이요?” 그 말과 함께 번호를 누르고 폰을 귀에 가져다 대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잽싸게 질문을 했다. “큰 곳이 무슨 의미인가요?” 그 질문과 함께 통화가 시작됐고, 박영준은 대답 대신 검지로 제 입을 가렸다. 쉿! 그 제스처를 취한 박영준이 곧바로 통화를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아, 라이브 봤다고? 그럼 이야기가 더 편하겠네.”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제 입을 가렸던 검지로 책상 위에 놓인 콜라캔을 가리켰다. 그게 대답이었다. “광고비, 얼마까지 이야기 나왔어?” 큰 것이 무엇이냐는 부하 직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 95화. < 30화. Don't stop me now (2). > 4. 완봉승과 같이 기념비적인 무언가를 해냈음이 확실하게 자각되는 건, 다음날 눈을 뜨고 자신이 환호하는 모습이 1면에 찍힌 스포츠신문을 들고 점심 식사를 할 때라고. 프로야구선수 시절 정현우가 완봉승을 거둔 팀 내 에이스 투수에게서 들은 말. 그 말을 들었을 때 정현우는 생각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 뼈저리게 느껍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정현우는 그때 그런 생각을 품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선배님 말이 맞았어요.’ 그의 말이 맞았다. 다음 날 일어나는 순간,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반응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자신이 이룩한 것을 보다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실감이 절정에 이른 것은 치킨으로 배가 통통해진 조카를 유치원으로 보내고, 캡슐방에 출근한 다음이었다. “와, 진짜 아저씨들이 그걸 라이브로 보셨어야 했어요.” 들어올 때부터 이미 휴게실에서 어제 자신이 본 것을 열띠게 설명해주는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도끼로 아바트를 박살낸 후에 다음! 그걸 외치는데 주변에서 분위기가 막 갑자기 싸해지고…… 와, 진짜 그건 라이브로 못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니까요.” “그 정도였어?” “그 정도라니, 영화였다니까요 영화. 그건 영상 나오면 무조건 1천만 예약입니다.” “아, 젠장 그때 게임하지 말고 라이브나 볼 걸. 본 애들은 아주 입에 침이 마르던데?” “인생에서 중요한 재미를 하나 놓치신 겁니다.” 그러한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발걸음을 옮기며 그를 불렀다. “혁주야, 알바생이 손님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주둥이만 털고 있냐? 응?” “아, 현우 형!” 그제야 자신을 발견한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건네주었다. “목은 축이면서 떠들어라. 그러다 성대 찢어질라.” “어?” 건네준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캔콜라. 그것을 받아든 이혁주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형, 이거……" 그 반응에 정현우가 옅게 미소를 짓는 사이, 이혁주가 말을 마저 이어갔다.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니시죠?” 그 반응에 정현우의 표정이 바로 구겨졌다. “뭐?” “아니, 그게…… 그렇잖아요?” “그렇잖아요? 뭐가?” “형이 우리 캡슐방 손님 중 가장 짠돌이잖아요?” 그 말에 주변 손님들도 하나둘 거들었다. “그렇지.” “현우가 제일 짜긴 하지.” “야, 그거 폭탄 아니야?” “현우는 폭탄도 아까워서 안 쓸 놈이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이어진 말에 정현우는 조금도 반박할 수 없었다. 모두 명명백백한 사실이 었으니까. "에이, 진짜!” 때문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렸다. "제 동생 캔콜라 사줄 정도 돈은 있습니다.” 그렇게 짜증을 내는 기색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현우가 말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런 정현우의 입가에는 미소의 기색이 옅게 남아 있었다. ‘그래, 이제 돈 좀 모였지. 무빙 캐스팅 살 돈을 쓰지 않았으니까.’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소득이 있었다. 개중에서 정현우에게 당장 가시적인 소득은 다름 아니라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모은 돈이 그대로 남았다는 점이었다. ‘아바트 잡고 나온 유니크 아이템도 팔면 최소 1만 달러는 받을 수 있고.’ 여기에 PK로 얻은 노획물까지, 단숨에 5천만 원이 넘는 여유 자금이 생긴 상황이었다. ‘앞으로 굳이 돈 들어갈 일은 없고.’ 여기에 현재 정현우는 추가 지출이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 ‘스몰 골렘 상대로는 지금 템 세팅이면 문제없으니까.’ 앞으로는 착실하게 돌나무 숲에서 스몰 골렘들을 처치하면서 레벨업을 하면 될 뿐이었고, 현재 정현우의 캐릭터 스펙은 그것을 위해 충분한 수준을 넘어 넘치는 수준이었다. 무리할 이유는 없는 셈. ‘이번에 정산받으면 지금 돈에 더해서 좀 더 큰 집으로 전세라도 얻어 볼까? 대출 좀 받으면 방 2개짜리는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빌라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자연스레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이 좀 더 쏠렸다. ‘그래, 이 정도 성공했으면 슬슬 현실을 꾸며야지. 나도 벤츠 한 번 타보자.’ “혁주야 콜라값 해야지. 캡슐 좀 세팅해줘.” 그렇게 장밋빛 나날을 떠올리며 이제는 게임으로 접속하려던 정현우의 뒷주머니가 짧게 소리를 토해냈다. 이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에 정현우가 이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표정에 살짝 굳었다. ‘라이브 미팅?’ 5.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채팅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바로 채팅이 보였다. - 와튼 : 갑자기 미팅 요청해서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이메일로 이야기를 하기에는 중요한 이야기로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해서 이렇게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공손한 채팅 내용에 미다스는 일단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과의 일은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채팅을 요구한다? 긴장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아, 예.” 미다스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라, 감정이 빠진 듯한 딱딱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였다. - 와튼 : 다름 아니라 광고 및 스폰서 계약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그 말에는 딱딱하게 굳은 미다스의 심정이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헉? 광고?’ 광고. 문자 그대로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이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맙소사, 진짜로? 리얼?’ 너무 놀란 나머지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말을 못할 정도. - 와튼 :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대답이 나오지 않자, 곧바로 채팅으로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뇨, 그냥 생각을 좀 한 겁니다. 마음에 듭니다.” 말을 뱉음과 동시에 미다스는 감격했다. ‘광고 따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인데……' 상식적으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용주인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를 물어오면 싫어도 수용해야 하는 입장 아닌가? ‘이렇게 신경까지 써주시다니, 혹시 사장님은 천사이신가?’ 그런데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마지막까지 미다스의 의견을 수용해준다? “그래서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잘 성사되도록 전력으로 돕는 게 당연했다. - 와튼 : 광고주 쪽에게 보여줄 영상이 필요합니다. 혹시 라이브로 광고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가능하십니까?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대충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군. 그래서 쇼케이스가 필요하고.’ 광고주들을 찾아가 열심히 BJ대마도사의 가치를 설명하며 광고를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장님의 모습. 그러한 사장님의 모습에 광고팀 관계자가 그럼 한 번 실력을 봅시다, 라고 말하는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린 미다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광고주 쪽에다가 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면 되는 겁니까? 라이브로 생생하게?” - 와튼 : 예. “날짜는 정해졌습니까?” - 와튼 : 원하시는 날짜에 세팅하겠습니다. 그 대화를 듣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예, 그럼 제대로 준비한 후 통보 드리죠.” 그것을 끝으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고, 미다스의 눈앞을 채우던 채팅창이 사라졌다. “후우." 그제야 미다스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숨소리가 나오면서 비어버린 곳으로 전율이란 놈이 점차 차오르기 시작했다. 왕! 그러한 주인을 향해 럭키가 다가와 제 머리를 비볐고,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럭키야, 잘하면 광고가 붙을지도 모르겠다.” 왕! “그래, 럭키 광고 붙으면 다 네 덕이지. 아무렴.” 왕! 이어진 럭키의 짖음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는 회색빛 숲이 보였다. 돌나무 숲. 돌로 만들어진 나무들이 가득하며, 스몰 골렘이란 몬스터가 등장하는 무대. 그 무대 위로 붉은빛 기둥 하나가 치솟은 채 천천히, 느릿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마쳤다. “그러니까 무조건 따내야지.” 미다스의 잔잔해진 불길에 기름이 끼얹어지는 순간이었다. 6. - 제대로 준비한 후 통보 드리죠. 스피커 너머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은 그대로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오케이, 끝. 문제없었지?” “예, 문제없었습니다.” “그래, 문제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광고주들에게 라이브 보여드려야 하니까 평소보다 연출에 힘 좀 더 써.” 그때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사냥 라이브잖아요? 그럼 사냥감은 뭡니까?” 너무나도 뻔한 질문에 박영준이 오히려 되물었다. “네가 생각하기에는 뭐 같아?” “그야…… 조금 전 보니까 돌나무 숲으로 향하는 거 같던데 스몰 골렘이었겠죠?” “뻔할 걸 묻고 있어.” 말 그대로였다. 현재 상황을 보면 BJ대마도사가 잡을 사냥감은 스몰 골렘.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올 거야.”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보통은 5인 파티가 덤벼들어서 잡는 스몰 골렘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아주 박살을 내는 그림, 다른 파티는 죽자 살자 사냥하는 사냥터에서 BJ대마도사만 깡패짓하는 그림.” 그 정도만 하더라도 광고주들은 충분히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을 빌리는데 돈을 아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그림을 떠올리던 박영준이 말했다. “영상 비교 자료도 좀 모아둬.” “비교 자료요?” “그래, 다른 애들하고 비교하면 더 좋잖아?” “그럼 비교 대상은……" “10대 길드 1군 멤버들이 예전에 돌나무 숲에서 스몰 골렘 잡을 때 영상.” 이어진 그 말에 부하 직원이 놀라며 말했다. “10대 길드랑 비교하시게요?” “안 될 게 어디 있어? BJ대마도사는 지금 동급 최강의 역사를 쓰고 있는데. 아, 기왕 가져오는 김에 멀린 영상도 한 번 찾아봐.” 멀린! 갓워즈의 세계의 마법사들의 정점에 존재하는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어비스 길드랑 비교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멀린은……"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일반 몬스터를 잡는 일인데, 그 정도는 해야 임팩트가 있지. 그렇잖아?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고작 일반 몬스터 잡는 건데 아마 그거 시비라고 생각하지도 않을걸? 아니지, 애초에 광고주들한테만 보여주는 비교 영상인데 어비스 길드가 어떻게 알겠어?” “하긴, 그러네요.” 박영준의 설명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박영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그림은 대충 그려졌으니까 손님을 제대로 모셔야겠네.”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이번에도 주머니에서 큰 것 전용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질문했다. “이번에는 어디 큰 곳입니까?” 박영준은 그 질문에 대답 대신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의 왼쪽 가슴팍의 상표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것을 확인한 부하 직원이 놀라며 말했다. “와튼 스쿨이요?” "응?" 그 되물음에 놀란 박영준이 제 티셔츠를 확인한 후에 말했다. “아, 이 옷 아니구나. 아, 걸렸다. 다들 일들 해.” 7. 돌나무 숲. 문자 그대로 돌로 만들어진 나무가 가득한, 때문에 숲이 주는 상쾌함 대신 답답함과 삭막함만이 존재하는 무대. “맙소사.” 그 무대에서 미다스와 오랜만에 만난 NPC즈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나를 찾아왔나?”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급한 일입니다. 툰가 왕국의 안녕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대신 일사천리로 상황을 설명한 후에 자신이 차고 있는 목걸이와 함께 인벤토리에서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꺼냈다. 찰싹! 그러자 곧바로 목걸이가 정체 모를 자의 흔적에 그대로 달라붙었다. 그것을 본 NPC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때처럼 나침반이 필요한 모양이군.” “예." 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알림이 미다스의 귓가를 맴도는 사이 NPC즈가가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소울 메탈이 없으니 새로운 목걸이는 만들 수 없네. 그러니 자네가 가진 목걸이를 재활용하는 수밖에.” “어떻게 하면 됩니까?” “펜던트에 있는 결정을 꺼낸 후에 자네가 가져온 그것과 합칠 걸세. 그 후에 다시 장착하면 될 일이지. 그리하면 보다 확실하게 그 마력의 주인을 향할 터.” “그럼 제가 뭘 구하면 되겠습니까?” 이어진 물음에 NPC즈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렘의 결정 10개가 필요하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의 결정]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즈가에게 골렘의 결정 10개를 구해다 주자. 골렘의 결정은 스몰 골렘에게서 매우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 !퀘스트 완료 시 ‘블루 스톤 골렘’ 진행 가능 !111시간 이내에 퀘스트 완료 시 추가 보상 및 ‘즈가를 놀라게 한’ 타이틀 지급 !즈가를 놀라게 한 타이틀 보상 : 룬(근력+15)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즈가의 망치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예상대로다.’ 미다스는 저주받은 목걸이(2)의 다음 퀘스트가 골렘의 결정이라는 것을 보는 순간 퀘스트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스몰 골램을 잡고, 그다음은 보스 몬스터를 잡게 되리라고. 어려운 예측도 아니었다. 때문에 여유를 가졌다. 굳이 무리하지 말고 퀘스트 레벨에 맞춰서 레벨업도 하면서 페이스를 맞추자고.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광고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고민할 것도 없었다. ‘고작 일반 몬스터 잡는 건 보여주면 오히려 감점이다.’ 갓워즈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PK나 일반 몬스터 사냥 따위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여유를 포기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미다스에게 고민하고 자시고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장님의 노력, 제가 어떻게든 보답하겠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에게 NPC즈가가 말을 건넸다. “골렘의 결정은 스몰 골렘을 잡을 경우 지극히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네. 10개를 모아오는 게 쉽지 않을 걸세.” 111시간 안에 퀘스트를 완료하면 추가 보상을 줄 만큼 오래 걸리리란 경고. 그러한 경고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10시간만 기다리시면 바로 가져다드리죠.” 96화. < 30화. Don't stop me now (3). > 8. 나무가 돌로 만들어진다면, 그러한 나무가 숲을 이룬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그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동심이 가득하기 그지없는 질문이구나,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갓워즈에서 그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어떻기는, 좆같지.” 그게 얼마나 빌어먹은 것인지는 웨스트 캐슬 동쪽에 위치한 돌나무 숲에 와보면 뼈저리게 알 수 있다고. 돌나무 숲은 그런 무대였다.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이상으로 말이야.” 절로 욕이 나올 만큼 사냥터 난이도가 매우 높은 무대. “특히 돌나무 나뭇가지는 빌어먹을 것들이지.” 그 원인은 다름 아니라 돌나무의 나뭇가지였다. 부들부들한 보통의 나뭇가지와 달리 돌처럼 딱딱한 그것들은 충분히 위협적인 흉기였고, 그 흉기는 생각 이상으로 제약을 크게 줬다. “그런 상황에서 뭐로 변할지 모르는 스몰 골렘을 상대하라고? 지랄 맞은 일이지.” 하물며 그곳에서 등장하는 스몰 골렘은 공격을 당하는 순간 외형을 갖추는 변신형 타입이었다. 어떤 것은 오크 모양으로, 어느 것은 사람 모양으로, 어느 것은 고블린 모양으로. 때로는 개나, 늑대 따위의 형태도 갖추는 스몰 골렘은 사냥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대응법을 요구했다. “마법밖에 답이 없고.” 결정적으로 스몰 골렘을 상대로는 물리 데미지 공격 효과가 반감되었다. 그런 그곳에 미다스가 등장했다. 왕! “주인님, 새로운 무대이군요.” 럭키와 골드, 이제는 정체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게 만들어주는 두 마스코트와 함께. “BJ대마도사가나타났다!” 그런 미다스의 등장에 주변 플레이어들은 즉시 반응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보통의 사냥터에서, 앞선 황금 평야에서의 반응보다 훨씬 격렬했다. 아니, 격렬한 정도가 아니었다. “돌나무 숲 동쪽 부근에 BJ대마도사 등장!” “야, 빨리 알려!” 마치 봉화가 연달아 피어오르듯, 플레이어들은 앞다투어 자기들 주변 이들에게 BJ대마도사의 존재를 알렸다. “사냥 구경이나 갈까?” “셀카 요청해도 되겠지? 안 되려나?” “아, 드디어 BJ럭키를 보는구나.” 그에 대한 평범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소위 잘나가는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 소속의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달랐다. “BJ대마도사와 엮여서 좋을 거 없어. 그러니까 어지간한 일 아니면 근처에서 얼씬거리지도 마.” “BJ대마도사랑 사건 자체를 만들지 마.” 그들은 BJ대마도사와의 접촉 자체를 꺼렸다. “알지? 아바트가 쟤들 잡으러 갔다가 좆된 거? 그거 때문에 위에서 확실하게 명령이 내려왔어.” 특히 BJ대마도사를 잡으러 갔던 이들이 속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의 경우에는 길드 차원에서 경고했다. “절대 BJ대마도사 근처에도 가지 마. 사냥 중이면 그냥 몬스터를 포기하고 자리를 피해.” “시비 걸릴 여지조차 주지 마.” 그들은 소속 플레이어들에게 BJ대마도사 대피령을 내렸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시비 당하면 뭐라 할 말이 없으니까.” 당시 BJ대마도사를 잡으러 갔던 이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깡패짓을 했다. 먼저 비매너 행위를 했다는 의미.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때를 빌미로 비매너 짓을 한다면 항변할 도리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막을 방법은 더더욱 없고.” 결정적으로 툰가 왕국, 100레벨까지 육성이 가능한 이 무대에서 BJ대마도사를 어찌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최상위 포식자인 셈. BJ대마도사를 향해 촉각을 곤두세운 채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게 당연지사. 그런 그들 앞에서 BJ대마도사가 사냥을 시작했다. 9. 평범한 돌무더기. 그러한 돌무더기 앞으로 탐스러운 털을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왕! 이윽고 늑대가 포효를 내지르는 순간 돌무더기가 들썩이더니, 이내 오크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갖추었다. 스몰 골렘! 쿵! 그렇게 등장한 스몰 골렘은 묵직한 돌덩이인 제 발로 땅을 두드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후 곧바로 늑대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왕! 그 공격에 늑대는 빠르게 몸을 돌린 후에 돌나무를 피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몰 골렘이 그러한 늑대를 쫓았다. 뿌득! 쫓는 스몰 골렘의 몸뚱이가 곳곳에 드리운 돌나무의 돌나뭇가지들을 사정없이 부쉈다. 그렇게 약 30미터 남짓한 추격전이 이루어졌을 때 늑대가 돌연 도주를 멈추었다. 왕! 그리고는 자리에서 크게 짖었고, 그 사실에 스몰 골렘이 자신이 제 몸을 던졌다. 늑대가 그 공격을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스몰 골렘의 돌진은 멈춰지지 않았다 쿵! 결국 스몰 골렘의 몸이 돌나무 한 그루에 부딪치며 거친 소리를 냈다. 그 순간이었다. 퍼엉! 먼 곳에서 파이어볼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스몰 골렘의 몸뚱이를 휘감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화르륵! 그다음 뒤를 이어 불꽃창 한 자루가 날아왔고, 이어서 곧바로 얼음창 한 자루가 날아왔다. 파각! 세 번의 공격에 스몰 골렘의 몸뚱이가 눈에 띌 정도로 크게 휘청거리고 들썩거렸다. “네놈!” 그리고 마지막은 켄타우로스의 돌진이었다. 이제는 손에 해머를 든 켄타우로스가 그대로 스몰 골렘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콰직! 그것으로 스몰 골렘의 단단했던 몸뚱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몰 골렘 사냥이 완료되는 순간. “맙소사.” “미친, 저게 가능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천리안 스킬을 이용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궁수 플레이어들이 둘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 정도였다. “스몰 골렘이 10초컷이잖아?” “아니, 아무리 이 사냥터가 마법사에게 유리하다고 해도 그렇지 저 정도 데미지 딜링은 너무 한 거 아니야?” 미다스가 보여준 사냥 속도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사냥속도와 궤를 달리했다. “사냥 경쟁이 안 되겠어.” “저런 BJ대마도사가 일부러 우리 쪽 근처로 와서 사냥을 하면……" 제한된 사냥감을 두고 경쟁을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 등장하는 순간 그대로 굶을 수밖에 없을 터. BJ대마도사와 관계가 썩 좋지 못한 이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괜히 엮이지 말고 물러나자.” “그래, 들키면 골치 아플 테니까.” 감시를 하기에 충분한 만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이들조차 등을 돌린 채 오싹해진 등골을 보이며 자리를 피할 정도. 그렇게 물러나는 감시자들을 확인한 미다스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반경 500미터 안에는 들어오지 않는군.’ 이것이 미다스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었다. 플레이어의 방해를 걱정하기는커녕 자신만을 위해 사냥터를 독점하는 것! ‘이렇게 쾌적하게 사냥하려면 탐험가 길드의 VVIP가 되어야지. 그것도 탐험가 라인 안에서만 가능하고.’ 탐험가 길드에 거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대단하면서도 쾌적한 일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여기서 90레벨까지 무난히 찍었겠지.’ 미다스는 그러한 상태로 일단 최소 90레벨까지는 찍을 속셈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레벨만 달성하고 움직이는 게 오히려 현명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말이야.’ 자신의 본래 계획을 떠올리던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골렘의 결정 X9]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가 바뀌기 시작했다. ‘사장님, 제가 기필코 광고 따내드리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한 미소로. 10. “이렇게 일찍 구해올 줄이야.” 퀘스트를 받고 1시간 11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온 미다스의 앞에서 NPC즈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별일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진짜 별거 아니었지.’ 실제로 별일은 아니었다. 일단 미다스는 퀘스트 아이템을 가진 몬스터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거기에 지금 미다스의 명성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감히 그 주변으로 오지도 않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탐험가 라인 안이든, 밖이든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 특정 몬스터만을 찾아내는 건 그의 말처럼 정말 별 일 아닌 일이었다. ‘눈앞에 넘치는 사냥감을 포기하고 이거 찾으러 다니는 거 참는 게 제일 힘들었지.’ 굳이 어려운 점을 꼽자면 퀘스트 아이템을 가진 스몰 골렘을 찾아 헤매느라 다른 몬스터를 잡지 못했다는 것. “자네 덕분에 아까운 걸 쓰지 않아도 되겠어.” 그렇게 미다스에게 골렘의 결정을 받은 NPC즈가가 말과 함께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망치를 툭, 쳤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즈가를 놀라게 한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 사이로 NPC즈가가 조금 전 드러낸 망치를 집어 든 후에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차피 쓰려고 가지고 온 것, 자네 덕분에 쓸 일이 없게 됐으니 자네가 쓰게.” 갑작스러운 선물, 그러나 미다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 감사합니다.” 애초에 추가 보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뭐, 적당한 무기 아이템인 모양이지.’ 무엇보다 기대치 자체가 높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만 봐도 강력한 무기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미다스는 그것이 그저 적당한 무기 아이템 정도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거래 불가만 아니면 좋겠다.’ 하물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도중 얻은 대부분의 아이템은 거래 불가 아이템이었다. 돈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 [즈가의 망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미다스가 즈가의 망치를 받았고, 그제야 즈가의 망치 옵션이 눈에 들어왔다. [즈가의 망치] - 등급 : 레전더리 - 사용 가능 레벨 : 99레벨 이하 - 즈가의 망치다. 자신에게 귀속된 아이템을 부수는 대신 그 아이템이 가진 신비한 능력을 추출할 수 있다. 추출된 능력이 부여된 아이템은 귀속된다. - 99레벨 이상 아이템에 사용 불가 - 같은 타입의 아이템끼리만 추출 및 부여 가능 - 사용 가능 횟수 (1/1) - 거래 불가 ‘응?’ 그 순간 미다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뭐야?’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추출?’ 능력 추출,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갓워즈의 무수히 많은 시스템이 떠올랐다. ‘이 게임에 이런 게 있었어?’ 그러나 그 어디에도 옵션 추출이란 시스템은 존재치 않았다. 당연히 미다스는 놀란 눈으로 NPC즈가를 바라봤다. “좋아, 이 정도면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을 만들 수 있겠어.” 그러나 그러한 미다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NPC즈가는 이대로 퀘스트를 이어갔다. “블루 스톤 골렘을 소환해서 잡으면 놈으로부터 멜팅 스톤을 얻을 수 있을 걸세. 그것을 이용하면 자네의 목걸이에 있는 두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게 가능할 것이야.”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손을 흔들었다. “자, 잠깐만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미다스에 개의치 않고 게임은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루만 기다리게. 최대한 빨리 만들어줄 테니.” NPC즈가는 그 말과 함께 미다스에게 등을 돌리더니, 돌나무 숲을 누구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루 스톤 골렘 ]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즈가로부터 받은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을 이용해 블루 스톤 골렘을 처치하고, 멜팅 스톤을 얻어라. - 퀘스트 보상 : 저주를 품은 목걸이 !블루 스톤 골렘은 소환 후 1시간 뒤에 소멸 !퀘스트 실패 시 재도전 !퀘스트 완료 시 ‘켄타우로스 나이트’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는 그 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리 좀 해보자.’ 그 상태로 지금의 상황을 순차적으로 풀었다. ‘추출.’ 당연히 가장 먼저 풀고자 한 건 즈가의 망치였다. 사실 내용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아이템 옵션을 추출해 다른 아이템에 부여한다, 라는 설정은 무수히 많은 게임에서 나왔던 시스템. 단지 갓워즈에서는 이제까지 이 시스템 자체가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을 뿐. ‘귀속 아이템에만 적용이 가능하고, 레벨 제한도 있다…… 메인 시나리오 전용 아이템들을 위한 거겠지.’ 하지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상들을 생각하면, 이런 시스템이 있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런 시스템의 존재 배경을 미다스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 쓰지?’ 중요한 건 이 천금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 사실 이 부분도 답은 나와 있었다. ‘일단 추출 대상은 위가의 하얀 지팡이.’ 현재 미다스가 가진 귀속 아이템 중에서 옵션 추출로 가장 제격인 것은 트리플 캐스팅을 가능케 해준 위가의 하얀 지팡이였다. ‘옵션 부여 아이템은……' 그렇다면 그렇게 추출한 옵션을 어느 아이템에 부여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 ‘레전더리밖에 없지. 그것도 무조건 99레벨에 가까운 아이템.’ 등급은 최소 레전더리, 레벨 제한 역시 최소 90레벨 이상. 그러한 기준에 충족하는 마법사 전용 아이템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머릿속 정리를 마친 미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와, 이 게임이 갓겜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갓겜일 줄은 몰랐다.” 이 놀라운 시스템의 첫 수혜자가 됐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의 미소,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왕! “예!" 오랜만에 그 둘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97화. < 31화. 몸풀기 (1). > 1. 갓워즈에서 프로 플레이어들의 수입원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시청자 숫자 혹은 영상 조회수에 따른 수입. 또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 나머지는 광고 수입. 이중에서 광고 수입의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장님, 요즘 전화만 붙잡고 계시네요?” “어쩌겠어? 요즘 어느 기업 마케팅부서든 간에 갓워즈 광고에 돈을 때려박는 시대인데.” 시대가 갓워즈의 시대가 됐다는 것. 그 시대 속에서 축구, 야구, 골프 등 온갖 스포츠에 향했던 그리고 연예계와 가요계, 영화계를 향했던 엄청난 수준의 광고 시장은 자연스레 갓워즈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막 달려드는 건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 BJ대마도사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런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란 블루칩의 등장에 광고주들의 몸이 불타오르는 건 당연지사. 그러한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서 최대한 광고를 나중에 받으려고 했지.” “예?” 이어진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광고를 받는다는 건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 그런데 그것을 뒤로 미룬다? “그렇잖아? BJ대마도사는 본인이 당장 돈이 급해서 광고비에 목을 매는 인간이 아니야. 벤츠 살래, 그런 질문을 던지면 차가 아니라 주식을 떠올리는 인간이라고. 굳이 급하게 광고를 잡아줄 필요가 없어. 그럼 버틸 때까지 버티면 몸값은 자연히 오를 테고.” “아, 그러네요.” 그러나 박영준의 이어진 설명에 부하 직원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럼 왜 지금 광고를 받는 거예요?” 박영준의 말대로라면 좀 더 나중에 움직여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러한 물음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커졌거든.” “아." 반박할 수 없는 대답에 부하 직원들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우웅! 그러한 박영준의 스마트폰이 다시 한 번 울렸고, 그 사실에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쇼케이스를 준비하자고. BJ대마도사가 통보해준 시간까지 3시간 남았지?” “예." “그럼 계획대로 간다. 일단 빌트가르 영상 올리면서 라이브 일정 사전 공지해.” 그 말에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뭐라고 할까요?” “어차피 가볍게 갈 거니까…… 몸풀기(Warm up)라고 올려.” 2. - 라이브 스타 채널에 영상 올라왔다. - 빌트가르 레이드 영상이다! - 아, 드디어 이걸 보네. 라이징 스타 채널에 올라온 BJ대마도사의 새로운 영상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제법 뜨거웠다.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만족스러울 만한 뜨거움은 아니었다. - 이거 영상 공개가 너무 늦은 거 아니야? - 이거 말고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를 올려줘! - 아바트 잡는 거 보여달라고! 제아무리 빛나는 등불도 이미 뜨겁게 타오르는 다른 불길 앞에서는 묻히는 법. 빌트가르 레이드 이후 BJ대마도사가 만든 더 뜨거운 이슈거리들이 도리어 빌트가르 레이드에 대한 열기를 막았다. 불만이 생기는 것도 이상하진 않은 일. 그러한 BJ대마도사 팬들의 불만에 라이징 스타 채널은 대답했다. - 어? 라이브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공지 떴다! 영상 공개 후 20분 뒤에 사냥 라이브 방송한데! ㄴ 누구? 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공지 띄울 만한 플레이어가 누가 있겠어? ㄴ 설마? ㄴ 그래, BJ럭키뿐이지! 이 영상이 공개되고 20분 뒤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게 해주겠다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앞다투어 나팔수를 자처하며 그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캡슐방도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 라이브 공지했어요!” 이혁주가 캡슐 밖으로 나온 모든 이들에게 신속하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그 사실에 모두가 관심을 품었다. “라이브? 사냥?” “이번에는 볼 수 있겠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혁주가 주변에 있는 이들을 하나둘 확인한 후에 말했다. “아, 현우 형 아깝겠네.” “현우가 왜?” “이 라이브를 못 보잖아요? 아, 30분만 더 참으시지. 요즘 아주 게임 죽자살자 하시네.”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좌중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현우는 보면 배만 아플 걸?” “그래도 혁주가 콜라 하나 먹었다고 현우 챙겨주네.” 그때였다. “그래서 라이브 제목이 뭐야?” “웜업이요.” “웜업?” 이어진 설명에 모두가 긴장을 풀었다. “딱 봐도 그냥 이벤트 식으로 라이브하는 거네. 하긴, 빌트가르 레이드 영상이 너무 늦긴 했지." “최근에 돌나무 숲에서 등장했다고 하니까, 스몰 골렘이나 잡는 거 보여주겠네.” “그래도 궁금하다. 그냥 평범하게 잡진 않을 거 아니야?” 누가 보더라도 딱히 무언가 기대를 할 만한 것은 없는 제목. 그러한 사실에 이혁주가 말했다. “이건 제가 특별한 루트로 들은 소문인데, 엄청난 걸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이혁주의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또, 또 주둥이 턴다.” “혁주, 저 녀석 누가 보면 BJ대마도사에게 얻어먹는 놈인 줄 알겠네.” 적어도 지금은. 3. - 관리자 : 공개까지 1분 남았습니다. 평소처럼 좋은 플레이 부탁합니다. 채팅창 위로 올라오는 관리자의 채팅을 보는 미다스는 설정창에서 채팅창을 숨김으로 표시해두었다. ‘1분.’ 그리고는 체내의 타이머를 1분에 맞춰둔 채 눈을 감았다. ‘속이 찌릿찌릿한 기분이다.’ 그러자 게임 속임에도 마치 실제 경기, 그 경기의 마운드 위에 올라선 듯한 짜릿함이 몸속에서 느껴졌다. 그 정도였다. 지금 미다스가 오늘 방송에 부여하는 의미 그리고 그 의미를 통해 느끼는 긴장감은. ‘그래, 모름지기 운명을 건 무대는 이래야지.’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무대에는 미다스, 본인만의 운명이 걸린 무대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까지 미다스가 마주한 무대들은 미다스, 본인의 운명만이 걸려 있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망하는 건 미다스 뿐, 다른 이들이 딱히 그 실패로 손해 보는 바는 없었다. ‘내 운명만 걸린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지금 이 자리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들어준 쇼케이스였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라이징 스타 채널도 리스크를 짊어지는 셈. 그렇게 잃은 것들은 쉽게 복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돈이 얼만데.’ 하물며 이 갓워즈란 게임의 고인물은 그가 광고 수입의 크기를 모를 리 만무. 미다스는 리스크와는 별개로 이번 쇼케이스에 걸린 메리트가 엄청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서 크게 땡긴 후에 그 돈으로……' 이미 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투자 계획도 짜놓은 상태였다. ‘툰가의 지팡이를 구매하고 위가의 하얀 지팡이의 특수 옵션인 트리플 캐스팅 부여한다.’ 툰가의 지팡이, 89레벨짜리 레전더리 마법사 전용 아이템. ‘12만 달러.’ 가격은 상식을 초월하는 금액, 12만 달러! ‘광고료만 제대로 따내면 못살 것도 없어.’ 그게 앞서서 미다스가 채팅창을 닫은 이유였다. 오로지 모든 감각과 집중력 그리고 정신력을 전투에만 쏟아내기 위해서. 보다 완벽한 사냥을 위해서.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눈을 떴다. 왕! “주인님, 준비는 다 됐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와 골드가 자신들의 충성심을 드러냈다. 미다스의 눈이 그런 그들의 머리 위 물음표를 향했다. [럭키] ![우두머리]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보스 몬스터 사냥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골드] ![배수의진]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주인을 지켜낼 시 충성도 6급으로 상승 !충성도 6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6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6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그렇게 그 둘의 진화 퀘스트를 확인한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든 것을 확인했다.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 ] - 히든 보스 몬스터 블루 스톤 골렘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석이다. 돌나무 숲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거기까지였다. ‘1분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체내 시계가 1분이란 시간이 흘렀음을 말해주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머릿속에 있던 모든 복잡한 것들, 부수적인 요소들을 지웠다. 오로지 하나, 살아생전 본 적 없는 블루 스톤 골렘을 사냥하기 위해 준비한 시나리오만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소리를 내질렀다.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이제부터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쥐고 있던 푸른색의 돌멩이를 그대로 땅 위로 던졌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이 발동합니다.] [블루 스톤 골렘이 등장합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던진 푸른색 돌멩이가 그대로 허공에 그대로 멈추었다. 쿠쿠쿠! 그리고는 거친 굉음과 함께 돌나무들이 뿌리 째 뽑히며 푸른색 돌멩이를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백 그루나 되는 돌나무들이 잘게잘게 뭉개진 채 하나로 뭉쳤고, 뭉친 것들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10미터, 거대한 신장과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광경. 쿵! 그 놀라운 광경 속에서 골렘이 제 길쭉한 두 팔, 그 끝에 달린 바위덩어리와 같은 주먹으로 대지를 내리치는 순간 골렘의 온몸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블루 스톤 골렘을 목격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블루 스톤 골렘이 최초로 갓워즈에서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이제부터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4. “1분 전입니다!” 라이브 방송실에서 나온 그 외침에 모든 직원들이 분주하게 제 역할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따로 광고주들을 모아둔 채팅방을 향해 마이크로 말을 건넸다. “라이브 1분 전입니다. 다들 준비하시고, 모르시는 건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은 곧바로 문자가 되어 채팅창을 채웠고, 그러자 자연스레 대답도 나왔다. - 보스 몬스터 레이드 일정은 언제 있나요?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다른 길드나 플레이어와의 콜라보 계획 있습니까? 꽤 체계적인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에 박영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가볍게 맛보기만 보여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확답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앞으로 광고를 넣으실 거면 어떻게 넣고 싶으신지, 준비를 하세요.” 일단 맛만 봐라. 그러한 말이 문자가 되어 채팅창을 채웠고,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여기서 굵직한 계약을 할 생각은 없다.’ 박영준, 그는 당연한 말이지만 BJ대마도사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넘치는 카드를 일찌감치 싼 가격에 장기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는 건 바이 건, 건수로 몇 개만 받으면 돼.’ 오늘 노리는 바는 장기 계약이 아닌 단건 계약들. ‘그것도 메이저급만.’ 그마저도 액수가 크더라도 메이저급이 아닌 곳의 계약은 과감히 쳐낼 속셈이었다. “라이브 시작합니다!” 그 순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고, 박영준이 채팅창이 아닌 라이브 방송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BJ대마도사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고, 그가 곧바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인사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BJ대마도사는 돈 때문에 광고를 받는 게 아닙니다. 이번 자리도 제가 간신히 설득해서 만들었다는 걸 조금은 생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사이 넣은 그 말에 채팅창에서 몇 가지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그 대답에 신경을 쓰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이제부터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 팀의 모든 관계자들이 그대로 정지했다. "어?" 모두가 똑같이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하염없이 화면만을 바라봤다. 무려 10초 동안 그들의 시간이 정지한 셈. 그러한 순간 박영준이 보는 채팅창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 이게 몸풀기라고? 진짜? 5. 돌나무 숲. “어? 저거 뭐야?” “시퍼런 골렘이다!” 그곳에 등장한 10미터짜리 푸른빛 골렘을 향해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은 채 그대로 굳었다. 어쩔 수 없었다. ‘대체 저게 뭐야?’ ‘버그인가?’ 갓워즈 서비스 이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블루 스톤 골렘 앞에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움직이는 건 미다스뿐이었다. ‘일단 거리부터 벌린다.’ 미다스, 그가 빠르게 블루 스톤 골렘과의 거리를 벌렸다. 현명한 행동이었다. 마법사, 그것도 원거리 공격이 주특기인 그가 굳이 근접 거리를 처음부터 고수할 필요는 없는 법. 더욱이 거리는 곧 시간이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생각할 시간은 길어지는 법, 미다스는 그렇게 거리를 벌리면서 얻은 시간으로 공략을 준비했다. [블루 스톤 골렘(Lv99)] !HP가 감소할 경우 돌나무를 먹어치워 HP를 회복 !HP가 60퍼센트 이하일 경우 3마리로 분신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10마리로 분신 !소환 후 1시간이 지나면 소멸됨 ‘페이즈 특징은 얻어냈다.’ 일단 눈에 보이는 블루 스톤 골렘의 페이즈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분신이 특징. 한 마리라도 놓치면 레이드 실패.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전형적으로 못 잡으면 나가리 되는 보물 고블린 타입이다. 도주 그리고 생존에 특화됐다는 의미.’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페이즈가 발동하기 전에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체크하는 게 우선이야.’ 보이는 정보가 전부가 아님을. 미다스의 생각처럼 보이는 정보 외에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비롯해 공격 범위 등 움직임에 따른 정보를 얻는 것 역시 중요했다. ‘여기서는 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해.’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 무대가 쇼케이스, 그것도 매우 중요한 쇼케이스임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도 결과물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듯이.’ 한국프로야구로 선수를 영입하러 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예로 들자면, 그들이 보고자 하는 건 선수가 지금 상대하는 타자 혹은 투수를 상대로 결과를 내느냐, 안 내느냐가 아니었다. 이 선수가 승부 속에서 보여주는 기량, 특징이 과연 메이저리그라는 보다 높은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더 중요했지. 이번 무대가 그러했다. 광고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장의 화력이 아니었다. 앞으로 BJ대마도사가 더 높은 무대에서도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지. 즉, 화력만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는 셈. ‘좋아.’ “럭키, 골드! 사냥 시작이다!” 그것을 위한 레이드가 시작됐다. 98화. < 31화. 몸풀기 (2). > 6. 블루 스톤 골렘의 위엄 넘치는 등장. 그 등장을 실시간으로 보게 된 시청자들의 감상은 하나였다. - 저게 뭐야? - 몰라, 무서워. 패닉.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토해내는 것들은 그 단어 외의 다른 단어로 표현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한 상태는 쉼 없이 그리고 가파르게 늘어나는 시청자 숫자와 함께 더 아수라장이 됐다. - ???? - 이 방송 뭐임? BJ대마도사 라이브 아님? 다른 방송임? - 영화 틀었음? - 아, 잘못 들어 왔네. 모두가 블루 스톤 골렘을 보는 순간 당혹감 가득한 채팅만을 남겼다. 혼란이 눈사태처럼 몰아치는 듯했다. 더욱이 그들의 놀람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 몸풀기라면서? - 아니, 이게 몸풀기야? 라이브 타이틀은 여전히 몸풀기인 상황 아닌가? 그런데 몸풀기 라이브 방송에 갓워즈 최초의 히든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혼란은 미다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일단 간부터 보자.’ 미다스는 채팅창을 끈 채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전투에만 쏟아부었다. “골드! 너는 주변에 길을 만들어!” “목숨으로 명을 받듭니다!” 미다스가 일단 골드를 움직였고, 그 후에 럭키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럭키, 너는 접근해서 공격 패턴 파악해! 사생결 단으로!” 왕! 미다스의 명령에 럭키가 주저없이 거대한 블루 스톤 골렘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접근은 어렵지 않았다. 블루 스톤 골렘이 등장과 함께 주변의 돌나무 전부를 빨아들인 탓에 드넓은 공터가 마련되었으니까. 쿵! 그러한 공터 위에서 블루 스톤 골렘은 다가오는 럭키를 향해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며 적의를 드러냈다. 크-왕! [럭키가 블루 스톤 골렘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그 순간 발동한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은 이미 반쯤 당겨진 블루 스톤 골렘의 방아쇠를 마저 당기게 했다. 쿵, 쿵, 쿵, 쿵! 블루 스톤 골렘이 럭키를 향해 땅을 부술 듯한 기세로 움직였다. 그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 위가의 하얀 지팡이, 세 개의 스킬을 손에 쥔 미다스가 그대로 세 개의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 상태로 미다스가 움직이며 블루 스톤 골렘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마법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내 캐스팅이 끝났다. 그러나 미다스는 공격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보았다. ‘딜링만 해도 나쁠 건 없지.’ 사실 무작정 화력을 퍼부어도 안 될 건 없었다. 페이즈에 따른 패턴은 이미 파악했으며, 미다스가 가진 화력은 오버 파워. 못 잡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고교생 상대로 무력시위를 한다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감동할 리 없잖아?’ 그러나 그건 이미 앞서서 많이 보여준 바였다. 해서 안 될 이유는 없지만, 그것에 놀랄 이유 역시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 화력을 가진 애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쉬운 건 아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가 만들어낸 화력이란 놈은 돈이라는 놈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과연 그러한 일이 수만 달러나 되는 광고비를 지불할까? ‘그러니까 화력이 없을 때의 내 능력도 보여줘야지.’ 화력 시위보다는 다른 게 필요하다는 의미. 그렇기에 미다스는 대기했다. 왕! 대기한 채 럭키를 잡기 위해 블루 스톤 골렘이 내리치는 팔, 그 팔의 궤적과 움직이는 속도를 가늠했다. 쿵! 그 후 내리칠 때의 충격 정도를 가늠했다. 우웅! 마지막으로 그 다음 공격까지 이루어지는 시간을 가늠했다. 그리고 파악했다. ‘7.3 초다.’ 공격에서 공격, 그 사이에 이루어지는 시간을. 미다스가 그 순간을 노렸다. 쿵! 다시 한 번 블루 스톤 골렘의 오른 주먹이 럭키를 내리찍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벼락처럼 내리꽃히는 순간 이미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그대로 손에 든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은 그대로 블루 스톤 골렘의 머리통에 그대로 명중했다. 그 후 미다스는 다음 공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쿵! 다시 한 번 더 블루 스톤 골렘의 공격이 이루어진 후, 그 순간 여유 있게 아이스볼을 던졌다. 빠악! 단단한 것들이 서로 부딪치며 깨지는 소리가 터졌다. 그다음에도 미다스는 손에 라이트닝볼을 쥔 채 대기했다. 그 광경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 뭐야? 왜 안 던짐? - BJ대마도사가 렉걸림? - BJ대마도사 놈, BJ럭키님이 개고생하는데 꿀빠는 거 보소. 저 새끼 퇴출시켜야 할 듯? 적지 않은 이들이 미다스의 행동에 불만을 표출했다. - 병신들, 간 보기 들어가는 거 처음 보냐? -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 상대로 무작정 데미지 딜링 넣는 게 병신 짓이지. -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지금 저게 바로 진짜 공략이란 거다. 동시에 적지 않은 이들이 미다스의 의중을 깨달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러한 라이브를 일일이 챙겨보는 이들은 나름 이 바닥에서 안목만큼은 수준급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때문에 몇몇은 감탄했다. - BJ대마도사가 확실히 짬밥이 보통은 아니야. - 화력이야 돈지랄로 커버할 수 있지만 저런 공략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지. BJ대마도사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미다스는 하나씩 스킬을 확인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볼 타입의 마법을 던진 후에는 애로우 타입의 마법을 그 후에는 스피어 마법을 사용하면서 블루 스톤 골렘을 상대로 필요한 타이밍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타이밍은 파악했다.’ 그렇게 미다스가 쿨을 세 번 돌렸을 때 블루 스톤 골렘의 HP의 상태는 60퍼센트를 앞에 두었다. 새로운 페이즈까지는 한 번의 마법만이 남은 상황. 그 상황에서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든 파이어볼을 그대로 던졌다. 퍼엉! 폭음과 함께 럭키를 쫓던 블루 스톤 골렘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 어? 끝났나? - 벌써 잡았어?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블루 스톤 골렘이 3조각이 납니다.] 그러나 끝이 아닌 이제 진짜 시작임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소리쳤다. “3마리 분열이다!” 그 외침과 함께 명령을 내렸다. “럭키 한 마리 맡아! 크-왕! 당장 한 마리는 럭키에게 맡겼다. “골드, 거대화다” 그리고 남은 한 머리는 주변을 배회하던 골드를 불러 해결했다. 히잉! 거대화된 골드가 그대로 돌나무 사이를 박차고 나오며 4미터 몸길이의 블루 스톤 골렘 한 마리를 향해 달려갔다. 두 동료에게 각기 한 마리씩 담당을 맡겼다. 자연스레 하나가 남는 순간 미다스는 소리쳤다. “골렘 소환!” 3대3, 완벽하게 탱커 매칭이 되는 순간. 당연히 그 순간 시청자들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했다. - 야, 이렇게 날로 먹네. - 무난히 가겠네. 새로운 페이즈 역시 문제없이 넘겠다고. 딱히 긴장할 필요는 없겠다고. 쿵! 그러한 그들의 예상을 향해 두 마리의 골렘은 전혀 다른 움직임으로 말해주었다. - 어? 저 녀석? - 튄다?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이 통한 한 마리를 제외한 남은 두 마리가 돌나무 숲으로 맹렬히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의중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회복.’ 돌나무를 먹어치워 HP를 채우기 위함일 터. “주인님, 제가 막겠습니다!” 그 사실에 골드가 네 발을 놀리며 블루 스톤 골렘을 막기 위해 나섰으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능력치는 밀린다.’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부딪친다면 거대화된 골드가 지지는 않을 것이다. 켄타우로스 형태는 돌진에 매우 유리하니까. 하지만 그다음은? 그 후에 서로 붙은 채 힘 대 힘의 겨루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3조각이 났다고는 하지만 일반 몬스터도 아닌 히든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골드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사실. ‘골드가 그럴지언데 내 골렘으로는 더 불가능하지.’ 특히 지금 막 미다스가 소환한 골렘이 1대 1로 블루 스톤 골렘을 상대로 시간을 벌 수 있을지언정, 도망치는 블루 스톤 골렘을 저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다. 그럼 답은 하나였다. “골드! 골렘하고 같이 한 마리만 막아!” 둘을 투입해 확실하게 하나를 막는 것. 그 외침에 모두가 의문을 던졌다. - 그럼 남은 하나는? “남은 것 하나는 내가 잡는다!” 그 의문에 미다스가 도망치는 블루 스톤 골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골드가 만들어준 길이 도움이 되겠어.’ 그 누구도 아닌 골드가 진작에 만들어준 길을 통해서. 7. 돌나무 숲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돌나뭇가지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면 그 돌나뭇가지에 대한 대처법은 뭘까? 의외로 방법은 간단했다. 탱커 혹은 근접 딜러가 방패나 갑옷을 앞세워서 무식하게 달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길을 만들 수 있었다. 미다스, 그가 앞서서 골드에게 길을 만들라고 주문했던 것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길이 대단한 길은 아니었다. 그저 돌나뭇가지 따위를 신경 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 정도에 불과할 따름. 그러나 모든 촉각을 사냥감에게 곤두세워야 하는 전투 속에서는 그보다 고마운 것은 없었다. ‘보인다.’ 덕분에 미다스는 빠르게 움직였고, 바로 돌나무를 부수며 제 몸으로 흡수하는 블루 스톤 골렘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애로우!” 발견하는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세 개의 화살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바로 활 하나를 꺼냈다. 위가의 활! ‘최대한 신속하게 제거한다.’ 이러한 변수 가득한 무대에서 가장 빠르게 그 변수를 제거할 수 있는 무기. 파각! 그 무기를 꺼낸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효시를 날렸고, 그 효시는 그대로 블루 스톤 골렘의 머리에 꽃혔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다. 핑! 미다스가 속사포를 쏘듯 삽시간에 가지고 있는 모든 화살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블루 스톤 골렘을 향해 쏟아부었다. [조각난 블루 스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강력한 화력으로 삽시간에 블루 스톤 골렘 한 마리를 제거했다. - 변수를 그냥 바로 제거하네. - 여기서는 화력 퍼부어야지. - 짬밥 좀 먹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상황. ‘전략은 완벽하다.’ 그 상황 속에서 다시 남은 두 마리를 처치하기 위해 전장으로 복귀를 앞둔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러면 재미는 좀 떨어지지.’ 8. 퍼엉! 시원한 폭음과 함께 블루 스톤 골렘 한 마리의 몸뚱이가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부스러졌다. 쿵! 이제 남은 건 다시 한 마리뿐.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은 말했다. - 완벽하네. - 퍼펙트 플레이야. 이보다 더 완벽한 공략은 없다고. 실제로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의 전투에 대해서 흠을 잡고자 해도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채팅창의 분위기는 평소에 비해 그다지 뜨껍지 않았다. “어때요?” 그런 그들의 심정을 미다스가 제 입으로 말해주었다. “재미없죠?” 그 말 그대로였다. 분명 미다스가 보여준 건 정석이었다. 처음 마주한 보스 몬스터를 가장 확실하게, 리스크 적게 잡을 수 있는 방법.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거 별로잖아요?” 그러나 재미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달랐다. “말이 좋아 정석이지 결국 스킬 아끼고, 몸 사리고, 포션 값 아끼고……" 좋게 말하면 리스크가 적은 거고, 까놓고 말하면 그냥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이거 보려고 여기 들어온 사람 없잖아요?” 단지 그것을 보기 위해 지금 이 라이브 채널에 들어온 이는 단 한 명도 존재치 않다는 것. 그 사실을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사정상 정석대로 했는데, 뭐 이쯤에서 이런 건 그만두겠습니다. 평소처럼 화끈하고 무식하게 가겠습니다." ‘이 정도 보여주면 충분해.’ 그러니 이제는 정석을 무시한 채, BJ대마도사의 이름에 걸맞게 화끈한 플레이를 할 때. "이제 한 마리 남았으니까 저 놈 상대로 용열병 쓰고, 그 시간 내에 마무리 못하면 제가 지금 무슨 퀘스트를 하는지 공개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기름을 뿌렸고, 그 기름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시청자들이 보답했다. [BJ대마도사1호남성팬 님이 1,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열혈남성팬 님이 1,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넘치는 후원금 러시에 미다스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캐스팅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합니다.] 9. - 용열병! 그 외침이 들리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주들을 위해 따로 만든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 그래, 저런 톡 쏘는 맛이 있어야지. 우리 브랜드에 잘 어울리겠어. - 도전 정신이 마음에 들어. 우리 브랜드에 어울리겠어. - 도전 정신은 우리 브랜드에 더 맞지 않나? 저번 매출 증가액은 우리가 더 높았을 텐데? - 그래서 당신네 회사 매출액이? 광고주들이 저마다 흥분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것을 모니터를 통해 보던 동양인 여인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 바닥에 처음 들어온 인간은 아니네요. 이 게임, 초창기 때부터 했을 가능성이 커요. 확실히 광고비를 투자할 가치는 있겠어요.” 말과 함께 콧대를 미끄러진 큼지막한 뿔테 안경을 고쳐 쓴 후 옆에 있는 금발 머리칼의 여인을 보며 말했다. “굳이 엠마 씨가 말하지 않아도 말이죠.” 그녀의 말에 엠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됐네요. 제가 너무 주제 넘은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그럴 리가요. 어비스 길드 덕분에 우리 회사가 여기까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는 걸요. 그 과정에서 엠마 씨가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으면…… 끔찍했죠.” “일개 매니저인데요 뭐.” 화기애애한 대화. 그러나 그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엠마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엠마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원하는 건 BJ대마도사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거예요. 정확히는 위에서 그런 명령이 내려왔죠.” 그 말에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어요.”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 순간 기습적으로 나온 엠마의 물음에 여인이 도리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이브 방송 혹은 영상 건당 10만 달러를 주는 광고주가 질문을 하는데 설마 대답을 거절하겠어요?” 자신만만한 대답. 그 대답에 엠마가 말했다. “예, 잘 됐으면 좋겠네요. 저도 더 이상 이건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러한 엠마의 눈빛은 매우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99화. < 31화. 몸풀기 (3). > 10.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마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것을 대가로 보다 빠른 캐스팅을 가능케 해주는 용열병.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꼿꼿이 제 자리에 선 채 발리스타 효과를 누리기 시작한 미다스의 데미지 딜링은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 데미지 딜링이 상상 초월하네! - 그냥 속사포네, 속사포야! - 돈지랄의 맛을 봐라, 갓워즈 몹들아!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 상식 이상의 데미지 딜링이 단숨에 남은 블루 스톤 골렘의 몸뚱이를 뒤덮었다. 딱 20초였다 앞서서 분 단위의 대미지 딜링을 요구했던 두 마리의 블루 스톤 골렘과 달리 남은 한 마리가 산산조각이 나는데 걸린 시간은. - 잡았다! - 부서진다! 그렇게 블루 스톤 골렘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블루 스톤 골렘이 10조각으로 납니다.] 1미터짜리, 앙증맞은 스몰 골렘 열 마리로. 쿵! 그렇게 바닥에 골렘들이 떨어지는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이 쓰레기 게임이 또! - 와, 씨발 10마리 ? 이게 말이 돼? - 좆됐네. 앞서서 블루 스톤 골렘의 특성을 이미 파악한 상황. 그런 상황이기에 이 10마리 분열이 가지는 의미를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이 10마리의 스몰 골렘들이 이제 주변으로 뿔뿔히 흩어 도망치며 체력 회복을 시작하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막는 게 쉽지 않으리란 것도. 그래서 기대했다. - 이거 용열병 효과 끝나기 전에 잡을 수 있으려나? - BJ대마도사가 설마 제가 내뱉은 약속을 거부하진 않겠지? - 남아일언중천금! BJ대마도사가 남자라면 한 번 뱉은 말을 지키겠지! ㄴ BJ대마도사 여자일지도 모름. 앞서서 미다스가 내뱉은 약속에 대한 기대감.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 타오르는 기대감에 아즈모가 등장해서 기름을 끼얹었다. [아즈모 : 공약 실패하면 10배 더 쏜다.] 끼얹었다, 라는 표현보다는 퍼부었다, 라는 표현이 훨씬 어울릴 정도로. [제발실패하세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실패는성공의어머니 님이 1,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킬더BJ대마도사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그렇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호응하듯 이제까지는 잠자코 있었던 후원자들의 후원금 러시가 시작됐다. 물론 그 사실은 미다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채팅창을 끈 채 전황에 집중했다. ‘예상대로다.’ 더불어 이 모든 상황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바였다. 그만큼 대응도 빨랐다. “체인 라이트닝!” 조건부 범위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 “앤 쇼크 웨이브!” 그리고 광범위 마법인 쇼크 웨이브! 그 두 마법을 캐스팅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다들 퍼지는 걸 막아!” 그 명령에 골렘은 그대로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도망치는 블루 스톤 골렘 세 마리의 앞을 온몸으로 막았다. “어딜 도망가?” 골드 역시 거대화 스킬로 커진 덩치로 이제는 작아진 블루 스톤 골렘을 두드리며 놈들을 자빠뜨리는 식으로 도망치는 것을 늦췄다. 그중 백미는 럭키였다. 크-왕! 사생결단 스킬을 통해 블루 스톤 골렘 한 마리의 어그로를 끈 럭키가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그러한 럭키의 달리기를 블루 스톤 골렘이 그대로 쫓았다. 그 순간 도망치던 한 마리와 럭키를 쫓던 블루 스톤 골렘이 그대로 충돌했다. 꽝! 거친 소리와 함께 블루 스톤 골렘 두 마리가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럭키이기에 가능한 광경. - 저게 말이 돼? - 역시 갓키 님이다! - 갓키 님이 캐리하신다! 그 광경에 모두가 감탄을 토해냈고, 미다스 역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괜히 1티어가 아니라니까.’ 그러한 셋의 활약 속에서 제대로 도망치지 못한 블루 스톤 골렘 8마리. 그 8마리를 향해 미다스는 일단 체인 라이트닝부터 날렸다. 파직! 체인 라이트닝이 단숨에 몬스터 5마리를 감전시키며, 그들의 몸을 경직시켰다. 짧게 나마 시간을 벌 었다. [쇼크 웨이브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캐스팅을 마친 쇼크 웨이브를 발동시켰다. 꽈릉! 8마리의 골렘들이 모여있는 곳, 그 정중앙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지면서 지축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콰광! 동시에 블루 스톤 골렘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놈들의 몸뚱이에 금이 갔다. [블루 스톤 골렘이 경직 상태에 빠집니다.] 그 상태로 문자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남은 용열병 시간은 118초.’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땅에 뿌리를 내리듯 다리를 박은 채 순차적으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HP 상태 확인.’ 그러면서도 적재적소,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데미지 딜링마저 계산한 채 마법을 캐스팅했다. 퍼엉! 굳어버린 블루 스톤 골렘들을 하나하나씩, 빠르게,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총잡이가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듯이. [블루 스톤 골렘 분신을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삽시간에 8마리를 처치했다. 그 후에 이제는 제법 먼 곳으로 도망친 2마리 중 한 마리를 향해 손에 든 파이어볼을 그대로 던졌다. 퍼엉! 파이어볼이 그대로 꽂히며 블루 스톤 골렘의 몸뚱이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한 마리. 크-왕! 그 남은 한 마리를 향해 럭키가 사생결단 스킬을 사용했다. 당연히 도망치던 블루 스톤 골렘이 하던 것을 멈추고 미다스를 럭키를 향해 다가왔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용열병 남은 시간 23초, 슬슬 마무리 마법을 써야겠네요. 자, 그럼 마무리 마법은 뭘 할까요?” 그 미소에 모두가 대답했다. - 역시 마지막은 물리 마법이지! 11. [블루 스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블루 스톤 골렘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9분 43초. 미다스가 이토록 달콤한 소리를 듣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완벽해.’ 미다스 스스로가 생각해도 멋진 결과물이었다. ‘이 정도면 실력은 확실하게 보여줬어. 쇼맨십도 충분하고. 광고주들도 나름 만족했을 거야.’ 광고주들이 BJ대마도사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의 결과물. ‘하지만 실력이 있어도 무대가 없으면 부질없지.’ 물론 미다스는 이것만으로는 광고주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세계 최고의 연기자도 그해 멋진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면 오스카 상을 받을 수 없는 법. 지금도 그랬다. ‘나한테 믿음을 보여준 만큼, 나도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줘야지.’ 실력을 보여줬으니, 이제는 무대를 보여줘야 할 때.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다음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사냥하겠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공지토록 하겠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다음 무대를 선언했다. 12. - 역시 대단해 . - 화끈한 게 뭔지 아는 플레이어야. - 이런 쇼맨십이 중요한 거지. BJ대마도사가 쇼크 웨이브를 쓰는 순간, 광고주들이 모인 채팅창 역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최고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분위기도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가 머릿속이 열기로 가득 찬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흠.......' 딱 한 명, 박영준만이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냉철하다, 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차가움이 아니었다. 그리고 박영준은 항상 냉철함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도 아니었다. 열광해야 할 때는 열광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타입이었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분명 열광해야 할 때. ‘역시 내 예상이 맞아. 이거 위험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준이 차가운 눈빛을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위기감을 느낀 탓이었다. “끝났다!” “잡았다!” “오늘도 대박이다!” 그렇게 박영준이 위기감 속에 차갑게 가라앉은 사이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가 끝났고,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사장님, 대박입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부하 직원 한 명이 박영준을 향해 다가오면서 말했다. “최고 시청자 60만 찍었습니……" 60 만! 그 놀라운 숫자를 내뱉은 후에야 부하 직원은 박영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자연스레 나온 그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에 광고주들과의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바로 계약하죠? - 다음 무대는 언제입니까? - 전속계약은 불가능합니까? - 광고표 단가부터 보내주세요. - 얼마를 드리면 BJ대마도사와 미팅이 가능한가요? 당장 계약을 바라는 광고주들. 그때였다. -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사냥하겠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공지토록 하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그 폭탄선언에 좌중이 잠시 동안 얼어붙었고, 고요함이 퍼졌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그 고요함 속에서 박용준이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쇼케이스를 마칩니다. 계약 건에 대해서는 차후 메일을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내뱉은 그 말이 더 담담한 글자가 되어 채팅창을 채웠고, 그것을 받은 광고주들이 저마다 채팅을 쏟아냈다. 허나, 박용준은 그 채팅 내용을 한 문장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마이크를 껐다. 그리고는 제 오른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무슨 일이시지?’ ‘왜 저렇게 심각하신 거야?’ 그 모습을 확인한 부하 직원들이 조금 전의 열정은 잃은 채 박영준을 바라만 봤다. “사장님?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중 한 명이 모두를 대표하며 의문을 던졌고, 그 의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이건 테스트야.” “테스트요?” “그래.” 그 물음에 부하 직원들은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테스트 맞잖아요?” 이번 라이브는 BJ대마도사에 대한 광고주들의 테스트, 쇼케이스 무대 아니었던가? 그런데 테스트를 한 게 무슨 문제이기에? 그러한 의문에 말을 박영준이 모니터 위에 보이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를 BJ대마도사가 테스트한 거라고.” “예?” “광고주들이 보겠다, 그러니까 일정을 잡아달라, 그렇게 말했는데 BJ대마도사는 갑자기 처음 보는 새로운 몬스터 레이드를 가져왔어. 아무런 통보도 없이.”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부하 직원 한 명을 바라보며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는 대체 왜 그랬을까? 그 물음에 부하 직원이 고민 후에 짧게 말했다. “그게 더 임팩트가 크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광고주들이 더 큰 돈을 베팅할 수 있게……" “베팅? 얼마나 더?” “그야, 보통 라이브나 영상에서 앞에 로고 박을 때 1티어 급 플레이어들이 10만 달러를 받으니까……" “그러니까 돈 10만 달러 더 받으려고 이 짓을 했다? 응? 그래서 그냥 라이브 방송한다고 공지만 해도 떼돈을 벌 수 있는 최초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를? 돈이 썩어 넘치는 BJ대마도사가? 진짜로?” 반문할 수 없는 정론. 때문에 박영준은 반문을 기다리지 않은 채 바로 제 말을 이어갔다. “이건 BJ대마도사의 선언이야.” 말을 이어갈수록 박영준의 표정은 차가워졌다. “난 광고 따위에는 관심 없다. 날 가지고 뭘 해도 좋은데, 내 일정을 바꿀 생각은 조금도 말고 알아서 눈치껏 행동해라. 그걸 눈치 못 채면 너희들하고 동업은 없다.” 이윽고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광고비는 받지 않는다.” "예?" 갑작스러운 파격 선언에 모두가 기겁했으나, 박영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어차피 지금 들어오는 광고 단가는 높을 수 없어. 계약상 나눠봤자 우리 쪽에 오는 수익은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 그렇게 광고를 얻어봤자 BJ대마도사 쪽에는 그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할뿐더러, 상황을 보면 오히려 기분만 상하게 할 가능성이 커.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이건 테스트이니까. BJ대마도사 입장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랑 좀 더 해도 괜찮을지 가늠하는 테스트.” 오늘 했던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선언. 그 선언에 부하 직원이 질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짜 광고를 안 받으시게요? 그냥 로고만 걸어주면 되는데? 그게 게임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물음에 박영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광고는 받아야지.” “예? 아니, 조금 전에는 광고비를 안 받으신다고……" “그래, 광고비는 안 받는다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한 표정만 짓는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대신 아이템 및 스킬로 받는다. BJ대마도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만으로.” 말을 한 박영준이 싸늘하게 눈빛을 빛냈다. ‘BJ대마도사, 당신의 의도에 기꺼이 맞춰주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사냥감의 뒷다리를 문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13. [멜팅 스톤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루팅을 끝내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정현우, 멋진 활약이었어.’ 윗사람이 기대를 가지고 무대를 만들어주었는데, 그 무대에서 멋진 결과물을 보여준 상황. 야구로 따지면 중요한 경기에서 감독이 믿고 올려준 마운드에서 완봉승을 겨둔 격이었다. 미소가 지어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이제 남은 건 켄타우로스 나이트 사냥뿐.’ 이번 것이 운이 아니라 실력임을 증명하는 것. ‘그래, 이걸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에이스가 되는 거다.’ 그게 미다스가 알고 있는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대목에서 미다스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하나였다. 과연 미다스가 본 적도 없는 미지의 몬스터,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잡을 수 있는가? 그 문제 앞에서 미다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왕! “이것으로 주인님의 전설에 또 한 페이지가 장식되었군요.” 머리 위에 느낌표를 드러내며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앞둔 최고의 파트너들이. 그것을 보는 미다스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100화. < 32화. 전력강화 (1). > 1. ‘다음 적은 켄타우로스 나이트다.’ 럭키의 진화를 앞둔 미다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켄타우로스 나이트였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물론 켄타우로스 나이트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었다. 황금 평야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블랙 켄타우로스란 놈으로 현재까지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등장한 바는 없었으니까. ‘켄타우로스 형태에 갑옷을 무장하고 있겠지. 어쩌면 블랙 켄타우로스 모습에 갑옷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커.’ 허나, 그 몬스터의 특징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더불어 이 유추는 꽤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런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럭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기동력이 필요해. 사생결단은 리스크가 결코 적은 스킬이 아니니까.’ 럭키가 가진 사생결단 스킬의 단점은 럭키가 대상보다 기동력이 떨어질 경우 럭키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한없이 크다는 점이었으니까. ‘블랙 켄타우로스의 특징은 켄타우로스보다 200퍼센트 빠른 기동력. 럭키가 전광석화를 발동하고, 헤이스트 효과를 받은 상태라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지만 전광석화가 끝나면 잡힌다. 기동력이 무기인 몬스터를 상대로는 매우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 ‘한 번 어그로를 끌면 죽기 전까지는 절대 못 풀어.’ 더욱이 사생결단 스킬은 도중에 스킬 효과를 멈출 수 있는 종류의 스킬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어느 한 쪽이 죽어야 끝나는 스킬이지. ‘레전더리 스킬이 나오더라도 기동력 쪽에 도움이 안 된다면 포기해야 한다. 럭키는 스킬 카드 구매 같은 선택지가 없으니까. 골드처럼 아이템으로 커버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어와 달리 스킬 카드 구매를 통해 스킬 습득이 불가능한 만큼 계산은 확실히 해야 했다. 왕! 그러한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는 해맑게 짖었다. 호우우우! 그러한 럭키의 울음이 어느 순간 하울링으로 바뀌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 하울링과 함께 럭키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분명한 맹수, 호랑이와 비교해도 부족함을 찾기 힘들 정도의 듬직한 모습으로. 호우우우! 내지르는 하울링에도 이제는 남다른 무게감이 실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내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미다스는 이미 각오한 바였다. ‘등급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골라야 해.’ 100장의 카드, 그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스킬 카드가 아닌 전투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놈을 고르겠다고.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라는 등급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진짜 운이 좋네.’ 하지만 당장 보이는 13개의 붉은빛 광채들 앞에서는 미다스도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헉!' 그중에서도 보이는 황금빛 카드 한 장에 가장 먼저 시선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의 눈이 그 황금 카드를 확인했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두 눈을 꾹 감은 후에 다시 뜨며 스킬 카드 내용을 확인했다. [금강불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스킬을 발동하면 신수의 물리 방어력이 매우 크게 증가한다. 스킬 발동 시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금강불괴. 굳이 더 이상 설명을 필요치 않는 그 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럭키를 보며 말했다. “내가 네 이름을 잘못 지었네.” 왕? 반문하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가 아니라 치트키라고 지었어야 했어.” 말과 함께 미다스는 다른 카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카드를 손에 넣었다. ‘이거면 끝이지.’ 애초에 우려했던 것은 럭키가 게임 오버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리스크. 그러나 금강불괴 스킬이라면 그러한 걱정 자체가 부질없어졌다. ‘탱커 끝판왕 등장이시다.’ 당연히 미다스의 손길 역시 망설임이 없었다. [럭키가 금강불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골드를 바라봤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과 함께 2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 적당한 것만 나와라.’ 물론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고민은 크지 않았다. ‘어차피 럭키 님이 다 해주실 텐데, 뭐.’ 고민이 해결된 수준을 넘어서 당분간 탱킹으로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 그 상황에서 골드에게 이 이상 무언가를 기대할 필요는 없었다. 자연스레 긴장이 풀린 상태로 미다스가 카드를 확인했다. '응?' 그런 미다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맙소사, 이 게임 왜 이래?’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황금빛 광채가 아른거렸다. 2. 갓워즈에서 인기를 알 수 있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청자 수, 구독자 수, 광고수, 수입…… 그리고 달라붙는 거머리의 수. 여기서 말하는 거머리란 누군가 만든 콘텐츠를 자기 멋대로 도용해서 낚시용 영상이나, 방송을 하는 이들을 말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 방송은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BJ대마도사, 알파 컴퍼니를 해킹한 해커?] [단독! 블루 스톤 골렘 드롭 아이템 공개(예상)!] [단독! 켄타우로스 나이트 공개(예상도)!] BJ대마도사의 라이브가 끝난 이후 워즈튜브에는 그가 만든 이슈거리를 제멋대로 제 돈벌이에 써먹는 거머리들의 수작이 넘쳐났으니까. 당연히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 BJ대마도사 대단하단 말이야. - 그렇지. 이번에 보니까 그냥 템빨금수저병신 새끼가 아니었던데? - 제법 이 게임 좀 해본 실력자야. - 무엇보다 이게 몸풀기잖아? 특히 라이브 타이틀이 몸풀기라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 이게 몸풀기라는 건, 그다음에 잡을 놈이 엄청나다는 거겠지? 누가 보더라도 그다음을 기대하게 될 수밖에 없는 타이틀. 하물며 BJ대마도사는 그다음 표적에 대해서 어설픈 예고가 아닌 분명한 명시도 한 상태였다. - 켄타우로스 나이트라니, 얼마나 강할지 기대되네. - 진짜 말도 안 되는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10인 파티도 간신히 잡을 수준이래! - 10인 파티도 간신히 잡을 수준을 혼자 잡는다, 이거지? 어마어마하네. 그것도 그냥 보스 몬스터가 아닌 최초의 보스 몬스터를. - 아, 보고 싶다. - 진짜 차라리 레벨 낮추고 웨스트 캐슬로 가고 싶네. - 렙업 멈추고 BJ대마도사가 내 사냥터 오기 기다려야지! 그러한 BJ대마도사와 같은 사냥터를 공유하는 플레이어들을 부러워하는 이들조차 나올 정도. 달리 말하면 웨스트 캐슬에 있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나름 절호의 기회였다. “BJ대마도사랑 셀카 꼭 찍어야지.” “이번에 못 찍으면 앞으로 기회도 없어.” “어차피 레벨업 토나오게 해도 그게 그거인데, 차라리 BJ대마도사나 따라다니는 게 어때?” BJ대마도사란 뜨거운 감자를 직접 게임 속에서 목격하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 “BJ대마도사가 나타났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등장은 기름판 위에 타오르는 성냥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를 보기 위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그러나 막상 그들의 시선을 끈 것은 BJ대마도사가 아니었다. “저것 봐!” “어? 럭키 덩치가 커졌다!” “맙소사!” 이제는 맹수의 위엄을 드러낼 정도의 덩치를 가지게 된 럭키가 좌중 모든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그래, 역시 BJ럭키가 주인공이지.” “아무렴. BJ대마도사는 BJ럭키의 사은품 같은 존재일 뿐이라니까.” “사은품은 골드고, BJ대마도사는 포장지 같은 거 아닌가?” BJ대마도사보다는 럭키가 더 멋지다! 그러한 좌중의 시선에 보답하듯 럭키가 고개를 꼿꼿이 든 채 위풍당당한 걸음을 내디뎠다. 자연스레 좌중의 시선은 럭키에게 더 몰렸다. '아.' 오직 한 명, 미다스의 시선만이 럭키가 아닌 럭키 뒤에 걸어가는 골드를 향했다. ‘설마 거기서 그게 나올 줄이야.’ 그러한 미다스의 머리 위로 조금 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버서크 스킬이.’ 버서크.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스킬, 근접 딜러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스킬이었다. 그 스킬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파티 사냥에서 대우를 받고, 레이드에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스킬. ‘조건만 갖춰지면 골드가 오히려 럭키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지도……' 그러한 버서크 스킬의 등장으로 생긴 전력 강화는 미다스조차도 쉬이 계산하기 힘들 정도였다. ‘무섭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이제 두려움마저 느꼈다. ‘너무 강해진 내 전투력이 무섭다.’ 물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두려움이었다. 그렇게 저도 모르게 진한 미소를 짓는 미다스를 향해 한 무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을 비켜라!” NPC의 등장이었다. 3. “앞장서시죠.” 이제는 당연해진 NPC의 호위를 받으며 목적지로 이동하는 미다스. ‘응?’ 그러한 미다스가 안내받아 도착한 곳은 이제까지 갔던 동쪽 감시탑이 아니었다. ‘여기, 대장간이잖아?’ 도착한 곳은 성 남쪽에 위치한 대장간. 더불어 미다스도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아니, 이곳 웨스트 캐슬에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모두가 알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황금 대장간!’ 툰가 왕국에서 받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인 툰가 시리즈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어서 오게!” 그렇게 들어간 대장간에서 NPC즈가가 반갑게 미다스를 맞이했다. “그것은 구해왔나?” “아."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 주었다. [NPC즈가에게 멜팅 스톤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후에는 저주받은 목걸이도 벗어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두 개의 물건을 받아 든 NPC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게, 바로 만들어줄 터이니. 오래 걸리진 않을 걸세. 심심하더라도 좀 참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등을 돌린 NPC즈가가 대장간 화로 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은 그런 NPC즈가가 아닌 대장간의 벽에 예술품처럼 걸려 있는 무기들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툰가 왕국 기사의 검.......' 그도 그럴 것이 걸려 있는 모든 무기는 툰가 시리즈, 레전더리 아이템들이었다. ‘기본 6만 달러. 붙는 특수 옵션 따라서는 10만 달러도 훌쩍 넘지.’ 최소 가격이 6만 달러. ‘와.’ 그러한 무기들이 벽면을 틈틈이 채우고 있었다. ‘여기 있는 거 다 팔면 서울 강남에 21평짜리 전세도 들어갈 수 있겠는데?’ 그야말로 집값들이었다. “헉!"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은 이내 벽면에 외로이 걸린 지팡이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뱀을 조각한 듯한 1미터짜리 하얀색 지팡이. [툰가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9레벨 이상 - 툰가 왕국의 기술자들이 특별한 힘을 불어넣어 만든 지팡이다. 강력한 위엄을 담고 있다. - 장착 시 옵션 개방 툰가의 지팡이! ‘12만 달러짜리!’ 미다스가 현재 노리고 있는 아이템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손만 닿을 거리에서. 그 순간 미다스의 마음속에서 고뇌가 시작됐다. ‘이거 먹고 튀면 내 것 아닌가?’ 과연 저 아이템을 들고 튈 수 있는지. 튄다고 한다면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 그 대목에서 미다스가 슬그머니 자신의 오른손 손가락에 낀 반지를 바라보았다. ‘가만, 나 자가라의 반지 있는데 이거면 먹고 튀어도 정상참작 가능할 거 같은데? 애초에 여기 주인 거잖아? 빌리는 것 정도는 될 거 같은데?’ 온갖 망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다 끝났네.” NPC즈가가 양손에 목걸이와 검은 덩어리를 쥔 채 미다스 앞에 다가왔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펜던트에 검은 덩어리를 넣지 않느냐? 그 의문 어린 표정에 NPC즈가가 말했다. “자네는 소울 메탈의 성질을 알고 있지?” “마력의 주인을 향해 반응한다?” “잘 알고 있는군. 당연히 마력이 강력해질수록 그 반응 역시 강력해질 수밖에 없네.” “그럼……" “여기에 담는 순간 이 목걸이가 제 스스로 하늘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네.” 그 말과 함께 NPC즈가가 미다스에게 목걸이 줄만 건네주었고, 미다스는 그것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 그 후에야 NPC즈가가 검은 덩어리를 쥔 손을 미다스의 목걸이 펜던트 위에 올려놓았다. 꽈악! 그리고는 과일을 짜듯 검은 덩어리를 움켜쥐자, 검은 물기가 뚝뚝 펜던트 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뚝! 뚝! 그 양이 많아질수록 목걸이의 움직임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물기를 짜내는 순간 목걸이가 그대로 웨스트 캐슬 서쪽 방향으로 쏜살처럼 움직였다. 촤르륵! 목걸이 줄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 NPC즈가의 말처럼 그대로 하늘로 달아갔으리라 생각될 정도. “이 녀석 아주 힘이 넘치네.” 그 사실에 펜던트를 움켜쥔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뭐든 간에 찾는 건 일도 아니겠어.’ 팔팔한 나침반이 생겼으니, 남은 건 그 나침반 끝에 있는 것을 사냥할 때. ‘어디 옵션이나 확인해볼……' 미다스의 눈이 자연스레 보다 강해진 목걸이의 옵션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모든 것이 정지했다. [저주를 품은 목걸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0레벨 이상 -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을 품고 있는 목걸이다. 강력한 마력이 착용자에게 신비로운 권능을 부여해준다. - 모든 능력치 +75 - 공격력 +15 - 이동 속도 +15퍼센트 - 공격 속도 +15퍼센트 - 캐스팅 속도 +15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40퍼센트 - 착용 시 리플레이 스킬 사용 가능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옵션을 전부 확인한 후에도 미다스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제 손아귀에서 뛰쳐나가려는 목걸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 ‘아.’ 이윽고 정신이 간신히 돌아온 미다스의 눈이 오로지 단 하나, 리플레이 스킬에 향했다. ‘리플레이? 진짜?’ 리플레이. 사용한 스킬 중 하나를 다시 한 번 바로 사용케 해주는 스킬이었다. 쉽게 말하면 쿨타임을 무시하고 한 번 더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셈. ‘이거 아이템 옵션으로만 얻을 수 있는 건데?’ 더불어 현재까지 스킬 카드로는 단 한 번도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아즈모조차도 리플레이 스킬은 아이템을 통해서만 쓸 수 있으며, 스킬 카드를 발견해 자신에게 가져오면 백지수표를 주겠다고 공언한 상태. 어쨌거나 효용 가치는 대단했다. ‘맙소사, 이거 꿈이야, 생시야?’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도무지 현실이라 실감이 가지 않을 정도.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NPC즈가가 바로 다음 퀘스트를 주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제한구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이름 모를 신의 힘을 품은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툰가의 지팡이 !퀘스트 완료 시 ‘추적자’ 진행 가능 !6인 이하 파티로 퀘스트 완료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툰가의 검은 지팡이 동시에 눈앞에 뜬 퀘스트창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는 이내 굳은 표정 사이로 피식, 실소를 지었다. “아, 씨발 이거 꿈이네. 어쩐지 운이 너무 좋더라.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것만 쏙쏙 나오는 게 현실일 리가 없잖아?" 미다스, 그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101화. < 32화. 전력강화 (2). > 4. “형, 무슨 일 있어요?” 이혁주의 말에 소파 위에 드러누워 있던 정현우가 깊게 감았던 눈을 게슴츠레 떴다. 누가 보더라도 잠결에 일어난 모양새. 그 모습에 이혁주가 질문을 던졌다. “꿈이라도 꾸셨어요?” 그 물음에 정현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그래, 꿈꿨다. 아주 좋은 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정현우. “꿈에서 내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선물로 받았어. 그것도 매물로 나오지도 않는 엄청난 것으로.” 이어진 정현우의 그 말에 이혁주가 실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꿈 맞네요. 그것도 갓워즈 플레이어다운 꿈. 이야기 들어보니까 일반인들은 꿈을 꾸면 로또 당첨되는 꿈을 꾸고, 갓워즈 플레이어들은 레전더리 스킬 카드나 아이템 먹는 꿈을 꾼대요. 뭐, 둘 다 개꿈이란 건 매한가지이지만.”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한 정현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 저는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썩 좋지 못한 그 표정을 확인한 이혁주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 후 정말 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러한 혁주의 모습을 실눈으로 확인한 정현우는 생각했다. ‘혁주 놈이 일을 하다니, 진짜 꿈인 건가?’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럭키의 금강불괴, 골드의 버서커 그리고 자신에게 온 저주를 품은 목걸이. 하나만 얻어도 환호성을 내지르다 목이 쉬어버려도 이상할 것 없는 결과물들이 연달아 세 개나 나왔다. 현실이라기보다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꿈은 아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정현우는 그것을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그 퀘스트도 꿈이 아니겠지.’ 당연히 그 후에 얻은 퀘스트 역시 분명한 현실이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 그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들이 정현우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 당연히 툰가의 검은 지팡이에 대한 것도 떠올렸다. 그 지팡이의 옵션은 알 리 없지만, 위가의 하얀 지팡이 때를 떠올린다면 툰가의 지팡이 이상 가는 아이템인 건 분명한 일. 그냥 툰가의 지팡이가 평균 시세가 12만 달러인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값어치의 아이템이었다. 거래만 된다면, 그냥 그거만 팔아도 전셋집을 일시불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즈가의 망치마저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정현우는 그 아이템에 대한 매력에 빠지진 않았다. ‘히든 보상 조건은 6인 이하 파티 공략.’ 오히려 반대, 정현우는 그 툰가의 검은 지팡이가 추가 보상이라는 것과 그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한 조건에 집중했다. ‘쉽지 않아.’ 그게 정현우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한 이유였다. ‘갓워즈의 게임 난이도를 생각한다면, 그 조건은 일반적인 6인 파티로는 감히 할 수 없어. 최소한 프로급 플레이어 6인 파티 정도를 기준으로 정해졌겠지. 그것도 최소 유니크 등급 아이템으로 모든 세팅을 마친 것을 기준으로. 레벨 역시 90레벨 이상.’ 무리라는 것은 본래 하나가 늘어나면 1이 더해지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이 더해진다. 3인 파티와 6인 파티의 전력은 단순히 2배가 아니라, 3배 그 이상이라는 의미. ‘그런 걸 나 혼자 해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난이도의 퀘스트를 정현우는 럭키와 골드, 둘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정현우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없었다. ‘그것도 3일 후에.’ 이미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 라이브에서 3일 후에 켄타우로스 나이트 사냥을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 이미 그 공표로 사람들은 디데이 계산을 시작하면서 손꼽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장님도 거기에 맞춰서 광고주들하고 협상하고 세팅하셨겠지.’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그 공표에 맞춰서 광고주들과 협상을 하고, 무대를 준비할 터. 적지 않은 마케팅비도 투자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말한다? 시간을 미루어 달라고 말한다? 아마추어라면 그래도 된다. ‘프로는 제 입으로 뱉은 건 지켜야지.’ 그러나 정현우는 프로 플레이어, 프로라면 시간 약속만큼은 지켜야 했다. 무엇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가시적인 전력 증가를 꾀하려면 90레벨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그럼 최소 일주일이야.’ 정말 확실하게 준비를 한다면 일주일,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 ‘여기에 그 전력에 맞춰서 세팅하고, 연습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10일.’ 또한 전력을 갖추는 것과 그 전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애초에 정현우가 3일이란 시간을 말한 것도 그저 그 정도 시간이면 좋을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새로이 얻은 전력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리란 계산 때문이었지. ‘돈도 필요하고.’ 결정적으로 90레벨 이후에도 전력 증가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로 했다. 당장 89레벨이 되면 툰가의 지팡이는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위해선 12만 달러를 확보해야 했다. 말이 12만 달러이지, 미다스가 당장 그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진 것의 대부분을 팔아야 했다. 그마저도 잘 구할 때의 이야기. 툰가의 지팡이는 매물이 극히 적은 탓에 현재 시장에서 제값에 구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이틀 동안 지금 내가 얻은 것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나아.’ 그렇기에 정현우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공표한 날에 확실하게 한다.’ 그 결단 끝에 정현우가 눈을 뜨며 소리쳤다. “혁주야, 콜라값 좀 해야지! 세팅해줘!” 그 외침과 함께 정현우가 간절하게 기도했다.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사장님의 능력에 제 조카 녀석 치킨이 걸렸습니다! 묵직한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5. “현금을 안 받는다고요?” 엠마의 반문에 수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 - 라이징 스타 채널 쪽이 보낸 메일에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광고비는 현금으로 받지 않겠다고. 들려오는 대답의 목소리는 엠마가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와 달리 등등했던 기세가 없었다. 그 사실에 엠마의 눈매가 칼날처럼 가늘어졌다. “딜을 해보셨나요?” 말을 하면서도 엠마는 직감하고 있었다. ‘꽤 강하게 딜을 했음에도 거절당한 모양이네.’ 풀 죽은 저 목소리로 짐작하건대 분명 여러 시도를 했으나 통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고. 예상대로였다. - 금액으로 100만 달러까지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금액적인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100만 달러.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그 금액이 언급되는 순간 엠마의 머릿속엔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면 이야기는 나눌 정도는 되는데? 애초에 광고를 받지 않을 생각인가? 하지만 그럴 거였다면 쇼케이스를 할 이유가 없잖아?’ 광고비를 안 받겠다는데 왜 광고주들을 불러 모아서 쇼케이스를 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 - 대신에 금액이 아닌 갓워즈 내 아이템 및 스킬 카드 등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그 설명에 엠마는 머릿속에 있던 모든 의문을 깨부술 수 있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구나.’ 돈이냐 아이템이냐? 보통 사람들에게는 딱히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돈이면 아이템을 구할 수 있으니까. ‘하긴, 갓워즈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갓워즈에서는 시세는 있되, 매물이 없는 아이템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레벨이 높아질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아이템을 얻는데 필요한 조건들은 강화되고, 사냥 난이도는 올라가며, 사냥터 및 던전 통제가 이루어졌으니까. 당장 100레벨 이후부터가 그러했다. 툰가 왕국, 여기까지는 보통 플레이어들이 5인 파티 정도면 사냥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 무대인 신기루의 숲에서는 그런 5인 파티가 2개 조 혹은 3개 조 이상 활동하는 게 보통이었다. 20인 이상의 파티로 구성되는 공격대, 소위 공대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레벨이 오를수록 그러한 공격대 다수가 필요했다. 길드와 게임 컴퍼니가 득세하는 게 그런 이유였다. ‘언제까지 솔플은 불가능하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그때가 되면 BJ대마도사 역시 주변 이들과 타협과 교섭을 할 수밖에 없을 터. 말이 타협과 교섭이지, 달리 말하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특히 그런 사냥터에서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다른 것을 허용해야 했다. ‘놈이 가진 비밀을 토로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식으로 미리 일찌감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구해놓는 건 매우 현명했다. 달리 말하면 그건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온다는 건 어떻게든 자기가 쥔 것을 최대한 오래 숨기기 위함이겠지.’ 당장의 돈 따위보다는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둘 중 하나야. 우리 낌새를 눈치 챈 외부의 하이에나이거나 아니면 우리 내부에서 더 많은 지분을 얻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사자이거나.'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엠마의 가늘어진 눈매는 칼날처럼 섬뜩한 예기를 품고 있었다. - 어떻게 할까요? 그러한 그녀에게 들려온 물음에 엠마는 그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잘됐네요. 그러한 조건이면 어비스 길드보다 더 나을 건 없으니까요. 필요한 게 뭔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그렇게 하면 계획은 그대로 속행될 수 있겠지요?” - 물론입니다. 그제야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화색이 맴돌았다. “예, 부디 잘 됐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대답하는 엠마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부디 잘 풀려야지. 괜히 문제가 커지기 전에.’ 6. “여기 광고주들이 보낸 제안서들입니다.” 말과 함께 부하 직원이 건네준 태블릿PC를 받아든 박영준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좋은 거 있었어?” “비싼 거 많던데요?” “아니, 비싼 거 말고 좋은 거.” “예?” 이어진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비싼 게 좋은 것 아닌가? “구하기 힘든 거 말이야. G베이에 올라오더라도 즉시구매가 아닌 경매로만 올라오고 혹여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도중에 그냥 시세만 확인하고 내려버리는 물건들.” “아, 그런 거요.” 그제야 박영준의 의중을 깨달은 부하 직원이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요?” “그래?” “예, 다 G베이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었던 것들이었어요. 제시한 물건들 시세 검색해봤으니까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받아든 태블릿PC를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응?"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 앞에서 두 눈을 깜빡였다. 대체 왜?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확실한 표정에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와튼 스쿨 졸업한 후에 월스트리트 같은 돈 벌기 좋은 시장 놔두고 갓워즈란 바닥에 들어온 이유가 뭐인 줄 알아?” “그야……" 대답이 아닌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민 후에 대답했다. “이 시장이 더 미래전망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그저 그런 이유뿐이었다면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번듯한 회사 들어가서 갓워즈 관련 사업부에서 일했겠지. 그게 돈 벌기에는 훨씬 더 쉽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바닥을 고른 이유는 간단해. 이 바닥에는 룰이란 게 없거든.” 말을 하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만지려면 고려해야 할 게 많아. 팔기 싫든, 팔고 싶든 자기 의지가 아니라 룰을 따라야 하지. 거기에 법적인 제약도 엄청 많아. 법무팀이 벌어가는 연봉이 트레이너보다 많은 경우를 보고 하던 일 접고 로스쿨 들어가는 애들도 있을 정도라니까? 어쨌거나 배짱이 있어도 배짱을 부리기가 힘들어. 그런데 이 바닥은 아니야.” “뭐가 다르죠?” “배짱이 있으면 부릴 수 있지. 쉽게 말해서 꼬우면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 웃음과 함께 박영준이 툭툭, 꺼진 태블릿PC의 액정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앞으로 광고할 기회는 많아. 그렇기에 더더욱 처음에 못을 잘 박는 게 중요하지. 원하는 건 하나, 시세가 아니라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 그 외의 것들은 안 받는다.” 말을 뱉는 박영준의 표정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돈은 무시해. BJ대마도사는 그런 건 관심도 없으니까.” 동시에 즐기는 기색도 역력했다. “……라고 광고주들에게 알리는 거 잊지 말고. 꼬우면 BJ대마도사한테 가서 따지라고." 호가호위, 여우 입장에서는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는 것만큼 재미난 일도 없는 법. “사장님!” 그때 다른 직원 한 명이 박영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그래? 뭐라고?” “일정은 그대로인데……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 무슨 질문?” 예상외의 단어가 등장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박영준, 그에게 부하 직원이 말했다. “방송 시간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7. [레벨이 올랐습니다.]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은 알림.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미다스의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대신 오른손으로 제 입을 가린 채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 났다.” 그리고는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며 내뱉는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 어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낌새에 럭키와 골드가 다가왔다. 끼잉……. “주인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렇게 다가와 걱정 어린 기색을 드러내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너무 빨리 잡으면 광고주들이 보이콧할지도 모를 것 같아서 말이야." 102화. < 33화. 예상 밖 (1). > 1. 워즈튜브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보스 잡는 거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거지.”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이라고. 실제로 시청자 숫자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을뿐더러, 시청자 유입 역시 다른 콘텐츠와 질적으로 달랐다. 광고 단가 역시 가장 높았다. “그런데 의외로 라이브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하지만 의외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라이브로 방송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주를 이루는 건 라이브가 아닌 영상. 이유는 간단했다. “뭐,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애초에 차원이 다르다고.” 라이브 방송과 영상 제작은 그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 애초에 영상을 찍은 후 편집을 해서 올리면 될 뿐인 영상과 달리 라이브는 제약이 많았다. “당장 보스 몬스터가 언제 등장할지 아무도 모르잖아? 대충 짐작만 할 뿐이지.” 일단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언제 어느 순간 라이브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사전 예고를 할 수 없다는 의미. “그런데 언제 보스 몬스터를 잡겠다고 광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더라도 하이에나들을 부를 따름이고.” 아니, 사전 예고를 한다는 건 그곳에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과 같았다. 레이드 리스크가 한 없이 올라가는 셈.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이들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순간 라이브 사실을 알리고는 했다. 게릴라 이벤트 방식인 셈.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모로 시청자 숫자나, 흥행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오늘이지? - 이제 딱 1시간 남았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BJ대마도사의 이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는 흥행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 블루 스톤 골렘도 엄청난 놈으로 보이던데, 그게 고작 몸풀기에 불과하다니……. - 보니까 저번에 BJ대마도사 황금 대장간으로 갔다던데? - 그럼 툰가의 지팡이 나오려나? 일단 메인디시를 앞두고 펼쳐진 애피타이저부터가 남달랐다. - 드디어 라이브 보겠네. - BJ대마도사 라이브는 만날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봤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겠네! 그리고 이제까지 쌓아온 나름의 인지도 역시 남달랐다. - 그보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라니, 대체 어떤 몬스터일까? - 이렇게 사전에 공개하는 걸 보면 아주 특별한 몬스터인 건 분명하겠지. 마지막으로 소재도 남다른 상황에서 라이브 일정마저 정확히 공개했다. “사장님! 방송 시작 10분 전, 10만 명 접속 달성했습니다!” 오프닝 10만명. 아직 BJ대마도사가 얼굴을 비추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시청자가 접속한 건 그러한 이유 덕분이었다. “10만 오프닝이면 100만짜리 방송이지?” 더욱이 워즈튜브 라이브에서는 10만 오프닝을 찍은 대부분의 라이브 방송들은 최고 시청자 숫자가 100만에 이른다는 법칙이 존재했다. “와, 라이브 100만 찍으면 우리 채널 최초죠?” “채널 랭킹 꽤 오르겠는데요?” “이런 건 치킨 뜯으면서 봐야 하는데, 직원이라서 안 되네.” 라이브를 앞둔 라이브 팀 직원들은 물론 구경 온 다른 부서 직원들이 흥분된 기색을 드러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박영준은 달랐다. 툭툭! 그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 모습에 예의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침에 먹은 식사가 별로였는지 속이 더부룩해서.” 너무나도 평범한 대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부하 직원은 제 모니터에 집중했고, 박영준 역시 제 모니터에 집중했다. 툭툭! 이후 박영준이 거듭 안 좋은 기색을 드러냈으나 그 사실에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속이 안 좋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속이 안 좋아.’ 실제로 박영준은 속이 안 좋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것처럼 아침 식사 때문은 아니었다. ‘왜 시간에 대해서 질문을 한 거지?’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날짜를 통보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라이브 방송 시간이 예상과 달라도 상관없냐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박영준은 눈치를 챘다. ‘대개 이런 경우는…… 공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다.’ 이번 보스 몬스터 공략이 BJ대마도사에게 있어서도 꽤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돌다리를 두드려 가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니까.’ 실제로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하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었고, 그런 이유로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맞이하면 자연스레 라이브 방송 시간이 길어졌다. ‘좋은 건 아니지.’ 더불어 레이드 방송 시간은 길어서 좋을 게 없었다. 길다는 건 공략이 어려운 셈. 그런 것을 오랜 시간 본다는 건 고역이었으니까. ‘라이브는 20분 내가 좋다. 제일 좋은 건 14분 12초.’ 그래서 보통은 15분 남짓한 시간을 최적의 시간으로 평가했다. 당장 라이징 스타 채널의 영상들 대부분이 10분 내에 커트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노래 3곡 정도 듣는 정도 아니면 그 후에는 무의미해. 그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가 굳이 이러한 말을 꺼낸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무리하는 거지.’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여러모로 무리하는 거라고. ‘정확히는 내가 무리하게 만든 거고.’ 다름 아니라 박영준, 그가 갑자기 광고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BJ대마도사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고. ‘BJ대마도사의 자존심이 내 생각 이상이었어.’ 결과적으로 자신 때문에 BJ대마도사가 폭주를 한 셈. 그게 박영준의 속이 안 좋은 이유였다. 그런 박영준의 속을 달래주는 건 하나였다. ‘그나마 광고 하나를 물어서 다행이야.’ 이러한 수작 속에서 나름 수확 하나를 얻었다는 것. ‘그것도 꽤 굵직한 놈으로.’ 그러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2. [제한구역에 입장했습니다.] 오랜만에 제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검은 안개 바람이 미다스의 세상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심해진 거 같네.’ 더불어 검은 안개 바람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심했다. 손을 뻗으면 그 손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 - 맙소사, 지금 내 화면이 이상한 게 아니지? - 아니, 무슨 이런 곳이 다 있어? 그러한 광경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갓워즈를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이 시커먼 세상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무대인지 알 수밖에 없었으니까. - 개꿀 던전 아니었어? 이게 무슨 개꿀 던전이냐? - 몬스터 사냥은커녕 그냥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 몬스터가 개꿀인 던전이야? 더욱이 이 제한구역은 이제까지 젖과 꿀이 흐르는 비밀 던전으로 알려진 상태. 이곳에서 BJ대마도사가 대부분의 레벨업을 했다는 사실이 그러한 소문을 만들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는 검은 안개 바람이 덜하네요. 그때는 진짜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지 럭키야?” 왕! “아차, 럭키는 말을 못하지. 골드야, 분명 저번이 더 심했지? 응?” “주인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말, 당연히 거짓말이 잔뜩 섞인 허세였다. - 맙소사, 이보다 더 심했다고? 구라 아니야? ㄴ 구라라니, BJ럭키 님이 말했잖아! ㄴ 뭐라고 말했는데? ㄴ BJ대마도사의 말이 맞다, 저번에는 더 심했다, 그래서 BJ대마도사 키워주느라 등골이 부서졌다. ㄴ 이야, 개소리를 길게도 썼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그저 그 말을 믿고 그것을 소재 삼아 채팅을 토해냈다. ‘그래, 이렇게라도 재미 포인트를 만들어야 해.’ 그것을 보며 쓴웃음을 삼키는 미다스. 쫘르륵! 그런 그의 목에 찬 목걸이가 당장에라도 날아갈 듯한 기세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미다스의 고개 역시 자연스레 목걸이가 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보이는 건 새카만 세상뿐. 그러나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Lv109)] !돌격 및 크러쉬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때 헤이스트 스킬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때 파이어 스텝 스킬 발동 켄타우로스 나이트. 이 새카만 세상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녀석의 존재를. ‘끔찍하네.’ 그러한 녀석의 설정을 확인한 미다스는 머릿속에 준비해놓은 무수히 많은 계획들이 박살났다. ‘예상했던 것 중에서 가장 끔찍한 상황이야.’ 그 후에 남아있는 것들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최악의 경우들뿐이었다. ‘기본적인 이동 속도도 빠른데, 여기에 돌진은 물론 크러쉬 스킬이 기본 탑재.’ 그도 그럴 것이 기본 스킬인 돌진과 크러쉬는 서로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큰 스킬이었다. 대상과의 거리를 더 빨리 좁혀주는 돌진 그리고 부딪치는 순간 공격력이 증가하는 크러쉬. ‘2페이즈부터는 헤이스트 추가.’ 그 상태에서 헤이스트마저 추가된다면? 장담컨대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 중에서 저 공격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미쳐 날뛰는 놈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을 터. ‘마지막 페이즈는 파이어 스텝.’ 그 파이어 스텝 마저 발동한다면? ‘불길이 번지기 딱 좋은 무대에 어울리는 스킬이군.’ 더욱이 시야를 가로막는 바람이 몰아치는 제한구역은 불길이 붙기만 한다면 번지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길이 얼마나 번졌는지는 가늠할 수 없는 장소. 하물며 제한구역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결계의 틈을 찾는 작업도 해야 하지 않는가? ‘6인이 조건인 이유가 있었어.’ 여러모로 추가 보상 조건이 이해됐다. 일반 플레이어들이라면 6명이 아니라 10명이 달려들어도 잡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여유 부릴 틈은 없다.’ 그러한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여유를 부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분명 치명적인 일이었다. ‘첫 광고 받고 하는 라이브 방송이지만……' 프로 플레이어와 스타 플레이어를 나누는 기준은 스타성이다. 그리고 그런 스타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게 해주는 게 바로 재미였다. 실제로 갓워즈에서 그냥 잘 뛰어난 능력으로 잘 잡는 것만으로는 큰 인기를 끌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개그도 치고, 장난도 치고, 호응을 유도해야 하는 법. 그냥 노래만 잘 부르는 스타보다, 무대 위에서 쇼맨십이 뛰어난 스타가 훨씬 더 큰 사랑을 받는 것과 같았다. 아니, 실력이 없어도 그러한 쇼맨십, 소통 능력으로 스타 플레이어가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지. 각 잡고 가야겠어.’ 그리고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켄타우로스 나이트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게 미다스가 최악의 경우라고 하는 이유였다. ‘광고주도 물어볼 필요도 없겠어. 괜히 그런 거 신경 썼다간 머릿속만 복잡해질 테니까.’ 오늘 이 방송에서 미다스는 정말 사냥에만 집중해야 할 테니까. ‘좋아.’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숨을 돌린 후에 말했다. “일단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 위로 물음표가 채워졌고, 그 물음표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를 확장시킨 후에 그 안에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 무슨 포션이지? - 어? 은버섯 포션이다! - 은버섯 포션? 600골드짜리 마력 올려주는 버프 포션? 그리고는 그 포션을 그대로 단숨에 원샷한 후에 다시 새로운 포션을 꺼냈다. 한 병, 두 병, 세 병 그리고 네 병. - 이거 벌써 2천 달러어치는 마셨네? - 아니, 할 말 있다면서 왜 도핑만 해? 그렇게 네 병을 마신 후에 다시 한 번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꺼낸 포션을 손바닥 위에 담은 후에 그대로 럭키의 입 앞에 가져갔다. 할짝할짝!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혓바닥으로 포션을 핥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섯 병이었다. - 와, 이번에도 족히 2천 달러는 포션 값으로 썼네. - 스타트 도핑으로만 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그다음에 미다스는 골드에게 포션병을 건네줬다. 이번에도 숫자는 다섯. - 아니, 대체 얼마나 강한 상대이기에 스타트 도핑으로만 5천 달러를 넘게 쓰는 거야? - 와, 이 정도로 도핑하는 거 라이브로 보는 건 아즈모 이후 처음이야. 이 기나긴 도핑 앞에서 시청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채팅을 쏟아냈다. 그 순간이었다. “원래 라이브 방송 전후로는 시간을 비워두는데, 이번 라이브 방송은 여러 사정이 있어 급하게 잡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꽤 중요한 약속이 생겨버렸습니다.” 골드가 포션을 마시는 사이,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런 이유로 오늘 레이드는 전력을 다해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여전히 이해가 힘들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 원래 전력으로 해야지? - 평소에는 놀면서 했다는 건가? 오직 한 명만이 달랐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그런 상황 잘 알지.] 아즈모, 그만이 미다스의 심정을 이해했다. [아즈모 : 좀 여유 있게 시청자랑 소통하면서 잡으려고 일부러 전력으로 안 하는데,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지. 아무렴.] 그제야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미다스가 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 그러한 그들에게 미다스가 확실하게 말했다. “오늘 방송 오래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미리 사과드립니다. 오늘 방송 매우 짧습니다. 치킨, 피자 주문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그 말과 미다스가 소리쳤다. “용열병!” ‘10분 안에 끝낸다.’ 103화. < 33화. 예상 밖 (2). > 3. 갓워즈에서 몬스터를 잡는 방법은 HP를 0으로 만들면 된다. 너무나도 간단한 공식. 때문에 갓워즈에서는 딜러가 잘해야 했다. 그러나 그냥 무작정 잘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탱커가 게임 오버 당하기 전에 얼마나 제대로 딜링을 하느냐.’ 탱커가 게임 오버 당하면 사실상 그 전투는 실패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으니까. 이런 이유로 데미지 딜링 타임은 전적으로 탱킹 능력에 좌지우지되었다. 탱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딜러가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인 셈. ‘럭키는 오래 못 버틴다.’ 그리고 현재 그의 파티에서 탱킹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건 럭키뿐. 아니, 소화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사생결단 스킬이 사용되는 순간 럭키의 포지션은 탱커로 고정됐다. 다른 이들이 탱킹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이제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럭키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 특히 전광석화와 헤이스트 버프를 통해 적이 몸에 닿는 것조차 용납지 않았으니까. ‘속도에서 밀리면 답이 없어.’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럭키가 모든 버프, 심지어 포션 도핑을 하더라도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속도전에서는 승산이 없었다. ‘금강불괴도 만능은 아니다.’ 여기에 새로이 얻은 금강불괴 스킬은 분명 대단한 스킬이었지만, 상대는 보스 몬스터. 그것도 돌진과 크러쉬 스킬을 가진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과연 럭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길진 않을 터. 그건 곧 미다스에게 주어진 데미지 딜링 시간 역시 길지 않다는 의미. 미다스가 전투를 최대한 빨리, 여유 한 점 없이 끝내고자 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용열병!” 초전박살!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볼!” 그 각오를 드러낸 미다스가 곧바로 세 개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캐스팅이 끝났습니다.] 용열병 효과 덕분에 캐스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미다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둠 너머를 향해 마법을 던졌다.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는 분명하게 보이는 켄타우로스 나이트 가슴팍의 황금빛 과녁을 향해 불꽃창을 던졌다. - 뭐야?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 왜 저곳에 던지지?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의문을 가졌으나, 미다스는 그 의문에 대해 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바로 얼음창을 던졌고, 그다음에는 불덩이를 던졌다. 콰직! 퍼엉! 마법이 대상에 닿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귓가를 두드렸다. - 맞췄어? - 어떻게? 그 소리를 들은 채팅창 위로는 의문이 올라왔다. 일부는 의혹을 제기했다. - 핵 쓰는 거 아님? - 와, 핵이네. 미다스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그 의혹에도 미다스는 굳이 설명을 뱉지 않았다. - 병신들, BJ대마도사가 목걸이를 봐! 저 목걸이가 한 방향만 가리키고 있잖아! - 저딴 개눈깔로 무슨 게임을 본다고! - 핵 같은 소리하네, 갓워즈에 통하는 핵을 만들 수 있으면 그걸 파는 게 더 부자가 되겠다! 나침반의 끝처럼,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향해 꼿꼿하게 뻗은 저주를 품은 목걸이의 존재가 답이었으니까. 실제로 그 목걸이가 이번 사냥터의 키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이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위치를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는 키. 당연히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굳이 해명을 하지 않았다. ‘전투에만 집중해.’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앤 파이어 애로우.” 해명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신력과 집중력마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향해 투자할 뿐.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세 개의 마법이 완료되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푸르릉!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등장한 녀석은 일반 켄타우로스보다 2배는 큰 몸집이었다. 털은 다른 켄타우로스와 달리 검었다. 개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 몸을 두르고 있는 밤하늘처럼 탐스러운 검은빛 갑옷이었다. 투구를 비롯해 인간 모양의 상체 그리고 말 모양의 몸뚱이가 갑옷으로 덮여 있었으며 손에는 검은 빛으로 빛나는 큼지막한 롱소드 한자루를 쥐고 있었다. - 설마 저게 켄타우로스 나이트야? 갑옷 입은 거 같은데? - 털도, 갑옷도 시커머네! 저거 완전 보호색이잖아? - 난이도 지랄 맞네. 그냥 블랙 켄타우로스보다 몇 배는 더 강할 것 같은데? 보는 것 만으로도 현기증이 날법한 일. 그러나 그러한 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미다스는 피하지 않은 채 이제는 활모양으로 변해버린 위가의 하얀 지팡이의 활시위를 당겼다. 드래곤즈 아이! 그 효과가 보이는 황금빛 가슴팍을 향해 쉼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그게 이유였다. - 어? 어! - 지금 뭐하는 거야?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된 이유. 미다스, 그가 달려오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여전히 꼿꼿이 그 자리를 고수한다는 것. - 왜 안 도망가는 거야? - 미친! 누가 보더라도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놀람도 오래 가지 않았다. 푸르릉! 미다스와의 거리가 1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는 순간 켄타우로스 나이트는 돌진 스킬을 사용하며 그 거리를 정말 한걸음에 그대로 좁혀버리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놀랄 틈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미다스와 거리를 좁히며 손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공격을 멈추고 그대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후웅! 미다스가 몸을 날리기 전에 있었던 자리로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돌진하면 내리친 칼날이 지나갔다. 피하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대로 칼에 맞아 나뒹굴었을 만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따닥따닥! 그렇게 미다스를 스쳐 지나간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제 속도를 멈추기 위해 발을 놀렸고, 속도가 느려지자 바로 미다스를 향해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팅! 그 사이 몸을 일으킨 미다스가 남은 화살을 마저 당겼다. 그뿐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럭키의 사생결단을 알리는 포효는 들리지 않았다. - 사생결단은? - 럭키는? 그 사실에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순간, 드디어 럭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사생결단이 아닌 성난 울음과 함께. 히잉! 동시에 거대화 스킬을 사용한 골드 역시 등장했다. 양쪽,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좌우에서 등장한 둘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격을 날렸다. 크르르! 럭키는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발목 부근 갑옷이 덮지 않은 부분을, 노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치명적인 부위를 노렸다. 쿵! 반면 골드는 거대화된 몸뚱이, 켄타우로스 나이트보다 훨씬 큰 덩치로 놈을 밀어붙였다. 그러한 골드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히잉! 평소라면 주인을 향한 충성 어린 소리를 내질렀을 녀석의 입에서는 이성 잃은 짐승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소리만이 나왔다. 무엇보다 눈빛이 달랐다. 평소의 황금빛 눈빛 대신 지금은 핏빛으로 물든 듯한 붉은 안광을 내뿜었다. 그것을 본 누군가 말했다. - 버서크다! 버서크! 그 사실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가디언이 버서크도 써? - 거대화도 쓰는데 못할 건 없지? - 아니, 그보다 버서크랑 거대화 조합이면 근접 딜링 최강의 조합 아니야? 그만큼 버서크는 놀라운 스킬이었으니까. 푸르릉! 그러나 그 공격도 켄타우로스 나이트에게 이렇다 할 감흥을 주지 않았다. 감흥은커녕 켄타우로스 나이트는 몸을 부딪치는 골드를 힘으로 튕겨낸 후에 그대로 럭키를 단 채 미다스를 바라보았다.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딜러를 노렸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인벤토리에서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꺼냈다. 그것이 미다스의 대답이었다. - 설마 BJ대마도사가 탱커? 4. 미다스가 켄타우로스 나이트 사냥을 앞두고 염려했던 상황은 하나였다. 럭키만으로 탱킹이 불가능한 경우. 그건 매우 위험한 경우였다. ‘사생결단은 한 번 발동하면 취소가 안돼.’ 사생결단을 사용했음에도 잡지 못한다면 그 후 대가는 럭키가 치러야 했으니까.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그러니 사생결단 사용은 최후까지 늦춘다.’ 확실하게 끝낼 수 있으리란 판단이 드는 순간에 사생결단을 사용하는 것. ‘나도 탱킹이 가능하니, 문제될 건 없어.’ 이제는 미다스가 충분히 탱커 역할도 할 수 있기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다.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무빙 캐스팅과 불굴의 의지마저 있었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여기에 용열병 스킬을 통해 매우 빠른 캐스팅 역시 가능했다. 그러한 사실은 미다스가 탱킹과 딜링,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케 해주었다. 푸르릉! 그렇게 미다스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향해 완성된 파이어볼을 그대로 던졌다. 과연 제대로 조준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빠르게.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딱히 문제될 게 없었다. ‘맞추는 건 껌이지.’ 자신을 향해 곧게 오는 표적이기에 맞추는 건 오히려 훨씬 더 쉬운 일이었으니까. 퍼엉! 그렇게 파이어볼이 닿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파이어 스피어마저 던졌다. 콰직! 파이어 스피어가 그대로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뚱이에 꽂혔다. 퍼억! 그와 동시에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공격이 그대로 미다스의 어깻죽지를 내리쳤다. 푸홧! 그 압도적인 공격에 미다스의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공격을 하느라 피하는 게 늦은 탓,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나 실드가 데미지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리사이클 효과로 감소한 마력 만큼 체력이 회복됩니다.] ‘오케이, 버틸 만하다.’ 리사이클과 마나 실드, 두 스킬 덕분에 치명적인 피해는 없었으니까. “아이스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도리어 땅에 엎어지는 순간 미다스는 다음 캐스팅을 외쳤다. 푸르릉! 그사이 곧바로 등을 돌린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넘어진 미다스를 향해 다리를 높게 들었다. 미다스를 짓밟을 속셈! 그러한 공격을 인지한 미다스가 쉼 없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쿵!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마치 송곳과도 같은 말발굽이 미다스가 있던 자리를 깊게 내리찍었다.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는 일이었다. - 젠장, 멀미 난다, 멀미 나! - 피해! 제대로 피해! - 아니, 마법사가 탱킹한다니 이게 말이 돼?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하지 못한 예상 밖의 상황이었으니까. 왕! 히잉! 그사이 럭키와 골드가 제 주인을 공격하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향해 달라붙었다. 일단 럭키가 먼저 도약하며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등에 그대로 올라탔다. 끼익! 그리고는 제 날카로운 발톱을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단단한 갑옷에 박아 넣은 후에 그대로 입으로 갑옷 위를 물었다. 콰직! 그러자 갑옷에 구멍이 뚫리고, 찌그러졌다. 놀라운 공격.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골드였다. 콰앙! 골드는 오른손에 쥔 창으로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쉴 새 없이, 찌르고 두드렸다. 쾅! 그 공격 속에서 몸의 무게를 실어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균형을 잃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푸르릉! 그러한 골드의 공세에 일반 몬스터도 아닌 보스 몬스터인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주춤거리며, 신경질적인 소리를 낼 정도의 활약. [BJ럭키1호팬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1호팬 님이 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1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1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활약에 그 둘의 팬들도 후원 경쟁을 했다. 여러모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보여줄 수 없는, 모두의 예상을 가볍게 벗어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낙관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 아니, 딜은 잘하는데 딜량이 안 나오잖아? - 결국 딜러가 딜을 해야 끝나지, 이대로 가면 끝나겠어? - BJ대마도사가 탱킹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모를까, 이건 아니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 파티에서 가장 강력한 딜링을 할 수 있는 건 미다스 아닌가? 그런 미다스가 딜을 제대로 넣지 못하는 상황에서 탱킹을 하고 남은 둘이 딜링을 한다? - 용열병 지속시간 끝나면 어쩌려고? 하물며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사용한 미다스의 시간은 쉼 없이 줄어드는 중이었다. 그가 가장 강력해질 수 있는 시간이 탱킹을 하느라 사라져간다는 의미. 상식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비효율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광경이 더 비상식적으로 변했다. 푸르릉! 켄타우로스 나이트, 미다스만을 쫓던 놈이 갑자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골드를 바라봤다. 그건 분명한 신호였다. - 여기서 왜 골드를 봐? - 설마 어그로가 넘어간 거야? 미다스로부터 골드에게 어그로가 넘어갔다는 의미. - 잠깐, 보스 몬스터는 대개 딜량이 가장 높은 쪽으로 어그로가 끌리는데? - 그럼? 그건 곧 골드가 켄타우로스 나이트에게 준 데미지가 미다스가 준 데미지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미다스가 순수하게 데미지 딜링에 집중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미다스가 탱킹을 하느라 딜링을 하지 못해 일어날 수 있는 일. ‘왔다!’ 더불어 미다스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골드가 한동안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어그로를 끌어주는 사이, 미다스는 다시 한 번 강력하게 화력을 퍼부을 수 있을 터. ‘어그로 핑퐁이다.’ 탱커들이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를 주고받는 상황, 속칭 어그로 핑퐁이 시작되는 셈이었다. 사실 그건 사생결단과 같이 어그로를 끄는 스킬의 도움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당장 미다스만 하더라도 롱토스 효과 때문에 거리에 따라 데미지가 수시로 달라지는 상황인데, 자신의 데미지를 완벽하게 계산한다? 더욱이 다른 게임들과 달리 갓워즈에서는 몬스터의 HP수치가 수치화되는 것도, 실시간으로 그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은 몬스터가 행동에 나선 후에야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그리고 그 능력이 실력이 되었다. 몬스터의 변화를 보다 빨리 파악하고, 보다 빨리 반응하는 것이 야구로 따지면 투수의 최고 구속과도 같았다. ‘HP 상태가 보이는데 딜량 계산을 못하면 나가 뒈져야지.’ 하지만 그 모든 걸 볼 수 있는 미다스에게는 몬스터의 행동이 나오기 전에도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 어, 섰다? - BJ대마도사가 어그로 넘어간 거에 바로 반응했어! - 와, 반응 속도 보유! 보는 입장에서는 그 반응에 놀랄 수밖에 없는 일. 그렇게 일어선 미다스가 손을 뻗었다. 휘리릭! 그러자 먼 곳에 너부러져 있던 위가의 하얀 지팡이가 그대로 그의 손에 잡혔다. 이제는 오롯한 데미지 딜링을 할 때. 물론 그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퍼엉! 작정하고 시작된 미다스의 데미지 딜링은 골드를 향했던 어그로를 단숨에 미다스, 그에게 돌아오게 했으니까. 푸르릉!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자신과 맞부딪치던 골드를 무시하며 곧바로 등을 돌려 미다스를 바라봤다. 퍼엉! 그러한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뚱이에 파이어볼이 꽂혔다. 그 순간이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 알림과 동시에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발아래로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모여들었다. - 2페이즈 돌입한 거 같은데? 뭐야? - 헐, 저거 설마 헤이스트? - 이 상태에서 더 빨라진다고? 헤이스트가 발동하는 순간. 동시에 미다스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들이 삽시간에 꺼지기 시작했다. [용열병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용열병 지속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 좆됐네. 2페이즈 이제 막 돌입했는데 용열병 꺼짐. 그야말로 최악의 타이밍.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R.I.P] 그 사실에 아즈모를 시작으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위로금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누가 보더라도 좋지 못한 상황. 그러나 미다스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계산대로다.’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사생결단이다!” 그 명령에 럭키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포효했다. 크-왕! [럭키가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강렬한 포효가 검은 안개 바람과 함께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을 뒤흔들었다. - 여기서 사생결단? - 설마 BJ럭키 버리고 도망치려는 거 아니지? - BJ럭키 버리는 순간 BJ대마도사 라이브 다시는 안 봄! 딜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번 쓰면 돌이킬 수 없는 사생결단을 사용한다? 이 역시 모두의 예상 밖의 일. “금강불괴!” 그리고 이어진 새로운 스킬, 금강불괴가 발동했고 럭키의 털가죽이 마치 강철처럼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푸르릉! 동시에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럭키를 향해 어느 때보다 적의로 가득한 기세를 내뿜으며 돌진했다. - 금강불괴? - 놀랄 틈은 없다! 후원 쏴! BJ골드팬들을 짓누르자! 금강불괴라는 새로운 스킬을 앞세운 럭키와 헤이스트가 발동된 켄타우로스 나이트!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 격전에 초점을 맞추었고, 시청자들의 시선 역시 그곳에 집중됐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신경을 그 둘의 격전에 집중한 채, 그리한 채 나지막이 주문을 외웠다. “리플레이.” 그 외침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 지금 방금 리플레이라고 한 거 맞아? - 설마 그 리플레이? - 에이, 설마. 리플레이는 아이템으로만 쓸 수 있는 스킬이잖아? - 그냥 헛소리한 거 아니야? 예상치 못한 스킬의 등장에 몇몇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들을 것을 의심했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는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리플레이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사용하신 스킬 중 하나를 쿨타임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용열병.”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허나, 용열병이 발동한 후에도 시청자들은 그 사실을 보고도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여기서 리플레이가 나올 줄을 그리고 그 리플레이로 용열병을 다시 쓸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리플레이 있으면 있다고 말해야지! 아까 준 돈 돌려줘!] 아즈모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 더 이상 예상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노잼 방송 시작합니다.” 104화. < 33화. 예상 밖 (3). > 5. 리플레이. 그 스킬을 봤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스킬은 단 하나였다. ‘리플레이로 써먹을스킬은 용열병 밖에 없지.’ 용열병. 그 외에 다른 스킬은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비단 미다스만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었다. - 리플레이 있으면 당연히 용열병에 써야지. - 용열병 지속 시간이 2배 되는 건데, 다른 스킬에 쓰면 병신이지. 누구라도 미다스와 같은 처지라면 같은 생각을 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시청자들 중 그 누구도 미다스의 선택에 티끌의 의문이나, 반문을 던지지 않았다. 당연히 모든 시청자들이 알고 있었다. - 그럼 이제부터 진짜 데미지 딜링 시작이네. 탱커 역할을 포기하고 본래의 순수한 딜러가 된 BJ대마도사가 보여줄 화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그러한 모두의 예상에 미다스는 기꺼이 응했다. ‘거리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속도로 이길 수 없음을 깨달은 럭키가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다리 사이와 몸뚱이 주변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식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그사이 미다스는 전투가 치러지는 전황과 거리를 벌렸다. ‘64미터.’ 롱토스 효과가 극대화되는 거리를 확보했다. ‘거칠 것은 없다.’ 더욱이 이번 무대는 검은 안개 바람이 불 뿐, 그 어떤 장애물도 없는 황금 평야. 미다스 입장에서는 보이는 황금빛 과녁을 향해 그대로 곧게, 그저 직구만을 던지면 될 뿐이었다. ‘바로 들어간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그렇게 미다스가 일말의 시간 낭비도 없이 바로 마법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캐스팅 속도는 엄청났다. 당장 용열병 효과로 캐스팅 속도가 크게 증가한 상황. [발리스타 효과가 발동합니다.] 여기에 이제는 꼿꼿하게 자리를 잡은 덕분에 발리스타 효과마저 발동한 상태였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파이어볼 같은 마법의 경우에는 캐스팅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2초 남짓한 수준. 파이어 스피어나, 아이스 스피어 역시 캐스팅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10초가 되지 않았다. - 벌써 파이어볼 됐네? - 캐스팅 속도가 뭐 저래? - 이거 캐스팅이 너무 빨라서 쿨이 남겠는데? 도리어 너무 빠른 공격 탓에 이제는 쿨타임을 걱정해야 할 정도. 물론 미다스는 그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쿨타임 계산 만큼은 누구랑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아.’ 쿨타임 계산만큼은 갓워즈에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으리란 자신. 꽈릉! 그러한 자신감에서 나온 마법 공격들이 쉼 없이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을 두드렸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검은 안개 바람이 몰아치는 황금 평야 위로, 여러 빛깔의 마법들이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밤하늘 위를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보였다. 더 놀라운 건 그 혜성의 끝에는 언제나 강렬하기 그지없는 폭발이 있다는 것. 미다스의 모든 마법 공격이 실수 하나 없이 그저 형태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인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에 꽂힌다는 증거였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 역시 BJ대마도사네. - 이런 말도 안 되는 악조건에서도 단 한 번도 못 맞추는 일이 없네. 무슨 야구 선수야? - 화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이 정도 명중률이면 데미지 딜링은 동레벨 대 아즈모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는데? - 소문이 사실이었네. 세간에 흐르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소문이 헛소문이 아닌 사실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거 말고 하나 더 있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미다스에게는 자신감이 하나 더 있었다. ‘골드, 지금 녀석이 미쳐 날뛰고 있다는 것.’ 그 자신감의 근원은 다름 아닌 골드. ‘사생결단과 버서크 스킬의 조합은 최강이니까.’ 미다스, 그는 럭키와 골드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한 후에 다양한 각도로 연구를 했다. 그 과정에서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사생결단과 금강불괴를 앞세워 아주 안정적이고 확고한 탱커가 된 럭키와 버서크 스킬이 발동한 골드의 데미지 딜링이 얼마나 대단한지. 물론 그게 대단하리란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미다스도 그 조합이 대단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저 스킬 시너지 효과 수준이라면 미다스가 대단하다, 말도 안 된다, 같은 표현을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그 둘의 시너지 효과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둘의 호흡이 그렇게 환상적일 줄이야.’ 그 비결은 다름 아니라 둘의 호흡이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고 팀워크가 우수한 건 아닌 법. 탱커와 근접 딜러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 둘의 호흡이 잘 맞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오히려 너무 뛰어난 탓에 팀워크가 깨지거나 꼬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럭키가 그냥 금강불괴를 발동한 상태에서 탱커를 하고, 골드가 그냥 딜링을 할 때의 효과는 미다스가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버서크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 플레이어라면 버서크 스킬을 쓰더라도 정신적으로 변화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골드가 단순화된 게 컸어.’ 하지만 플레이어와 인공지능인 골드는 별개의 이야기. 버서크 스킬이 발동한 골드는 플레이어와 달리 정말로 이성이 그대로 마비되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표적에만 달려드는 이성 잃은 맹수로 만들어주었다. ‘그것을 럭키가 제대로 이용하고 있고.’ 그 상태에서 럭키가 골드를 제 마음대로 이용했다. 골드가 더 제대로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금강불괴 덕분에 과감해졌지.’ 금강불괴를 통해 충분히 맞아도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은 럭키 본인도 더더욱 과감하게 움직이게 했다. 그 결과가 지금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HP가 쭉쭉 날아가네.’ 앞선 전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는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HP상태가. ‘이걸 나만 본다는 게 문제지만.’ 물론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검은 안개 바람 탓에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사실 이 역시 미다스가 우려하는 바였다. ‘레이드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라이브 방송하기에는 좋지 않아.’ 영상을 편집할 때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나름 영상미를 뽑아낼 수 있었지만, 라이브는 달랐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제아무리 능력이 좋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영상미를 뽑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 - 그보다 럭키랑 골드는 잘 싸우고 있는 거야? - 아니, 뭐 보여야 알지. 영화로 비유하면, 영화를 보러 왔는데 그 화질이 기대 이하인 것과 같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영화를 오래 보는 걸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 더 빠르게 끝낸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1초라도 더 빨리 이 라이브를 끝내는 게 그나마 상책이었다. ‘포션 아끼지 말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기꺼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아끼지 말…… 젠장, 이거 한 병이 치킨 20마리 값인데.’ 인벤토리에서 600골드짜리 포션을 꺼낸 후에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그리고 다시 시작된 마법 포격은 쉼 없이 그리고 흔들림 없이 검은 안개 바람 너머의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을 두드렸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발걸음에 불이 붙습니다.] 3페이즈가 시작됐다. 6. 검은 안개 바람 탓에 가늠하기 힘든 전황. - 대단한 건 알겠는데 이거 뭐 보스몹이 보여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 노잼 맞네. 그러한 전황에 불만을 가지던 이들 중 몇몇이 묘한 조짐을 발견했다. - 저거 뭐야? 불꽃? - 바닥에 불길이 생긴 거 같은데? 검은 안개 바람 너머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어렴풋하게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이윽고 시청자들이 그 불길의 정체를 파악했다. - 파이어 스텝 같은데? - 누가 쓴 거지? BJ대마도사가? - 아니 거리가 60미터인데 어떻게 BJ대마도사가 파이어 스텝을 쓰겠어? 그렇게 외친 적이 없는데. - 그럼 켄타우로스 나이트가 썼다고? 그 대지 위로 피어오른 불길의 정체가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놀랐다. - 맙소사, 3페이즈는 파이어 스텝 발동이야? - 엄청난 이동 속도에 파이어 스텝…… 갓워즈 새끼들은 이걸 잡으라고 몬스터 디자인을 한 거야? ㄴ 인공지능이 디자인함. ㄴ 어쩐지 피도 눈물도 없더라. 갓워즈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바로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설정이었으니까. 반면 정말 갓워즈를 잘 아는 이들은 다른 부분에서 놀랐다. - 보통 보스 몬스터의 HP가 70퍼센트 이하일 때 2페이즈가 발동하지? 3페이즈는 20퍼센트 이하일 때 발동하고. - 그렇다는 건…… 조금 전 그 짧은 시간 동안 50퍼센트 가까운 HP를 깎았다는 건가? - BJ대마도사의 데미지 딜링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저 정도 딜링이 나오는 거지?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보여준 데미지 딜링이 그들의 상식을 초월한다는 것. ‘골드 덕분인 건 아무도 모르겠지만……' 물론 그 비결은 골드 덕분이었지만 미다스는 굳이 그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뭐, 내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나쁠 건 없지. 어차피 다들 본 것도 아니니까.’ 굳이 자신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보단 지금 온 마지막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해.’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 순간이 유일한 기회임을 알았다. ‘HP가 5퍼센트 이하가 되는 순간, 그 순간이 그나마 연출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레이드가 거의 끝에 이르렀을 때 뿐. 그때가 오늘 이 라이브를 보고 간 이들이 보지 않은 이들에게 떠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마지막 찬스였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 찬스였다. ‘당연히 물리 마법으로 가야지.’ 심지어 이미 무엇을 연출할지도 정해둔 상태.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당장 여유를 부리고, 공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화력은 이대로 간다.’ 상대는 보스 몬스터. 정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까지 미다스는 결코 여유를 품는 걸 용납지 않았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확실하게 쿨타임을 계산해나가며 이제는 바닥을 불판으로 만드는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뚱이에 확실하게 마법을 꽂았다. - BJ대마도사가 그냥 끝장을 보려는 모양이네. - 3페이즈이고 나발이고 그냥 끝내겠다? 진짜 약속이 급한 모양이군. 그 흔들림 없는 모습에 이제는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수준을 넘어 감탄을 할 정도. 화르륵! 그렇게 미다스가 파이어 스피어 한 자루를 던지는 순간, 미다스의 눈에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HP상태가 보였다. ‘왔다!’ 그 순간 미다스는 소리쳤다. “얼추 다 잡은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최후의 순간까지 놓칠 순 없지요?” 미다스의 말에 그저 숨죽인 채 친절하지 못한 라이브를 보던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 크으! 역시 BJ대마도사가 방송을 아네! - 그래, 아무리 노잼 방송이라고 해도 보스 몬스터 최후의 순간은 확인해야지! 그 환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자, 그럼 가까이 접근하겠습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환호했다. - 접근한다고? 혹시? - 물리 마법 가나요? - 역시 마무리는 물리 마법이지!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뻔하지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쇼맨십을 기대하며. 그러한 기대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쓸 마법은…… 뭐, 직접 보시면 압니다.” 그 순간이었다. ‘응?’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검은 안개 바람 너머로 향하던 미다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갑자기 HP가 왜?’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HP가 갑자기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설마?’ 물론 그 이유는 뻔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도 전력이 아니었다는 거야?’ 럭키와 골드, 그 둘이 진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말하는 전투 능력 중에는 학습력과 적응력이란 요소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거듭된 전투 속에서 더 뛰어난 기량과 호흡을 보여주는 건 오히려 정상이었다. ‘자, 잠깐!’ 단지 지금 미다스가 그것마저 계획 범주 안에 넣지 못했다는 게 문제가 될 뿐. ‘이러면 나가리인데!’ 그 순간 미다스가 여유를 버리고, 빠르게 전력으로 전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다스가 전장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바로 앞으로 온몸이 넝마가 되어버린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뚱이가 쓰러졌다. 쿵! 그리고 그렇게 쓰러진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몸뚱이 위로 럭키와 골드가 제 발을 올리며 동시에 소리쳤다. 호우우우! 히이이잉! 사냥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외침. “어, 이게 아닌데……" 그 예상 밖의 상황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냈고, 그 모습에 시청자가 대답했다. - 결국 BJ럭키가 캐리했네. - 그럼 그렇지, BJ대마도사가 할 줄 아는 건 버스 타는 것밖에 없지. - BJ럭키님, 딜러 그냥 새로 구하시죠? 미다스, 그의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7. “커피 가져왔습니다!” 한손에 각각 4개씩, 양손에 도합 8개의 커피를 든 사내가 라이징 스타 채널의 라이브 방송실 안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늦었습니다. 그래도 커피는 안 식었어요.” 그렇게 들어온 사내는 가장 먼저 자신이 조금 늦은 것에 대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오히려 짙은 적막감만이 방송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 ‘뭐지?’ 그 사실에 사내가 의혹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순간, 그 순간 한 명이 소리쳤다. “진짜 끝났네.” 그 말에 사내가 반문했다. “끝났다고?” 이어서 사내가 고개를 돌려 방송실의 메인 모니터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말했다. “어? 라이브가 벌써 끝났네?” 그 순간 사내가 이제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라이브 시작한 지 6분 좀 넘었는데…… 설마 게임 오버야?” 고작 6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는데 방송이 끝났다면, 게임 오버란 경우의 수를 떠올리는 건 당연지사. 그때였다. “꺼어억.” 듣는 이조차 속이 시원하게 풀리는 듯한 트림 소리가 라이브 방송실 안을 가득 채웠고, 자연스레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트림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크흠." 그 시선에 트림 소리의 주인공인 박영준이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트림 하는 거 처음 봐? 그보다 다들 뭐해? 레이드 성공했는데, 이제 마무리해야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직원들이 분주하게 마무리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고, 커피를 사 온 사내 역시 상황을 이해한 듯 놀라며 말했다. “맙소사, 6분 컷이라고? 진짜? 와, 진짜 이런 건 상상도 못했는데!” 부하 직원의 그 말에 박영준이 이제는 뻥 뚫린 마음속으로 대답을 했다. ‘그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 나조차도.’ 예상은커녕 박영준의 경우에는 오늘 레이드가 어느 때보다 길고, 힘들 것이라 생각한 상황이었다.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박영준의 생각을 BJ대마도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 물론 박영준은 이 순간 감탄을 내뱉는데 시간을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끝났으면 뒤처리를 해야지.’ BJ대마도사가 제 역할을 마쳤으니, 이제는 박영준이 자신의 역할을 마칠 때. 박영준이 고개를 돌린 후에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봤다. 단 한 명만이 들어온 채팅창, 그 채팅창을 향해 박영준이 마이크에 입을 댄 채 말했다. “어떻습니까? BJ대마도사의 실력이?” 이내 채팅창 위로 문자가 떴고, 그 문자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놀랍네요. 하지만 영상의 화질은 딱히 만족스럽지 못하네요. 이번 라이브 방송의 유일무이한 광고주의 불만에 박영준은 능숙하게 대응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단가를 낮추려고? 그건 용납 못하지.’ 과감하기 그지없는 대답. 더불어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차피 이쪽 아니더라도 이번 라이브 영상 공개되는 순간 광고주들은 알아서 모인다.’ 이번 전투에서 BJ대마도사는 그 무엇과도 비교불가능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흥행이 될 수밖에 없는 보증수표, 그것도 아주 강력한 보증수표를 보여준 셈. 그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굳이 고개를 숙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광고주가 제안했다. - 환불 대신에 추가 계약을 해도 될까요? 추가 계약. 그 단어에 박영준이 말했다. “조건을 말씀하시죠.” - 라이브 방송을 의뢰하고 싶어요. 의뢰. 이상할 건 없었다. 특정 몬스터 혹은 특정 던전, 사냥터 따위를 공략하는 것을 광고주 쪽에서 의뢰하는 건 이 바닥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돈을 버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였으니까. ‘BJ대마도사를 컨트롤하겠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지.’ 물론 BJ대마도사를 모셔야 하는 박영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의뢰였다. ‘하지만 조건은 들어서 나쁠 건 없지.’ 그러나 그냥 무작정 안 된다고 매몰차게 말할 필요도 없는 법. “보수는 어떻게 됩니까?” 그 물음에 광고주가 대답했다. - 사역마 스킬 카드, 어때요? 사역마, 그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박영준이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잠깐, 이건 너무 예상 밖인데?’ 예상 밖의 사태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105화. < 34화. 의뢰 (1). > 1. “그럼 시청자 여러분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쉼 없이 채팅창을 가득 채우던 채팅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끝을 알리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소로 가득했던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쯧!" 그리고는 짧게 혀를 차는 것을 시작으로 속에 있던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 젠장! 다 망쳤어! 최소한 마무리는 물리 마법 했었어야 했는데!”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마무리가 연출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렇게 했으면 후원금 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그로 인해 더 큰 수입을 얻어낼 수 없었다는 것. “가뜩이나 이번에 쓴 포션값 엄청 깨졌는데!” 그 불만과 함께 미다스가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사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끼잉....... 결코 좋은 낌새 따위는 보이지 않는 미다스의 그 표정에 럭키가 슬그머니 사체 위에서 내려왔다. 반면 골드는 달랐다. “주인님! 오늘도 주인님과 함께 이 사악하고 간악한 무리를 해치웠습니다!” 버서크 모드가 해제되며 다시 이성을 되찾은 골드가 앞발을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사체 위에 올린 채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다운 위풍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이놈의 몸뚱이에 최후의 일격을 꽂아넣는 것을 주인님이 직접 보셨어야 했는데, 참으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 모습으로 거듭 자신의 업적을 자랑했다. 마치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듯이. ‘어휴.’ 그 모습에 미다스가 칭찬 대신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내 게임 인생 속에서 예상 밖으로 강한 것 때문에 푸념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이었다. ‘안 좋아.’ 그렇게 속에 있는 불만을 토해내며 생긴 빈자리에 근심과 걱정거리들이 차올랐다. ‘광고주들이 불만 가질지도……' 사실 이번 라이브 내용은 광고주들이 여러모로 불만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최소한 10분은 했었어야 했는데……' 재미 자체가 부족했으며, 시간도 많이 부족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6분 남짓한 시간밖에 광고를 하지 못한 셈. 차후 영상에도 광고가 삽입되긴 하겠지만, 솔직히 만족도가 높을 수는 없었다. ‘다음에는 광고가 안 붙을지도……' 당연히 광고를 하고자 했던 이들 역시 BJ대마도사에게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는 계기가 되리란 점이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사체, 이제는 마네킹처럼 무미건조한 것이 된 사체를 바라봤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대상을 향해 화풀이를 했다. "응? 몬스터가 말이야, 좀 밝은 곳에서 말이야, 응? 마지막에 발악이라도 해야지! 좀 피튀기게 싸우란 말이야, 피튀기게!" 죽은 켄타우로스 나이트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쯧쯧, 아이템이라도 좋은 거 안 주면 고소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아이템 루팅을 시도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자신의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그러나 새로 습득한 아이템이 보였다. ‘응?’ “하나?” 단 한 칸만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그것을 본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사체를 바라보고, 인벤토리를 바라본 후에 다시 말했다. “하나?”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최소 10명이 잡아야 하는 보스 몬스터를 루팅했는데 아이템이 하나라, 허허허.” 보스 몬스터가 주는 아이템의 개수는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보다 많은 플레이어가 사냥에 필요할수록 그만큼 더 많은 아이템을 주는 셈. 상식적인 조치였다. 15명의 플레이어가 사냥했는데 아이템이 하나만 나온다면 그보다 골치 아픈 일은 없을 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6인 이하 파티 공략 시 추가 보상을 주는 켄타우로스 나이트는 최소 10인 파티를 기준으로 설계된 놈이었다. 최소 3개 이상 아이템이 나와야 하는 놈. “빌어먹을 좆망겜 수준 보소.” 그런데 지금 하나만 나왔으니, 미다스의 입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가만, 이거 설마 거래 불가 템일지도?’ 더 나아가 미다스는 이 아이템마저 거래 불가일지도 모른다는 아주 안 좋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운빨좆망겜이라면 그러고도 남아.’ 그리고 갓워즈라면 그렇게 하고도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 남았을 게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확인해보자.’ 그러한 불안감 속에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꺼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을 개봉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다섯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모두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들이. 레전더리 등급. 어째서 아이템이 하나만 나왔는지, 이제는 분명하게 이해가 되는 순간. “캬!" 그제야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짓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말했다. 왕! 그 외침에 미다스가 고개를 뒤로 돌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럭키야 뭐라고?” 왕! “이 게임 갓겜이라고?” “주인님!” 그렇게 미다스가 럭키와 만담을 하는 사이 골드도 말했다. “빛입니다!” "그래, 빛이지! 황금......."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빛이라고?’ 카드 뒤 아이템 등급이 나타내는 빛을 볼 수 있는 건 미다스만이 가진 능력. 그런데 빛이 보인다니? ‘설마 골드도 나처럼 이게 보이는 건가?’ 다행히도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응?’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린 미다스는 볼 수 있었으니까. “빛이네?” 자신의 가슴팍에서 작게 빛나는 무언가를. 휘이이! 그 빛과 함께 미다스의 가슴팍으로 주변의 검은 안개들이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그 소란 속에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상황을 인지했다. ‘빌트가르 때랑 같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눈이 인벤토리창의 가장 밑에 위치한 아이템을 향했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6퍼센트 ‘오른다.’ 그러자 부화도가 시시각각 조금씩 오르는 게 보였다. ‘9퍼센트.’ 이윽고 그 부화도가 9퍼센트에 멈췄을 때 미다스의 가슴팍의 빛이 잦아들었다. [제한구역이 정화됩니다.] [제한구역을 정화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그와 함께 어둡기 그지없었던 제한구역에 빛이 내리며 황금 평야를 비추기 시작했다. 세상이 점차 밝아졌다. 덕분에 볼 수 있었다. ‘저거?’ 먼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색 형체를. ‘정체 모를 자!’ 일찍이 이곳에서 미다스에게 한 방을 허용했던 존재. 그 존재가 미다스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오기 시작했다. “럭키! 골드!” 미다스는 그러한 정체 모를 자의 접근에 당황하지 않고 럭키와 골드에게 신호를 줬다. “전투 준비해!” 전투 개시! 왕! “명을 받듭니다!” 주인의 그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바로 미다스의 앞을 가리는 방패가 된 채 전투를 치를 준비를 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보다 짙은 자신감을 품은 채 전투를 준비했다. ‘그래, 와라.’ 막연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내 수준은 동급 최상이다. 밸런스가 어떻든 간에 이 사냥터에서 내가 못잡을 건 없어.’ 이미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통해 미다스는 제 스스로의 강함을 제대로 확인한 상태. 전투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네놈도 레전더리 정도는 주겠지.’ 도리어 더 큰 기회를 앞두고 탐욕을 빛낼 정도. “네놈, BJ대마도사의 무서움을 보여주……!” 그렇게 미다스가 그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순간,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정체 모를 자(Lv444)] 오는 존재의 정체를. "헙!" 444레벨. 그 말도 안 되는 레벨을 확인한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제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미친, 444레벨? 지금 갓워즈 최고 레벨이 400레벨을 못 넘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상 갓워즈의 현시대에서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레벨. ‘여기서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가 아니잖아?’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사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왕! “주인님! 명령만 내리십시오!”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와 골드가 부디 공격 명령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때 미다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튀어!” 왕? “예?” 예상외의 후퇴 명령. “튀어! 내 뒤로 튀어!” 그러나 미다스는 재차 소리를 내지르며 럭키와 골드를 자신의 뒤로 보냈다. 잡을 수 없다면 도망치는 것, 갓워즈의 규칙을 본능적으로 수행했다. “골렘 소환!” 그러면서 미다스는 골렘을 소환하기 위한 캐스팅을 시도했다. 골렘으로 정체 모를 자의 공격을 한 번 이상은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의지. ‘씨발,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물론 미다스는 정말 의미도 없는 의지임을 이 순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윽! 미다스를 향해 접근하던 정체 모를 자의 걸음이 멈추었다. 휘이이이! 그와 동시에 먼 곳에서 화살이 한 대 날아왔다. 콰앙! 화살이라기보다는 창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거대하기 그지없는 놈이 정체 모를 자의 발, 그 앞에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정체 모를 자가 스윽,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본 후에 이내 등을 돌렸다. 스르르! 그러더니 이내 허공에 생긴 블랙홀과 같은 구멍으로 제 몸을 집어넣었다. ‘사라졌다.’ 그 광경을 보던 미다스, 그런 그의 귓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한구역이 정화되어 달려왔네.” NPC자가라. “괜찮은가?” 미다스가 제한구역을 정화하자, 곧바로 대기 중이었던 그가 부하들을 이끌고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퀘스트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2. [동쪽 감시탑에 도착했습니다.] 워프 마법을 통해 웨스트 캐슬 동쪽 감시탑에 도착한 미다스를 향해 NPC자가라는 말했다. “일단 쉬고 있게. 나는 마저 처리할 일이 있으니.” 그 말을 끝으로 NPC자가라가 다시 한 번 감시탑 내의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이후 NPC자가라가 부하들과 함께 사라지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휴.” 그리고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죽는 줄 알았네.’ 게임 오버, 언제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단어. ‘만약 거기서 뒈졌으면……' 이제는 잃을 게 많아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더더욱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물론 그런 건 있었다. ‘괜히 레벨이 보이는 바람에…… 어차피 이렇게 될 건 똑같은데 쫄았네.’ 만약 미다스가 놈의 레벨을 알아 볼 수 없었다면 이토록 겁에 질리는 일은 없었을 터. 더욱이 상황을 보면 애초에 거기서는 정체 모를 자와 싸우는 일은 없었다. 어찌 보면 괜한 겁을 먹은 셈. ‘일단 침착하게, 정리부터 하자.’ 그렇게 미다스가 제 스스로를 추스르며 차근차근 수확을 정리했다. 수확 확인의 첫 번째는 타이틀이었다. [제한구역을 정화한자] - 타이틀 설명 : 황금 평야의 제한구역을 정화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마력 +35 타이틀 옵션에 미다스가 굳어있던 입가와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레벨도 2나 올랐지.’ 이어서 얻은 보상을 떠올리자, 풀린 입가에 미소가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풀어진 표정의 화룡점정은 다름 아니라 인벤토리에서 다시 꺼낸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이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을 개봉합니다.] 미다스가 다시 한 번 그것을 개봉하자, 다섯 장의 카드가 황금빛을 내뿜으며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제발, 제발 거래 가능하게 해주세요!’ 그러한 미다스의 눈이 카드 한 장을 향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9레벨 이상 -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사냥한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활이다. 제한구역을 정화한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 - 공격력 : 101 - 근력 +81 - 체력 +39 - 지력 +19 - 마력 +32 - 모든 원거리 공격력 15퍼센트 증가 - 모든 원거리 공격 속도 15퍼센트 증가 - 공격 시 더블 애로우 스킬 발동 - 제한구역을 정화한 자 타이틀을 가진 자만이 사용 가능 레전더리다운 기나긴 옵션.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은 오로지 하나, 가장 하단에 있는 옵션만을 향했다. ‘없다. 귀속이 없다.’ 그리고는 이내 습득 시 귀속 옵션이 없는 걸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머리 위로 손을 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우!” 왕?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환호성이 럭키와 골드가 놀랐으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옵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전히 거래 불가 옵션은 없었다. ‘사용 시에 조건이 붙은 게 흠이긴 하지만……' 그런 미다스의 눈이 착용 조건에 닿았지만, 그럼에도 미다스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거래 되는 게 어디야? 옵션만 빵빵하면……' 조건이 어떻든 간에 거래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미다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잠깐.’’ 그제야 미다스가 옵션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블 애로우? 미친, 이게 붙었다고?” 더블 애로우. 문자 그대로 활을 한 번 쏘면 두 발을 날아가게 하는 궁수 클래스들의 소중한 스킬. ‘맙소사, 진짜?’ 놀란 미다스의 시선이 다른 아이템에 가지 못한 채 그저 활에만 꽂혔다. ‘툰가의 활보다 나은데? 가만, 그럼 최소 10만 달러 이상? 아니지, 더블 애로우 스킬이잖아? 이 정도 스킬이면 최소…… 헉.’ 그대로 꽂힌 채 미다스의 머릿속 계산기가 분주하기 그지없는 계산을 거듭했다. 그 순간이었다. 우웅! 동쪽 감시탑의 워프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쉬고 있었군.” NPC자가라, 그가 등장했다. 뱀 모양의 하얀색 지팡이를 손에 든 채. 3. BJ대마도사의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가 끝난 후의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여전히 분주한 기색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부하 직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태블릿PC를 손에 든 채 박영준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오늘 라이브 통계입니다.” 그 말과 함께 태블릿PC를 박영준에게 건네주었고, 그것을 받은 박영준이 태블릿PC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 초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이대로 BJ대마도사에게 메일로 보낼까요?” 그 물음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태블릿PC 화면을 지그시 쳐다만 봤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갑자기 속이 살짝 마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자.”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라고 봐?” “그야…… 웨스트 캐슬에서는 할 거 다했으니까, 신기루의 숲으로 가지 않을까요?” 바로 나오는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재차 질문했다. “거기 보스 몬스터가 뭐지?” “신기루의 숲의 보스 몬스터요? 고스트죠.” 이번에도 역시 대답은 바로 나왔고, 박영준이 재차 고개를 끄덕인 후에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과연 BJ대마도사 15일 안에 고스트 레이드 솔로킬 라이브 할 수 있을까?” “뭐, 지금부터 바로 들어가서 준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설마 그게 광고주의 의뢰인가요?” 곧바로 상황을 눈치챈 부하 직원의 물음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고, 부하 직원가 말했다. “아! 이번에 메일 보낼 때 그 내용을 추가하라는 거군요. 바로 추가하겠습니다.” 그제야 제 역할을 확인한 부하 직원이 박영준으로부터 태블릿PC를 다시 건네 받은 후에 잽싸게 자리로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박영준이 제 머리를 툭툭, 손가락으로 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부터 준비하면 못할 건 없어.’ 부하 직원의 예상대로 광고주의 의뢰는 15일 내에 신기루 숲의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BJ대마도사가 지금까지 보여준 바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될 건 없는 의뢰. 박영준 역시 그 의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상이 너무 세.’ 문제는 그 의뢰에 대한 보상이 사역마 스킬 카드라는 것. 레전더리 스킬인 사역마 스킬 카드는 그 가치도 가치이지만, 특정 퀘스트를 공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스킬 카드로 현재 탐험가 길드가 그 퀘스트를 독점한 상태였다. ‘어느 바닥이든 메리트가 이유 없이 높은 법은 없지.' 그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이번 건의 메리트는 말해서는 안 돼.’ 박영준이 의뢰 조건은 말하되, 보상은 말하지 않은 이유. ‘괜히 보상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무리하는 일이 나오면…… 내 책임이니까.’ 이러한 일을 처리할 때는 보상을 배제하고, 조건 자체에만 집중해야 하는 법. 결정적으로 박영준은 자신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 성격상 솔직히 메리트가 별로라고 생각하면 의뢰를 무시하겠지.’ 자신이 보상을 말해주지 않는 이상, BJ대마도사가 이 의뢰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으리라고. 자연스레 이 의뢰는 없던 일이 되리라고. 그러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그런데 보상은 뭔가요? 의뢰를 하면 당연히 보상이 붙을 텐데요?” 그 물음에 박영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보상이 별로라서 현재 협상 중입니다, 그렇게 보내.” 106화. < 34화. 의뢰 (2). > 4. “자네 덕분에 내 성을 향하던 위협을 제거할 수 있었네.” 말을 뱉는 NPC자가라의 표정과 말투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에 대한 보상, 무엇으로도 부족할 터.” 마주하는 이조차 절로 표정이 굳어지고, 엄숙한 분위기를 품게 될 정도. 그만큼 분위기는 진지했다. 그러나 막상 그 분위기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미다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풀려 있었다. 표정만이 아니었다. 미다스의 눈동자는 마치 먹을 것을 발견한 떠돌이 개와 흡사했다. 쉼 없이 NPC자가라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뱀 모양의 지팡이를 따라 움직였다. “해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 중에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왔네. 부족하나마 자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군." 이윽고 NPC자가라가 손에 든 그 지팡이를 미다스에게 건네주는 순간, 그제야 미다스의 쉼 없이 움직이던 눈동자가 한 곳에 멈추었다. 그제야 확실하게 보였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9레벨 이상 - 툰가의 지팡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극히 적은 확률로 만들어지는 검은 지팡이다. 매우 특별한 힘을 품고 있다. - 공격력 : 127 - 지력 +109 - 마력 +68 - 모든 마법 공격력 17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 마법 발동 - 습득 시 귀속(거래 불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툰가의 검은 지팡이의 아이템 옵션들이. ‘와, 치트키 수준이네.’ 이미 몇 번을 봤음에도 다시 한 번 보게 된 그 옵션 앞에서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럴 만했다.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당장 보이는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옵션만 하더라도 굉장히 대단한 옵션이었다. ‘데미지로 따지면 20퍼센트 정도 증가하는 거지.’ 갓워즈에서는 마법의 크기가 커지면, 데미지도 비례해서 커졌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템 옵션은 광역 마법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것보다 대단한 건 이 옵션이 쇼크 웨이브는 물론 파이어 스텝이랑 골렘에도 적용된다는 거지만.’ 더 나아가 파이어 스텝의 불길 크기는 물론 골렘 크기 역시 증가시켜주었다. ‘툰가의 지팡이랑 같은 옵션이 붙을 줄이야.’ 이 옵션이 툰가의 지팡이에 달린 핵심 옵션이었다. 즉, 툰가의 지팡이를 10만 달러 넘는 아이템으로 만들어준 옵션인 셈. 그러나 이 아이템은 툰가의 지팡이가 아닌 툰가의 검은 지팡이! 진짜배기 옵션은 따로 있었다. ‘사안.’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안 마법 발동 가능. ‘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 사안이 무슨 마법인지는 갓워즈에서 나름 백과사전 소리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미다스도 알지 못했다. ‘보통 것은 아니겠지.’ 분명한 것은 그냥 별 볼 일 없는, 있으나 마나 한 옵션은 결코 아니라는 것. 그게 아니더라도 기본 옵션만으로도 이미 100레벨 이하 마법사 무기 중에 최강이었다. ‘여기에 즈가의 망치로 플러스 원 옵션을 부여하면……' 심지어 미다스는 이 화룡점정, 이미 눈이 확실하게 찍힌 아이템에 날개를 붙일 수 있었다. 단점은 오직 하나였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에는 레벨이 부족합니다.] 레벨 제한에 걸려서 당장 이 끝내주는 아이템을 쓸 수 없다는 것. ‘레벨이야 올리면 될 일이고.’ 물론 큰 단점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그러한 미다스의 넋을 잃은 모습에 NPC자가라가 흡족한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귀한 것을 주셔서 정신이 잠시 팔렸습니다.” “아닐세. 고맙게 받아주니 그저 기쁠 따름.” 그 순간이었다. 우웅! 동쪽 감시탑 내에 위치한 워프 마법진이 갑자기 번쩍이더니, 이내 로브를 뒤집어 쓴 NPC 한 명이 등장했다. “성주님!” 등장한 NPC는 곧장 NPC자가라에게 다가가더니 귓속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짤막하기 그지없는 대화. 그 대화가 끝나는 순간 NPC자가라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지금 막 제한구역에서 부하들이 이것을 발견해왔네.” 말과 함께 손에 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뭇잎이었다. 단풍잎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나뭇잎. 스윽! 그 순간 그 나뭇잎의 모양이 갑자기 바뀌었다. 깻잎과 비슷한 형태로.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이 나뭇잎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신기루의 숲 나뭇잎이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NPC자가라가 못을 박았다. “신기루의 숲 나뭇잎일세.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제멋대로 모습을 바뀌고는 하니까.”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그 정체 모를 자가 어떤 식으로든 신기루의 숲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야.” 그 순간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적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89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신기루의 숲으로 이동하여 이름 잃은 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자.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단서를 줄 것 같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추방자’ 진행 가능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5. 슈유! 캡슐이 열리는 소리에 정현우가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늘도 제대로 했네.’ 피로감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이 오늘 하루도 충실했음을 말해주었다. ‘아주, 제대로 충실했지.’ 이윽고 오늘 수확을 떠올린 정현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형!" 그러나 그러한 미소는 캡슐 밖에서 들리는 이혁주의 다급한 목소리에 바로 사라졌다. “왜 이제 나오세요?” 이내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 있었어?” ‘혹시 게임하던 중에 형한테 문제가? 아니면 혜린이한테?’ 그 굳은 표정 사이로 내뱉는 정현우의 질문에 이혁주 역시 매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오셨으면 BJ대마도사 라이브 보실 수 있으셨을 텐데!” “뭐?” “아, 조금 전에 BJ대마도사의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 끝났어요. 6분 컷이었다고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정현우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혁주는 제 말을 마저 이어갔다. “아, 진짜 아까운 기회 놓치셨네요. 이건 진짜 라이브로 보셨어야 했는데.” “……그래, 너무 아쉬워서 죽을 것 같으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 하고, 내 폰이나 가져다줄래?” “네." 그렇게 잽싸게 등을 돌리는 이혁주를 바라보던 정현우가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휴.” ‘괜히 쫄았네.’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한 마음에서 나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젠장.’ 반대로 말하면 그게 정현우의 현실이었다. 달라진 건 BJ대마도사일뿐, 그의 처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집은 여전히 닭장조차 동정케 될 만큼 좁디좁은 임대주택이었고, 형의 처지는 저번에 정현우가 교통사고 보상으로 받아낸 병원 바우처를 이용해 재활 운동을 조금씩 다니는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으며, 혜린이는 여전히 꿈이 화가가 아닌 갓워즈로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역시 이번 라이브를 제대로 했었어야 했어.’ 그 현실을 직시한 정현우의 가슴속에서 이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한 번 차올랐다. ‘목돈 모으는 데에는 광고만 한 게 없는데……' 그렇게 후회막심인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다가와 폰을 건네주었다. “형, 여기요.” “그래, 고맙다. 나중에 내가 콜라 한 캔 더 사줄게.” “됐어요, 그깟 콜라 얼마나 한다고. 그거 먹고 형한테 착취당할 바에는 그냥 제가 사다 먹을래요.” “어이구, 그럼 나야 고맙지.” 그렇게 폰을 받은 정현우가 곧바로 자신의 이메일함을 확인했다. 그러자 보였다. ‘역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이메일이.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광고와 관련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있겠지?’ 중요한 시험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른 상황에서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의 심정. 그러한 심정으로 정현우가 이메일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메일을 천천히 읽던 정현우가 이내 마지막 대목에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뢰?’ 6. “의뢰?”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네, BJ대마도사에게 의뢰를 했어요. 15일 안에 신기루의 숲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에 성공하면 사역마 스킬 카드를 주겠다고.” 그 설명을 듣자 멀린은 피식, 실소를 지었다. 엠마가 세운 계획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증거의 미소였다. “BJ대마도사가 미끼를 무는 순간, 놈의 동선이 확보되는 셈이군.” 이어진 멀린의 말에 엠마는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냥뱀 길드에 의뢰를 했어요. 정확히는 정보를 흘린 거지만.” 짧게 핵심만을 말했고, 그 대답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냥 확실하게 잡을 속셈인 모양이군.” “정확히 말하면 일단 잡고 봐야죠.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제멋대로 날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그 대답을 끝으로 그 둘의 대화가 잠시 멈췄다. 굳이 더 이상 이 의뢰 건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증거. 그러한 침묵을 참기 힘들었는지 멀린이 사적인 질문을 하나를 꺼냈다. “미끼를 문 BJ대마도사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군.” 그 질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줬으면 좋겠네요. 환호성도 곁들여서.” 7. “예스!” 정현우, 이메일 내용을 확인한 그가 왼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짧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예스! 예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불끈 쥔 주먹을 몇 번 더 휘두른 후에야 정현우는 행동을 멈추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표현했다. 그렇게 정현우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15일 안에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를 하라는 내용의 의뢰였다. ‘광고주들이 날 버린 게 아니야!’ 정현우 입장에서는 의뢰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믿고 한 번 더 광고를 주겠다는 의미 아닌가? ‘만회의 기회다.’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에서 찜찜했던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진 셈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제를 수행할 능력의 유무. 기회의 무대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무대 위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법이 되는 법이니까. 그게 정현우가 기뻐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고스트 솔로킬 정도면 충분해. 지금 내 스펙이면, 하고도 남아.’ 이 의뢰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당장 툰가의 검은 지팡이만 착용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스펙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위가의 활이랑 빌트가르의 뿌리창을 팔아서 번 돈으로 방어구 구매하고……' 또한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구매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 역시 문제될 게 없었다. ‘마지막으로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에서 템만 고르면 돼.’ 여기에 정현우에게는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이라는 추가 카드마저 손에 쥔 상황. ‘위가의 활을 판다면 그 대신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뽑아서 써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 보스 몬스터 찾는 건…… 내 특기이고.’ 여러 요소를 종합해조면 신기루의 숲에서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는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보상이 별로라서 현재 협상 중입니다.] 그 문구 앞에서는 정현우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그 문구는 정현우가 보기에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질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확실히 켄타우로스 나이트 라이브를 보고, 크게 베팅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네가 더 멋지게 라이브를 했다면, 알아서 광고주가 큰 보상을 해줬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의 질책. 그게 이유였다. ‘가만.’ 정현우가 고민을 시작한 이유.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야. 여기서 확실하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이미 앞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은 상황에서, 다음 기회마저 평범한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잡는 것만으로는 안 돼.’ 더욱이 BJ대마도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그저 성공이란 두 글자로는 부족했다. ‘모두가 놀랄 만한 결과물이 필요하지.’ 그 이상. ‘광고주는 물론 우리 사장님도 놀랄 만한 결과물.’ 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놀라게 할 만한 결과물이. ‘그걸 위해선 기대감부터 낮춰야 해.’ 그것을 위해선 일단 정현우의 생각처럼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낮추는 게 중요했다. ‘당장 오케이하지 말고,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즉, 당장 하겠다는 말보다는 쉽지 않겠다, 라는 듯한 기색을 드러내야 할 때. ‘그 상태에서 89레벨, 아니 90레벨을 찍고.’ 그렇게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는 것. ‘바로 고스트 잡으러 가는 거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겸사겸사하고.’ 그렇게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 정현우는 머릿속으로 필요한 시간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계산이 나왔다. ‘90레벨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5일, 아니 4일이면 충분할 거야. 그 후에 바로 잡는다.’ 계산을 마친 정현우가 곧바로 이메일을 작성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광고주님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네.’ 107화. < 34화. 의뢰 (3). > 8. 신기루의 숲. 툰가 왕국의 웨스트 캐슬에서 퀘스트를 받으면 워프 마법을 통해 도착할 수 있는 숲으로 100레벨에서 11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감, 슬라임이 등장하는 사냥터. ‘여길 두 번이나 오게 될 줄이야.’ 그런 신기루의 숲은 다른 사냥터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 색다른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앞서 언급된 슬라임의 존재였다. ‘슬라임, 진짜 짜증나는 몬스터였었지.’ 보통의 RPG게임에서는 가장 잡기 쉬운 몬스터로 등장하지만 갓워즈에서는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100레벨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조차 쉬이 상대할 수 없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뭐, 신기루 현상이 더 골 때렸지만.’ 그보다 더 까다로운 특징은 신기루의 숲의 이름이 붙은 이유, 바로 신기루 현상이었다. 신기루 현상은 쉽게 말하면 갑자기 지형지물이 변하는 것과 같았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나무가 솟고, 길이라고 생각한 곳이 갑자기 바위로 막히고 반대로 바위와 나무가 무성하던 곳에 길이 생기고. ‘그런 신기루 현상은 플레이어나, 슬라임에게도 적용되니까.’ 더 재미난 점은 신기루의 숲에 들어온 플레이어와 슬라임 역시 신기루 현상에 따라 그 외형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공격을 하거나 또는 공격을 받는 것. 즉, 움직이는 모든 존재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거 때문에 또라이 새끼들이 아주 작정하고 지랄을 했지.’ 당연히 플레이어들의 비매너 행위가 다른 곳에 비해 잦아질 수밖에 없는 셈. 그래서 붙은 별명이 비매너의 숲이었다. 그런 이유로 신기루의 숲은 플레이어들이 선호하지 않고, 신기루의 숲이 아닌 다음 사냥터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레벨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크르르, 왕! “주인님, 기괴하기 그지없는 숲이군요.” 럭키와 골드, 그 둘을 데리고 미다스가 레벨업 무대로 신기루의 숲을 고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기괴하긴, 내가 보기에는 젖과 꿀이 너무 흘러서 보는 것만으로 당뇨에 걸릴 것 같은데.” ‘몰래 레벨업을 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플레이어들이 기피한다는 것은 미다스가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감춘 채 사냥하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 물론 좋은 요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깡패 새끼들이 깡패짓 가장 많이 하는 곳이긴 하지만.’ 신기루의 숲을 지나면 나오는 우드 빌리지에서는 최고 140레벨까지 캐릭터 육성이 가능했다. 즉, 신기루의 숲에서는 130레벨대의 플레이어가 행패를 부릴 수도 있다는 의미. ‘특히 막 웨스트 캐슬에서 넘어온 놈들 털어먹는데 도가 튼 놈들이 제법 있지.’ 괜히 별명이 비매너 숲이 아니었다. 그저 비매너 행위가 있을 것 같다, 수준이었다면 그런 별명이 붙을 리 만무. 꽤 굵직한 비매너 행위가 자주 일어났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지. ‘큰 문제는 아니지만.’ 허나, 그 부분에 대해서 미다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럭키야.” 왕! 신기루의 숲에는 있었으니까. “뭔가 특이한 냄새 같은 거 안 나니?” 왕? “잘 맡아봐. 분명 주변에 있을 거야.” 비밀 필드 던전이. 9. 킁킁! 코를 날름거리며 흙바닥 냄새를 맡던 럭키가 이내 고개를 들고는 짧고 굵게 짖었다. 왕! 평소에 럭키가 주인에게 애교를 부릴 때와 큰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주인님, 특이한 냄새가 나요!] 그 외침과 함께 머리 위로 뜬 문구를. ‘럭키야, 너 때문에 내가 산다.’ 그 문구를 확인한 미다스의 고개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오케이!’ 그런 미다스의 눈에 X자 모양으로 교차된 두 그루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나무가 교차한 지점, 그 아래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글자가 보였다. [슬라임의 거처(히든)] - 던전 등급 : 레어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09레벨 이하 - 신기루의 숲에서 등장하는 슬라임들의 거처이다. 그들이 먹고 남긴 것이 있을 듯하다 !퀘스트 보상 : 던전 공략 시 신기루의 숲 청소부 타이틀 지급 !신기루의 숲 청소부 타이블 보상 : 룬(마력+3) 히든 던전.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이걸 이렇게 쉽게 발견할 줄이야.’ 신기루의 숲에서 히든 던전이 등장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사실에 의미를 두는 이는 없었다. ‘예전에 여기서 사냥할 때는 결국 히든 던전 발견하는 거 포기했었지.’ 신기루의 숲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었다. 시시각각 지형지물이 변하는 신기루 현상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히든 던전을 발견해놓고서 파티원을 데리러 갔다 돌아왔는데 갑자기 그 히든 던전이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매너의 숲 별명 붙은 이후는 더 심해졌지.’ 그런 와중에 신기루의 숲에 붙은 악명은 플레이어들의 행보를 더더욱 좁게 만들었다.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을 노리는 PK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히든 던전을 찾겠다고 이리저리 날뛸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결정타는 고스트 스틸 사건이었고.’ 그러한 긴장감이 폭발한 것은 신기루의 숲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 스틸 사건이었다. 당시 1티어급 길드로 평가받던 화양 길드가 고스트 레이드를 하던 도중에 습격을 받았고, 이후 레이드에 참가했던 화양 길드 멤버 14명은 모두 즉사, 보스 몬스터 스틸을 당했다. ‘그때 스틸 성공한 애들 중 한 명이 만든 길드가 사냥뱀 길드였지. 스틸, PK전문 길드.’ 몇 번 보스 몬스터 스틸 시도는 있었으나, 다른 것도 아니고 1티어급 길드가 그토록 처참하게 당하는 건 처음이었고 그 이후 신기루의 숲에서 사냥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게 됐다. ‘그 이후로 네다섯 개 파티들이 무리를 만들어서 울타리 만들고 그 안에서 사냥했지.’ 자연스레 신기루의 숲에서 이루어지는 사냥 방식 역시 변화했다. 적게는 3개 많게는 10개 파티가 서로 모여서 그룹을 만들고, 일정 지역 내에서 상호협조 하에 사냥하는 것. 사전에 모여서 계획이나 일정을 공유하고, 암구호를 정해 소통을 하기도 했다. 신기루의 숲에서 10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렇기에 히든 던전 발견은 더더욱 꿈도 꿀 수 없었다. ‘아주 좋아.’ 미다스 입장에서는 혼자서 보물찾기를 하는 셈. 왕! “그래, 럭키야. 네 덕이 크다.” 물론 럭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는 것으로도 어지러운 세상에서 럭키의 보물 탐색자 능력은 어느 때보다 도움이 됐으니까. 왕! “뭐라고?” 왕! “이건 몸풀기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끝내주는 걸 탐색해주겠다고?” 왕! “꿀을 너무 빨아서 당뇨 걸리게 해주겠다고?” 왕! 그렇게 럭키와 즐거운 만담을 내뱉은 미다스. “주인님, 제가 더 멋진 활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그것을 매우 질투 어린 시선으로 보며 기어코 한 마디를 내뱉는 골드와 함께 미다스가 던전으로 들어갔다. ‘사냥하기 전에 이렇게 머릿속이 가벼운 건 처음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10. 슬라임. 신기루의 숲에서 등장하는 녀석의 외형적 특징은 하나였다. 단단한 젤리로 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외에는 그 어떤 외형적 특징은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슬라임은 갓워즈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동물이나, 몬스터로도 변신이 가능했으니까. 더 골치 아픈 점은 슬라임에게 일정 데미지를 주면 놈이 분열을 하며, 분열하는 순간 다시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갖춘다는 점이었다. 그 분열 횟수는 3번. 즉, 1 마리의 슬라임이 최대 8마리까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슬라임은 서너 마리가 하나로 뭉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전에 공략법을 준비해도 통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 ‘슬라임을 상대로 사전에 전술이나 전략을 준비하는 건 사실상 무의미하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스터의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다양한 공략법을 준비하는 게 그의 능력이지만, 그런 미다스조차도 어떤 형태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슬라임을 상대로 사전에 계획을 짜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과거 미다스에게 신기루의 숲은 매우 골치 아픈 무대였다. ‘그럼 개인기로 잡는 수밖에.’ 물론 지금은 전혀 달랐다. 왕! “네놈들! 주인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현재의 미다스에게는 럭키와 골드라는 아주 강력한 공격수가 둘이나 있는 상황. ‘럭키와 골드, 그 둘은 슬라임을 상대로 1대 1로 무리 없다.’ 더욱이 그들은 슬라임 하나쯤은 혼자서 잡을 정도로 강했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미다스 역시 슬라임 하나는 충분히 개인 역량, 굳이 전술적 고민 없이 잡을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전술을 짜는 게 웃긴 거지.’ 그럼 답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그냥 알아서 잡아!” 막 싸우는 것! 물론 정말 효율성을 따지자면 최후까지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술전략을 짠 후에 움직이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는 법. “슬라임 새끼들, 다 뒈졌어!” 그렇게 시작된 슬라임과의 전투는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파이어볼!” 60미터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장거리 마법 포격은 뭉쳐 있는 슬라임 덩어리를 분해시켰다. 크-왕! 그렇게 분해된 슬라임 중 한 덩어리는 선택지조차 허락받지 않은 채 럭키와의 사생결단을 강요받았다. 물론 말만 사생결단일 뿐 럭키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럭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늑대 모양을 갖춘 슬라임을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콰직! 럭키의 몸이 슬라임을 지날 때마다 슬라임의 몸뚱이에는 짙은 발톱 자국이 패였고, 럭키의 주둥이에는 물어뜯은 슬라임의 젤리 모양의 살덩어리가 가득했다. 골드의 경우에는 기술 따위는 없었다. 히잉! 골드는 그저 쉼 없이 슬라임을 향해 돌진을 거듭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공격력은 럭키보다 훨씬 셌다. 애초에 돌진 능력에 특화된 켄타우로스의 모습, 여기에 거대화와 버서크, 이 밖에 스트랭스와 헤이스트란 스킬의 조합은 골드를 폭주 기관차로 만들어주었다. 푸홧! 그러한 골드 앞에서 슬라임은 철로 위에 놓인 푸딩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내가 잡을 게 없네, 잡을 게 없어.’ 도리어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손에 쥔 채로 자신이 잡아야 할 표적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정도. 물론 그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래, 이 맛에 돈지랄하는 거지.’ 압도적인 개인기량만으로 적을 압도하는 것이야말로 게이머들의 로망인 법. 그런 게이머의 로망보다 게이머를 기쁘게 하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바로 레벨업 알림!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89레벨 달성이다!” 11. [미다스] - 레벨 : 89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419)/체력 (5+383)/지력 (451+652)/마력 (94+509) ‘어중간한 근접 딜러보다 내 기본 데미지가 더 잘 나올 거 같다.’ 볼 때마다 놀랍기 그지없는 상태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 만족감이 어렸다. 그러나 진한 만족감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지. 앞으로는 더더욱 게임 난이도가 높아지니까.’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치를 떠나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의 협동을 요구하는 게 갓워즈란 게임이었으니까. 그러한 무대에서 독불장군 노릇을 하고자 한다면 이 수준으로는 부족했다. ‘이게 끝도 아니고.’ 더욱이 미다스가 이룩한 이 결과물은 갓워즈란 무대에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 결코 아니었다. ‘내가 좀 더 게임을 잘하고, 여력이 있었으면……' 오히려 미다스는 최상의 결과물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산으로 따지면 약 7할 정도. 괜한 겸손이 아니었다. 갓워즈의 모든 숨겨진 정보를 볼 수 있는 능력, 그게 미다스의 능력 아니었던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게임에 숨겨진 게 많아.’ 그런 미다스의 눈에 비친 갓워즈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값진 것들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메인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이지만, 그것 외에도 값진 것들이.’ 이제까지는 메인 시나리오에 끌려다니는 바람에 어찌 못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먹을 건 다 먹어야지.’ 감상은 거기까지였다. ‘이걸 이용해서 말이야.’ 미다스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툰가의 검은 지팡이.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장착했습니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소유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창 하나가 떴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소유한 자] - 타이틀 설명 :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한 번이라도 손에 쥔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과 마력 +11 달콤하기 그지없는 창. 그러나 미다스는 그 창에 진한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지금 미다스가 궁금한 건 오직 하나였으니까. “자, 사안 마법이 얼마나 센지 한 번 보자고.” 12. 갓워즈를 하는데 필요한 건 두 가지다. 캐릭터 카드 그리고 캡슐. 그것만 있다면 누구든 갓워즈를 할 수 있었다. 지위나, 신분, 인종이나 장애 같은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범죄 경력이나, 인성, 정신 상태 역시 갓워즈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개새끼들, 이렇게 …하는 게 재미있냐? 재미있어?” “아무렴,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갓워즈란 게임에서 PK를 즐기는 이들이 존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였다. “특히 3인 파티를 혼자서 해치운 후에 이렇게 힐러 하나만 남겨두고 이야기하는 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를걸?” “미친 새끼!” “자, 그럼 다음에는 탐험가 라인에서 사냥해. 괜히 주제 모르고 밖으로 나오지 말고.” 그 대화를 끝으로 플레이어의 얼굴에 철퇴를 내리찍은 플레이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이었다. “비글, 중요한 사냥 앞두고 괜히 날뛰지 말라고 했을 텐데?” 풍경이 흔들리더니 이내 플레이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신. 그 스킬을 풀어 모습을 드러낸 복면인을 향해 비글이라 불린 플레이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비글이 원래 그래. 주기적으로 운동시켜주지 않으면 지랄을 한다고. 그래서 내 캐릭터 이름이 비글인 거고.” “지랄하는 건 상관없는데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자제할 줄 알아야지. 비글도 훈련 받으면 기다려라는 명령쯤은 듣는다고.” 그 말에 비글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제대로 먹잇감을 보여주던가, 아직도 BJ대마도사란 놈이 의뢰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없잖아?”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해. 너 말고도 이미 네 명이 대기 중이니까.” “에이, 그럴 순 없지.” 그 순간 대화를 하던 비글이 손에 든 철퇴로 이미 마네킹이 되어버린 플레이어의 머리통을 내리찍으며 말했다. “길드 마스터처럼 이곳에서 대어 하나 잡고,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기회는 죽어도 못 버리지.” 그 모습에 복면을 쓴 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넘치는군.” “당연히 넘쳐야지. 130레벨 플레이어가 다섯 명이나 모였는데 100레벨짜리 하나 상대로 자신감 없으면 게임 접어야지.” “하긴, 레벨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지.” 이내 수긍하는 복면인을 향해 비글이 말했다. “BJ대마도사, 놈이 본 적 없는 스킬이라도 가져오지 않는 이상 실패할 일은 없어.” 13.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에 쥔 것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뱀 모양의 지팡이. 그러한 뱀 모양의 두 눈이 루비처럼 탐스러운 붉은빛을 내뿜는 것이 보였다. “럭키야.” 그것을 본 미다스가 이내 옆에 있는 럭키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왕? 주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손에 쥔 지팡이를 보며 말했다. “핵 쓴다고 신고당할지도 모르니까.” 108화. < 35화. 유령 사냥꾼 (1). > 1. 갓워즈에서 가장 고생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고민할 것도, 두말할 것도 없다. 탱커, 단언컨대 그들보다 갓워즈에서 고생하는 포지션은 존재치 않았으니까. 그 정도로 탱커라는 포지션이 감수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은 엄청났다. 더 슬픈 점은 레벨이 오르고, 좋은 아이템을 가진다고 해서 탱커들의 이러한 처지가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레벨이 오를수록 마주하는 몬스터는 더 거대해지고, 강력해지고는 했다. 드래곤과 같은 위엄이 다른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에는 게임을 차라리 접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값비싼 아이템이나 스킬을 가진다는 건 곧 탱킹 능력이 향상한다는 의미. 그건 곧 그 누구보다 위험한 곳에서 그 위험을 먼저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이템이나, 스킬, 레벨업이 탱커들에게는 그렇게 달콤한 위안거리가 되지 못하는 셈. 이런 탱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게 있다. 마주한 몬스터를 일시적으로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기술, 군중제어기 또는 CC기라고 불리는 스킬이었다. 그 종류는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마비를 비롯해 수면, 혼란, 블라인드…….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석화까지. 지금 미다스의 새로이 손에 넣은 사안 스킬의 효과가 바로 그 석화 능력이었다. ‘예상한 것 중에서 나름 베스트다.’ 미다스가 사안이란 단어로 유추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꽤 좋은 경우였다. 그만큼 석화 스킬에 대한 평가는 높았다. ‘범위는 사안 스킬이 마주하는 모든 대상, 사실상 정면에 있는 모든 몬스터이고.’ 더욱이 미다스가 손에 넣은 사안 스킬은 뱀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을 바라본 모든 이들에게 효과가 있었다. 사실상 미다스의 정면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석화 상태에 빠지는 셈, 즉 광역 스킬이었다. ‘석화 효과가 광역으로 적용되다니……'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단일 개체에게 적용이 되는 것만으로도 평가가 높은데, 범위로 영향을 미치다니? [석화의 지속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엄청난 건 사안에 의해 발동한 석화의 유효 시간이 일반 몬스터를 기준으로는 10초나 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10초씩이나.’ 치열한 전투 속에서 10초 동안 굳은 채로 있다? 일반 몬스터는 사실상 이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사안 스킬이 이토록 강력한 이유는 있었다. [사안의 힘이 모두 개방되었습니다.] [현재 축적된 사안의 힘은 0퍼센트입니다.] 사안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하며, 그 요구되는 데미지 값은 착용 레벨인 89레벨을 기준으로 굉장히 높다는 것.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기준으로 보통의 마법사 딜러라면, 레이드 도중에 누적 데미지로는 이 사안 스킬을 한 번 이상 발동하기 힘들 정도. 그게 이유였다. 미다스가 이 스킬을 보고 기겁한 이유.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볼.” 미다스, 그가 단숨에 트리플 캐스팅으로 만든 마법을 60미터 전방에서 그대로 굳어버린 오크 모습의 슬라임을 향해 던졌다. 순차적으로 하나씩. 불꽃창이 오크 모습의 슬라임의 머리에 그리고 뒤를 이어 얼음창이 똑같은 자리에. 퍼엉! 마지막으로 이제는 그 크기가 더 커진 불덩이가 오크의 머리통에 그대로 꽂혔다. 그 순간이었다. [현재 축적된 사안의 힘은 8퍼센트입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앞서 말한 미다스가 기겁한 이유였다. ‘현재 내가 마법들 쿨 세 번만 돌리면 사안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미다스 기준으로는 가지고 있는 11개의 공격 마법을 3번씩만 사용하면 충전이 완료된다는 것. 보통 마법사 플레이어들과 궤를 달리하는 미다스의 화력의 무서움이 새삼스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용열병 발동 상태면, 거의 30초마다 한 번씩 쓸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용열병을 사용해 캐스팅 속도마저 높여버리면, 충전 시간은 더 앞당길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건 있었다. ‘보스 몬스터에게는 상태 이상 효과 지속 시간이 일반 몬스터에 비해 30퍼센트 밖에 안 되지만...…'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는 지속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행동 패턴 자체를 초기화시키는 석화 스킬의 장점을 생각하면, 횟수가 더 중요하지.’ 석화가 발동했다는 사실 자체의 효용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결정적으로 미다스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왕! 상황에 따라서는 미다스 본인보다 더 강력한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는 공격수가. 히잉!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그 사실을 돌처럼 굳어버린 슬라임들을 상대로 럭키와 골드가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슬라임들을 아주 처참하게 깨부쉈다. 왕! 개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럭키였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럭키의 전투 센스는 압도적이야.’ 대상이 석화되는 순간 최적의 공격 루트와 패턴을 파악하고 실행을 옮기는 럭키의 모습은 솔직히 버서크 모드인 골드의 단순함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몸집이 커지면서 이제는 파괴력도 가지기 시작했고.’ 또한 덩치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럭키의 몸통박치기조차도 이제는 위력적인 공격 수단이 된 상황이었다. ‘……이러다가 진짜 BJ럭키로 방송 제목이 바뀌는 거 아니야?’ 그러한 주인의 시선에 럭키가 이제는 조각난 슬라임의 파편들, 그사이에서 마치 봉화처럼 자신의 길쭉한 주둥이로 하늘을 가리켰다. 호우우우! 그리고는 이제는 듣는 순간 맹수임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위엄 넘치는 하울링을 내뱉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9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 뒤로 들리는 90레벨 달성 알림마저 잠시 동안 머릿속에서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하울링이었다. ‘제목이 BJ럭키면 어떠냐,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지.’ 그러한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90레벨 보상 스킬 카드 뽑고 고스트 잡으러 가자.’ 누가 강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결과를 만드는 것뿐. 호우우우! 그렇게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아 미소 짓는 미다스의 눈앞에 90레벨 카드 보상의 무대가 펼쳐졌다. 100장! 그 무수히 많은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그리고 그 속에서 황금빛을 내뿜는 카드 한 장이 미다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설!’ 놀라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가 이내 그 황금빛 카드의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맙소사.” ‘여기서 이게 나오다니……' 말도 안 되는 것이 나왔으니까. ‘사역마라니?’ 사역마. ‘와, 이거 돈으로도 못 사는 건데!’ G베이에 올라오는 매물조차 없어 시세를 가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가치가 넘치는 스킬. ‘이제……' 그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사고는 잠시 동안 정지했다. 이윽고 다시 사고가 시작됐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 생각은 하나였다. ‘이제 고스트 잡을 준비만 하면 돼.’ 2. “형, 뭘 그렇게 바쁘게 만지작거리세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가 만지작거리던 스마트폰을 껐다. “어?” 그것을 본 이혁주가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갑자기 숨기는 게 의심스러운데…… 형, 혹시?” 그 관심에 정현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한 번 절레절레 흔든 후 말했다. “여자 친구한테 메일 보낸 거야, 메일.” 그 대답에 이혁주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지그시 정현우를 바라만 보았다. 그때 단골손님 한 명이 카운터에 다가오며 말했다. “혁주야, 3시간만 끊…… 너 표정이 왜 이래?” 혁주의 모습에 의문을 가진 단골손님의 물음에 이혁주가 조심스레 말했다. “현우 형이 여친 생겼데요.” “뭐?” 그러자 단골손님 이혁주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갑자기 포털이 생기더니, 몬스터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뉴스로 본 것 같은 표정을. 그 표정으로 정현우를 바라본 채 그대로 굳었다. 그 모습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뻥 좀 쳤습니다.” 그제야 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뻥이었구나. 그래, 뻥이겠지.” “현우 형, 내일 지구 멸망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이어진 그 말에 정현우가 상대하기 싫다는 듯이 손을 휙휙 내저으며 그 둘의 관심을 쫓아냈고, 그 모습에 그 둘이 어깨를 으쓱한 후에 정현우를 향했던 관심을 거두었다. 그제야 정현우가 다시 스마트폰을 켰다. ‘젠장, 내가 여자 친구 사권다는 게 그렇게 말이 안 되나?’ 물론 머릿속에는 조금 전 대화만이 가득 차 있었다. ‘두고 봐라, 내가 아주 멋지고, 예쁜 여자 친구 사귀고 만다.’ 그 각오와 함께 스마트폰을 다시 켰고, 정현우가 잽싸게 터치를 한 번 한 후에 바로 화면을 껐다. ‘올렸다.’ 그 후에 꾹, 두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형!" 단골손님을 캡슐로 안내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는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대박 사건!” 놀란 기색과 함께 이혁주가 자기 스마트폰 화면을 정현우에게 보여주며 소리쳤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 경매에 올라왔어요! 와! BJ대마도사만 가진 아이템이 올라왔어요!” 3. 게이머들이 의외로 즐기는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니라 아이템을 검색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게임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 무엇인지, 자신의 캐릭터 레벨에 착용해줄 수 있는 가장 비싸고, 강력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게이머들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 그런 검색을 쉴 새 없이 하고는 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쉴 새 없이 중고차 사이트를 검색하는 것과 비슷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 요즘 사역마 스킬 카드 매물이 안 나오네? ㄴ 매물 나오면 살 수나 있음? ㄴ 시세는 궁금하잖아? 얼마나 할지. ㄴ 그보다 요즘 엘프의 부츠 시세 아는 사람? ㄴ 엘프의 부츠? 93레벨짜리 레전더리 부츠? 최근에 G베이에 올라왔다 사라졌던 거? 사람들은 G베이에 올라온 아이템들을 검색하는 건 물론,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 어? 이거 설마? - 맙소사, 이거 그거 아니야? -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다! 그런 그들 앞에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오직 단 한 자루만 존재하며, 이제까지 옵션조차 공개된 적 없는 아이템. 물론 단순하게 보면 56레벨짜리 유니크 등급 아이템에 불과했다. 옵션은 특이하나, 인상적이진 않으며 총체적인 효용 가치는 레전더리 등급보다 부족한 아이템. - 뭐야? 유니크 등급이잖아? 레전더리가 아니라? ㄴ 유니크 등급이면 어때? 최초의 아이템인데! 그럼에도 최초로 공개됐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 그런데 BJ대마도사가 왜 이 아이템을 처분하지? 그리고 그 아이템이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BJ대마도사의 것이란 사실이 모인 이들을 뜨겁게 만들었다. - 필요 없어서 처분하는 거 아니야? 고작해야 56레벨 아이템이잖아? 그것도 창이고. ㄴ 그렇긴 한데, 굳이 팔 이유가 없잖아? 돈이 필요해서 처분하는 건 아닐 테니까. ㄴ 하긴, 돈이 썩어 넘치는 놈인데 돈 때문에 올린 건 아니겠지. ㄴ 왜긴 왜야, 자랑질하려고 올린 거지. 아마 경매가가 얼마든 간에 내릴걸? 돈이 부족해서 아이템을 팔 리는 없다! 그게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생각이었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뭘까? “돈 때문은 아니겠지. 이건 확실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 곳곳에서 이번 건에 대한 이야기만이 오고가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답을 구할 수 있는 상대는 하나였다. “이유가 뭐냐고?” “사장님이면 아실 것 같아서요.” 박영준, 그는 부하 직원의 의문에 고민 없이 대답했다. “왜긴 왜야,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장작 넣는 거지.” “장작이요?” “스타 플레이어들은 보통 일주일 단위로 이슈를 만들지.” 박영준의 말처럼 소위 잘나가는 프로 플레이어들은 이슈거리가 여러 개 있어도 어느 정도 텀을 주고 그것을 풀어냈다. “그런데 최근 BJ대마도사는 블루 스톤 골렘과 켄타우로스 나이트, 둘 사이에 텀이 3일에 불과했어. 보통 경우였으면 둘 사이의 텀을 일주일을 주는 게 이상적이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최근 BJ대마도사의 행보는 그런 개념 따위를 가뿐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결코 정상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내가 괜히 쇼케이스를 한다고 나서는 바람에 BJ대마도사가 무리한 거지.” 만약 중간에 박영준이 괜한 자극을 주지 않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방식. “결국 일정이 꼬였고.” 어쨌거나 일은 저질렀고, 무리를 하는 바람에 BJ대마도사는 다음 이슈까지 예상외로 긴 시간이 남아버렸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간 지금 들끓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어느 정도 잦아들 터. “그러면 임시방편으로 이런 거라도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이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크게 무리하는 것 없이 지금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 “조만간 라이브 요청이 올 거야. 그리고 그 라이브에서 이번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 적당히 시청자들과 대화도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적당히 열기를 유지하고, 그다음에 큰 걸 터뜨리겠지.” “아!” 그제야 부하 직원이 속이 시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막상 대답을 해준 박영준의 표정에 속 시원한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의뢰에 대한 건 하나도 정리된 게 없다는 게 문제이지만.’ 근심의 이유는 다름 아닌 광고주의 의뢰건. 박영준은 그 의뢰의 보상에 대한 정보를 BJ대마도사에게 숨긴 상태였다. ‘분명한 건 그 의뢰가 미심쩍다는 거지만.’ 그도 그럴 것이 박영준이 보기에 그 의뢰는 결코 합리적인 의뢰가 아니었다. ‘세상 어디에도 공짜 점심은 없는 법.’ 너무 BJ대마도사 쪽에 유리했다. 물론 그 의뢰 자체가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뭐, 그냥 무난하게 의뢰가 해결되면 나쁠 건 없지만.......' 잘 풀리면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는 법. ‘지금까지 BJ대마도사의 행보를 보면, 그 의뢰를 보는 순간 또다시 폭주할지도 몰라.’ 그러나 박영준이 보기에 BJ대마도사는 그 의뢰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이가 결코 아니었다. ‘나처럼 분명 의심을 할 테니까.’ 박영준과 마찬가지로 의뢰를 한 이의 의중을 의심하는 건 물론, 그 의심을 향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할 터. 박영준의 말처럼 폭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그 폭주로 피 보는 건 우리들이란 말이지.’ 그리고 만약 그 폭주가 일어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가장 약자인 라이징 스타 채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 빨리 그냥 의뢰 좀 거절해라.’ 그렇기에 박영준은 하루라도 빨리 BJ대마도사가 의뢰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히기를 소망할 따름이었다. 그런 박영준에게 다른 부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이메일 왔습니다.” ‘드디어 대답인가?’ 박영준이 바로 반색하며 질문을 던졌다. “뭐라고?” “내일 라이브 방송할 건데 가능하겠냐고 묻는데요?” “라이브 방송?” “예." “그뿐이야?” “예? 아, 네……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예상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렇기에 박영준은 살짝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부하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그럼 준비해야지. 아마 가벼운 방송이 될 테니까,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 말과 함께 박영준 역시 자기 일을 시작했다. ‘광고주 쪽에는 BJ대마도사가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통보를 해줘야겠네.’ 109화. < 35화. 유령 사냥꾼 (2). > 4. 스타의 증거 중 하나는 스타의 행동 하나하나에 여러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번 BJ대마도사도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는 어째서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을 G베이에 올렸는가?] 그건 솔직히 말해서 아이템을 팔려고 올렸다, 그 이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건 없는 일이었다. - 무슨 신호 아닐까? 자기를 돕거나, 지원하는 이들에 대한 신호. ㄴ 스폰서를 구하는 것일 수도 있어. 이 창을 산 사람에게 광고를 걸어주겠다! ㄴ 하긴, 저번에 보니까 광고 하나만 붙었더라. BJ대마도사 쯤이면 광고 엄청 붙을 텐데? ㄴ 심지어 그 광고주도 감마 제약이었지. 어비스 길드 핵심 스폰서 중 하나인. 그러나 그 별거 아닌 일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우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제가 정말 비밀 루트, 초고급 비밀 루트를 통해서 듣게 된 소문인데요, 이 아이템을 가장 고가에 산 사람에게 BJ대마도사가 1일 식사권을 준다고 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하고 있는 비밀 퀘스트의 단서를 알려준대요!” 대한민국 어느 곳에 위치한 캡슐방 아르바이트생마저 제 의견을 토해낼 정도였다. 그 때문이었다. 경매로 올라온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의 가격이 생각보다 쉽게 오르지 않는 이유. - 어차피 돈 많은 놈이 말도 안 되는 금액에 살 텐데, 뭐하러 경매에 참가를 해? - 결국 이런 건 다 주인이 정해진 법이지. 돈을 때려 박아도 의미가 없어. - BJ대마도사 성격상 100만 달러가 나와도 그냥 G베이에서 아이템 내릴걸? 그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파는 물건이 아니기에 상식적인 경매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대부분이 그런 생각으로 경매를 관람만 할 뿐, 참가하지 않았으니까. “미치겠다. 아니, 왜 가격이 안 올라?” 미다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이거 믿고 다 팔았는데!’ 더욱이 미다스는 현재 수중에 처분을 해도 무방한 아이템은 전부 처분한 뒤 그동안 모은 돈 대부분을 아이템과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데 사용한 상황이었다. 생활비조차 조금 남겨둔 상황. 즉,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얼마에 팔리냐에 따라 조카의 간식이 치킨이 될지 치킨맛 스낵이 될지 정해지는 셈. ‘너무 질렀나?’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현재 전력 증가를 위해 투자한 자금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깜짝쇼를 하는데 화력이 약하면 오히려 별로인데……' 이번 일이 단순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아니라, BJ대마도사에 대한 모든 이들의 평가와 인식을 반전시키기 위한 레이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였다. 실제로 이번 깜짝쇼를 위해 미다스가 기울인 노력은 적지 않았다. 자신이 신기루의 숲에 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히든 던전에서만 사냥을 할 뿐, 플레이어와 조우할 수 있는 일반 필드에서는 단 한 번도 사냥을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미 유명세를 떨치는 자신이 신기루의 숲에 왔다는 게 들키면 계획 역시 바로 들통이 날 테니까. “후우.” ‘그래, 이건 더 큰 수익을 위한 투자야. 어차피 산 아이템은 되팔면 되고, 마법 스킬은 안 살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 정도 했으면, 고스트도 문제없지.’ 그리고 투자한 만큼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고스트 사냥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으니까. 그 누구보다 용의주도한 미다스가 그 정도 확신을 가진다는 건, 엄청난 오버 스펙을 갖췄다는 의미. ‘문제는 이건데……' 오히려 이 순간 미다스를 근심케 하는 것은 잠잠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목걸이였다. 현재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인 추적자 퀘스트는 말했다. 저주를 품은 목걸이를 가지고 신기루의 숲에 가서 단서를 찾으라고. 그러나 신기루의 숲에 오는 순간 저주를 품은 목걸이는 단 한 번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빛기둥도 안 보이고.’ 이제까지 미다스의 퀘스트 진행을 도와주었던 빛기둥도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단서는 오직 하나였다. [신기루의 숲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저주를 품은 목걸이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저주를 품은 목걸이를 만질 때마다 들리는 알림. ‘보통 이런 퀘스트는 뭔가 굵직한 거 잡는 게 조건인 경우가 많아. 이곳이라면…… 고스트를 잡는 게 조건일 가능성이 높지.’ 그 단서를 토대로 미다스는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제 역할을 하는 조건이 고스트 사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스트는 한 번 잡아야 하는 셈. ‘아.’ 그 순간 미다스가 보는 세상이 붉게 번쩍였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고스트 등장까지 남은 시간 5:59:59] 그러자 리젠 시간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알림도 들렸다.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 힘에 깊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네.’ 하나 있던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순간. “애들아, 서프라이즈 파티 준비하자.” 그리고 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5. “엠마!’’ 듣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고, 고개가 절로 돌아갈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목소리 한 줄기가 어비스 길드의 3층 복도를 울려 퍼졌다. 앞서 말했듯 그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목소리의 정체가 누구인지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뮤즈다.’ ‘뮤즈가 왔어!’ 긴 흑발 생머리에 오뚝한 코, 사슴 같은 영롱한 눈망울을 가진 여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의 뮤즈, 이설이었으니까. 그런 이설의 부름에 엠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설, 레코딩 작업 가시지 않으셨어요?” “빨리 끝나서 달려왔어요. 아니, 날아왔어요. 전용기를 빌려줘서 편하게요.” “다행이네요. 칼 프로듀서가 깐깐하기로 유명해서 걱정했는데…… 뭐, 뮤즈의 실력이라면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칼 프로듀스라도 깐깐함을 드러낼 여지가 없겠죠.” “그럴 리가요, 그냥 좋게 봐주신 거겠죠. 그보다 요즘 매니저 일은 어때요? 최근에 다른 일을 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얼굴을 못 봐서 아쉬웠어요.” 이어진 이설의 물음에 엠마가 환한 미소를 옅게 만들며 말했다. “길드 내의 여러 사람을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인걸요.” 그때였다. “오, 우리의 뮤즈가 왔군!” 한 사내가 그 두 미녀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멀린. “멀린!”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엠마를 보며 말했다. “둘이 중요한 대화 중이었나? 그렇다면 나중에 오고.” “아니에요, 인사만 나누는 중이에요.” “그래? 그럼 엠마는 내가 좀 데려가도 될까? 개인적인 부탁을 할 게 있어서 말이야.” 그 두 대화에 이설이 사슴 같은 눈망울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 다음에 맛있는 간식이라도 먹어요.” 그 말을 끝으로 이설이 사라졌고, 엠마와 멀린 역시 등을 돌린 후에 미리 잡아둔 빈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딸깍! 이윽고 회의실의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멀린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의 유언을 모르는 1군 멤버를 대하는 건 언제나 긴장된단 말이야.” “그 이야기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엠마의 물음에 멀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금 이런 자리에서 나눌 이야기는 하나뿐이지. BJ대마도사 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 물음에 엠마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 강력한 미끼를 던졌는데, 어째서 수락했다는 말이 아직까지 없는 거지?” 멀린, 그는 처음 엠마의 계획을 들었을 때 이보다 더 훌륭한 계획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미끼를 던졌으나, 노리는 물고기는 미끼를 건드리지도 않는 상황. 분명 무언가 일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이 무언가 낌새를 느낀 것 같아요.” 그리고 엠마는 그 이유를 박영준, 그로 보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야기는 들었어. 와튼 스쿨 출신으로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조차 놀랄 만큼 영리한 자라고.” 박영준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아는 이라면, 그가 대단한 존재임을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이미 오케이를 하겠다고 각오를 했어도, 당장 대답을 해주지 않는 타입이죠. 어차피 오케이를 해야 한다면 상대방을 한계까지 몰아 붙여서 더 많은 이익을 끄집어내는 타입. 실제로 그는 단 한 번도 안 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조율 중이라고 했지.” “영리하군.” 엠마의 설명에 멀린이 혀를 찼다. 그러한 멀린을 향해 엠마는 속으로 말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BJ대마도사 쪽이 우리 의도를 파악했을 가능성이지만.’ 엠마, 그녀는 어쩌면 지금 자신이 던진 게 미끼임이 들통났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이번에 함정을 팔 수도 있고.’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이번 의뢰가 역으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매우 중요한 대목. 그럼에도 그녀는 그 중요한 가설을 멀린에게 말하지 않았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이 커.’ 발각의 이유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러한 내심을 감춘 채 엠마가 말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조만간 답이 오겠죠. 만약 오늘 이후에도 답이 없다면 통보하면 될 뿐이에요. 의뢰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그리고 다음 의뢰를 제안하면 될 뿐이죠. 사역마 스킬 카드가 매력적인 제안이란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사역마 스킬 카드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는 탐험가 길드가 잡고 있는 이상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레벨 보상으로 나온 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건 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때였다. 우웅! 엠마의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짧게 진동했고, 엠마가 곧바로 스마트워치 내용을 확인했다. 그녀의 표정이 바로 굳었고, 그 표정을 확인한 멀린이 말했다. “무슨 일이야?” “……BJ대마도사가 30분 뒤에 라이브를 한다네요.” 그 대답에 멀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의뢰에 대한 대답은 없는데, 라이브를 한다?” “아마 최근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G베이에 올라온 것과 관계된 방송이겠죠.” “아주 우리를 우습게 보는군.” 대화를 하던 멀린이 손을 휙휙 저었다. 더 이상 이번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제스처였다. “당분간 레이드에 신경 써야 하니, 무언가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달라고. 괜히 다른 애들 통하지 말고. 여러 명 모이면 오히려 위에서 의심할 테니까. 그렇잖아?” 그 제스처와 함께 말을 남기며 회의실 밖으로 나가는 멀린.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엠마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스마트폰을 꺼낸 후 화면을 켰다. ‘혹시 모르니, 파악은 해둬야겠지.’ 그리고는 채널에 접속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6. 휘이이! 제법 세찬 바람 무리가 신기루의 숲을 가득 채운 나무들을 흔들었다. 그러자 녹음으로 물들었던 신기루의 숲이 바람결을 따라 노란빛 은행나무로 바뀌기 시작했다. 갓워즈만이 관람을 허락하는 절경. 절로 감탄이 나올 만한 광경이었다. “크으, 장관이다, 장관.” 미다스의 입에서도 감탄이 나왔다. “진짜 이런 거 어디 가서 보겠어?” 물론 미다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신기루의 숲이 보여주는 절경이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나름 닳을 만큼 닳은 미다스는 이러한 광경보다 더 신비한 광경도 보았고, 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봐왔으니까. ‘이게 다 내 아군이라니.’ 그러한 미다스의 감탄을 토해내는 것은 자신의 앞에 대기하고 있는 자신의 아군들이었다. 그 아군들을 보며 미소를 짓던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먼 거리에서 신기루의 숲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2미터가 훌쩍 넘는 거인이 누더기를 뒤집어 쓴 듯한 외형, 그러나 반투명한 형태에 보이지 않는 다리가 그 존재의 정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고스트 (Lv.117)] !프리징 아우라 스킬 사용 !HP가 16퍼센트 깎일 때 마다 유령화 스킬 발동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귀곡성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망령질주 스킬 발동 고스트. 신기루의 숲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떨그럭떨그럭! 그러한 놈의 등장에 미다스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발작하듯이 사방팔방으로 날뛰었다. 마치 신호 같았다. 저 고스트만 없애주면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당장 뛰쳐나가주겠다고 말해주는 신호. 미다스는 그러한 목걸이를 손에 꽉 쥐었다. ‘그래, 날뛰어야지.’ 그리고는 각오를 다짐한 채 창 하나를 새로이 띄었다. [라이브 방송 송출하실 채널 코드를 입력하십시오]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능숙한 솜씨로 채널 접속을 마치자, 미다스의 눈앞에 반투명한 채팅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채팅창에 있는 관리자 한 명도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말했다. “오늘은 사장님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그 물음에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제법 긴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끝에 이내 채팅창에 한 명이 접속했다. - 와튼 : 무슨 일이시죠? 아무래도 미다스의 말에 관리자 직원이 황급히 사장님을 부르러 갔다 온 모양. ‘직원분만 괴롭힌 꼴이 됐네. 나중에 밥 한 끼 사드려야지.’ 잠시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은 미다스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뇨, 별일은 아니고 오늘 방송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와튼 : 예. “저번에 그 의뢰 말입니다.” - 와튼 : 예. “수락하겠습니다.” 그 순간 채팅창이 잠시 정지했다. 물론 이번에는 미다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때 의뢰를 받은 이후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11일 내에 고스트를 잡으면 되는 거죠?” - 와튼 : 맞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잡아도 되는 겁니까?”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 채팅창 열어주시고 방송 시작해주십시오. 바로!” 미다스의 그 외침에 관리자가 반사적으로 비공개였던 채팅창을 공개 상태로 바꿨다. [BJ럭키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골드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아즈모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대마도사안티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러자 채팅창 위로 쉴 새 없는 접속 표시가 떴다. 자연스레 사장의 채팅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 ‘좋아, 이 기세대로 가자.’ 오히려 이런 상황을 원하던 바. “자, 이제 라이브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방송 주제는 고스트 솔로킬입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방송을 이어갔다. “그럼 시작에 앞서서 오늘 저와 새로이 함께할 동료를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 그 둘 사이에 있는 주먹 크기의 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부터 저를 도와줄 사역마를 소개합니다! 자, 박수! 짝짝짝!” 그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과 광고주님들, 깜짝 놀라셨죠?’ 110화. < 35화. 유령 사냥꾼 (3). > 7. 가끔 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사고가 그대로 정지하고, 말문이 꾹 닫혀버리는 경우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이 그랬다. “자, 이제 라이브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방송 주제는 고스트 솔로킬입니다.” BJ대마도사의 고스트 솔로킬 레이드를 선언하는 순간 시청자의 사고는 정지했다. 컴퓨터로 따지면 리셋이 된 셈. 그리고 컴퓨터가 리셋이 되면 단계적으로 기능을 회복하듯이 시청자들도 단계적으로 반응했다. - 그보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이 어디야? - 설마 신기루의 숲? 진짜 신기루의 숲이야? - 딱 봐도 신기루의 숲 같은데? - 나 어제까지 신기루의 숲에서 사냥했는데 BJ대마도사 봤단 이야기 하나도 없었는데? 대체 언제 온 거야? 첫 번째로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신기루의 숲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놀랄 만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신기루의 숲에서 목격됐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 가만, 고스트? 슬라임이 아니라? - 시작부터 보스 몬스터? 그다음에 놀란 것은 그 신기루의 숲에서 잡는 몬스터가 다름 아닌 보스 몬스터란 점이었다. - 미친! 웨스트 캐슬 졸업한 지 며칠이 지났다고 저걸 잡아? - 저거 100레벨대 10인 파티도 못 잡는 놈인데? - 렙업은 언제 한 거야? 켄타우로스 나이트 솔로킬 이후 고작 4일이 지난 시점에서 다음 사냥터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한다는 것은 갓워즈를 해온 그리고 봐온 이들이 가진 상식, 그 이상이었으니까.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사고가 진행된 이들은 마지막 놀람을 마주해야 했다. - 사역마다! 사역마야! 사역마. 레전더리 스킬 중에서도 희귀하기로 유명한 레전더리 스킬이 눈앞에 등장했다. 또한 사역마 스킬은 단순히 희귀하기만 한 스킬이 아니었다. - 사역마 스킬이 뭐가 좋은데? ㄴ 탐색 가능함 ㄴ 스킬 랭크 오르면 공격도 함 ㄴ 됐고, 서브 캐스팅 가능해. 이거면 끝이야. 서브 캐스팅. 말 그대로 마법사와 별개로 마법사가 가진 마법 하나를 캐스팅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 캐스팅 속도는 마법사 본인에 비해서는 매우 늦었다. 마법사가 사용하는 캐스팅 속도 관련 버프 효과 또한 적용되지 않았으며, 사역마에게는 버프를 거는 것도 불가능했다. 반의 반쪽짜리 캐스팅인 셈.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물론 그래도 캐스팅은 캐스팅이었다. “사역마, 라이트닝 볼트.” [사역마가 라이트닝 볼트 캐스팅을 시작합니다.] 즉, 미다스가 이제는 트리플 캐스팅을 넘어 쿼드로플 캐스팅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거기까지 사고가 진행된 이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 쿼드로플 캐스팅이라니, 완전히 사기잖아? - BJ치트키로 이름 바꿔야 할 듯. - 고스트 오늘 성불할 듯. 이제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BJ대마도사의 화끈한 화력쇼를 지켜보는 것! ‘아직 멀었지.’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럼 들어갑니다. 이 멋진 지팡이에서 뿜어지는 제 화력을 느끼십시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손에 쥔 새로운 아이템을 가볍게 흔들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줬다. - 저거 뭐지? - 툰가의 지팡이 아니야? - 내가 아는 툰가의 지팡이는 갈색인데? 저건 왜 시커멓냐? ㄴ 네가 노안인 모양이지 . ㄴ 나 아직 69세밖에 안 됐거든? 진짜 서프라이즈는 이제 시작이라고. ‘광고주님, BJ대마도사가 화끈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의 서프라이즈 쇼가 시작됐다. 8. BJ대마도사, 그의 라이브 오프닝을 보는 순간 엠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었다. ‘레이드는 이상할 게 없다.’ 사실 고스트 레이드 라이브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그것을 의뢰한 건 그 누구도 아닌 엠마, 자신이었다. 그리고 조건 역시 15일 이내에 잡는 것이었지, 15일이 된 어느 시점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정상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고스트 레이드에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내가 던진 미끼를 의심했다면.’ 미끼가 매력적이라고 모든 물고기가 무는 건 아닌 법. 오히려 미끼가 과하게 매력적이면 도리어 그 미끼의 존재를 의심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부류들이 눈앞의 미끼를 두고 고르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그랬다면 오히려 더 일찍 미끼를 무는 것도 한 방법이지.’ 미끼를 외면하든가 아니면 미끼를 던진 이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미끼를 물던가. 지금 상황 자체는 후자로 보는 게 옳았다. ‘박영준, 그라면 더더욱.’ 특히 박영준의 존재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 상황이 훨씬 납득이 갔다.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의뢰에 대한 확답을 미룬 것 역시 연막 작전이 되는 셈이니까. - 이제부터 저를 도와줄 사역마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사역마 스킬의 등장은 엠마의 그러한 모든 가설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그 대신 한 가지 가설만을 남겼다. ‘내 계획을 알고 있어.’ 박영준 그리고 BJ대마도사, 그 둘이 지금 엠마의 계획을 완벽하게 읽었다는 것. 더욱이 그들이 보여준 이 모습은 그저 단순히 엠마의 계획을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이 엠마, 그녀의 계획을 알았다고 해도 굳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는 몰라도 박영준이란 사내는 결코 의미 없이 그런 식으로 기회를 써먹을 이가 아니었다. ‘메시지를 보낸 거겠지.’ 즉, 이건 엠마에게 그 둘이 보내는 편지였다. ‘키를 손에 넣고 싶으면 값을 치르라는 메시지.’ 엠마를 비롯해 어비스 길드의 비밀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어설픈 수작을 부리지 말고 자신들이 혹할 대가를 지불해라. ‘역시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 그 사실에 이른 엠마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그 눈빛이 말해줬다. 배신자가 바라는 대로 거래를 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차가움이 말해줬다. ‘일단 이번 계획은 여기서는 접어야 해. 대비를 했을 테니 뭘 해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사냥뱀을 꺼내봤자 소용이 없어.' 배신자를 처단함에 있어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칼을 휘두르리라고. 그러한 심정을 담은 눈빛을 품은 그녀가 스마트폰을 든 후에 메시지를 보냈다. [사냥은 취소, 다음을 기약]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그녀는 스마트폰을 껐다.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방송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메시지를 보내줬으니, 나도 답장을 해주지.’ 그녀가 보는 건 이 다음이었으니까. 9. “우와, 장난 아니네요.” “이런 건 상상도 못했는데!”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그곳에 있는 모든 직원들은 BJ대마도사가 만든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 이거 무슨 일이야?” “미친, 이거 알고 있었어?” 심지어 다른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마저도 앞 다투어 라이브 방송실에 들어오며 질문을 던졌다. 그 정도로 깜짝 놀랄 사건이었고, 모두가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가장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확실해.’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그런 광경 속에서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메시지다.’ 박영준, 그가 보기에 이것은 깜짝 쇼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보내는 메시지였으니까. ‘자세한 사정은 설명할 수 없지만……' BJ대마도사가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박영준에게 말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BJ대마도사는 이렇게 행동을 통해 박영준에게 말해줬다. ‘이번 의뢰를 한 이들과 그 배후는 위험하니, 쉽사리 넘어가지 말라는 메시지.’ 이번에 의뢰를 준 이들과 그 뒤를 조심하라고.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굳은 표정 사이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 메시지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으니까. ‘드디어 날 아군으로 받아줬군.’ BJ대마도사가 박영준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을 걱정해준다는 의미가. 그 순간 박영준은 더 이상 라이브를 보지 않았다. ‘그럼 아군답게 도와줘야지.’ 그가 바라보는 건 그다음이었으니까. 10. 쉬익! 바람으로 만들어진 화살, 투명하면서도 날카로운 날을 품고 있는 화살이 그대로 고스트의 반투명한 몸뚱이에 꽃혔다. - 파이어, 아이스, 윈드 다 떴다! - 3개 다 썼다!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캐스팅한 화살 계열 3개 마법을 전부 사용하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사역마가 움직였다. 활모양으로 변한 툰가의 검은 지팡이, 이제는 모든 화살을 소비한 그 주변으로 사역마가 날아오더니 이내 활 주변으로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역마가 라이트닝 볼트 캐스팅을 완료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비어버린 활에 라이트닝 볼트, 뇌전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장전되었다. 미다스는 그렇게 채워진 활의 시위를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쉼 없이 당겼다. 파직! 그렇게 날아간 화살들이 스파크 소리를 내며 고스트의 몸을 일순간 경직시켰다. 물론 고스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우우우.......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내며 미다스와의 거리를 빠르게, 정말 빠르게 좁혔다. 좁히면서 그 누더기 아래에 있던 자신의 두 팔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었다. ‘온다.’ 그러한 두 팔의 끝에는 반투명한 고스트의 형태와 달리 시퍼런 날이 번뜩이는 도끼 한 쌍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도끼의 등장을 시작으로 고스트의 반투명한 몸이 점차 뚜렷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럭키! 골드!”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럭키와 골드가 고스트의 좌우에서 등장하며 몸을 날렸다. 히잉! 먼저 거대화 그리고 버서크 모드를 발동한 골드가 그대로 고스트에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쿵! 그러자 매우 단단한 굉음과 함께 미다스를 향해 곧게 날아오던 고스트의 몸이 옆으로 3미터 정도 밀렸다. 히잉! 우우우....... 그리고 시작된 럭키와 고스트의 힘겨루기. 왕! 그 힘겨루기 사이로 등장한 럭키가 고스트를 향해 몸을 날린 후에 녀석의 누더기를 베어 물었다. - 물리 공격 통하네? ㄴ 실체화했으니까. 이게 고스트의 특징이었다. - 실체화? ㄴ 고스트는 기본 유령모드인데, 마법 데미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실체화함. 마법 데미지가 일정 기준 이상 누적되면 실체화가 되며, 그 상태에서만 물리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 그리고 데미지가 쌓일 때마다 유령화 모드가 다시 발동하지. 더불어 그 상태에서 받는 데미지가 HP의 16퍼센트에 이르면 다시 유령으로 바뀌었다. 이쯤 되면 공략법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공략법은 어렵지 않았다. - 딱히 공략이 어려운 설정은 아니네? - 마법 데미지 딜링 적당히 하고, 실체화하면 탱킹하면서 딜링하면 되잖아? 그런데 얘가 왜 그렇게 악명이 높은 거야? ㄴ 유령화 타이밍 계산 틀리면 좆되거든. 문제는 유령화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이었다. 만약 유령화가 되는 순간을 놓친다면, 고스트는 그대로 탱커를 통과한 채 원거리 딜러, 그것도 마법사 클래스를 향해 돌진을 하게 될 터. - 탱커가 뭘 해도 유령화된 고스트는 물리적으로 못 막지. - 쫓아가는 것도 어렵지. 고스트의 기본 능력인 프리징 아우라는 근처에 있는 대상의 이동 속도를 감소시키거든. - 참고로 고스트 데미지 장난 아님. 탱커가 그냥 기본 공격에 버티지 못해 게임 오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즉, 타이밍을 잘못 잡는 순간 마법사 딜러가 그 순간 저세상으로 갈 수 있었다. 탱커는 언제 유령화가 될지 모르니 긴장할 수밖에 없고, 마법사는 언제 올지 모르니 긴장하고, 힐러는 언제 자신이 나서서 마법사를 구해야할지 모르니 긴장하게 되는 놈. 잡는 맛이 고역이 놈이었다. - 그래서 꿀잼이지. 한편으로 시청자 입장에서는 끝내주는 놈이었다. - 고스트는 유령화 때문에 볼 맛이 있으니까. - 딜 계산 잘못하고 타이밍 어긋나는 순간 마법사가 하늘나라고 올라가고. - 유령화 모드 유무는 보기도 쉽다고! 항시 전투의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건 물론 유령화 모드는 보는 입장에서 매우 명확했다. 굳이 자세한 설명 없이도 상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셈. - 그러다가 신기루 현상 일어나면 더 골 때리지. - 지형이 변화하니까. 여기에 신기루의 숲이란 볼거리 무대마저 넘치니, 이보다 더 좋은 방송소재는 없었다. - 저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솔로킬 때랑은 상황이 전혀 다르네. - 솔직히 그때는 잡는 건지 마는 건지도 잘 안 보였으니까. - 이번에는 보는 맛 좀 있겠어. - 마지막에 제대로 물리마법도 나올 테고! 여러모로 켄타우로스 나이트 때의 부족함을 만회하기에 제격인 대상이었다. 그리고 BJ대마도사에게는 공략법도 확실했다. - 뭐 BJ대마도사의 능력을 생각하면…… 낙승이지. - 탱킹이 가능한데 무슨 고민이 있겠어? 미다스는 탱킹이 가능한 마법사, 굳이 유령화된 고스트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주 나보다 나를 잘 아네.’ 그러한 채팅창의 내용 중에 틀린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면 무난할뿐이지.’ 하지만 미다스는 그저 잘 잡는다, 그것만으로 만회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것은 서프라이즈 쇼, 그렇다면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게 당연지사. ‘사안을 쓴다.’ 미다스가 오늘 준비한 폭죽은 바로 사안 스킬이었다. ‘유령화 되기 직전에.’ 그것도 유령화 되기 직전, 그 순간 사안 스킬로 석화 상태로 만듬으로써 녀석의 유령화 모드를 초기화시킬 속셈이었다. ‘될지는 모르지만.’ 물론 이게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는 미지수였다. 미다스가 원하는 대로 석화 상태에 빠지는 순간 유령화 모드가 초기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풀리는 순간 그대로 유령화 모드가 그냥 진행될 수도 있었으니까. 애초에 이제까지 고스트를 상대로 그 누구도 석화 마법 같은 걸 걸어본 적이 없었기에 답은 아무도 몰랐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처음이니까 의미는 있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최초로 시도하는 셈. 시청자들에게 임팩트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3페이즈에 돌입했을 때다.’ 무엇보다 클라이막스에서는 굳이 석화 상태 이후 유령화의 유무는 아무래도 좋았다. 여러모로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자, 그럼……' 남은 건 그 시나리오를 미다스가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하는가, 그것뿐. ‘응?’ 그런 미다스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뭐야?’ 레이드를 앞두고 한바탕 정리를 했던 신기루의 숲, 그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정보만 보였다. ! 비글-ZDIP3391322 !레벨 : 135 !신좌 : 그림자들의 왕 !직업 : 쉐도우 어쌔신 능력 : 근력 (500+1 61)/체력 (250+118)/지력 (5+55)/마력 (75+62) 소속 길드 : 사냥뱀 은신 스킬 사용 중 모습을 감추는 은신 스킬을 쓴 채 다가오는 탓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냥뱀?’ 111화. < 36화. 공개 (1). > 1. 갓워즈에서 비매너 행위를 목적으로 설립된 길드는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인 비매너 플레이어들이 유명세를 떨칠 만한 적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냥뱀 길드가 비매너 길드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세, 개중에서도 가장 먼저 유명세를 떨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1티어급였던 화양 길드를 상대로 전쟁을 해서 승리한 최초의 비매너 길드였으니까. 그 과정을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사냥뱀 길드, 놈들이 여기 신기루의 숲에서 화양 길드를 잡았지.’ 갓워즈 서비스 1년 차에 신기루의 숲에서 사냥뱀 길드가 화양 길드를 상대로 어떻게 시비를 걸었는지. 그 후 일어난 전쟁에서 당시 길드원 수가 30여 명에 불과했던 사냥뱀 길드가 7천 명을 넘어 공격적으로 세력을 키우던 화양 길드를 어떻게 잡을 수 있었는지. 당시 갓워즈의 세력 구도가 어떠했고, 그 세력 구도 속에서 사냥뱀 길드가 후환 없이 화영 길드를 잡을 수 있었던 전술과 전략이 어떠한지. 미다스는 그 사건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면, 당장 소설책 한 권을 써줄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뜬 생각은 오직 하나, 그 사냥뱀 길드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그런 놈들이 여기 왔다는 건…… 날 잡으러 온 거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뻔했다. ‘필시 그때 날 잡으려고 했던 놈들이 보낸 것일 테고.’ 하물며 이미 세븐 스타즈 길드의 스나이퍼 롤라에게 한 차례 습격을 당해본 미다스 입장 아닌가? 그는 사냥뱀 길드가 왜 움직였는가? 하는 의문 따윈 던지지 않았다. 던져야 하는 의문은 오직 하나.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비글이란 이름의 사냥뱀을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뿐. ‘일단 놈은 내가 눈치챈 걸 모른다.’ 한 가지 미다스에게 유리한 것은 비글이란 놈을 미다스가 눈치챈 사실을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즉, 선공권은 미다스에게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사냥뱀의 스틸 스타일 중 대표적인 건 3페이즈 강제 발동 후 공격이고.’ 더불어 사냥뱀 길드는 화양 길드를 비롯해 보스 몬스터 스틸을 할 때 수법이 비슷했다. 마지막 페이즈, 가장 까다로운 페이즈 발동을 앞두고 파티들이 데미지 딜링을 계산하며 숨을 돌리는 순간 역으로 보스 몬스터를 공격해서 마지막 페이즈를 강제 발동시킨 후 혼란에 빠진 플레이어들을 처리하는 식이었다. 물론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냥 중인 파티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 명만 왔다면 당장 날 공격할 리는 없어.’ 보이는 플레이어는 한 명, 그렇다는 건 3페이즈를 앞에 둘 때까지 비글은 감시만을 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고스트는 페이즈 확인도 쉽고.’ 특히 HP감소량에 따라 유령화 모드가 발동하는 고스트는 제3자 입장에서 HP를 가늠하기에도 어렵지 않은 녀석이었다. 비글 입장에서는 습격 타이밍을 잡기가 쉬운 셈. ‘오케이.’ 즉,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자, 그럼 슬슬 유령화 타이밍 오는 거 같은데 탱킹해야겠네요. 과연 누가 할까요? 럭키? 골드? 골렘?” 마지막 페이즈에 이를 때까지 비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척 연기를 하는 것. “네? 저보고 하라고요?”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스트를 향했던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그대로 허공에 띄었다. 그 후에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지팡이를 꺼냈다. “아, 별 수 없네요. 좋습니다. 제가 탱킹하겠습니다. 원래 탱킹은 마법사가 하는 거잖아요?” 미다스, 그가 연기를 시작했다. 2. - 비글, 너 설마 지금 BJ대마도사 근처에 있는 거 아니지? 절대 잡지 마. 위에서 오더 내려왔어! 채팅창 위로 올라오는 서포트의 채팅에 비글은 대답 대신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그러자 라이브가 종료되고 채팅창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런 비글의 눈에는 이제 고스트 레이드를 진행 중인 BJ대마도사의 모습만이 오롯하게 보였다. “아, 또 노잼 방송 되겠네. 안 되겠네요. 이번에도 위기 한 번 자처해보겠습니다.” 고스트, 결코 쉽지 않은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 전의가 상실될 법한 광경이었다. 쿼드로플 캐스팅, 사역마의 도움을 받아 4개나 되는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하면서 데미지 딜링을 하는 것부터가 상식 이상. “자, 위기 옵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듯 유령화 모드와 함께 주변의 신수와 가디언의 공격을 무시하며 직선거리로 달려오는 고스트를 피하기는커녕 탱킹을 일부러 자처했다. 딜링 그리고 탱킹, 본래는 마법사가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그 두 가지를 가진 BJ대마도사는 상식 외의 괴물이었다. 보스 몬스터보다 더 잡기 힘든 괴물. 때문에 사냥뱀 길드는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5명의 멤버를 구성했었다. ‘사냥을 포기하라…… 뭐, 나가리 됐으니까.’ 그게 BJ대마도사 사냥을 포기하라는 위의 지령이 내려온 이유였다. 이토록 갑작스러운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시간을 맞추지 못한 탓에 현재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3명에 불과했으니까. 그 3명마저도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위치를 파악한 후에 다시 모이고, 작전을 짜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비글이 BJ대마도사를 이토록 발견한 것부터가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기회를 버리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때문에 비글은 그런 행운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달리 말하면 그는 자신이 있었다. BJ대마도사를 사냥할 자신이 넘쳤다. ‘레벨 차이가 40레벨 이상이야. 저놈은 내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 아니, 사냥이란 표현을 쓰는 것조차 애매했다. 사자가 달리는 사슴을 쫓는 것이 사냥이지, 사람이 개미를 찍어 누르는 것을 사냥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은가? ‘하물며 내 손에는 불뱀의 송곳니가 있다.’ 더욱이 비글의 손에는 그 완벽한 순간을 마무리할 확실한 마침표마저 있었다. ‘제아무리 돈지랄을 해도 결국 레전더리 수준, 같은 레전더리 아이템을 가지고, 레벨마저 높은 내가 못 잡을 이유는 없어.’ 레전더리라는 이름의 마침표가. 차려진 밥상을 유린할 젓가락과 숟가락마저 준비가 된 상황. 그런 비글에게 남은 건 하나였다. ‘3페이즈가 발동하고, 고스트의 망령질주가 발동하는 순간 들어간다.’ 식사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BJ대마도사, 네놈을 잡고 레전더리를 먹어주마.’ 그렇게 비글이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3. 우우우! 고스트가 우울하기 그지없는 울음과 함께 유령의 형태를 갖춘 채 전속력으로 미다스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그러한 고스트의 돌진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꼿꼿이 자리에 선 채 고스트를 향해 활모양으로 변한 활시위를 당겼다.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그리고 라이트닝 볼트. 도합 17발의 화살이 고스트의 몸 중심에 위치한 황금빛 과녁에 쉴 새 없이 맞았다. 퍼엉! 마지막으로 사역마에게 건네받은 불덩이를 그대로 고스트의 몸뚱이에 던졌다. 그 순간 그 둘 사이의 거리는 5미터 남짓했다. 스릉! 고스트가 양손에 든 쌍도끼 날의 섬뜩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그럼에도 미다스는 피하지 않은 채 오히려 염력을 이용해 손에 든 지팡이를 바꾸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착용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고스트의 쌍도끼가 그대로 미다스의 양쪽 어깨에 박혔다. 위기의 순간. 그러나 그것을 보는 그 누구도 그것을 위기라 보지 않았다. - 고스트 파이팅! - 고스트, 너만 믿는다. - 고스트, 역전 한 번 가자! 한 방 먹여줘! 오히려 지금 방송을 보고 있는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고스트를 향해 응원할 정도. 그럴 만했다. - 보스 몬스터의 위엄을 보여주란 말이야! - 고작 마법사도 못 잡으면 안 되지! 이게 벌써 다섯 번째 광경이었으니까. 미다스가 유령화되어 다가오는 고스트를 상대로 오히려 탱킹으로 시간을 버는 것은. 왕! 히잉! 그리고 그사이 다시 등장한 럭키와 골드가 이제는 정말 누더기가 되어버린 고스트를 공격하는 것은. 그렇게 시작된 골드와 럭키의 합동 공격에 고스트가 갇힌 사이 미다스가 뒤로 걸음을 물렸다. “어휴, 죽을 뻔했네.” 그런 미다스의 입에서 안도하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입가에 걸린 미다스의 미소는 그것이 진심이 아닌 가식임을 보여주었다. 애초에 위기조차 아니었다는 의미. [고스트일어나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고스트불쌍해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나빠요 님이 1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꿀꺽 꿀꺽!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값비싼 체력 회복 포션을 꺼내 마신 후에 말했다. “정말 위험했습니다. 스릴이 넘치죠? 긴장감 끝내주지 않습니까?” 물론 그 말에 동의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 아이고, 너무 긴장되어서 눈 뜨고 못 보겠네요. - 너무 무섭네요. 19금 달아주세요 - 스릴 넘치는 바람에 지금 화장실에서 보고 있습니다. 시청자들 모두가 채팅창 위로 농담을 던지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어휴.’ 그 미소, 연기였다. ‘미치겠네.’ 지금 이 순간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다음 유령화는…… 3페이즈다.’ 고스트 레이드에서 고스트가 유령화하는 횟수는 총 6번. 그중에서 마지막 한 번은 HP가 10퍼센트 이하가 되는 순간, 3페이즈의 스킬은 망령질주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망령질주.’ 그리고 망령질주가 발동하는 순간 고스트는 유령화 상태에서 30초 간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했으며, 이 상황에서는 마법 공격을 맞아도 유령화 상태가 풀리지 않았다. ‘저지 불가.’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 때문에 고스트 레이드를 시도하는 파티들의 목적은 대부분 안 죽는 게 아니라 덜 죽는 것이었다.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누구든 죽으니까. 아예 작정하고 희생양을 던져서 시간을 버는 이들도 있었다. 어설프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는 것보단 한 명이 희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놈은 분명 그때를 노리겠지. 정확하게.’ 그런 고스트의 3페이즈를 앞두고 다른 누구도 아닌 사냥뱀 길드의 암살자를 상대해야 했다. 그것도 자신보다 40레벨이 높은 암살자를.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제약이 더 있었다. 당장 여기서 미다스가 갑자기 암살자를 공격한다면 모두가 의심할 수밖에 없을 터. ‘어떻게든 우연을 가장해야 해.’ 암살자를 제거하고, 처리하는 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어야 했다. ‘재미도 필요하고.’ 동시에 보는 이들이 즐길 수 있어야 했다. 이 라이브 방송의 가장 큰 이유는 켄타우로스 나이트 때의 부족함을 만회하는 것. 그렇기에 이번 라이브 방송마저 이상하게 마무리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사고가 나는 건 좋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해프닝을 즐기니까. 중요한 건 그 해프닝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자, 이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 같은데 슬슬 카운트다운 한 번 들어가볼까요?” ‘자, 한 번 가보자,’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본격적인 연출을 시작했다. “대충 데미지 딜링 계산하면, 마법 하나에 HP가 1퍼센트 안팎으로 깎일 것 같거든요?”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이번에는 딜 계산 제대로 해서, 저번처럼 마무리 못하는 일은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마무리는......비밀로 하겠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어떠한지. ‘잘 듣고 있지?’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을 했다. 그 설명과 함께 미다스가 보란 듯이 아이템을 스위칭했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장착했습니다.] [현재 축적된 사안의 힘은 100퍼센트 입니다.] 그것은 신호였다. ‘분명 내 패턴을 읽고, 내가 빌트가르의 뿌리 지팡이를 손에서 놓는 순간을 노리겠지.’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에게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 그리고 그 신호에 비글이 반응했다. 4. 퍼엉! 럭키와 골드의 공세 속에서 분전하던 고스트를 향해 불덩이가 날아와 부딪치며 폭발했다. 우우우! 그 폭발에 고스트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분노로 가득한 듯한 울음을 토해냈다. ‘왔다.’ 그것이 비글에게는 신호였다. 식사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 그 신호를 보는 순간 비글은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내디뎠다. 표적은 당연히 BJ대마도사. 그런 그를 향해 비글은 천천히 움직였다. ‘소리가 나면 안 돼.’ 은신 스킬은 모습을 감추되 소리마저는 감추지 못하는 법. 왕! 괜한 서두름으로 일을 망치지 않도록 비글은 전투의 소리에 맞추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BJ대마도사와의 10미터 거리가 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을 정리했다. ‘망령질주가 발동하는 순간 물리적인 공격은 안 통한다.’ 망령질주는 물리적인 공격과 방어가 통하지 않는 모드. 그런 망령질주 모드의 고스트를 상대로 럭키와 골드를 붙이는 건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필시 신수와 가디언은 도망치게 할 터.’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고를 선택지는 뻔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움직이면서 딜링을 하겠지. 그때다.’ 그러한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비글, 자신이 골라야 할 선택지 역시 뻔했다. ‘그때 놈의 몸뚱이에 깊게 찔러 넣는다.’ 그 선택에 의문은 없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패턴을 봐왔고, 그가 가진 모든 카드를 파악했으니까. “여러분, 다음 마법이면 3페이즈 돌입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BJ대마도사는 친절하게 그 타이밍마저 비글에게 알려주었고, 그 사실에 비글의 입가에는 미소가 터졌다. 그 순간이었다. “자, 여기서 새로운 마법 갑니다!” 미다스의 외침에 비글의 눈매가 달라졌다. ‘새로운 마법?’ 변수가 등장하는 순간. “라이트닝 스피어!” 그때 미다스의 외침이 들렸고, 그 외침을 듣는 순간 비글이 안도의 한숨을 꿀꺽 삼켰다. ‘그냥 공격 마법이었군.’ 그와 동시에 살짝 긴장도 풀었다. 그때 다시 한 번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럭키, 골드! 내 뒤로 와!” 그 외침에 비글은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았다. ‘그래, 뒤로 물릴 생각이군. 상정 범위다.’ 저 라이트닝 스피어가 꽂히는 순간 고스트의 3페이즈가 발동할 것이 분명한 상황. 그 전에 미리 골드와 럭키를 대피시키는 것은 이미 비글이 예상한 바였으니까. 왕! 히잉! 그러한 주인의 명령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왔다. 우우우! 고스트 역시 마찬가지로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비글은 준비했다. ‘라이트닝 스피어를 던지는 순간, 움직인다.’ 당겨진 활시위가 된 채 자신의 표적인 BJ대마도사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이윽고 미다스가 손바닥 위에서 번쩍이는 전기 덩어리를 고스트를 향해 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BJ대마도사, 그가 손에 든 지팡이의 뱀머리를 앞세운 채 소리를 내질렀다. “사안!" 그 외침과 함께 비글의 눈앞이 붉게 빛났다. 그 후에 비글은 들을 수 있었다. [사안의 힘에 온몸이 딱딱하게 돌처럼 굳습니다.] [은신이 풀립니다.] 자신이 사안 마법에 걸렸음을 알리는 알림을. “자, 이게 제가 숨겨놓은 새로…… 어? 저 새끼 뭐야?” 그리고 놀라는 BJ대마도사의 목소리를. ‘어?’ 그 소리 앞에서 비글의 사고 역시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 굳어버린 사고가 풀리는 데에는 1초 그리고 2초를 지나 3초가 필요했다. [고스트가 석화에서 풀립니다.] 그리고 고스트가 석화에서 풀리는 데에도 그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피, 피해……' 하지만 아쉽게도 비글, 그가 석화에서 풀리는 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 그는 그냥 볼 수밖에 없었다. [고스트가 망령질주 스킬을 발동합니다.] 자신을 향해 고스트가 유령화 된 채 달려오는 것을. 112화. < 36화. 공개 (2). > 5. 망령질주!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 무시무시한 스킬이 발동된 고스트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 거의 다 왔다. - 이제 곧 3페이즈야. - 망령질주 시작이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모든 이들의 관심사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 고스트의 3페이즈는 야구로 따지면 9회 말, 축구로 따지면 후반 로스타임, 레이싱으로 따지면 라스트 랩인 셈. - 마지막 한 방이다! - 럭키, 골드 뒤로 불렀다! - BJ대마도사가 탱킹한다! 이윽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을 때 시청자들이 맞이한 것은 붉은빛이었다. 사실 그건 방송사고였다. “사안!" 미다스가 가진 사안 스킬을 알 도리가 없던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하필이면 BJ대마도사의 정면을 송출하던 순간 사안 마법이 발동한 탓에 생긴 방송사고. - 사안? 새로운 스킬인가? - 연출 죽이는데? - 크크, 내 안의 혈룡이 꿈틀대는군!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것을 연출로 생각했고, 도리어 그 붉은빛에 모두가 열광했다. - 역시 BJ대마도사야! 쇼맨십을 안다니까! - 그래, 이래야 보는 맛이 있지! - 그런데 사안 스킬이 뭔 줄 알고 환호하는 거야? ㄴ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환호해. 열기가 절정에 오른 클럽에서 누군가 총을 쏘면 오히려 사람들이 축포인 줄 착각하고 환호를 했다는 도시전설처럼. 앞서서 BJ대마도사의 거듭된 쇼맨십이 시청자들을 뜨겁게 만든 덕분이었다. 그리고 빛은 오래 가지도 않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바로 송출 영상 각도를 BJ대마도사의 시점으로 바꾸었으니까. 그렇게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시점으로 볼 수 있었다. - 응? 뭐야? - 고스트, 저 옆에 뭐가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제3자를. 그 제3자의 등장에 몇몇이 빠르게 제 의견을 던졌다. - BJ대마도사 서포트 아님? - 도우미겠지. 허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 이게 제가 숨겨놓은 새로…… 어? 저 새끼 뭐야?” 이어진 그 말에 시청자들은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 - 저 새끼? - 암살자다! - BJ대마도사 노리고 온 암살자다! 등장한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 개꿀잼! - 크으, 역시 보스 레이드는 난입이지! - 이 맛에 라이브를 끊지 못한다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채팅창에 있는 모든 시청자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미다스의 계획대로였다. ‘난입 싫어하는 시청자는 없지.’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러운 난입자, 스틸러의 등장은 라이브의 진미와 같았으니까. 하물며 3페이즈, 최고의 하이라이트 순간이었다. 영화로 따지면 클라이맥스에 놀라운 반전 장면이 나온 셈. ‘하지만 난입만 좋아하는 시청자도 없는 법.’ 물론 반전만으로 명작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 반전을 어떻게 소화하느냐? 그것이 진정한 명작과 졸작을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는 법.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 이제부터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이 상황에 대해서 BJ대마도사 보여주는 반응 그리고 대응. 그러한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말해줬다. “아무래도 누가 절 노리는 모양인데……"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방송팀에게 제스처를 보내고, 그 제스처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손가락 끝이 향한 방향을 송출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어? 고스트가 암살자 공격한다! 이미 석화가 풀린 고스트가 아직 석화에서 풀리지 않은 암살자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그 광경을 보는 시청자들의 귓속으로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팝콘부터 먹으면서 구경해봅시다.” 6. ‘빌어먹을!’ 혼란 상태에 빠진 비글이 정신을 차린 것은 석화 상태에 빠진 지 약 5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퍼억! 그보다 먼저 석화가 풀린 고스트의 쌍도끼가 비글의 몸뚱이를 장작 패듯 치는 소리.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들리는 시스템의 경고에 비글을 정신을 강제로 차리게 해주었으니까. [석화 상태에서 해제됩니다.] 그러한 비글이 몸의 자유를 얻는 순간, 그는 위급한 순간임에도 냉철하게 판단했다. ‘이대로 가면 뒈진다.’ 지금 상황은 매우 위험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 오버를 당하리란 것. 그러니 피해야 한다는 것. 그건 의외로 하기 힘든 판단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패닉 상태에 빠진 채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고는 했으니까. ‘이대로 가면……' 문제는 그게 끝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판단은 냉철했으나, 막상 비글이 그 처지를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우우우! 망령질주 스킬이 발동한 고스트를 상대로 이미 몇 번이나 공격을 당한 상태에서 도망친다는 건 130레벨이 넘어가는 그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게 고스트란 몬스터였다. 근접 딜러와 탱커들에게 악몽을 주는 유령! 이미 무수히 많은 실력자들, 이름 있는 길드 소속으로 많은 지원과 아이템을 갖춘 프로 플레이어들조차 고꾸라뜨리게 만드는 보스 몬스터! 퍼억! "Fuck!" 도망치던 비글이 다섯 걸음 만에 고스트에게 따라잡힌 채 공격을 허용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고스트를 상대로 도망쳐봤자 결국 시간을 조금 더 버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젠장.’ 비글의 나름 냉철한 판단력이 답을 도출했다. 포기하는 게 낫다, 라고. 그 순간이었다. 먼 거리,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비글을 향해 소리쳤다. “포기하지 마!" 그 외침에 비글이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였다. “포기하지 말라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BJ대마도사. 이미 럭키와 골드를 등 뒤에 둔 그가 비글을 향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내질렀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마! 여기서 이렇게 당하려고 숨죽이고 기다린 게 아니잖아! 일어나! 일어나서 고스트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는 거다!” 소리만 들으면 절박하기 그지없는 응원. 그러나 그것을 응원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캬, 농락 보소! - 암살자 울겠다, 그만 하세요! - 포기흐지믈르고~!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암살자를 향한 미다스의 조롱이 었으니까. 심지어 의미 없는 조롱도 아니었다. - 갑자기 암살자가 탱킹해주네! - 망령질주 유지시간은 30초, 벌써 한 10초는 더 번 듯? - 개꿀이네. - 암살자가 아니라, 산타클로스네! 비글이 고스트를 상대로 생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스트를 상대로 고생할 시간이 줄어드는 셈. “오래 살 필요는 없어! 19초만 더 버텨줘! 아니, 18초! 아니다, 17초만 더 버텨줘!” 그 사실을 이제는 미다스도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럭키야, 뭐해? 너도 응원해야지!” 왕! “아니, 신이 나서 꼬리 흔들지 말고. 저분을 위해서 응원하라!” 왕! “뭐라고?” 왕! “30초 이상 버티면 상으로 내가 물어뜯어 죽여주…… 아니, 애교를 부려주겠다고?” 왕! “들었지? 조금만 더 버티면 럭키가 귀여운 애교를 보여주겠다고 하니까 버텨!” 시청자들도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기꺼이 박자를 맞추었다. - 우와! 럭키가 물어뜯…… 아니, 애교를 보여준다네! - 암살자, 럭키에게 물어뜯…… 애교를 받을 수 있다니, 너무 부럽다! - 이런 혜택이면 당연히 열심히 버텨야지! 암살자, 노력해라! 노오력을 하라고! 비글 입장에서는 분노하는 것조차 잊을 만큼 어이가 없는 풍경. ‘저 새끼 또라이 새끼 아니야?’ 이제까지 냉철한 판단 속에서 나름 계속 도망치기 위해 움직이던 비글이 잠시 멈추었다. 반면 고스트는 달랐다. 퍼억! 여전히 망령질주 상태인 고스트는 쌍도끼를 이용해 멈춘 비글의 몸뚱이를 쉴 새 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퍼억! 종국에 비글이 입고 있는 갑옷이 찢어지고, 도끼가 비글의 몸뚱이에 박혔다. - 갑옷 깨졌다! - 끝이다! 비글의 HP상태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광경.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씨익 웃었다. ‘완벽하군.’ 암살자의 등장 그리고 농락까지, 그가 생각해도 정말 완벽한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에 남은 건 하나였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겠어.’ 마침표. “아, 아쉽네. 좀 더 버터줬으면 망령질주 끝났을 텐데.” 그것을 찍기 위해 미다스가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그대로 주문을 외웠다.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사역마, 라이트닝 볼트.” 쿼드러플 캐스팅.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청자들도 이제는 촌극이 아닌 진지한 자세를 갖추었다. - 이제 끝이다. - 마무리 들어가네. 재미났던 오늘 라이브 방송의 엔딩을 앞두고, 이제는 마무리를 볼 준비를 갖추었다. 우우우....... [고스트가 사냥감의 피냄새에 흐느낍니다.] 그사이 비글을 확실하게 끝장낸 고스트가 여전히 망령질주 모드, 유령화 상태로 다음 적을 찾았다. 그 적은 당연히 미다스. 우우우! 미다스를 타깃팅한 고스트가 곧바로 유령화 상태에서 질주를 시작했다. 그 질주에 거칠 것은 없었다. 유령 상태인 그 몸은 나무와 돌 따위는 무시한 채 가장 짧은 직선거리를 질주할 뿐이었으니까. 그것을 보던 미다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것이 오는 순간 미다스는 손에 든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놓았다. - 어? 버렸다! - 뭐야?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로 채팅창을 도배하는 사이,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잽싸게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검은 뿔로 만든 큼지막한 각궁.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장착했습니다.] 그 활을 손에 쥐는 순간 비어있는 활시위에 그대로 얼음 화살 2대가 매달렸다. - 더블 애로우? 그 사실에 재차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다가오는 고스트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팅! 당기는 소리는 하나. 푹, 푹! 허나, 꽂히는 소리는 둘. - 진짜 더블 애로우다! - 더블 애로우는 궁수 클래스 전용 유니크 스킬이잖아!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는 멈추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한 번에 두 발씩, 단숨에 아이스 애로우를 소진한 미다스는 곧바로 불화살을 날렸다. 파직! 마지막으로 사역마가 캐스팅해준 라이트닝 볼트마저 소진되는 데에는 예전보다 절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무려 4개의 마법, 그것도 동급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딜링을 자랑하는 BJ대마도사의 화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고스트를 강타했다. - 어휴, 끔찍하다. - 딜링 장난 아니네. - 순삭이다, 순삭. 고스트를 진심으로 동정케 하는 딜링. - 그런데 안 죽었잖아? 그러나 그러한 데미지 딜링 앞에서 고스트는 여전히 죽지 않은 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다운 생명력. 반대로 그런 고스트를 상대로 미다스는 새로운 주문을 외우지 않았다. - BJ대마도사가 왜 아무것도 안 해? - 스위칭도 안 하는데? 심지어 탱킹을 위해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손에 쥐지도 않았다. 그사이 미다스와 고스트의 거리는 어느새 10미터, 이제는 1초 남짓한 거리면 닿는 거리가 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사생결단!” 크-왕! 그리고 맹수의 포효가 신기루의 숲을 뒤흔들었다. 7. 좋은 라이브의 조건은 무엇일까? 의외로 이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보는 이가 아무 말 없게 만드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번 BJ대마도사의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는 매우 좋은 라이브 방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그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마저 말을 잊은 채 멍하니 그 라이브를 바라보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직원들의 정신을 차리게 한 건 박수 소리였다. 짝짝! 환호라기보다는 정신을 깨우기 위한 박수 소리. “자, 다들 정신 차려! 아직 방송 안 끝났어!” 그 뒤를 이어 나온 박영준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직원들이 제 역할을 수행했다. “이야, 장난 아니네.” “이거 영상으로만 나와도 대박 나오겠는데?” “1천만 넘을 거 같다.” 물론 여운은 진하게 남은 채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암살자라니.’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그 여운에 물들이지 않을 뿐. 도리어 박영준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었다. ‘정황을 살펴야겠지만, 만약 이게 준비된 난입이라면…… 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 표정을 지은 채 툭툭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던 박영준을 향해 채팅창을 관리하던 직원 한 명이 말했다. “저기 사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박영준이 휙,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말해! 표정으로 말을 대신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바로 본론을 말했다. “아즈모가 지금 채팅창에 접속했습니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즈모가?” 박영준이 놀라며 자신의 모니터에 뜬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아즈모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답지 않은 등장. - 아즈모가 1달러? 가짜 아니야? - 짭즈모야? - 이름 글씨 굵은 거 보면 진짜 같은데? 그렇기에 오히려 모두의 이목을 끄는 등장. 그 등장과 함께 아즈모가 채팅을 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우리 거래 하나 하자.] 113화. < 36화. 공개 (3). > 8. [망령질주가 끝납니다.] 망령질주가 끝난 고스트의 모습에 앞서 보여주었던 무시무시함 따위는 없었다. 우우우....... 무수히 많은 공세 앞에서 뒤집어 쓴 누더기는 누더기라는 표현조차 무색할 정도였고, 뚜렷하게 실체화된 모습은 그 모습을 그저 처량한 꼴로 만들 뿐이었다. 크르르! 물론 그러한 고스트를 향해 럭키는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왕! 오히려 쌍도끼를 휘두르는 고스트를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졌다. 후웅! 그렇게 덤비는 럭키를 향해 고스트가 쌍도끼를 휘둘렀고, 그 쌍도끼 중 한 자루의 날이 럭키의 몸에 닿았다. 까앙! 그러자 청아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신기루의 숲을 가볍게 뒤흔들고 지나갔다. 금강불괴! 그 스킬을 통해 강인해진 럭키의 육체가 만들어낸 소리였다. - 어그로는 끌렸는데 데미지는 못 주면 끝이지. - 마지막 발악도 안 먹히겠네. 그리고 사실상 고스트 레이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사생결단,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전투 속에서 한쪽이 일방적이라면 결과는 뻔했으니까. 히잉! 심지어 럭키에게는 골드라는 무지막지한 동료가 있었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이제는 그것을 모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 아, 재미있었다. - 오늘 라이브는 다 봤네. - 엔딩만 보면 나가야지. 자연스레 들끓었던 분위기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꺼져가는 불씨, 열기에 기름을 끼얹은 건 미다스였다. “애들아 잠깐만!” 미다스가 등장과 함께 럭키와 골드에게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 BJ대마도사가 아이템 바꿨는데? - 도끼네? - 도끼다! 그러한 미다스의 손에는 도끼를 들려 있었다. - 물리 마법이다! - BJ대마도사가 마무리 마법 날린다! 그 모습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다시금 달아오르는 사이, 미다스가 도끼를 들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내가 막타 칠 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해! 다들 뒤로 빠져!” 그 외침의 의중을 모르는 시청자는 없었다. - 켄타우로스 나이트 때 만회하려는 거네. - 그때 실패했지. 누가 보더라도 저번 라이브 방송의 연장 선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은 기대했다. - 여기서도 골드가 막타 치면 웃기겠네. - 그냥 골드가 막타 쳤으면 좋겠다. 도리어 그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히잉!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도에 보답하려는 듯, 골드는 주인의 외침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퍼억! 럭키에게 어그로가 끌린 채 끌려다니는 고스트를 향해 손에 든 큼지막한 칼을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내리쳤다. 퍼억! 이윽고 고스트의 몸이 멈추었다. [고스트를 처치했습니다.] 고스트 사냥이 끝나는 순간. “아, 안돼!” 그 순간 고스트와 이제는 고작 3미터 남짓한 거리를 남겨둔 미다스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 이번에 또 실패함 - 봐봐, BJ대마도사는 도움이 안 된다니까. - BJ골드 님 물리 마법사 바꾸시죠? 너무 버스만 태워주시네요. - 진짜 이렇게 오냐오냐 딜러라고 키워주다가 나중에 버릇 잘못 드는데, BJ골드랑 BJ럭키 님은 BJ대마도사 교육 좀 하세요! 반면 채팅창에는 웃음기 가득한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완벽한 마무리였어.’ 저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의 부족함을 120퍼센트 만회할 수 있는 마무리.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정산만 하면 된다.’ 이 완벽한 성공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 [타이틀 ‘고스트 사냥꾼’을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유령을 홀로 상대한 자’를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귀로 타이틀 획득 알림이 들렸다. [신기루의 숲의 힘이 약해집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목에 찬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놀란 뱀처럼 미다스의 오른편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꽉! 미다스가 잽싸게 그 목걸이를 잡았다. ‘라이브 중이니까 얌전히 있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서를 보여줄 수는 없는 일. 그렇게 강제로 목걸이를 얌전하게 만들며 고개를 돌려 목걸이가 향했던 방향을 바라봤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붉은빛 기둥이 이제야 비로소 미다스를 반기기 시작했다. ‘풀렸다.’ 이제 다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할 때. 그것을 되새김질한 미다스의 시선이 이제는 바닥에 너부러진 채 누더기만 되어버린 고스트의 시체를 향했다. “자, 그럼 이제 루팅 갑시다.” 그 말과 함께 휙! 미다스가 고스트의 사체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대신 다른 사체를 바라봤다. “이름 모를 의인의 템부터 루팅해보조.” 비글, 이제는 게임 오버 당하며 마네킹이 되어버린 녀석을 바라보며 내뱉는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웃음기로 가득했다. - 탱킹해줘, 웃음 줘, 아이템줘, 올해의 의인상 받으시겠네. - 아낌없이 주는 암살자네. - 노벨호구상 노미네이트 되실 듯? 그리고 미다스도 웃으며 말했다. “아, 참 고마우신 분이었는데, 기왕 더 고맙게 좋은 템 주면 좋겠네요.” 그야말로 조롱의 극치. 그 절정은 미다스가 아이템 루팅과 함께 미다스가 얻은 아이템을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어? 불뱀의 송곳니잖아?” 미다스의 손에 들린 칼자루 위에 불타오르는 송곳니를 보는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불뱀의 송곳니다! - 저거 레전더리잖아? - 맙소사, 여기서 레전더리가 나오네? 불뱀의 송곳니. 128레벨 제한의 아이템으로 찔린 대상에게 치명적인 독 데미지를 주는 옵션이 달린 단검이었다. 레전더리인 만큼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쌌다. 당장 미다스가 고스트를 잡아 얻을 아이템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비싼 아이템. 미다스가 그 불뱀의 송곳니로 바닥에 있는 비글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분 이름 아시는 분 계십니까? 너무 고마워서 선물이라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넘치는 여유. 물론 미다스는 자신의 발치에 있는 이의 정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젠장.’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겉과 달리 그의 속과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였다. ‘사냥뱀이라니……'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은 결코 웃고 떠들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냥뱀 길드, 그들은 갓워즈를 대표하는 비매너 길드 중 한 곳이었다. 갓워즈 초창기부터 이름난 길드들을 상대로도 비매너 행위를 주저 없이 저지르는 자들. 갓워즈에서 누군가를 죽이고자 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과 같은 자들이었다. ‘진짜 날 어떻게든 죽이고 싶은 모양이네.’ 그러한 사냥뱀을 썼다는 건 BJ대마도사의 행보를 막고자 하는 이들이 이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미.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어쩌면 시작의 마을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발견한 걸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 역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일 가능성 역시 충분했다. 그렇다면 가장 선두에 있는 미다스의 발목을 잘라 넘어뜨리는 것만큼 유효한 수단은 없을 터. ‘그냥 터뜨려버릴까?’ 이쯤 되면 미다스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단서를 공개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존재를 밝히는 순간 이슈거리는 제대로 될 텐데.’ 기호지세, 어차피 호랑이 등에 탔다면 기세를 몰아 깃발도 들어 올리면 세간의 이목은 더 끌 수 있을 터.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갓워즈에서 매우 특별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모르는 이는 없었으며, 어느 정도 메인 시나리오와 비슷한 것을 하리라고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응? 뭐야?’ 그렇게 고민하는 미다스, 그러한 그의 채팅창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가 등장하는 순간. [아즈모 : BJ대마도사, 우리 거래 하나 하자.] 그 등장과 함께 아즈모가 미다스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어떤 의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아즈모와 BJ대마도사의 대화, 그 앞에 채팅창으로 긴장감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 어휴, 고스트 사냥 때보다 더 떨린다. - 빅 이벤트네. - 무슨 거래일까? 그러한 긴장감은 미다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미다스는 아즈모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무반응에 아즈모가 대화를 이어갔다. [아즈모 : 내 질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만 해주면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 내가 입찰할게.] 아즈모가 입찰하겠다! 그 무엇보다 강렬하기 그지없는 그 제안에 미다스가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들어보겠다, 그 제스처에 아즈모가 곧바로 채팅을 올렸다. [아즈모 : 현재 네가 진행 중인 게 ‘시나리오’가 맞지?] 그 질문에 미다스는 직감했다. ‘내가 하는 게 메인 시나리오인 거 눈치 챘구나.’ 시나리오란 표현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강조할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확답을 원하는 걸 보면...... 아주 정확히는 모른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안을 한다는 건 아즈모 역시 직접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 어쨌거나 이제 주사위는 미다스의 손에 들어왔다. 여기서 미다스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 부정하거나 혹은 긍정하거나. 사실 고민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서 제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이 순간 미다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예라고 대답해야겠네요. 만족하십니까?” 미다스, 그가 시나리오의 존재를 제 입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9. 아즈모의 질문 그리고 BJ대마도사의 대답. 그것을 보고 들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고민이었다. “시나리오가 뭐지?” “무슨 계획 같은 건가?” 대체 그 둘이 말한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게임 내 시나리오가 있는 건가?” “보통 것은 아니겠지.” “그보다 아즈모가 이렇게 질문할 정도면 엄청난 거겠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저마다의 의견을 던졌다. ‘시나리오……' 박영준 역시 그 시나리오란 것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지금 내가 머리 굴려 봐야 답은 안 나와.’ 아주 짧게. 박영준은 그저 한 번 질문을 던지고는 그대로 시나리오에 대한 것을 잊어버렸다. 그의 생각처럼 이렇다 할 자료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민해봤자 무의미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고’ 무엇보다 지금 박영준에게는 급하게 할 일이 있었다. “라이브 종료하는 순간 광고 올려.” “예?” 갑작스러운 박영준의 말에 직원 한 명이 놀라며 반응했다. “광고요?” “그래, 광고. 이번 거 의뢰받아서 한 일이잖아? 그러니 감마 제약 광고 올려줘야지.” “그거…… 거절 아니었어요?” 이어진 물음에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거절하려고 했지.” 분명 박영준은 이번 의뢰가 미심쩍다는 이유로 거절하고자 했었다. “한 건 아니지. 안 그래?” 달리 말하면 거절한 건 아니었다. “뭐, 확답을 던진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의뢰는 완수했으니 광고를 올리자고. 그래야 의뢰에 대한 보수를 달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광고를 올린다면, 어쨌거나 의뢰를 완수한 셈. 의뢰를 준 감마 제약에 약속했던 보수를 요구할 근거는 됐다. “그런데 줄까요?” 물론 감마 제약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으니, 주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었다. 양쪽 다 할 말은 있는 셈. “주든, 안 주든 이야기는 하겠지.” 그게 박영준이 노리는 바였다. ‘정말 감마 제약이 BJ대마도사를 엿 먹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감마 제약과의 관계는 유지해야 해.’ 적은 가까이에 두어야 오히려 안전한 법. ‘이대로 잡은 손을 자르면 어찌할 수 없는 적이 될 뿐이니까.’ 감마 제약이 정말 BJ대마도사에게 위협이 된다면 관계를 끊는 것보단 어떻게든 접점을 남겨두는 게 아예 관계를 끊는 것보다 안전했다. ‘잘하면 더 뜯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적으로부터 이익을 뜯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최고의 시나리오는 없을 터. 그게 박영준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이었다. ‘아니, 뜯어내야지.’ 그리고 그는 그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와튼에서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그러한 박영준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 자, 그럼 이제 슬슬 라이브 방송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종료를 알리는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10.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정현우를 찾아온 것은 적막함이었다. 예의 들리던 이혁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에 정현우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혁주 녀석은 휴게실에 있겠지.’ 이혁주가 지금 무엇을 할지는 뻔했으니까. “아." 무엇보다 정현우에게는 그러한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거지?’ 떠넘겼던 문제들이 한 번에 정현우의 머릿속에 태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현우 형! 대박! 대박 사건!” 그리고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혁주가 소란 하나를 더 끼얹었다. “BJ대마도사가 갓워즈 시나리오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어요! 아즈모도 알고 있는 거고요! 아무래도 갓워즈에 태풍이 불 거 같네요. 아, 피가 끓는다 끓어!” 쉴 새 없는 이혁주의 말 앞에서 정현우는 말없이 그저 제 손바닥만을 내밀었다. “아! 여기요.” 그 제스처에 이혁주가 바로 정현우의 스마트폰을 그가 내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제 스마트폰을 받은 정현우가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 그런 정현우의 눈에 들어온 페이지는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의 경매 페이지였다. ‘1만 달러.’ 그리고 지금 현재 경매 입찰가를 확인한 정현우가 살짝 눈을 감았다. ‘아직 입찰 안 한 건가?’ 아즈모는 말했다. 대답을 해주면 자신이 입찰하겠다고. 그러나 정현우가 보기에 아직 입찰을 하진 않는 듯했다. ‘아니지, 어쩌면 이게 입찰한 것일지도?’ 그게 아니면 1만 달러가 아즈모가 제안한 금액 일 수도 있었다.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은 레전더리 등급이 아닌 유니크 등급 아이템. 희소성을 고려하더라도 1만 달러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금액이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감았던 눈을 떴다. ‘에이, 설마. 그래도 아즈모인데……'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입찰 내역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는 눈치챘다. "헉?" 그것이 1만 달러가 아님을. "억......." 114화. < 37화. 수호자의 유산 (1). > 1. BJ대마도사의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 서프라이즈 쇼가 끝났을 때 놀랍게도 그 쇼를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말한 시나리오에 대한 것뿐.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시나리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 BJ대마도사가 원래 하던 게 그런 거 아니었어? 메인 퀘스트 같은 거? 사실 이미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갓워즈의 메인 콘텐츠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짐작하고 있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면 오히려 다들 고개를 끄덕였을 터. - 시나리오잖아? ㄴ 그게 뭐? ㄴ 아니, 글쎄 시나리오라니까? ㄴ 그러니까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나 오히려 두루뭉술한 아즈모와 BJ대마도사의 대화 내용은 호사가들의 입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 아즈모가 유니크 아이템을 10만 달러 주고 사면서 한 질문인데 보통 질문일 리가 없지. - 아무렴, 아즈모가 아무리 돈이 썩어넘쳐도 예라는 대답 하나 들으려고 10만 달러를 쓰겠어? - BJ대마도사도 마찬가지지. 고작 돈 때문에 그 대답을 해줬을 리가 없잖아? 결정적으로 아즈모가 거금을 들여 얻은 대답이라는 사실이 온갖 소문을 만들어냈다. 그 둘이 말하는 시나리오가 퀘스트가 아니라 어떤 거대한 계획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부터, 그 시나리오가 끝나면 현재 공석이나 다름 없는 갓워즈의 권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까지. ‘진짜 별에 별 소리가 다 나오는구나.’ 그러한 세간의 반응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던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정현우는 그러한 사실에 혀를 차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래, 더 뜨거워져라.’ 이미 끌 수 없는 불을 지른 상황. 그렇다면 차라리 그 불이 더 거세지는 게 정현우 입장에서는 더욱 좋았다. ‘더 뜨거워져서 다음 라이브 때 시청자 숫자가 100만 넘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세간의 관심은 정현우에 대한 관심과 수익이 될 테니까. ‘아니, 넘게 해야지.’ 그렇게 각오를 다진 정현우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굳건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촌!” 그러자 밝은 웃음이 그를 반겼다. 그 웃음에 정현우가 손에 든 것을 뒤로 슬쩍 감춘 후에 말했다. “혜린아, 오늘도 잘 지냈어?” “응!" 대답과 함께 곧바로 정현우의 등 뒤로 향하는 조카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 눈빛에 정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혜린이는 치킨이 좋아, 아이스크림이 좋아?” 보통 성인이라면 너 뭐 잘못 먹었니? 하는 대답이 나올 만한 웃기지도 않는 질문. 그러나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정현우의 조카는 달랐다. “혜린이는……" 거대한 난제를 마주한 수학자의 표정을 지은 채 진지한 고뇌 속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치킨, 아니, 아이스크림! 아니, 치킨!” 여전히 흔들리는 대답에 정현우가 등 뒤에 감춘 것을 꺼내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둘 다 사왔지.” 손에 들린 두 개의 먹을거리에 혜린이가 감탄을 넘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삼촌, 최고!” “아이스크림은 냉장고에 넣고, 치킨은 아빠랑 같이 먹게 준비해둬. 손 씻는 거 잊지 말고.” “응!” 그렇게 조카와의 대화를 마친 정현우가 자신이 사온 것을 조카에게 건네주며 집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휠체어를 탄 그의 형, 정태우가 그를 반겼다.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사와?” “설마 내가 조카 녀석 치킨하고 아이스크림 사주려고 장기밀매라도 했을까봐?” 정태우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현우의 수입을 뻔히 아는 정태우 입장에서 최근 정현우가 쓴 돈이 그 수입 이상일 리를 모를 리 만무. 물론 동생이 돈을 많이 버는 걸 문제 삼는 건 아니었다. “너 위험한 일 하는 거 아니지?” 동생이 자신과 딸을 위해 무리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두려울 뿐. 그러한 형의 걱정에 정현우는 이내 짧게 한숨을 내뱉은 후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이번에 좀 중요한 일을 하게 됐어.” 정현우의 진지한 분위기에 정태우 역시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사이 형의 근처에 다가간 정현우가 귓속말을 하듯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어떤 정부 집단하고 갓워즈 서버 해킹에 성공한 해커들의 캐릭터를 뒤쫓는 일을 하고 있어. 그 집단 이름은 IMF고, 나랑 일하는 사람 이름은 이단 헌트야. 아, 진짜 이름은 톰 크루즈고, 작전명은 미션 임파서…… 아, 왜 꼬집어?” 마지막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가 형에게서 손을 치우며 소리를 내질렀다. “치킨 드세요!” 그때 때마침 상차림을 마치고, 손마저 씻은 조카가 해맑게 말했다. 그 모습에 정태우가 정현우를 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무모한 짓도 하지 말고.” 그 진심 어린 경고에 정현우가 실소를 지었다. 그 실소를 지으며 자신의 좁디좁은 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리하지 말고, 무모하지 말라……' 만약 과연 자신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단서를 알게 됐을 때 그 정보를 그냥 10대 길드에 팔아넘겼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 대가로 얼마를 벌었을까? 그리고 그랬다면 과연 지금처럼 아이템 하나를 파는 조건으로 1억 원을 벌고, 라이브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이 좁디좁은 집이 서울 강남에서 수십억 원짜리 집이 바뀌는 것을 망상이 아닌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어떻게 무리를 안 할 수 있겠어?’ 여기서 만족하고,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달릴 뿐. ‘당분간 돈 걱정은 없다. 1억이면 생활비는 물론 형 재활훈련 비용에 병원비, 혜린이 학원비는 차고도 넘어.’ 심지어 이제 그것을 위한 추진력도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집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하면 돼.’ 물론 상황은 쉽지 않았다.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고, 심지어 사냥뱀 길드라는 갓워즈 3대 비매너 길드마저 움직이는 상황.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식탁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조카와 형의 모습을 보는 정현우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이걸 방해하려는 놈이 있으면 어떻게든 박살낸다.’ 이제는 꼬리 내린 개가 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2. 언제나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신기루의 숲. 저벅저벅! 그 광경 사이로 미다스와 럭키 그리고 골드가 함께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중에서 미다스의 걸음이 평소와 달리 매우 위풍당당했다. 골드와 럭키의 보호가 아니라, 본인이 선두에 선 채 목적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디는 그 모습에는 자신감은 물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분쇄하겠다는 각오가 깃들어 있을 정도. “주인님, 오늘따라 주인님의 위엄이 더 눈부십니다.” 그 모습에 골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찬양을 내뱉었고,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난 맹수거든.” 왕? 그 말에 럭키가 질문을 던지듯 짖었고,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제 의중을 말했다. “내 눈앞을 가로막는 건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굶주린 맹수.” 예상조차 하기 힘든 그 대답에 럭키와 골드가 반응 대신 스윽, 서로를 가볍게 바라봤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오히려 분위기에 취한 채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날 말릴 생각하지 마. 내 안의 잠든 야수성은 매우 거칠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지 미다스의 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던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잠잠하게 바뀌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퀘스트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그러자 그 방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의 시선으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난 게 보였다. [고스트 (Lv.117)] 고스트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고스트쯤이야.’ 이미 한 차례 고스트 레이드를 경험한 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고스트를 잡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준비 운동으로 딱 적당하겠군.” ‘이것도 영상으로 찍자.’ 오히려 라이브 방송은 힘들어도 영상을 만들 만한 호재로 받아들였다. ‘내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쉽게 오다니, 운이 좋군.’ 그리고 영상용이라면 효율도 효율이지만 멋진 연출을 해주는 게 당연지사. 미다스가 소리쳤다. “저번에 물리 마법을 못 쓴 한을 여기서 풀겠네. 애들아, 뒤로 물러나. 나 혼자 상대한다!” 기세가 넘치는 순간을 넘어 폭발하는 순간. “그동안 참아온 야수성을 폭발한 괴물의 무서움을 보여주……"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고스트의 숫자가 하나 더 늘어났다. ‘어?’ 그 후에 다시 미다스가 눈동자를 굴리자 고스트가 다시 하나 더 등장했다. '셋?"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 세 마리가 이제는 미다스를 향해 우우우, 흐느낌을 내지르며 접근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슬그머니 뒤로 걸음을 물리며 자신이 뒤로 물러나게 한 럭키와 골드 사이로 슬쩍 들어갈 뿐. 폭군의 재림이란 외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러한 무색함 같은 건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미친, 갑자기 왜 셋이야?’ 만약 정말 이대로 고스트 세 마리와 전투가 시작된다면, 그 결과는 뻔했으니까. 아니, 전투 자체를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 튀지?’ 지금은 잘 도망치는 것을 염두에 둘 때였지. “네놈.” 그때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한 줄기가 내려왔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휙 들어 올리자, 고스트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미다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추방된 나타르사] ‘NPC다.’ 그 고스트의 머리 위에 보이는 저 표시가 미다스에게는 구원의 표시였으니까.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고스트는 말했다. “네놈, 어떻게 이곳에 왔지?” 그 물음에 대답은 필요 없었다. 미다스의 목걸이가 하늘 위로 움직였고, 그것을 확인한 NPC나타르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으니까. “이름 잃은 신의 유산을 찾는 놈이군.” 그리고는 이내 미다스의 앞으로 내려온 NPC나타르사가 손을 흔들자,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던 고스트들이 그대로 숲으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목걸이가 그대로 NPC나타르사를 향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향하는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NPC나타르사임을. [추격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NPC나타르사의 머리 위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물음표가 등장했다. 여기서 미다스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퀘스트 진행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 "이름 잃은 신과 어떤 관계십니까?” 그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대답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탐하다가 이렇게 떠돌이 망령이 된 신세이지.”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갑자기 미다스의 주변을 배회하며 말했다. “그리고 네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고.” 으스스하기 그지없는 말. ‘고스트 되면 개이득 아닌가?’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혹할 만한 말이었다. ‘물리 공격 피할 수 있고, 유령화 스킬 쓸 수 있으면……' 물론 그 사실을 미다스는 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저 고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게 꿈이었어요! 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만무.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대신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등장한 NPC나타르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가 도리어 묻고 싶군. 어떻게 그것을 손에 넣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는 짧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NPC나타르사가 놀라며 말했다. “그 알을 발견했다고?” 알.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괜한 설명 대신 인벤토리에서 알을 꺼냈다. “정말 있었군. 이 알이.” “이 알의 정체를 아십니까?” 알을 지그시 보던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질문에 스윽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궁금한가?” 딱히 안 궁금한데? 용의 알인 거 아는데? 라는 말이 입을 간질였지만 미다스가 꾹 참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NPC나타르사가 말했다. “공짜로 가르쳐줄 수는 없지.”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필요한 거?” 이어진 물음에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말했다. “이미 유령이 되어버린 내게 필요한 게 있을 것 같나?” 물질적인 것은 필요 없다는 말. “굳이 있다면 명예 같은 것뿐.” 이어서 나온 아련한 목소리에 미다스는 이제 머릿속에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다음 퀘스트가 추방자였으니…… 대충 견적이 나오네. NPC나타르사는 추방자고, 이번 퀘스트는 그의 명예를 수복해주는 거겠군.’ 그 내용이 그려지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무엇이든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 맹세할 수 있는가?” “예, 맹세하겠습니다.” “맹세를 받아들이지.” 그제야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앞에 처음으로 꼿꼿이 선 채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나타르사, 현재는 추방자일세.” 그 소개와 함께 NPC나타르사가 고개를 돌린 후에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과거에는 우드 빌리지의 수호자였지.” 생각보다 하려했던 과거에 미다스가 살짝 놀랐다. 우드 빌리지는 앞서 미다스가 방문한 즈가의 도시나, 웨스트 캐슬보다 훨씬 거대한 무대. 그런 무대의 수호자였다면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말. ‘이거 또 난이도 장난 아닐 거 같은데?’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추방당한 것을 복구해줘야 하는 일이니 난이도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좆망겜이 설마?’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점이 무엇보다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일. “긴말 하지 않겠네. 내 이야기를 지금의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께 말해주게. 그리하면 그 알의 정체를 알려주지.” 이어진 말에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제까지 우드 빌리지에서 관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다.’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를 만나는 게 쉬울 리 만무. 하물며 그냥 말해준다고 해서 덜컥 믿어줄 정도로 이 퀘스트가 쉬울 리는 더더욱 만무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NPC나타르사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그냥 말한다면 믿어주지 않을 터.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수호자의 유산을 모으는 것밖에 없네.” “수호자의 유산이요?”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그래, 수호자의 무구들이지.” “그럼 매우 강력한 무구이겠군요?” “아무렴.” “강력하면서도 신비한 능력도 품고 있겠죠?” “그렇지.” “그걸 전부 모아야 한다고요?” “그래, 그것이 있는 위치는 나만이 알고 있으니 나라는 것이 증명될 테니까.” 그 순간 이제까지 시큰둥한 표정을 지고 있던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더 나아가 자세도 고쳐 잡았다. 축 늘어진 그의 몸이 꼿꼿하게 섰다. “제 목숨을 바쳐 수행토록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명만 내려주십시오!” 그리고는 그 꼿꼿한 몸의 허리를 숙이며 자신의 몸으로 90도 직각을 표현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미다스가 뒤에 있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럭키, 골드야! 수호자님께 인사드려야지!” 갑작스러운 그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럭키는 바닥에 엎드렸고 골드는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NPC나타르사가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만 봤다. 아무래도 NPC나타르사의 AI가 이런 상황을 해석하지 못하는 모양. 그 상황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입니까?” 그제야 NPC나타르사가 대답했다. “일단 자네의 능력을 시험해봐야겠지. 요행이 따르는 자인지 아니면 정말로 실력이 있는 자인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허리를 90도 숙인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추방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추방자 나타르사의 시험을 통과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수호자의 장갑 !퀘스트 완료 시 ‘트롤의 숲’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커졌다. ‘퀘스트 통과하는 순간 바로 준다고?’ 갓워즈 특성상 보상이 크면 그만큼 리스크도 큰 법. 잔뜩 긴장한 미다스가 허리를 조심스레 펴며 말했다. “시험은 어떻게 됩니까?” 그 물음에 NPC나타르사가 대답 대신 손을 끄덕이자, 고스트 한 마리가 등장했다. 그리고 어느새 미다스의 머리 위로 올라간 NPC나타르사가 미다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스트를 잡아보게. 10분 안에.” 그 말에 미다스가 긴장을 풀며 말했다. “너무 어려운 테스트네요. 아, 너무 어려운 테스트다!” 3. -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스마트폰 위로 보이는 채팅에 엠마는 가볍게 자판을 두드렸다. - 강행. 짤막한 단어에 바로 대답이 올라왔다. - 현재 표적의 행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 의뢰를 줄 생각. - 거절할 텐데? -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의뢰 보수를 요구하는 중. 우리 쪽과 이야기를 할 의중은 있음. - 계획은? - 사냥뱀 길드에서 습격을 예고한 상태에서 받아치는 것을 의뢰 조건으로 걸 예정. - 우리를 잡는 걸 의뢰로 준다? 어지간해서는 수락하지 않을 텐데? 그 대목에서 엠마가 채팅을 멈춘 채 잠시 고뇌를 시작했다. 이윽고 마지막 고뇌를 마친 그녀가 채팅을 쳤다. - 거절할 수 없는 보수를 제안할 예정. 채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엠마는 채팅창을 나갔고,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채팅창이 그녀를 반겼다. -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 115화. < 37화. 수호자의 유산 (2). > 4. 라이브 방송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시청자들을 위해 쇼맨십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 쇼맨십이 있어야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의미를 느끼게 되니까. 물론 말이 쇼맨십이지 결국 장난질이었다. 미다스의 고스트 레이드가 그러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쇼맨십으로 탱킹을 하겠다면서 일부러 맞아주고, 물리 마법을 쓰겠다고 장난을 치고, 여유를 부리는 짓은 솔직히 사냥에 하등 도움이 되는 짓이 아니었다. 심지어 본래 계획과 달리 암살자의 등장으로 사안 마법도 처음부터 쓰지 못했던 상황. 그때 미다스는 고스트를 사냥하는데 14분이 걸렸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쇼맨십 없이 본격적으로 고스트를 사냥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고스트를 처치했습니다.] 지금 그에 대한 답이 나왔다. ‘6분 42초.’ 채 7분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 ‘재미 따윈 포기하고 사냥에만 집중하면 이 정도군.’ 그리고 그게 지금 미다스가 가진 전력의 수준이었다. 프로 플레이어들, 이름난 길드의 유망주들이 최소 7명 이상은 파티를 구성해야 잡을 수 있는 고스트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 “나쁘지 않군.” 그렇게 시험을 마친 미다스 앞에 NPC나타르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이렇게 쉽게 시험을 통과할 줄이야.” [나타르사의 시험을 통과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속내는 말과 달랐다. '장난 아니다.’ 솔직히 이 광경에 대해서 놀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 자신이었다. 왕! “영웅은 자신의 위용을 제 입으로 떠벌리지 않는 법, 주인님의 겸손함에는 언제나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번 고스트 레이드를 통해 럭키와 골드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여기서 구멍은 나다.’ 이 파티의 약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란 것을. 물론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몬스터는 패턴이 있고, 공략법이 있으니까. 잡으라고 설계된 놈들이니까. 문제는 이제부터 미다스를 위협하는 이들은 그러한 부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정말 이 바닥에서 플레이어 잡는 걸 낙으로 삼고, 업으로 삼는 이들이 조만간 올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연 미다스의 이 약점을 모를까? ‘그걸 날 노리는 놈들도 눈치 채겠지.’ 그 약점을 아는 수준을 넘어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애초에 마법사는 PVP능력이 떨어지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마법사 클래스는 레벨이 오를수록 PVP에서 가장 큰 약점을 보이는 클래스였다. 근력과 체력 스탯이 부족한 건 물론, 마법이란 것은 PVP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까. ‘데미지가 끝내줘도 못 맞추면 의미가 없으니까.’ 마법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것. 당장 지금 미다스만 해도 광역 마법의 경우를 제외하면 파이어볼 같은 투척 계열 마법을 플레이어 상대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하물며 작정하고 그걸 피할 생각을 하는 플레이어를 맞춘다? 자신보다 레벨도 높고, 온갖 스킬을 무장한 플레이어를 상대로? 이 부분은 커버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지. 그냥 순순히 당할 수는 없어.’ 물론 그게 미다스가 지금 자신의 약점을 외면해야 할 이유가 되진 않았다. 기분이 더럽고, 처참하더라도 약점을 봐야 언젠가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니까. ‘일단 기본 스펙부터 올리자.’ 짧은 생각을 마친 미다스가 NPC나타르사를 직시했다. “이제 제가 무엇을 해드리면 됩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가볍게 손으로 큰 원 하나를 그렸다. 그렇게 그린 원 너머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신기루의 숲의 풍경 대신 삭막하기 그지없는 숲이 보였다. 메말라버리며 갈라진 땅 위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은 숲이. NPC나타르사가 그 원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미다스에게 들어오라 손짓했다. 그 손짓에 미다스 역시 그 원 안으로 들어왔다. [신기루의 숲의 진면목을 본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말을 뱉었다. “이게 이 숲의 진짜 모습이다. 애초에 슬라임 따위만 사는 곳이 풍요로울 리가 없지.” ‘기회다.’ 그건 기회였다. “왜 이 모습을 감추는 겁니까?” ‘정보를 얻어야 해.’ 이번 퀘스트에서 미다스는 처음으로 자신이 얻은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이제는 대화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그 정보를 통해 퀘스트 클리어의 단서를 얻는 게 중요할 터.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애초에 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고작 한 명이 제 깜냥으로 해결하라고 만든 게 아니었으니까. 이제까지 미다스가 말도 안 되는 능력 덕분에 나름 쉽게 공략할 수 있었을 뿐.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 누가 이렇게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지. 이 숲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진짜 모습을 감추게 하는 건 신의 권능이 아니고서는 이룩할 수 없다는 것.”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이름 잃은 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여기 있을 가능성이 크겠어.’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에 오게 되리란 것을.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무엇을 했기에 나타르사 님을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이어서 나온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대답했다. “우리 사이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 그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이유를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NPC나타르사가 멈춘 곳 앞에 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니까. 조금 전에 살아있는 사람의 몸뚱이에서 잘라낸 듯이 여전히 혈색이 도는 팔이.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맙소사.’ 보았으니까. “내 팔이다. 손을 대보도록.”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괜한 질문을 따위를 던지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놀란 눈으로 그 팔에 손을 댔다. 번쩍! 그 순간 팔이 빛의 조각들이 되어 무너졌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투명한 장갑만이 남았다. [수호자의 장갑을 획득했습니다.] 장갑의 정체는 이번 퀘스트의 보상인 수호자의 장갑. “내가 수호자였던 증거이지.” 그에 대해 NPC나타르사가 짤막한 설명을 말했지만 미다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수호자의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95레벨 이상 - 수호자 나타르사의 장갑이다. 수호자의 신비로운 능력이 사용자의 잠재력을 끌어 올려준다. - 근력 +55 - 체력 +49 - 지력 +187 - 마력 +113 - 공격력 +13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모든 마법 쿨타임 -10퍼센트 - 마법 투사체 속도 +4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눈에 보이는 옵션이 미다스의 얼을 앗아갔으니까. 개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마법 투사체 속도 증가 옵션이었다. 그 옵션의 의미는 쉽게 비유를 하면 투수의 구속과 같았다. 마법사가 던지는 파이어볼의 속도가 빨라지는 개념. 갓워즈에서는 지극히 제한된 스킬을 통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는 옵션이었다. ‘말도 안돼, 이거 리볼버 스킬 옵션이잖아?’ 예를 들면 리볼버 같은 스킬들. “이제 장갑을 얻었으니, 다음은 내 머리띠를 얻을 때군.” 그렇게 놀라는 미다스에 NPC나타르사가 다음 과제를 주었다. “긴 말하지 않겠네. 트롤의 숲으로 가게. 그곳에서 머리 세 개 달린 트롤의 둥지를 찾아가게. 그곳에 내 머리가 있을 테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예, 바로 가야죠. 아무렴요. 머리가 있다고 하셨죠?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등을 놀리는 미다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래, 템빨 앞에서 장사 없는 법이지.’ 답을 찾은 표정이었다. 5. “예, 알겠습니다. 그럼 한 번 상의토록 해보겠습니다.” 살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러나 그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말이 문자가 되어 채팅창에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는 박영준의 얼굴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무렴요, 이번에는 꼭 사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채팅을 마친 박영준은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렸다. 보기에도 심각한 분위기. “저기, 사장님 일이 잘 안 되셨나요?” 그 분위기 속에서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박영준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몇 번 더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타자 치듯이 두드렸고, 그 사이 부하 직원이 한 번 더 질문을 했다. “보상을 못 주겠다고 했어요?” 그제야 박영준이 생각을 마친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보상은 주겠다고 했어.” “사역마 스킬 카드를요?” “그래, 이번 서프라이즈 쇼가 마음에 들었다고 기뻐하면서 말이야.” “대박이네요?” 그 사실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기만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은 대박은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의뢰를 했어.” “예?” “의뢰인이었던 감마 제약 쪽에서 이번 서프라이즈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새로운 의뢰를 했다고.” “새로운 의뢰를요?” 그제야 부하 직원은 무언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에도 그렇게 난입자들을 뚫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는 장면을 연출해줄 수 없냐고.” “아."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부하 직원은 왜 박영준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불구덩이에 일부러 들어가라?” 보스 몬스터 라이브 방송에서 난입보다 화끈한 건 없다. 그러나 그 어떤 플레이어도 난입을 반기지 않는다. 애초에 라이브 방송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그러한 난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것을 의도적으로 해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는 보스 몬스터 잡는 날짜 사전 공지한 후에 도발하라고 요구했겠네요.” 언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방해하고 싶으신 애들은 얼마든지 오십시오. 보스 몬스터가보다 더 값비싼 아이템을 두른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1+1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면 알아서 다들 덤벼들 테니까. “미친 짓이에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짓을 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가득이나 BJ대마도사 노리는 이들이 있는데, 아니 그보다 그렇게 하면 보스 몬스터조차 못 잡을 걸요? 더군다나 매우 중요한 퀘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발목이 잡힐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한 부하 직원의 격렬한 항변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설마 내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굳이 알려주려고 열변을 토해내는 건 아니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실을 박영준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의뢰 내용 자체를 보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그냥 거절하는 게 낫지 않아요? 어차피 그쪽 제안 미심쩍다고 하셨잖아요?”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게 맞았다. “BJ대마도사한테 말해주면 엿 먹으라고 할걸요? 그 양반이 뭐가 아쉽다고.” 아니, BJ대마도사 본인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리볼버 스킬 카드.” “예?” “의뢰 보상으로 리볼버 스킬 카드.” 그러나 이어서 나온 그 보상 앞에서는 부하 직원의 사고는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역마 스킬 카드는 어차피 필요가 없을 테니, 이번 의뢰를 받아주면 그 사역마 스킬 카드 대신에 리볼버 스킬 카드를 주겠다고 했어. 쉽게 말하면 묻고 더블로 가겠냐, 이거지.” 이어진 설명에 부하 직원은 고민했다. 그만한 물건이었다. 리볼버. 갓워즈에서 그 스킬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꿈의 스킬 중 하나였다. 여섯 발의 투척 마법의 위력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극대화주는 스킬이었으니까. 특히 개중에서도 투사체 속도 증가 옵션의 매력은 엄청났다. “리볼버 스킬 카드는…… G베이에서 거래된 적이 없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스킬이 현재까지 G베이에서 단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제안. “더불어 지급 조건에 성공 유무는 없어.” “예?” “보스 몬스터 못 잡아도 준다고.” 그 제안에 대한 조건을 듣는 순간 부하 직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럼 콜해야죠!” 그 반응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렸다. ‘콜은 무슨, 누가 보더라도 이거 함정인데.’ 박영준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이유 없이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실패를 해도 준다? ‘실패하라는 거지.’ 사실 그건 의뢰를 주는 쪽에서 실패를 바란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였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룰 때뿐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빡센 조건을 의뢰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게임 오버만 시킬 수 있으면 리볼버 스킬 카드가 남는 장사라는 거고.’ 더 깊게 들어가면 지금 BJ대마도사를 두고 이루어지는 어떠한 시나리오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즈모가 나온 것도 어쩌면 신호일 거야.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아즈모가 툭 시나리오를 던졌을 리 없어. 필시 압박이 오니까 그 압박에 대한 협박이겠지. 여차하면 시나리오를 공개하겠다, 이 판을 개판으로 만들겠다, 같은 개념.’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이야기는 해야지.” “저번처럼요?” 저번처럼 보상을 숨기실 겁니까? 그 물음에 박영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건수가 너무 커. 내가 중간에 보상을 숨기면, 어쩌면 저쪽이 우리를 거치지 않고 BJ대마도사에게 연락할 수도 있어." “그들은 BJ대마도사의 정체를 모르잖아요?” “G베이 통해서 쪽지 정도 보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아, 그렇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골치 아파져.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보상을 숨기는 이들을 믿을 리 없으니까.” “그럼……"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부하 직원이 가지는 의문은 하나였다. “BJ대마도사가 이 의뢰를 받을까요?” 과연 BJ대마도사의 의중은 어떠한가? 그 질문을 던지는 부하 직원은 어느 때보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그럴 만했다. “확실한 건 이 의뢰대로 라이브로 하면 100만 명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게 될 겁니다.” 분명 이대로 이야기가 된다면 대중의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높을 게 분명했다. 특히 이미 난입을 당한 상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난입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 이만한 배포를 보인 플레이어는 장담컨대 갓워즈를 통틀어서 열을 넘지 않을 터. “그래, 장난 아니겠지.” 그게 박영준이 고민하는 진짜 이유였다. ‘그러니까 BJ대마도사는 오히려 콜을 외칠 확률이 높고.’ BJ대마도사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자면,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피하거나 타협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도발을 오히려 정면으로 깨부수고자 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 그에게 때마침 연락이 왔다. “BJ대마도사가 영상 파일 하나 보내줬습니다.” 새로운 부하 직원이 새 소식을 알려줬고, 그 소식에 박영준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막 보낸 거야?” “예, 지금 막.” “그렇다는 건 영상을 보냈다는 건 지금 게임 밖이라는 거지? 메일 하나만 빨리 보내봐.” “메일이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박영준, 그가 답을 내렸다. ‘말해준 후에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어떻게든 BJ대마도사를 설득해서 의뢰를 받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그 후에야 박영준은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무슨 영상을 보낸 거야?” BJ대마도사가 무슨 영상을 보냈는지. “그게…… 고스트 솔로킬 영상입니다.” “뭔 개소리야? 고스트 솔로킬 영상은 저번에 받았잖아?” “그게…… 이번에는 엄격, 근엄, 진지 버전이라고 합니다.” 그 대답에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저 얼빠진 표정을 지은 이들만 있을 뿐. 116화. < 37화. 수호자의 유산 (3). > 6. 왕! “주인님, 저는 언제든 준비되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새로운 전장을 보여주십시오!” 언제나처럼 위풍당당한 기세를 내뿜는 럭키와 골드. 그러나 그 둘 사이에 있는 미다스는 조금 전 위풍당당한 모습과 달리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미치겠다, 그냥 영상만 보낼 생각이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눈앞의 채팅창. 고스트 솔로킬 엄근진 버전을 보냈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은 마치 연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이메일로 답장을 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고. ‘진지한 이야기라니? 그것도 사장님이랑?’ 그것도 그냥 신변잡기 따위를 나누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장님과 아주 진지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고스트 앞에서는 천하대장군이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초조함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채팅창 위로 사장님의 접속을 알리는 알림이 떴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떨지 말자. 당당한 모습만 보여드려야 해.’ 기죽은 사원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장은 없는 법. 프로야구선수 시절 때도 그랬다. ‘허세도 능력이니까.’ 감독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제아무리 믿음이 가는 선수라도 쓰지 못하는 법. 반대로 믿음이 가지 않는 선수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한 번 기용하게 되는 법이었다. 그 사실을 되새김질하며 미다스가 제 허리를 꼿꼿이 폈고, 표정도 무덤덤한 기색으로 바꾸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는 본인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와튼 : 저번 의뢰에 대한 것 때문입니다. 이어진 그 말에 심장이 덜컥했지만, 미다스는 여전히 자신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뭐지? 광고주가 싫다고 했나? 반응 나쁘지 않았는데? 아니면 서프라이즈가 심했나? 설마 너무 서프라이즈한 걸 싫어하는 타입이었나? 젠장, 그럼 아주 개헛발질 한 건데……' 만약 미다스의 마음을 읽는 이가 있었다면 그에게 배우를 하라고 제안을 했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력. - 와튼 : 광고주가 내용에는 만족했습니다. 의뢰한 보수도 지급하겠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뢰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미다스는 살짝 긴장을 풀었다. 아무래도 저번 것은 잘 처리된 모양. “새로운 의뢰요?” - 와튼 : 다음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날짜를 지정하고, 사전에 공지한 상태에서 라이브 방송을 해달라는 의뢰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그 설명에 미다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 그가 의뢰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하이에나들이 난입할 무대를 만들어라?’ 저번 고스트 라이브 방송 때처럼 난입자들을 상대하며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 싶다! 사실 이 제안 자체는 과한 제안일지언정 말이 안 되는 제안은 아니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난입자를 아주 멋지게 처리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광고주 입장에서는 한 번 제대로 그런 것을 연출할 수 없냐고 의뢰를 제안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제안이니까. 미다스도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미친, 걔들 사냥뱀 길드에요!’ 문제는 그 난입자가 그냥 난입자가 아니라 사냥뱀 길드 소속이라는 것. ‘젠장, 이걸 어떻게 말할 수도 없고……'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에게는 게임 내 모든 숨겨진 정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걸로 보니까 사냥뱀 길드에서 온 암살자였어요! 라고 사장님이나 광고주님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 된다는 말은 못 해.’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미다스는 안 된다는 말을 쉬이 꺼낼 수 없었다. 물어볼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의뢰 보상은 어떻게 됩니까?” 리스크에 따른 메리트뿐. 그러한 물음에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리볼버 스킬 카드입니다.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 잠깐, 내가 잘못 봤나?’ 너무 의심한 나머지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조차 잊을 정도. ‘어? 진짜? 혹시 몰래카메라인가?’ 그렇게 미다스가 말문을 이어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결국 사장이 대답을 듣기 전에 말을 이어갔다. - 와튼 : 조건은 시도, 그 자체입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성공 유무는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실패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미다스는 이번 의뢰의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맙소사, 날 위해서 이렇게……' 그렇기에 미다스는 이 의뢰를 받아준 라이징 스타 채널에 감격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에 말문이 멎을 지경이었다. ‘리볼버라니?’ 일단 리볼버 스킬 카드 자체는 돈으로 값을 가늠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G베이에서 단 한 번도 거래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던,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녀석. ‘이거 남는 것도 아닐 텐데?’ 하물며 광고비라면 계약에 따라 미다스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나눠야겠지만, 아이템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 어마어마한 의뢰 수당은 오롯하게 미다스만이 가지는 셈. ‘의뢰 조건도 파격적이다.’ 거기에 실패해도 얻을 수 있다? 그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설명을 했을까? 즉, 이 의뢰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 무수히 많은 이익을 포기하고 BJ대마도사를 위해서 가져온 의뢰였다. BJ대마도사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 가져온 의뢰! ‘이건 외면해서는 안 돼.’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내뱉을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노력을 봐서라도 당연히 받아줘야죠.” 라이징 스타 채널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 응하는 것! ‘제가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의뢰를 수락했다. 7. - 노력을 봐서라도 당연히 받아줘야죠.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알겠습니다, 라는 채팅과 함께 두 눈을 감았다. 바라지 않던 상황. ‘결국 이렇게 되는군.’ 그러나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놈들이 BJ대마도사의 성격을 너무 정확하게 파고들었어.’ 함정이란 사냥하고자 하는 사냥감에 따라 달라지는 법.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애매하게 숨기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정면으로 덤벼드는 게 훨씬 먹혔다. BJ대마도사의 대답이 그 증거였다. ‘놈들의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박살을 내야 직성이 풀릴 성격이니까.’ 노력을 봐서라도 당연히 받아줘야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게까지 자신을 잡으려고 대놓고 덤벼드는 놈들은 어떻게든 응징을 하겠다는 의미. 그러나 바라지 않던 상황 앞에서 박영준은 한숨 따윈 내뱉지 않았다. ‘판은 벌어졌다.’ 어차피 지나간 일에 후회를 해봤자 남는 건 없는 법. ‘그럼 판에서 최대한 이익이 남는 걸 강구하는 수밖에.’ 해야 하는 건 이 판에서 승자가 되는 건 물론 보다 많은 판돈을 가져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된 거 화끈하게 가자. 판을 키우자고.’ 그러한 생각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BJ대마도사가 당신의 의뢰를 수락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그에 대한 답장은 금방 왔다. -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그야말로 즉답. 그렇기에 박영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노리던 물고기가 미끼를 문 기분이겠지.’ 지금 이 의뢰를 한 무리들이 어떤 기분을 느낄지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러니까 더더욱 철두철미하게 움직일 테고.’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이 낚시를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움직일지.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겠어.’ BJ대마도사에게 진짜 제대로 된 위기가 왔음을. 8. “좆됐다.” 미다스의 짧은 탄식에 그의 근처에 있던 럭키가 다가와 이제는 미다스의 허리에 제 얼굴을 비볐다. 마치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이. 그 모습에 골드도 나서서 소리쳤다. “주인님,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주인님의 위대한 업적을 위한 밑거름이 될 뿐입니다.” 이제는 꽤 멋진 말을 내뱉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재차 긴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눈앞에 뜬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트롤의 숲]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 벨 : 9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트롤의 숲에서 머리 세 개 달린 트롤의 둥지를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트롤의 숲에서 트윈 헤드 트롤 사냥 시 둥지의 단서 발견 가능 !퀘스트 완료 시 ‘트리플 헤드 트롤의 둥지’ 진행 가능 그 퀘스트창이 말해주었다. ‘결국 잡긴 잡아야해.’ 이제부터 트윈 헤드 트롤을 잡으라고. ‘사냥뱀 애들 방해를 걷어내면서.’ 그리고 장담하건대 의뢰 내용대로 트윈 헤드 트롤을 잡고자 하는 날짜와 계획을 공개를 하는 순간 사냥뱀 길드가 미다스를 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칠 것이다. ‘130레벨 넘는 애들 대여섯 명은 오겠지.’ 심지어 이곳에서 올 수 있는 최고 레벨의 하이에나들 대여섯 명이 몰려올 터. ‘차라리 놈들만 오면 다행이지.’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사냥뱀 길드만 오는 경우는 차라리 나았다. 미다스를 노리는 이들은 그들 말고도 수두룩했으니까. ‘스카프 길드에, 레드 스네이크에 ……' 특히 저번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 탓에 미다스를 어떻게든 엿 먹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이들이 잔뜩 생긴 상태였다. ‘아, 내 스몰 랭킹이 몇 위였지?’ 그와 동시에 몸값도 가파르게 오른 상태. 솔직히 말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BJ대마도사를 잡는 게 훨씬 메리트가 높았다. ‘나 잡으면 대박이다.’ 얻는 명성도, 주는 아이템도.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대놓고 디데이를 맞춰주고 그 무대에 올라와준다면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저 멍하니 워즈튜브를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까? 왕! 그때 럭키가 미다스를 향해 짖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래, 개판이 되겠지.” 그 순간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아주 대단한 개판.” 자신의 말처럼 정말 질서와 규칙 따위는 볼 수 없는 짐승들의 무대를. “미친개들이 떼로 몰려서 아주 그냥 날……" 아군과 적군의 구분조차 없어 그냥 모두가 미쳐 날뛸 뿐인 무대를. “……날 잡으려고 서로 물고 뜯겠지?”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흠." 무언가 단서를 발견한 표정을. 9. 우드 빌리지. 신기루의 숲을 지나 등장하는 마을로, 그 이름 그대로 나무 위에 있는 마을이었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이들 대부분은 나무가 우거진 숲속, 그 나무 위에 오두막처럼 집이 있는 상상을 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이 놀랐다. “맙소사, 여기가 우드 빌리지라고?” “진짜 나무 위에 마을이 있잖아?” 우드 빌리지는 단 한 그루의 나무 밑동 위에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더불어 그 크기 역시 그동안 플레이어들이 지나친 즈가의 도시나 웨스트 캐슬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미친 이게 나무라고?” “성보다 더 큰 거 같은데?” “맙소사, 이 발아래 있는 이 선이 나이테라고? 도로가 아니라?” 갓워즈이기에, 가상현실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 그런 이유로 우드 빌리지에 방문한 대부분의 이들은 우드 빌리지에 대한 놀라움에 정신이 팔리고는 했다. “어? 저거?” “맙소사!” 그러나 그러한 우드 빌리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분명하게 빛날 수밖에 없었다. "BJ럭키다!” "BJ골드다!” "옆에 BJ탱커도 있어!” 미다스, 그가 우드 빌리지에 등장하는 순간 플레이어들 모두가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BJ대마도사가 왔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할까?’ 호감은 물론 경계심까지, 그야말로 모든 이들이 미다스를 향해 관심을 보냈다. "어?” "움직였다!” 그중 몇 명은 용기를 내어 미다스를 향해 걸어갔다. "분위기가 무거운데?” 4인 파티, 무리를 지은 채 미다스를 향해 걸어가는 그들의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자연스레 주변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설마 도전인가?’ ‘한 판 붙으려고?’ 이제는 모두가 …라는 단어를 떠올릴 무렵, 4인 파티가 미다스 앞에 섰다. 거리는 1미터 남짓. 서로가 손을 내밀면 닿고도 남을 거리. “BJ대마도사.” 그러한 거리 앞에서 4인 파티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사진 한 장 가능한가요?” 그 말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 당연히 찍어드려야죠.”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4인 파티 모두가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야, 허락해주셨어!” “내가 말했잖아, 허락해주실 거라고!” “BJ대마도사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넷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를 향해 다가가서는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아, 뭐야 셀카였어?” “난 또 싸우는 줄 알았는데.” “쯧쯧, 비싼 돈 내고 게임하면서 뭐하는 짓인지.” 그 모습을 보던 플레이어들 실소를 지었고, 일부는 혀를 짧게 찼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어느새 미다스의 앞으로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이내 줄이 만들어졌다. 셀카 타임 시작. “럭키 앞에 서!” “럭키만 찍어도 남는 장사야!” “럭키하고만 찍으면 돼!” 개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당연히 럭키였다. “저기 BJ대마도사 님 사진 좀……" 달리 말하면 미다스 앞에 오는 이들은 정말 BJ대마도사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진짜 팬이라는 의미. 그러한 팬의 등장에 미다스가 말했다. “얼마든지요. 원하는 자세 있으세요?” “그 새로운 무기 좀 잘 나오게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아, 이거요?” 자연스레 대화도 주고받았다. “저번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 봤어요. 대단하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멋진 거 준비 중입니다.” “다음이면…… 역시 트롤의 숲이겠죠?” “예." “라이브 방송은 당연히 트윈 헤드 트롤이시고?” “그렇죠.” 스타와 팬이 받는 일상적인 대화. 그래서일까? “혹시 언제 잡는지 일정 알 수 있을까요?” “보스 몬스터가 제 마음대로 잡고 싶을 때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니 확답은 힘들지만, 일단 라이징 스타 채널과 잡은 계획상으로는 8일 뒤입니다.” “8일 뒤요?” “아……" 그 대화 속에서 실수가 나왔다. 라이브 일정은 당일 전까지도 숨기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 "이런." 그 실수를 인지한 듯 미다스가 이내 조금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자신처럼 놀란 팬을 향해 말했다. “이 일정은 비밀입니다. 아시다시피……" 그 말에 팬은 뒷말을 듣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렴요. 비밀 꼭 지키겠습니다.” 말을 뱉는 팬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당장 이 이야기를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때 지을 법한 미소가. 그 미소를 본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정말 중요한 계획이라서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꼭 비밀 지켜주셔야 합니다.” 117화. < 38화. 트롤의 숲 (1). > 1. 트롤의 숲. 우드 빌리지의 북동쪽에 드넓게 위치한 숲으로 이름 그대로 트롤들이 등장하는 숲이었다. 그런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롤의 외형적 특징은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회색빛 진흙을 대충 뭉쳐 만든 듯한 몸뚱이에 옷 대신 녹색 이끼나 버섯을 덮고 다니는 거인. 그리고 딜러와 탱커들을 악몽에 빠뜨리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회복력의 소유자. 더불어 사냥터 레벨은 110레벨에서 130레벨이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대개 비슷했다. “사냥터 레벨이 130레벨까지라고?” “여기서 20레벨이나 올릴 수 있다면 아이템 세팅 바꿀 필요 없이 편하겠네!” 꽤 좋은 사냥터라고. 이상한 생각은 아니었다. 보통 사냥터가 바뀌면 그에 맞게 아이템 세팅도 바꿔야 하는 법. “적응 좀 하면 꿀 좀 빨겠는데?” 더욱이 갓워즈에서는 몬스터에 적응하는 게 매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 번 아이템 세팅을 하고, 적응하기만 하면 130레벨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트롤의 숲을 좋은 사냥터라고 생각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물론 정말 눈치 빠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130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는 건, 110레벨에 130레벨짜리 몬스터를 상대할 수도 있다는 거라고!” “지옥이지, 지옥.” 오히려 그 어느 곳보다 리스크가 큰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게 바로 트롤의 숲의 특징이었다.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롤들은 체격의 크기에 따라서 몬스터 레벨이 달랐다. “여기선 몬스터 보고 섣불리 덤벼들면 안 돼.” “맞아, 몬스터 눈치 보면서 다녀야 한다고.” 그런 이유로 레벨이 낮은 파티들이 다른 사냥터처럼 사냥감을 향해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도리어 피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까지 받았던 스트레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셈. 물론 그러한 스트레스와 조금도 관계가 없는 이가 있었다. ‘덩치 사이즈 보니까 레벨 좀 되는 애 같네.’ 미다스, 그가 그랬다. 이미 혼자서 고스트마저 솔로킬에 성공한 그에게 트롤의 레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경험치가 더 짭짤하겠네.’ 오히려 덩치 좋은 트롤은 미다스에게 있어 더 빠른 레벨업을 위한 좋은 경험치 공급원일 뿐. “럭키야, 일단 먼저 물어.” 왕! “골드, 네가 그 다음에 물고!” “예, 주인님!” 더 나아가 미다스는 트롤을 상대로 심도 깊은 전술이나, 전략 따위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은 내가 문다.” 단순하지만 압도적인 폭력을 앞세워서 트롤을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고자 할 뿐. 크어어어!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트롤은 럭키가 등장하는 순간 자리에서 멈춘 후에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그런 트롤을 상대로는 사생결단의 의지로 필요 없었다. 크르르! 럭키는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채 단숨에 트롤을 향해 몸을 던지며, 무려 5미터의 신장을 가진 녀석의 목덜미에 자신의 송곳니를 깊게 박아 넣었다. 크어! 트롤이 괴성을 내지르며 제 목덜미를 물어뜯은 럭키를 떼어내기 위해 럭키의 털가죽을 붙잡았다. “네놈!” 꽈앙! 그 순간 전력으로 달려온 골드의 몸통 박치기가 그대로 트롤의 몸을 흔들었다. 크어! 그러자 트롤의 그 거대한 몸뚱이가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럭키가 달라붙어 트롤의 균형을 뒤흔든 사이 골드의 공격이 제대로 통했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쿠궁! 그렇게 트롤이 대지를 두드렸다. 퍼엉! 그와 동시에 70미터, 먼 거리에서 날아온 미다스의 불덩이를 시작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창들이 트롤의 몸을 두드렸다. 그 마법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아직 채 100레벨도 되지 않은 마법사의 것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굳이 레벨로 따지자면 150레벨, 그 이상. 크어어어! 고작 120레벨 근처인 트롤 입장에서는 비명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일. “장난 아니네.” “트롤 하나 잡는데 1분이 안 걸리네. 그리고 그 광경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비명이 나올 법한 일이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런 화력이 가능한 거지?” “심지어 거리 봐. 60미터 거리에서 그냥 폭격이야.” “회복력 좋은 트롤이 BJ대마도사의 마법 한 쿨을 못 버티네.” “이거 무서워서 근처에서도 사냥 못 하겠네. 저러다 눈먼 마법에 맞으면 뒈지겠어.” 그건 마치 모두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 도로 위에서 갑자기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차를 본 것과 비슷했으니까. 그 차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반대로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사냥을 본 이들은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소문대로 이틀 후에 트원 헤드 트롤 사냥하려나?” BJ대마도사가 처음 우드 빌리지에 입성하는 순간 8일 후에 트원 헤드 트롤을 잡겠다는 내용의 소문을. 사실 그 소문이 처음 나왔을 때 믿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의 능력을 떠나서 트롤의 숲은 130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 사냥터 아닌가? 당연히 보스 몬스터인 트윈 헤드 트롤의 사냥 난이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어느 정도 레벨업을 한 후에 도전이 가능한 일이었고, 그 레벨업 시간은 다른 사냥터보다 최소 2배 이상 걸리는 게 상식이었다. “저 정도면 못 잡는 게 더 이상하겠어.” 하지만 지금 BJ대마도사의 전투 능력은 그것이 헛소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소문에 대한 근거는 확실해졌다.’ 그게 바로 미다스가 노리는 바이기도 했다. 미다스, 그는 우드 빌리지에 입성하는 순간 의도적으로 자신의 보스 몬스터 사냥 날짜를 유출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을 선보이며 그것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러니 이제 날 잡으러 오는 놈들이 디데이를 믿고, 몰려들겠지.’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이 보다 많이 모이도록. ‘그리고 서로 경쟁할 테고.’ 그럼 자연스레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끼리 경쟁을 하는 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트로피를 얻기 위해 모두가 손을 잡는 일은 결단코 있을 리 만무. 물론 일부는 손을 잡을 것이다. ‘사냥뱀 길드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지.’ 그러나 사냥뱀 길드는 예외였다. 사냥뱀 길드는 갓워즈를 대표하는 3대 비매너 길드 중 한 곳, BJ대마도사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보다 사냥뱀 길드를 잡고자 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사람이 많을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 ‘머릿수가 늘어날수록 변수는 걷잡을 수 없으니까.’ 더욱이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지는 법 아닌가? ‘눈먼 공격에 당해서 은신이 풀리거나, 다른 사람 맞추려고 던진 범위 마법에 같이 휘말리거나, 트윈 헤드 트롤의 폭주에 휘말리거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그러한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는 건 결국 개인 기량이 압도적인 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게 미다스가 굳이 8일이란 시간을 제시한 이유였다. [100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00레벨, 그 기념비적인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 ‘100레벨 스킬 카드 보상은 남다르지.’ 더욱이 100레벨의 보상은 매우 특별했다. ‘최소 레어 등급 이상, 그리고 무조건 레전더리 등급 스킬 카드 한 장 이상이 나오지.’ 100레벨 보상으로 주어지는 100장의 선택지 중에는 레전더리 등급이 무조건 등장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무조건 레전더리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셈. 미다스는 그러한 기회를 미루지 않았다. “예." 바로 내뱉은 대답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여기서 스펙업을 하고, 곧바로 라이브로 선전 포고를……'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미다스의 사고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페르노? 진짜?’ 황금빛 카드가 그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불태워버렸으니까. 2. 갓워즈에 대한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그곳에서 누군가 글 하나를 올렸다. - 이제 이틀 뒤인가? 앞뒤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글, 대체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글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달랐다. -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잡는다는 소문? - 소문대로라면 이틀 뒤가 디데이지. 모두가 그 글의 의미를 파악했다. 그 정도였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소문은 이제는 굳이 앞뒤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갓워즈와 관련된 대부분의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 그냥 헛소문 아니야? 물론 그 소문을 모두 믿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뜨거웠다. - 잡을 수나 있겠어? ㄴ 저번에 BJ대마도사가 트롤 잡는 파파라치 영상 잡는 거 보니까 트윈 헤드 트롤 못 잡을 건 없어 보이던데? ㄴ 잡을 수 있다고 해도 보통은 숨기는 게 정상이지. 일정이 드러나면 태클 들어올 텐데?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BJ대마도사가 실수로 말했다던데? ㄴ 실수로 말한 거면 일정 바꾸지 않을까? ㄴ 매우 중요한 일정이라 바꿀 수가 없다던데? ㄴ 어쩌면 이미 보스 몬스터가 섭외가 된 상태일 수도 있어. 왜 있잖아? 일부러 잡아두는 경우. 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논쟁보다 사람을 뜨겁게 만드는 건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소문을 들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 그보다 이게 진짜면 태클이 장난 아니겠는데? - 온갖 놈들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려고 덤벼들 거 같은데? - 저번처럼 암살자들도 난입할 테고. 라이브 방송 도중에 사고가 나는 것만큼 재미난 일은 없는 법. 하물며 그 사고가 예고된 상태라면? 기대가 생기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기대감은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진짜 소문대로 움직일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제 입으로 내뱉은 소문이던데,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이 있지 이제 와서 힘들겠다고 무르진 않을 것 같은데.” 캡슐방 휴게실에서조차도 모이는 이들의 대화 주제로 그 소문이 언급될 정도였다. “크흠, 아 이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절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요. BJ대마도사가 말이죠, 이번에 프러포즈를 준비한대요." “프러포즈? 뭔 개소리야?" “아니, 그러니까 이번에 소문으로 사람들 관심 확 모은 후에 프러포즈, 고백을 한다고요!” 심지어 웃기지도 않는 헛소문이 재생산 될 정도. “와, 로맨티스트네.” “로맨스 좀 아는 녀석인가?” “하긴, 내가 잡고 싶은 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네 마음이었어, 그러면 뻑가긴 할 듯." 그리고 그러한 헛소문을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근거를 붙일 정도였다. ‘혁주, 쟤는 대체 머리에 뭐가 있기에 구라를 쳐도 저런 구라가 나오는 거지?’ 휴게실 한 구석에 앉아 그러한 말도 안 되는 헛소문 생산 과정을 보는 당사자, 정현우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보다 진짜 이 정도까지 뜨거워질 줄은 몰랐는데.’ 사실 정현우는 자신이 내뱉은 소문이 이렇게까지 열기가 붙을 줄은 몰랐다. 좀 더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이 열기가 도리어 두려웠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과한 불길이 생겨버리면 그 불길에 갇혀 재가 될지도 몰랐으니까. 적어도 1시간 전까지는 그랬다. 100레벨을 달성하고, 보상을 얻기 전까지는. ‘뭐, 이제 상관 없지. 어차피 게임은 끝이니까.’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자, 그럼 이제 불을 지르러 가볼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발걸음에 1시간 전에 있었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3. 트롤의 숲. 그곳에서 럭키와 골드를 뒤에 둔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BJ럭키팬입니다 님이 입장했습니다.] [BJ아즈모팬이에요 님이 입장했습니다.] [BJ골드팬임 님이 입장했습니다.] [BJ대마도사패고싶다 님이 입장했습니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온갖 종류의 시청자들, 그러나 그러한 시청자들의 질문은 똑같았다. - 저기 BJ대마도사 님 요즘 소문 사실인가요? - 진짜 이틀 뒤에 보스 레이드 뛰나요? - 정말 프러포즈하세요? 소문의 진위 유무.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그 소문 때문에 지금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일단 먼저 분명하게 밝힙니다.” 말을 하던 도중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소문은 진실과 조금 다릅니다.” 진실과 다르다! 그 진지한 표정과 함께 나온 그 말에 채팅창이 보이는 반응은 대부분 하나였다. -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네! - 역시 헛소문일 줄 알았어. - 그래, 말이 안 되는 거지. 세상 천지에 보스 몬스터 잡겠다고 8일 전부터 공개하는 게 말이 돼? - 아, 결국 사고는 없겠네. 역시 그랬구나, 아쉽다, 라는 반응.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때문에 보다 자세한 사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더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번 고스트 레이드 당시 어느 고마우신 한 분이 제 사냥을 방해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운 좋게 상황을 넘어갔으나, 그때 이후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날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이 계시구나.” 누가 들어도 자기 반성. 그러한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 BJ대마도사님 갑자기 이상하시네? - 설마 은퇴 방송? - BJ럭키님, BJ대마도사가 뭐 잘못 먹었나봐요!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태도와 행동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풀죽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날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떠올렸습니다. 그분들에게 기회를 드려야 겠다고.” 이윽고 미다스가 숙인 고개를 들었다. “이틀 뒤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에 도전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상사에 대해서 그 어떤 개인적인 보복도 하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든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예, 맞습니다. 난입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보세요. 이런 기회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비릿한 미소가. 118화. < 38화. 트롤의 숲 (2). > 4. 갓워즈에서 몬스터를 스틸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경험치나 관련 타이틀은 마지막에 데미지를 준 플레이어 그리고 그 플레이어와 파티 플레이들만이 받을 수 있었다. 아이템의 경우에는 누가 먼저 아이템 루팅을 하는 쪽이 우선권을 가질 따름이었다. 이쯤 되면 ‘그냥 보스 몬스터를 두고 개싸움을 하라고 일부러 이렇게 설계한 거 아니야?’ 같은 소리가 나올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 몬스터 스틸을 시도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은 많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만큼 조심한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도하는 이들 중에 평범한 플레이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 실제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도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이름난 길드 소속의 유망주들이었다.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고, 지원을 받아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꿈꾸기 힘든 고가의 아이템을 가진 이들. 그런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란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겼을 경우였다. 스틸에 성공했을 경우, 과연 그 경우 몬스터를 도난 당한 이들은 어떻게 할까? 갓워즈 커뮤니티 게시판에 눈물 어린 아이콘을 뒤섞으며 푸념을 뱉을까? 아니면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거대 길드에 사정을 설명하고 처절한 응징과 복수를 부탁할까? 아니,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1티어급 길드라면 이러한 일에 대해서 타협 없는 응징과 보복을 해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갓워즈에서 보스 몬스터를 스틸했던 이들 대부분은 처절한 응징을 당했으며, 그러한 사례들이 쌓이며 생태계를 만들었다. - 예, 맞습니다. 난입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보세요. 이런 기회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지금 BJ대마도사가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생태계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 다시 말합니다. 이틀 후에 트롤의 숲에서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를 시도합니다. 몬스터 스틸을 하든 PK를 걸든 마음대로 하세요. 어디 길드 소속이건 간에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복은 없을 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절 게임 오버 시켰을 때의 경우이지만. 레이드 날짜를 공지했고,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으며, 그 어떤 후환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파격 선언! 때문에 그 선언에 모든 이들이 놀랐다. “골치 아프게 됐군.” 그중에는 어비스 길드의 핵심 멤버인 멀린이 있었다. “BJ대마도사란 놈이 정도를 모르는 놈이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200인치, 종잇장처럼 얄팍한 화면 너머로 선명하게 보이는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멀린이 고개를 돌려 엠마의 표정을 확인했다. “이런 식이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다 모여들 텐데…… 그러면 사냥뱀 길드가 움직이기도 쉽지 않겠어. 너무 변수가 많잖아?” 그렇게 멀린이 확인한 엠마의 표정에는 심각함이란 단어를 표현하듯 살짝 굳어 있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아예 판을 키울 줄이야. 역시 보통 재주는 아니야.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어진 물음에 엠마는 대답 대신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러한 한숨 소리가 귓가에서 맴돌다 사라질 무렵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다른 것보다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어느 길드가 움직일지, 그것부터 조사해봐야겠네요. 이 정도면 1티어급 길드의 유망주들도 충분히 메리트를 느낄 테니까요. 문제는 시간인데…… 다른 선택지도 염두에 두어야겠죠.” 답이라고 하기에는 힘든 대답. 그러한 그녀의 대답에 멀린은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래, 잘해야지.” 대신 격려 어린 말과 함께 검지로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오더가 내려올 테니까.” 경고 어린 격려. 그 말에 엠마가 여전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함 심정을 숨길 수 없음을 얼굴 위로 그대로 드러냈다. ‘상관없어.’ 그러나 그 표정과 달리 그녀의 속내에 복잡함은 없었다. 작금의 상황을 예상했던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다. ‘사냥뱀 길드가 움직이는 건 모든 게 끝난 다음, 커튼이 내려온 다음이니까.’ 애초에 엠마와 사냥뱀 길드는 보스 몬스터 스틸을 시도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사냥뱀 길드가 노리는 것은 보스 몬스터 사냥을 마친 후의 BJ대마도사였다. BJ대마도사가 의뢰에 성공했음을 느끼고 자신하는 순간, 모든 역량을 토해내는 순간. 그 순간 끝장을 낼 속셈이었다. 즉, 보스 몬스터 레이드 자체가 함정이었다. ‘놈이 오히려 판을 키워서 제 스스로 지쳐준다면 이쪽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렇게 수작을 부리는 건 사냥뱀 길드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 ‘라이브를 하는 순간, 끝이다.’ 무슨 짓을 하든 결국 그 자리에 등장했다는 것이 BJ대마도사에게는 악몽이 될 테니까. 그렇기에 엠마는 더 이상 BJ대마도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다음은 배신자를 처리해야지.’ 다음 사냥감을 물색할 뿐. 5. - 사냥 날짜도 공개했는데, 심지어 난입까지 허락하다니! - 세상에 이런 방송은 없었다, BJ인가 또라이인가? ㄴ 또라이인듯? ㄴ ㅇㅇ 또라이지. BJ대마도사의 선언에 사람들은 놀랐고 동시에 흥분했다. 그리고 이내 시간이 흐르며 뜨거워졌던 열기가 가라앉고, 정신이 차가워졌을 때 그들은 BJ대마도사의 진짜 의중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이거 말이 보복 안 하겠다는 거지, 달리 말하면 근처에 오는 놈들은 죄다 적으로 보고 죽이겠다는 거잖아? - 그래, 이건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게 아니야. 이건 저번에 난입 당한 것에 대한 선언이라고. BJ대마도사의 선언이 그저 라이브 시청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또 다른 하나의 쇼가 아님을. - 자신을 방해하는 놈들을 문자 그대로 공개 처형하겠다고. 이것이 자신을 향한 도전에 대한 처절한 응징임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몇몇 이들은 생각했다. - 와, 이 이야기 듣고 난입하려던 거 포기함. - 이거 난입했다간 저승행 티켓 끊겠는데? - 하물며 표적은 BJ대마도사잖아! 이 리스크가 넘치는 일에 과연 누가 발을 담글 것인가?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 그래, 표적이 BJ대마도사지. - 스몰 파크 랭킹 955위, 현재 갓워즈에서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 중 이슈 랭킹 2위. - 잡으면 대박. - 지금 어지간한 200레벨 보스 몬스터 잡는 것보다 BJ대마도사 잡는 게 훨씬 나을 걸? BJ대마도사가 사냥감이라는 메리트를 생각하면 그 리스크를 감수해볼 만하다고. 그 사실이 또 다른 가십거리가 되었다. - 사실 이런 기회 별로 없잖아? 여기서 BJ대마도사 잡으면 진짜 로또 맞는 거 아니야? - 누가 그러던데? BJ대마도사 죽이면 그 자리에서 10만 달러 버는 거라고. - 이렇게 되면 1티어급 길드가 움직이겠는데? 솔직히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오잖아? 과연 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꺼이 도전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도전자는 얼마나 될 것인가? 그 도전자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 누구도 준 적 없었던 기대감 속에서 결전의 날이 밝았다. 6. ‘개판인 줄 알면서도 개떼처럼 모였네.’ 트롤의 숲, 그곳을 채운 플레이어들을 확인한 미다스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그렇게 싫은가?’ 적지 않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잡고 싶어하는 플레이어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에 대한 쓴웃음이었다. 더욱이 이들이 자신을 잡으러 온 이들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저기, 골드다!” “옆에 럭키도 있네.” 트롤의 숲임에도 뻔히 보이는 트롤을 무시한 채 다른 것을 찾기 위해 두 눈을 부라리는 이유가 달리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BJ대마도사는 안 보이는데?” “모습을 숨기고 있겠지.” 덕분이었다. ‘그래, 잘 숨기고 있지.’ 폴리모프를 통해 트롤로 변신한 미다스가 주변을 배회하며 자신을 노리러 온 이들을 무리 없이 탐색할 수 있었던 건. ‘그보다 다들 길드 빵빵하네. 어중이떠중이들이 찾는 게 더 힘들 지경이야.’ 그렇게 미다스가 가볍게 탐색하면서 파악한 플레이어의 숫자는 사십여 명 정도였다. 물론 그냥 사십여 명이 아니었다. ‘궁수 클래스가 스물일곱, 도적 클래스가 열다섯인가?’ 먼 거리에서 감시가 가능한 궁수 클래스와 은신 스킬을 통해 모습을 숨길 수 있는 도적 클래스로 구성된 이들만 사십여 명. ‘후방에 남겨둔 파티원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내 주변에만 백오십 이상이네.’ 아직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백이 넘는 이들이 꼬리에 붙은 셈이었다. ‘사냥뱀 길드도 보였고.’ 그리고 그중에는 사냥뱀 길드원도 보였다. ‘둘이나.’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 그렇게 자신을 포위한 하이에나들과 그 속에 숨은 사냥뱀의 숫자를 가늠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트윈 헤드 트롤 출몰까지 남은 시간 2분 29초] 보스 몬스터 리젠 타임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저것이 0이 되고 미다스가 등장한 트윈 헤드 트롤에게 공격을 날리는 순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될 것이다. ‘라이브가 시작되면 이 세 배는 올 거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면 지금의 배가 넘는 이들이 이곳에 몰려들 터였다. 이제부터 그 어마어마한 무리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사냥뱀 길드 앞에서 트윈 헤드 트롤을 잡아야 하는 셈. ‘뭐, 몇 명이 오든 상관은 없지만.’ 그러나 그 상상만으로도 아득한 일 앞에서 의외로 미다스의 기색은 평범했다. 그렇게 평온한 기색을 품은 채 미다스가 트롤인 척 연기를 하며 주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카운트다운이 0이 됐다. 크어어어! 크아아아! 그와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듯이 트원 헤드 트롤의 두 개의 머리가 괴성을 내질렀다. “여기서 떴어?” “어? 진짜 뜬 거야?” 그 사실에 BJ대마도사를 감시하던 이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시점은 마지막으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시간을 알면 가늠할 수 있지만, 등장하는 무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법. 즉, 트윈 헤드 트롤의 등장 자체가 여기 모인 모든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예상치 못했기에 모두가 그대로 굳었다. 그러한 그들을 움직이게 한 건 소리였다. 퍼엉! 불덩이가 트원 헤드 트롤과 부딪치며 낸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모두가 똑같이 소리쳤다. “BJ대마도사가 선공권을 가졌다!" “레이드 시작이다!” 7.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롤은 그 덩치에 따라서 레벨이 달라졌다. 3미터에서 4미터 사이 녀석은 110레벨 근처이지만, 5미터가 넘는 애들 중에는 130레벨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그러한 트롤들의 보스 몬스터인 트윈 헤드 트롤의 덩치는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6.3미터의 신장 그리고 그러한 신장을 난쟁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 크어! 크아!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러한 거대한 몸뚱이 위에 달린 두 개의 머리였다. 서로가 몸의 주인임을 증명하려는 듯, 경쟁적으로 내지르는 포악한 괴성이 숲을 뒤흔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존재감. 그러한 존재감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것이 보스 몬스터에 대해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이유였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보스 몬스터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으니까. 달리 말하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용기였다. 보스 몬스터를 보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먼저 공격을 날릴 용기.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 그가 보여준 용기는 그 누구보다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퍼엉! 망설임 한 점 없이 던진 큼지막한 파이어볼이 두 개의 머리를 품은 가슴, 그 정중앙에 꽂혔으니까. “대단하네.” 먼발치에서 스킬을 통해 그것을 보던 플레이어들, BJ대마도사를 노리기 위해 온 그들도 그 광경에는 감탄을 토해냈다. “뒤도 안 보고 일단 날리고 보네.” “저 괴물을 상대로 말이야.” 만반의 준비를 마친 파티들보다 막상 조우하는 순간 쉽사리 공세를 퍼부을 수 없는 괴물이었으니까. 물론 그러한 놀람은 잠시였다. BJ대마도사가 레이드를 시작했다는 것을 파악한 감시자들은 그 사실을 후방에 대기 중인 동료들에게 알렸다. “레이드 시작이다!” “다들 움직여!” 그것을 보고 받은 플레이어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계획대로 간다!” “괜히 다른 플레이어들과 충돌하지 마! 눈이 마주쳐도 모른 척 지나가!” “BJ대마도사가 레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몬스터들 씨를 말려버려!”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사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의 목적은 트윈 헤드 트롤 혹은 BJ대마도사, 둘 중 하나. 무엇을 노리든 간에 이제 막 전투가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노릴 이유는 없었다. 그 둘이 치고받으면서 어느 정도 소모전을 치른 다음에 노리는 게 마땅하지. ‘BJ대마도사를 잡는 최적의 적기는 3페이즈, 두 머리 모드일 때다.’ 그중에서도 최적의 타이밍은 트원 헤드 트롤이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두 머리 모드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황이 올 때까지 변수가 될 여지를 차단하는 게 훨씬 이익이었다. “괜히 이상한 짓 하는 새끼들은 우리가 잡는다.” “이야기 다른 파티원들하고는 끝났어. 2페이즈 전까지 움직이는 놈들은 우리가 처리한다.” 심지어 모인 플레이어들 중 일부는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해 이상한 짓을 하고자 하는 관심종자들을 처리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말도 안 되는 놈들 때문에 놓칠 순 없지.” 그 목에 수십만 달러나 되는 값이 매겨진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안 움직이군.’ 그러한 플레이어들의 의중을 미다스는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 나 같아도 3페이즈 돌입할 때까지는 지켜만 보겠어.’ 그게 상식적이기에. 한편으로는 섬뜩한 일이었다. 크어어! 미다스가 눈앞에 있는 트윈 헤드 트롤이란 괴물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그 전투가 끝에 이르는 순간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이 자신 혹은 트윈 헤드 트롤을 잡기 위해 덤벼든다는 이야기 아닌가? ‘저런 놈들 사이에서 이걸 잡는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 물론 그 끔찍한 상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뭐, 어차피 지금 잡을 생각은 없지만.’ 트윈 헤드 트롤 사냥을 포기하는 것. 그 방법을 떠올린 미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119화. < 38화. 트롤의 숲 (3). > 8. 트윈 헤드 트롤. 이 거대하기 짝이 없는 괴물을 처음 마주한 이들은 그 거대함을 보고 겁에 질리고는 했다. 그리고 그 공포를 이기고 전투를 시작한 다음에는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 생각보다 쉽네? 착각은 아니었다. 1페이즈 상태에서 트윈 헤드 트롤의 공격 패턴이나 행동 패턴은 매우 단순했다. 문제가 시작되는 건 HP가 80퍼센트 이하가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2페이즈, 일명 머리 하나 모드가 발동되는 순간. - 눈 감았다! 머리 하나 모드, 그 표현 그대로 2페이즈부터 트윈 헤드 트롤의 2개의 머리 중 하나는 눈을 감으며 수면 상태에 빠졌다. - 어느 쪽? - 왼쪽이 감았어! - 그럼 오른쪽이 눈 뜬 거니까 공격 모드네? 그리고 눈을 뜬 머리에 따라서 전투 스타일이 달라졌다. 오른 머리가 눈을 뜨는 순간은 공격 모드로, 기본 능력치 자체가 20퍼센트 상승했다. 크어어! 그와 동시에 매우 저돌적인 공격 패턴을 보였다. 방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저 공격만 했으며, 원거리 딜러의 공격에 반응하는 순간 그곳을 향해 돌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모양의 폭탄인 셈. - 왼 머리는 뭐야? ㄴ 방어 모드. 반면 왼 머리가 활동하는 순간은 방어 모드였다. 방어력은 30퍼센트가 상승하며, 행동 패턴 역시 수비적이었다. 적극적인 공세가 오면 몸을 웅크리거나 두 팔이나 주변 나무 따위를 이용해 제 몸을 보호했다. - 그럼 왼 머리 상태일 때 데미지 딜링을 하겠네? ㄴ 보통은 그렇지. 이런 이유로 트원 헤드 트롤을 정석 공략법은 오른 머리가 눈을 뜰 때는 도망치고, 왼 머리가 눈을 뜨면 데미지 딜링을 하는 식이었다. - 보통은? ㄴ 언제 왼 머리가 눈을 뜰지 모르거든. 문제는 머리가 바뀌는 타이밍이 제멋대로라는 것. ‘언제 뜰지도 모르고, 뜨는 걸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지.’ 그리고 눈을 뜬 머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포착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자기보다 키가 1미터 큰 사람의 얼굴 표정을 가늠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 그런데 근거리에서 6미터짜리 괴물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가늠한다? 근거리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먼 거리에서 보고 판단을 해줘야 하는데 먼 거리는 먼 거리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먼 것이 더 잘 보일 리는 없었으니까. ‘전투 중이면 더더욱.’ 하물며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 도중에 그것을 신속하게 파악한다? 둘 중 하나였다. 재능을 타고났거나 아니면 그냥 무수히 많은 연구와 공부, 분석을 했거나. ‘그래서 연구했는데……' 미다스는 당연히 후자였다. 모드 변화를 보다 빨리 눈치 채기 위해 모드 변화에 따른 행동 패턴을 연구했으며, 그것을 보다 파악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리와 방향이 어떠한지, 자신이 어디에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준비해두었다. ‘쓸모 없게 됐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렸다. 크어어! [19초] 트윈 헤드 트롤의 각 머리 위에는 그들의 활동 시간을 알려주는 큼지막한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으니까. ‘자, 이제 19초 후에 왼 머리 모드다.’ 덕분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었다. 그 숫자를 보고 일찌감치 스킬 쿨타임을 준비할 뿐. “왼 머리! 딜링 들어갑니다! 라이트닝 볼 앤 아이스 볼 앤 파이어 볼!” 그리고 모드가 바뀌는 순간, 왼 머리가 눈을 뜨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반응하고 움직였다. - 와, 반응 속도 보소! - 눈 뜨자마자 반응하네. - 저게 가능해?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 반응 속도에 그저 감탄을 내지를 뿐이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BJ대마도사의 반응 속도는 수준급 정도가 아니라, 최정상급이야.” “저 정도 반응 속도는 마법사들 중에서는 멀린 정도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반면 BJ대마도사를 잡고자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올 따름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 아니, 난입 왜 아무도 안 함? 엄청 많이 왔던데? - 이쯤 되면 한두 명쯤 덤벼들 만한데 조용하네. 전투가 시작되고 6분이 지났을 무렵임에도, 트윈 헤드 트롤이 2페이즈에 돌입하고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 한 번의 해프닝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 ‘아, 이거 뭐 장난도 못 치겠네.’ ‘지금 들어가면 무조건 박살 나.’ 저렇게 여유 있게 트윈 헤드 트롤의 HP를 갉아먹고 있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그냥 방송에 한 번 나와보겠다고 잡으러 들어갔단 어떤 꼴이 될지 뻔했으니까. ‘저 반응 속도 보면 더더욱.’ 더욱이 그런 수작을 부리려는 이들 대부분은 실력이 그리 뛰어난 케이스도 아니었다. 정말 실력이 뛰어났거나, 아이템 세팅 등 전력이 확실했다면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BJ대마도사를 잡고자 했을 터. ‘예상대로다.’ 물론 이 역시 미다스가 예상한 바였다. 정확히는 노렸다. 만약 판이 작다면 필시 어중이떠중이들이 장난 삼아 난입했겠지만, 판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지만.’ 정확히 말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더 편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왕! “네놈!” 럭키와 골드, 둘의 적극적인 공세 속에서 권투선수마냥 두 팔을 들어 제 몸을 가리는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 볼을 망설임 없이 던졌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라이트닝 스피어!” 그리고는 곧바로 창 계열 3개 마법을 캐스팅했다. “자, 캐스팅 하는 동안 잡담 좀 해볼까요?” 그리고 생긴 여유 시간을 통해 입을 열었다. 시청자들 역시 그것을 기다렸다는 반응했다. - BJ럭키님, 여기 딜러 놀고 있습니다! - BJ골드님, 버스 그만 태워주시고 강퇴 좀! - 와, 완전 날로 먹네! 딜러 바꾸시죠? 시청자들이 저마다 우스갯소리를 날렸다. 그것을 본 미다스도 미소를 지었다. 허나, 속내는 달랐다. ‘오늘 여기서 내 보스 몬스터를 노리려는 이들에게 보여줘야 해.’ 보스 몬스터 스틸이 일어나지 않는 건 대부분이 후환을 두려워하는 탓이었다. 뒷배경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 그래서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은 더 나은 길드를 찾아가고는 했다. 그러나 그런 배경이 미다스에게는 한 톨도 없었다. 만약 정말 미다스가 스틸을 당하는 순간, 그의 민낯이 드러나는 셈.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것을 위해서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날 건드리면 생각한 것보다 더 좆된다는 걸.’ BJ대마도사를 건드리고자 하는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그보다 매우 조용하네요. 조금 전 둘러 봤을 때는 꽤 많이 온 것 같았는데. 그리고 사전에 제가 개인적인 루트로 얻은 정보에 따르면 괘 많은 길드분들이 오셨는데.” 그 첫 번째는 공개였다. “레드 스네이크에, 스카프 길드는 당연히 오셨고.” 미다스, 그가 이곳에 온 길드 중 이름난 길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쪽의 트리플 코드 길드랑 중국 쪽인 오성문 길드, 일본의 오로치 길드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굿호프 길드까지.” 하나하나씩, 그들이 속한 나라까지 친절하게. 그러한 설명에 채팅창 반응이 아수라장이 됐다. - 맙소사, 저 말 사실이야? - 면면이 화려하네. - 최소 2티어 이상, 1티어급도 있잖아. - 10대 길드만 빼고 다 온 듯? 언급된 길드 면면이 매우 화려한 탓이었다. - 아니, 그보다 BJ대마도사는 저걸 어떻게 아는 거야? - 대체 정보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무엇보다 미다스가 그것을 저토록 자세히 알고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는 놀라움이었다.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기꺼이 설명을 해주었다. “뭐, 그 외에도 많긴 하지만…… 솔직히 다 외우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저 대신 정보를 구해다주는 친구 녀석에게 좀 말해 둬야겠습니다. 100대 길드 외에는 그냥 좀 알아서 무시하라고 말이죠.” ‘정보력은 무슨, 조금 전 본 거지.’ 물론 수작이었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지.’ 그러나 필시 이러한 수작에 대부분은 미다스에게 정말 그런 이 정도 고급 정보를 주는 어떠한 세력이 있으리라 착각할 터. “아, 개인적으로 보복하려고 알아둔 건 아닙니다. 여기 언급된 길드랑 이번 일로 사이 안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 캐스팅 끝났네.” 그 순간 캐스팅이 끝난 미다스가 손에 생긴 창을 다시 한 번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채팅창에는 여러 말들이 오고 갔다. - 이번에만 아니라는 거지, 다음에는? - BJ대마도사를 정체 숨기고 몰래 잡는 건 불가능하겠네. - 잠깐 들은 건데, 이번 이 이벤트 자체가 블랙리스트 만드는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 BJ대마도사가 후원하는 대기업들이 이번에 참가한 길드들 스폰서 끊어 버린데! - 스폰서가 뭐야, 내가 조금 전 들었는데 길드 해체도 시킬지 모른다고 함. 미다스의 말이 그 순간 확대, 재생산되어 세상 곳곳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렇게 재생산된 이야기들은 이곳에 온 이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우리 정체를 안다고?” “어, 어떻게? 잘 숨겼잖아?” 비공개 방송 채팅창, 그 채팅창을 통해 그 사실을 보고 받은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그때 손에 든 마지막 아이스 스피어를 날린 미다스가 무언가 떠올린 듯 말을 뱉었다. “아, 그러고 보니 사냥뱀 길드도 있었죠.” 툭 던지듯 내뱉는 말. 그러나 그 말이 이제까지 내뱉은 미다스의 그 어떤 말보다 큰 충격을 주었다. - 사냥뱀 길드라니? - 3대 비매너 길드인 그곳? 그도 그럴 것이 사냥뱀 길드가 쌓아온 악명은 어떤 의미에서 10대 길드, 그다음 수준이었으니까. “사냥뱀 길드가?” “그 빌어먹을 놈들이 여기 왔다고?” 그리고 1티어급 길드들에게 있어서는 최우선 척결대상 중 하나였다. 그들이 쌓아온 악명은 그 누구도 아닌 그러한 유명 길드들의 손해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물론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 “아, 사냥뱀 길드에 원한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저번에 고스트 잡는데 그리 큰 도움을 주신 분께 원한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전 여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그 말은 그 의심의 무게감을 빠르게 줄였다. - 하긴, 그 정도 은신 능력 가지고, 레전더리 무기를 가진 주제에 단독 행동할 만한 난입자는 사냥뱀 길드밖에 없지. ‘레전더리 무기를 암살자에게 쥐여주고, 심지어 그런 암살자를 단독으로 움직이게 할 만한 곳은 사냥뱀 길드 외엔 없다.’ 그렇게 던질 말을 다 던진 미다스가 소리쳤다. “공격 모드! 럭키, 골드 흩어져!” 트윈 헤드 트롤의 오른 머리가 눈을 뜨는 순간 미다스가 명령과 함께 본인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어어! 잠잠했던 전장이 다시 소란스럽게 변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를 노리고 전장에 온 이들은 그 소란에 쉬이 집중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BJ대마도사가 아닌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사냥뱀 길드가 있다니.’ ‘그 족속들하고는 타협하면 안 돼.’ 사냥뱀 길드가 이곳에 있다는 건, 언제든 이곳에 있는 이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의미. 그런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기엔 그 악명이 너무 드높았다. ‘죽 써서 뱀 줄 순 없어.’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 BJ대마도사를 힘들게 잡았으나 결국 사냥뱀 길드에 당했다, 라는 시나리오가 이제는 머릿속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이대로 속행해?’ 한편으로는 대답을 기다렸다. 사냥뱀 길드가 있는 와중에 과연 이대로 BJ대마도사 사냥을 속행해도 되는 건가? 비단 그들만 고민하는 건 아니었다. - 잠깐만! 위에 이야기 좀 해볼게! - 대기해! 일단 위쪽에서 대답 오면 알려줄게! 그들을 지원하는 서포터들 역시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크어어! 그 사이 BJ대마도사는 착실하게 그리고 빠르게 트윈 헤드 트롤의 HP를 줄여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용열병!” 그 외침이 삽시간에 전장을 뒤흔들었다. - 용열병이다! “피버 타임?” 그도 그럴 것이 용열병은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데미지 딜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지금 그 가속 페달을 밟는 이유는 하나였다. - 여기서 끝낼 속셈인가? - 아직 3페이즈는 발동 안 했는데? 이 전쟁을 끝내는 것. - 말도 안 돼. - 가능할 리가 없어. 물론 보통의 경우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 3페이즈에 들어가는 순간 생존본능 스킬 발동한다고! 트윈 헤드 트롤은 HP가 20퍼센트 이하가 되는 생존본능 스킬이 발동하며, 이것이 발동하는 순간 트윈 헤드 트롤은 어그로 관리가 무색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변함과 동시에 HP회복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더 골치 아픈 건 생존본능 스킬이 발동한 트원 헤드 트롤의 HP가 30퍼센트까지 차오를 경우였다. 그 경우 트윈 헤드 트롤은 다시 2페이즈로 돌아갔다. 즉, 다시 한 번 더 3페이즈 공략을 해야 한다는 의미. 그런데 아직 2페이즈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솔직히 그건 레이드 포기 선언이었다. - 하지만 BJ대마도사잖아? '상대는 BJ대마도사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있는 이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란 사실이 그 수를 승부수로 만들었다. “모두 스탠바이 해!” 그렇기에 대기 중인 모든 플레이어들은 BJ대마도사의 모습에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겼다. “3페이즈 돌입하는 순간 상황 봐서 움직여!” 그리고는 준비했다.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쉼 없는 데미지 딜링을 시작했다. 그 딜링은 환상이었다. 쉼 없이,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러면서도 단 한 번의 쿨타임 실패도 없이 가진 마법들을 캐스팅하고 그것을 하나같이 완벽하게 트윈 헤드 트롤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퍼엉! 그 놀라운 명중률에 모두가 놀랄 지경. “네놈!” 왕! 그러는 사이 럭키와 골드가 이루어지는 데미지 딜링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꿀꺽! 그 광경을 보던 이들이 절로 침을 삼킬 광경. 그러면서도 모두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용열병의 지속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용열병이 끝나기를. 물론 모두가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리플레이가 있다.’ 리플레이, 그 스킬을 이용한다면 다시 한 번 더 가속 페달을 밟는 게 가능한 것을. 그러한 경우의 수 속에서 3페이즈가 발동했다. 크어어! 크아아! 트윈 헤드 트롤의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괴성을 토해내며 자신의 흉포함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한 흉포한 외침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그 순간 모두가 직감했다. - 승부수다. ‘사생결단? 아니면 새로운 카드?’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준비해온 카드를 꺼내리란 것을. 자연스레 모든 이들의 감각이 미다스의 입에 주목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관심이 몰린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미안하다, 딜 계산 잘못했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튀어!” 120화. < 38화. 트롤의 숲 (4). > 9. BJ대마도사의 실패 선언이 있기 전. ‘20초 뒤.’ BJ대마도사의 용열병 지속시간이 20초 남짓 남았을 무렵에 BJ대마도사를 향해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의도는 간단했다. ‘다른 이들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친다.’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먼저 BJ대마도사를 치는 것.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신에 그러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전력이 온전한 BJ대마도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그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신속하게.’ 속전속결. 빠르게 BJ대마도사와 거리를 좁힌 후 그에게 가진 모든 공격 스킬을 최대한 빠르게 사용하는 것! 오성문 길드 소속 플레이어 3명, 암살자로만 구성된 그들의 계획은 그러했다. 때문에 그들은 가진 모든 집중력을 BJ대마도사를 잡는 것에만 투자했다. 그게 이유였다. ‘뭐지?’ 그들이 BJ대마도사가 등을 돌리는 것을 본 순간에서야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인지한 것은. 그마저도 인지를 했을 뿐이지, 제대로 이해를 한 건 결코 아니었다. ‘갑자기 왜 우리 쪽으로?’ 때문에 BJ대마도사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향해 달려왔을 때 그들이 취한 행동은 하나였다. 몸을 돌려 피하는 것. 그렇게 BJ대마도사가 그들 사이를 가로 질렀다. 화르르! 그러자 BJ대마도사가 지나간 길 위로 불길이 피어올랐다. 파이어 스텝 ! [마법 공격을 당했습니다. 은신이 풀립니다!] 그 불길에 노출된 이들의 은신이 풀렸다. 그 순간이었다. 크어어! 크아아! 흉포하기 그지없는 트윈 헤드 트롤의 외침이 그들의 귓속을 강렬하게 두드렸다. 그것도 먼 곳이 아닌 지척에서. ‘아.’ 그제야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위기에 빠졌음을 느꼈다. 물론 뒤늦은 느낌이었다. 쾅! 파이어 스텝에 의한 데미지로 은신이 풀린 그들을 향해 트윈 헤드 트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됐으니까. “BJ대마도사가 물러났다!” “BJ대마도사가 딜 포기했어! 튀는 중이야!” 그런 부류와 달리 먼 거리에서 상황을 보던 이들은 그나마 상황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갑자기 왜?” “몰라, 물러났어! 그래서 어떻게 해?” “그야…… 나도 모르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 대해서 대처법이 나오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사과와 함께 도망을 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모두가 당황하는 건 아니었다. 일부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냥 잡자.” “어차피 용열병도 끝났고, 도주 중이야. 지금이 기회야.”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어.” 이대로 BJ대마도사를 잡자고. 그러한 의지를 품은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BJ대마도사를 쫓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난입이 시작되는 순간! ‘그래, 와야지.’ 미다스가 예상하던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대비는 되어 있었다. ‘일단 하나.’ 미다스가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이들 중 가장 큰 무리, 6인 파티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바라보는 그곳의 공간이 좌우로 가볍게 흔들렸다. “어?” 그 흔들림을 인지한 이들은 바로 눈치 챘다. “쇼크 웨이브다!” 그 외침이 나오는 순간 좌우로 흔들리던 공간이 이제는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렸다. 꽈릉! 뒤를 이어 천둥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굉음이 터졌다. ‘씨발, 무슨 데미지가!’ ‘피 깎이는 거 봐!' 그와 동시에 그 굉음에 정면으로 노출된 이들의 HP도 단숨에 아래로 꺼졌다. 원래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마법인 쇼크 웨이브. 그러한 마법이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의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기반으로 펼쳐졌는데 그 데미지가 적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건 후폭풍이었다.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쇼크 웨이브에 노출된 이들의 귓속으로 감전 효과에 따른 마비 페널티 알림이 들렸다. 그러자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쇼크 웨이브에 노출된 플레이어들을 향해 화살들이 날아왔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PK, 보스 몬스터 스틸을 하려고 모인 이들. 모두가 비매너 짓을 하려고 작정하고 온 이들이었다. 그러한 하이에나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아니더라도 탐스러운 먹잇감을 지나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케이, 콩고물이다.’ ‘그래, 오히려 이게 낫지.’ 오히려 그 점을 노리고 이곳에 온 이들도 있었다. ‘괜히 BJ대마도사 잡으려고 피 보는 것보단 말이야.’ 아수라장 속에서 생기게 될 콩고물 역시 매우 달콤할 터. 그사이 미다스가 두 번째 마법을 썼다. 이번에는 체인 라이트닝이었다. 파직! 미다스의 지팡이에서 뿜어진 번개가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의 몸에 그대로 꽂혔다. 그 후 그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징검다리 삼아 사방으로 전파되었다. 삽시간에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이 감전 상태에 빠진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저 새끼들 잡아.” “쟤들도 템 좋아!” 그들 역시 자연스레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됐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BJ대마도사에게 접근했다간 좆된다.’ 사실 사전에 난전을 염두에 두고 적지 않은 이들이 나름의 구두 합의는 한 상태였다. 싸우더라도 서로에게 공격은 하지 말자. 다른 쪽이 잡고 있으면 괜히 개입하지 말자. 잘해보자. 그런 식의 구두 합의. 때문에 적당한 난전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적당한 난전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이게 바로 미다스가 의도적으로 이 판을 크게 벌인 가장 큰 이유였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다들 어부가 되고 싶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조개 될 판이니까.’ 자신을 잡으러 모인 이들이 합의를 하더라도 그 합의 밑바탕에는 다들 어부지리의 어부가 되고자 하는 심리가 강렬하다는 것을. 그 누구도 두루미나, 조개가 될 생각은 없다는 것을. ‘거물을 잡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법, 그게 안 되면 갓워즈에서는 그 무엇도 못하지.’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그러한 합의는 그 어떤 효과도 지니지 못하리란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 생각을 모두가 했다. 이윽고 모두가 깨달았다. - 와, 이게 BJ대마도사가 노리는 거였네. - 애초에 트윈 헤드 트롤 잡을 생각이 없었네! 10.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언제 실패해도 이상할 건 없다. 실제로 트윈 헤드 트롤의 레이드 성공률은 43퍼센트에 불과했다. 한 마리를 기준으로 보면 3개 파티가 도전하면 대개 2개 파티는 실패하고 그다음 세 번째 파티가 잡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레이드 실패를 선언하고 도망치는 건 놀랄 일일지언정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새끼 파이어 스텝 쓰고 있어!” 하지만 도망치는 와중에 파이어 스텝을 쓴다? 사실 그것도 어느 정도 참작할 여지는 있었다. 파이어 스텝 스킬은 워낙 마력 소모가 큰 탓에 공격용으로 쓰이기보다는 마법사들이 도망치는 순간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쓰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파이어 스텝 쓴 채로 원거리 딜러들만 노리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그러나 그 상태에서 원거리 딜러, 궁수나 마법사 클래스를 향해서 움직인다면? 그 원거리 딜러를 향해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공격을 날린다면? “봐봐! 럭키랑 골드도 보호가 아니라 주변 플레이어들 잡고 다니잖아!” 럭키와 골드가 주인을 보호하기보다는 주인과 함께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면? 솔직히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자기 잡으러 온 애들 엿 먹이려는 게 목표였던 거야.” BJ대마도사가 사냥하고자 했던 건 트윈 헤드 트롤이 아니라 자신을 잡으러 온 하이에나들이었음을. 물론 BJ대마도사는 그 사실을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아, 거기서 딜 계산을 잘못할 줄이야. 진짜 잡고 싶었는데, 갓워즈 쉽지 않네요.” 자신은 정말 트윈 헤드 트롤을 잡고자 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 아이고, 아쉬워라. - 거의 다 잡았는데 너무 아쉽네요! 대부분의 채팅들에는 즐거움이 가득 했다. 실제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은 무척이나 즐거운 상황이었다. 애초에 대부분이 이러한 혼란을 기대하고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던 상황. - 지금 죽어나가는 새끼들 고소하다! - 킁킁, 고소한 냄새 보소! 밥 가져와, 밥! - 저런 비매너 플레이어들은 뒈져야 제 맛이지! 더욱이 지금 BJ대마도사의 이 행동에 피해를 보는 이들은 평범하게, 매너를 지키는 정상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게임 오버를 당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한 빌어먹을 악당들이었지. “아, 저기 하나 있네.” 그때 말과 함께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나무 위에 있던 궁수 클래스의 머리통에 그대로 꽂혔다. 그 공격에 맞은 플레이어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그 사이 미다스는 이미 캐스팅된 파이어 애로우 네 발을 떨어진 플레이어의 몸에 제대로 꽂아 넣었다. [스티치 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게임 오버를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펙! - 카, 이거 뭐 마법 두 개를 버티는 놈이 없네. - 이 맛에 BJ대마도사 빱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였다. BJ대마도사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 애초에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보는 대부분의 이들이 보고자 하는 건 그가 보여주는 말도 안 되는 폭력, 그 폭력으로 자신들은 할 수 없는 것을, 기존의 권력자들이 만든 질서와 규칙을 산산조각내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BJ대마도사는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앗, 그냥 경고만 하려고 했는데…… 설마, 저한테 원한 가지고 보복하시는 거 아니겠죠?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보복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템 세팅 좀 더 제대로 하고 오세요. 요즘 레전더리 템들 시세 싸던데."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그러한 아수라장 속에서 결국 일부 길드들은 그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위에서 오더 내려왔어!” “철수다!” BJ대마도사 사냥을 포기하고 철수하라는 명령. 마땅한 명령이었다. 트윈 헤드 트롤 사냥을 포기하고 PK모드로 변한 BJ대마도사를 제대로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광대 짓을 할 순 없지.” 이 이상 전장에 남아있는 건 그저 BJ대마도사의 방송을 위한 놀잇거리가 될 뿐.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새끼 죽여!” “개새끼, 신사협정 해두고 우리를 공격해?” BJ대마도사가 만든 혼란의 판 속에서 서로 싸우는 경우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몰려들었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의 방점을 찍은 건 다름 아니라 트윈 헤드 트롤의 흉포한 외침이었다. 크어어! 단 한 줄기의 외침. - 아, 트윈 헤드 트롤 회복 완료했네. - 이제 다시 공략해야 되네. 이제 다시 2페이즈, 머리 하나 모드가 됐음을 알리는 외침. - 이거 보스 스틸도 못하겠는데? BJ대마도사가 아니라 트윈 헤드 트롤을 스틸하고자 이곳에 온 이들도 이제는 이곳을 떠날 때가 됐음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그러한 외침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어디 보자, 이쯤 되면 재도전해볼까요?” 뜬금 없는 그 말에 채팅창 위가 물음표로 도배되었다. 반면 미다스가 손짓을 했다. 왕!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이내 럭키와 골드가 다가왔고,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아, 우리 다시 한 번 해보자.” 왕? "예?" 놀라는 럭키와 골드. 그러나 미다스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대로 가기에는 그동안 한 데미지 딜링이 너무 아깝잖아? 다시 한 번 잡아보는 거야.” 그 말과 함께 스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 역시 미다스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그대로 향했다. 화르르! 미다스의 파이어 스텝이 만드는 불길에 타오르는 숲, 그 숲 사이로 들리는 온갖 소란을 살핀 미다스가 말했다. “트윈 헤드 트롤 이용해서 다시 한 번 더 주변에 모인 놈들 털어먹……" 그 말을 뱉는 순간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허공에 X자를 그리며 말했다. “아, 이거 편집, 편집.” 라이브 방송이기에 편집 따위가 가능할 리 만무. 하지만 미다스는 마치 편집이 된 것처럼 다시 표정을 가다듬은 후에 말했다. “BJ대마도사 사전에 포기는 없다.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안 그래?” 어느 때보다 다부진 각오가 보이는 말. 물론 그 말을 믿는 이들은 없었다. - 역시 BJ대마도사, 가차 없죠! - 한번 더! 한번 더! - 주변에 잡을 게 많은데 여기서 포기하는 건 아쉽죠! 아, 물론 트롤 말하는 겁니다. 시청자들은 물론 서포터를 통해 그 사실을 보고 받은 주변의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한 번 더 트윈 헤드 트롤 이용해서 우리를 엿 먹이겠다.” “우리를 병신으로 보는 모양이야.” BJ대마도사가 또 쇼를 한다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자, 그럼 포션으로 재정비 좀 합시다.” 일단 포션으로 부족해진 마력과 체력을 회복시킨 후에 새로이 도핑을 했다. “버프도 좀 돌리고.” 스트렝스와 헤이스트와 같은 버프 마법도 돌렸다. “럭키야, 이리와. 골드 너도.” 그리고는 순차적으로 럭키와 골드에게도 포션 도핑과 버프를 마저 걸어주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미다스는 다시 한 번 트원 헤드 트롤을 바라보았다. 그 진지한 모습에 몇몇은 생각했다. - 설마 진짜 잡으려고? - 혹시 모르지, 이번에는 진짜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일 수도.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용열병!” 첫 번째 시도 때와 똑같은 용열병 시전. 실패했을 때와 똑같은 시도였다. 더욱이 미다스의 실패는 그냥 실패가 아니었다. 첫 번째 시도 때에도 미다스는 용열병을 시전한 후에 정말 상식을 초월하는 데미지 딜링을 보여주었다. 가진 모든 공격 마법을 막힘없이 끄집어내며, 쿨 타임 한 번 꼬이는 것 없는 환상의 데미지 딜링을 했다. 그럼에도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트원 헤드 트롤의 3페이즈를 발동시키는 것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용열병 상태에서 깎을 수 있는 트윈 헤드 트롤의 HP는 10퍼센트 남짓. - 리플레이로 용열병을 2번 쓴다고 해도 결국 10퍼센트가 남지. - 지금 트원 헤드 트롤 HP가 최소 30퍼센트일 테니까……. 앞서 이루어진 실패를 밑거름 삼는다면 그 결과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잡을 생각 없다는 거지. 그리고 그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럭키, 골드! 들어가!” 미다스의 명령에 다시 한 번 럭키와 골드가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미다스 역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앞서 보았던 광경과 똑같았다. - 용열병 지속 시간 끝나간다. - 아직 3페이즈는 발동 안 했어! 재방송이라고 해도 똑같은 광경. 때문에 대부분이 용열병이 끝났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크오오! 크아아! 트윈 헤드 트롤이 3페이즈에 돌입하며 두 머리 모드가 되리란 것을. - 또 딜 계산 잘못했다고 하겠지. 그리고 그런 트윈 헤드 트롤을 보며 미다스가 똑같은 소리를 지껄이란 것을. 그 예상대로였다. “럭키야! 미안하다!”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똑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딜 계산 잘못했다!” 그 말에 채팅창이 웃음소리로 도배됐고, 그 광경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몇몇은 봤다. - 어? 뭐야? - BJ대마도사가 뭐했는데? - 아이템 스위칭 한 거 같은데? 딜 계산 잘못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허공에 손가락질 몇 번 하자 그의 손에 낀 장갑이 사라지는 것을. 그 순간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리플레이,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캐스팅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합니다.] 그 알림 뒤로 미다스가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인페르노.” 마지막으로 럭키에게 소리쳤다. “럭키야, 사생결단이다.” 미다스, 그가 진짜 시도를 하는 순간이었다. 121화. < 39화. 받고 하나 더 (1). > 1. 보스 몬스터 스틸 혹은 PK를 시도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연히 게임 오버를 당하는 경우다. 성공해도 비매너 플레이어란 낙인이 찍힌 채 보복과 응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패를 하고, 아이템마저 빼앗긴다면 그만큼 빌어먹을 일은 없을 터. 그렇기에 보스 몬스터 스틸을 노릴 때는 명심해야 했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땐 안 하는 게 낫다.’ 망설임이 생기면 이미 그것은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미다스가 트윈 헤드 트롤 공략을 준비했을 때 초점을 맞춘 것 역시 바로 그 부분이었다. 자신을 엿 먹이려고 위해 모인 이들의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고민, 망설임, 주저함을 넣을 수 있을까? 판을 키운 것부터가 그것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계산은 복잡해지는 법. 그 후에 그들의 배경을 언급함으로써 그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키웠고, 레이드를 도중에 멈춤으로써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판을 크게 뒤흔들었다. [트윈 헤드 트롤의 괴성이 울려 퍼집니다.]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미다스와 트윈 헤드 트롤을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 내에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존재치 않는 것이 바로 그러한 시도 덕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상황 역시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고뇌의 무대였다. '자, 타이밍 놓쳤지?’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이들이 습격 타이밍으로 트윈 헤드 트롤의 3페이즈 돌입을 잡았을 터. 그러나 그 누구도 그 타이밍을 노리지 못했다. 100미터 경주로 따지면 총성이 들렸는데 스타트는커녕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격이었다. ‘고민되지?’ 그렇다면 과연 뒤늦게라도 출발선에 선 채 경주를 준비할까? 아니면 괜히 무리했다가 손해만 보지 말고 그냥 여기서 포기할까? 무슨 선택을 내리든 간에 긴 고뇌가 필요할 터. 다행히도 그토록 긴 고민에 빠지는 이들은 없었다. ‘그 고민, 바로 끝내주지.’ 미다스가 그들의 고민을 확실하게 끝내줄 수 있는 것을 준비했으니까. [인페르노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주 끝내주는 것을. 그것을 준비한 채 전장을 바라봤다. 2. 트윈 헤드 트롤. 3페이즈에 돌입한 녀석의 특징 중 하나는 두 개의 머리가 서로 각기 다른 곳을 본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표적을 쫓는 와중에도 다른 머리 하나는 다른 사냥감을 물색하고는 했다. 폭주 상태의 트윈 헤드 트롤이 무서운 이유였다. 크-왕! 하지만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장점도 럭키의 그 외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럭키가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사생결단, 어느 한 쪽은 끝장을 봐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포효가 전장을 헤집는 순간 트윈 헤드 트롤의 두 머리가 처음으로 똑같은 사냥감을 노려보았다. 크어어! 크아아! 그리고는 두 종류의 괴성을 내지르며 럭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돌진은 위압감은 상식의 수준을 가뿐히 벗어난 것이었다. 꾸릉!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천둥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은 돌진이라기보다는 재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차라리 달려오는 버스를 앞에서 마주하는 게 나으리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 꼬랑지를 보이고 도망치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왕! 그러나 럭키는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돌진에 꼬리를 말기는커녕 본인도 질주를 시작했다. 날렵하게 대지를 박차며 단숨에 트윈 헤드 트롤과의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좁혀지자, 그 둘 사이의 체격 차이가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보는 이들조차 아득해질 만한 차이였다. 그러나 럭키에게 오히려 그 덩치의 차이는 이점이었다. 왕! 럭키 입장에서 트윈 헤드 트롤은 모든 곳이 틈이었고, 구멍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럭키에게는 그 구멍을 이용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스트렝스 그리고 헤이스트에 포션 도핑마저 마친 상황. “럭키야, 전광석화다!” 기꺼이 럭키의 고삐를 풀어주었다. 럭키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리라 생각된 속도에서 다시 한 번 더 가속을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번개와 같은 속도! 그 속도로 럭키가 단숨에 트원 헤드 트롤의 가랑이, 그 거대한 협곡 사이를 지나갔다. 크어어! 크아아! 그러자 트윈 헤드 트롤이 잽싸게 몸을 돌렸다. 거대한 몸임에도 그 움직임에 굼뜬 기색은 없었다. 왕! 허나, 럭키가 재차 몸을 돌린 트윈 헤드 트롤의 가랑이 사이를 다시 한 번 빠져나갔을 때, 그것을 쫓기 위해 다시 몸을 돌리는 트윈 헤드 트롤 움직임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몸을 돈 셈. 자연스레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거대화 스킬을 사용한 골드가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돌진을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히잉! 그렇게 질주하는 골드의 입에서는 점잖은 말이 아닌 야성만이 남은 울음이 흘러나왔다. 버서크 모드. 그 폭주 상태에서 나온 무자비한 돌진이 그대로 트윈 헤드 트롤의 몸뚱이를 쳤다. 꽈앙! 피륙끼리 부딪쳤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트윈 헤드 트롤의 몸이 균형을 잃은 채 바닥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크어어! 크아아! 놀라운 건 그 순간에도 트윈 헤드 트롤은 바로 넘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잡고자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럭키가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부딪친 골드 쪽이 더 큰 피해를 봤을 터. 물론 이미 균형을 잃은 것 자체가 문제였다. 히잉! 광전사 모드가 된 골드는 한 번의 공격에 만족하지 않은 채 거듭 공세를 이어갔으며 무엇보다 이 순간 럭키가 트윈 헤드 트롤에게 등을 보인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생결단 스킬 효과로 자신을 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럭키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용하는 순간이었다. 크어어! 크아아! 그렇게 럭키를 쫓느라 균형을 되찾을 기회마저 날린 트윈 헤드 트롤의 몸이 결국 무너졌다. 쿠쿠쿠쿠! 그 거대한 몸이 땅을 거세게 두드렸다. - 이야, 이렇게 싸우는 건 몇 번 봤지만 100레벨이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 보네. - 이거 장난 아닌데? 그러한 전투에서 눈을 땐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럭키야 펜리르의 신수이니 저게 이상할 건 없지만, 가디언인 골드의 전투 센스가 너무 좋은데?” “BJ대마도사보다 센 거 아니야?” “잡으러 왔다가 팬이 되게 생겼네.” 시청자들은 물론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온 이들마저 이제는 하이에나가 아닌 관객이 되어버린 채 그 광경을 바라만 봤다. 그 무렵이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흐려질 무렵. “뭐지?” “BJ대마도사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데?” 현장에서 여전히 BJ대마도사를 주목하던 몇몇 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낌새를 느낀 건 그들뿐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이들의 이목은 트윈 헤드 트롤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며,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BJ대마도사가 아닌 럭키와 골드의 활약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 상황이었으니까. - 어? 저거! -BJ대마도사 뒤에 뭐가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 낌새를 눈치 챘을 때 미다스의 뒤에서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2미터 크기의 뿔 달린 악마가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화르르! 드러낸 것은 상체뿐임에도, 그 불꽃으로 만들어진 악마가 내뿜는 존재감은 매우 강렬했다. 그러나 그 존재감보다 더 강렬한 것은 그 악마의 존재였다. - 인페르노다! 인페르노의 악마야! “맙소사, 저거 인페르노잖아!” 인페르노. 그것이 언급되는 순간 주변의 반응이 달라졌다. 당장 마법의 비주얼부터 기존의 마법들과 차원이 달랐다. 더욱이 인페르노 마법은 그의 주력 마법 중 하나였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것 봐라? 인페르노?] 아즈모, 그가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주력 마법 중 하나로 꺼내드는 스킬! 그러한 아즈모조차 150레벨에서 얻은 스킬이었다. 즉,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인페르노 마법을 사용한 자는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셈.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하필이면 트윈 헤드 트롤 상대로 인페르노라니……" 그것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넘어 탄식을 토해냈다. 후으으읍! 그리고 소환된 인페르노는 미다스의 등 뒤에 선 채 제 가슴을 거대하게 부풀린 후에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푸후후후! 그렇게 토해낸 푸른빛의 불길이 넘어진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곧게, 레이저빔처럼 날아갔다. 화르르르! 그리고 닿은 불길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트원 헤드 트롤의 온몸을 뒤덮을 기세로 번지기 시작했다. 크어어! 크아아! 당연히 트윈 헤드 트롤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졌다. 보는 것 만으로도 섬뜩한 마법!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마법의 위력이 보이는 것, 그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 인페르노면 100레벨 이하 마법 스킬 중 데미지 딜량으로 2위 아님? - 선더볼트 다음으로 2위지. 순수 데미지 딜링만 놓고 본다면. 일단 인페르노 마법 자체의 데미지는 동급, 100레벨 이하 모든 공격 마법 중에 순수 데미지 딜량은 2위였다. 하물며 그 마법을 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미다스! 더욱이 몬스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는 인페르노 마법의 위력을 누구보다 더 뼈저리게 볼 수 있었다. ‘HP가 녹는구나.’ 트윈 헤드 트롤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HP의 퍼센티지가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뭐, 진짜는 이제부터이지만.’ 그러나 인페르노 마법이 진짜 위력을 발휘하는 건 그 불꽃이 대상의 몸에 붙은 다음이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마법 방어력이 17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모든 능력치가 12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회복 능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불길이 붙은 상태에서는 인페르노의 저주가 발동했으니까. 그렇게 붙은 저주 효과도 대부분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방어력 감소, 능력치 감소 그리고 회복력 감소까지! ‘생존 본능은 끝이다.’ 트윈 헤드 트롤의 3페이즈 스킬인 생존 본능 스킬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었다. - 끝이네. - 설마 여기서 인페르노를 꺼낼 줄이야. 효과만 보면 트원 헤드 트롤 킬링 마법이잖아? - 트윈 헤드 트롤의 그 지랄 맞은 생존 본능 스킬의 회복력이 소용없어지니까. - 순수 딜량은 선더볼트가 더 높지만 부가 효과를 포함하면 인페르노가 훨 낫지. 그렇기에 인페르노 마법의 효과를 아는 이들은 이것이 트윈 헤드 트롤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할지 알 수 있었다. - 그것도 그건데 용열병 상태인 BJ대마도사 상대로 방어력 17퍼센트 감소는 지옥이지. - 능력치 감소에, 방어력 감소. 와, 딜량 말도 안 되겠네. - 거기에 거리도 60미터에다가 BJ대마도사 지금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임. - 발리스타에 롱토스까지, 어지간한 원거리 딜러 10명 화력보다 지금 BJ대마도사 화력이 셀 거 같은데? 그리고 BJ대마도사를 아는 이들은 그 인페르노 마법이 BJ대마도사에 쥐여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제가 누구인지 보여드리죠!” BJ대마도사의 쇼타임이 시작되는 순간.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사역마, 윈드 애로우!” 그 쇼타임을 앞두고 미다스가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하며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꺼냈다. 그리고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새로이 잡은 활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팅! 활시위를 튕길 때마다 두 발의 섬광이 불타오르는 트윈 헤드 트롤의 명치 부근에 꽂혔다. - 뭐지? 그리고 그 사실에 몇몇 이들이 위화감을 느꼈다. - 뭔가 이상한데? 저번 고스트 때랑 다른 거 같은데? - 화살 속도가 빨라진 거 같은데? 분명 무언가가 달라졌으나,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위화감의 이유를 시청자 한 명이 말해줬다. [구스타프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투사체 속도가 증가했군. 설마 리볼버 스킬도 습득한 건가?] 그 시청자가 말한 리볼버라는 단어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 리볼버라고? 진짜? - 아니, 대체 매물도 없는 스킬을 어떻게 얻는 거야? 인페르노에 비해서 인지도가 부족하기는커녕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이 바로 리볼버였으니까. ‘이제부터 이곳에 있는 이들은 생각하겠지.’ 그게 미다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수호자의 장갑을 낀 이유였다. ‘BJ대마도사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이로써 지금 이 광경을 보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BJ대마도사란 존재는 그들의 상상력만큼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테니까. 당연히 그 누구도 이제 미다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즉, 이제부터 미다스는 더 이상 주변의 하이에나 따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 마무리만 지으면 된다.’ 오로지 하나, 이제 HP가 한 자릿수가 된 트윈 헤드 트롤을 잡는 것만 신경 쓰면 될 뿐. 그렇게 미다스가 이제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돌린 채 모든 집중력을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곤두세웠다. 때문에 미다스는 몰랐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아즈모 : 구스타프, 1만 달러 후원이라니 요즘 돈 좀 남아도는 모양이네 ? 이런 곳에 와서 돈도 쓰고. ] [구스타프 님이 10,00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먹고 살 만큼은 있지. 그보다 요즘 갓워즈에 돈 안 쓰던데, 설마 부캐 키우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지금 채팅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후후후, 지금쯤 채팅창은 내 찬양으로 가득 찼겠네.’ 그저 좋은 일이 있으리란 생각을 품은 채 미다스가 트원 헤드 트롤 레이드를 향해 마법 포격을 이어갔다. [트윈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이윽고 이 기나긴 레이드에 점이 찍혔다. 허나, 마침표는 아니었다. 사냥뱀 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122화. < 39화. 받고 하나 더 (2). > 4.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도중에 생긴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사적인 보복도 하지 않겠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였다. 과연 그 무대에서 어떤 사고가 터질 것인가? 그뿐이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에 성공하는 것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BJ대마도사가 레이드에 성공하는 것보단 실패하는 것을 기대하고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크고 많은 사고가 터지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수백이 넘는 하이에나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도발을 한 사자가 원하는 사냥감을 쓰러뜨리고 그 살점을 포식하리란 것을 상상한다면 도리어 그게 별종일 테니까. [트윈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트윈 헤드 트롤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트윈 헤드 트롤을 외로이 잡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하이에나 무리 속에서 자신의 이빨로 트윈 헤드 트롤 사냥에 성공했다. [아이템 루팅을 합니다.] [트윈 헤드 트롤의 보물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의 뱃가죽 속 가장 달콤한 것을 파먹는 데에도 성공했다. “아이템 루팅까지 했네. 완벽하게 잡았어.” “진짜 말이 안 나오는군.” “우리가 실패했다는 기분조차 안 들 정도야.”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여든 이들마저 그 광경 앞에서는 이제는 탄식이 아니라 감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분위기도 그렇게 변해갔다. “끝이네.” “결국 BJ대마도사의 승리야.” “놈의 몸값이 또 한 번 오르겠군.” 공연은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무대의 커튼이 내려오기 전에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뿐. 들끓었던 전의는 이제 차갑게 식혀졌고, 모인 이들은 이제 하나둘 자리를 벗어났다. 암살자들은 은신을 푼 채 물러났고, 원거리 딜러들은 전방을 겨누었던 화살과 마법을 땅바닥을 향해 늘어뜨렸다. ‘드디어 때가 왔군.’ 사냥뱀 길드 소속 4명의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커튼콜이 시작될 무렵, 이제까지 오랜 시간 동안 최대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이고 있던 그들이 움직였다. ‘이제 움직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저벅저벅…… 귀를 기울이더라도 쉬이 들을 수 없을 만큼 발소리를 죽인 채 표적과의 거리를 야금야금 좁혔다. 마치 사냥을 하는 뱀처럼. 그게 사냥뱀의 방식이었다. 서둘러서 일을 망치기보다는 확실한 순간을 만들고, 그 순간 사냥감의 목덜미에 독니를 박는 것. 당연히 준비도 철저했다. 사냥뱀 길드에서 이번 사냥을 위해 투입한 인원은 4명, 평균 레벨은 137레벨로 이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하이스펙의 소유자들이었다. 과하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 사냥감의 레벨을 생각하면 쥐와 뱀,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분명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이야.’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조금 전까지도 확신을 가졌던 사냥뱀 길드원들은 지금 이 순간 쉽사리 승산을 가늠하지 못했다. BJ대마도사는 그들이 생각한 것, 그 이상의 전력을 직접 그들의 눈앞에서 보여줬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했다. 스멀스멀, 그저 거리를 좁히고 때를 가늠했다. 모든 촉각을 사냥감에게 곤두세웠다. ‘하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고 해도 방심하는 순간이 있을 터, 그때 잡는다.’ 그리고는 그 사냥감이 방심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게 기회였다. 몬스터와 달리 플레이어는 방심하는 순간 그리고 틈이 보이는 순간 무기력하게 당하고는 했으니까. 때문에 방심만 노릴 수 있다면 그 어떤 플레이어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정산 끝.” 그러한 그들의 귓속으로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뭐, 유니크 아이템을 독식해도 남는 게 없네요. 이번에 인페르노 마법 값으로 내가 4백…… 아, 이거 말하면 안 되지. 다들 이건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솔직히 강탈해서 뜯어낸 거나 마찬가지라서.” 모든 것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는 목소리. 사냥뱀 길드원들에게는 기회의 목소리였다. 방송에 정신이 팔린 플레이어만큼 방심 덩어리는 없을 터. 그렇기에 사냥뱀 길드원들은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BJ대마도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면서 준비한 작전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했다. ‘첫 번째 공격으로 럭키와 골드를 빼낸다.’ ‘그 후에 세 명이 동시에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가 머릿속에 그렸던 시뮬레이션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재생시키려는 순간. “여기서 BJ대마도사 퀴즈!” 미다스가 손에 든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자신의 앞에서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제가 오늘 이 레이드 도중에 사안 스킬을 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모두가, BJ대마도사와 이제는 3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접근한 사냥뱀 길드원들을 포함한 모두가 생각했다. ‘어? 그러고 보니?’ 사안 스킬, 툰가의 검은 지팡이에 달린 뱀 머리의 눈빛에 노출된 대상을 석화 상태로 빠뜨리는 아주 강력한 스킬을 왜 BJ대마도사는 그 긴급한 상황 속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을까? 몇 번이나 쓸 기회가 있었음에도, 심지어 마지막에 화려하게 쇼맨십을 위해서도 쓸법했는데 왜 쓰지 않았을까? “1번, 까먹어서.” 확실한 건 BJ대마도사가 그 스킬의 존재를 모르고 안 썼을 리는 없다는 점이었다. “2번, 이거 없어도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보단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쓰지 않았다는 선택지가 그동안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생각하면 훨씬 그럴싸할 터. 물론 가장 상식적인 경우는 그거였다. “3번, 아직 잡아야 할 사냥감이 있어서.” 사안 스킬을 충전된 상태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답은 당연히 3번이죠.” 미다스, 그가 그 말과 함께 전투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사냥뱀 길드! 드루와!” 5. “사냥뱀 길드! 드루와!” 성난 외침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제발 그냥 가주세요.’ 부디 이 외침에 스멀스멀 접근하는 사냥뱀 길드가 물러나주기를. 그뿐이었다. 방송을 하긴 했지만, 지금 미다스는 자신의 채팅창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사냥뱀 길드에 신경을 곤두세운 상황이었다. 그만큼 미다스의 현재 상황은 좋지 못했다. ‘스킬 다 썼다고.’ 일단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들, 리플레이나 용열병, 인페르노 같은 스킬들은 현재 쿨타임이 남은 상태였다. 여기에 가진 포션도 대부분 소모한 상황. ‘럭키랑 골드 체력도 꽤 줄어든 상태고.’ 미다스 본인의 HP상태는 건재했으나, 럭키와 골드의 HP는 현재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런 상태의 미다스가 보여주는 전력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노릴 수 없었다. 허나, 사냥뱀 길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미 레이드 실패를 연기할 때 눈치를 챘다. ‘이런 상황에서 다 끝나길 기다리던 사냥뱀 길드 애들하고 싸우면……' 사냥뱀 길드의 목적이 사냥 도중에 자신을 잡는 게 아니라, 사냥을 마친 자신을 잡는 것이라는 것을. 그 야단법석 속에서 사냥뱀 길드원들이 오히려 미다스와의 거리를 벌리는 걸 보고 확신했다. 더군다나 사냥뱀 길드가 자신을 잡으러 온 건 몬스터 스틸을 하려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는 것,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스 몬스터가 사라진 후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이미 포기하고 있던 다른 놈들도 덩달아 날 잡으러 달려들지도 몰라.’ 사냥이 끝난 후 모두가 방관자 모드가 된 상태에서 누군가가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면 주변의 하이에나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강 건너 불구경을 할까? 아니면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피 냄새를 향해 달려들까?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이 먼 길을 오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이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자명한 일. 그래서 미다스는 계획했다. ‘그러니까 그들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해.’ 이 하이에나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로. “사냥뱀 길드, 나는 여기 있다! 네놈들이 잡고 싶은 플레이어가 여기 있다!” 지금 이 수작이 바로 그것을 위한 첫 단계였다. ‘이제부터 날 건드리는 놈들은 사냥뱀 길드다.’ 이렇게까지 미다스가 호언장담을 한 상태라면, 사냥뱀 길드가 아니더라도 그를 습격하는 순간 사냥뱀 길드가 될 터. ‘당연히 사냥뱀 길드라면 이를 가는 놈들이 날 도와주겠지.’ 그렇게 된다면 사냥뱀 길드에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이들이 도리어 BJ대마도사의 편이 되어줄 터였다. ‘1티어급 길드 소속이면 더더욱.’ 특히 1티어급 길드들의 사냥뱀 길드를 향한 적개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BJ대마도사가 그들에게 준 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잡으러 온 건 어디까지나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지 원한 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냥뱀 길드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은 있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냥뱀 길드와 손을 잡고 BJ대마도사를 치는 것보단 BJ대마도사와 함께 사냥뱀 길드를 족치는 게 훨씬 더 보기 좋은 그림이고, 남는 장사인 게 사실. “자, 100만 명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한 번 싸워보자고!” ‘유명세 때문에 여기 온 애들에게는 이만한 기회도 없지.’ 그리고 그것을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보여준다면, 유명세를 원하는 프로 플레이어들에게는 매력적인 기회였다. 반대로 말하면 BJ대마도사를 공격하는 무리를 돕는 건, 사냥뱀 길드와 한패임을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공개하는 꼴. 앞서서 이곳에 모인 이들의 신상 정보를 줄줄 늘어놓았던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과연 정체를 숨길 수 있을까? “자, 한 방은 맞아준다!” 결정적으로 지금 미다스의 손에는 여전히 사안 스킬을 쓸 수 있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10초 가까운 시간 동안 몸을 굳게 만드는 그것이. 만약 그 사안이 발동하는 순간, 그 앞에서 석화 상태에 빠지는 순간 수십 명이 넘는 이들의 표적이 될 터. 크르르! 히이잉! 물론 그마저도 럭키와 골드의 공세에서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들어올 거면 빨리 들어오는 게 좋을 거야. 리플레이에 인페르노 쿨타임 끝나면 좋을 건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냈다. - 맙소사, 저거 설마 정령의 눈물? - 저거 2천 골드 넘는 건데! - 일정 시간 동안 받는 데미지 감소시켜주는 포션이지? 무려 2천 골드짜리, 한화로 따지면 2백만 원이 넘는 포션을 꺼낸 후에 그것을 원샷하며 말했다. “아직 인벤토리에 포션 많은데, 설마 이대로 나한테 계속 시간 주려는 건 아니지?” 그 순간 사실상 이야기는 끝이었다. ‘오케이.’ 미다스의 눈에 사냥뱀 길드원들이 물러나는 게 보였다. 오늘 레이드가 진짜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6. - 쿨타임 다 끝났는데 아직도 공격 안 하는 거 보니, 이 새끼들 겁먹고 튄 듯하네요. 이러면 나가리인데…… 사냥뱀 길드가 이렇게 쫄보일 줄 알았으면 포션 안 먹는 건데 포션 값만 날라갔네요. 예? 구라 친 거 아니냐고요? 저 BJ대마도사 살아생전 거짓말이라고는 쳐본 적이 없습니다. 럭키가 증명해줄 겁니다. 그렇지 럭키야? 응? 럭키야, 뭐라고? 입 닥치고 방송이나 종료하세요, 뻥쟁이 주인님? 라이징 스타 채널의 라이브 방송실 안에 울려 퍼지는 BJ대마도사의 목소리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송 종료 선언했다!” “다들 마무리 준비하자!” 굳이 박영준이 한마디 할 필요 없이, 모두가 신속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오히려 박영준이 정신이 팔린 듯 분주한 기색 없이 툭툭,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했다. ‘사냥뱀 길드.’ 그러한 박영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다름 아니라 사냥뱀 길드의 존재였다. 이번 의뢰가 함정이란 건 알고 있었다. ‘설마 사냥뱀 길드를 움직일 줄이야.’ 그러나 그 함정을 만들고 주변에 풀어놓은 게 사냥뱀 길드일 줄은 솔직히 생각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사냥뱀 길드가 의뢰를 받는 놈들이 아닐 텐데……' 사냥뱀 길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결코 상식과 타협이 통하지 않는, 자기들 내키는 대로 비매너 행위를 저지르는 악당이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의뢰 따위에 움직이며, 타협이 가능했다면 이러한 악명을 쌓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게 가능했다면 예전 그들이 악명을 얻게 된 화양 길드 사건 자체도 일어나지 않았을 터. 그 당시 화양 길드 사건이 물밑 아래에서 사냥뱀 길드가 항복을 해주는 것을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제시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BJ대마도사의 적이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 이상일지도 모르겠어.’ 이 판에 끼어든 무리의 덩치들이 박영준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 ‘이대로는 안돼.’ “사장님!” 그렇게 고민하던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 한 명이 소리쳤다. “광고주가 보상을 보내줬습니다! 스킬 카드 왔어요!” 이번 의뢰에 대한 보상이 왔다는 그 외침에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이내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보상 보냈는데요?” 부하 직원이 혹시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심정에 재차 말을 건넸을 때도 박영준은 대답 대신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채 자신의 눈앞에 집중했다. 이후 메일 작성을 완료한 후에야 박영준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박영준이 메일 내용을 한 번 검토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에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사전 공개하는 의뢰를 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그에 맞게 기획하겠습니다.’ 받고 하나 더 해볼 생각이 있는가? 물론 정말로 의뢰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가장 기본은 베팅이지.’ 포커판에서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은 베팅밖에 없는 법. 즉, 이것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 그럼 반응을 보여줘 봐.' 박영준이 이제는 진심으로 마주한 이를 적으로 보고 상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123화. < 39화. 받고 하나 더 (3). > 7. 콘서트, 영화, 공연 등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좋은 무대는 무대가 끝나는 순간 박수 소리가 나오고, 역사에 길이 남을 무대는 무대가 끝나는 순간 루머가 나오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무대는 박수가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고. BJ대마도사의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가 그러했다. 그 라이브 방송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종류의 루머가 나오기 시작했다. - 진짜 레이드 성공했다고? - 구라 아니야? 직접 라이브 방송을 본 이들조차 믿기 힘든 결과물을 이야기로만 들은 이들이 제대로 그 진실을 받아들일 리 만무. - 에이, 차라리 영화를 찍었다고 하지? - BJ대마도사가 플레이어들 섭외해서 연출했네. 자연스레 조작이라느니, 수작이라느니, 과장이 너무 심하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과정 속에서 루머가 생산됐다. 더욱이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즈모와 구스타프가 BJ대마도사의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다!] 갓워즈를 대표하는 마법사 플레이어이자, 세계적인 두 대부호가 BJ대마도사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그 사실이 루머를 증폭시키다 못해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 아니, 대체 BJ대마도사 정체가 뭐기에 구스타프까지 붙는 거야?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BJ대마도사 영입하려고 경쟁 중이라던데? ㄴ ㅇㅇ BJ대마도사 연봉으로 이미 1억 달러 이상씩은 기본 깔고 들어간다는 소문도 있어. ㄴ 연봉 1억 달러가 말이 돼? ㄴ 그 둘이면 가능하고도 남지! 갓워즈에 돈을 때려 박는 인간들인데! ㄴ 솔직히 아즈모가 돈도 더 많고, 캐릭터도 더 세지 않음? ㄴ 응, 아즈모는 기름수저고 구스타프는 자수성가임. ㄴ 구스타프도 금수저거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스포트라이트는 그들이 더 받았다. ‘와, 구스타프가 왔었다고? 아즈모랑 이야기를 했고?’ 당사자인 정현우마저도 구스타프와 아즈모에 관심을 가질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아, 젠장 이거 잡았어야 했는데!’ 심지어 정현우는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는커녕 그 사실을 실시간으로 눈치 채지 못한 자신을 질책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빌어먹을 사냥뱀 길드 새끼들만 아니었어도.’ 그 둘이 후원으로 신경전을 펼칠 무렵에 정현우는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이후 사냥뱀을 처리할 문제로 채팅창에 쓸 신경은 티끌도 없었으니까. 허나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구스타프라니……' 캐논 구스타프, 그는 갓워즈에서 가장 돈이 많은 이 중 한 명으로 갓워즈란 게임에 적지 않은 돈을 쓰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도 최고의 전력, 포격 법사의 정점에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가 거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돈이 아쉬운 자가 아니기에, 어지간한 액수에는 시큰둥한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즈모의 유일한 경쟁자.’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그가 아즈모의 유일한 경쟁자란 점이었다. 세간의 평가는 아즈모가 더 높긴 하지만, 그런 아즈모의 경쟁자 중에서 자산으로 밀리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실제로 그 둘이 돈으로 경쟁이 붙어서 생긴 전설 같은 일화가 몇 개 존재했다. 만약 정현우가 라이브 방송 당시 그 둘에게 어떠한 식으로든 시그널을 줬다면 필시 엄청난 후원금이 추가로 생겼을 터. ‘어쩔 수 없지. 지나간 일은 지나갈 뿐이니까.’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에 아쉬움을 가질지언정 미련마저 가지는 않았다. 그의 말처럼 이미 지나간 일 아닌가?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소득은 크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 일에서 얻은 소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장 후원금 수익만 해도 정현우가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이 될 터. 개중에서도 정현우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두 가지였다. ‘리볼버라니……' 하나는 의뢰 보상인 리볼버 스킬 카드를 손에 넣게 됐다는 것.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어준 사장님의 노력에 부응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낳았다는 것. 물론 정현우는 잊지 않았다. ‘아, 광고주님도 감사합니다.’ 광고주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기왕이면 의뢰 하나 더 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더 광고주께서 멋진 의뢰를 주기를 기도했다. 물론 정현우는 알고 있었다. ‘뭐, 의뢰에 코가 꿰이면 안 되겠지만.’ 의뢰를 쫓는 게 당장 보상 면에서는 좋겠지만, 그 의뢰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제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스타 플레이어가 의뢰만을 쫓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의뢰라는 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리를 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되는 법. 특히 지금 BJ대마도사의 최고 가치는 의뢰를 수행한다는 게 아니었다. ‘내 가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다.’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도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라는 것! 그것이 BJ대마도사의 최고 가치였고, 그것을 알기에 정현우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현우 형, 세팅 다 됐어요!” “그래.” 그렇게 정현우가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자, 리볼버 스킬 한 번 써볼까?’ 8. "쯧." 엠마가 짧게 혀를 차는 순간 멀린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의 굳은 표정을 확인한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혀를 차다니, 여러모로 이번 일이 골치 아픈 일인 모양이군.” 말을 뱉은 멀린이 이내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실패라……" 실패, 정말 오랜만에 그 단어를 떠올린 멀린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실패할 만했지.”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담담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번 일의 실패 이유는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었으니까. “손해가 막심하지만, 설마 그 정도 괴물일 줄은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겠지.” 그저 BJ대마도사가 규격 외의 존재였을 뿐. “거기서 사냥뱀 길드가 괜히 무리해서 잡으려고 했다면 더 골치 아팠을 거야.” 더 큰 헤프닝이 일어나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인 수준. 멀린이 기꺼이 엠마를 격려하는 이유였다. "좋은 선택이었어. 모든 게 끝난 후에 잡으려고 했던 것부터가. 그게 아니라 중간에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면 백퍼센트 역으로 놈에게 잡혔겠지.” 물론 지금의 이 말은 격려가 아니었다. 왜 그 계획을 자신한테 말해주지 않았느냐? 그러한 멀린의 취조에 엠마는 대답 대신 자신이 보던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며 말했다. “사냥뱀 길드가 이렇게 나오리란 건 저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어요. 전 어디까지나 그들에게 BJ대마도사를 게임 오버시키라는 주문만 했을 뿐. 애초에 그 이상의 주문이 가능할 리 없잖아요? 제가 사냥뱀 길드를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지.” 그 대답에 멀린이 나름 납득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죠.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는 거기서 사냥뱀 길드가 잡히는 거였을 테니까요. 그랬다면 그 누구도 BJ대마도사 암살 의뢰를 수락하지 않았겠죠." 이어진 설명에도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냥뱀 길드원이 잡혔을 경우 그들이 잃는 아이템은 솔직히 의미가 없었다. BJ대마도사 같은 대부호 입장에서는 레전더리 아이템 한두 개 더 굴러온다고 콧방귀나 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문제는 언급한 것처럼 상징성이었다. 비매너 길드의 최고봉 중 하나인 사냥뱀 길드조차 떼로 덤벼들어 못 잡은 BJ대마도사를 과연 누가 과연 잡고자 덤벼들까?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래, 최악의 경우에는 10대 길드가 고작 플레이어 하나 잡으려고 나서야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결국 어비스 길드가 직접 움직여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그럼 대체 왜 혀를 찬 거야?”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제안이 왔어요.” “제안?” “똑같은 조건을 세팅해줄 테니까 한 번 더 의뢰를 할 생각이 있냐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멀린의 표정이 잠시 동안 멍해졌고, 이내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사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겠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상태에서?" 거기서 멀린은 왜 혀를 찼느냐, 같은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주 우릴 우습게 보는군. 쯧!” 누가 보더라도 그 도발을 당하면 혀를 찰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뿐이라면 차라리 낫지.’ 물론 엠마는 이게 그저 단순한 도발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영준이란 사내는 결코 의미 없이 도발을 하는 자가 아니니까.’ 이 제안을 한 것이 그 누구도 아닌 박영준이라는 것. 당장 BJ대마도사와 박영준은 이번 감마 제약의 의뢰가 함정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식의 대응, 완벽함을 넘어 상상 이상의 쇼를 만드는 게 가능할 리 만무.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더 똑같은 제안을 역으로 한다? ‘이건 날 찔러보는 거야.’ 엠마가 보기에 이건 박영준의 베팅이었다. ‘이 황금 같은 제안을 거절하는 건 켕기는 게 있다는 걸 고백하는 꼴.’ 일단 이 제안 자체는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당장 BJ대마도사가 벌인 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이슈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감마 제약은 현재 BJ대마도사의 유일무이한 스폰서인 상황. 실제로 주식 시장에서는 감마 제약의 이번 후원을 아주 큰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감마 제약의 주가가 오르는 중이었다. 시가 총액이 조 단위가 넘어가는 주가가 1퍼센트만 올라도 얻는 수익을 생각하면 리볼버 스킬 카드는 솔직히 애교 수준. 그 상황에서 또 한 번 더 이런 제안을 해준다는 건 솔직히 BJ대마도사의 매우 큰 배려인 셈. 그런데 그것을 거절한다? 엠마의 말처럼 켕기는 게 있다고 자백하는 꼴이었다. ‘그럼 세간의 의심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박영준은 절대 그냥 손을 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터였다. 어쩌면 사냥뱀 길드와 감마 제약이 한 패라는 소문을 흘릴 가능성도 있었다. 이 엄청난 배려를 거절했다는 것을 근거 삼아서. 그렇게 되면 잃는 손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 의뢰를 수락하면 모르는 척 잡아 땔 수는 있어.’ 반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러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한 번 더 기회를 받는 셈이었다. ‘놈의 동선을 알 수 있는 기회.’ 어쨌거나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사전에 파악한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으니까. 특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사전에 공개한다면 다시 한 번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 물론 그럼으로써 박영준 쪽이 얻는 것도 있었다. ‘대신에 우리 쪽도 손이 잡히는 셈이지만.’ 적과 손을 잡는다는 건, 적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있다는 의미. 그게 박영준이 노리는 바였다. ‘소문대로야, 판을 알아.’ 포커에 자신이 있는 자는 상대가 포커판에서 떠나지 않도록 잡아두고자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이 도발을 받아들일 거야?” 이런 상황에서 엠마가 고를 선택은 하나였다. “도발이란 걸 알지만, 거절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요. 의심 받을 여지가 있으니까요.” “받아들인다는 거군. 그래, 놈의 동선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 “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뭘 걸 거야?” “돈은 의미가 없죠.” “그럼 스킬 카드?” “인페르노까지 구하는 이에게 스킬 카드가 매력적일 리 없죠. 아이템을 줄 거예요." “뭐로?” 당연히 그 판을 이어가는 대가로 베팅을 할 것이다. “엘프의 부츠 정도가 어울리겠죠.” “꽤 큰 걸 거는군.” 아주 큰 베팅을. 그게 엠마의 자신감이었다. ‘박영준, 네 실수는 이쪽이 베팅 가능한 액수를 가늠하지 못한다는 거겠지.’ 포커 판에서 보다 많이 베팅할 수 있는 자가 유리하다는 건 절대 명제이기에. “그래, 어디 한 번 정말 이번에도 사전 예고를 할 수 있는지 배포를 지켜보자고.” “예, 지켜봐야겠죠.” 9. [리볼버] - 스킬 등급 : F - 스킬 효과 : 리볼버 모드가 된다. 리볼버 모드 상태에서는 마법 공격력과 마법 투사체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6개의 마법을 사용하면 효과는 사라지며, 6발 전부 명중 시 리볼버 스킬의 쿨타임이 30퍼센트 감소한다. !리볼버 스킬 발동 상태에서 몬스터 99마리 처치 시 ‘황야의 무법자’ 타이틀 획득 !리볼버 스킬 발동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 타격 44회 타격 시 ‘석양의 건맨’ 타이틀 획득 !리볼버 스킬 발동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 처치 시 ‘석양의 무법자’ 타이틀 획득 새로이 얻은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빛에는 감탄보다는 놀라움이 어리고 있었다. 그 놀란 표정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럭키를 바라봤다. “봤지?” 왕!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50미터 거리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불덩이에 맞은 듯 처참한 꼴이 된 나무가. 그러한 미다스가 좀 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100미터 너머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조금 전 나무와 똑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이후 미다스가 한 번 더 고개를 들자 그 너머에 200미터 너머에 있는 나무 역시 비슷한 꼴이 된 게 어렴풋이 보였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명중률이 늘어나리란 예상은 했지만……' 마법 투사체 속도가 빨라지면 자연스레 더 긴 사거리를 가지리란 건 이미 수호자의 장갑을 통해서 확인한 바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평생 경험해본 적 없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사전에 상상하기란 불가능한 일. 그런 상황에서 직접 몸으로 확인한 결과물은 미다스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사거리가 2배가 늘었다.’ 당장 유효 사거리가 2배로 늘어났다. 또한 명중률도 크게 늘어났다. 보다 빨리 날아갈수록 맞는 입장에서는 피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워지는 법이니까. ‘두 스킬 조합이면 몬스터 크기에 따라서는 300미터 밖에서도 이제 공격이 가능하다.’ 더욱이 상대하는 몬스터의 개체가 커질수록 사거리는 그보다 더 늘어날 여지가 있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이라면……' 만약 그 상대가 6미터 신장을 넘는 거인이라면, 300미터가 아니라 그 이상의 거리도 충분히 유효가 될 터.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이제 다시 보이기 시작한 빛기둥 하나를 바라봤다. 그것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확신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잡을 수 있겠어.’ 트리플 헤드 트롤 레이드를 당장 시도해도 성공하리란 확신. ‘생각보다 빠르게 게임 진행이 가능하겠는데?’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일정 새로 짜야겠어.’ 예상외의 스펙업이 이루어진 만큼 기존의 일정을 새로 짜야 할 때. ‘3일 후면 되겠다.’ 이윽고 일정을 짠 미다스가 이제는 럭키를 향해 말했다. “럭키야, 잠깐만 기다려. 밖에 나가서 사장님한테 3일 후에 보스 몬스터 잡는다고 연락해주고 올게.” 왕! “응? 트윈 헤드 트롤 잡는다고 말하고,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아서 놀라게 해드리자고?” 왕! 그 말을 뱉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래, 리볼버 스킬 카드를 주신 광고주께 서비스를 해드려야지. 트원 헤드 트롤 잡는다고 알리고, 트리플 헤드 트롤 잡아드리자. 기뻐하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네. 그렇지?” 호우우우! 124화. < 40화. 착각 (1) > 1. -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보상으로는 엘프의 부츠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대답 주십시오. 콜 그리고 베팅. 너무나도 담백하기 그지없는 상대방의 반응에 박영준은 옅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증거였다. ‘아직 판돈은 많이 있다, 이건가?’ 박영준이 상대방의 의중을 확실하게 파악했음을 알려주는 증거. ‘이렇게 나와주면 나야 고맙지.’ 그리고 박영준이 생각한 다양한 시나리오 중 나름 베스트 시나리오가 펼쳐줬음을 알려주는 증거. 분명 판돈이 많은 쪽이 판에서 유리한 건 사실이었다. ‘판돈에 기대는 놈들을 다른 말로 호구라고 하지.’ 달리 말하면 그건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박영준이 곧바로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 메일 하나 보내.” “메일이요? 무슨 메일이요?” “미팅 좀 하자고.” 이어진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미팅 주제는 뭐라고 할까요?”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화. “저번처럼 보스 몬스터 레이드 사전에 공지하고 라이브 방송하자고 써." “예?” 그러나 이어진 박영준의 그 말에 부하 직원의 말문이 멎었다. 그 모습에 박영준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부하 직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닐까요?” “무리?” “그게 저번에도 사전 예고한 것 때문에 그 난리가 났는데 다시 한 번 더 해달라고 요구하면…… 거절하는 건 둘째 치고 BJ대마도사가 기분 나빠할 거 같아서요.” 나름 타당한 의견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과 BJ대마도사의 관계는 명명백백하게 BJ대마도사가 갑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고생 좀 하시죠! 라고 부탁을 하는 건 일반 회사원이 회장님을 찾아가서 이렇게 회사를 바꿔보시죠! 하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BJ대마도사 성격이 좋은 편에 속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더욱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행보를 보건대 그의 성격이 좋은 쪽보다는 그 반대편에 가까웠다. 그러한 부하 직원의 염려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오히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그 내용을 꺼내는 순간 우리들 칭찬을 해줄 테니까.” “칭찬이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는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이 자신 있게 말했다. “내기할래? 난 BJ대마도사가 먼저 이 제안을 하리란 것에 내 월급 걸 수도 있어. 어쩌면 먼저 우리 쪽에 라이브 미팅 제안할걸?” 그때였다.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라이브 미팅 요청했습니다.” 다른 직원 한 명의 말에 앞서서 박영준과 대화하던 부하 직원이 믿기 힘든 것을 본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박영준은 어느 때보다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청 받아들여.” 2. “혹시 다음 보스 몬스터 레이드 역시 사전 예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박영준이 내뱉은 질문이 곧바로 채팅창에 올라왔고, 그것을 본 BJ대마도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대답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박영준을 보았고, 그 시선 속에서 박영준이 말했다. “BJ대마도사 님의 파트너로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 이 정도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죠.” 이어진 말에 BJ대마도사는 이제는 제 감정을 소리 내어 뱉었다. - 와! 정말 놀랍군! 그러한 심정을 그대로 토해냈다. 그 모습에 박영준이 기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잡고자 하시는 몬스터는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 놈일 테고요.” 이어진 그 대화에서 BJ대마도사는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스폰서인 감마 제약과 이야기를 맞춰놨습니다. 저번 라이브 방송 때와 같은 조건으로 진행하면 엘프의 부츠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시도가 아니라 성공이 조건이지만, BJ대마도사 님이 오케이 사인만 내리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모든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박영준에게 BJ대마도사가 할 말은 하나였으니까. - 대단하네요, 정말. 설마 거기까지 예상하고, 준비하셨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탄. -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군요. 이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감사. 그렇게 미팅이 끝났고, 화면에서 BJ대마도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좌중의 모든 직원들이 박영준을 바라보았다. 너무 놀라 말문이 멎은 표정을 지은 채. 개중 한 명이 간신히 말문을 열었다. “역시 와튼이네요.” 그 말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3. “아." 라이징 스타 채널과의 라이브 미팅을 끝낸 미다스가 짧게 숨소리를 내뱉었다. 여러 감정이 섞인 한숨 소리, 그 끝으로 이내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번 미팅에서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사전 예고할 속셈이었다. ‘전부 눈치 채고 있으셨군.’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은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더 나아가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이란 단어를 꺼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을 언급한 것이었다. ‘추측한 거겠지만, 대단하네. 그런 걸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추측에서 나온 결과물이겠지만 그 정도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충분히 대단 하다고 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이미 완벽하게 새로운 의뢰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엘프의 부츠라니.’ 그것도 보통 아이템이 아니라 레전더리 아이템 중 하나인 엘프의 부츠를! 이곳, 우드 빌리지에서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 중 가장 가치 있는 아이템으로 평가 받는 아이템으로 억소리 나오는 가격은 물론 거래조차 쉬이 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그것을 의뢰 보상으로 구해놨다는 건, 여러모로 적지 않은 수작과 노력을 했다는 의미. ‘이번에도 아이템이다.’ 결정적으로 저번 리볼버 스킬처럼 이번 보상 역시 결국 미다스 본인만 좋은 일이었다. 그런 의뢰를 광고주와 협상 끝에 가져왔다는 건 미다스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는 의미. ‘서프라이즈는 없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서프라이즈 파티는 없었다. 미다스가 하는 모든 계획을 라이징 스타 채널은 예상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달리 말하면 이제부터 미다스는 다음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깜짝 쇼가 아닌 자기 자신의 역량만으로 시청자들 그리고 광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의미. ‘3일 동안 내가 가진 바를 100퍼센트 끄집어낼 수 있도록 연습해야지.’ 그러한 각오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애들아, 사냥 시작하자!” “예, 주인님! 주인님의 위대한 전설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불사르겠습니다!” 그 말에 골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의를 불태웠다. 헥헥....... 반면 럭키는 평소와 다르게 제 자리에 있는 채 미다스를 지그시 바라만 봤다. “럭키야?” 그 사실에 미다스가 의문을 가진 채 럭키를 바라봤고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아!" 럭키의 머리 위에 뜬 느낌표를. ![맹수의 위엄 ] !3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하는 전투에서 101회 승리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진화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그 신호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제 모든 마케팅이나 준비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맡기고 사냥에 집중하자.’ 4. 트롤의 숲. 다른 사냥터과 달리 등장하는 사냥 레벨 구간이 20레벨이나 되는 곳. 그렇기에 이곳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 역시 다른 사냥터와 다른 방식을 썼다. 110레벨대 파티와 120레벨대 파티 서너 개가 그룹을 맞은 채 서로와 트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 그러했다. 쉽게 말하면 덩치 작은 트롤들은 110레벨대 파티에, 덩치 큰 애들은 120레벨대 파티가 사냥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10레벨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사냥 속도가 한없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탓이었다. 물론 그건 분명 120레벨대 플레이어들이 손해 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그 손해를 감수했다. 그 120레벨대 플레이어들 역시 레벨이 낮을 때 그러한 배려를 받았으니까. 한편으로는 120레벨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그런 식으로 트롤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게 원활한 사냥에 유리했다. 달리 말하면 트롤이란 몬스터는 그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1대1 조차도 트롤의 덩치, 레벨을 가늠해서 해야 할 정도. 두 마리가 등장하면 어떻게 상대할까? 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정도. 크어어! 크아아! 그런데 지금 한 플레이어가 두 마리의 트롤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무모한 짓. 그러나 그 광경을 보는 이들 중에서 그것을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 플레이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미다스라는 것. “그래, 럭키야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 실제로 보이는 전황 자체도 플레이어 쪽에 불리하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왕! 럭키가 트롤 한 마리를 상대하고, 다른 트롤은 골렘이 부딪치면서 상대하는 상황. 완벽하게 어그로 관리가 되는 상황에서 핵심 딜러인 미다스는 60미터 거리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주인님!” 크아아! 그때 숲 한구석에서 골드가 트롤 한 마리를 더 끌고 왔다. 삽시간에 트롤 세 마리가 되는 순간, 보는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트롤 한 마리와 두 마리가 전혀 다른 전투력을 발휘하듯이, 트롤 두 마리와 세 마리 역시 그 전투력은 전혀 달랐으니까. 예상치 못한 심각한 변수의 등장. “데려왔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을 벌인 골드는 도리어 칭찬을 해달라는 듯이 미다스를 향해 밝게 소리쳤다. “야!”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소리쳤다. “잘했어!” 잘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 “자, 그럼 이제 진짜 딜링 가보자고.” 그러나 더 어처구니없는 광경은 골드가 트롤을 데려오는 순간 펼쳐졌다. 딱! 트롤이 세 마리가 됐을 때 미다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땅이 좌우로 흔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좌우로 흔들린 땅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꽈릉! 쇼크 웨이브가 발동하며 단숨에 몰려든 세 마리의 트롤들의 몸을 크게 뒤흔들었다. 크어! 크아! 크어! 곧바로 세 개의 괴성이 터졌고, 그대로 세 마리 트롤의 몸이 석상처럼 굳었다. 쇼크 웨이브의 상태 이상 효과가 발동되는 순간. “For the lord!” 그 순간 거대화한 골드가 돌진을 하며 트롤 한 마리를 향해 전력으로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콰앙! 그 공격에 굳어있던 트롤의 몸이 속절없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쾅! 그리고 다른 동료의 몸을 치며, 같이 넘어졌다. 쿵! 그렇게 트롤 세 마리가 도미노 무너지듯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그사이 미다스의 손이 쉼 없이 마법을 쏟아냈다. 파직! 라이트닝 볼트를 시작으로 단숨에 화살 마법 3개를 토해낸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스킬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그때 감전에서 깨어난 트롤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어! 크아! 크러! 세 마리의 트롤이 일어나며 다시 한 번 그 흉포한 성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반면 미다스의 여전히 캐스팅은 진행 중인 상황. 그러나 미다스는 그 순간 옆에 있는 주먹 크기의 빛 구체를 향해 소리쳤다 “체인 라이트닝!” 그러자 사역마가 미다스를 대신해 일어나는 트롤들을 향해 뇌전 한 줄기를 토해냈다. 파직! 그렇게 날아간 뇌전이 트롤 한 마리의 몸에 꽂힘과 동시에 그 트롤의 몸에서 두 줄기의 뇌전이 뿜어지며 그 옆에 있는 두 동료의 몸을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트롤이 감전 상태에 빠집니다.] 다시 한 번 트롤들이 석상처럼 굳었다. “네놈들! 그러자 골드가 기다렸다는 다시 한 번 더 전력을 다해 트롤 한 마리에게 몸통 박치기를 날렸고, 트롤들이 다시 한 번 더 도미노처럼 속절없이 넘어졌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캐스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공세를 퍼부을 때. 그때를 미다스는 놓치지 않았다.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쓰러진 트롤, 놈들의 가슴팍에 번쩍이는 황금빛 과녁을 향해 손에 든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가 황금빛 과녁에 꽂혔다. ‘강속구 가진 놈들이 이 맛에 야구하는구나. 그냥 던지면 꽂히네, 꽂혀!’ 그 사실에 미다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그 공세 속에서 트롤 한 마리가 이렇다 할 공격조차 못한 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크-왕! 그리고 곧바로 럭키가 새로운 표적을 향해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했다. “버서크!" 히잉! 동시에 미다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골드의 머릿속에 있는 광기의 스위치를 켰다. 이제는 4대2, 수적 열세가 된 트롤을 향해 그야말로 일방적인 폭력이 이루어졌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그 일방적인 폭력 속에서 한 마리가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한 마리. 크어! 그러한 트롤이 내뱉는 소리가 이제는 흉포하기보다는 처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장난 아니군.” 그리고 그 광경을 먼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지켜보는 플레이어들의 입에서도 처절한 숨소리가 나왔다. “트롤 3마리를 동시에 사냥하다니.” “그것도 솔로킬이지.” “솔로킬? BJ대마도사에 럭키에 골드에 골렘까지 4인 파티인데?” “5인이겠지. 그런 식이면 사역마도 넣어야 하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플레이어는 하나잖아?” BJ대마도사의 강함이 규격 외라는 것은 이미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에서 증명된 바였다. “보스 몬스터는 뭐 잡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괴물인지 체감이 안 되는데, 이제 좀 체감이 되네.” 그러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해보거나, 할 예정인 플레이어들은 많지 않은 법. 때문에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그래, 정말 엄청난 괴물이야.” 보통의 트롤을 잡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더 강렬한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무렵이었다. “또 한 번 더 트윈 헤드 트롤을 잡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뭐?” “이번에도 사전 예고하고.” 누군가 한 명이 툭 말을 던졌고, 그 말에 몇몇 이들이 반응을 했다. “왜?” “이유는 모르지만, 안 할 이유는 없지. 저번에 파급 효과가 장난 아니었으니까. 한 번 더 하면 시청자 숫자는 더 늘어날걸?” “에이,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똑같은 보스 몬스터를 한 번 더 잡는 게 말이 돼?” 보통이라면 고개를 저을 이야기. “시나리오 때문일 수도 있지. 보스 몬스터를 2번 잡아라, 같은 퀘스트가 있을 수 있잖아? 혹은 보스 몬스터에서 어떤 아이템을 얻어야 했는데 그걸 못 얻었을 수도 있지.” “확실해?” “확실한 건 아니고, 그냥 예전에 있던 길드 친구 녀석이 말해주더라고.” “예전 길드라면……" 그러나 그 이야기를 내뱉는 플레이어의 정체가 그 이야기에 신빙성을 말해줬다. “탐험가 길드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야?” 지금 이야기를 하는 플레이어 추탄, 그의 전 소속 길드가 탐험가 길드라는 것. 그러한 추탄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확히는 누가 기획을 하고 있다네.” “기획?” “만약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사전 예고를 하고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를 시도할 경우 놈을 방해하자고. 이어진 말에 좌중이 고개를 돌려 BJ대마도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본 BJ대마도사는 이미 사냥을 마친 상황이었다. 일반 파티가 트롤 한 마리를 잡는 것보다 더 빨리 세 마리를 사냥하는 순간. 그 아득한 전투력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다시 돌려 추탄을 보며 말했다. “그때 그렇게 깨지고도 미친 짓을 하자고?” “야, 그건 자살 행위야.” “BJ대마도사를 공격하면 신상정보부터 털린다고!” 그러한 반응에 추탄은 말했다. "BJ대마도사를 공격할 이유는 없지. 애초에 보스 몬스터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먼저 공격한 쪽이 가지는 거지." “뭐?” “BJ대마도사가 사전 예고를 하면 그는 분명 그 당일에 보스 몬스터를 찾아다니겠지. 그때 누군가 그 보스 몬스터를 먼저 친다면? 작정하고 하면 못할 건 없잖아?” “그야……" “무엇보다 실패해도 손해 볼 게 없어. 먼저 치면 잡으면 되고, 그게 아니면 손 털고 떠나면 될 일이지. 그렇잖아? 이건 비매너 행위가 아니라 정상적인 보스 몬스터 쟁탈전이라고.” 이어진 그 말 앞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한 그들에게 추탄이 결정타를 넣었다. “만약 정말 사전 예고를 한다면 이번에는 최소 시청자가 100만 명이 나올 거야. 그 이상이 관심을 가질 테고. 만약 거기서 먼저 가로 챈다면 어떻게 되겠어? 쟤가 누구야? 소리가 나오겠지. 그리고 어쨌거나 BJ대마도사에게 한 방 먹이는 거고. 어차피 트원 헤드 트롤을 잡을 거라면 메리트가 더 좋을 때 잡는 게 낫잖아?”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그 사실에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이제는 각오를 다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몇 명이 모였는데?” 125화. < 40화. 착각 (2). > 5. 가장 훌륭한 마케팅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논쟁이 있겠지만, 만약 10명에게 물어보면 개중 4명 정도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 소문 들었어?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더 보스 몬스터 레이드 사전 예고를 한다던데? 입소문보다 좋은 마케팅은 없다고. 박영준, 그가 이번에 선택한 마케팅 방법은 바로 그 입소문 마케팅 방법이었다. 그는 BJ대마도사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는 순간 그리고 광고주인 감마 제약의 사인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통해 소문을 흘리기 시작했다. - 아, 나도 들었어. ㄴ 트윈 헤드 트롤? ㄴ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이라든데? ㄴ 3일 후였지? 3일 후 BJ대마도사가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 레이드를 할 것이며, 그것을 사전 예고를 할 것이다! 저번 그때처럼 다시 한 번 더 쇼를 벌일 것이다! 모든 직원을 동원해서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그러한 소문을 흩뿌렸다. - 그런 소문이 있었어? 처음 듣는데? “소문이 있냐고?” 그리고 그 소문을 흩뿌리는 이들 중에는 박영준, 본인도 있었다. “있지. 요즘 얼마나 핫한데!” 본인조차도 쉴 새 없이 마이크를 입에 댄 채 커뮤니티에 입소문을 흩뿌렸다. “하루 전날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사전 공개한다는 소문이 있어. 내가 라이징 스타 채널 높으신 분하고 친해서 들은 소식이야.” 쉴 새 없이. 사실 그냥 보기에는 퍽 어수룩한 장면이었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거기 사장님이 와튼 스쿨 출신으로 진짜 엄청난 핸섬가이에……" “저기 사장님.” “응? 왜?” “저기 이게 정말 통할까요?” 부하 직원 한 명이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한 채 질문을 던질 정도. 그러한 질문에 박영준은 한참 떠들던 갓워즈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이 입소문만으로는 당연히 안 되겠지.” "예?" 열심히 하루 종일 입소문을 퍼뜨리겠다고 작업을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그 사실에 놀란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김민수가 말했지. 모든 일에는 플러스가 필요하다고.” “플러스요?” “입소문과 찰떡궁합인 게 뭔지 알아?” “알면 이런 질문 안 하죠.”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출.” “유출이요?” “생각해 봐. D-1에 사전 예고를 한다는 입소문이 도는 와중에 그 사실이 D-2에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말과 함께 스윽, 박영준이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한 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이 D-2날이지.” 6. [특종! BJ대마도사의 라이브 일정 입수!] [BJ대마도사, 다시 한 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사전 예고한다!] [BJ대마도사, 도전자들에게 리벤지 기회를 주다!] 그건 분명 파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더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그러나 그 소식의 파급력은 그 파격보다 더 컸다 - 소문이 사실이었네! - 와, 대박! 휘날리던 루머가 사실이 되었다는 것. - 그보다 유출이라니, 어떻게 한 거야? 그리고 그것을 사실로 만들어준 것이 다름 아니라 정보 유출이란 것이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 와, 이거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겠네. 하루 전날이 아니라 이틀 전에 예고된 격이잖아? ㄴ 준비한 계획대로는 못하겠지. ㄴ 재미있어지겠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상황이 꼬였다는 것이 모두를 더 설레게 했다. 다시 한 번 더 헤프닝이 예고되는 상황. 그런 만큼 세상 모두가 이 소식에 들썩였다. 오직 한 명 만이 달랐다. “인페르노!” 미다스, 그는 그러한 소식에 들썩이지 않은 채 오로지 트롤 사냥에만 모든 신경을 쏟았다 물론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없을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본인의 일 아닌가? ‘주혁이가 휴게실에서 신이 나서 뭐라고 떠든 걸 보면 내 레이드 날짜가 사전 예고된 거겠지.’ 심지어 미다스가 다니는 캡슐방에는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자칭 최고의 소식통이 있는 상황. 그럼에도 미다스는 무시했다. ‘이번 마케팅은 전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몫이다.’ 무슨 마케팅이 있고, 어떤 식으로 광고를 하는지 그건 미다스의 몫이 아니었으니까. ‘난 몬스터를 잡기만 하면 돼.’ 미다스의 몫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만든 무대 위에서 최고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뿐. ‘이제 이틀 후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해야 하는 건 결국 몬스터 사냥뿐이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귀에 기다리던 알림이 들렸다. 쿵! 그 알림과 함께 5미터 신장의 트롤이 이미 쓰러진 트롤 두 마리의 몸뚱이 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호우우우! 그 쓰러진 트롤 앞에 서 있던 럭키가 자세를 잡은 채 주둥이로 하늘을 가리키며 강렬한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과 함께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의 몸이 다시 한 번 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맹수의 크기였던 몸이 다시 한 번 더, 이제는 맹수조차 위협을 느낄 크기로.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에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100장. 눈앞을 가득 채우는 그 카드 앞에 선 미다스의 감상은 하나였다. ‘역시 럭키다!’ 당장 보이는 붉은빛 카드만 예닐곱 장! 심지어 그러한 붉은빛 카드는 무리를 지은 것처럼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실 더 놀라운 광경이었다. 저렇게 모여 있으면, 저 근처에 카드를 택할 경우 유니크 등급 카드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 그러한 미다스의 눈이 이내 한 곳에 멈추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반성했다. 그 붉은빛 광채 속에서 오롯하게 존재감을 내뿜는 황금빛 카드가 말해주었으니까. ‘아니, 럭키가 아니라 치트키였지.’ 럭키의 행운은 고작 럭키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그래, 럭키야. 내가 너만 믿고 이 게임한다.” 그렇게 럭키를 향한 굳건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표현한 미다스가 황금빛 카드에 손을 가져갔다. ‘어?’ 그리고 그 카드 뒷면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굳었다. [펜리르의 피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펜리르의 피어를 포효한다. 노출된 대상의 유익한 버프 효과가 일시 정지한다. 펜리르의 피어. ‘맙소사,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디버프 계열 스킬 중 최고봉 중 하나. 럭키와 똑같이 펜리르의 신수인 똘똘이를 가진 라포, 그와 그가 이끄는 불사자 길드가 1티어급에서 10대 길드급으로 단숨에 존재감을 올리게 해준 스킬이었다. 이 스킬 덕분에 라포의 길드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물론 PK에서 그 누구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 있었으니까. ‘은신도 일시적으로 해제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스킬의 최고 강점은 은신 같이 모습을 숨기는 스킬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스킬은 해제가 아니라 일시 정지였으며, 정지 시간은 2분 남짓했다. 그러나 그 2분이면 전세가 역전되기에 충분한 시간. 당연히 망설임은 없었다. 미다스가 곧바로 스킬을 선택했다. [럭키가 펜리르의 피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더 커진 럭키에게 다가가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킹갓제너럴럭키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왕! 주인의 그 말에 럭키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짧게 짖었다. '응?' 그 무렵에서야 미다스는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골드가 왜 이렇게 조용하지?’ 평소라면 이쯤해서 자신의 충성심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했었을 골드가 조용하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럭키의 목을 휘감은 손을 풀고는 스윽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느 때보다 조용히 그리고 꼿꼿하게 대지에 서있는 골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내가 럭키만 챙긴다고 삐졌나?’ 그동안 충성심을 드러낸 골드를 향해 퉁명스럽게 해준 나날들이. “골드야, 알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미다스가 잽싸게 골드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절대 내가 널 싫어하는……" 그 순간 미다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응?' 골드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 하나를. ![발본색원] !한 종류의 몬스터만 연속해서 1,111마리를 사냥할 경우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이제는 골드가 다시 한 단계 성장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 기꺼운 소식이었다. '좋은 소식인데, 이 소식 조금 더 일찍 나오지.’ 럭키의 것과 같이 받았다면 더더욱 좋았을 소식. 어쨌거나 그 소식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이 순간 고민은 없었다.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강력한 스펙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나중으로 미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3마리를 동시에 잡는 것도 아니고, 1,111 마리 잡는 거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디데이 당일까지 사냥하면 충분히 가능해.’ 그저 쉴 틈이 없을 뿐. "그래,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미다스, 그가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7.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내리는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중단하거나 혹은 강행하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선택은 후자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은 모두가 예상하던 날, D-1에 자신의 채널 페이지에 새로운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영상은 짤막했다. 저번 BJ대마도사의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그 영상의 부분부분을 합쳐 만든 30초 남짓한 영상. 그러한 영상 말미에 검게 변한 화면 위로 한 가지가 떴다. [Replay, D-1 ] 예고한 그대로 이 영상이 나오고 다음 날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다. - 리플레이다! - 소문대로 내일 다시 한 번 더 보스 몬스터 레이드다! 사전 예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그것도 같은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일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갓 워즈 역사에 존재치 않는 일에 세상은 뜨겁게 열광했다. - 소문 들어보면, 저번에 물 먹은 플레이어들이 이번에 리벤지 준비한다던데? - 그때 그렇게 당한 상태에서 이런 도발을 받았는데, 무시하면 그게 더 병신이지. -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할 거야. 그리고 저번에 굴욕을 당한 이들은 복수심으로 제 속을 뜨겁게 예열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디데이의 날이 밝았다. 사전 예고한 라이브 당일. 자연스레 세간의 모든 이목은 트롤의 숲, 그곳에서도 BJ대마도사에게 몰렸다. 특히 BJ대마도사에게 리벤지를 준비하는 이들, 일명 리벤저스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이들은 아예 전문 감시부대를 구축한 상태에서 BJ대마도사를 감시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디데이, 사전 예고한 날짜에 트롤을 사냥하는 BJ대마도사 주변에는 열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먼 거리에서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지금 BJ대마도사는 뭐하고 있어?” “트롤 잡는다던데?” “그래?” 그리고 그들이 감시한 내용은 리벤저스의 이름을 올린 플레이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지금은 뭐하고 있어?” “트롤 잡는데.” “아직도?” 당연히 대기 중인 이들은 그 정보에 민감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순간 곧바로 반응하고 그대로 움직여야 했으니까. 하물며 상대는 BJ대마도사 아닌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들고 올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대기 중인 이들은 거듭 감시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상태를 질문했다. 물론 그들이 받는 정보는 한결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뭐해?” “트롤 잡아.” 트롤 잡는다. “씨발, 그 새끼는 3일 내내 트롤만 잡고 자빠졌어!” 결국 보고를 받은 한 명이 저도 모르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 불만에 무어라 하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 그 새끼 트롤에게 여자친구라도 빼앗긴 거야, 뭐야? 무슨 트롤을 그렇게 잡고 있어?” “그것도 아주 악착같이 잡던데.” “정말 보스 몬스터 잡으려는 거 맞아? 지금쯤이면 리젠 대기하고, 수색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모두가 속에 담고 있던 불만을 하나씩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를 감시하기 시작한 이후 그들이 받은 보고는 트롤을 잡는다, 그게 전부였으니까. 심지어 디데이인 지금, 트윈 헤드 트롤 리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도 그런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 “정말 잡는 거 맞아? 구라 아니야?” 결국 누구 한 명이 의문을 던졌고, 그 의문에 구석에 있던 플레이어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게 BJ대마도사의 전략이지.” 추탄, 그의 말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됐고 그 이목 속에서 추탄이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는 혼자 움직이는 듯하지만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이들이 그를 도와주지. 이미 일전에도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었고.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가 제 혼자서 보스 몬스터의 리젠 장소를 파악하고, 잡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가 보스가 등장하는 위치와 시간을 알 수 있는 핵이라도 쓴다면 모를까.” 그 말에 추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BJ대마도사는 필시 우리들의 존재를 알고 있을 거야.” “우리들을? 리벤저스 가입 조건이 비밀 엄수였잖아?” “비밀 엄수이긴 하지만 3백 명 넘는 단체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건 어쩔 수 없지. 당장 라이징 스타 채널만 해도 이번 디데이가 사전에 유출됐었잖아?” “하긴, 그렇지.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지금 트롤만 잡는 게 우리 때문이라는 거야?” “우리의 정신을 팔리게 하는 거지. 좋든 싫든 BJ대마도사가 움직이면 우리는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 사냥은 의심을 사지 않고 시간을 벌기에 훨씬 더 좋지. 그렇게 BJ대마도사가 주변의 시선을 끄는 사이, 그의 조력자들이 트윈 헤드 트롤을 찾아다니고 있을 거야. 그걸 발견하면, 바로 BJ대마도사가 움직이겠지.” 추탄의 설명에 불만을 내뱉었던 이들이 다시금 그 불만을 꾹 삼켰다. 그런 그들에게 추탄이 말했다. “그러니까 굳이 거기에 낚일 필요 없어.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트윈 헤드 트롤이 리젠됐을 때 선공권을 가지는 것. 그리고 가지는 순간 2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달라붙어 놈을 처치하는 것. 그뿐이면 되니까.” 그때였다. “BJ대마도사가 갑자기 빠르게 이동한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대기 중이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발대 먼저 움직인다!” “버프 걸어줘!” 그리고는 당황하지 않은 채 오히려 준비한 계획을 빠르게 실행했다. 그 속에서 추탄도 있었다. “헤이스트만 걸어줘. 바로 움직이게.” “알았어.” 그렇게 추탄이 헤이스트 버프만 잡는 순간, 그 순간 재차 속보가 들어왔다. “BJ대마도사가 사라졌어! 놓쳤어!” 그 말에 추탄이 눈살을 찌푸렸다. “놓치다니?” “너무 빨라서 놓쳤데!” 마법사 플레이어가 너무 빨라서 놓쳤다, 어림도 없는 소리였지만 그 소리에 반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의 이동속도가 이미 마법사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다는 건 이미 알려진바. 더 나아가 BJ대마도사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폴리모프로 변신했을 수도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트롤들을 예의주시해.” 폴리모프, 그 훌륭한 변신 마법이. 그렇게 명령을 내린 추탄이 살짝 당혹감을 느끼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다들 움직인다. 이제 리젠 타임 얼마 안 남았어! BJ대마도사가 뭘 하든 간에 우리가 먼저 선공권을 가지면 될 뿐이야. 머릿수랑 탐색 능력은 우리가 더 강해! 다시 말하지만, BJ대마도사랑 싸울 이유는 하등 없어! 그냥 트윈 헤드 트롤만 잡으면 될 뿐이야!” 그러한 외침과 함께 추탄이 슬쩍 자신의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러한 채팅창에 자리잡은 2명의 시청자, 개중 하나를 확인한 추탄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일만 제대로 성공하면 나도 어비스 길드원이다. 그냥 트윈 헤드 트롤만 잡으면 어비스 길드, 거기서도 2군 멤버가 될 수 있어.’ 그 각오를 다지는 그에게 소식이 들렸다. “트윈 헤드 트롤 발견했어!” 그 소식이 좌중이 침묵으로 물들었고, 그 침묵 속으로 소리를 지른 이가 재차 소리쳤다. "우리가 먼저 공격했어! 선공권 얻었어!” 그 소식에 더 이상 모인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 따위는 없었다. “해냈다!” “우리가 BJ대마도사를 엿 먹였다!” 8.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정현우는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그리고는 카운터 옆에 위치한 업소용 냉장고, 그 안에 보관하고 있던 물병 하나를 꺼냈다. 감마 제약에서 만든 갓워즈 플레이어용 음료, 카페인을 비롯해 온갖 좋은 성분을 가득 넣은 그 값비싼 음료를 정현우가 그 자리에서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형!”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이혁주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다가왔다. “대박 사건! 지금 대박 사건 터졌어요!” 엄청난 속보를 가져온 모양. 그러나 정현우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대답 대신 곧바로 캡슐로 향했다. “미안한데, 오늘 급한 일 있거든? 그 대박 사건이 뭔지는 나중에 듣자.” 그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휴게실 안에 있던 손님 한 명이 소리쳤다. “리벤저스가 레이드 들어갔어. 이야, 공격대 숫자만 백 명이 넘는 거 같은데?” “이거 순식간에 끝내겠네?” “혁주야 빨리 와라! 이거 금방 끝날 거 같다!” 그러한 휴게실 반응에 이혁주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정현우가 들어간 캡슐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실시간으로 물을 먹는 대박 사건을 라이브로 못 보시다니 현우 형은 재수가 좆나게 없다니까.’ 그리고는 등을 돌려 휴게실을 바라보는 이혁주는 생각했다. ‘뭐, 오늘 제일 재수 없는 건 BJ대마도사이겠지만.’ 126화. < 40화. 착각 (3). > 9. 5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할 경우 강제 로그아웃이 된다, 그 제약을 피하기 위해 로그아웃 후 재충전을 마치고 재접속을 한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주변을 살피는 것이었다. 두리번두리번, 그렇게 주변을 크게 훑어본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감시하던 애들이 사라졌네?’ 로그아웃 전까지 자신을 감시하던 감시자들이 사라졌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미 진즉에 감시자들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다. 딱히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 자신은 요주의 인물일뿐더러, 이미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사전 예고한 상태. 그런 상태에서 BJ대마도사를 그냥 일반 플레이어 취급하듯 취급한다면 그게 도리어 더 이상한 일일 터. ‘내가 일부러 거리를 벌리긴 했지만……' 그래서 미다스는 일부러 전력 질주로 감시자들을 뿌리친 후에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표적을 놓치는 경우에는 감시자들을 넓게 포진시킨 채 감시망을 넓히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정말 단 한 명도, 감시자가 아닌 일반 플레이어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별로인가?’ 자신의 인기에 대해 한 번쯤 뒤돌아보게 되는 순간. ‘아니지,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물론 당장 신경 쓸 부분은 그런 게 아니었다.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먼 곳에 있는 붉은 빛 기둥을 바라보았다. 결전의 무대, 그 무대를 앞둔 미다스가 해야 할 생각은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까.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는 데에 집중하자.’ 최초의 보스 몬스터 사냥을 마치는 것. “애들아, 가자.” 왕! “예, 주인님! 오늘도 주인님과 함께 찬란한 전설을 세우리란 사실에 몸이 벌써부터 근질근질합니다.” 그렇게 럭키와 골드를 이끌고 미다스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기둥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둥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그 대답과 함께 시작했다.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사전 예고했던 라이브 방송을. 10. 갓워즈에서 라이브 방송을 업으로 삼는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가 있었고, 취향이 있었으며, 스타일이 있었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가지는 최악의 상황은 언제나 똑같았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을 코앞에 두고 방송 중단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맞이한 경우가 그러했다. - 지금부터 리벤저스 팀이 트원 헤드 트롤 사냥을 시작합니다. 라이브 방송실, 그 안에 모인 이들은 직원 한 명의 태블릿PC를 통해 나오는 화면 앞에서 넋을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큰일 났네요, 어떻게 하죠? 그러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 시간을 흘려보낼 뿐.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 자리에 앉은 채 툭툭, 말없이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릴 뿐이었다. 물론 박영준은 이 순간 걱정보다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는 건 BJ대마도사 스타일이 아니야.’ 실패는 할 수 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실패조차도 무언가 멋있는 쇼로 만들고도 남을 자였다. 이렇게 속절없이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이를 비추는 걸 용납지 않는 자였다. 그게 이유였다. “모두 방송 준비해.” 모든 것이 얼어붙은 상황 속에서 박영준이 모두를 움직이게 했다. “오늘 우리는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모인 거지, 보려고 모인 게 아니야. 다들 자리로 가!” 명령을 내려서 직원들을 강제로 움직였다. “프로답게 가자고, 프로답게!” 프로! 그 단어에 부하 직원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모두가 자리에 앉았고, 개중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한 명이 의지를 담아 질문을 던졌다. “뭔가 있는 건가요?” 질문이라기보다는 소망에 가까운 말, 부디 실패가 아니기를 바라는 말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탓이었다. ‘제발.’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돼.’ 오늘 실패가 그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에는 팬 이상으로 그를 싫어하는 안티팬이 많았다. 그동안은 그가 언제나 압도적인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안티팬들의 입을 다물게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필시 BJ대마도사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터. 그리고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터였다. ‘이대로 방송을 끝낼지도 몰라.’ 극단적인 경우에는 BJ대마도사가 그냥 방송을 포기할지도 몰랐다. ‘돈 때문에 방송하는 것도 아니잖아?’ 애초에 BJ대마도사는 이미 엄청난 부자 아닌가? 굳이 욕먹고, 문제가 생기면서까지 라이브 방송을 고집할 이유는 결코 없었다. 더 나아가 그에게 방송을 강제할 힘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조금도 없었다. 그러한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은 머리를 툭툭,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이대로는 안 끝나.” 그때 그가 머리를 두드리는 것을 멈추며 말했다. “아니, 어쩌면 이게 BJ대마도사의 시나리오일지도 몰라.” “시나리오요?” 그 순간이었다. “BJ대마도사와 연결됐습니다. 라이브 방송 시작합니다.” 방송이 시작됐다. 11.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밝은 인사와 함께 미다스가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시청자분들 많이 오시네.’ 쉼 없이 올라가는 시청자 숫자에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저번에 100만 넘었지? 아, 그것도 축하 파티해야 하는데…… 응?’ 그러한 미다스의 미소가 살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뭐지?’ 원인은 다름 아닌 채팅창 분위기. - BJ대마도사님, 너무 염려치 마세요. - BJ대마도사님 파이팅 ! 우리 존재 파이팅! - BJ대마도사님은 우리 마음속의 zx지존xz이십니다. 채팅창 분위기가 장례식장 분위기였다. [BJ골드파이팅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포레버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빨리낳으세요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후원금을 보내는 이들의 닉네임도 하나 같이 격려, 걱정, 우려가 섞여 있었다. 흡사 부조금 같았다. ‘왜 이래?’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든 분위기. 자연스레 미다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터졌나? 나랑 누구랑 열애설이라도 터진 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미다스는 세상이 무너져도 있을 리 없는 경우의 수마저 머릿속으로 떠올릴 정도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무슨 일 있어요?” 그러한 말에 채팅창에서는 대답 대신 도리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진 물음표들이 차올랐다. 그것을 보고 미다스도 고개를 갸웃했다. 마주한 이들이 서로 고개를 갸웃하며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분위기. 크르르! 그러한 분위기를 바꾼 것은 예전보다 더 커진 덩치를 가지게 된 럭키의 경계심 가득한 으르렁거림이었다. “주인님, 거대한 무언가가 옵니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이어서 골드가 미다스를 지키기 위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재차 경고했다. 그 이상의 경고는 필요 없었다. 꽈릉! 지진이 난 듯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것이 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냈으니까. 크어어 크아아 크러러 7미터를 넘는 신장, 그야말로 건물 크기나 다름없는 덩치 위에 달린 세 개의 머리. 트리플 헤드 트롤! 이제까지 갓워즈 역사상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던 그 괴물의 등장에 미다스는 더 이상 채팅창을 보지 않았다. 이 거대한 괴물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제부터 사전 예고대로 트리플 헤드 트롤 레이드 라이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가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12. 갓워즈에서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떼로 덤비는 것. 모든 몬스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는 머릿수로 얼마든지 찍어 누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짓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런 식의 방법을 사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루어지는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는 레이드라고 부를 수 없었다. “딜링 들어가! 멈추지 말고 계속 들어가!” “어그로 관리고 나발이고 그냥 버텨! 딜러가 이렇게 많으면 순삭이라니, 순삭!” 원거리 및 근거리 딜러 133명, 탱커 61명, 힐러 88명, 도합 282명. 그 숫자는 사실상 전술전략이란 개념이 무색한 수준이었다. “그냥 탱커들이 딜해도 잡을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탱커 한 명에 힐러 다섯 명씩 붙을 수 있으니까 그냥 머리 들이밀어!” 죽고 싶어도 그게 더 힘들 정도. 딜을 넣고 싶어도 넣는 게 어려울 정도. 때문에 보스 몬스터 공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페이즈 공략 따위도 사실상 무의미했다. “조만간 3페이즈 들어갈 거 같다!” “벌써?” 딜러들의 딜량을 가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으니까. “레이드 시작하고 3분 조금 지났는데, 끝나겠네. 설마 살다살다 이런 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게 될 줄이야." 상식 외의 일. “우와, 내 라이브 방에 8천 명 넘었어!” “난 2만 명이다!” “후원금 감사합니다! 감사의 탭댄스 들어갑니다.” “야, 나랑 발레하면 100달러 준대! 아무나 와! 반띵이다!” 그러나 더 상식 외의 일은 이 레이드를 향해 사람들이 대단한 열광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 BJ대마도사 물 먹었네 ㅋㅋㅋ ㄴ 물이 아니라 엿이겠지 ㅋㅋㅋ ㄴ 사전 예고한답시고 나댈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음. ㄴ BJ대마도사는 사실상 럭키빨이지. 이번 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의 계획이 뭉개졌다는 것. - 이걸로 BJ대마도사도 끝이네. - 다시는 사전예고니 뭐니 깝치지 못할 듯? - 다음에는 몰래 잡는 거 아니야?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언제나 현실로 만들었던 BJ대마도사이기에 더더욱 이번 실패는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 몰래 잡든 뭐든 간에 커리어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은 생겼지. 제아무리 100점 만점과 99점의 차이가 1점뿐이지만, 그 차이는 엄청난 차이인 법. 분명 이것은 두고두고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을 만한 실패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열광했다. “3페이즈다!” “이제 20퍼센트 밖에 안 남았다!” “그냥 딜링 퍼부어!” 그러한 레이드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이제는 커튼콜을 준비할 때. “추탄, 네가 맞았어.” 그 무렵에 플레이어 한 명이 이 모든 일을 기획한 추탄에게 다가와 가볍게 주먹을 내밀었고, 추탄이 그 주먹을 제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별 거 아니지.” “아니야, 네가 기획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이야.” 거듭된 칭찬에 추탄은 씨익, 미소만 지었다. ‘그래, 그러니까 내게 제안이 온 거지.’ 그 순간 추탄의 머릿속으로는 며칠 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추탄, 그는 본래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탐험가 길드 소속에 200레벨이 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나름 게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생활을 이어갈 정도.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이상은 안 되겠다는 한계. 그런 상황에서 운좋게 새로 얻은 캐릭터 카드에서 유니크 등급 직업이 나왔을 때 그는 탐험가 길드를 탈퇴하고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 후의 결과물은 좋았다. 유니크 랭크의 직업 그리고 전직 탐험가 길드 출신이라는 것, 이 두 가지는 1티어급 길드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커리어였으니까. 그러나 거기서도 다시금 한계를 느꼈다. 그 무렵에 브로커 한 명이 제안을 했다. ‘이걸로 나도 어비스 길드 2군이다.’ 자신의 의뢰를 들어주면 어비스 길드 2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버티긴 힘들겠지만.’ 물론 탐험가 길드에서도 버티지 못한 추탄이 어비스 길드 2군에서 버틸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애초에 어비스 길드 2군은 말이 2군이지, 다른 1티어급 길드에서는 1군 혹은 그 이상 평가를 받을 만큼 최정예들이 모인 무대였으니까. 실제로 추탄도 그곳에서 버틸 생각은 없었다. ‘전 탐험가 길드 그리고 전 어비스 길드 2군 출신, 이보다 좋은 커리어는 없지.’ 필요한 건 커리어뿐. ‘거기에 보상금이 1만 달러.’ 여기에 브로커는 추가적인 보상마저 줬다. ‘뭐, 그래도 최고는 그거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일을 끝으로 추탄에게는 아주 훌륭한 타이틀이 하나 생길 터였다. ‘BJ대마도사를 엿 먹인 최초의 플레이어.’ 그 사실에 추탄의 입에 미소가 번졌다. 비단 추탄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모두가 확실한 승리를 앞둔 이들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어? 이거 뭐야?” 그러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트윈 헤드 트롤이 거의 죽음에 이를 무렵이었다. 마지막 발악을 시작할 무렵. “그게 정말입니까?” “뭐라고요?” “야, 큰일 났어! 좆됐어!” 사냥에 집중하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똑같이 소리쳤다. “BJ대마도사가 레이드 방송한다는데?” 그 말에 추탄이 무어라 소리치기도 전에, 곳곳에서 반문과 대답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잡는데.” “아니, 트윈이 아니라 트리플! 머리 셋!” “지금 레이드 들어갔데!” “BJ럭키가 더 귀여워졌데!” 더 이상 정리가 불가능한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추탄은 무어라 말하는 대신 자신의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의 서포터가 다급하게 쓴 채팅이 보였다. - BJ대마도사, 현재 트리플 헤드 트롤 최초 사냥 중. 그것을 보는 순간 추탄은 더더욱 혼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트리플?’ 그 순간이었다. “으악!" “야, 아직 안 죽었어!” “힐! 힐! 씨발 힐!” 트윈 헤드 트롤 근처에서 탱커들이 한 눈을 판 대가를 치르는 소리가 났다. 그것을 시작으로 삽시간에 압도적으로 진행되던 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크어어! 크아아! 트윈 헤드 트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스 몬스터 아닌가 생존 본능이 발동한 놈의 전투력은 어중간한 탱커들조차 단숨에 게임오버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눈을 판 대가를 치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 대가가 확인한 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어설프게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탱커들이 빠지고, 힐러들이 도망치고, 딜러들이 딜을 중지했다. 당연히 트윈 헤드 트롤은 그 틈을 노려 미쳐 날뛰었다. 팀워크가 부족한 오합지졸이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광경이 펼쳐졌다. ‘미친, 갑자기 왜 이래? 무슨 일이야?’ 그 광경에 추탄이 다시 한 번 채팅을 바라봤다. 부디 무언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채팅이 올라왔기를, 그러한 소망을 담은 채. 그리고 그의 서포터는 채팅창에 새로운 채팅을 올렸다. - BJ대마도사, 현재 골렘 위에서 춤추는 중. 그 순간 추탄은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127화. < 41화. 트리플 헤드 트롤 (1). > 1. 리벤저스, 그들이 트윈 헤드 트롤을 사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 기어코 터졌다! - BJ대마도사 실패했어! 예상했던 최악의 헤프닝이 일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을 때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 라이브 방송을 보기 위해 접속했다. 최초의 실패 앞에서 과연 BJ대마도사가 어떤 심정을 표현할지. 이제까지 오만하기 그지없던 그가 과연 이 상황에서도 그 오만함을 고수할지. 위로를 위해서 혹은 비아냥거림을 위해서, 모두가 그의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보여줬다. - 뭐야? 트윈 헤드 트롤 사냥이 아니었어? -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이라면서? ㄴ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건 맞지. 당신들이 아무래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럼으로써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 트리플 헤드 트롤? - 이번에도 새로운 보스 몬스터임? - 역시 BJ대마도사야! BJ대마도사는 단 한 번도 평범한 것을 가지고 방송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 순간 채팅창 분위기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다른 이유가 없었다. 이 엄청난 사건을 당장 이 방송을 보지 않는 이들,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터뜨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실천에 옮겨야 했으니까. 라이브를 보는 수십만 명의 인원들이 스스로가 나팔수가 되어 사방에 이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젠장, 분위기 이상한데…… 일단 사냥에 집중하자.’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레이드를 시작할 때. 그 생각을 품은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거대한 숲, 그보다 더 거대한 트리플 헤드 트롤을 마주 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 !살의의 공포 스킬 사용 !HP가 20퍼센트 깎일 때마다 타오르는 전의 스킬 발동 (중첩 가능) !HP가 80퍼센트 이하일 때 두 머리 모드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때 파괴본능 스킬 발동 그러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것은 트리플 헤드 트롤의 정보였다. 일단 기본 스킬인 살의의 공포 스킬부터가 남달랐다. 미다스가 가진 용의 위엄처럼 마주한 대상의 능력치를 감소시키는 스킬이었다. 여기에 HP가 20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발동되는 타오르는 전의 스킬은 전투 관련 능력치를 올려주는 스킬! 심지어 그 버프는 중첩마저 가능했다. 또한 2페이즈부터 이미 2개의 머리가 활동했다. 필시 트윈 헤드 트롤의 마지막 페이즈와 비슷한 전투력을 보여줄 터. 마지막 3페이즈에 돌입할 경우 발동하는 파괴 본능 스킬의 경우에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스킬인지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문외한이라도 그게 보통 것이 아님은 스킬 네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아.’ 골치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득한 괴물. 만약 다른 이들도 미다스처럼 이 정보를 볼 수 있었다면 어떻게 잡아? 라는 소리보다 튀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괴물. ‘이거……' 그토록 아득하기 그지없는 괴물을 이제는 적이 되어 마주보는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베스트 시나리오다.’ 생각했던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 중 나름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음을.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미쳐버린 것도 아니었다. ‘예상했던 최고의 베스트 시나리오야!’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그것이 헛소리가 아닌 진심임을 분명하게 보여줬으니까. 당연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럭키야.” 왕! “사생결단이다.” 왕! 미다스, 그가 망설임 없이 악셀을 밟았다. 2.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라이브로 방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스 몬스터 등장씬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 최대한 클로즈업하면서 그 특징을 최대한 강렬하게 연출하는 것. 그럼으로써 그것을 상대하는 플레이어가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것. 이건 잘하고 못하고의 일이 아니었다. 갓워즈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었지.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 기본을 잊지 않았다. 박영준 덕분이었다. 혼란 속에서 시작된 라이브 방송이었지만, 박영준의 명령에 모두가 자리에 앉은 채 대기를 한 덕분. 덕분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트리플 헤드 트롤을 제대로 클로즈업하는 건 물론 놈이 가장 섬뜩하게 볼 수 있는 구도를 찾아내고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놈을 보여줬다. 놈이 얼마나 아득한 괴물임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주었다. 그 끝에 머리 세 개를 보여주었다. - 진짜 3개다! - 합성 아니지? - 미친, 트리플 헤드 트롤이라니!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모두가 섬뜩함을 느꼈고 일부는 아득함을 느꼈다. - 덩치 봐. 트윈 헤드 트롤보다 머리 1개가 아니라 2개 정도는 더 크겠는데? - 덩치 따라 레벨 정해지니까, 저 녀석 레벨은…… 어휴. - 페이즈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런 괴물을 상대하는 건 대체 무슨 기분일까? - 시한폭탄 손에 들고 있는 기분이지. 근데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는 알 수 없는. 관객 입장에서 현기증이 날법한 광경. 그렇기에 모두가 생각했다. - 이 정도면 일단 간부터 보겠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한 루트를 밟으리라고.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 럭키가 사생결단 썼다! - 뭐? 벌써 질렀다고? 사생결단. BJ대마도사가 한 번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방아쇠를 당겼다. 당연히 럭키는 그 누구보다 용맹하게 그 머리 세 개 달린 괴물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 의지에 트리플 헤드 트롤이 바로 응했다. 콰앙! 트롤의 숲을 채우고 있는 드높은 나무들조차 가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신장을 가진 트리플 헤드 트롤이 럭키를 쫓아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울음을 터뜨렸다. 카메라도 당연히 그것을 찍었다. 마치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사냥감을 쫓는 티라노사우르스를 찍듯이 럭키를 쫓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찍었다. - BJ대마도사가 골렘 소환 썼다! 그다음으로 BJ대마도사가 꺼낸 카드는 골렘이었다. 물론 그 선택에 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 저런 거대 괴물 쓰는데 골렘으로 샌드백이라도 해야지.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상대로 골렘을 탱커로 쓰는 건 상식 중의 상식. - 골렘으로 되겠어? - 체급이 안 되잖아? 개중 적지 않은 이들은 골렘이 별 소용이 없으리란 생각에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가 소환하는 골렘의 크기는 툰가의 검은 지팡이 효과인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옵션을 적용 받아도 채 5미터가 되지 않았으니까. 7미터에 이르는 트리플 헤드 트롤에 비하면 체급이 너무 부족했다. 운동 능력은 더더욱 비교 불가였다. 트리플 헤드 트롤이 어깨로 가볍게 부딪치기만 해도 골렘은 그 자리에서 으스러지며 쓰러질 터. 당연히 시청자들은 골렘의 등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관심도 길게 가지지 않았다. - 과연 BJ대마도사가 이걸 어떻게 잡으려나? - 데미지 딜링도 딜링이지만, 이거 쉽지 않겠는데? 시청자들은 바로 BJ대마도사로 관심을 집중했다. 그에 맞게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를 볼 수 있도록 그에게 카메라를 돌렸다. 그제야 시청자들을 볼 수 있었다. - 어? 골렘 위? - 저길 왜 올라가? - 또 무슨 또라이 짓을 하려고? 어느새 자신이 소환한 골렘, 그 평평한 머리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존재를.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이야, 골렘에서 보는 풍경이 남다르네요.”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듯한 등산객처럼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 풍경에 모두가 의문을 가졌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가 말을 했다. “아, 그 전에 재미있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골렘의 머리 위, 1평 남짓한 그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흐느적흐느적, 마치 클럽에서 막춤을 추듯이. 당연히 반주 따위는 없었다 크어어! 크아아! 크러러! 굳이 있다면 트리플 헤드 트롤이 럭키를 쫓으며 내지르는 거친 굉음 정도뿐. 그렇게 열심히 제 머릿속 리듬을 타던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잠시 침묵했다. 좋은 의미의 침묵은 아니었다. 일부는 침묵이 아닌 후원으로 제 심정을 토해냈다. [누가신고좀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누가고소좀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He is japanese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춤추는 것을 멈춘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재미있으셨죠?” 당연히 그 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했다. - 와, 시발 나 스마트폰 던질 뻔. - 지금 나 어제 먹은 피자 실시간으로 보는 중. - 이거 19금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 - 이 맛에 BJ대마도사 팬합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노잼 방송이 될 예정이라서, 이렇게라도 미리 쇼맨십을 해야지 나중에 영상 만들 때 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말에 분위기는 단숨에 반전되었다. - 노잼 방송이라고? - 그럼 혹시? BJ대마도사가 방송 중에 노잼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상황은 언제나 한 가지 상황밖에 없었으니까. - 저걸 쉽게 잡겠다고? 몬스터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게임이 가소롭게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인 사냥을 할 때. - 저 괴물을? 트리플 헤드 트롤을 상대로는 감히 그 누구도 지껄일 수 없는 표현이었다. 다른 이가 그런 소리를 지껄였다면 정말 진지하게 정신병원에 정신이상자가 게임 중이라고 신고를 했을 일. 그러나 지금 그들이 보는 건 BJ대마도사였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한 말에 어울리지 않는 결과물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언제나 모두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줬었지. 지금 이 광경 역시 그 누가 예상이나 했었단 말인가? - 대체 어떻게? 그래서 더더욱 의문이었다. 그러한 모두의 의문 속에서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구스타프 님이 10,00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러네, 이번에는 쉽겠네.] 캐논 구스타프, 포격 법사의 정점인 그가 BJ대마도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바로 눈치 채시네요.”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자신의 시야를 방송으로 내보내라는 의미. 그 신호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 시점을 송출했고,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드높게 솟아오른 나무조차 쉬이 가리지 못할 만큼 거대한 덩치를 가진, 때문에 나무 위로 머리를 포함한 상체의 일부분이 뻔히 드러난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모습을. 그제야 그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장애물이 없네? - 그러네? BJ대마도사가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를. 3. 대부분의 필드는 그곳에 등장하는 몬스터에게 유리하게 디자인 됐다. 달리 말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했다. 특히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은 곤란함을 겪는 부류는 원거리 딜러들이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해도, 온갖 장애물에 막혀서 제대로 맞출 수 없으면 무용지물인 법. 미다스가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아이템 세팅과 직업을 가졌음에도 꾸준히 돈을 받고 레이드에 참가하는 프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부분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러한 사실은 트롤의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가장 큰 트롤, 트윈 헤드 트롤의 경우에도 숲의 나무보다 크진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비슷했다. 거기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혹시나 했는데.’ 필시 트윈 헤드 트롤보다 덩치가 클 것이 분명한 트리플 헤드 트롤은 숲 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정말 이렇게 될 줄이야.’ 그리고 지금 그 생각은 현실이 됐다. 그게 미다스가 트리플 헤드 트롤을 처음 보는 순간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생각한 이유였다. 이제부터 미다스는 그 어떤 장애물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골렘 위에서 표적을 노릴 수 있었으니까. 당연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미다스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유리해진 환경을 기꺼이 그리고 아주 악착 같이 이용했다. 퍼엉! 그리고 그렇게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던지고, 그것이 럭키를 쫓아 달리던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운데 머리에 정확하게 명중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보다 실시간으로 깨달았다. - 와, 그냥 백발백중이네. - 장애물 있을 때도 명중률이 비범했는데 장애물 없으니까 달리든 말든 상관없이 맞추네. - 심지어 럭키가 어그로 다 끌어주고 있고. - 그보다 마법 투척 속도도 엄청 빠른 거 같은데? 미다스의 말처럼 이번 레이드 역시 일방적으로 되리란 것을.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진짜 노잼이면 의미가 없지.’ 이대로 일방적으로만 끝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이럴 때 더 화려하게 가야 해.’ 그리고 무언가 보여주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자, 그럼 일단 새로운 스킬부터 가볼까?’ 그 첫 번째를 미다스가 꺼냈다. “여러분 뭔가 달라진 거 같지 않습니까?” 손에 든 아이스볼을 던짐과 동시에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툭 말을 던졌다. 그러자 대답이 나왔다. - BJ럭키가 더 귀여워졌어요. - BJ골드가 더 멋있어졌어요! - BJ골렘 짱이에요! - BJ대마도사 졸라 못생겼네. 그 대답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손에 든 라이트닝 볼을 던지면서 말했다. “뭔가 빨라진 거 같지 않아요?” 그러자 대답이 나왔다. [구스타프 님이 10,00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마법 투사 속도 증가, 리볼버 옵션 같은데? 하지만 리볼버 스킬을 쓴 건 아닌 것 같고.] 구스타프의 대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 역시 뭘 좀 아시네요. 역시 포격 법사의 정점답게 바로 눈치채시네요. 예, 맞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수호자의 장갑을 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이템 옵션 효과죠. 이거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로운 아이템을 자랑하는 순간. - 와, 이번에는 또 무슨 템이야? - 무슨 템이기에 리볼버 스킬 옵션이 기본 적용이냐? 자연스레 그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지금처럼 여유가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여기서 리볼버 스킬 쓰면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냈다.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기꺼이 대답했다. “리볼버.” 그러자 미다스의 머리 위에 6이란 숫자가 뚜렷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 미친, 리볼버도 있어! - 와, 도대체 재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그 사실에 좌중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라이트닝 스피어.”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슬쩍 럭키를 쫓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바라봤다. ‘이대로도 맞출 수 있다.’ 리볼버가 발동한 상황에서 미다스의 마법 명중률은 상식, 그 이상이었다. 저토록 빠르게 달리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맞추는 것쯤은 손쉬울 정도. ‘하지만 이대로 맞추면 재미없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여유를 부렸다. “보스가 너무 뛰는 바람에 맞추기 힘든데, 좀 멈추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드!" “예, 주인님!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 외침에 근처에서 거대화 스킬을 사용한 채 대기 중이던 골드가 크게 외치며 자신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그런 골드에게 미다스가 명령을 내렸다. “막아!” 가당치도 않은 명령. “명을 받듭니다!” 그러나 골드는 그 명령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럭키를 쫓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허나, 경악은 그다음이었다. “가디언 블로킹!” 히이이잉! 미다스가 스킬을 외치는 순간 골드가 켄타우로스 특유의 울음 소리와 함께 손에 든 방패를 앞세웠다. 그러자 골드의 방패 주변으로 반투명한 막이, 거대한 막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그 방패를 사이에 두고 골드와 트리플 헤드 트롤이 충돌했다. 꽈릉!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 굉음, 그 굉음 사이로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콰콰콰콰! 방패를 든 채 뒤로 점차 밀리는 골드의 모습을. 그건 분명 골드가 밀리는 모습이었다. 허나,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 맙소사, 버텼어! - 미친, 저게 가능해? 버텼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마지막까지 골드 진화를 위해 트롤을 잡길 잘했어. 이렇게 멋진 스킬이 나올 줄이야.’ 그것이 골드가 새로이 얻은 가디언 블로킹의 위력이었다. 애초에 블로킹 스킬부터가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유니크 랭크 스킬로, 탱커들에게 있어서는 필수 스킬 중 하나였으니까. 가디언 블로킹은 그런 블로킹보다 한 단계 위였다. 긴말은 필요 없었다. ‘레전더리 등급이라니.’ 가디언 블로킹 스킬의 등급이 레전더리라는 것. 물론 그 효과는 길지 않았다. 가디언 블로킹이 유지되는 시간은 10초 남짓.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미다스에게는 6발의 마법 전부를 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제 좀 맞출 만하겠네요.” 그렇게 미다스가 이미 캐스팅을 마친 미다스가 불꽃을 한 자루를 시작으로 세 자루의 마법 창을 던졌다. 그렇게 던진 마법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단숨에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운데 머리에 꽂혔다. - 맙소사, 무슨 마법 속도가? - 저걸 어떻게 피해? 정말 리볼버에서 발사된 총알과도 같은 속도. 그러나 정말 무서운 건 그 속도가 아니었다. 리볼버 스킬은 마법 투사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데미지도 증가시켜줬으니까. 그 데미지야 말로 상식 이상이었다. 크아아! 크어어! 그리고 그 상식 이상의 결과가 눈앞에 나왔다. - 머리 하나가 눈을 감았네? - 설마 2페이즈야? 2페이즈 돌입하는 순간. [트리플 헤드 트롤의 전의가 타오릅니다.] 그 2페이즈 돌입과 함께 트리플 헤드 트롤의 스킬인 타오르는 전의 스킬이 발동했다. - 아지랑이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몸 위로 봄철의 아지랑이 비슷한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지랑이와 함께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모든 능력치가 7퍼센트 상승했다. “럭키야!” 그것을 본 미다스가 여유롭게 소리쳤다. “펜리르의 피어다.” 그 순간 럭키의 모든 털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쭈뼛쭈뼛 섰고, 그 상태에서 럭키가 전력을 다해 트리플 헤드 트롤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럭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늑대의 눈, 황금빛 눈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이었다. 포효 따위는 필요 없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했습니다.] [마주한 모든 대상의 버프가 일시 정지합니다.] 그 눈이 떠지는 순간, 마주한 모든 것은 그대로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기에. - 펜리르의 피어다! - 디버프 절대 스킬! 그 피어 앞에서 트리플 헤드 트롤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 볼.” 그 무렵에 미다스가 남은 세 발을 준비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사역마를 향해 말했다. “사역마 인페르노.” 미다스, 그가 레이드 실패라는 글자를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서 지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야, 지금 BJ대마도사가 구스타프보다 셀 듯?] 자신이 이제 하늘 위의 별들과 비교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 128화. < 41화. 트리플 헤드 트롤 (2). > 4. 외형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혹은 새카맣게 만드는 위엄을 보이는 트리플 헤드 트롤. 그러한 트리플 헤드 트롤의 2페이즈는 두 머리 모드였다. 트윈 헤드 트롤의 2페이즈인 한 머리 모드와 비슷했다. 오른 머리와 가운데 머리가 눈을 뜨면 공격 모드, 왼 머리와 가운데 머리가 눈을 뜨면 방어 모드. 트윈 헤드 트롤과 차이점은 여기서 모드 하나가 더 추가된다는 점이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이 도주를 시도합니다.] 오른 머리와 왼 머리가 눈을 뜨면 도주 모드가 발동한다는 것.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설정이었다. 더욱이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중에 도주 모드가 얼마나 짜증 나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고블린, 갓워즈의 첫 사냥감인 놈을 통해서 도주 모드가 얼마나 골치 아픈 것인지 뼈가 아닌 골수에 박힐 정도로 잘 알게 되니까. 그러나 정말 골치 아픈 점은 그게 아니었다. - 오른 머리, 왼 머리 눈 뜬 거지? - 그래? 가운데 아니야? - 와, 눈 돌아가네, 눈 돌아가. 이 모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머리 두 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머리 하나를 확인하는 것과 두 개를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난이도의 일이었다. - 그나마 우리는 나은 거야. BJ대마도사 시야로 보는 거잖아? 일반 플레이어 시야로 봤으면 머리가 보이지도 않을걸? 심지어 트리플 헤드 트롤의 머리는 숲의 나무보다 더 높은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땅에서 고개를 들어 확인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 그게 트리플 헤드 트롤의 신장이 숲의 나무, 그 이상으로 설계된 이유였다. 참으로 고약한 설계인 셈. - 뭐, 결론을 말하자면 BJ대마도사한테는 좆밥 취급 당한다는 거지만. 그러나 그 고약함도 BJ대마도사의 존재감 앞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어? 모드 바뀐 건가?” 아니,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뭐, 상관없죠.” 미다스는 그러한 트리플 헤드 트롤의 설정 자체를 가뿐하게 무시했다.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 [사생결단 효과에 트리플 헤드 트롤이 도주 시도를 멈춥니다.] 럭키의 사생결단, 그 스킬 앞에서는 모드가 무엇이든 간에 미다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으니까. 퍼엉! 미다스는 그저 럭키를 쫓아 자신의 주변을 도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향해 마법을 던지면 될 뿐이었다. 그 과정에 조급함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혹여 럭키에 위험에 빠진다 싶으면 골드의 가디언 블로킹 스킬을 쓰면 됐고, 그마저도 안 된다면 금강불괴 혹은 전광석화로 위기를 돌파할 수도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미다스의 여유는 넘쳐흘렀다. “그러고 보면 갓워즈가 참 빌어먹을 게임이에요.” 미다스의 입이 쉬지 않는 게 증거였다. “그렇잖아요? 이미 해먹은 놈들만 해먹고, 그렇다고 이벤트가 많은 것도 아니고, 돈은 돈대로 처먹는 주제에 모든 게 운에 적용되는 운빨좆망겜에, 돈지랄이 최고인 템빨좆망겜이죠.” 더욱이 지금 상황은 2페이즈에 돌입하고 7분이란 시간이 흐른 상황. 이제는 3페이즈 돌입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할 상황임에도 미다스는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이 게임 운영권 손에 쥐면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칠 겁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쉼 없이 반응했다. - 닥치고 게임에 집중해! BJ럭키 님 고생하시는 거 안 보임? 딜링 제대로 안 함? - BJ럭키 님, 이 못생긴 딜러 좀 처리해주세요! BJ럭키 님 보러 왔는데 얘가 방해돼요! - BJ럭키 님, 자꾸 이런 이상한 인간 딜러로 쓰시면 구독 취소합니다. - BJ골렘 님, 님 머리 위에 이상한 거 있음! 빨리 치우셈!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미다스를 놀리는 쪽이었다. ‘그래, 이거지.’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는 오히려 만족했다. ‘좋은 흐름이야.’ 시청자들이 이제는 BJ대마도사와 놀기 시작했다는 증거였으니까. ‘언제까지 해프닝만으로는 이슈몰이를 할 수는 없지. 아무렴.’ 솔직히 시청자를 모으고, 화젯거리를 만드는 데에는 해프닝만한 게 없었다. 그러나 해프닝이란 것은 결국 실수이고, 사고 아닌가? 보는 입장에서는 즐거울지언정 당사자 입장에서는 즐거울 리가 없으며, 언제 어떻게 일이 크게 틀어질지 몰랐다. ‘그런 식으로 인식이 박히면 더 골치 아프고.’ 더 나아가 해프닝만으로 인기를 끌면, 보는 시청자들도 그 이상을 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BJ대마도사의 이미지는 조금 위험했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그에게 특별한 것, 놀라운 것, 신기한 것만을 바라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러한 이미지를 바꾸었다. ‘여유 있게.’ BJ대마도사가 특별한 걸 하는 게 아니라, BJ대마도사가 특별하다고 생각되게 만들고자 했다. 그러면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하든 시청자들을 열광할 터.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광고주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었네요. 이번에도 광고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는 개인 요리사가 만들어주는거 아니면 입에 대지도 않거든요. 제가 캔콜라를 지금도 잘 못 땁니다. 전 캔콜라 처음 봤을 때 그대로 먹는 줄 알았거든요.” 하늘 같은 광고주님에 대한 배려를. “하지만 광고해주는 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요즘 자주 먹고 있습니다.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먹고 왔습니다. 이거 꽤 괜찮던데 주식을 사볼까, 고민 중입니다.” ‘광고주님 보고 계시죠? 감사합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홍보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광고주님들도 믿고 맡겨만 주십시오!’ 그렇게 광고주에 대한 배려마저 빠짐없이 내뱉은 미다스의 눈초리가 변했다.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군.’ 21퍼센트. 남은 트리플 헤드 트롤의 HP를 본 미다스가 여유 속에서 긴장의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화려하게 가야지.’ 5. 고작 10여 분 전까지만 해도 장례식장과 다를 바 없었던 분위기를 풍기던 라이징 스타 라이브 방송실. “시청자 숫자 가파르게 상승 중입니다!” “후원 수입도 평소보다 훨씬 높습니다!” “구독자 숫자 빠르게 증가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그곳을 채우는 것은 낭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꺼운 소식들과 그 소식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 직원들의 얼굴이었다. 그때 직원 한 명이 박영준을 향해 소리쳤다. “사장님, 대박입니다! 시청자 숫자 150만 명 돌파했습니다!” 그건 놀라운 소식이었다. 저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최고 시청자 숫자는 약 100만 명. 그런데 그 시청자 숫자가 다음 방송에서 150만 명을 넘겼다? “계속 늘고 있습니다! 마지막 3페이즈가면 160만 정도 찍을 수 있을 듯합니다.” 주식으로 따지면 전 재산을 베팅한 주식이 상한가를 친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우와, 150만 명이라니!’ ‘이거 잘하면 조만간 우리가 메이저 채널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에 절로 설레게 되는 일.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한 것은 기쁨의 대답이 아니었다. 박영준은 그저 제 검지로 입을 가리는 제스처만 취할 따름이었다. 쉿! 그 제스처에 부하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상황 속에서 박영준이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툭툭 치며 눈앞의 모니터에 집중했다. ‘잘 오르네.’ 그런 박영준이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주가 차트였다. 감마 제약의 주가 차트. ‘오늘 하루에만 4.3퍼센트 상승.’ 현재 감마 제약의 주가는 전일 대비 4.3퍼센트가 오른 상황이었다. 감마 제약의 시가 총액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이 움직인 셈. ‘이게 BJ대마도사 덕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물론 그렇다고 이 상승이 BJ대마도사 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 ‘주주들은 이제 BJ대마도사 효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지.’ 그러나 분명한 건 감마 제약의 임직원들과 주주들은 BJ대마도사가 홍보를 해준 날 주가가 쏠쏠하게 올랐다는 것을 머릿속에 분명하게 저장해두리란 사실이었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감마 제약이 BJ대마도사에 대한 스폰서 지위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분명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터. ‘역시 BJ대마도사, 보통이 아니야.’ 당연한 말이지만 이 모든 건 BJ대마도사의 노림수였다. 자신을 이용해먹으려는 감마 제약의 목줄을 제대로 틀어잡기 위한 노림수. ‘아주 대놓고 감마 제약을 언급한 것도 노림수이겠지.’ 그것을 위해 BJ대마도사는 기꺼이 방송 도중에 감마 제약에 대한 언급도 했고, 언급을 하는 순간 주식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작지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렇게 되면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손을 떼고 싶어도 쉬이 뗄 수 없지.’ 사실상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손절이 불가능해진 상황. BJ대마도사가 우위를 점한 상황이었다. 물론 여기서 박영준은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 포지션을 이용해야지.’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서 최대의 이익을 끄집어내는 것. 그게 박영준이 노리던 바였다. ‘BJ대마도사가 내게 원하는 것도 그것일 테고.’ 그리고 필시 BJ대마도사도 박영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을 터. ‘이제 좀 앙상블이 되는 느낌이군.’ 그때였다. 우웅! 툭툭, 박영준이 건드리던 스마트폰이 몸을 떨며 존재감을 알렸고 박영준이 지그시 스마트폰을 지그시 바라봤다. 약 6.5초. 전화를 건 쪽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를까, 슬쩍 고민을 하게 될 무렵에 전화를 받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 박영준입니다. 아! 마틴! 오랜만이야. 그래, 이야기는 들었어. 블루불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와튼 스쿨에서 같이 친 포커가 몇 판인데 자네 소식에는 관심을 가져야지.” 통화 상대는 감마 제약의 경쟁사 중 한 곳인 블루불. “광고 자리? 자리가 없진 않은데……" 그곳과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었다. “3페이즈 발동했습니다!” 라이브 방송실의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더 뜨겁게 그리고 분주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가 용열병 사용했습니다!” “인페르노 캐스팅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뜨거움에 기름을, 분주함에 가속이 더해졌다. ‘정말 완벽한 앙상블이야.’ 그러한 분위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박영준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틴, 일단 지금 중요한 장면이라서 말이야 라이브 끝나고 내가 전화할게.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볼래? 포커라도 한 판 치자고." 6. 트리플 헤드 트롤이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가장 먼저 울려 퍼진 건 세 줄기의 괴성이었다. 크어어! 크아아! 크러러! 숲의 나무들을 몸서리치게 만드는 외침이었다. 그 외침을 시작으로 트리플 헤드 트롤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 몸에 닿는 모든 것을 처참하게 쳐부수기 시작했다. 꽈릉! 대지마저 거슬린다는 듯이 두 다리로 쉴 새 없이 땅을 부술 듯이 내리쳤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파괴 본능이 발동합니다.] 파괴 본능이 발동하는 순간. 그 순간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모든 능력치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 맙소사, 이동속도 보유! - 미친, 이건 너무 빠르잖아! 그리고 움직임 역시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쉬이 좁히지 못하던 럭키와의 거리를 단숨에 지척 거리로 잡을 정도. 물론 걱정할 건 없었다. 왕! 트리플 헤드 트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럭키의 몸이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으니까. - 전광석화다! 전광석화. 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럭키가 이번에는 도리어 트리플 헤드 트롤과의 거리를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트리플 헤드 트롤의 측면에서는 골드가 등장했다. 히이잉!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이성이 사라진 울음을 토해내면서 등장한 골드가 트리플 헤드 트롤을 쫓으며 손에 든 큼지막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버서크 모드를 발동한 채 공세를 퍼부었다. 그 순간 모든 시청자들은 예상했다. BJ대마도사가 3페이즈에 돌입한 트리플 헤드 트롤을 상대로 모든 화력을 쏟아내리란 것을. “용열병!” 그 예상을 미다스가 확신으로 바꾸었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인페르노!” 보다 강력한 확신으로. 그 순간 시청자들 역시 태도를 바꾸었다. - 드디어 진짜 데미지 딜링 들어간다. - 역시 BJ대마도사는 이 맛에 보는 거지!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압도적인 화력쇼를 보기 위한 준비를 했다. “리볼버!” 그 기대에 미다스는 전력을 다해 응했다. ‘집중해, 확실하게 맞추는 거다. 못 맞출 이유는 없어.’ 트리플 헤드 트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진 상황 속에서, 맞추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한국시리즈 9회 말에 1점 차 리드하는 상황에서 올라온 마무리투수처럼 마법을 던졌다. 그렇게 미다스는 보여줬다. 퍼엉! 백발백중! 미다스가 던진 마법들이 쏜살처럼 움직이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향해 날아가 꽂혔다.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올 법한 광경. 자연스레 후원도 쏟아졌다. [구스타프 님이 10,00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명중률이 대단하군.] [아즈모 님이 10,00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동감이다. 저 정도면 이제 포격 법사 정점이라고 해도 될 듯?] 그 후원 속에서 트리플 헤드 트롤의 HP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 인페르노다! - 불의 악마다! 그 절정은 인페르노였다. 인페르노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등장한 악마가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몸뚱이를 향해 불을 토해냈다. 화르르! 트리플 헤드 트롤의 거대한 몸이 거대한 횃불이 되었고, 그 횃불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플레이 리볼버!”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더 리볼버를 발동했다. - 여기서 리플레이로 용열병이 아니라 리볼버? - 딜링 계산 끝난 모양이네! - 이제 마법 여섯 개만 쓰면 끝날 듯? 이제 클라이맥스까지 여섯 발의 총성만이 남았음을 알렸다. 물론 미다스의 계획은 달랐다. ‘내 계산으로는 여섯 발 쏘면 HP가 1퍼센트 남는다. 그때 사안으로 석화를 걸고 물리 마법으로 끝낸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그러한 생각 속에서 미다스가 던진 마법이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트리플 헤드 트롤의 몸에 꽂혔다. - 5! - 4! - 3! - 2!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한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했다. 이윽고 그 카운트다운이 1이 되는 순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그대로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운데 머리에 꽂혔다. 크어어! 크아아! 크러러! 그러나 트리플 헤드 트롤은 여전히 굳건하게 대지 위에 두 다리로 서 있었다. 꼿꼿이 선 채 파괴 본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졌다. - 어? 안 죽네? - 딜 계산 잘못한 거야? 그때 미다스가 잽싸게 인벤토리에서 도끼 한 자루를 꺼냈다. - 물리 마법이다! - 역시 마무리는 물리 마법이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순간 미다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발을 내디뎠다. “자, 이제 최강의 마법으로……"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았다. ‘아차.’ 자신이 지금 골렘, 4미터가 넘는 세상 위에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잠시 동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다스의 몸은 골렘의 몸을 따라 구르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 구른다! 쉼 없이 굴러 바닥에 떨어진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트리플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29화. < 41화. 트리플 헤드 트롤 (3). > 7.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제 자리에서 십여 미터 넘게 점프를 하는 건 물론, 90도 경사나 다름없는 절벽을 가뿐하게 오르거나 혹은 몸통 박치기만으로 몬스터를 수십여 미터 멀리 날리는 것도 가능했다. 그 사실은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몬스터에게 맞아 수십 미터를 날아가거나, 굴러가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근접 딜러, 탱커들이라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도중에 한 번 이상을 겪어볼 일. 그러한 일을 겪었을 때 중요한 건 날아가거나, 굴러가는 와중에 최대한 정신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에 따라서 생존율이 매우 크게 차이가 났으니까.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훈련을 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임 오버를 당하는 순간 자신은 물론 형과 조카의 밥줄마저 끊길지 모르는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훈련이었다. ‘아……' 그렇기에 골렘에서 굴러떨어지는 상황,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정신이 없을 상황 속에서 미다스의 정신은 매우 또렷했다. '......쪽팔려.’ 당연히 느끼는 창피함 역시 또렷했다. 철퍼덕! 이윽고 미다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미다스는 간절하게 소망했다. ‘다른 데 찍어라…… 제발 다른데!’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자신의 이 부끄러운 장면이 아닌 다른 장면을 송출해주기를. 물론 그럴 일은 없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사전에 연출을 상의한 적이 없는 상황, 당연히 그들은 이게 연출인지 사고인지 알지 못했다. 도리어 그들은 굴러넘어지는 BJ대마도사를 더 제대로 찍을 수 있는 화면 각도를 찾아 라이브 방송에 송출했다. 심지어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화면을 3분할 한 뒤 위에서, 옆에서, 앞에서 본 장면을 동시 송출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두 다리로 잘 착지한 듯한 자세를, 소위 히어로 랜딩이라 불리는 자세를. 그 상태에서 슬쩍 채팅창을 바라봤다. - 굴렀네. - 굴렀어. 그 반응에 미다스가 크흠, 헛기침 한 번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하하! 어떻습니까? 노잼 방송이라서 제가 일부러 한 번 굴러봤습니다. 하하하!” 그 말에 시청자들도 바로 반응을 보였다. - 진심으로 구른 거였어? - 장난 아니라 진짜 구른 거였네? - 와, 리얼이었구나! 진짜 실수로 구른 거였네!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러한 미다스의 반응에 이게 장난이 아니라 실제 해프닝임을 확신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에이, 리얼이라니? 연출입니다. 연출! 설마 제가 저기서 정말 물리 마법 쓸 생각에 정신이 나가서 골렘 위에 있는 걸 모르고, 발을 헛디뎠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십니까?” 그때였다. 왕! 럭키가 울음소리와 함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미다스에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럭키의 모습에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상대로 보여주었던 강인하면서도 살벌한 맹수의 기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헥헥! 마치 큰일을 해낸 강아지가 주인에게 칭찬 받을 생각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발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증거였다. 이번 전투가 끝났다는 증거. 왕!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와 제 다리에 머리를 비벼대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야, 네가 설명해줘라.” 왕! “그래, 그래.” 왕! “주인님이 사전에 이걸 연출할 거라고 말해줬다고? 그렇지? 분명 이거 사전에 준비한 연출이었지?" 왕! “이것 보십시오, 제 말이 맞죠?”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BJ대마도사야추하다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부끄러움은왜우리몫인가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님이 1달러 1센트를 후원했습니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를 조롱하는 후원과 채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에이, 진짜! 연출이라니까요!” 그 채팅에 미다스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무마했다.’ 동시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괜히 분위기 싸해지는 것보단 이게 나아.’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차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상황. '쯧.'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선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거기서 물리 마법 썼으면 그림 제대로 나오는 건데.’ 기존의 계획대로 했다면 이보다 더 화끈한 반응을 가져올 수 있었을 터. 그렇게 아쉬움을 곱씹는 미다스를 위로하려는 듯 그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트리플 헤드 트롤을 홀로 잡은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트리플 헤드 트롤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상처 입지 않는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무려 타이틀 보상만 3개. 그게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달콤한 레벨업 알림도 들렸다. ‘이걸로 109레벨.’ 그 알림 뒤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쓰러진 트리플 헤드 트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사체. ‘이게 내꺼라니.’ 그러한 트리플 헤드 트롤의 사체를 바라보는 미다스는 잠시 동안 감상에 젖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토록 거대한 몬스터 사체를 지척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보다 더 큰 보스 몬스터를 잡아본 적은 많았지만, 임시로 고용된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미다스에게는 그 보스 몬스터의 지척에 접근 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이토록 거대한 몬스터 사체를 지척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선택 받은 이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템 루팅.” 그리고 그러한 몬스터 앞에서 아이템 루팅을 하는 건 개중에서도 가장 선택받은 이들, 그 무리의 우두머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4개 추가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 뭐 나왔어요? - 무슨 템 먹었는지 보여주세요! - 새로운 템 공개해주세요! - 바로 언박싱 가시죠! 그 어수선함은 곧바로 열기로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아이템을 공개하면 그 역시 최초 공개가 되는 상황. ‘아이템 공개만으로 영상 하나는 더 만들 수 있는데, 여기서 뿌리면 안 돼.’ 달리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채팅방 분위기는 이제 요구에서 강요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 열기가 역풍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분위기. 그런 미다스에게 구세주가 왔다. “네놈, 나를 만난 녀석이구나.” NPC나타르사, 고스트와 똑같은 생김새를 가진 그가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 고스트잖아? - 어? 말하네? 그 갑작스러운 등장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나이스 타이밍!’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시나리오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라이브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8. “끼앗호!”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환호의 춤을 추는 것이었다. “해냈다! 씨발 내가 해냈어!” 사전에 계획했던 시나리오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나온 상황. 그리고 그 시나리오에서 미다스는 최대한 실수를 줄이면서 완료할 수 있었다. ‘이번 거, 대박이다.’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말미암아 다시 한 번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셈. 그렇게 환호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나타르사가 다가오더니 미다스의 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자의 장갑을 보아하니, 신기루의 숲에서의 나를 만난 모양이군.” 자신을 처음 보는 듯한 NPC나타르사의 질문에 미다스가 환호를 멈추었다. 의문은 길지 않았다. “영혼이 분리되신 겁니까?” 배경 상황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긴 설명은 필요 없겠군.” 미다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NPC나타르사가 곧바로 손짓을 하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미다스는 그런 NPC나타르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굳이 퀘스트 진행 매끄럽게 잘 되는데 태클 걸 필요는 없지.’ 무엇보다 미다스는 궁금했다. ‘그보다 이번에는 무슨 옵션이 어떻게 되려나?’ 과연 이번에 주는 아이템의 옵션이 무엇일지. 그 의문을 품은 채 미다스가 슬쩍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둥지 ]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0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트리플 헤드 트롤의 둥지에서 트리플 헤드 트롤을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수호자의 머리띠 !퀘스트 완료 시 ‘수호자의 마지막 보물’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뭐, 구릴 리는 없겠지.’ 이미 수호자의 장갑만 보더라도 수호자 세트가 레전더리 급 혹은 그 이상임이 확인된 바. ‘머리띠에 엘프의 부츠를 신으면……' 더욱이 이번 의뢰 보상으로 엘프의 부츠를 받게 된 상황이었다. 단숨에 레전더리 아이템이 2파츠나 추가되는 상황. “여기다.” 이윽고 NPC나타르사가 걸음을 멈추었다. 멈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숲의 풍경만 있을 뿐. ‘맙소사.’ 그러나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주변의 풍경에 녹아든 머리 크기의 돌덩이, 그것을 휘감고 있는 얄팍한 머리띠 하나를. [수호자의 머리띠]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05레벨 이상 - 수호자 나타르사의 머리띠이다. 대자연의 힘을 흡수해 수호자에게 신비로운 힘을 준다. - 근력 +61 - 체력 +59 - 지력 +213 - 마력 +155 - 공격력 +16 - 착용 시 카모플라쥬 스킬 사용 가능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러한 머리띠의 옵션을 바라본 미다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감탄도 없었다. ‘카모플라쥬라니……' 예상은커녕 상상조차 못하던 옵션이 등장하는 순간이었기에. 그런 그에게 미다스에게 NPC나타르사가 말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9. 참사. 엠마 입장에서는 그리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녀가 한 건 다름 아니라 직시였다. - 하지만 광고해주는 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요즘 자주 먹고 있습니다.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먹고 왔습니다. 이거 꽤 괜찮던데 주식을 사볼까, 고민 중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우습게 만드는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 이제부터는 시나리오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그녀와 똑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멀린이 있었고, 그 역시 BJ대마도사의 방송이 끝난 다음에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우스운 꼴이 됐군.” 짤막한 말. 그러한 말을 내뱉는 멀린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저 던질 말이 없어 툭 내뱉은 말이 아니라 속 깊은 곳의 진심을 꺼냈다는 증거였다. 그렇기에 그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농락이지, 농락.” 이 말을 내뱉는 이가, 어비스 길드라는 갓워즈의 절대 권력의 중추가 이제는 진심으로 심기가 뒤틀렸다는 의미였으니까. 그건 곧 의지의 표현이었다. “가만히 있는 게 힘들 지경이야.” 이러한 뒷공작 따위는 이제 그만하고 정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짓뭉개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는 의지의 표현. 할 수만 있다면 어비스 길드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BJ대마도사를 응징하고 싶다는 심정의 표현. 그러한 멀린에게 엠마가 말했다. “일단 이제는 위에서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려야겠죠.” 이미 자신들이 무언가를 제 깜냥으로 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상황이라고. “그렇지.” 멀린 역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한가지는 확실하지. 이제 어설프게 의뢰 따위로 놈을 낚으려고 해봤자, 도리어 놈의 인벤토리만 풍요로워질 뿐이라는 것.” 그럼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은 채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위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이대로 BJ대마도사를 가만히 둘 생각은 없잖아?” 그 물음에 엠마가 대답했다. “가만히 두는 게 답일 수도 있죠.” “뭐?” “말 그대로예요. BJ대마도사에게 그 무엇도 하지 않는 게 답일 수도 있다고요.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거죠. 이제까지처럼 그냥 그가 혼자만 다니게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대답. “하긴.” 그러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멀린은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 사냥터는 밤숲이니까.” 밤숲. “웨어울프와 그 무리들이 나오는.” 그리고 웨어울프. 그 두 가지를 떠올린 멀린이 혀를 내둘렀다. “15인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무리를 지어서 사냥하는 그곳에서 홀로 외로이 사냥하기란 분명 쉽진 않은 일이지.” 그 말에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BJ대마도사가 마주하게 될 사냥터는 개체가 아닌 무리를 상대해야 하는 무대. 파티 사냥이라면 할 만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무대였다. “하지만 놈의 화력을 생각하면 사냥을 못할 이유는 없어.” 물론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능력을 고려하면 난이도가 오를지언정 안 될 것 없었다. “그렇죠. 대신에 시간은 벌 수 있겠죠.” 이어진 말에 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차라리 BJ대마도사 놈이 우리랑 레벨이 비슷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당장 박살을 낼 수 있을 테니." 멀린의 말에 엠마가 대답했다. “그럴 일은 아마 영원토록 오지 않을 거예요.” 우웅! 그 대답이 끝나는 순간 엠마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을 토해냈다. 엠마가 곧바로 액정을 확인했다. 그 모습에 멀린이 말을 던졌다. “급하면 받지? 필요하면 자리를 피해줄 테니까.” “별거 아니에요.” 대답과 함께 통화 거절 버튼을 터치하는 엠마의 표정은 정말 별거 아닌 듯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그럼 시간을 버는 동안 뭘 할 생각이지?” “뭐든 해야겠죠.” 두루뭉술한 대답. 그러나 이미 엠마는 답을 내놓은 상태였다. ‘박영준, 지금은 그를 상대하는 게 우선이야.’ 지금 박영준,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130화. < 42화. 솔로 선언 (1). > 1.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결과물의 유무다. 아마추어는 하다 보니 결과물이 나오지만, 프로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든다. 또한 프로의 세계에서도 차이가 있다. 평범한 프로는 성적을 남기고, 스타는 성적과 함께 기대감을 남긴다. BJ대마도사가 이번에 보여준 건 그 차이였다. [BJ대마도사, 최초로 트리플 헤드 트롤 사냥에 성공!] [BJ대마도사, 라이브 시청자 165만 명 돌파!] [BJ대마도사, 약속을 지키다!] 모두가 안 되리라 생각했던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상황 속에서 그는 결과를 만들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봤음? BJ대마도사 제대로 구르더라! ㄴ 구른다는 게 고생했다는 거임? ㄴ 아니, 진짜 굴렀음. ㄴ 진짜 굴렀다고? 장난친 거야? 연출? ㄴ 리얼 굴렀음. 장난 없이. 다음에도 제대로 구를 듯. ㄴ 그거 들으니 갑자기 기대되네. ㄴ 그보다 다음에 새로운 아이템 공개하겠지? ㄴ 난 시나리오가 궁금해. 고스트랑 대화를 했잖아? 그리고 자신의 방송을 본 이들은 물론 보지 않은 이들마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BJ대마도사가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순간. 그 순간에 가장 분주해진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맙소사, 우리 채널이 워즈튜브 채널 랭킹에서 923위로 올랐어!” “한 번에 60위가 오르다니.……" “구독자도 이제 250만 명이네. 이제 웃음도 안 나오네.” “요즘 나한테 BJ대마도사 현실 사인 얻어달라는 부탁이 쏟아질 지경이라니까.” BJ대마도사와 함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인지도 역시 급격하게 상승했으니까. 심지어 인지도만 상승한 게 아니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늦어서 미안, 물건 좀 가져오느라.” “물건이요? 어? 그건 뭐에요?” “블루불에서 이번에 새로 내놓은 갓워즈 플레이어 전용 에너지 음료들이야.” “블루불 신제품이요? 아니, 뭘 그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설마 사온 거예요?” “사오긴, 어제 그쪽 관계자랑 미팅 한 번 하니까 주더라고.” 이제는 광고주들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앞다투어 광고를 넣기 위한 로비를 할 정도. 인지도가 아니라 영향력이 상승했다는 증거였다. “아주 그냥 트럭째로 주려고 하는 걸, 내가 박스만 받아온 거야. 이제 관계자들 만나기가 무섭다니까. 뭐든 먹이려고 하더라고.” 그러한 사실에 직원들이 모두가 감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솔직히 사장님이 와튼 스쿨이라고 믿으라고 했을 때 금방 망할 거 같았는데……' ‘역시 와튼이야.’ 그동안 광고 하나를 따내기 위해 자료를 준비했음에도 보여주기도 전에 거절당했던 나날들을 경험한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이었기에 감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개중 한 직원이 말했다. “블루불과 감마 제약, 둘 사이에서 줄타기하면 BJ대마도사 몸값이 제대로 오르겠네요!” 이제는 광고주들끼리 싸움을 붙이자! 듣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 말에 직원들 모두가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의 그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몸값?” “예. 그러려고 일부러 블루불하고 만나신 거 아닌가요? 감마 제약하고 블루불은 유명한 경쟁사잖아요?” 그 질문에 다른 직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박영준은 표정은 달랐다. “지금 돌아가는 판돈이라고 해봐야 푼돈 수준인데, 여기서 몸값 흥정을 왜 해?” "예?" 이제는 도리어 부하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그러한 부하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은 대답했다. “이건 협박하는 거야. 감마 제약이 BJ대마도사를 쉬이 쳐낼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협박.” 박영준은 이미 감마 제약의 배후가 BJ대마도사와 좋지 않은 관계인 것을 눈치챈 상황. ‘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똑같이 베팅할 리가 없잖아?’ 당연히 감마 제약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쉽사리 베팅을 할 리가 없다는 것 역시 눈치챈 상황이었다. ‘분명히 판을 한 번 바꾸기 위해 수작을 부릴 터.’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밑작업에 나서리란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다음 사냥터는 밤숲이다. 이제 BJ대마도사도 파티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어.’ 특히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배신자는 동료 중에 나오는 법이지.’ 만약 그 동료 중에 회유를 당하거나 혹은 애초에 배신의 싹을 키우던 자가 있다면 대형사고가 날 터. 그런 것을 넋 놓고 볼 이유는 없었다.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뭐, 이미 BJ대마도사는 감마 제약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했겠지만 말이야.” BJ대마도사는 자신보다 더 섬뜩한 것을 준비했으리란 것을.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낸 감마 제약을 곱게 볼 리가 없으니까.’ 2. “형, 이거 드세요.” “뭔데?” “블루불에서 나온 신제품이요. 프로모션이라면서 공짜로 주고 갔어요.” 말과 함께 파란색 캔을 건네주는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블루불은 무슨 블루불이야? 얘네 약빨 없다니까, 감마 쪽이 최고야, 최고.” 그 순간 정현우가 슬쩍 업소용 냉장고를 보며 말을 마저 이어갔다. “괜히 이런 거 물건 들여놔봤자 안 팔린다니까. 비싸도 효과 있는 걸 먹어야지. BJ대마도사도 감마 제약 광고만 받잖아? 레벨이 높은 것끼리는 통하는 법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광고주를 향한 찬양. “그래서 안 드실 거예요?” “아니." 그러나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잽싸게 캔을 받아들고 뚜껑을 딴 후에 단숨에 원샷을 했다. “크으!" 단맛 그리고 탄산,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후에 말했다. “별로네. 역시 감마 게 최고야.” 블루불 관계자가 봤으면 열불이 날 광경. 그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저도 감마게 좋은 거 같아요. 형 말처럼 BJ대마도사가 홍보하는 거니까요. 요즘 손님들도 죄다 감마 제품만 찾더라고요." “역시 혁주, 네가 게임 좀 안다니까.” 툭 내뱉는 말에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다음 광고도 문제는 없겠군.’ 그렇게 미소를 짓는 사이 이혁주가 다가오는 손님에게 음료를 건네주며 말했다. “블루불에서 만든 거예요.” “블루불? 감마 따라 하는 애들? 됐어.” “공짜잖아요?” “에이, 그거 얼마나 한다고. 역시 감마 제약게 최고지. BJ대마도사도 인정했잖아?” 그 대화에 정현우의 미소가 더더욱 진해지는 사이, 이혁주가 툭 말을 던졌다. “그보다 형, 그 소문 들었어요?” “뭔 소문?” “BJ대마도사 다음 사냥터가 밤숲이잖아요?” 밤숲. 그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를 들던 정현우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무리 사냥이 이루어지는 사냥터, 최소 15인 파티를 구성해야 하는 그 밤숲이요.”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혁주가 제 말을 이어갔다. “이건 진짜 제가 BJ대마도사 지인을 아시는 분한테 들은 소식인데, 이번에 밤숲에서 사냥하려고 올스타 팀을 구축했데요.” “올스타?” “10대 길드의 유망주들 전부가 모여서 밤숲을 그냥 아예 쓸어버리겠다고 하던데요?” “그래? 솔플이 아니라?” “에이, 거기서 솔플이 어떻게 되겠어요? 거기 웨어울프랑 블랙 울프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데.” 밤숲. 우드 빌리지에서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그곳에서 솔플을 한 사례는 단언컨대 없었으니까. 정현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밤숲에서 게임오버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까.’ 그곳을 이미 그도 지나와봤으니까. 그곳에서 혼자 사냥을 하는 게 이제까지 지나온 사냥터와 난이도가 다르다는 것을. 우웅! 그러한 정현우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오케이, 도착했다.’ 기다리던 물건이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다시 게임을 시작할 때. “혁주야, 나 들어간다!” “들어가세요?” “그래.” 그 순간 정현우가 슬쩍 이혁주에게 손을 내밀었고, 혁주가 그 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말했다. “그거 한 캔만 더 줘봐.” “감마꺼요?” “아니, 블루불 꺼.” 그 모습에 이혁주가 피식 웃으며 블루불 캔 하나를 주었고, 그것을 단숨에 들이킨 정현우가 캡슐 안으로 들어가며 각오를 다졌다. ‘쉽지 않겠어.’ 3. 밤숲. 우드 빌리지의 남쪽에 위치한 그곳에 대해 NPC들은 언제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밤숲, 그곳은 어느 곳보다 위험하니 만반의 준비를 하게.” 조심해라. 밤숲은 그런 곳이었다. NPC들조차 플레이어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경고를 내뱉는 무대. 그리고 직접 밤숲을 마주하는 순간 그 경고가 그저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닌 진심 어린 조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밤이잖아?”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우거지다 못해, 땅 아래에 빛 한 점 허락지 않는 숲 속은 정말 밤, 그 자체였으니까. 그 어둠이 밤숲의 난이도를 높이는 첫 번째 이유였다. 아우우우! 두 번째 이유는 그러한 숲에서 쉼 없이 울려 퍼지는 하울링들이었다. 하나가 아닌 수십 개의 하울링들은 숲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혼자 들어오는 이들을 용납지 않겠다고. “그래, 저 좆같은 어둠 속에서 더 좆같은 수십여 마리의 블랙 울프들과 웨어울프를 상대해야 하지.” “최소 열 마리 단위야. 말 그대로 최소. 대개는 스무 마리 정도를 상대해야 해. 그것도 제대로 무리 싸움을 할 수 있는 놈들을 말이야.” “심지어 그중에 우두머리인 웨어울프는…… 놈을 죽이기 전까지 블랙 울프는 절대 물러섬을 몰라.” 더욱이 이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블랙 울프와 웨어 울프는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공격 패턴 중에 무리 활동을 할 줄 아는 놈이었다. 일부는 시선을 끌고, 일부는 후방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식. “괜히 밤숲에서 10인 파티가 기본인 게 아니라고.” 진짜 본격적으로 10인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파티 활동을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동시에 실력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사이의 격차가 크게 나는 곳이었다. “뭐, 보통 플레이어들은 기본이 15인 파티이지만.” 실력이나 아이템에 좋은 이들은 서로 파티를 맺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여러모로 손해를 감수하고 더 많은 머릿수를 모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 무리에서도 나름의 경계가 있었다. 어느 집단이든 모아두면 위가 있고, 아래가 있는 법. 그리고 그 급이 길드의 급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는 과연 어떻게 하려나?” 사람들이 밤숲 입장을 코앞에 둔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파티플레이 하겠지?” “당연하지.” 1티어급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조차 10인 파티 이상을 맺고 사냥을 해야 하는 곳에서 BJ대마도사 역시 파티플레이를 맺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 사실에 의문은 없었다. “여기서는 솔플이 너무 위험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랑 무리를 상대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하고 덤벼드는 수십 마리 늑대들을 상대할 순 없잖아?” “BJ대마도사가 탱커가 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럴 바엔 그냥 탱커를 구하는 게 낫지.” 분명 BJ대마도사라면 솔플이 가능할 터. 그러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개념 아닌가? 무리하기에는 메리트가 없었다. “다른 길드들도 가만히 놔둘 리 없고.” “아무렴. 라이브 시청자 150만 나오는 스타 플레이어랑 파티플레이 하면 두고두고 경력이 될 만하지.” 더욱이 다른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와 파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목이 모였다. “장난 아니겠지?” “이제까지 장난 아닌 적이 없었지.” 이제까지 혼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BJ대마도사가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과 파티 플레이어를 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자연스레 소문도 흘렀다. “듣기로는 진짜 역대급 파티 조성했다던데?” “10대 길드랑 콜라보 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콜라보 정도가 아니라 10대 길드가 BJ대마도사랑 파티 사냥 영상 하나 찍으려고 엄청난 베팅을 했다더라고!” 그렇게 무성한 소문이 흐르며 부풀려질 무렵, 그 무렵에 미다스가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BJ대마도사가 온다!” “럭키랑 같이 이곳으로 오는 중이래!” 일단 밤숲을 사냥터로 삼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쉼터, 그곳에 먼저 소식이 들려왔다. 오고 난 다음도 아니고, 오기 전에 소식이 들릴 정도. 때문에 BJ대마도사가 오기 전부터 쉼터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으로 팽배해 있었다. 기대감도 있었다. “오면 무조건 럭키랑 사진 찍어야지.” “난 골드랑 찍어야지.” “난 BJ대마도사랑!” “……취향 특이하네.” 이제는 명실상부한 스타 플레이어가 된 BJ대마도사를 마주할 기회는 쉬이 오지 않았으니까. “등장했다!” 그러한 기대 속에서 미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그 달아오른 분위기를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유명인이 된 기분이네.’ 자신이 해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 받는 기분. 미다스가 그러한 기분에 취할 무렵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무리를 지어 그에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그들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스탑." 단호하기 그지없는 제스처와 말에 플레이어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동시에 좌중의 분위기도 차가워졌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는 생각 하나가 들었다. ‘셀카 못 찍나?’ 미다스가 그들의 셀카 요청을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것.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도리어 이름 좀 있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셀카 요청을 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요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PK, 그 치명적인 방식이 존재하는 갓워즈에서 지척까지 플레이어를 접근시키는 건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동시에 귀찮은 일이기도 했다. 막말로 사람 하나하나마다 잡고, 대화를 해주며 셀카를 찍어주는 건 성격 좋은 이들도 하기 힘든 일. 그러한 좌중의 긴장감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제가 약속이 있어서 말이죠.” 누가 보더라도 오늘 셀카 타임은 없다는 거절 멘트.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이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들에게 미다스가 손바닥을 치우며 말했다. “여러분들과 셀카를 찍어드려야 한다는 약속 말이죠.”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고, 달라진 분위기를 향해 미다스가 소리를 내질렀다. “자, 셀카 타임 갑니다!” 그 말에 실망감 가득하던 플레이어들이 화색을 드러내며 앞다투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했던 밤숲 앞 쉼터의 분위기가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순간. 그 순간 누군가 툭 말을 던졌다. “BJ대마도사님, 누구랑 파티플레이 하세요?” "살짝 힌트만 주시면 안 되나요?” 이 분위기를 틈 타 특급 정보를 얻어가려는 속셈. “아, 파티플레이요?” 그 속셈을 알지 못하는 듯 미다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안 해요.” “예?” 그 반응에 좌중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몇 곳에서 돈 줄 테니 같이 하자고 제안 왔는데, 거절했어요. 굳이 돈 받고 버스 기사할 만큼 돈이 궁하진 않거든요.”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충격선언을 하는 순간이었다. 131화. < 42화. 솔로 선언 (2). > 4. 흔히 말한다. 스타의 조건 중 하나는 소문이 퍼지는 속도라고. - BJ대마도사 솔로 플레이 선언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이 BJ대마도사의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 BJ대마도사가 평생 솔로로 플레이하겠데! - BJ대마도사가 솔로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래! - BJ대마도사가 고자래! 그러한 소문은 빨리 퍼지는 만큼 빨리 곡해된 채 세상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들으면 억울할 만한 일이었다. ‘파티플레이를 어떻게 해?’ 미다스가 파티 플레이를 포기한 건 주변 사정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그가 가진 능력 때문일 뿐이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는데.’ 일반 플레이어들은 10미터 전방도 확인하기 힘든 밤숲의 짙은 어둠, 그러한 어둠 속에서 마치 야간투시경을 낀 듯 몬스터의 존재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미다스와 파티 플레이를 한다? 필시 어떤 식으로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터였다. ‘뭐, 굳이 할 필요도 없지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 능력 덕분에 솔로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밤숲의 가장 큰 문제는 시야 제한이니까.’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건 원거리 딜러들의 사거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 ‘그런 밤숲에서 시커먼 놈들을 상대하는 건 끔찍한 일이지.’ 더욱이 이러한 밤숲에서 등장하는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털색은 그 표현 그대로 검은색이었다. 그것도 그냥 검은색이 아니라 어둠을 본 따 만든 듯한 칠흑색.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특성 역시 골치 아팠다. 밤숲에서 등장하는 늑대 무리들은 대개 웨어 울프 1마리와 블랙 울프 9마리 정도로 구성되었다. ‘놈들의 기본 컨셉은 1대1이니까.’ 더불어 그러한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전투 스타일은 1대1이었다. 즉, 블랙 울프와 웨어 울프는 플레이어 한 명에게 전부 달려드는 경우가 없었다. 상대방의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자신들의 숫자도 그에 맞게 나누었다. 그게 밤숲이 10인 이상 파티를 요구하는 이유였다. 앞서 말했듯이 늑대 무리는 대개 10마리로 구성되었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힐러나 마법사 같은 원거리 딜러가 공격에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머릿수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웨어 울프부터 처리해야 하고.’ 더 큰 문제는 그런 난전 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웨어 울프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울링이 시작되면 진짜 미치는 거니까.’ 웨어 울프의 특수 스킬이 하울링이 발동하는 순간 주변의 다른 늑대 무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 그게 앞서 말했듯이 미다스가 굳이 파티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였다. 어둠 속을 꿰뚫어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선공권을 손에 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까 웨어 울프부터 제거해야지.’ 그러한 선공권으로 웨어 울프를 제거하면 될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럼 블랙 울프가 달려올 테고, 그 와중에 추가 딜링으로 2마리 정도 더 제거.’ 100미터 거리 정도라면 웨어 울프를 제거한 후에도 충분히 블랙 울프를 2마리 정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앞서 말했듯이 블랙 울프는 상대하는 무리의 머릿수만큼 자신들의 세력을 나뉘었다. 미다스, 럭키, 골드 그리고 골렘, 이렇게 4명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한 명당 약 2마리가 달라붙는 셈. ‘그때쯤 되면 나한테는 2마리 정도 붙겠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2마리만 처치하면 될 일. 어려울 일은 없었다. 미다스의 기동력은 블랙 울프와 어느 정도 추격전을 벌이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뿐더러, 그에게는 숙련도 A랭크의 무빙 캐스팅 스킬마저 손에 쥔 상황. ‘뭐, 100마리가 붙어도 상관없지만.’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그게 있었다. [엘프의 부츠]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93레벨 이상 - 엘프들의 머리칼로 만든 부츠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 근력 +123 - 체력 +56 - 지력 +135 - 마력 +59 - 이동 속도 +28퍼센트 - 이동 시 캐스팅 속도 +13퍼센트 - 이동 시 마력 소모량 +17퍼센트 - 이동 시 엘프의 발소리 스킬이 발동 의뢰 보상으로 받은 엘프의 부츠. ‘최고의 생존템 중 하나지.’ 갓워즈에서 손꼽히는 생존용 아이템으로, 그러한 수식어를 붙게 해준 건 바로 엘프의 발소리 스킬이었다. 엘프의 발소리 스킬은 자신을 향한 몬스터의 어그로를 초기화시켜주었으니까. 미다스 시점에서 보자면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몬스터의 머리 위 신호등을 빨간색에서 초록빛으로 만드는 셈이었다. 물론 제약도 있었다. ‘한 번 스킬 효과가 통한 대상에게는 재차 효과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몬스터에게는 딱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어떤 몬스터라도 이것만 있으면 완벽한 도주가 가능했다. ‘일반 몬스터 상대로 두 번이나 쓸 필요는 없지.’ 즉, 엘프의 부츠를 착용한 상태에서 미다스는 자신에게 붙은 2마리의 블랙 울프를 신경 쓸 필요조차 없었다. 유유히 도망쳐서 거리를 벌린 후에 마법을 캐스팅하며 한 마리씩 확실하게 제거하면 될 뿐. 그게 미다스가 이곳, 밤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위해 준비한 사냥 방법이었다. ‘그냥 사냥할 때는 이 정도면 충분해.’ 물론 이 방식은 어디까지나 그냥 사냥할 때의 경우였다. 인페르노와 쇼크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과 같은 광역 마법이 쿨타임이 돌아갈 때. 그리고 여전히 사안 마법이 충전되지 않은 상태일 때. 그저 기본 마법만으로도 몬스터 사냥을 할 때의 경우. ‘오케이, 오네.’ 달리 말하면 그 모든 것이 갖추어졌을 때 미다스는 굳이 이런 골치 아픈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왕! “주인님,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럭키 그리고 골드, 그 둘이 데려온 웨어 울프 세 마리와 블랙 울프 서른세 마리를 상대로 미다스는 복잡한 방법 따위는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않았다. 굳이 엘프의 부츠를 이용해 도망칠 필요도 없었다. 미다스는 꼿꼿이 두 다리를 땅에 내리꽂은 채 손에 든 지팡이와 함께 정면을 바라보았다. “사안!" 그러한 미다스의 주문에 툰가의 검은 지팡이의 눈이 밤숲의 어둠을 붉게 물들였다.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자 달려오던 모든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가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사이 사안의 붉은 빛이 사그라지고 다시 어둠이 깔렸다. 그 어둠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빛을 만들어냈다. “인페르노!” 불꽃으로 만들어진 2미터 악마, 그 인페르노의 악마가 어느 때보다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푸후후후!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페르노의 불길을 토해냈다. 화르르! 그러한 불길이 석상처럼 굳어버린 늑대 무리를 덮쳤다. 지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그 광경을 향해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커헝! 크르? 그 흔들림에 이제 막 석화가 풀리기 시작한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가 휘청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꽈릉! 굉음이 터지며 땅이 크게 위아래로 흔들리며 그 위에 놓인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몬스터들 대부분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탄식조차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광경. ‘이게 아즈모 스타일이지.’ 이 광경이 바로 아즈모가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아즈모에게는 공략이 필요 없었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강력한 레전더리 스킬을 그저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러한 아즈모 스타일을 미다스가 구현해내는 순간. ‘이대로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조건인 웨어 울프 333마리 사냥은 일도 아니겠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러한 압도적인 공격으로 모든 늑대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크르르! 커헝! 이러한 공격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이 존재했다. 크왕! “네놈, 감히 주인님의 위엄에 이빨을 들이 밀다니!” 허나, 이미 연속된 범위 마법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은 늑대들에게 럭키와 골드, 그 둘의 존재를 마주한 채 살아남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캐스팅한 마법 중 2개의 마법만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가 한 번에 캐스팅할 수 있는 4개의 마법 중 2개. “체인 라이트닝." 미다스가 그 마법마저 아낌없이 남은 잔당을 향해 토해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디어 110레벨이다.’ 그러자 미다스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10레벨, 새로운 스킬을 얻을 때. ‘당연히 예스지!’ 그 알림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을 내뱉고자 했다. 호우우우! “헉!" 그 순간 하울링 하나가 미다스의 귓가를 두드렸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아, 깜짝이야.’ 미다스, 그가 럭키의 하울링을 웨어 울프의 하울링으로 착각하고 놀라는 순간. ...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미다스를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하울링을 멈췄다. 그리고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판단한 듯 고개를 살짝 푹 숙였다. “역시 이 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주인님, 제가 대신해서 응원해드리겠습니다!” 반면 골드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골드 조용히 해.” ‘젠장, 부끄러워 죽겠네.’ 게임이 아니었다면 얼굴이 화끈거렸을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마저 대답을 했다. "예." 그러자 곧바로 10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지만, 그 순간에도 미다스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기색이었다. ‘라이브 방송 안 해서 다행이야. 이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으면 평생 놀림거리 됐을 거…… 어?’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 100장의 카드, 그중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가 미다스를 다시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서, 서, 선……!” 아주 미치게. 5. 소문에도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온갖 소문이 퍼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이 있고 두어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 제안을 했다면서? 그 무렵에 대부분의 이들은 BJ대마도사가 솔로 선언을 한 이유가 1티어급 길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이란 소문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 1티어급 길드가 사냥 콜라보 요청했는데,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 ㄴ 뭐라고? ㄴ 어떻게 호랑이가 개랑 같이 사냥을 같이 하냐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를 아주 무시했다는 살이 붙었다. - 내가 듣기로는 1티어 길드가 아니라 10대 길드라던데? ㄴ 맞아, 나도 들었어. 10대 길드랑 접촉했다는 소문을! 그러한 소문은 몇 명의 입을 거치자, 1티어급 길드가 아닌 10대 길드로 바뀌어 있었다. - 10대 길드가 엄청난 제안을 했는데, BJ대마도사가 고작 그런 푼돈 받고 버스 태워주기 싫다고 했다던데? ㄴ BJ대마도사랑 10대 길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소문이 있어. ㄴ 그러고 보니 10대 길드랑 1티어급 길드 내에 BJ대마도사랑 사냥하지 말라는 오더가 내려왔다는 소문도 있지 않았나? ㄴ 내가 아는 사람이 지금 130레벨로 밤숲 사냥하는데, 웬만하면 BJ대마도사랑 파티플레이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 그것도 어제! 종국에 세간에는 BJ대마도사와 10대 길드가 전쟁 중이라는 소문마저 흘렀다. 물론 소문이었다. 내뱉는 이도, 듣는 이도 그저 한순간을 보내기 위해 씹고 뱉을 따름인 소문. 그러나 그 소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가 있었다. 박영준, 그는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 그리고 이후 흘러가는 소문을 무시할 수 없었다. ‘BJ대마도사랑 10대 길드는 분명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10대 길드와 대립 중이란 걸 알고 있었다. 10대 길드와 사이가 좋지 않다, 라는 것이 소문이 아닌 진실임을 알고 있는 상황. ‘처음에는 그냥 봤겠지만, 이제는 그냥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었지.’ 그런 상황에서 최근 BJ대마도사는 엄청난 수준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었다. ‘견제도 실패했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기 위한 시도가 실패, 그것도 그냥 실패가 아니라 처참하게 실패한 상황. ‘나라면 협상 카드를 제안하겠어.’ 그렇기에 필시 10대 길드는 BJ대마도사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 것이다. 즉,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은 그 협상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지금 솔로 선언을 한 거는…… 협상 결렬이지.’ 응, 필요 없어! 아주 제대로 그들의 제안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 셈. 그렇다면 과연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지금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툭툭 제 머리를 두드리는 이유였다. ‘그럼 이쪽도 거기에 맞춰줘야지.’ BJ대마도사가 이 정도 시그널을 보냈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시그널을 보다 확실하게 증폭시켜줄 때. “사장님,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한 그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 건 때문에.” “아, BJ대마도사가 모태솔로라는 소문 때문에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은 반문조차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박영준이 툭툭, 제 머리를 두드리던 것을 멈추며 말했다. “질문 하나만 하자.” “예." “네가 BJ대마도사에 관심이 있는 광고주라고 하자.”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이네요.” “다음 메인 광고 조건 보수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 달라고 하면 너 어떻게 할래?” “예?” 그 질문에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쳤어요? 선더볼트 스킬 카드는 G베이에서 거래된 적도 없는데요? 아니, 그 스킬 가지고 제대로 쓰는 마법사 플레이어가 갓워즈 탈탈 털어도 몇 없을 걸요? 값은 둘째 치고 당장 수백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못 구할 걸요?” “그렇지? 못 구하겠지?” 그 반응에 만족한 박영준이 이내 명령을 내렸다. “자, 그럼 내가 저번에 번호 따온 광고주들에게 말해.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광고료는 선더볼트 스킬 카드라고." 그 명령에 부하 직원이 기겁하며 말했다. “그런 조건이면 광고 하고 싶어도 못할 텐데요? 지금 매물이 나온 적이 없어요!”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하라는 거야.” “예?” “튕길 때 튕겨야 몸값이 오르는 법이니까.” 132화. < 42화. 솔로 선언 (3). > 6. [선더볼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강력한 번개를 떨어뜨린다. 번개에 맞은 대상은 잠시 동안 정신을 잃는다. !선더볼트 마법으로 몬스터 444마리 처치 시 ‘날벼락’ 타이틀 획득 !선더볼트 마법으로 보스 몬스터 처치 시 ‘천벌’ 타이틀 획득 선더볼트. 100레벨 이하 모든 마법 중 단일 데미지 딜링으로는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스킬. 그러한 스킬을 마주했을 때 미다스의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자리에서 환호했다. “나왔다! 씨발 벼락이 나왔다!” 밤숲,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미다스는 미친놈처럼 머리 위로 손을 휘저으며 춤을 췄다. 그러다가 이내 럭키를 발견한 미다스가 럭키 앞에서 행동을 멈추었다. 그 후에 곧바로 미다스가 럭키 앞에 절을 시작했다. “럭키님, 부디 이 무지몽매한 자를 이끌어주시옵소서.” 왕? 그 모습에 럭키가 의문 가득한 울음소리를 내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먼 곳에 자리 잡은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 무리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새끼들 다 뒈졌어.’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 선더볼트로 웨어 울프 네놈 대가리를 아주 그냥……' 그 순간이었다. ‘잠깐.’ 당장에라도 마법을 쓰지 못하면 병에 걸릴 것 같은 기색이 드러나던 미다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이내 퀘스트창 하나를 띄었다. [밤숲의 울음]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08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밤숲의 웨어 울프 333마리를 처치하라. 그리하면 당신에게 복수자가 붙을 것이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복수자’ 퀘스트 진행 가능 현재 새로이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가 결론을 내렸다. ‘이 스킬, 숨기자.’ 새로이 얻은 스킬을 당장 사용하지 말자고. ‘아끼고 아낀 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 마지막에 마무리 공격으로 쓰는 거야.’ 그렇게 최후까지 숨기다가 조만간 있을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마지막 순간에 쓰자고. 막연한 생각이 아니었다. ‘밤숲에서 사냥하는데 굳이 선더볼트를 쓸 필요는 없어.’ 당장 미다스는 선더볼트 없이도 빠르게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굳이 이 히든 카드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할 필요는 없는 셈. 여기에 선더볼트 스킬은 데미지 자체는 인페르노 스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스킬이었다. ‘쓰려면 보스 몬스터 잡을 때 써야지.’ 그러한 스킬을 다른 누구도 아닌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가진 미다스가 사용한다? 보스 몬스터의 HP를 10퍼센트 정도 날려버리는데 부족함이 없을 터. 실제로 선더볼트의 가치는 그것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페이즈를 앞두고 있을 때.’ 보스 몬스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킬! ‘진짜 아즈모 스타일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그 방식을 가장 애용했다.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마지막 멘트도 떠오르고 있었다. ‘크으, 그래 그렇게 간 다음에 아즈모 님한테 말하는 거야. 아즈모 님을 위한 트리뷰트라고.’ 과연 그것을 본 아즈모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무슨 반응을 보여주든 간에 보통 반응은 아닐 터.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완성시킨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킁킁! 그리고는 코를 몇 번 킁킁 거린 후에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럭키야, 너도 냄새가 나지?” 왕?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다음 라이브 방송도 광고 대박이 날 거 같은 냄새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약 좀 미리 팔아보자.” 7.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 그 선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러한 관심에 BJ대마도사는 보여줬다. - BJ대마도사 소식 들었어? - 밤숲에서 솔로 플레이 잘한다던데? -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깡패짓 수준이라던데? 자신이 내뱉은 것이 허언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음을. 자연스레 사람들은 믿었다. - BJ대마도사가 밤숲에서 사냥하는 거 본 사람들이 저 정도면 파티플레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다음 사냥터로 가도 되겠다던데? - 진짜 10대 길드랑 수준이 안 맞아서 콜라보 제안을 거절한 듯. - 솔플이 되는데 파플을 할 이유는 없지. BJ대마도사와 관련되어서 나온 소문들이 허황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임을. 그렇기에 더더욱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 그래서 스파이 영상은 언제 나옴? - 누구든 좋으니 BJ대마도사 사냥 영상 좀 찍어봐! 과연 파티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무대에서 BJ대마도사가 어떤 식으로 사냥을 하는지. 그 무렵이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하는 거 같은데?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예고되지 않은 방송이 켜졌다. - 뭐? 진짜? - 보스 몬스터 라이브야? 벌써? - 일반 사냥 라이브 방송이다! 보스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 사냥 라이브 방송. 본래는 시청자 숫자가 평소의 반의 반에 미쳐도 이상할 게 없는 방송이었으나, 앞서 말한 요소들이 도리어 이 방송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그 사실에 미다스 본인이 도리어 놀랄 지경. 물론 놀람과 별개로 미다스는 방송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은 방송 제목처럼 일반 몬스터를 사냥할 겁니다.” 라이브 방송의 시작은 무미건조했다. “사실 일반 사냥 따위를 라이브 방송으로 하는 건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이라서 딱히 텐션이 올라가진 않네요.” 등장하는 본인부터 시큰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시큰둥한 정도가 아니었다. “솔직히 고작 일반 몬스터 잡는 거 가지고 방송하면서 실력 뽐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일반 몬스터 못 잡는 플레이어는 없잖아요?” 나는 정말 이 방송이 하기 싫다, 그러한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니 진짜 못할 짓이네요. 그러지 말고 오늘 힐링 방송이나 할까요? 럭키랑 함께하는 눕방.”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손짓을 하고, 럭키를 향해 가볍게 말했다. “럭키야, 누워.” 그러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후에 몸을 반 바퀴 굴리면서 그대로 배를 내밀었다. “어때요? 보기만 해도 힐링되죠? 이것만 방송할까요?” 그러한 럭키를 바라보며 미다스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였다. ‘자, 이런 거 보고 싶진 않잖아? 화를 내라고, 화를!’ 미다스가 한 말처럼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송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시청자가 반의 반, 25퍼센트 정도 나오는 게 평균치. 그보다 더 치명적인 건 그 시청자와 별개로 이미지가 소모된다는 점이었다. 인기 있는 배우도 너무 영화에 자주 나오면 시큰둥해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미다스는 이렇게 연기를 했다. ‘그래야 내가 보여주는 당위성도 생기고.’ 시청자들 입자에서 일반 몬스터 사냥하는 걸 보고 싶다! 라는 말이 나오도록. 그러한 미다스의 노림수에 시청자들은 대답했다. - 드디어 BJ대마도사가 우리가 원하는 걸 깨달았네. - 그래, 우리는 럭키 힐링 방송을 원했어! - 이 날을 위해서 후원금을 안 쏘고 버텼다. 이제부터 전부 토해낸다! 이 방송을 기다렸다고.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BJ럭키12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312호팬 님이 10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3312호팬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선언이 나오는 순간 그리고 카메라가 바닥에 배를 내밀고 있는 럭키를 찍는 순간 이제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후원금 러시가 시작됐다. ‘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바닥에 누운 럭키가 기분이 좋은 듯 소리쳤다. 왕! 그 외침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까아, 럭키님! - 럭키님이 후원이 부족하시댄다! 질러! - BJ대마도사 따위보다 BJ럭키님 후원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냐? 럭키팬들 모두 모여! - BJ대마도사를 몰아내고 BJ럭키 님 단독 채널로 가즈아! - 럭키! 럭키! 럭키! 앞선 후원금 러시가 무색해질 정도로 다시 한 번 후원금 러시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지그시 럭키를 바라보았고, 럭키가 그 모습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하지?’ 미다스의 심정에 당혹감이 차오르는 순간. 아우우우! 그 순간 먼 곳에서 하울링 하나가 들렸고, 그 하울링 소리에 미다스가 소리를 내질렀다. “아, 근처에 몬스터 있나보군요. 일단 저건 잡아야겠네요. 괜히 모여들면 귀찮으니까.” 그것을 기회 삼아 화제를 전환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 그래, BJ대마도사 넌 사냥하러 가고 럭키님은 여기 남겨둬라. - 하든말든 관심 없음. 럭키님만 보여주면 됨. - BJ럭키님, 거기 옆에 있는 못생긴 아저씨 좀 치워주세요! 여전히 럭키를 향한 러브콜이 넘쳤고, 미다스가 그 반응을 애써 무시하며 준비했던 대로 움직였다. “자, 그럼 사냥 들어갑니다.” 그 말과 함께 사냥을 시작하는 순간 더 이상 럭키를 향한 외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8.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와." 그곳에서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그 감탄사가 사방으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우와.” “맙소사.” “지저스!” 온갖 종류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사전에 그 어떤 예고도 없이 모인 이들이었다. 방송 내용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요청에 모두가 모였다. 모인 후에야 BJ대마도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몬스터 사냥 라이브를 하겠다고.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대감은 없었다. “깡패짓도 이렇게 압도적으로 하면 감탄이 나오는구나.” “저렇게 압도적으로 사냥하는 건 아즈모 이후 처음인 거 같아.” “아즈모도 저 레벨 때는 저렇게 못했을걸?” 그러나 이후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사냥방식은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솔로 선언할 만하네.” “저 정도면 파티 플레이하는 게 손해겠어.” 모두가 이제는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을 납득하는 순간. 물론 직원 중 몇 명은 의문을 가졌다. “저기 사장님, 그런데 왜 갑자기 일반 몬스터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걸까요? 보니까 되게 하기 싫어하는 거 같던데.” BJ대마도사가 왜 갑자기 이 대목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는가? 하는 의문.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내가 불을 질렀잖아.” “불이요?” “광고비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 받겠다는 불 말이야.” “아!" “그 소식이 BJ대마도사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그거 사장님이 분명 광고 안 받으려고 무리한 조건 거신 거 아닌가요? 광고 안 받는데 오히려 불을 지른다고요?”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은 누가 들어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광고를 파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이렇게 화끈하게 나와준다?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일. 그러한 직원의 의문에 박영준이 대답해줬다. “그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최고의 라이브를 했는데 광고가 없다, 그러면 과연 광고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 광고 자리 비었으니 가격 후려쳐도 되겠구나, 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거 어지간한 베팅으로는 안 되겠구나, 한 번 질러보자! 라고 생각할까?” ‘속사정은 더 복잡하겠지만, BJ대마도사가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튕길 생각이란 건 확실하지.’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물론, 그전에 베팅 금액부터 달라지겠지만. 이걸 본 광고주들 전화가 아마 쏟아질 거야.” 말과 함께 박영준이 자신의 광고주 전용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우웅!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 한 통이 왔고, 그 사실에 박영준이 스윽 발신자를 확인하며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라서 바쁩니다. 제가 잠시 후에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딱히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물론 상대방 역시 통화를 이어가기 위해 몇 마디 말을 던졌고, 그 말을 들은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BJ대마도사 쪽에서 건 조건은 명확합니다. 선더볼트 외에는 없습니다.” 타협은 없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박영준. 그러나 이후 통화 내용을 들은 그의 입가의 미소가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통화를 끊는 순간 곧바로 새로운 전화가 왔으나, 박영준은 그것을 무시하고는 본인이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제임스! 나야, 나. 와튼 동기 박영준. 그래. 요즘 월가 분위기는 어때? 우리 채널 상장하기 기다린다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네. 아, 다름 아니라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제임스, 당신이 아람코랑 잘 알고 지내잖아? 아람코 쪽에서 블루불 지분 인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돈다는데, 그거 확실해? 아, 개소리라고? 알았어.” 그렇게 통화를 마친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렸다. ‘제임스, 얘 목소리나 반응을 보면 무언가 움직임이 있긴 있다.’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나요?” 그 말에 박영준은 속으로만 대답했다. ‘설마 솔로 선언이 아즈모를 향한 러브콜인 건가? 그래서 아즈모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이번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 생각에 이른 박영준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순간 방송 속 BJ대마도사가 방송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 다음 보스 몬스터 라이브에서는 더욱 강렬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즈모 스타일로 말이죠. 133화. < 43화. 새 파트너 (1). > 1. “이것으로 방송을 마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송 중인 채널이 비공개로 전환되었고, 채팅창을 가득 채운 시청자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제야 미다스는 가볍게 주먹을 꽉 쥐는 것으로 작은 세레모니를 했다. ‘계획대로다.’ 이번 방송으로 인해 미다스가 노리는 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음 라이브 방송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 ‘필시 모두의 뇌리에는 오늘 전투 방식이 각인됐을 거다.’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지금 이 전투 스타일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라이브를 본 시청자들은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인페르노 마법을 비롯한 강력한 마법을 강렬하게 기억할 터. ‘모두가 인페르노를 기대할 때 선더볼트가 떨어지면, 그 순간 게임은 끝이지.’ 선더볼트의 데뷔전으로 그보다 더 강렬한 데뷔전은 없을 터. ‘내가 생각해도 완벽해. 광고주가 감격한 나머지 추가 보너스를 줄 정도로.’ 그러한 계획을 떠올리는 미다스의 가슴이 기대감에 부풀 무렵, 이제는 비공개방이 된 채팅창 안으로 한 명이 입장했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사장님?’ 그것을 본 미다스가 채팅방에 집중하는 사이 채팅이 올라왔다. - 와튼 : 오늘 라이브도 잘 봤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대단하십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감격했다. 물론 그 감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하수나 할 법한 짓은 하지 않았다. “굳이 억지로 칭찬하실 필요 없습니다. 정말 볼 것 없는 라이브 방송이었으니까요. 솔직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말고 다른 걸 방송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죠.” ‘여기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나의 수준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다! 배포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실력이 넘치고, 자신감도 넘치는 이만이 초일류가 될 수 있다, 그게 프로의 세계이지.’ 겸손이 미덕이 아닌 세계가 프로의 세계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을 가진 이는 그 실력에 걸맞은 자신감과 포부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그 프로와 함께 하는 이 역시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할 수 있기에. 그렇게 포부를 밝힌 미다스가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직접 접속하시는 걸 보니, 급히 할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저 칭찬 한 번 하려고 접속하진 않았을 터. - 와튼 : 최근 BJ대마도사님에 관련된 이야기는 알고 계시죠? “관련된 이야기요?” 그 질문에 미다스가 짧게 생각했다. ‘솔로 선언한 거, 그거 말하는 건가?’ 자신과 관련된 소문들 몇 개를 떠올린 미다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알죠. 뭐, 크게 신경 쓰고 있진 않습니다.” 그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하나가 더 왔다. - 와튼 : 이번에 블루불 쪽에서 광고를 받을 생각인데, 괜찮습니까? “블루불이요?” 그 질문에 미다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블루불? 감마 제약이 아니라?’ 물론 잠시뿐이었다. ‘아!’ 미다스는 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블루불 쪽에서 세게 베팅했구나!’ 감마 제약과 블루불은 라이벌 관계, 그런 와중에 블루불의 광고를 받겠다는 건 그쪽에서 감마 제약과의 커넥션을 접게 될 만큼 아주 강력한 제안이 왔다는 의미.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 왔구나!’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꽤 크게 베팅한 거 같은데…… 솔직히 액수 같은 건 관심 없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쪽에서 편한 쪽으로 처리해주세요.” ‘당연히 빅딜에 충성해야지.’ 도리어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미다스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보다 내 의견을 구하려고 이런 자리를 만든 건가? 일부러 이 논의를 하려고 사장님이 직접 채팅을 했다고?’ 지금 이 상황을 보건데 라이징 스타 채널 쪽에서는 좋은 제안이 왔음에도 바로 수락하지 않고 미다스의 의견을 알아보려고 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의미 아닌가? ‘일처리가 이렇게 되면 급할 때 문제가 생겨.’ 그러나 조직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는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법. 야구 경기만 해도 그랬다. 감독이 선수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서 작전을 짜는 경우는 없었다. 감독은 작전을 짜고, 선수는 그것을 실행하는 것. 그러한 심플한 관계가 최고의 효율을 만들었다. “굳이 그런 부분까지 제 의견을 신경 쓰실 일은 없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한 건, 누구보다 그러한 일을 잘 처리해주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 와튼 : 전권을 위임하시겠다는 겁니까?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미 예전에 드렸는데, 또 드려야 합니까? 필요하면 얼마든지 드리죠.” 말을 하던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고, 곧바로 채팅이 왔다. - 와튼 : 예, 그럼 실망시키지 않고 처리하겠습니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내 채팅창도 사라졌고, 방송도 끝이 났다. 그 순간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야, 사장님 참 좋으신 분이네. 이렇게까지 날 신경 써주고 말이야. 안 그래 럭키야?” 왕! 럭키가 크게 짖었다. “골드, 네 생각은?” “아무렴요, 주인님의 주인님 아닙니까? 매우 위대하신 분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어진 골드의 다부진 각오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좋으신 분을 실망시킬 순 없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사냥터를 바라봤다. ‘이번주 내에 모든 준비를 마친다.’ 2. 갓워즈의 무서운 점은 그 어떤 소문과 태풍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BJ대마도사의 것도 그러했다. 솔로 선언, 그리고 시작된 라이브 방송은 분명 여러모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 이후 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탐험가 길드, 새로운 무대를 발견하다! ] [어비스 길드, 데몬 리치 최초 레이드 도전!] 그중에서도 10대 길드가 만들어내는 폭풍 앞에서 BJ대마도사가 만든 폭풍은 이름조차 희미해졌다.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지.’ 하늘 위의 별이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별이 되더라도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 그중에서도 모두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 슈퍼 스타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보통의 별들은 그러한 슈퍼 스타의 빛에 밀려 존재감이 줄어들었으니까. ‘결코 바꿀 수 없는 현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프로야구선수 시절에 깨달았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까마득한 하늘 위에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슈퍼 스타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것을 봐왔다. ‘그럼 그 현실에 순응하는 수밖에.’ 때문에 그는 그 사실에 역행하지 않았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자신이 할 수 있는 단계를 밟아 나갔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지루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과거 계단을 올라설 자격조차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이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역시 게임은 솔플이지. 잡템값만 해도 생활비 끝이다!” 오히려 미다스는 이 과정을 즐겼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웨어 울프 333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종국에 미다스가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 “주인님, 무엇이 옵니다!” 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는 순간 미다스를 향해 낌새가 오기 시작했다. 이 순간 미다스도 긴장감을 다졌다. ‘바로 보스 전이냐?’ 퀘스트 정보에 따르면 웨어울프 333마리를 잡는 순간 퀘스트가 완료되며 복수자가 붙는다고 했다. ‘아니면 도우미냐?’ 그 복수자가 몬스터인지 NPC인지는 불명치 않은 상황. ‘정황상 NPC일 확률이 높지만.’ 물론 숨겨진 퀘스트 보상이 마스터리 스킬북인 것을 고려하면 NPC일 가능성이 컸다. 몬스터가 와서 그 보상을 줄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곧바로 적중했다. 끼이이! 화살 한 발이 귀곡성을 내며 미다스의 머리, 그 위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화살. 저벅저벅……. 그 화살 소리가 사라질 무렵에 밤숲의 어둠 너머에서 발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등장한 이는 엘프였다. 검은 피부, 그 위로 짐승의 붉은 피로 그린 문양이 가득한 엘프의 외모는 앳됐다. 사람으로 따지면 13세나 됐을까? “움타라고 합니다.” 그라기보다는 소년이란 표현이 어울릴 법한 엘프, NPC움타가 미다스 앞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말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A시나리오네.’ 미다스는 퀘스트 정보를 보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시나리오로 준비해두었다. ‘나에게 복수를 대행할 생각이겠지.’ 그중에서 A시나리오의 내용은 미다스의 사냥 능력을 본 NPC가 그에게 복수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복수의 대상은 당연히 보스 몬스터가 될 터 . 그 예상대로였다. “당신의 실력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당신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제 부모님을 죽인 그 괴물을 잡아주십시오.” 예상한 그대로의 말이 나왔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갖추었다. ‘완벽하군.’ 예상대로 흘러가는데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이유는?” ‘이번에는 내가 갑이다, 이거지?’ 그렇기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그의 모습에 NPC움타가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말했다.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하나는 당신이 수호자의 증표를 2개나 가지고 계시다는 것.” 그 순간이었다. NPC움타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낸 후에 그것을 슬그머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제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에 미다스가 시선을 내려 바닥에 있는 것을 보였다. ‘마스터리 스킬북이다!’ 유니크 등급 스킬을 올려주는 마스터리 스킬북! 그것을 본 미다스는 입가가 미소로 찢어질 만큼 기뻤다. 그러나 애써 그것을 참으며, 이제는 기세등등한 수준을 넘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싫다고 한다면?” 한 번 튕겼다. “그렇다면 그냥 이것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대신 제 이야기를 들으실 수 없으실 겁니다.” 그제야 미다스가 선심을 쓴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탁이 뭔지는 들어보지.” 그 말에 NPC움타가 고개를 한 번 깊게 숙인 후에 울분을 간신히 참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다크 울프를 처치해주십시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가 떴다. [복수자]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푸른 달이 뜨는 날 다크 울프가 등장한다. 움타만이 그 위치를 알고 있다. 그의 복수를 위해 다크 울프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리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수호자의 마지막 유산’ 퀘스트 진행 가능 그러한 퀘스트 내용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레전더리라고? 마스터리 스킬북인데?’ 상상조차 못했던 보상에 미다스의 사고가 그대로 정지했다. “잡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 미다스에게 NPC움타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미다스가 NPC움타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움타 님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당연히 잡아야죠. 움타 님의 부모님을 죽인 이 사악한 늑대를 제가 잡아서 오체분시 해드리겠습니다. 필요하면 더 잘게 썰어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당연히 해야죠. 제가 기필코 이 놈을 잡아 움타 님의 복수를 이룩해드리겠습니다!” ‘다크 울프, 아주 그냥 도륙을 내주마! 넌 끝이야!’ 미다스, 그가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3. 어비스 길드의 본사. 그곳에 있는 직원들에게서는 느긋함이 보였고, 여유가 넘쳤다. 마이애미 해변이란 멋진 휴양지를 코앞에 두었다는 것, 그것의 그러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어비스 길드 본사가 어느 때보다 긴장감으로 넘치는 때가 있었다. “레이드 상황 어때?” 어비스 길드 1군, 어비스 길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는 날. “무리 없이 3페이즈 진행 중!” “시청자 숫자는?” “5억 1백만 명 돌파!” “다들 준비해!” 그러한 날 어비스 길드 본사는 전쟁이 나더라도 대처가 가능할 정도의 긴급 상태가 되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전력 상태는?” “문제 없어.” “통신망은?” “깨끗해." 만약 정말 전쟁이 나서 전력 공급 차단이나, 긴급한 일이 생길 경우 대비해서 자체 발전 설비와 우회 통신망 인프라는 물론 그것을 다룰 인력마저 대기했다. “경비팀 현재 상황 보고하라.” “현재 그 어떤 위험도 감지되지 않는다.” 심지어 경쟁자가 전력 차단이나, 테러 등으로 현실에서의 레이드를 방해할 때를 대비해 사설 경비팀마저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 레이드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데몬 리치는 이제까지 잡은 이가 없어. 이거 잡으면 최초의 보스 몬스터 킬이야.” “이거 망치면 한동안 지옥이다.” 실패가 곧 참사가 이루어지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이윽고 그들에게 소식이 들렸다. “해냈다!” “성공이다!” 레이드 성공을 알리는 소식. 그 사실에 어비스 길드를 가득 채운 모든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개인용 캡슐방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캡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멀린도 그중 한 명이었다. 푸슈! 캡슐방에서 쓰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최신형 그리고 맞춤형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곧바로 대기 중인 의사와 간호사 한 명이 그에게 달라붙어 검진을 시작했다. “석류 주스로 해줘.” 그와 동시에 대기 중인 요리사 한 명이 멀린의 요청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석류를 깐 후에 생과일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접. 그러나 멀린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마땅한 대처였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어마어마한 돈이 오갔으며, 그가 내뱉는 말 하나가 엄청난 돈을 움직였으니까. 당장 레이드를 마친 이 순간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언론사들이 지불하는 대가조차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덜컥! 그러한 멀린에게 첫 방문객이 등장했다. 그러나 등장한 이는 사전에 약속한 뉴욕 타임스의 기자가 아니었다. “엠마." 매니저의 등장에 멀린이 그녀를 반갑게 마주하는 사이, 엠마가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몇 마디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중요한 이야기야?” “개인적으로 부탁하신 거요.” “아, 그거.” 개인적인 부탁, 그 단어 나오는 순간 멀린이 자신의 몸을 살피던 의사와 요리사를 향해 말했다. “사적인 이야기라 잠깐 자리 좀 비워주시죠.” "예." 그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방문을 나섰다. 덜컥! 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는 순간 멀린과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BJ대마도사의 다음 광고주는 블루불이 될 가능성이 커요.” 그 반응에 멀린이 놀라며 반문했다. “블루불? 설마 그놈들이 선더볼트 스킬 카드를 확보한 거야?” BJ대마도사가 광고비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를 제시했다! 그 소식은 이미 멀린도 들은 바. “아뇨,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저희도 구하지 못한 매물이니까요.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그것을 제안한 거고." “그래, 애초에 광고 받을 생각이 없었지.” 그러한 제안을 한 BJ대마도사의 의중도 이미 진작에 파악한 바였다. “그런데 광고를 넣는다니, 무슨 수로?” “블루불 쪽에서 BJ대마도사에게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했어요.” “매력적인 카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멀린이 두 눈을 감은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으로 현재까지 파악된 매물은 단 하나였다. “아즈모.” 그리고 아즈모, 그가 바로 그 하나뿐인 아이템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팔라고 해도 안 팔던 걸 꺼내다니.” 그리고 그의 손에 들어간 이후로 그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아이템이었다. 아즈모의 아이템 욕심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그러한 물건을 지금 꺼냈다? “블루불과 어떤 거래를 한 거지?” “알 수는 없죠. 분명한 건 블루불을 통해서 아즈모가 그 아이템을 전달하고, 그것을 BJ대마도사가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예요. 즉, BJ대마도사는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의 일부를 아즈모와 거래할 가능성이 커요.” “혹은 그쪽에 붙을 수도 있지.” 이야기를 나누던 멀린이 감았던 눈을 떴다. “아즈모 쪽에 붙으면 우리가 건드리기 힘들어져. 그 전에 처리해야 할 텐데?” “다행히도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걸 보면, BJ대마도사도 당장 아즈모에 붙을 생각은 없어 보여요.”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쪽으로 끌어오려면......." 말을 뱉던 멀린이 이내 손가락으로 제 천장을 가리켜며 말했다. “그래서 위에서는?” “무엇이든 해라, 그게 명령이에요.” 그 대답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매수할 거예요.” “매수? 누굴?” “놈과 놈을 죽일 자들을요.” 그 말에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진짜 전쟁이겠군.” 134화. < 43화. 새 파트너 (2). > 4. 흔히 말한다.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지금 미다스의 상태가 그러했다. ‘와! 우와!’ 감탄이 너무 거대한 나머지 그 감탄이 쉽사리 목구멍을 나오지 못한 채 가슴 속에서만 메아리쳤다. 그 정도였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라니!’ 이번에 걸린 보상은 이제까지 나름 득템 맛 좀 보며 그 맛에 익숙해진 미다스를 놀라게 할 정도로 대단한 놈이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가만,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 세상에 나온 적이 있었나?’ 그가 알기로 레전더리 스킬 전용 마스터 스킬북은 현재까지 등장한 바가 없었다. 최고의 보상을 주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도 받기 힘든 만큼 가치 있는 보상이었으니까. 당장 저번에 미다스가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을 받을 때 조건이 죽지 않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건 마냥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가만, 이 정도 보상이라면 난이도가 헬모드라는 건데……' 필시 이번 퀘스트 난이도는 미다스가 이제까지 마주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중에서 역대급 난이도를 자랑할 터. 최소한 트리플 헤드 트롤 때보다 더 어려울 게 분명했다. ‘그래,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보단, 리스크 감수하고 크게 가는 게 낫지. 아무렴. 이 정도 보상이면 감수할 만하지.’ 그러나 보상을 생각하면 마땅히 감수할 일이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게 훨씬 더 재미있을 테고.’ 더 나아가 라이브 방송을 생각했을 때도 난이도가 높은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건 몬스터의 난이도였으니까. 슈퍼 스타들과 보통의 스타들 사이의 차이점 역시 그것이었다. 슈퍼 스타들은 모두가 생각해도 어렵다, 라고 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했다. ‘어설픈 보스 몬스터보다는 보는 순간 혀를 내두를 만한 강력한 놈을 상대하는 게 훨씬 임팩트가 커.’ 이미 충분한 오버 스펙을 이룩한 미다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오버 스펙을 더 돋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최소한 스타, 그 이상을 꿈꾼다면 마음가짐만큼은 그래야 했다. ‘거기에 유니크 마스터 스킬북까지.’ 더욱이 지금 미다스의 수중에는 이미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이 손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이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뭐에 쓰지? 롱토스? 아니면 발리스타? 더블 캐스팅?’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 “놈은 만월이 매달리는 날에만 등장합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미다스에게 NPC움타가 보다 자세한 퀘스트 상황을 말해줬다. “그날을 놓치시면 다시 만월이 매달리기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살짝 의문을 가졌다. ‘만월이라니, 밤숲은 하늘조차 안 보이는데?’ 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하는 밤숲에 만월이라니? 이해하기 힘든 일. 그러나 미다스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 만월까지 남은 시간 59시간 58분 10초] 미다스의 머리 위에 뜬 문자가 말해주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가 나오리라고. ‘오케이.’ 그러니 미다스가 해야 할 건 전투를 대비해 최고의 전력을 준비하는 것, 그뿐이라고. “부디 제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주세요.” 때문에 NPC움타의 말에 미다스는 이제 모든 만반의 각오를 마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기필코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스터 스킬북만 잘 준비해주십시오!’ 미다스의 각오 어린 대답에 NPC움타가 깊게 고개를 한 번 숙인 후에 이내 등을 돌렸고, 그러한 NPC움타의 모습은 이내 어둠 속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왕! 그렇게 NPC움타가 사라지는 순간 럭키가 다가와 미다스에게 머리를 비볐고,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 위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59시간.’ 그 시계 속 시간을 확인한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18레벨은 찍을 수 있겠군.’ 5. 실력 좋은 플레이어의 조건 중 하나는 적응력이었다. 얼마나 빨리 사냥터에 적응하느냐?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 봤어?” “밤숲을 무슨 동네 뒷산처럼 다니더라.” 밤숲을 무대로 삼는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에 대해 더욱더 놀라는 이유는. 이미 그의 화력은 검증된바, 그에 대해서 더 이상 놀랄 건 없었다. "밤숲에서 사냥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적응력이 장난이 아니야.”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적응력 앞에서는 새삼스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레벨이 다르네.” "레벨보다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겠지.” 물론 실제로 미다스의 적응력이 천재 소리가 나올 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만약 그런 재능이 미다스에게 있었다면 자신은 물론 형과 귀여운 조카에게 삼시 세끼 치킨을 사줄 수 있었을 터. ‘그때 개고생한 보람을 이렇게 느낄 줄이야.’ 미다스에게 밤숲 사냥이 두 번째라는 것. 그게 그의 적응력의 비결이었다. 더욱이 그냥 두 번째가 아니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개고생이었지.’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잃어버리기 전, 미다스는 밤숲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었다. ‘개만도 못한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니까.’ 밤숲의 특성은 미다스가 가진 유일한 장점, 멀리 있는 걸 잘 맞출 수 있는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소리만 듣고 표적을 맞춰야 하는 이 무대는 미다스를 그저 그런 일반 마법사로 만들었다.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는 그 무렵의 미다스는 게임에 모든 것을 올인하며,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던 프로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든 게임을 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을 먹여가며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 플레이어. 그렇기에 마주하는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말도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패턴을 연구하고, 심지어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분석하기 위한 매뉴얼마저 만들었었다. 밤숲이란 환경에서 제대로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시 당연히 연구했다. ‘그때 여기 졸업하면서 괜히 지랄했구나, 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을 몸에 새기기 위해 연습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그때의 노력이 이제는 정말 값진 결과물로 다가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알림, 그게 바로 그때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그러한 레벨업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리고 전투가 마무리 되는 순간 곧바로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18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588)/체력 (5+533)/지력 (592+942)/마력 (123+808) - 잔여 스탯 : 4 언제나 봐도 감탄이 나오는 규격 외의 숫자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숫자에 대해 감탄을 내뱉는 것보단 보너스 능력치를 지력에 투자한 후에 능력치창을 바로 닫았다. 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일찌감치 잡은 웨어 울프의 사체 앞에 섰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골드!" “예, 주인님!” 미다스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골드가 잽싸게 켄타우로스의 몸을 이끌고 등장했다. “무슨 명령이든 내려만 주십시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내는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옷 벗어.” 오해하기 딱 좋은 명령. “예! 바로 벗겠습니다!” 그러나 골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입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하나둘 벗기 시작했다. 오해하기 더 좋은 광경. 물론 그 후에 오해할 만한 광경은 없었다. 골드가 벗은 아이템을 곧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미다스가 웨어 울프 앞에 섰다. “가디언 소환.”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웨어 울프를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예." 그 알림에 대답하는 순간 골드의 켄타우로스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이후 그대로 켄타우로스의 몸이 무너졌다. 동시에 무채색의 마네킹 비슷한 형태였던 웨어 울프의 사체의 몸에 색이 깃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죽은 웨어 울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난 웨어 울프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미다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새로운 몸으로 주인님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아낌없이 불사르겠습니다!” 골드가 새로운 몸을 얻는 순간. 그것을 본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너무 강해서 문제가 될 줄이야.’ 가디언은 어느 몬스터든 100마리 사냥을 하면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몬스터의 레벨이 스킬 사용자의 레벨보다 10레벨 이상 높으면 안 된다는 것. 웨어 울프의 경우에는 몬스터 레벨이 128레벨이었다. 즉, 미다스 입장에서는 118레벨이 되어야 웨어 울프를 베이스 삼아 가디언을 새로이 소환할 수 있는 셈. 사실 이 문제는 보통은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밤숲에 오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130레벨 이상이었으니까. ‘별에별 문제가 다 생기네.’ 그저 미다스의 강함이 규격 외이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즐거운 문제였다. 갓워즈의 수억 명이 넘는 플레이어 중에 이러한 고민을 마주하는 건 미다스뿐일 테니까. “새로운 몸은 어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과 함께 골드가 그 자리에서 도약을 하자, 그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한 번 날뛰어봐.” 이후 미다스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골드가 단숨에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2미터가 넘는 신장에서 나오는 탄력 넘치는 모습은 켄타우로스가 보여주는 느낌과 전혀 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웨어 울프가 켄타우로스보다는 훨씬 강하지.’ 플레이어로 따지면 20레벨 이상이 바로 오른 격.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새로운 몸에는 새로운 템을 꺼내야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갑옷 하나를 꺼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 갑옷]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23레벨 이상 -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다. 매우 강인하며 동시에 매우 가볍다. - 근력 +177 - 체력 +122 - 지력 +39 - 마력 +55 - 공격력 +10 - 물리 방어력 +10퍼센트 - 마법 방어력 +10퍼센트 - 이동 속도 +10퍼센트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70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공격력 +21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생존 본능 스킬 사용 가능(쿨타임 60분) 꺼낸 것은 저번에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고 얻은 세트 아이템. 레전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놀라운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세트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면 내가 차는 게 맞지만……' 사실 본래는 미다스가 착용할 속셈이었다. 문제는 트리플 헤드 트롤 세트 아이템의 부위들이었다. ‘하필이면 상의, 하의, 장갑, 투구일 줄이야.’ 현재 수호자의 장갑과 수호자의 머리띠를 착용한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세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미다스는 아이템을 개봉할 때도 지력과 마력이 아닌 근력과 체력이 높게 나오는 것을 골랐다. 오로지 골드를 위해 마련한 아이템인 셈. 그러한 아이템을 미다스가 차근차근 골드에게 주었고, 이내 골드가 모든 아이템을 착용했다. 2미터를 넘기는 웨어 울프가 잿빛 가죽의 옷을 입은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밤숲의 보스 몬스터라고 보일 정도. “주인님의 이 은총, 주인님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그 사실에 골드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슬쩍 옆에서 이 광경을 바닥에 엎드린 채 바라보는 럭키를 바라보았다. 넌 이런 거 없지? 그렇게 자랑하듯이. 하지만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이렇다 할 감흥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명 지금 골드의 모습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 세트는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등장한 바 없던 아이템! 그러나 미다스가 준비한 진짜배기는 따로 있었다. “골드, 받아." 미다스, 그가 인벤토리에서 단검 하나를 꺼낸 후에 그것을 골드에게 건네주었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감탄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팔고 가지고 있길 잘했어.’ 그 기색을 드러낸 채 고개를 들어 머리 위 시계를 확인했다. [ 만월까지 남은 시간 9시간 58분 10초] 그 시계를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 자고, 내일 사냥을 시작하면 되겠군.’ 6.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앞두고 대부분의 길드들은 사전 예고를 하지 않는다. 그게 일반적이었고,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달랐다. - 요즘 BJ대마도사 너무 조용하네? - 이제 슬슬 뭐 하나 터뜨릴 때 되지 않았나? 사전 예고 없었어? 언제나 거대한 태풍을 예고하던 그가 잠잠하단 사실에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내놓았다. - 게임오버 당한 거 아니야?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밤숲에서 미친 듯이 사냥한다던데? 어제까지도 아주 쓸어버렸다던데? ㄴ 미친 듯이 사냥한다는 건 레벨업 한다는 거잖아? 그럼 뭔가 하긴 한다는 건데……. 그 무렵이었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예고 올라왔어! 드디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예고됐다. - 30분 후에 BJ대마도사 보스 몬스터 레이드야! 예고 시점은 방송 시작 30분 전. 앞서 말했듯이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이들, 심지어 10대 길드조차도 중요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앞두고는 대개 30분 전에 방송을 예고했다. 아니, 유명 길드일수록 더더욱 방송 시점을 극비리에 취급했다. 그들이 도전하는 대상들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잡아본 적 없는 괴물들, 레이드에 모든 것을 집중해도 사냥을 확실할 수 없는 미증유의 존재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 그런 괴물을 상대로 변수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게 이유였다. - 30분 전이라면, 이번 레이드 BJ대마도사한테도 쉽지 않다는 의미 아닐까? - BJ대마도사 성격상 쉬웠으면 30분 전이 아니라 30일 전에 예고하고도 남았지. - 그렇지. 트리플 헤드 트롤 잡을 때도 아주 대놓고 사전에 예고했으니까. - 확실해, 이번 거 역대급 난이도 나온다! 30분 전 예고에 시청자들이 도리어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을 품게 된 이유는. 자연스레 사전에 만들어진 채팅방으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 오늘은 또 뭘 보여줄까? - 오늘은 실패하는 거 보여줄 듯? 모인 이들이 방송 시작을 앞두고 저마다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 10초 남았다. 이윽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그 숫자가 0이 됐을 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고 모두는 볼 수 있었다. - 어? - 뭐야? 웨어 울프 한 마리, 그 앞에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 BJ대마도사가…… 죽었어? 135화. < 43화. 새 파트너 (3). > 7. 게임 좀 해본 플레이어들은 안다. 모니터 너머의 어두운 화면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바닥에 눕는 게 무슨 의미인지. - 게임 오버? 지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이 게임 오버란 단어를 떠올린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혼란이 찾아왔다. - 무슨 일이 생긴 거야? - 방송 이제 막 시작한 거 아니었어? - 오예, 죽었다! BJ대마도사가 죽었다! 그때였다. 스르르!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BJ대마도사에게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시체처럼 고요했으니까.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웨어 울프.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은 웨어 울프를 클로즈업했고, 시청자의 이목 역시 그 웨어 울프에 몰렸다. - 웨어 울프 아니야? 그런데 일반 웨어 울프랑은 다른데? - 무장 상태를 보니까 보스 몬스터 같은데, 처음 본다! - 무기, 무기 좀 봐? 저거 범상치 않은 단검 같은데? - 최초의 보스 몬스터래! 웨어 울프 워리어래! 그리고 모두가 앞다투어 그 웨어 울프를 향한 제 관심과 의견을 토해냈다. 그 순간이었다. “……님.” 어둠 속에서 웨어 울프가 무언가 말을 꺼냈고, 그 사실에 채팅창은 패닉 상태가 됐다. - 보스 몬스터가 말을 한다! 몬스터가 말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일. - 고스트도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그러나 앞서 있던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서는 말하는 고스트가 나온 적이 있었다. - 맙소사, 이제 말하는 몬스터랑 싸우다니! 그렇기에 모두가 이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이 방송에 더더욱 집중한 채 그리고 웨어 울프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제야 그들은 보다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주인님, 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그 웨어 울프의 목에서 나온 정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쉿, 골드야 쉿.” 그리고 바닥에 넘어진 BJ대마도사의 아주 작은 목소리를. 헥헥! 그때 밤숲의 어둠,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럭키가 등장과 함께 BJ대마도사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털을 핥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방송을 보던 이들은 모두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미다스의 수작임을. “럭키야, 저리 가. 지금 오프닝 찍잖아?” 헥헥! “아, 망했네.” 그렇게 모든 것을 들킨 미다스가 이내 체념하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이내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냥을 하는데 그게 너무 지루한 나머지 바닥에 쓰러져서 잠 좀 자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살다살다 이런 짓 하는 놈은 처음 봄. - 역시 BJ대마도사다, 또라이야. - BJ럭키님, 저런 이상한 딜러 이제 데리고 다니지 마세요! 온갖 불만들과 조롱이 터졌다. 달리 말하면 채팅창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워졌다. ‘그래, 이거지.’ 미다스가 노리던 바였다. 오늘도 어떤 전투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프닝에서라도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주는 건 당연했으니까. 물론 진짜 노리던 바는 따로 있었다. ‘자, 그럼 다음으로 가야지.’ 그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이내 골드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자, 그러지 말고 이제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된 골드를 보십시오! 얼마나 멋집니까?” 그 말에 모두가 다시 한 번 더 골드를 바라봤고, 미다스가 가볍게 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길가다 주운 아이템들로 대충 세팅했습니다. 이거 갑옷은 트리플 헤드 트롤 세트이고, 무기는 저번에 고스트 레이드 할 때 절 도와주신 고마우신 암살자 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보고 계시죠? 감사합니다!” 선물이란 말에 시청자들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모두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 선물이면 그거? - 설마 그거? 놀라면서 모두가 다시 한 번 골드의 모습에 집중했고, 자연스레 골드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게 미다스가 이번 우스꽝스러운 짓을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제 소개 완료.’ 밤숲, 그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전투에 돌입한 골드를 시청자들이 제대로 분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즉, 골드의 새로운 모습을 소개하는 시점은 전투를 하기 직전인 지금 시점이 가장 좋았다. 달리 말하면 이제 시작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 만월까지 남은 시간 9초] 이제 만월이 뜰 때. ‘지금이다.’ 그 순간 미다스가 기습을 하듯 모두에게 통보했다. “그럼 이제 다크 울프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방송을 보러온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뿐이었다. 대답을 마친 미다스는 곧바로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전투를 준비했다. 럭키와 골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르르! 크르르! 이제는 똑같은 울음소리를 내게 된 두 늑대가 언제든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장전된 모습을 보였다. - 뭐라고? - 뭘 잡는다고? 그 불친절한 설명에 시청자들이 다시 혼란에 빠진 사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는 시계가 0이 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소리가 들렸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아우우우! 마치 숲이 하울링을 내지르듯이 사방 그리고 팔방,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하울링들이 피어올랐다. 밤숲에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었던 일이었고, 시청자들이 그 소리에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그는 소리에 정신을 팔리지 않았다. 볼 수 있었으니까. ![만월의 열매]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열매다. ! [10분 00초 후 소멸 ] 밤숲, 어둠으로 가득찬 숲에 있는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농구공 크기의 노란빛을. ‘맺힌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 달이 아니라 열매였어.’ 나무 한 그루에 맺힌 열매. [만월의 열매가 등장했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그리고 그 알림과 함께 밤숲 지천으로 깔린 어둠과 그림자, 그것들이 뭉치며 늑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둠으로 만들어진 늑대의 숫자가 증식하듯 늘어났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늘어나는 늑대의 숫자만큼 하울링의 소리 역시 늘어났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번 퀘스트 보스 킬이 아니구나.’ 이번 퀘스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시스템이 보다 확실하게 말해줬다. [만월의 열매가 맺히는 동안 모든 다크 울프를 처치하십시오!] 이번 퀘스트는 몬스터 웨이브라고! 8. 레벨이 오를수록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방식 역시 다양해졌다.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무리를 상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를 보통은 몬스터 웨이브라고 표현했다. - 다크 울프들 몰려온다! - 이번 건 몬스터 웨이브다! 이번 다크 울프 레이드가 바로 그 후자 경우였다. 넘어오는 몬스터의 파도를 깨부수고, 살아남는 것! - 그래, 가끔은 몬스터 웨이브 좀 해야지. 보스 몬스터만 잡는 건 노잼이잖아? ㄴ 저번에 너무 노잼이긴 했지. ㄴ BJ대마도사한테 덩치 큰 몬스터는 밥이니까. 그 사실을 파악한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BJ대마도사의 멋진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반면 미다스의 표정은 달랐다. ‘아.’ 솔직히 미다스는 이번 레이드에서 말하는 다크 울프가 당연히 단일 개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선더볼트 데뷔전이 나가리인데……' 단일 개체를 상대로 최후에 선더볼트를 쓰기 위해 앞서서 여러 준비를 했었으니까. 미다스 입장에서는 앞선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걱정할 부분은 그뿐이었다. ![ 다크 울프(Lv130)] !HP가 30퍼센트 이하일 경우 카모플라쥬 스킬 발동 보이는 다크 울프의 능력치는 분명 강인했으나, 그 강인함의 수준은 웨어 울프 수준이었다. 심지어 HP 자체는 웨어 울프보다 낮았다. 웨어 울프도 가뿐히 잡아내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려울 게 없었다. 물론 다크 울프의 HP가 30퍼센트 이하가 되는 순간 발동하는 카모플라쥬는 굉장히 까다로운 스킬이었다. 어둠으로 뭉쳐 만든 듯한 외형 탓에 밤숲에서 눈빛 말고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다크 울프가 카모플라쥬마저 쓴다면 그저 순수한 시력으로 찾는 건 불가능한 일. 하지만 미다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10분 안.’ 굳이 어려운 점을 말하자면 당장 확인해도 1천 마리에 가까운 다크 울프를 10분 내에 처리한다는 것. 확실히 퀘스트 난이도 자체는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을 때보다 높았다. 모든 걸 잡아도 한 마리를 놓치면 실패. 주어진 시간도 10분 남짓하며 다크 울프는 잡기 이전에 찾는 게 어려운 특성을 가진 몬스터. 또한 이 퀘스트는 만월이 사라지는 순간 다음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간을 보며 패턴을 파악하고, 공략을 세울 수도 없다는 의미.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리면 되겠군.’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대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 주어진 시간 동안 가진 모든 것을 토해내면 될 뿐. “럭키, 전광석화! 골드, 버서크!” 그렇게 미다스가 전력질주를 명령하는 순간 그의 앞을 잡고 있는 두 늑대가 동시에 대답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그 기나긴 하울링 소리 사이로 미다스도 소리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사역마 인페르노!” 9. 스타 플레이어들은 의외로 난전에 약했다. 그들이 무능력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무리를 이끄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후방에서 대기하다가 잔챙이들이 처리되고 나면 움직이고는 했다. 더 나아가 난전의 여지가 될 요소들은 자기 길드원도 아니고 아웃소싱으로 고용한 플레이어들을 통해 처리하고는 했다. 미다스가 해왔던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예전에 하던 일을 또 하게 되네.’ 스타 플레이어들, 일류 플레이어들을 위해 난전 속에서 몬스터를 청소하는 것. 즉, 난전은 미다스의 전문이라는 의미. ‘그때보다 훨씬 쉽지만.’ 더욱이 지금 미다스에게는 난전에서 도움이 되는 것들이 넘칠 정도로 많았다. 일단 무빙 캐스팅, 그것도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A랭크로 만든 무빙 캐스팅이 있었다. 여기에 헤이스트, 스트랭스란 버프를 비롯해 엘프의 부츠로 확실한 기동력을 확보한 상황. ‘이제는 더블 캐스팅마저 마스터했으니까.’ 그에 대한 화룡점정은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A랭크가 된 더블 캐스팅마저 있었다. 고민은 많았다. 롱토스, 발리스타 등 미다스가 가진 유니크 마법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롱토스든, 발리스타든 뭐든 간에 결국 마법 캐스팅이 완료됐을 때 의미가 있는 법. 그렇게 마스터 랭크에 이른 더블 캐스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캐스팅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파이어볼 같은 경우에는 캐스팅을 하는데 고작 3초가 채 걸리지 않을 정도. - 와, 캐스팅 속도 봐! - 용열병 쓴 거임? ㄴ 안 썼음. 그마저도 아직 용열병을 쓰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용열병을 사용한다면 파이어볼을 캐스팅하는 데에는 채 2초가 채 걸리지 않을 터. 심지어 이러한 모든 캐스팅을 미다스는 달리면서 이룰 수 있었다. 커헝! 그것도 다크 울프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 진짜 마법사가 저렇게 빠른 게 말이 돼? - 설마 엘프의 부츠 낀 건가? ㄴ 엘프의 부츠라고? ㄴ 다크 울프 애들이 BJ대마도사를 쫓다가 갑자기 등 돌리는 거 나오잖아? 엘프의 발소리 효과일걸? ㄴ 미친, 생존템 최강 중 하나잖아? 엘프의 부츠 덕이 크긴 했지만, 미다스 말고는 그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건 분명했다. 즉, 오늘 라이브 방송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고, 보여줄 수 없는 방송이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일. 그러나 아쉽게도 미다스가 하이라이트를 받는 일은 없었다. 미다스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까. 크왕! 골드, 새로운 몸을 가진 채 버서크 모드를 발동한 그의 전투력은 상식 그 이상이었다. - 와, 저게 가디언이야? 내가 보기엔 버스 운전사인데? - 혼자서 하드캐리하네. - BJ골드님이 이제 BJ럭키님 이길 듯? - 이제 서열 정리 들어간다. BJ골드 > BJ럭키 > BJ골렘 > BJ사역마 > BJ대마도사. ㄴ 반박불가 당장 전투력 자체가 남달랐다. 웨어 울프도 웨어 울프이지만, 어지간한 레전더리 급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트리플 헤드 트롤 세트를 착용한 상태. - 그보다 불뱀의 송곳니 진짜 사기네. - 한 번 찌르면 끝이지. 그리고 손에 든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불뱀의 송곳니는 보스 몬스터에게도 적지 않은 데미지를 줄 만큼 강력한 독 데미지를 옵션이 달려 있었다. 깨앵! 그러한 불뱀의 송곳니를 손에 쥔 골드 앞에서 강력하긴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반 몬스터인 다크 울프들이 제대로 버틸 리 만무. 그러한 골드가 만들어내는 광경은 압도적이라는 표현, 그 외에 다른 표현을 쓸 수가 없었다. ‘아, 이렇게 묻힐 줄이야.’ 미다스가 묻히는 게 당연지사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뭐, 나쁠 건 없지.’ 그러는 사이 미다스가 주변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은 3분.’ 전투에 돌입하고 7분이 흐른 지금 주변에 있는 다크 울프 숫자는 처음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마지막 가속을 시작했다. “용열병!” 악셀레이터를 더 세게 밟았다. - 밟았다! - 라스트 스퍼트다! 그러한 주인의 모습에 럭키와 골드 역시 기꺼이 응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두 늑대가 공명하듯 하울링을 내지르며 이제는 제 몸을 사리지 않은 채 다크 울프를 물어뜯고, 베어냈다. ‘집중해라.’ 그리고 미다스 역시 집중력을 보다 날카롭게 갈았다. 언제나 그렇듯 큰 사고는 경기 후반에 생기는 법. 괜한 여유를 부리지 않았고, 오만과 자만을 품지 않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전력을 다했다. ‘9마리.’ 그러한 전력 앞에서 다크 울프의 숫자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가 되었다. ‘8마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순간. ‘1마리.’ 그러한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다크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모든 다크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다크 울프 청소부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종국에 시스템이 끝이 왔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오케이, 퀘스트 완료!”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높게 들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승리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 열광했고, 미다스 본인도 열광했다. ‘아!’ 그제야 미다스는 뒤늦게 깨달았다. ‘선더볼트 못 썼다.’ 자신이 중요한 것을 빼먹었음을. ‘미치겠네, 아, 진짜.’ 그 사실에 살짝 당황한 미다스를 향해 알림이 들렸다. [아즈모 님이 10,0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잘 써라.] 미다스의 뇌를 정지시키는 채팅이었다. 136화. < 43화. 새 파트너 (4). > 10. 라이브에서 위험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순간, 그 자체가 아니었다. 라이브에서 해프닝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중요한 건 해프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BJ의 반응이었다. 아즈모,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그가 남긴 말이 만들어낸 해프닝도 그러했다. ‘아.’ 그러한 상황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다스 입장에서 그 순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예,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는 척하자.’ 사전에 이미 아즈모와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와 어떠한 합의가 된 것처럼 입을 맞추는 것.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그 대화에 놀랐다. - BJ대마도사랑 아즈모랑 무슨 거래한 모양인데? - 둘 모두 거물들이니까 엄청난 빅딜을 했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 아즈모 아닌가? - 잘 쓰라고? 그렇다는 건 아이템을 줬다는 건가? - 아즈모가 다른 누구한테 아이템을 주다니, 이거 최초 아닌가? 더욱이 아즈모는 자기 손에 들어온 아이템을 단 한 번도 자기 손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아이템을 준다면 최초의 사건인 셈. - 그 소문이 사실인가? ㄴ 무슨 소문? ㄴ 아즈모가 BJ대마도사한테 10억 달러짜리 무언가를 베팅했다는 소문! ㄴ 미친, 10억 달러라니,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자연스레 즉석에서 다양한 루머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분위기 역시 어수선하게 변했다. ‘선더볼트는 나중이다.’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선더볼트의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지금 써봤자 안 하니만 못해.’ 여기서 선더볼트를 보여주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방송 마무리할 때야.’ 무엇보다 이제는 라이브 방송의 마무리를 준비할 때였다. 이제 곧 올 테니까. 퀘스트를 마무리해줄 NPC가.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대답하듯 NPC움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다크 울프의 사체가 그림자처럼 너부러진 곳, 그곳에서 밝게 빛나는 만월의 열매 아래에 등장한 NPC움타가 멍한 눈으로 땅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바로 그 NPC움타를 줌인 했다. 그러자 채팅방에 감탄이 쏟아졌다. - 누구지? - 다크 엘프 소년 같은데? - 와, 그림이다, 그림. 화보가 따로 없네. -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네. 갓워즈에서 다크 엘프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며, 개중에서도 엘프 소년 소녀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그런 다크 엘프 소년이 밤숲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는 열매 아래에서 슬픔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모두가 주목하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라이브를 종료합니다.” 그 말에 어수선하던 채팅창 분위기가 하나로 뭉쳤다. - 라이브 계속해줘요! - 엘프 미소년을 보여달라! - 럭키랑 엘프 미소년 투샷을 보여달라! - 골드랑 럭키랑 엘프 미소년 쓰리샷을 보여주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라이브 방송을 계속해달라! 그 외침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퀘스트 과정을 보여주는 건 계약 위반이거든요. 제 얼굴을 봐서라도 봐주십시오.” 이어진 그 말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한 마음으로 외쳤다. - BJ대마도사 얼굴은 딱히 보고 싶지 않은데……. - BJ대마도사 얼굴 볼 바에는 그냥 방송 끄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 엘프 미소년보고 힐링된 눈에 BJ대마도사를 뿌릴 순 없지. - 눈 썩기 전에 빨리 방송 종료하시죠! 굳이 얼굴 보여줄 필요 없이 방송을 끝내라고. 그 대답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11. "후우." 라이브 종료를 마친 미다스, 그가 짧게 숨을 돌리며 이내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몬스터는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NPC움타 뿐.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즈모 건은 일단 무시.’ 자신이 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했다. ‘퀘스트 보상이 먼저야.’ 그렇게 순위를 정한 미다스가 NPC움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NPC움타가 그러한 미다스의 접근을 눈치챈 건 미다스가 지척에 온 후였다.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다가오자 이내 고개를 돌려 감사함을 표하는 NPC움타의 목소리에는 울먹임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덕분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그 말과 함께 NPC움타가 자신이 등에 멘 가방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입니다. 부디 은인께 도움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미다스가 그렇게 건네받은 것을 지그시 바라봤다.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진짜 이게 손에 들어올 줄이야.’ 그러나 막상 물건을 손에 쥐었음에도 미다스는 지금 이 상황을 실감할 수 없었다. 드래곤즈 아이를 시작으로 사역마를 지나, 가디언까지, 자신이 가진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 어느 스킬에 써야 할까? 실감이 가지 않아 그러한 고민조차 들지 않을 지경. 스으으! 그렇게 멍하니 보상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와 함께 만월의 열매가 내뿜는 빛 위로 고스트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등장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왔네.’ NPC나타르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으니까. “아버지!” '응?' 그러나 이어진 NPC움타의 말에 미다스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NPC움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바닥에 내려온 고스트는 NPC움타 앞에서 말했다. “많이 자랐구나.” “일찍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 모든 건 신을 부정한 내게 내려진 신벌. 도리어 너마저 그 신벌의 희생양이 되어 미안하구나.” 그때였다. “은인 덕분에 아버지를 뵙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NPC움타가 미다스를 보며 말했고, 그 모습에 NPC나타르사도 미다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갑과 머리띠를 가진 것을 보니 이미 다른 둘은 만난 모양이군.” NPC나타르사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둘이 무엇을 말해주던가?” “다른 두 당신께선 수호자의 증표를 모아 누명을 벗겨달라는 부탁을 하셨을 뿐입니다.” “그뿐인가?” “이름 잃은 신 때문에 그리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내가 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탐하게 됐는지는 들었는가? 대답 대신 미다스가 고개를 흔들자 NPC나타르사가 그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네. 우드 빌리지에 갑자기 위협이 왔고, 수호자로서 보다 강한 힘이 필요했고, 그러다 이름 잃은 신을 알게 되었지.” 이름 잃은 신과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이후 그 힘에 취했었고, 결국에는 그 힘을 취했었네. 결국에는 그 힘 중 일부를 내 힘으로 만들었지. 그 순간 깨달았네. 신의 힘을 얻는 순간, 내가 모시던 신은 나를 외면한다는 것을.” 갓워즈의 설정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모시는 신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추구한다면, 본래의 신으로부터 버림받는 건 당연지사. 아니, 버림만 받으면 다행이었다. 신이 자신을 배신한 신도를 그냥 놔둘 리 만무. “그 후에 신벌을 받고, 이러한 처지가 됐지.” NPC나타르사는 신을 배신한 대가로 죽지도 못하는 몸뚱이가 되었고,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그의 유품들은 그 누구도 쉬이 찾을 수 없도록 강력한 괴물들 속에 놓였다. “누명을 벗기기는커녕 아들을 만나는 것도 할 수 없는 처지.” 증표를 모아 자신의 누명조차 벗어던질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아들조차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NPC나타르사가 말한 신벌이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그것이 필요했다. “허나, 그 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미다스의 인벤토리 안에 있는 용의 알. “그 알이 있다면 굳이 자네가 스스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취할 필요가 없을 테니.” 그것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는 것을 가능케 해줄 테니까. “내 이야기는 여기 까지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자네에게 그리 중요치 않을 테니.” 그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만월의 열매가 맺힌 나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나무의 뿌리, 그 끝에 내 마지막 유물이 있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수호자의 마지막 유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수호자의 마지막 유물을 찾아낸 후 나타르사의 부탁을 들어주어라! - 퀘스트 보상 : 수호자의 갑옷 !퀘스트 완료 시 ‘수호자의 비밀 연구실’ 진행 가능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조금 전 NPC움타가 보았던 곳을, 땅 아래를 보았다.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수호자의 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15레벨 이상 - 수호자 나타르사의 갑옷이다. 착용한 이의 마법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 근력 +68 - 체력 +79 - 지력 +235 - 마력 +177 - 공격력 +18 - 모든 마법 데미지 +10퍼센트 - 마법 시전 시 투사체 숫자+1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땅 아래에 놓인 자신의 새로운 아이템을. ‘맙소사.’ 그것을 본 미다스는 기겁했다. ‘투사체 추가.......' 투사체 추가, 말 그대로 날아가는 마법들의 개수가 늘어나는 옵션이었다. 인페르노나, 선더볼트, 쇼크 웨이브 같은 마법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파이어 애로우나, 파이어볼, 파이어 스피어의 개수가 2개가 된다는 의미! 놀라운 옵션이었다. 그만큼 희귀한 옵션이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과 똑같은 옵션이잖아!’ 아즈모, 그가 가진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몰랐던 옵션! ‘대박이다.’ 더욱이 아즈모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손에 넣은 이후 그 아이템을 손에 넣은 이는 공식적으로 없었다. 그러한 아이템을 눈앞에 둔 미다스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럼 나무를 쓰러트려야겠네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미다스의 모습에 NPC나타르사가 말했다. “자네 힘으로는 힘들 수도 있네. 이 나무는 쉬이 벨 수 없네. 내 증표를 거름 삼아 자라난 놈이니까. 강력한 전사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그 말에 미다스가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특기가 물리 마법입니다.” 12. “최고 시청자 143만 명입니다!” 동료 직원의 말에 라이징 스타 라이브 방송실에 모인 직원들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저번보단 낮네?” 이번 시청자 숫자는 저번에 비해 20만 명 이상 줄어든 수치였다. 그럼에도 그 사실에 큰 우려를 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때는 사전 예고였고, 이번에는 긴급하게 30분 전에 시작한 방송이니까.” “오히려 140만 명 넘은 게 대단한 거지. 이 정도면 언제 어느 순간 라이브를 해도 100만 명은 찍는다는 거니까.” 사전 예고가 아니었던 것을 고려하면 도리어 이번 시청자 숫자는 매우 놀라운 수치였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모두의 관심사는 시청자 숫자가 아니었다. “블루불 광고라…… 그거 올라오는 순간 감마 제약 주식 살짝 빠지는 거 같던데?” “그보다 아즈모랑 나눈 대화 의미가 뭐지?” “뭔가 엄청난 게 일어나는 모양이야.” 블루불 광고 그리고 아즈모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 모두의 관심사는 그것이었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이목이 사장인 박영준에게 집중됐다. 그 직원의 시선 속에서 박영준은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인 모니터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보이는 화면은 다름 아니라 G베이 사이트였다. 그는 그 화면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이번 광고비가 오기를. ‘이걸로 아즈모 역시 새 파트너가 됐다.’ 동시에 아즈모란 인물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새 파트너가 됐다는 증표가 오기를. ‘정확히는 파트너 중 하나이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즈모와 오롯하게 손을 잡는 건 아니었다. 사업과 도박판에서 승리하는 최고의 비결 중 하나는 아군과 잡은 손을 놓고, 적과 잡을 수 있는 결단력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당장 판매는 불가능하겠군.’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아이템을 판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G베이에 올라오는 순간 아즈모에게 당신과 잡은 손을 놓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기에. ‘뭐, BJ대마도사가 돈이 급하다고 이걸 팔 리도 없고.’ 물론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박영준은 다른 고민을 했다. ‘내가 할 고민은 이다음이지.’ BJ대마도사는 분명 말했다. 이 판에 대한 모든 전권을 박영준, 자신에게 위임했다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박영준이 알아서 판을 벌여도 된다는 의미. ‘새 파트너가 생겼으니, 새 파트너와 함께 빅 이벤트 하나는 치러야지.’ 생각을 마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맛이지.’ 드디어 메이저 무대에 올라서 판을 주도한다는 것.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득함을, 그러나 특별한 이들에게는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무대였다. 박영준의 경우에는 당연히 후자였다. 그렇게 짜릿함을 느끼던 박영준이 보던 화면에 변화가 왔다. ‘도착했군.’ 아즈모, 그로부터 약속된 물건이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137화. < 43화. 새 파트너 (5). > 13. [수호자의 갑옷을 착용했습니다.]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무대에 올라섰음을 알려주는 알림. 그러한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감격에 빠지지 않았다. “파이어볼!” 그 자리에서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윽고 캐스팅 종료를 알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손바닥 위로 큼지막한 불덩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그것을 잽싸게 던졌다. 불덩이가 밤숲의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다 이내 나무 한 그루와 부딪치며 거칠게 폭발했다. 퍼엉! 그 폭발과 함께 불빛이 사그라졌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손 위로 새로운 불덩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됐다.’ 그 불덩어리가 내뿜는 불빛이 비추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어느 때보다 깊은 미소가 달려 있었다. 미다스가 그 불덩어리마저 먼 곳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럭키야, 골드야. 이제 좀 힘들 거다.”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고, 그런 그 둘에게 미다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운전하는 버스는 너무 빠를 테니까.” 만약 근처에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조심스럽게 로그아웃을 한 후에 정신병원에 연락을 해서 정신이상자가 게임을 한다고 신고했을 법한 광경. 그러나 럭키와 골드는 달랐다. 왕! “예, 주인님! 저 골드, 주인님의 전설을 뛰어넘을 때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그 둘이 미다스를 향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NPC움타와 함께 있는 NPC나타르스를 보았다. “이제 수호자님의 누명을 벗겨드리겠습니다.” 수호자의 모든 징표를 모았으니, 남은 건 우드 빌리지로 가서 수호자의 명예를 되살리는 것뿐.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NPC나타르사는 말했다.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를 찾아가게. 긴 말은 필요 없을 걸세. 내 증표와 내 아들이 모든 걸 설명해줄 테니.” 그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아들을 보며 말했다. “네가 은인을 모셔라.” “예." 짤막한 대화에 NPC움타가 곧바로 미다스의 길잡이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그사이였다. 미다스의 곁에 있던 NPC나타르사가 매우 작은 목소리로 미다스에게 말했다. “우드 빌리지에 있는 내 실험실, 그 안에 비밀 실험실 하나가 더 있네. 그곳에 가면 자네를 도와줄 새 조력자를 만날 수 있을 걸세.” 그 짧은 대화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게임은 갓겜이라니까.’ 14. 우드 빌리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그곳에 소란스러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다!” 소란의 원인은 다름 아닌 미다스. 그러한 미다스의 등장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굉장히 강렬했다. “다크 울프 레이드 한 게 1시간 전 아니었어?” “조금 전 방송 봤는데!” “와, 우드 빌리지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는 조금 전에 무려 140만 명이나 시청한 라이브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황. 지금 우드 빌리지에 접속한 이들 중 상당수는 그 방송을 본 이들이었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었다. “알게 뭐야, 지금 골드가 새로운 몸을 얻었는데!” “골드! 골드 사진을 찍어야 해!” 골드가 새로운 몸을 얻었다는 것. “방송으로 봤던 것보다 더 멋지네!” “원래 웨어 울프가 멋지긴 하지.” 갓워즈에서 웨어 울프랑 사진을 찍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희귀한 대마도사란 직업, 그런 대마도사 중에서도 가디언 마법을 습득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하물며 웨어 울프가 등장하는 밤숲에서 웨어 울프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한 웨어 울프를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보게 되었으니, 인기가 치솟는 게 당연지사. “맙소사, 다크 엘프 소년이다!” “여기서 설마 다크 엘프 소년을 보게 될 줄이야!” 그러한 좌중의 관심에 화룡점정을 찍은 건 다름 아닌 NPC움타였다. 갓워즈에서 엘프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으며, 개중에서 어린 엘프를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와, 그림이 다르네, 그림이.” “이게 판타지구나!” 그런 NPC움타가 골드와 럭키, 그 둘의 호위를 받으며 함께 움직이는 광경은 판타지란 단어가 그 무엇보다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아, BJ대마도사만 없으면 그림인데!” “아, BJ대마도사가 거슬리네.”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님! 좀 비켜주세요!” “BJ대마도사님, 얼굴 좀 치워주세요! 못 비키면 얼굴을 좀 감춰주세요” “야, 됐어. 그냥 같이 찍고 얼굴 모자이크하자.” 일부가 미다스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탈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혁주 녀석 보던 소설에서는 하회탈 같은 거 쓰고 다니던데.' 그냥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 다행히도 미다스의 기분이 그 이상 나빠지는 일은 없었다. “비켜라.” “네가 뭔데 비켜라마라…… 헉!” 미다스를 맞이하기 위해 NPC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우, 우드 빌리지 레인저?” 우드 빌리지의 레인저들, 그것도 완벽한 무장 갖춘 레인저들이 서른 명이 등장과 함께 곧바로 미다스의 주변을 둘러싸며 성벽을 자처했다. 개중 가장 화려한 황금색 모자를 쓴 이가 미다스 앞에 다가오더니 이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수호자를 뵙습니다.” 그 모습에 좌중이 기겁했다. “황금빛 모자면 레인저 마스터 아니야?” "아사라다!” 레인저 마스터 아사라.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잖아?” 우드 빌리지의 모든 것에 대한 권한을 가진 NPC. 그런 NPC아사라의 등장에 좌중의 분위기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이번에는 또 무엇을……' 그리고 이제까지 미다스가 만들어낸 전설들이 좌중의 분위기를 좀 더 무겁게 만들었다. ‘설마 이번에도 엄청난 레전더리 아이템을?’ 이제까지 미다스는 언제나 방문한 무대의 최고 관리자를 만났고, 그 만난 후에는 매우 강력한 무언가를 들고나왔으니까. 기대감을 넘어 감탄이 차오르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자, 다들 이야기 돌아가는 거 보셨죠! 다음 라이브 방송 언제 할지 모르니, 라이징 스타 채널 구독, 좋아요, 댓글 잊지 마십시오!” 마지막까지 기회를 살리는 미다스였다. 15. ‘일사천리네.’ 우드 빌리지 레인저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던 미다스는 조금 전 NPC아사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미다스가 NPC나타르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왔다고 말하자, NPC아사라는 미다스가 착용한 수호자의 증표를 보며 말했다. 수호자가 돌아왔으니, 그의 명예는 복구되리라고. 그 순간 곧바로 다음 퀘스트가 발동했다. [수호자의 비밀 연구실]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수호자의 연구실을 찾아가서, 그 안에 있는 비밀 공간을 찾아내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조력자 !퀘스트 완료 시 ‘다가오는 위협’ 퀘스트 진행 가능 지금 미다스의 목적지가 그 퀘스트창의 내용 속 연구실이었다. “여기입니다.” 이윽고 우드 빌리지 레인저의 말에 미다스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보이는 것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벽돌 건물이었다. “이곳이 수호자께서 쓰시던 연구실이었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문 앞에 서며 말했다. “문이 열려 있습니까?” “수호자의 증표를 가져오셨으니, 문이 알아서 열릴 겁니다.” 그 순간 문이 제 스스로 열렸다. 끼익! 방치된 시간이 적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삐걱거림과 함께 열린 문 너머는 시커먼 공간이었다. 그 공간으로 미다스가 들어갔다. [수호자의 연구실에 입장합니다.] 이후 알림과 함께 시커먼 공간이 빠르게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러난 공간은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서재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2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방. 헥헥! “주인님,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럭키와 골드, 둘 역시 이렇다 할 낌새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방.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역시 이 눈은 편하다니까.’ 그의 눈에는 이 평범한 방 속의 비범한 장소가 보였으니까. 그렇게 걸음을 내디딘 미다스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럭키야.” 왕? “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까?” 왕! 럭키의 호응에 미다스가 바닥에 손을 댔다. 푸욱! 그러자 미다스가 손을 댄 한 곳이 버튼처럼 움푹 들어가더니, 츠츠츠! 미약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비밀 연구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러한 비밀 연구실 입구를 향해 미다스가 자신의 양팔을 뻗으며 말했다. “짜잔!” 마치 마술에 성공한 마술사처럼. 그 순간이었다. 끼에! 그 비밀 공간 너머에서 기괴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등장하며 그대로 미다스를 덮쳤다. “으아악!”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던 듯 미다스가 열심히 두 팔과 온몸을 흔들며 격렬히 저항했다. 그렇게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던 미다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자신을 덮친 것을 바라보았다. “새?" 모습을 드러낸 건 검정에 가까운 푸른빛 색을 가진 새였다. 외형은 매와 비슷했다. 특히 노란빛 부리는 누가 보더라도 맹금류의 것이었다. 크기는 제법 컸다. 날개를 좌우로 펼치면 그 끝에서 끝의 길이가 최소 2미터는 될법한 정도. 펄럭! 그러한 새가 날갯짓을 몇 번 하더니 이내 미다스의 머리 위에 그대로 가볍게 착지했다. 그제야 미다스는 떠올렸다. ‘설마 조력자가 얘?’ NPC나타르사가 꺼낸 조력자의 의미를. 끼이! 그 말을 떠올렸을 때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새가 그대로 날갯짓을 하며 다시 바닥에 있는 비밀의 문, 그 너머로 들어갔다. 따라오라는 듯한 그 모습에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미다스는 자신을 향한 럭키와 골드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흠." 상사의 못난 꼴을 본 듯한 그 둘의 시선에 가볍게 헛기침을 내뱉은 미다스가 둘에게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갔다 올 테니까.” 그 말을 마치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수호자의 비밀 연구실에 입장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공간은 1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천장에는 전등 대신 빛을 내는 보석들이 박혀 있었으며, 벽면에는 탐정 영화 속 주인공이 수사를 할 때처럼 문서들이 붙어 있었다. ‘응?’ 그중 몇 개의 문서들이 반짝이며 미다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퀘스트 관련 자료들인가?’ 미다스가 곧바로 그 문서 중 하나를 집은 후에 보석이 내뿜는 빛 아래로 다가가 문서를 보았다. 내용은 간략했다. [우드 빌리지로 트롤 무리가 습격을 했다. 몬스터들에게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흉포함과 강력함이 발견됐다. 알 수 없는 힘이 몬스터들을 변질시킨 것 같다. 일기 형식의 문서를 읽은 미다스가 곧바로 다른 빛나는 문서를 손에 집었다. [우드 빌리지 레인저들의 조사 결과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우드 빌리지 주변에서 활동 중임을 파악했다.] 그다음 문서를 집었을 때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거, 그때 내가 황금 평야에서 본 그놈 같은데?’ 목격자의 진술을 받아 만든 몽타주는 분명 미다스가 황금 평야에서 봤던 그 ‘정체 모를 자’였으니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다른 문서를 읽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시간이 흐르면 우드 빌리지가 함락될지도 모른다. 함락되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제야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우드 빌리지가 위협 당하자, 나타르사는 보다 강한 힘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에 취했구나.’ NPC나타르사,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달리 보면 그 정체 모를 자가 나타르사를 의도적으로 타락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미다스가 집어야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뭐든 간에 그놈이 이 게임의 최종 보스 격이나, 그 비슷한 존재이겠군.’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빛나는 페이지를 집어 들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기 위해 천둥새를 구했다. 그 새가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있는 곳에서 천둥소리를 내질러줄 것이다.]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꾸우! 꾸우! 그 알림과 함께 천둥새, 선더버드가 울음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미다스에게 전달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내 새 파트너구나.” ‘탐지기가 손에 들어왔군.’ 새 파트너를 향한 미소. 그렇게 새 파트너를 자세히 살피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선더버드에게 자세히 다가갔다. “근력 스탯이 500……?” 이윽고 선더버드의 능력치를 확인한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너 왜 이렇게 세냐?” 새 파트너를 얻는 순간. 꾸-우! 그 순간 선더버드가 천둥소리를 토해냈고,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창이 떴다. [다가오는 위협]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천둥새, 선더버드가 어떠한 위협에 대한 경고를 했다. NPC아사라를 찾아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불뱀 사냥’ 진행 가능 138화. < 44화. 언박싱 (1). > 1. 새로이 얻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창을 바라보는 미다스. 그러나 그런 미다스의 눈이 꽂힌 건 퀘스트 정보가 아니었다. '불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히든 퀘스트 정보, 그 속에 있는 불뱀이란 단어에만 시선이 꽂힐 뿐. 그렇게 불뱀을 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모든 무장을 마친 채 골드, 그러한 골드가 쥐고 있는 단검이 보였다. ‘불뱀의 송곳니.’ 자신을 노리고 접근한 사냥뱀 길드원을 잡아 얻은 레전더리 아이템인 불뱀의 송곳니. 놀라운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그러한 아이템을 받는 방법은 하나였다. ‘불뱀을 잡아 얻는 아이템은 아니지.’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 NPC아사라를 통해 특정 퀘스트를 진행하여 보상으로 얻는 것. 즉, 이제까지 불뱀을 잡은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불뱀 사냥, 이거 역대급 레이드다.’ 이제까지 자신이 한 그 어떤 보스 몬스터 레이드와 비교할 수 없는 화젯거리가 되리란 것을. 앞서 말했듯이 불뱀 자체는 플레이어들 사이에 이미 유명했다. 불뱀의 송곳니를 비롯해 불뱀의 눈지팡이 등 불뱀이 들어간 레전더리 아이템이 존재했으니까. 이제까지 미다스가 최초로 잡은 보스 몬스터와는 인지도의 차원이 다른 셈. ‘최소 레전더리가 걸린 역대급.’ 무엇보다 불뱀의 이름이 붙은 모든 아이템들은 레전더리 등급이었다. 당연히 불뱀을 사냥하면 나올 아이템도 최소한 레전더리 등급이 보장되는 셈. 여러모로 무게감이 달랐다. “어휴.”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 혼자 멋대로 답 내리고, 진행할 건수가 아니야.’ 독단으로 처리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는 것. 크기에 당장 처리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일단 나가서 천천히 정리하자.’ 이번 사안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준비할 사안이었다. 그렇게 로그아웃을 준비하던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선더버드를 보았다. 꾸우? 선더버드가 새로운 주인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하며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시선을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운빨, 돈빨......." 그 중얼거림 속에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다음은 재능빨이지.” 꾸우? “이제부터 네 이름은 기프트다.” 꾸우! 그러자 선더버드가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야! 야!” 꾸우! 마치 그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그 모습에 미다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기프트가 어때서? 잭팟보단 낫잖아?” 꾸우! 그 순간 선더버드가 야단법석을 멈추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더버드의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2. “으으!"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길게 기지개를 켜던 정현우는 이혁주가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혁주 녀석 또 떠드는 중이겠지.’ 필시 이혁주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을 터. 그 예상대로였다. “지금 막 BJ대마도사가 우드 빌리지에 등장했대요! 등장하자마자 우드 빌리지 레인저들이 오더니 무수한 악수 요청을 받았데요!” 미다스의 예상대로 이혁주는 아예 휴게실 자리에 눌러앉은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손님들이 그러한 이혁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도 또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는 모양인가?” “NPC들이 모시러 온 거면 보통 건은 아니지. 보통 이럴 때마다 최초의 보스 몬스터 사냥이 나왔잖아?” “그보다 감마 제약에서 왜 블루불로 바뀌었을까? 난 그게 제일 빅이슈 같은데? 라이브 방송 끝나고 블루불 로고 나오는 순간 감마 제약 주가가 빠졌다니까?” “아즈모 건이 더 빅이슈이지.” “하긴, 아즈모랑 BJ대마도사가 진짜 손 잡으면 그거만한 대사건도 없을 테니까.”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의견을 진지하게 토해냈다. 이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가십거리 수준을 넘어 갓워즈의 중요한 사건으로 취급된다는 증거였다. “어?” 그때 휴게실 안에 있던 이혁주가 정현우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현우 형 나오셨어요?” “어, 그래.” 그렇게 일어난 이혁주가 휴게실을 나오며, 업소용 냉장고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정현우를 향해 질문했다. “뭐 찾으세요?” “블루불 신제품 그거.” “프로모션으로 온 거 다 먹었어요. 이제 없어요.” “그래?” “그거 별로죠? 효과 없죠?”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야, 별로긴? 효과 끝내주더라.” “예?” “효과 장난 아니야. 감마 제약 건 아주 비교도 안돼. 먹어보니까 수준이 달라, 수준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격한 칭찬에 이혁주는 대답을 잊은 듯 두 눈만 깜빡였고, 그사이 정현우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맛도 괜찮더라. 에너지 음료는 딱 그 정도가 좋아. 블루불에서 아주 끝내주는 제품을 내놓았어. 그거 대박난다. 물량 떨어지기 전에 잽싸게 주문해. 인기 폭발할 테니까.” “아, 네……" 이혁주가 어색한 웃음을 섞은 채 대답했다. “하긴, BJ대마도사가 괜히 블루불 광고를 받은 건 아닐 테니까요. 뭔가 있으니 한 거겠죠.” 그 대답에 정현우가 본래 목적을 떠올렸다. ‘아! 그렇지, 그것부터 확인해야지. 아즈모가 한 말이 뭔지.’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블루불 제품 홍보가 아니라 아즈모의 말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 “내 폰 좀.” “여기요.”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이혁주로부터 자신의 스마트폰을 받은 후에 곧바로 자신의 이메일에 접속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물어보면 되겠지.’ 대체 아즈모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블루불과의 거래 내용이 정확히 어떠한지 묻기 위해서. ‘응?’ 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이메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메일 내용은 간략했다. [이번 보상은 G베이 계정에 넣어드렸습니다.] 보상이란 단어에 정현우가 잽싸게 G베이에 접속했고, 자신의 계정에 도착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가 이내 두 눈을 감았다. ‘잠깐만.’ 질끈, 감은 채 생각했다. ‘지금 여기 현실 맞지? 꿈 아니지?’ 그 생각 후에 다시 눈을 뜨고 자신에게 도착한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분명한 현실을 확인한 정현우가 다시 눈을 감았다. ‘아.’ 그러자 머릿속으로 퍼즐들이 맞춰지며 그림이 만들어져갔다. 일단 지금 받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블루불이 라이브 방송 광고를 대가로 준 광고비였다. ‘아즈모 거다.’ 그리고 정현우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 갑옷은 현재까지 아즈모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아즈모가 블루불을 통해 나한테 준 거야.’ 블루불과 아즈모가 어떤 밀약을 맺었고, 그들이 라이징 스타 채널과 거래를 했다. ‘그래,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나한테 사전에 양해를 구한 거구나. 이 정도 빅딜이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이번 거래의 보상을 보건데 앞서 정현우가 예상한 것처럼 정말 큰 빅딜이 확실했다. ‘아즈모의 창고에 있는 아이템을 받는 건 갓워즈의 모든 플레이어 중 내가 최초일 테니까.’ 아즈모의 창고에서 아이템을 받은 플레이어는 BJ대마도사가 유일했으니까. 더불어 이번에 준 아이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정말 엄청난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으니까. ‘아, 골 때리네.’ 문제는 이번에 정현우가 얻은 수호자의 갑옷과 옵션이 중복된다는 점이었다. 당장 쓸모가 없다는 의미. ‘이거 뭐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팔면 분명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금전적인 의미에서 정현우에게 온 물건이 아니었다. 아즈모가 BJ대마도사에게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소망하며 보낸 매우 중요한 선물, 과거 프랑스가 미국에 보낸 자유의 여신상 같은 것이었다. 이걸 판다는 건 아즈모를 향해 미안, 넌 친구로밖에 안 보여…… 라고 말하는 셈. ‘아즈모 성격에 이거 팔면 BJ대마도사를 예쁘게 볼 리가 없지.’ 아즈모가 그걸 가만히 둘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이걸 준 이는 광고주 아닌가? ‘블루불에서 이 정도 빅딜을 했으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여러 건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커.’ 여기서 이걸 파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 만든 거래에 재를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몰래 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팔고서 어떻게 속일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현재 확인된 매물은 단 하나뿐인 물건이었으니까 ‘아, 이 귀한 게 계륵이 되네.’ 쓸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고,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물건이 된 셈. ‘아니, 긍정적으로 보자.’ 물론 나쁠 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즈모 쪽에서 엄청난 러브콜과 함께 계약금을 보내준 셈 아닌가? 앞으로도 적지 않은 지원을 해줄 터. 그게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처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게임 접을 때 팔아치우지 뭐.’ 최악의 경우, 게임을 접게 됐을 때 급하게 팔아도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을 터. ‘그래, 이만한 보험이 어디 있어?’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큰 소득, 그렇기에 정현우는 더 이상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다음 방송이야.’ 자신이 진짜 봐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해야 할 준비가 무엇인지 직시했다. 그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 보스 몬스터는 불뱀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세팅해주겠지. 그 전에 아사라를 만나서 불뱀 사냥 퀘스트를 확실하게 받아둔 다음에 불뱀 사냥을 위한 전력을 갖추자.’ 이메일을 보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혁주를 불렀다. “혁주야.” “예, 바로 세팅해드리면 되는 거죠?” “응. 아,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있어요?” “블루불 신제품 진짜 끝내주는 거니까 꼭 주문해.” 그 말을 마치고 정현우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3. 수호자의 연구실. 왕! 꾸우! "주인님!" 이제는 셋이나 된 동료들 사이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인벤토리를 말없이 바라봤다. ‘왔다.’ 이윽고 인벤토리에 아이템 하나가 생성되는 순간 미다스가 짧게 숨을 돌렸다. 각오는 마쳤다.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와……' 그러나 막상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즈모의 선물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손에 들어오다니……' 이제까지 적지 않은 가치를 가진 아이템을 보수 대신으로 받긴 했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어떤 의미에서 구하고자 한다면, 돈이 있다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허나, 지금 미다스의 인벤토리에 들어온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달랐다. 그 희귀성은 이제까지 미다스가 얻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높다고 할 수 있는 물건. ‘내 몸값이 이정도라는 거겠지.’ 결정적으로 이 물건은 현재 BJ대마도사의 몸값을 알려주는 지표였다. 이제 자신이 무언가를 하면 이 정도 대가는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 왔다.’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일. 물론 미다스는 이 사실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불뱀 사냥 라이브로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라야지.’ 자신이 이제까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대신 앞으로 자신이 올라야 할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 더 오르는 거다. 스타를 넘어 슈퍼 스타가 되는 거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여유를 가지며 아이템을 살펴봤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25레벨 이상 - 이름 모를 대마도사가 남긴 갑옷이다. 대마도사의 강력한 권능 중 하나가 담겨 있다. - 근력 +31 - 체력 +29 - 지력 +254 - 마력 +211 - 모든 마법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마법 시전 시 투사체 숫자 +1 "크으!” 옵션을 보던 미다스가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정말 멋진 옵션이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는 옆에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세 동료를 향해 말했다. “옵션 봐. 스탯부터 다르잖아? 그리고 이거 투사체 하나 더 추가해주는 옵션!” 하나하나, 새로 산 자동차의 옵션을 자랑하듯 아이템의 옵션을 자랑했다. “이거 스킬로도 없는 거거든.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에서 이런 옵션이 없어요. 애들아, 내가 이 정도야. 이 정도 템을 이제는 보수로 받는다니까? 응? 너네들 주인님이 이렇게 대단해요.” 그 때문이었다. “와우! 역시 레전더리는 다르네. 숨겨진 옵션이 있네? 어?” 제법 시간이 흐른 후에야 미다스의 시선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그 가장 하단에 있는 숨겨진 옵션에 이르게 된 것을. “히든 옵션이 있었어?” 그렇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그곳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표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파괴 또는 해체 시 ‘애드원’ 스킬 카드 획득 가능 이윽고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향해 말했다. "......애들아 나 잠깐 로그아웃해서 청심환 좀 먹고 올게." 139화. < 44화. 언박싱 (2). > 4. 애드원(Add one) 스킬, 그 스킬의 효과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딱 봐도 투사체 하나 더 주는 스킬이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옵션을 생각하면 당연히 투사체 개수를 증가해주는 스킬일 터.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좋았다.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최초의 스킬이니까.’ 이 스킬은 이제까지 갓워즈의 역사, 그 어디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다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이거 공개하면 갓워즈에서 내가 최초로 공개하는 거야.’ 최초로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 역시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허나, 미다스가 그걸 잡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300레벨이 넘어가는 최정상급 스타 플레이어와 미다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일은 없었다. 체급 자체가 다른 탓이었다.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가 최초로 갓워즈에서 공개된 아이템을 가진 건 놀라운 일이지만, 제아무리 좋아도 300레벨 플레이어가 쓰는 레어 등급 아이템보다도 구린 건 RPG게임 특성상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스킬은 달랐다. 이 애드원 스킬이 언급하는 모든 이들은 갓워즈의 이름난 마법사들을 언급하며 BJ대마도사와 비교를 할 것이다. ‘그보다 이런 게 있었다니?’ 더욱이 이번 경우는 스킬 자체도 최초이지만, 상황 자체도 최초와 같았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를 얻는 경우 중 아이템을 해체해서 얻는 경우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와, 나 아니었으면 아무도 몰랐겠네.’ 미다스 역시 자신의 눈이 아니었다면 그저 이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고 썩혔을 터였다. 엄청난 사건인 셈.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가설 하나를 세웠다. ‘가만! 정말 이게 투사체 증가 스킬이면 …… 수호자의 갑옷 옵션하고 중첩되려나?’ 만약 미다스가 그 스킬 효과가 미다스가 예상하는 것과 같다면 그리고 그 효과가 중복 적용된다면, 그리되어서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한 번에 3개씩 던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우.” 머릿속으로 그 광경을 상당하던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듯 상상을 멈췄다. 그 후에 미소를 지었다. ‘새끼들, 다 뒈졌어.’ 계륵이라 생각했던 거 갑자기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금이 된 상황. ‘당장 아이템을 해체해서……' 당연히 미다스는 그 황금을 만들 속셈이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 삭제 항목으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드래그인 하면 될 뿐이었다. 손발이 없는 잭팟 말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애드원, 이제 넌 내거……' 당연히 미다스가 인벤토리창에서 아이템을 선택하고 바로 해체를 시도하고자 했다. “잠깐." 그 순간 미다스가 행동을 멈췄다. ‘이대로 아이템 해체하고 스킬 공개하면 오히려 안 믿어줄 거 같은데?’ 애드원 스킬을 공개한다면 모두가 놀라긴 할 터. 하지만 과연 그 스킬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해서 나왔다면 믿을까? 영상으로 찍는다고 해도 문제였다. ‘영상 공개해도, 왜 해체했냐는 질문이 나올 거야.’ 상식적으로 제정신 박힌 놈이 멀쩡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그냥 해체할 리 만무, 분명 이대로 해체하는 건 구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최선의 이익인가?’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고민했고, 그 고민 속에서 답을 내놓았다. “애들아, 쇼 준비하자.” 5. “자 다들 슬슬 퇴근 준비해!” 박영준의 말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혹은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퇴근 때까지는 3시간이나 남은 상황. 시계를 확인한 직원들이 미어캤마냥 일제히 박영준을 향해 고개를 휙휙, 돌렸다 그런 그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오늘 라이브 끝내주게 끝났는데, 굳이 있어서 뭐해? 영상팀만 작업 마무리하고 라이브 팀은 그냥 퇴근해." 그 말에 직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사장님이 최고이십니다.” “그래, 그러니까 다들 푹 쉬고 내일 열심히 하자고.” 대답을 남긴 박영준이 그대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후에 전화번호부 앱을 누른 후 이리저리 번호를 찾아봤다. ‘감마 제약하고 블루불, 이 둘로는 판돈이 부족해. 좀 더 큼지막한 쪽을 데려와야 해.’ 스윽, 스윽 번호를 넘기던 박영준의 손이 어느 한 부분에서 남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급을 한 번 찔러볼까? 아니면 코카콜라를?’ 대기업이란 표현조차 무색한 글로벌 기업, 예전이라면 상상조차 못하던 거물들을 떠올린 박영준이 스크롤을 내리며 고민을 거듭했다. ‘아, 뭔가 건수가 필요해.’ 그러한 고민 속에서 박영준이 이메일을 들어갔다. 그 순간 새로 도착한 메일 하나가 보였다. ‘BJ대마도사다.’ 메일 주소를 확인한 박영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다음 사냥은 불뱀 레이드를 할 예정입니다. 건수가 건수인 만큼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기획을 준비해주십시오.] 메일을 확인한 박영준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불뱀?’ 불뱀이란 단어는 그 정도로 강력했다. ‘빅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빅이벤트가 나올 줄이야? 이거 잘만 하면 200만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하겠는데?’ 놀랄 만한 일. 동시에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가만, 그럼 이거 보상으로 뭘 받아야 하지?’ 이벤트가 커질수록 걸리는 판돈도 커지는 법. 박영준이 계산하기에 이번 불뱀 사냥 레이드의 가치는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해온 그 어떤 것과도 비교를 거부했다. ‘골치 아프네.’ 그 판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 박영준의 부담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영준은 그 사실을 내색하지 않았다. “사장님, 전 퇴근합니다.” “그래, 내일 봐.” “저도 갑니다!” “인사하지 말고 그냥 알아서 가.” “사장님 저도 갈게요!” “영상 작업팀은 남아야지, 어디서 튀려고?” “아, 젠장.” 마치 재미없는 웹소설을 보는 듯한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가는 부하 직원들의 인사를 받아줬다. 그때였다. 박영준이 보고 있던 이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한 것이 보였고, 박영준이 잽싸게 메일을 확인했다. 그 순간 박영준이 소리쳤다. “다들 동작 그만!” 그 외침에 퇴근하던 것을 멈추고 굳어버린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이 재차 소리쳤다. “라이브 준비해!” “예?” “갑자기 무슨 라이브를……" 곧바로 튀어나오는 의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언박싱이다!” 6. -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더라. ㄴ 그래, 골드가 엄청났지. ㄴ 이제 BJ골드의 시대야. BJ대마도사의 다크 울프 레이드가 끝나고 남긴 열기가 이제는 점차 아지랑이처럼 꺼져갈 무렵. 그 무렵에 속보 하나가 들렸다. - BJ대마도사가 우드 빌리지에서 NPC를 만났다! - 아사라다! 아사라를 만났어! 그 속보가 BJ대마도사의 관심에 불을 끼얹었다. - 와, 바로 그냥 뻥뻥 터뜨리네! - 쉴 틈을 안 주네! 자연스레 그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불태웠다. 물론 그 열기도 오래가진 않았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 ㄴ NPC랑 같이 이동하고, 더 이상 이야기는 없던데? ㄴ 잔치는 끝난 건가? 이 세상에 장작 없이 피어오르는 불길은 없는 법. 자연스레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잠잠하게, 불길에서 불씨가 되어갈 무렵, 라이징 스타 채널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라이브 시작하는 모양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생각했다. - 새로운 플레이어 라이브인가? - 신인인 모양이지?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한 다른 플레이어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 BJ대마도사 명성 이용해서 장사 시작하네. - 뭐, 다들 그렇게 하잖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고. 그 누구도 그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이 BJ대마도사란 사실은 상상조차 못했다. - 그래서 제목이 뭐야? ㄴ 언박싱인데? ㄴ 언박싱? 무슨 아이템 공개하는데? 그러한 분위기가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아즈모 선물 공개래! - BJ대마도사다! BJ대마도사가 방송을 한다, 그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 꺼진 불씨에 거센 불길이 되었다. 그 불길의 뜨거움은 시청자 숫자로 나왔다. 라이브 시작과 동시에 단숨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그토록 강렬한 불길 앞에서 미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위에 새를 올려놓은 채. - 새? 당연히 시청자들의 모든 관심이 그 새에 몰렸고, 그사이 미다스가 휙휙, 머리 위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잭팟아, 방송해야 하니까 저리 가서 쉬고 있어.” 꾸우! 그 말에 곧바로 잭팟이 날갯짓을 한 후 훨훨 날아가 근처에 있는 럭키의 머리에 올라섰다. - 뭐야 저건? - 저런 스킬도 있었어? - 설마 신수인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아즈모 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귀한 선물을요.” 말을 뱉은 미다스가 슬쩍 손가락으로 제 옆을 가리키자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잽싸게 그곳을 찍었다. - 어? 저거? 그거잖아?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이다! 이윽고 새하얀 종이로 만든 갑옷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 이래서 언박싱이었구나! 왜 타이틀이 언박싱이었는지. 그러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 미다스는 말했다. “설마 이 정도까지 끝내주는 걸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곧장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와, 저걸 줬다고? 진짜? - 아즈모가 자기 템 준것도 놀라운데, 저거 아즈모만 가지고 있던 물건이잖아? 그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이어볼.” 그렇게 그가 파이어볼을 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바닥 위에 불덩이 하나가 생겼다. 미다스가 그 불덩이를 가볍게 던졌다. 퍼엉! 날아간 불덩이가 폭발음과 함께 사라졌고, 새로운 불덩이가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 오오! 투사체 증가다! - 파이어볼이 2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의 옵션 효과가 구현되는 순간. - 응? 잠깐. 그렇기에 모두 놀랐다. - 뭔가 이상한데? - BJ대마도사 템 착용 안 했는데 저게 어떻게 가능해? 지금 BJ대마도사는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착용하기는커녕 발치에 놔둔 상태였기에. 그렇기에 놀라는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아이템이 제게는 쓸모없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툭툭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갑옷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게 이 방송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바닥에 있는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집어 들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잽싸게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여러 각도에서 찍기 시작했다. 그사이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선물로 받은 걸 이대로 G베이에 올리는 건 선물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안 그렇습니까?” 그 말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판다고 얼마 버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차 한 대 살 돈도 안 나올 텐데 말이죠.” 이어진 말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 부가티라도 뽑으려는 건가? - 파가니를 뽑는 것일지도 몰라. - 코닉세그다! 코닉세그야! - K9일지도 몰라. ㄴ 한국 기아의 K9? 장난해? ㄴ 아니, K9 자주포 말이야. 그렇게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 말을 이어갔다. “사용 불가, 판매 불가. 그런 상태에서 그냥 이대로 인벤토리에 관상용으로 넣어두는 건 또 의미가 없는 거 같습니다. 선물로 받았으면 뭐라도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 사실에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 그래서 어쩌려고?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가 말했다. “그래서 그냥 해체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 순간 채팅창이 잠깐 멈췄다. 모두가 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듯, 물음표를 치는 이들조차 존재치 않았다. 그렇게 잠시 멈춘 채팅창 위로 이내 물음표가 아닌 기겁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미친, 그게 얼마짜린데 해체해! - 갓워즈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라고! 있을 수 없는 일. 미다스도 동감했다. ‘그래 미친 짓이지.’ 그가 생각해도 이건 상식을 벗어난 짓. 그렇기에 의미가 있었다. ‘그 누구도 하지 않을 미친 짓.’ 아무도 하지 않는 미친 짓만큼 쇼의 소재로 좋은 것도 없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쇼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0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재미있겠네, 해봐.]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시청자들은 너무 경악한 나머지 채팅조차 치지 못했다. ‘왔다!’ 반면 미다스는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준비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겼다. “오케이 사인 나왔네요.” ‘여기서 중요해. 연기 제대로 하자!’ 미다스가 곧바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후에 좌중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바로 해체합니다. 아, 전 괜히 뜸 들이고, 이런 짓 안 합니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이 무어라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하시겠습니까?] “예."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하시길 원하시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합니다, 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합니다.”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 미친, 진짜 질렀어! - 갓워즈의 유일무이한 아이템이 사라졌다! - 미친 새끼, 저게 얼만데! 그 아수라장 속에서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 이제 끝났습니다.” 그 누구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 정말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인벤토리 안에서 무언가 하나를 그대로 꺼냈다. “아이템 해체하니까 인벤토리에 이게 생겼네요? 스킬 카드 같은데?” 그리고는 자신도 처음 본다는 듯이 스킬 카드 내용을 그대로 살펴보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잽싸게 BJ대마도사의 시점에서 영상을 송출했다. 때문에 모두가 스킬 카드에 적힌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애드원]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시 마법의 투사체 개수를 하나 더 늘려준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손으로 제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종료! 방송 종료!" 140화. < 44화. 언박싱 (3). > 7. BJ대마도사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해체한다고 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 이는 없었다. - 미친, 저걸 진짜 해체한다고? - 그냥 레전더리도 아니고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인데? 심지어 그가 해체하고자 한 건 현재 갓워즈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레전더리 아이템 아닌가? 충격 받지 않을 수 없는 일. 동시에 대부분은 생각했다. - 돈이 썩어 넘치니까 저렇게 지랄 같은 쇼도 하네. - 와, 진짜 돈지랄 쇼다, 쇼! BJ대마도사 같이 돈이 썩어 넘치기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쇼라고. 맞는 말이었다.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지만 돈 많은 또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쇼일 따름이었다. 그건 결코 역사적 사건 같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템 해체가 끝나고, BJ대마도사가 인벤토리에서 스킬 카드 하나를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 스킬 카드? - 애드원? 이윽고 BJ대마도사가 급하게 라이브 종료를 외치고, 이렇다 할 예고 없이 바로 라이브가 종료됐을 때 그것을 돈이 썩어 넘치는 이의 쇼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 레전더리 아이템을 갈았더니, 스킬 카드가 나왔다! - 대사건이다! 갓워즈의 역사를 바꿀 대사건이 되었을 뿐. 쇼와 대사건은 무게감이 다른 법 세상이 느끼는 충격의 무게감 역시 삽시간에 달라졌다. - 와, 레전더리 아이템 갈면 스킬 카드가 나오는 거였어? ㄴ 그럴 리가 있나. 저거만 그런 거겠지. ㄴ 저것만 그렇다고는 쳐도, 최초 발견 아니야? 이제까지 레전더리 아이템을 해체해서 스킬 카드를 얻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 그보다 애드원 스킬 효과가 투사체 증가라며? ㄴ 가만, BJ대마도사 투사체 증가해주는 옵션 아이템 있었잖아? 그런데 스킬도 생긴다고? 그럼 파이어볼 3개 던지는 거야? ㄴ 그야 모르지. 스킬 중첩이 적용 안 될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 건 레전더리 등급 스킬이라는 거지. 더욱이 이번에 BJ대마도사가 얻은 스킬 카드는 어중이떠중이 스킬이 아니었다. 그것은 최초의 스킬이며 동시에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이었다. - 와, 그럼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그 어떤 대마도사도 가지지 못한 새로운 스킬을 얻은 거네? BJ대마도사의 존재 가치가 급상승하는 순간. 그러한 이유로 세상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밖은 지금 난리가 났겠네.’ 당연히 미다스는 그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렴 난리가 나야지. 레전더리를 갈았는데.’ 예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노리고, 원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왜 아이템을 해체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이가 줄어들 테니까.’ 사람들의 이목이 스킬 카드의 등장에 몰릴수록 아이템을 해체한 이유에 대한 의문은 줄어들 테니까. ‘다음 라이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더불어 이렇게 이슈거리가 된다면 다음 방송에 대한 세간의 기대감도 매우 커질 터였다. ‘하물며 그게 불뱀이라면 더더욱.’ 심지어 그 사냥 몬스터가 다른 것도 아니고 불뱀이라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터. ‘이 생각은 여기까지만 하자.’ 물론 미다스는 그러한 것을 굳이 상상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결전의 날이 끝나면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법. 즉,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할 건 결과를 예상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그가 해야 하는 건 그날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가늠하는 것이었다. “후우!” 미다스, 그가 짧게 숨을 고르며 눈앞의 스킬창을 바라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애드원]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시 마법의 투사체 개수를 하나 더 늘려준다. 스킬이 적용된 마법의 쿨타임이 늘어날수록 스킬 쿨타임이 늘어난다. !애드원 스킬 4,444히 사용 시 ‘1+1’ 타이틀 획득 새로이 얻은 스킬 애드원. 그것을 바라본 미다스가 소리쳤다. “애드원.”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다음 캐스팅한 마법의 투사체 개수가 하나 더 증가합니다.] 그에 대답하듯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그 외침 끝으로 시간이 차즘 흐르고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손바닥 위로 큼지막한 불덩이 하나가 등장했다. 미다스는 그것을 바로 정면에 보이는 나무 한 그루를 향해 망설임 없이 던졌다. 퍼엉! 날아간 파이어볼은 그대로 나무와 부딪치며 폭발했다. 그 후 미다스의 손에 파이어볼 하나가 더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미다스가 짧게 심호흡을 고른 후 그 두 번째 불덩이도 같은 나무를 향해 던졌다. 퍼엉! 역시 이번에도 정확히 날아가며 나무를 당장에라도 쓰러질듯한 처지로 만들었다. 이윽고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손바닥을 펼치자, 세 번째 불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쥔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멋진 투구폼으로, 전력을 다해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불덩이에 맞은 나무가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는 듯 쩌적! 비명 같은 굉음을 토해내며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삼구 삼진.” 효과가 중첩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호우우! 호우우! 꾸우우!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세 동료들이 마치 삼진콜을 하듯 동시에 환호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더 짙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도 버스 탈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지?” 그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중첩되는 순간 게임 끝이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옴을 확인하는 순간. ‘자, 이제 퀘스트를……' 물론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았다. “가만." 이내 미다스가 인벤토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스킬북] 그 스킬북을 본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이거 뭐에 쓰지?’ 앞서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독한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8. ‘아.’ 미다스, 그가 게임 속임에도 지독한 고민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진짜 뭐에 쓰지?’ 고뇌의 원인은 마스터 스킬북. 솔직히 답이 쉽게 나올 만한 고민이 아니었다. 현재 미다스가 가진 레전더리 스킬들 중 폴리모프를 제외한 모든 스킬들은 하나하나 그 가치가 남달랐으니까.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오는데……' 결정적으로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의 존재는 여러 번 나왔으나, 레전더리용은 처음이었으니까. ‘차라리 킵해버려?’ 훗날 얻을 레전더리 스킬을 위해 쓰지 않고 남겨두는 것마저 고려해야 할 지경. 그러한 고민 속에서 내디디던 미다스의 발걸음이 거대한 나무 한 그루 앞앞에서 멈추었다. “아사라 님은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이어진 NPC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놓인 나무를 바라보았다. 마치 10층짜리 빌딩과 비교해도 될 만한 거목이었다. 그 거목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제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NPC의 호위를 받아 걸어오는 동안 같이 따라온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 미다스를 향한 표정이 그저 유명인사를 보는 팬의 시선이었다면, 지금 시선은 기자들에 가까웠다. 무언가 답을 원하는 듯한 표정. ‘정현우, 정신 차려.’ 그 표정을 본 미다스가 제 표정을 바꾸었다. ‘이제부터는 카메라 밖에서도 연기를 해야 해.’ 이제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광대를 보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무언가를 일으킬 조짐을 보는 것이었지. 그런 그들 앞에서 미다스는 방송할 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난 BJ대마도사다.’ 그 누구보다 여유가 넘치고, 밝은 표정을 지은 채 아사라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 9. [아사라의 탑에 입장했습니다.] 아사라의 탑. 그곳은 탑이라는 표현이 썩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나무 안은 텅텅 비어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계단이나 혹은 층이란 개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린 아이 손목 두께의 나무줄기들 수십여 개가 천장과 바닥을 이어줄 뿐. “나무줄기를 잡으시죠.”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미다스가 옆에 있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럭키의 머리 위에 있는 잭팟을 향해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남긴 미다스가 줄기 하나를 잡았다. 스르르! 그러자 나무 줄기가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미다스를 끌고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약 3초 남짓. 그 시간이 지나자 줄기가 이동을 멈추었다. 스르르! 그렇게 멈춘 미다스의 앞으로 나무줄기들이 살아 움직이며 평평한 땅 그리고 앉을 만한 의자 모습을 갖추었다. “앉으시죠.” 다시 조금 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NPC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크게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역시 우드 빌리지에서 가장 보기 힘든 NPC답네.’ NPC아사라. 불뱀 시리즈를 주는 NPC로 유명하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무엇보다 이 자리는 미다스가 요구를 해서 만든 자리이지, NPC아사라 쪽이 요구한 자리가 아니었다. 대면이 되지 않는 건 이상할 것 없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꾸우! 그때 바닥 아래에 있던 잭팟이 힘찬 날갯짓을 하며 솟아오르며 단숨에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꾸-우! 그 상태에서 천둥소리와 같은 울음을 토해냈다. 명명백백한 경고음. 그러자 곧바로 위에서 나무줄기 하나가 그대로 내려왔다. NPC아사라,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말했다. “수호자께서 사라지던 날, 그날도 저 새 울음이 이곳 우드 빌리지에 들렸죠.” 짤막한 말을 뱉고 두 눈을 감은 그녀가 잠시 고민 끝에 말했다. “최근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레인저들을 파견했으나, 그중 살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광경 하나가 떠올랐다. ‘황금 평야 때다.’ 황금 평야의 제한구역, 그곳이 지금 이것과 비슷했다. ‘이거 꿀냄새가 난다.’ 만약 정말 그때와 비슷하다면 다시 한 번도 안정적인 스펙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터. ‘아니지. 낙관해서는 안돼.’ 그러나 이내 미다스는 그 생각을 접었다. ‘최근 퀘스트 난이도를 보면 이제는 기본 5인 이상 파티를 기준으로 잡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황금 평야 때와 같은 난이도라면 진짜 퀘스트 진행이 막힌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기본적으로 5인 이상의 파티 플레이를 기준으로 잡았다. 난이도가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 ‘불뱀도 그래. 보통 놈일 리가 없잖아?’ 여기에 불뱀의 사냥 난이도는 장담컨대 미다스가 잡아온 그 어떤 몬스터보다 난이도가 높을 것이 분명했다. ‘걔 송곳니 하나가 억 소리 나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나, 방심을 해서는 안 되는 셈. “그곳이 어디입니까?” 꾸우! 미다스의 각오 어린 말에 잭팟이 대답을 강요하듯 말했고 그 말에 NPC아사라가 말했다. “이곳, 우드 빌리지의 아래에 있는 지하 미로입니다.” “지하 미로?” 예상치도 못한 사냥터의 등장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NPC아사라가 말을 이어갔다. “우드 빌리지의 지하 불뱀을 봉인하기 위한 미로에요.”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재차 물었다. “지하 미로, 그러니까 우드 빌리지 아래에 복잡하고 폐쇄된 지하 미로가 있다는 겁니까?” “예."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오로지 허가 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고요?” “예." “안에 불뱀 말고 다른 몬스터들도 있습니까?” “어떠한 위협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저 크나큰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만약 원하신다면 가는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도 등장했다. [불뱀 사냥]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5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지하 미로 속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불뱀의 잠자리를 찾아 불뱀을 사냥하라! -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즈가의 도움’ 진행 가능 !한 번도 죽지 않고 퀘스트 완료 시 추가 보상 지급 그 퀘스트 창의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손으로 제 입가를 가렸다. ‘맙소사.’ 그런 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개꿀이다.’ 지금 미다스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으니까. 10. 드르르르! 거대하기 그지없는 벽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며, 자신이 감추고 있던 시커먼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을 드러냈다. 보기에도 섬뜩한 광경. 그러한 광경을 향해 NPC 한 명이 설명을 곁들였다. “이곳을 들어가시는 순간 그 어떤 도움도 드릴 수 없습니다.” 섬뜩한 경고. 그 경고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저하지도 않았다. 미다스는 단숨에 그 어둠 너머로 제 몸을 던졌다. [우드 빌리지의 지하 미로에 입장했습니다.] [우드 빌리지의 지하 미로에 입장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미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땅과 천장, 약 10미터가 넘는 그 높이를 벽이 틈새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막고 있었다. 그 위압감은 놀이공원에서 체험용으로 만들어진 미로 따위와는 비교를 거부했다. 정말 들어오는 이를 나가지 못하게 만든 공간으로 보일 뿐. “난이도 장난 아니겠네.” 당연한 이런 미로 타입의 사냥 난이도는 매우 높았다. 도망칠 곳이 제한되어 있으며, 어설프게 도망치다가는 도리어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곳. 무엇보다 이곳에 온 플레이어들은 저 벽 너머에 어떠한 몬스터가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미다스는 달랐다. “뭐, 우리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에게는 모든 것이 보였다. “어디 보자, 저기 코너 돌면 슬라임 세 마리인가?” 몬스터의 위치는 물론 몬스터의 종류까지. "응?" ‘저건?’ 심지어 미다스의 눈에는 화살표마저 보였다. 헤매지 말고 불뱀이 있는 곳까지 가라는 아주 친절한 화살표가. “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얘들아, 무섭다.” 그리고는 내뱉는 미다스의 말에 럭키와 골드, 잭팟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내 강력함이 너무 무서워.” 말을 뱉던 미다스가 웃으면서 인벤토리창을 열었다. “뭐, 개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사냥 시작하자.” 그리고는 마스터 스킬북 하나를 꺼낸 후에 말했다. “마스터 스킬북, 가디언 스킬에 사용.” 미다스, 그가 전력 질주를 준비했다. 141화. < 44화. 언박싱 (4). > 11. 누군가 말했다. 루머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가 침묵하는 것이라고. BJ대마도사의 현 상황이 그랬다. - 정말 레전더리 아이템을 갈아서 스킬이 나왔다는 거야? ㄴ 그래! 갓워즈에 대한 세간의 기준을 바꿀 대사건이 일어난 상황. 그리고 그에 맞춰 온갖 종류의 루머가 생기는 상황. - 스킬 효과가 정확히 뭔데? - BJ대마도사가 추가 방송 안 했어? 영상은? 그러나 막상 그 의문에 답해줄 수 있는 BJ대마도사는 침묵을 고수하는 중이었다. 그 틈을 루머는 놓치지 않았다. - 이거 버그라는 소문이 있던데? - 아즈모랑 BJ대마도사랑 지금 소유권 두고 싸우는 중이래! - BJ대마도사가 스킬 카드를 아즈모에게 팔려고 1억 달러를 불렀다는 소문이 있어! 온갖 종류의 루머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 아즈모 방송 켰다! - 아즈모 라이브다! 아즈모, 이 대사건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였다. 2억하고도 3천만 명, 아득하기 그지없는 이들이 모였고,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그 질문에 아즈모는 대답했다. “솔직히 짜증이 나는 일이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짜증이 나고 있다고. “돈이 날아간 게 아쉽냐고? 에이, 딱히 아쉬울 건 없지. 아쉬웠으면 그걸 애초에 주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나름 그거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약속 받은 상태거든.” 물론 그 짜증은 금전적인 손해에 대한 짜증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방송 제목에 언박싱을 붙였다는 거야. 언박싱이 뭐야? 아이템이나 스킬 선보이면서 그걸로 사냥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 그럼 당연히 거기서 스킬이 어떤 건지 보여줬어야지. 내가 짜증나는 건 그 부분이야.” 왜 언박싱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잖아?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이라서 궁금해 죽겠는데 들은 이야기가 없어. 지금 내가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 상황을 보면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다니까? 짜증이 안나고 배기겠어?” 왜 그래서 자신조차도 기다리게 하는가? 아즈모의 그 말에 세간의 반응이 달라졌다. - 아, 그렇지! 언박싱이었지! - 언박싱이면 당연히 쓰는 걸 보여줘야지! - 그래, 당연히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지! 대중은 의문을 던지는 대신 요구를 했다. - BJ대마도사는 스킬 효과를 선보여라! - 언박싱답게 라이브로 보여줘라! 어느 순간부터 그 요구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러한 요구를 직접 BJ대마도사에게 할수 있는 이는 없었다. 결국 그 요구의 화살은 전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향했다. “와, 이게 이렇게 돌아가네.” “요즘 난 미치겠다. 나 아는 사람은 언제 언박싱하냐고 아주 그냥 보채고 있어.” “보채면 다행이지, QA팀은 지금 죽으려고 해.”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갑자기 재해에 휘말린 셈. 문제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중에서 전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건 한 명 뿐이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좌중의 관심이 그 한 명에 쓸렸다. “저기, 사장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박영준, 그 유일한 한 명인 그는 부하 직원의 질문에 대답 대신 침묵을 머금은 채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었다. ‘솔직히 이번 상황은 BJ대마도사 입장에서 의도했다고 볼 수는 없어.’ 박영준이 추측컨대 BJ대마도사에게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해체는 쇼였을 것이다. ‘애초에 그건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뿐이었을 테니까. 이번 거래는 확실히 하겠다는 메시지.’ 아이템을 해체한다는 건 받은 것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의미. 즉, 거래를 무를 생각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받은 만큼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불뱀 레이드가 그 거래의 대상이었겠지.’ BJ대마도사가 말해준 불뱀 사냥이 바로 그 대가일 가능성이 컸다. 어쨌거나 그 둘 거래 사이에는 블루불이 있으며, 그 거래의 유무는 광고의 유무로 정해졌으니까. 박영준이 의도하고, 계획한 바이기도 했다. 블루불과 손을 잡고, 큰 것을 받았다면 한 번 제대로 블루불에게 서비스를 해야 다른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터. 장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예상외의 사태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BJ대마도사가 그렇게 당황한 건 처음 봤다.’ 심지어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기는커녕 도리어 그 돌발 상황을 이용해 더 멋진 쇼를 만들었던 BJ대마도사가 당황한 나머지 방송을 종료하라고 했을 정도.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여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든 간에 라이브는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마주해야 할 건 마주해야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할 건 요청이 왔을 때 최고의 방송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에 대해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해야 할 일도 명확했다. ‘그리고 난 판을 만들어야지.’ 동시에 박영준이 해야 할 역할도 명확했다. ‘블루불에게 불뱀 건을 이야기해야겠어. 그리고 그 대가로…… 선더볼트를 요구해야겠어.’ 자신의 역할 다음으로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역할을 떠올렸고,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그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어떤 언박싱을 준비해올지 기대되는군. 그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천재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였으니까. 12. “아……" ‘좆됐다.’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보더라도 처참한 실패를 맞이한 이의 모습이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타락한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기꺼운 알림. “아."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도리어 미소나 환호를 짓기보다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 끝에 다시 눈을 뜬 미다스의 앞에는 여전히 전투가 치러지고 있었다. 크르르! 정확히는 버서크 모드가 된 골드가 남은 블랙 울프 네 마리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그게 원인이었다. 미다스의 한숨을 거듭 뽑아내는 이유.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언박싱 라이브 방송을 할 수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지금 세간의 여론, 언박싱 방송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잘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캡슐방에 출근할 때마다 이혁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으니까. 마땅한 요구였고, 실제로 미다스는 그에 대한 언박싱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자 했다. ‘골드가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이야.’ 문제는 앞서 말한 골드.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A랭크가 된 가디언 스킬, 그를 통해 스펙업을 마친 골드의 전투 능력은 이제 럭키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수준을 넘어 퍼포먼스의 차원이 달랐다. 물론 기꺼운 일이었다. 그리고 바라던 일이었다. ‘이런 식이면 언박싱 라이브를 해도 내가 묻힌다.’ 문제는 언박싱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줘야 하는 건 골드가 아니라 새로운 마법인 애드원을 얻은 미다스의 능력이란 점이었다. 물론 이대로 미다스가 그냥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파이어볼을 한 번에 3개 던지는 걸 보여주는 걸 방송해도 안 될 건 없었다. ‘이번 방송은 진짜 제대로 해야 하는데.’ 하지만 과연 지금 들끓는, 요구를 하는 대중이 그 정도 방송에 납득을 할까? 납득보단 실망을 할 터. 즉, 미다스는 이 언박싱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스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스킬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더 강력한 괴물이 되었는지! 이 스킬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지! ‘결국 불뱀이야.’ 그런 것을 보여주기에는 불뱀 레이드가 제격이었다. 골드의 활약에 새로 합류한 잭팟 그리고 미다스가 가진 모든 화력을 거뜬히 받아줄 몬스터였으니까. 이보다 더 좋은 샌드백은 없는 셈. 그러나 당장 미다스가 마음대로 불뱀 레이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오케이 사인만 나오면 돼.’ 이미 불뱀 사냥 계획에 대해서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모든 것을 위임한 바.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갑자기 제멋대로 불뱀을 잡을 순 없었다. 움직이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모든 합의가 끝나고, 날짜가 정해진 다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그 전까지 최대한 레벨을 올리자.’ 즉, 지금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계획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스펙업을 하는 것이었다. [타락한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120레벨 달성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왔다.’ 그 심호흡을 마친 후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예." 그 대답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기도했다. ‘갓겜이시여, 제게 기회를 주시옵소서! 황금! 황금빛 하나만 부디 주시옵소서!’ 이윽고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 모습을 드러냈고, 미다스가 두 눈을 떴다. ‘황금!’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100장의 카드를 훑기 시작했다. ‘황금색!’ 그렇게 100장의 카드를 살핀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맙소사.” 그 상태에서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이거 실화냐?”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말했다. “아니, 레전더리는커녕 유니크 등급이 2개 밖에 없다는 게 말이 돼?” 그 말 그대로였다. 미다스가 보는 세상 어디에도 황금빛은 없었다. 그저 붉은빛을 내뿜는 카드 2장만이 있을 뿐. 그것을 본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비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소리쳤다. “여하튼 개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아주 그냥 돈 있는 새끼들만 다 해먹는 쓰레기 게임!”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붉은빛 카드 중 하나를 손에 댔다. ‘젠장, 여기선 이거 밖에 없지.’ 그렇게 카드를 집은 미다스의 눈에 스킬 카드가 정체를 드러냈다. [메모라이즈]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마법을 사전에 미리 캐스팅한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비웃음 사이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13.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 세계적인 명작 대부, 그 대부를 대표하는 명대사. ‘멋진 말이지.’ 그 명대사는 박영준이 영화 속 명대사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명대사이기도 했다.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손에 지니고 있다는 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는 거니까.’ 불확실한 것이 가득한 판에서 어떻게든 결과를 남길 수 있는 카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이니까. ‘불뱀 레이드 라이브는 블루불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리고 지금 불뱀이란 카드는 그 명대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였다. 과연 그 어떤 광고주가 BJ대마도사의 불뱀 레이드 라이브 방송에 대한 광고권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야 해.’ 한편으로 그렇게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쥐었을 때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포커가 그러했다. 손에 포카드를 쥐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포카드를 쥐고도 푼돈을 번다면, 과연 그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 선더볼트.’ 박영준이 블루불에게 이번 불뱀 건을 거론하면서 선더볼트라는, 앞서서 그 누구도 지불하지 못했던 대가를 내건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못 구하겠지.’ 하지만 선더볼트 스킬 카드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다. 억만금이 있어도 지불할 수 없는 대가라는 셈.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받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럼 선더볼트 급에 플러스 알파.’ 즉, 오버 페이를 통해 대가를 맞추고자 할 터. 그러한 박영준의 예상에 블루불은 대답했다. “트라이던트를 주시겠다고요?” - 예. 트라이던트. 얼음으로 만들어진 삼지창을 던지는 투창 계열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분명 가치 있는 스킬이었다. 값비싼 스킬, 매물도 극히 드물었다. “좋은 스킬이지만 선더볼트하고 급은 안 맞죠.” 그러나 선더볼트 수준은 아니었다. “귀사도 그걸 당연히 알고 있으실 테고. 그럼 플러스 알파는 무엇입니까?” 그 사실을 블루불 쪽도 모를 리 만무. “일단 트라이던트는 선금으로 주시겠다고요?” 일단 그들은 트라이던트를 계약금으로 잡았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조건 남는 식. “그리고 레이드가 끝나면……" 물론 그것만으로도 부족했고, 때문에 블루불은 준비한 플러스 알파를 말해주었다. “아, 예.” 그 플러스 알파를 들은 박영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애매모호한 대답, 그 대답 뒤에 박영준이 말을 덧붙였다. “일단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것은 확답이었다.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임을 인정한다, 라는 확답. 그럴 만했다. ‘아즈모의 아이템 중 하나를 고르라, 아주 크게 베팅하는군.’ 플러스 알파는 그 무엇도 아닌 아즈모의 창고에 있었으니까. 142화. < 45화. 불뱀 (1). > 1. 미로. 듣는 것만으로도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단어. 그러나 갓워즈에서 미로 던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낮은 정도가 아니었다. “미로 던전? 그런 좆같은데 들어갈 바에는 그냥 게임오버 당하는 게 낫겠어.” 미로 던전을 경험한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미로 던전을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증오하고는 했다. 이유는 당연히 난이도 때문이었다. 미로 던전은 다른 어떤 타입의 던전보다 어려웠다. “차라리 몬스터가 강하거나, 그런 거면 낫지. 미로 던전은 멘탈이 갈린다니까.” 특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막다른 길 보면 정신이 날아가, 정신이.” 열심히 몬스터와의 전투를 치열하게 치르며 길을 가다가 막다른 길을 마주하는 순간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정해둔 포인트로 돌아오는 길에 리젠된 몬스터랑 싸우다가 누구 한 명 게임오버라도 당하면……" 그 후에 길을 되돌아오는 길에 리젠된 몬스터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전투를 치를 경우 느끼는 피로감은 곱절, 그 이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면 나중에는 스펙이 짱짱해도, 제 기량을 못 낸다니까. 제 기량을 못 내면 어떻게 되겠어? 뒈지는 거지.” 하물며 그런 미로 던전에서 4일 내내 전투를 치른다면,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게 당연지사. 그러나 그러한 마땅한 사실이 미다스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었다. “파이어볼!” 지하 미로 던전 입장 4일차,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절정에 다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퍼엉! 그가 잽싸게 던진 파이어볼이 럭키와 골드, 둘의 공세를 피해 몸부림을 치던 타락한 트롤의 가슴팍, 황금빛 과녁에 정확히 꽂히는 게 그 증거였다. 저토록 몸부림치는 몬스터에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맞추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으니까. 미다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고, 그것이 상상 이상의 명중률이란 결과물로 나오고 있었다. 미다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컨디션을 최고조까지 끌어 올렸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미다스, 본인이 계획한 바였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타락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에게 소소한 선물이 도착했음을 들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살핀 후에 몬스터가 없음을 확인하고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22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622)/체력(5+577)/지력(616+989)/마력(127+841) - 잔여 스탯 : 4 놀라운 숫자의 향연. ‘쿨타임 계산은 제대로 된다.’ 여기에 새로 습득한 마법에 적응도 마친 상황. ‘난사하기 시작하면 마력이 부족해지지만.’ 물론 갑작스런 화력의 상승으로 인해 마력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상황이었지만, 나쁠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화력 자체가 압도적으로 강해졌다는 의미 아닌가? 그 사실에 앞서 말한 절정의 컨디션을 더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비단 미다스만 그런 건 아니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이제는 공명하듯 비슷한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와 골드, 두 늑대의 팀워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진 상황이었다. 꾸우! 마지막으로 새로 합류한 잭팟을 이용한 새로운 전술도 충분히 연습을 마친 상황. ‘준비는 끝났다.’ 만반의 준비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레이드 날만 잡으면 돼.’ 남은 건 이 상태에서 불뱀 레이드를 나서는 것뿐. 그게 이유였다. 지금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이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날만 잡아주면…… 아, 젠장.’ 그동안 미다스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때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했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했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그 사실을 통보하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불뱀 레이드는 달랐다. 기획을 비롯한 불뱀 레이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위임한 상태였다. 당연히 레이드 날짜 역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정하는 바. 그러나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레이드 일정에 대해서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었다. ‘컨디션 유지하는 거 쉽지 않아.’ 베스트 컨디션을 항상 유지한다는 건 적어도 미다스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의문이었다. ‘그걸 라이징 스타 채널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제대로 된 일정을 말해주지 않는 걸까? 2. “저기 라이브 방송은 대체 언제 하는 건가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들어 스윽, 사무실 내의 분위기를 살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최근 워즈튜브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이라고는 믿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야 BJ대마도사가 일정을 말해줘야 하지. 우리가 멋대로 일정을 잡을 순 없잖아?” BJ대마도사가 레이드 라이브 일정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 ‘라이브 방송을 준비한 채로 대기하는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언제든 그가 요청할 때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대기해야만 한다는 것. ‘아, 힘들어 죽겠다.’ ‘일 없이 말라 죽는 경우도 있구나.’ 그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에 직원이 지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 분위기의 이유였다. 그러한 직원들의 모습에 박영준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중에 연락 올 테니까.” 담담히 내뱉는 말, 그러나 그 말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오늘이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야 이건 쇼 비즈니스니까.” “쇼 비즈니스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애인 있어?” “없는데요?” 그 순간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다른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쪽은?” “있죠.” “좋아, 그럼 네 애인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원하는데, 그 자리에서 1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비해서 프로포즈를 하면 어떻게 될까?” “그야…… 좋아하겠죠.” “그래, 좋아하겠지. 그럼 과연 5백 달러짜리 구두를 선물해주는 거랑 비교해서 얼마나 좋아할까?” “예?” “액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20배 정도 좋아해야 할 거 같은데, 과연 20배나 더 좋아할까?” “아니요.” 부하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그러니까 1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프로포즈가 정말 가치가 있으려면 받는 쪽도 그 정도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겨야 해. 지금 상황이 그래. 처음에는 BJ대마도사에게 언박싱 라이브를 기대하던 게, 이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빅 이벤트를 기대하는 게 됐잖아?” “아!” 그제야 부하 직원이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와튼 스쿨에서 배우는 쇼 비즈니스 이론 중 가장 기본적인 거지.” “그렇다면 BJ대마도사도 그걸 아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벽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 “내가 봤을 때 1시간 내에 BJ대마도사 쪽에서 연락이 올 거야. 내일 라이브를 하겠다고. 그가 센스가 있다면 이런 말을 덧붙이겠지. 기다리느라 힘드니, 라는 표현 같은 걸. 한 번 메일함 확인해 봐.” 그 말에 부하 직원 한 명이 이메일을 확인했고, 이내 새로 도착한 이메일 중 하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눈으로 박영준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뭐? 진짜?”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 그 사실에 좌중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사이 이메일을 연 직원이 좌중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메일 내용을 읽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힘드니, 내일 불뱀 레이드를 하겠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측에서 시간을 잡아주십시오.” 그 순간 모두가 놀라는 수준을 넘어 경악한 눈으로 박영준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무엇이든 경지에 이르면 통하는 법이지.”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소리쳤다. “자, 그럼 빅 이벤트 준비해야지. BJ대마도사에게 보내, 내일 지금 이 시간에 레이드 라이브를 한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라이브 하나 하자고.” “예!”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이제는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도 제 일을 했다. ‘일단 트라이던트를 보내고.’ G베이를 통해 BJ대마도사의 계정에 블루불로부터 받은 선금을 보내주었다. 그뿐이었다. 박영준은 그다음 보상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질도 해주지 않았다. ‘아즈모와의 거래 건은 모든 게 끝나고 알려야지. 받는 입장에서 더 기대를 하는 순간 줘야 선물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는 법이니까.’ 앞서 말한 쇼 비즈니스를 위해서. 이윽고 10분 후 무대가 열렸다. “BJ대마도사가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3. -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열렸다! -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열었다. 모두가 기대하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방송에서 BJ대마도사는 말했다. “이 라이브 방송은 예고 방송입니다. 짧게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내일 정확히 지금 시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를 하겠습니다. 보스 몬스터는 불뱀입니다.” 그게 전부였다. - 어? 꺼졌어? - 뭐야? 무슨 말이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은 종료됐다. 방송 시간 12초, 최고 시청자 역시 기껏해야 11만 명. - 뭐야? 라이브 한다며? 방송 사고야? - 뭔데? 지금 무슨 일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방송 사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 그러나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시청자는 없었다. 정확히는 불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불뱀 레이드를 한다! 불뱀! 불뱀.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은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짓누르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 불뱀 시리즈 공개한다는 거야? - 골드가 불뱀의 송곳니 가지고 있잖아? 설마 불뱀의 지팡이라도 얻은 건가? - 그게 아니라 불뱀 레이드라고! 당연히 그 방송을 본 이들이 앞다투어가 나팔수를 자청하며 그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 그 전파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빨랐고, 그 여파는 어느 경우보다 컸다. 애초에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반응을 속보로 다룰 준비를 한 상태. - 맙소사, 불뱀 시리즈만 들고 나와도 놀랄 일인데 불뱀을 사냥하다니! - 레전더리 아이템은 일단 기본 깔고 가는 거네. - 대체 불뱀은 어떻게 생겼을까? - 크으, 갓워즈 최초의 스킬 위력을 갓워즈 최초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선보이다니! BJ대마도사 스케일 장난 아니네! 그런 상태에서 다른 것도 아닌 불뱀이 던져졌으니, 그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일. 심지어 이 모든 것은 30분 전이 아니라, 하루 전에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정점까지 끓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아, 미치겠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사실 지금 상황은 미다스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레이드 날짜가 잡힌 상황 아닌가? 이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역시 미다스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다. 즉, 탄식을 내뱉는 건 방송 날짜가 잡히고, 주변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트라이던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얼음으로 삼지창을 만들어 던진다. 찔린 대상에게 잠시 동안 빙결 상태에 빠지게 하며, 치명적인 동상 효과를 남긴다. !대형 몬스터 111회 명중 시 ‘창술사’ 타이틀 획득 지금 미다스가 새로이 얻은 레전더리 마법, 트라이던트. 그것이 탄식의 이유였다. ‘트라이던트라니.’ 이번 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적지 않으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름 기대를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정말 제대로 화끈한 무언가를 받아오리란 기대를. ‘기대 이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트라이던트 스킬 카드가 보상이란 말을 들었을 때 미다스는 기뻐했다. 기대 이상의 소득에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선금이라니.’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보상이 선금으로 이미 지불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이런 물건을 선금으로 줬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광고주 쪽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투사체 판정을 받는 이 트라이던트를 콕 찝어 줬다는 건.......' 즉, 이건 광고주 쪽의 디테일한 요구였다. ‘애드원 스킬을 이용해 이걸로 제대로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는 거지.’ 꼭 자신들이 준 스킬로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하라는 요구.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이 스킬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했다. “애들아, 어떻게 하냐?” 그게 지금 미다스가 한숨을 내뱉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 트라이던트 스킬…… 데미지 딜링 계산이 안 돼.” 너무 강력한 게 손에 들어왔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그냥 쓰는 거면 모를까, 발리스타에 롱토스에 리볼버까지 쓰고, 여기에 애드원까지 쓰면...... 어휴." 도무지 트라이던트 마법의 화력이 어느 정도일지, 제대로 계산이 안 된다는 것. ‘가뜩이나 상대는 불뱀인데.’ 심지어 미다스가 잡아야 하는 몬스터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잡아본 적 없는 불뱀이었다. 생김새조차 알려진 바가 없는 보스 몬스터! 물론 사냥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런 디테일한 연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광고주의 디테일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왜 이런 걸 주고 지랄이야.” 143화. < 45화. 불뱀 (2). > 4. 그럴 때가 있다. - 이번 BJ대마도사 라이브 어쩐지 대박일 거 같다. ㄴ 그렇지? 뭔가 느낌이 다르지? ㄴ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여하튼 보통 때랑 전혀 다른 게 튀어나올 거 같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설명할 수도 없지만 무언가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지금 BJ대마도사의 방송이 그랬다. 물론 주어진 재료부터가 남달랐다. - 느낌이 다른 게 당연하지 ! 불뱀 사냥이라고! - 거기에 애드원 스킬 최초 공개이지. - 아무렴! 심지어 BJ잭팟의 데뷔전이기도 하고! 하나만으로도 이슈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히트 요소가 무려 3개가 동시에 준비된 상태였으니까. 어쨌거나 그러한 분위기는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들 BJ대마도사 라이브 보실 거죠? 그럼 일찌감치 라이징 스타 채널 접속해둘게요.” 캡슐방 휴게실, 대부분 워즈튜브를 시청하기 위해 모이는 그곳에서는 일찌감치 BJ대마도사 방송을 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 어차피 딴 거 볼 것도 없는데, 그냥 채널 고정 시켜.” 대부분의 워즈튜브 시청자들은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가 정해진 시간이 오면 그때 가서 그 영상을 보러 갔다. BJ대마도사의 방송도 그랬다. 누군가 BJ대마도사 방송시간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면 그제야 채널을 바꾸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일찌감치 채널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거 뭔가 일어날 거 같네?” “그래,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기다리는 거지.” BJ대마도사의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였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이야기 들어보니까, 진짜 놀랄 만한 게 준비됐다니까.” 그렇게 손님 사이로 말을 내뱉는 이혁주의 모습에 손님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이는 다름 아닌 정현우. “혁주야, 나 게임 들어간다.”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BJ대마도사 라이브까지 30분 넘게 남았는데 기다릴 필요는 없죠. 재미있게 하세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이내 등을 돌려 늘어진 캡슐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는 정현우의 얼굴에 헛웃음 같은 기색은 없었다. ‘사냥 시작한다.’ 전쟁을 코앞에 둔 전사의 기색만 있을 뿐. 5. 거대한 미로. 이제는 익숙해진 그곳의 풍경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주변에 있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제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을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 불뱀 사냥을 시작한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곧바로 정면을 바라봤다. 다른 곳과 달리 빛이 존재하지 않는 시커먼 어둠 속, 그 너머를 향해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꾸-우!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잭팟이 천둥소리와 같은 경고성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알림도 들렸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목걸이가 움직였다. 그것이 증거였다. 이곳 너머에 이름 잃은 신의 힘에 영향을 받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명확한 증거. [더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이어진 경고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뎠다. [불뱀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 챘습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양옆이 가로막힌 벽, 그저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츄르! 몸길이는 대략 30미터 정도, 멧돼지 정도는 거뜬히 한입에 삼킬 법한 몸통 크기. 불뱀의 외형적인 크기는 뱀이라기보다는 이무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은 몸의 색이었다. 녀석의 가죽색은 마치 모든 것이 타고 남은 재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가죽 곳곳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았다. ![불뱀 (Lv145)] !불속성 공격에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 !HP가 80퍼센트 이하일 경우 독니 등장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토치’ 스킬 발동 미다스는 불뱀이 가진 능력을 직시했다. ‘예전 나였으면 잡는 게 불가능한 놈이었네.’ 그렇게 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그 정보를 미리 준비해둔 계획에 접목한 미다스가 곧바로 머릿속 타이머를 켰다. ‘라이브 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6분.’ 약속된 라이브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가늠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사생결단이다!” 크-왕! 라이브 방송 26분 전, 미다스가 불뱀 사냥을 시작했다. 6. - 방송 열렸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3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널이 열리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채팅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프닝 스코어는 무려 180만 명! 이미 일찍이 BJ대마도사가 기록한 최고 시청자 숫자를 단숨에 갱신했다. - 와, 이번에 채팅창 진짜 터지겠네. - 미친, 이 기세면 500만 문제없겠는데? - 이게 다 BJ럭키 님 덕분이지! ㄴ 아니거든? BJ골드 님 덕분이거든? ㄴ 지랄하네, BJ잭팟 님 보러 온 거지! 그 엄청난 숫자에 기존의 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화면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 그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 BJ골드를 내놔라! - BJ럭키를 내놔라! - BJ잭팟을 내놔라! - BJ대마도사는 꺼져라! 그 반응에 미다스가 대답하듯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모든 분들이 기대하던 대로 갓워즈에 이제까지 공개된 적 없었던 스킬, 애드원 스킬에 대한 언박싱을 하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일단 현재 착용한 수호자의 갑옷 효과인 투사체 개수 증가 옵션이 적용되는 경우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 애드원 스킬을 사용했을 경우 효과가 중첩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분위기는 잠잠했다. 거대한 미로, 그 안에서 미다스는 혼자 외로이 고요하게 방송을 하고 있었다. - 왜 이렇게 조용하지? - 아니, 그런데 다른 애들은? 럭키, 골드, 잭팟 애들 어디 있음? 오로지 하나, 사역마만이 미다스의 옆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 - 불뱀 어디 있음? - 보스룸 입장 전임? 무엇보다 오늘 메인 메뉴로 예고된 불뱀에 대한 낌새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지자, 그에 대해 미다스가 대답을 해주었다. “스킬 효과 검증 대상은 불뱀으로 하겠습니다.” 불뱀을 잡겠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품는 순간. 왕! 그 순간 미다스가 있는 곳으로부터 약 50미터 전방, 미로의 코너에서 울음과 함께 무언가가 등장했다. - 럭키다! - 럭키님 오셨다! 럭키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허나, 그 반색은 오래 가지 않았다. 샤아! 그 뒤를 이어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 불뱀? - 설마 불뱀이야? 불뱀이 등장하는 순간, 자연스레 라이징 스타 채널은 불뱀을 그대로 클로즈업했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은 불뱀의 상태를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불뱀의 다 타버린 재와 같은 가죽과 그 몸에 난 정체불명의 구멍들 그리고 그러한 몸뚱이 위에 난 무수히 많은 칼자국과 이빨 자국, 발톱자국과 마법에 당한 상처들까지. - 뭐지? 몸에 상처가 가득 한데? - 이미 전투 좀 치른 거 같은데? - 그것도 꽤 치른 듯? 명명백백한 전투의 흔적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럼 애드원 스킬 언박싱 콘텐츠 라이브를 시작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불뱀이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그 외침에 곧바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미다스를 향해 다시금 오롯하게 몰렸다. - 용열병? - 뭐야? 여기서?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시청자들 대부분이 혼란에 빠지는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볼버!” 미다스가 리볼버를 꺼내든 채 멈추지 않고 소리쳤다. “트라이던트!” 그 외침에 시청자들의 혼란은 공황이 되었다. - 트라이던트라니! - 설마 레전더리 스킬인 그거? 예고치 못한 레전더리 스킬의 등장. 그사이 럭키와 불뱀의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졌다. 왕! 이제는 주인을 위해 불뱀을 잡아둬야 하는 럭키가 무작정 도망치는 게 아니라 불뱀의 공격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샤아! 성난 혓소리와 함께 불뱀의 몸이 창처럼 엄청난 속도로 럭키를 향해 쏘아졌고, 그 공격에 럭키가 스텝을 밟으며 날아오는 불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때 럭키의 뒤에 벽이 등장했고, 물러설 곳이 없어진 럭키가 잽싸게 벽을 밟고 도약했다. 꾸우! 그와 동시에 날아온 잭팟이 그대로 도약한 럭키의 몸을 붙잡은 후에 짧게 비행한 후 럭키의 몸을 불뱀의 반대편에 떨어뜨려주었다. - 와, 저거 봤어? - 럭키가 난다! - 럭키 잭팟!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그사이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오른손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 위로 크리스탈 덩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손에 쥔 미다스가 자세를 잡았다. 주변 환경에 대한 조사는 필요 없었다. ‘수천 번 연습했다.’ 지금 있는 이곳에서 전투를 치르기 위해 몇 번이나 연습하고, 훈련을 마쳤으니까. 야구로 따지면 홈구장의 마운드였다. 모든 게 익숙한 그곳에서 미다스가 럭키와 대치 중인 불뱀의 머리, 황금빛 과녁이 보이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물론 불뱀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듭 럭키를 쫓으며 머리를 움직였고, 그러한 머리를 맞추는 건 누가 보더라도 불가능해보이는 일이었다. 그러나 절정에 이른 미다스의 컨디션이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맞출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해준 그 말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손에 든 크리스털 덩어리를 불뱀을 향해 던졌다. 그렇게 크리스털 덩어리가 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쩌적! 그리고 날아가며 그 선의 모양을 따라 3미터 길이의 삼지창 모습을 갖추었다. 쉬이! 창의 모습을 갖추는 순간 더 가속했다. 마치 부스터를 쓴 것처럼. 스스스! 섬뜩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삼지창의 가운데 창날이 불뱀의 머리에 정확하게 박혔다. 푸홧! 박히는 순간 트라이던트가 산산조각이 나며 그대로 불뱀의 머리 전체를 덮쳤다. [불뱀이 얼어붙습니다.] 그와 동시에 불뱀의 몸이 그대로 얼음동상처럼 굳었다. - 트라이 던트 효과 발동했어! - 아이템 옵션 효과도 발동했어! 그사이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두 번째 크리스털 덩어리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숨을 돌릴 필요도 없었다. 얼어붙은 불뱀을 향해 미다스가 크리스털 덩어리를 던졌다. 푸홧! 그렇게 날아간 트라이던트가 불뱀의 몸에 꽂혔다. - 와, 레전더리 마법을 공짜로 하나 더 쓰네? - 개쩐다. 그때였다. “애드원.” 미다스가 드디어 갓워즈 최초로 스킬을 사용했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두 몰렸다. - 드디어 공개인가? - 중첩되려나? - 3발 쓰는 거면 개쩔 듯! 그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플레이 트라이던트.”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 그렇지, 리플레이가 있었지! - 가만, 그럼 트라이던트를 5발을 던진다고? 한 번 공격만으로도 강력하기 그지없는 트리이던트를 단시간 내에 5발이나 날릴 수 있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일. 그러한 것을 미다스는 기꺼이 모두의 앞에서 현실로 만들었다. 쩌적! 얼어붙어 있던 불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럭키와 대치를 시작했다. [캐스팅 완료됐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 캐스팅이 끝났고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망설임 없이 트라이던트를 던졌다. 푸홧! 한 발이 적중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불뱀은 그대로 굳었다. 무방비 상태. 그 상태의 불뱀을 향해 미다스가 다시 트라이던트를 던졌다. 두 번째 트라이던트가 다시 한 번 더 불뱀의 머리에 그대로 꽂혔고, 불뱀의 머리를 휘감은 얼음이 두터워졌다. 그 순간 시청자들 모두가 이목을 집중했다. 과연 애드원 스킬 효과가 중첩될 것인가? 그 의문에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쳤고, 그러자 크리스털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 떴다! - 중첩된다! 애드원 효과는 아이템 옵션과 중첩 적용된다! 푸홧! 그 사실을 미다스가 보는 앞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소리쳤다. “자, 이제 모두 궁금해 하시던 애드원 스킬 효과 및 아이템 옵션과의 중첩 유무에 대한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애드원 스킬 언박싱 콘텐츠를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당혹감을 느꼈다. - 뭐라고? 이게 끝이라고? 그 당혹감 속에서 몇 명은 깨달았다. - 하긴 언박싱이니까……. 오늘 방송 타이틀에 언박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박싱 콘텐츠는 아이템 또는 그 스킬 효과를 보여주는 방송이란 것을. 즉,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방송을 종료해도 그가 할 것은 전부 한다는 것을. 그게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레이드는 어려울 게 없어.’ 그냥 불뱀을 잡는 거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라이브 방송에는 과제가 있었다. 트라이던트 마법을 이용해 멋진 연출을 하라는 것! ‘하지만 연출하면서 레이드를 할 방법은 없다.’ 미다스가 봤을 때 그건 솔직히 불가능했다. 결국 미다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보다 한 마리 토끼를 잡는데 집중했다. 라이브 시작 전 일찌감치 불뱀과 사냥을 하면서, 불뱀의 패턴 등에 적응을 하는 한편 놈의 HP를 딱 적당한 수치까지 떨어뜨려 놓았다. 즉,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기 전 이미 요리를 거의 다 해놓았다. ‘그렇다면 언박싱에만 집중해야지. 애드온 그리고 트라이던트, 두 가지라도 제대로 연출해야지.’ 다 된 요리에 애드원 스킬 그리고 트라이던트 스킬만 뿌리면 되도록. 그게 미다스가 생각한 최선이었고, 이제는 시청자들도 그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진짜 스킬 효과만 보여주려는 거네. - 맙소사, 불뱀 레이드도 버리고 언박싱만 한다는 건가? - BJ대마도사 스케일 장난 아니네. 불뱀 정도도 그냥 언박싱 콘텐츠 재료라는 거잖아? - 와, 나라면 불뱀 가지고 30분은 방송했을 텐데! 오늘은 불뱀 레이드 방송이 아니라, 애드원 스킬 언박싱 방송이다! 그러한 사실을 시청자들이 이해하는 순간 쩌적! 얼어붙어 있던 불뱀의 몸에서 무언가가 갈라지고, 깨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예상 외의 일이었다. - 뭐야? 빙결 상태 끝이야? - 벌써? 앞서서 트라이던트의 빙결 지속 시간은 약 5초 남짓, 그러나 지금은 빙결 상태에 빠진지 2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일이 생겼음을 알리는 징조! 푸슈! 그때 불뱀의 몸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에서 기괴한 소리가 뿜어지기 시작하더니, 그 구멍에서 기름이 흘러나왔다. 화아아아! 이윽고 그 구멍에서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듯한 불꽃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 토치다! - 가스 토치야! 시청자들의 표현처럼 불뱀의 온몸의 구멍이 가스 토치처럼 불꽃을 토해냈다. 삽시간에 불뱀의 온몸이 뿜어지는 불꽃으로 뒤덮였다. - 저래서 불뱀이구나! 불뱀의 이름 뜻을 확인하는 순간. - 와, 이거 장난 아니 다. - 이거 접근도 못하겠는데? - 접근이 뭐야, 붙는 순간 끔살이지! 그 순간 미다스가 불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오늘 언박싱 콘텐츠를 도와준 불뱀에게 모두 박수 보내주십시오!” 넘치는 여유. “자, 그럼 마무리 들어가야죠. 이번에도 마무리는 특별한 마법으로 하겠습니다!” 그 여유 속에서 나온 마무리란 말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 설마 물리 마법으로 저걸 잡는다고? - 지금 불뱀 앞에서 구르려고? 그 말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나지막히 말했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선더볼트가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144화. < 45화. 불뱀 (3). > 7. 선더볼트. 레전더리 마법 중에서도 데미지 딜링만으로는 최고로 꼽히는 마법. 듣기만 해도 강렬한 수식어에 비해 선더볼트 스킬 자체의 존재감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일단 선더볼트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 이렇다 할 화려한 사전 이펙트가 없었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미다스가 마법을 시전하는 순간, 불뱀의 머리 위로 거대한 벼락 한 자루가 그대로 불뱀의 머리를 뚫고 턱 아래로 지나갈 뿐. 번쩍! 그 모든 건 보는 입장에서는 반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꽈릉! 그렇게 섬광이 번쩍이고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야 미로를 요동치게 만드는 거센 천둥소리를 들은 후에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선더볼트다! - 맙소사, 선더볼트도 있었어! 선더볼트가 등장했음을. 그러한 선더볼트의 등장과 함께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알림 하나가 들렸다. [불뱀을 처치했습니다.] [불뱀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불뱀을 홀로 잡은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불뱀을 처치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리고 9퍼센트나 남았던 불뱀의 HP를 선더볼트가 단숨에 재로 만들었음을 알리는 알림이기도 했다. 등골이 오싹해질 법한 알림이었다. 그토록 강대한 보스 몬스터인 불뱀의 3페이즈를 단숨에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 셈 아닌가? 전율을 느껴야 마땅한 광경. 그러나 그 알림이 미다스에게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다. '라이브 종료다.’ 이제 라이브 방송은 끝났다는 것. '젠장, 내 수입……' 그럼으로 이제 더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통한 추가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사실 대부분의 라이브 방송은 방송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방송을 오래 해야 한 명이라도 더 오래 보고, 한 명이라도 더 후원을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BJ들은 방송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수작을 부리고는 했다. 미다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만약 불뱀 레이드를 처음부터 보여줬다면, 이런 식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래도 광고주님은 만족하셨을 테니까.’ 더 나아가 라이브 방송이 짧으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였다. 라이브가 1시간이 넘어버리면 솔직히 거기 붙은 광고가 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법. 신경 쓰기는커녕 기억조차 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2분짜리 라이브에 광고가 붙는다면, 그 광고의 이미지는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더 큰 딜을 위한 희생이라고 보자. 이 정도로 광고주 요구를 들어주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되겠어? 아무렴.’ 결정적으로 이번 방송에서는 광고주의 요구를 이보다 더 훌륭히 소화하는 건 다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필시 광고주들 사이에서 BJ대마도사는 뜨거운 칩으로 부상할 터. 물론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가 슬쩍 시청자들을 향해 운을 띄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만족하셨습니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속내는 뻔했다. ‘만족 못했으니 더 보여 달라고 해!’ 시청자들로부터 더 방송을 해달라는 아우성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러함으로써 방송을 1분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럭키, 골드, 잭팟 돌려가면서 1분씩만 힐링 방송해도 3분이다!’ 그러한 미다스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역시 BJ대마도사다. 라이브 방송이지만 괜히 시간 끌지 않고 보여줄 거만 보여주네! 짧고 굵게! - 그래, 이게 프로정신이지! 돈 좀 더 벌겠다고 방송 질질 끄는 게 무슨 프로야? 오늘 BJ대마도사가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네. 다른 플레이어들은 보고 반성해라! - BJ대마도사님, 정말 멋졌습니다! 오늘 방송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 오늘은 BJ대마도사님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괜히 발목잡지 말자고! 앵콜하지 말자! - 그래, 오늘 주인공은 BJ대마도사인데, 굳이 골드나 럭키나 잭팟을 볼 필요는 없지. 정말 멋진 방송 봤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고. 그러니 원하던 대로 방송을 종료하라고.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 방송을 기다린 시청자들을 고작 3분 남짓한 시간 만에 만족시켰다는 것. 콘서트로 따지면 한 곡으로 콘서트를 찾은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킨 것과 같았다. ‘어? 이게 아닌데?’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외의 사태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다스의 예상대로라면 여기서 BJ대마도사 꺼져라, 럭키를 보여달라! 골드를 보여달라, 잭팟을 보여달라! 그러한 말이 나왔어야 했으니까. ‘하, 한 번 더 찔러볼까?’ 그 사실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려고 고민할 무렵, 후원이 들어왔다. [BJ대마도사최고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멋진방송감사합니다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 호팬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충분히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방송이었다! 우리는 정말 만족했다! 그러한 의지가 물씬 담긴 그 후원금 러시 앞에서 미다스는 감히 좀 더 방송 해볼까요? 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젠장.’ 결국 미다스가 수순을 밟았다. “예, 알겠습니다. 만족하셨으니, 이제 물러나겠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종료하는구나.’ 미다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방송 종료를 선언하려는 순간, 그의 발목을 잡는 이가 나타났다. [아즈모 님이 10,01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방송 끝난 거야? 그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아즈모, 그가 등장했다. 8. 라이브 방송이라면 1분이라도 더 하는 게 이익이다! - 불뱀 레이드가 벌써 끝이라니? - 와, 진짜 어떻게든 라이브 시간 늘리려고 발악하는 방송은 봤어도 이렇게 그냥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라이브는 처음이네.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그토록 짧다는 사실에 모든 시청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끝냈다.’ ‘맙소사.’ 심지어 사전에 이 계획을 통보 받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조차 바닥에 쓰러진 불뱀을 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박영준은 예외였다. ‘BJ대마도사에게 방송 수입 같은 건 의미가 없지.’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에게 라이브 방송을 10분 더 한다고 해서 버는 수입은 의미가 없었다. 거대한 욕조에 물 한 컵 던지는 정도.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가 굳이 무리해서 멋진 장면을 억지로 연출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면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말. ‘그런데도 이런 짓을 한 건 광고주에 대한 어필이겠지.’ 그 노림수는 다름 아닌 광고주들! 짧은 방송을 원하는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이번 BJ대마도사의 행보는 매우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즉, 이번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당장의 수입은 줄어들지언정 BJ대마도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베팅이 높아질 터. ‘내게 힘을 실어주는 거야.’ 그럼 자연스레 광고주와 이야기를 직접 나누게 될 박영준의 파워 역시 커질 터였다. ‘하물며 선더볼트라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더볼트의 등장이었다. 이제까지 선더볼트는 박영준이 BJ대마도사의 몸값을 높이는데 써먹은 소재였다. 그 증거로 이번에 얻은 보상은 단순히 가치로 보면 선더볼트 이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걸림돌이기도 했다. 너무 가격이 높으면 협상 자체도 꺼려지는 법이니까. 여기에 그동안 선더볼트를 요구하다가 태도를 바꾸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데 BJ대마도사는 선더볼트를 보여줌으로써 이것을 거래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했다. ‘새롭게 딜을 할 수 있게 됐다.’ 즉, 판을 갈고, 새판을 짤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새로운 호구도 앉힐 수 있고.’ 당연히 그런 새판에는 새로운 판돈을 가진 이들이 앉게 될 터. ‘그래도 설마 선더볼트를 구해올 줄이야.’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선더볼트를 꺼낼 줄은 박영준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진짜 대단해. 대체 정체가 뭘까?’ 자신이 손을 잡은 이의 배경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미소를. 그러한 미소 사이로 부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즈모가 등장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미소를 지웠다. ‘진짜 거래 시작이군.’ 9. 아즈모가 등장하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시청자들이었다. - 아즈모다! - 젠장, 이러면 나갈 수가 없잖아! 어떤 의미에서 이번 방송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즈모 아닌가? 그러한 아즈모의 등장 앞에서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아즈모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아즈모에 대해 감사하는 기도를 한 후에 천천히, 느릿하게 말을 뱉었다. “아, 방송 끝내려고 했는데, 좀 더 해야겠네요. 어쩔 수 없지만.” 반문은 없었다. 아니, 몇몇은 반문을 하려고 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에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들이 있는 법. [아즈모 님이 10,01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래서 다음 아이템은 뭐가 좋겠어?] 그러나 이어진 아즈모의 말에 그 청개구리들조차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을 준다니? - 뭐지? 새로운 아이템? - 또 선물해주는 건가? - 둘 사이에 또 뭐가 있는 건가? 온갖 의혹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 물론 미다스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대로 후원해주려는 모양이네. 그래, 아즈모라면 이 정도 배포는 보여줘야지.’ 그저 아즈모가 이번에 자신을 상대로 자신의 배포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생각할 뿐. 기쁜 일이었고,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아즈모의 창고에서 무언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이거 너무 고민되고 설레네요." 그리고 당장 즉답을 내릴 이유도 없었다. ‘시간 좀 더 끌자.’ 미다스는 이 기회를 이용해 조금 더 방송 시간을 늘리고자 했다. “아, 고민되네요. 시청자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어진 미다스의 질문에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즈모가 가진 아이템 중에는 희귀한 아이템들, 가치가 넘치는 아이템들이 넘쳤으니까. 그러한 관심 속에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뭘 받아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준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비싼 걸 요구하면 오히려 받을 것도 못 받아.’ 그렇다고 무작정 가장 비싼 것을 멋대로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 선물을 주려고 뭘 가지고 싶어요? 라고 질문한 사람에게 페라리 같은 슈퍼카를 받고 싶어요! 라고 하면 주고 싶던 마음도 사라지는 법 아닌가? 그런 만큼 주는 입장에서 주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조건이 필요한 셈. ‘일단 내가 착용할 수 있는 것들.’ 기본 조건은 미다스가 지금 당장 착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는 것. ‘130레벨 이하.’ 당연히 아이템 레벨은 130레벨 이하여야 했다. ‘여기에 무기랑 장갑, 투구, 목걸이, 반지, 상의, 부츠는 제외.’ 동시에 지금 착용하고 있는 핵심 아이템 파츠 역시 제외. ‘남은 건 망토나 로브 계열 혹은 바지 정도인가? 그중에 아즈모가 가진 것이 뭐가 있었더라?’ 그런 식으로 좁힌 선택지를 놓고 미다스가 고민을 시작했다. ‘아, 그거.’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아이템 하나가 번뜩였다. '엘프의 로브.’ 그 아이템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엘프의 로브가 얼마나 귀한 아이템인데, 선물로는 못 주지. 아무렴.’ 제아무리 아즈모라고 해도 그 정도 되는 아이템을 그냥 내킨다고 주진 않을 터. 무엇보다 그걸 요구하는 것은 과한 요구였다. 뭔가를 주려고 하던 아즈모의 심기를 오히려 건드릴 만한 요구. ‘괜히 무리하게 베팅해서 못 받는 것보단 확실하게 받는 게 중요하지. 아무렴.’ 그렇게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순간 미다스가 제 머리 위에 올라온 잭팟을 향해 말했다. “잭팟, 네가 한 번 골라볼래? 응?” 그 순간이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천둥소리와 같은 괴성을 토해냈다. - 지금 BJ잭팟이 BJ대마도사한테 뭐라고 소리친 거임? ㄴ 내가 새 좀 키워봤는데, 저거 이런 의미임. ㄴ 무슨 의미? ㄴ 좆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빌어먹을, 설마?’ 잭팟, 위협을 탐지하고 경고하는 천둥새. 그러한 잭팟이 지금 경고음을 내뱉었다는 건 아직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퀘스트 완료 알림은 안 떴어!’ 그제야 미다스는 무수히 많은 알림 속에 퀘스트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은 듣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사고 터지면 좆된다.’ 그리고 만약 이대로 무언가가 등장할 경우, 만약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게임오버라도 당하는 것이 라이브로 중계된다면 최악의 결말이 되리란 것도 깨달았다. ‘아이템은 버리자. 젠장, 지금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우선이야.’ 그것을 파악하는 순간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네요. 워낙 좋은 아이템이 많아서요. 그래도 뭐 가지고 싶은 걸 말하라면 엘프의 로브이겠죠. 엘프의 부츠랑 한 쌍이잖아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로브나 망토 계열이 아니면 다른 아이템이랑 겹처서 착용할 수도 없습니다. 받는 순간 그냥 해체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럴 순 없잖아요?” ‘젠장, 선물 날아갔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그럼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라이브를 종료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외침을 끝으로 미다스가 라이브를 종료했다. ‘아!’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마주하고 있던 불뱀의 사체가 검은 연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엄습합니다.] 그 후에 불뱀의 사체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미다스의 가슴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하는 순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윽고 뜬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씨발 내 라이브……" 145화. < 46화. 업그레이드 (1). > 1. [???의 알] -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이다.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없는 신의 힘’이 필요 !현재 부화도 : 14퍼센트 예전보다 훨씬 부화도 높아진 용의 알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이 긴박한 상황에 놀란 나머지 라이브를 시급하게 종료했다는 것에 대한 한숨이었다. ‘괜히 쫄아서 아즈모에게 템 하나 얻을 기회를 날렸구나.’ 그리고 그로 인해 아즈모로부터 값비싼 선물을 받을 기회를 날린 것에 대한 한숨이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뱉으며 미다스가 조금 전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회상했다. “어휴!” ‘미치겠다, 거기서 괜히 엘프의 로브를 말했어.’ 그러한 회상이 엘프의 로브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다시 한 번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미다스가 그곳에서 언급한 엘프의 로브는 엘프의 부츠만큼 가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일단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붙은 기본 옵션부터가 남달랐다. ‘블링크가 붙은 로브를 선물로 줄 리가 없잖아?’ 그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건 그 블링크 마법이었다. 블링크 마법의 가치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근거리이지만 순간 이동이 된다는 사실이 가지는 메리트는 조금만 생각해도 모두가 알 수 있을 테니까. 엘프의 로브를 착용하면 그런 블링크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물며 그건 아즈모가 직접 제 손으로 얻은 몇 안 되는 레전더리 아이템인데.’ 무엇보다 엘프의 로브 같은 경우는 아즈모가 퀘스트 진행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었다. 대부분의 아이템을 현금, 그것도 일시불로 화끈하게 구매하던 아즈모가 제 손으로 얻은 아이템이라는 것. 아즈모 입장에서는 남다른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그걸 그냥 달라고 한다? 솔직히 미다스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했다면 그런 이야기는 안 했을 것이다. ‘왜 그때 그것만 생각났을까?’ 그 긴박한 순간에서 떠오른 게 그것뿐이라는 것. “아, 젠장!” 그렇게 쓴소리를 내뱉은 미다스가 어떤 의미에서 이 상황의 원인 중 하나인 잭팟을 바라봤다. 근처에 있는 럭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잭팟이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를 냈다. 꾸우? 나 때릴 거야? 그러한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에 미다스는 피식, 웃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잭팟을 탓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단서를 숨긴 셈이지.’ 긍정적으로 보면 거기서 급하게 라이브를 종료한 덕분에 퀘스트 정보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 선물은 선물일 뿐이지.’ 무엇보다 선물은 어디까지나 주는 사람 마음, 그러한 선물에 일일이 집착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중요한 건 메인 디시지.’ 그 실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폭발하고 잔해만 남은 불뱀의 시체가 보였다. 그 시체를 향해 이제는 미다스가 여유를 가진 채 발걸음을 내디뎠고, 시체 앞에 섰을 때 소리쳤다. “아이템 루팅.”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알림이 들렸다. [아이템 루팅을 합니다.] [불뱀의 결정을 습득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아이템창을 열어 습득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불뱀의 결정] - 등급 : 레전더리 - 불뱀의 몸에서 나온 결정이다. 불뱀이 가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렇게 얻은 아이템은 기존에 보스 몬스터에게서 얻었던 아이템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대개 보스 몬스터로부터 얻는 아이템은 그 보스 몬스터의 이름 뒤에 보물이 붙고는 했다. 그 보물 상자를 개봉하면, 완제품이 나오는 식. 그러나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는 탓이었다. ‘이번에도 분명 무기다.’ 이제까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그 무대를 떠날 때마다 무기를 바꿀 기회를 주었다. 하물며 불뱀은 이미 레전더리 무기 아이템과 관련되어서 유명세를 떨치는 몬스터! ‘이걸 아사라에게 가져다주면 무기로 만들어주겠지. 중간에 즈가가 또 개입할 테고.’ 결정적으로 다음 퀘스트에 즈가가 거론된 만큼 무기가 나오리란 건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네.’ 새로운 무기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는 건 당연지사. ‘부디 이것보다는 좋기를……' 한편으로는 지금 가진 툰가의 검은 지팡이보다 옵션이 좋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생겼다. 새로 얻을 무기가 지금 미다스가 가진 무기보다 분명 공격력 자체는 매우 높을 터였다. 허나, 지금 미다스가 가진 툰가의 지팡이에는 사안 마법과 플러스 원 옵션이 있는 상황. ‘여차하면 메인 딜링할 때는 스위칭해야지.’ 물론 염력 스킬을 이용해 아이템 스위칭을 한다면 두 가지를 이점을 고를 순 있었다. ‘없는 것보단 있는데 고민하는 게 낫고,’ 결정적으로 얻은 후에 고민하는 게 정답이었다. 무엇이든 간에 남는 장사일 테니까. “자, 그럼 이제 보상 받으러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의 말에 세 마리 동물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왕! 꾸우! “예, 주인님!” 2. 지하 미로 밖으로 나오는 순간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다름 아니라 NPC아사라였다. “살아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예." “지하 미로 안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런 NPC아사라의 질문에 미다스는 지하 미로에서 경험한 바들을 말해주었다. 다른 곳과 달리 변질된 몬스터들의 존재부터 불뱀을 사냥한 후에 일어난 일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NPC아사라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지하 미로에 있는 모든 것이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변질이 되었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우리의 눈을 피해 지하 미로에 들어갔다는 의미이겠군요.” 그 말을 남긴 NPC아사라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그럴 만했다. ‘결국 경비가 뚫렸거나 혹은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거니까.’ 지하 미로는 우드 빌리지의 지하에 존재하는 공간. 그러한 공간이 위협 받는다는 것은 우드 빌리지의 존폐를 위협 받는 것과 같았다. 중요한 일인 만큼 보다 많은 그리고 확실한 단서도 필요한 법. “혹시 물증 같은 것이 있습니까?” NPC아사라의 그 질문에 미다스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그렇게 가야지.’ 미다스가 곧바로 망설임 없이 인벤토리 안에서 불뱀의 결정을 꺼낸 후에 NPC아사라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제 무기를 만들어달라고.’ 그렇게 소망을 품은 미다스 앞에서 NPC아사라가 불뱀의 결정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표정이 굳어갔다. “이건……" 이어서 나온 말에 미다스가 기대감을 품은 채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 아주 강력한 힘이 깃든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지!’ 그러한 기대감을 향해 NPC아사라가 말했다. “저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군요.” "응?" 그 순간 미다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체를 알 수 없다고요?” “예, 제가…… 우드 빌리지의 누군가 어찌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듯합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 그 느낌 속에서 미다스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무기 재료로 쓰이면 딱 좋을 거 같은데요?” “불뱀의 신체 일부를 이용해 도구를 만든 적은 있으나, 이러한 것으로 도구를 만든 적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불뱀의 결정 안에는...... 제가 알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어진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런 그에게 NPC아사라가 말했다. “이것과 비슷한 힘을 다룰 줄 아시는 분이 없는 이상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제야 미다스는 떠올렸다. ‘아, 그래서 즈가가 필요한 거구나.’ 즈가가 이름 없는 신의 힘을 담은 저주를 품은 목걸이를 만들던 때의 광경을. 그 예상대로였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뜬 퀘스트창이 보다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즈가의 도움]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2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즈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업그레이드’ 진행 가능 ‘역시나.’ 그 내용을 본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응?’ 그러나 이내 미다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퀘스트창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다음 퀘스트가 업그레이드?’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사고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가만,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무기를 업그레이드 해주겠다는 건가?’ 그 순간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에 잡힌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지, 진짜?’ 예상치도 못한 호재. ‘맙소사, 진짜 이걸 업그레이드해준다고?’ 그 호재 앞에서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NPC아사라가 말을 건넸다. “우드 빌리지의 평화를 위해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NPC아사라가 손에 든 것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마스터 스킬북] 이번 퀘스트의 보상을 본 미다스는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NPC아사라로부터 받은 마스터 스킬북을 어느 때보다 긴장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이거 너무 일이 술술 풀리는데?’ 호사다마. 운이 너무 좋으면 도리어 불안해지는 법. 지금 미다스가 느끼는 감정이 그러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어진 NPC아사라의 말에 미다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를 따라 지하 미로 입구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빛기둥 하나가 미다스를 반겼다. 즈가가 있는 곳을 보여주는 그 빛기둥 앞에서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근심걱정 가능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했다. ‘이거 조만간 뭔가 엿 한 번 크게 먹을 거 같다.’ 3. BJ대마도사 갑작스러운 라이브 방송 종료. 그 상황에 가장 긴급해진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라이브 방송의 뒤처리를 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었으니까. “영상 파일 편집팀에 넘겨!” “피드백 준비해!” “시청자 통계 빨리 정리해!” “야근해야 하니까 치킨 미리 주문해둬!” 그러한 분주함 속에서 박영준은 조용했다. 툭툭,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릴 뿐이었다. 물론 그의 머릿속은 그 누구의 머릿속보다 분주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엘프의 로브를 요구했다.’ 계산의 시작은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게 요구한 아이템이 엘프의 로브라는 것. ‘엘프의 로브는 이름 모를 대마도사 갑옷보다 희귀하진 않지만……' 엘프의 로브 자체의 값어치는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보다 좋지 못했다. 좀 더 들어가면 기존에 BJ대마도사가 받은 엘프의 부츠보다도 가치 자체는 떨어졌다. 블링크 마법은 매우 매력적인 마법이지만, 그 마법 자체는 180레벨에 습득 가능한 레전더리 등급 마법이었으며, 스킬 카드 매물 역시 없진 않았으니까. ‘아즈모에게는 특별한 물건이다.’ 하지만 아즈모에게는 분명 남달랐다. 그러한 것을 콕 집어서 요구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그런 물건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요구했다는 건 신호지. 아즈모와는 금전적인 관계가 아닌 좀 더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고 싶다.’ 가치보다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겠다!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준 것이지.’ BJ대마도사의 목적이 정말 순수하게 아즈모와 긴밀한 관계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와 긴밀해지고 싶다는 의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는 것을. 쉽게 말하면 질투 유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영준이 해야 할 건 간단했다. ‘블루불과 함께 레이스를 해줄 경쟁자가 필요하겠어.’ 언제나 그렇듯 하나를 두고 최소 둘이 경쟁해야 몸값이 오르는 법. 시기도 좋았다. “이야, 블루불 주가 장난 아니네. 라이브 끝나고 광고 나오는 순간 3퍼센트가 오르네.” “기사가 쏟아지네, 쏟아져.” “BJ대마도사에게 트라이던트를 준 게 블루불이란 기사 나왔네? 이거 우리 쪽에서 나온 거야?” “아닐 걸, 블루불에서 낸 보도자료일걸?” 이번 일로 말미암아 블루불은 큰 이익을 봤다.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와 블루불의 거래는 끝난 셈이었다. ‘물건만 받으면 새 판이다.’ 약속한 물건을 받는 순간 BJ대마도사는 다른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된 셈이었다. “아즈모가 아이템을 보냈습니다! 엘프의 로브입니다!” 그리고 지금 부하 직원이 BJ대마도사가 자유의 몸이 됐음을 알려주었고, 그것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곧바로 스마트폰 들고, 전화번호부에 들어가 단어 하나를 검색했다. ‘경쟁 유발에는 옛 연인만한 게 없지.’ 감마 제약이란 단어를. 146화. < 46화. 업그레이드 (2). > 4. BJ대마도사의 불뱀 레이드 라이브. 여러 부분에서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그 라이브 방송의 후폭풍 역시 사람들이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 이번에 BJ대마도사 라이브 봤어? ㄴ 대박! ㄴ 역대급 하나 나온 듯! 예상한 것 이상으로 컸다. - 라이브 방송인데 하이라이트만 하고 끝냈다면서? ㄴ 난 솔직히 1시간 이상 라이브 할 줄 알았는데 할 거만 하고 딱 끝내더라. 일단 방송 시간 자체가 짧았다. - 불뱀 잡고, 애드원 스킬 보여주고, 잭팟 보여주고. ㄴ 그 정도로 짧은데 만족스러운 라이브도 보기 힘들 듯. 그러면서도 내용은 어느 스타 플레이어의 라이브 방송보다 알찼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마치 시간을 공짜로 얻은 기분이 드는 셈. - 그보다 잭팟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거 같지 않아? ㄴ 럭키랑 조합이 끝내줬지. ㄴ 맞아, 럭키가 도약하는 순간 날아서 이동하는 거 장난 아니더라. ㄴ 대세는 럭키&잭팟임! 한편으로는 라이브 방송이 짦은 탓에 방송 도중에 시청자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런 만큼 시청자들은 커뮤니티에서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언급이 잦아졌다. - 그보다 트라이던트 5발 쏘는 건 충격이었어. - 아이템 효과로 기본 2발에, 애드원 스킬로 3발. 이 와중에 리플레이로 스킬 트라이던트 초기화. - 리볼버 적용 상태였고. - 마지막은 선더볼트였지. - 여기에 인페르노도 있잖아? - 그거 콤보만 돌려도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피통 20퍼센트는 그냥 날릴 듯?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판에서 나눌 이야깃거리 역시 충분했다. - 그보다 아즈모가 선물 준다고 했는데 BJ대마도사가 엘프의 로브 달라고 했잖아? - 진짜 스케일이 다르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 그런 이유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가 지난 후에도 사람들 입에서 거론되었다. “형, 어제 BJ대마도사 라이브 못 보셨죠? 아, 진짜 어제 라이브 끝장났는데. 어제 그 이야기만 3시간 내내 떠들었다니까요! 그때 형이 보셨어야 했는데! 아, 형은 진짜 재수가 없네요.” 캡슐방에 출근하자마자 이혁주가 인사 대신 그 라이브 이야기부터 꺼낼 정도였다.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것도 짜증난다는 듯 휙휙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이혁주를 스쳐 지나가던 정현우가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말을 꺼냈다. “블루불 음료가 꽉 찼네?” “어제 방송 때문인지 다들 하나씩 샀어요. 그리고 블루불 애들이 할인으로 싸게 풀더라고요.” “그래?” “그리고 형 말처럼 저거 효과 괜찮은 거 같아요.” “말했잖아, 감마 같이 비싸기만 한 거랑은 다르게 가성비가 있다고, 가성비가.” 그 대답에 정현우가 속으로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나름 내가 광고한 효과가 없진 않은 모양이네.’ 이 모든 게 오롯이 BJ대마도사 덕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터. 정현우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 이렇게 펑펑 퍼주는데 파트너 관계는 오래오래 가야지.’ 물론 그 사실에 취하진 않았다. ‘그러려면 결국 전력을 올려야 해.’ 오히려 정현우는 자신이 마주할 것을 제대로 봤다. ‘이제 다음 무대로 넘어가면, 난이도는 더 올라가니까.’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면 이제 우드 빌리지를 졸업하고, 그다음 스테이지에 이르게 될 터. ‘파티 플레이, 그것도 이제는 30인 파티도 맺는 경우가 나오니까.’ 그렇게 마주하는 다음 스테이지는 더 많은 숫자의 몬스터 무리와의 전투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이 이상의 화력은 물론 전술이 필요한 곳. ‘그곳에서도 솔로 플레이를 고집하려면, 결국 아즈모 스타일로 가는 수밖에 없어.’ 긴장을 풀 여유는 없었다. ‘모아둔 돈은 꽤 돼. 필요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아낄 여유도 없었다. ‘이제는 투자한 만큼 뽑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낄 이유도 없었다. “됐고, 나 들어간다.” “예." “그보다 블루불 음료 말이야.” “아, 하나 드려요?” “어, 혹시 프로모션으로 공짜로 준 건 없냐?” “예?” “아니야, 없으면 됐어. 세팅이나 해줘.” 그렇게 정현우가 캡슐로 향했다. 5. 우드 빌리지에 정체 모를 주점. “오!” 미다스가 NPC즈가를 마주한 곳은 바로 그 주점 안이었다. “자네로군!” 그 주점 안에서 미다스를 발견한 NPC즈가가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질문을 던졌다. “대체 어떻게 날 찾아왔나?” 그 질문에 미다스는 짧게 대답했다. “이곳에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그냥 보이니까 온 거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에게 굳이 정보를 얻기 위해 이리저리 뛸 이유는 없었다. ‘생각해보니 다른 애들은 이것도 죽을 맛이겠네.’ 달리 말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NPC들과 대화를 거듭하며 즈가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 우드 빌리지의 크기를 생각하면 아득한 일이었다. ‘아주 좋아. 게임이 좀 난이도가 있어야지. 아무렴.’ 미다스 입장에서는 반겨야 하는 일. “그래서 무슨 일인가?” “다름 아니라 이곳에서 이름 없는 신의 힘을 발견했습니다. 황금 평야에서의 때와 비슷했습니다. 누군가 우드 빌리지의 지하 미로에 이름 없는 신의 힘을 빌려 몬스터를 감염시켰습니다.” 그 간략한 상황 설명에 NPC즈가가 웃음기를 지웠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불뱀의 결정을 꺼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이것을 얻었습니다.” “이건…… 불뱀의 결정인가? 허허, 내가 아는 불뱀이라면 이런 결정 따위는 없을 텐데?” 이내 NPC즈가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것은 이름 없는 신의 힘을 이겨내기 위한 불뱀의 힘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이름 없는 신의 힘은 아주 강력하네. 동시에 이질적이지. 신을 모시는 이들이 그 힘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 존재가 흔들릴 정도.” 그 설명에 미다스가 수호자 나타르사가 떠올리며 무겁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힘이 몸에 들어온다면 어떤 식으로든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 그러한 불협화음에 이겨내기 위해서는 힘을 모으는 수밖에. 이 결정은 그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네.” 그 설명에 미다스가 재차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NPC즈가가 유심히 불뱀의 결정을 지켜보며 말했다. "운이 좋군.” "예?” "자네는 운이 좋았네. 만약 이것마저 이름 없는 신의 힘에 의해 녹아버렸다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었을 테니.” 이어서 NPC즈가가 말했다. "이 결정, 내게 주지 않겠나?” 그 물음에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동안 즈가 님께 입은 은혜가 적지 않은데,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순수한 호의를 드러냈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그래, 가져가서 좋은 템을 만들어 달라고.’ 그러한 미다스의 속내를 알 리 없는 NPC즈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네. 다름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면 자네 무기에 특별한 힘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네.” “특별한 힘이요?” 그 물음에 미다스가 모른 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응했다. “그래, 특별한 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그전에 필요한 게 몇 가지 있네. 그것을 구해주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예, 얼마든지요 그래서 뭘 구해드리면 됩니까?” “자네가 구해줄 것은……." 6. 우드 빌리지에 위치한 대장간. “오, 구해왔나?” 그곳에서 다시금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NPC즈가를 향해 미다스는 대답했다. “아, 예. 구해왔습니다.” 말을 뱉는 미다스의 목소리는 저번 때와 달랐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퀘스트 진행을 위해 미다스는 우드 빌리지 주변을 순회해야 했으니까. 그것도 그냥 순회가 아니었다. [업그레이드]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내용 : 슬라임 300마리, 트롤 200마리, 웨어 울프 100마리를 사냥하고, 그 결정들을 모아와라! - 퀘스트 보상 : 무기 강화. !퀘스트 완료 시 ‘아사라의 비밀 거래’ 퀘스트 진행 가능 도합 6백 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사냥하여 결정을 얻는 것! ‘여하튼 쓰레기 게임답게 퀘스트 난이도가 아주 지랄 맞네, 지랄 맞아. 이런 노가다는 왜 시키는 거야?’ 그 퀘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치렀던 전투를 떠올린 미다스가 짧게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각오를 다졌다. ‘업그레이드했는데 별거 아니기만 해봐. 내가 아주 알파 컴퍼니 본사 찾아가서 테이블 뒤집어엎는다.’ 물론 되지도 않을 각오였다. “용케 전부 구해왔군.” 그러한 미다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NPC즈가는 미다스로부터 퀘스트 재료를 받았다. 그 후에 대장간 한 곳에 이미 끓고 있는 화로 안에 받은 것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파르르! 그러자 화로 속 불길의 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자네 무기를 주게!” 그것을 본 NPC즈가가 소리를 내질렀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손에 든 무기를 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동안 그가 나름 해왔던 게임들이 떠올랐다. ‘가만, 이거 강화잖아?’ 그리고 그 게임 속에서 강화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떠올랐다. ‘실패하는 거 아니야?’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가 흠칫 놀라며 NPC즈가에게 건네주려던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뒤로 뺐다. “어이쿠!” 그 때문에 NPC즈가가 미다스가 건네준 지팡일 놓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손이 미끄러졌네.” 이어진 말에 미다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는 사이,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쥔 NPC즈가가 화로 앞에 섰다. 그런 그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저기 갑자기 무기가 파괴되거나,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그 질문에 NPC즈가가 손에 든 지팡이를 화로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걱정 말게. 그럴 확률은 높지 않으니.” “높지 않아? 그럼 있다는 겁니까?” “이 세상에 완전한 건 없는 법이지.” 씨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그러한 말을 저도 모르게 미다스가 내뱉으려는 순간, 퍼엉! 화로 안에서 짤막하지만 강력한 굉음이 터졌다. ‘터졌어? 설마?’ 그 불길한 소리에 미다스가 뱉으려던 말을 삼키며 화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헉.......”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린 자신의 무기를. 7. 워즈튜브에서 스타 플레이어의 가치 중 하나는 낙수효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를 보기 위해 채널을 구독한 이들 중 일부는 자연스레 다른 플레이어의 영상을 보게 됐으니까. “저번에 올라간 신인 영상들, 편집 다시해야 할 것 같다고 편집팀에서 연락 왔어! 영상 잠깐 내려!” “엘리스 라이브 1시간 전! 스탠바이 해!” “잠깐! 잠깐! 엘리스 쪽에서 시간 좀 달라는데?”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이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분주함 속에서 박영준은 고요했다. 자기 자리에 앉은 채 두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는 숨소리마저 내뱉지 않고 있었다. 쉬이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 “저기......." 그런 그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용기를 내며 다가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에게 엘프의 로브 언제 보낼까요?” 그 물음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하던 대로 툭툭,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릴 뿐.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내뱉은 말을 삼키고 등을 돌렸다. ‘대체 뭘 고민하시기에…….' 지금 저 모습이 박영준이 고민할 때 특유의 버릇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심각하게 고민하는 박영준의 모습은 부하 직원이 입사한 이후 단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부하 직원이 등을 돌리는 사이 박영준은 여전히 툭툭 머리를 두드렸다. 그 리듬에 맞춰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감마 제약.’ 정확히 30분 전, 박영준은 감마 제약에 연락을 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블루불과의 거래가 끝났고, 광고 자리가 비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BJ대마도사란 광고판 비었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는 제안이었다. 그러한 제안에 감마 제약은 관심을 보였다. 문제는 그 제안 내용. ‘자기들 의뢰를 받아주면, 원하는 게 무엇이든 구해주겠다.’ 보수는 너희들이 정해라! 감마 제약, 그들이 BJ대마도사에게 백지수표를 제시했다. ‘……꿍꿍이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이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제안일 가능성은 없었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그런 제안을 하면서 의뢰 내용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미끼를 물면, 그때 알려주겠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짐작되는바. 물론 박영준은 이러한 상황 자체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승부수다.’ 그렇기에 이 제안이 감마 제약, 정확히는 그 배후에 있는 이가 던진 승부수임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승부수를 쓸 줄은 몰랐지만…….'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판돈이 오링 날 때까지 버티기보다는 차라리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 때 던지는 게 낫지. 저쪽도 보통은 아니야.’ 상대방이 승부수를 던진 이상 그것을 마주한 박영준도 맞수를 준비해야 할 때. ‘핵심은 저쪽에서 제시할 의뢰의 난이도다.’ 그중에서도 박영준이 파악해야 하는 건 감마 제약이 내걸 조건의 난이도였다.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어야 해. BJ대마도사의 전력을 기준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 “저기, 사장님.” 그런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다시 다가왔고 그 모습에 박영준은 툭툭 제 머리를 두드렸다. 고민 중이니 나중에 말해라. “저기, 사장님 글쎄……." 그러나 부하 직원은 물러나는 대신 재차 말을 걸었고, 그 사실에 박영준이 머리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부하 직원을 지그시 바라봤다. 오늘 회식하게 법인 카드 좀 주세요, 같은 말을 하면 야근을 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이메일?” “전력에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변화?” “예, 급격한 변화라고 합니다." 147화. < 46화. 업그레이드 (3). > 8. 게임이란 것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한 번 이상은 그런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런 옵션 좀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에 좀 더 전투에 도움이 될 옵션이 붙기를.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그레이드, 그 퀘스트를 받았을 때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과연 어떤 옵션이 붙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막연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불뱀의 눈 지팡이에 달린 옵션과 비슷한 게 나올 거야.’ 불뱀의 결정을 이용해 만드는 아이템 아닌가? 그렇다면 필시 불뱀 시리즈 중 마법사 전용 아이템인 불뱀의 눈알 지팡이와 관련된 옵션이 나올 터. ‘불뱀의 눈 지팡이 옵션이…… 상태 이상 데미지 증가였지.’ 그러한 베이스가 되는 불뱀의 눈 지팡이 옵션은 상태 이상 데미지 증가였고, 당연히 업그레이된 템에도 상태 이상과 관련된 옵션이 붙으리라 예상을 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툰가의 불타오르는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26레벨 이상 - 불뱀의 힘이 깃든 툰가의 지팡이다. 불뱀의 힘이 모든 마법의 성질을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 공격력 : 171 -지력 +155 - 마력 +109 - 모든 마법 공격력 19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맙소사.’ 단지 그 정도가 미다스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날 뿐. 말 그대로였다. ‘이거 말도 안 된다.’ 일단 붙은 기본 옵션부터가 남달랐다. 개중에서도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옵션이 가지는 메리트는 매우 컸다. 상태 이상 효과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태 이상 데미지는 물론 지속 시간도 늘어났다. 그렇기에 이 옵션은 미다스에게는 더더욱 메리트가 높았다. ‘이거 내가 쓰면……' 미다스가 가진 스킬 중 상태 이상을 주는 스킬은 적지 않았으니까. 라이트닝 실드와 라이트닝 볼트를 시작으로 체인 라이트닝에 쇼크 웨이브에 선더볼트! 당장 앞서 언급한 뇌전 계열 스킬들은 모두가 감전에 따른 마비라는 상태 이상 효과를 주었다. 여기에 미다스의 수중에는 빙결 효과도 있는 트라이던트마저 있지 않은가? ‘가만, 그럼 인페르노 효과도 2배야?’ 그 중에서도 화룡점정은 인페르노였다 . 인페르노의 불길에 닿을 경우 걸리는 인페르노의 저주! 대상의 회복력과 마법 방어력을 깎는 그 효과와 지속시간이 2배가 된다? “어우……." 그 사실을 상상하던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탓에 계산이 멈춘 탓이었다. 꾸우!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이 소리를 냈다. 왕!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 크게 짖으며 주인을 일깨웠다. “주인님,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마지막으로 골드의 물음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렇게 정신을 차리는 순간 미다스는 떠올렸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 자신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9. 이메일 송신이 완료되었다는 문구를 확인한 정현우가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손을 치웠다. ‘일단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통보했다.’ 그 후에 정현우가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눈앞에 이번에 새로이 업그레이드된 지팡이의 옵션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내 아이템이지만 끔찍한 수준이네.’ 놀랍다는 수준을 넘어 끔찍하단 표현이 나올 정도. 그게 이유였다. 정현우가 서둘러서 자신의 스펙업 소식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알린 건. ‘어쨌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에 스펙업을 했다는 걸 알렸으니, 그에 맞게 일을 처리하겠지.’ 이제 BJ대마도사와 관련된 모든 기획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담당하고 있었다. ‘제값은 받아야지.’ 그런데 만약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의 업그레이드를 모르고 일을 진행한다면? 손해는 아니겠지만, 제 몸값을 받지 못하는 식의 거래가 될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쉽게 말해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스펙업 소식을 보낸 건, 일단 당분간 거래는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문제는 얼마를 더 받아내느냐, 그거지만.’ 물론 정현우도 몰랐다. 자신이 이번 아이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스펙업을 이루게 되었는지. ‘그러니까 내가 어느 정도인지 빨리 파악해야 해서 보다 확실한 정보를 라이징 스타 채널에 줘야 해.’ 그렇기에 이제부터 정현우는 BJ대마도사의 전력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이제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래.’ 물론 그 사실은 최대한 숨기는 게 유리했다. 굳이 전력이 어느 정도임을 목격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밤숲이 좋겠어.’ 10. BJ대마도사가 만든 열풍이 여전히 남은 가운데, 새로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 소식 들었어? ㄴ 무슨 소식? ㄴ 요즘 밤숲에서 늑대들을 아주 그냥 도살을 한다던? BJ대마도사가 밤숲에서 사냥을 한다! 사실 보통 플레이어라면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130레벨 안팎의 플레이어에게 밤숲은 딱 맞는 사냥터였으니까. 그러나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이룩했던 것은 그러한 사실을 당연치 않게 만들었다. - 레벨업을 한다라, 그게 무슨 의미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럴 리가 없다, 라는 의문은 곧바로 루머라는 동료를 불러왔다. - 역시 BJ대마도사도 당장 다음 사냥터로 가는 건 힘들다, 이건가? ㄴ 하긴, 다음 사냥터는 레드 고블린 부족이니까. ㄴ 최대한 레벨업을 하고 넘어가는 게 낫지. ㄴ 어쩌면 BJ대마도사가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몰라. 그 루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건 바로 BJ대마도사의 파티 플레이였다.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 BJ대마도사가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붉은산에서 독고다이는 힘들지. 우드 빌리지를 졸업하게 되면 마주하게 되는 다음 사냥터는 붉은산. 그 붉은산에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최소 30마리 단위로 무리를 짓고 다니는 고블린 부족이었다. - 혹여 BJ대마도사가 그곳에서 솔로 플레이가 가능해도 효율은 떨어질걸? 여러모로 파티 플레이가 필요한 무대. - 실제로 적지 않은 곳에서 오퍼가 갔다던데? ㄴ 1티어급 길드 아니면 오퍼도 못 낸다더라! ㄴ 나도 몇 곳에서 소문 들어봤는데, BJ대마도사한테 내건 조건들이 엄청나다던데? 당연히 사람들은 BJ대마도사가 충분히 이름값 있는 길드와 파티 플레이를 하리라 예상했다. - 거기서도 오퍼가 왔다던데? 자연스레 그 이름도 거론되었다. - 어비스 길드도 영입 제안도 했데. 어비스 길드. 10대 길드 중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그들마저 BJ대마도사에 짙은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한 소문을 들은 멀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잡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사실이니까.” 그 실소와 함께 멀린이 고개를 들자 엠마가 보였다. “다시 한 번 더 그쪽에 딜을 요청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딜을 한 거야?” 그 질문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수표를 줬어요.” “백지 수표?” “예, 대신 의뢰도 말하지 않았죠.” 이어진 설명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단은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정말 손을 잡는 것부터 막는 게 우선이겠지.” 엠마의 의도를 멀린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쪽에서 역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수도 있잖아?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같은 것 말이야.” 그리고 동시에 엠마의 계획에 있는 문제점도 바로 꼬집었다. “그러니 불가능한 미션을 줘야죠.” 불가능한 미션이란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제부터는 확실히 혼자서 못할 게 많아지긴 하겠지. 당장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혼자 잡으라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아, 그 제안을 하면 되겠군. 레드 고블린 부족장 솔플 레이드를 해라! 그럼 뭐든 주겠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멀린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 비웃음이 말해주었다. 지금 멀린이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하나도 없음을 알고 있음을. 그렇기에 엠마는 그 말에 대답 대신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푸념을 뱉었다. “놈이 누구이든 간에 빨리 놈과 이야기가 끝나서 정리됐으면 좋겠군. 언제까지 이런 일에 신경 쓰는 것도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말이야. 더군다나 요즘 레이드 난이도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밸런스가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고.” “할 일은 해야죠. 그것만으로도 수익은 대단하잖아요?” “그 끝에 걸린 것에 비하면 가당찮은 수준이지.” “그래도 제 역할은 해야죠.” 이어진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도 제 일을 하러 가볼게요.” 멀린은 대답 대신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한 담백한 배웅에 등을 돌린 엠마가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우웅! 그리고 문을 나오는 순간 엠마의 품속에 있는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을 토해냈다. 그 내용을 확인한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어비스 길드 쪽은 이제 믿을 수 없어. 그러니 일단 어비스 길드에서는 BJ대마도사와 손을 잡을 의지를 가진 척하면서.......' 결단을 내린 이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 ‘……BJ대마도사를 제거한다.’ 그 표정을 지은 채 엠마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BJ대마도사, 네놈과 손을 잡을 일은 없을 거다.’ 받는 이는 벤처였다. 11.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언제나 들어도 기꺼운 레벨업 알림. 그러나 밤숲, 그 짙은 어둠 속에서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얼굴은 그 알림에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밤숲 어둠에 동화된 듯 굳어 있었다. 헥헥! “주인님! 이번에도 아주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그러한 주인 곁으로 전투를 마친 럭키와 골드가 먼저 칭찬을 받기 위해 경쟁하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빠른 건 잭팟이었다. 꾸우! 단숨에 미다스의 머리를 차지한 잭팟이 승자의 세레머니를 하듯 길게 울음을 뱉었고 그 사실에 럭키와 골드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르르! “저 못된 새!” 그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 병신.” 갑작스러운 욕지거리에 세 동료들이 미다스를 바라보았고, 그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이 병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손으로 제 머리를 가볍게 쳤다. “이, 멍청이!” 미다스가 자책했다. 그 자책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자신의 새로운 지팡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병신 멍청이!” 그러한 자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나 지을 법한 미소. 그 미소를 지은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의 전투 광경이 떠올랐다. “사안 마법을 까먹다니, 정말 미다스, 넌 바보야!” 사안 마법을 발동하는 순간 굳어버린 광경을. 블랙 울프와 웨어 울프, 그들을 럭키와 골드, 잭팟이 단숨에 쓸어버리는 광경을. 그런 광경 속에서 사안 마법에 걸린 이들이 오랜 시간 반격조차 못한 광경을. ‘설마 이 상태 이상 효과가 사안 마법에도 적용될 줄이야!’ 미다스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이거 장난 아니야.’ 그렇기에 미다스는 계산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사안 마법까지 지속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쓸 수 있는 전술의 폭은…….' 사안 마법은 미다스가 준 데미지에 따라 충전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사안 마법을 통한 석화 시간이 길어진다? 그건 곧 미다스가 데미지 딜링을 할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 ‘……상상이 안되네.’ 그를 통해 미다스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미다스조차 쉬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레드 고블린 사냥할 때 괜찮은 탱커만 구해도 충분히 가능하겠어.’ 물론 미다스는 이 정도 전력으로도 다음 사냥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는 것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못할 건 없지만.......' 사실 하라면 할 수 있었다. ‘리스크가 너무 커.’ 문제는 상황이 꼬였을 경우,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는 매우 컸다. ‘생존 스킬이 없으니까.’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생존 기술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없는데 리스크를 굳이 억지로 감수할 필요는 없는 법. ‘괜찮은 길드랑 콜라보 해서 고블린 부족장 잡으면 되겠지. 화려한 연출은 얼마든지 가능해.’ 더 나아가 미다스는 이제 나름 각오했다. ‘언제까지 솔로 플레이는 못하지. 아무렴. 네크로맨서 같은 직업이 있어서 해골 군단을 소환하고 다닌다면 모를까,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 아닌데.’ 이제는 슬슬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그 각오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이제까지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이제 대충 정리하고 나가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업그레이드 수준을 제대로 알려줄.......' "응?" 그제야 미다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럭키와 골드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를. 업그레이드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를. 148화. < 47화. 토벌대 (1). > 1. ![임무 완수] !퀘스트와 관련된 몬스터 4,444마리 사냥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럭키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 그 아래에 있는 숨겨진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시선을 돌려, 골드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우두머리 사냥] !무리를 지휘하는 우두머리 몬스터 99마리 사냥 시 충성도 4급으로 상승 !충성도 4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4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4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그렇게 골드의 물음표와 그 정보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머리를 가볍게 긁적였다.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이 상황을 반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스펙업의 기회다.’ 반기지 않기는커녕 미다스는 이 사실 자체에는 기뻐했다. 지금 이 둘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는 미다스에게 부족한 2퍼센트를 채워줄지도 모르는 요소였으니까. 그게 고민을 하는 이유였다. ‘나오는 스킬에 따라서…… 어쩌면 다음 사냥터에서도 솔플이 가능할지 몰라.’ 이제 미다스가 자신의 사냥터로 삼게 될 붉은산, 그곳에서 솔로 플레이의 가능 여부는 매우 중요했다. 그 여부에 따라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주들과 협상 가능한 보수의 앞 숫자가 달라질 터였다. ‘안 될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뿐이지, 아직 그게 확실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건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일단 퀘스트를 마치고, 럭키와 골드의 새로운 스킬을 확인하면 될 문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뭐라고 하지?’ 미다스가 고민하는 건 이 상황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어떻게 설명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현재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스펙업이 됐으니 광고주와의 협상을 잠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 상태였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한 번 더 스펙업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상황. ‘어쩔 수 없지. 상황이 변했으니, 좀 더 기다려달라고 할 수밖에.’ 이윽고 고민 끝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낼 답변을 정한 미다스가 고민을 풀었다. 이제는 더 단호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지은 채 럭키와 골드, 그 둘 앞에 절을 했다. “럭키님 그리고 골드님, 부디 저를 구원하시옵소서.” 미다스, 그가 그 때보다 엄격, 근엄, 진지하게 절을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메인 시나리오 깨러 가자.” 2. 아사라의 탑. 미다스가 이제는 새로운 무기를 쥔 채 방문한 그곳의 분위기는 처음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달랐다. 묵직한 분위기. 미다스가 그 분위기 명확한 정체를 파악한 것은 나무줄기를 잡고 위로 올라가 NPC아사라를 마주한 다음이었다. “수호자님을 뵙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만반의 무장, 무엇보다 화살이 가득 찬 화살집을 등에 짊어진 NPC아사라의 모습이 말해주었다. ‘전쟁을 준비하는구나.’ 이 묵직한 분위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전운이란 것이라고. “수호자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느낌에 NPC아사라가 보다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수호자님이 말해주신 바를 토대로 조사와 의논을 한 결과, 우드 빌리지는 지금 일어난 일을 우드 빌리지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외적의 침입에 이제는 대응을 하겠다! 말 그대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 ‘뭐, 내 역할은 사람을 찾거나, 단서를 찾는 역할이겠지.’ 물론 미다스에게 그 전쟁을 부탁할 리는 없었다. “그에 앞서 보다 확실히 미로를 파악하기 위해 한 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 예상대로였다. “라이틀링, 지하 미로의 관리자였던 그분을 찾아와주십시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사라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2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붉은산, 그곳에서 라이틀링의 단서를 발견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초이의 부탁’ 진행 가능 그렇게 등장한 퀘스트 내용을 살피던 미다스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라이틀링을 찾는데, 초이라는 놈은 또 왜 나와?’ 무언가 이번 퀘스트도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드는 상황. ‘설마 라이틀링이란 애가 실종된 상태이고, 그런 애 찾으려면 초이라는 놈을 찾아가야 한다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 라이틀링이란 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의심에 NPC아사라는 말했다. “모릅니다.” “몰라요?” “붉은산에 가셨다는 소식을 끝으로 더 이상의 소식이 오지 않으셨습니다.” 당신, 참 감이 좋으시네요! “아, 그럼 붉은산으로 가서 단서를 하나부터, 정말 밑바닥부터 헤집으면서 찾아야겠군요. 아무런 단서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말이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불만을 토로하듯 말했고, 그 말에 NPC아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원하시면 바로 보내드리죠.” 그 말에 미다스가 실소를 지었다. ‘어차피 럭키 진화시키려면 퀘스트도 필요하고, 기왕 하는 게 붉은산에서 하는 게 낫겠지.’ 그 실소 속에서 계산을 마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예, 보내주세요.” 미다스가 새로운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3. 붉은산. 우드 빌리지를 졸업하는 플레이어들, 130레벨 후반대 혹은 140레벨을 달성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무대. 그러한 무대에서 플레이어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하나였다. “성벽 너머에 레드 고블린 부족이 있는데, 그걸 그냥 죽어라 잡으면 돼.” 성벽을 넘어서 레드 고블린을 해치워라! 더불어 붉은산이란 사냥터는 앞서 플레이어들이 경험한 사냥터와 다르게 지리적 특성이 없었다. “그뿐이야. 어려울 것도 없어. 그냥 아주 단순하게 치고받고 싸우면 되는 거지.” 밤숲처럼 어둠이 가득하거나, 신기루의 숲처럼 쉴 새 없이 형태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붉은산이란 무대에서 쉼 없이 등장하는 레드 고블린을 처치하면 될 뿐. 그곳에서 플레이어들이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하나였다. “물론 그 단순하게 치고받아야 하는 몬스터 숫자가 세 자릿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이지만.” 이제까지 마주했던 그 어떤 사냥터보다 많은 몬스터 무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아, 바로 붉은산으로 가는 건 아니야. 시작은 성벽에서 시작해. 활동도 성벽에서 이루어지지.” 그러한 붉은산을 사냥터로 삼게 된 플레이어들이 새로이 시작하는 무대는 붉은산을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성벽, 그레이트월이었다. 플레이어들의 모든 활동은 그레이트월의 성벽 위에서 이루어졌다. 듣는 것만으로는 번잡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드는 표현. “큰 문제는 없어. 성벽이 엄청나거든.” 그러나 왕복 10차선보다 더 드넓은 폭을 가진 그레이트월의 성벽 위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번잡해지는 일은 없었다. 달리 말하면 번잡해질 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인이 등장하는 경우라면 번잡해지는 게 당연지사. 그의 등장이 그러했다. “맙소사!” “저기 봐!” 미다스, 그가 등장하는 순간 그 드넓은 그레이트월의 성벽도 번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훗! 이놈의 인기는.’ 이제는 미다스도 익숙해진 듯 그 소리에 어깨를 으쓱했다. “BJ럭키다!” “BJ골드다!” “잭팟이도 있어!” 그렇게 어깨를 으쓱하는 미다스에 곁에 있는 세 동물들을, 그들을 구경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다. 개중 일부는 BJ대마도사를 찾긴 했다. “BJ대마도사 어디 있어?” “럭키와 골드가 있다는 건 BJ대마도사가 있다는 거잖아?” “설마 이게 BJ대마도사야?”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등장한 BJ대마도사를 한눈에 찾지 못한 이들이 그랬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한 무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벽의 통행을 막지 마시오!” 철갑을 두른 NPC들이 몰려든 플레이어들을 향해 경고성을 내뱉었다. 이것이 그레이트월의 특징이었다. 우드 빌리지와 같이 공간이 드넓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몰려도 피해 가면 됐지만, 그레이트월은 달랐다. 아무리 그 폭이 넓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몰릴 경우 통행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노릇. 그렇기에 그런 징조가 보일 때면 NPC들이 나서서 경고를 했다. “지금은 경고에 그치지만, 다음에는 실력 행사를 할 것이오!” 필요하면 무력행사도 있었다. 당연한 조치였다. 만약 일부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집단이 길을 막고 통행료 장사를 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그런 이유로 그레이트월은 플레이어들의 행동반경에 NPC들의 개입이 잦았다. “아, 젠장.” “여기서는 셀카도 못 찍겠네.” 어쨌거나 NPC들의 등장에 몰려든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셀카 찍게 해드릴게요!” ‘이미지 관리는 필수지.’ 그 말에 동조하듯 럭키가 소리쳤다. 왕! “럭키도 말하네요. 다음에 찍어드리겠다고.” 꾸우! “잭팟도 기대해달라고 하네요. 골드야, 너도 말씀드려.” “네놈들, 주인님을 귀찮게 하지 마라!” "응?" “주인님, 명만 내려주십시오. 주인님을 귀찮게 하는 놈들의 목을 주인님께서 주신 이 단검으로…...." “하하, 골드야 쉿. 쉿!” 이어진 골드의 말에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드높은 성벽, 그 너머로 보이는 더 거대한 붉은산이 보였다. ‘아.’ 그리고 그 붉은산 초입에서 솟구치는 빛기둥이 보였다. 미다스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4. 갓워즈는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고는 했다. 붉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까마득한 높이!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것은 산의 정상이었다. 마치 누군가 산을 잘라간 듯, 산의 정상에는 반듯한 평야가 존재했다. 그 평야의 크기도 드넓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붉은산 곳곳에서는 무리와 무리 사이의 치열한 전쟁이 거듭되고 있었다. 더욱이 그 전투는 이제까지 전투와 달랐다. 레드 고블린 부족, 그들은 처음 플레이어들이 시작의 마을에서 마주한 고블린과 차원이 달랐다. 끼이! “고블린들이 화살 쏜다!” 레드 고블린 중에는 훌륭한 명중률을 자랑하는 궁수들이 있었다. 끼이! “고블린 돌격대다!” 그리고 흉포한 멧돼지에 올라탄 고블린 돌격대도 있었다. “저놈! 저기 가운데 있는 놈이 우두머리야!” “저것부터 잡아!” 마지막으로 그들을 지휘하는 대장 고블린도 있었다. 다양한 조합이 만드는 다채로운 공세, 그 앞에서 플레이어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치열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전투의 결과물은 달랐다. 이름난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진행했다. ‘어? 저기 잘 싸우네?’ 개중 미다스의 이목을 끄는 파티는 근접 딜러 9명과 힐러 5명으로 조합된 파티였다. 다른 파티들이 탱커를 앞세우고 치고받는 전투를 치르는 것과 달리 그 파티는 40여 마리로 구성된 고블린 무리에 파고든 후에 그 안에서 전투를 진행했다. 상식 외의 방식.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보통의 플레이어들과 궤를 달리하는 그들의 실력 그리고 아이템 세팅이었다. ‘이것 봐라?’ 이내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근접 딜러 애들은 전부 창성 길드네?’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창성 길드. ‘힐러쪽은 불사자 길드고.’ 거기에 그 근접 딜러를 지원하는 5인의 힐러들 소속은 같은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불사자 길드였다. 특이한 광경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부터는 보기 흔한 관경이었다. ‘역시 끼리끼리 노네.’ 10대 길드들은 서로 손을 잡은 채 만든 그들만의 울타리 안으로, 다른 그 어떤 이들의 접근도 허락지 않았으니까. 그러한 정도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심해졌다. 상위 10퍼센트 기준에 올라서면, 더 이상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그들이 최고의 무대를 누릴 수 있도록 희생되어 가는 엑스트라들만 있을 뿐. ‘해먹는 놈들이 다 해먹는다니까.’ 이제까지 수없이 봐온 그 광경에 미다스는 더 이상 짙은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경우가 보였다. “야이 개병신 새끼들아! 탱커들이 튀면 어떻게 해?” “딜러들, 병신들아 너네들이 딜링을 못하니까 이렇게 됐잖아!” “아, 이 트롤 사촌 새끼들.” “응, 다음 고블린 사촌 새끼.” 제법 먼 곳임에도 들려오는 악에 받친 소리들에 미다스는 피식, 고소를 머금었다. 그뿐이었다. 미다스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토벌대 소속들인 모양이네.’ 이곳, 붉은산에서 저토록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지르는 건 토벌대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들밖에 없었으니까. ‘뭐, 토벌대는 저게 일상이지.’ 붉은산은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지나온 사냥터들보다 더 많은 파티 멤버를 요구하는 곳이었다. 이제까지 3인, 4인 파티를 해온 입장에서는 다른 파티와 손을 잡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의미. 파티를 맺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변에서 실력이 없다고 소문이 나거나, 실력은 좋지만 그 외적인 이유로 파티에서 받아주지 않는 이들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파티를 맺기가 매우 힘들었다. 최소한 게임 내에선 그런 플레이어들도 붉은산이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필요한 법. 토벌대가 바로 그 콘텐츠였다. 성벽 내의 NPC를 통해 토벌대 퀘스트를 받은 플레이어들을 무작위로 포지션에 맞게 40인 파티를 구성해주며, 이들은 NPC들의 지휘를 따라 전장에 향했다. 파티 매칭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앞서 거론했듯이 실력 있는 이들은 그냥 자기들끼리 파티를 구축한다는 것. “이래서 씨발 토벌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니까! 개병신들만 오잖아!” “뭐지? 자기 소개?” 자연스레 모이는 이들은 어중이떠중이들 밖에 없었다. 그 광경을 확인한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토벌대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지.’ 그 쓴웃음과 함께 절대 토벌대에 들어가서 사냥하지 말자는 각오도 머금었다. 그렇게 쓴웃음을 머금은 미다스의 시선이 이내 가까워진 붉은빛 기둥을 향했다. 이제 코앞. 그것을 바라본 미다스가 입가에 있던 미소를 지웠다. ‘어떤 식으로든 어려운 퀘스트가 올 거다.’ 필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답게 난이도 높은 퀘스트가 올 터. 하물며 붉은산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제까지처럼 혼자서 게임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과 함께 다니는 세 동료를 바라보았다. ‘어렵다면 이번에는 다른 플레이어와 손을 잡는다.’ 파티 플레이를 각오하는 게 당연지사. ‘그리고 기왕 잡을 거면 최고랑 잡아야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손을 잡고자 한다면 최고 혹은 그것을 노리는 이들과 손을 잡을 속셈이었다. ‘응?’ 이윽고 미다스의 눈에 보였다. 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NPC 한 명이. 149화. < 47화. 토벌대 (2). > 5. “라이틀링? 알긴 하지. 예전에 그 양반 길 안내 하던 게 바로 나였으니까.” 축 늘어진 눈매를 가진 30대 중반의 외모를 가진 사내, NPC초이는 그 대답과 동시에 어깨를 으쓱하며 질문했다. “질문은 그게 끝이지? 이제 볼일 다 본 거지?” 이제 좀 꺼져라! 그러한 기색을 드러내는 NPC초이를 향해 미다스가 발목을 붙잡으려는 듯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지금 라이틀링 님이 어디에 계신지 아십니까?” “글쎄 말했잖아? 예전에 길 안내 했던 거지, 지금은 아니라고. 난 지금 그 양반 어디에 있는지 몰라.” 그 말과 함께 다시 나무를 타고 오르려는 그의 모습에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왕! 꾸우! 럭키와 잭팟이 그러한 NPC초이의 행동에 탐탁지 않은 듯 반응을 보였다. 골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명령만 내리시면 주인님을 무시하는 저 배은망덕한 자에게 주인님의 위용을……." 골드는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미다스는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짧게 좌우로 한 번 흔들며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부탁을 하러 온 입장이다, 그러니까 절대 무례하게 굴면 안 돼.” 그러면서 예의를 강조했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다. 평소 미다스가 품성이 바르기 때문에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다. 미다스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미다스의 눈, 그에는 보였으니까. < NPC초이 > !툰가 왕국의 네 번째 왕자. ‘툰가 왕국의 왕족이시거든.’ 눈앞의 NPC가 보통 내력을 가진 존재가 아님을. ‘보인다, 대박의 기운이.’ 당연한 말이지만 툰가의 왕국의 왕자가 가진 것이 허접할 리는 만무, 당장 미다스에게 툰가의 검은 지팡이와 자가라의 반지를 준 NPC자가라도 왕자 아니었던가? ‘설마 그때 언급된 툰가 왕의 반지를?’ 여러모로 기대감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그러지 말고 부디 도와주십시오.” 이제까지 미다스의 심중에 티끌도 없던 예의범절이 무럭무럭 생기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우드 빌리지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 무엇이든 할 테니, 부디 자그마한 단서라도 주십시오.” 이어진 미다스의 예의 가득한 읍소에 나무를 반쯤 오르던 NPC초이가 미다스를 슬쩍 내려다 보며말했다. “무엇이든 하겠다?” “예." “그래? 두말하기 없는 거다?” 그 순간이었다. 툭, 나무에서 내려온 NPC초이가 미다스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 할당량 좀 처리해주겠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6. - BJ대마도사 그레이트월 데뷔다! BJ대마도사의 그 소식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한 태풍이 된 채 세상에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태풍에 더 이상 의문을 던지는 이도 없었다. 영웅의 행보에 사람들은 의문을 던지기보다는 기대를 던지듯. - 붉은산 데뷔전이겠지? - 이번에는 어떻게 공략하려나? - 당연히 이번에도 새로운 보스 몬스터 등장하겠지? -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가 벌써 기대되네. 대중들 역시 BJ대마도사의 행보를, 그가 보여줄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러한 태풍은 갓워즈 내에서도 매우 빠르게 상륙하여 영향을 미쳤다. “BJ대마도사가 이곳에 왔다던데?” “기어코 그 괴물 놈이 이곳에 상륙했네.” 특히 붉은산을 무대로 삼는 플레이어들이 그 소식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모두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얼마나 제대로 박살을 내려나?” “저 빌어먹을 붉은 고블린 놈들이 아주 불쌍할 정도로 짓밟아줬으면 좋겠네.” “이번에도 솔로 플레이를 하겠지?” “소문으로는 10대 길드랑 협력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아, 10대 길드가 BJ대마도사랑 협력 플레이하려고 엄청난 거액을 베팅했다던데?”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마다 들어본 풍문을 내뱉었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끼리끼리 놀겠지. 애초에 10대 길드 애들은 자기들 외에는 파티원으로 받아주지도 않잖아?” “파티원으로 안 받아주는 거면 다행이지. 자기들 사냥하는 구역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주 그냥 우릴 죽이려고 들잖아?" “누가 보면 이 게임이 자기들 개인 게임인 줄 착각할 정도지.” 몬스터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게임이기에 BJ대마도사의 등장을 반기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개중에서도 게임 내에서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는 이들일수록 그러한 성향은 컸다. 정상적인 게임은커녕 제대로 된 파티원도 없어 하루살이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는 부류들. “젠장, 누군 토벌대에서 쓰레기 놈들하고 게임이나 하고, 누구는 10대 길드가 서로 데려가려고 하고……." 토벌대, 그곳이 아니면 사냥이 불가능한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의 등장에 쓴웃음이 지어질 만했다. 한편으로는 절박하기에 그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 나도 BJ대마도사랑 파티플 한 번 해보고 싶다.” “진짜 개꿀잼일 텐데.” BJ대마도사와 같이 이 게임을 해보고 싶은 소망. “난 그것보다 럭키 한 번 안아만 보고 싶어. 굉장히 폭신폭신할 거 같지 않아?” “럭키 등에 타서 달리기만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 “럭키보단 골드가 더 멋지지. 이번에 웨어울프 모습으로 바꾼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어.” “잭팟의 귀여움을 모르는 너희들이 불쌍하다.” 적어도 갓워즈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세계적인 스타와 함께 하는 걸 마다할 리가 없을 테니까. 물론 그러한 소망 어린 말이 나올 때면 누군가 한 명이 꼭 초를 치는 법. “말이 되는 소리를 해. BJ대마도사가 우리랑 왜 플레이를 하겠어? 상식적으로 토벌대에 올 리가 없잖아?”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그러한 말에 어느 플레이어가 발끈하며 말했다. “올 수도 있지!” 그 발끈하는 반박에 말을 뱉은 플레이어가 피식, 조롱 가득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올 수도 있다고?” 그 순간이었다. “여기가 113번대 맞습니까?” 플레이어들이 모인 천막 안으로 플레이어 한 명이 스윽, 들어왔고, 그 플레이어의 등장에 좌중이 놀랐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고 초를 치던 사내는 오히려 그 모습에 기가 산 듯 소리쳤다. “BJ대마도사가 여기 오면 내가 럭키랑 노래를 부른다. 아주 제대로 듀엣으로 불러주마.” 왕! "어쭈? 누가 개소리를 냈어? 응? 어? 럭키?” 이윽고 그 사내가 소리쳤다. “BJ대마도사?” 7. 토벌대. 일반 파티 사냥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는 곳. 당연한 말이지만 토벌대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갔다던데? 때문에 그 소문이 들렸을 때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지랄하네. - 또 구라치는 새끼들 등장이네. 야! BJ대마도사가 잭팟이랑 뇌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을 왜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껄이지 말라! 모두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라이징 스타 채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소문 돌던데?” “무슨 소문?”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갔데.” “토벌대면…… 붉은산의 레드 고블린 잡는 그거?” “응.” “뭔 개소리야? 차라리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의 뮤즈랑 사권다는 소문이 더 믿을 만하겠다." “그 소문 진짜일까?” “모르지.” 그 소문을 들었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의 그 어떤 직원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단 한명. “잠깐, 지금 뭐라고 했어.” “예?” “아니, 지금 이야기한 거, 다시 말해 봐.” 박영준, 그만은 그 헛소리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BJ대마도사랑 어비스 길드의 뮤즈랑 사귀는 사이라는 소문이요?” “아니, 그런 어림도 없는 헛소리 말고, 그 전에 나온 소문.”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가입했다는 내용이요?” “그래, 그거.” 그 이야기를 들은 박영준이 곧바로 부하 직원에게 명령했다. “진위 여부 확인해봐.” 그렇게 명령을 내린 박영준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으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헛소문으로 치부하는 그 소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업그레이드.’ 그러한 고민의 시발점은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가 보내준 업그레이드란 표현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 ‘그 후에 전력 파악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했지.’ 얼마 지나지 않아 BJ대마도사는 보다 확실하게 전력 파악을 해야 하니, 기다려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러한 이메일 속에 BJ대마도사가 담은 의도를 박영준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놀라운 스펙업을 이루고 있으니, 섣불리 협상을 하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현재 박영준은 뜨겁다 못해 미칠 지경인 광고주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중이었다. 여러모로 중대한 준비 작업이 이루어지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토벌대에 들어갔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번 일도 연장 선상이다.’ 필시 앞서 말한 것과 연관되어 추가적인 작업을 하기 위함일 터. ‘이야기가 끝나면 알려주겠지만…….' 물론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차후 정리가 되면 BJ대마도사가 전후 사정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알려줄 터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업그레이드를 했다거나, 전력 파악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이메일 자체를 보내지도 않았을 터. ‘그러면 파트너가 아니지.’ 그러나 박영준이 이제까지 그런 식으로 주는 것만 받아서 적당히 처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파악하고, 들어간다.’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판을 꾸며주는 게 진정한 파트너인 셈.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말해줬다. “이 정보, 사실인 거 같습니다. 확실히 지금 BJ대마도사가 토벌대에 들어간 듯합니다.” 사실이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고민을 거듭했다. ‘대체 이번에는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 겁니까?’ 8. [초이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6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초이를 대신해 토벌대 소속으로 레드 고블린 4,567마리를 사냥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초이의 안내’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살핀 미다스가 슬쩍 주변을 곁눈질했다. 그러자 자신을 향한 서른하고도 아홉 개의 시선들이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어쩌다 내가 토벌대에 오게 됐는지.’ 토벌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 토벌대란 집단에 들어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토벌대에서 사냥하는 것은 여러 모로 비효율적이었으니까. 막말로 미다스가 손만 들면 10대 길드까지는 아니더라도 1티어급 길드들이 돈을 주고라도 그를 데려갈 터였다. ‘젠장, 퀘스트를 줘도 이딴 걸 주고 있어?’ 만약 초이의 부탁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이곳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을 터. 그렇게 속으로 짜증을 내는 미다스를 향해 플레이어 한 명이 슬그머니 오며 말했다. “저기, BJ대마도사님 정말 토벌대에서 사냥하시는 건가요?” 보고도 믿기 힘들다는 듯한 그들의 말에 미다스는 일단 속의 마음을 정리했다. ‘어차피 하게 된 거, 괜히 나쁜 이미지 줄 필요는 없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토벌대에서 사냥을 해야 하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일. 그런 상황에서 괜히 콧대 높은 모습이나, 까칠한 모습을 보여줘봤자 좋을 건 없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장 크게 욕먹는 것도 그런 부분이고.’ 특히 미다스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스타 플레이어들에 대해 가지는 불만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보통의 플레이어였기에. “아무렴요, 토벌대에 왔으니 당연히 토벌대에서 사냥해야죠.” 그렇기에 미다스는 괜히 콧대 높은 이미지를 보이기보다는 예의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동안 같이 사냥하게 됐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미지 개선이나 좀 해야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모든 플레이어들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 어떤 스타 플레이어도 보여주지 못한 예의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히 그것을 본 플레이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진짜 우리랑 사냥을 한다고?’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BJ대마도사가 금수저 또라이라는 건 역시 헛소문이었던 건가?’ 예상치 못한 미다스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당황했고, 그 때문에 대화가 잠시 멈추었다. 왕!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럭키가 주인을 따라 인사를 하듯이 짖었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 님도 반갑다고 하네요.” 그 말에 누군가 툭, 질문을 했다. “럭키 님이요?” “아무렴요, 럭키 님 없으면 전 예전에 끝났죠. 그러니까 럭키 님이라고 해야죠.” ‘일단 통성명은 해야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미다스의 미끼를 플레이어들이 단숨에 물었다. “대단하네요.” “저, 저기 럭키 님이랑 사진 한 번 찍어도 될까요?”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좋습니다. 럭키 님, 괜찮죠?” 왕! “괜찮다고 하시네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곧바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플레이어의 뒤로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풀리는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퀘스트창을 살폈다. 그리고는 그 퀘스트 내용의 가장 하단을 확인했다. !토벌대에서 최고 기록 달성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마스터 스킬북(유니크)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보상을 확인한 미다스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보다 토벌대 사냥 말입니다, 제가 지휘를 해도 괜찮을까요?” 그 말에 반박은 없었다. “아무렴, 당연히 BJ대마도사님이 맡으셔야죠!” “무슨 명령이든 믿고 따르겠습니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앞다투어 결사의 의지를 보이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미다스가 좀 더 짙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150화. < 47화. 토벌대 (3). > 9. 토벌대. 붉은산에 온 플레이어들을 위해 마련된 이 시스템의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퀘스트를 신청한 플레이어들을 직업을 고려해 무작위로 40인 파티로 조합해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조합된 파티로 1시간 동안 붉은산에서 사냥을 하는 것. 딱히 문제 되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토벌대에 가입했습니다. 붉은산에서 습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0퍼센트 상승합니다.] 오히려 토벌대 퀘스트는 경험치 습득 부분에서 나름의 메리트도 있었다. 이쯤 되면 오히려 대부분은 의문을 가졌다. 토벌대 시스템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대체 플레이어들이 이 시스템을 개쓰레기로 치부하는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붉은산,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 오면 알 수 있었다. “아, 저 캡슐방 시간 다 됐어요.” “예? 아니, 지금 토벌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도 일이 있어서 나갑니다.” “그게 무슨……." “집에 가서 구몬 숙제 해야 해요.” 일단 토벌대 멤버가 갑자기 이탈하는 경우가 잦았다. “……탱커 두 분이 나가셨으니, 남은 분들이 참고하세요.” “아니, 탱커 둘이 빠졌으면 전술을 바꿔야지 참고는 무슨 참고입니까?” “탱커가 무슨 동네북인가? 내가 이렇게 맞고 다니려고 탱커한 줄 알아요?” 그리고 그렇게 이탈하면서 생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했다. “에헤이, 싸우지 맙시다.” “그래요, 그냥 안전하게 갑시다.” “죽지만 맙시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토벌대 멤버들은 몸을 사리는 플레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사리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했다. “와, 1시간 사냥하고 고블린 100마리 잡은 거 실화냐?” 안 하니만 못 한 결과물을 손에 쥔 토벌대 멤버들은 자연스레 토벌대에 대한 후회를 하기 마련.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파티 자리 나오는 거 기다릴걸, 캡슐방 비용만 날렸네!” 그리고 그러한 후회는 그들과 같은 필드를 뛰는 다른 파티를 보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지금 붉은산에서 사냥을 하는 토벌대 플레이어들이 그러했다. “와, 저기 파티는 그냥 고블린 애들을 쓸어버리네, 쓸어버려.” 그들은 자신들과 지척에 있으나, 자신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속도로 레드 고블린 무리를 쓸어버리는 파티를 보며 좌절과 한숨을 동시에 토해내기 시작했다. “젠장, 저런 파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와, 숫자도 40명이나 되네. 아주 작정하고…… 응? 가만?” 물론 그들은 이내 깨달았다. “40인이라고? 일반 파티가? 그 정도 숫자는 토벌대 멤버들 아닌가?” “아니, 토벌대도 40인 시작이지 40인이 풀로 뛰는 경우는 절대 없지 않나?” 그것이 일반 파티가 아님을. “가만, 저거 늑대 같은데? 럭키?” “늑대인간? 웨어울프? 골드?” “어, 저기! BJ대마도사 머리 위에 있는 거, 설마 잭팟이야?” “저거 BJ대마도사네.” 10. “막아!” “그냥 버티기만 해!” 방패를 앞세운 채 벽을 만든 10인의 탱커들, 그들이 동시에 외침을 내질렀고 그에 부응하듯 그들을 향해 오는 레드 고블린 무리들 역시 소리를 내질렀다. 끼에에에! 끄에에에! 소리만 들어도 치열함이 느껴지는 전투 상황.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치열해 보이는 전투는 가장 후방에 있던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순간 전혀 다른 그림이 되었다. 퍼엉! 그 플레이어가 내던진 파이어 스피어 하나가 그대로 먼 곳에 있는 고블린 궁수에 닿는 순간 고블린 궁수가 부르르 몸을 떨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레드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일격필살. 제아무리 레드 고블린이 다른 몬스터보다 HP자체가 많지 않더라도 보기 힘든 광경,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퍼엉! 재차 날아온 불꽃창 뒤를 이어 얼음창과 번개창이 연달아 날아오며 단숨에 레드 고블린 궁수 여섯 마리를 처치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엉! 이어서 날아온 파이어볼 역시 단방에 레드 고블린을 처치했다. 퍼엉! 눈 깜짝할 사이에 레드 고블린 무리의 원거리 딜러들이 사실상 전멸하는 순간. “고블린 원딜놈들 뒈졌으니 밀고 들어가!” “앞에 있는 놈들만 잡으면 돼!” 탱커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먼 곳에서 어떻게 오는지 모르는 공격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그 순간 탱커들은 전진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품지 않았다. 그리고 근접 딜러들도 마찬가지였다. “돌격대만 저지하면 바로 튀어 나가서 잡아줄게.” “오케이!” 어느 때보다 신이 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몸을 사리기 바쁜 토벌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물론 가장 신이 난 건 궁수와 마법사들, 토벌대의 원거리 딜러들이었다. “캬아 이렇게 그냥 말뚝딜 넣는 게 얼마 만이야?” “이 맛에 원딜하는 거지.” 이토록 탱커가 든든하게 버터주는 상황 속에서 데미지 딜링을 하는 것보다 달콤한 일은 없었으니까. 호우우우! 호우우우! 허나, 아쉽게도 그들이 그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럭키님과 골드님이다!” 비어버린 후방, 그곳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레드 고블린 대장을 향해 두 마리의 늑대가 하울링을 내지르며 달려 들었다. 크르르! [레드 고블린 대장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그렇게 등장한 두 마리의 늑대 앞에서 대장 고블린이 본색을 드러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였다. 꾸우! 그 레드 고블린 대장 위로 레드 고블린 궁수 한 마리가 산 채로 떨어졌다. 끄으으! 그 갑작스러운 투하 공격에 레드 고블린 대장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크왕! 크왕! 그사이 이미 접근을 마친 럭키와 골드가 그대로 대장 고블린을 일방적으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레드 고블린 대장을 처치했습니다.] [레드 고블린들의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레드 고블린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이어서 들린 알림에 토벌대 멤버들이 놀라며 소리쳤다. “진짜 무시무시하네, 아주 그냥 대장을 일반 몬스터 잡듯 해치워버리네!” “난 저번에 대장 잡으려다 게임오버 당했는데……." 압도적이다, 라는 표현조차 부족하지 않은 광경. 감탄과 놀람이 동시에 나올 법한 광경. '씁.' 하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던 미다스는 딱히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분명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미다스도 그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탱커 라인이 확보되는 것만으로도 전력이 달라지네.’ 지금 자신이 보여주는 화력은 분명 그가 이제까지 보여줬던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레벨업 효율이 너무 떨어져.’ 그러나 경협치 습득 속도는 이제까지 미다스가 경험해온 레벨업 페이스에 비교하면 턱없는 수준이었다. ‘하긴, 20퍼센트 버프를 받아도 40인이 나눠먹는데 경험치가 짭짤하면 죄다 토벌대 했지.’ 그도 그럴 것이 토벌대 멤버의 숫자가 마주하는 레드 고블린의 숫자에 비해 너무 많았다. 괜히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이 최정예 멤버로 머릿수를 줄이고 사냥에 집중하는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있는 멤버들의 수준은 평균 이하들이었다. ‘1티어급 길드 정예랑 파티 플레이를 했다면 이것보다 2배는 더 빨랐을 거야.’ 똑같은 40인이라고 해도 실력 있는 이가 붙는다면 이보다 더 과감하고, 빠른 사냥이 가능해질 터. ‘혼자 했으면 잡는 머릿수는 줄어도 레벨업 페이스가 지금의 3배 이상은 나왔을 테고.’ 물론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일 터. [토벌대 퀘스트를 종료합니다.] [1시간 동안 사냥하신 레드 고블린 숫자는 812마리입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미다스의 귓속으로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와, 812마리라니? 나 이런 거 처음이야.” “미친, 이게 가능한 숫자인가?” “뭐지? 숨만 쉰 거 같은데?” 그러자 곳곳에서 놀람에 가득 찬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한 탄성을 내뱉으며 점차 그 시선을 미다스를 향했다. 그 시선에 미다스가 말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아, 이 짓을 앞으로 최소 5번은 더 해야겠구나.’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좌중, 그 누구도 같이 파티해주세요!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구걸했을 터였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데 파티하면 오히려 쪽팔려서 게임 못할 거 같아.’ 그러나 미다스가 보여준 화력 그리고 럭키와 골드, 잭팟이 보여준 전투력은 그러한 구걸조차 감히 못하게 했다. 그나마 용기 있는 한 명이 질문을 했다. “계속 토벌대 퀘스트 하실 건가요?” 그 물음에 미다스가 별다른 고민 없이 말했다. “예, 해야죠. 혼자서 못하는 곳이잖아요?” ‘퀘스트 깨고, 진화 후에도 솔플 못하면 결국 파티플레이 하는 수밖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툭 내뱉은 말.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달랐다. 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럼 잘하면 다음에도 걸린다는 거잖아?’ ‘이거 대박 기회다.’ 그 후에 곧바로 붉은산에 소식이 퍼졌다. “야, 대박 사건! BJ대마도사 토벌대 퀘스트 계속한다!” 11. BJ대마도사가 토벌대 퀘스트를 한다!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평가하던 소문. - 나 BJ대마도사랑 같이 파티플함. 인증 첨부. - 럭키님하고 포옹샷! - 골드님하고 포옹샷! - 잭팟님 머리 위에 놓고 샷! - BJ대마도사 그냥 멀리서 찍어봄.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증거 앞에서 그 이야기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제가 지금 BJ대마도사와 같이 토벌대를 하고 있습니다! - 보이십니까, 저기 럭키입니다. 럭키! - 골드님이 절 보셨습니다! - 저기 BJ대마도사님이 있습니다! 아, 별로 안 궁금하시다고요? 럭키님이나 보여달라고요? 이후 몇몇 플레이어들이 직접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주는 순간 분위기는 전환됐다. - 와, 진짜 토벌대 퀘스트를 하네? 모두가 놀랐다. 동시에 열광했다. - 미친! 그러면 지금 BJ대마도사랑 파티플을 할 수 있다고? - 말이 파티플이지, 이거 그냥 붉은산 사파리 체험이잖아? 스타 플레이어가 일반 플레이어와 어울렸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 와, 보통은 사냥할 때 사진만 찍어도 지랄하지 않나? - 말로 지랄하면 다행이지. 탐험가 길드원 고용해서 그냥 말없이 잡는 경우도 있지. - 사냥터 통제도 하고. - 저번에 이름도 모르는 놈이 붉은산에서 라이브 방송한답시고 사냥터 통제하는데 들어갔다가 싸울 뻔했다니까. 아소다라는 놈이었던가? 돈지랄만 한 개병신 졸부 새끼던데. 드문 정도가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변수 차단을 위해 일반 플레이어의 접촉 자체를 막는 경우가 허다했다.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세간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일부는 의문을 던졌다. 왜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를 해오던 그가 붉은산에서 파티 플레이를 시작했을까? 사실 그에 대한 답은 뻔했다. “한계에 도달한 거겠지. 붉은산부터는 솔로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니까.” 멀린, 그의 말에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솔로 플레이 의뢰를 하면 실패하겠군.” 이어서 나온 멀린의 말에도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솔로 레이드 의뢰를 제안해야겠지.” 그러나 이어서 나온 말 앞에서 엠마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런 엠마의 모습에 멀린은 당황하거나, 놀라는 대신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야 BJ대마도사 쪽에서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역제안이 올 테고, 파티 플레이를 하게 되면 놈의 모든 계획과 동선이 파악될 테니까. 놈을 잡기를 기도하는 게 아니라 기획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그 말에 엠마가 제스처 대신 제 입으로 대답했다. “잘 아시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가 게임오버를 당해야 우리 쪽도 편해진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일찌감치 엠마, 당신이 의뢰를 말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고.” 엠마, 당신의 의중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설명은 필요 없다. “그래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의뢰에 대한 어떠한 태도나 반응이 오고 있어?” 그렇기에 멀린은 괜한 설명 대신 준비한 계획을 말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에 엠마가 대답했다. “대답이 왔어요. 의뢰를 확인해보겠다. 그래서 우리 의뢰 내용을 보내줬죠.” 말과 함께 엠마가 보고 있던 노트북을 멀린 방향으로 돌리며 그 위에 뜬 이메일 내용을 보여줬다. “의뢰 내용은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 솔로 플레이와 파티플 플레이, 선택지를 두 가지로 나누었군.” 두 가지 제안서. 그 제안서를 본 멀린이 입을 열었다. “뭐, 저쪽이 택할 선택지는 뻔하지만 ” 12. [토벌대 퀘스트를 종료합니다.] [1시간 동안 사냥하신 레드 고블린 숫자는 912마리입니다.] 퀘스트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 “BJ대마도사님 감사했습니다!” “비행기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알림 뒤로 나오는 멤버들의 말에 미다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 짤막한 말을 내뱉은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아, 피로감은 높은데 막상 레벨업은 잘 안 되네.’ 게임에 쓰는 시간은 똑같은데 막상 경험치 습득 속도는 줄어든다는 것.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피로감이 짙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이대로는 안돼.’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분명 지금 궤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법. ‘그러니까 제발.’ 그렇기에 미다스는 기대를 넘어 기도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우우우! 그러자 하울링을 내지르며 진화를 시작한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좌중의 시선도 몰렸다. “어? 뭐지?” “럭키님의 상태가?” “설마 진화? 진화다! ” 모두가 이 놀라운 광경에 넋을 잃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알림이 들렸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몇 명이 소리쳤다. “스킬 카드 선택이다!” “럭키님 새로운 스킬 습득이다!” 뜨거운 관심. 그러나 미다스는 그 관심에 이렇다 할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눈앞에 집중했다. ‘이번에 진짜 한 번 대박 쳐…… 어?’ 그렇게 등장한 100장의 카드를 살핀 미다스가 이내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 물론 표정이 굳은 순간은 찰나였다. 이내 평상시의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지은 미다스가 곧바로 스킬 카드 한 장을 선택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 “와, 그냥 망설임 없이 선택하네.” “나였으면 카드 고르는데 하루는 썼을 텐데.” “역시 BJ대마도사야.”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카드를 선택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리고 일부는 질문했다. “BJ대마도사님 , 무슨 스킬 나왔어요?” “좋은 거 나왔어요?” 그 질문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방송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너무 공개하면 방송 소재가 없잖아요?” 그 모습에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무슨 스킬이 나왔으려나?” 그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뿐. “가름의 그림자 같은 거 나오면 끝내줄 텐데.” “가름의 그림자? 그림자 분신 소환하는 스킬?” “에이, 그건 똘똘이도 없는 레전더리 스킬이잖아?” “맞아, 그런 게 그냥 막 나올 리가 없잖아? 아무리 운빨좆망겜이라고 해도 그런 게 갑자기 막 튀어나오겠어? 그 순간이었다. “그렇죠, BJ대마도사님? 설마 그런 게 툭 하고 나오겠어요?” 그 순간 나온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네? 하하, 그렇죠. 그런 게 쉽게 나오면 이 게임이 운빨좆망겜일 리가 없잖아요? 하하. 하하하!” 조금은 어색한 웃음이 섞인 대답을. 151화. < 48화. 역시 솔로가 최고야 (1). > 1. [가름의 그림자]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가름의 그림자를 소환한다. 소환된 분신은 본체와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다. 가름의 그림자. ‘그림자 분신 스킬이다.’ 일명 그림자 분신이라 불리는 이 스킬의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표현 그대로 그림자를 분신으로 만드는 것. ‘그 장난 아니게 센 분신을 소환하는 스킬.’ 그리고 그렇게 만든 분신을 통해 적을 공격하는 것. 그렇게 나온 분신의 전투력은 본체와 똑같았다. 물론 차이점은 있었다. 분신은 일단 스킬 사용이 불가능했으며, 물리 및 마법 방어력도 본체보다 낮았다. 또한 버프를 받을 수도 없었고, 포션을 복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허나, 그 기반이 되는 본체가 무엇인가? ‘이거 처음 공개됐을 때 말도 안 된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지.’ 펜리르, 전투 능력으로는 갓워즈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신수다. 기본 스탯만 같더라도 그 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건 똘똘이도 없는 거다.’ 결정적으로 이 가름의 그림자 스킬은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 라포의 신수, 똘똘이도 습득한 적 없는 스킬이었다. 즉, 럭키가 더 남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인 셈. 때문에 이 스킬을 습득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이건 무조건 숨겨야지.’ 제대로 상황을 연출한 뒤에 이 스킬을 꺼내자고. ‘갑자기 꺼내면 럭키 팬분들이 미쳐 날뛰실 테고.’ 그럼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하자고. ‘그럼 후원금 쏟아지는 거고.’ 그를 통해 이익을 누리자고. ‘BJ럭키 좋아하시는 큰손 시청자분이 말하겠지, BJ대마도사 버리고 BJ럭키로 개명하라…… 아, 그건 안 되는 이야기지.’ 그렇게 앞으로의 상황을 상상하던 미다스가 휙휙 고개를 흔들었다. 헥헥! 그러한 주인의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는 좀 더 커진 덩치를 가진 럭키가 바닥에 엎드린 채 미다스를 바라보며 이제는 그 큼지막해진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BJ럭키로 방송명 개명하면 어떠냐.” ‘이제는 50인 규모 부족은 충분히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포션 도핑을 엄청나게 해야 하긴 하겠지만.’ 분명한 건 이번 전력 증가로 인해 이제는 조건부이긴 하지만 솔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직은 부족해, 그럴 바엔 결국 그냥 실력 좋은 파티에 들어가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물론 가능한 것과 메리트가 있는 다른 일. 때문에 미다스는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지금 가장 먼저 치러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다. ‘그럼 일단 퀘스트부터 마저 해야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붉은산을 바라보았다. ‘이번이 마지막인데…… 추가 보상은 그냥 포기해야겠네.’ 2. [토벌대에 가입했습니다. 붉은산에서 습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0퍼센트 상승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준비된 천막에 들어가는 순간 그를 맞이한 건 다름 아니라 적막이었다. ‘응?’ 이제까지 언제나 환호, 감탄, 경악을 마주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외의 일. 자연스레 미다스가 좌중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살핀 미다스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뭐지? 다들 왜 작정한 듯한 표정을 짓는 거지?’ 그 표현 그대로였다. 미다스를 마주하는 플레이어들, 이제는 미다스와 함께 1시간 동안 토벌대의 멤버가 되어 퀘스트를 하게 될 멤버들의 얼굴에는 작심이란 두 글자가 분명하게 있었다. 그들이 작심한 건 당연히 그거였다. ‘진짜 왔다!’ ‘BJ대마도사와 같은 파티가 됐어!’ BJ대마도사, 지금 한참 뜨겁게 붉은산을, 더 나아가 갓워즈를 뜨겁게 만드는 그와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그저 경험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와.’ ‘추억보단 역사를 만든다.’ 이 기회를 어떻게든 기념비적인 무언가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상할 건 없었다. 갓워즈에서 붉은산까지 온 플레이어들이라면 이제까지 갓워즈에 쏟아부은 돈과 시간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내지 못한 이들이었다. 만약 무언가 결과를 남겼다면, 적어도 토벌대에 오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와 함께 할 기회가 왔는데 그저 그것을 하하호호하는데 보낸다? 그런 이들도 없진 않았다. “BJ대마도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진짜 제대로 한 번 사냥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이들은 나름의 각오를 한 부류들이었다. 그러한 각오에 미다스는 잠시 당황했다. ‘아니, 갑자기 왜들 이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의 감은 말해줬다. ‘잠깐만.’ 이 각오를 마다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자연스레 미다스도 진지하게 다시 한 번 더 최고 기록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 ‘최고 기록이 몇이었지?’ 미다스가 알기로 토벌대 퀘스트 최고 기록은 1,671 마리. 아주 까마득한 과거에 달성한 기록으로, 사실 그리 대단한 기록은 아니었다. 이렇다 할 특별 보상이 없었기에 굳이 실력 있는 이들이 도전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즉, 미다스 입장에서는 한 번 노려볼 만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이 곧바로 플레이어들의 전력을 하나둘씩 살피기 시작했다. 그들의 레벨 그리고 능력치들이, 아이템 세팅이 보였다. 솔직히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반대로 나쁜 수준도 아니었다. ‘하긴, 여기까지 와서 게임할 정도면 어떻게든 게임에 돈을 쓰는 부류이니까……. 이거 내가 버프 포션 좀 뿌리고, 풀도핑하면.......' 그러한 계속 속에서 미다스가 나름 계산을 마쳤다. ‘돈 좀 때려 박으면…… 될 거 같은데?’ 돈 좀 제대로 쓰면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고. 물론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제 스스로에게 말했다. 진짜 돈 쓰게? 치킨이 몇 마리인데? 그 의문에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보상이 떠올랐다. ‘유니크 전용 마스터 스킬북은…… 돈 주고도 못 구한다.’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흠.” 이제는 평소와 다른 모습,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채 좌중에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솔직히 팬서비스 같은 느낌으로 토벌대 퀘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말에 모두가 이목을 집중했고, 그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이렇게 각오를 하고 나오시니 장난으로 할 수는 없겠군요.”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고, 그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물었다. “진짜 제대로 하실 겁니까?”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예!" “포션도 최대한 챙겨놨습니다!” “전 아이템도 하나 새로 구매했습니다!” 분명한 각오.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리미트 풀어본 적이 없는데, 제아무리 각오를 해봤자 의미가 없지.’ 각오를 한다고 모두가 나름의 결과물을 남길 수 있다면 갓워즈에서 게임 못하는 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을 터. ‘각오보다 중요한 건 빚이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들의 각오에 하나를 더 얹혔다.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저거 알록달록풀 포션 아닌가?” “알록달록풀 포션이면…… 그거 800골드짜리 포션이잖아?” 그 포션의 정체를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그들에게 말했다. “목숨 걸고 최전선에서 싸우실 분에게 이거 드립니다.” 800골드짜리 포션을 공짜로 주겠다!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는 순간. ‘젠장, 그냥 아니라고 할까? 아니, 내가 미쳤지. 이게 치킨이 몇 마리인데…….' 그리고 미다스도 실시간으로 후회하는 순간,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명도 손을 들었다. “저도 합니다.” 탱커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고, 그 모습에 이내 플레이어들은 표정을 바꾸었다. 미다스가 말한 그대로 진짜 결과물을 남길 수 있는 각오가 깃든 표정으로. 3. 토벌대 퀘스트의 끝은 언제나 비슷했다. “아, 진짜 이 따위 놈들하고 게임 할 바에는 그냥 돈 내고 쩔이나 받아야겠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는 보는 일 없도록 합시다!” “당신께 사탄과 하데스의 가호가 있기를!” 주어진 1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제멋대로 로그아웃을 하거나 토벌대에서 이탈했고, 자연스레 레드 고블린 사냥은 거기서 멈추었다. 마지막 끝까지 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마지막까지 달리는 경우에도 전력으로 달리는 경우는 없었다. “자, 다들 수고했습니다. 이제 천천히 갑시다.” “어휴, 간만에 정상팟 만나서 사냥 좀 했네.” 애초에 1시간 내내 전력으로 사냥을 하는 건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 대부분은 그 전에 마무리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몇 분 남았어?” “5분!” 퀘스트 완료까지 5분, 보통의 경우라면 모두가 인사를 하거나 욕을 해야 할 시간. 그러나 그 40인 파티는 달랐다. “하나 더! 한 무리 더 잡을 수 있겠어!” 하나 더! 그것을 외치면서 전의를 불태우며 사냥감을 찾았다. “일단 우리들이 돌격대라도 몇 마리 모아올게!” “근접 딜러들이 여력 있으니까 그냥 몰아오자고!” “내가 갈게!” “나도!” 심지어 근접 딜러 포지션의 플레이어 몇 명은 이 상황 속에서 몬스터를 몇 마리라도 유인해 오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의지를 넘어, 상식을 넘는 일. 그러한 일을 가능케 하는 건 하나였다. 호우우우! "럭키님이 무리를 발견했다!” BJ대마도사와 함께라는 것. “이거 잡으면 최고기록 나올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BJ대마도사와 함께 어떤 의미에서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그 사실이 파티조차 제대로 가입하지 못했던, 어중이떠중이 취급을 받았던 플레이어들이 미치게 만들었다. “그냥 들어가!” “시간 없어!” “그래, 여기선 죽어도 남는 장사니까 머리부터 들이박자!” 광기에 취했는데 몸을 사리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 70여 마리로 구성된 레드 고블린 무리를 보는 순간 근접 딜러와 탱커들이 경쟁하듯 레드 고블린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끼에에! 그 광경에 이미 대기 중이었던 레드 고블린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겼으나, 그것을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그래, 그냥 날 맞춰라, 이 더러운 고블린 새끼들아!” 앞서 말했듯이 미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을 미치게 하는 존재였다. 퍼엉! [레드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먼 거리에서 단 한 발의 마법으로 레드 고블린 궁수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그 사실에 토벌대 멤버들은 더 이상 환호성도 내지르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 “어차피 이게 끝이야!” 모두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라스트 스퍼트를 시작했다. 종국에 그들은 해냈다. [퀘스트를 종료합니다.] [사냥하신 고블린 숫자는 1,678마리입니다.]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최고 기록 달성. 보상도 없는 의미 없고, 부질없을 수 있는 결과물.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모든 토벌대 멤버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해냈다!” “우와! 우리가 해냈어!” 저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성 속에서 모두가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BJ대마도사님!’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는 경험을 체험하게 해준 이에 대한 어떠한 식의 보답, 대답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고개를 돌린 이들은 볼 수 있었다. “으하하! 해냈다! 럭키야, 골드야, 잭팟아! 우리가 해냈다! 우리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그 누구보다 이 사실에 기뻐하고, 환호하는 미다스의 모습을. ‘추가 보상 획득이다! 마스터 스킬북이다!’ 물론 그 환호의 이유는 아주 달콤한 보상이 때문이었으나, 그 사실을 다른 토벌대 멤버들이 알 방법은 없었다. 때문에 토벌대 멤버들은 생각했다. “……우리들 데리고 토벌하시느라 힘이 드셨을 텐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돈도 엄청나게 쓰셨지. 포션값만 못해도 5,000골드는 쓴 거 같은데……." “그런데도 저렇게 기뻐하실 줄이야.” BJ대마도사가 자신들과 이룩한 경험을, 남는 것 하나 없는 이 순간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있다는 것. 그러한 생각에 이르자 몇 명은 울컥하는 마음에 표정을 꿈틀거렸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그냥 제멋대로 돈지랄하는 금수저가 아니라, 정말 이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야.’ 게임이 아니었다면 눈물을 마땅히 흘렸을 수준의 감동이 좌중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다스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으하하! 진짜 해낼 줄…… 크흠.” 미다스가 좌중의 시선 속에서 헛기침을 내뱉는 것으로 환호성을 멈추었다. 그 후에 좌중을 보며 말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회식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데, 일정이 있어서 여기서 인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잽싸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만나요!” ‘괜히 한 번 더 하자고 말하기 전에 빨리 자리를 뜨자.’ 그리고는 이내 럭키와 함께 등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 몇몇 이들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 저기!” “자, 잠깐만요!” 그러나 미다스는 그 말을 못 들은 척 단숨에 떠났고, 그렇게 사라진 미다스의 흔적을 바라보던 플레이어들이 말했다. “아, 포션값 드려야 하는데……." 그 한숨에 다른 플레이어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에이, BJ대마도사님 한테 그 정도 포션값은 아마 하루 식비만도 못할걸?” “하긴, 아까 회식한다는 것도 아마 미슬랭 3스타 레스토랑 이야기였겠지.” “아마 오늘 쓴 포션값은 평소에 BJ대마도사님이 마시는 와인 값도 안 될 걸?” BJ대마도사의 새로운 미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정리합시다.” “빨리들 나가서 자랑하자고요!” 그리고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4. 다시 NPC초이를 찾아가는 길. ‘아, 생각해보니 지출이 크네.’ 그 길목에서 인벤토리 안의 내용물을 살피던 미다스가 혀를 짧게 찼다. 분명 소득은 있었다. 돈을 주고도 못 구할 추가 보상을 얻게 됐으니까. ‘도중에 상황에 취해서 너무 막 썼어.’ 그러나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이번에 고작 한 번의 토벌대 퀘스트를 위해서 지출한 비용은 상당했다. ‘이렇게 했는데도 레벨은 간신히 하나 올렸네.’ 그리고 이러한 지출과 고생 속에서도 레벨업 페이스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다스의 입안을 더 쓰게 만들었다. ‘차라리 솔로 플레이가 낫지.’ 솔로 플레이를 해도 토벌대 퀘스트를 하는 것보단 레벨업 속도가 훨씬 빠른 상황이었으니까. ‘진짜 제대로 된 멤버랑 파티 짜서 움직이는 게 베스트이지만.’ 물론 정말 제대로 된 멤버와 파티 플레이를 한다면 솔로 플레이를 할 때보다 곱절은 빨랐다. "쯧." 그러한 현실이 만들어낸 쓴맛에 짧게 혀를 찬 미다스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골드를 바라봤다. “주인님, 오늘도 정말 멋진 날이었습니다. 주인님을 향한 이들의 환호성에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토벌대 퀘스트 도중에 4급의 충성도가 된 골드의 모습이. ‘아, 새로운 스킬!’ 너무 분주했던 상황이라 새로운 스킬을 선택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골드 앞에 섰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들린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눈앞에 2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속에서 미다스는 짧게 기도했다. ‘탱킹 관련 스킬 나왔으면 좋겠다.’ 부디 이번 골드와 관련된 스킬로 탱킹 관련 스킬이 나오기를. 현재 미다스가 가진 화력은 차고 넘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탱킹 능력이 선호되는 게 당연했다. ‘애매한 공격 스킬이면 어차피 쓸 일도 없고, 안정적으로 탱…….' 물론 미다스의 그러한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기토]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무리를 지휘하는 우두머리 몬스터를 상대로 일기토를 신청한다.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한다. ‘……킹은 무슨 탱킹이냐, 그냥 화력으로 조지면 되는 거지.’ 일기토, 그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으니까. ‘가만.’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골드와 럭키, 그 둘을 바라보더니 이내 하늘을 보고 주변을 둘러본 후에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짧지 않은 고민 끝에 미다스가 다시 눈앞에 있는 스킬 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되겠는데?” 152화. < 48화. 역시 솔로가 최고야 (2). > 5. “와, 대단하네.” 미다스의 등장에 NPC초이는 처음 만남과 달리 미다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한 기색을 드러냈다. “네 덕분에 보름치 할당량을 다 채웠어. 심지어 최고 기록도 세웠다면서?” 앞선 모습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좋게 보일 리 없는 NPC초이의 모습. 그러나 그러한 NPC초이의 모습에 미다스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으로 대응했다. “그저 최선을 다해 토벌에 열중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랬겠지.”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의 귓속에 기다리던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 알림을 배경음 삼아 NPC초이가 슬그머니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자, 서비스다.” “이, 이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라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놀라는 건 연기였다.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 그 물건의 정체는 이미 일찍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놀라는 연기에 NPC초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쪽이 내 이름으로 기록을 세워준 덕분에 내 위신이 올라갔거든.”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산을 마친 미다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이제 다음 퀘스트로 넘어갈 때. 이미 다음 퀘스트 타이틀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아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안내해줄 것이냐?’ 다음 퀘스트 타이틀은 초이의 안내! ‘얼마나 힘든 곳으로 가려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안내해주는 곳이 그저 젖과 꿀이 가득할 리는 없었으니까. “자, 그럼 그때 이야기로 가자고. 라이틀링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지?” “예." “라이틀링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안내해준 곳이 있어.” “그게 어디입니까?”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아지트.”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이곳, 붉은산의 보스 몬스터인 레드 고블린 부족장. 사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그 하나만 놓고 보면 그리 강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골치 아픈 놈이지.’ 그럼에도 사냥 난이도는 굉장히, 매우 높은 축에 속하는 놈이었다. ‘놈이 이끄는 레드 고블린 부대는 엄청나니까.’ 일단 부족장이란 표현처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기본 3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 부하를 이끌고 다녔다. ‘거기에 주변 레드 고블린들을 소집하는 스킬도 있고.’ 여기에 부족장의 명령 스킬을 통해 주변의 레드 고블린을 수시로 모으는 능력도 있었다. 등장 후에 잡지 않고 놔두었다가 그 무리의 숫자가 1천 마리가 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하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놈이 등장하는 곳이 붉은산 정상이란 부분이지.’ 그중에서도 사냥 난이도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건 레드 고블린 부족이 등장하는 장소가 붉은산 정상에 제한된다는 점이었다. 등장하는 무대가 평야인 만큼 머릿수가 많은 쪽이 훨씬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진짜 골치 아픈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길드들이 진을 치는 그곳.’ 장소가 한정된 만큼, 그것을 관리하고 감시하기 쉽다는 것. 그런 이유로 붉은산 정상은 이름난 길드들이 저마다의 감시자들을 배치해두고 있었다. ‘탐험가 길드도 있고.’ 개중에는 탐험가 길드도 있었다. 물론 탐험가 길드가 차마 그곳을 탐험가 라인에 만들고 독점하지는 못했지만, 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결국 있는 놈들끼리 다 해먹는 구조이니까.’ 이미 그곳에 자리 잡은 길드들은 합의를 통해 저마다 순번을 정하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나눠먹었으니까. 미다스가 만약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아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거래를 해야 할 터였다. “아지트라면, 놈이 몰래 숨고 있는 아지트인 겁니까?” “그래, 그 아지트.” 그런데 그런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아지트가 있다? 숨어 있는 비밀 장소가 있다? ‘왔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기회는 없을 터. ‘역시 좋은 분이야.’ 앞서 NPC초이의 무례했던 행동이 머릿속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망설임도 없었다. “그럼 그곳으로 안내해주십시오.” ‘일단 위치부터 파악하고, 상황 따라 레벨 올리고 움직이면 되겠지.’ 적을 알아야 준비를 할 수 있는 법. 미다스의 그러한 의지의 표현에 NPC초이가 당연하게 말했다. “안 돼.” “안 된다고요?” “라이틀링도 돌아오지 못한 길을 그쪽에게 소개해줄 순 없지. 난 사람 죽이는 취미는 없거든." 대답하는 NPC초이의 얼굴에는 당연한 이야기를 뭘 하고 있어?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표정에 미다스가 반박하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아, 이거 자격 시험 퀘스트다.’ 이번 퀘스트가 테스트임을. “정말 그렇게 원한다면 한 번 증명해봐. 3일을 주지. 그 3일 동안 토벌대에서 고블린 3만 마리를 잡아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테스트 무대가 토벌대임을.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젠장, 이 쓰레기 게임이!’ 이미 앞서서 토벌대에서 사냥하는 것은 시간 낭비임이 뼈저리게 증명된 상황. 그런데 그런 사냥을 3일 동안 해라? 3만 마리를 잡아라? ‘진짜 한 번 뒤집어보나’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초이의 안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55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초이의 안내를 받기 위한 자격을 증명하자. 토벌대에서 레드 고블린 3만 마리를 사냥하자! - 퀘스트 보상 : 경험치 및 타이틀 지급 !퀘스트 완료 시 ‘가라앉은 사원’ 퀘스트 진행 가능 !토벌대 퀘스트 중에 레드 고블린 2,000마리 이상 사냥 시 ‘레드 고블린을 토벌한 자’ 타이틀 지급 !레드 고블린을 토벌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44) 지급 !초이의 안내 퀘스트 진행 중에 고블린 40,000마리 이상 사냥 시 추가 보상 및 ‘붉은산 토벌대의 전설’ 타이틀 지급 !붉은산 토벌대의 전설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5퍼센트)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응? 추가 보상이 뭐 이렇게 많아?’ 그러나 이내 그 아래 보이는 추가 보상들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잠시 불만을 삼켰다. ‘자, 잠깐. 이거?’ 그리고 자세히 추가 보상을 확인한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불만이란 기색은 존재하지 않았다. ‘타이틀 보상이 모든 능력치를 올려줘? 가만, 퍼센티지 증가? 진짜? 어? 마스터 스킬북, 레전더리용?’ 그저 말도 안 되는 추가 보상에 정신이 혼미해질 뿐. 그렇게 정신이 나간 미다스에서 NPC초이가 물었다. “싫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나도 굳이 사람 죽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허리를 90도 각도로 굽히며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후우." 다시 한 번 더 퀘스트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해야 해.’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다. 까라면 까는 수밖에. 그렇기에 그 부분에서 불만은 있을지언정 고민은 없었다. ‘메리트가 확실하다. 아니, 확실한 정도가 아니라 화끈하다.’ 도리어 너무나도 매력적인 메리트, 추가 보상이 미다스를 고민케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화끈한 보상이 있는 걸 알면서도 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어떻게 해야 이걸 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이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한 조건들 하나하나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2천 마리 사냥, 이거 쉽지 않아.’ 당장 첫 번째 추가 보상 조건인 토벌대 퀘스트 한 번에 2천 마리 사냥만 해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 미다스가 기록한 최고 기록이 1,700마리가 채 되지 않았는데 거기서 300마리를 더 잡는다? 마라톤을 2시간 10분 뛰는 사람이 10분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였다. ‘그냥 퀘스트 조건인 3일 동안 3만 마리도 의외로 빠듯해. 하물며 4만 마리는…….' 4만 마리 이상 사냥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토벌대 퀘스트는 보통 1시간 단위로 진행되지만, 그 전후로 전력을 추스르는 과정으로 20~30분 정도는 가볍게 소모됐다. 한 번 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셈. ‘하루에 할 수 있는 건 8번 정도.’ 하루의 플레이 타임을 고려하면 하루에 할 수 있는 토벌대 퀘스트는 8~9번이 한계였다. 즉, 3일 동안 할 수 있는 토벌대 퀘스트는 약 25회. 거기서 4만 마리를 잡으려면 평균 1,600마리 이상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냥 단순히 해서는 답이 없다.’ BJ대마도사가 왔으니 같이 잘합시다, 파이팅!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 이상이 필요했고, 그 대목에서 미다스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럭키야.” 왕? “역시 그거밖에 없겠지?” 왕? “그래, 다들 이성에 불 지르는 데는 라이브만 한 게 없지. 왕!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 “그냥 이렇게 된 거 미쳐보자.” 7. BJ대마도사가 토벌대 퀘스트를 한다! 그 소문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게 사실임이 알려졌을 때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팬서비스 같은 거겠지. BJ대마도사가 붉은산 입산을 계기로 팬서비스를 하는 거라고. 장난 치는 거라고. 절대 진지하게 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고, 상식이었다. - 남는 게 없잖아? ㄴ 오히려 손해지.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에게 토벌대 퀘스트는 절대 남는 것 하나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는 BJ대마도사의 그 사건 이후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와, 최고 기록 깼다네! 토벌대 최고 기록 달성! 물론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이는 없었다. - BJ럭키가 들어왔는데 그거 못하면 병신이지. ㄴ 나도 BJ골드랑 하면 그 정도는 함. ㄴ 오합지졸 낙오자들 데려다가 1,700마리를 잡는 BJ럭키님, 당신은 도대체……. ㄴ 심지어 BJ대마도사란 짐마저 짊어지고 캐리하셨음. ㄴ BJ대마도사는 돈 내고 파티해라!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은 실력 좋은 10인 파티 몫도 충분히 하는데, 그런 그를 데리고 최고 기록을 못 내면 그게 오히려 꼴불견인 일.] - 최고 기록 달성했을 때 BJ대마도사가 제대로 환호했다던데? ㄴ 뭐? 진짜? ㄴ 그냥 환호도 아니고 가장 크게 환호했데. ㄴ BJ대마도사가 아주 제대로 토벌대 퀘스트를 하는 모양인데? ㄴ 설마 장난이 아닌 건가? 그러나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진심 어린 환호성에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었다. BJ대마도사가 어쩌면 토벌대 퀘스트를 진심으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 무렵이었다.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그 BJ대마도사가 연락을 보냈다. 그러한 연락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알려주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토벌대 퀘스트 라이브 방송하고 싶다는 내용이지?” “어? 그걸 어떻게?” 놀라는 부하 직원이 이내 질문을 던졌다. “미리 보셨어요?” 그 질문에 박영준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미리 볼 것도 없지. BJ대마도사의 의중을 파악했다면 모두가 알 수 있는 거니까." 본인은 담담한 대답. 그러나 듣는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 의중을 파악하신 건가요?” 현재 많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토벌대 퀘스트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 그러나 그들 중 그 누구도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왜 BJ대마도사가 남는 거 없는 토벌대 퀘스트를 하는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그들이 역으로 뭐 좀 아는 거 없냐고 물어볼 지경. 그런데 지금 박영준은 그 의중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한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BJ대마도사의 목표는 지금 자신을 향한 세상의 그런 시선을 바꾸는 거야.” “그런 시선이요?” “BJ대마도사가 파티플레이를 하는 게 이상하다, 라는 시선.” 그 대답이 당장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것을 본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만 하던 BJ대마도사가 갑자기 붉은산에서 파티 플레이를 하면 어떤 말이 나오겠어? 그것도 그 상대가 10대 길드 혹은 그에 준하는 길드라면?” 그 질문에는 부하 직원이 고민 없이 대답했다. “뭐, BJ대마도사도 어쩔 수 없구나, 하겠죠.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고요. 언제까지 혼자 할 순 없잖아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런 취급을 받아? 결국 어쩔 수 없이 파티 플레이를 한다?” “그럴 리가요. 지금 BJ대마도사가 하드 캐리한다고, 비행기 타고 싶다고 안달이 났다는데.” “그래, BJ대마도사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보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찬양을 하고 있지. 그럼 그다음은 어떤 질문이 나올까?” "그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떠올린 부하 직원이 이내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일반 플레이어하고도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드는 BJ대마도사가 진짜배기 실력자들과 파티 플레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 그런 궁금증이 나오겠지.”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답을 정확하게 맞춘 박영준의 모습에 부하 직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BJ대마도사의 그림이야. 진짜 파티 플레이를 앞두고 이미지를 바꾸는 것.” “그럼 라이브 방송은……." “이미지를 확산시키는데 라이브 방송만 한 게 없으니까. 이제 다들 궁금해하잖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한다?” “라이브를 해야겠죠. 바로 라이브 방송팀에 알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움직이는 부하 직원의 모습에 박영준은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았다. ‘……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그의 진짜 목적이지.’ 사실 BJ대마도사의 진짜 의중은 그게 아님을. ‘파티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라고.’ 이제까지 박영준이 봐온 BJ대마도사는 결코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이가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파티 플레이를 해주세요! 하면 오히려 그는 솔로 플레이를 하고도 남을 자였다. ‘무엇보다 파티 플레이는 위험해.’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가 마주한 상대들은 매우 크고, 거대한 권력과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파티 플레이를 한다는 건,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제 발로 들어간다는 의미. 그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오히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그 점을 상대방도 노리고 있었다. ‘이번에 감마 제약에서 두 가지 선택지가 온 것도 그런 거고.’ 그 증거로 감마 제약은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의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보상은 똑같이 백지수표였고, 대신 솔로 플레이를 할 것인지 파티 플레이를 할 것인지 물었다. 물론 감마 제약은 이미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도 결국 파티 플레이를 하는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니까 뒤에 선택지가 생긴 거겠지.’ BJ대마도사의 행보를 보니, 그는 이제 무엇을 하든 파티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파티 플레이를 하게 해서 동선을 파악한 후 발목을 잡자! ‘BJ대마도사의 목적이 그쪽 속내를 드러내게 하는 거라는 것도 모르고.’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의 행보가 감마 제약으로 하여금 숨기고 있던 의뢰를 끄집어낸 셈이었다. 포커 판으로 치면 상대가 노리는 카드가 무엇인지 알게 된 셈. ‘그 상황에서 솔로 플레이로 마무리.’ 그때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로 의뢰를 마무리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BJ대마도사를 상대하는 쪽에서는 불쾌한 일이 일어날 터. 물론 이 의문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과연 BJ대마도사가 그 엄청난 무리를 이끄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어떻게 홀로 사냥할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해선 박영준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맞아, 이게 확실해.’ 대신 그는 믿음을 품었다.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다.’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박영준, 그의 예상을 뚫어주던 슈퍼 스타였으니까. 153화. < 48화. 역시 솔로가 최고야 (3). > 8. 미다스가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그를 향해 플레이어들이 반색했다. “BJ럭키다!” “이번에는 우리 멤버다!” “럭키님이 우릴 보셨어!” 적지 않은 이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준비가 다 됐습니다!”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보통의 추억이 아닌 기록을 남기겠다는 각오. 앞서 미다스가 한 번 경험했던 각오였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적지 않은 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야, 운이 좋네.” “이번에는 사냥으로 꿀 좀 빨겠네.” 또 다른 일부는 그러한 각오 대신 이 상황 자체를 그저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치부했다.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세상만사 전부에 적극적일 필요는 없는 법. 하물며 갓워즈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게임이었고, 프로 플레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하는 이들이었다. BJ대마도사랑 함께 플레이를 했다, BJ대마도사 덕에 게임 좀 쉽게 했다, 그 정도 추억에도 충분히 만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편하게 가겠네.” “아, 숨 좀 돌려야지.” 개중 일부는 아예 긴장을 풀었다. 모두가 한 번 해보겠다는 각오가 있어도 불가능한 목적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역시 저번의 경우가 운이 좋았어.’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번 경우가 매우 특이했던 상황. 그게 이유였다.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가 인사를 건넨 것을. 그러한 미다스의 인사가 나오는 순간 곧바로 몇몇 플레이어들은 눈치를 채고 반응했다. “설마 라이브 방송 중?” “맙소사, 라이브 중인가?” 미다스가 지금 건넨 인사가 자신들이 아닌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임을. 그러한 말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송한다고?” “진짜?” “BJ대마도사 방송은 라이브 시청자 100만 명 넘잖아? 지금 이거 100만 명이 본다고?” “아, 젠장 마누라한테 운동한다고 구라치고 나왔는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다. “꽤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으로 찾아뵙습니다. 아, 일단 다들 요즘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을 하던 미다스가 주변에 있는 토벌대 멤버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방송 중이니,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제스처에 반문이나 불만은 없었다. 도리어 이곳에 있는 토벌대 멤버들 역시 시청자 모드가 되었다. 그들 역시 궁금했으니까. “제가 왜 토벌대 퀘스트를 하는지, 그 의문에 대해서 말이죠.” 지금 어째서 자신들의 눈앞에 BJ대마도사가 존재하는지.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처음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간단합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 순간 채팅창과 토벌대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몇몇은 추측을 언급했다. 그러한 언급에 미다스가 대답을 이어갔다. “아, 팬서비스 같은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진짜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제야 시청자는 물론 이곳에 있는 이들은 깨달았다. -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구나.’ BJ대마도사가 토벌대 퀘스트를 하는 게 그저 기분 따라, 장난삼아서 하는 게 아님을. “그 외의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토벌대 퀘스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장난은커녕 어느 때보다 진심임을. “다시 말합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제는 채팅창이 아닌 토벌대 멤버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토벌대 퀘스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그 순간 더 이상 각오가 없는 멤버는 없었다. "다들 잘 부탁합니다.” 사고 한 번 제대로 쳐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플레이어들만이 있을 뿐. 9. 이 세상에 게임을 못하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게임을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것을 마다하는 이 역시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말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게임을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자, 그럼 토벌대 퀘스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그 사실을 무려 58만 명의 시청자들 앞에서 실시간으로 말했다. 결코 돌이킬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약속을 한 셈.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에 그와 함께 토벌대 퀘스트를 한 이들은 기꺼이 결과로 보답했다. [퀘스트를 종료합니다.] [사냥하신 고블린 숫자는 1,802마리입니다.] “해냈다! 우리가 최초로 1,800마리 돌파했다!” “내가 작정하고 하면 이 정도라고!” 2일 차, 16번째 토벌대 퀘스트에서 미다스가 처음으로 1,800마리가 넘는 레드 고블린 사냥에 성공한 건 그 덕분이었다. “크으, 간만에 제대로 달렸네.” “포션 값으로 얼마를 썼는지 모르겠네.” 각오는 물론 그에 준하는 투자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였다. “뭐, 그래도 BJ대마도사님이 쓴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아마 우리가 쓴 포션값 다 합쳐도 럭키님이 먹은 포션 하나 값만 못할걸?” BJ대마도사가 그들과 함께였다는 것.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손을 흔들었을 때, 환호하지 않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영상 올려주시면 제가 매일매일 볼게요!” 그 환호성 뒤로 이제는 다음 토벌대 퀘스트를 향하는 미다스의 시선이 채팅창을 향했다. - 역시 이번에도 캐리 장난 아니네. - BJ대마도사가 하면 다르네. - BJ대마도사가 각잡고 딜링만 하면 진짜 장난 아니구나. - 왜 BJ럭키님과 BJ골드님이 BJ대마도사를 원딜로 데리고 다니는지 이해가 가네. 채팅창에는 미다스를 향한 찬사가 가득 올라와 있었다. 당연했다. 어중이떠중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어지간한 파티들도 해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사냥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일부는 더욱 기대했다. - 그냥 일반 플레이어랑 파티 맺어도 이 정도인데, 진짜 다른 실력자들하고 파티하면 어느 정도일까? ㄴ 10대 길드 최고 실력자들하고 맺으면, 진짜 보스 몬스터들이 시위할 듯? ㄴ 그럼 19금 달고 방송해야지. BJ대마도사가 진짜 제대로 된 실력자들과 파티를 맺고 결과를 만들어주는 장면을. 물론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이야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도무지 사냥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지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2천 마리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숫자들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으니까. ‘예상은 했지만…….' 2천 마리의 레드 고블린을 잡는 일을 얕본 적은 없었다. ‘그 이상이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나서니 2천이란 숫자는 미다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물론 일반 플레이어들하고 만들 수 있는 결과물에 한계가 있는 건 당연했다. 애초에 실력이 있다면, 토벌대 퀘스트를 할 리가 만무. 아무리 각오를 하고, 전의가 불타오른다고 해도 실력과 아이템, 스킬이 가지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대로 넘어가기엔 보상이 너무 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미다스는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가름의 그림자와 일기토를 꺼내야 하나?’ 정말 중요한 순간 터뜨리기 위해 숨겨둔 두 장의 히든카드를 꺼내야 할지. ‘꺼내면 효과는 확실해. 그리고 보상을 못 얻는 것보단 차라리 들키는 게 낫고. 다른 것도 아니고 마스터 스킬북, 그것도 레전더리 용이다. 후원금으로도 못하는 거야.’ 그러한 고민 속에서 미다스가 이내 다시금 새로이 토벌대 퀘스트를 받았다. 그 후 자신에게 배정된 천막을 찾아 들어갔다. '응?' 그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에 파트너가 됐군.” 환호성 대신 오히려 미다스의 등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유를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기사 한 명을. 그러한 기사의 외형은 분명 남달랐다. 당장 입고 있는 갑옷의 디자인부터가 훌륭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임이 느껴질 정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이었다. 그것을 본 시청자 몇 명이 소리쳤다. - 어? 저 플레이어? - 나이트 길드의 유망주, 세코어다! 나이트 길드. 티어는 2티어급, 그러나 모든 멤버가 갓워즈 유니크 직업인 기사 클래스로 구성된 곳으로 소수 정예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세코어다. 만나서 반갑다. 내 이름은 들어봤겠지?” 세코어는 그런 나이트 길드 소속 유망주였다. 레벨은 145레벨. ‘누구…….' 물론 미다스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도 2티어급의 유망주 이름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딱히 관심도 가지 않았다. ‘헉! 레전더리?’ 그러나 그 세코어가 허리춤에 찬 칼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태도를 바꾸었다. “들어는 봤지. 그쪽이 속한……." ‘길드 어디야? 길드!’ 그 순간 미다스의 눈이 잽싸게 플레이어의 정보를 훑었다. “……나이트 길드는 티어는 2티어급이지만, 그 안 실력자들은 1티어급에 어울리니까. 특히 당신…...." ‘이름? 세코어?’ 이어서 미다스가 빠르게 정보를 더 훑었다. “세코어란 이름은 기억해뒀지. 날 노릴지도 모르는 실력자들은 어지간하면 체크해두는 편이거든.” 그 말은 어떤 의미에서 지금 갓워즈의 유망주들이 받을 수 있는 극찬 중 하나였다. - BJ대마도사가 기억하고 있다고? ㄴ 와, BJ대마도사가 저렇게 평가하다니? 실력 진짜 좋은 듯? ㄴ 세코어, 요주의 인물로 체크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역사를 만드는 BJ대마도사가 이름을 기억해줬다는 것 아닌가? 당연히 세코어 역시 그 사실에 조금은 흥분한 듯 그의 얼굴 표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기억해주니 영광이군.” 담담히 말을 뱉고자 했으나,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이 정도 템세팅을 한 놈이 온 이유야 뻔하지. 나랑 붙어서 시청자 좀 늘리고 인지도 좀 높이려고.’ 세코어란 플레이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실력 있는 플레이어에게 붙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실력자가 여긴 무슨 일이지? 여기 말고도 좋은 파티는 넘칠 텐데?”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미다스는 굳이 질문을 했다. “부르는 곳도 넘칠 테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 ‘이렇게까지 얼굴에 금칠해줬는데, 진심을 다해 토벌대 퀘스트에 임해주겠지?’ 그러한 미다스의 의도에 세코어는 기꺼이 응해줬다. “그야 그 대단한 BJ대마도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랑 비교하려고 왔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더 끝내주게 레드 고블린을 잡는지, 그걸로 경쟁하면 되겠지.” 그 말에 곧바로 채팅창에 반응이 올라왔다. - 응, BJ럭키 선에서 정리될 듯. ㄴ BJ골드는 나설 필요도 없을 듯? ㄴ BJ잭팟 수준에서 커트 가능. ㄴ 아니, 그래서 BJ대마도사한테 먼저 도전하잖아! 밑부터 뚫고 올라가겠다는 거지. 주제를 모르는 도전이라고. 그럼에도 세코어는 재차 도발했다. “내가 너무 활약하는 바람에 명성을 빼앗기더라도 울지 말라고.” 그 도발에 이제는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반응에 관심을 가졌다. 과연 그가 이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그러한 관심에 미다스는 담담히 말했다. “토벌대 퀘스트를 도와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그 대답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역시 BJ대마도사, 배포가 남다르네. - 기싸움도 안 하겠다는 건가? -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이거네. BJ대마도사가 세코어에게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음을. 때문에 시청자들은 몰랐다. ‘정말 감사합니다. 방송만 아니었으면 절이라도 해드렸을 텐데…….' 미다스가 정말로 그의 등장에 고마워한다는 것을. ‘그래, 이 정도면 히든카드는 꺼낼 필요도 없겠어!’ 그렇게 다시 토벌대 퀘스트가 시작했다. 10. “왔군.” NPC초이의 인사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발을 옮기며 NPC초이와의 거리를 좁혔다. 이윽고 그 둘의 거리가 악수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리가 됐을 때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그 물음에 NPC초이가 대답했다.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야.” 그 순간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3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에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기꺼운 알림, 그러나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여러모로 말이야. 설마 한 번 토벌에 2천이 넘는 레드 고블린을 잡을 줄이야.”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레드 고블린을 토벌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심지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1만 마리나 더 많은 레드 고블린을 잡을 줄이야. 3일 만에 토벌대의 전설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붉은산 토벌대의 전설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NPC초이가 준비한 것을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토벌대의 대장께서 이걸 주라고 하더군.”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 ‘해냈다.’ 그것을 받은 미다스가 속으로 환호를 내질렀다. ‘이걸로 레전더리용만 2개다. 여기에 유니크까지 하나.’ 말 그대로였다. 속으로 환호를 내지를 뿐, 미다스는 여전히 그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130레벨 스킬 카드 보상하고, 퀘스트 내용만 확인하면 돼.’ 아직 모든 보상을 확인한 게 아니었을뿐더러, 미다스는 정말 중요한 걸 잊지 않았다. ‘정말 솔플이 가능한 퀘스트인지.’ 이 모든 요소들은 결국 퀘스트를 공략하기 위한 재료라는 것을. 즉,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토벌대 대장님께서 인정하시는 실력자에게 내가 실력 운운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 길 안내를 해주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가라앉은 사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초이의 안내를 받아 땅속으로 가라앉은 사원을 찾아가자. 그리고 그곳에 있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사냥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라이틀링의 흔적’ 진행 가능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및 ‘가라앉은 사원을 발견한 자’ 타이틀 지급 !가라앉은 사원을 발견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59) 지급 !8인 이하 파티로 퀘스트 완료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사고도 굳었다. 새로 발견한 단어 탓이었다. ‘레전더리 에픽?’ 난생 처음 듣는 그 단어 앞에서는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도 정상적인 사고 활동이 가능할 리 만무.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거, 다른 것부터 보자.’ 자신의 지금 사고 수준으로는 이 새로운 단어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8인 이하 파티로 공략 시 추가 보상! 그 단어를 떠올린 후에야 미다스의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8인 파티가 기준치라면…….' 8인 이하 파티로 공략하면 추가 보상으로 준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어쨌거나 8인 이하 파티로 공략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 물론 거기서 말하는 8인이란 기준은 아득한 수준이겠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었다. ‘쉽진 않지만 해볼 만해.’ 솔로 플레이를 한 번 시도해봐도 될 수준. 물론 지금 당장은 불가능했다. 전력을 추스르고, 확신이 선 후에 해야 할 일. “쉽진 않을 거야. 그러니 정말 각오가 됐을 때 오게.” NPC초이 역시 미다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등을 돌렸고,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30레벨 스킬 카드를 받을 때. 그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럭키를 바라보았고, 럭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자세를 잡고 하늘을 향해 주둥이를 뻗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이번에는 골드를 바라보자, 골드 역시 고개를 끄덕인 후 하늘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근처 나무에 앉아 있는 잭팟을 향해 눈빛을 보내주었다. 꾸우? 그 눈빛에 잭팟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사이 두 마리의 늑대가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그 하울링 속에서 미다스가 알림에 대답을 했다. “예." 그 대답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등장한 카드를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아, 역시 쓰레기 게임이었네.” 그 한숨 섞인 말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하울링을 멈추고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러한 두 동료의 시선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퍼줘서 밸런스 망치는 쓰레기 게임."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를 바라봤다. ‘골렘의 진리 스킬, 연금술사들의 로망이지. 이거면 충분히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 황금빛 카드를 향해 손을 뻗는 미다스가 짙은 미소 사이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역시 솔로가 최고야.” 154화. < 49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1). > 1. - BJ대마도사 토벌대 퀘스트 하는 거 봤어? ㄴ 소문이 워낙 개쩔어서 직접 라이브 보니까 소문 이상이더라. ㄴ 진짜 작정하고 원거리 딜링만 하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화력 나오던데? 3일, BJ대마도사가 토벌대 퀘스트 라이브 방송을 마쳤을 때 세간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단 건 알았는데, 토벌대 퀘스트를 하니까 얼마나 대단한지 확 알겠더라. 그러한 배경에는 다름 아니라 토벌대 퀘스트란 무대가 있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은 모두가 대단하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이 역시 없었다. - 솔직히 그동안 잡은 보스 몬스터들은 짐작도 안 오니까. ㄴ 난 그냥 보스 몬스터 사냥 자체가 어떤 건지 짐작이 안 감. ㄴ 하긴 보스 몬스터 사냥해본 플레이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니까. 트리플 헤드 트롤이 얼마나 강한지, 다크 울프 무리가 얼마나 강한지, 그걸 사냥해본 다른 플레이어가 있어야 비교를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하지만 토벌대 퀘스트는 달랐다.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비교할 지표가 넘치는 셈. 그러한 분위기 화룡점정을 찍은 건 다름 아니라 스몰 파크 랭킹이었다. [스몰 파크 랭킹, BJ대마도사 순위 219위로 산정!] 200레벨 이하 유망주들을 평가하는 스몰 파크 랭킹이 BJ대마도사의 랭킹을 올렸다. [BJ대마도사 스몰 파크 랭킹, 단숨에 317위 상승!] [스몰 파크 랭킹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 상승!] 그것도 그들 역사에 길이남을 만한 파격적인 상승이었다. [스몰 파크 랭킹 ‘보다 확실한 비교 지표를 적용한 것’] 이제까지와 달리 비교 가능한 지표가 있다는 것이 파격적인 배경의 이유였고, 그러한 스몰 파크 랭킹의 파격적인 순위 산정에 사람들은 재차 놀랐다. - 와, 이 정도였어? -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구나. 동시에 사람들은 기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 평균 이하 플레이어들하고 파티 플레이가 이정도인데, 제대로 파티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일까? - 그 세코어란 녀석하고만 토벌대 퀘스트 했을 때 레드 코블린을 2천 마리 넘게 잡았으니까……. - 1티어급 길드랑 손만 잡아도……. 그리고 그 기대감은 곧바로 루머를 만들었다. “10대 길드 중에 파트너를 고른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어디랑 손을 잡을까?” “내가 듣기로는 불사자 길드랑 손을 잡는다던데? 거기가 탱커랑 힐러들 넘쳐나는 곳이잖아? 거기에 똘똘이와 럭키는 둘 다 펜리르의 신수들이고!” “탐험가 길드가 탐낸다는 소문도 있어. BJ대마도사의 행보는 탐험가 길드의 지향점과 같으니까. 하물며 둘이 손을 잡아서 그 시나리오란 걸 관리하면 엄청난 돈이 될 걸?” 그랬으면 좋겠다, 가 그럴 것이다, 라는 식으로 바뀌는 셈. 그 과정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혁주 역시 거들었다. “제 정보망에 따르면 어비스 길드랑 손을 잡는다는 소문이 있어요.” “어비스 길드?” “예, 어비스 길드가 최고의 멤버를 제안했데요. 알다시피 BJ대마도사는 돈으로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아니니까요. 이미 레드 고블린 부족장 사냥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대요. 심지어 40인 파티를 준비했데요.” “40인?” “이번에 토벌대 퀘스트랑 똑같은 숫자를 구축한 후에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는 거죠.” “아, 그래서 일부러 토벌대 퀘스트를 보여준 거구나!” “그렇죠.” 그럴싸한 루머가 1분 만에 완성되는 순간. “현우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렇죠?” 그 모든 과정을 보던 정현우는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럴 거 같다.” ‘그래, 마음껏 떠들어라.’ 그 실소와 함께 정현우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파티 플레이한다는 소문이 돌면 나야 좋으니까.’ 일단 지금 도는 소문은 정현우 입장에서 나쁠 건 없었다. ‘파티 플레이를 기대할수록 솔로 플레이로 보스를 잡았을 때 임팩트가 더 클 터.’ 여러모로 임팩트가 있는 게 좋은 일. 그리고 나름의 확신도 들었다. ‘내가 잘하면 충분히 가능해.’ 잘하면, 그 명제가 붙긴 하지만 이번에 분명 좋은 기회가 주어진 건 사실이었다. ‘레전더리 에픽은.......' 심지어 이번 일에는 상상치도 못한 것이 걸린 상황.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일단 없는 셈 치자. 지금 내 입장에서는 고민해봤자 답을 만들 수가 없어.’ 갓워즈 최초의 건을 상상해내는 것이 가능할 리 만무. 그렇기에 정현우는 그다음을 생각했다. ‘그보다 이번에는 무엇을 받아낼 수 있으려나?’ 과연 이 준비된 메뉴를 얼마에 팔 것인가? ‘뭐, 사장님이 어련히 잘 해주시겠지.’ 그것을 정하기 위해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나 들어간다.” ‘자, 그럼 미팅을 해볼까?’ 2. [골렘의 진리]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소환하는 골렘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100레벨 단위로 소환할 수 있는 골렘의 숫자가 한 마리씩 증가한다. !골렘 2마리 소환 시 ‘골렘의 진리를 맛본 자’ 타이틀 획득 !골렘 3마리 소환 시 ‘골렘의 진리를 추구하는 자’ 타이틀 획득 새로이 얻은 스킬을 확인하는 미다스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헥헥! 그때 들리는 럭키의 숨소리에 미다스가 럭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그동안 수준도 맞지 않는 애들 상대로 탱킹하느라 고생했다. 앞으로 그런 고생할 건 없어. 이제부터는 골렘 두 마리가 탱킹을 해줄 테니까.” 왕! “그래, 그러니까 넌 마음 놓고 이제부터 네 그림자랑 함께 몬스터를 쓸어버리면 돼.” 왕! 알겠다는 듯이 힘차게 짖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저도 있습니다!” 꾸우! 그러한 럭키의 기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드와 잭팟의 모습에 미다스가 더 깊은 미소를 지었다. ‘얘네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 그럴 만했다. ‘탱킹이 확보됐다.’ 탱커가 하나일 때와 둘일 때의 탱킹 능력은 2배, 그 이상이 만들어지는 법. ‘여기에 파이어 골렘이나, 아이스 골렘을 손에 넣으면…….' 또한 골렘의 진리 스킬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전술적 폭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마력이 바닥이 나겠지.’ 물론 그 모든 것을 백퍼센트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마력이 필요한 법. ‘한동안 포션값 꽤 쓰겠네. 최근에도 엄청 썼는데.’ 앞서 지었던 미소가 무색할 정도로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미다스, 그런 그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안 좋은 생각은 말고 지금에 집중하자.’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제 할 일을 시작했다. 미팅을 위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만든 비공개 채널에 접속을 했다. 그러자 곧바로 인사가 나왔다. - 와튼 :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사장님의 인사에 미다스가 조금 전과 달리 무덤덤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예, 잘 지냈습니다. 그동안 너무 쉬운 것만 해서 좀이 쑤셨다는 것만 빼고요.” ‘적당한 허세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법이지.’ 그렇게 연기를 시작한 미다스를 향해 질문이 나왔다. - 와튼 : 그보다 다음 레이드 방송 주제는 무엇입니까? 역시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입니까? 그 질문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역시 생각하는 건 다 똑같지.’ 정황상 다음 표적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되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솔로 플레이로 잡을 줄은 상상도 못하셨겠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자신의 솔플 계획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놀라리라 자신했다. ‘후후, 놀라실 준비 하십시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멋진 그림을 상상하며 서프라이즈 선언을 하려는 순간. - 와튼 : 레드 고블린 부족장, 솔로 플레이로 사냥하실 거죠? 이어서 나온 채팅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문까지 했다. “어떻게 그걸?” 연기하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역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미다스가 짓고자 했던 회심의 미소를 짓듯이 채팅을 올렸다. - 와튼 : 그동안 BJ대마도사님이 보여준 행보를 생각하면 그냥 평범하게 파티 플레이로 잡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파티플레이를 준비하셨다면 어떤 식으로든 다른 길드와 접촉을 하셨겠죠. 그러나 그런 낌새는 없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수긍했다. ‘그래, 내가 아무런 행동도 안 했는데 갑자기 파티 플레이한다고 생각할 리가 없지.’ 타당한 논리였으니까. 한편으로는 감탄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한다는 건…… 이름 있는 길드들과 커넥션이 있다는 거겠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꽤 이름난 길드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진짜 대단하신 분이라니까. 하긴, 그러니까 감마 제약이나 블루불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그런 말도 안 되는 보수를 받아오시는 거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능력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잘 아시니 긴 설명은 할 필요가 없겠네요. 말씀하신 대로 솔로 플레이를 합니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사냥은 확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 외의 모든 일은 이제까지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재량껏 계획해주세요. 보수 역시 마음대로 정하시고요.” - 와튼 : 현재 감마 제약 쪽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이어진 채팅에 미다스가 채팅창 내용을 바라봤다. ‘감마? 블루불이 아니라?’ 다시 나온 감마 제약이란 말에 미다스의 두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마치 무언가를 의심하듯이.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하듯이. - 와튼 : 어지간한 제안이면 무시하겠는데, 그쪽에서 백지수표를 제안했습니다. 솔로 플레이를 조건으로 말이죠. 그러나 이어서 나온 그 말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면 당연히 감마 제약 쪽 의뢰를 받아야죠.” ‘캬, 내가 이 정도까지 왔구나. 백지수표라니!’ 거대 기업들이 서로 데려가기 위해 이제는 백지수표까지 제안하는 상황 아닌가?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게 당연지사. “그래야 나중에 블루불도 좀 더 베팅할 테니까요.” 그 기쁨에 취한 미다스가 슬쩍 말을 던졌다.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물론 그 외의 광고주도 좋겠죠. 사장님께서 잘 협상해주실 테니까요. 전적으로 믿고 따르겠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제가 제대로 밥 한 끼 사드리겠습니다!’ 이 모든 게 라이징 스타 채널 덕분인 걸 명심하고 있습니다! - 와튼 : 이제는 한 팀인데 당연한 거죠. 그에 대한 대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한 팀이지.’ 거기까지였다. ‘딱 이 정도가 미팅 시간으로는 좋아.’ 이 이상 대화는 사족일 터. 프로야구선수 시절에도 그랬다. 코치와 대화는 기량과 성적, 기대에 대한 이야기만 충분할 뿐 사적인 대화가 개입되면 꼭 문제가 됐다. “그럼 잘 처리해주십시오.” - 와튼 : 알겠습니다. 그럼 확실한 일정이 오면 언제든 통보 주십시오. 언제든 라이브가 가능하도록 준비해두겠습니다. “예." 미팅이 끝나는 순간. - 와튼 : 그리고 그때 요구하신 물건,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뒤늦게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채팅창에서 사라졌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요구한 물건?’ 3. [엘프의 로브]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09레벨 이상 - 엘프의 머리칼로 만든 로브다.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 근력 +148 - 체력 +66 - 지력 +161 - 마력 +77 - 이동 속도 +12퍼센트 - 착용 시 블링크 스킬 사용 가능 자신의 인벤토리에 새로이 자리 잡은 그 아이템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프로야구선수 시절의 기억이었다. ‘철수 형이 이런 거 먹었다가 선수 생명 끝날 뻔했지.’ 당시 잘나가던 선배가 팬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롤렉스 시계를 받았다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되었던 기억을. 세상만사가 그랬다.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의 선물에는 언제나 독이 있는 법. 선의로 주는 선물이라고 해도 받는 입장에서는 비싸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대체 이걸 어떻게 얻어온 거야?’ 무엇보다 미다스가 보기에 이것은 그저 선의에서 나온 선물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구매했을 리는 없고, 설마 아즈모가 선물을 준 건가?’ 정황상 아즈모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럼 대체 아즈모는 왜 이 선물을 주었을까? ‘광고는 감마 제약하고 한다며?’ 하물며 아즈모는 블루불 편 아니었는가?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팔면 치킨이 아니라 치킨집을 차릴 수 있지만…….' 아무리 값비싼 물건이라고 해도 이대로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너무 크다. ‘체하면 의미가 없으니, 그냥 돌려주자.’ 이거 먹으면 분명 체할 테니 돌려줘야 한다. 헥헥! 그렇게 고민에 빠진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다가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골드와 잿팟 역시 주인의 고민하는 표정을 보고는 다가와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꾸우! “주인님, 무슨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주인님께서는 기필코 정복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 격려에 미다스가 옅게 웃음을 흘렸다. “고민은 무슨, 그딴 건……."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슬쩍 제 머리띠를 만졌다 ‘카모플라쥬.'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골드를 바라보며 새로이 얻은 엘프의 로브 아이템을 떠올렸다. ‘블링크.’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럭키와 그 럭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잭팟을 바라봤다. 그 순간 미다스의 새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번 쓴다고 해서 닳는 것도 아니잖아?’ 당장 돌려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는 표정을. 155화. < 49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2). > 4. “사장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미팅.” 부하 직원의 물음에 박영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며 자신에게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그보다 토벌대 퀘스트 동영상은 어때?” 그리고는 잽싸게 대화 주제를 바꾸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부하 직원이 기쁨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이라이트만 편집해서 올리는데 조회수가 장난이 아닙니다. 구독자 숫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고요.” 듣기에도 기쁜 소식.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 박영준은 썩 기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있지.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 “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쫑긋 귀를 세운 채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다른 부하 직원들 역시 쓴웃음을 머금었다. 알고 있는 탓이었다. ‘하긴, 다음에 잡아야 하는 건 레드 고블린 부족장.’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가 무엇인지. ‘그걸 파티 플레이로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파트너를 아직도 못 구한 상태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와 관련되어 일이 진행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까지. “아, 이거 뭐 제대로 된 파트너 구하는 게 스타 만드는 것보다 어렵네.” 파트너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슨 놈의 제안서가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이니, 원.” 오히려 반대, 너무 제안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 가장 뜨거운 존재, 그런 그와 같이 방송이 나오는 건 인지도를 단숨에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와 같았다. 이제는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BJ대마도사가 출연하는 방송에 나오고 싶은 유망주들이 넘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1티어급 길드는 물론, 그 이상의 길드들로부터도 제안서를 보냈었다. “그것도 거절하기 어려운 곳의 제안들이.” 10대 길드! 그중 이미 세 곳이 공동 레이드 제안서를 보내온 상황이었다. “어디 하나 고르면 나머지에 밉보이기 딱 좋지.” 선택이 쉽지 않은 이유였고, 고민이 거듭되는 이유였으며 모두가 쓴웃음을 짓는 이유였다. “그래도 고르긴 골라야 하니까, 일단 심층 면담부터 해보자고.” “심층 면담이요? 어디하고요?” “감마 제약 쪽.” “예? 길드가 아니고요?” “광고주 쪽하고도 접촉한 파트너가 있을 테니까. 광고주 의사를 물어봐야지, 안 그래?” 그리고 박영준이 지금 속내를 속이고 연기를 하는 이유였다. ‘도박의 꽃은 뻥카지.’ 5. [NPC초이의 안내가 시작됩니다.] [모든 파티 상태가 초기화됩니다.] 그 알림과 함께 시작된 NPC초이는 미다스를 데리고 붉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동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엘프의 길을 걷습니다.] [주변과 격리됩니다.] 그 알림과 함께 곧바로 붉은산 곳곳에 존재하는 소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레드 고블린이 내지르는 괴성도, 플레이어들이 내뱉던 함성 소리도, 다양한 스킬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까지도. 오로지 고요한 세상과 단 하나의 길 만이 보였다. “신비한 경험이지?” 그러한 사실에 NPC초이가 미다스에게 말을 건넸다. “아, 예.”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신비한 경험이 아니었다. 이미 일찍이 그는 NPC타마루를 통해서 엘프의 길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까. 의문도 없었다. 엘프의 길은 문자 그대로 엘프들의 길, 그러한 것을 인간인 NPC초이가 걷는다는 것 이상한 일. ‘역시 툰가 왕국의 왕자님답게 능력이 출중하시네.’ 그러나 NPC초이의 내력을 알고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깊게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보다 베스트 시나리오가 나와야 할 텐데…….' 현재 미다스는 이미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에게 솔로 플레이를 선언한 상황. ‘사장님에게 그렇게 호언장담했는데 여기서 안 되겠다고 하면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만.’ 물론 안 될 경우에는 무르는 게 마땅했다. 실패보다는 스케일을 줄이더라도, 좀 더 시간을 들이더라도 성공하는 게 낫다는 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계산이니까. ‘그래도 제발.’ 어쨌거나 지금 미다스 입장에서는 게릴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와 같았다. 얄팍한 정보만 가지고 본 적 없는 무대에 올라서 콘서트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자, 빠르게 이동하자고. 꽤 높이 올라야 하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NPC초이는 신속하게 일을 진행했다. 엘프의 길을 30분 정도 걸어간 후에 멈춘 NPC초이가 그 자리에서 말했다. “이곳이 입구야.” 그 말과 함께 보이는 풍경은 평범했다. 붉은산답게 붉은 나무와 붉은 낙엽이 깔려 있는 평범함. 그 어디에도 입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은 찾을 수 없는 평범함.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 [ 가라앉은 사원 ] NPC초이가 앞에 있는 평범한 땅바닥, 그 위에 선명하게 뜬 글씨가. “처음 이곳을 발견한 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행적을 역으로 추적하던 중이었지. 그 후에 라이틀링을 이곳까지 안내해주었고.” 그 글씨 앞에서 NPC초이가 조금은 우수에 젖은, 흐느끼는 감정이 깃든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와의 약속대로 3일을 기다렸고 이후 그의 소식이 없자, 그 후에 안으로 들어갔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남긴 표식을 봤지." 무슨 표식을 봤습니까? 미다스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안은 위험하니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 라고 했겠지.’ 뻔했으니까. “안은 위험하니, 그 누구도 이곳에 들여보내지 마라, 그러한 경고를.” 예상대로 뻔한 대답이 나왔다. 당연히 미다스는 그다음에 나올 질문도 예상했다. “내 경고는 여기까지다. 그럼에도 들어갈 생각이면 나는 똑같은 조건을 걸겠어. 3일을 기다리겠어. 그 후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 이곳을 영원히 봉인하겠어. 그럼에도 들어가겠어?” 그 예상된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정현우, 잡을 수 있겠어?’ 그 질문에 대해 미다스는 고개를 돌렸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까지. 자신의 주변을 가득 채운 셋을 본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놓았다. “예." 6. 좁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등장한 것은 동굴이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곳. 그러나 다행히도 미다스는 빛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르르! 사역마가 앞장서며 등을 자처해주었으니까. ‘역시 편해.’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역마를 따라 동굴을 지나가던 미다스의 눈앞에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 아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공간. ‘발광 이끼들이네.’ 그러한 공간 안 곳곳을 제 스스로 빛을 내는 이끼들, 발광 이끼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 덕분에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1만 평 정도 되는 드넓은 땅, 그 위에 자리 잡은 사원 하나를. 게임이기에, 가상의 세계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찬란하고, 웅장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크게 감흥을 받지 않았다. ‘앙코르와트 같네.’ 그 짤막한 단어 하나로 감상을 마쳤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눈앞의 광경이 어떠하든 간에 감상에 빠지는 게 불가능했다. 미다스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무대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닌지, 그뿐일 뿐. ‘좋지 않아.’ 그런 기준에서 보면 미다스에게 유리한 무대는 아니었다. 일단 무너지고, 파손된 사원 건축물들이 많다는 게 미다스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요소였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또한 그가 사냥하게 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다른 보스 몬스터처럼 제 스스로 앞장서서 전투를 치르는 타입이 아니었다. 부족장이란 이름 그대로 부하들을 이용하고, 지휘하는 타입이었지. 페이즈에 따른 스킬들 역시 대부분이 버프, 힐링 혹은 저주와 같은 공격이었다. ‘언제든 도망치는 겁쟁이.’ 당연히 자신을 잡으러 오는 무리가 접근하면 언제든 도망치는 놈이었고, 그런 놈에게 저렇게 도망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석이 많은 무대는 최적의 무대였다. ‘아, 저런 곳에서 여러 마리랑 싸우면 도망칠 구석도 없는데.’ 다수를 상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엄폐물이나 좁은 길목을 이용하면 전투 자체는 쉽게 치를 수 있겠지만, 포위당한 상태에서 도망치는 것은 매우 힘든 곳.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를 치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응?’ 그때였다. 쿵! 사원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렘?’ 등장한 두 거대한 존재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골렘! ‘쟤들이 왜 여기서 나와?’ 붉은산 정상에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등장할 때는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사원의 수호자] 그런 녀석들의 명칭을 확인한 미다스는 이내 배경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가라앉은 사원을 지키는 수호자 골렘이네. 그리고 정황상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이 골렘들을 자신의 부하로 써먹고 있는 거겠고. 왜 아지트로 삼는지 알겠네.’ 그 두 마리의 골렘 외에는 딱히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응?’ 그리고 다른 몬스터를 볼 여유도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HP가 많아?’ 그의 눈에 보이는 사원의 수호자들 HP상태는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이었으니까. ‘트리플 헤드 트롤보다 더 많잖아?’ 보스 몬스터급! 그것도 그냥 보스 몬스터급이 아니라 미다스가 잡은 보스 몬스터 중 가장 거대한 놈과 비교될 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은…….' 그 외의 능력치들 역시 보스 몬스터급이었다. ‘……공격력까지 셌으면 쟤네들이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을 수 있겠는데?’ 다행히도 공격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친, 이딴 걸 왜 만들어?’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감히 다행이라고 할 수 없는 광경. 그렇게 미다스가 불만을 씹는 사이 그의 앞에 새로운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끄르르! 180센티미터의 신장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채 머리 위에는 무언가의 뼈로 만든 듯한 왕관을 쓰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 [레드 고블린 부족장] !복종의 노래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때 회복의 노래 스킬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때 광기의 노래 스킬 발동 !적을 인식하고 10분 후 추종자의 노래 스킬 발동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페이즈가 추가됐다.’ 기존 페이즈에 스킬 하나가 더 있었다. ‘적을 인식하고 10분 후에 저 스킬이 발동하면…… 레드 고블린 무리들이 이곳으로 쏟아진다는 의미이겠군.’ 추종자의 노래. 그 스킬의 의미를 파악하는 순간 미다스는 이곳의 공략법을 알 수 있었다. ‘10분 안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아야 해.’ 주어진 10분이란 시간 내에 사원의 수호자들을 뚫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저 복잡한 무대에서 찾아 잡는 것!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미다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그리고는 짧게 탄식했다. 속 깊숙한 곳에 있던 무언가가 쭉 빠지는 듯한 탄식. 게임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그대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듯한 탄식에 럭키가 미다스에게 다가오며 그의 다리에 제 머리를 조심스레 비볐다. 마치 주인을 위로하듯이. 그러한 럭키의 위로에 미다스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손을 치우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헥헥! “베스트 시나리오다.” 헥헥? 그렇게 드러난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최고의 상황이 펼쳐졌어.” 7. “그렇게 하죠.” 그 대화를 끝으로 마이크 붙은 헤드폰을 벗는 엠마를 향해 근처에 있던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너무 조건이 후한 거 아니야?” 조금 전 엠마가 대화를 나눈 대상은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박영준이었다. 그 대화에서 엠마는 말했다. "파트너와 일정, 전부 위임하면 BJ대마도사 놈과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잖아?” BJ대마도사가 어떤 길드 혹은 플레이어와 파티 플레이를 하든 마음대로 해라! 일정 역시 원하는 대로 해라! “이번 목적은 BJ대마도사를 잡는 거잖아? 그럼 이쪽에서 제약을 몇 개 걸어야지.” 이번 의뢰의 목적을 생각하면 썩 좋은 방식은 아니었다. 세상 그 누구도 사냥감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러한 멀린의 불만에 엠마는 말했다. “위에서는 말했어요. BJ대마도사가 알아서 고개를 숙일 때까지 그를 넘어뜨리라고.” “그래, 그러니까 게임 오버를 시켜야지. 아주 놈이 게임을 못하게 될 정도로.” “예, 그러면 BJ대마도사가 고개를 숙이겠죠. 하지만 그 대상이 우리라는 보장은 없죠.” “그야……."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멀린이 이내 말을 멈추었다. 이후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와 손을 잡고자 하는 이들마저 같이 몰살시켜버리면 될 일이지.” 엠마는 그 말에 반문하지 않았다. 그 말대로였다. 엠마는 이번 기회에 BJ대마도사 마음껏 원하는 파티를 짜게 만들 속셈이었다. 그리고 그 파티와 함께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릴 속셈이었다. 그리한다면 멀린이 한 말처럼 앞으로 어떤 파티도 BJ대마도사와 쉽게 손을 잡지 못할 테니까. “하물며 앞으로 게임 난이도를 생각하면 파티 없이 게임을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지.” 그렇게 되면 사실상 게임 진행은 끝이었다. 갓워즈란 게임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을 용납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완벽한 협박이군.” 자연스레 그 협박 앞에서 BJ대마도사는 굴복하고 백기투항을 할 터.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렀을 때 멀린은 옅은 미소를 띠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조만간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 그런 멀린의 말에 엠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BJ대마도사를 만나는 일은 없다. 그와 손을 잡을 생각은 없으니까.’ 엠마, 그녀가 계획한 것이 협박이 아니라 파멸이라는 것을. 그렇게 속내를 숨기고 있는 엠마의 스마트폰에 곧바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그 문자를 확인한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고, 그 변화를 눈치챈 멀린이 방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 물음에 엠마가 대답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도움?” “어비스 길드와 레이드를 같이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냐고요.” 156화. < 49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3). > 7. 주가가 높아지면, 기대 역시 높아지는 법. BJ대마도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주가가 높아지자, 그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다. - BJ대마도사의 다음 표적은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다! ㄴ 응, 이미 다 알아. ㄴ 설마 그거 새로운 소식이라고 들고 온 거 아니지? 이제 그 기대치는 보스 몬스터가 아니고서는 충족할 수 없을 지경. 그것도 그냥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에 만족하는 이는 없었다. - 그보다 얼마나 빨리 잡을까? ㄴ 10분 컷 예상. ㄴ 일단 잡는데 10분 넘으면 실패이지. 보는 순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놀라운 결과물이 아니고서는 만족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 그래도 10분 컷 하려면 파티 멤버로 1티어급 길드 멤버는 필요할 텐데? -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잡으려면 별동대 따로 조직해야 하니까. 그러한 기대감이 큰 만큼 거론되는 이름값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 내가 아는 형이 1티어급 길드 관계자인데, 저번에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이야기했데. ㄴ 응 구라. ㄴ 구라 아님, 이 사람 유명한 소식통임. ㄴ ㅇㅇ 나도 그거 비슷한 이야기 들어봤음. 그저 근거 없는 막연한 구설수가 아니라 구체화된 근거들을 기반으로 탄생한 소문들이. - 불사자 길드 소속 플레이어인 아난타가 BJ대마도사랑 잘하면 콜라보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 스스로 소문을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 역시 그랬다. “사장님, 진짜 어비스 길드랑 콜라보 하는 겁니까?” “일단 제안 중이라니까, 제안 중. 일단 관계자 미팅하기로 했으니까 그때 나오겠지.” 박영준, 그 역시 제 입으로 소문을 키웠다. “어쨌거나 이 정도 빅 이벤트인데 어비스 길드 정도하고는 손을 잡아야지. 안 그래? 그리고 어비스 길드가 나서야 다른 곳도 불만이 없잖아? 솔플이 아닌 이상 어디든 손잡고 행패 부릴 걸?” ‘그러니 이 소문을 모두 믿겠지. 감마 제약, 그 배후에 있는 이들까지 말이야.’ 목적은 당연히 기만전술. ‘기만 다음은 기습이지.’ 그러한 기만전술로 눈을 속인 후에는 당연히 기습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한다면 상대방 쪽에서는 대응은커녕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터. ‘그리고 광고 로고를 박아주는 거지.’ 그 후에 감마 제약 광고가 나온다면 감마 제약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약속과 다르니 백지수표를 줄 수 없다, 아니면 더 놀라운 것을 해냈으니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 무엇을 선택하든 박영준은 아무래도 좋았다. ‘보상이 없으면 손절이다. 그리고 판에서 쫓아내는 거지.’ 이 판은 이미 어느 한쪽이 올인은 물론 손목을 걸고 잘려야 끝나는 싸움. 이런 판에서 물러난다면 사실상 비루한 개꼴이 될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박영준은 자신했다. ‘뭐, 절대 안 나가겠지만.’ 자신이 모니터 그리고 스마트폰을 앞두고 마주한 이가 결코 여기서 포기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자가 아님을. ‘판돈이 넘치는데 나가는 인간이 있을 리 없지.’ 그리고 재력과 권력이 부족한 자가 아님을. 그때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내일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 말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뭔지는 몰라도 해달라면 해줘야지.” 8. 사람들은 언제나 드림팀에 열광하는 법. -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 파티 제안을 했다던데? - 어비스 길드랑 협상 중이래! - 와, 둘이 힘을 합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두 이름이 섞였을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이상은 없는 드림팀의 탄생에 관심이 없는 갓워즈 팬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더욱이 어비스 길드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 어비스 길드가 자존심이 있지, 조연을 어떻게 해? 무조건 어비스 길드 메인에 BJ대마도사가 플러스 알파인 거지. ㄴ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아무리 핫하다고 해도 어비스 길드랑 하려면 본인이 고개 숙여야지. 갓워즈 최고 그리고 최강. 그 명성만큼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곳. - BJ대마도사 주제에 어디서 콧대를 높여? - 어비스 길드랑 하려면 무조건 길드에 가입해야지. 아무렴. 그 외의 방식은 어비스 길드 팬들이 용납 못해. 그러한 어비스 길드의 팬들은 BJ대마도사란 이름값을 쉬이 용납지 않았다. 자연스레 논쟁이 붙었다. - 응, 동렙에서는 BJ대마도사가 역대 최고야. 멀린도 BJ대마도사 렙에는 지금 BJ대마도사보다 약했어. - 누가 봐도 1대1로 BJ대마도사 잡을 플레이어가 없는데, 꼴에 자존심 세우네. - BJ대마도사 이겨봤자 그다음에 BJ잭팟한테 개털릴 듯? 그 무렵이었다. 논쟁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한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기습과도 같은 방송. - 뭐? 토벌대 퀘스트? ㄴ 아니, 중대 발표래! 더욱이 타이틀은 중대 발표! 그 표현 앞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생각했다. - 설마 어비스 길드와 손잡은 거 발표하는 건가? - 그게 아니면 다른 길드? 이번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레이드 파트너를 공개하리라고.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9. 어두컴컴한 공간, 사역마를 유일한 빛 삼은 채 채팅창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방송 시작 사인을 확인하는 순간 짧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이내 시청자 숫자가 단숨에 10만이 넘었을 때, 그제야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BJ럭키는 어디 있어요? - BJ골드는 어디 있나요? - BJ잭팟 보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어우! BJ대마도사잖아? 깜짝 놀랐네! 그 쏟아지는 대답에 미다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채팅창 분위기도 점차 진정되기 시작됐다. 시청자들 역시 깨달은 탓이었다. - 진짜 뭔가 발표하려는 모양이네. - 엄청난 건가 보네. BJ대마도사가 중대 발표를 하라는 것을. [BJ럭키데뷔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최고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탄핵가즈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발언에 기대감에 채티창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확인한 후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최근 들리는 소문처럼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앞두고 여러 길드와 접촉했습니다."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 “좋은 제안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 진짜 어비스 길드랑 손잡은 건가? - 불사자 길드랑 손잡아주지! 똘똘이와 럭키 듀엣 갑시다! - 창성 길드 뭐하냐? BJ대마도사 키워서 어비스 길드 자리 한 번 노려보자! 그러한 응원을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제안과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당신들이 기대한 것들이 실현될 일은 없다고. - 무슨 소리야? - 결렬? 그 사실에 놀라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재차 말했다. “여러 논의를 했고, 방법을 찾고자 했으나 결국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 포기라니, 그럼 안 잡는 건가? - 말도 안 돼, 그럼 그냥 넘어가겠다는 거야? - 이대로 붉은산 졸업? 레드 고블린 부족장, 제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해도 파티 플레이 없이는 사냥할 수 없는 그 존재를 사냥하리란 생각하는 이는 없었기에. ‘오케이, 이때다.’ “보다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파티 플레이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순간 미다스는 말했다. “솔로 플레이만 있을 뿐.” 남들과는 다르게 사냥하겠다고. “10분, 그 안에 끝내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사냥하겠다고. “그럼 이제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 라이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이내 모든 시청자들을 볼 수 있었다. 가라앉은 사원. 그곳으로 달려가는 미다스의 모습을. 10. 가라앉은 사원. 낮지 않은 벽들로 둘러싸인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단 하나였다. 쿵! 그리고 그러한 입구를 벽보다 더 거대한, 5미터 신장을 훌쩍 넘기는 두 골렘이 지키고 있었다. 감히 그 누구의 침입도 용납되지 않는 무대. 그러한 무대에 불청객이 등장했다. 쿵! 등장한 건 역시 골렘. 쿵! 숫자 역시 두 마리. 그러한 골렘의 등장에 입구를 지키고 있던 골렘들, 사원의 수호자들의 몸이 그대로 멈추었다. 그뿐이었다. 사원의 수호자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잡을 뿐, 등장한 불청객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거나 그러한 의지를 담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신들은 전사가 아니라 수호자임을 나타내는 표현. 쿵! 등장한 불청객 골렘들 역시 그러한 수호자들의 의지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소리 없는 긴장감이 가득해졌다. [가라앉은 사원에 입장했습니다.] [가라앉은 사원에 입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긴장감 사이로 플레이어 한 명이 지나갔다. 지나간 이는 다름 아닌 미다스. 그런 그의 움직임에 사원의 수호자들은 그 어떤 방해나, 개입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못했다. - 와, 카모플라쥬에 엘프의 부츠를 합치니까 프리패스네! ㄴ 카모플라쥬가 뭐임? 은신 같은 거임? ㄴ 은신하고 비슷한데, 공격해도 안 풀림. 대신 맞으면 맞은 부위는 카모플라쥬 효과가 사라짐. ㄴ 사기잖아? ㄴ ㅇㅇ, 사기임. 수호자의 머리띠 착용 시 사용가능한 스킬인 카모플라쥬와 엘프의 부츠 효과인 엘프의 발소리는 보스 몬스터 급을 제외한 그어떤 몬스터의 어그로도 무색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예상대로다.’ 당연히 미다스는 예상한 바였다. - 와, BJ대마도사 멋지네. - 미션 임파서블 보는 줄! - BJ럭키 팬인데, 갑자기 BJ대마도사 응원하고 싶어졌어! 더불어 이러한 자신의 방식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 역시 예상한 바였다.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동시에 미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었다. 필시 미다스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사원의 수호자들이 반응을 할 터. 자연스레 골렘들이 그 사원의 수호자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전투를 치를 터였다. 제아무리 사원의 수호자가 가진 공격력이 낮다고는 해도 그 공격에 두 골렘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내 골렘들이 많이 버터봐야 3분이야.’ 정말 짧은 시간, 그 시간 안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끝마쳐야만 했다. ‘뭐, 찾는 건 일도 아니지만.’ 물론 미다스에게 드넓은 사원, 미로와 같은 그곳에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 어! 저거! 저거! -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다! 가라앉은 사원에 입장하고 20초가 지났을 때 미다스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과 조우할 수 있었다. - 벌써 찾았어?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 아니, 그보다 럭키랑 골드는? - 잭팟은? 동시에 지금 미다스가 혼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 순간이었다. 끄으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기괴한 울음과 함께 카모플라쥬 상태, 마치 투명 망토를 입은 듯한 미다스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스 몬스터. - 들켰다! - 어그로 끌렸다! 그러한 보스 몬스터에게까지 카모플라쥬 효과가 통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법.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당신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추종자의 노래를 준비합니다.] 즉, 이제는 전투를 시작해야 할 때. - 어? -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도망치네? 물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미다스를 인지하는 순간 그대로 등을 돌렸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게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특징이었다. - 저 새끼 원래 저런 놈임! - 쟤 겁나 빠르다. 빨리 못 잡으면 진짜 골치 아플걸? 그리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의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렇게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두둥! 북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등을 돌리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앞에 무장한 웨어 울프, 골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 골드가 등장했다! - 미친 설마, 블링크 쓴 거야? - 아, 잠깐. 나 살짝 지린 듯. 그 등장에 채팅창은 그냥 존재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BJ골드최강 님이 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등장 님이 3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역시BJ골드가메인이지 님이 4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후원금 러시 역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럴 만했다. ‘그래, 아무도 예상 못했겠지. 엘프의 로브를 가디언에게 줄 줄은.’ 과연 그 누가 그 귀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가디언에게 주리라 생각했을까? 심지어 등장 역시 절묘하기 그지없었다. [아즈모 님이 10,01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연출이 마음에 들어.] 심지어 그 아이템을 선물한 장본인조차 인정하는 순간. - 아즈모 님도 인정했다! - 봤지? 아즈모 님이 하신 말 봤지? 이제 엘프의 로브는 BJ골드 것이다! - BJ대마도사는 엘프의 로브 쓸 때마다 BJ골드 님한테 돈 내고 써라! 그 순간이었다. 꾸우우우! 하늘 위에서 청아하지만, 사납기 그지없는 울음과 함께 잭팟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잭팟 등장! - 뭔가 쥐고 있는데? 그렇게 등장한 잭팟이 그대로 발에 쥐고 있던 것을 놓았다. 그렇게 떨어진 것이 이내 바닥에 착지한 후에 자신의 울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크르르! 럭키마저 이제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BJ럭키귀여워 님이 200달러 후원했습니다.] [BJ럭키멋있어 님이 30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맛있어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러한 럭키의 등장에 대한 후원금의 수준은 앞선 미다스나 골드와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 역시 BJ럭키 님이 최고다. - 히어로 랜딩이다, 히어로 랜딩! - BJ럭키 님만이 주연배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시지. - BJ대마도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줬던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저에게는 럭키 님뿐입니다. - 저거 보고도 BJ대마도사 빠는 이상한 호구들 없지? 그 누구보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등장이었으니까. 그러한 등장 연출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좋아, 등장 연출은 완벽해.’ 그리고 미다스는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자, 그럼 전투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전투만 완벽하면 돼.’ 이제는 전투를 개시할 때. “럭키 사생결단!” 크-왕! 럭키의 흉포한 외침과 함께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가 시작됐다. 157화. < 50화. 러브콜 (1). > 1. 누군가 말했다. 이 세상에 모두가 놀라는 쇼는 없다고. 지금 미다스가 만든 쇼가 그러했다. - 중대 발표라며? 근데 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고 있어? - 솔로 플레이? 진짜? 저걸 혼자 잡는다고? 아니 그보다 여기 어디야? - 럭키가 히어로 랜딩을 했다고? 젠장, 진짜 끝내주잖아! - BJ대마도사가 카모플라쥬 스킬을 썼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누구도 감히 예상치 못한 레이드 라이브 방송에 시청자들 모두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놀랐다. “저, 저기 사장님 이대로 가도 되나요?” “응, 가야지. 그럼 접을까?” 이 모든 것을 알았어야 하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마저 미다스의 쇼에 놀랐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놀라는 일은 없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 쇼의 주인공은 미다스, 그 본인만큼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침착해야 했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확실하게 가자.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움직이는 거다.’ 그 사실을 명심한 채 미다스가 자신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더 냉철하게 분석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적과 조우하면 일단 도망치는 놈이지만, 그래도 보스 몬스터다.’ 일단 적을 얕보지 않았다. 분명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단일 개체로 움직이는 여타 보스 몬스터보다는 약했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그리고 HP까지도. ‘충분한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강해.’ 그러나 일반 몬스터와는 감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작다.’ 동시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체격이 작았다. 그 사실은 갓워즈에서 아주 치명적인 장점이었다. 능력치란 스탯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피격 범위가 적다는 건 그만큼 전투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비단 갓워즈만 그런 게 아니었다. FPS게임을 하는 이라면 체격이 작은, 피격 면적이 조금이라도 작은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알 터. ‘180센티미터, 그냥 플레이어지.’ 그런 의미에서 고작 인간 크기에 불과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쉽게 비유하면 플레이어와 같았다. 즉, PK를 하듯 싸워야 한다는 의미. ‘200레벨이 넘는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무장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격이지.’ 그것도 그냥 동급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스펙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플레이어를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 어! 럭키 님이 맞았다! 그 증거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상대로 럭키가 연거푸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퍼억! 그것도 마법이나 특수한 공격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기 그지없는 발차기 따위를 허용하고 있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스펙이 럭키보다 우위라는 증거였다. “네놈! 감히 내 동료에게 발길질을 하다니!” 그러한 상황에서 골드는 분노만 토할 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제대로 쫓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스펙이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를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 미친,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 젠장, 사생결단 괜히 쓴 거 같은데? - 우리 럭키님 말고 BJ대마도사 때리란 말이야! 보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힘든 광경. ‘이게 당연한 거지.’ 물론 미다스는 예상한 광경이었다. 당연히 대비책도 준비해두었다. “럭키, 금강불괴다!” 왕! 미다스의 외침에 럭키의 몸이 빛나더니 쇳덩이와 같은 금속으로 바뀌었다. 이게 답이었다. ‘강자를 상대로는 역할 놀이를 해야지.’ 딜러만으로는 강자를 잡을 수 없는 법. ‘전광석화를 쓴다고 해도 떨쳐낼 수 없으니.’ 전광석화 대신 금강불괴를 택한 이유 역시 그것이었다. - 럭키님이 탱킹하신다! - BJ대마도사, 뭐하냐? 이 파티 탱커는 너잖아? 네가 탱킹해! 탱킹이 확실해지면 다른 딜러 입장에서도 폭이 넓어지는 법. “골드!" 당연히 그 근접 딜러의 몫은 골드였다. “일기토다!” “예!" 일기토! 그 외침이 나오는 순간 골드의 기세가 달라졌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리라!” [골드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에게 일기토를 신청했습니다.] 거센 외침과 함께 골드의 온몸에서 아지랑이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기토가 시작됩니다.] [골드의 모든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골드의 전투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골드의 모든 집중력이 하나의 몬스터에 집중됩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곧바로 골드의 몸이 쏜살처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향했다. 그 움직임은 앞선 움직임과 달랐다. 기세부터 달랐다. 카앙! 무엇보다 이제는 럭키가 제 몸을 희생하며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공격을 받아주고 있었다. 쫓고 쫓기는 전투가 아니라, 치고받는 전투가 시작된 샘. 쉬익! 그 전투 속에서 골드가 손에 쥔 단검으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에 상처를 냈다. 단검이 움직일 때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갑옷 밖 피부들에 상처가 났다. [불뱀의 독이 퍼집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 불뱀의 송곳니다! - BJ골드님이 드디어 캐리하신다! 앞서서 불안했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무언가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듯한 광경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공세 앞에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조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끄르르! 여전히 힘 넘치는 소리를 내며, 자신과 사생결단을 선언한 럭키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골드의 공격 자체가 매우 치명적으로 적용하는 것 역시 아니었다. - 독데미지는 센데, 기본 공격 데미지는 그렇게 기대치 만큼 안 나올걸? -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벨이 깡패이니까. - 럭키 님이 딜링은 더 나올 텐데, 차라리 럭키 님이 딜링하는 게 낫지 않아? 효과는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 뭔 개소리야? BJ대마도사가 있는데. 물론 큰 문제될 건 없었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라이트닝 스피어, 사역마 파이어볼!” 미다스, 200레벨 플레이어보다 더 강한 화력을 가진 딜러인 그가 공세를 준비했으니까. 2. BJ대마도사의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는 그의 선언대로 남들과 달랐다. - 일기토라니! - 와, 가디언이 저걸 쓴다고? 특히 일기토가 나왔을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보스 몬스터 상대로 엄청난 스킬이잖아? - 거의 전투력이 1.5배는 되니까. - 저거 레전더리 중에서도 근접 탱커나, 딜러들이 없어서 못 구하는 물건인데? 일기토는 그만큼 대단했다. 앞서 말했듯이 남들과는 분명 달랐다. - 잡을 순 있을 거 같은데 빨리는 못 잡을 거 같다. 그러나 누구보다 빠르게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던졌다. - 럭키 님이 지금 탱킹에만 집중하니까. 제아무리 골드가 일기토를 써도 딜은 부족하지. - BJ대마도사도 초반부터 화력을 퍼붓기는 힘들 테고. - 잭팟은 중요한 순간 럭키를 보조해야 하니까 서포터 형식으로 대기 중이고. 분명 잡을 순 있을 터였고, 그 사실을 부정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모두가 이 레이드의 승자가 BJ대마도사가 되리라 예상했다. - 10분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다. - 오버할지도 몰라. - 솔로 플레이로 잡는 게 대단한 건 대단한 건데, 좀 그러네. 허나, 그들이 예상하는 결과물에 열광하는 시청자 역시 없었다. 그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그 모두에는 당연히 미다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재미도, 시간도 없어.’ 이대로 무난하게 레이드를 마치는 것을 시청자들이 바라지 않는 건 물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무엇보다 골렘들이 못 버틴다.’ 다른 무엇보다 사원의 수호자들을 상대로 골렘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오고 있었다. ‘내 마력도 못 버티고.’ 그리고 그러한 골렘을 유지하는 미다스의 마력 역시 제아무리 값비싼 포션을 먹어치워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사안의 힘이 충전되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다. ‘오케이, 게이지 다 찼다!’ 그토록 기다리던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자리에서 미다스는 그대로 입을 열었다. “지금 채팅창 분위기 안 좋을 거 같은데, 제 말이 맞나요?” 그 말에 시청자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 약속대로 빠르게 가시죠! - 후원금 드릴 테니, 지루하게 가지 맙시다. - 똑바로 딜해라 BJ대마도사!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이대로 적당히 끝나는 거 싫죠?” 시청자들이 재차 대답했고, 그 대답에 미다스가 다시 대답했다. “저도 싫습니다. 솔직히 제 자존심이 있는데, 솔로 플레이 선언했으면 파티 플레이하는 것보단 빨라야죠. 그리고 우아해야죠.”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지팡이의 뱀 머리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중인 레드 고블린 부족장과 럭키, 골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부터 공격 마법 5개로 끝내겠습니다.” 파격 선언! 그 선언에 모두가 기겁했다. - 5개? 어떻게? - 지금 2페이즈도 발동 안 했는데? 아직 HP가 70퍼센트 정도 남았을 텐데? - 구라 아니야? - BJ럭키님, BJ대마도사 또 딜 안 하고 놀아요! 혼내주세요! 그렇게 쏟아지는 의문에 대해 미다스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줄 뿐. “용열병!” 미다스가 곧바로 용열병을 발동시켰다. 본격적인 소리를 내질렀다. “인페르노 앤 트라이던트 앤 쇼크 웨이브! 사역마, 선더볼트!” 그리고 쿼드로플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더 이상 의문 따위는 던지지 않았다. - 진짜 끝낼 속셈이다! - 레전더리 마법만 3개! 최강 콤보다! - 다들 후원금 충전하자! 그저 열광할 뿐.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열광 속에서 캐스팅이 끝나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하나씩 카드를 꺼냈다. “인페르노.” 그 첫 번째는 인페르노였다. 화르르! 그 외침에 곧바로 불의 악마가 등장하여, 전장을 향해 자신의 모든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끄르르! 그 불길이 삽시간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온몸을 뒤덮은 채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마치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횃불이 된 것처럼. 그 상황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볼버!” 차근차근. “애드원!” 용열병에 리볼버를 그리고 애드원을 더했다. - 트라이 던트 3발이다! - 본격적으로 가는구나! 미다스가 저번에 보여주었던 트라이던트 5연발, 그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링을 재현할 속셈. - 채팅 말고 시청에 집중해! 그 사실에 모두가 이제는 채팅마저 멈추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잡힌 얼음창 한 자루를 그대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향해 던졌다. 콰직! 그 창이 닿는 순간 이제까지 그 누구도 멈추지 못했던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이 동상처럼 굳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얼어붙습니다!] 트라이던트의 효과가 빙결 효과가 발동하는 순간! “주인님을 위하여!” 그 순간 골드가 불타오르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향해 몸을 던지며 공세를 퍼부었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카운트를 가늠했다. - 빙결 시간 몇 초나 되려나? - 저번 불뱀 때 5초쯤 되지 않았나? - 그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불뱀보단 급이 높으니까 4초쯤 나오겠네? - 그렇겠지? 불뱀을 상대로 트라이던트의 빙결 지속 시간은 5초 남짓. 그렇다면 그보다 레벨 자체는 높은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빙결 시간은 그보다 짧을 터. - 4초다! - 자, 이제 풀린다! 그러한 시간을 예상하고 카운트다운을 마친 시청자들이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 어? 안 풀리네? 그러나 카운트다운이 끝난 상태에서도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반응 따위는 없었다. “네놈! 주인님이 주신 단검의 맛이 어떠냐!” 들리는 건 거듭된 골드의 외침뿐. [빙결이 풀립니다.] 끄르르! 이윽고 모두가 예상한 것보다 정확히 2배가 되는 시간, 4초가 더 흐른 후에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로로로! 그와 동시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입에서 듣기 거북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2페이즈 스킬, 회복의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그러나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는 없었다. - 뭐야? 상태 이상 시간이 왜 이렇게 길어? - 8초? 왜? 예상치 못한 장면을 이해하고,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러한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던지지 않은 채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자, 그럼 딜량 좀 늘려볼까요? 럭키야!” 왕! “전광석화다!” 왕! 이제까지 탱커로 맞고, 피하기만 했던 럭키에게 가장 어울리는 히트맨 옷을 입혀주었다.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시간이 길면, 탱킹 따위는 할 필요가 없잖아? 이유는 모르지만 꽁꽁 얼어붙은 몬스터를 상대로 탱커는 필요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까. ‘자, 그럼 이제 한 번 터뜨려보자고.’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마지막 히든 카드를 꺼냈다. “럭키야! 가름의 그림자다!” 가름의 그림자! 그 스킬이 등장하는 순간 보는 모든 이들은 기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라포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운빨좆망겜답네. 저게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겼다고. 158화. < 50화. 러브콜 (2). > 3. - 뭔지는 몰라도 상태 이상 효과가 2배가 됐어! 예상했던 것보다 2배나 길어진 상태 이상 지속 시간. - 그럼 트라이던트 빙결 효과에 쇼크 웨이브 마비 효과 더하면 몇 초야? ㄴ 선더볼트도 일단은 마비 효과 있지. 대부분 끝내기로 써서 잘 모를 뿐이지만. ㄴ 리플레이로 트라이던트 쓰면 2발 더 추가됨. ㄴ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미 공개된 마법들의 강력하기 그지없는 위력과 효과. - BJ럭키 님이 둘이 됐는데! - 이로써 BJ대마도사 서열이 한 단계 더 내려갔네. - 현재 서열 BJ럭키>BJ골드>BJ잭팟>BJ럭키분신>BJ대마도사 맞지? 그리고 등장한 두 마리의 늑대. 그러한 것들이 만들어낼 결과물을 예상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게 이유였다. - 게임 끝이네. - 필살 콤보는 여러 번 봤는데, 이런 건 또 처음 보네. - 이 가불기 실화임? 모든 시청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열광을 보여주는 이유. 그러한 열광에 미다스는 기꺼이 보답했다. 끼로로로로! 가름의 그림자, 럭키의 분신이 등장하는 순간 그리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회복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에 꽂았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얼어붙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이 꽁꽁 그대로 얼어붙었다. 왕! 왕! 그러자 럭키와 럭키의 그림자 분신이 동시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덥석! 덥석! 그대로 두 마리의 늑대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어깨 그리고 허벅다리를 물어뜯으면서 그대로 지나갔다. 마치 총알처럼. 그렇게 단숨에 적의 살점을 물어뜯은 두 늑대가 잽싸게 몸을 돌리며 다시 한 번 더 총알처럼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뚱이를 베어 물었다. 어설픈 물어뜯기나 발톱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뼈를 취하는 공격이었다.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시간을 셌다. ‘8초.’ 이윽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빙결 상태 이상이 풀릴 때가 왔을 때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손에 쥔 트라이던트를 던졌다. 세 번째 트라이던트가 간신히 몸이 풀린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다시 한 번 더 얼렸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탁! 그리고 그 빙결 상태가 풀리는 순간 미다스가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 쇼크 웨이브 터졌다! 쇼크 웨이브, 그것이 대지를 뒤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크게 흔들었다. 끄르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떨리는 숨소리와 함께 알림이 들렸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호우우우! 그리고 세 마리의 늑대가 동시에 적을 향해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꾸우우! 이제는 비상하던 잭팟마저 제 몸을 미사일처럼 내리꽂으며, 굳어버린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뚱이를 공격했다. 짐승의 이빨과 발톱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호리호리한 몸뚱이를 줄이기 시작했다. 'HP가 쭉쭉 줄어드는구나.’ 무방비 상태, 그보다 더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공격 앞에서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크나큰 HP도 부질없었다. 마치 달구어진 팬 위에 버터를 올린 듯이 녹아내릴 뿐. '아주 좋아.’ 보는 입장에서는 입맛이 절로 돌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리플레이, 트라이던트.” 그러한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다섯 번째 마법을 꺼냈다. - 역시! - 트라이던트 빙결 시간만 16초 추가! 예상했던 카드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후원금 러시도 남달랐다. [라포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와, 가름의 그림자 장난 아니네. 대체 얼마나 운이 좋아야 저걸 얻을 수 있는 거지?] 그리고 거물들도 움직였다. [아즈모 님이 10,01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라포 입에서 저런 소리를 들을 날이 올 줄이야. 그쪽이야말로 가장 운 좋은 플레이어잖아?] [라포 님이 10,01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게임에서 운 좋으면 뭐해? 태어날 때 운이 좋아야지. 그보다 여기 꼭 이렇게 숫자 달아야 해?] [아즈모 님이 10,01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왜? 마음에 안 들면 앞자리 올려볼까?] 그러한 거물들의 싸움 속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사이, 미다스는 다음을 준비했다. ‘이제 조만간 3페이즈 돌입이다.’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 마무리를 한다면, 그 역시 나쁠 것은 없었다. ‘난 BJ대마도사다.’ 그러나 BJ대마도사라면 거기서 만족해서는 안 되는 법. 적어도 BJ대마도사 이름을 걸로 방송을 하는 이상 미다스는 자신의 보여줄 수 있는 건, 그 이상을 보여줄 의무가 있었다. ‘화려하게.’ 그렇게 미다스가 더 놀라운 것을 준비하는 사이 알림이 들렸다. 끄르르!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마비 상태에서 회복합니다.] 쇼크 웨이브의 마비 효과가 줄어드는 소리가. 그 소리에 시청자들 중 일부가 말했다. - 아직 선더볼트 캐스팅은 다 안 끝났어! - 트라이던트 캐스팅도 진행 중이다! 현재 미다스는 어떤 마법도 캐스팅 상태가 완료된 것이 아님을. 물론 미다스는 당연히 계산한 바였다. 그리고 그게 그동안 열심히 게이지를 모은 이유였다. “사안!"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과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미다스가 손에 든 지팡이의 눈이 번쩍이며 마비에서 풀려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그대로 석상으로 만들었다. 추가 시간이 확보되는 순간.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시간 동안 캐스팅이 완료됐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사실을 미다스는 트라이던트를 손에 쥐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었다. 그 후 미다스는 착실하게 시간을 벌었다. 상태 이상이 끝날 때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이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려고 할 때마다 그것을 막았고, 멈췄다. - 저게 몬스터라서 다행이지, 플레이어였으면 여기서 그냥 로그아웃했다. - 로그아웃하고 BJ대마도사 찾아가서 현피했을 듯. - 현피로 되겠어? 폭탄 테러는 해야겠지. 보는 입장에서조차 치가 떨리는 광경이었다. “사역마, 선더볼트.” 그렇게 시청자들조차 치를 떠는 순간 미다스가 마지막 마법인 선더볼트를 꺼냈다. 꽈릉! 빛이 먼저 터지고, 뒤를 이어 천둥 소리가 시청자들의 귀를 그리고 미다스의 귀를 흔들었다. 그렇게 선더볼트가 떨어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사고가 일순 그대로 정지했다. 쉼 없이 가속을 밟던 전장이 잠시 정지했다. - 끝났나? 그렇게 정지된 세상 속에서 어느 시청자가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꼿꼿하게, 죽지 않은 채 사원 위에 선 채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 못 잡았다! - 딜 계산 실패인가? - 여기서 안 끝났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마지막 마법 갑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 마법 5개만 쓴다며? 5개 다 썼잖아? - 뭐야? 왜 여기서 말이 바뀌어?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 안에서 도끼 한 자루를 꺼내며 말했다. “역시 마무리는 물리 마법이 최고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주변에 있는 자신들의 동료들을 향해 명령했다. “얘들아, 비켜라! 내가 끝장낸다!” 그리고는 미다스가 석상처럼 굳어버린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4. 퍼억! 미다스가 휘두른 도끼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두개골에 깊숙이 박히는 순간 알림이 들렸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처치했습니다.] [사원의 수호자들이 정지합니다.] 모든 게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과 함께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뚱이가 이제는 생기 한 점 존재하지 않는 마네킹과 같은 꼴이 됐다. 그것을 본 후에야 시청자들도 알았다. - 끝났다! - BJ대마도사가 도끼로 잡았다! - 역시 물리 마법이 최강이구나!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가 끝났음을. - 그보다 몇 분 걸림? - 3분 39초! 전투 시작하고 딱 그 정도 걸렸음! - 4분도 안 걸렸다고? 말도 안 되는 기록이야. 전투 시간은 3분 38초, 이제까지 존재했던 모든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 기록을 무색하게 만드는 기록이었다. - 에이, 이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지. 물론 일반적인 경우와는 상황이 달랐다. 일반적인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는 정상의 평야, 그곳에서 수백이 넘는 레드 고블린 부족과 함께 이루어졌으니까. 허나, 그 사실을 가지고 BJ대마도사의 기록을 폄하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그것보다 더 무시무시하지. - 이 정도면 솔로 플레이 수준이 아니잖아? - 이제 몬스터들이 진지하게 갓워즈에 밸런스 패치 요구해야 할 듯? - 갓워즈는 몬스터들을 상향하라!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과정은 감히 폄하라는 단어를 꺼내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하나 같이 감탄을 토해내는 사이 미다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 라이브를 시청해준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레이드를 가능케 해준 아즈모 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즈모!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뀌었다. - 역시! 엘프의 로브는 아즈모가 준 거였어! - 와, 정말 그때 달라고 했는데 그걸 주다니!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선물로 받기에는 너무 크네요. 그래서 말인데, 주신 물건 돌려드리겠습니다.” 이 선물 기꺼이 돌려주겠다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엘프의 로브를 두르고 있는 골드에게 손짓을 했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더 아수라장이 됐다. - 이걸 돌려준다고? - 미친, 그게 얼마짜린데! - 와, BJ대마도사 재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저걸 그냥 돌려주겠다는 거지?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엘프의 로브를 이렇게 고작 주고받는 선물로 취급하는 광경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러한 상황에서 대답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0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필요 없어. 난 이미 블링크 스킬 있으니까. 그리고 그쪽 덕분에 나도 괜찮은 걸 얻었거든. 무엇보다 난 일생동안 선물을 되돌려받은 적이 없어.] 필요 없다고. 아즈모이기에 가능한 대답. - 역시 아즈모! - 배포가 장난 아니네! - 아니, 그보다 괜찮은 걸 얻었다니? 무슨 소리야? 그러한 대답에 모두가 열광했다. “아, 그럼 감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우와, 혹시 했는데 진짜 그냥 줄 줄이야! 이렇게 라이브에서 확인했으니 내가 먹어도 되겠지?’ 물론 단순한 환호는 아니었다. ‘아즈모 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아즈모 님 계신 곳에 하루에 한 번씩 꼭 절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절을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게 힘들 지경의 기쁨! 그러한 기쁨을 간신히 참으며 미다스가 이제는 방송을 마무리했다. “자, 그럼 이제 이야기는 끝났으니 다음에 뵙겠습니다.” 미다스가 그 말과 함께 럭키에게 손짓을 했다. 헥헥! 그러자 럭키가 미다스 근처에 다가왔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발을 들어 사람처럼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 럭키가 인사해드립니다.” 왕?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미소 짓는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5. -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J대마도사의 마지막 멘트가 나오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에 있던 직원이 잽싸게 다음 작업을 했다. “감마 제약 광고 넣어!” “넣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이 검게 물들고, 채널 위로 감마 제약의 로고가 올라왔다. 이번 방송의 후원자는 단 하나, 감마 제약임을 193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완벽한 마무리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해냈다, 같은 환호성 따위는 내지르지 못했다. ‘이래도 돼?’ ‘원래는 파티 플레이였잖아?’ 본래 계획과 다른 시나리오 앞에서 광고주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환호성이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렇게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직원들의 시선이 박영준을 향했다. 그런 직원들의 눈에 비친 박영준의 표정 역시 그들과는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툭툭! 평소 버릇처럼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는 그것은 그가 깊은 고뇌에 빠졌음을 보여줬으니까. ‘역시 사장님도 고민 중이구나.’ ‘광고주를 설득해야겠지.’ ‘어쩌면 광고만 하고 보상은 없을지도…….' 계약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법, 이제부터 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들이 위로의 눈빛을 보냈다. 물론 박영준의 고민은 직원들의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애초에 박영준은 광고주에 대한 고민 따위는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나오든 그에 대한 대비책은 전부 세워둔 상황. ‘불사자 길드의 라포.’ 박영준을 고민케 하는 건 다름 아니라 방송에서 큰손으로 부상한 라포였다.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그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갑자기 등장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불사자 길드 제안서가 가장 딜이 컸어.’ 더욱이 불사자 길드는 이번 BJ대마도사와의 파티 플레이에 매우 진지하게 접근했었다.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했었다. 즉, 이번에 후원금은 그저 단순히 팬의 입장에서 지불한 돈이 아니었다. ‘판에 끼고 싶은 거다.’ 지금 BJ대마도사를 데려가기 위해 모여든 판, 그 판의 입장료를 지불한 것이지. 그러한 상황에서 BJ대마도사는 아즈모에게 말했다. 엘프의 로브, 그것을 돌려주겠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BJ대마도사는 정말 되돌려줄 생각으로 그러한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거기서 그렇게 말한다고 아즈모가 돌려받을 리는 없지. 애초에 그건 선물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이니까.’ 정말 되돌려주고 싶었어도 아즈모가 받을 리 만무. ‘그럼 라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겠지.’ 즉, 그것은 라포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나랑 손잡고 싶으면 그 정도 물건은 기본 베팅액이라고.’ 이 판에 끼고 싶은 자에게 필요한 최소 베팅액이 무엇인지. ‘만약 라포가 판에 끼어들면.......'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불사자 길드의 크기를 생각했다.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사자 길드는 그 세력 자체는 10대 길드 중 9위와 10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운 좋게 벌려놓은 사업이 연달아 대박을 내면서, 의외로 자금력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엄청나게 커지겠지.’ 그런 그들이 판에 끼어든다면 도는 돈이 커지는 건 당연할 터. ‘끝내주는군.’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이 머리를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을 내린 모양.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잽싸게 질문했다. “사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광고주랑 이야기해야지.” ‘자, 그럼 백지수표 정산받으러 가볼까?’ 159화. < 50화. 러브콜 (3). > 6. “후우." 방송이 끝나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나오는 순간, 미다스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 후에 미다스가 그대로 골드에게 다가가 골드를 껴안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누가 듣더라도 이번 레이드 성공에 대한 감상. “주인님!” 미다스의 그 감상에 골드 역시 그의 몸을 격하게 껴안으면서 말했다. “예, 주인님의 말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주인님의 전설에 새로운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내뱉는 골드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감격이 가득 차 있었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정도. 허나, 미다스는 그러한 골드의 감격에 대답하지 않았다. 스윽! 대답 대신 골드가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 그것을 거듭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내 꺼야.”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의 머릿속을 지금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엘프의 로브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뿐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했다, 그런 여운은 조금도 없었다. ‘잘 쓰고 나중에 팔아서 전세 값에 보태자.’ 그저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 물론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골드는 거듭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한 길에 이 한 몸,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불사르겠습니다!” 헥헥! 그러한 골드에게 주인의 애정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럭키가 잽싸게 그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래, 럭키도 수고했다.” 왕! 미다스가 이내 골드와의 포옹을 멈추고 다가온 럭키를 한 번 크게 껴안았다. “이 못된 개! 어딜 감히!” 그 모습에 골드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이, 비상하던 잭팟이 이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그러나 럭키와 골드와 달리 잭팟은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꾸-우! 그저 한 방향을 향해 거센 울음을 내지를 뿐. 그 울음에 미다스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현재 미다스는 퀘스트 완료 알림을 듣지 못한 상황.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이내 럭키와의 포옹을 멈추고 이제는 감상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그 첫 번째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사체 앞에 서는 것이었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4개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냥꾼의 성과를 챙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빛나는 기둥이 보였다. 꾸우! 그러한 기둥을 잭팟도 보고 있는지,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 채 재차 소리를 냈다. ‘저기군.’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혹시 모르는 전투에 대비해라.”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전투태세를 갖춘 후에 그대로 기둥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미다스가 마주한 것은 무너진 건물들의 파편들이 가득한 땅, 그 속에 존재하는 지하로 가는 계단 하나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그 계단. ‘뭐지?’ 그러한 계단 바로 앞에는 석판 하나가 있었다. 음각으로 문장을 새긴 석판이. [특별하지 않은 자, 이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어다, - 라이틀링 -] 라이틀링이 남긴 경고였다. ‘여기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돌아갔군.’ 그것을 본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일단 챙기자.’ 그 그림을 그리면서 미다스가 석판을 집어든 후에 바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로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경고 문구를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뭔가 있을지 모른다.’ 해야 할 일이기에 할 뿐. 그렇게 내려가기 시작한 계단은 꽤 깊었다. 층수로 따지면 지하 3층 정도는 내려간 듯, 그 깊이 끝에 이내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석.’ 그리고 그 공간 하나를 오롯하게 독차지하고 있는 비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응?’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보고 있는 비석이 갑작스레 검게 가루가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렇게 가루가 된 것들이 미다스가 있는 방향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고스트? 모래 타입 몬스터인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모두 도망……." 그 경고와 함께 몸을 앞으로 날리며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며 방패를 자처했다. ‘일단 내가 막는다!’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 공격을 버텨낼 속셈! ‘와라!’ 그렇게 미다스가 제 몸을 활짝 펴는 순간, 그에게 다가온 검은 가루가 그대로 미다스의 가슴 속에 흡수되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가라앉은 사원을 발견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모든 게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쳐.” 그제야 말을 마무리한 미다스가 스윽,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골드와 럭키를 바라봤다. 그 둘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미다스를 바라봤다. 이제는 주인님의 또라이 짓에 적응을 했습니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 둘의 표정에 미다스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하, 장난이야, 장난.” 그렇게 대충 상황을 얼버무린 미다스가 이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아, 그보다 퀘스트가 완료됐으니 정리 좀 해볼까? 하하하!”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럭키와 골드가 슬쩍 서로를 보더니 이내 반응을 보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왕! 어쨌거나 호응을 해주는 그 모습에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젠장, 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이 빌어먹을 게임이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그러한 분노는 자연스레 비석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아니, 뭔데 그런 연출을…….' 그때였다. 비석이 사라진 곳을 바라본 미다스가 이내 새로이 등장한 것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책이었다. 종이가 아닌 석판으로 만든 손바닥 크기의 책. ‘저, 저거!’ 놀란 미다스가 부리나케 달려간 후에 그 책을 들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이제까지 갓워즈에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등급의 아이템 앞에서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으니까. ‘맙소사.’ 감탄하는 것. 그렇게 감탄하면서 미다스가 보다 자세한 내용을 봤다. - 개봉 시 소유한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진화시킬 수 있다. - 169레벨 이상 사용 불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더 놀랐다. ‘새로운 스킬이 아니라 기존 레전더리 스킬 업그레이드구나!’ 스킬 등급이 높아도 막상 그 효율은 낮은 등급의 스킬에 비해 떨어지는 법이 있는 법. 허나, 업그레이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아진다.’ 기존에 있는 레전더리 스킬보다 효과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을 터. ‘좋아, 그럼 확인해보자.’ 그 순간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석판으로 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을 개봉합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에메랄드빛을 내는 스킬 카드들이, 미다스가 가진 레전더리 스킬 숫자만큼 등장했다. ‘와, 끝내주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영롱하기 그지없는 그 에메랄드빛 사이로 미다스가 카드를 살폈다. 그 중 하나가 곧바로 미다스의 눈길을 훔쳤다. [드래곤스 아이(에픽)]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대상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여 보다 많은 데미지와 보다 강한 상태 이상 효과를 준다. ‘상태 이상 효과 추가라고? 지금 여기서? 잠깐, 데미지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효과 자체도 달라진다면 다른 스킬들은…….' 그 내용을 살핀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그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제가 응원해드리겠습니다!” 골드의 말에 미다스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곧바로 카드 한 장을 찾기 위해 빠르게 눈을 돌렸다. [가디언 (에픽)]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를 자신의 가디언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내 찾아낸 가디언 스킬의 설명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몬스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라는 문구가 삭제됐잖아? 그렇다는 건…….' 그 후에 골드를 바라본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올지도 몰라.’ 7.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야.” 가라앉은 사원에서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온 미다스를 맞이해주는 NPC초이. 그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라이틀링의 흔적은 발견했어?”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석판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NPC초이가 잠시 내용을 살피더니 이내 재차 질문을 던졌다. “시체는 없었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떠난 모양이네. 아주 빌어먹게도 말이야." 그 말과 함께 NPC초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혹은 나한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거나.” 그 혼잣말에 미다스가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네 생각은 어때?”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라이틀링 님은 위험하리라 생각되는 모든 곳에 경고 문구를 남기셨습니다. 그런 배려를 가지신 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모습을 숨기셨으리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 대답에 NPC초이는 대답 대신 지그시 미다스,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확인한 미다스는 직감했다. ‘자가라의 반지를 보고 있구나.’ 이제 NPC초이가 진정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리란 것을. ‘그래, 스케일 한 번 크게 가자.’ 그리고 그 이름값에 준하는 아주 굵직한 퀘스트를 하나 건네주리란 것을. “이제는 내 정체를 숨기지 않겠어.” 그러한 예상에 부응하듯 NPC초이가 자신의 장갑을 벗으며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툰가 왕국의 4왕자, 그게 내 신분이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반응했다. “맙소사! 정말 왕자님이십니까? 상상도 못한 정체였네요! 우와! 대단해!” 깜짝 놀란 척 연기를 해줬다. ‘괜히 여기서 명탐정 코난 놀이하면서 복잡하게 이야기를 비틀 필요는 없지.’ 잘 깔린 길을 놔두고 비포장도로를 갈 필요는 없는 법. “정체를 숨겨서 미안해. 하지만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어.” “아닙니다. 그보다 이렇게 정체를 제게 드러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무엇보다 이제 부탁을 해야 하는 상대에게 정체를 숨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때였다. “더군다나 이렇게 혼자 힘으로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이라면 마땅히 대우를 해줘야지.” 그 말과 함께 NPC초이가 품에 숨기고 있던 것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추가 보상이 지급되는 순간. 그것을 받아든 미다스가 잽싸게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자네가 하던 것을 계속해야지. 라이틀링을 찾는 것을 말이야. 마지막 흔적을 더듬어서 추적해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라이틀링의 흔적]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가라앉은 사원에서 라이틀링의 흔적을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타락한 부족’ 진행 가능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표정을 구긴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흔적을 발견하면 되나요?” “그래. 부탁하지.” 그 대화와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뱀 머리 지팡이를 NPC초이 앞에서 대놓고 흔들며 재차 말했다. “부탁하시는 거 맞죠?” “부탁이네.” 그 대답에 미다스가 더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부탁하는 거면 보상을 줘야지! 네 형은 이걸 줬다고, 이걸! 처음 볼 때부터 알아봤어. 딱 봐도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하는 거 없이 지내는 한량이었네, 한량!’ 물론 그 심정을 입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었다. 여기서 화내봤자 손해를 보는 건 그뿐이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힘이 쭉 빠진 채 대답하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했다. “로그아웃.” 8. “후우!" 캡슐에서 나오는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와, 진짜 이번 레이드는 대박! 이 번 걸로 아마 BJ대마도사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뀔 겁니다! 장난 아닐 거예요." 언제나처럼 휴게실에서 모인 이들과 함께 떠드는 이혁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아예 저기에 살림을 차렸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실소였다. ‘그래, 이제 돈도 꽤 모였겠다, 굳이 캡슐방에 비싼 돈 들여갈 이유는 없지.’ 그러한 실소 사이로 정현우가 머릿속으로 진지한 계산을 시작했다. ‘슬슬 브로커용 계정 계좌에 있는 돈을 빼야겠어.’ 현재 정현우가 모은 돈은 엄청났다. 과거의 그였다면 상상도 못할 수준의 금액! 그러나 그러한 돈은 현재 정현우의 명의로 된 한국 내 정상적인 은행 계좌에 잠들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예전에 형을 통해 해외에 만든 브로커용 가상 계정에 연결된 계좌에 있는 상황.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갓워즈의 아이템은 대개 달러로 거래되고는 했는데, 만약 한국 돈으로 그것을 구매하려면 환율 영향은 물론 환거래 수수료가 적지 않았으니까. ‘세금 때문에 전부는 못 가져오지만…….' 결정적으로 그렇게 번 돈이 크면 클수록 붙는 세금이 적지 않았을뿐더러, 액수가 일정 수준이 넘으면 국세청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히고는 했다. ‘야금야금 가져오면 방 하나 더 있는 전셋집 정도는 얻을 수 있지.’ 물론 아주 일부만 가져오면 얼마든지 눈을 속일 수 있는 법 더욱이 정현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주변 시선도 있으니 차근차근 올라가야 해.’ 만약 그가 지금 번 수입을 주저함 없이 쓴다면 주변 이들이 그를 의심하게 될 터. 결코 좋을 것 없는 일이었다. ‘형이 보기에 의심 가지 않을 정도, 진짜 내가 좀 뭔가 잘 풀려서 번 정도.’ 무엇보다 형의 의심을 살 가능성이 컸다. “현우 형!”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에게 뒤늦게 그를 발견한 이혁주가 다가왔다. “나오셨어요?” “야, 넌 알바하는 놈이 손님 나오면 잽싸게 받아야지 휴게실에서 지내는 게 말이 돼? 그거 직무유기야, 직무유기.” “에이, 형! 이번에는 직무유기가 아니라 정당방위였어요!” “정당방위?” “BJ대마도사가 레드 고블린 부족장 솔로킬을 하는데, 그걸 어떻게 안 보고 배겨요? 그걸 안 보면 그게 직무유기죠!" 그 변명에 정현우가 코웃음을 한 번 친 후에 슬그머니 말했다. “걔가 그렇게 대단했어?” “장난 아니었어요. 이거 대박입니다.” “그래 봐야 결국 돈지랄 템빨 덕이겠지. 신수랑 가디언 빼면 시체잖아?” “쯧쯧, 형 이제는 인정하세요. BJ대마도사는 돈지랄 템빨 플레이어가 아니에요! 진짜배기 실력자라고요!” “됐다, 됐어.” 애써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정현우가 휴게실로 간 후에 그대로 소파 하나에 앉았다. “어, 현우야 나왔냐?” “넌 언제나 재수가 없다.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라이브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장난 아니었어. 후원금 막 쏟아지고, 진짜 끝내주더라.” 그러자 곧바로 라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 대단했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그와 동시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엄청난 수확. 그러나 그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 역시 적지 않았다. ‘간신히 했어. 마력 거의 오링 났으니까. 그렇게 포션을 처먹었는데도.’ 그러한 피로감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던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다가오며 말했다. “형, 폰이요.” “고맙다. 아, 그리고 음료수 하나만.” “블루불이요?” “그야 당연히……."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정현우가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 “감마 제약 것 없어?” “당연히 있죠. 그런데 형 블루불 찬양론자였잖아요?” “블루불만 먹으니 좀 질리더라. 번갈아 가면서 먹어야지. 그래야 그 두 기업도 서로 경쟁할 거 아니야?” 말을 하던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경쟁은 좋은 법이지. 둘이 경쟁하다 보면 내 몸값이 저절로 오를 테니까. 아무렴. 원맨팀에 프랜차이즈가 되면 뭐해? 스포츠 스타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번 애들은 대부분은 기존 팀에서 나온 애들인데.’ 그 생각과 함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도착한 이메일함을 확인했다. ‘응? 라이징 스타 채널?’ 그러자 조금 전에 막 도착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이메일이 보였고, 정현우가 잽싸게 내용을 확인했다. -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또 아이템을 얻어주신다는 건가?’ 그렇게 굳은 표정 위로 걱정이란 단어가 덧칠해졌다. ‘아니, 이제는 편하게 돈 좀 받으시지 이렇게 내 아이템만 받으시면 남는 게 없으시잖아?’ 아이템 보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조금의 이득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걱정. 물론 그 걱정은 길지 않았다. ‘그래도 뭐 구해주신다면…….' 호의를 마다할 필요는 없는 법 아닌가?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가 이번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떠올린 후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걸 떠올렸다. ‘……마력 회복템이나 스킬이 좋겠지.’ 마력 회복. 그것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아이템 하나가 떠올랐다. ‘빌트가르의 뿌리 지팡이는 이제 레벨 차이가 너무 크고, 지금 내 레벨이라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가 제격이겠지.’ 그것을 떠올린 정현우가 실소를 지었다. ‘그거 가진 플레이어가 아즈모랑 멀린을 포함해서 손에 꼽을 정도인데, 받을 수 있을 리가. 하물며 내가 저번에 레전더리 아이템 해체 하면서 이름 모를 대마도사 시리즈는 거래 자체가 더 힘들어졌을 텐데.’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기에. ‘그냥 적당히 대답하자. 마력 회복 계열 아이템이나 스킬이면 좋을 것 같다고.’ 그렇기에 정현우는 별 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다. 160화. < 50화. 러브콜 (4). > 9. [미다스] - 레벨 : 134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733)/체력 (5+681)/지력 (676+1228)/마력 (139+1009) - 잔여 스탯 : 0 언제나 그렇듯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올 법한 능력치. ‘이번에 얻은 타이틀 룬 덕분에 능력치가 한층 더 괴물이 됐네.’ 그러한 자신의 능력치를 살펴보던 미다스의 시선이 마력 스탯 부분에서 멈추었다. ‘그래, 괴물이지.’ 그의 표현처럼 괴물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치였다. 그러나 그 괴물 같은 마력 스탯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문제는 내 마력 소모량도 괴물이라는 거지만.’ 이유는 다름 아닌 마력 부족. 이미 일찌감치 한계에 다다랐던 상황에서 골렘의 진리 스킬은 그 한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전력으로 마법 딜링도 불가능하지.’ 이번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에서 미다스가 여유를 부리듯 마법을 드문드문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때 이미 미다스의 마력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본래대로라면 상태 이상 걸리면, 나도 딜링을 해야 했는데 그게 안 될 지경이니.’ 강력한 상태 이상 효과를 주는 마법과 마법 사이에 다른 공격 마법을 쓰는 게 불가능할 정도. ‘물리 마법만 쓰게 될지도 몰라.’ 연출이긴 했지만, 마지막에 물리 마법을 쓰는 것도 그저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와야 해.’ 그렇기에 지금 미다스는 간절하게 소망했다. ‘마력 관련 스킬이.’ 이번에 새로운 얻은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에서 부디 이 마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나오기를. ‘제발.’ 그렇게 기도를 마친 미다스가 스킬 카드북을 개봉할 준비를 했다. “후우." 이윽고 짧은 숨을 뱉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았다. 끄덕! 미다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럭키와 골드 역시 무겁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후에 럭키와 골드와 서로를 바라본 후에 하늘을 향해 툭 튀어나온 주둥이를 내밀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그 둘이 동시에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고, 미다스가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스킬 카드북을 개봉하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이내 알림과 그에 대한 대답이 끝나자 다섯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잽싸게 그 내용을 확인했다. ‘마력 회복, 마력 회복!’ 간절한 기도를 남은 채. 호우우! 호우우! 그리고 두 늑대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카드 내용을 확인하던 미다스가 이내 스킬 하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우와! 나왔다! 맙소사, 이게 나오다니!” 그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블레이즈 골렘이다! 맙소사, 이거 진짜 장난 아닌데!” 블레이즈 골렘. 문자 그대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토해내는 골렘으로 파이어 골렘의 상위 골렘이었다. 상위 골렘인 만큼 그 강력함은 여러 종류의 골렘들 중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얘 데미지 딜링도 장난 아닌데! 얘가 불꽃을 토해내면 진짜 적이 살살 녹는다고, 살살!” 물론 강력한 만큼 단점도 있었다. "......그리고 소환자의 마력도 살살 녹고......." 마력 소모량이 엄청나다는 것.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 하필이면.’ 먹어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스킬임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미다스가 남은 스킬들을 마저 확인했다. 레전더리 등급 스킬들인 만큼 좋은 스킬들은 많았으나, 마력 갈증을 해소해줄 만한 스킬은 없었다. 무엇보다 눈에 안 들어왔다. ‘나머지 것들 스킬 값 다 합쳐도 블레이즈 골렘 스킬 카드값이 안돼.’ 블레이즈 골렘은 200레벨 이하 골렘 마법 중 최고라고 평가 받는 마법. 그만큼 가격도 최고였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제 지갑에 있는 돈을 주고 스킬 카드를 구매한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을 정도. ‘아, 어쩔 수 없지.’ 사실 그 대목에서 이미 이야기는 끝났다.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몬스터 앞에선 강해져도, 비싼 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게 미다스였으니까. [블레이즈 골렘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선택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가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지.’ 그리고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레전더리 에픽으로 무엇을 고를 것인지.’ 그 고민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 새로운 힘을 손에 넣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기쁘게 외치는 골드를 바라보며 미다스가 이내 결단을 마쳤다. ‘뭐, 답은 뻔하지만.’ 가디언 스킬. 미다스가 최초로 고른 레전더리 에픽 스킬이었다. 10. 가라앉은 사원. 다시금 그곳을 방문한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입구 앞에 그대로 멈춰버린 사원의 수호자들과 그들과 싸우다 파괴된 자신의 골렘들의 흔적이었다. 왕! “주인님의 위대한 전설이 이곳에 이렇게 남아있군요!” 그 광경을 본 골드와 럭키가 한 마디씩 감상을 내뱉었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감탄했다. ‘사원의 수호자들 몸에는 상처 하나 없네.’ 개중에서도 미다스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사원의 수호자들의 몸 어디에도 전투의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미다스가 소환한 두 골렘으로부터 이렇다 할 타격을 조금도 받지 않은 셈. ‘재수 없었으면 진짜 게임 오버 당할 뻔했네.’ 자신의 저번 레이드가 얼마나 운이 따른 것인지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오싹함도 느껴졌다. ‘조심해야지.’ 벼랑 끝에서 줄타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더욱이 그건 미다스의 방식이 아니었다. 확실한 승산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하는 것! 그게 미다스의 스타일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상황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조심할 게 아니라 제대로 해야지. 고민할 게 아니라 없으면 투자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해.’ 그렇게 각오를 다진 미다스가 다시금 가라앉은 사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곧바로 화살표 하나가 그를 반겼다. NPC라이틀링의 흔적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화살표였다. ‘좋아.’ 그러한 화살표를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걸음을 내디뎠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일단 그것부터 확실하게 하자.’ 그렇게 미다스가 화살표를 거스르며 움직여 도달한 곳에는 이제는 시체라도 볼 수도 없을 만큼, 그저 이 사원의 한 조각이 된 듯한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사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본 골드가 한마디 했다. “주인님의 위대한 전설의 희생양이 저기에 있군요. 아주 꼴좋은 모습입니다.” 미다스의 승리를 찬양하듯이. 그러한 골드의 말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꼴좋은 모습이지. 그리고 골드, 네 다음 모습이기도 하고.” 왕? "예?"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긴장 어린 표정으로 그리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레드 고블린 부족장 사체 앞에 섰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가디언 스킬, 이제는 레전더리 에픽이 된 스킬의 설명을 떠올렸다. ‘몬스터에 대한 깊은 이해 문구가 사라졌다는 건, 달리 말하면 100마리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 가디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디언으로 삼고자 하는 몬스터를 100마리를 잡아야 했다. 그렇기에 100마리만 잡을 수 있다면 보스 몬스터도 얼마든지 가디언으로 삼을 수 있었다. 단지 이제까지 그 누구도 그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 뿐. 그렇다면 그 문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굳이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보스 몬스터를 한 번만 잡으면 제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 미다스의 예상대로라면 보스 몬스터도 제물이 될 수 있을 터. 그게 이유였다.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가디언 스킬을 자신의 첫 번째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정한 이유. “가디언 소환.” 그러한 미다스의 결정에 갓워즈는 대답했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그 예상이 맞았다고. 그 대답에 미다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예상대로다!’ 말도 안 되는 새로운 전력을 손에 넣은 순간. ‘이제 진짜 마력만 해결되면 되겠네.’ 물론 그와 동시에 이러한 전력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없다는 고민도 같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 그 고민을 다시금 하는 미다스의 표정은 앞선 경우와 달랐다. ‘고민만 하는 건 의미가 없어. 하물며 답은 이미 나왔어.’ 그건 고민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돈으로 지르면 돼.’ 결단을 내린 표정이었지. ‘그래, 당장 그 돈 전부 가져와서 집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은 언제든 따로 팔면 돼.’ 그 결단을 내린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지르자!’ 11. “현우 형, 무슨 일 있어요?” 휴게실 밖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덜덜 떨고 있는 정현우의 모습에 이혁주가 질문을 던지자, 이내 정현우가 고개를 돌려 이혁주를 바라봤다 그렇게 정현우의 얼굴을 확인한 이혁주가 놀라며 되물었다. “형? 안색이 왜 그래요? 누가 보면 집문서 팔아서 아이템 지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거 같은 표정이네요?” 그 표현 그대로 정현우의 얼굴에는 마음고생, 그것도 돈과 관련된 고생을 심하게 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미약하게 떨고 있는 손에 쥔 스마트폰을, 뜨겁게 달구어진 그것을 바라보았다. ‘질렀다.’ 그런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 자신이 지른 아이템 두 개가 떠올랐다. ‘프로 입단 때 받은 계약금보다 비싼 걸 두 개나 질렀어.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비싸게.’ 그리고 그 아이템에 붙은 가격표, 그 속의 동그라미들의 개수도 같이 떠올랐다. "어휴." 예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을 미친 짓이었다. ‘내가 진짜 돈을 많이 벌긴 버는 모양이네. 이런 상황에서 청심환 없이도 버티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예전이라면 심장 마비로 쓰러졌을 법한 일을 그저 벌벌 떠는 정도로 끝내는 자신의 모습이 정현우는 새삼스러웠다. ‘나도 많이 컸네.’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킨 정현우가 곧바로 스마트폰을 켰다. 그 후에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 지르겠다.’ 그러한 정현우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니라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였다. 몇 달간 매물이 없다가 갑자기 경매로 등장한 그 물건의 경매 입찰가는 한없이 치솟는 중이었다. ‘가격이 더 올랐네.’ 그리고 그렇게 오른 가격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아이템의 가격을 뛰어넘은 상태. ‘뭐, 나 때문이지만.’ 물론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웃을 해체해서 스킬을 얻은 이후 이름 모를 대마도사 아이템들의 가격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오르는 중이었으니까. 포기하는 게 당연한 일. 그럼에도 정현우는 미련이 남은 듯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만 있으면…… 붉은산에서 그냥 솔플로 다 해먹고도 남길 수 있는데.’ 이 아이템은 정현우가 본인의 스타일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마스터 피스와 같았으니까. "쯧."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매에 입찰하는 일은 없었다. 진짜 이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보통 이들이 아닐 터. ‘그래도 사는 놈이 있으니까 경매가가 오르는 거겠지.’ 달리 말하면 지금 이 경매에 참가하는 이들 중에는 얼마를 지불하더라도 이 아이템을 구매할 생각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 사실을 떠올린 정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부럽다.’ 12. ‘이것 봐라?’ G베이, 그곳에 올라온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경매를 바라보던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한 박영준의 머릿속으로는 조금 전 감마 제약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박영준은 말했다. 약속과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광고를 해주었으니 보상을 원한다고. 그리고 그 보상으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원한다고. 그에 대해 감마 제약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며, 약속과 상황이 다르니 내부 회의를 한다고 답변했다. 그 후에 마치 그 둘의 대화를 들었다는 듯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가 G베이에 올라왔다. ‘이건 진짜 기본적인 수법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박영준은 이것이 감마 제약 쪽의 수법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딱히 대단한 수법도 아니었다.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의 경우에는 현금으로 정확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갓워즈 초창기의 경우였다. 즉, 대부분이 생각하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가격표는 오래전의 가격표인 셈. 때문에 그런 아이템을 거래하고자 할 때 이렇게 G베이 경매에 물건을 출품시켜 가격표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했다. ‘뭐, 생색내기에 이만한 게 없지.’ 파는 입장에서는 가격표의 가격이 올라가서 나쁠 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이건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어차피 얼마가 나오든 우리는 백지수표만 건네면 되니까.’ 판매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 ‘예상대로 이 판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그 값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에서 물러날 의지가 없다는 표현. ‘BJ대마도사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군.’ 그 사실을 깨달은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러브콜이 쏟아지면 결국 경매를 하는 수밖에.’ 그러면서 다음 계획을 준비했다. ‘BJ대마도사를 두고 얼마까지 입찰하려나?’ 161화. < 51화. 주인공이 힘을 숨김 (1). > 1. [붉은 피로 물든 바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33레벨 이상 - 레드 고블린의 학살자가 입었던 바지다. 레드 고블린의 피로 물들어 있다. - 근력 +41 - 체력 +35 - 지력 +159 - 마력 +263 - 공격력 +10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캐스팅 속도 +15퍼센트 - 착용 시 학살자의 아우라 스킬 발동 [붉게 물든 망토]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34레벨 이상 - 레드 고블린의 피를 머금고 자라난 붉은산의 나무의 기운으로 염색한 망토다. - 근력 +51 - 체력 +49 - 지력 +136 - 마력 +278 - 마력 회복량 +20퍼센트 -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착용 시 숲의 기운 스킬 발동 자신의 인벤토리에 새로이 자리 잡은 아이템을 지그시 바라보던 미다스가 인벤토리 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가 착용하고 있던 바지와 망토가 새로운 빛을 내며 붉은빛으로 바꾸었다. [붉은 피로 물든 바지를 착용했습니다.] [붉게 물든 망토를 착용했습니다.] [학살자의 아우라가 발동했습니다. 몬스터 사냥 시 체력 및 마력이 일부 회복됩니다.] [숲의 기운이 발동했습니다. 숲에서 전투 시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가 보다 빨라집니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막상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기색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쯧." 기쁨의 환호는커녕 오히려 짧게 혀를 차는 미다스가 인벤토리창을 닫자, 그 뒤에 꺼내놓았던 스킬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고닉 마나] - 스킬 랭크 : S - 스킬 효과 :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드래고닉 마나. "쯧." 이제는 S랭크, 마스터 랭크가 된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재차 한 번 더 혀를 찼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은 최후까지 아끼려고 했는데.’ 드래고닉 마나에 마스터 스킬북을 씀으로써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더 이상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 없다는 것. 그게 미다스가 혀를 차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 자체가 언제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매물이었다. ‘그걸 그냥 놔두면 랭크업을 하게 될 드래고닉 마나에 쓰게 될 줄이야.’ 더불어 드래고닉 마나 스킬의 경우에는 당장 빠르게 랭크업은 힘들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랭크업이 이루어지는 스킬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랭크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 기분이 마냥 좋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왕! 그러한 미다스의 거듭된 혀 차는 소리에 럭키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미다스의 몸에 제 얼굴을 문질렀다. ‘괜히 아끼다가 얘네들이 위기에 빠지는 것보단 그냥 쓸 때 쓰는 게 낫지. 아껴봤자 똥밖에 더 되겠어?’ 기분이 상한 주인을 위로하는 그 모습에 미다스가 이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님, 너무 근심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새로운 몸을 불살라 주인님이 세울 전설을 비추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그러한 럭키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이제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의 몸을 얻게 된 골드가 한마디를 뱉었다. 그 말의 위엄이 상당했다. 막연한 비유가 아니었다. [골드가 카리스마를 풍깁니다.] 보스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으면서 보스 몬스터가 가진 카리스마마저 얻었다는 것. ‘설마 카리스마까지 나올 줄이야.’ 일반 몬스터들의 능력치를 하락시키는 디버프 스킬을 자동 탑재한 셈이었다. 능력치 역시 상당했다. 겉모습은 웨어울프 때보다 훨씬 작았지만, 기본 스탯이나 전투 능력은 그때의 최소 2배 이상! ‘레전더리 에픽 스킬 수준이 장난 아니네.’ 레전더리 에픽 등급 스킬의 아득함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꾸우!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의 머리 위로 잭팟이 자리를 잡은 채로 울음을 토해냈다. 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잭팟의 모습에 미다스는 더 이상 기죽은 표정 따윈 짓지 않았다. ‘그래, 이걸로 마력 갈증도 충분히 해소했는데 기뻐해야지.’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화살표를 확인했다. 그 화살표를 확인한 미다스가 그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뭐든 와라! BJ대마도사의 이름으로 전부 박살을 내주마!” 2. “아, 진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탄식을 내뱉는 미다스. 이윽고 두 손을 치운 미다스의 눈앞에 석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온 자, 나를 대신해 이곳의 타락한 레드 고블린들을 처치해주었으면 한다. - 라이틀링 -] 라이틀링이 남긴 흔적. 그 흔적 너머로 붉게 물든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퀘스트창이 펼쳐졌다. [타락한 부족]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라이틀링의 부탁대로 타락한 레드 고블린 부족을 몰살시켜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 !퀘스트 완료 시 ‘라이틀링의 남긴 반지’ 진행 가능 !현재 남은 타락한 레드 고블린 숫자 : 10,004마리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제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절규하듯 소리쳤다. “빌어먹을, 이건 아니지.” 라이틀링의 흔적 퀘스트는 간단했다.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자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통로를 통해 이동하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이동하자 눈앞의 풍경, 타락한 레드 고블린 부족의 영역이 모습과 동시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이곳에 있는 타락한 레드 고블린 1만 마리, 그 전부를 몰살시키라는 퀘스트 내용이. “1만 마리를 나 혼자 어떻게 잡아?” 토벌대 퀘스트 당시 40인 파티를 기준으로 1시간에 잡은 레드 고블린 숫자는 최고 2천 마리. 즉, 40인 파티를 기준으로 1만 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5시간 동안 사냥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혼자 하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걸릴까? 물론 그런 고민은 사실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혼자 공략하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니었으니까. ‘젠장.’ 미다스가 속으로 끙끙 앓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진짜 퀘스트 막히겠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자주 일어나리라는 것. 헥헥! 그렇게 고뇌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다가왔다. “뭐라고 럭키야?” 왕! “그냥 이대로 갓워즈 본사 처들어가서 서버에 불 지르라고?” 왕! “아, 그러면 지금 지른 아이템도 날아가니까 벌 만큼 벌고 불을 지르라고?” 왕! “그래, 네 말이 맞다.” 다가온 럭키와 웃기지도 않는 대화를 나눈 미다스가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지금 직면한 문제는 그렇게 크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상황 자체는 간단했다. “쓴 돈이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지.” 일단 포기라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미다스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일단 숫자를 파악하고, 패턴부터 분석한다.’ 공략법을 정립하고, 숙지하고, 그 모든 것을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새겨 넣는 것.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솔플 연습도 해야 했고, 스펙업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확인도 해야 했으니까.’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여긴 외부 변수는 없을 테니, 연습으로 최적의 장소이지.’ 현재 미다스는 단 한 번도 레드 고블린 부족을 상대로 솔로 플레이를 해본 경험이 없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그의 생각처럼 이건 기회였다. “이번 기회에 솔플의 제왕이 되어보자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많은 무리와의 전투의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 왕! 그러한 미다스의 각오에 박수를 보내듯 럭키가 짖었고, 그 모습에 이제는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뭐라고?” 왕! “솔플의 제왕이란 표현이 너무 유치한 거 아니냐고? 하긴, 좀 그렇긴 하다. 우리 혜린이 또래 녀석도 보고 유치하다고 코웃음 칠만한 수준이긴 하지.” 그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이제 한동안 자신이 지내게 될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곳곳에 있는 몬스터들의 존재가, 그들의 정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3.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요구했다고?”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대답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후 나온 질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일단 줄 생각이에요.” 그 대답에 멀린은 반박하지 않았다. “하긴, 냉정하게 본다면 그걸 준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현재 그 아이템의 가치는 한없이 높은 상황이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광고를 넣는 광고료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니까.” 허나, BJ대마도사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당장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2백만 명,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는 그 숫자 이상으로 강렬함을 남길 수 있는 타입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광고로 감마 제약 주가가 반등했고.” 그 영향력은 눈에 보일 정도.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돈을 낼 테니 광고를 해달라고 하겠지. 어디 이름 모를 나라의 인기 연예인 한 명 고용해서 광고하는데 100만 달러 주는 것보단 효과가 훨씬 좋을 테니까.”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 그것을 주는 건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반대로 여기서 안 주면, 판에서 떨어지는 거겠지.” 오히려 주지 않았을 경우 손해가 컸다. “불사자 길드 애들이 끼어든 상태인데, 여기서 우리가 벗어나면 불사자 길드랑 아즈모 사이에 괜한 커넥션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4명이 도박을 하는 도박판에서 한 명이 나가면, 남은 3명이 손을 잡고 작당을 하는 법. 그 후에 자리에 앉는 것은 호구를 자처하는 꼴이었다. 당연히 그때 다시 자리에 참석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터. “이 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보통이 아니야.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힘들게 판을 짰어.” BJ대마도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판의 무서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줄 수는 없지.” 이어진 멀린의 말에 엠마는 이번에도 고개만 끄덕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제 스스로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사전 계획과는 달랐으니까. 약속과 다르면 이야기도 달라지는 법이지.” 줘도 아깝지 않다고 해서 꼭 줄 필요는 없는 법. “안 그래?” 이번에는 엠마, 당신이 설명해라! 그러한 제스처에 엠마가 입을 열었다. “이번 BJ대마도사의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를 보면서 느낀 건, 우리가 그의 전력을 너무 모른다는 점이었어요.” 말을 하던 엠마의 머릿속으로 라이브 방송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설마 카모플라쥬 같은 걸 가지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죠.” 개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건 BJ대마도사가 카모플라쥬를 이용해 사원의 수호자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그건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것이었다. “만약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서 BJ대마도사를 붉은산 정상에서 포위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했겠죠.”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면? 필시 BJ대마도사는 카모플라쥬 스킬을 이용해서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을 터. 회심의 수가 오히려 목을 옥죄는 자충수가 됐을 터였다. 그 대목에서 멀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떤 제안을 했지?” “퍼포먼스를 요청했어요. 붉은산에서 고블린을 잡아달라고.” 그 대목에서 멀린이 옅게 웃었다. “솔로 플레이로 말이지.” “설마 BJ대마도사가 그 제안 앞에서 갑자기 파티 플레이를 할 일은 없겠죠. 무엇보다 경험도 없을 거예요.” 경험이란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녀석이 실력자라고 해도 붉은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경험이 있을 리 없지.” BJ대마도사가 실력자 출신이란 건 이미 대부분이 동의하는 바였다. 그것도 랭커급 실력자라는 게 세간의 예상. 그러나 제아무리 그런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붉은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경험은 있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그 어떤 플레이어도 그런 걸 해본 적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떤 퍼포먼스를 요청했어?” “붉은산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흔히 하는 내기방식이요.” 그 대목에서 멀린이 웃었다. “럭키 세븐 스타일이군.” 럭키 세븐. 붉은산의 고블린 777마리를 최대한 빨리 잡는 것. “현재 10인 파티 기준 최고 기록은 우리 어비스 길드가 가진 19분이었으니…… 꽤 자극이 갈 거예요." 이어진 엠마의 말에 멀린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동양에 이런 말이 있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멀린의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감이에요.” 말을 마친 멀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쨌거나 이번에 BJ대마도사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겠군. 지금 이런 일에 대한 준비나, 연습 같은 걸 몰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4. [타락한 레드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고독한 레드 고블린 학살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획득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잠시 전투를 멈춘 후 푸념을 내뱉었다. “아, 진짜 못해먹겠다.” 그 푸념과 함께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화르르르! 블레이즈 골렘이 토해낸 불길에 불바다가 된 붉은숲. 크-왕! “나쁜 개! 그건 내 사냥감이다!” 꾸우! “나쁜 새! 그것도 내가 잡아놓은 사냥감이다!” 그 숲에서 부리나케 움직이는 타락한 레드 고블린들을 경쟁하듯 학살하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을 바라본 미다스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먹을 게 있어야 해먹지.” 162화. < 51화. 주인공이 힘을 숨김 (2). > 5.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꺼운 알림.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조금의 신경도 주지 않았다. “후우!" 대신 짧은 호흡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에 잡힌 파이어볼을 정면을 향해 던졌다. 퍼엉!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미다스를 향해 달려오던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통쾌하기 그지없는 원샷원킬. 그러나 그 사실에 기뻐할 여유는 없었다. 크르르! 네 마리나 되는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들이 미다스를 죽일 기세로 거리를 좁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상황 앞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록!” 그 외침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등장했다. 크-왕! “네놈들!” 가름의 그림자를 포함한 셋이 단숨에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 셋을 덮쳤다. 끄르아! 개중 남은 한 마리만이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 적을 상대로 미다스는 백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빠르고 경쾌하게. 매우 숙련된 솜씨로 백스텝을 밟던 미다스가 손에 잡힌 파이어볼을 적에게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깔끔하게 적의 머리통을 뒤덮었다. ‘이제 좀 되네.’ 백스텝. 그것이 미다스가 앞으로 있을 다수와의 전투를 대비해 준비한 것이었다. 딱히 대단한 방식은 아니었다. 적과의 전투에서 뒤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한다, 라는 게 유용하리란 것은 어린 애들도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안 하던 거라서 우려했는데…….' 하지만 의외로 갓워즈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갓워즈에서 마법사들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리며, 레벨이 높아질수록 몬스터 또는 근접 딜러 플레이어와의 그 차이는 더 커진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백스텝을 밟으면서 마법을 던져봤자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마법 사용 횟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더블 캐스팅이 가능한 이조차도 소수에 불과했으며, 트리플 캐스팅이 가능한 마법사는 1티어급 길드에도 몇 없었다. 가진 총알 개수가 적은데 굳이 뒷걸음질 치면서 던질 바에는 그냥 확실하게 던지고, 그 후에 등을 보이며 전력으로 도망치는 게 나았다. 미다스 역시 이제까지 그래왔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걷는 이에게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법. ‘연습하느라 고생 좀 했지만…….' 때문에 이런 날을, 언젠가 백스텝이 필요할 때를 준비하고 나름 꾸준히 연습을 했다. 이번 전투는 실전 연습임과 동시에 연습의 성과를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그래도 보람이 있군.’ 그리고 받아보게 된 결과물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예상한 것보다 좀 더 결과물이 좋아.’ 예상 이상, 그 만족스러운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 물론 모든 게 예상대로 된 건 아니었다. 왕! “이건 내 사냥감이다!” 꾸우! “이 나쁜 새! 마지막 남은 사냥감을 빼앗아가다니!” 이제 하나 남은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를 가운데 둔 채 경쟁하는 셋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렇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미다스의 머리 위로 3미터 신장, 일반적인 골렘보다는 체격이 작지만 그 기세만큼은 남다른 블레이즈 골렘의 모습이 보였다. ‘골 때리네.’ 이번의 스펙업은 미다스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상태였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가시적인 스펙업 자체가 남다른 건 알고 있었다. 럭키의 경우에는 가름의 그림자로 인해 2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상황. 여기에 보스 몬스터를 베이스로 삼은 골드의 전투력은 그런 럭키와 비교해서 부족하기는커녕 우세했다. 블레이즈 골렘 역시 일반 골렘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 능력을 보여주는 괴물이었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수준. ‘시너지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이야.’ 예상을 벗어난 건 이 조합이 만들어낸 효과였다. ‘블레이즈 골렘이 이렇게 제대로 어그로를 끌어줄 줄이야.’ 블레이즈 골렘은 특별한 스킬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 공격 방식 역시 일반 골렘과 같았다. 활활 타오르는 몸으로 적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뿐. 대신 일반 골렘과 다르게 블레이즈 골렘이 공격한 곳에는 불길이 남고는 했다. 그리고 그 불길에 데미지를 입은 이들은 블레이즈 골렘에게 공격을 당한 것으로 인식을 했다. 가장 먼저 공격을 한 대상에게 어그로가 끌리도록 설정이 되어있는 일반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그 불길에만 닿아도 블레이즈 골렘을 공격하게 되는 셈. ‘광역 어그로라니.’ 전투 전에 블레이즈 골렘으로 불을 지르기만 해도 블레이즈 골렘에게 대부분의 몬스터들의 어그로가 집중됐다. 자연스레 럭키와 골드는 데미지 딜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잭팟이 생각 이상으로 전력이 되고.’ 그 상황 속에서 나오는 변수들의 일부분은 잭팟이 알아서 제거해주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럭키를 잡고도 비행을 하는 잭팟에게 보통 크기의 일반 몬스터를 낚아채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이 과정 속에서 미다스가 끼어들 부분은 많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다. ‘……진짜 그냥 내가 탱커를 해버릴까?’ 이쯤 되면 미다스가 괜히 마법 쓴다고 나대서 마력을 소모하는 것보단 그냥 마력 탱크 겸 탱커로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될 지경. ‘그렇게 하면 블레이즈 골렘을 2마리 소환할 수도 있을 텐데.’ 더욱이 미다스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마력 탱크를 자처할 경우 블레이즈 골렘을 2마리나 소환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그보다 이 정도까지 마력에 투자했는데도 마력량이 부족할 줄이야.’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다스는 전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미다스의 화력이 그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다는 증거였다. ‘장난 아니네.’ 그 사실에 실소를 머금은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타락한 레드 고블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머릿속에 있는 숫자를 떠올렸다. ‘이제 남은 숫자는 2천 마리.’ 라스트 2,131마리. ‘1만 마리 잡는 게 이렇게 쉽게 끝나게 될 줄이야.’ 이제 두 타임 정도 뛰면 아득했던 퀘스트도 쉽게 끝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미다스는 거기서 게임을 이어가지 않았다. ‘슬슬 미팅 시간이 다 됐네.’ 미팅이 있으니까. ‘사장님이 좋은 소식을 가져왔으면 좋겠네.’ 아주 멋진 사장님과의 미팅이. 6. 툭툭,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머릿속으로 감마 제약과의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역시 저쪽도 바보는 아니야.’ 그들은 박영준의 요구에 대답했다. 약속과 다르지만, 그래도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았으니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주겠다고. 대신 약속과 다른 만큼 한 번 더 광고를 해 달라고. ‘붉은산 솔플.’ 의뢰 내용은 다름 아닌 붉은산 솔플!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 레이드마저 솔로 플레이로 해낸 상황. 일반 레드 고블린 무리 정도를 상대하는 게 리스크를 감수할 일은 없었다. ‘문제는 그냥 잡을 리가 없다는 거겠지.’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이름을 걸고 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평범한 사냥 방송을 할 리는 만무. 실제로 감마 제약은 퍼포먼스란 단어를 대화 도중에 연거푸 언급했다. 그저 결과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가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 달라! ‘BJ대마도사 성격상 럭키 세븐 스타일, 그것도 최고 기록을 노릴 가능성이 커.’ 그 요구에 BJ대마도사는 최고 기록에 도전할 가능성이 컸다. ‘어비스 길드의 기록을.’ 더욱이 지금 최고 기록 보유자가 어비스 길드란 사실이 BJ대마도사를 더더욱 달아오르게 할 터. ‘좋을 건 없다.’ 물론 박영준은 이번 의뢰 내용에 그렇게 열과 정을 쏟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결국 전력을 전부 보여줘야 할 테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정말 놀랄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터. 그러다 보면 가진 바를 전부 꺼낼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 입장에서는 사냥감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었다. ‘BJ대마도사는 길드가 없다.’ 무엇보다 BJ대마도사는 지금 공식적으로는 그 어떤 길드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식적으로 그를 도와줄 세력이 없다는 의미. 즉, 이번 퍼포먼스 의뢰는 BJ대마도사가 최선을 다할수록 리스크 역시 커지는 셈이었다. ‘그래도 뭐 BJ대마도사라면 콜하겠지.’ 그렇기에 더더욱 BJ대마도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는 그래왔으니까. 그 사실을 박영준은 막을 생각이 없었다. ‘위기는 기회로, 어차피 할 거라면 제대로.’ 그의 역할은 말리는 게 아니라 판을 키우는 것이었으니까. ‘이번 퍼포먼스 무대를 쇼케이스 무대로 삼는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는 박영준의 모니터에 영상 하나가 떴다. - 아, 사장님이시군요. 그리고 그 영상 너머의 BJ대마도사가 말을 건넸다. - 무슨 일이신가요? 이어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선물과 함께 의뢰가 왔습니다.” 7. - 와튼 : 선물과 함께 의뢰가 왔습니다. 감마 제약 쪽에서 원하는 걸 줄 테니, 자신들이 원하는 의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 와튼 : 붉은산 솔플 퍼포먼스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채팅창 위에 채팅이 올라왔을 때 미다스가 눈매를 가늘게 떴다. ‘붉은산 솔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붉은산 솔플이란 단어였다. 딱히 놀랄 단어는 아니었다. ‘하긴, 사람들은 BJ대마도사의 붉은산 솔플 라이브 방송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그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는 게 보통의 경우. 그러나 지금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보스 몬스터인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았지만, 시청자들은 그다음 스테이지가 아니라 붉은산 솔플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누구도 못한 걸 보고 싶을 수밖에.’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 더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것. 여하튼 그렇게 대중이 원하는 게 있는데 그냥 지나가는 것은 아까운 일이었다. 스타는 대중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는 법 아닌가? ‘문제는 퍼포먼스라는 건데.’ 여기서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것 뒤에 붙은 퍼포먼스란 단어였다. 그 단어의 의미를 고민하던 미다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라이브 방송 시간 등을 염두에 두면, 혹시 럭키 세븐입니까?” 왕? 그 순간 럭키라는 단어에 미다스의 옆에 엎드려 있던 럭키가 귀를 쫑긋 세우며 미다스를 바라봤다. “아니, 럭키야 너 말고. 럭키 세븐이라고 레드 고블린 부족 777마리를 최단 시간 내에 잡는 거 있어. 아마 최고 기록 보유자가…… 어비스 길드 10인 파티가 기록한 19분 29초였지?” - 와튼 : 정확하시군요. 럭키를 향한 미다스의 설명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대답했고, 그 대답에 미다스가 황급히 채팅창을 바라봤다. ‘설마 내가 그 기록 깬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 놀라는 미다스의 눈에 새로운 채팅이 들어왔다. - 와튼 : 잘 알고 계시니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듯하네요. 무엇을 하든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내용에 미다스의 속이 바짝 말랐다. ‘아, 젠장. 진짜 뭔가 보여주길 바라시는 거 같은데…….' 높으신 분이 어깨를 두드리며 잘 해봐, 라고 하는데 부담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일.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좀 무능해서 말입니다, 잘 못하겠는데요? 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예, 열심히 해야죠.” ‘또 죽게 생겼네.’ 그렇게 미다스가 속내를 감춘 채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물론 속내를 감출 뿐,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 그보다 선물이 뭐기에 의뢰 내용이 이 따위야? 선물이 별로이기만 해봐. 아주 그냥 내가 보이콧을…….' 그렇게 미다스가 분을 삭이는 순간, 새로운 채팅 내용이 올라왔다. - 와튼 : 나름 좋은 결과는 만들어야겠죠.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의 이름값이 BJ대마도사님 덕분에 가파르게 상승 중이니까요. 그 내용을 본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뭐?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그게 왜 여기서 나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단어의 등장에 머릿속 사고가 정지했다. - 와튼 : 지금 보내드렸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사정을 모르는 듯, 채팅창에는 거듭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채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만우절인가? 아니면 번역 오류인가? 캐릭터 네임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인 플레이어의 지팡이란 건가?’ 사고가 정지하는 수준을 넘어 개념마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이해가 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 자연스레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고, 그 표정을 확인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말했다. - 와튼 : 하실 일이 많은데 오래 붙잡는 것도 예의는 아니죠. - 와튼 : 그럼 날짜 및 일정이 잡히면 언제든 통보해주십시오. 그 순간 그 채팅을 끝으로 채팅창이 사라졌고, 동시에 라이브 방송 역시 종료됐다. ‘어?’ “사장님?”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사장님을 부르짖었으나, 이미 채팅창은 사그라지고 없었다. “아." 그리고 미다스의 얼굴에서 표정도 사라지고 없었다. “하하!" 이윽고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듯 웃음을 흘렸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럭키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도 참, 이런 장난을 치시네. 럭키야, 사장님이 아무래도 장난을 치신 모양이야. 그렇지?” 왕! “그래, 럭키야. 마력 회복템을 달라고 했는데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준다니, 누가 봐도 장난이지.” 그렇게 말을 하던 미다스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라면……." 받는 게 크면, 주는 것도 커야 하는 법. ‘젠장, 대체 얼마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거지?’ 그러나 미다스는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진짜 어비스 길드 기록을 깨야 해?’ 당장 떠오르는 건 어비스 길드의 신기록. ‘하지만 걔네들은 10인 파티였다고! 그것도 최정예 10인 파티!’ 그러나 미다스는 아무리 머릿속을 굴려도 그 기록을 깰 자신이 없었다. 아니, 연거푸 도전을 하면 그리고 숙련되면 그리고 운이 따른다면 깰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 번 도전으로 어떻게 그걸 깨?’ 그러나 단 한 번의 라이브 방송에서 그 기록을 깨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다음. 만약 그 라이브 방송에서 신기록 도전에 실패하면 과연 세간의 반응은 어떨까? 원래 못 깨는 기록이었으니 괜찮아, 라고 할까? 아니면 BJ대마도사 수준이 그렇지 역시 BJ럭키가 최고라니까, 라고 할까? ‘도전은 안 하느니만 못 해.’ 차라리 도전 자체를 하지 않는 게 이득인 상황. ‘내 이름 걸고 도전하면 무조건 손해야.’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자신을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 이름 안 걸면 되겠네?’ 163화. < 51화. 주인공이 힘을 숨김 (3). > 8.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33레벨 이상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다. 대마도사의 강력한 권능 중 하나가 담겨 있다. - 근력 +45 - 체력 +33 - 지력 +251 - 마력 +253 - 모든 마법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지속 시간 15퍼센트 증가 - 마법 사용 시 마력 소모량 20퍼센트 감소 - 마력 회복 속도 25퍼센트 증가 - 몬스터 처치 시 마력 회복 자신의 손에 잡힌 평범하기 그지없는 길쭉한 지팡이, 스탠딩 마이크처럼 그 끝부분이 동글동글한 지팡이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하늘을 바라봤다. ‘아, 이게 진짜 손에 들어올 줄이야.’ 자신의 손에 지팡이가 잡혀 있음에도 이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 그러한 이유로 멍한 표정을 짓던 미다스가 다시 고개를 내려 지팡이의 옵션을 마저 확인했다. !아이템 파괴 또는 해체 시 ‘마력 조각 모음’ 스킬 카드 획득 가능 그러자 이제는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옵션이 그를 반겼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다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때랑 똑같아.’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이것도 해체해야 하나?’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더 이상 사고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이거 팔면 혜린이 유학비로 쓰고도 남을 텐데…….'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의 유학비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 가슴속을 메아리치는 탓이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정신을 차리게 해준 건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동료들이었다. 왕! “주인님, 정말 놀라운 물건입니다. 이것으로 주인님의 전설이 또 한 번 찬란하게 빛날 듯합니다!” 주인의 행복에 기꺼이 환호를 아끼지 않는 동료들의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내렸다. “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 그렇게 고개를 내린 미다스의 표정에 고민은 없었다. “템을 뽑았으면 일단 써봐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새로운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면 일단 그 아이템 위력부터 확인해보는 게 플레이어의 기본.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착용했습니다.] [몬스터 처치 시 마력이 회복됩니다.] 이제는 대마도사의 이름 모를 지팡이를 손에 쥔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마력이 얼마나 넘치는지,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레이즈 골렘 소환!” 9. [타락한 레드 고블린 대장을 처치했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 타락한 레드 고블린의 낌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연달아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움직이며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화르르! 지옥, 그것도 불길이 넘실거리는 지옥 같은 풍경이 보였다. 쿵! 쿵! 그리고 그 지옥을 만든 장본인들,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보였다. ‘맙소사.’ 보는 순간 혀가 내둘러지는 광경. 그러나 미다스가 정말 혀를 내두른 건 자신의 스탯창의 마력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토록 처절한 광경 속에서도 약 10퍼센트 정도 남아있는 마력을 확인한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마력 그렇게 마음대로 썼는데도 마력이 남다니.’ 마력을 낭비하다 못해 버리는 수준으로 썼음에도 마력이 바닥나지 않았다는 것. ‘이쯤 되니 무섭네.’ 그 사실에 기쁨이나 환호보다는 오히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꾸우! 그렇게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먼 곳에서 새소리 하나가 미다스의 머리 위에 올라왔다. 그 소리에 미다스가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잭팟. 네가 봐도 무섭지? 응? 네 주인이 이 정도로 무서운 놈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그 순간이었다. 꾸우! 미다스의 눈앞에 잭팟이 등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쟤가 왜 저기 있어? 잠깐, 그럼 내 머리 위에 있는 건?’ 그 사실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미다스가 이내 놀라며 잽싸게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꾸우! 그러자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것이 울음을 내며 날갯짓을 했다. “올빼미?” 그 후에 확인한 놈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올빼미였다. 새하얀 털을 가진 채 목에 원형통 하나를 짊어지고 있는 올빼미. “뭐야?” 놈의 등장에 미다스 놀라는 사이 바닥에 착지한 올빼미가 그때로 미다스를 향해 총총 걸어왔다. 그리고는 미다스의 발치 앞에서 제 목에 있는 것을 부리를 툭툭 찍었다. 마치 자신의 목에 있는 것을 확인하라는 듯이. ‘아.’ 그제야 미다스는 퀘스트 내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미다스가 올빼미의 목에 있는 원형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올빼미는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고, 미다스가 원형통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 통에 손을 넣자 편지가 손에 잡혔다. [이것을 읽는다는 것은 타락한 레드 고블린 부족을 소탕했다는 의미. 그건 곧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대한 대처법을 알고 있다는 의미일 터. 그런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긴다. 나는 이곳을 떠나 붉은산 너머, 얼어붙은 숲으로 향한다. 그곳에 이름 모를 마법사가 남긴 던전 하나가 있다. 내가 남긴 반지를 가지고 날 찾아와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간략한 편지 내용.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퀘스트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3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를 가지고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을 찾아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진행 가능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람을 부를 거면 여비라도 좀 넣어주든가. 이래라저래라 아주 그냥 동네 개취급이네. 올빼미야, 네 주인이잖아? 변호 좀 해 봐.” 꾸륵! 투정과 함께 미다스가 통을 툭툭 털자, 그 안에 있던 반지가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반지를 확인했다. [라이틀링이 남긴 반지] - 알 수 없는 힘에 봉인되어 있다. 봉인을 건 이만이 풀 수 있다. 옵션조차 없는 반지. ‘역시 쓰레기 반지네. 착용도 못하…… 어?’ 그러나 그 아래 달린 히든 옵션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툰가 왕의 반지 툰가 왕! ‘서, 설마?’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의 손에 낀 자가라의 반지를 확인한 후에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그 후에 올빼미를 향해 허리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포션이라도 줄까?” 꾸륵! 그 말에 올빼미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짧은 울음과 함께 날갯짓을 하며 사라졌다. “올빼미야! 주인님께 말 잘 전해줘! 감사하다고! 꼭 찾아뵙겠다고!” 그렇게 올빼미에게 인사를 건넨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반지를 넣었다.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에 생각은 하나였다. ‘말도 안 되는 대박 건수가 잡혔다.’ 지금은 무언가를 고민하고, 망설일 때가 아니라 전력을 다해 달릴 때라고! “애들아, 이제 방송하러 가자.” 그것을 위해 해야 할 과제 앞에서 미다스는 망설임이 없었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럭키는 연습한 대로 열심히 물어뜯고, 골드는 연습한 대로 열심히 찔러. 잭팟은 열심히 낚아채고.” 그리고 딱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연습한대로 난 MC를 할게.” 미다스, 그가 그리는 계획에 그의 활약 따윈 없었으니까. 10. 플레이어가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데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놀람이었다. 와, 이런 애가 있었어? 얘 괜찮은 것 같은데? 같은 종류의 놀람. 그다음 단계는 박수와 환호였다. 역시 잘하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하네! 싹수가 보이는군! 그러한 종류의 환호. 그 단계를 거치게 되면 그때부터는 짜증이 나오고는 했다. - BJ대마도사 요즘 뭐해? 우린 당신을 보고 싶은데 왜 방송을 안 하냐! 그러한 사실에 대한 짜증. BJ대마도사가 진입한 단계는 그 단계였다. -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 횟수가 너무 적어. ㄴ 생각해보면 라이브 방송도 짧잖아? ㄴ 짧고 굵게 가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노가리 좀 까주고, 잡담도 해주면 좋을 텐데. ㄴ 맞아, 그게 아니면 BJ럭키님만 10분 동안 찍어주든가. 대중들은 그의 부재에 이제는 좋은 의미의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가 붉은산 솔플을 준비한다던데? ㄴ 진짜? BJ대마도사를 보며 짜증과 갈증을 느끼는 이들의 목을 달래줄 소문이. - 들어보니 럭키 세븐 한다던데? ㄴ 그냥 사냥이 아니라? 그럼 제대로 하겠네? ㄴ 어비스 길드 노리는 거라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ㄴ 아니, 그보다 이거 확실한 소문이야? 더욱이 그 소문은 막연한 소문이 아니었다. -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밀도 아니라는데? - 거의 공식이나 다름없던데? 다른 곳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이 소문의 근거지였다. ‘밑밥이 잘 깔렸군.’ 당연한 말이지만 박영준의 사전작업이었다. 그는 BJ대마도사와 미팅을 마치는 순간 공식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그에 대한 소문을 뿌렸다. 안 뿌릴 이유가 없었다. ‘밑밥 뿌려도 탈 없는 건수인데 열심히 뿌려야지.’ 붉은산 솔플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와 다르게 제약이 적었으니까. 보스 몬스터처럼 등장하는 타이밍에 날짜를 맞출 필요도 없었다. 또한 굳이 특정 장소에서 사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즉, 사전에 얼마든지 이 사실을 알려 퍼뜨려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사장님, 이미 예비 시청자 100만 명 돌파했습니다!” 그렇게 밑밥을 깔아둔 덕분에 사전에 모이는 시청자들 숫자부터가 남다른 건 당연지사. “벌써 100만? 와, 역대급 찍겠네.” “그렇지. 더군다나 오늘 라이브는 최소 20분 이상 나올 테니까.” “최근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시간이 짧긴 했었지.” 여기에 오늘은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최근 라이브 방송 중 가장 긴 시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 숫자와 수익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 “얼마 나올지 궁금하네.” 그런 이유로 라이브 방송을 앞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모두가 기대감과 긴장감을 품었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기대감을 품었다. ‘오늘 무대는 쇼케이스다.’ 물론 그가 품는 기대감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청자 숫자나 수익 같은 게 아니었다. ‘이미 광고주가 될 만한 이들에게 연락은 마쳤어. 이번 라이브 방송을 보고 그들이 입찰을 할 거야.’ 현재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 광고가 비어있으니, 오늘 BJ대마도사의 라이브를 보고 관심이 있으시면 제시를 하라고. ‘경쟁이 붙으면 값어치가 오르겠지.’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것에 따라서 모두가 경쟁적으로 입찰을 할 터. ‘과연 뭘 보여줄까?’ 그것이 박영준이 품은 기대감이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기대감을 품는 상황 속에서 막이 올랐다. 11. 붉은산. “잡아!" “좀 버텨! 탱커라면 좀 버티라고!” “지랄 말고 딜링이나 해!” 언제나 그렇듯 전투의 함성과 긴장감으로 가득 찬 그곳. 한 눈 파는 것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 그곳. “어?” “저거?” 그러나 그곳에 그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눈을 팔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다!” 그 누구와도 착각할 수 없는 존재,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붉은산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울렁거림의 절정을 찍은 건 BJ대마도사가 자리를 잡고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그 순간 채팅창은 그러한 BJ대마도사의 말에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다. - 응, BJ대마도사 필요 없어. - BJ럭키나 보여달라! - 순순히 BJ골드를 보여주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평소와 같은 반응이었다. “오늘 붉은산에서 럭키 세븐에 도전합니다.” 이어서 미다스가 오늘 라이브 방송 주제를 말하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 와, 진짜 소문이 사실이었네! - 붉은산 솔플이라니, 이거 한 적 있나? - 솔플도 솔플인데, 럭키 세븐이라니! 역시 BJ대마도사야. 시청자들은 그 사실에 열광했다. - BJ럭키님이 솔플하는 거 아님? BJ대마도사가 왜 깝침? - 응, BJ골드 없으면 솔플 안 돼. - BJ대마도사는 괜히 BJ럭키님이나 BJ골드님 발목 잡지 말도록! ㄴ 야, 말이 그게 뭐냐? BJ잭팟님 왜 뺌? ㄴ 앗, 죄송! ㄴ BJ사역마 무시ㄴㄴ해. 그리고 언제나처럼 BJ대마도사를 향한 장난기 어린 채팅을 던지고는 했다. - 럭키 세븐 기록은 BJ대마도사 없어도 어느 정도 나올 듯? ㄴ 이거 리얼 반박 불가. ㄴ BJ대마도사 없이 럭키 세븐 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친한 친구들끼리 내뱉는 조금은 짓궂은 말처럼. 그저 지나가듯이 툭 던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말. 그러한 말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죠.” 그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 응? 예? - 그렇게 하죠? 그게 무슨 의미야?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시청자분들 말처럼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안 하려고요.” 그 대목에서 채팅창의 분위기는 조금이 아니라 백팔십도 바뀌어 있었다. - 어? BJ대마도사님? - BJ대마도사님 놀리는 거 장난이었는데요? - 에이, BJ대마도사님 장난 치시네 ㅋㅋ - 역시 BJ대마도사님은 재미있다니까. 센스가 있어.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가 쐐기를 박았다. “오늘은 BJ대마도사가 아니라 MC대마도사라고 불러주십시오.” 나는 절대 데미지 딜링을 하지 않겠다! - 진짜야? - 아니, BJ대마도사님 진짜 딜링 안 하시려고요? 그러한 사실에 모두가 놀란 채 채팅을 치는 사이 미다스가 다음 행동에 나섰다. “자, 그럼 이제부터 오늘 럭키 세븐에 도전할 파티의 멤버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귀엽고, 앙증맞은 이 방송 채널의 진짜 주인공! BJ럭키!” 호우우우! “그리고 이제 새로운 몸을 가지고 온 충성의 아이콘, BJ골드!” “주인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 그리고 새로운 마스코트, BJ잭팟!” 꾸우! 지팡이를 스탠드 마이크처럼 잡은 채 MC처럼 행동했다. - 설마, 진짜 저 셋만 싸우게 하는 건 아니겠지? - 에이, 컨셉이겠지. 우리가 BJ대마도사님 놀리니까 저러는 거야. - BJ대마도사님, 장난이었어요, 장난!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말을 던지는 사이, 미다스가 입으로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이 파티의 멤버, 블레이즈 골렘……." 그 순간이었다. 푸홧! 땅 아래에서 불길이 높게 치솟고, 땅이 갈라지며 그 아래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블레이즈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라더스!” 푸화핫!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 그것을 보는 순간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 맙소사, 블레이즈 골렘이라고? - 그것도 2마리? 아니, 마력이 남아도나? 저거 마력에 스탯 몰빵한 연금술사들도 소환하면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 놈인데? - 저 정도면 진짜 BJ대마도사 없어도 붉은산 솔플 되겠는데? - 장난 아니라 리얼인 거 같은데? 그 순간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럼 사냥 시작합니다! 모두 소리 질러!” 164화. < 52화. 퍼포먼스 (1). > 1. 로망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로망인 법. 갓워즈에서 솔플이 로망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솔로 플레이를 할 능력이 있으면 차라리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 플레이를 하며, 그러한 능력을 증명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스타일도 다양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아즈모 스타일이었다. “솔플? 에이,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이 게임 돈 있으면 갓겜이라니까.” 남들은 하나도 가지기 힘든 소환 마법을 비롯해 온갖 강력한 마법을 습득한 채 일인군단이 되어 전장을 헤집는 것. 한편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똘똘이의 마스터인 라포 역시 솔플이 가능했다. 그런 그의 스타일은 간단했다. “이 게임에 돈을 왜 쓰는지 모르겠네. 그냥 강력한 신수 한 마리 얻어서 버프 걸어주면 되잖아? 그러다 보면 템 나오고, 스킬 카드 나오고 그걸로 스펙업하고.” 최강의 신수에 최강의 버프를 걸어 최강의 전력으로 전장을 헤집는 것! “뭐, 그냥 자기 혼자서 해먹는 놈도 있지만. 권왕 같은 놈들.” 그 외에도 직접 혼자서, 그것도 맨주먹으로 싸우는 권왕 나가와 같은 스타일도 있었다. 물론 그러한 다양한 스타일에는 언제나 그렇듯 한 가지 절대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플레이어 본인이 전력을 다한다는 것. “럭키야!” 왕! BJ대마도사의 전투를 보는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힘내!" 왕! 이제까지 플레이어 본인이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솔로 플레이는 없었으니까. - 와, 살다살다 보니 이런 솔플을 보게 될 줄이야. - 아니, 그보다 이게 솔플이 맞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 뭐, 그래도 일단 버프는 걸었잖아? 의외로 BJ대마도사는 버프 마법 많이 있다고. - 블레이즈 골렘 소환하고 유지하는 것도 BJ대마도사잖아? 아무것도 안 했다고는 할 수 없지. - 굳이 말하면 데미지 딜링만 안 할 뿐이지. 당장 지금 전장을 헤집고 다니는 블레이즈 골렘을 소환하고 유지하는 건 미다스의 마력이었다.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바였다. - 원래 파티에서 블레이즈 골렘 유지만 해도 2인분은 쳐주잖아? 그걸 2마리나 뽑았으니, 4인분 이상은 한 거지. - 그렇긴 한데……. 보통의 경우라면 제 몫, 그 이상을 한 상태. “이야, 럭키가 너무 잘 싸워서 제가 할 것도 없네요. 자, 그럼 노래나 한 곡 부릅시다. 다들 퀸 좋아하시죠? 위 아 더 챔피언 한 번 불러봅시다. 목부터 풀어보죠. 에-오!” 그러나 그 속에서 이제는 시청자들을 향해 노래를 불러주는 미다스의 모습을 보고 과연 누가 할 걸 다했다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 - 저건 아니지 않나? 사실 보통 경우라면 불만이 나와야 하는 대목이었다. 이 라이브 방송의 주인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 아닌 거 같긴 한데, 사냥 속도를 봐. 장난 아니잖아? 미다스의 부재 속에서도 레드 고블린 사냥은 무리 없이 진행된다는 것. - 블레이즈 골렘 2마리가 어그로 다 끌고, 여기에 가름의 그림자 쓴 럭키가 미쳐 날뛰네. 아니, 무리 없이 진행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 그 상황에서 골드는 블링크 스킬로 대장에게 접근 후에 일기토 사용하고. - 밖으로 빠지는 놈들은 잭팟이 처리하고. 사냥이란 표현보다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역시 완벽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미다스, 본인이 보더라도 자신이 무언가를 더 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의미가 없지.’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이건 퍼포먼스라고.’ 오늘 이곳에서 자신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그냥 사냥 잘하더라, 라는 식에서 끝나면 안 돼. 이 라이브를 보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어야지.’ 결과는 다르더라도, 과정은 남달라야 한다는 것을. - 아니, 그보다 골드 대체 베이스가 뭐지? 웨어 울프는 아닌 것 같은데? - 로브 모자 때문에 볼 수가 없네. - 베이스가 뭐든 간에 장난 아니야. 저번 웨어 울프 때보다 2배는 더 강한 것 같아. - 아니, 그런데 그런 몬스터가 있긴 해? 레드 고블린을 베이스로 삼았다고 해도 2배는 아닐 텐데? 현재 골드가 로브를 뒤집어쓴 채 여전히 정체를 감추고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아, 노래 좀 뽑으려고 했더니 벌써 끝났네.” ‘블레이즈 골렘으로 오프닝을 하고, 중간 이벤트로는 골드의 새로운 모습으로 간다.’ 골드의 정체가 드러나든 말든 사냥 속도에는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골드가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그 순간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이들이 느끼는 감동과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법. 그게 바로 퍼포먼스였다. “자, 그럼 다음 놈 잡으러 가볼까요?” 그러한 미다스의 시나리오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화답을 해줬다. [BJ골드정체좀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누구냐넌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제 골드의 정체를 알려달라고. [아즈모 님이 10,0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못 참겠다. 너무 빼지 말고 좀 보여주지? 방송 시작한 지 10분 넘었잖아?] 결국 아즈모까지 나섰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요구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저기 지금 럭키 세븐 중인데요? 사냥에 집중해야죠.”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격하게 말했다. - BJ대마도사님, 그러지 마시고 좀 보여주세요! - 에이, 그거 기록 좀 못 낸다고 누가 BJ대마도사님을 무시합니까? - 그리고 솔직히 하는 거 없잖아요? 꼭 좀 보여 주세요! 그 환호성에 미다스가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으십니까?” 그 순간이었다. “그럼 간 보지 말고 보여드려야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콘서트에서 흔히 일어나는 가수와 관객의 밀고 당기기를 예상하며, 그것을 준비할 무렵, 미다스가 골드를 향해 그대로 소리쳤다. “골드야 벗어!” 그야말로 기습처럼, 골드의 새로운 몸이 시청자들 앞에 드러났다. - 벌써? 바로 보여주는 거야? - 어? 어? - 우와! - 레드 고블린 부족장? 그리고 드러난 골드의 얼굴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즈모 님이 20,02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잠깐. 저게 어떻게 가능해? 레드 고블린 부족장 100마리를 잡았다고?] [아즈모 님이 10,0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빌어먹을 후원금 잘못 눌렀네.] 아즈모조차 짙은 당혹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여유 넘치게 행동했다. 그가 슬그머니 골드를 향해 지팡이 끝을 마이크마냥 가져다 대며 말했다. “BJ골드님, 시청자들에게 각오 한 마디 해주시죠.”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입니다!” 단호하게 내뱉는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꾸우! 그러는 사이 머리 위에서 잭팟의 울음이 들렸고, 그 울음에 미다스가 슬쩍 눈동자를 돌렸다. ‘온다.’ 그러자 한 무리의 레드 고블린 무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끄르르! 끼에에! 그리고 곧바로 레드 고블린 무리의 울음이 들려왔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딱 맞춰서.’ 일찌감치 자신의 눈을 통해 주변에 있는 모든 몬스터 상황을 파악해놓은 상황. “애들아 싸울 준비해라!”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다시 전투 준비를 외쳤고, 본인 역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슬슬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지.” 그 말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반응했다. - 설마? - 드디어 BJ대마도사도 전투에 참가하는 건가?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가볍게 목을 좌우로 까닥이고, 어깨를 크게 돌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몸 푸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 그럼 제대로 몸 좀 움직여볼까요?” 아예 대놓고 말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 BJ대마도사님이 본모습을 드러내신다! - 그동안 BJ대마도사님 무시한 애들, 긴장 타라! - BJ대마도사님의 화려한 플레이에 다들 넋 나갈 준비해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환호했고, 환호하는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역시 노래에는 춤이 빠질 수 없죠. 이제 댄스곡으로 가겠습니다. 마이클 잭슨 빌리진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2. 콘서트에서 시작부터 히트곡을 연속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는 법. 시작은 히트곡으로 하되, 그다음에 히트곡이 나오는 건 콘서트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였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이 그러했다. “오늘은 BJ대마도사가 아니라 MC대마도사라고 불러주십시오.” BJ대마도사의 갑작스러운 파업 선언. 관심을 가지다 못해 밖으로 떠벌릴 수밖에 없는 그 사실에 모두가 집중했다. “블레이즈 골렘 브라더스!” 그 상황에서 등장한 블레이즈 골렘은 그 모습처럼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불을 질렀다.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골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그러한 사실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에 공개된 골드의 새로운 모습은 지친 분위기를 더 거세게 요동쳤다.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을 열광케 했다. 당연히 그렇게 열광하는 이들은 그 열광을 사방에 흩뿌렸다. - 야! MC대마도사가 미쳐 날뛴다! ㄴ 걘 또 누군데? 혹시 BJ대마도사 말하는 거야? 근데 왜 MC야? ㄴ 아 됐고, 방송 보면 알아! 지금 MC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레전드야! ㄴ 또 BJ대마도사 빠들 미쳐 날뛰네. ㄴ 야, 말은 바로 해야지. BJ대마도사 빠가 어디 있어? BJ럭키빠겠지. ㄴ 하긴 그러네. 여하튼 별거 아니기만 해봐. 시청자들은 저마다 나팔수가 되어 자신의 주변은 물론 모르는 곳에까지 퍼뜨렸다. - 어? 이것 봐라? - 진짜 레전드 나오겠네? - 미친, 내가 이 라이브를 왜 놓쳤지? 그리고 그 광고를 보고 온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에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사실은 눈덩이처럼 굴러 결과물을 만들었다. ‘3백만 명 달성.’ 라이브 실시간 시청자 3백만 명. 아득한 숫자라는 결과물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내가 라이브로 3백만을 찍다니…….' 미다스조차도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감상에 젖지 말자.’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게 이 사실 앞에서 감상에 젖는 게 아님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무엇보다 미다스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는 법. 이제까지 해온 것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보는 이들이 놀랄 만한 퍼포먼스는 보여줬다. ‘진짜 시청자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하지만 이 라이브를 누구보다 먼저 보기 위해, 오늘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보여주지 않은 상황. 아니, 보여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몸이 달아올랐겠지.’ 그것을 보고 싶어 미치게 만들었다. 그게 미다스가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이유였다. “이제 남은 럭키 세븐까지 남은 몬스터는 48마리. 시간은…… 아쉽게도 20분을 넘겼네요. 아, 어비스 길드가 세운 최고 기록은 불가능하겠군요. 너무 아쉽네요.” 그렇게 미다스가 지금까지 숨겨놓은 것을 꺼낼 준비를 했다. “아, 신기록 노렸었는데 이게 안 되네요. 쯧.” 신기록 달성은 실패했다. “이렇게 된 거 마지막은 제대로 날뛰어볼까요?” 그러니 이제 그냥 제멋대로 해보겠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목을 좌우로 까닥이고,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치듯 채팅을 쳤다. - 또 노래 부르고 춤추려는 모양이네. -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어주세요. - 응, 이미 음소거야. - 난 좋던데?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할 겁니다. 한 번 제대로 마법 좀 써보겠습니다.” 마법을 쓰겠다! 그 표현에 채팅창 반응이 잠시 바뀌었다. - 진짜? 그 사실에 일부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길지 않았다. - 응, 안 속아. - 응, 물리 마법. - 뻔하지. 물리 마법이나 쓰겠지 뭐. - 노래 부르고 저주 마법이라고 할 듯? 앞서서 거듭된 미다스의 장난질이 미다스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구스타프 님이 10,0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러지 말고 신청곡이나 받아주지?] [라포 님이 10,02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비틀즈의 Hey, jude! 럭키, 골드, 잭팟, BJ대마도사! 숫자도 딱 맞잖아?] 거물들도 이제는 기대를 포기했다. 그 무렵이었다. 꾸르르! 레드 고블린 무리가, 52마리로 구성된 무리가 미다스가 있는 곳을 향해, 블레이즈 골렘이 만들어놓은 불길이 흩뿌려진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크르르! “주인님, 저기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제물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럭키와 골드가 주인을 위해 적을 분쇄할 각오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 외침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리고 마법 캐스팅을 시작했다. - 헉! 진짜 캐스팅했다! - 진짜 마법 쓰려는 모양이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랐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진짜 보고 싶은 걸 몸이 달아오를 때 보여준다, 최고의 퍼포먼스지.’ BJ대마도사 없이도 저렇게 강하다면 과연 BJ대마도사도 나서면 얼마나 더 압도적일까? 그에 대한 의문을 지금 미다스가 보여줬다. ‘자, 그럼 이제 꺼내보자.’ “여기서 마법까지 쓰면 마력이 부족하니, 아이템은 바꾸겠습니다.” 캐스팅이 완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인벤토리 안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 저거 뭐지? - 어? 저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지팡이에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누군가 그 지팡이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아즈모 님이 10,0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네.] 오늘 이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65화. < 52화. 퍼포먼스 (2) > 3. BJ대마도사가 붉은산 솔플, 그것도 럭키 세븐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는 없었다. - 와, BJ대마도사는 BJ대마도사 없이도 솔플이 가능하네! 그리고 시작된 라이브 방송을 본 시청자들 중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을 향해 놀라지 않는 자도 없었다. 모두가 감탄했다. 그러한 감탄이 계속될수록, 놀라움이 계속될수록 시청자들의 마음에 피어오르는 건 하나였다. - BJ대마도사 없이도 이 정도인데, BJ대마도사가 제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BJ대마도사가 진심으로 싸우는 것을 보고 싶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마음에 미다스는 기꺼이 응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애로우, 사역마 윈드 애로우.” 불바다가 되어버린 붉은산의 레드 고블린들을 향해 무자비한 공세를 퍼부었다. 더욱이 단순한 무자비함이 아니었다. - 진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다! - 캐스팅 마치면 저걸로 스위칭을 하네! - 세상에 저 아이템을 마력 회복용으로 스위칭을 하다니! 진심 어린 무자비함이었지. 그토록 바라던 것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 이것이 BJ대마도사다! - BJ대마도사님 그동안 무시한 놈들 대가리 박아! - 역시 BJ대마도사가 주인공이 맞았다! 당연히 그 순간 시청자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BJ대마도사의 퍼포먼스에 환호했다. 그리고 동시에 놀랐다. - 와, 화력 봐! - 앞서서 럭키랑 골드 화력도 보통은 아니었는데,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나서니까 승부가 안 되네. - 파이어볼로 원샷원킬 정도가 아니라, 잘만 하면 파이어 애로우로 원샷 원킬 나오는 거 아니야?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화력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었기에. 그렇기에 일부는 생각했다. - BJ대마도사가 처음부터 딜링 했으면, 어비스 길드 럭키 세븐 기록 깼을 듯? ㄴ 깨고도 남았겠지. ㄴ 깨는 정도가 아니라 박살을 냈겠지! 저 화력을 보라고! 파이어볼 한 번에 원킬! 그런 파이어볼을 2개가 기본으로 나온다고! 만약 BJ대마도사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붉은산에 어비스 길드가 세운 기록은 과거의 것이 되었을 거라고. 물론 일부였다. -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게 말이 돼? 지금 벌써 22분이 넘었는데? - 19분하고 22분의 3분 차이는 그냥 차이가 아니야. 100미터를 9초로 뛰는 거랑 12초랑 뛰는 차이라고! - 갓워즈에 만약은 없습니다. 만약을 붙이면 다들 레전더리 직업에, 레전더리 신수에, 레전더리 스킬에, 레전더리 템 들고 다니죠. 가설은 가설에 불과한 법. 또한 당장 눈에 보이는 차이는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었다.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처음부터 뛰었다고 해도 그 기록 깨는 건 솔직히 운이 따르지 않고는 불가능하지.’ 운이 좋다면 가능한 일. ‘지금처럼 마법을 난사했다가는 마력이 떨어질 테니까.’ 하지만 미다스의 마력 상태는 여전히 전력 질주를 쉬이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럭키 세븐 같은 경우 777마리를 잡는, 최소 20분을 잡아야 하는 장거리 레이스였다. ‘마력 조절 잘못했다가 블레이즈 골렘 소환 취소되면 거기서 게임 끝이고.’ 큰 리스크를 조절해야 하는 레이스.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는 거고.’ 그게 지금처럼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미다스가 전력을 발휘한 이유였다. ‘혹시, 라는 물음표만 달아도 성공이다.’ 실패와 성공할지도 모른다,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의미였으니까. ‘이게 한계고.’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이 이상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남은 건 광고주님과 사장님의 판단뿐.’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평가를 기다리는 것뿐. [레드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777번째 레드 고블린을 처치하는 순간 미다스가 가볍게 손을 들며 말했다. “럭키 세븐 종료!” 그 순간 전장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23분 12초,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그럼 마무리하죠.” 4. 777마리 사냥이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모든 이들은 감탄을 토했다. “맙소사.” 그중에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도 있었다. ‘이번 라이브 방송 주제가 퍼포먼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오늘 방송 콘셉트에 대한 정보는 받은 상태였다. 받은 정도가 아니라 나름 철저히 준비를 하고, 계획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 끝내주는 퍼포먼스였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냥 차원이 다른 것 같아.”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들이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는 것. 사실 결과물 자체는 크게 놀랄 것이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 기록은 못 깼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못 깬 정도가 아니라, 차이는 제법 있지.”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어비스 길드의 기록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셈. 그럼에도 만족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아무렴 어때, 라이브 최고 시청자 숫자 323만 명을 찍었는데!” “323만 명이라니,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네……."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니까. ‘완벽해.’ 그중에서도 박영준이 느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설마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한 과제 앞에서 대부분은 신기록을 기대하는 법. 그리고 신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전력을 표현해야 하는 법.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신기록을 기록하지 않고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전력을 다한 건…… 소름이 돋는 선택이었다.’ 개중에서도 백미는 최후에 자신의 전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순수한 전력은 아니었다. ‘포커에서 제일 무서운 건 포카드가 아니라, 트리플인 상태에서 카드 한 장이 공개되지 않은 순간인 법이지.’ 굳이 말하자면 최고 속도가 얼마인지만 보여준 셈. 어쨌거나 BJ대마도사를 가늠하고자 하는 이들은 오늘 보여준 것만을 단서로 그의 수준을 상상해야 할 터였다. ‘베팅하는 애들은 베팅액을 고민할 테고…….' 그리고 그러한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었다.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은 나름의 고민을 하겠지.’ 자연스레 고민에도 한계가 사라질 터. “후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기쁨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치트키 쓰고 게임하는 게 이런 기분이군.’ 그야말로 최고의 카드를 손에 쥔 채 도박을 하는 느낌. 이 판의 최고의 타짜를 앞에 둔 느낌. 그러한 웃음 속에서 알림이 들렸다. “아즈모가 후원했다!” “아즈모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아직 퍼포먼스는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알림이. 5. 퍼엉!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강렬한 폭음을 토해냈다. [레드 고블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그 후 알림이 들렸다. 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전투의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화르르! 그저 블레이즈 골렘이 만들어낸 불길이 숲을 쉼 없이 태우며 내는 소리만 들릴 뿐. 그러한 적막감에 20분 넘는 라이브 방송을 쉼 없이, 숨소리 없이 봐오던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끝났다. 오늘 라이브 방송이 정말 끝났음을.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여러 감정 섞인 채팅을 쳤다. - BJ대마도사가 제대로 활약 좀 하려고 하니까 끝나네. - 솔직히 제대로 화력을 쏟아부은 것도 아니지. 저번에 레드 고블린 부족장 잡을 때 생각해 봐! - 아, 조금만 더 보고 싶다. 여기서 끝난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주를 이루었다. - 그래도 대단한 거 봤다. - 진짜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라이브였어. 한편으로는 만족감 넘치는 채팅을 치는 이들도 있었다. 분명한 건 오늘 라이브 방송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BJ럭키1312호팬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1123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잭팟122호팬 님이 10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커튼콜을 앞둔 무대 위로 관객들이 꽃송이를 던지듯, 이 방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오는 후원 러시가 시청자들이 느낀 만족감의 증거였다. “아, 몸 제대로 풀기도 전에 끝났네요. 좀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러한 시청자들의 후원에 미다스 역시 움직였다. “그래도 우리 럭키랑 골드, 재팟 대단하지 않습니까?” 커튼이 내려오기 전 마지막 팬서비스를 했다. “애들아! 이리 와서 인사드려야지!” 왕! “주인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꾸우! 배우들이 인사를 하듯 럭키와 골드, 잭팟을 불러 시청자들에게 인사시켰다. - 아, 역시 BJ럭키가 최고인 거 같다. - 이렇게 보니 BJ럭키가 주인공인듯. - 역시 BJ대마도사는 별로야. 그 팬서비스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미소를 지으며 채팅을 했다. - BJ골드 저번 모습이 멋졌는데. - 고블린 부족장보단 웨어 울프가 멋지긴 하지. - 그래도 BJ대마도사보단 낫잖아? - 야, 말은 제대로 해야지. 그런 말 하면 듣는 고블린 기분이 얼마나 나쁘겠어? 그러면서 언제나처럼 BJ대마도사를 향해 우스갯소리를, 장난기 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친한 친구처럼 BJ대마도사를 대했다. ‘그래, 이 느낌이지.’ 미다스가 바라는 반응이었다. ‘너무 거리가 멀어지면 관심도 멀어지는 법.’ 너무 크고, 너무 먼 곳에 있는 별은 어느 순간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물론 하나 더 해야 할 게 있었다. ‘자, 그럼 다음 방송을 위해 떡밥을 던져볼까?’ 오늘 이 라이브 방송을 본 이들이 다음 방송까지 기다리게 할 설렘을 남기는 것. 어려울 건 없었다. 휙휙! 미다스가 제 손에 든 지팡이를 가볍게 돌리는 것으로 설렘을 주는 건 충분했다. “저번에 마력이 부족한 바람에 어렵게 템 하나 구했는데, 제대로 보여드리질 못했네요."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그 레전더리 아이템의 진면목을 보여주리란 것을 흘리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노림수는 명중했다.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대체 저걸 어떻게 구했지? - 최근에 경매 올라왔다 사라진 매물, 그거 구매한 건가? - 진짜 마력 바닥 드러낼 때까지 딜링 하면 얼마나 딜이 나올지 궁금하긴 하다. 그 지팡이를 본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기대감을 품었다. 다음 라이브 방송에 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기대감을. ‘좋아.’ 그 반응에 만족한 미다스가 이제는 커튼을 내리고, 무대에서 퇴장할 준비를 했다. [아즈모 님이 10,02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 역시 해체하려고 구한 거지?] 그 순간 아즈모가 등장하며 툭, 말을 던졌다. - 응? 해체? - 잠깐, 아즈모 님이 뭔가 말하셨어! 그 말에 커튼이 내려가던 채팅창 내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어? 해체?’ 미다스의 감정도 흔들렸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아니, 이거 해체해야 하긴 하는데…….'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해체하면 스킬 카드가 나온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건 기회였다. 자연스럽게 아이템을 해체할 수 있는 기회. ‘이게 얼마 짜린데…….' 그러나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의 가치를 아는 미다스는 섣불리 미소를 지으며 아즈모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단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라포 님이 10,02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멀쩡한 템을 왜 해체하라고 그러는 거야? 가뜩이나 매물도 몇 개 없는 걸?] 라포, 그가 모든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채팅을 했다. - 하긴, 저번하고는 경우가 다르지. - 템이 겹치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해체함? - 해체해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웃기긴 하겠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러한 라포의 말에 동조했다. - 장갑하고는 다르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가 최소 3배는 더 비싸다고! - 오늘 첫 공개한 템을 이렇게 부수는 게 어디 있어? 저번 경우와는 다르다! - 그냥 그때 해체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짓이었지. 아니, 애초에 저번에 미다스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해체한 경우 자체가 이상한 짓이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향해 아즈모가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02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해체해봤는데 스킬 카드가 나오더라고.] 그 순간 반응은 일순 바뀌었다. - 진짜? - 스킬 카드가 나온다고? - 이번에도? 그 반응에 미다스가 미소를 흘렸다. “하하, 그래요?” ‘젠장.’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은 하나였다. “그럼 당연히 해체해야겠네요. 아즈모 님이 설마 저한테 거짓말을 하실 리가 없잖아요?” 쿨하게 해체하는 것. 미다스가 바로 인벤토리에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넣었다. “딱 한 번 써보고 라이브 방송 끝나자마자 아이템 해체하는 건 처음이네요! 너무 멋진 경험인 걸요!” 마음 속 두 눈을 꾹 감은 채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아이템 해체를 위한 단계를 밟았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해체하시길 원하시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해체합니다, 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지팡이를 해체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아! 진짜 스킬 카드가 나오네요. 와우! 대단해!” ‘혜린이 유학비가…….' 그리고는 놀랐다는 반응과 함께 인벤토리에서 스킬 카드를 꺼낸 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마력 조각 모음]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몬스터를 처치하면 몬스터가 가진 마력 일부를 흡수하려 마력을 회복한다. 보스 몬스터의 마력을 흡수할 경우 마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한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 와, 콘서트에서 연주 끝나고 기타 부수는 퍼포먼스는 봤어도, 갓워즈에서 템 한 번 쓰자마자 부수는 건 처음 본다! - 이것은 더 이상 인간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갓워즈 역사에 단 한 번도 존재치 않았던 퍼포먼스와 함께 라이브 방송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2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자, 그럼 이제 럭키 세븐 라이브 끝났으니, 그 다음 이야기를 하자고. 여기서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광고 경매를 하는 게 어때? 응? 선수들 입장해 봐.] [구스타프 님이 10,03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콜!] [라포 님이 10,03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광고주가 의뢰도 정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콜.] 그리고 라이브가 경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66화. < 53화. 버스 기사 (1). > 라이브 방송 종료를 앞두고 시청자 숫자는 줄어드는 게 아주 일반적인 경우였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최고 323만 명을 기록했던 시청자 숫자는 방송의 끝을 앞두고 260만 대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장난 아니네.’ 그러나 세 거물이 움직이는 순간 그 당연한 수순이 비틀어졌다. ‘아니, 무슨 400만을 이렇게 쉽게 찍어?’ 400만 명 돌파! 그게 바로 이름값이었다. - 라포 님, 여기서 이러지 말고 똘똘이를 보여주십시오. - 아즈모 님! 라이브 방송 좀 하세요! 여기 와서 아즈모 님을 봐야겠어요? - 구스타프 님, 이럴 시간에 몬스터라도 좀 더 잡으시죠? 아즈모 타도! 외치고 레벨업 각오하신 게 엊그제였던 걸로 아는데요? 스타를 뛰어넘는 슈퍼 스타들의 이름값. ‘장난 아니네.’ 300만 명조차 아득하다고 느낀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사실에 즐거움보다는 허탈함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지.’ 물론 지금 미다스가 생각해야 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안 돼. 광고 건은 내 영역 밖이다.’ 광고 혹은 그와 관련된 협상은 전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몫, 실수로라도 미다스가 처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하,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이런 건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야죠. 그 부분에 대한 것들은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상담하시죠.” ‘더 커지기 전에 불을 잡는다.’ 미다스가 타오르는 분위기에 물을 뿌렸다. - 아, 역시 안 되는 건가? - 하긴 상식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긍했다. 그 순간이었다. [와튼 님이 10,03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 관리자입니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방식을 조금 바꾸고 싶습니다.] 채팅창 위로 기름이 뿌려졌다. 2.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방식을 조금 바꾸고 싶습니다.” 그 말이 곧바로 채팅이 되어 라이브 방송 중인 BJ대마도사에게 전달되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사, 사장님이 나섰다!’ ‘그,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거야?’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박영준이 후원금을 설정한 후에 곧바로 후원 채팅 내용을 말했다. “경매는 하지 않겠습니다. 의뢰 내용과 보상, 두 가지를 제시하면 그중 하나를 BJ대마도사님께서 고르십시오.” 그러한 말은 곧바로 채팅이 되었고, 후원금과 함께 후원 채팅이 전달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박영준이 어느 때보다 긴장된 기색으로 확인했다. ‘경매는 위험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상황은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분명 경매 자체는 이익이었다. 지금 이 판에 끼어든 이들의 면면은 어마어마한 부자들! 특히 구스타프와 아즈모의 관계는 세계가 인정하는 라이벌, 그것도 대부호 라이벌이었다. 그 둘이 진심으로 불이 붙으면 말도 안 되는 제안이 나올 터였다. 박영준도 그것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경매가 끝나면 최고액을 제시한 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 문제는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한 경매인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막말로 그 조건이 게임 오버 당하는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그 제안을 받고 게임 오버를 당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거래를 없던 걸로 돌릴 뿐. ‘거래를 파기하면 그 자체로도 손해이니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거래를 없애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법 아닌가? 아니, 남지 않는 수준을 넘어 정상적인 거래를 얻을 기회가 날아가는 셈이었다. ‘그 후에 거래를 하려면 그때보다 보상이 적을 수밖에.’ 혹여 경매에서 탈락한 이와 다시 거래를 하더라도 그때보다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 리 만무. 그렇기에 박영준은 나서서 과정을 바꾸었다. 의뢰와 보상, 두 가지를 한 번에 제안하면 그중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의뢰까지 이쪽에서 선택하게 해야 해.’ 그럼으로써 의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그게 BJ대마도사가 원하는 바일 테고.’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를 위해서! 그게 박영준이 이러한 제시를 한 이유였다. 그러한 제시에 곧바로 BJ대마도사가 대답했다. 3. “어, 그렇다네요.” 대답을 하면서도 미다스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미치겠네.’ 아니, 이제 상황은 아무래도 좋았다. ‘진짜? 나보고 결정하라고?’ 미다스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 부담되고 고민될 뿐. ‘어떻게 해야 하지? 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그냥 거절하면 분명 기분 상하실 텐데? 아니, 그보다 뭘 골라야 하지? 여기서 아이템 요구하면 너무 나만 해먹는 거 같지 않나? 그럼 금전적인 보상으로? 그러면 액수는 얼마가 적당한 거지?’ 미다스는 머릿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물론 경매 참가자들은 그런 미다스의 심정 따윈 고려치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제안을, 라이징 스타 채널의 확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아즈모였다. [아즈모 님이 10,03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음 무대는 얼어붙은 숲이지? 그럼 똑같이 럭키 세븐 해보자고. 얼어붙은 숲에서 스노우 몬스터 777마리 처치. 어비스 길드 기록 깨면 원하는 건 뭐든 주지.] 백지수표! 의뢰 내용과 보상, 모두가 파격적인 그 제안에 시청자들이 곧바로 열광했다. - 와, 이거 개꿀쨈 각이네? 어비스 길드 기록이라니, 그거 최고 신기록이잖아? - 거기선 BJ대마도사도 초반부터 달려야지. - 원하는 건 뭐든 준다고? 와,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도 이 악물고 달리겠는데?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헉? 백지수표? 원하는 거 아무거나?’ 의뢰 내용을 떠나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보상에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머릿속도 굳어버렸다. 그때 구스타프도 제안을 했다. [구스타프 님이 10,03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아즈모와 같은 조건에 난 라이브 날짜 알려주면 내 라이브 방송으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홍보도 해주지.] 아즈모와 동일 조건에다가 자기 방송에서 홍보까지 해주겠다! - 받고 하나 더? - 아즈모 대 구스타프, 진짜 한 판 붙을 모양이네. - 이쯤 됐으면 멀린도 붙어야 하는 거 아님? - 아니, 그보다 구스타프가 자기 라이브에서 홍보해주면 BJ대마도사 시청자 폭발하겠는데? 파격, 그 이상! ‘진짜?’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장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는 게 고역일 정도였다. ‘구스타프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라면…… 어쩌면 라이브 시청자 1천만 명 넘을지도? 그럼 당연히…….' 동시에 고민도 시작됐다. ‘아니야. 그래도 아즈모가 거물은 더 거물이지. 그리고 그동안 받은 게 있잖아?’ 제안만 놓고 보면 구스타프 쪽이 훨씬 나았으나, 아즈모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아즈모 쪽에 손을 들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은 일. ‘어떻게 하지?’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 라포가 제안을 했다. [라포 님이 10,03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보상은 기본 백지수표이네. 나도 그럼 백지수표 내야지. 대신 의뢰는 달라. 얼어붙은 땅에 우리 길드가 공략 중인 던전이 있는데 공략해주는 것.] 그 제안에 시청자들이 혀를 찼다. - 똘똘이, 네 주인이 이렇게 짰니? - 아, 이거 보면 똘똘이 실망할 듯. - 똘똘이 조만간 BJ대마도사네로 올 듯? - 럭키 똘똘이 콤비 가즈아! 앞선 제안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스케일도 약할뿐더러, 어떤 의미에서는 불사자 길드가 이익을 보는 제안. [라포 님이 10,03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참고로 이 던전 내가 발견했던 건데 여전히 미공략 상태야. 지금 애들도 2번 실패했고.] 그러나 추가 설명이 이어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앞선 제안들에 비해서는 의뢰 내용 자체가 흥미가 돋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무엇보다 그 제안을 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라포였다. - 라포가 발견했다고? ㄴ 라포가 발견했다면 보통 던전 아니라는 건데? 엄청난 보상이 예고된 던전이라는 거잖아? ㄴ 그렇지. 라포는 갓워즈에서 가장 운 좋은 플레이어이니까. 갓워즈에서 오직 운, 그 요소 하나만으로 10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된 자! 그런 자가 발견한 던전이 평범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 그런데 라포도 공략을 못 했다? - 라포가 발견했다는 거면 꽤 오래 전의 일일 텐데, 그 이후 계속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고? - 난이도 미친 모양이네. - 난 이게 재미있을 거 같아.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BJ대마도사를 향했다. 과연 그가 무엇을 선택할지. - 메리트는 구스타프 제안이 제일 좋지. - 아즈모가 그동안 해준 게 얼만데? 이번에 아즈모 선택 안 하면 뒤끝이 장난 아닐 텐데? - 그리고 원래 아즈모가 구스타프보다 급 높음. - 응, 구스타프도 충분한 부자야. - 분명한 건 불사자 길드 제안이 가장 구리다는 거겠지. 말이 그렇지, 결국 자기들은 못 가는 어려운 길을 BJ대마도사보고 대신 운전 좀 해달라는 거잖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각의 선택지에 점수를 매겼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로 고민했다. 물론 선택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고르기 좋은 선택지는 정해졌으니까. ‘아즈모다.’ 종합적인 부분들을 고려했을 때 아즈모가 가장 무난했다. ‘그러니까 다른 이들이 섭섭하진 않게 말해야 해.’ 고민하는 부분은 이대로 아즈모를 선택하면 남은 둘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는 것. 그러니 나름 좋게 이 상황을 넘어갈 말재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 던전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그때 미다스가 던전 이름을 물어봤다. 당신 제안에 관심이 있습니다, 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내심을 숨기고 고민하는 척 연기를 하기 위해서. 그 질문에 라포가 대답했다. [라포 님이 10,03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였다. “아, 흥미가 돋는 이름이네요.” ‘좆됐다.’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됐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하필이면…….' 다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던전을 현재 불사자 길드가 관리하고 있는 상황. ‘아니, 그보다 그걸 발견했다고?’ 한편으로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경험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다른 무엇보다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미다스의 눈이 아니었다면 길드 단위의 탐색과 수색이 있어야 가능한 수준. 그마저도 인지한 상태에서의 조사와 발견이 필요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라포가 그걸 알고 움직였을 리는 만무. ‘운빨 장난 아니네.’ 그는 그저 운 좋게 발견했을 터였다. ‘아.’ 그리고 미다스 입장에서는 불운이었다. 이 순간 미다스가 해야 하는 결정은 하나였으니까. ‘여기서 라포를 안 고르면 더 골치 아파져. 필시 그 주변에 길드원들을 배치했을 테니까.’ 불사자 길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한 고민 끝에 미다스가 손으로 제 턱을 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흥미롭군요.” 흥미진진한 제안을 받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불사자 길드도 공략에 실패했다, 그냥 플레이어들이 세운 기록 깨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 제안이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 그래, 그거지! - 일반 몬스터 빨리 잡는 것보다 누구도 못 깬 던전 공략이 더 재미있지! - 크으, 역시 BJ대마도사 님은 뭘 좀 아신다니까. - BJ럭키님, BJ대마도사가 이렇게 잘 컸습니다! 칭찬해주시죠! - BJ대마도사 님이 버스 운전하신다! 가장 흥미진진한 선택지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대한 환호. 그 환호 속에서 입찰에 실패한 둘이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03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오케이, 이제 취향을 알겠네. 이런 거 좋아했구나, 아무도 못 깨는 던전, 사냥터 같은 거 공략하는 거. 게임 하드코어하게 하는 거. 진작에 말해주지. 난 그냥 편하게 게임하는 거 좋아하는 타입인 줄 알았지.] [구스타프 님이 10,03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BJ대마도사, 하드코어, 하이 리스크, 헬모드 취향 메모 완료.] 이제 네 취향을 알겠다고. 잘 참고하겠다고. ‘앞으로 의뢰 난이도 엄청 오르겠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코 좋을 리 없는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이 순간 미다스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하하, 원래 게임은 어렵게 해야죠. 지금까지 제가 게임을 너무 쉽게 한 건 사실이잖아요?” BJ대마도사의 취향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4. “이거 나도 조만간 후원해야 할 것 같은데?”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보던 멀린이 헛웃음과 함께 말을 뱉으며 엠마를 바라봤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이번에도 실패한 거 같은데? 결국 BJ대마도사의 전력을 확인하지 못했잖아?” 실패. 그 두 글자 단어에 엠마는 반응하지 않았다. 제 감정을 얼굴 위로 드러내지 않았다. ‘기회가 왔다.’ 지금 느끼는 기쁨을 가슴 속에서만 맴돌게 했다. ‘설마 이렇게 기회가 오다니.’ 그런 엠마의 머릿속에는 플레이어 한 명이 떠올렸다. 현재 불사자 길드 소속으로 어비스 길드 이적을 위해 물밑에서 협상 중인 플레이어 한 명이. 그리고 그 플레이어를 통해 전해 들은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에 대한 정보를. ‘잡을 수 있다.’ 그러한 생각에 이르렀을 때 엠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할까?” 그 질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일단 상황을 봐야죠. 필요하다면 멀린 씨가 경매에 참가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아즈모랑 구스타프 사이에 끼라고?” “어비스 길드도 공략에 실패한 던전 몇 곳이 있으니까요. 그곳에 등을 떠밀어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그 말에 멀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말을 뱉은 엠마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머릿속에 두지 않았다. ‘이번에 확실하게 발목을 잡는다.’ 그녀가 보기에 BJ대마도사에게 다음은 없었으니까. 167화. < 53화. 버스 기사 (2). > 5. 갓워즈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미 인기 있는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일명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고 그렇기에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 BJ대마도사가 불사자 길드랑 같이 던전 공략한다! 그렇기에 그 소식이 터졌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이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 BJ대마도사도 이제 버스 타네. - 혼자서 끝까지 할 줄 알았는데 결국 불사자 길드랑 손잡네. BJ대마도사가 불사자 길드라는 버스 타고, 편하게 가는 선택을 했다고. - 뭔 개소리야, 불사자 길드가 BJ대마도사 버스 탔다는 거라니까! - 불사자 길드가 본인들 공략 실패했던 던전을 BJ대마도사에게 의뢰했어! - 버스 요금은 백지수표! 원하는 건 뭐든! 때문에 정확한 소식이 알려졌을 때 세상이 느끼는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다들 BJ대마도사 이야기 들으셨죠? 그거 제가 알아보니까 라포조차도 실패해서 게임오버 당한 던전이라네요. 난이도가 장난 아니래요! 공략 실패 영상조차도 보기 끔찍한 수준! 공략 난이도 SSS급!” 갓워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할 정도의 사건. “야, 갓워즈에 SSS급 던전이 어디 있어?” “말이 그렇다는 거죠. 솔직히 다 같은 S급 던전이겠어요? 그 이상도 있는 거지. 안 그래요 현우 형?” 정현우 입장에서는 쓰디쓴 이야기였다. “지금 머리 아프니까 그런 이야기는 나 빼고 해줄래?” ‘미치겠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쓰디쓴 이야기. ‘기대감이 너무 커.’ 일단 앞서 말한 그대로 이번 상황 자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10대 길드가 버스 운전을 플레이어에 한 명에게 요구한 상황 아닌가? ‘10대 길드 손님을 태우고 버스 운전하라니…… 그것도 라포조차 실패했으리라 예상되는 던전을 공략한다?’ 그것도 10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라포가 실패했으리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심지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무대인데?’ 개중에서도 정현우를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건 그 던전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던전이란 점이었다. 잘 공략을 한 다음에도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셈. ‘갑자기 라이틀링이 뛰쳐나와서 애들 다 죽일지도 몰라. 빌트가르 잡을 때도 그랬잖아? 갑자기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폭발하는 바람에 모두 위험에 빠졌지.’ 실제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퀘스트 진행자가 아닌 이를 죽일 만한 설정들이 있었다. 만약 그런 설정에 불사자 길드가 휘말린다면? 그때 과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때문에 이렇게 됐습니다? 라고 변명을 하는 게 먹힐까? 골이 아프지 않으면 이상한 일. ‘고민은 그만하자. 어차피 지금 당장 할 건 하나니까.’ 이런 상황에서 정현우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지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레벨업 밖에 없지.’ 스펙업. 그것만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고, 내세울 수 있는 무기였으니까. ‘그럼 이제 얼어붙은 숲으로 가야겠네.’ 다행히도 그 부분에 있어서 큰 고민은 없었다. ‘오랜만에 꿀 좀 빨겠어.’ 6. 붉은산의 정상에 오르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절경은 두 가지였다. 산의 정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넓은 평야. 그리고 그러한 평야 북쪽 너머로 보이는 더 거대하기 그지없는 새하얀 세상. 그 새하얀 세상이 바로 붉은산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얼어붙은 숲이었다. “얼어붙은 숲의 특징은 간단해. 춥고, 눈보라가 몰아친다는 것.” 그러한 얼어붙은 숲은 갓워즈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처음 마주하는 차가운 세상이었다. 달리 말하면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눈이 내린다는 것이 그리고 춥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경험하는 곳이었다. “명심해. 늪만큼 어려운 곳이야.” 이러한 얼어붙은 숲의 가장 골치 아픈 점은 바로 쉼 없이 내리는 눈과 쌓인 눈이었다. 무릎까지 파묻히는 이 무대에서는 제대로 된 기동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특성은 늪과 비슷했다. “단순히 비교하면 늪보다는 낫지.” 물론 그 특성 자체는 늪보다 덜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등장하는 스노우 몬스터들은 육안으로 파악하는 게 매우 어려워. 늪에서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문제는 스노우 몬스터, 문자 그대로 눈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을 이 하얀 세상에서 구분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 “여기에 동상 페널티도 있지.” 결정적으로 얼어붙은 숲에는 동상 페널티가 있었다. 그 페널티는 의외로 강력했다. “최악에는 능력치가 50퍼센트까지 감소해.” 시간에 따라 이동 속도 및 능력치 감소 폭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통증을 느끼는 것도 아니야. 동상 페널티에 능력치 감소 당하는지 실시간으로 제대로 체크해야 해.”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없었다. 몬스터와의 전투도 쉽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며,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상태도 체크해야 하는 셈. 여러모로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얼어붙은 숲, 그곳을 가로막는 눈보라의 벽은 대개 20명이 넘는 파티로 구성된 채 지나가고는 했다. 그러한 20명 파티 역시 급조한 파티가 아니라 붉은산에서 같이 동고동락한 경우들이었다. 물론 얼어붙은 숲을 반기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모로 화염계 마법사들이 살판나는 곳이겠네.” “여기서만큼은 불의 마법사들이나 불의 정령을 꺼내는 이들이 귀족 대우를 받지.” 화염 속성 공격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이곳에서 매우 좋은 대우를 받았다. "블레이즈 골렘이라도 있으면 왕 대접받는 곳이고.” 개중에서도 끝판왕 격인 블레이즈 골렘을 보유한 이라면 그 대우는 상식, 그 이상.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블레이즈 골렘 2마리에 신수에 가디언에 새에 사역마에 돈이 넘치는 이는 어떤 대우를 받을까? 과연 BJ대마도사는 이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까? "그런 경우는 대우를 못 받아.” "응?" "뭐하러 대우를 기대해?” 물론 BJ대마도사가 대우받는 일은 없었다. “혼자 가도 되는데. 저기 봐봐. 아주 그냥 쓸어버리잖아.” 애초에 혼자서 이 험난한 곳을 지나갈 수 있는 이가 동료를 만들 필요가 없었기에. 그 정도로 BJ대마도사가 만들어낸 광경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블레이즈 골렘이 불을 토해냅니다.] 일단 블레이즈 골렘의 활약이 컸다. 눈에 보이는 풍경부터가 달랐다. 화르르! 쉴 새 없이 타오르는 그 몸뚱이는 눈이 쌓인 땅덩어리 위에 길을 만들었고, 몰아치는 눈보라를 빗줄기로 만들었다. 크르르! 또한 블레이즈 골렘이 내뿜는 열기는 눈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스노우 몬스터들의 HP를 감소시켰다. 즉, 열기 만으로도 이미 공격 판정을 받게 되는 셈. [블레이즈 골렘을 향해 스노우 몬스터들이 달려듭니다.] 자연스레 공격당한 스노우 몬스터들은 블레이즈 골렘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스노우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글이글! 블레이즈 골렘과 몸을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스노우 몬스터들에게는 치명타. [블레이즈 골렘이 불을 토해냅니다.] 더욱이 블레이즈 골렘의 그 공격력은 화염 공격에 대한 내성이 있는 몬스터들조차 아득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사실상 불나방이었다. 불을 쫓아 달려들다 결국은 제 몸이 불에 녹아버리는 불나방. 심지어 블레이즈 골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럭키와 골드, 그 둘이 블레이즈 골렘 주변으로 모여드는 스노우 몬스터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왕! 럭키의 경우에는 평소와 같았다. 크-왕! 가름의 그림자, 제 분신과 함께 눈밭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블레이즈 골렘에 달려드는 스노우 몬스터들의 몸뚱이를 물어뜯고, 부수면 될 따름이었으니까. 특히 전광석화 상태가 발동된 순간 보여주는 전투력은 눈밭, 기동력을 앗아간다는 그 무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혹여 포위를 당하는 식의 위기가 오더라도 문제될 건 없었다. 꾸-우! 잭팟이 이 눈보라 속에서도 거침없이 비행하며 매의 눈과 같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반면 골드는 달랐다. 골드는 평소와 다른 전투 스타일을 선보였다. 푸홧! 스노우 몬스터, 그 괴물에게 소리 없이 접근한 골드는 그대로 제 손에 쥔 단검으로 단숨에 스노우 몬스터, 늑대 모습의 몸의 등가죽을 잘라버렸다. 크르르? 스노우 몬스터는 공격을 당한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달을 정도, 그 정도로 은밀한 접근이었다. “감히 주인님께 이빨을 드러내다니.” 엘프의 로브와 엘프의 부츠 덕분이었다. 블링크를 이용해 단숨에 스노우 몬스터 무리 뒤편으로 이동한 후에 엘프의 부츠 효과,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그 효과를 이용해 소리 없이 접근할 수 있었으니까. 개중에서도 백미는 엘프의 부츠였다. 엘프의 부츠는 이런 눈밭 같은 곳조차도 단단한 땅 위를 걷듯이 만들어주었다. “죽음으로 주인께 사죄해라.” 골드가 가디언이 아닌 암살자가 되어 전장을 청소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 바로 본인이었다. 화려한 것은 없었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 애로우 사역마, 인페르노.” 오히려 사용하는 마법의 개수는 화염 계열로 한정된 탓에 다양한 마법을 난사하는 화려함은 펼치는 게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고 해서 던지는 게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캐스팅이 끝난 마법을 하나하나, 완벽하게 표적의 황금 과녁에 꽂아 넣을 뿐. 그래서 압도적이었다.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이 난장판에서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마법을 하나하나 꽂아 넣고 있어.” 화려하게 총을 난사하는 이보단 별거 아닌 듯 총을 쐈는데 백발백중 명중하는 이가 더 무서운 법. “진짜 이 정도는 BJ대마도사에게 일도 아니라는 건가?” “이래서 세상이 불공평하다니까. 재능충 놈들이 다 해먹잖아?” 보는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흘릴 따름이었다. 물론 그 비결은 보는 이들이 생각하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캬! 예전 생각나네. 예전에 여기서 진짜 제대로 돈 좀 만졌었지.’ 이곳이 미다스에게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전성기 무대 중 하나였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그때 진짜 좋았지. 서로 데려가려고 했었으니까.’ 지금 캐릭터를 키우기 전 화염계 마법사였던 미다스는 얼어붙은 숲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대접을 받았었다. ‘그래서 여기서 아주 끝까지 뽑아먹고 갔고.’ 때문에 얼어붙은 숲에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한계치까지 올렸었다. 그런 만큼 얼어붙은 숲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미다스에게는 눈보라 따위는 개의치 않는 눈마저 가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도 끝까지 뽑아먹어야지.’ 빨대를 꽂고, 그 안에 있는 것을 그저 쪽쪽 빨아먹으면 될 뿐. 그렇게 미다스가 블레이즈 골렘을 앞세운 채 착실하게 그리고 빠르게 얼어붙은 숲을 가로 질렀다. 길을 만들었다. 그러한 과정을 보던 플레이어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누군 20인 파티로 이 악물고 긴장하면서 가는데, BJ대마도사는 그냥 다 무시하고 가네.” “괴물이야, 괴물.”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대한 헛웃음을. 그리고 그렇게 헛웃음을 흘리는 이들 중 일부는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냥 저기 BJ대마도사가 만든 길 따라서 가면 안 되나?” “그래, BJ대마도사가 길 다 닦아줬잖아?” “그러네?” BJ대마도사가 만든 길을 걸으면 편하지 않겠냐고. 그러한 생각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야, BJ대마도사 버스 타자!” 7. 얼어붙은 숲을 가로지르면 등장하는 검은 도시. 검은 도시란 이름 그대로 그 도시는 모든 건축물들이 검은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새하얀 세상 속에서 결코 다른 무언가와 헷갈릴 수 없는 도시. 그 도시가 바로 얼어붙은 숲을 무대로 삼게 될 플레이어들의 거점 도시였다. “자, 이제 사냥 준비하자고.” “멤버 체크해!” 그러한 도시 안에는 파티 사냥을 앞둔 플레이어들 무리가 곳곳에서 존재했다. 더불어 그 무리들은 나름 화려하고 다양했다. “아니, 힐러는 언제 오는 거야?” “이래서 머릿수 많아지면 골치 아프다니까. 꼭 약속 어기는 놈들이 나온단 말이야.” “5명이 모이면 반드시 한 명은 쓰레기라는데 20명이 모이면, 개중 4명은 쓰레기일 수밖에 없지.” 그도 그럴 것이 얼어붙은 숲에서 권장되는 최소 파티원 숫자는 15인 이상, 보통은 20인 이상 파티를 맺었다. 숫자가 많은 만큼 그 구성원들의 직업도 다양해졌다. 그렇기에 그들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저기 불사자 길드 아니야?” “불사자 길드 맞네.” “여기서 힐러랑 딜러 비율 1대1 인 파티는 불사자 길드밖에 없으니까.” 불사자 길드. 딜러와 힐러의 비율을 1대1로 맞춘 파티는 힐러가 귀한 갓워즈에서 보기 힘든 조합이었으니까. 반면 가능만 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었다. “나도 1대1로 힐러 붙으면 게임 오버 걱정 없이 게임할 수 있을 텐데….…" “진짜 부럽다.” 갓워즈에서 가장 두려운 것, 게임 오버를 피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을 테니까. 그게 불사자 길드의 이름이 붙은 이유였다. 결코 죽지 않는다! 불사자 길드원들은 그러한 사실에 그 누구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왜 저래?” “평소에는 기고만장하던 애들 표정이 똥 씹은 표정이네.” 자긍심을 넘어 오만하기까지 하던 불사자 길드원들의 기색은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한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똥 씹을 수밖에 없지. 지금 버스 타게 생겼는데. 그것도 자기들보다 레벨 낮은 플레이어 한 명한테." 지금 가장 뜨거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바로 저기 있는 불사자 길드 멤버들이었으니까. 그러한 이유 그대로였다. 불사자 길드의 유망주라면 이미 사실상 반쯤 스타 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 재능을 비롯해 남다른 것을 가지고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한 자들이었다. 그런 부류들이 순순히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일 터. 그때 검은 도시 안으로 소식이 들렸다. “BJ대마도사가 이곳으로 오는 중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검은 도시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어떻게 되려나?’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10대 길드 멤버를 상대로 기싸움은 쉽지 않겠지?’ ‘잘하면 PK 한 판 붙을지도?’ 모두가 앞으로의 전개를 상상하는 순간. 그러나 그러한 상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플레이어 2백 명을 버스에 태운 채로 오고 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플레이어 2백 명이 BJ대마도사 버스 타고 있다고!” BJ대마도사가 그들의 상상을 부수며 등장했으니까. 168화. < 53화. 버스 기사 (3). > 8. 갓워즈에서는 많은 서비스가 존재했다. 사냥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퀘스트 진행이나 사냥터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까지. 얼어붙은 숲 역시 마찬가지였다. 붉은산에서 제대로 된 파티를 해본 적이 없거나, 파티나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 혹은 실력이 평균치 이하라서 파티 가입이 힘든 이들을 위해 검은 도시까지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당장 탐험가 길드가 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한 서비스는 대부분 조용하게 그리고 소규모로 이루어지고는 했다. “버스 탄 거나, 태우는 게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 여러모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200명을 태우고 왔다!” “와, 버스 스케일 장난 아니네.” “저게 무슨 버스야? 기차지.” “럭키 익스프레스네?” 200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을 버스를 태운 채, 안전하고 무사하게 그리고 저토록 소란스럽게 데려온 경우는 없었으니까. 물론 그건 엄연히 버스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냅다 뒤에 따라갔다?” “BJ대마도사가 길을 만들어줬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잖아? 심지어 눈도 다 녹아서 길이 깨끗했다고. 그리고 이런 일 아니면 언제 BJ대마도사랑 같이 가겠어?” 그저 BJ대마도사의 뒤를 플레이어들이 쫓아간 것일 뿐. 달리 말하면 플레이어들의 자의적인 행동이었다. “BJ대마도사님 버스 감사합니다!” “빠르고 안전한 BJ대마도사 버스 끝내줘요!”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BJ대마도사의 버스를 탄 것을 자랑하듯이 떠벌렸다. 자연스레 그에 대한 이야기로 검은 도시가 떠들썩해졌다. 그 사실에 일부는 생각했다. ‘이거 우연히 생긴 해프닝 같진 않은데?’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러한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준 건 BJ대마도사의 대답이었다. 그는 검은 도시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을 따라온 이들에게 말했다. “표값은 라이징 스타 채널 구독, 좋아요, 댓글입니다. 꼭 지불하세요. 안 하면 럭키가 혼내줄 겁니다. 그렇지 럭키야?” 왕! BJ대마도사를 이용해줘서 좋다고. 그렇기에 그것을 보는 이들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해! 이 모든 상황은 BJ대마도사가 의도한 거야.’ ‘일부러 보여준 거야.’ 이 모든 게 BJ대마도사가 계획한 것이라고. ‘자기가 훨씬 더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가 있다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불사자 길드를 상대로.’ 불사자 길드, 그들과의 협업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해 먼저 공격을 한 것이라고. 즉, 기싸움을 시작했다고.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다. “응? 럭키야 뭐라고? 버스비 받아내라고? 여러분 럭키가 버스비 내라는데요? 하하, 물론 농담입니다.” ‘이쯤 되면 누가 푼돈이라도 줄 거 같은데…… 안 주려나? 아, 진짜 이런 식으로 공짜 버스 운전하게 될 줄이야.’ 그저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을 뿌리칠 수 없었을 뿐. 좀 더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오는 길목에서 레벨업 좀 하고 싶었는데.’ 원래 미다스의 목적은 검은 도시에 오는 길목에서 레벨업 사냥을 좀 하는 것이었다. ‘여기 일찍 와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이유는 하나, 검은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그러한 미다스의 앞에 그들이 등장했다. “BJ대마도사님 안녕하세요, 불사자 길드입니다.” 20명의 무리, 개중 갑옷으로 무장한 이가 미다스가 앞에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미다스가 이내 말했다. “레미아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미아. 불사자 길드 소속의 200레벨 이하 유망주 중에 최고로 평가받는 플레이어. 스몰 파크 랭킹 487위. 이것만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기에 충분한 요소들.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모를 리가 없죠. 아주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그러나 그녀의 유명세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 그 이상이었다. ‘금수저 물고, 재능 달고, 운까지 따라주는 케이스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야.’ 집안부터가 부자였다. 아즈모처럼 말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 놀고먹을 걱정은 없는 수준. “신수를 가지신 플레이어는 많지 않으니까요.” 여기에 그녀는 신수, 베누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BJ대마도사님에 비할 바는 못하죠. 그보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예의가 아니네요.” 무엇보다 그녀를 유명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니라 외모였다. “얼굴부터 제대로 보여드려야겠죠.” 그렇게 투구를 벗어 드러난 그녀의 외모는 아랍계 미인의 요소가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옅은 구릿빛이 감도는 하얀 피부에 큰 눈동자와 짙은 눈매 그리고 오뚝한 코까지. 충분히 외모로 유명세를 떨치기에 부족함이 없을 지경. “다시 인사드리죠, 레미아라고 해요.” 그 상태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그녀를 향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손을 잡았다. 그 상태에서 레미아가 미다스를 지그시 바라봤다. ‘역시 보통 내기가 아니야.’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처럼. 막연한 비유가 아니었다. ‘하긴, 그러니 어비스 길드에서 그런 제안이 온 거겠지.’ 현재 레미아는 어비스 길드에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BJ대마도사를 이번 이름 모를 마법사 던전 공략에서 실패케 하면 어비스 길드에서 특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갑작스러운 제안은 아니었다. ‘그동안 어비스 길드와 꾸준히 접촉해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를 못 잡았을 테니까.’ 애초에 그녀는 불사자 길드를 디딤돌 삼아 어비스 길드로의 이적을 계획하고 있었다. 비단 그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같은 10대 길드라고 해도 어비스 길드에서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것의 난이도는 매우 높았다. 물론 실력이 된다면 밑바닥부터 올라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 그러나 그 실력이 안 되는 이들은 다른 길드에서 인지도와 유명세를 쌓은 후에 어비스 길드로 이적하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런 기회가 온 상황에서 레미아가 저울질을 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BJ대마도사가 그 던전을 공략하는 순간 내 커리어도 끝이야.’ 그리고 그 제안이 아니더라도 레미아 입장에서 BJ대마도사가 바로 던전을 공략하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그 던전 공략에 2번이나 실패한 레미아에 대해 세간의 평가가 내려갈 테니까. “그보다 이제 한 팀이 됐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주도권은 내가 쥐어야 해.’ 그것을 위해선 여러모로 이번 던전 공략에서 발언권을 높아야 할 터. ‘기 싸움, 절대 질 수 없어.’ 당연히 BJ대마도사가 걸어온 이 기 싸움을 상대로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물론 미다스가 그러한 그녀의 심중을 알 리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다. “예,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잘 부탁합니다.” ‘동반 공략은 절대 안 돼.’ 이런저런 리스크를 껴안고 던전에 들어갈 바에는 차라리 미다스 본인이 혼자 리스크를 안는 게 더 나은 법. 애초에 미다스는 불사자 길드와 같이 던전을 공략하지 않을 속셈이었다. “앞으로 던전 공략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전에 한 번 호흡을 맞춰보는 게 어떨까요?” 그렇기에 레미아의 그 제안에 미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 필요 없어요.” 말을 하면서 자신 있게 소리쳤다. “돈 받고 버스 운전하는데 손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 말에 좌중은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BJ대마도사다. 자신감이 넘치네.’ ‘본인이 주도하겠다, 이거군!’ 과연 세상 그 누가 불사자 길드를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을까? 레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정했네. 하긴, 그러니 여기 올 때부터 이미 그런 연출을 한 거겠지.’ BJ대마도사와의 기 싸움이 쉽지 않으리란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미 기 싸움은 예상했던 일, 레미아가 그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을 꺼냈다. “그럼 일단 얼어붙은 숲에 적응이라도 하시는 게 좋겠죠. 원하시면 무대를 마련해드릴게요.” “사냥터 말입니까?” “예. 탐험가 길드의 VVIP사냥터에서 혼자 사냥할 수 있도록 말이죠.” 모두가 놀랄 만한 것을 꺼냈다. “VVIP요? VIP가 아니라?” “예, VVIP요.”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 탐험가 라인 안에서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였다. 더불어 이 서비스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돈 있어도 못 받는 최고의 개꿀 서비스잖아?’ 돈은 물론 자격이 있는 자들만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편하게 게임할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습니다.” ‘젠장, 이 꿀을 포기해야 한다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빚을 져서는 안 되는 상황. 때문에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거절을 하기 위한 이유를 말했다. “아니, 그보다 그런 거 받으려고 했으면 진작에 받았을 겁니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르자. 어차피 못 먹는 떡, 못 먹는 이유야 아무렴 어때?’ 그렇게 한 번 지르고 나자, 그다음 말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나왔다. “그리고 탐험가 라인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그냥 아무도 안 가는 몬스터 넘치는 곳에서 사냥하는 게 더 빠릅니다. 몬스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거든요. 그렇지, 럭키야?” 왕! “주인님, 저도 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좌중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쉽게 편한 길 대신 어렵지만 보다 많은 가치가 있는 길을 걸어가는 플레이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긴, BJ대마도사의 재력이면 VVIP서비스를 받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하지만 한 번도 안 받았잖아?’ ‘BJ대마도사는 그냥 돈 많은 금수저 운빨 플레이어가 아니었어.’ BJ대 마도사의 평가가 다시 한 번 크게 오르는 순간. 한편 그 이야기를 들은 레미아의 심기는 썩 좋지 못했다. 듣는 입장에서 해석은 언제든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 ‘우리들은 온실 속에서 키운 화초라, 이건가?’ 10대 길드라는 울타리 안에서 화초처럼 큰 애들과 자신은 급이 맞지 않는다! 레미아는 BJ대마도사의 말을 그렇게 해석했다. ‘기 싸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우리를 수족으로 복종시키고 싶은 모양이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미다스가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럼 전 사냥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대로 움직이세요. 괜히 제 행보에 맞춰주실 필요 없습니다. 백지수표 받고 움직이는 건데 의뢰인들을 신경 쓰이게 할 수 없죠.” 그 말에 레미아는 생각했다. ‘실력 행사로 확실하게 기선 제압을 끝내겠다, 이거군.’ 미다스가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리란 것을. 그러한 사실에 레미아가 꺼낼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뇨, BJ대마도사님 말이 맞아요. 편하게 게임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죠. 그리고 호흡을 맞추기 전에 서로 실력부터 보여줘야 믿음이 생기는 법이죠.” 그 말과 함께 레미아가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실력을 보여드리자고.” 9. 갓워즈에서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사냥에 참여하는 파티원의 숫자도 늘어났다. “들어가! 탱커들 들어가서 라인 잡아!” “야, 들어가긴 뭘 들어가! 뒤로 빠져! 지금 딜링 포지션을 못 잡았는데 탱커 들어가면 뭐해?” “탱커가 들어가서 버텨야 딜링 포지션을 잡지!” “의견 좀 통일해!” 자연스레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대화도 늘어났고, 그만큼 혼란도 늘어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화를 하지 않아서 위기에 빠지는 것보단 차라리 혼란을 느끼더라도 소통을 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물론 팀워크가 좋을수록 대화의 숫자는 줄어들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프로 플레이어들 정도 되면 리더 한 명의 명령에 모두가 믿고 움직이고는 했다. 그런 기준에서 불사자 길드는 아주 독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 중에 대화가 극단적으로 적었다. “공격!” 그 한 마디에 모든 딜러들이 힐러와 함께 적을 향해 달려들 뿐. 그 외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딜러들은 스킬을 사용하며 몬스터를 분쇄하고, 힐러들은 그런 딜러를 서포트하면 될 뿐. 심플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레미아 일행은 스노우 몬스터들을 학살했다. 물러섬도 없었다. 몬스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은 분쇄하며 전진하고, 전진하며 분쇄할 따름이었다. “불사자 길드 전투 방식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니까.” “진짜 죽음을 모르는 애들처럼 싸우지.” 불사!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먼발치에서 불사자 길드가 싸우는 것을 본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쟤네들하고 같이 하면 진짜 게임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저토록 훌륭한 플레이어들에게 달라붙어 꿀을 빨 수 있는 기회를 제 스스로 외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 ‘그보다 저런 애들도 실패한 던전이면…… 이번에도 난이도는 장난 아니겠네.’ 그리고 저들조차 공략에 실패해 도움을 요청하게 만든 던전을 혼자서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 그 한숨 끝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전장을 바라봤다. 화르르!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가 만든 열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명시했다. ‘지금은 스펙업이 우선이야.’ 한숨을 쉴 시간조차 아껴서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것.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4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기다리던 그 알림에 미다스가 전황을 살펴봤다. ‘거의 다 잡았다.’ 남은 스노우 몬스터는 2마리,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예." 그 대답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발, 이번에 좋은 거 안 나오면…… 또 질러야 해.’ 그 카드 앞에서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니까 하나만 제발 좋은 거 주십시오. 주시기만 하면 제가 갓워즈 본사 향해서 매일 아침 절해드리겠습니다. 제발 하나만 주십.......' 그런 미다스의 기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용맥(龍脈)]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용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용맥 위에서는 마력과 체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용맥의 위치는 수시로 변화하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황금빛 카드, 그 앞에서 미다스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169화. < 54화. 승차 거부 (1). > 1. 용맥. 대마도사 직업이 습득할 수 있는 이 스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스킬 효과 자체는 나쁘지 않아. 근데 너무 제약이 많아.” 문제는 다름 아닌 제약. 용맥을 찾아 그곳에 서야만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용맥은 보이지도 않아서 일일이 움직여서 찾아야 하고, 찾아도 지속 시간은 기껏해야 3분. 3분 지나면 다른 용맥 찾아서 이동해야 해.” 또한 용맥을 찾고, 그 효과를 누리는 데에도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딱 봐도 마법사들 전투 스타일에 안 맞지.”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그러한 제약들이 마법사들의 전투 방식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구스타프도 아무 곳에나 서서 말뚝딜 하는 게 아니잖아?”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데미지 딜링을 하는 방식, 일명 캐논 스타일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최적의 장소를 자리로 삼을 것. 즉, 용맥을 발견해도 그 자리가 썩 좋은 자리가 아니면 그곳에서 말뚝딜을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자, 결론 내면 쓰레기 스킬이야. 내가 돈 주고 샀지만,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 그게 용맥 스킬을 최초로 얻은 아즈모, 그의 평가였고 그 평가 이후 용맥 스킬의 인기도는 단 한 번도 높아진 법이 없었다.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용맥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을 습득하는 순간에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없는 것보단 낫지.’ 환호할 것은 아니라고. 물론 나름의 기대감은 있었다. ‘어쩌면 내 눈으로 용맥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아즈모와 다르게 미다스에게는 게임 내 히든 정보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용맥에서 쉬기만 해도 마력 회복은 더 빠르겠지.’ 필시 용맥을 볼 수 있다면 공격은 몰라도 휴식 동안 마력 회복 속도를 늘리기에 나쁠 건 없었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 역시 용맥 스킬이 가진 제약이 공격 시에는 좋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당장 미다스만 해도 딜링을 시작할 때 여러모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또한 미다스는 롱토스 스킬을 최대한 이용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그에게 그 거리를, 위치를 강제 당하는 제약은 어떤 의미에서는 치명적인 제약. [용맥]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용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용맥 위에서는 마력과 체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용맥의 위치는 수시로 변화하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용맥 10회 이상 이용 시 ‘용맥 발견자’ 타이틀 획득 !용맥 999회 이상 이용 시 ‘용맥 발굴자’ 타이틀 획득 그렇게 스킬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한 채 두 눈을 껌뻑였다. 그 후에 미다스가 꾹 눈을 감은 후에 다시 떴다. 그러자 보였다. ‘왜 이렇게 많아?’ 아지랑이처럼 빛이 피어오르는 영역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광경이. ‘설마 이게 용맥이라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대충 가늠해도 그 숫자가 열 개를 훌쩍 넘었다. ‘진짜?’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그 빛의 영역, 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용맥의 힘이 느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사용 시 마력 소모량이 감소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있는, 눈밭 위의 새로운 용맥에 올라섰다. [용맥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러자 똑같은 알림이 들렸다. 그것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무언가에 취한 듯 용맥을 하나하나 밟기 시작했다. 이윽고 열 번째 용맥을 밟는 순간 알림이 들렸다. [용맥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용맥 발견자] - 타이틀 설명 : 용맥을 발견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체력 및 마력 +25 그 알림과 함께 뜬 창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헥헥!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런 미다스를 향해 뒤를 졸졸 쫓아오던 럭키와 골드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이 게임이 너무 갓겜이란 사실에 감동의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을 뱉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고민을 가진 이라면 지을 수 없는 밝은 미소가. 2. 가끔 몇몇 이들은 의문을 던졌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고. 그러나 적어도 BJ대마도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검은 도시에 도착했다면서? 당장 그가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 그것도 그냥 도착한 게 아니라 200명 넘는 플레이어를 버스 태우고 도착했지! - 들어보니까 버스가 아니라 럭키 익스프레스라고 하던데? - 앞으로 정기 주행할 예정이래! 티켓값은 좋아요, 구독, 댓글이고! - 조만간 골드 항공도 런칭한다고 함. - 잭팟 운송도 운영한다던데? - 정리하면 BJ대마도사만 놀고 있는 거네? 일해라, BJ대마도사! 그리고 그렇게 주목된 이목 앞에서 BJ대마도사는 모두가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 진짜 불사자 길드는 이번에 대어를 잡았어. - BJ대마도사 코인 타고 떡상할 듯! - 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지금 불사자 길드랑 BJ대마도사랑 기싸움 들어갔어! BJ대마도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뜨거운 이슈거리를 던져주었다. - 기싸움이라니? ㄴ 던전 공략 앞두고 누가 주도권을 쥐냐, 그걸 정하는 거겠지. ㄴ 그건 당연히 BJ대마도사가 가지는 거 아니야? ㄴ 당연한 건 아니지. 불사자 길드는 10대 길드 중 하나라고. 위에서 까라고 해도 그 밑의 길드원들 생각은 다르지. 여차하면 그냥 길드 이적해버릴걸? ㄴ 지금 마중 나온 이가 레미아라든데? ㄴ 레미아면 BJ대마도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미 자기 팬층 다진 플레이어잖아? 그럼 그냥 물러설 이유가 없지. ㄴ 와, 그럼 불사자 길드 대 BJ대마도사 붙는 건가? 그 사실에 모두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 열기에 자연스레 모이는 이목도 더 많아졌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렸다. 과연 이 기 싸움에서 누가 우세를 점할지. 종국에 주도권을 쥘지. - 그래서 누가 더 나아? - 그게 ……. 이윽고 세간은 평가를 내렸다. - 불사자 길드 쪽이 좀 더 나은 거 같은데? 불사자 길드, 레미아를 필두로 조직된 파티가 BJ대마도사보다 더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그저 한 명의 주장이 아니었다. - 여러분, 여기는 얼어붙은 숲! 현재 BJ대마도사와 불사자 길드의 자존심 싸움 중인 곳입니다!” - 저기! 저기 보십시오! 저기 BJ대마도사가 사냥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불사자 길드는 사냥을 계속합니다! - 이거 BJ대마도사가 밀리는 거 같은데요? 다른 곳도 아닌 얼어붙은 숲, 그곳에서 그 둘의 기 싸움을 실시간으로 찍는 파파라치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불사자 길드의 우세를 말했다. “야, 네가 보기엔 어때?” “영상만 보면 당연히 불사자 길드가 더 낫지. 지속력이 다르잖아?” 심지어 BJ대마도사의 유일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조차 그 사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설마 BJ대마도사가 기싸움에서 지는 건가?”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가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박영준 역시 파파라치 라이브 영상들을 보며 툭툭,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기싸움에서 밀려서 좋을 건 없지. 기선제압을 해서 나쁠 건 없고.’ 정황상 BJ대마도사의 목적은 던전 공략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BJ대마도사에게 썩 달갑지 않은 상황. 물론 박영준이 고민하는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BJ대마도사가 이것을 몰랐을까?’ 그를 고민케 하는 건 BJ대마도사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으리란 사실이었다. ‘상대는 불사자 길드, 그것도 그냥 플레이어가 아니라 200레벨 이하 유망주 중에서도 나름 이름을 떨치는 레미아를 포함한 20인 파티다.’ 일단 기싸움 상대가 너무 셌다. 센 정도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아니라면 기 싸움을 한다는 것조차가 성립되지 않을 지경. ‘얼어붙은 숲 졸업을 앞둔 160레벨대 플레이어들.’ 결정적으로 얼어붙은 숲은 레미아 일행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경험의 차이가 있었다. 시비를 거는 게 실수나 다름없을 정도. 적어도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이런 실수를 하는 자는 결코 아니었다. ‘다른 게 있다.’ 그렇다면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터. “사장님,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요청했습니다!” 그것을 고민하던 박영준에게 직원이 말을 건네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의 촉이 발동했다. ‘이 라이브에서 터뜨린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박영준이 소리쳤다. “라이브 방송 준비해.” “예." 그 외침과 함께 박영준이 모니터 앞에 선 채 본인 역시 준비를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수습은 한다.’ 태풍을 맞이할 준비를. 이윽고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3. ‘이 정도면 이미 게임은 끝이야.’ BJ대마도사를 만나고 이틀째에 그녀도 이제는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겼다.’ 자신들의 전력이 BJ대마도사를 상회한다는 것을. 물론 자랑할 일은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미아와 그 일행은 무려 20인 파티! 그에 비해 BJ대마도사는 혼자 아닌가? 신수를 언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레미아, 그녀에게도 신수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던전 공략 진행 주도권은 우리가 쥔다.’ 애초에 그녀가 바라는 건 BJ대마도사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그와 함께 던전 공략을 하고 그 공략을 실패로 이끄는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싸움을 먼저 건 건 BJ대마도사였다.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군.’ 여러모로 통쾌함을 느껴도 부족함이 없는 셈. 그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우리 쪽이 출연할 수 있냐고 질문을 했어.” “라이브 방송?” 그 상황에 레미아가 고개를 갸웃했고, 말을 꺼낸 이가 마저 설명을 해주었다. “던전 공략 앞두고 브리핑 방송이래.” 그 말에 레미아가 미소를 지었다. ‘백기투항은 아니겠고…… 적당히 화해하고 손을 잡는 모양새를 만들어 달라, 이건가?’ 무슨 말을 하든 적어도 레미아 입장에서 마다할 건 없는 상황. “버스 기사분이 요청을 했으면 승객은 따라야지.” ‘여기서 적당히 맞춰주고, 주도권을 가져오면 돼. 어차피 그 끝은 파멸뿐이니까.’ 더 나아가 레미아는 기대감마저 품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고.” ‘BJ대마도사의 시청자 중 10퍼센트만 빼앗아도 30만 명이다. 차라리 여기서 BJ대마도사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가십거리를 만들어볼까? 열애설 소문 정도면 손해볼 건 없을 것 같은데?’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의 인지도와 유명세를 한 번 더 진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 “저기들 계시는군요!” 이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채 등장한 그가 레미아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것을 본 레미아가 곧바로 BJ대마도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내 미다스의 곁에 섰다. 마치 자기 자신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해달라는 듯이.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이쪽은 불사자 길드 소속 레미아 님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시죠.” “레미아에요.” 소개와 함께 투구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내는 그녀가 화사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미다스가 슬쩍 채팅창을 본 후에 말했다. “반응이 뜨겁네요. 역시 레미아 씨 인기가 대단합니다. 채팅 몇 개 더 읽어볼까요? BJ럭키님랑 레미아랑 같이 세우면 그림이 나오겠다, BJ럭키님 BJ대마도사 버리고 갈아타자, BJ골드님 BJ대마도사 그냥 찌르고 전향하시죠…… 당장 이번 기회에 BJ대마도사 이름 말고 BJ레미아로 바꾸라고 하네요.” 미다스의 말에 레미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BJ대마도사님만 원한다면 못할 건 없죠. 어때요? 절 영입하실래요? 제 실력이라면 BJ대마도사님의 발목을 잡지 않기에 충분하리라 증명한 것 같은데.” 친근한 대답. 그러나 그건 명백한 공격이었다. ‘내 실력에 대해서 코멘트를 해줘야지.’ BJ대마도사로부터 당신의 레미아와 불사자 길드의 실력을 인정한다, 라는 말을 얻어내기 위한 공격. 그리고 이내 미다스가 대답했다. “발목을 잡힐 일은 없죠. 제가 보더라도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오는 플레이였습니다.” 당신의 실력을 인정한다! 레미아, 그녀가 기다리던 멘트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제 주도권은 내 것이다.’ 기싸움의 승자가 정해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레미아 씨를 포함해 불사자 길드의 플레이어분들하고 파티 플레이를 하면 솔직히 그 어떤 던전도 싱거워질 거 같습니다.” 이어진 멘트에 레미아는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님이 제 파티에 들어와주신다면, 무엇이든 쉽겠죠. 너무 쉬워서 재미없을 정도로요.” ‘우리를 치켜세워주는군.’ 미다스가 기싸움을 멈추고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는 사실에 대한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예, 너무 쉬우면 재미없죠.” “예?” 그 갑작스러운 말에 레미아가 놀라며 미다스를 바라봤고, 미다스는 그런 레미아를 향해 말했다. “그렇잖아요? 이대로 파티를 맺어서 들어가면 너무 쉬울 게 뻔하잖아요?” “그야……." “무엇보다 공평해야죠.” 공평. ‘이 인간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그 단어에 더 이상 레미아가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이 미다스가 못을 박았다. “불사자 길드가 그동안 자력으로 공략에 실패한 곳을 공략해달라고 의뢰가 왔는데, 그럼 저도 자력으로 도전해야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후에 제가 공략에 실패하면 그때 같이 공략하겠습니다.” 나는 불사자 길드와 함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 없다! “자, 그럼 던전 좀 안내해주시죠?” 미다스가 승차 거부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170화. < 54화. 승차 거부 (2). > 4. - BJ대마도사가 불사자 길드 승차 거부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을 뭉개주리라! BJ대마도사의 선언은 그러한 표현이 어울릴 만큼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아니,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설마 진짜 솔로 공략하려고? 장난이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조차 너무 놀라는 바람에, 그 놀라움을 당장 소리 내어 표현하지 못할 정도. 그 속에서 박영준만 유일하게 빠르게 움직였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BJ대마도사는 솔로 공략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박영준은 조금 전 연결된 불사자 길드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당황한 기색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 자, 잠깐만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물론 이야기를 듣는 쪽은 대화를 이어갈 정신이 아니었다. 그 틈을 박영준은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애초에 계약 조건에 같이 공략해야 한다, 그런 내용은 없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들은 건 두 가지였습니다. 공략하지 못한 던전이 있다, 그 던전을 공략해주면 원하는 걸 주겠다.” - 자, 잠깐,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입니다. 솔로 공략이 가능한지 여부를 최대한 빨리 알고 싶습니다.” - 잠시만 시간을……. 쉼 없이. “불가능하다면 빨리 말해주십시오. BJ대마도사에게 통보한 후 이 라이브 방송 중에 발표해야합니다. 불사자 길드가 허락해주지 않아서 공략을 하지 못했다고.” ‘숨 쉴 틈을 줄 이유가 없지.’ 여유 한 점 품지 못하도록 박영준이 상대하는 담당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런 계획을 할 줄이야.’ 무언가를 계획하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솔로 공략을 선언할 줄이야? 놀랄 일이었다. ‘그래, 이제야 조각이 맞춰지네.’ 그리고 소름 돋는 일이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처음부터 던전 솔로 공략을 요구했다면 불사자 길드는 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이유를 들면서 합동 공략을 하게 만들었을 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이번 의뢰인은 그 누구도 아닌 불사자 길드, 그런 그들이 의뢰 내용을 바꾸는 건 그들이 가진 마땅한 권리였다. ‘일부러 기싸움을 하는 척하면서 불사자 길드랑 협력하는 것처럼 연출했어.’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는 솔로 공략을 요구하지 않은 채 기싸움을 하는 척했다. 합동 공략을 앞두고 주도권을 경쟁하듯이. 달리 말하면 합동 공략을 할 의지가 충만한 듯이. ‘그러면서 자연스레 불사자 길드가 사냥터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했지.’ 그 기싸움에 불사자 길드는 전력으로 응했다. 최선을 다해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BJ대마도사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럼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BJ대마도사가 우월한 전력을 가진 파티와 함께 공략하는 건…… 그리 크게 기대되는 장면은 아니지.’ 이토록 강력한 불사자 길드와 함께 공략하는 것은 썩 재미있진 않으리라고. 그러니까 나는 홀로 도전하리라고. ‘적어도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 팬들 만큼은 환호할 거야.’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선언이었다.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골치 아파지겠지만.’ 그러한 사실은 불사자 길드에도 적용됐다. 이 상황에서 불사자 길드가 안 된다고 말하면 과연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여기서 No를 외치는 순간 불사자 길드는 최소한 도전정신만큼은 BJ대마도사보다 밑이 된다는 것. 10대 길드가 일개 개인 플레이어보다 아래로 취급당하는 것.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에 대답을 해야 합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BJ대마도사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여기까지 견적은 나왔을 테고, 이제 슬슬 초조해지겠지. 그리고 오판은 언제나 초조한 상황에서 나오는 법이고.’ 그 사실이 머릿속에 인지됐을 불사자 길드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한 공격에 결국 대답이 나왔다. - 실패할 경우 모든 권한을 불사자 길드에 주는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실상 항복 선언. 그것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이 소리쳤다. “BJ대마도사에게 후원금 쏠 준비해!” 5. - 역시 BJ대마도사님 대단합니다! - 그래, 이래야 BJ대마도사지! - BJ럭키님 보고 계십니까? BJ대마도사가 이렇게 크게 성장했습니다! - BJ골드님, 저 대신 BJ대마도사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세요!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격렬한 환호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좋아해 주시니 좋네요. 그렇죠, 역시 이 세상은 모험을 해야 하는 거죠!” 물론 속내는 달랐다. ‘너무 질렀나?’ 어쩔 수 없는 일인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개인 사정, 불사자 길드와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오케이 사인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어쩌면 이 모든 게 미다스 혼자만의 야단법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비단 미다스만 그런 건 아니었다. “하하, 역시 BJ대마도사님은 대단하시네요. 설마 그런 이유로 솔로 공략을 선언하실 줄이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장난이겠지? 하지만 장난이 아니라면……' 레미아, 그녀를 비롯해 불사자 길드 멤버 모두들 역시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혼자 공략하시는 건가요? 장난으로 하신 게 아니라?” “아무렴요. 불사자 길드처럼 강력한 길드 도움을 받아서 공략하면 의미가 없죠. 솔직히 제가 타는 버스에 탈 만한 분도 아니잖아요?" “그 던전 결코 쉽지 않은 던전인데……." “그러니 의미가 있죠.” 그저 그 속내를 삼킨 채 문자 그대로 연기를 할 뿐. 그런 상황에서 대답이 나왔다. [와튼 님이 10,04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와튼 : 불사자 길드에서 승낙했습니다. BJ대마도사님의 솔로 공략 라이브를 기대해주세요.] 속행!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랐다. ‘맙소사, 우리 사장님 능력 좋은 건 알았지만 이걸 바로 허락받아주실 줄이야! 역시 우리 사장님이 최고라니까!’ 이토록 빨리 불사자 길드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아낼 줄은 예상치 못했으니까. 한편 레미아 역시 자신의 비공개 채팅방을 통해 길드로부터 그 사실을 전달 받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이야기가 끝난 상황. ‘마, 말도 안 돼!’ 레미아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그 순간, 미다스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역시 불사자 길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길드답군요. 자, 그럼 안내 잘 부탁드립니다.” 7. BJ대마도사의 던전 솔로 공략 선언 라이브가 끝나는 순간, 그 이야기는 단숨에 세상 곳곳에 퍼졌다. - 와, BJ대마도사가 살아있네! -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는 근성이 있다니까. - 그래, 솔로 공략해야지. - 역시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다! 그와 동시에 BJ대마도사에 대한 평가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이렇게 나오면 실패하더라도 도전 정신은 인정해야지.” “BJ럭키 대단하네. 아, BJ대마도사지, 자꾸 헷갈리네.” 대한민국 어느 구석에 위치한 캡슐방의 고객들조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어느 때보다 그를 높게 평가할 정도. “그런데 혼자서 던전 공략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러한 평가와 별개로 공략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힘들겠지.”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여준 건 불사자 길드만 못했잖아?” “도는 소문에 따르면 라포도 실패했다는 곳이라던데? 라포가 누구야? 10대 길드 마스터라고. 그조차 실패한 곳을 솔로 공략한다는 건...... 불가능하지.”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 아니, 당연한 수준이 아니었다. ‘쉽진 않지.’ 당사자인 정현우조차도 지금 휴게실에서 떠도는 이야기에 동감하고 있었다.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쉽지 않으리란 것은 이미 각오한 바. 무엇보다 던전이란 무대는 외부의 도움이나, 후퇴가 불가능한 무대였다. 전투력과 동시에 그 전투를 유지할 수 있는 유지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의미. ‘유지력은 문제없다.’ 한편으로는 그게 정현우가 과감하게 이번 일에 대한 결단을 내린 근거였다. ‘용맥을 이용하면…… 마력이 부족할 일은 없어.’ 용맥 스킬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유지력을 생각 이상으로 커버해줬다는 것. ‘아,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세면 어떻게 하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고민은 여전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패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 ‘이거 실패하면…….' 여기에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역시 컸다. 여러모로 상식 밖의 선택인 만큼 실패했을 때의 붙는 루머도 상식을 벗어날 터. “이건 지금 도는 소문인데, BJ대마도사가 레미아에게 작업 걸었다가 차여서 홧김에 솔로 공략 선언했데요.” “진짜?” “그게 아니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BJ대마도사가 너무 불쌍해지는데?‘ 당장 지금 이곳에서도 상식 밖의 루머가 만들어지는 상황. ‘혁주, 쟤 주둥이를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정현우는 그저 한숨만 짙게 내뱉으며 스마트폰만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이내 메일이 도착했다. ‘역시 빠르게 처리하는군.’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을 안내해주겠다는 불사자 길드의 메일이. 8. 눈보라가 몰아치는 얼어붙은 숲. 그러한 숲의 나무들은 필연적으로 잎사귀 대신 눈발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꽃, 그것도 얼어붙은 눈꽃이 만개한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들었다. ‘아.’ 그러한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감탄을 토해냈다. 물론 미다스가 감탄을 내뱉는 이유는 보통 플레이어들과 달랐다. ‘저거네.’ 그를 감탄케 하는 건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된 나무 두 그루였다. 보통 이들이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연리지.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연리지가 내뿜는 붉은 광채가 보였다. 저 연리지가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임을 알려주는 광채가. ‘이걸 운 좋게 발견하다니.’ 그것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이 던전을 라포가 발견한 과정이 떠올랐다. 라포는 말했다. 이 던전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미다스가 내뱉은 감탄은 바로 그 라포의 행운에 대한 것이었다. ‘진짜 로또 3번 당첨되고도 남을 운빨의 소유자란 게 허명이 아니라니까. 아니지, 이미 방송 한 번 할 때마다 로또 당첨금만큼 벌고 있잖아?’ 물론 그러한 사실을 미다스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레미아는 알지 못했다. “저 연리지가 던전 입구에요. 길드 마스터가 운좋게 발견했죠. 길드 마스터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 누구도 이곳이 던전 입구인지 알지 못했을 거예요. BJ대마도사님도 코앞에서 던전인 줄 모르고 돌아가셨을걸요?” 그런 그녀의 설명에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죽어도 발견 못했겠죠. 그보다 던전 타입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레 던전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던전은 개미굴 타입이에요. 던전에 입장하면 통로가 나오고, 그 통로마다 갈림길이 나오며 그 갈림길의 끝에는 방이 등장하죠.” “맵은 고정됩니까?” “입장 때마다 바뀌어요. 그리고 각 방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나 레벨도 랜덤이에요.” “등장하는 몬스터는 뭡니까?” 그 질문에 레미아는 순순히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불사자 길드는 던전 공략을 위해 BJ대마도사를 고용한 상황. “골렘, 그것도 아이스 골렘이에요. 크기부터 숫자, 전부 다르죠. 심지어 방마다 공략 조건도 달라요.” “조건이 다르다?” “대개는 방의 골렘을 전부 처치하는 게 방 클리어 조건이지만, 가끔 서바이벌이 조건인 경우도 있어요. 골렘이 쉼 없이 나오는 와중에 버텨야 하는 거죠. 시간 역시 랜덤이에요. 최고 20분까지 나왔어요.” 더불어 레미아 본인도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의 정보도 숨기지 않았다. 당연했다. “정말 이 던전을 혼자 공략하실 생각이신가요?” ‘이제라도 혼자 못하겠다고 말해.’ 레미아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최대한 겁에 질리고, 부담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이 이제 남은 유일한 찬스였으니까. ‘이 던전은 절대 혼자 공략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는 공략에 실패할 거야.’ 솔직히 그녀는 BJ대마도사가 이 던전 공략에 성공하지 못하리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문제였다. ‘그다음에 우리랑 공략할 때는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어.’ 실패 후에는 자연스레 불사자 길드와 같이 공략하게 될 터. 그건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거기서 일부러 실패를 하고 어비스 길드에 갈 바에는 그냥 불사자 길드에 남는 게 나았으니까. 그런 그녀가 이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그렇게 마지막 방에 이르면 보스 몬스터로 아이스 나이트가 나와요.” 아이스 나이트! 그 등장에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거 얼어붙은 숲의 필드 보스 몬스터 아닙니까?” 얼어붙은 숲의 보스 몬스터가 던전 끝에 등장한다? 상상하기 힘든 일. 그러한 미다스의 심정이 이내 표정으로 드러났다. 그 표정을 확인한 레미아가 회심의 일격을 날리듯 말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에요.”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고, 레미아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아이스 나이트를 잡는 순간 의문의 존재가 등장해요. 그 존재를 잡지 못하면 던전에서 쫓겨나요.” “쫓겨난다? 게임 오버가 아니라요?” “강제 퇴장을 당하죠, 그렇게 강제 퇴장을 당하면 4일 동안 던전에 입장 불가하고요. 모두가 거기서 실패했어요." 이 대목에서 미다스는 더 이상 긴장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보스 몬스터 다음에 또 공략 대상이 있다고? 아니, 무슨 놈의 던전이 이 따위야? 그보다 강제 퇴장이라니?’ 생각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존재에 대해서 정보가 있습니까?” “없어요. 거기서 전부 실패했으니까요.” 심지어 그 존재의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에 미다스의 표정은 좀 더 심각해졌다. 그 모습에 레미아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듯이 말했다. “단지 이런 말을 할 뿐이죠. 너희들에게는 자격이 없으니, 돌아가라.” 그 말을 끝으로 레미아가 약간은 울먹이는 듯한 가련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를 향해 애원하듯 말했다. “이런 곳인데 정말 혼자서 공략하실 생각이신가요? 소속된 길드를 떠나서 BJ대마도사님의 팬으로서 BJ대마도사님이 실패하는 건 보고 싶지 않네요. 그러니 차라리 같이……."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이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존재는 라이틀링이네. 그럼 아이스 나이트만 처리하면 오케이라는 건데, 그건 해볼 만하지.’ 정황상 그들이 말한 마지막 존재는 라이틀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을 뿐. 당연히 미다스는 레미아의 말에 고민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 괜찮습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솔로로 해보자, 그게 제 목표이니까요.” 보다 확실하게 승차를 거부하는 순간이었다. 171화. < 54화. 승차 거부 (3). > 9.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 던전 등급 : 레전더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70레벨 이하 - 던전 입장 가능 수 : 10명 이하 - 이름 모를 마법사가 만든 던전이다. 적을 말살하기 위한 존재들을 실험한 곳이다. - 던전 보상 : 알 수 없음 !던전 보상 :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 및 타이틀 지급 던전 정보창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몰아치는 눈보라 속으로 그의 입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긴장되시나요?” 그 입김을 기다렸다는 듯이 레미아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설마 이렇게 빨리 공략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미다스의 솔로 공략 선언에 대해 불사자 길드는 오케이 사인을 내놓은 후에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공략을 진행해달라고.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던전 위치가 발각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이나 세력의 방해로 이 던전 공략을 실패하는 것만큼은 피해야하니까요.” 명분은 다름 아니라 보안. 레미아의 말처럼 미다스를 이곳까지 안내한 순간부터 보안 유지는 단언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한다는 말은 충분히 타당했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예, 보안은 중요하죠.” ‘그것보단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이유가 더 크겠지.’ 그것은 명분일 뿐, 불사자 길드가 바라는 건 자신의 실패라는 것을. ‘내가 실패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일 테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사태로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 허를 찔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대로 미다스가 던전 공략에 성공한다? 손해만 보는 장사를 하게 된 셈. 때문에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이번 공략에 실패한 이후 자신들과 함께 공략하는 시나리오를 바라는 건 당연했다. ‘서두르는 것보다 일을 망치기 좋은 건 없는 법이고.’ 미다스에게 던전 공략을 위해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한 바였다. ‘뭐, 좋아. 나도 애초에 편하게 게임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러한 사실에 미다스는 굳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편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궂은일을 자처한 건 본인 아닌가? 때문에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나, 없나? ‘어차피 준비는 끝났다. 공략에 실패할 가능성은 10퍼센트 미만이야.’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고, 그게 지금 미다스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자, 그럼 시간도 없으니 바로 공략하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가볍게 박수를 친 후에 소리쳤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10. “시청자 204만 명, 이제는 오프닝이 기본 2백만이군. 채널 성장 속도가 엄청나네, 이러다가 나중에는 손도 못 대겠어.” 말을 뱉은 멀린이 이내 고개를 돌려 엠마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어갔다. “그럼 BJ대마도사가 공략에 실패하기를 간절하게 비는 일만 남았군.” 멀린의 말에 엠마는 대답 대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과연 실패 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이어서 멀린이 혼잣말로 의문을 내뱉었고, 그 의문에 엠마가 속으로 대답했다. ‘실패 확률은 높다.’ 그 대답을 내놓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레미아를 통해 받은 이름 모를 마법사 던전 공략 영상이 떠올랐다. 그 영상을 통해 파악한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의 특징은 갈림길의 끝에 존재하는 두 가지 타입의 룸이었다. ‘서바이벌 룸의 난이도는 상당하다.’ 개중에서도 정해진 시간 동안 몰려오는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생존해야 하는 타입, 일명 서바이벌 룸의 난이도는 상당했다. ‘그런 서바이벌 룸에 걸릴 확률은 절반.’ 결정적으로 그러한 서바이벌 룸이 등장할 확률은 50대 50이었다. 물론 운이 좋으면 한 번도 서바이벌 룸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서바이벌 룸을 5번 이상 경험하면 가진 포션을 전부 소모하게 되겠지.’ 하지만 운이 나쁘면 모든 갈림길에서 서바이벌 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러한 사실을 떠올리며 눈매를 날카롭게 가는 엠마의 귓속으로 멀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갈림길이 나왔군.” 11. 트럭도 지나갈 만큼 큼지막한 통로, 곧게 뻗던 그 길이 처음으로 두 개로 나뉘었다. 갈림길.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앞선 불사자 길드의 공략에 따르면 이곳에는 두 가지 타입의 룸이 등장합니다. 등장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타입과 일정 시간 동안 등장하는 몬스터를 상대로 생존해야 하는 타입, 불사자 길드는 전자를 이지 룸 후자를 서바이벌 룸이라고 하더군요.” 그 설명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당연히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응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제발서바이벌룸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서바이벌 룸을 기대했다. 당연한 바였다. - BJ대마도사님이 쉬운 길은 싫다고 하셨으니, 제발 어려운 길만 나왔으면 좋겠다! - 갓워즈의 신이시여, BJ대마도사님은 쉬운 진심으로 길을 싫어하십니다. 그러니 제발 서바이벌 룸만 주십시오! - BJ대마도사님, 불꽃길만 걸읍시다! 이 라이브 방송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모두가 아득하다고 느끼는 난관을 혼자서 부수고 나아가는 BJ대마도사의 활약이었으니까. ‘그래, 다들 내가 고생하는 거 보고 싶겠지.’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갈림길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눈에 갈림길, 그 앞에 있는 창들이 보였다. ![왼쪽 길] !아이스 골렘 5마리를 처치하라. ![오른쪽 길] !15분 동안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생존하라!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러한 상태에서 미다스가 럭키에게 손짓을 했다. 헥헥! 그 손짓에 잽싸게 다가온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야, 어디로 갈까? 응?” 왕! 그러자 럭키가 대답을 하듯이 한 번 크게 짖었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왼쪽?" 왕! “들으셨죠? 럭키가 왼쪽 길로 가라네요. 그럼 왼쪽 길로 갑니다.” 그 후에 망설임 없이 왼쪽 길로 가던 미다스의 앞에 이내 새로운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에 입장합니다.] [모든 아이스 골렘을 처치하십시오.] 그러자 곧바로 5마리의 아이스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지 룸이네, 너무 아쉽네요!” 그 어느 때보다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12. - 아, 이지 룸이네. 방송을 통해 나온 BJ대마도사의 말에 멀린이 아쉽다는 듯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처음은 쉽게 가는군.” 그 말에 엠마가 짧게 맞장구를 쳤다. “언제나 운이 좋았죠.” ‘하지만 언제나 운이 좋을 순 없지.’ 그러한 엠마를 향해 멀린이 말했다. “그보다 과연 BJ대마도사가 그때 보여준 화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그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 계산에 따르면 지금 BJ대마도사의 아이템 세팅으로는 블레이즈 골렘 2마리 유지만으로도 벅찰 텐데 말이야." 상식을 초월하는 자본이 움직이는 갓워즈에서 보이는 것 대부분은 수치화가 가능했다. 아이템 세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건 솔직히 일도 아니었다. “타이틀 보상룬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해도, 분명 한계는 있으니까요.”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다른 이들과는 기준이 다르긴 했으나, 그래도 상식을 초월하긴 힘든 일. “하물며 BJ대마도사의 마력만큼 그의 화력도 엄청나고요.” “무시무시하지.” 무엇보다 그가 소모하는 마력량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그나마 값비싼 포션의 도움으로 버텨왔지만……." 그동안 BJ대마도사가 값비싼 포션을 물보다 더 많이 마셔온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쉽진 않은 일. 하물며 이 던전은 불사자 길드도 공략하지 못한 던전인데, 보스룸 앞에서 포션을 다 쓸 수는 없지.” 허나, 그런 방식에도 한계가 있는 법. 엠마와 멀린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어떤 식으로든 BJ대마도사의 한계를 볼 수 있다.’ ‘던전 난이도가 BJ대마도사의 한계 이상이라면 그의 게임 오버를 볼 수 있겠지.’ 이번만큼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자, 그럼 커피라도 한 잔 주문해볼까? 에티오피아에서 온 원두가 괜찮다던데. 아니면 저번에 온 위스키를 마시든지. 맥켈란 한정판을 받았는데, 맛이 괜찮더라고.”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게임 플레이하셔야 하니까, 술은 자제해주세요.” 그들이 평소와 달리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바라보는 이유였다. 그런 그들에게 모니터 너머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이지 룸이네요. 이거, 이렇게 쉽게 가면 재미없는데…… 오케이, 자체 페널티 안고 가겠습니다. 보스룸까지 포션 안 쓰고 가겠습니다! 13. 야구장, 그것도 천장이 달린 돔구장을 떠올리게 하는 드넓은 룸에 들어선 미다스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었다. 콰직! 그러한 얼음덩어리들이 미다스의 등장과 함께 거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스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아이스 골렘의 머리 위에 숫자가 등장했다.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카운트다운 숫자가. 그러한 숫자는 20부터 시작되어 1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긴박한 상황. 하지만 미다스는 그러한 상황 앞에서 그리고 광경 앞에서 놀라지 않았다. ‘봤던 것보다…….' 불사자 길드로부터 받은 공략 영상을 통해서 이 광경을 이미 수백 번을 넘게 봤고, 머릿속으로는 수천 번도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린 미다스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어색함이 느껴질 리 만무. ‘……더 익숙하게 느껴지네.’ 도리어 미다스는 이 광경에서 익숙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긴, 생긴 게 딱 야구장이니까.’ 그저 많이 봐서 느끼는 익숙함이 아니라, 그리움마저 섞여 있는 익숙함을. 물론 감상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무대를 살폈다. '용맥.' 일단 가장 먼저 용맥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 후에 미다스가 아이스 골렘을 바라봤다. ‘5마리.’ 아이스 골렘. 일반 골렘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일단 얼음 속성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골렘과 달리 냉기가 유지되는 곳에서는 HP가 회복되는 능력이 있었다. 기본적인 공격력이나 공격 속도, 이동 속도 역시 일반 골렘보다는 한 단계 위. 사실 이러한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골렘 다섯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곳은 최대 10명까지만 입장 가능한 던전 아닌가? 5마리를 상대한다는 건, 산술적으로 골렘 하나를 단 두 명이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 ‘못 잡을 건 없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어려울 건 없었다. 블레이즈 골렘 2마리를 소환하고, 골드를 거대화 스킬로 키우면 그것만으로도 3마리는 1대 1로 마킹할 수 있었으며, 럭키의 사생결단을 사용하면 4마리까지 마크가 가능했다. 또한 이쯤 되면 굳이 1대 1 마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여차하면 벽을 쌓으면 되니까.’ 블레이즈 골렘 2마리와 거대화된 골드, 그 셋이 일렬로 서서 벽을 만든다면 그 이상도 막을 수 있었으니까. ‘마력도 충분해.’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투를 치르는데 있어서 마력은 이제 더 이상 부족하지 않았다. ‘용맥만 제대로 이용하면.’ 이미 얼어붙은 숲에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통해 검증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허나, 보는 입장에서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쉬운 장면이 운 좋게 반복되면 더더욱 질리는 법이고.’ 더군다나 미다스는 이 던전에서 거듭해서 이런 쉬운 환경을 마주할 속셈이었다. 물론 문제될 건 없었다. 그 누가 그 과정에 의문을 제기할 리는 없으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 운이 좋군! 그렇게 하고 넘어갈 일.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미다스가 말한 것처럼 재미가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애초에 이번 라이브 방송이 이루어진 계기가 무엇인가?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을 기꺼이 자처한 BJ대마도사의 도전정신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그 기대감에 부응하는 게 인지상정. 그게 이유였다. “이지룸이네요. 이거, 이렇게 쉽게 가면 재미 없는데…… 자, 그럼 페널티 안고 가겠습니다. 보스룸까지 포션 안 쓰고 갑니다.” 미다스가 전투를 앞두고 선언을 한 이유. “포션 한 방울이라도 먹으면 제가 럭키 동생 하겠습니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레이즈 골렘 소환!” 전투가 시작됐다. 14. 보통의 게이트 캡슐보다 2배는 커 보이는 게이트 캡슐. 푸슈! 그 캡슐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그곳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탐스러운 구릿빛 피부에 짙은 눈썹과 턱수염을 가진 미남. “아즈모 님, 지금 여섯 번째 룸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본명보다는 게임 이름이 더 익숙해진 아즈모는 자신을 향한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어때?” “약속한 대로 포션 한 번 안 썼습니다.” “마력 상태는?” “문제없이 화력 유지 중입니다.” 말과 함께 그의 비서가 얄팍한 태블릿PC를 건네주었다. - 럭키가 아주 미쳐 날뛰네요, 그냥 이대로 가면 그냥 이유 불문하고 럭키를 형님으로 모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자, 그럼 저도 좀 더 제대로 마법 좀 써보겠습니다. 인페르노! 그 태블릿PC를 통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아즈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또 뭔가 얻었다는 건데 참 대단한 놈이야. 그게 아니면 메인 시나리오가 그만큼 대단하단 거겠지. 그보다 내가 말한 건 준비했어?” 이어서 나온 말에 비서가 조금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검객 쪽과의 거래는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어차피 쓰지 않는 아이템 거래하는 거니까 어려울 건 없겠지.” “하지만 창성 길드와는 이야기가 지지부진합니다. 일단 창성 길드 쪽이 던전의 존재는 인정했습니다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큽니다.” “공략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욕심들만 많다니까.” 그 말과 함께 잠시 고민하던 아즈모가 이내 고민을 마친 듯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좋아, 그럼 창성 길드가 원하는 금액 맞춰줘.” “예? 원하는 금액이 우리 쪽이 예상 금액보다 2배나 되는데요?” 놀라며 반문하는 비서를 향해 아즈모가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이 게임에 쓴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 돈은 애교 수준이지.” 말과 함께 커피잔을 든 아즈모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거대한 호화 요트의 갑판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그를 반겼다. 아득하기 그지없는 광경. 그 광경을 배경 삼은 채 태블릿PC를 바라보는 아즈모가 속으로 말했다. ‘앞으로 이 게임에 쓸 돈에 비하면 더더욱.’ 그 속마음과 함께 아즈모가 손에 쥔 커피잔을 요트의 난간에 올려놓은 후에 태블릿PC를 터치했다. ‘어쨌거나 이 정도 준비해왔으니 승차 거부 당하진 않겠지.’ 172화. < 55화. 주인공 포스 (1). > 1. 아이스 골렘에게는 목소리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함성이나, 포효 따위를 내지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쿵! 그러나 3.2미터의 신장 그리고 가늠 불가능한 중량이 땅을 두드리며 만들어내는 발소리는 그 어떤 몬스터의 울음소리보다 강렬했으니까. 적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기 위해 혹은 위협하기 위한 포효를 내지를 필요도 없었다. 쿵, 쿵, 쿵! 발소리가 빨라지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마주한 이에게 공포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쿵, 쿵, 쿵! 심지어 그 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무려 두 개였다. 아이스 골렘의 적이 된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고, 공포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마땅한 광경. 화르르! 그러나 질주를 시작한 아이스 골렘 두 마리를 마주한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에게 오싹함이나 공포를 느끼는 기색 따윈 없었다. 쿵! 쿵! 도리어 블레이즈 골렘들은 달려오는 아이스 골렘들을 향해 본인들도 뛰기 시작했다. 물러섬 없는 격돌을 자처했다. 물론 아이스 골렘들 역시 물러서지 않았고, 자연스레 그 거대한 골렘들이 전력으로 충돌했다. 꽈앙! 꽈릉!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전투라기보다는 교통사고에 가까운 광경이었다.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하고, 공격을 피한다 같은 의식의 흐름이 용납되지 않는 광경. 그저 보는 순간 탄식 따위가 흘러나올 뿐인 아득한 광경. 푸슈슈슈! 그러한 아득한 광경 속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스 골렘과 블레이즈 골렘, 얼음과 타오르는 불길이 부딪치며 만들어낸 수증기였다. - 맙소사! - 진짜 전투 장면 장난 아니네! - 이 맛에 갓워즈 보는 거지!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청자들이 채팅창 위로 감탄과 환호를 토해냈다. 이 순간을 즐겼다. 그러나 이 순간을 즐길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골드가 그러했다. “네놈들!” 거대화 스킬을 통해 3미터가 넘는 체격, 이제는 골렘과도 자웅을 겨룰 만한 체격을 가진 골드가 수증기로 피어오르는 그 난장판을 향해 제 몸을 던졌다. 그러한 골드의 눈동자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성도 없었다. - 광전사 모드 장난 아니네. 광전사 스킬이 만들어낸 광기만이 있을 뿐. 꽈앙! 그러한 광기를 앞세운 골드가 아이스 골렘의 몸뚱이를 갉아내기 시작했다. - 거대화, 광전사 콤보는 언제 봐도 살 떨린다니까. - 역시 BJ골드가 최고인 거 같다. - 골드님, 잠시 동안 BJ대마도사 따위를 주인공으로 믿었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매우 빠르게. 마치 얼음 조각 장인처럼. 호우우우! 그러한 전장의 분위기 속에 럭키가 기름을 끼얹었다. - 워하울링이다! - 역시 이 방송 주인공인 BJ럭키님이지! 워하울링, 그 스킬이 울려 퍼지는 순간 블레이즈 골렘들의 온몸에서 나오는 불길이 더 거세졌다. 골드의 공세도 더 거세졌다. 푸슈슈!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났다. 아이스 골렘의 HP감소 속도도 더 빨라졌다는 증거였다. - 어? - 뭐지? 그렇게 자욱해진 수증기가 갑작스럽게 요동쳤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공간 속에서 좌우로 크게 한 번 흔들렸다. 징조였다. - 쇼크 웨이브다! 쇼크 웨이브가 발동됐다는 징조! 그러한 징조를 눈치채고 채팅창에 시청자들이 쇼크 웨이브란 단어를 치는 순간 좌우로 흔들린 수증기가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흔들림은 앞선 흔들림과 차원이 달랐다. 미친듯이, 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 와, 쇼크 웨이브 진동이 이 정도였구나! 쇼크 웨이브, 그 마법의 강력함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육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스 골렘이 심각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한 쇼크 웨이브의 거대한 흔들림 속에서 아이스 골렘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는 광경. 그리고 사실상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광경이었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아이스 골렘에게 자비를 보이는 이는 없었으니까.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방 안의 모든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 와, 진짜……. - 장난 아니네. - 이게 가능하다니. 그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 어떻게 서바이벌 룸 한 번을 안 걸리냐! - 9번 연속 이지 룸이라니! 미다스가 단 한 번도 서바이벌 룸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감탄을. - 역시 운빨좆망겜답네. 천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광경, 감탄이 나오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물론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대단한 일이었다. - 그래도 포션은 한 번도 안 마셨네. 무엇보다 미다스는 아홉 개의 방, 그곳의 아이스 골렘을 상대하는 동안 포션 한 방울을 마시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불사자 길드의 정예멤버들조차 단 한 번도 공략하지 못한 던전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일. - 응, 럭키빨. ㄴ 골드빨이지. ㄴ 뭔 개소리야? 럭키님이 가장 활약했거든? ㄴ 응, 골드님 거대화 광전사 모드가 딜링 제일 많았어. ㄴ 워하울링에 사생결단 스킬 모름? 기여도는 럭키님이 더 높거든요? 물론 럭키와 골드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순간 BJ대마도사를 향한 찬양보다는 우스갯소리를 내뱉었다. 시청자들이 장난처럼 티격태격했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당연히 무척 가볍고, 유쾌했다. ‘좋은 분위기다.’ 미다스가 바라던 분위기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무거운 것보단 가벼운 게 좋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라이브 방송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 방송에서 분위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무겁기만 하다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 ‘그래야 마지막에 무겁게 가야 더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고.’ 특히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면, 막상 분위기가 무거워져야 하는 보스룸을 앞두고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 이 분위기는 보스전을 하기 가장 좋은 분위기라는 의미! "자, 그럼 보스룸 앞에 두고 브리핑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그에 맞게 바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그리고 처음으로 보스 몬스터를 공개하고자 했다. 그 순간이었다. [라포 님이 10,04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이스 나이트지.] 라포, 이번 일의 의뢰인인 그가 직접 등장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스 몬스터를 공개했다. - 아이스 나이트? - 와, 센 거 나오네. - 괜히 불사자 길드가 그동안 공략에 실패한 게 아니구나.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라포는 재차 말했다. [라포 님이 10,04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거 잡은 후에 또 하나 더 있죠. 전 거기서 실패했습니다.] 거듭된 라포의 신호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변화했다. “라포 님이 전부 설명해주셨네요, 맞습니다.”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가 라포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웃음을 머금었다. 동시에 속으로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성공할 거 같으니까 슬쩍 발을 걸치는군.’ 자신의 실패를 바라던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것에 대한 쓴웃음이었다. 한편 아이스 나이트가 보스 몬스터란 사실을 들은 채팅창의 분위기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 가만, 아이스 나이트가 상대라면 꽤 골치 아프겠는데? 그게 아이스 나이트란 보스 몬스터가 가지는 이름값이었다. - 아이스 나이트 상대로는 트라이던트 5발 안 먹히잖아? - 그렇지, 빙결 공격에 대해 거의 100퍼센트 내성이니까. 무엇보다 아이스 나이트가 빙결 속성 공격에 대한 완벽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시청자들은 주목했다.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로는 미다스의 몇 차례 보여준 트라이던트 5발, 그 필살기나 다름없는 콤보가 먹히지 않았으니까. - BJ대마도사가 제대로 적수를 만났는데? 물론 몇몇은 말했다. - 그래봐야 럭키님이 캐리해주겠지. - 나 믿을 거야, 골드님 믿을 거야. - 블레이즈 골렘님 안 믿는 애들 없지?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스 나이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 포션도 안 썼잖아? - 솔직히 이 정도면 트라이던트 없이도 낙승이지! 또한 현재까지 BJ대마도사의 전력은 만전 상태나 다름없다고. ‘조연도 나쁠 건 없지.’ 미다스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리고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럭키와 골드, 잭팟을 비롯해 골렘의 도움을 받는 게 어디 가서 욕먹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부러움을 살 만한 일. ‘하지만 언제까지 조연으로 있을 순 없지.’ 그러나 항상 조연으로만 활약하는 건 큰 그림을 놓고 봤을 때 좋을 게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이번만큼은 조연을 자처할 생각이 없었다. ‘가끔은 주인공이 누군지 보여줘야 하는 법.’ 주인공의 포스를 보여줄 속셈이었다. “뭐, 아이스 나이트가 어떤 몬스터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저보다 잘 아는 거 같고......." 그렇다면 주인공다운 활약이 필요한 법. “그보다 지금까지 너무 쉽게 왔는데, 앞의 조건 보스룸까지 연장하죠.” 미다스가 그 활약을 위한 조건을 말했다. “예, 맞습니다. 보스전도 물약 없이 가겠습니다.” 아주 파격적인 조건을. 2. 갓워즈에는 다양한 종류의 포션이 존재했으며, 그러한 포션은 전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는 더더욱 중요했다. 포션이 곧 성공과 직결되고, 목숨과 연결될 정도. - 포션 없이 보스전을 하겠다고? - 가만, 이거 최초 아닌가? 그런 이유로 이제까지 포션 없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겠다고 말한 플레이어는 없었다. - 최초는 최초이지. 보통 BJ대마도사 같은 금수저들은 누가 더 비싼 포션 먹었는지, 포션값으로 얼마 썼는지 자랑하기 바쁘니까. 하물며 돈이 넘치는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 와, 이건 예상 못했는데. 당연히 라이브 방송을 보던 모든 이들이 놀라움을 토했다. 동시에 그 소식은 빠르게 외부로 알려졌다. - 놀라운 소식 듣고 왔습니다. - BJ대마도사가 포션 없이 보스 잡는다면서요? 자연스레 보스전을 앞두고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며, 4백만에서 정체되어 있던 숫자가 단숨에 480만까지 이르렀다. ‘오늘 5백만 찍을 수 있겠어.’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 사이로 각오를 다졌다. 그 각오 속에서 이제는 갈림길이 아닌 하나밖에 없는 길, 그 끝의 방 앞에 선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보스룸 입장합니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보스룸, 그 너머로 발을 들여놓았다. [보스룸에 입장합니다.] 그러자 보이는 드넓은 공간, 그 공간 속에서 얼음 동상 하나가 보였다. 2미터 남짓한 신장을 가진 갑옷을 두른 기사를 조각한 듯은 얼음 동상. [아이스 나이트(Lv165)] !순백의 육신 스킬 사용 !HP가 80퍼센트 이하일 경우 지독한 한기 스킬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서리 갑옷 스킬 발동 아이스 나이트. ‘두 번째 만남이네. 첫 번째 만남은 썩 좋진 못했지만.’ 미다스가 과거의 추억 하나를 끄집어내며 놈을 주시했다. [아이스 나이트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리고 아이스 나이트의 얼음뿐인 눈동자에 새카만 빛이 어리기 시작하며, 아이스 나이트가 미다스를 향해 눈동자를 굴렸다. 쩌적! 이윽고 아이스 나이트의 온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레이즈 골렘 달려들어!”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블레이즈 골렘들이 앞다투어 아이스 나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한 돌진에 아이스 나이트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이제는 온전한 자유를 되찾은 후 아이스 나이트는 허리춤에 찬 얼음칼을 끄집어냈다. 천천히. 그 어느 것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 와, 저 여유 봐. - 아이스 나이트가 간지는 쩐다니까. 그 순간이었다. 번쩍! 아이스 나이트의 등 뒤에서 공간이 출렁거리며 골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링크! “주인님의 전설의 한 페이지가 되어라!” 그 스킬을 통해 지척의 거리를 좁힌 골드가 거센 외침과 함께 손에 든 단검을 내찔렀다. 피할 여유는 감히 용납지 않는 기습! 그 기습은 그대로 통했다. 파직! 골드의 공격이 그대로 아이스 나이트의 갑옷에 박혔다. 깊게. 허나, 그뿐이었다. 불뱀의 독니가 가진 강력한 독, 그 독이 통했음을 들리는 알림 따위는 없었다. - 독이 안 통하지. - 독만 안 통하면 다행이지, 아이스 나이트는 순백의 육신이 기본 스킬이라고! 심지어 골드가 단검을 빼내는 순간 그 상처 부위가 바로 회복되었다. 순백의 육신 스킬 효과였다. 그 스킬 효과 앞에서 거듭된 골드의 공세는 아이스 나이트의 육체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화르르! 그사이 어느새 거리를 좁힌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가 그대로 아이스 나이트를 덮쳤다. 그 순간 아이스 나이트가 자신을 향해 달려든 블레이즈 골렘을 향해 단숨에 도약했다. 그렇게 단숨에 블레이즈 골렘의 머리 위까지 도약한 아이스 나이트가 착지하며 손에 든 검을 그대로 블레이즈 골렘의 등줄기를 베어냈다. 푸슈슈! 핏물 대신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크르르! 그 순간 럭키가 자신의 그림자 분신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 럭키 골드 잭팟에 블레이즈 골렘 2마리! - 아이스 나이트가 불쌍해 보이네. - 글쎄, 아이스 나이트가 싸우는 거 보면 아마 불쌍하단 소리는 안 나올걸? 그렇게 시작된 전투 속에서 아이스 나이트는 조금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밀리기는커녕 거듭 달려드는 다수의 적의 완벽하게 피하고, 막아내며 반격을 날렸다. 오늘 방송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듯이, 난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냈다. - 와, 장난 아니네. - 누가 불쌍하다고 그랬어? 자연스레 모두의 이목이 아이스 나이트에 집중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용맥에 자리 잡은 미다스가 손에 든 불덩이를 그대로 던졌다. 퍼엉! 난전, 그럼에도 미다스가 던진 불덩이는 정확하게 아이스 나이트의 몸뚱이에 닿았다. 훌륭한 명중률! - BJ대마도사도 딜링 한다! - 응, 관심 없어. - 지금 BJ대마도사 따위를 볼 때가 아니라고! - 골드님 힘내세요! - 럭키님 응원하자!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 사실에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파이어볼, 고작해야 기본 마법 따위가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퍼엉! 그 이후 미다스가 재차 파이어볼을 던졌고, 그 마법이 다시 한 번 더 명중했다. 당연히 관심은 없었다. 퍼엉! 그럼에도 미다스는 파이어볼을 던졌다. 거듭. 다른 마법 없이 오로지 파이어볼만을 던졌다. 그제야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 BJ대마도사 왜 자꾸 볼만 던짐? 트리플을 넘어 쿼드러플 캐스팅을 통해 무수한 마법을 쓰는 게 BJ대마도사 스타일 아니었던가? - 인페르노 뒀다 국 끓일 때 써먹으려고? - 쇼크 웨이브 밥 비벼 먹는데 썼냐? - 물리 마법 왜 안 씀? 자연스레 파이어볼만 쓰는 미다스의 행동에 모두가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 앞에서 미다스는 말했다. “애드원 파이어볼.” 그제야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구스타프 님이 10,04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설마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를 잡을 속셈인가?] 미다스, 그가 준비해온 게 무엇인지. 173화. < 55화. 주인공 포스 (2). > 3. 파이어볼.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습득하는 기초 마법. 미다스가 그런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하고자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 BJ대마도사 파업 선언? - 차라리 포션 마시고, 딜링해라! - 꼭 있지. 파티에서 포션 아끼면서 데미지 딜링 제대로 안하는 쓰레기 같은 딜러들이. - BJ럭키님, 저기 못 생긴 원딜 강퇴 좀. BJ대마도사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물론 BJ대마도사라면 충분히 할 만한 장난이었다. - 근데 솔직히 딜 안해도 잡을 듯? - ㅇㅇ BJ대마도사는 어차피 이 파티에서 있으나마나한 존재잖아? - 차라리 나대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름. - 확실한 건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보단 차라리 그냥 파이어볼만 던지는 게 나음.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그동안의 화력과 퍼포먼스를 고려한다면,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딜링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퍼엉! 그러나 그러한 시청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BJ대마도사의 20번째 파이어볼이 명중했을 무렵이었다. - 맙소사, 20번 연속 명중? - 그것도 전부 가슴에만 명중시켰어! - 명중률 실화냐? BJ대마도사의 명중률이 남다르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바였다. 문제는 지금 BJ대마도사가 마주한 상황이었다. - 아니, 대체 저걸 어떻게 맞춰? 난 아이스 나이트 찾아보기도 힘들 지경인데? 정신없이 치고받고, 쉴 새 없이 쫓고 쫓기는 전투. 그러한 전투 속에서 원하는 표적의 가슴 정중앙만을, 그것도 무려 40미터 이상 되는 거리에서 맞춘다? 블레이즈 골렘들과 럭키 그리고 골드 심지어 때때로 내려오는 잭팟 사이로 정확하게? 그건 그저 명중률이 좋다,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게 이유였다. 미다스, 그가 파이어볼만을 고집한 이유. ‘그래, 이거지.’ 대개 보스 몬스터 공략을 앞두고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건 스킬 조합을 짜는 것이었다. 상황에 맞는 최선의 조합들을 하나하나씩 찾아내고, 시뮬레이션하는 것. 그러나 아이스 나이트를 상대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놈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마법은 사실상 화염계 마법밖에 없었으니까. 오히려 미다스를 고민케 만든 건 아이스 나이트를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이었다. 보스 몬스터치고 덩치는 작은 주제에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인 아이스 나이트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게 정답이었어.’ 다른 것을 고민하고, 염두에 둘 집중력마저 아껴서 오로지 파이어볼에만 집중하자고. 그 선택이 정답이었음이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퍼엉!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은 정확하게 아이스 나이트의 가슴팍, 그 황금색 과녁에 꽂혔다. ‘오늘 제대로 긁힌다.’ 더욱이 그렇게 꽂힌 미다스의 파이어볼은 그저 평범한 마법사 플레이어의 파이어볼과는 데미지의 수준이 질적으로 달랐다. [아이스 나이트의 몸에서 보다 강한 한기가 뿜어집니다.] 그 사실을 알려주는 알림이 미다스의 귀를 두드렸다. 츠츠츠! 그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을 맴돌던 수증기들이 갑자기 얼어붙으며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 뭐지? 수증기들이 얼어붙네? - 2페이즈 발동했다! 지독한 한기 스킬이야! 아이스 나이트의 2페이즈 스킬, 지독한 한기가 발동하는 순간. - 미친, 파이어볼만 썼는데 2페이즈라고? - 2페이즈 발동했다는 건 HP가 80퍼센트 이하가 됐다는 거잖아? - 고작 3분 지났는데? 전투가 시작하고 3분 만에 아이스 나이트의 HP가 20퍼센트 감소했음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순간 미다스가 파이어볼만을 쓴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괜히 파이어볼만 쓴다는 게 아니었구나. - 이 정도면 진짜 파이어볼만으로 잡을 듯? - 아이스 나이트를 잡을 줄 알았지만, 포션 없이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를 잡는 걸 실시간으로 보게 될 줄이야. 오히려 역사적인 순간의 목격자가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라이브 방송에 집중할 뿐. 그러한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4. 아이스 나이트와의 전투는 마치 경연대회 같았다. 서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더 강조하고, 드러내기 위해 경쟁하는 경연대회. 그만큼 전장을 채운 모든 요소들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쿵! 당장 블레이즈 골렘부터가 남다른 존재감을 앞세웠다. 물론 아이스 나이트의 존재감에 비할 바는 못 됐다. - 와, 아이스 나이트 싸우는 거 봐! - 아주 그냥 미쳐 날 뛰네! 타오르는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며 도리어 블레이즈 골렘의 몸을 난도질하는 아이스 나이트의 모습에는 우아함마저 느껴질 정도. 심지어 그러한 공세 속에서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을 맴도는 수증기는 그 존재를 더더욱 신비하게 꾸며주었다. “네놈!” 그러한 아이스 나이트의 존재감에 견줄만한 건 골드뿐이었다. 일단 비주얼에서 밀리는 것은 없었다. - 레드 고블린 부족장 대 아이스 나이트라니! - 보스 대 보스! - 이런 전투를 보게 될 줄이야! 현재 골드의 베이스는 레드 고블린 부족장!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보스 몬스터끼리 싸우는 것을 보는 셈이었다. 하물며 골드는 거대화와 광전사 그리고 일기토, 세 가지 스킬을 조합한 상황. - 그래도 아이스 나이트가 좀 더 우위네. 그럼에도 막상 전투에서의 우세는 아이스 나이트 쪽이었다. 우세한 수준을 넘어 골드의 공격 중에 아이스 나이트에게 제대로 데미지를 주는 것은 몇 없었다. 카앙! 막거나 혹은 피하거나. 아이스 나이트는 블레이즈 골렘들의 공세 속에서도 골드를 상대로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전투 능력을 떠나 기본 스펙의 차이 때문이었다. - 레벨빨은 못 이기지. - 그리고 레드 고블린 부족장은 부족이 있어야 강해지는 타입이고, 아이스 나이트는 혼자 싸우는 놈이니까. 개체의 강함은 아이스 나이트가 훨씬 셀 수밖에 없다고. 제아무리 다양한 스킬의 보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레드 고블린 부족장과 아이스 나이트는 설정 자체가 달랐으니까. 대신 골드는 혼자가 아니었다. 왕! 그에게는 럭키가 있었고, 그러한 럭키의 가세는 아이스 나이트를 몰아붙이기에 충분했다. 그러한 럭키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 빛의 럭키님과 어둠의 럭키님이다! 특히 전광석화 상태인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로 소환한 그림자 분신이 동시에 아이스 나이트에게 달려드는 광경은 화려한 서커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파각! 그렇게 럭키가 거듭 아이스 나이트에게 데미지를 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퍼엉! 그러나 이 순간 가장 남다른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미다스, 바로 그였다. - 또 명중이다! - 와, 어떻게 전부 명중하지? - 82연속이야! 단 한 번도 실패를 용납지 않는 명중률! 그 아득한 명중률 앞에서 이제는 4백만을 넘어 5백만을 훌쩍 넘는 시청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오늘은 BJ대마도사가 확실히 캐리하네. - BJ대마도사의 독무대네. 오늘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건 미다스가 사전에 기획한 바였다. ‘가끔 제대로 된 활약을 해줘야지. 그래야 몸값이 오르는 법이지.’ 제아무리 골드와 럭키가 대단하다고 해도 BJ대마도사 본인이 활약을 해야 몸값이 가장 잘 오르는 법. 당연히 미다스는 이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된 무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인간미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네요. 이제부터 AI대마도사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시청자들이 바로 호응을 했다. [101110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110111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101010 님이 1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미다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 분위기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달아올라주는 상황. 퍼엉! 그러는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파이어볼을 명중시켰다. 그 순간이었다. ‘왔다.’ 파이어볼이 명중하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20퍼센트, 그 수치를 향해 줄어드는 아이스 나이트의 HP상태가 보였다.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으로 얼음 파편들이 휘몰아칩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주변으로 얼음 조각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서리 갑옷이다! - 3페이즈다! 아이스 나이트의 가장 골치 아픈 스킬, 서리 갑옷이 발동하는 순간. - 서리 갑옷 저거 장난 아님. 발동하는 순간 방어력 200퍼센트 상승에 닿은 대상을 일정 확률로 빙결 상태로 만듦. 그러나 그 사실에 긴장하는 이는 없었다. [라포 님이 10,04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펜리르의 피어 앞에서는 소용없지.] 서리 갑옷은 버프 스킬이며, 펜리르의 신수만이 습득할 수 있는 펜리르의 피어에 영향을 받음을. 그러함을 그 누구도 아닌 라포가 자신의 신수 똘똘이를 통해 세상에 가장 먼저 증명했었으니까. 당연히 미다스는 그 사실을 기꺼이 이용했다. “펜리르의 피어!” 주인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럭키가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럭키의 뒤로 거대한 황금빛 눈동자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합니다.] [마주한 모든 대상의 버프가 일시 정지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아이스 나이트의 온몸을 휘감던 얼음 조각들이 그대로 멈췄다. “사안!” 그때 미다스가 처음으로 사안 스킬을 사용했고, 그 빛이 단숨에 아이스 나이트의 본체마저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 “전원 공격!” 그 외침에 럭키를 비롯해 모든 존재들이 아이스 나이트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마지막 연출만 남았어.’ 사실상 클라이맥스만이 남은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마법을 꺼냈다. “메모라이즈!”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미리 저장해둔 마법을!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눈빛을 빛냈다. - 마무리 마법은 파이어볼 말고 다른 거 쓸 속셈인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지막은 화려해야 하는 법. - 역시 마무리는 선더볼트지! - 놀고 있네, 여기선 인페르노 가야지! - 쇼크 웨이브도 괜찮을 것 같은데? - AI대마도사의 마지막 마법은 물리 마법이란 게 학계의 정설. 그러한 기대 속에서 미다스가 메모라이즈를 통해 저장해둔 마법을 공개했다. “파이어볼!” 다름 아닌 파이어볼을. - 메모라이즈로 파이어볼을 저장했다고? 그러한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파이어볼로 끝내겠다고 했으면 죽을 때까지 파이어볼이죠.” 이윽고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하나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하나 더. 퍼엉! 이어서 들리는 폭음 뒤로 알림이 들렸다. [아이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스 나이트를 쓰러뜨린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아이스 나이트를 홀로 쓰러뜨린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그 알림과 함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쓰러진 적 없는 아이스 나이트가 쓰러졌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 와, 마지막에 던진 파이어볼이 막타가 되네. - 오늘은 BJ대마도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다운 마무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 장면에서 긴장을 푸는 건 아니었다. [라포 님이 10,04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제 진짜 골 때리는 놈이 등장할 때가 됐군.아니, 애초에 놈 때문에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전력을 아낀 거지만.] 라포의 그 말에 시청자들은 조금 전에 있었던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맞아, 이 뒤에 또 뭔가 나온다고 했어! - 하긴, 고작 이걸로 끝날 일이었으면 라포가 진작에 공략했겠지. 아이스 나이트가 끝이 아니라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그래, 그거 때문에 일부러 전력을 아낀 거구나! -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해! BJ대마도사가 파이어볼만 쓴 것은 그리고 포션을 쓰지 않은 것은 앞으로 이어질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달리 말하면 앞으로의 전투는 앞선 전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 아, 팝콘 다 먹었는데! - 아! 다행히 치킨 양념 남았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고, 채팅방에 어느 때보다 짙은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 저기! 저기 뭔가 등장했다! 이윽고 모두의 눈앞에 무언가가 등장했다. 로브를 뒤집어쓴 무언가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존재였다. [라포 님이 10,04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드디어 나타났네. 저 골 때리는 놈이.] 그러나 이어진 라포의 채팅에 시청자들의 모든 이목이 그 의문의 존재를 향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만개하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의문의 존재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네.” 그 말에 채팅창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때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아즈모 님이 10,04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딱히 골 때릴 거 같진 않은데?] [라포 님이 10,04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쟤가 왜 저기서 저런 말을 하지? 나 때는 자격이 없다면서 쫓아냈으면서?] 그제야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뭔가 준비해온 모양이구나. BJ대마도사가 라포조차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미 준비해왔음을.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다.’ 그러한 광경 앞에서 미다스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 오늘 어쩐지 BJ대마도사가 멋있어 보이네. - 이 방송의 주인공은 역시 BJ대마도사였어. 시청자들 중에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마무리만 하면 돼.’ 이제 남은 건 라이브 방송을 마치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뿐. “자, 그럼 이제 방송은 여기까……." 그때였다. 미다스가 준비한 마지막 멘트를 날리려는 순간. [아즈모 님이 10,04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던전 공략 성공한 거 같은데, 그럼 불사자 길드랑 거래는 끝났고 입찰을 시작하지.] 아즈모, 그가 미다스가 주인공인 무대에 난입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05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의뢰 내용은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창성 길드가 공략하지 못한 던전. 의뢰 보수는 아이템 세트. 하지만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 줘봤자 해체만 하잖아? 그래서 골드를 위한 걸로 준비했지.] 그 말을 남기는 순간 더 이상 미다스가 보여준 활약과 주인공 포스를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 역시 이 방송의 주인공은 BJ골드였네. 이 순간 주인공은 골드였으니까. 174화. < 56화. 하극상 (1). > 1. - 역시 이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은 골드였어! - 아즈모님이 인정하셨다! BJ골드님이 주인공이라고! 아즈모의 예상치 못한 제안은 채팅창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었다. [골드1312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사랑해요 님이 5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OUT 님이 1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채팅창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즈모와 골드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골드에게 선물을 준다고? 진짜? 그것도 세트? 대체 어떤 세트 아이템을 말하는 거지?’ 심지어 미다스의 머릿속마저 아즈모가 남긴 말로 도배가 될 정도. ‘아!’ 그러한 미다스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NPC라이틀링의 존재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자,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즈모와 골드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 종료를 알렸다. 물론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시청자들은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 BJ대마도사한테는 관심 없으니까 알아서 일 보시죠? - 응? 뭐라고? 파이어볼밖에 못 쓰는 마법사가 하는 말이라 잘 안 들리는데? - BJ골드님, BJ대마도사 버리고 따로 방송하시죠! 방송을 계속해라! 그러한 시청자들의 열기는 상당했다. ‘이대로 끝나면 역풍이다.’ 만약 이대로 강제로 라이브 방송을 마칠 경우 후환이 두려울 정도. 그렇기에 결국 미다스는 약속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 좋습니다. 다음에 골드를 위한 특집 방송을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어, 일단 지르고 보자.’ 계획에도 없는 약속을. - 골드 스페셜 방송이면 인정. - 뭐, 이 정도에서 합의해줄까요? - 오케이, 라이브 방송 끝내도 좋습니다. 다행히도 그 약속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정말 라이브 종료하겠습니다!”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미다스가 곧바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또 사고 쳤네.’ 그런 미다스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 왔군.” 이제 퀘스트를 진행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그 목소리에 미다스가 머릿속을 정리한 후에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제는 퀘스트에 집중했다.’ 그때였다. 꾸우! 올빼미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날아와 NPC라이틀링의 어깨 위에 앉았다. ‘저번에 그 녀석이다.’ 저번에 한 번 본 적 있던 올빼미. 꾸우! 그러한 올빼미의 등장에 질 수 없다는 듯이 잭팟 역시 소리를 내며 미다스에게 날아왔다. 그리고는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훈련을 시키든가 해야지.’ 꾸우!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잭팟이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것을 본 NPC라이틀링이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의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수호자님의 유산을 가지고 나를 찾아온 건 우드 빌리지의 지하 미로 때문이겠지.” 그렇게 드러난 NPC라이틀링의 외모는 엘프답게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의 미남! 그렇게 얼굴을 드러낸 NPC라이틀링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곳에 있는 것도 지하 미로 건 때문이네. 수호자님이 사라지신 이후 우드 빌리지의 지하 미로에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네. 그리고 그 원인이 이름 잃은 신의 힘 때문이란 걸 알고, 방법을 찾다 이곳까지 오게 됐지.” 말을 하던 NPC라이틀링이 이내 손바닥 크기의 자그마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드디어 이번 퀘스트를 끝냈음을 알리는 알림 사이로 NPC라이틀링이 꺼낸 책자,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을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이건 됐고.’ 그러나 미다스는 그 보상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 ‘자, 이제 큰 거 가자, 큰 거. 툰가 왕의 반지 가즈아!’ 이번 퀘스트에 걸린 거대한 것 앞에서 다른 자잘한 것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기 라이틀링님이 주신 반지입니다.” 그러한 속내를 품은 미다스가 잽싸게 라이틀링의 반지를 NPC라이틀링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반지를 건네받은 NPC라이틀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네.” 돌려줘서 고맙다. ‘응?’ 그뿐이었다. NPC라이틀링은 반지를 받은 후에 그것을 제 주머니에 넣을 뿐, 그와 관련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설마 이게 끝?’ 그 사실에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툰가 왕의 반지에 걸린 봉인 풀어서 주는 거 아니었어?’ 그때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날갯짓을 하며 울음을 토해냈다. 꾸-우! 경고였다. 어느새 NPC라이틀링이 손에 쥔 검은 돌멩이를 향한 경고. “역시 이 선더버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반응하는군.” 그것을 확인한 NPC라이틀링이 미다스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수호자님께서는 자네를 수행자로 선택하셨군.”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NPC라이틀링이 두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나 역시 수호자님의 의지를 따라야겠지.” 그 순간이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고 있는 거라면 내 도움을 주겠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미다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툰가 왕의 반지는?’ 가장 기대했던 메인 메뉴가 나오지 않았는데 식사가 끝난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의 심기가 좋을 리 없었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태도도 불량해졌다. ‘이대로는 그냥 못 넘어가.’ 당장 NPC라이틀링을 시비라도 걸 기세였다. 그런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말했다. “아직 어린 새끼인 천둥새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네. 그리하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아니, 그딴 거 말…… 예?”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 잠깐?’ 그리고 이내 놀란 표정과 함께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라이틀링의 비약]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라이틀링의 비약을 통해 선더버드를 성장시키자. - 퀘스트 보상 : 라이틀링의 비약 !퀘스트 완료 시 ‘라이틀링의 신뢰’ 퀘스트 진행 가능 마지막으로 제 머리 위에 있는 잭팟을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얘가 새끼라고요?” “그렇네.” “덩치가 이렇게 큰데요?” “선더버드는 다 자라면 천둥마저 부리며 드래곤과도 자웅을 겨루는 새이네. 그 정도 크기는 아주 작을 뿐이지." 그 대화 속에서 미다스가 잠시 계산을 하더니 이내 표정과 태도를 바꾸었다. “와! 라이틀링님, 대단하십니다! 라이틀링님 최고에요!” 어느 때보다 예의 바른 모습을 취한 채 NPC라이틀링을 향한 찬사를 토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선더버드를 키우는 데에는 특별한 비약이 필요하네. 다행히도 이곳, 얼어붙은 숲에 그 비약의 재료가 있을 테니 모아오면 만들어주겠네. 그러나 쉽진 않을 걸세. 할 수 있겠나?” 되물음에 미다스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렴요,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도 화답하듯 소리를 냈다. 그렇게 허리를 숙인 미다스의 입가에는 어느새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잭팟 진화에 골드의 새로운 몸까지, 까짓것 툰가 왕의 반지는 나중에 얻지 뭐. 아, 보상도 있었지.’ 이제는 어느덧 여유를 되찾은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들린 책자를 향했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 -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이다. 읽은 이의 잠재 능력을 개방할 수 있다. 그리고 책의 설명을 살핀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지?’ 스킬 카드북이나 마스터 스킬북과는 분명 다른 설명에 의문을 품은 채 미다스가 책을 펼쳤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을 펼칩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카드 세 장이 펼쳐졌다. 그 후에 펼쳐진 광경도 미다스가 익히 보던 광경이 달랐다. ‘아무 빛도 없잖아?’ 무엇보다 빛이 없었다. ‘대체 뭐야? 응?’ 그 사실에 의문을 품은 채 카드들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힘] - 영구적으로 마력 및 지력이 상승한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권능] - 영구적으로 캐스팅 속도가 증가한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아우라] - 영구적으로 마력 및 체력 회복 속도가 증가한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보상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2. “BJ대마도사가 방송 종료했습니다!” “광고 띄웠습니다!” “최고 스코어 544만 명입니다!” BJ대마도사의 짧지 않았던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제 역할을 마친 직원들의 시선이 동시에 박영준을 향했다. 그 시선 속에서 박영준은 어떤 대답이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툭툭!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릴 뿐. 그 모습을 본 모든 직원들은 예상할 수 있었다. ‘아즈모로부터 제안서가 왔어!’ 지금 박영준이 라이브 방송 도중에 아즈모가 말한 그 제안서를 보고 있음을. ‘사장님 저렇게 고민하는 걸 보면 보통 제안이 아닌 모양이야.’ 그리고 그 제안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임을. ‘골치 아프군.’ 실제로 박영준이 마주한 아즈모의 제안은 여러 부분에서 기존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창성 길드가 공략하지 못한 던전이라니.’ 일단 의뢰 내용부터가 엄청났다.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창성 길드가 공략에 실패한 곳. 또한 창성 길드가 소유했단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거 가져오는데도 돈 꽤 썼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창성 길드가 그러한 던전을 아즈모의 요청에 선의로 혹은 호의로 내놓았을 리는 만무. 필시 아즈모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얻어왔을 가능성이 컸다. 더 놀라운 건 거기에 따른 보상이었다. ‘보상은…… 아이스 나이트 세트.’ 아이스 나이트 세트. 물론 단순한 아이스 나이트 세트가 아니었다. ‘그것도 레전더리 등급 2개를 포함한 검객의 세트…… 검객이 소장용으로 절대 팔지 않던 물건을 용케 얻어왔군.’ 레전더리 아이템 2개를 포함한 아이스 나이트 세트로 다른 누구도 아닌 검객이 소장하던 매물이었다. 엄청난 보상이었다. ‘베팅액을 고려하면 이건 거의 스타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이젠 거의 2티어급 대우다.’ 앞서 말한 비용을 고려하면, 아즈모 쪽에서는 사실상 BJ대마도사에 대한 대우를 스타 플레이어 중에서도 2티어급 대우였다. 대우가 낮은 게 아니었다. 스타 플레이어 중에서 1티어급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건 300레벨이 넘어가며 1티어급 길드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플레이어들뿐이었다. 아직 200레벨조차 되지 않은 BJ대마도사의 상황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조건인 셈. 당연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베팅을 하는 건 아니었다. ‘뭐, 아즈모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겠지.’ 아즈모는 저번 경매 입찰 건에서 생각했을 것이다. ‘베팅으로 진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까.’ 괜히 어설프게 경쟁을 하니까, 입찰에 실패한 거라고. ‘이미 BJ대마도사는 투자하면 그만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고.’ 하물며 현재 BJ대마도사는 투자에 대한 충분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당장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5백만을 돌파했다. 그리고 보여주는 화제성은 그 숫자의 곱절, 그 이상이었다. 또한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물만을 보여준 자였다. 미래를 기대해서 투자를 한다, 개념이 아니라 투자하는 순간 바로 그에 준하는 이익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여기에 단일 광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이나 영상에 단 하나의 광고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광고 효과가 어느 때보다 높은 셈. 때문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라이징 스타 채널로 제안서를 보내는 중이었다. ‘브로커들도 있고.’ 심지어 개중에는 광고권을 따내고 그것을 되팔기 위한 브로커들마저 있었다. 앞서 말한 아즈모 입장에서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한 일이었다. 그 대목에서 아즈모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즈모가 판돈을 올린 거겠지.’ 차라리 이번 기회에 BJ대마도사의 몸값을 크게 올려서 어설픈 경쟁자들의 개입을 막아버리자고. ‘의도한 대로이긴 해.’ 그리고 이 모든 건 박영준이 처음부터 예상하고, 준비하고, 의도한 바였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여러 광고를 유치하지 않고, 연간이나 월간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단일 광고를 걸고자 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박영준의 생각이고, 결정이었으니까. 즉, 이건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전부 예상한 바였고, 원하던 바일 뿐. 툭툭! 달리 말하면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거듭 치게 만드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이번 의뢰 난이도가 너무 높아.’ 문제는 이번에 가져온 아즈모의 의뢰가 너무 어렵다는 것. ‘16인 입장 파티라니,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이걸 혼자서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 앞선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은 10인 파티였으나, 이번 것은 16인 파티였다. 공략에 필요한 전력의 이전 던전 보다 2배, 그 이상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BJ대마도사는 이 의뢰를 받을 거다.’ 더 큰 문제는 BJ대마도사에게 이 의뢰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제 입으로 말했다. 어려운 길을 자처하겠다고. 그리고는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을 파이어볼만으로 잡는 것을 보여줬다. ‘명분도 없고, 자존심도 용납할 리 없지.’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이번 의뢰를 거절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어차피 할 수밖에 없다면 더 얻어내야 해.’ 거절할 수 없다면 더 받아내야 한다는 것. ‘근데 이 이상 어떻게 받아내지?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이 이상 받아내기에는 아즈모가 베팅한 액수 자체가 너무 컸다. 툭툭! 그렇게 쉼 없이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기대를 품었다. ‘BJ대마도사가 다음 방송에서 뭔가 보여주면 해답이 나올 것 같긴 한데…….' 그리고는 이내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당장 보여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차라리 골드가 뭔가를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 대목에서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설마?’ 그리고 박영준은 떠올릴 수 있었다. ‘특집 방송을 예고한 이유가 그 때문인가?’ BJ대마도사가 언급한 특집 방송이란 단어를. ‘맞아, 분명해. BJ대마도사라면 필시 아즈모와 창성 길드, 검객 사이의 거래를 파악하고도 남는다. 당연히 여기까지 예상했을 테고. 그렇다는 건…….' 그 순간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역시 BJ대마도사, 이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릴 줄이야.’ 오히려 강력한 패를 쥔 도박사의 미소만 지을 뿐. ‘그래, 드라마가 지루할 때는 주인공을 바꾸는 게 최고지.’ 175화. < 56화. 하극상 (2). > 3. 예로부터 이슈 마케팅은 가장 자주 쓰이는 마케팅 방법이었다. 갓워즈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이슈거리가 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썼다. 문제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진다는 것. 라이브 방송 내용이 세간의 관심에 비해 부족한 경우 그 역풍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슈 메이킹이 양날의 검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 야,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봤어? 물론 BJ대마도사는 예외였다. - 당연히 봤지! ㄴ 장난 아니더라. ㄴ 아이스 나이트를 파이어볼만으로 끝냈잖아? ㄴ 마지막에 파이어볼로 맞췄을 때 끝내줬지. ㄴ 그거 라이브로 본 사람이 승자지. ㄴ 젠장, 이런 건 미리 광고 좀 해주지! BJ대마도사는 이슈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그보다 다음 방송은 골드 특집이라면서? - BJ대마도사는 보스 몬스터도 가디언 삼을 수 있잖아? 그럼 아이스 나이트도 가디언으로 삼는 건가? 그럼 사기 아닌가? - 아이템 세팅 제대로 하면 진짜 장난 아니겠는데? - 아즈모가 템 준다면서? 레전더리 도배하는 거 아니야? 그때 방송의 결과물이 거대한 이슈거리가 되어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골드 특집이란 사실에 세간은 더 주목했다. 당연했다.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건 맞고, 특별한 건 맞는데, 새로운 건 없죠. 그가 가진 스킬 대부분은 아즈모도 가지고 있고, 멀린도 가지고 있고, 구스타프도 가지고 있잖아요?” BJ대마도사가 가진 마법들 대부분은 이미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게 사실. “그에 비하면 골드는 다르죠. 모든 게 시초고 최초죠.” 반면 골드가 보여준 것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심지어 아즈모와 같은 이들조차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었다. 물론 크게 보면 BJ대마도사의 가디언 마법이 특별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세간의 주목도는 남다른 게 당연했다. “장담하는데 골드 특집 방송 시청자 숫자가 BJ대마도사 방송 시청자 숫자보다 더 많을 겁니다. 애초에 그 시청자 수 절반은 럭키빨, 절반은 골드빨이었죠. 여하튼 골드 방송 시청자가 BJ대마도사 때보다 높으면 진짜 재미있겠네요.”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골드가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하극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현우 형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아요?” “그래, 아주 재미있어 죽겠지.” 당사자인 정현우조차 그러한 상황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젠장.’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 정현우를 고민케 했다. ‘방송 종료하려고 앞뒤 안 재고 냅다 지른 건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처음 골드에 대한 이야기 나올 때는 좋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아니, 커지는 건 좋은데 이건 너무 커지잖아?’ 지금 상황은 그 정도를 아득히 벗어나고 있었다. “듣기로는 스노우 몬스터랑 100대 1로 붙는다는데?” “아이스 나이트랑 1대 1 싸운다는 말도 있어.” 실제로 팬들의 기대감이나 원하는 것들은 정현우가 들어도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다. “제가 듣기로 BJ대마도사랑 싸워서 이기는 거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네요.” “그래?” “하긴, BJ대마도사가 탱킹 좀 하니까 볼만하겠네.” “그렇게 들으니 진짜 그럴 거 같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루머가 실시간으로 탄생하는 것을 바라보던 정현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잘못하면 역풍 맞는다.’ 앞서 말한 이슈 마케팅의 날이 제 목을 칠지도 몰랐으니까. 어쨌거나 정현우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최소한 무기는 레전더리로 끼어줘야 해.’ 일단 분명한 건 결과물이 어떻든 간에 BJ대마도사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정현우의 생각처럼 골드에게 최소한 레전더리 무기 정도는 껴줘야 나중에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터. ‘그것도 가장 비싼 놈으로.’ 그것도 그냥 레전더리 아이템이 아니라 억소리가 나오는 게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템은 현재 단 하나였다. ‘그럼 블랙 클레이모어밖에 없다.’ 블랙 클레이모어. 165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중 가장 비싸고,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으며 그 레벨대의 검을 쓰는 직업들이 꿈꾸는 로망. 로망인 만큼 그 값은 엄청났다. 또한 매물도 얼마 없는 아이템이었다. 대개 이 아이템은 개인이 아니라 길드가 가지는 경우가 많았고, 길드는 길드 내 자산으로 취급하며 이 아이템을 실력 있는 유망주에게 빌려주는 용도로 써먹었다. 길드 입장에서는 장사밑천인 셈. 그런 이유로 급하게 거래가 될 때는 본래 값보다 웃돈이 붙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모은 돈 하면 못 살 건 없는데…….' 물론 이제 정현우도 모은 돈이 적지 않은 만큼, 사려고 하면 못 살 것은 없었다. 하지만 돈도 써본 인간이 써볼 줄 아는 법. ‘어우, 미치겠네.’ 이제까지 제대로 돈을 써본 적 없는 정현우의 기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물며 웃돈을 주고 구한다?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 아니라 상상하기 싫은 수준의 일. 때문에 이 대목에서 정현우는 생각했다. ‘차라리 불사자 길드에 의뢰 보상으로 블랙 클레이모어를 요구할까?’ 현재 정현우는 불사자 길드로부터 받을 보수를 정확히 확정해두지 않은 상태이니, 그 보수로 블랙 클레이모어를 요구해보자고. 허나,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불사자 길드한테 보수는 뭘 받는 거야? 백지수표라며? 뭐든 요구해도 되는 거잖아?”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그걸로 싸우는 중이라는데?” “싸워? 왜?” “라이브 방송이 끝에 흐지부지됐잖아?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태클 걸 만하지.” 당시 라이브 방송 엔딩이 예상외의 엔딩이었던 건 분명한 사실. 불사자 길드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불만으로 보수를 순순히 지급하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 클레이모어를 달라고 한다? ‘주려고 하던 것도 안 줄지 몰라.’ 빈정이 상해서라도 파투를 낼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이 순간 정현우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별 수 없어. 일단 지금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수밖에.’ 그 하나를 위해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4. [미다스] - 레벨 : 146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81 5)/체력(5+801)/지력(636+1401)/마력(151+1221) - 잔여 스탯 : 0 자신의 능력치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답은 이것밖에 없어.’ 그 후에 고개를 돌린 미다스가 보이는 세 장의 카드, 그중 하나에 손을 가져갔다. [이름 모를 마법사의 권능을 습득했습니다.] [당신의 잠재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캐스팅 속도가 영구적으로 4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캐스팅 속도 증가, 그게 미다스가 고른 선택이었다. ‘스탯이나 회복력도 좋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베스트야.’ 당장의 메리트가 아닌 좀 더 나중을 위한 선택. 그렇게 선택을 마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평소라면 이 사실에 헛웃음을 흘리며 역시 운빨좆망겜답네, 라고 말한 후에 그래서 이 게임을 사랑한다니까! 라고 우스갯소리를 내뱉으며 럭키와 꽁트 한 편을 찍었을 터. 그러나 지금 미다스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시간은 얼마 없어.’ 당장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일. 그 3일 안에 미다스는 골드 특집 방송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또한 혼자 힘으로 모든 걸 준비해야 했다. ‘내가 벌인 일이야.’ 이 모든 고민의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 본인의 실수.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실하게 각오를 다졌다. ‘라이징 스타 채널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돼. 내가 내 힘으로 해결해야 해.’ 5. “블랙 클레이모어를 원합니다.” 박영준의 말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와 역시 크게 지르네.’ ‘블랙 클레이모어라니, 그거 거래조차도 안 되는 물건이잖아? 불사자 길드도 많아야 2자루 밖에 없을 텐데?’ 그렇게 귀를 세운 직원들은 생각했다. ‘너무 무리한 제안 아닌가?’ ‘엔딩이 그렇게 끝났는데, 불사자 길드가 순순히 넘겨줄 거 같지는 않은데…….' 박영준이 무리한 제안을 했고, 그렇기에 불사자 길드가 그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그 예상대로였다. -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현재 불사자 길드는 의뢰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엔딩 부분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그런 이유로 귀사의 제안을 당장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거 못 주겠다. - 해서 협상을 통해 양측이 원하는 접점을 찾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니 협상을 하자. 그 정중하기 그지없는 채팅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말했다. “블랙 클레이모어.” 이제는 표현도 아니고, 그저 원하는 단어만을. - 예? 그 갑작스러운 행보에 채팅창 위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문이 튀어나왔다. 그 의문에 박영준이 재차 말했다. “블랙 클레이모어.” - 잠시만요, 지금 채팅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블랙 클레이모어.” -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군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의뢰 내용에 대해 불만이 있습니다. 그러니 보수에 대해서는 협상을……. “블랙 클레이모어.” - 너무 무례하시군요. 계속 이렇게 나오면 협상 테이블을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어코 상대방이 분노를 표출했고, 그 표출을 확인하는 순간 박영준이 말했다. “아, 좋습니다. 협상 테이블 접죠. 아니, 그냥 이번 의뢰 자체를 없던 걸로 하는 거 어떻습니까?” - 네? 그 반응에 불사자 길드 관계자는 물론 라이징 스타 직원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폭탄이 코앞에 떨어진 듯한 광경. 하지만 막상 그 폭탄을 떨어뜨린 박영준은 어느 때보다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불사자 길드가 의뢰 과정에 불만을 표현하며 보수 지급을 거부했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보수를 요구하지 않겠다.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사자 길드에 사과를 표한다, 그렇게 공지하겠습니다. 공지 시기는 다음 골드 특집 방송 때 해드리죠.”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박영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뭐, 블랙 클레이모어는 BJ대마도사가 사비로 구하면 되니까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라이브 방송으로 아즈모 씨와 대화만 나눠도 벌 수 있는 돈이니까요. 자, 그럼 이야기는 끝난 겁니까?” - 자, 잠깐만요. 그러한 자신의 말에 대한 불사자 길드 관계자의 반응을 확인한 박영준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뻔하지.’ 라이브 방송이 예상외의 방식으로 끝나는 순간, 박영준은 불사자 길드가 순순히 요구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보수 자체를 주지 않는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불사자 길드가 그 정도로 돈이 없는 길드는 아니었으니까. ‘줄 땐 주더라도 그냥 안 주려고 하겠지.’ 대신 보수를 주는 것을 빌미로 차후 계약에 대한 메리트를 요구하리라 생각했다. ‘어디서 협상을 하려고.’ 박영준 입장에서는 가소로운 일이었다. 앞선 박영준 말처럼 블랙 클레이모어가 없어도 아쉬울 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BJ대마도사가 사비로 구매하면 될 뿐. ‘이 판은 나가면 다시 입장하는데 블랙 클레이모어 같은 걸 내야 하는 판이다.’ 무엇보다 불사자 길드를 포함해 지금 BJ대마도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그저 수익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 판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발을 담그기 위해 모인 이들이지. 즉, 그런 그들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이 판에서 퇴출당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영준의 손에는 그 퇴출자를 고를 수 있고, 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지금 박영준은 한 건 그 사실을 불사자 길드에 제대로 인지시켜준 것이었다. 무엇보다 박영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불사자 길드, 너네들도 이번에 얻은 광고권 팔아서 돈 제대로 챙겼잖아?’ 불사자 길드가 이번에 얻은 광고권을 다른 기업에 주는 대가로 그 기업과 아주 진하기 그지없는 장기 계약을 맺었음을. - 좋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한 불사자 길드 관계자가 잽싸게 백기투항을 했다. 지금은 배짱을 부려서 좋을 게 없음을 깨달은 모양.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감사를 표했다. - 대신 다음 의뢰는……. “제안서 보내주시면 고려토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는 상대방과 대화가 길어지기 전에 잽싸게 거래를 끝냈다. 그 후 새로운 채팅창을 띄우며 말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리할 게 있어요.” - 아닙니다. “그보다 저번에 주신 제안서에 대해 BJ대마도사가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즈모 씨의 제안인 만큼 바로 확인하시더라고요." 이번 거래 대상은 아즈모 쪽. - 다행이군요. “의뢰 수락 여부는 골드 특집 방송 때 나올 듯합니다. 어떻습니까?” - 그러면 감사할 따름이죠. “좋은 이슈거리가 될 겁니다. 골드의 퍼포먼스에 모두가 놀라는 상황에서 발표하는 거니 홍보 효과도 클 테고요. 하물며 이번 보상도 골드를 위한 선물 아닙니까? 시너지 효과가 더 세겠죠. 안 그렇습니까? 하물며 검객 세트라니, 정말 끝내주겠네요.” - 맞습니다. 그러한 대화는 앞선 불사자 길드 때와는 다르게 매우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차라리 그 특집 방송에서 골드를 위해 준비해주신 아이템을 착용하면 임팩트가 더 클 거 같지 않나요?” - 예? “그렇잖습니까? 검객 세트를 입은 골드가 안 입은 골드보다 훨씬 퍼포먼스가 좋을 건 어린애도 알 수 있잖아요?” 그제야 분위기가 바뀌었다. - 의뢰 보수를 선불로 달라는 겁니까? “크게 보자는 겁니다. 선불로 받으면 이쪽은 의뢰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골드 특집을 하는데 세트 아이템 갖추고 효과 하면 더 판이 커질 것 아닙니까? 참고로 이미 블랙 클레이모어를 구했습니다. 그쪽에서 검객 세트를 주면 홍보 효과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군요.” - 위에 있는 분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 대화를 마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빠른 대답 부탁드립니다. 골드 특집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그 모습에 부하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블랙 클레이모어에 아즈모 쪽 물건을 선불로 받다니?’ 불사자 길드와의 거래부터가 쉽지 않으리란 예상했던 부하 직원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한 사무실 내 웅성거림에 박영준이 한마디했다. “다들 조용히 해. 지금 거래해야 하니까.” “예?” “거래요?” 이미 거래가 두 건이나 끝났는데 또 거래를 하다니? 그 사실에 놀라는 부하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은 대답 대신 새로운 채팅창을 띄운 후 그 채팅창 너머의 상대에게 말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다름 아니라 감마 제약이 보내주신 제안서 확인했습니다. 지금 당장 남는 자리가 골드 특집 방송뿐인데, 혹시 관심 있으십니까?” 이번 거래 대상은 다름 아닌 감마 제약! “아, 필요한 아이템이요? 솔직히 필요한 아이템은 없죠. 아즈모도 더 이상 BJ대마도사한테 줄 아이템이 없는 상황 아닙니까? 아, 골드한테 주시겠다고요?” 그러한 감마 제약을 상대로 박영준은 제안했다. "어디 보자, 지금 블랙 클레이모어에 검객 세트에…… 솔직히 골드 장비창도 꽉 찬 것 같네요. 방패 정도 빼면요.” 방패가 필요하다고. “아, 그래요? 좋습니다. BJ대마도사와 상담해보겠습니다. 예,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게 감마 제약과도 거래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박영준이 가볍게 어깨를 폈다. 짝짝짝! 그 모습에 부하 직원 한 명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10분 만에 3건이나 되는 거래를 마치고, 골드를 위한 풀 세팅을 완성한 박영준에 대한 진심 어린 감탄이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거래만 한 거지.” 스스로를 낮추는 그 모습에 부하 직원들이 한 번 더 감탄을 했다. 그런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자, 그럼 BJ대마도사에게 허가받아보자고.” “예." “미팅 날짜 잡아달라고 보내.” “미팅 내용은 뭐라고 할까요?” “불사자 길드 의뢰 보수 건하고 골드 특집 방송 건이라고 해.” “다른 두 건은요?” “그건 서프라이즈로 남겨두자고.” 그 말을 남긴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 이걸로 BJ대마도사나 골드는 더 이상 템이 필요 없게 됐으니까…… 앞으로 베팅하는 놈들은 머리 꽤 아프겠군. 배부른 사람에게 밥 먹이려면 어지간한 걸로는 안 될 테니까.’ 아주 진한 미소를. 176화. < 56화. 하극상 (3). > 7. 라이틀링의 비약 퀘스트는 간단했다. “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어붙은 숲에서만 나오는 차가운 마력 결정이 필요하네. 20개 정도면 될 걸세." 모아올 재료는 20개. “내 올빼미가 그곳의 위치를 알려줄 걸세.” 더불어 필요는 없지만 안내인마저 붙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경험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중 가장 친절한 퀘스트였다. 물론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신했다. ‘찾는 게 쉬우면 얻는 게 어려운 법이지.’ 여기까지가 쉽다면 앞으로는 훨씬 더 어려우리란 것을.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꾸우! [차가운 마력의 땅에 입장했습니다.] [혹한의 기운이 엄습합니다.] 올빼미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그곳. 쉼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탓에 무언가를 찾기는커녕 코앞을 확인하기도 힘든 곳에서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스노우 몬스터 66마리.’ 한 가족처럼 한 곳에 모여 있는 스노우 몬스터들 66마리를. 그런 스노우 몬스터들의 외형은 가지각색이었다. ‘그중에서 트롤급 덩치를 가진 놈만 다섯 마리네.’ 덩치가 트롤 급으로 큰 녀석부터 늑대와 같은 적당한 크기의 날렵한 녀석에 오크나 고블린까지. ‘욕 나올 만한 조합이군.’ 얼어붙은 숲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마주하기 싫어하는 조합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위험한 조합이었다. 일반적으로 몬스터 무리를 사냥할 때는 그 몬스터에 맞는 기본 공략법이 있지만, 저렇게 다양한 타입이 있으면 기본 공략법이란 게 사실상 무의미해졌으니까. 특히 트롤처럼 덩치가 큰 녀석과 반대로 고블린 같이 작지만 빠른 녀석의 조합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욕이 절로 나올 조합이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표정은 달랐다. ‘차라리 잘 됐어.’ 오히려 마주한 이 난관을 반기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헥헥! 그러자 적을 발견하고 숨소리를 낮추는 럭키의 모습, 그 너머로 숨소리 한 점 내뱉지 않는 아이스 나이트, 골드가 보였다. 이윽고 골드와 눈이 마주치자 골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골드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지.’ 이후 다시 전장을 바라본 미다스가 짧게 숨을 들이마신 후에 그 숨을 내뱉었다. 그 숨과 함께 명령도 내뱉었다. “골드야, 쓸어버려.” 귀를 기울여도 휘몰아치는 눈바람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할 만큼 나지막한 목소리. “For the lord!” 그러나 그 목소리에 골드는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찬 모습을 보인 채 망설임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크르르! 끼이? 그 질주에 모여 있던 스노우 몬스터들이 일제히 골드를 향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동시에 적의도 집중시켰다.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그대로 뒤덮였다. 소름 끼치는 광경. 그 순간이었다. “인페르노!” 미다스가 내뱉은 주문과 함께 등장한 인페르노의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눈보라와 눈밭에 모습을 감춘 스노우 몬스터 무리를 향해 거대한 불길을 토해냈다. 화르르르! 그러한 불길이 장막과도 같은 눈보라를 녹이고, 눈밭을 치운 후에야 비로소 전장이 제대로 보였다. 사실 그냥 사냥만 하고자 했다면 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미다스의 눈은 눈보라나 눈밭 따위에 현혹되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무대를 만든 것은 보다 정확하게 보기 위함이었다. ‘골드, 네 능력을 보여줘라.’ 골드, 새로운 힘을 얻은 그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 그렇게 전투가 시작됐다. 8. [스노우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대의 마지막 스노우 몬스터를 처치한 골드가 스노우 몬스터의 몸에 꽂힌 칼을 뽑아내며 소리쳤다. “주인님! 제가 이번 전투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칭찬을 바라는 듯한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는 막상 칭찬을 해주지 못했다. 칭찬은커녕 미다스는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못한 채 전장을 바라만 봤다. 그 정도였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골드가 보여준 전투력은 미다스의 상식 범주를 가볍게 넘었다. 그저 공격력이 세고, 스탯 높다 수준이 아니었다. ‘전투 방식이나, 공격 패턴도 다양하고, 영리하다.’ 오히려 미다스를 감탄케 한 건 전투 상황에서 생기는 무수히 많은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이었다. ‘우연이 아니야.’ 더불어 이러한 판단은 한 번의 전투를 보고 낸 것이 아니었다. 이번이 스무 번째였다. 스무 번의 전투 속에서 골드는 자신이 보여준 전투력이 운이 아닌 진정한 실력임을 증명했다. ‘템 세팅만 진짜 제대로 하고 버프 받으면 나보다 딜링을 더 잘할지도…….' 그동안 장난삼아 말했던 BJ골드 하극상이 장난이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한편으로는 그 생각이 미다스를 결단케 했다. ‘이 정도면 템 세팅을 안 해주는 게 병신 짓이야.’ 좋은 아이템을 세팅해주면 그 곱절의 결과가 나오는데 돈이 아깝다고 투자를 망설이면 그거야말로 손해인 법. ‘내 통장 전부를 털어서라도.’ 이제 미다스는 골드의 템 세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미다스가 전장 속에 피어난 크리스털 꽃 앞에 섰다. “아이템 루팅.” [인벤토리에 아이템을 습득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NPC라이틀링이 요구한 모든 재료가 모으는 순간. ‘퀘스트만 깨면 나가서 한 번 시세 좀 찾아보자.’ 그 순간 이제까지 안내를 해주던 올빼미가 소리를 냈다. 우우!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구슬픈 소리를. 그렇게 몇 번 소리를 낸 후에는 날갯짓을 하며 눈보라 너머로 날아갔다. 그 후 올빼미가 날아간 방향에서 올빼미와 함께 한 사내가 등장했다. “정말 해냈군.” NPC라이틀링,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받게." 등장과 함께 NPC라이틀링이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미다스를 향해 가볍게 던졌고,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그것을 낚아챘다. ‘어?’ 낚아챈 병의 정체를 확인한 미다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라이틀링의 비약] - 라이틀링의 비약이다. 선더버드를 성장케 하며 숨겨진 힘을 이끌어낸다. 미다스가 바라던 비약이 눈앞에 등장한 상황. ‘재료 주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지금 미다스는 제 인벤토리에 모은 재료를 단 하나도 건네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놀란 게 당연한 일. “자네를 시험해본 것에 대해 사과하네.” 그렇게 놀란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사과와 함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자네가 정말 이름 잃은 신의 힘과 싸울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럴 힘이 있는지 알고 싶었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 순간 들리는 퀘스트 알림 뒤로 말이 이어졌다. “이제부터 자네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자들의 추격과 공격을 받을 테니까.” “추격과 공격이요?” 누가 들어도 골치 아플 것 같은 단어의 등장에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설마?’ NPC초이가 자신에게 부탁을 한 사건을. “초이가 말해주었을 걸세. 내가 말없이 떠난 이유에 대해서.”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생각했다. ‘툰가 왕국 내에 적이 있다는 건가? 그럼 혹시?’ 그런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보다 확실하게 말해줬다. “툰가 왕국, 그곳을 비롯해 곳곳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이용하는 무리가 있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라이틀링의 신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을 찾아 공략한 후 라이틀링의 신뢰를 얻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툰가 왕의 반지 !퀘스트 완료 시 ‘라이틀링의 전우’ 진행 가능 ‘드디어!’ 이제야 비로소 원하던 것이 나오는 순간. “물론 당장 자네를 신뢰할 수는 없네. 정확히는 자네의 실력을 확인할 수가 없네. 자네에게 내 대신 역할을 맡길 수 있을지......." 이어서 나온 NPC라이틀링의 말에 미다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겠습니다! 할 수 있음을 증명하겠습니다!” 그렇게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NPC라이틀링은 경고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얼어붙은 숲에 온 이유는 이곳 어딘가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연구한 이의 던전을 찾기 위함이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찾지 못 하고 있네. 자네에게 내 비약을 준 것도 그 때문이네.” “비약으로 선더버드의 탐색 능력을 강화하면 되는 겁니까?” NPC라이틀링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빠르게 가자!’ NPC라이틀링으로부터 받은 비약이 담긴 병의 뚜껑을 연 후에 그것을 손바닥에 흘렸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로 젤리와도 같은 것이 파란 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꿈틀꿈틀! 그리고 그 액체가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미다스의 손바닥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그 상황에 놀라는 미다스, 그 순간 잭팟이 날아와 그 파란 액체를 단숨에 부리로 쪼은 후에 그것을 단숨에 삼켰다. 꾸-우! 그리고는 이내 큼지막한 괴성과 함께 힘차게 날개를 펄럭이자 잭팟의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잭팟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미다스의 눈앞에 알림과 함께 세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모두가 하나같이 황금빛만을 내뿜는 카드들이. ‘기본 레전더리라고? 그냥 눈감고 골라도?’ 어처구니 없는 광경, 그 광경 속에서 카드 한 장을 발견한 미다스의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오리온의 노래 ]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오리온의 노래를 불러 오리온 신의 힘 일부를 지정한 대상에 강림시킨다. 대상의 모든 능력치가 증가한다. 버프 스킬, 그것도 말도 안 되는 버프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경악을 토해냈다. “씨발, 말도 안 돼!” 이후 제 입을 제 손으로 막은 미다스가 여전히 놀란 눈으로 잭팟을 바라봤다. 꾸우! 이제는 더 커진 몸을 자랑하는 잭팟.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골드를 바라봤다. “저 버릇 없는 나쁜 새가 덩치가 커졌군요. 그래도 저만은 못할 겁니다.” 그렇게 골드를 바라본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골드가 템세팅하고 이 버프까지 받으면…… 진짜 하극상 일어나겠네.’ BJ대마도사를 짓밟고 골드가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이 되는 그림이. ‘템 질러야겠다.’ 미다스의 가슴에 조금이나마 있던 망설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9. 얼어붙은 숲. 그곳에서 미다스가 하염없이 눈보라를 마주친 채 서있었다. 그런 미다스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추위 탓은 아니었다. ‘잠시 후 미팅.’ 이제 잠시 후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과 골드 특집 방송과 관련된 미팅을 해야 한다는 것. ‘블랙 클레이모어를 구매를 부탁해야지.’ 그 자리에서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블랙 클레이모어 구매를 부탁할 속셈이었다. 물론 사달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직접 지르는 건 죽어도 못하겠다.’ 돈은 자신이 지불할 테니 거래를 대신해달라는 것.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인맥 등을 고려하면 그게 훨씬 더 싸게 먹힐 일이었다. ‘내가 하는 게 최고이긴 한데.……’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미다스가 친 사고의 뒤처리 일부를 라이징 스타 채널에 맡기는 셈이었다. ‘아, 그동안 잘하다가 여기서 이런 실수를 하게 될 줄이야.’ 더불어 이게 처음이었다. 그동안 미다스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관리를 라이징 스타 채널에 맡긴 적이 없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잘 도와줬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이윽고 채팅창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 와튼 : 안녕하세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등장하자마자 인사를 건넸다. “크흠." 그 인사에 미다스가 즉답을 못한 채 짧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 진짜 말문 열기가 어렵네.’ 자기 죄를 아는 주제에 부탁마저 하는 입장에서 말문이 쉬이 열리면 그게 더 몰염치한 일. 해서 미다스는 일단 우회했다. “요즘 바쁘시죠? 저 때문에.”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와튼 : BJ대마도사님의 골드 특집 건 때문에 확실히 바쁘긴 바쁩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대답에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이 흘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와튼 : 더군다나 너무 일이 커져서, 관련된 일처리를 하는 게 평소보다 좀 힘들긴 했습니다. 이어진 채팅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이를 꽉 물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하는 말의 의미는 명백했으니까. 너 때문에 고생이 장난 아니다! ‘아, 젠장.’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처럼 별 볼 일 없던 녀석이 갑자기 좋은 성적에 취해 기고만장해지는 바람에 팀 오더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했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주었던 일을. 그 후에 감독 앞에 끌려온 상태에서 변명을 지껄이다가 이후 불호령을 받고 한 달 내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일을. 그 사례가 말해줬다. ‘부탁하면 안 돼.’ 지금은 괜히 블랙 클레이모어 구매 건 같은 건 꺼낼 생각도 하지 말라고. “죄송합니다.” 그냥 사과만 하라고. - 와튼 : 아닙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죠. 여하튼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물건은 전부 구했습니다. 그때 나온 채팅 내용에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물건이요?” - 와튼 : 예, 골드 특집에 대한 기대감이 이 정도인데 어설프게 할 수는 없죠. 그 순간 미다스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윽고 미다스는 눈치챘다. ‘내 뒷수습을 위해서 템 구하셨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음을. - 와튼 : 최고의 방송이 아니면 할 이유는 없죠.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만회할 기회를 주고 있음을. - 와튼 : 물건은 전부 도착했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앞에서 미다스가 할 말은 하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오늘 자기 전에 사장님이 계신 곳에 절 세 번 하고 자겠습니다. 만수무강하세요.’ 그저 감사를 표하는 것. 그렇게 미팅을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골드야! 템 가지고 올게! 기다려! 바로 올게.” 그로부터 10분 후, 다시 게임에 접속한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진짜 미치겠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뜬 후 제 인벤토리에 채워진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던 미다스가 골드를 향해 말했다. “골드야, 이제부터 네가 주인공하는 수밖에 없겠다.” 177화. < 56화. 하극상 (4). > 10. 그 자체만으로도 위엄이 넘치는 아이스 나이트의 육체. “주인님!” 그 육체 위로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든 갑옷과 검은색 투구 그리고 검은색 장갑을 착용하며 더더욱 위엄 넘치는 모습을 갖춘 골드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주인님의 이 끝을 알 수 없는 은혜에 도무지 몸 둘 바를 모를 따름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감격으로 가득 찬 골드의 그 목소리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저 말없이 골드가 착용한 아이템을 바라볼 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유니크 등급인 아이스 나이트 세트 아이템이었고, 그 후 차례차례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흑얼음 투구와 흑얼음 장갑이 눈에 들어왔다. ‘검객 세트라니…….' 검객 사사키 코지로, 그가 쓰던 세트 조합, 일명 검객 세트였다. 갓워즈에서 200레벨 이하 근접 딜러들, 그중에서도 칼을 무기로 쓰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꿈의 세트라고 불리는 세트이기도 했다. 그저 검객이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독한 한기 스킬에…….' 일단 아이스 나이트 세트 아이템 5파츠를 착용할 경우 아이스 나이트의 2페이즈 스킬인 ‘지독한 한기’ 스킬이 발동했다. 이 지독한 한기 스킬의 효과는 반경 6미터 내의 모든 적의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15퍼센트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흑얼음 투구와 장갑 효과를 더하면…….' 그리고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흑얼음 투구와 흑얼음 장갑은 상태 이상 효과에 노출된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각각 15퍼센트씩 증가시켜주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극공속 세팅이지.’ 즉, 아이스 나이트 세트와 흑얼음 투구, 장갑을 착용한 채 적을 상대하면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에서 엄청난 메리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메리트를 앞세워 검객은 전설 하나를 만들었었다. ‘이 세팅으로 검객이 아이스 나이트와 1대1로 붙었지’ 아이스 나이트와의 1대1 대결! 1대1로 싸워서 이긴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1대1로 어그로를 끌었고, 데미지 딜링은 원거리 딜러들이 주로 했다. ‘최후까지 어그로를 끌었고.’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홀로 아이스 나이트를 막아 세운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 당시는 이렇다 할 공략법이나, 정보도 부족하던 때였고, 검객이 엄청난 숫자의 원거리 딜러를 데리고 간 것도 아니고 고작 해야 7인 파티였었다. ‘그때 그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8천만 명이었지.’ 그 방송이 스타 플레이어였던 검객을 일약 슈퍼 스타 플레이어로 만들어주었고, 그런 이유로 검객은 그 이후 이 아이템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보관해두었다. 자신의 역사적 사건의 기념품으로 남겨두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미다스의 손에 온 것이었다. ‘선불로 이걸 받아내다니……’ 심지어 본래는 나중에, 의뢰를 수락한 후에 받아야 할 물건임에도 지금 일찌감치 받은 상태였다. 여러모로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는 일.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사이 골드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럭키를 향해 말했다. “후후! 보았느냐? 주인님께서 내게 주신 것을?” 츠릉! 그리고는 기나긴 흑빛 검신을 품은 클레이모어를 꺼냈다. [블랙 클레이모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55레벨 이상 - 검은 도시에서 소량만 생산되는 검은 수정으로 만든 무기다. 매우 무거우며 날카롭다. - 공격력 : 235 - 근력 +251 - 체력 +249 - 지력 +31 - 마력 +55 - 모든 물리 공격력 2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공격 속도 25퍼센트 감소 - 공격 시 높은 확률로 ‘아머 브레이킹’ 스킬 발동 그렇게 자연스레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객 세트에 블랙 클레이모어라니…… 이건 검객도 당시에 못 갖췄던 건데.’ 그 전설 당시 검객이 손에 든 것은 블랙 클레이모어가 아닌 다른 레전더리 아이템이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최고 레벨을 달성하는 플레이어들의 아이템 세팅은 후발주자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한두 곳 나올 수밖에 없는 법. 물론 그 이후에 검객 세트에 블랙 클레이모어를 착용한 플레이어들이 몇 있었다. 아즈모의 말처럼 돈으로 안 되는 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중에서 진짜배기 실력자는 몇 없었다. ‘골드가 이 세팅한 거 보여주면 채팅창 폭발하겠네.’ 그렇기에 골드가 이 세팅을 보여준다면 그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떠냐, 주인님께서 주신 이 방패가!” 기세등등해진 골드가 럭키 앞에서 팔을 들자, 그의 왼팔에서 검은 크리스털이 자라나더니 이내 방패가 되었다. 크리스털 실드! - 아이템 파괴 시 ‘수정 폭발’ 스킬 발동 - 아이템 파괴 시 ‘재생’ 스킬 발동 그 아이템의 핵심 옵션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렇게 손바닥에 가려진 미다스의 표정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아는 탓이었다.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제대로 결과를 못 만들면…… 다음은 없다.’ 이 모든 게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 정도면 그냥 활약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더욱이 이 정도 템 세팅을 했는데 그냥 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었다. “아."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중요한 경기에 완봉승 정도가 아니라 노히트노런을 해야 하는 기분이다.’ 이러한 기대에 보답할 방법이 아득했으니까. 꾸-우! 그렇게 아득함에 고민하는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잭팟이 크게 짖었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제 얼굴을 가린 손을 치우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번처럼 연리지 나무, 이어진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 나뭇가지 아래에 있는 정보도 보였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 - 던전 등급 : 레전더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70레벨 이하 - 던전 입장 가능 수 : 10명 이하 -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만든 던전이다. 타락한 존재들을 실험한 곳이다. - 던전 보상 : 알 수 없음 !던전 보상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 및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발자취’ 타이틀 지급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발자취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33) 지급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고개를 이를 꽉 물었다. ‘그래,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여기서 내가 상위 사냥터를 갈 수도 없잖아?’ 적은 이미 정해진 상황. 그럼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필요한 건 연출이다.’ 주어진 것을 이용해 더 색다르고, 놀라운 것을 만드는 수밖에. “골드야.” “예, 주인님." 그것을 위한 미다스가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몇 가지 명령어를 줄 거야. 그러면 내가 신호를 줄 때 그것을 말해.” 11. BJ대마도사 방송 역사상 가장 큰 기대감을 품게 만든 골드 특집. - 드디어 라이브 시작이다! - 골드 특집이다! 그러한 기대감의 정도는 채널에 접속한 사전 시청자 숫자가 말해주었다. - 라이브 방송하기도 전에 301만 명? 미쳤네. ㄴ 역시 세계 최고의 가디언 BJ골드다운 결과물이다! ㄴ BJ골드님의 위엄이 이 정도인데, BJ럭키님 특집하면 1천만 시청자 기본은 찍을 듯? ㄴ 응, 아니야. 이제는 BJ골드님이 최고야. ㄴ BJ럭키님이 방송 한 번 제대로 하셔야 이런 골드빠 놈들을 밟을 수 있는데, 빌어먹을 BJ대마도사 때문에 못하네. 이번 방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을. 심지어 시청자 숫자만 많은 게 아니었다. [아즈모 님이 접속했습니다.] [구스타프 님이 접속했습니다.] [라포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대단한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접속하기 시작했다. - 미친, 저거 리얼? - 저 정도 플레이어가 사전에 접속한다고? - 와, 이제 아즈모도 대기타는구나. 그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대기를 한다는 게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일. 한편으로는 과연 그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진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만한 일이었다. “예상대로 다들 관심이 뜨겁군” 물론 멀린은 알고 있었다. “뭐, 뜨거울 수밖에 없지.” 그들, 갓워즈의 슈퍼 스타들이 이 방송에 주목하는 이유를. “오늘 방송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BJ대마도사가 솔플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할 수 있을 테니까.” 처음 BJ대마도사가 붉은산에 왔을 때 모든 이들은 그가 이제는 파티 플레이를 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몇몇 길드는 적극적으로 BJ대마도사와의 협업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그는 솔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다음 사냥터인 얼어붙은 숲에 와서도 BJ대마도사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솔로 플레이를 했다. 당연히 이쯤 되면 다들 계산기를 다시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과연 BJ대마도사가 몇 레벨까지 솔로 플레이가 가능할지. 그리고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건 바로 골드의 활약 정도에 달려 있었다. “오늘 골드는 최고의 세팅을 해서 나왔을 테니까.” 무엇보다 골드는 이 이상은 없을 만큼 완벽한 아이템 세팅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방패를 준 거고. 안 그래?” 엠마, 그녀가 라이징 스타 채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크리스털 실드를 준 이유였다.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의 한계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어차피 안 줘도 구할 아이템인데, 주고 생색이라도 내는 게 나으니까.” 더 나아가 엠마가 주지 않았더라도 BJ대마도사가 구하고자 하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달리 말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의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게 멀린의 설명에 엠마가 조금은 심기 불편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였고, 멀린도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았다. “이거 나도 이름 걸고 채팅이나 해볼…… 아, 시작됐군.” 라이브 방송이 시작했으니까. 12. “안녕하세요, 오늘 BJ대마도사입니다.” 평소와 같은 인사말. 그러한 인사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뭐야? BJ골드 특집이라며? 왜 BJ대마도사가 나옴? - BJ대마도사는 눈치가 있으면 좀 빠져라! - 빨리 골드를 보여줘라! 닥치고 골드를 내놓으라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격렬했다. [아즈모 님이 10,05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선불로 보수를 받아갔는데, 골드 좀 빨리 보여주시지?] 심지어 아즈모마저 괜히 시간을 끌지 말고 골드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양손을 들며 말했다. “에이, 너무 그러지들 마세요. 골드 특집인 거 알고 저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설명할 기회를 줘야죠.” 그 신호에 미다스가 가볍게 턱짓을 했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주변을 찍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파악했다. - 얼어붙은 숲이 아니잖아? - 이거 던전 같은데? - 저번에 있는 이름 모를 마법사의 던전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그런데 그거 공략했잖아? 이곳이 필드가 아님을.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저만이 올 수 있는 던전이죠.” 이어진 설명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대마법사? 분명 대마법사라고 했지? 마법사가 아니라? - 뭐지? 상위 던전인가? - 그런데 그때 그 던전도 레전더리 등급 던전 아니었어? 그 던전보다 상위 던전이라고? - 설마 이번에도 새로운 몬스터? 그러한 분위기 미다스가 다시 턱짓을 하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바닥에 쓰러진 것을 찍었다. “블랙 아이스 골렘입니다.” 블랙 아이스 골렘이 갓워즈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 - 새로운 몬스터다! 그 놀라움 속에서 미다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상대해본 결과 아이스 골렘보다 확실히 강하더군요. 던전의 공략 방식은 저번과 같습니다. 방이 몇 개인지는 모르지만 갈림길이 있고, 그 끝에는 두 가지 방이 있습니다. 이지룸 그리고 서바이벌 룸.” 설명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골드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특집의 주인공을 소개할 때. “골드!”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 카메라가 골드를 촬영했다. - 진짜 아이스 나이트다! 시청자들은 가장 먼저 골드가 아이스 나이트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감탄했다. - 어? 저거? - 갑옷, 아이스 나이트 세트잖아? - 투구랑 장갑 저거 그거 아니야? - 흑얼음 투구랑 장갑이다! 검객 세트다! 그리고 이내 골드의 아이템 세팅을 확인하는 순간 채팅창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개중 몇몇은 말했다. - 에이, 검객 세트라니. 그냥 검객 세트처럼 아이템 구한 거겠지. - 검객이 저 세트를 얼마나 아끼는데? 자기 직속 제자들에게도 안 준 거라고. - 어차피 저번에 아이스 나이트 잡고 아이스 나이트 세트는 구했을 테니, 거기에 흑얼음 투구랑 장갑만 구한 듯? - 검객 코스프레네 ㅋㅋ 검객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아이템 세트를 모았을 뿐이라고. 타당한 생각이었다. [사사키 코지로님이 10,05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내 것이 맞음.] 그러나 이어진 사사키 코지로, 검객의 등장에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 검객이다! - 맙소사, 이제 검객까지 왔어! - 가만, 진짜 검객 세트라고? 그사이 새로운 후원 채팅이 떴다. [아즈모 님이 10,05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힘 좀 썼지.] 이제는 그 누구도 검객의 물건이란 것에 의문을 품지 못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골드에게 가볍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골드가 검을 뽑아 들었다. 흑빛 칼날이 자신의 존재감을 조용히 드러냈다. - 블랙 클레이모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라포 님이 10,05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저 검은 불사자 길드가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라포가 생색을 냈다. - 가만, 이거 역대급 세팅 같은데? - 진짜 장난 아니네. 자연스레 좌중의 기대감이 몰렸다. 그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골드 특집답게 준비했습니다." 그 말에 더 이상 불만을 품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재촉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모두가 집중만 할 뿐. “자, 그럼 이제부터 특집 방송을 시작해봅시다.” 그리고는 골드를 향해 말했다. “골드야. 한마디 해야지.” 그 순간 미다스가 골드만이 볼 수 있는 방향에서 검지를 펼치자, 골드가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인님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응? 뭐라고?” 그 말에 미다스가 놀라는 반응을 하며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제가 주인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미다스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대결을 합시다. 주인님과 저, 둘 중에 누가 더 몬스터를 많이 잡는지. 누가 더 이 파티의 주인공에 어울리는지.” 그 대목에서 채팅창은 일순 정지했다. 정말 잠시 동안 채팅창 위로 아무런 채팅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침묵이 끝났을 때 채팅창에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 골드가 하극상을 일으켰다! - 골드가 BJ대마도사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 드디어 골드님이 BJ자리를 계승하신다! BJ대마도사 대 골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특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78화. < 57화. 주인이 너무 약함 (1). > 원거리 딜러와 근접 딜러. 전혀 다른 이 두 타입의 딜러들은 모든 부분에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모든 부분에서 언제나 같이할 수밖에 없는 관계. - 역시 딜러는 원딜이지. 괜히 딜러의 꽃이겠어? - 솔직히 근접 딜러가 훨씬 더 힘들고 어렵지. 그러니까 진짜 딜러는 근접 딜러야. 그렇기에 모든 부분에서 경쟁했다. 더불어 갓워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 두 포지션의 딜러들이 경쟁하는 것에 열광했다. 즉, 그 둘의 경쟁이나 싸움은 흥행 보증 수표와 같았다. - BJ대마도사 골드 특집 방송 미쳤다! - BJ골드 대 BJ대마도사, 딜러 매치다! - 이긴 쪽이 방송 주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한 원거리 딜러 대 근접 딜러 매치업도 아니고, BJ대마도사라는 원거리 최강의 딜러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가디언의 대결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 와, 설마 이렇게 특집을 할 줄이야. - 가디언 대마법사라니! 기대감부터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 누가 이길까? - 그야 BJ대마도사이겠지. 저번에 파이어볼만으로 아이스 나이트 잡은 거 못 봤어? 동일 레벨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강이라고! - 골드 템세팅도 장난 아닌데? 검객 세트에 블랙 클레이모어 착용했어. 아머 브레이킹 터지기 시작하면 몬스터가 얼음처럼 부서진다니까? 심지어 아이스 나이트가 베이스라고! 무엇보다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일. 결국 답은 하나였다. - 다들 좀 닥쳐봐, 라이브 좀 보게 ! 직접 확인하는 것뿐. 그렇게 몰려든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와 골드는 모두가 감탄할 만한 전투를 보여줬다. 일단 골드의 전투가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훔쳤다. - 골드 싸우는 것 좀 봐! 검객 세트와 블랙 클레이모어, 그 두 가지를 앞세운 골드에게 블랙 아이스 골렘은 아이스 골렘보다 더 크고 시커먼 샌드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아머 브레이킹 발동했다! 특히 블랙 클레이모어의 특수 옵션, 아머 브레이킹이 발동하는 순간 보여주는 파괴력은 상식, 그 이상이었다. - 얼음이 아니라 과자네, 과자야. - 블랙 아이스 골렘, 저거 아이스 골렘보다 약한 거 아니야? - 거대화 스킬 사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블랙 아이스 골렘이 굉장히 약해 보이긴 하네. 블랙 아이스 골렘의 강함에 대해 의문이 절로 생길 정도. 임팩트가 남달랐다. 그런 골드의 전투 퍼포먼스에 비하면 BJ대마도사의 전투 퍼포먼스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 BJ대마도사도 장난 아니네. - 원래 장난 아니었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화려할 필요가 없었다.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을 앞세운 채 마법을 퍼붓는 그의 공세 앞에서 블랙 아이스 골렘은 제대로 버티질 못했으니까. 굳이 화려한 범위 마법을 쓰거나, 다채로운 마법을 쓸 이유가 하등 없었다. - 럭키 없이도 저 정도네. - 럭키 저기도 풀 죽은거 봐. 하물며 그 과정에서는 럭키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4번째 잡았다! - 골드도 4번째 잡았어! - 이번에도 무승부? 그러한 그 둘의 경쟁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만큼 박빙의 대결이었다. - 아, 결과는 다음에 봐야겠네. - 이거 진짜 누가 이기려나? - 골드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거의 기본기만으로 잡고 있잖아? 반면 BJ대마도사는 스킬 쿨타임 계산 한 번 꼬이면 바로 질걸? - 반대지. BJ대마도사가 모든 마법 쓰려고 작정하면 제아무리 골드라고 해도 답이 없어. 그러한 그 둘의 대결에 시청자들은 저마다 승패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BJ골드가낫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가이기지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역시BJ골드지 님이 1,000엔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최고임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응원하는 편을 향해 아낌없는 후원 공세도 펼쳤다. 그렇게 승자와 패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의 무대가 된 채팅창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음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박빙의 승부는 미다스, 그가 연출한 것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골드는 그의 가디언 아닌가? 페이스를 조절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더 딜량도 많이 나오고.’ 더 나아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데미지 딜링 부분에서는 미다스가 훨씬 우위였다. 어쩔 수 없었다. 골드가 분명 엄청난 아이템 세팅을 한 건 맞지만, 미다스 본인도 아이템 세팅으로는 역대급 수준. 능력치 역시 미다스의 경우에는 이미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골드가 8마리 중 4마리 상대해주는데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지.’ 결정적으로 골드가 4마리를 상대해준다는 것은 미다스 입장에서 보자면 골드가 4마리나 되는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주는 격이었다. ‘광전사 쓰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골드가 광전사를 쓰는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광전사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골드에게 미다스가 내릴 수 있는 명령은 공격! 단지 그뿐이었으니까. 지금처럼 적당히 작당을 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미다스가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번 방도 무승부네요. 골드, 너무 열심히 하네. 아, 그냥 여기서 적당히 끝낼까요?” 그렇다고 광전사 스킬을 보여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 응, 아직 광전사 쓰지도 않았어. - 광전사 언제 씀? - 광전사라면 모른다! 골드 특집에서 광전사 모드를 쓰지 않는다면 현재 접속한 시청자들이 안티팬이 되어 미다스를 물어뜯을 테니까. ‘580만 명, 많이도 모였네.’ 한두 명이 아니라 이제는 600만 명에 근접한 시청자들이. “광전사 모드가 그렇게 보고 싶으시다면, 뭐 좋습니다.” ‘이제 해볼까?’ 물론 그렇기에 준비해두었다. “지금처럼 이지룸이 아니라 서바이벌룸에 걸리면 광전사 모드 가겠습니다.” 광전사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에 대한 대답을. 그러한 미다스의 선언에 시청자들이 화답했다. - 그냥 이지룸에서 쓰지? - 그러고 보니 방 5개 지나오는 동안 전부 이지룸만 걸렸네. 운빨 장난 아니네. - 잠깐! 그럼 앞으로도 이지룸만 나오면? 그럼 한 번도 안 쓰는 거 아님? - BJ대마도사 야비하게 질 거 같으니까 광전사 스킬은 죽을 때까지 안 쓰네. - 광전사 쓰는 순간 BJ대마도사를 공격할지도 몰라서 안 쓰는 거 아닐까? 그냥 빨리 쓰라고.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지룸에선 8마리밖에 안 나오는데 광전사 쓰는 건 몬스터들에게 좀 미안하잖아요?”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화답하며 미다스가 다음 방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이윽고 등장한 갈림길, 그 갈림길의 좌우를 슬쩍 살핀 미다스가 왼쪽으로 이동하며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저도 아껴둔 히든 카드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봐준 거라고요. 설마 제가 진심으로 골드랑 싸우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때였다. 미다스가 새로운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러한 미다스와 채팅을 나누던 시청자들 중 일부가 말했다. - 어? 뭐야? 블랙 아이스 골렘 없잖아? - 지금까지랑 좀 다른데? 앞선 방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없는 무대. [10분 동안 생존하십시오.] 그 무대 위로 미다스만이 들을 수 있는 알림과 함께 바닥에서 얼음들이 솟아올라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이제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라포 님이 10,05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서바이벌 룸이네.] 그리고 라포가 시청자들의 예측을 확신으로 만들어줬다. 그 순간 시청자들 모두가 소리쳤다. - 광전사다! - 골드 광전사다! BJ대마도사가 약속을 지킬 때가 왔음을. 그 모습을 본 미다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골드, 광전사.” 약속대로 미다스가 광전사 스킬을 발동했다. [골드가 광전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러자 골드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블랙 아이스 골렘이 등장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등장한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골드가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콰앙! 이성이란 한 점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정면에서 달라붙어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쉼 없이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골드의 모습은 앞선 모습과 전혀 달랐다. 폭주! 그 단어가 어울릴 만큼 저돌적이었고, 공격적이었다. 방어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공격을 날리고자 할 뿐. 콰앙! 자연스레 이제까지와 달리 블랙 아이스 골렘의 공격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골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서기는커녕 블랙 아이스 골렘의 묵직한 공격을 꿋꿋이 버텨내며 블랙 아이스 골렘의 옆구리를 향해 재차 공격을 날렸다. 콰앙! [아머 브레이킹이 발동했습니다.] 그 공격에 블랙 아이스 골렘의 옆구리가 산산조각이 났고, 이후 골드는 같은 부위를 연거푸 공격했다. 그렇게 삽시간에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하는 골드의 모습은 광전사, 그 표현이 부족함이 없었다. - 진짜 광전사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 모습에 열광했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시선을 돌렸다. - BJ대마도사는? 과연 저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골드를 상대로 BJ대마도사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 용열병 쓰겠지? - 인페르노, 선더볼트, 쇼크 웨이브 콤보 나올지도 몰라! - 인페르노랑 리플레이 조합으로 더블 인페르노 갈지도 몰라! 이제까지 언제나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BJ대마도사였기에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히든 카드 꺼냅니다.” 그 외침에 이미 들끓던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히든 카드라니? - 맙소사, 이번에는 뭐지? - 새로운 스킬이다! 새로운 스킬을 공개하려는 게 분명해! - 150레벨쯤 되니까 새로운 스킬이면…… 리틀 토네이도? 리틀 토네이도도 습득한 건가? 모두가 새로운 스킬의 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럭키. - 응? - 어?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물음표가 도배되었고,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소리쳤다. “도와줘!” 왕! 그 외침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장을 향해 돌진했다. 호우우우! 그러한 럭키의 하울링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채팅창 안이 시청자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 BJ대마도사, 이 새끼가? - 와, 이건 상상도 못했다. - 이건 사기지! 설마 여기서 럭키라는 카드를 꺼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 진짜 BJ대마도사 그렇게 봤는데, 진짜 그렇게 할 줄이야. - 진짜 BJ대마도사 믿진 않았는데, 이럴 줄은 알았다. - 싸우다가 질 거 같으니까 엄마 부르는 거랑 다를 게 뭐야? - 와, 이건 너무 하네. 이러면 승부가 안 되잖아? 무엇보다 럭키를 꺼낸 이상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승리가 당연시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대로 승부가 끝나는 셈.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마법 캐스팅을 마친 후에 말했다. “럭키와 저는 한 몸입니다. 그런 럭키를 쓰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상태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파이어볼을 새로이 등장한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신수도 실력이죠.” 그 말에 시청자들이 반발했다. [라포 님이 10,05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갓워즈에서 가장 신수의 덕을 본 라포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블랙 아이스 골렘이 등장합니다.] 그러는 사이 블랙 아이스 골렘의 숫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 젠장, 벌써 10마리다! - 골드가 한 마리 잡았는데도? 어느새 10마리나 되는 블랙 아이스 골렘이 자리를 잡았고, 그 이후에도 거듭 숫자가 늘어났다. 서바이버룸답게 방문자들의 생존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다. - 아, 등장한 애들이 골드한테 몰려가고 있어! - 이거 위험한데? 그것은 골드에게 있어서 썩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이제부터 사방에서 달려드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직접 상대해야 했을뿐더러, 지금 골드에게는 그러한 블랙 아이스 골렘들을 상대로 어그로를 관리할 이성이 없었다. “골드 녀석, 주인에게 반기를 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반면 그럴 필요가 없는 미다스는 슬쩍 자리를 이동해 용맥 하나를 밟으며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순간이었다. “자, 이거 한 방으로…… 응?” 미다스가 럭키의 지원 속에서 자신이 사냥하던 블랙 아이스 골렘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콰앙! 어느새 등장한 골드가 미다스가 잡던 블랙 아이스 골렘의 몸뚱이를 블랙 클레이모어로 부쉈다.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몬스터 스틸이 이루어지는 순간. “어? 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랐으나, 골드는 그러한 미다스의 말은 조금도 듣지 않았다. 콰앙! 곧바로 럭키와 싸우고 있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돌진하며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니, 이건 아니지! 스틸이 어디 있어? 반칙! 이거 반칙 아닙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구스타프 님이 10,05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계급장 떼고 하는 싸움에 반칙이 어디 있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5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꼬우면 너도 스틸하든가.] 반칙 따윈 아니라고. 실제로 반칙은 아니었다. 지금 골드는 광전사 모드였고, 광전사 모드인 가디언이 인지하는 건 주인을 위협하는 적을 공격으로 분쇄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오히려 지금 이 광경은 골드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 원킬내면 되겠네. - 맞아, 골드가 스틸 하기 전에 잡으면 되잖아? 골드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것. 물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즉, 이 대결은 사실상 끝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5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Succeeding you, master.] 골드가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179화. < 57화. 주인이 너무 약함 (2). > 2.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 10분 동안의 생존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 사이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들이, 블랙 아이스 골렘의 파편들이 너부러진 것이 보였다. 그 숫자는 엄청났다. ‘14마리.’ 이제까지 이지룸에서 등장하던 숫자는 8마리였던 걸 생각하면, 서바이벌 룸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8마리와 14마리를 상대하는 건 사냥 난이도로 따지면 2배, 그 이상이었으니까. ‘해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생존, 그 이상을 해낸 미다스가 감동에 젖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와, BJ대마도사……. 그런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말했다. - 와, 어떻게 1마리를 못 잡냐? - 1마리도 못 잡은 놈이 똥폼 잡는 거 보소. - 야, 눈 안 풀어? 어디서 감동하는 척이야? 폼 잡지 말라고. 그러한 시청자들의 말에 미다스가 그 누구보다 억울한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아니, 솔직히 이건 반칙이죠. 그리고 저 4마리 잡았거든요?” - 응, 럭키가 잡은 거야. “럭키랑 저랑 한 몸이거든요? 럭키야, 우리 한 몸이지? 응?” 왕! - 럭키 님이 자꾸 그런 식으로 개소리하면 동물 학대로 고소하신다는데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시청자들,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보다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납득 못합니다. 이 승부 무효입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단호함에 시청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1호팬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 : 그럼 골드랑 1대1 콜?] 그 후원 채팅이 단숨에 채팅창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 1대1 좋다! - 그래, 굳이 어렵게 대결하는 것부터가 이해가 안 됐어. 그냥 깔끔하게 한 판 붙자! - 골드야 장비 챙겨라! - BJ골드님 BJ대마도사 잡고 꽃길만 걸읍시다! 채팅창이 골드와의 1대1 대결을 하라는 의견으로 가득 찼다. 후원도 마찬가지였다. [BJ골드승리건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KO승예상 님이 5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가볍게1승 님이 3,000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이길듯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러한 채팅창의 여론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은 헛기침을 내뱉은 후에 말했습니다. “크흠, 좋습니다. 제 패배를 인정합니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 쫄? 그러한 도발을 애써 무시하며, 미다스가 잽싸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이제부터 골드 위주로 파티 플레이를 하겠습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골드를 향하게 하고, 저는 이제부터 골드를 후방에서 전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터로만……." 패배는 인정했고, 이제부터 골드 위주로 방송하겠다! 허나, 그러한 미다스의 시도를 시청자들은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 정리하면 BJ골드님 앞에 두고 자기는 뒤에서 데미지 딜링 짤짤이나 하겠다? - 그냥 BJ골드님 버스 탄다는 거잖아? - 어디서 주인 주제에 가디언 님의 버스를 타려고? 와, 이거 완전히 주객전도 아님? 뭘 해도 미다스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 그 상황 앞에서 미다스가 결국 항복하며 말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습니까?” 3. - 나는 가디언 골드님을 지키는 골드님의 주인, BJ대마도사다! 가디언님에게 접근하는 건 이 주인인 내가 용납지 못한다! 그 말과 함께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달려드는 BJ대마도사를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고생하시네, 고생해.” 그러자 다른 직원이 커피를 홀짝이며 그 말을 받았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지. 소식 듣고 지금 시청자 숫자가…… 맙소사, 700만 돌파했네?” “700만?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대화를 나누던 직원들이 다시금 모니터를 바라보는 순간 블랙 아이스 골렘이 BJ대마도사를 향해 제 주먹을 망치처럼 내리쳤다. - 콰앙! 원거리 딜러, 그것도 마법사가 저런 공격을 당하는 건 보통의 경우에는 사고였다. 라이브 방송으로 결코 송출시켜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고! 그러나 그 라이브를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중에 무언가 행동을 하는 이는 없었다. 행동이 있다면 팝콘을 입에 넣는 것 정도. - 으으! 얘들아 딜링 좀 빨리해! 주인 죽는다! 그런 그들의 눈에 블랙 아이스 골렘의 주먹을 버텨내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쇼맨십 수준이 차원이 다르니까.” “저걸 버티는 것도 대단하네. 근력 스탯이 대체 몇인 걸까?” 그러한 라이브 상황 속에서 긴장할 이유는 없었고, 당연히 모두가 지금 라이브 방송을 즐겼다.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방송을 즐기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박영준은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지나간 영상을 리플레이로 시청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룸, 그곳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영상을.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다.’ 그 영상 속에서 BJ대마도사는 14마리나 되는 블랙 아이스 골렘을 10분만에 처치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 정도면 다음 사냥터도 솔플이 가능하다.’ BJ대마도사가 앞으로도 솔로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200레벨 이상에서도 솔로 플레이가 가능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성장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레벨을 넘기는 순간에도 솔로 플레이를 할지 모른다는 것. 그게 박영준이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이유였다. “이야, 결국 BJ대마도사가 탱킹 다했네.” “그보다 큰손들 후원이 없네? 다들 즐기는 모드인 건가?” “뭐, 딱히 끼어들 구석이 없잖아?” 그리고 현재 라이브 방송 중에 큰손들의 후원이 없는 이유였다. ‘200레벨 이상부터는 프로 플레이어의 영역이다. 진짜 제대로 된 돈이 오고가고, 갓워즈 플레이어가 직업인 이들이 목숨 걸고 하는 영역. 그렇기에 서로가 손을 잡고, 협력하고, 저마다의 카르텔을 만드는 곳.’ 지금 큰손들 모두가 계산기를 새로이 두드려야 한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놀라운 활약을 보이는 와중에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이렇다 할 개입이나 방해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BJ대마도사가 언젠가는 길드에 가입하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BJ대마도사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을 뿐더러, BJ대마도사를 영입하면 그보다 더한 대박은 없지 않은가? 달리 말하면 대부분은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이 만든 룰을 따라주리란 생각을 했다. 아니, 따라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카르텔들이 가득한 곳에서 BJ대마도사가 솔플을 한다면…… 셈법이 달라질 수밖에.’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러한 생각에 파문을 만든 것이다. 난 당신들이 만든 룰 따위를 준수할 생각이 없다. - 아, 못 해먹겠네, 서러워서 스펙업하든가 해야지. 조만간 진짜 제대로 지릅니다! 그리고 그 룰을 준수하지 않아도 될 만한 힘이 있다. ‘기득권을 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게임 체인저이지.’ 그러한 BJ대마도사를 향해 과연 앞으로도 모두가 방관이란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분명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 혹은 견제가 생길 터.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도 게임 체인저이고.’ 동시에 BJ대마도사를 이용해서 지금의 판을 흔들며 더 거대한 기득권을 손에 쥐고자 베팅을 하는 이도 나올 터였다. ‘여러모로 BJ대마도사의 몸값은 오르겠지.’ 자연스레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도달할 것이다. ‘BJ대마도사가 계획한 대로.’ 그리고 박영준은 이 모든 것은 BJ대마도사의 철저한 계획 끝에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했다. ‘그렇다면 필시 오늘 이 방송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지.’ 아직 BJ대마도사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음을. ‘보스룸에서.’ 그리고 오늘 그것을 분명 보여주리란 것을.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의 서바이벌 룸 영상을 재생하여 보던 박영준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 아, 이제 갈림길 없네요. 그럼 이 끝은 보스룸이겠군요. 보스룸. 그 단어에 박영준이 고개를 들어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에게 BJ대마도사가 두 손을 모은 채 부탁을 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 시청자 여러분, 솔직히 보스룸에서조차 탱커하면 죽을 거 같거든요? 아시잖아요? 저 마법사입니다. 약한 마법사. 그 방송을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저마다 감상을 내뱉었다. “확실히 탱킹하는 것도 보여줬고, 이제는 다른 걸 보고 싶긴 하지. 응? 너 지금 뭐하냐?” “뭐하긴, 후원 채팅 보내잖아.” “후원 채팅?” “응원해야지.” “응원? BJ대마도사?” “아니, 골드.” 자연스레 사무실 안이 미소가 가득 찼다. 물론 그 미소 중에 박영준의 미소는 없었다. - 예, 정말 최선을 다해 데미지 딜링으로 골드님을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시작됐군.’ 오늘 이 라이브 방송이 만들 후폭풍을 준비 할 뿐. 4. “스트렝스, 헤이스트, 라이트닝 실드.” 연달아 골드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준 미다스가 이내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버프 다 걸었습니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버프 포션은? - 좋은 거 숨겨두지 말고 꺼내셔 골드님에 바치시죠? - 골드님 버스 타는 주제에 탑승료 안 낼 속셈이셨음? 와, 약한 줄만 알았는데 양심도 없을 줄이야? 그 대답에 미다스가 두 눈을 꾹 감은 채로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냈다. 그 포션의 정체를 확인한 시청자들이 재차 말했다. - 어허! 그런 싸구려 포션 말고 비싼 거! - 고작 골드님에게 100골드짜리 포션을 꺼내다니? 골드님은 300골드 이하는 안 드시는 거 몰라? - 어제 BJ대마도사가 인벤토리에 겁나 비싼 포션 숨겨놓은 거 내가 봤음! 아무튼 봤음! 그 반응에 미다스가 꺼낸 포션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은 후 새로운 포션을 꺼낸 후에 골드에게 건네줬다. 그제야 시청자들이 만족했다는 채팅을 보냈다. “아, 내 포션……." 그것을 본 미다스가 울상을 지었다. ‘오케이, 분위기 최고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계획한 그대로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이 모든 분위기, 흐름, 과정은 미다스가 기획한 바였다. 골드 특집이라고 해서 그냥 골드가 잘 싸우는 것만 보여줘서는 금방 흥미가 떨어지는 법. 개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하이라이트를 아끼는 것이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방송 중간에 내보낸다면, 사실상 방송은 거기서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제 보스룸에서 진짜 제대로 싸우는 거 보여주면…… 최고의 골드 특집이 되겠지.’ 그래서 미다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썼고, 보스룸 앞까지 하이라이트를 아낄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보스룸에서 미다스는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속셈이었다. “자,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그러한 의지를 품은 미다스가 보스룸,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마지막 방에 입장했습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엄습합니다.] 그렇게 들어선 보스룸에서 가장 먼저 미다스를 마중 나온 것은 검은 기운들이었다. 그러한 검은 기운이 살아 움직이며 단숨에 미다스를 비롯해 모두를 휘감기 시작했다. [???의 알이 알 수 없는 기운을 흡수합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가슴팍이 빛을 내뿜으며 그러한 검은 기운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뭐지? - 스킬인가? 스킬 같진 않은데? - 가슴에 빛나는데, 저거 뭐야? - 아크 리액터다!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가 분명해! - 어쩐지, BJ대마도사 얼굴에 철판을 깐 거 같긴 하더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모두가 놀랐다. ‘아, 젠장.’ 미다스도 놀랐다. 설마 보스룸에 입장하는 순간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등장할 줄이야? 예상 밖의 일.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대로 밀고 나간다.’ 화룡점정, 이제 화룡의 눈을 찍을 일만 남은 상황에서 그 일을 망칠 수는 없는 법. 미다스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골드! 거대화, 광전사!” 일단 가장 먼저 오늘의 주인공은 골드의 존재감을 강조시켰다. “럭키,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리고 곧바로 럭키의 워하울링을 발동시켰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 가만, 오늘 럭키가 워하울링 쓰는 거 처음 아닌가? - 그러네? - 맙소사 그럼 이제까지 워하울링 없이 이 정도로 싸웠다고? 그러나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잭팟!" 여기서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히든 카드를 꺼냈다. 꾸우! “골드에게 오리온의 노래다!” 꾸-우!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잭팟이 날갯짓을 하며 거대화하며 3미터 가까운 신장을 가지게 된 골드의 어깨에 날아가 앉은 채 노래를 시작했다. 꾸우우우! 그렇게 잭팟의 노래가 시작되자, 잭팟의 입에서 노란 빛들이 흘러나오며 골드의 온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오리온 신의 힘이 골드의 몸에 깃듭니다.] [골드의 이동 속도가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골드의 공격 속도가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골드의 모든 공격력이 15퍼센트 증가합니다.] 그렇게 잭팟의 노래와 럭키의 하울링이 어우러지며, 거대한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잭팟이 버퍼였어? - 가만, 오리온의 노래라고? 아니, 잠깐! 거대화에 광전사에 오리온의 노래 콤보면…… 사기잖아? 동시에 채팅창 안은 혼란만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채팅은 없었다. 그저 제대로 이성을 거치지 못한 감성적인 단어들, 오탈자들, 느낌표 따위들로 만들어진 태풍이 불뿐. 때문에 미다스는 더 이상 채팅창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제는 앞서서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기색도 없었다. 그 어느 때부터 전의로 가득 찬 표정만이 보일 뿐. ‘자, 이제 나와라.’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서 검은 기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무대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무대 그 위로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보스 몬스터 나왔어? -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블랙 아이스 골렘들 같은데? 보스룸 아니었나? - 그런데 몇 마리지? 무려 25마리에 이르는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10분 동안 생존하십시오.] 서바이벌, 그게 이번 보스룸의 과제였다. 180화. < 57화. 주인이 너무 약함 (3). > 5. 적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상대하는 이가 느끼는 리스크와 부담감은 숫자 이상으로 늘어나는 법. 8마리만 나오는 방이 이지룸이고, 14마리가 나오는 방이 서바이벌 룸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블랙 아이스 골렘 8마리를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파티에게 14마리는 생존의 위협과 같았다. 하물며 그 숫자가 25마리라면? 솔직히 그 숫자를 맞이하면 생존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조차 염두에 두는 게 어려웠다. 아니, 숫자를 넘어서 그게 25마리라고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사람 20여 명이 몰려다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30명 혹은 그 이상으로도 체감되는 법이니까. -헐. 당장 시청자들이 그러했다. - 골렘 투성이네. 무려 25마리나 되는 골렘이 모습을 드러내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본 시청자들 중에 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 큰일났네. 그 누구도 싸워라! 혹은 도망쳐라! 같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을 상대로 싸우고,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떠올리는 것조차 못할 정도였기에. 그 정도로 아득한 광경이었다. 하물며 그 모든 것을 그 누구보다 명명백백하게, 숫자는 물론 배치마저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 느끼는 아득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25마리, 젠장!’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미다스는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냉정함을 되찾은 후에 블랙 아이스 골렘 숫자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써야겠지만 미다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자연스레 미다스는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저걸 상대로 10분간 버티라니, 죽을 맛이네.’ 저 25마리의 블랙 아이스 골렘을 상대로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흩어지거나 혹은 뭉치거나.’ 자신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벽을 세워야 해.’ 여기서 미다스가 가장 먼저 고른 선택지는 후자였다. ‘골드 양옆으로 블레이즈 골렘을 배치한다.’ 거대화 모드인 골드와 블레이즈 골렘, 이 셋에게는 이 공간에서 도망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25마리나 되는 블랙 아이스 골렘이 이 무대에 나온 것부터가 강요였다. 도망칠 틈은 주지 않으니, 맞서 싸워 버텨라! 그렇다면 차라리 뭉쳐서 벽을 만드는 게 나을 터. 그게 아니더라도 미다스 입장에서는 골드를 앞세운 벽을 만드는 게 유리했다. ‘보스몹도 아니고, 골드라면 밀릴 일은 없다.’ 지금 골드의 파괴력과 돌파력은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여기에 미다스는 그 벽을 앞세운 채 화력을 퍼부을 터. 그러면 10분 정도 버티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버티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그저 버티는 거라면 이 방송을 이제까지 힘들게 해온 보람이 없었다. ‘여기서 그냥 버티다 끝나면 오늘 방송은 최악이 될 테니까.’ 그저 그런 마무리는 용납되지 않았다. 미다스 본인만이 아니었다. ‘오늘 이 방송을 위해서 사장님이 해준 투자가 얼만데!’ 장담컨대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님은 그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할 터. 물론 그런 결과물을 보고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미다스를 욕하고, 나무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미다스가 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으로 도와줬다. ‘사장님 얼굴을 봐서라도 베스트 시나리오를 만들어야지.’ 그 믿음에 먹칠을 하는 건 미다스, 본인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한 가지 수를 더 썼다. “럭키야!” 왕! “파이어 스텝!” 럭키를 부른 후에 럭키에게 파이어 스텝을 걸었다. 그 의도는 뻔했다. “불 질러!” 이곳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 왕! 그러한 미다스의 명령에 파이어 스텝이 발동한 럭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그런 럭키를 잡기 위해 검은 골렘들이 자신들의 발과 주먹을 쉼 없이 내리찍었다. 무너지는 건물 사이를 도망치는 듯한 광경.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럭키에게 한 가지 카드를 더 줬다. “전광석화!” 그때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럭키의 몸에 가속을 붙여줬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가속도를 붙였다. 콰앙! 그사이 전투가 시작됐다. 블레이즈 골렘 사이에 낀 채 블랙 아이스 골렘을 향해 돌진하는 골드 그리고 골렘들 사이를 전광석화 상태로 움직이는 럭키를 쫓고자 하는 25마리의 골렘들이 서로 부딪치며 거듭 굉음을 토해냈다. 그제야 시청자들도 제대로 반응했다. - 전투 시작이다. - 그래서 어떻게 하려는 걸까? 그뿐이었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선택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의문을 던졌다. - 싸우는 거야? 시간벌이야? 버티는 거야? - 그냥 버티려는 거 아닐까? - 골드로 벽 세우고, 럭키로 어그로 끄는 거? 과연 미다스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인페르노 앤 쇼크 웨이크 앤 체인 라이트닝, 사역마 파이어볼.” - 맞불이다! - 전면전이다! 자신이 택한 것이 무엇인지. 그 사실을 파악한 시청자들이 이제는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 BJ대마도사 가즈아! 오늘 라이브 방송, 최후의 전투가 시작됐다. 6. 화르르! 불길이 들판의 갈대처럼 깔리고, 그 위로 블랙 아이스 골렘 무리와 골드, 블레이즈 골렘이 결코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는 임전무퇴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치열하기 그지없는 전장. ‘마지막이다.’ 그 전장 속에서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블레이즈 골렘과 골드, 그 둘 사이를 비집고 날아갔다. 퍼엉! 그리고 얼마 후 큼지막한 폭발음이 들렸다. [블랙 아이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렸다. 거기까지였다. 그 알림을 미다스는 더 이상 마법을 캐스팅하지 않았다. 여전히 블랙 아이스 골렘들이 넘쳐남에도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10분이 지났습니다.]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싸울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는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보았다. 녹아내리는 블랙 아이스 골렘들, 그 사이로 녹지 않은 블랙 아이스 골렘의 잔해들이 보였다. 미다스가 사냥한 것들이었다. - 14마리 잡았네. 그 숫자는 솔직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 숫자는 아까 서바이벌룸이랑 똑같네. 당장 골드와 대결을 펼쳤던 때, 서바이벌 룸에서 사냥한 골렘의 숫자도 14마리였으니까. - 설마 이만큼이나 잡을 줄이야. - 난 솔직히 10마리 잡기 힘들거라고 봤는데, 어마어마하네. 그러나 그것이 똑같은 14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적어도 이 방송을 보는 이들 중에는 없었다. 25마리를 상대로 14마리를 사냥하는 것과 14마리를 잡는 것, 그것의 난이도는 전혀 달랐으니까. - 시간 더 있었으면 다 잡았겠네. 무엇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났다면, 누가 진정한 승자였는지는 굳이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이었다. - 골드가. - 그렇지, 골드가 다 잡았겠지. 그리고 골드가 만든 결과물이기도 했다. 과찬이 아니었다. - 골드가 블레이즈 골렘 사이에 낀 채로 1대1만 하니까 막을 방법이 없네. - 보스몹 아니면 그냥 1대1 자체가 안 될 듯. - 보스몹도 힘들 거 같은데? 1대1, 그 싸움에서 오리온의 노래마저 받은 골드를 블랙 아이스 골렘이 어찌할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미다스가 블레이즈 골렘을 골드의 양옆에 붙인 이유였다. 골드가 1대1, 그 전투만을 거듭할 수 있도록. - 럭키 없었으면 안 됐을 이야기야. - 어그로 관리는 럭키가 다했지. 파이어 스텝을 사용한 채 전장을 헤집고 다니며 블랙 아이스 골렘에게 지속적인 데미지 딜링은 물론 놈들의 어그로를 끌며 시간을 번 럭키의 화력도 눈부셨다. - 잭팟이 버퍼일 줄이야. - 상상도 못한 정체였어. 또한 잭팟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이번 전투를 본 이들 모두는 동의했다. - 다음 사냥터도 굳이 파티플레이 없이 하겠는데? - 다음 사냥터면, 얼어붙은 숲 다음이니까 정령 기사들인가? - 하는 정도가 아니라 씹어 먹겠지. 블랙 아이스 골렘 25마리를 상대로 10분 만에 14마리를 잡는데, 정령 기사들이 장난 아닌 건 알지만 솔직히 상대가 되겠어? - 몬스터들아, 인간이 미안해. 이 다음 무대에서도 BJ대마도사는 모두가 기대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리란 것을. 그러한 사실에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머금었다. ‘운이 좋았어.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투의 결과물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운이 좋다, 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보스룸이 서바이벌 퀘스트였을 줄이야. 난 블랙 아이스 나이트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일단 이 상황은 미다스가 예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다스는 보스룸에서 25마리의 블랙 아이스 골렘이 나오리란 걸 머릿속에 염두에 두지조차 못했으니까. ‘멍청했어.’ 물론 그건 미다스의 실수였다. 그가 정말로 철두철미했다면 지금과 같은 경우도 자신의 경우의 수에 넣어둬야 했을 터. 어쨌거나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에게 가장 큰 행운이 따른 건 다름 아니라 마력이었다. ‘앞서서 탱킹한답시고 나서면서 마력을 안 써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연출을 위해서 보스룸 앞까지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 것. 그 덕분에 보스룸에서 마력이 넘치는 것은 물론 모든 마법 스킬의 쿨타임 및 포션 쿨타임도 없었다. ‘사안도 충전된 상태였고.’ 보스룸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건 기본이지만, 이토록 확실한 만반의 준비가 저절로 됐다는 건 분명 운이 따랐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14마리밖에 못 잡았네.” 물론 그러한 사실을 굳이 시청자들 앞에서 친절하게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이런 상황도 나올 줄 알고 나름 대비했는데……." 이 모든 건 예상한 바였다! “솔직히 20마리는 잡고 싶었는데 쉽지 않네요. 20마리 잡을 거 염두에 두고 마력을 조금 아꼈는데, 그게 실수였네요. 그냥 처음부터 화끈하게 지를 걸 그랬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거하면서도 장난기 섞인 발언에 감탄을 토해내던 시청자들도 기색을 바꾸었다. - 응, 골드빨. - 누가 봐도 럭키빨이지. - 와, 잭팟 없었음 게임 오버 당했을 주제에! - 블레이즈 골렘들에게 절부터 하시죠? - 템빨이니까, 일단 착용한 아이템에 절하는 게 먼저 아닐까? 감탄과 놀람을 지우고, 웃음을 보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재차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15분이었으면 다 잡았을 텐데. 그보다 너무 쉽게 하긴 했네요. 결국 위기는 없었잖아요? 역시 일반 몬스터들 상대로는 머릿 수가 늘어도 위기감이 없다니까요.”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 그 말에 곧바로 대답이 왔다. [아즈모 님이 10,06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음 의뢰는 내가 준 의뢰인데, 내 기준에서는 꽤 힘든 의뢰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아닌 것 같네.] 그 말에 미다스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얼마나 어려운 거길래?’ 정확한 의뢰 내용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 하물며 미다스에게 그 의뢰를 거절할 방법은 없었다. 이미 아즈모가 준 의뢰의 보상을 다른 누구도 아닌 골드가 입고 있었으니까. [아즈모 님이 10,06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음에는 진짜 아무도 못 하는 걸 가져다줄게. 내가 봐도 못할 거 같은 거. 괜찮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어진 아즈모의 말에도 미다스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물론이죠. 뭐든 어려운 거, 이제까지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한 몬스터, 던전, 퀘스트는 저에게 맡겨주시죠!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이죠." 고난과 역경, 기꺼이 받겠다! ‘……앞으로 의뢰 난이도 장난 아니겠네.’ 그렇게 제 스스로 고난에 발을 담근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던전을 공략하셨습니다.] “아, 던전 공략됐네요.” 이제는 끝이 왔음을 알리는 알림. “자,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긴 방송을 봐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을 끝냈다. 커튼콜을 시작했다. “골드 특집인 만큼 마지막으로 골드의 말을 들어보죠.” 물론 그 커튼콜 마지막 멘트의 주인공은 골드. “골드야, 시청자분들께 마지막 인사해.” 그렇게 미다스가 골드에게 질문을 함과 동시에 미다스가 손가락 네 개를 폈다. 그것을 본 골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아니야, 쉬엄쉬엄해. - 뭐하러 열심히 해? - 골드야, 힘들면 그냥 주인 칼로 찌르자!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고. 그러한 시청자들에게 골드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주인이 너무 약하니까요.” “뭐? 지금 골드 너……." 그렇게 골드 특집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8. “주인이 너무 약하니까요.” “뭐? 지금 골드 너……."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골드를 향해 다가가던 미다스가 골드를 껴안으며 말했다. “……무 잘했어. 최고였어.” 그 모습에 골드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골드야. 너만 믿는다.” 그렇게 골드와 짧은 대화를 맞춘 미다스가 이제는 속이 아닌 겉으로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다.’ 최고의 에필로그가 완성되었는데, 입가가 찢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이제 시청자분들은 내가 스펙업을 하리라 생각하겠지.’ 어쨌거나 이 골드의 멘트 덕에 시청자들은 분명 다음에 BJ대마도사가 약하다는 소리를 만회하기 위해 오리라 생각할 터였다. 스펙업을 기대한다는 의미. ‘여기서 툰가 왕의 반지 끼고, 스펙업을 하면…….' 그리고 미다스에게는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카드가 분명 있었다. [감춰진 문이 열립니다.] ‘맞아, 던전 보상도 있었지!’ 확실한 것 하나는 확실하진 않지만 기대할 수 있는 것 하나까지!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 너무 강해지면 안 되는데.” 왕!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짧게 짖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 소리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미소에는 씁쓸함이 걸려 있었다. ‘럭키가 오늘 정말 많이 했는데,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줬네.’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럭키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한 사실에 대한 씁쓸함. “그래, 럭키야. 오늘 너무 네 활약이 없었지?” 왕! 그런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 럭키야 내가 조만간……." 그 순간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네 특집 방송해줄게.” 럭키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181화. < 58화. 진 주인공 (1). > 1.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2개 추가되었습니다.] 블랙 아이스 골렘으로부터 마지막 아이템 루팅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그의 눈앞을 채웠다. 그리고 치열했던 전투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을 채웠다. ‘대단했지.’ 다시 한 번 돌이켜봐도 놀라울 따름. 헥헥! 그러한 놀라움에 혀를 차던 미다스가 숨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럭키가 보였다. [럭키] ![기도비닉] !어그로를 끌지 않은 채 몬스터 2,222마리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머리 위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정보를 띄운 채. 왕! 그렇게 자신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럭키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러다가 진짜 럭키랑 골드에 묻히겠네.’ 이 상태에서 럭키마저 새로운 스킬을 얻어온다면 미다스의 존재감은 더 작아질 터. 단순하게 보면 좋은 일이었다. 동료가 강해지는데 나쁠 건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저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럴 순 없지.’ BJ대마도사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미다스 본인이, BJ대마도사가 충분한 능력을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만약 이제까지 미다스가 그저 골드와 럭키, 둘의 힘에 묻혔다면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에 지금만큼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골드와 럭키가 강해진다면, 그 이상 BJ대마도사도 강해졌기에 지금 이 열광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이곳 보스룸, 그곳에 새로이 생긴 문 너머의 공간을 향했다.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곳. “자, 그럼 하나하나 정리하자고.” 왕! 그곳을 향해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후 걸음을 내디뎠다. 2.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연구실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평 남짓한,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이었다.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달린 선반이 전부인 곳.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책상 위에 있는 책 한 권이었다. 미다스가 바로 책을 손에 쥐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이다. 그러자 뜬 아이템 정보창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정체를 짐작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큰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그때 이름 모를 마법사의 책과 같겠지, 뭐.’ 저번 사례를 생각하면 이번 책에서도 잠재 능력을 깨워주는 효과가 있을 터. ‘대마법사이니까 좀 더 좋은 게 나오겠지. 뭐든 좋다. 스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때를 떠올리며 미다스가 짧게 심호흡을 한 후 자신의 주변에 있는 럭키와 골드를 본 후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 나와라!” 각오 가득한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책을 펼쳤다. 그리고 미다스는 기다렸다. ‘떠라, 떠!’ 그때처럼 세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떠라!’ 그렇게 기다렸다. 하염없이. ‘응?’ 그러나 그런 기다림 속에서도 그때와 같이 카드 선택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렉이라도 걸린 건가?’ 그 사실에 미다스가 슬쩍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헥헥! 숨소리와 함께 럭키가 흔드는 꼬리를 보건대 시간이나 무언가 이상이 생긴 건 결코 아닌 상황. ‘설마?’ 사실 이쯤이면 답은 뻔했다. ‘그냥 책?’ 이 책이 특별한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닌, 정말 순수한 의미의 책이라는 것. 그 사실을 인지한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보상이 그냥 책이라니, 괜히 개쓰레기 게임이 아니라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듯 미다스는 제대로 분노조차 토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허탈한 기색을 드러내며 책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책의 내용을 보여주는 창이 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거기까지였다. ‘일단 파악은 해야지. 중요한 단서잖아.’ 이곳에서 이 책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책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 그저 기분이 나쁘다고 넘어갈 물건이 아니었다. ‘대충 상황을 보면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했다는 거네. 어쩌면 갓워즈 세계관 내에서 최종 보스가 지금 언급되는 이름 모를 대마법사일지도 모르겠군.’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정보가 어지간한 능력치나 스킬보다 더 가치 있을지도 몰랐다. ‘제대로 봐야겠어.’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른 미다스가 이제는 다시 진지하게 책의 내용에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창이 새로이 등장됐다. [읽을 수 없습니다.] ‘응?’ 그것을 본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촤락! 이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다 책장을 넘기자 이번에도 새로이 알림이 떴다. [읽을 수 없습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멍한 표정 사이로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미해석본)을 획득했습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발자취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으나, 솔직히 그런 알림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아, 진짜.” 이제는 헛웃음마저 흘리는 것을 포기한 채 한숨만 내뱉었다. 이쯤 되면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미다스는 현실과의 타협을 시작했다. ‘하긴, 뭐 이 퀘스트 보상이 툰가 왕의 반지인데 거기에 더 좋은 게 나오길 기대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이 보상은 어디까지나 던전 공략 보상. 이 퀘스트의 보상이 툰가 왕의 반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바였다. 그리고 이번 던전 보상도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룬 보상도 있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에 받는 룬 보상 역시 결코 적은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대박이지.’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미다스가 손에 든 책을 바라봤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미해석본)]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이다. 해석이 불가능하다. !해석 시 아이템 능력 습득 시스템 활성화 ‘응?’ 그 순간 달라진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마지막 히든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능력 습득 시스템?’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시선이 책을 집고 있는 자신의 손에 낀 장갑을 향했다. ‘설마?’ 자연스레 머릿속의 시나리오를 떠올린 미다스를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아이템은 해체하면 스킬 카드를 습득했으니까…… 아니지, 아니. 에이, 아닐 거야. 설마 그게 되겠어? 아니, 그래도 혹시…….' 굳은 채 머릿속을 온갖 혼란으로 채우던 미다스에게 골드가 다가오며 말했다. “주인님, 그 건방진 물건이 주인님을 괴롭히는 것 같은데, 제가 주인님께서 주인 이 검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잽싸게 인벤토리 안에 책을 넣으며 말했다. “괘, 괜찮아.” 그리고는 잽싸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자, 나가자! 빨리 퀘스트 진행해야지!” ‘일단 진행부터 하자. 일단…….' 3. 던전 밖. 꾸우! 다시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곳으로 나오는 미다스 일행을 맞이한 건 NPC라이틀링의 올빼미였다. “왔군.” 그러한 올빼미의 목소리 뒤로 NPC라이틀링의 목소리가 들렸다. “던전 안은 어떠했나?” “이름 잃은 신의 힘에 타락한 아이스 골렘들이 가득 했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얻은 책을 꺼내 NPC라이틀링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본 NPC라이틀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제까지 일어난 일의 원흉이 이 책의 주인일지도 모르겠군.” 그 말과 함께 책장을 몇 번 넘겨 내용을 확인한 NPC라이틀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떠한 것을 연구했는지는 내 능력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지네. 분명 다음 퀘스트는 이걸 해석할 수 있는 NPC를 만나는 거겠지.’ 예상됐으니까. “이것을 해석할 수 있는 이라면…… 그녀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 예상대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래, 이쯤 되면 그녀에게도 말해주는 게 맞겠지.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전우밖에 없으니.” 전우!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미다스는 준비했다. ‘온다.’ 이제 자신이 기다리던 것을 받을 준비를. “이것을 해석해줄 수 있는 이가 있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정령의 동굴에 있었네. 그곳에 가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걸세.” 그런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이내 건네주었다. “이 반지를 보여주고 내 이야기를 하면 분명 부탁을 들어줄걸세. 믿을 수 있는 전우이니까.” 그러한 반지를 미다스는 바로 받지 않았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그 후에야 반지를 받은 미다스의 눈이 폭발할 듯이 커졌다. [툰가 왕의 반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50레벨 이상 - 툰가 왕이 자신을 도운 전우들에게 선물로 준 반지다. 툰가 왕을 만날 수 있다. - 모든 능력치 +100 - 모든 방어력 +100 - 공격력 +30 - 이동 속도 +20퍼센트 - 캐스팅 속도 +20퍼센트 - 모든 스킬 쿨타임 -20퍼센트 - 착용 시 마력 소모량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자가라의 반지 장착 시 숨겨 진 세트 옵션 발동 ‘헉!!’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심박수 상승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대단한 옵션이었다. ‘마력 회복량에 쿨타임 감소에 마력 소모량 감소까지!’ 특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옵션들이 잔뜩 있었다. ‘릴렉스, 릴렉스하자.’ 때문에 앞선 준비조차도 부족한 듯 미다스가 거듭 제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왕과 함께 전쟁에서 싸워 얻은 보상이네.” 그러한 그에게 NPC라이틀링이 그 반지를 자신이 얻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가치를 떠나 운명을 같이했던 증거이지.”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을 제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정황상 그런 말이 나올 타이밍.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물론 미다스는 그런 말을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받는 순간 잽싸게 반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다시는 꺼내주지 않으려는 듯. ‘150레벨 꼭 찍어주마.’ 그렇게 확실하게 인벤토리 안에 아이템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선물을 준 입장에서 뺏고 싶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기쁜 표정. “그럼 이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그 표정을 지은 채 질문하는 미다스에게 NPC라이틀링이 가볍게 말했다. “아르비아, 그녀를 찾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라이틀링의 전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정령의 동굴에서 라이틀링의 전우 아르비아를 찾아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아르비아를 만난 자 타이틀 지급 !아르비아를 만난 자 타이틀 보상 : 룬(체력 및 마력 +20) !퀘스트 완료 시 ‘해석’ 진행 가능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시선, 그 너머로 아득한 곳에서 붉은 빛기둥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케이.’ 이제 해야 할 것은 명명백백한 상황. ‘퀘스트 깨고, 그 후에 150레벨 달성. 그러면서 반지 끼고, 스킬 얻고 여기에 럭키 진화까지 하면.......' 이윽고 계산마저 미다스가 고민을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어렵게 구해주신 던전, 너무 쉽게 공략하면 좀 그런데…….' 진심 어린 고민을. 4. “이 정도일 줄이야.” BJ대마도사의 골드 특집 방송이 끝나는 순간 멀린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실소를 짓는 것이었다. “현재 BJ대마도사의 레벨이 150레벨쯤이라고 하니…… 확실한 건 내가 150레벨 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뿐이군. 솔직히 이제 계산조차 안 되는군.” 갓워즈 최고의 대마도사란 타이틀을 단 한 번도 내려놓은 적 없었던 그의 위치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 그렇기에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BJ대마도사의 수준이 정상 범주 밖을 벗어났다는 의미였으니까. “앞으로 놈이 무슨 짓을 할지도 의문이고.” 당연히 이제부터 BJ대마도사가 보여줄 행보나 결과물도 정상 범주를 벗어날 터. 반면 엠마는 멀린과 달리 방송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자신이 손에 든 문자를 보았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그 모습에 멀린이 질문을 던지자, 엠마가 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창성 길드와 접촉했어요.” 그 말에 멀린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즈모와 창성 길드가 최근 거래를 했지.” 그와 동시에 멀린이 툭툭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창성 길드와는 우리는 인연이 깊지. 여러모로. 좋은 관계를 깰 수 없을 정도로.” 멀린의 말에 엠마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창성 길드에 두 가지 제안을 했어요. 첫 번째 제안은 아즈모에게 판 던전을 우리에게 팔라는 것.” “아즈모와 거래가 끝난 상태에서 이야기가 될 리 없지. 그러니 그건 미끼일 테고, 진짜 목적은 그다음이겠군.” “그게 아니면 아즈모에게 판 던전에 대한 정보를 달라.” “그래서 나온 대답은?” “불가능하다.” 실망스러운 대답. 그러나 멀린은 오히려 만족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창성 길드와 우리 관계를 생각하면 어지간하면 알려줄 수 있을 텐데, 그조차 안 된다는 건…… 그 던전이 창성 길드의 치부라는 거겠지.” 말과 함께 조금 전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던 모니터를 바라본 멀린이 피식 웃었다. “불사자 길드는 마지막 단계를 넘어갈 방법을 몰라서 공략에 실패했을 뿐이지, 던전 공략 자체는 성공했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치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하지만 창성 길드는…… 처참한 실패를 한 모양이군. 그것도 아주 중요한 멤버가.” “그래서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제안을 했어요.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로 그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창성 길드의 의견이라도 말해줄 수 있냐고.” 이어진 설명에 멀린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엠마, 당신의 표정을 보니 대답은 우리한테 한 거랑 똑같겠군.” 그 말에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멀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는 제 입으로 더 어려운 것을 요구한 상황. 그래서 이 사실을 창성 길드가 아즈모에게도 말해줬나?" 엠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그것을 본 멀린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면 알아서 정리되겠군.” 182화. < 58화. 진 주인공 (2). > 5. - 이번 골드 특집 장난 아니더라. 골드 특집 방송이 끝난 이후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골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 골드가 BJ대마도사보다 강할 줄 알았지만 그 정도로 강할 줄이야. - 역시 골드가 진짜 주인공이라니까. 그만큼 골드가 보여준 전투력은 사람들의 예상을 가뿐히 벗어났다. - 이거 골드도 스몰 파크 랭킹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님? - 이 정도면 넣어줘야지. - 골드가 스몰 파크 랭킹에 들어가면 BJ대마도사보다 높을 듯. 그렇게 골드에 대한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BJ대마도사로 흘렀다. - BJ대마도사 성격상 여기서 가만히 있을 리 없지. - BJ대마도사 본인이 말했잖아? 서러워서 강해지겠다고. 아마 돈 엄청나게 지를걸?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행보를 생각하면, 그는 결코 이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아이템 지르려고 총알을 엄청 준비했다던데?” 그렇게 골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BJ대마도사가 얼마나 지를까? 하는 부분으로 넘어갔다. “걔 때문에 지금 G베이 150레벨대 레전더리 아이템, 스킬 카드 시세가 10퍼센트씩 올랐다던데?” “마법사 관련 아이템들은 2배씩 시세 올리는 놈들도 있더구먼.” “듣기로는 10대 길드한테 원하는 아이템 시세의 3배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던데?” 물론 그러한 대화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혁주야, 넌 뭐 들은 거 없냐?” “없어요.” “없다고?” “제가 듣기로는 BJ대마도사가 안 가진 아이템을 가진 이가 갓워즈에 어디에도 없다는 거였거든요.” 보통 플레이어라면 그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이야기가 끝날 만큼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역시 BJ대마도사네.” “하긴, 그동안 BJ대마도사가 가져온 아이템들 중에는 10대 길드가 소유해본 적 없는 게 잔뜩 있으니까.”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같은 걸 그 자리에서 쓸 일 없다고 해체해버리는 인간이잖아?” 그러나 BJ대마도사란 이름은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쉽게 소화했다. 기대감 역시 허무맹랑하게 치솟았다. “현우 형 생각은 어때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연실색해질 광경. “뭐, BJ대마도사라면 어떻게든 뭔가 보여주겠지.” 하지만 당사자인 정현우는 그러한 주변의 대화에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듣기로는 이미 엄청난 아이템을 구해뒀다는데?” 도리어 본인이 소문에 눈덩이를 붙일 정도. 그만큼 정현우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툰가 왕의 반지만으로도 이미 이야기는 끝이지.’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당장 손에 넣은 아이템부터가 엄청났다. 150레벨이 달성되는 순간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그 아이템 능력 추출 시스템이 내가 생각하는 거라면…… 그때부터는 내 턴이다.’ 심지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끝내주는 걸 보여주니까 연예인들하고 열애설도 나고, 여하튼 부러워 죽겠다니까.” 그러한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를 비롯한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단한 건 맞는데, 열애설이라니…… BJ대마도사한테 그런 게 있었어요?” “최근 열애설은 불사자 길드의 아난타에게 들이댔다가 차였다는 거, 그게 전부 아닌가?” 이어서 나오는 말에 정현우가 슬쩍 눈을 돌리며 말했다. “아니, 뭐 그런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는 거죠. 설마 BJ대마도사가 평생 솔로겠어요? 아마 엄청난 카사노바일지도 모르죠." 그 말에 이혁주가 단호하게 한마디 했다. “아니에요, 제가 들은 바로는 태어나서 여자랑 손도 잡아본 적 없는 모태솔로래요.” “그래, 좀 그런 느낌이 보였어.” “뭐랄까, 딱 봐도 그런 아우라가 보이지. 평생 혼자일 것 같은 아우라 말이야.” “그렇죠? 어쩌면 고……." 삽시간에 BJ대마도사에 대한 안 좋은 루머가 만들어지는 순간, 정현우가 이혁주의 말을 잽싸게 막으며 말했다. “혁주야, 너 일 안 하냐?” “일이요? 아, 캡슐! 바로 세팅해드릴게요.” 그제야 자신의 본분을 깨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혁주의 모습을 정현우가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혁주, 저 녀석 내 정체 알고 일부러 나 엿 먹이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한동안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두 눈을 감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게임에 집중하자. 게임에.’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단 정령의 동굴부터 가자.’ 그렇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떠올린 정현우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골드 항공 컨셉 한 번 써볼까?’ 6. 얼어붙은 숲. 스노우 몬스터로 가득한 그곳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이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검은 도시 남쪽에 위치한 정령의 동굴이었다. “정령의 동굴로 가고 싶다고? 그럼 대기소에서 기다리고 있게.” 이런 정령의 동굴에 가기 위해서는 검은 도시에서 퀘스트를 받아야 했다. “안개의 숲을 홀로 건너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일명 안개의 숲 퀘스트. 검은 도시와 정령의 동굴 사이를 가로막는 안개의 숲을 지나는 퀘스트로, 이 퀘스트 없이 정령의 동굴에 도달한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존재치 않았다. “25명이 모이면 정령의 동굴까지 가는 길을 깔아주겠네.” 몬스터도 몬스터이지만, NPC가 마법으로 만들어준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 길이 있어도 안개의 숲을 지나는 건 쉽지 않았다. 25인 파티가 출발을 할 경우 두세 명 정도는 게임 오버를 당하는 게 일반적일 정도. 재수가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파티 내의 불화나 사고가 날 경우 전멸을 당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종종 있었다. 결정적으로 안개의 숲 퀘스트는 랜덤 매칭이었다. ‘제발 고수랑 그룹 파티되게 해주세요.’ ‘트롤 새끼랑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당연히 퀘스트를 받는 입장에서는 실력 좋은 플레이어 혹은 파티와 함께하기를 소망했다. “저기! 이노 길드다!” “레드 코드 길드도 있네?” 자연스레 실력 있는 플레이어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곳보다 컸다. “하하, 요즘 제 인기가 좋네요. 아! 1달러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분들 보셨죠? 제 인기가 이 정도입니다. 자, 그럼 시청자분들 중에 제 멋진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좋아요, 구독, 댓글 부탁드립니다.” 특이 사항은 그러한 플레이어들 상당수가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영상 제작을 위한 기본 영상을 촬영한다는 점이었다. “다들 방송질이네.” “어쩌겠어? 저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긴, 170레벨대면 프로 플레이어이니까.” 정령의 동굴 사냥터 레벨은 170레벨 안팎. 실력이 있다면 이제는 프로 플레이어가 되어 워즈튜브를 통해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벨이었다. 물론 기대를 떠나 이미 충분한 유명세를 떨치는 플레이어도 그랬다. “저기 봐, 자가토다.” “뱅크 길드의 자가토?” 자가토가 그러했다. 1티어급 길드인 뱅크 길드 소속으로 뱅크 길드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플레이어였다. “템 좀 봐.” “저번하고 다른데, 저거 설마?” “아이스 나이트 세트잖아! 결국 질렀구나!” “와, 돈 진짜 많네. 저걸 그냥 지르다니. 가뜩이나 요즘 골드 때문에 시세 가파르게 오르던데.” 동시에 현실에서도 상당한 부자로, 아이템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돈과 실력, 여기에 든든한 배경까지 있는데 인기가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라이브 시청자 숫자 5만 명 돌파. 아직 평소의 절반밖에 안 되네요.” 그 결과가 바로 라이브 방송 평균 시청자 9만 명이란 수치였다. 그건 엄청난 숫자였다. 콧대가 높아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숫자. “자, 그럼 오늘 제 버스에 탈 운이 아주 좋은 플레이어들 인터뷰 좀 해볼까요? 아, 버스 요금을 받으라고요? 에이, 돈 없는 애들 돈 받아서 어디에 쓰겠어요?” 심지어 아쉬울 것 없는 자가토는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재수 없는 새끼.’ 그와 같은 파티가 된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올 법한 정도. 물론 그와 같은 파티가 된 이들 중에 그 속내를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그래도 실력은 확실하니까.’ ‘거만하긴 하지만 비매너 플레이어는 아니지.’ 확실한 실력자가 오기를 소망하던 입장에서 자가토랑 같은 파티가 된 건 인정하긴 싫지만 분명 행운이었으니까. “이제 24명!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 진짜 마지막으로 오는 플레이어는 운이 폭발하네요. 예예,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명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인터뷰하겠습니다. 진짜 제 방송에 출연하다니, 운이 정말 좋은 플레이어 같다고요? 뭘 좀 아시네.” 그렇게 자가토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플레이어 한 명이 그들이 있는 대기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25인이 모였습니다.] [퀘스트 진행을 준비하십시오.] 그렇게 등장한 이에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로브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마법사들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까. “행운아 등장했네요!” 무엇보다 이제부터 시작될 자가토의 방송에 연관되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럼 인터뷰 시작하겠……." 그렇게 자가토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끄고 퀘스트 진행을 준비했을 때. 헥헥! 마법사 플레이어의 뒤로 덩치 큰 늑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 설마?’ 그때 몇몇 이들이 굳었다. “주인님, 참으로 시끄러운 곳이군요.” 이어서 들려오는 아이스 나이트, 검은 투구와 장갑을 낀 몬스터의 등장에 좌중의 분위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환호성도 없었다. 그저 모두가 이 놀라운 상황 앞에서 입을 다물 뿐.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이윽고 미다스의 시선이 자가토와 마주쳤다. 당장에라도 자신에게 오려다 멈칫한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이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셀카 찍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찍으세요.” “예?” “겁먹지 마세요, 이런 건 일상이니까.” 자가토가 자신에게 오다 멈춘 것을 셀카를 요청하려다 멈춘 것으로 오해한 모양. ‘BJ대마도사가 착각했다!’ 그러한 말에 얼어붙었던 분위기에 긴장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가토는?’ ‘그냥 넘어갈 놈이 아니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자가토 아닌가? 그런 그가 과연 이 굴욕적인 상황을 그냥 넘어갈까? 심지어 라이브 방송 중인데? 실제로 지금 자가토의 채팅창에는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감히 자가토 님을 몰라보고 덤벼들다니! - 자가토님, 한 번 붙어보시죠! - BJ대마도사 잡고 단숨에 메이저 무대 가즈아! - 1대1로 붙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 BJ대마도사, 골드랑, 럭키랑, 잭팟이랑, 블레이즈 골렘이랑 아이템 빼면 별거 아닌 놈입니다! 그냥 밟아버리세요! BJ대마도사에게 본보기를 보여 달라! 그러한 시청자들의 요청에 자가토가 다가오는 미다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지 말고 일단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피어오르던 긴장감이 이내 팽팽해졌다. “BJ대마도사……." 그 분위기 속에서 자가토가 입을 열었다. “……님, 골드와 럭키랑 같이 쓰리샷은 안 될까요?” 7. 안개의 숲 퀘스트. 퀘스트를 받아 모인 25인이 마주하게 된 그 숲은 코앞조차 볼 수 없을 만큼 자욱한 안개가 가득한 곳이었다. “무조건 이 빛만을 따라가게. 이 길을 벗어나는 순간 한없이 헤매다 사라질 테니.” 길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NPC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빛의 길뿐. “가는 길에 온갖 것이 덤벼들더라도 결코 길을 잃지 말게. 잃는 순간 죽음만이 기다릴 테니.” 퀘스트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은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안개 속에서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즉, 이 퀘스트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이동의 제한이 컸고, 그렇기에 포메이션이 중요했다. “탱커들 라인 확실하게 잡으세요! 뚫리면 진짜 지랄납니다!” “딜러들, 탱커들 피해서 제대로 딜링 하시고! 힐러들 정신 차리고 힐링하시고!” “포메이션 무조건 지킵시다! 한 명이 제 역할 못하면 전부가 위험합니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아, 딜러들 때문에 딜링하기 쉽지 않네.” “좀 비켜봐, 활을 당길 수가 없잖아!” “머리 좀 치워요! 뒤통수에 마법 맞고 싶어요?” 특히 탱커들과 지척의 거리에서 딜링을 하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 원거리 딜러들이 딜링을 하는 방식은 탱커들이 라인을 잡아주면 어느 정도 사거리를 확보한 후에 하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선발대가 가서 몬스터를 정리하면 후발대가 따라가는 겁니다.” 선발대가 전진하면서 일차적으로 몬스터들을 정리를 하면 후발대가 그 뒤를 따라오는 것. 물론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다. 상식적으로 25인 파티도 버텨내는 수준의 물량을 소수의 병력이 처리한다는 게 가능할 리 만무.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나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개소리하지 마라. “자, 그럼 골드가 앞장서고, 블레이즈 골렘들이 뒤따르고…… 아, 혹시 이 의견에 반대 있으신 분?”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없죠? 그럼 제 작전대로 갑시다.” 그가 그 제안을 했을 때 감히 그 누구도 반대 의견 따위는 내세우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맙소사…….' 저번 특집 방송에서 이미 검증된 골드와 블레이즈 골렘, 그 둘의 콤비 플레이 앞에서 경악하는 것뿐. 말 그대로였다. ‘아니, 그때 방송으로 보기는 했지만…….' ‘장난 아니네.’ 정령수들, 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곰과 늑대, 사자들을 상대로 골드는 전투를 치르지 않았다. 퍼억!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라!” 블랙 클레이모어를 앞세운 채 일방적으로 때려부술 뿐. 혹여 버티더라도 의미는 없었다. 화르르! 골드의 주변에 자리 잡은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은 잔당을 용납지 않았으니까. 크르르! 그리고 그 전장 속에서 럭키는 골드와 블레이즈 골렘에 정신이 팔린 정령수들을 소리 없이 물어뜯었다. 결정적으로 미다스가 있었다. ‘저기…… 22마리, 숫자가 제법 되네.’ “쇼크 웨이브 앤 체인 라이트닝. 자욱한 안개 너머에 숨은 몬스터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진 그의 지원 앞에서는 위기라는 단어는 존재치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쾌적한 여행만이 있을 뿐. [길이 끝났습니다.] 그러자 여행의 끝을 알리는 알림과 함께 자욱했던 안개가 사라지며, 지름 약 1킬로미터의 땅속으로 들어가는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령의 동굴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플레이어들을 향해 말했다. “골드 항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정령의 동굴 입구를 바라봤다. 그러자 지하로 내려가는 동굴, 그 벽에 있는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미다스를 반겼다. 그리고 그 구멍 중 하나에서 솟아오른 붉은 빛기둥이 미다스를 반겼다. 미다스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183화. < 58화. 진 주인공 (3). > 8. 지름 1킬로미터짜리 구멍, 설명만으로도 들어도 무지막지함이 느껴지는 수치. 당연히 그것을 직접 봤을 때 느끼는 충격은 꽤 강렬했다. 정령의 동굴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경악을 금치 못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동굴을 내려가면 정령계야. 정령수와 정령 기사들이 나오는 또 다른 세계지.” 더 놀라운 건 이 거대한 동굴 입구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대목에서 플레이어들이 하는 질문은 똑같았다. “여길 내려가야 한다고? 어떻게?” 지름 1킬로미터, 길이 3.3킬로미터에 이르는 수직 동굴 밑으로 어떻게 내려가느냐?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가장 쉬운 방법은 2시간마다 발동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서 내려가는 거지.” 첫 번째 방법은 게임이기에 가능한 방법. "두 번째는 뭐......." 다른 방법은 모두가 떠올릴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직접 벽을 타고 내려가는 것. ‘어휴.’ 지금 미다스가 고른 방법은 두 번째였다. ‘이 짓을 하게 될 줄이야.’ 밑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구멍, 미다스가 그 구멍의 벽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사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의 육체 능력은 현실보다 우위였다. 모든 능력치를 마력이나 지력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이나 타이틀 보상을 합치면 170레벨대 플레이어의 근력 스탯은 200을 넘었고, 절벽을 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물며 근력 스탯이 1천이 넘어가는 경우라면 손가락만 이용해서 내려가는 것도 가능했다. 그 정도 스탯이면 손가락으로 벽에 구멍을 내는 건, 젓가락으로 두부를 찌르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런 이유로 의외로 이곳에서 벽타기로 내려가는 플레이어는 생각보다 많았다. 이곳에서 하루에 평균적으로 대여섯 명의 플레이어가 추락사로 게임 오버를 당했으니까. 심지어 갓워즈는 그러한 게임 플레이를 나름 장려했다. 벽 곳곳에 있는 구멍이 그 증거였다. 내려가다 힘들면 좀 쉬어라! 그게 그 구멍이 의미하는 바였으니까. ‘이건 또라이 새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그렇게 욕을 했는데…….' 물론 미다스는 이런 짓을 또라이 짓이라고 생각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부류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만 아니었으면…….' 이 절벽에 자신이 만나야 할 이가 있다는 것. ‘여기다.’ 그렇게 붉은 빛기둥이 뿜어지는 벽면 입구에 도달한 미다스가 잽싸게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후우!" 이제야 평지를 마주한 미다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주인님!” 그 뒤를 이어 골드가 들어왔다. 꾸-우!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잭팟이 들어왔다. 왕! 럭키와 함께. 그렇게 등장한 잭팟이 럭키를 바닥에 집어던진 후에 럭키를 향해 날개를 크게 펼치며 소리를 내질렀다. 꾸-우! 다시는 이런 짓을 시키지 말라는 듯이. 헥헥! 그 모습에 럭키가 대답 대신 해맑은 숨소리와 함께 잭팟의 머리를 혀로 날름 핥았고, 침이 묻자 잭팟이 머리를 세차게 휘두르며 재차 꾸우! 하지 말라고 외쳤다. “쯧쯧, 역시 저 둘은 주인님께 도움이 안 됩니다. 주인님을 끝까지 보필한 건 저뿐인 듯합니다. 저 골드, 최후까지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향해 적당한 폄하를 섞은 채 제 충성심을 강조하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진짜 얘네들 때문에 산다.’ 그렇게 모두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마저 입구 밖을 확인했다. 혹여 따라오는 이는 없는지. 그 과정 속에서 풍경을 확인한 미다스가 혀를 내둘렀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난이도가 장난 아니네.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오겠어?’ 과연 미다스의 눈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찾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을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확실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 게임 하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더 즐기라고 만든 게 아니라, 이 게임을 공략하고 싶으면 인생을 갈아넣으라고 만든 거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난이도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것. 크르르! “주인님!” 그렇게 미다스가 혀를 내두르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럭키와 골드의 경고가 들렸다.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의미! 그 사실에 미다스 역시 긴장했다. ‘혹시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외부인이 끼어들어서 좋을 건 없는 일. 다행히도 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날 찾아온 거 아니까 이빨 숨겨.” 등장한 이는 플레이어가 아닌 NPC였다. [아르비아를 만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NPC아르비아. 그녀는 양갈래로 묶은 머리칼과 등에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도끼가 인상적이기 그지없는 드워프였다. “뒈지기 싫으면.” 그리고 말투가 무척이나 살벌한 드워프. 그녀의 등장에 미다스가 말했다. “라이틀링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알아. 수호자의 무구에 선더버드에 왕의 반지, 셋 중 하나만 없었어도 말이 아니라 도끼부터 날아갔을 테니까. 그래서 찾아온 이유는?" 이어서 나온 질문에 미다스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꺼낸 후에 말했다. “이것의 해석을 부탁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이내 미다스로부터 책을 건네받은 NPC아르비아가 책을 펼쳐 보는 순간 표정을 구긴 채 책을 거듭 읽어갔다. 이윽고 책 전부를 읽은 그녀가 말했다. “해석해달라고 했지?” “예." “짧게 말하면 이 책은 봉인되어 있어.” “봉인이요?” “흔히 쓰는 방법이지. 책에 마법으로 봉인을 걸어두어 인식 자체가 안 되는 방법. 혹여 어설프게 봉인을 풀려다가는 그대로 책이 소멸 되어버리는 마법.” 그 순간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NPC아르비아가 말했다. “결론을 말하면 봉인부터 풀어야지.” 이어진 말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등장했다. [해석]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45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봉인을 풀기 위해 아르비아가 요구하는 것을 가져다주자. - 퀘스트 보상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해석본) !퀘스트 완료 시 ‘분해’ 진행 가능 !퀘스트 4일 이내에 완료 시 ‘아르비아에게 인정받은 자’ 타이틀 지급 !아르비아에게 인정받은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20) 지급 빠르게 퀘스트 내용을 살핀 미다스의 눈살을 찌푸려졌다. ‘느낌 싸하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가 보통이 아닌 건 알지만, 이번 퀘스트는 그 이상일 듯한 느낌. 막연한 느낌이 아니었다. 4일 이내에 퀘스트를 완료해서 얻는 타이틀 보상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이 퀘스트가 일반적으로는 4일 그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NPC아르비아는 말했다. “운 좋게도 정령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정령의 핵이 있으면 봉인을 풀 수 있지.” 운이 좋다고. 물론 입가에 걸린 비웃음은 그 말이 진심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질문했다. “몇 마리 정도 잡으면 될까요?” 그 물음에 NPC아르비아는 손가락 한 개를 펼쳤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경악하며 말했다. “1만 마리? 지금 1만 마리를 잡으라는 겁니까?” ‘미친, 그게 말이 돼?’ 놀라는 그에게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냥 1천 마리 정도 잡으면 돼.” 그 말에 미다스가 어? 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 NPC아르비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정령 기사들만.” 9. 정령의 동굴, 끝없이 내려가던 그 동굴의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것은 바로 숲이었다. 얼음 기둥 위로 불꽃 잎사귀들이 화르르 타오르는 나무들이 가득한 숲! “와, 예쁘다!” “얼음으로 된 나뭇가지에 불꽃 잎사귀라니, 진짜 이 맛에 갓워즈를 못 접는다니까.” 정령들이 사는 세상에 어울리는 광경에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다시 한 번 더 넋을 잃고 그것을 감상하고는 했다. 물론 그러한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젠장, 또!” “이 빌어먹을 나무들!” 정령의 숲에서 등장하는 정령은 얼음과 불, 두 종류. 그러한 두 정령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불과 얼음에서 탄생했다. 즉, 얼음 가지에 불꽃 잎사귀를 가진 나무들은 언제 어느 순간 정령수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일반 사냥터와 다르게 몬스터의 존재를 파악하면서 전투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다는 의미. “정령 기사들이다!” 더욱이 전투가 시작되면 갑옷으로 무장한 정령수들, 정령 기사들이 움직였다. 정령의 숲에서 쉴 틈은 없었다. 그게 정령의 숲에서 플레이어들이 30인 이상 파티를 맺으며 사냥을 하는 이유였다. “아, 나 좀 쉴게.” “터치다.” “대타! 누가 나 대신 대타 좀 해줘!”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만드는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결국 교대를 하는 수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레 무리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그에게는 달랐다. ‘설마 이것도 보일 줄이야.’ 미다스,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저건 정령수, 이건 그냥 나무.’ 정령수로 변할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가. ‘저기 정령 기사들이 있고.’ 더 나아가 먼 곳에 있는 정령 기사들의 위치까지 보이는 그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교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럭키야, 쉬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왕! 언제든 자신이 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으니까. “뭐라고?” 왕! “쉬지 않고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사냥해주겠다고?” 왕! “골드, 너는?” “오늘 하루 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습니다!” 물론 휴식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하루 종일 싸워야지.” ‘어차피 토 나오게 잡아야 하는데, 기왕 하는 거 3일 안에 끝내고 150레벨 찍자.’ 지금 그가 해야 하는 건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이 파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 번 더 보여줘야지.’ BJ대마도사가 주인공임을 시청자들에게 증명하는 것. 10. - BJ대마도사 이야기 들었어? ㄴ 정령의 동굴 도착했다면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갓워즈 커뮤니티에 퍼졌다. - 골드 항공편으로 도착했다는데? ㄴ 골드 항공? ㄴ 골드가 다 쓸어버렸다는 거지. ㄴ 역시 골드다! 물론 그렇게 퍼진 이야기의 핵심은 골드였다. - 골드 특집 때도 그렇고, 이제 사실상 골드가 메인이네. - 골드 항공이라니, 한 번 타보고 싶다. 골드 특집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골드 항공이라는 단어가 들리는데, 그 단어에 관심이 끌리지 않고 열광하지 않는 건 불가능 한 일. 물론 모두가 그 사실을 마냥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사장님, 너무 골드만 주목받는데 이러다가 역으로 먹히는 거 아니에요?” 이제는 BJ대마도사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그러했다. “한두 번은 모를까, 골드만 부각되어서 좋을 건 없잖아요?” 골드가 메인이 되면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 그럼 직원의 말처럼 좋을 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방송의 메인은 BJ대마도사여야 했으니까. “골드 메인으로 방송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골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디언이었다. BJ대마도사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발휘하는 가디언! 그러한 골드가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 주제 속에서 방송을 주도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다. 이번처럼 특집 방송 정도가 한계인 셈. “당연히 좋을 건 없지.” 박영준의 생각도 같았다. 그러나 그 부분에 있어서 박영준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걸 BJ대마도사도 알고 있을 테고. 정확히는 이 모든 게 BJ대마도사의 의도지.” 알고 있었으니까. “의도요?” “골드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BJ대마도사가 그것을 뛰어넘을 때의 임팩트도 커지겠지. 그걸 노리는 거야.”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주인공이 갑자기 나온 새로운 캐릭터에 밀려서 메인 자리에서 밀리다가 절치부심해서 다시 실력을 증명하고, 메인 자리를 되찾는다...... 진부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스토리이니까.” “아……!" “지금 정령의 숲에서 미친 듯이 사냥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 스킬, 아이템은 전부 갖춰졌으니 레벨만 맞추면 되니까.” 그 설명에 부하 직원은 더 이상 우려 섞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 “기대되네요.” 대신 어느 때보다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박영준 역시 그 표정을 지었다. “그래, 주인공의 복귀는 언제나 기대되는 법이지.” 11. [레벨이 올랐습니다.] [1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기다리던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인벤토리에서 반지를 착용했다. [툰가 왕의 반지를 착용했습니다.] [툰가 왕의 반지를 착용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숨겨진 옵션 효과가 발동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치열한 전투 중인 전방, 그곳에 있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곰의 얼굴을 향해 바로 던졌다. 퍼엉! 그 공격에 맞은 정령수의 머리 위에 있는 정보, HP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 보였다. ‘끝내주네.’ 보고도 놀라운 데미지! 그 후에도 미다스는 멈추지 않고 전장을 향해 쉼 없이 가진 마법 전부를 토해냈다. [정령수를 처치했습니다.] 이어서 마지막 정령수를 처치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를 향해 골드가 다가오며 말했다. “주인님, 정말 놀라운 위력입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이내 능력치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50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1011)/체력 (5+992)/지력 (652+1638)/마력 (155+1411) - 잔여 스탯 : 4 그것을 본 미다스가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툰가 왕의 반지 기본 옵션과 자가라의 반지와 같이 착용해서 발동한 세트 옵션. 여기에 타이틀 보상까지 합치니, 모든 능력치가 각각 15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이제야 주인공답겠네.’ 미다스가 과할 정도의 자신감을 가질 만한 스펙업이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아직 미다스에게는 하나 더 기회가 있었으니까.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대답하는 미다스는 기도하지 않았다. 각오한 덕분이었다. ‘여기서 원하는 게 안 나오면, 그냥 산다.’ 150레벨 스킬 카드 보상에서 원하는 마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스킬 카드를 구매할 각오를. 그 각오를 머금은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우왓!" 그리고 그 카드 중 유일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를 보는 순간 그러한 다부진 각오는 눈 녹듯 사라졌다. “리틀 토네이도!” 그렇게 등장한 스킬 카드는 150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마법인 리틀 토네이도! 스킬 네임 그대로 작은 토네이도를 만드는 마법이었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비쥬얼이 남달라서 워즈튜브 방송을 하는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마법 중 하나였다. 미다스가 원했던 마법이기도 했다. ‘이게 진짜 나오다니!’ 그게 레벨업 보상에서 나왔으니, 놀라는 건 당연지사. 아니, 놀라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제 뭔가 되는 느낌이다.’ 놀라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된 기분. 자신이 세상이 주인공이 된 기분. “후후후.” 그 사실에 미다스의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을 향해 럭키가 축하하듯 하울링을 내질렀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럭키야, 괜찮아. 이제부터는 딱히 네가 응원해주지…… 아.” 그렇게 럭키를 바라본 미다스는 그제야 비로소 럭키의 하울링이 축하 인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럭키가 진화를 시작했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 한 번 풀리려니까 풀리는 정도가 아니라 뚫려버리네.’ 그사이 알림이 들렸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 알림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100장의 카드 앞에 섰다. “자, 그럼 우리 럭키는 뭐가 나올지 볼까?” 그러한 카드 중에 황금빛은 하나였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장난스럽게 혀를 찼다. "럭키도 요즘 운빨이 다된 모양이네. 예전에는 레전더리 기본 3장은 깔고 갔는데. 역시 대세는 나…… 어?" 그 순간이었다. 하나뿐인 레전더리 등급 카드를 확인하던 미다스의 말문이 그대로 닫혀버렸다. 동시에 표정도 굳었다. 이후 다시금 황금빛 카드를 확인한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 거대화?” 184화. < 59화. 럭키 익스프레스 (1). > 1. 야구선수들, 개중에서 투수들은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8이닝 1실점! 오늘 투구 멋졌어.” “예." “상대팀 투수가 완봉승만 안 했으면 오늘 승리투수는 너였을 텐데, 참 아쉽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두 번 다시 올지도 모르는 훌륭한 피칭을 했음에도 상대팀 투수의 더 멋진 활약에 묻히는 경우.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경우가 그러했다. [리틀 토네이도]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리틀 토네이도를 소환한다. 150레벨이 되는 순간 그가 이룩한 스펙업은 그가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이 이상은 없다, 라고 판단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골드 특집 당시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 ‘거대화라니…… 아니, 이게 말이 돼?’ 하지만 그러한 미다스의 스펙업이 럭키의 새로운 스킬, 거대화 앞에서는 조촐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했다. ‘이걸 어떻게 이겨?’ 일단 거대화 스킬은 갓워즈에서 매우 강력한 스킬이었다. 근접 딜러들, 탱커들이 가진 스킬 중 하나만 고르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를 정도로 강력한 스킬. ‘퍼포먼스 수준이 다른데!’ 그리고 그 스킬 이상으로 보는 맛이 있었다. 그냥 몸이 거대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눈에 띌 수밖에 없지 않은가? 즉, 거대화 스킬은 주변에 있는 이들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 거대화 스킬을 럭키가 사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미다스는 작게 보일 터.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잠깐, 이렇게 되면…….'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이미 거대화 상태인 골드와 블레이즈 골렘을 바라봤다. 자연스레 그림이 그려졌다. 이미 3미터가 넘는 거인들 사이에서 거대화 스킬을 쓴 채 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럭키의 모습이. '아.' 그리고 그 속에서 개미같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신의 모습이.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면 이야기는 끝이었다. 솔직히 데미지 딜링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HP상태를 볼 수 있는 건 세상에서 오직 한 명, 미다스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몬스터가 빨리 죽으면 다들 똑같은 생각할 것이다. 골드와 럭키가 정말 세구나! ‘뭘 해도 묻힌다.’ BJ대마도사는 저 둘에 얹혀가는구나. ‘아, 덩치 커진 거 보면 다들 알 텐데…….' 그렇다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도 불가능했다. 플레이어와 달리 신수는 진화하는 순간 외형적인 변화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필시 럭키가 나오는 순간 모두가 럭키님 새로운 스킬은 뭔가요, 라는 질문을 던질 텐데 그것을 숨긴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럭키가 거대화 스킬 쓰면 제가 묻힐 것 같아서 숨기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일단 킵하자.’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고민을 나중으로 미뤘다. 달리 말하면 이미 미다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럭키의 존재감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마 여기서 똘똘이도 못 얻은 거대화를 얻을 줄이야.’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음을. “어휴.” ‘머리나 식혀야지.’ 그렇게 럭키를 보던 미다스가 한숨을 내뱉으며 이내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2. 푸슈! 캡슐 문이 열리는 소리와 밖으로 나온 정현우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익숙한 듯 캡슐에서 나온 후에 당연하다는 듯이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우와! 완전히 미쳤네.” 그리고는 휴게실 안에서 TV를 통해 워즈튜브 영상을 보는 이혁주를 보며 실소를 지었다. “어, 현우야! 나왔어?” 그때 다른 손님 한 명이 정현우를 발견했고, 이내 이혁주를 향해 말했다. “혁주야, 현우 나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손님인 정현우가 나왔는데 어떻게든 이야기라도 하라는 신호. “아, 잠깐만요! 지금 중요한 장면이에요!” 그러나 그 신호에 이혁주는 반응은커녕 건드리지 말라는 반발을 보였다. 그 모습에 정현우가 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혁주가 아닌 손님을 보며 말했다. “지금 무슨 방송이기에 혁주 녀석이 눈알이 돌아간 겁니까?” “아, 지금 불사자 길드 라이브 방송.” “불사자 길드? 그럼 라포?” “응. 똘똘이가 새로운 스킬 얻었거든.” “설마 진화했어요?” 그제야 정현우는 이혁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면 정신줄 놓을 만하지.’ 라포의 똘똘이는 갓워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수. 그러한 신수가 진화를 해서 새로운 스킬을 얻은 건, 축구로 따지면 챔피언스 리그고 야구로 따지면 월드시리즈 같은 것이었다. 갓워즈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장면. ‘그래도 대단하네. 나야 조건이 보인다고 하지만…….' 당장 정현우조차도 이제는 이혁주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에 시선에 돌릴 정도였다. ‘어?’ 그렇게 라이브 방송을 보던 정현우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가만,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똘똘이가 되게 유난히 더 커보이는 거 같은데?’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한 후에 옆에 있는 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그래서 얻은 새로운 스킬이 뭐에요?” “거대화.” “거대화요?” “그래, 기어코 얻어냈네. 진짜 갓워즈에서 가장 운이 좋은 플레이어답다니까. 진짜 저걸 어떻게 뽑냐?” 그 순간 더 이상 정현우의 머릿속에 고민 같은 건 없었다. ‘끝났다.’ 3.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라이브 방송을 위해 값비싼 장비가 가득한 이곳은 일이 있을 때면 라이징 스타 채널 내에서 가장 힘든 장소였다. 그리고 일이 없을 때면 가장 끝내주는 장소였다. “와, 장난 아니네.” 그 고가의 장비들, 고화질 대형 모니터를 통해 워즈튜브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운이 좋았다. "여기 모니터로 보니까 더 거대하게 보이네." 불사자 길드 마스터의 신수 똘똘이의 거대화,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그마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드넓은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 행운에 감사하는 이는 없었다. “그보다 거대화 스킬을 얻을 줄이야. 펜리르 신수 중에 거대화 스킬 얻은 건 똘똘이가 최초 아닌가?” “다른 신수들은 얻은 경우가 있지만, 펜리르는 최초 맞아.” “진짜 운이 얼마나 좋아야 저게 가능할까?” 지금 그들이 보는 모니터 속 너머의 플레이어가 누리는 행운 앞에서는 어지간한 행운들은 감히 행운 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동시에 압도적이었다. “운도 운인데, 진짜 대박이다. 지금 라이브 시청자 숫자가 4억 명을 돌파했어.” 라이브 실시간 시청자 4억 명. 그저 헛웃음만 나올 만한 아득한 숫자. 물론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 숫자에 직원들은 직업적인 반응을 보였다. “4억 명이라…… 채팅창 관리하기 빡세겠네.” “아주 죽는다고 하더라.” “1억 명 넘는 시청자 앞에서 실수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어.” 그 무렵이었다. 덜컥! 라이브 방송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고, 그렇게 들어온 사내의 모습을 확인한 직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직원들의 행동이 말해줬다. 지금 온 이가 박영준, 그라는 것을. “여기들 다 있었네.” “무슨 일 있나요?” “있을 예정이지.” “BJ대마도사 쪽에서 라이브 방송 요청 왔어. 일정은 내일, 그러니까 다들 준비해두고 있어.” 말과 함께 박영준이 슬쩍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호우우우!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화된 똘똘이가 워크라이를 내지르는 것이 나왔다. “이야, 살아있네.” 그 압도적인 모습에 박영준 짧게 감탄사를 토해내는 사이,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방송 주제가 어떻게 되나요?” 그 물음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타이틀은 진 주인공 특집이다. 참고로 사전 공지이니까 바로 보도 자료 만들어서 배포해.” 그 말에 저번에 박영준으로부터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부하 직원이 놀라며 말했다. “진짜 사장님 말대로 되네요.” 그 대답에 박영준이 말 한마디를 남기며 밖으로 나갔다. “와튼이니까.” 4. - 와, 똘똘이 거대화라니! - 똘똘이 장난 아니게 커지더라! 라포의 신수, 똘똘이의 거대화 스킬 라이브 방송이 끝난 이후 모든 갓워즈 커뮤니티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 레드풀 라이브 방송 시작했다! ㄴ 지금 똘똘이 이야기하는 중인데 그런 듣보잡 이야기는 다른 곳에 가서 하는 게 어때? ㄴ 듣보잡이라니 ! 레드풀은 스몰 파크 랭킹 4위라고! ㄴ 충분히 듣보잡이네. ㄴ 너 그런 듣보잡 방송보니? 이름난 스타 플레이어들조차도 그 존재감이 묻힐 정도. - 그보다 똘똘이 보니까 럭키 생각나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의외로 언급되는 것은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신수, 럭키였다. - 럭키도 진화 속도 엄청 빠르지 않나? - 장난 아니지. 덩치를 보면, 라포가 200레벨 넘었을 때의 똘똘이보다 더 큰 거 같던데? - 이 속도면 조만간 똘똘이 따라잡을지도? - 포스트 똘똘이답네. 럭키의 남다른 진화 속도와 BJ대마도사의 인기를 생각하면 이상할 건 없었다. - 그보다 요즘 BJ대마도사 뭐해? ㄴ 정령의 숲에서 솔플 중. ㄴ 와, 파티플레이도 교대하면서 하는 곳에서 솔플이라니, 진짜 차원이 다르네, 차원이. 그리고 그중 몇몇 이들의 관심이 BJ대마도사로 넘어가는 것 역시 특별할 건 없었다. 그 무렵이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일정 떴다! - 진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예고에 똘똘이가 만든 불길 일부가 BJ대마도사 쪽에 옮겨갔다. - 내일! 진 주인공 특집! ㄴ 드디어 골드에게서 주인공 자리 빼앗아오는 거구나! ㄴ 뭔데? 무슨 이야기야? ㄴ 저번에 BJ대마도사가 골드한테 주인공 자리 빼앗겼거든. 더욱이 일찌감치 공개된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그동안 BJ대마도사에 관심이 없던 이들조차 흥미를 가지게 했다. - 역시 BJ대마도사다! 방송 스케일이 다르다니까! ㄴ 맞아. BJ대마도사 보다 보면 다른 라이브 방송은 수준 낮아서 못 보게 된다니까. ㄴ 수준보단 차원이 다르지. ㄴ 과연 이번에는 어떤 걸 보여줄까? ㄴ 듣기로는 템지르는 데에만 100억 원 썼다는데? 자연스레 많은 이들이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감을 품는 건 아니었다. “그냥 BJ대마도사 이야기뿐이군.” “BJ대마도사 이야기만 돌면 다행이지. 지금 우리들을 BJ대마도사와 비교하고 있다고.” 정령의 숲을 사냥터로 삼는 플레이어들의 경우에게 BJ대마도사의 존재는 눈엣가시, 그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1티어급 길드 혹은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얻고 팬을 둔 프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무척 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그저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최근 내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20퍼센트나 줄었어.” “이쪽은 30퍼센트야.” “차라리 시청자가 주는 게 낫지, 나는 방송 때마다 BJ대마도사 보러 가달라는 채팅 때문에 미칠 노릇이라고.” 무대를 공유하는 경쟁자였지. 물론 모두가 알고 있었다. “미치겠다, 정령의 숲에서 솔플하는 인간을 상대로 PK를 걸 수도 없고……."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도 없음을. 정령의 숲, 그곳에 모인 나름 유명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모여 한탄 섞인 이야기를 나누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이대로는 안 돼.” 대화를 나누던 이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마스, 무슨 방법이 있어?” 플레이어의 이름은 마스. 1티어급 길드인 스카프의 일원으로 정령의 숲 내에서 손꼽히는 마법사인 그가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제안했다.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하면 난입하는 게 어때?” “난입?”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물론 그 제안에 바로 반발이 나왔다. “스카프 길드야 BJ대마도사랑 사이가 안 좋으니 더 안 좋아서 나쁠 건 없다지만 우리는 아니라고.” “BJ대마도사는 보통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10대 길드 마스터들이 방송에서 후원하는 거물이지.” 그러한 반발에 마스는 포기하지 않은 채 재차 제안했다. “그래, 10대 길드 마스터들이 후원을 하지. 하지만 손을 잡은 건 아니잖아?” 그 제안에 몇몇 이들이 상종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반면 몇몇 이들은 자리에 남아 표정으로 말했다. 좀 더 말해보라고 그 표정을 지은 이들에게 마스가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BJ대마도사가 길드 소속이었으면 이런 일도 없지. 솔플로 뛰니까 우리들이 더 비교 당하는 거잖아? 길드빨이니, 뭐니 하면서. 안 그래?” “그야 그렇지.” “그럼 오히려 기회잖아? 여기서 우리가 BJ대마도사 방해한다고 해서 길드 차원의 보복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진지하게 말해서 여기까지 왔으면 BJ대마도사가 10대 길드에 들어갈 일은 없어. 어비스 길드 정도라면 모를까 다른 10대 길드가 BJ대마도사 영입하면 남은 9개 길드가 가만히 있겠어?” “견제하겠지.” “그럼 기껏해야 1티어급 길드 들어간다는 건데, 이 중에서 1티어급 길드의 보복이 두려운 사람 있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없었다.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 모두 1티어급 길드 소속, 그것도 길드 내 유망주였으니까. "더군다나 위에서 지령 내려왔잖아? BJ대마도사랑 한 판 붙는 거 말리지 않겠다고. 필요하면 지원도 해주겠다고.” 더욱이 현재 1티어급 길드들은 BJ대마도사와 비슷한 레벨대의 길드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붙어도 좋다는 허가를 내린 상태였다.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최소한 BJ대마도사에게 경고는 해야지.”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제 마음껏 활개 치게 놔둘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면 통하든 않더라도 그러한 의지를 담은 견제를 한 번은 할 필요가 있었다. “해서 먹히면 대박이고.” 그리고 만약 견제에 성공한다면, 그 견제에 참가한 이들은 길드 내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터. 혹여 실패하더라도 처벌이나 질책이 내려올 가능성은 없었다. 오히려 수고했다는 격려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방법은?” “간단해. BJ대마도사가 내일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주변에서 사냥을 하는 거야. 솔직히 이건 문제될 것도 없어. 단지 방송을 망치는 것 뿐이지.” “하지만 시청자들 반발이 심할 텐데?”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멋대로 해온 것으로 인기를 끌었어. 그런데 방해 받는 걸 가지고 반발한다? 오히려 BJ대마도사에게 화살이 꽂히겠지.” 이 순간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는 이는 없었다. ‘마스 말이 맞아. 그게 무슨 문제야?’ ‘사냥터가 겹칠 수도 있는 거지.’ ‘오히려 BJ대마도사가 방송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피하면 그게 더 쪽팔린 일이지.’ 그런 그들에게 마스가 못을 박았다. “하다못해 우리가 할 만큼은 했다는 걸 위에 보여줘야지, 앞으로가 편하지 않겠어? 어차피 BJ대마도사 레벨업 페이스는 못 쫓아가고, 다시 만날 일 없어.” 다시 만날 일은 없다! 그 말을 듣는 더 이상 반대는 없었다. “난 할래.” “나도.” “나는 길드에 물어봐야겠지만, 어떻게든 설득해서라도 참가할게.” 그 모습에 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모습을 먼 곳에 있는 두 플레이어가 바라보며 말했다. “체크, 아니 이제는 마스지. 마스 녀석 능구렁이가 따로 없군. 진짜 이렇게 쉽게 일 처리를 할 줄이야.” “우리야 고마울 따름이지. 사냥뱀 길드 OB가 저렇게 우리를 위해서 뛰어주는데. 그래도 신기하긴 신기하네. 사냥뱀 길드 소속일 때는 마스 녀석은 완전 미친놈이었는데.” “그렇지. 안개의 숲에서 자기 빼고 나머지 24명 플레이어를 게임 오버시키는 짓을 제정신 가진 놈이 할 리는 없으니까.” “그보다 BJ대마도사도 안 됐네. 결국 길드 마스터 자존심을 건드렸으니까 말이야. 더군다나 내일 라이브 방송은…… 필시 퍼포먼스 보여준다고 사냥에 전력을 다할 테니…… 간단하겠군.” 그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마친 그 둘이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고, 개중 한 명이 대화의 마무리를 지었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185화. < 59화. 럭키 익스프레스 (2). > 5. - BJ대마도사가 정령의 숲에서 라이브 방송한다면서? ㄴ 진 주인공 특집이래! ㄴ 진 주인공? 주인공 이미 골드잖아? ㄴ 설마 골드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 어떻게? 진 주인공 특집!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주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 그럼 정령의 숲이니까 방식은 마이웨이이려나? ㄴ 마이웨이가 딱 맞긴 하지. 마이웨이, 정령의 숲에서 플레이어의 강력함을 증명하기엔 그보다 더 확실한 것도 없었으니까. 방법은 간단했다. - 마이웨이가 뭔데? ㄴ 목적지를 찍고 거기까지 일직선으로 가는 거야. 일직선으로 이동하는 것! 물론 보통 사냥터에서 이런 짓을 한다면 그래서 뭐? 라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 알다시피 정령의 숲에서는 평범하게 보이는 나무가 갑자기 정령수로 변해서 덤벼들잖아? 하지만 정령의 숲이 가진 특성은 그것을 병신 같지만 재미있겠네? 라는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이유로 정령의 숲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은 한 번 이상 마이웨이 스타일을 보여주고는 했다. - 재미있겠네. ㄴ 설마 BJ대마도사가 럭키랑 골드 없이 혼자 가려나? ㄴ 오! 그럴 거 같다! ㄴ 하긴, 골드나 럭키 도움을 받으면 의미가 없지. 더욱이 BJ대마도사가 골드보다 자신이 낫다는 걸 증명하고자 한다면 골드와 럭키를 전투에서 배제할 터. - 무조건 본다! - 이거 라이브로 안 보면 후회할 거야! 여러모로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라이브 방송에 모두가 기꺼이 제 시간을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아직 소식 없어?” “이제 슬슬 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정령의 숲을 사냥터로 삼는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빅이벤트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니, 운이 좋았어.” “아무렴, 라이브 시청보단 직관이 최고지.” 아무리 라이브 방송이 보는 것자체는 쾌적하다고 해도 실제로 목격하는 것보다 뜻이 깊을 순 없는 법. 더욱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고작 하루의 플레이 타임 중 1시간 남짓만 투자하면 될 뿐인데, 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바보 짓일 터. 정령의 숲에 플레이어들 숫자가 평소보다 훨씬 많아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저기, 쟤들 영웅 길드 애들 아니야?” “영웅 길드라고? 이 시간대에 사냥하는 애들 아니잖아?” “저기, 플래시 길드 애들도 있네? 쟤들도 원래 시간대에 사냥 안 하는데?” 그중에는 프로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시간 관리가 생명인 애들인데, 하루를 버리겠다 이건가?” 플레이 타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1티어급 길드에 속한 프로 플레이어들에게도 BJ대마도사는 구름 위의 존재인 모양이야.” BJ대마도사의 존재감에 감탄이 나오는 대목. 그뿐이었다. 평소 이 시간대에 접속하지 않는 실력자들의 등장에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몇몇은 의문을 가졌다. ‘아니, 관람하는 것치고 너무 만반의 준비를 한 거 같은데?’ ‘관람이 아니라 전투 준비하는 거 같은데?’ 그들이 관객이 아니라 방해꾼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 그리고 그런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한 곳 더 있었다. 6.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진짜? 알았어.” 라이브 방송 시작을 코앞에 둔 그곳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리 어수선했다. “뭐래?” “자세히는 말해주지 않는데, 전부 스탠바이 상태래.” “그게 방송하겠다는 거지. 설마 그게 변명이라고 한 거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시간대에 평소 방송을 하지 않았던 채널들이 방송을 하거나 혹은 준비 중이라는 것.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정령의 숲을 사냥터로 삼는 플레이어들만! “자기들 말로는 긴급 방송이라는데……." “그럴 리가 있나? 넌 그걸 믿어?” “그럴 리가! BJ대마도사랑 방송 시간 맞춘 이유가 따로 있겠어? 똥 뿌리겠다는 거잖아?” 그들의 의도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방해하기 위함이란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워즈튜브 내 채널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서로 경쟁하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아, 진짜 동업자끼리 너무 하네.”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선은 있었다. 너무 심하게 경쟁을 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자신들밖에 없는 법이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1티어급 길드들 대여섯 곳이 동시에 똥 뿌리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선을 벗어나도 아득히 벗어난 상태였다. “이쯤 되면 똥이 아니라 피를 뿌리겠다는 거지.” 선을 벗어나서 주먹질까지 하는 수준. “사장님, BJ대마도사에게 통보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대로는 라이브 해도 의미 없을 거 같습니다.” “맞아요, 다들 작정한 거 같은데 이대로 마이웨이 해봤자 몬스터 씨가 말라서 볼 것도 없을 겁니다.” 이쯤 되자 직원들이 박영준에게 진심 어린 의견을 건넸다. 그 의견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예상한 부분이야.” “예상하셨다고요?” “저번 방송 이후 BJ대마도사의 행보에 1티어급 길드들이 위협감을 느끼는 길드가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잖아? 생태계 교란종이 들어왔는데 포식자들이 가만히 있겠어? 심지어 포식자를 잡아먹는 놈인데? 솔직히 지금 이건 그냥 가볍게 어깨 한 번 두드린 수준이지. 대놓고 PK를 시도한 것도 아니니까.”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하긴, BJ대마도사쯤 되면 견제가 들어오지.’ ‘저번 트리플 헤드 트롤 때도 견제가 엄청났지.’ 그동안 BJ대마도사에 대한 견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 역시 그걸 모를 리 없고.” 그 말을 끝으로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BJ대마도사가 나섰으면 이런 일이 안 터졌을 수도 있어. BJ대마도사가 힘 좀 썼다면 1티어급 길드들이 이렇게 손에 손잡은 채 대놓고 덤벼들진 않았을 테니까.’ 앞서 박영준, 본인이 말한 것처럼 BJ대마도사도 이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며,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라면 정말 원한다면 게임 외적으로 그것을 막을 힘이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이대로 흘러가게 놔뒀다는 건…… 이유가 있겠지.’ 필시 이 상황 자체도 계획의 일부라는 의미. “BJ대마도사가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그때 부하 직원 한 명의 말에 박영준이 손가락을 멈춘 채 모두를 향해 말했다. “모두 라이브 방송에만 집중해! 우리 역할은 최고의 라이브 영상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짝! 그리고는 이내 박수 한 번을 세게 치며 소리쳤다. “큐!" ‘이것 봐라?’ 미다스가 그들의 낌새를 느낀 건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움직일 무렵이었다. 하나둘 무리가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관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평균 시청자 숫자가 백만 단위인 미다스의 방송을 직관한다는 건 나름 대단한 기회였으니까. ‘선을 넘었네? 어? 쟤네들?’ 그러나 관객이라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건 물론, 좀 더 가까이 오는 것을 봤을 때 미다스의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이름과 입고 있는 아이템들을 봤을 때 미다스는 확신했다. ‘1티어급 길드들이…… 내 방송 말아먹으려고 왔구나.’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의도가 무엇인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해오던 라이브 방송에서 방해꾼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내 특집했으면 골 때렸겠네.’ 무엇보다 오늘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었다. 본래 시나리오는 시청자들이 사전에 예상한 게 맞았다. 마이웨이, 미다스는 그 방식으로 자신의 스펙업을 모두에게 보여줄 속셈이었다. ‘럭키 특집이니 충돌할 일은 없지.’ 그러나 럭키가 거대화 스킬을 얻으면서 그리고 바로 전날 라포의 똘똘이가 거대화 스킬을 쓰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어차피 럭키가 거대화 쓰는 순간 게임 끝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스케일이 달라졌다. 당장 어제 4억 명의 시청자들이 라포의 똘똘이 거대화를 본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럭키가 거대화를 쓰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렇게 되면 BJ대마도사가 존재감은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4억 명 중 시청자 1퍼센트만 가져와도 내 시청자만큼 돼.’ 하지만 그 대가가 고민을 녹여버렸다. ‘라포도 똘똘이 하나로 다 해먹었는데, 까짓것 나도 럭키에 업혀간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오늘 방송을 주저할 리 만무.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 그가 약속된 시간이 되자마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하며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자 채팅창이 들썩거렸다. 아니, 들썩거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 방해꾼 왔다! - 대박! - BJ대마도사님, 지금 그 주변으로 방해꾼들 몰려간대요! 싸움 구경보다 재미난 건 없는 법. 그리고 싸움이 났다는 소문보다 발 빠른 소문도 없는 법. 이미 게임에 접속한 채 낌새를 느낀 플레이어들이 퍼뜨린 소문이 온라인 세계에 만연한 상태였다. - 1티어급 길드 애들이 방해하러 왔다는 거 사실인가요? 더욱이 지금 이 싸움은 갓워즈란 세계를 장악하는 권력자들과의 싸움이었다. 사실 보통은 싸움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 진짜? 1티어급 애들이 방해꾼이라고? - 크으, BJ대마도사 클래스 살아있네! 1티어급 애들이 똥 뿌리러 오다니! 하지만 BJ대마도사가 이룩한 명성은 싸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재미난 이벤트로 만들었다. 물론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BJ대마도사가 이 방해꾼들 사이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관객이 많은 것 같네요. 역시 다들 진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이렇게 관객이 많이 왔으니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네요. 동의하시죠?” 라이브 방송을 무르는 일은 없다!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까닥까닥, 목을 좌우로 꺾으며 풀었고 들썩들썩, 어깨로 원을 그렸다. 휙! 그러면서 가법게 공을 던지는 듯한 제스처도 취했다. 마운드 위의 투수처럼, 누가 보더라도 본격적으로 던지기 전의 모습이었다 이윽고 미다스가 몸풀기를 멈추는 순간 미다스가 가볍게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여기서부터 정령의 동굴 입구까지 거리가 일직선으로 약 7킬로미터쯤 됩니다.” 그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마이웨이다! - BJ대마도사가 마이웨이 선언했다! - 방해꾼 새끼들 덤빌 테면 덤벼봐! 우리 BJ대마도사님이 다 쓸어버릴 테니까! - 럭키, 골드빠들! BJ대마도사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진 주인공 BJ대마도사가 간다! - BJ대마도사 빠들 전부 모여! 후원 채팅도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8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3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1호팬 님이 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동안 럭키 팬들과 골드 팬들, 심지어 잭팟 팬에도 밀려 어깨를 펴지 못했던 BJ대마도사 팬들이 오랜만에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저기까지 일직선으로, 그 어떤 방해와 역경도 고려치 않고 직진으로만 갈 겁니다.” 그렇게 더 이상 타오를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절정에 도달랬을 때 미다스가 몸을 돌렸다. “우리 진 주인공님 럭키님이!”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옆에 있던 럭키를 향해 자신의 두 팔을 뻗으면서 말했다. “럭키님이 절 데리고 가주실 겁니다!” 왕! 그 순간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응? 뭐라고? 럭키? - 잠깐만, 내가 예상한 건 이게 아닌데? - 잠시만요, BJ대마도사님? 오늘 진 주인공은 BJ대마도사님 아니었나요? 그리고 몇몇은 발견했다. - 럭키가 덩치가 커진 거 같은데? - 덩치가 커졌다고? 설마 진화한 거야? 럭키의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그러한 사실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 럭키 님이 진화하셨다고? - 럭키 님 특집이라고? - 럭키 빠들 모여라! - 역시 진 주인공은 럭키 님이지! 어디서 BJ대마도사 따위가 감히 진 주인공이라고 나대! 럭키팬들이 채팅창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럭키에게 다가가 턱 아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럭키야. 어떻게 하는지 알지?” 왕! “그래, 일직선으로 그냥 가면서 다 씹어먹으면 돼.” 왕! “좋아, 그럼 가자고.” 그 짧은 대화와 함께 미다스가 럭키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주기 시작했다. “헤이스트 앤 스트렝스 앤 라이트닝 실드.” 차근차근. “아, 포션도 먹어야지.” 값비싼 포션 도핑을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모두 확신할 수 있었다. - 진심이다! - 진짜 럭키 특집이다! 확신했기에 우려했다. - 아니, 그런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 럭키님 특집은 좋은데, 설마 럭키님 혼자 뛴다고? - 위험할 거 같은데? 럭키가 대단한 건 맞지만, 혼자서 정령의 숲을 돌파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제아무리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고 해도 솔직히 스킬로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 새로 얻은 스킬이 거대화 스킬이라면 모를까. - BJ대마도사, 동물 학대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한 우려 속에서 포션 도핑마저 끝낸 미다스가 럭키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거대화.” 크르르! 그 외침에 럭키의 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호랑이 크기였던 몸이 빠르게 코끼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크기가 되었다. - 맙소사! - 이거 리얼? 거대화 스킬을 얻었다고? - 라포도 이제야 간신히 얻은 스킬 아닌가?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 앞에서 시청자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라포 님이 10,06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운빨좆망겜.]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쓰다듬어줄 수 없을 만큼 커진 럭키 옆에 선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 익스프레스 출발합니다!” 186화. < 59화. 럭키 익스프레스 (3). > 8. 갓워즈에서 길드의 등급을 나눌 때 흔히 쓰는 표현이 바로 1티어급 길드라는 표현이었다. 사실 이 표현은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었다. 어떠한 공신력 있는 집단이 모두가 합의한 규칙이나, 기준을 가지고 당신은 이제부터 1티어급 길드가 되었습니다, 같은 말을 하면서 인증서 같은 걸 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해서 많은 이들이 이와 관련되어 논쟁을 벌이고는 했다. 그러나 막상 1티어급 길드들은 그 사실에 딱히 논쟁을 가지거나 하지 않았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덕분이었다. “BJ대마도사가 접속했다.” “위치는?” “여기서 동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곳.” “특별한 움직임은?” “딱히 없는 거 같아.” “좋아, 그럼 계획대로 움직인다.” 평소에는 경쟁도 하고, 싸움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즉, 1티어급 길드들은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든 채 그 안에서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든 세계에 없다면 1티어급 길드가 아닌 셈. 그만큼 그들이 만들어놓은 카르텔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질기고, 강인했다. 지금 그러한 1티어급 길드 9곳에 소속된 173명의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영웅쪽은 동쪽으로.” “스카프 길드는 정면이지?” 그 움직임은 마치 예전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파티였던 것처럼 일사불란하기 그지없었다. “자리 잡았다.” “대기 완료.” “BJ대마도사 라이브는?” “아직 방송 안 켰어!” 덕분에 그들은 BJ대마도사가 등장하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 그의 주변을 단숨에 포위할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획한 마스, 본인이 보기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하긴, 자기들 밥그릇 걸린 일인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그렇게 감탄하던 마스가 이제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BJ대마도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이 굳었다. 준비가 완벽하다는 건, 총으로 따지면 장전을 맞추고 조준을 완료한 것과 같았다. 이제 정말 BJ대마도사와 얼굴 붉힐 만큼 싸우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 여기서 마스는 다시 한 번 더 계획을 점검했다. 그렇게 점검을 마친 마스의 표정은 굳어있을지언정 실패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BJ대마도사 성격상 분명 방해꾼이 오면 맞불 작전을 펼치겠지. 그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사이…… 사냥뱀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친다. 함정은 완벽해.’ 지금 만들어놓은 함정은 저번 트리플 헤드 트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으니까. ‘이미 포위망을 갖춘 만큼, 조력자가 있어도 BJ대마도사를 돕는 건 불가능해.’ 다른 누구도 아닌 1티어급 길드들이 손에 손을 잡고 포위망을 갖춘 상황 아닌가? 어지간한 무리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셈. 때문에 마스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BJ대마도사가 마이웨이를 시작하기만 하면 돼.’ 오늘 이곳에서 BJ대마도사가 최초로 게임 오버를 당하리란 것을. 그러한 상황 속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를 시작했어.” “그래?” “우리들을 눈치챈 거 같아.” 동료의 말에 마스가 옅게 웃으며 질문했다. “BJ대마도사가 우리보고 피해달라고 부탁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무릎 꿇고 부탁한다거나?” “그럴 리가. 마이웨이지.” 마이웨이. 그 단어에 마스가 BJ대마도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혹시 모를 변수, BJ대마도사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상한 수를 쓸지도 모르는 것마저 사라진 상황. 거기까지였다. “어?” 마스를 비롯해 모두가 됐다, 라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건. “어!” 본인의 채팅창을 통해 서포터로부터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대한 정보를 받던 동료의 거듭된 이상한 반응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야?” “그게…… 아, 잠깐만.” 이윽고 비공개 방송의 채팅창을 통해 보고를 받은 동료가 말했다. “오늘 진 주인공 특집의 주인공이 BJ대마도사가 아니라 럭키야! 럭키가 마이웨이를 한대!” 그렇게 설명을 뱉는 이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물론 믿기지 않겠지만 분명……." 말을 하는 자신도 믿기 힘든데 듣는 입장에서는 어떻겠는가? 다행히도 설득을 위해 노력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잠깐만, 지금 저기 럭키 말이야…… 커진 거 같지 않아? 아니, 커진 거 같은데?” 이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었으니까. “설마 거대화?” 오늘 주인공이 누구인지. 9. 갓워즈에서 레벨이 오를수록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몬스터의 덩치들도 커졌다. 근접 딜러, 탱커들에게 거대화 스킬이 각광받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근접 전투에서 체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으니까. 크왕! 이제는 정령수에 비해 더 큰 덩치를 가지게 된 럭키는 그 사실을 백분, 그 이상 활용했다. 쾅! 그동안은 쉽사리 쓰지 않았던 몸통박치기를 사용했다. 그를 통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균형이 무너진 몬스터가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그 거대해진 입으로 그 약점을 가차 없이 물어뜯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입이 커진 만큼 물어뜯기는 범위 역시 커졌다. 주는 데미지 역시 늘어났다는 의미! - 우와, 그냥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네! - 저건 밀어붙인다기보다는 그냥 쓸어버린다고 해야지! - 역시 진 주인공답네! 그러한 럭키의 돌진을 막아내는 정령수는 단언컨대 없었다. 정령 기사 역시 처지는 다르지 않았다. 갑옷으로 무장한 만큼 정령수에 비해 더 나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꽈앙! 거대해진 럭키의 공세를 제대로 버텨내는 이는 없었다. “럭키야!” 무엇보다 거대화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다. “금강불괴다!” 스킬을 사용했을 때 그 효과 역시 거대해진다는 것. 당장 시각적인 효과부터 차원이 달랐다. - 럭키 님 금강불괴 쓰신다! - 거대화 쓰고 이게 가능해? 금강불괴는 다른 스킬 못 쓰잖아? - 금강불괴 상태에서 새로운 스킬을 못 쓰는 거지, 그 전에 쓴 스킬은 적용됨! 거대해진 몸이 쇳덩이로 변했을 때 보여주는 시각적인 임팩트는 평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 금강불괴 상태에서 시작된 공세의 파괴력 역시 평소와 비교를 거부했다. 꽈아앙! 럭키가 곰의 외형을 가진 얼음 정령 기사를 상대로 몸을 부딪치는 순간 앞서서 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났다. - 우와! - 소리 봐! 벽돌을 거대한 쇠망치로 때려 부수는 듯한 소리. 결과물은 더 처참했다. 금강불괴 상태에 있는 럭키에게는 사냥감을 물어뜯을 이유조차 없었다. 꽈아앙! [정령 기사를 처치했습니다.] 곰 모습의 정령 기사 한 마리를 얼음 조각으로 만드는 데에는 다섯 번의 몸통박치기만 충분했다. - 어우, 보는 내가 다 아프네. - 몬스터가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다.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파괴력. “이야, 럭키 최고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찬사가 절로 나올 파괴력이었다. “우리 럭키 어떻습니까? 끝내주죠?”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럭키? 말이 짧다? - 승객 주제에 감히 어디서? 럭키님이라고 안 해? - 럭키님, 이제 딜러도 필요 없는데 그냥 이 쓸모없는 광대는 버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주인공도 아닌데 나대지 말라고. 미다스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역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지.’ 그리고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럭키의 비중이 높아지면 결국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줄어들 테니까. - 이 정도 포스면 골드님 빼고는 주인공 자리 위협받을 일은 없을 듯? ㄴ 확실한 건 BJ대마도사는 끝이라는 거지. ㄴ 이제 BJ버리고 MC대마도사 가야 하는 거 아님? ㄴ 노래도 잭팟이 더 잘 부름. ㄴ 그럼 탱킹? ㄴ 블레이즈 골렘이 더 잘하잖아? ㄴ 뭐야, 진짜 쓸모없잖아? 무엇보다 이러한 럭키의 퍼포먼스를 미다스가 제 스스로 뛰어넘는 건 미다스가 보기에도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만족했다. [BJ럭키1131호팬 님이 1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데뷔축하 님이 10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당장 후원금 수준부터가 남달랐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미다스를 만족케 하는 건 지금 주변에 있는 풍경들이었다. ‘럭키의 페이스에 맞춰서 움직이는 걸 보니…….' 자신을 방해하러 온 방해꾼들의 움직임이 굼뜬 것이 보였다. ‘다들 당황한 모양이군.’ 그들이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만약 당황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지금 럭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주변을 초토화시켰을 테니까. ‘하긴, 할 수 있는 게 없지.’ 사실 이미 방해꾼들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다스의 경우라면 방해하는 게 의미가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가 바라던 대로 존재감을 되찾는 게 불가능할 터. 그렇게 되면 협박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그들이 지금 방해꾼을 시도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럭키는 달랐다. ‘지금 럭키를 방해한다고 해서 럭키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의 럭키는 굳이 얼마나 더 빨리 몬스터를 잡는지, 그것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이미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어제 방송에서 4억 명이 거대화 스킬을 쓴 똘똘이의 위엄을 봤는데,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 라포! 그가 이미 거대화 스킬을 쓴 펜리르의 신수의 존재감을 세상의 뇌리에 각인시킨 상황이니까. 그걸 방해꾼들도 아는 상황이었다. ‘그놈의 자존심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떠났겠지.’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는 건 여기서 물러나는 순간 정말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탓이었다. 먼저 시비를 건 입장인데 제대로 무언가 하지도 못한 채 물러난다? 1티어급 길드의 자존심이 용납할 리 만무. “방해꾼들 덕분에 몬스터들이 적당히 오네요. 이거 선물이라도 보내야겠어요.” 그렇게 상처 입은 그들의 심기에 미다스가 소금을 뿌렸다. “그러지 말고 제가 가서 인사라도 할까요? 포션이라도 한 잔 가볍게 하면서? 왜 왔는지 허심탄회하게?" 진심을 담아서. 말 그대로였다. - 오우, BJ대마도사 좀 화난 듯? - 화날 만하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갑자기 태클 들어오는데 누가 기분이 좋겠어? - 까놓고 말해서 BJ대마도사가 저들에게 피해 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시비 걸면 누가 기분이 좋겠어? 시청자들의 말처럼 지금 미다스는 방해꾼들의 행동에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손익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끝날 리가 없지. 내가 무릎을 꿇지 않는 이상.’ 앞으로 이러한 견제가 멈추지 않으리란 것. ‘그렇다고 칠 수도 없고.’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횡포에 대해서 이렇다 할 행동을 할 수도 없다는 것. 솔직히 여기서 미다스가 저들에게 보복 행위를 했을 경우, 미다스에게 그것을 막을 힘은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진짜 제대로 현실 권력 쓰면 금방 찌그러질 놈들인데 말이야. - BJ대마도사가 게임에서만 힘쓰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 듣기로는 BJ대마도사가 돈만 쓰면 저기 있는 길드 중 서너 곳은 바로 인수할 수 있다던데? - 에이, 10대 길드도 인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1티어급 애들은 장난감이지, 장난감. - 그러면 더 빡칠 듯. 장난감이 덤비는 거잖아? 세간의 평가와 달리 미다스의 배경이라고는 재활 훈련으로 이제야 얼굴에 혈색이 돋기 시작한 형과 요즘 치킨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볼살이 통통하게 오른 조카가 전부였으니까. 즉, 미다스는 저들에게 시비를 걸 수 없었다. “에이, 게임은 게임에서 끝내야죠. 현실에서 힘쓰면 게임을 무슨 재미로 합니까?” ‘착각해주는 게 베스트야.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내가 게임 접었겠지.’ 허장성세. 지금은 이 거짓이 자신이 가진 가장 확실한 갑옷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오늘은 럭키의 진 주인공 데뷔전 아닙니까? 아름답게 꾸며줘야죠. 럭키가 플레이어 잡아먹는 거 보고 싶진 않잖아요?” ‘그냥 판정승으로 끝낸다.’ 그렇게 적당히 상황을 끝내려는 미다스. '응?'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리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최대한 발소리마저 죽인 채. ‘하나, 둘…….' 한 곳이 아닌 세 방향에서 세 명이 미다스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었다. ‘쉐도우 어쎄신?’ 모두가 은신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었다. ‘사냥뱀 길드!’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주변은 포위당한 채 혼자서 마이웨이를 찍으며 마법을 쉴 새 없이 캐스팅하는 자신. 그 순간 강력한 스킬들이 쿨타임에 돌입하는 순간 암살자들의 암습! ‘……날 엿 먹이려는 게 아니었네.’ 필시 이 계획을 기획한 자는 생각했을 것이다. ‘제대로 조지려는 거였지.’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으리라고. 실제로 미다스가 생각하기에도 아주 훌륭한 방법이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을 정도. 물론 지금 미다스가 생각해야 하는 건 그들의 철두철미함에 놀라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러면 이야기는 다르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여기서 미다스가 이들을 모른 척 눈감아준다고 해서 이들이 반성하고 착하게 살 리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이것은 명명백백하게 선을 넘는 일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비매너 길드 집단인 사냥뱀 길드를 쓰는 건 허가되지 않는 불법 무기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 이 사실이 공개됐을 때 그리고 그에 대한 응징을 했을 때 대중과 명분은 미다스의 편일 터. 결정적으로 이곳에 온 이들은 지금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할 자들이 아니었다.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는 더 세게 온다.’ 오히려 더 확실한 방법을 들고 미다스를 잡으러 올 터.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럭키 새로운 스킬 추천받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다음 따위는 감히 상상할 수 없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을 노리는 무리들을 처참하게 분쇄하는 것! “아, 펜리르의 피어요? 좋습니다! 그럼 쓰는 김에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봅시다. 럭키야! 이쪽 보고 펜리르의 피어 좀 써봐!” ‘아주 끝장을 내주지.’ 그러한 의지를 실행에 옮긴 미다스의 눈앞에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의 거대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럭키 머리 위로 거대한 황금빛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했습니다.] [마주한 모든 대상의 버프 일시 정지합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187화. < 60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1). > 1. - 펜리르의 피어다! - 거대화 스킬 쓰니까 눈도 더 커진 듯? 펜리르의 피어. 그 고요한 공포가 등장하는 순간 채팅창의 시청자들은 고요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 와, 정면에서 이거 보면 진짜 오줌 지릴 듯! ㄴ 그럼 BJ대마도사 좀 지렸겠네? 그뿐이었다. 놀랍다! 그 외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 순간 그 피어 앞에 노출된 세 명의 플레이어들, 사냥뱀 길드의 암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했다. ‘조금만 더 접근하면…….' 은신 스킬을 사용한 채 BJ대마도사와의 거리를 정말 조금씩 줄이는데 모든 것을 쏟고 있던 상황. '응?' 아무리 채팅창을 켜고 서포터를 통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최소한 반 박자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펜리르의 피어를 썼다고? 우리쪽으로?’ 그리고 혹여 채팅창을 통해 그 사실을 인지하였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에도 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펜리르의 피어는 포효 따윈 없지 않은가? 반응할 다른 여지조차 없는 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물론 혹여 숙련된 실력자라 하더라도 당혹감에 제대로 사고를 이어나가는 것조차 못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셋은 숙련자, 그 이상이라 스스로를 평가하기에 나름 충분했다. [펜리르의 피어에 노출됐습니다.] [은신이 풀렸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셋은 스타트 라인에서 총성을 들은 단거리 육상처럼 반응했다. ‘잡는다’ 총알처럼 움직였다. 이 이상은 없다! 그 정도로 훌륭한 반응 속도. 사냥뱀 길드가 어째서 갓워즈 3대 비매너 길드인지,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사냥뱀 길드를 두려워하는지 알려주는 증거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속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게 이유였다. ‘어?’ ‘뭐야?’ 그들이 당황한 이유. ‘BJ대마도사는?’ ‘조금 전까지 저기 있었는데?’ 그들의 시야 속에서 BJ대마도사의 존재는 어느새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 상황 속에서는 그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던 단어 카모플라쥬도 떠올리지 못할 만큼 사고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행동도 멈추었다. ‘어디 있지?’ 멈춘 채 고개를 잽싸게 두리번거리며 BJ대마도사를 찾았다. “네놈들!”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본격적인 행동을 보인 건 골드였다. 주인을 향해 다가오는 위협을 이미 사전에 언질받은 골드는 곧바로 블랙 클레이모어를 들고 암살자 한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굉장했다. 또한 거리 역시 짧았다. 무엇보다 골드에게는 그게 있었다. [블링크를 사용했습니다!] 엘프의 로브! 그 로브에 담긴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 골드는 자신을 바라본 암살자들, 그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콰앙! 암살자가 골드의 공격에 제대로 된 반응 없이 몸을 허용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다음으로 반응한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사태를 파악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럭키를 찍었던 카메라 방향을 바꾸었다. - 어어? 뭐야? - 무슨 일이야? - 카메라가 왜 돌아? 갑작스러운 화면 전환에 당혹감을 느낀 시청자들의 눈앞에 곧바로 암살자와 전투 중인 골드가 보였다. - 골드네? - 골드다. - 어? 누구랑 싸우지? 당연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없었다. 물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 암살자다! - 습격이다! 어떤 의미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고대하던 해프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니까.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찾았다. - BJ대마도사는? 이 해프닝에 대한 BJ대마도사의 대처는 어떨까? 그 의문에 미다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퍼엉! 암살자, 그 한 명의 머리통에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날아오며 폭음을 토해냈다. - 파이어볼! - 반응했구나! BJ대마도사가 암습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피했다는 증거였다. - 그런데 안 보이는데? - 카모플라쥬다! 카모플라쥬 썼어! - 설마 거기서 암살자 등장하는 거 보고 바로 반응했다고? 그냥 장난삼아 펜리르의 피어를 쓰고 등장한 애들을 보고? - BJ대마도사 반응 속도 장난 아니네! 그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암살자들의 이러한 공격에 대처는커녕 반응조차 못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더욱이 이것은 예고된 상황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럭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장난삼아 펜리르의 피어를 썼는데, 그 과정에서 암살자들의 은신이 풀린 상황. 보통은 발견조차 못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암살자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카모플라쥬를 사용한 후 역습을 날린다? - 미친, 대체 저런 반응이 어떻게 가능한 거야! 경악할 만한 일.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들을 보고 있었으니까. ‘알고 했으니 막았지, 모르고 했으면 진짜 당했다!’ 오히려 이 순간 미다스는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사냥뱀 길드 플레이어의 반응에 놀랄 정도였다. ‘이 새끼들 진짜 PK귀신들이네, 귀신이야. 얼마나 플레이어를 조지고 다녔으면 거기서 바로 총알처럼 움직이냐?’ 정말 전력을 다해 움직이지 않았으면 알고도 당했을 정도. 그리고 그 사실은 지금도 유효했다. 이 순간 미다스에게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초전 박살이다.’ 변수가 나오기 전에, 최단 시간 내에 눈앞의 적을 제거하는 것만이 최선일 뿐. 퍼엉! 그 의지를 담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암살자의 머리에 명중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세 번째 파어이어볼이 잡혔고 미다스는 그마저도 잽싸게 던졌다. 퍼엉!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이어볼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손바닥 위로는 얼음 덩어리가 잡혔다. 미다스는 그 아이스볼도 빠르게 적에게 던졌다. - 왜 이렇게 빨라? - 파이어볼 3발이면 애드온 스킬 쓴 건데? - 거기에 연이어서 아이스볼 2발인데, 캐스팅 속도 보면…… 용열병 벌써 쓴 거야? 저 상황에서 저런 판단하고 행동이 가능해? - 아니, 그보다 이걸 다 맞추네? 명중률, 이게 말이 돼?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가장 어이가 없는 건 그 공격을 당하는 사냥뱀 길드의 암살자였다. ‘씨발, 무슨 놈의 데미지가!’ 고작해야 가장 기본 마법인 파이어볼인데, 그것을 맞는 순간 체력은 문자 그대로 소멸됐다. 레벨이 낮은 것도 아니고, 아이템 세팅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파직! 그 뒤를 이어서 날아온 라이트닝볼이 암살자의 머리에 닿는 순간, 암살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암살자의 몸이 곧바로 마네킹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 설마 벌써? - 볼 마법 6개 만으로 끝! - 리볼버구나! 리볼버도 썼어! - 아니 리볼버를 써도 데미지가 말이 돼? 상식을 초월하는 데미지 딜링의 결과물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그들의 눈앞에서 거대한 섬광이 번쩍였다. 꽈릉! 그 후 천둥 소리가 시청자들의 이어폰과 스피커 밖으로 뛰쳐나왔다. - 선더볼트다! - 맙소사! - 메모라이즈다! 메모라이즈로 저장된 선더볼트가 단숨에 암살자의 HP를 깎아냈다. “빌어먹을……." 즉사는 아니었다. 허나, 다행이라 할 수는 없었다. “감히 주인님을 위협하다니!” 이미 암살자 한 명을 끝장낸 골드가 내리친 블랙 클레이모어가 스턴 상태에 빠진 그 암살자의 얼마 남지 않은 HP를 바닥까지 내리찍었으니까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3명의 암살자가 정리되는 순간. 해프닝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쓰러진 세 명의 암살자를 바라본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좌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포위하듯 자리 잡은 방해꾼들이 보였다. ‘저들이 덤벼들면 답이 없어.’ 미다스의 생각처럼 이제는 저들을 처리할 때. 이 순간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꼼수는 안 통해.’ 정면 승부, 그 단어를 품은 미다스가 그대로 카모플라쥬를 해제했다. - 오, BJ대마도사 좀 하는데? - 다시 봐야겠어? 이제야 드러난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장난기 섞인 칭찬을 건넸으나, 그 칭찬에 미다스는 호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 분위기 심각한데? - 당연히 심각해야지.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자신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뜻을 읽고 곧바로 미다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후에야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주변에 방해꾼들 제 방송 보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미다스가 이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말을 이어갔다. “3분 드리겠습니다. 그 후에도 제 주변에 대기한다면 PK선언으로 판단하고 대응하겠습니다.” 2. 럭키가 펜리르의 피어를 쓴다고 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대부분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쇼맨십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암살자라고?” “BJ대마도사한테 PK를 시도한 거야?”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그러나 이어서 방해꾼들에게 전달된 암살자 소식은 그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예상외의 사태인 것도 사태인 거지만, 다들 알고 있는 탓이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저 라이브 방송을 방해하는 것과 암살자를 몰래 숨겨서 노리는 것, 이 차이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일부는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 당하면 더 골치 아파진다!’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방해꾼의 역할을 버리고 BJ대마도사를 구하기 위해 자신들이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달리 말하면 대부분은 BJ대마도사가 위험에 빠졌으리라 생각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지척까지 암살자들의 접근을 허락한 상태에서 마법사가 살아남는다면 그게 도리어 말도 안 되는 일일 테니까. “교전이 끝났다고?” “설마?” 때문에 채팅창을 통해 전투가 끝났다는 속보를 들었을 때 대부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잡힌 거야?” BJ대마도사의 게임 오버, 정말 선을 아득히 넘어버리는 사고가 터졌다고. “아니, 그게…… BJ대마도사가 암살자 셋을 다 잡았어.” “뭐?”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암살자 셋의 기습을 당했는데 마법사가 잡았다고? 그것도 이렇게 빨리? 전투 시간 1분도 안 됐다면서?” “아니, 그게 말이 돼?” 허나, 그들에게 상황을 해석할 시간은 없었다. “어! 3분!” “3분? 뭐가? “젠장, 3분 동안 여기 안 떠나면 BJ대마도사가 PK선언으로 보고 대응한다고 했어!” BJ대마도사가 그들에게 준 시간은 3분에 불과했으니까. 그 순간 모두의 판단은 단 한 명, 이번 일을 기획한 마스를 향했다. 물론 마스라고 해서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할 리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스는 누구보다 당황한 상태였다. '어떻게?' 이번 작전에 투입된 암살자들은 사냥뱀 길드의 실력자들, 모든 부분에서 정예 중의 정예였다. BJ대마도사를 연구한 끝에 그를 잡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기에 투입된 정예! ‘아니, 교전 시간이 1분도 안 된다고?’ 당할 순 있어도 이렇게 속절없이 당할 순 없었다. 전직 사냥뱀 길드 출신인 마스는 그 부분에서 만큼은 확신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 암살은 실패했고, BJ대마도사는 상식 외의 무언가를 보여준 채 이제는 그들에게 통보를 했다. 싸우거나 혹은 물러나거나. 사실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젠장.’ “다들 물러나! 우리 목적은 방해지, PK가 아니잖아! 괜히 남아서 의심 사면 안 돼!” 물러나며 발뺌하는 것. 그렇게 방해꾼들 전부가 썰물처럼 BJ대마도사의 주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라이징 스타 채널이 찍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 BJ대마도사 혼자서 저들을 물리친 거야? 새로운 전설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3. - BJ대마도사 암살하러 암살자 등장했다. - BJ대마도사가 암살자랑 3대 1로 떠서 이겼다! - BJ대마도사가 암살자 3명 1분 컷 했다! - BJ대마도사가 화내니까 1티어급 길드 애들 전부 튀었다! 약 3분 동안 연달아 들린 그 속보를 들은 이들이 보이는 반응 대부분은 똑같았다. - 미친 새끼들, 뭔 개소리를 하고 있어? - 또 BJ대마도사 빠들 시청자 숫자 늘리려고 낚시하네. 응 안 속아. - 구라를 치려고 해도 정도껏 쳐야지.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 정도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본 이들조차 믿기 힘들 정도. “말도 안 되는 반응이군.” 멀린, 라이브 방송을 보던 그조차도 이 결과물 앞에서는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툭 내뱉은 말을 끝으로 한동안 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빠질 정도. 엠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방송을 보던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린과 비슷한 기색이었다. ‘됐다.’ 그러나 속내는 멀린과 전혀 달랐다. 지금 그녀는 이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물론 BJ대마도사를 잡지 못한 건 아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노리는 진짜 노림수는 BJ대마도사를 잡는 게 아니었다. ‘이것으로 BJ대마도사는 한동안 그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없겠지.’ BJ대마도사를 진정한 의미로 고립시키는 것. 일단 오늘 일을 기점으로 1티어급 길드와 BJ대마도사가 손을 잡는 건 불가능했다. 당장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사고를 친 상황 아닌가? 1티어급 길드들은 이제부터 BJ대마도사와 관련된 모든 일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터. ‘BJ대마도사는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하니까.’ 무엇보다 자신을 노린 1티어급 길드와 손을 잡고 뭔가를 처리하는 건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행보와 자신감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 남은 곳은 10대 길드뿐. 그러나 10대 길드는 손을 잡고 싶다고 해서 쉽사리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10대 길드 입장에서는 갑자기 BJ대마도사가 손을 내민다면, 그만한 대가를 요구할 터. 그리고 BJ대마도사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결국 혼자서 아즈모가 구한 던전을 공략하겠지.’ 그렇다면 자연스레 다음 목적지, 아즈모가 창성 길드로부터 구한 그 던전을 혼자 공략할 터였다. 그게 엠마가 노리는 바였다. 창성 길드가 BJ대마도사의 공략 실패를 단언하는 그곳을 혼자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 무렵이었다. - 그럼 일단 정리된 것 같으니까 마이웨이는 계속하겠습니다. BJ대마도사가 다시금 라이브 방송을 속행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기의 길을 걷겠다! 그러한 의지를 드러내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엠마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솔로로 지내고 싶다면, 평생 솔로로 지내게 해주지. 원치 않아도.’ 188화. < 60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2). > 4. 호우우! 거대화된 럭키가 내지르는 하울링, 그 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처음 그가 들어온 거대하기 그지없는 정령의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마이웨이가 끝나는 순간. 그러나 이 순간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아, 끝났네. -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당연히 덤벼든 놈들 응징하시겠죠? - 애들 기강 한 번 잡으시죠? 모두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BJ대마도사의 보복뿐! ‘에휴.’ 미다스 입장에서는 하등 반가울 것 없는 일이었다. ‘응징은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일단 응징은 가당치도 않은 짓이었다. 1티어급 길드를 상대로 찾아가서 자신을 공격했으니, 나도 널 공격하겠다! 같은 짓을 한다면 처참한 결과만이 있을 터. 그렇다고 여기서 그 본심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숙일 순 없어.’ 지금 이 순간 사실은 쥐뿔도 없는 놈이었습니다, 1티어급 길드님들 이 불쌍한 소시민 플레이어 한 번만 봐주십시오, 이야기해봤자 통할 리 만무. 오히려 1티어급 길드들은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을 얘가 정말 자신들을 우습게 보는구나! 그러한 도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이 상황에 대한 BJ대마도사의 대응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이 사건에 대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다들 제 생각이 궁금하신 듯하니, 오늘 해프닝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그 마무리를 위해 미다스가 표정 연기를 시작했다.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매우 심기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어갔다. “하나는 오늘 특별히 럭키 특집을 했는데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두 번째는 고작 암살자 세 명으로 내 목을 따려고 했다는 것." 그때 말을 하던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열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꺼낸 건 단검이었다. 활활, 날이 불타오르는 단검! 툭! 미다스가 그렇게 꺼낸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그 후에 인벤토리에서 똑같은 단검 하나를 꺼낸 후에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장갑 하나를 꺼낸 후에 바닥에 내려놓았다. 활활, 가죽이 타오르는 그 장갑에 시청자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 불꽃 장갑이다! - 와, 암살자 애들 루팅해서 저거 먹었구나! - 운 장난 아니네. 불꽃 장갑. 이번에 암살자 중 한 명이 착용하고 있던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불꽃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44레벨 이상 - 정령의 숲에서 등장하는 이그니스의 가죽으로 만든 장갑이다.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근력 +209 - 체력 +132 - 지력 +89 - 마력 +78 - 공격력 +13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대상 공격 시 다음 공격이 대상을 추격한다. 옵션은 위가의 활과 같은 대상 명중 시 유도 능력! 매우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아이템 앞에서 미소 짓지 않았다. 오히려 쓰레기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연기였다. ‘대박이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이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라고 마음이 외칠 정도. 그러한 감정을 꾹 참은 채 미다스가 연기를 이어갔다. “고작 이 정도 아이템 세팅으로 말이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하긴, 암살자 3명으로 BJ대마도사를 잡는 건 너무 무시한 거지. BJ대마도사가 PK를 당했다는 것보다 고작 이런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노렸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는 것을.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세상에서 레전더리 아이템을 착용하고 온 암살자를 두고, 자신을 얕본 거 아니냐? 라는 발언을 개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플레이어는 극히 소수였으니까.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가 직접 말해준 것과 같았다. 이번 일은 자신에게 있어서 아주 지극히 사소한 해프닝과 다름없을 따름이다! 자연스레 채팅창의 분위기도 가벼워졌다. - BJ대마도사가 파티 내 서열 7위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실력자인데 말이야. ㄴ 7위? 어떻게? ㄴ 럭키님>골드님>잭팟님>사역마님>블레이즈골렘님>그냥골렘님>BJ대마도사. ㄴ 아! ㄴ 흙골렘 님을 잊고 있었네! 당사자가 가볍게 생각하는데 주변 이들이 그 사건을 무겁게 다룰 일은 없는 법이니까.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너무 진지해지면 안 돼.’ 이번 사건이 심각해지면 결국 어떻게든 끝장을 보게 될 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건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얕보이면 그다음에는 승냥이가 아니라 들개들이 달라붙는 법. 즉, 이번 사건은 가볍게 만들되 분명한 선언이 필요했다. “앞으로 PK를 할 거면 레전더리 아이템 최소 2개 이상은 들고 오세요. 그래야 잡는 보람이라도 생기니까.” 그 선언에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조롱이나 코웃음을 치는 이도 없었다. - 하긴, BJ대마도사랑 PK하는 건데 레전더리 정도는 수업료로 지불해야지. 이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이 BJ대마도사를 찾아오는 이유였으니까. 그렇기에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질문했다. - 그래서 유니크 템 들고 찾아가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하지 말라면 꼭 하는 애들이 있긴 하지. BJ대마도사의 선언을 무시하는 이들에 페널티는 무엇인가? 그 물음에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만약 이번하고 똑같이 제 술값도 안 나오는 아이템 들고 덤비면…… 그땐 현피로 보답합니다." 현피 선언! 물론 미다스에게 이 발언은 장난이었다. 자신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현실 권력자로 오해받는 상황이기에 시도해본 장난.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6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현피라니 이번 일 때문에 꽤 짜증이 났던 모양이네.] [아즈모 님이 10,06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하긴, 의뢰를 한 내 입장에서도 다른 놈들 방해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는 게 짜증이 나지만.] 아즈모, 그가 후원 채팅에 곧바로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아즈모 님이다! - 잠깐, 지금 아즈모 님도 같이 화낸 건가? - 이거 아즈모 님도 협박하신 거 같은데? 자기 의뢰 앞두고 BJ대마도사 방해하면 자기가 나서서 조지겠다고? - 괜히 장난친다고 덤볐다가는 진짜 좆되겠네. 미다스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리는 순간. ‘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이 멘트 받아야 해!’ 그 순간 자신이 여기서 놀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미다스가 잽싸게 반응을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즈모 님의 의뢰는 제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완료하겠습니다. 자, 그럼 방송 종료를 하겠습니다.” 방송 종료 선언.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가만히 있었다. - 끝났다! 응? - 왜 안 끝나? 그러나 라이브 방송은 계속 중인 상태. 그 상황에서 미다스가 슬그머니 반응을 보더니 고개를 두리번거린 후에 이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 오늘 주인공 저 아니었죠. 럭키야! 오늘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한 번 해!” 왕! 그렇게 럭키가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5. - 왕! 그 외침을 끝으로 화면이 꺼지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짙은 침묵. “어휴.” 그때 누군가 저도 모르게 한숨 소리를 내뱉었다. 그제야 비로소 다른 직원들 역시 비슷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우와……." “어우……." 모두가 10년 감수한 듯한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당연했다. “방송 사고 나는 줄 알았네.” “사고는 났지.” BJ대마도사를 향한 예상치 못한 공격, 그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방송 사고였으니까. 그것도 보통은 대참사로 이어질 사고였다. 주인공이 습격에 사망하고, 라이브는 종료되고 차후 사과 방송을 올려야 하는 사고. “BJ대마도사라서 여기서 끝난 거지.” “정말 BJ가 BJ대마도사라서 다행이야.” 그나마 한숨을 쉬는 선에서 끝난 것은 그 사고에 휘말린 이가 BJ대마도사인 덕분이었다. 그렇게 직원들이 한숨을 내뱉으며 긴장감을 풀며 정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영준은 달랐다. 라이브 방송이 끝난 그는 자리에 앉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지은 툭툭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탓이었다. 이번 일이 그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1티어급 길드들이 바보도 아니고, BJ대마도사를 이런 식으로 노릴 일은 결단코 없어.’ 박영준이 아는 1티어급 길드들은 어수룩한 자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BJ대마도사는 현실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 아닌가? 그런 그를 PK로 처치한다는 걸 알았다면 장담컨대 1티어급 길드들 대부분은 난색을 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이 벌어졌다는 건 누군가 이번 일을 주도하고 그 아래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의미. ‘이간질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명명백백하게 1티어급 길드들과 BJ대마도사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이었다. 애초에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와 손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허나, 여지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까지 터졌다면 1티어급 길드와 손을 잡을 여지마저 사라졌다. 적어도 당분간 1티어급 길드들과 BJ대마도사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1티어급 길드들이 미안하다고 사과할 가능성도 낮았다. 사과한다는 건 이번 일을 자기들이 했다, 라고 고백하는 꼴.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은 몰랐다, 이용당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컸고 BJ대마도사가 그런 그들을 상대로 고개를 굽히면서 굳이 손을 잡을 리 없었으니까. 그럼 왜 이간질을 시키는 걸까? 그에 대한 고민은 길지 않았다. ‘BJ대마도사를 고립시키기 위한 이간질.’ 이러한 이간질을 하는 건 판에 앉을 수 있는 자들을 줄이기 위해서,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예상한 바였다. 때문에 왜 이간질을 했느냐? 그런 의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 이간질을 했다는 건…….' 왜 이 타이밍에 이런 카드를 꺼냈는가? 그게 중요하지. ‘아즈모의 의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커.’ 그리고 현재 BJ대마도사와 연관된 확실한 빅 이벤트는 아즈모의 의뢰가 유일했다. ‘뭔가 있다.’ 그 의뢰가 보통 건이 아니라는 의미. ‘그리고 BJ대마도사도 그걸 알고 있어.’ 당연한 말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박영준보다 BJ대마도사가 훨씬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당장 최근 불사자 길드의 의뢰에도 BJ대마도사만이 특별한 정보를 알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이 이간질도 알고 있었을 수 있지.’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는 이번 습격도 알고 있었을지 몰랐다. 아니, 박영준은 확신했다. ‘아니, 알고 이렇게 대응한 거다. 어쩌면 거기서 럭키가 펜리르의 피어를 쓴 것도…… 그럼 그 반응 속도도 이해가 돼. 아즈모가 도중에 나와서 무게감을 실어준 것도 어쩌면 사전에 아즈모와 합의한 것이겠지.’ BJ대마도사가 분명 알고 있었으리라고. ‘내가 고민할 문제는 아즈모의 의뢰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에 대해서 박영준이 깊게 고민하는 건 무의미했다. BJ대마도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응책도 꺼내놓았다는 거니까. 박영준이 봐야 하는 건 아즈모의 의뢰를 마친 다음. 그것을 강구하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이내 멈췄다. ‘수요자들이 장난질을 칠 때 가장 좋은 건 공급을 끊어서…… 설마?’ 그 생각에 이른 박영준이 슬쩍 제 팔을 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정말 그렇다면, 진짜 대단하군.’ 소름이 돋은 팔이. 6. “왕!” 럭키의 외침을 끝으로 방송을 종료한 미다스가 속에 있는 본심을 토해냈다. “어휴!”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잘 마무리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게 마무리된 상황. ‘아즈모 님 감사합니다.’ 그 중심에는 아즈모가 있었다. 그가 거기서 자신의 장난을 받아준 덕분에 정말 그 말에 무게감이 생길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아즈모가 무서워서라도 못 덤비겠지?’ 그렇게 아즈모가 자기 의뢰 공략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는데 BJ대마도사를 공격하는 이들은 없을 터. 1티어급 길드가 지금처럼 방해하는 일도 없을 터였다. ‘……빨리 해야지.’ 물론 달리 말하면 그건 아즈모가 미다스를 향해 한 경고와 같았다. ‘의뢰 받고 꽤 시간이 지났으니까.’ 아이템도 선금으로 받아 처먹었으면 다른 일에 정신 팔리지 말고 자기 일에 집중하라고. 그러한 아즈모를 떠올린 미다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7. “가져왔어?” NPC아르비아가 인사보다 먼저 건넨 그 말에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주었다. [NPC아르비아에게 정령의 핵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퀘스트 아이템을 받아든 NPC아르비아가 그것을 확인한 후에 말했다. “대단하네. 이렇게 빨리 구해올 줄이야. 바로 해줄게. 책도 줘봐.” [아르비아에게 인정받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 후 NPC아르비아는 미다스가 건네준 것을 분무기 비슷한 것에 넣은 후에 흔들기 시작하더니 미다스에게 받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에 뿌렸다. 칙칙! 그렇게 페이지마다 분무기 속 내용물을 뿌리며 내용을 읽던 NPC아르비아의 눈살이 점차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칙칙! 이윽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해석을 완료한 NPC아르비아가 말했다. “골치 아픈 물건을 가져왔네.” “어떤 내용입니까?” “사물에 담긴 힘을 뽑아내 살아있는 것에 넣는 방법.” 놀랄 만한 일. 그러나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아이템 능력 습득 시스템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좋아, 내 예상대로 간다!’ 때문에 놀라는 대신 흥분했고, 기대했다. 그런 그에게 NPC아르비아가 말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추출해 살아있는 것에 넣기 위해 만든 방법이야.” 그때 미다스가 슬며시 질문을 했다. “그럼 무구에 담긴 힘을 추출해서 저에게 넣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가능해. 그러나 관계도 없는 힘을 넣으면 필시 부작용이 생기지. 부작용을 없애려면…… 무구와 사용자 사이에 그 누구도 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자세한 건 네가 직접 봐봐.” NPC아르비아는 추가 설명 대신 자신이 쥐고 있는 책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고, 미다스가 그것을 받았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해석본)을 습득했습니다.] [아이템 능력 추출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 사이로 미다스가 책을 펼치는 순간 정보창이 등장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해석본)] - 등급 : 레전더리 - 사용 가능 레벨 : 1레벨 이상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이다. 아이템 능력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 귀속된 아이템만 능력을 추출할 수 있다. - 능력을 추출한 아이템은 파괴된다. - 책 위에 아이템을 올려놓으면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 설명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일단 두 눈을 감고 속의 숨을 길게 토해냈다. 고뇌는 없었다. 이 순간을 예상하며 며칠 동안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왔으니까. 생일을 앞두고 이미 자신이 받을 생일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기다려온 것과 같았다. ‘장갑, 장갑부터 해보자.’ 그런 상태에서 선물을 받았다면 해야 할 건 포장지를 풀어서 그 안의 물건을 즐기는 것뿐. 그렇기에 미다스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바닥에 책을 놓고 곧바로 벗어놓은 수호자의 장갑을 책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수호자의 장갑에서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 “예." 미다스가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시나리오가 떠올렸다. ‘이거 되면, 진짜 게임 끝이다. 대박이다.’ 현실의 육신 속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대서 강제 로그아웃이 될지도 모를 만큼 행복한 시나리오를. 그러한 시나리오를 떠올린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재료가 부족합니다.] 189화. < 60화.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3). > 8. ‘재료?’ 재료가 부족하다는 알림에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들어 NPC아르비아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NPC아르비아는 바로 대답했다. “뭘 봐?” “아니, 그게……." 제 등에 찬 도끼보다 더 섬뜩하게 번뜩이는 NPC아르비아는 두 눈빛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여기서 질문을 한 자신의 머리통이 두 쪽이 나는 장면이 떠올랐으니까. 그와 동시에 미다스는 기억 하나를 더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렇지!’ 퀘스트 하나를 끝냈으니, 이제 새로운 퀘스트를 할 때임을. ‘다음 퀘스트 타이틀이 분해였지!’ 그리고 그 퀘스트 타이틀이 무엇인지를. ‘그러니까 이제 다음 퀘스트에서 재료를 모아오면 아이템을 분해해서 능력을 추출해준다는 거네!’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 미다스가 이제는 여유 있는 모습을 되찾은 채 말했다. “제게 시키실 일이 있으신지, 그것이 궁금해서요.” “시킬 일?”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아르비아가 찌푸린 눈살을 살짝 풀며 말했다. “시킬 일이 있긴 하지. 쉽진 않겠지만.” 쉽지 않다! 그러한 경고에도 미다스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무슨 일이든 제가 목숨 걸고 완수하겠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그 어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때보다 각오 가득한 모습, 그 모습에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방법은 찾았지만 재료가 필요해.” 이어진 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분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5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아이템 분해를 위한 재료를 찾아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정령왕의 파편’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뜬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 만연하던 미소가 조금씩 굳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굳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퀘스트 보상. ‘레전더리 에픽이라고?’ 다시 등장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에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퀘스트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퀘스트 난이도가 떠올랐다. ‘또 지랄 맞은 거 같은데?’ 그 섬뜩한 느낌 속에서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그 재료가 어디 매우 특이하고, 구석지고, 숨겨진 장소에 있는 건가요?” 그 물음에 NPC아르비아가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대답해주었다. “아니, 네가 한 번 가봤던 곳이야.” 그 대답에 미다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령의 숲인 모양이구나.’ 무대가 정령의 숲이라면 솔직히 필드,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될 리 없을 터. 그러한 미다스에게 NPC아르비아가 보다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안개의 숲.” “예?” “안개의 숲, 건너왔잖아? 재료는 그곳에 있어.” 이 세상에 쉬운 건 없다고. 9.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부류는 어디에나 있는 법. 하물며 법과 제도의 굴레를 벗어나, 죽어도 게임 오버 페널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가상현실게임 속에서 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령의 동굴 그리고 안개의 숲은 플레이어에게 매우 유혹적인 무대였다. “정령의 동굴 한 손만 써서 내려가 본다!” “그럼 난 발만 써서 내려가 본다!” 당장 정령의 동굴, 그 거대한 수직 동굴은 허무맹랑한 도전자들을 탄생시켰다. “안개의 숲을 퀘스트 없이 지나간 사람이 없다고? 그럼 내가 가면 최초이겠네?” “응, 내가 먼저 갈 거야.” 그리고 그 동굴에 오는 길목에 위치한 안개의 숲 역시 무수히 많은 무모한 도전자를 탄생시켰다. 인간의 멍청함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멍청한 인간이 얼마나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무대. 그중에서도 좀 더 최악인 쪽을 꼽는다면 안개의 숲이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퀘스트 없이 안개의 숲을 가로지른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좀 더 과장하면 깊게 들어가서 되돌아온 이조차 없었다. ‘빌어먹을.’ 미다스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안개의 숲은 그런 곳이었다. 저승길! 그리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 ‘진짜 쓰레기 게임이야.’ 물론 미다스에게는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남다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조잡하기 그지없는 나무로 된 나침반. NPC아르비아가 준 아이템이었다. ‘이거 하나 믿고 이 저승길 소리 듣는 숲에 들어가서 재료를 찾아오라니…….' 딱히 위안거리는 못 됐다. 당장 안개의 숲이 위험한 건 그곳이 길을 잃는 곳이라서, 그러한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으니까. ‘길은 그렇다고 쳐도 몬스터는?’ 안개의 숲, 그 안에서 우글거리는 정령수와 정령 기사들 때문이었지. 당장 안개의 숲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 보이는 정령수의 숫자만 해도 서른이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고작 나침반 하나를 들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재료를 찾아라? 보통 플레이어라면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는 과제였다. 아니, 욕지거리를 넘어서 서너 명으로 구성된 파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장 정령의 숲만 하더라도 여러 파티가 손을 잡은 채 교대로 사냥을 하지 않았는가? “이 눈이 아니었으면…… 끔찍했겠네.”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그 안개의 숲 바닥에 보이는 붉은빛 길이. “안 그래, 럭키야?” 왕! “그래, 이 눈 없었으면 이곳에서 다섯 번 정도 게임 오버 당했을 거야.” 왕!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주인님을 기필코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럭키 그리고 골드와 가벼운 대화를 마치고 미다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안개의 숲을 바라보았다. ‘쉽진 않다.’ 길을 잃은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몬스터들. 더욱이 안개의 숲에 들어가는 또라이들의 숫자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진 않았다. ‘들어가는 순간 정령수나 정령 기사들 어그로가 우리 쪽에 끌리겠지.’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오로지 미다스, 그 하나만을 보고 달려든다는 의미. 전투를 피하고자 해서 피할 수도 없고, 한 번 전투를 치르면 대규모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포션 값 또 엄청나게 깨지겠네.’ 그리고 치열한 만큼 적지 않은 출혈도 예고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물론 피할 수는 없었다. 필요한 건 싸울 각오와 준비뿐. "좋아, 애들아 준비됐어?” 그 준비를 마친 미다스의 말에 가장 먼저 골드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주인님과 함께 세상에 길이 남을 새로운 전설을 쓸 준비라면 이미 다 되었습니다!” “그래, 잭팟 너는?” 꾸우! 이어서 나온 질문에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는 잭팟이 크게 날갯짓을 하며 울음을 내뱉었다. 남은 건 이제 하나. “럭키는 어때? 준비됐어?” 왕! “혼자 다 해먹을 테니, 주인공도 아닌 놈은 나서지도 말라고?” 이어서 나온 대답에 미다스가 우스갯소리를 뱉으며 후에 안개의 숲, 그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왕! 자신의 뒤편에서 럭키의 울음이 들렸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돌렸다. 헥헥! 그러자 제 자리에 있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재차 질문을 던졌다. “럭키야, 왜 안 와?” 그 물음에 대답은 골드가 했다. “나쁜 개는 제가 혼내주겠습니다. 주인님, 언제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됐어. 너희 둘이 경쟁하는 건 라이브 방송 진짜 할 거 없을 때 쓸 히든 카드이니까.” 골드의 말에 미다스가 짧게 대답하며 이내 럭키를 향해 다가갔다. ‘아!’ 그 순간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왕! <주인님, 저기 달콤한 냄새가 나요!> 오랜만에 럭키 머리 위에 뜬 목소리가. ‘가만.’ 그제야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상황을 보니 아르비아의 나침반만 있으면 안개의 숲은 일반적인 사냥터다. 그렇다는 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공략되지 않은 필드라는 거잖아?’ 안개의 숲이 갓워즈 탄생 이후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손길도 거치지 못한 무대라는 것.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안개의 숲은 더 이상 짜증과 공포와 절망으로 보이지 않았다. “……심봤다!” 그저 보물창고로 보일 뿐. 10. 사람이란 거리를 정해주고 뛰라고 하면 뛴다. 그러나 반대로 거리가 정해지지 않고 그냥 뛰라고 하면 금방 지치고는 한다. 마라톤을 완주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이에게 기약 없이 그냥 뛰라고 하면 오히려 빨리 지치는 경우가 종종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갓워즈에서의 사냥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러한 상황 앞에서는 제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더라도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좀 더 버티십시오!” 왕! 그런 의미에서 현재 30분째, 몰려오는 정령수들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는 미다스의 상황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보통은 이미 문제가 터져서 30분 동안 싸우는 것조차가 불가능했다. 혹여 문제가 터지지 않더라도 전투가 끝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주저앉을 만큼 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령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실제로 평소의 미다스라면 이 알림, 당장의 전투가 끝나고 숨 돌릴 기회가 왔다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자리에 주저앉아서 푸념을 내뱉었을 터였다. “오케이, 끝!” 그러나 전투가 끝나는 순간 미다스는 이 쓰레기 게임, 망해버려라! 같은 저주 어린 푸념을 뱉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기색을 드러내며 주저앉기는커녕 움직였다. 까마득한 안개, 그 너머를 향해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다. 이윽고 그 발이 멈춘 곳, 제 발치 아래에 허리를 숙였다. [차가운 이끼] - 재료 등급 : 유니크 - 재료 효과 : 매우 차가운 이끼다.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지력 및 마력이 증가한다. 그러자 등장한 하얀색 이끼의 모습에 미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이끼로 만든 포션은 마법사 클래스에게 있어서 보스 레이드의 필수 아이템이었으니까. “크으!" ‘300골드 벌었다!’ 그래도 값도 꽤 나갔다. ‘와, 오늘 진짜 얼마를 버는 거지?’ 더 놀라운 건 이러한 식으로 오늘 얻은 재료 아이템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당분간 포션 걱정은 없겠는걸?’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달콤함을 뛰어넘는 보상 앞에서 전투의 피로감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일주일 죽치고 지낼까? 재료 씨를 말려버려?’ 오히려 이 상황이 오래 갔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할 뿐.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붉은빛 길이 말해주었으니까. ‘……뭐 불가능한 일이지만.’ 빨리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를 완료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라고. ‘여기서 일주일 죽치고 있다간 아즈모 님이 환불해달라고 할지도 몰라.’ 당장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이런 곳에서 허비할 시간 따위는 존재치 않는다고. [차가운 이끼를 습득했습니다.] 그렇게 차가운 이끼 채취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허리를 편 채 붉은빛 길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그 끝에 이르렀을 때 얼음으로 만들어진 꽃 한 송이가 미다스를 반겼다. [서리꽃] - 재료 등급 : 레전더리 - 재료 효과 : 특별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꽃이다.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 채취 시 거래 불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잎사귀에 묻은 서리들을 모아 만든 듯한 꽃, 서리꽃 앞에 선 미다스가 손을 뻗어 서리꽃을 채취했다. [서리꽃을 채취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나온 알림. [서리꽃을 채취한자] - 타이틀 설명 : 서리꽃을 채취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체력 및 마력 +15 그리고 보이는 정보창을 뒤로한 채 미다스가 말없이 서리꽃을 바라보았다. ‘이제 능력 추출이다.’ 드디어 고대하던 아이템 능력 추출 시스템을 활성화할 때. 그 생각에 자연스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고민이 떠올랐다. 과연 어떤 아이템을 해체해야 할까? ‘역시 장갑이겠지?’ 당장 떠오르는 건 수호자의 장갑이었다. 투사체 속도 증가 옵션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평생 함께해야 할 옵션이었으니까. ‘아니야, 갑옷이 더 나을지도 몰라.’ 물론 수호자의 갑옷에 달린 투사체 개수 증가 옵션 역시 그 메리트는 엄청났다. ‘카모플라쥬 스킬도 중요한 순간 엄청난 도움이 되고.’ 수호자의 머리띠에 달린 카모플라쥬 스킬 역시 저번 암살자 사건 때처럼 중요한 순간 미다스의 목숨을 구해줄 스킬이었다. 목숨값을 생각하면 수호자의 머리띠를 해체하는 게 정말 정답일지도 모르는 일. ‘지팡이는…… 죽어도 못하고.’ 물론 지금 착용 중인 툰가의 불타오르는 지팡이는 논외의 존재였다. 대체품이 없었으니까. 사실 그게 핵심이었다. ‘수호자의 장갑은 불꽃 장갑으로 대체하고, 수호자의 갑옷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또 구해서 입을까? 가만 그러면 투사체 개수가 4개까지 되는 건가?’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가? 왕!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가볍게 짖었다.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고 후식으로 뭐 먹을지 고민하지 말고, 당장 일부터 끝내라는 듯이. “그래, 럭키야. 퀘스트부터 끝내야지.” 왕! 그러한 럭키의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럭키를 쓰다듬기 위해 바라본 미다스가 이내 발견했다. <주인님, 저기서 특별한 냄새가 나요!> 럭키의 머리 위에 뜬 문구,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럭키야. 너밖에 없……."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당장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내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어?" 그리고 이내 굳었다. 굳은 채 자신이 발견한 것을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서, 서리꽃?” 서리꽃, 집중하지 않았다면 결코 찾을 수 없었을 그 글자를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럭키를 바라보았다. 헥헥!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럭키. 그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이내 소리쳤다. “럭키님, 절 받으십시오!” 190화. < 61화. 리미트 해제 (1) > 1. ‘2개.’ 인벤토리 안을 채운 서리꽃 두 송이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럭키가 보였다. 헥헥, 왕! 자세를 잡은 채 꼬리를 흔드는 럭키의 모습이 주인님, 저 잘했죠? 칭찬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미다스의 입가 어디에도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미소를 지을 낌새는커녕 무척이나 진지했다. ‘서리꽃을 여러 개를 얻을 수 있다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 서리꽃의 발견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만약 아이템 능력을 추출하는데 2개 이상의 서리꽃이 보였다면 하나를 찾는 순간 다른 하나의 위치가 미다스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오로지 단 하나만 보였다. 그렇다는 건 아이템 능력 추출 한 번에 서리꽃 하나가 필요하다는 셈. 그러한 서리꽃을 여러 개 얻을 수 있다면, 아이템 능력 추출 기회도 늘어날 터였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허나, 만약 정말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퀘스트 이후에도 서리꽃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지금 진행 중인 분해 퀘스트를 완료하는 순간 서리꽃이란 아이템을 얻을 수 없게 된다면? 만약 정말 그렇다면 여기서 그냥 퀘스트를 공략하러 돌아가는 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못 얻으면…… 이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러한 경우를 생각하면 혹여 허사가 되더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안개의 숲에서 최대한 많은 서리꽃을 확보하는 게 현명했다. 문제는 지금 미다스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즈모의 의뢰만 아니었으면…….' 미다스는 한시라도 빨리 아즈모의 의뢰를 처리해야만 했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시간에 쫓겨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라이징 스타 채널과 아즈모 님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 되든 안 되든 일단 아즈모와 사장님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한 번 해보는 게 수순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루나 이틀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거야.’ 이런 갑작스러운 요구, 그것도 큰 이익이 걸린 일이 쉽게 처리될 리 없었으니까.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본인 생각과 달리 하루이틀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물어는 봐야지.’ 그렇기에 그저 소망할 뿐. 2. - 1티어급 길드가 BJ대마도사 노렸다면서? - 노렸다가 역으로 털렸다면서? -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 애들에게 경고했다면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그 방송 도중 일어나는 해프닝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갓워즈 커뮤니티에 퍼졌다. 이상할 건 없었다. 솔직히 이번 해프닝은 이제까지 그 어디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 1티어급 길드가 방해하러 손에 손잡고 단체로 오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설마 암살자도 숨길 줄이야. 진짜 충격적이다. - BJ대마도사가 그 암살자 잡은 후에 유니크 위주로 템세팅한 거 보면서 자기 우습게 보는 거라고 진심으로 화낸 건 더 충격적이었지. - 이 씹고인물 게임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줄이야. 전례는커녕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수준. - 거기서 끝이 아니었지. 아즈모가 직접 나서서 BJ대마도사가 자기 의뢰하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 아즈모가 나섰으면 게임 끝이지. 아즈모가 작정하고 나서면 1티어급 길드 한두 개 구렁텅이에 넣는 건 일도 아니니까. - 아즈모의 필살기 중 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놈 광고주 기업 매수하기잖아? 심지어 그 과정 속에서 아즈모라는 갓워즈의 손꼽히는 거물이 개입했다. 그것도 그냥 개입하는 게 아니라 아즈모가 나서서 BJ대마도사의 의뢰를 방해하지 말라고 할 정도. 달리 말하면 모두가 궁금해했다. - 대체 어떤 의뢰이기에 아즈모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 보통 건 아니겠지. 분명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공략되어본 적 없는 던전이겠지. - 난이도 장난 아니겠지? 대체 아즈모가 BJ대마도사에게 준 의뢰 내용이 무엇일까? - 아, 라이브 기대된다. - 대박 라이브 될 듯. - 이번에는 무조건 라이브로 본다! 궁금증과 함께 기대감이 한없이 치솟았다. “다음 라이브 방송은 정말 1천만 시청자 돌파할지도 모르겠네.” “아,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도 또 사고 터지면 어떻게 하나?” 그만큼 라이징 스타 채널이 느끼는 압박감도 늘어났다. “인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놈들 배부른 소리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진심으로 속 쓰린 소리였네.” “어우, 요즘은 차라리 시청자 숫자가 안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라니까.” 잘 마무리됐다고 하나, 저번 BJ대마도사 암살 건은 매우 심각한 사고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더 큰 빅이벤트를 앞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상황이 좋을 리 없었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툭툭! 출근 후에 제 자리에 앉은 박영준은 제 머리를 두드리는 시간이 평소 2배 이상이 되었다. 그 무렵이었다. 박영준이 오른손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것에 지친 듯, 왼손으로 두드리기 시작할 무렵.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이메일?” BJ대마도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게…… 직접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한 연락을 들고 온 부하의 조심스러우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에 박영준은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뭔가 터졌구나.’ 이번 내용이 보통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썩 긍정적이지 못하리란 것을. 그 직감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 아즈모의 의뢰와 관련된 라이브 방송 일정을 좀 더 미루고 싶습니다. 며칠까지 가능합니까? 시간을 달라! 그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BJ대마도사가 시간을?’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의뢰를 완수해왔으니까. 아니, 그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언제나 한 발 더 먼저 움직이고는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거다.’ 그런 그가 시간을 달라고 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지금 당장 일을 진행했다가는 결과가 안 좋으리란 판단이 섰다는 의미. ‘이간질 건도 그렇고 이번 의뢰…… 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모양이야.’ 이번 일을 앞두고 BJ대마도사와 1티어급 길드 사이를 이간질한 것도 필시 아즈모의 의뢰와 관련된 것일 터. 박영준의 생각처럼 의뢰의 난이도가 모두의 상상, 그 이상으로 높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말한다는 건…… 어떻게든 하겠다는 거겠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BJ대마도사는 자신을 향한 도발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지금의 선택을 했다. 그러한 상황에 박영준의 역할은 BJ대마도사에게 생각을 재고해달라고, 그를 설득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번다. 필요한 만큼이라고 했으니까…… 일주일은 벌어야지.’ BJ대마도사가 요구한 것을 들어주는 것. ‘아즈모와 대화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아즈모, 그와 직접 협상을 시도할 때였다. “후우우......." 그 결과에 이른 박영준의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즈모랑 협상이라……." 한탄이나 절규, 고민이 섞인 한숨이 아니었다. ‘이제야 비싼 돈 내고 와튼 스쿨을 다닌 보람이 느껴지네.’ 그건 진심으로 갈망하던 레이스를 앞두고 제 스스로를 추스르기 위한 한숨이었다. 3. 대부호들 중에 개인 요트를 가진 이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담컨대 그 개인 요트를 가상현실게임을 하기 위한 장소로 쓰는 대부호는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명뿐일 것이다.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아즈모 님, 나오셨습니까?” 이제는 그 이름보다는 아즈모란 이름으로 일국의 왕보다 더 유명해진 자. “조금 전 라이브 결과 어땠어?” 게임 플레이를 마친 그가 조금 전 바리스타가 막 추출한 커피 담긴 커피잔을 들며 비서에게 물었다. “통계를 내보니, 총 시청자 숫자가 3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상승했다고? 그것도 3퍼센트나?” “예." “진짜?” 비서의 말에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 갑판에서 바닷가를 즐기려던 아즈모가 발걸음을 멈췄다. “최근 정체기였는데 오히려 올랐다? 이번 라이브에서 내가 딱히 뭘 한 것도 아닌데?” “빅데이터로 분석 결과 BJ대마도사가 이슈가 된 모양입니다.” 이윽고 나온 BJ대마도사란 단어에 아즈모가 피식 웃었다. “미래를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를 했는데, 이거 뭐 손해조차 나오질 않겠네.”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요청?” “의뢰 수행 라이브 방송 날짜를 이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후로 미뤄달라고 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미팅으로 하고 싶다는군요.” 그 설명에 아즈모가 대답 대신 커피를 머금은 채 눈알을 좌우로 번갈아 굴렸다. 그러한 눈동자가 멈추었을 때 아즈모의 입이 열렸다. “저번에 하버드대 심리분석팀에 의뢰해서 받은 BJ대마도사의 성향에 따르면 그는 더 빠르면 빨랐지, 시간을 달라고 하는 타입이 아니야. 안 그래?” “그렇죠.”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일주일을 더 달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해?” “무언가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일 듯합니다. 좀 더 들어가면 당장은 생사를 장담 못할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거고요. 그때 심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BJ대마도사는 허술한듯 하나 매우 철두철미하며 확신이 있을 때 베팅을 하는 성격이었으니까요.” 비서의 말에 아즈모의 머릿속에는 창성 길드로부터 구매한 던전 그리고 그 던전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내가 창성 길드로부터 받은 던전 정보에 따르면 불사자 길드가 의뢰했을 때에 비해서 어려울 건 없었어. 전력분석팀도 모두 동의했고. 심지어 여기에 거대화 스킬을 손에 넣은 럭키마저 있잖아?” “엄청난 이슈거리였죠. 정확한 자료는 모르지만 라포 쪽도 시청자 숫자가 5퍼센트 이상 늘었답니다.” “5퍼센트? 진짜 운 하나는 끝내주네. 4억 명에서 5퍼센트면…… 다른 놈들은 시청자 숫자 떨어지는 거 막느라 바쁜데…… 그게 아니지. 본론으로 돌아오자고. 정리하면 둘 중 하나야. BJ대마도사가 그냥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을 달라고 했거나 아니면 창성 길드의 던전 난이도를 매우 높게 잡고 있거나.” 후르륵! 말하던 도중 커피를 머금으며 목을 적신 아즈모가 마저 말을 내뱉었다. “후자의 경우라면 BJ대마도사가 창성 길드로부터 던전을 구매한 우리보다 그 던전을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정보력이 우리 이상이라는 거군요.” “그래, 우리가 돈을 뿌려가면서 만든 것보다 더 나은 정보망이 있다는 거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 본인이 돈을 뿌려간다는 설명을 할 정도라면 그 액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상상 못할 일. 그 말을 뱉는 아즈모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 이유였다. “더 놀라운 건 BJ대마도사는 우리보다 그 던전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우회 루트를 밟거나 현실과 타협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승부한다는 거지. 지금까지 했던 그대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어진 비서의 물음에 아즈모가 대답했다. “일주일을 요구했으니 열흘을 주자고. 아즈모 스타일대로.”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통보만 그렇게 하고, 미팅 자리도 잡아줘.” “미팅이요?” 이어진 물음에 아즈모가 입가의 미소를 더 비릿하게 만들며 말했다. “박영준, 와튼이 낳은 최고의 도박사라는 평가를 받는 그하고 한 번 이야기할 때는 됐잖아?” 4. 코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로 자욱한 안개의 숲. “인페르노!” 미다스의 외침과 함께 그의 등 뒤에서 나온 인페르노의 악마가 그러한 안개의 숲을 향해 불꽃을 토해냈다. 그렇게 내뱉은 불꽃이 잠시 동안 안개를 밀어내며, 그 안개 속에 감춰져 있던 정령수와 정령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장 보이는 것만 스무 마리! “애들아 들어가!” 그 섬뜩한 몬스터 무리를 향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이 달려들었다. 동시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화르르! 타오르는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정령수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광경이 두 눈에 보였다. 얼음의 정령수들과 달리 불의 정령수들이 블레이즈 골렘에 달라붙은 채 저마다의 방식, 발톱이나 이빨 따위로 블레이즈 골렘을 갉아먹는 광경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아이스 애로우.” 그 광경을 보던 미다스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러한 표정에 여유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인페르노를 쓴 것부터가 여유가 없음을 증명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손에 대포가 있다고 해도 총으로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대포를 쓸 필요는 없는 법. 또한 미다스의 성격 역시 그러했다. 그는 소 잡는 칼로 절대 닭을 잡을 때 쓰지 않았다. “사역마, 선더볼트.” 심지어 미다스는 수중에 있는 강력한 스킬들, 보스전이 아니면 꺼내지 않는 스킬쿨타임마저 쉼 없이 돌렸다. 자신의 역량 전부를 드러냈다. ‘전력을 다해서 서리꽃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에게 시간을 주었다는 것. 물론 그건 미다스가 원하던 바였다. ‘열흘이라니.’ 문제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무려 열흘이란 시간을 주었다는 것. ‘보통 일이 아니야.’ 일단 그건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 열흘 동안의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았다. ‘열흘이라니…….' 엄청난 일이었다.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은 BJ대마도사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건 물론 그를 중심으로 채널을 재편하는 중이었으니까. 눈덩이가 굴러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하루이틀만 쉬어도 구독자 숫자가 떨어지고 화제성이 꺼지는 이 바닥에서 열흘 동안 개점 휴업을 한다? 시청자 감소를 떠나 역풍이 불수도 있는 일. 당연히 미다스도 손해를 볼 터였다. ‘그동안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볼 손해를 생각하면……’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보게 될 손해에 비하면 미다스가 보는 손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수준에 불과했다. 당장 열흘이란 시간을 공백으로 남기기 위해 준비해둔 모든 일정을 미루었을 터. 그 과정에서 기존에 했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필시 있을 터였고, 그에 따른 배상도 했을 가능성이 꽤 있었다. ‘아즈모한테도 엄청나게 했겠지.’ 결정적으로 의뢰인인 아즈모로부터 허락을 받기 위해서 라이징 스타 채널은 미다스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협상을 했을 게 분명했다. ‘짐작도 안 가지만.’ 적어도 아즈모를 상대로는 돈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리 없을 테니까. 한편으로는 그러한 막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협상을 하고, 열흘이란 시간을 벌어준 건 결과적으로 BJ대마도사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팀 내의 1선발, 에이스 투수가 개인 사정으로 등판 기간을 다음 주로 미뤄달라고 했는데, 그걸 들어준 격. 그렇게 더 많은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시작하는 투수에 대한 기대감이 적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아끼면 안돼.’ 미다스가 느끼는 부담감 역시 적을 리 없었고, 그게 지금 미다스가 전력을 다하는 이유였다. ‘서리꽃, 최대한 확보한다.’ 그는 어떻게든 이 주어진 열흘이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성과를 내야 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에는 레벨업 알림도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전투를 끝난 후에도 미다스는 쉬지 않았다. 왕! “럭키님, 발견하셨습니까?” 왕! “어디? 저기? 저기!” 탐색을 위한 전투를 거듭할 뿐. “오케이, 애들아 전투 준비!” ‘그래,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자.’ 그렇게 미다스가 자신의 한계를 향해 전진했다. 191화. < 61화. 리미트 해제 (2). > 5. 분해 퀘스트를 진행한 지 9일째. “드디어 왔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NPC아르비아의 물음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서리꽃 한 송이를 꺼냈다. “용케 구해왔네.” 그 서리꽃을 확인한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리꽃을 건네 받았다. 그 후 미다스가 재차 꺼냈다. 하나, 둘 그리고 셋. “많이 구해왔네?” 도합 네 송이나 되는 서리꽃을 본 NPC아르비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나도 구하기 힘들 걸 어떻게 네 송이나? 반면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첫날에 서리꽃을 두 송이나 발견했었던 미다스가 아닌가? 당연히 하루에 한 송이 이상은 발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지막 3일 동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내가 안개의 숲을 그냥 쓸어버렸는데 어떻게 하나가 안 나오지?’ 개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4개째를 발견한 이후 3일 내내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열흘이란 황금 같은 시간 중 무려 3일이나 시간이 무의미하게 날려버린 셈. 물론 이렇게 구했다고 해서 모든 게 정리되는 건 아니었다. 이 재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떻게 하긴, 서리꽃을 녹여야지. 어려운 일은 아니야. 바로 해줄게.” 그 말과 함께 NPC아르비아가 손에 쥔 서리꽃을 나무로 된 통 하나에 넣었다. 그리고는 칵테일 주문을 받은 바텐더처럼 몇 번 통을 흔들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러자 놀랍게도 나무로 된 통이 불꽃을 토해냈다. NPC아르비아의 말처럼 서리꽃을 녹인다는 것이 이해되는 대목. 그렇게 몇 번 더 통을 흔든 NPC아르비아가 주머니에서 손가락 크기의 작은 병을 꺼낸 후에 그 안에 녹은 서리꽃을 따랐다. “자." 그리고는 이내 그 병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서리꽃의 정수] - 재료 등급 : 레전더리 - 재료 효과 : 서리꽃을 녹여 정수만을 남겼다.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아이템을 분해할 때 쓰인다.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 유효 시간 : 24시간 그 순간 등장한 정보창을 확인한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유효 시간?’ 표정을 구기게 한 건 당연히 유효시간이었다. ‘아니, 유효 시간이라니?’ 유효시간이 24시간이라는 건 그냥 오늘 중으로 분해할 아이템을 결정하고 실행하라는 의미. 미다스의 계획 중 하나였던 훗날을 도모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 쓰레기 게임이 진짜!’ 간신히 얻은 열흘이란 시간, 개중에서 9일을 투자해서 한 노력의 대가가 반으로 줄어든 셈.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미다스에게 갓워즈란 게임은 바로 확실하게 알려줬다. “나머지도 만들어줄까? 미리 만드는 게 좋을 거야. 서리꽃은 금방 녹아내리니까.” “예? 지금 무슨……." “말 그대로야. 애초에 서리꽃은 안개의 숲에서만 피어나는 꽃이거든. 그곳의 특별한 기운이 서리꽃이 존재하지. 그런데 그걸 가지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 해가 뜬 곳에서 서리가 남아있는 거 봤어?” 이 게임은 미다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빌어먹을 게임이라고! “자, 잠시만!” ‘진짜?’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라며 자신이 꺼낸 서리꽃을 확인했다. [서리꽃] - 재료 등급 : 레전더리 - 재료 효과 : 특별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꽃이다.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 채취 시 거래 불가 - 유효 시간 : 24시간 보이지 않던 새로운 내용에 미다스는 이제 분노조차 토하지 못했다. ‘꿀 빠는 건 용납 못한다 이건가?’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이곳에서 서리꽃의 정수를 잔뜩 만들고, 마음껏 원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다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도중에 습득한 귀속 아이템을 마음껏 분해해서 능력을 추출할 터. 갓워즈가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한 게임 난이도를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대목을 용납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자, 그럼 나머지도 만들어줄까? 솔직히 이렇게 많이 가져올 줄은 몰랐지만, 가져왔으니 해줘야지.” 아니, 애초에 이 번 분해 퀘스트는 서리꽃을 하나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하나를 발견하는 것조차 며칠을 소모할 테고, 그 후 추가로 발견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을 터. 특히 이 사실, 서리꽃에 유효시간이 있다는 걸 아는 순간 굳이 무리해서 얻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미다스이기에 무려 네 송이나 확보할 수 있었던 셈. ‘4개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4개 제조를 막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일. “일단 정말 가능한지 확인부터 해보겠습니다.” 물론 당장 서리꽃의 정수를 제조하는 것보단 그 효과를 확인을 하는 게 시급했다. “자, 그럼 한 번 해봐.” 그 말에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작업에 나섰다. 인벤토리에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꺼낸 후 책 위에 수호자의 장갑을 올려놓았다. “서리꽃의 정수를 아이템 위에 떨어뜨려.” 그 후에 NPC아르비아의 말을 따랐다. 특툭, 투명하기 그지없는 물방울들이 수호자의 장갑에 맞고 흘러내리며 책의 표지에 닿았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수호자의 장갑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 [수호자의 장갑에서는 ‘마법 투사체 속도 +40퍼센트’ 능력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그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예." 그 대답에 책이 번쩍였고, 그 위에 올라온 수호자의 장갑 역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후 그 빛이 미다스의 가슴으로 다가와 그대로 흡수됐다. [수호자의 장갑이 분해되었습니다.]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숨을 돌렸다. ‘됐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과물. ‘진짜 됐어.’ 예상했음에도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그것도 투사체 속도 증가다!’ 그냥 지력이나 마력 같은 기본 능력치만 추출할 수 있어도 엄청난 일인데, 그게 아니라 핵심 옵션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한계,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물며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어쨌거나 서리꽃이 세 송이나 남아있었다. ‘갑옷, 머리띠 순으로 가자. 나머지 하나는…….' 앞선 실망감은 이제 서리꽃이 녹듯 녹아버리고 오로지 어떤 아이템을 분해할 것인지, 그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해지는 건 당연한 일. “잘됐네. 그럼 이제 은혜를 갚아야지.” “예?” NPC아르비아의 말에 미다스가 하던 고민을 멈추었다. “은혜요?” 이어진 반문에 NPC아르비아가 두 눈을 날카롭게 번뜩이며 말했다. “그럼 설마 내가 이제까지 널 도와준 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희생정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어?” “그야……."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NPC아르비아와 첫 만남 이후 그녀의 태도가 떠올랐다. ‘이제까지 보여준 성깔을 생각하면 공짜로 해주는 게 이상하지.’ 공짜는커녕 오히려 그냥 눈탱이를 친 후에 자기가 하라는 것을 하라고 해도 남을 모습이.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거절할 권한은 없었다. 그녀의 의뢰를 거절한다는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과한 은혜를 입었으니 이제 제가 은혜를 갚을 때가 왔죠.” 그 대답에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의 동굴이 왜 탄생했는지 알아?” 그리고는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미다스는 떠올렸다. ‘이제까지 밝혀진 공식 설정이…….' “신들의 전쟁이 치러질 당시 이곳에서 작열의 정령왕과 혹한의 정령왕, 둘이 소환되어서 생긴 것 아닙니까?” 딱히 신기할 것 없는 설정, 의미가 있는 설정도 아니었다. “그래, 그 두 정령왕이 등장하면서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령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겼지. 더불어 그 두 정령왕의 전투가 치러지는 순간 세상의 일부가 수증기로 뒤덮였지.” 이어진 NPC아르비아의 설명에 미다스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게 안개의 숲이군요.” 이 부분은 공식적으로는 처음 듣는 설정이었다. ‘몇몇 예상이 맞았네.’ 물론 앞의 설정을 기반으로 이러한 설정이 있으리란 예상은 이미 진작에 된 바였다. 때문에 이 대목까지도 미다스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좋아, 그럼 여기서 질문. 어째서 안개의 숲은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걸까?” “예?” “두 정령왕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안개의 숲은 사라져가는 게 맞지. 그러나 여전히 안개의 숲은 존재하고 있지. 심지어 이 안개의 숲을 없애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이들이 시도를 했음에도 말이야.” 말을 하던 NPC아르비아가 고개를 들어 동굴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정령왕의 힘이 어딘가에 남아서 이 안개의 숲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거지.”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미다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안개 미로 던전?’ 정황상 여기서 말하는 던전이 아즈모의 의뢰 던전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이, NPC아르비아가 바닥에 놓인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저기 책 내용의 방법을 이용한다면 정령왕들의 힘을 따로 추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 완성됐다. “공짜로 해달라고는 하지 않겠어. 정령왕의 힘이 담긴 파편을 구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니까. 해준다면 네게 도움이 될 걸 주지.” 말과 함께 NPC아르비아가 자그마한 스킬 카드북 하나를 꺼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그것을 본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은혜를 갚는 일인데, 목숨을 아낄 수는 없는 일이죠. 무엇이든 제가 기필코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잽싸게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챙겼다. “좋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뒤로 들리는 알림이 들렸으나 미다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그 고생을 했으면 보람이 있어야지. 그보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은 어디에 쓸까?’ 그저 행복한 고민을 할 뿐. 당연히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을 때도 퀘스트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령왕의 파편]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8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안개 미로 던전을 찾아, 그곳에 숨겨진 정령왕의 파편을 구해오자. - 퀘스트 보상 : 정령왕의 파편 !퀘스트 완료 시 ‘아르비아의 지팡이’ 진행 가능 ‘그래, 던전에 들어가서…… 어?’ 그 퀘스트 가장 하단,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히든 정보를 보기 전까지는. ‘아니, 잠깐.’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퀘스트창에 집중했다. ‘아르비아의 지팡이?’ 그리고 다시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눈이 자연스레 자신의 맨손에 쥐어진 지팡이를 향했다. ‘무기?’ 새로운 무기의 등장이 예고되는 순간. ‘이 지팡이도 귀속이니까, 대체품이 생기면…….'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뜬 생각은 하나였다. ‘무조건 서리꽃이 녹기 전에 퀘스트를 끝내야 해.’ 시간이 없다는 것. ‘내일, 공략에 나선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6. 정현우는 서리꽃을 모은 후에 단계적으로 아이템을 분해할 생각이었다. 달리 말하면 한 번에 모든 아이템을 분해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은 수호자의 장갑만 분해할 속셈이었다. ‘수호자의 장갑을 분해하고 대신 불꽃 장갑을 끼면 스펙업은 확실히 가능하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대체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것. ‘설마 시간 제한이 있을 줄이야.’ 그러나 그러한 계획은 유효 시간이 생기는 순간 물거품이 되었다. 서리꽃 24시간, 서리꽃의 정수 24시간. 도합 48시간 안에 정현우는 아이템을 분해하는 건 물론 그 대체품을 구해야 했다. ‘갑옷하고 머리띠는…….' 당연히 수호자의 갑옷과 수호자의 머리띠 역시 분해 후에 대체 아이템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대체 아이템은 많았다. 지금 정현우가 G베이를 통해 검색하고 있는 아이템이 그랬다. [불타오르는 모자] 155레벨 레전더리 아이템인 불타오르는 모자! 수호자의 머리띠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을 넘어, 차고 넘치는 아이템이었다. “우와, 불타오르는 모자 매물 올라왔네. 현우 형! G베이에 불타오르는 매물 올라왔어요! 이거 한 달 만에 매물 보는 것 같네!" 심지어 아주 운 좋게도 최근에 매물이 등장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오직 하나! “이야, 가격 좀 봐. 진짜 템값이 집값이네.”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 “심지어 평균 시세보다 20퍼센트나 비싸게 올렸네.” 거기에 거품마저 꼈다는 것. “여하튼 BJ대마도사가 문제라니까요. BJ대마도사 때문에 그 레벨대 레전더리 아이템들은 죄다 20퍼센트 이상씩 올랐잖아요? 뭐, BJ대마도사한테는 껌값이겠지만.” 심지어 그 원흉이 자기 자신이란 사실에 정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거 하나 사는데 내가 그동안 모은 돈 절반을 쓴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상황 속에서 이 아이템을 지르지 않는다는 건 바보 같은 짓. 그렇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우.’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이렇게 값비싼 아이템에 구매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쉽사리 손이 갈 리 만무. 아니, 솔직히 정현우가 살아오면서 쌓은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더욱이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하긴, 나라도 BJ대마도사가 사주길 기도하면서 시세의 2배에 올려놓겠네요.” 이혁주의 말처럼 지금 BJ대마도사의 레벨대 마법사 전용 아이템들 시세에는 20퍼센트가 넘는 거품이 낀 상태. 즉, 아이템을 구매한 후 되팔고자 할 때 그 거품값만큼 손해를 본다는 점이었다. 구매와 판매 과정의 수수료 등을 생각하면 그냥 허공에 억이 넘는 돈이 날아가는 셈. “불타오르는 모자, 확 내가 사서 2배에 올려버릴까요? 현우 형 생각은 어때요?” 그러한 고민 속에서 날아온 이혁주의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입을 꽉 다물었다. 그런 정현우의 귓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BJ대마도사가 불타오르는 모자를 산다면 2배에 올려도…… 어? 형! 형! 불타오르는 모자 팔렸어요!” 정현우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진짜 BJ대마도사가 샀나? 가만, 그럼 지금 쇼핑 중이라는 건데…… 다음에는 뭘 살까요? 갑옷 사려나? 설마 눈갑옷? 그러고 보니 눈갑옷도 잊그제 매물 올라왔었죠? 시세보다 30퍼센트 더 비싸게…… 어? 사라졌네? 뭐지?”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내 돈…….' 그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힘없는 모습을 보이며 소파에 축 늘어지는 정현우의 귓속으로 휴게실로 향해 다가가는 이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박 사건! 어느 병신 호구 새끼가 불타오르는 모자랑 눈갑옷 눈탱이 시세에 샀어요!” 192화. < 61화. 리미트 해제 (3). > 7. 제아무리 인기 있는 프로그램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법. 그런 이유로 갓워즈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주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는 했다. - BJ럭키 님 요즘 라이브 방송 안 함? - BJ럭키님 저번에 특집 방송하시고 10일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네. - BJ대마도사 뭐하냐? BJ럭키님 방송 안 하냐? 때문에 럭키의 마이웨이 특집 방송 이후 무려 10일 동안 라이브 방송이 없는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 아즈모 의뢰 수행한다면서? 하물며 다음 라이브 방송은 아즈모의 의뢰, 그것도 아즈모가 제 스스로 매우 높은 난이도의 의뢰라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물론 아즈모가 나서서 방해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바. - 기대감은 역대급으로 올려놓고, 라이브 방송은 안 하고, 뭐하자는 거야? - 아즈모 얼굴에 먹칠하네. 관심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사실 딱히 문제될 게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관심은 흥행에 도움이 되는 법. 문제는 갓워즈에서 공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길어질 경우 그러한 관심이 변질된다는 점이었다. - 설마 쫄아서 튄 거 아니지? ㄴ 튄 건 아니고, 레벨업 빡세게 하는 듯. ㄴ 아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ㄴ 맞아. 그렇게 레벨업해서 도전하면 못 깰 의뢰가 뭐가 있음? ㄴ 튄 건 아니고, 쫀 건 맞는 듯. 일단 갓워즈라는 게임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분명한 스펙업이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준비 시간이 길어지는 건 당장 자신의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능은 물고 뜯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BJ대마도사도 결국 한계에 온 모양이네. ㄴ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일개 플레이어일 뿐이니까. ㄴ 거봐, 이제 거품 꺼질 일만 남았다니까. 난 이런 일이 언젠가 올 줄 알았어. ㄴ 애초에 저번 방송도 BJ럭키님 특집이었지. BJ대마도사가 딱히 더 나아진 뭔가를 보여준 것도 아니잖아? ㄴ 그리고 솔직히 렙업말고 이 이상 어떻게 스펙업이 가능함? 더군다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남들과 다른 그리고 남들 이상의 행보를 보여오며 인기를 큰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런 그의 무능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약점이 생긴 상황에서 그의 행보를 탐탁지 않아 하는 안티팬들이 가만히 있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 그게 이유였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일정 떴다! 내일이야! ㄴ 이제 와서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음? ㄴ 10일 동안 겁나 렙업해서 도전하네. ㄴ 응, BJ쫄보도사. BJ대마도사의 라이브 일정이 공개됐을 때 기대보다는 오히려 조롱하고 폄하하는 평가가 가득했던 건. 더 나아가 일부는 생각했다. “결국 도전하는군. 그래서 창성 길드는 뭐라고 답변을 했지?”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가정 하에서 자기들 계산대로라면 실패하리라고 했어요.” “거대화 스킬을 확보한 럭키를 포함해서?” “예." 그렇게 비난을 감수하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했음에도 BJ대마도사가 막상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으리라고. “우리와 의견이 같군.” “예." 어비스 길드가 그러했다. 멀린 그리고 엠마, 그 둘은 BJ대마도사가 열흘 동안 제아무리 레벨업을 했다고 해도 그 스펙업에 인상적이지 못하리란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를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스펙업은 한계에 왔지.” 오히려 반대, 그가 너무 뛰어나다는 게 그러한 평가를 하는 이유였다. “최근 아이템 체인지가 없었던 것도 그렇고.” BJ대마도사가 최근 동안 이렇다 할 아이템 체인지가 없는 것이 그 증거였다. BJ대마도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무려 아즈모와 구스타프와 비견되는 재력을 선보이던 그가 아이템 바꾸지 않았다는 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미. “아즈모가 겪고 있는 걸 이미 겪는 중이지.” 아즈모가 상식을 무시하는 막강한 재력을 앞세웠음에도 멀린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너무 좋은 아이템을 손에 넣으면, 그다음 레벨 아이템을 얻어도 가시적인 스펙업이 쉽지 않은 법. 자연스레 레벨업을 통해 이룩할 수 있는 스펙업 역시 기대치 이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남은 문제는 파티 플레이의 가능성인데…… 엠마, 당신 생각은 어때?” 결국 남은 답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뿐. “그래서 미리 손을 써두었죠.” 하지만 지금 BJ대마도사의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1티어급 길드들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때 사건 이후 1티어급 길드와의 관계가 굉장히 소원해진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들과 손을 잡는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체면이 살지 않는 일. 때문에 멀린과 엠마는 도리어 기대했다. “과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답이 보이지 않는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 8. [수호자의 머리띠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 [수호자의 머리띠에서는 ‘카모플라쥬’ 능력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수호자의 갑옷의 능력을 추출하시겠습니까?] [수호자의 갑옷에서는 ‘마법 시전 시 투사체 +1’ 능력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연달아 들리는 알림. “예."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셨습니다.] 그 알림에 대한 대답과 이어서 들리는 마지막 알림을 끝으로 미다스가 자신 앞에 놓인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집어 들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활활! 그렇게 꺼낸 물건은 쉼 없이 타오르는 모자였다. 잡고 있음에도 화상을 입지 않는 게 신기한 모자. 왕! “신기한 모자로군요.’’ 그러한 모자의 등장에 럭키와 골드가 재미난 걸 본 듯한 관심을 보였다. 꾸우! 그리고 잭팟은 어느 때보다 거센 반응을 보였다. 꾸-우! 그 모자를 쓰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였다. “이 못된 새가 이걸로 주인님의 머리 위에 올라타는 일은 없겠군요.” 그 사실에 골드가 어느 때보다 흡족하다는 미소를 짓는 순간 잭팟이 그대로 골드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이 나쁜새! 저리 가!” 꾸우! 그러한 잭팟을 내쫓기 위해 골드가 제 머리 위로 손을 흔들었으나 잭팟은 몇 번 날갯짓을 하며 피하더니 재차 골드의 머리 위에 앉았다. 재미난 촌극. 그러나 미다스는 그 촌극을 바라보지 않았다. [불타오르는 모자]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55레벨 - 불타오르는 모자다. 정령계에서만 등장하는 특별한 불꽃을 이용해 만들었다. 강력한 불의 마력을 품고 있다. - 근력 +77 - 체력 +84 - 지력 +266 - 마력 +198 - 공격력 +18 - 착용 시 모든 화염 속성 스킬 공격력 1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화염 속성 스킬 캐스팅 속도 1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화염 속성 스킬 마력 소모량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화염 속성 스킬 쿨타임 20퍼센트 감소 불타오르는 모자, 미다스의 시선은 오로지 그 모자만을 향할 뿐. 그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화염계 마법사들의 꿈의 아이템.’ 개중에서도 착용 시 화염 속성 스킬의 쿨타임을 20퍼센트 감소 옵션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만큼 마력 소모량도 늘어나지만, 쿨타임 20퍼센트 감소라는 메리트를 생각하면 페널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불타오르는 모자는 200레벨이 넘는 불의 마법사들도 애용하는 건 물론, 300레벨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간간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비주얼이 좋았다. 활활 타오르는 모자를 쓴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자신이 불의 마법사임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으니까. ‘이거 가져보는 게 내 꿈이었는데.’ 당연히 전 캐릭터 직업이 불의 마법사였던 미다스도 이 모자를 쓰는 꿈을 꾸고는 했다. 더욱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미다스의 시선이 인벤토리에 남은 다른 하나의 아이템을 향했다. [눈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53레벨 - 정령계, 그곳에서 극히 소량만 발견되는 신비한 눈을 가공해 만든 갑옷이다. 강력한 얼음의 마력을 품고 있다. - 근력 +65 - 체력 +84 - 지력 +276 - 마력 +211 - 공격력 +19 - 착용 시 모든 빙결 속성 공격력 1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빙결 속성 캐스팅 속도 1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빙결 속성 마력 소모량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빙결 속성 스킬 쿨타임 20퍼센트 감소 눈갑옷은 빙결 속성 마법사들에게 있어 불타오르는 모자였다. 당연히 그 값 역시 불타오르는 모자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이 급에서는 결국 이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니까.’ 특히 150레벨 이상 레전더리 아이템들을 구할 정도면 대부분 프로 플레이어들, 갓워즈로 돈을 제법 만지는 이들이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극히 적을뿐더러, 그 수요자들조차 수중에 돈이 넉넉하다는 의미. 자연스레 그 가격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못된 새! 나는 쉽사리 내 머리를 허락하는 호구 따위가 아니다!” 그 순간 골드의 머리를 포기하고 럭키의 머리에 앉은 잭팟의 모습에 골드가 기세등등한 외침이 미다스의 귀를 두드렸다. 그 목소리에 미다스가 입을 꽉 물었다. ‘젠장…….' 앞서 말한 이유, 가격이 높다는 게 미다스가 아이템 구매를 나중으로 미루던 이유였다. 값비싼 아이템이고 매물이 없는 만큼 정상적인 시세에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는 드문 게 당연지사. 혹여 시세가 나오더라도 협상을 통해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이런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은 의도적으로 시세보다 비싸게 올리고는 했다. ‘내가 병신 호구라니…….' 그런 물건을 일시불로 구매했으니, 그야말로 병신 호구 소리를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일. 물론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그래도 이걸로 스펙업은 확실하다.’ 두 아이템을 착용한 미다스가 불꽃 장갑마저 착용했다. 저번에 자신을 노리는 사냥뱀 길드 암살자로부터 루팅한 불꽃 장갑을 판 후에 지력과 마력이 높은 것으로 재구매한 녀석이었다. 불꽃 장갑 역시 위가의 활과 같은 옵션을 가진, 매우 효용 가치가 높은 놈이었다. 그마저 착용했다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스펙업을 한 셈. ‘이제 남은 건 하나.’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강력한 카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레전더리 펙이다.’ 이제 두 번째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이란 카드가. “럭키야.” 왕! “하울링 준비해.” 호우우우! 그렇게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미다스가 곧바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눈앞에 카드가 등장했다. 자신이 가진 레전더리 스킬들의 숫자만큼!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카드들을 살폈다. 고민은 없었다. ‘이번에는 이거지.’ 미다스가 지금 계산에 넣은 것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용열병(에픽)]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용열병에 걸린다. 일정 시간 동안 캐스팅 속도가 매우 크게 증가하며, 모든 마법의 쿨타임 속도가 감소한다. 마력 소모량 역시 크게 증가한다. 용열병! 미다스가 고른 두 번째 레전더리 에픽 스킬이었다. “자!” 그렇게 선택을 마친 미다스가 자신의 든든한 세 파트너를 향해 말했다. “그럼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볼까?” 9. “형, 나오셨어요?” 오랜만에 나오자마자 자신을 마중 나온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형? 표정이 왜 그래요? 눈탱이 맞아 산 아이템이 생각한 것보다 더 쓰레기 같은 걸 본 표정이네요?”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휙휙 손을 흔들며 이혁주를 보내고는 본인은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누운 정현우가 자신의 손을 봤다. 부들부들! 정현우의 손끝들이 떨리고 있었다. ‘맙소사.’ 전율이 만들어낸 떨림이었다. ‘말도 안 되는 게 나왔다.’ 그러한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 자신이 보였던 게임 플레이가 떠올랐다. 그 떠올림에 정현우가 주먹을 쥐었다. ‘됐다. 이 정도면 된다.’ 결과물이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이라는 것에 대한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 그렇지!’ 그때 정현우의 머릿속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이 떠올랐다. 무려 열흘이란 시간을 벌어다준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님이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 ‘알려드려야지.’ 심지어 내일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터. 그런 그에게 걱정할 거 없다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말해주는 건 예의이자, 상식이었다. 당연히 정현우가 메일을 보낼 준비를 했다. ‘뭐라고 보낼까…….' 물론 이대로 모든 걸 뻔하게 말해줄 수는 없는 일. 그럴싸하면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문장을 강구하던 정현우가 이내 메일 내용을 작성했다.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한 것을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보내자.’ 그렇게 메일을 보낸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크으, 이제 BJ대마도사 주인공 복귀다.’ 10. 갓워즈 그리고 워즈튜브의 등장으로 무수히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스타 채널들이 등장했다. 그러한 스타 채널들의 성공담은 대개 비슷했다. 싹수 좋은 플레이어와 계약을 하고, 그 플레이어가 승승장구하면서 몸값이 오르다가 어느 순간 돈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고, 지분을 넘기는 식. ‘여기까지 왔군.’ 지금 박영준이 바라보는 단계는 그 투자자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었다. ‘첫 투자 상대가 아즈모라…….' 심지어 그 상대는 이 바닥에서 고래조차 잡아먹는 아즈모! 여러모로 쉬울 리 없는 협상이었다. ‘쉽진 않겠군.’ 그 사실을 박영준은 부정하지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물러설 생각이나 적당한 선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 자리는 중요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BJ대마도사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황상 BJ대마도사가 위기 상황에 돌입한 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아즈모가 열흘이란 시간을 준다고 했을 때 BJ대마도사는 거절하지 않았다. 평소 성격이라면 아즈모의 배려를 무시하고 더 빨리 일을 끝마쳤을 그가 오히려 시간을 꽉 채웠다. ‘BJ대마도사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억지로 밀어붙이다가 파멸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까.’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 성격상 시간이 필요함에도 이 이상 시간을 요구할 가능성은 없었다. 즉, 자기 자존심을 위해 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의뢰인이 아즈모이니, 필요하면 의뢰 파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때문에 박영준은 여차하면 이번 의뢰 자체를 부술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웅! 박영준의 폰이 가볍게 내뱉는 진동에 박영준이 곧바로 액정을 확인했다. 그러자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보였다. ‘BJ대마도사?’ 발신인을 확인한 박영준이 바로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그 답변을 확인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내가 아즈모와 이야기한다는 걸 들은 모양이군. 그런데도 이런 걸 보내준 건…… 리미트 해제하고 내키는 대로 하라, 이건가?’ 아주 진한 미소를. ‘보면 볼수록 보통 사람이 아니야. 최소한 하버드 아니면 옥스퍼드, 어쩌면 와튼 출신일지도 모르겠군.’ 193화. < 62화. 돌아온 에이스 (1). > 1. - 오늘 BJ대마도사 라이브 날 맞지? ㄴ 맞아. ㄴ 라이브 타이틀 공개됐어? ㄴ 아직일걸? ㄴ 아니, 뭔데 지금까지 꼭꼭 숨기는 거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날. - 설마 오늘 라이브 방송한다고 해놓고, 힘들다고 라이브 취소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 그럼 진짜 방송 인생 끝나는 거지. - 사과 방송이라도 하면 했지, 라이브 안 하진 않을 듯.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날, 많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방송에 관심을 기울였다. - 강행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을 거 같던데. ㄴ 소문을 들어보니까 안개의 숲에서 뭔가 한다던데? ㄴ 안개의 숲에서 사냥을 한다고? 미친 거 아니야? ㄴ 이번에 진짜 망할지도 모르겠네? 그러한 관심은 기존과 관심과 달랐다. 기존의 관심이 놀라운 것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파멸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우려 혹은 기대감에서 나왔다. - BJ대마도사 부담감 장난 아닐 듯. 여러모로 당사자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현우야.” “왜?" “오늘 표정이 왜 그래?” “표정?” 당연히 당사자의 기분은 평소와 같을 수 없었다. 정현우의 표정이 평소와 다른 건 그 때문이었다. “실실 쪼개고 있잖아?” 정현우, 그의 표정은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 표정이 드러난 모양이네. 너무 자신이 넘쳐도 문제라니까.’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이어진 형의 질문에 정현우는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어제 내가 집에 오는 길에 엄청 예쁜 여자한테 헌팅 당했거든. 그래서 오늘 데이트하러 가.” 그 말에 정태우가 잠시 정현우를 지그시 바라본 뒤 말했다. “현우야, 네 발로 병원 갈래? 택시 불러줄까? 지금 내 손가락 이거 몇 개로 보여?” “에이, 진짜! 나 꾸미고 나가면 연락처 질문 받고 그러거든?” “구급차가 좋겠다. 119불러줄게. 좀 쉬고 있어.” 그런 형의 반응에 정현우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병원은 형이 가. 오늘 재활 훈련 받는 날이잖아?” 재활 훈련이란 말에 정태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표정의 의미를 정현우가 모를 리 없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재활 훈련 비용을 동생에게 부담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한없이 미안하리란 것을. 그러한 형의 모습에 정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비싼 돈 내고 받는 건데 좀 제대로 받아. 응? 집에 와서 개인 훈련도 잊지 말고. 내가 그 돈 벌려고 요즘 무리하는 거 알고 있지? 그러니까 좀 부담 좀 느끼고 빡세게 훈련 받아. 뽕을 뽑으라고.” 그때였다. “삼촌! 아빠!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조카인 정혜린의 해맑은 외침에 정태우가 정현우를 향해 눈짓을 한 후에 휩체어를 끌고 문 앞으로 이동했다. 딸아이가 가는 길, 같이 배웅해줄 모양. 그 부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현우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활 훈련으로 체력과 몸 상태가 돌아오면…… 수술해야지.’ 그러한 정현우의 머릿속에 수술을 받고,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간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휠체어가 아니라 제 발로 혜린이의 입학식에 참가한 형의 모습이. ‘집도 이사해야지.’ 그리고 지금 거실에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현관문이 지척에 보이는 작은 집이 아니라 더 큰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열심히 벌어서.’ 그런 의미에서 오늘 라이브 방송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아이템 구매에 모은 돈의 절반 이상을 사용했을뿐더러,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던전 공략에 실패한다면 이제까지 이룩한 명성의 절반 이상도 날아갈 터. 무엇보다 이번 라이브 방송의 결과가 참담하다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를 물어뜯다 실패한 이들이 전부 달려들 터였다. 1티어급 길드들! 자신들의 명성에 똥칠을 한 BJ대마도사의 약점을 그들이 그냥 두고 볼 일은 없었다. 여러모로 중요한 일을 이제는 고작 2시간 남짓 앞두고 있는 정현우가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어떤 떨림도 없는 손을. 그것을 본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열심히 벌어야지.’ 그 어느 때보다 확신이 넘치는 미소를 지은 채 정현우가 집 밖으로 나갔다. 2. 열흘 만에 찾아온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 라이브 열렸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시작됐다! 그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접속한 시청자의 숫자는 무려 5백만 명이 넘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청자 숫자, 그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앞서 말했듯이 열흘 만의 방송이라는 것. - 오늘 BJ대마도사가 망한다면서요? - BJ대마도사 개망하는 방송 보러왔습니다. - BJ쫄보도사 가즈아!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가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최초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풍긴다는 것. 그러한 이유로 모인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된 건 다름 아니라 안개였다. - 안개의 숲인가? - BJ대마도사 어디 있음? 그러한 의문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목소리만이었다.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미다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조롱을 내뱉었다. - BJ대마도사 이제 쫄아서 방송도 못 나오는 거임? - 그래, BJ대마도사는 됐고 BJ럭키님만 보여줘! - 럭키님 어디 감? - 골드님 보여 달라! 그러나 그러한 조롱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늘은 아즈모 님의 의뢰인 안개 미로 던전 공략 라이브 방송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개 미로.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 안개 미로? 설마 진짜 안개의 숲에서 사냥을 한다고? 안개의 숲. 이제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사냥터로 삼지 못했던 그곳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가 말한 것은 안개의 숲이 아니라 안개 미로 던전이란 무대였다. 안개의 숲, 그 안에 존재하는 더 난이도 높은 무대에서 사냥을 한다는 의미. - 와, 씨발 잠깐만? 진짜 안개의 숲이 사냥터야? 그냥 연출 위해서 안개의 숲에 있는 게 아니었어? ㄴ 이러면 그동안 열렙할 만하네. ㄴ 아무렴. 안개의 숲인데 열흘 동안 준비해야지. 가만, 그런데 사냥이 되긴 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기나긴 공백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물론 모두가 이해하는 건 아니었다. - 되긴 뭐가 돼, 안개의 숲에서 사냥하면 돌아오지를 못하는데! - 게임 오버 방송 가즈아! 오히려 이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BJ대마도사의 파멸을 확신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대체 창성 길드는 이런 던전을 어떻게 발견한 거야?’ 당장 미다스는 이 던전을 창성 길드가 발견했다는 사실부터가 이해 불가의 영역이었다. 본인이야 안개의 숲에서 돌아올 수 있는 아르비아의 나침반이 있다고 하나, 창성 길드에게 그런 나침반이 있을 리 만무.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는데?’ 더욱이 안개 미로 던전은 안개의 숲 초입이 아니라, 제법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우연히 발견할 수밖에 없는 곳. 허나, 그 우연마저도 안개의 숲에서 길을 잃고 게임 오버 당할 것을 감수한 이들에게만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발견 후에 관리한 것도 골 때리네.’ 심지어 창성 길드는 이 던전을 발견한 후 이곳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플레이어를 보냈다. 그럼으로써 안개 미로 던전의 위치를 거듭 파악하고, 관리했다. 그런 식으로 이 던전에 대한 공략 권리, 일차적인 권리를 고수해왔다. 달리 말하면 이 던전에 대한 공략 의지가 분명 존재한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던전은 공략되지 않은 상태였다. ‘던전 내용은 더 골 때리지만.’ 첫 번째 이유는 던전의 특징이었다. “안개 미로 던전의 특징은 간단합니다. 지금 시청자분들도 보이시는 이 빛의 길, 이곳을 벗어나면 길을 잃습니다. 안개의 숲과 같죠.” 안개 미로 던전의 미로는 벽이 있는 미로가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길을 벗어나면 돌아올 수 없을 뿐. “미로답게 빛의 길에는 갈림길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로라는 표현 그대로 빛의 길에는 갈래가 있었다. 길을 잘못 들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 벽이 없음에도 미로라는 단어가 붙기에 부족함이 없는 설정이었다. 물론 이러한 미로가 적용되는 건 플레이어뿐이었다. “제가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이 안개 미로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 그 몬스터가 이 던전을 골 때리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였다. “하이브리드입니다.” 하이브리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크르르! 곧바로 자욱한 안개 사이로 늑대 모습의 정령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해주었다. - 어? 뭐야? - 반은 얼음이고, 반은 불이잖아? 얼음과 불, 두 가지가 절반씩 뒤섞인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미다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빙결 속성 공격은 불타는 부위만, 화염 속성 공격은 얼음 부위에만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잘못 맞추면 데미지를 줄 수 없다! - 미친 설정이네! - 마법사 킬러잖아?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쌍욕이 나올 법한 설정이었다. - 정령수 상대로 마법사가 딜링 못하면 난이도 최소 2배 이상 오르는데? 더욱이 정령수란 몬스터는 마법사 클래스의 화력 지원의 중요성이 다른 몬스터들보다 훨씬 높았다. [구스타프 님이 10,06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안개의 숲 퀘스트와 같은 설정이면 히트 앤 런은 쉽지 않지. 그렇다고 캐논 스타일도 쉽지 않고.] 개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점은 이곳이 그냥 일반적인 사냥터처럼 마법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 그러네? - 여기서는 치고 빠지기도 안 되잖아? 다른 사냥터라면 마법사 본인이 움직여서 몬스터를 맞출 부위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이동 범위는 빛의 길, 오로지 그 위뿐이었다. 물론 답은 있었다. [라포 님이 10,06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결국 럭키가 다 해주겠네. 역시 신수가 최고라니까.] 근접 딜러의 스페셜리스트가 된 럭키 그리고 골드가 전면에서 나서준다는 것. - 역시 믿을 건 럭키 님뿐이네. - 응, 골드 님 독무대. - BJ대마도사는 또 들러리야? - MC대마도사네.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관심이 럭키와 골드를 향하는 사이, 미다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 그러자 불타오르는 모자가 미다스의 존재감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 어? - 저거? 그렇게 미다스의 새로운 아이템 세팅을 확인한 모든 시청자들이 곧바로 놀라며 말했다. - 불타오르는 모자다! - 불타오르는 모자라면, 설마 최근에 G베이에서 거래된 그 모자인 건가? 그리고 이내 몇몇은 말했다. - G베이에 최근에 올라왔다 거래된 거라면, 어떤 병신 호구가 눈탱이 시세에 사간 그거 아니야? ㄴ 눈탱이 시세? ㄴ 어제 시세보다 겁나 비싼 값에 올라왔는데 누가 흥정 없이 그냥 바로 구매했었음! 불타오르는 모자에 얽힌 이야기를. [구스타프 님이 10,06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진짜 돈이 썩어 넘치는 모양이네. 그걸 그냥 일시불로 구매하다니. 설마 정말 구매한 건가?] 구스타프마저 놀라며 내뱉는 질문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BJ대마도사가 아니라 BJ흑우였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썩 좋지 못한 분위기였다. 이제는 세계적인 호구가 된 셈.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기분 상하거나, 분노나, 짜증을 내뱉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위기에 동조했다. “뭐, 시세보다 무척이나 비싸게 사긴 했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있었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그 외침을 내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곧바로 캐스팅이 끝나고 미다스의 손바닥 위로 등장한 파이어볼. 미다스가 그 파이어볼로 적의를 드러내는 하이브리드 정령수의 얼굴을 향해 파이이볼을 던졌다. 퍼엉! 날아간 파이어볼은 그대로 얼굴, 개중에서도 얼음으로 된 왼쪽에 명중했다. 휘익!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손에 투사체 증가 옵션으로 등장한 두 번째 파이어볼이 등장했고, 미다스는 빠르게 표적을 향해 던졌다. 퍼엉! 그러자 들리는 강렬하기 그지없는 폭발음. 크헝! 그 폭발음과 함께 전방에 있던 정령수가 빠르게 미다스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는 기껏해야 20여 미터. 정령수의 능력치를 고려하면 있으나마나한 거리였다. 마음속으로 숫자 두어 개를 세면 좁혀질 거리. - 전투개시다! 결코 전투를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 - 럭키는? - 골드는? - 잭팟은?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모두가 하나 같이 골드와 럭키 혹은 잭팟의 존재를 찾았다. 하이브리드 정령수를 상대함에 있어 BJ대마도사의 활약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그러한 확신을 가지는 상황. 그러나 어디에서도 골드의 충성심 어린 외침이나 럭키의 힘찬 하울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잭팟의 귀여운 울음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파이어볼.” 들리는 건 오직 하나,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하이브리드 정령수를 앞에 둔 미다스가 두 번째 파이어볼을 캐스팅하는 소리만 들릴 뿐. 그 순간 일부는 깨달았다. [아즈모 님이 10,07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지금 파이어볼 쿨타임이 몇 초야?]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음을. 194화. < 62화. 돌아온 에이스 (2). > 3. 데미지 딜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격 횟수. 다른 하나는 데미지, 그 자체. 쿨타임 그리고 캐스팅 타임이란 요소를 가진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공격 횟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 부분이 마법사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다. 공격이 한두 번 실패해도 데미지 딜링에 있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근접 딜러나, 궁수 계열과 달리 마법사들은 공격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했으니까. 명중률이 높은 마법사들이 우대를 받는 이유였다. - 미친!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 방송을 보는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였다. - 파이어볼 쿨타임 몇 초야? - 방금 체크했어! 1.93초! - 2초? 진짜? 그럼 대체 쿨감소가 어느 정도인 거야? 쿨타임과 캐스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정말 마음껏 마법을 난사하고 싶다! 마법사들의 로망과도 같은 그것을 지금 BJ대마도사가 직접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 아니, 200레벨대에 쿨타임 감소 세팅을 맞추면 저게 된다지만, BJ대마도사 레벨 높아봐야 160레벨이잖아? 더욱이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저 쿨타임이 없다, 수준이 아니었다. - 쿨감셋을 떠나서 보통은 파이어볼을 사용해서 하나씩 나오는데 BJ대마도사는 최대 3개까지 나온다는 거지. - 무한 파이어볼인가? 정신 나갈 거 같네. - 심지어 데미지도 정신 나갈 정도지. 상식, 그 이상! “대단하네.” 라이브 방송을 보던 멀린조차도 그러한 BJ대마도사의 퍼포먼스에 놀랄 정도였다. 물론 놀랄 뿐이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지.” 지금 BJ대마도사가 마주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파이어볼을 더 빨리 쓸 수 있는 게 아님을 멀린은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은 마법사들에게 지옥 같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BJ대마도사가 공략 중인 안개 미로 던전이 마법사에게 얼마나 치명적이고, 불리한지 알고 있었다. 짙은 안개 탓에 원거리 딜러의 최대 장점인 원거리 공격 거리가 지극히 제한된다는 것. 그리고 하이브리드 정령수를 상대로는 데미지가 유효한 피격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 지금 BJ대마도사가 내놓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고작 공격 횟수, 데미지 딜량을 늘리는 것으로 공략될 던전이었다면 창성 길드가 실패를 확신하고 공략을 장기 보류했을 리 없지." 그 증거는 다름 아닌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창성 길드였다. 그들이 이 안개 미로 던전 공략을 위해 데려온 파티의 화력이 지금 BJ대마도사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할 리는 만무. - 어, 또 몰려온다! - 이번에도 꽤 오는데, 파이어볼보단 차라리 그냥 다른 거 쓰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실제로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난 현재, 전황은 치열해짐에도 BJ대마도사의 활약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 결국 럭키가 다하네. - 골드랑 럭키 없었음 게임 오버됐겠네. - 거봐, 결국 들러리라니까. 시청자들의 이목이 골드와 럭키의 활약상에 더 집중되는 것도 그런 탓이었다. “엠마, 당신 생각은 어때?” 방송을 보는 엠마의 반응이 담담한 것도 그런 탓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몬스터들 쪽에서 탱킹이 가능한 괴물이 등장한다면, BJ대마도사가 골치 아파지겠죠.” 창성 길드로 하여금 BJ대마도사의 안개 미로 던전 공략 실패를 확신케 만든 것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조만간 등장하리란 것을. - 어? 저기 뭔가 큰 게 오는데? 그때가 왔을 때 엠마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4. 크-왕! “우오오!” “파이어볼!” 거대화한 럭키가 전광석화 상태가 된 채 날뛰며 정령수들을 물어뜯고, 똑같이 거대화한 골드가 광전사 모드를 발동하며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며 정령수들을 무참하게 도륙하며, 그 사이로 미다스가 쉼 없이 파이어볼을 던지는 전장. 쿵! 그러한 전장에 새로운 불청객이 그 어느 것보다 묵직한 소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했다. - 큰 거 왔다 - 소리가 묵직한 거 보니, 체급 좀 되는 거 같은데? - 카메라! 카메라 좀 돌려봐! 이윽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카메라를 돌리자, 짙은 안개 너머로 거대한 물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골렘? 골렘 같은데? 어렴풋한 형체였으나, 보는 시청자들 대부분이 그 정체를 예측했다. ‘왔다.’ 물론 미다스는 이미 일찍부터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골렘.’ 4미터가 넘어가는 신장을 가진, 얼음과 불로 이루어진 골렘이 이곳으로 오고 있음을. ‘창성 길드가 실패할 만하네.’ 그리고 오는 놈이 얼마나 골치 아픈 놈인지를. ‘벽이 오는 격이니까.’ 여러모로 플레이어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안개 미로 던전. 그러한 곳에서 거대한 덩치 그리고 높은 HP를 앞세운 하이브리드 골렘이 다가오는 것은 미다스의 표현처럼 벽이 오는 것과 같았다. 숨이 막히는 절망이 다가오는 셈. 상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크르르! 커헝, 커헝! 하이브리드 정령수와 정령기사는 그러한 하이브리드 골렘의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이브리드 골렘을 벽으로 삼았다. 플레이어를 괴롭히기에는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도 없는 셈. ‘보이지 않으면 당하는 수밖에 없겠어.’ 결정적으로 이러한 하이브리드 골렘의 접근을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안개의 숲! 그 짙은 안개가 시야를 방해할뿐더러, 하이브리드 골렘 역시 마찬가지로 피격 부위가 정해져 있었다.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어렴풋이 형태가 보인다고 해서 던져봤자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셈. ‘뭐, 난 상관없지만.’ 물론 미다스는 상관없었다. 그의 눈에는 지금 다가오는 하이브리드 골렘의 형태가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아, 이 던전 앞선 길드가 실패한 이유를 알겠네요. 아주 그냥 던전을 깨지 말라고 만들었네." 어쨌거나 달라진 전황을 앞에 두고 미다스 역시 이제는 전술에 변화를 줄 준비를 했다. “뭐, 그래도 오는데 마중하지 않을 순 없죠.” 그러한 미다스의 여유 넘치는 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닥치고 딜링이나 해! - 럭키님, 원딜이 잡담 떨어요! 혼내주세요! - 그 잡담할 동안 파이어볼을 썼으면 5번은 더 쓰셨을 듯? - 파이어볼은 됐고, 다른 마법 좀 쓰세요! 좋은 레전더리 등급 마법 놔두고 뭐하는 겁니까? 파이어볼만 쉼 없이 쓰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고. [아즈모 님이 10,07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솔직히 상황 안 좋은 거 같은데?] [구스타프 님이 10,07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나라면 물러난다. 좋은 상황이 아니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7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원딜러들은 언제나 상황이 불리하면 못하겠다는 소리만 하지. 이래서 원딜러들은 쓸모가 없다니까.] 더 나아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게임, 갓워즈의 최고 클래스 플레이어이 앞다투어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함을 분명하게 말했다. - 상황 꽤 안 좋은 모양인데? 구스타프가 본인은 물러설 정도라고 말하는 거 보면? - 이거 장난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제 미다스가 그들의 말에 대답해줄 차례. “자, 그럼 판 좀 바꾸겠습니다. 이쪽도 큼지막한 것으로 가죠.” 그 대답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생각했다. - 큼지막한 거면 블레이즈 골렘? - 그래, 이열치열이지! - 아직 신에게는 2기의 블레이즈 골렘이 남아있습니다! 블레이즈 골렘! BJ대마도사가 그 강력한 골렘으로 맞불을 놓으리라고. “메모라이즈 골렘!” 그러나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 쿠쿠쿠! 그리고 그 외침을 시작으로 대지가 솟아오르며 형태를 갖춘 골렘의 등장을 보는 순간 채팅창에는 곧바로 물음표가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 그냥 골렘? - 저기 BJ대마도사님, 마법 잘못 쓰셨는데요? 블레이즈 골렘을 놔두고 그냥 일반 흙골렘을 꺼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 잘못 쓴 거 아닌 거 같은데? 그냥 캐스팅이 아니라 메모라이즈로 저장해둔 거잖아? - 아니, 골렘을 왜 메모라이즈 해놨어? 더욱이 그냥 캐스팅을 통한 소환도 아니고 메모라이즈를 통해 소환한 건 이것이 우발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였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 꺼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놓은 비장의 수라는 증거! 그러한 사람들의 의문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빠르게 등장한 골렘의 머리 위에 올라갔다. 5미터, 그 커진 덩치를 자랑하는 골렘에 올라선 채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잘 보이네요.” 그리고 이어진 감상. 그 감상에 몇몇은 이해했다. - 아, 저게 있었구나. - 그렇지! 위에서 아래로 던지면 훨씬 낫지! 지금 미다스가 확보한 포지션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렇게 위의 포지션을 잡으면 아래에 있는 하이브리드 정령수를 사냥하는 게 훨씬 편함을. ‘안개의 숲에서 토 나오게 사냥한 보람이 있네.’ 안개의 숲에서 미다스가 9일 동안 치 떨리는 사냥을 통해 얻은 노하우였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저 이러한 포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면 그토록 굳건한 확신은 없었을 터. 실제로 당장 미다스는 이곳에서 하이브리드 골렘이 등장하리란 건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처음 그 존재를 인지했을 때 나름 충격을 받았고, 이 안개 미로 던전 공략이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지금 미다스는 여전히 확신을 품고 있었다. 오늘 실패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리란 확신을. “자, 그럼 세팅 좀 바꿔봅시다.” 그 확신을 보여주듯 미다스가 끼고 있던 장갑을 벗고, 새로운 장갑 하나를 착용했다. [불꽃 장갑을 착용했습니다.] 불꽃 장갑. 유도 능력이 가진 장갑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잠깐! 그 장갑을 벗는다고? - 불꽃 장갑도 좋은데, 기존 장갑에는 리볼버 옵션 있지 않았어? - 맞아. 유도보단 리볼버 옵션이 더 낫지 않나? 투사체 속도 증가가 지금은 더 도움이 되잖아? - 바꾸는 의미가 있는 건가? 아이템 세팅을 바꾸는 게 딱히 매력적이지 않으리라고. “파이어볼.”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곧바로 파이어볼 주문을 외쳤고, 이내 캐스팅 완료 알림이 들리는 순간 불꽃처럼 타오르는 장갑을 낀 손으로 불덩어리를 쥔 채 골드와 싸우는 곰 형태의 정령수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파이어볼을 던졌다. 깔끔하게. 망설임 없이. 조준도 필요 없이. 이제는 더 깔끔해진 솜씨로. 퍼엉!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이제까지와 같은 속도로 날아가 이제까지처럼 정확하게 정령수의 머리 왼편, 얼음으로 된 그곳에 명중했다. 그 광경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준비 자세에 드는 시간도 줄였다.’ 최근 9일 동안 쉼 없이 그리고 수없이 해온 마법 덕분에 시간을 단축했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그 후에는 더 쉬웠다. [불꽃 장갑이 타깃을 인식했습니다.] 불꽃 장갑의 효과가 발동하는 순간, 이 순간부터 미다스는 굳이 명중을 위해서 자세를 잡을 필요도 없었다. 퍼엉! “파이어볼.” 보는 입장에서는 허탈할 정도로 무덤덤하게 그리고 무가치하게 던지는 작업을 하면 될 뿐. 그러나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 그것을 보고 허탈함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아즈모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너 그거 뭐야?] [구스타프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어떻게 그게 되는 거지?] [라포 님이 1,11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이템 세팅을 바꿨는데 아이템 효과가 유지되네?] 갓워즈에 존재하고 있었던 한계, 캐릭터의 강해질 수 있는 한계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으니까. 그 사실에 대한 경악 어린 의문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 그럼 속도 한 번 더 높여봅시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갑옷도 바꾸었다. - 눈갑옷이다! - 설마 저것도 최근에 거래된 건가? 눈탱이 시세에 올라왔던 그거? - 그냥 호구가 아니라 호구호구였어?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스킬을 외쳤다. “아이스볼.”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의 손에 얼음 덩어리가 등장했고, 미다스가 이제는 정령수들의 오른편을 공략했다. 퍼걱! 깨지는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치는 순간 새로운 얼음 덩어리가 등장했다. - 어? 갑옷 바꿨는데? - 투사체 +1 효과도 유지되네? 수호자의 갑옷!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던 그 갑옷 없이도 효과가 발동하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 앞선 미다스가 보여준 것이 착각이나 그저 가벼운 수작질이 아님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미다스가 준비한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와 마찬가지였으니까. 의도적으로 수호자의 장갑과 수호자의 갑옷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착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이 순간 변화가 왔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연출이었다. 그리고 그 연출이 제대로 먹혔다.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들끓었다. ‘보여줄 땐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캐스팅 속도 50퍼센트 증가합니다.] 미다스가 용열병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그의 귓속으로 이제까지 들렸던 알림이 들렸다. [쿨타임이 30퍼센트 감소합니다.] 그리고 용열병이 레전더리 에픽 스킬이 됨으로써 생긴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뒤로 미다스가 정면을 바라보자, 하이브리드 골렘이 보다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안개의 숲에 자리 잡은 나무들보다 큰 신장. 트리플 헤드 트롤 레이드 때와 같았다. 적과 미다스 사이에는 그 어떤 방해물도 없었다. “파이어 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 볼트!” 그러니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캐스팅 완료했습니다.] 미다스가 주문을 외우고 곧바로 파이어볼 캐스팅이 끝나며 미다스가 골렘의 머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퍼엉! 단숨에 파이어볼 두 개를 던진 미다스의 손에 다시금 파이어 스피어 마법이 쥐어졌다. 시작은 파이어볼과 비슷한 형태. 그러나 미다스의 손을 떠나는 순간 파이어 스피어는 창의 형태를 갖춘 채 하이브리드 골렘의 부위, 미다스가 앞서 맞춘 부위를 향해 휘어지면서 날아갔다. 마치 야구 구종인 슬라이더처럼. 그 후에는 파이어 볼트였다. 화염계 마법 3종 세트가 하이브리드 골렘의 머리, 그 얼음으로 된 부위에 닿았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8초.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 볼트.” 그리고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 잠깐, 파이어 스피어 쿨이 벌써 돌아왔다고? - 파이어볼이 아니라? 그 경악 사이로 미다스는 대답 대신 작업을 반복했다. 파이어볼,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볼트 콤보를 멈춤 없이, 쉼 없이 반복했다. [하이브리드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콤보가 네 번째에 이르렀을 때 다가오던 하이브리드 골렘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좋아.’ 그 순간 모든 준비가 끝났다. “BJ대마도사 방송 시작합니다.” 자신이 이 방송, 이 채널의 주인공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준비가. 195화. < 62화. 돌아온 에이스 (3). > 5. [하이브리드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을 끝으로 골렘 위에 서있던 미다스의 눈이 가볍게 주변을 훑었다. 반경 100미터 내에 그 어떤 몬스터의 존재도 미다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정리됐군.’ 그 사실을 인지하는 데에는 굳이 미다스와 같은 눈이 필요하지 않았다. - 다시 안개 낀다! - 청소 끝난 거 같은데? 치열하기 그지없는 전투 속에 어수선했던 전장에 다시금 안개가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건, 사실상 지금 이곳 그리고 이 주변에 전의를 품을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의미. - 진짜 정신 잃고 봤네. - 오늘 밤 주인공은 BJ대마도사 인정.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잊고 있던 감탄과 찬사들이 채팅창을 수놓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좀하는듯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다시봄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정도로 미다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 다시 생각해도 미친 거 같아. 설마 콤보를 무한히 쓸 줄 누가 알았겠어?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콤보를 무한히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파이어볼과 같은 기초 마법을 이렇다 할 쿨타임 없이 쓰는 마법사 플레이어는 제법 있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러니저러니 해도 쿨타임은 줄어드니까. 그러나 미다스처럼 파이어 스피어를 섞은 콤보를 쿨타임 계산 없이 쓰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 NPC의 특별한 버프를 받거나 조건부 상황이 아니면 극히 드물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BJ대마도사의 플레이는 기대감을 주었다. - 파이어 스피어 쿨타임이 이 정도로 감소됐으면 인페르노에도 영향 준다는 거잖아? 그럼 인페르노는 몇 번이나 쓸 수 있으려나? - 인페르노도 인페르노인데, 지금 눈갑옷도 입었잖아? 그럼 아이스 스피어랑 트라이던트도 쿨타임 엄청 감소됐다는 건데? - 가만, 트라이던트 무한으로 던지면 그거 사기 아니야? - 몬스터들이 갓워즈에 소송할 듯? 다른 강력한 마법마저 이제는 더 자주 쓸 수 있으리란 사실에 대한 기대감. 미다스가 의도적으로 인페르노와 같은 스킬을 쓰지 않은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 보고 싶다. - BJ대마도사님 인페르노도 쿨타임도 몇인지 좀 보여주세요! 기대감을 품고, 달아오르게 해야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러나 당장 미다스가 노리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그것은 큰 그림의 한 부분. 지금 미다스가 관심을 가지는 건 진짜배기 실력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제 아이템 능력 추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때가 됐는데?’ 대체 BJ대마도사는 어떻게 아이템 착용 없이 그 특별한 효과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갓워즈의 플레이어가 가지는 한계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단서가 등장했다는 것. 그 사실에 다른 누구도 아닌 최정상의 플레이어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억만금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최상위 랭커들의 몸이 달아오지 않을 리 만무. 때문에 미다스는 기대하고 있었다. ‘후원 채팅으로 질문 안 오나?’ 아즈모를 비롯한 그 실력자들의 후원 채팅 러시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막연한 기대는 아니었다. ‘아까 보니까 급하게 후원 채팅하시던데?’ 조금 전 전투에서 미다스가 불꽃 장갑과 눈갑옷으로 스위칭을 한 후 마법을 쓰는 순간 모두가 허겁지겁 후원금을 적어서 보냈으니까. 심지어 라포는 실수로 1,111달러를 보냈다. ‘아, 숫자 하나만 더 나왔으면 111,111달러였을 텐데.......' 여러모로 운이 좋은 실수.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거물들, 어쩌면 이제까지 채팅에 참가하지 않았던 거물들의 참가도 기대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 BJ대마도사님, 대체 그게 뭐에요? -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 버그네, BJ버그도사였어 . - BJ대마도사님 갓워즈 본사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미다스가 기대한 큰손들의 행보나 반응은 없었다.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이토록 큰 건수, 정보의 가치를 산술적으로 내놓는다면 엄청날 수밖에 없는 걸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물어볼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물어본다면 BJ대마도사와 접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루트인 라이징 스타 채널을 거칠 터. ‘쯧, 어쩔 수 없지. 라이브에 집중하자.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할 말은 많지만 여러모로 계약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해줄 수 없다! 그러한 정중한 표현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일단 던전부터 공략해야죠. 여러모로 아즈모 님이 절 위해서 구해준 던전 아닙니까?” 빛의 길을, 자신이 나아갈 길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그 성의를 봐서라도 압도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공략해주는 게 예의죠. 안 그렇습니까?” 그런 미다스의 말에 시청자들 중 일부는 말했다. - 설마 열흘 동안 존버한 게 압도적으로 공략하려고? - 그냥 해도 공략할 수 있는데, 더 압도적으로 공략하려고 일부러 쉬었다는 건가? BJ대마도사가 그동안 조용했던 것이 공략을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일부가 말한 그 의견은 어느 순간 들불처럼 채팅창에 번지며 여론이 되었다. - 하긴, 이 정도 퍼포먼스인데 공략 실패할 거 같아서 잠수탈 리는 없지. - 이 정도 전투력 가지고 무서워서 던전 공략 못하면 이 게임 그냥 접어야지. - BJ대마도사 빅피처 인정! 어느 순간부터 일부의 의견이 마땅한 진실이 되었다. ‘오케이, 분위기 반전됐고.’ 물론 진실은 아니었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마다할 필요도, 부정할 이유도 없었다. "아,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래도 다들 제가 던전 공략을 벌벌 떨어가면서 간신히 하는 거 보고 싶진 않으시잖아요? 그뿐입니다." 굳이 뭔가를 해야 한다면 시청자들의 혹시? 하는 말에 적당히 예, 라고 해주면 될 뿐. - 와, 진짜 차원이 다르네. - 압도적으로 깰 자신이 없어서 열흘 동안 빡겜하는 플레이어는 BJ대마도사가 유일할 듯. - 내가 말했잖아? BJ대마도사가 열흘 간 존버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 난 BJ대마도사를 믿고 있었음! - 아, 됐고 럭키나 보여주세요. 이제는 채팅창 어디에서도 BJ대마도사의 몰락을 예상하고, 파멸을 바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하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좋아, 정신 차리자.’ 물론 아직 던전 공략이 끝난 건 아니었다. 끝나기는커녕 이제 시작이었다. ‘하이브리드 골렘보다 더 강한 게 나올 수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하고, 공략이 까다로운 몬스터가 나올지 몰랐다. ‘마력 관리도 제대로 해야 하고.’ 무엇보다 마법 사용 횟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만큼 그리고 안개의 숲 특성과 골렘 위에서의 포격 탓에 용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만큼 마력 관리도 쉽지 않았다. 긴장의 끈을 풀 이유는 한 점도 없다는 의미. “자, 그럼 공략 계속하겠습니다.” 그 사실을 머금으며 다시 빛의 길을 걸어가던 미다스의 앞에 세 개의 길이 등장했다. 그 갈림길에 다시금 채팅창에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갈림길이다! - 이제부터 진짜 골 때리겠네.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미로에서 두어 번 엿 먹으면 답이 없지! - 심지어 이번에는 길 3개임! 그 어느 것보다 이 안개 미로 던전의 난이도를 높여주는 요소였으니까. 물론 미다스에게는 예외였다. ‘가운데 길이네.’ 세 개의 갈림길, 그중 한 곳만이 붉게 빛나는 것을 본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제 느낌이 여기가 막다른 길 같네요. 그러니까 여길 들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 막다른 길인데 왜? -뭐지? 자기과시? 그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그래야 몬스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럴 일은 없지만!’ 6. 160킬로미터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야구팬은 없다. 그러나 그 투수가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로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하면 그 어떤 야구팬도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는다. 갓워즈에서 쿨타임을 한계까지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단한 일이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가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해 어떤 결과를 만드느냐, 그것이 중요할 뿐. - 와, 죽인다. - BJ대마도사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 - BJ럭키 님 죄송합니다, 잠시 BJ대마도사 좀 응원하겠습니다. - 골드 님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했는데 BJ대마도사를 응원하게 될 줄이야! 분하다!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그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이브리드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마법을 빨리, 무한히 쓰면서도 확실한 결과물을 남긴다는 것. 단 한 번도 세상에 등장한 적 없는 몬스터를 사냥함에도 BJ대마도사는 일반 몬스터 사냥하듯 압도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다. - 응, 불꽃 장갑 빨이야. - 솔직히 불꽃 장갑이 캐리하는 거지. 물론 불꽃 장갑 도움이 크긴 했다. 명중 시 유도 능력을 가진 그것을 이용하면 결국 첫발만 잘 맞추면 됐으니까. 하지만 달리 말하면 미다스의 그 첫발 명중률은 매우 우수했다. - 저거 없어도 BJ대마도사 명중률 장난 아닌데? - 저 새끼 이 방송 처음 보는 놈인가? - BJ대마도사 님이 생긴 건 별로고, 개그도 별로 안 웃기고, 평생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모태 솔로처럼 보이긴 하지만 맞추는 건 누구보다 잘하시거든요? 무엇보다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명중률을 증명한 바였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 - 불꽃 장갑 끼고 오히려 투척 자세를 간소화해서 데미지 딜링에 집중하는 거 봐. - 공격 자세 잡는데 걸리는 시간도 1.5초나 줄였어. - 그래, 아이템을 쓸 거면 저렇게 제대로 골수까지 빨아먹어야지. 자신의 능력을 베이스 삼아 불꽃 장갑이란 아이템이 가진 효과를 100퍼센트를 뽑아냈다. - 예전부터 느낀 건데 레전더리 템을 써본 경험이 확실히 있어. 그게 아니면 이렇게 빠른 적응력을 보일 리 없잖아? 심지어 몬스터나 사냥터도 기존 것과 다른데! - BJ대마도사 전 캐릭터가 300레벨에 레전더리 템만 쓰던 게 학계의 정설! 필시 갓워즈에서 지금 쓰는 아이템들을 아주 제대로 써본 경험이 있다! 그러한 심리적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진실은 간단했다. ‘안개의 숲에서 토 나오게 한 보람이 있구나.’ 열흘 동안 다른 곳도 아닌 안개의 숲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모든 게임 플레이 능력은 안개의 숲 전투에 특화된 상황이었다. 장담컨대 다른 사냥터에서는 지금 수준의 퍼포먼스를 절대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건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그가 사냥해야 하는 무대는 이곳, 굳이 다음 사냥터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깰 수 있어.’ 오히려 시청자들의 착각 어린 칭찬에 이미 온몸에 충만했던 확신이 이제는 몸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로 거대해졌다. 자연스레 여유도 넘쳤다. 사냥이 끝나고 다시 이동하던 미다스가 갈림길을 보는 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막다른 길이 안 나오네요.” 그 말을 하며 옆에 있는 럭키를 보며 말했다. “럭키야, 돌아가서 다른 길에 있는 몬스터 잡고 갈래?” 왕! 그 짤막한 대화에 시청자들도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 - 진짜 일부러 여기서 렙업사냥할 거 같네. - BJ대마도사라면 일부러 막다른 길만 찾아서 주변 몬스터 씨 말릴지도 모르지. -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제대로 길을 찾아서 다행이네. - 몬스터들이 운이 좋군. 이제는 시청자들 역시 지금의 라이브 방송을 즐겼다. 그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갈림길 중 하나, 붉은빛 길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응?’ 그러자 이내 색다른 무언가가 미다스를 반겼다. 안개의 숲 너머,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것이. [혹한의 거인(Lv183)] 혹한의 거인! 온몸이 차갑기 그지없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거 뭐 그냥 꽃길만 걸으라는 거네, 꽃길…….' 당장에라도 폭발하듯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기 위해서. '응.'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혹한의 거인 바로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거인이 보였다. [작열의 거인 (lv183)] 이번에는 온몸이 쉼없이 타오르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인이었다. ‘더블 보스?’ 하나가 아닌 두 괴물이 서로를 마주하는 모양새. 그것을 본 미다스의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던 웃음이 바로 속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쉽지 않겠어.’ 누가 보더라도 보스 몬스터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이 상황에서 내놓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하나를 확실하게 잡고, 나머지를 그다음에 잡아야지.’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보다 하나는 시간을 버는 사이 나머지 하나를 잡는 것. ‘럭키의 사생결단이 있으니까 할만해.’ 그 부분에 있어서 미다스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파트너를 데리고 있었다. ‘그래, 어려울 거 없어. 어차피 화력은 충분해.' 그러한 럭키를 머리에 두고 그림을 그리던 미다스가 더 집중해서 그 아래 정보를 보았다. !혹한의 거인 소멸 시 HP회복 속도 300퍼센트 증가 !혹한의 거인 소멸 시 공격 속도 200퍼센트 증가 !혹한의 거인 소멸 시 공격력 100퍼센트 증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잠깐만.’ 그리고 이내 다시 눈을 뜬 후에 작열의 거인 앞에 있는 혹한의 거인을 보자, 앞선 두 글자만 다른 채 똑같은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이 바뀌었다. 하나를 확실하게 잡는 순간, 나머지 하나가 말도 안 되는 스펙업을 이룩하고 그 앞에서 쓰레기 게임을 외치며 절규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 빌어먹을 게임이!’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큰일 났다.’ 당장 난이도부터가 생각한 것과 차원이 달라졌다. ‘일단 두 마리를 동시에, 하다못해 비슷한 페이스로 잡아야 해.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이 상황에서 내놓을 정석적인 방법은 동시에 둘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먼저 잡는다는 것이었다. ‘의심하겠지.’ 만약 여기서 미다스가 정석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면 분명 의심의 눈초리가 나올 터.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시청자들에게 어젯밤 꿈속에서 죽은 갓워즈의 창조자, 김민수가 나타나 공략 방법을 말해줬습니다! 같은 식의 설명이 먹힐 리는 없었다. 따로 싸운다면 명분이 필요했다. 그것도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를 명분. ‘어떻게…….' “주인님! 오늘 이곳에서 새로운 전설이 생길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귓속으로 골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골드와 럭키를 바라보더니 이내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럭키골드 대 BJ대마도사! 이거다!’ 196화. < 63화. 승부 (1). > 1. 열흘, 그것도 이렇다 할 소식도 없이 열흘 만에 시작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은 시청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BJ대마도사는 역시 BJ대마도사네. - 차원이 다르지.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한계, 이제까지 그 누구도 넘지 못한 그것을 가뿐히 즈려밟고 올라선 BJ대마도사의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러한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 너무 압도적이니까 재미가 없네. ㄴ 맞아. 사람이 개미 잡는 거 보는 느낌이라니까. ㄴ 노잼. ㄴ 저번 럭키 마이웨이가 훨씬 재미는 있었어. 너무 압도적인 사냥 능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해지기 쉽다는 것. BJ대마도사의 방송이 가지는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의미. 때문에 그러한 지루함은 점차 쌓였고, 라이브 방송이 20분째를 넘어 이제는 30분째에 이르렀을 때, 절정에 이르렀다. 자연스레 불만도 나왔다. - 그런데 솔직히 BJ대마도사가 하는 건 마법 던지는 거 밖에 없잖아? ㄴ 예전에는 요리조리 움직이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골렘 위에서 그냥 말뚝 박고 던지지. ㄴ 까놓고 말해서 이 조합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건 골드님이지. 탱킹해, 딜링해, 다 하잖아? ㄴ 아니지, 럭키님이지. 골드님은 템이라도 빵빵하지만 럭키님은 맨몸으로 뛴다고! ㄴ 여하튼 정리하면 BJ대마도사가 개씨부럴 새끼란 거네? 그러한 불만을 가진 이들은 별거 아닌 부분을 꼬투리 잡으며 자신의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하등 신경 쓸 필요 없는 불만이었다. 일부에 불과했을뿐더러, 혹여 그러한 반응이 일부가 아니더라도 노련한 BJ들은 이 대목에서는 그들을 무시하는 게 정답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미다스도 알고 있었다. 분명 평소라면 무시했을 것이다. “내가 럭키랑 골드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요?” 그러나 미다스가 지금 그 불만, 일부가 내지르는 불만에 아주 제대로 반응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재차 이어진 미다스의 반응에 조금은 늘어지고, 지루했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뀌었다. - 갑자기 뭐지? ㄴ 지금 BJ대마도사가 발끈한 거 같은데? ㄴ 아니, 이게 발끈한 일이야?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반응에 모두가 놀랐다. 동시에 몇몇은 생각했다. - 지금 느낌이 럭키랑 골드 빼고 진짜 혼자서 몬스터 잡으려는 모양인데? ㄴ 좀 더 자극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할 듯? ㄴ 부채질할까? ㄴ 하자! 여기서 BJ대마도사를 좀 더 건드리면, BJ대마도사가 발끈하며 필시 무모한 도전을 하리라고. 그럼으로써 더 스릴 넘치는 방송이 되리라고. - 솔직히 럭키하고 골드 빼면 시체 아님? ㄴ 럭키가 머리, 골드가 몸이라면 BJ대마도사는 뭐랄까…… 머리카락 같은 존재이지. ㄴ 뭐야? 머리카락이라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거잖아? BJ대마도사의 가치가 그 정도로 중요하다고? ㄴ 가슴털로 정정해라. 곧바로 부채질이 시작됐다. [럭키님이최고야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골드님이최고지 님이 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최고지 님이 1원을 투원했습니다.] 그것도 전방위, 채팅은 물론 후원 채팅을 통해서도 미다스를 자극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정말 모두가 사전에 1박 2일 동안 숙박하며 연습한 것처럼 완벽하게 한마음이 되어서 BJ대마도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이 정도까지 보여줬는데 여전히 저를 향한 믿음이 부족하시군요. 그럼 별수 없죠.” 별 수 없죠! 그 표현에 채팅창의 반응이 더 들끓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확실한 점을 찍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골드랑 럭키 빼고 하겠습니다. 그럼 인정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채팅창이 폭발했다. - BJ대마도사 진짜 솔로 레이드 도전이다! - 역시 BJ대마도사님이야! 다른 플레이어들하고는 수준이 다르다니까! - 진정한 솔로가 뭔지 보여주세요! - 역시 BJ대마도사야말로 진정한 솔로지!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오케이, 솔로 공략합니다.” ‘밑밥은 깔았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까지와 똑같은 걸음걸이. 그러나 그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채팅창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숨죽인 채 미다스의 걸음을 보았다. 이윽고 미다스의 걸음이 멈췄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제 발치 앞을 가리켰고, 그제야 시청자들도 볼 수 있었다. 빛의 길이 끊긴 것을. “길이 여기까지라는 건……." 그사이 미다스가 이내 그 빛의 길, 너머에 발을 들여놓자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보스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그 알림을 미다스가 시청자들에게도 알려줬다. “보스 룸에 왔습니다.” 2. -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솔플 레이드를 한다! 누군가가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그러한 소식을 알렸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똑같았다. -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 그럼 BJ대마도사가 솔로지, 커플이냐? - BJ대마도사빠들은 요즘 이렇게 멍청하게 영업함? 왜 당연한 소리를 지껄이느냐고. - 골드, 럭키 없이 보스전 뛴다고! 그러나 이어진 설명 앞에서 더 이상 반문이나 의문을 지껄이는 이는 없었다. 다들 빠르게 BJ대마도사의 채널에 접속할 뿐. - 실시간 시청자 숫자 900만 넘었다! - 미친, 여기서 더 올랐어! - 1천만 플레이어 가즈아! 실시간 시청자 숫자 9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물이 나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진짜 솔로라고? - 골드 럭키 빼고 한다고? - 장기로 따지면 왕 빼고 장기 두는 격이잖아? 물론 갑작스러운 소식에 모인 이들 상당수는 의문을 품었다. BJ대마도사가 그냥 시청자 유입을 위해 헛소리를 지껄인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 실제로 그런 식으로 시청자 유입을 하고서는 막상 방송에서는 태도를 바꾸는 경우, 소위 낚시질을 하는 경우는 꽤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미다스는 자신이 허언을 지껄임이 아님을 보여줬다. 꿀꺽 꿀꺽! [차가운 이끼의 힘이 온몸에 퍼집니다.] [마력이 상승했습니다.] [지력이 상승했습니다.] 거듭 포션을 마시는 것으로. 말 그대로였다. “크으! 한 병 더 갑니다!” 쉴 새 없이. - 아니, 300골드짜리 포션을 저렇게 처마셔? - 맙소사, 지금 꺼낸 거 불의 정수 아님? 저거 1천 골드짜리잖아! 경매장에도 매물 몇 개 없는 거로 아는데? - 포션값으로만 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그것도 그냥 포션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값비싸기 그지없는 것만을 마셨다. 그게 확실한 증거였다. - 저 정도까지 포션 도핑하는 거면 진짜 혼자 뛸 생각인 모양이네. - 적당히 할 생각이었으면 저렇게 포션 도핑은 안 하겠지. BJ대마도사가 성공과 실패의 유무를 떠나서 진지하게 한 번 제대로 해볼 의지가 있다는 증거. ‘젠장.’ 물론 이건 미다스의 쇼맨십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가 잡고자 하는 두 마리의 거인은 결국 동시에 비슷한 속도로 HP를 깎아야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두 마리를 거의 동시에, 광역 마법을 이용해서 잡는 것. 그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잡으면 나머지 한 마리만 남았을 때, 특수 페이즈가 발동해야 능력치가 급격히 상승하더라도 HP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빠르게 제거할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미다스가 화력이 강해져도, 결과적으로는 럭키와 골드의 페이스에 맞춰줘야 했다. 이토록 무리한 포션 도핑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게 얼마짜린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쇼맨십이었다. 꿀꺽! 그렇게 쓰린 속에 마지막 포션을 들이부운 미다스가 이제는 정면을 보며 말했다. “도핑 완료, 이대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말과 함께 걸음을 내디디던 미다스가 잠시 걸음을 멈춘 후 뒤를 보며 말했다. “럭키와 골드, 너희 둘은 뒤에서 지켜만 봐. 내가 너희 둘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할 테니까.” 정확히는 시청자들을 향해 내뱉는 그 말에 시청자들 역시 열광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열광 속에서 미다스가 마저 걸음을 내디뎠다.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으로 더 짙은 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시야도 마찬가지였다. - 안개가 뭐 이래? 더 심해진 거 같은데? - 이거 뭐 사냥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 어수선함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쿵!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뚱이를 이용해 대지를 두드리는 묵직한 소리가. - 큰 거다! - 최소 골렘급이다! 미다스가 곧바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작열의 거인 미다스의 등장을 보고 천천히, 느릿하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화르르! 5미터 신장! 체격만으로도 압도적이기 그지없으나, 그보다 더 압도적인 건 그 거대한 몸이 쉼 없이 타오른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존재감은 짙은 안개 너머로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도 작열의 거인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내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에이, 뭐야? 불이잖아? - 젠장, BJ대마도사가 꿀 빨겠네. 저 불타오르는 거인만으로는 BJ대마도사에게 위기를 주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일방적인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되리란 것을. “일부러 보스 솔플하려고 각 잡고 포션 먹었는데 이거 노잼 방송 되겠네요.” 미다스 역시 호응했다. “뭐, 어쩌겠습니까? 갓워즈가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게 문제라니까요.”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렸다. 말 그대로였다. ‘뒤에 온다.’ 미다스는 자신의 뒤편에서 또 다른 강력한 존재가,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난이도를 아득하게 만들어줄 존재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자신의 감각을 뒤쪽에 곤두세웠다. 그러자 들렸다. 쿵! 미다스의 뒤편에서 들리는 다른 거대한 것의 발소리에 다시 한 번 더 시청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 다른 게 있는 거 같은데? 이윽고 등장한 혹한의 거인! 혹한의 거인 역시 존재감은 남달랐다. 특히 주변의 안개를 얼려버리며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면서 자신의 특징이 작열의 거인과 다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 광경이 채팅창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었다. - 2마리? 더블 보스다! - 그것도 속성도 달라! - 그래, 갓워즈는 난이도가 너무 쉬운 게 문제지! 보스 몬스터 두 마리, 결코 쉬이 상정할 수 없는 변수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 두 마리면 일단 한 마리부터 잡고 가야겠지? - 럭키, 골드 없이 하려면 쉽지 않을 텐데? 보스 몬스터를 두 마리를 상대하라는 것도 힘든데, 누가 보더라도 보스 몬스터의 특징도 전혀 달라 보이지 않는가? - 그보다 얘네들 페이즈가 어떻게 되려나? -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 난 그냥 평범한 몬스터나 잡아야겠다. 하물며 최초로 등장한 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정체불명의 폭탄 두 개를 해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당연히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BJ대마도사 멘탈 좀 흔들릴 듯? - 들린다, 들려! BJ대마도사가 씨발거리는 소리가! - 남아일언 중천금! 뱉은 말이 있으면 지키시겠죠? - 설마 여기서 못하겠다고 징징대지는 않겠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 상황 앞에서는 당혹감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무엇보다 앞서서 자신 있게 솔로 플레이 공략을 선언한 만큼 그 당혹감과 혼란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 그냥 사과방송할 듯. - 럭키 골드님에게 반성의 108배 하면 봐드림. 몇몇 이들은 BJ대마도사가 내뱉은 말을 주워 담으리라 예상했고, 그러한 그들에게 BJ대마도사가 대답했다. “오예!” 주먹을 불끈 쥔 채 환호성 비슷한 것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 올라왔다. - 뭐지? 방금 오예, 라고 한 거 맞음? - 주먹 쥔 거 보니까 좋아하는 모양인데? - 미친 건가? 좋아할 이유 하나 없는 일에 왜 환호를 하는가? 그 의문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저, 누가 더 이 방송의 에이스인지 판가름할 수 있겠네요.” 그 말을 이해한 몇몇 시청자들은 이해했다. - 설마? BJ대마도사가 왜 환호를 하는지. 허나, 그 사실을 이해한 이들 중에서 제대로 반응을 보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 경악한 나머지 채팅을 하는 것보다 잊었으니까. 다른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사이 미다스는 다가오는 거인 둘을 상대로 움직였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전투를 시작했다. “럭키, 골드! 너희 둘은 불 쪽을 맡아!” 왕! “예, 주인님!” 미다스의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즉시 작열의 거인을 향해 움직였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럭키야,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러자 작열의 거인을 향해 달려가던 럭키의 입에서 치열한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하울링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장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이어진 알림 뒤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그리고 골드, 거대화!” 작열의 거인을 향해 달려가던 럭키와 골드, 그들의 몸이 삽시간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럭키, 가름의 그림자! 골드, 일기토!” 이어진 스킬에 럭키의 거대해진 몸, 그 아래의 거대한 그림자가 분신이 되어 등장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리라!” [골드가 작열의 거인을 상대로 일기토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골드는 블랙 클레이모어를 높게 들며 작열의 거인을 향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한 상황에 미다스가 정점을 찍었다. “럭키, 전광석화! 골드, 광전사!” 럭키와 골드, 그 둘이 미쳐 날뛰기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춰주었다. 여기까지는 언제나 보던 광경. 그러나 그다음 미다스가 보여준 광경은 이제까지 광경과는 달랐다. “자!” 미다스가 전장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쿵!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곳이 아닌 다가오는 혹한의 거인을 바라본 채, 그 상태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럭키골드, 누가 먼저 거인을 잡는지 승부다!” 197화. < 63화. 승부 (2). > 3. 갑작스럽게 시작된 럭키골드와 BJ대마도사의 승부! -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ㄴ 럭키골드 대 BJ대마도사라니? ㄴ 더블 보스는 또 뭐임? ㄴ 님들, 지금 접속했는데 무슨 상황임? BJ대마도사 어디 감? 그러한 승부를 시청자들의 머리는 쉬이 쫓아가지 못했다. 그만큼 갑작스럽고, 돌발적이었다. 동시에 자극적이었다. “네놈!” 일단 거대화 그리고 광전사, 일기토 콤보를 발동한 채 작열의 거인을 향해 달려가는 골드의 모습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쿵! 그리고 그러한 골드를 오히려 작게 만드는 작열의 거인이 보여주는 위엄 역시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 둘의 충돌은 당연히 압도적이었다. 콰직! 콰앙! 골드가 휘두른 블랙 클레이모어가 그대로 작열의 거인의 왼쪽 목덜미에 꽂혔고, 작열의 거인이 내지른 펀치가 골드의 옆구리, 그 갑옷에 그대로 꽂혔다. 이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크르르! 크르르! 그러한 광경에 거대화한 럭키와 거대해진 럭키의 그림자에서 나온 거대화된 그림자 분신이 끼어들었다. 콰광! 전광석화를 발동한 럭키는 그대로 돌진하며 작열의 거인을 향해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작열의 거인을 흔들어서 골드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 분신에게 공격 기회를 주기 위해서. 콰직! 그 기회를 럭키의 그림자는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작열의 거인의 오른쪽 목덜미에 제 날카로운 이빨을 박았다. - 우와! - 역시 럭키골드가 최고야!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의문 따위는 머릿속에 두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 BJ대마도사는 얼음 거인 쪽 노린다! -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가 얼음 거인 쪽으로 간다! - 아, 관심 없음. BJ대마도사가 럭키와 골드를 등진 채 혹한의 거인을 향해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를 돌진시키는 장면에 시청자들이 큰 의문을 던지지 않는 이유. 사실 그건 결코 상식적인 광경이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더블 보스, 보스가 동시에 두 종류가 등장하는 경우는 없진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경우 하나를 빨리 제거하는 게 갓워즈의 상식이었다. BJ대마도사의 행보가 비상식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허나, 지금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거기까지 의문이 닿는 이는 많지 않았다. - 그러니까 보스가 두 마리 나왔는데 럭키골드랑 BJ대마도사랑 빨리 잡기 승부를 한다고? ㄴ 솔로 레이드 한다고 하지 않았어? ㄴ 애초에 그거 한 이유가 럭키골드빨 아니라고 증명하려는 거였으니, 이게 오히려 정답 아닐까? ㄴ 오케이, 이해했어. 혹여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선 BJ대마도사의 발언을 토대로 저마다 납득했다. 그마저도 납득을 못하더라도 딱히 의미는 없었다. [BJ골드팬들집합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팬들소집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팬은없음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 승부에 열광하기 시작했으니까. ‘됐다.’ 미다스가 바라던 무대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무대가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무대만큼 중요한 건 그 무대 위에서 내놓아야 하는 결과물. ‘이제 전투에 집중하자.’ 분명한 건 지금 이 상황은 결코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미다스가 몬스터의 HP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는 하나, 데미지 딜링을 맞춰가는 건 쉽지 않은 일. 또한 럭키와 골드가 미다스의 페이스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승부라고 했으면, 승부처럼 보여야 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승부 아닌가? 그렇다면 럭키와 골드는 미다스의 처지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해야 했다. 결국 미다스가 그 둘의 페이스에 맞춰야 했다. 물론 그러면서 미다스 본인 역시 데미지 딜링을 해야 했다. 상상만으로도 골치 아픈 일. 그것을 위해 미다스는 일단 럭키와 골드의 페이스를 확인했다. ‘역시 대단하네.’ 그 둘의 데미지 딜량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일단 상성이 좋았다. [지독한 한기가 흘러나옵니다.] [작열의 거인의 이동 속도가 15퍼센트 감소합니다.] [작열의 거인의 공격 속도가 15퍼센트 감소합니다.] 당장 골드가 입은 아이스 나이트 세트 효과가 작열의 거인에게는 아주 제대로 적용되었다. 자연스레 골드가 착용한 흑얼음 투구와 흑얼음 장갑 효과도 발동! 여기에 광전사와 일기토 효과마저 발동한 상태의 골드는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공격 속도가 상식을 벗어났다. 블랙 클레이모어를 장난감마냥 휘두르며 쉴 새 없이 작열의 거인을 몰아쳤다. 크-왕! 럭키와 그 분신의 공세 역시 매우 유효했다. 쿵! 특히 거대화로 이제는 충분한 덩치를 가진 럭키와 그림자 분신은 몸통박치기를 아끼지 않았고, 그 몸통박치기를 통해 작열의 거인이 반격을 거듭 방해했다. 럭키가 기꺼이 조연을 자처했다. ‘기본 능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 동시에 작열의 거인의 기본 스펙 자체는 보스 몬스터치고 그다지 대단치 못했다. ‘하긴, 기본 스펙마저 높으면 그냥 잡지 말라는 거지.’ 애초에 작열의 거인 그리고 혹한의 거인은 함정이었으니까. 일반적인 방식으로 하나부터 잡으면, 아주 제대로 엿을 먹을 수밖에 없는 함정! 결정적으로 그 특수한 페이즈를 제외하면 다른 페이즈는 없었다. ‘속도로 따지면 7분 안쪽.’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미다스가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그대로 끄집어냈다. ‘좋아, 그럼 쓰레기 컨셉으로 가자.’ 쿵! 미다스가 블레이즈 골렘들과 치열하게 치고받는 혹한의 거인과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거리를 벌린 후 자신의 눈에 보이는 영역, 용맥의 위에 올라섰다. [용맥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자세를 잡은 미다스,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를 클로즈업한 건 그 순간이었다. - 뭐야? 왜 이런 애 찍어? - BJ대마도사를 왜 찍어? 카메라 돌려! - 난 BJ대마도사를 보려고 BJ대마도사 방에 온 게 아니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불만을 가졌으나, 그 불만을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이어서 했다. “용열병.” 그 버프를 끝으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잭팟!" 꾸-우! 그 외침에 하늘 위, 안개 사이를 노닐던 잭팟이 소리로 자신을 알렸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소리쳤다. “오리온의 노래다!” 그 말에 곧바로 잭팟이 낙하하며 미다스의 어깨에 그대로 자신의 몸을 올렸다. 꾸우우우! 그리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오리온 신의 힘이 미다스의 몸에 깃듭니다.] 그러자 버프가 발동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4. 30분에 이르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알게 된 건 BJ대마도사의 화력이 비정상적이란 것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것이 전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당장 롱토스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 거리 벌렸네? - BJ대마도사가 작정했네. - 볼만하겠어. 그렇기에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롱토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리를 잡았을 때 BJ대마도사의 강력한 화력에 반한 팬들은 기대감을 품고 화면에 집중했다. 그런 부류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이 상황을 이해했다. - 그래, 여기는 굳이 길을 따를 필요가 없으니 롱토스 효과 제대로 뽑아내야지. - 원래 불꽃 장갑이 롱토스랑 불스 아이랑 가장 잘 어울리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마땅하다고. 꾸-우! 하지만 용열병 캐스팅 이후 잭팟이 등장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뭐야? 잭팟 버프를 BJ대마도사가 쓰는 거야? - 이거 사기 아님? - 솔로 해야지, 잭팟은 왜 부름? 잭팟의 버프 스킬인 오리온의 노래가 가지는 위력의 효과는 엄청나다는 게 증명된 바. 그런 버프를 미다스가 누린다면, 제대로 된 경쟁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 그러고 보니 BJ대마도사만 포션뽕 맞았잖아? 무엇보다 미다스는 앞서 포션 도핑마저 마친 상황. - 사기다! - 이 승부 무효야! - BJ대마도사 치사한 새끼, 그렇게 얍삽이 쓰면서 승부하면 좋냐? - BJ대마도사 정정당당하게 게임해라! BJ대마도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는 일단 일차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인페르노.” 그 시작은 다름 아니라 인페르노였다. 블레이즈 골렘을 상대로 물러섬 없이 주먹을 주고받던 혹한의 거인, 그 앞에 인페르노의 악마가 등장했다. 푸후후! 그리고는 단숨에 혹한의 거인을 인페르노의 불꽃으로 덮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혹한의 거인의 마법 방어력이 17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혹한의 거인의 모든 능력치가 12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혹한의 거인의 회복 능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 저주가 발동되는 순간, 미다스가 포격을 시작했다. “파이어볼!” 파이어볼, 그 단 하나의 마법만을 던졌다. 너무나도 단순했으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파이어볼!” 사실상 쿨타임이 없는 거나 다름없었으며, 불꽃 장갑을 낀 만큼 자세를 잡을 필요도 없었다. “파이어볼.” 초당 한 발! 그 비상식적인 공격이 혹한의 거인의 HP를 문자 그대로 녹이기 시작했다. - 혹한의 거인 불쌍하다. - 와, 피 쭉쭉 깎이겠네. 굳이 HP가 보이지 않아도 소름이 돋는 광경.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자, 이제 누가 주인공이죠?” 그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이거 무효지. - 잭팟 버프 빼고 이야기해라! 공평하게 해라! 미다스가 기다리던 반응이었다. ‘여기서 저울질 한 번 하자.’ 자신이 페이스를 주도하다가 이러한 반응을 받아들이면, 페이스를 조절할 명분이 되는 셈. 그렇기에 미다스는 말했다. “잭팟 가지고 뭐라고 하시는데, 그럼 골렘 하나 럭키 골드 쪽에 보내면 됩니까?”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레이즈 골렘 캔슬.” 퍼엉! 그러자 혹한의 거인과 부딪치던 블레이즈 골렘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그라졌다. “골렘 소환.” 이어서 평범한 흙골렘을 소환한 미다스가 그 골렘을 그대로 골드와 럭키 쪽을 향해 보냈다. 그러면서 상황을 가늠했다. ‘내 쪽이 40퍼센트, 저 쪽이 65퍼센트.’ 그렇게 골렘을 보내 사냥 속도를 조절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딜링을 준비했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똑같이 파이어볼만을 앞세운 화력을 퍼부었다. 블레이즈 골렘이 한 마리 사라지자, 혹한의 거인이 날뛰기 시작했으나 딜링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있다고 해도 애초에 수준이 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의 화력, 그 자체는 골드와 럭키와 비교를 달리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시청자들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 젠장, 이대로 가면 골드님이 질지도 몰라. - 다른 건 몰라도 BJ대마도사한테 럭키님이 지는 건 용납할 수 없는데. - 뭔가 방법 없을까? -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를 짓밟자! 골렘 하나까지 준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행보에 태클을 걸 여지가 없는 게 현실. ‘10퍼센트 이하.’ 그러한 그들에게 미다스가 여지를 줬다. “자, 포션 도핑 들어갑니다.” 그러한 딜링 도중에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낸 후에 그것을 마시고자 했다. 그 순간 시청자가 반응했다. - 왜 포션 드심? ㄴ 그러네, 포션 여기서 마시는 거 사기 아님? ㄴ 럭키님이랑 골드님은 한 모금도 못 마셨는데 BJ대마도사는 왜 포션 마심? 꼬투리가 잡히는 순간, 그 순간 포션을 마시려던 미다스가 행동을 멈추며 말했다. “제가 제 돈으로 산 건데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러나 그 말이 먹힐 리 없었다. - 그런 거 모르겠고, 럭키님에게 포션을 주라! - 럭키님에게 포션 안 주면 동물학대죄로 고소들어갑니다. - 그러고 보니 잭팟 4분째 이용한 거 같은데, 공평하게 가려면 이용한 만큼 럭키나 골드한테도 잭팟을 허용하라! 거듭된 요청에 미다스가 포션을 슬그머니 바라보더니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잭팟, 가서 골드랑 놀아." 꾸우! 미다스의 말에 잭팟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의 어깨를 박차고 날갯짓을 한 후 골드를 향해 날아갔다. 이윽고 골드의 어깨에 올라선 잭팟이 다시 한 번 더 오리온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골드의 공세에 속도가 붙었다. ‘20퍼센트.’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됐습니까? 이제 더 이상 불만 없죠?” 더 이상 꼬투리를 잡을 여지는 없다! 그렇게 모든 여지를 제거한 채 미다스가 소리쳤다. “선더볼트!”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긴장했다. - 아, 젠장! 이제부터 강력한 마법 쓰네! - 이러려고 쿨타임 아꼈구나! 그사이 캐스팅이 끝난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혹한의 거인을 가리키자, 혹한의 거인 머리 위로 뇌전이 떨어졌다. 꽈르릉! 뒤이어서 들리는 천둥소리 사이로 미다스가 말했다. “리플레이 용열병.” 한 번 더 화력쇼는 이어질 것이다! “인페르노 앤 쇼크 웨이브 앤 리틀 토네이도!” 그러면서 자신이 새로이 습득한 스킬의 정체마저 공개했다. - 리틀 토네이도? - 아, 졌다. 그 압도적인 스킬 콤보 앞에서 시청자들은 이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이기리란 것을. 당연히 미다스는 기세등등했다. “자, 한 번 가까운 곳에서 볼까……."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이제는 혹한의 거인을 향해 다가갔다. 무빙 캐스팅 효과 때문에 스킬 캐스팅이 취소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이유였다. - BJ대마도사 춤준다. 미다스가 이제는 춤마저 추는 극한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맨을 흥얼거리며 혹한의 거인과 거리를 좁히려는 순간. “Starma. 으헉!” 기괴한 소리를 내며 미다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갑자기 균형을 잃었다. “어, 어!” 이후 몇 번 균형을 되찾으려 했으나 오히려 그게 독이었다.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도리어 가속이 붙었고, 그 상태에서 다시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자 그냥 넘어지는 게 아니라 구르기 시작했으니까. 폭발적이었던 데미지 딜링이 잠시 멈추는 순간. - 넘어졌다! - 기회다! - 골드님, 럭키님 딜링하세요! 그러자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와 골드를 향해 격렬한 응원을 거듭했다. 그 응원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작열의 거인을 처치했습니다.] 미다스가 넘어진 채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난 후 주변을 파악하는 사이, 럭키와 골드의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 해냈다! 럭키님이 해냈어! - 럭키골드가 최고지! - 이것이 천벌이다! - 똑바로 서라, BJ대마도사! 그 순간 채팅방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반면 자리에서 일어난 미다스는 기다렸다. ‘이제 온다.’ 자신이 이토록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한 이유가 시작되기를. [작열의 거인이 사라졌습니다.] [혹한의 거인의 힘을 가로막을 것이 사라졌습니다.] [혹한의 거인의 힘이 폭발합니다.] 그리고 이내 알림과 함께 블레이즈 골렘과 상대하던 혹한의 거인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5미터 신장이 단숨에 8미터에 이르렀다. 크어! 그리고 이어진 흉포한 외침과 함께 혹한의 거인이 그대로 블레이즈 골렘의 머리통을 제 주먹으로 내리쳤다. 콰왕! 거친 굉음과 함께 블레이즈 골렘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이 났고, 머리 잃은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넘어진 블레이즈 골렘의 가슴팍을 향해 혹한의 거인이 거대해진 제 발을 번개처럼 내리꽂았다. 꽈르릉! 굉음과 함께 대지가 뒤흔들렸다. [블레이즈 골렘이 소멸했습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블레이즈 골렘의 존재가 사라졌다. 그 갑작스러운 광경에 시청자들도 반응을 바꿨다. - 갑자기 강해졌네? - 설마 한 쪽이 잡히면 다른 한쪽이 스펙업하는 거였나? - 그냥 스펙업이 아닌데? 블레이즈 골렘을 단숨에 처치했잖아? 너무나도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혹한의 거인에 놀라는 사이, 혹한의 거인이 다음 사냥감을 찾았다. 물론 그 사냥감은 정해져 있었다. 미다스! 혹한의 거인이 이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린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곧바로 자신의 지팡이를 앞세우며 소리쳤다. "사안!” 그러자 곧바로 눈빛이 번쩍이며 혹한의 거인의 몸뚱이가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었다. 잠시 동안 시간을 번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설정이라니,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나는 이런 설정이 있는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러한 멘트를 날린 미다스가 이내 긴장하며 말했다. “캐스팅만 끝나면 바로……." 그때였다. “네놈!” 미다스가 앞서 시작한 마법 캐스팅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이, 골드가 그대로 혹한의 거인의 굳어버린 몸뚱이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크-왕! 그 후에 럭키도 등장하더니 혹한의 거인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강해지기는 했으나, 이미 미다스의 공격으로 HP상태가 5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혹한의 거인에게 그 둘의 공세는 너무 강력했다. 심지어 굳어버린 상태 아닌가? 당연히 결과는 뻔했다. [혹한의 거인을 처치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혹한의 거인의 몸뚱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각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깐, 이건 아닌데? 막타는 내가 넣어야 하는데?’ 그건 미다스가 예상하던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지나간 바. 그때 누군가 말했다. - 어, 방송 채널 제목 바뀌었다. - BJ골드&럭키로 바뀌었네? - 진짜? 어, 진짜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승부가 럭키와 골드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198화. < 63화. 승부 (3). > 5. [혹한의 거인을 사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작열의 거인을 사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연달아 들리는 기꺼운 알림. 그러나 미다스의 귀에 그 알림은 들리지 않았다. “주인님, 제가 주인님의 새로운 전설의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꾸-우! 들리는 것은 오직 하나, 칭찬을 바라며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는 럭키와 자신을 추앙하는 골드의 목소리 그리고 잭팟의 울음뿐. 그 다양한 소리를 듣던 미다스가 이내 그들 발아래 깔린 혹한의 거인을 바라보며 이내 탄식했다. ‘아, 하필이면…….' 자신이 럭키와 골드, 그 둘보다 거인을 늦게 잡는 건 계획된 바였다. 그러나 아예 혹한의 거인마저 럭키와 골드가 마무리하는 건 아니었다. - 그럼 그렇지. - 결국 럭키랑 골드가 다 했죠? BJ대마도사는 또 개짓거리하다가 못 잡았죠? - BJ대마도사님은 앞으로 잭팟 쓸 생각하지도 마셈. 이 상황을 시청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란 것이 분명했으니까. ‘아, 당분간 계속 놀림 당하겠네.’ 물론 매우 심각한 상황 같은 건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장난, 이 방송을 찾아오는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놀이에 불과했다. - 다들 말씀이 너무하시네! - 맞아, BJ골드 님하고 BJ럭키 님 방송을 위해서 BJ엑스트라 님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 BJ엑스트라 님, 오늘 럭키골드 님 방송에 출연해줘서 감사합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방송 타이틀을 BJ골드&럭키로 바꾼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이게 정말 심각한 일이라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결코 이런 식의 가벼운 장난은 하지 않았을 터. ‘그보다 왜 반응이 없지?’ 오히려 미다스가 우려하는 점은 라이브 방송이 끝났음에도 큰손들의 반응이 이제까지 없다는 점이었다. ‘아즈모 님 정도라면 어떻게든 반응하실 법 한데?’ 특히 다른 이라면 몰라도 이번 의뢰의 의뢰인인 아즈모가 이 상황을 조용히 넘어가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 ‘내 방송만 보는 건 아니겠지만…….' 물론 갑자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아즈모 입장에서는 미다스의 존재는 그냥 눈여겨 보는 다크호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뿐더러, 아즈모는 전 세계적인 유명인이자, 실력자이자, 권력자였다. 미다스와는 차원이 다를 만큼 많은 이들이 찾고, 많은 일들을 하는 이가 미다스의 방송에 집중한다면 그게 더 믿기 힘든 일일 터. ‘사장님이 처리하겠지.’ 그리고 이후 뭔가 요구할 게 있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할 터였다. ‘난 내 역할에 충실하면 돼.’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짙은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오늘 의뢰는 이것으로 끝난 듯하군요.” 방송 마무리를 준비했다. ‘타이틀을 바꿨다고 한 건…… 이 컨셉을 유지하라는 의미.’ “오늘 승부는 아쉽게 졌네요.” 라이징 스타 채널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다음에는 봐주지 않고 승부에서 승리하여, 방송 타이틀을 되찾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상 BJ대마도사였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을 흔들었다. 허나, 방송은 종료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엑스트라가 클로징 멘트하네? 미친 건가? - 맞아, 클로징 멘트는 방송 주인이 해야지. 그 사실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은 후에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손님 나간다 인사해라!” 왕! “잘 가시오!” 그제야 비로소 방송이 종료됐다. 6. - 잘 가시오!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BJ대마도사로부터 오던 영상이 끊겼다.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마무리해!” “블루불 광고 띄워!” 그러나 아직 마무리 작업이 남아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는 긴장감이 넘치고 있었다. 두두두두! 그들을 긴장케 하는 건 다름 아니라 박영준의 책상 위에서 쉴 새 없이 진동을 토해내는 그의 스마트폰이었다. 두두두, 두! 미친 듯이 진동하던 스마트폰이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나 긴장감을 푸는 이는 없었다. 모두 알고 있는 탓이었다. ‘또 온다.’ 이 고요함은 오래 가지 않으리란 것을. 두두두두! 그러한 예상에 부응하듯 스마트폰이 다시 한 번 더 책상 위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을 더 짙게 만드는 건 박영준이 그 스마트폰을 말없이 바라만 본다는 점이었다. 툭툭.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면서, 스마트폰을 끄지도 않은 채 진동하고, 멈추는 것을 바라만 봤다. 결정적으로 그 폰은 박영준의 ‘좀 더 큰 고객 전용’ 폰이었다. 이제까지 벨은 두 번 이상, 진동은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던 폰! ‘보통 일이 아니야. 사장님이 저러는 거 보면…….' 긴장감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태였다. ‘설마 그런 걸 보여줄 줄이야.’ 오늘 BJ대마도사는 보여줬으니까.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아도 그 아이템 능력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그건 박영준의 말처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일이었다. 지금 박영준의 폰이 미친 듯이 울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 갓워즈의 최고 실세들도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이 룰의 변화는 이제까지 하늘 위의 존재로 평가받는 권력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니까. 어려운 계산도 아니었다. 만약 BJ대마도사의 방식을 아즈모가 손에 넣는다면? 혹은 10대 길드 중 하나가 BJ대마도사의 지원을 받아 아이템 능력을 습득한 플레이어를 양산한다면? ‘BJ대마도사가 혼자 콘텐츠를 독점할 수 있는 건 아니긴 하지만…….' 물론 누구든 BJ대마도사의 방식을 따라할 순 있었다. 그가 하는 건 갓워즈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였으니까. ‘지름길 놔두고 비포장 도로로 들어가는 건 레이싱을 포기하는 거지.’ 하지만 BJ대마도사의 지원을 받는 이들은 남다르게 게임 진행을 할 수 있을 터. ‘이게 BJ대마도사의 승부수였군,’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건드리지 마라, 이거였어.’ 내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했다가는 당신네 길드에 찾아가서 머리통을 부수겠다! 실제로 이번 협박은 매우 유효하게 먹힐 가능성이 컸다. 1티어급 길드는 물론 10대 길드들이야말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기에.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이 손가락 두드리는 것을 멈췄다. ‘아즈모와 이야기할 주제는 정해졌군.’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박영준이 말했다. “다들 수고했어.” 오늘 하루가 끝났다. 7.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그 알림을 끝으로 이제는 사라지는 채팅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드디어 끝났다.” 게임 속이라 느낄 리 없음에도 피로감이 엄습하는 기분이었다. “진짜 힘들다.” 그럴 말이 나올 만큼 이번 라이브 방송은 힘들었다. 솔직히 하이브리드 골렘을 보는 순간부터 쉽지 않으리란 직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식겁할 부분은 작열과 혹한의 거인! ‘이 눈이 아니었으면 끝장났겠지.’ 만약 미다스가 사전 정보 없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그 보스 몬스터를 사냥을 했다면 필시 파국을 맞이했을 터. 그 경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다스는 오는 피로감이 더 짙어지는 기분이었다. ‘진짜 피곤하긴 피곤한 모양이네, 안개가 옅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오죽하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질 정도. ‘응?’ 물론 그건 환각이나,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 갓워즈에 환각 따위는 존재치 않았으니까. ‘안개가 옅어졌네?’ 실제로 미다스가 보는 풍경, 그 풍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안개가 옅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주변 풍경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제는 제법 뚜렷하게 보이는 두 거인의 시체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놀 때가 아니지. 서리꽃 유효 시간이 끝나기 전에 마저 일을 마쳐야 해.’ 그제야 비로소 게임이 끝이 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미다스가 거인의 시체로 향했다. 첫 번째는 혹한의 거인이었다. 얼음 덩어리가 되어 쓰러진 거대한 사체 앞에 선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이템 루팅.”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1개 추가되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알림에 미다스가 인벤토리 내용을 확인했다. [혹한의 정령왕의 파편] - 혹한의 정령왕의 몸에서 떨어진 파편이다.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다. 이어서 미다스가 몸을 돌린 후에 작열의 거인 앞에 선 후 마저 아이템 루팅을 끝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1개 추가되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쉰 후에 자신의 왼손에 쥔 지팡이를 바라봤다. ‘이제 새로운 지팡이를 받고, 이건 해체해야겠지. 부디 아르비아의 지팡이 옵션이 좋아야 할 텐데.......' 그때였다. 왕! 럭키가 고민하는 미다스의 곁으로 럭키가 다가오더니 자리를 잡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헥헥! 그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전에 할 게 있지.” 미다스가 웃으면서 이내 자신의 능력치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60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092)/체력 (5+1076)/지력(702+1755)/마력(165+1532) - 잔여 스탯 : 4 160레벨! 기념비적인 레벨 달성에 따른 보상을 얻을 때. “자, 그럼 새로운 스킬을 얻어볼까? 럭키야!” 호우우우!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의 하울링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레벨업 보상.” [새로운 기회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 그 화려한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잠깐. 이게 말이 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7. “가져왔어?” 어렵지 않았냐? 같은 인사보다 물건부터 관심을 가지는 NPC아르비아가 이내 미다스의 표정을 보고는 말했다. “못 가져온 거야?” 그런 말이 나올 만큼 미다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좋지 못했다. 그러한 NPC아르비아의 반문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정령왕의 파편을 꺼냈다. “뭐야? 잘 가져왔잖아?” 그것을 받은 NPC아르비아가 반색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모습이 미다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젠장.’ 도리어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스킬 카드 보상을 받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100장의 카드! ‘레전더리가 없다니.’ 그 속에서 미다스가 기다리던 황금빛 전설은 없었다. ‘아니, 뭐 레전더리가 안 나올 순 있어.’ 물론 기분 좋을 건 하나도 없는 일이지만, 그 정도 사실은 나름 미다스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니크조차 한 장은 너무하잖아?’ 그러나 그 100장 중에 붉은빛을 내뿜는 카드조차 단 한 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미다스의 심정 아주 제대로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이스월.’ 심지어 그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 등급 스킬 카드는 아이스월이었다. 아이스월. 문자 그대로 얼음으로 된 벽을 세우는 스킬로, 효용 가치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의외로 길드 단위로 전투를 치를 때는 유용한 스킬이었다. 여러 마법사들이 동시에 아이스월을 시전해서 만들어낸 얼음벽은 몰려오는 몬스터를 막는데 써먹을 수도 있었고, 다수의 무리를 가두거나 혹은 무리를 나누는 데에도 써먹을 수 있었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여러 마법사들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었다 마법사 하나가 소환해서 만들 수 있는 벽의 높이는 5미터 남짓, 길이 역시 10미터에 불과했으니까. 두께가 얇은 건 아니었으나, 솔직히 갓워즈에서 그 정도 두께는 어지간한 몬스터 혹은 플레이어의 몸통박치기만 끝났다. 혹은 뛰어넘는 경우도 있었다. 갓워즈에서 5미터 높이는 근력 스탯이 높거나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게는 육상 대회의 허들 정도에 불과했다. 까놓고 말해서 정말 효용 가치가 있었다면 미다스가 직접 스킬 카드를 구매해서 배웠을 터. ‘그것밖에 없다니.’ 더 짜증이 나는 건 아이스월보다 쓸모 있는 다른 스킬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그야말로 울며 겨자를 먹은 셈인데, 표정이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였다. 여하튼 지금 미다스의 심정은 여러모로 안 좋았다. “확실하네. 정령왕의 파편이 확실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연히 NPC아르비아가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그러고 보면 얘도 웃긴 NPC란 말이야. 그런 지옥 같은 곳 보내는 거면 힌트 정도는 줘야지?’ 실제로 NPC아르비아는 여러모로 미다스가 만나 메인 시나리오 관련 NPC들 중에 가장 좋지 못했다. 성격도 좋지 못했고, 주는 퀘스트 과제들 역시 난이도는 매우 높은 반면 이렇다 할 힌트도 없었다. ‘이번 퀘스트도 그래. 스킬 카드북 같은 거 하나쯤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응?’ 온갖 것이 안 좋게 보이는 게 당연지사. ‘지팡이 별 볼 일 없으면 확 뒤집어엎는다!’ 여러모로 미다스의 가슴에 불만이 쌓이는 순간. 그런 미다스에게 NPC아르비아가 손에 든 루비 그리고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두 개의 파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보통 힘이 아니야. 힘을 추출을 하더라도 이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많지 않겠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주변에 있는 물건이라면…… 지팡이 정도겠네. 좋아, 내 직접 하나 만들어주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진 설명에도 미다스는 흥분 대신 오히려 우려했다. ‘아르비아의 지팡이 옵션이 별로면 어떻게 하지?’ 현재 미다스가 가진 툰가의 불타오르는 지팡이 옵션은 매우 훌륭했으나, 결국 126레벨 아이템에 불과했다. 아이템 교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 그러나 언제나 아이템 교체가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미다스의 걱정처럼 아르비아의 지팡이가 좋지 못하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무기를 사용해야 할 터. ‘별로라면 레전더리 무기를 사야겠지.’ 때문에 미다스는 아르비아의 지팡이가 기대 이하일 경우 레전더리 등급 무기를 구매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좋은 경우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이미 불타오르는 모자와 눈갑옷을 사는데 적지 않은 돈을 쓴 시점에서 추가 지출은 속이 쓰린 정도를 넘어 속에 썩어 문드러지는 일. ‘제발.’ 그렇게 기도하는 미다스의 눈앞에 무언가가 툭 나왔다. ‘응?’ 등장한 건 다름 아닌 NPC아르비아의 손. 그 손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들어 NPC아르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뭡니까?” “뭐긴, 지팡이 만든다니까.”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NPC아르비아가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강력한 힘을 담을 수 있는 건 지금 네 지팡이 정도밖에 없어.” 설명했으니, 이제 지팡이를 내놓아라! 그러한 말이었으나 미다스는 쉬이 지팡이를 건네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미다스의 사고가 이 갑작스러운 사태를 쫓아가지 못한 탓이었다. ‘제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이윽고 상황을 이해한 미다스, 그런 그를 향해 NPC아르비아가 이제는 차가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 싫으면 됐고.” 그 말에 미다스가 잽싸게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지팡이를 쥔 채 NPC아르비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그것을 받아든 NPC아르비아가 다시 손을 내밀었고, 그 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서리꽃의 정수, 그게 있어야 아이템을 추출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서리꽃의 정수를 꺼내고자 했다. ‘잠깐.’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자신이 확보한 파편이 2개라는 것을. 그 슬픈 직감 속에서 서리꽃의 용액을 건네는 순간 NPC아르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하나 더 필요한데?” 슬픈 직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199화. < 64화. 진심 (1). > 1. BJ대마도사의 안개 미로 던전 공략 라이브 방송 직후, 가장 뜨거워진 곳은 다름 아니라 안개의 숲이었다. 이제까지 안개의 숲은 그저 정신 나간 극소수의 또라이들만이 발을 들여놓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BJ대마도사가 뭔가를 얻었어!” “분명해! 이곳에 보물이 있어!” 그러나 BJ대마도사의 방송 직후 안개의 숲은 그 누구도 닿지 못한 기회의 땅이 되었다. 자연스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 관심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는 워즈튜브의 플레이어들을 움직이게 했다. “오늘은 안개의 숲을 탐험하겠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길, 한 번 죽어보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열기가 가시기 전에 한 몫 당기려는 듯 플레이어들 몇몇이 안개의 숲을 향했다. “야, 또라이들이 안개의 숲 간다는데?” “뒈지러 간다고? 그럼 구경 가야지!” 그리고 그런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플레이어들 역시 안개의 숲 초입에 몰렸다. 물론 그렇게 모인 구경꾼들 중에서 정상적인 부류는 많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게임을 그 자체로 즐기는 건실할 플레이어들이 굳이 누군가의 파멸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그 드높은 정령의 동굴 입구를 거슬러 올라올 리 만무. 모인 구경꾼들 대부분은 타인의 파멸이나, 몰락이나, 실패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부류들이었다. “저기 누군가 온다!” “야! 한 번 들어갔으면 죽을 때까지 해봐야지! 방송 채널 그냥 접어라!” “한 번 더 들어가라!” “그 방송 보는 시청자분들, 싫어요, 구독 취소, 비난 댓글 부탁드립니다! 그런 쫄보 새끼한테는 후원금 1센트도 아깝다고요!” 때문에 구경꾼들은 초입에서 돌아오는, 겉핥기식으로 안개의 숲을 돌아오는 이들을 향해 비난과 힐난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그것을 즐겼다. 지금 갑옷을 두른 플레이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안개로 가득한 숲 사이로 어렴풋한 무언가의 등장을 확인하는 순간, 그 먹잇감을 다른 이에게 빼기지 않으려는 듯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저기 쫄보 새끼 하나 온다!” 그 플레이어의 외침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고, 소리친 플레이어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소리쳤다. "채널 그냥 접어라! 쫄보 새끼가 무슨 방송이야! 그냥 게임 접어!” 이윽고 안개 사이로 비난을 받던 플레이어의 뒤로 또 다른 형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헉!’ 그것이 확인되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신수랑 가디언 같은데?” “BJ대마도사?” 등장한 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BJ대마도사. 언제나 그렇듯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과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그의 표정은 무척 좋지 못했다. 좋을 리 없었다. ‘빌어먹을 서리꽃 구하는 데에만 3시간을 썼어.’ 갑작스러운 퀘스트 과제 때문에 안개의 숲에서 무려 3시간이란 시간을 허비한 상황. ‘하나 구해둬서 다행이었지, 그거 없었으면…….' 그마저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만약 미리 구해둔 게 없었다면 2개를 찾기 위해 기약 없는 탐색을 해야 했을 테니까. 더 골치 아픈 건 지금 미리 구해둔 서리꽃의 경우에는 유효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구하는데 이틀 이상이 걸렸다면, 다시 한 번 더 구하는 수고를 해야 했을 터. ‘진짜 빌어먹을 퀘스트야.’ 치솟은 짜증 때문에 주변 상황 따위는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몰랐다. ‘응?’ 자신을 향해 누군가가 무어라 지껄였단 사실을, 그는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뭐야? 여기 모여서 뭐하는 거야?’ 당연히 안개의 숲, 그 앞에 모인 열댓 명의 플레이어들이 있는 이유도 몰랐다. 그때 미다스가 걸음을 멈추고 전투 자세를 갖추었다. ‘설마 날 잡으려고?’ 이제는 언제든 PK를 당해도 이상할 것 없는 처지. ‘흠.’ 그러나 모인 이들의 면면을 확인한 미다스는 이들이 습격자일 경우의 수를 배제했다. ‘아이템 세팅이나 능력이 너무 평범한데? 길드도 다 처음 보는 것들이고.’ 자신을 잡으러 파티를 맺고 왔다고 보기에는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것.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생각을 바꾸었다. ‘설마 내 팬분들인가?’ 이들이 자신들의 팬일 가능성.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 순간 미다스는 감격했다. ‘내가 안개의 숲에 들어간 걸 보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자신을 보기 위해 자기 시간을 허비해서 기다려주다니? ‘캡슐방비도 비쌀 텐데.’ 하물며 이들 대부분은 개인용 캡슐은커녕 모두가 저마다의 지갑을 털어가며 캡슐방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 아닌가? 그럼에도 하염없이 기다려줬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 플레이어들은 정색했다. ‘좆됐다.’ ‘우릴 죽일 속셈이구나.’ 그들이 보기에 그 미소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끝냈다는 신호처럼 보였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먼저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무척 날랬다. 피할 수도 없을 만큼. 반응할 여유도 없을 만큼. 단숨에 플레이어 한 명의 옆으로 접근한 그가 그대로 어깨에 제 팔을 올렸다. 어린 시절 삥 뜯으러 접근하는 동네 양아치 형처럼. “자, 찍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하늘을 보며 셀카를 찍은 미다스가 곧바로 다음 이들에게 향했다. “잘 보고 찍어요. 인상 푸세요. 누가 보면 내가 지금 협박하는 줄 알겠네요.” 한 명 한 명, 친절히 먼저 셀카를 찍었다. 그렇게 단숨에 모인 모든 이들과 셀카를 찍은 후에 말했다. “다들 잘 찍었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납시다!” 어느 때보다 정중하게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물론 플레이어들의 귀에는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우리 얼굴 찍었으니.’ ‘신상 정보 캐내서.’ ‘죽이겠구나.’ 미다스의 새로운 전설이 써지는 순간이었다. 2. “왔네. 오늘은 표정이 밝네?” 저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미소를 섞은 좋은 표정을 지은 채 등장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아르비아가 짧게 질문을 던졌고, 미다스가 짧게 대답을 했다.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팬들의 관심이 있다.’ 미다스의 미소를 짓게 한 건 다름 아니라 응원이란 단어였다. ‘그래, 상황이 어떻건 간에 이제 응원해주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해.’ 자신을 그저 한 번 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뭐든 와라. 아이템이 구리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좋은 걸 구매하면 되니까.’ 그 각오를 다진 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서리꽃 한 송이를 꺼낸 후에 NPC아르비아에게 건네줬다. “잘 구해오네. 능력이 좋아.” 그러자 NPC아르비아가 칭찬 섞인 말을 남기고는 서리꽃을 받았다. “지팡이도 마저 줘야지.” 이후 지팡이마저 다시 받아든 NPC아르비아가 그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도구를 이용해 서리꽃에서 정수를 채취한 후에 자신이 일찌감치 받은 정령왕의 파편에 서리꽃의 정수를 뿌렸다. 차례차례. 정령왕의 파편에 정수를 뿌리는 순간, 갑자기 동굴 안이 거대한 수증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안개의 숲이 만들어지듯이! 눈앞의 제 손조차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그 무엇도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맙소사.’ 그러나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이 순간 완성된 그것을. [아르비아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60레벨 이상 - 아르비아의 지팡이다. 두 정령왕의 힘이 번갈아가며 활성화된다. - 공격력 : 268 - 지력 +365 - 마력 +301 - 모든 마법 공격력 19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모든 마법 공격력 24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76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아르비아의 지팡이! 새로이 등장한 그 지팡이는 옵션을 전부 읽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났다. ‘미쳤다.’ 옵션 하나하나도 수준이 달랐다. 당장 공격력이나 능력치부터가 160레벨짜리 레전더리 아이템보다 두어 단계, 그 위였다. 무엇보다 새로이 추가된 옵션이 엄청났다. ‘정령왕의 힘이 차례를 바꾸어간다는 건…… 두 가지 모드가 번갈아 가면서 발동하는 건가?’ 두 가지 효과가 동시 적용은 아니었으나, 그런 사실은 솔직히 크게 중요치 않았다. ‘작열 모드에서는 공격력 증가, 혹한 모드에서는 마력 회복 속도 증가.’ 무엇이든 간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두 모드 전부 크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으니까. “자, 됐다.” 그러한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손에 쥔 NPC아르비아가 안개를 헤치며 미다스의 앞에 등장했다. "여기." 그리고는 이내 미다스를 넋을 잃게 만드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건네주었다. 미다스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아.’ 제 손에 들어왔음에도 믿기지 않을 지경.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습득했습니다.] [아르비아의 지팡이의 주인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알림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이 무기가 자신의 것이 됐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내 것이다.’ 그리고 자각을 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어느 때보다 큰 자신감이 치솟았다. ‘이것만 있으면 사냥터 따위는 씹어 먹을 수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 그 자신감 앞에서 미다스는 각오를 다졌다. ‘사장님, 이번에는 열흘 동안 잠수 타고 그런 거 없습니다. 바로 화끈한 라이브 방송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밑거름 삼아 모두가 놀랄 만큼 멋진 방송으로 보답하리란 각오! ‘좋은 광고, 얼마든지 따내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에 NPC아르비아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그럼 이제 내 다음 부탁을 좀 들어줘야겠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동시에 미다스는 예감이 들었다. “예?”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3. 빌딩으로 가득 찬 빌딩의 숲, 그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의 풍경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그 한적한 풍경 속에서 한 사내가 얄팍하기 그지없는 태블릿PC를 꺼내고, 이어폰을 착용했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 - 박영준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러나 그 태블릿PC위로 등장한 인물이 그 광경을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광경으로 만들었다. “예, 칼리드 빈 무함마드 씨,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칼리드 빈 무함마드. - 그냥 편하게 아즈모라고 하시죠. 이제는 제 주변에서도 그 이름보다는 아즈모라 부르니까요. 아즈모란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단어로 만든 사내. “일단 저번 의뢰 건에서 많은 양해를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 그럴 가치가 있었죠. 라이브 방송이 예상 이상이었으니까요. 기대 이상이 아닌 예상 이상. 그 표현을 보는 순간 박영준은 직감했다. 아즈모가 무슨 말을 할지. - 굳이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그에 대한 정보를 원합니다. 그 예상한 대답에 박영준은 말했다. “BJ대마도사께 그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내 소관이 아니니 그 이야기는 여기서 안 하겠다. 물론 그것을 아즈모가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었다. - 그럼 그 건이 아니라 박영준 씨가 답변 가능한 이야기를 나눠야겠군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을 사고 싶습니다. 아즈모가 어떤 식으로든 박영준이 대답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했다. - 지분 액수는 평균적인 예상가액에 프리미엄 200퍼센트를 붙여주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균 가격의 3배를 지불하겠다! 놀랄 만한 제안. 그러나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예상대로네.’ 이런 제안을 하리란 것도 그리고 이 정도 액수를 제안한다는 것도 이미 예상한 바였으니까. 당연히 그에 대한 대답도 준비해두었다. “제 입장에서는 거절 못할 만큼 감사한 제안이지만, 과연 그렇게 됐을 때 BJ대마도사가 우리 쪽과 전속계약을 유지해줄 지는 의문입니다.”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여기서는 그 어떤 딜도 있어서는 안 되지.’ 사실 지금 이 미팅 자리를 가지는 둘 사이에는 압도적인 체급 차이가 있었다. 아즈모, 그는 유명한 게이머이자 대부호임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그 어마어마한 자본마저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세계경제의 핵심. 반면 박영준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 잘 만나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에 불과했다. 제아무리 부자와 도박을 하더라도 가진 판돈이 적으면 딸 수 있는 돈에도 한계가 있는 법. ‘빅딜은 내쪽이 판돈이 두둑해졌을 때 하는 거지.’ 즉, 박영준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급이 더 커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중요했다. - 역시 와튼이 낳은 최고의 도박사답네요. 그 의중을 깨달은 아즈모의 말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도박을 잘했으면 지금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에 있었겠죠." - 라스베이거스에는 베팅 금액이 커봤자 얼마 안 되는데, 재미가 있겠습니까? 거기서 평생 프로 포커로 모으는 돈을 지금 있는 곳에서는 하루아침에도 벌 수 있는데. 이어진 아즈모의 말에 박영준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그러면서 기다렸다. ‘이제 슬슬 제안이 오겠네.’ 아즈모가 빅딜을 위한 스몰딜, 확실한 결과물을 남기기 위한 작업을 하리란 것을. - 그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도록 하죠. 미팅을 했는데 소득은 있어야 비서한테 혼나지 않거든요. 다음 라이브 방송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겠죠? 광고료는 뭘 원합니까? 그렇게 기다리던 질문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은 그 자리에서 말했다. “당분간 광고를 비롯한 그 어떤 스폰서 계약도 맺지 않을 예정입니다.” - 맺지 않는다? 처음으로 화상 통화 너머의 아즈모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향해 박영준이 보다 분명하게 말했다. “예. 의뢰를 수행하느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영향을 주는 현 상황에서 굳이 의뢰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분간 계약은 없다. 그것은 경고였다. ‘이 판이 언제든 접힐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지금 이 판,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떻게든 끼어드는 이들을 향한 경고. ‘그러니 섣불리 장난질하지 마.’ 이 판의 소중함을 깨달아라. ‘다음에 판이 열릴 때는 판돈 좀 더 가져오고.’ 그리고 소중한 만큼 지갑 사정 생각하지 말고 지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질러라! 그 사실에 이내 당혹한 표정을 짓던 아즈모가 제 표정을 담담하게 바꾸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모양이지.’ 그 표정 변화의 의미를 알고 있는 박영준이 그런 아즈모에게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솔직히 BJ대마도사가 돈이 없어서 라이브 방송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애초에 지금까지 레전더리 아이템, 달러로 따지면 기껏해야 100만 달러도 되지 않는 푼돈을 받고 의뢰를 받아준 게 특이한 경우였죠. BJ대마도사의 재력을 생각하면 자원봉사를 넘어 자기 희생 수준이었죠.” 반박할 수 없는 마침표를. “그럼 이것으로 미팅을 끝내겠습니다. 아즈모 씨,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즈모 씨의 연락은 언제든 받겠습니다.” 그렇게 첫 미팅이 끝났다. 200화. < 64화. 진심 (2). > 4. [아르비아의 심부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6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무대나무 숲에서 고리 원숭이 1,000마리를 사냥한 후 히투를 찾아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히투의 물약’ 진행 가능 퀘스트창을 바라보던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NPC아르비아가 퀘스트를 주면서 해준 말이 떠올랐다. 자기가 히투하고 약속한 게 있는데, 자기 대신 좀 약속을 지켜달라고. ‘진짜 끝까지 뽑아먹네.’ 자신을 마지막까지 이용해먹는 NPC아르비아의 행동에 불만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뭐…….' 물론 그러한 불만은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든 지팡이, 이제는 푸른빛과 붉은빛 보석눈을 품게 된 뱀 머리 모양 장식을 보는 순간 마파람에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이거면 그럴 만하지.’ 아르비아의 지팡이. [혹한의 정령왕의 힘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마력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그 지팡이로부터 들리는 그 알림에 미다스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그어졌다. 그러한 미소 사이로 미다스는 고개를 돌려 안개의 숲,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무대나무 숲인가?’ 정령의 동굴 다음 사냥터인 무대나무 숲! 무대라는 이름답게 나무 위가 쟁반처럼 드넓기 그지없는 나무들이 가득한 숲이었다. ‘쉽지 않은 곳이지.’ 그러한 무대나무 숲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퀘스트창에서도 언급된 고리 원숭이란 놈이었다. 외형적 특징은 원숭이와 비슷했지만, 그 덩치는 매우 컸다. 큰놈은 무려 3미터에 이를 정도! 여기에 적게는 2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타입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듣는 순간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역시 쓰레기 게임! 소리가 나올 정도. ‘특히 기본 스킬은 투척, 진짜 짜증나지.’ 하지만 그보다 더 까다로운 점은 고리 원숭이들 모두가 기본적으로 투척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리 원숭이들은 저마다 특별한 재료로 만든 돌덩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 돌덩이는 대상에 닿는 순간 꽤 강력한 폭발력을 가졌다. 마법으로 따지면 파이어볼 정도의 위력! 그러한 돌덩이를 수십여 마리가 동시에 던진다? 위력을 떠나 피하거나 막아내는 게 매우 곤란한 일. 그 수준은 과거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원거리 공격 몬스터인 레드 고블린 궁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앞서 말했듯이 이 투척 스킬은 고리 원숭이들 모두가 가지는 기본 특성이었으니까. ‘덩치 좋은 놈은 몸뚱이만한 걸 던지고.’ 심지어 체격 좋은 놈들 중에는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것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감히 솔로 플레이 따위는 생각할 수 없는 곳. 과거의 미다스였다면 솔직히 걱정부터 했을 곳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미다스는 붉은산을 마주했을 때와 달리 분명한 자신감이 있었다. ‘쉽진 않지만,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어.’ 그 자신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무대나무 숲 데뷔 기념, 특집 라이브 방송하자.’ 5. 라이징 스타 채널과 같은 채널들이 영상 제작이나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하는 일은 의외로 많았다. 주요 플레이어의 평판을 관리하는 것 역시 그 일 중 하나였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그에 대한 시청자들, 여론의 평가를 따라서 앞으로 할 콘셉트 등을 짜야 했으니까. 지금 라이브 방송이 문제없이 끝났음에도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이 분주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라이브 평가 어때?” “끝내주던데? 다들 BJ대마도사가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가 자자해.” 라이징 스타 채널을 일약 스타 채널로 만들어주는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그것도 엄청난 방송이 끝나고 곧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폭풍우처럼 몰아쳤으니까. “특히 마지막이 좋았어. BJ럭키&골드로 타이틀 바꾼 거, 아주 좋아하더라고.” “사장님 판단이 제대로 맞았네.”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막타를 내줬다는 걸 바로 캐치하시고 반응하시다니, 역시 남다르다니까.” “그런데 너무 간 거 아닐까? 골드랑 럭키 비중이 높아지니까 BJ대마도사를 너무 까는 것 같잖아?” “잠깐 이벤트 같은 거지. 사장님도 말했잖아? 조만간 확실하게 위계질서 잡을 거라고.” 이야깃거리가 넘쳐 흘렀다. 그만큼 헛소문도 넘쳐 나왔다. “BJ대마도사가 자기한테 쫄보라고 욕한 애들 신상 캐려고 사진 찍고 협박했다던데?” BJ대마도사의 평가를 깎아내리기 위한 헛소문들. “에이, 그런 건 무시해.” “개소리이지. BJ대마도사가 뭐하러?” “그런데 셀카 찍어서 신상 캘 수 있을까? 갓워즈에서는 플레이어 외모는 현실하고 꽤 차이 있잖아?” “BJ대마도사라면 가능할지도?” “하긴.” 그럼에도 그 헛소문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게 BJ대마도사가 가지는 위력이었고, 그 사실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저마다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대단하다니까.” “잘하면 다음 라이브 방송 때는 1천만 시청자 돌파하겠어.” “1천만은 언젠가 하겠지.” 그리고는 모두가 다음 라이브 방송을 기대하는 순간, 그 사무실 안으로 박영준이 들어왔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 맞아? 응?” 오자마자 타박하듯 말하는 박영준. 그러나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월급 받으면 일해야지. 그러니까 빨리 도넛하고 커피 좀 마시고 빡세게 좀 해!” 도넛과 커피를 양손 가득 들고 오는 사장님에게 불만을 가진 직원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감사히 먹겠습니다.” “빨리 먹어. 그래야 치킨을 시킬 수 있으니까.” 이어진 말에 직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레 시작된 간식 타임 속에서 직원 한 명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라이브 방송 다음에 블루불 광고 올라왔잖아요? 그 후에 어떻게 됐어요?” “주가 올랐지.” “BJ대마도사 때문인가요?” 이어진 물음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블루불 주가를 막 올리겠어? 그냥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칠 뿐이지. 그것만으로도 다른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심 가질 이야기이지만.” 그때 직원 한 명이 먹던 커피와 도넛, 세계를 대표하는 인어 모양의 로고와 던킨이란 글자를 확인한 후 말했다. “사장님, 이런 곳에서도 광고해달라고 오나요?” “왔지. 몇 번이나.” “진짜요?” BJ대마도사의 존재감에 새삼 놀라게 되는 대목. 그 대목에 박영준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노 스폰서 정책이 의미가 있는 거지.’ 현재 BJ대마도사라는 핫 아이템이 광고를 받지 않는다면 과연 세상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당장 아즈모조차도 그 제안을 듣는 순간 표정 관리를 못했을 정도. 여러모로 위력적인 공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박준영은 확신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라면 이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확인사살을 준비하겠지.’ 자신이 깔아놓은 판에 BJ대마도사가 최대한 빨리 확실한 불을 질러주리란 것을. ‘라이브 방송, 내일 중에 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직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내일 바로 라이브 가능하냐고 질문 왔습니다!” 그 물음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정말 내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래? 그럼 준비해줘야지.” 그리고는 이내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자, 잘 먹고 내일을 준비하자고.” 6. ‘어? 바로 왔네?’ 내일 라이브 방송 가능합니까? 그것을 묻는 메일을 보내자마자 이내 도착한 답변 메일을 확인한 정현우의 눈이 커졌다. 답변은 오케이! 그러나 정현우의 눈을 크게 만드는 건 메일이 빠르게 날아왔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빨리 가능한 건가?’ 라이브 방송이란 건 시작 전에 여러 조절이 필요한 일이었다. 직원들은 물론 광고주를 주는 광고주들까지. 그런 상황에서 이토록 빨리 대답이 온다?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안 좋은 뭔가가…….' 정현우는 이 상황에 대해서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BJ대마도사 소식 하나 떴네요.” 그 느낌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정현우의 귓속으로 이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개의 숲에서 나오는 플레이어들이 실수로 자기 욕하니까 얼굴 찍고, 협박했다네요.” 스마트폰에 뜬 내용을 브리핑하듯 휴게실 안에서 읽는 그의 말에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슨 말이야?” “지금 안개의 숲에서 관심종자 애들 몇 명이 시청자 땡기려고 몸 던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거 부채질하는 구경꾼들 있고. 그중 한 명이 BJ대마도사인줄 모르고 욕했데요. BJ대마도사는 그거 듣는 순간 인증샷 찍은 후에 얼굴 찍었으니 기다리라고 협박했고요." “아니, 무슨 욕을 했기에 인증샷까지 찍고 협박을 하지?” “딱히 심한 욕은 아니래요. 평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본 쫄보 새끼, 라고 했다는데요?” “고작 그걸로?” “너무 치명적인 팩트를 찔러서 발끈했나?” 이어진 대화 내용을 정현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팬서비스를 해준 게 이렇게 날조되네?’ 그러한 표정은 이내 딱딱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긴, 이건 시작한 것도 아니지.’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붙고, 루머가 붙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막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루머에 대한 대응이 아니었다. ‘내가 할 건 진심을 다해 방송하는 것뿐이야.’ 그저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이들에게 진심을 다할 뿐. 그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라이징 스타 채널의 대답이 빠른 것에 대한 의문도 접었다. 좋지 않은 낌새가 있든 말든 이 순간 정현우가 해줘야 할 건 오로지 하나였으니까. ‘허락이 나왔으면, 라이브 방송을 하면 될 뿐.’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보여주는 것. ‘그럼 라이브 방송 앞두고 광고 좀 해볼까?’ 7. 정령의 동굴에서 사냥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향하는 곳은 무대나무 숲. 그러한 무대나무 숲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령의 동굴에 왔을 때처럼 안개의 숲 퀘스트를 깨야만 했다.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빛의 길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 앞선 경우와 분위기는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자, 출발하자.” “빨리 통과하자고!” “무대나무 숲으로 가자!” 이미 믿음직한 동료가 있는 플레이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무대나무 숲을 향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 정령의 동굴에서조차 믿음직한 파티를 찾지 못한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퀘스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의 분위기는 좋을 리 없었다. “아, 저번하고 똑같네.” “에휴, 진짜 돈 내고 길드에 가입해야 하나……." 낙오자들끼리 모였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꽃피운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테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었다. “자자, 다들 그러지 말고 잘해봅시다! 아, 통성명부터 하죠. 제 이름은 아논입니다!” 아논, 그러한 캐릭터 네임을 가진 플레이어가 모인 이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포지션은 탱커입니다. 제가 앞장서서 버틸 만큼 버틸 테니, 열심히 해봅시다!” 그 말과 함께 제 갑옷을 두드리는 그 모습에 몇몇 이들이 나름 관심을 가졌다. 말 그대로 몇몇 이들일 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들의 처지가 나아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이런 파티들은 전부가 무사한 경우는 없었다. 꼭 일부의 희생자가 나왔고, 자신이 그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실 앞에서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리 만무. 그 모습에 아논이 재차 말했다. “다들 이곳에서 살아남은 실력자들이잖아요? 그에 비하면 어려울 것도 없죠.” 이어진 말에 대답이 나왔다. “정령의 동굴에서 난 다섯 번 죽었는데.” “난 여섯 번.” “전 열한 번이요.” “예? 열한 번이요? 그럼 여기서……." “정령의 동굴에서만 두 달 넘게 보냈어요.” 무거운 분위기를 참담한 분위기로 만드는 대답이. 그러한 대답에 활기차던 아논도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이대로 가면 될 것도 안 돼.’ 거기서 아논이 한 번 더 승부를 봤다. “너무 그러지 맙시다. 혹시 알아요? BJ대마도사가 짠하고 등장해서 럭키 익스프레스나, 골드 항공을 타게 될지?" BJ대마도사, 그 단어에는 모두가 반응했다. “하긴, 이야기 들어보니까 조만간 안개의 숲을 건너서 무대나무 숲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BJ대마도사만 오면 안개의 숲 지나가는 건 일도 아니지. 안개의 숲에서 솔플도 하는데.” “골드 항공하고 럭키 익스프레스 타고 싶다.” BJ대마도사란 이름은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전부 공유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소재였으니까. 물론 정말로 BJ대마도사가 오리란 기대를 품는 건 아니었다. 아논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 실력자가 있을 겁니다. 호흡만 맞추면 못할 건 없어요.” 그저 모두가 서로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게 목적일 뿐. 그러한 아논의 의도는 통했다. “BJ대마도사가 자기 욕하는 애들 인증샷 찍었다면서?” “어지간한 1티어급 길드들은 그 자리에서 신상 정보 캐내던데, 내가 그 입장이면 오줌 지렸을 거 같다.” 모두가 대화를 나누면서 무겁기 그지없던 분위기가, 모래알과 같던 분위기가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됐다.’ 그 모습에 아논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퀘스트 파티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아논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이가 등장했으니까. “아, 오셨습니까? 저는 아논입니다.” 왕! “왕?" 헥헥! “럭키야, 뒤로 가.” 우렁찬 소리를 배경 삼은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먼저 인사를 건넨 아논을 비롯해 모두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이윽고 미다스의 등장을 제대로 인지한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 왔다!” “젠장, 진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드디어 나도 럭키 익스프레스 탄다!” “골드 항공 가즈아!”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붙잡은 모두가 앞다투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 진짜?’ 그저 농담으로 던진 질문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아논이 놀라는 한편,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저기, BJ대마도사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미 앞서 소개를 했음에도 다시 한 번 더 자기 자신을 소개했다. “아논이라고 소개하셨죠?” 그 인사를 받은 미다스가 내민 손을 본 아논이 잽싸게 악수를 하며 말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도 같이 플레이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거만한 기색은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그 태도에 플레이어들의 분위기도 바꾸었다. 스타가 친절하게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은 법. "저기 혹시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그 기회를 틈타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전 여자친구가 몇 명이었는지, 그런 질문만 아니면요.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거든요." “역시 농담 하나에도 위트가 있으시네요.” “진심인데요?” “예?” 잠시 멈추는 대화. 그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 분위기를 살짝 살핀 후 말했다. “그래서 질문은 뭡니까?” “아! 오늘은 골드 항공인가요, 럭키 익스프레스인가요?” 그 물음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아, 둘은 오늘 휴무입니다.” “예?” 휴무라니? 그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미다스의 뒤에 있는 골드와 럭키를 향하는 사이, 미다스가 자신 있게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저 혼자 뜁니다.” 201화. < 64화. 진심 (3). > 8. 신상에 열광하지 않는 곳은 없는 법.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보스 몬스터 혹은 새로운 아이템이 공개됐을 때 갓워즈의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 정리하면 BJ대마도사가 아이템 능력을 습득했다는 건가? 하물며 새로운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이 나왔는데, 그 사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말도 안 될 터. 당연히 BJ대마도사의 안개 미로 던전 공략 방송이 끝난 이후 사람들은 그 이야기로만 떠들썩했다. - 갓워즈에 그런 시스템이 있을 줄이야. ㄴ 갓워즈는 사실 난이도 좆망겜이 아니라 굉장히 쉬운 겜 아니었을까? ㄴ 그보다 방법이 뭘까? ㄴ 예전부터 있던 방법은 아닐 듯. 그랬다면 진작에 이 시스템을 이용했을 테니까. ㄴ 아, BJ대마도사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제아무리 서로가 떠뜰썩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도 제대로 된 답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 다음 라이브에 질문 쏟아지겠지? ㄴ 엄청난 이슈를 뿌렸는데, 큰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까. ㄴ 아즈모나 구스타프는 물론 10대 길드 마스터들이 후원 채팅으로 질문 던질 듯. ㄴ 후원금 100만 달러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니야? ㄴ 다음 라이브 방송 진짜 기대되네.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은 언제인가? 자연스레 사람들은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 일단 정령의 동굴은 졸업할 듯? ㄴ 할 거 다 했으니까. 안개의 숲 지나서, 무대나무 숲으로 이동하겠지. ㄴ 그럼 고리 원숭이 사냥인가? ㄴ 당연히 솔플이겠지? 다음 라이브 방송의 무대가 어디이며, 주제가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 속보! BJ대마도사 안개의 숲 퀘스트 깨는 중! - 내 친구가 지금 BJ대마도사랑 같이 무대나무 숲으로 가는 중이야! 그런 상황에서 들려온 그 소식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목이 모인 이들은 모두가 똑같은 의문을 던졌다. - 안개의 숲? 그럼 혹시? - 골드 항공 취항이야? - 럭키 익스프레스이겠지? BJ대마도사가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그 질문에 답변이 나왔다. - BJ대마도사가 캐리한데. - BJ대마도사? - 럭키랑 골드는 뒤에서 응원 중이래. 예상치 못한 답변. - 아니, 좋은 비행기하고 기차 놔두고 인력거가 혼자서 나대고 있다고? ㄴ BJ대마도사가 생긴 게 별로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BJ대마도사는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기에 몇몇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 인력거 급은 아니라지만, 안개의 숲에서 BJ대마도사가 혼자하면 힘들지 않으려나? ㄴ 난이도를 떠나서 그림이 잘 안 나오는데? ㄴ BJ대마도사가 탱킹하면서 물리 마법으로 잡으려나? ㄴ 에이 설마 ㅋㅋ ㄴ 아니, 모르지. 골드가 낀 블랙 클레이모어 껴다가 때리면 데미지 장난 아닐 거 같긴 한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는 마법사, 그런 마법사 플레이어가 럭키와 골드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안개의 숲을 정리한다는 건 가능 하더라도 쉬어 보이진 않았다. 그건 중요한 문제였다.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게임을 어렵게 하지 않았고, 그게 사람들이 그에 열광하는 이유였으니까. 힘들게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건 BJ대마도사의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까.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금방 나왔다. - 내 친구가 스파이영상 보내줬는데, 이거 봐봐! 9. 꾸릉! 굉음과 함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울림과 함께 안개의 숲을 가득 채운 안개들 역시 땅과 같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떨림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순간. 보는 순간 없던 감탄도 쥐어짜내게 할 만큼 멋진 광경이었다. “맙소사.” 그러나 그 광경을 보는 이들 입에서 나오는 건 환호나 감탄 아니라 경악이었다. “쇼크 웨이브로 원킬이라니……." 단 한 번의 스킬만으로도 몰려든 16마리의 정령수들을 단숨에 끝장낸다는 사실에 대한 경악. 물론 순수하게 쇼크 웨이브만으로 이룩한 성과는 아니었다. 화르르! 바닥을 뒤덮고 있는 불길들, 파이어 스텝으로 충분한 데미지를 준 덕분에 볼 수 있는 결과물. 분명 원샷원킬이란 표현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허나, 그런 이유로 눈앞의 광경에 흠을 잡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골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탱킹하고, 몹몰이 해서 광역기라니……." 신수와 가디언은 물론 골렘이란 파트너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서 수십 마리의 정령수들을 끌어모으고, 그들의 공격을 버티면서 파이어 스텝으로 HP를 깎은 후에 광역 마법 한 번으로 전투를 끝내는 것에 어떻게 흠을 잡을 수 있을까? 어떠한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솔플이었다. 모두 놀랄 수밖에 없는 솔플! ‘와.’ 미다스 본인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이게 되네.’ 본래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미다스가 가진 마나 실드와 리사이클 스킬 효과는 분명 미다스에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탱킹 능력을 주었으나, 그로 인한 마력 소모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여기에 마력 소모량이 상당한 파이어 스텝마저 사용한다? 한두 번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혹한의 정령왕의 힘이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새로이 얻은 아르비아의 지팡이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용열병은 힘들지만…….' 물론 이 상황에서 용열병마저 사용한다면 다시 한 번 마력 부족에 허덕이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마법 여러 번 쓰는 것도 아니고 캐스팅 속도가 빠를 필요는 없지.’ 이 전투 스타일에 캐스팅 속도는 그리 중요치 않았으니까. 심지어 쿼드로플 캐스팅이 가능한 미다스 입장에서는 미리 동시에 캐스팅해두면 될 일. ‘확실히 효율은 떨어지네.’ 물론 좋은 전투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들기 전에도 정령수 정도는 럭키와 골드의 도움 없이도 처리가 가능했던 미다스 아닌가? 그런데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들고서도 지금의 전투 스타일을 100퍼센트 쓰지 못한다는 건 이번 스타일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뭐, 임팩트가 끝내주니까.’ 이보다 더 끝내주는 퍼포먼스는 없다는 것. "자, 또 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안개 너머에서 다시 몰려오는 정령수와 정령 기사들이 보였다. 화르르! 그 괴물들이 미다스가 짙게 그리고 드넓게 깔아놓은 파이어 스텝의 불길을 짓밟으며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왕! 개중 가장 빠른 한 마리가, 늑대의 몸을 가진 녀석이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리자, 미다스가 허리를 숙이며 그것을 피해냈다. 컹!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또 다른 늑대 외형을 가진 정령수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 그 상황에서 미다스는 손에 든 지팡이를 휘둘렀다. 단순한 공격이었다. 보통 마법사들은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을 공격. 뻐억! 그러나 미다스의 지팡이에 맞은 정령수가 그대로 5미터 정도를 날아가 버렸다. 이 역시 미다스가 이번 전투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압도적인 근력 스탯에서 나오는 기본 공격 데미지는 어지간한 근접 딜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물론 지속력은 부족했다. 크르르! 몰려온 정령수의 숫자는 11마리, 그 넘치는 숫자에 포위당한 미다스가 거듭된 공세에 맞고, 흔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맞는 횟수가 늘어났고, 종국에 거대한 곰의 몸뚱이를 가진 정령수의 공격에 미다스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리틀 토네이도.” 미다스의 주문과 함께 넘어진 그의 주변으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이윽고 그 회오리바람이 빠르게 번지며, 미다스를 중심으로 반경 20미터에 있는 모든 것을 휘감기 시작했다. 뿌득!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암석이 장난감처럼 들렸다. 커헝! 크르르! 정령수의 몸뚱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 작은 토네이도에 휘말렸다. 콰앙! 케엥! 그리고 휘말린 것들이 거세게 부딪치며 서로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나무가 잘게 찢어졌고, 거대한 돌덩이가 자그마한 돌멩이가 되었다. 정령수의 몸뚱이 역시 조각조각 부서졌다. 이윽고 작은 토네이도가 멈추었고, 고요해진 미다스의 주변으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정령수를 처치했습니다.] [정령수를 처치했습니다.] [정령수를 처치했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마법사는 역시 광역 마법이지.’ 그 미소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확인했을 때 더 이상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소리쳤다. “자, 깨끗이 정리했으니까 이동합시다!” 그 외침에 플레이어들이 미다스가 깨끗하게 만들어놓은 빛의 길, 그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분여 정도를 걸었을 때 누군가 말했다. “어, 나무가 달라진 거 같은데?” 그 말에 곧바로 한 명이 안개 너머의 나무 기둥 근처에 다가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봐온 숲의 나무들과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거대한 나무 기둥이 그 플레이어를 반겼다. 그와 동시에 그들을 휘감았던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플레이어들은 볼 수 있었다. 신전의 기둥처럼 솟아오른 수백 개의 나무 기둥들과 그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 수백여 평의 천장들을. “무대나무다!” 표현 그대로 무대를 짊어지고 있는 나무, 무대나무의 숲에 도착하는 순간. 그 순간 모두의 이목이 BJ대마도사를 향했다. ‘진짜 해냈다.’ ‘혼자서 안개의 숲을 통과했어.’ 그러면서 생각했다. ‘영상 몰래 찍은 거 바로 올려야지.’ ‘빨리 가서 올려야지.’ ‘영상 잘 찍혔으려나?’ 한시라도 빨리 몰래 찍은 BJ대마도사의 영상을 옆에 있는 경쟁자들보다 먼저 올려야겠다고. 그 사실을 미다스 역시 알고 있었다. “자, 그럼 BJ대마도사 택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다들 로그아웃하셔서 볼 일들 보세요.” 오히려 미다스가 바라는 게 그거였다. ‘광고로는 이만한 게 없으니까.’ 목격자들이 되어 올려준 그들의 영상이 내일 있을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의 광고가 되어줄 테니까. 그게 미다스가 이번 방송에 임하는 자세였다. 그는 이번 방송을 통해 저번 방송에서의 실수, 열흘이란 시간을 허공에 날린 것을 만회할 속셈이었다. ‘사장님, 최선을 다해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기대했다. ‘그러니까 이제 광고주분들한테 어깨 펴고 협상하세요!’ 10. “광고를 안 받겠다…… 참 대단하군.” 말을 하던 멀린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그가 두 눈을 감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건드린다면 BJ대마도사가 앞으로 다시 열 판에 끼지 못하겠지. BJ대마도사가 설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와튼 스쿨 출신의 도박사가 한 것인지, 누가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고약한 짓을 했어. 도박중독자를 만들고, 도박판을 접다니.” 그 후에 좀 더 생각을 이어가던 멀린이 두 눈을 뜨며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처럼 고민에 빠진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단 말이야. 기껏해야 내놓는 답이라고는 BJ대마도사가 눈이 돌아 갈 만한 물건, 우리 길드 입장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되는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꼬드긴다, 뿐이니까.” 멀린의 말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내 생각과 비슷한 모양이지?” 멀린이 내놓은 선택지 외의 선택지를 엠마, 그녀 자신도 내놓지 못한다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엠마는 멀린이 내놓지 않은 선택지 하나를 염두에 두고 있긴 했다.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건드리면 선전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이다.’ 어설픈 암살전, 정보전, 첩보전이 아니라, 전면전이라는 카드를. ‘만약 10대 길드끼리 확고부동한 연합을 해서 BJ대마도사를 짓누르면, 선전포고를 해도 돼.’ 물론 그녀가 생각한 조건은 달성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다. ‘문제는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다는 거야.’ 10대 길드는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서, 그 울타리를 넘어오려는 이들을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1티어급 길드와 10대 길드가 나누어지는 건 그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건은 울타리 속의 늑대들에게 셈법을 강요했다. ‘BJ대마도사가 가진 메인 시나리오 단서를 파악하면, 그야말로 판을 뒤집을 수 있으니까.’ 나와 손을 잡으면 남은 늑대를 전부 먹어치우고 대신 유일무이한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라는 셈법. 솔직히 그 셈법 앞에서는 혹여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변수가 있었다. ‘플러스 아즈모.’ 아즈모. 10대 길드에 준하는 인지도 그리고 10대 길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자금력을 배경에 둔 그가 BJ대마도사와 동맹전선을 갖춘다면? 그 둘이 손을 내민다면 과연 10대 길드 중 그걸 거부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그들을 손에 넣으려면…….' 딱 하나, 그들 모두를 한 무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있긴 했다. ‘……유언밖에 없다.’ 어비스 길드를 만든 것이기도 한 것. 그러나 이 순간 엠마는 그러한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길게 남겨두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건 아니야.’ 전부 아니면 전무, 그녀는 그 선택지 사이에 적당히 혹은 조금, 이라는 단어 따위를 끼우지 않았다.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BJ대마도사가 무대나무 숲에 도착했다는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징 스타 채널은 예고를 했고.” 그런 고민 속에서 새로운 소식이 왔다. “내일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고. 흥미 돋울 만큼 돋고, 바로 관심 끈 곳에서 보여줄 모양이야.” 그 소식 끝에 멀린이 피식 웃었다. “자기 진심을 말이야.” 내일 방송에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광고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BJ대마도사가 진심으로 광고를 거부할 생각임을 알게 될 터였다. 그리고 의뢰를 받는 대신, 이제는 자신의 목적에 충실할 것임도 알게 될 터였다. 그 사실에 엠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우웅! 그렇게 내려앉은 침묵 사이로 스마트폰의 진동을 토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엠마가 자신의 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내용을 확인했다. 그때 처음으로 엠마의 표정이 달라졌다. 놀란 표정. 그것도 좋은 의미로 놀란 표정을 지은 그녀가 멀린을 향해 말했다. “멀린, 아무래도 멤버 전부를 소집해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일인데?” “탐험가 길드에서 시작점을 발견한 모양이에요.” 시작점. 그 말에 멀린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이제 진심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겠군.” 202화. < 65화. 밀당 (1). > 1. - BJ대마도사 솔플 영상 봤어? BJ대마도사가 솔플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 그 스파이 영상? - 당연히 봤지.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는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 다 봤지. 그거 스파이 영상 조회수가 1천만을 넘었던데. ㄴ 탱킹력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진짜 그렇게 혼자서 사냥하는 게 가능할 줄이야. ㄴ 대체 근력하고 체력 스탯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제까지 그가 보여줬던 그 어떤 퍼포먼스보다 인상적이었다. - 이 세상의 마법사가 아닌 듯. - 솔직히 마법사가 그렇게 하면 마법사라는 단어 대신 다른 거 붙여주는 게 예의 아니냐? 동시에 그 어떤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보다 인상적이었다. - 그보다 화질이 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 빌어먹을 안개의 숲! - 버스 탑승한 플레이어들이 좀 가까이에서 찍으면 좋았을 텐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 스파이 영상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 영상에 BJ대마도사의 활약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안개의 숲이라는 특징, 그 지독한 안개 속에서는 제아무리 영상을 잘 찍으려고 해도 찍을 수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모두가 크나큰 기대감을 품는 이유였다. “오늘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지?” “이번에는 제대로 좀 보겠네.” “난 오늘 라이브 일정 맞춰서 시간 냈다니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기대감 넘치는 반응에 캡슐방으로 출근한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군.’ 당연한 말이지만 그 스파이 영상을 허락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이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 퍼포먼스를 보여줘도 안개의 숲이 가지는 특성상 제대로 된 영상은 나올 수 없다는 것. ‘때는 무르익었어.’ 그리고 그러한 정현우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무르익어 이제는 수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나만 잘하면 돼.’ 그 수확을 앞둔 정현우가 고개를 돌려 카운터에 앉아있는 이혁주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이혁주은 시무룩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혁주야.” “예, 형.” “그러니까 작작 좀 놀지, 잘리지 않은 게 신기하다, 신기해.” 최근 손님보다 더 열심히 놀던 이혁주의 행보에 기어코 사장님이 참다못해 불호령을 내렸다는 것. “내가 사장님이었음 자르는 게 아니라 직무유기로 신고했어, 신고.” 거듭된 정현우의 지적에 이혁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소나기 맞은 개처럼. 그 처량하기 그지없는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더 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대신 쯧! 짧게 혀 차는 소리만 낸 후에 말했다. “혁주야.” “네, 형.”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블루불로 하나만 가져와.” 그 말에 이혁주가 매우 실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형! 동생이 기죽어 있으면 음료수 한 잔 정도는 사주면서 격려해주는 게 정상 아니에요?” “격려 같은 소리하네, 그러게 평소에 일 좀 잘하지, 왜 못해서 혼나냐? 야, 그리고 네가 그동안 일 안 하는 것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건 나거든?” 이어진 말에 이혁주가 반박을 포기한 후 이내 카운터 안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블루불 캔 하나를 꺼내 정현우에게 건네줬다. “어?” 그렇게 캔 음료를 받은 정현우가 뭔가를 발견하며 말했다. “캔 디자인이 바뀌었다?” “블루불이 이번에 갓워즈 랭커들하고 계약해서 랭킹 에디션으로 만들었어요.” “그래?” “거기 그냥 이미지 박는데 모델료로 10억씩 줬대요.” “10억?” “네, 10억.” 그 놀라운 액수에 정현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캔에 새겨진 인물을 보았다. 아즈모. 캔 음료에 그려진 그의 게임 속 모습을 확인하는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설명을 이어갔다. “진짜 대단하죠? 사진도 아니고 그냥 자기 그림 하나 넣는데 10억이라니…… 꿈같은 세상이네요.” 꿈. ‘그래, 꿈이지.’ 그 단어에 정현우는 캔음료의 딴 후 미소 걸린 입가에 캔음료의 입구를 걸쳤다. ‘이제는 닿을 수 있는 꿈.’ 과거에는 꿀 수조차 없던 꿈이 이제는 좀 더 나아간다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열흘간의 공백을 만회하자.’ 그 사실과 함께 음료를 머금은 정현우가 이혁주에게 말했다. “혁주야, 세팅 좀 해줘.” “네." 2. 무대나무 숲. 고리 원숭이가 등장하는 이곳에서 사냥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곳곳에 자리 잡은 거대한 무대나무 위에 거주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처치하는 것. 즉, 무대 나무 위가 사냥터 인 셈. “자, 준비해!” “무대에 오른다!” 때문에 나무 기둥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작업을 플레이어들은 무대에 오른다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동시에 이러한 무대나무 위는 인스턴스 던전 방식이었다. 외부의 도움은 받을 수 없지만, 방해도 받을 일 없으며 등장하는 몬스터만 상대하면 되는 방식. 그 방식 자체만 놓고 보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꽤 편한 방식이었다. 물론 갓워즈를, 하물며 이제는 무대나무 숲에 이를 만큼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갓워즈는 결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꿀을 빠는 것을 용납지 않음을. “고리 원숭이는 매우 잡기 어려운 몬스터야! 가는 게 쉽다고 긴장 풀면 안 돼!” “딜러들 제대로 지켜! 저 위에 올라가는 순간 고리 원숭이들이 투척하니까!” “명심해, 올라가는 순간 바로 전투 시작이다!” 고리 원숭이 무리는 그만큼 어려운 몬스터였다.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무대나무 위에 몇 마리나 있는지 그리고 강력한 개체가 얼마나 있는지 오르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스턴스 던전 안에 몬스터가 몇 마리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제발 덩치 큰 놈 없기를……." “갓워즈의 신이시여, 이번에는 좀 쉽게 갑시다.” 사냥을 앞둔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자신이 오르게 될 무대나무 앞에서 기도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무대나무를 오르는 태도를 통해 그 플레이어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저기 애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오르네?” “누구지?” 만약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대나무를 오른다면 실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다는 증거. “아! 창성 길드다!” 때문에 이름난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 빠르게, 마치 경주를 하듯 무대나무를 오름으로써 자신들의 자신감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역시 창성 길드답네. 망설임 없이 오르네.” “파티원도 11명이었지? 대단해. 보통은 25인 이상 파티를 맺어서 다니는데.” 물론 굳이 그런 자신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사나운 맹수가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듯이. “맙소사!” 지금 등장한 미다스가 그러했다. “저기! 저기 봐!” “드디어 왔다!” 이미 무수히 많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검증된 그의 등장에 모두가 합창하듯 그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다. “BJ골드다!” “BJ럭키야!” “BJ대마도사도 있다!” “오늘도 엑스트라로 출연하나 봐!” 그러한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건 영화제에 초청된 스타가 손을 흔들며 카메라 포즈를 취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라이브 방송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지.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그가 이내 방송을 시작하는 순간 그것을 들은 몇몇 플레이어들이 소리쳤다. “라이브 방송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 로그아웃함!” “님들, 저 방송 보러 나갑니다!” 목격자가 될 수 없는 무대, 그 무대에서 몇몇은 잽싸게 시청자로 태세를 전환했다. - 방 열렸다! - BJ럭키 님 하이! - BJ골드님 하이! - BJ대마도사 굿바이! 그리고 시청자들은 라이브 방송에 열광했다. 물론 가장 열광한 건 그들이었다. [구스타프 님이 10,07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제야 대화를 좀 하겠군.] [라포 님이 10,07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렇게 말 한 번 하기 힘든 사람은 처음이네.] BJ대마도사 방송의 가장 큰 후원자들이 라이브 방송 개시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래, 이거지.’ 불타오르는 분위기. ‘시작부터 시청자 5백만, 좋다.’ 그 분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를 확인한 미다스는 굳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자, 그럼 방송 켰으니 바로 가겠습니다.” 곧바로 무대나무의 기둥을 붙잡은 후에 소리쳤다. “오늘 목표는 고리 원숭이 1천 마리 사냥입니다! 물론 솔플이죠.” 통보를 마치는 순간 바로 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망설임이라고는 한 점 보이지 않는 속도로! - 와! - 빼는 거 없고 바로 가네! 다른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무대에 오르는 미다스의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토해냈다. - 겁도 없지. -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이 첫 개시 아님? 그런데 그냥 올라가네? - 100마리 넘는 무리 만나면 어떻게 하려고? - 역시 BJ대마도사야. 어중간한 자신감과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물론 미다스에게는 보였다.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 숫자 : 33마리. 자신이 오를 무대 위에 무엇이 얼마만큼 있는지. ‘자, 가볍게 워밍업부터 하자.’ 그러한 미다스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주인님의 용기 앞에서는 눈마저 부실 지경입니다!” 자신을 따라 나무 기둥을 오르며 자신을 찬양하는 골드의 목소리. 왕! 꾸우! 그리고 이어진 럭키의 활기찬 외침과 그런 럭키를 움켜쥔 채 분노를 가득 채운 잭팟의 외침까지.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사냥을 시작했다. 3. 수십 그루의 나무들의 가지들이 뒤엉킨 채 만들어진 무대나무 위는 땅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탄탄했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러한 무대 위에 올라선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고리 원숭이들을.’ 그러자 무대나무 중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원숭이들이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끼! 끼이! 작은 것은 1.5미터 정도 되는 신장, 큰 것은 무려 3미터에 이르는 녀석까지. 원숭이라기보다는 고릴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가슴근육과 팔근육을 가진 녀석들은 저마다 코, 입 혹은 귀에 고리를 하나씩 차고 있었다. - 고리 원숭이들이다! 그게 이 녀석들이 고리 원숭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 이 새끼들 보면 욕부터 나온다니까. 그러한 고리 원숭이의 등장에 채팅창에는 짜증 섞인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봐왔던 라이브 방송 때와는 다른 분위기. 달리 말하면 고리 원숭이란 몬스터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 정도였다. - 진짜 짜증나는 놈이니까. - 짜증만 나면 괜찮지. 무조건 게임오버가 나온다니까. - 여기서 게임 오버 당하는 경우가 엄청 많지. 매우 골치 아픈 몬스터! 우끼이이! 그 사실을 바로 증명해주려는 듯 고리 원숭이들이 미다스와 그 무리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저마다의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던지기 시작했다. - 투척이다! 던진 것은 겉보기에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그냥 석탄 덩어리, 그런 표현이면 설명이 가능할 정도.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그때 미다스의 외침과 함께 미다스의 바로 앞에 거대한 얼음 빙벽이 올라섰다. 높이는 약 6미터 이상! 넓이는 약 12미터 이상! 미다스가 손에 쥔 아르비아의 지팡이의 옵션 중 하나인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효과를 적용 받은 얼음벽은 누가 보기에도 굳건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말했다. - 아이스월이네. - 아이스월이면 오래 못 버텨. - 한 타임이면 끝이지. 그 채팅이 끝나기 무섭게 소리가 들렸다. 콰앙!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 콰앙! 콰앙! 연거푸 들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등장한 얼음벽에 달의 표면에서나 볼법한 크레이터들이 만들어졌다. 고리 원숭이가 골치 아픈 이유였다. 그들이 던지는 돌멩이의 위력은 어지간한 탱커들조차 몸을 사리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라는 것. 미다스 역시 그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저거 때문에 골로 갈 뻔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이곳에서 사냥을 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체력이나 방어력이 낮으면 저 투척 한 방에 골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물론 보통의 마법사들 이야기였다. 지금의 미다스라면 저들을 상대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터. - BJ대마도사님, 이제 보여주시죠. 이곳에 벌써 5백만을 넘어서 6백만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모인 것 역시 그것을 보기 위함이었다. - 진정한 의미의 솔로가 뭔지 보여주세요! - 원콤맨 가즈아! 스파이 영상을 통해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진정한 의미의 솔로 플레이! 시청자들의 그 열화와 같은 요구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그럴 순 없죠.” - 응? - 어? 그 대답에 갑자기 채팅창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반면 미다스는 오히려 그러한 반응이 의문이라는 듯이 말했다. “오늘 방송은 럭키님하고 골드님이 주인인데, 어찌 엑스트라인 제가 감히 나댈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전 그냥 감초 정도면 됩니다.” 콰앙! 거듭 들리는 폭발음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이내 럭키와 골드를 보며 말했다. “럭키, 골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곧바로 그 둘이 대답했다. 왕! “맞습니다! 주인님은 아무것도 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저 더러운 원숭이 무리들을 무찔러 주인님 앞에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럭키 위에 앉은 잭팟을 보며 말했다. “잭팟, 너는 누구한테 붙을래?” 꾸우! “당연히 이 방송 주인인 럭키님과 골드님에게 붙겠다고?” 꾸우! “그래, 그래야지.” 그 대화에 시청자 중 한 명이 말했다. - BJ대마도사, 설마 삐진 건가? 오늘 BJ대마도사의 방송 콘셉트가 공개되는 순간. “에이, 삐지긴요. 엑스트라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엑스트라답게 괜히 라이브 방해 안 하고, 적당히 지원만 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요?” 미다스, 그가 밀당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203화. < 65화. 밀당 (2). > 4. 대부분의 게임이 그런 것처럼, 갓워즈에서도 각 사냥터마다 우대받는 직업이 있었다. 무대나무 숲의 경우에는 근접 딜러들이 우대를 받았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오는 순간 시작되는 고리 원숭이들의 투척, 그 투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단 시간 내에 놈들 무리 속에 들어가 근접전을 유도하는 것이었으니까. 실력 좋은 근접 딜러의 유무에 따라 무대나무 숲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셈. “와! 대단해!” 미다스가 그가 여유가 넘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BJ럭키님의 강력한 몸통박치기에 고리 원숭이 두 마리가 동시에 날아갑니다!” 럭키 그리고 골드라는 최고의 근접 딜러와 함께 하는 그가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무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아, 그 순간 BJ골드님이 스퍼트를 올립니다. 아머 브레이킹 터졌네요! 데미지 들어갑니다! 바로 한 마리 더 잡습니다! 현재 스코어 15대 14! 역시 비싼 포션 드신 값을 하네요.” 오늘 주연 배우 둘에게 미다스는 정말 아낌없을 정도로, 보는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많은 양의 버프 포션마저 주었고, 그러한 포션 도핑마저 받은 럭키와 골드는 주인이 제대로 된 화력쇼를 펼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화르르! 꾸-우! 하물며 그 둘 외에도 블레이즈 골렘과 잭팟이 고리 원숭이들의 일부분을 상대해주고 있었다. “자, 그럼 저는 엑스트라답게 가볍게 감초 공격 하나 들어갑니다. 감초 답게 파이어볼 하나만 끼얹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는 그저 기본 마법 몇 개를 가볍게 던지면 될 뿐이었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 위의 모든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 이게 무대나무 숲 처음 들어온 플레이어의 속도라니? - 무대나무 숲 졸업 앞둔 파티보다 빠르네. - 그냥 쓸어버리네, 쓸어버려. 무대나무 숲에 들어온 지 고작해야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난 플레이어의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 환호성이 절로 나와도 이상할 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채팅창에는 이렇다 할 환호성이 없었다. - 에휴. 오히려 탄식 어린 글자가 절로 나올 뿐. 이유야 뻔했다. - 그러지 말고 BJ대마도사님, 한 번 보여주세요. 시청자들이 정말 보고 싶은 건 이런 광경이 아니라는 것. - BJ대마도사님 안개의 숲처럼 솔로 액션 한 번만 해주세요! - BJ대마도사님, 후원금은 준비됐습니다. 솔로 한 번 해주시면 탈탈 털어 넣겠습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 이제는 진심 어린 간절함마저 느껴지는 채팅에 미다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느낀 것은 저는 주인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말을 하며 자신에게 다가온 럭키와 골드, 잭팟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저는 이 팀의 주역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스킬도 공격 스킬보다 버퍼 스킬 위주로 최대한 습득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BJ서포터로 불러주십시오!” 그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이 탄식으로 가득 찼다. - 진짜 제대로 삐진 듯. 물론 BJ대마도사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지금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중에 모르는 이는 없었다. - 그러길래 작작 좀 놀리지! ㄴ 나만 놀렸나? 다 놀렸지! 그동안 BJ대마도사를 엑스트라 취급하며 놀려온 건 그 누구도 아닌 시청자들, 본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모두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진심으로 기분이 상했다거나, 자기 말처럼 조연이 되기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 너무 놀리긴 했어. - 아무렴. 이제부터 자제해야지. 좀 더 나아가서 이것이 일종의 경고라는 것 역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미다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조연으로 남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존재치 않았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럭키와 함께 하는 힐링 방송 같은 걸 했을 터. ‘기강은 잡혔고.’ 이 모든 건 결국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상황도 잘 무르익었다.’ 이 무대의 메인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 BJ대마도사라는 사실을 보다 확실하게. 그러한 의지를 품은 미다스는 기다렸다. ‘이제 터닝포인트만 나오면 돼.’ 시청자들의 요구가 절정에 다다르고, 그들의 열정에 미다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시청자들의 요청에 응할 수 있는 포인트가 오기를. ‘적당한 터닝…….' 그러한 미다스에게 기다리던 타이밍 왔다. [아즈모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그가 확실하게 밑밥을 깔아줬다. [아즈모 :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보여줘.] 10만 달러! - 헉! - 액수 실화 맞음? 아득하기 그지없는 후원금 금액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시 정지했다. ‘어? 잠깐만?’ 미다스의 사고 역시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거액의 후원금 액수 앞에서 중지했다. 그렇게 채팅창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폭풍이 불기 전의 밤과 같이. 이윽고 그 고요가 끝났다. - 와! 10만 달러다! - 미친! 한 번에 쐈어! 그러자 폭풍처럼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한 분위기가 속에서 시청자들 역시 태도를 바꾸었다. - 왔다. - 부채질 들어가자! 시청자들이 드디어 붙은 불을 향해 부채질을 시작했다. [BJ대마도사님사랑해요 님이 10달러를 후원해습니다.] [BJ대마도사최고다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없인못살아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모두가 BJ대마도사의 활약을 바라는 후원과 채팅을 쳤다. 그 사실에 이제는 미다스가 부응할 때. ‘아, 정신 차리자.’ 그 부응을 위해 미다스가 엄청난 후원금 액수 탓에 저 먼 곳까지 날아갔던 의식을 간신히 끄집어냈다. ‘떨지 말자. 릴렉스.’ 그리고는 여유 넘치는 모습을 연기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원하시면 어쩔 수 없네요. 라이브 채널 관계자분, 타이틀 변경 부탁합니다.” 그 요청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타이틀이 바뀌었다. BJ대마도사로! 5. 워즈튜브에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 조회수를 몰고 다니는 스타 플레이어들, 그러한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비결을 물으면 하는 대답은 대개 비슷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줘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미다스의 방송은 백점만점에 백이십점을 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 나무기둥 잡았다! - 타깃팅 완료! - 드디어 볼 수 있게 됐어! 지금 라이브 방송에 있는 모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 BJ대마도사님, 화끈하게 갑시다. - 이 정도까지 몸을 달아오르게 했는데 그냥 적당히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 나 믿을 거야, BJ대마도사 믿을 거야. 안달을 나게 만든 후에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후우.’ 그만큼 미다스가 마주하고 있는 부담감 역시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그 부담감 탓인지 미다스는 곧바로 무대나무를 오르지 않았다. “원래 할 생각 없었는데, 하게 된 만큼 준비 작업 좀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한 번 손가락을 튕긴 후에 말했다. “럭키야, 구르기!” 왕! 그 명령에 곧바로 럭키가 바닥에 엎드린 후에 반 바퀴 굴렀고, 그러자 럭키의 하얀 털이 가득한 배를 드러났다. “제가 사전 작업하는 동안 럭키 배 보면서 힐링 좀 하세요.” 그렇게 럭키를 미끼 삼은 미다스가 곧바로 이런저런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는 길지 않았다. 1분 남짓. “오케이, 끝. 이제부터 카메라는 저만 쫓으시면 됩니다.” 그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곧바로 옆에 있는 무대나무 기둥을 오르기 시작했다. 방송은 그런 미다스의 모습만을 방송했다. 예전이라면 럭키 혹은 골드를 찍어달라고 하는 불만이 적잖게 나왔을 상황. - BJ대마도사 단독샷이네. - 진짜 제대로 하려나 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 광경에 불만 대신 긴장을 품는 사이, 어느 순간 단숨에 무대나무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끼이! 그 알림과 동시에 고리 원숭이들의 성난 울음 소리 역시 미다스의 고막을 두드렸다.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그 소리 앞에서 미다스가 바로 아이스월 마법을 펼쳤다. 얼음벽이 치솟으며 고리 원숭이 무리와 미다스 무리, 그 두 무리 사이에 갈라섰다. 콰앙! 그러한 얼음벽 너머에서 굉음이 터졌다. 전투가 개시되는 순간. “럭키!” 왕! “골드!" “예, 주인님." 그 전투를 앞두고 미다스가 둘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여기서 꿀을 빨아!” 그 순간이었다. “파이어 스텝 앤 쇼크 웨이브!” 럭키와 골드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도 전에 미다스가 주문을 외우며 달리기 시작했다. 얼음벽의 왼편으로, 그렇게 달려가며 어느새 얼음벽 밖으로 나온 미다스가 고리 원숭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일단 감탄부터 토했다. - 진짜 혼자 할 속셈인 모양이네! 스파이 영상을 통해 미다스의 그 솔로 플레이가 어떤 식인지는 이미 다수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안개의 숲 때와 달랐다. - 와, 대단하다. 정령수랑 고리 원숭이는 레벨이 다른데 그냥 뒤도 안 보고 달려드네. 일단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준부터 달랐다. 안개의 숲에서 등장하는 건 정령수와 정령 기사들, 반면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건 그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고리 원숭이들이었다. - 레벨만 다른가? 숫자도 다르지. 하물며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고리 원숭이 무리의 개체 수 역시 안개의 숲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숫자에 비해 2배 이상, 무려 36마리에 이르렀다. 난이도를 수치화한다면 안개의 숲에서 치른 전투에 비하면 최소 4배 이상. - 그냥 차원이 달라. 정령수는 그냥 다가오지만, 쟤네들은 접근하는 것부터 일이라고! 당장 미다스를 향한 고리 원숭이들의 투척부터 말해주었다. 이번 것은 접근조차 쉽지 않다고! 그 사실을 미다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저번하고는 달라야지.’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바라는 바였다. 이토록 몸을 달아오르게 했는데 그때와 비슷한 것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이 만족할 리 없기에. 그렇기에 미다스 역시 그때보다 더 확실한 카드를 준비했다. “블링크!” 그 시작 블링크 스킬이었다. - 골드템 빼왔구나! 본래는 골드가 착용하고 있던 엘프의 로브의 옵션 스킬! 하지만 애초에 골드에게 준 아이템은 아니었다. - 골드템이 아니라 원래는 BJ대마도사템이지! 미다스가 쓰라고 아즈모가 준 아이템이었지. 조금 전 나무에 오르기 전 미다스가 한 사전 준비 작업이 바로 골드가 착용한 아이템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 그럼 설마? - 혹시?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해서 가져온 아이템은 엘프의 로브, 하나가 아니었다. 번쩍!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며 단숨에 고리 원숭이 무리의 중심, 그곳에 올라선 미다스가 가장 지척에 있는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향해 손에 든 것을 휘둘렀다. 후웅! 그러한 미다스의 손에 잡힌 것은 블랙 클레이모어였다. - 저걸 휘두른다고? 마법사잖아? 보통 마법사들은 휘두르는 것조차 불가능한 무기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너무나도 가볍게, 마치 골드가 한 것처럼 블랙 클레이모어를 휘둘렀고 그렇게 휘두른 칼이 미다스의 정면에 등장한 고리 원숭이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억! 그 공격에 맞은 고리 원숭이가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옆으로 날아갔다. - 날아가? - 이거 리얼? 휘두르는 것도 놀라운데 맞은 상대를 날려버린다? 마법사의 공격력이라고는 믿기 힘든 놀라운 위력. - 근력 스탯이 진짜 몇인 거지? - 물리 마법이 우스갯소리가 아니었어? 그러한 공격을 선보인 미다스의 모습은 평소에 보이는 것과 전혀 달랐다. 불타오르는 모자 대신 흑얼음 투구를, 불꽃 장갑 대신 흑얼음 장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파이어 스텝으로 HP를 깎은 후에 광역 마법으로 단숨에 처치하는 것, 그 전술 핵심은 시간 벌이였다. ‘맞기만 할 필요는 없지 ’ 그러나 굳이 탱킹만으로 시간 벌이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딜링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답. 하물며 미다스의 근력 스탯은 근접 딜러와 비교해서 부족함이 조금도 없었다. ‘뭐, 멍청한 짓이지만.’ 물론 이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 미다스는 갓워즈를 하면서 근접 딜러 포지션을 맡은 경험이 없었다. 당연히 근접 딜러로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실력자들에 비해 어수룩하고,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신경 쓰는 이는 미다스를 포함해 지금 방송을 보는 이들 중 아무도 없었다. - 마검사다. - 와, 진짜 마검사야! 갓워즈에서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진짜 새로운 전투 스타일이 나왔다는 사실에 열광하는 이들만 있을 뿐.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화르르! 그러한 열광에 호응하듯 캐스팅이 끝난 파이어 스텝이 미다스의 발자국에 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불길이 곧바로 고리 원숭이들의 털가죽에 달라붙었다. [고리 원숭이들이 화상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흑얼음 투구 효과가 발동합니다.] [흑얼음 장갑 효과가 발동합니다.] 그 상태 이상 효과에 곧바로 흑얼음 투구와 장갑의 옵션, 상태 이상 효과에 빠진 적을 상대로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증가하는 옵션이 동시에 발동했다. 발동한 상태에서 고리 원숭이 사이를 움직이는 미다스의 움직임은 놀랄 만큼 빨랐다. - 검객 세트 효과 끝내주네! - 헤이스트도 있어! - 부츠도 엘프의 부츠 같은데? 그 빠른 속도만큼 무대나무 위로 번지는 불길의 속도 역시 무척이나 빨랐다. 끼이이! 끼이, 끼이! 그 불길 속에서 고리 원숭이들이 거센 분노를 토해내며 미다스를 쫓아 움직였다. 그리고 미다스는 그것을 피해 움직였다. - 와, 잘 피하네! - 마법사 맞아? 피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근접 딜러인가? - 근접 딜러라고 하기에는 일반 공격은 평범하던데? 그 과정에서 미다스가 보여주는 회피 능력에 일부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사실 그게 미다스가 가진 또 다른 무기였다. ‘내 전 캐릭터 별명이 바퀴벌레였다고.’ 생존 능력의 가장 핵심은 다른 무엇보다 도망치는 능력이었으니까. ‘패턴 분석은 다 끝났어.’ 무엇보다 미다스는 앞선 여유 넘치는 전투 속에서 고리 원숭이들의 행동 패턴, 움직이는 속도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렇게 고리 원숭이들의 공세를 피해가던 미다스의 눈에 고리 원숭이들의 HP상태가 보였다. ‘지금이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블랙 클레이모어를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후에 손바닥을 펼치자, 얼음벽 근처에 놓아두었던 지팡이가 미다스를 향해 그대로 날아왔다. 염력! 오랜만에 그 스킬을 이용해 지팡이를 잡은 미다스가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쇼크 웨이브가 발동하는 순간. [BJ대마도사1호팬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204화. < 65화. 밀당 (3). > 6. 갓워즈의 이름난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스타일은 대부분은 캐논 스타일이었다. 구스타프, 그가 보여준 것처럼 자리를 잡고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게 상식이었고, 정석이었다. 그러나 이 캐논 스타일에도 단점은 있었다. 생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 특히 상위 사냥터로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의 공격력에 비해 마법사들의 HP는 약해졌다. 기본 공격에도 생사가 오고 갈 정도.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들은 데미지 딜링을 포기하고 생존 능력 향상을 위한 아이템을 착용하고는 했다. 구스타프, 그가 무시무시한 화력을 앞세우고도 최고의 마법사가 되지 못한 이유였다. - 와, 이거 완전히 멀린이잖아? - 맞아, 멀린 스타일이야. 멀린, 그가 최고의 마법사가 된 것 역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몬스터 상대로 저렇게 근접전에서 맞짱을 뜰 수 있는 마법사는 멀린 밖에 없으니까. 멀린의 최고 강점은 숙련된 근접 딜러들 이상으로 근접 전투에서 뛰어나다는 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 멀린 스타일이 아니지. 아니, 그 이상이었다. - 아무렴. 멀린이 클레이모어 들고 몬스터 뚝배기 부수는 거 봤어? - 그것도 그건데, 멀린도 저렇게 30마리 넘는 몬스터 속에서 BJ대마도사처럼 치고받는 거 불가능할걸? - 이건 BJ대마도사 스타일이라고 해야지. 이제까지 감히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스타일. 물론 이 스타일에 대해서 극찬만 있는 건 아니었다. - 대단한 건 알겠는데,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 잡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개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효율성에 대한 문제. - 그걸 BJ대마도사가 모르겠냐? 물론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그 사실을 모르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PK하려는 놈들한테 보내는 경고장 아니야? ㄴ 경고장? ㄴ 골드, 럭키, 잭팟, 골렘 빼고도 난 이 정도로 강하다! 그러니까 괜히 덤벼서 귀찮게 하지 마라! 뭐 이런 거? ㄴ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다! ㄴ 역시 BJ대마도사! 경고도 스케일이 다르네! 그리고 저마다 그 이유를 도출했다. 문제점은 하나 더 있었다. - 이 전투 방식으로 100마리 넘어가는 고리 원숭이는 못 잡을 듯. ㄴ ㅇㅇ솔직히 너무 적은 무리만 만나는 듯? 전부 50마리 이하만 만났잖아? ㄴ BJ대마도사는 운이 좋으니까. 이 전투 스타일에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당장 30여 마리를 상대로도 쉽지 않은 전투를 치르는데, 그 숫자가 40마리가 된다면? 지금처럼 여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 - 훈수충들 아가리 좀 싸물지? - 저거 보고도 훈수하는 훈수충 수준 대단해! - 답답하면 니들이 똑같이 해보든가! 물론 지금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이는 없었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쓰러진 채 마네킹과 같은 무미건조한 모습이 된 고리 원숭이 사이에서 유일하게 서있는 미다스의 모습은 갓워즈에서 오로지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완벽해.’ 그렇기에 미다스는 지금 상황에 만족했다. ‘이 정도로 완벽하게 될 줄이야.’ 라이브 방송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자리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만큼.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좀 더 방송해야 하니까, 여기서 한 번 튕겨봐야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 이제 됐죠? 다들 잘 보셨죠?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나중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편집 영상 올리겠습니다. 영상팀, 잘 부탁합니다.” 전투를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짧게 말을 남겼다. “골드야!” “예, 주인님!” 그 후에 미다스가 골드를 불렀고, 그 부름에 골드가 전력을 다해 미다스 앞에 왔다. 그렇게 온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바닥에 던져놓은 블랙 클레이모어를 염력을 이용해 가져온 후 그것을 골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잘 썼어.” 말과 함께 미다스가 투구를 벗고, 장갑을 벗었다. - 어? 어! - 설마?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말했다. - BJ대마도사님 왜 장비 빼세요? - 아니죠? 설마 그거 아니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원하시는 거 보여드렸으니까 물러나야죠. 자, 그럼 이제 기다리시던 럭키와 골드 방송 가겠습니다. 그렇죠 럭키님?” 어느새 다가온 럭키를 향한 미다스의 질문에 럭키가 크게 짖었다. 왕! “역시 럭키님도 빨리 저 같은 지끄레기는 꺼져버리고, 카메라 넘기라고 하시네요.” 이어진 미다스의 해석에 채팅창이 분주해졌다. - 아니, 제가 듣기로는 주인님이 최고예요, 라고 한 거 같은데요? ㄴ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ㄴ 왕(주인님 한 번 더! 한 번 더)! 많은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의 조금 전 전투를 보고 싶다는 듯한 채팅을 보냈다. [구스타프 님이 10,07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런 건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지. 신수 전문가가 제대로 해석 좀 해봐.] [라포 님이 10,07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신수 좀 키워본 내가 듣기로는 분명 ‘주인님의 멋진 모습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라고 했어. 확실해.] 심지어 구스타프와 라포마저도 좀 더 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라포 정도 되는 플레이어조차 미다스의 플레이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의미. 사실 어떻게 보면 그들이야말로 급했다. 다른 이들에게 BJ대마도사는 하늘 위의 별이지만, 그 둘에게 BJ대마도사는 언젠가 자신들을 먹어치울지 모르는 경쟁자였으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었다. “럭키야, 진짜니?” 왕!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좀 더 해볼까요?” 말과 함께 다시 흑얼음 투구를 쓰는 미다스. 그 순간 미다스의 투구에 잭팟이 내려와 앉았다. 꾸우! 오랜만에 주인의 머리에 앉았다는 사실에 잭팟이 날개를 펄럭이며 기쁨을 표현했다.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알았다. - 오리온의 노래가 남았구나! 아직 더 보여줄 게 남았다는 것을. 7.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비결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BJ대마도사 솔로 플레이 터졌다! ㄴ 안개의 숲에서 보여준 그거? 그렇다면 슈퍼 스타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역시 답은 간단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 -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ㄴ 그럼 대체 뭔데? 설명을 해봐. ㄴ BJ대마도사가 블랙 클레이모어 들고 혼자서 고리 원숭이 뚝배기 깨는 중이야! ㄴ 그게 무슨 개소리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발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준다는 것! - 에이, 한 번 속아준다. 그냥 가서 본다! - 보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까. 그 사실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이 하나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야, 막 오르네.” 그 늘어나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박영준이 감탄사를 토해내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수치도 수치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아.” 그럴 만한 분위기였다. 누가 보더라도 대박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이걸로 BJ대마도사가 다시 방송 메인 자리도 꿰찰 테고.” 더욱이 이번 라이브 방송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우려하던 일, 럭키와 골드의 존재감에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묻히는 일은 사라졌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강요나, 억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이걸 보고 누가 BJ감초라고 하겠어?” BJ대마도사는 제 스스로 럭키와 골드, 그 둘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해냈다. 당연히 앞으로 BJ대마도사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한층 더 밝아지고, 강렬해질 터. 메리트는 하나 더 있었다. “앞으로 BJ대마도사 노리고 덤벼드는 놈들도 일단 다시 계산을 시작하겠지. 럭키 떼고, 골드 떼고 심지어 골렘까지 떼고 이 정도의 전투력을 가졌는데 어떻게 PK를 걸겠어?” 오늘 영상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시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라이브 방송 도중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당하는 최악의 불상사에 대한 근심과 우려, 걱정을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두어도 되는 셈. 그런 의미에서 오늘 라이브 방송은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있어 최고의 방송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안 그래?” 그러나 막상 박영준의 말에 그 어떤 부하 직원도 쉽사리 호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모두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바라봤다. - 자, 그럼 이제 슬슬 라이브 방송을 종료할까요? 그때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직원들의 표정이 더 굳었다. 분위기 역시 굳었다. 그 굳은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이 말했다. “이런 방송에 광고가 안 붙는다니, 참 아쉬운 일이야.” 그 말이 지금 직원들의 표정이 굳은 이유였다. 오늘 라이브 방송에는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것. ‘진짜 안 붙는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물론 라이브 방송에 꼭 광고가 붙어야만 한다, 같은 강제적인 조항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언제나 마지막에 광고를 받아 붙였다. 그것도 단 하나의 광고만을. 그런데 그것을 갑자기 받지 않는다? ‘광고가 없어서 안 받은 건 아니야.’ ‘그때 사장님 전화기에 불이 난 걸 생각하면 광고하고 싶다는 사람은 넘쳐났겠지.’ ‘당장 나한테도 어떻게 해달라고 로비가 오는데…… 아무렴, 광고주가 없는 건 있을 수 없지.’ 일단 광고주가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장님 아니면 BJ대마도사가 튕겼다는 건데…….' 그렇다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광고를 거부했다는 의미.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이유였다. 상식적으로 이 시점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광고 제안을 무시할 일은 없는 법. ‘이거, 절대 단순한 일은 아니야.’ 무엇보다 직원들이 아는 박영준 그리고 BJ대마도사는 일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유가 있다면, 필시 보통 이들은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이유일 터. ‘어쨌거나 방송이 끝나면 모두 놀라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되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없는 게 알려지는 순간 모두가 놀라고, 그에 따른 반응이 나올 터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을 긴장케 하기에는 그 정도 이유면 충분했다.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때가 왔음을 알리는 말이 왔다. “자, 커튼콜 나왔으니 방송 종료 준비하자고.” 그 말을 내뱉는 박영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이제 밀당을 해볼까?’ 8. [방송이 종료됐습니다.] 방송 종료가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한 것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내지르는 게 아니었다. “어우……." 참았던 긴장감을 토해 내는 것. “어우우……." 그렇게 미다스가 한동안 말없이 자리에 선 채 탄식 섞인 소리를 거듭 내뱉었다. 그 정도였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미다스가 느낀 긴장감과 부담감이란 놈은 그만큼 지독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미다스는 갓워즈에서 근접 딜러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연습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제아무리 연습을 했다고 해도, 그 몇 번의 연습으로 능숙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즈모가 10만 달러 쐈을 때는…….' 하물며 그런 부담감 속에서 아즈모의 갑작스러운 후원금은 그 부담감을 괴물로 만들었다. 심지어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문제없는 척, 별거 아닌 척 연기마저 해야 했다. 물론 세상만사 시간이 약인 법. 한숨을 연거푸 내뱉으며 토해낸 부담감이 사라진 자리에는 점차 기쁨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는 인지했다. “..크으!" ‘10만 달러가 한 방에 들어오다니! 진짜 이거 실화인가?’ 자신이 오늘 방송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익을 얻었다는 것을. 이번에 한 노력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나가서 상황부터 파악해보자. 이번 라이브 방송이 얼마나 대박이 났는지.’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사실도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수고했어! 조금만 쉬고 있어! 잠깐 나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올 테니까.”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을 향해 말을 던진 후에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진짜 제대로 터진 거 같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깊은 기대감이 있었다. 9.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 순간, 정현우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이혁주의 목소리였다. “형! 형!”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이야?” 그 목소리에 정현우가 입가에 지어지려는 미소를 진지한 표정 사이로 억지로 숨긴 채 말을 툭 뱉었다. “무슨 대박 사건이라도 난 거야?” 그렇게 넌지시 던진 미끼를 이혁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전력을 다해 물며 말했다. “장난 아니에요,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호들갑을 떠는 그 모습에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내가 제대로 해낸 모양이구나!’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해냈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상황. 물론 그러한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또 호들갑이야? 누구 이야기야?” “BJ대마도사요!” “BJ대마도사? BJ대마도사가 할리우드 여배우랑 열애설이라도 나왔어?” 무덤덤한 척 연기를 하며 말하는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대답했다. “에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죠.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에요." 단호한 그 대답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럼 뭔데?” 그 반문에 이혁주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라이브 방송 끝나고 광고가 안 달렸어요!” “응?” “BJ대마도사가 광고 거부를 선언한 거 같아요!” “과, 광고 거…… 뭐라고?” “놀라운 일이죠?” 그 순간 정현우가 더 이상 표정 연기를 하지 않았다. 205화. < 66화.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 (1). > 1. 좋은 방송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는 법.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진짜 솔플 라이브 방송은 좋은 방송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BJ대마도사 광고 안 붙었네? 그러나 막상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방송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없었다. - 어? 진짜? ㄴ 진짜다! 진짜 광고 안 붙었다! 모두의 관심은 오직 하나,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그 어떤 광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그만큼 특별한 일이었다. - 왜지? 광고주들이 광고를 안 넣었나? 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광고를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서 회사 주가가 움직인다고! ㄴ 그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광고 못 넣어서 안달이 난 기업은 많지. BJ대마도사는 방송에 오직 단 하나의 광고만 넣어주니까. 광고주가 없어서 광고를 넣지 못했다, 라는 선택지는 BJ대마도사에게 적용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 루머 만드는 게 낙인 호사가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 지금 들리는 소문으로는 BJ대마도사가 광고료로 엄청난 액수를 불러서, 전부 돌아섰다던데? - 내가 듣기로는 광고료가 아니라 아이템을 요구했다더라고. 게임에 한두 개밖에 없는 특급 레전더리 아이템들. - 내가 아는 사람 통해 들은 바로는 BJ대마도사가 이제 자기 정체를 드러낸 후 자기 기업만 광고할 예정이라는데? 온갖 종류의 루머들이 탄생했다. 물론 대부분의 루머들은 루머로 끝났다. - 개소리들 그만하고, 그냥 광고주들이 제안한 액수가 너무 푼돈이라서 그냥 더 이상 관심을 안 가지는 것뿐이야. - 맞아. BJ대마도사가 설마 돈이 없어서 템을 못 구하고, 그러겠어? 하지만 한 가지 사실 만큼은 확실했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야기가 어떻건 간에 BJ대마도사가 광고 제안을 거절한 거라는 거지. BJ대마도사가 광고를 거부했다는 것. 그 사실이 여러 사람을 고민케 했다. ‘미치겠다.’ 개중에서도 가장 고민으로 속이 바짝 타오르는 건 정현우였다. ‘광고 거절이라니, 내가 미쳤다고 그럴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일단 정현우 본인은 광고를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를 거절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사장님은 어떻게든 나 하나 더 챙겨 주려고 하시는 분이고.’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자기들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BJ대마도사를 챙겨주고자 노력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이징 스타 채널이 붙으려는 광고도 무시하고, 그대로 거절한다? 즉, 거절이 아니라 광고주와 협상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내가 열흘이나 시간을 끈 게 문제가 된 거 같다.’ 그리고 현재 의심 가는 건 다름 아니라 정현우의 저번 요구였다. 안개 미로 던전 공략을 앞두고 서리꽃 채취 시간이 필요했던 정현우의 요구에 라이징 스타 채널은 무려 열흘에 걸친 시간을 벌어다줬다. 당연히 그 시간을 벌어주는 과정에서 사전에 합의된 광고 일정도 수정되거나, 재협상에 들어갔을 터. ‘이번 라이브 방송 건도 너무 갑작스러웠고.’ 하물며 이번 라이브 방송은 안개 미로 던전 라이브 방송 이후 깜짝 파티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재협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없었다. ‘그냥 푼돈 받는 거리면 가능했겠지만.......' 물론 광고 단가를 낮춘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멍청한 짓이지.’ 그러나 그런 식으로 몸값을 낮추는 건 BJ대마도사의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일. BJ대마도사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라이징 스타 채널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 단독광고를 고집해왔다. 결국 정현우가 내놓은 결과는 하나였다. ‘내 탓이다.’ 이 모든 사태는 결국 정현우, 그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 그게 이유였다. ‘일단 지켜보자.’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직접 물어본다, 라는 선택지를 나중으로 미룬 건.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잘못이 명명백백한 상황에서 왜 광고를 못 받았냐? 라고 물어볼 만큼 정현우는 뻔뻔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지켜보고 자시고 할 게 아니야.’ 오히려 정현우는 그다음을 우려했다. ‘이렇게 됐으면 다음 라이브 방송은 이번보다 훨씬 더 임팩트가 있어야 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건은 터졌고, 많은 이들이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며 온갖 루머를 생산하는 상황. 이런 상황을 잘 덮을 수 있는 건 다음 라이브 방송의 임팩트 밖에 없었다. ‘계획하고는 다르게 조금 더 무리를 해서…… 고리 원숭이 100마리랑 붙어볼까?’ 그것을 가늠하던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100마리는 불가능해. 리스크가 너무 커.’ 제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70…… 아니, 60여 마리 정도면 가능해.’ 그렇게 거듭 커트라인을 낮추던 정현우가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러면 임팩트가 없단 말이야.’ 모두가 생각해도 안 될 것 같다, 라는 것을 해내야 임팩트가 생기는 법. 결국 정현우는 이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다음번 라이브 방송 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메인 시나리오 떡밥을 뿌리는 수밖에.’ 자신이 지금까지 아껴둔 가장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그 카드를 염두에 둔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전에 빅스테이지로 가서 퀘스트부터 깨는 게 먼저이지만.’ 2. 무대나무 숲. 그곳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그 거대한 무대나무 숲의 위용이었다. 그다음으로 놀라는 건 그 무대나무 숲의 중심부터 위치한 나무, 빅스테이지 트리였다. 이름처럼 일반 무대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무대 위에는 도시, 파파투가 존재했다. 그런 파파투에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가 말이야, 정령의 동굴도 한 손으로 내려갔던 사람이야!”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그냥 맨손으로 올라가야지!” 하나는 지상에서 약 500미터 위에 있는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는 것. “저기 또라이들 많네.” “아니, 왜 멀쩡한 엘리베이터 놔두고 저 고생을 하는 거지?” 다른 하나는 곳곳에 마련된 나무와 나무줄기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 미다스가 이번에 선택한 방법은 당연히 엘리베이터였다.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어우, 저번 아르비아 퀘스트 생각하니 짜증부터 치솟네. 무슨 퀘스트를 그딴 식으로 디자인하고 지랄이야.’ 저번 정령의 동굴을 벽타고 내려간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퀘스트 공략을 위해서였으니까. 더욱이 이번 빅스테이지 트리에 오르는 것은 정령의 동굴과 달리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10분 남짓 기다리면 될 뿐. “어? 저기!” 그런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곳으로 향하는 미다스, 그런 그의 등장에 곧바로 플레이어들이 반응했다. “BJ대마도사다!” “왔구나!” “BJ대마도사님, 저번 라이브 끝내줬어요!” 이미 무대나무 숲에 화려한 신고식을 달성한 그를 향해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환호성에 미다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후에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헥헥! 꾸우!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를 기준으로 그의 왼편으로 럭키, 잭팟 그리고 골드가 일렬로 줄을 섰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엘리베이터 올 때까지만 셀카 타임 가지겠습니다. 질서를 준수해주십시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플레이어들이 잽싸게 움직였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 "응?" 처음으로 BJ대마도사 앞에 경쟁률이란 단어가 생겼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럭키와 골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내 주가도 치솟는구나.’ 물론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먼저 하세요.” “아뇨, 괜찮아요. 전 럭키랑 골드랑 찍고 올 테니까 먼저 하세요.” “저야말로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먼저 찍으세요. 저도 잭팟부터 찍으면 됩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먼저 하세요. 전 정말 괜찮아요.” “제가 더 괜찮을 거 같은데요?” 자신을 앞에 두고 친절 대결을 펼치는 두 명 앞에서 미다스의 미소는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 진짜.’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았다. “그냥 가위바위보해서 정하고, 빨리빨리 합시다! 엘리베이터 4분 뒤면 내려온다고요!” 또 다른 대기자의 등장에 남은 둘이 서로 순번을 정한 후에 미다스와 셀카를 찍었다. “BJ대마도사님, 한 번 제대로 찍어주시죠. 가보까진 아니고, 제 SNS메인 페이지로 쓸게요.” 마치 놀이공원에 온 아이가 딱히 찍고 싶지도 않은데 부모님의 성화에 별로 인기도 없는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듯이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심이 보였으니까. “초상권 때문에 SNS메인 페이지면 곤란하고요, 제 얼굴은 모자이크로 해주세요.” “예?” “장난입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자연스레 가벼운 대화도 주고받았다. “저번에 라이브 영상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여기도 가뿐하게 요리해드시겠네요?” “좀 더 두고 봐야죠.” “에이, 솔직히 지금 당장에라도 졸업하셔도 될 거 같은데.” “모르는 거죠. 두 자릿수는 몰라도 세 자릿수 상대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요.” “생각보다 굉장히 겸손하시네요.” “예, 제가 겸손하죠.” 그 대답은 진심이었다. 미다스가 저번 라이브 방송 당시 상대한 고리 원숭이의 평균 숫자는 38.4마리. 그마저도 초반에 럭키와 골드를 앞세웠을 때 40여 마리가 넘어가는 무리를 상대한 것이었고, 후반에 미다스가 단독 전투를 했을 때는 30마리 초반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한다? 숫자만으로도 그 난이도는 3배 이상! 때문에 미다스는 각오를 마친 상황이었다. ‘지금 내 상황에서 10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사냥하는 건 불가능해.’ 그럴 일은 없다고. ‘그런 의미에서 무대나무 숲은 내게 최적의 장소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을 경험할 일도 없다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3. 빅스테이지, 그곳에 올라선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나무 위를 가득 채운 목조 건물들이었다. 그것도 꽤 높은 건물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이 3층을 넘어섰고, 그중 큰 것은 20층짜리 높이를 자랑하는 것도 있었다. “진짜 판타지네.” 지상에서 약 500미터 위, 그 아득한 곳에 만들어진 고층 건물들을 보는 순간 플레이어들의 입에서는 판타지라는 단어가 절로 나왔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판타지지.’ 그 역시 무수히 많은 건물들을 보며 이 게임에 판타지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느끼는 부분은 달랐다. 그가 느끼는 부분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난이도. ‘이런 곳에서 NPC하나를 찾으라니, 진짜 게임 난이도가 판타지란 말이야.’ 이 드넓은 곳에서 특정 NPC를 찾는 게 얼마나 힘들까? 그 생각을 하던 미다스가 슬쩍 주변을 살펴본 후에 붉은빛 기둥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응?’ 그때 먼 곳에 있던 붉은 빛기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미다스가 당황하는 사이, 빛기둥이 빠른 속도로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곳곳에 자리 잡은 무수히 많은 건축물 따위는 무시한 채. ‘이건 또 뭔 개지랄이야?’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는 사이 어느새 빛기둥은 미다스의 코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등장한 건 그림자였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가오리다!” 마치 알라딘 영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양탄자처럼, 하늘에서 몸을 펄럭이는 가오리 한 마리를. “하늘 가오리다!” “와, 이걸 보게 될 줄이야!” 하늘 가오리. 200레벨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악마 가오리라 불리는 그 가오리의 등장에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졌다. 그 분위기 사이로 하늘 가오리가 마치 바닷속에서 움직이듯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이내 플레이어들은 볼 수 있었다. “누구지?” “플레이어는 아닌 것 같은데?” 그 하늘 가오리 위에 하얀 두건을 쓴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구릿빛 피부의 사내를. NPC히투! “자네가 아르비아 대신 온 자인 모양이군. 일단 오르게.” 그런 히투가 미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모두의 이목이 미다스에게 집중됐다. ‘여기서 촌놈처럼 당황하면 안 돼. 난 BJ대마도사다. 이런 것쯤은 일상이라고.’ 그 이목 속에서 미다스가 스스로를 한 번 추스른 후 여유 있는 척 연기를 하며 말했다. “럭키 골드, 먼저 올라 가.” 왕! “예, 주인님." 마치 이런 게 일상이라는 듯이 럭키와 골드를 자연스럽게 태운 후에 슬쩍 잭팟을 바라봤다. 그러자 잭팟이 총총걸음으로 럭키와 골드의 뒤를 따라 하늘 가오리 위에 올라탔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 본인도 하늘 가오리에 올라탔다. 물론 그냥 올라타지 않았다. “비행기는 지겹게 타봤는데, 이런 건 또 처음이네요.” 허세를 부리며 하늘 가오리에 올라탄 미다스가 그 상태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다들 즐겜하세요.” 4. 하늘 가오리 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던 미다스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신이시여, 고소공포증을 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미다스에게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부들부들 떨며 정신이 나갔을 테니까. ‘그보다 이런 식으로 히투를 만나게 될 줄이야.’ 한편으로는 미다스의 가슴에는 기대감이 찼다. ‘이거 느낌이 좋은데?’ 이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들이 갓워즈 관련 커뮤티니에 떠벌려줄 것이다. BJ대마도사가 하늘 가오리를 타고 사라졌다고! 그렇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다. BJ대마도사가 무언가 거대한 것, 강렬한 것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임팩트 있는 라이브 방송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러한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에게 NPC히투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히투라고 하네.” “미다스라고 합니다.” “아르비아와는 무슨 관계인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르비아를 대신해 내 부탁을 들어준 거군. 그녀는 공짜 도움 따윈 주지 않으니까.” 짤막한 대화였음에도 미다스는 직감했다. ‘이번 NPC는 느낌이 좋다.’ NPC아르비아 때와는 다르게 NPC히투와는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고. “본론으로 돌아오지. 내가 그녀에게 부탁한 건 고리 원숭이 무리의 상태를 파악해달라는 거였네. 자네가 그녀를 대신해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해봤으니, 자네 생각을 말해주게.” “난폭하고, 강력하더군요.” 그때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퀘스트 완료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뒤로 곧바로 질문이 날아왔다. “혹시 자네가 상대해본 고리 원숭이 무리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게 없었나?” “예?” 그 말에 미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리 원숭이는 우두머리가 없는데?’ 그가 알고 있기로 고리 원숭이는 개체의 차이는 있었으나, 무리 내에 서열은 없었다. 붉은산의 고블린들처럼 우두머리 타입은 없었다. ‘설마?’ 그 순간 미다스의 감이 불길한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고리 원숭이 무리를 통솔하는 녀석들이 생기네. 골치 아픈 건, 녀석들을 중심으로 고리 원숭이 무리가 커진다는 거지. 적게는 1백여 마리에서, 많게는 그 이상. 내가 아르비아에게 부탁한 건 그것에 대한 조사였네.” 그러한 미다스의 직감에 NPC히투는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녀 대신 자네가 왔으니…… 이제 부탁을 들어줄 사람은 자네밖에 없군.” 미다스, 당신 감이 맞았다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자, 잠깐! 최소 1백 마리요?” ‘미친, 지금 50마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되물음에 NPC히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발견한 무리 중에는 그 숫자가 3백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네.”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고, 그런 그에게 NPC히투가 말했다. “그 우두머리 있는 무리를 조사하고, 그들의 피를 채집해주게. 그 피로 물약을 만들면, 필시 특이사항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 혹시 싫은가?” 그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그, 그럴 리가요.” “잘 됐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깨달았다. ‘……좆됐다.’ 지금 라이브 방송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님을. 206화. < 66화.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 (2). > 5. 제아무리 대단한 스타 플레이어라고 해도 매일 그리고 24시간 내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건 불가능한 법. 그런 이유로 스타 플레이어들은 방송을 하지 않을 때 어떻게든 자신들을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다.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한다거나, 같은 길드에 소속된 다른 유명 플레이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거듭 언급하는 식.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야야, 대박 사건! 장난 아님! 팬들의 경우에는 그냥 근거도 없이 뜬금포로 자신이 응원하는 플레이어에 존재를 언급하고는 짓, 속칭 영업을 했다. - BJ대마도사 대박 사건 터짐! 때문에 누군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대부분은 그게 영업이라고 생각을 했다. 당연히 반응은 좋지 않았다. - 또 뭔 개소리를 하려고? BJ대마도사가 하늘로 날아오르기라고 했어? ㄴ 어? 어떻게 알았어? 그러나 이어서 나온 이야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뭐라고? 진짜 날았어? ㄴ BJ대마도사가 빅스테이지 오자마자 하늘 가오리 타고 날아오름! ㄴ 진짜야? ㄴ 스파이 영상도 뜸! ㄴ NPC가 데리러 온 거 같은데, 처음 보는 NPC였음. ㄴ 이거 빅이벤트의 냄새가 나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도시에 입성하고 NPC를 만난 이후에는 언제나 빅이벤트가 일어나고는 했으니까. - 새로운 보스몹 등장인가? - 새로운 스킬일지도 모르지. 자연스레 사람들은 BJ대마도사가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관심을 가졌다. - 저번 라이브 방송이 싱겁기는 했지. ㄴ 싱겁다니, 마법사가 몬스터 뚝배기 부수는 게 퍽이나 싱겁겠네. 너 BJ대마도사 안티지? ㄴ 안티 같은 소리하네, 솔직히 그때 BJ대마도사는 단 한 번도 60마리 넘는 무리랑 상대한 적 없다고! ㄴ 아니, BJ대마도사가 무대 위에 몹이 몇 마리가 있는지 볼 수 있는 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그랬냐? 이제 운 좋은 걸로 깎아내리려고 하네. ㄴ 운이 좋든 안 좋든,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상대로 퍼포먼스 보여주지 못한 건 맞잖아? 관심과 동시에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우다 보니 논쟁도 일어났다. -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00마리를 솔플로 할 수 있을까? ㄴ BJ대마도사 혼자 30마리를 쌈 싸먹는데 럭키, 골드, 잭팟 터지면 100마리 잡을 수 있을 듯? ㄴ 그건 아니지. 50마리랑, 100마리는 그냥 단순히 난이도 2배가 아니라고! 과연 BJ대마도사에게 무대나무 숲에서 진정한 솔로 플레이를 할 능력이 되는가? 오로지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논쟁. 그러한 논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한국의 어느 자그마한 캡슐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00마리랑 맞짱 떠서 이기냐, 지냐가 핫하던데.” 게임을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온 이들 역시 그 논쟁을 이야깃거리 삼았다. “불가능한 거 같진 않네.” 그 논쟁에 대해서 대부분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쉽기는커녕 BJ대마도사도 각 잡고 해야지.” 단, 쉽지는 않으리란 것. 물론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으면 논쟁이 이루어질 리는 없는 법. “에이, BJ대마도사는 저번에 자기가 가진 거의 절반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오, 혁주. 뭐 소식 좀 물어온 모양이네?” “제 특급 정보에 따르면 지금 BJ대마도사가 히든 카드를 세 개 숨기고 있답니다.” “세 개나?” “그거 공개되는 순간 1백 마리가 아니라, 3백 마리도 가뿐히 잡을 수 있다네요.” “진짜?” BJ대마도사가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아무렴요. BJ대마도사잖아요? 설마 티격태격하는 걸 보여주겠어요? 그러면 BJ대마도사란 이름 버리고 BJ허접도사로 바꿔야죠.” 이 역시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주장.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시작된 논쟁은 쉬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보다 지친 한 명이 말했다. “우리 같은 쪼랩끼리 백날 이야기해봐야 답이 나오겠어? 게임 좀 하는 애가 말해야지.” 그 말에 이혁주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럼 현우 형밖에 없네요. 한 번 물어보죠. 현우 형 생각은 어떤지. 아마 장담하는데 저랑 똑같은 생각일 겁니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쯤은 가볍게 상대한다는 것에 전 재산을 거실걸요?” 6. 무대나무 위. "빌어먹을!" 그 드넓은 곳에서 미다스가 진심 어린 짜증과 함께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2미터 신장을 가진 고리 원숭이의 머리통을 명중하며 통쾌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미다스에게 그 통쾌함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끼이! 끼에! 일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들이 그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사방에서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럭키와 골드, 잭팟의 도움을 바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들 역시 미다스와 다를 바 없는 상황, 모두가 예닐곱 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뒷걸음질 치며, 자신을 쫓아오는 고리 원숭이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내가 미쳤지.’ NPC히투로부터 받은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일단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상대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자고. 지금 상황이 바로 그 테스트 상황이었다. ‘나름 준비한다고 준비했는데…….' 물론 철두철미한 미다스가 테스트한답시고 그냥 대가리를 들이 박을 리는 없었다. 나름 충분히 머리를 굴릴 만큼 굴려서 시나리오를 짰고, 그에 맞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돌렸다. 심지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백 마리만 있는 무대나무를 찾기 위해 무려 20분 동안 수색을 했다. ‘예상보다 훨씬 힘들어.’ 그러나 막상 실전을 치렀을 때 미다스가 느끼는 부담감은 예상, 그 이상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머릿수였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도 1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 모두의 동선을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 슬슬 찰 때가 됐는데…….' [사안이 충전됐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기다리던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지팡이를 들며 소리쳤다. “사안!" 그 외침에 아르비아의 지팡이에 달린 뱀머리의 눈이 빛나며 미다스의 정면 덮쳤다. 끽! [고리 원숭이가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이어서 들린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정면에 있던 서른두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들이 그대로 석상이 되었다. 놀라운 광경. ‘젠장.’ 그러나 그 광경에 미다스는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사안 마법은 그에게 있어 위기 순간을 벗어날 때를 위한 비장의 한 수. ‘아직도 39마리나 남았어!’ 그러한 한 수를 39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쓴다는 것. 미다스가 생각하기에 전황이 매우 긴박하다는 증거였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사역마 아이스 스피어!” 그 절박함 속에서 미다스가 쉼 없이 마법 캐스팅을 외쳤다. 크-왕! 크르르! 그사이 럭키와 럭키의 그림자 분신이 석화 상태에 빠진 고리 원숭이를 공격했다. 꽈앙! 그러한 럭키의 몸은 쇳덩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금강불괴! 보기에는 멋진 광경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썩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금강불괴 스킬 사용 상태에서는 그것을 풀기 전까지는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는 법. 심지어 거대화 상태도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거대화 스킬을 쓸 경우 럭키는 너무나도 맞추기 쉬운 표적이 되어버린다는 것. 더욱이 고리 원숭이들이 가진 투척 스킬은 아이스월도 부술 만큼 그 위력이 상당했다. 금강불괴를 쓴 것 역시 럭키의 HP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공격력보단 생존 능력이 더 중요해.’ 만약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면 1백 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 럭키가 죽을지도 몰랐으니까. 그건 치명적인 일이었다. 럭키를 다시 깨우기 위해서는 신수의 생명이란 값비싼 아이템이 필요한 건 둘째 치고 플레이어와 같은 페널티를 감수해야 했으니까. 그마저도 럭키는 사정이 좋았다. “주인님!” 골드의 경우에는 만약 죽는다면, 다시 소환은 가능하되 아이스 나이트로 다시 소환하는 건 불가능했다. “제게 공격 명령을!” 골드에게 광전사와 거대화 스킬을 쓰지 않은 채 방패를 앞세운 안전지향적 전투를 치르라 명령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동안 탱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럭키와 골드가 탱커 역할을 벗어던지는 셈. 꾸-우! 이런 상황 속에서 잭팟 역시 무리할 수 없는 일. 잭팟은 공격에서 배제된 채 혹시 모를 위급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허공을 맴돌기만 했다. 화르르! 결과적으로 블레이즈 골렘들의 부담감이 커졌다. 앞서 말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탱킹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블레이즈 골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부담감은 미다스의 부담감으로 이어졌다. 블레이즈 골렘을 유지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의 마력이었으니까. ‘침착해.’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다스는 최대한 침착함을 고수하면서, 캐스팅이 끝난 마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했다. 파이어볼을 시작으로 하나하나씩. 행동은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그러나 정확하게 표적의 금빛 과녁을 향해서.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는 굳어버린 고리 원숭이 무리들, 그들 중에 밖으로 나와 있는 것들을 빠르게 제거했다. ‘얼마 안 남았다.’ 이후 석화 지속 시간이 끝날 때가 왔음을 직감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플레이 쇼크 웨이브!” 리플레이. 미다스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는 순간. [고리 원숭이의 석화 상태가 끝납니다.] 그 순간 석화 상태에서 풀린 고리 원숭이들이 동시에 함성을 내질렀다. 다시 시작된 치열한 전투! 탁! 그러한 전투 속에서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무대나무 위에 지진이 찾아왔다. 쇼크 웨이브가 고리 원숭이 무리를 덮쳤다. 그것도 블레이즈 골렘을 잡기 위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에!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이미 파이어 스텝의 효과로 HP가 감소되어 있던 고리 원숭이 19마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18마리.’ 이제 남은 건 18마리뿐. 그러나 미다스는 여유를 가지지 않은 채 소리쳤다. “골드, 광전사다!” 드디어 골드의 고삐를 풀어주었다. “럭키, 금강불괴 해체. 전광석화!” 왕! 럭키의 고삐도 마찬가지. “잭팟!" 꾸우! 이어서 맴돌기만 하던 잭팟이 미다스의 외침에 반응하며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향해 낙하를 시작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애로우.” 그리고 미다스도 다시 한 번 더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야말로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낸 전투.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100마리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1백 마리의 고리 원숭이 무리를 상대로 승리를 쟁탈하는 순간,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미다스가 해내는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 그러나 그 순간에 미다스는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어우.” 도리어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주저앉을 뿐. 그런 그의 귀에 알림이 들렸다. [버프 포션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돈 날아가는 소리만 들리네.’ 값비싼 도핑 포션이 끝나는 알림. [마력이 1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그 뒤를 이어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불만조차 씹지 않았다. ‘만약 마력 배분 잘못했으면…… 끔찍했겠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곱씹을 뿐. 헥헥! “주인님, 정말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꾸우! 그사이 미다스의 곁으로 럭키와 골드, 잭팟이 다가왔다. 그러한 그들의 온몸에는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적이 역력한 건 잭팟을 제외한 남은 둘의 HP상태였다. 럭키와 골드, 둘 모두 HP상태가 30퍼센트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미다스는 곧바로 인벤토리를 활성화한 후에 그 안에서 HP회복 포션을 꺼냈다. “골드야.” “감사합니다, 주인님.” 개중 하나는 골드에게 던져줬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꺼낸 후에 자신의 손바닥 위에 그것을 따랐다. “럭키야.” 헥헥! 이어진 부름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미다스의 손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그러한 럭키의 모습을 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상처뿐인 승리네.’ 승리를 했으나, 너무나도 소모값이 많은 승리. 당장 포션값만 해도 상식을 초월했다. ‘한 달 생활비가 날아갔어.’ 예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을 수준. ‘아니, 차라리 돈으로 해결되면 낫지.’ 그러나 미다스를 더 염려케 하는 건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는 실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만약 실수가 있었다면? 스킬 쿨타임 계산이 틀렸다면? 어그로 관리가 실패해서 공격이 집중됐다면? 도중에 마력 부족으로 블레이즈 골렘이 사라졌다면? 그로 인해 이 파티에서 이탈자가 생겼다면? ‘위험해.’ 돈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치명적인 사태가 터지는 셈. 무엇보다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건 고작 테스트 결과가 이 정도라는 사실이었다. “퀘스트창.”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그의 눈앞에 퀘스트 목록창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고, 미다스가 그중 가장 위에 있는 것을 터치했다. [히투의 물약]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64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우두머리가 있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처치하고, 우두머리의 피를 채취하자. - 퀘스트 보상 : 히투의 물약 !퀘스트 완료 시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진행 가능 그러자 보이는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 퀘스트, 지금 내 수준으로는 공략 못 해.’ 우두머리가 없는 그냥 일반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상대로도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는데 우두머리마저 있다? 우두머리의 강함 자체도 가늠이 불가능한 상황에, 만약 그 무리의 숫자가 1백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면? 그 아득함 앞에서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산 넘어 산.’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은 하나였다. ‘170, 아니 180레벨은 찍어야 견적이 나와.’ 레벨을 올려서 스펙업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 그 외에는 솔직히 그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떠오를 수가 없었다. ‘지금 내 수준에서 이 이상 스펙업은 불가능하니까.’ 미다스의 현재 수준은 이미 그의 레벨, 160레벨대에서 이룩할 수 있는 최고 수준. 그러한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탄식을 토했다. “아……." ‘180레벨 찍는데 며칠이나 걸리려나?’ 이미 앞서서 열흘 동안이나 라이브 방송을 하지 못해 광고를 한 번 놓친 상황에서, 그 이상의 시간을 하염없이 소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탄식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왕! 그러한 미다스를 격려하듯 럭키가 짧게 짖었다. 꾸우! 잭팟 역시 기운차리라는 듯이 소리를 냈다. 골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인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주인님의 창이자 방패가 되어 그 어떤 것도 뚫고, 막아낼 것입니다! 누구보다 길게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을 격려하는 그 말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무대나무 숲, 그 다음의 사냥터가 떠올랐다. ‘다음 사냥터는 200레벨 플레이어들의 세계, 개척자들의 땅.’ 개척자들의 땅. 지금까지 미다스가 지나온 곳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무대. 그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오히려 각오를 다졌다. ‘그래, 어차피 이제 솔로 플레이는 불가능해. 결국 개척자들의 땅에서는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 사실 특별한 각오는 아니었다. 개척자들의 땅에서 파티 플레이를 하는 건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 무대나무 숲의 경우에는 무대 위에서 싸운다! 라는 그 특수성 그리고 미다스가 가진 능력 덕분에 솔로 플레이가 가능했을 뿐이었다. ‘파티 플레이 떡밥이면 180레벨을 달성하는 동안 충분히 화제성을 품을 수 있어.’ 그렇게 파티 플레이란 선택지를 염두에 둔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안 하는 플레이어들하고도 같이 퀘스트 몬스터를 잡을 수 있으면…… 더 빨리도 가능하고.’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는 셋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럭키랑 잭팟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단 그게 나아. 애초에 이 게임 끝까지 혼자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럭키 그리고 잭팟, 그 둘을 보며 자신의 각오를 더 확고하게 다지던 미다스의 시선이 이내 골드를 향했다. ‘골드는 더더욱.......' "응?"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주인님, 저만 믿으십시오.” 오랜만에 골드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207화. < 66화.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 (3). > 7. ![일당백] !1백 마리 이상 무리와의 전투에서 7회 승리 시 충성도 3급으로 상승 !충성도 3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3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3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7회.’ 골드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 그 아래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그냥 파티 플레이 선언하고, 깔끔하게 끝내버리자.’ 괜히 혼자서 골드 진화를 시키려고 끙끙거리면서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파티 플레이를 해버리자고. 고민하고 자시고 할 문제도 아니었다. 이미 1백 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게 어떠한 일인지 제대로 체험한 상황. 그런데 이 짓을 7번이나 더 한다? ‘굳이 게임 어렵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 하라면 할 수는 있었다. 한 번 했으니, 두 번도 못할 건 없는 일. ‘어차피 파티 플레이는 결국 하게 될 텐데.’ 그러나 이미 미다스는 솔로 플레이 고집을 포기한 상황 아닌가? 그러한 각오를 내린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는 물론 적지 않은 포션값마저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지금 우리 상황은 골드의 새로운 스킬 하나로 어떻게 커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혹여 골드가 충성도가 오르고, 좋은 스킬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지금 상황을 바꿀 만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이러한 상황을 단숨에 바꿀 만한 스킬은 미다스가 아는 스킬 중에는 없었다. ‘좋아, 밖으로 나가서 누구랑 파티를 할지, 라이징 스타 채널과 논의를 해보자.’ 그렇게 다짐을 마치며 고개를 드는 미다스의 얼굴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제 내가 파티 플레이해도 다들 이해해줄 테니까.’ 8. “현우 형 생각은 어때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에 앞서서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무겁게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질문을 정리하면……." 그렇게 손으로 찌푸려지다 못해 찌그러지려는 제 얼굴을 간신히 편 정현우가 이혁주에게 되물었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가뿐하게 이기냐, 아니면 힘들게 이기냐?” “예. 형 생각은 어때요? 당연히 BJ대마도사가 1백 마리쯤은 가뿐히 쓸어버리겠죠?”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따위는 가볍게 쓸어버린다고 말해! 강요나 다름없을 만큼 사심 가득한 이혁주의 재촉에 정현우가 다시 한 번 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자기 표정을 관리할 수 없을 것 같은 탓이었다. ‘미치겠다.’ 그만큼 지금 정현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갑자기 이 지랄이 난 거지?’ 이 순간 정현우는 자신의 뭘 잘못했는지, 자신의 행보를 떠올려봤다. 그러나 그 행보에 특별할 건 없었다. 라이브 방송 이후 정현우가 한 것이라고는 빅스테이지 위의 도시, 파파투를 방문하면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이후 파파투에서 NPC히투를 만나고, 그의 하늘 가오리 위에서 퀘스트를 받은 후에 능력 확인을 위해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사냥한 것, 그게 전부였다. 물론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사냥이 특별한 일이라면 일이지만, 그건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일.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데 어째서 게임을 끝내고 나오니까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쉽게 쓸어버리느냐, 아니면 그냥 대충 쓸어버리느냐, 그것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는 걸까? “그나마 형이 이 캡슐방에서 가장 게임 좀 잘하니까, 형이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논쟁 앞에서 고뇌하던 정현우는 일단 이혁주의 쉼 없는 질문에 대답했다. “야, 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해도 1백 마리를 상대로 쓸어버리는 건 불가능하지.” 세상 그 누구보다 신뢰성 넘치는 대답. “불가능하다고요?”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초반에 고리 원숭이 50여 마리 상대로 전력으로 전투한 거 떠올려 봐. 잘 잡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숫자니까 잘 잡은 거야. 거기서 상대하는 고리 원숭이 숫자가 10마리만 늘어도 리스크가 달라져. 그런데 그 2배가 된다?” 그러한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이, 현우 형이 뭘 모르네. 당연히 거기서 BJ대마도사가 전력을 발휘했겠어요?” “뭐?” “그렇잖아요? BJ대마도사 정도라면 거기서 어마어마한 비장의 카드를 세 장 정도는 숨겼겠죠. 그리고 BJ대마도사가 이후에 혼자서 30마리 넘게 상대했잖아요?”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가슴 속으로 소리쳤다. ‘그건 그냥 쇼한 거지, 쇼!’ 그 가슴 속에서 메아리가 울리는 와중에 정현우의 귓속으로 주변 여론이 들렸다. “혁주 말 들어보면 가능할 거 같은데.” “맞아. BJ대마도사라면 뭔가 있겠지.” 대부분은 이혁주의 의견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그 사실에 힘을 얻은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따지듯 말했다. “형,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가 바보도 아니고 1백 마리 잡을 능력도 없는데 무대나무 숲에서 그냥 대가리를 들이 밀었겠어요?” “그야……." “BJ대마도사가 무대나무 숲에 고리 원숭이가 몇 마리 있는지 볼 수 있는 눈 같은 걸 가지고 있을 리도 없잖아요? 그럼 결국 1백 마리 넘는 무리와 마주할 것도 염두에 두었다는 건데, 이길 자신이 없는데 그렇게 자신 있게 오르는 게 말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이어진 이혁주의 주장에 정현우는 반박을 포기했다. ‘젠장.’ 사실 이혁주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이상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면 무대나무 숲에서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사냥을 했을 리 만무. ‘내 실수다.’ 솔직히 이건 정현우의 잘못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나올 경우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할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생길 지까지 염두에 뒀었어야 했다. 당연히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면 그에 맞게 퍼포먼스를 적당히 기획했었어야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성이 당장 시급한 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 중요한 건 정현우가 마주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파티플 한다고 선언하면…….' 이러한 논쟁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가 1백 마리 잡는 건 좀 힘들 것 같네요, 같은 소리를 하며 파티 모집을 하면 과연 시청자들, 대중의 반응은 어떠할까? 우리 BJ대마도사님, 힘드신데 당연히 파티 플레이하셔야죠! 우리 BJ대마도사 파이팅! 이라고 외칠까? 뭐야? 그렇게 나대더니 결국 파티 플레이한다고? 나의 BJ대마도사는 그렇지 않아! 라고 소리를 지를까? ‘아.’ 둘 중 하나가 아니더라도 분명 좋은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그 현실에 정현우가 고뇌하는 사이, 이혁주가 재차 말했다. “분명해요. 조만간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아니 2백 마리 잡는 걸 보여줄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현우는 생각했다. “야, 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그게 가능하겠어? 걔도 사람이야, 사람.” 일단 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건 막아보자고. 그러한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정색하며 말했다. “형, 지금 BJ대마도사 무시하는 거예요?” “으, 응?” “형! BJ대마도사는 보통 플레이어가 아니라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언제까지 솔플할 리는 없잖아? 당장 이번은 그렇다고 쳐도 다음 사냥터는 개척자의 땅인 데 파티 플레이 준비해야지. 내 예상으로는 아마 무대나무 숲에서 적당한 파티원들을 구해서 호흡을 맞춰볼……." “형, BJ대마도사는 평생 솔로로 하면 솔로로 플레이했지, 파티플레이 안 합니다. BJ대마도사 그런 플레이어입니다. 안 그래요?” 이어서 나온 이혁주의 말에 주변에 모인 손님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그건 맞지.”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죽으면 죽었지, 구차하게 파티는 안 할 플레이어이지.” “파티 플레이하는 순간 시청자들 다 도망갈걸?” “파티 플레이하는 순간 당장 내가 들어가서 악플 달 거야. 인생은 평생 솔로로 보내라고.” BJ대마도사를 향한 확고부동한 믿음! ‘아, 돌아버리겠다.......' 그러한 믿음에 정현우는 반박을 포기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어디 가요?” 그런 자신에게 날아오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했다. “……게임 하러.” 9. “씨발!” 미다스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지척에 있는 고리 원숭이의 머리통을 지팡이로 후려쳤다. 끼이! 고리 원숭이가 괴성을 지르고 옆으로 나가떨어지는 순간 미다스가 손바닥에 쥔 불덩이를 그대로 던졌다.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처참한 흔적 위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 럭키와 골드, 잭팟의 모습이 보였다. 화르르! 그리고 하나 남은 블레이즈 골렘의 모습과 그 옆에 이제는 파괴된 채 불덩어리로만 남은 블레이즈 골렘이 보였다. 그 광경을 본 미다스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 비웃음과 함께 미다스는 생각했다. ‘웃기지도 않네.’ 캡슐방을 비롯해 BJ대마도사를 향한 논쟁 그리고 그 논쟁으로 인해 생긴 여론을. 그 여론 속에서 미다스는 차마 라이징 스타 채널에 파티 플레이를 할 테니 세팅해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미다스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쪼랩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렇게 사서 하게 될 줄이야. 젠장!’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할 수 있을 만큼은 해보자고. ‘일단 골드부터 진화하고.’ 그 첫 번째는 골드의 진화였다. 물론 기대는 크지 않았다. 미다스가 처한 문제는 그저 골드의 새로운 스킬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앞서 말한 그대로, 할 수 있을 만큼 해볼 생각이었다. 그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나름 있었다. ‘이렇게 된 거 골드 템 세팅도 바꿔주자. 레전더리 템으로 도배를 시켜보자고.’ 골드의 스펙업이 있었다. ‘내 스펙업도 해볼 만큼 해보고.’ 그리고 미다스도 나름 올라갈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투자 대비 효율이 지독할 정도로 적을 뿐.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두드리던 미다스가 다시 전장에 집중했다. 남은 고리 원숭이는 23마리. 더불어 이번이 네 번째였다. 그래서일까? ‘그래도 이 짓을 네 번이나 해보니까 나름 뭔가 감이 잡히긴 잡히네.’ 아수라장과도 같은 전장, 블레이즈 골렘 중 한 마리가 소멸할 만큼 치열한 전투였음에도 미다스는 예전과 달리 조금이나마 여유라는 놈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쪽에 부족한 건 두 가지다.’ 그 여유 속에서 미다스는 자신의 조합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힐러.’ 가장 부족한 건 다름 아니라 힐러.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라는 막강한 전력을 최전선에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못한 건 그들의 전력 이탈이란 리스크 때문이었으니까. 만약 힐러가 있다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좀 더 적극적인 공격이 가능할 터. ‘그리고 퓨어 딜러.’ 그와 동시에 부족한 건 다름 아니라 오로지 데미지 딜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딜러였다. 본래는 미다스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는 미다스 본인도 어그로를 관리하는 탱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둘 다 불가능하지만.’ 힐러의 경우에는 플레이어를 새로이 영입하면 모를까, 지금 솔로 플레이 체제에서는 어떻게 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대마도사가 배울 수 있는 스킬 중에 힐링 마법이 있었지만, 이건 대상과 접촉해야 쓸 수 있는 스킬, 그냥 포션을 먹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퓨어 딜러도 마찬가지였다. 파티 플레이를 해서 수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져야 해결될 문제였지, 지금 상황에서 스킬이나 아이템 따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미다스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을 한도 끝도 없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템 능력 추출 시스템처럼 뭔가 나온다면 모를까.’ 그런 식이면 이미 그는 붉은산에서 이미 파티 플레이를 시작해야 했을 테니까. 그렇게 거듭된 전투 속에서 미다스는 점차 바꾸었다. ‘뭐,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어차피 BJ대마도사 이름 걸고는 모 아니면 도,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 자신이 오를 수 있는 한계를 좀 더 높은 곳으로. 10.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골드를 바라봤다. 그러자 알림이 다시 들렸다. [가디언이 1백 마리 이상 무리와의 전투에서 7회 승리했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3급이 되었습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드야!” “예, 주인님!” 그 부름에 골드가 흠집투성이인 갑옷을 입은 채 미다스를 향해 다가왔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사이 들리는 알림 뒤로 골드가 미다스 앞에 섰고, 그 둘 사이에 20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주인님께서 주인님을 위해 불사를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해주십시오!” 그 순간 골드가 전에 들어본 적 없었던 말을 했다. 그 말에 카드의 색깔을 확인하려던 미다스가 시선을 골드 쪽으로 돌린 후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새로운 힘을 선택해야지.” 말을 하면서도 미다스는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다스는 지금 충분히 만족한 상황이었다. ‘포션값이 장난 아니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네.’ 일곱 번의 전투를 어쨌거나 승리했다는 것. ‘진짜 하면 되는구나.’ 그것만으로도 이미 미다스의 가슴 속에는 자신감이란 단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일. 동시에 미다스는 제 스스로가 정해놓은 선이 넘을 수 있는 선이었음을 자각했다. “역시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이지.” 이제는 이 상황을 즐기는 여유마저 드러낼 정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굳이 골드의 스킬이 대단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미 경험이란 크나큰 자산을 얻었기에. “자, 그럼……." 그렇게 미다스가 20장의 카드를 봤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미다스의 눈길을 끈 건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2장이었다. ‘레전더리 2개.’ 황금빛 전설. ‘하나는…… 오!’ 그중 하나를 확인한 미다스가 속으로 짧게 탄성을 토해냈다. ‘아머 브레이킹!’ 그 황금빛 전설 스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머 브레이킹. 현재 골드가 착용 중인 블랙 클레이모어의 아이템 옵션이기도 한 스킬이었다. ‘이거 대박인데?’ 효용 가치는 당연히 좋았다. 당장은 블랙 클레이모어 옵션과 중첩되겠지만, 블랙 클레이모어를 평생 쓸 일은 없지 않은가? 나중에 다른 아이템을 낄 때를 염두에 둔다면 이 스킬을 지금 습득해두는 게 현명한 일.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다른 황금빛 카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물론 이 순간 미다스는 결정을 마친 상황이었다. ‘아머 브레이킹이 베스트겠지.’ 아머 브레이킹보다 더 나은 스킬은 없으리라고. ‘응?’ 그러한 미다스의 생각은 두 번째 황금빛 스킬 카드를 보는 순간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소형화]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육체를 보다 작게 만든다. ‘소형화? 이게 뭐야?’ 미다스, 그조차도 처음 보는 스킬이 등장했으니까. 208화. < 67화. 강매 (1). > 1. 소형화. 그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뜬 의문은 하나였다. ‘얼마까지 작아질 수 있지?’ 과연 이 스킬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 ‘작아져도 스펙이 유지되나?’ 과연 작아졌을 때 능력치를 비롯한 것들이 어떻게 적용이 될지.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이 소형화 스킬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보고 있었다. ‘제대로만 되면 이만한 게 없다.’ 실제로 미다스가 원하는 수준만큼의 소형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스펙이 유지된다면 이 소형화 스킬은 지금까지 치른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다. 상상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 골드의 신장이 1미터 이하가 되는 장면을 상상하면 바로 장면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작아진 골드가 고리 원숭이 사이를 제멋대로 움직이며 전장을 휩쓰는 것을. 무엇보다 피격 범위가 줄어드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전투, 과감한 전투도 가능했다. ‘하지만 제대로 안 되면…….' 문제는 이 스킬이 기대 이하일 경우. 그 경우를 떠올리던 미다스의 시선이 옆에 있는 다른 황금빛 카드, 아머 브레이킹 스킬을 향했다. ‘손해가 막심하겠지.’ 아머 브레이킹이란 강력한 스킬을 대신해 얻은 게 기대 이하라면, 속이 2배는 더 쓰릴 터. 물론 이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깊은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소형화 스킬의 효과나 특징을 모르는 미다스에게 소형화 스킬이 어떻게 될 것이니, 그런 고민은 무의미했다. ‘지를까, 말까.’ 그저 아머 브레이킹을 포기하고 대신 도박을 할 수 있을 만한 각오가 있는가, 없는가? 그것만이 중요할 뿐. ‘안전하게 간다면 아머 브레이킹이 정답.’ 그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 너부러진 고리 원숭이들의 사체들을 확인했다. 자신이 리스크를 감수했기에 마주할 수 있었던 결과물들, 그것을 본 미다스가 각오를 마쳤다. ‘하지만 안전하게만 가면 이 기회도 못 얻었지.’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손을 뻗어 스킬을 선택했다. [소형화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선택이 끝나는 순간. “좋아, 골드야!” “예, 주인님." “스킬 사용 좀 해보자!” 그리고 이제 검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 “형." “어?” 캡슐에서 나오는 정현우를 바로 반기는 이혁주, 그 성실한 모습에 놀라는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마저 말을 뱉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상대로 학살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저번에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시금 재촉하는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대답했다. “말했잖아, 안 된다니까.” “형, BJ대마도사는 차원이 다르다고요!” “에이, 진짜! 그래, 할 수 있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상대로 아주 학살을 할 수 있다! 이제 됐냐?”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화장실로 향하는 정현우, 이내 화장실에 들어와 변기 한 칸을 차지하고 앉은 정현우가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우.” 그렇게 손길이 닿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두근두근! 원인은 쉴 새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 탓. ‘혁주 말처럼…… 1백 마리 넘는 애들 고리 원숭이를 쉽게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 심장을 두근거리는 건 조금 전 전투 때문이었다. 새로이 얻은 골드의 소형화 스킬! ‘기대 이상이다.’ 그 스킬의 효과는 미다스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제대로 템세팅만 더 해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무엇보다 정현우를 기대케 하는 건, 예전과는 달리 골드에 투자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전투력의 향상이 더 커졌다는 것이었다. 10을 투자해도 1밖에 얻지 못했던 게, 도리어 10을 주면 15정도를 얻을 수 있는 느낌.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툭툭! 그리고 이내 자신이 모은 돈의 총액을 확인한 정현우가 스마트폰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젠장, 저번에 너무 질렀어.’ 부족한 잔고, 그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거듭 머리를 두드리던 정현우가 고민을 시작했다. 지를까, 말까 그런 고민은 아니었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됐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지금은 질러야 할 때였다. ‘돈을 어떻게 구하지?’ 고민하는 것은 아이템 구매를 위한 돈을 당장 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이 순간 정현우가 가진 것들 중에 당장 목돈으로 바꿀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아볼까?’ 이제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정보를 판매 목록 위에 올려놓을 때. ‘더 아끼다 똥 될 바에는 지금 팔아치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스마트폰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 후 스마트폰을 들고 메일을 보냈다. 3. “예정에 없습니다. 예, 일단 현재는 예정된 것이 없습니다.” 통화를 마친 박영준이 그대로 스마트폰을 끄는 순간 곧바로 새로운 전화가 왔다. 내용은 다를 게 없었다. “예." 상대방의 요청에 박영준이 예예, 몇 번을 한 후에 나온 대답은 앞선 대답과 같았으니까. “현재는 예정에 없습니다.” 그 통화를 끝내고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박영준. 다행히도 스마트폰은 얌전했다. “어휴, 다들 바쁘네, 바빠.” 이제야 비로소 박영준이 숨 돌린 틈이 생기는 순간. “사장님.” 그와 동시에 부하 직원이 박영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왜?” “그냥 수신 거부하시는 게 낫지 않으시나요?” 가장 먼저 나온 그 질문에 다른 부하 직원들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왜 수신 거부를 안 해서 고생을 자처하시느냐? 라는 의문을 던졌다. “어차피 똑같이 거절하는 건데, 양해 구한 후에 꺼두면 하루종일 폰 잡고 계신 필요가 없으실 텐데……."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박영준은 거듭 오는 전화 때문에 자기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중이었다. 당장 이런 식으로 부하 직원이 질문을 할 시간마저 간신히 나올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더욱이 부하 질문의 말처럼 결국 이 통화를 하면서 나온 결과는 언제나 똑같은 결과, 거절이었다. 대화를 할 필요성이 더더욱 없는 셈.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가 넘어가는 기업들 상대로 수신 거부하기는 좀 그렇잖아?” “아……." 반박할 수 없는 대답. 한편으로는 놀라운 대답이었다. ‘100억 달러라니?’ 시가총액 100억 달러짜리 기업이라면 흔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기업들, 그런 기업들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는 건 당연한일. ‘그 정도 사이즈의 기업들이 저렇게 매달린다고?’ 달리 말하면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을 향해 거듭, 열성적으로 구애를 한다는 의미 아닌가? “대단하네요.” “뭔가 굉장한 일 같네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위치가 새삼스러워지는 대목. ‘뭐, 그런 대단한 건 아닌데.’ 물론 박영준이 보기에 자신이 지금껏 한 통화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홍보팀 담당자들이 위에서 까라고 하니까 까는 것뿐인데, 뭐가 대단하겠어?’ 사장님이 요즘 BJ대마도사란 애가 잘 나가는 게, 광고 한 번 따내 봐. 요즘 그거 따내려고 다들 열심히던데? 응? 힘들어? 라고 말했는데 홍보팀 직원이 열심히 전화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사실 박영준 입장에서는 부하 직원이 앞선 한 질문처럼 수신 거부를 해도 무방했다. ‘소문 좀 뿌리는 거 아니었음 상대할 이유도 없지.’ 그럼에도 받아주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것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당장 박영준은 통화를 하면서 현재는, 이라는 표현을 거듭 그리고 분명하게 붙였다. 당연히 홍보팀 관계자들의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이 광고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물론 홍보팀 단위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그냥 이 바닥에 흔히 도는 소문일 따름이었다. ‘슬슬 몸이 달아오를 텐데.’ 그러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에 직접 앉았던 이들 입장에서는 애가 탈 만한 소문. 그렇게 달아오른 이들은 분명 생각할 것이다. ‘과연 누가 가장 먼저 크게 베팅하려나?’ 좀 더 과하게 베팅을 하더라도 일단 자신이 먼저 BJ대마도사와 거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우웅! 그때 박영준이 쥔 폰이 다시 울렸고,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사이 번호를 확인한 박영준이 이내 웃으며 말했다. “바쁘네, 바빠.” 그러더니 이내 자신을 보는 부하 직원들을 향해 말해다. “어떻게 된 게 나만 바쁜 거 같네. 응?” 사장이 이렇게 바쁘게 일하는데 지금 왜 날 쳐다보고 있니? 그러한 의중 가득한 말에 부하 직원들이 하나둘 박영준으로부터 시선을 돌린 후에 제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사라진 후에야 박영준이 통화 수신 버튼을 터치했다. “예,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 내 소개가 필요하면 기분이 조금 섭섭할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발신자는 다름 아닌 아즈모. 그 누구보다 거대한 거물. “워낙 광고 관련해서 질문을 많이 받아서요. 지금 통화 받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러한 거물을 상대로 박영준은 여유 가득한 모습을 가진 채 대화를 이어갔다. ‘또 광고 의뢰 통화하시는 모양이네.’ ‘바쁘시네, 바쁘셔.’ 당연히 부하 직원들은 그 통화 상대가 아즈모란 사실을 꿈에도 상상 못했다. - 그럼 시간을 오래 빼앗을 수 없지. 짧게 본론만 말하겠어. 아즈모 역시 대략 상황을 파악한 듯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 탐험가 길드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을 시작했어. 본격적으로 팀을 구축해서. 그리고 나온 이야기에 박영준은 슬쩍 주변을 곁눈질로 살핀 다음에 말했다. “놀라운 소식이네요.” - 반응을 보니 그다지 놀란 것 같진 않군. 역시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박영준은 이어진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죠. 아시잖습니까?” 두루뭉술하게. - 그렇겠지. 이제 본론은 끝나고, 이야기 하나를 더 하고 싶은데 광고 단가는 어떻게 돼? “현재는 예정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화를 마친 박영준이 스마트폰을 그대로 끄며, 수신 거부를 설정했다. “바빠 죽겠네.” 그 후 짧은 푸념과 함께 박영준이 주변의 낌새를 확인했다. 아무도 자신을 향해 관심을 보내지 않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툭툭,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박영준이 그 단어를 BJ대마도사로부터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황을 보면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탐험가 길드가 발견했다면…… 골치 아프겠군.’ 그리고 그것의 시작점을 탐험가 길드가 발견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가늠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탐험가 길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강력한 영향력 그리고 능력과 노하우를 가진 곳이었으니까. 물론 이 대목에서 박영준은 확신했다. ‘아즈모가 알 정도면 BJ대마도사도 알 거야.’ 분명 BJ대마도사 역시 이 사실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법을 준비한다는 것을. ‘어떤 대처법을 가지고 올까? 내가 생각하기엔…… 일단 무시보다는 맞불이 좋은데 말이야.’ 그러한 고민을 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오며 말했다. “저기 BJ대마도사 쪽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소곤소곤, 그 작은 목소리는 증거였다. 최소한 라이브 방송 일정이 잡혔다, 같은 간단한 내용이 아니라는 증거. “내가 확인해볼게.” 때문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제 앞에 있는 PC의 키보드를 두드렸다. '역시.' 그 메일 내용을 보는 순간 박영준이 참지 못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고 싶습니다.] 그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박영준이 이메일을 삭제하면서 이내 고민을 시작했다. ‘팔고 싶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돈 때문에 이런 제안이 나온 건 결코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 ‘훼방 놓으라는 거야.’ 그럼에도 팔라는 건 탐험가 길드 혹은 그 외의 이들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방해하라는 의미. 그리고 그 방법을 박영준에게 위임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냥 뿌려버릴까?’ 그렇다면 BJ대마도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퀘스트 진행 속도는 매우 느려질 터. ‘아니면 더 확실한 경쟁자에게 넘길까?’ 혹은 맞불이 될 만한 이에게 넘겨서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잠깐.’ 그 부분에서 박영준이 무언가를 떠올린 후에 곧바로 굳은 표정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이거 잘하면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할지도 몰라.’ 4. ‘응? 벌써?’ 라이징 스타 채널에 메일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착한 이메일에 정현우가 놀란 표정으로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보상은 아이템으로도 괜찮으십니까?] 짤막한 내용. ‘맙소사.’ 그러나 정현우 입장에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진짜 날 챙겨주시려고.......' 돈이 아니라 아이템을 받아준다는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이용해 얻는 모든 수익을 BJ대마도사에게 주겠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사실에 잠시 동안 감격에 빠져 있던 정현우가 이내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정현우는 숨기지 않았다. ‘괜히 어설픈 것보다 자세하게 설명해드리자.’ 이렇게 된 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걸 보다 정확하게 말해주기로. ‘근접 딜러 무기, 장검 쪽보다는 단검 계열. 공격력보다는 특수 옵션이 있는 아이템을 원합니다.’ 그렇게 원하는 바를 적은 이메일을 정현우가 바로 보냈다. 5. 띵! 메일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박영준이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바로 내 의도를 눈치 채셨군.’ BJ대마도사가 보낸 내용, 그 내용에 맞는 아이템은 박영준이 보기에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파투의 단검.’ 파투의 단검. 찔린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그 순간 감소케 만드는 강력한 디버프 아이템! 그 압도적인 효용 가치 때문에 시장에 나온 적 없는 물건이었으며 소유자들도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탐험가 길드가 하나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소수 중에 탐험가 길드가 있었다. 그게 미소를 짓는 이유였다.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푼다면 가장 골치 아파지는 건 누가 봐도 탐험가 길드. 그렇다면 과연 탐험가 길드는 이 정보가 퍼지지 않는데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 거기서 박영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자, 그럼 한 번 찔러볼까?’ 얼마를 부를 수 있는지는 직접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 209화. < 67화. 강매 (2). > 6. 종종 있다. 별거 아닌 이유로 시작된 일이 이상하게 쉽게 꺼지지 않고 크게 번지는 경우. - BJ대마도사라면 가능하다니까! ㄴ BJ대마도사 빠들 못 말리겠네. 그게 말이 됨? 이번 BJ대마도사를 두고 이루어진 논쟁 역시 그러했다. 솔직히 대단한 내용도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직접 논쟁을 유발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를 가십거리로 둔 이들이 서로 이야기하다 시작된 논쟁. 보통 때라면 적당히 달아오르다가,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을 건수였다. 그러나 그 건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타오르는 불길은 없는 법, 그 건수에 기름을 끼얹은 이들이 있었다. - 허리케인맨도 잡는 건 몰라도 압살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했어. ㄴ 응, 파이어맨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어. ㄴ 허리케인맨이 레벨 더 높거든? ㄴ 네다음 길드빨 빼면 시체이신 분. 갓워즈를 대표하는 유명 플레이어들, 개중에서도 유명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그 논쟁에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논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기름이 아니라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가 등장했다. - 제 의견 말입니까? BJ대마도사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마도사 멀린. 갓워즈의 마법사들 중 최고라 불리는 그가 그 논쟁에 참가했다. 물론 본격적으로 논쟁에 참가한 건 아니었다. -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누구도 하지 못한 걸 해냈죠. 무엇보다 개척자들의 땅부터는 더 이상 그의 솔로 플레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더더욱 보고 싶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이미 세계 최고가 된 스포츠 스타가 막 치고 올라오는 신인을 향해 베테랑으로서 기대 어린 말을 내뱉는 것, 덕담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허나, 그것을 뱉은 이가 멀린이란 사실은 관심조차 없는 이들이 달라붙게 했다. 사실, 달라붙는 정도가 아니었다. - 맙소사, 멀린이 저렇게 말했다고? - 저 정도까지 평가해줬는데, 당연히 해내겠지! -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다! 이제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는 해봐야 하는 상황. “괜한 짓을 하신 것 같네요.” “괜한 짓이라니, 분위기 좋잖아?” 당연한 말이지만 멀린이 그런 발언을 한 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자존심 하나로 지금까지 솔로 플레이 해온 놈이 이런 분위기에서 파티 플레임을 할 수 있을 리 없는 분위기잖아?”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아도 무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시도. “할 수 있어도 굳이 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무엇보다 멀린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BJ대마도사에게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개척자의 땅에서는 파티 멤버를 구해야 할 테니까. 아니, 이미 구해뒀겠지만.” 결국 솔로 플레임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그런 이유로 멀린은 그 부분에 대한 깊은 관심도 없었다. “뭐, 우리가 신경 쓸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애초에 엠마와 자리를 가진 것도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쪽은 어떻게 됐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건 드디어 단서를 잡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탐험가 길드가 파악 중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쉽지 않다, 난이도가?” “전체적으로요. 당장 시작의 마을에서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요. 현재까지 발견한 건 고작해야 3곳 뿐이에요.” “3곳? 탐험가 길드가 우리와 접촉하기 전부터 조사했다고 하지 않았었나? 혹시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숨기고 있더라도 많은 건 아니죠.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을 아직 찾지도 못했다는 거예요. 누구인지도 모르겠고요.” 이어진 엠마의 이야기에 멀린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발견만 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될 것 같았던 같았는데, 막상 그게 아니라는 것. “경쟁자가 붙기 전에 빨리 준비해야겠어.” 더욱이 언제까지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시간 낭비는 그 무엇보다 피해야 할 일. 그때였다. 대화를 나누던 엠마가 멀린이 아닌 제 스마트폰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것을 확인한 멀린이 말했다. “표정이 그렇게 드러나는 걸 보니 안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네. 아주 안 좋은 일이.” 그 물음에 엠마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탐험가 길드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스타팅 정보를 사고 싶은 생각 없냐고요.” 현재 시작점을 발견한 탐험가 길드에 그 시작점 정보를 판다는 것.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쉽게 진행하고 싶다면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라는 거로군.” 그건 사실상 강매였다. “조건은?” “파투의 단검이요.” “파투의 단검이 나쁜 아이템은 아니지만…… 당장 BJ대마도사에게 시급한 아이템은 아니지.” 이어진 조건을 들었을 때 멀린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자신들의 금고 속에 있는 아이템을 콕 집어서, 그것도 딱히 본인에게 크게 효용 가치가 있는 물건도 아닌 것을 골라서 요구한다면 그 의도는 뻔할 수밖에. 이 대목에서 엠마와 멀린의 생각은 하나였다. “거래는 해야겠지. 아니, 거래라기보다는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는 거지만.” 여기서 거절을 했을 경우, 그 정보가 다른 이에게 넘어갔을 경우 상황이 너무 힘들어질 터. 특히 퀘스트 난이도를 확인한 상황 아닌가? 강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거래를 하고,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보통 경우라면 엠마는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신뢰하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았겠지. 우리가 발견한 후에 행동에 나서는 건…… 본인도 이 이상 경쟁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야. 그 증거로 아즈모 쪽도 이제까지 이렇다 할 행보가 없었어.’ 그럼에도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이 모든 것의 끝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게임의 끝이 뭔지를 아는데, 경쟁자를 늘린다는 선택지를 할 리가 없으니까.’ 멀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줘버리자고. 이런 제안을 한다는 건 저쪽도 정보를 퍼뜨리는 짓은 하기 싫어한다는 의미. 괜히 여기서 판을 엎을 필요는 없잖아?” 그 말. “파투의 단검을 준다고 해서 BJ대마도사의 전력이 크게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어진 그 말에 엠마가 결론을 내렸다. “하죠.” 7.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남은 건 10마리.’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건 한 곳에 모여 있는 10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이었다. 끼이! 끼이! 저마다 한 덩치를 자랑하는 고리 원숭이들의 입에서는 분노로 가득한 소리가 뿜어졌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광경이었다. 쿵! 그러나 그 분노로 가득 찬 고리 원숭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넘어지는 모습은 일방적이지 못한 광경이었다. 몬스터가 서로 부딪쳐서 충돌하는 것은 혼란 같은 디버프 마법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혼란 마법은 200레벨 이후에나 습득 가능한 마법이었다. 즉,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만드는 건 마법이 아니었다. “네놈들,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원인은 다름 아닌 골드! 끼이! 70센티미터, 작디작은 모습이 된 골드가 고리 원숭이들의 발치 아래를 휘저으며 고리 원숭이들을 좌충우돌케 했다. ‘기대 이상이다.’ 미다스가 골드의 소형화 스킬을 보고 자신감을 가진 이유가 바로 저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상대하는 몬스터가 커질수록 더 효과가 크다.’ 작고 날랜 개는 도구 없이는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쉬이 잡을 수 없는 법. 혹여 가까이 오더라도 발치 아래, 심지어 가랑이 사이마저 지나가는 것을 잡을 도리는 없었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퍼억!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더 대단한 것은 작아진 상태에서도 골드의 공격력과 움직임이 스킬 사용 전에 비해서 80퍼센트 정도 나온다는 것이었다. 스펙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얻는 메리트에 비하면 손해도 아니었다. ‘어그로와 딜링, 동시에 가능하다.’ 그 덕분에 골드는 현재 다수의 어그로를 끌면서도 데미지 딜링은 더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걸로 90마리까지는 능숙하게 클리어.’ 90마리의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 이제는 무리 없이, 일방적인 전투를 치를 수 있는 비결이었다. ‘블랙 클레이모어보다 더 가벼운 무기가 필요하지만.’ 딱 하나, 미다스가 보기에 지금 골드의 문제점은 블랙 클레이모어라는 무기였다. 블랙 클레이모어가 나쁜 무기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소형화를 통해 작아진 골드의 최대 강점은 치고 빠지기에 능숙하다는 점이었고, 그 부분을 고려했을 때 블랙 클레이모어보다는 좀 더 작은 무기가 나았다. 실제로 검 역시 소형화가 되면서 작아졌으나, 골드의 행보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단검 같은 것.’ 데미지는 줄어들더라도, 기동력을 더 살릴 수 있는 단검이 더 유용할 터. ‘쓸만한 게 없지만.’ 물론 미다스가 염두에 둔 단검 무기류 중에는 그렇게 유용한 것이 존재치 않았다. ‘뭐, 주면 감사히 써야지.’ 선택권 역시 없었다. 미다스는 그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좋은 걸 구해다 주면 감사히 받아 쓰면 될 뿐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는 사이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이제 한 단계 더 오를 때가 됐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이것으로 부응은 할 수 있겠네.’ 그러한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마법 하나가 떠올랐다. ‘가고일 소환.’ 170레벨 레전드리 등급 스킬, 가고일 소환! 럭키의 사생결단과 같이 일반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어 자신을 공격케 하는 마법으로, 시간벌이에는 최고라고 평가를 받는 스킬이었다. 미다스의 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스킬. ‘보상 카드에서 나오지 않아도, 구매하면 돼.’ 당연한 말이지만 얼마가 들든 간에 확보해야 할 스킬이었고, 때문에 미다스는 오히려 고민이 적었다. ‘까짓 것 남은 돈 탈탈 털면…….' 물론 고민이 적을 뿐, 속이 쓰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왕! 그렇게 기도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위엄이 넘침에도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 “주인님!” 그리고 이제 작디작은 모습으로 예전에 가지지 못한 귀여움을 가지게 된 골드도 다가왔다. 꾸우! 마지막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잭팟마저 다가왔을 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이내 대답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것을 바로 보지 않았다. 꾹, 두 눈을 감은 채 기도했다. ‘제발, 제발 그냥 나와주세요.’ 그 기도를 마친 미다스가 눈을 뜨는 순간 황금빛이 그를 반겼다. 그리고 그 황금빛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뜨며 소리쳤다. “나왔다!” 가고일 소환! 자신이 바라던 것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쓰러진 고리 원숭이 무리를 바라본 후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다, 됐어. 이제 1백 마리쯤은 껌이야, 껌! 아주 그냥 잘근잘근 씹어 버리자고!” 이제야 비로소 넘치는 자신감. 그 자신감 속에서 미다스가 골드를 보며 말했다. “길게 갈 것도 없지. 당장 사장님이 템 구해다주는 순간 1백 마리 압살 라이브 방송이다!” 당연히 미다스는 기대했다. “과연 사장님이 어떤 아이템을 구해다주실지 기대되네.” 8. “파투의 단검 확인했습니다.” 말을 뱉은 채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투의 단검이라니, 이런 물건이 이렇게 쉽게 온다고?’ 파투의 단검이라면 애초에 G베이에 올라오지조차 않는 아이템! 때문에 부하 직원은 그 아이템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박영준의 말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 “좋아, 확인했고.” 물론 박영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 정보로 이걸 받는 건 좀 아깝긴 하네.’ 파투의 단검이 대단한 아이템이긴 하나, 이번에 거래 품목은 다름 아니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는 정보! “그럼 보내.” “보내요?” “BJ대마도사한테 보내야지.” “아…… 그런데 이게 BJ대마도사한테 쓸모 있을까요?” 무엇보다 BJ대마도사의 전투 방식에 그렇게까지 효용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나쁜 아이템은 아니지만, 보스전 빼면 쓸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렇긴 하지. 찔러야 의미가 있으니까.” 파투의 단검은 벤 대상에게 저주를 거는 것! 하지만 수십, 1백이 넘는 몬스터를 상대로 일일이 찌르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도 뭐 보스 쉽게 잡을 수 있는데, 마다할 건 없지.” 물론 그걸 고려하더라도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상징성이 더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이 아이템의 의미는 BJ대마도사의 협박에 상대방이 굴복했다는 것이었다. BJ대마도사의 대척점에 있는 존재가 기꺼이 BJ대마도사가 제안한 룰에서 게임을 하겠다는 증거. BJ대마도사가 강제로 상대방을 자신이 만든 판에 앉힌 셈이었다. ‘또 한 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BJ대마도사를 대신해 판에 앉은 박영준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다. “그럼 빨리 보내.” “바로 보냈습니다.” 이어진 부하 직원의 말 그리고 이내 모니터에 뜬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기뻐하겠군.’ 210화. < 67화. 강매 (3). > 9. 논쟁이 거듭되면 어느 순간 타협 지점이 생기는 법. BJ대마도사에 대한 논쟁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밑도 끝도 없던 논쟁은 한 가지 결론에서 타협했다. - 그래, BJ대마도사빠들 말대로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 오냐, BJ대마도사님이 하는 거 보고 반성문 쓸 준비나 해! BJ대마도사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은 이제 하나로 뭉쳐졌다. - 대체 어떻게 하려나? 일반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그런 이야기를 언제나 무색하게 만들었던 BJ대마도사가 과연 어떤 식으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까? 그 의문에 저마다의 의견을 건넸다. - 새로운 레전더리 템을 가져오겠지? 아이템으로 그것을 커버한다는 의견부터. - 스킬 도움을 받겠지. 아이템으로는 한계가 있잖아? 스킬로 커버하는 이야기까지. “제가 듣기로는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배웠다네요. 운석으로 무대나무랑 함께 고리 원숭이를 박살낼 예정이래요!" 심지어 듣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강력한 마법을 언급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에이, 그게 말이 되냐?” “200레벨도 안 된 플레이어가 메테오라니, 그런 마법은 등장한 적도 없다고.” 듣는 이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미칠 이야기였다. “아니, 그럴 수도 있죠! BJ대마도사잖아요! 현우 형, 형 생각도 저랑 같죠?” 그러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정현우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쓰는 단어에는 날이 섰지만, 막상 그 말을 내뱉는 목소리에는 날카로움은 한 점도 없었다. “뭐,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결과는 나올 거 같네.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물러설 일은 없을 테니까.” 그 증거로 예전과 다르게 이혁주의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봐요! BJ대마도사 대가리를 박살을 내고 싶어 할 정도로 증오하시던 현우 형도 인정하잖아요! 가능하다니까요!" 넘치는 탓이었다. ‘아무렴, 가능하지.’ 여유가 넘치는 탓. ‘준비는 물론 실전 테스트도 끝났다.’ 그것도 그냥 여유가 아니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 그 상황 위로 흘러나오는 여유였다. '1백 마리쯤은 압도할 수 있다.’ 미다스는 지금 당장에라도 1백 마리를 상대하는 라이브 방송을 찍으라면 찍을 수 있었다. ‘템만 도착해라.’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준 아이템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 띵! 그러한 정현우에게 기다리던 것이 도착했다. ‘왔다!’ 정현우가 곧바로 자리에서 앉은 채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G베이에 접속했고, 이내 내용을 확인했다. “후후.” 그 순간 옅게 미소를 머금은 정현우가 이내 스마트폰을 끈 후 주머니에 넣었다. “후후후.”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정현우는 생각했다. ‘아직 꿈을 꾸는 모양이네.’ 지금 이 순간이 꿈일 거라고. 10. [파투의 단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65레벨 이상 - 파파투의 관리자, 파투가 숨겨둔 단검이다. 강력한 저주의 힘을 품고 있다. 저주에 걸린 대상은 죽을 때까지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공격력 : 200 - 근력 +100 - 체력 +100 - 지력 +100 - 마력 +100 - 공격 시 ‘파투의 저주’ 발동 !파투의 저주 효과 !모든 능력치 20퍼센트 감소 !모든 방어력 20퍼센트 감소 !모든 속성 저항력 20퍼센트 감소 !이동 속도 20퍼센트 감소 !공격 속도 20퍼센트 감소 파투의 단검. 그 기나긴 아이템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말했다. “럭키야.” 왕! “내 뺨 좀 때려볼래?” 왕? 주인의 갑작스러운 취향 고백에 럭키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가볍게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골드가 소리쳤다. “흥! 역시 충성심이 부족하군! 주인님! 제가 하겠습니다! 꼭 시켜주십시오!” 울부짖듯 충성심을 토해내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어?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잭팟이 움직였다. 꾸우!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잭팟이 제 부리로 미다스의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야!” 꾸우! 그 갑작스러운 잭팟의 공격에 미다스가 제 머리 위로 손을 휙휙 흔들며 잭팟을 내쫓았다. 이후 다시 고개를 돌려 제 손에 든 단검을 확인한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꿈이 아니다.’ 이제야 비로소 눈앞의 것이 현실임이 느껴지는 순간. ‘맙소사.’ 그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그럴 만한 일이었다. ‘파투의 단검이라니?’ 파투의 단검 옵션은 문외한인 이가 보더라도 감탄이 나올 만했으니까. 또한 파투의 단검은 그냥 가벼운 공격만으로도 효과가 적용됐다. 때문에 300레벨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도 파투의 단검을 이용하고는 했고, 그런 이유로 G베이에서 제대로 거래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인 시나리오 가치가 이 정도일 줄이야.’ 자신이 가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치를 향한 놀람. 그러한 놀람은 곧바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스타팅 정보가 이 정도면 그다음 정보는…….'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을 멈췄다. “휴우!” 이 이상 생각을 이어가다가는 행복을 주체 못해서 심장마비에 걸릴 것 같다는 것. ‘릴렉스, 정현우 릴렉스하자.’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소리이지만, 그러한 허무맹랑함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미다스는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놀란 스스로를 추스른 미다스가 정신을 돌렸다. ‘지금은 이것만 보자.’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손에 파투의 단검이 들어왔다는 것. ‘이거면.......' 일단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파투의 단검을 손에 쥔 골드를 앞세우고 1백 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싸우는 모습을. ‘1백 마리는…… 가뿐하다.’ 그러한 전투는 가볍게 끝났고, 이내 미다스는 그 숫자를 조금 더 높여 보였다. ‘일단 파투의 단검에 닿는 순간 모든 방어력과 속성 저항력이 감소하고…….' 110마리 그리고 120마리. ‘여기에 인페르노 효과가 추가된 상태에서 파이어 스텝의 데미지를 더하고…….' 그 후에도 계속 시뮬레이션은 이어졌다. 숫자 역시 늘어났다. 그러한 숫자가 150마리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시뮬레이션을 멈추었다. ‘가만, 도중에 불뱀의 송곳니로 스위칭을 하면?’ 이후 한 가지 더 그림을 그려 넣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숫자를 늘리지 않았다. ‘퀘스트, 깰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깰 수 있다.’ 자신이 결코 혼자 힘으로 깰 수 없으리라 했던 것, 히투의 물약 퀘스트만이 떠오를 뿐. 그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고민을 멈췄다. “얘들아, 라이브 준비하자.” 이제는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아!"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급하게 행동했다. ‘그전에 확실하게 말씀드려야지!’ 11.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BJ대마도사 쪽에서 라이브 미팅 요청했습니다.” 직원 한 명의 갑작스러운 알림에 사무실 내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라이브 미팅이란 단어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뭐지?’ ‘아이템을 줬는데 왜 이렇게 빨리?’ 문제는 아이템을 보내줬는데, 갑자기 라이브 미팅을 잡았다는 것. 여러모로 뭔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대목 아닌가? ‘문제가 있나?’ ‘설마 원하는 게 그 아이템이 아니었나?’ 특히 BJ대마도사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순간. 자연스레 박영준의 표정도 굳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엔 베스트 시나리오였는데…….' 그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 미팅을 위한 무대를 세팅하라는 신호, 그 신호에 곧바로 직원들이 빠르게 라이브 미팅을 위한 준비를 꾸몄다. 그러한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바로 큼지막한 라이브 방송실 화면 위로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등장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잽싸게 키보드 위의 타자를 쳤다. ‘갑자기 라이브 미팅이라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어진 말에 바로 대답이 나왔다. -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습니다. 덕분에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할 준비가 됐습니다. 의외로 상쾌한 대답. 그 대답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큰 문제는 아니네.’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되어서 문제가 생긴 일은 아닌 모양. 그러나 박영준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라이브 미팅을 가진다는 건,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게 있다는 의미.’ 그가 아는 BJ대마도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덕담을 해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BJ대마도사가 한 말 하나하나를 분해한 후에 그에 따른 의미를, 가설을 부여했다. 그런 그에게 BJ대마도사가 몇 마디를 더 던졌다. - 다음 라이브 방송은 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스케일로 이루어질 겁니다. 아마 모두가 예상하는 것 이상의 방송이 될 듯합니다. 그러니 마음껏 광고주들에게 어필하셔도 좋을 겁니다. 그 단어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모두 놀람을 표현했다. “와." “진짜?” 자신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세간의 반응,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 허나,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 가지 단어에 집중했다. ‘광고주.’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박영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오케이, 그거였군.’ 이 순간 박영준은 확신했다. ‘이제 판이 정리됐으니, 선수들을 모집해라.’ 한 번 광고 거부를 통해 몸값이 올랐고, 정신 차린 것 같으니 다시 판을 열어라. - 특히 이번에 좋은 선물을 주신 분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요. 이어서 나온 말에 박영준이 잠시 미소를 지우더니, 이내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박영준이 키보드를 쳤다. “알겠습니다.” -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것으로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영준은 곧바로 의자를 뒤로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이제 광고 받으시는 건가요?” “당연히 받아야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미소를 지은 채 조금 전 BJ대마도사의 말을 해석했다. ‘좋은 선물을 준 대상에게 기회를 줘라…… 그건 우리에게 파투의 단검을 뜯긴 쪽에게 광고를 주라는 말.’ BJ대마도사의 말을 해석하자면 이번에 파투의 단검을 준 쪽에 광고 기회를 주라는 의미. 물론 그건 단순히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었다. ‘그 제안을 하면 받는 쪽에서는…….' 당장 파투의 단검부터가 사실상 협박을 통해 강제로 뜯어낸 아이템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엄청난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광고를 넣을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게 그저 순수한 호의라고 생각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 모두가 그런 상황에서는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강매지.’ 광고를 강매당하는 거라고. 더욱이 강제로 이루어지는 만큼 그 광고에 대해 지불하는 대가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무엇보다 이것은 BJ대마도사가 보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확실하게 갑을관계가 뭔지 못을 박겠다는 거군.’ 자신을 향해 괜한 수작을 부린 이들에 대해 허튼 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 그 신호를 떠올린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뭘 요구할까나?’ 12. - 와튼 : 알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라이브 미팅이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어휴, 긴장되어서 죽는 줄 알았네.” 헥헥! 그러한 미다스를 격려하려는 듯 다가오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이번에는 광고를 꼭 받아야지.’ 이번 라이브 미팅을 가진 이유는 오직 하나, 광고 때문이었다.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미 저번에 광고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광고는 제대로 받아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리고 그 부분을 미다스가 좀 더 확실하게 어필하는 것 역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런데 너무 나댔나?’ 허나 이야기를 마치고 시간이 흐르자,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고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어련히 준비해둘 것인데 훈수를 당한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좀 과한 건 같긴 해. 그냥도 아니고 파투의 단검을 준 분에게 우대를 해달라고 하다니…….' 심지어 미다스는 그 대화 속에서 그냥 광고를 따오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게 광고를 주라고 지목까지 한 상황. 물론 그건 미다스 입장에서는 순수한 호의였다. 자신에게 이 어마어마한 것을 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고 싶다! 그런 너무나도 순수한 감정에서 나온 호의.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경우였고,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빠질 대목이었다. ‘젠장.’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미다스가 이내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휴, 이 멍청한 주인놈이 주제 파악 못하고 너무 나댄 것 같다.” 스스로를 향해 자책하는 말을. ‘아, 진짜 큰 실수 한 것 같은데? 사장님에게 다시 말해서 죄송하다고 할까?’ 그러한 자책이 깊어지려는 순간, 미다스의 곁으로 다가온 골드가 말을 건넸다. “주인님, 무슨 일이 있건 제가 주인님의 고뇌를 물리치는 검이 되겠습니다!” 미다스는 상상조차 못해낼 멋들어진 말을 내뱉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지었다. ‘그래,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건 사과가 아니지.’ 어차피 이미 말은 던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해야 해야 할 건 하나였으니까.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만든다.’ BJ대마도사를 향한 세간의 관심에 부응하는 것. 그 각오를 머금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숲 하나를, 붉은 빛기둥을 내뿜는 무대나무를 보았다. 211화. < 68화. 압도 (1). > 1. - 드디어 떴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예고다! 드디어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날짜가 공개되는 순간,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다. - 드디어 결판이 나겠네. ㄴ 흥,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ㄴ BJ대마도사님한테 반하지나 마. 당연히 곳곳에서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그렇게 피어나는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어지러울 지경. 그러나 이번 사건에는 그것 외에도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라이브 방송에 대한 주목도는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중에 최고 같은데, 당연히 이번에는 광고가 붙겠지?” “붙겠지. 설마 이것조차 안 붙으면, 그냥 광고 안 받겠다는 소리일 테니까.” “과연 이번에는 누가 광고를 따냈으려나?”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역사상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이번 방송의 광고권을 따내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우리 쪽에서 연락해보니까 이미 정해졌다던데?” “정해졌다고? 그럼 누군가 따냈다는 거네?” “광고료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 우리 쪽도 액수로는 꽤 크게 불렀는데 말이야.” 나름 굵직한 기업들 대부분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러브콜을 보낸 만큼, 그 행운의 주인공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누구든 간에 광고 따낸 쪽이 부럽네. 그쪽 담당자들은 축제 분위기일 테니까.” “방송 끝내고 팀장에게 불려가는 게 두렵다, 두려워.” 그리고 그 행운의 주인공을 향한 부러움 역시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부의 시선, 당사자들의 심정은 그들의 예상과 달랐다. “메인 시나리오 정보를 강매당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광고까지 강매를 당하는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멀린이 제 손에 쥔 머그컵으로 책상 바닥을 툭툭 쳤다. “이번 기회에 누가 위인지 제대로 못을 박고 싶은 모양이야. 못을 말이야.” 그렇게 몇 번을 더 머그컵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린 후에야 엠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얼마를 요구했어?” 그 질문에 엠마 역시 썩 좋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차라리 돈이라면 편하겠죠.” “아이템인가? 무슨 아이템?” “알아서 준비하라더군요.” 알아서 성의를 표시해라! “갈 데까지 갔군.” 강매 당하는 입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계산서에 멀린은 생각을 포기했다. “이쯤 되면 그냥 전쟁을 선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응? 어차피 시작 단서도 발견했고, 이렇게 된 거 그냥 BJ대마도사를 처치하는 게 어때? 핵심은 BJ대마도사보다 먼저 퀘스트를 끝내면 되는 거잖아?” 과격한 발언. 허나, 엠마는 그것이 멀린의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멀린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 자신감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에서 나오고 있는 거야.’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건, 다름 아니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점 때문임을. ‘여전히 시작의 마을, 그다음에서 어떠한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 당장 탐험가 길드와 어비스 길드는 시작의 마을을 졸업한 이후 퀘스트 진행을 못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거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차라리 대가를 더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서 격차를 좁히는 게 나을지 몰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정보 거래를 더하는 것이 나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느 정도 후발 주자들과 거리를 두는 게 유리했으니까. 그 사실을 역시 알고 있는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뭘 줄 건데? 이제 BJ대마도사의 아이템 세팅은 동급일 때의 나보다 더 대단하잖아?” 사실 이 역시 큰 난제였다.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현금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이미 수차례 상황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바. 결국 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아이템이나 스킬, 정보뿐인데, 이제 그에게 그것을 주는 것은 멀린 말처럼 불가능했다.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 정보를 가진 이가 없었으니까. 그 질문에 엠마가 대답 대신 본인이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서도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보세요?” “그럴 리가.” 멀린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3백 단위의 개척자의 하이에나들을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지. 분명 3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조력자로 붙을 거야. 어쩌면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공개하는 게 그 조력자들일 수도 있지. 아.” 그 대목에서 멀린이 엠마의 의중을 눈치 챈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조력자에게 도움이 될 아이템이라면 먹히겠군.” 개인이면 어필할 것이 없지만,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그래서 뭘 줄 거야?” “로켓맨이 개척자의 땅 입성을 맞춘 아이템 세팅이요.” 로켓맨. 어비스 길드가 자랑하는 돌격대장이 언급되는 순간 멀린은 잠시 놀랐다. “로켓맨의 세팅이라면…… 세게 지르는군.” 놀라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애매하게 했다가 문제가 터지는 것보단 확실하게 제안을 하는 게 낫지. 그래서 제안은 지금 할 건가?” “바로 할 예정이에요.” “대답은…… 라이브 방송이 말해주겠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라이브 방송에 우리 광고를 달아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인 멀린이 고개를 돌려 TV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라이브 방송을 보는 것뿐이군.” 2. 흔히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정확한 시간을 예고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라이브 방송에 여러 변수가 있는 탓이었고, 미리 예고했을 때는 그 변수가 개입할 여지도 많은 탓이었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이지? 몇 시야?” “아직 시간은 안 정해졌어. 사냥이 시작되는 순간 바로 라이브를 보여준다고 하더군.” 라이브 방송 날짜만 통보되었을 뿐,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시작되는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 “그런데 정말 1백 마리 잡는 거 맞아?” “모르겠어. 타이틀도 공개 안 했으니까.” “설마 이상한 방송 하는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이런 여론이 있는데 다른 건 하지 않겠지.” “혹시 겁먹고 튄 거 아니야?” 방송 주제 역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관심 자체를 두지 않고는 했다. 이토록 불친절한 라이브 방송에 기대기에는 워즈튜브에는 너무나도 많은 슈퍼 스타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캡슐방을 찾은 손님들조차 휴게실에서 기약 없는 방송을 기다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이, 기다리면 다 나오겠죠. BJ대마도사가 언제 이상한 방송 한 적 있어요? 분명 기다리시면 아주 끝내주는 걸 보여줄 겁니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은 그럴 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겁 먹고 튀다니, BJ대마도사를 뭘로 보는 거예요? 아마 지금쯤 방송 앞두고 여유 있게 와인 한 잔 걸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긴." “갑작스러운 주변 분위기에 쫄아서 긴장하거나, 도망칠 인간은 아니지.” 무엇보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행보와 여유를 생각하면 그는 그런 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을 터였다. ‘젠장.’ 물론 모르는 이들의 생각, 이 모든 순간의 당사자인 정현우는 지금 이 순간 적지 않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방송 들어가야 하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못하고 있다는 것. 라이브 방송을 위한 준비가 안 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준비는 어느 때보다 완벽한 상황. ‘대답은 아직인가?’ 방송을 못하는 건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의 요구 때문이었다. 광고주로부터 확실하게 광고료를 받은 후에 라이브 방송을 하자는 요구. 딱히 이상할 건 없는 요구였다. 돈도 받지 않고 그냥 갑자기 방송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너무 길어지면 좋을 거 없는데.......'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들이 느끼는 실망감 역시 커지는 법이었다. 동시에 기대감도 커지는 법이었다.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했으니 대단한 걸 보여주겠지! 하는 식의 기대감.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커지는 셈이었다. ‘시청자 떨어지면 안 되는데…….' 여러모로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 그 상황 속에서 부적을 쥐듯 쥐고 있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띵! 하고 울림을 뱉었다 정현우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광고료 받았습니다. 받은 보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내 간략한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는 자세한 내용은 읽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세팅 좀 해줘.” 3. [미다스] - 레벨 : 170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255)/체력(5+1291)/지력(756+2095)/마력(175+1833) - 잔여 스탯 : 0 언제나 봐도 감탄을 넘어 충격이 느껴지는 스탯. ‘이 정도면 괴물이다.’ 그렇게 자신의 스탯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보았다. 헥헥! 꾸우! “주인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럭키와 골드, 잭팟. 완벽하게 전투태세를 갖춘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의 시선이 골드의 손에 들린 칼 한 자루를 향했다 파투의 단검. 칼자루 끝에 달린 검은색 보석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 없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후우." 이윽고 미다스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감이나 두려움 때문에 나오는 숨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 모든 것을 갖추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진 선수가 마지막 전력 질주를 앞두고 내뱉는 숨. 각오를 뛰어넘어 이제 실전을 앞두고 스스로를 정리하기 위해 내뱉는 숨이었지. “후우우.” 그렇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감았던 두 눈을 뜨며 고개를 올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거대한 무대나무 기둥을 바라보았다. 붉은빛 기둥 사이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창이 보였다.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 숫자 : 152마리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숫자 : 1마리 위에 존재하는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도합 153마리! 아득하기 그지없는 숫자였으나, 미다스는 그 숫자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가자." 짧은 명령을 끝으로 미다스가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삽시간에 무대나무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귓속으로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는 153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방 열렸다! - 라이브 시작이다! 그와 동시에 라이브 방송 시작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증거, 채팅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같은 풍경.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그러나 이루어지는 라이브 방송은 평소와 달랐다. - 뭐야? 바로 아이스월? - 시작부터 전투 개시임? - 럭키와 골드의 귀여운 애교 타임도 없이 가다니, 거 BJ대마도사 형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오? 미다스가 아이스월을 꺼내는 순간 곧바로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소나기처럼 튀어나왔다. 콰앙! 콰앙! 그리고 고리 원숭이들이 던지는 투척물들이 아이스월 위를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그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자, 이제 바로 전투할 거니까 설명은 간단하게 하고, 바로 전투에 들어가겠습니다.” 딱히 긴 설명도 필요 없었다. “현재 제 앞에는 약 150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가 있습니다.” 150여 마리! 그 단어는 채팅창에 차오르는 불만 따위를 단숨에 태워버릴 만큼 강렬한 것이었으니까. - 미친, 150여 마리라고? 1백 마리가 아니라? - BJ대마도사님 스케일이 이 정도다, 이 말이야! - BJ대마도사님 충성충성충성! - BJ대마도사님 못 믿은 새끼들은 빨리 반성문 3장씩 채팅창에 쓰도록. 후원금 잊지 말고. 모두가 생각했던 1백 마리도 아닌 150마리! 상상조차 못하던 그 스케일에 대해 감탄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물론 기존 전투 방식으로는 150마리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번에는 특별히 새로운 동료를 영입했습니다.” - 응? - 뭐라고요? 그때 미다스가 내뱉은 말에 곧바로 채팅창의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 새로운 동료? 잠깐, BJ대마도사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ㅋㅋㅋ 무슨 소리이긴, 솔플 못하고 파티플 하겠다고 하는 소리이지! - 예, 역시 밑천 드러났죠! - 아무렴, 150마리를 어떻게 솔플로 잡아? - 응, 솔플 끝이야! - 새로운 동료 예뻐요?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를 믿어왔던 팬들의 기대감이 무너지고, 반대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울부짖었던 이들의 어깨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채팅창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됐다. - 역시 BJ대마도사도 한계가 있네. 하긴, 이제는 파티 플레이해야지. ㄴ 아니거든? 우리 BJ대마도사님은 죽을 때까지 솔로이거든? ㄴ 그래, 현실에서 죽을 때까지 솔로이겠지! ㄴ 웃기지 마! BJ대마도사님이 태어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솔로라니,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 BJ대마도사님이 태어나고 앞으로 향후 최소 10년 간은 솔로로 지낼 가능성이 높지만, 평생 솔로일 리는 없다고! ㄴ 뭐야? 여기 BJ대마도사들 까밖에 없는 거임? 그 아수라장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아이스월이 부서지기 전에 새로운 동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카메라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만반의 준비를 마친 골드를 찍었다. - 어? - 골드님의 상태가? 소형화 모드에 돌입한 골드를. - 맙소사, 저 모습 봐! - 골드님이 압도적으로 귀여워지셨다! 그러한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소리쳤다. “우리 파티의 새로운 동료, 미니 골드입니다.” [아이스월이 파괴되었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아이스월이 부서지는 것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 헉! - 바로 뚫렸다! 그 광경에, 150여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만들어내는 투척의 파괴력에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설명 끝.”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치는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럼 이제 전투 시작합니다.” 212화. < 68화. 압도 (2). > 4.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개중에서도 몬스터를 가까이서 상대하는 플레이어들은 말한다. 몬스터가 너무 커서 게임하기 힘들다고. 그런 불만이 나올 만큼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몬스터와의 체급의 차이는 컸다.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 허나, 게임을 좀 더 게임을 오래 한 이들은 말한다. 오히려 반대라고. 플레이어의 체격이 몬스터에 비해 작기에 그나마 게임을 할 수 있는 거라고. - 골드가 작아졌네? ㄴ 키 70센티미터쯤 되는 거 같은데? ㄴ 귀엽다! ㄴ 귀엽기는,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한데. ㄴ 등골이 오싹하다고? ㄴ 당연하지. 미니 골드, 보는 순간 미소가 지어질 법한 그 작고 귀여운 모습을 향해 몇몇 이들이 환호성보다는 공포 젖은 소리를 내뱉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7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저게 대체 무슨 스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상 게임 끝이군.] 검객, 그가 게임 끝을 논할 정도. - 검객이 게임 끝이라고 했다! - 맙소사, 그 정도야? 그만큼 작아진 골드가 전투에서 가지는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골드가 직접 보여줬다. “주인님의 앞길을 막는 자들, 내가 용납지 않겠도다!” 자그마한 몸. 그 몸을 이용해 고리 원숭이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골드를 고리 원숭이들에게 막을 방법 같은 건 없었다. - 잡기는커녕 막지를 못하네. - 딱 봐도 풀도핑이네! - 아니, 그보다 공격하는 거 봐. 단검으로 가볍게 베어내잖아? 더욱이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골드의 공격은 아주 가볍기 그지없었다. 쉬익! 손에 쥔 단검으로 고리 원숭이의 발목, 무릎 근처를 베어내는 게 공격의 전부였다. 베어낸다기보다는 그냥 건드린다는 느낌이 맞을 정도. 사실 그건 일반적인 경우에는 무의미한 짓이었다. - 그런데 공격이 제대로 안 들어가는 거 같은데? - 도망치는데 급급해서 그런 걸까? 저런 식으로는 제아무리 능력치가 좋아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 없는 게 상식. [아즈모 님이 10,07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파투의 단검이네. 어디 길드 것인지 궁금해지는군.] 그러나 그게 파투의 단검임이 밝혀지는 순간, 그건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공격이 됐다. - 진짜? 파투의 단검이라고? - 가만, 그럼 저게 스치는 게 스치는 게 아니잖아? - 파투의 단검은 스쳐도 사망임.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니 골드의 발자국마다 피어오르는 불길은 삽시간에 150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 발밑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화르르!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광경. - 맙소사. - 골드 혼자 저걸 했다고? 자그마한 골드가 전투가 시작되고 채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만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넋을 잃은 채팅을 쳤다. ‘오케이.’ 그리고 미다스는 미소를 지으며 대사를 쳤다. “자, 그럼 선수들 입장합니다.” 미다스의 그 대사를 내뱉자, 광경 속으로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르르! 가장 먼저 그 광경에 몸을 던진 건 금강불괴 상태의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였다. 쇳덩이와 그림자, 극히 대조적인 그 두 마리의 늑대들이 망설임 없이 150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과거 1백 마리를 상대했을 때보다 럭키와 그림자 분신의 움직임은 날랬다. 날랠 만했다. - 골드가 먼저 어그로 끌어주니 쉽네. - 쉬운 정도가 아니지. 파투의 단검으로 찌른 상태잖아? 능력치만이 아니라 이동 속도랑 공격 속도까지 20퍼센트 감소라고! 골드가 파투의 단검으로 스치고 지나간 것들은 럭키 입장에서 가소로울 뿐. 더욱이 골드가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고리 원숭이들의 투척도 멈춘 상황이기에 럭키의 행보는 더더욱 거침없었다. “용열병, 블레이즈 골렘 소환!” 그것은 미다스가 소환한 블레이즈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블레이즈 골렘이야말로 미니 골드가 만든 무대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거대한 덩치만큼 맞추기 쉬운 블레이즈 골렘은 고리 원숭이들의 투척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었으니까. 그러나 골드와 럭키의 공세에 아수라장이 된 고리 원숭이들에게 블레이즈 골렘을 향해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쿵! 쿵!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두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단숨에 고리 원숭이들 무리 사이에 다가가 자신의 존재감을 아낌없이 증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황은 어디 하나 눈을 둘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고, 강렬했다. - 와, 이거 되겠는데? - 해볼 만하겠는데? 150여 마리를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보이는 대목. ‘해볼 만한 수준이면 하는 의미가 없지.’ 그러나 미다스가 바라는 건 그저 치열하게 싸워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같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바로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인페르노 앤 쇼크 웨이브 앤 리틀 토네이도.” 광역 마법 3종 세트! 미다스가 펼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그리고 강력한 그 마법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물론 언제나 불편한 태클러들은 있는 법. - 저거 의미 없지 않나? - 아니, 저렇게 몹이 퍼졌는데 광역 마법을 왜 씀? - 님 몹몰이 모름? 지금 무작정 광역 마법을 쓰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들이 속속 나왔다. 틀린 의견은 아니었다. 파괴력을 떠나서 분명 저렇게 퍼져 있는 무리를 상대로 광역 마법을 쓰는 건 비효율적인 일. ‘그래, 그러니까 그게 필요한 거지.’ 미다스가 과거 1백 마리 이상 사냥을 위해 170레벨 이상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게 필요했으니까. “사역마, 가고일 소환 발동.” [사역마가 가고일을 소환합니다.] 가고일! 미다스의 그 명령에 일찌감치 가고일 소환 캐스팅을 해두었던 사역마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내 두 개로 분열되었다. 그리고 분열된 하나가 이내 가고일의 모습을, 그 돌로 만들어진 날개 달린 기괴한 괴물의 모습을 갖추었다. 끼드득! 움직일 때마다 돌이 돌을 긁는 기괴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듣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소리가 무대나무 위를 덮었다. 끼이? 그런 가고일의 소리에 쉼 없이 럭키와 골드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과 전투를 치르던 고리 원숭이들의 고개가 동시에 가고일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잠시 동안 전투가 멈추는 순간. 끼이이이! 그 순간 고리 원숭이들이 약에 취한 듯 전력을 다해 가고일이 있는 곳을 향해 몰려왔다. 마치 파도가 몰려오듯! 사방에 퍼진 것들이 몰려오며 하나의 물줄기가 되었다. - 아! 그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모두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 탓이었다. 앞으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캐스팅이 완료했습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예상을 미다스는 곧바로 현실로 만들었다. "인페르노.” 시작은 인페르노였다. 삽시간에 모습을 갖춘 인페르노의 악마가 물줄기처럼 하나가 되어 가고일에게 몰려오는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거대한 불꽃을 토해냈다. 푸후우! 이미 발등에 불이 붙었던 고리 원숭이들의 몸뚱이가 단숨에 인페르노의 불길로 뒤덮였다. - 인페르노의 저주다! 파투의 저주에 이어 인페르노의 저주마저 발동하는 순간! 사실상 고리 원숭이들의 방어력이 무색해지는 순간, 그 순간에도 고리 원숭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끼이! 끼에! 가고일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고 삽시간에 가고일에 달라붙었다. 빠득! 그 단단한 가고일의 몸뚱이가 그 거센 공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상관없었다. ‘잘 모였네.’ 이미 준비는 끝났으니까. 그 순간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무대나무 위에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쇼크 웨이브! 그 공격에 노출된 고리 원숭이들의 몸이 요동치더니 이내 그대로 굳어버렸다. 석상처럼. 콰콰! 그러한 광경의 마지막은 리틀 토네이도였다. 가고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며 굳어버린 고리 원숭이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렇게 소용돌이에 휩쓸린 고리 원숭이들이 서로 부딪치며 소름 끼치는 괴성을 내질렀다. 휘이잉! 그러나 리틀 토네이도는 그 괴성조차 퍼지는 것을 용납지 않은 채 고리 원숭이를 유린했다. [리틀 토네이도가 사라집니다.] 이윽고 무대나무 위를 채웠던 작은 폭풍이 잦아졌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삽시간에 50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가 그 자리에서 리타이어를 당하는 순간. 혹여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정상인 녀석은 없었다. 파투의 저주 그리고 인페르노의 저주에 당한 상태에서 연속 광역 마법으로 HP역시 상당부분 깎인 상황. 그 상황에서 더 이상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 와, 이거 압도하는데? - 이래도 BJ대마도사가 압도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BJ대마도사 까들 중에 대가리 안 박고 라이브 보는 비양심자 없지? 이번 전투는 BJ대마도사의 압승으로 끝나리라고. 단 한 명만이 달랐다. ‘여기서 끝이면 재미없지.’ 미다스, 그만이 이 전투가 이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자, 이제 움직일 때가 왔잖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미다스의 시선이 전장 너머를 향했다. 그러자 고리 원숭이 한 마리가 보였다. 이 처참한 고리 원숭이들의 풍경 속에서 제 혼자만 고고하게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녀석. 2미터 남짓한 덩치, 체격으로는 다른 고리 원숭이와 딱히 큰 차별성은 없었으나 털색은 달랐다. 시커먼 털로 뒤덮인 녀석은 분명 남달랐다. 무엇보다 다른 고리 원숭이와 다르게 파랗게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전장을 침착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놈은 전혀 다른 종류의 원숭이임을.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Lv189)] !지휘하는 고리 원숭이 숫자가 100마리 이하일 경우 ‘맹신’ 스킬 발동 !지휘하는 고리 원숭이 숫자가 30마리 이하일 경우 ‘폭주’ 스킬 발동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끄르어! 놈이 이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향해 토해낸 괴성이 고리 원숭이들을 휩쓸었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기도를 합니다.] [고리 원숭이들이 이름 모를 신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어서는 들리는 알림과 함께 모든 고리 원숭이들의 온몸의 털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검게. 마치 물 위에 누군가 검은 먹물을 뿌린 듯이. 삽시간에 살아남은 모든 고리 원숭이들의 몸뚱이가 시커먼 털로 뒤덮였다. - 맙소사, 이건 또 뭐야? -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퀘스트인 모양이네? - 그냥 150마리가 아니잖아? 1백 마리를 잡으리라 했는데 등장한 건 150마리.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평범한 고리 원숭이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더 강력한 고리 원숭이 무리가 등장하는 순간. - 아직 모른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앞선 전투로 BJ대마도사의 압승을 생각하며 긴장감을 풀었던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긴장감을 바짝, 아니 앞선 경우보다 더 바짝 조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상태에서 모두가 생각했다. - 이것도 해결하면 BJ대마도사 인정한다. - 여기서도 압도하면 내가 이제부터 BJ대마도사빠로 전향한다. - 난 BJ대마도사랑 사귀어줌. 이것마저 뛰어넘는다면 BJ대마도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래, 이런 분위기지.’ 그게 미다스가 바라던 분위기였다. 그리고 미다스가 기다리던 이유였다. “골드야, 스위칭이다!”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바닥에 던져놓은 단검 한 자루를 염력을 이용해 골드 지척으로 날렸고, 골드가 잽싸게 파투의 단검을 내던지며, 새로운 단검을 쥐었다. - 저거? - 불뱀의 송곳니다! 손에 쥔 검의 정체는 불뱀의 송곳니.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시청자들의 머릿속으로는 조금 전 광경이 다시 떠올랐다. 달라진 고리 원숭이들. 그리고 그 속을 유유자적 움직이며 불뱀의 송곳니를 이용해 상처를 내는 미니 골드. - 저게 먹혀? 아이템 레벨이랑 몬스터 레벨 차이가 꽤 될 텐데? - 파투의 저주에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 중첩되면 이야기는 다르지. BJ대마도사의 인페르노 효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 파이어 스텝 효과도 유지 중이잖아? 그 후의 광경을 떠올리는 순간, 시청자들은 다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제대로 전투가 되지도 않았음에도 이미 결과는 BJ대마도사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리란 것을.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 그냥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럼 저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을 처치하겠습니다.” 진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주는 것. “잔챙이들부터 확실하게 처리한 후에.” ‘압도적으로.’ 그게 오늘 라이브의 목적이었으니까. 5. 그냥 승리와 압도적인 승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하면 의외로 많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한 대도 맞지 않는 게 압도적인 거라고. 혹은 맞더라도 상대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압도적인 거라고. 사실상 정답은 없었다. 대신 컨셉만 있을 뿐.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획을 했다. ‘미니 골드의 등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컨셉은 이거지.’ 자신이 얻은 새로운 힘, 미니 골드의 무서움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지금 미다스가 보여주는 게 그 방법이었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잔챙이 학살.’ 우두머리 앞에서 그 우두머리를 따르는 모든 고리 원숭이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말 그대로였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향해서는 그 누구도 이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끄르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역시 이제는 전장에 난입했으나, 미다스는 그것을 무시하고 잔챙이들만을 제거했다. 그것도 그냥 제거가 아니었다. 죽어가는 고리 원숭이 대부분은 불뱀의 송곳니가 가진 독 데미지 혹은 파이어 스텝에 의한 데미지에 의한 죽음이었다. 끄륵! 전투 도중이 아니라 골드를 쫓다가 갑자기 픽, 하면서 쓰러지는 식의 죽음. 장렬함 따윈 한 점 보이지 않는 처량하고, 허무한 죽음. - 어우……. - 너무하네. 보는 시청자들 중 일부는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안쓰럽다, 같은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죽어간 고리 원숭이들의 처지가 좀 더 낫다는 것이었다. - 저거 다 잡고 우두머리 같은 애 잡겠지? - 섬뜩하네. - 내가 쟤였으면 그냥 게임 접는다. 고리 원숭이의 숫자가 줄어들어 0이 되는 순간, 이 압도적인 폭력은 오롯하게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향한다는 것. - 이제 10마리도 안 남았네. - 카운트다운이다. - 9마리다! - 5마리! - 1마리! 이윽고 고리 원숭이의 숫자가 한 자릿수를 넘어 제로가 되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이제 홀로 남은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전투는 끝나지 않은 상황. - 와. - 압도적이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전투를 보고 압도적이다, 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 BJ대마도사는 차원이 다르네. 모두가 이 광경에 감탄을 토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마무리다.’ 그가 기획한 그림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남았으니까. “골드야.” “예, 주인님." 미다스, 그가 자그마한 골드를 향해 소리쳤다. “거대화다.” “예!" 그 외침과 함께 골드의 자그마한 몸이 점차 커지더니, 이내 5미터에 이르는 거인이 되었다. 그렇게 거인이 된 골드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혼자서 처리해.” 213화. < 68화. 압도 (3). > 6. 작은 모습으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주었던 골드의 거대화! 물론 갓워즈에서는 때로는 작은 것이 훨씬 유리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큰 것이 강한 법! 당연히 골드가 거대화가 되는 순간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끄르! “네놈!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라!” 하지만 막상 거대화를 마친 골드와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간의 전투는 예상과 달리 치열했다. 거대화한 골드의 공격에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는 밀리기는커녕 피하지도 않은 채 맞불을 놓았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맞불이 아니었다. 퍼억!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는 맨팔로 이제는 블랙 클레이모어를 손에 쥔 골드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맨주먹으로 골드의 갑옷 위를 두드렸다. 꽈앙! 맨몸으로 자신보다 더 크고, 무장을 마친 상대하는 모습! 그 모습에서 나오는 기세만 놓고 보면 오히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쪽이 훨씬 더 거세다고 할 수 있을 정도. - 의외로 치열한데? - 생각보다 세잖아? 보는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놀란 반응을 보이는 건 그 때문이었다. 보통의 전투였다면 필시 분위기가 반전되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광경!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놀라는 시청자들은 있었으나 반응은 딱 거기까지였다. 생각 이상으로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면서 이번 전투가 힘들어진다거나 혹은 골드가 고생한다고 생각하거나, 그게 흠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골드야, 걱정하지 마! 네 뒤에는 내가 있다!” 왕! “들었지? 럭키가 언제든 힘들면 구해달라고 외치래!” 꾸우! “잭팟도 있다!” 골드의 뒤에 있는 미다스와 럭키 그리고 잭팟과 블레이즈 골렘 2마리까지! “골드야 힘들면 터치해줄게! 언제든 말해!” 그들의 여유 넘치는 모습이 분명하게 말해주었으니까. 지금 골드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진심 어린 위기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연출한 위기일 따름이라고. - 아주 가지고 노네, 가지고 놀아. - 진짜 다른 의미로 압도적이다. 때문에 당장의 상황을 가지고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만든 압도적인 결과물을 폄하하는 이는 없었다. 더욱이 미다스는 그러한 사실을 거듭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아무래도 골드 템세팅이 부족한 것 같네요. 저런 보스도 아닌 미들 보스급을 상대로 압도하지 못하는 거 보니까. 제 책임이 큽니다. 조만간 싹 다 제대로 레전더리로 도배해야겠습니다.” 이건 내 전력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뭐, 좋은 템 없나요? 괜찮은 아이템 추천 좀 해주시죠.” 물론 허세였다. ‘템 바꿀 돈은 없지만…….' 그동안 모은 돈을 여러모로 적잖게 투자한 그에게 그럴 만한 자금이 있을 리 만무. ‘어차피 개척자의 땅에 가는 순간 파티 구할 건데, 아무렴 어때? 이럴 때 공수표 뿌리는 거지.’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 공수표가 공수표로 보이지 않았다. - 파투의 단검 지르고 또 지른다고? - 파투의 단검보다 비싼 게 있나? -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그저 이 상황에서도 아이템을 더 지르겠다고 하는 BJ대마도사의 자금력에 감탄을 토할 뿐.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이 치열한 전투 속에서 채팅창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쳤다. 모두가 자신들이 아는 값비싼 아이템을 추천하면서, 누가누가 더 비싼 아이템을 부르는가? 하는 놀이를 했다. [아즈모 님이 10,08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음 사냥터를 염두에 둔다면 로켓맨의 그 세트 아이템이 좋지. 안 그래?] 그러한 놀이에 아즈모가 제대로 불을 끼얹었다. - 로켓맨 세트? 어비스 길드의 로켓맨? ㄴ 다음 사냥터 앞두는 거면…… 그 로켓맨 세트 말하는 거 같은데? ㄴ 그게 뭐임? ㄴ 검객 세트가 극공셋이면 그건 극이속셋임. ㄴ 빨라짐? ㄴ ㅇㅇ 졸라 빨라짐. 그 끼얹은 불에 곧바로 시청자들이 달아올랐다. "로켓맨 세트요? 나쁠 건 없죠.” 그 열기에 미다스가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거 죽어도 못 구하지. 어비스 길드가 팔 리가 없잖아?’ 언급된 로켓맨 세트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얼마를 질러도 팔 일 없지.’ 제아무리 자신이 여기서 억만금을 제시한다고 해도 어비스 길드가 팔지 않으리란 사실도. 그렇게 미다스가 마음껏 여유를 뽐내던 순간, 전장에 변화가 왔다. 퍼억! 골드가 내리친 검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끄륵!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밀리진 않았으나, 두 개 밖에 없는 팔 중 하나가 잃은 건 치명적이었다. 이제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제는 일방적인 공방이 되는 순간. “네놈!”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골드가 이제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전투가 끝나는 순간. ‘좋아, 그럼 이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그럼 이제까지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이브 방송이 끝났다. 7.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해냈다!” 참아왔던 기쁨을 토해냈다. “드디어 해냈어!” 본래는 계획에도 없었던 일. 그러한 일을 성공적이다, 라는 것 이상으로 해냈는데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더욱이 시청자들이 보는 것과 달리 미다스가 보기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했었다. ‘갑자기 고리 원숭이 놈들 시커멓게 변할 때는 식겁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다름 아니라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맹신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그 순간 부하 고리 원숭이들 모두가 검게 변했을 때는 미다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가 슬그머니 바닥에 늘어진 고리 원숭이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우두머리의 외침에 부하들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얻는다…… 앞으로 사냥이 골 때리겠네.’ 사실 이번에 나온 광경은 결코 그냥 한 번 보고, 재수 없을 뻔했네! 하고 넘어갈 대목이 아니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얻은 존재들이 강해지는 것은 이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확인된 바. 허나, 이제까지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얻는 과정에서 몇 가지 제약이 존재했었다. 그런데 이번 퀘스트에서는 우두머리의 외침 한 번에 단숨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얻었다. 과정이 단순화되고, 간편화되었다는 의미. ‘일반 몬스터에게도 급속도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다가 나중에 게임 속 모든 몬스터가 이름 잃는 신의 힘을 얻는 거 아니야?’ 그러한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코 기꺼운 일이 아니었다. ‘이거 생각해보니까 장난 아니게 위험한 거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이번 퀘스트도 골드의 소형화 스킬과 파투의 단검 덕분에 진행이 가능했던 퀘스트 아닌가? 다음 퀘스트 난이도는 이보다 더 높을 터.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더 이상 기쁨 따위를 표출하지 않았다. 대신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내디뎠다. 이윽고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앞에 도달한 미다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을 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1개 추가되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분명 대단한 일을 해냈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제 기대감은 더 높아졌을 테니…….' 오히려 오늘 라이브 방송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는 더 올라갔을 터. 그런 그들을 만족시키려면 지금 스펙으로는 불가능했다. ‘이제 지를 만큼 질러서 큰 거 지를 돈도 없는 지금, 내가 믿을 건 퀘스트 뿐이야.’ 한시라도 빨리 레벨을 올리고, 퀘스트 진행을 통해 스펙업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 즉, 지금은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얘들아, 퀘스트 깨러 가자.”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거 같다.’ 실상 이번 히투의 물약 퀘스트만 하더라도 본래는 혼자 공략하는 것을 포기했던 바. 즉, 이제 미다스가 혼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게 거의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후발주자와 손을 잡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 촛불로 따지면 이제 초의 길이가 얼마 남지 않은 셈이었다. ‘그 전에 할 수 있을 만큼 다 해야 해.’ 그렇다면 불태울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불태워야 후회도 적을 터. 그 각오를 다진 미다스가 빅스테이지가 있는 방향을 고개를 돌렸다. 8. 라이브 방송의 메인 이벤트가 끝나는 순간 시청자들이 빠르게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이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달랐다. 골드가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처치하는 순간 1,112만 명, 정점을 찍었던 시청자 숫자는 생각보다 줄지 않았다. -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심지어 그 후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완료를 알리는 멘트가 나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8백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가 사라진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 드디어 나온다. - 이번에 어디가 광고 따냈을까? 이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광고권을 따낸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었다. 고작 광고주가 어디인지, 그것을 보기 위해 굳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다니? 그러나 상황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 떴다! - 감마 제약이다! - 감마 제약이 광고 따냈다! 당연히 감마 제약, 그들이 광고를 따냈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그 여파는 평소의 배 이상이었다. - 역시 감마 제약! 이 바닥 1위는 다르다니까! - 블루불은 만년 2등이지! - 여기서 클래스 수준이 나뉘는 거지. 2등은 2등일 수밖에 없다니까. 광고주를 향해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터졌다. 그와 동시에 질문도 터졌다. - 그런데 감마 제약이 어떻게 광고권을 따냈을까? ㄴ 맞아. BJ대마도사의 마음을 돌리는 게 보통은 아니었을 텐데. ㄴ 뭐든 간에 대단하다. 지금쯤 감마 제약 마케팅팀은 회식하러 소고깃집 찾을 듯. ㄴ 사장도 기뻐 죽겠지. 어떻게 감마 제약은 BJ대마도사의 마음을 돌렸을까? - 그래서 얼마를 줬으려나? ㄴ 돈이 아니라 엄청난 아이템을 줬겠지? ㄴ 당연하지! BJ대마도사가 마음만 먹으면 감마 제약 지분도 살 수 있는데, 돈 몇 억에 움직이겠냐? ㄴ 무슨 아이템을 줬으려나? ㄴ 파투의 단검 아닌가? ㄴ 에이, 그거에 만족하겠어? 더 있을 듯. 그리고 과연 BJ대마도사의 광고권을 따내기 위해 감마 제약이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했을까? 온갖 종류의 예상이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이들은 그냥 자기 예상을 툭툭 던질 뿐이었다. - 다음 감마 제약 음료수 커버 사진 골드, 럭키, 잭팟이라고 함! ㄴ 하나 빠진 게 있는데? ㄴ 아, 블레이즈 골렘 빼놓았네. ㄴ BJ대마도사 너무 무시하네. 내가 듣기로는 감마 제약 새로운 음료 이름이 BJ대마도사라든데. ㄴ 말이 되냐? 그럼 매장 가서 BJ대마도사 두 개 주세요, 그러겠네? ㄴ 그런데 무슨 맛일지는 궁금하다. 장난 삼아, 이야깃거리 삼아. 허나, 정말 사활을 걸고 그것을 예측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 그곳의 광고 담당 혹은 마케팅 부서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는 트로피가 되었다. “어떻게든 파악해!” “이건 기회야, 기회! 돈이 아니라 필요한 걸 찾아서 주면 되잖아!” “아니, 비싼 돈 들여서 고용했는데 그것도 못하는 게 말이 돼? 감마 제약은 광고 따냈잖아!”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의 광고권은 그저 높은 액수를 지불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마케팅팀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능력을 평가받는 무대인데, 사활을 걸지 않으면 이상한 일. 물론 일찌감치 그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역시 그 정보가 맞는 것 같네. 로켓맨의 그 이속셋이 이번 광고 보상인 모양이야.” 아즈모. 이미 자신의 정보력을 발휘한 그는 이번 라이브 방송의 광고권에 대한 보상이 무엇인지 가늠해둔 상태였다. 물론 가늠만 하던 상태였다. “내가 미끼를 던지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부정하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해.” 하지만 라이브 방송 도중 BJ대마도사에게 직접 그것을 언급한 후의 반응을 통해 그 가늠은 확신이 됐다. 그러한 아즈모의 말에 비서가 말했다. “역시 BJ대마도사를 노리는 게 불가능하니, 그 주변 인물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럼 우리 쪽에서도 골드 쪽 아이템을 주는 게 어떨까요?” 그 물음에 아즈모는 대답 대신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비서의 제안이 탐탁지 않은 모양. 그럴 만했다. “골드의 능력에 로켓맨의 이속 세트는 가장 완벽한 조합이야. 여기에 파투의 단검까지. 이 이상 필요한 건 굳이 말하면 레전더리 등급 무기 밖에 없는데 대부분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 그게 먹히겠어?” 정말 로켓맨의 그 세트 아이템이 넘어간다면, 그 이상 더해줄 것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아즈모는 알고 있었다. “결국 본질은 BJ대마도사를 노려야 해. 그가 흥미를 끄는 것을 말이야.” BJ대마도사가 그런 식으로 그냥 구미가 당기는 것에 손을 내미는 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것도 결국 이번 판의 크기를 알려주기 위한 맛보기이니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그림을 그린 채 그 그림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뿐임을. “무엇보다 일단 거래를 터야, 우리쪽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을 하던 아즈모가 비서에게 말했다. “개척자들의 땅에서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 물음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지 않을까요? 분명 이번 골드의 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개척자들의 땅에서는 무리 최소 숫자가 2백 마리입니다. 결정적으로 개척자의 땅은 기본 컨셉이 파티 대 파티입니다. 파티끼리 인스턴스 필드 던전에 돌입해서 먼저 미들 보스에 도달해야지 의미가 있는 곳. 돈으로 입장자 전부를 매수하지 않고서는 못합니다.” 입장자를 매수한다, 그 대목에서 아즈모는 턱을 한 번 더 쓰다듬었다. 사실 그건 아즈모가 쓴 방식이었다. 어마어마한 돈이 있어야 가능한 방식. ‘돈이 없진 않지.’ 물론 아즈모가 가늠하는 BJ대마도사의 자금력이라면 자신처럼 그 방법을 쓸 수 있을 터. ‘그럴 성격이 아니야.’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보면 BJ대마도사는 매수는커녕 오히려 도발을 할 터였다. ‘그 부분이다.’ 그 사실에 이른 아즈모가 턱을 쓰다듬는 것을 멈추었다. “이쯤 되면 이제 우리도 히든 카드를 꺼내야겠네.” “그럼?” “내가 어떻게 정령 전사를 소환하는지, 궁금하지 않으냐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질문을 던져봐야겠어." 214화. < 69화. 미싱 링크 (1). > 1. 기대가 크면 실패했을 때의 실망도 큰 법. 반대로 기대가 크면 성공했을 때의 환호 역시 더 컸다. - BJ대마도사가 해냈다! - 와, 진짜 이렇게 해낼 줄이야! - BJ대마도사가 압도했다! 이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결과에 대해 세간이 예상보다 더 격렬하게 환호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이었으니까 더욱이 환호성이 나올 만한 대목도 여러 가지였다. - 라이브 실시간 시청자 1천만 돌파다! - 지금은 BJ대마도사가 대세라니까! - 아직도 BJ대마도사 코인 안 탄 흑우 없제? 그중 하나는 바로 라이브 시청자 숫자 1천만 명 돌파! 물론 이미 앞선 라이브 방송에서 실시간 시청자 수 9백만을 돌파했었다. 때문에 1천만 달성은 떼놓은 당상이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대단하고 축하할 일이란 건 변함이 없었다. - 응, 미니 골드가 다 했어. ㄴ 미니 골드 귀엽더라. ㄴ 귀엽고 무섭지. ㄴ 그렇게 귀여움? ㄴ 장난 아님. ㄴ BJ대마도사랑 비교해서 얼마나 귀여움? ㄴ 그딴 이상한 거랑 비교하면서 나의 BJ골드를 모욕하지 마! 여기에 하나 더, 골드의 새로운 스킬은 BJ대마도사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 요소는 그것이었다. - 그런데 이 정도면 개척자의 땅에서도 솔로 플레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과연 BJ대마도사는 솔로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을까? 사실 이제까지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육상 선수가 100미터를 8초에 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개척자의 땅은 플레이어들에게 그만큼 남다른 무대였다. - 에이, 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그건 힘들지. ㄴ 대단한 건 알지만, 개척자의 땅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ㄴ 하더라도 제대로는 못할 듯. ㄴ 제대로 못하면 안 하는 게 낫지. 물론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 그래도 이런 이야기 나오는 거 보면 대단하긴, 대단하네. 아즈모 때도 이런 이야기는 안 나왔잖아? ㄴ 아즈모가 정령 전사 얻은 후에도 이런 이야기는 안 나왔지. ㄴ 그러고 보니 아즈모가 정령 전사 얻은 게 개척자의 땅 들어가기 전 아니었나? BJ대마도사도 얻을까? ㄴ 아즈모 도움 없이는 힘들 듯. 아즈모 외에는 그걸 얻은 이가 한 명도 없잖아? 그러나 분명한 건 거론이 된다는 것부터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는 것.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BJ대마도사의 이름은 라이브 방송 이후에도 거듭, 뜨겁게 언급되고 있었다. “BJ대마도사다!” 그런 상황 속에서 빅스테이지 위의 도시, 파파투에 BJ대마도사가 등장한 건 이미 끓고 있는 냄비에 폭약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 “BJ대마도사님, 저 라이브 보고 지금 접했어요!” “끝내줬습니다!” 모두가 미다스의 등장에 환호했다. 그리고 그러한 환호에 미다스가 기꺼이 팬서비스를 했다. "골드." “예, 주인님." “소형화다.” “예!" 저번 전투의 MVP였던 미니 골드의 모습을 기꺼이 몰려든 팬들 앞에서 보여줬다. “맙소사, 미니 골드다!” “진짜 귀엽네. 역시 대세는 골드야. 저런 귀여움마저 가졌는데 이제 럭키랑 상대가 안 되지.” “럭키의 시대는 저무는……." “럭키님, 얘가 럭키님 욕합니다!” “아, 아닙니다, 럭키님! 저는 여전히 럭키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골드의 모습에 팬들이 열광으로 보답했다. 그러나 그러한 팬서비스는 오래 가지 못했다. “어, 저기!” “하늘 가오리다!” NPC히투, 하늘 가오리를 타고 그가 등장하는 순간 더 이상 팬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사라졌으니까. “이번에는 대체 뭘까?” “뭔가 또 대단한 걸 하겠지?” 플레이어들 사이로 즐거운 분위기 대신 기대감이란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하늘 가오리가 내려오는 순간, 그 위에 탄 NPC히투가 미다스에게 말했다. “일단 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겠나?” “예." 그 짧은 대화를 마치고 하늘 가오리에 오르는 미다스에게는 간절함이란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였다.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나?” “해냈습니다.” 어느새 하늘 위를 날기 시작한 하늘 가오리. 그 위에서 대화를 잠시 멈추고 인벤토리에서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피 아이템을 꺼내 주는 미다스는 간절하게 소망했다. ‘부디 내가 공략할 수 있는 난이도의 퀘스트가 나와라.’ 언제 어느 순간 퀘스트 진행 중단이 될지 모르는 미다스의 처지에서는 더 이상 큰 그림을 보는 건 불가능했다. 당장 한 발을 더 내딜 수 있느냐, 없냐, 그것만이 중요할 뿐. 더욱이 미다스의 간절함은 남들과 달리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고리 원숭이 주술사라니, 듣기만 해도 힘들 것 같지만.’ 그가 본 히든 정보에 따르면 다음 공략 퀘스트 타이틀은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딱 봐도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를 냉큼 잡아 오라는 퀘스트 아닌가? 분명 앞서 히투의 물약 퀘스트 난이도보다 낮을 일은 없었다. 아니, 필시 보스 몬스터급일 터. 난이도가 낮은 정도가 아니라 이제까지 미다스가 마주한 그 어떤 퀘스트보다 난이도가 높을 가능성이 컸다. 사실 이 순간 미다스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였다. ‘1대1. 제발 1대1.' 부디 그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란 놈이 수백 마리가 넘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이끌지 않고 단독 행동하는 놈이기를. 1대1 만이 미다스가 퀘스트를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틈이었으니까. “구해왔군.” 그러한 기도를 알 리 없는 NPC히투는 미다스가 건네준 피를 확인한 후에 곧바로 그것을 안이 보이는 작은 병에 넣었다. 이후 몇 번 병을 흔들자, 그 안에 핏물 대신 시커먼 액체가 등장했다.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던 NPC히투가 입을 열었다. “이 우두머리를 사냥할 때 특별한 일이 있었을 텐데,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우두머리가 괴성을 내지르자, 갑자기 보통의 고리 원숭이들이 우두머리처럼 검게 변색했습니다.” 그 설명에 NPC히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의 말이 맞았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미다스 앞에서 NPC히투가 입을 열었다. “신의 힘을 받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네. 하나는 신의 힘이 담긴 무언가를 이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무엇일 것 같나?" 그 질문에 미다스는 고민이 없었다. '그야.......' 이미 앞서서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포효에 부하 원숭이들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얻는 것을 본 상황. 답을 도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을 믿는 것이죠.” 그 답에 NPC히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신을 믿는 것이지. 물론 믿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그 과정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네." “두 가지요?” “하나는 신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신과 신도를 이어질 사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앞서 미다스가 경험한 상황을 NPC히투의 말대로 해석한다면, 현재 이름 잃은 신이 존재한다는 것 아닌가? “좀 더 정확히 파악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일이 일어나는 모양이야.” 그 말을 마친 NPC히투가 하늘 가오리를 툭툭 몇 번 쳤고, 이내 하늘 가오리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와 동시에 NPC히투가 손에 든 것을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자네가 구했으니, 자네가 가지게.” 자연스레 미다스가 건네준 것을 받았다. [히투의 물약] - 등급 : 레전더리 - 효과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겨 있는 물약이다. 결코 마셔서는 안 된다. ‘응?’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이는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저주를 품은 목걸이 업그레이드 재료 그 아래,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 앞에서 미다스는 잠시 사고를 멈추었다. 그럴 만했다. ‘잠깐만, 저번에 업그레이드 했을 때 붙은 게 리플레이 스킬이었지?’ 그가 가진 저주를 품은 목걸이는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놀라운 결과물을 주었으니까. ‘대박이다!’ 상상했던 것 이상의 호재가 나온 셈. ‘아니지.’ 물론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재료라는 건 결국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을 못한다면 결국 그림 속의 떡일 따름이었다.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어떻게든 잡아야 해.’ 결국은 다음 퀘스트 내용이 핵심!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을 알기 위해 미다스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NPC히투가 대답을 했다. “이번 사건을 내게 말해준 이가 있네. 그를 만나러 가는 걸세.” “그가 누구입니까?”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지.” “예?”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NPC히투가 마저 말을 했다. “내게 이 상황을 알려준 게 다름 아니라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네. 그러니 그에게 답을 찾아야지."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싸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무래도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터. 물론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래도 그다음은 모르지.’ 그 각오를 품은 채 미다스가 정면을 바라봤다. ‘제발.’ 그런 그의 눈에 무대나무 위에 있는 집 한 채가 들어왔고, 그곳을 향해 NPC히투가 말했다. “저기네. 저기가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가 살고 있는 곳이네. 보통은 이렇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 그 말에 미다스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를 멈출 수는 없는 일. “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개척자들의 땅으로 가기 전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간절히 노력하는 자들이 닿을 수 있는 곳이지."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 개소리야?’ 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세한 건 그에게 직접 물어보게.” 2. 흔히 말한다. 호수 위의 백조가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쉼 없이 발짓을 한다고.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갓워즈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라이브 방송,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화려함 아래에는 쉼 없는 노력이 있었다. “6분 후에 레벨업 사냥을 하시면 됩니다.” 레벨업 사냥이라는 노력이. 아즈모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 역시 하루 대부분을 레벨업을 위한 사냥에 투자했다. “시간은?” 그리고 그 투자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투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재 신체 컨디션으로는 48분 32초 동안 사냥하신 후에 나오시면 될 듯합니다.”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 1초 단위로 시간을 계산한 후 투자할 정도. “준비된 음료입니다.” 당연히 최고의 컨디션을 위한 온갖 종류의 식단 관리, 의학적 지원도 이루어졌다. 아즈모가 게임을 할 때마다 의사 3명을 포함해 무려 11명이 되는 지원팀이 붙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즈모는 게임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하는 일 중 중요한 일들 대부분은 게임 속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라이징 스타 채널 대답은?” 특히 최근에는 게임 밖에서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런 아즈모에게 있어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생기는 텀, 그 짤막한 시간은 천금보다 귀한 셈.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답변해주겠다고 합니다.” “그게 전부야?” “예." 그 천금 같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그 대화 도중에 갑자기 아즈모가 침묵했다. 길게. 무려 3분이나 고민에 시간을 투자한 아즈모가 이내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카드를 준비해.” “예?” 그 고민 끝에 나온 아즈모의 말에 놀라는 비서를 향해 아즈모가 재차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마법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 그거에 대비하자고.” 이어진 설명에 비서는 예, 라는 대답 대신 반문을 했다. “그럴 리가 있을까요? 그 정보는…… 우리 쪽도 운 좋게 얻은 것 아닙니까?” 반문을 내뱉는 비서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막연한 확신이 아니었다. “3년 전 그 방법을 발견한 이후 상황을 지켜봤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뭐, 그렇지. 빅스테이지에서 한 달에 한 번 등장하는 히든 NPC를 찾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이니까.” 말을 뱉으며 과거를 회상하던 아즈모가 짧게 혀를 찼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퀘스트 난이도. “퀘스트 난이도도 엄청났지. 고리 원숭이 44개 무리를 처치한 후 보스 몬스터인 고리 원숭이 3형제까지 잡은 후에 파투의 무기 시리즈 3개를 바쳐야 했으니까.” 이어서 나온 아즈모의 말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이 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실제로 그 NPC는 매달 감시하면서 동향을 살피고 있으나, 여전히 접촉이 없었습니다. BJ대마도사는 그 NPC가 있는 지역에 간 적도 없고요.” “그렇긴 하지.” 비서의 말에 아즈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봐도 그 퀘스트를 아무런 조짐도 없이 BJ대마도사가 공략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으니까. 애초에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게임에 접속하기 전 어떠한 불안감이, 혹시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을 뿐. 그런 아즈모에게 비서가 보다 확실하게 말했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를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에 아즈모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시간 다 됐습니다. 게임 접속하시죠!” 이제는 백조의 발짓을 할 때였으니까. 결국 아즈모가 고민을 포기하며 말했다. “이렇게 골치 아프게 게임하는 것도 이제 한계야. 빨리 BJ대마도사가 레벨업해서 BJ대마도사 버스나 탔으면 좋겠군." 그 짧은 푸념에 비서가 말했다. “진심이십니까?” “그럴 리가.”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아즈모가 캡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215화. < 69화. 미싱 링크 (2). > 3. 드넓은 무대나무 위에 놓인 나무로 만든 오두막집 하나. 그 오두막 앞에 하늘 가오리가 착지하는 광경은 이곳이 숲이 아닌 드넓은 바다처럼 보이게 했다. 허나 그에 대한 감상은 길어지지 않았다. 드륵! 손님이 도착하는 순간 바로 집주인이 등장했으니까. “왔군.”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며 쉰 듯한 목소리와 함께 로브를 입고 있는 집주인이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집주인은 분명 고리 원숭이였다. 그러나 풍기는 느낌은 고리 원숭이와 전혀 달랐다. 일단 옷차림부터가 달랐다. 비단처럼 보이는 붉은빛 천으로 만든 로브는 문외한인 이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으니까. 로브 위로 보이는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고리 원숭이가 한두 개의 피어싱만 하는 것과 달리 귀는 물론 코와 입술을 비롯해 얼굴 곳곳에 고리 피어싱이 되어 있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얼굴 전체가 문신으로 가득했다. “흐마라고 하네.” NPC 흐마. 그가 곧바로 자신을 소개하며 NPC히투 옆에 있는 미다스를 향해 스윽,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내민 손의 앙상하기 그지없는 손가락들은 저마다 두세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선뜻 잡을 수 있는 손이 아니었다. 당장 베이스부터가 몬스터인 고리 원숭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거부감 넘치는데, 얼굴 전부가 기괴한 문신과 피어싱으로 가득한 상태. 그런 존재가 내미는 손을 잡는다? 잡기는커녕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게 정상. 덥석! 그러나 미다스는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민 NPC흐마의 손을 그대로 잡았다. “미다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어떤 NPC를 만났을 때보다 반가움이 넘치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건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정말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심. 마음속 깊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어휴, 이 괴물하고 싸웠어야 했으면 그냥 포기해야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미다스의 눈에 NPC흐마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처럼 보일 따름. 더욱이 미다스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템도 장난 아니네. 로브는 레전더리잖아?’ NPC흐마의 레벨은 물론 NPC흐마가 가진 로브도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고리 원숭이들의 주술사 흐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저주를 먹는 목걸이’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렸다. ‘목걸이 업그레이드부터 간다, 이거지? 설마 당장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가라는 건 아니겠지?’ 여러 경우의 수들.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사이 NPC히투가 NPC흐마를 향해 말을 던졌다. “흐마, 자네 말이 맞았네. 고리 원숭이들 사이에 이름 잃은 신의 사제가 있는 듯하네.” 그 말에 NPC흐마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름 잃은 신이 부활한 것인가?” 이어진 질문에는 NPC흐마가 고개를 저었다. “신이란 그리 쉽게 죽음과 부활을 맞이하는 존재가 아닐세. 필시 신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주었을 터.” “그게 뭔가?” “굳이 표현을 하자면…… 제단. 그래, 제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제단? 그럼 그 제단을 찾아서 파괴하는 게 우선이겠군.” “쉽진 않을 걸세. 그토록 쉽게 발견될 것이었다면 내가 진작에 발견해서 파괴했을 터. 무엇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담은 제단이라면 아무나 다가갈 수 없을 걸세.” 그 순간 낌새를 느낀 미다스가 고민을 멈췄다. ‘이거, 내가 나설 타이밍 같은데?’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임을. “저라면 발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목걸이를 꺼내 보여줬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목걸이에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름 잃는 신의 힘에 가까이 갈수록 나침반처럼 반응하죠. 그러나 현재 이곳에 어떠한 힘 때문에 목걸이가 반응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매우 친절하게. “이 목걸이의 힘을 보다 강력하게 만든다면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잡아 채취한 피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 피를 이용하면 될듯합니다.” 자신이 받은 히투의 물약마저 꺼냈다. ‘자, 빨리빨리 가자.’ 괜히 이런저런 대화로 뜸 들일 필요는 없다는 듯이, 본래는 NPC들이 해야 할 설명마저 본인이 해버렸다. 그러한 미다스의 노력에 NPC흐마가 바로 답했다. “그럼 가능하겠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는 긴장했다. ‘제발.’ 이제 다음 퀘스트에 미다스의 운명이 걸린 순간. “허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네. 필시 보다 많은 피를 채취해서 가져와야 할 거야.” 이어진 NPC흐마의 말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다렸다. “가능하겠는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저주를 먹는 목걸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16마리를 잡아 피를 채취하여, NPC흐마에게 가져다주자. - 퀘스트 보상 : 저주를 먹는 목걸이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제단’ 진행 가능 그리고 뜬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주먹을 쥐며 외쳤다. “예, 가능합니다!” 자신 있게, 진심을 담아. 그 외침에 NPC흐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그 사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쉽진 않지만 못할 건 없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16마리 사냥이 쉽진 않을 터. 허나, 이미 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의 난이도였다. ‘좋아, 해보자. 아니, 이번 기회에 레벨업도 하고, 제대로 전투 스타일도 맞춰보자. 그래, 시련을 이겨내야 성장하는 거지!’ 그렇게 다짐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물음표가 남아있지?’ 여전히 NPC흐마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남아있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혹시 저한테 또 하실 말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NPC흐마가 말했다. “혹시 거래를 하지 않겠나?” “거래요?” “내가 원하는 걸 주면, 나도 자네가 원하는 마법을 배우게 해주지.” “예?” 4. [흐마의 제안] - 퀘스트 랭크 : 레전더리 - 퀘스트 레벨 : 1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흐마와 거래를 하자. - 퀘스트 보상 : 199레벨 이하 스킬 중 원하는 스킬 습득 가능 퀘스트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NPC흐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조금 전 그의 대화가 떠올랐다. NPC흐마는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주면, 네가 원하는 마법을 얻게 해주겠다고. ‘파투 시리즈.’ 그리고 원하는 물건은 다름 아니라 파투 시리즈였다. 쉽게 말하면 파투 시리즈의 무기를 대가로 대마도사란 직업이 습득 가능한 199레벨 이하 마법 중 하나를 배우는 것이었다. ‘비싸긴 하지만.......' 물론 파투 시리즈가 저렴한 무기는 아니었다. 그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파투의 단검은 제외하더라도, 어지간한 무기들은 억이 넘는 돈에 거래가 됐다. ‘이건 남는 장사다.’ 그러나 대마도사 직업이 습득할 수 있는 마법 중에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것도 있었다. 당장 미다스가 습득했던 몇 가지 종류의 레전더리 마법들만 하더라도 그 가치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 아니었던가? ‘아니, 남는 정도가 아니지.’ 물론 미다스가 생각하는 건 그런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미다스가 그런 말을 하기에는 뭐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솔직히 돈으로 해결하면 될 일. 오히려 미다스가 보기에 이것은 파격적인 기회였다. ‘가만!’ 스킬 카드가 존재하지 않는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이거면 정령 전사 마법도 습득이 가능할지도? 그 대표적인 스킬이 바로 정령 전사였다. 정령 전사 마법 자체는 특이한 스킬은 아니었다. 50레벨에 정령술사들이 쓸 수 있는 스킬로, 하급 정령을 정령 전사로 바꾸는 스킬이었다. 문제는 정령 전사 마법의 스킬 카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령술사들의 경우에는 퀘스트 진행을 통해서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할 수 있지만, 대마도사는 그 퀘스트를 받을 수 없었다. 더욱이 정령술사들이 단계적으로 배우는 중급 정령 소환, 정령 기사, 상급 정령, 정령왕까지, 이러한 모든 스킬들은 습득하는데 기본 조건이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정령술은 대마도사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분야였다. ‘확실해. 아즈모가 여기 왔었어.’ 아즈모가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생각해보면 개척자의 땅에 진입했을 때 정령 전사를 꺼냈었으니까.’ 개척자의 땅 진입, 200레벨 달성을 앞두고 당시 아즈모는 갑자기 정령 전사 마법을 사용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냥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때 내려가던 아즈모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지.’ 사실 그 무렵의 아즈모, 개척자의 땅을 앞둔 아즈모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제아무리 엄청난 돈을 게임에 투자해도 한계는 있는 법. 하물며 당시 아즈모에게는 신수가 있거나, 가디언을 업그레이드 시킬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 아즈모는 순수한 솔로 플레이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지원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는, 사실상 길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는 개척자들의 땅에서 결국 스타일을 포기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때 아즈모가 정령 전사 스킬을 꺼내들면서 분위기를 반전했다. ‘그 후에도 아즈모가 아즈모로 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줬지.’ 당연한 말이지만 정령 전사라는 미싱 링크를 확보한 아즈모는 곧바로 정령술사 테크트리를 밟으면서 막강한 화력을 발휘하는 최강의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당연히 이 순간 미다스 역시 고민은 없었다. 솔직히 다른 마법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일단 어떻게든 가진 돈을 짜내면 파투 시리즈를 구할 수 있어. 그다음에는…….' 보이는 것은 그다음. 자신이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했을 때 이후의 광경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얼굴에는 기쁨이 담긴 표정조차 걸리지 않았다. ‘된다.’ 지금은 감정을 표현할 때가 아니라, 실행할 때다! 그러한 감정만이 있을 뿐.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후우!” 짧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 잭팟을 향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인님이 좋은 거 가져올게!” 5. “현우 형, 표정이 왜 그래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은 채 늘어질 뿐.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어렵게 고개를 돌려 자신이 손에 든 스마트폰을 바라보았고, 이내 축 늘어졌다. 그 순간 정현우의 스마트폰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이혁주는 생각했다. ‘무슨 안 좋은 일 생긴 모양이네.’ 정현우에게 매우 안 좋은 무언가가 있다고. ‘괜히 얽히지 말고 피하자.’ 그러니까 굳이 더 이상 자극하지 말자고. “아, 청소 좀 해볼까?” 그렇게 이혁주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짓을 하면서 슬그머니 정현우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물론 정현우는 그런 이혁주의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보일 리가 없었다. ‘빌어먹을, 매물이 없다니!’ G베이에 파투 시리즈 매물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나름 각오를 하고 구매하려고 했으나, 단 하나의 매물도 G베이에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원래 귀한 매물이긴 했으나, 그렇다고는 해도 네다섯 개 정도는 항시 매물이 나오고는 했었다. ‘아니 왜?’ 그런데 설마 지금 이 순간 매물이 사라질 줄이야?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젠장, 매물이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는데…….' 운이 좋으면 10분 후에 매물이 올라올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운이 없다면 사나흘을 그냥 날릴지도 모르는 일. ‘파투의 단검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파투의 단검을 거래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미치겠네, 왜 하필?’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저 미치고 환장할 일. ‘가만.’ 딱 하나 방법이 있긴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부탁해볼까?’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아이템을 구해준 것을 보면, 필시 거대 길드들과 개인적인 거래 루트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 라이징 스타 채널의 도움을 받는다면 파투 시리즈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 ‘고민할 문제가 아니야. 이번 건은 대박이야. 라이징 스타 채널도 충분히 협조해줄 거야.’ 그 대목에서 정현우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 체면이고 뭐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면서 이내 스마트폰을 들고 이메일 작성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자.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해야 하는데, 파투 시리즈 무기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평소와 달리 확실하게 목적을 밝힌 정현우가 이내 그 이메일을 보냈다. 216화. < 69화. 미싱 링크 (3). > 6.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이후 사람들이 많이 다룬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광고에 대한 것이었다. - 감마 제약이 광고를 어떻게 땄을까? ㄴ 광고료 엄청 지불했겠지? ㄴ 광고료가 파투의 단검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ㄴ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그거는 기본이고 하나 더 줬다는 소문도 있어! ㄴ 파투의 단검 +@라고? 과연 감마 제약이 BJ대마도사의 그 라이브 방송에 지불한 광고료는 얼마인가? - 우와! 감마 제약 주가 올랐다! ㄴ 진짜? ㄴ 진짜! 광고 나오자마자 올라가는 중이야! ㄴ 미친, BJ대마도사 효과 끝내주네! 심지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정말 영향을 미친 것인지, 라이브 방송 이후 감마 제약의 주가가 오름세를 회복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더 커졌다. - 와, 장난 아니네. 이러면 무조건 BJ대마도사 광고해야지. 100억 줘도 남는 장사잖나? ㄴ 지금 광고 관리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하는 거지? ㄴ 걔네들 전화기 불나겠네. 당연히 사람들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리라 생각했다. 당장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생각도 그러했다. ‘이제 진짜 빡센 날이 올 거야.’ ‘커피 준비 완료, 뭐든 와라!’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그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리라 생각했고 나름 각오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러나 막상 방송이 끝난 이후에는 분주하기는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잔잔했다. ‘사장님 전화기도 그렇고…….' 심지어 라이브 방송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1초가 멀다 하고 울리던 박영준의 스마트폰은 어느 때보다 조용한 상태였다. 여러모로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는 일. 물론 박영준은 달랐다. ‘판이 잡혔다.’ 애초에 그가 바라던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공지하지 않았지만, 정보력을 어느 정도 가진 쪽들은 이번 라이브 방송의 광고료가 얼마인지 파악했을 터. 당연히 광고 제안을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그 정도 되는 액수를 베팅해야 할 터였다. ‘판돈을 확인한 이들은 쉽사리 베팅 못하지. 돈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 판돈에 맞는 베팅을 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았다.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이지,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 세상에는 상식을 초월하는 재력과 배포를 가진 이가 있었으니까. ‘아즈모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야.’ 아즈모, 그는 마치 라이브 방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베팅을 했다. 아니,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도리어 기존에 감마 제약이 했던 베팅액보다 훨씬 더 큰 것을 베팅했다. ‘그래도 설마 정령 전사 스킬 습득 방법을 광고료로 제안할 줄이야.’ 정령 전사 스킬 습득 방법. 그건 단순한 방법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이들, 어비스 길드의 멀린조차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라는 제안을 했었던 방법이었다. 그러한 제안 속에서도 결코 가르쳐주지 않았던 방법. 더 나아가 아즈모가 다른 대마도사들과 달리 특별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그것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셈. 그게 박영준이 머리를 툭툭 제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이유였다. ‘경쟁자를 죽여버리겠다, 이거군.’ 일단 아즈모의 의도는 명백했다. 판돈을 올려서 어중간한 경쟁자들을 떨구겠다! 즉, 이번 아즈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 판에 참가할 수 있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솔직히 박영준이 바라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베팅액을 정하는 건 박영준, 그가 되어야지 아즈모가 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 막말로 이 정도 베팅액이 정해지면 다른 이들은 감히 이 판에 참가할 수 없었다. ‘먹을 수밖에 없어.’ 문제는 이 제안을 라이징 스타 채널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일단 메리트가 남달랐다. ‘이건 파격이다.’ 이제까지 아즈모 외에는 그 누구도 얻은 적 없는 것, 그것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미싱 링크를 얻을 수 있는 기회. 하물며 이 기회가 다음에도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아즈모 쪽이 모를 리 만무. 툭툭, 박영준이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이런 파격적인 카드를 이 시점에 그냥 꺼낼 리는 없지.’ 과연 아즈모가 이 베팅을 그저 베팅으로 끝낼까? ‘필시 독이 있다.’ 박영준이 아즈모의 입장이었다면 이 베팅 안에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더 챙겨갈 만한 독을 숨겨놓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는 아니었다. ‘메일?’ 이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진동음, 그 소리에 액정을 확인하는 순간 박영준의 눈빛이 달라졌다. ‘BJ대마도사다.’ 그렇게 눈빛만 바꾼 채 표정 변화 없이, 시큰둥한 기색을 풍기던 박영준이 이메일을 확인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파투 시리즈가 필요한데 현재 G베이에 매물이 없습니다.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박영준 입장에서는 간단히 넘어갈 내용이 아니었다. ‘맙소사, 이걸 찾아냈다고?’ 일단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아즈모의 비밀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박영준은 놀라기만 하지 않았다. ‘가만.’ 그의 시선은 곧바로 파투 시리즈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꽂혔다. ‘정황상 이 방법은 최근 확보한 거다.’ 만약 BJ대마도사가 일찌감치 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준비도 일찌감치 해두었을 터. 그런데 여기서 파투 시리즈를 요구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 순간 박영준이 스마트폰을 가볍게 터치하며 G베이를 통해 파투 시리즈를 검색했다. ‘없다.’ BJ대마도사의 말처럼 서너 개 정도는 항시 나오던 매물이 사라지고 없는 걸 확인하는 순간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거였군.’ 정리하면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로 파투 시리즈가 필요한 상황. ‘재료를 독점하려고 했어.’ 당연히 그 사실을 아는 아즈모 쪽에서는 이 정보를 BJ대마도사에게 팔기 전에 그 대가를 전부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매입하면 비싸게 팔 수 있을 테니까. ‘이게 독이었군.’ 그 순간 머릿속의 퍼즐이 전부 완성됐다. 아즈모가 노리는 게 뭐였는지. 물론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는 말했다. 파투 시리즈를 구해야 한다고. ‘매물 자체를 아즈모 쪽이 전부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정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 BJ대마도사의 인맥을 동원하면 못 구할 건 없다.’ 솔직히 정말 BJ대마도사가 파투 시리즈를 구하고자 했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요구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아이템 확보 능력은 갓워즈에서 내로라하는 이들보다 더 우수하다는 건 이미 증명이 끝난 상황. 그럼에도 그걸 라이징 스타 채널에 요구했다는 건? ‘아즈모에게 받아내라, 이거군.’ 아즈모에게 파투 시리즈를 달라고 하는 것. 그럼으로써 아즈모에게 말해주라는 의미였다. ‘장난질은 이번 한 번으로 봐주겠다고.’ 그런 식으로 장난질을 치지 말라는 경고를 하라는 의미. ‘그리고 이렇게 하면 베팅액을 낮출 수도 있지.’ 그제야 비로소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단 말이야.’ 그 순간 박영준의 눈빛에 고민은 한 점도 없었다. 7. “파투 시리즈를 요구했다고?” “예." 비서의 말에 아즈모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정보는 알고 있다, 필요한 건 재료만이라, 이건가?” 분명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었으나, 눈빛에는 웃음기 한 점이 없었다.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가진 카드를 알고 있으면서도 거래를 해주겠다…….' 이미 BJ대마도사는 정령 전사 마법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는 바. ‘……한 번 봐주겠다, 이거군.’ 그럼에도 거절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료만 요구했다는 건 쉽게 말하면 아즈모에게 한 번 배려를 해준다는 의미였다. 물론 간단하게 보면 감사한 배려였다. 현재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BJ대마도사 라이브 광고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러나 아즈모에게는 달랐다. “이런 배려를 받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느낌이 묘하군.” 이제까지 그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법한 일. “좋아, 원하는 것을 보내주자고. 파투 시리즈 3개, 보내. 배려를 해주겠다는데, 거절할 순 없지.” 당연히 아즈모는 이번 일을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 배려에 대한 보답은 나중에 제대로 해줘야겠지만.” 8. “BJ대마도사가 대단해.” “그래, 솔로인 주제에 그 정도까지 하다니, 대단하지.” “진짜배기 솔로라니까.” 시끌벅적한 캡슐방. 그 속에서 정현우는 조용히 소파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쥔 채 정현우는 조금 전 일어난 일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이야.’ 그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파투 시리즈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을 때 그들은 대답했다. ‘아즈모라…….' 아즈모에게 전달하겠다고. 그건 분명 정현우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비상식적인 일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아즈모보다 더 확실하게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더 나아가 정현우는 기대감을 품었다. ‘혹시 공짜?’ BJ대마도사를 좋게 보는 아즈모가 어쩌면 파투 시리즈를 그냥 공짜로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물론 그 기대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야, 공짜로 준다고 해도 받으면 안 돼.’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이런 거래일수록 더더욱 확실하게 계산을 해야 나중에 더 큰 거래를 했을 때 제대로 된 값을 치를 수 있었다. ‘그래, 값은 제대로 치러야지.’ 그렇게 각오를 다지던 정현우에게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이메일이 왔다. 9. [파투의 망치]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65레벨 이상 - 파파투의 관리자, 파투가 사용했던 망치다. 닿은 대상의 방어 능력을 무시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 공격력 : 253 - 근력 +299 - 체력 +261 - 지력 +39 - 마력 +66 - 모든 물리 공격력 10퍼센트 증가 - 공격 시 방어력 20퍼센트 무시 파투의 망치. 파투 시리즈 중 가장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무기, 그럼에도 억이 넘는 돈이 거래되는 아이템. 자신의 인벤토리에 들어온 그 아이템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인벤토리의 다른 칸으로 시선을 돌 렸다. 그러자 보였다. [파투의 창] [파투의 활] 아즈모가 자신에게 보낸 파투 시리즈들이. "아......."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각오를 했다. 제값을 치르겠다고. ‘미치겠다.’ 그러나 설마 1개가 아니라 3개가 올 줄이야? ‘이거 어떻게 하지?’ 당연한 말이지만 당장 미다스의 수중에 이 모든 무기에 대한 대가를 치를 돈은 없었다. 여러모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 헥헥! 그렇게 고민하는 미다스의 곁에 럭키가 다가왔다. 마치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이.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은 미다스의 곁으로 이번에는 골드가 다가오며 말했다. “주인님, 고민하지 마십시오! 어떤 적이든 제가 주인님을 위해 깨부수겠습니다!” 이윽고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잭팟을 바라봤다. 꾸우? 그러자 잭팟이 뭘 봐? 하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한 잭팟을 본 미다스가 잠깐 뚱한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그래, 어차피 받은 거 돌려준다고 해봤자 받지도 않을 테고, 지금 해야 할 건 고민이 아니야.’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곧바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NPC흐마를 향해 말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들고 있는 파투의 망치를 NPC흐마에게 건네주었다. NPC흐마가 그것을 받은 후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딱 한 번, 자네가 원하는 마법을 얻게 해주지. 그래서 무슨 마법을 원하는가?” 그 물음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정령 전사 스킬을 원합니다.” “정말 원하는가?” “예." “자네라면 습득할 수 있겠군.” 그 말과 함께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창이 떴다. [정령 전사]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소환한 정령을 정령 전사로 진화시킨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진화 가능한 정령 전사의 숫자가 늘어난다. - 현재 소환 가능한 정령 전사의 숫자 : 2 !정령 전사 100회 소환 시 ‘백인의 전사’ 달성 !정령 전사 999회 소환 시 ‘천의 군세’ 달성 정령 전사 마법을 습득하는 순간. “후우." 그 순간 미다스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진짜 됐다.’ 솔직히 이 순간에도 미다스는 자신이 정령 전사를 습득했음이 쉬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백문불여일견, 미다스가 곧바로 새로이 얻은 스킬을 실행했다. “하급 정령 소환.” [불의 하급 정령이 소환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불로 만들어진 진돗개 크기의 개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곧바로 소리쳤다. “정령 전사 진화.” [하급 불의 정령이 정령 전사로 진화합니다.] 그러자 진돗개 모습의 불의 하급 정령이 거센 불길로 변했다. 화르르! 2미터까지 치솟은 불길! 그러한 불길이 이내 1.5미터 신장을 가진 웨어 울프로 변하였다. 정령 전사가 만들어지는 순간. ‘전투력은 평범하지.’ 물론 이렇게 소환된 하급 정령 전사는 그렇게까지 강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만약 강했다면 정령술사가 대마도사를 뛰어넘는 클래스로 인기를 얻었을 터. 대신 하급 정령 전사에게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하급 정령 전사, 파투의 창 착용.” [하급 정령 전사가 파투의 창을 착용합니다.] 아이템 착용이 가능하다는 것. 그게 이유였다. ‘그래, 아즈모가 이걸로 또 한 번 돈의 무서움을 보여줬지.’ 이 스킬을 아즈모가 손에 넣는 순간 세상이 기겁했고, 아즈모가 이 스킬을 통해 개척자의 땅에서도 독주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이제 내 차례다.’ “얘들아,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잡으러 가자!” 그리고 지금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였다. 217화. < 70화. 다다익선 (1). > 1. 갓워즈 초창기 가장 선호가 높던 직업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이들은 레전더리 클래스인 대마도사, 대축복자, 소드 엠페러, 다크 마스터와 같은 직업을 떠올릴 것이다. 극히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들. 그러나 의외로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플레이어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유니크 클래스인 정령술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령술사는 굳이 전투에 직접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 솔직히 말해서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더라도 플레이어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컨트롤 능력은 물론 값비싼 스킬 카드 값을 지불할 만한 자금력까지. 그에 비해서 정령술사란 직업은 정령에게 딜링과 서포트, 랭킹 전부를 맡기면 될 뿐이었다. 물론 정령술사가 소환하는 정령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니었다. 당장 하급 정령 전사의 경우에는 랭킹 능력이나 딜링 능력은 그리 대단치 못했다. 대신 정령들은 저마다 나름의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물의 정령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육체를 얼음처럼 만들거나 혹은 물웅덩이 같은 곳에 숨길 수 있었다. 땅의 정령도 비슷했다. 돌처럼 딱딱해지거나 흙더미 속에 모습을 감추는 게 가능했다. 당연히 불의 정령은 제 몸을 불길로 만들거나 혹은 불길 속에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아즈모가 정령 전사 스킬을 손에 넣었을 때 세상이 기겁한 이유. 그리고 미다스가 정령 전사 스킬을 손에 넣는 순간 자신감이 넘쳤던 이유. 화르르! ‘역시 끝내주네.’ 파이어 스텝이 발동한 미니 골드의 발자국이 만들어낸 불길이 곳곳에서 치솟는 무대나무 위. 그 불길 속에서 불의 정령 전사들이 손에 든 무기를 이용해 쉼 없이 고리 원숭이들을 공격했다. ‘데미지는 별 거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데미지는 대수로울 것 없었다. 정령 전사 자체가 약한 건 물론 미다스의 하급 정령 소환과 정령 전사 스킬 랭크는 F랭크에 불과했으니까. ‘상관없지.’ 그러나 딱히 데미지 딜링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골드가 파투의 단검으로 저주를 걸고, 두 정령 전사들이 파투의 창과 활로 공격해서 아이템 효과만 발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파투의 창 효과는 출혈. 파투의 활 효과는 중독. 하급 정령 전사들은 두 무기가 가진 옵션을 몬스터에게 적용시키면 될 뿐이었다. ‘한 마리 더 소환해서 아머 브레이킹까지 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겠지만…….' 여기서 만약 블랙 클레이모어를 이용해 아머 브레이킹 효과까지 발동시켰다면 말도 안 되는 사냥이 가능했겠지만, 미다스는 굳이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당장 바랄 필요도 없었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개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미다스는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들의 부하들, 150이 넘는 무리를 압도하고 있었으니까. ‘좋은 기회야.’ 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놀지만은 않았다. 끄르! 자신의 믿음직한 동료들이 새로이 추가된 정령 전사들과 함께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이 순간, 미다스는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마주 보고 있었다. 단순히 마주 보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외침과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들을 잽싸게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향해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머리에 닿았다. 끄르! 그 공격에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비명 비슷한 소리를 내뱉으며,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달려드는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어지간한 탱커들도 긴장해야 할 만큼 섬뜩한 광경. ‘온다.’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기다렸다. 후웅! 이윽고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땅을 휩쓸듯 미다스를 향해 제 긴 팔을 휘두르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옆으로 움직이며 그 공격을 피해내며 그대로 손에 든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머리에 그대로 적중했다. “후우!” 그 후 짧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다시금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직시했다. 그건 훈련이었다. ‘미들 보스와의 전투 경험을 쌓을 기회를 그냥 버릴 순 없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 보스 몬스터와 일반 몬스터의 중간급 강함을 가진 미들 보스를 상대할 경험을 쌓기 위한 훈련. ‘앞으로는 미들 보스와의 전투가 일상이 될 테니까.’ 더 나아가 이제 조만간 나아갈 개척자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이기도 했다. 개척자의 땅에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몬스터 무리는 숫자도 숫자이지만, 그 무리를 통솔하는 미들 보스급 몬스터가 꼭 존재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는 좋은 훈련 파트너였다. 더욱이 지금처럼 럭키와 골드, 잭팟의 활약 덕분에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와 1대1 이나 다름없는 전투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날리는 건 바보짓.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뒷걸음질 치지 않고 공격 패턴을 기다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공격 후에는 틈이 생긴다.’ 만약 거기서 뒷걸음질 쳤다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는 거듭 미다스를 추적했을 터. 그리하면 지금처럼 확실하게 공격할 틈이 생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미들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미들 보스급의 스펙은 쉽게 뿌리치거나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 남은 답은 공격하게 만든 후에 틈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것뿐.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전제조건이 붙었다.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보고, 반응하고, 피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조금 전 이미 미다스가 보여줬다. ‘지금 내 스펙이면 가능해.’ 할 수 있다! 그 사실에 자신감을 얻은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과 함께 소리쳤다. “드루와!” 그 순간이었다. 콰앙! 미다스의 등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블레이즈 골렘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팔이 고리 원숭이를 쳐내면서 만들어낸 소리. 끼이! 그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고리 원숭이가 그대로 미다스의 등을 그대로 두드렸다. “헉!"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 충격에 비틀거렸다. 세상 그 누구도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사고!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에게는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였고, 그 기회를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는 놓치지 않았다. 끄르! 모든 힘을 짜내며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i 어느새 등장한 럭키가 그대로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의 목덜미를 제 이빨을 박아 넣더니, 그 상태에서 철봉을 한 바퀴 돌듯, 그대로 제 몸을 그대로 돌렸다. 한 바퀴! 크르르i 그리고 두 바퀴! 마치 묘기를 하듯 두 바퀴를 돈 럭키가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턱에 힘을 주었다. 빠드득! 그러자 이제는 살점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뭉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끄르르르르! 그 소리와 함께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가 기괴한 소리를 내뱉으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고리 원숭이들이 약해집니다.] [무대나무 위의 모든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밟고 올라선 럭키가 그대로 자세를 잡고 고개를 들었다. 호우우! 사냥의 끝을 알리는 하울링을 내뱉었다. 위엄이 넘치는 모습! 그러나 그 모습에 미다스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대신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럭키야, 말은 바로 해야지. 그거 내가 피 다 깎았잖아?” 왕? 칭찬이 아니라 질책이 나오자, 럭키가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사이 사냥을 마친 자그마한 골드가 미다스 곁에 다가오더니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맞습니다. 저 나쁜 개가 주인님의 위대한 전투를 방해하는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왕! 절대 그런 게 아니라는 듯이 럭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그런 럭키의 머리 위로 잭팟이 착지하며 가볍게 날갯짓을 했다. 꾸우! “보십시오! 이 나쁜 새도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뱉는 잭팟의 말에 골드가 기다렸다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의 잘못을 주장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금 전 그건 장난이었다. 미다스는 결코 럭키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진짜 빠르네.’ 그저 자신이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동안 남은 고리 원숭이들을 처치하는 저 놀라운 결과물이 신기할 뿐. 그렇게 정리된 무대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럭키야, 장난이야.” 왕! “그래, 장난. 잘했어.” 왕! 주인의 칭찬에 다시 활기를 되찾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다섯 번만 더 잘해보자.” 2. "왔군." 결코 익숙해질 수 없을 만큼 험악하고 섬뜩한 외모를 가진 NPC흐마의 인사. "예." 그런 NPC흐마를 향해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기쁨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당장 사냥을 통해 자신의 전력이 얼마나 크게 상승했는지 파악한 상황. ‘자, 이걸로 목걸이는 확보. 어떤 옵션이 나오려나?’ 여기에 목걸이로 스펙업을 앞두고 있었다. ‘180레벨도 이제 1레벨만 올리면 돼.’ 또한 최근 사냥을 통해 179레벨을 달성한 상태였다. ‘정황상 제단 퀘스트에서 보스 몬스터랑 한 판 붙을 가능성 높지만…….' 당장 다음 퀘스트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여러모로 호재가 가득한 상황. ‘까짓것 한 번 해보지 뭐. 나와봐야 고리 원숭이 형제이겠지.’ 자신감도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다 모아왔습니다!” 그러한 자신감을 미다스가 숨김없이 표현한 후 이내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 건네줬다. 그것을 확인한 NPC흐마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말과 함께 NPC흐마가 가볍게 턱짓을 한 후 자신의 오두막집을 향했다. 따라오라는 제스처, 그 제스처에 미다스 역시 NPC흐마를 따라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딱히 특별할 것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오두막집 모습. [흐마의 쉼터에 입장했습니다.] [흐마의 손님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슬찍 새로운 타이틀 보상을 확인했다. [흐마의 손님] - 타이틀 설명 : 흐마의 손님으로 그의 쉼터에 방문한 이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 +20 ‘오!' 생각 이상으로 타이틀 보상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NPC흐마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사방의 풍경이 바뀌었다. '어?' 평범하기 그지없는 오두막집이 갑자기 한없이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갖 실험 도구가 가득한 연구실이 등장했다. ‘대단하네.’ 마법이 풀리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저건 뭐지?’ 그렇게 드러난 광경 속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도 들어갈 법한 거대한 항아리였다. 항아리 자체가 신기한 건 아니었다. 신기한 것은 그 항아리를 불로 만들어진 3미터 신장의 거인이 꼭, 속에 품고 있다는 것. “준비는 일찌감치 끝내두었네. 바로 작업에 들어가면 될 터.” 그 말과 함께 NPC흐마가 손짓을 하자 불의 거인이 품에 안고 있던 항아리를 NPC흐마 앞에 내려놓았다. 이후 NPC흐마가 그 안에 미다스가 가져온 것을 집어넣자, 불의 거인이 다시 항아리를 품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 거인이 품고 있던 항아리를 들고 옆에 있는 자그마한 컵 안에 항아리를 따랐다. 똑똑! 그러자 시커먼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지며 컵 안을 채웠다. 눈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적은 양. NPC흐마가 그 컵을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네 목걸이에 먹이게. 단, 조심하게. 이것을 먹는 순간 자네 목걸이는 굉장히 탐욕스럽게 변할 테니까." 그 경고에 미다스가 고개를 고덕인 후 자신의 목걸이를 풀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숨도 돌리지 않은 채 미다스는 자신의 목걸이 펜던트, 그 위에 액체를 떨어뜨렸다. 그 순간이었다. 휘익! 미다스의 손에 잡힌 펜던트가 흔들렸다. 미다스의 어마어마한 근력 스탯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힘! ‘왼쪽이다.’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한 미다스를 향해 NPC흐마가 다가와 말했다. “이제 찾아가는 일만 남았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NPC흐마가 자신의 로브 속에서 자그마한 책 한 권을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 “쉽지 않은 일, 부디 이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숨겨진 보상 지급과 함께 퀘스트도 지급됐다. [제단]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0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제단을 찾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고리 원숭이 삼형제’ 진행 가능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형제가 아니라 삼형제라고?’ 무대나무 숲의 보스 몬스터인 고리 원숭이 형제, 문자 그대로 보스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우 까다로운 조합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하나 더 많은 셋을 상대해야 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는 일. ‘……미치겠네.’ 이제까지 쌓아 올린 자신감을 단숨에 주눅 들게 만드는 퀘스트 난이도에 미다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북돋아 줄 것을 보았다. ‘일단 목걸이 스펙부터 확인하자.’ 새로운 아이템을 확인했다. [저주를 먹는 목걸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70레벨 이상 -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을 품고 있는 목걸이다.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이 좀 더 강해지고, 탐욕스러워졌다. - 모든 능력치 +150 - 공격력 +20 - 이동 속도 +20퍼센트 - 공격 속도 +20퍼센트 - 캐스팅 속도 +2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50퍼센트. - 착용 시 리플레이 스킬 사용 가능 - 착용 시 원모어 스킬 사용 가능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모어?’ 원모어. 소환 마법으로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숫자를 하나 더 늘려주는 패시브 스킬. ‘가만?’ 그 스킬이 머릿속에 들어왔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정령 전사였다. 현재 미다스가 소환 가능한 정령 전사 숫자는 두 마리! 당연히 원모어 효과를 적용받으면 셋이 될 터! ‘정령 전사에…… 아, 골렘!’ 그 후에는 곧바로 골렘이 떠올랐다. ‘맙소사, 골렘 세 마리라고? 200레벨도 안 됐는데?’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령 전사 세 마리에 골렘 세 마리라면,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상대로도 나름 충분히 견적을 짜볼 수 있을 터. ‘잘하면 되겠어. 탱킹으로 시간만 벌면…….' 그 사실에 반색하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힘을 얻으신 주인님이 얼마나 멋진 활약을 펼쳐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골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미다스의 사고가 정지했다. 218화. < 70화. 다다익선 (2). > 3. 종종 그런 질문이 나온다. 갓워즈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 뭐냐고.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 아이템을 쓰는 클래스들이 가장 좋아하는 옵션이 달린 아이템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각 클래스들이 바라는 최고의 아이템 옵션은 무엇일까? 마법사 클래스들이 바라는 최고의 옵션은 플러스 원이었다. 그리고 연금술사나 정령술사와 같은 소환술사들이 바라는 최고의 옵션은 원 모어였다. 물론 일부는 이 대목에서 질문을 던졌다. “대마도사 클래스도 소환 마법 배울 수 있는데, 원 모어 옵션 달린 무기 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대마도사에게 원 모어 스킬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허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메리트는 있다. “무기를 실시간으로 스위칭한다면 모를까, 굳이 플러스 원 옵션 달린 무기 대신 원 모어 옵션 달린 무기를 낄 이유가 없잖아?” “아무렴, 스위칭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리고 원 모어 스킬은 플러스 원하고 다르게 스킬 효과가 사라지는 순간 스킬 효과로 추가된 소환물도 사라진다고.” 그러니 플러스 원 옵션이 달린 무기를 대신할 만큼의 메리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즈모도 관심 안 가지잖아?” “맞아, 정말 할 가치가 있었으면 아즈모가 이미 지른 후에 언박싱 콘텐츠로 공개해줬겠지.” 그런 이유로 어지간한 아이템들은 전부 직접 구매해서 써보는 아즈모조차 원 모어 스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원 모어 스킬의 존재 자체가 미다스의 머릿속 어디에도 없었다. 더욱이 미다스가 알기로 원 모어 스킬이 달린 아이템 중 착용 레벨이 가장 낮은 건 230레벨. 또한 이미 여러 영상을 통해 아이템을 통해 얻은 원 모어 스킬 효과는 스위칭을 하는 순간 사라지는 게 검증된 상황이었다. 아직 200레벨이 채 되지도 않은 미다스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맙소사.’ 미다스의 사고가 정지한 건 그 때문이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의 사고가 다시 진행된 것은 5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후우!” ‘릴렉스, 지금은 일단 릴텍스하자.’ 5분 동안 멎었던 숨을 내뱉은 미다스는 일단 머릿속 상황을 정리했다. ‘정현우, 정신 차려. 지금은 김칫국을 마실 때가 아니야.’ 일단 지금 가장 먼저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기쁨에 몸서리를 치는 게 아니라 원 모어 스킬이 적용되는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골렘과 정령 전사는 적용된다.’ 그중에서 골렘과 정령 전사는 이미 많은 소환술사들을 통해 적용되는 게 확인된 바였다. ‘가디언은…… 확인해봐야지.’ 하지만 가디언의 경우에는 확인된 바 없는 일. 즉,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즈모도 못하는 걸 하게 될 줄이야.’ 아즈모조차 시도해본 적 없는 영역. ‘하긴, 아즈모에게는 의미가 없지.’ 물론 아즈모 입장에서는 딱히 시도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디언이 한 마리 더 늘어나는 것은 딱히 메리트를 느낄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가디언은 다르지 않은가? ‘오직 BJ대마도사에게만 의미가 있는 짓이니까.’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미다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김칫국 마시러 가볼까?’ 4. 게임을 하다 보면 별거 아닌 일에 온갖 종류의 의미를 부여하고 경쟁하고는 했다. 갓워즈, 무대나무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두 가지를 가지고 경쟁했다. “고리 원숭이 1백 마리 잡아봤나?” 고리 원숭이 1백 마리를 상대해봤는가? “당연히 해봤지. 10분 만에 깔끔하게 처치했어. 그러는 너는 저번에 들어보니까 15분 걸렸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잡았는가? 이제까지 그와 관련된 최고 기록은 어비스 길드가 보유한 10인 파티, 5분 33초였다. 놀라운 기록이었다. 쉽게 계산하면 1명이 30초에 1마리꼴로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다는 의미! 그리고 그게 미다스가 지금 놀라는 이유였다. ‘4분 58초.’ 지금 그 기록이 깨졌으니까. 물론 기록이 깨진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미 미다스는 150마리가 넘는 무리, 그것도 우두머리가 포함된 고리 원숭이 무리를 상대로도 압승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승리를 거둔 바. 놀라운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주인님의 명성에 비하면 가소로운 상대였습니다.” 그 놀라운 과정을 만들어낸 장본인의 목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아이스 나이트의 육신을 베이스로 소환된 가디언, 그 옆에 자리 잡은 고리 원숭이 한 마리가. “선배님의 말씀이 맞아요. 주인님의 위대한 위엄에 감히 비할 바 못한 녀석들이었네요.” 자신의 두 번째 가디언 실버의 모습에 미다스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이게 진짜 될 줄이야.’ 놀람의 시작은 두 번째 가디언, 실버 소환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환된 실버는 골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킬을 공유했다. 소형화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작아진 둘은 고리 원숭이들 무리를 유유자적 빠져나가며 그들을 유린했다. 놀라운 건 그게 시작이라는 것.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보다 위대한 전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다!” “선배님보다 제가 먼저 목숨을 바칠게요!” 미다스가 경쟁하듯 자신을 찬양하는 골드와 실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화르르! 그러자 이번에는 블레이즈 골렘이 내뿜는 열기가 느껴졌다. ‘셋.’ 예전과 달리 둘이 아닌 셋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얘네들도 장난 아니었지.’ 당연한 말이지만 탱커이자 딜러이기도 한 블레이즈 골렘 숫자의 증가는 압도적인 전력의 증가로 돌아왔다. 비주얼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블레이즈 골렘 셋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불의 벽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사냥 속도 역시 훨씬 더 빨라졌다. ‘쟤들도 그렇고.’ 그러한 블레이즈 골렘의 몸 위에 무기를 든 정령 전사들이 앉아 있었다. 그 숫자 역시 셋이었다. ‘예상 이상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예상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 더 놀라운 건 그마저도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편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빛의 구체, 사역마가 보였다. 이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왼편을 보자 똑같은 빛의 구체가 하나 더 보였다. ‘사역마까지 원 모어 스킬이 적용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원 모어 스킬 효과가 사역마까지 적용됐다는 것. 당연히 사역마의 효과 역시 중첩됐다. ‘5개 마법 동시 캐스팅이라니…… 이거 최초 아닌가?’ 서브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것. ‘잠깐, 쿼드러플 다음은 뭐였지? 펜타 캐스팅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건가?’ 즉, 이제 쿼드러플을 넘어서 퀸튜플 캐스팅이 가능했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여기까지만 해도 솔직히 이미 미다스가 상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제는 상상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 그런 상태에서 이제 미다스는 결정해야 했다. ‘마스터 스킬북을 어떤 스킬에 써야 하지?’ 퀘스트 보상으로 최근 획득한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을 어느 스킬에 쓸 것인가? ‘블레이즈 골렘? 아니면 사역마?’ 그게 현재 미다스가 직면한 마지막 고민이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고민은 없었다. 조만간 있을 보스 몬스터 레이드, 그것도 고리 원숭이 형제가 아닌 삼형제 레이드를 성공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은 없었다. ‘어떤 걸 마스터 랭크로 만들어야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잡을 때 시청자들이 열광하려나?’ 어떤 식으로 성공하나, 그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5.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자들,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자들 중 몇몇은 말했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할수록, 그 대중에 자신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고. 그게 소위 별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가지는 고뇌 중 하나였다. 세간의 기대에 부응할수록 부귀영화와 함께 더 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 BJ대마도사 역시 그 고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기대는 했지만 설마 고리 원숭이 150마리를 상대로 그렇게 압도할 줄이야. - 과연 BJ대마도사가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까? 모두가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을 해낸 BJ대마도사를 향해 세상은 찬사와 함께 곧바로 새로운 기대를 품었다. - 뭐든 간에 엄청난 걸 보여주겠지. ㄴ 아무렴!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을 떠올려보라고!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었어. 전부 차원이 다른 거였지. ㄴ 그럼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 하나? 이쯤 되면 시도해 볼만하잖아? ㄴ 그것보단 일단 고리 원숭이 형제부터 잡는 게 우선 아닐까? ㄴ 맞아! 보스 솔로 레이드부터 해야지! 그러한 세간의 기대감은 무대나무 숲의 보스 몬스터,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물론 말이 기대감이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었다. - 무조건 솔로 해야지. ㄴ 맞아. 설마 고리 원숭이 형제 잡는데 파티플이니, 뭐니 그런 거 하진 않겠지? ㄴ 하면 구독 끊음.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너를 향한 관심과 찬사를 버리고, 대신 조롱과 탄식을 보내겠다는 협박 어린 강요. 그러한 강요는 비단 BJ대마도사만을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BJ대마도사를 향해서 직접적인 강요는 없었다. “어유, 미치겠네.” “왜?" “아니, 아는 친구가 다음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주제 알려달라고 계속 전화가 와서 말이야.” 도리어 직접적인 강요를 받는 건 BJ대마도사의 유일한 파트너 채널,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당장 직원들부터가 주변인들에게 쉼 없이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모른다고 했지. 그런데 의미가 있겠어? 솔직히 이미 다들 고리 원숭이 형제 잡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을. 앞서 말했듯이 그건 사실상 강요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한 강요. 그러한 강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빨리 BJ대마도사가 발표해줬으면 좋겠다.” BJ대마도사가 확실하게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를 발표하는 것. 결국 참다못한 직원 한 명이 자리에 앉아 있는 박영준을 향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응, 아직 아무 말 없었어.” 그러나 그런 부하 직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박영준은 바로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예?" “BJ대마도사 쪽에서는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그러한 박영준의 확실한 못질에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분위기를 확인한 박영준이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뭐, 말은 없지만 뻔하지.’ 이미 박영준은 짐작하고 있었다. ‘조만간 라이브 방송한다. 그것도 모두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BJ대마도사라면 결코 세간의 기대를 그냥 외면하고, 무시하고 가지 않으리란 것을. ‘아, 입이 근질근질하네.’ 사실 그것만이었다면 박영준은 일찌감치 고통받는 부하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줬을 것이다. ‘이거 뭐, 말해줄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이번 건수는 그저 단순히 세간의 기대를 충족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정령 전사……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빅이슈를 내가 건드릴 수는 없지. 아무렴.’ 아즈모가 이제까지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정령 전사 마법이 BJ대마도사에게 계승된 상태. ‘정말 어떻게 되려나?’ 그 사실이 만들어낼 파급력은 지금 당장 박영준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박영준이 부하 직원들에게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말해주지 못하는 이유였다. ‘숨길지도 몰라.’ 너무나도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어쩌면 박영준의 예상처럼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숨길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솔직히 이게 공개되는 순간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들 입장에서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한 몸이라 생각할 터. 즉, BJ대마도사가 아즈모의 계승자로 세간에 인식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자칫 잘못하면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이제까지 그 둘은 어느 정도 협력 관계였다. ‘그냥 알고 지내다가 주변 여론 때문에 애인이 되는 것은 피해야지.’ 그러나 그 이상의 관계가 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실제로 당장 이번 건수만 하더라도 아즈모와 BJ대마도사는 서로 신경전을 벌였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즈모가 BJ대마도사와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고자 하는 걸, BJ대마도사가 자기 역량을 발휘해 차단했다. 그런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공개한다? 앞서 한 BJ대마도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 박영준이 이번 정령 전사 습득 건을 BJ대마도사가 숨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숨길 순 없지만.’ 물론 결국 언젠가는 정령 전사 스킬 습득 사실을 공개해야 할 일이었다. ‘이슈는 이슈로 묻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나 박영준조차도 이 거대한 이슈를 쉽게 넘어갈 만한 방법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어떻게 하려나?’ 때문에 박영준은 기다릴 뿐이었다. BJ대마도사가 확답을 해주기를. “사장님, BJ대마도사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박영준에게 확답이 왔다. “그래? 뭐래?” “라이브 일정을 잡아달랍니다.” “라이브 일정?” 물음에 대해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것을 들은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집중! BJ대마도사에게도 라이브 방송 요청이 왔다!” 그 말에 모든 직원들이 동시에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박영준을 바라봤고, 그런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구원을 내렸다. “3일 후 BJ대마도사,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다!” 219화. < 70화. 다다익선 (3). > 6. 때로는 시끄럽게 광고하는 것보다 조용히 떠드는 게 더 효과적인 법. BJ대마도사에 대한 상황이 그러했다. - 내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근무하는 친구 통해서 간신히 들은 소식인데,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 잡혔데! 라이징 스타 채널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에 대한 한 톨의 정보도 공개치 않은 상황.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뜨겁게 흐르기 시작했다. - 맞아, 나도 거기 근무하는 지인 통해서 들었어. 절대 외부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ㄴ 내가 듣기로는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라던데, 맞나? ㄴ 나도 그렇게 들었음. 방송 날짜는 이틀 후라는 소문 들었음. ㄴ 이틀 후 그리니치 천문대 시간 기준으로 오후 2시 10분에 방송 시작이라는 소문이 맞는 모양이네. ㄴ 아니, 이게 무슨 비밀 소문이야? 그냥 공식 발표지? 아주 디테일한 소문들이. 어쨌거나 대중이 기대하던 상황이 펼쳐졌고, 대중의 반응은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 그래서 어떻게 잡을까? 과연 고리 원숭이 형제 솔로 레이드를 어떻게 할까? - 저번하고는 난이도가 최소 두 단계 이상 높아. 절대 저번 수준으로는 못 잡아. 분명한 건 기존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 일단 보스몹인 고리 원숭이 형제도 형제인데, 그전에 고리 원숭이 부하들부터 정리해야겠지. ㄴ 몇 마리인데? ㄴ 두 당 1백, 도합 2백 마리. ㄴ 헐. 일단 고리 원숭이 형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부하의 숫자가 2백 마리였다. - 2백 마리를 5분 안에 최대한 많이 제거해야 해. 5분 후에 고리 원숭이 형제 등장하니까. ㄴ 보스몹 등장하는 순간 분노 모드 발동하고. ㄴ 남은 고리 원숭이들이 미쳐 날뛰지. 그러한 2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 저번에 사냥하는 속도 보니까 5분 안에 전부 제거는 힘들 거 같은데? ㄴ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 ㄴ 방법이 있으니까 시도하는 거겠지? 여러모로 BJ대마도사에게는 저번에 보여준 것, 그 이상이 없으면 힘든 상황. - 그게 뭘까? 그 이상의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논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 어, 대박 사건.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습득했데! ㄴ 무슨 소리야? 정령 전사라고? ㄴ 아즈모에게 도움을 받았데! BJ대마도사의 새로운 노림수가 공개됐으니까. - 구라치고 있네, 누가 그러는데? ㄴ 구라 아니야! BJ대마도사가 직접 말했어! 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한 적도 없고, 영상 올라온 적도 없는데? 구라 아님? ㄴ 빅스테이지에서 셀카 찍어달라는 팬들한테 직접 말해줬어! ㄴ 뭐?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 본인의 입을 통해서. 어쨌거나 그 소식은 삽시간에 세간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럴 만한 소식이었다. - 와, 이 정도 거래라면 보통 관계는 아니라는 거잖아? ㄴ 후원금 주고받는 수준은 절대 아니지!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친한 건 알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친분. 그러나 이번 일은 그러한 친분으로 감히 해석 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온갖 루머가 생산되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루머에 게시판이 아수라장이 됐다. “BJ대마도사가 정령 전사 습득 스킬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지금 온갖 게시판이 이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역시 아수라장이 됐다. “사장님, 알고 계셨습니까?” 그 아수라장 속에서 부하 직원 한 명이 박영준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툭툭,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어차피 공개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단 박영준이 보기에 아즈모와의 거래를 했다는 사실, 그 사실 자체가 드러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감추고 싶었다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터. 박영준이 고민하는 부분은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왜 라이브 방송을 이틀이나 앞둔 상태에서 공개했다는 건 이유가 있다.’ 지금 이 타이밍에 공개를 했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대체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거지?’ 7. 아즈모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너희는 가만히 있을 거냐?” 멀린이 말을 잠시 멈춘 후에 엠마를 향해 시선을 돌린 후에 멈춘 말을 이어갔다.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똑같아요.” 대답을 내뱉는 엠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저번에 강매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협박을 하는군. 그것도 아주 강력한 협박을.” 그리고 멀린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로 좋지 못했다. “정령 전사라…… 부럽네. 나조차 구하지 못했던 건데.” 정령 전사 스킬은 멀린조차도 아즈모에게서 얻어내지 못했던 스킬. 그런데 그런 스킬 입수 방법이 거래가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이 이상 베팅할 만한 건 우리 수중에 없잖아?” 당장 어비스 길드 수중에는 이 이상 베팅할 수 있는 정보나, 아이템이 없었다. 그게 엠마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베팅액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야.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과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여러 사람들을 경쟁시킴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올려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즈모와 긴밀한 관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아즈모와 정말 손을 잡을 생각이었으면 공개할 필요도 없어.’ 분명한 건 아즈모와 손을 잡은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랬다면 굳이 이런 수작을 부리기는커녕 오히려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을 터. ‘아즈모와는 오히려 거리를 뒀을 가능성도 크다.’ 오히려 반대로 나중을 위해서 아즈모와는 막상 빅딜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무엇보다 아즈모는 자신이 준 것을 회수하고자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는 자였으니rK. ‘설마?’ 그렇게 고민하던 엠마가 이내 멀린을 향해 말했다. “멀린.” “뭐 생각난 거라고 있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일정 동안 시간을 좀 비워두셔야겠어요.” “시간을?” 반문하는 멀린을 향해 엠마가 말했다.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얼굴을 보고 인사 정도는 해야죠.” 대답과 함께 엠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BJ대마도사,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8. 화르르! 불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대나무 위. 쿵! 그 불길 위를 블레이즈 골렘과 정령 전사들이 질주하며 고리 원숭이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다스 본인 역시도 그러한 전장을 향해 쉼 없이 파이어볼을 비롯한 마법을 던지고 있었다.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날아간 파이어볼이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단숨에 처치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뜨겁네, 뜨거워.” 그의 말처럼 뜨겁기 그지없는 분위기. “내일 라이브 방송 앞두고 분위기도 뜨겁고.” 물론 지금 이곳보다 더 뜨거운 건 라이브 방송을 앞둔 현재의 분위기였다.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게 전수 받은 정령 전사 스킬을 이용해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를 한다! 관심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의도한 대로야.’ 더불어 그게 미다스가 제 입으로 아즈모와의 거래 건을 언급한 이유였다.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슈를 끄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만한 건수도 없었다. ‘정령 전사로 이목을 끈 상태에서 원모어 스킬을 공개하는 거지.’ 더욱이 미다스의 수중에는 정령 전사보다 더 확실하게 대중의 이목을 끌 카드들이 즐비한 상황. ‘시나리오도 완벽하다.’ 그에 맞는 라이브 시나리오도 이미 완벽하게 해둔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8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남은 하나마저 갖춰졌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남은 건 5마리.’ 무대나무 위에 남은 고리 원숭이는 이제 5마리. 그것도 대부분 HP상태가 30퍼센트 미만 상태인,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놈들이었다. 크르르! “나쁜 개! 저 놈은 우리 몫이다!” “선배님, 제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아니더라도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앞다투어 나서는 상황. ‘오케이.’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이 순간 180레벨 보상, 카드 보상을 개봉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 대답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빛을 내며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카드가 저마다의 빛을 내뿜으며 미다스를 향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미다스의 이목을 잡았다. ‘나왔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하나. “블링크다!” 180레벨 레전더리 마법, 블링크가 나오는 순간. ‘준비는 끝났다.’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에 오를 배우마저 준비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9. 거대하기 그지없는 무대나무가 가득한 숲. 그 숲을 거닐던 미다스의 발걸음이 이내 거대한 무대나무 한 그루 앞에서 멈추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목걸이의 펜던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니라 땅 바닥이었다. ‘지하 제단이었네.’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새로운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리 원숭이 삼형제]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79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제단 입구는 무대나무 위에 있다. 무대나무 위의 고리 원숭이 삼형제와 그 부하를 처치하고, 입구를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제단 파괴’ 진행 가능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준비 끝.’ “후우." 그리고는 짧게 숨을 내뱉은 후에 미다스가 이내 라이징 스타 방송 채널에 접속했다. 그러자 투명한 채팅창이 미다스의 눈앞에 떴다. - 화면 떴다! - 라이브 시작이다! - BJ정령술사 하이! 미다스의 등장에 이미 시끌벅적했던 채팅창에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몰아치는 아수라장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BJ정령전사1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정령전사보여주세요 님이 3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정령전사몇명임 님이 3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정령 전사를 보여달라! ‘노린 그대로다.’ 자신이 바라던 대로 정령 전사가 사전 분위기를 아주 뜨검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시청자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들 정령 전사에만 관심이 있고, 오늘 제가 잡는 몬스터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네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무대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오르는 미다스의 모습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레이드 시작하면 이야기하기 바쁘니까, 그 전에 할 말은 다 해두고 싶어서요. 질문 없으신가요?” 느리게 오르는 건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그 말에 곧바로 질문들이 쏟아졌다. [구스타프 님이 10,08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개중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지른 건 구스타프였다. [구스타프 : 아즈모한테 산 정령 전사 습득 방법, 나한테 팔 생각은 없나? 2배 가격에 사주지. 혹시 아즈모 허락이 필요한 건가?] 정령 전사 스킬 습득 방법을 팔아라! 그 파격적인 제안.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제안을 받은 미다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덤덤했다. ‘마음 같아서는 팔고 싶지만…….' 솔직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정보를 팔 수 있다면 팔고 싶었다. ‘내가 얻은 방식은 아즈모랑 다르지.’ 그러나 아즈모와 달리 미다스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령 전사 스킬을 습득했다. 아즈모가 가진 정보와는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일. 더욱이 팔고자 한다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같이 묶어서 팔아야 했다. 즉, 팔 수 없는 물건이었다. “죄송하지만 팔기 애매한 물건이라서요. 무엇보다 구스타프 님에게는 소용없을 겁니다.” [라포 님이 10,08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팔기 애매하다는 건, 아즈모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거야 아니면 너무 비싸다는 거야?] 그때 기습적으로 라포가 질문을 던졌다. - 그래, 그게 중요하지. - 아즈모 님이랑 무슨 관계에요? 그것도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 애초에 모두가 알고 싶은 건 정령 전사 스킬 자체의 강력함 따위가 아니었다. 솔직히 그게 아무도 쓰지 못하는 신비 속의 스킬도 아니고, 그 위력 자체는 수도 없이 알려진 바. 중요한 건 왜 아즈모가 그것을 BJ대마도사에게 주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답했다. “아즈모 님하고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죠. 이번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고요.” 무난한 대답.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 저렇게 적당히 숨기는 걸 보니까 오히려 더 의심 가는데? ㄴ 아즈모 후계자라는 루머가 사실일지도? ㄴ 솔직히 아즈모랑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라면 게임 끝이지. 아즈모랑 거래하는데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겠어? 무엇보다 아즈모와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아즈모 정도 되는 급이 아니면 비즈니스 파트너조차 될 수 없다는 말 아닌가? - 구스타프 님 무시함? 지금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건, 구스타프 정도 뿐. - 구스타프 님, 한 번 질러주시죠! - 돈지랄 배틀 가즈아! 자연스레 채팅창의 분위기가 구스타프를 향해 나아갔고, 그 반응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멀린 님이 10,08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군.] 220화. < 71화. 물량 앞에 장사 없다 (1). > 1. 사람들은 하늘 위의 무수히 많은 별마다 이름을 붙이고는 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수히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사람들은 별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별이 너무나도 많은 탓에 비슷한 별명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별명을 가진 마법사들 중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이었다. - 맙소사, 멀린이 후원을 했어. 멀린. 갓워즈의 최고의 마법사란 유일무이한 수식어를 가진 그의 등장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 진짜 멀린 맞음? 짭 아님? - 에이, 설마. 멀린이 여기를 왜 와? - 멀린은 이런 곳에 오는 성격도 아니잖아? 일단 모두가 의문부터 던졌다. 타당하고, 마땅한 의문. 그러한 의문에 대해 답을 해준 건 다름 아닌 아즈모였다. [아즈모 님이 10,08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게 웬일이야? 여기서 최고의 마법사님을 만나게 되네? 난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잖아?] [멀린 님이 10,08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일주일 전에 파티 초대장 보내줬는데, 참석 못해서 미안하군.] [아즈모 님이 10,08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진짜네.] 아즈모가 후원 채팅을 통해 멀린임을 인정하는 순간, 당연히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이제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진짜 멀린이다! ㄴ 그럼 여기 아즈모랑 구스타프에 멀린까지 모인 거네? ㄴ 최고의 마법사들은 다 모였네. ㄴ BJ대마도사도 있음! 이 라이브 방송의 참석자 자리에 참석한 슈퍼 스타들, 그들이 내뿜는 광채에 눈이 멀 뿐. 비단 채팅창만 그런 건 아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라이브 방송을 위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그곳의 모든 직원들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거였군.’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미소를 지었다. ‘대리인이 아니라, 직접 판에 앉히려는 게 BJ대마도사의 목적이었어.’ 거래, 협상, 경매 그리고 도박까지. 뭐든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중요한 일을 할 때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대리인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자를 앉히는 것이었다. 경매나 도박은 더더욱 그랬다. ‘아무렴, 대리인이 아니라 당사자를 앉혀야 실수나 오판이 나올 때 무를 수 없는 거니까.’ 일단 대리인은 과한 경쟁에서 생긴 실수, 오판을 통한 무리한 베팅을 할 수 없었다.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베팅은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사자라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최대한의 베팅을 할 수 있는 법. ‘이름값 때문에라도 무리해야지.’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앉은 이상, 명성에 걸맞은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슈퍼 스타는 그만큼 빛을 내기에 슈퍼 스타인 법이니까. ‘이제야 비로소 진짜 판이 만들어지겠군.’ 그 결과에 이른 박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기분 좋은 미소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줬으면 제대로 해야지.’ 판이 커진 만큼 박영준의 역할과 책임은 더 막중해질 테니까.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네.’ 그렇게 감탄을 내뱉던 박영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가늘어진 눈으로 모니터를 보던 박영준이 소리쳤다. “지금 화면에 나온 고리 원숭이 몇 마리인지 체크해봐!” “예?" 박영준의 그 갑작스러운 외침에 부하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모니터를 본 후에도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뭐가 문제지?’ ‘보스 몬스터 잡는 거잖아? 당연히 고리 원숭이 무리가 나오겠지.’ 고리 원숭이 형제 레이드의 시작점이 부하 고리 원숭이 무리를 상대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 무대나무 위에 올라선 BJ대마도사의 시야에 고리 원숭이 무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2백 마리를 훌쩍 넘기고 있잖아!” 2. 모두가 놀란 멀린의 등장. ‘맙소사, 멀린이라니?’ 개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최고, 그 외에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자 아닌가? ‘진짜 맞나? 짭 아니야? 멀린은 아즈모랑 달리 이런 곳에 오는 성격이 아닌데?’ 더욱이 멀린은 아즈모와는 조금 달랐다. 아즈모가 팬서비스가 훌륭하고, 친근한 슈퍼 스타라면 멀린은 고고히 작품으로만 팬을 만나는 슈퍼 스타 같은 느낌. 이렇게 누군가의 방송에서 등장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진짜이면 어떻게 하지? 인사해야 하나? 어떻게 하지? 허세 컨셉 유지할까? 너무 깝치는 걸로 보이려나?’ 여러모로 미다스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셈.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 멀린 님,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로? - 설마 BJ대마도사 님 만나러? - 에이, 아즈모 님 보러 오신 듯.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탓이었다. '아.' 미다스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무대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은. ‘실수다.’ 천천히 올라가며, 긴박한 전투를 하기 전에 시청자들과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자! 그러한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어차피 멀린이 입장하는 순간 내가 뭘 하든 의미가 없어졌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함, 그런데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바로 들어간다.’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무대나무 위에 올라섰다. [무대나무 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당장 보이는 건 2백이 아닌 3백 마리에 이르는 고리 원숭이.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당신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10분 후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등장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괜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레이드 시작합니다!” 짧은 말을 끝으로 바로 전투에 들어섰다. “메모라이즈 아이스월!” [아이스월이 생성됩니다.] 일단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얼음벽을 세웠다. 끼이! 얼음벽이 등장하는 순간 바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들이 동시에 얼음벽을 바라보았다. 끼에! 그러면서 허리춤에 있는 석탄 비슷한 덩어리들을 잡았다. 투척이 시작되는 순간. 그때 몇몇 시청자들은 인식했다. - 어? 레이드 시작? - 뭐야? 고리 원숭이 숫자가 왜 저래? - 2백 마리 맞아? 그 이상 같은데? 지금 레이드 상황이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아즈모 님이 10,08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3백 마리네? 가만, 왜 3백 마리지?] [구스타프 님이 10,08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아무래도 이번 레이드도 일반 레이드와는 다른 모양이군.] 특히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이들은 이 상황이 그냥 단순한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멀린 님이 10,08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설마 고리 원숭이 형제가 아니라 삼형제가 등장하려나?] 이어서 나온 멀린의 말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삼형제? 둘이 아니라 셋? 그리고 동시에 전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주인님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엘프의 로브에 달린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 단숨에 고리 원숭이 무리로 파고든 미니 골드가 파투의 단검을 휘두르며 고리 원숭이들에 저주를 걸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리고 그러한 미니 골드가 지나간 길을 따라 피어오르는 불길들이 고리 원숭이들로 하여금 고리 원숭이를 쫓게 했다. 허나, 전부를 끌기에는 고리 원숭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끼끼! 당연히 어그로가 끌리지 않은 고리 원숭이들은 아이스월을 향해 무차별적인 투척을 시작했다. 콰앙! 얼음벽 위로 폭음이 소낙비처럼 부딪쳤다. “하급 불의 정령 소환, 정령 전사 진화.” [하급 불의 정령이 정령 전사로 진화합니다.] 그런 지독한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가 모두가 고대하던 것을 공개했다. - 정령 전사다! - 진짜 습득했구나! 정령 전사. 이제까지 대마도사들 중에 오로지 아즈모만이 보여주었던 존재. 그 존재 둘이 곧바로 불길이 넘실거리는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이후 그 둘이 곧바로 불길에 몸을 감췄다. 모습을 드러낸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 어? 무기들 뭐지? - 파투의 창? - 다른 정령 전사가 쥐고 있는 거, 저건 파투의 활 같은데? - 파투 시리즈다! 그 정령 전사들이 어지간한 대형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쉬이 들 수 없는 레전더리 무기를 하나씩 쥐고 있다는 것을. - 정령 전사에 레전더리를 끼워준다고? 미쳤네! - 미친 게 아니라 또라이 짓이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채팅을 보냈다. [아즈모 님이 10,09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정령 전사에 레전더리 무기 끼워줄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미친 짓이야?] 그리고 그 반응에 아즈모가 살짝 발끈했다. 물론 그러한 반응은 미다스에게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 해.’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얼음벽이 무너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곳을 정리하는 것이었으니까. “가고일 앤 인페르노 앤 쇼크 웨이브.” - 가고일? 미다스가 미니 골드와 정령 전사들이 고리 원숭이들을 약화시키기도 전에 본인의 전력을 꺼냈다. - 초장부터 광역 마법 투하할 생각이야! 초전박살! 미다스가 그 의지를 품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가고일을 소환합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가 곧바로 가고일을 통해 무대나무 위에 등장했다. 끼이! 가고일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무대나무 위 고리 원숭이들이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이! 미니 골드가 만들어낸 넘실거리는 불길 따위는 개의치 않은 채. “네놈들! 감히 가지 못한다!” 그 불길을 만들어내며 쉼 없이 고리 원숭이들의 몸뚱이를 파투의 단검으로 그어내는 미니 골드와 정령 전사들도 무시한 채. 끼이끼이이! 오로지 가고일만을 부술 각오로 달려오는 3백 마리의 고리 원숭이들은 쓰나미 같았다.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법한 광경. “럭키,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 광경 앞에서 럭키가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치는 하울링을 내질렀다. “잭팟, 오리온의 노래!” 꾸-우! 이어서 잭팟이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미다스가 등지고 있던 얼음벽을 버리고 고리 원숭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페르노.” 그와 동시에 등장한 인페르노가 가고일을 향해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불꽃을 토해냈다. 푸후후! 보는 순간 숨이 막힐 만큼 강렬한 불길이 가고일에 다가오는 고리 원숭이 무리를 뒤덮었다. 끼이! 끼에! 허나, 고리 원숭이들은 그 불길도 무시하면서 가고일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더욱이 너무나도 많은 숫자 탓에 인페르노의 불길에 닿은 것은 절반을 조금 넘을 뿐이었다. - 3백쯤 되니까, 광역 마법이 닿질 않네. - 어쩔 수 없지. 숫자의 무서움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장면. 탁! 그 장면이 미다스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좌우 그다음은 위아래! - 쇼크 웨이브다! 쿠쿠쿠! 가고일에 몰려든 고리 원숭이를 쇼크 웨이브가 덮쳤다. - 둘 다 제대로 맞은 놈들은 죽었다! - 딜량 장난 아니네. 그 공격에 21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데미지 딜링! - 그런데 고리 원숭이 숫자도 장난 아니야. 그럼에도 여전히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넘쳐났다. - 어쩔 수 없지. 파투의 단검으로 약 친 것도 아니고. - 파이어 스텝 데미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어.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해도 사전에 양념 치지 않고 원킬은 불가능하지. 어쩌면 당연한 결과. 미다스 역시 알고 있었다. “리틀 토네이도 앤 체인 라이트닝, 사역마 블레이즈 골렘 소환!” ‘이걸로 광역 마법은 전부 쿨타임.’ 자신이 자랑하는 광역 마법 전부를 쓰더라도 여전히 많은 숫자가 남으리란 것을. 그 예상은 그대로 재현됐다. 후우웅! 가고일을 향해 몰려든 고리 원숭이들을 집어 삼킨 리틀 토네이도가 잠잠해졌을 때. 쿵! 드디어 블레이즈 골렘이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 여전히 고리 원숭이의 숫자는 203마리나 남아 있었다. - 와, 2백 넘게 남았네! - 이것도 대단한 거지.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단숨에 100마리 가까이 제거한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란 건 부정할 수 없었다. - 그래도 역시 숫자가 깡패네. - 1백 마리나 잡았는데 줄어든 거 같지도 않아.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숫자가 아득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광역 마법도 다 썼고, 이제 어떻게 하려나? 이제 관심사는 이 무리를 상대로 BJ대마도사가 어떤 전투를 펼칠 것인가, 하는 부분.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볼, 사역마 아이스 스피어!” 미다스가 캐스팅을 시작하는 순간, 시청자들 미다스가 고른 답을 파악했다. - 개싸움이네. - 이것밖에 없지. 광역 마법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치고받는 것! ‘좋아.’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전면전을 시작했다. “럭키, 가름의 그림자!” 왕! “그리고 바로 전광석화!” 왕! 전광석화 모드가 된 럭키와 그림자 분신이 고리 원숭이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쿵! 쿵! 그리고 등장한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 역시 고리 원숭이들을 향해 전진했다. “주인님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이미 전장에 있던 미니 골드 역시 자신의 역할을 계속 수행했다. 끼이! 끼에! 그 공세에 고리 원숭이들 역시 분노에 가득 찬 함성으로 전의를 불타올랐다. 이후 시작된 전투에 질서는 없었다. 각개전투, 모두가 저마다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로 전투를 치를 뿐. 물론 말이 전투이지, 그냥 모양새를 보면 하나가 서른이 넘는 고리 원숭이를 상대하는 식. 그것을 제대로 된 전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이게 무슨 전투야! - 우리 럭키 님 죽겠다! 보이는 것만 놓고 평가를 하자면,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측이 극도로 불리한 광경. - BJ대마도사가 무리하다 결국 실패할 듯. - 한 명이라도 리타이어 하면 이번 레이드는 무조건 실패이지. 그런데 버티겠어? - 아직 보스도 안 나옴. 때문에 채팅창이 탄식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 응? 그런데 왜 이렇게 고리 원숭이가 적어 보이지? - 뭐지? 벌써 2백 이하로 떨어진 것 같은데? 아득할 것 같던 고리 원숭이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 BJ대마도사다! BJ대마도사가 학살을 하고 있어! 이유는 다름 아닌 BJ대마도사.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의 파이어볼이 닿을 때마다 고리 원숭이들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채 시체가 됐다. - 한 방에 끝나네? 문자 그대로 원샷원킬.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앞서서 광역 마법으로 HP깎긴 했으니까. 살아남은 고리 원숭이들 중 절반 이상은 광역 마법으로 HP상태가 30퍼센트 남짓한 수준. - BJ대마도사 딜링 쩔긴 하고. 파이어볼만으로 보스도 잡잖아? 그리고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주는 데미지는 어지간한 동일 레벨 마법사들의 파이어 스피어는 물론 광역 마법과 위력이 비교될 정도로 상식 외 수준이었다. HP 상태가 좋지 못한 놈들이라면 BJ대마도사의 파이어볼 한 방에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 물론 이론이 그러할 뿐이었다. - 아니, 그래도 그 한 방짜리만 골라서 잡는 게 말이 돼? 그 넘치는 몬스터들 중에서 딱 한 방짜리 몬스터를 찾아 공격하는 건 이론을 뛰어넘는 일. 그게 미다스가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었다. ‘잘 보이네.’ 그의 눈에는 고리 원숭이들의 HP상태가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명확하게 보였으니까. ‘분명하게 보여.’ 동시에 미다스는 이 넘치는 무리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의 주저함이나, 떨림도 없었다. 훈련의 성과였다. 우두머리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편한 전투가 아니라,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전투를 치른 성과. 미다스에게 있어 지금 눈앞에 수십여 마리의 고리 원숭이가 달려드는 광경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었다. 퍼엉!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빠르게 제거해나가는 것 역시 이제는 익숙한 일이었다. 여기에 미다스에게는 이 달려드는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매우 유효한 스킬 하나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블링크!” 단숨에 고리 원숭이들로부터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스킬을! 퍼엉! [고리 원숭이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엄청난 속도로 고리 원숭이들 숫자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오히려 앞서 보여준 강력한 광역 마법을 선보였을 때보다 섬뜩했다. 영화로 치면 마치 총 한 자루를 든 주인공이 무장한 적대 세력을 휼로 부수는 모습. - 이거 라이브 맞음? 미리 찍어둔 거 아님? - 영화네, 영화야. - BJ대마도사도 BJ대마도사인데, 라이징 스타 채널 촬영 능력이 장난 아니네. 더욱이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러한 BJ대마도사의 활약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주었다. - 와, 예술이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 정도. 퍼엉! 이목고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고리 원숭이 한 마리를 해치우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9분 45초, 3백 마리 사냥 종료.” - 어? 벌써? 벌써 청소가 끝이 났음을. “자, 그럼 이제 메인 디시를 먹어볼까요?” 그리고 이제 진짜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준비됐음을 알린 미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나무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 괴물의 포효가! 그 소리는 점차 미다스가 있는 무대나무 위로 올라왔고, 종국에는 무대나무 위로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 크어어! 크아아! 4미터를 훌쩍 넘기는 신장을 가진 거대한 고리 원숭이들 세 마리, 고리 원숭이 삼형제가 등장하는 순간. - 맙소사, 진짜 삼형제였어!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이 기겁했다. 동시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카드를 숨기는데 성공했으면, 이제 보여줘야지.’ “세 마리, 그럼 이쪽도 숫자를 맞춰줘야죠.” 자신이 굳이 힘들게 청소를 했던 보상을 받기 위한 준비를. “블레이즈 골렘 소환.” 미다스, 그가 세 번째 블레이즈 골렘을 꺼냈다. - 어? 세 마리째? - 어떻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당황했고, 일부는 추측했다. - BJ대마도사가 골렘의 진리 가지고 있잖아? 그럼 200레벨 찍은 건가? 골렘의 진리 스킬 효과 중 하나인 100레벨 구간마다 소환 가능한 골렘 숫자 증가가 발동한 게 아닐지. 나름 타당한 추측. “사역마 소환.” 그러나 이어진 두 번째 사역마의 등장이 그러한 추측을 무색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추측은 하나였다. “자, 이제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이제까지 3백 마리나 되는 고리 원숭이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전력이 아니었음을. 물론 그들은 몰랐다. ‘진짜 전력은 하나 잡은 다음이지.’ 미다스가 지금 보여주는 것 역시 전력이 아님을. “일단 한 마리 먼저 잡아야겠네요.” 그렇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시작됐다. 221화. < 71화. 물량 앞에 장사 없다 (2). > 3. 아즈모, 그가 갓워즈 최초로 라이브 시청자 1억 명을 돌파했을 때 누군가 질문을 했다. 1억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을 누구보다 빨리 사로잡은 비결이 뭐냐고. 그 질문에 아즈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시청자가 1을 예상하면, 2를 보여주고, 그 후에 3마저 꺼내라! 지금 미다스가 보여준 건 아즈모가 말한 비결, 그 자체였다. [아즈모 님이 10,09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이게 뭐야? 사역마가 2마리잖아? 대체 이번에는 뭘 준비한 거야?] 그 사실에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아즈모조차 놀랄 정도. 채팅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물론 일부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멀린 님이 10,09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소환물 숫자가 늘어났으니, 원 모어 스킬일 가능성이 높은데 무기는 원 모어 스킬이 달린 것 같진 않군. 그럼 무기 외 아이템에 달렸다는 건데, 탐나는군.] [구스타프 님이 10,09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나도 멀린의 의견에 동의한다.] 일부는 냉철하게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을 해석했다. 그러나 그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 저기 라이브에 집중 좀 합시다. - 지방 방송들은 좀 꺼주시죠?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오로지 하나, BJ대마도사가 앞으로 보여줄 것이었으니까. “정석으로 갑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바람에 미다스는 기꺼이 응했다. “럭키.” 왕! 일단 등장한 세 마리, 그중 한 마리인 고리 원숭이 첫째를 럭키에게 위임했다. “사생결단!” 크-왕! 사생결단, 그 효과가 터지는 순간 곧바로 고리 원숭이 첫째가 럭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은 건 두 마리. “블레이즈 골렘들.” 미다스는 그 두 마리 중 고리 원숭이 둘째에게 블레이즈 골렘을 붙였다. “전부 붙어!” 셋 전부를. 그 명령에 세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동시에 움직였다. 쿵! 쿵! 쿵! 마치 벽이 밀려오듯 세 마리의 골렘이 단숨에 표적을 가로막았다. “정령 전사들, 같이 붙어!” 화르르! 그러한 골렘들의 곁에 미다스가 정령 전사들을 붙였다. 남은 건 이제 하나, 고리 원숭이 셋째. 그것을 마주한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크어어! 고개를 꽤 젖혀야 볼 수 있을 만큼 드높은 신장, 거대한 체격을 가진 고리 원숭이 셋째를 상대로 미다스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용열병!” 오히려 먼저 맞불을 놓았다. “인페르노.” 그 맞불의 시작은 인페르노! 미다스의 그러한 의지에 고리 원숭이 셋째가 기꺼이 응했다. 놈이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 괴성을 내지르며 길쭉한 팔을 다리처럼 이용하며, 네발짐승처럼 달려드는 놈의 속도는 무지막지했다. 그냥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미다스가 게임오버 당해도 조금의 이상할 것도 없는 모습. 그러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 어, 캐스팅 전에 당하겠다! 누가 보더라도 대형사고가 예상되는 그 광경에 채팅창에 비명이 떠돌았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링크.” 캐스팅 도중이던 미다스의 몸이 곧바로 사라졌다. 크아? 그 사실을 고리 원숭이 셋째가 인지했으나, 그뿐이었다. 이미 관성이 붙은 몸은 제대로 멈출 리 없었고, 그대로 미다스가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크어! 억지로 멈추려고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였다. 과속하던 차량이 억지로 멈추면 균형을 잃어버리는 법. 쿵! 결국 넘어진 고리 원숭이 셋째가 그대로 바닥을 미끄러졌다. 큰 충격은 없었다. 소모된 건 시간뿐. - 캐스팅 끝났다! 그러나 고리 원숭이 셋째 입장에서는 가장 해서는 안 되는 낭비였다. 푸후후! 이목고 등장한 인페르노의 악마가 그대로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향해 불꽃을 토해냈다. 크어어! 그 타오르는 불길에 어울리는 비명이 나왔다. “네놈. 주인님의 영광을 위한 거름이 되어라!” 당연히 고리 원숭이 셋째에게 자신의 지척에 접근한 자그마한 것, 미니 골드가 내찌르는 검을 피할 여유 따윈 없었다. 푹! 그렇게 미니 골드가 내찌른 파투의 단검에 그대로 고리 원숭이 셋째의 몸에 박혔다. [파투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에 이어 파투의 저주가 발동하는 순간. - 파투의 저주까지 걸렸다! - 이제부터 데미지 딜링 섬뜩하게 박히겠네. 보는 이조차 오싹하게 만드는 그 순간, 미다스는 더 오싹한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 어? BJ대마도사랑 거리가? 블링크를 쓰며 고리 원숭이 셋째의 등 뒤로 이동했던 미다스가 어느새 거리를 벌려두고 있었다. ‘70미터.’ 롱토스, 그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는 곳. ‘용맥은 덤이지.’ 더욱이 용맥이 있는 곳. 그곳에 선 채 미다스가 주문을 외웠다. “리볼버.” 시작은 리볼버. “트라이던트 애드원.” 그 상태에서 뽑은 건 트라이던트였다. - 트라이던트 3발 나온다! 단발로도 이미 끔찍한 스킬이 한 번에 세 발이나 준비되는 순간. “앤 파이어 볼 앤 파이어 스피어.” 심지어 미다스는 그 후속 공격도 준비했다. “사역마 아이스볼 앤 아이스 스피어.” 단숨에 다섯 개의 스킬을 캐스팅했다. - 펜타 캐스팅이다! - 퀸튜플 캐스팅 아님? - 표현이 무슨 상관이야! 마법을 다섯 개나 캐스팅한다고!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광경.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드디어 공격을 시작했다. 손에 잡힌 얼음창, 트라이던트를 고리 원숭이 셋째의 이마를 향해 망설임 없이 그리고 흔들림 없이 던졌다. 콰직! 그렇게 날아간 창이 그대로 고리 원숭이 셋째의 이마, 황금빛 과녁에 깊숙하게 꽂혔다. [고리 원숭이 셋째가 얼어붙습니다.] 그 상태로 고리 원숭이 셋째가 얼어붙었다. 맞추기 쉬운 표적이 된 셈. 그 표적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트라이던트 한 발을 더 던졌다. 이후 연거푸 던졌다. 세 발! 모두가 정확히 명중하는 순간, 미다스의 손에는 어느새 뜨거운 불덩이가 쥐여 있었다. 반면 고리 원숭이 셋째는 여전히 빙결 상태. 심지어 미다스의 손에는 불꽃 장갑이 있었다. 눈을 감고 던져도 맞출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미다스는 그것을 던지지 않았다. “선더볼트.” 비어버린 캐스팅 항목에 선더볼트를 채웠다. 현명한 방법이었다. 굳이 마법을 다 쓴 후에 캐스팅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는 법. 특히 선더볼트와 같이 캐스팅 타임이 긴 마법이라면 일찌감치 외우는 게 옳았다.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다. - 다음은 선더볼트? 어우, 토나와. 단지 그러한 미다스의 사형선고와도 같은 외침에 소름이 돋을 뿐. 물론 가장 소름이 돋는 건 고리 원숭이 셋째였다. 여전히 빙결 상태인 고리 원숭이 셋째는 이 과정을 얼어붙은 채로 봐야 했다. “감히 주인님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다니, 그 무례함을 죽음으로 갚게 하겠다!” 더욱이 그렇게 굳은 고리 원숭이 셋째를 향해 미니 골드는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카앙! 그러한 미니 골드의 수중에는 어느새 파투의 단검이 아닌 블랙 클레이모어 한 자루가 잡혀 있었다. 카앙! 블랙 클레이모어를 들고 쉴 새 없이 고리 원숭이 셋째의 다리를 두드리는 미니 골드의 모습은 앙증맞을 지경. 그러나 그 데미지 딜링은 결코 앙증맞은 수준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골드의 능력치부터가 남다를뿐더러, 이미 파투의 저주와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가 중첩된 상황. [아머 브레이킹이 발동했습니다.] 그 순간 아머 브레이킹 효과가 터졌고, 고리 원숭이 셋째의 방어력이 급감했고 그때부터 들어가는 골드의 데미지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났다. 퍼엉! 그와 동시에 들어가는 미다스의 마법 데미지는 상상의 범주를 초월했다. 꾸드득! 그러한 공격 속에서 간신히 얼어붙은 몸이 풀리고 자유를 되찾기 시작한 고리 원숭이 셋째. 꽈릉! 그러한 고리 원숭이 셋째의 머리 위에 벼락 한 줄기가 내리꽂혔다. - 선더볼트다! 그 벼락에 시청자들이 놀람을 넘어 안쓰러움을 드러낼 정도. - 아니, 캐속이 미쳤네. 선더볼트가 무슨 일반 마법 수준으로 캐스팅이 끝나네. - 선더볼트 캐스팅 타임이 30초 남짓한 듯. - BJ대마도사한테 어지간한 10분짜리 마법도 3분 컷 나오는 거 아니야? 동시에 캐스팅 속도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사이 미다스가 다시금 스킬을 외쳤다. “리플레이 트라이던트.” 한 번 더 트라이던트를 꺼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놀람을 넘어 탄식을 토했다. - 끝났네. - 고리 원숭이가 불쌍하다. 보스 몬스터를 향해 안쓰러움이 느껴질 정도. 물론 미다스는 안쓰러움 따위는 품지 않았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쇼크 웨이브.” 쉼 없이, 롱토스 효과가 이어질 수 있는 거리를 고수한 채 그리고 발리스타 효과를 유지한 채 드래곤즈 아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황금빛 과녁을 향해 포격을 거듭했다. [구스타프 님이 10,09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후후후, 캐논 스타일은 저래야지.] 그야말로 캐논에 어울리는 포격. 그 쉴 새 없는 포격 앞에서는 페이즈도 의미가 없었다. [고리 원숭이 셋째가 분노로 보다 강해집니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HP가 70퍼센트 미만이 되는 순간 발동하는 분노 모드도. [고리 원숭이 셋째가 마지막 발악을 합니다.] “트라이던트 애드원.” HP가 15퍼센트 미만이 되는 순간 발동하는 마지막 발악도, 미다스의 일방적인 포격 앞에서 제대로 발휘조차 되지 않았다. [고리 원숭이 셋째를 처치했습니다.] 고리 원숭이 셋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운 채 무채색의 마네킹이 되는 것뿐. - 잡았다! - 하나 끝! - 미친, 4분 컷이야!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멀린 님이 10,09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세간의 평가보다 더 대단하군. 이런 페이스라면 남은 둘을 잡는 건 10분 안에 가능하겠군.] 그리고 멀린이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탄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아, 10분이요?” 그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미다스가 시체가 된 고리 원숭이 셋째의 몸에 다가간 후에 말했다. “가디언 소환.” [고리 원숭이 셋째를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예." 그 짤막한 대화 끝에 마네킹과 같이 무채색이 되었던 고리 원숭이 셋째의 몸에 다시 활기가 샘솟고, 두 눈동자에 금빛 광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고리 원숭이 셋째가 소리쳤다. “실버,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두 번째 가디언, 실버가 시청자들에게 소개되는 순간. - 헐.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후원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아즈모 님이 10,09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멀린, BJ대마도사 방송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지?] 그 채팅에 미다스가 호응하듯 말했다. “남은 두 마리, 6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4. 이미 화끈하기 그지없는 화력을 자랑한 미다스. 그러한 미다스가 골드와 실버, 그 둘과 함께 다음 타깃으로 잡은 건 세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과 함께 부딪치던 고리 원숭이 둘째였다. 크아아! 이미 HP상태가 80퍼센트 미만인 상태. ‘잡는 건 일도 아니지.’ 솔직히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중요한 건 연출.’ 그렇기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어떻게 승리하느냐? 그 과정. “실버, 거대화.” “예, 주인님!” 미다스가 그 연출을 위해 이제는 고리 원숭이 셋째의 몸을 얻은 실버를 거대화시켰다. 가뜩이나 거대한 신장은 단숨에 6미터를 훌쩍 넘길 정도로 거대해졌다. “가라, 실버! 함께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싸우자!” “예, 선배님!” 그러한 실버의 어깨에 올라탄 미니 골드의 명령에 실버가 전력으로 질주했다. - 미니 골드 대 빅 실버인가? 너무 잘 어울린다. ㄴ 역시 BJ골드님이 최고라니까.. 후배까지 귀엽잖아? ㄴ 응, BJ럭키님도 그림자있음! ㄴ 정리하면 BJ대마도사만 솔로네. ㄴ 평생 솔로로 갈 듯.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열광했다. 크아아! 반면 이미 블레이즈 골렘 셋과 마주한 채 그리고 그 블레이즈 골렘에 올라탄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에게 당하던 고리 원숭이 둘째는 절규했다. 퍼엉! 심지어 절규조차도 먼 곳에서 날아온 거대한 불덩이가 그대로 폭발시켜버렸다. 쿵! 이윽고 거대화한 실버의 몸뚱이가 고리 원숭이 둘째의 몸뚱이를 그대로 후려쳤다. 크아! 놀랍게도 고리 원숭이 둘째는 그 몸통 박치기를 버텨냈다. 크아아아! “대단한 힘입니다!” 이어진 힘겨루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놀라운 광경. 허나, 고리 원숭이 둘째에게 있어서 버틴다, 그러한 선택지는 결코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실버, 내가 놈의 숨통을 끊을 때까지 버텨라!” “예, 선배님!” 참담한 선택지일 뿐. 그렇게 버티는 고리 원숭이 둘째의 몸뚱이 위로 미니 골드가 도약했다. 쿵! 그와 동시에 이미 고리 원숭이 둘째를 둘러싸고 있던 블레이즈 골렘들도 묵직한 주먹을 휘둘렀다. 크아아!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에 고리 원숭이 둘째가 할 수 있는 건 괴성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괴성조차도 3분이 흘렀을 땐 들리지 않았다. 쿠궁! [고리 원숭이 둘째를 처치했습니다.] 고리 원숭이 둘째의 몸뚱이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만 있을 뿐. 그 후에 들리는 소리는 이제 하나였다. 왕, 왕! 크아! 쉼 없이 움직이는 럭키와 사생결단을 내고자 하는 고리 원숭이 첫째의 소리뿐. 당연히 시청자들 모두가 생각했다. - 불쌍해서 더 이상 못 보겠어. 이제부터 오늘 라이브 방송 중 가장 참혹한 전투가 있으리란 것을. ‘예상하면 그 이상을 보여줘야지.’ 그러한 예상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손에 든 지팡이, 그 뱀머리로 럭키를 쫓는 고리 원숭이 첫째를 가리켜며 말했다. “사안.” 시청자들의 예상, 그 이상으로 참혹한 전투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222화. < 71화. 물량 앞에 장사 없다 (3). > 5. - 사안 발동이다! 사안이 발동하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압승을 의심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존재치 않았다. 때문에 채팅창을 가득 채운 1,3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중 승리를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 와, 얼마나 제대로 조지려고? - 마지막 놈이 삼형제 중에 가장 처참하게 당할 듯? - 그래, 난 이런 걸 원했어!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첫째를 상대로 얼마나 사악한 모습을 보여줄까, 그것을 기대할 뿐. ‘그래, 다들 그런 걸 원하지.’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폭력적인 걸.’ 더 나아가 갓워즈를 즐겨보는 이들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폭력적인 것임도 알고 있었다. 그럼 지금 무엇을 보여줘야 가장 폭력적일까? “리볼버.” 물론 답은 정해져 있었다. - 리볼버? - 트라이던트 쿨 끝난 듯! 트라이던트 5연발. “트라이던트 애드원.” 물론 앞선 고리 원숭이 셋째 때와는 달랐다. ‘한 발씩, 천천히.’ 앞선 고리 원숭이 셋째는 최단 시간 내에 데미지 딜링을 내는 것, 소위 폭딜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빙결 효과 시간을 최대한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대한 빙결 시간을 뽑아낸다.’ 그럼으로써 고리 원숭이 첫째가 단 한 번의 제대로 반격조차, 심지어 몸부림조차 못 치게 만들고자 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를 시청자들은 미다스가 첫 번째 트라이던트를 던지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리 원숭이 첫째가 석화 상태에서 풀립니다.] [고리 원숭이 첫째가 얼어붙습니다.] 사안의 석화 상태가 끝나는 순간, 다시 한 번 얼어붙는 고리 원숭이 첫째. 그것을 상대로 미다스는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손에 쥐기만 한 채 자세만 잡았다. - 사악하다, 사악해. ㄴ BJ사탄으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님? ㄴ 사탄은 무슨, 사탄도 이거 보고 반성해야 함.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폭력을 선사하고자 하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내두르며 열광했다. [사탄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루시퍼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바알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압도하는 것, 그것이 워즈튜브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 미다스는 물론, 럭키와 골드를 비롯한 모두도 최선을 다해 응했다. - 와, 다구리도 이런 다구리가 없네. -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 블레이즈 골렘이 세 방향에서 주먹 휘두르고, 거대화한 실버가 뒤에서 치고, 이제 더 때릴 곳이 없네, 없어. - 저것 봐, 럭키가 때릴 곳이 없어서 주춤함! 얼어붙은 고리 원숭이 첫째를 향해 모두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 오케이.’ 빙결이 풀릴 때가 되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트라이던트를 그대로 던졌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예상했다. - 이쯤 되면 딜 계산 다 끝난 거 같네. - 다섯 발 다 던지면 끝날 듯. - 그전에 끝날 듯? BJ대마도사가 모든 데미지 딜링 계산을 마쳐두었으리라고. - 그럼 우리는 카운트다운만 하면 되네. 때문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트라이던트를 카운트다운 삼았다. 콰직! [고리 원숭이 첫째가 얼어붙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트라이던트가 꽂히고, 미다스가 다시 캐스팅을 했다. “리플레이 트라이던트.”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캐스팅 따윈 하지 않은 채, 추가 마법 따윈 더하지 않은 채. - 2! 그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 1! 이윽고 마지막 다섯 번째 트라이던트가 꽂히는 순간, 시청자들은 직감했다. - 끝났네. - 와, 다 잡았다. 이제 레이드는 끝이 났음을. - 어? 아직 안 쓰러졌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리 원숭이 첫째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 굳건하게 땅 위에 서서 오는 모든 공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사고로 취급하는 이는 없었다. - 아, 이렇게 마무리되면 별론데. - 마무리 화려하게 물리 마법 가시죠? 오히려 BJ대마도사가 쇼맨십을 위해 일부러 연출을 했으리라고 생각할 뿐. - 맞아, 마법사 주제에 물리 마법 안 쓰는 게 말이 됨? - BJ대마도사는 물리 마법을 써라!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쇼맨십을 요구했고, 그러한 요구에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다!’ 물론 이 상황은 미다스 입장에서 바라던 상황. “오케이, 요구 접수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적당히 연기를 마친 후 시청자들을 위해 기꺼이 쇼맨십을 보여줬다. - 어, 뛴다? 미다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 소리쳤다. “블링크!” 그 외침과 함께 사라진 미다스가 얼어붙은 고리 원숭이 첫째의 머리 위에 등장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두 다리를 앞세운 채 소리쳤다. “선더드롭킥!”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의 몸에 그대로 고리 원숭이 첫째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본인의 말마따나 벼락처럼. 그렇게 미다스가 추락했다. - 응? 고리 원숭이 첫째의 등 뒤로. 쿵! 그대로 고리 원숭이 첫째를 비켜 가며 무대나무 위에 바닥에 미다스의 몸이 꽂혔다. - 빗나갔네? - 못 맞춘 거야? 공격이 빗나가는 순간. 그렇게 애꿎은 바닥을 공격한 미다스는 그대로 굳었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 이걸 피하다니, 대단하네.” 사안의 석화 이후 거듭된 트라이던트 공격에 단 한 번도 움직이지 못했던 고리 원숭이 첫째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 - 피했다고?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시청자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하!”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미다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공격은 제대로 맞추겠습니다. 선더드롭……." 그때였다.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우습지도 않은 공격을 준비할 무렵. [고리 원숭이 첫째를 처치했습니다.]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뒤에 있던 고리 원숭이 첫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응?" 다름 아닌 미다스가 있는 방향으로. "헉!" 그것을 본 미다스가 기겁하면서 오늘 전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몸을 날렸다. 쿵!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자신을 덮치는 고리 원숭이 첫째의 시체를 피한 미다스가 길게 안도의 한숨과 함께 속내를 내뱉었다. “어우, 뒈질 뻔……." 그때 채팅창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을 멈추며, 잽싸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물론 연출입니다. 마지막에 긴장감 있었죠?” 물론 그걸 믿는 시청자는 없었다. - 응, 죽을 뻔했어. - 아, 오늘 라이브 방송 레전드 될 뻔했는데 아쉽다. - 아, 저걸 피하네. - BJ골드님, 원딜이 많이 아픈 듯합니다. 정신이. 당연히 채팅창이 미다스를 향한 조롱과 웃음으로 도배됐다. ‘젠장.’ 사실 빗나가는 건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자신에게 쓰러지는 건 미다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크게 나쁠 건 없었다. 고작 이 장면으로 BJ대마도사의 전투력을 낮게 평가할 리는 만무. - 역시 BJ개그도사. - BJ대마도사님의 연출에 따봉 하나 드립니다. - BJ대마도사쯤 되니까 이런 여유를 보이는 거지. 아무렴. 오히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통해 BJ대마도사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했다. ‘후우, 큰 문제는 없겠네.’ 그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이제 끝내볼까?’ “어쨌거나 이것으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끝났네요. 그럼 이것으로 오늘 라이브는 종료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라이브를 종료했다. 6. -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 멘트를 끝으로 모니터 너머로 BJ대마도사가 사라지며 대신 검은 화면이 등장했다. 그리고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검은 화면 위로 블루불 로고가 선명하게 올라왔다. 그것을 보던 아즈모가 쓰고 있던 이어폰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멀린이 참가했군.” 그 말에 비서가 말했다. “어비스 길드 쪽 정보를 캐내는 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해서……." “파악할 게 뭐 있어? 간단한 거야. 대리인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자가 판에 앉겠다는 거지.” “판이요?” “이제 지르고 싶을 때 그 자리에서 제대로 불을 지르겠다, 이거지.” 말을 하고 제 턱수염을 쓰다듬는 아즈모의 표정은 그다지 썩 좋지 못했다. ‘BJ대마도사 그리고 박영준, 보통 내기는 아닌 줄 알았지만…….' BJ대마도사와 박영준을 얕본 적은 없었다. 특히 최근 거래 건, 정령 전사 건을 통해 아즈모는 BJ대마도사가 가진 능력과 정보력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자신의 몸값을 결코 저렴하게 매길 생각이 없음도 알았다. ‘설마 멀린을 자리에 앉히다니.’ 그러나 멀린이 움직인 건 예상 외였다. 그만큼 멀린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멀린의 뒤에는 엠마가 있으니까.’ 결정적으로 멀린이 움직인다는 것은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 엠마가 움직인다는 의미. ‘사실상 베팅 상한선을 두지 않겠다는 거야.’ 그 사실 앞에서 고민하던 아즈모에게 비서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라이징 스타 채널과 미팅을 잡을까요?” 비서의 질문에 아즈모는 고민을 멈추었다. “잡아야지.” 이제 다시 새로운 판이 열리고, 다시 판을 얻기 위한 베팅을 할 때. “이번에는 뭘 대가로 줘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베팅할지 고민을 할 때였다. 그 고민 앞에서 아즈모는 턱수염을 몇 번 쓰다듬은 후에 말했다. “물량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지.” “예?" “뉴페이스가 추가됐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가 확실하게 한 벌 제대로 맞춰주자고.” 그 말에 비서가 반문했다. "착용이 가능할까요? 일반 고리 원숭이도 아니고, 고리 원숭이 형제 덩치라면 소형 이상인데, 플레이어 아이템이 착용 불가일 텐데요?" 이어진 반문에 아즈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도사 클래스 중 가디언에게 가장 많이 돈을 쓴 그는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지.” 중형 이상의 덩치, 신장으로 따지면 3미터 이상 그리고 외형이 인간과는 크게 다른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을 경우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중형 이상이나, 짐승형 몬스터를 베이스로 삼은 가디언에게 아이템을 착용시키려면 아이템을 개조해야 하지만, 무대나무 숲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라포조차 모르는 방법이고.” 하려면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게 이유였다. “그러니까 보내주는 거야. 신호를 보내는 거지.” 아즈모가 선물을 보내는 이유를. “나는 이것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라고.” 7. "어우, 끝났다."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보스 몬스터들을 유린한 듯하지만, 막상 당사자인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칼날 위는 걷는 심정. ‘마지막에 정말 큰 사고 날 뻔했지.’ 하물며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내용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고, 시청자 숫자는 역대 최고 수치를 찍었고, 심지어 멀린이라는 새로운 큰손마저 등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동료도 생겼다. “주인님, 오늘 전투는 주인님의 명성에 어울리는 멋진 전투였습니다.”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주인님의 영광을 함께한다는 사실에 감격할 따릅니다.” 한도 없는 칭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작아진 골드와 거대해진 실버를 보았다. 극명하기 그지없는 덩치. 개중에서도 미다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니라 실버였다. 거대화 스킬을 쓰지 않아도 4미터에 이르는 덩치가 앞으로 보여줄 파괴력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아이템 착용만 가능했으면…….' 그저 플레이어의 아이템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 사실이 달콤한 미소 뒤에 아주 미약한 쓴맛을 줄 뿐. ‘가만.’ 그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작아진 골드를 바라본 후에 다시 실버를 바라보았다. 그 후에 무언가를 생각하던 미다스가 이내 실버를 향해 말했다. “실버, 소형화.” 그 명령에 거대했던 실버의 모습이 단숨에 작아졌다. 1.5미터의 신장. 일반 고리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 실버를 앞에 둔 미다스가 제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실버야, 이거 한 번 써볼래?” 그 말에 실버가 행동 대신 지그시 미다스를 바라만 봤다. ‘안 되나?’ 그 모습에 미다스가 그럼 그렇지, 하는 약간 실망 어린 표정을 짓는 순간 실버가 이내 감격한 표정으로 미다스의 손에 있는 모자를 받아들며 말했다. “주인님의 은혜, 기꺼이 쓰겠습니다!” [실버가 불타오르는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223화. < 72화. 개척자의 땅으로 (1). > 1. “실버, 소형화 해제.” 미다스의 주문에 소형화 상태였던 실버의 몸이 빠르게, 4미터에 이르는 거구가 되었다. [아이템이 해제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실버가 몸에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들이 주인을 잃은 채 바닥에 떨어졌다. 미다스가 그렇게 떨어진 아이템을 살펴본 후 실버를 바라봤다. ‘소형화 모드에서만 착용이 가능하고, 평소 형태나 거대화가 되면 해제되는구나.’ 소형화 모드에서만 아이템 착용이 가능하다. 간략하기 그지없는 정보. ‘장난 아닌데?’ 그러나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엄청났다. ‘이러면 어지간한 중형급 보스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아도, 아이템 착용이 가능다는 거잖아?’ 소형화 모드의 경우에 능력치는 일반 모드일 때의 80퍼센트에 불과했으나, 아이템을 쓸 수 있다는 메리트를 더하면 그 20퍼센트 차이는 무시해도 좋았다. 실제로 그 때문에 미다스는 골드의 몸을 여전히 아이스 나이트인 채로 놔두고 있었다.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상위 보스 몬스터를 가디언으로 삼는 것보다 훨씬 유리했으니까. 즉, 이제는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골드야.” “예, 주인님.” “새로운 몸으로 바꾸자.” “새 몸으로, 주인님의 전설을 위해 백골이 될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준비해.” “이 자리에서 바로 벗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골드는 착용한 아이템을 해제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미다스가 고리 원숭이 첫째의 시체 앞에 섰다. “아이템 루팅.” [인벤토리에 2개의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템 루팅을 끝나는 순간 바로 그 시체를 골드의 새로운 몸으로 바꾸었다. “소형화.” 이후 소형화 모드 상태로 바꾼 골드가 해제했던 아이템을 하나둘씩 착용하기 시작했다. ‘작을 때의 메리트는 없지만.......' 물론 이로써 미니 골드 모드에서 볼 수 있었던 압도적인 기동력은, 몬스터들의 허리 아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모습을 보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 미다스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템 세팅만 제대로 해주면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 그 부족해진 부분은 아이템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했으니까. 아니, 그 이상도 가능했다. ‘템 세팅만 제대로 해주면…….' “어휴.” 그 대목에서 미다스가 잠시 생각을 멈추고 골드와 실버를 바라봤다. “선배님, 멋진 모습이십니다!” “그래, 이제 이 새로운 몸이 닳고 닳을 때까지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싸우자!” “예!” 서로 의지를 다지는 둘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골드에 실버에 정령 전사 애들까지…….' 이제부터 이들을 위한 아이템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한숨이었다. ‘버는 건 늘어나는데, 쓰는 건 더 늘어나네.’ 헥헥! 그렇게 거듭 한숨을 내뱉는 미다스의 곁으로 럭키가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이.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이번에 너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정말 고맙다. 우리 사이 이대로 가자.” 왕! 주인의 손길에 즐거운 기색을 드러내는 럭키, 그런 럭키의 머리를 지나 몸을 쓰다듬으며 미다스가 말을 마저 뱉었다. “이대로, 우리 럭키는 굳이 아이템 같은 거 없어도 강하니까…… 이대로 가자. 알겠지?” 왕! “아이템 따위는 필요 없다고?” 왕! “그래, 역시 럭키는 멋지다니까.”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이내 정신을 바로 잡았다. 푸념은 이제 끝. 미다스가 지금 자신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했다. “퀘스트창.” 퀘스트창을 활성화한 후에 가장 최근에 갱신된 퀘스트 항목 홀로그램 창을 띄었다. [제단 파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8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무대나무 위에서 제단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찾아 내려간 후 제단을 파괴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개척자의 땅’ 진행 가능. 그렇게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무대나무 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보이는 붉은빛 한 줄기에 미소를 지었다. ‘저기군.’ 그 순간이었다. "응?" ‘자, 잠깐. 뭐?’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시선을 돌려 다시금 황급히 퀘스트창 내용을 확인했다. “레전더리 에픽?”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보상 항목을 다시금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했다. 왕!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꾸우? 기겁하는 주인의 모습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 잭팟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을 보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반응에 황급히 상황을 얼버무리는 미다스. 그 순간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레전더리 에픽이라니, 지금 이게 나오면…….'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개의 구체, 사역마들을. ‘아.’ 2. 아름드리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무대나무, 그러한 무대나무 기둥 중 텅 비어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빈 구멍이 제단으로 가는 입구였다. “후우." 그 구멍을 미끄럼틀 타듯 타고 내려온 미다스를 마중한 것은 무대나무 아래에 있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축구장 하나 크기의 거대한 공간. [이름 잃은 신의 제단에 도착했습니다.] 그 공간에 이른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알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 그 거대한 공간 안을 오롯하게 차지하고 있는 비석 하나. “주인님, 저번 그것과 흡사합니다.” 이어진 골드의 설명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잡은 후에 본 비석하고 똑같아.’ 잃어버린 사원, 그곳에서의 기억. “그때 주인님이 나서서 저희를 보호해준 것이 떠오르네요.” 더불어 그 당시에 저 비석이 가루가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던 것에 놀랐던 기억도 떠올렸다. “선배님,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때 주인님께서 그 위협으로부터 몸소 우리를 지켜주셨지! 이렇게 양팔을 벌리시며!” 그때를 기억하며 자랑스럽게 후배에게 제스처를 포함한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골드야, 그런 건 좀 잊어주렴.” 허나 그 말에 골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찌 그 용맹하신 주인님의 위용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오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저 걸음을 내디딜 뿐. 그때 비석이 그때처럼 가루가 되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검은 가루가 미다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냐?’ 물론 이번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오는 것을 받아들일 뿐. 그러한 미다스의 가슴 속으로 이내 검은 가루들이 빨려 들어왔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제단을 파괴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가 훗! 하는 가벼운 웃음과 함께 인벤토리를 활성화했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33퍼센트 그리고 부화도를 확인한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어느새 33퍼센트.’ 이제 부화까지 남은 건 67퍼센트, 당연히 이제는 미다스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2/3쯤 남은 건가?’ 100퍼센트가 채워졌을 때, 과연 그게 갓워즈란 게임에 어떤 의미를 갖출 것인지. 그 순간 갓워즈란 게임이 끝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무대가 등장할 것인지.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자신이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비석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곳에 떨어진 이번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각오를 다졌다. ‘갈 데까지 가봐야지.’ 그 각오와 함께 미다스가 바닥에 떨어진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펼치자, 곧바로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가진 레전더리 스킬들! 그중에 미다스의 눈이 단 하나의 스킬 카드에 그대로 꽂혔다. [사역마]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사역마를 소환한다. 소환한 사역마는 주변을 탐색하며, 주인을 대신해 마법을 캐스팅하며, 주인을 대신해 캐스팅한 마법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캐스팅한 마법으로 대신 적을 공격.’ 그리고 추가된 옵션. 물론 알고 있는 옵션이었다. 이미 앞서서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얻는 과정에서 다른 레전더리 에픽 스킬들이 어떤 옵션인지는 확인한 바. 그렇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하나면 몰라도 사역마가 두 개나 되는데, 나를 대신해서 마법을 써준다면 전력 증가는 최강이다.’ 망설임 없이 미다스가 손을 뻗어 스킬 카드를 골랐다. 그 순간이었다. 쿠쿠쿠! 선택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가 있는 드넓은 공간에 거센 소리와 함께 먼지들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놀라는 미다스, 그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제단이 파괴됩니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자신이 해야 하는 퀘스트 타이틀이 제단 파괴라는 것을. ‘젠장, 이 빌어먹을 게임!’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핀 후 빛나는 붉은 빛 구멍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아, 따라와!” 3. 쿠쿠쿠! 굉음과 함께 땅이 바닥으로 꺼졌다. 자연스레 그 땅 위를 딛고 뻗어있던 무대나무 역시 땅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꺼졌다. 뿌드득! 그 과정에서 거대한 무대나무의 가지들이, 기둥들이 서로 부딪치며 찢어지는 소리들이 숲을 뒤흔들었다. “무슨 일이야?” “저기! 저기 땅이 꺼진다!” 근처에 있는 이들은 물론 먼 곳에서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들까지 화들짝 놀랄 정도. “빌어먹을.” 그 소란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미다스가 쓴소리를 내뱉으며 조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폭삭 무너진 그곳을. 왕! “그래, 럭키야. 진짜 게임오버 당할 삔했네.” 그곳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게임오버를 당했다면, 정말 갓워즈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게임오버가 되었을 터. ‘아니, 이렇게 파괴되는 거였으면 파괴하라가 아니라 파괴된다, 라고 표현을 해야지 않나? 진짜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그 끔찍한 상상을 하던 미다스의 머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해냈군!" 그림자의 주인공은 하늘 가오리 그리고 그 하늘 가오리에 올라탄 NPC히투였다. 이내 하늘 가오리가 착지하고, 그 위에 올라탄 NPC히투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일단 타게. 가면서 이야기를 하지.” 그 말에 미다스 일행이 하늘 가오리에 올라탔고, 곧바로 하늘 가오리가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그 하늘 가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미다스가 한 번 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그냥 액땜했다고 치자. 앞으로 좋은 일만 있겠지.’ 그 후 NPC히투를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개척자의 땅, 그곳에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 생긴 듯하네.” 4. “개척자의 땅, 거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멀린의 질문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거기 이상한 일이 벌어질 만한 건수가 있나?” “중원 길드 아시나요?” "모를 리가 있나, 중국 굴지의 대부호 따님이 만든 길드인데.” 대답을 하던 멀린이 피식 웃었다. “하물며 돈으로 스몰 파크 랭킹 1위를 산 최초의 플레이어인데, 모를 수가 없지.” 그러한 멀린의 입에 걸린 미소는 비웃음이었다. “그녀 덕분에 탐험가 길드가 아주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지. 그때 처음으로 탐험가 길드가 잠시나마 부러워졌을 정도로.” 도박판에 들어온 돈 많은 호구를 바라보는 비웃음. “중원 길드가 거액에 멤버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어요.” “영입?” “스몰 파크 랭킹, 그것도 한 자릿수 출신들을요. 개중에서 랭킹 1위를 얻은 이도 2명이나 영입했어요.” 이어진 말에 멀린이 입가에 걸린 비웃음을 지웠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파악했다는 증거. “그리고 현재 홀딩에 들어간 듯해요.” 홀딩.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레벨업 사냥을 잠시 멈춘다는 의미의 단어,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멀린은 눈빛을 빛냈다. 이 순간 더 이상 중원 길드의 의도에 대한 추가 설명은 필요 없었다. “혹시 엠마, 당신이?” 궁금한 것은 과연 이것마저 엠마가 의도하고 기획한 것인가, 하는 것뿐. 만약 정말 그랬다면 엠마가 가진 역량은 멀린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의미일 테니까. “아뇨, 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자의적으로 움직이는 듯해요.” “자의적으로?” “이제 그럴 만하잖아요? 정황상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서도 솔로로 활동할 듯하니까. 그리고 개척자의 땅이잖아요?” 그 물음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척자의 땅은 200레벨 플레이어를 위한 무대였으며,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 200레벨은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저 숫자만 남다른 게 아니었다. 캐릭터의 성장과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구간 그리고 사냥터의 수준과 방식 역시 크게 달라지는 구간이었다. “BJ대마도사가 좋은 먹잇감이긴 하지.” 그런 무대에서 만약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한다면, 그보다 좋은 트로피는 없을 터. “그런데 BJ대마도사가 바보가 아니고, 상대해줄 리가 없잖아? 분명 솔로 플레이를 하되, 몸을 사릴 텐데?” 그만큼 BJ대마도사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터. 그러한 멀린의 의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닌데, 중원 길드 쪽에서 현상금을 걸려는 모양이에요.” “현상금? BJ대마도사한테?” 그건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우리들이 증명했잖아, 라는 말을 멀린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뇨, 자신들한테요.” 중원 길드, 그들이 준비해놓은 답은 다른 답이었으니까. 224화. < 72화. 개척자의 땅으로 (2). > 5. 펄럭펄럭! 마치 바닷속을 헤엄치듯 한없이 가볍게 날갯짓을 하던 하늘 가오리가 날갯짓을 멈춘 곳은 빅스테이지 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건물, 파파투의 관리자인 파투의 오두막이었다. 그러한 파투의 오두막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와…… 이건 볼 때마다 신기하네.’ 특별한 것은 그 오두막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었다. 그 기둥은 어린아이 손목 수준의 두께였다. 당연히 그 오두막을 보는 이들은 누군가가 오두막에 올라서는 순간 오두막이 시소처럼 기울어지는 광경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난간에 올라가게.” NPC히투가 미다스에게 그런 오두막의 문 앞에 있는 3평 남짓한 난간,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디라는 명령을 내렸다. 머릿속에 떠오른 섬뜩한 상상력을 구현하라는 소름 끼치는 명령. “무너질 일은 없네. 이곳은 드래곤이 앉아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곳이네.” NPC히투가 나름 안심시켜주려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젠장.’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없던 고소 공포증도 만들어질 만한 협박일 따름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이제까지 파투의 오두막을 방문한 이들 중에 추락사를 당한 이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런 사실은 당사자가 되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딴 디자인은 대체 누가 한 거야?’ 그저 이런 식으로 세계관을 설정한 존재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토로할 뿐.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그렇게 거듭 분노를 곱씹은 미다스가 이내 옆에 있는 잭팟을 향해 말했다. “잭팟.” 꾸우? “떨어지면 꼭 잡아줘.” 꾸우? “진짜 꼭 잡아줘야 해.”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절박한 표정으로. 꾸우? 그런 주인의 말에 잭팟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 못했지 말입니다? 라고 말하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이를 꽉 한 번 문 후에 다시 오두막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발을 내디뎠다. 물론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두막은 NPC히투의 말처럼 굳건했다. 끼릭, 끼릭! 그저 오두막답게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뿐.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소리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기울어지는 거 아니지?’ 그렇게 미다스가 긴장하는 사이 럭키와 골드가 몸을 던졌다. 왕! “주인님!” 재차 이어진 손님들의 방문에 오두막이 좀 더 거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미다스가 움찔했다. ‘진짜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이야.’ 그리고 속으로 거듭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윽고 NPC히투까지 난간에 섰고,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오두막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파투의 오두막에 입장했습니다.] [파투의 오두막을 방문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오두막 내부는 평범한 사람이 산다고 보기에는 힘든 곳이었다. 이렇다 할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두막 정중앙에 새가 앉을 수 있을 법한 길쭉한 막대기 하나와 그 위에 있는 잭팟 크기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일곱 빛깔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뿐. “왔나요?” 그때 그 새가 입을 열어 미다스를 마중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제가 파투에요.” 그 새가 바로 파투였다. 이곳, 빅스테이지의 도시 파파투를 관리하는 존재. 그 존재 앞에서 미다스가 표정 관리를 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미다스라고 합니다.”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요.” 그러한 미다스의 인사에 NPC파투는 거두절미했다. "당신의 능력에 대해서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개척자들의 땅에서 이곳에서 일어난 일과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시겠나요?” 그 물음에 미다스가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아주 그냥 부려먹지 못해서 안달이 났네. 차라도 한 잔 주면 어디가 덧나나? 물론 푸념은 짧았다. 그리고 고민도 짧았다. NPC파투의 의중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제가 개척자들의 땅으로 떠나서 문제를 해결해보겠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대답에 곧바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개척자의 땅]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8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개척자의 땅에서 텍스를 만나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텍스의 안내’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새로운 무대 입장을 앞둔 이가 마땅히 내뱉을 만한 숨. 즉, 그건 증거였다. “그럼 언제 떠나겠나?” 미다스가 이미 모든 마음의 준비를 마쳤음을 알려주는 증거. “지금 당장 바로 가겠습니다.” NPC히투의 그 질문에 미다스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을 한 건 그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내가 직접 안내해주겠네. 다음 목적지인 개척자들의 땅까지.” 6. 개척자들의 땅. 무대나무 숲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의 사냥터인 이곳은 플레이어들에게 두 가지 이유로 남달랐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사냥터의 특성이었다. 기존의 사냥터는 필드나 던전이 있고, 그곳에 등장한 몬스터를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식이었지만, 개척자들의 땅은 달랐다. 개척자들의 땅에서 플레이어들은 개척 퀘스트를 받은 후에 그 개척 구역으로 사냥이 가능했다. 이러한 개척 퀘스트는 여러 파티가 동시에 받았다. 물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파티는 그 여럿 중 하나에 불과했으며, 그 보상 유무는 캐릭터의 성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경쟁을 강요받는 셈. 두 번째 이유는 플레이어들의 레벨이었다. “드디어 개척자들의 땅에 왔네.” “내가 200레벨을 찍을 줄이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개척자들의 땅에 발을 들여놓는 건 200레벨이 넘은 후였다. 그것의 의미는 남달랐다. “스몰 파크 랭킹은 졸업이네.” “졸업이고 나발이고 랭킹에 이름도 못 올렸잖아? 졸업이 아니라 퇴학이라고 해야지.” 스몰 파크 랭킹이 탄생한 이유는 상위 랭커들을 제외한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의 랭킹을 세우기 위한 것. 달리 말하면 200레벨이 넘는 순간 상위 랭커들과 비교가 된다는 의미였다. 소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사라지는 셈.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얻었던 혜택, 대우, 평가 역시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제까지는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거라서 그래. 이제부터는 다를 거야.” “그래, 달라야지. 이제부터 결과를 못 만들면 길드에서 바로 잘릴지도 모르니까.” 특히 프로 플레이어, 게임을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제 결과를 만들 때였다.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냥 게임 좀 잘하는 플레이어가 될 뿐. 더욱이 앞서 말한 첫 번째 이유처럼, 개척자들의 땅은 기본적으로 경쟁이었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들이 서로 싸우고, 결국 그중 하나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을 서포트하는 워즈튜브 채널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그보다 이제 BJ대마도사 개척자들의 땅에 입장하겠네.” 오히려 반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진짜 솔플 하려나?”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솔플이라는 고민을. 사실 본래는 할 필요도 없었던 고민이었다.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그 누구도 이제까지 개척자들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 역시 개척자들의 땅부터는 파티 플레이를 하리라고,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해볼 만하지 않아? 고리 원숭이 삼형제 상대로 싸우는 거 보면 못할 건 없어 보이는데.” 그런데 그러한 대중의 생각은 고리 원숭이 삼형제 레이드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충분히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러한 능력을 BJ대마도사가 1천만 명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분명하게 증명했으니까. 물론 보통 사냥터라면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을 것이다. 솔로 플레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찬사와 감탄을 받았을 것이다. “할 수야 있겠지. 근데 경쟁이잖아? 다른 파티들이나, 길드가 그걸 그냥 두고 볼까?” 문제는 개척자들의 땅에서 BJ대마도사는 몬스터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했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인 셈. “하긴, BJ대마도사를 잡으면 장난 아닐 테니까.” 이제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고, 명성을 쌓고, 인지도를 얻어야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기회는 없는 셈. 자연스레 BJ대마도사라는 태풍이 가까워짐에 개척자들의 땅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개척자들의 땅에서 새로운 태풍 하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7. 모니터를 보던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툭툭,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중원 길드.’ 그를 고민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중원 길드. 모르는 길드는 아니었다. ‘칭화 그룹을 등에 업은 대형 길드.’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칭화 그룹 창업주의 손녀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그것을 모른다면 그게 이상한 일. ‘움직이란 건 예상했다.’ 더 나아가 그 중원 길드가 어떤 식으로든 BJ대마도사의 행보에 태클을 거리란 것 역시 박영준은 예상하고 있었다. ‘실력자 영입은 당연히 해야 했고.’ 때문에 중원 길드가 스몰 파크 상위 랭킹 출신들을 영입해서 보다 강력한 팀을 갖춘다고 했을 때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BJ대마도사랑 붙을 기회가 생겼는데 이걸 노리지 않으면 직무유기지.’ 그들의 목적이 BJ대마도사의 명성을 먹어치우는 것이라는 것 역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제 스스로한테 현상금을 걸 줄이야.’ 그러나 그 중원 길드의 방식은 솔직히 박영준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물론 그저 예상외의 일이기만 했다면 박영준이 지금 제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거 먹힌다.’ 박영준을 고민하게 만드는 건 이 도발이 BJ대마도사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BJ대마도사에게 의뢰를 맡길 경우 BJ대마도사는 굳이 그 의뢰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제아무리 가치 넘치는 아이템이라고 해도 BJ대마도사의 능력이라면 자력으로 구할 수 있는 일. 돈의 경우에는 의뢰 보상조차 될 수 없었다. 즉, 그 의뢰 앞에서 BJ대마도사는 필요 없어, 한 마디면 얼마든지 의뢰를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상금은 달랐다. ‘지금은 언론 플레이를 안 했지만, BJ대마도사가 개척자들의 땅에 들어오는 순간 바로 터뜨리겠지.’ 내 목에 내가 현상금을 걸었다! 날 잡으면 이걸 주겠다! 그러한 사실 앞에서 과연 여론은 어떻게 반응할까? ‘여론은 무조건 달아오를 테고.’ 그 현상금이 BJ대마도사에게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여론이 현상금 사냥을 원할 터. 여론을 방패 삼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솔직히 이 순간 박영준은 이미 답을 정해두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맞불을 놓는 수밖에 없어.’ 상대방이 나름 올스타팀을 모아서 도발하는데 굳이 BJ대마도사가 혼자서 그 도발에 응할 필요는 없는 일. 물론 BJ대마도사가 파티를 구성한다면 반발이나 실망하는 여론이 나오겠으나, 그것은 언론 플레이로 얼마든지 무마가 가능했다. 중원 길드의 트로피가 되는 것보단 그 반발 여론을 안고 가는 게 훨씬 낫다는 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 ‘어떻게 설득하지?’ 고민되는 것은 BJ대마도사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사장님.” 그렇게 고민하던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감마 제약에서 아이템 도착했습니다. 바로 BJ대마도사에게 보낼까요?” 그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아이템 보내면서 이메일도 보내.” “이메일이요?” “라이브 미팅을 하고 싶다고.” “예, 알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박영준은 더 이상 머리를 두드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혼자 하는 것은 막겠어.’ 8. 마치 그랜드 캐니언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 그 광경 위로 하늘 가오리 한 마리가 내려왔다. 그렇게 바닥에 내려온 하늘 가오리 위해서 한 무리가 우수수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내려왔을 때 하늘 가오리 위에 탄 NPC히투가 그를 향해 말했다. “텍스에게 연락했으니, 기다리고 있으면 텍스가 올 걸세.” “예, 감사합니다.” 짤막한 인사를 끝으로 NPC히투가 하늘 가오리와 함께 그대로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후 고개를 돌려 개척자들의 땅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느낌 싸하다.’ 눈앞의 풍경 때문은 아니었다. 개척자들의 땅은 이미 한 번 밟아본 곳. ‘너무 편해.’ 미다스를 걱정케 만드는 것은 무대나무 숲에서 개척자들의 땅까지 너무 쾌적하게 왔다는 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는 데에만 30분은 걸리는데.’ 본래는 개척자들의 땅에 오는데 플레이어들은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적지 않은 전투를 치러야 했다. ‘심지어 NPC가 직접 온다고?’ 하물며 NPC를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면 NPC가 직접 찾아와준다?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줄 때는 퀘스트 난이도가 꼭 지랄 맞았지.’ 이제까지 미다스의 경험상 이번에 치르게 될 퀘스트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을 터. 크르릉!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는 미다스의 눈앞에 호랑이 크기의 하이에나 한 마리가 등장했다. 등 뒤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덩치 좋은 사내를 짊어진 채. “자네로군. 내가 텍스일세.” NPC텍스가 등장과 함께 곧바로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와줘서 고맙네.” 말을 하는 NPC텍스는 여전히 거대 하이에나의 등 뒤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급한 일입니까?” 여기서 내려서 이야기를 할 만큼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미. “미안하게도 그렇다네. 한시가 급하네.” “무슨 일입니까?” 이어진 미다스의 물음에 NPC텍스가 말했다. “미개척 지역의 하이에나들에 변화가 생기고 있네. 그것도 아주 놀랍고, 빠른 속도로.” 그 사실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무대나무 숲하고 같네.’ 이미 몇 번 경험해본 일. “문제는 그것을 처리하러 간 개척자들마저 그 하이에나들과 똑같은 꼴이 되었다는 점일세.” “예?" “말 그대로네. 미개척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러 들어간 이들마저 똑같은 꼴이 되었네.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수색대조차 지금은 보내지 못하고 있네. 그저 그곳을 개척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어떤 이의 출입도 금지하고 있을 뿐.” 개척 금지 구역.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미다스는 자신이 느끼던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싫어도 혼자 해야 하네.’ 225화. < 72화. 개척자의 땅으로 (3). > 9. [개척 금지 구역]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개척 금지 구역에서 블랙 하이에나 우두머리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생존자’ 진행 가능. 새로이 얻은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황금 평야란 무대에서 사냥했을 때의 기억이었다. ‘제한 구역 때랑 같네.’ 황금 평야에서 치렀던 제한 구역 퀘스트, 그때의 조건이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조건과 같았다. 오로지 퀘스트를 진행 중인 이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필드에서 주어진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었다. ‘게임 난이도 자체는 그때하고 비교조차 안 되지만.’ 물론 그때 사냥한 황금 평야와 개척자의 땅은 난이도 부분에서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황금 평야는 3인에서 5인 파티가 사냥하는 곳이었고, 개척자의 땅은 20인에서 30인 사이의 파티가 사냥하는 곳이었다. 난이도 차이가 몇인지, 그것을 가늠하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의 차이.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쟁자가 없다는 건가?’ 하물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다른 이들과 경쟁을 했다면 골치 아픈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을 터. ‘아니지, 그렇게 되면 같이 하면 되잖아?’ 물론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그 경쟁자들과 손에 손을 잡고 더 쉽게 공략한다는 선택지도 고를 수 있을 터. 그 대목에 이르자 미다스가 긴 푸념을 내뱉었다. “아우, 이 쓰레기 게임. 그냥 확,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다 공개해버려? 응? 럭키야? 어떻게 할까?” 그러한 푸념을 내뱉으며 옆에 있는 럭키를 향해 툭, 질문을 던졌다. 주인의 질문에 럭키는 바로 대답했다. 왕! “그냥 비싼 값에 팔아버리라고?” 왕! “팔아서 템이나 맞추자고?” 왕! “오케이.” 우스꽝스러운 대화. 그러나 그 대화 끝에 내놓은 결론은 나름 진심이었다. ‘일단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아서라도 템은 맞춰야지.’ 현재 미다스가 팔 수 있는 자산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한다.’ 그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10. “현우 형, 무슨 일 있어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가 대답 대신 흡사 독이 바짝 오른 독사와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내 표정이 이상해?” “예, 누가 보면 설사에 치질까지 겹친 상태에서 피똥을 10분 단위로 다섯 번 싼 사람 같은 표정이에요.” 그 디테일한 표현에 정현우가 이혁주의 말처럼 아주 좋지 못한 자신의 얼굴 표정을 더 안 좋게 구기며 말했다. “혁주야, 그럼 그런 표정 지은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피똥 다섯 번 싼 사람한테 피똥 다섯 번 싼 거 같은데, 라고 물어보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아……."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이혁주가 슬쩍 눈알을 굴린 후에 휴게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청소, 그래 청소해야지.” 그렇게 잽싸게 휴게실 쪽으로 사라지는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가 눈빛 한 번을 부라렸다. 그 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주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검은 액정을 바라본 정현우가 이내 이를 꽉 물었다. ‘아니, 씨발 아이템 시세가 왜 이래?’ 분노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아이템 시세. 현재 정현우가 구매하고자 했던 200레벨 이상,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시세가 갑자기 급등했다. ‘파투 시리즈 때도 그렇고 갑자기 시세가 2배 이상 뛴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것도 그냥 급등하는 수준이 아니라 2배 이상 뛰었다. 2배 이상이라는 것 그 이상 급등한 아이템도 있다는 의미! 심지어 그중 일부는 이미 2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된 흔적마저 있었다. 솔직히 그건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었다. ‘대체 왜?’ 아이템 시세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룩된 것이기에 시세가 변동되는 경우가 없었으니까. ‘왜 하필 200레벨대 아이템만?’ 더욱이 다른 레벨 구간 아이템들 시세는 변동이 없고, 200레벨대의 아이템들 시세만이 이토록 급격한 시세 변동이 일어난 상태였다. ‘설마 날 엿 먹이려고 사재기라도 한 건가?’ 이 대목쯤에서 정현우는 BJ대마도사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세력이 수작을 부렸다는 생각마저 했다. ‘어휴, 이제 별 미친 생각까지 다 하는구나. 날 엿 먹이려고 아이템을 사재기하는 놈이 있겠어?’ 물론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분명한 건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될 만큼 정현우는 지금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더 어처구니없는 점은 이 상황을 그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쨌거나 정현우는 스펙업은 필요했다. ‘유니크 정도로는 안 돼.’ 그리고 현재 정현우가 처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평범한 유니크 세팅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하물며 여기서 무너지면 그냥 모든 것이 무너지는 상황 아닌가? 실패할 땐 하더라도 가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했다. ‘정보를 더 팔아야 하나?’ 자금 확보를 위해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하나가 아니라 둘, 그 이상 파는 한이 있더라도. 그 생각에 이른 정현우가 다시 스마트폰을 켰다. ‘젠장.’ 과연 정확히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한지 계산하기 위해서. ‘누가 실수로 내 계정으로 레전더리 아이템 세트 실수로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러한 현실 앞에서 현실 도피나 다름없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G베이 사이트에 접속한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가 도착했네?’ 조금 전과 달리 새로 아이템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정현우가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확인했다. 그 후 정현우가 다시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제발 이거 꿈이 아니게 해주세요.’ 그 상태에서 간절한 기도를 마치고 다시 스마트폰을 켠 정현우가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 진짜 왔다!’ 자신의 즐거움을 참기 위해서. ‘누가 세트 아이템 잘못 보냈다!’ 그렇게 간신히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으며 잘못 도착했음이 분명한 아이템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감사합니다.’ 이 순간 아이템을 돌려주겠다는 마음은 당연히 없었다. 그저 이 말도 안 되는 행운을 마음껏 누릴 생각만 있을 뿐. ‘이야, 이게 오다니? 이것들 장난 아닌 것들이잖아? 개척자의 두건에, 하이에나의 황금털 부츠에…….' 그러한 행복에 젖어 황홀해진 정현우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방랑자의 판초.’ 그리고 방랑자의 판초,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얼굴에 더 이상 즐거움은커녕 핏기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로켓맨의 극이속 세트?’ 이윽고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한 정현우는 확신했다. 이것이 결코 실수일 수 없음을. ‘어비스 길드만 가진 세트 아이템이 왜 나한테?’ 그 상태에서 놀란 정현우가 이내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했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브 미팅.’ 11. “선배님, 주인님께서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매우 중요한 회의를 앞두시고 계신 거다.” 골드와 실버의 대화를 배경음 삼은 채 채팅창을 바라보던 미다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 와튼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 건으로 여러 곳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이윽고 등장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의 채팅에 미다스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아.’ 머릿속이 어지러운 탓이었다. ‘로켓맨 세트라니…….' 어비스 길드를 대표하는 근접 딜러 중 한 명인 로켓맨, 그 로켓맨이 사용했던 세트 아이템이 자신의 인벤토리 속에 들어왔는데 멀쩡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대체 어떻게?’ 지금도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 로켓맨 세트를 구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조차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다스를 향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 와튼 : 개척자의 땅으로 바로 이동하신 모양입니다. “아."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예, 그렇죠.” - 와튼 : 개척자의 땅에서 BJ대마도사님을 노리는 이들이 많은데, 역시 대단하시군요. 노리는 자들이 있다, 라는 말에 미다스는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도 이제 자신이 프로 플레이어들에게 달콤한 트로피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뭐, 그게 무섭다고 조심해서 게임할 거면 그냥 안 하는 게 낫지, 뭐하러 비싼 돈 내고 게임 합니까?” - 와튼 : 하긴, 그러면 비싼 돈을 투자하는 보람이 없죠. 그래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BJ대마도사님을 노리고 많은 이들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알고 있다고 해서 느끼는 부담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 보면 뭔가 있나 보네? 설마 이번에도 1티어급 길드 애들이?’ 이미 일찍이 정령의 숲에서 1티어급 길드들의 방해를 받아본 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말에 미다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긴, 이제 다들 200레벨이니까. 목숨 걸고 게임 해야지.’ 한편으로는 프로 플레이어들이 진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제부터 결과 못 만들면 바로 나 같은 꼴이 되는 거니까.’ 유망주 대우를 받으며 200레벨을 찍은 프로 플레이어들 중에 결과를 만들지 못한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러한 부류를 가까이에서 본 미다스는 어지간한 이들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여기서는 강한 모습 보여줘야지.’ 물론 그러한 상황이 어떻건, 간담이 서늘하던 등골이 오싹하던 미다스는 이 자리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으니까. “예, 보니까 200레벨짜리 레전더리 템들 시세가 막 2배씩 뛰는 거 보니까, 다들 날 잡기 위해 템 맞추느라 열심히 하는 모양입니다.” ‘진짜 그럴 리는 없지.’ 미다스가 거짓부렁을 앞세운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템 시세 오른 건 사실이니까.’ 그런 적당한 진실 섞인 미다스의 허세에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그렇죠. 요즘 시세가 BJ대마도사님 때문에 아이템 시세가 말이 아니죠. 허세인 줄 알지만, 맞장구를 쳐주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모습에 미다스가 맞장구를 한 번 더 쳐줬다. “하하, 이럴 줄 알았으면 이제 미리 사재기를 할까요? 300레벨까지 템 전부를?” 맞장구는 거기서 끝이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화는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무슨 일이십니까?” 라이브 미팅을 잡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저보다 현 상황을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와튼 :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 속에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됩니다. - 와튼 : 파티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허락해주시면 최고의 플레이어들을 모집하겠습니다. 파티 플레이. 그 단어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파티 플레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대답을 하는데 고민은 없었다. ‘젠장, 나도 하고 싶다고.’ 파티 플레이를 하고 싶은 건 오히려 미다스가 원하는 바, 단지 상황이 따라주지 못할 뿐. 미다스에게 그 문제는 고민하고 자시고 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즉답에 이내 채팅창에 아주 잠시 동안 조용함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조용함 끝에 채팅 한 줄이 올라왔다. - 와튼 : 알겠습니다. 그럼 그에 맞게 서포트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12. - 로켓맨 세트가 왔으니 골드 세팅은 끝나겠고, 실버를 위한 아이템 세팅이 필요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 용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협상 들어가겠습니다.” 짧은 대화를 끝으로 박영준이 자신의 사무실, 그 고요한 공간에서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 끝에 박영준이 머리를 툭툭 몇 번 두드렸다. ‘BJ대마도사도 지금 상황은 파악하고 있다. 하긴, 중원 길드의 낌새를 모를 리가 없지.’ 현재 중원 길드의 움직임은 적극적이면서도 노골적이었다. ‘템 시세가 2배나 뛸 정도이니까.’ 그 움직임은 이제 시장에도 뚜렷하게 영향을 미칠 정도. 당연히 BJ대마도사도 알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이번 대화를 통해서 박영준은 어떻게든 BJ대마도사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할 수 없다니.’ 파티 플레이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뱉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일말의 망설임, 주저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알았다.’ 사실 거절 의사가 나오리란 건 예상한 바였다. 때문에 그에 맞는 설득안을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 없이 즉답이 나올 줄이야.’ 그러나 BJ대마도사는 그 대답을 내놓음에 있어 조금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먼저 눈치챈 거겠지.’ 오히려 BJ대마도사가 박영준의 의도를 미리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의미. 동시에 이번 일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 ‘무작정 자존심으로 버티는 자는 아니다.’ 물론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그저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이가 아니라는 것 알고 있었다. 이렇게 판을 만들고, 그 판에 아즈모와 멀린을 비롯한 거물들을 직접 앉히는 게 그저 자존심 하나만을 고집한다고 해서 가능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무언가 계획을 준비했을 거야.’ 필시 중원 길드의 도발 그리고 노골적인 그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을 이미 세워두었을 터. ‘그럼에도 아이템을 요구한 걸 보면, 아직 완벽한 건 아니겠지.’ 물론 방법이 있을 뿐, 준비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팔면서까지 아이템을 구해오라는 걸 보면, 로켓맨 세트 급을 원한다는 의미.’ 그러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팔 생각까지 한 건, 정말 강력한 게 필요하다는 의미. 거기서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딜 하나가 떠올랐다. ‘아즈모.’ 최근 아즈모 쪽에서는 제안했다. 실버를 위한 아이템을 세트 아이템을 주겠다고. 사실 표면적으로 보면 딱히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실버는 누가 보더라도 아이템을 착용할 수 없는 사이즈, 그런데 일반 플레이어 아이템 세트를 주겠다? 어린 동생의 옷을 다 큰 형이 받는 꼴. 당연히 박영준은 아즈모에게 다른 의도가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분명 아즈모는 그 아이템을 중형급 사이즈인 실버에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다. BJ대마도사가 원하는 건 그거다.’ 그리고 BJ대마도사와의 오늘 대화를 통해 그 짐작은 이제 확신이 됐다. ‘정보 대 정보를 거래하라는 거군.’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박영준이 제 머리에서 뗀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래, BJ대마도사가 끝까지 솔로로 하고 싶어 한다면 솔로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역할이지.’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각오를 담아서. 226화. < 73화.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1) > 1. 개척자들의 땅. 200레벨이 된 플레이어들을 위해 마련된 이 무대는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모든 사냥터 중에서 가장 드넓은 무대를 자랑했다. 맵을 이동하는 데에만 한 세월이 걸릴 정도. 하물며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위해 등장하는 인스턴스 필드에서 사냥을 주로 했다. 여러모로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만나고, 알아보기 어려운 구조. “아, 진짜 넓네.” “넓네, 넓네, 그런 소리는 그만 좀 지껄이고 애들 좀 찾아봐! 약속 시간 이미 지났어!”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네가 똥 싸느라 늦지만 않았으면 같이 움직였을 테니까!” “내가 마렵고 싶어서 마려웠냐?” 때문에 일행끼리 떨어지는 경우 만나는 데에 적지 않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고는 했다. 당연히 그런 무대에서도 가장 외딴 곳에, 오로지 특별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이들만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미다스를 발견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러한 곳에서 미다스는 고독한 전투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이 닿은 것은 다름 아니라 골드. “주인님의 새로운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를 따름입니다.” 대충 뭉개서 바닥에 던져 놓으면 걸레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 없는 회갈색의 판초를 입은 골드의 모습은 서부극에서 나올 법한 방랑자의 모습이었다. 전의 모습, 아이스 나이트의 육체를 베이스 삼아 흑얼음 투구 세트와 블랙 클레이모어를 들고 다니던 강인하고, 멋진 모습에 비하면 썩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전과 비교하자면 더 비루해진 셈. 물론 골드가 착용한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한다면 그 누구도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방랑자의 판초]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98레벨 이상 - 개척자의 땅을 자유로이 방랑하던 자의 판초다. 착용자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 근력 +355 - 체력 +339 - 지력 +66 - 마력 +109 - 착용 시 이동 속도 33퍼센트 증가 - 이동 시 이동 속도 증가량만큼 물리 공격력 증가 방랑자의 판초. 이 아이템의 착용자는 이동하는 도중에 공격을 하면, 이동 속도 증가량만큼 물리 공격력이 증가했다. 그 증가량에는 다른 아이템을 통해 증가한 증가량 역시 포함되었다. 엘프의 부츠를 착용하거나, 헤이스트 마법을 받을 경우에도 공격력이 증가하는 셈. 물론 이동 시에 공격력이 증가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다. 꽤 어려운 조건이었다.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이보다 섬뜩한 옵션이 없지.’ 그러나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그 위력은 엄청났다. ‘로켓맨이 이거 입고 개척자의 땅에서 신기록을 세웠지.’ 어비스 길드의 근접 딜러 로켓맨이 개척자의 땅에서 그 위력을 보여줬다. ‘무리 하나 잡는데 4분 35초.’ 개척자의 땅에서 마주하게 되는 갈기 하이에나 3백 마리와 그 하이에나를 이끄는 하얀 갈기 하이에나 1마리. 도합 301 마리의 하이에나를 4분 35초만에 처치했다. ‘여전히 누구도 깨지 못한 기록을.’ 물론 그 기록 갱신자들 중에는 멀린을 포함해 어비스 길드의 최고 실력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신기록 달성 영상을 보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로켓맨을 MVP로 뽑을 정도로 그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즉, 멀린마저 존재감을 옅게 만들 정도로 엄청나다는 의미. “선배님이 물려주신 은혜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골드의 옆에 서 있던 실버가 골드의 말에 호응하듯 말을 뱉었고, 그 목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실버를 확인했다. 그런 실버는 본래 골드가 착용하고 있었던 아이템 세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골드가 착용한 로켓맨 세트보다는 급이 낮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꿈의 세트라는 검객 세트를. ‘검객 세트하고 로켓맨 세트를 착용한 가디언을 옆에 둘 줄이야.’ 그렇게 근접 딜러들의 꿈의 세트가 모여 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아마 검객 본인이나, 로켓맨 본인들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본격적인 사냥을 앞둔, 자신 앞에 놓인 황무지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래도 쉽진 않아.’ 분명 엄청난 전력이었으나 상대하게 되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 역시 보통은 아니었다. 일단 무리 숫자만 3백이었다. 더욱이 갈기 하이에나는 고리 원숭이와 달리 매우 뛰어난 기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척자들의 땅, 그 드넓은 무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 ‘우두머리를 처리하지 않으면 사냥 난이도는 급상승.’ 여기에 우두머리인 하얀 갈기 하이에나가 살아 있는 동안 갈기 하이에나들은 능력치 증가는 물론 매우 다채로운 전술, 전략적 패턴을 보이고는 했다. 갑자기 10개 단위로 무리가 나뉜 채 공격을 하거나, 흩어져 있던 무리가 일사불란하게 한 곳에 모이는 식으로. 문제는 하얀 갈기 하이에나 자체도 매우 강하다는 점이었다. ‘우두머리 잡는 것도 쉽지 않지.’ 그리고 매우 빨랐다. 버프를 받고, 이동 속도를 최대한 맞추고, 스킬을 사용한 근접 딜러들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이러한 모든 것을 그냥 잘 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경쟁이 아니라는 거네.’ 그게 지금 미다스가 마주하는 온갖 난관 앞에서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만약 일반 플레이어들과 함께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면 시행착오가 흑역사가 되었을 터. ‘거품론 나오면서 아주 그냥 물고뜯고 씹혔겠지.’ 세상에 떠도는 하이에나들이 달라붙어 BJ대마도사란 존재를 뼈조차 남기지 않고 씹었을 것이었다. “좋아.”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더 이상의 생각이나, 근심걱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찰싹, 제 뺨을 때리며 각오를 다진 후 말했다. “얘들아, 들어가자!”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개척 금지 구역에 입장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세상 그 누구도 올 수 없고 알 수 없는 무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2. 현실에 존재하는 평범한 하이에나보다 2배는 큰 몸 크기를 자랑하는 갈기 하이에나. 크르르! 커헝! 그러한 갈기 하이에나 1백여 마리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면 그러한 무리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기껏해야 20명에 불과했다. 긴장과 공포가 담긴 표정을 짓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긴박한 상황. 그러나 막상 그 20명의 플레이어들의 얼굴 위에는 이렇다 할 긴장감이 없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슬슬 마스터 캐스팅 끝나가는 거 같은데, 마무리 되겠네.” 있는 건 오로지 하나, 여유뿐. “몇 마리 잡았어?” 심지어 그들 중에서 가장 선두에서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상대하는 플레이어들, 쉴 새 없이 달려드는 갈기 하이에나의 머리통을 방패로 쳐내고, 칼로 베어내는 긴박한 작업을 하는 이들마저도 서로 등을 마주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물일곱. 넌?” “서른. 역시 내가 더 빠르네.” “그래, 빨라서 좋겠다. 부디 게임오버도 나보다 빨리 당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마.” “이봐,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네, 사네 방송에서 싸웠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같은 팀이라고.” “스물여덟, 스물아홉.” “어? 일부러 말 건 거야?” 넘치는 여유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도 그들의 전투 능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결코 평범한 수준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증거. 그때였다. 휘이이! 차가운 바람 소리와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전장의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도리어 어느 때보다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주변의 낌새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 커헝! 그리고 어느 순간 덤벼드는 하이에나를 손에 든 검으로 후려친 그들이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떨어진다!” 방패를 우산처럼 들고 머리 위를 막은 채. 그와 동시에 그들의 머리 위로 피어오른 먹구름이 머금고 있는 것을 토해냈다. 어린 아이 몸뚱이 크기의 얼음 덩어리들을. 후웅! 그것만으로도 이미 섬뜩한 일, 그러나 더 섬뜩하게도 그러한 얼음덩어리들 앞이 뾰족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그것이 땅에 닿기 직전에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푸욱! 그 얼음에 닿은 질기디 질긴 갈기 하이에나의 가죽이 마치 솜털처럼 가차 없이 짓뭉개졌다. 혹여 피하더라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푸홧! 땅바닥에 떨어진 얼음 덩어리들은 그 순간 산산조각이 났고 그러면서 만들어진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치 수류탄처럼. 깨앵! 기세등등하던 그리고 포악함이 하늘을 찌르던 1백여 마리가 넘는 하이에나들이 단숨에 비루한 개꼴이 되어버렸다. “엄청난 위력이네. 예전 내가 있던 길드에서 지원받은 마법사들보다 배는 센 것 같은데?” “레전더리로 도배하는 건 물론 탐험가 길드를 통해 타이틀 사냥하면서 스탯을 악착 같이 올렸으니까.” “포스트 아즈모답네.” 그 광경을 보던 이들이 이내 혀를 차며, 이 광경을 만든 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먼 곳에서 세 명의 호위를 받은 채 푸른 아우라를 온몸으로 내뿜는 푸른빛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날카로운 눈매의 여인을. 캐릭터 네임 예화. 중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포스트 아즈모란 평가를 받는 자였다. “우리 편이란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그 별명에 어울리는 광경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때였다. [하얀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갈기 하이에나들이 예화의 블리자드에 학살당하는 상황 속에서 모두의 귓속으로 우두머리가 잡혔음을 들리는 알림이 들렸다. “벌써?” “어떻게?” 그 사실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이어 세 명이 정리되어가는 전장을 가로 질러 예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예화의 근처에 도착한 이들 중 한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말했다. “역시 전 스몰 파크 랭킹 1위다운 파괴력이네.” “대단한 것도 아니죠. 스몰 파크 랭킹 1위를 저 혼자만 해본 건 아니잖아요? 킬러독,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요.” 예화와 대화를 나누는 이의 캐릭터 네임은 아연. 물론 그 이름보다는 한 번 표적이 된 존재가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뜻에서 붙어진 킬러독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더불어 창성 길드의 유망주 랭킹 1위 그리고 스몰 파크 랭킹 1위를 달성했었던 실력자이기도 했다. 물론 과거의 경력이었다. “창성 길드에 거금을 내고 데려온 보람이 있어요.” 중원 길드가 창성 길드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그를 영입했으니까.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거금을 낸 보람이 이제 확실하게 느껴지네요.” 지금 이곳에 구성된 멤버들 하나하나가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스몰 파크 랭킹의 최상위권 채우던 실력자들이었다. 이미 본인이 속한 길드에서 나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던 자들. 어느 길드를 가더라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자들. 일부는 길드의 도움 없이 이미 자력으로라도 충분한 대우를 얻어낼 수 있을 만큼 팬과 후원자를 모은 자들. 그러한 그들을 예화가 모았다. “이쯤 되면 BJ대마도사를 잡는 건 일도 아닐 것 같네요.” 이유는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서. “뭐, 지금까지 쓴 돈을 생각하면 오버 페이이긴 하겠지만.” 물론 지금의 전력을 봤을 때 BJ대마도사를 잡기에는 차고 넘치다 못해 너무 많을 정도였다. 당연히 예화,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더 컸다. "BJ대마도사를 잡고, 우리 쪽으로 영입하는 걸 고려한다면 이 정도는 지불할 만하죠.” 그녀가 원하는 건 잡아 죽이는 게 아니라, 잡아 길들이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이들이 모인 이유였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만약 정말로 예화의 계획대로 BJ대마도사를 잡고, 그를 길들여서 같은 팀이 될 수 있다면 그 시간부터 중원 길드는 그저 돈이 많은 길드가 아니게 될 터. 막연한 계획은 아니었다. 예화는 여기 모인 이들을 영입하면서 BJ대마도사를 영입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 일단 채찍을 휘두른 후에 당근을 제시할 것이며, 그렇게 제시하게 될 당근이 어떠한 것인지. ‘BJ대마도사랑 팀이 될 수 있다면…….' 그 계획을 들은 이들은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여기 있는 이들은 그 후를 상상했다. ‘10대 길드 자리도 노릴 수 있어.’ 1티어급을 넘어, 10대 길드와 자웅을 겨루게 되는 중원 길드의 모습을. 안정된 길을 버리고 기꺼이 베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메리트였다. 그만큼 모두가 진지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일을 통해 그들은 안정된 길, 보장된 수익을 포기한 셈.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는?” BJ대마도사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 파악한 바로는 개척자 퀘스트를 받은 것 같진 않아요.” “무대나무 숲에 남아있다?” “그렇겠죠. 개척자 퀘스트를 받지 않고 개척자의 땅에 오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개척자 퀘스트를 몰래 받고, 진행할 수 있는 방법도 없죠.”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예화는 거금을 들여 곳곳에 감시자들을 배치해둔 상태였다. “무대나무에서 레벨업을 최대한 하려는 모양이에요.” “우리 쪽 동향을 읽은 모양이군.” “그렇겠죠. 당장 이곳에 넘어오는 순간 우리와 싸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말을 하던 예화가 자신의 지팡이를 들며 말했다. “하물며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아라의 지팡이를 현상금으로 걸어줬는데, 거는 싸움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죠. BJ대마도사가 꼬리 내린 개가 된다면 모를까.”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건 확실해.’ ‘잡을 수 있다.’ 이 사냥이 실패할 수 없으리란 사실에 대한 미소. 예화 역시 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보다 우리 기록 얼마 나왔나요?” 그 물음에 한 명이 대답했다. “4분…… 아, 저기 한 마리 남았네.” 그 대답에 곧바로 플레이어들이 전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살아남은 한 마리를 확인하는 순간 곧바로 먼 곳에 있던 궁수 한 명이 그대로 활시위를 당겼다. 케행!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한 마리까지 처치한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기록이 나왔다. “4분 30초네.” 신기록이 달성되는 순간. 그러나 그 사실에 기뻐하는 이는 없었다. “더 줄일 수 있겠죠?” “3분대까지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이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그 사실 앞에서 예화가 툭 말을 던졌다. “BJ대마도사가 어떤 준비를 해올지 궁금하네요.” 3. [블랙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그 알림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전장을 확인했다. 쿵!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블레이즈 골렘 3마리의 존재였다. 언제나 그렇듯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존재들. 크-왕!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당연히 거대화한 럭키와 똑같이 거대화된 그림자 분신이었다. 블랙 하이에나를 상대로 주눅이 들기는커녕 그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인님을 위하여!” "주인님을 위하여!” 그리고 그런 럭키와 분신에 지지 않으려는 듯 소형화 상태인 골드와 실버가 각기 다른 아이템의 장점을 앞세우며 블랙 하이에나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새로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미다스의 양옆에 자리 잡은 사역마들이었다. [사역마가 파이어 애로우를 사용합니다.] [사역마가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합니다.] 사역마들이 평소와 달리 이제는 미다스가 가진 마법, 화살 계열 마법을 사용하며 미다스의 주변에 있는 블랙 하이에나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화르르! 그리고 넘실거리는 불길 사이로 정령 전사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저마다의 역할을 100퍼센트 수행하고 있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기뻐할 수 없었다. ‘10분 넘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된 지 10분이 넘었다는 것.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데도.’ 더욱이 모두가 100퍼센트의 활약을 한다는 사실이 미다스의 표정을 더 굳게 만들었다. 100퍼센트의 활약을 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 물론 지금 상대하는 것들이 갈기 하이에나가 아니라 그보다 더 강한 블랙 하이에나이긴 했지만, 그건 솔직히 중요치 않았다. ‘럭키랑 골드가 블랙 하이에나 우두머리 잡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어.’ 블랙 하이에나 우두머리를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 역시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미다스가 자신의 한계를 확인했다는 것. [마력이 3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 한 번의 전투만으로도 이미 마력의 절반 이상을 썼다는 것이 문제였다. [블랙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때문에 전투가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에는 기쁨보다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생각보다 더 어렵겠어.’ 예상 이상의 난제를 마주한 상황. 허나, 갓워즈란 게임은 그런 미다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왕! “주인님, 누군가 접근합니다! 적은 아닌 듯합니다만 위험하니 제 뒤에 숨으십시오.” 전투가 끝나는 순간,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새로운 존재의 등장을 알렸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는 바였다. ‘생존자이겠지.’ 이다음 퀘스트 타이틀은 생존자, 당연히 그 생존자가 오는 것일 터. 그 예상대로였다.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 한 명이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머리 위의 정보도 보였다. !아라의 제자 그것을 본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네.’ 227화. < 73화.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2). > 4. “아라의 지팡이?” “예, 중원 길드가 이번에 BJ대마도사를 유혹하기 위해 현상금으로 내건 아이템의 이름입니다.” 비서의 말에 아즈모는 자신의 기억을 잠깐 더듬었다. “처음 듣는 아이템이군. 그래서 옵션은?” “확실한 정보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꽤 강력한 모양입니다. 최근 중원 길드가 개척자들의 땅에서 비공인이지만 어비스 길드가 세운 신기록을 깼다고 합니다.” “아이템 하나로 화력이 급상승했다는 의미인데, 그 정도 아이템이 이제야 내 귀에 들어온 걸 보면 최근에 갓워즈에 등장한 아이템인 모양이군.”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아즈모는 아라의 지팡이란 아이템이 최근 등장한 아이템이라 단정을 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갓워즈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하는 이들 중 한 명인 아즈모였으니까. "그래서 언제쯤 확보한 것 같아?” "한 달 전쯤으로 사료됩니다.” "BJ대마도사의 행보에 따라 그동안 등장한 적 없었던 아이템들이나 퀘스트, 스킬이 등장하는군.” “참 골치 아픈 게임이네요. 이제야 진짜 시작이라니.” “어쩔 수 없지. 애초에 갓워즈란 게임이 그런 게임이잖아?” 동시에 아즈모는 갓워즈가 탄생한 배경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애초에 팔려고 만든 게임이 아닌데 정상적인 것을 바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그 말을 끝으로 아즈모는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어쨌거나 그 정도 물건이라면 BJ대마도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네. 좋든 싫든.” BJ대마도사로 대화 주제를 바꾼 아즈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정보 거래를 수락한 거겠지. 지금 이대로라면 중원 길드가 쳐놓은 함정을 벗어나긴 쉽지 않을 테니까." “현재 파악한 바에 따르면 무대나무 숲을 벗어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중원 길드랑 싸우고자 한다면 어지간한 준비로는 안 될 테니까.” “그럼 바로 정보 요청하겠습니다. 어떤 정보를 요구할까요?” “그야 반지의 정체를 아는 이가 누구인지, 그 위치를 알아내야지.” 그 대답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비서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아라의 지팡이와 관련된 정보 거래도 요청해볼까요” 그 제안에 아즈모가 피식 웃었다. "설마 우리가 얻은 정보를 당사자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가 없잖아?” 5. “제 이름은 글라라입니다.” ‘그래, 아라의 제자 글라라.’ NPC글라라의 자기소개를 들은 미다스의 표정은 그다지 썩 좋지 못했다. ‘아라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좋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한 무리 상대하는데 11분 33초나 걸리다니.’ 당장 받은 성적표부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바로 다음 시험지를 받아드는 학생의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새로 만난 NPC의 내력에 쉽사리 눈길이 가지 않았다. “대체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왔습니다. 혹시 생존자입니까?” “생존자라 하면 생존자라 할 수 있겠지요.” 애매한 대답이었으나, 이번에도 미다스는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미다스는 준비를 할 뿐이었다. “그보다 이곳을 조사하러 오셨다고요?” “예." “혹시 제 부탁을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이요?” 이제 원치 않아도 수락할 수밖에 없는 퀘스트를 받아들일 준비. “사례는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NPC글라라가 두르고 있는 판초 안에서 자그마한 책자 하나를 꺼냈다. 레전더리 마스터 스킬북. NPC글라라가 그것을 바로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부탁입니다.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그것을 받은 미다스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많은 점수를 내줬더라도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야.’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대답을 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귓속으로 NPC글라라의 목소리와 함께 알림이 들렸다. “저기, 저곳에 제 소중한 분의 거처가 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퀘스트창이 떴다. [생존자]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글라라를 그가 원하는 곳까지 안내해주자. 가는 길목에 블랙 하이에나 무리가 많으니 조심하자. 글라라가 죽을 경우 퀘스트는 실패한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어느 주술사의 유품 및 타이틀 지급 !글라라를 안내한 자 타이틀 보상 : 룬(지력 및 마력 +33) !퀘스트 완료 시 ‘어느 주술사의 유품’ 퀘스트 진행 가능 !퀘스트 실패 시 ‘조사 완료’ 퀘스트 진행 가능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 이 순간 미다스의 눈에 들어오는 건 오직 하나였다. ‘실패?’ NPC글라라가 죽을 경우 퀘스트가 실패한다는 것. 물론 실패한다고 퀘스트 자체가 끝나는 건 아니라, 실패에 따른 새로운 선택지가 존재했다. 그러나 실패 자체가 있다는 것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실패하면 안 돼.’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 실패라는 단어는 감히 용납할 수 없는 단어였으니까. ‘아니, 그런데 어떻게…….' 문제는 지금 이 무대에서 미다스는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NPC글라라를 데리고 이동한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가 슬쩍 NPC글라라를 보았다. NPC글라라의 HP상태나 능력치는 플레이어로 따지면 50레벨 마법사 수준에 불과했다. ‘두어 번 물리면 죽겠네.’ 그러한 NPC글라라를 블랙 하이에나 무리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것.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온갖 종류의 방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 같이 모여서 NPC글라라를 포위한 채 그를 지키면서 이동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NPC글라라를 데리고 빠르게 도망만 칠 것인지. ‘잭팟이 잡고 날아 오르면 안 되려나?’ 잭팟을 이용해 그냥 하늘 높이 날리는 방법마저 미다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무렵. ‘아니 잠깐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붉은 빛 기둥 하나가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게 보였다. ‘저기까지 그냥 도착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 목적지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NPC글라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글라라 씨.” “예." “시간 제한 같은 거 없죠?” 6. 3백 마리나 되는 블랙 하이에나 무리가 한 곳에 뭉쳐 있는 광경은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한 장면 같았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광경. 더불어 플레이어들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보는 하이에나들은 자신들을 적으로 인지하고 덤벼드는 경우뿐이었으니까 . 그만큼 하이에나의 인지 범위는 넓었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그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순간, 이미 들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한 무리 사이를 미다스 일행이 조용히, 이렇다 할 조우 없이 그리고 전투도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미다스도 저 블랙 하이에나의 평화로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가 볼 수 있는 건 그들의 정보일 뿐. 즉, 이것은 오로지 미다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진짜 이 눈이 있어서 다행이다.’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은 채 곳곳에 포진한 블랙 하이에나 무리 사이를 지나,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정상적인 루트로 했으면 목적지가 아니라 골로 갈 뻔했네.’ 물론 그런 미다스의 능력을 NPC글라라가 알 도리는 없었다. “이곳이 아닙니다. 목적지는 저곳에 있습니다.” 블랙 하이에나 무리를 피해 그 무리를 크게 돌아서 가는 미다스를 향해 반대편 방향을 가리키며 지적하는 NPC글라라를 향해 미다스는 속으로 소리쳤다. ‘꼬우면 네가 가든가!’ 말 그대로 속으로 했다. ‘이런 말 했다가 진짜 가버리면 큰일나겠지.’ 괜히 그 심정을 밖으로 토해내서 불상사가 일어나는지 안 나는지, 그것을 본인이 검증할 필요는 없는 법 아닌가? “저기 안 좋은 기운이 느껴져서요.” “예?" “아, 그런 게 있습니다.” 그렇게 대충 자신의 능력을 얼버무린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걸음을 내디뎠다. 그런 미다스에게 NPC글라라가 재차 말했다. “이쪽이 아닙니다. 저쪽입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표정을 구겼다. 사실 NPC글라라의 행동이 나쁜 건 아니었다. 개척 금지 구역, 이 드넓은 땅에서 NPC글라라의 안내 없이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렇게라도 거듭 목적지를 말해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고맙고, 친절한 일이었다. 단지 미다스의 경우가 특별할 뿐. 그 사실을 알기에 미다스도 꾹 참았다. ‘보상 별거 아니기만 해봐.’ 이번 퀘스트 보상을 상상하면서. ‘그보다 보상이 뭐려나?’ 자연스레 미다스의 머릿속 사고는 이번 퀘스트의 보상에 대해 예측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아라의 제자라고 했으니, 필시 그와 관련된 아이템이라는 건데…….' 주어진 단서는 아라라는 이름. ‘아라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는 존재였다. ‘나타르사 같은 경우였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나타르사는 참 고마운 존재였어. 그때 얻은 아이템은 능력 추출까지 해서 써먹고 있으니.’ 그렇기에 미다스의 추측은 이내 간절한 기도로 바뀌었다. 미다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건 그러한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형의 수술이 잘 된 후에 어떻게 지낼지, 그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여깁니다!” 거대한 협곡, 그 벽 앞에서 NPC글라라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보통은 고개를 갸웃할 광경.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벽 너머의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아라의 거처.’ 당연히 미다스는 NPC글라라가 그 벽 너머로 사라졌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얘들아 들어가자.” 본인 역시 NPC글라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뿐. 이후 등장한 동굴을 따라 적잖은 거리를 이동하자 이내 드넓은 공간이 등장했다. 그러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 하나였다. ‘깃털 모자?’ 인디언 원주민들이 쓰던 깃털 모자 하나, 그것이 공간의 중심에서 이곳을 차지하고 있을 뿐. ‘옵션은…… 안 보이네. 아이템이 아니라 장식 같은 건가?’ 그 깃털 앞에서 NPC글라라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위대한 아라시여, 이 미숙한 제자가 드디어 당신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그 순간이었다. 그 말을 뱉은 NPC글라라의 몸에서 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 동시에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NPC글라라의 HP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어!" 당연히 미다스가 기겁했다. NPC글라라가 죽으면 퀘스트는 실패! “괜찮습니까? 뭐 필요해요? 포션? 포션 드릴까요?” 잽싸게 NPC글라라에게 다가간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자기가 사용하기 위해 꺼내놓은 포션을 그대로 NPC글라라의 몸에 부었다. 개당 가격이 1천 골드를 넘어가는 값비싼 포션이었으나, 지금은 그러한 사실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젠장, 죽으면 안 돼!” 그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뿐. 그렇게 자신이 포션을 붓는 순간 차올랐다, 다시 빠르게 감소하는 NPC글라라의 HP를 확인한 미다스가 재차 포션 하나를 더 꺼낸 후에 NPC글라라의 몸에 부었다. 허나, 포션 효과는 잠시뿐. 결국 NPC글라라의 몸은 모래가 되어 그대로 바닥 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허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니, 이렇게 실패하다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때 불현듯 미다스의 머릿속에 자신이 해온 짓이 떠올랐다. ‘설마 블랙 하이에나를 잡지 않고 이곳에 오면 퀘스트가 실패하는 거였나? 꼼수 방지 대책?’ 어쩌면 자신이 전투 없이 온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 그러면 명시를 해주든가! 몇 마리 잡아라! 운 좋게 피해 온 사람은 퀘스트 그냥 실패하라는 거랑 뭐가 달라?’ “여하튼 이 쓰레기 게이……."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분노를 이제는 소리 내어 토해내려는 순간. “감사합니다.” “으허어억!”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이제는 유령이 되어버린 NPC글라라의 모습이 보였다. “으헉, 유령이다!” 그걸 본 미다스가 재차 놀라는 사이, NPC글라라는 미다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덕분에 제 육신과 정신이 오염되기 전에 스승님의 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듯 미다스가 잠시 두 눈을 몇 번 깜빡인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 실패 아니구나.’ 아무래도 최악의 경우는 피한 모양. ‘혼자서 영화 한 편 찍었네.’ 그 사실에 안도하던 미다스가 무언가가 떠올린 듯 슬쩍 시선을 돌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헥헥. 꾸우? 바닥에 엎드린 채 이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럭키와 그 럭키 위에 앉아서 제 날개에 부리를 비비는 잭팟. “주인님이 조금 전 뭘 하시는 겁니까?”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셨던 것이다.” “역시! 보기에는 이상하지만, 분명 대단한 일을 하시는 거군요!” “꼭 기억해두어라.” “예, 선배님! 평생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리고 이 광경을 그 어느 때보다 엄격, 근엄, 진지하게 바라보는 골드와 실버. “하하, 하하.”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이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나는 괜찮아. 아무렴. 내가 설마 진짜 놀랐겠어? 연기야, 연기. 방송 영상 재료로 쓰려는 연기.” 그리고는 자신을 보는 동료들에게 짧게 변명을 지껄인 미다스가 이제는 NPC글라라를 보았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제 수고와 노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셨다니, 축하드릴 뿐입니다.” 평소보다 과한 미다스의 태도에 NPC글라라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이곳까지 저를 안내해주신 은인께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글라라를 안내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속으로 NPC글라라가 말을 이어갔다. “이런 제가 은인께 드릴 것이라고는 스승님께서 남겨주신 유품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거라도 받아주십시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이곳을 차지하고 있던 그 깃털 모자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알림도 들렸다. “역시 예상대로네. 후후, 이럴 줄 알았지.” 그 알림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돌려 깃털 모자를 확인했다. 거기까지였다. “다 예상했…… 헉!” ‘이거 옵션이 왜이래?’ 미다스가 여유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228화. < 73화.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3). > 7. [어느 주술사의 유품]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93레벨 이상 - 어느 주술사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깃털 모자다. 매우 강력한 힘이 잠재되어 있다. - 모든 능력치 +333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 퀘스트 완료 시 아이템 능력 해방 어느 주술사의 유품. 당장 보이는 아이템의 옵션은 보잘 것 없었다. 아니, 보잘 것 없는 수준을 넘어 어째서 이런 아이템에 레전더리 등급을 줬는지 의문이 들 정도, 유니크 등급조차 아까울 정도의 옵션이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달랐다. !쿨타임 50퍼센트 증가 !마법 데미지 25퍼센트 증가 그의 눈에 보이는 숨겨진 옵션은 놀라운 수준, 그 이상이었으니까. ‘진짜? 진짜 이 옵션이 적용된다고?’ 미다스 본인이 제 눈을 의심할 정도. 그럴 만큼 놀라운 옵션이었다. ‘쿨타임이 1.5배 느는 조건으로 데미지 1.25배 증가라니?’ 산술적으로는 비효율적이었다 . 쿨타임이 1.5배 는다는 건 주어진 시간 동안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 허나, 게임이란 그런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가뜩이나 요즘 마법이 너무 많아서 쿨타임 꼬이는데, 이거면…….' 당장 미다스만 하더라도 보유한 마법의 개수가 너무 많아진 탓에 가진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력난도 해결 가능하다.’ 반면 더 강한 마법을 쓰지만 그렇다고 마력 소모량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평소보다 1.25배 이상의 화력을 퍼붓는 대신, 마력 소모량은 그대로라는 것.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15퍼센트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마법 데미지 +15퍼센트 이 아이템에는 세트 아이템 옵션마저 존재했다. ‘세트 옵션이 있다는 건…….' 그 옵션마저도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미다스를 더 놀라게 하는 건 세트 아이템 옵션이 아닌 세트 아이템의 존재, 그 자체였다. ‘이거 말고 같은 게 2개 더 있다는 의미.’ 이 놀라운 수준의 아이템과 비슷한 급의 아이템이 더 있다는 것. ‘나타르사 때랑 같다.’ 물론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당장에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당장 186레벨인 미다스는 이 아이템을 착용할 수조차 없었다. ‘퀘스트를 공략해야 해.’ 그리고 이 아이템 효과는 숨겨진 옵션, 결국 퀘스트 진행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공략만 하면, 화끈하게 가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 달콤한 과실을 앞두고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후후후, BJ대마도사는 죽지 않는 법.” 그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가 곁에 있는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기다려라, 주인님이 다시 한 번 더 캐리해줄게.”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미다스가 새로이 얻은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어느 주술사의 유품]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어느 주술사의 유품을 얻었다. 신비한 힘이 봉인되어 있다. 아무래도 그 힘의 주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듯하다. 글라라에게 방법을 물어보자. 단, 인정을 받는 와중에 사망 시 퀘스트는 실패한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아라의 깃털 모자 !퀘스트 완료 시 ‘아라의 발자국’ 진행 가능 !퀘스트 실패 시 ‘조사 완료’ 퀘스트 진행 가능 ‘오케이.’ 퀘스트 내용을 파악한 미다스가 곧바로 NPC글라라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 아이템의 주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질문에 NPC글라라가 대답했다. “스승님의 유품의 주인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신다면…… 스승님께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깃털 모자에 잠시 접근해 무어라 속삭인 NPC글라라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이 주변에 등장한 그 괴물들을 처치하라고 하셨습니다.” 괴물들을 처치하라.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럼 몇 마리나 잡아드릴까요.” ‘까짓것 한 번 잡아보지 뭐!’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질문에 NPC글라라가 대답했다. “괴물을 처치하라 하셨습니다.” 똑같은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몇 마리 잡으면 될까요? 무리 10개쯤 제거하면 될까요?” “아뇨, 괴물을 처치하라 하셨습니다.” “아니, 그러니……." 그 순간 미다스의 얼굴 위에 피어오른 자신감이 아스팔트 위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라진 자리를 딱딱하게 굳은 돌덩이로 대신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설마 전부?” 그 말에 NPC글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일 뿐. 8. 공연 중에 본 공연보다 공연 후가 더 뜨거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BJ대마도사의 고리 원숭이 삼형제 라이브가 그러했다. 라이브 방송 당시에도 1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기록했던 그 방송의 열기는 도리어 방송 이후 더 커졌다. - 와, 고리 원숭이 삼형제 레이드 영상 나온 지 24시간 만에 5천만 돌파했네. 그 열기가 표출된 곳은 고리 원숭이 삼형제 레이드 영상이었다. 원래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라이브 방송 이후 편집 영상도 조회수가 높기는 했다. - 이번 건 1억 가뿐히 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도 되겠는데? ㄴ 최소 3억 본다. 그러나 이번 고리 원숭이 삼형제 영상의 경우에는 그 조회수가 오르는 속도가 평소의 배, 그 이상이었다. - 인기 터질 수밖에 없지. 개척자의 땅 솔로 플레이하려는 분이신데. 그 폭발적인 반응의 원인은 BJ대마도사의 개척자의 땅 솔로 플레이 소식이었다. BJ대마도사가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잡았다! 라는 것보단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 라는 게 훨씬 더 임팩트가 큰 이야깃거리였으니까. 본인이 직접 솔로 플레이를 선언한 바는 없었지만, 이미 여론은 답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 솔로 플레이 당연히 하겠지? ㄴ 이 정도 퍼포먼스 보여주고 파티플 한다고 하면 배신이지. ㄴ BJ대마도사 성격상 무조건 솔로지! ㄴ BJ대마도사 = 솔로, 공식 외워두세요. 이제는 솔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대역죄인이 되는 상황 속에서, 라이브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역으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BJ대마도사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줬기에 모두가 솔로 플레이를 당연시하는 것인지. 조회수가 늘어나는 만큼 BJ대마도사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숫자도 늘어났다. - 와, 끝내주네. 이 정도면 솔로 플레이 할 만하지. ㄴ 그래서 개척자의 땅에 언제 간데?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개척자의 땅 입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 지금 무대나무 숲 떠남? ㄴ 아직 개척자의 땅으로 갔다는 내용은 없음. 그러나 관심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모두가 바라는 소식은 쉬이 들리지 않았다. - 무대나무 숲에 남아있다는 거네? ㄴ 레벨 좀 올리려나 봄. 물론 그 사실에 당장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각 잡고 가려는 모양이네. - 시작부터 씹어먹겠다, 이거지. 오히려 BJ대마도사가 진짜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뿐. - 오늘은 소식 없음? ㄴ 없음. 그러나 하루이틀이 지난 후에도 그리고 사나흘이 지난 후에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무대나무 숲에서 BJ대마도사 본 사람? 안 보이던데? - 개척자의 땅에도 없음. 분명 개척자의 땅에 오려면 퀘스트를 받아야 할 텐데?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BJ대마도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 아니, 이게 말이 됨? BJ대마도사가 혼자도 아닌데, 아무도 그를 발견 못한다는 게? 이쯤 되자 루머가 붙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 요즘 안 보인다면서?” “게임 접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 BJ대마도사가 게임을 접었다는 소문부터. “암살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암살?" “킬러한테 저격을 당했대.” “왜?" “너무 게임을 잘해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까지. “혁주야 넌 뭐 들은 거 없어?” 이혁주에게 있어서는 미쳐 날뛸 수 있는 무대였다. “듣긴 했는데……." 그러나 막상 이 루머와 관련한 이혁주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했는데?” “……이게 영 신빙성이 없어서요.” “뭔데?” 오히려 그 시큰둥한 이혁주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됐고, 그 관심 속에서 이혁주가 말을 꺼냈다. “BJ대마도사가 애인한테 게임하는 거 걸려서 게임 금지당했다는 소문이거든요.” 그리고 나온 말에 좌중의 모든 이들이 동시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상남자 중의 상남자인 BJ대마도사가 애인이 하지 말라고 게임을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상남자인 BJ대마도사는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인을 만들지 않고도 남지.” “아무렴. 혹여 있었어도 헤어졌겠지.” “아니, 애초에 애인이란 단어 자체를 망각하고 있을 거야.” 그때였다. 모두가 BJ대마도사가 애인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열거할 무렵, 안에 있던 한 명이 말했다. “현우네.” 등장하자마자 카운터 근처의 냉장고 앞에서 에너지 음료를 꺼낸 후에 마시는 정현우의 모습에 한 명이 툭 말을 던졌다. “요즘 현우, 각 잡고 게임하는데 무슨 일 있어? 초창기보다 더 빡세게 하는 거 같은데?” 그 물음에 이혁주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번에 잠깐 통화하는 게 들렸는데, 병원하고 통화하는 것 같았어요.” “병원? 아.” 그 이상 이야기는 필요 없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정현우의 사정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으니까. ‘형한테 안 좋은 일 생긴 모양이구나.’ ‘형도 형인데, 조카도 있으니…….' ‘어이구, 불쌍한 현우.’ 그런 상황에서 굳이 본인에게 좋을 리 없는 이야기를 본인 없는 자리에서 하는 건 실례일 터. 물론 정현우가 지금 열심히 게임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이제 반쯤 해치운 거 같다.’ 어떻게든 빨리 어느 주술사의 유품 퀘스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정현우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미치겠다, 라이브 방송 한 번 해야 하는데…….' 라이브 방송의 공백이 길어지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을. 그러니 최대한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냥 신변잡기 방송은 안 돼.’ 중요한 건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그저 평범한 방송은 안 된다는 점이었다. ‘블랙 하이에나 사냥도 그래. 지금처럼 아등바등 잡는 건 안 돼. 화끈하게 잡아야지.’ 일반 몬스터를 상대하더라도 압도적으로!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했다. ‘193레벨 찍고, 아라의 깃털 모자 확보하면 시간을 최소 7분대까지 낮출 수 있어.’ 그것을 위해서라도 지금 하는 것은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물론 이건 정현우의 사정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어떻게 양해를 구하지?’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이런 정현우의 심정을 현재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사실 이건 정현우의 실수였다. ‘아, 그냥 처음에 제대로 말했어야 했어. 괜히 멋진 모습 보여주겠다고 했다가…….' 처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만 말했을 뿐 자세한 사정은 말해주지 않았다. 이번 퀘스트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뿐더러 정현우 입장에서는 강해지는 과정에 대한 양해보다는 스펙업을 마친 후에 그걸 말해주고 싶은 탓이었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단 바로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인상적인 법이니까. 그러다가 결국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두 번째네.’ 더불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날리는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 ‘사장님 볼 낯이 없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저 라이징 스타 채널 그리고 사장님에게 미안한 마음만이 가득할 뿐. 그때였다. 정현우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은 해서는 안 된다, 라는 각오를 다질 무렵. “스몰 파크 랭킹 갱신됐다. 1위 바뀌었어!” “1위가 바뀌었다고? 그럼?” “BJ대마도사가 1위 찍었어!” 휴게실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에 정현우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짜?’ 스몰 파크 랭킹 1위! ‘내가?’ 사실 그건 이미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된 내용이었다.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 과연 누가 고리 원숭이 삼형제를 혼자 잡을 수 있을까? 떼놓은 당상이라도 그 상을 받을 때는 감격할 수밖에 없는 법. 더욱이 정현우는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자 아닌가? 별거 아닌 놈이 은퇴까지 했다가 다시 복귀해서 신인왕을 받는 셈. ‘아.’ 난생처음 받아보는 그 기념비적인 결과물에 정현우가 벅차오르는 감격에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현우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1위 기념으로 라이브 방송하면 되지 않을까?’ 이걸 빌미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 어쨌거나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 이거야!’ 급조된 것 치고 나쁘지 않은 계획에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과 연락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또 다른 소식이 들렸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BJ대마도사 1위 기념 공지 올렸네. 응? 이벤트도 하네?” ‘이벤트?’ 멈칫하는 정현우의 귓속으로 재차 이야기가 들렸다. “숨은 BJ대마도사를 찾으면 상금을 주겠다는데?” ‘응?’ 229화. < 74화. 존버 (1). > 1.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 공지 올렸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곧바로 반대편에 있는 직원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받은 직원이 잽싸게 대답했다. “반응 확인 중인데, 좋습니다. 당장 올린 공지에 리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벌써 리플 1천 개 넘겼습니다. 좋아요 숫자도 빠르게 오르고 있고요.” 그 대답에 박영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모니터링 계속하고 문제 생기면 바로 나한테 알려줘.”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는 박영준. 우웅!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영준의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예,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그 스마트폰을 손에 쥔 박영준이 몸부림을 멈추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스몰 파크 랭킹 1위 찍은 기념으로 이벤트 하는 겁니다. 사전에 이벤트를 말씀드리지 못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급조한 이벤트나 다름없습니다. 계획에는 없던 일입니다.” 그렇게 말을 뱉는 박영준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뻥이지만.’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박영준이 이 이벤트를 기획한 건 BJ대마도사와 대화를 마친 직후였다.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선택지, 파티를 구성한다는 제안이 거절됐을 때 박영준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나름 방법이 있으니,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개척자들의 땅에 왔다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BJ대마도사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개척자들의 땅에 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역시 놓치지 않았다. ‘나한테만 알려줬다는 건 필시 내가 자신의 의도를 눈치 채기를 바라는 거겠지.’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보면 매우 중대한 사실을 박영준에게만 알려주었다. 그때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싸우고 싶어도 상대가 같은 링 위에 올라오지 않으면 싸울 수 없지.’ 갓워즈는 설정상 상위 사냥터로 이동한 플레이어는 그보다 아래 단계인 사냥터로 이동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즉, 개척자들의 땅에 있는 중원 길드가 제아무리 엄청난 전력을 갖추어도 무대나무 숲에 있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도발도 마찬가지.’ 또한 이 상황에서 미리 도발을 하는 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애초에 중원 길드가 꺼낸 방식은 정석이 아니라 변칙이니까.’ 단순히 은원 관계에 따른 도발이라면 문제될 건 없었다. 예를 들면 BJ대마도사와 악연이 있다면, 도발을 하시고 자시고 없이 그냥 싸움을 걸면 될 일. 그러나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이렇다 할 접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중원 길드는 자기 자신들에게 현상금을 검으로써 BJ대마도사가 덤벼들게 하는 변칙성 방법을 준비했다. 그런 방법을 쓰는 입장에서 개척자의 땅에도 오지 않은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도발을 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도발에 BJ대마도사가 작심하고 무대나무 숲에서 레벨업을 한 후 파티를 구성하면 최악의 시나리오지.’ 중원 길드가 사활을 걸고 BJ대마도사와 싸우겠다고 하면 그것은 먹힐 터. 그러나 만약 그 도발에 BJ대마도사가 진지하게 응한다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이룩한 모든 걸 날릴 수도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원 길드의 도발은 깜짝 이벤트처럼 시작해야 했다. “사장님, 이벤트 효과가 생각 이상으로 큰 거 같은데요?” “그래?” “벌써 몇몇 스타 플레이어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고요.” “잘 됐네.” ‘오케이,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이미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이벤트를 터뜨린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현상금을 걸면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나 잡아봐라, 같은 짓을 한다? ‘이제부터 도발해도 그냥 해프닝이다.’ 그저 관심 받고 싶은 관심종자들의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을 터. 물론 이러한 계획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뭐, 찾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누군가 BJ대마도사를 찾아낸다면 상황이 급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박영준도 이 계획을 세워둔 후 때를 기다렸다. ‘그 누구도 현재 BJ대마도사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미 세팅이 끝났다는 의미.’ 모두가 BJ대마도사가 숨은 곳을 궁금해할 정도로 그가 꼭꼭 머리카락 보이지 않을 곳에 숨을 때를. “저기 사장님.” “응?” “그보다 보상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상은 뭐라고 할까요?” 때문에 박영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BJ대마도사 스케일답게 가야지. 응? BJ대마도사 기본 단위가 뭐야?” “1만 달러?” “잘 아네.” “설마?” “그래, 인증샷 한 번에 1만 달러.” 이벤트 기간 동안 BJ대마도사와 인증샷만 찍어도 1만 달러! “그리고 최초 발견자에게 최초인 만큼 특별한 보상을 줘야지. 최초 발견자에게는…… 100만 달러다!” 화끈한 보상에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모든 직원들이 놀람을 넘어 멍한 표정을 지었고, 개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지. 진짜 100만 달러입니까? 액수가 너무 크지 않나요?” 그 물음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 성격상 이것보다 액수가 적으면 자기 무시한다고 생각할걸.” 그 웃음 속에서 박영준은 확신했다. ‘지금쯤 BJ대마도사가 미소 짓겠군.’ BJ대마도사가 자신의 이 기획에 충분히 만족했으리라고. 2. ‘아.'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그 이벤트 소식들 확인하는 정현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이번 이벤트의 효과가 별로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로 시간은 벌 수 있겠네.’ 오히려 반대, 효과는 분명했다. 이 이벤트가 나오는 순간 BJ대마도사는 팬의 눈들 피해 다닐 명분이 생긴 셈. 또한 이벤트 기간이 길어질수록, 숨바꼭질 기간이 길어질수록 팬들에게 주는 서비스도 길어지는 셈이었다. ‘5일 정도는…….' 물론 밑도 끝도 없이 영영 숨바꼭질만은 할 수 없겠지만, 최소 5일 이상의 시간 혹은 일주일 이상도 가능했다. 그게 정현우의 표정이 굳은 이유였다. ‘결국 내가 무능해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무리하는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일은 BJ대마도사가 제 활약을 하지 못했기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내놓은 임시방편이었다. 그것도 방법 해결이 아니라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 ‘이런 걸 미리 준비해두셨다는 건.......' 하물며 이런 방법이 그냥 하루아침에 뚝딱 나왔들 리는 만무, 라이징 스타 채널은 나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BJ대마도사가 필시 제 시간에 무언가를 이룩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장님은 이렇게 될 줄 아셨다는 거겠지.’ 아마도 저번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과의 대화에서 사장은 그 부분을 눈치챘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 물론 퀘스트 내용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갓워즈에서 이 퀘스트를 흔자서 할 수 있는 건 BJ대마도사 한 명뿐일 터. 퀘스트를 포기하지 않고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내 실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상관없이 주어진 시간 내에 주어진 결과를 만드는 게 프로의 역할이었다. ‘내 실수이니까 내가 만회해야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변명을 지껄이지 않고, 추가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프로의 역할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현우였기에 그는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했다. 직시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좋아, 사장님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벌어줬으면 이 시간 내에 확실하게 일을 끝낸다.’ 마음도 추슬렀다. ‘어차피 이벤트야. 혹여 팬들에게 걸리더라도, 웃으면서 상품을 주면 될 일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건 팬서비스, 팬들에게 걸린다고 해서 BJ대마도사의 행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적당히 팬들에게 걸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도리어 팬서비스답게 일부러 팬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일. 여러모로 숨바꼭질을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즐기면서, 내 일을 끝내면 돼.’ 그렇게 정신과 함께 각오를 가다듬는 정현우의 귓속으로 이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대박! 인증샷만 남겨도 1만 달러래요!” ‘응?’ “미친! 최초 발견자에게 100만 달러! 맙소사, 가장 먼저 찾으면 로또 당첨이다!” ‘어?’ 절대 걸려서는 안 되는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 -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스몰 파크 랭킹 1위 기념 이벤트라고? 처음 그 이야기가 나왔들 때 세간의 반응은 나쁘지 않네, 수준이었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바로 좋아할 만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 에이, 뭘 이런 걸 해. - 맞아, 이런 거 말고 그냥 BJ럭키님 3시간 내내 보는 힐링 방송 같은 거나 해주지. - 아니면 BJ골드 님하고 BJ실버 님 듀엣 방송을 해주거나. - 그냥 라이브 방송을 해줘!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건 라이브 방송인 법. - 개척자의 땅 입성하는 게 쉽지 않나 봐? ㄴ 솔로 플레이가 조건이니까. ㄴ 하긴 솔로 플레이를 위해서 레벨업하는 시간들 벌려면 이런 이벤트라도 해야지. 더욱이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이 어떤 식으로든 기념비적인 방송이 되리란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 이미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앞두고 허기진 상황에서 이런 이벤트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준일 따름이었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 - 그보다 보상이 뭘까? ㄴ BJ럭키님 10분 동안 껴안기, 이런 거일 듯. ㄴ 와, 그거 끝내주는 보상이네. ㄴ BJ대마도사랑 10분 동안 껴안기, 이런 것일 수도 있을 듯. ㄴ 그게 보상이면 BJ대마도사가 대놓고 걸어다녀도 다들 외면할 듯. 그 무렵이었다. 모두가 이벤트를 보고 입맛을 다실 무렵. - 보상 발표했다! 그 무렵에 숨바꼭질의 보상이 발표됐다. - 1만 달러! ㄴ 뭐라고? ㄴ BJ대마도사 찾아서 인증샷만 찍어도 1만 달러 지급! ㄴ 그리고 최초 발견자는 100만 달러! 그렇게 발표된 보상이 입맛만 다시던 이들, 만족하지 못하던 이들의 생각을 180도 바꾸었다. 그럴 만큼 강릴한 보상이었다. 1만 달러만 해도 결코 적지 않은 돈, 그런데 최초 발견자에게는 100만 달러를 준다? - 역시 BJ대마도사답네. 자기 기준에서 1만 달러 이하는 보상이 아니다, 이건가? ㄴ 부자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BJ대마도사는 대체 얼마나 부자인 걸까? 궁금하다. ㄴ 아마 요플레 먹을 때도 뚜껑만 핥고 버릴 듯. BJ대마도사의 스케일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요.” 예화. 중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그녀의 말에 그녀마저도 BJ대마도사의 행보에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영입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 스케일이 이 정도일 줄이야.” “아즈모도 이런 이벤트는 안 했던 것 같은데……." 나름 이 바닥에서 상위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그들이 보기에도 BJ대마도사의 이번 스케일은 상식들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합니까?” 더욱이 이 상황을 마주한 이들은 다른 평범한 이들처럼 이 상황을 보고 즐길 수 없었다. “지금은 이미 도발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예화가 대답했다. “어차피 언제까지 숨바꼭질을 할 일은 없겠죠.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나올 거예요. 그리고 개척자의 땅에 오겠죠.” 대답하는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막연한 담담함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거겠죠." 막연하기는커녕 어느 때보다 확신에 가득 찬 담담함, 그 담담함으로 예화가 확실하게 말했다. “그만큼 BJ대마도사가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거겠죠.”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의 스케일은 분명 혀가 내둘러지는 수준. 그러나 지금 여기 모인 이들의 스케일이나 저력 역시 그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당장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증거였다. 그 결과를 아는 예화는 이제 더 이상 혀를 내두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다려보죠, 과연 BJ대마도사가 이런 쇼를 하면서까지 어떤 준비를 해올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사냥감이 사냥터에 오기를 기다릴 뿐. 4. “BJ대마도사가 많이 힘든 모양이군.”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그 이벤트 소식을 둘으며 커피를 홀짝이는 아즈모의 반응에 비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제야 아즈모는 자신이 저도 모르게 썩 좋지 못한 표정을 지었음을 확인하고는 표정을 플며 말했다.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지.” 아즈모가 재차 커피를 한 모금 더 머금고 삼킨 후에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일이 쉽지 않으니까 시간벌이를 위해 이런 일들 하는 거겠지.” 아즈모는 이번 BJ대마도사의 이벤트가 시간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실제로 중원 길드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특히 이번에 모인 세력은 올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솔로 플레이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어.” “그럼…… 역시 파티 플레이를 하는 걸까요?” “파티 플레이는 당연한 일이고, 지금은 아마 호흡을 맞추는 중일 거야. 실력이 좋은 애들이 모여도 시너지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그리고 시간벌이를 하는 이유도 모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소식은 기분 좋은 일이지. 그와 손을 잡을 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니까.” BJ대마도사와 손을 잡는 것을 바라보고 투자 중인 아즈모 입장에서는 호재라면 호재였다. “단지 그동안 투자해서 만든 판에 이제까지 아무런 베팅도 하지 않은 놈이 앉는 건 불쾌하단 말이야.” 문제는 이 상황의 원인. 솔직히 말해서 아즈모 입장에서는 중원 길드로 인해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이는 것 자체가 좋을 리 없었다. 열심히 협상을 하고, 거래를 해오며 만든 밥상에 이상한 놈이 숟가락을 올리는데 기분이 좋다면 그게 이상한 일. “중원 길드라면 더더욱.” 더 나아가 중원 길드가 그저 단순히 게임에 돈을 쓰는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즈모를 더 탐탁지 않게 했다. 그러한 아즈모의 말을 통해 그의 심정을 눈치 챈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좋은 일은 아니죠.” 그 순간 대화를 나누던 아즈모가 커피를 옆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한테 선물을 보내야겠어.” “선물이요?” “우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스몰 파크 랭킹 1위를 한 기념으로 선물 정도는 보내줘야지.” 그 말을 하던 아즈모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런데 당장 줄 선물이 마땅치 않네. 어쩔 수 없지. 원래 주려고 했던 물건을 주는 수밖에." “원래 주려고 했던 거라면. 그 철벽 세트 말입니까?” 비서의 물음에 아즈모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더 진하게 지을 뿐. 230화. < 74화. 존버 (2). > 5. 프로 선수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적당한 연습 1백 번을 하는 것보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 번을 경험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두 경우의 차이는 긴장감이었다. 평소 다니던 길은 수백 번을 다녀도 딱히 기억에 남지 않지만, 갑자기 트럭이 튀어나와 치일 뻔한 기억은 뇌리에 영원토록 남듯이.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평범하게 게임을 할 때보다는 치열하게 할 때 게임 실력이 훨씬 더 빨리 늘어났다. 하물며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상대해본 적 없는 몬스터 무리를 상대로, 어떻게든 최단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인 전투를 치러야 하는 여러 부담감 속에서 시간을 초 단위로 계산하면서 게임을 한다면? 지금 미다스가 블랙 하이에나를 상대로 놀라운 전투 능력을 보여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단순히 데미지가 세다는 게 아니었다. 퍼엉! [블랙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데미지가 센 것은 솔직히 실력이 아니라 아이템 그리고 스탯에서 나오는 것. 미다스가 보여주는 건 말 그대로 실력이었다. 일단 스텝부터가 달랐다. 파밧! 뒤로 거듭 발걸음을 옮김에도 미다스의 움직임은 앞으로 갈 때만큼 빨랐다. ‘왼쪽으로.’ 그리고 앞으로 갈 때만큼 방향 전환도 자유자재였다. 백스텝을 밟는 게 그저 잘한다 수준을 넘어 이제는 아예 앞으로 갈 때만큼 익숙해졌다는 의미. 더욱이 미다스는 그저 무작정 뒷걸음질을 치는 게 아니었다. 크르르! 커헝!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블랙 하이에나들, 그들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커헝! 블랙 하이에나가 몸을 날리는 순간 미다스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고, 자연스레 미다스를 쫓던 블랙 하이에나들이 한데 뒤엉킨 채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그사이 백스텝을 밟아 단숨에 거리를 벌린 미다스가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그렇게 던진 불덩이는 격한 움직임 속에서도 정확히 표적의 황금빛 과녘에 명중했다. 퍼엉! [블랙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그 데미지는 당연히 압도적! 이것만으로도 이미 블랙 하이에나 사냥에는 도가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커헝! 커헝! 덤벼드는 블랙 하이에나 무리들, 한데 뒤엉킨 탓에 그 숫자를 육안으로 명확히 가늠하기 힘들었으나 미다스에게는 아니었다. ‘남은 건 네 마리.’ 미다스의 눈에는 그 몬스터들의 숫자가 명확하게 보였다. 보이지 않는 곳, 사각에서의 위협마저 보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두 마리 더 달려들고.’ 여기에 하나 더 미다스의 시선은 황무지 같은 메마른 땅에서도 몬스터의 존재를 확실하게 구분했다. 정보가 보인다, 그 사실이 이제 미다스에게 전천후로 적용되는 수준에 이른 덕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험은 없었다. “사역마 아이스 애로우, 사역마 라이트닝 애로우.” 두 사역마를 통해 마법 화살을 발사하면서 HP를 깎아내는 한편 미다스 본인도 비어 버린 탄창을 채웠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라이트닝 스피어.”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비어버린 탄창을 채운 후 확실하게 덤벼드는 몬스터를 피하며 공격을 가했다. [블랙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전투를 마친 후에 미다스의 몸 어디에도 흙먼지가 묻은 흔적은 없었다. 깔끔한 전투를 치렀다는 증거. 그 증거를 확인한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혹시 나 천재였나?” 그때였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골드와 실버의 목소리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그 둘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이는 광경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골드였다. 푸슈! 그야말로 번개처럼, 블랙 하이에나가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손에 쥔 파투의 단검으로 블랙 하이에나의 몸을 이리저리 찌르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선배님에게 물려받은 대검의 맛을 보아라!” 그렇게 저주를 걸린 녀석들을 블랙 클레이모어를 든 실버가 놀라운 공격 속도로 내리쳤다. 콰직! 마치 공장 기계처럼 절묘하게 맞물리는 골드와 실버의 공세에 블랙 하이에나들이 빠르게 제거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처음부터 가능했던 건 아니었다. “선배님, 이제 좀 싸울 만합니다!” “그래, 이제야 좀 가소로워 보이는구나!” 거듭 누적된 전투 경험 속에서 최적화가 된 것. 그러한 최적화를 이룩한 것은 또 있었다. 크-왕! 럭키, 거대화 모드 상태로 변한 녀석 역시 블랙 하이에나를 그야말로 유린했다. 그 느낌은 골드와 실버와 달랐다. 골드와 실버가 기계 같다면 럭키는 야성, 그 자체였다. 쾅! 덤벼드는 놈들을 몸통박치기로 무너뜨린 후에, 개중 한 마리를 덥석 물어버리는 럭키. 케헹! 그리고 그렇게 물어뜯은 블랙 하이에나를 하늘 높이 내던지는 모습에 기계적인 계산은 조금도 없었다. 꾸우! 동시에 럭키가 하늘 높이 내던진 녀석 중 하나는 그대로 잭팟의 먹잇감이 되었다. 그렇게 단숨에 한 마리를 공중에서 낚아챈 잭팟은 그 놈을 더 높이 들어 올린 후에 그대로 럭키 주변에 몰려든 블랙 하이에나 무리 위로 투척했다. 퍼억! 그 투척 공격에 블랙 하이에나들이 볼링핀 쓰러지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크르르! 그렇게 쓰러진 무리들은 어느 순간 다가온 럭키의 그림자가 조용히 물어뜯었다. ‘아, 진짜 이거 방송했으면 또 엑스트라 됐겠네.’ 앞서서 나름 천재 아닐까? 했던 생각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보다 얘네들도 주인 잘못 만나서 다들 개고생이네, 개고생이야.’ 저렇게 놀라울 정도의 전투를 보여준다는 것은 블랙 하이에나와의 치열한 전투를 쉼 없이 치러왔다는 증거. ‘얘들아 조금만 버텨. 내가 나중에 호강하게 해줄게.’ [블랙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이윽고 전투가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그토록 들리던 알림이 들렸다. ‘어?’ “끝났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알림에 미다스가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인벤토리의 아이템이 변화했습니다.] 이내 들린 알림에 인벤토리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아라의 깃털모자다!’ 자신이 퀘스트를 완료했음을. “드디어 해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바로 퀘스트 하나가 귓속을 파고 들었다. '응?'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눈앞에 발자국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끝에 붉은 빛기둥이 하나 솟구쳤다. [아라의 발자국]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아라가 당신을 한 번 더 시험하고자 한다. 아라의 발자국을 따라 그 끝에 이동하자. 단, 발자국에서 벗어나는 순간 발자국은 사라지고 퀘스트는 실패한다. - 퀘스트 보상 : 아라의 청동 장갑 !퀘스트 완료 시 ‘아라의 마지막 유품’ 진행 가능 !퀘스트 실패 시 ‘조사 완료’ 진행 가능 마지막으로 퀘스트 창이 등장하는 순간 그리고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안 좋은 예감을 느꼈다. ‘아, 이거 딱 봐도 가는 도중에 습격당하는 건데…….' 6.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 미다스의 상황이 그러했다. “씨발 진짜!” 그의 예상대로 아라의 발자국의 따라 이동하는 그를 향해 새로운 블랙 하이에나 무리가 덤벼들었다. 더욱이 전투 상황은 앞선 상황보다 좋지 않았다. 앞선 상황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 미다스는 아라의 발자국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기찻길 위의 기차와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좀 할 만해지니까, 변형 문제가 나오다니!’ 블랙 하이에나와의 전투에 적응하며 그나마 여유를 가지게 되나, 싶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욕지거리가 나올 상황. 반대로 말하면 기회였다. 언제나 그렇듯 훈련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그 훈련의 효율은 극히 떨어지는 법 이런 식으로 방식을 바꾸는 것은 훈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을 편히 하는 꼴을 못 보네, 못 봐!”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저 쌍욕이 나올 만한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연히 이동하는 속도는 무척이나 느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아라의 발자국은 무척이나 길었다. ‘아니, 몇 시간 째 이동했는데 여전히 멀리 보이네.’ 느린 속도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4시간 동안 이동했음에도 목적지를 가리켜는 붉은 기둥과의 거리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을 정도. ‘설마 이틀 이상 걸리는 거 아니지?’ 그 사실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미다스, 그가 발자국의 끝에 도달한 것은 아라의 발자국 퀘스트를 진행한지 3일차였다. “아……." 발자국의 끝에 도착한 미다스는 너무 지친 듯 그 사실에 환호조차 내지르지 않았다. 그저 잠시 동안 멍하니 빛의 기둥을 바라만 볼 뿐. 그렇게 한없이 시간을 보내던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 게임 만든 인간, 진짜 또라이 새끼인 게 분명해.” 아득바득, 이를 간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붉은빛 기둥을 내뿜는 것을 확인했다. 기둥을 내뿜는 건 자그마한 상자였다. 형태는 흔히 생각하는 보물 상자의 모습, 그러나 너무나도 오랜 세월 속에 휘말린 듯 낡아 빠진 모습이 값비싼 보물 따위는 들어있지 않을 듯했다. 미다스가 그 상자에 손을 댔다. [상자가 당신의 발걸음을 검사합니다.] [당신이 시험에 합격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보이는 거 믿고 전투 없이 왔으면 실패했겠네.’ 발자국에서 멀어졌음에도 운 좋게 이 상자를 찾았을 경우마저 대비한 시스템을 향해 미다스가 비웃음을 머금는 상자가 자신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닿는 순간 파상풍에 걸릴 듯이 녹이 잔뜩 쓴 청동 장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쓰레기 통 속에 쓰레기가 나오는 순간. 허나, 미다스의 시선은 달랐다. "어?" 도리어 이 순간 미다스는 앞서 치른 고생이 무색해질 만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라의 청동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93레벨 이상. - 아라가 끼고 다니던 청동으로 만든 장갑이다. 착용자의 손을 무겁게 만들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을 준다. - 모든 능력치 +345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 착용 시 캐스팅 속도 50퍼센트 감소 - 착용 시 마법 데미지 25퍼센트 증가 보이는 옵션은 아라의 깃털 모자와 비슷했다. 다른 것은 이번에는 캐스팅 속도가 감소한다는 것. 어쨌거나 대단한 옵션이었다. ‘잠깐만.’ 그러나 미다스의 머릿속을 채운 건 지금 눈에 보이는 아이템이 아닌 마지막 하나 남은 아라의 유물이었다. ‘설마 마지막 유물은 마력 소모량 50퍼센트 증가하고, 마법 데미지 25퍼센트 증가하는 거 아니야?’ 아라의 마지막 유물이 어떤 옵션일지. ‘정말 그러면 세트 옵션까지 포함하면…….' 그리고 정말 옵션이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모든 아이템을 착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75퍼센트 증가에, 능력치 증가, 추가 데미지 옵션…….' 이윽고 계산을 마치고 나온 결과를 가늠하던 미다스가 실소를 지었다. “허허.” 그 실소와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저렐 흔들었다. ‘에이, 설마. 그게 될 리가 없잖아?’ 그렇게 제 스스로 내놓은 결과를 부정하는 미다스가 손을 내밀어 아라의 청동 장갑을 집어 들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9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더 이상 조금 전의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는 것, 그 사실에 집중할 뿐. 그 사실을 앞둔 미다스가 길게 숨을 고른 후에 고개를 돌렸다. “럭키야!” 호우우우! 주인의 부름에 럭키가 설명따윈 필요없다는 듯 바로 그 자리에서 앉아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실버가 놀라며 골드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 저 나쁜 개가 무엇을 하는 겁니까?” “흥, 별 소용도 없는 짓을 하는 것뿐이다. 오히려 저 나쁜 개 때문에 부정을 타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퉁명스러운 골드의 대답에 실버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에 다시금 알림이 들렸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대답을 마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 똑같은 뒷면을 가진 카드들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카드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미다스의 눈이 바로 코앞에서 황금빛으로 내뿜는 카드에 그대로 꽂혔다. [블리자드]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얼음 덩어리를 품은 구름을 소환한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의 개수와 크기가 증가한다. 블리자드!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럭키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럭키야, 나왔다!” 왕! 그 손짓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고, 그 광경을 본 실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선배님,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주인님의 반응이 왜 저럽니까?” 짝짝짝! 그러나 실버의 그 질문에 골드는 대답 대신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주인님, 역시 저는 주인님께서 바라시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실버가 선배로부터 좋은 것을 배우는 순간. “블리자드라니, 진짜 이게 나오네!” 왕! “그래, 럭키야. 이게 진짜 비싼 스킬이거든.” 왕! “당연히 비싼 만큼 위력이 끝장나지. 범위 마법 중에서 데미지도 데미지인데 이게 연속해서 데미지가 들어가거든. 얼음을 맞을 때마다 데미지가 들어가는 거지. 진짜 지금 당장 내가 써도……." 그러한 야단법석 속에서 미다스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왕? 주인의 그 굳은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 그런 럭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맙소사.’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은 자신이 부정했던 결과만이 가득할 뿐이었으니까. 7. - BJ대마도사 찾은 사람? ㄴ BJ대마도사 위치 제보해주시면 1천 골드 드립니다!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의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어우, 미치겠네.” “왜?" “나한테 BJ대마도사 위치 알려달라는 전화만 어제 열 통을 받았어.” “너도? 나도 받았어. 최초 발견자 되면 반으로 나눠주겠다고.” 여전히 최초 발견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100만 달러, 상상 이상의 상금의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몸은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외도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런데 이래도 될까? 라이브 방송 안 한지 2주째잖아?” “BJ대마도사 게임 접은 거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의견만 나오면 다행이지, 구독자 증가 추이나, 영상 조회수 증가세가 꺾였어.” 너무나도 오랜 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유증이 이제는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박영준도 모르지 않았다. ‘버텨야 한다.’ 그럼에도 박영준은 서두르지 않았다. ‘중원 길드라는 거물을 상대해야 하는 길이야. 손해 보는 게 무섭다고 해서 서둘러서는 안 돼.’ 도박판에서 당장 눈앞의 손해를 두려워하면서 무리하다가는 결국에는 게임 자체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박영준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대답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기에 그는 BJ대마도사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상황에서 가장 부담을 많이 느끼는 건 BJ대마도사, 본인일 테니까. 그렇게 말없이 툭툭,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고막을 스마트폰의 알림이, 이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가볍게 두드렸다. 박영준이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아즈모?’ 발신자는 아즈모. 내용은 간단했다. [스몰 파크 랭킹 1위 달성 축하합니다. 선물을 보냅니다.] 그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은 미소 대신 도리어 싸늘한 눈빛을 품었다. ‘아즈모가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 아즈모의 의도를 모를 리 없기에. 그렇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박영준, 그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새 메일이 도착했다. ‘BJ대마도사!’ 이번 발신자는 다름 아닌 BJ대마도사. 그가 보낸 내용 역시 간단했다. [일주일만 기다려 주시면 라이브 방송이 가능할 듯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가지는 무게감은 간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답을 찾았구나!’ 누가 보더라도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할 무언가를 찾았다는 내용. ‘일주일이 필요하다, 이거지. 그건 일도 아니지.’ 그것을 보는 순간 박영준 역시 준비해 놓은 카드를 꺼냈다. “지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반응 어때?” 박영준의 물음에 직원 한 명이 대답했다. “나쁘진 않은 듯한데, 슬슬 가라앉는 듯합니다.” “그래? 그럼 금액을 올리자고.” “예?"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는 부하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말했다. “3배로 올려.” “3만 달러요?” 그 순간 경악하는 직원들, 그 앞에서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최초 발견자 상금도 당연히 3배로 올리고.” 231화. < 74화. 존버 (3). > 8. 빛이 밝으면 벌레가 꼬이는 법. 이 법은 갓워즈에서도 유효했다. BJ대마도사, 이제는 스타 플레이어 중에서도 남다른 광채를 내뿜기 시작하며 슈퍼 스타의 길목으로 향하는 그의 주변으로 그의 빛을 이용해먹으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물론 그 빛을 그저 순수하게 이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 BJ대마도사? 솔직히 돈지랄해서 거기까지 온 거지, 그가 매일 캡슐방 도장 찍으면서, 임대 아파트에서 조카 동생 치킨 사주는 것도 고민할 만큼 궁핍한 처지였다면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겠어? - BJ대마도사는 운빨돈빨좆망겜의 최대 수혜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빛에 몰려든 대부분은 그 빛을 흠내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자 했다. 더욱이 그러한 부류들에게 지금 상황은 좋은 기회였다. -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 말이 이벤트이지, 그냥 숨어서 빡세게 레벨업하는 거야. 아마 지금 몰래 숨어서 탐험가 길드 VVIP서비스 받으면서 개꿀 빨면서 레벨업 중일 듯. 다들 그렇잖아? 열심히 하는 척 영상 찍고, 그 후에는 탐험가 길드 서비스 받으면서 개꿀빨면서 레벨업하고. - 1만 달러, 그거 말장난이지. 그럼 나 찾으면 1억 달러 준다고 하고 게임 접속하지 않으면 되는 건데? - 게임 접속 안하는 거며 뻔하죠? 견적 나오죠? 그림 그려지죠? 시나리오 나왔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가 스펙업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 분명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도 많이 끌린 일 아닌가?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BJ대마도사를 찾고자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을 뒤졌음에도 찾지 못하자, 세간은 흠을 잡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BJ대마도사가 불법적인 일 때문에 쇠고랑을 찼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그럼 게임 끝이죠. - 내가 한 말이 기분 나빠? 꼬우면 나한테 찾으러 오든가. 아, 그럼 최초 발견자는 내가 되는 건가? 괜찮네. -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 폐쇄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워즈튜브 관계자를 통해 들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좋지 못한 루머들이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한테 뭔일 생긴 듯? - 확실히 평소답진 못하네. - 이거 다 개수작 같음. 자연스레 사람들이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 어? 라이징 스타 채널 공지 올렸다. ㄴ 무슨 공지? 사과 공지임? 라이징 스타 채널이 퍼져가는 루머 사이로 폭탄을 던졌다. - 상금 인상이다! ㄴ 인상? 얼마? ㄴ 3배! ㄴ 인증샷 3만 달러! 최초 발견자 3백만 달러! 모둔 루머를 단숨에 묻히게 만들 만큼 강력한 폭탄을. 일단 액수보다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일확천금이란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 그러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액수도 액수이지만, BJ대마도사의 의도였다. - 설마 이렇게 벌려두고 사실 게임 못하게 됐습니다, 이건 아니겠지. - 시간 벌이라면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대체 어떤 걸 준비하기에 그런 거지? BJ대마도사가 무언가 큰 것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이런 이벤트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어쨌거나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와, 충격적이네. BJ대마도사가 돈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안 그래요, 현우 형?” “그, 그래. 돈 진짜 많은가보다.” 당사자인 정현우조차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얼빠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내가 요구한 건 맞는데…….' 물론 이번 일은 정현우의 요구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아라의 유품을 수집하고, 193레벨을 달성하는데 늦어도 일주일은 넘지 않으리란 판단 아래에서 정현우는 일주일만 더 벌어달라고 했다. ‘너무 지르시는 거 아닌가?’ 그런데 설마 이런 방식일 줄이야? ‘실수라도 인증샷에 찍히면 3백만 달러가 남의 지갑으로…….' 아득한 액수에 스마트폰을 쥔 정현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비단 정현우만 그런 건 아니었다. “와, 3백만 달러라니, 요즘 로또보다 나은 거 같은데?” “이거 진짜 주는 거 맞아?” “BJ대마도사도 이 정도면 손 부들부들 떨겠는데?” 다른 이들 역시 정현우와 마찬가지로 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이혁주가 한마디 했다. “에이, BJ대마도사를 뭐로 보시는 거예요? BJ대마도사한테 이 정도 액수는 그냥 취미로 자동차 하나 살 돈에 불과하죠.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는커녕, 고작 이것밖에 안 돼? 날 뭘로 보고? 그럴 걸요? 안 그래요, 현우 형? 현우 형이 더 잘 알잖아요? 이 정도면 현실에서는 얼마나 돈지랄해야하는지.” 이혁주의 되물음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 대답을 들은 이혁주가 이내 조심스레, 마치 세상 최고의 기밀을 말해주려는 듯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소문에는 3일 후에는 액수가 더 뛴다네요.” “뭐?" “금액이 더 오른다고?” “BJ대마도사 스케일을 생각해보세요. 아마 못 찾으면 레이스를 붙이고도 남잖아요?” “가만, 여기서 더 뛰면 액수가 얼마가 되는 거야?” 새로운 루머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순간. 그것을 본 정현우는 한 가지는 확신했다. 이제는 모두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날 터. ‘당분간 숨바꼭질한다고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겠네.’ 동시에 그들은 자기가 찾기 전까지 다른 누가 BJ대마도사를 찾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즉, BJ대마도사의 숨바꼭질이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기회가 오리라 생각할 것이다. ‘일주일은 확실히 벌었다.’ 정현우가 바라던 시간은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 ‘어휴.’ 그동안 정현우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사장님이 이렇게까지 해줬으면,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야지. 일주일 걸릴 일, 5일 안에 처리하자.’ 약속을 지키는 것. 9.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의 보상금이 3배가 되고 5일째. 사람들은 이 보물찾기 이벤트에 무척이나 지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 BJ대마도사님, 이제 못 찾겠습니다. 그냥 모습을 드러내주시죠. ㄴ 지랄 ㄴㄴ 해. ㄴ 응, 아니야. 어떻게든 찾아서 보상 받을 거야. 부디 BJ대마도사가 이 이벤트를 끝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정도를 넘어 폭력적일 정도. - 아니, 솔직히 라이브 안 한 지 보름이 넘어가는데, 이제 라이브 방송 좀 보고 싶다. ㄴ 절대 안 됨. 아직 최초 보상금 안 나왔음. ㄴ 지금 나오면 안티팬 될 거임. 좀 더 존버해주셈. ㄴ 아무렴. 이건 끝까지 가야지. 라이브 방송을 바라는 의견조차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 받은 채 BJ대마도사의 침묵이 오히려 환호를 받을 정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드러나는 반응이 그러할 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중원 길드의 반응은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닙니까?” 처음에 BJ대마도사가 이런 숨바꼭질 이벤트를 통해 시간을 벌고자 했을 때, 중원 길드는 그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감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 좀 더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불안감이란 단어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BJ대마도사가 오기도 전에 개척자의 땅을 졸업해야 할 판입니다.” 당장 대부분이 개척자들의 땅에서 올릴 수 있는 한계 레벨, 230레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적당히 하다 보면 감이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저 전투에 대한 감을 유지하기 위해 몬스터 사냥을 할 뿐. 그러나 솔직히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레벨도 오르지 않는 사냥을 기껍게, 진심으로 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일 만한 일이지. 때문에 몇몇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이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이겠지만.” 이러한 모든 것은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중원 길드를 노리고 준비한 수작이란 것을. 킬러독의 그 말에 주변의 이야기 앞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킬러독의 말이 맞아요. 이 모든 건 BJ대마도사가 우리의 전력을 흔들기 위한 수작이에요.” 그 말에 반박은 없었다. 솔직히 그게 아니라면 BJ대마도사가 이토록 기나긴 시간을 소모할 리는 만무했으니까. 더욱이 BJ대마도사의 시간은 그냥 시간이 아니었다. 그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얻는 수익 그리고 인지도를 생각하면 천금과도 같은 시간. “그만큼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거겠죠. 이런 식으로까지 심리전을 거는 걸 보면.” 그만큼 중원 길드의 전력을 두려워한다고 해석해도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허나, 그런 식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예전과는 달리 불안 요소가 있는 게 사실. “소식은 없습니까? BJ대마도사가 누구와 손을 잡는지, 그거라도 알면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준비해오는데, 설마 우리처럼 30인 파티를 조성해서 온다면……." 다른 무엇보다 BJ대마도사가 진심으로 나선다는 사실이 모두를 두렵게 했다. 당장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 상금으로 3백만 달러를 걸어버린 BJ대마도사 아닌가? 그 외에도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는 물론 10대 길드도 눈치를 볼 만큼 현실에서 막강한 재력 그리고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미 기정사실인 바. “걱정하지 마세요. 현실에서의 압박은 아무런 효과도 없을 거예요. 우리들의 후원자는 BJ대마도사보다 더 크면 컸지, 작지 않으니까요." 물론 중원 길드의 배경 역시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었다. 정리하면 이들에게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불안감을 해소해줄 무언가. 그러한 광경을 보던 예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BJ대마도사가 설마 이런 식으로까지 나올 줄이야.’ 예화 그리고 중원 길드가 파악한 바로는 그동안 BJ대마도사의 행보는 언제나 유쾌하고, 저돌적이었으며, 감정적이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세간의 여론이 안 좋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뜸을 들이기보다는 무모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정면으로 덤벼드는 부류. 도발에는 더 큰 도발과 무력으로 응하는 부류. ‘혹시?’ 그런 BJ대마도사가 이렇게 움직인다는 건 필시 보이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봤다는 의미. ‘우리 쪽 정체를 파악한 건가?’ 그렇게 예화의 가슴 속에 의심이 자리 잡았다. ‘확실해. 우리 쪽 정체를 파악한 거야.’ 그리고 그 의심은 곧바로 확신이 됐다. ‘BJ대마도사는 지금도 자기 정체를 모두에게 숨길 만큼, 그럼에도 막강한 자금력과 권력을 쓸 정도의 스케일이다.’ 중원 길드의 배경에 있는 칭화 그룹, 중국 굴지의 거대 기업인 이 칭화 그룹의 주력 무대는 IT분야. 당연히 중국 공산당과도 접점이 많은 그들은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만 못할 뿐 해킹 분야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중원 길드가 탄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해킹을 통해 칭화 그룹은 갓워즈란 게임에 얽힌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으니까. 여하튼 그런 칭화 그룹조차도 BJ대마도사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움직이는데 이유가 없을 리 없어.’ 그런 거물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행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생각일 터. ‘어쩔 수 없어.’ 그 순간 예화는 머릿속에 준비해둔 마지막 카드, 최후의 카드를 그대로 뽑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죠. BJ대마도사에게 승리 수당이 아니라 대전료를 제시하는 수밖에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킬러독만이 의도를 파악한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아라의 지팡이를 주는 대가로 싸움을?” 그 대답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늘 통보하겠어요. 정확히 72시간 후에 승부를 보는 걸로. 그리고 승부 방식은 단판, 300마리 무리를 얼마나 빨리 잡는가, 그걸로 정하고요.” 이어진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놀란 표정은 이내 딱딱하게 굳었다. 겁에 질리거나, 두려움 따위가 만든 딱딱함이 아니었다. ‘이러면 BJ대마도사도 숨바꼭질을 포기할 수밖에.’ ‘단판이면 무엇을 준비하든 질 이유는 없어.’ ‘3일이다. 3일 후에 결판이다.’ ‘승부 방식은 단판.’ 확실해진 승부 방식과 날짜, 그 덕분에 생긴 각오 그리고 결의로 인한 딱딱함이었지. 그제야 비로소 바로 잡히는 기강 앞에서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지?’ 10. 거대한 협곡. 그저 공허하기 그지없는 그 협곡 사이에 낡아빠진 천조각 하나가 세워진 나무 기둥 위에 붙은 채 펄럭이고 있었다. 마치 묘비와도 같은 그 모습이 가뜩이나 공허한 협곡을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여러모로 기분 좋은 무대는 아니었다. 허나, 그 광경을 지켜보는 미다스의 눈에는 달랐다. [아라의 판초]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93레벨 이상 - 아라가 입고 다니던 판초다. 착용자의 마력을 먹어치우고, 그 대신 강력한 힘을 주는 힘이 담겨 있다. - 모든 능력치 +400 - 마력 소모량 50퍼센트 증가 - 마법 데미지 25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진짜 예상하던 대로 나올 줄이야.’ 예상했던 그대로의 옵션. 그것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코앞을 바라봤다. [미다스] - 레벨 : 192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411)/체력(5+1395)/지력(866+2402)/마력(197+2077) - 잔여 스탯 : 0 ‘1레벨만 올리면 착용 가능해.’ 달콤한 과실까지 딱 계단 하나만 남았다는 사실과 인벤토리 안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두 개의 아이템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협곡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다스가 저 옷자락에 향하는 순간 달려들 준비를 마치는 블랙 하이에나 무리들이 보였다. ‘숫자는 503마리, 그중 대장급은 3마리.’ 아득한 숫자의 무리. 그러나 미다스는 겁먹지 않았다. ‘이거만 잡으면…… 상상이 현실이 된다.’ 달콤한 보상이 눈앞에 있는데 이 상황에 겁먹고 뒷걸음질 치는 건 바보나 하는 짓. “얘들아.” 왕! “예, 주인님.”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자신의 옆에 있는 믿음직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한 번만 더 고생하면, 그 이후부터는 꽃길만 걷게 해줄게.”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인페르노 앤 리틀 토네이도 앤 블리자드.” 232화. < 75화. 원콤맨 (1). > 1.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고자 하는 법. 하물며 쥐도 그러는데 늑대와 같은 맹수가 궁지 속에서 속절없이 포기할 리 만무했다. 거물을 상대할 때 명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궁지, 그 비슷한 곳에 몰리면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 “사장님, 중원 길드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내용은?” “BJ대마도사와 이벤트 매치를 하고 싶답니다. 그 대가로 아라의 지팡이란 아이템을 주겠답니다.” “아이템 옵션은?” “착용 시 마력 소모량과 쿨타임, 캐스팅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공격력이 향상되는 게…… 레전더리급 중에서도 최고입니다. 이제까지 공개된 적도 없고요.” “그걸 싸우기만 하면 주겠다?” “예. 솔직히 이거 너무 과한 거 같은데 안 좋은 냄새가 납니다.” 그렇기에 중원 길드에서 그 파격적인 제안이 왔을 때 박영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냄새고 뭐고, 좋은 거 주겠다는데 우리가 커트할 필요는 없지.” “예?" “중원 길드에서 보내준 제안서 정리해서 파일 만든 후에 BJ대마도사한테 보내줘.” 곧바로 대답을 했다. 고민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수작으로 궁지에 몰린 중원 길드가 분명 승부수를 던지리란 걸 알았다. ‘그래,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지.’ 그리고 그들이 던질 수 있는 승부수는 많지 않았다. ‘칼이라도 뽑았으면 베어야지. 다른 곳도 아니고 칭화 그룹이 움직였는데.’ 무엇보다 박영준은 칭화 그룹에 대해서 남들이 아는 것, 그 이상으로 알고 있었다. ‘갓워즈에 관심 없었던 칭화 그룹이 자기네 딸내미 앞세워서 돈 때려 박기 시작했으니까.’ 칭화 그룹, 중국 최고의 IT기업인 그곳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때문에 칭화 그룹은 갓워즈라는 세상을 바꿀 게임이 등장했을 때 게임을 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 갓워즈를 만드는 방법, 김민수라는 인류 역사를 바꿀 천재가 만든 기술력을 훔치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그러던 칭화 그룹이 2년 전부터 중원 길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갓워즈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해킹은 실패했다.’ 하나는 본래 진행하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 ‘그럼에도 투자한다는 건, 이 게임을 하는 것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거겠지.’ 다른 하나는 이 갓워즈의 끝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행보를 보여주는 것도 그 무언가 때문이고.’ 지금 세계 권력자들이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에 몰려드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게 BJ대마도사가 의도하는 바였다. ‘정말 놀라운 사내야.’ BJ대마도사의 능력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그렇기에 박영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번 도전도 웃으면서 받아들이겠지.’ 중원 길드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리란 것을. 그렇게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어쩌면 이미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철저한 보안 그리고 비서들에게 둘러싸인 채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머금으며 자신이 보낸 이메일을 받아들이며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2. “형, 여기 물이요.” “그래, 고맙다.” 이혁주가 퉁명스럽게 건네주는 종이컵을 정현우가 받아들었다. 그러자 컵 속의 물이 파르르 떨었다. 정현우의 손이 떨린다는 증거, 그 증거를 감추려는 듯 단숨에 종이컵에 담긴 물을 머금은 정현우가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아.’ 그러자 정현우는 자신의 내부에서 올라오는 떨림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치겠다.’ 그것은 전율이었다. ‘진짜 그게 되다니.’ 자신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느낀 전율. ‘이거 장난 아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율은 정현우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온갖 그림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뒤흔들어진 그림들은 그 형태가 바뀌었다. '......개념이 달라질지도 몰라.’ 이제까지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것이 그리고 한계에 이르렀으리라 여겨졌던 것이 가능해지고, 더 높아지는 식으로. “어우.” 그렇게 새로운 그림이 다시 한 번 더 전율이 되어 정현우의 몸을 떨게 했다. 전율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 ‘현우 형 왜 이렇게 떨지?’ 물론 타인이 그런 의중을 알 리 만무했다. ‘너무 카페인 음료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요즘 너무 마시긴 했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면 드셨으니까.’ 이혁주가 보기엔 정현우의 떨림은 그저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떨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현우 형, 몸 건강 좀 챙기세요.” “응?"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잖아요?” “뭐?" 그런 이혁주의 걱정 어린 말에 정현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짓는 사이, 정현우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부르르 몸을 한 번 떨었다. 자연스레 둘의 대화가 거기서 끝났다. “지금 뭐 재미난 방송 있어요?” 이혁주는 당연히 자신이 원래 있던 곳, 휴게실로 향했고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들어 진동의 원인을 파악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발신자를 확인한 정현우가 내용마저 확인했다. ‘중원 길드?’ 중원 길드로부터 이벤트 매치 제안이 왔다는 것. ‘중원 길드라면…… 그 중국 거대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그곳인가?’ 그런 중원 길드에 대해 정현우는 남들만큼의 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 중원 길드에 얽힌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또 사장님이 큰손 잡으신 모양이네.’ 그렇기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큰 고객으로부터 큰 거래를 얻었구나, 그리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상황을 저울질하기에는 이 상황 자체가 정현우에게는 무척 고마운 상황이었다. ‘장시간 잠수한 후에 하는 복귀 방송을 미적지근하게 할 수는 없지.’ 당장 굵직한 방송 주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이벤트 매치는 꿩 대신 닭, 충분히 맛있게 먹을 만한 놈이었으니까. 물론 이러한 생각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장님은 진짜 천재 같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나한테 필요한 것만 쏙쏙 잡으시지?’ 어려운 건 언제나 그렇듯 실천. ‘설마 몰래 카메라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도촬이라도 하시는 건가?’ 하물며 이렇게 정현우에게 필요한 것만을 핀셋으로 꼭 집어서 확보해주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매니지먼트 능력은 받는 입장에서는 감탄을 넘어 소름이 돋을 지경. ‘보상이...... 응?’ 그때 이벤트 매치의 대전료를 확인한 정현우의 얼굴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어?’ 대전료의 정체는 아라의 지팡이.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폈다. ‘설마 진짜?’ 정말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게 아닌지. ‘에이, 그럴 리가. 아라 셋을 확보한 건 나뿐이고, 누구한테 말한 적도 없는데…… 그냥 중원 길드가 아라의 지팡이를 얻어서 대전료로 준 거겠지.’ 물론 자신의 생각이 과대망상임을 깨달은 정현우의 입가에 실소가 그어졌다. 허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보다 아라의 지팡이라니…….' 일단 아라의 지팡이는 매우 가치가 넘치는 아이템이었다. 당장 보고서에 나온 아이템 옵션만 보더라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아라의 지팡이는 정현우가 퀘스트를 통해 확보한 아라 세트 아이템과 달리 거래가 가능한 상황. ‘아직 공개된 적 없는 아이템이니, 가치는 곱절.’ 결정적으로 아라의 지팡이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갓워즈에 정체가 나온 적이 없었다. 나왔다면 정현우가 아라의 깃털 모자를 처음 봤을 때 그리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대단한 대전료였다. 그만큼 부담스러운 대전료이기도 했다. ‘중원 길드가 각 잡고 나온 모양이네. 이 이벤트 매치로 거금을 쓰는 걸 보면.’ 이 정도로 거금을 준다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물론 주는 쪽에서도 적잖은 기대감을 가진다는 의미. ‘그렇다면 고객님께 제대로 화끈하게 보여줘야지.’ 정현우가 그 부담 앞에서 각오를 되새김질하며 스마트폰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고, 이내 새로운 이메일 내용이 정현우를 반겼다. [아즈모 쪽에서 스몰 파크 랭킹 1위 달성 축하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 내용을 본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나 챙겨주는 건 아즈모 님밖에 없네.’ 축하 선물, 그것도 어떤 의미에서 랭킹 1위 달성 기념으로 처음 받는 선물. 기분이 나쁠 리 없었다. ‘앞으로도 충성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아즈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기대를 품었다. ‘그보다 아즈모님 정도면 선물 스케일도 다르실 텐데 얼마나 대단한 거 보내셨으려나? 막 천만 원 넘는 시계 보내신 거 아니야? 비싼 호텔 이용권? 과연 어떠…….' 과연 선물이 무엇일지. 그러한 기대감에 아즈모가 답했다. ‘미친, 씨발!’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자다. ‘철벽 세트? 아니, 이런 걸 선물로 준다고?’ 어떤 유명한 연예인이 팬으로부터 벤틀리, 페라리 같은 값비싼 차를 선물 받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될 줄이야? ‘아니, 잠깐만 진짜 이거면…….' 그 사실에 정현우의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벌렁거림 속에서 정현우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거면…… 게임 끝이다.’ 자신의 파티 내에서 가장 부족했던 부분 하나, 능숙한 탱커라는 조각이 맞춰지는 그림이. 모든 그림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순간. 그 완벽한 그림을 맞춘 정현우에게 더 이상 고민할 건 없었다. ‘일단 라이브 방송으로 이벤트 매치를 알려야겠네.’ 길었던 숨바꼭질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3. 모두가 BJ대마도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발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상황.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하나 올라왔다! 때문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갑자기 등장한 라이브 방송에 세간은 빠르게 반응했다. - BJ대마도사야? ㄴ 타이틀은 이벤트 매치라는데? ㄴ 이벤트 매치? BJ대마도사 아닌 건가? 아직 제대로 방송이 켜진 것도 아니고, 그저 채팅창이 켜진 것뿐임에도 단숨에 1백만 명이 넘는 시청자 숫자가 달라붙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시청자 숫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 와, 벌써 3백만 찍었네? -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이 정도면 이제 사실상 슈퍼 스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 이제 1티어급은 된다고 봄. 모인 시청자들 본인도 놀랄 만큼 많은 숫자.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 우와! 그렇기에 방송이 시작되고 BJ대마도사가 등장했을 때 채팅창의 반응은 폭발적, 그 단어를 쓰는 게 부족할 정도로 엄청났다. - BJ대마도사다! - 어디야? 지금 배경부터 까봐! - BJ대마도사님 보고 싶었어요! - 게임하려고 평생 솔로 선언하셨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동안 쌓인 온갖 의문과 관심이 쏟아졌다. [BJ골드25124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32219호팬 님이 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잭팟11238호팬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실버8822호팬 님이 2,000엔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3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등장을 향한 팬들의 강렬하기 그지없는 애정도 쏟아졌다. 그 열떤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동안 숨바꼭질은 재미있으셨습니까?”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스윽 돌리며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 맙소사, 개척자의 땅이다! - 어떻게? 퀘스트 깼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그 무대가 개척자의 땅임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경악을 하며, 한편으로는 납득을 했다. - 이러니 못 찾지. - 맞아. 개척자의 땅에 있는데 무대나무 숲만 지랄나게 뒤지면 뭐해? - 다들 헛지랄했네. 어째서 그동안 BJ대마도사를 찾을 수 없었는지. - 와, 이 숨바꼭질 무효야, 무효! - 이거 사기 아님? 물론 이 사실에 대해 격한 불만을 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속은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이제는 더 이상 일확천금의 꿈은 꿀 수 없게 됐으니까. - BJ대마도사는 사기 친 벌로 BJ럭키를 출연 시간을 확대하라! - BJ골드와 실버 특집 방송을 하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고 싶어지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채팅창 반응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제가 부족하나마 춤과 노래로 여러분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겠습니다.” 어떻게든 쇼를 통해 보상을 주겠다. - 그건 좀. - 생각해보니 전 피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보상을 달랬지, 테러를 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만? 그 보상 정책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격한 거부 반응이 나왔고, 그 반응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노래와 춤이 별로다…… 뭐, 대충 예상했습니다. 오랜 공백 끝에 라이브 방송인데 그런 작은 이벤트로 만족할 순 없죠.” 그렇게 분위기를 정리한 미다스가 본론을 말했다. “중원 길드로부터 도전장이 왔습니다.” 채팅창의 분위기 역시 반전했다. - 중원 길드라면 요즘 돈 겁나 때려 박는다는 그곳? - 최근에 실력자들 대거 영입했다고 하지 않았어? - 도전장이라고? 최근 개척자의 땅에서 쌓은 명성이 적지 않은 중원 길드에서 BJ대마도사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는 개척자의 땅에 있으며, 그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 킁킁, 빅매치의 냄새가 난다.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승부 방식은 간단합니다. 갈기 하이에나 한 무리를 누가 더 빨리 잡느냐, 속도전 같은 거죠.” 이어진 승부 내용에 채팅창이 바로 달아올랐다. - 와, 화끈하게 가네. - 그래, 이런 매치를 보고 싶었다. 물론 일부는 들끓는 분위기 속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읽었다.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중원 길드 상대로 혼자서는 절대 못하지. ㄴ 그렇지. 이런 승부에서 혼자서 어떻게 이김? ㄴ 화력 싸움, 그것도 단판 싸움인데 무조건 파티플해야지. BJ대마도사 혼자 중원 길드가 구성한 올스타팀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당연히 이번에는 BJ대마도사도 파티를 구성했으리란 것.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품었다. [아즈모 님이 10,09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래서 BJ대마도사는 어떻게 파티를 구성했지? 뉴페이스를 오늘 소개해줄 생각인가?] 그리고 아즈모가 그 많은 이들을 대표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한 의문에 BJ대마도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뉴 페이스를 소개해드려야죠. 오늘 이 자리는 그들의 데뷔를 위한 자리이니까요.” 데뷔 무대! 그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더 변했다. - 빅뉴스다! - BJ대마도사가 드디어 솔로 탈출 선언했다! 이제까지 언제나 솔로 플레이를 해왔던 BJ대마도사가 드디어 파티 플레이를 결정하고 멤버를 소개하는 순간! 당연히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과연 BJ대마도사가 자신에 어울리는 파트너로 누구를 골랐을지. - BJ대마도사도 올스타 멤버 소집했나? - 설마 어비스 길드? - 10대 길드 연맹 나오는 거 아님? 그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소개합니다. 우리 파티의 새로운 탱커입니다!” 그 외침과 함께 마치 벽돌로 만든 듯한 갑옷을 두른 이가 등장했다. 일단 시청자들은 그 갑옷에 집중했다. - 철벽 세트다! - 맙소사, 철벽 세트도 구한 거임? 그 후에는 탱커 영입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 역시 탱커 영입하는구나. - 하긴, BJ대마도사 멤버 중에 순수하게 랭킹을 해주는 이는 없으니까 - 그래서 누구임? 자연스레 탱커가 누구인가? 하는 부분에 관심이 넘어가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한 이가 쓰고 있는 투구의 페이스 가드를 올려 얼굴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카메라 앞에 나서며 말했다. “새로운 멤버의 얼굴은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광고 보고 오시죠!” - 응? 갑작스러운 미다스의 발언에 채팅창에 물음표로 가득 차는 순간,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장난입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다시 물러났고,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새로운 탱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실버? - 고리 원숭이? - 갑옷 어떻게 입음? 작아진 실버가 갑옷을 두르고 있는 광경을. 그 사실에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곧바로 질문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09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떻게 무장했지?] [아즈모 님이 1,09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니, 그보다 다른 멤버는?] [아즈모 님이 10,09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돈을 가지고 실수를 하다니.] 당혹감 넘치는 아즈모의 반응, 그 반응 미다스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아즈모님이 왜 이렇게 당황하시지? 쓰라고 선물 주신 거 아닌가?’ 그냥 깜짝 공개한 것도 아니고 아즈모가 준 선물을 입혔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바. 물론 방송은 계속됐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미다스가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예, 이번에도 솔로 플레이입니다.” 중원 길드를 홀로 맞상대하겠음을.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상할 게 없었다. ‘뭐, 애초에 이벤트 매치이고 대전료까지 두둑하게 받았는데 쇼맨십을 제대로 보여줘야지.’ 딱히 승패가 매우 중요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이벤트 매치. 더욱이 중원 길드는 어마어마한 대전료마저 지불해줬다. 그렇다면 중원 길드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화끈한 쇼맨십을 보여주는 게 당연지사. ‘뭐, 솔직히 추가 멤버가 필요없는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미다스는 지금 이 전력으로 충분히 승부를 해볼만한 자신이 있었다. “방송일은 이틀 후!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그것으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233화. < 75화. 원콤맨 (2). > 4. 보이지 않던 BJ대마도사의 소식. - BJ대마도사가 개척자의 땅에 있다! 그 소식은 시작부터 모두의 예상 이상으로 강렬했다. 자연스레 반응도 예상 이상으로 격할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이벤트 매치 발표다! -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랑 붙는다! - 빠구 없는 단판 승부! 갈기 하이에나 빨리 잡기! 그러나 그 격한 반응이 보일 틈조차 없이 곧바로 충격적인 소식이 거듭 왔다. - BJ대마도사가 새로운 멤버 발표한다! ㄴ 지금 나왔음! 철벽 세트 입고 있다! ㄴ 어? 실버네? ㄴ 실버라고? 그럼 새로운 멤버는? ㄴ 없어! ㄴ 뭐라고? ㄴ 혼자서 중원 길드랑 붙는다! 그 충격의 정점은 BJ대마도사의 솔플 선언이었다. 물론 모두가 솔로 플레이를 예상하고, 바라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 하면 좋겠다, 같은 수준. - 중원 길드 상대로? - 와, 진짜 장난 아니네. 그 개척자의 땅 솔로 플레이의 첫 대전 상대가 개척자의 땅에서 현재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중원 길드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였다. 시작부터 끝판왕을 잡는 격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때문에 대부분은 생각했다. - 이건 BJ대마도사라고 해도 힘들 듯. - 맞아. 아무리 그래도 중원 길드 멤버를 이기긴 힘들지. 거기 길드 마스터는 BJ대마도사급 대부호잖아? - 그래서 이벤트 매치이겠지. 지더라도 수준급 퍼포먼스만 보여주면 되잖아? -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이기는 건 쉽지 않으리라고. 그게 이벤트 매치를 잡은 이유라고. 물론 어디까지나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이들의 경우였다. 보이지 않는 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이 선언은 더욱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즈모가 그러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요트의 갑판, 그 위에 마련된 단 하나의 의자에 앉은 그는 지독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커피가 식은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만큼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은 아즈모에게 충격적이었다. ‘설마 아이템 착용을 할 줄이야.’ 가장 먼저 그를 놀라게 한 건 자신이 준 철벽 세트를 가디언 실버가 착용한 것이었다. ‘소형화 스킬 때문이겠지?’ 다행히도 이내 내놓은 가설 덕분에 그에 대한 놀람은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중원 길드를 혼자서 상대한다고?’ 그러나 이어진 솔로 플레이 선언은 여전히 아즈모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지면 잃을 게 많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매치 그리고 어떻게든 이기고자 그동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라는 이벤트마저 했던 BJ대마도사 아니었던가?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그러니 이길 수 없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았겠지.’ 분명 이 승부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이 있으니, 필시 승부를 받아들인 것일 터. ‘대체 어떻게?’ 허나, 아즈모가 보기엔 도무지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가 구성한 팀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미치겠군.’ 더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승부에서 이긴다면 더 미치겠지만.’ 만약 정말로 BJ대마도사가 이긴다면?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했던 한계에 대한 개념이 단숨에 뭉개지고, 부서질 터. 더욱이 지금 한계는 그냥 한계가 아니었다. 개척자의 땅에서 솔로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그 절대 명제가 사실상 무너지는 순간,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BJ대마도사라면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고. ‘이제 정말 개인의 힘으로 길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겠지. 그러면…….' 그 사실에 갓워즈란 게임을 목숨 걸고 하며, 그 대가로 막대한 돈을 버는 이들이 하루아침에 잡아먹털 처지가 되는 셈. ‘목숨 걸고 전쟁이다.’ 자연스레 그들은 생존을 걸고 BJ대마도사를 고꾸라뜨리기 위한 수작에 나설 터. ‘처음은 2티어급 길드, 그다음은 1티어급 길드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나면, 그다음에는 더 높은 이들이 위협을 느낄 터. ‘결국에는 10대 길드마저 위협을 받겠지.’ 그 대목에서 아즈모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의 옆에 놓인 커피를 가볍게 들었다. “커피가 식었군.” “여기 있습니다.” 이어진 그의 말에 곧바로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조금 전 내린 뜨거운 커피를 건네주었고, 그 커피와 함께 아즈모가 고민을 머금었다. ‘BJ대마도사,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지?’ 5. “크으, 얘들아 대박. 반응 대박이다.” 말을 하던 미다스가 이내 실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특히 실버,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 말에 실버가 감격한 듯한 표정과 함께 새로운 갑옷을 입은 제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말했다. “주인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실버가 곧바로 골드를 보며 말했다. “선배님, 주인님께서 저를 보셨습니다!” 그 실버의 말에 골드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너무 들뜨지 마라. 이럴 때일수록 주인님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사를 준비를 해야 하는 법. 그것이 진정한 가디언의 마음가짐이다.” “아! 역시 선배님입니다! 오늘 또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이어진 그 둘의 대화에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그 후에 바로 미다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다시 걸렸다. ‘설마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이야.’ 그만큼 이번 이벤트 매치업에 대한 반응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동안의 공백으로 생긴 불만이 하루아침에 뭉개지고, 오히려 공백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이 나올 정도. '이 정도면 시청자 숫자 폭발하겠어.’ 그렇기에 지금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하나였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뿐이군.’ 기대감을 품고 모여든 시청자들 앞에서 기꺼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목적지를 잡았다. “자, 그럼 이벤트 매치를 준비하러 빅스카프로 가볼까?” 빅스카프, 개척자의 땅에 존재하는 명물을 향해. 6. 개척자의 땅. 그곳에 오는 순간 플레이어는 두 가지 광경에 놀라고는 했다. 하나는 그야말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혹독한 황무지의 광경.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런 황무지 속에서 존재하는 거대한 천조각, 빅스카프의 존재. 개척자의 땅에서 플레이어들이 오랜 시간 지내게 될 도시, 빅스카프 시티는 바로 그 빅스카프의 그늘 아래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 진짜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무 어둡단 말이야.”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빅스카프 시티는 어두웠다. 그나마 도시 초입은 밖에서 비추는 햇살 덕에 그나마 밝았으나 도시 안으로 향할수록 어둠은 더 짙어졌다. “가로등도 적고.” 도시 곳곳에 빛을 비추는 등이 있긴 했으나, 그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도시 중심으로 향할수록 등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며 어느 순간부터는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사실을 싫어했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것을 좋아하는 이가 주류는 아니었으니까. 허나, 반대로 이러한 사실을 반기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유명세 때문에 어디를 가든 귀찮은 경험을 치를 수밖에 없는 이들. 예화를 비롯해 중원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하나하나 유명세가 적지 않은 그들이 나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이 그늘 덕분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모인 이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모두가 얼굴에 하나씩 그늘을 덮고 있었다. 원인은 당연히 그거였다. “BJ대마도사가 설마 진짜 솔플로 우리와 싸울까?” BJ대마도사의 솔플 선언.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갑자기 다른 수를 꺼내진 않겠지.” “이제 와서 말을 바꾸기엔 좀 그렇잖아?” 물론 그게 두려운 이는 없었다. 혹여 질지도 모른다는 선택지를 염두에는 이는 없었다. “혹시 놈의 목적이 일부러 패배하는 건가?” 패배를 떠올리기에는 이곳에 모인 30인 파티가 BJ대마도사의 부재 속에서 이룩한 경험 그리고 훈련은 너무나도 지독한 것이었으니까. "일부러......." 문제는 조금 전 언급했던 것처럼 일부러 패배했을 경우, 질 것이 뻔한 싸움을 걸어서 지는 경우였다. “정말 일부러 패배한다면, 이번 일을 진짜 이벤트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거겠지.” 본래 중원 길드의 계획은 BJ대마도사가 만반의 준비 끝에 만든 전력과 정면으로 붙어 승리하는 것이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였다. 최선을 다해 전력을 구축한 BJ대마도사를 꺾는다면, 그 순간 BJ대마도사가 이룩한 명성을 전부 먹어치우는 일. 그 후에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에게 손을 잡자는 협력 제안을 할 생각이었다. 최선을 다한 BJ대마도사도 이기지 못한 중원 길드에 BJ대마도사가 가입한다면 그만한 이슈거리는 없을 터. 명분도 좋았다. 팬들 입장에서도 BJ대마도사가 당연히 파티를 맺는다면 중원 길드와 손을 잡는 게 윈윈, 베스트 시나리오일 테니까. 물론 마냥 그런 이유만으로 BJ대마도사를 영입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원하는 건 그러한 명분,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일단 현실에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만한 자리를 만들 계기. 그러한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칭화 그룹이 BJ대마도사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고, 그를 상대로 빅딜을 할 생각이었다. ‘이번 일이 그저 그런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돼.’ 예화, 그녀의 얼굴이 누구보다 그늘진 상태인 건 그 때문이었다. 정말 이대로 이번 이벤트가 이벤트로 끝난다면, BJ대마도사가 혼자 도전했으나 속절없이 패한다면 굳이 만날 이유도 사라지는 법. ‘설마 정말로 그냥 패배할 생각인가?’ 물론 그럼으로써 BJ대마도사도 이미지상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는 그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비난을 퍼부을 가능성도 컸다. ‘우리가 그냥 놔둘 리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더 나아가 칭화 그룹이 제 스스로 비루한 개를 자처한 BJ대마도사를 가만히 놔둘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제까지 그 무엇보다 자존심을 키워왔던 BJ대마도사의 성정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기에 예화는 지금의 계획을 세웠다. ‘만약 정말 BJ대마도사가 그렇게 나온다면…….' 그런데 그런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서운 자일지도.’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BJ대마도사가 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무서워지는 자일지도 몰랐다. 자존심을 믿고 전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장수보다는 더 큰 승리를 위해 십 년의 굴욕도 참는 장수가 무서운 법이니까. ‘이대로는 안 돼.’ 물론 예화는 이 상황을 이대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판을 흔들어야 해.’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흔들고 BJ대마도사를 진심으로 나오게 만들거나 그와 빅딜을 논할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였다. “BJ대마도사가 빅스카프 시티에 왔다는데?” “뭐?" “진짜?” 모인 중원 길드원들 사이에서 BJ대마도사의 빅스카프 시티 도착 소식이 퍼졌고, 곧바로 모두의 시선이 예화를 향했다. 과연 이곳에 방문한 BJ대마도사를 그냥 놔둘 것입니까? 그 질문 가득한 시선에 예화가 대답했다. “만나러 가죠.” 7. 그늘진 빅스카프 시티. “BJ럭키다!” “골드도 있어!” “실버도 있다!” “잭팟이네!” 그러나 제아무리 그늘이 가득하더라도 미다스와 그 일행의 정체를 감추기에는 그들은 너무 독특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그리고 특별했다. "그것도 혼자서!” "진짜 이번에도 혼자일 줄이야!” 개척자의 땅에 혼자 힘으로 오는 것은 이제까지 유례가 없는 수준을 넘어 모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 “심지어 첫 상대가 이 바닥 끝판왕이잖아?” “중원 길드랑 붙을 줄이야.” 심지어 BJ대마도사는 처음부터 가장 큰 벽을 향해 전진했다. "진짜 이러다가 나중에 10대 길드랑 맞먹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설마가 아니라 모르는 거지. 이제까지 해온 걸 봐!”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놀라고, 관심을 가지는 사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거물이 등장했다. "중원 길드다!”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 쪽으로 온다!” 현재 개척자의 땅은 물론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BJ대마도사의 대전 상대, 중원 길드가 등장했다. "모두 비켜!” "자리 만들어!” 그 등장에 옹기종기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바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내일 있을 빅 이벤트를 앞두고 두 대전 상대가 만나는 판을 망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플레이어들의 배려 속에서 미다스와 중원 길드가 서로를 마주 봤다. 그 대화의 시작을 알린 건 예화였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네요.” 그녀가 등장하며 미다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미다스가 그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 역시 영광입니다. 한 분 한 분이 유명하신 분들이시니까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예화, 그녀 너머에 자리 잡은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몰 파크 랭킹 1위 출신의 킬러독을 시작으로 네갈, 알바라스, 소룡, 쯔이, 제웅, 마쯔다까지. 스몰 파크 랭킹에서 전부 두 자릿수 랭킹을 찍으신 분들이네요.” 그 말에 몰려들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맙소사, 저 사람이 소룡이었어?” “마쯔다라고? 설마 스몰 파크 랭킹 11위까지 찍은 마쯔다?” 킬러독과 같은 유명인은 진작에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아래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건 쉽지 않은 일. “로브를 써서 몰랐지.” “아이템 바꿨구나……." 더욱이 아이템 세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알아보기 힘들어지는 게 갓워즈란 게임이라서 대부분이 나머지 이들도 그토록 거물일 줄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놀라움이 컸다. ‘와, 장난 아니네.’ 물론 개중에서도 가장 놀라는 건 미다스였다. ‘이거 스몰 파크 올스타 팀이나 다름없잖아?’ 중원 길드가 비싼 돈을 내고 플레이어를 영입한다고는 들었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그래서 나한테 엄청난 대전료를 지불하면서 이벤트 잡은 거구나. 이 멤버 데뷔전시키려고.’ 한편으로는 중원 길드가 그 거금을 들여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 정도 멤버를 데뷔시키고자 하는데 BJ대마도사만큼 확실한 이슈메이커는 없을 터. 반면 예화가 느끼는 바는 달랐다. ‘우리 쪽에 대해 모든 걸 파악했다, 이건가?’ 그녀에게는 지금 미다스의 발언이 협박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너에 대해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순순히 당해주지 않겠다. 그 사실에 예화가 이내 입꼬리 한 쪽을 올리며 말했다. “BJ대마도사 님 한 명의 명성에 비할 바는 못하죠.” 그리고는 칭찬과 함께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보다 이번 대전에서 승리 보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네요.” 승리 보수! 그 단어에 좌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러네, 승부를 봤으면 내기를 해야지.” “둘이 내기를 한다고? 손꼽히는 부자인 둘이?” “막 회사 같은 거 경영권 거는 거 아니야?” 유명세는 둘째 치고 이미 현실에서 대부호로 소문한 그 둘이 내기를 한다? 그 스케일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바.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런 게 있었어?’ 예상치 못한 예화의 말에 당황하는 사이 예화가 본인이 원하는 바를 말했다. “우리가 이기면 BJ대마도사님과 현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한 번 나누고 싶네요. 앞으로 갓워즈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말이죠.” 예화의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는 이내 표정을 풀었다. 잠시 동안의 변화. ‘그래, 결국 만날 수밖에 없다면 네 진짜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거겠지.’ 그러나 그 변화를 놓치지 않은 예화는 회심의 일격을 명중시켰다는 사실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고민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걸 보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지?’ 그녀의 생각처럼 미다스는 고민하는 게 맞았다. ‘이거 데이트 신청인가? 이기면 만나서 데이트하자고? 진짜? 나한테? 설마 나랑 열애설 일으켜서 유명세를 얻으려고?’ 단지 그 핀트가 조금 다를 뿐. ‘이거 좀 위험한 제안 같은데…… 거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가 이내 말했다. “이기면 저와 데이트를 하고 싶으시다니, 듣는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지만 좀 그렇군요. 다른 원하는 거 없습니까?” ‘에이, 이건 아니지. 이런 식으로 연애하고 싶진 않아.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이야기도 해봐야 한다고.’ 그 물음에 예화가 이제는 회심의 미소를 숨기지 않은 채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뇨,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제가 이기면 꼭 한 번 만나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그 단호한 대답에 고민하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향해 예화가 거듭 공격을 날렸다. “싫으시면 그냥 이벤트 매치를 없었던 거로 하죠.” ‘망칠 바엔 접는다.’ 그녀의 승부수에 미다스가 기겁했다. ‘그, 그건 안 돼!’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이 잡아준 이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는 일! 결국 미다스가 대답했다. “예, 좋습니다.” 234화. < 75화. 원콤맨 (3). > 8. 이기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예화의 그 제안을 들은 주변의 모든 플레이어들의 다음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이기면?’ 과연 BJ대마도사는 이번 이벤트 매치의 승리 수당으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딜을 받은 이상, 그만한 리스크를 짊어지게 해주겠지.’ BJ대마도사 성격이라면 자신을 상대로 이러한 공격을, 유효한 기습을 한 이를 그냥 놔두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BJ대마도사, 당신은 승리 보수로 뭘 원하나요? 내기를 저만할 수는 없잖아요?” ‘여기서 확실하게 긋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예 계산을 확실하게 하고자 했다. 괜히 소원 들어주기 같은 애매모호한 것을 승리 보수로 정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래서 뭘 원하시죠?” 그러한 그녀의 의지에 미다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냥 편하게 돈으로 하죠.” 돈! 특별할 것 없는 단어. 그러나 BJ대마도사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좌중의 모든 이들이 그대로 굳었다. ‘돈으로 하자고?’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 버금가는 부자들로 평가받는 예화에게 그 아즈모보다 더 대단한 재력을 보여준 BJ대마도사가 돈을 달라고 한다? ‘대체 얼마를 부르려고?’ 보통 이들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5천만 달러까지는 내 선에서 가능하다.’ 그녀는 상상을 넘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의 한계선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정현우가 말했다. “1만 달러.” 그 액수가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정현우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기면 1만 달러를 주시죠. 이번 기회에 고생하신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분들 회식이라도 시켜드려야 하니까요." ‘그래, 이 정도가 딱 적당해.’ 그렇게 대답을 한 미다스는 자신의 대답에 만족했다. ‘이미 선금으로 엄청난 걸 받았는데 여기서 과한 요구는 안 되지, 아무렴.’ 어쨌거나 승리 보수는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한 요구를 했다간 욕만 먹는 일. 그렇다고 너무 볼품없는 걸 요구하는 것은 상대하는 걸 무시하는 것이 될지도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의 지금 제안은 적당했다. 회식비로 1만 달러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스케일은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수준. 물론 그건 미다스의 기준이었다. 예화, 그녀 입장에서 미다스의 그 제안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런 식으로 우리 자존심을 뭉개겠다, 이거지?’ 그쪽이 내가 원하는 걸 구해다 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그쪽에게 딱히 바라는 게 없다. 그건 중원 길드 칭화 그룹을 무가치한 존재로 치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사실상 도발인 셈. 그렇게 이제는 그 도발을 당한 입장이 된 예화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내기가 성립되는 순간. “그럼 이벤트 매치 때 보죠.” 그리고 이벤트 매치가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순간이었다. 9.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둘의 소문은 바로 번졌다. - 서로 내기했다면서? ㄴ 중원 길드는 자기들이 이기면 BJ대마도사랑 현실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음. ㄴ 헐, 데이트 제안한 거임? ㄴ 그럴 리가 있나? 그냥 현실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겠지. ㄴ 맞아, 평생 솔로로 살아갈 BJ대마도사한테 데이트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중원 길드가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원한 건 뭐야? ㄴ 1만 달러. ㄴ 응? 돈을 요구했다고? ㄴ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회식비로 1만 달러 달라고 함. ㄴ BJ대마도사답네. 회식비로 1만 달러라니. 그리고 BJ대마도사가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사실 그다지 대단한 스케일의 내기는 아니었다. - BJ대마도사가 너무 배포가 작은데? ㄴ 질 거 같아서 그러는 거 아님? ㄴ 그냥 이벤트 매치로 끝내려는 듯. BJ대마도사가 일부러 스케일을 줄인다, 승부를 피한다, 이길 생각이 없다, 같은 의견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었다. - 뭔가 전력으로 한다는 느낌은 없지. 여러모로 BJ대마도사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 반대로 그 점이 오히려 사람들을 들끓게 했다. - BJ대마도사, 대충 해봐. 아주 그냥 제대로 물어 뜯어줄 테니까. - 결국 BJ대마도사도 플레이어일 뿐이지. 솔직히 혼자서 어떻게 이기겠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이도 적지 않았으니까. 그 반대급부로 중원 길드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 밟고 이제 떡상할 듯. - 솔직히 지금 200레벨대 중에서 가장 핫한 건 중원 길드 아님? 이번에 보니까 멤버들이 장난이 아니던데? 더욱이 중원 길드의 멤버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이 공개되었고, 그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이번 이벤트 매치 이전에도 충분히 대단한 평가를 받던 중원 길드가 그 이상의 관심과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 뭐든 간에 까보면 알겠지. 그러한 관심 속에서 결전의 날이 밝았다. 10. 개척자의 땅에서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방식은 하나였다. 개척 퀘스트를 받은 파티들끼리 경쟁하는 것. 그러한 개척 퀘스트는 3개 파티부터 최대 10개 파티까지 받을 수 있었으며, 방식은 3개 파티가 퀘스트를 같이 받는 방식과 랜덤 매칭, 두 가지가 존재했다.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그 둘 외에도 하나의 파티가 필요하다는 의미. 다행히도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러한 퀘스트와 관련한 것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갓워즈 최고의 집단이 있었으니까. “탐험가 길드 소속 오원입니다.” 탐험가 길드, 그들이 기꺼이 제3자를 맡아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무대는 완벽하게 갖춰진 셈. 남은 건 하나였다. "그러니 두 분은 마음껏 경쟁하시죠.” 무대 위에서 싸우는 것뿐. 11. [개척 지역에 입장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황무지 위에 30인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30인의 플레이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지각색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였다. 중원 길드 소속이라는 것. “아, 드디어 이 날이 왔네.” 그러한 중원 길드의 이름 아래에서 BJ대마도사 사냥을 위해 그리고 그 이상의 도약을 위해 모인 그들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음에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우리 쪽 라이브 방송 시청자 몇 명이지?” “1,100만 명.” “BJ대마도사 이름값이 대단하군. 바로 1천만 찍고 시작하네. 그러는 BJ대마도사쪽은?” “거기도 1,100만 명.” “그냥 동시에 본다, 이거군.”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기는커녕 여유 있게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빨리 끝내자고.” “그래, 빨리 끝내고 이 지루한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자고.”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길었던 이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 그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단판 승부라서 다행이야, 괜히 몇 차례 시도한답시고 시간 더 끌 필요도 없으니까.” “확실하게 끝내자고.” 중원 길드 멤버 중에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러한 광경 앞에서 예화 역시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았다. ‘길고, 어려웠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어.’ 다사다난했으나 결국 원하는 판은 만들어졌고, 이제 수확을 하기만 하면 될 때.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작전은 하던 그대로예요.” 하던 대로 하면 될 뿐. “킬러독 부대가 하얀 갈기를 잡는 사이, 우리가 갈기 하이에나를 처리합니다.” 그때였다. 예화가 명령을 내리는 사이 정찰을 나갔던 두 명의 플레이어가 다가오며 말했다. “전방 1킬로미터 지역에 갈기 하이에나 무리 발견했습니다.” 그 말에 곧바로 예화가 고개를 돌려 다른 플레이어를 바라보았고, 그 플레이어가 자신의 채팅창을 본 후에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은 아직 준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BJ대마도사 기록을 보고 움직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경쟁자의 기록을 확인한 후에 시도하는 게 유리한 법. 더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면 BJ대마도사 쪽 기록을 보고 움직이는 게 맞았다. 그러나 예화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BJ대마도사가 낼 수 있는 기록은 빨라야 7분대,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그 이상은 불가능했어요.” 너무 용의주도한 모습이 때로는 나약하게 보이게 만드는 법. 이미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약하게 보일 여지를 남길 이유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바라는 건 그저 오늘 한 번의 승리가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먼저 잡습니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던 예화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왕 하는 거 베스트 기록인 3분 35초를 갱신해보죠. 어비스 길드의 기록을 59초 단축하는 것보다 1분 단축한 게 1초 차이지만 더 느낌이 좋잖아요?” 그녀의 말에 곧바로 모든 이들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시작하죠.” 12. - 중원 길드 움직인다! - BJ대마도사님 중원 길드가 사냥 준비해요! 중원 길드가 움직임과 동시에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 와, 30인 파티 움직이는 거 장난 아니네. 이렇게 잘 맞춰서 움직이는 거 처음 봄. - 대열 유지하는 거 봐. 칼이네, 칼! - 아! 킬러독 부대가 우두머리 맡는 듯. - 몇 분대 나오려나? 4분대는 확실할 거 같은데. 그렇게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중원 길드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채팅에는 다급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응원하기 모인 이들, 이벤트 전이라고 해도 BJ대마도사가 지는 것을 바라는 이는 없었다. - 아, 망쳐라. - 믿을 건 실수뿐이야!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팬들이 바라는 건 중원 길드 쪽이 실수하는 것이었다. 단판 승부이기에 바랄 수 있는 유일한 여지인 셈. - 아니, 아무리 실수해도 5분대는 가능할 듯? - 이미 다 끝났어. BJ대마도사는 안 될 거야. 그마저도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아, 중원 길드 시작했나요?” 그러나 막상 이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인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여유가 넘쳐 있었다. “잘했으면 좋겠네요.” 도리어 중원 길드 쪽을 응원할 정도. "그렇지, 럭키야?” 왕! "뭐라고? 그냥 일부러 져서 예화 님하고 현실에서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게 개이득이라고?” 왕! "크으, 역시 럭키가 뭘 좀 아는구나.” 심지어 이제는 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같은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 사실에 몇몇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설마 진짜 데이트 때문에 일부러 지는 건 아니지? ㄴ 에이, BJ대마도사가 그러겠어? ㄴ 아니야. 어쩌면 이번이 BJ대마도사가 솔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 진심으로 데이트 때문에 BJ대마도사가 패배를 자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쨌거나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구스타프 님이 10,10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중원 길드 쪽은 이미 어비스 길드의 신기록을 갱신했다더군.] 그때 들려온 구스타프의 말에 채팅창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 어비스 길드 기록이면 4분 35초? 그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 그게 가능해? - 미친, 그거 멀린이 세운 기록인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허나, 다른 누구도 아닌 캐논 구스타프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0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킬러독이 최근 중원 길드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았으니까. 우두머리 잡는데 3분 40초 정도 걸릴 거다. 빠르면 30초대까지 줄일 수 있고. 실력은 확실한 녀석이니까.] 부정은커녕 오히려 검객마저 구스타프의 의견에 힘을 한 번 더 실어줄 정도. [멀린 님이 10,10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우리 쪽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분 52초, 가장 빠른 기록은 3분 35초까지 나오더군.] 이어서 공식 신기록 보유자였던 멀린마저 의견을 건네는 순간 더 이상 채팅창에 기대감을 품는 이는 없었다. - 아, 끝났네. - 그냥 항복하시죠? BJ대마도사에게 일말의 희망조차도 없음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있네.’ 이내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발견한 미다스가 이내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저도 슬슬 준비해야겠네요. 일단 포션 도핑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포션을 꺼내 하나씩 마시는 건 물론, 근처에 있는 골드와 실버, 럭키에게 포션을 먹였다. 그사이 말을 했다. “자, 그럼 제 작전을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그때였다. - 기록 나왔다! - 3분 35초! 중원 길드 쪽의 기록이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뒤엎었다. - 맙소사. - 어비스 길드 신기록을 1분이나 단축했잖아? 그 압도적인 기록에 더 이상 채팅창에서는 BJ대마도사를 향한 응원조차 내뱉지 못했다. 모두가 말문이 막힌 탓이었다. "오늘 준비한 작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럭키가 사생결단으로 하얀 갈기 하이에나의 어그로를 끌면 골드를 비롯해 공격을 들어갈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만이 말문을 연 채 작전을 설명했다. "그사이 제가 가고일로 갈기 하이에나들의 어그로를 끈 후에 블리자드를 쓸 겁니다.” 의외로 여전히 담담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도리어 기대감을 품었다. - 지금 BJ대마도사 모습 뭔가 있는 모양인데? - 뭔가 제대로 준비한 듯? - 그래, 아무런 작전도 없이 BJ대마도사가 왔을 리 없잖아? - 분명 뭔가 준비했을 거야. 블리자드만 해도 그렇잖아? - 뭔가 회심의 방법이 있을 거야. BJ대마도사가 이 상황을 타개할 작전을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 그래서 블리자드를 쓴 다음에 뭐죠? - 혹시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 그렇게 기대감을 품은 시청자들 미다스는 말했다. “작전 설명 끝.” 이거면 충분하다고. - 응? - 그게 전부? 그 사실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작전명은 원콤맨입니다.” 그 말의 의미를 당연히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사이 미다스가 말했다. “인벤토리.”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고 그 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라의 깃털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드디어 아라 세트를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235화. < 76화. 대격변 (1). > 1. 갈기 하이에나 무리 사냥 방식은 대부분 똑같았다. 일단 마법사들이 광역 마법을 써서 HP를 깎아놓으면, 그 후에 딜러들이 처치하는 식. 이러한 큰 틀을 바꾸는 경우는 없었다. 때문에 차이를 만드는 건 그 큰 틀 안에 존재하는 디테일한 부분이었다. 뛰어난 탱커들이 얼마나 잘 몰이를 하느냐. 원거리 딜러들이 딜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튀어나오는 하이에나들을 근접 딜러들이 얼마나 커트를 해주느냐. 예화, 그녀가 기꺼이 거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올스타팀을 만든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갓워즈란 게임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 ‘완벽하다.’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 근거였다. 마치 카펫이 깔린 듯, 그녀의 눈앞에 무채색 갈기 하이에나들이 깔려 있었다. 사실 이 광경 자체는 놀라울 게 없었다. 개척자의 땅에서 나름 사냥 좀 한다는 대부분의 실력자들은 언제든 볼 수 있는 광경이었으니까. - 벌써 다 잡은 거야? - 지금 막 3분 넘은 거 같은데? 그러나 이 광경을 전투에 돌입하고 채 4분이 되기도 전에 볼 수 있는 건 역사상 단 한 곳뿐이었다. - 중원 길드 미쳤네. 중원 길드. 그들이 갓워즈 역사 속에서 유일무이 최고가 되는 순간. 물론 아직 끝이 아니었다. - 그보다 하얀 갈기 하이에나는? 아직 이 하이에나 무리의 우두머리는 잡지 못한 상태. 그때 곧바로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이 바뀌었다. - 어? 킬러독? - 저기! 저기 하얀 갈기다! 킬러독의 시점으로. - 잡았다! - 킬러독도 잡았다! 그제야 비로소 사냥이 끝나는 순간, 그 사실에 예화를 비롯해 중원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자신들의 채팅창을 봤다. “3분 35초다!” “해냈다!” 그리고 채팅창에 표시된 자신들의 기록을 보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것이 증거였다. 이들이 애초에 승리를 의심할 리 없었다는 증거. 만약 승리를 의심했다면 BJ대마도사의 기록이 나오기 전까지 결코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을 테니까. “어비스 길드 기록을 1분이나 단축했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다들 수고했어!” 당연히 분위기도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 마무리하는 식의 분위기였다. “길드 마스터,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예화, 그녀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맞춰 이제는 방긋,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아! 속보입니다! BJ대마도사가 이제 시작한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의 생각은 똑같았다. “우리 기록 보고 움직일 생각이었군.” “과연 이 기록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네. 억지로 표정 연기하려나?” 이제 승자의 여유를 가진 채 패자의 발악을 보면 될 뿐이라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는데?” 물론 그 말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설마 아이템 하나 믿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 한 건 아니겠지?” “아니, 하나가 아니라 세 개인데…… 잠깐.” 그러나 이어서 나오는 상황 설명에 좌중의 몇 명은 무언가 이상한 조짐을 느낀 듯 만연했던 미소를 지우고 표정을 구기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마법 하나만 쓴다고?”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마법을 하나만 쓴다고?”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보고를 해주던 이가 말했다. “작전명…… 원콤맨?” 2. 크르르! 구름처럼 뭉친 채 나지막한 숨소리만을 내뱉으며 3백 마리의 갈기 하이에나들의 모습은 마치 순한 양 떼 같았다. 얌전하고, 평화로운 모습. [가고일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 앞에 가고일 한 마리가 등장하는 순간, 그 평화롭던 무리는 단숨에 사나운 맹수가 되었다. 크르르! 아니, 사나운 맹수 수준이 아니었다. 크왕! 쓰나미, 그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막연한 비유가 아니었다. 두두두두! 3백 마리, 그것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하이에나보다 덩치는 2배 이상 큰 갈기 하이에나들이 하나의 표적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며 만들어내는 소리, 보이는 광경은 그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크왕! 크르르! 그러한 갈기 하이에나들을 향해서는 그 무엇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갑자기 하늘 위로 피어오른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생겼을 때도, 그 먹구름이 큼지막한 얼음 덩어리를 토해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얼음 덩어리만으로 저 폭주하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어찌하기란 소원해 보였다. 콰앙! 그러나 얼음 덩어리가 바닥을 두드리는 순간 그리고 그렇게 떨어진 얼음 덩어리가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순간 분위기는 갑작스럽게 변하였다. 깨앵! 얼음 파편에 맞은 갈기 하이에나들이 고통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고, 이내 무채색 마네킹과 같은 꼴이 되었다. 콰직! 얼음 덩어리에 제대로 명중한 갈기 하이에나는 제대로 된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했다. 물론 그 광경도 갈기 하이에나들을 멈추지는 못했다. 커헝, 커헝, 커헝! 동료의 죽음을 분노를 위한 재료로 삼고, 시체를 발판 삼은 갈기 하이에나들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기세는 좋았다. 그 공세 속에서 갈기 하이에나들은 수십여 마리가 죽었으나, 여전히 2백이 넘는 무리가 남아있었으니까. 커헝! 이어서 더 많은 숫자가 죽었음에도 여전히 백이 넘는 숫자를 가진 갈기 하이에나들이 내뿜는 위압감은 여전히 강렬했다. 커헝! 허나, 그 숫자가 이내 두 자릿수가 되었을 때, 그때부터 보이는 광경의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커헝! 이윽고 그 숫자가 오십, 그 미만이 되었을 때 이제 그 누구도 갈기 하이에나가 내지르는 울음소리에서 기세를 찾을 수 없었다. 커헝! 그저 구슬픈 소리로 들릴 뿐. 그러한 소리조차도 이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콰직! 이제는 얼음 덩어리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블리자드 마법이 사라집니다.] 그마저도 사라지는 순간, 황무지와 같은 평야 위로 적막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적막감 속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하나였다. “이야, 블리자드 마법 좋네요.” 미다스. 이제는 무채색이 되어버린 광경을 향해 말을 내뱉는 그가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채팅창은 고요했다. 채팅이 없는 건 아니었다. 채팅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중에서 제대로 문장을 갖춘 것은 없었다. - 와. - 헐. 대부분 그저 놀람, 감탄, 경악을 저마다의 방식을 토해 여과 없이 토해내기만 할 뿐. 그 사실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와, 미쳤네, 미쳤어.’ 물론 그의 속내 역시 채팅창을 가득 채운 1천만 명 넘는 시청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내가 했지만 진짜 미쳤다, 이건 진짜 미친 거 같아.’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광경은 당연한 광경이었다. 현재 아라의 세트를 착용한 미다스는 그 대가로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 마력 소모량이 50퍼센트씩 증가한 상태였지만, 동시에 데미지는 75퍼센트 증가한 상태였다. 여기에 하나 더, 세트 옵션 발동으로 모든 능력치가 15퍼센트 증가하고, 마법 데미지가 추가로 15퍼센트 증가한 상태. ‘블리자드에 마스터 스킬북을 쓴 보람이 있었어.’ 심지어 미다스는 가지고 있는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으로 블리자드 스킬 랭크를 S랭크로 만든 상태였다. 눈앞의 광경은 마땅한 광경. 사실 그래서 더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와.’ 지금 보여준 것이 그저 하루아침의 꿈과 같은 일이 아니라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된다는 의미. 미다스 입장에서는 환호성을 내질러도 부족할 만큼 끝내주는 상황이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존버하면서 스펙업하는 보람이 있었네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마치 자신이 이룩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죠? 이 정도면 그동안 잠수 탄 거 용서해줄 만하지 않아요?” 그동안의 공백을 봐줄 수 없냐고. - BJ대마도사님! 전 BJ대마도사님의 활약을 믿었습니다! - BJ대마도사코인 안 탄 흑우 없제? - BJ대마도사님은 영원한 솔로 플레이의 황제로 남을 것입니다! 그 물음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환호와 찬사로 대답했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갈기 하이에나는 처치했으나,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하얀 갈기 하이에나는 처치하지 못한 상황. 그러나 그에 대한 걱정도 길지 않았다. 호우우우! 제법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럭키의 힘이 넘치는 하울링이 말해주었으니까. [하얀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자신들도 역할을 마무리했다고. “럭키 쪽도 끝낸 모양입니다.”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면서 시청자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기록 한 번 보겠습니다. 어디 보자 1분 52초쯤 나온 것 같은데……." 상식을 초월하는 기록이 나오는 순간. “넉넉히 2분으로 하죠. 1분대는 너무 인간미 없잖아요.” 그마저도 대충 정해버리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시청자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 인간미 넘치는 BJ대마도사님의 모습에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 이야, 중원 길드 울겠네, 울겠어. 그때였다. 크르르! 무채색의 카펫, 갈기 하이에나의 시체더미 사이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바로 카메라를 돌려 그곳을 찍었다. - 어? 살아있네? - 살아남은 애들이 있다! - 아직 끝이 아니야! 블리자드 마법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녀석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숫자는 둘이었다. “이런 젠장!” 그것을 본 미다스가 기겁하며 곧바로 소리쳤다. “파이어볼!” 마법을 캐스팅했으나, 평소와 달리 파이어볼은 바로 미다스의 손바닥 위로 등장하지 않았다. - 바로 캐스팅 안 되네? - 캐스팅 느려졌구나! - 캐스팅 타임이 늘어나는 대가로 데미지 늘어나는 아이템 낀 모양이네? 눈썰미 좋은 몇몇 시청자들이 그 사실을 캐치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캐스팅 완료 소리를 들은 미다스가 곧바로 손바닥에 생긴 불덩이를 그대로 던졌다. 거리는 200미터! 그 먼 거리에 날아간 파이어볼이 갈기 하이에나의 머리통에 그대로 명중했다. 깨앵!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이미 HP가 바닥이나 다름없던 갈기 하이에나가 그 공격에 바로 동료와 같은 꼴이 됐다. 그 후 미다스는 곧바로 두 번째 파이어볼을 좀 더 먼 거리, 이번에는 250미터 밖에 있는 갈기 하이에나를 향해 던졌다. 퍼엄!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 “아, 잘못했으면 조……." 그것을 본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내뱉던 혼잣말을 간신히 멈춘 후에 그대로 꾹 삼켰다. “크흠!” 그리고는 헛기침과 함께 이내 허리에 뒷짐을 지며 말했다. “아, 의도한 겁니다. 알고 있었는데, 다음 도전자분들을 위해서 커트라인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지켜봤습니다.” 이건 전부 예상한 바다! 물론 그것을 믿는 이는 없었다. - 아이고, 아깝다. 좆될 뻔했는데. - 역시 BJ대마도사, 운이 좋군! 누가 보더라도 모르고 있다가 당황한 모습이었으니까. 딱히 놓쳤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은 일이기도 했다. - 어쩔 수 없지. 저렇게 숨은 걸 어떻게 알고 잡겠어? 물론 조금 전 미다스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오케이.’ 정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가 살아남은 갈기 하이에나의 존재를 모를 리 만무. 즉, 조금 전 당황한 것은 연기였다. ‘약은 적당히 뿌렸고.’ “아, 쟤들 때문에 갑자기 시간 손해를 크게 봤네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한 번 더 숨김과 동시에 신기록을 일부러 늦추기 위한 연기. “몇 초 됐죠? 예? 2분 30초? 30초나 더 손해 봤다고요?” ‘좋아, 이걸로 한 번 더 해먹을 수 있겠어.’ 이렇게 함으로써 미다스는 신기록을 노리는 것으로 방송 시간을 좀 더 채울 수 있게 됐으니까.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이제 시작이었다. “한 번에 신기록 세우고, 이벤트 매치 끝내는 게 계획이었는데…… 솔직히 이러면 시청자분들이 만족 못 하시겠네요. 안 그래요?” 말을 한 후 채팅창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이벤트 매치는 끝냈으니 방송 타이틀 바꿔주세요.” 그 순간 더 이상 이벤트 매치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BJ원콤맨이 간다! 이걸로!” 이제 주인공은 오로지 단 한 명, BJ대마도사뿐이었으니까. 3. - 아, 이번에도 1분대 진입 실패했네. 이 빌어먹을 게임, 난이도가 너무 높다니까. 이거 뭐 게임 좀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난이도 하향이 시급합니다. 이번에는 인페르노와 리틀 토네이도, 원콤보로 단숨에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한 BJ대마도사의 푸념에 곧바로 채팅창에 반응이 올라왔다. - 와, 양심 좀 보소. 게임이 어렵다니? - 게임 날로 드시면서 그런 말이 나옴? - 김민수도 이거 보면 어이가 없을 듯. 티격태격. “채팅창 분위기 좋네요.” 좋은 징조였다. 시청자들과 BJ대마도사가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분위기도 좋았다. “이야, 설마 이런 걸 준비할 줄이야.” “걱정했던 내가 멍청했어, BJ대마도사라면 모름지기 이래야지.” 여러모로 걱정했던 이벤트 매치가 오히려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을 바꾸는 계기가 된 순간. 그러나 모두가 이 분위기를 즐기는 건 아니었다. “그보다 큰손들 반응이 안 보이네.” “구스타프랑 검객, 멀린까지. 아무도 반응이 없네?” “아즈모는 오늘 후원 채팅 한 번도 안 했어.” BJ대마도사의 방송을 채워주던 슈퍼 스타들은 도리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에 깊은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바쁘신 분들인데 언제까지 BJ대마도사 방송만 보겠어? 오늘 방송 주제는 다 봤잖아?” “하긴.” BJ대마도사보다 훨씬 더 많은 팬들을 상대해야 하는 그들이 자리를 비우는 건 도리어 당연한 일. 허나, 박영준은 달랐다. 툭툭,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는 그는 알고 있었다. ‘다들 충격이 큰 모양이군.’ 큰손들이 지금 이렇다 할 후원 없이 조용한 건, 충격을 받은 탓이라는 것을. 그만큼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엄청난 것이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앞서서 보여줬었다. 아이템의 능력을 습득하는 것과 레전더리 스킬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이제 BJ대마도사에게 불가능은 없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시간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를 두고 저울질을 하던 이들 입장에서는 이제 시간 제한이 생긴 셈이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10대 길드도 먹히는 거지.’ 주어진 시간 안에 BJ대마도사와 어떻게든 협상을 하지 않으면 도리어 자신들이 그대로 잡아먹힐 테니까. “그보다 아직 안 왔어?” “예? 사장님 뭐가요?” “중원 길드에서 입금 안 했냐고.” “입금이요?” “1만 달러, 회식비 말이야.” “아! 죄송합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 바로 중원 길드 쪽에 물어보겠습니다.” 마치 지금 중원 길드처럼. ‘대격변의 시작이군.’ 영원할 것 같았던 포식자들의 수명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36화. < 76화. 대격변 (2). > 4. 축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다. 축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이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그렇기에 축구에 그냥 적당한 관심이 있는 이들은 순간적인 이슈에 반응하고는 했다. 누군가 골을 넣는 순간, 그동안 경기를 보지 않았던 이들도 경기를 보는 것처럼. 이번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의 매치도 마찬가지였다. - 중원 길드가 어비스 길드 기록 깼다! - 3분 35초! 1분 단축했어! 중원 길드의 압도적인 신기록 경신! 그 실시간 속보가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지 않고 있던 이들을 자극했다. - 진짜? - 와, 그게 가능해? 자극을 받은 이들은 당연히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그로부터 약 2분 후, 또 한 번 소식이 들렸다. - BJ원콤맨 등장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식이. - BJ원콤맨이 뭐야? BJ대마도사 새로운 별명! ㄴ 무슨 의미인데? ㄴ 마법 원콤으로 갈기 하이에나 싹 다 쓸어버린다는 의미! ㄴ 뭔 개소리야? 그 소식 앞에서는 이제 이벤트 매치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관심도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1,500만 명을 돌파했군.”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 역시 치솟았다. “이 기세라면 2천만 찍는 건 일은 아니겠어.”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었다. “뭐, 앞으로 늘어날 속도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만.” 그러나 이마저도 앞으로 시작될 상승세를 생각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적어도 멀린이 보기에는 그랬다.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그저 단순히 한 번의 콤보로 몬스터를 잡는다,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이건 문자 그대로 게임 체인저였다. 이제까지 권력자들, 포식자들이 만든 룰을 단숨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 “앞으로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들도 잡아먹을 수 있으니까.” 만약 BJ대마도사가 그러한 힘을 게임의 판을 바꾸는데 쓰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대격변이 올 터. 이미 희생자는 등장했다. 당장 중원 길드, 자금력으로는 1티어급 길드조차 뛰어넘는 그들이 BJ대마도사에게 잡아먹혔다. 물론 아직 BJ대마도사는 기존의 룰을 바꾸겠다는 것을, 대격변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건 아니었다. 중원 길드를 먹어치운 것은 그들이 먼저 공격했으니 그랬을 뿐. - 이것으로 일곱 번째 무리를 처치했으니, 조만간 샌드 하이에나가 절 찾아오겠네요. 샌드 하이에나 잡는데 10분 이상 걸리면 그 시간부터 라이브 방송 은퇴합니다! 지금 후원을 거듭하던 큰손이 갑자기 후원을 멈추고 상황을 주시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과연 BJ대마도사가 그 이빨로 자신들을 위협하면서 원하는 바를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빨로 자신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후에 뱃가죽 속에 있는 것을 강제로 먹어치울 것인지.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그렇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멀린의 귓속으로 라이브 방송 이후 단 한 번도 들리지 않던 엠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화, 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5. “샌드 하이에나 잡는데 10분 컷! 보여드리겠습니다.” 말을 뱉은 미다스가 속으로 숨을 골랐다. ‘어휴, 힘들어 죽겠다.’ 사냥을 시작한 지 24분째. 당연한 말이지만 쉼 없이 20분 넘게 사냥을 한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빠를 줄이야.’ 더욱이 미다스의 20여 분은 남들과 달랐다. 보통 파티에게 20여 분이란 시간은 갈기 하이에나 2개 무리 혹은 3개, 아주 실력이 좋다면 4개 무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미다스에게는 무려 7개나 되는 무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포션 소비량도 그렇고.’ 물론 포션 소비량도 그만큼 많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거리를 갔으면, 더 많은 기름이 소모되는 건 필연적인 법이니까. 하물며 미다스는 현재 에너지 효율이 그렇게 좋은 상태도 아니었다. 좋기는커녕 마력 소모량 50퍼센트 증가라는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얹고 있는 상황. ‘인벤토리에 있던 거 거의 다 썼네.’ 현재까지 쓴 포션값만 하더라도 현금으로 따지면 돈 천만 원을 넘을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힘든 걸 내색할 수는 없지.’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이러한 한계 상태에서 힘든 것을 내색할 수 없었다. “오늘 먹은 포션값이 라이징 스타 채널 회식비보다 많이 나오겠네요.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네요.” 도리어 그 한계 상태에서 미다스는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력으로 달리는 마라토너가 사람들을 향해 브이를 해주고, 미소를 지어주는 격. 솔직히 평소라면 도중에 휴식을 요청하거나 혹은 저도 모르게 지친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시청자 숫자 1,660만 명.’ 단숨에 1,500만 명을 넘어서 2천만 명으로 향하는 시청자 숫자가 미다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여기서는 밟아야 해.’ 지금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고, 쉴 때가 아니라 자신의 전력을 보여줄 때임을. 미다스가 지금 전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유는 그뿐이었다. ‘끝까지 풀악셀이다!’ 그리고 그 이유면 충분했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먼 곳에서 모래 폭풍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왔다.’ 샌드 하이에나. 개척 퀘스트를 받은 이들, 그중에서 가장 빨리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한 이들만이 마주할 수 있는 미들 보스 몬스터. 케이크 위의 딸기 같은 가장 값진 존재. 그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샌드 하이에나가 오는군요.”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가장 잘 잡은 파티조차도 샌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전멸을 당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으니까. 그래서일까? 미다스도 이제는 굳은 표정을 지었고,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눈치 챘다. - BJ대마도사 표정이 심각한데? - 샌드 하이에나가 쉬운 몬스터는 아니니까. - 갈기 하이에나 잡는데 모든 힘을 다 쓰고, 샌드 하이에나 상대로 거짓말같이 패배하는 그림은 의외로 자주 나오지. BJ대마도사에게도 샌드 하이에나는 쉽지 않으리란 것을. “일단 샌드 하이에나와 전투를 앞두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무 잔혹한 방송이기 때문에 15세 미만 어린이들은 부모님 몰래 보세요.” 6. 샌드 하이에나. 문자 그대로 모래로 만들어진 하이에나로, 사실 외형만 하이에나일 뿐 그 크기는 하이에나 수준이 아니었다. 몸길이가 무려 15미터! 다리부터 머리까지 높이만도 무려 3미터에 이르는, 그야말로 몬스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괴물이었다. 더욱이 모래로 만들어진 몸뚱이는 플레이어들에게 이렇다 할 꼼수를 용납지 않았다. 공략 방법은 오로지 하나, 데미지 딜링만으로 모래를 덜어내는 것뿐. 하물며 개척자의 땅, 황무지처럼 그 어떤 거슬릴 것 없는 드넓은 무대는 플레이어들에게 몸을 피할 장소나, 도망칠 구석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때문에 개척자의 땅에서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이 게임은 쓰레기 게임이라고. 퍼엉! 물론 미다스에게는 예외였다. 아니, 예외 정도가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플레이어들에게 모든 껄끄러운 요소들, 샌드 하이에나에게 유리했던 요소들은 도리어 미다스에게 유리한 요소가 됐다. “이야, 덩치가 크니까 던지는 족족 맞네!” 일단 거대한 덩치는 미다스에게 있어서 그냥 거대한 과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슬리는 것도 없고.” 드넓은 황무지란 무대는 미다스에게 있어서 최고의 무대. “딜링은 뭐……." 마지막으로 꼼수 따윈 용납지 않은 채 오로지 데미지 딜링만이 필요하단 요소는 미다스만을 위한 요소였다. 요소 정도가 아니었다. 여러 페널티를 짊어진 대가로 이제는 평소보다 2배 이상의 데미지 딜링이 가능해진 상태. 그런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거리를 벌린 후에 이루어지는 미다스의 포격, 캐논 스타일의 공격이 발휘하는 데미지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사역마가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합니다.] [사역마가 파이어 애로우를 사용합니다.] 심지어 이제는 그런 미다스의 양 옆에서 두 개의 사역마가 미다스를 대신해 애로우 계열 마법을 사용해주는 상황.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왕! 거대화 그리고 금강불괴 상태인 럭키가 사생결단 상태에서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샌드 하이에나와 밀리지 않는 자웅을 겨루었다. “주인님을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그리고 그렇게 럭키가 샌드 하이에나의 어그로를 끄는 사이 무장을 마친 골드와 실버가 샌드 하이에나의 틈을 쉼 없이 찔렀다. 미다스를 배제하더라도 데미지 딜링은 끔찍한 수준. - 샌드 하이에나 몸이 줄어드는 게 육안으로 확인하는 건 처음이야. ㄴ BJ럭키가 최소 10인분은 하니까. ㄴ 그리고 BJ골드도 최소 10인분은 하지. ㄴ 여기에 BJ실버도 최소 10인분 할 듯. BJ대마도사는 인분이고. 보는 입장에서는 감탄을 넘어 오싹해지는 광경이었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멈추었던 말을 마저 했다. “……딜링은 좀 별로네요.” 그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헐, 지금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 지금 데미지 딜링이 별로라고? - BJ대마도사, 양심 보소! - 김민수 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셔서 BJ대마도사 하향 좀요! 이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량의 당사자 본인 입에 불만족스럽다는 대답이 나오다니?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왼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만약 양손이 자유로우면 순간 데미지 딜링이 2배는 될 텐데 말이죠. 진짜 아쉽네요."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 그러네? - 양손으로 던지면 더 나오긴 하겠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오히려 굉장히 진지하게 그 발언을 받아들였다. - 설마 투핸드 스킬 같은 걸 손에 넣은 건가? - BJ대마도사라면 모르지. 어떤 스킬을 손에 넣어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 어쩌면 투핸드가 아니라 팔이 네 개로 늘어나는 스킬을 준비했을 수도 있어. - 평생 솔로로 다른 사람 손 없이 살아갈 BJ대마도사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네!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증명했으니까. 자신에게는 한계가 없음을. 물론 미다스가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허세 좀 부려야 광고주분들도 좋아하시지.’ 광고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끊임없는 이슈거리였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떡밥을 던질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떡밥은 이럴 때 던져야 했다. 그냥 갑자기 던지면 그 떡밥은 쉰 떡밥이 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달라붙어 열광하는 상황 아닌가?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그보다 왜 이렇게 큰손분들이 조용하지?’ 단 하나, 아즈모를 비롯해 이제까지 큼지막한 후원을 해주던 이들의 부재를 뺀다면. ‘너무 조용한데?’ 물론 그들이 자신보다 훨씬 바쁜 이들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잠잠한 것은 처음. 미다스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내가 그분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허나, 상황이 어떻든 간에 게임은 계속되어야 하는 법. 퍼엉! 그렇게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던지는 순간, 샌드 하이에나의 몸이 그대로 우수수 무너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샌드 하이에나의 존재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도 들끓었다. 다들 알고 있는 탓이었다. - 미친, 전투하고 4분 되고 3페이즈 돌입했어! - 3페이즈? 그럼? - 거대화다! 이제 샌드 하이에나의 가장 골치 아픈 모드인 모래 거대화 모드가 발동하리란 것을. - 어떻게 하려나? - 여기서 잘못하면 전멸하던데. 자연스레 사람들은 이제까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BJ대마도사가 이 3페이즈라는 난관을 얼마나 쉽게 뚫을지, 그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사라졌던 샌드 하이에나가 이제는 더 거대한 몸집이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 이미 거대했던 샌드 하이에나가 거대화 스킬을 통해 무지막지한 괴물이 되는 순간. 그러한 거대한 괴물을 향해 미다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꽈릉! 그 외침을 끝으로 등장한 벼락 한 줄기가 그대로 샌드 하이에나를 관통했다. [샌드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샌드 하이에나를 사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단숨에 전투가 끝나는 순간. - 아, 선더볼트가 있었네. 그 사실에 들끓었던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마력이 5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어후, 뒈질 뻔했네.’ 그리고 미다스는 들리는 시스템 알림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블레이즈 골렘까지 꺼냈으면 진작에 마력 바닥났겠네.’ 보기에는 압도적인 결과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하기 그지없었던 셈. ‘마력 부분을 좀 해결해야겠어.’ 그렇게 미다스가 미소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준비할 무렵. [예화 님이 10,10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제 패배를 인정하죠.] 미다스에게 후원 내역 하나가 전달됐다. 예화! 조금 전 미다스와 싸웠던 중원 길드 마스터의 등장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됐다. - 와, 예화가 1만 달러 쐈네? - 무슨 의미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금 전까지 경쟁했던 이가 이토록 거금을 후원하는 건 평범치 않은 일. "중원 길드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상황을 마주한 미다스는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만족하셨으려나?’ 이번 이벤트 매치는 중원 길드의 요구로 이루어진 매치였고, 미다스는 그 매치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니까. ‘다음에도 의뢰 한 번 더 해주시면 감사할 텐데.’ 의뢰인이 고맙다는 말을 딱히 다른 이유로 해석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아, 그렇지.’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말했다. “참, 제가 이겼으니 그때 약속한 것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에 회식비 쏴주는 건 잊지 마세요.” ‘라이징 스타 채널분들 회식비를 잊을 순 없지.’ 이 영광 속에서 가장 큰 지원을 해준 라이징 스타 채널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되는 법! 그 요구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예화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오케이, 1만…… 응? 1만 달러가 아니네?’ 그 대답에 미다스가 기겁하는 사이 후원 채팅이 들렸다. [예화 : 약속한 물건은 직접 만나서 드리겠어요.] 사냥터 밖에서의 미팅 요구. 그 요구에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아, 그렇게 하죠.” ‘당연히 부르시면 찾아가야죠!’ 새로운 큰손의 말을 거절한다는 것은 미다스의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237화. < 76화. 대격변 (3). > 7. “미친, 10만 달러다!” 예화가 10만 달러라는 거금을 후원하는 순간, 가장 환호를 터뜨린 건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었다. “회식비 터졌다!” “회식비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식당도 차릴 수 있겠는데?” “와, 살다살다 이런 일을 경험하는구나!” 세상천지에 회식비로 10만 달러를 받는 경험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하던 직원들의 정신이 잠시 다른 곳에 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예화가 여기서 등장했다는 건…….' 물론 박영준만큼은 정신을 팔지 않은 채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냉철함 속에서 박영준은 예화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BJ대마도사와 만나서 마지막 딜을 해볼 모양이구나.’ 여전히 아이템을 건네주지 않은 상황에서 필시 그녀는 아이템을 건네준다는 것을 핑계 삼아 BJ대마도사와 만나고자 할 터.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분명 어떤 것이든 제안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러한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어? 중원 길드 마스터가 BJ대마도사 만나자는데요?” “이거 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예화가 만남을 제안했고, 당연히 모두가 그 만남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의심을 품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때문에 직원 중 한 명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한테 말해서 비공개 방송 하나 파달라고 할까요?” 재빨리 그 미팅 자리에 참석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BJ대마도사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그런 미팅까지 일일이 우리가 간섭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무슨 딜을 하든 간에 딜을 제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딜이 성사되리란 생각은 안 할 테니까.’ 앞서 말했듯이 분명 예화는 BJ대마도사에게 딜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딜을 BJ대마도사는 거절할 것이다. 애초에 지금 상황 자체가 그랬다. '이미 BJ대마도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어.’ 오늘 무대를 통해 BJ대마도사가 이 바닥의 권력자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까지 당신들이 생각하던 규칙은 무너졌다. 대격변이 일어났고,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나 혼자서 당신들을 전부 먹어치울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소하게 가위바위보를 합시다, 게임 속에서 데이트 한 번 합시다, 같은 딜을 한다면 모를까 영입 제안 같은 게 먹힐 리 만무. 그 사실을 예화도 알고 있을 것이다. ‘예화 쪽이 원하는 건 BJ대마도사의 의중이지.’ 그럼에도 딜을 하는 것은 BJ대마도사가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텍스트만으로는 결코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법이니까. 이 대목에서 박영준은 한 가지 가설을 두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원하는 건,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른다.’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보여준 것이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 위한 힘을 쌓기 위한 시간. ‘만약 그렇다면 이번 자리에서 BJ대마도사는…… 시간을 한 번 더 벌고자 하겠지. 역으로 제안할 거야.’ 그렇게 박영준이 저울질을 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을 하던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자, 그럼 샌드 하이에나도 잡았겠다, 이벤트 매치도 끝났겠다, BJ원콤맨 실력도 보였겠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예화 님,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잠깐 쉬다 올게요. 앞으로 갓워즈의 대격변을 불러올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8. “후우!” 깊은 숨소리와 함께 캡슐에서 눈을 뜬 정현우가 곧바로 제 힘으로 캡슐을 열고 나왔다. 그렇게 나왔을 때 그 누구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정현우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와, 라이브 끝났네!” “원콤이라니, 진짜 어떻게 그런 딜링이 가능한 거지?” “말이 원콤이지, 블리자드 같은 경우는 그 마법 하나로 갈기 하이에나들 쓸었잖아? 원콤이 아니라 원킬이지.” 게임을 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휴게실 앞 TV로 몰려들 게 한 건 그 누구도 아닌 정현우, 자신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정현우에게는 그것을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잽싸게 카운터에 맡긴 자신의 스마트폰을 챙기고는 화장실로 들어간 정현우는 곧바로 세면대에서 물을 튼 후에 제 얼굴을 적셨다. 그 후에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을 향해 말했다. ‘현우야, 정신 차려. 광고주와의 미팅이다.’ 광고주와의 미팅. 그 사실이 지금 정현우를 어느 때보다 긴장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주를 상대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서 정신 놓으면 끝이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날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물며 상대는 칭화 그룹이라고, 칭화 그룹.’ 더욱이 지금 상대는 그냥 보통 광고주가 아니라, 큰손 중의 큰손! ‘10만 달러를 회식비로 쏜 대부호!’ 이미 엄청난 재력을 정현우의 코앞에서 아낌없이 선보인 광고주를 앞에 둔 정현우의 머릿속이 평소와 같다면 그게 이상한 일. “후우." 그렇게 재차 숨을 고른 정현우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미지는 살려야 해.’ 가장 중요한 건 광고주 앞에서 정현우가 아니라 BJ대마도사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미지로 먹고 사는 일인데, 카메라 꺼졌다고 손을 비비면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 좀 그렇지 않은가? ‘기분 상하게 해서도 안 되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광고주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태도나 언행은 해서는 안 됐다. ‘제일 좋은 건 내가 계약을 따내는 건데.’ 더불어 이 미팅에서 정현우가 바랄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당연히 이번 자리에서 광고주를 상대로 정현우가 직접 얻어내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자신의 평가 높아질 기회! ‘만약 안 되면…… 아, 골치 아플 것 같은데.’ 허나, 그런 자리에서 냅다 계약을 따내는 게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괜히 초를 뿌렸다가, 나중에 될 일도 망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 ‘나대지 말고 이미지만 좋게 할까?’ 옛말에 중간만 해도 본전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지 않은가? “어이구.” 그 고민 속에서 재차 한 번 더 세수를 한 정현우가 그대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연락이 없네.’ 만약 무언가 전달할 의사가 있었다면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연락을 했을 터. 그러나 여전히 잠잠한 폰 상태에 정현우가 짧게 혀를 찼다. ‘나를 믿는다, 이건가?’ 이런 상황에서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연락을 하고 무언가를 구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었다. 이미 거듭 실수를 저지른 정현우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평가를 만회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 여기서 뭔가 하긴 해야 해. 나도 이제 영업 좀 뛰어봐야지.’ 우웅! 그러한 고민 속에서 정현우의 폰이 울렸고, 정현우가 바로 폰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발신자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 아니었다. 허나, 정현우는 오히려 라이징 스타 채널 때보다 더 긴장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예, 정현우입니다. 예, 정태우 보호자 맞습니다. 관계는 제 형입니다.” 그렇게 대화를 하던 정현우가 이내 반색하며 소리쳤다. “이제 수술이 가능하다고요? 아, 네. 날짜 바로 잡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상태로 잠시 동안 침묵하고 있던 정현우가 이내 다시 눈을 떴다. 그러한 정현우의 눈에 더 이상의 망설임이나, 초조함은 없었다. ‘계약 하나 무조건 따낸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전사의 표정만이 가득할 뿐. 9. 링 위에 오르기 전에는 모두가 도전자이지만, 링에서 내려올 때는 패자와 승자가 나뉘는 법. 개척 지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작할 때는 모두가 도전자이지만, 끝난 후에는 단 하나의 승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패자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패자들의 표정은 언제나 좋지 못했다. 중원 길드원들의 표정이 좋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니, 좋지 못한 수준을 넘어 모두가 영혼이 날아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애초에 패배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으니까. ‘어떻게 마법 하나로?’ ‘대체 어떻게?’ 하물며 이런 식으로 패배하는 것은 돈을 주고 한 번 지는 걸 상상해보라고 해도 상상해내지 못했을 식의 패배를 했으니, 그 충격이 곱절이 되는 건 당연지사. 예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원 길드원들보다 훨씬 더 이번 일에 걸린 것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충격을 받은 수준, 그 이상이었다. 그때였다. “BJ대마도사가 옵니다.” 누군가 내뱉은 한마디에 곧바로 중원 길드원들 전부가 미어캣처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인디언이 썼을 법한 깃털 모자를 쓰고 다가오는 플레이어가 보였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 뒤로 무장한 가디언 둘과 거대한 늑대, 마지막으로 그 깃털 모자 위에 앉아있는 새 한 마리가 보였다. 갓워즈에서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림. ‘온다.’ 그러한 BJ대마도사를 바라보는 중원 길드원들의 분위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패배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허나, 이들은 예화가 거금을 들여 영입한 각 길드의 실력자들! 최고가 되기 위해 길러진 투쟁심 넘치는 투견과도 같은 이들, 패배와는 별개로 이대로 그냥 바로 꼬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이들이었다. ‘한 번 더 붙으면…….' ‘시비만 걸면 그 순간…….' 당장 BJ대마도사가 틈을 보인다면 혹은 BJ대마도사가 도발을 한다면, 원치 않아도 본능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이들. 그렇게 들끓는 분위기 속에서 이내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제는 서로의 표정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아.’ 그 순간 중원 길드원들 모두는 저도 모르게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의 표정 탓이었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 라이브 방송을 할 때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진지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 표정으로 툭 말을 내뱉는 BJ대마도사 모습 어디에도 틈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틈이 없다.’ 틈은커녕 언제라도 쏠 준비를 마친 장전된 총 같은 느낌. 그 모습에 중원 길드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프로다.’ 눈앞에 있는 BJ대마도사가 그저 운 좋게 그리고 돈지랄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자가 아니라는 것을. 이 게임에서 어떻게든 끝장을 볼 각오를 마친 진짜 프로임을. 딱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자, 그럼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계약 무조건 따낸다.’ 어쨌거나 지금 미다스는 매우 진지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인 후 미다스 앞에 서며 말했다. “긴 대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으니 괜한 인사치레는 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 물음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예화는 곧바로 질문했다. “오늘 정말 대단했어요. 이런 식으로 설마 BJ대마도사에게 잡아먹힐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궁금한 건데 앞으로도 계속 지금 스타일을 고집하실 건가요?” 갓워즈의 권력자들이 만든 그들만의 세계, 그 안의 주민이 되는 대신 그들을 사냥하는 포식자가 될 것인가? 그러한 의미의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다른 스타일로 바꾸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렴요, 앞으로 솔플 할 겁니다. 그러니까 잘 봐주십시오. 광고주시면 섭섭지 않으실 겁니다.’ 그 후에 미다스가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앞으로 저한테 투자하시면 후회하시진 않을 겁니다.” 이어진 말에 예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비스 길드 말대로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으로는 이 미팅 전,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어비스 길드는 예화에게 말했다. BJ대마도사는 절대 어느 길드에 들어가는 일이 없을 거라고. ‘BJ대마도사는 지금 시간을 벌고 있어.’ 그가 원하는 건 자신을 파는 척하면서, 사고 싶어 하는 이들로부터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번 시간으로 갓워즈의 끝을 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어비스 길드는 필시 BJ대마도사가 예화, 당신에게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을 부리리라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 이벤트 매치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을 본 예화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께서 직접 영업을 해주시는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자세한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야기하면 되는 거겠죠?”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읽고 있다.’ 이 순간 예화는 고민하지 않았다.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고, 그들의 계획을 따른다.’ 그렇게 고민을 끝낸 예화가 곧바로 인벤토리에 손을 넣은 후에 지팡이 하나를 꺼냈다. “약속했던 물건이에요.” 비쩍 마른 나무로 만들어진 듯한 보잘 것 없는 외형, 그러나 그 가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아라의 지팡이.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그 아라의 지팡이를 바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받았다. 이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어졌다. ‘됐다! 됐어! 의뢰 따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벤트 하나를 따냈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캬, 역시 나도 하면 된다니까.’ 그러한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아라의 지팡이를 바라봤다. [아라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00레벨 이상 - 위대한 주술사 아라, 그가 남긴 지팡이다. 그가 가진 힘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다. - 공격력 : 323 - 근력 +121 - 체력 +155 - 지력 +478 - 마력 +402 - 착용 시 마력 소모량 19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쿨타임 19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속도 19퍼센트 감소 - 착용 시 모든 마법 데미지 36퍼센트 증가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옵션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데미지 딜링,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미다스가 현재 착용한 아르비아의 지팡이보다 훨씬 나을 정도. 하물며 이 물건은 거래가 가능한 물건 아닌가? 만약 미다스가 BJ대마도사의 이름을 걸고 G베이에 올린다면 정말 엄청난 액수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 ‘아…….' 그러나 미다스의 눈은 그러한 사실에 꽂히지 않았다. !해체 시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 습득 가능 그저 그 아래,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정보가 말해줬으니까. ‘……이러면 해체할 수밖에 없잖아?’ 이거 팔아먹어서 집 살 생각 따윈 하지 말라고.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예화가 말했다. “아이템은 어떤가요?” 그 물음에 미다스가 말했다. “아, 뭐, 나쁘진 않은데…… 지금 제가 가진 지팡이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느낌은 없네요. 옵션이 중복되는 것도 있고.” 이어진 설명에 예화는 물론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모두가 기겁했다. 이미 저 지팡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예화를 통해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아니, 저 아이템 옵션도 별로라고?’ ‘말도 안 되는 옵션인데?’ 그런데 그게 별로다? 아즈모조차 하지 못할 발언. 그렇게 놀라는 중원 길드원들에게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선물로 받은 물건인데 소중히 다루겠습니다. 혹여 쓰지 않더라도 경매장에 올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필요 없어지면 해체할 테니까.” ‘빌어먹을…….' 그 웃음 속으로 미다스가 피눈물을 흘렸다. 238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1). > 1.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도 또 일냈다면서? 이제는 우스갯소리로 숨을 쉬는 것조차 이슈가 되어버린다는 평가를 받게 된 BJ대마도사. 그런 그가 이슈가 된다는 것은 이상할 게 없었다 - 갈기 하이에나 원콤으로 끝냈다면서? ㄴ 정확히는 원킬이지. 블리자드 한 방으로 끝냈으니까. ㄴ 아니, 솔직히 이건 너무하지 않나?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말 그대로였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그저 뛰어난 퍼포먼스, 남다른 퍼포먼스 수준이 아니었다. 100미터 경주로 따지면 9초대에서 0.1초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마하는 와중에 갑자기 자기 혼자 6초대 기록을 낸 것,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 솔직히 지금 당장 BJ대마도사를 300레벨대 사냥터에 데려다 놓아도 유명한 마법사들보다 딜링 더 잘 나올 듯? ㄴ 신수랑 가디언에 소환물들 데미지 딜링까지 합치면, 그냥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 ㄴ 앞으로 게임 진짜 쉽게 하겠네. ㄴ 무섭다, 무서워.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그 결과물에 일부는 환호성보다는 우려, 두려움을 보내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기대치는 과연 이번에도 사냥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그것마저 혼자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라이브를 통해 BJ대마도사는 그것조차 자신에게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별거 아닌 일임을 증명한 셈. - 앞으로 진짜 뭘 할지 상상조차 안 된다. - 아무렴. 몹 잡는 건 일도 아니잖아? 즉, 이제는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게 된 셈이었다. 물론 그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 과연 BJ대마도사가 앞으로 뭘 하려나? 이 엄청난 힘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할까? BJ대마도사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이제는 그의 행보에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된 셈. 그만큼 루머도 늘어났다. “혼자서 길드전 치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도 들었어. 10대 길드 중 하나 박살낸 후에 자기 이름 거기에 박겠다고.” 개중 대부분의 루머들은 BJ대마도사와 길드를 엮었다. 그가 어느어느 길드와 전쟁을 벌인다는 식. “여하튼 플레이어는 경쟁자가 아니다, 이거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능력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탓이었다. 길드 단위가 아니고서는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솔직히 BJ대마도사가 길드 좀 박살내주는 걸 보고 싶네.” 동시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 갓워즈를 즐겨보는 이들이 바라는 것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 1티어급 길드 애들이 하는 짓 보면 누가 좀 박살을 내주면 좋겠지.” “아주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서 다 해먹잖아?” “요즘 텃새 부리는 거 보면 진짜 무슨 게임 전세 낸 줄 알겠다니까.” 1티어급 길드들, 그들이 자신들만을 위한 울타리를 만든 후에 갓워즈의 대부분의 콘텐츠들, 과실들을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저번에 1티어급 길드 대가리들 박살냈을 때 진짜 통쾌했지.” 혁명가가 탄생해주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 길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건 당연지사. 물론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길드전이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정현우 입장에서 길드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자기 밥줄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 ‘고객님들하고 뭐하러 전쟁을 해?’ 하물며 이제는 대형 길드들은 정현우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중원 길드와 계약을 따낸 상황 아닌가? 실제로 이번에 중원 길드는 패배하긴 했지만 성과 자체를 보면 나쁠 게 없었다. 일단 이번 패배로 중원 길드를 폄하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이 보여준 결과물 역시 어비스 길드를 뛰어넘는 매우 훌륭한 결과물이었으니까. 도리어 BJ대마도사와의 이벤트 매치업 덕분에 그 사실을 그 어떤 방법보다 더 확실하게 세상에 알린 상태였다. ‘다음 이벤트 매치에서 잘만하면 진짜 제대로 뽕을 뽑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상태에서 중원 길드와의 다음 이벤트 매치조차 대박을 터뜨린다면? 그때부터는 쏟아지는 제안들을 골라내기 바쁠 터. 자연스레 정현우의 지갑도 보다 더 풍족해질 터였다. ‘형 수술 끝나면, 집도 바꿔야지.’ 지금 주어진 미래를 보다 더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갑자기 100평짜리 집에 가면 형이 의심할 테니까…… 처음에는 방 2개짜리로 가서 내 방에 캡슐 설치하고…… 아니지, 이번 기회에 혜린이 방도 만들어줄까? 하긴, 혜린이도 금방 쑥쑥 자랄 텐데.’ 그렇게 이제까지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풍족한 미래를 꿈꾸던 미다스가 이내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정신 차리자, 정현우.’ 물론 정현우는 그 모든 것이 지금 손에 잡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 쓸 생각하지 말고, 벌 생각을 해야지.’ 자신이 이제부터 잡아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이벤트가 중요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 최대한 빨리 스펙업과 퀘스트 진행을 해둬야 해. 저번처럼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 ‘그럼 퀘스트부터 깨러 가야지.’ “혁주야, 세팅해줘.” 2. [조사 완료]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개척 금지 구역 보고서를 개척단장에게 전달해주고, 그의 명령서를 텍스에게 전달해주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개척 준비’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와 같은 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붉은빛 기둥 하나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여기서 사람을 찾으라니, 아주 미친 소리지. 안 그래, 럭키야?” 왕! “그래, 진짜 개쓰레기 게임이라니까. 골드, 네 생각도 그렇지?” “맞습니다! 주인님의 말처럼 정말 쓰레기 같습니다! 이런 쓰레기는 파멸해야 마땅합니다!” 바로 동의를 표하는 럭키와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 빛기둥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찾아야 하는 대상인 NPC텍스가 지금 개척 구역을 움직인다는 증거. 그것을 본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사할린 때는 애교네, 애교야.’ 사할린 때처럼 NPC가 한 장소에 머물 때는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나마 말도 안 되는 퀘스트 난이도가 낮아지는 셈. 허나, NPC텍스는 그조차도 용납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정보는 얼마에 팔았으려나?’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최근 사할린에 대한 정보를 판 것이 떠올랐다. 아직 정보를 판 대가로 무엇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 물론 큰 걱정은 없었다. ‘어련히 잘 파셨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언제나 미다스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지 않았던가? ‘그보다 이번 것은 정보로 팔기 힘들겠네.’ 오히려 저렇게 움직이는 NPC에 대한 정보는 팔 수 없다는 사실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더 신경 쓰이는 일. ‘콩고물에 대한 신경은 그만 쓰자.’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퀘스트를 공략하는 것이었고 미다스는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미다스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어차피 난 볼 수 있으니까.’ NPC가 어디에 있든 간에 미다스에게는 분명하게 찾을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뭐든 할 수 있지.’ 동시에 이제는 어떤 퀘스트 난이도가 나오더라도 깰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있었다. “얘들아 가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주저함 없이 그 까마득한 황무지를 향해 동료들과 발을 내디였다. 그렇게 15분 남짓 이동했을 때 미다스는 하이에나를 타고 있는 NPC텍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용케 날 찾아왔군.” NPC텍스 역시 미다스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낸 후에 건네주었다. “개척단장께서 텍스님께 드리라 했습니다.” “음.”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받은 NPC텍스가 곧바로 내용을 읽은 후에 말했다. “단장님께서 결국 그곳을 개척하실 모양이군. 개척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네.” 어느 때보다 심각한 NPC텍스의 분위기가 말해주었다. 이번 퀘스트는 앞선 퀘스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허나, 미다스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까짓것 해보죠.” 이미 개척자의 땅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위협은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고 질리도록 경험해본 미다스 아닌가? ‘보스도 지금 잡으라면 못 잡을 건 없다.’ 당장 개척자의 땅 보스 몬스터인 골드 하이에나를 잡으라는 과제가 나오더라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자네의 자신감에 감탄이 나올 따름이군.”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텍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미 그곳에서도 살아돌아온 자네라면 필시 아라의 무덤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아무렴요, 제가 아라의 무덤…… 예?” 그 순간 튀어나온 단어에 자신감 넘치던 미다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했다. “뭘 찾아요?” “이 상태에서 개척 금지 구역을 개척하는 건 불가능하네. 답은 하나, 위대한 개척자인 아라께 직접 답을 구하는 수밖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때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개척 준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아라의 무덤을 찾아, 아라에게 개척 방법을 구하자. 아라의 무덤을 찾기 위해서는 그의 유품이 필요하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아라의 가르침’ 진행 가능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아라의 지팡이 해체 시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 습득 가능 !퀘스트 239시간 내 완료 시 추가 보상 지급 !퀘스트 추가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미다스가 그러한 퀘스트창을 바라보는 두 눈을 깜빡였다. 많이 당황한 모양. 솔직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게 설마 여기서 아라의 지팡이가 필요할 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우……." 그러한 당혹감 속에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 미다스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아이템을 해체해야 한다는 사실보다 이 아라의 지팡이가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었다. ‘진짜 다행이다.’ 만약 아라의 지팡이를 구하지 못했다면, 이것을 구하는데 정말 까마득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 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퀘스트가 이래? 이건 그냥 깨지 말라는 거잖아?’ 허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포기라는 선택지를 골라야 했을지도 몰랐을 일. 실제로 이 퀘스트 난이도는 엄청났다. ‘보상도...... 미쳤네.’ 그 증거로 이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무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2개였다. 이제까지 얻은 그 어떤 퀘스트 보상보다 강력한 보상이 나온 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때 나온 NPC텍스의 질문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아라의 지팡이를 꺼냈다. 그 후에 대답했다. “할 수 있느냐, 그런 질문보다는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 라고 질문해주시죠.” 어느 때보다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미다스.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와, 예화 님 아니었으면 진짜 끝날 뻔했네.’ 본인은 알 리 없지만 이 엄청난 물건을 가져다준 중원 길드의 마스터를 향한 감사함을. ‘아라의 지팡이에 이벤트까지…….' 그러한 생각은 더 진해졌고, 이윽고 미다스는 생각했다. ‘진짜 신이 날 도우려고 천사를 보내준 모양이네.’ 3. “그러니까 제게 원하는 건 BJ대마도사를 죽이는 거네요.” 예화의 말에 곧바로 그녀가 보고 있는 모니터 너머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요. 그러한 여인의 담백한 대답을 들은 예화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엠마.’ 사실 이 순간 예화의 신경은 이 대화 주제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이의 정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비스 길드의 창설자.’ 눈앞에 대화를 나누는 여인, 엠마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달리 말하면 예화는 지금 대화 주제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 현시점에서 BJ대마도사를 방해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진 건 중원 길드뿐이니까요. 어비스 길드는 제안했다. BJ대마도사의 목적은 시간 벌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와 같은 레벨대의 플레이어 중 의미 있는 실력 행사를 할 집단은 중원 길드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아주는, 그의 추격자가 되어달라고. 그리 하면 어비스 길드와 탐험가 길드, 최소한 두 곳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충분히 합리적인 제안이었고, 때문에 예화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그래서 어비스 길드는 방법이 있나요? 그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어떻게 해야 BJ대마도사를 고꾸라뜨릴 수 있을까? 그러한 예화의 물음에 모니터 너머의 엠마가 답했다. - 일단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게 중요해요.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 둘 관계를 언제 어느 순간 붙어도 이상할 게 없는 라이벌 관계로 만들어야겠죠. 그 말에 예화는 이내 의도를 파악한 듯 말했다. “그럼 한 번 더 붙으라는 거네요. 지금 당장 상황을 보면…… 골드 하이에나가 되겠군요.” -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예화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보고 계세요. 돈은 어비스 길드보다 우리 길드가 더 많으니까.” 239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2). > 4. [아라의 지팡이를 해체하시겠습니까?]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의 입에서 어느 때보다 아쉬움과 망설임이 가득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이걸 해체하다니…….' 아라의 지팡이. G베이에 올리는 순간 갓워즈를 아는 모든 이들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아이템. 물론 팔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예화 앞에서 G베이에 올릴 바에는 해체한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 아닌가? 허나, 그게 팔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득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언박싱 한 번 해야 하는데…….' 당장 미다스는 이 아라의 지팡이를 이용한 언박싱 콘텐츠, 아이템 능력을 보여주는 라이브 방송을 기획해둔 상태였다. 할 만한 방송 콘텐츠가 없을 때 비상식량처럼 써먹기 위해서. 그러한 준비를 해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아이템을 해체해야 하는데 쉽게 예, 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어우, 못하겠다.” 기어코 고개를 흔들며 투정을 내뱉는 미다스, 그러한 주인의 모습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반응했다. 왕! “주인님! 하실 수 있습니다.” 럭키와 골드가 경쟁하듯 미다스를 향해 응원을 시작했다. 그러한 선배들의 모습에 실버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했다. “선배님, 주인님이 뭘 하시나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님은 뭐든 하실 수 있으시니, 우리는 응원만 하면 된다!” “그렇군요! 주인님 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진 실버의 동참에 미다스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래, 해야지. 아무렴.” ‘젠장…….' 울며 겨자 먹듯 미다스가 그 어색한 웃음 속에서 결국 아이템 해체를 시도했고 이내 알림이 들렸다. [아라의 지팡이를 해체했습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에 생성됐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을 마주했음을 알리는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주인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왕! “이 나쁜 개도 주인님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군요! 하지만 저기 나쁜 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군요. 역시 저 새는 도움이 안 됩니다. 앞으로 주인님의 방해물만 될 것입니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골드와 럭키의 거듭된 격려 그리고 골드의 과한 충성심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새로이 등장한 아이템을 꺼냈다.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 - 등급 : 레전더리 -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지도다. 소유자에게 아라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그렇게 천으로 만들어진 지도를 꺼내는 순간 미다스의 앞에 발자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라의 무덤으로 향하는 발자국이 등장합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기억이 떠올렸다. ‘설마?’ 개척 금지 구역, 그곳에서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며 힘겹게 몬스터를 상대했던 때의 기억이. '또?" 절로 이가 갈리는 기억이. 그렇게 이를 가는 미다스에게 게임이 말해줬다. [발자국에서 벗어나면 발자국은 사라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생각하던 그게 맞았다고. “아주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물론 그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오냐, 제대로 한 번 해주마.” 지금의 미다스에게는 아라의 세트가 있다는 것. 5.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하던 일이 쉬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수동 변속 차량을 운전하다가 자동 변속 차량을 운전하게 되는 경우. 딱히 운전 스킬이 늘어난 것이 아님에도 운전 시 여유가 넘치게 된다. 미다스 역시 그러했다. [아라의 세트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아라의 세트 착용 이후 미다스의 모든 스킬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은 평소보다 50퍼센트 상승했다. 초 단위로 스킬 쿨타임을 계산하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유가 넘칠 수밖에 없는 일. 그리고 미다스는 그렇게 생긴 여유를 전투에 사용했다. ‘나한테 붙은 게 다섯 마리, 럭키에게 붙은 게 일곱 마리, 골드와 실버에 붙은 게 네 마리.’ 전황을 살피는데 사용했고, 그러한 전황 속에서 계산을 하는데 사용했다. “골드! 럭키에게 붙어!” “명을 받듭니다!” 자연스레 미다스가 전황을 지휘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평소 각개전투, 그마저도 급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변화. 전황을 지휘할 수 있으니 전투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가능해졌고, 전투 역시 보다 효율적으로 변했다. 심지어 그 후에도 여유가 남았다. ‘초반에 몰이해서 단숨에 처치하니까, 확실히 전투 속도 자체가 차원이 다르네.’ 대마도사, 그 표현에 걸맞은 광역 마법의 효과는 제아무리 머릿수가 많은 무리를 마주해도 미다스에게 유리한 결과물을 내주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눈이 있었다. ‘뭐, 어디에 있는지도 다 보이고.’ 매복한 몬스터의 위치, 플레이어들에게는 지뢰와 같은 리스크들을 볼 수 있는 눈이. 물론 미다스는 그 여유를 즐길 생각이 없었다.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퍼엉!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도리어 전황이 끝났을 때 미다스는 들리는 알림에 기뻐하는 대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이 여유를 이용해서 뭔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해.’ 이 넘치는 여유를 이용해서 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가장 시급한 건 마력이긴 하지만…….' 물론 현재 미다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마력이었다. 마력 소모량이 50퍼센트 증가한 탓에 현재 미다스는 블레이즈 골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중이었다. ‘200레벨 되면 최대 4마리까지 소환 가능한데, 이걸 유지하는 건 지금으로는 불가능해.’ 때문에 기본적인 전투 시에서는 블레이즈 골렘 하나와 정령 전사 두 마리만 소환하고,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마저도 여유가 생긴 덕분에 유지가 가능한 일이었다. ‘여유가 있어서 포션이라도 마실 수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거지.’ 앞서 말한 여유 시간 동안 포션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조차도 유지하기 힘들었을 터. 그러나 포션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 물론 마력 부족 부분은 미다스가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스킬 또는 아이템만이 해결해줄 수 있을 뿐. '이 이상 지르라고 해도, 지를 템이 없다.’ 골치 아픈 점은 이미 미다스의 아이템 세팅은 동급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다스] - 레벨 : 198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623)/체력(5+1588)/지력(892+2752)/마력(203+2301) - 잔여 스탯 : 4 그리고 능력치는 갓워즈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이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스펙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일단 200레벨부터 찍고.’ 하나는 200레벨을 달성하는 것. ‘그다음에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으로 용맥을 업그레이드해야겠어.’ 남은 하나는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얻는 것. “얘들아, 아직 힘 남아있지?”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곧바로 발자국, 그 끝을 바라보며 동료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왕! “저 골드, 가진 힘의 반의 반도 쓰지 않았습니다! 실버, 너는 어떠하냐?” “선배님, 저도 힘이 넘칩니다!”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바로 가자.” 6. [아라의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나긴 전투, 그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무덤이라고 부를 만한 여지조차 없는 곳. 왕! “주인님,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럭키와 골드 역시 이 황무지와 같은 무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에는 달랐다. 이 황무지와 같은 땅, 그곳에서 미다스의 눈에는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다. !위대한 개척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이윽고 그 눈동자 주변으로 얼굴이 드러나더니, 이내 판초를 두르고 깃털 모자를 쓴 유령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유령이 미다스를 향해 걸어왔다. 왕! “주인님, 으슬으슬한 게 느낌이 싸합니다.” 허나, 럭키와 골드는 그러한 NPC아라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NPC아라가 미다스의 코앞에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NPC아라의 형태가 보다 뚜렷해졌다. 크-왕! “주인님!” 그제야 NPC아라를 확인한 럭키와 골드가 경계 태세를 갖추며 미다스를 향해 경고했다. 물론 이미 모든 걸 보고 있던 미다스는 놀라는 대신 웃으면서 말했다. “아라 님을 뵙습니다.” 여유 넘치는 그 모습에 NPC아라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대단하군, 날 보고도 놀라지 않다니? 일부러 놀라게 해주려고 코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데 말이야.” 그 말에 미다스가 놀라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진정하라는 듯 손을 가볍게 흔들며 대답을 했다. “위대한 개척자를 만나는 자리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지요.” “마음에 드는군. 내 유품을 얻을 자격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NPC아라가 말을 이어갔다. “긴 설명은 필요 없네. 이미 개척자의 땅에서 일어난 일은 알고 있으니까. 날 찾아온 이유는 블랙 하이에나들, 이름 잃은 신의 추종자가 되어버린 그 괴물을 이 개척자의 땅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묻기 위함이겠지.” “예." “솔직히 방법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추종자가 있다는 건 필시 제단이 있다는 의미,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건 그 제단이 위치한 곳일 테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퀘스트에 미다스는 만족한 듯 이제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NPC아라가 말했다. “어려울 건 없네.” 말과 함께 아라가 곧바로 미다스의 머리에 있는 잭팟을 향해 그대로 손을 뻗었다. 꾸엑! 그러자 잭팟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니, 날갯짓이라기보다는 발버둥에 가까웠다. 꾸엑! 그 발버둥 속에서 잭팟이 당장에라도 죽을 듯한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지금 무슨 짓……."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했다. 크-왕! “네놈! 내 동료에게서 손을 떼지 못할까!” 그리고 럭키와 골드는 그대로 NPC아라를 향해 명백한 적의를, 이빨과 칼을 드러냈다. 미다스가 명령만 내리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 그렇게 숨소리조차 잦아가고, 살벌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알림이 들렸다. [잭팟이 성장했습니다.] 잭팟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선더버드에게 내 능력의 일부를 주었네. 이제 이 새가 이름 잃은 신의 제단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정지한 컴퓨터 같은 표정을 짓는 미다스. 꾸루루루! 그런 그의 귓속으로 조금 전까지 숨넘어가는 소리가 무색할 만큼 기분 좋아 보이는 잭팟의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예전보다 더 거대해진 덩치를 가지게 된 잭팟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와 함께 제 자리에서 도약하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미다스의 목이 휘청거릴 만큼 무거운 중량감이 느껴졌다. [잭팟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러한 중량감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황금빛만을 내뿜는 세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잠깐.” 과부하에 걸린 컴퓨터처럼 격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아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잠시 상황을 정지시킨 후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인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박 터졌다!’ 자신에게 지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대한 운이 터졌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캬, 역시 갓겜! 그래, 게임이 이래야지.’ 그 여유 속에서 미다스가 이제는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세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그중에서 한 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다 짙게 만들었다. [레아의 축복]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레아의 노래를 불러, 레아의 축복을 대지에 내리게 한다. 축복이 내려진 땅에서는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레아의 축복! 지금 미다스의 갈증을 채워줄 그 스킬의 등장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잭팟이 레아의 축복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선택을 마친 후에 이제는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NPC아라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내 보상을 받을 차례네.’ 그러한 미다스의 기대에 NPC아라는 기꺼이 부응했다. “그래도 힘겹게 이곳까지 왔으니 선물을 줘야겠지.” NPC아라가 손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자, 곧바로 그곳에서 에메랄드빛, 레전더리 에픽을 뜻하는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일찍 왔으니, 그에 걸맞은 추가 선물을 줘야겠고.” 이후 곧바로 NPC아라가 다른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자, 그곳에서도 에메랄드빛이 뿜어졌다. ‘이러다 너무 좋아 죽을지도 몰라. 진정하자.’ 그 빛 앞에서 미다스가 억지로 치솟는 기쁨을 억눌렀다. 그러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역시 위대한 개척자 아라님이군요! 저 미다스! 이제부터 무슨 일을 시키셔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NPC아라를 향해 치솟는 충성심 역시 어찌할 수 없었다. ‘아라 님이 아니라 갓라 님이네. 아니, 갓갓이네, 갓갓이야.’ 그러한 미다스의 즐거움을 향해 NPC아라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솔직히 나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리라 생각하고 있어서 말이야.” “부족하다고요?” “아무렴. 부족하지.”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했다. ‘이렇게 퍼주고도 부족하다니? 뭐지? 게임이 미쳤나?’ 너무 기겁한 나머지 머릿속이 도리어 차가워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잠깐.’ NPC아라가 말한 부족함이 무엇인지. ‘서, 설마?’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언제나 그렇듯 갓워즈는 대답했다. “지금 이대로 그 제단으로 향한다면, 자네는 무조건 죽을 테니까.” 감이 참 좋으시다고. 240화. < 77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들 (3). > 7. 부족하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바로 든 생각은 하나였다. ‘퀘스트 난이도가 얼마나 지랄 맞으면 이렇게 퍼주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지?’ 이번 퀘스트 난이도가 이제까지 자신이 마주한 그 어떤 것과도 비교 불가한 수준이라는 것. ‘대체 얼마나?’ 그 난이도를 상상하기에 앞서 미다스는 자신이 고생했던 나날을 떠올렸다. 그다음에 그것보다 훨씬 더 고생을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아니, 이건 아니지. 아무렴. 이게 말이 돼?’ 그러한 상상이 구체화되는 순간 미다스가 이내 상상을 멈췄다. ‘어쩌면 내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 끔찍한 상상 대신 다른 상상을 했다. ‘부족하다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그래, 레벨!’ 행복한 상상을.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NPC아라의 발언은 퀘스트 수행 레벨이 이르지 못해서 나온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게 맞지! 아무렴!’ 그럴싸한 답을 도출한 미다스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NPC아라를 향해 말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거군요. 그렇죠? 그러니 제가 좀 더 수련을 하면 되는 겁니까?”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 거죠? 렙업하고 오면 되는 거죠?’ 그러한 미다스의 간절한 바람에 NPC아라는 대답했다. “자네 능력이 부족한 건 맞고, 수련을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아마 혼자서는 안 될 걸세. 내 가르침이 유용할 걸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 그건 사형 선고였다. [아라의 가르침]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개척자의 땅에 숨은 제단을 파괴하기 전 아라의 가르침을 받아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아라) !퀘스트 완료 시 ‘블랙 골드 밸리’ 진행 가능 그리고 눈앞에 뜬 건 사형 집행이었다. ‘229레벨 이하…… 젠장.’ 레벨이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내 가르침이 해결책이 되진 않을 걸세. 그저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여줄 뿐이지. 자네가 지금 이 시간부터 마주해야 하는 존재는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일세.” 꾸-우! 그러한 NPC아라의 말에 호응하듯 더 커진 잭팟이 한 방향을 향해 거센 울음을 토해내며 그곳에 거대한 위협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헥헥! 그러한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다가와 머리를 비비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왕! “그래, 럭키야.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야.” 푸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도 해야지 뭐.” 결국 일은 벌어졌고, 갓워즈에서 한 번 정해진 게임 난이도를 타개할 방법 같은 건 이 게임의 창조주인 김민수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부딪치는 것뿐. “아라의 가르침을 받습니다.” 그것을 위해 미다스는 가장 먼저 아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NPC아라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내가 가르쳐줄 건 하나네.” 말과 함께 NPC아라가 미다스가 왼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스르르! 그러자 지팡이가 마치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미다스의 손목을 시작으로 팔을 휘감았다. '어?' 그 광경에 미다스가 놀라며 허전해진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는 사이 NPC아라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가르쳐줄 것은 이 개척자의 땅에 남아있는 위대한 정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위대한 정신 스킬(임시)을 습득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스킬 창이 등장했다. [위대한 정신(임시)]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위대한 정신을 받아들이는 동안 보다 강력한 마력을 품게 된다. 모든 마법 공격력이 크게 증가한다. 대신 스킬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 마력 소모량이 증가한다.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위대한 정신! ‘스킬 효과가 아라 셋이랑 똑같잖아?’ 미다스가 현재 확보한 아라와 관련된 아이템 옵션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때문에 미다스의 의문은 하나였다. ‘이거 중첩되나?’ 과연 이 옵션이 미다스가 가진 아라의 세트 아이템 효과와 같이 적용되는 것인지. ‘되면?’ 그리고 중첩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미쳤다.’ 지금도 말도 안 되는 화력을 퍼붓는 미다스에게 이건 날개 달린 호랑이의 양쪽 옆구리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달아주는 격.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기뻐서 정신이 아득해질 일. ‘잠깐만.’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주면서도 부족하다고?’ 이러한 엄청난 스킬을 주는 게 게임을 보다 쉽게 날로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반대, 앞으로 이 스킬을 가지고도 게임 진행이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증거라는 것을. 이 대목에서 미다스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하나 그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이번 퀘스트 하나의 난이도만 높아지는 게 아닐지도…….' 어쩌면 자신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깸으로써 게임 자체의 모든 난이도가 상승할지도 모른다고. ‘설마 진짜 이제까지 게임이 노멀 모드였는데 헬 모드가 되는 건가? 에이, 설마…….' 물론 미다스는 이내 그 상상을 부정했다. ‘그럼 큰일나지. 아무렴.’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저 자기 하나 게임하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선에서 일이 정리되지 않을 터. 그러나 그 상상을 부정하는 미다스의 표정은 도무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미다스가 굳은 표정으로 NPC아라를 향해 말했다. “어떤 수련을 하면 됩니까?” ‘일단 스킬부터 확실하게 얻고 보자.’ 그 질문에 NPC아라가 가볍게 손짓을 하는 순간, 미다스 주변의 모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하이에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0분 간 생존하십시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버티는 거군요.” 미다스가 수련을 시작했다. 8.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사냥감은 보스 몬스터였다. 개척자의 땅. 200레벨,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이 무대에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이 먹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과실은 당연히 보스 몬스터인 골드 하이에나였다. 더욱이 개척자의 땅이 가지는 특수성은 골드 하이에나에게 보다 많은 상징성을 부여해줬다.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다고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스타 플레이어들은 모두 골드 하이에나를 잡아봤지.” 별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그러한 이유로 골드 하이에나를 잡기 위한 프로 플레이어들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골드 하이에나 못 잡고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면 스폰서가 상대도 안 해준다니까. 재수, 삼수, 사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잡아야 해. 경쟁률이 엄청날 수밖에 없지.” 경쟁 역시 그만큼 높았다. 일단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무대, 골드 밸리에 입장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골드 밸리에서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건 하루에 한 번, 한 번에 12개 팀이 골드 밸리 입장이 가능하지. 입장은 입장 자격을 가진 이들만 가능하고.” 당장 골드 밸리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며, 이러한 퀘스트는 무작위로 생성되고는 했다. “입장 자격 퀘스트만 얻어도 일단 1만 달러 버는 거라니까.” 입장 자격 퀘스트를 운 좋게 얻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거금을 쥘 수 있는 셈. “심할 때는 그 이상도 나오지. 경쟁이 붙으면 말이야.” 그마저도 최소 금액이 1만 달러 근처일 뿐, 그 이상으로 거래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입장 자격을 얻는 이들은 12개 파티였으며, 그들 앞에 놓이는 골드 하이에나는 한 마리였다. “그렇게 뽑힌 애들이 다시 경쟁하는 거야. 피가 마르지.” 결국 별이 될 자격을 얻고 졸업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단 하나의 파티뿐.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골드 하이에나 앞에 서면, 그때는 피가 마르는 수준이 아니라 정신이 마르는 수준이고.” 혹여 그렇게 해서 자격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골드 하이에나란 보스 몬스터는 결코 쉬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최초의 도전자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52.3퍼센트. 2차 도전자의 성공 확률 역시 67.7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사냥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솔직히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별 볼 일 없는 게 훨씬 이상한 일 아니겠어?” 사실 그렇기에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것은 더더욱 가치가 있었다. 그저 운이 아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정으로 실력 있는 이가 살아남는 건 당연지사.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넘치는 것 역시 당연했다. - 우리가 최초 도전자다! 함성 질러! - 우와아아! - 더 크게! - 우와아아! 지금 현재 1티어급 길드, 블루 버팔로스 길드 소속 25인 플레이어들이 골드 하이에나와의 전투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5명 게임 오버 당했네. ㄴ 이 정도면 준수한 거지. ㄴ 이번에 재수지? ㄴ 삼수. 처음에는 8순위, 두 번째는 2순위였는데 실패했지. ㄴ 와, 삼수 끝에 드디어 버팔로스 길드가 기회 잡네. ㄴ 시청자 터지는 거 봐, 평소 50만 안 나오던 시청자 숫자가 벌써 3백만 넘겼잖아!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관심을 받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들끓는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 하나에만 관심을 가졌다. - 잡을 수 있으려나? 잡으면 대박인데! 과연 블루 버팔로스의 멤버들이 새로운 별이 될 수 있을지. - 못 잡으면 진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지. 아니면 다시 그냥 바닥에 추락한 그저 그런 돌멩이로 남을 것인지. 그것을 보기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블루 버팔로스의 방송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 3페이즈 돌입했어! - 실시간 시청자 5백만 넘었다! 분위기 역시 가파르게 오르게 시작했다. - 잡았다! - 쓰러졌다! 이윽고 블루 버팔로스가 골드 하이에나의 3페이즈, 그 마지막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세상은 볼 수 있었다. - 어? - 뭐야? 달라진 게임을. 9.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툭툭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거면 충분했다. “아." ‘보셨구나.’ 부하 직원이 굳이 자신이 가져온 속보를 전달할 필요가 없음을. 그렇게 물러나는 부하 직원을 뒤로한 채 박영준은 머릿속으로 고민을 가득 했다. 그러한 박영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조금 전, 정확히 1분 10초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블루 버팔로스가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순간, 그 순간 골드 하이에나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블랙 골드라니.’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블루 버팔로스 길드를 바로 전멸시켰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이후 전부 전멸.’ 블루 버팔로스의 뒤를 이어 속속 도전권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도전을 했으나, 승자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실패라는 단어로 끝이 났다. ‘마지막 5개 길드가 남았을 때는 연맹했지.’ 개중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5개 길드 멤버, 101인의 플레이어가 합동 공격했음에도 결과는 실패했다. 그 정도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강력했다. 갓워즈에 이제까지 있을 수 없었던 일. 그러나 그 일이 터지는 순간 그것을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BJ대마도사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을. 이미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는 실패한 블루 버팔로스 소속 플레이어들이 아닌 BJ대마도사를 언급하고 있었다.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BJ대마도사를 향해 답을 요구하기 시작할 터. 더욱이 이번 사건은 그저 단순한 헤프닝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갓워즈란 게임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어.’ 이제까지 갓워즈는 단 한 번도 게임 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마주했던 적이 없었다. 소위 업데이트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셈. 그러한 업데이트가 전방위로 이루어진다면 이제까지 쌓아진 기존의 상식이나, 방식은 구시대의 것이 되는 셈. 하물며 갓워즈는 그냥 게임이 아니었다. 이 게임을 근간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된 상태. ‘관련주들 지랄나겠네.’ 때문에 박영준은 이 갑작스러운 불확실성의 등장에 가장 먼저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이 비명을 지르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내 폰도 지랄나겠고.’ 그리고 그들만큼 박영준의 폰도 비명을 지르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우웅! 그 확신대로 폰이 진동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실시간으로 문자가 폭설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영준은 그러한 폰을 향해 한 번 눈빛만 보낼 뿐, 그 이상의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툭툭! 거듭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의 눈앞에 놓인 모니터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 그때 박영준이 보던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박영준이 보고 있던 SNS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 전화 좀 받아. 전화만 받아도 뭐든 줄 테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이야기만 나누게 해줘도 대가를 지불하겠다. 보통의 이들이라면 피식, 웃게 만들 내용. 그러나 그것을 보는 박영준은 웃을 수 없었다.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군.’’ 자신이 보고 있는 SNS의 주인은 아즈모였으니까. 241화. < 78화. 라이벌 기믹 (1). > 1. [실패했습니다.]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알려주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에 달라붙은 모래 하이에나들이 힘없이 무너지며 다시 모래로 돌아갔다. “퉤!” 그러한 모래 더미 밑에서 미다스가 입안의 모래를 거칠게 뱉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덮고 있던 모래가 쉼 없이 바닥으로 흘리는 미다스의 꼴은 퍽 좋지 못했다. 그 좋지 못한 꼴을 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왕! “주인님!” 그러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둘의 노심초사한 표정도 보였다. 그뿐이었다. 왕! 왕!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러한 놈들은 제 한끼 식사 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말을 뱉는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전투도 치르지 않은 모양. 전투에 참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게 어떻겠나?” NPC아라는 도리어 미다스에게 동료들의 참가를 권했다.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즉, 이 상황은 미다스가 자처한 일이었다. “혼자 해보겠습니다.” 지금 이러한 일을 계획한 것은 NPC아라로부터 테스트 내용을 들은 후였다. 10분 버티기 퀘스트. 그 테스트에서 게임 오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미다스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죽지 않고 극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순 없지.’ 게임 오버 페널티 없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미다스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여기서 스킬 얻고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 주어진 과제를 앞두고 당장 1레벨을 더 빨리 올리는 것보단 자신이 가진 것을 120퍼센트 활용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더욱이 이번 결정은 막연하게 하면 좋다, 라는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미다스는 확신이 있었다. ‘왼손만 제대로 쓸 수 있으면 확실히 엄청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어.’ 위대한 정신 스킬을 발동하는 순간 자유로워지는 왼손, 그 왼손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그 확신이 미다스를 다시 한 번 더 도전케 했다. “좋아." 그러한 미다스의 요청에 NPC아라가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자 모래 더미들이 다시금 하이에나의 모습을 갖추었고, 그것을 마주한 미다스가 짧게 숨을 골랐다. ‘착실하게 가자.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하니까. 당장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으러 갈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여유를 만든 미다스를 향해 모래 하이에나들이 덤벼들었다. 2. 블랙 골드 하이에나. - 이거 최초 몬스터 맞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몬스터. 여기까지는 딱히 이상할 게 없었다. - 최초 몬스터야 처음 나오는 건 아니지. ㄴ 하지만 이렇게 일반 플레이어가 갑자기 최초 몬스터를 만나는 적은 없었잖아?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일반 플레이어들 앞에 갑자기 예고치 않고 등장한 적은 단언컨대 갓워즈의 역사 속에 존재한 적 없었다. 문자 그대로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그 어떤 사례를 들먹이면서 해석이나, 예측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한 사건. 그러한 사건 앞에서 알 수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 이거 BJ대마도사 때문이네. - BJ대마도사가 뭔가 했네. - BJ대마도사가 또? BJ대마도사가 원인이라는 것. 당연히 루머 역시 BJ대마도사와 얽혀서 나왔다. - BJ대마도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던데? 이제부터 이런 몬스터 사방에서 출몰할 예정이라는데? ㄴ BJ대마도사가 알면서 일부러 말 안 했다는 소문도 있어. 일부러 스케일 키우려고. ㄴ BJ대마도사가 저거 보고 솔로 플레이 포기한다던데? ㄴ 지랄 ㄴㄴ해. BJ대마도사는 영원한 솔로거든? 그것도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이건 제가 들은 소문인데, BJ대마도사가 너무 강해서 갓워즈 시스템이 BJ대마도사를 죽이려고 패치를 한 결과물이래요” 그러한 루머들 중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루머는 BJ대마도사에 의해 갓워즈가 업데이트를 했다! 라는 놈이었다. “그럼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거야?” 만약 정말 그 루머가 맞는다면 갓워즈의 게임 난이도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한다는 의미였으니까. “헬모드 열리네.” 더욱이 드러난 것을 봤을 때 그 난이도는 높아지는 쪽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지금도 쓰레기 게임인데, 이제는 무슨 게임이라고 불러야 하나?” “개쓰레기 게임?” 갓워즈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참담한 소식은 없을 터. “그래도 우리는 빌어먹으면 낫지, 프로 플레이어들은…… 어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 개중에서도 게임으로 밥을 벌어먹는 이들 입장에서는 이 사태는 그저 놀랍다, 라는 단어 하나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우, 봐봐. 머리 쥐어뜯고 있잖아.” “쯧쯧, 요즘 뭔가 되는 거 같더니만…… 쟤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현우가 운이 없군.” 휴게실 밖에 마련된 소파에 앉은 채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는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정현우를 바라보는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정현우가 그런 이유로 머리를 쥐어뜯는 건 아니었다. ‘좆됐다.’ 상황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물에 일반 플레이어들이 휘말렸다는 것. ‘그리고 왜 이렇게 강해?’ 또한 공개된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강력함이 상식을 초월한다는 점 역시 문제였다. 5개 파티, 100인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어찌하지 못한 정도 아닌가? 제아무리 급조한 파티였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결과물. ‘이거 욕 지랄나게 먹겠네.’ 당연한 말이지만 이로 인해 당분간 많은 이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테고, 그러한 불만은 BJ대마도사를 향할 터였다. 하물며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1티어급 혹은 그에 준하는 배경과 실력을 가진 자들. ‘아니, 욕만 먹으면 다행이지.’ BJ대마도사,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라고 투정 한 번 부리고 끝낼 자들이 아니었다. ‘날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몰라.’ 자신들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려고 할 게 뻔했다. 과장이 아니었다. 프로 플레이어들, 이 게임에 목숨을 거는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걸 좌시할 수 없었다. ‘밥줄 끊기면 발악을 하는 게 당연하니까.’ 정현우, 그 역시 프로 플레이어였기에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방법도 있었다. ‘수틀리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나한테 주지 않을 수도 있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을 기회, 그것을 BJ대마도사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가장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것을 못 잡으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은 불가능해지니까. ‘시간이 없어.’ 어쨌거나 정리하면 지금 정현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는 늘어날 테고, 그러한 피해자들은 그 울분을 BJ대마도사에게 토해낼 터. ‘더 커지기 전에 일단 내가 잡아야 해.’ 그 전에 처리해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처치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어우, 미치겠네. 왜 일이 이딴 식으로 흘러가는 거지?’ 나름 그래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으리라 생각한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우웅! 그런 정현우의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이 몸부림을 쳤다. 진동은 짧았다. 이메일이 도착한 모양. ‘아.’ 그 순간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다급하게 이메일을 보낼 사람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왔구나.’ 3. 맥도날드, 언제나 그렇듯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그곳에서 한 사내가 감자튀김 하나를 밀크 쉐이크에 찍은 후에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그 후 기름기 넘치는 손으로 곧바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일이 바쁜 직장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누구도 그 사내가 요즘 막 주가가 치솟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박영준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역시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별로라니까.’ 하물며 그가 맥도날드에 온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을 위해서라는 건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일이었다. 그게 그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내 사무실도 믿지 못해서 밖에 나오다니, 썩 좋은 꼴은 아니군.’ 사무실 내에서는 정보 유출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망상은 아니었다.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은 BJ대마도사의 유일한 소통 창구, 그것만으로도 파파라치나,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하나 더 BJ대마도사는 세상이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판을 움직이는 판의 주인이었다. 해커 여러 명을 고용하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을 회유해서 정보 유출을 하려는 이들은 차고 넘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 실제로 박영준은 어느 시점부터는 BJ대마도사와의 중요한 미팅은 혼자서, 직원들 몰래 진행하고는 했다.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은 그만큼 중요했다. - 안녕하세요? 그러한 박영준의 눈앞에 그 중요한 분이 등장했다. BJ대마도사, 깃털 모자를 쓴 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와튼 : 갑자기 미팅을 요청해서 죄송합니다. 사태가 사태인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말에 모니터 너머의 BJ대마도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곧바로 채팅을 쳤다. [와튼 : 혹시 이번 사태를 예상하셨습니까?] 그 채팅을 치는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몇 시간 전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즈모…….' 아즈모, SNS를 통해 급하게 미팅을 요구한 그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BJ대마도사도 절대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그리고 그 말에 박영준은 동의했다. ‘그의 말이 맞아.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번 사태를 예상했다면 이런 식의 그림은 그리지 않았을 거야.’ 박영준과 아즈모, 그 둘이 알고 있는 BJ대마도사는 이번 일을 예상했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놔둘 존재가 아니었다. 그 둘이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판을 키우든, 판의 흐름을 바꾸든 했을 존재였지. 그러한 그 둘의 생각에 BJ대마도사는 대답했다. - 예상 못한 일입니다. 했다면 먼저 라이징 스타 채널에 통보하거나 대비책을 준비했을 겁니다. 당신들의 예상이 맞았다고. 그 대답을 들은 박영준의 얼굴에 당혹감 같은 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상황은 예상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왔다. [와튼 : 현재 여론 반응이 좋지 못합니다.] [와튼 : 분명 언론 플레이를 이용해 분위기를 BJ대마도사님 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조성하려고 할 겁니다.] [와튼 : 길드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방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그 대책에 앞서 보다 명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 후우, 그렇겠죠. 그러한 박영준의 분석에 BJ대마도사는 대답 대신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약한 모습. ‘BJ대마도사도 아는군. 생각보다 이번 일이 골치 아프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그러나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오히려 저런 한숨 정도로 끝나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10대 길드 전부가 손을 잡고 BJ대마도사를 막을지도 모르니까.’ 당장 BJ대마도사는 포식자를 먹어치우는 혁명가의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10대 길드 입장에서 그리고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 그것은 당장의 위협이 아니었다. ‘판이 바뀌면 혼란이 오니까.’ 그러나 게임 자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적응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를 나누는 법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자는 도태되는 법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이 변화 속에서 1티어급 이상 길드 중에 도태되는 이는 몇 퍼센트일까? ‘그 혼란이 끝난 후에는 상당수는 빈털터리가 되겠지.’ 그 확률이 10퍼센트만 되더라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일이었다. ‘가진 게 많을수록 일을 것도 많은 법이고.’ 그러니 잃을 게 많은 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刀나 [와튼 : 그런 상황에서 아즈모가 요청을 했습니다.] 그 대책을 강구한 건 놀랍게도 아즈모였다. 그는 제안했다. [와튼 : 아즈모가 나서서 BJ대마도사에 힘을 실어주겠답니다.] 자신이 여론전에서 BJ대마도사의 편에 서주겠다! 아즈모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 아즈모가요? 원하는 게 뭔가요?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을 사는 게 조건이었습니다.] [와튼 : 1.35퍼센트를 요구했습니다.] 대가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물론 정말 라이징 스타 채널을 사려고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 이건 BJ대마도사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었다. ‘BJ대마도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의 끝에서 얻는 것의 1.35퍼센트를 달라는 거겠지.’ 당신이 우승 상금을 받는다면, 그중 1.35퍼센트를 달라! 라이징 스타 채널 지분을 인질로 삼는 셈이었다. ‘그와 동시에 판에 제한선을 두는 거고.’ 동시에 이제까지처럼 애매모호하게 해주겠다, 안 해주겠다 같은 게 아니라 명확한 대가를 달라는 일종의 협박이기도 했다. ‘이 제안을 거절하면 아즈모는 BJ대마도사의 반대편에 설 거다.’ 이 협박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즈모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BJ대마도사를 찍어 누르는 쪽에 설 테니까.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살점을 잘라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쉽지 않은 선택. - 아, 잘됐네요. 그러나 의외로 BJ대마도사는 너무나도 쉽게 선택을 내렸다. - 하긴, 그냥 실드 쳐주는 것보단 지분 사고 실드 쳐주는 게 나으니까요. 오히려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정도. - 그러지 말고 확 30퍼센트 팔아보죠. 아주 그냥 제대로 돈을 뜯어내는 겁니다. 물론 BJ대마도사가 이어서 내뱉는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화났구나.’ 그가 진심으로 30퍼센트를 팔라는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을 리는 만무, 이 말은 분노의 표현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좋아, 한 번 해보자고. 그러한 분노의 표현. - 장난입니다, 그럴 순 없죠. 라이징 스타 채널 지분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피와 살 아닙니까, 피와 살. 이어진 말에 박영준은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사이 BJ대마도사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 어쨌거나 아즈모께서 움직여주시니, 저는 그냥 제 일에 집중하면 되겠네요. 최대한 빨리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냥에 나서겠습니다. 바로 무대를 세팅해주세요. 그 말에 박영준은 이제 참지 못하고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행동력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의 등장. 그리고 이어진 아즈모란 강력한 존재의 협박. 보통 이들이라면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 벽 앞에서 뒷걸음질 치기는커녕 오히려 먼저 머리를 들이밀 수 있는 건 세상천지에 BJ대마도사뿐일 터. ‘진짜 말도 안 되는 뱃심이라니까.’ 그 사실에 박영준은 놀람과 동시에 힘을 얻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BJ대마도사에 대한 믿음이 샘솟는 순간. [와튼 : 알겠습니다. 바로 무대 세팅하겠습니다.] [와튼 : 특별히 원하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 던진 질문에 BJ대마도사가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 뭐든 화려하게 가야죠. 이런 빅이벤트를 그냥 날릴 수는 없잖아요? 기왕 할 거, 크게 갑시다. 크게 가자, 그 말에 박영준이 머릿속으로 한 명을 떠올렸다. ‘중원 길드의 이벤트를 받으라는 거군.’ 예화. 그녀를 떠올리며 박영준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와튼 : 예. 모든 준비가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수고하세요. 그렇게 대화를 마친 박영준이 곧바로 노트북을 덮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지분 거래가 시작되는 만큼…….' 오늘 시간부로 BJ대마도사가 만든 판은 바뀔 것이며, 그 판에서 움직이는 것들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런 곳에서 더 이상 미팅을 할 수도 없지.’ 그에 어울리는 정보 보안도 필요했다. ‘보안을 위해서 보안 전문가들을 고용할 필요가 있겠어. 한 번 찾아봐야지.’ 그렇게 머릿속에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놓은 박영준이 그대로 맥도날드를 떠났다. 242화. < 78화. 라이벌 기믹 (2). > 4. “수고하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비공개 방송 종료와 함께 채팅창이 사라지는 순간 미다스는 표정을 바꾸었다. “우와!”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똥 씹은 표정 대신 마치 처음으로 설탕을 먹어온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보고 있는 럭키와 가디언 둘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해결됐다! 아즈모님이 실드쳐주신대!”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곧바로 동료들이 반응했다. 왕! 럭키는 주인의 기쁜 일에 본인도 기쁜 듯 짧게 한 번 짖고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짝짝짝짝! 그리고 골드는 바로 손뼉부터 쳤다. “저기 선배님……." 실버만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 후에 조심스레 옆에서 초당 3회 속도로 손뼉을 치는 골드에게 질문했다. “아즈모님이 어떤 분입니까.” “주인님이 저토록 기뻐하는 걸 보면 아주 고귀한 인품과 뛰어난 안목, 훌륭한 지식을 갖추신 분이겠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 말을 크게 돌려 표현하는 골드의 모습에 실버가 아! 감탄한 후에 본인도 박수를 쳤다. 꾸우! 잭팟만이 그 분위기 속에 섞이지 않은 채 거듭 한 곳을 바라보며 긴장된 기색을 드러냈다. 미다스의 행동에 눈꼴 사나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골드 밸리, 그곳에 등장한 블랙 골드 하이에나라는 엄청난 위협을 향해 경고를 내뱉는 것일 뿐.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래, 결국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아야지.’ 문제가 해결될 단서가 생겼을 뿐, 아직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예전과 같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진 않았다. ‘그래도 잡기만 하면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어.’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의 생각처럼 이제 잡기만 하면 어느 정도 상황 처리가 가능해졌다. ‘아즈모 님이 커버쳐주면 욕은 먹어도 뭔가 행동에서 불이익을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 갓워즈에서 최고의 권력자 중 한 명인 그가 편을 들어주는 이를 상대로 물리적 행사를 한다? 못할 건 없다. 하지만 부담감이 많이 드는 건 당연지사. ‘부담감 안으면서까지 나랑 싸우고 싶진 않겠지.’ 하물며 아즈모를 배제하더라도 BJ대마도사라는 존재는 잡고 싶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공격하는 순간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데, 그 부담감은 아즈모와 얼굴을 붉히는 것, 그 이상이었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에 집중하자.’ 어쨌거나 아즈모 덕분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제 오직 하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만 집중하면 됐다. 잡은 후의 처리는 아즈모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해줄 테니까. 그 결론에 이른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NPC아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가죠.” “이번에도 혼자 하겠는가? 이제는 슬슬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대답을 잠시 멈춘 후에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보았다. 그 후 다시 NPC아라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했다. '이 퀘스트를 쉽게 한다고 해서 일이 쉽게 풀리는 것도 아니야.’ 외부의 도움으로 상황이 좋게 풀렸다고 해도 잡아야 하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할 때는 결국 미다스 본인이 해야 하는 법.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건, 달리 말하면 위기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거지.’ 지금 눈앞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는데, 그 위기를 넘기를 바라는 건 그저 요행일 뿐이었다. ‘이제 감이 왔어. 새로운 마법도 습득했고. 이제 가능해.’ 그렇게 생각을 마친 미다스가 말했다. “이번에도 혼자 하겠습니다.” 5. 위기는 곧 기회다. 세상 어느 분야에 가더라도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말. 갓워즈 역시 다를 건 없었다. - 블랙 골드 하이에나, 장난 아니네. 블랙 골드 모드에서는 데미지가 안 박히는 거 같아. ㄴ 딜링 아무리 해도 페이즈 변화 없는 거 보면 백퍼센트지. ㄴ 분명 딜하는데 조건이 필요할 거야. ㄴ 보니까 HP 낮은 마법사나 힐러들은 물론 탱커들도 몇 대 못 버티는데 딜 조건까지 있다니, 잡지 말라는 거잖아? 블랙 골드 하이에나. 이미 12개 파티를 전멸시킨 그 괴물의 무시무시함을 일부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 이거 잡으면 대박이겠지? ㄴ 아무렴. 잡기만 하면 그냥 바로 스타 되는 거지. 단숨에 하늘 위의 별이 될 기회. - 아마 라이브 시청자 기본 1천만은 깔고 갈걸? ㄴ 잡다가 게임 오버 당해도 시청자 1천만은 찍을 듯. ㄴ 이쯤 되면 게임 오버 당하러 가는 것도 용기 있는 거로 취급해줘야 할 듯? ㄴ 죽어도 남는 장사라는 거네. 혹여 성공치 못하더라도 충분한 매력이 남는 기회였다. - 남의 일이라고 막 말하네. ㄴ 맞아. 그렇게 좋으면 너희들이 가서 잡든가? ㄴ 죽어도 남는 장사는 뭐 쉬운 장사인가? 당장 입장권 얻는 것부터가 죽을 맛인데? 물론 대부분 그런 말을 지껄이는 이들 대부분은 도전자가 될 생각도, 능력도 없는 이들이었다. 정말 도전자 자격을 가진 이들 중에 그것을 기회로 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좋은 기회네요.” 예화, 그녀가 그러한 극소수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녀가 생각하는 기회는 보다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같은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기회.”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지. “엠마,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엠마 : 동감해요.] 그러한 생각은 지금 채팅창을 통해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엠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엠마 : 분명 BJ대마도사도 이번 사태는 예상치 못한 일일 테니까요.] “했으면 이런 식으로 안 나오고 대비책을 세워뒀겠죠." 일단 이번 상황이 최고의 기회인 건 전후 상황을 봤을 때 BJ대마도사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언제나 완전무결하게 판을 만들고, 그 판을 마음대로 유린했던 BJ대마도사 스타일에 제대로 된 틈이 생긴 셈. 당연히 두 여인은 그 틈을 파고들 속셈이었다. [엠마 : 그래서 계획은 준비했나요?] “제가 생각한 것과 엠마, 당신이 생각한 것의 차이는 없을 거예요.” [엠마 : 역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두고 BJ대마도사랑 경쟁할 생각이군요.] “예. 당연한 말이지만 BJ대마도사와 우리, 두 파티만 참가하는 거고요.”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말 그대로였다. [엠마 : 궁지에 몰아넣을 거라면 확실하게 몰아넣는 게 낫겠죠.]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 단 2개 파티만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레이드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손을 잡고 협동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상황 자체가 사전에 차단되는 셈이니까. “맞아요, 게임 오버 당하거나 혹은 손을 내밀거나.”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자연스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게임 오버를 감수한다면 뭐 그렇게 놔둬야죠.” 고독한 죽음을 선택한다면 나쁠 건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이룩한 위엄에 균열이 갈 테니까. “손을 내민다면 그 대가를 요구하면 되고요.” 반대로 BJ대마도사가 결국 손을 내민다면, 그에 준하는 대가를 요구하면 될 뿐이었다.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 싫은 이가 손을 내민 이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물론 이러한 계획에는 한 가지 리스크가 존재했다. [엠마 : 잡을 수 있겠어요?] 과연 중원 길드는 자력으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을 수 있을까? 만약 잡지 못한다면 중원 길드 역시 게임 오버라는 선택지를 벗어날 수 없을 텐데? 그 물음에 예화는 대답했다. “쉽지 않죠. 솔직히 확률은 40퍼센트 미만이에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페이즈조차 확인된 바 없으니까요.” 높지 않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말을 뱉는 예화의 표정은 담담했다. “뭐, 실패해도 남는 장사죠.” 세간의 여론처럼 이번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는 실패해도 남는 장사였으니까. “BJ대마도사와 같이 실패한다면 더더욱 많이 남을 테고요.” 하물며 BJ대마도사와 엮인다면 남는 장사 정도가 아니었다. “그 후에 BJ대마도사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할 테고요.” 오히려 실패하게 되면 BJ대마도사는 더더욱 궁지에 몰리게 될 터. 어떠한 식으로 계산을 해도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지금 해야 하는 고민은 하나였다. [엠마 : 끌어들일 계획은 준비했나요?] 과연 손해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 판에 BJ대마도사를 어떻게 해야 앉힐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예화는 대답했다. “BJ대마도사 책임론을 언급하면 돼요. 적어도 그가 쉽게 책임을 질 수 없도록 여론을 바꾸는 거죠.” 책임론. 분명 효과는 있는 방법이었다. [엠마 : 그리고 또 없나요?] 그러나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다. BJ대마도사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그 누구보다 완벽한 계산 속에서 움직이는 뱀과 같은 사자, 그저 책임론 같은 말에서 나온 여론만으로 불리한 판에 앉힐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라이벌 기믹을 이용해야죠.” 달리 말하면 뱀과 같되, 그 근간은 사자였다. “우리가 리벤지 매치를 요구한다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정면에서 들어오는 승부는 받아줄 수밖에 없는 사자. [엠마 : 대단하네요. 이번 일로 라이벌 기믹이 만들어지면, 앞으로도 같은 식으로 발목 잡기도 더 쉬어질 테니.] 그러한 예화의 결론에 엠마가 진심 어린 감탄을 토해냈다. 그리고 예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해해주시니, 기쁘네요. 이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거든요.” ‘역시 예상대로 바로 이해하네.’ 자신의 이 계획의 의미를 바로 파악해주는 엠마를 향해 속으로 감탄을 토해냈다.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랬다면 이렇게 BJ대마도사한테 끌려다니는 일이 없었을 텐데.” [엠마 :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어비스 길드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은 아끼지 않을 테니까요.] “모두가 봐도 납득할 만큼의 상금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잠시 말을 멈춘 예화가 말을 뱉었다. “혹시 헬파이어 스킬 카드를 가지고 계신가요? 그거라면 충분히 협상이 가능할 것 같은데.” 헬파이어.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엠마 : 이런 날이 올 때를 대비해 협상 카드로 미리 준비해두었죠.] 미리 준비했다. 그 믿음직한 대답에 예화가 이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모든 준비는 끝났네요. 남은 건 BJ대마도사가 뭘 가지고 오느냐, 그것뿐인데……." 그러한 대답을 하던 예화가 실소를 머금었다. “설마 이 이상 준비를 어떻게 하겠어요?” 6. [10분을 버텨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51차례의 도전 끝에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양손의 주먹을 불끈 쥔 채 머리 위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해냈다! 내가 해냈다고!” [레벨이 올랐습니다.] [2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200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흥분한 미다스의 귓속에 연달아 들리는 알림 따위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수고했네. 이제 자네에게 가르칠 건 없겠어.” [위대한 정신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도 미다스는 솔직히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호우!” 스텝을 밟으며 쉼 없이 어깨춤을 추면서, 그야말로 광기 가득한 세레모리로 자신의 성과를 자축할 뿐. 만약 보통 경우였다면 바라보는 이가 눈살을 찌푸렸을 광경이었다. 허나, NPC아라는 그에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군. 지금 골드 밸리에 등장한 그 괴물을 처치하는 것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알림, 그 알림 앞에서는 미다스는 강제로 흥분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아.’ 결국 이제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정신 차려야지.’ 그제야 비로소 어깨춤을 멈추고, 자세를 잡은 미다스는 먼저 퀘스트 정보를 확인했다. [골드 밸리]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2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골드 밸리에 숨어있는 제단을 파괴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개척단장’ 진행 가능 ‘아, 보상도 없네.’ 현기증이 절로 나는 퀘스트 내용,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다음으로 연 것은 인벤토리였다. 그중에서 두 가지에 집중했다. ‘현재 내가 가진 건 마스터 스킬북 하나 그리고 레전더리 에픽 스킬북 두 개.’ 자신이 가진 가장 확실한 스펙업 수단을 확인했다. 물론 당장 그것을 사용하진 않았다. “200레벨 보상 획득.” ‘100레벨 구간이다, 당연히 레전더리가 나오겠지.’ 갓워즈 시스템에서 100레벨 단위로 얻는 스킬 카드 보상에서는 무조건 레전더리 등급이 나온다는 것.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은 그 스킬을 확인한 후에 결정하는 게 당연했다. ‘헬파이어 나와라.’ 더욱이 200레벨에서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스킬 중에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마법, 헬파이어도 존재했다. ‘매물이 없어서 돈 주고도 못 구하니까, 제발.’ 너무나도 가치가 넘치는 바람에 지금 구매하고 싶은 부자들이 최소 백 단위는 존재할 만큼 강력한 마법이.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담은 채 알림에 대답을 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 레어 등급, 모두가 하나 같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간택을 기다렸다. 물론 미다스의 눈은 오로지 하나만을 쫓았다. ‘레전더리, 레전더리 어디에 있냐?’ 황금빛으로 빛나는 단 하나의 카드! ‘응?’ 그러나 어디에도 미다스가 바라던 황금빛 카드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뭐야? 버그? 아니, 진짜?” 버그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젠장, 이 쓰레기 게임! 진짜 이 빌어먹을 쓰레기……." 자연스레 분노를 토해내는 미다스의 눈에 황금빛 대신 다른 빛이 보였다. 영롱하기 그지없는 에메랄드빛. ‘어? 레전더리?’ 미다스가 레전더리 에픽에서만 보던 그 빛을 품은 카드 내용을 확인했다. [헬 파이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지옥의 불길을 소환한다. 불에 닿은 부분은 모든 방어력 및 버프 효과가 사라진다. 그것을 확인하며 미다스가 말을 마저 뱉었다. “……쓰레기는 저였네요. 크윽, 갓겜 욕해서 죄송합니다.” 243화. < 78화. 라이벌 기믹 (3). > 7. [헬파이어]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지옥의 불길을 소환한다. 불에 닿은 부분은 모든 방어력 및 버프 효과가 사라진다. !헬파이어 효과가 유효한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 처치 시 타이틀 ‘지옥 인도자’ 획득 !헬파이어 효과가 유효한 상태에서 13개 이상 마법 명중 시 타이틀 ‘지옥불’ 획득 “와!" 새로이 습득한 스킬을 확인한 미다스가 감탄을 토해냈다. ‘레전더리 에픽 상태로 나오다니.’ 그만큼 놀랄 일이었다. 설마 이렇게 레전더리 에픽 등급 스킬이 카드 보상에서 나올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고 보니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선물을 준다고 말했던 것 같아.’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200레벨 달성 당시 들린 시스템 알림이 평소와 달랐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효과도 장난 아니고.’ 중요한 건 헬파이어 스킬의 효과였다. ‘레전더리 에픽일 만하네.’ 일단 헬파이어 마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강력한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었다. 또한 붙은 대상에게 10초에 걸쳐 데미지를 주는, 속칭 도트 데미지도 매우 강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불길이 붙은 부위는 방어력과 버프 효과가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인페르노의 저주와 비슷했으나, 그 효과는 더 컸다. 물론 여기까지는 평범한 레전더리 등급 헬파이어의 경우였다. ‘모든 방어력과 버프를 무효화한다니…….' 이번에 미다스가 얻은 레전더리 에픽 등급 헬파이어의 경우에는 퍼센티지가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방어력과 버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데미지 장난 아니겠네.’ 쉽게 정리하면 방어력 무시 공격력이 들어가는 셈. ‘그보다 이렇게 되면 남은 2개는 뭐에 써야 하려나?’ 동시에 미다스에게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얻을 기회가 한 번 더 늘어나는 것 역시 매우 메리트 넘치는 일이었다. ‘원래 쓰려는 건 용맥 스킬…….' 일단 하나는 용맥 스킬로 정해둔 상태였다. 레전더리 에픽이 될 경우 용맥 스킬은 용맥 위에서 벗어나도 일정 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됐으니까. 여전히 마력 부족을 허덕이는 상황에서 용맥을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드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 사실 그와 비슷한 선택지도 있었다. ‘아니면 드래고닉 마나였는데.’ 드래고닉 마나 역시 마력 회복력을 올려주는 스킬! 차이점은 용맥의 경우에는 체력 회복도 같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용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물론 지금 두 개의 선택지를 손에 든 미다스에게는 다른 종류의 고민이 생겼다. ‘이거 둘 다 해버려?’ 두 스킬 전부를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만들 경우, 과연 마력에 얼마나 여유가 생길 것인지.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잭팟을 바라봤다. 꾸우! 이런 이상한 짓하지 말고 위협에 맞서 싸울 준비나, 해라 주인! 그렇게 눈알을 부라리며 경고하는 잭팟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잭팟의 새로운 스킬이 떠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미다스가 200레벨에 얻은 또 다른 것 하나가 떠올랐다. ‘골렘 4마리.’ 200레벨을 달성하면서 소환 가능한 골렘의 숫자가 이제 4마리로 늘어났다는 것.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어떤 괴물인지 모르는 이상, 장기전도 염두에 두어야 해.’ 또한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입장에서 마력량에서 여유를 가지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아니, 가만. 이거 베스트 시나리오 아니야?’ 혹은 필수일지도 모르는 선택.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선택을 고민하지 않았다. 8. 흔히 말한다. 사고 치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다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지금 후자의 처지였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전무후무한 사태를 일으킨 BJ대마도사. 그러한 BJ대마도사가 친 사고에 대한 세간의 의문 그리고 분노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향했다. “아직 제대로 들은 바가 없습니다.” “현재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BJ대마도사가 죽을 때까지 솔로가 아니면 테러를 하시겠다고요?” 그야말로 직원들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피가 마를 일. 그러나 정말 직원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과 분노가 아니었다. ‘아,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거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닌데, 대체 BJ대마도사와 사장님은 어떻게 대처하실 거지?’ 자신들 역시 이번 사태에 어떻게 돌아갈지 모른다는 것.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이 중대사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것은 경험해 본 이가 아니라면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 아픈 일이었다. “좋은 아침!”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이 밝은 인사와 함께 사무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좌중의 시선이 박영준에게 꽂혔다. 그렇게 꽂힌 시선,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은 똑같았다. 제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나 그러한 의문을 질문으로 내뱉는 이는 없었다. ‘지금 가장 골치 아픈 건 사장님일 텐데…….' 그들이 고통스러운 것,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윗사람을 굳이 더 괴롭힐 필요는 없는 법. “자, 그럼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고, 일!” 그러한 직원들의 배려 속에서 제 자리에 앉은 박영준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네.’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해진 행사에 직원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무시하시겠지.’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 달리 박영준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집은 후에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예, 라이징 스타 채널 대표입니다.” 그리고 시작된 통화에 사무실 내의 모든 직원들의 귀가 집중됐고, 그렇게 쫑긋 세운 직원들의 귀에 박영준은 말했다. “아, 중원 길드에서 이벤트 매치를 원한다고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두고 레이스 레이드를?” 아주 충격적인 말을. ‘뭐?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이벤트 매치?’ ‘레이스 레이드를? 그 괴물을 상대로?’ 너무 파격적이라고 반응조차 되지 않을 정도. “단 2개 파티만 들어가는 끝장 승부 형식으로요?” 그러나 이어진 내용은 모두가 생각하는 파격, 그 이상으로 더 파격적이었다. ‘2개 파티만?’ ‘미친, 12개 파티가 들어가도 승산을 잡기 힘든 걸 고작 2개 파티만 들어간다고?’ ‘그거 자살행위잖아!’ 미친 짓,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당연히 직원들은 생각했다. ‘거절하시겠지?’ ‘말도 안 되는 요청이야.’ ‘이건 욕해도 정상참작이다.’ BJ대마도사에게 말해줄 것도 없이 이 자리에서 일언지하에 제안을 거절하리라고. 그게 상식적이라고. 그러나 그러한 제안에 박영준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요. BJ대마도사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 사실에 직원들 모두가 놀랐으나, 반대로 박영준의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 제안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결국 이렇게 오는군. BJ대마도사를 몰아붙이려고 해.’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는 제안이라는 것을, 그들이 노리는 노림수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은 받아야지.’ 도박판에서는 때때로 손에 들어온 패가 좋지 못하더라도, 건너편에 앉은 상대의 레이스에 맞춰줄 필요가 있는 법. 지금 역시 그러했다.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제안을 대뜸 걷어차는 건, 판에서 상대를 쫓는 것과 같았다. ‘상대방이 판에서 쫓겨나는 순간 꼬장을 부리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이제까지 잃기만 하다가 판에서 쫓긴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후 분노를 토할 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중원 길드라는 상대를 그런 식으로 적으로 두는 건 현명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건 약속이었다. “괜찮습니다. BJ대마도사가 사전에 한 약속이 있는데, 당연히 진지하게 고민해야죠.” 앞서서 BJ대마도사가 시간벌이를 위해 중원 길드를 상대로 했던 약속. 그 약속을 이제 와서 깰 수는 없었다. 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누구도 아닌 판의 주인이 하는 약속이었으니까. “물론 차후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BJ대마도사 쪽에서 대답이 나오면 정리해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박영준이 스마트폰을 끈 후에 그대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내용 들었지? 일단 그렇게 알고 움직여. 물론 이 정보는 밖으로 내뱉지 말고. BJ대마도사한테 메일은 내가 보낼 테니까 따로 할 필요는 없어.” 정보 보안을 철저히 해라! 그 말을 뱉으면서도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이 소식은 지금 이 순간 곧바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커뮤니티에 퍼지리란 것을. 내부의 배신자 같은 것을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중원 길드가 곳곳에 퍼나를 테니, 퍼뜨려도 상관은 없지.’ 다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가 이 이야기 건에 대해서 적당한 살을 붙여 퍼뜨릴 테니까. 그렇게 퍼진 소문은 여론을 움직일 것이고, 그러한 여론은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기도 전에 여론이 답을 만들 것이 분명했다. ‘BJ대마도사도 알고 있을 테고.’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여론이. 이 역시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물론 이번 일의 성사 여부는 결국 BJ대마도사가 결정할 일이었다. ‘그 사실이 BJ대마도사를 흔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는 안 되는 것에 베팅하는 성격은 결코 아니었다. 확률이 1퍼센트라면, 그것을 어떻게든 51퍼센트로 만든 후에 도전하는 자였지. ‘위기 다음은 기회, 이번 건만 정면으로 돌파하면 예상 이상의 보상을 얻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박영준은 도리어 확신했다. ‘그러니까 BJ대마도사는 이 딜을 받아들일 거다.’ 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도리어 확실하게 받아들이리란 것을.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타닥! 그렇게 고민 속에서 이메일을 완성한 박영준이 그대로 작성한 이메일을 보냈다. 9. 우웅! 정현우가 그 이메일을 확인한 건 식사 도중이었다. ‘왔다.’ 언젠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중요한 통보가 오리라 예상했던 바. 허나,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중원 길드랑 둘이서 골드 밸리에 들어가라고?’ 그게 이유였다. “무슨 일 있냐?” “삼촌 무슨 일 있어?” 같이 식사 중이던 형, 정태우와 조카가 곧바로 그 표정을 보고 반응을 한 건. 그러한 둘의 반응에 정현우가 표정을 풀며 말했다. “아니, 밥이 맛이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치킨 시켜 먹자고 했잖아? 맛있는 치킨. 반찬부터가 풀때기만 있고, 장조림은 왜 이렇게 짜?” 그 대답에 정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만든 반찬이거든?” “그러니까 말이야. 내 요리 솜씨 구린 건 형이 더 잘 알잖아? 그렇지, 혜린아?” “삼촌 반찬 무지무지 맛있는데?” 이어진 조카의 말에 정현우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썩 좋지 못한 변명거리를 꺼낸 듯싶었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그대로 정태우의 낌새를 확인했고, 그 모습에 정태우가 말했다. “그렇게 맛없으면 나가서 맥도날드 감자튀김이라도 먹던지. 너 그거 좋아하잖아?” 말과 함께 가볍게 턱짓을 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자기들 신경 쓰지 말고 처리하라는 말. “그래, 감자튀김은 당연히 맥도날드지. 혜린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정현우가 그런 형의 배려를 잽싸게 받아들였다. “맥도날드 감자튀김 난 맛없던데…… 삼촌 반찬이 더 맛있어.” “역시 혜린이가 날 닮아서 입맛이 올바르다니까. 그보다 바쁘면 그냥 일어나.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그리고 이어진 형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밥그릇을 1/3쯤 채운 밥을 숟가락질 한 번에 해치운 후에 식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싱크대에 식기를 놓은 정현우 말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내 걱정은 됐고, 형은 다음 주에 수술 받고 몸 멀쩡해지면 일자리 구할 걱정이나 해.” 그 말을 끝으로 형의 착잡한 시선을 뒤로한 채 정현우가 그대로 집을 나왔다. 나오는 순간 정현우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더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원 길드하고만 블랙 골드 하이에나 잡으러 가자니?’ 다시 봐도 경악을 금치 못할 내용. 물론 정현우는 이러한 제안의 이면에 있는 내용 같은 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 제안의 목적은 하나였다. ‘나랑 그렇게 라이벌 구도를 짜고 싶은 건가?’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싶다는 것.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무리한 그리고 무모한 이벤트 매치를 잡을 이유는 없었다. 그만큼 중원 길드도 각오를 했다는 의미. ‘중원 길드에서 제대로 BJ대마도사 코인 한 번 타시려는 모양이네.’ BJ대마도사의 명성 그리고 이 기회를 등에 입어 제대로 유명세를 떨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리란 각오. 달리 말하면 정현우에게도 큰 기회였다. 만약 여기서 성공한다면, 이제까지 했던 그 어떤 이벤트 매치보다 큰 메리트를 얻을 수 있을 터. ‘언젠가는 해야 해.’ 무엇보다 이번에 피한다고 해서 다음에는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결국은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해야 할 일 아닌가? 그렇기에 이 순간 정현우가 해야 하는 것은 하나였다. 과연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자신이 지금 가질 수 있는 승산은 얼마인가? ‘혼자 하면 성공 확률은 30퍼센트 남짓.’ 사실 그 승산은 그다지 높지 못했다. 아직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페이즈 정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확신을 가지는 건 금물. ‘중원 길드도 그리 승산은 높게 잡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건 중원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대목에서 정현우는 선택지 하나를 더 마련해두었다. ‘그러니까 정 안 될 것 같다면, 손을 잡고 같이 공략한다는 선택지를 염두에 두었을 수도 있어.’ 중원 길드 쪽에서는 BJ대마도사와의 팀플레이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어쨌거나 원하는 건 라이벌 기믹이지, 전멸이 아니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게임 오버보단 낫지 않은가? 사실 이러한 고민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 답장부터 보내야지.’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라고 하면, 자신의 상황이 어떻고 눈앞의 상대가 누구든 간에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법. ‘그보다 라이벌 기믹을 원하는 거면…….' 그리고 그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가볍게 도발 한 번 하고, 분위기 좀 잡아볼까?’ 정현우가 메일에 알겠다는 내용과 함께 조만간 라이브 방송을 한 번 하겠다는 내용을 첨부한 건. ‘그래, 라이벌 기믹 제대로 살려보자.’ 244화. < 79화. 레이드 레이스 (1). > 1.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효과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차근차근 흔적 없이 원하는 식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있었고, 그와 반대로 의도는 노골적이지만 효과는 즉시 보이는 방법이 있었다. 중원 길드가 이번에 택한 방법은 후자였다. - 야, 대박! 지금 라이브 방송에서 폭탄 터짐! ㄴ 누구 라이브 방송? ㄴ 아레스! ㄴ 아레스? 진짜? 뭐라고 했는데? ㄴ 블랙 골드 하이에나 건! 아레스 피셜인데, 중원 길드 쪽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면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 둘이서만 레이드 레이스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대! ㄴ 진짜? 아레스. 중국을 대표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블랙 골드 하이에나 이벤트 매치를 터뜨렸다. - 아레스면 이런 거로 이슈몰이 할 급은 아니잖아? ㄴ 아레스 스폰서 중 한 곳이 칭화 그룹이니까, 그쪽 통해서 이야기 들었나 봄. ㄴ 흠, 냄새가 나는데? ㄴ 냄새고 나발이고 확실한 정보는 맞는 듯. 당연히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 정리하면 중원 길드에서 리벤지 매치를 제안한 거네? 그것도 괜히 12개 파티가 합쳐서 하는 게 아니라, 2개 파티만 들어가는 끝장 승부로? ㄴ 그래, 이래야지. 단 둘이서 레이드 레이스! 화끈하네! ㄴ 중원 길드에서 BJ대마도사에게 이벤트 매치 조건으로 엄청난 걸 걸었다고 함.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ㄴ 그래? 그럼 당연히 BJ대마도사는 콜해야지. ㄴ 맞아, 설마 본인이 일 저지르고 그냥 편하게 무마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 당사자들이 그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은 이미 이 이벤트 매치를 기정사실화 했다. - 아니, 주변인 썰이 아니라, 본인들 말을 들어봐야지. ㄴ 듣긴 뭘 들어, 이렇게까지 했으면 당연히 직진이지! 이제는 아니라고 반박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지경. “아니, 이거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야?” BJ대마도사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정보 보안 유지를 거듭 당부 받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지경이었다. “여론 조작도 적당히 해야지, 아레스를 섭외해서 이렇게 대뜸 약을 뿌리다니?” “중원 길드 장난 아니네. 다른 것도 아니고 아레스 이용할 줄이야.” “아레스가 얼마 받고 썰 풀어줬을까?” 설마 중원 길드가 이렇게 대놓고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으니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커졌다. “여기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나라면 못할 거 같아.” “어우, 여기서는 죽어도 콜이지.” BJ대마도사가 저울질 없이, 여론에 밀려 무리한 선택을 할지도 모르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그러한 부담감 가득 찬 직원들을 향해 막 도착한 이메일 내용을 확인한 박영준이 말했다. “다들 집중! 2시간 후에 BJ대마도사가 라이브를 통해 이번 이벤트 매치에 대한 발표를 한다! 바로 공지 올려!” 진짜 부담감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2. “후우!” 길게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헥헥! “그래, 럭키야. 네 말처럼 릴렉스해야지. 릴렉스.” 왕! “아무렴, 어느 때보다 표정 연기가 중요한 때니까.” 럭키를 앞에 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숨을 골랐다. ‘좋아, 가자.’ 그렇게 숨을 확실하게 고른 미다스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합니다.] 그러자 들리는 라이브 방송 시작 알림. [BJ럭키99999호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골드999999호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BJ대마도사999999호안티팬 님이 접속했습니다.] 이어서 떠오르는 채팅창 위로 물밀 듯이, 라는 표현보다는 해일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섭게 몰려드는 시청자들이 보였다.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 조금 전 보였던 긴장감 같은 건 없었다. 도리어 미다스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썩 좋지 못한 표정,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 표정에 집중했다. - 오늘 표정 왜 이래요? ㄴ 설마 애인하고 헤어졌나? ㄴ 에이, 있지도 않은 거랑 어떻게 헤어짐? ㄴ 모니터 속에 있을 수 있지! 아, 그러네? 이어서 표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한없이 쌓였을 때 미다스가 여전히 좋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말문을 열었다. “일단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저 때문에 등장한 게 맞습니다.” 모두가 확신에 가깝게 짐작하고 있었던 일.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순간, 그 충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이 곧바로 격한 반응으로 가득 찼다. - 역시! - 그래서 표정 굳은 거구나! - 하긴, 이런 일이 터졌는데 표정이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격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시청자들은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사실을 이해했다. “물론 제가 벌린 일인 만큼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모든 만반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사실 표정 구길 만한 일은 아니죠. 까놓고 말해서 게임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게임 시스템이 이런 건 제 탓이 아니잖아요? 만든 사람 탓이지.” - 응? 그러나 이어진 말에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표정을 구긴 이유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표정을 구긴단 말인가? “중원 길드에서 이벤트 매치 제안이 왔습니다. 정확히는 리벤지 매치죠.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두고 누가 먼저 잡는지,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어진 말에도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벤트 매치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것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후에 추가된 말에는 더더욱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그게 평생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표정을 지을 이유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미다스의 그 참담한 표정,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을 만한 이유는 아니었으니까. 그러한 시청자들의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솔직히 그때 확실하게 수준 차이를 보여줬는데, 이렇게 다시 리벤지 매치라고 귀찮게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 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미다스가 이러한 표정을 지었는지. - 맙소사! 중원 길드가 시비 건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BJ대마도사에게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성과를 냈던 중원 길드 아닌가? 그런데 그런 중원 길드가 이렇게 시비를 건 게 기분이 나쁘다? 물론 이번 일은 중원 길드 쪽에서 여론 조작을 한 게 보일 만큼 노골적이긴 했다. 기분이 썩 좋아질 이야기는 아닌 셈. 그렇다고는 해도 분명 보통 이들은 품을 수 없는 분노와 짜증이었다. - 내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일부는 자신들이 BJ대마도사의 발언을 잘못 들었다고,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의심할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심지어 중원 길드는 단 둘이서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고 했습니다. 30인 파티, 그대로. 추가 멤버 없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그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는 미다스의 표정과 같았다. 더 이상의 웃음기는 없었다. - 지금 이거 진심인 거 같은데? - 표정 봐, 진심 확실함! - 저런 표정은 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지. 저게 연기면 BJ대마도사는 오스카 가야함. - 와, BJ대마도사가 각 잡고 제대로 털겠는데? 동시에 채팅창의 흐름, 여론도 바뀌었다. - 기대된다. -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BJ대마도사가 제대로 실력 발휘할 듯? -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도전하는 건 중원 길드도 뭔가 있다는 거잖아?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이벤트 매치가 단숨에 무게감을 가진 리벤지 매치가 되는 순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 이벤트 매치에서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제가 어떤 플레이어인지.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다음 이벤트 매치를 기대해주세요.” 그 어느 때보다 사나운 표정을 지은 채. 그 표정이 말해주었다. -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야! BJ대마도사가 이번에 중원 길드를 상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리란 것을. 3. - 다음 이벤트 매치를 기대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그 방송을 보고 있던 모두는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상대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을. ‘역시 BJ대마도사답군.’ 그러한 방송을 보고 있던 아즈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상대로 그저 승리, 그 단순한 두 글자만 취할 생각이 없음을, 처절한 응징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이유 역시 예측하고 있었다. ‘틈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는 법.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나오고, 틈도 나오는 게 정상이었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틈을 드러낸 다음.’ 문제는 그 후의 대처. ‘그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놈들에 대한 대처법이지.’ 특히 그 틈을 공격당했을 때의 대처법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시는 그런 놈들이 나오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사실 응징은 당연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응징하느냐? 똑같은 사형도 그저 편안하게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두대에 목을 올리고 칼날을 떨어뜨리느냐, 사지를 말에 묶어버린 후 당겨 뜯어버리느냐, 방법에 따라 보는 이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처럼. ‘당하는 쪽을 보는 게 속이 답답할 정도로 처참하게.’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방식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징이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원 길드는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놈이 되어버렸으니까. 물론 중원 길드도 반박은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누가 봐도 중원 길드가 노골적으로 먼저 시비를 걸고, 여론을 조작한 모양새 아닌가? 여론은 BJ대마도사가 바라는 대로 흘러갈 것이고,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서 승리한다면 중원 길드는 앞으로 BJ대마도사에게 라이벌 기믹을 설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었다.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가 손을 잡은 걸 눈치 챘다는 거겠지.’ 자연스레 중원 길드를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기 위한 대항마로 쓰기 위해 연맹을 구축했던 어비스 길드에도 제대로 한 방 먹이는 일이 될 터. 막 내린 커피 가득한 머그잔을 홀짝인 아즈모가 쓴맛이 감도는 미소를 짓는 건 그 때문이었다. ‘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고.’ 이번에 이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하고자 한 건 중원 길드만이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살벌하게 경고하는군요.” 그러한 아즈모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비서가 말과 함께 손에 든 것을 아즈모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문서였다. “그래, 살벌한 경고이지. 여기 사인을 하는 순간 나도 BJ대마도사에게 눈총을 사는 거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1.35퍼센트를 구매하겠다, 그와 관련된 문서들. 그 문서를 앞에 둔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펜을 들었다. 여전히 입에는 쓴웃음이 걸려 있었다. 허나, 망설임은 없었다. 스윽! 단숨에 서명을 마친 아즈모가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고작 눈총을 사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도 1.35퍼센트나 얻을 수 있는 거지.” 곧바로 비서가 문서를 집은 후에 서류 봉투에 넣었다. 그러한 비서에게 아즈모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 협력 관계가 됐으니, 그에 대한 선물도 한 번 보내주자고. 이번에 광고 배너, 아직 자리 있지?” “어떤 걸로 준비할까요?” “200레벨 달성했을 테니, 헬파이어가 좋을 것 같군. 그 레벨에는 그만한 스킬이 없으니까.” “확보해둔 스킬 카드가 있으니, 문제없을 듯합니다.” “좋아, 그럼 그걸로 호감을 사보자고.” 말을 마친 아즈모가 이제는 쓰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지금쯤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를 씹어 먹을 생각에 이를 갈고 있겠군.” 4. “오케이.” 방송 종료를 알리는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말했다. “얘들아 내 연기력 어땠어?” 왕!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어진 럭키와 골드의 대답에 미다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이번 건 신들린 연기였어.’ 자신이 생각해도 감탄할 만큼 훌륭한 연기. ‘너무 나간 감이 없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강하게 중원 길드와의 대립각을 세운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연기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느낌은 있어야지. 애매하게 가면 오히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욕먹을 거야.’ 그러나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이 정도 느낌은 있어야 했다. 프로레슬링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링 위에 오르기 전에 레슬러들이 펼치는 연기가 뛰어난 덕분이었으니까. 결정적으로 프로에게 필요한 건 결과였다. ‘그리도 이 정도로 나가야지 시청자가 하늘을 뚫지.’ 어떻게 하면 과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미다스의 이 연출은 프로다운 결과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망각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 것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아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되새김질하는 미다스의 표정에 걱정과 우려는 없었다. ‘해볼 만해.’ 오히려 옅은 기대감마저 보일 지경. 그러한 기대감 속에서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계획을 세웠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당일에 한 번 더 연기 해보자. 골드 밸리 입장하기 전에 진짜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연기를 해보는 거야.’ 이 기세를 몰아 더 화끈하게 분위기를 태워보자! 그러한 미다스에게 중원 길드 쪽에서 연락이 왔다. [좋은 라이브 방송이었어요. 이틀 후 레이드 레이스 라이브 방송이 정말 기대되네요. 정말로.] 245화. < 79화. 레이드 레이스 (2). > 5.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짤막했으나 그 방송이 남긴 여파는 무척이나 컸다. 일단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 역시 BJ대마도사야. 뭐든 간단히 안 한다니까. - 그래, 이렇게 나와야 우리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 말이 맞지. 게임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지. 꼬우면 접든가! 하나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등장과 관련해서 BJ대마도사를 향했던 세간의 여론이 매우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 그보다 이번 매치 장난 아니겠네? - 다른 건 몰라도 중원 길드는 목숨 걸고 해야지. 여기서 지면 앞으로 도전이란 말은 꺼내지도 못할 테니까. -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 코인에 숟가락 얹으려고 했다가 좆된 듯? 다른 하나는 이번 이벤트 매치, 레이드 레이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것. - 이번에 무조건 라이브로 본다! - 다른 방송 거름. 때문에 시청자들은 어느 때보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라이브 방송 시청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 어? 라포 방송 다음 날로 연기했네? - 캐논도 방송 2시간 미룸! - 아즈모는 이미 비워둠! - 와, 설마 시청자 빼앗길까 봐 시간대 옮긴 거야? 심지어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 중에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일이 겹치는 이들 중 몇몇은 방송 날짜를 연기했다. - 진짜 피한 거야? 에이, 장난이지, 장난. 물론 언급된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진심으로 시청자를 빼앗길 것을 걱정해서 피하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 언급된 이들인 BJ대마도사의 팬들, 더불어 이번 이벤트 매치의 결과물에 여러모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의 자들이었을 뿐. 허나, 진심으로 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 스카프 길드도 방송 미뤘네? ㄴ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도 방송일 미뤘음. ㄴ 이 둘은 진짜 런한듯? 하긴, 이 둘은 요즘 시청자 숫자도 얼마 안 나오고, 화젯거리도 없으니까. 여기서 붙으면 무조건 빼앗기지. 1티어급 길드들, 그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는 이제 자신들의 시청자를 잡아먹는 포식자나 다름없었다. - 시작한다! - 영상 떴다! 여러모로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고, 시청자들이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 양쪽의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 어? 뭐야? - 예화랑, BJ대마도사가 마주 보고 있잖아? 화끈한 방송에 어울리는 오프닝을. 6. 골드 밸리. 표현 그대로 황금빛 협곡으로 외형적인 특징 역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금빛 협곡이 굽이굽이 어느 목적지까지 쭉 이어져 있는 모양새.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면 갓워즈 등장 이후 그랜드 캐니언 방문자 숫자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을 리 없었을 것이다. 골드 밸리에는 현실에서 결코 볼 수 없는 남다른 점이 여럿 있었다. 개중 하나는 스케일이었다. 적어도 그 높이가 최대 777미터에 이르는 협곡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현실에서는 볼 수 없을 터. 다른 하나는 이러한 협곡이 총 12개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12개의 협곡의 끝에 골드 하이에나가 존재했다. 각기 다른 협곡 입구에서 출발한 12개의 파티가 골드 하이에나를 놓고 누가 먼저 보스 레이드를 하느냐, 레이드 레이스를 하는 셈. 사실 그런 이유로 레이드 레이스 시작 전에 경쟁자들이 서로 마주칠 일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출발지점은 모두가 달랐으니까. “오랜만이네요.” 그게 이유였다. “이 먼 곳까지는 무슨 일이시죠?” 미다스의 등장에 중원 길드 그리고 예화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차가웠던 건. - BJ대마도사가 찾아왔네? ㄴ 시작부터 불꽃 튀기는 거 봐. ㄴ 이러다 둘이 정분나겠네? ㄴ 응 그건 절대 아니야. 그리고 두 라이브 방송 채널의 채팅창 반응이 폭발한 건. “그냥 인사차 왔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그저 반가움을 표시하기 위해 굳이 시간을 허비하면서 이곳에 왔으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필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왔을 터.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자, 예화님, 오프닝으로 분위기 좀 더 끌어올려 보자고요.’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집중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일. “저희 둘이 할 인사가 있나요?”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반응하는 예하, 그런 그녀의 목소리나 표정에는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었다. 사실 그게 당연했다. ‘또 뭘 노리고 온 거지?’ 솔직히 지금 예화 그리고 중원 길드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는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이가 1천만 명이 넘는 라이브 방송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확실하게 라이벌 의식 따위를 불태우지 못할 만큼, 아주 짓밟아 주겠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 칭화 그룹이 아무리 배후를 캐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자가 그렇게 말을 하는데 등골이 오싹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는 단순한 자가 아니었다. ‘설마 심리전을 걸 생각인가?’ 이렇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으며, 노림수를 숨겨놓는, 그야말로 뱀조차 혀를 내두를 괴물이었지. 그렇게 긴장한 예화의 모습에 미다스는 생각했다. ‘예화 님도 연기력 좀 되시네.’ 예화 역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고. ‘오케이, 그럼 던져볼까?’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 맞장구에 한 번 더 맞장구를 쳤다. 스윽! 미다스의 시선이 곧바로 중원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마치 뱀이 사냥감을 살피듯. 그러한 시선에 중원 길드원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보다 긴장된 기색을 드러냈다. - 뭔가 느낌 싸한데? - 사냥감 보듯 보네? 시청자들조차 지금 BJ대마도사의 시선과 분위기에 긴장감을 느낄 정도. 리더인 예화 입장에서는 좋을 것 하나 없는 분위기였다. “찾는 분이라도 있나요?” 예하가 나섰고,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주변을 훑던 것을 멈추고 예화를 보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계산을 좀 했습니다.” “계산이요?” 말을 하던 미다스가 스윽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편에 있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에게 눈짓을 준 후에 마저 말을 마쳤다. “꼭 빨라야 레이스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죠. 상대적으로 상대방을 느리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니까요.” 그렇게 내뱉는 미다스의 말뜻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맙소사, 설마 여기서 PK하겠다고? 필요하다면 굳이 골드 밸리가 아니라, 이곳에서도 전투를 치르겠다! 비상식적인 수준을 넘어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 BJ대마도사라면……. - ……하고도 남지! 그러나 BJ대마도사라는 존재가 이제까지 만든 결과물들 중에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게 있었던가? 하물며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이 지금 이 라이브 방송에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모인 이유였다. BJ대마도사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 사실이 그의 방송을 보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였으니까. 꿀꺽!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였다. ‘여기서 우리 머릿수를 줄이겠다고?’ ‘진짜 들어가기 전에 전쟁을 벌일 생각인가?’ BJ대마도사의 장점들, 그 무시무시한 화력을 발휘하면서도 어지간한 근접 딜러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탱커들보다 더 뛰어난 탱킹 능력을 발휘하는 그의 최대 능력이 가장 확실하게 발휘될 곳은 PK였으니까. 막말로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의 원거리 딜러들, 힐러들을 몇 명 죽이고 도망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금 이 전력으로도 확신이 없는데, 여기서 힐러 하나만 빠져도 끝장이야.’ 그리고 그러한 공격은 중원 길드의 레이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만큼 효과적이기도 했다. 중원 길드의 현재 멤버들은 누군가를 대신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실력자들, 달리 말하면 전력에서 이탈하는 순간 그들을 대체하는 플레이어 영입이 불가능했으니까. 물론 중원 길드원들 중 일부는 생각했다.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라고. 허나, 예화는 달랐다. ‘이 인간이라면 하고도 남는다.’ 그녀가 아는 BJ대마도사라면 하고도 남는 정도가 아니라, 표현 그대로 계산 후에 그게 이익이라 생각된다면 망설임 없이 하고도 남을 자였다. 때문에 예화가 신호를 보냈다. ‘대비는 해야 해.’ 전투태세! 그 신호에 곧바로 중원 길드원들이 긴장하며 동시에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미다스 역시 그것을 확인했다. ‘캬, 연출 봐.’ 물론 미다스 기준에서는 중원 길드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기를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좋아, 아주 잘 됐어.’ 당연히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이제 이 오프닝을 마무리하기만 하면 될 뿐. “아, 장난입니다. 설마 여기서 정말 PK를 할 리가 없죠. 그보다 템 세팅이 전부 다들 저번하고 바뀌셨네요?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미다스가 말과 함께 진한 미소를 지은 후에 손을 내밀었다. 예하가 긴장된 기색으로, 그러나 이내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면서 미다스가 손을 잡았다. 그런 그녀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반지도 바뀌셨네요. 저번에는 아리안의 반지였는데, 이번에는 얼음눈꽃 반지로. 지력 스탯이 199짜리라니 대단하네요.”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손을 내려놓은 후에 말했다. “다시 만나는 건 하이에나 앞이겠군요, 다들 살아서 만납시다.” 오프닝이 끝나는 순간. "자, 그럼 이제 저도 라이브 방송하러 가야겠네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오늘을 위해 새로운 스킬을 준비해두었으니까요.” 그리고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7. 미다스가 기획한 오프닝 연출의 효과는 확실했다. - 야,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 PK한다면서? - PK 한다는 소식 듣고 왔습니다. 당장 갑작스러운 PK낌새에 관심이 덜하던 시청자들이 앞다투어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다. - 아직 시작 안 함? - 오케이, 시작 안 했다! 한편으로는 제시간을 맞추지 못했던 시청자들이 더 들어올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자,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1천 9백만 명.’ 골드 밸리를 입장을 앞두고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는 이미 2천만을 앞에 둘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골드 밸리에 입장했습니다.] 그렇게 골드 밸리에 입장하는 순간 곧바로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 새로운 스킬 보여주신다면서요? - 뭡니까? 앞선 오프닝에서 미다스가 던졌던 떡밥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일단 전방을 확인했다. 굽이굽이 휘어진 협곡 탓에 보통 플레이어들은 볼 수 없으나,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저기 지나면 바로 3백 마리랑 싸우겠군.’ 그 앞에 있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들을.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뭐든 간에 새로운 건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최고지.’ “새로운 스킬 보고 싶으시다면, 보여드려야죠.” 그 순간 미다스가 앞으로 걸음을 차근차근 내디디면서 말했다. “위대한 정신.” [위대한 정신이 깃듭니다.] 이윽고 미다스의 왼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가 그대로 미다스의 왼팔을 휘감았고, 이내 미다스가 자유로워진 양손의 손가락 끝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지팡이가 팔을 휘감았네? - 양손이 자유로워졌잖아? 처음 보는 새로운 스킬의 등장! 자연스레 그 스킬에 대해 시청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때였다. 왕! “주인님, 저곳에 하이에나 무리가 있습니다!” 협곡을 지나는 순간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적의 등장을 경고했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바뀌었다. - 전투다! - 스킬 효과 바로 볼 수 있겠는데? - 타이밍 끝내주네! BJ대마도사가 과연 이 새로운 스킬을 통해서 얼마나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지. “후우!” 그러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향해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한 후에 자세를 잡았다. 굳건하게, 두 다리를 땅에 박은 채 자유로워진 양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시청자들이 그 모습에 의문을 던졌다. - 왜 갑자기 기도를 하지? - 무슨 의미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그 의문에 답한 건 다름 아니라 구스타프였다. [구스타프 님이 10,10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정신 집중을 위해 자세를 잡는거군. 양손이 자유로워진 건 총을 두 자루를 쥔 것과 같으니까,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겠지.] 캐논! 그 별명을 가진 구스타프의 대답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크헝! 양손을 모은 미다스가 달려오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 앞에서 등을 가볍게 숙임과 동시에 모았던 양손을 허리춤으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에……." - 온다! - 또 뭔가 있나 봐! 그 나지막한 말에 시청자들이 긴장했고, 그 긴장감 속에서 미다스가 또박또박 단어를 한 음절씩 뱉었다. “……네르기파!” 이윽고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아, 괜히 긴장 빨았네. - 미친, 이게 웃김? - 아, BJ또라이 모드 발동이네. -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죠? - BJ럭키랑 BJ골드님, 아직도 이런 또라이 원딜로 데리고 다니시나요? 그저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될 뿐. 반면 그 반응 앞에서 미다스는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 없이, 오히려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보란 듯이 말했다. “아, 이상하네요? 분명 어제 집에서 연습할 때는 됐는데.” 그 당당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 크헝! 그사이 어느새 달려오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와의 거리는 지척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장난질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별수 없네요, 그냥 평범하게 싸우는 수밖에.” 그 순간 미다스가 짤막한 말을 끝으로 전투를 시작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쳤다. - 결국 평범한 마법을 양손으로 쓰는 거네. 이 이후의 그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그림은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였다. 미다스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양손을 이용해 전투를 치렀다. 물론 그 모습은 훌륭했다. 구스타프의 표현처럼 두 자루의 권총을 쥔 듯, 자유로워진 양손을 미다스는 놀라울 만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퍼엉! 퍼엉! 놀라운 명중률을 보이며 그리고 놀라운 데미지를 보이며 갈기 하이에나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 몸놀림 봐. 다 피하네! - 갈기 하이에나 사냥은 이제 마스터했네. - 광역 마법 없이도 끝내겠네! 3백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상대함에도 보는 이들마저 여유를 느끼게 될 정도. [갈기 하이에나를 잡았습니다.] 그러한 여유 속에서 미다스가 첫 전투를 마쳤고,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 역시 BJ대마도사다! - 장난 아니네. 물론 어디에나 청개구리는 있는 법. - 그냥 평소 모습이네. - 에이, 난 또 뭐 대단한 거 보여주는 줄 알았네. - 그냥 광역 마법으로 원킬내지, 뭐하러 일부러 이렇게 쇼를 함? 몇몇 이들이 저번 이벤트 매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라이브 방송 내용에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이 지나고 10분이 흘렀을 때 그러한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아니, 가질 수 없었다. - 와, 미친. 마력 무한 치트키라도 쓴 건가? 10분 내내 마법을 쓰네? - 저기 BJ대마도사님, 좀 쉬면 안 될까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게요. BJ대마도사가 새로이 얻은 스킬들의 무서움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으니까. 246화. < 79화. 레이드 레이스 (3). > 8. 레이드 레이스.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두고 여러 파티들이 경쟁하는 방식. “레이드 레이스에서 중요한 게 뭔지는 아시죠?” 이러한 레이드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하나는 경쟁자보다 빨리 보스 몬스터 앞까지 가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스 몬스터 앞에 섰을 때 최대한 전력을 온전하게 남겨두는 것. “그렇죠, 페이스 조절이죠.” 이것을 위해 필요한 게 바로 페이스 조절이었다. 그 페이스 조절을 위해 플레이어들은 경쟁자들의 속도를 가늠하는 한편, 시간이 될 때마다 체력 또는 마력 회복에 집중한 아이템 세팅으로 스위칭을 하면서 포션 소모량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휴식 때마다 회복셋으로 아이템 스위칭하고, 포션 한 방울까지 아껴 마시고, 다음 전투 앞두고 피로도 체크하고…… 진짜 힘든 일이죠." 그 작업은 보기보다 무척 힘들었다. 다른 무엇보다 경쟁이란 게 문제였다. 다른 한쪽이 페이스를 올린다면, 어쨌거나 그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일. 그렇다고 마라톤처럼 페이스 메이커를 붙여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언제 갈기 하이에나 무리와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주는 부담감은 매우 컸다. “골드 밸리는 일반 필드랑 다르게 갈기 하이에나 등장 위치나, 시점도 더 골치 아프고요.” 특히 골드 밸리에서는 갈기 하이에나 무리가 뒤에서 등장하거나, 협곡 위에서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갑자기 포위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 셈. “포위당한 채로 한 번 전투 치러보면 체력 싹 빠지죠. 어휴, 상상만으로도 무섭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포위를 당하고 나면 페이스가 망가지는 일은 허다했다. “골드 밸리가 이렇게 힘든 곳입니다.” 지금 미다스가 하는 설명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동감하는 이 역시 하나도 없었다. [라포 님이 10,1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데, BJ대마도사가 하니까 개소리처럼 들리네.] 그도 그럴 것이 던전 입장 이후 미다스가 보여준 행보는 그가 한 말과 배치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행보에 페이스 조절 따위는 없었다. 지금도 그랬다. 왕! “아, 럭키야 갈기 하이에나 발견했다고?” 전투를 치른 이후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미다스는 이동했다. 그것도 주변을 경계하면서 착실하게 이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력 질주! “여러분 저기 하이에나부터 처리하겠습니다. 블리자드!” 그리고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 미리 캐스팅해둔 광역 마법을 바로 발동했다. 이후 곧바로 전투가 시작됐다. “얘들아, 그냥 들이박아!” 왕! “예, 주인님!” 그 전투 역시 규칙적인 것은 없었다. 광역 마법이 끝나는 순간 남은 무리들을 각자 알아서 처치하는 식이었다. 페이스 조절이라는 단어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전투. 사실 보통은 망가져야 마땅한 방식이었다. 비효율적인 전투로 전투 시간은 길어지고 자연스레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고, 다시 전투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 - 미친, 벌써 절반 이상 잡았어! - 아니,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전투를 끝낼 수 있지?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전투에서 그런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럭키나 골드, 실버는 그렇다 쳐도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진짜 쌍권총 든 것처럼 쓸어버리잖아? 특히 BJ대마도사, 그의 전투 방식이 유난히 빛났다. 마치 근접 딜러처럼 갈기 하이에나와의 지척의 거리에서 갈기 하이에나들의 모든 공격을 피해내는 한편 빠르게 양손에 쥔 마법으로 갈기 하이에나들의 황금빛 과녁을 맞히는 건 신기에 가까웠다. - 대체 어떻게 게임을 해야 저렇게 되지? - 저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게임 오버 50번쯤은 당할 거 같은데? 그만큼 전투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 아, 이거 뭐 전투만 하느라 소통이 안 되네. - 좀 쉬엄쉬엄합시다! 응? 포션도 마시고? 응? 수다도 떨고? 응? - 이거 뭐 협곡 들어오고 한 번을 안 쉬네. 인간적으로 화장실 갈 시간은 좀 가집시다!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동시에 이러한 BJ대마도사의 행보의 이유를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0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런식으로 나오면 상대방도 페이스 조절을 하기 쉽지 않지. 설계가 좋아.] [구스타프 님이 10,10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초반에 도발 이후 폭주, 단순하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지. 중원 길드가 어떻게 과연 페이스 조절을 고수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BJ대마도사가 이런 무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중원 길드의 페이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임을.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멀린 님이 10,10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렇게 무한정 페이스 조절 없이 가는 건 불가능하지. 절대 마력이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전투를 유지할 방법도 없었다. 여러모로 노림수를 깔아둔 행동이라는 의미. - 역시 BJ대마도사다. - 치킨 레이스 시도하는 건가? - 중원 길드를 진짜 박살내고 싶은 모양이네. 시청자들 역시 그러한 BJ대마도사의 계획에 감탄 그리고 환호성을 내뱉었다. “전투 끝. 뭐라고 하셨나요? 전투 중에는 채팅창 보는 게 힘들어서 말이죠.”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의도 따위는 없었다. 지금 미다스가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렇게 하는데도 마력이 부족하지 않네.’ 일단은 마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굳이 페이스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좋아, 이 기세로 내가 먼저 보스전에 들어가자.’ 또 다른 이유는 미다스, 자신이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압도적인 승리 같은 걸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일의 근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아닌가? 그런데 만약 이번 일로 인해서 중원 길드가 피해를 보고, 전멸 혹은 그에 준하는 타격을 입는다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것 하나 없는 일. ‘고객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용납할 수 없어. 아무렴.’ 무엇보다 그 중원 길드는 미다스에게 있어 든든한 고객 중 한 분이었다. 때문에 그 고객을 위한 또 다른 계획도 준비해두었다. ‘내가 먼저 가서 열심히 잡다가 아니다 싶으면 도움을 요청한 후에 같이 마무리하는 거지.’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손을 내밀고, 협동 플레이로 잡을 생각도 있었다. 그야말로 윈윈이 되는 셈. ‘중원 길드라면 분명 그 서비스에 대해서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주겠지.’ 더불어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다면 중원 길드가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줄 게 분명했다. ‘후후후.’ 그 보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다스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질 따름. ‘시청자분들도 좋아하고.’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일이었다. 시청자 없이는 광고주도 없는 법. 중원 길드가 중요한 고객이지만, 만약 그 중원 길드와 시청자들 중 하나를 고르라면 미다스는 고민 없이 시청자를 고를 수 있었다. 그런 미다스이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자, 그럼 좀 더 화끈하게 가보자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여유 있게 뜀박질하는 게 아니라, 그 선수가 전력으로 뛰었을 때 나오는 기록인 법. “그럼 여기서 잠깐 휴식 시간 가져볼까요?” 미다스가 그 말과 함께 처음으로 질주를 멈추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 결국 여기서 쉬네. - 하긴, 이 이상 어떻게 달려? - 잠깐 화장실 좀! 그 틈을 노려 시청자들 역시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포션 한 병을 꺼낸 미다스가 이내 단숨에 그것을 먹어치운 후에 말했다. “자, 휴식 끝. 다시 달립시다.” - 벌써? 고작 포션 한 병을 마시고 휴식을 끝내는 미다스의 모습에 가라앉았던 채팅창 분위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미다스에게는 그조차도 필요 없었다. ‘진짜 이렇게 마력이 넘치는 건 처음이네.’ 포션을 마시는 건 어디까지나 연출이었을 뿐, 지금 그의 마력은 단 한 번도 7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더 뜨겁게 달아 올라보겠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 있게 나섰다. “블레이즈 골렘.” 미다스, 그가 자신의 전력에 블레이즈 골렘을 추가했다. “네 마리랑 함께 달려보겠습니다.” 미다스가 레이스의 속도를 올렸다. 9. 골드 밸리에 입장한 지 10분. “탱커들 라인 잡아!” “딜러들 탱커들하고 떨어지지 마!” 중원 길드는 누가 보더라도 감탄이 나올 만큼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협곡을 전진하고 있었다. - 와, 중원 길드 장난 아니네. ㄴ 진짜 역대급 파티 같음. ㄴ 지금 10대 길드랑 비교해도 레벨 빼면 꿇릴 건 없는 듯? ㄴ 맞아, 아이템도 레전더리가 가득하잖아?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을 정도. 실제로 후원금도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 시청자 숫자 봐. 중원 길드 최고 기록 가뿐히 경신했네! - 이 정도면 이벤트 매치 잡은 보람이 있네. - 져도 남는 장사했네. 여러모로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원 길드원 중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즐기지 못했다. 즐길 수 있을 리 없었다. ‘BJ대마도사에게 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실시간으로 BJ대마도사의 레이스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으니까. 물론 모두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무리하는 거야.’ ‘지금 심리전을 거는 거야. 우리들도 무리하게 만들어서, 나가떨어지게 하려고.’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도발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들 이대로 가자고.” “페이스 좋아! 무리하지 말고 착실하게 가자!” “아직 보스 전까지는 멀었어!” 그 사실을 알기에 거듭 서로가 서로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BJ대마도사의 페이스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달리 말하면 거듭 서로에게 말할 만큼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페이스 조절해야 해.’ ‘절대 서두르면 안 돼. 절대.’ 지금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호승심이 BJ대마도사의 도발에 맞불을 놓으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으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 요구에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가 위에 오르기 위해 모인 투견과도 같은 이들 아닌가? 이러한 도발에 냉정하게 그리고 계산적으로 움직였다면 결코 지금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터. 더욱이 그들이 당한 도발은 그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젠장, 그래도 이대로 가면 꼴이 너무 우스워지는데?’ ‘PK라니, 빌어먹을 새끼.’ 이미 골드 밸리 입장에 앞서서 상식을 넘는 도발을 당한 상태. 솔직히 이제 자존심이란 놈이 흔적도 없을 만큼 짓밟혀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확 붙어버려?’ ‘진짜 잃을 것도 없는데 여기서 그냥 해보는 게 낫지 않아?’ 그렇기에 더더욱 호승심이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일. 그러한 그들에게 속보가 들렸다. - BJ대마도사가 휴식 선언했다! - BJ대마도사가 멈췄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폭주를 하던 BJ대마도사가 멈추었다는 소식! ‘역시!’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군.’ 그 사실에 중원 길드원들이 반색했다. “다들 페이스 조절해!” “서두를 거 없어!” 그 반색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을, 놈이 쉬는 동안 따라잡아볼까, 하는 감정을 짓밟았다. “어차피 제풀에 지칠 거야!” “결국 보스 몬스터를 못 잡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거듭해서.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기 시작하는 중원 길드, 그런 그들에게 재차 속보가 나왔다. - 어? 달린다? - 포션 하나 마시고 바로 사냥 들어가는데? - 블레이즈 골렘 뽑았다! 네 마리! - 뭐? 몇 마리? - 네 마리!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속보에 중원 길드원들의 얼굴 위로 당혹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 ‘그걸 유지할 마력이 된다고?’ 그때였다. “다들 처음 계획을 잊지 마세요!” 이 상황을 잠자코 보고 있던 예화가 모두에게 큰 소리로 통보했다.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갑니다!” 그제야 비로소 중원 길드원들의 저마다 변해가던 표정이 똑같은 표정으로 바뀔 수 있었다. ‘계획대로 가는 거다.’ 중원 길드원들이 거세게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금 한 번 제대로 움켜쥐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들이 쥔 손을 향해 바람이 불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가 저렇게 나오는데, 가만히 있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응? 설마 쫄았어?] 아주 강력한 바람이. 10. 골드 밸리는 무척이나 컸다. 3백 마리나 되는 갈기 하이에나와 30인의 파티가 전투를 치르면서 좁다, 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을 만큼! 쿵! 그러나 네 마리나 되는 블레이즈 골렘이 등장 앞에서는 그 골드 밸리도 비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숨이 답답할 정도. 케헹! 물론 그 블레이즈 골렘이란 벽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벽을 상대하는 갈기 하이에나들 입장에서는 숨이 답답한 수준이 아니었다. 당장 갈기 하이에나들에게 블레이즈 골렘의 등장은 막다른 길과 마찬가지였다. 닿았다가는 그대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고, 거대한 주먹이 날아오는 길. 이제까지 그런 것 없이도 폭주하던 미다스를 비롯해 럭키와 골드, 실버, 잭팟을 제한된 영역에서 상대해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 이제는 그냥 불도저처럼 밀고 가는 느낌이네. 당연히 사냥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와, 역시 네 마리 뽑으니까 마력 소모량이 장난 아니네. 여유가 하나도 없어졌어.’ 동시에 미다스의 마력 소모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긴, 이렇게 뽑고 마력이 여유 있기를 바라면 그게 미친놈이지.’ 물론 이건 예상한 바였다. ‘자, 그럼 퍼포먼스는 이 정도면 되겠고.’ 그렇기에 미다스는 여기서 퍼포먼스를 멈출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이제 슬슬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는 취…….' 그 무렵이었다. 미다스가 페이스를 조절할 무렵. - 어? 중원 길드 달리기 시작했다! - 중원 길드가 페이스 올렸다! - 중원 길드 폭주다! 갑자기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응? 폭주? 왜?’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곧바로 후원 채팅 하나가 들렸다. [아즈모 님이 10,1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를 위해서 내가 불 좀 지르고 왔지.] 아즈모의 말에 미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 중원 길드 채팅창에서 뭐 하셨나요?” 자연스레 질문이 나왔고, 그 질문에 아즈모가 바로 대답했다. [아즈모 님이 10,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먼저 보스룸에 도착하는 쪽에 내가 회식비 쏘기로 했어. 비용은 뭐 알아서 상상하라고. 분명한 건 내가 중원 길드보다 돈이 많다는 거지. 아주.] 회식비! 그 단어가 언급되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아즈모가 상금을 걸었네! - 역시 아즈모! 불 지를 줄 아신다니까! 이 뜨거운 경쟁에 뜨거운 불을 던져준 아즈모에 대한 찬양으로 채팅창이 가득 찼다. 반면 미다스는 그런 아즈모의 발언에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 굳이 돈 쓰실 필요 없으신데. 그런 거 걸면 마치 제가 회식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 건 필요 없다. “뭐, 그래도 걸어주셨으니 적당히 할 수는 없겠네요. 아즈모 님의 성의를 봐서라도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성의가 있으니, 그만큼 열심히 해주겠다. - 와, 말이 회식비이지 아즈모가 건 상금이 엄청날 텐데, BJ대마도사 반응이 무덤덤하네? ㄴ BJ대마도사한테는 진짜 회식비 수준일 테니까. ㄴ 하긴, 돈지랄이라면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BJ대마도사이니까.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물론 미다스의 속내는 달랐다. ‘무조건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 앞에 도달해야 해.’ 어떻게든 빨리 보스룸에 도달해야 한다! 미다스가 그 각오를 더 단호히 머금었다.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상금에 눈이 멀어 자신의 페이스를 버릴 정도로 미다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렇게 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잘못하면 계획이 나가리 될지도 몰라.’ 앞서서 이미 미다스는 중원 길드보다 먼저 보스룸에 도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었다.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가 먼저 도착하는 건 그에게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중원 길드가 전력 질주를 택했다는 것. ‘젠장, 미치겠네.’ 당연히 미다스에게 페이스 조절이란 선택지는 없었다. “자, 그럼 이대로 달리겠습니다!” 양쪽이 전력을 다한 레이드 레이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47화. < 80화. 한 번 솔로는 영원한 솔로 (1). > 1. 레이스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가 1위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가끔 레이스에 참가한 경쟁자들은 무언의 담합을 하고는 했다.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면서 슬그머니 속도를 낮추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체력을 모으고는 했다.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마치 경쟁적으로 전력 질주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지고 보스룸 입장을 앞둘 무렵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페이스를 늦추고는 했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마지막에 모든 전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이었고, 그 사실을 보는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속 200킬로미터로 뒤를 돌아보지 않듯이 질주하던 차량이 갑자기 100킬로미터로 달리기 시작하는 건 썩 재미가 없는 광경인 게 사실. - 미쳤다! 중원 길드가 휴식 없이 바로 간다! - BJ대마도사는 포션 세 병 깠어! 지금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의 레이드 레이스에 사람들이 미치도록 열광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두 경쟁자들은 보스 레이드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조금도 페이스를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 - 중원 길드는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페이스 더 높이고 있어. - BJ대마도사가 진짜 끝장을 볼 모양이네. 이제 포션도 달리면서 먹네.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을 정도. - 이러다 그냥 둘 다 실패하겠는데? - 아무리 봐도 무리야. 이제는 도리어 보는 이들이 그 둘의 뒤를 돌아보지 않는 폭주를 보고 겁에 질릴 정도였다. “이거 괜찮을까요?” “이러다가 사고 터지는 거 아닙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 폭주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탄 것이나 다름없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표정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질려 있었다.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오히려 평소보다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사고 터지라고 이러는 거야.” “예?" “BJ대마도사가 노리는 게 바로 그 사고라고.” 박영준이 보기에 지금 펼쳐지는 상황은 BJ대마도사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였으니까. ‘결국 도발에 넘어왔다.’ 일단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발에 결국 맞불을 놓았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제아무리 도발을 하더라도 중원 길드 정도 되는 곳이 그 도발에 쉬이 넘어올 리 없었으니까. ‘아즈모를 이런 식으로 쓸 줄이야.’ 그런데 설마 아즈모가 흔들어줄 줄이야? ‘이것도 사전에 합의된 거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기획 자체는 BJ대마도사의 머리에서 나오고 아즈모와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 분명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부분은 똑같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BJ대마도사가 레이드 실패하면 어떻게 하죠?” 과연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그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를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박영준은 갖추고 있었다. “가진 체력을 다 쓰면, 그때부터 중요한 건 회복력이지. 둘 다 상처투성이가 되면 오히려 BJ대마도사가 훨씬 유리해.” 당장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스태미너의 비결은 다른 무엇도 아닌 회복력이었다. 그렇다면 똑같은 소모전을 하더라도 그 후에는 BJ대마도사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 사실 그래서 도발이 쉽지 않았다. 중원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회복력에서 이길 수 없는데 이런 끝장 승부를 받아들일 리 없을 테니까. “그래도 12개 파티를 전멸시킨 괴물인데, 회복력이 좋다고 잡을 수 있겠어요?” 허나,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대목에서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지.” “예?" “레이드 레이스는 신기록 경쟁 싸움이 아니야. 그냥 경쟁자보다 빨리 들어오면 되는 거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중원 길드를 보며 말했다. “현재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의 시간 차이는 5분 21초, 휴식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그제야 비로소 직원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와......"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진짜 박살을 내고 싶은 모양이네요.” BJ대마도사가 준비한 것이 얼마나 악독한지. 그도 그럴 것이 결승선을 앞에 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유일한 경쟁자가 오기를 기다린단 의미 아닌가?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는 혀를 내두르는 그들 앞에서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14번째 전투 끝, 이제 보스룸 입장까지 한 번만 남았네요. 그럼 바로 달리겠습니다. 그 외침에 긴장하고 있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짧게나마 한숨을 돌렸다. “중원 길드한테 쫓길 일은 없겠어.” “어휴, 사고 없어서 다행이다.” 앞서 박영준의 말처럼 이제 한 번의 전투를 끝으로 BJ대마도사가 휴식을 취할 터. 즉, 위험한 폭주가 다행히도 사고 없이 끝나는 셈이었다. “마지막 전투 시작이네.” “특이사항 없지?” “없어.” “좋아, 그럼 다들 집중하자! 일단 이거만 찍으면 한숨 돌릴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여유를 가졌다.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네 마리나 되는 블레이즈 골렘을 앞세운 BJ대마도사의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고, 그 전투가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는 말했으니까. - 마지막 잡고, 바로 보스룸 입장하겠습니다. "응?" 폭주를 멈출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2. [갈기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지막 갈기 하이에나를 잡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당신의 눈앞에 강력한 존재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레이스의 승자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 그 알림에 채팅창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 와! 결국 BJ대마도사가 이겼다! - 지금 중원 길드는 13번째 무리 잡으러 가는 중! - 최소 5분 이상 차이 나네! - 승부도 안 되네. BJ대마도사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승리에 대한 환호성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네.’ 그러나 그 환호성에 미다스는 환호성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가 압도적으로 패배했다는 의미였으니까. ‘중원 길드가 쪽팔리겠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기분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봐주겠다고 페이스를 늦추면 그게 오히려 그들을 모욕하는 일.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바라고 있었다. [BJ대마도사믿는흑우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최고다 님이 2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바라며 온 힘을 다해 응원하는데 그 앞에서 쉬엄쉬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발언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 앞서 한 말대로 바로 입장하겠습니다.” 보스룸 앞에서 휴식 없이 바로 입장하겠다는 발언. - 와, 진짜 바로 들어감? - 어차피 이겼는데 좀 쉬었다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재차 놀람을 표했다. ‘쉬고 싶지.’ 사실 미다스 본인 역시 여기서 한 번쯤은 길게, 최소 5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랬다간 중원 길드가 진짜 날 죽이려고 들 거야.’ 하지만 그랬다간 중원 길드가 느끼는 모욕감이 선을 넘게 될 게 분명했다. 레이스에서 나보다 상대방이 빨리 가는 건 분한 일이지만, 그 상대방이 결승선 앞에서 여유를 부리며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 분한 수준을 넘어 살의가 생길 법한 일이었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마지막까지 전력으로 달려주는 게 예의. ‘그래도 여기서 한 번 쉼표 비슷한 건 찍어줘야지.’ 물론 그렇다고 너무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BJ대마도사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얘들아, 혹시 쉬고 싶은 사람 손.” 미다스가 슬쩍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왕! 럭키는 여전히 힘이 넘치는 울음을 토해냈고, 골드와 실버는 손을 드는 대신 주먹으로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죽을 때까지 쉴 생각은 없습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남은 하나, 잭팟은 보스룸을 향해 어느 때보다 살벌한 눈빛만을 보낼 따름이었다. - 어? BJ대마도사는 손들었네?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손을 들었을 뿐.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가 든 손을 슬금슬금 내렸다. “역시 아무도 안 드네요.” - 방금 손들었던 거 내가 봤음! - 나도 봤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채팅을 쳤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깨 좀 푼 겁니다, 어깨 좀. 자! 그럼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 말 돌리는 거 봐. 자연스레 유쾌해진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곧바로 보스룸을 향해 바라봤다. ‘여기까지 왔는데 골치 아프게 생각할 건 없어.’ 사실 이 순간 더 이상 머릿속에 복잡한 경우의 수를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보스룸에 들어가는 순간, 이제 미다스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었고, 그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머릿속에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다. ‘준비한 대로 움직이는 거다.’ 그 생각과 함께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고,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골드 하이에나의 땅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앞에 협곡이 끝나고 대신 1천 평이 넘는 드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드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금빛 광채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골드 하이에나(Lv229)] !HP가 9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신기루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금강’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모래화’ 스킬 발동 !HP가 0퍼센트일 경우 ‘강신’ 스킬 발동 개척자의 땅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 골드 하이에나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렇게 등장한 골드 하이에나의 덩치는 상당했다. 다리부터 머리까지 높이는 2미터, 몸길이는 약 8미터, 분명 규격 외의 크기였다. 그러나 그전에 플레이어들이 개척자의 땅에서 만날 수 있는 미들 보스 몬스터인 샌드 하이에나보다 훨씬 작았다. 사실 그래서 더 골치 아팠다. 크기가 작을수록 그리고 강력할수록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것은 골드의 소형화 스킬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바. - 드디어 전투 시작이네.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골드 하이에나 상대로는 쉽지 않겠지. 또한 골드 하이에나가 가진 스킬 하나하나가 까다로웠다. - 일단 포지션 잡아도 신기루 발동하면 끝이니까. 일단 HP가 9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발동하는 신기루 스킬은 매우 골치 아팠다. 문자 그대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스킬로, 제아무리 포지션을 잡아도 그것을 단숨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 금강 모드도 빡치고. - 데미지 진짜 안 박히지. 이후 2페이즈 모드인 금강 모드 역시 골치 아팠다. 금강이란 표현 그대로 금빛 육체가 단단하게 강화되면서 방어력이 대폭 상승했으니까. 물론 가장 까다로운 건 3페이즈 모드였다. - 그래도 모래화에 비하면 양반이지. 모래화 모드. 이 모래화 모드가 되는 순간 골드 하이에나의 육체는 문자 그대로 모래와 같아졌다. 그 어떤 물리적 행사로 막을 수 없는 존재! 허나,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 문제는 그다음이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지금 이 순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무려 2,712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다음이 중요하다.’ 골드 하이에나를 잡은 다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해.’ 그만큼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최대한 전력을 아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을 까닥이는 순간 타오르던 네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이 그대로 사라졌다. ‘어차피 블레이즈 골렘 기동력으로는 그냥 덩치 좋은 샌드백일 따름이다.’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가장 비효율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순간. 크아아아! 그 순간 골드 하이에나가 거센 울음을 토해내며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포효를 내질렀다. “실버!” “예, 주인님!” 그 포효에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다름 아니라 실버였다. 철벽 세트! 이미 앞선 전투로 검증된 그 단단함을 앞세운 실버가 망설임 없이 골드 하이에나에게 달려들었다. 크르르! 동시에 럭키와 골드 그리고 럭키의 그림자 분신이 움직였다. "나쁜개, 왼쪽은 내 몫이다!” 노리는 것은 골드 하이에나의 좌우 그리고 후방! 단숨에 골드 하이에나의 사방을 포위한 넷이 바로 치열하기 그지없는 전투를 치렀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렘 소환!” 그 캐스팅에 이제는 투박하기 그지없는 돌 골렘 한 마리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 골렘? 여기서?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가 곧바로 골렘의 몸 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사대였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보다 쉽게 표적을 방해물 없이 노릴 수 있는 발사대! 꾸우! 그 발사대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머리 위로 잭팟이 날아오더니 허공에서 멈춘 채 크게 날갯짓을 했다. 그러한 날갯짓을 따라 은빛 가루들이 내리며 미다스의 머리를 그리고 골렘의 머리를 적셨다. [레아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레아의 축복! 축복이 내려진 땅 위에서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그 스킬 효과 속에서 미다스가 곧바로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트리플 캐스팅. “사역마 트라이던트, 사역마 인페르노.” 그리고 이어서 두 사역마를 이용한 캐스팅까지. 단숨에 다섯 발의 마법을 장전한 미다스가 가장 먼저 손에 쥔 파이어볼을 그대로 던졌다. 퍼엉! 그렇게 던진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치열한 전투 속에서 격하게 움직이는 골드 하이에나의 머리, 황금빛 과녁에 제대로 꽂혔다. 놀라운 명중률! 그 후의 명중률 역시 엄청났다. - 족족 맞추네! 그때였다. 거듭된 공격 속에서 골드 하이에나의 갑자기 신기루처럼 출렁거리더니 이내 금빛 모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일단 경악했다. - 아니, 벌써 첫 번째 신기루 발동? - BJ대마도사 파이어볼이 평범한 마법사 인페르노보다 쎈 것 같네. 고작 파이어볼이나 파이어 스피어와 같은 기본 마법만으로 순식간에 골드 하이에나의 HP를 깎은 것에 대한 경악이었다. 왕! “주인님!” 한편 이제까지 상대하던 사냥감을 잃은 럭키와 골드가 경고성을 내지르며 사방을 훑는 사이, 미다스의 눈 역시 사방을 훑었다. ‘저기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이내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할 위치가 그대로 표시되었다.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역마 트라이던트.” 이윽고 황금 하이에나가 모습을 갖추는 순간 사역마를 통해 캐스팅해둔 트라이던트를 손에 쥔 미다스가 그것을 던졌다. 콰직! 그렇게 날아간 트라이던트가 등장한 골드 하이에나의 머리통에 정확히 꽂혔다. - 맙소사, 반응 속도 봐! - 미친, 이게 가능해?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에 가까운 반응 속도! 동시에 매우 유효한 공격이었다. [골드 하이에나가 얼어붙습니다.] 트라이던트 빙결 효과로 인해 번 시간은 럭키와 골드, 잭팟에게 다시 한 번 더 놈을 포위할 기회를 주었으니까. 전장이 다시 한 번 미다스에게 유리하게 잡혔다. 물론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굳이 복잡하게 움직이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 골렘 위에 올라간 이유가 저거였구나. 그저 몸을 돌려서 다시 자리를 잡으면 될 뿐. 때문에 그 순간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를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아즈모 님이 10,1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공략 끝냈네. 볼 것도 없겠어.] 기대감조차 사라질 만큼 완벽한 공략법이었으니까. 때문에 그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였다. - 중원 길드가 어떻게 하려나? 과연 이러한 BJ대마도사의 상황을 앞두고 중원 길드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물론 이 순간 중원 길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 빡쳐서 난입하려나? 에이, 그래도 매너가 있지. 난입은 힘들지. ㄴ 그냥 대기 타다가 BJ대마도사가 포기하면 그때 도전할 듯. ㄴ 혹은 BJ대마도사가 요청하면 같이 잡거나. ㄴ 같이 잡을 가능성이 있겠네. 난입, 대기 그리고 합류. 그중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합류였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페이즈를 보고 아니다 싶으면 같이 잡아야지.’ 당장 미다스 역시도 중원 길드와의 협동 플레이를 염두에 놓은 상황. 그리고 그게 그림도 좋았다. 어쨌거나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와 협동 플레이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다면 나름 기념비적인 일이 될 터. 지금까지 뭉개진 이미지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거라도 해드려야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객님께 해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때를 기다렸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로 변하는 순간, 몇 번 싸워본 후에 도움 요청하자.’ 중원 길드에게 같이 합시다! 그렇게 외칠 때가 오기를. 그 무렵이었다. 중원 길드가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 - 어? 중원 길드가 사냥 멈췄다! 예화가 중대 발표한다는데? 중대 발표? ㄴ 맙소사, 중원 길드가 패배 선언했어! 3. 갓워즈에서 실력 있고, 명성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 호승심이 없는 이는 없었다. 예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리더답게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하고자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도 사나운 맹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의 거듭된 도발 앞에서 그녀가 품은 맹수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살벌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차가운 이성 따위는 한점 보이지 않을 정도. 그런 그녀가 14번째 갈기 하이에나 무리를 처치한 후에 말했다. “중원 길드는 이 시간부로 BJ대마도사와의 대결에서 패배를 선언합니다.” 패배를 인정한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이성적 결정을 내렸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을 차갑게 만든 건 다름 아니라 어비스 길드의 매니저, 엠마였다. 그녀가 예화에게 요구했다. - 엠마 : 예하, 그냥 포기하세요. 포기하라고. 물론 그 말만으로는 예화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영향을 주기는커녕 예화는 필요하다면 난입을 해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동귀어진을 할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 엠마 : 만약 당신이 난입한다면, 그 시간부로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라이벌은커녕 제대로 된 활동조차 쉽지 않아요. 그게 BJ대마도사가 바라는 베스트 시나리오죠. 중원 길드를 완벽하게 박살을 낼 수 있으니까. 허나, 이어진 설명에 상황을 바꾸었다. 난입이야말로 BJ대마도사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 엠마 :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당신이 여기서 전투 의지를 불태우면 BJ대마도사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하는 순간 당신에게 협동 플레이를 요구할 수 있어요. 그 상황에서 그 제안을 거절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다음으로 바라는 건 다름 아닌 협동 플레이다! 그 시나리오를 듣는 순간 예화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제안하면 거절할 수 없어.’ 엠마의 말처럼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등장했을 때 BJ대마도사의 협력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명분이 없었으니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데, 그건 BJ대마도사를 돕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만약 전투 중에 BJ대마도사가 수작을 부리면,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더욱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이미 12개 파티를 전멸시킨 전적을 모두에게 보여준 상황. 페이즈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어떤 식의 불상사가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리고 만약 협력 플레이를 한다면 그 불상사 속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건 중원 길드일 터. 즉, BJ대마도사는 전투 도중 적당한 수작질을 통해 중원 길드의 멤버를 게임 오버 시킬 수도 있었다. ‘그는 그러고도 남아.’ BJ대마도사에게는 그럴 이유는 물론 능력이 충분했으니까. 그야말로 눈 뜬 채 코가 베이는 셈. 그렇기에 예화는 패배를 선언했다. “이 시간부로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방해도 하지 않겠습니다.” 패배를 선언하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합니다.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가 되기 전까지 그 어떤 방해나, 난입을 하지 않겠습니다.”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당하지 않는 이상, 중원 길드가 난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협력 제안을 사전에 차단하는 순간이었다. 248화. < 80화. 한 번 솔로는 영원한 솔로 (2). > 4. “중원 길드 속보입니다!” “패배 선언!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 될 때까지 보스룸 입장 안 하겠다고 입장 발표했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곳곳에서 중원 길드의 속보를 전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마치 사이렌 소리 같았다. 그만큼 방송실 내 분위기는 좋지 못했고, 이번만큼은 박영준도 그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무언가 꼬였어.’ 아니, 애초에 박영준은 중원 길드의 입장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BJ대마도사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바로 보스룸에 들어갈 때부터 툭툭, 제 머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드리면서 그는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BJ대마도사가 바로 보스룸에 들어간 이유였다. ‘BJ대마도사는 진지한 승부를 연출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의문이었으나, 지금 와서 보면 그건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나는 장난으로 이 레이드 레이스를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나를 상대하는 중원 길드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부딪쳐라. 그러한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중원 길드 입장에서도 진지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터. ‘그 후에 끌어들이려고 한 거겠지.’ 그런 상황에서 만약 BJ대마도사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협동 플레이를 요청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터. 물론 BJ대마도사의 목적은 같이 공략하는 게 아니었다. ‘끌어들여서 숫자를 줄이려고.’ 같이 공략하는 와중에 적당한 수작질을 통해 중원 길드원들을 게임 오버 당하게 만드는 것이었지. ‘확실하게.’ 사실 승부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럼으로써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짓밟는다고 해도 그들의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중원 길드가 정말 무리수를 둔다면 물리적인 무언가를 행사할 여지가 남는다는 의미.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BJ대마도사의 의도처럼 확실하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게 정답이었다. ‘그런데 그걸 예측하고 중원 길드가 손절을 했다.’ 중원 길드의 패배 선언은 그러한 BJ대마도사의 노림수를 읽고 내린 결단의 결과물이었다. 이 이상 손해를 볼 수는 없다, 라는 냉철한 결단의 결과물. 이 역시 합리적인 결단이었다. 박영준이 만약 중원 길드 쪽이었다면 악을 쓰더라도 예화에게 결단을 강요했을 터. 그 점이 문제였다. ‘예화가 내린 판단이 아니야.’ 박영준이 생각하기에 예화는 그런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었다. 정확히는 BJ대마도사가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거듭된 도발, 아즈모를 이용한 분위기 조성 등으로 예화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판단을 내린다? 누군가 박영준이 생각한 것처럼 예화에게 결단을 강요했다는 의미. ‘누군가 예화에게 말했다. 배경이 보통이 아닌 누군가가.’ 더불어 그 누군가는 예화 입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와 배경을 가진 이일 가능성이 높았다. 세상천지에 칭화 그룹의 손녀에게 결단을 강요할 수 있는 이가 보통 인물일 리 없었으니까. ‘10대 길드 중 몇 곳과 손을 잡은 건 확실한데, 지금 정황을 보면 어비스 길드와 긴밀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툭툭, 그렇게 제 머리를 두드리며 상황을 정리하던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저기 사장님, 문제없을까요? BJ대마도사가 아직 모르는 거 같은데 속보로 알려줘도 될까요?” 치열한 전투 중인 BJ대마도사에게 이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줘도 괜찮은 겁니까? 그러한 질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전달해.” “BJ대마도사가 당황하지 않을까요?” 당황, 그 반문에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절대 당황하지 않을걸?” 5. “아, 중원 길드가 포기했다고요? 저 죽기 전까지는 보스룸 입장 안 하겠다고요?” 중원 길드의 속보를 전달받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하던 전투나 마저 하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가 전장을 향해 말했다. “럭키, 골드 빠지고 실버 이동해!” 그 명령에 쏜살처럼 골드 하이에나를 향해 이빨과 칼을 앞세우며 움직이던 럭키와 골드가 뒤로 물러났고, 자연스레 행동의 폭이 자유로워진 골드 하이에나가 실버를 쫓아 움직였다. “럭키 골드 이리와!” 그 사이 럭키와 골드가 잽싸게 미다스가 있는 곳을 다가왔다. [레아의 축복 효과가 내려집니다.] 레아의 축복 효과가 곧바로 럭키와 골드의 줄어든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주었다. 그 사이 미다스가 골렘 위에서 포션을 던져주며 말했다. “골드야, 포션 따서 럭키에게 먹여줘.” “예!" “한 병은 네가 마시고!” “명을 받듭니다!” 담담하게 전황을 지휘하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생각했다. - 신경 안 쓰는 모양이네. - 패배자가 패배 선언한 게 이상한 건 아니지. -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 BJ대마도사에게 중원 길드는 이미 논외의 대상이라고. ‘미치겠네.’ 물론 미다스의 머릿속 상황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포기라고?’ 솔직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같이 잡아야 하는데?’ 그는 중원 길드와 협동 플레이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는 것을 계획해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중원 길드가 아예 이렇게 나오는 건 계획 밖의 일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이유였다. 중원 길드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러한 결단을, 도전 자체를 막는 결단을 내릴 리 만무. ‘기분 많이 상하신 모양이네.’ 미다스가 보기에는 중원 길드가 여러모로 지금 상황에 대해 실망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씁.......' 중원 길드와 끈끈한 관계를 원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일이었다. 그냥 쓰린 정도가 아니었다. ‘여기서 잘해서 다음 사냥터에서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미다스는 중원 길드와 다음 사냥터에서도 동행을 계획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예화님하고 친해지고, 밥도 먹고, 운 좋으면…….' 아니, 그 이상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상상이 이제는 망상이 되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신 차리자, 지금 위기야. 이제 나 혼자 잡아야 해.’ 결국 상황을 정리하면 미다스는 중원 길드의 도움 없이 골드 하이에나를 처치해야 한다는 의미. 12개의 파티를 전멸시킨 저 괴물을 홀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현재 골드 하이에나의 HP상태는 31퍼센트.’ 여유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 ‘28퍼센트에서 신기루가 발생할 테고, 그 후에 19퍼센트에서 신기루가 발동하면 그다음은…… 선더볼트다.’ 3페이즈가 발동하기 전에 끝낸다! ‘시간상으로는 3분.’ 미다스의 계획에 따르면 이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마주하기까지는 채 3분도 채 남지 않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민을 위해 시간을 추가로 허비할 생각은 없었다. ‘계획대로 간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미다스가 주저함 없이 다시금 마법을 캐스팅한 후 실버를 향해 그대로 소리쳤다. “실버, 탱킹!” 그 명령이 끝나기 골드 하이에나를 꼬랑지에 단 채 도망치던 실버가 그 자리에서 멈췄고, 골드 하이에나가 그런 실버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그야말로 바위로 계란을 치는 듯한 모양새. 콰앙! “주인님을 위하여!” 그러나 놀랍게도 실버는 밀리기만 할 뿐 튕겨 나가지 않은 채 그 공세를 받아냈다. 크르, 크르! 물론 이어서 골드 하이에나가 재차 실버를 두드리자 실버가 균형을 잃으며 뒷걸음질 치기는 했으나, 그 정도면 충분했다. 퍼엉! 미다스가 준비된 마법을 차례차례 그리고 정확하게 골드 하이에나의 황금빛 과녁에 맞히는 데에는. 퍼엉! 더욱이 한 번 맞춘 이후 미다스에게는 조준을 위한 새로운 시간 따위는 필요 없었다. 볼 필요도 없었다. ‘감을 믿어.’ NPC아라, 그의 앞에서 경험치도 오르지 않는 전투를 치른 건 지금 이러한 순간을 위해서였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순식간에 6개의 마법을, 채 2초도 되지 않는 순간 그대로 원하는 표적에 꽂아 넣었다. - 와, 순간 폭딜 지린다! - 이런 속사는 구스타프 때도 못 본 것 같은데?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 반면 맞는 골드 하이에나 입장에서는 비명이 나올 법한 광경이었다. 크르! 그러한 공세에 곧바로 골드 하이에나의 육신이 신기루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 8번째 신기루다! - 그럼 HP가 28퍼센트 남은 거네? -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그리고 무너진 골드 하이에나의 모습이 미다스의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럭키, 골드! 들어가!” 왕! “그 명령만을 기다렸습니다.”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그의 등 뒤에 등장한 골드 하이에나를 향해 럭키와 골드가 돌진했고, 그 사이 미다스가 실버를 향해 말했다. “실버, 들어와!” “예!" “포션 마셔!” 다시금 실버를 지척으로 데려와 레아의 축복과 포션을 통해 그의 체력을 회복시켰다. 그것을 본 모두가 생각했다. - 돌리면서 체력 채우는구나. - 이제 슬슬 다음 준비하네. - 3페이즈 되기 전에 나름 정리해야지. BJ대마도사가 진짜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 어차피 당분간은 짤짤이 공격만 들어갈 테니까 지금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 블루불 좀 챙겨와야지. - 팝콘 좀 가져와야겠어. 자연스레 시청자들 역시 그 진짜 전쟁 관람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정리했다. 그렇게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 크왕! 럭키의 이빨과 발톱이 금강, 단단해진 골드 하이에나의 몸뚱이에 상처를 내고, 골드의 칼이 흠집을 냈을 때. 퍼엉! 그리고 미다스의 마법이 연달아 골드 하이에나의 금강, 단단해진 몸뚱이를 두드렸을 때. 그때 골드 하이에나가 아홉 번째 신기루를 사용했다. - 19퍼센트 이하! 그 순간 골렘 위에 선 미다스가 캐스팅을 했다. “인페르노 앤 선더볼트.” 캐스팅은 단 두 개. 그 이상은 필요 없었다. - 극딜 콤보다! - 이거면 보스몹도 HP10퍼센트 정도는 순삭이지! 그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으니까.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골드 하이에나의 사형 집행이 시작됐다. 푸후후! 모습을 드러낸 인페르노의 악마가 단숨에 골드 하이에나의 몸에 불을 질렀다. 꽈릉! 그 후에 바로 벼락 한 줄기가 골드 하이에나 위에 내리꽂혔다. [골드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상황이 종료됐다. [골드 하이에나 육신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이 강신합니다.] 그렇게 오프닝이 종료됐다. “자, 바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제 본 방송의 주인공,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6. 블랙 골드 하이에나. 놈의 외형적 특징은 골드 하이에나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허나,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 일단 영상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에 따르면 골드 하이에나 대비 능력치나, 이동 속도, 공격 속도가 최소 33퍼센트 이상임! 기본 스펙부터가 골드 하이에나의 33퍼센트 이상! 말이 33퍼센트이지, 그 정도 차이라면 전혀 다른 존재라 봐야 옳았다. - 데미지 딜링 아무리 해도 페이즈 변화 없었고! 더 경악할 점은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의 공격에도 단 한 번의 페이즈 변화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페이즈 변화는커녕 데미지를 받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세간은 생각했다. - 마법하고 물리 공격 저항이 100퍼센트라든데?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설정이 있으리라고. 물론 정말 그런 몬스터가 세상에 존재할 리 만무. - 패턴이나, 뭔가 공격이 먹히는 약점 같은 곳이 있을 거야. 데미지를 넣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타입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과연 데미지를 넣을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 사실 의심 가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 전투 영상 분석 결과 신체 일부분에 금빛으로 빛나는 포인트가 있었어! 온몸이 새카만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신체 한 부분이 금빛으로 빛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게 약 20초 정도 빛나던 부위는 이내 사라지고, 잠시 후에 새로운 부위가 금빛으로 빛났다. 필시 무언가 징조인 셈. - 앞선 파티도 그걸 눈치 채고 노렸지만, 별 효과 없던데? 앞서서 도전한 12개의 파티들 역시 모두가 하나 같이 베테랑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자들. 그러한 실력자들이 그 포인트를 노려보지 않았을 리 만무했다. 실제로 전투 도중에 그 금빛 부위, 일면 골드 스팟을 명중시킨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데미지를 줬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냥 단순히 노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마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역시 그 부분을 노리고자 했다. ‘어?’ 달리 말하면 마주한 지금은 달랐다. ‘이거?’ 미다스,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블랙 골드 하이에나(Lv229)] !검게 물든 부위 마법 공격 무효 !검게 물든 부위 물리 공격 무효 !검게 물든 부위 공격 시 HP 회복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가진 정보가. ‘설마?’ “파이어볼.” 그 정보를 본 미다스가 그대로 파이어볼을 캐스팅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 간부터 보려는 모양이구나. - 하긴, 딜 안 박히는 놈 상대로 폭딜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 지금은 공략법을 찾아낼 때.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등줄기에 등장한 유일한 골드 스팟을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강렬한 소리가 났으나,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외형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을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 역시 딜 안 박히네. 그 막강한 방어력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사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등줄기에 있던 골드 스팟이 그의 옆구리로 이동했다. 크왕! 그와 동시에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미다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미다스가 달려오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파이어볼이 터지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미다스가 몸을 날리자 그가 있던 자리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미다스를 스쳐 지나간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그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턴을 한 후 다시 미다스를 향해 노려봤다. 미다스 역시 등을 돌려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가와 입가가 꿈틀거렸다. - 뭐지? BJ대마도사 표정이 안 좋은데? - 뭔가 참는 거 같음. - 분노 참는 중인 듯? 누가 보더라도 감정을 억누르는 표정. 실제로 미다스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개꿀이었네.’ 생각보다 훨씬 쉬운 공략법 때문에 나오는 기쁨, 환호를 억누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골드 스팟만 노리면 되는 놈이었잖아!’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공략법은 간단했다. 골드 스팟만을 공격하며, 다른 부위는 절대 공격하지 말 것! 물론 공략법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20초 단위로 바뀌는 골드 스팟만을 노려서 공격한다는 건 아득한 작업! 더욱이 명중에 실패했을 경우 앞선 데미지 딜링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공략법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 ‘할 수 있어.’ 무엇보다 미다스는 자신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아니, 괜한 변수를 배제하고 나 혼자 하는 게 베스트야.’ 저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홀로 승리를 쟁취할 자신이. 크엉! 그 자신감에 이른 미다스가 다시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피해내면서,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의 상징이 뭐죠?”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당연히 솔로인 거지! - 영원한 솔로 아님? - 죽을 때까지 솔로라는 거? 예상 이상으로 쉽게 통일되는 의견에 미다스가 조금은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물론 그 뚱한 표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예, 이번에도 솔로답게 하겠습니다.” 이내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1대1, 진짜 솔로 플레이 갑니다!” 그 외침에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럭키, 골드, 실버, 잭팟! 전부 뒤로 빠져!” 이어진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위대한 정신!” 자유로워진 양손, 그 손을 든 채 미다스가 소리쳤다. “헬 파이어.” 진짜 솔로 플레이가 시작됐다. 249화. < 80화. 한 번 솔로는 영원한 솔로 (3). > 7. - 헬 파이어다! BJ대마도사, 그가 헬 파이어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에서 놀랐다. - 저것도 배웠단 말이야? - 와, 저건 G베이에 장난으로라도 매물로 안 나오는 놈인데,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가지고 나오네? - 미리 진작에 구해두었다는 건데…… 진짜 돈도 돈인데, 배경이 궁금하다. 하나는 BJ대마도사가 헬 파이어를 배웠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만큼 헬 파이어는 희귀한 마법이었고, 그 희귀한 만큼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게 놀라는 또 다른 이유였다. - 그런데 여기서 왜 헬 파이어를? - 공략법을 찾은 건가? 공략법에 대한 확신 없이 이 자리에서 헬 파이어라는 강력한 마법을 꺼낼 수는 없는 일.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1대1, 진정한 의미의 솔로 플레이를 선언한 상황. 크왕!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딴 정신을 팔 여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보인다.’ 물론 여유가 없을 뿐, 조급함이나 위기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확실히 보여.’ 오히려 이 순간 미다스의 눈에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였다. 경험 덕분이었다. NPC아라의 퀘스트를 받는 그 과정에서 혼자서 한계에 다다른 전투를 수십 번 치른 경험. 그 경험 속에서 단련된 미다스에게 과한 액션은 필요 없었다. - 종이 한 장으로 피해내네! - BJ대마도사가 이제 이름 있는 근접 딜러보다 잘 피하는 듯? 최소한의 동선, 투우사가 투우를 하듯 아슬아슬한 동선만으로 미다스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돌진을 피해냈다. 물론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순순히 투우 꼴이 되지는 않았다. 크르! 사냥감을 놓치는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몸을 돌린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이번에는 크게 입을 벌린 채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당연히 미다스는 잽싸게 움직이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콰직! 그렇게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허공을 연달아 물어뜯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헬 파이어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오른손에 시커먼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나왔다! - 헬 파이어다! 헬 파이어가 등장하는 순간. 그러한 헬 파이어는 딱히 조준이 필요 없었다. ‘제비.’ 미다스가 이미지를 떠올리는 순간 검은 불꽃은 그 이미지의 모습을 갖춘 후에 그대로 미다스가 떠올리는 장면. ‘골드 스팟.’ 그 장소를 향해 제 스스로, 알아서 움직였으니까. 그렇게 제비로 변신하여 날갯짓을 하는 헬 파이어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몸 주변을 빠르게 비행하더니 이내 놈의 옆구리에 빛나는 골드 스팟에 그대로 꽂혔다. [지옥의 불길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 “용열병 앤 리볼버!” 그 알림 뒤로 미다스가 본격적인 전투를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용열병에 걸립니다.] [리볼버 효과가 적용됩니다.] 캐스팅 속도와 쿨타임을 줄여주는 용열병 그리고 6발의 마법을 강화해주는 리볼버를 드는 순간!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그 순간 미다스가 캐스팅과 동시에 이제는 그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제까지와 다르게 앞뒤가 아니라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측면으로 잽싸게 이동했다. 그렇게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옆구리를, 검은 불길에 타오르는 골드 스팟을 정면에 두었다. 퍼엉! 그렇게 던진 공격이 그대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골드 스팟에 명중했다. 크왕! 그 공격에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반응했으나, 이번에는 미다스가 좀 더 빨랐다. 자신을 바라보리란 것을, 그 동선을 예측한 듯 미다스 역시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마치 꼬리잡기를 하듯 이동하면서 미다스가 골드 스팟을 계속 자신의 시선 앞에 두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왼손에 잡힌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 잡힌 파이어 스피어도 던졌다. 푸홧! 삽시간에 두 개의 마법이 골드 스팟에 꽂혔고, 그 순간 미다스의 왼손에 다시 생긴 파이어 스피어 역시 바로 날아갔다. - 와! - 헉! 보는 이조차 짤막한 감탄만 토할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3개의 마법이 꽂히는 순간, 그 순간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다음은 당연히 몸을 돌릴 차례. 그때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친 채 소리쳤다. “사안!” 그러자 미다스의 손바닥에서 붉은빛 광채가 뿜어지며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 빛 앞에서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딱딱하게 돌처럼 굳어버렸다. ‘유효한 공격 시간은 이제 5초.’ 그렇게 더 이상 움직일 필요 없이 한 번 더 공격할 시간과 기회를 얻은 미다스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메모라이즈 트라이던트.” 숨겨두었던 트라이던트를 발동시키자, 그의 양손에 트라이던트가 그대로 잡혔다. 미다스가 바로 그것을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표적을 향해, 골드 스팟을 향해 던졌다. 콰직! 콰직! 1초 남짓한 차이만 두고 연달아 날아간 트라이던트가 골드 스팟에 그대로 꽂혔다. 거기까지였다. [헬 파이어의 불길이 지옥으로 돌아갑니다.] 헬 파이어의 효과가 사라짐과 동시에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몸에 보이던 골드 스팟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끝났다. 그로부터 약 5초 정도가 지났을 때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굳었던 몸이, 얼었던 몸이 풀어지는 소리였다. - 바로 풀리네? - 상태 이상 저항 장난 아닌 듯. - 아주 지랄 맞은 놈이네. 그렇게 다시 자유를 찾은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존재감은 여전히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다. - 미친! 데미지 안 박힌 거 아니야? - 아니, 헬 파이어에 리볼버 쓰고, 트라이던트도 2발이나 맞았는데 딜이 안 박힌다고? 보는 이들조차 힘이 빠질 일. 그러나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리플레이 헬 파이어.” 오히려 한 번 더 가속페달을 밟았다. - 또 간다! - 멈출 생각이 없나 보네! 결과는 없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겠다! 그 의지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앞선 것과 같은 전투를 반복했다. 투우사처럼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공격을 피해냈고, 헬 파이어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헬 파이어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골드 스팟을 공격했다. [지옥의 불길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리는 순간 이번에도 미다스가 쉼 없는, 찰나의 속사를 시작했다. 퍼엉! 양손을 이용해 삽시간에 가진 바의 모든 마법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주어진 10초란 시간이 지나고, 헬 파이어의 효과가 사라졌을 때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크르르! 여전히 위풍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모습을. 그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 와, 이게 말이 됨? ㄴ 아무래도 이 방법이 아닌 모양이야. ㄴ 그럼 어떻게 잡아야 함? ㄴ 방법은 하나뿐이야! ㄴ 무슨 방법? ㄴ 물리 마법! 어수선한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갑니다.” 내가 죽든,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죽든 어느 한쪽이 죽기 전까지 멈추지 않겠다. 그 단호한 의지의 표현에 시청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 이제부터 나도 각 잡고 본다! - 그래, 이런 끝장 승부를 원했어! - 오늘부로 진짜 BJ대마도사 팬 될 거 같네. 상황과 타협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에 목숨마저 거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진지한 자세를 갖추었다. [라포 님이 10,11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와, 이 정도까지 필사적일 줄은 몰랐는데, 대단하다. 나라면 신수 썼을 텐데.] [구스타프 님이 10,11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건 진짜 멋지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1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오늘부터 BJ대마도사의 근성을 인정한다.] [아즈모 님이 10,11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더 나아가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마저 그러한 BJ대마도사의 결정에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와라!” 크아아아! 그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여전히 자신의 믿음직한 동료를 뒤에 둔 채 오로지 제 몸만으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마주한 채 공방을 주고받았다. 퍼엉! 치열한 공방이 거듭됐다. - 위험해! - 빠져! 그 치열한 공방에 시청자들 역시 어느 때보다 높은 몰입도를 보이며 같이 치열한 모습을 보여줬다. - 할 수 있어! 솔로로 할 수 있어! - BJ대마도사 님! 솔로라고 포기하지 마세요! - BJ대마도사 님, 끝까지 솔로로 가는 겁니다! - 솔로의 힘을 보여줍시다! - 우리 솔로도사 파이팅! 그렇게 치열한 공방이 7분째에 이르렀을 때, 그때 사고 하나가 일어났다. 푸홧!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꼬리가 그대로 미다스의 몸을 채찍처럼 후려쳤다. 그 공격에 미다스의 몸이 야구공처럼 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공처럼 날아가는 미다스를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재빠르게 쫓았다. 크아! 제 입을 크게 벌린 채, 이번에는 그저 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잘근잘근 씹어 죽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위기의 순간. 물론 그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미다스에게는 존재했다. “블링크!” 순간 이동 마법 블링크! 그 마법을 이용해 단숨에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뒤편으로 존재를 이동한 미다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크르르! 먹잇감을 놓친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이번에도 허공만을 베어 물고는 미다스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여러모로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순간. 동시에 미다스 입장에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 이제 블링크 쿨 돌아가겠네. - BJ대마도사 쿨타임 다 늘어난 거 생각하면, 블링크 쿨도 꽤 될 듯. - 또 한 번 맞으면 그때는 위험해. 당분간 지금과 같은 탈출은 불가능했으니까. 자연스레 긴장감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그 상태에서 모두가 미다스의 행보를 집중했다. - 그래, 게임이 좀 어려운 맛이 있어야지. - 우리 BJ대마도사님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위기도 아니지! - BJ대마도사님, 끝까지 갑시다! 이 벼랑 끝 상황에서 과연 그가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그에 대한 기대감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제 진짜 못 해먹겠다! 헬프!” - 응? 그 외침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던지는 사이, 대기 중이었던 럭키와 골드, 실버가 그대로 전장에 난입했다. 그렇게 난입한 무리를 미다스가 바로 지휘했다. “럭키, 사생결단!” 크-왕! 사생결단을 통해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모든 어그로를 럭키에게 집중시키는 한편, 골드와 실버에게 요구했다. “골드 스팟! 거기만 공격해! 다른 곳은 절대 공격하지 마!” “명을 받듭니다!” 그 요구에 곧바로 골드 스팟이 있는 위치를 찾아 이동하는 골드와 실버. “어휴, 뒈질 뻔했네.” 자연스레 그들의 도움으로 숨 돌릴 여유를 가지게 된 미다스가 가볍게 한숨을 내뱉으며 슬쩍 채팅창을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채팅창 반응은 좋지 못했다. - BJ대마도사님 설마 쫄? - 와, 진짜 조금 전까지 간지 터졌는데 이게 뭐임? - 역시 BJ럭키가 최고라니까. 가파르게 올랐던 기대감이 가라앉았는데 분위기가 좋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니, 딜이 박히는 게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아니, 무슨 게임을 이딴 식으로 만들고 지랄이야. 만든 인간 얼굴 좀 보고 싶네.”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듣는 입장에서는 반박할 도리가 없었다. “여하튼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아니, 몬스터를 인간적으로 좀 인간이 잡게 디자인을 해야지, 이거 뭐 딜이 박히는 것도 안 보여, HP 상태도 안 보여, 뭐 이딴 게임이 있어?” 미다스 본인 역시 분노가 커진 듯 격하게 소리쳤다. “진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런 말도 안 되는 몬스터를 어떻게 잡으라고? 응? 어떻게 잡으라……." 그 순간이었다. 콰광! 미다스의 귓속으로 거대한 것이 바닥을 매몰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어? -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상태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땅에 쓰러지는 소리.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처치했습니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외로운 개척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내뱉으려던 말을 꿀꺽 삼킨 후에 말없이 전장을 바라봤다. 왕! “주인님, 제가 해냈습니다!” “선배님이 주인님이 못한 걸 해냈습니다!” 그러자 쓰러진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앞에 두고 환호를 내지르는 럭키와 골드, 실버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보며 침묵하던 미다스가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크흠, 여러분 보셨습니까? 우리가 해냈습니다. 전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합치면 된다는 것을! 아무렴요!” 그 말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퍽이나. - BJ대마도사가 10분 동안 못한 걸 럭키랑 골드는 1분 만에 하네. - 정리하면 BJ대마도사는 쓸모없었다는 거네? 웃기지 말라고. 물론 진심으로 BJ대마도사를 폄하하는 이는 없었다. - 그보다 결국 골드 스팟만 공략하는 게 답이었나? ㄴ 그런데 왜 앞선 파티는 공략을 못 했지? ㄴ 골드 스팟 외의 부분을 공격하면 HP가 차거나, 리셋되는 설정이었을지도 모름. ㄴ 그것도 미친 설정이네 ㄴ BJ대마도사였으니까 가능한 거지, 이거 일반 파티는 꿈도 못 꿀 듯. 명중률 100퍼센트 나와야 한다는 거잖아? 결과적으로 BJ대마도사가 사실상 모든 것을 끝낸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 BJ대마도사 대단하네. - 그건 그거고, 놀림거리 생겼는데 안 놀릴 순 없잖아? - 아무렴! BJ대마도사는 까야 제맛! 단지 재미난 상황이 나오기에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일 뿐. [아즈모 님이 10,11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까 후원금 환불 좀.] 아즈모가 그런 채팅창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고, 그 반응에 미다스가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아, 이거 다 의도한 겁니다. 제가 칼같이 HP상황 계산해서 럭키랑 골드에게도 숟가락을 올릴 기회를……." 물론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HP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함? - 그럼 일부러 맞고 나가떨어지는 것까지 계산했다는 건데, 차라리 애인이 있었다는 말이 더 믿을 만하겠네. HP상태를 볼 방법은 없다! 그러니 당신 말은 거짓말이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입을 다물었다. ‘좋았어.’ 그리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의심은 없다.’ 앞서서 미다스가 정말 나 홀로 레이드를 마쳤다면 분명 세상은 감탄할 것이다. 동시에 의심했을 것이다. 공략 방법을 아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분명 그대로 했으면 지금 더 많은 찬사를 받았겠지만, 굳이 그 찬사를 위해 의심을 구매할 필요는 없는 일. 더욱이 그런 것 없어도 미다스는 더 이상 제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예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인정합니다. 이제 됐습니까? 다 럭키랑 골드 덕분입니다.” - 럭키랑 골드? 말이 짧다? - 님 안 붙이셈? 이미 앞서서 미다스는 자신의 강함을 이제는 3,219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 앞에서 증명한 상황.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 다음은 무슨. - 그전에 럭키님이랑 골드님한테 절부터 하시죠?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이제 새로운 스펙업 기회가 있었다. “골드 하이에나부터 가디언으로 삼아야겠네요, 실버야! 템 벗고 새 몸 얻을 준비해라!” - 아, 미친…….. 보는 이의 넋을 나가게 할 만큼 놀라운 스펙업의 기회가. 250화. < 81화. 돈지랄 (1). > 1. BJ대마도사의 안티팬들이 마지막으로 써먹는 레퍼토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BJ대마도사의 솔플은 솔플이 아니다! - BJ대마도사가 진짜 솔로가 뭔지 보여준다! - 그럴 리가, 무조건 털릴 걸?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1대1을 선언했을 때 팬과 안티팬 가릴 거 없이 모두가 그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 그런데 중원 길드는? ㄴ 알게 뭐야? 달리 말하면 그 누구도 중원 길드를 향해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일. 그러나 딱히 그 현실 앞에서 비참함을 느끼는 중원 길드원은 한 명도 존재치 않았다. “진짜 1대1을 하겠다고? 솔로 플레이가 아니라, 1대1?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상대로?”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누구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설명 좀 천천히 해봐.” 더욱이 그들은 라이브 방송을 직접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게임에 접속한 채 채팅창을 통해 오는 문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상황, 그렇기에 더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공략 방법을 찾아낸 건가?” “공략 방법이 나왔는데 왜 1대1을?” 그러한 그들의 상상력도 이어서 나온 정보 앞에서는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헬 파이어?” “헬 파이어가 발동한 상태에서 마법 6개를 꽂았다고? 1대1이라면서? 어그로는 누가 해주는데?” “뭐? 피하면서? 대체 어떻게? 블랙 골드 하이에나는 딜러들도 피하기 힘든 괴물인데?” “잠깐! 리플레이로 헬 파이어를 또?” 거듭 전달되는 정보들은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중원 길드의 실력자들의 범주도 벗어났으니까. “그래서 블랙 골드 하이에나 상태는?” “타격 없음…… 미치겠군.” 또한 블랙 골드 하이에나에 대한 정보도 그들의 상상력의 범주를 벗어났다. "BJ대마도사는 계속 간다고?” 상상력의 한계에 도달한 후에 마주한 것은 공포였다. “헬 파이어라니, BJ대마도사가 벌써 그걸 습득했단 말이야?” “그런 BJ대마도사의 딜링에도 꿈쩍도 안 하다니, 과연 그거 잡을 수나 있을까?” 상식 이상으로 강한 BJ대마도사와 그런 BJ대마도사도 어찌하지 못하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다음 사냥감은 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라는 사실이 주는 공포. “어, 끝났다고?” “뭐?" “잡았다! 골드가 잡았다!” 다행히도 그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다. “잠깐만, 잠깐만.” 대신 새로운 공포가 생겼다. “BJ대마도사가 골드 하이에나를 가디언으로 삼았다고?” BJ대마도사를 적으로 둔 이상 결코 사라지지 않은 공포가. 2. 크르르! 골드 하이에나, 금빛으로 물든 그 괴물이 미다스를 향해 입을 벌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모습. “주인님, 새로운 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섬뜩한 모습을 가진 실버가 미다스 앞에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실버, 멋진 모습이다!” 그사이 골드가 잽싸게 실버 옆에 다가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축하를 건넸고, 럭키는 자신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진 실버를 슬쩍 보더니 이내 미다스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미다스 눈에는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 - 이제는 좀 무섭다. - 맙소사, 쟤를 데리고 이제 사냥터를 돌아다닌다고? - 몬스터들아 인간이 미안해. - 아니, 그보다 왜 골드 하이에나인데 이름이 실버임? 그러나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만큼 섬뜩한 광경이었다. 실버의 새로운 몸은 이미 날개 단 호랑이나 다름없는 BJ대마도사에게 게틀링건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달아준 격이었으니까. 그나마 시청자들은 나았다. [라포 님이 10,11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네.] [구스타프 님이 10,11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해도해도 너무하는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1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게 솔로 플레이라고? 개소리.] 이제는 BJ대마도사를 경쟁자로 봐야 할지도 모르는 이들 입장에서는 섬뜩하다,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아즈모 님이 10,1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꼬우면 새로 키우든가, 왜 우리 BJ대마도사한테 뭐라고 해?] 단 한 명, 아즈모만이 남다른 반응을 보일 뿐. - 뭐지? 오늘따라 아즈모랑 BJ대마도사 사이가 평소보다 더 살가운 듯? - 뭔가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러한 아즈모의 반응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품는 사이, 미다스 역시 아즈모가 보낸 신호에 반응했다. ‘갑자기 평소보다 더 친한 척? 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지분 사셨지!’ 그리고 이내 파악했다. 지금 아즈모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차피 이제 중원 길드랑 거래는 텼다. 그럼 아즈모님이라도 붙잡아야지. 아무렴, 꿩 대신 봉황이지.’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즈모 님, 너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같이 가는 사이인데.” ‘그래, 믿을 건 아즈모 님 뿐이다! 앞으로 잘 봐주십시오!’ 잽싸게 미다스가 대응하는 순간. - 뭔가 있다! - 둘이 뭔가 한 듯! - 설마 BJ대마도사랑 아즈모랑 한 팀? 자연스레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눈빛을 빛냈고, 그 반응에 미다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꾸우! 그때 미다스의 귓속으로 잭팟의 울음이 들렸다. 꾸-우! 재차 한 곳을 향해 거듭 경고성을 내뱉는 잭팟, 그것은 신호였다. ‘이제는 퀘스트 해야지.’ 지금 딴짓하지 말고 본래 임무에 집중하라고. “그럼 이제 잡을 거 다 잡고, 먹을 거 다 먹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이제 라이브 방송을 끝낼 때가 왔다. “……여기서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아! 아즈모 님 약속한 것 잊지 마시고요!” ‘회식비 쏴주시는 거, 잊지 마십시오!’ 아즈모가 약속한 게 있다는 것을. 그 말을 끝으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이제는 고요해진 채팅창을 손짓으로 소멸시킨 미다스가 잭팟의 고개 방향으로 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볼 수 있었다. 협곡의 벽, 그곳에 존재하는 동굴을. 3. 꾸우! 잭팟의 거듭된 안내를 동굴 안을 이동하는 미다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아.’ 이제는 점차 실감이 나는 탓이었다. ‘오늘, 제대로 대박 터졌다.’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이 얻은 것들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다는 것을. ‘라이브 시청자 3천만 명 돌파라니, 진짜 나 좀 미친 거 같네. 상승세가 멈추질 않네.’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시청자 숫자가 다시 한 번 더 벽을 뛰어넘고 상한가를 찍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 앞에서 무사히 방송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쉽게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잡을 줄이야.’ 당연히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공략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덕분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30인 이상 파티들, 머릿수가 많을수록 공략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열 명이 잘해도 한 명이 실수를 하면 열 명이 세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구조였으니까. 결국 사냥을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는 녀석이었고, 그만큼 레이드 실패 확률도 높은 놈이었다. 미다스이기에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일. ‘헬 파이어 위력도 장난 아니었고.’ 더불어 미다스의 헬 파이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장난 아니었지.’ 실제로 헬 파이어 효과가 적용된 상황에서 미다스의 공격력은 그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피 깎이는 거 보면서 표정 간수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 당장 그 첫 공격에서 미다스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HP를 무려 31퍼센트나 감소시켰다. 보스 몬스터의 HP를 고작 7개의 마법으로 그 정도까지 감소시키는 건 상식을 초월하는 일. 그 외에도 소득은 넘쳐났다. ‘타이틀 보상도 짭짤하고.’ 이내 미다스가 손으로 새로이 얻은 타이틀을 확인했다. [블랙 골드 하이에나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한 이에게 주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22 [외로운 개척자 타이틀] - 타이틀 설명 : 골드 밸리를 홀로 개척한 자에게 주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근력 및 지력 +36 이번 보상 역시 컸다. ‘실버의 새로운 몸까지.’ 마지막으로 얻은 실버의 새로운 육체까지! ‘블랙 골드가 아니라 골드이긴 하지만.’ 물론 그렇게 얻은 육체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가 아닌 골드 하이에나의 모습이었으나, 솔직히 블랙 골드 하이에나의 특성마저 바라는 것은 미다스가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그런 걸 손에 넣으면 적수가 없을 테니까. ‘퀘스트 보상이 없다는 게 좀 속 쓰린 부분이지만, 이 정도면 이미 남을 만큼 남은 거지.’ 퀘스트 보상의 부재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 여러모로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미다스의 걸음이 이내 동굴의 끝에 도달했다. 그러자 이제까지 몇 번 봐왔던 검은 비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두 개네?’ 차이점은 평소와 달리 두 개라는 것. 물론 큰 의미는 없었다. “빨리 끝내고 가자.” 어차피 한 개이든 두 개이든 미다스가 해야 할 일은 그때랑 똑같았으니까. “파이어볼.” 파이어볼 마법을 미다스가 이내 한 손에 든 파이어볼을 그대로 비석 하나를 향해 던졌다. 비석이 파괴됐고, 이내 미다스가 마저 하나도 던졌다. 퍼엉! 거친 폭음과 함께 두 번째 비석마저 파괴되는 순간 이내 부서진 비석들이 검은 연기가 되어 미다스의 가슴팍으로 들어왔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제단을 파괴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하다. !부화도 : 41퍼센트 ‘8퍼센트나 올랐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가볍게 두드렸다. ‘각 사냥터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있으니, 이 페이스면.......' 그러나 그 계산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얘들아, 튀자. 동굴 무너질 테니까.” 말과 함께 미다스가 잽싼 걸음으로 무리를 이끌고 동굴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들렸다. [제단이 파괴됩니다.] 쿠쿠쿠! 알림과 함께 동굴이 무너지는 소리가. 그 소리에 미다스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여하튼 참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골탕 먹이기 위해 만든 함정을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이가 지을 수 있는 비웃음을 머금은 미다스의 머리속으로 다음 무대가 떠올랐다. ‘이제 운석 도시인가?’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만든 거대한 크레이터, 그곳에 만들어진 운석 도시. 그러한 운석 도시에는 또 다른 별명이 두 개 있었다. ‘아, 대장간의 도시답게 느낌이 온다.’ 대장간의 도시. 문자 그대로 장인NPC들이 넘치는 곳으로 다양한 아이템이 제작되는 곳이었다. 그게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이 밝은 웃음으로 바뀌는 이유였다. ‘돈 냄새가 난다, 아주 큰 돈 냄새가.’ 운석 도시의 두 번째 별명은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곳, 럭키 시티였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아이템 하나만 제대로 만들거나, 얻을 수 있다면 엄청난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내 눈만 있으면…….' 하물며 미다스에게는 정보를 볼 수 있는 눈마저 있지 않은가? 장잇빛 미래를 꿈꾸지 않으면 이상한 일. 그게 이유였다. ‘좋아, 이번 기회에 한 번 크게 쓰자. 형 수술에 맞춰서 집 한 채 바로 사버리자!’ 미다스가 과감하게 소비를 기획하는 이유. 그러한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이내 동굴 밖으로 나왔다. 4. “광고 띄웠습니다!” “라이브 영상 바로 영상 제작팀에 넘겼습니다!” “통계 집계 끝났습니다!” “여론 동향 분석입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직후 라이징 스타 라이브 방송실 곳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한 직원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힘이 넘쳤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한편으로 우려가 크면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곱절이 되는 법.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힘이 실린 이유는 후자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이것도 해내다니!’ ‘진짜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는데,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냈어!’ 자신이 잡은 동아줄이 당장에라도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된 셈. ‘우리는 뜬다!’ ‘BJ대마도사만 잡으면 돼!’ 그런데 힘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일. 박영준도 마찬가지였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여러 난제가 가득했던 이번 레이드 레이스가 생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 된 상황.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확실하게 넘어갈 수 있겠어.’ 일이 끝난 게 아니라, 그저 디딤돌 하나를 완벽하게 마련했을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그다음을 봐야 한다는 것을. 지금 박영준이 보고 있는 게 바로 그다음이었다. ‘아즈모가 준 정보.’ 이번 라이브 방송이 있기 전에 아즈모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구매하는 대가로 준 정보. '이 정보만 있으면 럭키는 물론 이번에 새로운 몸을 얻은 실버도 무장이 가능하다.’ 신수 그리고 가디언에게도 거대한 체격에 맞는 아이템을 제작하는 방법이 담긴 정보! 당연히 놀라운 정보였다. ‘이것만 있으면 BJ대마도사는…… 괴물이 된다.’ 지금도 괴물이 된 상태인데, 그 이상이 가능했으니까.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진작에 이 정보를 BJ대마도사에게 전달해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준이 이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렵지도 않고.’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쉬운 일이라는 것. ‘신수 전용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같은 아이템 3개만 있으면 된다니.’ 신수에게 맞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싶다면, 그 아이템 3개를 구하면 됐으니까. 럭키에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끼우고 싶다면 그 레전더리 아이템을 3개만 구하면 됐다. 사실 보통 이들에게는 아득한 일이었다. 레전더리 하나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런 아이템 3개를 바쳐야 한다? 심지어 제작 후에는 귀속이 되어 판매조차 되지 않는 걸? ‘BJ대마도사에게는 일도 아니지.’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예외였다. ‘그가 가진 재력을 생각하면, 이런 건 우스울 따름이니까.’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아즈모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들 부자 중의 부자였으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쉽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제대로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라고 좋아하겠군.’ 이 정보를 듣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박영준도 그에 맞춰 시나리오를 잡았다. ‘다음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돈지랄이 좋겠어.’ 251화. < 82화. 돈지랄 (2). > 5.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레이스. 시작 전부터 세간이 뜨거운 관심을 가졌던 레이스. - BJ대마도사가 블랙 골드 하이에나 결국 잡았네. 중원 길드가 패배한 건가? 그러나 막상 그 레이드 레이스가 끝났을 때 승패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중원 길드는 아무래도 됐음. - 지금 중원 길드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 중원 길드가 뭐죠? 그런 게 있었나요? 패자에 대한 동정은커녕 비아냥거림조차 없었다. 그만큼 세간의 이목에는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보였다. - 지금 아즈모랑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뭔가 있는 듯? - BJ대마도사랑 아즈모랑 손 잡은 듯! 결정타는 방송 마지막에 BJ대마도사와 아즈모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 둘이 손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그 모습 앞에서 더 이상 중원 길드를 떠올리는 이는 없었다. - 아즈모랑 한편 되면 어떻게 될까? ㄴ 어떻게 되긴, 그냥 게임 씹어 먹는 거지! 그저 그 둘이 손을 잡을 경우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를 상상할 뿐. 그만큼 파격적인 일이었다. 파격적인 만큼 루머도 많이 붙었다. “BJ대마도사가 마지막에 말했잖아요? 약속 지키라고. 이건 지금 돌고 있는 소문이긴 한데, 그게 돈이래요.” “돈? 무슨 돈?” “10억 달러요, 10억 달러!” “10억 달러? 1조 원? 말이 돼? 그런 돈을 그냥 서로 주고받는다고?” 특히 BJ대마도사가 마지막에 남긴 멘트가 루머를 생성하는 핵심 소재가 되었다. “안 될 건 없죠.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지분 거래 같은 거.” “지분 거래?” “둘 다 엄청난 대부호인데, 뭔가 서로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 같은 거 주고받지 않았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 둘은 이미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대부호 중의 대부호들 아니었던가? 서로 주고받는 돈이 1조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라고 해도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단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할 뿐. "그거 그냥 회식비 쏘겠다는 약속 말하는 거 아닐까? 왜 앞에서 아즈모가 말한 그거. 이긴 사람한테 회식비 쏘겠다고.” 물론 일부는 그 약속이 아즈모가 앞서 말한 회식비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걸 믿는 이는 없었다. “에이, 그게 무슨 돈이라고.” “회식비라고 해봐야 3~4억 원일 텐데 그게 둘에게 돈 취급이나 받겠어요? 고작 그것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마지막에 그런 멘트를 날릴 리가 없잖아요?” “맞아.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를걸?” 그런 푼돈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멘트를 날릴 리가 없다, 그게 세간의 상식이었으니까. “여하튼 대단하네. 돈이 많아도 그런 금액을 받는 건 색다른 일이잖아?” “돈은 어떻게 쓰려나?” “그게 고민일 듯. 이제 더 이상 쓸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말이야.” “나도 그렇게 돈 쓸 걱정 좀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스케일에 놀라면서 부러움을 표하는 사이, 누군가 한 명이 문뜩 생각난 듯 말했다. “그보다 현우는 어디 갔어? 오늘 안 보이네? 이런 이야기하면 제일 배 아플 텐데? 왔다 갔어?” 정현우의 존재를 묻는 질문에 이혁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뇨, 오늘 안 오셨어요.” “그래? 요즘 표정 별로 안 좋던데, 게임도 정말 필사적으로 하고.” 이내 정현우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현우 형이 충전 안 한지도 오래됐네요. 요즘은 거의 당일 충전해요.” “돈이 없나?” “그런 모양이에요.” “쯧쯧, 형 수술이니 뭐니 이야기도 하는데 돈이 급한 모양이네.” 정현우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이야기와 다르게 씁쓸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파트 이야기하시기에 슬쩍 물어보니, 대충 얼버무리시던데요?” “아파트? 설마 아파트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버는 돈으로 게임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게임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니까. 취업이 아니라 일당으로 받을 만한 일은 그런 것뿐이고." “여하튼 참 운이 없는 애라니까.” 결국은 너무 씁쓸한 탓에 모두가 더 이상 말을 내뱉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그 무렵이었다. “혁주야, 넌 어떻게 된 게 카운터에 있는 날이 없냐?” 캡슐방 입구에서 정현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몰렸다. “예, 형.” 그리고 이혁주는 잽싸게 카운터로 향했고, 정현우에게 말했다. “형, 바로 하실 거죠? 아참, 형, 충전 안 하세요? 며칠 동안 계속 요금만 냈잖아요?” 이어진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그 순간 휴게실에서 그 이야기를 슬쩍 들은 모든 이들은 조금 전의 대화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진짜 돈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래도 게임할 돈은 남겨두는 애였는데…….' ‘우리들 중에서 유일하게 프로 플레이어였던 현우도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쯧쯧.’ 쓴웃음과 함께 정현우를 향한 동정을 보냈다. 물론 정현우가 충전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이제 조만간 집 사면 거기서 캡슐 설치해서 할 건데, 굳이 충전해둘 필요가 없지.’ 갓워즈를 하기 위해 캡슐방에 오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집도 알아봤고, 대출 설계도 다 받았고.’ 준비도 이미 다 끝난 상황이었다. 방 3개짜리, 캡슐 전용 통신망도 깔려 있어서 언제든 비용만 내면 캡슐을 설치할 수 있는 곳. 이제 돈만 내고, 착실히 대출만 앞아나가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곳으로. ‘형 수술비도 납부했고.’ 여기에 형 수술비도 이미 할부 없이 완납을 마친 상황이었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세금이랑, 기타 비용도…….' 그동안 번 돈을 한국돈으로 환전하는데 드는 비용은 엄청났으니까. ‘……어우, 젠장. 세금 생각하니까 또 현기증 올라오네.’ 몇 번이나 고민했을 정도. 달리 말하면 결단을 내릴 만큼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그래도 자금은 충분해.’ 더욱이 적지 않은 돈을 썼음에도 형이 만들어준 브로커용 계좌에는 여전히 많은 돈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익은 꾸준히 나올 정도. 무엇보다 기대감이 있었다. ‘잘만하면 운석 도시에서 쓴 것 이상으로 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 이상 벌 수 있다는 기대감! ‘그래, 쓸 때는 써야지. 아무렴. 나도 돈지랄 좀 해보자고.’ 그 기대감에 부푼 정현우의 귓속으로 이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준비 다 됐어요.” “그래.” “꼭 득템하길 바랄게요.” “응?" 그때 평소와 달리 덧붙여진 응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무조건 득템해야지.” 어느 때보다 각오 가득한 정현우의 표정에 이혁주는 생각했다. ‘형, 진짜 힘드시구나. 나중에 행사용 비매품 들어오면 몇 개 빼서 드려야지.’ 정말 정현우가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으니, 나중에 행사용 비매품 음료수 몇 캔이라도 챙겨주자고. “자, 그럼 이거 보관 좀 해줘.” “예." 그 응원 속에서 이제는 게임을 하러 가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꺼내 이혁주에게 건네주려는 순간. 우웅! 그 순간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하자, 정현우가 건네주려던 것을 멈추고 곧바로 잠금을 풀고 내용을 확인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이내 발신자 확인한 정현우가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그 순간 정현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6. 빅스카프 시티. 그림자가 드리운 그곳에서 가장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곳은 그 중심부였다. 등불 하나 없는 그곳. 여러모로 불편한 곳이었으나, 빅스카프 시티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척단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조심하게.” 지금 미다스가 NPC텍스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한 번쯤은 가고 싶은 곳!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차는 곳! “아, 예.” 그러나 막상 그곳으로 향하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개척단장을 만난다는 사실에 대한 설렘 따위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럭키랑 골드, 실버 전용 아이템 제작이라니…….' 조금 전 신수 그리고 가디언 전용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 ‘……이거 진짜 대박이다.’ 그 정보의 가치 앞에서 다른 것 따위는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만큼 그 정보의 가치는 압도적이었다. ‘라포도 모르는 정보잖아?’ 당장 모든 신수들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라포의 똘똘이도 전용 아이템은 착용하지 못한 상태! 그런데 그런 와중에 럭키가 아이템을 무장한 채 등장한다? ‘럭키는 그냥 이제 최고가 되는 거네.’ 장담컨대 그 순간 럭키의 존재감은 똘똘이와 최소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골드랑 실버도 전용 아이템을 착용하면 이제 소형화와 거대화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현재 소형화 상태에서만 아이템 착용이 가능한 골드와 실버도 이제 마음껏 소형하, 거대화 스킬을 쓸 수 있을 터. ‘어쩌면 잭팟도?’ 더 나아가 잭팟 전용 아이템 제작도 가능해진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펙업이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물론 쉬운 건 아니었다. ‘NPC토스를 찾아가면 된다는 거지?’ 미다스가 받은 정보에 따르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NPC토스와 만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퀘스트를 진행해야 했다. ‘제작 조건은 별거 아니랬고.’ 다행히도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말하기를 제작 방법은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했다. 때문에 딱히 미다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려워도 상관 없지. 안개의 숲에서 재료 노가다도 해봤는데 까짓것.’ 그보다 더 한 것도 해봤으니까. 오히려 우려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보다 이거 럭키 템 맞추면 또 조연되겠네.’ 어쩌면 다시 한 번 주인공의 자리를 럭키, 골드, 실버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말이 우려된다는 거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뭐, 그런 일이면 기꺼이 조연이 되어도 상관없지. 퀘스트만 공략할 수 있다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여부보다 미다스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도 없으니까. “왔네.”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갑자기 등불이 켜졌고, 주변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척단장의 천막에 입장했습니다.] 그렇게 드러낸 곳은 천막 안이었다. 더욱이 그 천막의 크기는 무척이나 컸다. 축구 정도는 가뿐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잘 왔네.” 그 순간 NPC텍스가 있던 자리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일, 그러나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개척단장 울가프네.” 그리고 NPC텍스를 대신해 그 자리에 있는 인물이 웨어 울프라는 사실에도 역시 놀라지 않았다. “한 번 소개했었지.” “예, 저번에 인사를 나눴었죠.” 이미 한 번 만나봤으니까. 당연히 그 둘은 이렇다 할 추가 인사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골드 밸리에서의 이야기는 들었네. 자네 덕분에 정말 크나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 그 사실에 개척자들을 대표하는 몸으로 감사를 표하겠네.” NPC울가프가 말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미다스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차피 퀘스트 보상도 없는데.’ 이미 퀘스트창을 통해 보상이 없음을 확인한 상황. 그게 미다스가 개척단장을 만나러 오는 와중에 큰 기대감을 품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여하튼 이번 퀘스트는 좀 짜네.’ 다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는 도시의 주인이나, 관리자를 만나는 경우에는 굵직한 보상이 주어지고는 했으니까. ‘NPC아라 때문인가?’ 물론 NPC아라를 통해 얻은 보상들을 떠올리면, 개척자의 땅에서 얻은 것들의 가치는 엄청났다. ‘뭐, 진짜 끝내주는 건 운석 도시에 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얻을 것 역시 엄청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는 굳이 지금 상황에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그저 빨리 퀘스트를 진행하고자 할 뿐. 그러한 미다스의 심중을 읽은 듯 NPC울가프가 바로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그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퍼뜨리는 자를 쫓는다고 들었네.” “예." “솔직히 그 사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네. 그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네.” “아닙니다.” 툭툭, 내던지는 대화 속에서 미다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냥 빨리 다음 퀘스트나 줘.’ 그때였다.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자네에게 그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것뿐이네.” ‘친구? 소개?’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NPC울가프가 말을 마저 끝냈다. “운석 도시, 그곳에 최고의 대장장이를 소개시켜주겠네. 본래는 그의 시험을 통과하는 자만이 만날 수 있지만, 내 특별히 바로 소개장을 써주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떴다. [울가프의 소개장]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울가프의 소개장을 가지고 운석 도시를 방문하자. 안내인이 당신을 안내해줄 것이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토스의 욕심’ 진행 가능 ‘여기서 토스가?’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들뜬 표정을 지은 채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하늘이 이제 나를 제대로 돕는 구나, 도와! 와, 미친! 이게 말이 돼?’ 설마 이렇게 일이 잘 풀려도 되는 걸까? 그런 걱정이 들 정도. 물론 그 걱정은 길지 않았다. ‘아니, 뭐 인생 잘 풀리게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건 없지.’ 하늘이 돕는데, 저기 이건 좀 그렇네요, 하고 거절할 필요는 없는 법! "소개장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때문에 NPC울가프로부터 소개장을 받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고민은 없었다. ‘3일 내로 NPC토스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장님께 알려줘야지.’ 그저 이 기뿐 소식을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과 나누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 7. “BJ대마도사한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벌써?”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하던 것을 멈추고 잽싸게 마우스를 누르며 이메일을 확인했다. [조만간 바로 NPC토스를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그에 맞게 라이브 방송을 잡아주십시오.] 이내 내용을 파악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움직이는 걸 보니 아즈모로부터 어느 정도 언질을 받은 모양이군. 서프라이즈로 제작 조건을 숨겼는데, 괜한 짓을 했군.’ 그 미소를 본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재미난 내용이라도 있나요?” “아무래도 BJ대마도사가 제대로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야.” “몸이 달아올랐다고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직원을 앞에 둔 박영준이 툭툭, 잠시 머리를 두드렸다. BJ대마도사가 준비를 명했으니, 그에 맞는 준비를 할 때. 그 준비를 위한 고민은 길지 않았다.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컨셉은 돈지랄이다. 그 컨셉에 맞게 밑밥 좀 깔아봐." 이미 계획은 완성되어 있었으니까. 252화. < 81화. 돈지랄 (3). > - BJ대마도사가 아즈모에게 엄청난 돈을 받았대! ㄴ 당연한 거 가지고 괜히 나대지 마셈. 이제는 기정사실화된 BJ대마도사와 아즈모의 거래 소문. 그러한 소문은 곧바로 새로운 소문을 꼬리로 달았다. -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에서 제대로 돈지랄을 한다던데? BJ대마도사가 아즈모로부터 받은 그 거금을 운석 도시에서 스펙업에 투자하리란 소문이. - 아니, 스펙업할 게 있긴 해? - 맞아, 이미 템이니 스킬이니 전부 다 얻었잖아? 사실 다른 곳이라면 통하지 않을 소문이었다. 이미 BJ대마도사의 스펙은 갓워즈 역사상 그 어떤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그 이상이었으니까. - 운석 도시라면 모르지. - 아무렴. 대장간의 도시잖아? - 괜히 럭키 시티이겠어? 뭔가 있을지 모르지. 그러나 다음 행선지가 운석 도시라는 사실이 평소라면 무시했을 소문에 무게감을 실었다. 그 무렵이었다. “저기 봐!” “드디어 왔구나!” 개척자의 땅에서 운석 도시로 향하는 길, 개척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 미다스가 등장했다.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모여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실버다!” “골드 하이에나 실버다!” “……그냥 골드한테 골드 하이에나 몸을 주면 안 되나? 헷갈리게.” 개중에서도 플레이어들의 이목을 바로 사로잡은 것은 골드 하이에나의 몸을 얻은 실버였다. “골드 하이에나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골드 하이에나는 개척자의 땅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로망이었으니까. 눈이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한 일. 자연스레 골드와 럭키를 향한 관심은 평소보다 덜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 BJ럭키님이 묻히네.” “BJ골드님은 바로 후배한테 밀리시네.” “어, 그보다 저기 뒤에 있는 건 누구지? 뉴페이스인가?” “아니야, BJ대마도사야.” “에이, 난 또 누군가 했네.” 하물며 미다스의 존재감도 평소보다 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을 붙였다. “실버야.” “예, 주인님.” “실버 투어 준비해라.” 실버 투어, 그 단어에 곧바로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실버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예?" 미다스의 말뜻을 모르겠다는 듯 실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로 자신의 지척에 있는 골드에게 고개를 내려 나지막이 질문을 던졌다. “선배님, 선배님! 지금 주인님이 하신 말이 뭔가요?” 그 질문에 골드는 바로 대답했다. “훌륭한 것이다! 아무튼 훌륭한 것이다.” “아, 그렇군요.” 물론 그 두 가디언의 대화에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 모두의 관심은 오직 하나. ‘나도 실버 투어 타고 싶다.’ ‘제발 실버 투어에 당첨되게 해주세요.’ 그저 BJ대마도사와 운석 도시로 향하는 길을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 그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랜덤으로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8. 개척자의 길. 개척자의 땅을 졸업하는 이들이 다음 무대인 운석 도시에 닿기 위해 걸어야 하는 이 길은 이제까지 다른 무대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게임 오버가 쉽게 나올 만큼 난이도가 제법 높았다. “젠장!” “이 빌어먹을 모래 먼지들!” 일단 개척자의 길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조우하는 골칫거리는 쉼 없이 불어오는 모래 먼지와 모래 폭풍의 존재였다. “폭풍이 온다!” 거듭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는 시야를 가렸으며, 간간이 불어오는 모래 폭풍은 모든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그 폭풍에 휘말려서 길을 잃으면 그 순간 게임 오버나 마찬가지였다. 뿌우우! 물론 가장 골치 아픈 것은 그 모래 먼지 사이로 플레이어들을 향해 덤벼드는 몬스터들이었다. “돌코끼리 떼가 온다!” 그러한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건 다름 아니라 돌코끼리 무리였다. 일단 돌코끼리 자체가 매우 난이도가 높은 몬스터였다. 코끼리랑 같은 덩치라는 것부터가 이미 부담스러운데, 몸뚱이는 단단한 돌조각이었고 심지어 그 상아는 강철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놈들은 네다섯 마리씩 무리를 짓고는 했다. “젠장, 하필이면 돌코끼리야!” “일단 탱커들 붙어!” “아, 돌코끼리 같은 건 막기 힘든데……." 이제 막 운석 도시에 방문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을 넘어 아득한 상대. “어? 젠장, 폭풍이다!” “힐러랑 원거리 딜러들 날아가지 않게 조심해!” “말뚝 잘 좀 박고 딜해!” 하물며 앞서 말한 요소들이 동시에 겹쳐지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미들 보스 몬스터를 마주할 때, 그 이상이었다. 물론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여러분들!” 지금 미다스가 그 예외였다. “모래 폭풍하고 돌코끼리가 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그와 함께 개척자의 길을 걷게 된 49인의 플레이어들이 대열을 꾸민 채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준비하시고!” 그렇게 무언가를 할 준비를 마친 플레이어들을 향해 미다스가 소리쳤다. “응원 시작!” “실버 화이팅!” “실버님 힘내세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플레이어들이 전력을 다해 실버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광경이었다. 크르르! 그러나 실버의 모습은 그 응원을 정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 정도였다. 크왕! 돌코끼리와 모래 폭풍을 마주하는 실버의 존재감은 그 응원을 상식적으로 만들 압도적이었다. 당장 실버의 덩치부터가 남달랐다. 본래 덩치도 어지간한 코끼리보다 컸던 골드 하이에나의 육체, 그 육체를 가진 상태에서 거대화 스킬마저 발동한 실버의 덩치는 그 거대한 돌코끼리를 서너 마리 합친 것만큼 거대했다. 실버와 돌코끼리의 크기 차이는 덩치 좋은 애와 어른 수준의 차이. 후우우우! 당연히 그런 거대한 몸뚱이를 가진 실버에게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은 그저 간지러운 마파람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 파괴력 역시 차원이 달랐다. 콰앙! “맙소사!” “돌코끼리 넘어진다!” 보통은 막아내기 급급한 돌코끼리를 몸통박치기 한 번으로 넘어뜨릴 정도! “돌코끼리가 저렇게 애처럼 넘어가는 건 처음본다!” “크으, 실버 투어 끝내주네!” “와, 진짜 무슨 사바나 초원 투어 같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광경 앞에서 플레이어이 진심으로 감탄사를 토해낼 정도였다. 물론 실버의 활약만으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부우우우! 돌코끼리는 미들 보스급 몬스터로 분류해도 될 만큼 강인한 방어력과 HP를 가진 몬스터! 고작 몸통박치기 한 방에 넘어뜨린 것으로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더욱이 보이는 것과 다르게 돌코끼리는 제법 날랬고, 유연했다. 쿵!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넘어지는 순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은 넘어지기 전보다 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제 강철로 된 창과 같은 상아로 실버를 겨누었다. 뿌우! 만약 이대로 돌진을 한다면 덩치 큰 실버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을 터. 그게 실버의 약점이기도 했다. 너무 크다는 것. 여러모로 공격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맞추기 쉬운 타깃은 없었다. 물론 그에 대한 대처는 이미 이루어진 바였다. 쿵! 쿵! 쿵! 쿵!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 돌코끼리에 비해 부족하지 않는 덩치 그리고 무게감을 지닌 놈들이 일어나는 돌코끼리를 재차 두드렸다. 콰앙! 거대한 돌덩이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는 모래 폭풍 사이를 울려 퍼졌다. 그만큼 타격음은 강렬했다. 뿌우! 허나, 막상 돌코끼리가 입는 타격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들 보스급 몬스터! 블레이즈 골렘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 평범한 공세에 속절없이 밀릴 몬스터는 아니었다. 뿌오! 돌코끼리들이 블레이즈 골렘들의 공격을 버텨내며, 동시에 역공을 날렸다. 제 코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앙! 마치 광산에서 발파작업을 할 때나 들을 법한 굉음이 터졌다. 퍼억! 그 굉음 속에서 블레이즈 골렘의 몸뚱이가 큼지막하게 부서지며 사방에 비산했다. 블레이즈 골렘이 밀리는 모양새. 사실 그 정도면 블레이즈 골렘의 역할은 끝이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실버가 다시 자세를 갖추고 공세를 펼치는 데에는 그 정도 시간이면 차고 넘쳤으니까. 무엇보다 그러한 작업은 일회용이 아니었다. 뿌우!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돌코끼리를 처치했습니다.] 모래 폭풍이 멈추고 돌코끼리의 몸뚱이가 무너져서 바닥이 드리운 후에야 비로소 그 작업이 멈추었다. “볼 때마다 놀랍다.” “여기에 BJ대마도사마저 나서면……." “운석 도시도 무난하게 씹어먹겠네.” 이윽고 전투가 끝난 후의 광경에, 거대한 돌코끼리의 사체들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실버의 모습에 투어 참가자들이 재차 감탄을 토해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저기!” “크레이터다!” 모래 폭풍이 멈추고, 모래 먼지가 가라앉으며 밝아진 시야에 그들의 목적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석 도시다!” 운석이 충돌해 만들어진 거대한 크레이터, 그 안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건물들이 모여 만든 도시, 운석 도시의 등장에 모두가 반색했다. ‘오케이.’ 물론 가장 반색하는 건 미다스였다.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바로 보이네.’ 운석 도시, 그 한가운데에서 솟구치는 붉은빛 기둥이.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여러분, 기다리시던 운석 도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실버 투어를 마치겠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떡밥을 던졌다. “다음에는 더 끝내주는 게 준비되어 있으니, 라이브 방송에 찾아와 주세요.” 그 달콤한 떡밥에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바로 알려야지.’ ‘나가서 자랑해야지.’ 한시라도 빨리 지금 있던 모든 일을 세상천지에 알려야겠다고. 물론 그게 미다스가 바라던 일이었다. “그럼 다들 볼일들 보세요.” ‘이제 빅이벤트를 준비하러 가볼까?’ 빅이벤트를 앞두고 입소문만큼 중요한 게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운석 도시로 향했다. 9. 운석 도시의 배경 설정은 간단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곳, 그곳에 남은 운석의 조각들로 무구를 만들기 위해 세상 곳곳의 대장장이들이 모이고 이내 도시가 되었다! 어려울 것 없는 내용. 그러나 이 어려울 것 없는 내용에도 플레이어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하나였다. “저번에 일반 파티가 레전더리 템 하나 먹었다면서?” “여긴 심심하면 하나씩 터지네.” 운석 도시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 유니크 그리고 레전더리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의 입수 난이도가 무척이나 낮았다. “운빨만 좋으면 언제든 레전더리를 먹을 수 있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를 얻을 방법 자체가 간단했다. “퀘스트를 거듭하면서 시장이나 영주를 만나야 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말이야.” 보통의 경우에는 그 지역 내에서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업적을 쌓고, 그 후에야 그 도시의 주인을 만나야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운석 도시에서는 운만 좋으면 그냥 퀘스트 하나만으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입수 난이도는 낮은 셈. “그럼 뭐해, 결국 운빨좆망겜인데.” 물론 확률 자체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게 운석 도시에 럭키 시티라는 별명이 붙은 가장 큰 이유였다. 당연히 운석 도시를 방문한 이들의 모든 관심사는 일확천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에 대한 소식뿐이었다. 어지간한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보내지 않을 정도. “야, 대박 사건!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에 왔어!” “진짜?” “골드 하이에나 잡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왔다고?” “스펙업도 필요없이 바로 운석 도시에서 사냥할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 이런 페이스면 금방 선두주자들 따라잡겠는걸?”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이름값 앞에서만큼은 운석 도시의 플레이어들도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들은 들을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운석 도시 오자마자 바로 어떤 NPC를 만나고 운석 도시 중심부로 이동 중이래!” “NPC랑?" “드워프들 자경대가 데려갔어!” “드워프 자경대? 보통 NPC수준이 아니잖아?” 이번에도 BJ대마도사가 유례가 없는 방문을 했다는 것을. 그 사실에 플레이어들은 놀라는 한편 짧게 혀를 찼다. “오자마자 자경대 호위 받고 NPC를 만나러 간다는 건, 사실상 레전더리 아이템 예약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로또 1등 당첨하고 시작이네.”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되는 놈만 된다니까.” 누가 보더라도 이미 당첨된 복권을 손에 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질투가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한편으로는 관심도 생겼다. “대체 뭘까?” “그냥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 아닐 수도 있어. 왜 소문도 돌잖아? BJ대마도사가 엄청난 돈을 쓰리란 소문이." “역대급 돈지랄 나올 듯." 과연 BJ대마도사가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일까? ‘나 때문에 운석 도시가 핫하군.’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운석 도시를 가득 채우는 자신을 향한 관심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 더 뜨거워져라.’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그래야 빅이벤트를 하는 보람이 있지.’ 이미 모두가 놀랄 만한 빅 이벤트가 잡힌 상태에서 분위기가 더 뜨거워질수록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익이었으니까. “여깁니다.” 그렇게 부푼 기대 속에서 미다스가 드디어 운석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대장간 한 곳에 도착했다. “토스님, 울가프 님의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래, 나간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눈앞에 드워프가 등장했다. 그렇게 등장한 드워프의 온몸에는 털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머리털이나 수염은 물론 눈썹까지. “토스일세. 드워프이지.” 말미에 드워프란 소개가 아니었다면 미다스는 그가 드워프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아, 예…… 저는 미다스라고 합니다. 아!” 물론 그의 종족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 울가프 님의 편지입니다.” ‘빠르게 가자고, 빠르게.’ 중요한 건 눈앞의 NPC토스에게 럭키와 골드, 실버를 무장시킬 방법이 있다는 것! "흠." 미다스가 건네준 편지 내용을 확인한 NPC토스가 짤막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자네를 자신과 같이 대우해달라고 하더군. 아주 큰일을 한 모양이야. 울가프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말과 함께 편지를 찢은 NPC토스가 고개를 돌려 대장간 안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울가프의 물건을 가져와!” “예!" 말이 끝나기 무섭게 NPC토스와 달리 털이 가득한 드워프 한 명이 자그마한 책자를 가져왔다. “울가프가 맡긴 물건이네. 자네를 자신과 같이 대우하라 했으니, 자네가 가지면 되겠지.” 참으로 이상한 논리. 그러나 미다스는 그 논리에 딱히 반박을 하지 않았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눈앞의 물건 앞에서는 그런 논리 싸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가 잽싸게 아이템을 받은 후에 절대 빼앗기지 않고 싶은 듯 자신의 인벤토리에 바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편지 내용에는 자네를 도와주라는 말이 있었군.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하나뿐이네.” 그사이 NPC토스가 말과 함께 턱짓으로 제 대장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가 가진 무구를 보다 강력한 놈으로 만들어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자네 지팡이에 욕심이 생기는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퀘스트창이 미다스의 눈앞을 채웠다. [토스의 욕심]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가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개조하기를 원한다. 그에게 지팡이를 맡겨보자. - 퀘스트 보상 : 아르비아의 개조된 지팡이 !퀘스트 완료 시 ‘토스의 부탁’ 진행 가능 ‘응?’ 그러한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머릿속이 잠시 동안 하얗게 변했다. ‘업그레이드?’ 이렇게 갑자기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올줄은 상상도 못한 바. 물론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개꿀이네!’ 공짜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얼마든지 마음껏 물고뜯고 맛보시죠.” 미다스가 잽싸게 손에 쥔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NPC토스에게 건네줬다. “멋진 녀석이군. 작업에는 이틀 정도 걸릴 걸세.” 그것을 받아든 NPC토스가 업그레이드 대가를 요구했다. 적은 대가는 아니었다. 이틀, 그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이틀 동안 다른 무기 끼고 사냥하라는 건가?’ 더욱이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대신할 만한 아이템은 사실상 없었다. ‘아이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데, 까짓것.’ 시간은 금이지만, 금보다 비싼 걸 준다는데 기다리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와, 이런 식으로 운빨이 터지네. 설마 여기서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업그레이드하게 될 줄이야.’ 도리어 기대 이상의 소득에 미다스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자, 그럼 확인 한 번 들어가자.’ 이제 이 부푼 가슴이 터질 만한 것을 확인하는 것. “저기 그보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토스님께서 그 어떤 무기도 만드는 대단한 재주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제 신수와 가디언을 위한 아이템을 제작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NPC토스가 슬찍 미다스의 뒤쪽에 있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못 해줄 건 없지. 저 새는 좀 힘들겠지만.” 꿀꺽! 그 대답에 미다스가 대답 대신 침을 한 번 삼켰다. ‘진짜다!’ 정보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의심이 가슴 속에 있었던 것은 사실. “대신 저 아이들을 위해 만든 무구는 저 아이들만이 쓸 수 있네. 다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지.” 전용 아이템을 만들면 팔 수 없다. ‘귀속쯤이야.’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었다. 궁금한 건 오직 하나였다. “만드는데 무엇이 필요합니까?” 과연 제작 대가는 무엇인가? “무구를 몸에 맞추는 일이니, 맞추고자 하는 무구를 가져만 오면 될 뿐이지. 뭐가 더 필요하겠나? 굳이 말하면 돈이 좀 필요할 터." “아, 돈이요.” 이내 밝혀진 대가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추가 지출이 마음에 들 일은 없는 법. “돈은 얼마쯤 필요하십니까?” “이런저런 일을 하려면 무구 하나를 제작하는데 1만 골드 정도는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지.” “1만 골드요?” 생각보다 큰 금액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가만, 얘네들 부위별로 맞추면 기본 방어구만 6개이고 무기까지 포함하면 두당 7만 골드? 셋이면…… 미친.’ 그렇게 럭키, 골드, 실버를 보는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웃음기는 없었다. ‘이건 좀 큰데…….' 예상 금액 최소 21만 골드! 그 아득한 액수에 고민하는 미다스의 머리 위로 오늘 실버가 보여준 활약이 떠올랐다. 돌코끼리를 상대로 보여주던 압도적인 모습이! ‘그래도 남는 장사다.’ 그제야 비로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NPC토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필요한 무구와 1만 골드만 가져다드리면 되는 겁니까?” “아무렴.” 그 물음에 NPC토스가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덩치가 있으니, 똑같은 아이템이 3개 정도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나온 말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그아웃하셨습니다.] 대신 현실로 도피할 뿐. 253화. < 82화. 럭키 vs 골드 (1). > 1. 보통 위험을 느낄 때 사람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그 위험이 일정 수준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극한에 이르면 오히려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 정현우가 그랬다. ‘아.’ 게임에서 아이템 제작 조건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바로 로그아웃을 할 정도로 당혹했으나,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은 오히려 깨끗했다. 컴퓨터로 따지면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에 리셋이 된 셈. 자연스레 리셋과 함께 고민과 걱정, 우려와 탄식조차 사라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마치는 순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정현우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이번 건수는 무조건 해야 해. 거절하거나, 저울질할 수 있는 건수가 아니야.’ 그 계산 끝에 나온 결론은 지금 건수를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은 내가 이에 대한 확실한 투자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계획을 짜고 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은 이 정보를 넘겨주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당연히 럭키와 골드, 실버를 무장하는 데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리란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게 모든 계획을 진행 중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현우가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혹여 투자를 아낀다면?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 아니라 유니크 등급 아이템에 만족한다면? ‘사정하면 바꿔주겠지만…….' 물론 여기서 정현우가 자기 사정을 설명할 수는 있었다. 자신은 집에 책임져야 할 입이 두 개나 있고, 앞으로 새로 이사 갈 집도 알아보고, 대출 계획도 세워두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해서 그렇게 큰돈을 쓸 수 없다, 그러니 투자가 힘들다, 라고 말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은 계획을 수정해줄 것이다. ‘그 순간 끝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을 하는 순간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쌓아온 이미지의 좋은 요소들 중 절반 정도는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나도 끝, 라이징 스타 채널도 끝.’ 더 나아가 BJ대마도사를 믿고 계획을 준비해온 라이징 스타 채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터. ‘하물며 럭키의 첫 템 세팅이야. 그에 맞게 제대로 이벤트 준비했을 거야.’ 무엇보다 이 정도 스케일의 일을 준비하는 만큼,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어느 때보다 큰 이벤트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컸다. 당연히 그 빅 이벤트를 접었을 때의 손해도 클 수밖에 없는 노릇.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에 무조건 투자를 해야 해. 운석 도시를 넘어가는 순간 전용 아이템 제작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결정적으로 이 기회는 다시 찾아오리란 보장이 없었다. 이번에 맞춘 아이템이 럭키, 골드, 실버가 평생 사용해야 할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지금은 투자할 때다.’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즉, 지금 정현우가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돈을 아낄 수 있을까, 같은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돈을 더 끌어모으는 한이 있더라고. 최고의 아이템을 제작해야 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모아 아이템 제작에 투입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해야 할 뿐.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당분간 이사는 포기구나.’ 새로운 집에서 하하호호 갓워즈를 즐기는 꿈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그 순간 일어선 정현우가 비틀거리며 그대로 다시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정현우는 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이가 없네.’ 현실은 직시한 것과 별개로 그 현실 자체가 정현우에게는 너무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동안 정말 악착같이,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아끼며 열심히 모은 돈을 단숨에 써버려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하물며 그렇게 투자한 아이템은 되파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런 사실 앞에서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만무. '이 게임 만든 새끼, 진짜 게임 깨지 말라고 만든 게 분명해. 그게 아니면 이딴 식으로 만들 리가 없잖아?’ 그렇게 게임 제작자를 향해 이를 간 후에 정현우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내 카운터로 다가가 말했다. “혁주야.” “예, 형.” “10만 원만 충전해줘.” 그 말에 이혁주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우의 주문을 받았다. “예, 바로 해드릴게요.” 그러면서 생각했다. ‘현우 형, 뭔가 득템이라도 하신 모양이네. 바로 10만 원 충전하시는 걸 보면.’ 정현우에게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이라고. 정현우 본인이 알았으면 이혁주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도 남았을 생각. 물론 이혁주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정현우는 이 순간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그 각오를 다진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든 후에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메일을 보냈다. [NPC토스랑 만났습니다. 최고의 아이템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원하시는 대로 이벤트를 진행하세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이메일을 보낸 정현우가 이제 등을 돌렸다. ‘투자한 만큼 어떻게든 뽑는다.’ 어떻게든 기필코 해내겠다! ‘혜린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삼촌이 꼭 혜린이 방 달린 집 사줄게.’ 배수의 진을 친 정현우가 게임에 접속했다. 2. 운석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NPC토스의 대장간. “얘들아, 일단 서봐.” 그곳에서 이제는 럭키와 골드, 실버 그리고 잭팟을 한곳에 모은 미다스가 일단 잭팟을 보며 말했다. “잭팟은 빠져 있고.” 꾸우! 그 말에 잭팟이 곧바로 날갯짓과 함께 날아올라 미다스의 머리에 착지했다. 그렇게 잭팟을 머리 위에 둔 미다스가 남은 셋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얘네들이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총 세 개 부위.’ 게임에 접속한 이후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정보를 보다 확실히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NPC토스를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럭키와 골드, 실버의 경우 보통 상태에서 착용 가능한 아이템은 투구, 갑옷, 신발, 이렇게 3개 파츠가 전부였다. ‘레벨에 맞는 것만.’ 더불어 셋이 착용 가능한 레벨의 아이템으로만 전용 아이템 제작을 할 수 있었다. 400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미리 아이템을 만들어두는 짓 따위는 불가능했다. ‘뭐, 이게 정상이지.’ 상식적인 설정이었다. 베이스가 고리 원숭이인 골드라면 모를까 럭키가 도끼와 방패를 들고 망토를 두른 것은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일곱 파츠 전부를 착용한다고 생각한 게 이상한 거지.’ 어쨌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제작 비용 자체는 훨씬 더 적어졌다. ‘그럼 제작할 아이템은 총 9개, 비용은 9만 골드. 아이템에 더 돈을 쓸 수 있겠어.’ 물론 그렇게 줄어든 돈은 남겨두는 게 아니라 아이템 구매 비용에 써야 했다. 그게 고민의 시작점이었다. ‘거금을 쓰는 만큼, 확실한 세팅을 해야 해.’ 럭키와 골드, 실버의 장단점을 생각해서 그에 알맞은 최적의 세팅이 필요했으니까. ‘운석 도시는 다른 곳에 비해 등장하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개수도 넘쳐나고.’ 그런 의미에서 유난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의 종류가 많이 등장하는 운석 도시는 좋은 무대였다. ‘이것도 의도한 바이겠지.’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운석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이러한 설정을 염두에 두었다는 의미였다. 이곳에서 신수나 가디언의 스펙업을 마쳐라! 미다스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일단 실전으로 확인해야지.’ 제아무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결국 실전보다 확실한 건 없는 법. “이제부터 너희들의 한계를 확인할 거야. 과연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지 그리고 버틸 수 있는지. 한계를 확인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될 거야.”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럭키와 골드, 실버는 동시에 대답했다. 왕! “주인님의 명령은 죽은 후에도 따르겠습니다!” “저 역시 선배님을 따르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들. 꾸-우! 그리고 마치 자신도 빼놓지 말라는 듯이 존재감을 표하는 잭팟의 모습에 미다스가 이제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얘네들 스펙업시키는데 돈이 대수야?’ 이 믿음직한 동료들을 위한 투자가 이제는 조금도 아쉽지 않은 순간. ‘내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는 이틀 동안 최대한 많이 데이터를 모아둔 후 최고의 아이템을 얻어주마.’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리미트는 없었다. ‘얼마가 들든 간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저 최고만을 향해 달릴 뿐. 3. 운석 도시. 23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였다. “여기서는 재질에 따라 몬스터를 구분해. 암석, 광석 그리고 보석. 마지막으로 보스 몬스터인 운석.” 그렇게 몸을 구성하는 재질에 따라 종류가 나뉠 뿐 외형적인 형태는 천차만별이었다. “형태는 제멋대로야.” 사자, 곰, 코끼리 같은 동물형부터 오크나, 오우거 같은 몬스터 타입까지. “당연히 재질 따라 특성도 다르고.” 또한 재질에 따라 능력이나 스펙이 달랐다. “암석 쪽은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반대로 광석 쪽은 마법 공격 내성이 강해. 보석은 특수 능력이 있고. 운석은…… 뭐 보스 몬스터 만날 일 없으니 신경 쓸 거 없고.” 마법 공격을 반사하는 녀석도 있었고, 반대로 물리 공격에 강력한 내성을 지닌 놈도 있었으며, 보석 타입의 경우에는 주변 몬스터에게 버프 효과를 주거나 반대로 강력한 범위 공격을 행사했다. “골 때리는 건 재질에 상관없이 몬스터들이 무리를 짓는다는 거지. 그것도 세 자릿수로.” 이렇게 다양한 타입의 몬스터들이 백 단위의 무리를 구성한 채 운석 도시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다. “어느 때보다 팀플레이가 중요해. 비효율적인 전투를 했다간 정말 미쳐버릴 테니까." 그만큼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마주한 타입에 맞는 맞춤형 공략을 준수해야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의 이야기였다. “저기 저쪽은 그냥 무식하게 때려부수는데?” “저건 BJ대마도사잖아? 저긴 저래도 돼.” BJ대마도사, 그의 경우에는 맞춤형 공략이란 표현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했다. “럭키! 들어가!” 왕! “골드!” “예, 주인님!” “들어가.” “예!" “실버, 너도 들어가!” “선배님, 같이 가요!” 그저 제 주변에 있는 럭키, 골드, 실버를 전장을 향해 돌진시키면 될 뿐.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었다. 당장 골드 하이에나인 실버는 몬스터를 상대로 덩치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황. 크-왕! 여기에 럭키 역시 거대화 모드로 실버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네놈들, 주인님께는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한다!” 더욱이 이제 무장 해체와 함께 소형화 모드에서도 벗어난 골드 역시 제 덩치를 마음껏 자랑했다. 심지어 골드의 경우에는 고리 원숭이의 강력한 능력인 투척을 마음껏 이용했다. “주인님의 심판을 받아라, 이 부정한 무리들아!” 근처에 너부러진 바위 따위를 들어 몬스터를 향해 던지는 모습은 다른 의미로 섬뜩했다. “이야, 골드도 장난 아니네.” “골드랑 실버는 베이스가 보스 몬스터잖아?” “저 셋만으로도 나름 버티네.” 물론 그 셋만으로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 전황 자체를 압도하는 것은 솔직히 힘든 일이었다. 어쨌거나 23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아닌가? 더욱이 운석 도시에서 권장되는 파티 플레이 인원은 30인에서 50인 사이였다. 제아무리 럭키와 골드, 실버가 대단하다고는 해도 그 인원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게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이유였다. “아직 BJ대마도사가 안 나섰으니까.” “맞아. 블레이즈 골렘에 정령 전사들도 없고, 본인도 나서지 않고 있어.” 어째서 셋만 전투에 나서는 건지. 물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순수한 전투 스펙은 역시 럭키가 최고다.’ 쉬운 전투로는 그들의 한계를 알 수 없다는 것. ‘실버도 나쁘진 않지만, 덩치가 너무 커. 좋든 싫든 랭킹 능력을 확보시켜줘야 해.’ 실제로 지금 미다스는 여러 번의 전투를 통해서 현재 저 셋의 특징을 파악한 바였다. ‘골드는 전천후다. 실버가 어그로를 끌고, 그 뒤로 럭키가 휩쓸고 남은 것들을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이 제격이야.’ 그렇게 계산을 하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돌늑대를 처치했습니다.] [아이언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힘겨웠던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 ‘좋아, 세팅은 정해졌다’ 동시에 미다스의 계산 역시 끝났다. 왕! 그렇게 전투를 마치자, 럭키가 가장 먼저 미다스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헥헥! 그러한 럭키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열한 전투를 치렀음을 보여주는 증거. “나쁜개! 주인님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마라! 당당한 모습만을 보여주어라!” “선배님이 말이 맞습니다!” 골드 역시 제법 지친 기색이 있었으나, 그 기색을 숨기며 꿋꿋한 자세를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실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자, 수고했어. 이제 힘든 일은 끝났고, 바로 세팅을 들어갈 거야.” 그 미소와 함께 미다스가 제 얼굴을 자신의 몸에 비비는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럭키, 아주 좋은 것들로 한 벌 뽑아줄게.” 왕! 기쁨에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럭키.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이 이제는 골드를 향했다. 칭찬을 받는 럭키가 부러운 듯,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곁눈질로만 상황을 살피는 골드의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당연히 골드 네게도……." 그때 미다스가 말을 멈췄다. “주인님, 저는 무엇이든 감사히 받을 겁니다!” 이어서 제 가슴을 두드리는 골드,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런 골드의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응?’ 그저 그의 머리 위에 등장한 물음표만이 보일 뿐.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254화. < 82화. 럭키 vs 골드 (2) > 4. 보통 사람들에게 스타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직접 스타를 만나는 건 기분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갓워즈도 마찬가지였다.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 스타 플레이어와의 만남은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나즈마가 이 근처에 사냥하고 있다던데?” “일본이 낳은 천재? 오로치 길드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그 이나즈마?” “응, 요즘 일본 갓워즈 커뮤니티가 일동단결해서 빨아주는 걔.” “렙업 속도 장난 아니네, 벌써 여기에 왔다고?” 일단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참나, 누군 사냥터 하나를 반년 내내 제대로 공략도 못하는데, 누군 그냥 두어 달 만에 졸업을 하네.”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자신이 영혼을 갈아 넣어도 할 수 없는 걸, 숨 쉬는 것처럼 해버리는 것을 보는 게 기분 좋을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그건 심리적인 부분이었고, 실질적인 부분으로 보자면 스타 플레이어들의 주변에는 언제나 가드가 붙었다. “그나저나 이나즈마가 왔다면 오로치 길드는 물론, 도우미들 잔뜩 붙어서 왔겠네?” “탐험가 길드 VVIP이니까. 후원자 중 한 명인 일본의 대부호가 막 쓰라고 돈도 대주잖아?” 그 스타 플레이어가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주는 가드들이. 당연히 그런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은 그 근처에서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들에게는 떠나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괜히 근처에 가서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이동하자!” “이렇게 된 거 그냥 좀 쉬자.” 그런 이유로 보통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개인적으로 팬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혀를 차며 장소를 떠나거나, 게임을 잠시 떠나고는 했다. “나 팬인데,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아서라, 이나즈마가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 접근하는 순간 가드들한테 PK 안 당하면 다행이지.” 혹여 팬이라고 해도 그냥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에 집중하는 플레이어는 맹수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보통의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우였다. “저기, BJ대마도사가 사냥 중이래!” “진짜?” 그 스타조차 빛을 잃게 만드는 슈퍼 스타의 등장은 달랐다. “보러 가자!” “구경하자!” 불쾌함 따위보다는 오히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천금 같은 행운으로 받아들일 정도. “안녕하세요, 럭TV입니다! 지금 저는 BJ대마도사의 사냥터 근처에 있습니다.” “저기, 저기 럭키가 보입니다! 앗! BJ럭키19323호팬님 후원금 10달러 감사합니다. 오! BJ골드332호팬 님도 후원금 10달러 감사합니다. 아! BJ대마도사1호팬님 1원 감…… 아, 이건 아니죠.” 심지어 그러한 BJ대마도사를 두고 빨대를 꽂기 위해 달려드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와, 몰려든 숫자 좀 봐! 진짜 장난 아니네. 우글우글하네, 우글우글해.” “지금 이 주변에 플레이어들만 천 명 가까이 모인 것 같은데?” 그렇게 BJ대마도사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플레이어의 숫자가 무려 1천 명을 훌찍 넘길 정도! “이렇게 많이 모인 경우가 있었나?” “아니, 보통은 이렇게 모일 여건이 안 나오니까.” 사실 이건 분명 이례적인 경우였다. 분명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건 맞았고, 그렇기에 BJ대마도사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사냥을 했다. 특히 시간을 끊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BJ대마도사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하루 플레이 타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20분 또는 30분 단위로 사냥을 하고 휴식 시간을 가지고는 했으니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3시간 30분째 로그아웃 안 하고 사냥 중이라는데?” 그러나 지금 BJ대마도사는 무려 3시간 넘게 로그아웃을 하지 않은 채 사냥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게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뭔가 있어.”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걸 할 리는 없지.” “최근에 빅이벤트 준비 중이라는데, 혹시 그거와 관련된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러한 점이 모인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고민케 했다. 대체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기나긴 전투를 치르는 것인가? 물론 이유는 간단했다. [와신상담] !3시간 33분 동안 전투를 멈추지 않으면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2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골드의 충성도 승급 조건이 3시간 33분 동안 멈추지 않고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것. ‘3분만 더 버티면 이 빌어먹을 일도 끝이다!’ 솔직히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는 미다스가 이렇게 손해 보는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손해 보는 정도가 아니었다. 말이 3시간 33분이지, 그 시간 동안 휴식 한 번 없이 전투를 계속하는 건 정말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았다. ‘조금만 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골에 도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 당연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루머가 만들어지는지, 그것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가디언이 3시간 33분 동안 전투를 치렀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2급이 되었습니다.] ‘끝났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오로지 하나, 가디언의 성장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사실 뿐. ‘새로운 스킬이다!’ 그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전투를 정리했다. “얘들아, 이제 마무리하자!” 전투의 종료를 명령했고, 그 명령에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만을 정리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곧바로 미다스의 곁으로 모였다. 이후 미다스가 좌중을 훑어봤다. ‘한 곳에서 오래 플레이해서 그런가? 관중이 많네.’ 자신의 주변에 넘치는 플레이어들을 이제야 확인하는 순간. 물론 미다스는 그 이상 그 관객들에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 ‘거리는 유지해주는군.’ 관객은 많았지만, 그들 중에 미다스와의 거리를 좁히는 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름값 덕분이었다. BJ대마도사는 팬에게는 친절하지만, 자신을 방해하는 무리에게는 누구보다 잔혹하다는 것. 그리고 그 잔혹함 앞에서는 1티어급 길드들도 쉬이 몸을 건사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 그 사실이 무모한 이들의 탄생을 막았다. ‘좋아, 바로 가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자리를 이동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골드 앞에 섰다. “주인님, 새로운 힘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디언의 능력을 직접 선택해주십시오.] 이어진 골드의 말과 알림에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다스의 눈앞에 2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그리고 그 20장의 카드 중 유일하게 빛내는 황금빛 카드에 미다스의 눈이 꽂혔다. ‘자, 이번에는 과연 어떤 스킬이냐? 공격 스킬? 방어 스킬? 어?’ 이윽고 황금빛 카드의 정체를 확인한 미다스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골드 그리고 실버를 번갈아 바라본 후에 다시 카드, 그 뒷면 너머를 확인했다. [라이딩]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가디언이 모든 것에 타고,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라이딩. 그 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실버 탄 골드.’ 골드 하이에나의 등에 올라탄 고리 원숭이가 전장을 같이 휩쓰는 장면이. 그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아이템 세팅은 바로 수정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지. 럭키보다는 골드를 공격수로 배치하는 게 낫겠어.’ 적을 무참히 분쇄하는 역할을 럭키가 아닌 골드에게 맡겨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럭키가 청소부 역할을 해줘야겠어.’ 그렇게 결정을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럭키야.” 왕! “이번에는 네가……." 그리고는 자신의 결정을 럭키에게 말해주려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말문이 멈췄다. [럭키] ![죽음의 레이스] !몬스터 4,444마리를 쉬지 않고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럭키의 머리 위에도 물음표가 등장했으니까. 5. 이제는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 이슈가 될 만큼 유명해진 BJ대마도사. - 3시간 30분 넘게 사냥을 하네. 체력이 장난 아니네. 그런 그의 기행에 당연히 세상은 빠르게 관심을 가졌다. - 속보! 다시 접속해서 사냥 중! - 이번에도 설마 다시 장기전 하려나? - 아니, 왜 굳이 장기전을 하는 거지? 더 나아가 그 기행 후에 다시 한 번 더 기행이 시작됐을 때 세상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예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솔직히 의도는 모르겠어요. 엠마 그리고 예하, 두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의 기행 소식을 듣는 순간 둘은 모든 일을 멈추고 화상 채팅을 통해 들려오는 BJ대마도사의 소식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 확실한 건 BJ대마도사는 지금 자신의 장기전 능력을 점검하고 있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두 여인이 내린 결론은 현재 BJ대마도사가 자신의 장기전 능력을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블레이즈 골렘 없이 장시간 전투를 치렀고, 그 후에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접속해서 4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멈추지 않고 잡았죠. 몇 시간 동안 싸울 수 있는가, 몇 마리까지 쉬지 않고 잡을 수 있는가…… 누가 보더라도 장기전에 대한 능력 검증이죠.” 그게 아니고서는 도무지 BJ대마도사의 이 기행을, 레벨업 사냥이란 기준에서 본다면 비효율적인 일을 설명할 도리가 없었으니까. - 딱히 이상한 건 아니죠. 장기전 능력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장기전 능력 검증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었다. 그만큼 장기전 능력은 중요했다. - 비슷한 실력끼리 붙으면 결국 체력이 좋은 쪽이 이기니까요. 특히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할 때 실력이 비슷하면 장기전 능력이 우수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저 전투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죠, 체력이 부족하면 강제 로그아웃도 당하니까요.” 체력과 정신력 부족으로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순간 강제 로그아웃이 실행됐고, 이후에는 일정 시간 동안 게임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게 장기전 능력이 중요한 이유였다. 즉, 검증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왜 지금 이 시점에 하는가, 그거죠.” - 네. 의문은 그 장기전 능력의 검증을 왜 하필 운석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때였다. 두 여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엠마의 방안을 가득 채웠다. “들어오세요.” 이내 허락이 나오자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멀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기 들었어. BJ대마도사가 장기전 능력을 검증하는 중이라면서?” 조금 전까지 라이브 방송을 한 것 때문에 제법 피곤한 모습을 보인 멀린이 곧바로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유는 알겠어? 왜 이 시점에 장기전 능력을 체크하는지?” 그 물음에 화면 속 예화와 엠마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멀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뱀과 같이 날카로운 눈빛을 뜬 채 두 여인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두 여인도 낌새를 눈치챈 듯 동시에 질문을 했다. “이유를 아시나요?” “아는 건 아니지만 짐작 가는 바가 있지. 그래서 지금 당장 샤워도 안 하고 여기 온 거야.” - 그게 뭔가요? 거듭 나오는 질문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한계에 내몰리면 도움을 요청하겠지. 하지만 과연 아즈모와 손을 잡은 지금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도움을 요청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물음에 예화가 바로 대답했다. - 예전과 달리 쉽게 손을 내밀진 않겠죠. 내밀더라도 과한 대가를 요구할 테고요.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많은 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황상 아즈모와 한 편이 된 상황. 심지어 루머이긴 하지만 조 단위가 넘는 돈이 오고 갔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었다. 예전처럼 BJ대마도사를 향해 호의 어린 손길을 내밀 필요가 없어진 셈. “그리고 BJ대마도사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즈모와 단숨에 운명공동체가 됐을 가능성은 없어. 어쩌면 손을 잡은 게 아니라 손가락 정도를 건 사이일 수도 있지. 그렇잖아? 만약 BJ대마도사가 적당히 케이크 위의 딸기만 먹을 생각이었다면 우리 손을 진작에 잡았겠지.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제야 비로소 엠마와 예화도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아즈모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은 채, 솔로로 활동하겠다는 거군요.” - 그걸 위해서 장기전 능력을 체크한 거고요. BJ대마도사는 여전히 혼자서 게임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엠마가 말했다. “그럼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아즈모와 손을 꽉 잡을 수밖에 없겠군요.” - 예? 그 둘이 이 이상 가까워지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예화가 반문을 제기했다. “BJ대마도사와 아즈모가 서로 손을 잡으면, 그때부터는 다른 이들과 손을 잡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오히려 갓워즈에 있는 모든 이익 집단들의 공공의 적이 되겠죠. 어차피 우리 손을 잡을 생각도 없는데, 그럼 차라리 고립시키는 게 낫겠죠.” - 아! 그리고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녀에게 멀린이 말했다. “그러니 중원 길드가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시비를 걸어야지.” 그 말에 예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렇게 짓밟힌 상황에서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덤빌 명분이 없어요. 명분이 없어도 시비를 걸 수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최후에나 할 수 있는 선택. 여러모로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의문에 멀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 아니라고요? “BJ대마도사가 말했잖아? 똑같은 전력으로 덤비는 게 날 얕보는 것 같았다. 그게 싫었다, 라고.” - 그야…… 아! 그 순간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 똑같은 전력이 아니면 되겠군요. “그래, BJ대마도사가 말한대로 더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후에 도전을 하면 되는 거지. 곧바로 엠마가 제안을 했다. “중원 길드가 각오가 되어있다면, 오로치 길드의 이나즈마와 손을 잡게 해주겠어요.” 이나즈마. 일본이 낳은 천재이며, 최고의 기대주인 플레이어가 언급되는 순간 예화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이유는 없죠. 기꺼이 손을 잡겠다. 그 의지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바로 사전 작업에 들어가면 되겠네. 시작은 언론 보도겠군.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손을 잡았다, 이슈거리는 제대로 되겠어.” - 그런데 BJ대마도사가 도발에 응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하죠? 그때 나온 의문에 멀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본인 입으로 말한 조건을 충족해서 덤비는데, BJ대마도사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입으로 두 말은 안 하겠지.” 대답을 하던 멀린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말했다. “뭐, 갑자기 BJ대마도사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스펙업을 하고, 그걸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예화는 더 이상 반문하지 않았다. - 그럼 전 제 일을 하러 가야겠네요. 이제 저마다의 역할을 위해 움직이기만 할 뿐. 255화. < 82화. 럭키 vs 골드 (3). > 6. - BJ대마도사 또 달린다! - 3시간 30분 넘게 사냥했는데 또? 3시간이 넘는 장시간 전투. - 이번에는 속도전이야! ㄴ 속도전? ㄴ 블레이즈 골렘까지 꺼낸 후에 몬스터 쓸어버리는 중! 그 후에 다시 게임에 접속해서 속도전을 시작한 BJ대마도사의 모습에 모든 이들은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 무슨 놈의 체력이 저래? - 저렇게 게임하는 게 가능? 그만큼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나름 실력자라 평가받는 이들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일. ‘젠장.’ 달리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일이었다. ‘분명 한계다. 한계까지 왔어.’ 더 골치 아픈 점은 그 한계점을 게임에 접속한 상태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현실에서의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몸이 무거워지거나, 호흡이 가파라지거나 그렇지만 게임 속에서는 그 어떤 증상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저 어느 기준을 넘는 순간 강제로 로그아웃이 될 뿐. 하물며 이번 럭키의 진화 조건은 쉬지 않고 4,444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아, 얼마 안 남았는데…….' 만약 이 순간 로그아웃이 된다면, 다시 처음부터 4,444마리라는 몬스터 사냥에 나서야 했다. ‘릴렉스, 작은 스트레스도 받지 말자.’ 그 참담한 경우의 수를 떠올린 미다스가 스스로를 추스르며 다시 한 번 더 전장에 집중했다. ‘무덤덤하게 가는 거야.’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펼쳐진 전장의 풍경은 무덤덤하게 보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우우우! 일단 마주하고 있는 적, 스톤 버팔로 무리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두두두! 돌로 만들어진 우락부락한 몸뚱이 그리고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뿔을 앞세운 스톤 버팔로 2백여 마리가 한 몸처럼 움직일 때마다 땅이 터질 듯한 소리를 냈다. 크-왕! “주인님을 위하여!” “위하여!” 더 놀라운 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 셋의 존재감이 그 스톤 버팔로 무리에 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렬하다는 점이었다. 거대화 상태인 세 맹수들이 저돌적이기 그지없는 스톤 버팔로 무리들을 상대로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붙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쿵! 쿵! 쿵! 쿵! 등장한 네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들 역시 럭키, 골드, 실버와 호흡을 맞추며 스톤 버팔로들을 도리어 뒷걸음질 치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쉬익! 그러한 거물들의 싸움 속에서 불의 하급 정령 전사들 역시 꾸준한 활약을 했다. 파투의 창을 든 하급 정령 전사는 블레이즈 골렘이 남긴 불길 속에서 지나가는 스톤 버팔로의 몸을 창으로 찔렀고, 파투의 활을 든 하급 정령 전사는 블레이즈 골렘의 어깨 위에서 쉴 새 없이 사방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스톤 버팔로가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스톤 버팔로가 중독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는 이제 골드를 대신해 파투의 단검을 쥔 채 전장을 움직였다. [스톤 버팔로가 파투의 저주에 걸립니다.] 그렇게 저마다 손에 든 무기를 이용해 스톤 버팔로들에 약화시키는 정령 전사의 활약 앞에서 전세는 야금야금 미다스 쪽으로 유리하게 변했다. ‘와.’ 그것을 본 미다스도 앞서 스스로 무덤덤해지다, 라는 다짐을 잊은 채 감탄을 토했다. 눈앞의 광경에 대한 감탄이 아니었다. ‘이것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니.’ 이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으리란 사실에 대한 감탄. 그 감탄 속에서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전장을 향해 망설임 없이 던졌다. 퍼엉! 그 파이어볼에 닿은 스톤 버팔로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되어 바닥에 흩뿌려졌다. 퍼엉! 그 후에도 미다스의 공격 하나하나가 그대로 스톤 버팔로의 몸뚱이를 돌덩이로 만들었다. 그 광경에 미다스가 다시 감탄했다. ‘나도 그렇고.’ 아르비아의 지팡이 없이도 이토록 강력한 데미지가 나온다면, 과연 아르비아의 지팡이를 손에 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 [스톤 버팔로를 처치했습니다.] [암석 파괴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에게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파이어볼 앤 체인 라이트닝!” 허나, 그 기꺼운 알림에도 미다스는 여전히 전장에 집중했다. 기껍지만, 기다리던 알림이 아니었으니까. 미다스가 기다리던 알림은 스톤 버팔로 무리의 숫자가 이제 한 자릿수로 줄어들 무렵이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쉴 수 없었던 전투의 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얘들아 마무리하자!” 그 외침에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장이 정리됐다. “모여! 끝내자!” 그리고 전장이 정리되는 순간 드디어 미다스가 전투의 종료를 알렸다. 그제야 비로소 전장에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던 럭키와 골드, 실버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을 포함한 모두가 미다스의 주변으로 모였다. 헥헥! “주인님, 위대한 전투였습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그렇게 모인 이들 앞에서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바라봤다. ‘이제 결정할 때군.’ 이제는 럭키와 골드, 둘 중 누구에게 전장의 메인 무대,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주연으로 삼아야 할지. 왕! 그런 미다스의 앞에 더 거대해진 몸을 가진 럭키가 다가와 그대로 납작 엎드렸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내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카드가 저마다 빛을 내뿜었다. ‘맙소사, 레전더리가 다섯 장이라고?’ 그중 절반이 황금빛인 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럭키를 바라봤다. “역시 럭키, 운이 좋군.” 왕? 주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를 앞에 둔 채 미다스가 그대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거 또 고민 좀 하겠네.’ 분명 대단한 일이었으나, 결국 그중 고를 수 있는 건 한 장. 당연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민되는 선택이었다. ‘뭐를 선택해야 하…….' 그 선택 앞에서 미다스가 하나하나, 레전더리 등급 스킬의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 다행히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언체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어떠한 것으로도 구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언체인. ‘맙소사, 이거 유령화잖아?’ 일명 유령화 스킬. 문자 그대로 몸을 물리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 유령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스킬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고스트였다. 돌나무조차도 무시하고 적을 향해 달리던 고스트! ‘돌격의 정점이다.’ 당연히 이 스킬은 근접 딜러에게 있어서 최강의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표적을 향해 그 어떤 방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니까. 때문에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다른 레전더리 스킬 4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상상할 뿐이었다. ‘이거 럭키가 가지면…… 와우.’ 전용 아이템으로 스펙업을 한 언체인 모드에서 적의 개입 없이 일방적인 학살을 벌이는 장면을. 그와 동시에 그 옆에서 실버에 올라탄 채 전장을 그냥 힘으로 헤집는 골드의 모습도 떠올랐다. '음.' 그 누가 낫다,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들.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 둘 중 한 명을 억지로 조연으로 내리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즉, 답은 이미 정해진 바였다. ‘……내가 서포트해야겠네.’ 둘에게 메인 무대를 맡기고, 그들을 돕는 조연 역할은 BJ대마도사가 하는 것. ‘아, 당분간 BJ엑스트라겠네.’ 그렇게 역할 분담을 끝낸 미다스가 이제는 얼굴 위에서 웃음기를 전부 뺐다. ‘그럼 지르러 가야지.’ 이제 남은 건 돌이킬 수 없는 투자를 하는 것뿐이었으니까. 7. “아직 자네 지팡이는 완성이 되지 않았네.” NPC토스의 말에 미다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지팡이가 아니라, 동료들의 무구를 만들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NPC토스가 털 한 점 없는 얼굴 위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필요한 건 이미 말해주었으니…… 그래서 재료는 준비해왔나?” “예." 미다스는 대답 대신 곧바로 인벤토리에 투구 세 개, 갑옷 세 개 그리고 부츠 세 개를 꺼냈다. “오, 흑운석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이군.” 그렇게 꺼낸 무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곳, 운석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흑운석 세트였다. “흑운석은 운석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놈이지.” 흑운석 세트의 특징은 바로 방어력! 일단 기본적으로 방어력과 체력 스탯이 매우 높게 붙어 있었다. 또한 각 부위에는 방어와 관련된 주요한 옵션들이 있었다. 일단 흑운석 투구에는 감소한 체력의 퍼센티지 만큼 방어력이 상승하는 ‘고통의 희열’ 스킬 옵션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흑운석 갑옷에 붙은 건 체력이 감소한 만큼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생존본능’ 스킬이. 마지막으로 흑운석 신발에는 어그로를 끈 몬스터 숫자만큼 방어력이 상승하는 ‘만부부당’ 스킬이 달려 있었다. '탱커 세트.' 그야말로 탱커를 위한 세트였다. ‘그것도 그냥 탱커가 아니라 각 파티에서 최고의 탱커들만 입는 세팅이지.’ 더 나아가 그저 딜러와 힐러 앞에서 그들을 지키는 탱커가 아니라, 최전선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로부터 시간과 공격 기회를 버는 속칭 메인 탱커들이나 입을 수 있는 아이템 세트였다. 당연히 가격은 엄청났다. 아이템 하나 가격이 한화로 억이 넘는다고 보면 될 정도. ‘집값.’ 그러한 것을 3세트를 준비했으니, 집값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누굴 위한 것인가?” “저기, 골드 하이에나를 위한 겁니다.” 더불어 이 흑운석 세트는 당연히 실버를 위한 아이템이었다. “재료비는 3만 골드이네.” 그렇게 미다스가 꺼내 바닥에 내려놓은 아이템을 확인한 NPC토스가 보수를 요구했다. 그 요구에 미다스는 보수 대신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가장 먼저 꺼낸 것은 갑옷이었다. 앞선 검은색 구멍 뚫린 갑옷과 달리 이번에 꺼낸 것은 핏빛이 감도는 루비 같은 갑옷이었다. "오, 혈운석으로 만든 녀석이로군. 그것도 알리비아의 솜씨가 깃든.” 알리비아의 혈운석 갑옷. 핵심 옵션은 처치한 몬스터 숫자만큼 능력치가 최대 33퍼센트까지 상승하는 ‘킬 포인트’ 스킬! 딜러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알리비아가 게으른 녀석이라 구하기 힘든 녀석일 텐데.” ‘그래서 비싸게 줬지.’ 당연히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그러한 갑옷 다음으로 미다스가 꺼낸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부츠였다. “징기의 부츠로군.” 앞선 운석류 아이템과 달리 운석 도시에서 퀘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징기의 부츠였다. 효과는 착용 시 이동 속도와 도약력 43퍼센트 증가! 전투 실력에 자신 있고, 미쳐 날뛰는 게 장기인 근접 딜러들에게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낸 건 투구였다. 한가운데 독수리의 눈 모양이 새겨진 황금빛 투구. “독수리의 눈이군.” 이글 아이 투구. 효과는 이름 그대로 이글 아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아이템은 인기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딜러들이라면 이글 아이와 같은 스킬을 습득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시세 자체는 지금 여기 있는 아이템들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아, 결국 눈탱이 맞았어.’ 문제는 이중 하나는 보통 시세보다 2배나 넘는 가격을 주고 샀다는 것.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거래가 활발하게 되는 아이템은 시세로 장난질을 치기 어렵지만, 거래가 적은 아이템은 도리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말도 안 되는 시세에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하물며 독수리의 눈 투구는 인기도 없어 매물 자체도 미다스가 검색했을 때 6개가 전부였다. ‘젠장.’ 그야말로 울며 겨자를 먹을 수밖에 없는 셈. 어쨌거나 그렇게 모드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손을 넣은 후 그 안에서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렇게 꺼낸 주머니에는 90,000이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미다스가 그 주머니마저 바닥에 깔린 아이템 위에 올려놓았다. ‘내 전 재산이다.’ 사실상 미다스가 가진 자산의 전부가 지금 이 바닥에 깔리는 순간. “좋아, 바로 작업을 해주지. 시간은…… 12시간 후에 오게. 자네 지팡이와 같이 만들어주지.” 그리고 그것을 받아든 NPC토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미다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자신의 전재산은 이제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아이템이 될 터. 물론 여기서 미다스는 후회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건 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미다스는 후회 대신 각오를 다졌다. ‘어떻게든 뽕 뽑는다.’ 이 투자를 무색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8. 갓워즈에서 이슈 메이킹은 여러모로 중요했다. 이슈 메이킹의 유무에 따라서 시청자 숫자가 배 단위로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만큼 타이밍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폭풍이 몰아치는데 불을 피우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빅 이슈가 있을 때는 다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 BJ대마도사 노림수가 뭘까? - 갑자기 장기전 능력을 검증하다니, 필시 뭔가 거대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니까 그런 거겠지? -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했잖아? 그거랑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아즈모랑 손잡았다고 했으니, 그와 관련된 거겠지. - 뭐든 엄청날 듯! 지금 갓워즈의 강력한 폭풍 중 하나인 BJ대마도사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그보다 다른 곳은 잠잠하네. - 잠잠해야지. 여기서 나대봤자 바로 묻힐 게 뻔한데. 모두가 BJ대마도사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 어? 중원 길드에서 속보 냈다. ㄴ 무슨 속보? ㄴ 오로치 길드랑 손잡았다는데? ㄴ 오로치 길드랑? 잠깐, 그럼 중원 길드가 이나즈마랑 손을 잡았다는 거야? 그런 와중에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연합 소식이 들렸다. 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불을 지른 격.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중원 길드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 잠깐, 이 시점에서 그 둘이 손을 잡았다고? - 딱 봐도 BJ대마도사 노리고 손잡은 거네. 중원 길드가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리벤지를 원한다! - 또? 중원 길드 저번에 개발렸잖아? ㄴ 맞아. 주제 파악을 해야지. 물론 일부는 중원 길드에는 도전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 BJ대마도사에게 무참히 짓밟힌 게 며칠 전 일. 허나,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했다. - 그래서 전력보강 했잖아? - 이나즈마랑 손을 잡은 거면 이야기가 다르지. 일본이 낳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라고! - 이제 정말 제대로 각 잡고 덤비는 거 같은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도 싸움을 받아줄 듯? - 맞아, 그리고 재미있을 거 같잖아? 다른 온갖 이유를 떠나서, 대부분은 이나즈마와 손을 잡은 중원 길드랑 BJ대마도사가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으니까.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관객이 바란다, 그 이상의 명분은 필요 없었으니까. “이렇게 나오네.” “중원 길드, 진짜 장난 아니네.” “이거 못 피하겠는데?” “결국 또 중원 길드랑 붙는 건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역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이 매치업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한 명의 의견은 달랐다. ‘이나즈마랑 손을 잡았다…….' 박영준, 그는 생각했다. ‘결국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덫에 걸렸군.’ 이 모든 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라는 것을. ‘하긴 나라도 BJ대마도사가 장기전 능력을 검증하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BJ대마도사의 장기전 능력 검증,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누가 보더라도 솔로 플레이 능력 검증이었다. 당연히 그걸 본 이들은 왜 여기서 장기전 능력을 체크하는지 의문을 가질 터. 그러한 의문은 아즈모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이는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고집할 생각이며, 자연스레 그 둘이 그렇게까지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추측을 할 터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으면 아즈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둘이 진짜 한 팀이 되면 그 둘은 세상으로부터 고립한다.’ 박영준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어서 아즈모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논외의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정말 누가 보더라도 한 팀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가 나오는 순간 갓워즈의 모든 권력자들, 10대 길드를 포함한 모든 실력자들이 그 둘을 경계할 게 분명했다. 그건 곧 그 둘이 갓워즈의 권력자들이 만든 이너 서클에서 퇴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원 길드에 오로치 길드를 덧붙였고.’ 어쨌거나 BJ대마도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는 일단 그와 싸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고, 중원 길드는 그 방법으로 오로치 길드 그리고 이나즈마라는 강력한 패와 손을 잡았다. 분명 지금 기준에서 그들은 도전자의 자격이 있었다. 이미 세상 사람들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그러한 기대감을 가졌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아이템을 세팅한 럭키와 골드, 실버가 등장하면 계산이 달라질 테지만.’ 그러나 만약 BJ대마도사가 새로운 카드를 꺼낸다면? 더 강력해진 모습을 보인다면? 계산은 새로 할 수밖에 없는 일. 문제는 이미 터뜨린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물러나거나 혹은 추가 전력을 영입하거나.’ 그 상황에서 중원 길드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그냥 도전을 접거나 아니면 본인들도 또 한 번 더 전력 증가를 하거나. ‘추가 전력을 영입하겠지.’ 물론 칼을 뽑았는데 그냥 다시 칼집에 넣는 것은 중원 길드 성격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결국 싸우기 위해 추가로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쯤이면 권력자들의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자연스레 중원 길드를 향한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BJ대마도사와 아즈모가 한 몸이 되는 것도 견제할 일이지만,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를 비롯해 점차 몸을 부풀려가는 것도 충분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만약 그 뒤에 어비스 길드마저 있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다면, 도리어 어비스 길드가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덫이었다. BJ대마도사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중원 길드, 그들의 발목을 역으로 잡기 위한 덫. 때문에 박영준은 이 상황에 대해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슬슬 BJ대마도사가 준비한 패를 꺼내겠군. 럭키와 골드, 실버를 이용한 방송을.’ 그저 이 모든 것을 계획한 BJ대마도사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주기를 기다릴 뿐. “BJ대마도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라이브 방송 건에 대한 겁니다.” 그리고 그런 박영준에게 기다리던 것이 왔다. “그래? 주제는?” “럭키 대 골드랍니다.” “럭키 대 골드?” “그게…… 내용을 보니 둘이 싸울 모양입니다.” “싸운다고?” 그것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웃었다. ‘정말 여러모로 대단하다니까.’ 럭키와 골드, 실버를 이용하리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준비할 줄이야? 그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그 그림을 그린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가 생각하기에 어떨 것 같아?” “끝내주긴 할 것 같네요. BJ럭키팬과 BJ골드팬이 BJ대마도사팬보다 후원 수입이 2.23배 정도 높으니까요." “아니, 그거 말고 누가 이길 것 같아?” “그야…… 흠……." 그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 부하 직원을 앞에 둔 박영준이 빠르게 타자를 치더니 이내 이메일을 보냈다. 그것을 본 부하 직원이 말했다. “뭐 하셨나요?” “블루불하고 감마 제약에 제안서 넣었어.” “제안서요?” “럭키 대 골드, 누구에게 베팅할 거냐고.” “예? 베팅이요?” “응. 베팅해서 이긴 쪽 광고를 틀어주는 거야.” “네? 아, 아니, 잠깐! 사장님! 그럼 진 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놀라며 반문하는 부하 직원 앞에서 박영준이 어느 때보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되긴, 날리는 거지.” 256화. < 82화. 럭키 vs 골드 (4) > 9. 남의 싸움 구경보다 재미난 것은 많지 않은 법. - 중원 길드가 대놓고 발표했어! BJ대마도사한테 도전 신청했어! 때문에 싸움의 낌새가 보였을 때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관심을 가졌다. 더욱이 이번에 이루어지는 싸움은 그냥 싸움이 아니었다. - 중원 길드랑 오로치 길드, 2개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손을 잡았어! ㄴ 설마 했는데 진짜 이렇게 나올 줄이야. 이제까지 전례가 없었던 싸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연 솔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한 명을 잡기 위해 1티어급 길드 2곳이 손을 잡았던 적이 있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 어우, BJ대마도사 잡으려고 2개 길드가 체면을 버렸네. ㄴ 진짜 이렇게 이기면 좋을까? ㄴ 추하다 중원 길드! 그렇기에 몇몇은 자존심 따위는 버려버린 도전자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 아니, 이렇게 해서라도 이겨야지! 그럼 지고 도망침? ㄴ 맞아, 여기까지 온 거 뭐든 해봐야지! ㄴ BJ대마도사가 쫄리면 알아서 튀겠지, 뭔 걱정? 그러나 대부분은 이 싸움을 반겼다. 전례가 없었다는 것은 싸움이 벌어진다면 최초의 사건이라는 의미인데, 싸움 구경을 즐기는 이들에게 그보다 더 끝내주는 일은 없었으니까. 물론 가장 중요한 건 BJ대마도사의 선택이었다. - 그보다 BJ대마도사가 콜 하려나? ㄴ 못하지. 이걸 어떻게 이겨? ㄴ 맞아, 이나즈마 혼자서도 BJ대마도사 상대할 수 있을 거란 평가를 받는데! 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지랄하네, 이나즈마 정도는 BJ럭키님이나 BJ잭팟님 나설 것도 없이 BJ대마도사 선에서 커트 가능. ㄴ 이나즈마 장난 아니거든? 검객이 인정한 싸움꾼이거든? ㄴ 응, 그 검객 BJ대마도사 열혈팬이야. ㄴ 됐고, 이나즈마가 어떻든 간에 제정신이라면 이 도전을 받을 이유가 없지. 상식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매치업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체급 차이가 늘어나버리면 능력의 수준을 벗어나는 법이기에. 그렇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 하지만 BJ대마도사라면 다르다! - 우리의 BJ대마도사라면 콜하지! 그러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기대하는 이들에게 기대 이상을 주었던 자 아닌가? 그렇기에 중원 길드 모두가 기대감을 품은 채 BJ대마도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공지 올라왔다! ㄴ 뭐야? ㄴ 방송 내용 뭐야?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대답했다. - 럭키 vs 골드? ㄴ 뭐? ㄴ 럭키랑 골드랑 싸운다고? 작금의 상황에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대답. 그러나 그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 BJ럭키팬 집합! - BJ골드팬 집합! 그보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생겼으니까. 그 정도였다. - BJ골드팬 놈들, 드디어 이제 고개 숙일 때가 왔네. ㄴ BJ럭키팬 애들, 저번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번 매치업에 가지는 세간의 관심은 기존에 있던 이슈를 단숨에 묻힐 정도로 강력했다. ‘예상 이상으로 불타오르네?’ 정현우 역시 예상치 못한 수준이었다. - 뭐? 어디서 지금 말도 못하는 짐승이나 빠는 놈들이? ㄴ 응, 느그 골드도 짐승. ㄴ 너 도시 어디야? ㄴ 위가인데? ㄴ 새끼, 오늘 그리니치 천문대 시각으로 12시 정각에 위가의 도시 동문 앞으로 와라. 대가리를 박살을 내줄 테니까. ㄴ 그래, 올 때 유니크 템 차오는 거 잊지 말고. 이제는 럭키 팬과 골드 팬이 서로 나뉘어서 인신공격을 할 정도. ‘어,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어느 시점부터는 이러한 온라인의 분위기를 바라보는 정현우의 머리와 가슴 속에 걱정과 우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사생결단 분위기잖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구 한 명이 이긴다면, 그에 대한 여파는 무시 못 할 테니까. ‘미치겠네, 그냥 뽕만 조금 뽑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이벤트 매치, 럭키와 골드를 이용해서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 정현우 입장은 여러모로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그러한 표정이 겉으로 드러났다. “표정이 왜 그래?” 그런 정현우의 표정에 식탁 앞에 있는 정태우가 가볍게 한 마디를 던지자, 정현우가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덮어놓으며 말했다. “별 일 아니야. 그보다 형은 어때?” 말을 하던 정현우가 슬쩍 정태우의 허리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평소와는 달리 휠체어가 아닌 철제 의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있었던 수술의 결과물이었다. “걸어 다닐 만해?” 그 질문을 받는 정태우의 표정 역시 썩 좋진 못했다. 수술이 실패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수술은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보조기 도움을 받으면 문제없어. 보조기도 반 년 후에는 벗어도 된다더라." “다행이네, 열심히 모아서 수술한 보람이 있어.” “그보다 돈은……." 그럼에도 정태우의 표정이 좋지 못한 건, 형이 되어서 동생에게 큰 빚을 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생의 처지를 아는 정태우 입장에서는 동생이 자신의 수술비, 그 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피 말리는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 혜린아? 아빠 수술 잘 되어서 좋지?” 정현우는 그런 형이 괜한 말을 하기 전에 잽싸게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물론 정현우의 경우에는 다른 것보다 형이 자금 출처를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돈 출처 물어보기 전에 말 돌리자.’ 정현우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형한테 갑자기 감전되어서 갓워즈 정보가 보이는 덕분에 BJ대마도사가 됐다고 말하면 믿어줄 리가 없으니까.’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정현우의 처지가 복잡하다, 라는 수준을 아득히 넘고 있었으니까. “아빠 걸으니까 좋지?” “응! 매일 같이 손잡고 나가서 좋아!” 그렇게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내던진 정현우의 질문에 나온 혜린이의 어느 때보다 해맑은 미소에 정태우 역시 더 이상 캐묻지 못하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화사해진 분위기 속에서 정태우가 말을 던졌다. “뭐든 간에 조심히 해. 건강이 제일 중요해.” “형, 나 프로야구선수까지 했던 몸이야. 형하고 건강 수준이 차원이 달라. 형이나 앞으로 운동도 제대로 해. 그리고 직장도 가지고. 사지 멀쩡한데 설마 놀고먹을 생각은 없지?” 장난삼아 툭 내뱉는 말에 정태우가 담담히 말했다. “안 그래도 예전 동료한테 일자리 제안 하나 왔어.” “그래? 좋아?”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자리야. 보수는 괜찮더라고.” “뭔데?” “실시간으로 통신 보안 관리해주는 거야. 해킹 같은 거 당하지 않게. 내 쪽에서만 오케이 하면 바로 된다더라.” “그럼 뭐해, 오케이 해야지?” “그래, 바로 할 거다.” 그 대화를 끝으로 정태우가 정혜린의 깔끔하게 비어버린 밥그릇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잉! 그러자 들리는 나지막한 외골격 보조기 소리 사이로 정태우가 정혜린을 보며 말했다. “이제 밥 다 먹었으니 유치원 가야지.” “응! 아빠도 같이 가!” “그래, 같이 가야지.” 말과 함께 딸아이의 정수리에 짧게 입맞춤을 한 정태우가 정현우를 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하라고 해도 안 해.” 그 대화를 끝으로 식탁을 정리하는 형과 조카를 바라보는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뭐 이 악물고 해야겠네.’ 이 광경 앞에서 적당히,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아있을 리 만무. 그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머릿속에 있던 고민을 놔두지 않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남들은 관심받고 싶어서 별에 별 짓을 다하는데, 이렇게 뜨거워지면 고마운 거지.’ 대신 새로운 고민을 했다. ‘더 화끈한 연출이 필요해.’ 광고주와 시청자들을 위해 어떤 연출이 필요할지. ‘그보다 광고비로 뭘 받으셨으려나?’ 그리고 과연 이번 라이브 방송의 광고료는 무엇일지. 그것을 고민하던 정현우가 행복한 상상했다. ‘현금 10억이었으면 좋겠다.’ 10. “현금은 필요 없습니다.” 박영준의 말에 곧바로 채팅창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 블루불 : 그냥 해본 말입니다. 고작 100만 달러로 끝낼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대화 상대는 블루불.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사실상 아즈모지.’ 채팅창 너머에 있는 존재가 아즈모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물론 그래서 봐줄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선 좀 그어보자고.’ 오히려 반대, 여기서 아즈모와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게 BJ대마도사가 바라는 일이었다. 만약 이대로 아즈모에 더 기대게 된다면 아즈모는 그것을 이용해 BJ대마도사의 몸을 순식간에 먹어치울 것이 분명했으니까. - 블루불 : 저번 라이브 방송 광고비로는 본래 드리고자 했던 헬파이어 스킬 카드를 그냥 드리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박영준은 블루불 쪽의 대답에 제안했다. “그러지 말고 플러스 알파로 가시죠.” ‘묻고 더블로 가자고.’ 그 제안에 바로 질문이 나왔다. - 블루불 : 플러스 알파? “이번에 럭키 대 골드, 이벤트 매치를 합니다. 이런 대결 매치인데 그냥 평범하게 광고를 걸면 좀 그러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감마 제약하고 같이 베팅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 블루불 : 그러니까 우리 회사와 감마 제약이 각자 골드와 럭키 중 하나를 골라 베팅을 하는 겁니까? “예. 광고는 이기는 쪽만 나오는 거죠.” 여기서 블루불 쪽은 자신이 베팅한 쪽이 패배했을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다들 꾼인데, 디테일한 설명은 필요 없지.’ 지금 이 대목에서 나올 질문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 블루불 : 베팅액은 동일한 겁니까? 이 새로운 도박판의 룰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가? “예, 동등해야죠.” - 블루불 : 만약 감마 제약이 베팅을 거절할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새로운 광고주에게 기회가 넘어갑니까? “아뇨, 그렇게 되면 귀사에 광고를 배정합니다. 그 정도까지 양아치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꾸준히 라이징 스타 채널에 광고를 후원 해준 두 기업을 위한 배려이죠.” - 블루불 : 베팅액을 먼저 제시하는 건 우리 쪽이고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룰을 파악한 블루불에서 대답이 나왔다. - 블루불 : 천운석 아이템 1개 분량. 그 베팅에 박영준의 눈빛이 빛났다. ‘역시 세게 나오는군.’ 운석 도시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분류 자체는 운석급으로 분류되었다. 속칭 운석급 몬스터. 이러한 운석급 몬스터는 그 운석의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능력이 달랐다. 천운석은 개중에서 가장 희귀한 빈도로 등장하는 몬스터였다. 등장 빈도는 한 달에 한 마리! 즉, 갓워즈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이제까지 채 100회가 등장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천운석으로 만든 아이템은 구하기 힘든 만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중에서도 최고 등급을 자랑했다. 오죽하면 레전더리 위의 아이템, 레전더리 에픽 아이템이라는 평가를 붙일 정도. - 블루불 : 아이템은 거래가 되지 않기에, 재료만으로도 괜찮겠죠? 재미난 점은 이러한 천운석으로 아이템을 제작하는 순간 그 아이템은 귀속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재료만으로 거래했다. 더불어 이러한 재료에는 단 한 번도 시세가 붙은 적이 없었다. 일단 너무 희귀해서 거래 자체가 없었다. 동시에 너무나도 희귀한 탓에 천운석 앞에서는 기존의 룰이 통하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는 먼저 친 쪽이 잡는다, 같은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룰이. 오히려 천운석의 경우에는 스틸을 해도, 저 정도 놈이면 스틸할 만하지! 놓친 놈이 병신 아니야? 같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상 룰 없음이 룰인 셈. - 블루불 : 매물 대부분은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니, 헬파이어 스킬 카드보단 가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런 룰에서는 거의 대부분 탐험가 길드가 유리했다. 일단 탐험가 길드가 작심하고 몬스터 스틸에 나선다면 일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1티어급 그리고 10대 길드 입장에서는 탐험가 길드가 천운석 매물을 관리해주는 게 유리했기에 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장려했다. 그런 이유로 입수 난이도는 헬파이어 스킬 카드보다 훨씬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도 이건 구하기 힘들어. 탐험가 길드가 대부분 물량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이 매물은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매물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쉬웠다. 대부분이 탐험가 길드의 장부에 적혀 있으니까. 즉, BJ대마도사가 구할 순 있어도 이제까지처럼 아무도 모르게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박영준은 망설임 없이 그 베팅을 받아들였다. “그럼 곧바로 감마 제약 쪽과 대화를 나누고,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블루불과의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영준이 곧바로 다음 미팅을 준비했다. “사장님, 급한 일이신가요?” “아니, 미팅할 건데?” “그럼 미팅 전에 결재 좀 해주세요.” 그때 박영준이 잠시 멈추기를 기다리던 부하 직원이 잽싸게 결재받을 태블릿을 건네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럼 이제 감마 제약하고 미팅하실 건가요?” 앞선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거기랑은 미팅까지 할 필요가 없지.” “예?" “뭐 하러 미팅을 해? 이런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블루불이 천운석을 베팅했다. 생각 있으면 천운석을 걸어라. 그 제안이 싫으면 거절하면 될 뿐이지. 미팅할 일이 아니잖아? 그냥 이메일 하나 보내면 돼. 뭐, 여기서 거절하면 블루불 쪽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딱히 틀리지 않은 말. 그렇기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누구랑 미팅을?” 그렇다면 곧바로 다음 미팅을 잡고자 한 상대는 누구란 말인가? 부하 직원의 그 질문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중원 길드로부터 도전료를 못 받았잖아?” “예?" “이제 그거 관련해서 이야기해야지. 헬파이어 스킬 카드 준다고 했었는데, 솔직히 필요 없으니까 다른 물건으로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렇게 말을 한 박영준이 부하 직원이 들을 수 있을 법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중원 길드가 천운석 가지고 있었다는 뉴스가 나왔었던 것 같은데…… 뭐, 질문해보면 알겠지. 자, 결재 끝.” 이내 결재를 마치고 태블릿PC를 건네주는 박영준의 옅은 미소를 보는 순간 부하 직원은 놀란 나머지 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사장님, 정말 무서운 분이시군요.” “와튼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지.” 부하 직원의 그 말에 박영준이 여유 넘치는 대답을 할 때, 그때 다른 부하 직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로부터 연락 왔습니다. 모든 스탠바이 끝났답니다! 오케이 사인만 내려주면 지금 당장에라도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박영준이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BJ대마도사하고는 뭔가 통하는 게 있단 말이야.” 257화. < 82화. 럭키 vs 골드 (5). > 11. 까앙! 운석이 대지를 두드리며 만든 크레이터, 그 안에 만들어진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대장간에서 나오는 쇠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한 그곳에서 미다스가 두 손을 모은 채 앉아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옅게 드러나 있었다. ‘제발 옵션 좋게 나오기를.’ 초조함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잠시 후 NPC토스를 통해 받게 될 럭키, 골드 그리고 실버의 아이템의 옵션. 물론 어떤 식으로 아이템 옵션이 나오든 놀라운 스펙업을 이룩할 건 분명했다. ‘전 재산을 바쳤으니, 좀 좋게.’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입장에서는 아이템 옵션이 조금이라도 좋게 나오기를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초조한 것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헥헥!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이든 주인님께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겁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초조함에 셋이 마치 경쟁하듯 미다스를 격려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은 잭팟만이 시큰둥하게 제 부리로 날개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낼 뿐. 그때였다. “기다리고 있었군.” NPC토스가 미다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본 미다스가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만드셨습니까?” “대장장이는 대장간과 관련된 약속은 결코 어기지 않는 법이지. 전부 만들어졌네.” 말과 함께 NPC토스가 턱짓을 하자 그를 따라온 그의 부하들이 하나둘 물건을 바닥에 놓기 시작했다. ‘응?’ 그렇게 내려놓은 것들은 주먹 크기의 돌로 만들어진 공이었다. 도무지 아이템이라고는 보기 힘든 것들. ‘이게 뭐지?’ 의문을 품는 미다스에게 NPC토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간단하네. 이 공을 원하는 녀석에게 던지면 그에 맞는 형태로 바뀔 것이네. 물론 한 번 사용하면 그 대상과 공명하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쓸 수 없지만.” “아." 설명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공명?’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놀라며 말했다. “잠시만요, 그럼 주인만 같으면 몸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상관없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전용 아닌가?” 부정이 아닌 긍정 어린 대답에 미다스가 재차 질문했다. “그럼…… 쟤네들이 새로운 몸을 가져도 상관없습니까?” “물론일세. 그냥 보이는 몸에 맞추는 것뿐이면 이런 고생을 뭐하러 하겠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대박이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골드와 실버가 새로운 몸을 얻어도 아이템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 새로운 몸을 얻는 순간 아이템이 무용지물 될지도 모르는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갓겜을 몰라보고, 운빨좆망겜이라고 욕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운빨갓겜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조금 전의 초조한 기색 따위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은 채 아이템 옵션을 확인했다. ‘어?’ 그런 미다스의 눈에 커졌다. [토스의 흑운석 투구]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착용자 레벨에 비례 - 토스가 특별히 제작한 흑운석 투구다. 착용자의 몸과 공명한다. - 근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체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지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마력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 - 착용 시 체력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체력 회복 속도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방어력 20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고통의 희열 스킬 발동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두 눈을 껌뻑였다. ‘기본 스탯 옵션이 착용자 레벨 따라 오른다고?’ 모든 스탯이 착용자 레벨에 비례한다는 것. ‘맙소사.’ 그건 곧 이 아이템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 순간 미다스가 NPC토스를 바라봤다. “저기.” “뭔가?” “일단 절부터 받으시죠.” 그리고는 진심으로 미다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NPC토스를 향해 절을 했다. 그 모습에 NPC토스가 두 눈만 깜빡였다. 제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된 AI라고 해도 자신에게 플레이어가 절을 하는 것에 대응하는 방법은 설계되지 않은 모양. “토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은혜는 게임 접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 NPC토스에게 미다스가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전 재산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대가로 베스트 시나리오가 나온 상황 아닌가? ‘조만간 알파 컴퍼니 향해서도 절 한 번 해야지. 아니야, 지금 당장 가서 할까? 아니, 하는 김에 갓워즈 만드신 김민수 씨한테도 해야 겠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이성이 반쯤 녹아버린 미다스를 앞에 둔 NPC토스는 결국 강제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자 받게.” “예? 뭘요?” “뭐긴, 자네 지팡이지.” “아!” 그제야 비로소 받을 물건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떠올린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지팡이를 받았다. “하하, 감사합니다.” 지팡이를 받아드는 미다스의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았다. ‘뭐, 멋진 거 나왔겠지.’ 이미 지금 만족감이 하늘을 찌른 상황에서 좀 더 하늘 높이 솟는다고 해서 감흥이 올 리 없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그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지팡이를 확인했다. [토스가 개조한 아르비아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00레벨 이상 - 토스가 개조한 아르비아의 지팡이다. 본래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아르비아가 보면 싫어할 것 같다. - 공격력 : 339 - 지력 +501 - 마력 +488 - 모든 마법 공력력 24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38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死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18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모든 마법 공격력 29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87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그리고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방긋 웃은 후에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 그럼 그렇지.” 그 순간 미다스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이거 꿈이었네. 하하!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 꿈이네, 꿈.” 짝! 말과 함께 미다스가 오른손으로 제 오른뺨을 세게 후려쳤다. 짝! 연달아서. 짝! 거듭해서. 그렇게 뺨을 후려친 후에 미다스가 다시 지팡이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표정에 더 이상 웃음기는 없었다. ‘미친, 이게 현실이라고? 진짜?’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NPC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 실력에 의심은 없을 터. 그래서 말인데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그 말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소리쳤다. “무슨 명이든 받들겠습니다!” ‘개처럼 짖으래도 짖겠습니다!’ 그 어떤 NPC를 만났을 때보다 진심을 품은 채 대답하는 미다스에게 NPC토스가 말했다. “이제 자네 실력을 보여주게. 재료를 좀 구해다주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토스의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가 재료를 요구했다. 암석 몬스터 1만 마리와 광석 몬스터 2천 마리, 보석 몬스터 5백 마리를 잡아 재료를 구해다 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토스의 마지막 부탁’ 진행 가능 아득한 퀘스트 조건! 그러나 미다스는 그 내용에 도리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렴요,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템 맞췄으니까 위력 좀 보러 가자!” 12. 럭키 대 골드, 누가 보더라도 이벤트 매치에 불과한 매치. - 럭키가 최고라니까. 귀여움의 차원이 다르다고. 사탄도 럭키를 봤으면 웃으면서 개껌 3박스 주문했을 거다. ㄴ 골드는 귀여움에 플러스로 말을 하잖아, 말을! 그러나 그 매치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 아니, 어떻게 된 게 럭키랑 골드 매치가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할 때보다 더 이슈가 되는 듯? ㄴ 당연하지. 그런 허접한 쓰레기 원딜 방송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ㄴ 어디서 그런 못 생긴 원딜하고 럭키, 골드하고 비교함? ㄴ 맞아. 일단 비주얼부터가 남다르니까 그것만으로도 최소 시청자 숫자 4천만부터 시작할 듯. ㄴ 역대급 후원금 터질 듯?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 나오리란 게 너무나도 당연시될 정도. - 라이브 방송 채널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 디데이가 됐을 때 그리고 라이브 방송이 열리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BJ럭키3449호팬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129호팬 님이 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1233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88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 얼굴을 비추기도 전에 후원금 경쟁이 시작될 정도. “정말 뜨겁네.” 그야말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예, 뜨겁죠.” 물론 그 라이브 방송을 보는 엠마 그리고 멀린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천운석을 2개나 받아간 라이브 방송인데, 뜨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원치 않은 베팅을 한 상황인데 분위기가 뜨겁고 싶어도 뜨거울 수가 없었으니까. ‘결국 거래를 했다.’ 사실 엠마의 경우에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래였다. 여러모로 수락하는 쪽이 바보가 되는 계약이었으니까. 그러나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답이 없었다. ‘물러날 수 없어서.’ 만약 거기서 거래를 무시했다면, 감마 제약의 경쟁사인 블루불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 블루불이 어떻게든 언론 플레이를 할 테고, 그 경우 감마 제약의 이미지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감마 제약의 회사 가치를 고려하면, 고작 아이템 하나 때문에 그런 막대한 이미지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히려 감마 제약 입장에서는 이번 베팅은 져도 남는 장사였다. “BJ대마도사가 너무 커졌어. 이제는 모두가 진심으로 베팅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그게 지금 BJ대마도사가 가지는 가장 확실한 장점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였던 BJ대마도사가 지금은 판을 지배하는 포식자인 메기가 된 상황. 당장 감마 제약 건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서 만약 엠마가 안 된다고 했다면 감마 제약은 자체적으로 천운석을 구해서 협상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엔 그냥 엠마가 허락해주는 게 모양새도 나은 일. “다른 방송은 시청자 숫자가 빠르게 주는군.” 한편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받은 데이터 내용을 보던 멀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던 1티어급 길드들은 모두 예외 없이 시청자가 감소했어.” 그 말에 엠마가 말했다. “저라도 그들보단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보겠어요.” “그렇지. 이제 1티어급 길드들은 BJ대마도사에게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말을 하던 멀린이 머그잔 안의 커피를 홀짝인 후 말했다. “오로치 길드가 중원 길드 제안을 받은 거도 그 때문이고.”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의 존재감에 이제는 1티어급 길들이 위협을 받기 시작했고, 그게 이번에 오로치 길드가 중원 길드의 제안을 받은 이유였다. 개인들의 이익을 떠나서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한 번 막아보자! 이제는 그러한 위기감이 팽배한 수준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 준비는 어떻게 돼?” “대결 구도만 잡히면 문제는 없죠.” “그러니까 그 대결 구도 말이야, BJ대마도사가 받아줄 생각은 있나?” “예화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도전료를 협상 중이라더군요.” “뭘 요구하지?” “천운석이요.” 천운석이란 말에 멀린 한 번 더 커피를 마신 후에 쓴맛을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BJ대마도사는 천운석 2개를 확보한 상태, 그런 상태에서 천운석을 하나 더 요구한다? 정말 필요해서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그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짓밟기 위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강제로 뜯어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도전자를 그냥 박살을 내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 이거군.” 그리고 BJ대마도사의 그동안 행보라면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도전료를 협상하는 걸 보면 정말 붙어볼 생각인가?” “두고 봐야죠. 그러나 만약 붙는다면 중원 길드 쪽이 질 가능성은 없을 거예요.” “그렇겠지. 이나즈마 쪽이 추가됐는데,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지.” 그때였다. -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드디어 모니터에 BJ대마도사가 등장하자, 엠마와 멀린이 대화를 멈추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 아예, 압니다. 엑스트라는 빠지라는 거. 그러니 길게 가지 않겠습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자, 일단 골드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순간 모니터 속의 화면이 골드로 바뀌었다. ‘응?’ ‘어?’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엠마와 멀린의 표정도 바뀌었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 잠깐, 지금 골드님 아이템 착용하신 건가? ㄴ 원래 착용했잖아? 새 아이템인 모양이지. ㄴ 그런데 왜 이렇게 덩치가 커 보이지? ㄴ 어? 그러네? 왜 크지? 이제까지 럭키와 골드, 둘을 두고 편을 가른 채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채팅창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 그럼 골드를 봤으니, 이제 럭키를 보겠습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화면이 바뀌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럭키가 아이템을 착용했어? 어떻게?” “무슨 일이죠? 신수가 아이템을 착용하는 게 가능한가요?” 엠마와 멀린조차 기겁하며 서로에게 질문을 건넬 정도. - 좋아, 그럼 소개는 이 정도면 되겠죠. 새로운 아이템도 아닌데 주절주절 설명 따윈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그런 그들에게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 럭키 대 골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얘들아, 처리해. 그가 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13. 전투는 단순할수록 좋다. 과장하면 그냥 힘으로 때려 부수는 것만큼 쉬운 것 없다.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고가의 아이템에 거금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보다 압도적인 스펙을 가질수록 전투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크-왕! 이제 새로이 투구와 갑옷 그리고 부츠를 신게 된 럭키가 무식하게, 눈앞에 있는 스톤 오크 무리를 상대로 이렇다 할 몸놀림 없이 그저 단순한 박치기만을 날리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 그냥 냅다 치면 날아가네. - 날아만 가면 다행이지. 그냥 박살이 나잖아! - 데미지 살벌하네. 그 박치기만으로도 딜링은 충분한 상황에서 그 이상 뭔가를 특별히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한 사실은 골드 쪽에도 유리했다. “네놈들, 주인님을 위한 거름이 되어라!” 더 이상 아이템 착용을 위해 소형화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 골드는 도리어 거대화 모드를 한 상태로 전장을 헤집었다. 더욱이 럭키와 달리 긴 양손을, 고리 원숭이 특유의 투척에 유리한 요수를 가진 골드의 전투는 럭키보다 더 기술적이었다. 퍼억! [스톤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당장 골드의 경우에는 주먹질이라는 단순하지만 기술적인 공격이 가능했으며 그 위력은 덤벼드는 스톤 오크들의 몸뚱이를 조각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덥석! 무엇보다 손을 이용해 잡을 수 있다는 요소는 엄청났다. “네놈!” 크어? 단숨에 스톤 오크 한 마리의 머리통을 잡은 골드가 그대로 스톤 오크를 무기 삼아 다른 스톤 오크를 후려쳤고, 그 후에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놈을 향해 집어 던졌다. 꽈앙! 그러한 장거리 투척의 위력은 위력도 위력이지만 효율이 무척이나 좋았다. 크어! 상대하는 머릿수가 많다 하면, 집어던져서 그 몬스터의 머릿수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었으니까. 여러모로 압도적인 광경. - 그래도 딜량은 럭키가 위인듯? - 무슨 소리, 골드가 낫지. 럭키와 골드, 둘 다 너무 압도적이라서 어느 하나의 손을 쉽사리 들어줄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보다 실버도 장난 아니네. - 솔직히 실버가 탱킹 다해주니까 이렇게 마음대로 싸우는 거지. 물론 이러한 전투 속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건 다름 아닌 실버였다. “선배님들 이놈들은 제가 막아서겠습니다!” 실버가 거대화 모드로 더 거대해진 덩치를 앞세우며 덤벼드는 무리 앞에서 기꺼이 벽이 되었다. 럭키와 골드 입장에서는 그렇게 실버가 움직이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잔당들을 처리하면 될 뿐. - 실버는 탱킹만 하면 되네. 달리 말하면 실버 입장에서도 복잡할 것 없이 그저 탱킹에만 집중하면 될 뿐이었다. ‘이야, 진짜 잘 싸우네.’ 보는 미다스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 물론 미다스 그 감탄에 빠지지 않았다. “둘 다 잘 싸우네요.” ‘라이브 방송은 라이브 방송답게 가야지.’ 그저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굳이 라이브 방송을 할 필요도 없는 일. “이 중에서 누구 한 명을 승자로 뽑는 게 무리일 것 같은데, 공동 우승으로 갈까요?”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라이브 감상을 그저 하염없이 감상 중이던 시청자들이 빠르게 반응을 했다. - 공동 우승? 지금 장난 하나? - 아니, 했으면 끝장 봐야지! - 어딜 봐서 비슷함? 딱봐도 럭키님이 우세한데? - 럭키님이 우세? 골드님이 스톤 오크 던지는 거 못 봄? 잠시 가라앉았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들썩거리다 못해 더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라포 님이 10,12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지금 딱 봐도 럭키가 우세한데?] [구스타프 님이 10,1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우세하긴, 누가 봐도 원거리 투척 가능한 골드가 압도적으로 효용 범위가 높지. 원거리 딜러잖아, 원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는 딜링의 꽃이지.]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원거리 딜러들은 별것도 아닌 원거리 공격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니까. 누가 봐도 럭키 우세다. 딜링의 딜이 다르다.] 큰손들 역시 갑론을박을 펼칠 정도. “반응이 뜨겁네요.” 결코 어설픈 무승부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어떻게든 오늘 끝장을 보겠다! “뭐, 이렇게 뜨거운 게 여기서 식으면 BJ대마도사가 아니죠.” 그렇게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른 요구에 미다스가 기꺼이 부응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한 무리의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돌코끼리. 운석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암석급 몬스터 중에서는 손꼽히는 강력함을 품은 무리를 발견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원맨쇼 타임으로 가겠습니다.” 그 물음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원맨쇼 타임? 무슨 의미야? - 지금처럼 동시에 싸우는 게 아니라, 한 명씩 싸운다는 의미 아닐까? -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질문 대신 골드를 향해 소리쳤다. “골드.” “예, 주인님.” “실버에 타!” “알겠습니다! 실버!” 이윽고 실버를 부른 골드가 단숨에 실버의 몸 위에 올라탔다. - 어? - 탔어?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실버 위에 올라탄 골드가 전방의 돌코끼리 20마리, 그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실버, 가자! 함께 주인님을 위한 전설을 만드는 것이다!” “예, 선배님!” 골드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258화. < 82화. 럭키 vs 골드 (6). > 14. 탱커가 탱킹을 하는 사이 딜러가 딜을 한다, MMORPG를 한 번이라도 해본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상식. 하지만 갓워즈에서 이 상식을 실천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당장 탱커가 탱킹을 위해 정면에 나서서 몬스터 앞에 선다고 하자, 그 순간 딜러의 눈에 보이는 건 몬스터가 아니라 탱커의 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잽싸게 몬스터의 측면 혹은 후면으로 이동해 공격을 한다? 특히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난전 속에서는 그런 식의 딜링은 딜러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자, 실버!” “예, 선배님!” 그러나 지금 실버 그리고 그 위에 탄 골드에게는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탱킹 자체는 특별한 게 없었다. 뿌우우우! 거대화 모드 상태인 실버는 흑운석 세트로 더 단단해진 제 몸으로 돌코끼리의 돌진을 막아낼 뿐이었다. “선배님!” “그래, 잘했다!” 하지만 실버 위에 올라탄 골드가 공격을 퍼붓는 순간 전황은 모든 이들이 평소 보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가 됐다. 쾅, 쾅, 쾅! 골드가 길디 긴 제 팔을 채찍처럼 그리고 주먹을 철퇴처럼 이용하며 돌코끼리를 두드렸다. 뿌우우! 반면 실버와 몸을 맞댄 채 힘겨루기를 하느라 돌코끼리들은 골드의 공격에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했다. 쾅! 그 무방비 상태에서 문자 그대로 살점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갈 위력의 공격을 맞는 셈. 뿌우우! [돌코끼리를 처치했습니다.] 상대하기 어렵다는 돌코끼리가 무력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인 데미지 딜링. “실버, 뒤로 빠져라!” “예, 선배님!” 더 무서운 점은 전황이 불리하다고 느끼면 골드와 실버가 동시에 퇴각하며 전황을 바꾼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기다! 저놈을 쳐!” “예!” 다시금 틈을 발견하는 순간 실버가 다시 한 번 더 돌진을 했고, 그 돌진이 충돌이 되는 순간, 돌코끼리가 그대로 넘어지며 바닥을 서너 바퀴 구르는 순간 골드가 쓰러진 놈의 몸뚱이를 향해 크게 도약했다.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는 이내 쓰러진 돌코끼리의 머리통을, 독수리의 눈 투구 효과로 볼 수 있게 된 몬스터의 약점을 꽉 잡은 두 손으로 내리쳤다. 콰앙! 이후 숨 쉴 여유조차 없이 열 번 넘게 공격을 퍼부었다. [돌코끼리를 처치했습니다.] 그 공세 속에서 돌코끼리는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했다. “선배님, 타시죠!” “그래!” 그리고는 다시 잽싸게 실버의 몸에 올라타서 다시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돌코끼리들을 농락하네, 농락해! - 돌코끼리가 불쌍하게 느껴질 날이 올 줄이야.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들 만큼 완벽한 팀플레이라고. 동시에 생각했다. - 이러면 럭키님이 너무 밀리는데……. - 이번 승부 럭키한테 좀 힘들겠는데? - 아니야, 나 믿을 거야. 럭키님 믿을 거야. 제아무리 럭키라고 해도 골드와 실버가 만들어낸 퍼포먼스를 뛰어넘긴 쉽지 않을 거라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럭키팬들이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 아니, 그보다 이거 사기 아님? 실버 쓰는 게 어디 있음?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버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 - 이럴 거면 럭키 VS 골드실버로 했었어야지! 분명 럭키팬들 입장에서는 태클 걸고자 하면 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라포 님이 10,12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 이건 너무하네. 2대1은 아니지! 신수만으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해라!] 라포가 후원 채팅을 통해 그러한 럭키팬들의 심정을 아주 강력하게 대변했다. 그러한 럭키팬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에 럭키도 실버랑 같이 뛰는 걸로 하죠.” 공평하게 럭키도 실버랑 뛰게 해주겠다. - 뭔 개소리야? 럭키는 실버 못 타잖아! - 맞아, 이런 건 경우가 다르지! 당연히 럭키팬들은 그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투의 결과를 떠나서 라이딩 스킬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골드를 뛰어넘기랑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일단 공평하게 돌코끼리 무리를 상대로 전투를 치르겠습니다. 방식은 당연히 타임 어택으로요.” 그러나 그런 럭키팬들의 불만에도 미다스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설명을 이어갔고, 럭키팬들은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 이건 아니야! 이 승부 무효야, 무효! - 역시 BJ대마도사, 골드빠였네. 이럴 줄 알았어. - BJ대마도사가 골드에게 뒷돈을 받았다는 게 학계의 정설. - 럭키님, 저런 원거리 딜러랑 이제 놀지 마요! 그 격한 반응 앞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다들 럭키의 새로운 스킬, 언체인을 기대해주십시오.” - 뭐라고요? 언체인,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결코 잠재울 수 없으리라 생각되던 채팅창이 잠잠해졌다. - 새로운 스킬이라고? - 언체인? 우리가 아는 언체인이면 그 유령화 스킬? - 럭키팬분들 다들 진정합시다. 일단 새로운 스킬은 보고 갑시다. 그리고 그렇게 잠잠해진 분위기 위로 럭키팬들의 기대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미다스가 말했다. “아, 저기 돌코끼리 떼가 보이네요. 그럼 이제 럭키의 원맨쇼 한 번 보시죠.” 15. 골드와 실버가 보여준 딜러와 탱커의 완벽한 팀플레이. 럭키의 플레이는 그러한 둘의 완벽한 팀플레이와 정반대였다. 뿌우우! “네놈들!” 실버가 돌코끼리 무리를 제 몸으로 박아내는 사이 럭키는 유령처럼 유유자적 움직였다. 크르르. 돌코끼리가 뭉쳐 있건 말건 그러한 부분은 조금도 상관하지 않은 채 놈들의 몸을 통과한 후에 놈들의 머리통을 제 강력한 이빨로 물어 뜯어냈다. 그러한 럭키의 움직임에 팀플레이란 개념은 어디에도 없었다. 뿌우우! 돌코끼리가 분노를 담아 채찍처럼 휘두르는 코도, 발로 땅을 부수듯 구르며 상아를 앞세운 돌진도 그저 럭키의 몸을 하염없이 지나갈 뿐. - 실버가 필요하긴 한가? 솔직히 완벽한 자유를 얻게 된 럭키에게 실버의 도움 따위는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다. - 와, 이건 좀 너무 사기인데? - 물리 공격이 안 통하네, 설마 그럼 마법 공격만 통하는 건가? - 뭐든 간에 물리 공격이 안 통하는 수준에서 이미 이야기는 그냥 끝이지. 럭키잖아, 럭키! 그렇게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완벽한 자유를 얻은 럭키가 전장을 미쳐 날뛰었다. 당연히 사냥 속도는 앞서 보여줬던 골드와 실버보다 훨씬 더 빨랐다. - 럭키 승이네. - 이 게임, 럭키가 먹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럭키의 우세를 점할 정도. 아니, 우세를 점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건 좀 너무하군. 근접 딜러들이나 탱커들은 막을 방법이 없잖아?] [구스타프 님이 10,12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럭키가 언체인 모드로 덤벼들면 원거리 딜러들은 반격도 못하고 죽겠군. 탱커들이 막아내질 못할 테니.] 라이브 방송을 즐기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이제는 오싹함을 느낄 정도. [라포 님이 10,12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거는 진짜 하향 패치 좀 해야 할 듯.] 심지어 라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정도로 럭키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경쟁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앞선 골드의 라이딩 스킬이 준 강렬함을 단숨에 묻어버릴 정도. 그 무렵이었다. 모두가 이번 대결의 승자가 럭키가 되리라 확신을 가지는 순간. [럭키1321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님안믿은흑우없제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운이좋군 님이 5,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럭키팬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는 순간. [럭키가 언체인 상태에서 풀려납니다.] 그 순간 이제까지 유령과도 같은 반투명한 몸으로 전장을 헤집던 럭키의 몸이 본래의 색감을 갖추었다. 언체인 모드의 지속 시간이 끝나는 순간. - 어, 잠깐. ㄴ 뭐야? 지속 시간 2분? ㄴ 2분이 뭐야 1분 좀 넘는 것 같은데? 그러한 언체인 모드의 지속 시간은 채 2분에 미치지 않았다. 정확히는 74초!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언체인 모드가 2분 이상 지속된다면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일 테니까. 어쨌거나 중요한 건 더 이상 럭키는 자유로운 몸이 아니라는 것. 뿌우우! 그리고 그런 럭키 앞에는 여전히 일곱 마리가 넘는 돌코끼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 어? 전광석화다! - 일단 전광석화 썼다! - 가름의 그림자도 썼어! 그런 상황에서 럭키가 전광석화와 가름의 그림자 스킬을 시전했으나 언체인 모드 때만큼의 퍼포먼스는 불가능했다. 뿌우! 일단 당장 럭키를 포위하듯 몰려드는 돌코끼리의 공세를 피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으며, 새로이 등장한 그림자 분신 역시 처지가 크게 다르진 않았으니까. 물론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럭키가 보여주는 전투력은 매우 강력했다. [라포 님이 10,12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템빨 장난 아니네. 기본 능력치도 장난 아닌데 템 효과까지 받으니 내 풀버프 받은 똘똘이한테 꿇릴 게 없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2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무엇보다 템을 착용하면서 얻는 방어력 효과도 무척이나 크지.] 다른 무엇보다 이제는 아이템 효과로 데미지 딜링은 물론 더 강력한 방어력마저 가지게 된 럭키는 보다 강력하게, 보다 과감하게 전투에 나설 수 있었다. “나쁜개! 내가 막는 동안 잡아라!” 왕! 한편으로 언체인 모드가 끝나는 순간, 실버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럭키를 지켜주었다. - 골드 때보다 잡는 속도 느린 듯? 그러나 앞서 골드가 실버와 함께 보여준 팀플레이에 미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 - 아직 모른다! -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 광경을 보는 골드팬의 채팅에 화색이 돌고, 럭키팬들 채팅에 초조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럭키가 마지막 돌코끼리를 앞에 두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타임 오버.” 그것은 신호였다. 럭키가 결국 골드의 기록을 뛰어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신호. - 아! 그 순간 채팅창 위로 감탄인지 아니면 탄식인지 알 수 없는 채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번 승부는 골드의 승리네요.” 반면 미다스는 그러한 채팅창 분위기를 무시한 채 담담하게 승패를 정리했다. “골드야.” “예, 주인님.” “이제부터 네가 우리 파티 2인자다.” 이내 미다스가 자신의 바로 왼편에 서있던 골드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오늘 승부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 순간. 이제 남은 건 골드팬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럭키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채팅창 어디에도 그러한 분위기는 없었다. - 나 골드팬인데, 여기서 승부 끝내는 건 아니지 않나? - 맞아, 보스전을 한 것도 아니고. - 만약 돌코끼리 같은 중형 몬스터가 아니라, 스톤 오크 같은 소형 몬스터였으면 상황 달랐을걸? - 아니, 돌코끼리도 거의 차이 없었잖아? 한 마리 차이였어. 이 정도는 전술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오히려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사생결단을 내려는 럭키팬과 골드팬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분위기.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당연한 분위기였다. 분명 앞서서 럭키와 골드를 두고 시청자들은 편을 나누었고, 치열하게 싸웠다. 허나, 그건 굳이 비유를 하자면 초등학생들이 운동회에서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는 것과 같았다. 애초에 어느 한쪽이 정말 싫었다면 BJ대마도사의 방송의 팬이 되지도 않았을 테니까. 즉, 한일전과 같이 죽기 아니면 살기 같은 전쟁이 아니었다. 물론 승패는 중요했다. - 승패를 가리더라도 이건 아님. - 맞아, 이런 식으로 승패를 나누는 건 아무도 납득 못 하지. 그러나 과정도 그만큼 중요한 법. 한편으로는 승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 솔직히 이 정도로 활약했으면 무승부지. - 무승부도 아니고, 둘 다 승자지. 럭키와 골드, 둘 중 하나를 좋아하는 시청자보다 둘 모두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그런 이유로 채팅창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시나리오대로다.’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승패가 나뉘어서 좋을 게 없었다. 결국 승자와 패자가 나뉘면, 패자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계획을 짰다. 일단 미다스는 골드가 우세할 수밖에 없는 식의 매치업을 계획했다. 돌코끼리를 대결 상대로 정한 것도, 골드를 먼저 앞에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골드 기록이 더 나았는데.” 그리고 지금 골드의 승리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 역시 노림수였다. 만약 여기서 미다스가 누가 승자죠? 라고 한다면 시청자들이 승자를 정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미다스가 골드보고 승자를 고른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러면 시청자들은 반발하겠지.’ 그때는 시청자들에게 반박할 기회가 생기는 셈. “그렇지? 골드 네가 나았지?” 그렇게 미다스가 재차 시청자들이 반박할 여지를, 반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골드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 골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 개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그리고는 전투를 마무리 지은 후 실버와 함께 돌아오는 럭키를 한껏 추켜세웠다. - 어? 골드가 럭키를 인정했네? - 진짜? 골드가 럭키를 칭찬했다고? 처음으로 골드가 럭키를 인정하는 순간. 왕! 그런 골드의 칭찬에 부응하듯 돌아오는 럭키가 힘차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 꼬리는 표현이었다. 자신은 골드에게 이기기 위해 싸운 게 아니라, 자신의 동료를 위해 싸웠다는 표현. - 크으, 럭키님 죄송합니다. 이 우매한 시청자가 럭키님의 숭고함을 몰라봤습니다. - 역시 럭키님이 최고시다. 반박시 BJ대마도사 애인. - 럭키님과 골드님을 두고 승패를 가린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짓이었어. 둘 다 최고다! 그 표현을 본 시청자들이 감동을 표현했다. 동시에 이제는 마음껏 반발을 시작했다. -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드는 건데, BJ대마도사가 뭔데 승패를 정함? - 맞아! 한 게 뭐가 있다고 자기가 평가질임? - 아까 골드님보고 자기 다음 2인자라고 했던 거 내가 똑똑히 들었어! - 2인자? BJ대마도사 주제에? 그 분위기에 미다스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해.’ 물론 연기였다. 이러한 반응이 이번 라이브 방송을 기획하던 미다스가 바라던 최고의 반응이었으니까. “어,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당연히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제 능력을 인정 못 하시겠다, 그러니까 제 평가도 인정 못 하시겠다, 이거죠?” 이제 자연스레 주제를 바꾸는 것. “좋습니다. 그럼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는 BJ대마도사의 실력을 보여드리죠.”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곧바로 채팅창이 들끓었다. - 그래, 어디 한 번 실력 좀 보자! - 생각해 보면 검증이 필요한 건 럭키님이나 골드님이 아니라 BJ대마도사지! - 럭키님이랑 골드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시간부로 BJ대마도사 매장합시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캬, 다음 방송도 화끈하겠네!’ 이로써 다음 라이브 방송도 반응이 뜨거우리란 것. ‘그보다 뭘 잡아야 하나? 보스 몬스터 정도는 잡아줘야 할 거 같은데.’ 물론 다음 방송 주제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 ‘자, 그럼 마무리 짓자.’ “그럼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 진짜 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방송을 마무리했다. 16. - 그럼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 진짜 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블루불 광고 띄어!” “블루불이야, 블루불! 감마 제약이 아니라! 절대 실수하면 안 돼!” 그리고 박영준의 손가락 역시 분주하게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실력을 보여주겠다…….' 고뇌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멘트였다. 그는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실력 행사가 고작 몬스터 몇 마리 잡는 수준일 리는 없었다. 그 이상, 보는 모두가 입을 떡 벌릴 만큼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수준일 터. ‘당연히 그 대상은 중원 길드이겠지.’ 그리고 지금 그 적은 이나즈마 파티와 손을 잡은 중원 길드밖에 없었다. 더욱이 중원 길드는 이미 BJ대마도사에게 다시 한 번 더 도전장을 내민 상황. 그런 상황에서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도망갈 구석도 안 주는군.’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이제 싫어도 도전자가 되어 BJ대마도사가 만든 링 위에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영준이 고민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잠시 후 중원 길드에서 연락이 오겠군.’ 링 위에서 중원 길드를 상대하는 건 BJ대마도사의 역할이지만, 링 밖에서 상대하는 건 박영준의 몫이었으니까. ‘어떻게 해야 골수를 뽑아먹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이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왔군.’ 중원 길드가 보낸 이메일이. 259화. < 83화. 운석 (1). > 1.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었다. 승자와 패자라는 지위가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승자조차도 쌍욕을 먹을 만큼 졸전을 치르는 경우. 혹은 패자조차도 찬사를 받을 만큼 멋진 활약상을 보여주는 경우. 이번 럭키 vs 골드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 럭키 vs 골드, 누가 이김? ㄴ 골드가 일단 이김. ㄴ 일단? 그게 무슨 의미야? 분명 승자는 골드였다. - 럭키도 끝내줬거든. - 맞아, 졌지만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였지. 그러나 럭키를 향한 비난이나 아쉬움 따위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 솔직히 임팩트는 럭키가 더 셌지. - 언체인 모드 끝장나더라. - 럭키 언체인이 골드 라이딩보단 훨씬 인상적이었지. 도리어 골드보다 럭키가 더 많은 찬사를 받을 정도. - 둘 다 대단했어. ㄴ 이제 대세는 럭키골드다! ㄴ 솔직히 럭키랑 골드, 실버만 있으면 될 듯. 나머지는 방해만 될 듯. ㄴ 야, 너 왜 무시해? ㄴ 뭘? ㄴ 어떻게 잭팟을 뺄 수 있어? ㄴ 그래, 잭팟까지 더하면 최강 파티 완성이지! 더 나아가 이제부터 그 둘이 보여줄 활약에 더 큰 기대감과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의 감동에는 유효 기간이 있는 법. - 그래도 승패는 확실히 해야지. 그래서 누가 더 센데? - 한 번 더 붙어봐야 하는 거 아님?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결국 추레한 편 가르기 싸움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 붙긴 뭘 붙어? 이제는 BJ대마도사 검증 가야하는데! - BJ대마도사가 실력 보여주겠다는데, 그것부터 확인해야지! 그 유효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사는 BJ대마도사의 발언으로 향했다. - 그래서 뭘 상대로 실력을 보여줄까? ㄴ 운석 도시이니까 운석급 몬스터 아닐까? ㄴ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처럼 새로운 보스 몬스터일 가능성도 없진 않지. ㄴ 분명한 건 평범한 몬스터는 아닐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이기에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물론 그런 BJ대마도사의 상대가 될 당사자들의 심정은 달랐다. “예화, 어떤 상황인가요?” 중원 길드. BJ대마도사의 실력 행사의 제물이 될 그들의 기분은 어느 때보다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 라이징 스타 채널과 대화를 했어요. “대답은요?” - 거기서 할 수 없다고, 싸울 의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BJ대마도사와 싸우고 싶지 않다, 전부 오해였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었죠. “그렇겠죠.” 더욱이 중원 길드에 대결이란 선택지를 고를 자격은 없었다. “시비를 건 건 우리가 먼저니까.” - 네. 애초에 먼저 이빨을 드러낸 쪽은 중원 길드. 그런 상황에서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그 라이브 방송을 보고 그와의 승부를 피한다? - 뭐, 한편으로는 잘 됐어요. 피하는 것보단 붙는 게 낫죠. 그렇게 꼬랑지를 내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시비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있나요?” - 이나즈마와 호흡을 맞춰봤어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어요. 더욱이 싸움 자체는 중원 길드에서도 원하는 바였다. - BJ대마도사가 그걸 용납할 리가 없지만. 문제는 방식. - 만약 BJ대마도사가 대장전으로 싸우겠다고 하면 솔직히 쉽지 않아요. 아니, 답이 없어요. 예를 들어 서로 대장을 정하고, 그 대장을 잡는 쪽이 이기는 대장전 같은 방식이라면 중원 길드에게 매우 불리했다. - 언체인 모드 상태인 럭키를 상대로는 버티는 것 외에는 대처 방법이 아예 없으니까요. 그 무엇으로도 구속할 수 없는 상태의 럭키를 막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 반대로 BJ대마도사 본인이 대장을 자처하면 우리 쪽에서는 잡을 도리가 없죠. 동시에 BJ대마도사를 잡는 건 그 어떤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이겠죠.” 그리고 그게 BJ대마도사 이런 식으로 무대를 꾸민 이유였다.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무대를 만든다. “그래서 방식은 알아냈나요?” - 협상 중이에요. 하지만 쉽게 알려주지 않겠죠. 그러한 대화 속에서 엠마가 이를 꽉 물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농락당할 줄이야? ‘차라리 골드에게 걸걸.’ 더욱이 그녀가 럭키에게 베팅하는 바람에 감마 제약은 베팅한 천운석만 허공에 던진 꼴이었다. 그럼에도 엠마는 잠시 분노만 할 뿐, 그 분노에 취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네요. BJ대마도사가 어떤 방식으로 나오든 그를 잡는 수밖에.”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시 한 번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 아닌가? “그가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을 기획할 게 뻔하니, 반대로 중원 길드가 불리한 방식을 토대로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대장전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고요.” - 그렇죠.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렇다면 그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게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선택을 마친 이상 해야 할 건 하나였다. “BJ대마도사를 잡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드릴 테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싸워 이기는 것. “이번에는 BJ대마도사를 잡아 보자고요.” 2. ‘아우, 귀 간지러워.’ 새끼손가락 끝으로 제 오른편 귀를 후비적거리던 정현우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뭐, 다들 내 이야기 중이니까 당연한 거겠지.’ 그 미소와 함께 미다스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끝내주네.’ 그런 그가 보는 화면에는 언체인 모드 상태의 럭키가 돌코끼리를 유린하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더불어 영상 바로 하단에 찍힌 조회수는 무려 4천만! - 미쳤네, 미쳤어! - 이런데 럭키가 졌다고? - 럭키가 아니라 이걸 라이브를 못 본 내가 패배자인 듯. 그 놀라운 조회수 아래로 보이는 온갖 종류의 감탄사 리플들을 확인한 정현우의 미소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정도로 대성공일 줄이야.’ 럭키 vs 골드 특집이 성황리에 끝나리란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현우의 예상 이상이었다. 라이브 방송 당시 시청자 숫자는 4천만 명을 돌파했으며, 후원금액도 엄청난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자연스럽게 다음 라이브 방송으로 떡밥도 넘겼고.’ 개중에서도 정현우를 가장 만족하게 하는 건 이 열기를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성공적으로 옮겼다는 점이었다.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뭘 보여주려나?” “럭키랑 골드가 이 정도까지 했는데 고작해야 새로운 마법 정도는 아니겠지.” “운석 도시잖아? 엄청난 아이템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지.” 그가 있는 캡슐방의 휴게실이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게 그 증거였다. ‘투자금, 생각보다 빨리 뽑겠는데?’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소가 절로 나올 만한 상황. ‘혜린아, 기다려라. 삼촌이 꼭 혜린이 방 만들어줄게!’ 그렇게 미소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상상하던 정현우를 향해 카운터에 있던 이혁주가 한 마디 던졌다. “형, 뭐 좋은 일 있어요?” 그 질문에 정현우가 슬쩍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뭐, 나쁜 일은 아니지.” 그 대답에 이혁주가 재차 질문을 했다. “좋은 템이라도 드신 모양이네요.” “비슷해.”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이혁주가 말을 건 건 정현우가 행복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떠들고 싶어서였으니까. “그보다 형, BJ대마도사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 열애설이라도 떴어?” “열애설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겠어요?” 그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정현우. “그거 말고 다음 라이브 방송이요. BJ대마도사가 자기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했잖아요?” 이혁주가 그런 정현우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를 준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제가 진짜 고급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인데,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랑 세 번째 매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현우는 생각했다. ‘얘가 또 개소리하네.’ 이혁주가 다시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내가 미쳤다고 중원 길드랑 붙냐?’ 그도 그럴 것이 정현우는 중원 길드와 싸울 생각이 정말 눈곱만큼도 없었다. ‘가뜩이나 중원 길드하고 사이도 안 좋아서 미치겠는데.’ 일단 저번 블랙 골드 하이에나 건으로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에 실망한 상태였다. 중원 길드가 굳이 거금을 지불하면서 BJ대마도사와의 이벤트 매치를 잡을 필요가 없는 셈. ‘아니지, 혹여 오더라도 거절해야지. 이나즈마랑 손잡은 중원 길드랑 어떻게 싸워?’ 더욱이 이번에 중원 길드는 오로치 길드와 손을 잡으면서 말도 안 되는 파티 멤버를 구축한 상태였다. “그래? 대단하네. 어우, 진짜 붙으면 빅매치겠다, 빅매치.” 그렇기에 도리어 정현우는 이혁주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반박할 가치도 없었으니까. “다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기대되네, 아! 그보다 내 캡슐 좀 세팅해줄래?” “바로 해드릴게요.” 그렇게 잽싸게 대화 주제를 바꾼 정현우 앞에서 이혁주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가 비어있는 캡슐 하나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정현우가 짧게 두 눈을 감고 생각했다. ‘다음 라이브 방송도 제대로 해야지.’ 이제 즐거웠던 과거는 보내고, 앞으로 마주할 현실에 집중하자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도 깨야 하고.’ 무엇보다 정현우에게는 여전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홀로 공략해야 한다는 난제가 있었다. “형, 세팅 끝났어요!” 그러한 난제를 떠올리던 정현우가 이내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그렇게 뜬 정현우의 눈빛에 고민하는 기색 따윈 없었다. ‘퀘스트 난이도가 어려워봤자 럭키, 골드, 실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도리어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만 넘쳐흐를 뿐. “그래.” ‘이제 당분간 퀘스트 공략은 날로 먹겠어.’ 그렇게 정현우가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캡슐로 향했다. 3. 까앙! 언제나 쇠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한 운석 도시. 그곳에 위치한 NPC토스의 대장간 앞에 선 미다스가 이내 대장간을 향해 말했다. “토스님, 저 왔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 정중했다. “오, 왔군.” “예, 토스님의 임무를 완수하고 이렇게 왔습니다.” 말투는 물론 NPC토스가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가 그 자리에서 허리를 깊게 숙였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대단하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아닙니다. 토스님 만들어준 제 동료들의 무구 덕분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미다스에게 있어서 NPC토스는 그야말로 은인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이번 퀘스트 끝나면 마스터 스킬북.’ 당장 이번 퀘스트 보상도 가치가 넘치는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었다. ‘아, 진짜 머리 뒤로 광채가 보이네, 광채가 보여.’ 고개가 숙여지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토스도 만족한 듯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만족했다니 다행이네. 그보다 수고했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재료를 모을 수 없었을 터."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 역시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향해 NPC토스가 손에 쥔 자그마한 스킬 카드북을 건네주었다. “미약하나마 내가 줄 수 있는 보상일세.”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 그것을 눈앞에 둔 미다스가 지팡이를 옆구리에 낀 채 공손히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아닙니다. 이런 보수가 아니더라도 토스 님의 부탁이라면 지옥불이라도 캐올 겁니다.” “하하, 정말 예의가 넘치는 친구로군.” 거듭 예의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미다스를 향해 NPC토스가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일세. 내 자네라면 이 부탁을 할 수 있겠어.” 그러한 웃음 사이로 NPC토스가 다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시작을 알리는 단서를 던졌다. 그 단서에 미다스가 받은 마스터 스킬북을 인벤토리에 넣은 후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 모습에 NPC토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내 필생의 소원 하나가 있네. 허나, 이제까지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라 쉬이 누군가에게 부탁조차 하지 못했네.” 말을 하는 NPC토스가 조금은 기죽은 모습을 보이자, 미다스가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토스 님의 필생의 소원이시라면 당연히 제가 도와드려야죠.” 그 대답에 NPC토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천운석 3개가 필요하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퀘스트 습득 알림. 그러나 미다스에게 그런 알림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아, 천운석 3개!” 그저 NPC토스의 말에 잽싸게 맞장구를 쳐줄 뿐.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아무렴요!” 당연히 이 말을 하는 순간까지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천운석이란 글자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제가 천운석을……." 그 단어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 바로 지금 이 순간. “천운석을……." 그마저도 상황을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 듯 미다스가 마치 버퍼링 걸린 동영상 같은 모습을 보였다. “천운석……." 이목고 천운석이란 단어만을 읊조린 순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아니, 잠깐.” 상황이 매우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잠깐만요, 잠깐만.” 그렇게 NPC토스에게 거듭 양해를 구한 미다스가 이내 눈앞에 뜬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토스의 마지막 부탁]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의 숙원인 아이템 제작을 위해 천운석 3개를 구해다 주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운석’ 퀘스트 진행 가능 천운석 3개, 그것을 확인하는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그대로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왕! “주인님!” 그 모습을 보고 럭키와 골드가 놀라며 반응했으나, 미다스의 귓속에 그 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 끝났다.’ 그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하며 해오던 자신의 여행이 지금 이 순간 끝났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할 뿐. 260화. < 83화. 운석 (2). > 4. 천운석. 운석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재료 아이템. 이러한 천운석은 단 한 번도 G베이를 통해 거래된 적이 없었다. 즉, 돈으로 가치를 수치화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 대신 다른 것으로 수치화된 적이 있었다. - 그거 들었어? 탐험가 길드의 에이스 헤일로가 천운석으로 아이템 만들 예정이래! ㄴ 제작 라이브 방송 시청자 터지겠네. ㄴ 최소 1천만은 깔고 가겠지! 다름 아니라 시청자 숫자! 이제까지 천운석으로 아이템을 제작하는 라이브 방송은 무조건 1천만 명을 넘겼었다 그렇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아이템이었다. 제아무리 무명의 플레이어라도 천운석만 있으면 단숨에 1천만 명의 넘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광고할 수 있는 셈이었으니까. 영화로 따지면 무명인이 할리우드에서 유명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의 주연급 조연으로 나오는 거고, 스포츠로 따지면 무명의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혹은 월드시리즈에 교체 선수로라도 출전하는 격이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스타 메이커! ‘아, 미치겠다.’ 지금 정현우가 좁디좁은 자신의 집 안 거실에서 시체처럼 바닥에 드러누운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 정현우가 구해야 하는 건 바로 그 천운석이었으니까. ‘하나도 못 구할 텐데 세 개라니?’ 심지어 정현우는 그 복권 당첨만큼 힘든 걸 세 개나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복권 당첨을 세 번 경험해야 하는 셈. 정현우가 제대로 분노조차 못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건 절대 못 깨.’ 정현우의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천운석을 3개나 모을 방법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솔직히 이쯤 되자 정현우는 퀘스트 내용보다는 다른 것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확실해. 이 게임 만든 인간은 그냥 깨라고 만든 게 절대 아니야.’ 천운석은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얻을 수 있었다. 3개를 얻으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의미. 한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는 레벨 제한이 있다. 그렇기에 지금 정현우가 받은 퀘스트의 제한은 239레벨, 그 이상이 되면 퀘스트 진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캐릭터 몇 번이나 새로 키울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못 깨.’ 그런 점을 봤을 때 갓워즈란 게임은 처음부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면 지금 이러한 설정은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대체 무슨 의미로 이딴 게임을 만든 거지?’ 정현우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에 빠질 무렵. 삐익! 문 열리는 소리, 그 소리의 뒤를 이어 끼잉! 하는 미약한 기계음 소리가 들렸다. “형, 왔어?” 형의 등장에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좁디좁은 집답게 바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형의 모습이 바로 보였다. 정태우 역시 자신을 반기는 동생의 모습에 반색하며 물었다. “일찍 왔네?” 보통 이 시간대에는 캡슐방에 있어야 하는 정현우이기에 나온 질문. “아, 일이 좀 있어서.” 그에 대한 대답을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렸다. 혜린이의 방이 포함된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고자 했던 꿈이 천운석 세 개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다는 것을 설명할 방법도, 딱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그러는 형은? 어디 다녀온 거야? 어? 그거?” 그런 이유로 화두를 돌리려던 정현우가 형의 손에 잡힌 가방을 보며 말했다. “노트북 샀어?” “산 게 아니고 빌린 거다.” “빌려?” “일을 하려면 도구는 있어야지.” 그 말에 정현우가 반색하며 말했다. “그래? 진짜 일하려고?” “사지가 멀쩡해졌는데 해야지. 최소한 혜린이 결혼 갈 때까지 학비랑 혼수비가 모일 때까지는.” “그래, 형이 학비랑 혼수 모으고 내가 집값 모으면 딱 되겠네.” 말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골드와 럭키의 전투 퍼포먼스를 보는 순간까지만 해도 별거 아니라 여겨졌던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무슨 일 있냐?” 그런 동생의 불편한 심기를 캐치한 정태우가 손에 든 가방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냥 게임이 좆 같아서.” “갓워즈?” “내가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참 빌어먹을 게임이야.” 그러한 정현우의 불만에 정태우가 가방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슬쩍 말을 건넸다. “정상적인 게임은 아니지. 애초에 개발 단계부터가 팔려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니까.” “뭐?" “그렇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김민수가 주변의 의문에도 기어코 만든 게임이야. 그런 게임이 그저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탄생했을 리가 없지.” 그때 정태우가 이내 내뱉으려던 말을 멈춘 후에 잠시 눈알을 좌우로 굴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다, 예상. 진실은 김민수와 이야기해본 이들만이 알겠지. 그가 왜 갓워즈란 게임을 만들었지.” “그래도 형이 있던 회사가 갓워즈 만들 때 보안 시스템 쪽 작업에 참여했었잖아?” “그래, 거기 참가한 회사 보안 시스템 회사가 5곳이었고, 그중 하나인 우리 회사 직원이 3백 명쯤 됐지.” 자신과 갓워즈 사이의 관계는 아파트 지을 때 공사판에서 벽돌 좀 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한 의미의 설명에 정현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우웅!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했고, 대화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정현우가 내용을 확인했다. 도착한 건 이메일. ‘사장님!’ 그 이메일의 발신자를 확인한 정현우가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다음 라이브 방송과 관련해 미팅을 하고 싶습니다. 미팅이 가능한 시간이 잡히면 알려주십시오.] 그러한 내용을 확인한 머릿속이 다시 한 번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내 결론을 냈다. ‘……미팅해서 지금 상황을 말씀드려야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을 사실상 포기해야 된다고.’ 지금 이 문제는 그저 정현우 혼자 안고 죽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 결론에 이른 정현우가 그 자리에서 엄지를 빠르게 놀리며 이메일을 작성했다. 당장에라도 미팅이 가능하다고. 그렇게 문자를 보내는 순간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럼 보다 정확한 시간을 말씀해주시면 대기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건 미룰 문제가 아니야.’ 이번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한다면 바로 말해야 할 일. ‘30분 후에 뵈어요.’ 때문에 정현우가 최대한 빨리 시간을 잡은 후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나 캡슐방 좀 다녀올게.” “그래.” 그렇게 단숨에 정현우가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은 정태우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을 토해냈다. 그리고 도착한 문자를 확인한 정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일이 오는군.’ 5. 까앙! 대장간 소리가 가득한 무대. 왕! “주인님, 오셨습니까?”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를 향해 럭키와 골드가 경쟁하듯 인사를 건넸다. "그래." 그러나 미다스는 그 인사를 짧게 받은 후에 곧바로 라이브 방송 채널에 접속했다. 그렇게 입장한 비공개 채널에는 이미 시청자가 한 명 있었다. - 와튼 : 저번 라이브 방송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그의 채팅 내용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먼저 하세요, 제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도 좋으니까요.” 담담한 목소리. 그러나 심정은 전혀 달랐다. ‘아, 미치겠다. 이렇게 직접 뵈니까 말을 못 꺼내겠어.’ 막상 사장님을 보니 그의 앞에서 자신의 참담한 소식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 그게 미다스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게 먼저 말을 하라고 말한 이유였다. - 와튼 : 알겠습니다. - 와튼 : 일단 저번 럭키 VS 골드 라이브 방송의 광고 수입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일단 제 보고부터 했다. - 와튼 : 이번 라이브 방송 광고료로 감마 제약과 블루불로부터 광고료를 받았습니다. 그 보고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광고는 블루불만 올라갔는데?’ 자신이 알기로는 블루불하고만 광고를 한 줄 알았는데, 양쪽에게서 광고를 받는다? - 와튼 : 블루불이 골드에게 베팅한 걸 보면 보는 눈이 있었죠. - 와튼 : 그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어진 설명을 들은 후에야 미다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럭키랑 골드를 두고 베팅한 거구나.’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지. ‘와, 대단하다. 거기서 두 광고주를 경쟁시킨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자인지. ‘어휴.’ 그래서 더더욱 목이 막혔다. ‘진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지?’ 자신을 위해 이토록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에게 더 이상 노력하실 필요가 없다, 그러한 말을 어떻게 목구멍 밖으로 밀어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속으로 사과를 곱씹을 따름이었다. - 와튼 : 그래서 현재 천운석 2개를 확보했습니다. 이윽고 나온 보상 앞에서 미다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무덤덤하게. ‘응?’ 정말 감정 한 점 들어있지 않은 말을 내뱉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가만, 천운석 2개? 진짜? 그럼 이제 하나만 구하면 되잖아?’ 아득하다 못해 깜깜했던 자신의 눈앞에 갑자기 환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맙소사!’ 그 사실에 너무 기쁜 나머지 그러한 감정마저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미다스의 표정은 무채색이었다. 일말의 감흥조차 찾기 힘든 무채색. 그래서일까? - 와튼 : 딱히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 와튼 : 참고로 현재 중원 길드와 이벤트 매치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 와튼 : 이벤트 매치의 비용으로 천운석 1개를 받는 것으로 구두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다스가 이 보상에 만족하지 못하리라 판단한 듯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곧바로 다음 주제를 꺼냈다. - 와튼 : 보상이 필요 없으시면 다른 것으로 바꾸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수정도 하겠다는 말까지. ‘미친, 하나 더 얻었다고?’ 그 순간 미다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절대 바꾸면 안 돼! 무조건 콜!’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좋습니다. 그 조건으로 가죠.” 일단 확실하게 중원 길드와의 이벤트 매치 수락을 표현한 미다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정상이 아니었다. ‘뭐라고 감사하다고 하지? 아, 여기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거지? 미치겠네, 아, 미치겠다!’ 이 말도 안 되는 구원을 갑작스레 내려주신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께 대체 어떻게 감사를 표현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미다스는 제대로 된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채 제 머릿속의 생각을 제멋대로 토했다. “중원 길드와의 매치업은 당연히 받아들여야죠. 방법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필요하면 일부러 져드려도 됩니다.” 승부 조작이라도 해주겠다! ‘아차!’ 그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해명했다. “아, 물론 장난입니다, 장난. 중원 길드 쪽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죠.” ‘큰일 날 뻔했네. 정현우, 정신 차리자, 정신! 승부 조작이라니,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필터링 작동해라, 필터링!’ 이후 미다스가 빠르게 상황을 얼버무렸다. “모든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전적으로 위임하겠습니다. 대결 방식이든, 보상이든, 뭐든, 정해주시면 제가 완벽하게 수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치는 순간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 와튼 : 예, 감사합니다. - 와튼 : 믿어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와튼 : 받은 보상은 내일 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양손을 머리 위로 들며 소리쳤다. “럭키, 골드, 실버, 잭팟! 소리 질러! 댄스 타임이다!” 미다스, 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6. - 와튼 : 받은 보상은 내일 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채팅으로 미팅을 끝내는 순간 박영준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천운석에 대한 BJ대마도사의 반응이었다. ‘마음에 안 들었구나.’ 남들은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난 천운석. ‘하긴, 이미 BJ대마도사가 가진 아이템들은 일반적인 레전더리 수준을 넘었지. 천운석이 있다고 해서 엄청난 스펙업이 이뤄지는 게 아니야.’ 그러나 막상 BJ대마도사의 기준에서는 그렇게까지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상징성과 흥행성 같은 요소를 제외하면 천운석 자체는 그렇게 가치가 있는 물건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천운석의 가치를 한없이 높여주는 건 희귀성과 흥행성이었지, 그 자체의 능력치는 그 가치와 비교했을 때 좋지 못했다. 쉽게 말하면 구하기 어려운 다이아몬드 장신구 같은 놈이었다. 분명 가치는 있지만 여러모로 봤을 때 그걸 살 바에는 금을 사는 게 효용 가치 면에서는 더 나은 법.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다른 더 가치 있는 것을 얻는 게 나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내 실수다.’ 결국 천운석을 가져온 것은 박영준의 실수였다. 상징성 그리고 상대방에게 굴욕을 준다는 그 희열에 빠진 나머지 저지른 실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영준은 실수에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러니 만회해야 해.’ 물을 엎지른 이가 해야 하는 건 그 물을 다시 담는 게 아니라, 더 시원한 물을 컵에 따라와 대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힌트는 BJ대마도사가 다 줬어.’ 더 나아가 이미 만회하기 위한 방법에 것은 BJ대마도사가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일부러 져줘도 좋다.’ 필요하다면 중원 길드를 상대로 승리를 주라고. 당연히 그 승리를 내주는 조건은 매우 가치가 넘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의 첫 패배를 얻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테니까. 물론 정말 져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원 길드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지.’ 애초에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그 제안은 말이 제안이지, 그 자체로 굴욕이었다. 받아들이는 순간 사실상 끝이나 다름없는 제안. 때문에 중원 길드는 그 제안을 받는 순간 역으로 제안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중원 길드는 오히려 자신들을 이겼을 때의 메리트를 더 크게 제시할 거야. 진심으로 승부를 하자고.’ 져준다는 개소리 집어치우고, 이기면 뭐든 줄 테니 자신들을 제대로 이겨보라고. 도발을 통해 더 큰 무언가를 뜯어내는 셈이었다. ‘대신 이쪽도 조건을 걸어야지.’ 하지만 중원 길드가 바보도 아니고 더 큰 보상을 내걸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필시 그들은 그것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몇 가지 얻어가고자 할 터.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BJ대마도사가 매치업 조건이든 뭐든 정해지면 자신은 그것을 수행하겠다는 말을 꺼낸 이유. 더 큰 보상을 뜯어내기 위해 기꺼이 더 큰 위협을 무릅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단하군.’ 그러한 BJ대마도사의 의지에 박영준은 결국 감탄을 토해냈다. ‘설마 오로치 길드와 손을 잡은 중원 길드를 상대로 이런 배짱 승부를 하다니…… BJ대마도사 상대로는 도박 좀 한다고 명함도 못 내밀겠군. ’ 그 감탄 속에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진짜 최고의 파트너라니까.’ 그 미소를 지은 채 화면 하단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곳에서 알림이 올라왔다. [현재 해커로부터 5번의 해킹 시도를 당했습니다.] [해킹을 시도한 해커에 대한 데이터를 첨부합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새로 손을 잡은 쪽도 훌륭하고. 내가 고용한 해커를 상대로 완벽하게 막아내다니.’ 그것을 끝으로 박영준이 손가락을 멈춘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그럼 이제 중원 길드와 협상을 해야겠군.’ 있는 건 그저 행동뿐. 261화. < 83화. 운석 (3). > 7.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떠올리게 하는 드넓은 공간. 푸슈! 그 공간의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게이트 캡슐이 열리는 순간 그 안에서 나온 멀린이 곧바로 입고 있는 웃옷을 벗으며 말했다. “새 옷 그리고 커피, 설탕 잔뜩 넣어서. 칼로리 300칼로리 이상으로 맞춰줘.” “예!” 그 주문에 대기 중이던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분주함 속에서 멀린이 곧바로 태블릿PC를 집어 든 후에 영상을 켰다. 그렇게 켠 그 영상에는 멀린, 그의 모습이 나왔다. - 사냥 시작 후 33분 경과, 일단 여기서 정리하고 한 타임 쉬겠습니다. 그럼 휴식 앞두고 화끈하게 가보겠습니다. 그 짤막한 대사와 함께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등장했고, 동시에 5미터가 넘어가는 체격, 거대화 스킬을 사용한 탱커들이 그러한 멀린의 앞을 성벽처럼 앞세웠다. 그렇게 탱커들까지 보여준 화면은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을 향했다. 그것은 무리였다. - 크어어! - 크아아! 갑옷으로 무장한 오우거 무리들. 그러한 오우거 무리 뒤에는 눈 세 개 달린 오우거 하나가 용의 머리뼈로 만든 투구를 쓴 채 전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커피 왔습니다.” “고마워.” 그때 커피를 받아든 멀린이 영상을 보며 말했다. “라이브 방송팀에 말해서 근접 전투씬은 최대한 피하라고 해. 좋은 그림이 나오기 힘들 테니까. 원거리 딜러 위주로. 젠장, 400레벨 넘으니 게임 난이도가 아주 미쳐 날뛰는군. 그냥 일반 몬스터 사냥하는 것도 게임오버 걱정하고 해야 하다니.” 요구 그리고 이어진 투정에 커피를 건네준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무슨 일이야?” “몇 가지 보고 드릴 게 있어서요.” 어느새 등장한 엠마의 손짓으로 직원들에게 잠시 나가 달라는 부탁을 건넸으니까. 이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자, 멀린이 말했다. "라이브 방송 휴식 중에 말할 정도면 긴급한 사건인 모양인데, 뭐지?”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에 매치업을 제안했어요. 그리고 중원 길드는 받아들였어요.” “그래? 정말로?” “그런데 그 협상 과정에서 BJ대마도사 측이 중원 길드에 옵션 한 가지를 제시했어요.” 이어진 옵션이란 말에 멀린이 커피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갸웃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말하길 대가가 맞으면 져주겠다고 하더군요. 일부러.” 져주기.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설탕을 잔뜩 넣어 매우 단 커피를 머금은 멀린의 표정이 쓴맛을 본 표정을 지었다. 그 상태에서 커피를 삼키며 말했다. “중원 길드는 당연히 거절했겠군.” 제안 자체는 받아들일 가치가 없었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BJ대마도사가 약속을 지키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제안 자체도 굴욕이지만, 사실 그런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상관이 전혀 없었다. 지는 조건으로 보상을 받기로 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보상을 포기한다면 져줄 필요도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무엇보다 당한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는 제안이었다. 상대방이 일부러 져주기로 했는데 져주지 않았다! 그러한 항변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즉, 이 제안 자체는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셈이었다. "강력한 도발이군. 그래서 중원 길드는?” 그렇기에 도발이 될 수밖에 없는 셈. “도발에 응했죠.” “그럼 역으로 걸었겠군. 자신들을 이기면 보상을 주겠다고.” “예. 자신들을 이기면 원하는 아이템이라면 뭐든 구해다주겠다고. 갓워즈에서 거래 가능한 아이템이라면.” “무엇이든?” 갓워즈에 존재하는 아이템 중 뭐든 구해주겠다는 것. 그것을 본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분명 놀라운 제안.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그런 제안이라…… 오싹하군.”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니고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그러한 약속을 한다는 건 놀라운 수준을 넘어 오싹한 일이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해도 이상할 게 없으며 그럴 자격이 있었으니까. “동시에 그 대가로 매치업 방식 중 하나는 자신들이 정하기로 했다고 말하더군요.”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엄청난 딜을 한 대가로 중원 길드 역시 나름의 메리트를 요구했다. “방식은 중원 길드가 정하고, 무대는 BJ대마도사가 정하는 식이요.” 거기까지 설명을 들었을 때 멀린의 결론은 하나였다. “BJ대마도사는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 추호도 없군.” BJ대마도사가 끝장을 볼 생각이라는 것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멀린이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판에 앉아서 칩으로 베팅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군.” 엠마가 자신을 찾아와서 말해주고 싶은 것이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은 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 무슨 계획을 세우든 따르겠어. 여기서 다른 생각 따윈 할 수가 없으니까. 끝까지 가지.” “감사해요.” 그 대답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본론이 끝나는 순간 멀린은 이내 대화 주제를 바꾸려는 듯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천운석이 3개나 생긴 건가? 과연 BJ대마도사가 그 천운석으로 뭘 할지 궁금하군.” 8. [천운석 X 3] “아……."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한 아이템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긴 탄식을 토해냈다. ‘진짜 천운석 3개다.’ 탄식을 나오게 만든 건 정말로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허나, 사고가 진행될수록 탄식의 이유는 바뀌었다. ‘이거 팔면 집 살 수 있는데. 그것도 최소 방 4개 이상으로.’ 이 가치 넘치는 것을, 당장 팔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을 NPC토스에게 줘야 한다는 것. ‘보상도 없는 퀘스트에 이걸 줘야 한다니…….' 그리고 그렇게 줘봤자 오는 보상이 하나도 없다는 것. ‘젠장.’ 배가 찢어지게 아플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하물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가 노력한 대가 아닌가? ‘그보다 이제 중원 길드랑 이벤트 매치도 기획해야 하네.’ 심지어 이것을 얻는 대가로 중원 길드를 상대해야 했다. ‘지금 중원 길드에 이나즈마 포함되면…… 걔 활 솜씨 장난 아닌데, 어떻게 하지?’ 일본이 낳은 천재 플레이어, 레전더리 클래스인 신궁 클래스를 가진 이나즈마와 그의 동료가 포함된 중원 길드를! ‘질 때는 지더라도 그냥 지는 그림은 안 돼.’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으리란 확신은 쉬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임팩트는 남겨야 해.’ 때문에 미다스는 승패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 만족할 만한 것을 기획했다. ‘아.’ 어쨌거나 그렇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힘들게 얻은 물건을 그냥 공짜로 줘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다음 행동에 나설 수 있을 리 없었다. “무슨 일인가?”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마치 냄새를 맡은 듯 NPC토스가 먼저 제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벌써 구해온 것인가?” “……그게, 그러니까.” 이어진 그의 질문에 미다스는 네, 구해왔습니다! 라는 말을 뱉지 못한 채 마지막 고민을 했다. 이윽고 고민을 마친 후에 입을 열었다. ‘에라, 모르겠다.’ “구해왔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대답과 동시에 미다스가 인벤토리 안에서 천운석을 꺼냈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순차적으로 천운석을 NPC토스에게 건네주는 순간, NPC토스가 놀라며 말했다. “대단하군! 이걸 진짜 구해올 줄이야!” 진심 어린 감탄을 토하는 NPC토스. ‘나도 진짜 구하게 될 줄 몰랐다.’ 그 감탄사에 미다스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고맙네. 덕분에 내 숙원을 풀 수 있게 됐어!” 그런 미다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NPC토스가 기쁨에 들뜬 모습을 보여주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에휴.’ 그 알림에 미다스가 재차 한숨을 내뱉었다. ‘끝났다.’ 한순간에 형과 조카와 살 멋진 집이 날아갔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 ‘아니, 끝이 아니지.’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을 마저 내뱉은 후에야 미다스는 각오를 다졌다. ‘이다음 퀘스트도 지랄 나면, 그땐 진짜 알파 컴퍼니에 내가 제대로 똥 뿌린다.’ 이렇게 고생했고, 손해를 봤는데 다음 퀘스트도 골치 아픈 놈이라면, 그때는 그냥 한숨만 내쉬면서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푸념을 내뱉는 선에서 그치지 않으리란 것을. ‘그보다 다음 퀘스트 타이틀이 운석이었나? 운석급 몬스터 잡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마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NPC토스를 직시하며 말할 수 있었다. “이제 더 부탁하실 건 없습니까?” “없네. 내가 이제 이걸로……." 그 순간이었다. “엇? 저기?” NPC토스가 갑자기 한 방향을 바라보더니 이내 전력을 다해 소리를 내질렀다. “운석이다! 저기 운석이다!” ‘아니, 이건 또 뭔 지랄…….' 그 말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 그 순간 미다스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운석?’ 운석 도시의 청명한 하늘, 그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지금 대지를 향해 고꾸라지고 있는 것을. 9. 길드들이 필요에 따라 서로 손을 잡는 경우는 매우 잦았다. 그러나 막상 그 손을 잡은 결과물이 기대만큼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 비슷한 실력자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과 고개를 숙이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 이미 명성을 누리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 정도가 심했다. 소위 자존심 싸움을 한다는 셈.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도 그 사실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BJ대마도사가 대결을 받아들였어요.” 예화, 그녀의 말에 모여 있는 49명의 플레이어들 전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은 똑같이 전쟁을 앞둔 이가 마땅히 지어야 할 긴장 어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래서 중원 길드를 믿었다니까.” 그러나 한 명은 달랐다. “기어코 BJ대마도사를 잡을 기회를 가져다주네.” 180센티미터를 넘기는 신장, 허리를 훌쩍 넘기는 긴 머리칼을 날리는 뱀과 같은 인상의 미녀. 그리고 그 외모만큼이나 인상적인 장궁을 쥐고 있는 여인. 이나즈마. 일본이 낳은 천재라 평가받는 그녀는 다른 이들과 달리 예화 앞에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방식은? 대장전으로 가는 건가?” 그 모습에 예화는 말했다. “아니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대신 합의를 했어요. 무대는 그쪽이 정하고, 방식은 우리가 정하기로.” 이어진 설명에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토했다. BJ대마도사가 원하는 무대 위에서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좋든 싫든 간에 불리한 조건으로 싸워야 할 줄 알고 긴장했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방식을 우리가 정한다고? 뭐야, 그럼 더 싱겁게 끝나겠네.” 그러나 이나즈마는 감탄은커녕 오히려 허탈한 듯한 기색을 토해냈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감이 자만감과의 경계면에 있는 수준. 물론 그럴 만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이나즈마의 이름값은 여기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 중에서 최고였으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같은 상황을 놓고 이나즈마의 시선과 예화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제대로 융화되지 못했다는 명명백백한 증거. 그 증거 앞에서 예화도 기분은 좋지 못했다. 이나즈마가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의 대결을 보지 못했을 리 만무,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이 넘친다는 건 중원 길드가 못한 것을 자신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품었다는 의미. ‘얕보이네.’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를 자기 아래로 본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방식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몬스터 빨리 잡기?” “여러 가지를 고려 중이에요. 개중에서도 현재 보는 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두고 있어요.” “또?” 레이드 레이스. 앞서서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졌던 방식. “이번에는 전력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지금 중원 길드의 상황은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사냥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양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리고 똑같은 방식이기에 더 의미가 있죠.” 그렇다면 다른 새로운 방법보다는 그때 그 방법으로 부딪치는 게 진짜 리벤지다운 일일 터. 동시에 이것의 노림수는 하나 더 있었다. “멋지네. 그럼 무대는 사실상 크레이터가 되겠네.”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무대를 BJ대마도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는 일, 무대도 사실상 강제할 수 있었다. “낙승이네, 낙승이야.” 그 사실에 이나즈마가 미소를 짓는 순간, 누구 한 명이 말했다. “어? 저기 하늘에 뭔가 있는데요?”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고, 이내 모두가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운석?" “뭐야?” 그 운석 앞에서 모두의 사고가 정지하는 순간, 그 순간 운석은 순식간에 땅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이내 시작됐다. 운석 충돌의 여파가. 번쩍!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마치 거대한 섬광탄을 터뜨린 것과 같은 강렬한 빛이었다. 꽈광! 그러한 섬광을 보고 난 후 몇 초가, 눈을 두 번 정도 깜빡할 시간이 흐른 후에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 뒤로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다. 몸뚱이를 흔들 만한 강력한 폭풍이. 쿠쿠쿠! 그와 동시에 대지가 전율을 시작했다. “으아아악!” “우아아아!” 그 상황 앞에서 무수히 많은 난전, 온갖 괴물과의 전투 그리고 재해와 다를 바 없는 환경을 거쳐온 베테랑 플레이어들이 저도 모르게 공황 상태에 빠진 채 비명을 내질렀다. 세상 과연 누가 운석 충돌을 이러한 식으로,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을까? 이나즈마와 예화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악!" 그 두 여인 역시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운석이 충돌했습니다.] [48시간 후 운석 충돌 필드가 개방됩니다.] 운석 도시, 그곳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물론 그 알림에도 중원 길드원과 오로치 길드원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다친 사람, 다친 사람?” “잠깐, 나 로그아웃 좀 할게.” “정신 차려, 저기 몬스터다!” 공황 상태 속에서 마주하게 된 아수라장, 그 속에서 정신을 차린다면 이상한 일. 그러한 혼란은 운석이 충돌하고 5분을 훌쩍 넘긴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뭐지? 버그인가?” “젠장, 이제 운석 충돌까지 경험할 줄이야.” “밖은? 밖은? 뭐 소식 없어? 알파 컴퍼니가 공지 안 올렸어?”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한 가지 소식이 들렸다. “BJ대마도사가 긴급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데?” 10. 갑자기 등장한 운석이 떨어진 곳은 운석 도시로부터 제법 먼 곳이었다. 분명 먼 곳이었다. 허나, 그리 먼 곳에서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그 여파는 단숨에 운석 도시를 덮쳤다. 꽈릉! 당장 소리가 운석 도시를 휩쓸었다. 쿠쿠쿠! 그 뒤를 이어 거대한 지진이, 땅 위에 선 것들이 부들부들 떨 만큼 강력한 지진이 운석 도시를 휩쓸었다. 왕! 왕! “주인님, 엄청난 일이 일어난 거 같습니다!” 꾸우! 그 후에는 곧바로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대한 당혹감 어린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무슨…….'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석이 충돌했습니다.] [48시간 후 운석 충돌 필드가 개방됩니다.] 남들처럼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머릿속은 아수라장이었다. 단 하나, 미다스에게 남다른 차이점은 하나였다. “맙소사, 내 생애 운석을 보게 될 줄이야! 미다스, 자네에게 부탁하네. 운석을 구해다 주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이 운석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맙소사, 그 운석이 이 운석?’ 그제야 미다스는 이 운석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 때문에 생긴 일임을 알 수 있었다. ‘미쳤네, 미쳤어. 이 게임 미쳤네! 이런 식으로 갑자기 운석 이벤트가 나오는 게 어디 있어!’ 한편으로는 갓워즈의 스케일에 놀랐다. 설마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이야? ‘잠깐.’ 그 순간이었다. ‘이게 나 때문이라고?’ 미다스의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최초의 운석 충돌! 그 사실에 모두가 혼란을 느끼는 중에 BJ대마도사가 그와 관련된 라이브를 한다면? 이 운석이 자신 탓이라고 말한다면? 그 후에 그와 관련된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말한다면? ‘대박이다!’ BJ대마도사 방송 역사상 역대급 방송이 나올 터!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얘들아, 라이브 준비해!” 262화. < 84화. 웰컴 투 더 헬 (1). > 1. 그런 말이 있다. - 운석이 떨어졌다! ㄴ 누가 개소리를 하네. - 야, 속보! 긴급 속보! 운석 도시에 운석 떨어졌어! ㄴ 개가 두 마리네. - 지금 운석 도시에 사고 터짐! 운석 터짐! ㄴ 뭐야 이거? 한 명이 하면 개소리이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개소리를 하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지금 갓워즈와 관련된 커뮤니티가 그러했다. - 운석 도시에 운석이 떨어졌다! 진짜로! 사전에 약속을 했었어도 불가능할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운석 도시의 운석 충돌 소식이 터졌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그 소식을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이었다. 모두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그리 직감하는 순간 워즈튜브에 운석이란 단어를 든 라이브 방송 채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 예, 현재 운석 도시에 플레이 중인 플레이어입니다! - 여러분, 저기, 저기에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 알림이 나왔습니다! 운석 충돌 필드가 조만간 발동한답니다! 운석 도시에서 플레이 중인 플레이어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앞다투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해주엇다. 물론 그들이 라이브 방송을 켠 이유는 정보 전달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 좋아요 숫자 100개 찍으면 직접 운석 떨어진 곳에 가겠습니다! - 후원해주시면 정보 드립니다. - 일단 다들 좋아요, 구독 해주십시오! 무조건 해주십시오! 그저 이번 이슈거리를 이용해 어떻게든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할 뿐. - 장난 아닙니다! 지금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즉사했다고 합니다, 즉사! 저만 알고 있는 속보입니다! - 운석에 맞은 일부는 강제 로그아웃되면서 현실에서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좋아요, 구독하시면 실시간으로 정보 알려드리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로 자극적이기 그지없는 내용의 루머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됐다. 자연스레 그러한 루머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며 세간이 느끼는 공포감을 성장시켰다. 여하튼 그들의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빠르게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운석이라니, 이 게임에 그런 게 있었어? - 아니, 그보다 왜 지금 갑자기 운석이 떨어진 거야? 누가 뭘 어떻게 한 거야? - 장난 아닌데, 피해자만 수만 명이라는데? 그렇게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에 운석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 관련된 곳에는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허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다른 곳과는 전혀 달랐다. 아는 탓이었다. '이 운석 사건, 99퍼센트 확률로 BJ대마도사가 원인이다.’ ‘BJ대마도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 ‘BJ대마도사가 또 하나 터뜨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의 배경이, 원인이, 이유가 될 수 있는 건 갓워즈 속에서 오로지 단 한 명, BJ대마도사 뿐이라는 것을.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박영준의 이렇다 할 명령 없이도 모두 라이브 방송을 대기하는 이유였다. “준비 다 된 거 보니 괜한 말은 할 필요가 없겠네.” 그리고 그 라이브 방송실 안으로 박영준이 들어오더니 이내 준비된 직원들을 보는 순간 바로 본론을 내뱉었다. “BJ대마도사 긴급 라이브 방송이다!” 2. 운석 충돌.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갓워즈와 관련된 이들 모두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서 답을 구해야 할지, 누구에게 상황설명을 부탁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공황 상태. - BJ대마도사 방 열렸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시작! 그런 와중에 시작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와 같았다. 이 혼란에 빠진 이들 중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앞 다투어 채팅창을 가득 채웠고, 자연스레 채팅창의 분위기는 마치 운석이 충돌한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었다. [라포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이게 뭔 일이야? 설명 좀 빨리해봐!] [구스타프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대체 뭘 하면 이런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1,1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설마 게임 종료나, 그런 건 아니겠지?] 심지어 이 갓워즈의 정점에 있는 이들조차 앞다투어 BJ대마도사에게 답을 구할 정도. 너무 채팅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에 BJ대마도사가 대답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 [아즈모 님이 10,13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야, BJ대마도사가 말하려고 하잖아, 다들 조용히 하고 집중하자!] [아즈모 님이 10,13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리고 후원금 규칙 매너 좀 지키자. 응? 이러면 확 10만 달러로 올려버린다?] 아즈모가 나선 후에야 그나마 BJ대마도사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다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신 듯합니다.” 담담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여운이 남을 무렵에 미다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일단 당황케 해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이내 나온 사과. 그 순간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 아니, 갑자기 왜 BJ대마도사가 사과를 해? 누가 봐도 자연재해와도 같은 일에 왜 일개 플레이어가 사과를 할까? 마치 본인이 이 자연재해의 원인인 것처럼? 그러한 의문에 채팅창 사방에서 폭발하는 사이 미다스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제 새로운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시험 삼아 사용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내뱉은 그 말에 1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인 채팅창에는 놀랍게도 정적이 깔렸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정적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여하튼 위력이 상당하네요. 이 정도일 줄 알았다면 사전에 경고를 했을 텐데…… 혹여 휘말리신 분이 있으시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청구하시면 보상토록 하겠습니다.” 말의 마침표와 함께 고개를 숙인 미다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예의가 넘쳤다. - 잠깐! 그러니까 그게 스킬이라고? - 운석 충돌이 공격 마법? 그게? - 사방을 초토화시켰다는 그게? 물론 그렇게 해서 내뱉는 말은 도무지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받아들이기에는 루머와 함께 뒤섞인 채 흩뿌려진 운석 충돌의 위력은 아득했으니까. - BJ대마도사잖아? - 맞아, BJ대마도사면 모르지. 그러나 그 말을 내뱉은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라는 것이 신빙성을 부여했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모든 것 중에 기존의 상식선에서 그친 것은 없었으니까. 당장 미다스의 지척에 있는 실버의 모습, 골드의 모습 그리고 럭키가 착용한 아이템은 그가 보여주기 전에는 세상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더 나아가 운석 도시, 이 200레벨이 넘는 무대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는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은 상상조차 초월하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이제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아즈모 님이 10,13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캐스팅 타임과 조건은? 그냥 막 쓸 수 있는 마법은 아닐 텐데?] 아즈모가 대표적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 강력한 마법의 조건을 아는 게 더 중요한 일. 그 질문에 미다스는 답했다. “캐스팅 타임은 666시간, 사용 시에 천운석을 하나 소모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그 대답에 채팅창이 또 한 번 폭발했다. - 소비 아이템이 천운석? 미쳤네? - 아니, 천운석인 건 그렇다고 쳐도 그걸 그냥 시험 삼아서 소모했다는 거야? 천운석을? - 천운석은 어떻게 얻었대? 재료도 재료일뿐더러, 그것을 주저함 없이 시험 삼아 쓰는 BJ대마도사의 스케일에 대한 놀람. 달리 말하면 이제는 대부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10,13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럼 앞으로 최소 한 번은 더 쓸 수 있겠네.] 이어서 나온 아즈모의 말에 채팅창은 다시 한 번 더 아수라장이 됐다. - 하나 더 있다고? 천운석이? - 최소 하나라고 했잖아? 둘 이상일 수도 있어! - 그럼 이미 하나 썼으니, 최소 두 개 이상이라는 거네? 천운석을 일개 플레이어가 2개 이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악.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결정타였다. - 진짜 마법인가? 천운석마저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는 BJ대마도사가 저런 마법을 쓰는 것은 이상할 리가 없다고 확신케 해주는 결정타. - 이렇게 되면 앞으로 게임 어떻게 되는 거지? ㄴ 어떻게 되긴, BJ대마도사가 다 해먹는 거지!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갓워즈란 게임에서 감히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에 대적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채팅창의 분위기를 보던 미다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렇게 진지하게 믿으시면 이게 구라라고 밝히는 게 좀 그런데……." - 응? - 뭐? - 구라? 이어진 채팅창의 반응에 미다스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 정말 믿으셨어요? 솔직히 저런 마법을 쓰면 제가 여기서 라이브 방송을 하겠습니까? 그냥 10대 길드 전부 앞에 두고 죽기 싫으면 머리 숙이라고 하지.” 그제야 진실을 파악한 시청자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 이런 걸로 장난을 치네? 이러니 솔로지. - 성격 지랄 맞네. 이러니까 솔로지. - 역시 괜히 솔로가 아니야. 성격이 이런데 누가 옆에 있겠어?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운석 충돌은 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따라 발동된 이벤트입니다. 상황을 보면 새로운 사냥터가 등장했으며, 이 이벤트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처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는 분들도 참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내뱉는 말도 충분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운석 도시의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 가능한 이벤트가, 그것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이벤트가 열린 셈. “당연히 저는 그곳으로 퀘스트 진행을 하러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중원 길드와의 이벤트 매치업을 치를 생각입니다. 중원 길드가 제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이긴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은 어떤 의미에서 앞서 한 말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 - 잠깐, 뭐라고? 중원 길드? - 설마 진짜 중원 길드랑 붙는 거야? 오로치 길드랑 손잡은 그 중원 길드랑? - 이벤트 무대에서 이벤트 매치라고?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받을 리 만무한, 무리한 대결을 수락하는 순간. “방식은 중원 길드에 위임하겠습니다. 물론 이쯤 되면 방식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지만.” 그러한 물음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예화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운석 충돌 필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로 가죠.] 역사상 역대급 돌발 상황 속에서 역대급 이벤트 매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3. “그럼 48시간 후, 운석 충돌 필드가 개방되는 순간 뵙겠습니다. 그때를 위해서 미리 구독하는 거 잊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라이브를 종료한 미다스가 곧바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얘들아!” 왕! “예, 주인님!” 쥔 이유는 간단했다. “대박 났다! 초대박!” 누가 보더라도 이번 오프닝이 미칠 영향력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일단 채팅창 반응부터가 평소의 반응과는 차원이 달랐다. 원래도 다른 채팅창에 비해 시청자들의 기세나, 반응이 가장 뜨거움에도 그것과 비교해서 그 이상일 정도. 당장 시청자 숫자가 증거였다. “광고 없이 그냥 열었는데 2천만 명이 봤어!” 왕!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이렇다 할 예고 없이 바로 켠 10분 남짓한 라이브 방송에 2천만 명이 몰린다? 솔직히 이건 어지간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미다스가 벌인 이벤트가 중원 길드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콜을 외쳤다. “그리고 심지어 중원 길드가 바로 콜했어!” 왕! “럭키야, 뭐라고? 지금 왜 에화 님 계신 곳으로 절을 안 하고 머리를 세우고 있냐고?” 왕! “그래, 절해야지. 만나면 바로 절해야지. 10만 달러를 주신 분인데. 10만 달러. 아, 10만 달러!” 물론 미다스의 뇌리에 가장 남는 건 중원 길드가 내놓은 10만 달러라는 금액이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님의 앞날에 새로운 영광이 깃들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래, 고맙다.” 어쨌거나 이번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운석 충돌이라는 갓워즈 최초의 이벤트를 세상 모두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심지어 갓워즈의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도 그 대화에 끼어들 터. 그리고 그렇게 대화에 끼어든 이들의 마무리는 다들 똑같을 것이다. 그곳에서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레이드 레이스를 한다더라! 세간의 모든 관심이 몰릴 것이 분명한 이벤트. ‘광고료도 엄청 오르겠지?’ 당장 광고 단가부터가 차원이 다를 게 분명했다. ‘이제 남은 건 레이드 레이스 결과인데.......' 물론 그런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결과였다. 제아무리 빅이벤트라고 해도, 하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남는다고 해도 승자보다 더 많은 가치를 누릴 수는 없는 법. 곧바로 미다스가 퀘스트창을 활성화했다. [운석]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운석이 충돌하며 특별한 무대가 생겼다. 그곳을 조사해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운석 충돌 필드 입장 시 ‘크레이터 방문자’ 타이틀 지급 !크레이터 방문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3퍼센트) !퀘스트 완료 시 ‘신의 돌’ 진행 가능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운석이 떨어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미다스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제거했다. ‘패배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 돼.’ 이런 상황에서 만약 패배한다면, 그로 인해 퀘스트 공략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보다 치명적인 타격은 없는 일. “얘들아.” 왕! “예, 주인님.” 때문에 빅 이벤트까지 남은 48시간 동안 미다스는 쉴 틈이 없었다. “레벨업하러 가자.” ‘210레벨부터 찍는다.’ 전력을 다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였으니까. 263화. < 84화. 웰컴 투 더 헬 (2). > 4. - 맙소사, 진짜 운석이 떨어졌네. - 초토화네, 초토화야!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을 강타한 운석 충돌 사건.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해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이는 더 이상 없었다. - 진짜 BJ대마도사도 대단하네. 이런 무지막지한 이벤트를 혼자서 발동시키다니. ㄴ 이제야 비로소 갓워즈의 진짜 스케일이 나오는 거지. BJ대마도사 아니었으면 이런 거 보지도 못했을걸? BJ대마도사, 그가 이 공포와 혼란에 빠진 이들을 구해낸 덕분이었다. - 그보다 이런 빅 이벤트 무대에서 중원 길드랑 레이드 레이스를 붙는다니, 진짜 끝내주네. 이런 매치업은 짜고 해도 만드는 게 불가능할 텐데. ㄴ 이나즈마가 합쳐진 중원 길드랑 붙다니, 솔직히 이거 싸움이 안 되는 거 아니야? ㄴ 글쎄, 중원 길드 쪽도 방심은 못 할걸? 이런 스케일을 일으킨 BJ대마도사라면 뭘 꺼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ㄴ 솔직히 BJ대마도사 상대로는 이 정도 상대는 있어야 볼 맛이 나지. 심지어 그렇게 구해준 이들에게 BJ대마도사는 아주 화끈한 이벤트마저 약속했다. - 이 맛에 BJ대마도사 팬한다니까. - 아직도 BJ대마도사 팬클럽 가입 안 한 바보 없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여러모로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는 일. 기대감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그보다 그 운석 충돌 필드 말이야, 운석 도시에 있던 플레이어들 전부 들어갈 수 있다면서? ㄴ 그때 접속했던 모든 플레이어에게 입장 시간 알림이 떴다고 했음. ㄴ 와, 개꿀이네! ㄴ 개부럽다, 나도 그런 이벤트 참가하고 싶은데! 과거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와는 다르게 이번 이벤트 무대에는 알림을 들은 모두가 참가 가능하다는 것. - 이 기회를 놓치면 병신이지. - 이거 잘하면 역대급 신데렐라 나오겠는데? - 게임 오버 당해도 남는 장사임! - 혹시 알아? BJ대마도사가 잡다가 남긴 보스 몬스터 막타 기회가 올지? 별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물론, 특별한 경험을 바라는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기회를 준 셈이었다. 힘없는 이들조차 그런 생각을 품는데, 힘 있는 길드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선라이즈 길드, 운석 충돌 필드 참가 선언!] [태극 길드, 운석 충돌 필드 공략 라이브 일정 발표!] [1티어급 길드들, 대거 공략 선언!] 때문에 1티어급 길드들이 움직이고자 했을 때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 다들 참가하네. ㄴ 해야지, 만약 보스몹 잡으면 단숨에 스타가 되는 건데! 놀라는 이들도 없었다. 그만큼 당연하고, 타당한 선택이었으니까. [탐험가 길드 참가 선언!] 그러나 탐험가 길드마저 참가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는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어? 탐험가 길드가? 진짜? 1티어급 길드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10대 길드 중 한 축. - 못할 건 없지. 탐험가 길드잖아? - 원래 이런 거 터지면 가장 먼저 달라붙는 게 탐험가 길드지. 또한 탐험가 길드의 참가는 명분상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들이 내세우는 탐험가라는 단어와 새로운 사냥터라는 단어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은 없었으니까. - 가만, 그러면 BJ대마도사 vs 탐험가 길드 나오는 건가? ㄴ 10대 길드랑 이제 붙는 건가? ㄴ 슬슬 붙을 때가 왔지. 1티어급 길드로는 상대가 안 되잖아? ㄴ 재밌겠네, 진행 시켜! 도리어 기대감이 증폭될 정도. 그런 이유로 운석 충돌 필드 개장을 앞두고 운석 도시가 소란스러워졌다. ‘아, 이거 골치 아프겠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썩 좋지 못한 소란이었다. ‘이거 보니까 운석 도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개떼 같이 달려들 기세인데…….'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들이미는 이들이 주변 눈치 따위를 볼 리는 만무. ‘개판 되겠네.’ 미친 듯이 달려들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미친 승냥이들을 상대로 BJ대마도사의 후환 같은 게 보일 리 만무했다. ‘탐험가 길드도 그렇고.’ 심지어 그중에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후환을 걱정하기는커녕 미다스 본인이 후환을 걱정해야 하는 탐험가 길드마저 있었다. ‘운석 도시 룰도 문제야.’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운석 도시에서 운석급 몬스터, 개중에서도 천운석급 보스 몬스터를 만났을 때의 룰이었다. 룰 없음이 룰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운석 충돌 필드에 등장한 보스 몬스터는 누가 보더라도 천운석급 이상이었다. 천운석급 몬스터에 적용되던 룰이 알아서 소급 적용된다는 의미. 룰이 없으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어떤 게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지만.’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운석 충돌 필드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난이도도 그렇고.’ 당연히 그 난이도도 가늠하는 게 불가능한 일. ‘쉬우면 안 돼.’ 개중에서도 미다스가 가장 염려하는 건 사냥 난이도가 생각한 것보다 낮을 경우였다.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운석 충돌 필드에 어중이떠중이는 물론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 이익을 위해 손에 손을 잡고 덤벼드는데 몬스터라고 해서 어찌할 도리가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헬모드였으면 좋겠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몬스터들이 알아서 경쟁자들을 제거해주는 경우가 나을 터. ‘아니, 그런 생각하지 말자.’ 물론 그러한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꼭 이런 기도는 이루어지니까. 절대 바라지 말자. 괜히 엿을 사서 먹을 필요는 없잖아?’ 굳이 고생을 자처하며 간절히 바랄 필요는 없는 법. [에메랄드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2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들리는 알림.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보았다. 왕! “주인님을 위하여!” “주인님을 위하여!” 그러한 전장은 실버를 탄 골드와 럭키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들과 정령 전사에 의해 빠르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딱히 미다스가 나설 일은 없어 보이는 전장. 그 전장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야, 워하울링이다!” 호우우우! 그러자 먼 곳에서 들리는 럭키의 하울링 소리를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말했다. “새로운 스킬을 받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화려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 황금!’ 자연스레 미다스의 눈이 그 100장의 카드를 빠르게 훑었다. ‘제발 좋은 거 나와라!’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보이지 않는 황금빛을 찾아 헤매며 간절하게 소원을 빌고자 하는 순간. 크르르! 미다스의 등 뒤에서 섬뜩한 짐승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숲 사이에 모습을 숨긴 스톤 베어 한 마리가 자신을 노려보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럭키와 골드, 실버가 놓친 녀석이 미다스를 향해 운 좋게 다가온 모양. 원거리 딜러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느껴 마땅한 상황이었다. “파이어볼……." 그러나 미다스는 당혹감을 한 모금도 머금지 않은 듯, 그 자리에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앤 파이어 스피어.” 단 두 개. 크왕! 그렇게 캐스팅을 시작한 미다스를 향해 스톤 베어가 네 발로 대지를 박차며 그 돌로 만들어진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쿵, 쿵, 쿵! 마치 탱크가 달려오는 것처럼, 그 스톤 베어가 땅을 박찰 때마다 마주한 이의 세상이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렸다. 그러나 막상 그것을 마주한 미다스의 시선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이제는 20미터 앞까지 온 스톤 베어의 머리를 향해 캐스팅이 끝난 마법을 던졌다. 그 순간 미다스에게는 뒷걸음질조차 없었다. 똑바로 스톤 베어를 마주한 채 꼿꼿이 자리에 선 채 양손에 잡힌 마법을 단숨에 던질 뿐. 퍼엉, 퍼엉! 그렇게 단숨에 양손에 쥐고 있는 두 개의 파이어볼을 머리통에 꽂아 넣은 미다스가 손에 들린 두 자루의 파이어 스피어를 동시에 던졌다. 조준할 시간은 기껏해야 일말. 푸화핫! 그럼에도 그렇게 던진 두 개의 파이어 스피어가 동시에 스톤 베어의 오른눈과 왼눈에 꽂혔다. [스톤 베어를 처치했습니다.] 신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중률! 그게 지금 미다스의 수준이었다. 거듭된 훈련을 통해 이제 충분한 단련을 마친 상황. 달리 말하면 미다스 스스로가 노력과 연습을 이룩한 결과물이었다. “에이씨!”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러한 자신의 능력에 감탄 따위는 토하지 않았다. ‘카드 까는데 몹 만나면 부정 타는데! 제발 황금 카드 하나만!’ 그저 갓워즈의 흔한 징크스 중 하나를 떠올리며 간절한 기도를 품으며 다시 카드를 확인할 뿐. 왕!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꾸우! 그렇게 카드를 확인하는 미다스를 향해 전투를 마친 럭키와 골드, 잭팟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얘들아.”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멜했다. “나왔다.” 말을 마친 미다스의 눈에는 황금빛 카드 하나가 보였다. [프로스트 골렘]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프로스트 골렘을 소환할 수 있다. 스킬을 재차 확인한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완벽한 게 나왔다고!” 프로스트 골렘. 사방에 서리를 토해내는 골렘으로 블레이즈 골렘과는 여러모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블레이즈 골렘이 사방에 화상 페널티로 데미지를 주는 타입이라면, 프로스트 골렘은 사방에 동상 페널티로 이동 속도 및 공격 속도를 감소시키는 디버프를 주는 타입. ‘이걸로 드디어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됐어!’ 그러나 미다스에게 중요한 점은 프로스트 골렘의 속성, 그 자체였다. 실제로 미다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화력의 대부분이 화염 계열에 편중되었다는 점이었다. 나쁠 건 없었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대마도사의 장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 그런 관점에서 보면 프로스트 골렘은 미다스의 전술의 폭을 넓혀줄 녀석이었다. ‘완벽해.’ 당연히 그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가슴 속에 어느 때보다 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 자신감 속에서 미다스가 진심으로 빌었다. ‘부디 내일 필드 사냥 난이도가 헬모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이 왔다. 5. 라이브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이 질문에 대부분은 같은 대답을 했다. 독점 콘텐츠만큼 좋은 게 없다고. 달리 말하면 하나의 콘텐츠를 두고 경쟁자들과 경쟁하는 건 매우 피가 마르는 일이었다. “와, 사람 좀 봐.” 운석이 충돌하면서 등장한 거대한 크레이터, 그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제주도 크기의 드넓은 숲. 그 숲 주변에 모인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혀를 절레절레 내두르는 건 그 때문이었다. “이거 뭐, 운석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온 거 같네.” “운석 도시에 지금 플레이어 하나도 없다는데?” 이 모든 숫자가 그들에게는 경쟁자였으니까. “지금 워즈튜브도 미쳤어. 운석 단어 들어간 라이브 방송이 수천 개가 넘어.” “시청자 나눠먹기 장난 아니겠네.” 사상 유례가 없는 경쟁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도 라이브 방송 팠다!” “저기 봐! 라이트 길드다!” “저긴 태극 길드야!” 그러한 경쟁에 강력한 맹수들이 하나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섞이기 시작했다. “탐험가 길드다!” 그런 분위기는 탐험가 길드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퍼지는 순간 전운이 감돌았다. 이제까지 천운석을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이 했던 탐험가 길드는 운석 도시의 최강자였으니까. 사실 보통은 그런 최강자의 등장에 분위기는 정리되고는 했다. 전운이 감도는 일 따위는 없었다. 왕이 왔는데 어찌 감히 다른 것들이 그 사냥감을 탐낼 수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중원 길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운이 감도는 것은 이제 그 왕의 자리를 위협할 자의 존재가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나즈마도 함께 왔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손을 잡으며 구성한 50인 파티! 그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리의 등장했고 그러한 무리가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이내 악수를 할 만큼 거리가 좁혀지자, 진짜배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세력들의 관계는 보통 관계가 아니었다. “역시 테오 님이 직접 오셨네요.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반가워요.” “저 역시 예화 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고객님하고 부딪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중원 길드는 탐험가 길드의 VVIP고객 중 한 명이었다. 이런 식으로 경쟁하리란 건 예상할 수 없는 관계. “그렇죠, 만나서 좋을 건 없죠. 보스 몬스터를 앞두고 메테오 컬렉터를 만나는 건 참담한 이야기이니까요.” 하물며 이 경쟁에 참가한 탐험가 길드, 그곳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는 테오라는 플레이어였다. 별명은 메테오 컬렉터. 레벨은 240레벨. 현재 운석 도시에서만 2년째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였다. 탐험가 길드가 운석 도시에서 천운석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육성한 플레이어로, 실력이 뛰어난 건 물론 운석 도시에서 경험은 갓워즈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였다. 고인물을 넘어 석유라고 할 수 있는 자.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탐험가 길드의 최우선 목표는 운석 충돌 필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니까요.” “그럼 당연히 이곳의 보스 몬스터에 대한 데이터 수집도 중요하시겠네요.” “중요하지요.” 그런 존재 앞에서는 차마 예화조차도 쉽게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필요하면 손잡고 같이 잡자고? 버스에 자리는 남으니까.” 굳이 말하면 이나즈마, 그녀 정도만이 이런 대화 분위기에 끼어들며 여유를 보였다. “이나즈마 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반가워요. 좋게, 좋게 넘어가요.” 그 무렵이었다. “럭키다! 럭키가 나타났다!” “골드와 실버다! “저기 잭팟도 날아오고 있어!” 그러한 대화 분위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자가 등장했다. “BJ대마도사가 나타났다!” BJ대마도사의 등장에 곧바로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탐험가 길드의 모든 멤버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거대한 럭키와 골드, 실버를 등에 둔 채 걸어오는 깃털 모자를 쓴 플레이어가 보였다. ‘BJ대마도사.’ ‘진짜 괴물이 왔네.’ 그의 등장에 이제는 모두가 긴장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이 기존의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자라면, BJ대마도사는 그 먹이사슬 밖에 존재하는 포식자였으니까. 그때였다. 스윽! 다가오는 BJ대마도사를 확인한 이나즈마가 슬찍 등에 찬 활에 손을 가져갔다. ‘한 번 장난이나 걸어볼까?’ 시비라도 한 번 걸어보려는 듯. “하지 마세요.” 그런 이나즈마에게 예화가 바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사실에 이나즈마가 한 번 해보자, 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예화가 대답 대신 턱짓으로 BJ대마도사를 가리켰다. 그 턱짓에 이나즈마가 시선을 돌려 BJ대마도사를 확인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장난 칠 분위기가 아니네.’ 어느 때보다 굳어 있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을. 그 표정 앞에서는 이나즈마도 이내 장난기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앞서 있었던 블랙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당시에도 중원 길드를 상대로 PK를 해보려는 농담마저 건넸던 BJ대마도사. 그런 그의 성정을 생각하면 지금 표정은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 BJ대마도사는 장난칠 생각도 없다.’ ‘방해하는 자는 전부 부술 속셈이야.’ ‘전력으로 나올 거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박살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 물론 그들의 생각과 달리 미다스의 표정이 굳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몬스터들 능력치들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운석 충돌 필드, 지금 저곳에 있는 게 지옥이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을. 당연히 지금 미다스는 생각했다. ‘초반에는 몸 좀 사리자.’ 몸을 사리면서 최대한 전력을 아끼자고.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에게 예화가 다가오며 말했다. “BJ대마도사님 이렇게 다시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방송 중이신가요?” ‘방송 중? 아차!’ 그 질문을 받은 후에야 미다스는 자신이 라이브 방송을 켜지 않은 상태임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비공개 상태의 방을 공개로 하자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태. ‘젠장, 실수다! 한 눈이 팔렸어!’ 그 실수에 미다스가 당혹감을 간신히 숨긴 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신호를 보냈다. 가볍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러자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비공개 상태였던 방을 공개로 바꾸었다. - 접속했다! - 왜 이렇게 방 늦게 열어요! - 이렇게 느리니까 평생 솔로인 거지. 그러자 곧바로 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시청자들, 그러한 시청자들은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왜 표정이 이렇지? - BJ대마도사님 표정 왜 이렇게 심각해요? - 표정이 소개팅 100번째 차인 모태솔로처럼 심각한데? 미다스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현재 자신의 눈으로 보니 사냥터 난이도는 말도 안 되는 난이도에, 라이브 방송 개시 타이밍은 늦은 상황. 표정이 굳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표정을 보니, 굳이 말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네요.”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예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 사이에 대화는 필요 없겠죠.” 말을 마친 그녀가 미다스를 상대로 등을 돌렸다. 그런 예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오늘 작정을 했다.’ 자신이 상대하게 된 BJ대마도사가 어느 때보다 완벽한 각오와 결의를 다졌음을 확인했기에. ‘처음부터 전력으로, 최단 시간 내에 끝낼 속셈이야.’ 그렇기에 그녀 역시 마찬가지로 각오와 결의를 다졌다. ‘그럼 우리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들어간다. 전력전에는 전력전으로 응해주는 거야.’ 그리고 그 광경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던 탐험가 길드의 테오 역시 생각했다. ‘보니까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할 모양이군. 그럼 우리 쪽도 전력질주를 해야지.’ 그리고 그 방송을 보던 1티어급 길드 역시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초반부터 전력으로 달릴 모양이야.” “머릿수가 많으니, 괜한 변수가 생기기 전에 빨리 상황을 끝낼 속셈인 모양이군.” “좋아, 그럼 우리도 질 수 없지. 일단 전력으로 달려서 한 번 쫓아가 보자고.” 전력으로 달릴 BJ대마도사의 페이스를 쫓기 위해 자신들 역시 전력으로 달리자고. 물론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아, 왜 이렇게 일진이 꼬이냐? 오늘 아무래도 안 풀리는 날 같다. 그냥 조심히, 천천히 가자.’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게임을 하자고. 그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필드 열렸다!” 레이드 레이스가 시작됐다. 264화. < 84화. 웰컴 투 더 헬 (3). > 6. [5분 후 운석 충돌 필드가 개방됩니다.] [운석 충돌 필드에 입장 시 24시간 동안 퇴장이 불가능합니다.] 48시간짜리 카운트 다운의 끝을 앞둔 운석 충돌 필드. “5분 남았다!” “어우, 떨린다.” 갓워즈를 기준으로는 세기의 빅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이벤트를 앞둔 플레이어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한 번 제대로 맛이나 보자고!” “무리하지 말고 초입에서 놀자!” “다들, 긴장 풀어! 가볍게 하자고, 가볍게!” 하나는 그냥 이 이벤트를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즐기고 싶어 하는 라이트한 플레이어들. “BJ대마도사 밀착 취재하겠습니다! BJ대마도사를 보고 싶으신 분, 저를 따라오십시오!”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늘을 위해서 제가 투자 엄청나게 한 거 아시죠? 다른 방송 보면 배신입니다, 배신!” “다들 긴장해! BJ대마도사 얼굴이라도 보려면 각 잡고 게임을 해야 할 테니까!” 다른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BJ대마도사의 행보와 자신들의 행보를 부딪치게 만들어서 이익을 추구하는 부류들이었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에는 BJ대마도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초반에 전력을 다할 거 같다고?” “중원 길드랑 악수도 안 했어? 진짜 작심한 모양이네.” “이야, 이거 1티어급 길드들 특히 골치 아프겠네.” 개중에서도 BJ대마도사와 접점을 떠나서, 그를 한 번 이겨보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운석 충돌 필드 앞에 선 플레이어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 중이야. 지는 모습 보여주는 순간 시청자들 반 토막씩 날아가는 거다.” “BJ대마도사 페이스를 맞출 순 없어도 따라가는 모습은 보여줘야 해. 아니, 최소한 다른 1티어급 길드들보다는 빨리 움직여야 해.” 특히 라이브 방송, 문자 그대로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지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HP보다 시청자 감소가 더 치명적이라는 거 명심해.” 1티어급 길드 소속 프로 플레이어들에게는 게임 오버보다 시청자 숫자 감소가 훨씬 더 치명적이었으니까. [운석 충돌 필드가 열렸습니다.] 때문에 문이 열렸을 때 실력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은 선택을 내렸다. “들어가!” “최대한 빨리 잡는다!” “운석 충돌 지점까지 누구보다 빨리 가는 거다!” 전력 질주! 망설임은 없었다. “보스 몬스터랑 싸우는 것도 아니고, 초입에서 쫄면 게임 접어야지!” “우리 실력을 보여주자고!” 1티어급 길드라는 자리는 그저 단순히 레벨 좀 높다고, 실력 좀 있다고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저기, 몬스터다!” “레벨은 보석급으로 확인된다!” “형태는..… 오크! 오크다!” 당연히 온몸이 루비로 만들어진 오크와 돌로 만들어진 오크 무리를 앞에서 그들은 바로 답을 내렸다. “좋아, 탱커들 라인 잡아!” 탱커도 그리고 딜러도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하기로. 우어어어! "탱커들, 조금만 버텨, 내가 광역마법으로 초장부터......." 하지만 전투가 시작됐을 때 그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씨발, 야, 튀어!” “……뭐?" “얘네들 뎀딜 미쳤어!” 이곳이 그들이 생각하는 운석 도시의 사냥터와는 차원이 다른 지옥임을. [파티원이 강화된 루비 오크에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운석 충돌 필드가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오버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7. 이 세상에는 남이 고생하고, 무너지는 것을 보고 즐기는 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워즈튜브를 즐기는 시청자들 중에는 유독 그러한 부류가 생각보다 많았다. - 유다희 양 강림했죠? - 이럴 줄 알았어. 하지만 BJ는 내 말을 듣지 않았지. - 죽었으면 빨리 육개장 쏘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러한 부류 대부분은 자기가 진심으로 응원하는 플레이어가 아닌 이들의 파멸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술 좋아하는 사람도 술을 너무 마시면 이상해지는 법. 워즈튜브 너무 과한 경우에는 보는 입장에서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거리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이 그러했다. - 야, 시나몬 길드 망했음! 탱커 전멸함! - 리틀 플래시 길드도 망했어! 튀다가 마법사들 아홉 명이 낙오되는 바람에 그대로 죽음! 원딜하고 탱커들하고 싸우고 난리 났음! - 거긴 원딜하고 탱커하고 싸우는 거 보니 다행이네요, 솔솔 길드는 전멸 당해서 라이브 강제 방송 종료 당했는데. - 캬, 아주 그냥 다죽네, 다 죽어. 처음에는 파티들의 전멸 소식, 파멸 소식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웃음 넘치는 활자를 채팅창 위로 뿜어댔다. - 아니, 잠깐만. 이거 너무 다 죽는데? ㄴ 이거 뭐야? 너무 하잖아? ㄴ 시나몬 길드나 리틀 플래시 길드가 1티어급은 아니지만 나름 센 길드인데, 동시 전멸? ㄴ 맞아, 거기다가 이번 운석 충돌 필드 공략해보겠다고 나름 파티원 증강했었음.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파티들의 전멸 소식은 시청자들의 머릿속 스위치를 바꾸었다. - 라이트 길드 전멸! ㄴ 라이트 길드가? ㄴ 지금 첫 전투도 안 끝났잖아? ㄴ 첫 전투에 운석급 등장! ㄴ 운석급이면 보스급이잖아? 필드 초입인데 보스급이 등장했다고? ㄴ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이윽고 1티어급 길드인 라이트 길드의 전멸 소식을 듣는 순간 이제는 모두 인정했다. - 여기 지옥이었네. ㄴ 그냥 지옥도 아니고 불지옥임. 운석 충돌 필드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난이도를 가진 무대임을.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역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다들 정신 차려! 보스전 치른다는 마음으로 페이스 잡아! 게임 오버만 최대한 피해! 시간은 내가 번다! 시간 버는 동안 탱커 라인 전열 구축하고 힐 멈추지 마!” 킬러독, 최전방에서 뛰는 근접 딜러인 그는 딜링이 아닌 미끼 역할을 자처한 채 몬스터 무리를 이끌며 시간을 벌었다. “일단 쿨 타임 무시하고 전력으로 하겠어요. 라이트닝 플래시!” 이번에 새롭게 영입된 이나즈마 역시 중요한 전투 때에만 사용하는 강력한 스킬들을 아낌없이 사용한 채 활시위를 당겼다. 파직! 그렇게 이나즈마가 번개 줄기를 쏘는 사이, 하늘 위에서는 얼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예화, 그녀의 강력한 광역 마법이 전장을 두드리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숨을 돌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여기서 쉬게 될 줄이야.” “그러게요, 고작 일반 전투 두 번 치르고 휴식 타임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위해서는 최대한 전투를 지속하는 게 맞았다. “이거 곡소리 나겠는데?” “맞아. 어중이떠중이들은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겠어.” 별 볼 일 없는 경쟁자들이 달라붙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긴 했다. 물론 그다지 중요한 장점은 아니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그래, BJ대마도사의 상태가 제일 중요하지.”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하나였으니까. “마스터,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는 뭘 하고 있어?” 그렇기에 휴식을 취하던 길드원들이 예화에게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질문했다. 이 자체도 좋을 건 없었다. 어떤 레이스든 간에 상대방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법. 질문을 하는 것도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서 일부러 BJ대마도사에 대한 소식을 끊은 탓이었다. “잠시만요.” 심지어 예화 본인 역시도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BJ대마도사에 대한 소식을 차단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건 그만큼 지금 마주한 상황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는 의미. “BJ대마도사에 대해 보고하세요.” 그녀가 나서서 서포터에게 요청을 한 후에야 보고가 왔다. 그렇게 그녀가 보고를 받는 사이 남은 길드원들은 서로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BJ대마도사도 꽤 고생하겠네. 설마 이런 던전인지는 본인도 모르고 있었을 테니까.” “그렇겠지. 더군다나 표정 봤잖아?” “앞뒤 안 보고 그냥 정면 돌파할 표정이었지. 그리고 BJ대마도사잖아? 그렇게 전력으로 부딪힐 거라고 온몸으로 말해놓고서 쉬는 게 쉽지 않겠어. 천하의 BJ대마도사잖아? 응? 그 대단하신 자존심을 위해서도 이 꽉 물고 하겠지.” 킬러독과 대화를 나누던 이나즈마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좀 더 무리해서 우리가 압박감을 주면, 어쩌면 자연스레 파멸할지도 모르겠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생각에 나머지 이들이 각오를 다졌다. ‘그래, 우리가 힘들면 BJ대마도사도 힘들어.’ ‘힘들어도 BJ대마도사라면 절대 내색하지 않겠지. 그렇게 무리하게 되는 거고.’ ‘이번에는 다르다.’ 그리고 그 각오라는 철골 위로 세 번째 매치업에서는 이제 자신들이 승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 기대감이라는 콘크리트를 덧붙였다. 그 순간이었다. 보고를 받은 예화가 모두를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지금 첫 전투도 안 했다고요?” “예?" 그 말에 모두가 똑같은 반문을 했다. “첫 전투도 안했다고?” “대체 지금까지 뭐하고?” 자신들이 두 번이나 전투를 치르는 사이, 대체 뭘 했기에 첫 전투를 시작조차 안 했단 말인가? 그러한 의문에 예화 본인도 이해가 안 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이었다. 새로운 속보가 도착했다. “아, 전투 시작했다고요?” BJ대마도사가 전투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얼빠진 표정에 다시 긴장감을 넣었다. 예화 역시 찌푸린 미간을 펴며 말했다. “좋아요, 실시간으로 보고해주세요.” 8. 크어어! “으아아!" 곳곳에서 참혹한 소란이 울려 퍼지는 운석 충돌 필드. 그 소란 속에서 미다스는 필드 입장 이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괜히 처음부터 달려봤자 의미 없어. 이건 빨리 완주하는 게 아니라, 완주를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이 사냥터 난이도는 타임 어택 같은 것을 감히 시도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는 것. ‘일단 분위기 좀 보자.’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단 어느 정도 상황이 진행된 후에 움직이는 게 나았다. 자동차 경주로 따지면 선두 차량들과 부딪치며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먼저 보내고 유유자적 안전하게 트랙을 보는 것과 같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시청자들도 돌아가는 게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테니까.’ 더 나아가 조금만 더 지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제 몸으로 이곳 필드의 참혹함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줄 터. 그때쯤이면 미다스가 안전주의로 나서도 시청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터였다. 달리 말하면 당장은 아니었다. - BJ대마도사 왜 안 달림? - 당장 달릴 것 같았는데, 가만히 있네. - BJ대마도사님 겜 안 함? 설마 쫄? - BJ쫄보도사 등장한 듯. - 럭키님, 원딜러 좀 강퇴요! 당장 몬스터의 머리통을 씹어 부술 듯한 포스를 뿜어댄 주제에 필드 입장 후 아무것도 안 하는 미다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리 만무. 미다스 역시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시간 벌이를 하려고 한다면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그림이 게 필요하다는 것을 ‘쇼를 하는 수밖에.’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한 것은 다름 아니라 돈지랄이었다. - 어? 지금 뭔가 꺼냈는데? - 포션병이 용 모양이네? 설마? - 드래곤 플라워 포션? 진짜? 5천 골드짜리? 인벤토리에서 값비싼 버프 도핑용 포션을 꺼낸 후에 그것을 자신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이 사냥터가 어떻게 돌아가든 솔직히 관심 없습니다. 중원 길드와의 매치업도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인벤토리에서 또 다른 도핑용 포션을 꺼냈다. - 와, 피얼음이다! - 3천 골드짜리 포션이다! 값비싼 놈을 꺼낸 후에 자신의 앞에 세워두며 말했다 “애초에 오늘 방송 주제는 저번에 말한 것, 그대로입니다. 제 실력을 보여드리는 거죠.” 그러한 미다스의 말은 평소보다 느릿했다. ‘1초라도 더.’ 이유는 당연히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러한 미다스의 수작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먹혔다. - 그래, BJ대마도사가 아등바등 싸우는 건 아니지. - 아무렴! 돈 있는데 돈 써야지! - 이런 돈지랄은 언제든 환영이야! 이 세상에 돈을 바닥에 뿌리는 것보다 재미난 구경거리는 없는 법. ‘원래는 숨기려고 했지만, 바로 보여줘야지.’ “프로스트 골렘 소환.” 또한 미다스는 자신이 얻은 새로운 마법, 프로스트 골렘을 모든 시청자들 앞에서 보여주었다. - 프로스트 골렘이라고? - 역시 BJ대마도사! 그냥 뽑네, 뽑아! - 레전더리 등급 아니면 스킬 취급을 안 해주네! 보기 힘든 프로스트 골렘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허락했다. 더욱이 한 마리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천천히 프로스트 골렘을 한 마리 더 소환했다. “블레이즈 골렘.” 이후에는 세 번째 골렘으로 블레이즈 골렘을 소환했다. 프로스트 골렘 두 마리 그리고 블레이즈 골렘 두 마리. 화르르! 스으으! 두 종류의 골렘들이 온몸으로 뿜어대는 한기와 열기가 부딪치며 수증기를 만드는 장관에 시청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 장관이네. - 300레벨 넘는 연금술사들도 보여주기 힘든 걸, 200레벨 초반인 대마도사가 보여주네. 그 무렵이었다. - 잠깐, 지금 속보 들려오는데? - 와, 미친! 게임 난이도 미쳤네! - 전멸! 사방에서 전멸 소식 들려온다! 채팅창에 운석 충돌 필드의 난이도를 짐작하게 해주는 속보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케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시간을 끈 보람을 느끼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반응을 보며 말했다. “난이도가 높은 모양인데, 다행입니다. 실력 발휘하는데 샌드백이 너무 약하면 좀 그렇잖아요?” 자신감을 드러낸 후에 옆에 대기 중인 럭키와 골드, 실버를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이번에는 주인님 혼자 뛸 거니까 아무리 위험한 순간이 오더라도 구경만 해.”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꺼내놓은 포션을 하나둘씩 마시며 도핑을 시작했다. ‘젠장, 이 비싼 것들을…….' 느낄 수 없는 복통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 그렇게 포션 도핑마저 마친 미다스가 이제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 “용열병.” 차근차근. “위대한 정신.” 두 종류의 버프를 마친 미다스가 이제는 자유로워진 손을 비비며 말했다. “인페르노 앤 블리자드 앤 리틀 토네이도, 사역마 체인 라이트닝, 사역마 쇼크 웨이브." 광역 마법 5개! 그 캐스팅마저 끝나길 기다린 미다스가 이내 골렘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자, 이제 앞으로만 가는 거다! 내가 직접 간다! 그러니까 골렘들은 내 뒤를 따라와!” 쿵! 주인의 명령에 맞춰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네 마리의 골렘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 진짜 무서울 게 없겠네. 든든하다, 든든해! - 국밥 2그릇 정도 먹은 든든함이네. - 역시 BJ대마도사야! 이 말도 안 되는 난이도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잖아? - 몬스터들아 기다려라! 솔로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슈퍼 솔로 BJ대마도사가 간다! 동시에 이 지옥을 마주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물론 그들은 몰랐다. ‘오케이, 이쪽은 몬스터 없다.’ 미다스가 일부러 몬스터가 없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진짜 얼마나 강한지 한 번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네요. 몬스터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미다스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런 미다스가 3분 후 미다스가 말했다. “아, 저기 몬스터 무리가 있네요!” ‘쳇, 피할 수 없겠네.’ 미다스의 첫 전투가 시작됐다. 9. “1분 39초?” 보고해주세요, 그 말 이후 예화가 보고를 받았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은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떠올랐다. ‘1분 39초라니? 우리는 한 번 전투 치르는데 4분이 넘었는데?’ ‘어떻게?’ 이어서 예화가 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광역 마법 5개를 썼다고요?” 그 설명에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몰려든 몬스터, 그 위로 미다스가 가진 다양한 광역 마법이 흩뿌려지는 광경을.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예화 님이 블리자드 써도 그리 큰 데미지 못 줬는데?’ ‘여기 몬스터들의 마법 저항력과 HP는 일반 몬스터의 최소 2배 이상 급이야.’ ‘우리가 아는 BJ대마도사라면 5개 광역 마법으로 원킬이 절대 나올 수 없다.’ 자신들이 아는 BJ대마도사의 딜량을 생각하면 절대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기에 생기는 의문. 물론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기존보다 최소 데미지 딜링 자체가 20퍼센트 이상 상승됐다, 그 말인가요?” BJ대마도사의 화력이 블랙 골드 하이에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 참담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예화는 이 상황에 표정을 구기거나, 낙담하지 않았다. ‘광역 마법을 쿨타임 없이 쓰는 건 불가능해.’ 광역 마법을 마음껏 쓰는 건 갓워즈 특성상 불가능한 일. ‘하물며 BJ대마도사가 계속 원하는 식으로 몬스터와의 전투를 치를 순 없어.’ 또한 몬스터와 조우하는 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즉, 이번처럼 광역 마법만으로 편하게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기에 가능한 일. 혹여 광역 마법의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건 알아서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경우였다. ‘맵핵이라도 켜지 않은 이상.’ 승산은 충분히 있다. ‘어쨌거나 쉴 여유는 없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휴식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게 이유였다. “이제부터 휴식은 전투 네 번에 한 번으로 줄이겠어요.” 예화, 그녀가 이 지옥 같은 필드에서 전투 페이스를 높인 이유. 그렇게 운석 충돌 필드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65화. < 85화. 도와드립니다 (1). > 1. 갓워즈 역사상 일어난 적 없는 역대급 이벤트 무대, 운석 충돌 필드. 당연히 사람들은 그 무대에서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빌어먹을!” 갓워즈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사건이 일어났다. 단지 문제점은 그게 좋은 의미의 사건이 아니라 참사로 표현할 만큼 좋지 못하다는 것. 그 정도로 운석 충돌 필드는 참혹했다. “무슨 놈의 몬스터가 이렇게 세?” “외형만 보석급이지, 사실상 운석급이잖아!” “이건 말도 안 되는 사냥터야. 일반 몬스터 무리가 보스급이라니, 미친!” 부푼 마음을 가지고 입장한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몬스터들은 그만큼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멋모르고 마주한 플레이어들에게 쓴맛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삼도천 강물 맛을 보여주는 수준. “처음에 뒤돌아보지 않고 덤빈 게 문제였어.”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대기 타다 들어갈걸!” 더욱이 이번 운석 충돌 필드 던전의 경우에는 초반 입장 인원 숫자가 너무 많았고, 그만큼 피해도 많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갓워즈 최초의 이벤트 필드 등장, 여기에 따로 입장권을 구매할 필요도 없는데 입장을 망설이면 그게 멍청한 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덤벼든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몬스터를 잡는다! 이 설레는 경험을 대기표도 뽑을 필요 없는 상황에서 기다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나갈 수도 없고……." “24시간이었지?” “그냥 나가지 말라는 거지.” 운석 충돌 필드는 입장한 이들은 24시간 동안 퇴장이 불가능했다. 밖으로 도망친 후에 전력을 추스르는 수작 따위는 할 수 없다는 의미. “로그아웃하자.” “에라, 모르겠다. 그냥 로그아웃하자!” 그 대목에서 플레이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그냥 깔끔하게 로그아웃이란 선택지를 골랐다. "저기가 그렇게 지옥이야?” "들어가면 그냥 게임 오버임.” "어우, 그냥 들어가지 말자.” 한편 뒤늦게나마 운석 충돌 필드를 경험해보려던 플레이어들 역시 소식을 듣는 순간 도전을 포기했다. 자연스레 운석 충돌 필드에 입장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달리 말하면 현재 운석 충돌 필드에 입장한 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커졌다는 의미였다. 몬스터들은 로그아웃 따위를 하지 않았으니까. “저희 파티는 이대로 가겠습니다.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보스는 보고 죽어야죠!” ‘젠장, 미치겠네. 여기서 어떻게 사냥을 하라고?’ “한 번 들어왔으면 끝을 보는 게 프로 플레이어의 자세죠.” ‘끝을 보긴, 개뿔, 이러다 백퍼센트 게임오버다.’ 일반 플레이어들과 달리 감히 쉽게 포기하고, 도망칠 수 없는 이름값을 가진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 다들 곡소리 내뱉네. - 곡소리 나오겠지. 전투 한 번이 보스전이나 다름없는데. - 몬스터 숫자도 엄청 많고. 딱 한 명만 예외였다. - 그런데 왜 BJ대마도사한테는 안 오는 거지? 미다스. 필드에 입장하고 20분이 넘었음에도 그가 치른 전투는 고작 2번에 불과했다. “아니, 왜 이렇게 몬스터가 안 보이는 거야?” 더불어 그 두 번의 전투는 무척이나 쉬웠다. “그냥 광역 마법 콤보로만 잡으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는데, 골치 아프네요.” 전투 시간의 텀이 길다는 건 그만큼 마법의 쿨타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 좋은 소식이었다. “이거 좀 짜증나네요.” 이런 말을 지껄인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어 마땅한 희소식. - 다른 플레이어가 이런 말 하면 병신처럼 보이는데 BJ대마도사가 하니까 있어 보이네. - 역시 BJ대마도사, 병신 같지만 멋있어! 그러나 미다스의 명성은 도리어 그러한 투정을 그리고 푸념을 마땅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럭키, 골드는 뭐 싸워보지도 못했네요. 럭키야.” 왕! “어떻게 생각해? 우리한테 몬스터가 안 오는 것에 대해서?” 왕! “뭐라고? 내가 너무 강해서 몬스터들이 도망친 거 같다고?” 왕! 이제는 너무 여유가 넘치는 나머지 전의를 다듬기는커녕 이제 콩트마저 할 정도. “아, 모르겠다. 이대로 직진으로 가면 진짜 몬스터 없는 거 같은데 한 번 크게 돌아가겠습니다. 동선 길게 하면 몬스터 한 번이라도 더 만나지 않겠어요?” 심지어 아예 일부러 동선의 거리를 더 늘린다는 말에 시청자들은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 일부러 몬스터 만나려고 동선 늘어뜨리는 플레이어는 BJ대마도사 하나뿐일 듯. - 몬스터들이 무서워서 피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 - 역시 모든 것이 피해가는 솔로의 제왕답네요! 몬스터도 미팅하기 싫어하는 듯! 물론 시청자들은 몰랐다. ‘어우, 저기에 우글우글하네. 일단 피하자.’ 그 이유가 몬스터를 피하기 위함임을. 미다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의 위치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에. ‘어그로 범위는 인식했으니, 저쪽으로 가면 걸리진 않겠네.’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몬스터의 위치만이 아니라 몬스터들의 어그로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등을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전투를 통해 운석 충돌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인식 범위마저 파악한 상태. 그렇게 파악한 몬스터들의 어그로 범위를 가늠하여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움직이고 있었다. 보인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미다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는 없어.’ 그러나 계속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 그래도 너무 운이 좋은데? 설마 보스 만날 때까지 운 좋게 가려나? ㄴ 설마,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건 아니지. ㄴ 그러면 핵 프로그램 의심해야지. 일단 시청자들이 운 좋게, 몬스터와의 전투 없이 보스 몬스터에 이르는 것을 쉬이 납득할 리가 없었다. ‘몬스터 개체수도 줄여야 해.’ 또한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최소한 보스 몬스터 주변은.’ 정말 몬스터 무리들을 요리조리 잘 피해서 보스 몬스터에 이르렀다고 해도 주변에 몬스터가 우글거린다면, 그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멍청한 짓은 없을 테니까. - 그보다 이거 전투 너무 없으니 노잼이네. - 보스전까지 다른 방송 보고 올까? - 일단 화장실 좀 다녀옵니다. 결정적으로 이건 라이브 방송이었다. 다른 1티어급 길드들이 이 지옥 속에서 괜히 전투를 자처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없는 건 보여줘서는 안돼.’ HP가 깎이는 것보다 시청자 숫자가 깎이는 것이 훨씬 더 뼈아프다는 것. 미다스라고 다를 바 없었다. ‘벌써 4천만 넘었다.’ 하물며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찾아오기 힘든 최고의 빅 이벤트 무대, 흥행이 가능한 무대 아닌가? 이 열광적인 무대에서 고작 몸을 사리겠다고 재미없는 방송은 할 수 없는 법.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약속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실력이 무엇인지, 럭키와 골드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이 충분함을 증명하겠다고.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몬스터가 너무 없는데……." ‘좋아, 여기서 하자.’ 미다스가 잠시 멈춘 후에 채팅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별수 없네요.” 미다스의 말에 곧바로 채팅창에 물음표 가득한 반응이 올라왔고, 그 반응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이럴 바에는 몬스터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낫겠네요.”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도움 필요하신 분, 도와드립니다.” BJ대마도사의 헬퍼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 갓워즈에서 게임 오버에 따른 페널티는 꽤 셌다. 그런 이유로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생존에 많은 노력 그리고 투자를 했다. 헬퍼 서비스, 문자 그대로 게임 오버를 앞둔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성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고, 그 서비스를 기반으로 탐험가 길드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게임을 하다 보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었다. 오늘 베푼 은혜가 내일 얻을 수혜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게임 플레이 도중에 헬퍼 역할을 수행하는 건 이상할 거 없었다. - 헬퍼? BJ대마도사가?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러나 BJ대마도사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 BJ대마도사라면 헬퍼 수준이 아니잖아? - 헬퍼라기보다는 버스 기사지. 일단 너무 강했다. 운전기사로 운전 실력이 좋은 사람이 오면 좋지만, F1 레이서가 오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 아니, 그보다 지금 레이드 레이스 중이잖아? 그런데 지금 헬퍼를 하겠다고? 무엇보다 지금 BJ대마도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를 상대로 매우 중요한 시합을 진행 중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보스 몬스터에 닿아야 마땅한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를 도와준다? 그것도 고작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이 말했다면 웃기지도 않았을 말. - 그런데 보고 싶긴 하다. - 재미있긴 하겠네. - BJ대마도사라면 이런 또라이 짓 해도 이상할 건 없잖아?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이기에 시청자들은 그의 발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사냥터 난이도 보니까 할 거 다하고 레이드 레이스 해도 늦지 않을 듯? ㄴ 솔직히 이대로 가면 다 뒈지고 BJ대마도사만 살아남을 거 같음. 레이스가 무의미한 수준이잖아? 지금 중원 길드 애들도 죽는 소리 뱉던데? ㄴ 맞아, 중원 길드 이미 2명 게임오버 당함. ㄴ 듣고 보니 그러네? 그라면 가능한 일이었을뿐더러, 솔직히 말해서 레이드 레이스보다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그 때문인지 미다스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바라던 바였다. “플레이어 몇 분 도와드린다고 딱히 레이드 레이스 질 것 같지도 않네요. 그럼 도와드려야죠. 제가 또 도움 필요하신 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도덕심의 소유자거든요.” 물론 미다스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봉사 정신으로 헬퍼를 자처하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운석 충돌 지점까지 그냥 다이렉트로 가는 건 자살행위야.’ 현재 미다스가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그가 운석 충돌 지점,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리라 예상되는 지점까지 전력으로 달리는 상황이었다. 전력으로 달리면 당연히 그 자체만으로도 전력이 소모되고,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간 좀 벌면서 몬스터 숫자를 줄여야지.’ 무엇보다 안정적인 사냥을 위해서는 주변 몬스터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헬퍼만큼 좋은 건 없었다. 어쨌거나 미다스가 돕는 거지, 혼자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플레이어도 이 이상 줄어들면 안돼.’ 또한 그렇게 미다스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남아서 몬스터를 줄여줄 게 분명했다. 헬퍼 역할이 여러모로 이득인 셈. ‘어차피 중원 길드 쪽도 단숨에 닿지 못해.’ 결정적으로 이 선택을 내린 가장큰 이유는 중원 길드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단숨에 보스 몬스터 사냥에 성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곳은 완주, 그 자체조차 힘든 무대였으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재차 말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말합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으면 말해주세요. 실력 발휘 좀 해드릴 테니까.” 3. - 실력 발휘 좀 해드릴 테니까. BJ대마도사의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분위기는 폭탄이 터진 듯한 분위기였다. 살아있는 것이 전부 죽은 듯, 쥐 죽은 소리만 남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헬퍼? 레이드 레이스 도중에?’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 툭툭! 그러한 상황 속에서 박영준 역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민을 하는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역시 BJ대마도사야.’ 지금 박영준이 하는 고민이 그에게 무척이나 즐거운 고민이라는 증거였다. ‘이런 식으로 중원 길드와 임시 동맹을 꾀하다니.’ 일단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의도가 중원 길드와 임시 동맹을 맺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 상황이라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하는 두 경쟁자가 손을 잡는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 . ‘지금은 손을 잡아야 해.’ 달리 말하면 지금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처한 상황은 보통 상황이 아니었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지옥이 펼쳐진 상황. ‘이런 곳에서 서로 경쟁이 붙었다면 둘 다 파멸이다.’ 그런 지옥에서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서로 이렇다 할 접점 없이 치킨 레이스를 펼친다면, 그 끝은 결코 좋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이 둘이 바로 웃으면서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손에 손을 잡는다는 게 가능할 리 만무.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여지를 준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라고. 그리하면 잡아주겠다고. ‘보통 경우라면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물론 단둘이 있다면 손을 내밀 리 만무했다. 그러나 이곳, 운석 충돌 필드에 있는 건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만이 아니었다. 나름 세력을 구축한 1티어급 길드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을뿐더러, 그들이 있었다. ‘탐험가 길드가 헬퍼 요청을 하면 골치 아파지겠지.’ 탐험가 길드. 만약 그들이 BJ대마도사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이렇게 항변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드 레이스 도중에 다른 길드와 손을 잡는 게 말이 되냐! ‘그거 가지고 태클 걸면, 할 말은 이쪽이 더 많으니까.’ 하지만 과연 혼자서 신수와 가디언을 이끌고 싸우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무려 2개 길드, 50인 파티가 왜 다른 길드와 손을 잡느냐고 말한다면 시청자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그 결과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이 머리를 두드리는 것을 멈춘 후에 직원을 향해 말했다. “중원 길드에 전화 좀 걸어.” “중원 길드요?” “응, 중원 길드.” 대체 이 상황에서 왜 그곳에 전화를 해요? 라는 질문을 담은 부하 직원의 표정에 박영준이 친절히 답해줬다. “거기다 전화 걸어서 헬퍼 필요 없냐고, 질문 좀 해 봐.” 266화. < 85화. 도와드립니다 (2). > 4. 암석, 광석, 보석. 운석 도시에서 지겹도록 마주 보게 될 이 몬스터들의 특징에 대해서 모르는 플레이어는 없다. 공략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보석급 몬스터 중에 토파즈로 된 놈은 몸통 박치기와 함께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사용하며, 그로 인해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정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 그 토파즈가 탱커에게 접근하기 전에 원거리 딜러들이 잽싸게 처치해야 한다는 것 역시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실수란 놈은 알고 있음에도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저도 모르게 저지르는 놈이었다. 지금 중원 길드가 실수를 저지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우우! 암석 그리고 광석 늑대 2백여 마리와 전투를 치르는 중원 길드는 그 무리 속에 숨은 토파즈 울프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토파즈 울프는 탱커 라인과의 거리를 좁혔고, 그 거리가 약 20미터 남짓 됐을 때야 비로소 중원 길드는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젠장, 토파즈다!” “뭐?” “토파즈라고!” 무리한 전투 탓에 저지른 실수. 더불어 치명적인 실수였다. “미친 바로 코앞이잖아!” 등장한 토파즈 울프가 일렬종대로 벽을 자처하는 탱커에 부딪칠 것이고, 부딪치는 순간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그대로 탱커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면서 그들을 마비 상태로 만들 터. 그리고 온갖 암석과 광석으로 구성된 늑대들이 그 탱커들을 덮치고, 뛰어넘어 그 너머의 것들을 공격할 터였다. 더욱이 지금 그들이 보는 토파즈 울프는 운석 충돌 필드 밖에서 보는 놈과 전혀 달랐다. HP나 공격력 면에서 운석급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그야말로 보스급 몬스터였다. 힐러나 딜러 서너 명 정도는 가뿐하게 처리하고도 남을 괴물! 커헝! 그 괴물이 멈추지 않고 탱커와의 거리를 좁혔다. 파직! 그때 토파즈 울프의 머리 위로 화살 한 발이, 마치 벼락처럼 수직으로 떨어졌다. 푸홧! 떨어진 화살은 그대로 토파즈 울프의 몸에 닿음과 동시에 주변으로 새하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쩌저적! 닿는 모든 것을 얼어붙는 극한의 한기! ‘프로스트 애로우다!’ 이나즈마, 그녀가 강력한 빙결 상태 이상 효과를 가진 프로스트 애로우로 위기를 막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임에도 아주 정확하게 토파즈 울프를 노리는 실력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 그러나 그 순간 감탄을 토해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서 프로스트 애로우 소모할 줄이야.’ 프로스트 애로우는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 써야 하는 히든 카드였다. 그러한 카드를 고작 보석급 몬스터 하나를 막는 데 썼다? 제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수지타산이 남지 않는 장사.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하고 기분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이나즈마는 거듭 활시위를 당기며, 얼어붙은 토파즈 울프를 그대로 산산조각을 냈다. 백발백중! 그 놀라운 명중률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판단 능력이 어째서 그녀가 일본이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진짜 빌어먹을 사냥터네!” 그러나 그런 그녀도 눈앞의 결과물을 향해 기분 좋은 환호성은커녕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만큼 그녀가 보기에도 그들이 마주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당연히 이어진 전투도 힘겨웠다. 그 위기 순간 이후에도 무려 10분이 지난 후에야, 그제야 비로소 전투가 끝날 정도. “정말 최악이야.” 그렇게 전투가 끝나는 순간 이나즈마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화살들을 꺼내 제 화살통을 채우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이상 최악은 없을 것 같네.” 이어진 그녀의 말에 반박은 없었다. ‘정말 힘들다.’ ‘이대로 가다가 보스 몬스터에 먼저 도착해도 못 잡고 전멸당할 것 같아.’ 그 정도였다. 중원 길드에 영입되기 전에는 이름 있는 길드의 최고 유망주들로, 이제까지 언제나 남들을 밟고 올라서며 영광이란 빛을 쬐던 이들이 도리어 절망을 느낄 정도로 운석 충돌 필드는 최악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일부는 생각했다. “좋게 생각하자고, 이것보다 나빠질 것도 없잖아?” “그래, 최악이지만 어쨌거나 버텼어. 그럼 버틴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가봐야지.” 밑바닥까지 왔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지 않았느냐? 그러한 생각에 애써 미소 짓는 길드원들을 향해 이제까지 침묵하던 예화가 말했다. “현재 BJ대마도사가 헬퍼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 말에 휴식을 취하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헬퍼?’ ‘뭔 소리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BJ대마도사의 소식을 끊은 상태에서 들은 소식치고는 너무 충격적인 탓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예화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헬퍼 서비스 요청을 했어요.” 그 말에 길드원들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뭘 요청했다고? 헬퍼? BJ대마도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너무 충격적이어서 사고 능력 자체가 일시적으로 멈춘 탓이었다. “BJ대마도사가 그걸 수락했고요. 현재 BJ대마도사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곳에 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나온 마지막 예화의 말에 모두는 이제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5. - 오프너 길드 전멸! - JJ길드도 포기 선언했다! 곳곳에서 파티 전멸 소식이 울려 퍼지는 운석 충돌 필드. - 야,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그러나 더 이상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지금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도와주러 가는데! 운석 충돌 필드에서 세상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 왔다! - 만났다! 이윽고 미다스가 중원 길드와 조우하는 순간, 세간의 정말 그대로 숨을 죽였다.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예측 같은 건 더 이상 무의미한 법. 때문에 숨죽인 채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헬퍼 서비스 요청하셨죠?” 그 세간의 고요한 이목 앞에서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꺼내는 순간 채팅창이 그대로 폭발했다. - 와, 미친, 나 이런 거 처음 봐. - 캬! 레이드 레이스 상대로 헬퍼 요청함! - 그걸 또 받아주네! - 이 세상의 텐션이 아님! - 이쯤 되면 이 세상이 아니라 저 세상의 텐션도 아니지. 그만큼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 ‘미치겠네.’ 물론 미다스 역시 지금 이 상황을 감히 예상할 수 없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솔직히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헬퍼 서비스 요청자가 중원 길드라는 말에 미다스의 머릿속은 바로 얼어붙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 그렇기에 미다스는 중원 길드의 의도를 읽기 위해 나름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힘드니까 손잡자는 건 알겠는데…….' 일단 중원 길드가 원하는 바가 일종의 임시 동맹을 맺는 것이라는 건 파악했다. 중원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에서 자신과 뒤를 보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 게 좋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터. 문제는 그다음. - 이야, 이거 뭐 방송을 나갈 수가 없네. - 야! 여기야! 이 방송만 보면 돼! - 여기 지금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면서요? - 경쟁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길드가 있다? 현재 시청자들은 이 유례가 없는 사건에 유례가 없을 만큼 지대한 흥미와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진짜 손잡고 하하호호 하는 걸 보여줘서는 안 돼.’ 달리 말하면 유례가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면, 지금 보여주는 흥미와 관심은 금방 식어버릴 터. 즉, 시청자들은 두 경쟁자가 서로 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몬스터를 잘 잡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도움이 필요하긴 필요하신 모양이네요. 숫자가 처음보다 줄어든 걸 보니.” 미다스가 중원 길드를 앞에 두고 비아냥거림을 내뱉은 이유. ‘난 헬퍼로 왔어. 그럼 그 컨셉을 유지해야지.’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열광하는 컨셉을 끝까지 고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반응에 예화 역시 반응을 보였다. “그러는 그쪽은 여유가 넘치시는 모양이네요.” 반응을 보이는 예화의 말에는 날이 바짝 서 있었다. 당연했다. ‘빌어먹을.’ 당장 지금 상황 자체가 누가 봐도 중원 길드의 꼴이 우스운 꼴이 된 상황이었다. 세상 천지에 레이드 레이스 도중에 한 명이 헬퍼를 하겠다고 여유를 부리고, 다른 한 명이 그 경쟁자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이번에도 결국 또 놈의 수작질에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이게 BJ대마도사의 수작임을 알면서도 그 수작질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 대목에서 탐험가 길드와 손을 잡았다면, 중원 길드 입장은 매우 난처해졌을 테니까. 여러모로 예화 입장에서는 이가 갈릴 일, 쌍욕을 토해내지 않은 게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시청자들이 그런 의중을 알 리 없었다. - 예화 표정 구겨지네. - 좋아서 잡은 게 아니라는 거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셈이니까. - 여하튼 둘이 하하호호 협업할 생각은 없을 것 같네. - 딱 봐도 서로 같이 하면서 싸울 듯? - 일단 꿀잼 예약해봅니다. 그저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가 앞으로 조용히 있을 리는 없겠다, 그것을 기대할 뿐.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에 미다스는 생각했다. ‘역시 예화님, 표정 연기가 일품이시네.’ 예화가 이렇게 날 선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긴장감을 조성해서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라고. ‘오케이, 그럼 나도 제대로 맞장구 쳐드려야지.’ 그렇기에 미다스 역시 이제는 보다 확실하게 컨셉을 잡고 나섰다. “아, 예. 전 운 좋게도 몬스터가 덤벼들지 않아서 말이죠. 딱 2번 싸웠습니다. 2번.” 너희들이 개고생하는 동안 난 꿀 좀 빨았다! “그러는 그쪽은 들어보니까 여덟 번 정도 전투를 치르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1차 도발을 날린 후에 정말 아쉽다는 듯이 입을 쩝쩝 다시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치열하게 싸워서 실력 발휘 좀 하고 싶었는데…… 아, 게임이 도와주질 않네요. 참,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럭키야, 그렇지?” 왕! “럭키도 동감한다고 하네요.” “주인님,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요.” 강력한 도발! 그 도발에 예화의 속에서 이빨이 갈리다 못해 부러지는 듯한 소리 하나가 터졌다. 허나, 말 그대로 속. 예화는 그 사실을 내색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현실을 직시했다. ‘참자. 어차피 일은 진행됐어.’ 전후 사정이 어떻고, 감정 상황이 어떻든 간에 당분간 BJ대마도사와 동행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예화가 해야 하는 건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이득을 꾀하는 것이었다. “여유가 넘치셔서 다행이네요. 앞으로 믿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예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도와주시죠.” ‘도와주고 싶어 안달이 난 거 같은데, 기꺼이 도움을 받아주지.’ 여기서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아 게임 진행을 편하게 한다면 나쁠 건 없는 일. 하물며 지금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거듭된 전투로 피로감이 지독히 쌓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BJ대마도사란 버스를 탄 채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좋을 건 없을 터. 예화의 동료들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굴욕을 갚아주려면 결국 체력과 컨디션이 정상이어야지.’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기꺼이 굴욕을 참아주겠다! 그러한 물음에 미다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 도와드려야죠.” 의외로 순순히 나오는 대답. 그 대답에 도리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실력 좀 보자고.’ ‘그 대단하신 럭키 익스프레스와 골드 항공, 실버 특급 좀 경험해 볼까?’ 기왕 이렇게 된 거 BJ대마도사가 자랑하는 그 서비스를 한 번 제대로 누려보자고. - 그래도 제대로 해주려는 모양이네. - 그래, 이제 BJ대마도사 실력 좀 확인해보자! 그 사실에 이제는 분노나 굴욕감 대신 긴장을 풀만큼 여유가 생길 무렵, 미다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한 번 봅시다. 제 도움이 필요한지.” 미다스의 그 말에 바로 예화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들에게 미다스가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중원 길드를 의심하는 건 아닌데…… 종종 있잖아요? 도움이 필요 없는데 꿀 좀 빨고 싶어서, 게임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 남의 버스에 무임으로 승차하고 싶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그제야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도움을 받고 싶다면,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을 보여줄 수밖에 없음을. - 크으, BJ대마도사 빅 픽쳐 보소! - 그래,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해야지! - 중원 길드, 부족함을 증명하라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 사이 예화가 말했다. “예, 도움이 왜 필요한지 증명해드리죠.” 6. 부족함을 증명하겠다, 그 말을 내뱉은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곧바로 전투에 나섰다. 끼이! 끼에! 그런 그들의 상대는 고블린 무리였다. 스톤 고블린과 아이언 고블린 무리로, 그 덩치가 일반 고블린들보다 1.5배쯤은 컸다. - 다이아다! 다이아! - 이야, 다이아면 올스탯 버프잖아? 골 때리네. 또한 단체 버프 효과를 가진 다이아몬드 고블린이 무려 두 마리나 존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리의 숫자가 5백을 넘겼다. - 어우, 이거는 보는 것만으로 좀 토 나오네. - 그냥 부딪치면 위험하겠어. 솔직히 말하면 피할 수 있을 때 피하는 게 상책인 무리. 혹여 싸우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싸워야 하는 무리였다. “전투 개시!” 그러나 예화는 그 무리를 발견하는 순간 이렇다 할 버프나, 포션 도핑, 사전 캐스팅 없이 바로 전투 개시를 선언했다. 바로 탱커들이 라인을 잡았고, 그와 동시에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 그냥 바로 부딪치네! - 작심하고 무리할 모양이네. 일부러 무리를 할 작정. 당연히 전투는 바로 시작됐다. 끼에에! 끼아아! 5백이 넘는 스톤 고블린, 아이언 고블린들이 돌진을 시작했고 다이아몬드 고블린가 제 손가락으로 제 몸을 긁어 만든 가루를 사방에 흩뿌렸다. [강화된 다이아몬드 고블린이 주변에 축복을 내립니다.] [축복을 받은 고블린들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듣기만으로도 섬뜩한 알림이 마주한 플레이어들의 귀를 두드렸다. 물론 물러섬은 없었다. 자연스레 두 무리의 충돌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이었다. 콰앙! 끼에! 5백이 넘는 스톤 고블린, 아이언 고블린과 탱커들이 그대로 정면으로 부딪치며 온갖 소음이 터지는 순간. 마치 방파제 위로 파도가 부딪치는 듯한 그 광경 속으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 한 자루가 날아오다니 이내 고블린 무리 한 가운데에 그대로 꽃혔다. - 창? 트라이던트다! - BJ대마도사야! 미다스가 트라이던트를 던지는 순간. - 왜? - 갑자기 왜 공격함? -아! 그 사실에 모두가 의문을 가졌으나, 그러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봤으니까. - 토파즈 고블린이다! - 아,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작다! - 숨어 있었구나! - 와, 이거 그냥 놔뒀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 트라이던트에 꽂힌 토파즈 고블린의 모습을. 그 사실에 이나즈마가 뱀처럼 날렵한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자신조차 발견은커녕 낌새조차 느끼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그 순간 정확히 맞추다니? 한편으로는 섬뜩한 일이었다. 이나즈마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팀 내 그 어떤 플레이어도 발견 못했다는 의미. 만약 그대로 사냥이 계속됐다면 앞서 전투에서 간신히 넘어간 무마한 악몽이 현실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 애드원 스킬 효과로 등장한 두 번째 트라이던트를 전장에 던졌다. [문스톤 고블린이 얼어붙습니다.] 이번에 맞춘 건 문스톤 고블린! - 헉, 문스톤 고블린이 있었어? - 자폭했으면 끝날 뻔했네! 전장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릴 만한 자폭 능력을 가진 놈의 등장에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은 섬뜩함마저 느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아니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꼴을 당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거 같긴 하네요." 267화. < 85화. 도와드립니다 (3). > 7. 싸움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프닝을 좋아했다.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의 레이드 레이스 도중 생긴 해프닝 역시 마찬가지였다. - 웃기네. - 이것도 나름 재밌네. - 그냥 서로 몸 사리면서 야금야금 사냥하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더 재미있는 듯? 시청자들 대부분은 그 해프닝에 열광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코미디에도 리얼리티를 엄격, 근엄, 진지하게 부여하는 이들이 있는 법. -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중원 길드가 진짜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지. 그런 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을 이유는 하등 없었다. - 맞아, 이제까지 잘 해왔잖아? ㄴ 총 전력은 BJ대마도사보다 우위일걸? 당장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는 다른 플레 이어들이 곡소리를 내는 운석 충돌 필드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전투를 치르며 빠르게, 가장 깊숙이 전진한 상태였다. - 그냥 짜고 치는 거라니까. ㄴ 딱 봐도 연기지. 시청자 숫자 높이려는 개수작. ㄴ 설마 이거 진짜 리얼이라고 믿는 흑우 없제? 때문에 일부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연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세상 일이란 모든 게 상대적인 법 아닌가? 100억을 가진 사람도 1,000억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듯이.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바로 그것이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일단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줬다. 퍼엉! 볼 마법들, 200레벨이 넘는 마법사들에게는 비유를 하자면 복서의 잽 펀치와 같은 그 마법. - 와, 그냥 볼 마법에 몬스터들이 박살이 나네. - 다른 마법사 원딜은 유니크 마법으로 간신히 잡는 걸 BJ대마도사는 파이어볼로 잡네. - 핵도 이 정도는 아닐 듯.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손에서 만들어진 마법들의 위력은 200레벨이 넘는 마법사들의 강력한 한 방 마법들, 유니크 랭크의 마법과 비교해서 비슷하기는커녕 압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는 다양한 속성의 마법을 적재적소에 완벽하게 사용했다. [강화된 아이언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강화된 실버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강화된 플래티늄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불속성에 저항이 있는 놈에게는 얼음 속성을, 얼음 속성에 저항을 가진 놈에게는 번개 속성을. - 맞추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전장을 파악하는 능력이 차원이 다르네. - 진짜 영상으로 보는 우리도 구분하기 힘든데, 그걸 게임 플레이 도중에 찾아내서 맞추다니. - 확실해. BJ대마도사의 전장 분석 능력은 갓워즈 최고 클래스야. 게임 속 스탯, 아이템, 스킬을 뛰어넘는 그 능력에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 “리틀 토네이도.” 물론 가장 큰 감탄이 나오는 건 BJ대 마도사가 광역 마법을 쓰는 순간이었다. - 드디어 왔다! - 광역기 나온다, 다들 소리 지를 준비해! 미다스, 그가 광역 마법을 쓰는 순간 소름 끼칠 만큼 강인했던 몬스터 무리들이 부평초처럼 쓰러졌다. 커헝! 커헝! 이제는 몬스터들의 울음이 애처롭게 들릴 정도. ‘어, 뭐야? 끝났어?’ ‘미치겠네. 캐스팅해도 마법 쓸 틈이 없잖아?’ 그 광경 앞에서 마법 캐스팅을 하던 중원 길드의 마법사들은 그저 들러리일 따름이었다.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다. 사실 마법사들보다 훨씬 편한 건 탱커들이었다. “……편하긴 진짜 편하네.” “딜링도 딜링인데 보석급 처리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보석급 몬스터들, 탱커들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그 변수들을 가장 먼저 제거해주는 BJ대마도사의 능력은 적이라고 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엄청 났으니까. 근접 딜러들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깊게 들어가지 마. 방해만 될 뿐이니까.” 킬러독, 언제나 가장 전장의 깊숙한 곳에 달려들던 그조차도 BJ대마도사의 화력에 괜한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주변인을 자처할 정도였다. 그 광경에 이제는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이쯤이면 도움 받는 거 맞네. BJ대마도사가 헬퍼로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동시에 모두가 감탄했다. - 저번보다 화력이 더 늘어난 듯? - 또 스펙업 한 게 확실함. - 지팡이 조금 달라진 거 같은데, 업그레이드 했나? - 그건 그렇고, 진짜 BJ대마도사가 작정하고 딜링에 집중하면 뎀딜이 장난 아니네. 순수하게 원거리 딜러라는 포지션에 집중했을 때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과거 붉은산에서 레드 고블린 토벌 당시, 그 당시에도 BJ대마도사는 자신이 원거리 딜러에 충실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세간에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BJ대마도사와 같이 힘을 합치던 이들 대부분은 평범한 플레이어들. - 다른 것보다 중원 길드 같은 1티어급 길드랑 파티 플레이 하니까 더 소름 끼치네. 지금처럼 최정예를 모은 파티와 함께 했을 때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 1티어급 길드도 BJ대마도사한테 묻힐 줄이야.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조차 BJ대마도사 앞에서는 다른 보통의 플레이어들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 여러모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신기하면서도 재미난 광경이었다. ‘좋아, 1절은 완벽했다.’ 그 반응에 미다스는 보다 더 노골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그럼 2절로 가야지.’ “근접 딜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듯합니다.” 미다스가 갑작스레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근접 딜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 - 뭘 도와달라는 거지? 당사자들과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을 마저 했다. “제가 응원이 없으면 힘이 안 나는 타입이라서요, 뒤에서 응원 좀 부탁드립니다.” “응원?” “예, 응원이요. 뭐, 노래나 춤까지 부르실 필요는 없고 BJ대마도사 파이팅, 정도만 외쳐주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과 시청자들은 재차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는 제안. 물론 이내 상황이 파악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 BJ대마도사 어그로 끄는 거봐. 역시 탱커 체질이라니까! - 캬, 근접 딜러들을 응원 단장으로 만드네! - 와, 근접 딜러들 진짜 부럽다! 뒤에서 응원만 하면 되잖아! 그 의미를 파악한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반면 그 요구를 받은 근접 딜러들은 분노했다. 특히 개중에서도 킬러독이 느끼는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스몰 파크 랭킹 1위 출신으로 어느 길드를 가더라도 유망주들 사이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로서는 게임을 시작한 이후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처음. 무엇보다 그는 킬러독이었다. 이제까지 언제나 죽이고자 하는 대상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승리를 쟁취하던 살인개. 그러한 킬러독은 이 순간 속으로 분을 삭이지도 않았다. 대신 신호를 보냈다. 예화, 그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놈하고 싸워도 됩니까?’ 여기서 PK를 한 번 해도 되겠냐? 킬러독의 요구에 예화는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이상 끌려갈 순 없어.’ 이미 페이스 대부분이 BJ대마도사에게 넘어간 수준이지만, 이 이상 조롱거리는 될 수 없는 법. 명분 없는 도발에는 그에 어울리는 반발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차라리 지더라도 한 번 이빨을 드러내는 게…….' 혹여 그 반발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꼬랑지를 내린 개보다는 피투성이가 되는 게 나을 때가 있는 법. 그렇게 고민하는 예화와 킬러독을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괜히 힘들게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근접 딜러 역할은 럭키랑 골드, 실버가 해줄 테니까요." 그 순간 모두가 고개를 돌려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럭키 그리고 골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시선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골드.” “예, 주인님!” “럭키에 올라타.”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에 더 이상 도발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 럭키골드 등장이다! - 드디어 이거 나오는구나! 그저 열광할 뿐. 그 열광에 미다스가 하나를 더했다. “잭팟! 꾸우? “골드 머리 위에 올라가.” 꾸우! 주인의 명령에 잭팟이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골드의 투구 위에 섰다. - 브레맨 음악대네, 브레맨 음악대야! 마치 브레멘 음악대처럼.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더더욱 열광했고, 반대로 분노를 표하던 킬러독은 그 분노를 삼켰다. 만약 여기서 킬러독이 BJ대마도사의 요구에 반발한다면, 그건 곧 지금 저 럭키골드잭팟이 보여줄 역대급 퍼포먼스를 망치는 셈. 제아무리 킬러독이라고 해도 그 역대급 퍼포먼스를 망친 원흉이 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의도는 도발 같은 게 아니었다. ‘이 기회에 좀 쉬세요.’ 자신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사이, 휴식 시간을 드리겠다! 미다스가 그 호의를 듬뿍 담은 채 말했다. “자, 응원 준비하세요.” 8. 퍼엉! 전장을 강타하는 강력한 마법들. 크-왕!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꾸우! 그러한 마법 포격 사이로 움직이는 갑옷을 두른 늑대와 고리 원숭이의 모습은 장관이라는 표현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다. - 진짜 끝내주네. 감히 세상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었던 그저 경이로운 장면일 뿐. 그런 장면 앞에서 이제 더 이상 BJ대마도사에게 중원 길드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나설 틈이 없다.’ ‘진짜 쩔을 받게 될 줄이야.’ 심지어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원들, 본인들마저도 지금 자신들이 BJ대마도사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몬스터 잡는 페이스에 속도가 붙었어.’ 일단 미다스 본인에게도 지금 상황은 사냥을 하는데 있어서 무척이나 편리했다. 당장 탱커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주고 있었고,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의 원거리 딜러들은 미다스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주고, 보조해주고 있었다. “BJ대마도사 파이팅!” 근접 딜러들을 후방에 배치시킨 것 역시 나름 노림수였다. 미다스 특성상 근접 딜러가 전방에서 활약할 경우 광역 마법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동시에 근접 딜러를 후방에 배치할 힐러와 탱커들, 원거리 딜러들 입장에서 안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척에 위험 요소가 등장하면 근접 딜러들이 제거해줄 테니까.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다는 의미. “응원 들으니 힘이 절로 나네요.” 그리고 그 안정감을 누리는 이들 중에는 미다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동시에 근접 딜러가 전방에 없다는 것은 몬스터에게 속칭 ‘막타’를 날리는 경쟁자가 없다는 의미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실제로 지금 이 거듭된 전투 속에서 절반 이상의 경험치는 미다스의 것이었다. 당장 미다스 본인이 얻는 것도 얻는 거지만,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 역시 경쟁자 없이 경험치를 뜯어내고 있었으니까. ‘벌써 2레벨이나 올렸어.’ 하루도 아니고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전투만으로 2레벨이나 오른 건 그 덕분이었다. - 이제 꽤 잡았지? - 슬슬 운석 충돌 지점이 보일 때가 됐는데? 달리 말하면 그만큼 많은 몬스터를 잡았다는 의미였다. ‘청소는 충분히 됐다.’ 당장 미다스의 눈에도 몬스터로 우글거리던 숲이 이제는 평범한 숲으로 보였다. ‘남은 건 보스 몬스터뿐.’ 그렇다는 건 이제 이 헬퍼 컨셉을 버리고, 다시 레이드 레이스를 위한 경쟁을 시작할 때가 왔다는 의미. ‘응?’ 그렇게 미다스가 다음을 준비하는 순간, 그의 눈에 무리가 보였다. ‘뭐지?’ 30명으로 구성된 파티. ‘백?’ 그러한 파티 여러 개가 미다스와 중원 길드를 향해 야금야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아니, 삼백 넘겠는데?’ 꽤 대단한 숫자. ‘거리가 멀어서 정보가 안 보이네.’ 아쉽게도 보다 정확한 정체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나 미다스는 딱히 정보 없이도 그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탐험가 길드?’ 지금 이곳, 운석 충돌 필드라는 무대에서 삼백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리고 그럴 의지와 이유를 가진 집단은 탐험가 길드가 전부였으니까. 물론 미다스가 운석 충돌 필드를 앞에 두고 마주한 탐험가 길드 파티는 40인 파티였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더욱 확신했다. ‘일부러 숨겼구나.’ 그런 눈속임을 하면서, 뒤로는 그 수 배가 넘는 전력을 대동할 수 있는 곳은 탐험가 길드밖에 없었기에. ‘보스를 스틸할 속셈이다.’ 한편으로 이 정도 숫자를 준비했다는 것은 탐험가 길드가 보스 몬스터를 강탈할 마음이 넘쳐흐른다는 의미였다. ‘탐험가 길드 새끼들은 하고도 남아.’ 무엇보다 미다스가 아는 탐험가 길드라면 이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거리낌 없이 덤벼들고도 남을 자들이었다. 10대 길드, 갓워즈에서 그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쥔 폭군과도 다를 바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름값 따위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 이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골라야 할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탐험가 길드에 양보하든가 아니면 붙어서 쟁취하든가. 물론 고민은 짧았다. ‘내가 먹어야 해.’ 냉큼 내줄 생각이었다면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 터. 물론 싸운다는 것 역시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싸운다는 건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와 얼굴을 붉히게 된다는 것 아닌가? 1티어급 길드와 관계가 섭섭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 시나리오 하나가 떠올랐다. ‘……3절 가볼까?’ 9. - 럭키골드잿팟 조합 장난 아니네. - 실버랑 프로스트 골렘 조합도 장난 아님. 프로스트 골렘 빙결 효과 때문에 애들 다 얼어붙잖아. - BJ대마도사도 장난 아님. 이제는 BJ대마도사의 원맨쇼 무대가 되어버린 운석 충돌 필드. 그 무대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바라보는 엠마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 마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실행만을 남겨둔 듯한 표정. 그런 그녀가 보고 있는 3개의 모니터, 그중 가장 오른편에 있는 모니터의 채팅창에 채팅이 떴다. [현재 목표 근처로 접근 중] [생존자 312명] [추가 투입 83명 대기 중] 그 채팅 내용을 확인한 엠마의 머릿속으로는 최근 탐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 벤처와의 대화가 떠올렸다. ‘탐험가 길드가 먼저 나설 줄이야.’ 벤처, 그는 운석 충돌 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엠마에게 먼저 제안했다. 운석 충돌 필드를 탐험가 길드가 접수할 생각이라고. BJ대마도사를 짓밟겠다고. ‘위기감을 느낀 거겠지.’ 그렇게 과격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탐험가 길드가 느끼는 위기감이 선을 넘은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는 것은 탐험가 길드의 몫이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갓워즈의 모든 새로운 것은 BJ대마도사를 통해 등장하는 상황. 위기감을 느껴 마땅한 일이었다. ‘벤처 성격상 앞뒤를 재는 일도 없고.’ 더불어 탐험가 길드는 10대 길드 중에서 가장 과격한 타입이었다. 당장 갓워즈 내에서 NPC들을 자기들 소유물처럼 다루고, 사냥터를 지배하며 관리하면서 돈과 대우를 요구하는 곳은 탐험가 길드가 유일했고, 그런 이유로 10대 길드 중에서 욕도 가장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의 이익을 침범하는 이들에게 가장 과격한 응징을 한 덕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벤처가 한 건 통보였다. 이번 일에 BJ대마도사를 자기들이 처리할 생각이니까 어떤 이익이 얽혀 있어도 개입하지 말라는 통보. ‘뭐, 내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지.’ 어쨌거나 엠마 입장에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대신 그녀는 탐험가 길드에 말했다. 적당한 때에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가 뒤로 물러날 수 있도록 상황 보고만 해달라고. 지금 보고 받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보다 준비는 제대로 했네. 5백 명 가까운 인원을 투입할 줄이야.’ 그리고 그렇게 보고 받은 탐험가 길드의 계획은 엠마가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투입 인원 5백 명!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탐험가 길드가 운석 도시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정예들만을 추려 만든 숫자였다. 방법도 용의주도했다 메테오 콜렉터, 테오가 길을 뚫고 그 뒤로 정체를 감춘 탐험가 길드원들이 야금야금 이동하는 방식. 이후 중요한 때가 왔을 때 모든 플레이어들이 합류하여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나서는 방식.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는 저울질을 할 수 없지.’ 그렇게 탐험가 길드의 상태를 보던 엠마가 고개를 돌려 가장 왼편에 있는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눈치 채지 못한 것 같고.’ 여전히 원맨쇼에 취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엠마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엠마가 BJ대마도사의 파멸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순간, 라이브 영상 속의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아, 잠시만요. 지금 제 주변으로 3백 정도 되는 인원이 접근하는데…… 혹시 탐험가 길드인가요? 그 말에 엠마의 표정이 굳는 사이 BJ대마도사가 말을 이어갔다. - 흠, 3백이나 넘는 파티를 맺어서 오는 걸 보니 여기서 사냥하시는 게 많이 힘든 모양이네요. 3백이 넘는 인원이 온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약한 자들의 발버둥이 되는 순간. 그렇게 발버둥을 치는 탐험가 길드에게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좀 도와드리죠. 268화. < 86화. 술래잡기 (1). > 1. 갓워즈에서 게임 좀 할 줄 아는 이들의 꿈은 다 똑같았다. 프로 플레이어를 넘어,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손에 넣는 꿈. 너무나도 달콤한 꿈이기에 그 꿈을 꾸는 이들은 티끌의 여지만 있어도 그 꿈에 집착하고는 했다. 그런 이들, 꿈에 집착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탐험가 길드 소속 테오는 이상한 자였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가 될 능력이 충분했음에도 운석 도시라는 무대를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음에도 그는 그것을 포기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만약 그가 탐험가 길드로부터 받는 연봉과 대우를 생각한다면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 정도면 까짓것 꿈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다고. 그만큼 테오가 운석 도시에 주저앉은 대가로 탐험가 길드로부터 받는 대우는 굉장했다. ‘그동안 BJ대마도사가 활개 치든 말든 알 바 없었지만…… 운석 도시에서 활개 치는 건 용납 못 한다.’ 달리 말하면 탐험가 길드가 운석 도시라는 무대에 부여하는 의미가 그만큼 굉장했다. 그럴 만했다. 일단 운석 도시부터가 다른 사냥터 지역에 비해서 레전더리 아이템이 많이 등장했다. 동시에 천운석이라는 공급을 독점할 수 있는 물건도 있었다. 220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무대라는 것 역시 중요했다. 200레벨이란 건 일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게임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레벨이었고, 프로 플레이어 들에게는 이제부터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레벨이었으니까. 아이템 맞추는데 수천만 원 정도는 가뿐히 쓰고도 남을 자들, 갓워즈에 미친 자들이 가득한 셈이었다. 그런 무대에서 상징적인 아이템을 독점 공급한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 ‘BJ대마도사, 이곳에서 네놈을 고꾸라뜨려주마.’ 그게 탐험가 길드가 5백 명이나 되는 길드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운 이유였다. 심지어 이번 계획을 앞두고 벤처, 탐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그가 직접 말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무시하고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라고.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보스 몬스터를 잡고 있으면 스틸을 하고, 그가 전쟁을 바라면 기꺼이 전쟁을 하자고. 당연히 BJ대마도사가 어떤 태도를 나오더라도 당황할 생각은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이 보고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그래? 몇 명이나?” “3백 정도 되는 인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 쪽 의도를 눈치 챈 듯합니다.” 극비리에 진행된 계획이 들켰을 때도, 놀랄 만한 상황임에도 테오는 당황하기는커녕 옅게 미소를 지었다. “정보력이 훌륭하군.” 그 미소와 함께 BJ대마도사의 정보력을 칭찬했다. 사실 딱히 당황할 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와서 라이브 방송 중에 우리 숫자를 언급했다는 건…… 한판 붙으려는 건가?” 계획한 것처럼 BJ대마도사가 도발을 한다면 기꺼이 응해주고, 전쟁을 바란다면 기꺼이 겨루어주면 될 뿐.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정확히 뭐라고 하지? 그냥 우리만 언급하진 않았을 텐데?” 그렇기에 질문을 던지는 테오의 모습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어, 그게……” 그러나 막상 부하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실에 테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 후에 재차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입니다, 그러니까……." 재차 이어진 물음에도 답변을 머뭇거리는 부하. 이윽고 부하가 결심을 마친 듯 말했다. “저희들보고 3백이나 무리를 지어서 오는 걸 보니, 사냥하는 게 많이 힘든 것 같다고……” “힘든 것 같다고?” “그래서 도와주겠답니다.” “도와줘?” 그리고 나온 그 말 앞에서는 테오의 사고도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테오조차도 상상치 못한 상황. 그게 이유였다. “저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모두 대기하도록.” 끝장을 보기 전까지 멈출 생각이 없던 테오가 부하 동료의 질문에 대기라는 단어를 꺼낸 건. 2. “그렇잖아요?” 5,332만 명. 그야말로 아득한 숫자. “3백 명이 넘는 인원으로 파티를 맺는다, 얼마나 상황이 힘들고 어려우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몬스터 사냥해서 3백 명이 나누면 경험치가 떨어지는 거라도 있겠어요?” 그 아득할 만큼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한 것은 다름 아니라 탐험가 길드를 향한 동정이었다. “뭐, 이해는 합니다. 게임 오버 당하는 것보단 경험치라도 300개로 나눠 먹는 게 낫긴 하죠. 어쨌거나 그 상황을 보니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탐험가 길드가 참 힘들게 게임하는 거 같다, 그러니 자신이 도와주고 싶다. 물론 그것을 순수한 의미의 동정과 봉사로 판단하는 이는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 와, 이걸 이렇게 도발하네. ㄴ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3백 명 넘게 플레이어 끌고 오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ㄴ 그보다 BJ대마도사는 어떻게 3백 명이 넘는 걸 알았지? 정보력이 후덜덜하네. 모두가 미다스의 이 말을 명명백백한 탐험가 길드를 향한 도발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감탄했다. - 탐험가 길드 애들 3백 명 앞에서도 쫄지 않고 여유 부리는 인간은 BJ대마도사가 유일할 듯? - 솔직히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배포는 인정해야지. - 역시 세계 최고의 솔로답네! 과연 누가 탐험가 길드 3백 명의 플레이어들을 앞에 두고 이런 도발을 날릴까?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 물론 미다스가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다. 그는 제정신이었다. ‘진짜 전쟁으로 가면 안 돼.’ 제정신이기에 이대로 도발이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지금 이건 밑밥이었다. “여하튼 탐험가 길드가 정말 보스 몬스터 잡고 싶은 모양인데, 필요하면 제가 도와드리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이 발언을 내뱉기 위한 밑밥. ‘같이 잡는다.’ 상식적으로 탐험가 길드와 보스 몬스터를 앞에 두고 경쟁을 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탐험가 길드에 보스 몬스터 저한테 양보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양보해주시면 1만 골드 드릴게요, 같은 말이 먹힐 리 만무. ‘까짓것 난 퀘스트만 하면 돼.’ 그렇다면 결국 같이 잡는다, 라는 선택지만이 유일한 차선책일 뿐. ‘어쨌거나 분위기는 만들어줬다.’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손을 잡을 용의가 있으며, 나름 손을 잡을 만한 명분도 줬다. - 이거 설마 둘이 손잡나? - 잡으면 재미있긴 할 듯? - 에이, 그래도 굴욕이잖아? - 굴욕은 굴욕인데, 손해볼 건 없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와 충돌 없이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상황. 또한 손을 잡는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크게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어 보였다. - 기왕 이렇게 된 거 헬퍼 컨셉 계속 가자! - 탐험가 길드를 도운 자! 이거 타이틀 좀 간지나는 듯? 어쨌거나 지금 BJ대마도사의 컨셉은 헬퍼이고, 탐험가 길드는 그 컨셉을 이용하면 될 뿐. ‘이래도 안 잡으면 결국 전쟁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험가 길드가 싫다고 내민 손을 거절한다면 그때는 미다스도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싸우고 싶다면, 나도 진짜 이 악물고 제대로 해주마.’ 그리고 만약 전쟁이 시작된다면, 미다스는 그 전쟁에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지면 모든 걸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굳이 여력을 남겨둘 이유는 없었으니까. ‘질 땐 지더라도 진짜 지랄 맞은 게 뭔지 보여줄게.’ 그래야 져도 다음 도전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도전을 포기할 테니까. 물론 여기서 미다스는 한 가지를 잊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까요.” 굳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어서 당장 답을 강제로 얻어낼 필요는 없는 법. 그렇게 멘트를 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 상황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보스 레이드 전까지는 도와드리겠습니다.” 3. -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그 멘트가 떨어지는 순간, 박영준은 곧바로 자신이 보는 개인용 모니터 한 구석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방화벽 작동 중이라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곧바로 채팅창을 열었다. 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인사를 건넸다. [아즈모 : 인사는 나중에 하자고.] [아즈모 : 벤처와 이야기를 나눴어.] 벤처, 갓워즈가 직업인 이들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그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당연히 하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을 가진 아즈모 입장에서는 탐험가 길드의 이런 행동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였을 터. 탐험가 길드의 가장 높으신 양반과 이야기를 나누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그걸 탐험가 길드가 모를 리는 없었다. [와튼 : 협상할 생각은 없었겠죠.] [와튼 : 협상할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박영준이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확신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가치 앞에서는 아즈모와의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 [와튼 : BJ대마도사의 생각도 그렇고요.]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다른 누구보다 BJ대마도사가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도발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즈모 : 그래도 BJ대마도사 덕분에 시간은 벌었지.] [아즈모 :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것도 먹혔어. 벤처도 당황했는지 그게 진심으로 한 소리냐고, 나한테 묻더군.] 그냥 바로 전쟁이 나는 것보단 그 중간 사이에 1분이라도 좋으니 시간이 있는 게 좋은 법. [아즈모 : 어쨌거나 덕분에 시간을 벌었어. 솔직히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으니까.] 무엇보다 아즈모와 박영준, 그 둘은 탐험가 길드가 이런 준비를 할 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탐험가 길드가 소름 끼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보안 유지를 했다는 의미. 만약 그대로 일이 진행됐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네.] [아즈모 : 미리 보고 받은 거 있나?] [와튼 : 없습니다. 아마 BJ대마도사도 도중에 파악한 듯합니다.] BJ대마도사의 정보력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와튼 : 그래서 벤처와 어떤 대화를 나눴습니까?] [아즈모 : 당신이 말한 대로야. 나랑 통화하는 순간 벤처는 인사 대신 말했어. 다른 곳은 몰라도 운석 도시에서 만큼은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아즈모 : 그래서 말했지. 그럼 협상 말고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론 아즈모의 배짱도 남달랐다. 그 대목에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걸 파악하는 순간 내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와튼 : 내기 주제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이겠군요. 보스를 잡는 쪽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 그중에는 박영준도 있었다. 박영준 역시 생각했다. 협상의 여지가 없이 전쟁을 치르면, 그 후에는 그냥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중에 내기 같은 걸 하면 어쨌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협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셈. 밑도 끝도 없는 소모전이 과열되어 감정적인 판단만 남게 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아즈모 : 역시 당신이랑 이야기할 때는 빨리 진행되어서 좋다니까. [와튼 : 뭘 거셨습니까?] [아즈모 : 운석 도시만큼은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사막은 되냐고 질문을 했지.] 사막, 운석 도시 다음의 무대. [와튼 : 사막 프리패스권이군요.] 아즈모가 요구한 것은 그다음 무대에서의 자유였다. 지금처럼 탐험가 길드가 멋대로 개입하는 상황으로부터의 자유. [아즈모 : 그래,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잡으면 사막에서는 그가 뭘 하든 건드리지 말라고. 애초에 운석 도시에서 체면이 구겨지면 더 이상 체면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 받아들이더군.] [와튼 : 그럼 탐험가 길드는 뭘 요구했습니까?] [아즈모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2개.]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잠시 고민했다. 탐험가 길드가 원하는 바는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줄 수 있는 것인데, 과연 자신이 임의로 내기를 수락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 ‘나에게 모든 걸 맡겼다.’ 이내 BJ대마도사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린 박영준이 자신 있게 말했다. [와튼 : 그대로 진행하시죠.] [아즈모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아즈모가 채팅창에서 사라졌고, 박영준도 채팅을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라이브 방송실의 대형 모니터를 집중했다. 그 순간 더 이상 박영준이 할 일은 없었다. ‘판은 깔았다.’ 그저 최후의 결전이 오기를 기다리면 될 뿐. 4. [럭키가 전광석화 상태에 돌입합니다.] 크-왕! 전광석화 상태의 럭키. [골드가 광전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우오오오!” 그 럭키 위에서 광기 어린 눈빛을 품은 채 사방에 적의를 드러내는 골드.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골드의 머리 위에 앉은 채 노래를 부르는 잭팟. 한 몸이 된 셋이 발휘하는 파괴력은 가히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그저 몬스터를 상대로 보여주는 파괴력을 말함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 어떤 몬스터들도 이 셋에게 적수가 되지 않았다. 말하고자 하는 파괴력은 보이는 광경. 콰직! 럭키가 적을 물어뜯고, 그 럭키 위에 올라탄 골드가 그대로 두 팔을 해머처럼 휘두르며 몬스터를 내리치는 광경. 그러면서 불도저처럼 몬스터를 그냥 밀어버리는 광경. 앞서 말한 파괴력의 의미는 그 광경이 주는 위력이었다. 전장을 휩쓰는 광경은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한 적 없는 광경이었다. - 이야, 끝내주네. - 몬스터들이 운다, 울어! 시청자들이 앞다투어 감탄을 토해낼 정도. ‘이제 슬슬 한계다.’ 그러나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속에는 이제 초조함이란 놈이 차오르고 있었다. 당연했다. ‘마지막 카드까지 썼어.’ 지금 보여주는 스킬 조합, 전광석화와 광전사 조합은 미다스가 럭키골드잭팟, 이 콤비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끝내주는 장면이었으니까. 즉, 이제부터 보여줄 장면은 앞서 보여준 장면의 재탕일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이런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학살하는 게 아니었다. - 끝내주기는 한데, 이제 슬슬 일반몹 잡는 건 지겹네. - 너무 원사이드 해서 노잼이긴 하지. - 레이드 레이스는 예전에 끝났고. - 이제 슬슬 보스전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최초로 공개된 필드, 그곳에 등장할 최초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더욱이 지금은 그냥 보스 몬스터 사냥도 아니었다. - 정리하면 삼파전인가? 현재 보스 몬스터를 두고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연맹 그리고 3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이끌고 온 탐험가 길드, 이 세 집단이 경쟁하는 모양새. 제법 흥미진진한 모양새였다. - 누가 잡으려나? ㄴ 숫자로 보면 탐험가 길드가 유리하지. ㄴ 하지만 탐험가 길드가 혼자 먹으려고 하면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가 손잡을 수도 있잖아? ㄴ 탐험가 길드가 안정빵으로 BJ대마도사와 손잡고 잡을 수도 있지. ㄴ 반대로 BJ대마도사 말고 남은 두 길드가 손잡는 것도 가능하고. 여러모로 어느 하나가 쉽사리 포식할 수는 없는 모양새였으니까. 지금까지지 중원 길드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는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중원 길드는 레이드 레이스를 포기하고 BJ대마도사와 공동 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아, 제발 평화롭게 가자.’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그 누구와도 얼굴 붉히는 일이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 미다스의 눈에 드디어 목적지가 보였다. 드디어 기나긴 숲, 그 숲 한가운데 운석이 떨어지면서 만든 드넓은 공터가. 물론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시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여전히 숲 그리고 운석 충돌 당시 밀려나며 생긴 드높은 흙더미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오직 갓워즈란 세상을 정보로 바라보는 미다스이기에 볼 수 있는 것. ‘보스다.’ 그곳에 자리 잡은 보스 몬스터의 정보 역시 이제는 미다스의 눈에 들어왔다. ![신운석 (Lv.249)] !피격 시 카모플라쥬 스킬 발동 !피격 시 폴리모프 스킬 발동 !피격 시 블링크 스킬 발동 !피격 시 헤이스트 스킬 발동 !총 29회 피격 시 포획 가능 신운석. ‘어?’ 그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한 미다스가 제 눈을 깜빡였다. ‘이거? 술래잡기잖아?’ 술래잡기. 그냥 단순히 데미지 딜링으로 HP를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정 횟수를 공격해야 사냥이 가능한 방식. 지금 잡아야 할 보스 몬스터 사냥 방식이 그 방식임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가슴 속에는 초조함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미다스가 보는 채팅창에 신호가 왔다. -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움을 거절했다! - 탐험가 길드가 보스 레이드 준비한다!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가 내민 손에 침을 뱉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 도움이 필요 없으시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 와, 역시 BJ대마도사네. 여기서 당황 한 번 안 하네. - 3백 명 넘는 탐험가 길드원도 가소롭다, 이건가? 탐험가 길드, 갓워즈의 절대자 중 하나인 그들을 앞에 두고 조금도 기죽지 않는 BJ대마도사의 위세에 대한 놀람. 동시에 생각했다. - 그럼 중원 길드랑 손잡는 건가? - 각도 보면 그럴 듯? -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수는 없지 . 이제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손을 잡으리라고. - 이것도 나름 볼 만하겠네. - 누가 이기나 한 번 보자! 그 역시 재미있으리라고. 물론 예화의 생각은 달랐다. ‘이렇게 된 거 탐험가 길드와 손을 잡을까?’ 중원 길드의 선택에 따라 BJ대마도사를 제대로 물먹일 수 있는 상황. ‘아니면 BJ대마도사와 거래를 할까?’ 반대로 그 점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치명적인 무언가를 뜯어낼 수도 있는 상황. 캐스팅 보트를 손에 쥔 채 고민하는 예화, 그런 그녀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자립하세요.” “예?” “열심히 도와드렸으니까, 자립하셔야죠. 설마 보스 몬스터 잡는 것까지 도와달라는 건 아니죠?” “아니……." 예상외의 대답에 예화가 이제는 대답하는 것조차 잊은 채 두 눈꺼풀만 뻐끔뻐끔 움직일 뿐. “그럼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미다스가 확인사살을 했다. “물론 혼자서 합니다.” 미다스, 그가 솔로 플레이를 선언했다. 269화. < 86화. 술래잡기 (2). > 5.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는 기획이란 놈이 존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순수하게 리얼인 경우는 없다는 의미. 워즈튜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방송이라고 해도 사전에 기획을 했으며, 때로는 조작이라고 해도 할 말 없을 만큼 상황을 짜맞추는 경우가 있었다. 방송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런 성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커진 만큼 잃는 것도 많았으니까. 그 때문이었다. - 미쳤다! BJ대마도사가 미쳤다! BJ대마도사의 선언에 세상이 경악한 건. BJ대마도사가 내린 결정은 그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랑 중원 길드 무시하고 솔로 플레이 선언했어! ㄴ 맙소사, 진짜로? ㄴ 그 두 길드 앞두고 혼자서 한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와 중원 길드, 그 거대 세력을 앞에 두고 솔로 플레이를 선언한 상황. - 이러다가 그 둘이 손을 잡으면 어떻게 하려고? ㄴ 알면서도 하는 거지! 심지어 BJ대마도사는 그 둘이 손을 잡을 것을 알면서도 이 결정을 내린 셈이었다. 달리 말하면 손을 잡은 그 둘을 상대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자신이 있다는 의미. 대단한 일이었다. - 그래,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BJ대마도사라면 솔로지! - 난 BJ대마도사가 죽을 때 죽더라도 솔로로 죽을 거라고 믿었음! - 구차하게 살아남을 바에는 죽더라도 솔로로 죽는 게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처럼 내일부터 여친하고 헤어지겠습니다. 동시에 이제까지 BJ대마도사를 응원해온 팬들에게 BJ대마도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이기도 했다. 그렇게 BJ대마도사를 중심으로 최종 결전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를 포함해,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가 운석 충돌 지점으로 점차 거리를 좁혀 나갔다. - 왔다! - 운석 충돌 지점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운석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강력하기 그지없는 파괴의 흔적이었다. 강력한 충돌에 땅이 밀려나며 솟아오른 흙더미의 높이는 10여 미터에 이르렀고, 그러한 흙더미는 뽑힌 나무와 돌멩이와 뒤섞여 마치 성벽처럼 보였다. - 와, 교육 방송에서나 보던 운석 충돌 현장을 갓워즈에서 보게 될 줄이야. - 영화네, 영하야. 이제 그 성벽만 넘으면 보스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는 상황. “정지!” “모두 멈춰!” 그러한 성벽과도 같은 흙더미를 앞두고 보스 몬스터를 노리는 모든 이들이 그대로 정지했다. 성벽을 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가소로운 일. “전열을 갖춘다.” “상황을 지켜본다.” 문제는 이 너머에 보스 몬스터가 있단 사실, 그 자체였다. - 대기하네? ㄴ 보스 몹이 어떤 놈인 줄 알고 덤벼들겠어? ㄴ 일단 전열부터 갖춰야지. ㄴ 그것도 그렇고, 여기 운석 도시잖아? 보스 상대로는 룰 없음이 룰이라고. 먼저 치면 손해야. 무엇보다 운석 도시에서 천운석급 보스 몬스터는 힘의 논리, 강자의 논리만이 적용되는 놈이었다. 먼저 공격을 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놈. 그런 무대에서 먼저 나서는 것은 솔직히 제 스스로 희생을 자처하는 꼴이었다. ‘결국 PK가 나올 거야. 그럼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해.’ 하물며 그 경쟁자들도 보통 경쟁자가 아닌 상황. ‘그리고 이 정도 사냥터에서 보스 몬스터라면, 사냥 난이도도 미친 수준이겠지.’ 결정적으로 운석 충돌 필드의 사냥 난이도는 지옥이란 글자가 어느 곳보다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그런 곳의 보스 몬스터라면 당연히 그 사냥 난이도는 지옥, 그 이상일 터. ‘공략법도 모르고.’ 거기에 공략법도 알려진 바 없는, 정체조차 모르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멋모르고 덤벼들었다가는 블랙 골드 하이에나를 최초로 조우한 파티꼴이 될 게 뻔했다. 여러모로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 ‘탐험가 길드랑 손을 잡을까?’ ‘중원 길드와 협업을 할까?’ 때문에 이 너머를 앞에 두고 예화와 테오, 두 무리의 리더들은 협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자 한다면 지금 잡아야 할 일. 그리고 잡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었다. 둘 모두 BJ대마도사를 고꾸라뜨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처지였으니까 ‘당장 잡으면 모양새가 그래.’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선언했는데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그건 좀 그렇지.’ 문제는 모양새가 좋지 못한다는 것 .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 하나 잡기 위해서 40인 파티와 300인 파티가 손을 잡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어쨌거나 그런저런 이유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 무렵이었다. “아......." 그들과 다른 방향에 자리를 잡고 있던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쫄보들이네.” 그 발언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쫄보? 지금 누구 보고?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답해줬다. “일부러 영웅이 될 기회를 줘도 나서질 않네요.” 그제야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일부러 중원 길드랑 탐험가 길드가 먼저 도전할 기회를 준 거다? - 그런데 그 기회도 못 살렸으니, 걔들은 쫄보들이다? 미다스의 발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 어이가 없는 발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탐험가 길드와 중원 길드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이는 세상천지에 없을 터.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 어? - 올라가? 그러나 이내 흙더미를 올라가는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 그들만 얼어붙은 게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넘어갔다고?” “지금 보스한테 간다고? 혼자?” 보고를 들은 예화와 테오, 그 둘이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보였다. 그렇게 세상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흙더미를 넘어섰다. [운석 충돌 지점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모든 것이 휩쓸려간 크레이터, 그 중심부에 있는 검은색 돌덩이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미다스가 그대로 크레이터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처벅처벅! 주저함 없는 걸음걸이. “파이어볼.” 그 걸음걸이 사이로 망설임 없이 캐스팅을 했다. 그제야 시청자들도 알 수 있었다. - 진짜 할 속셈이다! - 혼자서 바로 전투를 시작할 속셈이야! 기회를 줬는데도 살리지 못한 쫄보들이란 표현이 그저 허세를 부리기 위해 내뱉은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와 내뱉은 말임을.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미지의 세계에 미지의 보스 몬스터가 있다, 그럼 마땅히 피가 끓는 게 탐험가 아니겠습니까?” 머뭇거리는 자들을 향한 도발을. “그런데 뭐가 나올지 무서워서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한다…… 그것도 수백 명이나 플레이어를 데리고 와서? 아, 그게 뭐 잘못됐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거듭. "아무렴요. 단지 조언을 해드리자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우면 남이 손을 내밀었을 때 도움을 받으세요. 괜히 게임오버 당하면 자기 손해잖아요?” 누가 보더라도 제 도움을 거절한 탐험가 길드를 향한 힐난을 내뱉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할 수 없는 힐난이었다. 탐험가 길드는 그 어마어마한 숫자를 앞세우고, BJ대마도사의 제안도 거절한 주제에 흙더미 밖에서 거북이처럼 머리를 등껍질 안에 넣은 상태다. 반면 BJ대마도사는 위풍당당하게 보스 몬스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오케이, 이 정도 거리면 되겠네요.” 이윽고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것과 거리가 약 600미터 남짓 됐을 때 미다스는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 왔으면 질러야죠. 안 그래요?” 그리고는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표적을 향해 던졌다. 퍼엉! 그렇게 미다스의 손을 날아간 불덩이가 그 먼거리가 무색할 정도로 정확하게 표적에 닿았다.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그 순간 모두가 반응했다. - 진짜 공격했다! - 레이드 시작이다! - 각 잡아! 시청자들은 바로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고, 예화와 테오는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탱커들 라인 잡고, 모두 전열 갖춰!” “언제든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해!” 혹시 모를 사태, 보스 몬스터가 미쳐 날뛸 상태를 대비해 거북이처럼 단단하게 뭉쳤다. 그리고 미다스는 크레이터의 중심에서 소리쳤다. “럭키, 골드 잭팟! 너희들은 빠져 있어! 이 보스 몬스터는 나 혼자 처리한다!” 자신만만한 외침에 채팅창에는 이제 놀람을 넘어 감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진짜 솔로다! BJ대마도사야말로 진짜 솔로야! - 아, 이건 진짜 후원할 수밖에 없다. - 이 시간부로 BJ골드팬 탈퇴하고 BJ대마도사 팬클럽에 가입하겠습니다. 과연 갓워즈에서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보스 몬스터와의 대적을 꾀했던 자가 있었을까? 그 모습에 모두가 감탄했다. ‘BJ대마도사, 진짜 대단하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용기만큼은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아.’ BJ대마도사를 경쟁자로 마주해야 하는 탐험가 길드와 중원 길드, 오로치 길드원들조차도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모습에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탄은 이내 공포가 됐다. ‘저런 인간하고 붙어야 하다니.’ ‘BJ대마도사하고 개싸움이라…… 전력이 반타작 날 건 각오해야겠네.’ 본래 용기와 또라이 기질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법. BJ대마도사가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갑자기 성격이 바뀔 리는 만무했다. 스펙도 괴물인데, 정신 상태도 괴물이나 다름없는 자를 상대해야 하는 셈이었다. 무섭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욱이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대기해.” “2페이즈가 시작되면 그때 움직인다.” BJ대마도사가 새로운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페이즈 공략을 마치는 순간, 어느 정도 정보가 쌓이는 순간 이제 모두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보스 몬스터 스틸을 위해 덤벼들 테니까. 그리고 BJ대마도사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상황에서 뒤로 물러난 후에 게릴라전을 할 게 뻔했다. ‘정신 나갈 거다.’ ‘집중해.’ 그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기 중인 플레이어들은 감히 상상치 못했다 “경우의 수를 어떻게든 떠올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당황하지 마. 침착하게 행동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애써 상상했다. 상상을 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반응할 수 있기에. 그렇기에 그들은 억지로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온갖 경우를 상상했다. 물론 그럼에도 그들은 상상치 못했다. “어? 뭐라고?” “몬스터가 사라졌다고?” “술래잡기?” 이곳 보스 몬스터와 술래잡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6. 퍼엉!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것에 닿는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 진짜 솔플이다! - 혼자서 맞설 속셈이야! 그 아수라장 속에서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컴온! 여기 BJ대마도사가 있다!” 그 외침 어디에도 불안한 낌새가 구석은 없었다. 진심으로 자신만만하다는 증거. 그 다부진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빠르게 진정했다. - 그래, BJ대마도사 가자! - BJ대마도사는 역시 솔로지! 자신들이 응원하는 스타가 저리 보이는데, 팬들이 당혹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 침착함을 되찾자, 이성적인 판단, 분석도 시작됐다. [라포 님이 10,13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오늘은 잠자코 있으려고 했는데 이러면 나설 수밖에 없네. 진짜 BJ대마도사, 볼 때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용의주도하단 말이야.] [구스타프 님이 10,13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렇지. 뒤에 탐험가 길드와 중원 길드를 놔두고 보스 몬스터와 전력으로 싸우는 건 멍청한 짓이지. 그렇다고 BJ대마도사가 후방에 혼자 있는 것도 위험한 짓이고.]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3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어차피 1페이즈 동안은 보스 몬스터 패턴 분석을 위해서 다들 암묵적인 합의를 할 테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1페이즈를 길게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특히 갓워즈의 실력자들은 바로 파악했다. BJ대마도사의 이러한 모습이 그저 자신감의 발현이 아니라 아주 용의주도한 계획 하에서 이루어진 결정임을. - 생각해보니 그러네? 뒤에 적이 있는데 다 투입하면 나중에 큰일 나겠구나! - 어차피 1페이즈 동안은 뒤에서도 지켜볼 건데, 굳이 서둘러서 잡을 필요는 없지. - BJ대마도사라면 충분히 보스전에서 1페이즈 정도는 솔로 플레이 가능할 테고. - 역시 BJ대마도사! 모든 행동이 계산된 거구나! - 현명하니까 솔로로 지내는 거지, 아무렴!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감탄했다. 물론 미다스가 이토록 자신만만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싸울 일 없는데 뭐!’ 모두가 생각하는 위협은 올 리 없다는 것. 그렇게 미다스가 재차 소리쳤다. “덤벼! 지팡이 버리고 싸워주마!” 그 외침에 시청자들은 이제 확신했다. [구스타프 님이 10,13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본인이 탱커로 시간벌이를 할 속셈인 모양이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3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BJ대마도사의 탱킹 능력은 어지간한 탱커들보다 훨씬 좋으니까.] BJ대마도사의 이 모든 건 철두철미한 계산속에서 나오리란 것을. 그 순간이었다. 스윽! 모두가 바라보던 정면, 보스 몬스터로 예상되는 검은색 돌덩이가 갑자기 모두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 어? 화면 바뀐 건가? - 화면에 이상 생긴 듯? 물론 대부분은 그것이 오류라고 생각했다. “젠장.”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그 속에서 쓴소리를 내뱉은 후에 스스로를 향해 소리쳤다. “헤이스트!”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대기 중인 럭키와 골드, 잭팟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술래잡기다! 보스 몹 찾아!” 그제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하는 시청자들. - 술래잡기?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했다. - 가만, 술래잡기라고? - 그럼 이제부터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는 거잖아?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하는 보스 몬스터를 쫓아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쫓는 광경을. - 아직 주변에 몬스터들 우글거릴 텐데? - 우글거리는 정도가 아니지. BJ대마도사랑 중원 길드, 탐험가 길드는 같은 루트로 왔다고. 그 반대편은 몬스터 사냥을 한 적이 없어! 그렇게 쫓으면서 강력한 몬스터와 조우하고,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급하게 전투를 치르는 광경을. - 진짜 리얼 헬이네.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몇몇 이들은 생각했다. - 그런데 이러면 오히려 BJ대마도사한테는 기회 아닐까? - 이런 식이면 소수 정예가 훨씬 유리하긴 하니까. - 진짜 잡겠는데? 이 방식이 BJ대마도사에게는 유리하리란 것을. 기동력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소수 정예가 유리한 게 사실이니까. 물론 시청자들은 몰랐다.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술래잡기 방식이 미다스에게는 그냥 유리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저쪽에 낌새가 이상하네요, 저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는 황금빛 기둥 하나가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의 고민은 하나였다. ‘아, 어떻게 해야 어렵게 잡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쉬운 게임을 어렵게 하는 척, 해야 한다는 것. “젠장, 보이질 않네. 아무래도 카모플라쥬나 하이딩 같은 스킬도 쓰는 모양입니다. 난이도 이래도 되는 겁니까? 몹을 디자인하면 좀 잡을 수 있게 디자인을 해야지…… 갓워즈, 진짜 개쓰레기 게임이라니까요.” 그렇게 미다스의 투정불만과 함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270화. < 86화. 술래잡기 (3). > 7. 술래잡기. 기존 몬스터 사냥법과 달리 주어진 횟수만큼 공격을 명중시키면 되는 이 방식은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 술래잡기면 개이득 아니야? ㄴ 맞아, 술래잡기가 가장 쉽잖아? ㄴ 그렇지. 보스 몬스터에게 당할 걱정은 없으니까. 도망치는 걸 잡으라는 건데, 공격을 당한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 즉, 표적이 될 몬스터에게 공격 당할 위협이 없었다. 때문에 술래잡기 방식은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느 사냥보다 쉬웠다. - 그래, 쉽긴 하지. 주변 정리만 확실히 하면. 주변에 위협 요소를 제거할 것. 달리 말하면 술래잡기를 하게 될 무대에 위협 요소가 존재할 때 이보다 골치 아픈 방식은 없었다. ‘빌어먹을!’ ‘아, 젠장…….' 운석 충돌 지점의 보스 몬스터가 술래잡기 방식이 파악되는 순간,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에 속한 모든 이들이 속으로 절망감 어린 탄식을 곱씹은 건 그 때문이었다. ‘여기 몬스터들 청소도 제대로 안 됐는데…….' 지금 그들이 있는 무대는 그 어느 사냥터보다 강력한 위협 요소가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하물며 BJ대마도사랑 싸우면서 술래잡기 하는 건…… 끔찍하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는 건 아니었다. 테오와 예화는 일단 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을 했다. “추격조 편성한다!” “표적을 잡을 정예조를 편성하겠어요.” 가장 먼저 숨은 보스 몬스터를 잡는 술래팀을 소집했다. - 탐험가 길드는 테오가 데려온 부대로 가네? - 중원 길드 쪽은 이나즈마와 킬러독 조합인가? - 기동력 위주로 가네. 하긴, 술래잡기는 기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각 팀의 최정예들, 개중에서 기동력이 우수한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짰다. “블로킹 팀도 조직한다.” 그 후에는 술래팀이 언제든 사냥감을 쫓을 수 있도록 중요한 순간 몬스터들을 대신 막아줄 블로킹 팀을 조직했다. “멤버는……." 이 부분에서 두 무리의 수장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앞서 말했듯이 술래잡기 방식으로 보스 몬스터나 특정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대부분 주변 정리가 깨끗하게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블로킹 팀을 구축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니 구축해보는 경험도 없었다. 하물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리는 더더욱 없는 일. 그런 만큼 멤버 구성에 있어서 고민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거듭 흘렀고, 소식이 들렸다. “BJ대마도사가 두 번째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자신들이 고민하는 사이 BJ대마도사가 빠른 속도로 술래잡기를 진행한다는 소식. 그 소식 뒤로 곧바로 새로운 소식이 왔다. “지원팀에서 보스 몬스터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래? 능력이 뭔데?” 그나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에 반색하는 모두에게 정보가 전달되었다. “피격 시 카모플라쥬를 사용한답니다.” “쉽지 않겠네.” “그리고 동시에 블링크도 사용한답니다.” “블링크? 진짜? 와, 최악의 조합이네.” “그 후에 폴리모프로 외형도 바뀐답니다. 현재는 늑대 형태랍니다.” “응? 뭐? 폴리모프?” “마지막으로 헤이스트도 쓴다고 합니다. 이동 속도가 더 빨라졌답니다.” 물론 그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더 이상 반색하는 이는 없었다. ‘공격당하는 순간 카모플라쥬 상태에서 블링크로 순간 이동한 후에 외형도 바꾼다고? 심지어 헤이스트까지?’ ‘그냥 잡지 말라는 거잖아?’ 그저 이 참담한 현실에 헛웃음만 흘릴 뿐. “BJ대마도사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품는 유일한 위안거리는 오직 하나였다. “그래,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 말도 안 되는 놈을 가지고 놀 수는 없을 테니까.” “그나마 놈도 같이 고생해서 다행이네.” “그렇지. 지금쯤 BJ대마도사도 욕지거리를 내뱉겠지.” 이 아득하기 그지없는 난이도 앞에서는 BJ대마도사도 절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 8. “아, 미치겠네.” 짜증 섞인 푸념을 뱉은 미다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 후에 재차 푸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이거 뭐 보여야 잡지.”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의 심정을 토해냈다. - 진짜 난이도 장난 아니네. 카모플라쥬라니? - 카포플라쥬에 블링크 콤보임. 심지어 카포플라쥬 쓰고 블링크 발동하던데? - 안 보이는데 블링크 쓰면 어디 갔는지 어떻게 알아? - 폴리모프랑 헤이스트도 골 때리지. 형태도 바뀌니까 눈에 적응도 못하잖아? 그렇게 내뱉는 시청자들 모두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에 마주한 보스 몬스터, 신운석 사냥 난이도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참고 견디기 힘들었다. “게임 참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끝내주네요. 럭키, 네가 보기에는 어때? 이 게임이 뭐 같아?” 왕! “음식물 쓰레기통의 바나나껍질 같다고?” 왕! “역시 럭키가 뭘 좀 아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미다스가 웃기지도 않는 콩트를 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 BJ대마도사님 불쌍하다. 드디어 미치신 듯. - 솔직히 정신 나갈 만함. - 이 정도면 갓워즈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님? 그런 미다스를 향해 시청자들은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소송비용지원합니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고소비용지원합니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테러비용지원합니다 님이 10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동정과 응원 어린 후원금도 쏟아졌다. 그러한 응원의 물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곁눈질로 자신의 왼편을 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황금빛 기둥을 뿜어대며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움직이고 있는 검은색 멧돼지 한 마리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쓴웃음을 흘렸다. ‘아, 거짓말하려니까 양심에 찔리네.’ 이토록 뻔히 보이는 것을 두고 거짓말을 치면서, 그 대가로 후원금을 얻는 것에 대한 미안함 탓이었다. "이쯤 되니 제대로 끝장을 보고 싶어지네요. 오케이, 오늘 무조건 잡습니다. 잡을 때까지 로그아웃 안 합니다. 럭키, 골드! 저쪽 방향으로 움직여 봐!” 왕! “예, 주인님!” 그러한 미다스의 명령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미다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움직였다. 화르르! 그 둘의 발걸음을 따라 불길이 솟아올랐다. 파이어 스텝의 효과가 발동하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럭키와 골드가 불길을 만들며 접근하자 카모플라쥬 상태였던 신운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르....... 카모플라쥬 상태이기에 그 움직임은 정말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 저쪽에 없는 듯? - 뭐 보이는 게 있어야지. - 파이어 스텝에 닿으면 카모플라쥬가 일시 해제될 텐데,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이쪽에는 없는 듯? 그 사실에 같이 술래가 되어 신운석을 찾던 시청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잘 보이네.’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신운석이 어디에 있는지, 형태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상태가 어떠한지 까지. 당장에라도 파이어볼로 맞추라면 맞출 수 있는 정도. 그럼에도 미다스는 그러지 않았다. 말없이 정면을 노려보는 척 연기를 하던 중에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쇼크웨이브가 발동합니다.] 이윽고 쇼크웨이브가 발동하는 순간, 그곳에 노출된 신운석의 카모플라쥬 상태가 일시적으로 풀리며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신운석이 피격 당했습니다.] [신운석이 카모플라쥬를 사용합니다.] [신운석이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알림과 함께 눈앞에 보이던 신운석이 곧바로 미다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처음부터네요.” 그 사실에 쓴웃음을 짓는 미다스. 그러나 반대로 시청자들은 놀랐다. - 저걸 어떻게 발견했지? 파이어 스텝 영향 받은 것도 아닌데? 그 놀람에 미다스가 기꺼이 대답했다. “보니까 파이어 스텝 불길은 공격으로 인지하고 피하려고 하더라고요. 주변을 살피면 흐릿한 움직임을 미약하나마 캐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이어 스텝을 쓰고 나면 경계선이 생기고, 배경도 생겨서 구분이 좀 더 쉽습니다. 딱히 어려운 건 아닙니다. 그 낌새가 느껴지는 곳에 광역 마법 하나만 쓰면 되니까요.” 참 쉽죠? 그 말이 마지막에 절로 들리는 설명. [구스타프 님이 10,13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게 가능한 건 BJ대마도사, 너 정도밖에 없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4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BJ대마도사의 말도 안 되는 분석 능력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러한 설명에 모두가 앞다투어 혀를 내둘렀다. [라포 님이 10,14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뭐, 쿨타임은 있지만 한 가지 쉬운 방법이 있긴 하지.] 그때 라포가 후원 채팅 하나를 보냈고, 미다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신수 키우신 분은 다르네요.”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펜리르의 피어!” 그 외침에 곧바로 럭키가 자세를 잡은 후에 자신이 바라보는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럭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늑대의 눈, 두 개의 황금빛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펜리르의 피어가 발동했습니다.] [신운석의 카모플라쥬 상태가 일시 정지합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과 함께 어느새 미다스의 뒤편으로 이동했던 신운석의 카모플라쥬 상태가 정지했다. 그러자 이제는 사자로 변신한 신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아! 그렇지! 펜리르의 피어가 있었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순간, 소리가 들렸다. 퍼엉!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신운석에 명중하면서 내는 소리, 그 소리에 시청자들이 다시 놀랐다. - 어느새? - 와, 이걸 바로 공격해? 표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포착, 바로 포격을 마치는 미다스의 솜씨에 절로 혀가 내둘러지는 순간.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다. 이미 눈으로 보고 위치를 파악한 상태였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공격에 신운석이 다시 한 번 더 모습을 감추고,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생각을 바꾸었다. - 이런 식이면 일단 펜리르의 피어 쿨 끝날 때마다 한 방은 가능하다는 거네? - 생각보다 쉽게 끝낼지도 모르겠는데?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이번 술래잡기 끝날지도 모른다고.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방식이지.’ 자신이 바라던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만족했다. 그러나 그 사실에 미소를 짓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제 슬슬 이거 보고 움직일 텐데?’ 생각한 것보다 BJ대마도사가 빨리 끝낼 것 같다는 게 알려진 이상, 경쟁자 역시 그에 페이스를 맞출 터. - 중원 길드 애들 멤버 다 짠 듯! - 탐험가 길드는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래도 오래는 안 걸린 듯. 이미 팀 구성을 마친 중원 길드와 오로치 길드, 탐험가 길드는 언제든 난입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몸풀기가 끝나고 진짜 개판이 시작된다는 의미.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골치 아파진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온 방향과 정 반대 방향, 흙더미 너머를 바라봤다. 당장에라도 인식 범위에 플레이어가 포착되는 순간 미쳐 날뛸 준비를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하는 게 보였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도 저러한 괴물들 속에서 탐험가 길드와 중원 길드를 무리 없이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절대 게임오버 없이는 안 돼.’ 말 그대로였다. 무리 없이 상대하는 것, 예를 들면 상대방을 적당히 때려줄 뿐 게임오버 시키지 않은 채 원하는 바를 이루기란 불가능했다. 달리 말하면 전부 죽이고 하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오버가 나오면, 진짜 그때부터는 탐험가 길드랑 전쟁이다.’ 문제는 이번 전투에서의 승리가 끝이 아닌 도리어 더 크고 기나긴 전쟁의 시발점이 되리란 점이었다. ‘탐험가 길드 놈들은 진짜 독한 새끼들이니까.’ 소시민인 미다스 입장에서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 ‘좋아, 여기서 마지막 승부수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건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아, 진짜 어려워서 못하겠네요.” 그 승부수를 미다스가 던졌다. “어쩔 수 없네요.” - 뭐하려는 거지? 모두의 의문 속에 미다스가 양손을 머리 위에 들며 소리쳤다. “Help!” 9. “BJ대마도사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예상치 못한 BJ대마도사의 도움 요청에 예화와 테오는 의외로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봐야지.” “만나자고 해요.” BJ대마도사와 대화를 해보자고. 물론 정말 손을 잡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은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원하는 것은 그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 또한 보스 몬스터 사냥 방식이 술래잡기 방식이란 게 파악된 이상 판 역시 새로 짤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자리는 빠르게 마련됐다.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가 가장 빠르게 조직한 술래팀들과 BJ대마도사가 운석 충돌 지점 안에서 마주했다. - 아, 진짜 오늘 골 때리는 일만 연속해서 생기네. - 여기서 또 도움을 요청할 줄이야.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어처구니없는 광경이긴 했다. - 이쯤 되면 어떻게 이야기가 끝날지 궁금해서 라이브를 볼 수밖에 없네. 그렇기에 모두가 라이브 방송을 떠나지 못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예측 불가능한 라이브 방송은 기획이 판치는 다른 채널에서는 결단코 볼 수 없는 놈이었으니까. “다들 골치 아프시죠?” 그러한 이유로 무수히 많은 이들의 이목이 모인 곳에서 미다스가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뭐, 좋진 않죠.” 그러자 예화가 말을 받았고, 테오는 말없이 고개만 한 번 가볍게 끄덕였다. 그 상태에서 그 둘의 시선이 빠르게 운석 충돌 지점을 훑기 시작했다. 이 틈을 노려 운석 충돌 지점의 지형 데이터를 확보하고,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듯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보스 몬스터는 굉장히 골치 아픈 놈입니다. 그나마 운석 충돌 지점에서는 해볼 만하지만 만약 이 밖인 필드로 나가면 아무 하루 종일 레이드를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타당한 말. “그래서 말인데 놈을 잡는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진 미다스의 말 역시 분명 합리적이었다. 허나, 어디까지나 미다스 기준에서 합리적일 뿐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가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타당한 대가가 없는 이상. 예화와 테오가 미다스의 발언에 이렇다 할 반박조차 하지 않는 건 그 때문이었다. 도움의 대가로 뭘 줄지 말해봐라. “정말 잡기 힘든 놈입니다. 아마 한 번 상대해보시면 아실 거예요.” 당연히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도 그 둘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잡기 어렵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대가부터 말해.’ ‘뭘 줄 거지?’ 그런 그 둘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말했다. “걔가 얼마나 잡기 힘드냐면요, 카모플라쥬." 그 순간이었다. [카모플라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알림과 함께 그 둘의 눈앞에서 미다스의 모습이 출렁거리더니, 주변 풍경과 통화되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와 대화를 나누던 모두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이나즈마가 활시위를 당겼고, 킬러독이 칼을 들었고 테오는 반대로 방패를 들었다. 모두가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블링크.” 그때 나온 외침과 동시에 미다스의 존재감이 테오와 예하, 그 둘 뒤편으로 이동했다. 이후 다시 카모플라쥬 상태를 해제한 후 등장한 미다스의 모습은 그가 잡았던 루비 오크의 모습이었다. 폴리모프가 발동되는 순간. “헤이스트.” 그리고 마지막 헤이스트 스킬 마저 사용한 미다스가 그 상태에서 말했다. “보스 몬스터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한다? 하물며 충돌 지점도 아니고 저 몬스터가 우글대는 필드로 간다면? 정말 제대로 버틸 자신 있으십니까? 누가 보더라도 사기나 다름없는 능력인데? 이런 능력 가진 놈이랑 정말 술래잡기 하고 싶으십니까?” 그제야 비로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 도움 요청 (강제, 물리) BJ대마도사가 말하는 도움 요청이 어떠한 것인지. 271화. < 87화. 운석 (1). > 1. - 나랑 술래잡기 하기 싫으면 도와달라는 거네? - 순순히 도움 요청을 받아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도와주세요(뒈지기 싫으면)! BJ대마도사의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도움 요청에 시청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열광했다. 반대로 도움 요청을 받은 예화와 테오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말이 도움 요청이지, 그냥 협박이나 다름없는 일 아닌가? ‘무시할 수 없어.’ 그 둘의 속을 더 뜨겁게 끓어오르게 만드는 건 그 협박을 그냥 한 귀로 듣고 넘길 수 없다는 점이었다. BJ대마도사의 말대로였다. ‘놈의 능력은…… 까다롭다.’ BJ대마도사의 능력은 그가 말한 바대로 보스 몬스터와 크게 다를 바 없었고, 운석 충돌 필드에서 그 능력의 효용 가치는 다른 곳에 비해 120퍼센트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짜 전쟁으로 가면 끝장이다.’ BJ대마도사와 대립각을 세웠을 때의 리스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그리고 이게 마지막 통보야.’ 더 나아가 예화와 테오는 BJ대마도사의 이번 협박이 말로 하는 마지막 협박임을 알고 있었다. 이다음은 이제 말 따윈 필요 없는 실력행사밖에 없음을. 그렇기에 그 둘은 섣불리 이 자리에서 꺼져, 라는 말을 뱉을 수 없었다. 물론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미다스가 정말 진심으로 협박을 하려고 앞서서 연출을 했을 리 만무. 그에게는 그럴 만한 배포가 없었다. ‘좋아, 적당히 개그로 분위기는 잡혔으니까…….' 앞서 보여준 카모플라쥬, 블링크, 폴리모프 스킬 사용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적당히 잡기 위한 연출에 불과했다. ‘이제 본론으로 가자.’ 그냥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거래를 제안한다면 필시 죽고 죽이는 전쟁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 과정에 지루함이나, 실망을 느낄 터. 최소한 이 정도 쇼는 해줘야 나름 시청자들도 이해를 하고, 넘어가 줄 터였다. 결국 라이브 방송은 엔터테인먼트이니까. “뭐, 공짜로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 쇼가 끝난 지금 미다스는 진짜 협상을 시작했다. “일단 도와주시면, 보스 몬스터 공략 영상은 탐험가 길드 워즈튜브 채널을 통해 독점 공개하겠습니다.” 그 말에 테오가 표정을 살짝 풀었다. ‘나쁘지 않아.’ 애초에 탐험가 길드가 이곳에 온 명분 중 하나는 새로운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 정보를 탐험가 길드의 워즈튜브 채널을 통해 독점 공개해준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나온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메리트는 상당했다. 그렇게 되면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에 고용된 모양새를 갖출 수도 있었으니까. ‘마스터와 이야기는 해봐야지.’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테오는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 고민하는 거 보니 구미가 당기긴 하는 듯? - 구미가 당기는 정도가 아니라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개이득 아님? BJ대마도사가 영상 독점 공급해주는 최초의 길드가 되는 건데? 고민한다는 것부터가 충분히 제안이 매력적이라는 의미였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는 테오의 모습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탐험가 길드하고도 거래 뚫으면 나뿔 거 없지.’ 탐험가 길드가 얼마나 악독한 길드인지는 남들이 아는 것 이상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탐험가 길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 거래처는 이렇게 뚫는 거지. 이 정도면 사장님도 나름 만족하실 거야.’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도 이 제안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터. ‘말씀 없는 걸 보니까 오케이 사인 떨어진 거 같고..’ 실제로 채팅창을 통해서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렇다 할 제재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았다. ‘좋아, 사장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실에 자신감을 가진 미다스가 그대로 예화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예화가 가볍게 턱짓을 했다. 자신들에게도 딜을 하라는 의미. 그 제안에 미다스가 말했다. “중원 길드는 제 도움을 받은 게 있으니, 당연히 도와주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 순간 예화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뭐라고요?” “아니, 그렇잖아요? 여기까지 BJ대마도사 서비스 이용해왔는데, 여기서 도와주셔야죠. 럭키골드 패키지 서비스도 갓워즈 최초로 받으셨잖아요? 설마 저랑 싸우실 생각이셨습니까?” 그 사실에 예화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 도와줬으니, 도움 받을 순 있지. 그렇긴 한데. - 럭키골드 패키지 서비스도 받았잖아? 솔직히 그 정도면 뭐든 해줘야지. 그때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한 후 말했다. “아, 우리 싸우려고 여기 온 거죠.” 본래 이 모든 무대의 시발점은 BJ대마도사 대 중원 길드 아니었던가? - 캬, BJ대마도사가 또 도발하네. ㄴ 상대방 성질 긁는 솜씨를 보니 평생 연애하기 힘들 듯.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재차 헛웃음을 흘렸다.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쓴웃음이 지어지는 대목이었다. 과연 운석 충돌 필드에 돌입하기 전에 이 정도까지 무시 당하리란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물론 미다스가 중원 길드의 심기를 꽈배기처럼 비틀어버리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럼 절 도와주시면 그만한 메리트를 드려야 한다는 건데…… 뭐 원하시는 거라도 있어요?” ‘명분은 만들었다.’ 지금 이 말처럼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상황을 꾸미기 위해서. 그 물음에 예화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런 예화 역시 테오와 마찬가지로 대답은 없었다. 고민을 해보겠다는 의미. “좋아, 받아들이지.” 그때 테오가 윗사람과 대화를 마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은 예화를 향했다. 이제 그녀의 결정만이 남은 상황. 이윽고 예화가 입을 열었다. “도움받은 게 있으니, 이번은 도와드리죠. 승부는 다음 사막에서 내자고요.” 다음에 승부를 한 번 더 해주면, 당신을 도와주겠다! - 역시 중원 길드,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야. - BJ대마도사와 어떻게든 결판을 보겠다는 거지. - 그래, 이래야 라이벌이지.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실리와 자존심을 챙길 수 있는 요구였고, 그 요구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들으셨죠? 그럼 이제부터 두 길드의 도움을 받아 보스 몬스터와의 술래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무대에 미다스만이 남는 순간. ‘이제 간 볼 필요 없이 전력으로 가야지.’ 원맨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 - 기어코 독무대를 만드네. - 무대도 솔로 아니면 서지 않는다니까. 결국 만들어진 BJ대마도사만을 위한 무대. 그 무대에서 BJ대마도사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 기대하는 것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다. - 또 맞췄다! - 아니, 대체 저걸 어떻게 발견하는 거지? - 슬로우 비디오로 봐도 잘 보이지 않던데? - 보이는 것도 보이는 건데, 파이어볼로 맞추는 게 장난 아니네. 헤이스트 걸린 몬스터 맞추는 게 저렇게 쉬운 일이었나? 신기에 가까운 포착 능력 그리고 명중률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신기만을 선보이는 건 아니었다. “펜리르의 피어.”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유용한 스킬을 이용하며, 빠르게 피격 횟수를 쌓아갔다. 속전속결, 괜한 연출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려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주는 게 중요해.’ 두 길드가 BJ대마도사와 싸우지 않고 손을 잡는 게 정답이었구나! 그렇게 납득시켜주기에는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압도하는 모양새를 보여줘야 했으니까. - 속도 봐. 아주 마음 놓고 하니까 바로 맞추네. ㄴ 처음 할 때보다 빠른 듯? ㄴ 초반에는 주변 두 길드 견제도 해야 했으니까. 이렇게 오롯하게 집중할 수는 없었겠지. ㄴ 진짜 무시무시하다. 만약 정말 이 보스 몬스터 놓고 BJ대마도사랑 전쟁했으면 탐험가 길드나, 중원 길드도 절반은 게임 오버 당했을 듯? 그런 미다스의 의도가 통한 듯 시청자들 중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붙지 않아서 다행이야.’ ‘저런 괴물하고 게릴라전이라니, 진짜 끔찍한 경험을 할 뻔했군.’ 심지어 당사자들조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 그 정도로 미다스가 보여준 능력은 그들이 생각하는 선을 분명 넘을 정도였다. 물론 이마저도 미다스의 기준에서는 연출이었다. ‘이거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하면서 잡는 것도 어렵네…… 방송만 아니었으면 2분 안에도 끝냈을 놈 가지고 20분째 씨름이라니’ 그가 정말 작심하고 잡는다면, 솔직히 이렇다 할 사전 준비 없이 그냥 파이어 볼트만으로도 잡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5천만을 넘어 6천만을 넘긴 시청자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마지막 하나.’ 어쨌거나 전투 속에서 22번째 공격만을 남긴 미다스가 준비한 마지막 마법을 꺼냈다. “블리자드!” 눈감고 마법을 시전해도 맞출 수 있는 광역 마법 블리자드를 시전하자, 곧바로 하늘 위로 구름이 끼고 얼음 파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운석을 공격했습니다.] [신운석이 힘을 잃습니다.] 이윽고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그리고 그 알림과 함께 이제까지는 신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 어? 보스 몹의 상태가? 미다스가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 검은 돌덩이 형태를 한 채. [신운석을 잡았습니다.] [타이틀 ‘신운석 발견자’를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신운석을 완벽히 다루는 자’를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레벨에 올랐습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도 모두에게 알렸다. “오늘 기나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신 여러분, 드디어 헤어질 때가 왔습니다.” 오늘의 전투가 끝났음을. ‘끝까지 연기 가야지.’ “오늘 여러모로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물론 미다스는 마무리를 멋있게 연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원래는 보스 몬스터 상대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마치게 됐네요.” 오늘 라이브 방송이 기대 이하라고 미안하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미다스의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진심으로 미안한 듯한 표정이었다. - 헐, 이걸 사과해? - 진심인가?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클로징 멘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결코 기대 이하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결과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이벤트 사냥터. 일반 필드 몬스터보다 배는 더 강한 몬스터들. 그 사냥터에서 이나즈마와 오로치 길드 정예를 영입한 중원 길드와 경쟁하고, 보스 몬스터를 앞두고 등장한 탐험가 길드 3백여 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결국 보스 몬스터를 잡아냈다는 것. 만약 오늘 라이브 방송을 하기 전에 누군가 이러한 과정과 결과를 예언했다면 개소리로 치부했을 정도.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는 보다 나은 방송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에도 거듭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하는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채팅하는 것마저 잊을 무렵, 미다스가 자신이 사냥한 신운석 앞에 섰다. “아이템 루팅.” 그리고는 아이템 루팅을 하면서 말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죄송하니까 아이템까지는 보여드리고 방송 마치겠습니다.” 아이템 옵션 공개!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 진심으로 미안한 모양이네? BJ대마도사가 그저 연기를 위해서, 연출을 위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이 아님을. 동시에 기대감을 품었다. - 그래, 이 정도 사과면 받아줘야지. - 무슨 템이 나왔을까? 여러모로 갓워즈 최초의 아이템, 하물며 난이도를 보건데 엄청난 아이템이 분명했으니까. 그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이템 이름은 신운석. 등급은 레전더리 에픽.” 이어진 설명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 레전더리 에픽? 그런 게 있었어? -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아이템이나 스킬들이 레전더리 에픽이었구나!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남다른 특별함의 정체가 명명백백하게 공개되는 순간. 엄청난 정보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미다스가 모르고 내뱉은 건 결코 아니었다. ‘폭탄 하나 터뜨렸으니.’ 오히려 노림수였다. ‘다음 라이브 방송 전까지는 레전더리 에픽 떡밥으로 충분히 뜨겁겠지.’ 다음 라이브 방송 때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뜨겁게 남기기 위한 노림수. ‘오늘 할 건 다 했다! 미다스, 잘했어! 아주 잘했다고!’ 그렇게 노림수를 던지는데 성공한 미다스가 이제는 여유를 가진 채 마저 아이템을 설명했다. “아이템 설명은…… 신의 돌이다. 신운석으로 만든 아이템은 운석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그렇게 멘트를 내뱉던 미다스가 이내 말을 및었다. ‘아니, 잠깐, 뭐?’ 그리고는 다시 아이템 설명을 확인하는 미다스. [신운석] - 재료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재료 효과 : 신의 돌이다. 신운석으로 만든 아이템은 운석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아이템 제작 시 귀속 (거래 불가) 확인을 마친 미다스가 놀란 눈을 껌뻑이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채팅창 역시 미다스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 뭐? 운석의 힘을 쓴다고? - 그게 무슨 의미야? 그 반응 속에서 이내 몇몇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예상을 채팅창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 메테오다! 메테오 마법 쓰게 해주는 게 분명해! - 딱 봐도 메테오 마법 관련된 스킬이네. - 운석의 힘 나오면 메테오 마법이란 게 게임 학계의 정설. 필시 메테오 마법을 쓸 것이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예상에 미다스가 황급히 말했다. “아, 장난입니다. 지어낸 겁니다. 지어낸 거. 하하하! 그냥 재료 아이템이에요, 재료 아이템. 운석의 힘 같은 건 없어요.” 누가 보더라도 변명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도리어 시청자들은 확신했다. - 진짜인 모양이네? - 좆망겜 수준 보소, BJ대마도사한테 메테오 스트라이크 주네! 그 반응에 미다스가 황급히 손날로 제 목을 휙휙 긋는 커트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럭키야, 네가 마무리 인사해.” 왕! “럭키가 말하네요. 다음에는 자기가 멋진 활약으로 주인님을 도와드리겠다고요! 그럼 다음에 만나요!” 그렇게 황급한 마무리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아이템 옵션을 확인했다. ‘미치겠다.’ 운석의 힘. 무엇이 되었건 보통 건은 아니었다. 미다스에게 있어서 전력 강화가 될 건수. 이득이 되면 됐지, 손해가 될 리는 없는 건수였다. ‘너무 과하게 기대하면 안 되는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공개될 경우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과하게 높아지리란 부분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아니, 메테오 마법일 리가 없잖아?’ 심지어 이미 시청자들은 메테오 마법이라고 확신을 하는 분위기 아닌가? ‘아, 갑자기 골 때리는 일이 생기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을 시작했다.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맙소사.’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는 미다스를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그들에게 알림이 들렸다. [신운석을 처치했습니다.] [운석 충돌 필드가 24시간 후에 소멸됩니다.] 운석 충돌 필드 이벤트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272화. < 87화. 운석 (2). > 3. 운석 충돌 필드에서 새로이 50인 파티를 구축한 중원 길드와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에서 승리하라! 그 누구도 쉽사리 성공하리라 예상할 수 없는 과제.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높았던 사냥터 난이도와 탐험가 길드 3백여 명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까지. - BJ대마도사가 해냈다! BJ대마도사가 해낸 것은 앞으로 길이길이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될 만한 전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전설이 될 라이브 방송이 끝났을 때 세상이 언급하는 건 하나였다 - BJ대마도사가 운석의 힘을 얻었다! BJ대마도사가 운석의 힘을 얻었다는 것, 오로지 그 하나에만 집중했다. - 운석의 힘? 운석을 쓴다는 의미임? ㄴ 운석을 쓴다? 마법 스킬임? ㄴ 운석 소환 마법임? 메테오 스트라이크? ㄴ 한 번 쓰면 원킬 난다는 그 마법? 그만큼 운석이라는 단어는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강력한 매력이 있었다. - 메테오 스트라이크인가? ㄴ 운석 소환 마법은 메테오 스톰이란 용어를 쓰는 게 학계 정설. ㄴ 메테오 알지도 못하는 새끼들이 나불거리네. 메테오하면 메테오 스트라이크지! ㄴ 메테오 스윔 무시함? D&D 안 해봄? ㄴ 응, 다 아니야. 스킬명 딥 임팩트임. 내가 BJ대마도사 여친인데 물어봤음. 오죽하면 그 마법 스킬의 정확한 네이밍이 어떻게 되는가? 그걸 가지고 논쟁이 벌어질 정도. 그렇게 세간의 이목이 몰린 이슈는 온갖 루머와 거짓으로 몸을 부풀려간 채 사방으로 확산됐다. 그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빨랐다. “속보 들어왔어요.” “속보?” “BJ대마도사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쓰는 순간, 곧바로 10대 길드랑 전쟁을 할 속셈이래요.”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약 1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말도 안 되는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현우 형! 형이 게임하는 동안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BJ대마도사가 10대 길드랑 전쟁을 준비 중이에요!” 라이브 방송을 끝낸 후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큰일을 보고 나온 정현우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따름.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구나.”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무어라 대꾸할 힘조차 들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우, 지친다, 지쳐.’ 물론 그런 건수가 아니더라도 이미 정현우는 제대로 말을 하기 힘들 만큼 지친 상태였다. ‘2시간 넘게 빡겜했으니까…….' 일단 게임 플레이 타임부터가 길었다. 그리고 그 플레이 타임 도중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을 취한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빡겜을.’ 심지어 그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해프닝을 여러 번 경험한 상황. ‘어우, 용케 해냈다, 용케.’ 다시 돌이켜봐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 솔직히 평소 때 같았으면 정현우는 캡슐방에 이렇게 남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서 조카를 위해 치킨 두 마리 시키고, 한 마리를 깔끔하게 해치운 후에 그대로 잠들었지. ‘앞으로가 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현우가 캡슐방에 남아있는 이유는 지금 BJ대마도사를 두고 이루어지는 주변 반응이었다. “운석 소환이라, 데미지가 어느 정도이려나?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쓰는 거면 보스 반피 정도는 날릴 텐데?” “그런데 진짜 운석 소환 마법이 맞긴 해?” “이쯤 되면 맞는 거 아닐까?” “그게 아니면 진짜 배신감 느낄 거 같은데.” 지금 모두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확신을 가진다는 것. ‘빨리 신운석을 파악해야 해.’ 정현우 입장에서는 정말 신운석이 말하는 운석의 힘이 운석 소환 같은 마법인지 아니면 다른 건지, 그것을 확실히 파악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알아야 이 들끓는 세간의 이목을 대처할 방법이 짤 수 있을 테니까. ‘아, 젠장 거기서 정신줄 놓지 말고 먼저 아이템 옵션 제대로 확인하고 지를걸…….' 사실 이 모든 일은 정현우가 저지른 사고였다. ‘정현우, 이 병신 같은 새끼.’ 만약 정현우가 운석의 힘이란 단어를 라이브 방송 도중에 언급하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을 사고. ‘이번 일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민폐를 끼치면, 사장님 볼 낯이 없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더더욱 처리가 시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여러 경우의 수들을 떠올리며 그에 맞는 대처법들을 고민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이혁주를 향해 말했다. “혁주야, 블루불 음료랑 감마 제약꺼 하나씩만 가져다줘.” “두 개요? 한 번에 드시게요?” “그래, 두 개 정도 마시지 않으면 게임 도중에 튕길 거 같아.” 그 요구에 이혁주가 혀를 내둘렀다. “형, 힘들면 좀 더 쉬세요.” “고맙다.”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짧게 감사를 표하는 정현우, 그 모습을 본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에너지 음료 두 캔을 가져왔고, 그것을 받아든 정현우가 그 자리에서 두 캔을 단숨에 해치웠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말했다. “바로 세팅해드릴게요.” 그 배려 속에서 정현우가 다시 갓워즈에 접속했다. 4. “왔군! 기다리고 있었네!” 모르는 사람도 저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만들 만큼 반가운 기색이 역력한 NPC토스의 목소리. 그러나 미다스는 그러나 NPC토스의 인사가 무색하게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열지도 않았다. 대신 인벤토리를 열고, 그 안에서 신운석을 꺼낸 후에 NPC토스에게 건네줄 뿐. ‘빨리 가자.’ 이 짤막한 인사말을 나누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힘든 탓이었다 “오! 오오오!" 그런 미다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NPC토스는 미다스가 건네준 신운석을 받아들며 감탄만 토했다. “신의 돌이구나, 신의 돌! 이것을 내가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줄은 꿈조차 꿔본 적 없거늘!”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격한 NPC토스의 모습, 그 모습 앞에서도 미다스는 괜한 대꾸를 하지 않았다. “혹시 내게 이것을 다듬을 기회를 주지 않겠나? 내게 기회를 주면, 사례는 꼭 해주겠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윽고 새로운 퀘스트 알림이 뜬 후에야 미다스의 눈이 움직였다. [신의 돌]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토스에게 신의 돌을 이용해 목걸이와 반지 한 쌍 제작을 요청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운석의 힘’ 진행 가능 ‘응?’ 그렇게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무미건조하던 표정을 바꾸며 고개를 갸웃했다. ‘목걸이랑 반지?’ 당장 눈에 보이는 건 장신구를 의미하는 단어들. 더욱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 전부를 제작하라는 말에 미다스는 당연히 자신이 착용 중인 장신구들을 떠올렸다. 그사이 NPC토스가 말을 이어갔다. “신의 돌이 가진 힘을 하나에 보관해서 제대로 끌어내기란 불가능한 법. 허나, 자네가 구해다 준 천운석 3개를 이용해 나눠담을 그릇을 만든다면 신의 돌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걸세. 그래, 자네가 낀 목걸이와 반지가 좋겠군.” 이어진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장신구 업그레이드 찬스다!’ 이번 퀘스트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장신구를 업그레이드할 기회임을. ‘그래, 업그레이드 할 때가 됐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다스가 가진 목걸이야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해왔지만 반지는 이렇다 할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80렙짜리를 지금 쓰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개중에서도 자가라의 반지는 80레벨짜리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이내 감동에 벅찬 표정을 지었다. ‘역시 갓NPC였어!’ NPC토스의 은혜를 향한 감동.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토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이제까지 무례하던 자신의 모습에 크게 반성하며 태도를 바꾸었다. “아이고, 일단 절부터 받으십시오.” 그 자리에서 NPC토스를 향해 절을 하며 말했다.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시죠.” “아니, 필요 없네. 이미 자네가 구해다 준 천운석 3개에 지금 이 신의 돌이면 충분하지!”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재차 감동에 벅찬 오른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이 순간 얼굴에 피곤과 짜증, 근심걱정을 품은 미다스 따위는 없었다. “얘들아! 토스님에게 고맙다고 인사 안 하고 뭐하냐? 빨리 와서 절해, 절!” 왕? “주인님?” 그저 신이 너무 난 나머지 정신마저 나간 플레이어 한 명이 있을 뿐. 5. “사장님, 왜 이렇게 신이 나신 거야?” 동료 직원의 질문을 받은 직원이 곧바로 고개를 돌려 사무실 내의 전용석에 앉은 박영준을 바라봤다. 그 눈에 비친 박영준은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가 고민을 할 때 보이는 버릇. 그러나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그의 손가락에는 평소와 달리 리듬감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그러네?” 박영준이 정말 신이 났을 때, 미칠 정도로 기쁠 때나 보여주던 버릇이었다. 보기 힘든 모습. “뭐, 기분 좋을 만하시겠지. 오늘 대박이었잖아?” 물론 그 모습에 의문을 가지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라이브 시청자 숫자 6천6백만까지 찍었고.” 당장 이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화제성은 억을 넘어섰지.” 시청자 숫자도 숫자이지만, 시청자 숫자 외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보유한 이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을 조금도 느끼지 않을 정도. 솔직히 이제는 BJ대마도사를 향해 스타 플레이어를 뛰어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란 칭호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인지도 역시 어느 때보다 크게 급상승한 중이었다. “레이드도 성공했고.” 심지어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가진 무패의 신화는 유지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여러모로 타협을 하긴 했지만 그 타협 역시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다음 라이브 주제도 정해졌고.” 오히려 그 타협이 새로운 기대감을 낳은 상황. 여러모로 기뻐할 상황이 맞았다. 물론 부하 직원들은 몰랐다. ‘완벽하다.’ 박영준이 이토록 기뻐하는 진짜 이유는 그런 이미 나온 결과물 때문이 아님을. 솔직히 지금 얻은 성과들은 이미 라이브 방송이 끝나기 전에 예상된 바였고, 놀랄 건 없었다. ‘완벽한 판이 만들어졌어.’ 박영준을 어느 때보다 즐겁게 하는 건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 있을 일이었다. 박영준, 그는 탐험가 길드와 내기를 했다. 보스 몬스터를 잡는 쪽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다음 무대에서 탐험가 길드의 개입은 없다.’ 그리고 그 내기의 승자는 BJ대마도사가 됐다. 더불어 그 사실은 탐험가 길드도 알고 있었다. 테오에게 보고 받은 길드 마스터가 그것을 감수하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니까. 어쨌거나 그 내기대로 BJ대마도사는 다음 무대에서 탐험가 길드 눈치 보는 것 없이, 그들의 영역에서 무엇을 해도 되는 권리를 얻어냈다. ‘뭘 해도 좋지.’ BJ대마도사 성격상 그런 권리를 얻었는데 그냥 적당히 지나갈 일은 없었다. 동시에 BJ대마도사 성격상 탐험가 길드의 눈치를 본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걸 참을 일 역시 없었다.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판을 벌일 거다.’ 장담컨대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었던 쇼를 벌일 터. 지금 박영준이 고민하는 건 과연 BJ대마도사가 어떤 쇼를 할까? 그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툭툭! 그게 박영준이 어느 때보다 신이 나서 고민을 하는 이유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중에 운석의 힘이란 것도 들어왔고.’ 현재 BJ대마도사는 엄청난 떡밥을 던졌고, 그 떡밥에 갓워즈를 즐기는 모든 이들이 불타오르는 상황. ‘BJ대마도사라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겠지.’ 그리고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모두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만, 이거 그림 하나 괜찮은 거 나오겠는데?’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자신을 바라보는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알." “예, 사장님.” “10대 길드에 연락 좀 해줘.” “연락이요? 예.” 그 명령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직원 알. “자, 잠깐만요. 사장님 지금 어디라고 하셨죠?” 그러나 이내 자신이 전화 걸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떠올린 직원이 기겁하며 박영준을 바라봤다. 그런 직원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10대 길드. 번호 아는 거 어렵지 않잖아? 거기 마케팅팀 번호 받아놓았을 텐데?” “아니, 그게 번호를 모르는 건 아닌데…… 그게 무슨 일로 전화를 거시는 거죠?” 이어진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대답해줬다. “BJ대마도사와 함께 하는 사막 투어를 기획 중인데, 예약 문의하실 생각 없냐고.” “예?” 그 말에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무실 내 모든 직원들이 굳어버렸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이지? 사막 투어?’ ‘예약? 10대 길드 상대로?’ ‘그러니까 10대 길드를 상대로 버스비를 받겠다는 건가?’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소리. 때문에 부하 직원들은 박영준이 그냥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장난을 치리라 생각했다. “하하, 사장님 재미있……." “아!” 그때 박영준이 부하 직원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이번에는 유성 관람 최초로 즐길 수 있는 특전도 있다고 덧붙여서 보내줘.” 그제야 비로소 직원들은 알 수 있었다. “투어 비용은 정가제가 아니라 입찰제라는 것도 잊지 말고. 그리고 현금 사절, 카드 환영이란 것도. 추가로 입찰액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투어는 취소된다는 것도 전달해줘.” 박영준, 그가 진심임을. 273화. < 87화. 운석 (3). > 6. 깡! 운석 도시 구석구석에서 쉼 없이 피어오르는 쇠 두드리는 소리. 헥헥! “나쁜개 가까이 붙지 마라. 덥다.” 꾸우! “나쁜새, 주인님이 주신 소중한 투구에 오르지 마라!” 그리고 들리는 럭키와 골드, 잭팟의 아웅다웅하는 목소리 속에서 조잡한 나무 의자 위에 앉은 미다스가 초조한 표정을 지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 그때 이리저리 구르던 미다스의 눈동자가 멈추더니 한 곳을 향했다. 그러자 보였다. ‘끝났구나.’ 토스의 대장간 벽, 그 너머에서 이제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던 NPC토스의 움직임이 처음으로 멈춘 것이.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왕?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벽 너머를 볼 수 없는 럭키와 골드가 그러한 주인의 행동에 의구심을 품을 무렵, NPC토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역시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군요!” 이내 상황 파악을 마친 럭키와 골드가 경쟁하듯 주인을 찬양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사이 미다스가 잽싸게 NPC토스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토스님,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 여기, 일단 이걸로 목 좀 축이시죠.” 잽싸게 말과 함께 뚜껑을 딴 포션 한 병을 건네는 미다스. “괜찮네.” 그런 미다스의 호의를 손을 내밀며 거절한 NPC토스가 어느 때보다 힘든 기색을 보이며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NPC토스가 조금 전까지 미다스가 앉아 있던 나무 의자에 앉은 채 어깨와 고개를 동시에 푹 늘어뜨렸다. 마치 모든 것을 불태운 장작 같은 그 모습에 미다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아이템을 제작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해주다니.......' 감사함을 넘어 감격이 벅차오르는 탓에 당장 저도 모르게 절을 하려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 앞에서 NPC토스가 축 늘어뜨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윽고 NPC토스가 고개를 들어 미다스를 직시하며 말했다. “미안하네.” “예?”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실패했네. 내 능력이 부족하여 자네가 구해다 준 신의 돌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네.” 실패. 선명하기 그지없는 그 두 글자에 미다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석상처럼 굳은 채 NPC토스를 바라볼 뿐. 마치 온몸으로 자신이 들은 것을 부정하려는 듯한 미다스의 그 모습에 NPC토스가 미안하다는 눈빛을 품은 채 턱짓을 했다. 저벅저벅.......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그의 부하가 NPC토스와 같이 풀 죽은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에게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쟁반을 내밀었다. 미다스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쟁반 위를 향했다. 그런 쟁반 뒤에는 검은색과 은색이 물과 기름처럼 뒤섞인 듯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목걸이 하나와 반지 두 쌍이 있었다. ‘실패라고? 아니야, 내가 분명 잘못 들은 거야.’ 여전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던 미다스가 그 반지 중 하나를 바라봤다. [토스의 역작 - 자가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00레벨 이상 - 툰가 왕국 웨스트 캐슬의 성주 자가라의 반지다. 강력한 운석의 힘이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200 - 모든 방어력 +100 - 공격력 +35 - 캐스팅 속도 +25퍼센트 - 모든 스킬 쿨타임 -25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5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100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공격력 +20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이동 속도 및 캐스팅 속도 +20퍼센트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폴링 스타’ 사용 가능 자가라의 반지였던 것. ‘실패라니, 그럴 리가 없…… 어?’ 그러한 반지의 옵션을 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만.’ 실패, 그 두 글자를 써먹기에 새로이 얻은 토스의 역작- 자가라의 옵션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레전더리 에픽이잖아?’ 심지어 무기 자체의 등급도 레전더리 이상 등급인 레전더리 에픽으로 설정된 상황. 비단 토스의 역작 - 자가라만 그런 게 아니었다. 토스의 다른 반지인 토스의 역작- 툰가 왕의 옵션 역시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정점은 목걸이였다. [토스의 역작 - 저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00레벨 이상 -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을 품고 있는 목걸이다.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힘이 운석의 힘과 뒤엉킨 듯하다. - 모든 능력치 +250 - 공격력 +30 - 이동 속도 +30퍼센트 - 공격 속도 +30퍼센트 - 캐스팅 속도 +3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50퍼센트 - 착용 시 리플레이 스킬 사용 가능 - 착용 시 원모어 스킬 사용 가능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어떤 의미에서 실패는 맞았다. ‘너무 강력한 걸 줘서 실패라는 건가? 밸런링 실패?’ 이 정도 옵션이라면 게임 밸런스를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테니까. “내 실수였네.” 때문에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미다스에게 NPC토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설마 자네의 목걸이에 강력하면서도 이질적인 힘이 있을 줄 알지 못한 채 제작에 들어가 버렸어. 때문에 운석의 힘이 자네가 가진 목걸이 속의 힘과 뒤엉킨 탓에…… 대가를 지불해야만 운석의 힘을 쓸 수 있게 됐네.” “대가요?” “운석의 힘을 쓰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력을 소모해야 할 걸세. 정말 미안하네. 내가 신운석을 다루는 것에 취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 해 이런 일이 생겼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주 받은 존재랑 뭔가 문제가 생긴 거구나.’ 그 실패라는 게 그저 게임 시나리오 상 나오는 단어라는 것을. 그것을 파악한 미다스가 이제는 굳은 표정을 풀며 입이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미소와 함께 NPC토스의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이렇게라도 해주실 수 있는 분이 세상천지에 토스님 말고 과연 누가 있겠습니까? 그저 이 값진 기회를 누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격려에 NPC토스가 이제는 조금 풀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고맙긴 제가 고맙죠. 아주 말도 안 되는 템을 만들어주셨는데.’ 이 순간 미다스는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느라 안간힘을 쓸 정도였다. “어쨌거나 내가 큰 실수를 했으나, 신의 돌을 다루게 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내 일생에 이런 기회를 오지 않았을 터.” 그런 미다스 앞에서 NPC토스가 자신의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에서 석판 하나를 꺼냈다. ‘아, 그렇지!’ 그걸 본 후에야 미다스는 이번 퀘스트의 보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우워어어어!” 실패라는 단어에 너무 충격을 받아 잊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결국 미다스가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솔직히 이 순간 다른 이의 눈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갓겜 만세!” 이 순간 기뻐하지 않으면 언제 기뻐한단 말인가? 물론 NPC토스가 그런 미다스의 환호성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어쨌거나 운석의 힘을 쓰기란 쉽지 않을 걸세.” 때문에 NPC토스는 미다스의 지랄발광을 무시한 채 바로 다음 퀘스트를 진행시켰다. “아마 적잖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할 터. 자네가 원한다면 내 괜찮은 수련 지역을 소개해주겠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미쳐 날뛰던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운석의 힘]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버려진 크레이터로 이동해서 운석의 힘을 사용해 보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폭주’ 진행 가능 물론 지금 이 순간 정신이 나가버린 미다스의 눈에 그런 퀘스트 내용 따윈 보이지 않았다. “얘들아, 소리 질러!" 왕! “더 크게 질러!” 왕왕! “왕왕왕!" 왕? 그저 지랄발광을 할 뿐.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신체 상태 이상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시작합니다.] 미다스가 처음으로 지랄발광하다 강제 로그아웃을 당해보는 순간이었다. 7. 갓워즈를 플레이하다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았다. 이유도 많았다. 몸이 안 좋아서, 너무 게임을 오래 해서, 갑자기 외부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개중에는 나름 훈장 같은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나 강제 로그아웃 당할 때까지 게임 해본 사람이야! 라는 식의 훈장.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게임에서 너무 지랄하는 바람에 신체 상태에 이상이 생겨 강제로 로그아웃 당하는 경우.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경우는 놀림거리가 되기에 딱 좋았다. "어우......." 지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미다스가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는 이유였다. ‘지랄하다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는 게 진짜였구나…….' 프로 플레이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라이브 방송 중에 터졌으면…… 강제 은퇴 당할 뻔했네.’ 정말 그 순간이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느껴졌을 정도. ‘그래도 엄청나긴, 엄청 나.’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프로 플레이어 인 미다스를 그렇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당장 미다스가 이번에 얻은 스펙업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다스] - 레벨 : 214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1998)/체력 (5+1911)/지력 (972+3233)/마력(219+2773) - 잔여 스탯 : 0 일단 능력치부터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 됐다. 그 외에도 캐스팅 속도에 이동 속도, 쿨타임 감소, 마력 회복 능력…… 모든 능력 부분에서도 비약적인 상승이 이루어진 상황. ‘폴링 스타…… 딱 봐도 비범한 스킬이란 말이야.’ 여기에 폴링 스타라는 듣는 순간 어깨가 들썩거릴 만한 새로운 마법도 얻은 상황. 솔직히 미다스가 아니더라도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라면 모두 지랄발광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퍼주는 건…… 다음 사냥터가 진짜 장난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물론 갓워즈란 게임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게임을 편하게 하라고 나오는 설정일 리는 없었다. ‘운석 충돌 필드 난이도는 장난 아니었었고.’ 당장 미다스가 앞서서 경험했던 운석 충돌 필드, 그곳의 사냥 난이도는 일반 사냥터와 차원이 달랐다. 미다스이니까 좀 해볼 만했던 거지, 일반 플레이어들은 사냥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 달리 말하면 앞으로 미다스가 마주할 퀘스트 몬스터 난이도는 그 정도가 기본이란 의미였다. ‘……폴링 스타 스킬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써먹지 못하면 진짜 힘들어질 거야.’ 여러모로 미다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 왕! “주인님, 저기 무언가 거대한 것이 보입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의 귓속에 럭키와 골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버려진 크레이터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알림.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그의 눈앞에 축구장 예닐곱 개는 쉽게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크레이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크레이터는 일반적인 크레이터와는 달리 다양한 흔적이 있었다. 칼자국을 시작으로 폭탄이 터지고, 땅이 갈라진 흔적들. 그 흔적의 의미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킬 연습 장소네.’ 강력한 스킬들을 마음껏 써볼 수 있도록 마련된 무대. NPC토스의 말처럼 새로이 얻은 힘을 시험해보고, 연습하기에는 최적의 무대였다. ‘좋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 망설이기는커녕 오히려 설렘마저 느껴졌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 나오는지 보자.’ 운석의 힘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세상 모든 이들이 엄청난 기대감을 품었었다. 그런 단어인데 당사자인 미다스가 기대감을 품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진짜 운석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내 세상이다.’ 미다스 역시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당연히 무엇이든 간에 운석의 힘이란 놈이 범상치 않은 마법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얘들아, 뒤로 물러나. 이제부터 엄청난 게 등장할 테니까.”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뒤로 무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후우." 그렇게 모두를 뒤로 미룬 미다스가 길게 숨을 고르는 와중에 자세를 잡았다. 지팡이를 쥔 왼손을 앞세우고, 두 다리를 굳건히 대지에 붙였다. “......우우.” 그리고 숨 고르기가 멈추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폴링 스타!” [운석의 힘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이윽고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직시했다. ‘얼마나 강력한지, 똑똑히 확인하겠어.’ 그 상태에서 조금의 흔들림 없이 기다렸다. ‘와라.’ 폴링 스타, 그 말처럼 자신의 눈앞에 별이 떨어지기를. 3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미다스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정면을 직시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주인님이 뭘 하시는 건가요?” “보기에는 아주 이상한 병신 짓처럼 보이겠지만, 주인님은 엄청 대단한 걸 하시는 것임에 분명하다! 주인님을 의심치 마라!" 실버와 골드의 목소리에 미다스가 이내 자세를 살짝 풀었다. “크흠." ‘캐스팅 타임이 긴가?’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은 후에 주변을 본 후에 고개를 젖혀 하늘을 봤다. 딱히 무언가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한 번 더 해보자.’ 그러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당혹감을 느끼는 대신 다시 한 번 더 자세를 잡았다. “폴링 스타!” 다시금 내지르는 호통 소리에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운석의 힘이 사라집니다.] ‘응?’ 사라졌다는 말 앞에서는 이제는 미다스도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사라졌다고? 아, 설마?’ 물론 그 알림 덕분에 미다스는 파악할 수 있었다. ‘공격 마법이 아니라 버프 계열인 건가? 위대한 정신 같은?’ 폴링 스타란 어떤 스킬인지. ‘오케이.’ 그렇게 여유를 되찾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잘 봐. 진짜 엄청난 게 나올 테니까. 폴링 스타!” 그리고 다시 운석의 힘을 발동함과 동시에 미다스가 바로 소리쳤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다스의 오른 손바닥에 불덩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미다스가 평소 보던 것과 조금도 다를 것 하나 없는 불덩이가. ‘뭐야?’ 그 불덩이를 미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봤다. ‘마법이 달라지거나, 그러는 거 아니었어?’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외형적인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데미지 좀 증가하는 버프였구나.’ 그냥 딜량을 늘려주는 버프 스킬이 하나 생긴 거라고.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큰일 났다.’ 그러나 기대감에 부풀다 못해 터져버린 시청자들을 만족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이거, 진짜 큰일 났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이거 라이브 방송하면 반응 최악일 거 뻔한데?’ 고민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 그런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대충 던졌다. ‘사과 방송을 해야 하나? 그런데 이런 걸로 사과 방송을 해도 돼? 다른 거 없나?’ 그렇게 미다스의 무관심 속에서 내던져진 파이어볼이 포물선, 그 선의 가장 높은 지점에 이르렀고 이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 낙하를 시작한 파이어볼이 묵직한 무게감을 드러내는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콰앙! 그러자 평소 들리던 폭발음과는 전혀 다른 폭발음이 미다스를 덮쳤다. “어우, 씨, 깜짝이야!” 그 사실에 놀란 미다스가 이내 파이어볼이 떨어진 지점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볼 수 있었다. ‘크레이터?’ 마치 운석이 떨어진 것과 같은 흔적을.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애드원 스킬로 생긴 두 번째 파이어볼을 쥔 오른손을 보았다. ‘설마?’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이번에는 앞서 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높게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렇게 정점을 찍은 파이어볼이 이내 바닥을 향해 낙하를 시작했다. 운석처럼. 콰앙! 강렬하기 그지없는 물리적인 파괴와 함께 들리는 폭발음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알 수 있었다. “……얘들아, 소리 질러!” 엄청난 스킬이 손에 들어왔음을. 274화. < 88화. 사막 (1). > 1. 갓워즈에서 가장 편한 직업은? 그 질문에 대부분은 마법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마법사는 편한 직업이었다. 근접 딜러나, 탱커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며 힐러와 비교했을 때도 편했다. 갓워즈에서 힐러들은 때때로 최전선에 있는 근접 딜러, 탱커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물론 이런 마법사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마법사 너무 까지 마. 숲에서 나무 피해 가면서 마법 맞추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마법사들의 마법 대부분은 투척 타입이며, 이러한 투척 타입 마법들은 닿는 순간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 즉, 제아무리 강력한 마법도 나무기둥이나, 돌멩이 따위에 맞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명중률이 뛰어난 마법사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미다스가 나름 프로 플레이어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었던 부분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면? 던지는 마법이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표적에 닿을 때까지 날아간다면? 눈앞에 무성한 가지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건 말건 그냥 뚫고 지나간다면? 콰앙! 지금 미다스가 운석처럼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채 땅바닥을 부수는 마법을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바라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운석 떨어지는 것보다 더 사기잖아!’ 폴링 스타, 그 스킬의 효과는 이제까지 미다스는 물론 갓워즈의 마법사들이 가지는 전술의 기본 개념 자체를 바꾸는 마법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개념은 그냥 방해물을 뚫는다,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방해물을 무시하고 표적 타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일직선으로 던질 필요가 없어지는 셈. 휘익! 미다스, 그가 손에 쥔 파이어볼을 하늘을 향해 거의 수직이나 다름없는 각도로 던졌다. 콰앙! 이윽고 떨어진 파이어볼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리에는 세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이거 진짜 미쳤다.’ 그 단어와 함께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그려졌다. 이제까지 어떻게든 몬스터를 맞출 수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 나무를 베고, 루트를 확보하던 것과 달리 그냥 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포격을 시작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신의 눈을. 물론 미다스는 낙관하지 않았다. ‘연습이 필요해.’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인 만큼, 능숙하게 쓰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할 터. 그 훈련과 노력 역시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미다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린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다음 라이브 방송은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은 없었다. “후우." 미다스가 갑자기 긴 한숨을 내뱉고는 자신을 지켜보는 동료들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 그런 때문이었다. “얘들아,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이제는 앞으로 너희들이 나설 일도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이었다. 왕! 짝짝짝! 럭키와 골드가 미다스의 말에 역시 주인님! 주인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리 반응하려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폴링 스타를 22회 사용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를 끝냈음을 알리는 알림이 미다스의 귀를 두드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일이 풀리려니까 술술 풀리네!’ 설마 이렇게 쉽게 다음 퀘스트로 넘어갈 줄이야? ‘가만, 다음 퀘스트 타이틀이 뭐였지?’ 그렇게 미다스가 숨겨진 정보를 떠올렸고, 이내 그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폭.......' 휘익!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부응하듯 미다스의 목걸이가 날뛰기 시작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폭주합니다.] 동시에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 1차 경고. 그 후에 미다스가 곧바로 2차 경고도 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날 버리고 물러나!” 심각한 사고가 터지면 자신을 버려라! 그 결연한 외침을 내지르는 미다스는 어때보다 진지했다. ‘퀘스트 타이틀은 폭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어!’ 그렇게 진지한 미다스의 외침에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이 놀라는 한편 자세를 갖췄다. 왕! “주인님, 어찌 감히 제가 주인님을 버리고 물러날 수 있단 말입니까!”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꾸우! 물론 그들은 미다스를 버릴 생각은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도리어 함께 죽을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에 미다스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약 1분 남짓. 이제는 가만히 있기에는 힘든 만큼의 시간의 흐르자 잭팟이 먼저 고개를 갸웃했다. 꾸우? 주인이 또 지랄하는 거냐? 그리 말하는 듯한 잭팟의 제스처에 미다스가 눈동자를 굴렸다. ‘뭐지? 왜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지? 분명 알림 들렸는데? 폭주한다면서?’ 폭주라는 알림에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 ‘갓워즈라면 일부러 긴장 푸는 순간에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아.’ 허나, 갓워즈란 게임이 플레이어 뒤통수치기 위해 노력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고요함을 좀 더 고수했다. 그리고 다시 1분이 더 흘렀을 때 꼬리를 빳빳하게 창처럼 세우던 럭키가 이내 그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헥헥! 누가 보더라도 긴장을 푼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실버도 럭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네놈들! 주인님의 말을 따라 경계 태세를 갖추어라! 설마 주인님이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하셨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주인님을 감히 뭘로 보고!” 오직 골드만이 확고부동한 믿음을 보인 채 자세를 갖출 뿐.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골드야, 미안해 그냥 내가 병신 짓 한 것 같아.” 그 말을 내뱉은 미다스가 이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바라봤다. ‘진짜 다양하게 엿 먹이네.’ 그렇게 바라본 목걸이에도 특이점은 없었다. ‘대체 뭐지?’ 그러나 분명 무슨 일은 일어난 상황. 일단 미다스가 퀘스트창을 활성화했다. [폭주]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폭주했다. 15일 내에 이브니를 찾아가자. 그리하지 못하면 정체 모를 자가 당신을 찾아낼 것이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오아시스’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체 모를 자? 그게 뭔데 나를 찾…….' 그렇게 기울인 머릿속으로 이내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황금 평야, 그곳의 제한 구역에서의 기억이. 그곳에서 마주했던 검은 존재와 그 존재 머리 위에 있던 숫자를. ‘444레벨!’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는 이 퀘스트의 내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15일 안에 이브니를 찾지 못하면 게임 오버다!’ 지금 자신의 목숨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것. 2. 늦은 아침. “어우……." 깊은 탄식과 함께 정현우가 세면대 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한 정현우의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광대라는 산맥을 넘을 정도로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죽어가네, 죽어가.’ 최근 정현우가 치른 강행군의 결과물이었다. 장시간 라이브 방송부터가 혼을 빼놓는 작업인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운석의 힘을 조사하기 위해 휴식 없이 게임을 거듭한 상황. ‘사람도 죽어가고, 캐릭터도 죽어가고…….' 그런 상황에서 결정타는 다름 아니라 퀘스트로 인해 캐릭터가 15일짜리 시한폭탄을 짊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무슨 게임을 이딴 식으로 만들지? 이런 식이면 재도전을 몇 번이나 해야 한다는 거잖아?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지치고 힘들어 죽겠지만 그럼에도 쉴 수 없다는 의미. ‘대체 왜 이딴 게임을 만들어서 사람을 괴롭히는 건지…….' “어휴.” 그렇게 캡슐방 출근 준비를 마친 정현우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형인 정태우가 그를 반겼다.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왜?” “여자 친구한테 차여서 하루종일 밤을 지새운 것처럼 피곤에 절어 있잖아?” 정태우의 비유에 정현우가 대답 대신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정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장난이다, 장난. 네 얼굴에 차일 여자 친구가 있을 리 없지.” “내가 여자 친구 사귀려고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데, 혜린이 먹여 살리려고 참는 거야.” “네가 말하고도 설득력 없는 거 알지? 알면 앉아서 밥이나 먹어.” 그 말에 정현우가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한 듯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막 구운 토스트와 향긋한 커피 향이 정현우의 피곤함을 조금이나마 녹여줬다. “옛날 생각나네. 나 고등학생 때 심하게 훈련받은 날은 꼭 토스트에 커피 나왔는데.” “그랬었나?”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때 용돈 받는 처지만 아니었으면 아마 식탁을 뒤집어엎었을 거야.” 이어진 말에 정태우가 대답 대신 미간을 찌푸렸고, 드디어 한 방 먹이는데 성공한 정현우가 만족한 듯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보다 형은 요즘 어때? 일은 할 만해?” “하던 일 하는 거지.” 말을 하던 정태우가 왼손에 쥔 커피잔을 홀짝이며 오른손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렸다. “월급 많이 줘?” “평균 이상은 돼.” “평균 이상? 대기업?” “대기업은 아니고, 스타트업인데 최근 워즈튜브 채널 중에 인기가 솟아오르는 중이라더군." 그 말에 정현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 입이 근질근질거리네.’ 제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속한 라이징 스타 채널만은 아닐 터. “인기 이상으로 해커가 달라붙긴 하지만.” 그때 나온 형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해커? 워즈튜브 채널에도 해커가 붙는단 말이야?” “돈 되는 곳에는 어디든 붙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일자리가 생기는 거고.” 그 말을 마치고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형의 모습에 정현우가 두 눈알을 두어 번 굴린 후에 말했다. “워즈튜브 채널들은 고생이네. 플레이어들이 갓워즈 아이템 팔아 번 돈이 해킹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으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 내뱉는 말. “그런 돈은 해킹은 안 당하지만 액수가 커지면 추적은 가능해.” “추적?” “세금 안 내고 자국 내로 돌려오면 국세청이 추적하고, 정당하게 세금 내고 들어오면 일반인도 얼마든지 알수 있지. 왜? 네 통장에 10억이라도 꽂힐 예정이냐?” “형, 내 성격 알잖아? 그런 돈 꽂혀도 몰래 먹지, 형한테 말해주겠어?” 그렇게 내뱉은 말끝에 피식, 실소를 덧붙이는 동생의 모습에 정태우는 눈빛조차 주지 않은 채 키보드를 바라봤다. ‘그냥 까짓것 세금 내고 말지, 하고 무작정 돈 통장에 집어넣었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그러한 형의 무관심 속에서 정현우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깊게, 아주 깊게 내뱉었다. ‘아, 골치 아픈 일 투성이네.’ 여러모로 정현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우웅! 그런 그를 구해준 건 스마트폰에 도착한 이메일이었다. ‘미팅 요청이다.’ 잽싸게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 현우가 짧게 각오를 머금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괜히 나 혼자 안고 고민하기보다는 사정 설명해야지.’ 그리고는 답장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나 출근할게.” 잽싸게 사라지는 동생의 모습에 정태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띵! 정태우의 노트북 화면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VVIP와 미팅 준비.] 그것을 본 정태우가 화면에 집중했다. ‘VVIP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세상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양반인가보군. 이렇게 달려드는 눈이 많은 걸 보면.’ 이윽고 정태우가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두 형제가 일을 시작했다. 3. “후우." 드넓은 크레이터, 그곳을 홀로 전세 낸 미다스가 가볍게 제자리에서 점프를 시작했다. ‘릴렉스, 릴렉스.’ 그 점프 속에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현재 가장 최우선으로 봐야 할 과제는 생존이다.’ 당장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할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일단 탐험가 길드와 협상하는 게 우선이야.’ 그중에서도 탐험가 길드, 각 지역의 주요 NPC들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과 교섭하는 것. 만약 탐험가 길드가 훼방을 놓고자 작심을 한다면, 진짜 골치가 아파질 게 분명했다. ‘그때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탐험가 길드랑 맞짱 떴으면 큰일 날 뻔했네.’ 운석 충돌 필드 레이드 당시 내린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되는 순간. ‘그래도 탐험가 길드 성격상 도와달라고 하면 절대 공짜로 도와주진 않겠지.’ 물론 미다스는 그때의 호의를 이유로 탐험가 길드가 호의로 보답하리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탐험가 길드는 결코 그런 족속이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일이야. 사장님께 확실하게 설명해 드리고, 도움을 받아야 해.’ 여러모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 ‘확실하게. 채팅하시는 순간, 바로 말하자.’ 그렇게 머릿속으로 사장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변 정리를 하느라.] “드릴 말......." 그 채팅에 미다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순간, 곧바로 채팅이 쉼 없이 올라왔다. [와튼 : 일단 현재 상황부터 보고하겠습니다.] [와튼 : 탐험가 길드와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사막에서 BJ대마도사님의 활동에 그 어떤 간섭과 개입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계약서도 받아두었습니다.] 그 채팅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각오를 품은 채 열었던 말문을 닫았다. '응?' 한편 그제야 미다스의 얼굴을 확인한 듯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새로운 채팅을 올렸다. [와튼 :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사막에서 탐험가 길드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요?” [와튼 : 예.] 재차 나온 확답. 그럼에도 미다스는 상황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짜? 뭘 해도 된다고?’ 그만큼 지금 나온 말은 미다스 기준에서 무척이나 파격적인 말이었다. “탐험가 라인 안에서 탐험가 길드가 잡던 보스 몹을 스틸해도 상관없다, 이겁니까?” 너무 놀란 나머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파격적인 예시를 꺼낼 정도. 그러한 미다스의 예시에 대답이 나왔다. [와튼 : 정말 그러실 생각입니까?] 미다스의 말을 진심이라 생각한 모양. “아, 그냥 예시를 들어본 겁니다.” 황급히 상황을 얼버무리는 미다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라이징 스타 채널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것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우리 집에 도청장치라도 감춰둔 건가? 그냥 물어볼까?’ 그 의문을 참다못해 이제는 직접 물어보려는 순간,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그래서 말인데, 현재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라이브 방송 하나를 기획했습니다.] [와튼 : 탐험가 길드의 방해도 걱정할게 없으니, 저번 운석 충돌 필드처럼 투어를 하는 겁니다. 이름 있는 길드와 함께. 물론 투어 비용은 받고요.] [와튼 : 운석 쇼까지 추가된다면, 모두가 투어에 참가하고 싶어지겠죠. 이보다 더 좋은 이슈는 없을 테니까요.] 그제야 미다스는 전후 사정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 기획을 위해서 탐험가 길드의 양해를 받은 거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음 방송을 위해 힘을 썼다는 것을. ‘탐험가 길드 애들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정말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음을. ‘진짜 운이 좋았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천운이 따른 셈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계약 안 했으면…….' 물론 그 천운이란 다른 무엇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이런 기획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은 기대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와튼 :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기에 그 질문이 나왔을 때 미다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마세요.” 그 갑작스러운 말에 조용해진 채팅창. 그 채팅창을 향해 미다스가 마저 말했다. “굳이 저에게 물을 필요 없이 기획하신 후에 통보만 짧게 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전력으로 완수하겠습니다!’ 그러자 조용해졌던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명심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팅이 끝났고, 이내 비어버린 채팅창을 향해 미다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캬, 이번 대사는 내가 봐도 멋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고민은 없었다. “얘들아, 사막으로 가자!” 4. -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마세요. 굳이 저에게 물을 필요 없이 기획하신 후에 통보만 짧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채팅이 끝나는 순간 박영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BJ대마도사가 앞서 한 말이었다. ‘탐험가 라인에서 탐험가 길드가 잡는 보스 몬스터를 스틸한다…….' 보통 이가 내뱉었다면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말. 그러나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는 달랐다. 그것은 분명한 표현이었다. ‘탐험가 길드한테 제대로 분노가 쌓인 모양이군.’ 자신이 지금 탐험가 길드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 표현. ‘어쩌면 탐험가 길드 쪽과 접점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졌을지도 모르고.’ 혹은 배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었다. 박영준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그다음 발언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걸 수도 있다.’ 앞으로 자신에게 물을 것 없이 얼마든지 독단적으로 행동한 후 보고만 해라. ‘그게 아니면 BJ대마도사의 팀 내부에 문제가 생겼거나.’ 더 나아가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지금 자기 내부의 동료들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과한 건 아니었다. [현재 여덟 곳에서 방화벽을 두드렸습니다.] [1분 22초 안에 통신을 종료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당장 박영준조차도 동료를 믿지 못해 이렇게 사적으로 전문가를 고용해서 BJ대마도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 아닌가? 판이 커질수록 그리고 걸린 상금이 커질수록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군.’ 달리 말하면 본 게임이 이제 시작됐다는 의미. ‘믿어주면, 보답해줘야지.’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그 상황 속에서 박영준, 그를 누구보다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허락도 받았으니, 경매를 시작해볼까?’ 275화. < 88화. 사막 (2). > 5. 기대 이상의 공연을 보는 경우 종종 그런 표현을 쓴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BJ대마도사의 운석 충돌 필드 이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당시에는 격렬하게 열광했던 이들도 라이브가 끝나고 시간이 흐르자 앞서 말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들이 보고 경험한 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냥 가상공간 속에서 연출되고, 기획된 쇼인지. 그런 상황 속에서 그것이 쇼가 아닌 현실임을 알려준 건 다름 아닌 탐험가 길드였다. - 떴다! - 탐험가 길드 채널에 BJ대마도사 영상 떴다! - 진짜 BJ대마도사 공략 영상 올라왔네. - 약속을 지킬 줄이야. 라이브 방송 당시 BJ대마도사와 약속한대로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의 영상을 받아 자신들의 채널에 올렸다. 말 그대로 약속이었다. 지켜야 마땅한 약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에 도리어 많은 이들이 놀랐다. - BJ대마도사가 라이징 스타 채널 말고 다른 채널에 영상 준 건 처음이지? - 탐험가 길드가 자기 채널에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 영상 올리는 것도 처음이고. 둘에게 있어 이번 일은 최초란 단어가 붙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 - 진짜 엄청난 일이 일어난 거구나. 자신들이 봤던 것이 그저 인기를 위해 기획되고, 연출된 쇼가 아닌 현실임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중원 길드 역시 움직였다. - 중원 길드가 사막으로 이동했다! - 리벤지 매치 준비 중이래! 중원 길드가 운석 도시 다음 사냥터인 사막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와의 대결 의지를 보도 자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냈다. - 그럼 남은 건 BJ대마도사네! 중원 길드마저 행보를 밝히자, 이제 모든 이들의 이목은 BJ대마도사를 향했다. - 당연히 운석 쇼겠지? - 어떤 운석 쇼를 보여주려나? - 사막에서 운석 떨어뜨리면 진짜 멋질 듯! 그리고 모두가 BJ대마도사가 멋진 운석쇼를 보여주리라 기대했고, 그런 그들에게 소식이 들렸다. - BJ대마도사도 사막 도착했다! 6. 사막. 운석 도시를 졸업한 플레이어들의 다음 사냥터로 사막이란 명칭 앞에 이렇다 할 미사여구는 없었다. 이런 사막은 다른 사냥터와 차이점 몇 가지가 있었다. “사막에서는 레벨업 사냥이란 개념이 없어. 그냥 사막을 건너는 과정에서 몬스터와 전투를 할 뿐.” 하나, 다른 사냥터와 달리 사막에서 플레이어들의 목적은 오로지 횡단뿐이었다. 사막에 곳곳에 위치한 오아시스를 징검다리 삼아 사막을 횡단하고 나면 다들 졸업 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물론 게임 좀 해본 이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 난이도가 장난 아니지.” 그냥 맵 이동을 했을 뿐인데 레벨이 올라있다, 라는 건 그만큼 맵 이동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 실제로 사막에서 졸업 레벨을 찍고도 횡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횡단, 그 자체의 난이도가 상식을 초월했다. “사막이라는 무대도 그렇고.” 두 번째로 사막이란 무대가 가지는 특징은 이제까지 봐왔던 사냥터들과 달랐다. 일단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막이 대부분이라는 것. 근접 딜러나, 탱커들 입장에서는 욕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물론 반대로 원거리 딜러들 입장에서는 가장 멋진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가로막는 게 없으니, 맞추는 것에 자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만한 무대가 없을 테니까.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 같은 부류가 미쳐 날뛰기에 딱 알맞은 곳이지.” 이미 무수히 많은 사냥터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던 BJ대마도사를 향해 사람들이 더 많은 기대를 품는 이유. BJ대마도사가 퍼스트 오아시스, 자바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다!” “진짜? 진짜 BJ대마도사네!” 평소에는 럭키나 골드 등에게 관심을 빼앗겼지만, 사막에서만큼은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에게 몰리는 시선은 하늘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보다 더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후우.’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부담스러운 시선과 관심이었다. 더욱이 지금 미다스의 처지는 좋은 처지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NPC이브니를 찾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고, 시한부 게임생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 ‘멀다.’ 심지어 NPC이브니가 있으리라 예상되는 곳, 붉은빛 기둥은 사막 너머, 아득한 곳에 있었다. ‘이동에만 며칠이 걸릴지 감조차 안 오네.’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 더욱이 홀로 이동하다가 사막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몬스터 중 모래뱀이나, 암석 전갈 무리라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일. ‘좋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제 역할을 잊거나, 외면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선착순 1천명!” 팬의 관심과 응원을 먹고 사는 스타답게, 미다스가 자신을 향한 관심에 기꺼이 전력으로 응했다. “딱 1천 명하고만 셀카 찍고, 갑니다!” 신경이 곤두선 상황 속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팬서비스를 열었다. “허락 떨어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발언에 먼발치에서 거리를 두고 있던 이들이 환호성과 곧바로 달려들었다. “역시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BJ대마도사님, 믿고 있었습니다!” “BJ대마도사님, 예전부터 진짜 팬이었어요!” 그 달려오는 팬들의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간만에 인기 좀 제대로 누려보자!’ “자, 줄 서세요! 차례 안 지키면 사진 안 찍어드립니다!”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대열 없이 달려오던 이들이 이내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질서정연한 줄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줄을 섰다. “역시 럭키님이 최고라니까. 템 좀 봐!” 왕! 럭키 앞에 수백 명. “골드 님, 아무 말이나 좋으니 말 하나만 해주세요.” “나는 주인님을 지키는 자, 가디언 골드다!” 골드 앞에 수백 명. “골드 하이에나! 보스 몬스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고 실버 앞에 수백 명. “잭팟님! 날갯짓 한 번만 해주세요.” 꾸우! 잭팟 앞에도 수백 명 ‘응?’ 그리고 미다스 앞에 수 명. 그 현격한 격차를 바라보던 미다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 먼저 하세요.” “아뇨, 먼저 찍으세요.” “전 괜찮습니다. 그냥 먼저 찍으세요.” “아, 전 굳이 안 찍어도 됩니다.” “저도 굳이……." 그마저도 미다스 앞에 선 이들은 서로에게 순서를 양보하며, 배려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폴리모프로 변신이라도 할까?’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가 진지하게 폴리모프를 이용한 호객 행위를 고민할 무렵, 한 여성 플레이어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화기애애하던 팬서비스 분위기가 고무줄을 당기는 것처럼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에게 여성팬이 있다니?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예화다.” 중원 길드 마스터의 등장했다는 것. 예상치 못한 거물이자, 라이벌의 등장에 사람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 이목 속에서 미다스와 예화가 마주 봤다. 그 두 시선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어? 왜? 약속한 것도 없는데?’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게, 예화의 등장부터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그냥 인사만 하려고 오신 건 아닐 텐데?’ 더욱이 그녀가 온 목적이 그저 BJ대마도사가 사막에 왔으니 가볍게 만나서 인사를 하기 위함은 아닐 게 분명하지 않은가? ‘뭐지?’ 그 의중을 알 수 없기에 말문이 막히는 건 당연지사. 반면 주변 이들의 시선은 달랐다. “왜 둘 다 얼굴만 보고 대화를 안 하지?” “말이 나오겠어? 라이벌인데.” 결과가 일방적이기는 해도 그 둘은 현재 갓워즈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라이벌 관계. “자기 발목 잡으려고 게임에 돈을 때려 박는 사람이 왔는데 반갑게 인사하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하물며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중원 길드 마스터 예화가 들이는 노력과 재력은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 그러한 주변 반응을 보는 순간, 그제야 미다스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라이벌 기믹!’ 예화가 등장한 게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들의 라이벌 관계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작업 들어가시는구나. 그래, 다음 대결을 위해서는 미리 떡밥 좀 뿌려놔야지.’ 여기서 미다스는 마음속으로 각오의 끈을 바짝 조였다. ‘이런 돌발 이벤트에서 얼마만큼 능숙하게 대처하느냐, 그게 엔터테이너의 능력이지.’ 눈앞의 최우수 고객님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하자! 그러한 각오마저 마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아, 대충 알겠네요. 왜 절 찾아왔는지. 역시 그거 때문이죠?” 그거 때문, 그 단어가 언급되자 예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불쑥! 예화 곁으로 이동하더니 그녀 옆에 선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며 말했다. “저번에 운석 충돌 필드에서 탐험가 길드 때문에 셀카 못 찍으신 게 아쉬워서 그런 거죠?” “뭐라고요?” 그 말에 예화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를 바라봤고, 주변 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순간 BJ대마도사가 진심으로 저런 발언을 했으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맙소사, 이거 도발이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미다스의 발언은 예화를 향한 도발이었으니까. ‘라이벌 취급도 안 해주겠다는 거잖아?’ 그것도 그냥 도발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감을 바닥에 내던지는 수준의 강력한 도발! “이해합니다. 자, 원하는 포즈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라이벌 기믹에는 멸시 컨셉이 최고지.’ 이렇게 도발을 해야 상대편도 받아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법. “이곳에 온 건 다음 대결 무대를 정하기 위해서예요.” 그렇게 미다스가 던진 공을 예화가 받아쳤다. “셀카 따윈 필요 없으니까 비켜주시죠.”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표정 봐. 장난 아니다.” “어우, 진짜 화난 모양이네.” 그 표정을 본 모두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만큼 진심에서 우러나온 표정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예화 님도 연기력이 끝내주신다니까.’ 물론 미다스 기준에서는 그저 훌륭한 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그보다 무대를 정한다…….' 때문에 미다스는 별다른 고민 없이 예화의 말에 담긴 의미를 해석했다. 더욱이 그녀가 한 말은 딱히 특별한 말도 아니었다. ‘뭐, 당연한 거겠지. 사막에서는.’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오아시스를 징검다리 삼아 이동해야 하며, 그러한 루트는 각 오아시스의 NPC들을 통해 정해졌다. 도중에 갑자기 임의로 길을 틀어서 만날 순 없다는 의미. 고로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가 특정 지역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디서 만나자고 합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합의가 가능한 무대 역시 한 곳밖에 없었다. "장소 모래숲.” 사막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모래숲! 그곳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일 터. “방식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그리고 방식마저 정해지는 순간 예화는 미다스를 바라봤다. 사실 이번 제안은 예하 입장에서는 나름 승부수였다. ‘이제 다른 변수 따위는 차단하겠어.’ 무대와 방식, 모든 것을 정해둔다는 것은 최선을 다해 준비와 대비를 하겠다는 의미. 이번 대결에서 확실하게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였다.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 쪽에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때 한 약속을 잊어버리신 건 아니시겠죠.” 이런 식으로 갑자기 제안을 하는 것도, 저번 경우를 언급하는 것도 BJ대마도사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기 위한 노림수였다. 물론 그러한 의중을 알 리 없는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간단했다. “아무렴요. 그럼 합시다.” ‘예화 님, 열심히 해봅시다!’ 그저 새로운 라이브 방송 소재가 잡혔다는 사실에 기뻐할 뿐. “예?” “하죠, 뭐. 약속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럼 됐습니까?” “그야……." 순순히 나오는 대답에 도리어 예화가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당황한 예화를 향해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자, 그럼 볼일 끝났으니 그때 뵙시다. 지금 저랑 셀카 찍으시려는 분이 많아서.” 그러자 미다스의 시선에 셀카를 찍기 위해 줄을 선 이들 중 가장 앞에 있는 플레이어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미다스의 시선을 마주친 플레이어가 말했다. “아, 저 굳이 안 찍어도 되니까 괜찮아요! 볼일 보세요! 그냥 럭키 줄에 갈게요!” 그리고는 곧장 럭키 앞에 놓인 길쭉한 줄로 향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에 미다스가 다시 예화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대화를 좀 더 하는 수밖에 없는 모양. “예, 바쁘신 분을 잡는 건 예의가 아니죠.” 다행히 이번에는 예화가 그런 미다스에게 기회를 줬다. “앞으로 투어도 준비하셔야 할 테니까요.” 투어. 그 단어에 곧바로 주변 모든 이들이 반응했다. ‘투어? 그게 뭐지?’ ‘또 뭘 준비하는 거야?’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는 모양. ‘뭐, 어차피 다 된 일이니까 내가 질러도 되겠지.’ 그러한 세간의 관심에 미다스가 짧은 고민 후에 말했다. “예, 투어 준비하느라 바쁘죠.” 미다스, 그가 새로운 떡밥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7. BJ대마도사의 사막 도착과 함께 몰려든 이목. - 속보! BJ대마도사가 투어한데! 그러한 이목 앞에서 던져진 투어 떡밥은 모인 이들을 몸부림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투어? 무슨 의미임? ㄴ 데리고 사막 횡단해주겠다, 뭐 이런 거 아닐까? ㄴ 와, 사막을 그냥 횡단? 개꿀이네! ㄴ 다른 곳도 아니고 사막 횡단 투어라니, 탐험가 길드만 하고 있는 서비스잖아? 특히 사막이란 무대의 특성이 그러한 투어의 무게감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만들어줬다. - 공짜는 아니겠지? ㄴ 비용 엄청날 듯? ㄴ 세계일주 하는 것보다 비싸겠지. ㄴ 탐험가 길드가 같은 서비스로 억 소리 넘게 받음. 그것도 1명당. ㄴ 돈은 안 받을 듯. 돈 때문에 게임하는 게 아니잖아? ㄴ 하긴, 돈 벌려고 게임 했으면 이미 럭키와 함께하는 힐링 방송을 하고 있었어야지. ㄴ BJ대마도사는 돈하고 여자에는 관심 없으니까. 당연히 투어 비용에 대한 관심도 치솟았다.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셈. “정말 쉬지 않고 터지는군.” 그 소식을 보고 들은 멀린의 입에서는 기어코 허탈함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갓워즈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이가 있었을까? 하는 사실. “어떻게 막을 방법도 없고.” 그리고 그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허탈함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벌이는 웃기지도 않는 투어 경매 역시 성황리에 끝날 것이 분명했다. “경매에서 과연 누가 낙찰받을지 궁금하군.” 그러한 푸념과 함께 내뱉은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엠마가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가 낙찰받아야죠.” "응?" 엠마의 그 말에 멀린이 놀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엠마가 말했다. “이 좋은 기회를 걷어찰 이유가 없죠.” “좋은 기회라니, 그냥 돈 내고 관광하는 것뿐이잖아?” “돈 내고 관광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는 거죠.” 말을 하던 엠마가 미소를 지었다. “관광을 참가하든, 참가하지 않든 그건 권리를 가진 자 마음이고요.” 276화. < 88화. 사막 (3). > 8. “조금 전 BJ대마도사가 자바리 오아시스에서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꺼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생각했다. ‘이제 경매를 해도 된다, 이거군.’ 때가 무르익었다고. “그 외의 다른 일은?” “그것 외에 이렇다 할 말은 없었습니다. 투어 참가자가 정해질 때까지는 당연히 자바리 오아시스에서 머물 듯합니다." “그럼 빨리 투어 참가자를 모집해야겠네.” 말을 마친 박영준이 곧바로 말했다. “자, 그럼 경매 준비하자고. 참가자들에게 통보하고, 메인 대형 모니터에 채팅창 띄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브 방송실을 차지한 다섯 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장님……." 그로부터 몇 분이 흐르자 라이브 방송실 문이 열리며 직원 한 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본래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어야 할 직원. “구경해도 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한 건 다름 아니라 지금부터 있을 경매를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늘 경매는 그저 단순한 경매가 아니라 무려 10대 길드가 참가하는 경매. “이런 빅이벤트는 설마 맨입으로 구경하려고? 다들 나가서 팝콘이나 좀 가져와.” 박영준의 말처럼 팝콘을 준비해야 마땅한 구경거리였으니까. “예!" 그렇게 허락을 받은 직원 한 명이 반색하며 문밖에 대기 중이던 다른 동료 직원들을 부르는 사이, 채팅창에 사람들이 접속하기 시작했다. “불사자 길드 접속했습니다! 첫 입장객은 불사자 길드. [불사자 : 사장하고 대화하는 건 처음이네.] “길드 마스터인 듯합니다.” 채팅 내용을 보건대 불사자 길드의 마스터 라포가 직접 채팅을 하는 듯했다. 그 뒤를 이어 길드 세 개나 연거푸 채팅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성, 피스타, 화랑 길드 접속했습니다!” 10대 길드, 하나만으로도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을 긴장케 하는 이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차지했다. [피스타 길드 : 대리인입니다.] [창성 길드 : 길드 매니저입니다.] [화랑 길드 : 길드 매니저입니다.] 물론 접속한 이들은 불사자 길드와 달리 대부분 길드 마스터를 대신하는 대리인들이었다. [불사자 길드 : 나만 마스터가 온 건가? 이거 다들 제대로 베팅할 수 있겠어?] 그 사실에 불사자 길드가 채팅을 치는 사이, 연거푸 두 개 길드가 이름을 올렸다. 이름값은 앞선 길드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이 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는 건 모두가 10대 길드였으니까. [탐험가 길드 : 길드 마스터입니다.] [소드 길드 : 길드원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채팅 내용이 그 둘의 무게감을 남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벤처다!” 탐험가 길드 마스터 벤처, 솔직히 말해서 그의 이름값은 같은 길드 마스터인 불사자 길드의 라포보다 높았다. 라포가 그저 운이 좋아 대박을 손에 쥔 케이스라면, 벤처는 갓워즈란 게임을 이용한 사업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케이스로 세간의 평가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소드 길드의 길드원이면, 설마 검객?” “사사키 코지로 같은데?” 한편 소드 길드의 길드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검객이란 의견을 내세웠다. 대리인도 아니고 길드원임에도 그 사실을 대놓고 말할 만한 자는 검객 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여러모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등장한 셈. [히어로즈 길드 : 길드 매니저입니다.] [AAA길드 : 길드 매니저입니다.] 이어서 두 개 길드가 더 들어왔을 때 라이브 방송실 안의 직원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와, 9개 길드나 왔네?" 모두가 참석률에 감탄을 토했다. 세상에 10대 길드 중 9곳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건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까. “이쯤이면 다 모인 것 같네?” 더욱이 10대 길드 하나가 남았지만 사실상 다 모인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이 그리 생각했다. “어비스 길드는 안 올 테니까.” “아무렴, 어비스 길드는 절대 이런 자리 안 오지.” 남은 한 곳인 어비스 길드는 10대 길드라는 울타리에서도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곳. 10대 길드 모두가 인정하는 정점에 있는 그들이 설마 이곳에 관심을 가지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않았다. [어비스 길드 : 길드 매니저입니다.] “어?” “어비스 길드가? 진짜?” 그렇기에 채팅창에 열 번째 손님이 등장했을 때 좌중은 짙은 침묵을 강요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직원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잡담이 이어지던 채팅창에도 적막감이 올라왔다.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그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침묵에 빠지지 않은 채 담담하게 경매를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BJ대마도사와 함께 하는 사막 투어, 목적지는 선택 가능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가장 가치 있는 아이템 및 스킬 카드, 정보를 주신 분께 낙찰토록 하겠습니다. 정보의 경우에는 가치 평가가 필요하니, 시간이 필요합니다.” 박영준의 능숙한 진행에 모두가 진정했다. 그리고 박영준은 반대로 긴장했다. ‘드디어 10대 길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박영준, 그에게 이 자리는 그저 BJ대마도사를 위한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구해주는 건 무의미했다. 이미 그가 가진 것이 갓워즈 최고인 상황, 더 나아가 그가 구하고자 한다면 개인적인 루트로 구하지 못할 아이템은 극히 드물었다. 박영준은 적어도 그런 물건을 구하기 위해 10대 길드를 모아두는 이는 아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을 버는 거다.’ 그가 이 경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BJ대마도사가 10대 길드조차 먹어치울 강력한 포식자가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자리는 10대 길드에 인내심이란 놈을 줄 수 있는 자리였다. ‘10대 길드를 판에 끼워주면, 분명 그들도 저울질을 할 테니까.’ 도박판이란 게 옆에서 구경할 때는 지루하지만, 본인이 직접 판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법. 한편으로 도박판에서 누군가 이득을 보면 구경꾼 입장에서는 배알이 꼬이지만, 참가자는 다음을 기약하는 법 아닌가? 그것처럼 10대 길드 역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하는 판에 직접 참가하면 감정적이기보다는 계산적일 수밖에 없었다. 계산한다는 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한다는 의미. ‘최대한 길게.’ 이번 투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횡단으로 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보다 긴 시간이 엮일 수 있도록. ‘아즈모 없이 BJ대마도사와 친해질 절호의 찬스다. 베팅을 할 거면 제대로 해 봐.’ 이 판에서 아즈모가 배제된 것 역시 노림수였다. 그러한 노림수 속에서 시작된 경매. 경매는 활발했다. 박영준의 노림수를 이 경매에 참가한 이들이 모를 리 만무. [히어로즈 길드 : 220레벨 레전더리 등급 마법 대폭발 스킬 카드.] 처음부터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 거론되는 건 모두가 예상한바. [탐험가 길드 : 사막왕 세트.] [불사자 길드 : 사막왕 세트 받고 한 세트 더.] [소드 길드 : 사막왕 2세트에 사막왕의 보검까지.] 곧바로 사막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그냥 무조건 묻고 더블이네.” “이런 치킨 레이스는 처음이네.” 보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그냥 돈으로 받는 게 낫지 않을까?” 그중 한 명은 차라리 정상적인 경매, 돈으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 부분 역시 박영준의 노림수였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지.’ 돈으로만 계산을 한다면, 막상 그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구할 수 없는 법. ‘시간 버는 것과는 별개로 이득은 챙겨야지.’ 박영준이 기다리는 건 그런 물건이었다. [어비스 길드 : 왕가의 열쇠] 그때 어비스 길드가 처음으로 채팅창에 입찰 채팅을 올렸고, 그 단어에 직원들이 그대로 굳었다. ‘뭐지?’ ‘왕가의 열쇠? 무슨 아이템이지?’ 도무지 들어본 적 없는 물건의 등장. 한편 채팅창에 참가한 이들 역시 잠시 동안 굳어버렸다. 물론 그들이 굳은 이유는 직원들과 달랐다. [불사자 길드 : 입찰 포기.] [탐험가 길드 : 포기합니다.] 더 이상 경매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 그것을 본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이 감탄을 토했다. “엄청난 건가 본데?” “10대 길드가 전부 놀라는 거 보니 엄청난 물건인 모양이야.” “어비스 길드가 작심을 한 모양이야.” 뭔지는 알 수 없지만 10대 길드의 반응을 보건대 엄청난 물건임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박영준이 원하던 것처럼 돈으로 감히 살 수 없는 물건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박영준이 원했던 것 이상의 물건이었다. ‘10대 길드만이 알고 있는 물건을 꺼낸다고?’ 그 사실에 박영준은 긴장했다. 도박판에서 믿는 구석 없이 회심의 베팅을 하는 인간은 결단코 존재치 않는 법. [어비스 길드 : 이대로 입찰자가 없으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단독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다.’ 박영준은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9.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정현우를 반긴 것은 싸늘한 적막감이었다. 물론 정현우는 그 사실에 더 이상 의문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능숙하게 캡슐에서 나온 후에 카운터로 향하고는 카운터 안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정현우가 반쯤 마셔두었던 에너지 음료캔을 꺼낸 후에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에너지 음료를 짧게 홀짝인 후에 휴게실을 바라봤다. 그런 휴게실 안에는 미어캣 무리마냥 손님들이 모인 채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혁주 역시 그중 하나였다. ‘쟤는 왜 안 잘리는 거야? 여기 캡슐방 입점한 건물주 아들이기라도 하나?’ 그것을 본 정현우가 재차 음료를 홀짝인 후에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일단 팬서비스는 끝났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오늘 장장 1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던 팬서비스의 과정이 떠올랐다. 사실 그리 길어질 팬서비스는 아니었다. ‘1천 명 다 채우는데 1시간이 넘을 줄이야.’ 문제는 정현우가 선착순 1천 명이란 공략을 내세웠다는 것. 그 1천 명을 채우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다. ‘럭키랑, 골드는 20분도 안 걸리던데.......' 물론 정현우의 경우만 그랬다. ‘……나랑 세 번 사진 찍어주신 분도 있었지.’ 그런 정현우가 불쌍했는지 선착순 숫자를 없애기 위해 세 번이나 노고를 해주신 분이 있을 정도. ‘차라리 가면 같은 걸 쓰고 다닐 걸 그랬나? 하회탈 같은 거 쓰고 다니면 어그로 잘 끌렸을 텐데.’ 여러모로 어처구니없는 일, 물론 그에 대한 푸념은 길지 않았다. ‘뭐, 팬서비스도 끝냈으니 이제 투어 고객님이 오시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면 앞선 팬서비스는 그저 소소한 헤프닝에 불과할 따름이었으니까. ‘잘못하면 일정이 꼬일지도 몰라.’ 그만큼 이번 투어 이벤트는 정현우가 중대한 일이었다. 투어 이벤트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투어 내내 이슈거리가 되어줄 건 물론, 그에 따른 부가 수입도 무시할 수 없는 일. 투어 참가자가 이름난 길드라면 시너지 효과로 더욱더 큰 이슈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부푼 분위기를 자연스레 중원 길드와 이벤트 매치까지 이어간다면? 이보다 완벽한 베스트 시나리오는 없을 터. 그리고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이번 투어 이벤트를 기획했던 이유였다. 적어도 정현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투어를 하면 투어 참가자들 페이스에 맞춰줘야 해.’ 문제는 그러한 투어 이벤트를 하고자 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투어 참가자의 페이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건 꽤 골치 아픈 일이었다. 당장 접속 시간부터 합의가 필요했으며, 그 후에 이동 거리도 합의를 해야 하는 법. ‘그쪽이 나처럼 강행군을 할 리도 없고.’ 무리한 일정을 역시 계획하는 게 불가능했다. 당장 영화 하나 보는 것도 친구 여러 명이랑 보러 가면 약속한 것보다 시간이 두어 시간 늦어지는 게 인생사인데, 이런 투어 이벤트라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오히려 상식. ‘내 능력을 대놓고 쓰기도 힘들고.’ 결정적으로 정현우가 가진 눈을 대놓고, 마음껏 써먹는 데에 무리가 있었다. ‘……목적지를 투어 참가자가 정한다고 하면 진짜 끝장이 나는 거고.’ 개중 최악은 목적지를 정현우가 정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취소 및 환불…… 여기에 위약금까지.’ 당장 명줄에 불이 붙은 정현우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먹은 것 이상을 뱉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제발 잘 좀 되어라.’ 그렇게 정현우가 고민 속에서 다시 한 번 에너지 음료를 홀짝였다. ‘응?’ 그러나 캔에서는 아무것도 흘러내리지 않았고, 이내 캔이 비어있다는 걸 확인한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이혁주를 불러야 할 때. “혁주야.” 그렇게 휴게실로 향하며 이혁주를 부르는 정현우, 그 목소리에 이혁주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이내 제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말했다. “형, 지금 중요한 상황이니까 나중에 이야기해요.” 쉿! 그 제스처와 함께 내뱉는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천지에 손님이 부르는데 방송 봐야 하니까 닥치라는 아르바이트생이 어디 있을까? ‘아니, 뭘 보기에?’ 이쯤 되자 정현우는 이혁주를 이렇게 만든 방송 내용에 관심을 가졌다. ‘어비스 채널?’ 그러자 좌측 상단에 보이는 abyss라는 문구가 정현우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런 정현우의 관심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면에 사람이 등장했다. ‘멀린?’ 그 방송에 나온 건 다름 아닌 멀린, 갓워즈 최고의 대마도사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 이미 나온 소문대로, 이번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 이벤트를 어비스 길드가 낙찰받았습니다. 이어진 말에 좌중이 놀랐다. “진짜다!” “어비스 길드가 진짜 낙찰받았어!” “드디어 BJ대마도사랑 어비스 길드 콜라보 가는구나!” 그야말로 세기의 조합이 나오는 순간, 당연히 정현우도 놀랐다. ‘어비스 길드가?’ 설마 낙찰자가 어비스 길드라니? 물론 좋은 의미에서 놀라는 게 아니었다. ‘미치겠네, 어비스 길드가 고객이면…….' 이렇게 되면 그가 생각했던 최후의 선택지, 계약을 포기한다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셈. ‘계약 파기하는 순간 역적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 아닌가? ‘아, 왜?’ 절로 투정이 나올 만큼 참담한 상황. - 보상으로는 왕가의 열쇠를 주었습니다. 이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BJ대마도사 본인이 해줄 것이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이어서 나온 말은 정현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어떻게 하지? 젠장 왜 어비스 길드는 이딴 걸 낙찰받고 지랄이야? 대체 왜?’ 혼란으로 가득 찬 머릿속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틈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 물론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의 투어 이벤트에 직접 참가할 것은 아닙니다. 이어진 말에 정현우를 포함한 모두가 다시 한 번 화면에 집중했다. “참가를 안 한다고?” “그럼 왜 낙찰을?” 그리고는 모두가 품은 의문에 멀린이 대답했다. - 어비스 길드는 모든 분들이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를 즐길 수 있도록, 투어와 관련된 영상 및 라이브 방송을 무료로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들만 여행의 즐거움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 즐거움을 모두에게 공개하겠다! -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혼자서 마음껏 사막을 횡단하면 됩니다. 그러니 BJ대마도사는 그 보이지 않는 팬들과 함께 투어를 해라! 사실 그건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 대규모 파티로도 횡단이 힘든 사막을 BJ대마도사 혼자서 해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강제 솔로 플레이가 확정되는 순간. ‘어비스 길드님, 멀린님 감사합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277화. < 89화. 솔로 투어 (1). > 1. -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혼자서 마음껏 사막을 횡단하면 됩니다. 어비스 길드의 발표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했다. - 그러니까 BJ대마도사 사막 투어를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거지? - 한동안 채널 좀 고정해둬야겠네. 재미있을 것 같다! - 그래, 돈 많은 애들이 자기들만 즐기는 것보단 이게 낫지! 그리고 그 재미를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는 그거면 충분했다. 허나, 박영준은 달랐다.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어비스 길드의 발표를 보는 순간 박영준은 그 자리에서 빠득,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BJ대마도사를 코너에 몰아넣었어.’ 그만큼 지금 상황은 BJ대마도사에게 있어 치명적인 일이었다. ‘혼자서 사막 횡단을 하게 만들었어.’ 일단 당장 문제가 되는 건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사막을 횡단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투어를 한다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투어 참가자들이 사막 횡단의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법. 박영준이 10대 길드를 상대로만 투어 참가권을 경매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10대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BJ대마도사의 도움만 받진 않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 어비스 길드가 투어 참가를 하지 않으면서 그런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니, 물거품이 된 정도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새로운 투어 참가자를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제는 강제로 솔로 투어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더 골치 아픈 점은 BJ대마도사는 자신의 사막 솔로 투어 과정을 라이브 방송 또는 영상으로 어비스 길드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비스 길드가 영상을 달라, 라이브 방송을 해달라고 할 때 해줘야 하는 셈. 사실상 감시 카메라가 붙는 셈이었고, 그건 곧 투어 도중에 외부의 조력을 받거나,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개중에서도 최악은 어비스 길드가 내건 물건이었다. [아즈모 : 나 빼고 경매했는데 엄청난 물건 나왔다면서?] [아즈모 : 왕가의 열쇠, 그건 어비스 길드가 사막왕을 최초로 잡고 얻은 물건이야. 그 후에는 단 한 번도 드랍되지 않았지. 정황상 갓워즈에 하나만 존재하고, 사용 후에 새로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아즈모 : 아이템 효과는 왕가의 열쇠란 이름 그대로, 사막 땅 어딘가에 존재하는 왕가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지.] [아즈모 : 사용 방법은 간단해. 왕가의 열쇠를 가지고 NPC이브니를 찾아가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가 발동하고, 그 길을 건너면 왕가의 무덤에 닿을 수 있지.] 왕가의 열쇠. 아즈모를 통해 알게 된 그 열쇠의 가치는 다른 경매 참가자들이 포기를 할 만큼 엄청난 물건이었다. [아즈모 : 이게 재미난 게 당시 멀린을 포함한 어비스 길드는 사막왕을 잡고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고, 자연스레 어비스 길드 2군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진행했는데, 실패했어.] [아즈모 : 그 이후 어비스 길드가 새로운 도전자들로 거듭 도전했지만 성공한 적은 없지.] [아즈모 : 어비스 길드의 숙원 같은 곳이지.] 어비스 길드조차 해내지 못했다! 왕가의 열쇠란 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이상 표현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터. 그런데 그런 왕가의 열쇠를 BJ대마도사에게 줬다? ‘감시 카메라 앞에서 어비스 길드도 공략하지 못한 퀘스트를 혼자서 공략해라.’ 사막이란 무대에서 플레이어가 마주할 수 있는 난이도 최악의 퀘스트가 나온 셈.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라면 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BJ대마도사의 모습이라면, 분명 이 난관 역시 돌파하리라고. ‘시간만 있으면.’ 허나, 해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벌인 판이 도리어 시간을 잡아먹는 판이 되어버린 셈. ‘빌어먹을.’ 다른 무엇보다 그 사실이 박영준의 속을 쓰리게 했다. ‘이 빚은 어떻게든 갚아주마.’ 동시에 그를 분노케 했다. 그렇게 쓰린 속을 부여잡고 분노를 태우는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그 말에 박영준은 생각했다. ‘양해를 구하는 방송이겠지.’ 결코 좋은 내용을 아닐 거라고. 그렇기에 그는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준비해.” 2. “BJ대마도사다!” “다시 접속했다!” 자바리 오아시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 그런 그를 향해 좌중이 곧바로 관심을 가졌다. “왜 접속했지?” 그리고 이내 플레이어들이 미다스의 접속 이유를 추측했다.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왜긴, 투어 때문이겠지.” “아, 투어 관련해서 라이브 방송하려는 거구나.” 이미 어비스 길드가 무대를 만들어주었고, 그 무대에서 BJ대마도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혼자 다니는 거네?” “역시 BJ대마도사는 투어도 혼자서 해야지. 아무렴.” 솔로 투어. “그보다 표정이 좀 안 좋은데?” 그 단어를 떠올린 채 미다스를 다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은 그제야 그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것이 지금 상황을 반기는 기색은 결코 아니었다. “표정이 애인하고 싸우고 난 것 같은데?” “에이, BJ대마도사한테 애인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개소리하지 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들 법한 표정. 그중 몇몇은 추측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 “좋은 게 아니라고?” “그렇잖아? 이제부터 사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투어하는 건데, 그게 쉽겠어?” 어째서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지. “아무리 이번 투어가 BJ대마도사가 버스 태워주는 거라고 해도 참가자들하고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었을 거 아니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예상외의 사태지.” “아무렴, 그렇다고 여기서 파티 플레이하겠다고 파티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이유를 들은 이들은 BJ대마도사가 왜 저러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케이, 연기 좀 잘 먹히네.’ 물론 이 모든 건 미다스의 연기였다. 이번 상황은 미다스 입장에서 분명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좋아, 이대로 가자.’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 기쁜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면 분명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 오히려 지금처럼 좋지 못한 기색을 드러내는 게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척 곤란한 것처럼 연기를 하자고.’ 그렇다면 그에 맞춰주는 게 당연지사.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당연히 그 연기는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유효했다. - BJ대마도사님, 솔로 투어 소식 들었습니다! - 역시 우리 BJ대마도사님은 혼자 해야 제맛이죠! - 응? 그런데 표정이? 곧바로 시청자들 역시 표정이 좋지 못한 걸 확인하고, 반응하는 순간 미다스가 말을 꺼냈다. “어비스 길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귀한 물건을 주면서까지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에 입찰을 해주신 어비스 길드에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귀한 걸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귀한 것. 그 표현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 왕가의 열쇠란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 이렇게 먼저 고맙다고 인사 꺼내는 거 보니까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이네? - BJ대마도사가 귀하다고 하면 진짜 귀한 것인 듯! 이 정도까지 언급하면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 물론 미다스가 그 왕가의 열쇠라는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뭐 좋은 거 줬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련히 잘 챙겨줬을 일. ‘좋은 게 아니라고 해도 구리다고 어떻게 말해? 어비스 길드가 줬는데.’ 더욱이 준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별로 대단한 거 준 것도 아닌데 별 지랄 맞은 요구나 하시네요, 라는 말은 할 수 없는 노릇. [라포 님이 10,14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진짜 엄청난 물건이지. 그게 진짜 나올 줄은 몰랐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4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설마 경매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서 그런 게 나올 줄은 몰랐지. 어쨌거나 나름 준비할 만큼 준비했는데, 그 이상은 내 능력 밖이라서 포기했지.] 그때 나온 두 거물의 말에 채팅창은 물론 미다스는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어마어마한 물건인 모양인데? 왕가의 열쇠라는 놈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물건인 모양.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을 향한 고마움이 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14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날 경매에 참가시켜줬으면,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걸 부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그때 아즈모가 툭, 말을 던졌고, 그가 던진 말에 채팅방 분위기는 더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 아즈모가 참가를 못했어? 그럼? - 설마 10대 길드만 참가한 건가? - 와, 10대 길드만 참가하는 경매라고? BJ대마도사가 스케일 보소! 그러한 분위기를 정리한 건 미다스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어비스 길드가 요구한 방식은 쉽지 않습니다.” 그 말에 어수선하던 채팅창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흘렀다. - 쉽지 않아? BJ대마도사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이제까지 그 어떤 고난과 역경, 말도 안 되는 난이도 앞에서도 여유를 잃기는커녕 넘쳤던 BJ대마도사. - BJ대마도사 이런 모습 처음인 듯? 그런 그가 지금 처음으로 시청자들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혼자서 사막을 횡단하려면 처음부터 모든 걸 바꿔야 합니다. 당장 머릿속에서 미리 해두었던 전투 시뮬레이션부터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합니다. 그 후에 그에 맞는 준비 기간은 포함하면……." 솔직히 사막 횡단을 혼자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모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마저도 BJ대마도사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말을 감히 지껄일 수 있을 뿐 다른 이들이라면 못하겠습니다, 하고 계약 파기와 위약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계약 파기는 없습니다. 어비스 길드와의 계약은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과 함께 사막 투어를 해내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계약 완수라는 말을 꺼냈을 때 시청자들은 도리어 감동을 느꼈다. - 그래,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 끝까지 솔로길만 걷자!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준비를 마친 후에 사막 횡단을 시작하겠습니다. 일정이 잡히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을 종료함과 동시에 로그아웃을 했다. 3. - 일정이 잡히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멀린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손에 든 커피를 머금었다. 그 상태로 엠마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 지긋한 시선에 엠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엠마의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머금은 커피를 삼키며 그녀가 할 말을 대신 말했다. “그렇지. 이제부터 놈의 동선을 확보했으니, 제대로 작업을 해야지.” 멀린의 말대로였다. 엠마는 그저 길어봐야 열흘 남짓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금 상황을 꾸민 게 아니었다. “암살자를 보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BJ대마도사가 사막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것. “BJ대마도사를 죽일 수 있다면 무보수로 뛰어줄 비매너 길드들도 넘치잖아? 사냥뱀 길드 같은 곳 말이야. 그런 곳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를 사막 아래로 끌고 내려가야지.” 그것을 위해서 엠마는 이번 기회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이미 이야기는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움직일 예정이지?” “내일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두 만반의 준비를 마칠 거예요.”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내일 당장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도 끝난 상황. “BJ대마도사가 움직이는 걸 기다리면 될 뿐이죠.” 이제는 사냥감이 움직이는 것만 남은 상황. “예상대로라면 최소 이틀 정도 걸리겠지만 BJ대마도사 성격상 내일 중으로 사막 투어를 시작하겠죠.” 내일. 그것이 지금 엠마가 생각하는 디데이였다. “내일이라……." 멀린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내일 중에 BJ대마도사는 사막 투어를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쌓은 이미지가 있으니까.” 이제까지 그가 쌓아온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그 이상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으니까. “스타 플레이어의 숙명이지, 이미지 때문에 무모한 짓을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리고 멀린이 보기에 그것은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막 횡단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던 기나긴 계획을 고작 하루 만에 완벽하게 수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혹여 수정하더라도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 이미 시작부터 크나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했으니까. “슈퍼 스타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기대에 부응할 의미가 있지.” 심지어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는 두 가지를 더 해야 했다. 왕가의 열쇠 퀘스트를 받고, 그다음에는 중원 길드랑 모래숲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탈이 나는 법이지.” 그때였다. 우웅! 우웅! 엠마와 멀린, 둘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알림을 토해냈다. 알림 발신자는 라이징 스타 채널. 내용은 간단했다. [1시간 후 BJ대마도사 사막 투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278화. < 89화. 솔로 투어 (2). > 4. 종종 그런 부류들을 볼 수 있다. 에이, 그게 뭐가 힘들어? 갓워즈의 사막 횡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막 횡단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들 중 몇몇은 어려울 게 뭐가 있냐? 라는 반문을 하고는 했다. 물론 그러한 반문은 사막 횡단도 아니고 사막에서 단 한 번이라도 전투를 치러보면 사라졌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 그토록 사막 횡단을 힘들게 만드는 건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소였다. 하나는 사막이란 환경이 가지는 특징이었다. “뭐 보이는 거 있어?” “보이겠냐?”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과는 별개로 사막이란 무대는 목적지를 잡고 이동하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보다 우리 제대로 가는 거 맞아? 똑바로 가야 한다면서?” 심지어 갓워즈란 게임에는 밤이 없었다. 별이라는 것을 지침 삼아 한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 “물풍뎅이는 어때?” “아직 안움직여.” 그래서 필요한 아이템이 바로 물풍뎅이 나침반이었다. 물눙뎅이. 성인 남자 엄지손가락 크기인 녀석은 이름처럼 물이 있는 방향을 찾아 이동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물풍뎅이 나침반은 그런 물풍뎅이를 투명한 케이스 안에 넣어둔 것을 의미했다. 오아시스와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케이스 안에 든 물풍뎅이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이용해 오아시스로 향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이었다. “아, 무슨 게임이 이래? 아주 그냥 게임을 하는 건지, 지옥에서 벌을 받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진짜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젠장, 지금까지 한 게 아까워서 게임도 못 접겠고……." 물론 이러한 것은 그저 게임 내 설정에 불과했고, 플레이어들에게 중요한 건 오아시스가 어느 정도 범위 내에 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표류와 다름없는 길을 걷는 셈이었다. “역시 비싼 돈 들여서라도 황금 풍뎅이를 손에 넣었어야 했어.” 사실 물풍뎅이와 다르게 다음 오아시스 위치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황금 풍뎅이가 있었다. 황금 풍뎅이란 이름처럼 황금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놈으로 그 인식 범위가 물풍뎅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완벽한 나침반인 셈. 더불어 이런 황금 풍뎅이는 각 오아시스에서 NPC를 통해 얻는 퀘스트 보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에이, 탐험가 길드에 돈을 얼마를 줘야 하는데, 그 돈이면 그냥 국밥 사먹는다.” “국밥이 뭐야? 사막 횡단하는 내내 황금 풍뎅이 구매하는데 필요한 돈이면 국밥 집도 살 수 있을걸?” 문제는 그 퀘스트를 사실상 탐험가 길드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 어쨌거나 이게 사막 횡단을 방해하는 첫 번째 요소였다. “그보다 몬스터도 안 보이네.” 두 번째 요소는 당연히 등장하는 몬스터였다. 눈 앞을 가리는 방해물 하나 없는 사막, 그럼에도 사막에서 몬스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전부 땅속에 숨어있는데 보이면 이상한 일이지.” 모래 속에 숨어 있기에. “어? 저기 땅이 방금 꺼졌는데?” “젠장, 다들 전투 준비해!” 그렇기에 사막에서의 전투는 언제나 기습전, 그것도 기습을 당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암석 전갈이다!” “세 마리! 세 마리야!” 특히 사막에서 암석 전갈 혹은 모래뱀이라도 만나는 날은 어지간한 프로 플레이어 파티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일. “다들 게임 오버 조심해!” 더군다나 게임 오버를 당할 경우 다시 부활하는 장소는 마지막으로 방문한 오아시스였다. “여기서 더 당하면 리턴해야 해!” 전력 누수가 심할 경우 최근에 떠났던 오아시스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 사막 횡단이 어려운 이유였다. 물론 그런 환경에 맞게 플레이어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고는 했다. 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바로 지뢰 찾기 방법이었다. 뛰어난 기동력을 가진 근접 딜러가 먼저 앞서서 제 몸으로 지뢰처럼 숨어있는 몬스터들을 자극해서 모래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식. “자, 지금 저기 소형화 상태인 고리 원숭이 한 마리가 사막 위를 홀로 걷고 있습니다.” 골드, 소형화 모습 상태인 그가 외로이 사막을 거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사막에서 홀로 다닌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 역할은 굉장히 위험했다. 제아무리 기동력이 좋은 근접 딜러라고 해도 모래 사막 위를 멋대로 달릴 수는 없는 법. “특히 사막 모래 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지뢰밭을 거니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얼마만큼의 몬스터가 있는지 육안으로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칫 잘못해서 몬스터 무리에 포위당한 채,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게임오버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골드라고 해서 다를 바 없는 일. 물론 그걸 알면서도 미다스가 골드에게 무모한 짓을 시키는 건 아니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골드에게는 문제가 없습니다. 엘프의 부츠를 신고 있으니까요.” 엘프의 부츠!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사막을 평지처럼 달리게 해주는 아이템이 골드의 발을 덮고 있다는 것. 실제로 그 옵션 하나 때문에 100레벨대 아이템에 불과한 엘프의 부츠는 엄청난 고가에 거래됐다. 사막에서 그 부츠보다 더 도움이 되는 아이템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소형화 모드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부츠를 착용할 수 있는 메리트가 훨씬 더 높다는 것. “아, 골드가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그 엘프의 부츠 덕에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기동력을 사막 위에서도 발휘하게 된 골드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퍼억! 망설임 없이 사막 위를 지나가며 손에 든 칼로 모래 위를 쉴 새 없이 두드렸다. 푸홧! 그러자 곧바로 모래 더미 사이로 기둥 하나가 솟구쳤다. 등장한 건 거대한 뱀이었다. 모래처럼 보이는 피부를 가진 거대한 뱀. “엄청난 녀석이 등장했습니다!” 모래 뱀! 암석 전갈과 함께 사막에서 마주하기 가장 싫은 몬스터. “자, 투어 안내 설명은 잠시 멈추고 이제부터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특히 제 몸의 절반 정도를 항상 모래 속에 파묻은 채, 상황에 따라서 모래 속으로 숨어들거나 모래 속을 헤집고 다니는 놈으로 사냥하기가 무척 껄끄러운 놈이었다. 치열한 전투가 예고될 수밖에 없는 녀석. “골드 들어와!” 그렇기에 미다스는 시청자들에게 양해 멘트를 날린 후에 곧바로 골드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불렀다. 자신들이 미리 만든 무대에서 싸우기 위해서. “예, 주인님!” 샤아! 그렇게 모래뱀을 끌고 달려오는 골드 앞에서 미다스가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푸푸푸!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모래 아래에서 움직이는 모래뱀을 향해서 마법 투척 공격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아시다시피 모래 속을 움직이는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원거리 공격이 무의미합니다! 맞추기도 쉽지 않고, 맞춰도 의미가 없죠!” 강력한 마법을 던져도, 모래 더미에 닿는 순간 폭발이 일어날 뿐이며, 그러한 식의 공격은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기 힘들었으니까. 이게 모래뱀이 상대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였다. 쫓고 쫓기는 와중에는 데미지 딜링이 매우 제한된다는 것. 그렇기에 미다스는 의미 없는 공격에 마력을 낭비하는 대신, 모래뱀이 마중할 준비를 했다. “프로스트 골렘 정면에 서!” 쿵! 프로스트 골렘 두 마리를 성벽처럼 앞세웠다. “정령 전사들 대기!” 그리고 그러한 프로스트 골렘들의 몸 위에서 이제 네 마리가 된 얼음의 하급 정령 전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쥔 채 대기했다. 데미지 딜링을 위함이 아니었다. 프로스트 골렘의 빙결 상태 이상 효과 그리고 정령 전사들이 손에 쥔 무기들의 디버프 효과를 거는 것. “주인님!” 이윽고 골드가 프로스트 골렘을 지나치는 순간, 곧바로 프로스트 골렘의 앞에서 모래가 솟구쳤다. 샤아! 재차 등장한 모래뱀이 그대로 프로스트 골렘 한 마리를 향해 자신의 머리를 내던졌다. 콰앙! 마치 성벽 위로 투석기가 던진 암석이 부딪친 것처럼, 모래뱀의 박치기에 프로스트 골렘의 몸이 뭉텅뭉텅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쿠웅! 동시에 프로스트 골렘의 거대한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사이 다른 프로스트 골렘 한 마리가 벌린 두 양팔로 모래뱀을 그대로 꽉 안았다. [모래뱀의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그제야 발동하는 상태 이상 효과. 스윽! 그렇게 모래뱀이 느려진 사이, 프로스트 골렘의 몸뚱이 위에 올라 타 있던 정령 전사들이 저마다 쥔 무기로 모래뱀의 몸에 상처를 냈다. [모래뱀이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모래뱀이 중독 상태에 빠집니다.] [모래뱀이 파투의 저주에 걸립니다.] 파투 시리즈의 디버프 효과들이 삽시간에 모래뱀의 전신을 옭아맸다. 콰앙! 그럼에도 모래뱀은 한 번의 몸부림만으로 자신을 껴안은 프로스트 골렘을 뿌리치고는 단숨에 프로스트 골렘의 온몸을 자신의 몸으로 칭칭 휘감았다. 쩌저적! 그렇게 모래뱀에 휘감긴 프로스트 골렘의 몸이 산산조각이 날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퍼엉! 그때 날아온 불덩이가 단숨에 모래뱀의 몸뚱이에 큼지막한 흉터를 만들었다. 크왕! 크왕! 이어서 거대한 짐승 두 마리가, 거대화 모드인 늑대 럭키와 하이에나 실버가 프로스트 골렘을 휘감은 모래뱀의 몸뚱이에 자신들의 그 날카로운 이빨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크왕! 럭키의 그림자 역시 그대로 모래뱀의 몸을 물어뜯었다. 샤아! 그러한 공격에 모래뱀은 이렇다 할 반응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이미 전신은 프로스트 골렘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세 마리나 되는 짐승에게 물린 상태를 바로 탈출하기란 쉽지 않은 일. “주인님을 위하여!” 그때 크게 도약한 골드가, 어느새 소형화 모드에서 거대화 스킬을 사용하면서 거대한 덩치를 가지게 된 골드가 제 손에 든 프로스트 골렘의 파편, 그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모래뱀의 머리에, 덩크슛을 하듯 내리쳤다. 콰앙! 얼음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났고, 모래뱀의 살벌한 눈동자에서 빛이 잠시 사그라졌다. 퍼엉! 그 순간 드디어 미다스의 포격이 시작됐다. 퍼엉! 시작은 파이어볼. 푸홧! 이어서 나온 파이어 스피어가 모래뱀의 머리, 그 황금빛 과녁을 거듭 명중시켰다. “트라이던트!” 그 후에 나온 것은 다름 아니라 트라이던트! 그 강력한 얼음창이 이제 정신을 차려가는 모래뱀의 머리에 그대로 꽂혔다. [모래뱀이 얼어붙습니다.] 자연스레 그대로 얼어붙은 모래뱀, 그러한 모래뱀을 럭키와 실버가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네놈!” 그리고 골드 역시 주먹을 해머처럼 얼어붙은 모래뱀의 몸을 내리쳤다. [사역마가 파이어 애로우를 시전합니다.] [사역마가 아이스 애로우를 시전합니다.] 이어서 두 개의 사역마가 쉼 없이 가진 마법 화살들을 기관총처럼 모래뱀을 향해 발사했다. [모래뱀이 얼어붙습니다.] 그리고 트라이던트가 다시 한 발 더 꽂히는 순간, 모래뱀이 다시 한 번 더 무차별적인 공세에 노출되었다. 샤아! 이윽고 모래뱀이 제 몸의 자유를 되찾고, 놈이 이제는 전력을 다해 프로스트 골렘의 몸을 버리며, 잽싸게 탈출을 시도했다. 그리고는 단숨에 모래 속에 제 머리를 파묻었다. “어딜 도망가!”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사생결단!” 크-왕! 이윽고 터진 사생결단에 모래에 몸을 파묻었던 모래뱀이 다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렇게 들이민 녀석의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더 골드가 자신의 두 주먹을 내리쳤다. 콰앙! 그리고 미다스 역시 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 스피어를 그대로 한 번 더 내던졌다. 샤아! [모래뱀을 처치했습니다.] 그 거듭된 공세 속에서 모래뱀이 단말마를 끝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모래뱀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죠.” 그것을 본 미다스가 짤막한 멘트를 끝으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저기, BJ대마도사님 1시간 동안 준비해온 해설 멘트라는 게 지금 바로 이거입니까? 그러자 나오는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예, 1시간 동안 솔로 투어에 맞는 해설 멘트 준비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원래는 투어 동안 참가자분들하고 토크쇼 하는 걸로 오디오를 채울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 대답에 채팅창에 헛웃음으로 가득 찼다. - 시간 필요하다는 게 설마 멘트 수정 시간일 줄이야. 설마 그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시간이 멘트 때문일 줄이야? 상상치 못한 일. - 세상에 이렇게 1시간을 무의미하게 날리는 일도 있구나. - BJ대마도사님, 그냥 입 다무시는 게 더 이득일 듯? - 멘트 칠 때마다 시청자 숫자 1만 명씩 날아가던데?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멘트 역시 상상 이상으로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채팅창이 헛웃음으로 차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그럼 딱히 전술 변화는 없다는 거네? - 이대로 간다는 건가?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의 사냥 방식에는 딱히 수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사실에 몇몇 시청자들이 불안함을 드러냈다. - 뭐, 이대로도 가능은 할 거 같은데 횡단이 쉽지 않을 듯. - 아무렴. 이 수준이면 날로 먹는 건 불가능하지. 분명 BJ대마도사의 전투능력은 대단했다.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파티 전멸도 각오해야 하는 모래뱀을 상대로 이토록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사냥을 하는 파티는 손에 꼽을 정도. 혼자서 사막을 횡단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증명한 셈이었다. - 이런 속도면 사막 다 건너는데 한 달은 걸릴 듯? - 좀 많이 쉬겠네. 그러나 BJ대마도사에게 기대했던 압도적인 무언가는 아닌 셈.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아니, 이 정도로 잘 잡으면 되는 거지 이 이상 압도하면 이 게임이 이상한 거죠. 안 그래요?” 너무나도 타당한 말. - 이거 반박이 안 되네. - 하긴, 이것보다 더 강하면 그게 더 말도 안 되는 일이겠네. 때문에 시청자들은 미다스의 발언에 이렇다 할 반박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이 이상 활약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물론 이 모든 건 미다스의 준비였다. ‘좋아, 분위기 잘 잡혔어.’ 애초에 처음부터 솔로 투어를 원했던 미다스다. 그런 그가 고작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그러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리는 만무. ‘좀 더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지금은 그저 뜸을 들이는 것뿐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운석의 힘을 꺼내주는 거야.’ 폴링 스타, 그 강력한 능력에 세상이 더욱더 크게 놀랄 수 있도록. “자, 그럼 이대로 계속 가겠습니다. 아, 해설 싫으시다고요? 그럼 노래로 갈까요? 신청곡 받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다시 투어를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10,14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냥 해설해주세요. 제발.] 1시간 동안 준비한 해설 멘트와 함께. 5. - 암석 전갈, 아주 무시무시한 몬스터이죠. 하지만 지금은 제 아이템 공급원입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엠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BJ대마도사, 그가 1시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솔로 투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녀는 놀랐다. ‘역시 예상대로야.’ 하지만 이내 그녀는 생각했다. ‘1시간 동안 가시적인 스펙업이나 전술적인 변화는 없었어.’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1시간 만에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루가 주어져도 불가능한 일이지.’ 혹여 그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작 하루이틀만에 상황을 변화시킬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애초에 미리 준비해두었을 터. ‘그렇다면 괜히 꾸물거리는 것보단 움직이는 게 낫지.’ 딱히 추가적인 무언가를 할 수 없다면, 그냥 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움직이는 게 나을 수 있었다. ‘현명해.’ 엠마가 봤을 때 BJ대마도사의 선택은 파격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뿐이지.’ 달리 말하면 현재 BJ대마도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라는 의미였다. - 암석 전갈 세 마리, 사냥에 9분 정도 걸릴 듯합니다. 잠시 해설을 멈추겠습니다.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멘트를 들은 엠마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모니터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사냥뱀 : 사냥뱀들 대기 중.] [사냥뱀 : 사막왕의 독검 세 자루 준비 ] 사막왕의 독검. 사막왕의 무구 중 하나로 강력하기 그지없는 독 데미지를 주는 아이템이었다. 사막에서는 무척이나 유용한 무기였다. ‘장기전으로 가면 타격은 충분히 줄 수 있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야금야금 전력을 줄이기에는 이만한 무기가 없었으니까. 하물며 그 독검이 하나도 아니고 세 자루다? 한 명이 잡히더라도 혹은 둘이 잡히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의미. 사냥뱀 길드가 준비한 회심의 무기였다. 물론 BJ대마도사가 온전한 상태라면 그 무기를 제대로 써먹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BJ대마도사의 전투 속도는 상식 범위 내. 충분히 틈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위치도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해.’ 결정적으로 어비스 길드는 원할 때마다 BJ대마도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물론 그것을 모든 이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전력을 상대로 승산은 70퍼센트 이상이다.’ 이윽고 마지막 계산을 마친 엠마가 결단을 내린 듯 키보드를 두드렸다. [엠마 : 사냥 개시.] 암살자들이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279화. < 89화. 솔로 투어 (3). > 6. - BJ대마도사 솔로 투어 바로 시작했다면서? 어떰? 본격적으로 시작된 BJ대마도사의 솔로 투어, 그 첫날이 끝났을 때 세간의 평가는 똑같았다. - 멘트가 장난 아님. ㄴ 멘트가? ㄴ 응, 진짜 쓰레기임. 멘트가 참 쓰레기 같다. 그뿐이었다. 그 외에 특별한 평가는 없었다. - 아니, 그런 거 말고 사냥 어떰? ㄴ 어떻긴, 그냥 잘 잡지. ㄴ 그런 거 말고 자세히 좀 말해 봐. ㄴ 골드님은 지뢰 찾기 잘하시고, 럭키님은 딜링 잘하시고, 실버 님은 탱킹 잘하시고, BJ대마도사는 지랄 잘 함. ㄴ 뭐야? 그럼 그냥 평소 때랑 같다는 거잖아?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평가나, 감탄이 붙을 이유는 없었다. - 뭐, 그래도 볼만해. 사막을 혼자 횡단하는 건 BJ대마도사가 유일하잖아? ㄴ 사막에서 혼자서 쇼하는 것도 BJ대마도사가 유일하지. 그리고 BJ대마도사의 행보를 평하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대단한 것을 해낸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으니까. “BJ대마도사가 두 번째 오아시스에 도착했다면서?” “딱히 대단한 일은 없었다던데?” “뭐, 대단한 게 있을 리가 없지.”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평소 때와 달리 BJ대마도사의 라이브 이후 그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다. “그보다 불사자 길드 던전 공략 실패했다면서? 10대 길드가 실패한 건 정말 오랜만 아니야?” “400레벨 넘는 사냥터들은 난이도 장난 아니던데, 솔직히 이제 리타이어 슬슬 나올 것 같아.”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랐단 말이야. 어비스 길드만 해도 그냥 레벨업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가끔 멤버 중에 게임 오버 나오잖아?” 자연스레 대화 주제는 BJ대마도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넘어갔다. “이거 제가 조금 전에 얻은 특급 정보인데요, 10대 길드가 동맹을 맺는다는 소문이 있어요. 게임 공략하려고." “진짜?” “예, 지금 난이도가 장난 아니래요.” 이혁주조차 이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관심을 끊을 정도. 그러한 광경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에너지 음료를 홀짝이며 바라보던 정현우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심심한 방송 한 번 했을 뿐인데, 금방 식는구나.’ 새삼스레 워즈튜브 세계의 냉혹함이 느껴지는 순간. 물론 그 사실에 정현우는 큰 실망감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뭐, 폴링 스타만 나오면 게임 끝이지만.’ 이미 그의 수중에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으니까. ‘타이밍만 잡으면 돼.’ 지금 기다리는 건 그 운석쇼를 보여줄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뿐. 우웅! 그렇게 타이밍을 가늠하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이메일이 도착했음을 제 몸부림으로 알려주었다. [어비스 길드가 1시간 후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그것을 본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7. 첫 번째 오아시스인 자바리, 그곳을 떠난 플레이어들이 다음에 도착할 수 있는 오아시스는 세 곳이었다. 우프 오아시스는 그 세 곳 중 하나였다. 이러한 우프 오아시스에 머무는 플레이어는 크게 두 종류였다. “아, 못 해먹겠네 시발!” “젠장, 진짜 이 게임 진짜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욕지거리와 불만을 토로하는 부류, 이제 막 우프 오아시스에 돌입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반면 그들과 달리 당장에라도 죽을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축 늘어진 부류도 있었다. 이 우프 오아시스 방문이 두 번째인 부류들이었다. “아, 거기서 게임오버 당할 줄이야.” “사막뱀, 그런 걸 어떻게 잡으라고!” 게임오버를 당해 가던 길을 강제로 되돌아오게 된 부류들. “빌어먹을 하이에나 새끼들.” “PK범들 정리 안 하나?” 그러한 이들 중에는 몬스터가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PK를 당한 경우는 꽤 많았다. 사막이 PK범들에게 좋은 무대인 탓이었다. 일단 시야가 확 튼 사막이란 환경은 PK범들 입장에서 사냥감을 쫓아 움직이기에 좋은 반면 사냥감들은 사막에서 은신 스킬을 사용한 PK범들을 파악하는 게 힘들었다. 발자국 같은 게 남긴 했지만 꽤 떨어진 거리에서, 몬스터에 대한 긴장감으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작은 플레이어의 발자국을 찾아 반응하기란 솔직히 초인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여기서 레전더리템 잃은 플레이어도 있다면서?” 더욱이 사막에 들어서는 플레이어들은 레전더리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꽤 높았다. “꽤 있지. 운석 도시에서 레전더리 템 구하는 애들이 적지 않으니까.” 운석 도시, 그 기회의 땅에서 큰마음 먹고 혹은 운이 좋아서 레전더리 아이템을 맞추고 사막에 돌입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으니까. “사막 난이도 때문에 악착 같이 레전더리 템 맞추는 이들도 있고.” 특히 사막이 어렵다는 말에 더더욱 아이템 세팅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PK범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무대인 셈. “괜히 PK범들이 여기서 죽치고 사는 게 아니라니까.” 그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전문적으로 PK를 하는 이들이 넘치는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했다.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멤버 숫자는?” “여섯 명.” 사냥뱀 길드의 멤버들이 집합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려 여섯 명이나 모일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막을 주무대로 삼는 사냥뱀 길드원들은 그만큼 많았다. “BJ대마도사는?” “어비스 길드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다고 하니, 이제 조만간 접속할 거야.” “그럼 일단 마지막으로 체크를 해보자고. 다들 승산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지?” 또한 주무대로 삼는 만큼 사막에서 쌓은 경험치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잡을 수 있냐, 그것만 논하자면 80퍼센트 이상이지.” BJ대마도사라는 갓워즈 최고의 거물을 상대로 기꺼이 승리를 자신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쌓인 이들. “사막왕의 독검이 세 자루나 손에 들어왔고.” 더욱이 그 자신감을 더 지독하게 만들 만한 물건이 수중에 들어온 상태였다. “무엇보다 아네스마저 있잖아?” 그 정점은 사냥뱀 길드를 대표하는 실력자, 1티어급 길드 소속 프로 플레이어들마저 사냥감으로 삼는 사막의 암살 아네스의 합류였다. 아름다운 외모로도 유명한 그녀가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한 상황에서는 실패를 염두에 두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양패구상을 해도 남는 장사잖아?”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지금 갓워즈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거물 중 하나였다. “맞아, 그냥 같이 죽어보자고.” “다들 목숨 걸고 한 번씩만 찌르면 돼.” 이곳에 모인 사냥뱀 길드원들 모두가 BJ대마도사를 잡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질 가치가 있는 거물. 자신감, 준비 그리고 각오마저 완벽하게 갖춘 상태. 그런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상한 일.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사냥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왔고, 그 사실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은 간단해. 때를 기다리다, BJ대마도사가 사막뱀 두 마리와 전투를 치를 때 혹은 암석 전갈 다섯 마리 이상과 전투를 치를 때 전부 BJ대마도사한테 달라붙는다. 그 외에는 움직이지 마. 결코 서두르지 마.” 그리고 내뱉는 신호 속에서 리더가 말했다. “BJ대마도사는 당하기 전까지 우리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할 테니까.” 8. ‘저 새끼들 뭐지?’ 드넓은 사막. 미다스가 그 사막 위에서 고개를 돌려 먼발치에서 대기 중인 여섯 명의 플레이어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물론 그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음.” 그들을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미다스이기에 가능한 일, 그러한 사실을 내색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나 의도를 가늠하는 게 어려운 것 역시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날 노리는 놈들이다.’ 당장 여섯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전부 은신을 쓰고, 꽤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어미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마냥 쫄랑쫄랑 다가오는 게 그저 사인을 받고, 셀카를 한 번 찍기 위함은 아닐 터. ‘하긴, 이제 슬슬 한 번 날파리들이 달라붙을 때가 왔지.’ 하물며 사막이란 무대가 PK범들에게 있어 아주 젖과 꿀이 흐른다는 건 이미 익히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날 잡으면 대박이니까.’ BJ대마도사란 이름이 가지는 가치 그리고 수중의 아이템을 생각하면, PK범들에게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때문에 미다스는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어떻게 잡을까?’ 천천히, 여유를 가진 채 이 날파리들을 쫓기 위한 시나리오를 머리로 굴릴 뿐. “확 트인 게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네요. 시청자분들도 그렇죠?” 그런 미다스의 의중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미다스의 멘트에 곧장 반응했다. - 가슴이 뻥 뚫린다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 드디어 미친 듯. - 이제 해설 멘트 다 쓴 듯. 이상한 멘트가 갑자기 재생되네. - 이럴 바에는 그냥 골드님이 해설해주시면 안 됨? - 골드님이 해설하고, BJ대마도사가 지뢰 찾기 하면 될 듯? 물론 그러한 멘트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라포 님이 10,14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러지 말고 할 멘트 없으면, 그거에 대해서 말해주는 게 어때? 이제 좀 말해줄 때가 왔잖아?] 결국 그 지루한 멘트를 참기 힘들었는지, 라포가 후원 채팅으로 미다스에게 새로운 떡밥을 요구했다. - 그거? - 뭐지? 시청자들이 그 사실에 쫑긋, 귀를 세웠다. ‘그거? 아!’ 미다스 역시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라포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운석의 힘을 보여 달라는 거구나.’ 운석의 힘. 앞서서 제대로 던진 강렬한 떡밥을 이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해달라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곁눈질로 자신을 노리는 여섯을 살펴보았다. ‘정체는 모르겠지만.......' 먼 거리라서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소속 길드가 어디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힐러나 탱크 없는 거 보면…… 내가 기습하면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들의 전력이 암살에 특화됐다는 것을. ‘그래, 차라리 여기서 보여주자. 지금이 그나마 타이밍이야.’ 그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미다스가 말했다. “아, 그거요? 그럼 그거 보여드릴까요?”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시큰둥하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칼날처럼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 뭔가 보여준다. - 뭔가 하려는 모양이야. - 드디어 BJ대마도사가 뭔가 한다! 그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짧게 숨을 고른 후에 다시 한 번 크게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말했다. “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맞죠? 이거 위험하니까 제 주변에 혹여 있으신 분들은 물러나세요.” - 뭔데 이런 멘트를 날리는 거지? - 엄청난 건가 본데? 이어진 말에 채팅창의 기대감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제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습득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윽고 미다스가 그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부응했다. “제 자작곡을 선보이겠습니다.” - 응? - 어? 그리고 나온 그 말에 채팅창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 자작곡?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것 같은데? - 형, 지금 제정신이야? - BJ대마도사가 드디어 미친 듯. 그 반응에도 미다스는 개의치 않은 채 말했다. “원래 어비스 길드랑 같이 투어하면 어비스 길드의 뮤즈 님에게 바치려고 자작곡에 퍼포먼스 준비했거든요. 계획이 좀 틀어지긴 했지만 이 자리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구스타프 님이 10,14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라포, 네가 말한 게 저거야?] [라포 님이 10,14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럴 리가! 내가 말한 건 왕가의 열쇠라고!] 포문을 연 라포가 빠르게 부정했으나, 미다스는 그 반응을 무시하며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게 퍼포먼스거든요. 마법을 곁들이는 퍼포먼스. 그래서 몇 가지 캐스팅 좀 해둘게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용열병.” [용열병에 걸립니다.] “위대한 정신.” [위대한 정신이 깃듭니다.] 위대한 정신 스킬을 이용해 양손마저 자유롭게 만든 미다스가 캐스팅을 이어갔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블리자드, 사역마 인페르노, 사역마 쇼크 웨이브, 메모라이즈 리틀 토네이도."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서 본격적으로 캐스팅을 해가는 미다스. - 어떻게 좀 막아줘요. - 누가 병원에 신고 좀. - 이건 테러야. 미국 국방부에 신고해야 해. 그의 모습에 채팅창은 당연히 아수라장이 됐다. [아즈모 님이 10,14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른 애들이면 돈으로 어떻게 회유하겠는데, BJ대마도사는 그게 안 되니까 미치겠네.] 아즈모조차 질색할 정도. 그 사이 모든 캐스팅을 마친 미다스가 말했다. “노래 제목은 폴링 스타입니다.” [운석의 힘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오케이.’ 그리고 이내 미다스가 양손 손바닥에 파이어볼이 등장했다. 미다스가 그중 하나를 하늘 높이 던졌다. 그렇게 하늘 높이 솟구친 파이어볼이 하염없이 바닥을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실에 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 아, 결국 시작되네. - 못 볼 꼴을 보게 될 줄이야. - 럭키님, 원딜 좀 말리세요! 이제 시작될 BJ대마도사의 쇼를 향해 우려 섞인 채팅을 토해낼 뿐. 그 불덩이를 바라보는 사냥뱀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를 부른다고? 자작곡?” “그보다 파이어볼은 어때?” “우리 쪽으로 던진 것 같은데, 딱히 문제는 없겠지. 우리를 맞출 리가 없잖아?” 분명 자신들 방향으로 파이어볼이 날아왔으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설마 그걸 못 피하겠어?” “몸에만 안 맞으면 돼. 기껏해야 파이어볼이잖아?” 그러한 그들의 눈에 파이어볼이 보였고, 그 궤적을 읽은 이들이 이내 그것을 무시했다. 이윽고 그들의 예상대로 파이어볼이 그들로부터 약 20미터 떨어진 곳, 그들의 예상처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리에 떨어졌다. 콰앙! 그 순간 마치 지뢰가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모래가 수류탄 파편처럼 사방에 퍼졌다. "어? 뭐야!” 갑작스러운 모래 파편을 맞은 사냥뱀 길드원들이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그들의 눈앞에는 달의 표면에서나 볼 법한 크레이터가 보였다. 모래 바닥이기에 그 크레이터의 크기와 형태는 무척이나 뚜렷했다.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마법이지? 파이어볼 아니었어?” 그 사실에 사냥뱀 길드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수중에 있는 파이어볼을 하나 더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등장한 두 자루의 파이어 스피어 역시 동시에 그대로 하늘 높이 던졌다. 그렇게 올라간 세 개의 불덩이들이 이내 정점을 찍은 후에 낙하를 시작했다. 슈우우우! 유성처럼. 그것을 보는 순간 이제 더 이상 사냥뱀 길드원들은 지켜만 볼 수 없었다. “모두 움직여!” “피해!”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순간, 미다스는 그 사실은 조금도 모르겠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게 새로 얻은 운석의 힘, 폴링 스타입니다. 이런 마법에 운석처럼 물리적인 파괴력을 부여해주는 스킬이죠." 그 설명에 카메라가 BJ대마도사가 마법을 던졌던 방향을 찍었고,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대체 무슨 의미야? - 어? 저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 - 그러네? 뭐가 움직이네? 미다스가 마법을 던진 곳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있음을. 미다스 역시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그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몬스터가 있었나 보군요. 잘 됐습니다.” 그러더니 오히려 잘됐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가 던진 마법들이 모래 위에 떨어졌다. 콰앙! 콰앙! 콰앙! 마치 운석처럼, 다른 마법과 다른 물리적인 파괴력을 행사하는 그 광경에 채팅창이 도리어 고요해졌다. 그사이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폴링 스타 스킬을 쓰면 마법이 이렇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블리자드 마법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될까요?” 그 말에 더 이상 저 먼 곳에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는 일은 없었다. “블리자드.” 폴링 스타, 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80화. < 90화. 왕가의 무덤 (1). > 1. 대부분의 게임에는 마법 데미지를 올려주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막상 데미지가 오른다고 해서 마법 이펙트가 변화하거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갓워즈 내에는 마법 데미지를 올려주는 무수히 많은 아이템과 스킬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법 이펙트가 변화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갓워즈의 마법사 플레이어들 중 몇몇은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 - 다들 그럴싸한 계획을 세운다. 내 마법을 맞기 전까지는. 똑같은 이펙트이지만, 남다른 아이템 세팅으로 남다른 데미지를 자랑할 수 있는 마법사들만이 할 수 있는 멘트. 소위 아즈모나 구스타프 같이 스타 플레이어들이 쓸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그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 누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BJ대마도사 마법은 딱히 맞아보지 않아도 토 나오네. BJ대마도사, 그가 사용한 블리자드 마법은 굳이 맞아 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 얼음 떨어지는 숫자 봐. 일단 BJ대마도사의 블리자드는 범위 부터가 남달랐다. 토스가 개조한 아르바이의 지팡이 효과인 마법 크기 38퍼센트 증가 옵션이 블리자드의 범위에도 적용되는 탓이었다. 당연히 떨어지는 운석의 크기도 남달랐다. 더욱이 BJ대마도사의 블리자드는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이미 S랭크를 달성한 상태였다. 크기, 숫자가 남다른 상황. - 지금 숫자가 중요해? 그러나 그보다 압도적인 건 하나의 얼음 덩어리가 떨어졌을 때 보이는 광경이었다. 콰앙! 마치 폭격기가 폭탄을 연달아 투척하는 듯,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의 모래가 하늘높이 솟구쳤다. - 미친, 모래 기둥이 10미터 넘게 치솟네! 목이 뻐근할 만큼 고개를 들지 않으면 볼 수 없을 만큼 높게. 푸홧! 그렇게 치솟은 모래기둥 사이로 부서진 얼음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솔직히 그 광경을 육안으로 하나하나 제대로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 먼지 구름이란 게 이렇게 생기는구나. 그 엄청난 물리적인 충격이 만들어내는 먼지구름 탓에 보이는 건 오로지 치솟는 모래기둥 뿐. “사막에서 쓰니까 더 끝내주네요!” 그것을 본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를 꽉 물었다. ‘마력 소모량 역시 장난 아니네. 그냥 블리자드를 쓸 때보다 최소 5배 이상 더 소모된다.’ 폴링 스타 효과가 적용된 블리자드는 위력만큼이나 마력 소모량 역시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는 폴링 스타 스킬의 특징 때문이었다. ‘투사체 개수에 비례하다니.’ 폴링 스타는 불이나 얼음, 전기 덩어리란 무게감이 적은 투사체에 무게감을 부여해주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투사체를 던질 때마다 추가적으로 마력이 소모됐고, 투사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소모되는 마력량도 늘어났다. 지금 보이는 블리자드처럼 투사체의 물량이 남다른 스킬을 사용할 경우 소모되는 마력량은 파이어볼 몇 개 던질 때와는 감히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그래도 그렇지 마법 하나에 마력 절반이라니…….' 그 어떤 플레이어와도 마력량이 비교 불가능한 미다스의 마력을 단숨에 반타작을 낼 정도. 솔직히 다른 플레이어들이라면 줘도 못 쓰는 스킬이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 미다스는 그만큼 각오를 한 상태였다. ‘아주 끝장을 내주마.’ 지금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들을 진짜 제대로 끝장을 내겠다는 각오. ‘다시는 날 노리는 놈 없도록.’ 그리고 이번 일로 말미암아 자신을 노리고자 하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각오. 그러한 각오의 표적이 된 사냥뱀 길드원들은 당연히 죽을 맛이었다. “젠장,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헉!” “대체 이게 뭐야? 억!” 당장 그 폭격 속에 휘말린 사냥뱀 길드원들은 지금 상황 자체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파티원이 게임 오버 당했습니다.] [파티원이 게임 오버 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들리는 건 동료들의 이탈 소식뿐. 그마저도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냥 파편에 당했는데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이게 말이 돼?’ 얼음 덩어리에 직격한 것도 아니고, 그저 흩뿌려지는 파편에 당했을 뿐임에도 뭉텅뭉텅 날아가는 HP앞에서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선택지를 고민하는 건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피해!” “도망쳐!” 그저 그 지옥과도 같은 무대에서 도망치는 것뿐. 그렇게 사냥뱀 길드원 세 명이 그 지옥 같은 블리자드의 영역에서 빠져나왔다. “미친 씨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렇게 빠져나온 그들은 지옥을 탈출했다는 사실에 대한 탄식 그리고 절규부터 내뱉었다. 사실 그마저도 천운이 따라 가능한 일이었다. 콰앙! 지금도 그들 뒤편에서 일어나는 얼음 폭격 속에서 게임 오버 당하지 않았다는 건, 실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들에게 천운이 따랐다는 표현을 쓰는 이는 없었다. ‘오케이, 나왔구나.’ 셋이 블리자드 범위에서 나오는 것을 미다스가 확인했으니까. - 이제 자작곡 부르는 건가? - 이 정도 퍼포먼스 부리고 자작곡이라니, 이건 좀 기대되네. 그리고는 자작곡이 나오기를 이제는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말했다. “어? 잠깐만요.” - 응? - 뭐지? 그 물음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사이, 이내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몬스터가 아니라 플레이어들 같네요?” 그 발언에 채팅창의 반응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 플레이어들이라고? - 플레이어들이 왜? 설마 저 말도 안 되는 공격에 휘말리는 게 몬스터가 아니라 플레이어일 줄이야? 물론 그 플레이어들을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 딱 봐도 BJ대마도사 노리는 PK범들이네. - 응, 암살자야.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그들의 목적은 명명백백했기에. - PK범은 조져야 제맛! - 제발 물리 마법으로 뚝배기 깨주세요! - 아, 갑자기 BJ대마도사 자작곡 들을 생각에 막혔던 속이 뻥 뚫렸습니다. - 형, 나 밥 먹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잡아주면 안 돼? 바로 소화될 거 같은데? 그렇기에 도리어 시청자들은 PK범들을 향한 보다 강력한 심판을 소망했다. “아, 일단 잡고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망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인페르노.” 바라는 그대로 화끈하게 처리해주겠다고. 2. 푸후후! 인페르노의 악마가 불길을 토해내는 순간, 그 순간 사실상 전투는 끝이었다.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에는 명명백백하게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으니까. ‘다 잡았다.’ 결정적으로 미다스의 눈에는 더 이상 그 어떤 플레이어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쇼크 웨이브!” 사역마에게 미리 캐스팅해두었던 마지막 광역 마법, 쇼크 웨이브마저 발동시켰다. 그렇게 발동된 쇼크 웨이브의 위력은 엄청났다. 꽈광! 굉음과 함께 모래가 솟구치며 쇼크 웨이브의 위력을 육안으로 확인 가능케 해주었으니까. ‘연기는 언제나 마무리 디테일이 중요한 법이니까.’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압도적인 광경. - 진짜 이걸 어떻게 버팀? - 스치기만 해도 뒈지겠네. - 이걸 보고도 BJ대마도사한테 PK거는 거면 정신문제로 군면제 가능할 듯.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얘들아, 대기해.” 왕! “예, 주인님!” 심지어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등진 채 자신이 만든 풍경을 향해 걸어갔다. - 끔살 내달라고 했는데, 이건 좀 심한 듯합니다. - PK범들에게도 사정이 있는 거겠지. 좀 봐줍시다. 그 호위를 받아 움직이는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도리어 PK범들에게 동정심을 품을 지경이었다. ‘자, 그럼 마무리했으니 이제 설거지 해볼까?’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도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었다. ‘소속된 길드가 어디인지 파악해서 아주 제대로 박살을 내주마.’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소속 길드를 파악한 후에 제대로 겁을 주는 것. 그럼으로써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다시는 BJ대마도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그렇게 미다스가 쓰러진 플레이어의 사체, 마네킹과 다를 바 없는 꼴이 된 사체를 봤다. ‘보자, 길드를 보자.’ 그러자 그들의 정보가 보였다. '응?' 사냥뱀 길드. 그 정보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미치겠네.’ 설마 사냥뱀 길드일 줄이야? 하물며 그 숫자도 여섯이었다. 사냥뱀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잡고 싶어서 독이 바짝 올랐다는 증거. 그 순간 미다스는 계획을 수정했다. ‘……모른 척 가자.’ 괜히 여기서 사냥뱀 길드를 자극하지 말자고. “어느 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다스가 상대방의 길드를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연기하고자 했던 계획을 접었다. “날 노린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정당방위 맞죠?” 미다스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곧바로 대답을 했다. [아즈모 님이 10,15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정당방위 아니면 피해보상이라도 해줄 생각인가?]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냥 대충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러면 맞장구를 쳐주는 수밖에. “직접 사정을 설명해주시면 전후 사정을 파악한 후에 제 잘못이면 보상해드려야죠.” 그 대답에 시청자들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 딱 봐도 암살자인데, 정체 밝히고 사정 설명하라고? - 역시 BJ대마도사다, 날 노린 조직을 파악해서 뿌리째 박살을 내겠다는 의미구나. - 이 정도면 쪽팔려서라도 그냥 오늘 일은 없던 일로 칠 듯. 누가 봐도 BJ대마도사의 발언은 상대방을 향한 조롱이었으니까. ‘아, 미치겠다.’ 괜히 사냥뱀 길드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썩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자, 그럼 일단 잡은 건 잡은 거니까 루팅 갑시다.” ‘분위기 바꾸자.’ 때문에 미다스가 화두를 바꾸기 위해 잽싸게 마네킹 앞에 선 후에 소리를 쳤다. “아이템 루팅.”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막왕의 독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29레벨 이상 - 사막왕이 남긴 독검이다. 온몸의 자유마저 갉아먹는 강력한 독이 깃들어 있다. - 공격력 : 222 - 근력 +200 - 체력 +200 - 공격 명중 시 ‘사막왕의 독’ 발동 ‘미친, 사막왕의 독검이잖아!’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물건이 황금빛을 내뿜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사막왕의 독검이 가지는 위력은 엄청났다. ‘이게 얼마짜린…….' 당연히 값도 비쌌다. ‘미다스, 정신 차려!’ 그 순간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윽박을 지른 후에 간신히 연기를 이어갔다. “와, 세 장이나 고르게 해주는 걸 보니까 PK좀 제법 많이 하셨나봐요? 그보다 저 잡으러 왔으면 꽤 좋은 거 들고 오셨겠죠? 설마 저 잡는데 막 유니크템 정도만 끼고 오시진 않았겠죠? 그럼 진짜 화날 거 같은데.” 표정을 풀고 여유 넘치는 멘트를 날린 후에 눈앞의 카드를 다시금 바라봤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단 먹고 가자.’ 미다스가 곧바로 황금빛 카드를 손에 대었고, 그러자 그의 인벤토리에 그대로 아이템이 등장했다. ‘후우.’ “인벤토리.” 그 후에 속으로 짤막한 한숨을 내뱉은 후에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아이템을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오, 사막왕의 독검이네요?” 그러나 미다스와의 표정과 달리 채팅창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사막왕의 독검? 진짜? - 와, 진짜 BJ대마도사 제대로 잡으려고 왔네. - BJ대마도사는 진짜 운이 좋군. 그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원래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편하게 됐네요. 이건 정령 전사 주겠습니다.” 길 가다가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발견한 듯한 반응. 물론 연기였다. ‘어우, 진짜 여기서 이런 걸 먹게 될 줄이야.’ 현실이었으면 심장이 터졌을 만큼 떨리는 순간. 그때 미다스는 선을 그었다. ‘나머지는 그냥 허접한 템으로 먹자.’ 잘못이야 사냥뱀 길드가 먼저 했지만 레전더리 아이템, 그것도 사막왕의 독검 같은 걸 빼앗겼는데 기분이 좋을 리는 만무. 만약 이 이상 미다스가 좋은 템을 날름 먹으면, 꺼졌던 분노도 새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의 생각처럼 나머지 PK범들로부터는 저렴한 아이템만 루팅하는 게 현명했다. ‘그래도 유니크는 나올 테니까.’ “자, 두 번째 갑니다.” 그게 딱히 손해인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 성질 건드리지 말자고.’ “아이템 루팅.”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두 번째 루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보이는 황금빛 카드 앞에서 미다스는 더 이상 놀란 심정조차 토해내지 못했다. ‘아.’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뿐. ‘대체 날 얼마나 죽이고 싶었으면 사막왕의 독검을 두 자루나 가지고 오는 거지?’ 그다음으로는 분노가 솟구쳤다. ‘아니, 내가 먼저 시비 건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와서 덤볐다가 뒈진 주제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조용히 게임하는 사람한테 시비를 걸었으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분노. 물론 그 분노와 별개로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저울질이 거듭됐다. 과연 이걸 먹을 것인가? 아니면 외면하고 사냥뱀 길드의 콧털을 건드리지 말 것인가? ‘……줘도 못 먹을 순 없지.’ 이내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어? 사막왕의 독검이 또?” 그리고는 이내 의문 어린 표정 연기와 함께 인벤토리에서 사막왕의 독검을 꺼냈다 - 또? - 두 자루라고? - 아니, 남들은 사막왕 잡아도 득템하기 힘든 걸 길가다 득템하네?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미다스가 지은 표정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 이거 사막왕의 독검 두 자루나 준비한 거면 보통 애들이 아닌 것 같은데? - 이 정도 준비면 진짜 제대로 작업 하려고 한 건데? 어디지? - 위험한 거 아니야? 개중 몇몇 시청자들은 이 정도 준비를 한 자들이 평범한 집단 소속일 리 없다, 그러한 사실에 위기감을 표현했다. 물론 미다스는 환하게 웃었다. “음, 만족스럽네요. 솔직히 저 죽이려고 하는데 이 정도 준비는 해와야죠.” 위기감은커녕 기쁨을 표현하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 사이 미다스는 다시 각오를 다졌다. ‘좋아, 여기까지만 먹고 끝내자. 이것보다 더 먹으면 그때는 사냥뱀 길드랑 진짜 전쟁해야 될지도 몰라.’ 이 이상 사냥뱀 길드를 자극하지 말자, 그 각오 속에서 미다스가 세 번째 시체 앞에서 선 채 외쳤다. “아이템 루팅.” 그리고 뜨는 카드들, 그중에서 황금빛 카드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어차피 사냥뱀 길드랑 사이 좋을 것도 없는데, 까짓것 전쟁하지 뭐.’ 이제 더 이상 선 따윈 지킬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아이템 선택을 마친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와우, 여러 분! 사막왕의 독검이 또 나왔습니다!” 281화. < 90화. 왕가의 무덤 (2). > 3.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심함을 넘어 시큰둥함이 될 무렵. - BJ대마도사가 PK범 잡았다! 그 무렵에 갑자기 들린 그 속보는 BJ대마도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PK범이라고? BJ대마도사를 노리는 또라이들이 있었어? - 진짜? 어떻게 잡았음? 시큰둥했던 이들이 단숨에 부나방이 되어 BJ대마도사의 이슈에 달라붙었다. - 자작곡 부르려고 쇼하다가 잡았어! ㄴ 응? 그러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달라붙은 이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아, 그리고 PK범 잡아서 사막왕의 독검 3자루 먹음. 이어서 나온 내용 앞에서 고개를 갸웃한 이들은 그대로 분노했다. - 아니, 개소리도 좀 정성껏 해야지, 그런 개소리를 누가 믿음? - 구라를 칠 거면 좀 그럴싸하게 치자. - 또 BJ대마도사 빠들 무리수 두기 시작했죠?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으로부터 들려온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거짓말, 그것도 아주 조잡하다 못해 쓰레기 같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으니까. - 뭐? 진짜라고? 이어서 그 사실이 조잡한 거짓이 아니라 진실임이 드러났을 때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은 생각했다. - 조작 아니야? - 딱 봐도 조작이네. - 이제 BJ대마도사가 할 거 없어서 주작 소환했죠? BJ대마도사가 심심한 방송을 만회하기 위해서 조작을 했다고. 어떻게 보면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갑자기 자작곡 퍼포먼스를 한다면서 마법을 썼는데, 그 마법이 자신을 노리는 PK범들을 공격하고, 그 PK범들을 처치하고 나니까 하나 보기도 힘든 사막왕의 독검을 3개나 득했다? - 솔직히 말이 되냐? 차라리 BJ대마도사가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믿음이 가겠다. ㄴ 응, 그건 아니야. 의심하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 물론 그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엠마, 그녀가 그랬다. 그런 그녀가 웃음기 한 점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냥뱀 길드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그게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그 말에 그녀가 보고 있는 채팅창에는 어떤 내용도 올라오지 않았고, 엠마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제 결론에 반박하시고 싶다면 반박하셔도 좋아요.” 그제야 채팅이 올라왔다. [사냥뱀 길드 : 우리의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 짤막하고, 불친절한 대답. 그러나 딱히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사냥뱀 길드가 말한 우리의 방식이 어떠한 방식인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됐으니까. 이제까지 엠마가 사냥뱀 길드에 원한 것은 하나뿐이었고, 사냥뱀 길드가 해내지 못한 것 역시 하나뿐이었으니까. “부디 신뢰가 회복됐으면 좋겠네요.” 그렇기에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엠마는 사냥뱀 길드와의 대화를 마쳤다. 허나, 그 후에도 그녀의 싸늘하게 가라앉은 표정 그리고 눈빛은 풀리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이런 일이 생길 리는 없어.’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은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사냥뱀 길드를 움직일 걸 알고, 도리어 내부의 배신자를 심어둔 것. ‘전부 놈의 계산 안이었다는 거야. 왕가의 열쇠까지도.’ 더 나아가 엠마는 왕가의 열쇠를 어비스 길드가 베팅하는 것마저 BJ대마도사가 예상하고, 계획한 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목표였을지도 몰라.’ 혹은 왕가의 열쇠부터가 BJ대마도사가 노리는 목표였을 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왕가의 열쇠는 갓워즈에서 오로지 어비스 길드만이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었으니까. 적어도 며칠 전까지는.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거지?’ 엠마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물론 엠마는 그 사실에 소름이 끼치고, 분노를 느끼되 취하진 않았다. ‘이제 이런 방식으로는 안 돼.’ 지금 중요한 건 후회나,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이 더 이상 BJ대마도사를 막는데 써먹을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엠마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이 페이스라면 NPC이브니에게 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겠어.’ 폴링 스타, 그 위력을 보건대 BJ대마도사의 사막 횡단은 생각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에 이른 엠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4. “파이어볼!” 외침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알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자신의 손아귀에 생긴 불덩이를 미다스가 바로 주저 없이 하늘 높이 던졌다. 그렇게 솟아오른 파이어볼이 이내 정점을 찍더니 이내 바닥을 향한 추락을 시작했다. 슈우우! 유성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주인님!” 쿠쿠쿠! 그러한 소리의 끝에 있는 건 골드 그리고 그런 골드를 쫓아 모래 속을 파고 움직이는 모래뱀이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이윽고 골드가 정해진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그대로 골드의 등 뒤, 모래 위에 추락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모래가 솟구쳤다. 샤아! 그리고 그 모래 속에서 모래뱀의 앙칼진 비명 소리가 솟구쳤다. “파이어 스피어!” 그게 시작이었다. 콰앙! 파이어볼을 시작으로 미다스가 파이어 스피어를 비롯해 마법을 거듭 하늘 높이 던졌고, 그렇게 솟구친 마법들은 유성처럼 떨어지며 모래를 뚫고 그 속에 숨은 모래뱀의 몸에 꽂혔다. 마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 벙커 버스터처럼. 샤아! 그 거듭된 공격에 모래뱀이 결국 참지 못하고 골드를 쫓는 것을 포기하고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 모래 속에 숨어서 골치 아픈 놈을 그냥 모래를 뚫고 데미지를 줘버리네. - 이거 너무 사기 아님? 그 광경 채팅창 위로는 감탄이 솟구쳤다. 그럴 만한 광경이었다. 모래뱀은 모래 속에 숨기에 잡기가 힘들다, 그 난제를 미다스는 그냥 모래를 뚫고 공격하는 것으로 해결했으니까.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마법사 중 그 누구도 감히 시도조차 해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 아니, 사기를 떠나서 어떻게 모래 속에 숨은 걸 저렇게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거지? - 명중률이 미쳤음. 이건 솔직히 BJ대마도사이니까 가능한 사냥법이야. 더욱이 그저 단순히 폴링 스타가 있다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다 보이니까.’ 모래 속에 있는 모래뱀의 위치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지. ‘오늘 제대로 긁히기도 하고.’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을 맞추는 미다스의 명중률 역시 대단했다. 지금 그는 그냥 평범한 투척이 아니라 곡사, 그야말로 곡예와 같은 발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제구력이 프로 선수 때 있었으면 그런 은퇴는 안 했을 텐데.’ 미다스 본인도 놀랄 정도.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깊은 감탄에 빠지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등장한 모래뱀은 여전히 HP가 넘쳐 났으며, 미다스에게는 의무가 있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제거한다.’ 모래뱀을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힘으로, 압도적으로 처치해야 한다는 의무. BJ대마도사, 그 이름에 걸맞은 전투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사역마!” 그 의무를 짊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두 사역마가 모습을 드러낸 모래뱀을 향해 품고 있던 아이스 애로우와 파이어 애로우를 게틀링건 처럼 토해내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르르!” 그와 동시에 럭키와 실버 역시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모래뱀을 향해 달려들었다. 끼릭! 그러한 럭키와 실버의 몸에는 하급 얼음 전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쥔 채 털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크-왕! "크왕!” 이윽고 사막을 가로질러 모래뱀에 닿은 럭키와 실버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모래뱀의 몸뚱이를 물었다. 샤아아아! 모래뱀이 괴성을 내질렀다. 푹! 그리고 그 괴성을 향해 럭키와 실버의 몸에 붙어있던 얼음 정령 전사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내찔렀다. [모래뱀이 파투의 저주에 걸립니다.] [모래뱀이 사막왕의 독에 중독됩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모래뱀의 몸이 갑자기 돌처럼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 역시 사막왕의 독 장난 아니네! - 마비 효과 장난 아니지! 사막왕의 독의 효과 중 하나인 치명적인 마비가 발동된 증거. 사막왕의 독검이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는 이유였다. 중독 데미지도 엄청나지만, 찔린 대상의 시간마저 훔칠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도 중독이 풀리는 순간 후유증으로 모든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20퍼센트씩 감소했다. - 파투의 저주랑 사막왕의 독은 효과 중첩되고. 더 놀라운 건 파투의 저주 역시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20퍼센트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었으며, 이 두 가지 효과는 중첩이 가능했다. 하나는 중독 다른 하나는 저주, 각기 다른 종류의 디버프였으니까. 어쨌거나 마비만으로도 이미 모래뱀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콰직! - 실버 물어뜯는 거 봐. - 럭키는 더 빠름! 그렇게 마비를 통해 얻은 시간은 이미 모래뱀의 몸뚱이에 이빨을 박아넣은 럭키와 실버에게 모래뱀의 가죽을 걸레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네놈!” 그리고 어느새 달려온 골드가 그대로 도약하며 자신의 두 손으로 모래뱀의 머리통을 내려찍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트라이던트.”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준비했던 트라이던트를 꺼낸 후 그것을 던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래뱀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에 미다스가 짧게 속으로 탄식을 토해냈다. ‘219레벨.’ 허나, 그 탄식은 속으로만 되새김질할 뿐 겉으로는 조금도 힘든 기색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거 게임 너무 쉬운 것 같네요.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사막왕의 독검을 구하지 않았는데 세 자루나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네요." 도리어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척 연기를 했고, 그러한 연기에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 그래, 이게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는 혼자 다 해먹어야 제맛이지. - 아무렴 BJ대마도사는 혼자여야 제맛이지. 이 압도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BJ대마도사의 모습이었으니까. ‘시청자 숫자는…… 2천만 넘겼네.’ 그게 지금 무려 2천만 명이나 되는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방송을 보는 이유였다. 물론 그가 기록했던 최고 수치에는 비할 바가 못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빅이벤트의 경우. 그저 사막 횡단을 하는 것뿐인 라이브 방송임에도 시청자 숫자가 2천만을 넘기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실제로 PK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는 1천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그 사건 이후 시청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의미. ‘그때 조작설이 제대로 이슈거리가 됐어.’ 더욱이 그 사건이 조작이다, 라는 여론 덕분에 더 큰 이슈거리가 되어주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호재인 셈. ‘뭐, 이제 다 도착했지만.’ 물론 가장 큰 호재는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는 오아시스였다. 붉은빛 기둥이 솟구치는 오아시스. ‘이제 시한폭탄을 끌 수 있겠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자신의 명줄에 붙은 불을 끝을 수 있는 목적지인 네 번째 오아시스 시만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5. 두 번째 오아시스에 도달했을 때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격한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 세 번째 오아시스에 도달할 때에는 그러한 반응이 적어지고, 네 번째 네 번째 오아시스에 도착할 때쯤에는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게 바뀌었다. 이미 닳고 닳은 자들. 여러모로 사막의 뜨거운 맛을 본 이들은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지도 않았다. 네 번째 오아시스 시만, 그곳 역시 본래는 그런 곳이었다. 고요한 곳. “BJ대마도사다.” 그러나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곳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곳이 됐다. 물론 그 존재감이 남다른 건 당연했다. “저들은 누구지?” “탐험가 길드 같은데?” “진짜? 탐험가 길드가 마중 나왔다고?”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가 그런 BJ대마도사를 마중하기 위해 나왔다는 사실이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수선함을 만들었다. 탐험가 길드의 VVIP도 누리기 힘든 일. ‘마중을 나온다고?’ 당연히 미다스도 놀랐다. 그렇게 놀란 미다스가 슬쩍 인벤토리를 켠 후에 그 안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 하나를 확인했다. [왕가의 열쇠] - 등급 : 레전더리 - 왕가의 무덤을 여는 열쇠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오아시스 시만의 누군가가 알고 있다. !NPC이브니에게 건네주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발동 왕가의 열쇠. 이 외에 탐험가 길드가 자신을 도와주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가? 저번에 아즈모도 그렇고, 라포도 그렇고 반응을 보면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인데.......' 어쨌거나 보통 물건은 아닌 것이 분명했으니까. ‘뭐, 알아보면 되겠지. 겸사겸사 한 번에 처리하면 되니까.’ 그리고 어차피 NPC이브니를 만나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고민할 문제 역시 아니었다. “자, 괜히 빼지 말고 갑시다. 시간은 금이잖아요?” 그렇게 미다스가 말과 함께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안내는 필요 없었다. “제가 앞장서죠. 따라오세요.” 이미 NPC이브니의 위치는 알고 있는 상황. 그런 미다스의 걸음에 탐험가 길드가 호위를 하듯 뒤따랐다. 당연히 미다스의 걸음걸이는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했다. ‘장난 아니네.’ 그러나 NPC이브니와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미다스의 속은 긴장감에 굳을 수밖에 없었다. ‘탐험가 길드 애들이 진을 쳤네, 진을 쳤어.’ 가는 길목마다 탐험가 길드원들이 배치되어 있었으니까. 그 정점은 오아시스 한구석에 만들어진 저택 앞이었다. 그 저택 앞에는 아예 탐험가 길드원들 여섯 명이 벽처럼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자신들의 허락 없이는 감히 이곳을 넘어설 수 없다는 듯이. ‘……그냥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만약 라이징 스타 채널이 사전에 탐험가 길드와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필시 귀찮은 일이 생겼을 터.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을 향한 고마움이 자연스레 샘솟았다. 그러한 고마움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설마 여기서 들어가는데 팁 줘야 하는 겁니까?” 그 물음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탐험가 길드원들이 대답 대신 슬쩍 자리를 피해줬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한 후에 그대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6. - BJ대마도사가 NPC이브니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 스마트폰 위로 뜬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엠마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BJ대마도사를 한시라도 빨리 NPC이브니의 저택에 집어넣는 게 탐험가 길드 그리고 엠마의 계획이었다. ‘분명 지금 BJ대마도사 능력으로는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공략 못 해.’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어비스 길드가 거듭 실패한 왕가의 무덤 퀘스트를 쉽게 깰 수 있을 리는 만무. 그렇다면 괜히 그가 다른 수작을 준비하기 전에 강제로라도 그를 그 지옥 같은 퀘스트 과정에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계획이 성공했다.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려봐도 퀘스트를 공략할 확률은 30퍼센트 미만, 성공률을 50퍼센트 이상으로 만들려면 10일 이상이 필요해.’ 더욱이 BJ대마도사가 보다 강력한 능력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공략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었다. 이제는 미소를 지은 채 BJ대마도사가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다가 가라앉기를 기다려도 된다는 의미. 평소라면 분명 엠마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 해.’ 그러나 지금 엠마는 달랐다. 이제 그녀는 인정했다. ‘게임 내에서의 승부로는 못 이겨.’ 그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해봤자, 게임 내에서 수작을 부려봤자 결국 승자는 BJ대마도사가 되리란 것을. ‘그럼 게임 밖에서 승부하는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싸우는 무대를 바꿀 때. 그게 이유였다. “그래서 이 팀이 얼마나 유능하죠?” “통신 쪽 해킹 분야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팀입니다.” “좋아요, 고용하죠.” 그녀가 해커를 고용한 이유. 282화. < 90화. 왕가의 무덤 (3). > 7. [이브니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화사하기 그지없는 꽃밭이었다. ‘뭐지?’ 밖에 있었던 삭막했던 사막의 풍경이 무색해질 만큼,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광경. 무엇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매우 드넓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냥 저택이었는데?’ 드넓은 야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왕! “선배님, 꽃이 만개했습니다.” 덩치 좋은 럭키와 실버가 마음껏 제 몸을 피는 정도가 아니라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여러모로 넋을 잃을 만한 광경. ‘이거 다 아이템 같은데?’ 그러나 미다스의 넋을 잃게 만드는 건 이 드넓은 꽃밭을 채운 꽃들이 그냥 평범한 꽃이 아니라 옵션을 가지고 있는 꽃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미다스의 눈에 이 꽃밭은 꽃이 가진 옵션 텍스트가 만개한 텍스트 밭처럼 보였다. ‘그것도 유니크.’ 심지어 그러한 아이템은 전부 붉은빛, 유니크 등급이었다. 여러모로 눈이 돌아갈 지경.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눈을 이리저리 돌리는 미다스의 발치에서 작지만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꽃?’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다스의 발치에 놓인 꽃 한 송이, 정확히는 그 꽃 한 송이에 앉아있던 손바닥 크기의 요정이었다. “이브니라고 해요.” NPC이브니. 그녀가 말과 함께 나비처럼 생긴 날개를 펄럭이며 그대로 미다스의 눈 앞까지 올라왔다. “잠시 어깨에 앉아도 될까요?” “아, 예.” 이어서 나온 질문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말에 곧바로 NPC이브니가 미다스의 왼쪽 어깨에 앉았다. 꾸우! 그러자 꽃밭 위에서 고개를 갸웃하던 잭팟이 미다스의 머리 위로 날아와 앉았다. 마치 이 몸뚱이는 자기 것이라는 듯이. 꾸우! 거듭 그 사실을 어필하는 잭팟의 모습에 NPC이브니가 활짝 웃은 후에 말했다. “천둥새를 이리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이름 잃은 신을 쫓는 천둥새를.” 그리고는 이내 시선을 미다스에게 돌려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품으신 분이 이렇게 제 영역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 여러모로 신기한 조합이시네요.” 마치 귓속에 몰래 속삭이듯이.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들려온 알림, 퀘스트 알림에 비로소 미다스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정신줄 놓을 때가 아니야. 지금 일단은 풀 건 풀어야 해.’ 현재 미다스의 저주는 여전했으며, 왕가의 열쇠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한 상황. 즉,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의미. “지금 제가 가진 목걸이에서 나오는 이름 잃은 신의 힘 때문에 정체 모를 자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자신이 원하는 바만을 담아 간략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그의 어깨에 앉은 NPC이브니가 말했다. “정체 모를 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신의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알기로는 두 가지가 있어요.” 말과 함께 NPC이브니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바닥에 너부러진 꽃 중 한 송이가 떠오르더니 그대로 NPC이브니의 손에 잡혔다. NPC이브니가 그것을 미다스의 귀 옆에 꽂아주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잠잠해집니다.] “하나는 제 꽃을 이용하는 거죠. 이 꽃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의 감춰줄 거예요.” 의외로 바로 나온 답. “꽃이 시들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자신의 귀에 꽂힌 꽃을 집어 확인했다. [이브니의 꽃] - 등급 : 유니크 - 효과: 꽃이 생기를 잃지 않는 동안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진정시켜준다. - 현재 남은 지속 시간 : 14일 23시간 59분 그렇게 꽃의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제한 퀘스트다.’ 꽃이 시들지 않는 동안 정체 모를 자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그렇다는 건 꽃이 시들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미. “평생 이곳에 있을 게 아니라면 두 번째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군요.” “맞아요.” 그 무언가는 당연히 NPC이브니가 말한 두 번째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은 왕가의 오아시스에서 그 목걸이를 씻는 거예요. 왕가의 오아시스에 담긴 고귀한 힘이라면 이름 잃은 신의 힘도 잠잠해질 테니까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 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오아시스]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저주를 씻기 위해 이브니가 알려준 왕가의 오아시스를 찾아가자. 오아시스로 가기 위해서는 왕가의 열쇠가 필요하다. 왕가의 열쇠는 모래숲의 사막왕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진행 가능 그렇게 등장한 퀘스트 내용은 섬뜩한 것이었다. 꽃의 유효 시간은 15일. 그 안에 사막왕을 처치한 후 왕가의 열쇠를 구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냥 사막왕을 잡는 것은 물론 사막왕이 있는 모래숲까지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그 모든 왕복 과정을 15일 만에 한다? 사막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라면 모두가 예외 없이 말할 것이다. 이 게임 아주 개쓰레기 게임이네! 허나,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저기 이거요?” 그저 인벤토리 안에 있는 왕가의 열쇠를 꺼내 NPC이브니 앞에 보여줄 뿐. “어머.” 그것을 본 NPC이브니가 놀란 표정과 함께 날갯짓을 하며 미다스가 손에 든 왕가의 열쇠, 그 황금으로 만들어진 큼지막한 열쇠의 주변을 맴돌며 말했다. “벌써 구해오셨군요!”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퀘스트 완료 알림에 미다스가 그 자리에서 두 눈만 하염없이 깜빡였다.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진짜 이걸로 끝난 거야?’ 미다스 본인도 감히 상상치 못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사고 능력 역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런 미다스의 사정 따위를 알 리 없는 NPC이브니는 NPC답게 일을 이어갔다. “대단하네요, 정말 이 열쇠를 이렇게 빨리 구해올 줄이야. 당신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의심했었던 것이 미안하네요.” 그 순간 NPC이브니가 손짓을 하자, 꽃밭에서 무언가 하나가 툭 올라오기 시작했다. 꽃이 아닌 에메랄드 빛 스킬 카드북이.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얕본 제 무례에 대한 사과의 표시에요.” 단숨에 퀘스트 완료 보상, 그것도 평범한 보상이 아니라 레전더리 등급 스킬 카드북 보상이 눈 앞에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은 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가 눈 앞의 보상이 둥둥 떠있음에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거 꿈인가? 아니면 환각?’ 이제는 보이는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지경. “부디 받아주세요.” NPC이브니가 재차 말을 꺼낸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회수했다. ‘꿈 아니지? 현실 맞는 거지?’ 물론 그 순간에도 미다스의 얼굴에는 얼이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 이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불가능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할 뿐. 그 덕분이었다. ‘미다스, 정신 차리자. 이거 좋아할 때가 아니야.’ 그 본능 중 하나인 위기 본능이 바로 경고를 했다. ‘다음 퀘스트는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다. 정황상 매우 난이도가 높을 게 분명해.’ 이다음에 진행하게 될 퀘스트가 보통 퀘스트가 아니라는 경고. ‘이 물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어쩌면…….' 그 순간 미다스는 왕가의 열쇠에 대한 10대 길드의 관심이 컸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열쇠로 할 수 있는 퀘스트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야.’ 이 열쇠를 가지는 건 물론 NPC이브니의 위치마저 아는 어비스 길드가 이 열쇠를 통한 퀘스트를 해보지 않았을 리 만무. ‘어비스 길드도 실패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이 열쇠에 대한 이야기를 10대 길드 그리고 몇몇 소수만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 퀘스트를 어비스 길드조차도 깨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어비스 길드의 실패를 대놓고 떠들 수 있는 이는 없을 테니까. 여러모로 난이도가 아득하다는 의미. 그만큼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후우.” 그 긴장감이 굳어가던 미다스의 머릿속을 다시 빠릿빠릿하게 만들었다. “그럼 이제부터 왕가의 무덤으로 가야겠군요. 그 길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윽고 내뱉는 말에 NPC이브니가 대답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보통 길이 아니에요. 그 길목에는 모래뱀 무리와 암석 전갈 무리가 존재하죠. 그리고 사막에서 죽은 샌드맨들이 자신들의 동료로 삼을 먹잇감을 찾아 헤매죠.” 그 설명에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 진짜 장난 아니네.’ 그냥 모래뱀 한 마리도 잡는 게 마냥 쉽지는 않은데 그런 모래뱀 무리가 있다니? 하물며 암석 전갈 무리 역시 그저 단순히 두세 마리 정도가 아닐 게 분명했다. 샌드맨 역시 본래는 모래숲 주변에서 나오는 몬스터로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놈들이었다. ‘모래뱀은 세 마리 이상, 암석 전갈은 여섯 마리 이상이면 운석 충돌 필드랑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지옥인데…….' 그 상황을 상상해본 미다스는 게임임에도 온몸의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 참담한 건 그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어비스 길드가 실패한 걸 보면 지옥이 맞겠지.’ 그저 어중간한 수준이었다면 어비스 길드가 실패라는 단어를 용납했을 리 만무했을 터. ‘아, 이것도 라이브 방송해야하는데…… 죽겠네.’ 여러모로 속이 바짝 말라갈 수밖에 없는 미다스, 그런 그를 향해 NPC이브니가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는 길에는 신기루의 주술이 걸려 있어 제대로 갈 수가 없어요. 길을 잃으면 다시 처음부터 가야 하죠." 설상가상. ‘그럼 그렇지.’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오히려 진정할 수 있었다. ‘이 쓰레기 게임이 설마 쉽게 해주겠어?’ 이제야 평소 때 하던 갓워즈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하튼 이 게임도 그렇고 만든 인간도 있고 다 쓰레기야, 쓰레기.’ 그 사실에 미다스가 평소 때처럼 갓워즈와 그 게임을 만든 인간을 향한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제가 길을 안내해준다면 그 위기를 무리 없이 건너실 수 있을 거예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NPC이브니의 말에 미다스는 결국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8. - 아즈모 :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난이도는 보통이 아니야. - 아즈모 : 모래뱀이나 암석 전갈이 기본 단위에, 샌드맨들도 등장했다하면 백 단위지. - 아즈모 : 모래뱀이 동시에 다섯 마리가 등장한 경우도 있었고.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아즈모로부터 그 길목의 위험성을 듣던 박영준은 툭툭, 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BJ대마도사는 분명 공략할 거다.’ 공략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아니었다.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라면 분명 이 난관도 자신의 능력으로 돌파할 테니까. 이미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기로 예전에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의 부분은 보상이었다. 똑같은 결과를 내놓아도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세간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달라지는 법. 그렇게 제 머리를 두드리며 고민하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졌다. “듣기로는 어비스 길드 1군 멤버들이 사막왕을 잡고 바로 다음 사냥터로 가는 바람에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안했다는데.” - 아즈모 : 그렇지. “그럼 만약 그 당시 1군 멤버들이 공략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 아즈모 : 인맥을 통해서 어비스 길드가 공략하는 영상을 봤는데, 멀린을 포함한 1군 멤버가 도전했었어도 공략 확률은 5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을 정도였어. 그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 오프 더 레코드죠?”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아즈모가 대답했다. - 아즈모 : 판 좀 키우고 싶은 모양이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 난이도가 높지만, 그 사실을 시청자들 대부분은 모르는 상황. 그렇다면 일단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 아즈모 : 내가 해줄까? 내가 하면 좀 더 과장되게 나오긴 하겠지만. 그리고 보통은 이런 경우에서 알고 있는 진실보다 좀 더 과장되게 홍보를 하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올라야 할 산이라면 그 산을 더 과장되게 포장하는 게 나을 터. 그래야 자연스레 그 산을 정복한 이에 대한 환호와 찬사도 훨씬 더 커질 수 있을 테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건 당사자가 직접 해주는 게 좋죠.” 그리고 기왕이면 그 산을 오르지 못한 자가 직접 말해주는 게 더더욱 설득력이 있을 터. - 아즈모 : 어비스 길드를 움직이겠다고? 쉽지 않을 텐데. “거래를 할 겁니다. 그쪽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건 BJ대마도사가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것일 테니까요." - 아즈모 : 하긴, 얼마나 몸이 달아올랐는지 탐험가 길드가 마중까지 나왔지. 딴 곳으로 빠지지 못하게. “예, 그러니까 제안을 하는 겁니다. 어비스 길드가 그 퀘스트가 얼마나 힘든지 몸소 알려주면, 당장 공략에 나서겠다.” 그때였다. 채팅창이 뜬 모니터, 그 오른쪽 하단에 메시지 하나가 새로이 등장했다. [해킹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루트 및 패턴입니다.] [30초 이내에 대화를 마치시고 새로운 곳에서 대화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박영준이 그 사실을 전달했다. “아무래도 우리 대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붙은 모양입니다.” 그로부터 약 3초 후. - 아즈모 : 확인 완료. - 아즈모 : 좋아, 대화는 여기서 마치자고.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수다 떠는 걸 들키면 쪽팔리니까. - 아즈모 : 그보다 그쪽 실력이 좋네. 우리 쪽보다 빨리 눈치 챈 걸 보면. 그 대화를 끝으로 아즈모가 채팅창에서 사라졌고, 곧바로 박영준 역시 채팅창에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새로운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상대 쪽이 새로운 팀을 고용한 듯합니다.] [이번은 찔러보기 같습니다. 차후에는 좀 더 많은 준비와 대비가 필요할 듯합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짧게 감탄사를 토했다. ‘아즈모 쪽보다 빨랐다…… 생각 이상으로 실력이 좋은데?’ 해킹 시도가 오리란 건 알았지만, 설마 아즈모 쪽보다 빠를 줄이야?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이런 대화 해킹에 있어서 아즈모는 그야말로 전 세계 해커들의 타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도 누구보다 철저했다. 그럼에도 그런 아즈모 쪽보다 빨리 체크했다? ‘앞으로 더 긴밀하게 지내야 되겠어.’ 박영준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요청하세요.” 자연스레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이 새로운 파트너와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방법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하나하나 내뱉었다. “이래 뵈도 직원 복지는 좋거든요. 학자금 대출은 물론 주택 담보 대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물론 그와 관련된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자, 그럼 이제 어비스 길드랑 거래를 해볼까?’ 박영준, 그에겐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화가 있었으니까. 283화. < 90화. 왕가의 무덤 (4). > 9. 정현우가 야구선수 시절 들은 무수히 많은 조언 중에 이런 조언이 있었다. “게임이 너무 잘 풀리면 조심해야 해.” 생각한 것보다 일이 잘 풀리면 그 사실에 취하지 말고,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물론 그 조언을 들을 당시, 게임이 잘 풀리기는커녕 떠나 게임 자체에 출전하지 못했던 정현우는 생각했다. 배부른 개소리를 지껄이고 자빠졌네.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사가 제대로 풀린 적이 없었던 정현우에게 그 조언은 다른 세계 이야기나 다를 바 없었다. ‘일이 너무 잘 풀려.’ 그런데 지금 정현우가 그 조언을 곱씹고 있었다. 어지간한 수준이었으면 곱씹지 않았을 터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그러나 지금 정현우가 보기에 현 상황은 어지간한 수준을 아득히 넘고 있었다. ‘보름짜리 퀘스트가 하루 만에 끝났어.’ 그도 그럴 것이 ‘오아시스’ 퀘스트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했다면 보름이 넘는 퀘스트였다. 사막왕을 잡기 위해 모래숲에 가는 것만 최소 3일 이상이 소모되며, 그 후에는 다시 돌아오는데도 3일이 걸렸으니까. 하물며 그런 시간을 투자해도 왕가의 열쇠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만큼 난이도가 엄청난 퀘스트였고, 그 증거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가 보상이었다. 그런데 그게 하루도 아니고 사실상 10분 만에 끝난 상황.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것도 안내 받고 쉽게 갈 테고.’ 심지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역시 정황상 매우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자동차로 따지면 엑셀을 밟지도 않았는데 차가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분. ‘이대로 그냥 가다간 사고 날 것 같아.’ 그때 들은 조언대로 오히려 조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정현우가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캡슐방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이유. 쿵! “일찍 왔네. 무슨 일 있어?” 그렇게 정현우가 집 문을 닫는 순간, 형인 정태우가 식탁에 앉은 채 그를 반겨주었다. “어, 오늘은 좀 쉬려고.” 딱히 할 말 없는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리며 거실로 들어오자,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앉은 형의 모습은 아침에 그가 캡슐방으로 떠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노트북은 식탁 위에 그대로 있었고, 차이점이라고는 흘러내린 커피 자국이 줄무늬처럼 가득한 머그잔과 아침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설탕 보관함이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일한 거야?” “정확히는 지금도 일하는 중이지.” 그 대답에 정현우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형, 그렇게 일해도 괜찮아?” “반대지. 이렇게 할 수 있으니까 일을 하는 거지.” “이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는 정현우를 향해 정태우가 여전히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백 번 잘 막아도 한 번 뚫리면 안 되는 일이거든.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틸 체력이 되어야지.”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 언제 몸 상태가 나빠져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갈지 모르는 처지의 인간이 돈 받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정현우 역시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일은 잘됐어?” “고용주한테 칭찬받을 짓은 했지.” “그래? 그럼 보너스 받았겠네?” 보너스란 단어에 처음으로 정태우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정현우를 바라봤다. 동생아 사람이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개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 그러한 표정을 지은 채. 반면 형의 표정 앞에서도 정현우는 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왜? 잘했으면 보너스를 받아야지.” 굽히기는커녕 오히려 정현우가 더 강하게 말했다. “아주 그 사장 놈이 쓰레기네. 잘했으면 하다못해 치킨 먹을 돈이라도 주는 게 매너지. 형, 그냥 사장한테 못 해먹겠다고 이메일 보내고 때려치워. 힘들면 내가 대신 말해줄까? 이메일 주소 알려줘 봐. 내가 그 사장놈 문자로 두들겨 패줄 테니까.” 물론 동생의 그 말에 정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타닥, 타닥!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을 시작한 그의 눈에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정현우 역시 그런 형의 모습에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거실로 이동한 정현우가 바닥에 앉으며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켜며 손에 쥐었다. ‘어?’ 그때 때마침 스마트폰 상단에 알림이 도착한 게 보였다. ‘어비스 길드에서 새로운 영상 올라왔네.’ 그 알림의 정체를 확인한 정현우가 잽싸게 알림을 터치하자, 곧바로 화면이 바뀌더니 이내 영상이 등장했다. ‘멀린?’ 영상 출연자는 멀린. ‘응?’ 방송 제목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10. 어비스 길드. 10대 길드 중 최고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드. 그러한 칭호가 붙은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어비스 길드가 할 수 없는 건 갓워즈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 막연한 말이 아니라 이제까지 어비스 길드는 그 사실을 결과를 통해 증명했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이제까지 어비스 길드가 수년 동안 공략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적 없는 퀘스트였습니다.” 그렇기에 멀린이 영상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세상이 느낀 충격은 매우 컸다. - 어비스 길드가 못 깼다고? - 진짜? 몇 년 동안? 구라 아니야? - 멀린이 할 일 없어서 구라를 치겠어? 진짜겠지. 앞서 말했듯이 갓워즈에서 어비스 길드가 할 수 없는 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비스 길드가 수년에 걸쳐 해내지 못한 게 있다? 그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멀린이 직접 공개하는데 충격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퀘스트였습니다.” 멀린이 그 말을 끝나는 순간 멀린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다른 영상이 등장했다. 현재는 어비스 길드 소속으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과거 모습들, 모두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영상들이. 그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미친, 모래뱀이 몇 마리야? - 파티원 수도 제한 걸린 모양이네? 20인 파티가 한계인 모양이네. - 20인 파티로 모래뱀 다섯 마리를 잡으라고? 이게 가능해? 영상을 통해 보게 된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의 사냥 난이도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었다. 공략을 하지 말라고 만든 수준. “난이도는 최근 등장했던 운석 충돌 필드, 그곳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많은 이들이 지옥 같은 난이도! 라고 외쳤던 운석 충돌 필드의 난이도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 와, 그래도 어비스 길드니까 도전이라도 한 거지 다른 길드였으면 도전도 안 했을 듯. 때문에 그 영상을 본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어비스 길드의 실패를 나무라지 않았다. 도리어 실패하는 게 마땅하리라 생각했다. 그 무렵이었다. - 가만, BJ대마도사한테 준 왕가의 열쇠라는 게 혹시 이 퀘스트 관련 아이템인가? -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당연히 왕가의 열쇠랑 관계가 있겠지. - 어비스 길드가 갑자기 이런 영상을 올릴 리가 없지. 분명 BJ대마도사와 관계된 거야. 영상을 보던 이들이 이 영상이 등장한 이유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어비스 길드는 이 퀘스트 공략을 BJ대마도사에게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그 예상에 멀린이 못을 박는 순간 시청자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갓워즈 최고의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공략을 부탁하는 순간. 그것도 단순한 퀘스트가 아니라 어비스 길드의 오점과도 같은 퀘스트였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존재치 않았던 일이었다. - 역대급 사건 아님? ㄴ 당장은 아니지. BJ대마도사가 실패하면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물론 어비스 길드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BJ대마도사가 해내리란 보장이 있는 건 아니었다. - 난이도 장난 아닌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도 힘들 듯. ㄴ 맞아, 거기에 솔로 플레이잖아? ㄴ 이걸 혼자서 어떻게 깨? 보이는 난이도는 공략 가능성을 점치는 것조차 힘들 지경. 당장 어비스 길드가 제 스스로 공략 실패를 고백한 수준이었다. - 하지만 공략하면 역대급 사건이 맞지. 그러나 만약 BJ대마도사가 이마저 공략한다면? - BJ대마도사잖아? 이제까지 말도 안 되는 걸 언제나 당연하게 해치운 자라고! ㄴ 맞아, 그것도 혼자서. ㄴ 솔로일 때 BJ대마도사는 무적이지. 무엇보다 BJ대마도사 역시 자기 나름의 전설을,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역사를 쓰는 자였다. 때문에 한 가지는 분명했다. - 역대급 빅이벤트다. BJ대마도사의 다음 라이브 방송에 세상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리란 것. - 그래서 언제지? - 라이브 방송 언제 하는 거야?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이 빅이벤트의 날짜였고, 그 관심사에 멀린이 대답을 했다. “BJ대마도사가 부디 왕가의 무덤에 닿기를 바라며, 조만간 있을 그의 도전을 응원해주십시오.” 조만간 방송이 시작된다고. 11. -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것을 끝으로 영상이 끝나는 순간 영상을 보고 있던 멀린이 푸념을 토했다. “이제 하다하다 BJ대마도사 응원 단장 역할까지 하게 되는군. 이러다가 나중에는 나중에 같이 파티 플레이도 하겠네." 연출이 어떻든 간에 이번 영상의 주제는 결국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띄어준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멀린이 직접 나서서. 멀린, 그가 이룩한 이름값을 생각하면 탄식이 나와 마땅한 일. 그러나 막상 그 푸념을 내뱉는 멀린의 표정에는 불쾌하거나 찝찝한 기색 따윈 없었다. 도리어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입꼬리를 본 엠마가 말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인데, 응원해줘서 나쁠 건 없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곧바로 엠마의 말에 수긍한 멀린이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 공략을 포기한다! 후퇴해! 그러자 영상 속에서 갑옷으로 무장한 플레이어 한 명이 내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이오, 정말 후퇴해? 아직 할 수 있잖아?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 네임은 이오. 어비스 길드의 1군 승격을 앞둔, 현시점에서 어비스 길드 최고의 유망주인 플레이어였다. 어비스 길드가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커리어 관리를 직접 해주는 슈퍼 루키. 그런 이유로 이오의 커리어에는 단 한 번도 실패라는 단어가 존재한 적 없었다. - 안돼. 이곳은 우리가 공략할 수 없는 곳이야. 그런데 지금 영상 속 이오는 제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고 있었다. 그런 무대였다. “우리의 실패를 모르는 슈퍼 루키도 실패한 곳이니까.”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어비스 길드가 키우는 최고의 루키조차 결국 고개를 숙이게 만든 무대였다. 그런 무대에 BJ대마도사를 당장 집어넣을 수 있는데 응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보다 이런 요구를 BJ대마도사로부터 받을 줄이야.” 사실 이상한 점은 그러한 요구를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직접 했다는 것. BJ대마도사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말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난이도의 아득함을 어비스 길드가 직접 홍보해주면, BJ대마도사가 이번 주 내에 그 퀘스트를 진행하겠다고. 지옥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홍보해주면 그 지옥불에 최대한 빨리 들어가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BJ대마도사가 확실히 냉철하긴 해.” 물론 냉철하게 생각했을 때는 그게 정답이었다. 당장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 던지고 싶어 하는 중이며, 이제 정황상 BJ대마도사는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지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처지. “어차피 잡아야 할 호랑이라면, 그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포장해주는 게 이득이죠.”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이 상대하는 것을 더 포장해서, 성공했을 때의 메리트를 높이는 게 현명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가 요구하지 않았어도 어비스 길드는 여러 루트로 BJ대마도사를 압박할 속셈이었다. 어차피 받을 압박이라면 차라리 제대로 받는 게 나은 법. 어쨌거나 이미 일은 끝났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의 정체가 알려졌고, BJ대마도사는 이번주 내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공략할 수 있냐, 없냐, 이거뿐이군.” 남은 건 결과 뿐. “엠마, 당신 판단은 어때?” “BJ대마도사가 바보도 아니고, 공략이 불가능한데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예요.” 엠마와 멀린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BJ대마도사가 퀘스트 공략에 실패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겠지.”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들을 생각한다면 그가 파멸을 맞이하는 그림은 쉬이 상상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쉽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조차 난관이었던 무대를 쉽게 돌파하는 것 역시 쉬이 상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식으로 난이도를 부풀리려고 하는 거겠죠. 그래야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줄 테니까요." 애초에 이런 식의 제안을 한 것부터가 BJ대마도사도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었다. 어비스 길드도 혀를 내두르는 곳이니, 자신의 공략 속도가 늦어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 그렇기에 이어진 멀린의 질문에 엠마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주일, BJ대마도사는 최소 공략에 일주일을 두고 있을 거예요.” 12. ‘아, 미치겠다.’ 탄식과 함께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그러자 어비스 길드가 올린 영상,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 와, 왕가의 무덤 공략 난이도 장난 아니네. - BJ대마도사가 이걸 혼자서 한다고? 기대감이 차오르다 못해 폭발한 덧글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기대감은 이 말도 안 되는 난관을 BJ대마도사가 돌파하리란 기대감이었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미칠 일이었다. ‘이렇게 기대하는데 그 앞에서 개꿀 빠는 걸 보여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이 폭발하는 기대감 앞에서 정현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난관을 뚫는 게 아니라 그 난관을 개구멍을 통해 유유자적 빠져나가는 것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 조만간 도전하는 거지? ㄴ 멀린이 근시일 내라고 했으니까 이번 주에 할 듯? ㄴ 역시 BJ대마도사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보고 그냥 바로 냅다 도전하잖아? ㄴ 아무렴, 그것도 혼자서. 모두가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도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더더욱 숨이 막힐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혹여 방법을 내놓더라도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제대로 쓰기 힘들었다. ‘일부러 어렵게 갈까?’ 그렇다고 여기서 억지로 고생을 자처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아, 근데 이거 난이도 말도 안 되는데…… 모래뱀 5마리는 너무하잖아?’ 당장 어비스 길드가 올린 영상을 보건대 일부러 위기를 자처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게임 오버를 당할 게 뻔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게임 오버를 당한다면 그거야말로 고를 수 있는 최악의 선택지일 터. 즉,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과하는 수밖에 없구나.’ 시청자들 앞에서 기대를 충족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 방송을 하는 것.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과 방송할 거면 빨리하는 게 나아.’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시청자들이 얻는 기대감은 거듭 커지기만 할 뿐, 그렇게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실망감도 커지기만 할 뿐이었다. ‘오늘 플레이 타임 아직 많이 남았어.’ 그리고 어차피 매 맞을 각오를 했다면 당장 맞는 게 나았다. “형, 나 오늘 늦을지도 모르니까 밥 먼저 먹어.” 그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그 말을 뱉으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꺼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낼 이메일을 작성했다. ‘그래, 오늘 그냥 퀘스트 끝내자.’ 그리고는 이내 작성한 이메일을 보낸 정현우가 문밖을 나서며 짧게 푸념을 뱉었다. ‘아니, 대체 왜 이번 퀘스트는 쉽게 나오고 지랄이야? 곤란하게.’ 284화. < 90화. 왕가의 무덤 (5). > 13. 멀린의 영상이 올라온 직후 갓워즈 커뮤니티는 온통 왕가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장님, 구독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응 장난 아닙니다.” 개중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건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이었다. “와, 장난 아니네. 그동안 정체기였는데, 한 번에 그냥 반등해버리네.” “아니, 그래도 그렇지 3시간 만에 구독자 숫자 10퍼센트 상승이 말이 되나?” “괜히 어비스 길드가 아니구나.” 이제는 구독자 숫자나 영상 조회수 숫자가 정체기에 이른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시 한 번 성장을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입장에서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 “사장님도 대단하시네.”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현시킨 박영준에 대해서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이 엄청난 호재를 눈앞에 둔 박영준의 기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터지든 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BJ대마도사는 해낼 거다.’ 더욱이 박영준은 억지로라도 BJ대마도사가 실패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애초에 도박판에서 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베팅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할 일은 없었고, 없는 만큼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떠들지만 말고 대기하고 있어. 언제 어느 순간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할지 모르니까." “예!" 지금 박영준이 이런 말을 던지는 게 초조함의 증거였다. 박영준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라면 3일 후, 토요일에 퀘스트 진행을 들어갈 거야.’ BJ대마도사가 당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일은 없으리란 것을. ‘퀘스트 난이도를 생각하면 최대한 늦게 가는 게 정답이다.’ 그의 생각처럼 퀘스트 난이도가 높은 만큼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하는 게 정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징 스타 채널의 구독자 숫자와 세간의 관심도 숙성될 테고.’ 동시에 지금은 어비스 길드가 지른 불길이 들불처럼 빠른 속도로 번지는 기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길은 더 거세시고,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모인다는 의미. 즉, 당장 직원들에게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라는 말을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초조해지니 괜한 말을 지껄이네.’ 박영준 역시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의 심리 상태를 깨닫고는 짤막한 후회를 곱씹었다. “저기 사장님.” 그때 직원 한 명이 박영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그 말에 직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사장님 말대로네?’ ‘역시 사장님, BJ대마도사의 의도를 이렇게 바로 눈치 채시다니!’ ‘무섭다, 와튼.’ 박영준이 말하기 끝나기 무섭게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감탄. 반면 박영준은 의문을 품었다. ‘라이브 방송?’ 본인이 생각하기에 당장 라이브 방송은 없어야 하는 게 정상. “따로 특별한 내용은 없었고?” 그 의문 속에서 던진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딱히 이렇다 할 주제 없이 보통의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다는 의미. ‘아!’ 그 순간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름 더 끼얹을 속셈이구나.’ 기름은 불이 날 때 뿌려야 의미가 있는 법. ‘역시 BJ대마도사도 판을 다룰 줄 알아.’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요청하면 세팅해야지. 다들 준비해!” 14. 어비스 길드가 지른 불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그리고 열광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그 열기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은 언제 하려나? 오로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는 갈증을. - 그보다 역대급 나오겠지? ㄴ 당연하지. 어비스 길드가 홍보해줬는데. ㄴ 이번에 라이브 방송하면 최고 시청자 숫자 1억 명 넘을 듯. ㄴ 뭐든 좋으니까 빨리 했으면 좋겠다. 기다리다가 미칠 것 같네. 그렇게 사람들이 갈증에 몸부림을 칠 무렵, 갑작스러운 속보 하나가 터졌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방송 열렸네. ㄴ BJ대마도사 라이브다! 속보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소식. 사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부터 했을 터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갑자기 왜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하겠냐, 또 낚시질이네, 같은 의심. 그러나 이번 경우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탓에 그런 의문조차 가지는 이가 드물었다. 그저 모두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접속할 뿐. - 어? 진짜네? - 진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다! 그리고는 이내 그 속보가 진실임을 깨닫는 순간, 무수히 많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몰리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고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무려 3천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가 모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욱이 모인 시청자들이 내뿜는 열기는 그 모인 숫자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 BJ대마도사님, 어비스 길드가 한 말 진짜인가요?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질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본격적인 퀘스트 공략 언제부터죠? - 퀘스트 공략 라이브 방송 언제부터인가요? - 공략 며칠 정도 예상하세요? - 솔로로 하실 거죠? 당연히 혼자 하실 거죠? 그러한 질문 대부분은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공략 라이브 방송 날짜에 대한 것이었다. [라포 님이 10,15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일정 공개하려고 라이브 켠 거 맞지?] [구스타프 님이 10,15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번 주 내에 하겠지. 시기상은 이번 주 토요일쯤에 들어갈 듯한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5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이렇게 공략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용케 결단을 내렸군. 그 용기는 인정해주지.] 갓워즈를 대표하는 실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포함한 모두가 지금 이 라이브 방송을 빅이벤트에 대한 프롤로그 정도로 치부했다. ‘아, 미치겠네. 기대감 장난 아니네.’ 그런 그들의 기대감을 배신해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속이 답답한 상황이었다. ‘시청자 숫자는 또 왜 이렇게 많아?’ 심지어 이 순간 시청자 숫자는 3천만에서 그치지 않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 ‘이대로 가다가 진짜 1억 명 찍히겠네.’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이 아님에도 최고 시청자 숫자를 경신할 기세였다. ‘여기서 어떻게 사과 방송을 하면…… 어우.’ 그렇게 끓어오르는 분위기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올 리 만무. 나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미리 준비했던 무수히 많은 멘트는 머릿속에서 하얗게 삭제된 상태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기어코 나온 사과. - 응? - 뭐라고? 그 사과에 채팅창에 적막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적막감 다음에는 물음표가 생겼다. - 죄송하다고 한 거 맞아?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 - 무슨 의미지? - 갑자기 왜 사과를 하지? 몰래카메라인가? - 지금 라이브 방송 잘못 들어왔나? BJ대마도사 방송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순간 BJ대마도사가 사과할 이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몇몇은 나름 사과의 이유를 추측했다. - 혹시 그거 아님? ㄴ 뭐? ㄴ 애인이 생긴 거야! 솔로가 아니게 된 거지. ㄴ 아, 그럼 사과할 만하네 =! ㄴ 진짜 애인 생긴 거면 바로 구독 취소함. BJ대마도사가 솔로가 아니게 된 걸 가지고 사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 물론 그러한 추측은 오래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번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당사자인 미다스가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사과 이유를 공개했으니까. 그러한 공개에 다시 한 번 더 채팅창에 적막감이 깔렸다. 그리고 그 적막감 다음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 그러니까 지금 공략 포기 선언한 거야? - BJ대마도사가 퀘스트 공략을 포기했다! 모두가 BJ대마도사의 퀘스트 공략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발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의 이 말은 그들의 기대감을 향한 배신과 다를 바 없었다. 일부는 현실도피를 했다. - 럭키님, 팀 내 원딜러가 이상한 개소리하는데 제대로 말씀해주시죠. - 그게 아니라 원딜러 교체한다는 의미인 듯! - 그래, BJ럭키님 정도면 BJ대마도사 없이 공략 가능하지. - 드디어 우리 골드님이 원딜러 바꾸시는구나! 그동안 쓸모없는 원딜러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BJ대마도사가 빅이벤트를 앞두고 좀 더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 위해서 장난을 하는 거라고. 허나, 어느 때보다 굳어있는 BJ대마도사의 표정 앞에서 시청자들 대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진짜인 모양이네. BJ대마도사의 이 발언이 장난이 아닌 진심임을.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퀘스트 공략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 사정상 모두가 기대하는 공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어비스 길드가 직접 이번 퀘스트에 대한 안내 그리고 홍보를 해주셨음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순간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 BJ대마도사도 안 되는 모양이구나. - 어비스 길드도 연거푸 실패했는데 BJ대마도사가 솔로로 한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지. - BJ대마도사님이 뭘 하든 응원합니다. 그의 결정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경우. - 아니, 이건 아니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 맞아, 일단 해보고 말아야지! 반대로 도전조차 하지 않은 BJ대마도사를 향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 [멀린 님이 10,15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냥 포기를 할 생각이었으면 왕가의 열쇠를 받지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이 순간 갑자기 후원 채팅을 하는 멀린의 경우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였다. BJ대마도사를 지옥불에 던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는데 이제 와서 본인이 지옥불 입장을 거부한다? 그것도 고작 사과 한마디를 하는 것을 끝으로? 그 상황을 그냥 넋 놓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 [멀린 님이 10,15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런 식의 정리는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쉬이 받아들일 수 없겠는데?] 멀린이 평소와 달리 감정을 드러내면서까지 후원 채팅을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멀린의 의지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동조했다. - 맞아,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한테 준 기회는 그냥 기회가 아니야! 엄청난 기회를 준 거라고. - 이렇게 그냥 힘들어서 포기할 거면 기회 자체를 처음부터 거절했었어야지. - 홍보는 홍보대로 하고 꿀은 꿀대로 빤 후에 그냥 빠지겠다? 이거 완전히 개쓰레기 아니야? 더욱이 지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접속한 이들 중 상당수는 어비스 길드 영상을 보고 들어온 이들이었다. 어비스 길드의 팬들이 매우 많다는 의미. - BJ대마도사 예전부터 나대는 거 마음에 안 들었는데, 결국 사고 치네. 쯧쯧. - 어비스 길드의 호의를 무시하고 무사할 줄 아는 건가? 진짜? - 돈 많은 금수저 놈이 결국 선 넘네. - 멀린 님, 그냥 짓밟으시죠? 어비스 길드의 팬들이 멀린의 발언에 호응하듯 무수히 많은 채팅을 토해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었다. [아즈모 님이 10,15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비스 길드가 왜 이래? 폼 빠지게? 솔직히 왕가의 열쇠를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사막 투어 낙찰 대가로 준거잖아?] 아즈모의 등장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의 말대로 왕가의 열쇠는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준 물건. 정당한 거래의 결과물이었다. [아즈모 님이 10,15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리고 게임오버 당할 걸 알면서도 도전하고 싶으면, 당장 어비스 길드부터 용의 둥지 던전에 들어가야지. 왜 아직도 공략 안 하고 레벨업만 하고 있지?] 무엇보다 게임 오버를 당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이는 갓워즈에 존재치 않았다. 당장 10대 길드 소속 최정예들, 어비스 길드의 멀린조차도 현재 던전 공략의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레벨업 사냥만 하는 중이었다. - 아즈모 말이 맞지. 안될 걸 알면서도 하면 그건 병신이지. - 그냥 공략하는 게 필요하면 BJ대마도사가 파티플 하면 되잖아? 그렇게 하면 인정해줄 건가? 결정적으로 이 방송은 BJ대마도사의 방송이었다. 제아무리 어비스 길드 팬들이 많이 왔다고 해도 BJ대마도사 팬들보단 많을 순 없는 노릇. 자연스레 채팅창이 두 편으로 갈라진 채 치열한 전쟁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솔직히 이쯤 되면 BJ대마도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 저기 뭔가 잘못 아시는 것 같은데……."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말을 꺼냈을 때, 채팅창의 그 누구도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퀘스트 공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이 난리통이 잠시 정리됐다. - 무슨 소리야? - 퀘스트 안 하는 게 아니라고? - 그럼 왜 사과를 함? 그리고 떠오르는 시청자들의 의문을 향해 미다스가 무척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다름 아니라 NPC도움 덕분에 전투 없이 바로 왕가의 무덤으로 갈 수 있게 됐거든요. 그래서 사과드리는 겁니다. 원하신 것처럼 치열한 전투는 없을 겁니다.” 이어진 설명에 채팅창은 일순간 얼어붙었고, 그 분위기를 향해 미다스가 턱짓으로 자신의 오른편을 가리켰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그제야 모두가 발견할 수 있었다. - 저거? - 피라미드 같은데? 사막, 그 위에 자리 잡은 피라미드 하나를. “지금 저는 왕가의 무덤 앞에 도착했습니다.” 285화. < 90화. 왕가의 무덤 (6). > 15. 흔히 말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그러나 의외로 세상을 살다 보면 말 한마디만으로 천 냥 빚을 갚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사과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미안하다고, 무작정 말로만 사과를 하는 건 그다지 효과가 좋지 못했다. 그 사과를 하면서 성의를 표시해야 효과가 나오는 법이지. 미다스 역시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사과 방송을 하는 무대를 왕가의 무덤 앞으로 정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재미가 없어서 스킵했다! 때문에 기대하셨던 치열한 전투를 보여드릴 수 없게 됐다! 그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내일 라이브 방송에서 왕가의 무덤 공략을 하겠다! “지금 저는 왕가의 무덤 앞에 도착했습니다.” 즉, 미다스가 준비한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내일 왕가의 무덤 공략 라이브 방송을 할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멘트를 날리고, 라이브를 종료하는 것이었다. ‘진짜 미치겠네.’ 그러나 이 순간 미다스는 감히 준비했던 그 멘트를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사실 이미 채팅창의 분위기부터가 미다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채팅창 내에서 시청자들이 두 편으로 나뉜 채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대체 왜 아즈모랑 멀린이 키배를 뜨는 거야?’ 심지어 그 전쟁에 다른 누구도 아닌 갓워즈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인 아즈모와 멀린마저 참전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준비했던 멘트를 날리고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다? ‘이대로 끝내면…… 어후.’ 이 채팅창에서 시작된 전쟁이 채팅창 밖으로 번질 게 뻔한 일.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와 멀린, 갓워즈에서 팬 숫자로는 둘째가라고 서러운 자들 아닌가? 동시에 팬덤이 서로 이미 경쟁 중인 자들, 그런 그 팬덤이 충돌한다? 그 후의 결과는 아무래도 좋았다. 누가 이기든 간에 진 쪽은 BJ대마도사를 적으로 볼 것이며, 자연스레 BJ대마도사에 대한 여론은 지금보다 좋아질 리는 없을 테니까. ‘두 거물이 붙으면 광고가 끊길지도 몰라.’ 결정적으로 이에 대한 여파는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아즈모와 어비스 길드, 둘이 나서서 광고사들에게 BJ대마도사 별로더라, 이야기만 꺼내도 광고사들이 알아서 벌벌 기어 다닐 테니까. ‘이 전쟁은 여기서 어떻게든 정리해야 해.’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상황을 지금 이 순간 타개해야 한다는 의미.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미다스가 그 선택지를 실천에 옮겼다. “……자, 그럼 이제부터 왕가의 무덤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의 계획에도 없던 왕가의 무덤 공략이 시작됐다. 16. 곤란한 이슈가 터졌을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있다. 이슈는 이슈로 덮어라. 지금 BJ대마도사의 상황이 그랬다. -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가 준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포기했대! -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가 사과 방송하는 중임! 어비스 길드의 홍보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그 속보는 이슈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진짜? 영업하려고 개소리하는 게 아니라 진짜 사과한다고?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제까지 그 일에 관심조차 없는 이들조차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게 만들 만큼 이슈. - 아즈모랑 멀린이 BJ대마도사 두고 키배 뜬다! ㄴ 무슨 소리야? 둘이 키배를 왜 떠? 자세히 설명해 봐. ㄴ 그러니까 멀린이 BJ대마도사보고 우리 사이에 이러면 안 되지, 이랬음. ㄴ 그러자 아즈모가 멀린보고 너무 질척거리네, 상대가 싫다고 하면 깔끔하게 포기해야지, 했음. ㄴ 설명만 들으면 BJ대마도사랑 멀린이랑 아즈모가 삼각관계 같은데? 개소리 아님? ㄴ 전혀 날조 하나 없는 리얼 팩트임. 이어서 아즈모와 멀린의 논쟁마저 벌어졌을 때 그 이슈는 빅이슈가 되어 있었다. - 잠깐! BJ대마도사가 퀘스트 포기 한 거 아니라는데? - 왕가의 무덤이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세간의 관심사는 놀랍도록 빠르게 바뀌었다. - 왕가의 무덤 공략 시작이다! - 바로 공략 들어간대! - 본방송 바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왕가의 무덤 공략 선언은 세간의 관심사를 완벽하게 바꾸었다. 아니, 바뀐 정도가 아니었다. - 바로 왕가의 무덤을 공략한다고? 어비스 길드도 닿지 못한 왕가의 무덤을? ㄴ 대박이네! 도리어 세상은 BJ대마도사의 공략 선언에 열광했다. - 하긴, 까놓고 말해서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서 새로운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많이 나오는 것뿐이지. ㄴ 솔직히 그거 방송해봤자 노잼 방송일 게 뻔함. ㄴ 맞아, 어차피 다들 보고 싶은 건 하이라이트잖아? ㄴ 다들 뭐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라이브 방송 가서 채팅하자고! 제아무리 대단한 90분짜리 축구 경기라고 해도 결국 가장 보고 싶은 건 골이 들어가는 순간인 법.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건 바로 그 골이 나오는 하이라이트 장면과 같았다. 그쯤에서 더 이상 아즈모와 멀린의 논쟁을 언급하는 이는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슈가 이슈로 덮어지는 순간. 이쯤 되면 몇몇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과 방송을 하는 것부터 중간에 아즈모와 멀린이 싸우는 것까지, 이 모든 게 BJ대마도사의 설계일지도 모른다고. "젠장, 전부 놈의 계획이었어!” 적어도 멀린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이래서 우리한테 영상 홍보를 요청한 거야. 일부러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멀린이 보기에는 홍보 영상을 부탁한 것부터가 BJ대마도사가 그린 그림의 일부였다. “내가 끼어든 것까지도……." 심지어 BJ대마도사가 사과 방송을 하는 순간 멀린이 어떻게든 BJ대마도사를 위기에 빠뜨리기 위해 후원 채팅을 하는 것까지. “아즈모와도 미리 말을 맞춰둔 거겠지. 내가 미끼를 무는 순간 바로 움직이도록.” 당연히 그런 자신의 후원 채팅에 기다렸다는 듯이 아즈모가 반박한 것 역시 BJ대마도사가 사전에 이미 준비해둔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에 멀린은 분노조차 느끼지 못했다. “내가 놈의 손바닥에서 놀았어.” 오히려 온몸에 끼치는 소름에 어느 때보다 창백하게 식은 표정을 짓고 있을 뿐. 그건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해커 팀에서 보고해준 대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분명 아즈모 쪽하고 대화를 했다고 했는데…….' 그녀는 이미 앞서서 해커들을 통해 라이징 스타 채널과 아즈모의 대화 사실 자체는 파악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상대쪽 보안이 철저해서 대화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사실에 엠마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당장 그 대화 내용이 중요하리라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대화 내용이 이거였군.’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분명 그 둘이 나눈 대화는 이번 일에 대한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에 엠마는 이를 꽉 물었다. ‘그때 대화 내용을 해킹했으면 당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설마 그때 나눈 대화가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을 줄이야? 한편으로는 확신이 생겼다. ‘다음에는 어떻게든 먼저 파악해야해.’ BJ대마도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게임 속이 아니라 밖에서 무언가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확신. “엠마, 앞으로 어떻게 하지?” 그렇게 머릿속으로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는 엠마를 향해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엠마가 담담히 대답했다.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이어진 되물음에 엠마가 곁눈질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영상을 본 후에 말했다.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BJ대마도사의 이번 계획은 완벽하니까요.” 17. ‘살다 살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무계획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속으로 짙은 탄식을 곱씹은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왕가의 무덤인 거대한 피라미드 그리고 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솟아오른 붉은빛 기둥이 그를 반겼다. 피라미드의 크기는 산이라고 해도 모두가 믿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크기였다. 그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서 시청자들 역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 와, 크기 봐. 장난 아니네. - BJ대마도사가 이걸 정복한다, 이거지? - 빨리 공략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러한 감탄으로 가득 찬 채팅창 어디에도 BJ대마도사를 향한 비난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온갖 비난과 실망감이 터지리라 생각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분위기. ‘최악이다.’ 그러나 상황 자체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일단 이 상황 자체가 앞서 미다스가 앞서 내뱉은 푸념처럼 그의 계획에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도 얼마 없는데.’ 그리고 현재 미다스에게 남은 하루 게임 가능 플레이 타임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번 라이브 방송 자체가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는 이유로 갑자기 시작한 방송이었으니까. 길어야 2시간 남짓. 그 시간마저도 미다스의 신체 컨디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었다. 만약 왕가의 무덤 공략이 길어지거나 혹은 공략하는 과정에서 사냥 난이도가 예상 이상으로 높다면 라이브 방송 도중에 강제 로그아웃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 ‘컨디션도 안 좋고.’ 또한 현재 미다스의 컨디션 자체도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왕가의 무덤으로 오는 길을 이동하는데 무려 2시간을 보냈다. NPC이브니의 안내 덕분에 치열한 전투는 없었지만, 그저 사막 위를 하염없이 지루하게 2시간 동안 걷는 것 자체도 분명 쉽지 않은 일. 하물며 이런 상황을 계획에 두지 않았기에 전투를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악이다, 최악.’ 무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곳곳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가 있는 상황. ‘이렇게 했는데도 시청자분들 만족 못 시키면…….' 개중에서도 미다스를 괴롭히는 가장 최악의 불안 요소는 바로 시청자들이 가지는 기대감이었다. - 딱 봐도 오늘 왕가의 무덤에서 제대로 터뜨리려고 다 기획한 듯. - 아즈모랑 멀린이 싸운 것도 사전에 약속한 연출이라는 소문이 지금 파다하던데? - BJ대마도사님은 대체 얼마나 멋진 걸 보여주시려고 이런 준비를 한 걸까? - 오늘 역대급 방송 나온다! - 나 이미 충전 다 했음. 오늘 방송에서 나도 후원 채팅 한 번 제대로 해본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방송하기 전, 어비스 길드가 홍보를 했을 때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만약 미다스가 별 볼 일 없는 것을 보여준다면? 더 커진 기대감이 더더욱 커진 실망감이 되고, 그 실망감은 이내 BJ대마도사를 향한 분노로 바뀔 터. 그렇게 생긴 분노는 처리할 방법도 없었다. 꿀꺽! 그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가까이서 보니 더 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그 사실을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채 여유 넘치는 모습을 연기하며 거대한 피라미드, 그 피라미드를 구성 하는 다듬어진 벽돌을 오를 준비를 했다. “그보다 대충 상황을 보니 정상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정상부터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피라미드의 벽돌 크기도 무지막지했다. 벽돌 하나하나의 높이가 무려 4미터에 이를 정도, 이렇다 할 도구 없이는 오르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자, 갑시다.” 물론 미다스에게는 어려울 게 없었다. 가볍게 점프하는 것만으로 단숨에 벽돌에 올라섰다. - 무슨 근접 딜러처럼 오르네. - BJ대마도사 근력 스탯이 몇인지 궁금하네. 비슷한 레벨대의 근접 딜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근력 스탯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오르던 미다스가 이내 멈추더니 아래를 바라봤다. 그러자 피라미드 아래에서 대기 중인 럭키와 골드, 실버, 잭팟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본 미다스가 말했다. “같이 올라갈래?” 왕! “아무렴,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질문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경쟁하듯 좋다는 대답을 뱉었다. - 아니 왜 우리 럭키님한테 개고생시키심? - BJ대마도사님 혼자 올라갔다 오시면 되지, 왜 우리 골드님 괴롭히세요? - BJ대마도사 빠져가지고 ㅉㅉ - 요즘 좀 빨아주니까 자기가 이 방송 주인인 줄 착각하네. 선 넘지 맙시다. 반면 채팅창에는 BJ대마도사를 나무라는 소리가 나왔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바라던 반응이었다. “예예, 저 혼자 올라가겠습니다.” ‘좋아, 이제 좀 평소 같네.’ 이 분위기가 바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의 평소 분위기였으니까. 꾸우! 그때 잭팟이 힘찬 날갯짓과 함께 단숨에 미다스가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잭팟아, 같이 가주려고?” 꾸우! 그 질문에 잭팟이 미다스의 머리에 착지하더니, 그대로 날개를 접고는 제 부리를 날개에 비비기 시작했다. 이대로 날 데리고 올라가라, 그러한 잭팟의 제스처에 미다스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 그래도 잭팟님이 착해서 길동무는 해주시네. - BJ대마도사 아껴주는 건 잭팟 밖에 없다니까. 그 잭팟의 모습에 채팅창에 웃음꽃이 피었다. ‘고맙다.’ 그리고 미다스의 마음속에도 여유가 조금이 나마 피었다. 그렇게 잭팟을 머리 위에 얹은 미다스가 빠른 속도로 피라미드를 오르기 시작했다. [왕가의 무덤 정상에 올랐습니다.] [타이틀 ‘피라미드 정상에 오른 자’를 달성하셨습니다.] 그런 미다스를 반긴 것은 타이틀 획득 알림과 꼭짓점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피라미드 형태의 벽돌이었다. “여기 구멍이 있네요.” 그 벽돌에 열쇠 구멍이 있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무조건 직진뿐이다.’ 바로 인벤토리에서 왕가의 열쇠를 꺼낸 후에 그것을 그대로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궁! 피라미드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몸을 떨었고, 그 떨림에 피라미드를 덮고 있는 모래들이 흩뿌려지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쿠쿠쿠! 그리고 이어진 격한 소리, 돌로 돌을 긁는 듯한 소리와 함께 피라미드의 중간 부분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여기서 화끈한 이벤트 하나만 가자. 모두가 열광할 만한, 아주 인상적인 이벤트로.’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왕가의 무덤 ]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가의 무덤으로 들어가려는 자, 무덤을 지키는 왕가의 수호자의 시험을 통과하고, 왕가의 무덤 안으로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왕가의 유산’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수호자?’ 그 순간이었다. 커헝! 피라미드에 생긴 구멍 속에서 개가 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주인님, 저기 무언가가 등장했습니다!” 피라미드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등장한 존재를 향해 경고를 내질렀고, 그 경고에 미다스 역시 고개를 돌려 피라미드 중간 지점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아누비스와 같이 검은색 자칼의 머리에 근육질의 성인 남성 몸을 하고 있는 전사가. [왕가의 수호자(Lv.249)] 왕가의 수호자. 등장한 새로운 몬스터의 스탯은 엄청났다. 보스 몬스터급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빅이벤트다!’ 그 수호자의 무시무시함을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여러분 왕가의 수호자가 등장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기뻐하는 목소리로.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딱 봐도 보스급 몬스터 같은데, BJ대마도사 되게 좋아하네? - 역시 BJ대마도사는 헬모드 좋아하는 변태였어. - 우리 BJ대마도사님 앞으로 불꽃길만 걷기를 소원합니다. BJ대마도사는 헬 난이도를 즐기는 플레이어라고. “그럼 이제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한 동상이몽 속에서 왕가의 수호자 레이드가 시작됐다. 286화. < 91화. 파워업 (1). > 1. 왕가의 수호자. 검은 늑대의 머리에 근육질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는 놈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니라 아즈모였다. [아즈모 님이 10,15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저 녀석 모래숲에 있는 사막왕의 제단에서 본 것 같은데?] 그의 발언에 곧바로 채팅창에 동조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라포 님이 10,15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렇네. 거기 제단에 있는 석판에 그려져 있던 녀석이네.] [구스타프 님이 10,16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용케 알아차렸군. 그보다 이러면 스토리가 연결된다는 건가?] 사막왕과 관련이 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 이번 건 뭔가 있어 보인다. - 이거 스토리 좀 풀어주시죠? 갓워즈에 이제까지 공개된 적 없었던 사막의 이야기가 지금 공개되는 순간. 그러나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쿵! 왕가의 수호자, 놈이 이제 미다스를 시험하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시청자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 와! 점프력 봐! - 나네, 아주 그냥 날아! 높이만 4미터에 이르는 피라미드 벽돌, 그러한 벽돌을 평범한 계단 오르듯 가뿐하게 올라가는 그 점프력은 보는 이의 감탄을 가뿐하게 쥐어짜낼 정도로 경이로웠으니까. 동시에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 대충 알겠네. 저 가벼운 몸놀림이 장기인 녀석이네. 공격 스킬도 점프 계열일 테고. - 보통 이런 놈들이 강하 스킬 같은 거 쓰지. - 거기에 거대 피라미드잖아? 더 쉽지 않을 거야. 이번 레이드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 BJ대마도사가 골치 좀 아프겠어. 저런 걸 맞추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 골치 아픈 정도가 아니라 거의 천적급 같은데? 더욱이 피라미드란 지형지물과 왕가의 수호자가 보여주는 도약력은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와 상성이 최악이었다.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골 때리는 놈이네.’ 그것도 아주 잘.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왕가의 수호자(Lv.249)] !하이 점프 스킬 사용 가능 !HP가 1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이동속도 및 점프력 2퍼센트 증가 !HP가 80퍼센트 이하일 경우 ‘강하’ 스킬 사용 가능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대강하’ 스킬 사용 가능 왕가의 수호자가 가진 능력들이. 그렇게 보이는 능력치들은 하나하나가 골치 아픈 것들이었다. 일단 하이 점프 스킬, 문자 그대로 점프력을 높여주는 스킬로, 그 자체로도 까다로웠다. ‘강하 스킬도 문제야.’ 여기에 하나 더, 2페이즈부터 발동하는 강하 스킬은 하이 점프와 연계되는 스킬로 도약한 상태에서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공격 스킬이었다. 뛰어오른 높이가 높을수록 데미지가 강력해지는 건 물론, 공중에서 자신의 공격 지점을 선택할 수 있었다. 즉, 평범한 포물선이 아니라 임의적인 동선이 그려진다는 의미였다. ‘대강하는…….' 대강하 스킬은 아예 도약과 함께 눈앞에서 사라진 후에 곧바로 원하는 지점에 추락하는 스킬이었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스킬. 데미지는 소위 필살기라는 분류에 들어갈 만큼 매우 강력한 스킬이었다. ‘어후…….' 미다스 입장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올 만큼 여러모로 쉽지 않은 요소들. ‘이 놈을 어떻게 잡아야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왕가의 수호자를 끝내주게 잡아야 하는 추가 과제가 있었다. 쿵!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왕가의 수호자가 피라미드를 올라오며 미다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꾸우! 그 사실에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날갯짓을 하며 경고를 보냈고, 미다스 역시 대비를 했다. ‘사생결단으로 잡을까? 하지만 피라미드는 럭키한테 불리해. 피라미드 밖으로 끄집어내면 편하긴 하겠지만…… 그럼 재미가 없고. 골드한테 탱킹을 맡길까? 아니야, 밀려. 위험해.’ 물론 여전히 미다스의 머릿속은 왕가의 수호자 레이드를 위한 방법들로 가득 찼다. ‘응?’ 그 순간이었다. ‘뭐지?’ 하이 점프와 함께 단숨에 3개나 되는 피라미드 벽돌을 뛰어넘는 왕가의 수호자, 그러한 왕가의 수호자 발아래 X자 표시가 생성되었다. 쿵! 이내 왕가의 수호자가 X자 표시에 착지하는 순간 그 자국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X자 표시가 하나 더 생겼고, 이내 왕가의 수호자가 도약과 함께 그 표시 위에 착지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케이.’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제가 사과의 의미로 저 왕가의 수호자를 혼자서 상대하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다시 한 번 진짜 솔로 플레이를 선언했다. 2. 종종 말한다. 고수는 쉬운 일을 해도 느낌이 다르다고. 달리 말하면 고수의 진짜 실력은 어려운 일을 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의미였다. 지금 미다스가 보여주는 게 그러했다.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 피라미드와 그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거대 벽돌들. “어우, 뭐 이리 높아?” 현실이라면 손에 도구를 쥐여줘도 감히 오르지 못할 그곳을 미다스가 동네 아이가 놀이터를 뛰어노는 것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진짜 게임 뭐 같이 만드네요. 게임 좀 쉽게 만들지. 이거 뭐 편하게 사냥할 수가 없네.” 한 번의 도약으로 벽돌에 올라서는 섰고, 벽돌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으며, 때때로는 도약하며 피라미드 벽돌 서너 개를 단숨에 내려갔다. 쿵! 그것도 그저 혼자 노는 게 아니라 등 뒤에는 무시무시한 왕가의 수호자를 둔 채 이루어졌다. 더욱이 왕가의 수호자는 분명 미다스보다 더 빠른 이동 속도 그리고 더 높은 점프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는 술래잡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 대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그 술래잡기에서 술래를 상대로 조금도 잡힐 듯한 낌새를 드러내지 않았다. 퍼엉! 드러내기는커녕 파이어볼로 크게 도약하여 착지하는 왕가의 수호자를 정확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오케이, 명중!” 넘치는 여유를 보였다. -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 그냥 평지에서 잘 뛰니까 그냥 잘 뛰네, 했는데 피라미드 같은 곳에서 싸우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구나. - 이제 좀 진짜 무섭네.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넘어 이제는 소름이 끼칠 정도. 물론 시청자들은 알지 못했다. ‘낙하지점을 알면 일도 아니지.’ 이 놀라운 퍼포먼스의 비결이 왕가의 수호자의 낙하지점이 볼 수 있다는 사실, 그 덕분이란 것을. 그만큼 낙하지점이 보인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낙하지점이 보인다는 것은 동선도 유추가 가능하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한 동선 유추가 가능한 상태에서는 공격을 피하는 건 물론 맞추기도 쉬웠다. 더욱이 지금 미다스가 가진 스킬들은 모두가 피라미드에서 전투를 치르는데 유리한 것들뿐이었다. 무빙 캐스팅을 통해 이동하면서 얼마든지 캐스팅이 가능했고, 불굴의 의지 덕분에 캐스팅이 취소될 이유가 없었으며, 위대한 정신 스킬 덕분에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특히 양손을 자유롭게 쓴다는 것의 메리트가 상당했다. “후우!” 필요에 따라서는 암벽을 타듯 양손으로 단숨에 피라미드 벽돌을 올라설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피하는데 집중해야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도 있었다. 지금처럼 양손을 이용해서 벽돌을 올라야 하는 순간, 이 순간에는 사실상 데미지 딜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부분이 크게 문제 되진 않았다. “사역마 라이트닝 볼트, 사역마 윈드 애로우.” 미다스의 두 사역마들은 결코 쉬지 않았으니까. 쉬기는커녕 오히려 사역마들에게 이곳, 피라미드란 무대는 활약하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공중을 비행할 수 있는 녀석들에게 피라미드의 높이나, 크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사역마가 라이트닝 볼트를 시전합니다.] [사역마가 윈드 애로우를 시전합니다.] 그저 제 주인을 쫓는 왕가의 수호자를 향해 마법 화살을 발사하면 될 뿐. - 사역마 두 마리 딜링도 장난 아니네. - 장난 아닌 정도가 아니라 BJ대마도사 스탯을 생각하면 저거 한 발 한 발이 보통 마법사들 스피어 급일걸?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좋은 흐름이야.’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미소를 머금었다. 채팅창이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 찬다는 건 그만큼 방송에 집중한 인원이 많다는 의미. - 5천만 명 돌파했다! - 시청자 폭발한다! 동시에 시청자 숫자 역시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쿵! 그리고 자신을 노리는 왕가의 수호자의 HP는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남은 HP는 21퍼센트.’ 강하 스킬을 사용하며 피라미드 위에 거미줄과 같은 균열을 만들어내며 등장한 왕가의 수호자의 HP상태를 본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마무리를 준비해야 해.’ 이제 이 라이브 방송의 마무리를 위한 그림을. 그 그림을 그리던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왕가의 수호자가 마지막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 알림과 동시에 이제까지 미다스를 쫓던 왕가의 수호자가 하늘을 향해 도약했다. - 어? 사라졌다! 그렇게 도약한 왕가의 수호자의 모습이 햇빛 속에 가려지더니 이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형태가 됐다.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대강하다! - 왕가의 수호자가 대강하 스킬 사용한다! 갓워즈에서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은 오직 하나, 대강하 스킬뿐이니까.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제 기대했다. - 대강하 스킬은 떨어지기 전까지 보이지 않잖아? - BJ대마도사가 이것도 피할 수 있을까? 과연 이 보이지도 않는 강력한 공격을 BJ대마도사가 과연 어떻게 피해낼 수 있을지. 물론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대강하 스킬의 낙하지점이 고정되는 순간 미다스의 눈에는 바로 X자 표시가 보일 테니까. 즉,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X자에서 멀어지면 될 뿐이었다. ‘그럼 재미없지.’ 그러나 고작 그런 장면을 보기 위해 시청자들이 이토록 열과 성을 드러낼 리는 만무. 그렇기에 미다스는 소리쳤다. “대강하 스킬 공략법은 간단합니다.” 그 외침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 낙하지점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공략이 간단하다고? 그 의문에 미다스는 기꺼이 대답했다. “가만히 있으면 저한테 떨어질 게 뻔하거든요.” - 아! 그 대답의 의미를 파악한 시청자들은 이내 열광했다. - 크으, 역시 BJ대마도사네. 온몸으로 받을 속셈이야. - 그래, 가만히 있으면 거기 떨어지겠네! - 완벽한 공략법에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 그동안 괜히 대강하 스킬 피하겠다고 뛰어다니던 쫄보 탱커들은 이거 보고 반성하셔야 할 듯. 그냥 온몸으로 받겠다! 어지간한 탱킹력 좋은 탱커조차 내뱉지 못할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리볼버.” 그 의지 속에서 미다스는 피라미드의 벽돌 위에 꼿꼿하게 선 채로 하늘을 바라보며 캐스팅을 시작했다. “헬파이어 앤 애드원 트라이던트 앤 인페르노.” 피하지 않고, 맞붙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와, 긴장된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발치 아래 X자가 등장했다. ‘온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의미. 이윽고 그로부터 정확히 5초 후에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왕가의 수호자가 등장했다. - 왔다! - 등장했다! 미다스와의 거리는 약 100미터. 분명 숫자상으로는 먼 거리, 그러나 대강하를 시작한 왕가의 수호자에게 있어서는 눈 깜짝할 사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표현 그대로였다. 보이는 순간 왕가의 수호자가 그대로 피라미드 위에 꽂혔다. 꽈릉! 그리고 들리는 굉음과 함께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 휘잉!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이내 단숨에 먼지 구름을 걷어냈다. - 버텼나? 그리고 등장한 풍경 속에서 시청자들이 빠르게 BJ대마도사의 존재를 찾기 시작했다. - 없어? 그러나 보이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왕가의 수호자뿐. 그 순간이었다. 검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새 한 마리가 그대로 왕가의 수호자를 덮쳤다. 화르륵! 그렇게 시작된 검은 불꽃이 단숨에 왕가의 수호자의 드러난 가슴팍을 뒤덮었다. [지옥의 불길이 왕가의 수호자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푸홧! 그 알림이 들리기 무섭게 곧바로 얼음창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왕가의 수호자의 가슴팍에 꽂혔다. [왕가의 수호자가 얼어붙습니다.] 그와 동시에 왕가의 수호자가 얼음 동상처럼 굳었고,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발견할 수 있었다. - 저기 있다! - 어떻게? 어느새 위로 이동한 BJ대마도사의 존재를. 그러한 시청자들의 관심에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하…… 맞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블링크 썼습니다.” 그런 그의 설명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결국 튀었네. - BJ쫄보도사 어디 안 가죠. - 날 속였어! - 잠시나마 BJ대마도사를 빤 내가 호구지. 다시 BJ골드님 빠로 돌아갑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니, 다들 저거 보세요! 피라미드가 개박살이 났는데 저기 맞으면 게임오버라니까요? 저걸 어떻게 버텨요!" 나름의 항변. 그 항변 속에서 미다스가 손에 든 트라이던트를 다시 한 번 더 던졌다. [왕가의 수호자가 얼어붙습니다.] 그러자 이제 막 빙결 상태가 풀리려던 왕가의 수호자가 다시 한 번 더 얼어붙었다. 그와 동시에 사역마들이 애로우 계열 마법을 쉼 없이 왕가의 수호자를 향해 토해냈다. “처음에는 한 번 맞고 버티려고 했는데 떨어지는 순간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거 맞으면 게임오버 되겠구나.” 그리고 미다스는 수다를 토해냈다. “제가 그동안 어떻게 노 게임오버로 해왔는데, 여기서 배짱 부리다가 죽을 순 없잖아요?” 쉼 없이. 그러한 수다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트라이던트를 던지며 왕가의 수호자를 결박했다. 갓워즈에서 오로지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 - 그냥 끝내요. - 빨리 끝내시죠, 밥이나 먹으러 가게. 그러한 여유 속에서 미다스가 마무리를 했다. “인페르노.” 얼어붙은 왕가의 수호자의 몸을 인페르노의 불길로 뒤덮은 후에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꽈릉! 왕가의 수호자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 - 꽈릉! 한 줄기 섬광과 동시에 강렬한 소리가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소리가 사라진 라이브 방송실 안이 적막감으로 가득 찼다. 그 적막감을 품은 직원들의 얼굴에는 얼이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가 갑자기 사과 방송을 하더니, 이후 아즈모와 멀린이 험악한 분위기로 싸웠고, 그러다가 갑자기 왕가의 수호자를 잡았다. 그 모든 과정을 시청자가 아니라 관계자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마치 납치범에게 갑자기 납치를 당한 채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감탄이나, 탄식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 박영준도 마찬가지였다. ‘미치겠군.’ 그의 머릿속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앞에서는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였다. 그가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그 사실에 직원들 중 몇 명이 시선을 보냈다. 그때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어비스 길드 관계자분과 통화를 원합니다. 예, 대기하겠습니다.” 갑자기 나온 어비스 길드라는 말에 직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 사장님! 어비스 길드에 전화를 왜?” 결국 직원 한 명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행동이 무례한 것임에도 모른 채 전화를 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 질문에 박영준이 잠시 대기 하는 틈을 빌려 설명을 해줬다. "어비스 길드가 뭣도 모르고 BJ대마도사를 보고 발끈한 멍청이 짓을 한 건지, 아니면 사전에 BJ대마도사와 계획된 쇼를 한 건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이니까. 287화. < 91화. 파워업 (2). > 4. [왕가의 수호자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선택을 재촉합니다.] 전투가 끝났음을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감상에 짙게 젖었다. ‘아.’ 그럴 만한 일이었다. ‘기어코 해냈다.’ 왕가의 수호자를 홀로, 솔로 플레이로 사냥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마주했던 위기들은 왕가의 수호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으니까. ‘내가 결국 해냈어.’ 그런 위기들 앞에서 쓰러지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성공 리에 끝냈는데 감상에 젖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어우, 이거 잡고 나니까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오네요.” 달리 말하면 이제 정말 한계였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못 해먹겠다.’ 이 이상은 물리적으로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 “일단 플레이 타임이 다 됐거든요.” 실제로 지금 미다스는 당장 강제 로그아웃을 당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플레이 타임이 소모된 상태였다. - 하긴, 오늘 여기까지 오는 데도 시간 좀 썼을 테니까. - 플레이 타임 다 쓸 때가 왔지. - 이번 건 인정. BJ대마도사의 시청자들 역시 이해했다. 오늘 그가 여러모로 대단한 것을 보여준 만큼 무리한 건 사실. - ㅍ여기까지 봤으면 됐다. ㄴ 하긴, 이제 보는 것도 지친다. ㄴ BJ대마도사 얼굴이 자꾸 보면 질리는 타입이긴 하지. ㄴ 맞아, 오늘은 럭키랑 골드도 못 보고 BJ대마도사만 봐서 그런지 더 피곤한 듯. ㄴ 다들 하루 쉬고 내일 봅시다! 한편으로는 오늘 라이브 방송에 만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 그 사실에 미다스도 만족했다. 이제 정말 라이브 방송을 끝낼 적기가 온 셈.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마무리 멘트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이 라이브 방송 보여드리느라 데이트 약속도 미뤘거든요. 이거 끝나고 바로 나가야 합니다." 그 멘트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 헛소리하는 거 보니 진짜 많이 피곤하긴 한 모양이네. - 형, 새로운 미연시 게임이라도 시작한 거야? - 데이트라고 했지, 여자라고 데이트라고는 안 함. 다른 것일 수도 있음. ㄴ 귀여운 강아지 같은 거? ㄴ 아니, 피규어 같은 무생물. 그 반응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 역시 의도한 바였다. 유쾌한 마무리를 위해서. ‘좋아, 이제 끝내자.' 그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내일 라이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새로운 골드의 몸과 함께요.” - 아! 골드 몸! - BJ대마도사님, 골드님은 보여주고 가세요! 그 순간 갑작스레 아수라장이 되는 채팅창을 뒤로 한 채 미다스가 강제로 방송을 종료했다. 기대감을 최고조에 올라놓은 채 방송을 마무리 짓는 순간. “얘들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올라와!” 그 외침에 이제까지 잠자코 피라미드 아래에 있던 럭키와 골드, 실버가 빠른 속도로 피라미드를 올라오기 시작했다. 왕! 그중 가장 먼저 올라온 럭키가 그대로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리더니, 열심히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래, 럭키야. 그동안 군침만 흘리느라 수고했지?” “나쁜개!” 그때 럭키에 비해 여러모로 늦은 골드가 분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팀워크를 지켜라! 주인님께는 같이 가는 거다! 너 혼자 먼저 가서 칭찬 받지 마라!” 럭키보다 먼저 주인에게 다다르지 못한 것이 화가 난 모양. 그렇게 분노 속에서 어찌어찌 미다스 곁에 선 골드, 그런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골드야, 요즘 몸이 많이 무겁지?” “아닙니다!” 그 순간 골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제 손으로 가슴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저 골드, 주인님이 주신 이름에 맹세컨대 무엇이든 시켜주시면 기필코 완수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 몸을 믿어주십시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그럼 이 몸은 실버 줘도 되겠네?” “주인님, 저 부르셨나요?” 이윽고 올라온 실버의 의문 어린 질문에 골드가 이내 크흠, 헛기침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제 몸이 무겁진 않지만, 혹여라도 제 몸이 부족해서 주인님의 명성을 쫓지 못 하는 일이 생길 것이 우려되긴 합니다." “그래? 몸이 안 무거워? 실버 너는? 몸 어때?”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실버 앞에서 골드가 이내 소리쳤다. “가만 생각하니 많이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골드가 새로운 몸을 가져야지.” 그리고는 다시 왕가의 수호자의 사체를 바라보는 미다스, 그런 그의 눈에 정보가 보였다. ‘가진 아이템은 없고.’ 왕가의 수호자에게서는 루팅 가능한 아이템이 없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뭐, 아이템이야 내가 사다 맞춰주면 되는 거지.’ 왕가의 수호자 스탯은 이미 앞서서 지켜본바, 아주 도움이 크게 될 몸이었다. 특히 점프력은 여러모로 효용 가치가 높아 보였다. ‘오랜만에 얻은 인간형이네.' 무엇보다 왕가의 수호자의 덩치는 플레이어와 같았으며,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도 플레이어와 같았다. 그렇다는 건 곧 플레이어의 아이템이 얼마든지 착용 가능하다는 의미. ‘……돈 좀 들어가겠네.’ 이내 생각을 마친 미다스가 곧바로 골드의 몸을 바꾸었다. 작업은 금방 이루어졌다. “가디언 소환, 대상 골드.” 그 짤막한 명령어를 내뱉는 순간 마네킹마냥 쓰러져 있던 왕가의 수호자의 눈, 그 검은 늑대의 머리에 박힌 눈동자에 황금빛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근육질의 몸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왕가의 수호자가 일어나며 말했다. "주인님, 새로운 몸을 얻으니 힘이 끓어오릅니다." 그 후에 곧바로 미다스의 옆에서 몸을 비비고 있는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쁜개, 이제는 내가 너보다 더 강할 것이다.” 럭키를 향해 도전을 선포하는 골드. 헥헥! 그러나 막상 도전을 받은 럭키는 별거 아니라는 듯 혓바닥을 내민 채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더니 이내 일어나서 골드를 향해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머리가 늑대라서 친근감을 느낀 모양. “나쁜개! 저리 가! 안 봐줄 거다!” 헥헥!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내 차례다.’ “레벨업 보상.” 그 미소와 함께 뒤늦은 220레벨 보상을 열었다. [새로운 기회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그 대답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카드들, 한 눈에 카드 앞에서 미다스는 초조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레전더리 하나쯤은 나오겠지.’ 최근 연달아 레벨업 보상 때마다 레전더리 등급 카드를 하나씩 얻은 상황 아닌가? ‘설마 1백 장 중 하나가 안 나오겠어?’ 때문에 초조함 대신 기대감을 품었다. ‘백퍼센트 레전더리 나온다. 느낌이 좋아. 어쩌면 220레벨짜리 레전더리 스킬인 대폭발이 나올 것 같다. 그래, 대폭발가자! 경매장에서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대폭발로 가자!’ 그렇게 점차 거대해지는 기대감 속에서 카드를 훑었던 미다스가 이내 잠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하.” 그리고는 짤막한 웃음과 함께 미다스가 다시 눈을 뜬 후에 카드를 살펴보았다. “이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그런 미다스의 눈에 비친 1백 장의 카드, 그중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카드는 단 한 장도 없었다. 5. “대폭발 스킬 카드.” 박영준의 대답에 곧바로 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 그걸로 눈감아 주신다는 건 아니겠죠? “선수금 같은 겁니다. 협상을 떠나 당장 보도 자료는 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테니까요. 어비스 길드와 BJ대마도사의 사이가 좋지 않다, 같은 루머들.” - 어느 정도로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시죠? “일차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어비스 길드와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내용을 올릴 겁니다. 이후 협상 내용에 따라 내일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 직접 해명해줄 수도 있고요.” 그러자 잠시 대화가 멈추었다. 툭툭!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 번 두드릴 시간, 그 짤막한 시간이 흐르자 침묵이 깨지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 좋아요. 바로 보내드리죠. “어!” 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박영준의 옆에 있던 부하 직원이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후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막 대폭발 스킬 카드가 들어왔다는 의미의 제스처, 그 제스처에 박영준은 속으로 옅게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장난 아니네.' 대폭발. 마법사용 220레벨짜리 레전더리 스킬 카드로 스킬 효과는 말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을 던지는 스킬이었다. 위력이 대단한 스킬은 아니었다. 100레벨대 얻을 수 있는 스킬인 선더볼트에 비해서는 위력이 모자란 스킬. 대신 쿨타임이 짧은 편이었다. 기본 쿨타임은 200초. 나름 쿨타임 감소 셋을 세팅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거의 1분마다 쓸 수 있었다. 그저 강력한 마법보다 효용 가치는 더 높았다. ‘경매장에서 구하기도 힘든 녀석인데.’ 그런 만큼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물이 매우 적었다. 경매장에서는 사실상 거래가 되지 않는 수준, 1티어급 길드 혹은 10대 길드들이 알음알음 거래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물건을 그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입장료로 단숨에 지불한다? ‘새삼스럽군.’ 어비스 길드가 가진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 ‘이런 어비스 길드를 먹어치울 생각을 하다니…… BJ대마도사만 할 수 있는 선택이겠지.’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의 저력 역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뭐, BJ대마도사에게는 필요 없겠지만.’ 물론 박영준이 생각하기에 이렇게 얻은 대폭발 스킬이 BJ대마도사에게는 별 가치가 없었다. 그가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이 스킬을 이미 구해둔 정도가 아니라 필요하면 카드 게임 할 수 있을 만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대폭발 스킬 카드를 요구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입장료를 비싸게 해야지, 그 판의 베팅액이 올라간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구실이었다.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대폭발 스킬을 사용할 때 이 건수를 이용해서 변호를 할 수 있으니까.’ 어비스 길드의 멀린이 그때 후원 채팅으로 그렇게 나온 건 연출이었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고 바로 모두가 믿어줄 리는 만무. 그렇지만 그 말과 함께 대폭발 스킬을 쓰면서 이 마법 스킬은 어비스 길드가 준 스킬입니다! 라고 광고 한마디 날려준다면?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의 사이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의심은 그다지 크지 않을 터였다. 딱히 고민할 대목은 아니었다. 툭툭! 당연히 박영준이 대화 속에서 머리를 두드리는 것은 대폭발 스킬 카드와는 관계가 없었다. ‘문제는 이다음.’ 이제부터 시작될 협상. - 그래서 뭘 원하죠? 이어진 어비스 길드 쪽의 질문에 박영준의 머릿속에는 미리 떠올린 다양한 선택지들이 떠올랐다. 사실 원하는 건 정해져 있었다. BJ대마도사에게 돈과 아이템, 스킬 카드 따위는 조금도 가치도 없는바. ‘원하는 건 자유다.’ 현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가장 원하는 건 10대 길드를 비롯한 권력자들이 쥐고 있는 권한들, 그로부터의 자유였다. 당장 이번 퀘스트만 해도 그랬다. 만약 탐험가 길드와의 사전 합의가 없었다면? 그리고 왕가의 열쇠가 없었다면? 퀘스트 진행은 단 한 발자국도 이어지지 않았을 터. ‘BJ대마도사의 방식도 이제는 안 먹혀.’ 그나마 BJ대마도사의 놀라운 계획, 몇 수 앞을 내다본 혜안 덕분에 이번 사막에서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은 성공리에 끝났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이미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모두가 눈치 챘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BJ대마도사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그를 방해하고자 하면, 제대로 한다면 이제는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자유를 요구하면…….'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 자유와 지원을 요구해봤자 어비스 길드가 제대로 들어줄 가능성은 없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 어비스 길드의 체면을 두고 거래하는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망한 체면, 차라리 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겠지.’ 어비스 길드의 체면은 다른 곳과 달랐다 무너지면 무너지고, 세우면 세울 뿐, 적당히란 존재할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상대로 무언가 이득을 얻어내고자 해서는 안 됐다. ‘합리적인 딜이 필요해.' 기브 앤 테이크, 누가 보더라도 거래라고 볼 수 있는 것만이 통할 뿐. 툭! 그 대목에서 박영준의 손이 멈췄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얼마나 진행하셨습니까?” 이윽고 나온 질문에 답이 나왔다. - 4개.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박영준도 대답했다. “자유 한 번에 퀘스트 정보 4개는 너무 하는군요. 그쪽이 생각해도 커트라인은 3개일 텐데.” 거래는 간단했다. BJ대마도사가 사막처럼 다음 사냥터에서 10대 길드의 제지 없이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3개 공략 정보를 주겠다. - 좋아요. 3개로 하죠. 이윽고 나온 대답에 박영준이 말했다. “BJ대마도사 허락이 필요합니다. 일단 보도 자료부터 뿌리겠습니다, 차후 정리되면 다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그리고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우리 채널 게시판에 글 올려.” “뭐라고 올릴까요?” “어비스 길드와 아즈모에게 감사하다고.” “예." 말을 마친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BJ대마도사에게 미팅하고 싶다고 메일 보내.” ‘저쪽도 이번에는 냄새를 맡고 덤벼들 테니, 그 보안 담당자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말을 하던 박영준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이제 이런 대화가 잦아질 테니, 차라리 모든 보안을 전담시킬 겸 작업장을 아예 지원해주는 게 낫겠어. 보안에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 각오를 마친 박영준이 사무실을 벗어났다. 긴 하루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288화. < 91화. 파워업 (3). > 6.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한 하루를 보낸 탓에 잠들면 종일 잘 것 같은데, 막상 오래 자지 못하는 때가. 지금 정현우가 그러했다. ‘아.’ 체감상으로는 분명 새벽녘. 잠든 시간을 고려하면 수면 시간은 채 6시간을 넘지 못할 듯했다. 한편으로는 잠들기도 애매한 순간이었다. ‘오늘 라이브 방송해야지.’ 오늘 일정도 어제와 비교해서 충분히 치열할 게 분명했기에. 그렇기에 다시 잠들 여유를 가지지 못한 정현우가 결국 몸을 일으켰고, 그에 맞춰 잠들려던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타닥, 타닥! 자연스레 어둑했던 공간 속에서 울리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응?' 그 소리에 놀란 정현우가 식탁으로 시선을 돌리자, 노트북 모니터를 무채색 표정으로 바라보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형!" 그 모습에 정현우가 무어라 소리치려다가 이내 근처에 소곤소곤 잠든 조카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계속 일한 거야?” 동생의 질문에 정태우는 대답 대신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는 이내 원샷을 하듯 크게 들이켰다.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마저 해치우기 위함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미 커피를 마실 만큼 마셨다는 의미. 정현우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했다. “아니, 정규직도 아닌데 이딴 식으로 새벽까지 일을 시킨다고? 보너스도 안 주는데? 형네 사장 미친 거 아니야?” 그 대답에 분노하는 정현우. “이번에 정규직으로 됐어. 추가 수당 받고 일하는 중이고. 계약서는 써야 하지만, 일단 되면 앞으로 회사 쪽에서 내 병원비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형, 형네 회사 미국에 있다고 했지? 미국 사람들도 홍삼 선물로 보내면 좋아하겠지?”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바로 태도를 바꾸는 동생을 향해 정태우는 대답 대신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정규직이 됐다는 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건 물론 더 중요한 책임이 생겼다는 의미. 여러모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런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형, 정규직 됐으니까 파티라도 할까? 오늘 저녁 치킨에다가 간만에 맥주 좀 마실까?” 그저 자신의 예전처럼, 그 믿음직하던 때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기쁠 뿐. “너 할 일이나 제대로 해. 보니까 스마트폰이 몇 번이나 알림이 오더라. 부재중 알림이 여럿 있을 거다.” “알림?” 그제야 정현우가 자신이 누웠던 자리, 그 머리말에 놓인 제 폰을 쥐고 켰다. 그리고 뜬 알림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발신자는 라이징 스타 채널. ‘무슨 일 있나?’ 정현우가 굳은 표정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보낸 메일의 내용을 확인했다. [어비스 길드와 협상을 했습니다. 그와 관련해 앞으로의 게임 진행과 관련해서 논의할 게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 전에 미팅이 가능하면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십시오.] 그 내용에 정현우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어비스 길드…… 결국 나오네.’ 언급된 어비스 길드에 대한 문제는 정현우 역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인지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번에 수면 시간이 줄어든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 ‘하긴, 그렇게 대놓고 멀린하고 아즈모가 싸웠는데 문제가 안 생길 리가 없지.’ 정현우가 도중에 더 큰 빅이슈를 터뜨린 덕분에 넘어가긴 했지만, 아즈모와 멀린, 두 거물이 BJ대마도사를 두고 싸운 사건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건수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변질되기에도 좋았다.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사이가 안 좋다, 루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더 입맛에 맞는 가십거리도 없을 테니까. ‘어비스 길드랑 사이 나빠지면 앞으로 게임 진행도 지랄 맞겠지.’ 그런 식으로 어비스 길드와의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자연스레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이메일 내용에 적혀 있었다. 어비스 길드와 협상을 했다는 것. ‘어비스 길드와 사이가 좋다고 연기하는 수밖에 없어.’ 필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어비스 길드에 부탁했을 것이다. 그때 그 채팅은, 아즈모와 멀린이 싸우는 건 사실 사전에 연출된 것이다,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 위한 쇼였을 뿐이다,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는 사이가 나쁜 게 아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맞춰달라고. 그러한 정현우의 예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의 게시판에 들어가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역시.’ 그 게시판에 이번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 진행에 도움을 준 탐험가 길드와 어비스 길드에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됐다는 거네.’ 이걸 보건대 어비스 길드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나름 타협점은 찾은 모양. ‘어휴, 공짜는 아니겠지.’ 물론 정현우가 아는 어비스 길드라면 말을 맞춰주는 조건으로 무언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미팅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터. 그때였다. "무슨 일 있어?” 동생의 굳은 표정을 본 정태우가 결국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렸다. “형이 정규직 됐다는 것보단 덜 중요한 일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보다 오늘 일찍 나갈 테니까 아침밥은 혜린이랑 형이 알아서 챙겨 먹어.” 말을 마친 정현우가 이내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세면대 앞에 선 정현우, 그렇게 세면대 거울 앞에서 정현우는 고민을 멈췄다. ‘어쩔 수 없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건 받아내는 것뿐. ‘뭐든 그냥 받아내자.’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의 얼굴에는 각오가 어렸다. ‘그래, 정현우. 당장 게임 접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까짓것 뭐든 받아내는 거다.’ 자신에게 주어질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낼 다부진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 외쳤다. ‘뭐가 오든 간에 절대 놀라지 않겠어.’ 7. "예?" 미다스의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한 번 더 채팅창에 올라온 채팅을 읽었다. - 와튼 : 어비스 길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와튼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3개 공략 정보를 주면, 다음 사냥터에서 프리패스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내용을 재차 읽은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왜 갑자기 이런 내용이 나오지?’ 미다스가 예상했던 건 어비스 길드가 저번 일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상황. 그런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건 그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 아주 먼 곳의 이야기였다. ‘잠깐만.’ 물론 미다스는 곧바로 지금 채팅 내용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을 했다. ‘그러니까 어비스 길드랑 거래를 했다?’ 일단 가장 핵심 내용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비스 길드와 거래를 했다는 의미였다. 그건 곧 라이징 스타 채널과 어비스 길드가 적대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는 의미. 표면적으로 대립할 일은 없다는 의미였다. ‘내용은…….' 더불어 거래 내용 자체도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다. ‘퀘스트 정보 3개만 주면, 이번처럼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지?’ 미다스 역시 이번에 탐험가 길드의 방해가 없기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진행됐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개꿀이네!’ 기꺼이 받아들여야 마땅한 일. ‘아! 표정 관리.’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놀란 모습 보여드려서 좋을 건 없지.’ 언제나 그렇듯 선수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야, 감독도 선수를 믿고 더더욱 과감한 작전과 전략을 짤 수 있는 법. “예상했던 것보다 조건이 좋네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 3개라니, 전 그냥 도시 단위로 통째로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때문에 미다스는 마치 이 거래 자체를 예상했다는 듯이, 아니, 오히려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거래라는 듯이 반응했다. ‘좀 더 질러봐?’ 여기서 미다스는 잠시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한 번 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제 생각을 밖으로 토해냈다. “그보다 그렇게 정보를 원하는 걸 보면 퀘스트 공략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럼 하나 서비스로 줘볼까요?” - 와튼 : 서비스요? 곧바로 올라오는 채팅에 미다스가 별거 아닌 척 어깨를 으쓱하는 연기와 함께 말했다. “정보 하나 정도 준다고 뭐 크게 달라지겠습니까? 아, 그냥 주는 건 뭐하면 기브 앤 테이크로 할까요?” 그 말의 의도는 사실 굉장히 간단했다. ‘어비스 길드에 뇌물 좀 드려야지.’ 흔히 시장에서 단골이 되기를 바라는 손님에게 덤으로 좀 더 담아주는 것. ‘어비스 길드 정도면 주는 만큼 받을 수 있잖아?’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비스 길드와 긴밀한 관계가 되는 대가로 퀘스트 정보 하나쯤은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 와튼 : 기브 앤 테이크. - 와튼 : 받고 싶으신 게 있으십니까? 그때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가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이번에 골드가 새로운 몸 얻었는데 골드한테 선물이나 하나 달라고 하면 되죠.” 물론 내심 과한 선물을 기대했다. ‘어비스 길드님, 제발 레전더리 무기 하나만 주십시오. 그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요?’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이기에 바랄 수 있는 기대. - 와튼 :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죠. - 와튼 :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오늘 미팅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와튼 : 오늘 왕가의 무덤 공략 라이브 방송도 잘 부탁합니다. 이윽고 나온 채팅 내용을 본 미다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만 믿으시죠. 아, 공략은 앞으로 1시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 와튼 : 그 안에 정리하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짙은 미소와 함께 골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선물로 뭐가 오려나?’ 8. 타닥! 채팅을 마친 박영준의 시선이 하단을 향했다. 남은 시간 36초. 그 시간을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채팅방을 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떴다. - 채팅 내용 암호화 및 삭제 처리. - 더미 채팅방 뿌리겠습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믿음직하군.’ 그 감탄의 대상은 둘이었다. 하나는 지금 자신의 보안을 담당해주는 담당자의 능력. 다른 하나는 당연히 BJ대마도사였다. ‘언제나 느끼지만 상식을 벗어난다니까.’ 특히 BJ대마도사와의 이번 대화를 통해 느끼는 믿음직함은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망설임 없이 이 딜을 받아들이다니.’ 일단 이번에 이루어진 거래 자체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내용이었다. 메인 시나리오라는 레이스를 두고 추격자들에게 엄청난 메리트를 주는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는 그 메리트를 기꺼이 줬다. ‘여유가 넘친다.’ 그까짓 것 줘봤자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따라잡히지 않으리란 자신감. ‘심지어 하나를 더 줬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BJ대마도사는 퀘스트 정보를 하나 더 줬다. 그것도 보잘 것 없는 대가, 기껏해야 골드 아이템을 맞추는 것을 대가로. 과연 그러한 제안을 받은 어비스 길드의 심정은 어떨까?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속 좀 쓰리겠군.’ 적어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심정을 느끼게 될 터. 그렇기에 박영준은 예상했다. 이 상황을 정리한 이메일을 어비스 길드가 받는 순간 표정이 꽤 볼만하리란 것을. 물론 그 사실에 박영준이 미소를 짓는 일은 없었다. ‘이제 진짜 레이스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거래를 기점으로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를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쥔 상황. 당연히 그들은 전력을 다해 질주할 게 뻔했다. 미소 지을 여유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 서포트한다.’ 그저 전력을 다할 뿐. 9. “이렇게 얕보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메일 내용을 읽은 멀린이 이내 허탈함 가득한 헛웃음을 연거푸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더더욱 몰랐고.” 거듭된 헛웃음. 그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려 보이는 엠마의 표정은 멀린과는 분명 달랐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분노한 표정 같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에 든 태블릿PC를 바라봤다. 그런 엠마를 향해 멀린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골드 선물로 뭘 줄 생각이야?” 그 물음에 엠마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느 부위를 원하는지 모르니, 전부 줘야겠죠. 사막왕 세트를 보내주면 되겠죠.” 멀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 정도면 되겠지.” 그들이 아는 BJ대마도사의 재력을 생각하면, 그에게 사막왕 세트 같은 건 마트에 있는 조금 비싼 가전제품에 불과했으니까. “어차피 BJ대마도사도 그거 받으려고 정보를 준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헛웃음을 짓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10. '응?'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여러 작업을 처리할 겸 그리고 휴식을 취할 겸 휴게실에 앉아있던 정현우. ‘가만,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많아? 가만, 이거 사막왕 세트? 아니, 잠깐. 스킬 카드? 어? 어? 어!’ 그런 정현우의 눈이 제 스마트폰에 꽂히는 순간 그의 모든 표정과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됐다. 그 속에서 대화가 들렸다. “라이브 방송 조금 있다가 하지?” “그보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멀린이랑 아즈모랑 BJ대마도사 방송 분위기 띄워주려고 쇼한 거 같은데?” “하긴, 둘이 키배 뜨는 게 웃기긴 하지. 설마 진심으로 둘이 키배를 뜰 리가 없잖아?” 대화 주제는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대한 것. 그 대화 속에서 이혁주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다니까요. 제가 아는 분 통해서 들었는데 그거 멀린이 빡쳐서 그런 거래요.” “에이, 빡칠 일이 뭐가 있어? 구라 치지 마, 인마.” “진짜예요, 원래는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 엿 먹이려고 왕가의 열쇠 준 건데, BJ대마도사가 그냥 쉽게 넘어가니까 보던 멀린이 빡쳐서 저도 모르게 채팅 친 거예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손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박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어비스 길드가 뭐가 아쉽다고?” “맞아, 어비스 길드라고, 어비스 길드! 심지어 멀린!” 그 반응에 이혁주가 대꾸했다. “어비스 길드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한 길드였다고…… 걔들 포함해서 10대 길드들 다 쓰레기잖아요? 자기들끼리 울타리 만들어서 그 안에서 해먹는 놈들이잖아요? 현우 형, 안 그래요?” 그때 이혁주가 지원군을 바라는 듯 정현우를, 10대 길드나 잘나가는 길드들은 개쓰레기 새끼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은 잘 알잖아요? 어비스 길드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그 말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쓰레기는 무슨 쓰레기야? 어비스 길드면 매우 훌륭한 길드지. 그렇잖아? 어비스 길드처럼 열심히 게임하는 길드가 어디 있어?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나 게임하게 캡슐 세팅이나 해.” “예?” “캡슐 세팅이나 하라고.” “아, 예……." 정현우의 모습에 이혁주가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은 채 움직이는 사이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맙소사, 골드 쓰라고 사막왕 세트에 대폭발 스킬 카드라니!’ 어비스 길드가 준 선물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그 혼미한 상태 속에서 정현우는 상황을 나름 해석했다. ‘그때 소란은 잊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이런 선물을 보내신 게 분명해.’ 이 선물은 어비스 길드 쪽에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 라는 의미에서 보낸 성의라고. ‘역시 갓워즈 최고 길드다우신 배포라니까.’ 최고의 길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스케일에 정현우는 속으로 다짐했다. ‘어비스 길드님이 주신 이 은혜,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아, 그렇지! 오늘 방송 오프닝에서 어비스 길드 찬양부터 하자.’ 그렇게 정현우가 은혜를 갚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289화. < 91화. 파워업 (4). > 11. 제아무리 대단한 스타 플레이어라고 해도 시청자 숫자나, 구독자 숫자가 한계에 이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한계에 이르면 대부분 정체기를 마주하고는 했다. 그때 쓰는 수법이 바로 외부로부터 자극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다른 플레이어 혹은 이벤트를 통해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 지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그랬다. - 오늘 라이브 방송은 어떨까? ㄴ 보통 내용은 아니겠지. ㄴ 아무렴, 왕가의 무덤이 공개되는 날이잖아? 왕가의 무덤 라이브 방송. 사실 방송 내용 주제 자체는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매우 특별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아즈모랑 멀린도 키배 뜨게 만든 곳인데, 분명 무언가가 엄청난 게 있을 거야. 그러나 그 왕가의 무덤 퀘스트를 두고 아즈모와 멀린, 그 둘이 서로 언쟁을 펼치는 순간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를 두고 다양한 루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 전쟁 선포한다던데? ㄴ 무슨 소리야? 게시판 글 보니까 어비스 길드에 고맙다고 하던데. 도와준 거 아니야? ㄴ 도와주기로 했는데 어비스 길드가 태클 건 것일 수도 있잖아? ㄴ 그냥 아니꼬우면 싸울 수도 있는 거지. 특히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둘의 관계에 대한 루머는 왕가의 무덤의 존재감마저 잡아먹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럴 만했다. - 그런데 만약 진짜 싸우는 거라면? 만약 정말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 사이가 좋지 않다면, 둘 사이에서 스파크가 튄다면, 그때부터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셈. 그런 역사적 순간의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싶은 이는 많지 않았다. - 확실한 건 BJ대마도사는 한다면 해. ㄴ 어비스 길드도 한다면 하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충분히 지르고도 남을 자였다. 그게 이유였다. “아, 오늘 무난하게 가겠지?” “제발 무난하게 갔으면 좋겠다.” “괜히 여기서 깜짝 발표 같은 거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어느 때보다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건. ‘사장님에게 듣긴 했지만…….' 분명 사전에 이야기는 확실하게 들었다. 오늘 이 무대에서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와 사이가 좋은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BJ대마도사 아닌가? ‘BJ대마도사한테는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할 게 없어.’ 긴장의 끈은 결코 놓아서는 안 되는 상대. “사전 접속 시청자 숫자 5천만 명 돌파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전 접속 시청자 숫자가 5천만 명이 넘어섰고, 그 사실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모두 속으로 짙은 한숨을 머금었다. ‘어우.’ 알고 있었으니까. ‘다들 사건 터지길 기대하겠지?’ 이렇게 모인 어마어마한 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초조함도 늘어났다. BJ대마도사의 모토는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 그런 그가 그 모토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면 분명 여기서 무언가 터뜨릴 테니까.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딱히 손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기색 없이 상황을 바라볼 뿐. “영상 나옵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골드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라이브 방송의 첫 화면을 채운 것은 새로운 몸을 얻은 골드였다. 물론 예전의 골드가 아니었다. 검은 늑대의 머리를 가진 근육질 전사, 왕가의 수호자의 몸을 베이스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시청자들이 봤던 왕가의 수호자와는 달랐다. ‘아이템 세팅했다.’ 단단한 구릿빛 근육질 몸 위로는 황금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갑옷들이, 마치 이집트를 주제로 삼은 영화에서 볼법한 양식의 갑옷이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사막왕 세트지?” “어비스 길드가 준 거 같아.” 사막왕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 5개, 그 전부가 골드의 몸을 채우고 있었다. 그 위엄 넘치는 모습에 채팅창은 이제 감탄사조차 잊었다. - 이제 겁나네. 골드가 얼마나 강해졌을지. -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는 한 번에 때려잡을 듯. - BJ대마도사 10초 컷 가능할 듯. 이 엄청난 세팅을 마친 골드가 앞으로 전장에서 보여줄 퍼포먼스에 몸서리를 칠뿐. ‘제발 해프닝 없이 가자.’ 반대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긴장감에 몸서리를 쳤다. - BJ대마도사입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렸고,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시선이 카메라를 다루는 파트로 향했다. 그 임무를 맡은 직원이 잽싸게 카메라를 조정했다. 그러자 화면에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보였다. - 일단 라이브 방송에 앞서서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BJ대마도사의 발언이 나왔다. - 이번 왕가의 무덤 퀘스트 진행을 비롯해 저번에 제 부탁대로 분위기를 띄워주신 어비스 길드 그리고 멀린 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무척 담담한 발언에 초조함에 몸서리치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이제 끝인가?’ 설마 이렇게 상황이 간략하게 정리될 줄이야? 채팅창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 어? 진짜 그냥 연출이었어? - 그냥 협력 관계인 모양인데? - 그냥 바로 밝히네? 너무나도 싱거운 상황 설명에 품었던 무언의 기대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사실에 모두가 당황했다. 물론 박영준은 달랐다. ‘완벽하군.’ 그가 보기에는 지금 BJ대마도사의 이 반응은 지금 취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반응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어비스 길드와 거래 계약을 한 상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굳이 불화가 피어오를 만한 씨앗을 만들 이유는 하등 없었다. 더 나아가 루머가 나올 만한 여지도 없애기 위해서는 이렇게 초반에 확실하게 못을 박는 게 좋았다. ‘이제 어비스 길드도 섣불리 못 움직인다.’ 이렇게 못을 박으면, BJ대마도사와 어비스 길드가 사실은 친한 사이다, 라는 관계를 만들면 어비스 길드도 대놓고 BJ대마도사를 공격하는 게 힘들어질 테니까. - 그럼 감사의 인사는 끝났으니, 이제 라이브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못을 박은 BJ대마도사가 바로 본 방송을 시작했다. 12. “이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방송 시작 전 자신이 준비한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계획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본래 미다스는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어비스 길드를 열렬하게 찬양할 생각이었다. 어비스 길드님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머리에 하트 표시를 그리고 춤이라도 출 생각. 그러나 막상 본 방송을 앞뒀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렇게 한다고 어비스 길드가 좋아할까? ‘하지만 분명 실수로 생긴 일인데, 너무 과하게 액션 취하면…….' 그도 그럴 것이 어비스 길드의 그 발언은 분명 사고였다. 사전에 합의된 게 아닌 돌발적인 사고. 그러한 사고를 무마하는 과정인데, 괜히 자극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좋을 건 없었다. 조용히 덮는 게 상책일 뿐. ‘그래, 내가 템 받은 것도 자랑해봤자, 오히려 괜한 루머나 만들어지겠지. 어비스 길드가 내가 무서워서 템을 줬다는 식으로.’ 그게 미다스가 담담한 발언을 한 이유였다. ‘아, 그래도 너무 담담했나?’ 그러나 막상 발언을 하고 나니 아쉬운 감이 생겼다. 결국 큰 선물을 준 어비스 길드에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셈. 준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 실수한 거 같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었기에 미다스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 미련을 품지 않았다. ‘당장은 방송에 집중하자.’ 무엇보다 지금은 라이브 방송 중, 그 사실을 떠올린 미다스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일단 왕가의 무덤으로 들어가기 전에 골드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는 말에 자연스레 채팅창이 뒤숭숭해졌다. - 문제라니? 문제 될 게 있나? - BJ대마도사 표정 보니까 꽤 심각한 문제인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딱히 문제가 될 여지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더더욱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너무 파워업을 해버렸습니다.” - 뭐? 그 말에 물음표로 채워지는 채팅창. 반면 미다스는 거듭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골드가 너무 강해지는 바람에 도무지 위기감이란 놈을 만들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말뜻을 이해한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불만을 토해냈다. - 아, 또 개소리 시작하네. - 럭키님도 안 하는 개소리를 사람이 하네. 그러나 막상 그 발언을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파워업을 한 골드가 추가된 BJ대마도사 파티의 전력은 상식 수준 이상이었다. 하물며 BJ대마도사 혼자서 왕가의 수호자를 처리한 상황 아닌가?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 왕가의 무덤에서 위기를 느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리고 위기감이 적은 방송은 재미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이 왕가의 무덤은 골드가 솔플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리스크를 높이는 수밖에. “방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선택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더 소란스러워졌다. - 와, 이런 식으로 꿀 빠는 걸 정당화하네. - 이거 완전히 악덕 고용주 아님?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 쯧쯧, 그러니까 솔로로 지내는 거지. 그 소란에 미다스는 만족했다. ‘좋아, 분위기 바뀌었다.’ 이 순간 더 이상 어비스 길드와의 관계에 대해 신경 쓰는 이는 없다는 것, 그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기에. 그렇기에 미다스는 이 기세를 빠르게 이어갔다. “자,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골드의 멋진 솔로 플레이를 기대해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며 미다스가 피라미드, 그곳에 왕가의 수호자가 나왔던 입구로 들어갔다. 13. [왕가의 무덤에 입장했습니다.] [왕가의 무덤에 입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시스템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등장한 것은 거대한 트럭 서너 대도 거뜬히 들어갈 법한 계단이었다. - 크네. - 이야, 뭔가 스케일 좀 있어 보이는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해냈다. 한편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파악했다. ‘몬스터는 없다.’ 당장 그의 눈에 보이는 몬스터는 없었다. 물론 미다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절대 이렇게 쉽게 갈 리가 없지.’ 그동안 경험해온 바에 따르면 갓워즈는 결코 플레이어가 꿀을 얌전히 빨아먹는 걸 용납지 않았으니까. 필시 치열한 전투가 예고되어 있을 터. ‘그래, 와라.’ 도리어 미다스는 그 치열한 전투를 바라고 있었다. 현재 골드의 솔로 플레이 선언에 시청자들의 모든 관심이 모인 상태, 그런 상태에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투가 필요한 건 물론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았다. “이제 슬슬 전투의 냄새가 나는군요. 골드야, 어때? 설레지?” “예, 주인님의 영광을 제 손으로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그 사실을 미다스가 골드와의 대화를 통해 거듭 강조했다. - 그래, 이렇게 된 거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자. ㄴ 확실한 건 럭키빠들은 이제 버로우해야지. ㄴ 여기서 럭키빠가 왜 나옴? ㄴ 럭키보다 파워업한 골드가 훨씬 강할 게 뻔하잖아? ㄴ 그건 붙어봐야 아는 거지. ㄴ 그걸 꼭 붙어봐야 아나? ㄴ 골드빠들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후달려? ㄴ 후달려? 허허, 골드팬분들 슬슬 한 번 전쟁 준비하셔야겠는데요? 그렇게 던진 떡밥은 채팅창 내에서 꼬리를 물며 럭키 VS 골드의 분위기로 번졌다. 당연히 채팅창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 골드 전투 보고 아가리 닫으실 준비해라. - 딱 봐도 개털려서 럭키 헬프 외칠 각 나왔죠? 골드빠들 아가리할 각 나왔죠? 정말 전쟁 직전. ‘반응이 너무 뜨거운데? 보던 미다스도 이제는 부담감을 느낄 정도였다. ‘싸울 때 최대한 화끈하게 싸우자.’ 여러모로 전투가 필요할 때. 그러나 막상 계단을 계속 내려가고 있음에도 미다스의 눈에 전투의 흔적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제발 몬스터 좀 와라.’ 이제는 미다스가 절박해질 정도. 그 순간이었다. 파바밧! 미다스가 계단 하나를 더 내려가는 순간 어둠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갑자기 불꽃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갑작스레 세상이 환하게 변했다. - 어, 저거? 그리고 이내 계단의 끝이 모습을 드러냈다. - 호수네? - 오아시스인가? 그러한 계단의 끝에는 자그마한 호수, 흔히 보는 수영장 크기의 호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아시스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조금은 무색한 크기.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 그런 사실은 들어오지 않았다. ‘없다.’ 주변에 그 어떤 몬스터도 없다는 사실, 그 사실만이 미다스의 눈에 들어올 뿐. - 그래서 몬스터는? - 전투 안 함? - 갓워즈는 보스몹을 뿌려라! - 빨리 골드 솔플 보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시청자들 역시 그 사실을 짐작한 듯, 불평불만을 채팅창 위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퀘스트 진행하면 뭔가 나올 겁니다.” 그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황급히 움직였다. ‘목걸이를 이 오아시스에 적시라고 했지?’ NPC이브니가 해준 조언을 떠올리며, 잽싸게 목걸이를 푼 후에 오아시스에 다가갔다. 그러면서도 거듭 상황을 설명했다. “갓워즈 모르세요? 운빨좆망겜이잖아요? 분명 아주 강력한 몬스터가 나올 겁니다.” 이윽고 미다스가 목걸이를 오아시스에 적셨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왕가의 오아시스의 힘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진정시킵니다.] [정체 모를 자로부터 더 이상 추격을 당하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그뿐이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어? 왜 이래?’ 그 사실에 당황하는 미다스. 그때였다. 스윽! 자신을 향해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왔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는 순간, 곧바로 옆에 있던 골드가 소리쳤다. “네놈! 정체를 밝혀라!” 그 외침에 곧바로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 뭔가 등장한 듯. - 어? 저거? 이윽고 모두가 등장한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 왕가의 수호자다! 등장한 건 피라미드 밖에서 싸운 왕가의 수호자와 똑같이 생긴 존재였다. 차이점은 하나, 이번에 등장한 왕가의 수호자는 손에 지팡이를 쥐고 있다는 것.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그런 것쯤은 보이지 않았다. ‘오케이, 그림 그려졌어!’ 왕가의 수호자 대 왕가의 수호자! 이 끝내주는 매치업이 나왔다는 사실에 반색할 뿐. “자, 여러분 바로 전투 들어갑……." 그렇게 미다스가 전투 개시를 외치려는 순간. “수호자의 시험을 통과한 방문자에게 인사드립니다.” 그 순간 등장한 왕가의 수호자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미다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 어? 무릎 꿇었는데? - 그냥 NPC같은데? 누가 보더라도 전투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 ‘아니, 왜? 평소라면 여기서 몬스터 등장해서 플레이어 엿 먹어야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분위기였다. “저는 이곳, 왕가의 무덤을 관리하는 왕가의 무덤지기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왕가의 무덤지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방문자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퀘스트를 진행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답답한 진행. 그게 이유였다. “혹시 강력한 몬스터를 잡아달라, 뭐 이런 겁니까? 응?” ‘제발 전투를 줘, 전투를!’ 미다스의 반문에 그러한 소망이 깃든 이유. 그 모습에 채팅창에 웃음이 나왔다. - BJ대마도사가 급하네. - 하긴 이렇게 분위기 띄웠는데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잖아? BJ대마도사의 말에 담긴 그의 심정을 알았으니까. 한편으로는 모두 생각했다. - 딱 봐도 여기서 끝나겠네. - 이대로 그냥 끝나면 BJ대마도사가 골드랑 싸우기라도 해야지. - BJ대마도사는 골드와 싸워라! - 우리는 피를 원한다! 오늘 라이브 방송에서 특별한 이벤트는 없으리라고. ‘미치겠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찝찝 한 하루가 되리라고. “예." 그때 왕가의 무덤지기가 대답을 했다. "응?" - 어? 그 사실에 미다스와 시청자들이 동시에 놀라는 사이, 왕가의 무덤지기가 말을 이어갔다. “방문자를 쫓아 온 존재가 현재 스스로를 사막왕이라 자처하는 자와 접촉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막왕이 왕가의 유산을 손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방문자께서는 부디 왕가의 유산을 지켜주십시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 동시에 사막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모래숲에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모래숲으로 사막의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모래숲의 몬스터들이 강력해집니다.] 모래숲, 그곳에 이벤트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290화. < 92화. 숨바꼭질 (1). > 1. [왕가의 유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모래숲에 잠든 왕가의 유산을 사막왕으로부터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사막왕’ 진행 가능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의 내용은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모래숲으로 이동해서, 사막왕을 처치하라! 그 후에 예상되는 내용 역시 별거 없었다. 그저 사막왕 레이드를 하면 될 뿐. - 야 속보! 지금 사막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알림 떴다! - 모래숲 이벤트 무대로 바뀌었대! 그러나 지금 미다스의 채팅창에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이벤트 발동시켰다. - 또 BJ대마도사가 사고 쳤네. - 캬, 이 맛에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보는 거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만든 태풍이. 그냥 넘어갈 태풍은 아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분명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해야 마땅한 수준의 태풍. ‘미치겠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미다스에게 그럴 시간은 없다는 점이었다. ‘전투는 없다.’ 태풍이 불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다스는 골드의 솔로 전투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기회가 송두리째 날아간 상황.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걸로 어떻게든 간다.’ “이야,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게 흘러가네요.” 본래 잡으려던 꿩 대신 다른 꿩을, 이번 건수로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운 상태로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는 수밖에. “일단 상황 정리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때문에 운석 충돌처럼 이벤트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발생한 곳은 모래숲, 당연히 대상은 사막왕이고요.” 그렇게 미다스가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그의 주도에 채팅창의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저도 모래숲에 가봐야 알겠지만 단순하게 정리하면 사막왕 레이드 난이도가 오른 것 같습니다.” 이어진 말에 채팅창에는 이제 혼란 대신 기대감이 어렸다. “그렇게 됐으니까……." 예상치 못한 난이도 높은 이벤트를 앞두고 BJ대마도사는 단 한 번도 재미없는 걸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 과연 뭘 지르려나? - 로또 당첨 발표날보다 기대되네.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대감 앞에서 미다스는 말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중원 길드와 이야기를 다시 하는 거겠죠?”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채팅창에 차오른 기대감이 살짝 무너졌다. - 아, 또 찬물 끼얹네. - 럭키가 말하는 게 낫겠어. 이거 뭐 BJ대마도사 말재간 하나도 없고, 노잼이네. - 이러니 여전히 솔로지. 자연스레 표출되는 실망감.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중원 길드 빼놓고 일 진행했다가 나중에 태클 들어오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 모래숲의 사막왕 레이드를 놓고 중원 길드와 대결을 약속한 상태, 그런 상태에서 중원 길드와 합의 없이 자기 깜냥대로 일처리를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고객님이니까.’ 무엇보다 중원 길드와의 관계는 의뢰주와 의뢰인의 관계였다. 갑을 관계, 그 아주 중요한 관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는 노릇. 더 나아가 훗날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의뢰를 맡길 고객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것은 철저하게 해야 했다. 신뢰가 없는데 거금을 쓰는 이는 없는 법이니까. ‘이벤트 스케일이 달라졌으니까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고.’ 또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계산도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여러모로 한 번쯤 이 달라진 상황에 대해서 중원 길드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럼 일단 제가 중원 길드와 대화를 하고……." 그때였다. 미다스가 시청자들의 양해를 받고 중원 길드와 미팅을 하려는 순간. [예화 님이 10,16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그럴 필요 없어요.] 예하, 그녀가 곧장 후원 채팅을 통해서 대화의 무대를 만들었다.. ‘어?’ 당연히 미다스는 놀랐다. - 중원 길드 왔다! - 뭔가 발표하려는 듯.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빨리 올 리가 없잖아? - 뭐든 좋으니까 빵빵 터져보자! 반면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다시 한 번 더 상승했다. 과연 중원 길드가 이 빅이벤트 앞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떤 딜을 할지. 그 궁금증에 중원 길드가 대답했다. [예화 님이 10,16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현재 여러 상황을 조합해본 결과, 이대로 결판을 내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예화 님이 10,16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그러니 대전은 없던 일로 하죠.] [예화 님이 10,16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예화 : 물론 결정권은 BJ대마도사에게 있으니까, 그쪽 결정에 따르겠어요.] 대결을 없던 걸로 하고 싶다! - 뭐야? 안 한다고? - 이야기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충격적인 중원 길드에 폭탄선언에 채팅창 역시 폭탄을 맞은 것처럼 적막감마저 흘렀다. ‘어?’ 그리고 미다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했다. ‘왜 갑자기?’ 이런 빅이벤트를 앞두고 대체 왜 중원 길드는 손절을 하는 걸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미 앞서서 중원 길드는 운석 충돌 필드에서 BJ대마도사에게 제대로 당한 적이 있는 상황. 이번에 리벤지 매치 무대로 모래숲 사막왕 레이드를 고른 것 역시 그때와 다르게 최대한 변수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엄청난 변수가 생긴 상태에서 강행을 한다? 그거야말로 무리수. ‘젠장.’ 물론 현 상황에서 미다스가 그러한 식으로 냉철한 판단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뭐든 해야 해. 지금 중요한 건 중원 길드의 턴은 끝났고,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선택지는 줬으나 BJ대마도사에게 결정권은 없으며, 결국 이제 중원 길드를 배제한 채 시청자들을 만족할 만한 공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뭐든.’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가 이내 고민 끝에 결국 질렀다. “별수 없죠. 그럼 저 혼자 하는 수밖에.” 솔로 플레이 선언. 물론 이것만으로는 느낌이 부족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해온 게 솔로 플레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된 거 정말 순수하게, 오롯하게 혼자서 공략해보겠습니다.” 필요한 건 그보다 더 강렬한 것. “이번 모래숲 공략에 끼어드는 이들은 방해꾼으로 판단하고 제거하겠습니다.” 그 어떤 이들의 개입도 용납지 않겠다! - 정말 혼자 공략하겠다고? 대단하네. - 이러니까 솔로지! - BJ대마도사님, 죽을 때까지 솔로로 가자! 매우 강력한 의지의 선언에 채팅창에 감탄이 나왔다. ‘약해.’ 그러나 막상 미다스가 생각한 것만큼 강렬한 감탄은 없었다. ‘더 질러야 하나?’ 아무래도 추가적인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모양.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그거 해보자.’ 예전에 한 번 써먹었던 것. “그럼 이거 어떻습니까?” 2.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없던 일로 하죠, 그 후원 채팅을 보내는 순간 예화는 곧바로 시선을 다른 모니터로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채팅창 위로 채팅이 나왔다. - 어비스 길드 : 예, 잘하셨어요. 그 대답을 들은 예화는 바로 시선을 돌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은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 예상한 덕분이었다. 왕가의 무덤 퀘스트를 보는 순간 예화는 생각했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BJ대마도사로 인해 사막왕 레이드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기존에 없던 변수가 등장하리라고. 그리고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예화는 굳이 무리해서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쫓지 않을 생각이었다. ‘리벤지 매치는 한 번뿐이야.’ 만약 이번에도 리벤지 매치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 같은 건 없다고 봐야 했으니까. 그렇게 귀한 기회를 섣불리 날릴 순 없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예화의 생각일 뿐이었고, 아쉽게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혼자서 결단할 권한은 없었다. 현재 그녀는 동업자가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동업자가 말했다. - 어비스 길드 : 굳이 지옥에 들어가서 악마들을 상대해줄 필요는 없죠. 그 생각을 실천해도 좋다고. - 어비스 길드 : 만약 이번 사막왕 레이드의 난이도가 운석 충돌 필드 때보다 높다면,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자멸할 테니까요. 이어서 나온 설명대로였다. 저번 운석 충돌 필드 때 BJ대마도사가 쉽게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원 길드와 탐험가 길드의 지원 때문이었다. 그 두 길드가 주변 몬스터들을 정리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쉽게 잡는 일은 없었을 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막왕 레이드에 중원 길드가 참가한다? 중원 길드가 이기면 대박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결국 BJ대마도사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물론 이제까지는 그 대박을 좇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무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어비스 길드 :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결과, 우리들에게 분명 기회가 올 거예요. 그러나 최근 어비스 길드의 논조는 바뀌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뭔가 캐치한 모양이야. 뭔지는 모르지만.’ 물론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어비스 길드는 중원 길드에 말해주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예화는 큰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뭐, 우릴 믿을 리 없으니까.’ 그녀 역시 아는 바 전부를 어비스 길드에 말해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과연 그가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 이렇게 된 거 정말 순수하게, 오롯하게 혼자서 공략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나온 그의 선택이 예화는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무리수를 두는 건가?’ 여러모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자극적인 떡밥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건 없지.’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를 해온 BJ대마도사가 이 자리에서 다른 세력과 팀 플레이를 언급하면 오히려 역효과. 그렇다고 갑자기 중원 길드 같은 또 다른 라이벌 세력을 데려와서 같이 싸울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던질 수 있는 떡밥은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좋은 떡밥은 아니었다. ‘반응이 별로네.’ 중원 길드와의 매치업을 기대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꿩 대신 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 그럼 이거 어떻습니까? BJ대마도사, 그가 말했다. - 숨바꼭질. 3. “숨바꼭질.”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채팅창에 바로 반응이 올라왔다. - 숨바꼭질? ㄴ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야? ㄴ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아님? ㄴ 다들 조용히 해, BJ대마도사가 이야기하잖아! 솔깃해 하는 시청자들, 그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차피 중원 길드랑 이벤트 매치도 끝났는데 빨리 공략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럼 즐겨야죠. 간단해요. 모래숲에서 절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상금 지급합니다.” 말을 뱉으면서 미다스는 바로 채팅창 반응을 살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상금 액수를 가늠했다. ‘1천 달러 정도면 되려나? 아, 돈 백만 원인데…… 아, 몰라. 일단 질러보자.’ 자신이 정한 액수는 1천 달러 정도. 미다스 입장에서는 각오가 필요한 거금이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아즈모 님이 10,16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상금은 내가 내주지.] 갑작스러운 아즈모의 참전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 아즈모가 내준다고? - 그럼?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상금을 언급했는데 관심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일. [구스타프 님이 10,16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래서 얼마를 주려고?] [아즈모 님이 10,16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최소한 채팅값 만큼은 나와야지] 채팅값! - 1만 달러다! - BJ대마도사 찾으면 1만 달러! 다시 한 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이벤트가 나오는 순간. [라포 님이 10,16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찾는 게 조건이지? 잡는 거 아니지?] [아즈모 님이 10,16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잡으면 100만 달러 주겠다는 사람이 넘칠 텐데? 그냥 찾으면 되는 거야. 그냥 소소한 이벤트 해보자고.] [라포 님이 10,17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라포 : 그럼 우리 불사자 길드도 참가해도 되나?] 그 순간 갑작스레 불사자 길드가 참전을 선언했다. - 잠깐만! 그럼 얼마야? - 아즈모 1만, 불사자 길드 1만 준다는 건가? - 2만 달러? 찾기만 해도? 액수가 2배가 되는 순간. [구스타프 님이 10,17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재미있겠네. 나도 참가하지.] 그러한 후원금 전쟁에 아즈모 만큼은 아니지만, 대부호란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부자 구스타프마저 참가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7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다들 돈이 썩어 넘치는 모양이군. 그냥 조건도 걸지 않고 막 돈을 퍼주는 걸 보니까.]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7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라이브 방송 후에 광고에 우리 길드 로고를 넣어주는 조건이면 참가할 수 있겠는데, 괜찮겠나?] 마지막으로 사사키 코지로마저 조건부 참전을 외쳤다. - 가만, 그럼 얼마야? - 4만 달러! 4만 달러다! 갑자기 곱절이 된 액수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 순간이었다. [와튼 님이 10,17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소드 길드의 조건을 수락합니다. 더불어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참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마저 이 숨바꼭질에 상금을 걸었다. - 5만 달러다! - BJ대마도사 찾기만 해도 복권 당첨이다, 복권! 저번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상금이 걸리는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는 뜨거워진 수준을 넘어서 패닉 상태나 다름없었다. ‘어?’ 그리고 미다스의 머릿속도 폭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일이 왜 이렇게?’ 기껏해야 1천 달러 정도, 그 정도를 예상했던 상금이 갑자기 50배가 될 줄이야? 그러나 놀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 미다스에게 놀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일단 정리하자, 정리!’ 이 분위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 그밖에 없었으니까. “저 찾으면 5만 달러군요.” 미다스가 그 마침표를 찍었다. “자, 그럼 모래숲에서 뵙겠습니다!” 갓워즈 역사상 가장 비싼 숨바꼭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91화. < 92화. 숨바꼭질 (2). > 4. 이 세상에 사람 관심을 끄는데 돈보다 좋은 건 없다. 갓워즈의 슈퍼 스타 플레이어 아즈모, 그가 자신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그 말을 했을 때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딱히 반박하고자 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아즈모가 그가 내뱉은 말처럼 관심을 끌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쓸지 궁금해할 뿐. - 5만 달러짜리 숨바꼭질이다! 그냥 찾기만 해도 5만 달러다! 이번 BJ대마도사의 역대급 상금이 걸린 숨바꼭질 이벤트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벤트 내용에 반박을 하거나 이벤트가 생긴 배경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미친, 이거 역대급 이벤트 아님? ㄴ 역대급 맞지. 레전더리 템 사냥하러 가는 것보다 BJ대마도사 만나러 가는 게 훨씬 더 낫잖아? ㄴ 그런데 이거 개인 단위야? ㄴ 에이, 파티 단위겠지. ㄴ 그래도 100개 파티면 500만 달러가 나가는 거네. 와, 무슨 놈의 스케일이 로또 복권급이네. ㄴ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진짜 개인 단위면? ㄴ 그건 미친 거지. 그저 이 말도 안 되는 이벤트를 향해 격렬한 반응을 보일 뿐. 격렬한 정도가 아니었다. “구독자 숫자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나 지금 일 중이야. 아, 맞다니까! 어쨌거나 모래숲에서 BJ대마도사 발견하면 5만 달러 주는 거 맞다고! 일하는 중이니까 나중에 통화해.” “예,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아, 광고요? 그건 이쪽 루트가 아니라, 홍보팀하고 하셔야 하는데요? 예? 사장님이랑 통화가 안 된다고요?” 라이브 방송이 끝난 직후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은 이제 막 터진 화산처럼 폭발이 끊이질 않고, 용암 같은 열기가 가라앉질 않았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 그냥 아예 스마트폰을 끈 채, 자신 역시 속에서 들끓었던 열기를 식히려는 듯 거듭 숨을 골랐다. 사실 그의 상태는 지금 그 누구보다 뜨거운 상태였다. ‘간신히 연출에 성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나온 아즈모의 갑작스러운 베팅은 그의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박영준과 아즈모의 합의 하에 나온 연출이었다. 계획적이었다는 의미. 물론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콘텐츠를 써먹을 줄은 몰랐다. ‘중원 길드가 뭔가 하리라고 예상하고 대비하지 않았으면…….' 단지 어떤 식으로든 중원 길드나 혹은 어비스 길드를 통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터질 경우 그 사고가 순순히 정리되지 않으리란 생각에 대비만 해두고 있었을 뿐. 그리고 문제가 터지는 순간, 중원 길드가 갑자기 이 판에서 손을 떼는 순간 박영준은 아즈모와 핫라인을 열었다. 이어서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콘텐츠를 꺼내는 순간 핫라인을 통해 아즈모와 거래를 했다. 아즈모가 나서서 이 숨바꼭질 이벤트의 스케일을 키워달라. ‘……지분을 넘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겠지.’ 그러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분 일부를 아즈모에게 판매하겠다. 사실 그 제안이 아니었다면 그 순간 아즈모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큰돈을 지를 이유는 없었다. 아즈모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곤란해지면 곤란해질수록 그것을 빌미로 그와 더 긴밀한 관계를 꾀할 수 있었으니까. 여하튼 박영준 입장에서는 매우 긴박했던 순간, 그 달아오른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듭 한숨을 내뱉는 것이 당연했다. “후우.” ‘그래도 대단해.’ 한편으로는 그 순간 그런 재치를 떠올린 BJ대마도사의 능력도 엄청난 것이었다. 솔직히 주변 이들이 도와주려고 해도 계기가 있어야 도와줄 수 있는 법. 만약 거기서 BJ대마도사가 게임 플레이 건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면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숨바꼭질은 달랐다. 상금이라는 것을 명분 삼아 얼마든지 참전이 가능했으니까. ‘보안 담당자도 그렇고.’ 동시에 이렇게 신속하게 핫라인을 만들어주고, 보안을 유지해준 보안 담당자의 역할도 컸다. 만약 이 대화 내용이 도중에 어비스 길드나 혹은 다른 경쟁 집단에 캐치됐다면 역풍을 맞아도, 제대로 맞았을 일. 아니, 만약 보안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결코 이런 이야기를 핫라인을 통해 빠르게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망설이다가 결국 가장 좋은 타이밍을 날리게 됐겠지. ‘5만 달러.’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빅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 사고들을 가볍게 과거의 이야기로 만들 빅 이벤트가. 달리 말하면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가 원하던 시나리오가 뭉개졌다는 의미. “후우." 그게 지금 박영준이 어떻게든 냉정함을 되찾으려는 이유였다. ‘어비스 길드랑 중원 길드의 다음 행동이 중요해.’ 그 두 집단은 결코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BJ대마도사가 어떻게든 이번에 그들에게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그리고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그 둘을 BJ대마도사가 그냥 좌시하지 않을 테니까. 툭툭! 그렇게 박영준이 고뇌를 시작했다. 5. “와, 대박 사건이네.” “찾기만 해도 5만 달러라니,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운이 좋군.” “아니, 운이 좋은 수준이 아니잖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종료 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야깃거리는 하나, 다음에 있을 모래숲 숨바꼭질 이벤트였다. “야, 그보다 탐험가 길드가 깜짝 이벤트 발표한다고 하는데?” “그딴 거 관심 없어.” 평소라면 충분히 파격이었을 다른 소식 따위는 귀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 그만큼 이번에 나온 숨바꼭질 조건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부럽다, 부러워. 내가 사막에 캐릭터 있었으면 무조건 모래숲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거기 헬모드 예고잖아? 운석 충돌 필드급만 나와도 지옥이나 다름없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BJ대마도사 찾기만 하면 5만 달러가 입금되는 건데.” “그래도 쉽지 않을 텐데? 저번에 BJ대마도사가 숨바꼭질 이벤트 했을 때는 아무도 못 찾았잖아?” “그때랑은 다르지! 라이브 방송 통해서 BJ대마도사 위치도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잖아?” 액수는 두말할 것도 없으며, 저번에 있었던 숨은 BJ대마도사 찾기 때와 달리 이번 숨바꼭질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했다. “뛰어봤자 모래숲이고.” 결정적으로 이번에는 무대가 한정되어 있었다. “난이도고 나발이고,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맞아, 끽해야 게임 오버잖아?” 여러모로 이보다 쉽게 5만 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아 보였다. 다들 불타오르는 게 마땅한 일. ‘어우, 미치겠네.’ 물론 그 열기 속에서 정현우는 예외였다. 당장 상황 자체는 나쁠 게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반발 없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다음 라이브 방송으로 자연스레 넘긴 상황. ‘일이 너무 커졌어.’ 문제는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내 돈도 아닌데…….' 더욱이 지금 걸린 상금은 액수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정현우가 내는 돈이 아니었다. 정현우를 좋게 보는 이들이 부담하는 돈이지. 경마로 따지면, 정현우는 경주마인 셈이고 후원자들은 베팅을 한 사람들인 셈이었다. 그런데 만약 정현우 탓에 그 고객들이, 후원자분들이 크나큰 손해를 맞이하게 된다면? 골치 아픈 일. ‘아, 이거 쉽게 잡히면 안 되는데.’ 정말 전력을 다해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거 파티들 엄청 생기겠네?”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갓워즈 커뮤니티에서는 BJ대마도사 사냥팟 만들고 있어.” 이 정도 상금이 걸렸는데 그저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 모두가 상금을 얻기 위해 본격적으로 세력을 꾸리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속보 들었어요.” “속보?” “예, 속보요. 지금 상금 타려고 1티어급 길드들이 연합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어요.” 심지어 1티어급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마저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 물론 그 출처가 이혁주인 만큼 진짜 제대로 된 루트로 들은 정보일 리는 없지만, 분명한 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연합을 한다고? 1티어급 애들이?” “걸린 돈이 돈이잖아요?” “돈도 돈인데 흥행성이 다르잖아. 누가 보더라도 빅 이벤트인데, 여기서 만약 BJ대마도사 먼저 잡아봐.” “아무렴, 잡는 것도 잡는 건데 BJ대마도사 방송에 나올 수 있는 기회라고. 어쩌면 실시간 라이브 시청자 1억 명을 넘길지 모르는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 금액을 떠나서 프로 플레이어들에게 이만큼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이벤트 무대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라이징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그 누구보다 목이 마른 건 1티어급 길드의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다 올 거야.’ 정말 사막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래숲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 ‘필요하면 대규모 파티도 구축할 거야.’ 동시에 그렇게 모인 이들은 같은 목적 앞에서 그동안의 감정 따위는 내려놓고 손을 잡을 게 분명했다. 운석 충돌 필드 때처럼 각개 전투를 치르는 바람에 쉽게 당하거나, 혼란에 빠지거나, 낙오될 가능성 역시 매우 낮았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조차 할 수 없었다. “현우 형이 생각해도 그렇죠? 다들 BJ대마도사 사냥하려고 몰려들 거 같죠? 어? 현우 형 어디 가세요?” “게임하러 간다.” 이제 그에게는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6. [원드 커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바람으로 만들어진 칼을 날린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 가능한 칼날의 숫자가 늘어난다. 220레벨 달성 카드 보상에서 얻은 유니크 등급 마법, 윈드 커터. 그 스킬 카드를 보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딱히 이렇다 할 감흥이 존재치 않았다. 윈드 커터가 나쁜 스킬이란 건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이라는 게 괜히 붙여질 리 만무, 충분히 공격기로 좋은 스킬이었다. ‘일단 뽑긴 뽑았는데…….' 단지 이미 미다스의 윈드 커터 같은 좋은 공격기 스킬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 ‘역시 쿨타임 계산이 잘 안 돼.’ 이미 많은 스킬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굳이 윈드 커터를 추가한다고 해서 가시적인 전력 증가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게 이유였다. [대폭발]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대폭발을 일으키는 불덩이를 던진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폭발 범위와 위력이 증가한다. 대폭발 스킬 설명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 안도하는 기색이 어리는 건.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만약 대폭발 스킬마저도 없었다면 전력적 앞으로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을 경험했을 터. 무엇보다 대폭발 스킬은 돈이 있어도 시중에 나온 매물이 사실상 존재치 않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물건이었다. ‘어비스 길드님 감사합니다.’ 어비스 길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피어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고민은 없었다. “럭키야.” 왕! “역시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는 이거에 써야겠지?” 지금 수중에 있는 2장의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 그중 하나는 무조건 대폭발에 써야 했으니까. 왕! “기왕 쓰는 김에 마스터 스킬북도 쓰자고?” 더불어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도 하나 존재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마스터 랭크 달성과 동시에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들 수 있는 셈. “골드, 네 생각은 어때?” “주인님의 결정이라면 무엇이든 옳을 것입니다. 아니, 제가 옳게 만들 것입니다.” “좋아, 그럼 가야지.” 대폭발 스킬의 효용 가치를 생각하면 망설일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고,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대폭발 스킬의 스킬 랭크가 마스터 랭크가 됩니다.] 마스터 스킬북을 사용한 후 곧바로 에픽 스킬 카드북을 개봉한 후에 스킬을 선택했다. [대폭발] - 스킬 랭크 : S - 스킬 효과 : 대폭발을 두 번 일으키는 불덩이를 던진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폭발 범위와 위력이 증가한다. 레전더리 에픽이 되면서 생긴 효과는 두 번 폭발! 미다스가 가진 롱토스와 용맥, 리볼버 그리고 폴링 스타까지 중첩됐을 때의 위력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들어간다? 끔찍한 수준. 당사자인 미다스조차도 손이 벌벌 떨릴 만큼 강력한 무기가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미다스는 이 순간 흥분이나 설렘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 하나.’ 오히려 그는 인벤토리에 하나 남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평소라면 다음 레전더리 스킬을 위해서 아껴야 하는 카드였으나, 지금은 평소와 달랐다. 지금 이 순간 미다스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거 써야 해.’ 모래숲 숨바꼭질, 그 빅 이벤트에 가진 전력을 쏟아부어야 했으니까. 문제는 어느 스킬에 써야 하는가? 하는 부분.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을 개봉합니다.] 그 난제 앞에서 미다스가 바로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을 그대로 펼쳤다. 그러자 그가 가진 레전더리 등급 스킬 숫자만큼의 카드가 눈앞에 등장한 채 에메랄드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동시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미다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기인 선더볼트와 인페르노, 100레벨대 스킬이지만 그 위력은 강력했다. 혹은 블레이즈 골렘이나 프로스트 골렘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드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드래곤스 아이나 용의 위엄 같은 스킬을 고르는 것도 메리트는 넘치는 일. 그러나 막상 미다스의 시선이 꽂히는 건 하나였다. [블링크]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지정된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 순간 이동 이후 모든 어그로가 초기화된다. 블링크. 그 스킬 설명을 확인한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블링크 스킬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건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차피 사막왕만 잡으면 숨바꼭질 이벤트는 끝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잡는 수밖에 없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사막왕 레이드를 마치겠다는 의지의 표현. 달리 말하면 그게 미다스가 내놓은 답이었다. ‘그리고 숨바꼭질이고 나발이고 날 못 잡으면 상금도 없는 거고.’ 숨바꼭질 상금을 단 한 푼도 주지 않기 위해 내놓은 답. 292화. < 93화. 사막왕 (1). > 1. 갓워즈에서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았다. 특히 갓워즈가 엄청난 부귀영화를 쥘 수 있는 무대가 된 이후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무작정 재능만 믿고 덤비기보다는 적잖은 투자와 준비를 한 후에 도전했다. 재능도, 돈도, 노력도 했다는 의미. 그럼에도 여전히 성공을 이루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체 왜?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그러한 의문을 품은 이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기회만 있으면 돼.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 나도 유명해질 수 있어.” 그저 자신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고 있을 뿐이며, 그 운이 따르면 언제든 유명해질 수 있다고. 당연히 그런 이들은 그 기회를, 유명해질 수 있는 무대를 찾아 헤매고는 했다.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그 무대에 오르는데 비용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게 골드 하이에나였다. 200레벨을 넘긴 프로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이름값을 드높일 수 있는 등용문과 같은 그곳에 오르는 데에도 이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 이후 등장하는 등용문들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필요했고, 자격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번 모래숲에서 어떻게든 이름을 날리겠어. 이번 이벤트에 목숨을 걸겠어.” 그런 이들에게 모래숲에서 펼쳐질 BJ대마도사의 이벤트는 엄청난 기회였다. 이제껏 존재한 적 없었고, 다시는 찾아올 리 없는 기회. 그게 이유였다. “좋습니다, 각오 잘 들었고, 앞으로 잘해봅시다.” “이걸로 우리 팀도 2백 명 돌파했네.” 사막 위에 존재하는 모래로 만들어진 숲, 그 드넓은 모래숲 앞에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든 이유. “2백 명이면 아직 멀긴 했네요.” “그렇지, 이미 1천 명 넘긴 팀도 있으니까.” 그렇게 모여든 플레이어들의 숫자나 구성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을 만큼 이례적이었다. 이번 기회에 대한 간절함 역시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의미.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BJ대마도사가 조만간 도착한다!” 2. 모래숲. 숲과 초목, 심지어 바닥에 놓인 돌덩이마저 모든 것이 모래로 만들어진 그 숲을 처음 본 이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부분은 하나였다. ‘역시 크네.’ 모래숲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 숲의 넓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크다고 하는 건 다름 아니라 그 숲을 구성하는 요소들, 나무 같은 것을 말함이었다. 마치 도심의 빌딩숲처럼, 모래숲에는 빌딩 크기의 나무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게 이 모래숲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였다. ‘저 나무들이 무너지면 아수라장도 그런 아수라장이 없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표현 그대로 모래로 만들어진 나무들의 내구성은 매우 약했다. 작은 충격에도 그대로 무너질 정도. 그리고 무너지는 순간 거대한 모래 해일이 일어나며 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렇게 무너진 모래들은 조금도 다져지지 않은 탓에 푹푹, 발이 박히는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모래숲을 채운 몬스터들을 상대한다? ‘장난 아니겠어.’ 더욱이 미다스의 눈에는 저 모래숲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의 존재가 명확하게 보였다. ‘평소 때보다 최소 5배 이상이다.’ 너무 많아서 그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 ‘모래뱀은 그냥 세 마리씩 모이는 게 기본이네.’ 개중에서도 소름 끼치는 건 강력한 개체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무리를 짓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인 플레이어들은 평소 모래숲에 있는 것보다 최소 10배 이상인 것 같고.’ 물론 모래숲 주변에 모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그 이상으로 많았다. ‘진짜 엄청 모였구나.’ 이미 이야기는 들었다. 1티어급 길드 소속 길드 10개가 합심하여 3백 명짜리 파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부터, 프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일반 플레이어들이 모여 1천 명이 넘는 팀도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까지. 사실인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10대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도 팀을 꾸려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오히려 상금에 관심 있는 부류는 소수…….' 사실 그건 상금만 놓고 봤을 때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이미 라이징 스타 채널은 상금 수여 대상자를 파티 혹은 팀 단위로 정해둔 상태. 1천 명이 팀을 구성해서 BJ대마도사를 찾으면, 그 팀에 5만 달러가 지급되는 식이었다. 그 경우 개인당 받는 금액은 50달러 수준이라는 의미. 그리 인상적인 금액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건, 그 상금보다 다른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돈보다 인지도를 원하는 프로들이 대부분이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 ‘하긴, 200레벨 넘는 플레이어들 중 대부분은 게임에 인생을 갈아 넣은 프로들이지. 나처럼.’ 그러한 기회를 바라는 이들을 향해 미다스가 짧게 숨을 고른 후에 걸음을 내디뎠다. 왕! “주인님, 정말 대단한 숲입니다. 주인님이 이룩할 전설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실버, 네 생각도 그렇지?" “네, 선배님!” 사막 위를 걸어오는 그의 뒤를 따라서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이 움직였다. 그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존재감이 모래숲에 대기 중인 이들의 이목을 바로 사로잡았다. “어? 저거?” “골드 하이에나! 실버다, 실버!” “그럼?” 모래숲 주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다! 그가 드디어 왔어!” 이윽고 BJ대마도사임을 확인하는 순간, 모래숲에 모인 이들의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BJ대마도사가 등장하면 잠잠하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던 평소와는 정반대의 상황. 즉, 이곳에 모인 이들의 각오나 마음가짐이 평소에 마주하던 플레이어들과 정반대라는 의미였다. ‘드디어 왔다.’ ‘직접 보니까 장난 아니네.’ ‘이제부터 저 BJ대마도사를 잡아야 한다, 이거지?’ 때문에 미다스가 느끼는 압박감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모인 이들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인 이들 아닌가? 적이라면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 그러한 자들이 수백 단위로 모여 팀을 만들고, 그런 팀 수십 개가 눈앞에 있었다. 압박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 ‘쫄지마.’ 그럼에도 미다스는 그들 앞에서 여유를 보여야 했다. ‘BJ대마도사답게 가자.’ "흠." 이곳에 서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였으니까. “보니까 제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셨네요. 다들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이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처럼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그 유쾌한 반응에 모인 이들은 침을 삼켰다. 호의보단 적의로 가득 찬 이들 수천 명 앞에서 과연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이 정도 숫자를 보고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네.’ ‘역시 BJ대마도사, 배포가 남달라.’ 감탄이 나오는 대목.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다들 저 잡고 싶어서 꽤 칼을 갈고 오신 모양입니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때 미다스가 곧바로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신호였다. - 어? 나온다! 이제 카메라 영상을 송출하라는 신호. - 비공개 풀렸다! - 와, 사람들 봐! - 모인 숫자 장난 아니네. 1만 명은 가볍게 넘겠는데? - 사막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죄다 온 모양이네. 그렇게 열린 방으로 들어온 시청자들은 이미 모인 어마어마한 인파를 보며 감탄부터 토해냈다. 모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열었다!” 여기 모인 이들에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작은 이벤트 시작을 알리는 알림과 같았으니까. “다들 대기해!” “언제 움직일지 몰라!” “버프 돌려!” “포션 꺼내!” 그 알림에 모래숲 주변에 모인 이들이 언제든 모래숲에 몸을 던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오늘 제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그 분주함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사막왕을 잡으러 갈 겁니다. 딱히 그 외에 제가 할 건 없습니다.” 말을 하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몰려든 이들 그리고 몰려오는 이들을 바라본 후에 말을 이어갔다. “이벤트 참가자분들은 그저 절 찾았다는 인증샷만 찍으시고, 상금을 받아 가시면 됩니다. 아, 대신 몇 가지 조건은 있습니다. 최소한 100미터 내에서 찍은 인증샷만 인정됩니다. 너무 멀면 의미가 없죠. 더불어 상금은 파티 단위입니다. 조작했다가 걸리면 후환은 책임 못 집니다.” 그 말에 좌중의 반응이 더 차갑게 식었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 이쯤 되면 상금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 - 이야기 들어보니까 파티 멤버가 기본 백 단위라면서? 그럼 나눠봐야 의미 없지. 이곳에 모인 이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 피해야 하니까.’ 미다스, 본인을 포함해서. “이 제안이 별로인 모양인데, 좋습니다. 특별 이벤트 하나 추가하죠.” 그런 미다스가 결국 이곳에 모인 이들이 원하는 걸 제시했다. 그가 갑자기 움직이더니 지팡이로 사막 위 모래에 원을 그렸다. 지름 약 10미터짜리 원. 그 원 중심에 미다스가 들어간 후에 말했다. “절 기준으로 이 거리 안에 들어오시는 분은 럭키랑 골드, 실버, 잭팟 그리고 저 중에서 원하는 사람하고 1분 동안 마음껏 셀카를 찍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인터뷰도 해드리고요.” 지척까지 온 이에게는 1분 동안 수천만 명이 보는 라이브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주겠다! ‘저 안에 들어가면 돼.’ ‘들어가는 순간 인지도 상승이다.’ 그제야 비로소 모인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흥분이라는 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들 정말 절실하네.’ 이 이벤트에 건 각오가 남다르다는 증거. “자, 그럼 모래숲으로 가보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들어가는 순간 바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한 각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추격자들을 뒤로 한 채 미다스가 모래숲에 다가가던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모래숲에 도착했습니다.] [모래숲 방문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알림과 함께 창이 떴다. [사막왕]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정체 모를 자의 힘을 얻은 사막왕을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정체 모를 자가 남긴 보물 !퀘스트 완료 시 ‘왕가의 비약’ 진행 가능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붉은빛 기둥 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구쳤다. ‘저기군.’ 사막왕의 위치를 알려주는 그 기둥을 확인한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럼 이제부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외침과 함께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대로 모래숲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 사실에 모두가 기겁했다. - BJ대마도사 뛴다! “BJ대마도사가 움직인다!” 시청자들은 물론 그를 잡기 위해 온 플레이어들, 그들 중 그 누구도 BJ대마도사가 이토록 빠르게 레이드를 시작할 줄은 상상도 못한 바. ‘천천히 가면 무조건 따라잡혀.’ 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당장 이곳에 모인 이들은 며칠 동안 머물면서 계획을 짜고, 주변을 탐색한 자들. BJ대마도사가 어떻게 움직일지, 나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응법을 준비한 자들이었다. ‘일단 판부터 깨자.’ 그런 그들을 상대로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을 쓰는 수밖에. ‘준비는 끝났다.’ 그것을 위해 이미 미다스는 사전에 포션 도핑은 물론 버프도 마친 상태였다. - 와, 빠르네! - 이미 버프 다 해둔 듯? 그리고 지금 미다스의 뒤를 따라 오는 럭키와 그 위에 탄 골드 그리고 실버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버프가 끝난 상태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따라붙는 이들을 뿌리치는 건 불가능했다. - 그런데 이렇게 하면 몬스터 어그로는 어떻게 함? 추격자도 추격자이지만, 이렇게 무작정 달리는데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피할 수 있을 리 만무. ‘아주 몬스터가 넘치는데.’ 당장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미다스의 정면에 가득한 게 보였다. ‘좋아, 이제 시작하자.’ “얘들아, 작전 개시다!” 그 순간 미다스의 외침에 골드를 짊어진 럭키와 잭팟을 머리 위에 짊어진 실버가 멈췄다. - 다들 멈췄다! - 뭐 하려는 듯! - 어? BJ대마도사는 그냥 달리는데? 오로지 단 한 명, 미다스만이 전력으로 달릴 뿐. “블레이즈 스텝.” - 어? 블레이즈 스텝? - 설마? 그런 미다스의 발에 불이 붙었다. 3. 미다스, 그는 몬스터의 머리 위에 있는 신호등과 같은 불빛을 통해서 몬스터의 어그로 상태를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미다스는 본인이 하고자 한다면 한 마리의 몬스터에게도 어그로를 끌리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시에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지역 내의 모든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수도 있었다. - 아니, 대체 지금 몇 마리를 뒤에 붙인 거야? 지금 미다스가 하는 건 후자였다. - BJ대마도사 미친 거 아니야? 보통은 하지 않는 짓이었다. 현재 미다스의 뒤에 달라붙은 몬스터의 숫자는 대충 가늠해도 3백 단위. 그 3백도 보통 3백이 아니었다. 모래뱀 열다섯 마리에 암석 전갈 서른일곱 마리 그리고 이백이 넘는 샌드맨. - 그래도 잘 도망치잖아? - 진짜 잘 도망침. - 이걸 누가 마법사라고 생각하겠어? 물론 미다스가 잘 도망치는 건 맞았다. 온갖 버프를 받은 미다스의 이동 속도는 동일 레벨대의 근접 딜러들보다 훨씬 빨랐을뿐더러 현재 미다스는 사막 필드에서 최고의 아이템이라 평가받는 엘프의 부츠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 잘 도망치면 뭐해? 마라톤하는 것도 아닌데. 갓워즈란 게임은 이런 식으로 도망친다고 해서 무언가가 해결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 그래도 덕분에 추격자들은 안 붙잖아? ㄴ 당연히 안 붙겠지! 폭탄 들고 뛰는 인간 옆에 누가 가? 물론 미다스가 뒤에 폭탄을 달고 달리는 덕분에 그를 잡으려고 모인 플레이어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저걸 어떻게 하라고?” “아니, 그보다 저러다 BJ대마도사 죽으면 이벤트 끝이잖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 오죽하면 몇몇 플레이어들은 저 폭탄에 BJ대마도사가 터지기 전에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할 정도. [라포 님이 10,17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내가 생각한 숨바꼭질하고는 뭔가 많이 다른데?] [구스타프 님이 10,17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체르노빌 원자로 속에 숨으면 찾기 힘든 거랑 비슷한 건가?] 이번 이벤트에 돈을 대주는 후원자들조차도 이 광경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물론 아즈모는 달랐다. [아즈모 님이 10,17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난이도가 상승했으면 상금도 올라야지.] [아즈모 님이 10,17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지금 상태에서 BJ대마도사 10미터 안에 들어가면 100만 달러 준다.] 이 위기 순간 아즈모는 혀를 차는 대신 오히려 건 상금액을 기존의 20배로 올렸다. - 1백만 달러 떴다! - 그냥 가서 인증샷만 찍고 죽어도 개이득! 그 사실에 채팅창이 불타오르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블링크!” 미다스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몸이 그대로 사막의 숲, 어디론가 사라졌다. - 블링크네? - 왜 갑자기?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졌다. - 위기 순간도 아니었잖아? 블링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쓰는 히든 카드 같은 스킬을 왜 대체 지금 쓴 걸까? 그에 대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어? 몬스터들이? - 갑자기 멈췄어? 미다스를 미친 듯이 쫓던 몬스터들이 그대로 갑자기 멈추더니 주변을 바라보았으니까. 그 광경을 몰래 바라보던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아, 말씀 안 드렸네요. 이번에 운 좋게 레전더리 에픽에서 블링크 스킬을 꺼낸 덕분에 블링크 스킬에 새로운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 - 레전더리 에픽?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올 그린.’ 몬스터들의 머리 위에 뜬 초록빛 신호등들이. “블링크 사용하는 순간 모든 어그로가 초기화됩니다.” - 뭐라고? 그 사실에 충격을 받는 시청자들, 그들과 어그로가 초기화된 몬스터를 뒤로한 미다스의 눈앞에는 이제 깨끗하게 몬스터가 치워진 모래숲이 보였다. “그럼 사막왕 레이드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293화. < 93화. 사막왕 (2). > 4. 게임을 하다 보면 스킬을 본래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스킬의 특이점을 이용한다거나, 스킬 사용 시 생기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식. 대개는 이러한 방법을 팁이라고 표현하고는 했다. “블링크 스킬을 레전더리 에픽 등급으로 승급시키면 어그로 초기화 효과가 추가됩니다. 그 효과를 이용하면 이렇게 몬스터들을 한 곳에 모아둔 채로 안전하게 몸을 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미다스의 블링크 사용 방법은 팁이라면 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팁 진짜 유료로 팔아도 될 만한 꿀팁인데, 제가 특별히 시청자분들이니까 보여드리는 겁니다.” 물론 지금 이 말을 듣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 이러라고 만든 스킬이 아닐 텐데. - 내가 갓워즈 때문에 엿 먹은 플레이어는 봤어도, 플레이어 때문에 갓워즈가 엿 먹는 꼴은 처음 본다. - 게임아 인간이 미안해. 웃기지도 않는 소리하지 말라고. ‘그래, 웃기지도 않는 짓이지.’ 사실 미다스도 자신의 이러한 스킬 사용법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고 있었다. 애초에 블링크 스킬은 위기 탈출용 스킬이었다. 종잇장과 같은 체력을 가진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거듭된 게임오버에 빡쳐서 게임을 접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준 스킬. 레전더리 에픽 등급이 되면 붙는 효과인 어그로 초기화 역시 좀 더 안전하게 위기를 탈출하란 의미에서 붙은 것이었다. 결코 몬스터 몰이를 한 후에 슬쩍 피신하라고 만든 옵션이 결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몬스터 몰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탯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만 가능한 짓.’ 몬스터 몰이를 제대로 하려면 능력치는 물론 몬스터의 위치와 움직임은 물론 어그로 상태를 파악할 줄 알아야 했으니까. 미다스와 똑같은 능력과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그의 눈이 없으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팁. [구스타프 님이 10,17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BJ대마도사의 판단 능력은 놀라울 정도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8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BJ대마도사는 근접 딜러를 했으면 더 대단했을 게 분명해.] 미다스가 보여주는 광경을 시청자들은 물론 갓워즈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이 폄하하지 못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즈모 님이 10,18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거 보니까 상금 낼 일이 없겠네.] 어쨌거나 미다스를 찾기 위해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에게는 암담한 소식이었다. - 그렇네? 이거 상금 잡으러 온 사람들한테는 최악의 소식이잖아? - 아무렴. 이렇게 빨리 도망치는데 어떻게 잡아? - 도망도 도망이고, 전투도 치르지 않으니 잡을 시간도 없잖아? 사실상 BJ대마도사는 전투 없이 이동하는 상황, 당연히 그 이동 속도는 엄청났다. - 거기다가 지금 BJ대마도사가 뿌린 똥도 엄청나고. - 그냥 똥도 아니고 엄청난 똥이지. - 솔직히 이정도 비매너 짓이면 뚝배기 깨도 무죄 아님? 무엇보다 골치 아픈 점은 미다스가 자신이 가는 길목에 몬스터 무리라는 거대한 폭탄을 놔두었다는 점이었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파티들조차도 건드리는 순간 파멸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폭탄들을. 미다스와 다르게 모래숲이 그냥 모래로 만들어진 숲으로 보일 따름인 일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일. ‘이대로 가면 무리 없이 사막왕을 마주할 수 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패턴만 반복한다면 상금을 주는 일 없이 사막왕 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지.’ 그러나 그런 식의 라이브 방송을 바라는 시청자는 이 채팅창에 단 한 명도 없었다. - 그런데 진짜 이런 식으로 가려나? - 그냥 모으고, 도망치고, 이런 거 노잼인데. 오히려 이러한 방송 주제에 불만 가지는 이들이 생길 뿐. ‘이번에도 불만을 만들 순 없어.’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과거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였고, 지금 방송은 그때의 반성을 위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이 라이브 방송에서조차 시청자들이 불만을 품게 만든다? 방송을 접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소리. ‘이제 슬슬 거리도 벌렸으니, 쇼를 보여줘야지.’ 당연히 미다스는 이 방송을 접을 생각이 없었다. “얘들아.” 그 순간 미다스가 럭키 그리고 그 위에 탄 골드, 그리고 실버와 잭팟을 불렀다. 왕! “예, 주인님!” 그들이 동시에 미다스를 바라봤고,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주인님이 열심히 일하는데, 너희들은 보고만 있을 거야?” 그 신호에 채팅창이 술렁거렸다. - 설마? - 드디어? 미다스의 그 말뜻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그러한 시청자들의 예상에 가장 먼저 대답한 건 골드였다. “실버, 주인님께서 우리의 위용을 바라신다!” “예, 선배님!” “전투를 준비해라!” 골드가 실버에게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자신이 타고 있는 럭키를 향해 말했다. “나쁜개!” 왕! “주인님의 전설을 위한 싸움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접어두고 최고의 결과만을 만들어내자!” 아우우우! 그러한 골드의 말에 럭키가 하울링으로 대답했다. “전장의 환호성.” 그리고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하울링을 워하울링으로 바꾸어주었다. [전장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모든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그러자 들리는 버프 알림과 함께 투쟁의 기운이 솟기 시작했다. “가자!" 왕! “예, 선배님.” 그 넘치는 기운을 앞세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모래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떠한 몬스터를 마주할까, 같은 고민은 없었다. “이 숲의 끝까지 간다!” 무엇을 마주하든 주인, 미다스를 위해서 기꺼이 분쇄하리란 각오만이 있을 뿐. 그 각오에 시청자들도 끓어올랐다. - 그래, 이거지! 난 이런 걸 보고 싶었어! ㄴ 맞아, 럭키님 싸우는 거 보려고 이 방에 들어온 거라고! ㄴ 아무렴! 골드님 싸우는 거 보려고 이 방송 보는 거지! ㄴ 실버님 화이팅! 실버님만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ㄴ 정리하면 BJ대마도사 보려고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없다는 거네? 이 조합이 만들어낸 전투는 갓워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투였으니까. ‘좋아, 우리 애들이 분위기 끌어올리면.’ 그렇게 들끓는 채팅창 분위기 앞에서 미다스는 준비했다. ‘내가 터뜨려야지.’ 이제 달아오르기 시작한 분위기에 거대한 폭탄을 던질 준비를. 5. 사막에서 가장 곤란함을 겪는 건 포지션은 근접전을 치르는 포지션이었다. 개중에서도 근접 딜러들이 겪는 곤란함이 제일 컸다. 탱커들이야 어차피 활동량이 적으니 자리 잡고 버티면 된다고 하지만, 쉴 새 없이 치고 빠져야 하는 근접 딜러들 입장에서 모래는 너무나도 골치 아픈 요소였다. 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 근접 딜러 한 명이 있었다. “모래 탓에 빠지는 게 힘들다고? 그럼 빠지지 말고 그 자리에서 잡으면 되잖아?” 치고 빠지는 게 힘들면 치고 빠지는 전술을 버리고, 그냥 그 자리에 말뚝을 받고 잡으라고. 어처구니 없는 소리. 크-왕! “나쁜개! 내가 더 빨리 잡는다!” 그런데 지금 그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골드와 럭키가 제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샌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사막이란 무대에서 그들은 치고 빠지는 전술 따위는 쓰지 않은 채, 거대화 된 상태로 다가오는 모래로 만들어진 전사들, 샌드맨들을 물어뜯고, 부수고, 베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샌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샌드맨을 처치했습니다.] 놀라운 건 속도! - 와, 몬스터 잡는 속도 봐. - 럭키의 물어뜯기를 버티는 놈이 없네. - 골드의 칼질 몇 번에 그냥 모래가 되어버리네. 나름 HP가 많고,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샌드맨임에도, 심지어 미다스가 시작한 이벤트 효과로 일반 필드에서보다 2배 이상 강력한 샌드맨임에도 럭키와 골드는 그들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8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봐, 저렇게 싸우면 사막에서 근접 딜러들도 사냥하는 거 할 만하다니까?] 이 해답을 최초로 증명한 사사키 코지로마저 골드와 럭키의 공격에 찬사를 보낼 정도. - 그래도 실버 아니었음 힘들었을 듯? - 아무렴, 실버 잭팟 조합이 탱킹 다해줬잖아? 물론 실버가 상당수의 샌드맨들을 제 몸으로 막아서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광경이었다. [레아의 축복 효과가 내려집니다.] 그리고 잭팟이 가진 회복 스킬, 레아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필시 위험했을 광경이었다. 달리 말하면 위기 같은 건 없었다. 실버가 방패 역할을 하는 사이, 그 주변에서 골드와 럭키가 미쳐 날뛰며 샌드맨을 모래알로 만들면 될 뿐. - BJ대마도사가 딱히 나서지 않아도 될 듯? - BJ대마도사 없어도 사막왕 레이드 가능할 것 같은데? 굳이 미다스가 나서서 도움을 줄 필요 역시 없었다. - 이 파티에 BJ대마도사는 필요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 - 역시 BJ대마도사는 짐이라니까. - 파티의 평판을 위해서 슬슬 BJ대마도사 손절하고 새로운 원딜 찾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를 놀리기 시작했다. 물론 장난이었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라이브 방송을 즐기니까 할 수 있는 장난이었다. 분위기가 그만큼 끓어올랐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좋아.’ 미다스가 바라던 분위기였다. [샌드맨을 처치했습니다.] 이윽고 전투가 정리되는 순간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오케이, 그럼 이제 제 턴이네요. 그럼 한 번 더 몬스터 몰이 한 번 해볼까요?” 그 등장에 시청자들이 곧장 대답했다. - 휴우, 다행이다. 화장실 다녀와도 되겠다. - 난 담배 한 대 피우고 옴. - BJ대마도사님 파이팅! 덕분에 컵라면 끓이러 갑니다! 그 반응에 미다스는 굳이 변명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슬슬 대폭발을 터뜨릴 때군.’ 서프라이즈 파티는 몰래 해야 하는 법이니까. 6. “블링크!” 미다스가 블링크를 쓰는 순간, 그를 쫓던 2백여 마리의 몬스터들이 그 자리에서 마네킹처럼 굳어버렸다. 그 광경을 본 미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몬스터가 모여 있는 곳에서 거리를 벌렸다. 이후 몬스터 인식 범위 밖으로 나온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성공적이군요.” 그러자 시청자들이 말했다. - 아, 또 노잼 타임이네. - BJ대마도사님, 그냥 뒤에서 럭키님이 잡는 경험치나 먹으시면 안 될까요? 대단한 건 알겠는데, 재미있진 않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지금 저기 몬스터들이 몰려 있습니다.” - 그래, 몰려있겠지 설마 화투를 치겠어? 그 말에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밍밍했다. “그럼 저기에 광역 마법 같은 걸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응? 그 순간 채팅창에 적막감이 맴돌았다. 몰려든 몬스터, 그 위로 광역 마법을 쓴다? 애초에 그렇게 몬스터를 몰아두는 것부터가 상상 밖의 일이기에, 그다음 결과물을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구스타프 님이 10,18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딜량이 모자를 텐데?] 물론 실력자들은 상상해냈고, BJ대마도사가 하는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었다. [구스타프 님이 10,18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블리자드나 리틀 토네이도를 제외하면 인페르노나 쇼크웨이브는 범위가 부족하니까. 그럼 자연스레 딜량도 부족해지지.] BJ대마도사의 마법 위력이야 설명이 필요 없지만, 그의 광역 마법에는 범위라는 제약이 있었다. 평소에는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제약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다스가 몰이한 몬스터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광역 범위는 중요했다. 제아무리 강력한 광역 마법도 그 광역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런 부질없으니까. 그러한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 대신 행동을 보여줬다. “몬스터 무리와의 거리는 약 500미터.” 거리를 가늠한 그가 자세를 잡은 후 준비를 했다. “위대한 정신.” 그러자 곧바로 그의 양손이 자유로워졌다. “폴링 스타.” 그리고 시작된 캐스팅들. “용열병. 리볼버.” - 어 리볼버? 이윽고 나온 리볼버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리볼버는 투척 마법 데미지를 늘려주는 스킬, 광역 마법과는 전혀 관계없는 스킬이었다.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일. [아즈모 님이 10,18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대폭발이네.] 아즈모가 그러한 시청자들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대폭발.” 그리고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대답해주었다. - 대폭발이다! - 역시 배웠구나! 채팅창 분위기가 바로 폭발했다. “애드원.” - 어?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애드원 스킬을 쓰는 순간, 채팅창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 애드원? 잠깐, 대폭발 스킬도 설마 파이어볼처럼 1+1이야? - 그럼 대폭발을 세 번 던진다고?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리플레이 쓰면 5방이라고!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손아귀에는 반투명한 구슬이 들려 있었다. 쾅! 그러한 반투명한 구슬 안에서는 작은 폭발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다스가 그 구슬을 그대로 투척했다. 조준 따위는 없었다. 이미 몰려든 몬스터들, 그 무리를 향해 그저 하늘 높이 던지면 될 뿐. - 3개 다 던졌다! 그렇게 미다스가 대폭발 세 개를 하늘 높이 던졌다. 그와 동시에 소리쳤다. “메모라이즈 블리자드.”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몬스터들이 몰려든 곳, 그 위에 빠르게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그 구름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푸홧! 그 공격에 어그로가 초기화된 모래숲의 몬스터들의 머리 위 경고등이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들불처럼. 샤아! 스스! 자연스레 몬스터들 모두가 미다스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앞서서 던졌던 대폭발이 떨어지는 얼음과 함께 그 아래로, 모래숲 위로 떨어졌다. 콰앙! 떨어진 대폭발이 문자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반경 30미터 내의 영역을 단숨에 폭음과 화염으로 뒤덮으며 대폭발이란 스킬 네임에 어울리는 위력을 보여줬다, 콰앙!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 뭐야? 폭음이 두 번이잖아? - 두개 동시에 떨어진 듯?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두 개의 대폭발이 동시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콰앙! 콰앙! 그러나 이어진 두 번의 대폭발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분쇄했다. - 대폭발 네 번? - 두 개가 동시에 떨어진 게 아닌데? - 그럼? 그 뒤를 이어서 다시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콰앙! 그 여섯 번째 대폭발이 시청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 BJ대마도사의 대폭발은 두 번 폭발한다! 이곳, 모래숲에서 BJ대마도사가 준비한 것은 그저 탈출쇼 하나뿐이 아님을. ‘이래도 남긴 남네.’ 물론 그러한 공세 속에서도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존재했다. 샤아! 특히 모래뱀과 같은 HP가 높은 몬스터들은 그 공세 속에서도 조금도 주늑들지 않은 채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얘들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대기 중인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보며 말했다. “마무리해라.” 왕! “예, 주인님!” 미다스, 그가 모래숲 정복을 시작했다. 294화. < 93화. 사막왕 (3). > 7. 몬스터를 한 곳에 몰아 넣은 후에 원거리 딜러들이 화력을 퍼붓는다, 보통의 게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쓰는 방식. 그러나 갓워즈에서는 당연하지 못했다. 일단 갓워즈에서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의 부담감이 엄청났다. 몬스터 서너 마리 상대로 탱킹을 하는 것부터가 매우 힘들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몬스터 수십 마리를 꼬랑지에 붙인 채로 열심히 달리면서 몰이를 한다? 만약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실수로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렇게 해서 생기는 리스크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그 리스크는 누가 짊어져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몬스터 몰이 좀 해달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혹여 몬스터 몰이에 성공하더라도 그 후에 생기는 문제점들이었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어그로를 끌고 몰이에 성공한 몰이꾼의 안위였다. 어그로를 초기화할 스킬이 없는 이상, 몰이꾼이 죽기 전까지 몬스터는 멈추지 않았으니까. 두 번째 문제점은 그렇게 모은 몬스터를 처리할 만한 화력의 유무였다. 모이면 모일수록 그리고 뭉치면 뭉칠수록 광역 마법 효과는 극대화되는 건 맞았다. 그러나 모인 몬스터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더 많은 데미지 딜링이 필요한 것도 분명한 사실. 또한 광역 마법에는 범위라는 한계성도 존재했다. 이런 이유로 몰이 사냥은 정말 그 사냥터를 정복한 자들만의 전유물과도 같았다. - BJ대마도사 미쳤네. - 와, 이제 몰이 사냥도 제대로 하잖아?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몰이 사냥에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는 앞서 말한 두 가지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었으니까. “BJ대마도사 대단하네요. 이제 BJ대마도사도 다른 파티처럼 몰이 사냥이 가능하다는 거잖아요?” “다른 파티처럼 하는 게 아니지.” “예?” 아니, 완벽하게 해결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BJ대마도사의 이번 몰이 사냥은 다른 파티와는 차원이 다른 요소가 있으니까.” “그게 무슨……." “BJ대마도사는 몰이한 사냥감들을 원하는 지점까지 데려올 수 있는 것까지 가능해.” 박영준, 그의 말처럼 BJ대마도사가 블링크 스킬의 이점은 그저 단순히 몰이를 한다, 수준이 아니라 원하는 지점에 몬스터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건 압도적인 이점이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투를 하지 않고 빠질 수도 있지.” “아." 그와 동시에 BJ대마도사는 상황에 따라서는 전투를 깔끔하게 포기할 수도 있었다. 몰이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전투를 치러야 한다! 그런 배수의 진을 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즉,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BJ대마도사의 사냥 방식 패러다임에 변화가 온 거지.” 이제까지 존재한 적 없었던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셈이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선택지가. “BJ대마도사가 앞으로도 솔로로 계속 게임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와, 게임 끝까지 혼자서 깰 것 같네요.” 당연히 BJ대마도사의 한계도 높아졌다. 이제 당분간 그의 솔로 플레이에 대해서 불가능하다, 라는 꼬리표는 쉽게 붙지 않을 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지.’ 박영준이 생각하기에 BJ대마도사가 오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그것이었다. ‘사막왕 정도는 나 혼자서도 공략이 가능하다.’ 굳이 외부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메인 시나리오를 공략할 자신이 있다.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이야기지.’ 혹시라도 자신들이 BJ대마도사의 게임 진행을 도와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발을 뺀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광경일 터. ‘아니, 쓰린 정도가 아니지.’ 더불어 이번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BJ대마도사가 얻는 메리트는 하나 더 있었다. - 아, 레벨업 했네요. ‘등골이 오싹해질 일이지.’ 8.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 레벨업 했네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슬쩍 채팅창을 바라봤다. - 벌써 레벨업? - 다른 사람들은 사막에서 1렙업하는데 심할 때는 1주일도 걸리는데, 무슨 레벨업을 이렇게 빨리 해? 그러자 놀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와, 렙업 속도 장난 아니네.’ 그 감탄을 머금은 채 미다스가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224레벨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059)/체력 (5+1988)/지력(1018+3342)/마력(229+2881) - 잔여 스탯 : 4 ‘내가 223레벨에 입장했지.’ 모래숲에 입장하고 1시간이 채 되기 전에 1레벨이 오른 상황. 기존에 습득한 경험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레벨업 속도를 생각하면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 저렇게 몬스터 몰이해서 잡는데, 빨리 안 오르면 이상한 일이지. - 아무렴. 저렇게 잡는데 렙업이 느리면 그게 버그이지. - 맞아, BJ대마도사는 솔로라고! 혼자라고! 옆에 아무도 없다고! 놀라운 건 이 사실에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레벨업 페이스가 미다스에게는 앞으로 누리게 될 평범한 일상이라는 의미. 때문에 시청자들은 의문 대신 기대감을 품었다. - 이 정도 레벨업 속도면 400레벨 달성도 금방 이루어질 듯? - 조만간 BJ대마도사가 진짜 별들하고 싸우는 것도 볼 수 있겠네. BJ대마도사가 400레벨 이후의 플레이어들, 현재 갓워즈를 대표하는 진짜 슈퍼 스타들과의 대결을 벌이는 날에 대한 기대감.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이 속도면 언젠가는 10대 길드랑 같이 게임하겠네.’ 한때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슈퍼 스타들의 무대에서 같이 게임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이제는 충분히 머릿속에 그려졌다. ‘어우, 토나와.’ 물론 그 그림을 그리는 순간 지독한 현기증이 미다스의 머릿속을 세게 두드렸다. ‘진짜 그런 미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거물들이 미다스에게 후원하는 건 그가 200레벨대에 불과하기에, 당장의 경쟁자가 아닌 덕분이었다. 그게 아니라 미다스가 그들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먹어치울 경쟁자가 된다면 그들은 어느 때보다 철저한 방법으로 경쟁자를 응징할 터였다. 10대 길드가 힘을 모아 BJ대마도사란 놈이 사냥터에서 몬스터 맛도 못 보게 만들 터였다. 적어도 미다스가 아는 10대 길드는 그런 곳이었다.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자들에게 상식과 도덕이 통하지 않는 심판을 내리는 곳. ‘끔찍하네.’ 상상만으로도 현기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런 끔찍한 상상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행복한 상상만 하자.’ 그러한 현기증 나는 상상을 마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짜증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에 기쁨이 차올랐다. 왕! “주인님, 더 위엄이 넘치시는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전장, 그 모래밭 위에 그 누구보다 든든한 럭키와 골드의 모습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마음 그 어디에도 불안감 따위는 없었다. ‘그래, 이거지.’ 오직 자신감이란 단어만이 남아있을 뿐. 그 자신감을 품은 채 미다스가 더 가까워진 붉은빛 기둥을 향해 몸을 달렸다. ‘좋아, 이 기세로 바로 사막왕 잡자.’ 사막왕, 놈을 오늘 이 멋진 라이브 방송의 화룡점정으로 찍기 위해서. “그럼 이대로 계속 가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말과 함께 붉은빛 기둥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아, 아직 이벤트 당첨자분은 없네요. 이러다가 오늘 이벤트 상금 한 푼도 못 주고 이대로 이벤트 끝날 것 같군요.”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잊지 않으면 채. “아, 아즈모 님이 특별 상금도 세게 베팅하셨는데…… 만약 오늘 아무도 안 나오면 그 특별 상금은 제가 먹는 걸로 할까요?” 이어진 미다스의 질문에 곧바로 채팅창이 반응했다. - 하하, BJ대마도사가 장난도 참. - BJ대마도사한테 그런 돈이 기별이나 가겠어요? - 푼돈도 받으려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BJ대마도사가 우스갯소리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 ‘아, 이번에 아즈모 님이 건 상금 어떻게 내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물론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미다스는 그 반응에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사막왕의 영역을 침범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사막왕이 군대를 소환합니다.] [사막왕의 군세가 등장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갑자기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너무나도 많아서 감히 그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 억지로나마 숫자를 가늠하자면 천 단위는 가뿐하게 넘어서도, 만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이 순간 미다스가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미치겠네.’ 자신의 암담해진 미래, 그 미래 앞에서 당연히 미다스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후우, 릴렉스. 일단 릴렉스하면서 상황을 정리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상황 정리를 위해서 미다스가 눈앞의 광경을 자세히 봤다. 상황 파악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사막왕이 이벤트 효과로 새로운 능력을 얻었고, 군대가 등장했다.’ 몬스터 군단이 등장하는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했다. 플레이어들이 쉽게 꿀 빠는 걸 용납지 않는 갓워즈에서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해결 방법도 간단했다. ‘방법은 뚫고 가는 것뿐.’ 이 무수히 많은 군대를 무찌르고, 사막왕에 닿는 것. ‘기존 방법은 안 돼.’ 단,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힘들었다. 사막왕의 병사들 아닌가? ‘분명 뭔가 더 있을 거야.’ 필시 미다스가 빼돌려도, 사막왕이 위협을 받으면 사막왕을 돕기 위해 나설 터. ‘사막왕 페이즈 중에 병사 소집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일찌감치 이 사막왕의 병사들을 처리해두는 게 사막왕 레이드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또한 숫자가 너무 많은 만큼 몰이를 해서 한 곳에 모아두는 것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하면 할 수 있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이 군단을 처리하는 건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화력은 물론 강력한 기동력마저 주어진 상태, 이 사막에서 시간을 들여서 하지 못할 건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끌리면…….' 문제는 지금 미다스는 사막왕 레이드와 별개로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 중이란 점이었다. 숨은 BJ대마도사 찾기라는 이벤트. 만약 이대로 사막왕의 군대를 상대하는데 시간을 소모한다면,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를 찾고 상금을 얻어낼 터. ‘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상금을 한 푼이라도 주지 않기 위해 다한 최선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의미였다. ‘미치겠네, 가뜩이나 지금 남은 플레이어들은 서로 뭉치고 뭉쳐서 세력 엄청나게 커진 상태인데.’ 더군다나 지금 그를 잡고자 하는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상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BJ대마도사를 잡겠다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뭉치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을 뿐. ‘최소 1천 명 단위 팀인데, 내가 10분만 지체해도 여기까지 오는 건 일도 아닌…….' 1천 명 단위의 팀이 이제는 당연시되고 있었고, 그런 그들 앞에서는 제아무리 모래숲의 강력해진 몬스터들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경험치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 그 순간 고개를 돌려 자신이 온 길을, 등 뒤를 바라본 미다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소리쳤다. “이거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너무 싱겁게 사막왕 레이드 종료될 것 같아서 특별 이벤트합니다.” 그 외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청자들. - 특별 이벤트? - 뭐지? - 드디어 BJ대마도사가 파티에서 탈퇴하나? - 설마 노래 부르기 아니지? 그거면 나 진짜 BJ대마도사가 고소한다. 그런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외쳤다. “15분 동안 여기 가만히 있겠습니다!” 9. - BJ대마도사 미쳤네, 몰이 사냥으로 몬스터 학살 중! - 대폭발 2번 폭발함! BJ대마도사 화력 미쳤다! BJ대마도사의 무지막지한 화력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를 무렵, 반대로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었다. “미치겠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돼?” “BJ대마도사 100미터 내에 들어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각오를 품고 모래숲에 온 이들, 그들은 BJ대마도사의 활약 앞에서 헛웃음조차 지을 수 없었다. 그만큼 절망감이 컸다. “에이 됐어, 내 주제에 무슨. 그냥 돌아가자!” “포기다, 포기!” 그리고 그 커진 절망감에 짓눌린 이들 중 상당수는 그대로 이벤트 참가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남은 자들도 있었다. “그래도 참고 해보자. 분명 기회는 올 거야.” “난 이번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야 해. 이거라도 해야 한다고.” “맞아,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이런 기회는 안 와.” 남들보다 더 필사적인 자들, 그러한 이들은 오히려 각오를 단단히 했다. 동시에 단단해진 각오만큼 협력 체계도 단단하게 변했다. “이러지 말고 파티끼리 뭉치자.” “지금은 몬스터를 처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몬스터를 빨리 뚫고 가는 게 중요하지.” “어차피 상금 먹으려고 온 것도 아니잖아? 다 합치자고!” 몇몇 팀들, 이미 그 전에도 백 단위였던 팀들이 한 곳에 뭉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렇게 뭉쳐진 팀들의 위력은 상당했다. 각오가 부족한 자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가고, 결국 절박한 이들만이 남아 뭉쳤으니까. “뚫어!" “일단 사막왕이 있는 곳까지 가자!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사막왕조차 순삭하진 못할 거야!” 그러한 연유로 단단히 뭉쳐진 자들이 거듭된 전투 속에서, BJ대마도사를 쫓기 가기 위한 여정 속에서 연마될 무렵. “잠깐, BJ대마도사가 뭔가 발표했는데?” “속보! 속보야!” 그 무렵에 소식이 들렸다. “15분! BJ대마도사가 15분 동안 스탑 선언했어!” “뭐라고?” “15분 동안 움직이지 않겠대!”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오는 소식이. “아, 속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소식이 추가됐다. “가장 먼저 온 팀에게는 특별 상품을 하나 더 준대.” “특별 상품? 그게 뭔데?” 본래 걸렸던 5만 달러라는 상금과 가장 먼저 BJ대마도사를 잡은 자에게 아즈모가 주는 100만 달러 그리고 BJ대마도사와 마음껏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 여기에 하나 더 상품이 추가됐다. "자기랑 사막왕 레이드를 같이 할 기회를 주겠다는데?” 295화. < 93화. 사막왕 (4). > 10. “15분 동안 이곳에 가만히 있겠습니다.” 미다스가 그 발언을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 이제야 좀 이벤트답게 하네. - 그래, 상금 걸었는데 아무도 상금 타간 사람이 없으면 욕먹기 딱 좋지. BJ대마도사가 매너를 지키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이벤트에는 적지 않은 상금이 걸려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무에게도 상금을 주지 않는 그림은 솔직히 보는 이한테나 그리는 이한테 좋을 게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그정도 상금을 아까워하는 것도 아니고. ㄴ BJ대마도사가 상금 주는 건 아니잖아? ㄴ 아무렴 어때? 설마 그 상금 아까워하는 사람이 여기 있겠어? ㄴ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설마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 일부러 악착같이 빨리 게임 진행했을 리도 없잖아? ㄴ 우리 BJ대마도사님이 여자친구가 없지, 돈이 없는 게 아니라고! 더욱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푼돈이나 다름없는 5만 달러 남짓한 상금을 주는 걸 아쉬워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때문에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저 올게 왔구나, 할 걸 하는구나, 수준이었다. 딱히 격렬한 반응 따위는 없었다. “가장 먼저 저한테 오시는 분께는 같이 사막왕 레이드를 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발언에는 채팅창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가만, 지금 폭탄 선언 나온 거 같은데? - 진짜? BJ대마도사랑 같이 사막왕 잡는다고?‘ 현재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는 8,200만 명! 그런 BJ대마도사와 함께 사막왕 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건, 거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였다. - 돈 주고도 못 사는 기회잖아? ㄴ 금액을 떠나서 BJ대마도사가 돈 때문에 이런 기회를 팔 리가 없지. ㄴ BJ대마도사와 레이드 같이 뛰었다! 이 커리어만 있으면 앞으로 어지간한 길드는 프리패스지! ㄴ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화끈하긴 화끈하게, 이렇게 퍼주는 걸 보니까. 때문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에게 큰 선물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아, 양심에 찔리네.’ 어차피 사막왕의 군대와 싸우다가 잡힐 거, 도움이나 받자! 그런 의미로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양심이 아플 만한 대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내심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 ‘오면 잘 해드려야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라이브 방송을 이끌어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우려했다. ‘그런데 만약 소규모 파티가 온다면…….' 지금 미다스가 있는 곳까지 오기 위해서는 막강한 전력이 필요했다. 미다스처럼 몬스터 몰이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럼 남은 답은 결국 몬스터를 잡으면서 오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일에 100퍼센트라는 놈은 없는 법. 막말로 근접 딜러, 암살자들로 구성된 파티 혹은 개인이 에라, 모르겠다! 같은 각오로 미다스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도 있었다. 그 경우 미다스는 그 소수와 함께 사막왕의 군대를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버스 타려다가 승객 태우는 꼴이지.’ 도움을 바라던 미다스가 도리어 그 플레이어의 안위를 지켜주면서 사막왕 레이드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셈.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경우였다. “아,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과연 누가 저와 함께 사막왕 레이드를 할 기회를 누릴지, 궁금합니다. 럭키야, 너도 그렇지?” 왕! 그 불안감을 속으로 삼킨 채 미다스가 애써 유쾌한 척 연기를 했다. 콰앙! 그 순간 먼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고, 그 사실에 미다스 일행 전부가 반응했다. 크르르! “주인님,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럭키와 골드의 경고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됐다, 됐어!’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는 2천이 넘게 되는 무리를. 11. 흔히 말한다. 적당한 재능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문덕, 그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는 분명 게임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 1티어급 길드는 물론 10대 길드에서 유망주로 영입 제안이 왔을 정도. 싼값에 그들 밑에서 유망주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기꺼이 실력으로 부귀영화를 쟁취하고자 마음이 맞는 이들을 모아 대첩 길드를 만든 것도 그 재능 때문이었다. 특히 유니크 클래스 직업인 웨폰 마스터 직업을 얻은 이후 그는 갓워즈에 인생을 걸었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의 행보는 순탄치 못했다. 결과는 있었다. 나름 던전도 공략했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갓워즈의 세계, 프로 플레이어의 세계는 결과를 낸다고 해서 끝난다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찍은 영상의 조회수는 처참했고, 라이브 방송을 할 때면 운 나쁘게 해프닝이 터졌다. 길드 내적으로 홍역도 연거푸 치렀다. 실력이 있으면 어디선가는 러브콜이 오는 법. 힘든 나날 속에서 길드원들이 하나둘 떠났고, 자연스레 꿈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이번밖에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기회도 못 살리면 지민이 볼 낯이 없어.’ 자신을 믿고 지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딸아이도 그렇고.’ 더 나아가 앞으로 자신이 믿고 지원해줘야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 “우리 4개 팀 플레이어를 합치면 2,419명, 이 숫자로 단숨에 BJ대마도사가 있는 곳까지 갑시다.” “그건 좀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맞아, 2천 명이라니, 이렇게 해서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욕만 먹을 것 같은데.” “BJ대마도사 성격을 생각하면 2천 명이 모여서 가면 넌센스라고, 꺼지라고 할지도 몰라.” 그게 이유였다. “그런 체면 같은 건 무시합시다. 지금 중요한 건 억지로라도 기회를 잡는 겁니다. BJ대마도사와 이야기할 기회. 그의 방송에 나올 기회." 그가 염치없는 결정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얼굴마담 하겠습니다. 혹여 문제 생기고, 욕 날아오면 제가 했다고 하세요.” 더 나아가 그는 혹여 생길 문제에 대한 희생양으로 제 스스로를 내걸었다. 그 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게임사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 2천 명이 넘는 숫자, 막대한 팀 앞에서는 제아무리 강력해진 모래숲의 몬스터라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 아, 이건 좀. - 2천 명이라니, 과한 걸 넘어서 역겹네. - 아무리 1등하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1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 이런 식으로 커리어 쌓으면 역효과 날 듯. 그 사실에 몇몇 시청자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 비난에 문덕의 동료들도 말했다. “이거 잘못되면 진짜 우리 커리어 끝장나겠네.” “상금은 이미 의미 없는 수준이고, 욕만 먹겠다.” 썩 좋은 방법 같진 않다고. 당연히 문덕 역시 우려를 품었다. “BJ대마도사가 이런 방법을 용인할까?” 정말 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방식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때는 어떻게 될까? “어? 저거 실버 아니야?” “럭키 골드다!” “BJ대마도사다!” 그러한 우려 속에서 그토록 바라던 BJ대마도사의 앞에 도달했을 때 문덕은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 ‘여기서 끝나면 그냥 게임 접자.’ 심지어 최악의 상황이 나오고 그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의 자신의 모습마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문덕의 사고는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를 약 50미터 거리 앞에 둔 상태에서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 모두가 그대로 정지했다. 그때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대장 있으면 나오시죠.” 그 말에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문덕만을 바라봤다. '헉.' 그 엄청난 숫자의 시선이 문덕을 마리오네트처럼 강제로 움직이게 했다. 처벅, 처벅. 문덕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BJ대마도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크르르! “주인님, 위험한 냄새가 납니다.” “선배님의 말에 동감입니다.”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럭키의 경고성 어린 으르렁거림과 골드와 실버의 적의 가득한 말이 들렸다. 그러한 럭키와 골드, 실버가 주는 압박감은 라이브 방송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을 볼 때 럭키와 골드는 든든하고, 멋지고, 끝내주는 BJ들이었지만 게임 속에서 마주 보는 건 경쟁자 혹은 적일 때였으니까. 럭키와 골드가 몬스터들을 압도적으로 처치하는 장면에서 몬스터들에 감정이입이 되는 셈. ‘맙소사.’ 게임 속임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쪽이 대장입니까?” 그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가 문덕에게 질문했다. “예? 예.”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 “저기 2천여 명이 한 팀인 거고요?”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질문에는 대답이 반사적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문덕의 귀에는 그게 질책처럼 들린 탓이었다. 2천 명이 한 팀이 되어서 온 주제에 지금 뭘 잘했다고 대표랍시고 나서고 있냐? 그런 질책. “2천 명이 한 팀 맞아요?”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문덕은 즉답을 내뱉는 대신 각오를 한 번 꽉 씹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자신을 믿어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녀 뱃속에 있는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체면은 버리자.’ 그제야 비로소 문덕은 뱉을 수 있었다. “2,419명, 약속대로 BJ대마도사를 찾았으니 그에 대한 상품 수령을 원합니다.” 그 대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어떤 결정을 하려나? 이벤트에 제약은 없었지만 2천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으로 온 건 본래 취지에서 분명 벗어나는 일. BJ대마도사가 ‘이건 무효’ 라고 외쳐도 솔직히 문덕 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문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발.’ 그는 부디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만 했다. 그렇게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대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아, 이거 골 때리네.” 그 첫 마디에 문덕을 비롯해 그를 따라온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결코 긍정적인 표현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러면 문제가 있는데.” 거듭된 나오는 부정적인 표현. 심지어 BJ대마도사는 말만이 아니라 몰려온 플레이어들을 쭈욱 바라본 후에 고개마저 절레절레 흔드는 부정적인 제스처마저 취했다. ‘설마?’ 그 모습에 문덕을 비롯해 그를 따라온 이들의 마음속에서 기회라는 단어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 본래 계획대로라면 오신 분들에게 포션이라도 하나씩 드리면서 목 좀 축이게 해드려야 하는데……." 미다스의 그 발언에 분위기에 꼈던 긴장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오시면 포션 드리는 건 불가능하겠네요.” 이윽고 나온 그 말에 문덕이 반사적으로 질문했다. “다 된 겁니까?” “예?” 그 질문에 미다스가 도리어 의문을 품었다. ‘무슨 소리지?’ 사실 지금 미다스도 정신이 없었다.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플레이어가 온 탓에 정말 기뻐 죽을 듯했으니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고, 담담한 척 멘트를 치는 게 쉬울 리 만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문덕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을 해석하기 위해 미다스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되긴요, 앞으로 상금 수령도 하셔야 하고, 인증샷도 찍어야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문덕의 옆에 다가가 그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 사막왕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막왕 레이드도 같이 해야 하고. 안 그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못하겠다고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확답부터 받아놓자.’ 그 대답에 비로소 문덕의 표정이 달라졌다. 기쁨의 미소 따윈 없었다. 도리어 문덕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왔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눈앞에 온 순간. ‘이 기회를 절대 여기서 끝낼 순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바라던 기회가 올 때를 떠올리며 그때 던질 승부수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BJ대마도사님.” 문덕이 그 준비해둔 승수부를 던졌다. “사막왕까지 우리 팀이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예?” 12. 푸홧! 모래숲의 모래바닥이 폭발하듯 솟구치고 이내 그 솟구친 모래들 주변으로 검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검은 바람 속에서 모래로 만들어진 몬스터 한 마리가 등장했다. 크르르! 사람의 몸에 개의 머리를 가진, 3미터나 되는 신장을 가진 몬스터가. 사막왕의 병사! 이번 이벤트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그 몬스터는 외형부터가 남다른 포스를 보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외관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강함은 비슷하게 모래로 만들어진 인간들, 샌드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푸홧! 결정적으로 한 번 등장하면 그 숫자가 기본 3백 단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러한 등장 빈도수는 전투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거듭,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군대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수준. “또 등장했네!” “미치겠네, 이거 뭐 쉴 틈을 안 주네!” “탱커들 정신 차리고 자리 잡고, 원딜은 딜링 쉬지 마! 눈앞에 있는 거 다 잡았다고 해서 전투 쉬지 마!" “힐러들 버프 쿨 그냥 돌려! 포션 아끼지 말라고!” 당연히 그 군대를 상대하는 플레이어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마법, 마법 포격 들어간다! 휘말리지 마!” 크르르! “오른쪽 탱커 라인 무너졌어! 빨리 복구해!” 자연스레 전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배제된 건 오로지 한 명이었다. ‘아.’ 미다스, 그만이 이 전장을 맨 뒤에서 하는 것 없이 그리고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전투에 집중해! 결과를 보여주는 거다! BJ대마도사님이 나설 낌새를 만들지 마!” 그 외침에 미다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문덕, 그는 말했다. 자신들이 사막왕까지 BJ대마도사님을 편안하게 안내해드리겠다고.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실력을 보여주는 거야!” “지금 9천만 명이 우리 전투를 보고 있어!” 자신들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가 나선다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만 향할 게 뻔한 노릇. 그리고 그런 BJ대마도사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오는 것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중원 길드 그리고 탐험가 길드의 테오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그저 실력 좀 있는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든 BJ대마도사가 나서지 못하게 상황을 만드는 게 최선. 실제로 그 효과는 분명 나타나고 있었다. - 다들 실력이 상당하네. - 2천 명 넘게 모여서 어중이떠중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들 알짜배기들인데? - 죄다 나름 사막에서 사냥 좀 한다는 베테랑들이니까. 그래도 직접 실력을 보니까 대단하네. BJ대마도사라는 강렬한 별이 잠자코 있자, 자연스레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약상이 눈에 보였다. - 처음 보는 몬스터 상대로도 잘 싸우네. 더욱이 그들이 마주한 몬스터는 사막왕의 병사,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몬스터였다. - 그것도 엄청 센놈 상대로, - 공략도 없이 바로 싸우는데도 잘 싸우네. 그것도 그냥 허접한 몬스터가 아닌 게임을 잘 모르는 이가 봐도 강력한 몬스터. 자신들의 능력을 보다 더 빛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제물은 없었다. 그리고 그 제물을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삼는 이들 역시 등장했다. “문덕 팀이 뚫었다!” “문덕 팀이 길 뚫었어!” 문덕이 그러했다. - 와, 쟤 누구임? 문덕이라고? 무슨 길드? 대첩 길드? - 양손에 무기 든 거 보니까 웨폰 마스터 같은데, 실력 장난 아니네. 저렇게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는 건 쌍칼 이후로 오랜만인 듯. - 저런 플레이어가 왜 이제까지 묻혀 있던 거지? - BJ대마도사보다 멋지네. - 워즈튜브 채널 구독하러 갑니다. 이미 이번 팀의 리더라는 것부터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활약상마저 뛰어나니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 ‘드디어 기회가 왔어.’ 문덕 역시 마찬가지였다. - 문덕 님 파이팅! - 문덕 님, 오늘부로 팬합니다. - 이런 실력자를 그동안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 평소에는 백여 명도 간신히 넘기 힘들던 그 채팅창에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들어와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는 사실에 그는 더 이상 보이는 게 없었다. “BJ대마도사님을 제가 사막왕 앞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저 이 기회를 준 BJ대마도사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눈앞의 몬스터를 상대로 표현할 뿐. 비단 문덕만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약하거나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BJ대마도사가 움직일 게 분명해! 그러니까 다들 그냥 들어가!” “차라리 싸우다 죽어! BJ대마도사가 나서기 시작하면 이 행복한 시간도 끝이야!” “이럴 때 죽어야 장렬한 거지! 다들 무서워하지 말고 들어가!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와!” 그와 비슷한 처지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기꺼이 게임 오버를 각오한 채 몰려오는 사막왕의 군대를 향해 돌진했다. - BJ대마도사 표정 굳은 거 봐. 그 광경 앞에서 BJ대마도사의 표정은 딱히 좋을 이유가 없었다. - BJ대마도사 계획은 이게 아니었을 테니까. - 분명 자기가 버스 태우고 자랑하는 그림 그렸을 텐데, 그 그림 완벽하게 파괴되었죠? 끝났죠? 지금 버스 승객이죠? - BJ대마도사가 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주도권 빼앗긴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 아, 들린다, 들려! BJ대마도사 자존심에 스크레치 나는 소리가! - BJ퇴물도사로 개명 가즈아! 적어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BJ대마도사의 계획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진짜 그런 이유로 표정이 굳은 건 아니었다. ‘아, 꿀을 너무 강제로 빨아서 그런가, 양심이 너무 아프다.’ 이렇게까지 쉽게 꿀을 빨 줄은 몰랐다는 것. 동시에 우려도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사막왕 레이드에서 제대로 활약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편하게 온 마음 그리고 활약상이 부족한 만큼 사막왕 레이드에서 보다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할 터.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부담감이 생긴 셈이었다. ‘할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 그 사실에 각오를 다지는 미다스, 그런 그의 눈에 이제는 거의 코앞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까워진 붉은빛 기둥이 보였다. ‘어?’ 그 순간이었다. [사막왕이 침입자에 분노합니다.]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붉은빛 기둥이 있는 곳, 그곳으로 거대한 모래기둥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끝없이 내리쬐던 태양빛에 점 하나가 생겼다. 이윽고 그 점이 치열한 전장, 그 위를 향해 추락했다. 꽈릉! 대강하! 그 스킬이 단숨에 치열한 전장을 채우던 병사와 플레이어들을 강제로 멈추었다. 압도적인 파괴력! 그 파괴력을 보여주는 듯 모래 위에 등장한 거대한 크레이터 위로 몬스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몸에 사자의 머리를 가진 자. 사막왕! 이 모래숲의 보스 몬스터인 놈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 사막왕이 대강하 스킬을 썼어? - 이건 또 뭔 개지랄이야? - 미쳤다, 미쳤어! 본래 그들이 아는 사막왕은 대강하 스킬 따위는 쓰지 못했으니까. - 가만, 그보다 손에 든 건 뭐지? - 처음 보는 칼인데? 더욱이 사막왕의 손에는 평소에 본 적 없었던 무기가 쥐여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쉬익! 사막왕이 칼을 휘두르자, 그 칼에서 검은색 검기(劍氣)가 뿜어진 채 모래 위를 빠르게 지나갔다. 이윽고 그 검은색 검기가 그대로 플레이어를 덮쳤다. 푸홧! 그 공격에 일부 플레이어들, 마법사나 힐러들이 맞는 순간 그대로 몸이 반으로 갈린 채 모래바닥에 너부러졌다. - 뭐야? 데미지 왜 저래? - 설마 한 방에 즉사한 거야? 아무리 HP가 낮은 원딜러와 힐러라고하지만 고작 한 번의 공격에 즉사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 “데미지 장난 아니야!” “다들 탱커 뒤로 피해!” 그나마 살아남은 탱커들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데미지에 경악하며 경고성을 내질렀다. - 맙소사, 이번 사막왕은 대체 어떤 놈이야? - 2천 명 플레이어들을 바로 기선제압하네! 플레이어들에게 우세한 전장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사막왕 하나에 압도되는 순간. 실제로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공포는 상당했다. ‘이거 위험해.’ ‘어떻게 하지?’ 강력함을 넘어서 특별한 능력을 2개나 가지고 나온 사막왕은 플레이어들이 나름 준비한 머릿속 선택지를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컴퓨터로 따지면 갑자기 강제로 부팅이 된 셈. 사고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게 된 셈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광! 거대한 대폭발 하나가 그대로 사막왕을 덮쳤다. 콰광! 이어서 한 번 더. 콰광! 콰광! 이후 대폭발이 연거푸 더 폭발함과 동시에 외침이 들렸다. “사막왕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무대 위의 배우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296화. < 93화. 사막왕 (5). > 13. 일이 쉽게 잘 풀릴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제는 대개 갑자기 위기가 왔을 때, 그때 생기기 마련. 지금 문덕이 이끄는 팀, BJ대마도사를 위해 싸우는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막왕의 병사가 강력하긴 했지만, 수적 우위를 이용해 사막왕의 병사를 압도했을 때는 모두가 잘 싸웠다. 공포심도 없었고, 물러섬도 없이 가진 능력의 100퍼센트, 그 이상을 완벽하게 끄집어냈다. 꽈릉! “사막왕이다!” 그러나 사막왕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하는 순간,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행동은 물론 사고까지. 사막왕의 등장에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본래는 이 순간 탱커들이 앞다투어 몸을 던져 사막왕의 어그로를 끌고 막아내는 게 정석이었다. 매우 빠른 기동력 그리고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사막왕 같은 보스 몬스터를 이대로 놔두면 필시 놈이 활개를 칠 게 분명했고, 그로 인해 힐러와 딜러 수십 혹은 수백이 단숨에 게임오버 당해도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어떻게 하지?’ 그러나 앞서 말한 공포감이 탱커들의 발걸음을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일반적인 레이드였다면 해프닝을 넘어 레이드 실패라는 대형 사고가 나오기 직전의 순간. 콰광! 미다스가 등장한 건 바로 그런 시점이었다. 콰광! 그 누구보다 강렬한 방식으로. 동시에 위험한 방식이기도 했다. - BJ대마도사가 공격했다! - 어그로 끌렸어! 이 강력한 공격으로 말미암아 이제부터 사막왕은 미다스를 최우선으로 노리고 들어올 터.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탱킹과 어그로 관리를 미다스가 먼저 시작하는 격이었다. -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 마법사답지는 못하지. 결코 마법사가 할 일은 아니었다. 미다스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새로운 아이템 그리고 새로운 스킬을 가지고 나온 상황에서 섣불리 어그로부터 끌려서 좋을 건 없지 않은가? 충분한 관찰과 판단 후에 사냥에 나서야 하는 게 정상. - 그래도 어쩌겠어? 이대로 놔두면 다른 플레이어들 다 뒈질 텐데. - 맞아, 여기서 BJ대마도사가 안 나섰으면 마네킹 쇼 나왔을걸? 그럼에도 미다스가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신을 이제까지 도와준 문덕 팀의 플레이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는 짓 따위는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제가 시간을 끄는 사이, 다들 물러나십시오!” 그리고 이어진 발언에 이제는 모두가 확신했다. ‘아!’ ‘BJ대마도사님!’ 예상한 것처럼 모두를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BJ대마도사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리스크를 품었음을. 물론 진짜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자, 다들 위험하니까 물러나세요. 이제부터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이 이상 다른 사람들이 활약하면 안 돼.’ 이제는 자신이 활약을 해야 한다는 것. 미다스에게는 매우 중대한 문제였다. 분명 지금 분위기가 들끓고 있긴 했고,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높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다스의 활약은 없었다. ‘여기서도 활약이 별 볼 일 없으면 결국 또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즉, 미다스의 활약상이 없으면 결국 그것을 빌미 삼아 다음 라이브 방송에서도 강렬한 퍼포먼스를 요구한다는 의미. ‘어설프게 상황 돌아가서, 문덕 팀이 같이 잡겠다고 하면 거절하기도 힘들어.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면…… 역대급 노잼 나온다.’ 한편으로 지금 여기에 모인 전력이 너무 강력한 것도 문제였다. 무려 2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여전히 팔팔하게 뛰고 있는 상황. 그것도 그냥 단순한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청자들 앞에서 활약하고 싶어 몸이 달아오른 프로 플레이어들이었다. 당장에는 당혹감에 주춤했지만, 본격적은 사막왕 레이드가 시작되면 앞 다투어 장렬한 전사를 보여주고자 할 터. 그럼 사막왕 레이드는 생각보다 매우 싱겁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확신이 있었다. ‘잡기 어려운 놈도 아닌데.’ 사막왕을 혼자서 잡을 확신. [타락한 사막왕(Lv.259)] !10분마다 대강하 스킬 사용 가능 !1분마다 어둠의 칼날 스킬 사용 가능 !HP가 50퍼센트 이하일 때 야수화 스킬 사용 !HP가 10퍼센트 이하일 때 모래지옥 스킬 사용 그것도 막연한 확신이 아니라 확실한 정보를 근간에서 나오는 확신이었다. 물론 보이는 사막왕의 페이즈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일단 대강하 스킬을 10분마다 쓴다는 건, 아무리 제대로 진형을 갖추어도 10분마다 초기화된다는 의미. 그것도 그냥 초기화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강력한 범위 공격을 맞으면서 초기화되는 셈이었다. 앞서 엄청난 데미지를 보여준 어둠의 칼날 스킬은 무려 1분 마다 초기화됐다. 1분마다 모두가 탱커 뒤로 잽싸게 피신하지 못하면 바로 게임오버를 당한다는 의미. ‘생각보다 훨씬 쉽게 나왔어.’ 그러나 막상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려울 게 없었다. 일단 그에게 대강하 스킬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대강하야 위치 파악하고 튀면 될 일.’ 떨어지는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강하 스킬은 그저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것 뿐. 어둠의 칼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둠의 칼날 데미지가 보통은 아니지만, 우리들 중에 피해를 입을 인간은 없어.’ 그 데미지가 치명적인 건 어디까지나 일반 플레이어들 수준의 이야기. 럭키나 골드, 실버의 탱킹 능력은 보스 몬스터급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미다스는 조건에 따라서는 그들보다 더 탱킹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수화까지 가면…….' 그 후에 2페이즈인 야수화 스킬도 무시할 스킬은 아니었다. 사막왕이 거대한 사자가 되어 미쳐 날뛰는 스킬. 아예 새로운 몬스터를 잡는 스킬이었다. ‘샌드백이지.’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그저 때릴 곳이 많아지는 스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러모로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는 대목.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 있게 소리쳤다. “나 혼자 잡는 거 방해하면, 그땐 전쟁입니다.” - 솔로 선언이다! 이 사막왕을 상대로 솔로 플레이를 선언했다. 14. 제아무리 사이드 메뉴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도, 사람들은 메인 메뉴를 기다리는 법.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앞서서 나온 플레이들이 재미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이드 메뉴에 불과. - 드디어 시작이다. - BJ대마도사의 무대다. - 그래, 이거지! 우린 BJ대마도사의 솔로 플레이를 보고 싶다고! 그들이 정말 보고 싶은 것은 BJ대마도사의 활약이었다. 기대감이 솟구치는 게 당연지사. - 어떻게 하려나? 그 기대감의 시작은 바로 BJ대마도사가 고를 공략 방식이었다. - 럭키님의 사생결단으로 어그로 잡고, 다구리? ㄴ 그게 아니라 실버가 탱킹하고, 동시에 화력 퍼붓는 게 나을 듯. 딱 봐도 사막왕 페이즈가 평소 때랑 다르잖아? 이럴 때는 조심스럽게 가야지. ㄴ 조심? BJ대마도사 팬이 아니네. BJ대마도사에게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노래 실력이랑, 다른 하나는 조심성이야. ㄴ 여자친구도 없지. ㄴ 아, 그렇지. 너무 당연해서 빼먹었네. 이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공략해온 BJ대마도사였으니까. 그러한 예상에 미다스가 자신이 고른 카드를 보여줬다. “골드야!” “예, 주인님!” 미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럭키를 탄 골드가 미다스를 쫓고 있던 사막왕의 앞을 가로막았다. 눈앞에 방해물의 등장에 사막왕은 무시하는 대신 그 방해물로 목표를 바꾸었다. 스윽! 사막왕이 검은 칼을 들고 휘두를 준비를 했다. 골드 역시 그 적의를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주인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그 외침과 함께 골드가 럭키를 박차고 도약했다. 약 10미터에 이르는 도약! 그렇게 도약한 골드가 그대로 벼락처럼 내리꽂히며 제 손에 든 사막왕의 보검을 내리쳤다. 카앙! 사막왕과 골드, 두 칼이 충돌하며 고막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강렬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와 함께 사막왕과 골드가 그대로 마주한 채 서로를 노려봤다. - 와! - 그림이다! 사자의 머리에 인간의 몸뚱이를 가진 사막왕 그리고 검은 늑대의 머리에 인간의 몸뚱이를 가진 골드. 심지어 서로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똑같이 사막왕 세트! - 나름 기대는 했지만 진짜 이런 그림이 나오네. - 영화네, 영화야! 마치 이집트를 배경으로 만든 전쟁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전투 장면을 떠오르게 만들 만큼, 절로 감탄이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1대1 승부는 영화로 보면 되는 거고.’ 물론 영화처럼 서로 한계를 보려는 듯 1대1 승부를 필사적으로 치르는 멋진 장면 따위를 미다스는 볼 생각이 없었다. ‘우리 방송은 아니지.’ “럭키, 전광석화다!” 그 그림 같은 대치 국면 속으로 미다스는 바로 럭키를 투입했다. 크-왕! 그러자 전광석화 상태로 변한 럭키가 그대로 사막왕의 등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들었다. 스윽! 대치 국면 속에서 사막왕이 반사적으로 럭키를 상대하기 위해 그대로 등을 돌렸다. 달리 말하면 골드를 등졌다는 의미. “네놈!” 그 틈을 골드가 놓치지 않고 손에 든 사막왕의 보검을 그대로 내찔렀다. 푹! 그대로 사막왕의 몸에 칼이 깊숙하게 들어갔다. 휘익! 반대로 사막왕이 럭키를 향해 휘두른 칼은 럭키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해버렸다. 사막왕이 소득 없이 손해만 입는 순간. - 와, 럭키 골드 조합 무섭네! - 저걸 어떻게 이겨? - 내가 사막왕 처지면 그냥 로그아웃하고 게임 끈다. - 갓워즈는 몬스터에게도 항복 옵션을 허용하라! 그 순간 어수선한 채팅창 반응 사이로 미다스의 손에 든 것을 그대로 사막왕을 향해 던졌다. - BJ대마도사가 뭐 던졌다! - 어? 방향이 이상한데? 그렇게 미다스가 던진 것은 사막왕이 아니라 골드의 발치를 향해 날아갔다. - 설마 골드랑 사막왕이랑 헷갈린 거 아니야? 당연히 드는 의문. 그러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단검? - 파투의 단검이다! 미다스가 던진 것의 정체를 파악한 시청자들은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골드야, 양념 좀 해라!” “예, 주인님!” 그 명령을 끝으로 미다스가 인벤토리 안에서 무기를 꺼낸 후 골드 근처에 무기를 던졌다. 파투의 창을 비롯해 사막왕의 독검까지. 평소에는 하급 정령 전사들을 통해 써먹었을 아이템들이었으나, 지금은 정령 전사를 소환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정령 전사는 못 버텨.’ 사막왕의 어둠의 칼날, 그 광역 스킬에 정령 전사들이 버틸 가능성은 높지 않았으니까. ‘골렘도 마찬가지이고.’ 미다스가 골렘을 소환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서 골렘이나 정령 전사들을 소환해봤자, 딱히 큰 메리트 없이 마력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미다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무기를 던진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 하긴, 정령 전사 꺼내봤자 순삭될 테니까. - 그래도 그렇지, 저 비싼 무기를 그냥 던진다고? 무기를 던진다는 것은 그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의미. - BJ대마도사니까 가능한 거지, 엄청난 부자이니까 가능한 거. - 파투의 단검에 사막왕의 독니 시세 얼마이지? - 파투의 단검은 시세도 시세인데, 매물이 없잖아! 하물며 미다스가 던진 아이템 하나하나의 값어치는 엄청났다 특히 개중에서도 파투의 단검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면, 미다스가 한 건 지금 무법지대에서 길가에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차키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은신 쓰고 아이템 먹튀하는 애들 무섭지도 않나? - 저런 건 구스타프나 아즈모도 못할 듯! - 역시 대부호가 맞았어. 게임 접을 각오로 미다스의 아이템을 노리는 이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가 정말로 돈이 넘쳐서 아이템을 던진 건 아니었다. ‘내 아이템 먹으러 오는 새끼한테는 대폭발을 먹여준다.’ 미다스에게는 은신이든 카모플라쥬든, 어떤 스킬도 간파할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제발, 제발 무사히 가자.’ 그럼에도 여전히 초조함이 가슴을 간질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 때보다 긴장한 채 그러나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 연기를 한 채 주변을 경계하던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사막왕이 파투의 저주에 걸립니다.] [사막왕이 사막왕의 독에 중독됩니다.] 골드가 차례차례 사막에 떨어진 무기를 번갈아 주워가며 사막왕에게 디버프 효과를 주는 알림이. 그 알림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용열병.” 이제는 자신도 전투에 참전하겠음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파이어볼.” 그 이후 나온 짤막한 캐스팅. 그뿐이었다. - 어? 파이어볼만? - 설마? 미다스는 자신이 가진 무수히 많은 강력한 스킬들을 배제한 채 오로지 파이어볼만을 외쳤다. 보통의 마법사였다면 싱겁다 못해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을 대목.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시청자들은 달랐다. - 무한 파이어볼이다! 이제부터 미다스가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끝내주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퍼엉! 그 열광 속에서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던졌다. 15. - 럭키를 쫓으면 골드랑 BJ대마도사가 공격하고, 골드를 쫓으면 럭키랑 BJ대마도사가 공격을 하고, 이거 지옥이네, 지옥. - 거기에 BJ대마도사 파이어볼만 쓰고 있는 것도 골치 아프지. BJ대마도사는 도망치면서도 공격할 수 있다고. - 그것도 그런데 강력한 스킬들 다 쿨 아끼고 있는 게 크지. 아직 사안하고 트라이던트는 쓰지도 않음. BJ대마도사의 사막왕 공략이 시작되고 10분째. - 어? 사막왕이 뛰어올랐다! - 대강하다! - 10분 쿨이구나! 그때 나온 사막왕의 반격에 채팅창에 긴장감이라는 단어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때?” 그 방송을 보는 아즈모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어리고 있었다. 물론 그 긴장감은 사막왕의 대강하 스킬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아즈모는 지금 BJ대마도사가 사막왕을 잡는 것에 관심도 없었다. “여기 프로필입니다. 캐릭터 네임은 문덕. 간략히 말하면, 운 없는 케이스입니다. 실력은 있는데, 1티어급 길드들에 치여서 뜨지 못한 케이스. 특히 전적 중에 어비스 길드랑 부딪쳤다 깨진 적이 있습니다.” “어비스 길드랑 부딪쳤어?” “골드 하이에나 레이드 때 간신히 티켓을 얻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어비스 길드가 참전했거든요. 적의를 가진 건 아니고, 그냥 운이 없었죠.” 문덕. 지금 BJ대마도사의 이벤트로 말미암아 일약 스타가 된 자. 아즈모가 관심을 가지는 건 그 부분이었다. “그 외에는?” “아내가 꽤 헌신하는 모양인데, 최근 임신을 했답니다. 이번 기회에 목숨을 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이번에 문덕이 라이징 스타가 됨으로써 BJ대마도사가 얻을 것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 말 그대로였다. “그림 멋지군.” “예, 멋지죠.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 10대 길드에 치여서 시궁창에 빠진 자를 구원해준 거니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문덕이 유명해지는 순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에 퍼질 것이다. "그것도 그냥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이 필요한 사람을.”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 더불어 엔딩은 해피 엔딩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만들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였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BJ대마도사를 어떻게 볼까? “앞으로 BJ대마도사 추종자들이 늘어나겠네.” 적어도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에 치이는 바람에 시궁창을 거니는 이들에게는 그들보다는 나은 자로 보일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BJ대마도사가 지나갈 사냥터들은 문덕 같은 플레이어들이 넘치는 곳이고.” 더불어 그런 자들이 이제부터는 무척이나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이유였다. “내가 보기에 BJ대마도사가 노린 것 같단 말이야.”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문덕과 접촉한 건 아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런 그림을 원했을 것 같습니다.” 아즈모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상황을 지켜보는 이유. BJ대마도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그림을 준비한 건…… 분명 그런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어비스 길드 쪽이 뭔가 수작을 준비하고 있고, BJ대마도사가 그것을 눈치챘을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 “그쪽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한 아즈모의 의중을 파악한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피했다!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도 대강하 피했어! - 미친 반사속도! 그사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 소란스러워졌고, 자연스레 아즈모의 시선이 라이브 방송을 향했다. 그런 아즈모가 나지막이 말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어쩌면 이 이름도 처음부터 계획해서 지은 건지도 모르겠네.” “BJ대마도사 그리고 박영준이라면 그러고도 남겠죠. 정말 제대로 그림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그럼 그 그림에 우리도 참가해야지.” “참가요?” “문덕이란 새로운 라이징 스타가 나왔으니, 우리가 대신 소소하게 선물이나 주자고.” “소소한 선물이라고 하시면……." “뭐, 100만 달러 정도?” 그 대답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하네요.” “너무 소소한가?” “아닙니다, 적당할 듯합니다.” “흠…… 앞에 액수가 1인 게 좀 그렇군. 200만 달러로 하자고.”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아즈모가 다시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그러자 새로운 장면이 보였다. - 사막왕이 야수화했다! 사막왕 레이드가 2장에 돌입하는 장면이. 297화. < 93화. 사막왕 (6). > 16. [사막왕이 야수화 스킬을 사용합니다.] 대강하 직후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보인 사막왕이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꾸드드득! 사막왕의 온몸에서 살점이 터지고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없이 팽창하던 사막왕의 몸이 어느 순간 거대한 사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크르, 크르! 그 거대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을 갖춘 사막왕이 이제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것을 내려다보며 포효했다. 크허허엉! 이제부터 자그마한 네놈들을 개미처럼 짓밟겠다! 그러한 의지가 가득 찬 사막왕의 포효가 미다스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닿았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 오우, 이제 좀 보스몹다운 포스가 나오네. - 보스몹은 커야 느낌이 있다니까. 사실 감탄이 나올 대목은 아니었다. 지금 사막왕이 야수화를 했다는 건 이제부터는 새로운 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의미. - 그보다 이제부터 전술이 전혀 달라지겠네. - 그렇지. 공격력부터 시작해서 모든 능력치가 다시 세팅됐을 테니까. - HP랑 방어력도 더 늘어났을 테고.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건 물론, 난이도 역시 앞선 레이드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는 탱커들의 탱킹 난이도 자체가 차원이 달랐으니까. 탱커가 부담을 느끼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당연히 딜러와 힐러들도 위험하다는 의미. 분명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서 긴장감이 팽배해져야 마땅했다. 그게 BJ대마도사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었다. “덩치 싸움 가시겠다?” BJ대마도사의 방식은 그 어떤 일반적인 경우와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는 것. “그럼 이쪽도 덩치로 가줘야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다스는 모두가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맞상대를 했다. “럭키, 골드, 실버! 거대화다!”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의 몸집 역시 거대해졌다. - 바로 맞불 놓네! - 실버 봐! 사막왕하고 붙어도 밀리지 않는데? 개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좋던 실버가 거대화를 하자, 그 덩치가 사막왕을 압도할 정도였다. 당연히 장관이었다. - 이런 괴수대전을 갓워즈에서 보게 될 줄이야.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관. ‘비주얼만 좋지.’ 물론 그 장관을 연출한 미다스는 이게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딜링 하려면 소형화가 훨씬 좋지만…….' 작은 것의 위력은 이미 과거 골드가 소형화 스킬을 통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실버만 거대화한 채, 골드와 럭키는 도리어 소형화 모드로 공격을 하는 게 분명 딜링에는 유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드와 럭키마저 거대화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본인이 말한 것처럼 비주얼이 끝내준다는 것. ‘딜링이야 뭐 내가 하면 되는 거지.’ 다른 하나는 굳이 그 럭키와 골드의 보다 더 나은 데미지 딜링이 없어도 레이드를 마무리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 ‘타깃도 커졌으니까.’ 당장 덩치가 커진 만큼 맞추기도 쉬워진 상황. ‘대폭발 던져도 휘말릴 일은 없어.’ 또한 이제는 대폭발 마법을 던져도 럭키와 골드에게 영향이 크게 가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대폭발 마법을 써도 된다는 의미. 사실 그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애초에 대폭발 마법 자체가 강력한 데미지 딜링보다는 짧은 쿨타임으로 인기를 끄는 마법 아니었던가? 이제부터는 그 대폭발 마법을 쉼 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 “사막왕이 저렇게 나오는데, 그럼 저도 크게 가야죠. 이제부터 강력한 마법 좀 써보겠습니다.” 그 의지를 미다스가 아낌없이 드러냈고, 시청자들 역시 그 의도를 바로 눈치챘다. - 이제 제대로 마법 퍼부울 모양이네. - BJ대마도사의 화력쇼가 시작됐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바로 파이어볼이 아닌 다른 마법을 꺼냈다. “프로스트 골렘 소환.” - 응? 다름 아닌 골렘이란 마법. 쿵! 그렇게 소환된 프로스트 골렘이 거대 몬스터들의 싸움을 향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 “가름의 그림자.” 거기서도 미다스는 멈추지 않은 채 럭키의 그림자 분신마저 그 자리에서 소환했다. 삽시간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물 둘이 추가되는 순간. ‘이제 대강하랑 어둠의 칼날은 없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제는 딱히 부담이 없는 선택지였다. 아니, 부담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확실한 선택지였다. - 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 사막왕도 갓워즈의 일부야, 일부! - 보스 몬스터의 몬스터 권리를 존중합시다. - 인간이면 좀 인간적으로 레이드합시다. - 안 되겠다, 이제부터 사막왕 응원합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제는 사막왕을 향해 동정심 섞인 응원마저 나오게 만들 만큼 아주 확실한 선택지. 즉, 이제 그 누구도 미다스가 이번 레이드를 성공으로 끝내리란 사실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폴링 스타.” 그리고 그런 시청자들의 예상에 미다스가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대폭발.” 아주 확실한 마침표를. 17. [모래 지옥이 발동합니다.] - 모래 지옥이다! - 마지막 페이즈다! 사막왕의 마지막 페이즈인 모래 지옥이 발동하는 순간, 사막왕을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내의 영역이 모래 늪으로 바뀌었다. 그 영역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늪처럼, 밑도 끝도 없이 잡아끄는 모래 지옥이 펼쳐지는 순간. 레이드를 하는 근접 딜러, 탱커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없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그러한 모래 지옥의 영역은 사막왕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막왕 근처로는 그 어떤 근접 포지션은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 허나, 지금 이 레이드를 보는 이들은 그러한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 BJ대마도사 원맨쇼 타임이다! 시청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은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완벽하게 활약할 수 있는 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시청자들의 생각에 미다스는 기꺼이 응했다. “전부 뒤로 물러나!” 모래 지옥이 펼쳐지는 순간 럭키와 골드, 실버를 전부 뒤로 물린 미다스가 바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헬파이어!” 첫 개시는 헬파이어! “리볼버 앤 대폭발 애드원.” 그 뒤를 이어 대폭발과 애드원이 등장했다. [헬파이어를 소환했습니다.] 이윽고 가장 먼저 나온 헬파이어를 제비 모양으로 만든 미다스가 그대로 헬파이어를 날렸다. 쉬이익! 모래 지옥, 그 위를 수려하게 날아간 헬파이어가 이내 사막왕의 주변을 빙글빙글 배회하기 시작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리고 대폭발이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빠르게 소리쳤다. “리플레이 대폭발.” 두 번째 대폭발 캐스팅. 그제야 시청자들은 미다스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 대폭발 다섯 개구나! - 리얼 폭딜이다! 대폭발 구슬 다섯 개를 한 번에 사용하는 것! “사안!" 그때 미다스가 갑작스레 사안 마법을 사용했다. - 어? 사안? 여기서? - 굳이 왜? 미다스의 명중률이라면 굳이 사안 없이도 원하는 곳에 맞출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의문이 채팅창을 가득 채우기 무섭게 미다스가 손에 든 대폭발의 구슬들을 순차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 발사각이 다 다르잖아? 그렇게 미다스의 손을 떠난 대폭발의 구슬들은 그리는 포물선 각도가 저마다 달랐다. ‘그냥 던지는 건 의미가 없고, 동시에 맞아야 의미가 있지.’ 대폭발 구슬 다섯 개가 거의 동시에 사막왕에 명중시키는 것, 그게 미다스가 지금 준비한 것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토 나올 만큼 연습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네.’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일. 물론 다섯 개가 한 번에 명중한다고 해서 딱히 데미지 딜량이 커지는 건 아니었다. 순차적으로 맞추나, 한 번에 맞추나 결국 들어가는 데미지 딜링은 똑같은 게 당연지사. 차이점은 하나였다. 비주얼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 쉬이이! 그사이 사막왕을 배회하던 헬파이어 제비가 석상처럼 굳은 사막왕을 향해 돌진했다. [지옥의 불길이 타락한 사막왕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 “다들 준비하시죠, 진짜 대폭발이 터지는 걸.” 그 알림에 호응하듯 미다스가 내뱉은 외침이 시청자들에 전달되는 순간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의 구슬들이 동시에 사막왕에 닿았다. 콰과과과광! 다섯 개의 대폭발 구슬이 폭발했을 때의 위력 그리고 폭음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 헉! 준비한 자들도 기겁할 정도. 콰과과과광! 심지어 미다스의 대폭발은 두 번 폭발했다. - 깜짝이야! - 우와, 장난 아니네! 그 연달이 이루어진 두 번의 대폭발에 채팅창 역시 폭탄을 맞은 듯 초토화가 됐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건 그 이후 결과였다. [사막왕을 처치했습니다.] - 맙소사, 정말 이걸로 잡은 거야? 결국 대폭발 스킬만으로 사냥을 마쳤다는 것. 아무리 사막왕의 HP가 10퍼센트 이하였다고는 해도, 믿기 힘든 데미지 딜량이었다. - 대폭발이 데미지 좀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 - 대체 BJ대마도사 지력 스탯이 얼마나 되는 거야? 오로지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일. ‘부족할 줄 알았는데, 됐네.’ 사실 미다스도 이 부분은 예상치 못한 수준이었다. ‘메모라이즈로 숨겨둔 선더볼트는 쓰지 않아도 되겠어.’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 스탯이면 이 정도면 충분하죠. 다들 절 너무 가소롭게 보시는 모양이네요?” 내색은커녕 오히려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한 자세를 갖춘 채 멘트를 이어갔다. “자, 그럼 일단 레이드 끝났으니 정리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방송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미다스가 잽싸게 쓰러진 사막왕의 사체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템 루팅.” 그 후 바로 아이템 루팅을 시작했다.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 1개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린 알림에 미다스가 불만을 토로했다. “어? 아이템 하나? 지금 장난해?” 그 불만에 채팅창에도 의문이 떴다. - 사막왕 잡았는데 아이템 하나라고? 보통은 세 개 나오잖아? - 뭐지? 버그인가? 분명 이상한 일. 허나 미다스는 예상한 일이었다. 퀘스트창을 통해 이미 미다스는 알고 있었으니까. ‘정체 모를 자의 보물.’ 이 퀘스트의 보상이 무엇인지. “보니까 사막왕의 보물은 아니네요.” 그 예상 그대로 미다스의 인벤토리 안에는 사막왕의 보물 대신 정체 모를 자의 보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체 모를 자의 보물] !정체 모를 자의 보물이다. 이름 잃은 신의 유물이 담겨있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말했다. “퀘스트 관련 아이템이군요, 이건 나중에 개봉하겠습니다.” 그 멘트에 채팅창에 불만이 나왔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괜히 이런 거 깠다가 전후사정 설명해주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딴 길로 샌다.’ 딱히 그것을 공개해서 얻는 메리트가 없다는 것. ‘오늘 보여줄 건 사막왕 레이드면 충분하고.’ 또한 이 이상 만족감을 줄 필요도 없었다. 맛있는 음식도 과식하면 더부룩한 법이니까. ‘플레이어들하고 관계도 정리해야 해.’ 무엇보다 지금 당장 미다스는 자신을 도와준 문덕 팀과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퀘스트 하러 가지.’ 그러한 정리 없이 이대로 다음 퀘스트를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오늘 사막왕 레이드를 도와주신 분들하고 마무리 인사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다스가 빠르게 마무리를 지을 준비를 했다. ‘마무리하는 데에는 이게 최고지.’ “오늘 MVP를 뽑겠습니다.” MVP! 경기의 마침표에 어울리는 가장 확실한 단어가 언급되는 순간 곧바로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투표를 시작했다. - 문덕이지. - 솔직히 문덕이 캐리했지. - 문덕 팀 아니었으면 BJ대마도사도 개고생했지! 당연히 시청자들이 뽑은 MVP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떠오른 라이징 스타가 된 문덕. 미다스 역시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아주 고마우신 분이지.’ 도리어 이곳까지 무려 2천 명이 넘는 팀을 이끌고 온 문덕에게 절이라도 하라면 할 수 있는 심정. 막말로 그의 각오와 결단이 아니었다면 미다스는 사막왕 레이드 이전에 병사와의 싸움에서 적잖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답 나왔네요. 그럼 MVP는 문덕 님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인터뷰 하러 가겠습니다. 문덕 님, 나와주세요!” 그 멘트가 끝나자, 먼 곳에서 대기 중이던 문덕이 미다스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굳은 표정을 지은 채. - 어? 기분이 안 좋은가? 화가 났다고 착각할 법한 표정이었다. 물론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 수도 없이 포기를 하고 싶었으나 결국 하지 못하던 때, 가장 힘들어서 마지막 도전을 했을 때 바라던 것 이상의 보상이 주어진 상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온갖 감정들을 얼굴로 드러내기에는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은 너무 제한적이었다. 그게 표정이 굳은 이유였다. 그런 문덕의 표정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미다스가 속으로 짙은 미소를 지었다. ‘복잡하겠지.’ 남은 동아줄이 갓워즈밖에 없는데 그게 썩어 문드러져가는 것을 보는 이의 심정이 어떠한지,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동앗줄을 잡고 광명을 보는 게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잘 알았으니까. “이번 이벤트의 MVP로 선정되신 걸 축하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너무 굳어있으시네요. 표정 좀 푸세요. 좋은 날 아닙니까? 아, 사막왕 못 잡은 것 때문에 기분 상하시거나 그런 거 아니죠?” “아, 아닙니다!” 황급히 반문하는 문덕의 모습에 미다스가 슬쩍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럼 시청자분들을 향해 MVP가 된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그게……." 그리고 이어진 미다스의 인터뷰 제안에 문덕은 말문이 막힌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사이 미다스가 시청자 반응을 살폈다. - 말문이 막혔네. - 분위기 다운되네. - 이러면 안 되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향한 불만. - 분위기 좀 띄워야겠네. BJ대마도사가 제대로 상금 좀 줘! - 맞아, MVP가 됐으면 상금을 줘야지! - 그냥 타이틀만 주니까 기분이 나빠하잖아! 그 불만은 이내 BJ대마도사를 향한 상금 요구로 바뀌었다. ‘후우, 좋아.’ 그 반응에 미다스는 놀라는 대신 각오를 한 듯한 표정으로 머릿속으로 액수를 가늠했다. ‘여기서는 나름 배포를 보여줘야 해. 그래, 배포를 보여서 3만 달러…….' 3만 달러. 문덕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액수를 가늠하는 순간 미다스의 사고가 일시 정지했다. 각오를 했음에도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액수. ‘젠장, 정현우! 여기서는 배포를 보여주자!’ 재차 각오를 다진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MVP상금으로……." [아즈모 님이 2,0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MVP상금, 내가 대신 내주지.] 그 순간 나온 아즈모의 후원에 미다스는 물론 채팅창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 아니, 지금 액수 실화? - 오타 아니지? 2백만 달러 맞지? - 헐! 상식을 초월하는 액수. “예? 뭐라고요? 아즈모님이 MVP상금을 줬다고요? 예? 얼마요?” 반면 문덕은 상황을 뒤늦게 자신의 채팅창을 통해 보고 받았다. “2백만 달러?” 이후 나온 보고에 문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툭! 그 순간 굳어버린 문덕의 양쪽 어깨에 미다스가 제 양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즈모님이 MVP상금을 주셨군요, 문덕 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말, 진심으로.” 어느 때보다 해맑은 미소, 기뻐하는 미소를 지은 채. 그 모습에 시청자들도 감탄했다. - 와, 2백만 달러 받는 걸 보고 바로 축하해주네. - 역시 BJ대마도사야. 그냥 바로 축하해주다니. 나 같으면 배 아파서 강제 로그아웃 당했을 듯? - 진짜 BJ대마도사 엄청난 부자인 모양이네. 저 정도 액수를 보고 흔들림이 없네, 흔들림이 없어. 과연 자신의 방송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2백만 달러라는 일확천금을 얻는 것을 보고도 저렇게 담담히 나올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으으, 2백만 달러라니…….' 물론 미다스의 심정도 다른 이들과 똑같았다. 단지 담담한 척, 별거 아닌 척, 연기를 할 뿐이었다. “문덕님, 상금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지급될 테니 라이징 스타 채널과 협의하세요.” “예? 예!” 그러한 미다스의 연기에 이제 사람들은 생각했다. - 이거 보니까 BJ대마도사가 아즈모 통해서 주는 거 같은데? - 그런 듯. 최소한 아즈모한테 부탁은 한 모양이네. 사전에 이 상금과 관련된 내용을 알지 않고서는 이렇게 담담하게 대응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문덕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위해서…….' 문덕은 이 상금이 사실상 BJ대마도사가 자신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은혜 언젠가는 꼭 갚겠습니다.’ 그 사실에 이제는 굳은 표정 대신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짓는 문덕. “이제 이것으로 오늘 사막왕 레이드 라이브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그런 문덕을 옆에 둔 미다스는 속으로 이를 꽉 문 채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오늘 도와주신 문덕 님을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다스, 그가 가장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298화. < 94화. 왕가의 비약 (1). > 1. 새로운 것에 사람들은 언제나 신선함을 느끼는 법. 새로운 별의 등장도 마찬가지였다. [대첩 길드의 문덕, 새로운 별이 탄생하다!] 문덕이란 새로운 별의 등장에 언론 역시 매우 짙은 관심을 보냈다. “문덕, 싸우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하물며 언론이 시끌벅적한데 캡슐방이 조용할 리 만무. “그런 실력자가 왜 이제 와서 뜬 건지 모르겠다니까.” “여하튼 대박이지.” 휴게실에 모인 이들이 문덕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2백만 달러나 받다니.” “하루아침에 돈벼락 맞은 거지.” 물론 캡슐방의 플레이어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건 문덕이 받은 엄청난 상금이었다.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런 돈벼락 한 번 맞아보고 싶네.” “어우, 배 아파. 왜 나한테는 그런 기회가 안 오는 거지?” “진짜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번 건 정말 배 아픈 일이지.” 이 세상에 가십거리로 돈보다 좋은 건 없는 법, 하물며 이번 상금 액수는 딱히 갓워즈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절로 배가 아파질 만큼 컸다. “저것 봐, 현우는 그냥 몸져누웠잖아?” 캡슐방 손님들이 휴게실 밖에 마련된 소파에 드러누운 정현우의 모습에 딱히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틀린 건 아니었다. ‘아, 속 쓰려.’ 정현우가 지금 쓰린 속을 부여잡는 이유 중 하나는 문덕이 받은 상금 때문이었다. 달리 말하면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몸져누워있는 건 아니었다. 큰돈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정현우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할 만큼 큰돈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BJ대마도사도 대단하다니까. 그냥 고작 이벤트일 뿐인데 이 정도 여파라니……." “이제부터 BJ대마도사 이벤트 할 때마다 다들 죽자 살자 덤벼들겠네. 돈도 돈인데, 바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잖아?” “라이징 스타 채널이란 이름도 잘 지었어. 진짜 이제는 스타를 만들어주는 방송이 됐어.” 정현우의 속을 정말 쓰리게 만드는 건 바로 지금 언급되는 것들, 바로 기대감이었다. 이번 이벤트는 그냥 충동적으로 생긴 이벤트였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계획된 게 없기 그냥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이벤트. “조만간 또 하겠지?” “아무렴, 딱 봐도 BJ대마도사가 이벤트로 그동안 뜨지 못한 플레이어들 좀 키워주겠다고 하는 게 보이잖아?” 그런데 지금 대중은 그 이벤트가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그 이벤트가 정기행사처럼 진행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막말로 BJ대마도사한테 2백만 달러 같은 건 돈도 아니고.” “들어보니까 그 상금이 아즈모가 아니라 BJ대마도사가 준 돈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단지 자기 이름 걸고 주면 느낌이 덜하니까 아즈모 이름 팔아서 줬다고.”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당연히 그런 이벤트에 내걸린 상금 역시 당연히 거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치겠다.’ 정현우 입장에서 정말 골치 아픈 건 그런 부분이었다. 이렇게 기대감이 커졌는데 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사장님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비단 정현우만이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도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그건 단발적인 이벤트였을 뿐이다, 앞으로 할 계획이 없다,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정리하면 사원인 정현우가 벌인 일 때문에 사장에게 예상치 않은 묵직한 고민을 떠넘겨진 셈이었다. "으으......." 신음이 절로 나올 지경. “형." 그렇게 끙끙 앓는 정현우가 안쓰러웠는지 휴게실에서 나온 이혁주가 말을 걸었다. “너무 배 아파하지 마세요. 세상일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이런 일로 일일이 배 아파하면 어떻게 살아요?” 이혁주의 격려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눕는 것을 마치고 몸을 세워 앉았다. “그리고 사람 일이란 게 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딱히 틀리진 않은 말. ‘그래, 혁주 말이 맞아.’ 그 말에 정현우는 반박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만 봐도 그렇잖아요? 다 가진 것 같은 그 양반도 여자 친구는 없잖아요? 돈 많고, 게임 잘하면 뭐해요? 곁에 아무도 없는데.” ‘응?’ 허나,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새끼가?’ 그런 정현우의 변화를 알 리 없는 이혁주는 마저 말을 뱉었다. “그리고 게임이란 게 해야 뭐든 나오잖아요? 제가 바로 세팅해드릴 테니까 열심히 하세요.” 그런 이혁주의 격려에 정현우가 무어라 반박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혁주의 말에 틀린 말이라고는 단 한 글자도 없었으니까. 결국 정현우가 반박 대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 격려 정말 고맙다. 그 표현과 함께 정현우가 각오를 다졌다. ‘내가 어떻게든 솔로 탈출한다.’ 2. [사막왕의 제단에 입장했습니다.] 로그인하자마자 들리는 알림에 고개든 미다스, 그런 그를 반긴 건 사막왕을 사냥한 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사막왕의 제단이었다. 제단의 모양은 작은 피라미드였다. 높이 15미터 남짓. 피라미드와 차이점은 제단 주변에 거대한 석판 세 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세 개의 석판에는 각각 짐승의 머리, 사자, 늑대, 새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한 제단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당연히 미다스의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는 없었다. 사막왕을 잡은 건 그뿐이었으니까. 왕! “주인님, 정말 멋진 제단입니다. 훗날 주인님의 위용을 추종하는 자들이 생겨나면 이러한 제단이 세상 곳곳에 생길 것입니다.” 보이는 건 힘차게 꼬리를 흔드는 럭키와 이 제단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몸을 가진 골드.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꾸우! 그리고 이제 사막왕의 모습, 거대 사자의 모습을 갖춘 실버와 그 실버 머리 위에 위풍당당하게 앉아있는 잭팟의 모습뿐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숨을 뱉었다. “후우.” ‘상금 건은 잊자. 어차피 그거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벌고, 잘 먹고 지내잖아?’ 그 숨소리와 함께 배알에 있는 꼬인 무언가 역시 같이 토해낸 미다스가 바로 인벤토리를 개봉한 후 그 안에서 아이템 하나를 확인했다. [정체 모를 자의 보물] ‘그래.’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마음속에 기대감을 품었다. ‘여기서 대박 하나 뽑으면 돼.’ 다른 누구도 아닌 타락한 사막왕을 잡고 얻은 아이템 아닌가? ‘잘하면 사막왕이 가진 그 검이 나올지도 몰라.’ 정황상 다른 것도 아니고 사막왕이 썼던 그 검은 칼이 나올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거 나오면 대박이다.’ 그리고 정말로 그 아이템이 나온다면 문덕 건으로 인한 배 아픔은 눈 녹듯 사라질 터였다. [정체 모를 자의 보물을 개봉하시겠습니까?] “예." 그런 기대감을 듬뿍 담긴 대답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인벤토리 칸을 차지한 상자 대신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 ‘응?’ 그리고 그 아이템을 확인한 미다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름 잃은 신의 유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긴 유물이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아이템 설명. ‘뭐야? 이게 전부야? 그 개고생을 했는데 착용도 아니고 능력치도 올려주지 않는 아이템만 튀어나온다고? 지금 장난해?’ 그 어디에도 쓸모 있어 보이는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 설명에 미다스가 분노를 넘어 당혹감을 느꼈다. ‘아니지.’ 그러나 이내 미다스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갓워즈가 아무리 개쓰레기 게임이라고 해도 여기서 설마 그냥 이런 퀘스트템 하나만 주는 거로 끝낼 리가 없잖아? 이번 퀘스트 난이도도 지옥 주민들이 울고갈 정도로 어려웠는데.’ 설마 여기서 이렇게 끝날 리가 없다. ‘아무렴, 분명 무기나 방어구 재료일 거야. 등급도 무려 레전더리 에픽이잖아? 보통 물건일 리가 없어.’ 필시 어떤 강력한 아이템 제작에 쓰일 것이다. 그렇게 정신 건강을 위해 스스로를 거듭 다독이는 미다스. 꾸-우! ‘응?’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으로 잭팟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파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가슴팍에서 빛이 뿜어졌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가슴팍으로 인벤토리에서 흘러나온 검은 빛들이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약 10초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빛이 사라졌고, 미다스의 눈앞에는 두 가지 아이템 정보가 들어왔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52퍼센트 [이름 잃은 신의 유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겨 있었던 유물이다. 바뀐 두 아이템의 정보를 본 미다스가 이내 웃었다. “하하." 짤막하게. “럭키야.” 왕? 그 짤막한 웃음 뒤로 럭키를 보며 말했다. “진짜 이 게임 갓겜이야.” 말을 뱉던 인벤토리를 닫은 미다스가 재차 분노를 담아서 소리쳤다. “아주 끝내주는 게임이라서 욕이 절로 나오려고 하네! 욕이 나와! 씨발!” 결국 튀어나오는 욕설. 사실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용의 알 부화도가 크게 올라 이제는 52퍼센트, 반절을 훌쩍 넘은 상황 아닌가? 단지 그 사실이 미다스에게 위안을 주진 못할 뿐. ‘오냐, 어디 한 번 얼마나 갓겜인지 보자고.’ 그 사실에 이제는 분노를 넘어 독기마저 생길 지경. 쿠쿠쿠! 그 독기를 품은 미다스의 귓속으로 사막왕의 제단이,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왕! “주인님, 위험합니다!” 평소라면 식겁했을 광경. 그러나 이미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미다스는 그 광경 앞에서 흔들리기는커녕 도리어 두 눈을 부라렸다. ‘차라리 센 몬스터나 나와라. 잡고 템이나 먹게.’ 그렇게 눈을 부라는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사막왕으로부터 왕가의 유산을 지켜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알림과 함께 무너진 사막왕의 제단, 그 안에서 새로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의 머리에 건장한 성인 남자의 육체를 가진 존재. 제단 주변에 세워진 석판 속에 있던 존재였다. “왕가의 유산을 수호하는 유산의 수호자입니다.” 유산의 수호자, 등장하자마자 제 소개를 마친 그가 곧바로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배신자로부터 왕가의 유산을 지켜주신 분께 미흡하나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배신자에게 왕가의 유산이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 그러나 지금 배알이 비틀린 상태인 미다스에게 그 설명이 제대로 전달될 리 만무했다. '빨리빨리 진행해라.' 마음 같아서는 그냥 판을 뒤집고 싶지만, 워낙 중요한 퀘스트이기에 꾹 참을 뿐. “송구스럽지만 은인께 부탁을 드립니다.” 그런 미다스 앞에서 유산의 수호자가 이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결계가 무너진 이상 더 이상 왕가의 유산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사료됩니다.” 그 말에 미다스의 표정이 시큰둥하게 변했다. ‘또 택배 운송이나 해라, 이거네.’ 딱 봐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이윤은 남지 않을 것 같은 퀘스트 내용. “해서 은인께서 왕가의 유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아, 예.”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퀘스트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시큰둥한 대답을 내뱉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들린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왕가의 비약]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가의 유산인 왕가의 비약을 마지막 오아시스에 있는 왕가의 후예에게 건네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왕가의 비약 !퀘스트 완료 시 ‘오우거들의 영역’ 진행 가능 ‘응?’ 그 내용을 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보상이?’ 왕가의 유산이 왕가의 비약인데 퀘스트 보상이 왕가의 비약이다? 그렇다는 건 왕가의 유산이 곧 보상이라는 의미! ‘어?’ 그 사실을 바라본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시큰둥함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여기, 왕가의 유산입니다.” 그런 미다스에게 유산의 수호자가 손에 든 자그마한 상자를, 반지함 크기의 돌로 만들어진 상자를 건네주었다. [왕가의 유산]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왕가의 유산이다. 안에 왕가의 비약이 담겨 있다. 왕가의 후예만이 열 수 있다. 보이는 건 그냥 상자.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상자 안에 담긴 진짜 물건이 보였다. [왕가의 비약]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사용 가능 레벨 : 259레벨 이하 - 효과 : 왕가의 신비한 힘이 담긴 비약이다. 마신 자를 강인한 수호자로 만들어준다. 강인한 수호자로 만들어준다, 그 아이템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시선이 잭팟을 향했다. 꾸우! 이제는 럭키의 머리 위에서 부리로 제 날개를 정리하던 잭팟이 주인의 시선에 뭘 보냐는 듯이 시큰둥한 소리를 뱉었다.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제는 정면에 있는 유산의 수호자를 바라봤다. 매의 머리에 인간의 육체를 가진 강인한 수호자! ‘설마 진짜?’ 그 순간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을 확인한 미다스가 바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유산의 수호자와 시선을 맞춘 채 소리쳤다. “저 미다스, 왕가의 유산을 지켜내는 이 거룩한 임무를 목숨 걸고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역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끝내주네!’ 3.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끝내주는군.” 손에 든 태블릿PC를 내려놓는 멀린, 그제야 드러난 얼굴 입가에는 실소가 걸려 있었다. “퀘스트 난이도는 둘째 치고 퀘스트 도중에 퀘스트 레벨을 넘어서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라?” 말을 하면서도 멀린은 거듭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했다. 현재 어비스 길드가 탐험가 길드와 함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퀘스트 제한 레벨 이상이 되면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했다. 갓워즈에서 레벨을 낮추는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새로 키우는 걸 전제로 퀘스트를 디자인할 줄이야. 아주 고약해.” 즉, 새로 캐릭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 갓워즈란 게임에서 온갖 말도 안 되는 경우를 경험한 멀린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대목이었다. “김민수,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죠. 하물며 갓워즈란 게임은 팔려고 만든 게임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마주한 엠마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 게임에 그가 부여한 의미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 정도는 짓궂은 장난 수준이죠.” 아니, 담담한 수준을 넘어 이게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 “이게 짓궂은 장난 수준이면, 진짜 제대로 장난을 치면 어느 정도일지 소름부터 돋는군.” 그 반응에 재차 혀를 내두른 멀린. 그러한 멀린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뭐, 덕분에 상황 계산은 편해졌군.” 헛웃음 대신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BJ대마도사를 한 번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방식은 BJ대마도사에게도 유효했다. “한 번만 굴러떨어지면, 바로 우리 뒤에 서게 될 테니까.” BJ대마도사 역시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는 의미. “그걸로는 부족하죠.” 물론 엠마는 그 사실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부족하다고?” “퀘스트를 실패하면 다시 1레벨부터 시작한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못할 일은 아니죠. 현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극히 소수만 공략 중이니까요.” 그녀는 그 이상을 준비했다. “하지만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실패한 BJ대마도사가 새로 시작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떨어지는 순간, 영영 다시 시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잠깐만, 그러면 우리 쪽도 위험하잖아?”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일반 플레이어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으면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할 순 없는 법. 엠마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대중에 공개하는 건 일반 플레이어를 장애물로 삼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그 장애물은 어비스 길드에게도 유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실패했을 때도 염두에 두어야지. 그런 식으로 정보를 풀면……." “실패했을 때를 염두에 둔 채로 BJ대마도사를 이길 생각을 하는 건가요?” “그야……." 그럼에도 엠마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BJ대마도사를 상대한다면 벼랑 끝에 서서 싸울 각오 정도는 해야죠.”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설픈 각오나 수작 따위가 통할 리가 없다는 것. 그러한 엠마의 의견에 멀린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방식은?” “탐험가 길드 쪽을 통해서 터뜨릴 생각이에요.” “탐험가 길드?” “정보를 터뜨리고 대신 NPC와 필드를 관리한다, 탐험가 길드가 가장 잘하는 거잖아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시기는?” 갓워즈의 트렌드를 바꿀 이 폭탄을 과연 언제 터뜨릴 것인가? 그 물음에 엠마가 대답했다. “이제부터 그걸 고민해야죠.” 299화. < 94화. 왕가의 비약 (2). > 4. 워즈튜브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괜찮은 템 먹는 것보단 차라리 못 먹는 게 나은 것 같아. 그래야 방송이 빵빵 터지잖아?” 득템보다 방송 소재를 얻는 게 더 기쁘다고.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누가 보더라도 괜찮은 방송 소재란 그토록 귀한 것이었다. 지금 정현우가 집 정문 앞에서 둠칫, 하는 소리가 절로 느껴질 정도 춤을 추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크으!’ 방송 소재가 나왔다는 것. ‘잭팟이 언젠가 한 번 잭팟을 터뜨려줄 줄 알았어!’ 그것도 그냥 소재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시청자들이 경악할 만큼 화끈한 소재였다. 주변 눈치 따위는 보지 않은 채 어깨춤이 절로 나올 만큼 아주 끝내주는 소재. 더욱이 그저 라이브 방송 소재로만 좋은 건수는 아니었다. ‘그보다 잭팟은 어떤 타입이려나? 원거리 딜러? 근접 딜러? 아니면 비행 딜러?’ 지금 잭팟도 충분히 훌륭한 서포터이지만, 아무래도 럭키나 골드에 비하면 전투력이 부족한 게 사실. 반면 이제까지 미다스가 조우한 수호자란 존재들은 모두가 예외 없이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잭팟이 그들의 반의 반 정도의 능력만 발휘하더라도 게임 공략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터. 아직 뚜껑이 열린 건 아니었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삼촌 왔다!” 그 즐거운 기색을 정현우가 마음껏 드러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삼촌!” 그러한 정현우의 등장에 집에 있던 조카가 반짝거리는 미소를 흘리며 달려왔다. 그와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있던 정태우가 일어서서 정현우를 반겼다. “문밖에서 이상한 콧노래 소리가 계속 들리던데, 무슨 일이야?” “설마 나쁜 일 생겼는데 콧노래를 부를까, 좋은 일이 있었지.” “좋은 일이라…… 여자친구가 생겼다거나 그런 건 아닐 테고, 오다가 만 원짜리라도 주운 모양이지?” 이어진 형의 질문에 정현우가 발끈하며 말했다. “아니, 여자 친구가 생길 수도 있지 그걸 어떻게 아닐 거라고 확신을 하는 거야?” “내기할래?”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럴 수도. 여하튼 좋은 일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보다 형은 뭐 좋은 일 없어?” “일은 많지.” 정태우의 대답에 정현우가 슬그머니 식탁을 바라보자 여전히 켜져 있는 노트북과 커피가 흘러내린 자국이 가득한 머그잔이 보였다. “형, 쉬엄쉬엄해. 그러다가 탈 나겠어.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형네 사장님이 집을 사주는 것도 아니잖아?” 말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시선을 조카를 향해 돌리려 말했다. “그보다 오늘 저녁 식사는 뭘로 먹을까? 우리 혜린이는 뭐 먹고 싶어? 피자? 치킨? 족발?” “라면!” "응?" “라면 먹고 싶어!” 이어진 조카의 해맑은 요구에 정현우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그래, 혜린이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삼촌이 바로 맛있게 한 그릇 끓여줄게.” 그때 정태우가 바로 싱크대 앞으로 향하더니 서더니 선반을 열고는 양은 냄비 하나를 꺼냈다. “어, 형?" “됐어, 내가 끓일게. 그동안 넌 볼일 봐.” “아니, 물 적게 넣으라고. 그리고 파 좀 썰어 넣고, 표고버섯 넣는 거 잊지 말고. 라면 끓일 때 면 들어서 바람에 식혀주는 거 알지? 그래야 면발이 탱탱해져.” 동생의 가당찮은 요구에 정태우가 콧방귀를 한 번 뀌었다. 그사이 정현우는 조카의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었다. 그 순간이었다. 우웅!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알림 진동을 토해냈고, 반사적으로 정현우가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했다. ‘아.’ 발신자를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이메일이 도착한 모양. 물론 그 사실만으로 얼굴이 굳을 이유는 없었다. 지금 정현우의 수중에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기쁘게 할 아주 끝내주는 방송 소재도 잡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내용이 좋은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이번 이벤트에 대한 미팅이라.......' 실제로도 이번 미팅의 주제는 정현우에게 퍽 부담스러운 주제였다. ‘하긴 짚고 넘어가야지.’ 동시에 마주해야 할 현실이었다. 그냥 유야무야 넘기기에는 일이 너무 커진 상황, 어떻게든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이벤트를 그만둘지, 그게 아니라 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확실하게 계획을 짜든지. ‘확실하게 정하자.’ 그렇게 각오를 머금는 정현우의 귓속으로 정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동안 혜린이 손 좀 씻겨!” 5. 후루룩! 컵라면 한 젓가락을 먹은 박영준이 곧바로 컵라면을 컵째로 든 후에 국물을 마저 마셨다. 그리고는 이내 근처에 내려놓았던 반쯤 남은 소시지를 들어 입안에 넣고는 확 뜯었다. 쩝쩝! 그렇게 편의점 식사 코너에 앉아 잘근잘근, 소시지를 씹던 박영준이 그 리듬을 이어가듯 제 손가락으로 툭툭 머리를 두드렸다. ‘너무 조용해.’ 그런 그의 지금 고민은 바로 어비스 길드를 포함해 BJ대마도사의 주변이 조용하다는 것. ‘중원 길드가 발을 뺐는데, 조용하다.’ 여러모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게 앞서서 중원 길드는 이 판에서 갑자기 물러나는 액션을 취한 상태이기도 했다. 물러난 상대가 쥐죽은 듯 조용한 것을 보고 그냥, 그렇구나 넘어가는 이는 없었다. 필시 수작을 부리기 위해 물밑에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조사해도 나오는 건 없고.’ 그런 생각에 나름 최대한 정보망을 털어서 어비스 길드와 중원 길드를 조사하긴 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물론 현재 박영준이 발휘할 수 있는 조사 능력에 한계가 많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중원 길드나 어비스 길드는 그냥 움직임 자체가 너무 조용했다. ‘BJ대마도사가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기 시작했는데…… 너무 조용하단 말이야.’ 하물며 지금 BJ대마도사가 벌인 이벤트는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BJ대마도사의 이벤트 덕분에 문덕이란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한 후 문덕의 나름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 평생 헌신해주고 내조해준 아내와 조만간 딸이 태어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대중의 관심은 짙어졌고 그만큼 BJ대마도사에 대한 찬사도 커졌다. BJ대마도사가 사람 하나를 살렸다!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할 정도.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닐 텐데.’ 어비스 길드를 비롯해 10대 길드가 누리는 어마어마한 수익과 권력, 명예는 대중의 지지 없이는 이룩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분명 놈들이 위기감을 느낄 대목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그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들에 치여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을 구원해주는 방법을 통해서?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의 방식에 반기를 드는 식으로? 이 흐름이 이어질수록 10대 길드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반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 ‘뭐든 간에 이쪽도 준비해야지.’ 어쨌거나 분명한 건 어비스 길드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리란 것과 BJ대마도사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게 지금 박영준이 회사 밖에서 식사를 하며 BJ대마도사를 기다리는 이유였다. 이 중요한 문제를 앞두고 단독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아, 접속했습니다. 사장님. 그런 박영준의 눈앞에 기다리던 이가 등장했다. 6. - 와튼 : 사막왕 레이드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와튼 : 힘드실 텐데 이렇게 불러서 죄송합니다. 채팅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요. 그냥 라면이나 먹고 있었습니다. 힘든 건 없었어요." - 와튼 : 우연이네요, 저도 기다리면서 라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대답에 미다스는 속으로 뜨끔했다. ‘라면이라고? 설마 야근하시는 건가?’ 정황상 퇴근도 마다한 채 회사에서 라면을 먹고 버티는 모양. ‘아, 나 때문에…….' 그리고 그 야근의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미다스인 상황이었다. 결코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괜히 깊게 이야기해서 좋을 건 없었다. “그보다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해서 미다스가 잽싸게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에 대해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와튼 : 이벤트 효과가 매우 좋았습니다. - 와튼 : 가능하다면 플레이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 와튼 : 만약 이벤트를 원하신다면 일정을 잡으신 후 통보만 해주십시오. 상금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마련하겠습니다. 이번 이벤트가 괜찮았고, 정기적으로 하겠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속 편한 대답이었다. 고민 따위는 하나도 생기지 않는 대답. ‘또 무리하시네.’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라이징 스타채널의 이 대답이 진심이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배려하기 위해서 내뱉은 말처럼 보였다 너는 실수한 게 아니다, 네 실수는 우리가 커버쳐주겠다, 하는 대답. ‘정말 이대로 이벤트를 계속하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결국 이번 이벤트가 잦아질수록 고생하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뿐이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만 손해 보는 장사라는 의미. 달리 보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갈 순 없지.’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계속되어서 좋을 게 없다는 점이었다. 미다스와 라이징 스타 채널, 이 두 관계는 서로 돕고 돕는 관계이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손해 보는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그리되어서도 안 됐으니까. 적어도 미다스의 생각은 그랬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해.’ 하물며 이번 건이 아니더라도 이제까지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받기만 했을 뿐 무언가를 제대로 된 것을 준 적이 없었다. 이제는 한 번쯤 미다스가 라이징 스타 채널을 위한 선물을 줄 때. ‘화끈한 거.’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고개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잭팟을 향했다. 꾸우? 주인의 시선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잭팟의 모습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그런 이벤트도 이벤트인데, 크게 하나 가봅시다.” - 와튼 : 크게? 이어진 되물음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어떻게 시작하는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서 공개하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법 공개! “라이징 스타 채널 단독으로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만약 정말 그 영상이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인지도는 다시 한 번 더 가파르게 오를 터. 누가 보더라도 라이징 스타 채널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제안이었다. 그게 미다스가 이 제안을 하는 이유였다. “수익 배분은 5대5로 가죠.” ‘내가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 순간 그가 자신을 믿고 밑도 끝도 없이 지원해준 라이징 스타 채널에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물이었으니까. 동시에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어차피 이 이상 아끼다간 똥 될지도 모르고.’ 현재 미다스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도는 50퍼센트 이상,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굳이 시작지점에 대한 정보를 손에 들고 있는 건 큰 의미가 없었다. 후발주자가 오더라도 사실상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누가 시작의 마을에 있는 그 정보 워즈튜브에 먼저 던지면 진짜 똥 된다.’ 여러모로 이제는 정말 공개할 때가 된 셈. “어떻습니까?” ‘괜찮죠?’ 이어진 미다스의 되물음에 채팅창은 잠잠했다. ‘응?’ 환호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기쁜 기색을 드러내리라 예상했던 미다스가 그 사실에 의구심을 품었고, 그러한 의구심이 짙어질 무렵에 이르러서야 채팅이 올라왔다. - 와튼 : 무슨 의미인지 파악했습니다. - 와튼 : 정말 감사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일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와튼 : 바로 작업하겠습니다. 그제야 나오는 격한 채팅에 미다스가 만족한 듯 말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내 끝나는 미팅. “아!" 그 순간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잭팟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 말씀 못 드렸다!’ 그러나 이내 잭팟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어차피 마지막 오아시스까지 가야 하니까 라이브 방송일 앞두고 전달하면 되겠지.’ 급할 이유는 없다. “얘들아.” 그것으로 상황을 정리한 미다스가 이내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사막 졸업하러 가자.” 미다스, 그가 마지막 오아시스를 향해 움직였다. 7. ‘아.’ 미팅이 끝난 순간 박영준은 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그거였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놈들이 노리는 게 그거였어!’ 어비스 길드는 어째서 이토록 조용한 것인가?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 그 의문이 풀리자 곧바로 박영준의 등줄기로는 오싹한 뱀 한 마리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제대로 전쟁을 하려고 작정을 했군.’ 만약 정말 어비스 길드가 정보를 푸는 게 계획이었다면 그 의도는 명백했다. BJ대마도사의 재도전을 막겠다는 것. 당연히 그들은 정보를 푸는 선에서 그칠 리가 없었다. 탐험가 길드를 비롯해 10대 길드의 권력을 이용해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사냥터, NPC, 던전을 장악한 후에 관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작업을 친 상태에서 BJ대마도사를 끌어내리려고 하겠지.’ 그 후에는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을 방해할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제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돌적이고 파괴적으로. 그러한 어비스 길드의 노림수에 대항해 내놓은 BJ대마도사의 카드는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공개할 거라면, 자신들이 공개해서 이득이라도 챙기자. 물론 이 기반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다. ‘BJ대마도사는 이 전쟁을 마다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재도전 없이 이번 단 한 번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을 마칠 수 있으리란 확신. ‘아니,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오히려 이 전쟁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었겠지.’ 그것도 막연한 확신이 아니라, 분명 어마어마한 준비와 대비에서 나온 확신일 것이 분명했다. 박영준이 봐온 BJ대마도사는 결코 빈털털이 지갑을 가진 채로 도박판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자가 아니었으니까. ‘설마 이번에 이벤트를 한 것도?’ 어쩌면 이번에 이벤트를 통해 대중의 지지도를 등에 업은 것도 이것을 위해 계획된 것일지도 몰랐다. 이 상태에서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면 대중은 더더욱 그를 지지할 게 뻔하지 않은가? ‘그래, 분명해. 이 모든 게 계획인 거야.’ 여기까지가 파악한 현실이었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이제부터는 이 파악한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던 박영준의 고민은 짧았다. ‘……이런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내 사단을 만드는 거다.’ 지금 이 순간 무리해서 답을 내놓는 것보단 보다 확실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갖추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이 곧바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일단 내 사단을 만들어서 정보 교환을 하려면…… 보안이 어느 때보다 철저해야지.’ 그리고는 이메일 하나를 작성했다. ‘보안 담당자에게 확실한 작업장을 제공해야겠어. 사무실이나…… 집이 나을 수도 있겠군.’ 300화. < 94화. 왕가의 비약 (3). > 8. 사막의 마지막 오아시스, 헤바. 무수히 많은 고난과 고배를 마시게 만드는 사막 횡단, 그 횡단의 마지막 목적지인 그곳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오아시스의 중심에는 호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대한 샘이 존재했으며, 그 오아시스 주변에는 수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건물들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것이 마치 라스베이거스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도 오아시스 헤바는 꽤 괜찮은 보상을 주는 퀘스트들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었다. 라스베이거스처럼 화끈한 기회를 쥘 수 있는 곳. 그러나 막상 그 오아시스 헤바를 방문한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기회를 쥘 수 있으리란 기대감 같은 건 없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특히 방문자들 대부분은 지쳐 쓰러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후, 일단 앉자.” “난 그냥 로그아웃할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하자.” 표정만이 그런 게 아니라 막 도착한 이들 대부분은 바로 자리를 찾아 쉬거나, 그냥 아예 로그아웃을 했다. 이상할 건 없었다. “기어코 이 빌어먹을 사막을 횡단했구나. 설마 석 달이나 걸릴 줄이야……." 성취감을 가지기에는 사막 횡단은 너무나도 길었으니까. 또한 그 기나긴 여정에 대한 이렇다 할 보상도 없었다. “그럼 이제 다음 사냥터는……." 사막을 횡단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다음 사냥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뿐. 그리고 그 기회가 플레이어들을 절망케 하는 또 다른 원인이었다. “……오우거의 숲인가?” 오우거의 숲. 사막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의 다음 무대로, 300레벨 이하 사냥터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곳이었다. “아, 젠장 가기 싫다!” “사막도 지옥 같지만, 오우거의 숲은 더 지옥 같으니까.” 이제는 모래만 봐도 학을 떼는 플레이어들이 쉽사리 오아시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외는 있는 법. 실력에 자신이 넘치는 자들은 오아시스 헤바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중원 길드 애들은 참 대단해, 여기 오자마자 바로 오우거의 숲으로 갔다면서?” “여기에서 한 30분 있다 갔다던데?” “그럼 휴식도 없이 그냥 바로 간 거네.” 중원 길드 같은 경우는 오아시스 헤바에서 보낸 시간이 채 1시간도 되지 않을 정도. “뭐, 사막에 좋은 추억 있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시간 보내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 “하긴, 치욕만 보고 가는 거니까.” “치욕이라도 봤으면 다행이지, 싸우지도 못했잖아?” 물론 사람들은 중원 길드가 부리나케 사막을 떠난 게 그저 실력 때문만이 아님을, 다른 이유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야, 속보다!” “속보?” “BJ대마도사가 이곳으로 오고 있대!” 그리고 모두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마지막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9. 콰앙! [레벨이 올랐습니다.] 먼 거리임에도 귓가를 따갑게 만드는 폭발음 사이로 레벨업 알림에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227레벨.’ 220레벨 보상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30레벨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절로 지어질 수밖에 없는 미소였다. ‘진짜 레벨업이 이렇게 쉽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더욱이 지금 레벨업 과정에서는 속도도 속도이지만 집중력 소모가 무척 적었다. 딱히 소모될 이유도 없었다. 허허벌판과도 같은 사막 필드에서 미다스는 그저 쿨타임이 찰 때마다 대폭발 마법을 포함해 마법을 포격하면 될 뿐. 왕! “주인님, 이번에도 멋진 사냥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의 포격이 끝나면 그 후에는 럭키와 골드, 실버가 마무리를 지어줬다. 모래숲에서조차 일방적으로 사냥을 한 미다스 파티 입장에서 그냥 일반 필드는 가소로울 따름. 꾸우! 잭팟이 나설 기회조차 없을 지경. “저 나쁜새는 밥만 축내고 하는 게 없군요. 주인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걱정입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잭팟의 모습에 골드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말을 뱉었다. 허나, 잭팟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골드를 향해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발을 움직이며 자세를 살짝 고쳤다. “주인님, 허락만 해주시면 이 밥만 축내는 나쁜새의 버릇을 제가 확실히 고치겠습니다.” “아, 됐어. 괜찮아.” 그렇게 분노하는 골드를 다독인 미다스가 이내 시선을 돌려 오아시스 헤바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잭팟도 할 일이 많을 테니까.” 그 말을 내뱉는 미다스의 눈에는 오아시스 헤바의 한 가운데에서 솟구치는 붉은빛 기둥이 보였고, 그것을 보는 미다스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진해졌다. ‘아주 제대로.’ 이제는 더 이상 진해질 수 없을 만큼 짙은 미소를 지은 미다스가 바로 동료들을 이끌고 오아시스 헤바에 진입했다. [오아시스 헤바에 입장했습니다.] [사막을 횡단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사막이 멈추지 못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진입하는 순간 횡단의 끝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시스템 알림이 미다스를 반겼다. “BJ골드다! 수호자의 모습이다!” “BJ실버도 왔어! 사막왕의 모습으로!” “BJ대마도사다! 역시 혼자야! 솔로라고!”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환호성 어린 관심도 미다스를 반겼다. 그러한 광경에 미다스가 퍼레이드를 하듯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예, BJ대마도사입니다. 다들 득템, 즐겜하세요!” 그 멘트를 듣는 순간 몇몇은 눈치챘다. “어? BJ대마도사님 오늘은 팬서비스 없으신가요?” “바로 가시게요?” 평소라면 팬서비스를 위해 줄을 서라는 말을 했을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만나서 반가웠고, 헤어지는 인사를 한다? 의문이 생길 법한 일. 해서 나온 의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제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퀘스트를 해야 해서요. 오늘 팬서비스는 힘들겠네요.” 이어진 대답에 몇몇 이들이 달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한 퀘스트라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인가요?” 그 질문에 미다스가 순순히 대답했다. “아무렴, 그렇죠. 그거 말고 다른 중요한 게 있겠어요?” “내용이 뭐죠?” “하하, 저야 모르죠. 일단 클리어를 해야 보상을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막 졸업인데 섭섭한 게 나오진 않겠죠?” 그 말을 뱉은 미다스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떡밥은 수시로 뿌려야지.’ 기대감이란 한 번에 심어주는 것보다 수시로 심어주는 게 훨씬 효과가 있는 법. 물론 떡밥만 던지고 막상 본론이 시원치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되지만 미다스는 지금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 터질 폭탄이 몇 개인데.’ 그가 앞으로 터뜨릴 폭탄만 이제 2개가 된 상황 아닌가? “그럼 중요한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멋진 게 나오면 바로 숨기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그렇게 양해를 구한 미다스가 그대로 멈추지 않고 붉은빛 기둥이 있는 곳, 왕가의 후예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그 순간이었다. 뿌우! 코끼리 세 마리가 특이한 울음소리와 함께 지축을 뒤흔들며 미다스를 향해 다가왔다. “어? 코끼리?” “헤바에 코끼리가 있었어?” 오아시스 헤바에서 이제껏 등장한 적 없었던 코끼리의 등장, 그러한 코끼리가 미다스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이내 코끼리 위에 올라탄 이가 바닥에 내려오며 말했다. “후예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떡밥이 완벽하게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10. 오아시스 헤바의 중심부에 위치한 여러 궁전들, 개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 [이바르의 궁전에 입장했습니다.] [왕가의 후계를 만나다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들어갈 수 없는 궁전이라 평가받는 그곳에 미다스가 첫 방문자가 되어 방문했다. "오셨습니까?” 그리고 곧바로 NPC이바르가 방문자를 맞이했다. “이바르라고 합니다. 이미 수호자로부터 신호는 받았습니다.” 끼이! 2미터가 넘는 덩치에 하얀색 로브를 걸친 NPC이바르, 그런 그의 어깨에 있는 매 한 마리가 날렵한 소리를 내뱉었다. “저 미다스!” 그 순간 미다스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인벤토리에서 자신이 받은 왕가의 유산을 꺼낸 후에 NPC이바르에게 건네줬다. “수호자께서 왕가의 후예에게 이 왕가의 유산을 건네주란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내민 손바닥 위의 자그마한 상자를 바라보던 NPC이바르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단하시군요.” 그리고는 짤막한 감탄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왕가의 유산을, 사막왕마저 노리던 이 귀한 것을 이토록 주저함없이 건네주시다니.” 이 귀한 보물을 앞에 두고도 흔들리지 않는구나! 그 감탄에 미다스가 말했다. “약속을 했습니다. 저 미다스, 맺은 약속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단코 지킵니다!” 긍지 가득한 외침에 곧바로 옆에 있던 골드가 세차게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역시 주인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그 숭고한 신념에 골드는 감탄 또 감탄할 따름입니다.” 물론 미다스가 이토록 과감하게 나오는 건 골드의 말처럼 숭고한 신념 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내 것인데.’ 뭘 하든 간에 자기 것이 될 텐데 주는 것을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을까? “당신은 수호자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그때 NPC이바르가 그 말과 함께 반지함이 올려진 미다스의 손을 제 손으로 가볍게 밀었다. “이 유산은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가지라는 듯이. “아, 감사합니다.” 그 제스처에 미다스가 아주 잽싸게 아이템을 손에 쥔 채로 말했다. “그럼 열어도 되죠?”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반지함을 개봉했다. 앞서 본 행동이 무색해질 지경. “역시 주인님, 망설이지 않으시는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이 나옵니다.” 그사이 골드가 재차 박수와 함께 미다스를 향한 칭송을 내뱉었다. [왕가의 유산을 개봉합니다.] [왕가의 비약을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안에서 상자에서 작은 병이 나왔고, 그것을 본 NPC이바르가 설명을 해줬다. “왕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약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머리 위에 진 새에게 먹인다면, 그 새가 당신의 수호자가 될 것입니다.” 엄청난 정보. “와, 놀랍네요. 정말.” 물론 이미 알고 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런 설명 따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잭팟, 잭팟을 보자.’ 한시라도 빨리 수호자가 된 잭팟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 “잭팟아, 들었지?” 꾸우? “잭팟아, 이거 먹자. 내려와.” 꾸우! 그렇게 미다스가 제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을 내리려는 순간 잭팟이 거세게 날갯짓을 하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꾸우! 갑작스레 주인이 제 몸뚱이를 잡으려고 하니 놀란 모양. 꾸우! 이내 잭팟이 미다스의 손을 피해 제스스로 바닥에 착지하고는 미다스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 우리 사이가 좋다고 해도 이러는 건 좀 아니지? 하는 불만 가득한 눈빛. 그 모습에 미다스도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손에 든 왕가의 비약 뚜껑을 열고 제 손바닥에 흘린 후에 그것을 조심스레 잭팟의 부리 앞에 내밀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한 모금만 마셔봐. 이거 좋은 거래.” 꾸우, 꾸우. 그제야 비로소 잭팟이 미다스의 손에 담긴 왕가의 비약을 머금기 시작했다. [잭팟이 왕가의 비약을 섭취했습니다.] [잭팟이 수호자 현신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순차적으로 들리는 알림과 함께 잭팟의 모습이 단숨에 변했다. 새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존재, 왕가의 수호자와 같은 존재로. 동시에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와, 능력치 끝내주네. 지력하고 마력 봐!’ 수호자가 되는 순간 차원이 달라진 잭팟의 능력치가. ‘끝내주네! 어지간한 300레벨 랭커급 플레이어랑 비교해도 꿇리지 않겠는데?’ 그런 미다스에게 재차 알림이 들렸다. [잭팟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와 동시에 세 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헉!’ 모두가 하나 같이 황금빛을 내뿜은 채. 잭팟의 세 번째 스킬 습득 기회가 등장하는 순간. ‘맙소사.’ 그렇게 등장한 스킬들은 레전더리 등급에 어울릴 만큼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 ‘용의 숨결에 성흔 그리고…… 어?’ 대상에게 속성 공격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주는 용의 숨결과 받는 데미지를 일정 시간 동안 감소시켜주는 성흔. ‘성스러운 벼락?’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에는 대상의 HP를 크게 회복해주는 벼락을 내리꽂는 성스러운 벼락이 있었다. 이 중에서도 미다스의 눈길을 끄는 건 성스러운 벼락이었다. ‘원거리 힐링 스킬이 여기서?’ 효과도 효과이지만 성스러운 벼락은 원거리에서도 대상의 HP를 확실하게 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힐링 스킬이었다. 힐러가 목숨 걸고 딜러나 탱커에게 다가갈 필요가 없는 스킬. 당연히 그 효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게 있으면…….' 최전방에서 싸우는 럭키나 골드, 실버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스킬. 물론 다른 두 스킬 역시 충분히 좋았다. ‘으음…….'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 “주인, 빨리 골라라.” “어, 미안.” 그때 나온 목소리에 선택을 망설이던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사과를 내뱉었다. "응?" 그리고는 이내 이상함을 느낀 미다스가 고개를 든 후에 살짝 갸웃했다. 그러자 그의 정면에 있는 잭팟이 부리를 열며 말했다. “시간 없다. 빨리 골라라 주인.” “어?” 재차 놀라는 미다스. 이윽고 미다스가 잭팟을 향해 말했다. “너 말이 짧다?” “그래서 문제라도?” 아무래도 골때리는 수호자를 얻은 모양. “허허……." 그 사실에 너털웃음을 흘린 미다스가 이내 눈앞에 있는 카드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일단 이거로 가자.’ 고른 것은 성스러운 벼락. 여러모로 힐링 계열 스킬이 매우 적은 미다스 파티를 생각하면 마땅한 선택이었다. [잭팟이 성스러운 벼락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에 곧바로 미다스가 잭팟으로 시선을 돌렸다. 잿팍하고 제대로 대화를 해볼 모양. 그때였다. “유산의 계승자께 이제 임무를 드리겠습니다.” NPC이바르가 잽싸게 미다스에게 말을 걸었다. “임무요?" “이제 왕가의 유산을 계승하셨으니, 그에 걸맞은 의무를 치러야 합니다.” 받아먹은 게 있으니 일을 하라는 의미. “당연히 해야죠. 그래서 뭡니까?” 때문에 NPC이바르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우거의 숲으로 가라는 거겠지, 뭐.’ 또한 걱정도 하지 않았다. “오우거의 숲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가 왔습니다. 그곳의 오우거를 사냥해주십시오.” ‘잠깐, 사냥? 설마?’ 허나, 오우거 사냥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오우거의 숲]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7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오우거의 숲에서 오우거를 3,333마리를 소탕하고,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오우거 사냥꾼’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뜬 퀘스트창을 보는 순간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미친, 오우거 3천 마리를 잡으라고?’ 301화. < 95화. 오우거의 숲 (1). > 1. 이제는 스타 플레이어답게 일거수일투족이 속보가 되어 갓워즈와 관련된 온갖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BJ대마도사. - BJ대마도사가 마지막 오아시스에 왔다! 그런 그의 마지막 오아시스 방문 소식 역시 바로 속보가 되어 빠르게 게임 밖으로 전파됐다. - 코끼리가 마중 나왔어! - 그 입장 불가 궁전으로 향했음! 그 후의 이야기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 BJ대마도사가 팬서비스 생략했다는데? ㄴ 들었음. 다음에 엄청난 거 있다고, 그거 하러 갔대! 당연히 BJ대마도사가 의도적으로 던진 떡밥 역시 실시간으로 사방 곳곳에 흩뿌려졌다. - BJ대마도사가 말한 엄청난 게 뭘까? ㄴ 엄청난 거겠지. ㄴ 설마 열애설 발표? ㄴ 야, 그건 아니지. 차라리 외계인 침공이 말이 되겠네. 그렇게 흩뿌려진 떡밥에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들이 들썩거렸다. “BJ대마도사가 또 뭔가 준비하는 모양인데?” “다른 채널들은 떡밥 준비하느라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쥐어뽑는데, 우리는 떡밥이 쉴 틈이 없네." “좋은 거지. 머리털은 멀쩡하니까. 대신 주변에 시달려서 머리가 빠질 지경이란 것만 빼고.”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역시 그 속보에 들썩거렸다. “그보다 뭘까?” “뭔가 대단한 거긴 하겠지.” 그렇게 몸을 들썩이면서 BJ대마도사가 터뜨릴 폭탄을 저마다 제 머릿속에 그려봤다. 물론 박영준은 예외였다. ‘폭탄을 터드리기 전에 나서서 떡밥을 뿌려주시는군.’ 지금 BJ대마도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대감을 심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터지면 파괴력은 확실하지. 그리고 그 이유가 공개됐을 때의 여파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주 확실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그 시발점이 공개되는 순간 갓워즈의 패러다임은 삽시간에 바뀔 것이었다. 당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기존의 캐릭터를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시작할 게 분명했다. 메인 시나리오 초반부 진행을 위해 온갖 지옥도가 펼쳐질 것 역시 자명했다. 그게 지금 박영준이 열심히 제 머리를 두드리는 이유였다. ‘터드리기만 하면.’ 폭탄이란 놈을 터뜨리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모든 폭탄이 그랬다. 대부분의 폭탄은 그저 스위치 하나 누르는 간단한 작업 만으로도 터지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 진짜 골치 아픈 문제는 폭탄을 터뜨린 다음이었다. 폭탄을 터뜨리는 건 분명 의도와 목적이 있다는 의미. 그러나 엄청난 폭탄이 터진 이후 발생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너무 확실해서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 아니,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그 이후 상황을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이끌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즉, 미리 계획을 세우는 건 큰 의미가 없었다. 그 순간순간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했지. 박영준이 지금 구축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대처 능력이었다. ‘정보를 구해다 줄 사람과 내 말에 바로 게임 내에서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해.’ 적당한 후보들은 이미 뽑아둔 상태였다. 그 후보들을 영입 확률 역시 높았다.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 그리고 BJ대마도사는 누가 보더라도 타고 싶은 제트기였으니까. 야심이 있고, 야망이 있다면 누구라고 티켓을 끊고 싶어 하는 제트기. ‘보안이 먼저이긴 하지만.’ 때문에 박영준은 더더욱 보안 유지에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이 사람을 구하러 다니는 순간 어떻게든 소식이 샐 테고, 그컴 적대 세력에서 그 정보를 캐기 위해 거듭 파고들어올 게 분명했으니까. ‘역시 집을 구해줘야겠어.’ 그런 보안 담당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바로 집을 구해주는 것이었다. 언제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출퇴근이 해야 하는 사무실보단 집이 편했으니까. 당연히 중요한 일을 하는 만큼 그냥 집이 아니라 통신 설비를 비롯해 먹고 지내는데 문제없는 집을 구해줘야 했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돈이야 문제 될 건 없고, 오케이 사인만 기다리면 돼.’ 라이징 스타 채널은 현재 BJ대마도사 덕분에 적잖은 돈을 벌었을뿐더러 아즈모에게 지분을 판 대가로 많은 돈을 받았으니까. 그저 보안 담당자가 원하는 조건과 위치를 말해주면 될 뿐이었고, 그전까지 박영준은 지금 하는 고민을 이어가면 될 뿐이었다. “BJ대마도사가 바로 오우거의 숲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런 박영준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렸고, 그 사실에 박영준이 잠시 고민을 멈춘 후 말했다. “그 외에 특별한 정보는 없고?” “예, BJ대마도사로부터 이렇다 할 메시지도 안 왔습니다.” “중원 길드는?” “조용히 사냥 중입니다.” 조용하다, 그 사실에 박영준은 잠시 생각했다. ‘폭탄이 조만간 떨어지는데 조용히 아무것도 안 할 리 없지. 분명 BJ대마도사라면 폭탄이 터지기 전에 기름을 뿌릴 거야.’ BJ대마도사가 어떤 인간인지. 그 생각에 이른 박영준이 말했다. “모두들 언제든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는 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보안 담당자에게 이메일 하나를 보냈다. ‘오늘 내로 원하는 지역, 장소를 정리하여 보고해주십시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대답이 왔다. - 보안 담당자입니다. 원하는 지역 및 위치입니다. - BJ대마도사입니다. 내일 라이브 방송을 원합니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2. 오우거의 숲. 사막을 졸업한 플레이어들의 다음 사냥터인 이곳으로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마지막 오아시스 헤바에 위치한 토벌대를 찾아가 부탁을 하면 됐다. “오우거의 숲으로 가고 싶다고? 당장 보내주지.” 그뿐이었다. 가기 위해서 사전에 어떤 퀘스트를 깨라거나, 재료 아이템을 준비해오라거나 그런 말은 없었다. “마음의 결정이 끝나면 마법진에 서게. 단숨에 오우거의 숲으로 이동하게 될 테니.” 심지어 원하는 순간 바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오우거의 숲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제까지 사냥터와 사냥터 사이를 오고가며 치 떨리는 경험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배려. 물론 갓워즈를 여기까지, 무려 250레벨 이상까지 찍은 플레이어라면 이것을 보는 순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대체 오우거의 숲 난이도가 얼마나 지랄 맞으면 이렇게 편하게 대해주는 걸까?” 이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예상에 부응하듯 오우거의 숲은 어느 곳보다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다. “오우거의 숲에서 명심할 건 하나야.” 그저 단순히 몬스터가 세다, 그래서 게임오버 당할지도 모른다, 수준이 아니었다. “절대 나대지 말 것. 너 하나 죽으면 상관없지만 여기는 네가 나대다가 문제가 생기면 파티가 전멸할 수도 있으니까." 한 명의 부주의한 행동이 파티의 전멸을 불러올 정도. 오우거라는 몬스터가 가지는 강함은 그 정도로 강력했다. 일단 외형부터가 강력해 보였다. 평균 6미터에 이르는 신장에 몸은 보디빌더를 떠올리게 하는 근육질 몸이었다. 당연히 능력치도 엄청났다. 260레벨대의 플레이어들 중 이름난 탱커들 중에서 1대1로 오우거를 제대로 막아설 수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 또한 오우거는 켄타우로스 같은 몬스터들보다 빨랐으며 도약력도 우수했다. 전투 센스도 좋았다. 정확히는 전투 패턴이 다양했으며, 그 패턴 중에는 도주라는 패턴도 존재했다. 오우거가 갑자기 탱커 서너 명을 따돌린 후에 원거리 딜러와 힐러들을 박살을 내놓는 경우는 교통사고보다 훨씬 자주 일어났다. 해서 이런 오우거를 잡을 때는 철저하게 계산된 계획 내에서 사냥을 해야만 했다. 사냥을 할 때 무조건 한 마리씩 잡을 것. 그런 이유로 지역을 정해두고, 그 지역 안에서 여러 개의 파티가 서로 협조하면서 한 마리씩 사냥하는 게 보통이었다. 달리 말하면 어느 한 파티가 사고를 일으키면 다른 파티에게도 위협이 생겼다. “특히 오우거들 중에 특별 스킬을 가진 놈들이 있어.” 심지어 오우거들 중에는 질긴 명줄과 단말마 스킬을 가진 개체가 존재했다. 질긴 명줄 스킬은 HP가 10퍼센트 이하가 되면 발동하는 스킬로 HP의 양이 크게 늘어나는 스킬이었다. 회복량도 회복량이지만 HP가 10퍼센트가 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스킬이었다. 다 잡았다고 방심했다가는 큰코다치기 딱 좋은 스킬. “혹여 만약 우리가 놓친 오우거가 단말마 스킬을 시전이라도 하면……." 그보다 최악은 단말마 스킬로, 주변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스킬이었다. 스킬 효과는 설명처럼 주변 오우거들을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발동 확률은 낮았다. 질긴 명줄 스킬이 발동하는 개체 중에서도 다시 낮은 확률로 단말마 스킬이 발동되었으니까. 질긴 명줄 스킬이 10마리 중 1마리 빈도로 나오고, 단말마 스킬은 그런 질긴 명줄 스킬이 발동한 오우거 10마리 중 1마리 꼴로 발동했다. 확률상으로는 1퍼센트 남짓. 문제는 그게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만약 주변에 오우거가 넘치는 상황에서 그런 스킬이 발동하면, 삽시간에 오우거 군단 하나가 완성되는 셈. 사실상 그 지역 내에서 사냥을 하는 게 불가능해지는 셈이었다. 방법은 그저 하나, 탐험가 길드 같은 강력한 길드에 대가를 지불하고 청소를 요청하는 수밖에. “한동안 사과하러 다니기 바쁠 거야.” 당연히 그 대가는 그 짓을 저지른 파티나 플레이어가 지불했다. 그게 오우거의 숲을 방문한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플레이어들이 거듭 나대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였다. 너 하나 때문에 파티를 넘어서 그 이상이 피해를 볼지도 모르는 곳. 그만큼 위험한 곳. “여하튼 명심해. 실력에 자신이 있건 말건 절대 나대지 말고 파티 명령에 무조건 따라.” 물론 예외는 존재했다. “네가 BJ대마도사가 아닌 이상.” BJ대마도사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오우거의 숲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다. 굳이 전투하는 걸 볼 필요도 없었다. 어쨌거나 오우거는 단말마 스킬이 발동하기 전까지는 단독 개체로 활동하는 몬스터. 제아무리 오우거의 HP가 높다고 하더라도 보스 몬스터보다 높을 리는 없었다. “BJ대마도사처럼 럭키 데리고 사생결단으로 오우거를 한 마리씩 끌고 와서 다구리 칠 능력 없으면 나대지 마.” 그냥 사생결단으로 원하는 지점에 끌고 온 후에 골드와 실버를 추가해서 잡아두고, 먼거리에서 BJ대마도사가 마음껏 캐논 스타일을 구사하면 될 뿐. 폴링 스타마저 가진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숲의 나뭇가지 따위를 무시하고 포격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니, 그런 BJ대마도사도 한 마리씩 잡을걸?” 물론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오우거를 상대로 몰이 사냥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퍼엉!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지금 오우거 사냥을 마친 미다스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전투에 문제는 없었다. 왕! “주인님의 명성에는 감히 겨루지 못하는 녀석이었습니다.” 럭키와 골드조차 자신들이 잡은 오우거 사체를 향해 싱겁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 꾸우! 잭팟 같은 경우는 아예 긴장감조차 품지 않은 채 근처 나뭇가지에 앉은 채 날개를 고를 따름이었다. ‘이걸로 10마리째.’ 더욱이 오우거의 숲에 도착한지 30분을 넘긴 현재, 미다스가 잡은 오우거는 10마리였다. 고작 두어 마리 잡고 별거 아니네, 하는 막연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는 의미. 문제는 그 시간이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3천 마리 잡는데…… 못해도 160시간이 걸린다는 소리인데.’ 대충 계산을 하면 오우거 3,333마리를 잡는데 순수하게 사냥 시간만 160시간이 걸릴 일, 여기에 미다스의 하루 게임 가능 시간은 정말 쥐어 짜내도 10시간 남짓했다. 일수로 따지면 최소 20일 이상이 걸린다는 셈. 미다스가 그냥 플레이어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BJ대마도사였다. ‘20일 동안 오우거만 잡는 거 보여주면 시청자 숫자가 반의 반 토막이 나도 이상할 게 없어.’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 스타 플레이어. ‘열흘 안에 끝내야해.’ 그런 미다스가 봤을 때 자신의 시청자들이 인내해줄 시간은 길어봐야 열흘에 불과했다. 사실 그보다 더 빨리 작업을 끝내는 방법도 있었다. ‘파티플 하면 가능은 해.’ 오우거를 잡는데 딱히 추가 조건이나 제약은 없었으니까. 또한 미다스의 경우라면 파티를 하고 싶다고 하면 모두가 앞다투어 먼저 손을 내밀 게 분명했다. 물론 그게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이벤트 2탄이다.’ 그렇게 손을 내미는 이들은 다들 모래숲에서 문덕과 같은 풍운의 꿈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남들만큼은 알고 있는 미다스 아닌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고는 해도, 바로 부담감을 줄 순 없지.’ 단지 그렇게 일을 저지르면 그에 대한 모든 뒷감당은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몫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런 건수로는 제대로 뜨지도 못해.’ 또한 고작 오우거 많이 잡기 대회 따위로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걸로 뜰 플레이어였다면 진작에 떴을 테니까. 기대감에 미치는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는 의미,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BJ대마도사 아닌가? ‘이건 나 혼자 해야 해.’ 솔로 플레이의 상징. 오우거를 많이 잡는데 타인의 손을 잡는 건 BJ대마도사의 그동안의 행보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미다스는 머릿속에 두고 있었던 계획 한 가지를 떠올렸다. ‘역시 그 미친 짓을 해야 하나?’ 계획이라기보다는 망상에 가까워서 그냥 머릿속 한구석에 던져두고 있었던 계획. 그만큼 리스크가 적지 않은 계획. ‘잭팟의 성스러운 벼락이면…… 리스크는 충분히 줄일 수 있어.’ 그러나 새로이 얻은 잭팟이란 든든한 존재가 그 구석에 있던 계획을 머릿속 밖으로 끄집어냈다. “얘들아 모여봐.” 왕! “예, 주인님!” 미다스의 부름에 곧바로 럭키와 골드, 실버가 한자리에 모였다. 꾸우. 잭팟만이 여전히 나무 위에서 제 깃털을 고르고 있을 뿐. 그런 잭팟을 슬쩍 본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오우거 잡아보니까 어때?” 그 물음에 럭키가 잽싸게 짖었다. 왕! “나쁜개 말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놈이라서 두렵다고 합니다.” 왕? 그때 나온 골드의 해석에 럭키가 놀라는 사이, 골드는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허나, 저 골드는 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실버에게 맡겨주시면 이 괴물 무리들의 시체를 산처럼 쌓아 주인님의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드리겠습니다.” “선배님의 말에 동감합니다.” 그 넘치는 자신감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지은 후에 말했다. “잘 들어. 여기 오우거 놈들은 낮은 확률로 두 가지 스킬을 써. 하나는 질긴 명줄이란 거고, 다른 하나는 단말마란 거야. 이 중에서 단말마를 쓰면 주변 오우거들이 몰려들어.” 그 설명에 골드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럼 단말마를 쥐어짜내서 오우거 놈들이 제 발로 걸어오게 하면 되겠군요!” “그래, 그거야.” “예?” 그 순간 나오는 미다스의 동조에 놀라는 골드, 그런 골드에게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단말마 내뱉는 놈을 실버, 네가 마킹해. 그사이 동료를 돕기 위해 오는 오우거들을 우리들이 하나씩 마킹해서 잡는 거야.” 말을 하던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잭팟을 보며 마저 말을 이어갔다. “정말 위험하면 잭팟이 도와줄 거야.” 성스러운 벼락, 그 원거리 힐링 기술이라면 분명 위기의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 터. 그러한 미다스의 설명에 골드가 앞서서와는 달리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주인님. 그 단말마를 내뱉는 놈 주변에 혹여라도 너무 많은 오우거 무리가 있으면 주인님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 말 그대로였다. 주변에 오우거가 적당히 있는데 단말마 스킬이 발동하면 미다스의 생각처럼 좋은 유인책이 되겠지만, 골드의 말처럼 주변 오우거의 숫자가 너무 많으면 자살행위가 될 뿐이었다. 더욱이 단말마란 스킬은 낮은 확률로 발동하는 스킬 아닌가? 그것도 HP가 10퍼센트 이하가 되어서 질긴 명줄이 발동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스킬.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잡은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오우거(Lv258)] !전투 시 10퍼센트 확률로 도주 스킬 사용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질긴 명줄’ 스킬 사용 그러자 보이는 몬스터 정보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 눈에는 어떤 놈이 단말마를 내뱉을지, 아주 잘 보이거든.’ 302화. < 95화. 오우거의 숲 (2). > 3. 세상일이 대부분 그렇다. 하지 말라고 제아무리 말을 해도 꼭 그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놈이 나오기 마련. 오우거의 숲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오우거의 숲에서 이미 사냥을 해본 경험자들은 신입들에게 거듭 경고했다. 네가 저번 사냥터에서 얼마나 날아다녔는지 그건 알 바 없고, 여기서는 절대 나대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어떤 식으로든 자기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나대는 이들이 있었다. 그게 오우거의 숲에서 있는 또 다른 재미 포인트였다. - 에메랄드 길드의 스팽키 놈 나대다가 파티 전멸시켰다면서? ㄴ 어쩌다가? ㄴ 오우거 막타 치는 짤방 만들겠다고 덤벼들었다가 오히려 털리고, 그 사이에 오우거 질긴 명줄 발동하고, 단말마까지 뜸. ㄴ 와, 제대로 사고쳤네. 상식적으로 평소에 말을 조용히 잘 듣던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나대다가 사고를 칠 리는 만무. 즉, 사고를 치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제 실력에 자신이 있고, 그 실력 덕분에 명성을 떨치는 부류들이었다. 남들보다 튀지 않으면 불안감마저 느끼는 관심에 목이 마른 종자들. - 길드빨로 게임하는 주제에 나댈 때부터 언젠가 사고 한 번 칠 줄 알았음. ㄴ 맞아, 실력 별것도 아니면서 얼굴 잘생긴 걸로 운 좋게 뜬 놈이지. ㄴ 외모 아니었으면 문덕 같은 실력자한테 개털리고도 남았지. ㄴ 그래서 어떻게 됨? ㄴ 사과문 올리고 돌아다니면서 피해 본 길드한테 사과하러 다니는 중임. ㄴ 이야기만 들어도 잠시 후에 먹을 저녁이 소화되는 느낌이네. 그만큼 싫어하는 이들도 많은 부류들이었고, 그런 이들의 몰락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환호를 보냈다. - 야, 스팽키 개털리는 영상 떴다! ㄴ 진짜? 스팽키가 올림? ㄴ 걔가 올렸겠어? 스파이 영상 나온 거지! ㄴ 크으, 후원하러 가야지. 자연스레 그러한 이들의 몰락을 몰래 찍어 올리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영상 올리면 나중에 스팽키한테 고소당하는 거 아니야? ㄴ 사과해도 모자른 놈이 고소는 무슨. ㄴ 방귀 뀐 놈이 성내면 그 순간 또라이 취급받는 거지. 또한 사고를 친 당사자가 잘못한 만큼 그러한 것을 조롱거리로 삼아도 딱히 문제가 없었다. 여러모로 장사가 된다는 의미. 그게 이유였다. - 그래서 BJ대마도사는? 사고 안 침? ㄴ 아직 까지는 이야기 없던데? ㄴ 그냥 사냥 영상만 올라오는 중임. 사냥 중인 미다스의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냥도 마다한 채 그를 찍는 이유.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사고를 친다면, 그것보다 화끈한 이슈거리는 없을 테니까. ‘파파라치가 붙는 건 당연한데…….' 미다스 역시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란 것을 충분히 사전에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많잖아?’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몰려든 파파라치들의 숫자는 미다스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파파라치들 때문에 스타들이 입에 거품 물고 지랄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겠네.’ 그저 거슬리는 수준을 넘어서 사냥에 방해가 될 수준. 왕! “그래, 럭키야. 주변에 너무 인간들이 많지?” 이제는 마음 같아서는 깽판이라도 쳐서 달라붙은 파파라치들을 내쫓고 싶을 지경이었다. 더 골치 아픈 건 지금 미다스에게 그런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계획을 세워도 의미가 없어.’ 현재 그가 준비한 라이브 방송 방식을 이런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의도적으로 오우거의 단말마를 이용해 오우거를 부르는 것인데, 이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공간에서 해도 위험한 일. 그런 일을 이렇게 많은 파파라치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한다? 그건 미친 짓이었다. 파파라치들이 위험해 빠질 수 있다, 같은 걸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파파라치 놈들은 수틀리면 똥 뿌리고 가고도 남을 놈들이니까.’ 파파라치들이 원하는 건 BJ대마도사가 곤란에 빠지는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 아닌가? 그런 그들이 과연 BJ대마도사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하는 것을 순순히 두고 볼까? 크르르! “주인님, 주변에 귀찮은 것들이 많은데 명령만 내리시면 이 나쁜개와 함께 싹 쓸어버리겠습니다.” 차라리 럭키와 골드의 말처럼 그냥 싹 제거를 한 후에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물론 지금 당장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얘들아 너무 험악한 소리 말고 지금은 얌전히 사냥이나 하자.” 그렇게 미다스가 일단은 얌전하게 사냥을 했다. 4. “쉽지 않군.” 인사말 대신 한숨 섞인 혼잣말을 뱉으며 엠마가 있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멀린이 그대로 자리 하나를 차지하며 자신이 한숨을 내뱉는 이유를 바로 말했다. “대마도사 직업 다시 하나 구하는데 대체 얼마를 썼는지……." 한숨을 내뱉는 이유는 부캐릭터 생성. “여기에 내일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야 하고.” 부캐릭터를 생성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미리 일찌감치 시작의 마을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아놓기 위함이었다. 당연한 조치였다. 조만간 어비스 길드는 탐험가 길드를 통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정보를 순차적으로 세상에 공개할 예정이었고, 그게 공개되면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시작의 마을에 몰릴 게 뻔했다. 그 전에 미리 캐릭터를 만들어두고, 어느 정도 퀘스트를 진행해두는 건 상식 중의 상식. 특히 멀린 정도 되는 실력자라며 더더욱 미리 사전에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두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해둘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하다니, 골때리는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가능한 최대한 많이. 설마 이런 식으로 부캐릭터를 생성하게 될 줄 몰랐던 멀린 입장에서는 거듭 한숨이 나올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BJ대마도사는 어때?” 자연스레 그 한숨을 나오게 만든 원인에 관심이 갔다. “오우거의 숲으로 갔다면서?” “조용해요.” “조용해?” “조용히 일반 플레이어들하고 같이 오우거를 착실하게 사냥하는 중이에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착실하다는 소리만 들으면 이제 불안감부터 생긴단 말이야.” 호랑이가 사슴들 사이에서 풀만 뜯으면 도리어 의심이 가는 법. 이제까지 언제나 폭탄을 터뜨리던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생각하면 지금의 고요함은 누가 보더라도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때이니까요.” 허나, 엠마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레벨 오버죠. 괜히 무리하게 사냥을 해서 레벨업 페이스가 퀘스트 진행 속도보다 빨라지면 본인만 손해일 테니까요. 특히 오우거의 숲은 경험치가 무척 짭짤하죠.” 그녀는 도리어 BJ대마도사의 이러한 행보가 매우 이성적으로 계획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니까 그대로 놔둘 순 없죠.” “그럼?” “무대를 마련했어요.” 말을 하던 엠마가 이내 제 스마트폰을 확인한 후에 미소를 지었다. 5. 오우거의 숲이 난이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니라 제대로 된 휴식처가 없다는 점이었다. 사막이 오아시스가 있고, 다른 사냥터는 성 혹은 도시가 있지만 오우거의 숲은 그저 사냥터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오우거의 숲 곳곳에는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든 쉼터가 존재했으며, 그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동시에 쉼터의 분위기는 언제나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에 이 쉼터로 오우거 네 마리 왔다면서?” “이상하게 여긴 소란이 많네.” “터가 안 좋다니까.” “이러다가 또 오우거 등장하면…… 어우,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 언제 어느 순간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 “BJ대마도사다.” 그러한 쉼터 한 곳에 미다스가 등장하자, 곧바로 쉼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물론 어수선함은 잠시뿐이었다. ‘개꿀이네!’ ‘BJ대마도사가 있으면 안심이지!’ BJ대마도사가 이곳 쉼터에 있는 이상 오우거 때문에 문제가 생긴 일은 사실상 제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사진이나 한 번 같이 찍을까?’ ‘아, 럭키 한 번 안아보고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갓워즈를 가장 뜨겁게 만드는 인기인을 본다는 것 자체가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이내 들뜬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그러한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은 한 무리의 집단이 쉼터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 무리의 숫자는 무려 50명! 물론 오우거의 숲에서 50명이나 되는 파티가 움직이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모두가 놀라는 건 그들의 통일된 복장이었다. ‘탐험가 길드잖아?’ 그리고 그 복장이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의 복장이란 것이 모두를 긴장케 했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탐험가 길드 애들 사냥터에서 만나서 좋을 거 없는데, 왜 여기 오는 거지?’ 기본적으로 사냥터에서 탐험가 길드를 만나는 경우는 대부분 사냥터를 통제해야 하니까 협조를 부탁한다, 그런 말을 듣는 경우였다. 말이 부탁이지, 사실상 협박. 특히 상위 레벨 사냥터일수록 탐험가 길드의 입김은 더더욱 셌다. 당장 이곳 오우거의 숲 같은 경우도 오우거의 단말마로 인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처리하는 건 탐험가 길드였다. 이곳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탐험가 길드에 빚을 지거나, 지는 중이라는 의미. 그게 아니더라도 260레벨 이상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여러모로 제대로 게임을 하는 부류들이었다. 길드에 소속되거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이들은 도움을 받은 소속 집단 때문에라도 탐험가 길드를 상대로 감히 이빨을 드러낼 수 없는 자들. 쉼터에서 쉬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굳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한테 가네?’ ‘뭐지?’ 그러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는 탐험가 길드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 갑옷과 투구를 쓴 플레이어가 BJ대마도사에게 걸음을 내디디는 순간 더 이상 당길 수 없을 만큼 고무줄처럼 팽팽해졌다. ‘뭔가 큰 사건이 터질 것 같다!’ BJ대마도사와 탐험가 길드, 가까이 대면 어떤 식으로든 강렬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으니까.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이 그곳에 집중됐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미칠 노릇이었다. ‘아니, 또 뭔데?’ 가뜩이나 일이 안 풀려서 미치겠는데, 왜 탐험가 길드가 자신한테 온단 말인가? “BJ대마도사님 맞으십니까?” “아, 예.” 그리고 이내 시작된 대하, 그 대화에서 미다스가 상대방을 향해 말했다. “그러는 그쪽은 탐험가 길드 소속 니플이죠?” 그 말에 주변의 플레이어들은 물론 이곳에 온 탐험가 길드원들도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바로 알아차리네?’ ‘어떻게?’ 투구를 쓰고 있는 플레이어의 정체를 이렇게 확실하게 파악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으니까. ‘BJ대마도사 정보력이 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 미다스를 향한 시선에 경이로움이 깃들 정도. 물론 정보력 덕분에 그런 게 아니었다 ‘일단 아는 척부터 하자.’ 그저 보이는 것뿐. 그때 미다스의 앞에 있던 플레이어가 투구를 벗은 후에 바로 자신을 소개했다. “탐험가 길드 소속 니플이 맞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플레이어도 아닌데 알아봐 주시니 영광이군요." 그 말에 미다스가 슬쩍 니플의 스탯을 봤다. ‘유명하지 않은 것치고 스탯은 동급 최고 수준인데?’ 278레벨, 그 레벨대의 플레이어들 중 이름난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스탯은 니플이 탐험가 길드에서 나름 핵심적으로 키우는 플레이어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왔다는 건 그 이유가 더더욱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 “능력치는 270레벨대 플레이어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알려진 게 없으면 더 눈에 띄는 법이죠.” 그 부분을 한 번 더 건드리면서 분위기를 잡은 미다스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오우거 사냥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냥하시는데 여러모로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더 나아가 몇몇 분들이 BJ대마도사님의 사냥 때문에 생기는 여파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움직이는 파파라치의 숫자는 그 자체로도 민폐. 파파라치가 아니더라도 BJ대마도사와 어떻게든 엮이고 싶어서 접근하는 플레이어의 숫자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런 부류들은 BJ대마도사에게 불편함을 끼치진 않았지만 주변에는 분명 불편함을 끼치고 있었다. 불만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일. 해서 보통은 이런 경우에 탐험가 길드가 적당히 상황을 정리하고는 했다. ‘BJ대마도사잖아?’ 그러나 상대는 보통이란 범주에 넣을 수 없는 존재. “불만?” 당장 미다스가 그 불만이란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는 건 물론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그 사실에 주변 플레이어들이 침을 삼켰다. BJ대마도사가 결코 순순히 불만을 용납할 리 없다! 그리 생각한 탓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속내는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 이럴 줄 알았어. 어떻게 하지?’ 정말 탐험가 길드가 나설 만큼 불만이 나온 거라면 어떻게든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게 미다스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의 전부였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줬으면 합니까? 사냥터라도 옮겨달라, 이겁니까?” ‘설마 진짜 자리를 옮겨달라는 건가? 어디로?’ 그러한 미다스의 거듭된 민감한 반응에 니플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사냥터를 좀 옮겨주셔야겠습니다.” 그 대답에 좌중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BJ대마도사가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누가 봐도 시비를 거는 거야.’ ‘BJ대마도사 성격이면 대놓고 지랄할 가능성 99퍼센트다.’ 미다스의 분위기도 차갑게 식었다. ‘젠장, 어디로 가지? 마땅한 곳이 없는데?’ 결국 자신이 주변에 민폐를 끼친 게 된 셈,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니플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장소는 이미 탐험가 길드가 마련했습니다. 조용히 BJ대마도사님 혼자서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장소로.” 그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다스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미다스의 물음에 니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 순간 니플의 머릿속에는 탐험가 길드의 마스터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대화 내용은 무척 길었으나 핵심은 간단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레벨 제한이며, 그렇기에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아도 빠르게 레벨업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물론 니플은 알고 있었다. ‘원치 않아도 레벨업을 하게 해주지.’ BJ대마도사가 이 의도를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을. 당장 니플을 보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단순히 의심하는 수준을 넘어 경계하는 표정. 실제로 미다스는 경계하고 있었다.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야?’ 이게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경계. 그러한 미다스의 경계심을 향해 니플이 보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부디 사냥터를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거절하면 탐험가 길드와 전쟁이다.’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는 그 모습 앞에서 미다스에게 더 이상 선택지는 없었다. "후우......." 결국 미다스가 짧은 한숨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사냥터로 안내해주시죠?” 303화. < 95화. 오우거의 숲 (3). > 6.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알림. 크어어! 그 알림이 아련해지기도 전에 곧바로 다른 오우거 한 마리가 내지르는 괴성이 들렸다. “네놈!” 쿵! 그리고 그 괴성 앞을 골드 그리고 프로스트 골렘 두 마리가 가로막는 소리가 들렸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대폭발.”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곧바로 대폭발 캐스팅을 시작했다. 동시에 미다스의 눈이 왼편을 향했다. 크르르! “럭키, 제가 막겠습니다! 공격을!” 그러자 이번에는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 그리고 실버가 한 몸이 되어 또 다른 오우거 한 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광경을 보던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리는 순간. ‘골드 쪽부터 정리해야겠어.’ 미다스가 곧바로 골드 쪽으로 몸을 돌린 후에 손에 들린 두 개의 파이어볼을 잽싸게, 순차적으로 던졌다. 푸슛! 그 손을 떠난 파이어볼이 숲의 나뭇가지들을 가뿐하게 뚫으며 오우거의 머리통에 명중했다. 퍼엉! 이윽고 들리는 강렬한 폭발음. 크어! 자연스레 뒤를 잇는 오우거의 괴성, 그 괴성에 이번에는 불꽃창이 꽂혔다. 푸홧! 그다음은 대폭발의 구슬이었다. 두 구슬이 양손에 잡히는 순간 미다스가 그것을 동시에 던지면서 소리쳤다. “다들 뒤로 물러나!” 곧바로 골드와 프로스트 골렘이 뒤로 걸음을 물렸고, 그 사실에 오우거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오우거의 머리통에 두 개의 구슬이 동시에 닿았다. 콰과광광! 앞선 마법들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음과 함께 그 육중한 오우거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남은 피통 10퍼센트, 질긴 명줄도 없고, 단말마도 없고.’ 그 오우거의 상태를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마무리 지어!” “예, 주인님!” 그 명령에 전력을 다해 오우거에게 달려드는 골드를 뒤로한 채 미다스가 럭키 쪽을 향했다. “럭키야, 주인님이 간다! 기다려!” 왕! 그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 볼 앤 아이스 스피어! 사역마 아이스 애로우, 사역마 파이어 애로우!” 그 외침을 끝낸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자세를 잡았다. 거리는 80미터. 그 거리에서 미다스가 단 한 걸음의 물러섬도 없이, 이동도 없이 다시 한 번 더 마법 포격을 시작했다. 퍼엉! 콰직! 파직! 연거푸 들리는 마법 소리, 그 소리 사이로 사역마 두 마리가 품은 마법 화살들을 푸푸푸, 기관총처럼 발사하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 오우거의 비명소리마저 떨게 만드는 쉴 새 없는 공세, 그 공세 속에서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가 잽싸게 오우거의 두 다리를 향해 동시에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었다. 콰직! 그리고는 다리를 문 상태에서 그대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크어! 가득이나 미다스와 사역마의 쉴 새 없는 공격에 혼란스러운 오우거, 결국 그 오우거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꽈릉! 대지가 비명을 내질렀다. 크헝! 그 순간 쓰러진 오우거의 가슴팍 위로 거대화 모드 상태인 실버가, 그 거대 사자가 올라탔다. 쿠궁! 거대화 모드로 생긴 그 육중함과 그 거대함에서 나오는 육중함이 오우거를 짓눌렀다. 크어! 그 넘치는 힘의 오우거조차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고, 일어나지 못할 지경. 크헝! 그러한 오우거의 얼굴을 물어뜯기 위해 실버가 재차 입을 벌리며 공세를 퍼부었다. 크르르! 크르르! 그리고 럭키와 가름의 그림자는 그 틈을 노려 오우거의 두 다리 가죽과 살점을 갈기갈기 찢었다. 퍼엉! 그때 날아온 파이어볼이 쓰러진 오우거의 머리통을 단숨에 뒤덮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실버가 맞았을지도 모르는 순간. 그러나 그것을 던진 미다스의 얼굴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조준 완료, 미스는 없다.’ 있는 건 정확하게 맞추리란 자신감뿐. 그 자신감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마법을 던졌고, 그 마법은 실버와 뒤엉킨 오우거만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신기에 가까운 명중률.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에 전투의 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오우거 3마리와의 전투가 끝나는 순간. 놀라운 일을 해내는 순간이었다. ‘3마리를 동시에 잡게 될 줄이야.’ 갓워즈에서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로 오우거 3마리를 동시에 상대한 플레이어는 없었으니까.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오우거의 숲이 가지는 철칙 때문이었다. 절대 나대지 말 것, 그 철칙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곡예를 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으니까. 오로지 탐험가 길드의 관리를 받기에 용납될 수 있는 곡예. ‘진짜 개꿀이네.’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더욱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좌중을 두리번거리는 미다스의 눈에는 곳곳에 배치된 탐험가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만약 미다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미다스를 도와주기 위해 대기 중인 이들로, 하나하나가 일반 플레이어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는 실력자들이기도 했다. ‘VVIP서비스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속 쓰릴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진짜 경험해보니 차원이 다르네.’ 그게 바로 탐험가 길드가 자랑하는 최고가 도우미 서비스, VVIP서비스였다. 그저 단순히 편한 사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안전이 보장된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릴을 즐기게 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이 갓워즈란 가장 완벽하게 즐기게 해주는 것이었다. ‘헉소리 나오게 비쌀 만하네.’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 서비스를 위해 대부호들이 기꺼이 억만금이 넘는 돈을 지불할 만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신했다. ‘확실해. 나한테 이 서비스가 계속 제공될 리 없어.’ 이 즐거운 나날은 결코 길지 않으리란 것을. 상식적으로 탐험가 길드가 이런 어마어마한 고액의 서비스를 한도 끝도 없이 해줄 리가 없었다. 미다스에게 무료로 해주는 비용 자체가 아까운 게 아니었다. 아까운 건 다른 VVIP고객들이 느끼게 될 아쉬움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짜로 서비스를 해주는 건 미다스가 생각하기에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분명 미다스 때문에 생긴 불편함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그 불만을 탐험가 길드에 표시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의 그 어떤 지원 없이 마음대로 활동하는 게 탐탁지 않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한 번 이 서비스가 얼마나 끝내주는 맛인지 제대로 맛 좀 봐라, 하는 의미의 맛보기를 해주는 것.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하는 생각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뽕을 뽑아야 해. 어차피 다시는 이런 거 경험해볼 날도 없으니까.’ 괜히 탐험가 눈치 따위는 보지 말고, 탐험가 길드와 함께 사이 최대한 많은 오우거를 잡아야겠다! 문제는 방법. ‘오우거 넘치는 곳에 가서 사냥하겠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분명 뭐라고 하겠지.’ 대놓고 뽕을 뽑고 싶다고 하면 탐험가 길드가 당연히 해드야죠! 해줄 리는 만무. ‘두루뭉술하게 가야 해.’ 즉, 의도는 숨겨야 했다. ‘라이브 방송한다고 하면서 적당히 도와달라는 식으로. 터뜨리는 건 라이브 방송이다.’ 대신 일단 하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그 방식을 떠올린 미다스가 곧바로 자신의 머리 위로 양팔을 교차하며 X자를 만들었다. 그러자 탐험가 길드 멤버들이 잽싸게 미다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후에 말했다.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다른 게 아니라 니플 님하고 이야기 좀 나누고 싶은데요?” “예." 그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니플이 미다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니플 정도 되는 실력자가 주변에 대기한 채 미다스를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의미. 여러모로 VVIP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우에 미다스가 속으로 감탄을 머금은 채 준비한 멘트를 던졌다. “다른 건 아니고, 이제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하는데 그때도 이렇게 도와주실 겁니까?” 그 물음에 니플은 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었다. ‘라이브 방송을 핑계로 벗어나려하다니, 방법이 너무 구식이군.’ 지금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뻔히 보였으니까. 당연히 니플은 그 의도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저희랑 같이 하시는 게 더 안전할 겁니다. 라이브 방송이면 더더욱 해프닝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니까요.” “에이, 라이브 방송의 묘미가 바로 그 해프닝이 나올지도 모르는 건데, 그럴 순 없죠. 그냥 알아서 사냥하겠습니다.” 재차 튕기는 미다스. "죄송하지만, 오우거의 숲에서는 그 해프닝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집니다. 그걸 관리하는 게 탐험가 길드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니플의 단호한 말에 미다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좀 무리할 건데, 괜히 탐험가 길드가 휘말려서 고생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이어진 물음에 니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은 거죠?” “예." “그럼 진짜 라이브 방송 여기서 이대로 해도 되는 거죠?” “예." 그 확고부동한 대답에 미다스가 속으로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죠.” “바로요?” 그 순간 놀라는 니플을 향해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지금 당장 방송을 할 겁니다.” ‘좋아, 낙장불입이다.’ 7. - BJ대마도사랑 탐험가 길드가 만났다! ㄴ 왜? ㄴ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 관련 민원 들어왔다고 자기들이 관리하는 사냥터에서 사냥해달라던데? ㄴ 그러니까 일반 사냥터에서 사냥하면 민원이 들어오니까 자기들이 관리 하에서 사냥해라? BJ대마도사와 탐험가 길드의 만남 소식이 실시간으로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퍼졌다. 그뿐이었다. - 그거 그냥 VVIP서비스잖아? - 이제 BJ대마도사도 탐험가 길드한테 VVIP서비스 받는 모양이네. - 이상할 건 없지. 솔직히 BJ대마도사가 그냥 일반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게 민폐이긴 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에는 그 만남은 그들이 사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딱히 루머가 붙을 만한 일도 아닌 일.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하려는 모양이지?” “그게 아니라 그냥 좀 더 편하게 사냥하려고 그런 걸 수도 있지. BJ대마도사도 반발 없이 따라갔다면서?” “솔직히 BJ대마도사 수준이면 탐험가 길드 VVIP서비스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이지.” 무언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이야기에 큰 의미를 두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박영준 입장에서는 달랐다. 툭툭! 거듭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박영준은 탐험가 길드의 의도를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레벨업 페이스를 흔들 생각이야.’ 누가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 부분은 박영준의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의도를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건 필시 무언가 노림수가 있다는 의미. 박영준이 고민하는 건 그것을 알기 위함이었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확실한 건 그냥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양반은 아니었다. “저기 BJ대마도사한테 라이브 방송 요청이 왔습니다.” 그때 나온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바로 되물었다. “세부 내용은?” “딱히 다른 내용은 없었습니다. 타이틀은 그때 알려준 것처럼 접근 금지라고 하고, 추가적인 내용으로는 탐험가 길드랑 같이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바로 하고 싶다고 합니다.” 당장 라이브를 한다! 그 표현에서 박영준은 바로 BJ대마도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승부를 볼 생각이야.’ 그가 이번 상황을 길게 끌어갈 생각이 없음을. 그 순간 박영준은 고민을 멈췄다. ‘지금은 BJ대마도사의 페이스에 최대한 맞춰준다.’ “라이브 방송 준비해.” 지금 그가 해야 하는 건 미래를 그리는 게 아니라 BJ대마도사를 최대한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것이었으니까. 8.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말과 함께 인사를 건넨 미다스가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했다. - 갑자기 튀어나오네. - 그래서 오늘은 무슨 방송이죠? - 느낌이 딱 봐도 평생 솔로로 가겠다고 선언할 각인데? - 럭키나 보여줘요!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수선했다. 예고 없는 라이브 방송이니 어쩔 수 없는 일. “일단 현재 저는 탐험가 길드의 도움을 받아 오우거의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VVIP서비스 받아보니까 정말 끝내주더라고요. 오우거 3마리를 동시에 잡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미다스가 본론을 꺼내는 순간 채팅창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아는 탓이었다. - 뭔가 큰 거 터뜨릴 것 같은데? - BJ대마도사라면 조용히 게임 안 하지. 자신들이 보는 이 방송의 주인공이 얌전함이나 조용함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플레이어라는 것을. “덕분에 현재 진행 중인 오우거 3,333마리 사냥 퀘스트를 편하게 깰 수 있을 듯합니다.” 그 예상대로 미다스가 놀라운 선언을 했다. - 잠깐, 몇 마리? - 3,333마리? 리얼? - 무슨 퀘스트가 그래? - 구라치는 거 아니야?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경악할 만큼 말도 안 되는 퀘스트. 반면 당사자인 미다스는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어갔다. “원래는 혼자 그냥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탐험가 길드의 도움 덕분에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미다스가 준비한 노림수 멘트였다. ‘좋아, 질렀다.’ 이번 멘트로 말미암아 탐험가 길드는 좋든 싫든 이제 미다스의 퀘스트 진행을 도와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3천 마리 다 잡는 거 라이브 방송 보는 건 귀찮으실 테니까 오늘은 하이라이트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오우거 단말마 아시죠? 단말마 지르는 오우거를 미끼 삼아서 오우거가 저한테 오게 하는 겁니다.” 혹여 미다스가 상식 밖의 사냥법을 보여주더라도. - 잠깐,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 단말마를 이용해 일부러 유인을 하겠다고? 그거 민폐짓 아니야?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말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순간. 크어어어어어! 그 순간 모두의 귓속으로 온몸을 소름으로 덮게 만드는 찢을 듯한 울음이 파고 들었다. 오우거의 단말마가 나오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뭐, 설명보다는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 멘트를 끝으로 미다스가 찡긋, 윙크를 한 번 하며 말했다. “그럼 탐험가 길드분들 잘 부탁드립니다.” 9. - 그럼 탐험가 길드분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단말마를 이용하겠다고? 그게 말이 돼?” “탐험가 길드 영역 내에서 하는 거니까 주변에 민폐는 안 끼칠 것 아니야?” “아니, 민폐는 둘째 치고 이제 오우거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텐데, 그걸 BJ대마도사가 잡아야 한다는 거잖아?” “그전에 오우거 3천 마리 잡는 게 가능은 한 거야?” BJ대마도사가 내놓은 이야기들 중에 상식적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래 이거지.’ 반면 박영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비스를 받기 싫으면 진상짓을 해야지.’ 박영준이 보기에 BJ대마도사의 이번 행동은 탐험가 길드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쉽진 않겠지만.’ 물론 이번 방식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방법이라는 것. 전 방위에서 오는 오우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파티원을 쪼갠 후에 싸우는 각개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 파티에는 힐러가 없다.’ 이런 각개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생존율, 그러한 생존율은 포션만으로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필시 힐러가 필요한 대목. 그 고민에 박영준이 머리를 굴릴 무렵이었다. - 자, 그럼 이제 우리 팀의 새로운 힐러를 소개하겠습니다. 미다스가 그 힐러를 소개했다. - 팀의 체력을 책임진다, 수호자 모드, 잭팟! - 주인, 시끄럽다. 떠들지 말고 사냥에 집중해라. 304화. < 96화. 솔로 복귀 (1). > 1. 집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빠르게 잡고 싶으니, 집에 불을 질러 보겠습니다. 단말마를 이용해서 오우거를 사냥하겠다는 미다스의 말은 그런 소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즉,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고 당연히 그 소리에 시청자들은 물론 라이징 스타 채널 관계자들 모두가 경악했다. “뭐라고? 단말마를 써서 유인을 하겠다고?” 그중에서도 가장 경악을 금치 못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였다. 당연했다. “여기서?" 미다스가 불을 지르겠다고 한 집의 집주인이 바로 탐험가 길드였으니까. 더욱이 탐험가 길드의 역할은 그저 단순히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예,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친 새끼.” “대장님, 그럼 어떻게 할까요?” 집을 방문해주신 VVIP고객님이 무엇을 원하는 간에 그 원하는 방식으로 집을 꾸며주는 것. “어떻게 하긴, 오우거를 유인해서 데려다줘야지.” 당연히 탐험가 길드는 BJ대마도사가 단말마를 이용한 유인 사냥을 한다면 그에 맞게 지원을 해줄 의무가 있었다. “저기 단말마인데요?” 물론 경악할 수 없을 만큼 난이도가 높은 의무였다. 단말마 스킬은 오우거를 강제로 모이게 만드는 스킬이었다. 일정 거리로 데려오는 순간 오우거들은 무작정 BJ대마도사를 향해 달려갈 터. 그렇게 몰려드는 오우거의 숫자가 일정 숫자를 넘어선다면 당연히 BJ대마도사는 이렇게 말할 터였다. “너무 많으면 BJ대마도사가 튈 거 아닙니까?” 오우거들 사냥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드니까 여기서 사냥을 멈추겠다고. 달리 말하면? 탐험가 길드랑 사냥하는 게 불편하니 그냥 평소하던대로 혼자서 알아서 사냥을 하겠다고. ‘젠장, 이런 수를 꺼낼 줄이야.’ 니플이 보기에는 바로 그게 BJ대마도사의 노림수였다. 그것도 고약한 노림수. 앞서 말한 것처럼 BJ대마도사가 생각한 것보다 오우거가 많이 올려온다면 VVIP서비스는 거기서 종료였다. ‘이건 못해도 안돼.’ 반대로 만약 BJ대마도사가 오우거의 숫자가 적어서 잡은 후에 다음 오우거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넘치는 바람에 잡담을 떠는 경우에도 VVIP서비스는 종료였다.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란 건 플레이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누리게 해주는 서비스, 그저 단순히 음식을 입에 먹여주는 게 아니라 먹이는 순간 고객이 감탄을 금치 못해야 하는 서비스였다. 그게 VVIP서비스가 탐험가 길드의 상징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즉, BJ대마도사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끊임없이 오우거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미. ‘아니, 못하면 더 큰일 난다.’ 아니, 여기서 BJ대마도사의 입에서 ‘제가 몬스터 잡는 것보다 수급이 느린 거 보니까 VVIP서비스 별거 아니네요, 하하!’ 라는 말이 나오는 게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더더욱 치명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탐험가 길드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전력 증원 요청하고, BJ대마도사의 페이스 체크한 후에 오우거 데려와서 투입해.” “예." “어디 한 번 원하는 대로 오우거 잡게 해주자고.” 고객이 원하면 기꺼이 맞불을 놓을 뿐. 2. 크어어어어! “네놈, 그대로 있어라!” 숲을 울릴 정도로 쉼 없이 단말마를 내지르는 오우거와 그 오우거를 전담 마크하는 실버. 그 아우성 속에서 미다스가 전장을 바라봤다. 당장 보이는 건 우거진 숲이었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초목이란 장막으로 가로막힌 숲.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 장막 너머가 분명하게 보였다. 크-왕!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오우거 한 마리를 상대하는 럭키였다. “감히 가지 못한다!” 쿵! 그리고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자 프로스트 골렘 한 마리와 정령 전사 둘과 함께 다른 오우거를 상대하는 골드가 보였다. 쿵! 쿵! 쿵! 등을 돌렸을 때는 오우거 한 마리를 포위한 채 묵직한 전투를 치르는 블레이즈 골렘 세 마리와 그들을 돕고 정령 전사 셋이 보였다. “주인, 쉬지 말고 전투를 계속해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곁에서 잔소리를 하는 수호자 모드인 잭팟이 보였다. 무려 동시에 오우거 4마리를 상대하는 순간, 그 순간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기겁하고 있었다. - 와, 이게 돼? - 미친 4마리 동시에 사냥하네? - 놀라운 건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는 거지! 더더욱 놀라운 것은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 이후로 미다스는 단 한 번도 2마리 이하의 오우거를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여러 오우거와 싸우는 페이스가 계속됐다는 의미. - 전투력 장난 아니네. ㄴ 럭키랑 골드의 전투력은 그렇다고 쳐도, 잭팟 역할이 진짜 엄청 큰 것 같은데? ㄴ 그렇지. 성스러운 벼락이면 근접 딜러들이나 탱커들이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있으니까. ㄴ 그리고 말 안 듣는 원딜 정신 차리게 할 수도 있고. ㄴ 맞아, 원딜한테 일침 날리는 게 제일 크지. ㄴ 역시 이 파티는 원딜이 게으른 게 문제였어. 그야말로 BJ대마도사이기에 가능한 일. ‘탐험가 길드 애들 장난 아니네.’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더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단말마를 이용해 사냥을 하더라도 주변에 오우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처음 이 계획을 떠올렸을 때 미다스가 걱정한 부분도 그 부분이었다. 엄청난 걸 하는 것처럼 허세는 잔뜩 부렸는데 막상 오우거가 없어서 단말마가 의미 없는 경우. 크어어어어! 때문에 원래 계획에서 미다스는 단말마를 내지르는 오우거를 데리고 이동을 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눈을 믿고서. 그런데 탐험가 길드가 오우거를 데려다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얻는 메리트는 엄청났다. 당장 발리스타 효과가 끊이질 않고 적용됐으며, 장소 이동을 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무는 만큼 표적을 조준을 위해 적응을 할 필요도 없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퍼엉! 마법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바로 던지면 될 뿐.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을 즐기면 될 뿐이었다. ‘229레벨.’ 상식을 초월하는 레벨업 속도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 게 모래숲 몰이 사냥했을 때보다 레벨업이 빠르네요.” 그 멘트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 벌써? - 또 렙업함? - 이 겜 원래 이렇게 쉬운 게임인가요? - 이거 가만 보니까 갓워즈 어렵다고 한 애들 다 구라 같은데? 이거 완전 날먹 게임이잖아? 남들은 죽자살자 덤벼도 올리기 힘든 레벨을 하루 단위도 아니고 몇 시간 단위로 올리는 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동안 힘들게 레벨업한 이들 입장에서는 놀라움을 넘어서 허탈함이 느껴질 만한 일. [구스타프 님이 10,18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갓워즈 렙업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을 줄이야.] [라포 님이 10,18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구스타프는 나보다 낫지. 난 똘똘이도 힘들게 키웠다고!] 결국 이 바닥에서 최고 레벨대의 플레이어들마저 후원 채팅을 통해 제 심정을 표현했다. [아즈모 님이 10,18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원래 다들 이렇게 사냥하잖아? 아니야?] 물론 이런 와중에도 아즈모는 별개였다.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보다 더 엄청난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가진 게 바로 그였으니까. 어쨌거나 여러 감정이 튀어나오는 상황. ‘나 혼자 기뻐하면 안 되지.’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탐험가 길드 덕분에 정말 편하게 게임하네요. 너무 고마워서 미칠 지경입니다.” 이 혜택을 주신 탐험가 길드를 향한 감사한 마음을 전심전력을 다해, 온몸으로 표현했다. "감사의 의미로 탐험가 길드를 위해 노래라도 한 곡 할까요?” 그 후 내뱉은 멘트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탐험가 길드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시비 거는 건가? - 지금 탐험가 길드 상대로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게 확실함. 그게 아니면 노래를 불러줄 리가 없잖아? -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나을 듯. 그리고 잭팟이 시청자들의 심정을 직접 대변했다. “주인, 놀지 말고 전투에 집중해라.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 역시 잭팟님! - 할 말은 해준다, 잭팟콜라! - 잭팟님 덕분에 내일 먹을 햄버거가 미리 소화됐습니다. 당연히 시청자들이 잭팟의 발언에 열광했고 미다스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네.” ‘좋아, 잭팟 데뷔전도 완벽하다.’ 물론 이 역시 미다스가 의도한 연출이었다. 잭팟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한 연출. ‘그럼 이 페이스 유지하면서.......' 그렇게 분위기를 띄운 미다스가 전장에 집중했고, 그런 미다스의 눈에 이내 들어왔다. ‘리젠이네?’ 새로운 오우거들이 등장하는 광경이. 3. “BJ대마도사가 한 마리 더 잡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잡아둔 건 몇 마리지?” “셋입니다.” “셋? 세 마리 밖에 없다고?” “예." 이어진 대화에 니플은 굳은 표정으로 BJ대마도사가 전투 중인 방향을 바라봤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BJ대마도사의 명성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었고, 그의 전투 영상은 눈이 아플 정도로 봤다. 그렇기에 니플은 BJ대마도사의 전력을 결코 가소로이 여기지 않았다. 그가 규격 외의 괴물임을 인정했고, 그에 맞춰서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했음에도 BJ대마도사의 사냥 속도를 지금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변수는 있었다. 크어어어어! 지금 숲을 거듭 두드리는 오우거의 단말마부터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꽈릉! “아, 성스러운 벼락이다.” 그리고 잭팟의 수호자 모드와 그 잭팟이 성스러운 벼락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변수였다. 예지 능력이 있거나, 회귀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변수. 더불어 강력한 변수였다. “저거 있으니까 골드랑 럭키가 미쳐 날뛰는구나.” “당연하지, 그냥 목숨 하나 더 생긴 거나 다를 바 없으니까. 골드가 마음대로 광전사 모드도 쓰잖아?”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실력자에게는 어설픈 버프나 공격 지원보다는 성스러운 벼락같은 게 훨씬 더 효과가 컸으니까. 니플에게는 충분한 변명거리였다. “모두 집중해.” ‘어떻게든 잘 마무리한다.’ 그러나 위안거리가 될 순 없었다. 변수가 어떻든 간에 탐험가 길드가 여기서 BJ대마도사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으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몰이 팀이 온답니다.” “그래?” “그런데 열다섯 마리는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지금 열다섯 마리나 되는 오우거를 몰이해서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것도 그랬다. 분명 무리였다. “어차피 잡는 건 BJ대마도사고, 그중에서 일부만 빼다가 단말마가 미치는 곳에 노출시키면 알아서 BJ대마도사한테 갈 거잖아? 문제 없어.” ‘이 정도가 아니면 BJ대마도사의 페이스에 맞출 수 없어.’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니플은 기꺼이 무리를 했다. 그리고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제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어, 리젠됐습니다!” “뭐?” “이 근처에서 오우거가 리젠된 거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4. “적색경보!” “몬스터 리젠!” 스피커 마법을 통해 증폭된 탐험가 길드 마법사의 외침이 미다스 그리고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귀에 들린 건, 미다스가 단말마를 내지르는 유인용 오우거를 포함해 도합 네 마리나 되는 오우거를 상대할 무렵이었다. - 지금 뭐라고 소리 터졌는데? - 적색 경보라고? - 몬스터 리젠? 각개전투를 치르는 상황 속에서 일어난 이 경보에 시청자들은 모두가 똑같은 상상을 했다. 오우거의 단말마를 듣고 리젠된 수십여 마리의 오우거들이 한곳에 모여 군단을 구성하는 장면을. - 사고 터졌다! - 상황 개꼬였다! 오우거의 숲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가 터지는 장면을. 그 장면을 상상을 한 시청자들은 당연히 채팅창에 온갖 종류의 경고성을 내뱉었다. - 골드님 튀세요! - 럭키님 튀세요! - 실버님 튀세요! - BJ대마도사님, 남아서 시간 좀 버세요! 그렇게 쏟아지는 채팅으로 인해 채팅창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보는 이들조차 정신이 없을 지경. “리젠이라고요?”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당사자인 미다스는 무척이나 담담한 기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 BJ대마도사님이 왜 이렇게 평온하지? - BJ대마도사님, 지금 불났다고, 불! 적색 경보래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는 이렇다할 설명 대신 직접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줬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꽈릉!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섬광 한 줄기가 떨어졌다. 크어어어 이제까지 쉼 없이 단말마를 내지르던 오우거의 머리 위로. ……어억!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번쩍인 섬광과 함께 오우거가 진짜 단말마를 내질렀고, 혼란스러웠던 전장에 잠시 동안 적막이 흘렀다. 그 적막 속에서 미다스가 전장을 보며 말했다. “실버, 골드쪽 들어가서 도와!” “예, 주인님!” 이제까지 단말마를 내지르는 오우거를 1대1 전담 마킹했던 실버가 곧바로 골드쪽으로 향했다. “잭팟." 그리고 미다스가 잭팟을 향해 말했다. “나한테 오리온의 노래 걸어줘.” “알았다.” 그 짤막한 대답과 함께 잭팟이 미다스의 옆에서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노래가 시작됩니다.] [오리온 신의 힘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그러한 노래를 배경으로 삼은 채 미다스가 하나씩 버프 스킬을 외치기 시작했다. 용열병 그리고 리볼버. “트라이던트 애드원 앤 대폭발.” 그리고 마법 캐스팅까지. 서두르는 건 없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주변의 전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릴 뿐.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트라이던트 세 발을 차례차례, 지금 각개전투 중인 오우거 세 마리를 향해 하나씩 던졌다. 콰직! [오우거가 얼어붙습니다.] 그렇게 얼어붙은 오우거들을 향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의 골렘들이 전력으로 달라붙었다. 콰광! 부족한 화력은 미다스의 대폭발이 채워줬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공세 속에서 전장은 숨 몇 번 내뱉을 시간만에, 단숨에 정리됐다. - 맙소사, 벌써 끝? ㄴ 미리 준비했었는 듯! ㄴ 준비는 누구나 하지! 그걸 실전에서 바로 쓰는 게 어려우니까 문제지! 사전에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보여줄 수 없는 이 깔끔한 마무리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해내는 사이, 미다스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모여!” 왕! “예, 주인님!” 그 명령에 이제까지 각개전투를 치르던 모두가 한 곳에 모였고, 이내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방송 종료 선언에 채팅창에 질문이 쏟아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이미 하이라이트는 다 보셨잖아요? 어차피 다시 봐도 재방송일 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럼 다음에 훨씬 더 끝내주는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 마무리 멘트를 끝으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가 방송을 종료한 건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고작 리젠된 것만으로 탐험가 길드가 적색 경보를 보낼 리가 없지.’ 분명 탐험가 길드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 ‘탐험가 길드분들이 실수하는 걸 라이브로 보낼 수는 없지.’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도와주신 탐험가 길드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 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곤란한 광경은 보여줄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주변을 훑던 미다스의 고개가 이내 멈췄고, 이내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저기다.’ 듬성듬성 자리 잡은 리젠된 오우거들 사이로 보이는 오우거 한 무리 그리고 그들과 뒤엉킨 플레이어들이. “얘들아 가자.” 미다스가 그들을 향해 움직였다. “은혜 갚으러.” ‘탐험가 길드님들 제가 갑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305화. < 96화. 솔로 복귀 (2). > 5.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면한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시간이 들더라도 후환이 없도록 문제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 물론 가장 좋은 건 둘 다였다. 탐험가 길드의 방식은 당연히 둘 다, 신속 정확한 방식이었다. “오우거, 전부 처리해!” 명령을 내뱉는 순간 니플이 신속하게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라이트닝 부메랑!” 그리고는 곧바로 홀리 나이트 클래스의 스킬 중 하나인 라이트닝 부메랑을 꺼내 들고는 먼 곳에 보이는 오우거를 향해 던졌다. 파직! 날아간 부메랑이 오우거의 머리와 부딪치며 강렬한 스파크를 만들었다. 크어! 그 공격에 당한 오우거가 잠시 동안 정신을 잃은 듯 돌처럼 굳었고 이내 정신을 차리자마자 니플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 쿵! 쿵! 크어어어어! 오우거의 뜀박질에 땅이 울리고 울음에 숲이 울리는 광경은 제삼자의 시점으로 봐도 오금이 저리고도 남았다. 휘잉! 그러나 니플은 그런 무시무시한 오우거의 존재를 무시한 채 전장을 헤집으며 또 다른 오우거들을 향해 부메랑을 던졌다. 휘잉, 휘잉! 거듭해서. 크어! 크아! 그렇게 무려 다섯 마리나 되는 오우거의 어그로를 끄는 순간 니플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방패를 손에 쥐고는 그것을 앞세웠다. 크어! 그 순간 니플의 지척에 접근해 있던 오우거가 괴성과 함께 니플을 향해 맨주먹을 휘둘렀고, 니플이 방패를 들었다. 콰앙! 니플의 몸뚱이가 그대로 날아가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강력한 충격음이 숲을 울렸다. 아니, 니플의 몸이 정말로 날아갔다. 탱커가 날아가는 순간, 보통의 파티 사냥이라면 아, 엿됐네, 라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 그 순간 공중에 뜬 니플이 가볍게 공중제비 한 바퀴를 돌더니 바로 자세를 잡고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우거들을 끌고 숲을 다니기 시작했다. “후우.” 일명 나비 전법이었다. 그저 몬스터를 막아서는 방법으로는 두어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전부이지만, 이 나비 전법은 훨씬 더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시간을 끌 수 있었다. 탱커의 가치를 판가름하게 해주는 전법이기도 했다. 이 전법을 쓸 줄 모르면 그저 전투 내내 오는 몬스터와 몸을 비빌 뿐이지만, 이 전법을 제대로 쓸 수 탱커들은 최전선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니플은 당연히 이 전략을 쓸 수 있었다. ‘다섯 마리 정도라면 10분은 가뿐하게 버티지.’ 그것도 아주 제대로. 그게 그가 이번 BJ대마도사 건수의 책임자로 임명된 이유였다.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 도중에 생기는 큰 문제 대부분은 몬스터가 너무 많이 등장할 경우였고, 그런 경우에는 다른 어떤 능력보다 몬스터를 많이 잡아두는 능력이 중요했으니까. ‘문제는 처리다.’ 물론 그저 잡아두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자신이 시간을 끄는 사이 나머지 길드원들이 나서서 오우거를 제거하는 한편, BJ대마도사를 도와야 했다. 사실 돕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저 구출을 하면 될 뿐. 하물며 BJ대마도사가 그냥 플레이어도 아니고, 오우거를 상대로 탱킹을 하고도 남을 플레이어 아닌가? ‘만약 BJ대마도사가 방해라도 한다면…….' 그래서 골치가 아팠다. 그 BJ대마도사와 탐험가 길드는 지금 겉으로 웃으면서 서로의 배를 향해 칼을 찌르는 중.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순순히 탐험가 길드에 협조적으로 나오리란 보장은커녕 없었다. 도리어 여기서 판을 엉망으로 만들려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훨씬 더 상식적인 판단일 터. '최대한 빨리 정리한다.' 크어! 그 사실 앞에서 각오를 다지는 니플의 눈앞으로 또 다른 오우거의 주먹이 날아왔고, 니플이 잽싸게 방패를 앞세우며 제 방패와 오우거의 주먹을 충돌시켰다. 콰앙! 그리고 터지는 굉음과 함께 니플의 몸이 짤막한 비행을 마치고 바로 땅에 착지했다. 서커스 쇼처럼 눈이 돌아갈 법한 광경. 그 눈코 뜰 새 없는 광경 속에서 니플이 용케 눈을 돌려 자신의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BJ대마도사가 정리했습니다. “뭐?” 그리고 나온 채팅에 니플이 놀랐고, 그사이 오우거 두 마리가 동시에 니플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아!’ 니플이 채팅창에서 시선을 돌린 후 정면을 바라봤고, 앞뒤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춘 채 눈앞에 있는 오우거의 다리 사이로 잽싸게 빠져나갔다. 그 후에도 거듭 오우거의 공세가 시작됐고, 그 공세 속에서 한눈을 파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해보였다. ‘젠장, 무슨 소리야? 정리라니?’ 그러나 용케 한눈 팔 여유를 찾아낸 니플이 다시 한 번 더 채팅창을 바라봤고, 그런 그의 눈에 새로운 채팅 내용이 보였다. -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종료했습니다. - BJ대마도사가 오고 있습니다. BJ대마도사가 오고 있다! ‘뭐라고?’ 그 소리에 어느 때보다 섬뜩한 기운을 느끼던 니플의 머리 위로 갑자기 벼락 하나가 떨어졌다. 꽈릉! 그 벼락을 맞는 순간 니플은 생각했다. ‘날 죽이려…….' BJ대마도사가 이 혼란을 틈타 그냥 탐험가 길드를 싹 쓸어버릴 생각이라고. 그런 니플의 귓속으로 이내 알림이 들렸다. [성스러운 벼락이 당신의 체력을 크게 회복시켜줍니다.] '응?'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알림. “니플님!” 그 알림 뒤로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무척이나 친절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니플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6. 콰앙!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대폭발의 폭음과 함께 들린 알림을 끝으로 소란으로 가득 했던 오우거의 숲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후우." 내뱉는 숨소리가 이제는 선명하게 들릴 만큼의 고요함이. ‘미치겠군.’ ‘아, 어쩌다가…….' 탐험가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숨이 막힐 법한 고요함이었다. ‘BJ대마도사에게 도움을 받게 된 거지?’ 사고가 터졌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 그러나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지금 일어났다. “다치신 분 없죠? 있으시면 손드세요, 잭팟이 바로 벼락 한 방 때려드리겠습니다.”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를 도와 이 사고를 정리했다. 물론 BJ대마도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고는 아니었다. BJ대마도사 없이도 충분히 탐험가 길드가 제 역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고. 그러나 도움을 받았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니플, 그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부정하기에는 사실은 명명백백했으며 무엇보다 상대방은 BJ대마도사였다. ‘괜히 어설프게 말을 돌리다간 문제가 더 커진다.’ 결코 어설픈 수작질이 통하지 않는 상대. 그러나 대답을 내뱉는 니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얼굴 위로 짜증이 조금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감정이란 건 그리 쉽게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어? 내가 자존심을 건든 건가?’ 니플의 그 불편한 낌새를 파악한 미다스가 긴장했다. ‘하긴, 나 때문에 개고생하다가 불가피한 사고가 터졌는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도움까지 받으면…… 기분이 좋을 건 없지.’ 그러나 이내 니플의 심정을 이해하고는 미다스가 말했다. “하하, 사실 제 도움 따위는 필요 없으셨죠. 하지만 그래도 제가 받은 도움이 있는데 도와드리는 게 도리 아닙니까? 은혜는 갚으라고 있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그 말이 니플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나에게 엿을 줬으니, 나도 너희들에게 엿을 줬을 뿐이야. 표정이 더 구겨질 수밖에 없는 일. ‘아, 또 실수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도 이제는 긴장을 품었다. 물론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라이브 방송은 종료했으니, 오늘 일이 알려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불가피한 사고 아닙니까? 뭔가 대단한 일도 아니죠. 이런 거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그냥 갓워즈 접어야죠. 그러니까 다시 사냥합시다.” 별거 아닌 일 가지고 기분 상해하지 말고, 그냥 하던 일이나 하자. “그럼 다시 세팅하겠습니다. 아, 준비되면 말해주세요. 탐험가 길드의 페이스에 맞춰드리겠습니다.” 그 속행 선언에 니플의 표정이 달라졌다. ‘속행?’ 그는 BJ대마도사가 여기서 판을 뒤엎을 줄 알았으니까. 그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이 생길 것을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속행 선언이 고맙게 느껴진다는 말이 아니었다. 도리어 반대였다. ‘또 하자는 건…….' 한 번 실수는 실수이지만, 두 번 실수는 부주의이며, 세 번째는 실수가 아닌 능력이 되는 법. '......우릴 제대로 말려 죽일 속셈이구나.’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를 체면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리라 생각을 했다. “잠시 길드하고 대화를 하겠습니다.” 그 순간 니플은 이번 건수가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깨닫고는 곧바로 길드와 이야기를 준비했고, 그 모습을 본 미다스는 생각했다. ‘길드랑 대화? 설마 여기서 끝나는 건가?’ 자칫 잘못하면 여기서 꿀 빠는 걸 멈춰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어떻게 하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이야기. ‘계속 서비스를 받으려면 탐험가 길드분한테 메리트를 드려야 해.’ 그 반갑지 않은 이야기를 반가운 이야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황을 바꿔야 했다.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했고, 이내 답을 내놓았다. “아, 니플 님.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7. - 아즈모 : 그래서 거기서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에 단말마 사냥을 멈추는 제안을 했다고? 채팅창 위로 뜬 아즈모의 채팅에 박영준이 쓰고 있는 마이크에 대고 자그맣게 말했다. “예." 말이 글자가 됐고, 말을 뱉은 박영준의 입은 미소가 됐다. - 아즈모 : 너희들이 내 페이스를 못 쫓아오니까, 너희들에게 맞춰주겠다. 그런데도 못 쫓아오면. “아주 개망신이죠. 다시는 사냥을 돕겠다는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없을 만한 개망신.” 그 사건 이후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의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 단말마 사냥을 포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배려. 허나,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이 페이스마저 쫓아가지 못한다면 사실상 자신들이 BJ대마도사의 사냥에 어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 아즈모 : 거기에 이미 사고 관리 능력도 BJ대마도사가 낫다는 게 증명됐고. 하물며 이번 VVIP서비스의 계기였던 사고 관리 능력 역시 누가 더 나은지 증명된 상황. 솔직히 지금 당장 BJ대마도사가 VVIP서비스가 필요 없다고 해도 탐험가 길드가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는 여전히 탐험가 길드의 서비스를 받는 중이었다. - 아즈모 : 그렇다고는 해도 탐험가 길드를 괴롭히기 위해서 굳이 레벨업 페이스를 높일 필요는 없지 않나? 아즈모가 이번 대화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 부분이었다. 대체 왜 BJ대마도사는 계속 탐험가 길드의 서비스를 받는가? 그 의문에 박영준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대답했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사냥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 탐험가 길드는 더 많은 병력을 보충했습니다.” - 아즈모 : 보고 받았어. 그때보다 2배나 되는 인력을 투입했더군. “다른 VVIP들을 위해 투입한 전력마저 각출해서 데려온 상황이죠. 카드사로 따지면 그동안 VVIP에게 주는 혜택까지 축소하면서 어느 단 한 명의 고객에게 유례가 없는 혜택을 주는 겁니다. 그럼 그 VVIP들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그 질문에 아즈모가 바로 잠시 고민했다. - 아즈모 : 흠, 태어나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은 없어서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질문이군. - 아즈모 : 그래도 상상해보니까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네. 그 대답이 바로 박영준이 생각하는 BJ대마도사의 의도였다. “그렇죠, VVIP분들의 기분이 안 좋겠죠.” 만약 거기서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와 잡은 손을 놓았다면, 그건 탐험가 길드가 그냥 BJ대마도사의 실력을 서포트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끝날 일이었다. 탐험가 길드의 체면은 구겨지지만, 탐험가 길드를 애용하는 VVIP고객들의 빈정이 상하거나 할 만한 사건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BJ대마도사에 특별대우를 해주는데 기존 VVIP고객들이 기분이 좋다면 그게 비정상적인 일. “그리고 이제 조만간 300레벨 사냥터에 돌입합니다. 그곳에서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탐험가 길드에 돈으로 제공 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주시는 진짜 가치 있는 사람들이죠.” 하물며 BJ대마도사가 레벨이 오를수록 그 때문에 빈정이 상하게 될 VVIP의 수준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탐험가 길드는 이제 어떤 식으로든 피를 흘릴 겁니다.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확실한 심판이었다. - 아즈모 : 정말 대단하군, BJ대마도사의 노림수는. 그 사실에 아즈모가 감탄하는 순간, 박영준의 입가에는 보다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진짜 폭탄은 아직 터지지도 않았지만.’ BJ대마도사가 지금 보여주는 이 모든 게 진짜 메인 디시를 앞두고 나온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나온 미소 그리고 박영준이 화상통화를 못하게 만든 미소였다. 만약 화상통화를 했다면 이 감정을 아즈모에게 감추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 - 아즈모 : 어쨌거나 당분간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랑 오우거 3,333마리를 잡겠군. “예, 잡으면서 탐험가 길드를 처절하게 짓밟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겁니다.” 8.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기어코 3,333번째 오우거를 처치하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었다. ‘해냈다.’ 그저 주먹을 쥔 채 전율을 느낄 뿐.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솔로 플레이로 그토록 많은 오우거를 잡은 건 장담컨대 미다스가 갓워즈 역사상 유일할 터. ‘일주일 만에.’ 더욱이 그 엄청난 성과는 일주일이라는 짤막한 나날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더불어 일주일 동안의 사냥에서 얻은 결과는 퀘스트 공략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이 아니었다. [미다스] - 레 벨 : 238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138)/체력 (5+2081)/지력 (1092+3471)/마력 (243+2977) - 잔여 스탯 : 0 당장 미다스가 230레벨을 넘는 건 물론 238레벨을 달성한 상태. ‘하루에 1렙업 이상 했어.’ 이 역시 갓워즈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레벨업 페이스였다. 소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패럴라이즈]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상대방을 꼼짝 못 하게 마비시킨다. 230레벨 달성 스킬 보상에서는 레전더리 등급 스킬은 패럴라이즈를 얻었다. ‘이번엔 제대로 운이 따랐어.’ 이 역시 엄청난 소득이었다. 패럴라이즈는 어지간한 공격 마법보다 전투에서 훨씬 더 유용한 마법이었으니까. 특히 미다스의 손에서 발휘되는 상태 이상 효과는 다른 마법사 플레이어들과 차원이 달랐다. ‘사안, 트라이던트 그리고 패럴라이즈. 이것만으로도 보스 몬스터의 시간은 1분 이상 빼앗을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몽과도 같은 수준. 그러한 놀라운 결과물들 앞에서 미다스는 진심을 담아 생각했다. ‘전부 탐험가 길드 덕분이야.’ 이토록 달콤한 결과를 보게 해준 탐험가 길드가 정말 너무 고맙다고. 물론 당사자인 탐험가 길드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진짜 페이스 쫓아가기 힘들다.’ ‘무슨 속도가 이래?’ BJ대마도사의 사냥 페이스를 쫓아가느라 게임임에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 더욱이 그 사건 이후 탐험가 길드는 BJ대마도사를 돕는 길드원들에게 거듭 말했다. 절대 그때와 같은 사고를 내지 말라고. 평소보다 부담이 컸고, 부담이 큰 만큼 힘듦도 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속 가야 해.’ 그리고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계속 이 상황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탐험가 길드의 수작으로 말미암아 BJ대마도사는 레벨업 페이스가 급격히 빨라진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끝까지.’ 이대로 계속 간다면, 결국 파멸을 맞이하게 되는 건 BJ대마도사가 될 터. 그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숨을 돌린 니플이 BJ대마도사를 향해 말했다. “계속 사냥을 하시겠습니까?” 그 질문에 미다스는 생각했다. ‘그야 당연히 하고 싶지만…….' 마음 같아서는 그냥 퀘스트 무시하고 이 달콤한 꿀을 계속 빨고 싶을 지경.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아, 그 전에 퀘스트부터 공략하고요.” ‘처음에 라이브 방송에서 말한대로 오우거 3,333마리를 잡았는데 탐험가 길드가 더 도와줄 이유는 없지.’ 자신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는 이제 끝이라는 것을. 여기까지 VVIP서비스를 받은 것부터가 이미 충분히 엄청난 이득을 본 것임을. ‘그래, 여기서 만족하자.’ 그렇기에 미다스는 더 이상 욕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NPC 한 명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윽고 등장한 NPC가 소리쳤다. “나는 오우거 사냥꾼 피요로! 이곳에 오우거 3,333마리를 잡은 위대한 사냥꾼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인가?” “접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306화. < 96화. 솔로 복귀 (3). > 9. 등장한 인물의 외형적인 특징은 플레이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면으로 만든 듯한 옷에 검은색 털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조끼를 입은 모습은 몇몇 갓워즈의 궁수 계열 플레이어들이 갖추는 전형적인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를 플레이어로 보는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왼쪽 눈에 착용하고 있는 안대 때문이었다. ‘NPC다.’ ‘NPC네.’ 두 눈을 제대로 뜨고도 제대로 게임하는 이들이 손에 꼽는 갓워즈에서 저렇게 안대로 제 눈 하나를 병신으로 만드는 플레이어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허나, 그런 컨셉질을 하는 플레이어들 중에 지금 오우거의 숲까지 도달한 플레이어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오우거 사냥꾼 피요로! 이곳에 오우거 3,333마리를 잡은 위대한 사냥꾼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인가?” “접니다.” 때문에 그 NPC피요로가 제 소개 마저 끝내는 순간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그 인사를 받는 순간 탐험가 길드원들은 긴장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다.’ 지금부터 보게 될 건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귀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광경. ‘BJ대마도사의 다음 퀘스트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그토록 귀한 광경을 과연 BJ대마도사의 허락 없이 봐도 되는 것일까? 하물며 탐험가 길드는 그러한 게임 내 정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쥔 곳 아닌가? 그냥 말없이 본 다음에 ‘아,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변명을 감히 지껄일 수 없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니플이 무례를 무릅쓰고 대화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뭐 대단한 거 한다고.” 그러자 나온 BJ대마도사의 즉답에 니플의 머릿속이 다시 한 번 더 복잡해졌다. 이걸 보여준다고? 대체 왜? “사실상 퀘스트를 같이 깬 건데, 같이 들어야죠. 안 그래요?” 그러나 이어진 그 말에 니플은 BJ대마도사의 의중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놔줄 생각이 없군.’ BJ대마도사가 다음 퀘스트에서도 탐험가 길드를 제대로 부려먹을 생각임을. 물론 미다스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도움을 받았는데 이런 걸 숨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의 의중은 내뱉은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까지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데 여기서 사적인 일이니까 꺼지세요, 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어차피 조만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공개될 테고.’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영상을 공개하는 순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치는 지금보다 덜 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여기서 탐험가 길드에 무례를 저지르면서까지 아낄 만한 가치는 없다는 의미. 어쨌거나 미다스의 허락이 나오자 탐험가 길드원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사적인 순간 아닌가? 돈을 떠나 한동안 술자리에서 안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경험.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피요로 님, 제가 당신이 찾는 사람이 맞습니다.” 그 주목 속에서 미다스가 NPC피요로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 순간 NPC피요로가 쓰고 있던 가죽 털모자를 벗으며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절박하기 그지없는 모습. 그 모습에 미다스가 본인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NPC피요로에게 다가가 말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으나, 무슨 일이든 간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되겠습니다.” 마치 불구덩이에 아이를 구하러 가는 시민과 같은 모습에 좌중의 분위기 역시 무거워졌다. 그 분위기 속에서 NPC피요로가 말을 했다. “사람을 찾아주게.” 비장한 분위기를 만든 것치고는 퍽 쉬워 보이는 의뢰였다. 하지만 미다스는 맥이 빠지기는커녕 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굳이 제게 부탁을 하시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아주 위험한 곳에 있는 모양이군요.” “이곳 오우거의 숲에는 우리 사냥꾼들만 알고 있는 곳이 있다네. 신비한 약초들이 넘치는 곳이지. 그리고 평소에는 오우거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곳이었네.”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NPC피요로의 모습에 미다스가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오우거가 몇 마리나 있습니까?” “그게……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네.” 그리고 나온 대답에 가장 먼저 한숨을 삼킨 건 다름 아니라 이야기를 듣던 니플이었다. ‘미치겠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장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오우거가 우글거리는 숲에서 사람을 찾으라는 퀘스트 아닌가?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 ‘같이 들어가면 정신이 나가겠군.’ 하물며 그런 그곳에 BJ대마도사와 함께 들어간다는 건 끔찍하다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필시 그곳에서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를 쥐어짤 테니까. 그들의 입에서 ‘진짜 못해먹겠네, 때려치워!’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까지.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는 그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냥 많은데 사람을 찾아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이렇게 개꿀을 빨게 해줄 리가 없지.’ 그가 아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렇게 아주 쉬운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많다, 그게 전부입니까? 다른 건 없습니까?” ‘딱 봐도 견적 나오네.’ 때문에 미다스는 예상했다. “혹시 오우거들이 무리를 짓는다거나, 하는 경우.”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리고 그 예상이 적중하는 순간, 탐험가 길드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친, 그게 말이 돼?’ ‘오우거가 넘치는데 무리를 짓는다고?’ ‘거기서 사람을 찾아?’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서 생기는 사고를 처리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 당연히 탐험가 길드원들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 갓워즈지.’ 반면 미다스는 그 사실에 딱히 놀라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위험에 빠지신 분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담담하게 퀘스트를 수락했다. “외 고맙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오우거 사냥꾼]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79레벨 이하 - 퀘스트 조건 : 피요로의 부탁을 받아 비밀의 정원에서 쓰러진 자를 구출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진행 도중 NPC를 구할 때마다 보상 추가 지급 !퀘스트 완료 시 ‘트윈 헤드 오우거’ 진행 가능 그 내용을 본 미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추가 보상?’ 평소와 다른 퀘스트 추가 보상에 의문이 생긴 탓. 그러나 미다스는 그 부분보다 다른 궁금증을 먼저 해결했다. “저기 하나만 묻겠습니다. 그곳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갈 수는 없겠습니까?” 그 물음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니플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탐험가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어느 때보다 짙은 미소를 곁들인 채 나온 미다스의 시선에 니플과 탐험가 길드원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역시 우릴 지옥에 끌고 가서 굴리려고…….' 미다스의 의도가 끔찍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미안하네. 그곳은 우리 사냥꾼들의 삶의 터, 많은 이들을 함부로 보여줄 수가 없네. 내가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은 기껏해야 다섯 명.” 다섯 명! 그 단어에 탐험가 길드에서 그나마 급이 떨어지는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마저도 확실한 능력이 필요하네. 자네와 같이 결과로 실력을 증명한 자들 말일세.” “저처럼 오우거 3,333마리를 잡은 사람이요?” “그렇지.” 이어서 나온 말에 미다스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퀘스트 자체가 5인 퀘스트, 그마저도 외부인은 끼어들 수 없는 퀘스트네.’ 퀘스트를 억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씁." 그 사실에 미다스가 아쉬움을 가득 참아 혀를 찼고, 그 소리에 탐험가 길드원들은 식겁했다. 눈앞의 상대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못한 저승사자의 혀 차는 소리처럼 들렸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니플을 보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다음 퀘스트 장소는 탐험가 길드와 함께 들어갈 수 없을 듯합니다.” 정말 아쉽다는 듯이. ‘다행이다.’ 물론 니플 입장에서는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만약 일반 플레이어도 참가 가능한 퀘스트였다면 남은 네 자리에는 필시 그가 포함됨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의무와 고생이 주어졌을 터였으니까.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쉼 없이 내뱉는 니플에게 미다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번에는 이렇게 됐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그때도 이번처럼 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예?” “에이, 다음에도 같이 해야죠. 안 그래요?” 놀라는 니플에게 미다스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도는 별거 없었다. ‘일단 여지라도 남겨두자.’ 여기서 그냥 헤어집시다, 라는 말보단 낫다는 것.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는 달랐다. ‘……빌어먹을 그냥 못해먹겠다고 하고 때려치울까?’ 니플, 그가 들은 고객의 말 중 가장 섬뜩한 말이었으니까. “자, 최대한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남긴 미다스가 NPC피요로와 함께 움직였다. 10. 탐험가 길드와 헤어진 이후 NPC피요로는 미다스를 데리고 오우거의 숲에 있는 어느 동굴 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 후 동굴을 지나 그 끝에 있는 또 다른 곳에 도착했을 때 미다스의 눈앞에는 새로운 숲이 펼쳐졌다. “이곳일세.” 녹음이 우거졌던 오우거의 숲과 달리 이번에는 핏빛이 우거진 새로운 오우거의 숲을. “우리는 이곳을 비밀의 정원이라고 하네.” [비밀의 정원에 입장했습니다.]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그 알림과 함께 타이틀 보상창이 떴다.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 - 타이틀 설명 : 오우거의 숲에 있는 비밀의 정원을 방문한 자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20 생각보다 화끈한 보상.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러한 보상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오우거가 진짜 토 나올 정도로 많네.’ 핏빛 숲 곳곳을 채우고 있는 오우거들의 정보들에 눈이 돌아갈 뿐. 그만큼 많았다. “이곳의 오우거들은 무리를 짓고 있네. 마치 무언가의 명령을 따르는 듯이.” 동시에 NPC피요로의 말처럼 오우거들 서너 마리가 한 무리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모로 섬뜩한 곳. “이곳 어딘가에 내 동료가 있네. 동료의 이름은 세바. 그를 찾아주면 내 기꺼이 사례하겠네.” 그러한 섬뜩한 곳에서 단 한 명의 NPC를 찾는다는 것, 분명 힘든 퀘스트였다. 때문에 미다스는 확신했다. ‘원래는 몬스터와 싸우지 말고, 도망치면서 대상을 구출하는 내용의 퀘스트다.’ 이 퀘스트를 제대로 깨기 위해서는 오우거와의 전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을. 혹여 오우거 무리와 전투라도 치르다가 단말마라도 터지면 그야말로 핵폭탄이 터지는 격. 더욱이 오우거 무리를 상대하는 만큼 단말마가 터질 가능성이 높았고, 터질 경우 대처하는 것 역시 단일 개체를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어려웠다. ‘어렵진 않겠네.’ 물론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일단 그의 눈에는 당장 그가 찾아야 하는 NPC의 위치가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하물며 어그로를 관리하는 능력은 갓워즈에서 미다스보다 나은 실력자가 없는 상황. 심지어 미다스는 단말마가 발동할 오우거의 존재 역시도 사전에 파악이 가능했다. 그게 이유였다. ‘그보다 이 사냥터에는 나밖에 없는데, 그냥 내가 꼴리는 대로 사냥해도 되겠지?’ 미다스가 상식 범주 밖의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한 건. 그렇게 말없이 비밀의 정원을 분석하던 미다스가 이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저기 하나 그리고 저기 하나…… NPC는 네 명. 추가 보상 준다고 했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그러자 보이는 든든한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꿀 몰래 빨아먹는 게 좋아 아니면 대놓고 그냥 꿀을 빨아먹는 게 좋아?” 그 물음에 곧바로 모두가 대답했다. 왕! “주인님, 당연히 주인님의 명성에게 걸맞게 당당하게 빨아야지요!”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대답들에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천둥새 상태인 잭팟을 바라보았고, 잭팟이 이내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꾸우! “나쁜새가 말합니다.” 그 대답을 곧바로 골드가 해석해줬다. “알아서 하라는군요.” 그 말에 미다스가 피식 웃은 후에 정면을 바라봤다. ‘결국 솔로 복귀네. 그럼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솔로 복귀로 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내야겠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순간. ‘가만.’ 그때 미다스가 생각을 잠깐 틀었다. ‘기왕 솔로 복귀하는 거 서프라이즈로 가자. 처음에는 그냥 몰래 수색하는 척하다가 전투로 가는 거야.’ 그렇게 방송 시나리오 작성을 마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11. “웃기지도 않는군.” 말을 뱉은 멀린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 PC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 번 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말했다. “이쯤 되니까 오히려 궁금해지네. 벤처는 뭐래?” 이어진 물음에 엠마는 대답했다. “이번에 얻은 이미지 손해가 크니, 보상해달라고 하면서 청구서를 보냈어요.” “그 인간은 언제나 돈으로 다 계산을 하는군.” “복잡하게 다른 걸 달라는 것보단 낫죠.” “그래서 이번 일 어떻게 봐?” 이어진 물음에 엠마는 바로 대답했다. “나름 성공적이죠.” 탐험가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끌려다니고, 처절할 정도로 농락당한 것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든 대답. 하지만 엠마는 그 대답에 확신을 가졌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지.” 그리고 멀린 역시 그 대답에 동의했다. 이상한 건 아니었다. “결국 BJ대마도사가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레벨업을 했으니까.” 애초에 엠마와 멀린이 의도한 건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음에도 빠르게 레벨업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제안에 BJ대마도사가 회피 대신 오히려 더 불을 지르면서 치킨 레이스 같은 경주가 됐고, 그로 인해 탐험가 길드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BJ대마도사는 매우 빠르게 레벨을 올린 상태였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레벨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분명 출혈이 생긴 셈. 그저 일방적으로 소모만 하고 소득은 하나도 없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었다. “출혈 경쟁으로 가면 나쁠 건 없죠.” 그렇기에 엠마는 이 경쟁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치킨 레이스를 원하면 기꺼이 같이 달려주면 되죠. 그래서 말인데, 멀린 당신이 한 가지 일을 해줘야겠어요.” “뭐지?”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다음 퀘스트 정보를 알려준 거 알고 있죠?”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지. 탐험가 길드를 엮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실수로 정보를 줘버렸으니까.” BJ대마도사는 탐험가 길드에 퀘스트 과정을 보여줬고, 어비스 길드는 그 이유를 다음 퀘스트 공략 과정에서 탐험가 길드를 꿰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그다음 퀘스트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만이 진행할 수 있다,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만무. 결과적으로 정보만 유출하게 됐다. 적어도 어비스 길드가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5인 이하 파티로 오우거 무리가 우글거리는 숲에서 특정 NPC를 구하는 거지.” “퀘스트 공략법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생각하고 자시고, 누가 보더라도 전투를 최대한 지양한 채 탐색을 해야 하는 퀘스트이지. 모든 요소가 전투를 하지 말라고 배치된 거잖아?” 그제야 멀린이 엠마의 의중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가 그러지 못하도록 이쪽에서 제대로 불을 지르라, 이거로군. 그런데 사전에 협상하는 건 어때?” “사전에 협상을 하면 BJ대마도사는 분명 받아들이겠죠. 그리고 대처법을 강구할 거예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럼?” “그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순간, 후원 채팅을 통해서 도발을 한 번 해봐야죠.” “도발을 하려면 그만한 장작이 필요하지. 장작은 뭐로 하지?” “잭팟이 새로운 인간 모드를 얻었다면서요?” “포지션은 힐러지.” “그럼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 물음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인 나이아의 오브가 좋겠군.” 나이아의 오브. 오우거의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 무기 아이템. 당연히 G베이 경매장에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녀석이었다. “그걸로 되겠어요?” 그러나 그 제안에 엠마는 반박했다.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거라면 BJ대마도사는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까짓것 내가 사면 된다고 혹은 아즈모가 이렇게 말하겠죠. 그거 백 개도 쓸 수 있다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 “그럼?” “이지스의 오브, 그걸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죠.” 그 순간 멀린은 짧게 한숨을 내뱉은 후에 말했다. “정말 제대로 베팅하는군.” “네, 그렇죠.” 말을 하던 엠마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가 강제로 화려한 솔로 복귀를 할 수밖에 없는 베팅이죠.” 그리고 때마침 알림이 왔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내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일정을 발표했군요.” 베팅을 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이. 307화. < 97화. 운 없는 날 (1). > 1. - BJ대마도사가 시나리오 사냥터로 이동했다던데?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난이도 지옥이라고 함. 역대급 지옥. BJ대마도사의 새로운 행보가 속보로 보고되었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 난이도가 지옥이면 뭐해? 어차피 탐험가 길드랑 같이 하면 그냥 순삭할 텐데. ㄴ 맞아, 탐험가 길드 끼고 하면 일도 아니지. ㄴ 들어보니까 탐험가 길드는 못 가는 곳이라던데? ㄴ 진짜? ㄴ 그럼 다시 솔로 복귀하는거네? 그리고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 없이, 홀로 솔로 플레이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에 세상은 열광했다. ‘어우, 긴장돼.’ 물론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등골이 싸늘하게 식을 듯이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만반의 준비는 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도 가늠한 건 물론 사전에 비밀의 정원을 나름 탐색하면서 특성도 파악한 상태였다. ‘몇 번 전투 치렀을 때는 괜찮았다…….' 심지어 적은 횟수지만 전투도 치러본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우는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전은 다르단 말이야.’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 때문이었다. “야, 정현우.” 형의 거듭된 부름에도 정현우가 뒤늦은 반응을 보인 건.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정신을 팔고 다니는 거야?” 그런 동생의 모습에 정태우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오늘 소개팅 나가거든. 그래서 조금 긴장이 되네.” 동생의 그 모습에 정태우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구라를 치려면 성의를 담아서 좀 쳐라.” “아니, 왜? 내가 소개팅 받는 게 이상해?” “소개팅 받을 수야 있지. 하지만 소개팅 받은 네가 고작 그 정도로 긴장하는 것으로 그치는 일은 없어.” “뭐?” “장담하지. 너 소개팅 가는 날 심장 떨려서 도중에 병원에 실려 갈걸? 내기해도 좋아.” 정태우의 그 단호한 말에 정현우는 입을 꾹 다물었고, 그 모습에 정태우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하다, 팩트로 후려칠 생각은 없었는데.” “됐고, 할 말이 뭔데?” 이어진 되물음에 정태우가 정현우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딱히 대단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말해줄게.” 그 표현에 정현우는 바로 직감했다. ‘뭔가 있네.’ 필시 형이 말하고자 했던 게 평범한 게 아님을. 단지 고민하는 동생에게 괜한 고민을 더 얹혀주는 게 미안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임을. 그런 형의 배려를 정현우는 괜한 말로 걷어차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할 말은 없는 거지?” 그 짤막한 대답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정현우를 향해 정태우가 말했다. “현우야, 긴장해서 안 되는 게 되는 경우는 없어.” 그 조언에 정현우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형 말이 맞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는 게 훨씬 나은 법. 그렇게 긴장을 풀기 시작한 정현우에게 정태우가 마지막 말을 했다. “그리고 소개팅에서 안 될 놈은 죽어도 안돼. 그러니까 넌 긴장을 풀어도 안돼." “아, 진짜! 내가 기필코 솔로 탈출하고 만다!” 동생의 그 반발에 정태우는 대답 대신 피식, 웃음만 흘렸다. “나 나간다.” 반면 형의 놀림에 정현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그대로 문을 나섰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정현우에게 더 이상 긴장된 기색은 없었다. 2. - 방송 열렸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시작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시청자들 언제나처럼 폭발적인 기세를 보이며 들어왔다. [BJ럭키13131호팬 님이 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9313호팬 님이 2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실버3512호팬 님이 5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BJ잭팟12123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앞다투어 채팅창을 응원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2호팬 님이 2원을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3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응원 앞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도 제 라이브 방송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때보다 작은 목소리로. - 응? - 왜 이렇게 조용해? - 드디어 주제를 알고 목소리를 낮추는 건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잽싸게 의문을 제기했고, 그 의문에 미다스가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두어 번 두리번거린 후에 연인의 귓속에 속삭이듯 말했다. “이곳에 오우거가 너무 많아서 큰 소리로 말씀드릴 수 없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제야 비로소 그가 목소리를 낮춘 이유를 파악한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쳤다. 오우거가 무섭다고는 하지만 천하의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목소리를 낮출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 진짜 난이도 헬모드인 건가? ㄴ 에이, 설마.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자세를 낮출 필요는 없잖아? ㄴ 혹시 모르지. 진짜 지옥일지도. 혹여 정말 진심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는 거라면 이곳 사냥터의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 - 에이, 장난이라니까. ㄴ 장난 아니라니까! 채팅창에서 갑작스러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그럼 오늘 이곳, 비밀의 정원 공략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혼란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의 오우거 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또한 오우거들은 최소 3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제가 해야 하는 건 NPC세바를 찾는 겁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말을 멈추더니 재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심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서 전투는 불가능합니다. 단독 개체도 아닌 무리를 상대하는 와중에 단말마가 터질 경우 최소 오우거 10 마리와의 전투를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이곳에는 오직 저 혼자만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곳이죠.” 경계심이 듬뿍 담긴 그 발언에 이제 시청자들도 긴장된 기색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듣고 보니 장난 아닌데? - 오우거 무리라니, 지옥 맞네. - 여기서 사냥하는 건 자살행위지. 그 반응에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약 뿌리기 완료.’ 누가 봐도 어려운 무대를 앞두고 처음부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곳임을 거듭 강조한 후에 비로소 자신 있게 보여야 더 매력적인 법. 당연히 이 다음에도 연출이 계획되어 있었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중간에 에라, 못하겠다! 하면서 전투 선언을 하면 끝.’ 그 시나리오대로 미다스가 움직였다. “그럼 이제 은밀하게……." 그 순간이었다. [멀린 님이 10,18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렇게 조용하게 움직이는 건 BJ대마도사 스타일이 아니잖아?] 멀린, 그가 등장하자 긴장감 넘치던 채팅창의 분위기에 더 짙은 긴장감이 어렸다. 그저 멀린이 등장한 것, 그 사실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 멀린이다! - BJ대마도사 스타일이 아니라니? 그럼? - 킁킁, 딱 봐도 도발 냄새 난다. 누가 보더라도 멀린이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떠한 종류의 딜을 할 분위기라는 것. 그 예상에 부응하듯 멀린이 바로 말했다. [멀린 님이 10,19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렇게 조심스럽게 가지 말고 화끈하게 가자고.] [멀린 님이 10,19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오우거 무리 속에서도 상대로 한 번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 전투를 치러라! [멀린 님이 10,19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솔로 복귀 기념으로.] 그것도 혼자서! 멀린의 그 요구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그렇지! 역시 멀린 님이 뭔가 아네! - 화끈하지 않으면 게임을 하지 말라, BJ대마도사의 명언집 3쪽에 적혀 있었음! - BJ대마도사라면 그런 설정 따윈 묻고 그냥 바로 가야지! 아무렴! 대부분은 멀린의 반응에 열광했다. - 이거 위험한 거 같은데? - BJ대마도사님 무모한 짓 하지 마세요! - 맞아요, BJ대마도사님 당하면 럭키, 골드, 실버, 잭팟 님이 위험해지잖아요! 한편으로는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미다스는 다른 이유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뭐지? 내 의도를 눈치챈 건가?’ 혹시 멀린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채고 미리 스포일러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때였다. [아즈모 님이 10,19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왜 우리 BJ대마도사를 불구덩이에 집어넣으려고 해?] 아즈모의 등장에 분위기가 살짝 식었다. - 아즈모가 막으려나? - 아즈모가 BJ대마도사 커버쳐주는 거임? 아즈모가 멀린의 제안을 막으리란 생각에. [아즈모 님이 10,19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불구덩이에 집어넣을 거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지.] 물론 이어진 아즈모의 대답에 시청자들은 다시 열광했다. 그리고 멀린은 대답했다. [멀린 님이 10,19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당연히 준비해왔지. 잭팟의 수호자 모드일 때 쓸 만한 무기라면 괜찮잖아?] [아즈모 님이 10,19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설마 나이아의 오브 따위를 말하려는 거 아니겠지? 그런 거 백 개도 구할 수 있는데?] 이어진 아즈모의 반문에 멀린이 바로 대답했다. [멀린 님이 10,19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지스의 오브 획득 방법.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그리고 나온 발언에 곧바로 채팅창이 폭발했다. ‘미친, 이지스의 오브?’ 미다스의 머리도 폭발했다. ‘300레벨 전에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서포터 아이템 인 이지스의 오브?’ 이지스의 오브. 그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간단했다. 현존하는 300레벨 미만 무기 아이템 중 서포터 계열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 이제까지 오로지 단 한 곳, 어비스 길드를 포함해 10대 길드 중에 일곱 곳만이 구할 수 있었던 아이템이었다. 그마저도 어비스 길드가 남은 여섯 곳에 정보를 팔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정보의 대가도 엄청났다. 돈으로 거래가 되지 않을 정도. ‘진짜?’ 그런 엄청난 것을 제안받은 미다스는 얼빠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멀린 님이 10,19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그래서 BJ대마도사의 대답은?] 그런 미다스에게 멀린이 회심의 일격을 날리듯 후원 채팅을 날렸고, 그 채팅에 미다스는 빠르게 고민을 마쳤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할 거였는데…….' 그게 본래 하려던 거 아니었던가? “당연히 콜입니다.” 4천만 명의 시청자 앞에서 실시간으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언을 내지르는 순간. “자, 그럼 방송 시나리오를 바꾸겠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언성이 달라졌다. 앞서서 개미와도 같았던 목소리가 숲을 뒤흔들 만큼 커졌고, 태도가 달라졌다. “얘들아 나와!” 왕! “예, 주인님! 제가 왔습니다!” 그 말에 곧바로 숨죽이고 있던 럭키와 골드를 시작으로 실버와 잭팟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등장한 동료들을 배경으로 삼은 채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 라이브 방송 타이틀은 운 좋은 날로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이 시간부로 숨는 것 없이 당당하게 오우거들 대가리를 박살내면서 전진 또 전진하겠습니다!" 그 외침을 내뱉으며 한 곳을 바라보는 미다스, 그런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NPC세바를 찾을 때까지.” 2킬로미터 전방에 NPC가 있다는 것이. 3. 오우거의 숲에서 단말마 스킬로 인해 오우거 무리가 만들어지는 사고는 종종 일어났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나면 처리는 대개 탐험가 길드의 몫이었다. 당연히 탐험가 길드에는 그러한 사고, 일명 단말마 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있었다. 그 매뉴얼의 첫 번째는 바로 오우거 무리를 쪼개는 것이었다. 어떤 방법이든 좋았다. 탱커들이 어그로를 끌어서 나누든 아니면 그냥 오우거 무리에 돌진을 해서 나누든, 무리를 쪼개기만 하면 됐다. 그 이후 쪼개진 무리 중 숫자가 적은 쪽을 딜러들이 빠르게 해치우는 게 정석 매뉴얼이었다. 간단한 설명만 들어도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며, 실제로 탐험가 길드는 오우거 무리 숫자의 5배수의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것을 권장하고는 했다. 오우거가 다섯 마리가 뭉쳐있다면 25명, 열 마리가 뭉쳐있다면 50명이 투입되는 식. 그런데 그것을 지금 BJ대마도사는 혼자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저 겉핥기식이 아니었다. - 크르르! 가장 먼저 오우거 무리를 발견하면 실버가 달려가서 놈들에게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마치 볼링핀을 향하는 볼링공처럼. - 크어! 그러한 실버의 몸통 박치기에 오우거 무리의 전열이 무너지는 순간, 네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들이 경쟁하듯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쾅! 그리고 시작되는 거인들의 대결. 푹! 그 대결이 시작됨과 동시에 블레이즈 골렘의 몸에 숨어 있던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 튀어나와 손에 든 무기들을 휘둘렀다. - 나쁜개, 저쪽이다! - 크-왕! 그 다음은 차례는 럭키와 그 위에 탄 골드 그리고 럭키의 그림자. 그 셋이 외톨이가 된 오우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나쁜개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라! 주인님께 우리의 용맹함을 보여주는 거다! 왕! 보는 이의 입장에는 과할 정도로 무모하게. - 쩌정! 그러나 미다스의 곁에서 언제든 성스러운 벼락을 내리칠 준비가 된 잭팟의 존재가 럭키와 골드의 무모함을 위대함으로 바꿔주었다. 물론 백미는 BJ대마도사였다. - 콰릉! 이 거인들의 전투 속에서 가장 자그마한 BJ대마도사는 그 누구보다 위력적인 마법을 포격했다. 이제는 정말 전차라는 표현, 대포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 - 콰앙! 그의 파이어볼이 날아갈 때마다 오우거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바닥에 쓰러지고, 마네킹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 맙소사, 길을 만들고 있네. - 불도저네, 그냥 불도저야. 그렇게 BJ대마도사가 비밀의 정원, 본래는 숨 죽이라고 만든 그 핏빛 숲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저 혀가 내둘러질 따름. “대단하군.” 멀린조차도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광경 앞에서는 진심을 담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번에는 그 광경을 기꺼이 즐겼다. “정말 대단해, 이런 속도면 레벨업도 금방 되겠어.”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BJ대마도사가 무리하게 전투를 치르다 게임 오버를 당하는 것이었지만, 세상일이란 게 원하는 대로 돌아가진 않는 법. 지금처럼 압도적인 화력으로 오우거들을 혼자서 사냥하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본래는 하지 않았을 레벨업을 하게 되는 셈이었으니까. “아직 좋아할 때는 아니에요.” 물론 최선이 있으면 최악도 있는 법. “BJ대마도사가 그 NPC세바를 일찍 찾는다면 더 이상 사냥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이 강렬한 사냥이 한순간에 끝나는 경우. 애초에 BJ대마도사의 목적은 NPC를 찾는 거고, 그 NPC를 쉽게 찾을 수도 있었으니까. “설마 그렇게 운이 좋겠어?” 물론 상식적으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NPC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배치했을 리는 없었다. “모르죠, BJ대마도사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BJ대마도사가 그동안 보여준 행보를 생각하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혹은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미리 NPC세바를 찾아두고 처음 시작하는 척 연기를 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운이 아니라 운이 좋은 것처럼 사전에 상황을 이미 꾸며놨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비스 길드를 역으로 낚기 위해서. “설마……." “저도 큰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 사전 협상을 하지 않은 거니까.” 그러한 엠마의 설명에 말을 내뱉은 엠마 본인과 멀린은 애써 그 경우의 수를 부정하고자 했지만, 그 둘의 표정은 생각과 달리 점차 굳어갔다. BJ대마도사의 이름이 다른 이들이라면 우스갯소리였을 것을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소리로 만들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 엇! 저기 NPC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 방송 중인 BJ대마도사가 전투 도중에 한 곳을 가리키자, 곧바로 카메라가 그곳을 찍었다. 그러자 사람 하나가 보였고, 그 사람의 등장에 채팅창의 시청자들이 폭주했다. - 아, 이제 막 몸 좀 풀렸는데 여기서 끝나겠네요. 그럼 미리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종료해도 놀라지 마세요!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멀린과 엠마는 대화는커녕 반응조차 보일 수 없었다. ‘말도 안돼.’ ‘이게 가능해?’ 그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방송을 볼 뿐. - 세바님! 제가 구하러 왔습니다! 피요로 님의 부탁을 받고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 아....... 그때 NPC를 마주한 BJ대마도사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인사를 했고, 이내 대답이 나왔다. - 전 세바가 아닙니다. - 예? 뭐라고요? 그 대화가 나오는 순간 이내 굳어있던 멀린이 이내 피식,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는 이내 표정을 풀며 말했다. “다른 NPC였군. 그래,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바로 발견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 하하!” 그 표정에 엠마 역시 표정을 풀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으니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가만, 다른 NPC가 있다는 건 그게 하나가 아니라 다수일수도 있다는 거잖아?” 전화위복. “그렇죠.” “아무래도 이번 퀘스트 난이도가 BJ대마도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려울지도 모르겠군.” 도리어 어비스 길드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올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 사실에 이제는 표정을 완전히 푼 멀린이 모니터 속에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BJ대마도사를 보며 말했다. “BJ대마도사, 운이 없군.” 308화. < 97화. 운 없는 날 (2). > 4.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여기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를 표시하는 털북숭이 중년 사내를 앞에 둔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 네. 다행이네요.” 그 어색한 미소와 함께 미다스가 살짝 눈알을 옆으로 굴리자 반투명한 채팅창이 들어왔다. - 아, 꽝이었네요! - 어휴, BJ대마도사가 바로 꿀 빠는 줄 알고 잠깐 걱정했음. - 괜히 갓워즈가 갓겜이 아니라니까. - 아무렴, 내가 이래서 갓워즈만 즐겨 본다니까. 시청자들 모두가 미다스가 들이켠 헛물을 향해 고소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도 속으로 고소한 미소를 지었다. 정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가 설마 정말 운이 없어서 다른 NPC와 조우했을 리는 만무.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네.’ 당연히 지금 이 상황은 미다스가 사전에 준비한 연출이었다. 시청자들이 가장 즐기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지금처럼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 중에서 함정 카드에 걸려 곤란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었으니까. ‘너무 쉽게 찾으면 의심만 받지.’ 반대로 만약 미다스가 이번 퀘스트 NPC를 너무 쉽게 발견했다면 도리어 시청자들은 의심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미다스의 눈을 의심할 확률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가능했다. 사전에 미리 NPC를 찾아놓고 찾는 척 연기를 한 게 아니냐? 라는 종류의 의심.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거였다. “은인께 부족하나마 이거라도……." “아,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절 구해주셨는데 부디 제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보상이 있다는 것. - 어? 뭐야? 왜 뭘 주는 거야? - 제발 폭탄이었으면 좋겠다. - 아,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네. - 갓워즈가 초심을 잃었어. 그렇게 보상을 받는 미다스를 향해 시청자들이 장난삼아 분노하는 듯한 채팅을 치는 사이, 미다스가 크흠! 헛기침 한 번과 함께 보상을 확인했다. ‘어?’ “마스터 스킬북이네요? 유니크용.” 이어진 그의 발언에 채팅창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비단 시청자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구스타프 님이 10,19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유니크 마스터 스킬북? 그런 게 그냥 나온다고?] [라포 님이 10,2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무슨 게임이 이래?] 갓워즈의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도 그 보상에 모두가 예외 없이 놀라움을 표했다. ‘맙소사, 장난 아니잖아?’ 당사자인 미다스는 당연히 놀랐다.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은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효용 가치는 엄청났으니까. 특히 지금 이 시점, 200레벨 중반대에서 구한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지금 레벨대의 스킬 랭크를 마스터 랭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으니까. 그런 스킬을 고작 퀘스트 도중 만난 NPC를 통해 얻는다? 그것도 퀘스트 완료 NPC도 아닌 이벤트 NPC를 만나서? ‘표정 관리! 표정 관리하자!’ 그 순간 미다스가 바로 입가에 저도 모르게 번지던 미소를 지우고, 그 대신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 정도는 별거 아니네요.” - 뭐? 이게? 그 발언에 놀라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한 후에 말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하다 보면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은 심심할 때 나옵니다. 한 번 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나한테 이건 별거 아니다, 여러모로 도발적인 멘트. 그럼에도 미다스는 역풍 따위는 염려치 않았다. ‘그러니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열광해주세요.’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방법을 공개한다면 지금 느끼는 시청자들의 불만과 짜증은 오히려 환희와 기대로 바뀔 테니까. “그럼 다시 각 잡고 달려보겠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또 다른 NPC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설마 다음번에도 다른 NPC가 나오진 않겠죠?” ‘다음 NPC는 뭘 주려나?’ 5. - 정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예. 그보다 성함이? - 예? 아, 제 이름은 아만입니다. 그 대답이 나온 순간 채팅창 위로는 웃음소리 가득한 문자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또 꽝이요! - 냄새가 난다, BJ대마도사가 오늘 꽝만 뽑을 것 같은 냄새가. - 오늘 이 방송을 보는 우리들은 운이 좋군!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는 달랐다. “아, 또 꽝이야……." “한 번 더 해야 하네.”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되는 영상과 달리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지금 BJ대마도사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지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가 치르는 전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수준인지도 알고 있는 탓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문제 터질 것 같아.’ ‘그나마 운 좋아서 단말마가 안 터졌지, 이거 단말마 걸리면 진짜 사고 난다.’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 그런 전투를 최소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의 의도는 알고 있었다. 출혈 경쟁을 원한다면 기꺼이 해주겠다, 대신 네놈들이 더 피를 흘리게 만들겠다, 라는 의도를. 그리고 그 의도는 지금 분명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어비스 길드와 탐험가 길드에 먹히고 있었다. ‘어비스 길드 쪽이 출혈을 작정했어.’ 문제는 어비스 길드가 그런 BJ대마도사의 대응에 망설임 없이 소모전으로 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박영준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지스의 오브라니.’ 특히 어비스 길드가 이지스의 오브를 내걸었을 때 충격은 상당했다. 그 물건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그런 물건을 그저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오우거를 더 잡고, 더 빨리 레벨업을 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내걸었을 때 박영준은 반성했다. ‘이 게임에 걸린 게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어비스 길드가 갓워즈란 게임에 둔 의미를 가늠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 ‘내가 너무 오만했다.’ 달리 해석하면 이제까지 박영준은 이 게임에 걸린 판돈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판을 벌려온 셈이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은 지금 소름이 끼치는 수준을 넘어 등골이 얼어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자칫 잘못했다면 판을 잘못 읽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몰랐다는 의미였으니까. ‘이 판에 걸린 것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해.’ 그렇기에 이 순간 박영준은 최우선 과제는 이 게임의 끝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 가장 좋은 건 BJ대마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지만, 박영준은 그 선택지는 나중으로 미뤘다. ‘판돈도 못 보는 놈이 판에 낄 수는 없지.’ 그건 BJ대마도사에게 자신의 무능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꼴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러한 질문은 가장 마지막에, 해본 것을 전부 해본 다음에 해야 하는 놈이었다. ‘최대한 빨리.’ 물론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BJ대마도사도 다음 사냥터부터는 더 힘들어질 테니까. 특히 300레벨 이후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현재 BJ대마도사의 레벨업 속도를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300레벨 사냥터에 오를 터였고, 그가 오르게 될 300레벨 사냥터는 이제까지와는 패러다임이 달랐다. 게임 자체의 패러다임도 달랐고,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패러다임도 달랐다. 당연히 벌어지는 판도 달랐다. 그러니 박영준은 그 전에 답을 구해야 했다. - 이번에도 꽝이네요. 아, 미치겠네. 이 게임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딴 식으로 만든 겁니까? 그때 들리는 BJ대마도사의 불만 가득한 멘트에 박영준이 툭툭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피식 웃었다. ‘진짜 대체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군.’ 마치 BJ대마도사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은 것 같았으니까. - 보상은…… 아, 이번에는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 나왔네요.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멘트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짧게 혀를 찼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라니, 앞서서는 유니크 급이었잖아?” “보상이 어떻게 더 짜게 식냐?” “역시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오히려 앞서 얻은 보상보다 안 좋은 보상에 대한 푸념. “전부 집중해.” 그때 박영준이 어수선한 직원들을 향해 경고성을 내지르듯 말을 던졌다. “예?” “사장님 뭐라고 하셨나요?” 예상치 못한 사장님의 그 발언에 제대로 듣지 못한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박영준을 봤을 때,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빅 이벤트다! 다들 라이브 방송에 집중해!” 정색한 채 소리를 지르는 박영준을. “빅 이벤트요?” “아니, 지금 빅 이벤트는……." 그 사실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짓는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소리쳤다. “당연히 빅 이벤트지, 레어 등급 마스터 스킬북이면……." 6.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 나왔네요.” 그 발언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는 잠시 멈칫했다. ‘잠깐만. 이거?’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들린 마스터 스킬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스터 스킬북(레어)]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리고 매우 가치 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분명 마스터 스킬북이 거래가 되지 않아 구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레어 등급 정도는 운이 좋으면 구할 수 있었으니까. 레전더리용이나 유니크용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라는 의미. - 뭐야? 화면 정지한 건가? - BJ대마도사가 굳었는데? 왜 굳었지? - BJ대마도사 표정이 너무 진지한데? 무슨 문제가 있나? - 설마 급똥?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니, 일부는 생각했다. - BJ대마도사는 레어급 마법 스킬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 맞아, 저거 얻어도 쓸데없을 듯. 파이어볼 정도나 마스터하는 건데, 그건 이미 마스터했겠지. - 그래, 너무 쓰레기라서 굳은 듯. BJ대마도사가 굳은 이유가 어이가 없어서라고. [아즈모 님이 10,20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엄청난 게 손에 들어왔네.] 그때 등장한 아즈모의 발언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180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예, 그렇죠. 엄청난 게 나왔죠.” 이내 아즈모의 말에 대답한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돌린 후에 가볍게 턱짓을 했다. “이쪽으로.” 그리고는 불렀다. - 하급 정령 전사? 활활, 타오르는 하급 불의 정령 전사를. - 아! 그렇구나! - 미친! 와, 이게 이렇게 되네! 그것을 본 시청자 중 몇몇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경악하는 채팅을 쏟아냈다. 반면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다수 있었다. - 뭐야? 반응이 왜 이래? - 아니, 저게 뭐 어쨌는데? 그 시청자들을 위해 미다스가 설명해줬다. “하급 정령 전사 스킬의 등급은 레어입니다. 그리고 하급 정령 전사 스킬을 마스터해야지, 중급 정령 소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죠." 그제야 비로소 모든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 중급이다! - 중급 정령 전사 배우는 거다. BJ대마도사가 왜 놀랐는지. 그마저도 제대로 놀란 게 아니었다. [아즈모 님이 10,20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중급 정령 소환 스킬은 130레벨짜리 유니크 랭크 스킬, 마스터 스킬북을 이용하면 마스터가 가능하지.] [아즈모 님이 10,20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걸 마스터하면 200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스킬인 정령 기사 습득이 가능하고.] 앞서서 미다스가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을 두 개나 얻은 것을 생각한다면, 더 놀라야 마땅했다. - 미친, 그럼 정령 기사로 바로 간다고? - 에이, 설마! - 정령 기사 스킬 카드 매물 얼마 없음! 당장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맞아, 지금 내가 G베이 검색했는데 매물 하나도 없었음! 개중 일부는 정령 기사 스킬을 얻는데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그 문제는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즈모 님이 10,204달러를 보냈습니다.] [아즈모 : 중급 정령 소환 스킬하고 정령 기사 스킬 카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냈다.] 아즈모가 바로 일사천리로 문제를 처리해줬으니까. '아.' 너무나도 빠른 상황 변화에 미다스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정신 차리자,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다.’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이 순간 당혹감을 드러낼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생각해내, 지금 이 순간 뭘 해야 시청자분들을 화끈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지.’ 이제는 기존에 준비해온 시나리오는 폐기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야 할 때였다. 물론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보고 싶은 걸 보여준다, 그게 베스트지.’ 지금 이 순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뻔한 노릇 아닌가? 그렇게 답을 내린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라이브 방송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그 발언에 놀라는 시청자들,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마저 설명했다. “재정비를 마친 후에 퀘스트를 다시 새롭게 진행하겠습니다.” 재정비, 그 단어에 놀라던 시청자들이 다른 의미로 놀라기 시작했다. - 정령 기사 보여줄 생각이구나! - 그래, 우리 BJ대마도사가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이런 거 다음 방송에 써먹겠다고 아끼고 그럴 리가 없지! - 역시 우리 형, 화끈해서 좋다니까. 보통은 따로 라이브 방송 하나를 잡을 만한 건수임에도 아끼지 않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은 분명 놀랄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우거들은 참 운 없는 날이네요.” 309화. < 97화. 운 없는 날 (3). > 7. 이름난 플레이어들 혹은 길드들의 라이브 방송 시간은 대개 2시간을 훌쩍 넘기고는 했다. 레이드나 던전 공략 같은 경우에는 그 이상, 심할 때는 1박 2일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라이브 방송 도중에 휴식 시간을 가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플레이어의 휴식을 위해서. 또한 시청자들의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광고주들을 위해서. 여하튼 그렇게 휴식 시간이 되면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그 방송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는 했다. - BJ대마도사 휴식 타임이다! ㄴ 휴식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휴식 타임은 이례적이었다. - 무슨 일인데? 휴식 타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 ㄴ BJ대마도사 빠들이 원래 저래. 괜히 영업하려고 구라 침. ㄴ 구라 아닌데? 정령 기사를 뽑을 예정인데? ㄴ 뭐? 그동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관심을 가질 만큼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 정령 기사? 갑자기? 중급 정령도 없는데? ㄴ 마스터 스킬북 얻었는데 아즈모가 스킬 카드북 바로 줌! ㄴ 뭔 소리야? ㄴ 아, 자세한 건 방송으로 봐! 여하튼 오늘 오우거 새끼들 단체 제삿날임! 그만큼 BJ대마도사가 이번에 보여준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냥 막 보여주네.” “보통은 이 정도 건수면 라이브 방송 날짜를 따로 잡지 않아?” “잡는 정도가 아니라 광고도 엄청 잡지. 방송하기 전에 광고 한 10편씩 하고 그러잖아?” “그렇지, 광고만 30분 틀고, 라이브 방송은 한 15분 하는 경우도 요즘 허다하지.” 당장 이 정도로 큰 건수를 바로 보여주겠다는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그보다 정령 기사까지 나오면 얼마나 강해지는 거야?” “정령 기사가 얼마나 세더라?” “전투력이나 탱킹력을 보통 일반 골렘 3배 정도 잡지 않나?” “와, 그럼 골렘만 4마리에다가 정령 기사 추가되고, 럭키, 골드, 실버, 잭팟 추가되면……." “그것도 그런데 중급 정령 소환도 무시 못하지. 원거리 공격하는 애들이잖아?” “그렇지. 아즈모가 중급 정령 처음 소환했을 때 그래서 다들 엄청 놀랐었고.” 그리고 그가 보여주게 될 것은 이례적인 수준을 넘어 그 누구도 제대로 보여준 바가 없던 거였다. 캡슐방에 모인 이들이 모두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수밖에 없는 일. 물론 정현우는 예외였다. '정령 기사, 정령 기사.’ 이 어마어마한 이슈의 당사자인 정현우의 머릿속은 자신이 새로이 써야 할 그러나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정령 기사 스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포메이션은? 조합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지?’ BJ대마도사의 이름을 걸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그것도 이렇게 거대한 기대감을 등진 채 하는데 그저 스킬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아, 오늘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감히 오늘 라이브 방송 중에 이런 식으로 하급 정령 전사 상위 스킬을 얻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고민은 더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확 럭키랑 정령 기사랑 붙여봐?’ 이제는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까지 그릴 정도. “혹시 럭키 대 정령 기사 같은 거 나오려나? 아니면 골드 대 정령 기사 같은 것.” “에이, 그게 말이 되요? BJ대마도사가 병신도 아니고, 그런 걸로 시간을 때우겠어요. 현우 형,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래, 정말 병신 같은 생각이네.”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붙잡고 있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혁주, 넌 어떻게 생각하냐? 뭘 할 거 같아?” “BJ대마도사잖아요? 분명 남들이 할 수 없는 정말 화끈한 걸 보여줄 거예요. 안 그래요?”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 그렇지.” BJ대마도사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무엇인지는 정현우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게 망설임의 이유였다. ‘BJ대마도사라면 미친 짓을 해야지.’ 그 선택지는 정말 위험한 짓이라는 것. 이 대목에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화끈하게 간다.’ “후우." 한숨을 짤막하게 토해낸 정현우가 열변을 토하던 이혁주를 향해 말했다. “혁주야, 캡슐 하나 열어줘라.” 8.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 두 번째 인사드립니다.” 핏빛 숲에서 인사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숙이자, 곧바로 채팅창에 방문한 시청자들도 인사를 건넸다. [인사따윈집어치워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중급정령1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정령기사1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그 인사 속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이번 라이브 방송을 찾아온 시청자 숫자를 향했다. ‘8천만?’ 아득하기 그지없는 숫자에 미다스의 숨이 목구멍을 막았다. 물론 숫자 자체는 무척이나 상식적인 숫자였다. 당장 미다스가 휴식 시간을 가지기 전 시청자 숫자가 8천만을 조금 넘었던 상황. - 이 집이 그렇게 맛집이라면서? - 엄청난 거 나온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시간이란 휴식 시간 동안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다 못해 폭발할 정도로 끓어오른 상태였다. ‘잘하면 오늘 1억 돌파할지도 모른다.’ 슈퍼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인 1억 시청자 숫자, 그 엄청난 기록을 갱신하기에 최적의 날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 ‘그래.’ 기념비적인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미다스의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끊어버렸다. ‘이런 날 화끈하게 가야지.’ 일말의 망설임마저 사라지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괜히 시간 허비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세팅은 끝났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가볍게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이 미다스의 뒤편으로 향했다. - 와우! 그러자 보이는 불의 정령들, 개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선두에 자리 잡고 있는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었다. 숫자는 열. 물론 정령술사들 중에서 하급 불의 정령 전사 열을 소환하는 경우는 많았다. - 들고 있는 무기들 전부 레전더리 템 같은데? 그러나 그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 하나같이 레전더리 등급 무기를 드는 경우는 딱 둘 밖에 없었다. - 이런 템 세팅 가능한 건 아즈모랑 지니 밖에 없는데. 갓워즈 플레이어 중 가장 돈이 많은 대마도사 아즈모 그리고 정령술사 중 최고봉에 위치한 지니. 그러한 둘 다음으로 BJ대마도사가 세 번째가 된 셈. ‘이거 급하게 구하느라 돈 엄청 썼다.’ 그 세 번째가 되기 위해 G베이에서 급하게 레전더리 템을 구해야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다음으로 인상적인 건 그 정령 전사들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신장 2미터짜리 거대 원숭이들이었다. 화르르! 끼이이! 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원숭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녀석들의 정체는 중급 불의 정령들, 그것도 원거리 공격 타입이었다. 원거리라는 표현답게 공격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제 몸뚱이를 뜯어내 만든 불덩이를 던지는 놈들이었다. 쿵! 그다음으로 보이는 건 앞선 불의 정령들과 다르게 덩치와 무게감부터 남다른 존재였다. 불꽃으로 만들어진 4미터 신장의 거인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듯한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푸슈! 그리고 그 갑옷의 이음새 사이로는 거듭 불꽃이 뿜어지며 거친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불의 뜨거운 심판이 있을지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내뱉는 멘트! - 와, 정령 기사다! - 이거 보기 힘든 놈인데. 정령 기사의 존재를 보는 순간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은 예외 없이 감탄을 토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쿵! 그러한 정령 군대 배후에는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가 일렬로 선 채 정령 기사의 존재감을 더 키워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불의 군단! “화끈한 컨셉으로 깔맞춤 좀 했습니다.” 미다스의 이어진 설명에 채팅창에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 대단하네, 대단해! - 진짜 대단한 건 BJ대마도사가 이 군단을 유지한다는 거임. - 그렇지, 어지간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이런 스킬 다 줘도 반도 못 꺼낼 걸? 특히 이 군단도 군단이지만, 이 군단을 유지하는 미다스의 마력량에 대한 탄성이 잦았다. 그럴 만했다. ‘그래, 덕분에 포션 엄청 빨았지.’ 최근 마력량에 여유를 느끼는 덕에 포션 소모량이 줄어들었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엄청나게 포션을 먹어치웠으니까. 그것도 값비싼 포션들로. 그만큼 제대로 뽕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 “소개는 여기까지 하죠. 다들 패션쇼 보려고 바쁜 시간 내서 여기 오신 게 아니잖아요?” 그 뽕을 뽑기 위해 미다스가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새로운 애들을 멋지게 소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냥 오우거 잡는 건 시청자분들도 시청자분들이지만 오우거에게 미안하잖아요?” 그러한 미다스의 멘트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반응했다. - 이야, 우리 BJ대마도사님 오우거 신경도 써주시는 거 봐. ㄴ 정말 너그러운 마음씨야. ㄴ 맞아, 너무 배려가 넘치셔서 솔로 외길만 걸으시잖아? 괜히 애인한테 피해 줄까봐. ㄴ BJ대마도사님의 인격에 감격하고 갑니다. 여러모로 격렬한 반응.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차라리 정령 기사랑 제가 1대1로 맞짱 한 번 뜨는 건 어떨까. 하지만 이건 너무 원사이드하게 끝날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 원사이드? 누가? “제가 압살할 게 뻔하잖아요?” 이어진 발언에도 채팅창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다가 오늘 방송 컨셉을 떠올리게 됐죠.” 그러나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 채팅창에는 웃음기가 점차 사라졌다. - 방송 컨셉이 뭐였더라? ㄴ 오우거 운 없는 날 아님?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 의문에 미다스가 바로 답했다. “멀린님이 비싼 물건 내걸면서 의뢰를 거셨죠, BJ대마도사답게 화끈하게 사냥해달라고.” 말과 함께 미다스가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화끈하게 단말마 사냥법으로 가겠습니다.” 9. - 단말마 사냥법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미다스의 입에서 단말마 사냥법이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모두가 똑같이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타당한 반응이었다. - 여기 오우거가 몇 마리인데! - 심지어 오우거들이 떼로 몰려다닌다고! - 그리고 탐험가 길드 도움도 없잖아? 일반 사냥터에서도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 사냥법을 이곳, 비밀의 정원에서 한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이 비정상일 터. ‘그냥 하면 자살행위지.’ 미다스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다스 역시 이 단말마 사냥법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물론 고민을 했다는 건 나름 승산이 있다는 의미였다.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는 자살행위였다면 미다스는 누군가가 1백만 달러를 후원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미다스가 믿는 구석은 바로 그가 가진 능력. 그는 단말마 스킬을 보유한 오우거가 어떤 놈인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오우거들의 배치 상황도 볼 수 있었다. ‘단말마 스킬 가진 오우거는 무시하고 주변 숫자만 적당히 줄인 후에 놈을 잡으면 돼.’ 즉, 원하는 시점에 단말마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의미. 그렇다고는 해도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크어어! “어우, 많네요.” 일단 비밀의 정원에 있는 오우거의 개체수부터가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 화끈하게 불 지르다 보니 어그로도 많이 끌리는 모양이네. - 하긴, 불의 정령이 남긴 불길은 공격 판정될 테니까. - 저 정도 불이면 단말마 없어도 그냥 어그로 다 끌 듯? 또한 불의 정령 위주로 소환한 만큼 원치 않게 어그로를 끄는 경우 역시 늘어났다. - 그런데도 순삭 당하네. - 와,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물론 그것도 예상 범주 내였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확실히 정령 기사랑 중급 정령이 추가되니까 탱킹과 딜량의 차원이 달라지네.’ 중급 정령의 공격력은 충분히 위력적이었으며, 미다스의 경우에는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마스터 랭크를 만든 상황. "불의 뜨거운 심판이 있을지어다!” 그리고 정령 기사의 강함은 블레이즈 골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럭키나 골드, 실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우거 하나쯤은 제대로 맞상대하고도 남을 정도. 그 외에도 10기까지 늘어난 하급 정령 전사의 존재 역시 굉장한 도움이 됐다. 이미 앞서서 오우거 무리를 압도하던 미다스의 전력에 이만한 전력이 추가됐다는 건, 동시에 오우거 2개 무리, 최대 10마리 정도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 와, 그냥 오우거가 녹는다 녹아! 그 사실을 이제는 9천 5백만 명, 1억 명을 코앞에 둔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훌륭하게 증명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듭해서. 무려 20분이 훌쩍 넘길 시간 동안 내내. - 이제 오우거들이 불쌍할 지경이야. - 진짜 오우거들 오늘 운 없는 날이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감탄을 넘어 질려버릴 무렵. 그 무렵이었다. 끄어어어어어! - 떴다! 드디어 오우거 한 마리가 단말마를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분위기는 반전됐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전투 양상을 바꾸었다. “실버! 마크해!” “예, 주인님." 가장 먼저 미다스는 단말마를 내지르는 오우거에게 실버를 전담 마크시켰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썼던 방법. “블레이즈 골렘들, 실버 둘러싸!” 거기서 미다스는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를 실버와 오우거 주변에 성벽처럼 세웠다. [구스타프 님이 10,20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렇지. 일단 몰려드는 오우거들은 단말마 내지르는 오우거들한테 가지.] [라포 님이 10,2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컴 오우거들의 타깃은 가로막은 블레이즈 골렘이 될 테니, 부수려고 할 테고.]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0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둘이 치고받는 사이 밖에 대기하고 있던 딜러들이 오우거들을 처리하면 되겠군.] 그것을 본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바로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줬다. “설명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다스가 그 사실에 감사를 표함으로써 그 설명이 정답임을 인정해줬다. - 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동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 그런데 화력이 될까? 미다스가 꺼내든 방법이 유효하려면 블레이즈 골렘이 오우거들의 공세에 곤죽이 되기 전에 오우거들을 먼저 아스팔트 위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 분명 미다스가 앞서 보여준 화력이 막강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30마리 이상 몰려들지도 모르는 오우거들을 삽시간에 녹인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까짓것 화끈하게 갑시다!” ‘모이는 건 5개 무리, 22마리다.’ 물론 이미 주변에 있는 오우거들의 숫자를 파악한 미다스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크어어! 크아아! 미다스가 예상한 대로 단말마에 노출된 22마리의 오우거들이 순차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다음도 미다스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쾅! 동료에게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블레이즈 골렘들과 오우거들이 충돌했고,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근접 딜러들이 움직였다. “가라, 나쁜개!” 크-왕! “불의 심판을 내릴지어다!” 럭키와 그림자와 골드 그리고 불의 정령 기사! 그 넷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미다스가 등 뒤에 둔 중급 정령들을 향해 소리쳤다. “포격 개시!” 퍼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급 정령 다섯 마리가 던진 파이어볼 다섯 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오우거의 등줄기를 두드렸다. 콰광! 그리고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이 오우거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압도적인 화력! 허나, 그러한 화력으로 몰려든 3개 무리, 14마리나 되는 오우거 전부를 단숨에 녹이기란 불가능했다. 크어어! 그사이 또 다른 오우거 무리가, 4마리가 전장을 향해 달려왔다. - 이건 좀 위험하다! -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어!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재빠르게 놈들을 향해 움직이더니 이내 놈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 설마 BJ대마도사가 몸빵하려고? ㄴ 에이, 그게 말이 돼? 당랑거철, 정말 수레 앞 사마귀꼴. 섬뜩한 장면이 상상될 수밖에 없는 그 장면에서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치며 소리쳤다. “사안!" 사안 마법을 통해 오우거 한 무리를 잠시 멈추었고, 그 굳어버린 오우거 무리 사이로 미다스가 손에 쥔 두 번째 대폭발의 구슬을 그대로 던졌다. 콰광! 거친 폭음이 들렸다. “쇼크 웨이브!” 그 폭음 위로 미다스가 바로 광역 마법, 쇼크 웨이브를 발동시켰다. 분명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 한 무리 막았다! - 그런데 이러면 어그로 BJ대마도사한테 갈 텐데? 그러나 동시에 미다스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공격이기도 했다. 상태 이상에서 깨어난 오우거들은 이제 분명 미다스를 타깃으로 잡고 움직일 테니까. “블링크!” - 그렇지! - 어그로 초기화다! 그러한 오우거들 앞에서 미다스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자신의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었다. 크어! 크아! 이윽고 상태 이상 상태에서 깨어난 오우거들이 다시 단말마를 내지르는 동료를 향해 달려갔다. 물론 전황은 달라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2마리나 되는 오우거가 추가로 쓰러진 상태였고, 그만큼 딜러들에게는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네놈들!” 크르르! 그렇게 달려온 오우거들의 몸뚱이에 럭키의 이빨과 골드의 칼이 그리고 등줄기에는 미다스와 중급 정령들의 공격이 닿았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공세 속에서 몰려온 오우거의 숫자가 줄어들고, 몰려드는 오우거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크어어어어어! 종국에는 단말마만이 남았다. - 끝난 건가? - 아, 끝내줬어. - 동시에 20마리 넘게 잡는 건 처음 봤어. 그제야 시청자들이 모두 멈추고 있던 숨을 토해내듯 채팅을 토해냈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자, 다음으로 갑시다.” - 다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여기는 탐험가 길드처럼 오우거를 데려다주실 분이 없으니, 이제 제가 직접 오우거를 데리고 다녀보겠습니다." 이제 단말마를 지르는 오우거를 데리고 숲을 순회공연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 진짜로? - 아니, 너무 화끈하다 못해 정신이 타버린 거 같은데? 그 멘트에 듣는 시청자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형, 이건 아니야. 여기서 스탑하자. - 이건 좀 너무 간 듯. 단말마 순회공연이라니, 정도가 있지. 이제는 진심으로 BJ대마도사를 걱정하는 여론이 형성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여론 앞에서 미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 BJ대마도사, 화끈하게 한다고 하면 하는 놈입니다. 설마 고작 22마리 잡은 걸로 사냥 멈추겠어요?” 그 단호한 말을 끝으로 실버를 향해 소리쳤다. “실버야, 밀어!” 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버가 상대 중인 오우거를 몸통 박치기로 그대로 날려버렸다. 크어어어! 그 공격에 당한 오우거가 그대로 뒤로 밀려났고, 실버가 재차 놈을 두드렸다. 쿵! 자연스레 오우거가 움직였다. - 진짜 한다! - 맙소사! 그렇게 시작된 순회공연을 멈추게 할 방법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 이렇게까지 질렀는데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잖아? 무엇보다 BJ대마도사가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순회공연을 자신했는데 도중에 제 의지로 그만두는 건 불가능한 상황. 기호지세, 이미 호랑이가 죽기 전까지는 그 등 위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력이 10퍼센트 미만입니다.] 심지어 지금 미다스의 마력 상태는 이미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는 상황이었다. 조금 전 같은 전투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 “자, 그럼 이대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기꺼이 이동했고, 그 의지에 시청자들은 이제 인정을 넘어 존경심을 표했다. - 그래 , BJ대마도사 사전에 빠꾸란 없지! - 형, 이제부터 형을 진심으로 사랑해도 될까요? - 멋지다, BJ대마도사다! 아, 진짜 내가 딸만 한 다섯 명 있었으면 BJ대마도사한테 소개해줬을 텐데! 그때였다. 시청자들이 존경과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멘트를 쉼 없이 보낼 무렵. 그에 어울리는 후원을 거듭 보낼 무렵. "어?" 그 순간 움직이던 미다스가 갑자기 머리 위로 팔을 들고는 그 팔의 주먹을 쥐며 말했다. “정지.” 그 말에 모두가 정지했고, 이내 미다스가 자신이 발견한 것을 향해 이동했다. 카메라 역시 미다스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어? - NPC다! 이윽고 미다스와 시청자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숨소리 한 점 없이 눈알만 굴리는 드워프 사내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한 드워프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미다스의 물음에 드워프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말했다. “세바, 세바라고 합니다.” - 세바야? - 야, 다시 오디오 돌려봐봐. - 세바야? - 내가 들었어! 분명 세바라고 했어! 드디어 미다스가 NPC세바와 만나는 순간. “아쉽게도 여기서 사냥을 멈춰야겠네요.” 원하는 바를 이룩했으니 더 이상 사냥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기뻐해야 마땅한 순간. 그러나 막상 이 순간 미다스는 아쉽다는 듯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아, 단말마 지르는 오우거 놈을 간신히 발견해서 제대로 사냥 좀 해보나 싶었는데……." 당연히 구라였다. 애초에 NPC의 위치를 미다스가 모를 리 만무. 다 설계된 것이었다. 단말마에 22마리의 오우거가 꼬인다는 것부터 그 후에 NPC를 만나서 이 전투를 끝내는 것까지. - 허허허, 진짜 할 생각이었나 보네. - BJ대마도사 쩐다, 쩔어. 그러나 그 진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채팅창에 올렸고, 그사이 미다스가 실버를 향해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한 후에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인 모양이네요." ‘어휴, 간신히 살았다.’ 미다스의 인생사에 길이남을 허세 연기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실시간 시청자 숫자 1억 명 돌파했다! 그리고 미다스의 인생사에 길이남을 기념비가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310화. < 98화. 오우거 군단 (1). > 1. 단말마 사냥법을 보여주겠다고 결단을 내렸을 때 그리고 게임에 접속했을 때 미다스가 가장 먼저 찾은 건 NPC세바의 위치였다. 이 유는 간단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NPC세바와 만난다면 라이브 방송은 끝이 난다는 것. 그리고 미다스는 NPC세바의 위치를 미리 확인한 후에 그 주변에서 단말마 사냥법을 썼다. ‘완벽한 연기였어.’ 순회공연을 운운한 건? 당연히 수작이었다. 마치 자신은 정말 작심하고 게임하려고 했는데, NPC세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수작. 즉, 개수작이었다. - 이거 이상한데? - 주작이 날아오르는 냄새 안 남? - 킹리적 갓심 해야 하는 거 아님?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이 NPC세바와 마주한 미다스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물론 몇몇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 의심 같은 소리하네, 싸우는 거 못 봤음? - 지금 오우거 22마리 단숨에 해치운 플레이어한데 주작을 논하는 동태 눈깔이 있다? - NPC가 어디 있는지 알고 만남? 그리고 NPC반응만 봐도 처음 보는 거 맞는데? - 설마 NPC세바를 돈으로 매수해서 연기시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미다스가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전투력 그리고 정황 증거를 봤을 때 그가 개수작을 부렸으리라 의심하는 건 시기와 질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개수작을 부린 당사자 양심 입장에서는 주인에게 한마디 할 법한 일이었다. ‘아, 반응 보니까 문제 없겠네.’ 그러나 미다스의 양심은 그 부분에 대해 한마디를 하기에는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태. '1억 명 앞에서 완벽하게 했어.’ 혹여 양심이 있더라도 지금 이 기념비적인 결과물 앞에서는 감히 제 구실을 할 수가 없었다. - 그보다 BJ대마도사님 1억 돌파 축하합니다! - 드디어 슈퍼스타가 되셨네요. - 솔로 플레이로 슈퍼스타 플레이어가 된 슈퍼 솔로 BJ대마도사 만세! - 슈퍼 솔로 만세! - 슈퍼 솔로여 영원하라! 이어진 시청자들의 축하 인사에 미다스는 대답보다 앞서 감상에 젖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힘든 업적. 그러한 업적 앞에서 미다스가 느낀 감정은 내가 해냈다, 라는 감정이 아니었다. ‘시청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채팅창, 그 너머의 사람들이 한없이 고맙다, 라는 감정뿐. 그 감정이 미다스를 감상에 깊게 빠지는 것을 막았다. “감사합니다. 그 보답으로 바로 퀘스트 보상까지 한 번 제대로 까보겠습니다. 숨기는 것 없이 전부!” 그 고마우신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가 아니라 화끈한 즐길거리였으니까. - 역시 우리 형이야. - 형, 애인 같은 거 사귀지 말고 우리랑 영원히 가자.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만족을 표현했고, 미다스가 곧바로 NPC세바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피요로 님에게 당신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아!" 그렇게 NPC세바의 감탄사와 함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다시 시작됐다. “피요로 님은 무사합니까?” “예, 무사하십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거듭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NPC세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미다스는 속으로 준비했다. ‘자, 보상 와라.’ 이번 퀘스트의 보상인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 오기를. “아, 은인께 감사를 표하는 걸 잊었군요.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부족하나마 이것으로 갚기를 원합니다.” 그 예상대로 NPC세바가 품 안에서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스킬 카드북을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 뭐지? 색깔이 다른데? - 스킬 카드북 같은데 혹시? - 설마 저게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랐고 미다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주인, 느낌이 안 좋다.” “뭐?” 잭팟이 미다스에게 경고를 내뱉었고, 그 경고성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뭔 개소리야, 느낌이 안 좋긴 지금 아주 좋은 상황인데.”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먹었는데 안 좋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러한 미다스의 항변에 잭팟이 매와 같은 날카로운 두 눈으로 미다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인 나는 새다. 개소리는 못 뱉는다.” 완벽한 사실을 근거로 한 반박. “아니, 그게……." 그 반박에 미다스가 잠시 말문을 및은 모습을 보였다. - 그렇지, 잭팟은 새지. 개소리는 못하지. - 팩트로 주인을 조져버리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즐겼다. “그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어진 잭팟의 경고에 그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바람 부는 날의 낙엽처럼 삽시간에 날아갔다. 미다스의 표정도 바뀌었다. ‘설마?’ 잭팟이 말하는 그 힘의 정체가 이름 잃은 신의 힘이라는 것은 뻔할 뻔 자. 그리고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언급될 때마다 강력한 존재가 나오리란 것도 뻔할 뻔 자였다. 심지어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바로 나오는 건가?’ 이다음 퀘스트에서 자신이 싸워야 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한편 NPC세바 역시 잭팟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이곳에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있습니다!” 이윽고 등장한 떡밥에 미다스와 시청자들이 동시에 긴장했다. - 뭔가 나온다. - 또 말도 안 되는 거 나오려는 모양이네. - 빅 이벤트 냄새가 나는데? 그 긴장감 속에서 NPC세바가 쐐기를 박듯 분명한 단어를 꺼냈다. “머리 두 개 달린 오우거가 이곳에 있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 이제껏 오우거의 숲에서 등장한 적 없었던 새로운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 - 빅 이벤트 떴다! - 역시 머리는 두 개 달려야 제맛이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휴우, 보니까 당장 잡는 건 아닌 모양이네.’ 그리고 미다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머금었다. 물론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NPC세바가 꺼내는 단어에 만족한 듯한 미소, 그 미소와 함께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지은 채 퀘스트 대화를 이어갔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조만간 그 머리 두 개 달린 오우거의 뚝배기를......." “그놈이 오우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예?” 그 순간 나온 추가 발언 앞에서는 미다스의 표정 연기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미다스를 향해 NPC세바가 재차 말해주었다. “놈이 오우거 군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와야 마땅한 순간. ‘참아야 해. 내색하지 마.’ 그러나 미다스는 용케 그 순간 표정을 간수했다. - 잠깐만. 군대라고? 지금 뭔가 굉장히 섬뜩한 단어가 나온 거 같은데? - 누가 헬모드라고 했어? 이건 악마도 혀를 내두를 난이도 같은데? - 헬모드란 표현 쓰지 마세요, 악마들이 화낸단 말이에요! - 어? 웃어? 시청자들조차 당황하는 순간, 당혹감 어린 표정 대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 BJ대마도사는 이 순간 웃고 있어요! - 지금 웃음이 나오냐? 그러한 미소에 놀라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번에도 재미있겠네요. 이래야 게임이 할 맛이 나는 거죠. 안 그래요?” 미소를 보다 싱그립게 만들면서. ‘미치겠다.’ 물론 속은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이었다. ‘다른 군대도 아니고 오우거 군대라니, 무슨 놈의 게임을 이딴 식으로 만들어?’ 군대라면 최소 백 단위가 넘어간다는 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오우거가 그 정도 무리를 이룬다? ‘그걸 어떻게 막으라고?’ 잡는 걸 떠나서 그 어마어마한 군대의 돌진을 과연 버틸 수 있는 탱커 라인을 구축하는 게 가능할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 광경. ‘젠장.’ 때문에 미다스는 굳이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단 묻고 가자.’ 굳이 머릿속에 돌덩어리를 얹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은 계획대로 마무리해야 해.’ 무엇보다 지금 미다스의 방송은 마침표를 찍은 상태가 아니었다. 1억 명이 넘는 기념비적인 결과물을 얻은 상태에서 용의 눈을 제대로 찍어야 후회가 없을 터. “역시 게임은 뻥뻥 터지는 게 맛이죠. 어쨌거나 이걸로 다음 라이브 방송 주제는 정해졌네요.” 일단 미다스가 퀘스트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들도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등장할 빅 이벤트를 기대해주십시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떡밥은 뿌려둬야지.’ 그 후에 미다스가 직접 제 입으로 빅 이벤트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 언급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 빅 이벤트라고? 이거 말고 또 있어? - 아니, 그보다 BJ대마도사 입에서 빅 이벤트란 단어가 나온 거 확실하지? - 트윈 헤드 오우거 나올 때도 빅 이벤트 소리는 없었잖아? 트윈 헤드 오우거 그리고 오우거 군대라는 말 앞에서도 재미있겠네, 정도로 끝났던 BJ대마도사가 빅 이벤트라는 단어를 꺼냈다면 그게 보통 큰 것이 아닐 건 분명한 일. 그 기대감 앞에서 미다스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아주 끝내주는 걸 겁니다. 안 그래, 잭팟?” “주인, 이상한 소리하지 마라.” “야, 이럴 땐 고개를 끄덕여주는 거야.” “주인, 지금 헛소리하는 것 같다.” 이어진 잭팟의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어깨를 으쓱한 후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대화는 여기서 끝내야겠네요. 그럼 지금까지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종료를 알리는 멘트. - 잠깐만, 빅 이벤트가 뭔지는 말해주셔야죠! - 떡밥에 뭘 첨가했는지 정도는 알려주시죠! 그 멘트에 이제는 시청자들이 헤어지기 싫다는 듯 아우성을 던질 무렵. “아, 까먹고 말씀 안 드렸네요.” 그때 미다스가 말했다. “저 소환수 하나 더 소환하는 능력 있는 거 다들 아시죠?” “불의 뜨거운 심판이 있을지어다!” 말과 함께 화면이 정령 기사를 향했고, 그 상태에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었다. 2. 대부분 라이브 방송은 끝나는 순간 열기가 꺼지고는 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끝났다! - 미친, 대체 떡밥이 몇 개가 나온 거야? 그러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끝나는 순간 열기가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그만큼 BJ대마도사가 남긴 떡밥은 거대했다. - 트윈 헤드 오우거에 오우거 군단이라니, 이거 딱 봐도 모래숲급 이벤트 나오겠는데? 또 한 번 라이징 스타 등장할 것 같은데? - 빅 이벤트라니, BJ대마도사가 직접 빅 이벤트라고 했는데 대체 이게 뭘까? - 정령 기사 두 마리! 그 화력도 미쳤는데 거기서 정령 기사가 하나 더 추가된다고? 동시에 많았다. 하나만으로도 활활 타오르기 부족함이 없는 떡밥들이 동시에 세 개나 던져진 셈. 떡밥을 받아먹는 입장에서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자장면, 스파게티, 냉면이 동시에 올라온 격이었다. 즐겁기보다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아즈모 : 빅 이벤트 말이야. 그렇게 혼란을 느끼는 이들 중에는 아즈모도 있었다. - 아즈모 : 알려면 얼마를 주면 될까? 돈으로 어떻게 안 될까? 라이브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아즈모는 박영준에게 연락을 했고, 그곳에서 빅 이벤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의 입에서, 그것도 1억 명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청자를 기록하는 순간 빅 이벤트란 단어가 나왔는데 그게 보통 폭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도 빅 이벤트였다. “죄송합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과정을 처음부터 제대로 공개한다는 걸 이렇게 드러낼 수는 없지.’ 아즈모에게도 이 빅 이벤트에 대한 내용은 거래할 수 없다고 바로 못을 박을 정도. 때문에 대화는 여기까지 하는 것이면 충분했다. 그 이상 대화를 나눠봤자, 본론이 아닌 사담이 될 뿐이었으니까. “갓워즈의 끝에 있는 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조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박영준이 사담을 했다. 사실 그건 박영준의 개념에서 보면 멍청한 짓이었다. 괜히 상대방이 단서를 얻을 낌새를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한 말도 마찬가지였다. 갓워즈의 끝에 있는 걸 생각해봐라, 달리 말하면 그것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벤트라는 의미. 실제로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그와 관련된 것이 맞았다. 만약 이대로 아즈모가 그래, 그렇지, 라고 대답하고 만다면 얻는 소득은 하나도 없는 셈. “김민수가 만든 게임 아닙니까?” 그럼에도 박영준은 사담을 추가했다. ‘아즈모, 당신은 김민수가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알잖아?’ 정말 이 게임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 아즈모 : 그렇지, 김민수가 만든 게임이지. 죽음을 앞두고. 조심 또 조심하는 게 당연해. 이해한다고. 그렇게 아즈모를 찌르자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에 박영준은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일이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웃음과 함께 대화를 마쳤고, 대화가 끝나는 순간 그대로 웃음을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김민수가 죽음을 앞두고 갓워즈를 만들었다, 그 단어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사람이 죽기 전에 남기는 건 유언과 유산뿐이다.’ 이윽고 자신의 가설을 떠올린 박영준이 저도 모르게 탄식을 토했다. “맙소사.” 박영준, 그가 이 게임의 끝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순간. 그러나 박영준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BJ대마도사는 이런 걸 알고 있는데도 어비스 길드의 그 도발을 맞도발로 받아친 건가?’ 진짜 놀라운 걸 그걸 알면서도 BJ대마도사는 물러섬 없이 베팅을 했다는 것.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짧은 시간이나마 BJ대마도사가 됐을 때의 자신을 떠올린 박영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 후에는 의문을 품었다. ‘정말 한 번 만나보고 싶군, 어떻게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 과연 BJ대마도사가 갓워즈란 게임을 어떻게 상대하고 있는지. 3.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미다스가 쓴소리를 내뱉었다. “게임을 만들어도 어떻게 이렇게 쓰레기 같이 만들지?” 거듭된 푸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눈앞에 뜬 새로운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트윈 헤드 오우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7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트윈 헤드 오우거가 군대를 모은다는 소식을 들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와 오우거 군대가 조만간 등장할 것 같다. 등장하는 순간 트윈 헤드 오우거를 처치하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툰가 왕의 서신’ 진행 가능 미다스의 시선이 그 퀘스트창의 한 구절에 꽂혔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보상이 없다는 건 너무 하잖아!” 보상 : 없음, 그 항목이 미다스를 어느 때보다 미치게 만들었다. “이게 말이 돼? 럭키야.” 왕? “이게 게임이냐? 응?” 왕? “뭐라고? 이 게임 만드는 인간이 또라이인 게 분명하다고?” 얼마나 미치는 일인지 미다스가 전력을 다해 표현할 정도. 끼잉……. “그래, 럭키야 미안해. 내가 좀 미쳤나 봐.” 그렇게 애꿎은 럭키를 괴롭히던 미다스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듯 미다스가 분위기를 전환한 후에 퀘스트창을 바라보며 이제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일단 확실한 건 트윈 헤드 오우거가 오우거 군대를 끌고 등장한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머리 위로 들자, 보스 몬스터 등장 때나 나오던 시계가 보였다. ‘등장은 126시간 후.’ 다행히도 등장하는 시점은 명확히 파악 가능한 상태. ‘확인해봐야 하지만, 비밀의 정원 밖으로 나가면 등장 포인트가 보일 가능성이 높아.’ 등장 위치마저 파악 가능하다면 전투를 갑작스럽게 치를 필요는 없을 듯했다. 충분히 의미 있는 메리트였다. 언제 어느 순간 어디서 전투를 치를지 모른다면 무언가 하기도 전에 실패할지도 몰랐으니까.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전력을 확보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때문에 지금 미다스가 해야 할 건 전쟁에 대비하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대비책 역시 하나뿐이었다. ‘240레벨 찍고 카드 보상받은 후에 레전더리 에픽으로 뭘 뽑을지 정해보자.’ 레벨업, 그보다 확실한 건 없었으니까. 그렇게 결론에 이른 미다스가 주변을 확인한 후 자신의 동료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왕! “네, 주인님.” “뭐냐, 주인?” “여기서 240레벨 찍자.” 비밀의 정원 오우거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311화. < 98화. 오우거 군단 (2). > 4. 사람들이 BJ대마도사가 뿌린 세 종류의 떡밥을 모두가 번갈아 가면서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을 무렵. 오우거의 숲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오로지 단 하나의 떡밥만을 곱씹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만간 오우거의 숲에서 오우거 군대가 출몰한다, 이거지?” “그래, 그것도 트윈 헤드 오우거를 앞세워서.” 오우거 군대가 등장한다, 라는 떡밥을. 그 외의 다른 떡밥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나오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어.” “없었다고? 확실해?” “퀘스트 과정 라이브로 다 나왔는데, 어디에도 그런 시점 언급은 없었거든. BJ대마도사가 연계 퀘스트로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모르는 건 변함 없지.” “이거 당분간 사냥도 조심해서 해야겠네.” 일단 오우거 군대 떡밥은 오우거의 숲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언제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폭탄이, 그것도 핵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것과 같았다.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에이, 몸 사리기엔 너무 아깝지. 기회잖아, 기회.” “뭐? 기회?” “그래, 기회! 모래숲하고 똑같이 기회가 온 거야.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일부는 이 일을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하늘이 준 기회로 치부했다. “미친놈, 오우거 군대라고! 하물며 너 탱커잖아? 오우거 군대가 오는데 막을 자신 있어?” “막으면, 문덕 되는 거지.” “맞아, 평생 무명이었던 문덕은 모래숲 이벤트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오우거 군대를 설마 BJ대마도사가 혼자 잡겠어? 분명 플레이어 도움이 필요하겠지. 그런데 거기서 제대로 도움을 준 플레이어를 그냥 보고 넘어가겠어?” “벌써 상금이 얼마가 걸릴지 궁금하네.” “1억 명 실시간 시청자 돌파한 기념으로 말도 안 되는 액수가 걸릴지도 몰라.” “1억 달러?” “그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억소리는 나오겠지.” 그것도 아주 확실하고, 화끈한 사례가. 무엇보다 오우거의 숲에는 다른 사냥터와는 다른 특이 사항 하나가 존재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우거의 숲에서 이렇게 나댈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오겠어?” 나대지 말 것. 그 특이 사항 때문에 입 다물고 사냥만 했던 나름 날고 기었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드디어 좀 쑤셨던 몸을 풀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오우거의 숲에서 날뛴 자! 그런 타이틀을 커리어에 넣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러모로 다시 올 수 없는 기회. 한편 그 대목에서 몇몇 이들은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중원 길드는 어떻게 할 거지? BJ대마도사의 라이벌인데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5. “어떻게 할 거지?” 킬러독의 질문에 예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긴.” 그녀 대신 이나즈마가 대답했다. “그 머리 두 개 달린 오우거를 우리가 잡아야지. 간단한 이야기잖아, 간단한.” 일말의 고민 따윈 없이 나온 그 대답에 킬러독은 짧게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 이나즈마가 발끈했다. “왜? 그럼 설마 여기서도 조용히 가려고? 모래숲 때처럼? 그때 이미 도망쳐서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거듭된 항변에 킬러독은 다시 한 번 짧게 한숨만 내쉬었다. 앞서 내뱉은 한숨과 다른 의미의 한숨이었고, 때문에 이나즈마는 굳이 더 이상 화내지 않았다. “난 이런 꼴 보려고 중원 길드에 들어온 게 아니야.” 대신 푸념을 뱉었다. 그 푸념을 뱉는 이나즈마의 표정은 다른 누구보다 좋지 못했다. 짊어지고 있는 수식어 탓이었다. 예화나 킬러독과 달리 그녀는 일본이 낳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있었다. 때문에 이미지가 짓뭉개졌을 때 입는 타격 역시 남들보다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올 수밖에 없었다. “잡아야죠.” 그렇게 표정을 이나즈마를 향해 예하가 드디어 답을 뱉었다. “이나즈마 말처럼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아보지도 않고 이대로 다음 사냥터로 넘어가는 건 의미가 없어요.” “어떻게?” 이어서 나온 킬러독의 의문에 예화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 “가장 확실한 건 스틸이죠.” 스틸,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킬러독과 이나즈마가 동시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크게 뜬 눈을 한 번 깜빡이자마자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스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미지에 똥칠하고 싶은 거야?” 처절한 반박. 마땅한 반박이기도 했다. 스틸은 명명백백한 비매너 행위, 다른 누구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스타 플레이어들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였다. “말했잖아요, 확실한 카드라고. 그거 말고 지금 이 순간 BJ대마도사를 엿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때문에 엠마도 당장 그것을 하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BJ대마도사의 이번 퀘스트 진행을 망쳐야 해.’ 그러나 내심은 달랐다. 사실 예화는 이미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보다 먼저 트원 헤드 오우거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한 번, 한 번만 무너뜨리면 돼.’ 이미 어비스 길드로부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공개 작전을 들었고, 그 작전에서 중원 길드에 주어진 임무는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는 것이었으니까 ‘이 게임에 걸린 걸 생각하면 그깟 이미지에 똥칠하는 건 일도 아니지.’ 무엇보다 예화는 이 게임에서 유명인이 되어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유명인이었고, 돈도 많았으니까. 그저 앞서 말한 것처럼 BJ대마도사를 고꾸라뜨리면 될 뿐. ‘어떻게든 한다.’ 단지 킬러독이나 이나즈마의 반발을 막기 위해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물론 그다음 카드로는 우리가 먼저 트원 헤드 오우거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게 있죠. 난이도는 훨씬 높지만.” 그 속내를 감춘 채 나온 예화의 말에 킬러독과 이나즈마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선택지가 됐건, 트윈 헤드 오우거라는 미증유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만큼 전력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에요. 또한 오우거 무리를 뚫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이번 건은 운석 낙하필드나 모래숲 때와 달리 전투 시기를 알 수 없어요. 만전을 기하는 건 물론, 언제든 게임에 접속할 수 있도록 대비도 해야죠.” 이어진 말에도 역시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예하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BJ대마도사의 반응도 중요하고요. 운이 좋다면 그가 접속 못하는 타이밍에 트원 헤드 오우거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 킬러독과 이나즈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 “맞아, 트윈 헤드 오우거가 등장했는데 BJ대마도사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만큼 끝내주는 상황도 없을 테니까.” 굳었던 분위기가 풀어지자, 예화가 이제는 관심을 돌리며 다른 이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BJ대마도사는 뭘 하고 있죠?” 6. 크어어어! 오우거의 단말마.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단말마가 끝남과 동시에 들리는 레벨업 알림에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케이, 240레벨이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 환호성에 대답하듯 그의 성좌가 보내는 알림이 미다스의 240레벨을 축하해주었다. 미다스는 그 축하 선물 개봉을 다음으로 기약하지 않았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곧바로 럭키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럭키야, 노래 한 곡 불러봐라!” 아우, 아우우우! 그러자 곧바로 시작된 럭키의 하울링. “예!" 그 하울링 속에서 미다스가 드디어 240레벨 스킬 카드 보상을 수락했고, 그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록달록, 눈이 돌아갈 듯한 빛들. '금, 금, 금.' 그 속에서 미다스가 간절하게 전설의 황금 카드가 나오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그 간절함이 평소보다 더 짙었다. ‘최근 정령 전사용 레전더리 템 사느라 돈이 없어! 그러니 제발!’ 이유는 하급 정령 전사들을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무리한 지출을 했다는 것. 이번 보상에서 레전더리 등급 스킬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절히 단 하나의 색만을 쫓던 미다스의 눈이 이내 한 곳에 멈추었다. 그리고는 바로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우우우! “역시 럭키! 네가 최고다! 네가 정말……." 그러나 이내 카드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칭찬은 사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텔레포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서로 연결된 두 개의 문을 그릴 수 있다. 이동하기 위해서는 마법사가 꼭 동행해야 하며, 문은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스킬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내뱉으려는 칭찬을 삼키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쓰읍." 텔레포트. 나쁜 스킬은 아니었다, 레전더리 등급에 맞게 효용 가치는 분명 존재했다. 표현처럼 두 개의 문, 마법진을 통해서 이동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무척 훌륭했다. 문만 그려두면 마법사의 동행 하에서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셈이었으니까. 또한 블링크와 달리 조건이 붙는 대신 그 이동 거리가 굉장히 멀었다. ‘……이거 애매한 놈인데.’ 문제는 그 붙은 조건들. 일단 텔레포트 문은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했다. ‘좋긴 한데, 일회용에 충족할 조건이 너무 많아.’ 또한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곳에도 문을 그려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였다. 적의 배후로 텔레포트를 하고 싶다면, 마법사가 그 적의 배후로 이동한 후에 마법진을 그리고, 다시 마법진을 그려 놓았던 장소로 돌아와서 동료들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 셈. 상식적으로 그럴 바에는 그냥 마법사가 침투할 때 같이 침투하면 되는 문제였다. ‘사실상 도주기지.’ 이런 이유로 텔레포트는 긴급 탈출용으로 써먹고는 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효용 가치는 매우 훌륭했다. 마스터 랭크가 되면 한 번에 무려 10명이 되는 인원이 이동할 수 있었으니까. ‘나한테 썩 필요 없는 거.’ 그러나 생존력에 있어서는 이미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마법은 아니었다. 비단 미다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럭키, 골드, 실버들 역시 도주가 필요할 때면 달리면 될 정도로 빠른 기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꾸우! 날개 달린 잭팟 같은 경우에는 고려 대상에 올려놓을 필요조차 없었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시선이 다른 스킬들을 향했다. ‘딱히 비싼 건 없네.’ 현재 보이는 레전더리 카드는 텔레포트 하나. 그게 아니더라도 붉은빛을 내뿜는 유니크 등급 스킬 중 희귀하거나 좋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진 바였다. ‘그럼 텔레포트가 낫지.’ 결국 가장 비싼 놈을 고르면 될 일. [텔레포트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선택을 마친 후에 짧게 푸념을 뱉었다. 말 그대로 짧은 푸념이었다. “좋아, 럭키야.” 왕? “한 번 더 하울링 가보자.” 아직 미다스가 골라야 할 건 하나 더 있었으니까. 왕! “이번에는 레전더리 에픽으로 가보자!” 왕! 그것도 앞선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뭐로 갈까? 정령 기사? 이번에야말로 드래곤즈 아이를 레전더리 에픽으로 업그레이드할까?’ 때문에 앞서서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품은 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펼쳤다. 그러자 이내 에메랄드빛을 내뿜는 카드들이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미다스가 그 카드 뒷면에 있는 스킬들을 훑기 시작했다. 사실 내용을 자세히 훑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모든 스킬들이 레전더리 에픽이 됐을 때 얻는 효과를 확인하고 기록해둔 바. ‘일단은 텔레포트만 확인해보자.’ 굳이 확인해볼 게 있다면 조금 전 새로이 얻은 레전더리 스킬 하나면 충분했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시선이 많은 레전더리 카드 중 하나, 텔레포트 스킬 카드에 꽂혔다. 아우우우! ‘어디 보자.’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내용을 확인했다. [텔레포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서로 연결된 두 개의 문을 그릴 수 있다. 문은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응?’ 이윽고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의 고개가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원래 레전더리였을 때보다 줄어든 설명. ‘마법사 동행이 필요 없다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가만, 그럼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다른 곳에 있는 동료들을 내가 있는 곳에 데려올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몇 종류의 그림을 그리던 미다스가 이내 자신이 그린 그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잠깐.’ 그리고는 이내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고 생각했다 ‘이거 사기가 아니라 씹사기 같은데?’ 상상한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게 손에 들어온 것 같다고. 7.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5일이 지났을 때, 그때 일이 일어났다. 쿵! 오우거의 숲의 동쪽에서 지진이 난 것 같은 거대한 땅울림이 났다. 크어어어어! 그리고 이내 화산이 폭발하듯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괴성이 숲을 뒤흔들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한 플레이어는 없었다. 당황하는 이도 없었다. “드디어 오우거 군대가 등장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등장했다!” 당황은커녕 시곗속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모든 것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 오우거 군대 등장했다! 일단 오우거의 숲에 드디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에서 예고했던 존재가 등장했다는 속보가 세상 곳곳에 퍼졌다. - 드디어! -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 일단 보러 간다! - 가장 빨리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는 플레이어한테 무조건 100달러 쏜다! 그 속보에 대기 중이던 워즈튜브 시청자들이 이 뜨거운 열기에 빠질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기회 잡는다!” “사전에 훈련한 대로 움직이면 돼!” “하늘이 준 기회다! 후회 남기지 마!” 그리고 게임 플레이 타임도 쉬어가면서 기다리고 있던 플레이어들, 별이 되었거나 혹은 별이 되기를 바라던 플레이어들은 앞 다투어 게임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 아스트 길드 접속했다! - 멘하탄 길드도 방송 켰다! 자연스레 워즈튜브에 오우거의 숲과 관련된 라이브 방송들이 우후죽순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송을 통해 속속 오우거의 숲 풍경이 게임 밖으로 전달되었다. - 와, 미친! 오우거가 몇 마리야? - 한 번에 열댓 마리가 같이 움직이잖아? 그렇게 펼쳐진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영광을 위해 모여든 수천 명의 플레이어들과 1천을 가뿐히 넘어서는 오우거 군대가 대결을 앞둔 광경을 장관이라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할 수 있을까? 그 장관 속에서 시청자들은 찾았다. - 그래서 BJ대마도사는? - 아직 접속 안 했음. - 라이징 스타 채널 공지도 잠잠한데? 과연 BJ대마도사는 어디 있는가? 물론 처음에는 그가 없다는 것에 큰 의문은 없었다. - 이제 접속하겠지. - 맞아, 바로 게임에 접속하는 게 아니잖아? 세팅하고, 상황 파악부터 해야지. - 원래 슈퍼 히어로는 뒤늦게 등장하는 거 모름?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데에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한 법. 때문에 BJ대마도사의 부재에 대해서는 소수만이 의문을 품었다. - 10분 지났는데? 그러나 속보가 터지고 10분이 흘렀을 때에도 라이징 스타 채널이나 정보는 없었다. 그 무렵에는 이제 다수가 의문을 품었다. - 뭐지? 좀 늦는데? - 애인도 없어서 게임만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늦지? - 똥 싸느라 늦을 수 있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 30분이 훌쩍 넘는 순간에도 BJ대마도사는 보이지 않았고,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어떠한 공지를 올리지 않았다. 이내 그 부재의 시간이 1시간이 되었을 때 그리고 이제 정말 본격적인 영광을 위한 플레이어 대 오우거 군대의 전투가 시작됐을 때 세상은 생각했다. - BJ대마도사 지금 접속 못하는 거 아니야? - 접속하더라도 벌써 1시간 지났잖아? 이 정도면 이미 늦은 거 아님? - 다른 팀들은 손 잡고 움직이는 중임! - 가만, 이거 뭔가 이상하게 흐르는데? BJ대마도사라는 최고의 실력자가 어쩌면 오늘 처음으로 무대에 오를지 못한다고. 그 무렵이었다. - 중원 길드 접속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벌을 자처하던 중원 길드가 라이브를 시작했다. 312화. < 98화. 오우거 군단 (3). > 8. 집값 살벌하기로 유명한 홍콩, 그 홍콩에서도 가장 부촌이라 평가받는 빅토리아 피크 지역에 위치한 큼지막한 수영장 딸린 3층짜리 개인 주택. 어지간한 수준의 부자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그 저택에서 한 여인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저 물을 즐기기 위한 우아한 수영은 아니었다. 거듭 수영장의 좌우를 왔다갔다하는 훈련식 수영. “아가씨.” 그렇게 정장을 차려입은 여인이 수영을 하는 여인을 불렀고, 이어폰을 끼고 있던 아가씨란 여인이 수영을 멈추고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수경 그리고 수영모를 차례차례 벗자 드러난 여인의 정체는 중원 길드의 마스터 예화였다. 정확히는 칭화 그룹 창업주의 손녀 리 페이. 그녀가 비서가 건네주는 수건으로 머리 물기를 가볍게 닦아내며 말했다. “등장했나요?” “예." “숫자는요?” “정확하게 파악해야겠지만 최소 천은 넘는 듯합니다.” “오우거 군대의 배치 상태는요?” “10마리로 구성된 부대들이 큰 원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 위치는 현재 파악 중입니다만, 정황상 원호의 중심에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기다리던 디데이가 왔음을 알리는 대답. “여기 시뮬레이션 팀이 예상한 오우거 군단 배치도입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종잇장처럼 얄팍한 태블릿PC를 건네받는 리 페이는 의외로 여유가 넘쳐 보였다. “생각보다 우리가 로그아웃한 위치랑 가깝네요?” “예, 약 10분 정도 이동하시면 될 듯합니다.” “운이 좋네요. 이동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게 되어서.” 달리 말하면 당장 게임에 접속해서 오우거 군대를 상대하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딱히 이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모두에게 전해요, 준비하라고.” “예." “서두르지는 말고. 어차피 제대로 된 전투는 빨라야 30분 뒤에 치러질 테니까요.” 애초에 이번 오우거 군대의 등장은 장소와 시간, 그 어느 것 하나 사전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 누구도 즉각 대처가 불가능한 일. 혹여 빨리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어설픈 숫자로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장 가늠되는 오우거의 최소 숫자가 천! 그 숫자를 뚫고 진격을 할 수 있는 건 양이든 질이든 어느 것 하나가 제대로 확보된 파티뿐이었고, 그런 파티는 모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BJ대마도사는 뭐하고 있죠?” 물론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는 예외였다.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현재 게임 내에 접속하지도 않은 듯합니다.” “그렇겠죠.” 허나 앞서 말한 사실을 BJ대마도사도 분명 알고 있을 터, 당연히 BJ대마도사도 딱히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럼 다시 몸을 풀 테니까, BJ대마도사가 낌새가 파악된 경우에만 알려주세요. 때문에 그녀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BJ대마도사의 소식이 들릴 때까지. 그렇게 30분 가량 수영을 하고 이내 비서가 부르기도 전에 수영장 밖으로 나온 그녀가 비서를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겼군요, 모두에게 전달해요. 긴급 사태가 일어났다고.” 그런 그녀의 얼굴에 여유는 없었다. 9.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사람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 직원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쥔 채 방송을 보고 있었다. - 트윈 헤드 오우거 등장한 지 1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BJ대마도사의 존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나온 어느 스트리머의 멘트에 직원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방송실에 있는 유일한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사고 터졌다!’ 사고가, 그것도 엄청난 사고가 터졌다고. 그도 그럴 것이 1시간 동안 주인공이 연락조차 없는 상태 아닌가? 지금 당장 BJ대마도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만큼 상황은 매우 좋지 못했다. - 이거 딱 봐도 BJ대마도사는 접속 안 할 것 같은데, 그럼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 오우거 몰살 연합, 움직이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부재가 1시간을 넘는 순간 그의 등장을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이 오우거 군대와의 전투를 시작했으니까. - 목표는 트윈 헤드 오우거입니다! - 이 무리를 뚫고 트윈 헤드 오우거에 닿겠습니다! 오우거 군대라는 껍질, 그 속에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란 알맹이를 잡기 위한 전투를. 마라톤으로 따지면 주자들이 달리기 시작한 셈이었다. “다들 템 세팅이나 숫자가 으리으리하네.” “오우거의 숲쯤 되면 게임에 목숨 건 놈들만 있으니까. 그런 애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잖아?”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게임으로 먹고살 수 있는 프로 플레이어나 다름없는 주자들이었다. “냄새도 맡은 거겠지. BJ대마도사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 “그리고 BJ대마도사랑 같이 트원 헤드 오우거를 잡으면 땡 잡은 거지만, BJ대마도사보다 먼저 잡으면 땡 정도가 아니고." 더욱이 지금 이 사태는 부귀영화를 위해 몰려든 이들에게 있어서 절호의 찬스였다. “사장님, 정말 아무 소식 없어요?” 결국 참다못한 직원이 박영준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했다. “열세 번.” “예?” “그 질문을 들은 게 열세 번이라고.” “아, 그게……." 그러한 대답을 뱉는 박영준의 표정도 매우 좋지 못했다. “설마 지금 내가 BJ대마도사 소식을 아는데 일부러 직원들 엿 먹이려고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뱉는 소리가 짐승의 으르렁거림처럼 들릴 정도. “아, 아닙니다.” 그 박영준의 모습에 질문을 던진 직원이 고개를 돌렸고,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돌렸다. 그러한 직원들의 모습에 박영준은 살벌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했다. ‘속여서 미안해, 나중에 보너스 많이 줄게.’ 오늘 일부러 직원들을 엿 먹인 대가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해주겠다고. 즉, 박영준은 BJ대마도사로부터 이미 일찍이 연락을 받은 상태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고, 그 스킬 덕분에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를 좀 늦게 시작해도 문제없다고.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전투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하겠다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박영준은 당연히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제대로 엿 먹이려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 모든 건 다름 아니라 중원 길드를 공략하기 위함이라고. ‘BJ대마도사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접속을 못한다, 그런 건수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병신이지.’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가 이렇게 틈을 보이는데 중원 길드가 아무것도 안 한다? 필시 먼저 움직일 터. “사장님, 중원 길드가 접속했습니다.” 그러한 예상대로 잠자코 있던 중원 길드가 움직였다는 소식이 속보로 전달되었다. “공략할 모양입니다! 바로 전투 준비한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박영준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최소한 중원 길드가 몰래 기습적으로 스틸하는 건 막을 수 있다.’ 이것으로 변수가 제거됐다고. 물론 다른 이들이 들었으면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다른 곳도 아닌 그 유명 길드인 중원 길드가 체면을 바닥에 던지면서까지 BJ대마도사가 잡고 있는 보스 몬스터를 도중에 스틸할 리 없다고. 갓워즈의 끝에 존재하는 게 뭔지 모를 때의 박영준이었다면 그 역시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은 아니었다. ‘게임에 걸린 걸 생각하면 BJ대마도사를 리타이어 시키기 위해서 체면 정도는 똥통에 담글 수 있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중원 길드가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BJ대마도사가 이런 시나리오를 그린 것 역시 그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럼 중원 길드가 움직였으니,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상황을 봐서 BJ대마도사가 움직이겠군.’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행보도 예상이 되었다. 그게 박영준을 곤란케 했다. ‘아, 표정 연기해야지, 표정 연기.’ 저도 모르게 입가에 지어지려는 미소를 억지로 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으니까. 그러는 사이 시간은 좀 더 흘렀다. “맙소사, 다들 제대로 준비했네?” “오우거가 녹네 녹아.” 전투가 시작됐고, 그 전투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원 길드 장난 아닌데?” 개중에서도 중원 길드가 보여주는 돌파력은 천 단위가 넘어가는 팀을 압도할 정도였다. “칼 갈았던 모양이네.” 오우거의 숲에서 BJ대마도사와 싸우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흔적을 드러내는 순간. 꿀꺽! 그렇게 드러난 중원 길드의 예리함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런 직원들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 지금 영상은 우리 테이저 길드원들이 죽음을 담보로 찍은 영상입니다. 우리가 최초로 트원 헤드 오우거를 찍었습니다. 게임 오버를 당하긴 했지만, 기어코 누군가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찍었음을 알리는 소식이. “맙소사.” “잠깐, 잠깐! 누가 계산 좀 해봐!” 자칫 잘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BJ대마도사보다 먼저 트원 헤드 오우거와 전투를 치를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대충 보면…… 진짜 빠르면 30분 뒤에 중원 길드가 먼저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 시작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들을 수 있는 최악의 소식. ‘늦었다.’ ‘아, 젠장.’ 그 소식 앞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모든 게 끝났다고 확신했다.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10분 후 게임에 접속할 예정이랍니다.” “아……." 그 소식이 들렸을 때 모두가 환호성 대신 탄식을 내뱉은 건. ‘늦었어.’ ‘끝났다.’ 그 절망 어린 탄식 속에서 박영준이 말했다. “라이브 시작이다.” 10. 콰왕! 크어어! “가즈아!" 쉴 새 없이 숲을 울리는 마법이 만들어내는 폭음과 괴물이 내지르는 괴성 그리고 플레이어가 뱉는 비명.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가 그 아수라장을 배경 삼은 채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 아니, 지금 왜 접속했어요? - 아, 엿 됐네. 지금 BJ대마도사 위치 봐봐, 아직 전장에 들어가지도 않았어! - 이러면 해보나 마나지.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환호성 섞인 인사가 아닌 비명 섞인 질타를 내뱉었다. 그만큼 미다스의 등장은 너무나도 뒤늦은 등장이었다. - 형, 그냥 방송 끄고 접속 못 한 척 하는 게 어때? - BJ대마도사님 그냥 못 본 걸로 해드릴 테니까 오늘은 그냥 여기서 방송 접읍시다. - 어차피 해도 안 되는데, 뭐 하러 함? 차라리 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는 게 나을 만큼 뒤늦은 등장.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 날 선 질타에 미다스가 사과를 했다. “다름 아니라 좀 문제가 있어서……." 그리고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 무슨 문제지? - 일단 다들 이유는 들어보자고! - 맞아! 이런 빅 이벤트 앞두고 이렇게 늦게 온 거 보면 보통 문제는 아닐 테니까. 이 중대하기 그지없는 이벤트를 앞에 두고도 늦은 이유에 시청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고,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여자 친구랑 데이트 중이어서 어떻게 도무지 접속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유가 공개되는 순간, 그 순간 채팅창은 폭발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막감에 휩싸였다. - 여자 친구랑 데이트?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맞장구 쳐주기가 힘드네. - 그러니까 꿈나라에 계셨다는 거죠? 꿈에서 여자친구랑 놀았다는 거죠? ㄴ 꿈이 아니라 연애 게임 중이었을지도 몰라. 그럼 늦은 거 이해해드립니다. - BJ대마도사님 구라를 쳐도 최소한의 성의는 담아서 칩시다. 씨알은 먹힐 걸 가져와야죠! - 그냥 차라리 똥 싸느라 늦었다고 하는 게 훨씬 더 믿음직할 듯. 그러한 적막감 사이로 콧방귀 치듯 시청자들이 채팅을 쳤고, 미다스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됐습니다. 그보다 제가 많이 늦은 모양이네요.” 그리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전장을 바라봤다. - 지금 진행 속도 장난 아니에요! - 중원 길드 10분 후에 트윈 헤드 오우거랑 싸울 듯합니다! 그 전장의 상황을 시청자들이 다급하게 전달했다. 실제로도 다급한 상황이었다. - 가려면 빨리 가세요! - 지금 BJ올빼미 다리가 보입니다, 제대로 안 합니까? 정말 이 레이스에 참가하고자 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전장을 향해야 할 때. - 솔직히 이미 끝났음. 다들 BJ대마도사보다 최소 30분 이상 먼저 진행한 상태라고! -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 그러지 말고 팝콘이나 먹죠? 이미 승산이 없다고 포기를 종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쉽지 않겠네요. 그렇지 럭키야?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왕! “그렇지? 다 같이 가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겠지?” 왕! “나 혼자 가는 게 가장 빠른 거라고?” 럭키와 골드, 실버를 데리고 오우거가 우글거리는 곳을 단시간 내에 뚫고 가긴 힘든 상황. 미다스의 말처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건 그 혼자 가는 수밖에 없었다.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서 어그로를 초기화하는 식으로. “어쩔 수 없네요.” 그 사실에 미다스가 혀를 내둘렀고 시청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 에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 혼자서 어떻게 가? 자살행위지. 미다스가 혼자 트원 헤드 오우거에게 간다,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저 혼자 가는 수밖에." - 응? - 어? 그렇기에 미다스의 발언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에는 물음표 어린 문자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때 한 명이 말했다. [아즈모 님이 10,20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분명 혼자 간다고 했지?] 아즈모, 그의 되물음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그렇잖아요? 럭키나 골드, 실버를 데리고는 단시간 내에 뚫기 힘들고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제가 블링크 써가면서 가는 것 밖에 없죠. 그렇게 움직여도 빠듯할 것 같은데.” 그리고는 내뱉는 담담한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에는 이제 물음표를 넘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왜요? 못 갈 것 같아요?” 이어진 미다스의 되물음에 시청자들 중에 응, 이라고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 아니, 그야 갈 수야 있지. - 그럼 중원 길드보다 먼저 닿긴 할 듯. 미다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으니까. [아즈모 님이 10,20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떻게 잡으려고?] 단지 그다음 답이 없을 뿐. 그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떻게 잡긴요, 저한테는 이게 있잖아요?” 방법이 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주먹을 들며 말했다. “물리 마법, 이걸로 잡겠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이 탄식으로 가득 찼다. - 개그네. - BJ대마도사, 늦은 주제에 처음부터 장난질이냐? BJ대마도사가 그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 개그를 한다, 모두가 그리 생각한 탓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 누구도 BJ대마도사가 정말 자신이 한 말을 실천에 옮기리라 상상치 못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얘들아 조용히 있어, 주인님 트윈 헤드 오우거 때려잡고 올게.” 그 말에 곧바로 네 동료가 대답했다. 왕! “주인님, 언제든 제가 필요하실 때는 저를 불러주십시오!” “저도 선배님과 같습니다!” 꾸우우! 그렇게 넷의 배웅을 받은 미다스가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헤이스트.” 그리고는 오우거 군대를 향해 돌진했다. - 어? - 설마 진짜 하려고? 미다스, 그가 혼자서 오우거의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313화. < 98화. 오우거 군단 (4). > 11.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는 여우들이 왕인 법. “나가 길드 애들이 뚫고 들어갔다!” “경쟁에서 지면 안 돼! 무리해서라도 뚫어!” “일단 트윈 헤드 오우거까지 가! 최소한 5순위 안에는 들어야 해! 그래야 기회라도 볼 수 있어!” 그렇게 호랑이가 없는 틈을 타 여우들이 왕이 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듯, 오우거의 숲에서 트원 헤드 오우거를 놓고 무수히 많은 파티 그리고 팀들이 경쟁하고 있을 무렵. “잠깐, 속보다!” “속보!” “BJ대마도사 접속했다!” 그 무렵에 호랑이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소식이 오우거의 숲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했다. 그와 동시에 오우거의 숲에서 사냥 중인 플레이어들이 잠시 동안 멈칫했다. 네온사인 불빛과 사람 가득한 도심에서 갑자기 정전이 난 것처럼. 그게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눈앞을 단숨에 깜깜하게 만들 수 있는 자. 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 기괴한 광경은 잠깐에 불과했다. “……그래서 어디에 있는데?” “전장 밖에 있다고?” 이어서 들려온 BJ대마도사의 상황, 그가 전장에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에 전투 중이던 플레이어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밖이라는 건 지금 시작해도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거지?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이제부터 달려서 우리들을 따라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제아무리 빠른 차라고 해도 이미 먼저 먼 길을 앞서 가는 차를 따라잡긴 힘든 법. 물론 의심은 있었다. ‘그래도 BJ대마도사라면 모른다.’ BJ대마도사라면 무언가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어떤 작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 “BJ대마도사가 럭키, 골드, 실버를 빼고 혼자 트원 헤드 오우거를 잡으러 움직인다고?” “진짜 혼자 움직이는 거야? 확실해?” 그러나 이어진 소식을 들었을 때 플레이어들은 도리어 확신했다. ‘일단 어떻게든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있는 곳까지는 최대한 빨리 가겠다, 이건가?’ ‘어쨌거나 무대 위에는 오르겠다는 거겠지.’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무리 그래도 이거 무리수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는 못 뛴다. 다른 파티랑 같이 뛰거나 그런 시도를 할지언정.’ 그리고 그 의도가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리수를 던진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확실해, 그냥 늦은 거야.’ ‘어쨌거나 밥상 앞에는 서겠다, 지금 BJ대마도사의 목표는 그거군.’ BJ대마도사가 정말 사정이 있어 접속이 늦었다는 것. 즉, 다른 노림수 따위는 없다는 의미였다. ‘해볼 만해!’ 머릿속 그리고 가슴속에 있던 BJ대마도사란 변수가, 불안 요소가 사그라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오우거 군대를 뚫고 트윈 헤드 오우거와의 거리를 좁히는 중원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소식을 들은 중원 길드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은 판단을 했고,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먼저 시도할 수 있어!” 이대로 간다면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건 자신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물론 시작과 성공은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어쨌거나 BJ대마도사보다 먼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BJ대마도사와 벌였던 레이스와 상황이 달랐다.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다는 의미. “우리가 BJ대마도사보다 먼저 잡는다!” “오늘 여기서 우리가 역사를 쓴다!”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의미였다. “다들 전장에 집중하세요!” 허나, 예화만큼은 예외였다. 그녀 역시 남들과 판단은 같았다. BJ대마도사가 분명 문제가 생겨서 무리수를 뒀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대신 그녀는 이 게임에 걸린 게 뭔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어떤 짓을 할지 몰라.’ 그리고 BJ대마도사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BJ대마도사가 퀘스트 진행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필요하면 스틸도 할 거야.’ 예하,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물론 예화는 다짜고짜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스틸을 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이미지 관리가 매우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노리는 건 동승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이 높은 건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를 시도하는 파티에 합류하는 방식, 동승을 하는 경우였다. 그리고 정황상 그 동승 상대는 중원 길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분명 엄청난 딜을 하겠지.’ 물론 무임승차는 없었다. 필시 BJ대마도사 쪽에서 엄청난 메리트를 제시해줄 터. ‘딜을 무시하면 강행돌파를 할 테고.’ 딜을 받든 혹은 딜을 거절하든, 뭐든 간에 예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건 두 가지였다. ‘분명한 건 BJ대마도사는 혼자 못 잡는다.’ 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해도 럭키, 골드, 실버, 잭팟 없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단독 사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경우이든 간에 우리가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유리해져.’ 다른 하나는 중원 길드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을 능력이 부족하다면 앞선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전력을 최대한 온전하게 갖춘다.’ 그게 이유였다. “다들 페이스 유지하세요!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전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신경 쓰세요.” 그녀가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한 중원 길드원들의 페이스를 진정시킨 건. 그 명령에 중원 길드원들은 납득했다. ‘하긴, 무리할 필요는 없어.’ ‘이미 주도권은 우리 손에 있다.’ ‘설마 BJ대마도사가 진짜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선공을 날리겠어?’ 납득했기에 그들은 명령처럼 여유를 가진 채, 착실하게 오우거와의 전투를 진행했다. 그런 중원 길드에 다음 소식이 들려왔다. “저기, 마스터.” “무슨 일이죠?” “BJ대마도사 속도가…… 상식 범주 밖인데요?” “뭐라고요?” “아, 속보입니다.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오우거랑 조우했답니다.” “예?” 12. 미다스, 그가 질주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하는 생각은 똑같았다. - 진짜? 가는 건가? ㄴ 야, 진짜 가는 거겠어? 쇼하는 거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실패할 수는 없으니, 뭐든 해보는 거라고. 그뿐이었다. - 설마 트원 헤드 오우거를 마법사 혼자서 잡는 게 말이 돼? 그 누구도 BJ대마도사가 정말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는 이러한 의견도 제시했다. - 딱 봐도 동승 각이네. - 일단 잡는 파티 있으면 끼어들면 되겠지. 본인이 먼저 시작할 순 없으니 이미 시작한 파티 옆자리에 같이 앉아 가는 방법을 쓸지도 모른다고. 가장 그럴싸한 의견이었고, 그 의견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의 대세가 된 이후 시청자들의 의문은 하나였다. - 얼마를 주려나? 과연 BJ대마도사가 동승을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 템은 애매하니까 돈으로 주겠지? ㄴ 그럼 이번에도 백만 달러? ㄴ 에헤이! BJ대마도사 재력 무시하네. 1백만 달러가 뭐야? ㄴ 아무렴, BJ대마도사 정도 되는 부자면 화끈하게 1천만 달러 줄 수도 있음. ㄴ 그렇지, 그 정도 금액은 나와야 게임 좀 화끈해지지. 당연히 거론되는 대가는 무지막지했다. 때문에 모두가 생각했다. - 그럼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겠네. - 어차피 도착만 하면 되는 거니까. 동승을 노리는 이상 BJ대마도사가 굳이 가장 먼저 도달하기 위해 무리할 이유는 없다고. -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르지? 그러나 그런 예상이 나온 것치고 미다스의 움직임은 빨랐다. - 서두르는 정도가 아니잖아? - 엄청 빠른데? 모두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어어! 크아아! 오우거 군대들이 그런 미다스를 발견하고는 그 뒤를 쫓았으나, 그 거리가 쉽게 좁히지 않을 정도. 쉬익! 그야말로 바람과 같이 오우거의 군대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 이거 그냥 장난삼아 가는 것 같지 않은데? - 이 속도면 트원 헤드 오우거랑 가장 먼저 싸우겠는데? 그쯤 되자 시청자들은 대세가 되었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 잠깐, 가장 먼저 도착하면 어떻게 됨? ㄴ 보스몹은 선빵 날린 쪽이 선공권 가지는 게 불문율이잖아. ㄴ 그다음에는? ㄴ 잡거나 튀거나 죽거나 셋 중 하나지. ㄴ 뭐든 싸운다는 거네? 정말 BJ대마도사가 싸우려고 하는 게 아닌지. ‘당연히 붙어야지.’ 물론 싸우는 게 미다스의 계획이었다. ‘애들이야 텔레포트로 부르면 되고.’ 최단 시간 내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근처로 이동한 후에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밖에 있는 럭키와 골드, 실버 잭팟을 데려오는 것이 미다스의 계획이었으니까. 듣기만 해도 멋진 계획. 그러나 이 멋진 계획에는 나름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냥 처음부터 트원 헤드 오우거에게 달라붙으면 그 주변 부하 오우거들이 몰려들 게 당연지사, 그런 부하 오우거들을 상대하면서 트원 헤드 오우거를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시간을 지새웠다. ‘잔챙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처리해주면 되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전열을 갖추고 오우거 군대와 맞상대해주기를. 그들이 치열하게 오우거들을 잡아주고, 동시에 트윈 헤드 오우거 주변의 부하들을 끌어내주기를. 그 덕분에 지금 미다스의 눈에 비친 트원 헤드 오우거 주변의 오우거 숫자는 지극히 줄어든 상태였다. 아니,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무주공산이었다. 사실상 트윈 헤드 오우거만 망망대해 위 돛단배처럼 남아있는 상황. ‘남은 건 멋지게 잡는 것 뿐.’ 이제 남은 건 시청자들이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지금 달리는 모습 역시 퍼포먼스였다. 애초에 미다스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나오는 위치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미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끝내두었다. 지리를 파악해두고, 이미 뛰어보는 연습마저 끝냈다는 의미. 사실상 이곳은 홈그라운드와 같았다. 크어어! 크아아! 그렇게 꼬리에 오우거 서른 마리를 둔 채 달리던 미다스의 눈에 트윈 헤드 오우거가 보였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블링크!” 외침과 동시에 미다스의 모습이 사라졌고, 미다스를 쫓던 오우거들이 그대로 정지했다. 크어? 크르르? 그리고는 오우거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 다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적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어그로가 초기화됐다는 증거. 그 사실을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확인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초기화 했으니 또 달려보겠습니다.” -정말 잡을 거예요? “그야……." 그때 나온 물음에 미다스가 대답하려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꽈릉! 보통의 오우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발소리 하나가 단숨에 미다스를 두드렸고, 시청자들의 스피커를 두드렸다. - 어? - 설마? 모두가 동시에 깨달았다. "트윈 헤드 오우거네요.” 미다스가 정말 트원 헤드 오우거에 도달했음을. 최초는 아니었다. 이미 앞서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찍기 위해 목숨 걸고 덤벼든 파티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이 주변에 저밖에 없는 것 같군요.” 허나 앞서서 온 플레이어들은 목숨을 건 대가를 치렀고, 현재 트원 헤드 오우거의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는 미다스가 유일했다. 그 사실에 채팅창이 패닉으로 가득 찼다. - 잠깐, 진짜 레이드 가는 건가? - BJ대마도사님 진짜 혼자 잡으시게요? 그러한 의견에 미다스가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잡아야죠. 설마 그럼 제가 다른 파티 잡는 거에 돈 내고 동승할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단호한 대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채팅을 거듭 토해냈다. BJ대마도사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 아니, 어떻게요? 그저 BJ대마도사가 말하는 상황 자체를 상상하지 못할 뿐. 그러한 모두의 의문 속에서 미다스가 대답 대신 주변을 탐색하는 모습을, 전투를 앞에 두고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지하게. 그렇게 주변 탐색을 마치고 좀 더 시간을 지새운 미다스가 짧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도 이제는 긴장했다. - 정말 갈 것 같다. - 진짜 잡으려는 모양이야. BJ대마도사가 진심이란 것을 파악했으니까. “자, 들어가겠습니다.” 이윽고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볼.”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손에 쥔 파이어볼을 트원 헤드 오우거의 오른쪽 머리를 향해 던졌다. 퍼엉! 곧바로 들리는 폭음. 크어! 크아! 그 소음 뒤로 각기 다른 두 줄기의 울음이 미다스에게 꽂혔다. 그제야 비로소 트원 헤드 오우거의 모습이 드러났다. 신장 6미터! 그 드높은 신장을 갑옷 같은 근육으로 덮고 있는 머리 두 개 달린 오우거의 모습이. - 맙소사. - 진짜 던졌어! 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소리쳤다. “야!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반면 트윈 헤드 오우거는 대답 대신 행동했다. 꽈릉, 꽈릉! 지진을 일으키며 미다스와의 100여 미터 거리를 좁혔다. - 아? - 헉! 채팅 한 번 치면 끝날 만큼 단숨에. 제대로 된 대비책 따위를 꺼내들 여유조차 보이지 않는 그 상황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채팅도 멈추었다. 그 순간 그들이 들은 건 하나였다. “블링크!” 미다스가 블링크를 사용하는 소리 하나뿐. 크어? 크아? 그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사라졌고, 트원 헤드 오우거의 두 개의 머리를 가웃갸웃했다. 시청자들이 보던 화면 역시 바뀌었다. 무시무시한 트윈 헤드 오우거 대신 푸르른 숲만이 보였다. - 트윈 헤드 오우거 어디 감? - 뭐야? 블링크 쓴 거야? - 지금 튄 거임?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망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 누구더라도 트윈 헤드 오우거가 저토록 빠르게 오는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단지 미다스가 앞서서 너무 큰 자신감을 드러낸 게 문제였다. - 형, 실망이야. 남자가 칼이라도 뽑았으면 휘두르기라도 해야지. - 맞아, 형이 그래서 솔로인 거야. 그러한 시청자들의 채팅에 미다스가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 다들 저거 봤잖아요? 저걸 보고 어떻게 정면에서 맞상대합니까?” 말과 함께 나무 한그루를 장막 삼아 빠끔히 고개만 내밀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살핀 미다스가 잽싸게 내밀었던 머리를 빼고는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어우, 장난 아니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니, 이 빌어먹을 게임은 좀 상식적으로 몬스터를 만들어야지, 이게 게임이냐?” 미다스의 푸념에 시청자들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 BJ대마도사님 진짜 아무것도 준비 안 하셨구나. - 진짜 연애하다가 늦은 건가?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밑도 끝도 없이 지른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러한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 수 없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슬그머니 지팡이를 이용해 땅바닥에 큼지막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름 약 10미터짜리 원을. - 어? 텔레포트인가? - 텔레포트 맞네! 시청자들이 이내 텔레포트 마법진임을 파악했고,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혀를 찼다. - 튀려고 하네. 여기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는 이유는 도주, 그 외에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큼지막한 원을 그린 미다스가 그들의 예상에 부응하듯 말했다. “텔레포트.” 캐스팅을 했다. 그런 미다스의 외침에 미다스가 그린 마법진이 아주 옅은 파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원의 면이 파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문이 활성화됐습니다.] 이제 미다스가 그 위에 올라서서 이동을 외치면 텔레포트가 발동될 터. 그러나 미다스는 마법진 위에 서지 않았다. “이동!” 서지 않은 채 그대로 이동을 외쳤다. - 뭐지? - 위에 안 서면 효과 없는데?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랐다. 그러나 그 놀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미다스의 주문과 함께 마법진 위로 흐릿한 홀로그램이 등장했으니까. - 럭키? 골드? 실버? - 얘네들이 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의 모습이 홀로그램 영상처럼 보였고, 흐릿하게 보이던 그것은 점차 선명해지더니 이내 분명한 모습을 감추었다. 꾸우! 동시에 하늘 위에서는 잭팟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왕! “주인님, 제가 왔습니다!” “저도 왔습니다.” 이윽고 실체를 갖춘 럭키와 골드, 실버가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들아, 저기 있는 괴물이 나 괴롭혔어! 혼내줘!” 314화. < 98화. 오우거 군단 (5). > 13. 텔레포트 마법은 마법사와 동행해야 쓸 수 있다, 갓워즈에서 상식과도 같은 일. - 소환을 했어? - 어떻게? 그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 당연히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혼란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그 혼란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크왕! “네놈! 주인님을 괴롭힌 죄! 죽음으로 갚아라!” “갚아라!” 텔레포트를 통해 등장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동시에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덤벼들었으니까. - 잠깐 일단 이것부터 보자! - 다들 게임에 집중하자! 진짜 보고 싶은 광경이 펼쳐지는 순간.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도 그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 광경을 송출했다. 크르르! 그렇게 송출된 화면에서 가장 먼저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덤벼든 건 실버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와 비교해도 덩치가 밀리지 않는 거대 사자 모습인 실버가 그대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실버, 거대화!” 미다스가 그런 실버의 몸을 거대화로 더 키웠다. 쿵! 쿠웅! 쿠구궁! 실버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몸집이 커졌고, 대지의 비명소리 역시 커졌다. 이윽고 트윈 헤드 오우거와의 거리가 서로에게 두 걸음 남짓한 거리가 됐을 때 실버의 덩치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차이가 트럭과 자동차처럼 보였다. 충돌하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차이, 그 차이임에도 둘은 물러서지 않았고 그대로 충돌했다. 실버의 거대한 머리가 그대로 트원 헤드 오우거의 가슴팍에 꽂혔다. 콰광! 땅이 울리고, 대기가 파르르 떨렸다. 놀라운 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크르르! 거대화 상태인 실버를 상대로 그보다 분명 작은 덩치의 트원 헤드 오우거가 밀리지 않고 힘겨루기를 했다. 오히려 힘겨루기에서 우세한 건 트윈 헤드 오우거 쪽이었다. 크어! 크아! 거친 기합과 함께 트윈 헤드가 제 가슴팍을 짓누르는 실버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내리쳤다. 쾅! 생물체가 서로를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쇳덩이가 성벽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크흥! 그 강렬한 소리만큼 충격 역시 강렬한 듯 실버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 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실버는 물러서거나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맞고 버티는 게 자신의 본분이었으니까. “네놈, 내 귀여운 후배를 괴롭히지 마라!” 크-왕! 럭키와 골드가 트원 헤드 오우거의 등 뒤로 이동해서 공격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럭키, 전광석화! 골드 광전사!” 그렇게 실버를 돕기 위해 등장한 그 둘에게 미다스가 그대로 기름을 끼얹었고, 전광석화 모드인 럭키의 이빨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왼쪽 다리 오금을 물고, 럭키를 밟고 도약한 골드가 손에 쥔 칼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등줄기에 꽂혔다. “죽어라!” 이후 골드가 광기 어린 소리를 내지르며 절벽을 등반하듯 칼을 거듭 찔러가며 트윈 헤드 오우거의 등줄기를 오르기 시작했다. 크어! 크아! 그 공세에 트원 헤드 오우거가 괴성을 내지르며 전력을 다해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크흥! 그 몸부림에 실버가 결국 뒤로 물러났고, 럭키 역시 물러났다. “네놈! 네놈!” 오직 한 명, 골드만이 로데오를 하는 카우보이처럼 트원 헤드 오우거의 등줄기에 칼을 꽂은 채 버티고 있을 뿐. - 와우! 그 숨 막히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채팅을 잊은 채 그리고 텔레포트에 대한 건 잊은 채 집중했다. 그때였다. “잭팟, 수호자 모드다!” 미다스의 외침에 허공을 맴돌던 잭팟이 미다스의 곁으로 오더니 이내 수호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오리온의 노래, 골드한테!” “알았다, 주인.” 그리고는 이어진 명령에 잭팟이 바로 골드를 향해 오리온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텔레포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 골드님 레전드 편 찍으실 모양이다! - 골드팬들 전부 소집! - 다들 후원 준비해! 그저 앞으로 시작될 골드의 활약에 열광할 뿐. 한편 미다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전장을 파악했다. ‘오우거들은 안 오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느라 모이지 않는 오우거 군대들. 이내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트원 헤드 오우거를 바라봤다. [트윈 헤드 오우거(Lv281)] !무리 소집 스킬 사용 가능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위기고조’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분노 전염’ 스킬 발동 그리고 보이는 놈의 정보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약하다는 것. ‘가진 스킬도 파티 버프용들이고.’ 또한 페이즈마다 발동하는 스킬들도 개인용보다는 파티용이었다. 기본 스킬인 무리 소집 스킬은 말 그대로 무리를 소집하는 스킬이었고, 위기고조 스킬은 울음을 통해 주변 부하들의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스킬이었다. 마지막 페이즈인 분노 전염은 쉽게 말하면 주변 부하들을 광전사 모드로 만드는 것이었다. 오우거 군대 전체와 싸운다면 골치 아픈 설정이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하고만 싸우면 골치 아플 것은 없었다. ‘그래, 게임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사실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아무리 난이도 지랄맞기로 유명한 갓워즈라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 수천 마리의 오우거 군대를 이끌고 등장하는 상황에서 보스 몬스터마저 강하다는 건 분명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그럼 가지고 놀아야지.’ 여러모로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좋아, 그럼 플랜C다.’ 그 그림을 고른 미다스가 소리쳤다. “이제부터 진짜 내 본 실력을 보여주겠다!” 미다스의 외침에 자연스레 카메라가 미다스에 꽂혔고, 시청자들의 이목도 미다스에 꽂혔다. -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나오려는 모양이네. - 그래, 아까는 좀 그랬지만 이제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 트윈 헤드 오우거,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주마! 폭풍 캐논 BJ대마도사가 간다! - 쥐구멍 들어간 BJ대마도사 팬분들 다시 나오세요! 그리고 BJ대마도사의 끝내주는 화력쇼를 기대하며 기꺼이 응원을 보냈다. “용열병!” 그리고 나온 용열병 스킬에 기대감은 더 커졌다. - 뭐 나오려나? 무한 파이어볼? - 그냥 첫판부터 끝장을 봐야지! 대폭발 5연발 가즈아! - 트라이던트 5연발로 가즈아! - 물리 마법! 물리 마법을 꽂아넣는 거다! 그런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블레이즈 골렘 소환!” - 어? - 응? 예상과 다른 골렘의 등장. 물론 놀람은 짧았다. - 그래, 탱킹 추가해야지. - 아무렴, 블레이즈 골렘이 빠지면 섭하지.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라는 것. “골렘이 소환했으니, 이제 진짜 제대로 갑니다!” - 좋아, 소환했으니 이제 가즈아! - BJ대마도사팬분들, 소리 지를 준비하세요! 미다스가 다시금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기대감을 심었고, 시청자들의 마음속 기대감이 싹을 트는 순간 다시 외쳤다. “불의 정령 기사 소환!” 이번에는 불의 정령 기사를 소환했다. “뜨거운 불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그렇게 등장한 정령 기사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식은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번에도 나름 용인했다. - 그래, 어떻게 배운 정령 기사 스킬인데 꺼내야지. - 여기까지는 인정. 그 후에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그럼 한 번 뜨겁게 가볼까요?” - 오! 이제 진짜 간다! - 뜨겁다는 건 대폭발 간다는 의미인듯! 다시 기대감이 타오르고, 그 기대감을 향해서 미다스가 말했다. “중급 불의 정령 소환.” - 응? 공격 대신 새로운 정령을 소환했다. 그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급 정령 소환을 한 미다스는 다시 한 번 쿨타임이 끝나는 순간, 블레이즈 골렘을 하나 더 소환했다. 그 작업을 거듭 반복했다. “하급 정령 소환! 정령 전사로 진화!” 쉼 없이. “중급 불의 정령 소환!” “블레이즈 골렘 소환!” “하급 불의 정령 소환!” 그렇게 속속 등장한 정령 전사들과 중급 정령들 그리고 골렘들이 전장을 향했다. 당연히 전장의 분위기는 미다스 쪽으로 빠르게 유리해졌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아, 소환 언제 끝남? - 이게 무슨 대마도사야? - BJ대소환사로 개명하시죠?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도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정령 기사 소환!” 일전에 예고한 바대로 두 번째 정령 기사를 소환했고, 그제야 비로소 어이가 없던 표정을 짓던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 드디어 전부 다 소환했다! - 끝났다! - BJ대마도사 팬분들 드디어 응원할 때입니다! 그사이 두 번째 정령 기사가 트윈 헤드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사실 그쯤에서 전장의 광경은 모두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쿵! 트윈 헤드 오우거 주변을 블레이즈 골렘 4마리와 정령 기사 2마리 그리고 실버가 포위한 채 틈이 날 때마다 공세를 퍼부었고, 그러한 블레이즈 골렘의 몸뚱이에 올라탄 중급 정령들이 쉴 새 없이 불덩이를 던졌으며, 트윈 헤드 오우거의 온몸에는 무기를 쥔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 크어! 크아! 실버를 이길 만한 힘이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라고 해도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가진 스킬 중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스킬을 하나도 없었으니까. “주인님의 제물이 되어라!” 크-왕! 그사이 전광석화 상태인 럭키와 광전사 모드인 골드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틈을 거듭 노렸다. 크러러! 크라라! 그때 트윈 헤드 오우거의 울음소리가 달라졌다. - 소리가 다르네, 소리가? - 속보 들어옴! 다른 플레이어들이 싸우는 오우거들 미쳐 날뛴다고 함! - 광역 버프 발동했다! - 그럼 페이즈 바뀌었다는 건데? 이번이 두 번째 스킬 발동 아닌가? - 설마 3페이즈가 마지막은 아니겠지? 3페이즈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소리. - BJ대마도사님, 빨리 활약 좀 해주세요! - BJ대마도사님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면 팬들 다 죽습니다! 부끄러워 죽는다고요! 미다스가 활약할 여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좋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갑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 전에 마력 좀 채우겠습니다. 지금 진짜 마력 없어서 죽기 일보직전이거든요.” 그리고는 곧바로 인벤토리를 연 후에 포션을 하나씩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 아, 미치겠다. 채팅창이 탄식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차례차례, 값비싼 포션을 비워간 후에 마력을 가득 채운 후에 미다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우, 마력 소모 장난 아니네요.” 짧은 푸념. 그 푸념을 뱉은 미다스가 짧은 심호흡과 함께 이제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진짜 갑니다, 위대한 의지!”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바로 위대한 의지를 발동시키자 그가 왼손에 쥔 지팡이가 그의 팔을 휘감았다. 자유가 된 두 손. - 오오! 드디어! 시청자들 역시 이제는 다시 기대감을 품었다. “리볼버!” - 리볼버다! - 그럼 둘 중 하나네! - 대폭발이냐, 트라이던트냐?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리볼버마저 꺼내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고, 미다스는 그 기대감에 기꺼이 응했다. “대폭발 애드원.” - 대폭발이다! - 애드원 켬. - 트윈 헤드 오우거, 너 이 새끼 뒈졌어! BJ대마도사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마! 대폭발 5연발이 예고되는 순간! 그렇게 천천히 캐스팅을 준비하던 미다스의 손바닥에 이내 대폭발의 구슬이 잡혔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이제 어수선하지 않았다. 그저 펑펑 터질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를 준비를 할 뿐. 그렇게 대폭발을 던질 준비를 하던 미다스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잠깐만요.” 이후 몇 번 더 이리저리 움직이던 미다스가 말했다. “아, 미치겠네.” 갑작스러운 말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말을 마저 뱉었다. “던질 각도가 안 나와요.” - 뭐? “우리 애들이 너무 많아서 던질 각도가 안 나온다고요. 제 시야로 한 번 보세요.” 미다스의 요청에 곧바로 화면이 미다스 시점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보이는 광경, 그 광경 어디에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쿵! 그저 트원 헤드 오우거를 포위한 채 놈이 불쌍할 정도로 단체 공격을 퍼붓는 미다스의 부하들이 보일 뿐. - 안 보이긴 안 보이네. 미다스의 말처럼 대폭발을 던질 만한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요, 자리 좀 바꾸겠습니다.” 결국 미다스가 지금 있던 자리를 포기하고는 천천히 자리를 옮기면서 각도를 찾았다. 그럼에도 각도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아, 뷰가 왜 이래? 어떻게 던지라고? 미치겠네.” 절로 나오는 푸념, 그 푸념 끝에 미다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젠장, 별 수 없네요. 블레이즈 골렘 하나 취소하고, 노멀 골렘 하나 뽑겠습니다. 골렘 위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각도가 절대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골렘 위에서 싸우겠다! 그 차선책을 꺼내든 미다스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블레이즈 골렘이여, 흙으로 돌아가라!” 전투 중인 블레이즈 골렘 하나를 취소하고는 이내 노멀 흙골렘을 소환하려고 했다. 허나, 미다스가 당장 골렘 소환하는 건 불가능했다. 캐스팅은 가능하나, 이미 마법을 손에 쥔 미다스는 그 마법을 쓴 후에야 골렘 소환 마법을 발동할 수 있었으니까. “사역마 골렘 소환!” 때문에 사역마를 통해서 골렘을 소환했다. 당연히 캐스팅 속도는 미다스가 했을 때보다 매우 느렸다. 사역마의 경우에는 미다스가 가진 캐스팅 속도 증가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으니까. - 빨리! - 형, 딜링하는 거 한 번만 보자! 오늘 파이어볼 하나 던진 것밖에 못 봤다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분노를 넘어 애걸복걸하며 그를 재촉했다. [사역마가 골렘 소환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쿠쿠쿠!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자 땅이 흔들리며 흙골렘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됐다! - 형, 빨리! 다 잡아간다! 그렇게 골렘이 등장했고, 시청자들이 재촉했다. “아, 저기 시청자 여러분.” 그 재촉 속에서 이내 미다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곤란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어떻게 올라가죠?” 말과 함께 미다스가 양손에 쥔 대폭발 구슬을 보여줬고, 시청자들이 탄식을 토했다. - 아, 미치겠네! 대폭발 구슬을 양손에 쥐고 있는 이상 두 발만으로 골렘 위에 올라야 하는데 그건 누가 보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다는 건 대폭발 마법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 오케이, 4달러 ! 아니, 4달러가 아니지. 트라이 던트로 갑시다! - 대폭발 버리고 트라이던트로 가요! - 그냥 버려요, 버려! 이어진 시청자들의 요구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 대폭발을 애먼 곳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물론 그냥 던지는 건 아니었다. 대폭발의 범위를 생각하면 최대한 멀리 던지는 게 안전했으니까. 콰광! 콰광! 그렇게 애먼 먼 곳으로 날아간 두 개의 대폭발이 동시에 터졌다. 콰광! 콰광! 이어서 두 번 터지는 대폭발 소리, 그럼에도 미다스가 손에는 대폭발 구슬이 하나 더 생성됐다. 애드원으로 인해 생긴 대폭발이었고. 그 대폭발마저 애먼 곳에 던진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골렘 등산을 시작했다. 천천히. - 아, 왜 이렇게 느려? - 미치겠네. 그때였다. 크어! 크아! 갑자기 오우거 한 무리가 미다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왔다. - 또 뭐야? - 잠깐, 저기? BJ대마도사가 대폭발 던진 방향이잖아? - 설마? 미다스가 던진 애먼 곳에 하필이면 오우거 무리가 있었고, 그들이 반응한 모양. 그 사실에 미다스가 황급히 소리쳤다. “아, 젠장!” 골렘 끝까지 올라갔던 미다스가 그대로 바닥에 내려온 다음에 소리쳤다. “오늘 왜 이래?” 이런 상황에서 뒤에서 달려오는 오우거 무리를 무시하고 트윈 헤드 오우거를 공격할 순 없는 노릇. 그 사실에 도리어 시청자들은 만족했다. - 그래, 꿩 대신 닭이라도 잡자! - BJ대마도사님, 마법 좀 쓰세요, 마법 좀! 어쨌거나 활약을 볼 수 있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크어어어어! 크아아아아! 트윈 헤드 오우거의 입에서 이제껏 듣지 못했던 울음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를 듣는 모두가 생각했다. - 설마? - 단말마? 그것이 트윈 헤드 오우거가 내지른 마지막 단말마임을. [트윈 헤드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어서 알림을 들은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말했다. “잡았네?”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가 끝났음을. 그 순간 미다스와 시청자들의 귓속에 들렸다. 크-왕! “나쁜개! 저기 주인님이 위험하다!” “주인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럭키와 그 위에 올라탄 골드의 목소리가. “주인, 방해되니까 그냥 비켜라.” 그리고 잭팟의 시큰둥한 목소리가. 사실상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 미친, BJ대마도사 아무것도 안 했어! 여러모로 전설적인 일화가 될 레이드가. 14. 푸슈! 천천히 열리는 캡슐문.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그 문을 제 손을 이용해 더 빨리, 강제로 열고 등장한 리 페이의 물음에 대기 중이던 비서가 말했다. “그게…… 채팅을 통해 전달한 그대로입니다.” 그 대답이 이유였다. 게임 도중에 리 페이가 강제로 로그아웃을 한 이유.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혼자서 트원 헤드 오우거와 레이드를 한다?” “예." “심지어 본인은 단 한 번도 공격도 하지 않은 상태고?” “예." “그런데 거의 다 잡은 것 같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것. “정확히는…… 조금 전 레이드가 끝났습니다.” 이어진 비서의 말에 리 페이는 더 이상 질문을 하는 대신 손을 내밀었고, 비서가 잽싸게 들고 있는 얄팍한 태블릿PC를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 시청자 여러분……. 그런 태블릿PC 화면 위로는 이미 라이브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중이었고, 리 페이가 영상을 보는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니라 무릎을 꿇고 있는 BJ대마도사였다. - 죄송합니다. 그 상태로 사과를 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리 페이는 비서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게 꿈은 아닐까? 그러한 표정을 지은 채. 그 표정에 비서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만 지었다. 그렇게 둘 사이를 흐르는 적막감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 제대로 공격 마법도 못 쓰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리 페이는 표정을 바꿨다. 그냥 제발 이게 꿈이라고 해줘! 라는 표정으로. 그 상태에서도 BJ대마도사는 말을 이어갔다. - 오늘 라이브 방송이 이렇게 될 줄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 그렇잖아요? 그러한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리 페이는 이제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받아들였다. ‘당했다.’ 자신이 BJ대마도사의 함정이 빠졌음을 인정했다. 말 그대로였다. ‘전부 놈의 수작이었어.’ 이 모든 것, 심지어 1시간 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은 BJ대마도사의 계획이었다. 그 방법을 통해 중원 길드라는 변수를 비롯해 모든 변수를 미리 끄집어낸 것이다. - 설마 트윈 헤드 오우거가 이렇게 약할 줄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것도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저한테 보자마자 몬스터 공략이 보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의 말처럼 트윈 헤드 오우거가 너무 약한 바람에 본인이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긴 했으나, 이건 그냥 사소한 해프닝이었다. - 몬스터가 약해서 활약할 기회가 없는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달리 말하면 트윈 헤드 오우거가 모두의 예상보다 강했다 하더라도 BJ대마도사는 잡을 수 있었다는 의미였으니까. 아니, 사실 그런 사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결국 BJ대마도사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고, 중원 길드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빠득! 그 사실 앞에서 리 페이가 이를 갈았다. “저기 아가씨.” 그리고 비서가 그녀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건네받은 리 페이는 발신자를 묻지 않았다. 이 순간 전화를 걸 상대는 한 명뿐이었으니까. “엠마." 그리고 이 순간 그녀가 전화를 걸 이유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예, 알아요. 다음 사냥터가 사실상 중원 길드가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그렇게 짤막한 통화를 마친 리 페이가 스마트폰을 말과 함께 비서에게 건네줬다. “제 이름으로 사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준비해두세요.” 올인, 그녀가 마지막 판을 준비했다. 315화. < 98화. 오우거 군단 (6). > 15. “몬스터가 약해서 활약할 기회가 없는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가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했다. - 아, 이거 뭐 할 말이 없네. - 몬스터가 약해서 실력 발휘할 틈이 없긴 했지. - 이거 리얼 반박불가! 거듭된 미다스의 사과 덕분인지 더 이상 채팅창에는 그를 비난하는 내용은 없었다. 사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딱히 욕할 만한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분명 미다스가 전력을 다 드러내지 못한 건 맞았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이 원하던 장면이 연출되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트윈 헤드 오우거가 소환수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 탓이지 미다스 탓이 아니었다. 비유를 하자면 돈을 내고 야구장을 찾아왔는데 경기가 너무 원사이드하게 흘러간 셈. 딱히 누구 잘못이라고 하긴 뭐했다. - 솔직히 이게 화낼 일은 아니지. - 아니, 난 화낸 적도 없는데? - 맞아, BJ대마도사가 활약하는 거 솔직히 난 기대한 적도 없었음. - 아무렴, BJ골드님이 캐리했으면 다 된 거지. 설마 BJ대마도사가 활약할 걸 기대한 흑우가 있음? - 그럼 누가 화낸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미다스를 탓하는 분위기가 생긴 건 미다스 본인 때문이었다. 미다스 본인이 미안하다고 무릎 꿇고 사과를 하는데, 그런 그를 향해 괜찮다고 말을 해도 남들이 보기에는 혼내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계획대로다.’ 당연히 이 모든 건 미다스가 의도한 바였다. 본격적인 레이드가 시작된 이후 공격 마법을 하나도 쓰지 않은 것부터 도중에 마법 투사 각도가 안 나온다고 칭얼거리고 이후 대폭발 마법을 버린답시고 던진 곳에서 하필 오우거가 반응해서 어그로가 끌리는 것까지. 이 모든 게 미다스의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전력을 숨겼어.’ 힘을 숨기기 위해서. 말 그대로였다. 미다스는 트원 헤드 오우거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보는 순간 최대한 전력을 감추고자 했다. 합리적인 조치였다. 만약 거기서 전력을 다했다면 훨씬 더 빨리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았겠지만 단지 그뿐,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짧게 감탄하고 끝날 일이었다. 아니, 감탄도 없이 그냥 트윈 헤드 오우거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오늘 라이브를 본 이들은 무조건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 좋습니다, 다음에 제대로 하는 겁니다?‘ - 원래 주인공은 힘을 숨겨야 제맛이죠. - 어차피 조만간 몬스터 천국에 갈 텐데 전력을 보는 날이 오겠죠. - 맞네, 다음 사냥터가 개미집이지? 다음 사냥터에서 BJ대마도사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다고. ‘아무렴 보여드려야지.’ 그 기대감 탓에 라이브 방송을 찾아올 터. ‘뭐, 마력이 따라가주면…….' 물론 미다스가 이런 연출을 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마력 부족이었다. 당장 저번 비밀의 정원 사냥 당시 미다스는 모든 포션 도핑을 했음에도 정령 기사를 둘을 꺼내지 못했었다. 그때보다 레벨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 정령 기사 두 마리를 소환한 상태에서 전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한 일. ‘진짜 섬뜩했네. 그때 마력 오링났으면 골렘들 전부 그대로 사라졌을 텐데.’ 조금 전 전투 중에 미다스가 포션을 먹는 것 역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보여준 혼신의 연기였지. ‘그래도 잘 끝났으니까.’ 어쨌거나 라이브 방송은 멋지게 끝났다. 트윈 헤드 오우거도 잡았고, 퀘스트도 끝냈으며, 약속한 대로 정령 기사 두 마리를 꺼내 싸우는 모습도 보여줬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마무리를 지을 때. “오늘 한 게 없는 주제에 클로징 멘트 하는 게 염치가 없네요. 오늘 클로징 멘트는 럭키와 골드가 하겠습니다. 럭키 그리고 골드,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씩 해.” 그렇게 마지막 멘트를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에게 넘겼고, 그 둘이 곧바로 클로징 멘트를 했다. 왕! “주인님은 내가 지킨다!” 그 멋진 멘트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머리 위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드리웠다. - 어? 저거 뭐지? - 저거? 와이번? 와이번이다! 그림자의 정체는 와이번! 그 와이번이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며 맴돌았다. “이곳에 등장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은 자, 자네인가?” 그때 와이번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다급하게 채팅을 쳤다. - 어, 잠깐! 와이번 위에 누가 있다! - 갑자기 또 하나 터지네! - BJ대마도사님, 10분만 더! 그러나 시청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무색하게 라이브 방송은 인정 없이 종료됐다. "왕의 서신을 받들어라.” 그리고 미다스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시작됐다. 16.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가장 먼저 잡는 레이드 레이스, 이러한 레이드 레이스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승산이 날 때쯤에는 레이스를 종료하고는 했다. 이미 승자가 구분되는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굳이 끝까지 남아서 승자의 들러리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저기 있다!” “저기야, 저기! BJ대마도사가 저기 있어!” 그러나 이번 트윈 헤드 오우거 레이드 레이스에서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승자가 사실상 나왔음에도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기꺼이 골인 지점에 왔다. 이유는 뻔했다. “진짜 잡은 거 같은데?” “미친, 그게 개소리가 아니었다고?” “내가 미친 건지, BJ대마도사 미친 건지……." 실시간으로 받은 보고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것. 미다스가 착지한 와이번에서 내려온 갑옷을 입은 NPC, 아곤과 이야기를 나눈 건 그 무렵이었다. “예의를 갖추고 왕의 서신을 받아라!” 어느 때보다 근엄하기 그지없고,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나온 말,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저기 그전에 루팅 좀 하겠습니다.” “무어라?” 놀라는 NPC아곤을 뒤로한 채 미다스가 잽싸게 등을 돌린 후에 트원 헤드 오우거의 사체를 바라봤다. “얘들아!” 이후 소리쳤다.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해!” 왕! “명을 받듭니다!” 퀘스트는 완료했으나, 아직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은 대가는 얻지 못한 상황. 더욱이 미다스는 이미 눈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쟤한테 분명 아이템이 있었어.’ 트윈 헤드 오우거의 보물이란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상도 없는 퀘스트인데 드롭템이라도 좋아야지.’ 여러모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도둑질은 감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미다스의 눈에는 이곳으로 몰려드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것 역시 보이고 있었다. 하물며 미다스 입장에서 이미 레이드가 끝났음에도 접근하는 그들이 반가울 리는 만무. ‘절대 안 뺏긴다.’ 긴장감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일. 쿵! 그렇게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 주변으로 럭키와 골드, 실버를 비롯해 정령 기사와 블레이즈 골렘들이 모여들어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꿀꺽! 다가오던 플레이어들이 변화하는 그 광경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따로 말할 것 없이 다들 발을 멈췄다. ‘지금 접근하면 스틸범으로 오해받는다.’ ‘오해받는 순간…… 게임 오버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상태가 어떠한지 그리고 그를 자극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으니까. 그사이 미다스가 트윈 헤드 오우거의 앞에 선 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템 루팅.”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 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루팅 종료를 알리는 알림 그리고 인벤토리에 새로이 추가된 아이템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조금의 여유를 되찾았다. 물론 그 여유도 오래 가지 않았다. ‘……빨리 끝내자.’ 지금은 NPC아곤이 자신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지만 그 눈빛이 미친놈 보듯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 [트윈 헤드 오우거의 보물을 개봉하시겠습니까?] “예." 때문에 미다스는 빠르게 얻은 아이템을 개봉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무슨 아이템이 나오려나…… 무기 종류? 아니면 방어구?’ 대개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보물, 그 보물 아이템을 개봉하면 선택지가 주어졌으니까. 즉, 눈앞에 카드가 등장할 테니까. ‘어?’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미다스의 눈앞에는 카드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아이템이 하나라는 의미. 자연스레 미다스가 자신의 인벤토리에 새로이 생성된 새로운 아이템을 그대로 확인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름 잃은 신의 유물]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담긴 유물이다. 이미 한 번 만나본 적 있었던 아이템을. ‘아니, 이건 아니지.’ 그 순간 미다스가 잽싸게 자신의 두 눈을 감았다. 눈앞에 일어난 일을 부정하기 위해서. ‘아닐 거야. 내가 잘못 본 걸 거야. 아무렴, 이제 너무 많은 걸 보다보니 헛것도 보이는 게 분명해.’ 그때 미다스의 곁으로 다가온 수호자 모드 상태의 잭팟이 말했다. “주인, 그것의 냄새가 난다.” 확인 사살과도 같은 잭팟의 말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아이템을 확인했고, 이내 이를 꽉 물었다. ‘씨발 진짜!’ 물론 충분히 귀중한 소득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소득이었다. 이 아이템은 용의 알 부화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 , 만약 정말 미다스가 이 아이템을 다른 이에게 빼앗겼다면, 어쩌면 다시 퀘스트를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 개 같은 게임!’ 그러나 그 사실이 지금 미다스에게 위안거리가 되어주진 않았다. ‘이 쓰레기 게임! 진짜 게임 제작자한테 한 번 물어보고 싶네, 왜 게임을 이딴 식으로 만들었냐고.’ 그렇게 미다스가 분노를 곱씹은 채 인벤토리 안에 있는 이름 잃은 신의 유물을 꺼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그러자 그때처럼 용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퀘스트 진짜 짜다, 짜.’ 자연스레 머릿속에 NPC 한 명이 떠올랐다. ‘토스님 같은 분 안 나오나?’ 그야말로 아낌없이 퍼주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던 운석 도시의 NPC토스의 얼굴이. 그때였다. 두근두근! NPC토스를 떠올리던 미다스의 심장 부근이 갑자기 튀어나올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어?’ 그 사실에 놀라며 제 가슴을 만지는 미다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갓워즈에 심장마비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저주?’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의 알이 움직였습니다.] ‘움직여?’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라며 잽싸게 인벤토리에 있는 용의 알을 확인했다. [???의 알]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58퍼센트 !NPC호광을 찾아가면 ‘용의 힘’ 개방 가능 ‘용의 힘?’ 새로이 추가된 정보를 본 미다스가 두 눈을 깜빡였다. “왕의 서신을 받으시오!” 그 순간 기다리다 기다리다 결국 참지 못한 NPC아곤이 미다스를 향해 퀘스트 진행을 하라는 소리를 내질렀다. “정 싫으시면 이대로 떠나겠소!” 이어진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가 잽싸게 상황을 정리한 후에 NPC아곤을 향해 다가갔다. “잠깐, 잠깐만요.” 그때 미다스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에서 이대로 퀘스트를 진행하면 필시 정보가 유출될 터. 물론 유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을 전부 쫓아낼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여러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할 건데, 찍으려면 차라리 제대로 찍으세요! 대신 홍보 제대로 해주고, 퍼뜨리는 거 잊지 마시고요!" 차라리 줄 수밖에 없다면 생색이라도 내는 게 나을 터. ‘역시!’ ‘진짜 호탕하네!’ 그 사실에 플레이어들이 눈빛을 빛냈고, 그 앞에서 미다스가 이제는 대놓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했다. 그가 NPC아곤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인 채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툰가 왕의 서신을 받습니다!” 쩌렁쩌렁한 그 외침에 도리어 NPC아곤이 놀란 듯 살짝 움찔했다. “크흠!"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린 NPC아곤이 위엄스러운 위치를 갖춘 후에 미다스의 손에 품에서 꺼낸 금빛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네줬다. [툰가 왕의 서신을 받았습니다.] [툰가 왕의 서신을 받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이 자리에서 읽고 대답을 주시오!” 이후 미다스가 NPC아곤의 말을 따라 편지를 읽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사냥한 용자에게 말하노라. 현재 하얀숲에 오우거의 숲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곳에 가서 사태를 파악하고 그 사태를 막아주기를 명한다.] 가서 퀘스트나 깨라는 내용. 그 내용에 미다스가 코웃음을 쳤다. ‘이제는 그냥 아주 대놓고 노예처럼 부리네.’ 부탁도 아니고 명령인데 심기가 좋을 리 만무. “그래서 대답은?” “아, 잠깐만요.” 당연히 나오는 대답도 좋을 리 없었다. “아직 덜 읽었거든요. 좀 재촉하지 마세요.” 시큰둥한 대답과 함께 미다스가 마저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툰가 왕의 서신]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툰가 왕의 서신을 받고, 대답을 해주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하얀숲’ 진행 가능 ‘어?’ 그리고 보상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조금 전보다 더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툰가 왕께서 내려주신 지엄한 왕명, 소신이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무조건 받들겠습니다!" “어? 어!” 또 한 번 바뀌는 미다스의 태도에 NPC아곤이 놀란 듯 반응이 늦자 이번에는 미다스가 재촉하듯 말했다. “바로 가겠습니다, 바로!” ‘그러니 보상 빨리 줘!’ 그러한 미다스의 모습에 NPC아곤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답을 하였으니, 이 시간부로 자네는 왕명을 수행하는 수행자가 되었네. 수행자의 기한은 죽기 전까지네." 말과 함께 NPC아곤이 흑요석으로 된 스킬 카드북을 꺼낸 후에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왕께서 하사하는 선물이네, 왕의 성은에 감사하며 왕명을 완수하도록.” “아무렴요.” 그렇게 스킬 카드북을 받은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에게 NPC아곤이 말했다. “그래서 언제 출발할 것인가?” 그 물음에 미다스가 뒤에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 플레이어들을 바라봤다. ‘기왕 가는 거 화끈하게 광고해야지.’ 그리고는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툰가 왕의 명령이시니, 지금 당장 하얀 숲으로 가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다시 한 번 더 떡밥 폭탄을 던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내 떡밥에 다들 정신을 못 차리겠군!’ 한동안 이 이야기로 갓워즈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리라고. 17.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아, 드디어 끝났다……." “눈앞에서 태풍이 몰아치는 걸 지켜본 기분이야.”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성공리에 종료시킨 직원들이 내내 참고 있던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리는 숨소리는 어느 때보다 짙고, 깊었다. “설마 이렇게 일이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상상도!” “아무렴 1시간 지났을 때 그냥 다 끝난 줄 알았잖아? 다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빅이벤트를 두고 라이브 방송조차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했던 상황, 그야말로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나며 벼랑 위에 올라섰으니까. 죽을 고비를 넘긴 셈인데 느끼는 바가 평소와 같을 리 만무했다. “넌 영상 제작 들어가야지?” “그래, 해야지.” “할 수 있겠어?”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대로 맥주 한 캔 마시고 잠이나 자고 싶어.” 그만큼 긴장도 빠르게 풀렸다. 그게 이유였다. “다들 긴장 풀지 말고 집중.” 박영준이 직원들이 숨 돌릴 시간만 짧게 준 후에 곧바로 그들이 풀려고 하는 긴장의 끈을 못 풀게 만든 이유. 그러한 사실에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지?’ ‘다 끝났잖아?’ 빅 이벤트가 끝났는데 왜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라는 걸까? 의문도 들고 짜증도 살짝 들 수밖에 없는 일. “이제부터 라이징 스타 채널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다.” 이어진 말에 직원들이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카테고리 이름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그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직원들의 표정도 바뀌었다. ‘어? 뭐라고 하신 거지?’ ‘뭔가 대단한 걸 꺼내신 것 같은데?’ 놀라기보다는 의문으로 가득 찬 표정들, 그 표정들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제작된 영상 하나를 지금 올린다. 영상 타이틀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하는 법이다." 그 순간 더 이상 긴장을 푸는 직원들은 없었다. ‘맙소사.’ 라이징 스타 채널이 갓워즈 커뮤니티에 폭탄을 던지는 순간이었으니까. 316화. < 99화. 하얀숲 (1). > 1.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 “형!” 그 소리와 뒤로 들리는 이혁주의 목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들리는 그 목소리에 캡슐 속에서 눈을 뜨기 시작한 정현우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제대로 터뜨린 모양이구나.’ 자신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로 보여준 퍼포먼스에 이혁주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진한 감동을 보인 모양. “형,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건이 터졌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 대사건이라고요!” 이어서 나온 이혁주의 호들갑을 넘어 경련하는 듯한 격한 반응에 정현우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미소를 삼킨 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갑자기 호들갑이야? BJ대마도사가 또 엄청난 대사건을 일으키기라도 했어? 유명 여배우하고 열애설이라도 났어?” 그렇게 내심 미소를 짓는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소리쳤다. “지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예상외의 대답에 정현우의 눈썹 끝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딴 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BJ대마도사를 그딴 것으로 치부하다니? 듣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 기분 좋을 리는 없는 일. 한편으로는 우려도 생겼다. ‘잠깐, 내가 던진 떡밥을 꺼뜨릴 정도로 뜨거운 떡밥이 터진 건가? 진짜? 그런 떡밥이 있어?’ 자신이 던진 떡밥이 그딴 것으로 치부될 정도라면 다른 누군가가 엄청난 걸 터뜨렸다는 의미 아닌가? 결코 정현우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럼 BJ대마도사말고 누가 사고를 쳤는데?” ‘젠장, 잘못하면 나가리 되는 거 아니야?’ 이슈로 먹고사는 스타 플레이어가 며칠 동안 준비해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떡밥을 던졌는데 다른 이슈에 묻힌다? 농사를 망친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그 우려 섞인 속내를 감춘 채 내던진 질문을 던지는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말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요!” “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개했어요!” 2. - 시작의 마을에서 등장하는 주술사 고블린의 비밀 아지트, 그곳을 공략한 다음에 융을 찾아가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시작점.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 그 여파는 이제까지 갓워즈에 있었던 그 어떤 여파보다 강력했다. 그래야 마땅했다. - 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시작 지점이 시작의 마을에 있었네? - 진짜 미쳤네, 미쳤어. 이러니까 아무도 못 공략하지! 요즘 누가 시작의 마을에서 사냥을 해? - 그러니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해보고 싶으면 캐릭터를 새로 키워라, 이건가? - 이 게임 역시 쓰레기 게임이네. - 오늘도 갓워즈 안 한 사람들이 가볍게 1승 챙깁니다! 그야말로 갓워즈의 핵심과도 같은 콘텐츠 아닌가? - 어쨌거나 이 시나리오 깨다 보면 BJ대마도사가 된다는 거지? - 이걸 깨면 말도 안 되는 템하고 잭팟 같은 펫이 주어진다는 거지? - 레전더리 에픽 스킬하고 겁나 좋은 아이템도 나오고? 무엇보다 이 퀘스트의 가치는 BJ대마도사를 통해 만천하에 낱낱이 공개된 상태였다. 도전할 가치가 차다 못해 넘치는 수준이라는 의미. - 속보! 아네스 길드가 메인 시나리오 공략대 결성한다고 발표했어! - 이블스 패밀리도 바로 메인 시나리오 공략 방송한다고 함! - 1티어급 길드들 유망주들은 그냥 다들 바로 도전하는 모양이네. - 유망주만이 아니라 에이스급들도 캐릭터 만들었다던데? 실제로 그 소식이 나오는 순간 1티어급 혹은 그 아래 2티어급 플레이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기 위해 기꺼이 기존의 캐릭터를, 수년에 걸쳐 육성한 캐릭터를 포기했다.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나름 게임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 그중에서 유명세를 얻지 못했거나 혹은 벽에 막힌 이들 역시 경쟁하듯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했다. “블루오션이 열렸군.” 지금 상태에서 계속 게임을 하는 것보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다루는 게 훨씬 더 이슈거리가 됐으니까.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말이야.” 이제껏 언제나 그들만의 세상, 이미 기득권을 쥔 자들만의 세상에서 처음으로 새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무대가 열린 셈. “이 정도 폭탄이면 숨길만 하지. 그야말로 판을 바꿔버리는 종류의 폭탄이니까. 안 그래?” 아즈모, 이 이슈를 언급하는 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사건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엄청난 사건이 터진 셈이니까. 그 여파는 갓워즈 모든 곳에 미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래,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설마 이렇게까지 끝장 승부를 볼 줄이야.” 개중에서도 가장 큰 여파를 맞이한 건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였다. 이제부터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에 목을 맬 테고,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도중에 실패한다면, 다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도전 할 때쯤엔 눈앞에 무수히 많은 경쟁자가 존재할 테니까. 지금 끝까지 가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그야말로 벼랑 끝 끝장 승부를 자처한 셈이었다. “BJ대마도사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요?” 비서조차 의문이 나올 대목. 그 의문에 아즈모는 바로 대답했다. “그야 어비스 길드 쪽이 먼저 하려고 했을 테니까.” “예?” “그렇잖아?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BJ대마도사가 벼랑 끝 승부를 할 리가 없잖아? 자기 상대가 벼랑 끝에 서려고 하니까 먼저 벼랑 끝에 갈 수밖에 없었던 거지.” “아!” 그제야 비서가 이해한 듯 놀란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아즈모가 입꼬리 한 쪽을 올렸다. “참 대단해.” “그렇죠, 우리도 파악하지 못한 어비스 길드의 의도를 파악한 거니까요. 정보력이 장난이 아니네요.” 맞장구를 쳐주는 비서를 향해 아즈모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정보력이 대단한 건 이미 알고 있던 거고 이런 선택을 내린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거지.” “결단이요?” “생각해 봐. 상대방이 폭탄을 몸에 달고 자폭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협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폭탄을 몸에 달고 내가 먼저 자폭 공격해볼까, 하는 생각이 나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건지.” 아즈모의 그 설명에 비서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생각은 할 수 있지. 하지만 그걸 행동에, 그것도 고민 없이 바로 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 말처럼 BJ대마도사의 방식은 상상하는 건 할 수 있었으나, 상상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는 법. “심지어 이 게임의 끝에 뭐가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누구보다 가까운 상태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 거야.” 거듭된 아즈모의 설명에 비서는 이제 대답 대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으니까. 그 비서의 숨소리를 배경음 삼은 채 아즈모가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후에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이제 판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감조차 오질 않아서 궁금하지도 않아. 그저 BJ대마도사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런 폭탄을 터뜨렸는지, 정말 그게 궁금하지.” 3. ‘캬, 반응 살아있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로 인해 뜨겁다 못해 이미 터져버린 커뮤니티의 상황에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생각했다. ‘이 영상에 광고 엄청 잘 붙겠지?’ 필시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관련 영상에 광고를 달기 위해 광고주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라고. 그로 인해 자신의 통장에도 다시 한 번 더 돈이 두둑하게 쌓일 거라고. ‘아주 좋아.’ 정현우의 입이 미소로 찢어질 수밖에 없는 일. “삼촌!” 그런 정현우가 있는 좁디좁은 거실에서 작은 탁자를 두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조카가 이내 정현우를 향해 그리던 그림을 펼쳐 보여 주며 말했다. “어때?” 펼친 그림 안에는 정현우와 정태우, 두 형제가 서로 미소를 짓는 얼굴이 있었다. 입시 미술생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교하진 않지만, 각 인물의 특징이 분명하게 표현된 게 잘 그리고 못하고를 떠나서 남다른 관찰력과 표현력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결코 어린 아이의 솜씨는 아니었다. “잘 그렸네. 이게 삼촌이야?” 그러한 그림 중 누가 보더라도 잘생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던진 정현우의 질문에 정혜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응, 아니야!” 그 대답에 정현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이사를 가자. 이사를 가서 혜린이 방을 하나 마련해주자. 혜린이가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조만간 분명 목돈이 들어올 텐데, 더 이상 세금이나 처리를 아까워하지 말고 한 번 과감하게 써보자고. ‘혜린이도 좋은 집에서 살아봐야지.’ 그동안 비참하고, 처절하던 삶의 상징이었던 이곳을 벗어나 성공의 단맛을 조카에게도 맛보게 해주자고. 그 무렵이었다. 삐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정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 정태우의 등장에 정혜린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달려갔고, 정태우가 그런 딸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은 후 안아 들며 말했다. “혜린이, 잘 있었어?” “아무렴, 잘 있었지. 내가 돌보고 있었는데.” 조카 대신 대답을 한 정현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딸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정태우가 앞서 내려놓은 가방을 들어 바로 지척에 있는 부엌 식탁에 올리는 형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아니, 형네 회사는 자택 근무시킨다면서 뭐 이렇게 사람을 집 밖으로 나돌게 만드는 거야? 그것도 아픈 사람을?” 말을 하면서 정현우는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털어놓자. 내 처지가 어떤지.’ 자신이 어떠한지 밝히자고. 그 후에 진지하게 이사를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재산 관리 등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자고. 이제는 같이 가자고. ‘그래야 이사 가는 걸 납득할 테니까.’ 그러지 않고 그냥 대뜸 지금 사는 집보다 10배 비싼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말하면 정태우는 정현우가 이상한 짓이나 위험한 짓을 한다고 의심할 게 분명했으니까. 때문에 슬쩍 운을 띄웠다. “그러지 말고 그냥 회사 때려치우는 게 어때? 딱보니까 완전히 블랙 기업이네, 블랙 기업. 돈 처음에 주는 척하면서 결국 골수까지 빼먹고 나중에 월급 차압되는 거 아니야?” 나 돈 많으니까 형이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서. 그러한 말에 정태우가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말했다. “현우야, 아무래도 우리 이사가야겠다.” “아니, 이사 같은 건 뭐하러……."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대화를 멈췄다. 이후 두 눈을 터질 듯이 키우며 소리쳤다. “이사?” 그 후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 이제는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사라니, 무슨 개소리야? 우리 집 담보로 뭐 대출이라도 했어? 빚이라도 졌어? 집이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거나 그런 거야?” 놀랄 수밖에 없는 일. “회사에서 전세금 지원해준다고 했어.” “회사? 왜?” “지금 있는 이곳은 인터넷 회선도 그렇고 여러모로 작업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오늘 집 좀 알아보고 왔고, 견적서 보내니까 회사 쪽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받았다. 그래서 내일 계약하러 갈 생각이야.” “어디로?” “우리 동네에 있는 엘파크.” “거기 이 동네에서 제일 비싼 곳이잖아?” “방 4개짜리 49평 형으로.” 이어진 형의 대답에 정현우는 더 이상 깊은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당연히 머릿속에 준비했던 것 역시 삭제했다. “그래서 뭐 할 말 있어?” 그런 상태에서 나온 형의 질문에 정현우는 잽싸게 손을 저었다. “말은 무슨, 대체 얼마나 멋진 사장님이기에 직원한테 그런 비싼 집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궁금해서 말이야. 아, 혹시 사장님이 친동생 같은 친한 동생 필요 없는지 물어 봐줄래?” 그 질문에 정태우가 피식 웃었고, 정현우는 살짝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 그때 무언가를 떠올린 정현우가 대답했다. “잠깐, 그런데 거기 고성능 인터넷 회선 들어오잖아?” “정확히는 그게 되니까 그쪽으로 이사를 가는 거지.” “그럼 캡슐 설치도 가능하겠네?” “가능하지.” 그 순간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몇 가지 할 말이 있다.” “할 말?” 동생의 반문에 정태우는 대답 대신 일단 턱짓으로 식탁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서 할 이야기란 의미. 정현우가 잽싸게 자리 하나를 꺼내며 앉았고 정태우가 반대쪽에 앉으며 말했다. “여기서 이야기한 거, 절대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이어진 말에 정현우는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럼 그렇지. 형 이상한 해킹 집단에 들어간 거지? 세계 은행의 서버 같은 거 터는 범죄 조직 같은 곳. 그렇지? 위험한 일에 들어간 거지? FBI나 CIA추적 같은 거 피하면서 디지털 범죄 지르는 곳.” 그 말에 정태우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제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모로 보안이 중요한 일이야. 그런 만큼 사소한 의심의 여지라도 생기면 안 돼. 그런 상황에서 네가 갑자기 매일 나가던 캡슐방에 나가지 않으면 의심이 생길 수 있어.” 그 설명에 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매일 출근 도장 찍다가 안 찍으면 뒈졌거나 혹은 로또 맞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할 테니까. 아니, 가만 보니까 정말 집 사고 그냥 갔으면 의심 받았겠네?’ 당연히 정현우는 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깨달았다. “오케이, 당분간은 평소대로 가자, 이거지? 좋아. 까짓것 뭐 멀리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 “고맙긴, 새집 가는데 이 정도 고생은 별거 아니지. 그보다 형, 정말 그 사장님한테 친동생 같은 동생 필요 없는지 꼭 물어봐 줘.” “자꾸 왜?” “좋은 사장님이잖아? 당연히 친해져야지.” “좋은 사장님이니까 너 같은 애를 소개해주면 더더욱 안 되지. 안 그래?” “내가 어때서?” “여자 친구 사귀면 소개해줄게. 최소한 그 정도 매력이 있는지는 검증해봐야지, 오케이?” “에이, 진짜!” 이내 형의 제안에 정현우가 짜증을 부렸다. 우웅! 그때 정현우의 폰이 울렸고, 정현우가 잽싸게 자신의 폰에 뜬 내용을 확인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발신자를 확인한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형에게 가볍게 턱짓을 했다. 중요한 이야기이니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 하겠다. 그 표현에 정태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제스처로 대화를 마무리한 정현우가 좀 더 자세히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중원 길드가 의뢰를 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광고주의 의뢰. ‘의뢰 내용은…… 중원 길드랑 하얀숲에서 라이벌 매치를 한 번 벌여주는 것.’ 의뢰 자체도 예상하던 바였다. ‘어?’ 그러나 그 의뢰의 보상은 예상과 달랐다. ‘보상으로 지니의 램프를 준다고? 이건 또 뭔 소리야?’ 317화. < 99화. 하얀숲 (2). > 4. 폭탄이 터지면 사람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폭탄이 터진 곳. 다른 하나는 그 폭탄을 터뜨린 곳. 당연히 후자인 라이징 스타 채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이 됐다. “현재 잡힌 일정은 비공개입니다. 죄송합니다.” “아, 글쎄 모른다니까. 알아도 말 못하고! 이건 우리 회사 내에서 극비리에 취급되는 거라고!” “예예, 사장님께 말씀은 전해드리겠습니다. 예, 꼭 광고주님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온몸으로 맞이하게 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본래 제 할 일은 하지 못한 채 스마트폰이나 전화기만 부여잡은 채 쉴 새 없이 통화만 했다. 그야말로 정신이 있을 리 없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박영준만이 그 어떤 대화 한 점 없이 고요함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박영준을 향해, 사장님도 좀 일하시죠? 라고 말을 하는 이는 없었다. 툭툭! 쉴 새 없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는 박영준의 표정은 지금 여기 있는 그 어떤 직원들보다 곤란한 난제를 맞이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박영준을 고민케 한 건 중원 길드에서 온 제안이었다. 제안이 오리란 건 박영준도 예상한 바였다. ‘설마 거기서 그런 제안을 할 줄이야.’ 그러나 그 제안의 내용은 예상외였다. ‘하긴, 어지간한 거라면 내가 거절하리란 걸 모를 리 없지.’ 사실 박영준은 제안이 오리란 걸 예상함과 동시에 그 제안을 거절하리란 각오도 했다. 당연했다 현재 BJ대마도사는 벼랑 끝 승부를 펼친 상황인데, 그 승부를 하게 만든 상대방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준다? 조금이라도 그럴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으면 애초에 이런 끝장 승부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터. 혹여 제안을 받더라도 그건 나중의 이야기일 뿐, 지금은 끝장 승부답게 끝장을 볼 모습을 보여야 했다. ‘도박판에서는 얕보이면 호구가 되는 법이니까.’ 그래야 나중에 같은 방식으로 승부를 걸더라도 상대방이 겁을 먹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BJ대마도사의 구미를 당길 만한 게 없지만.’ 물론 제안을 거절하리라 각오한 이유 중 하나는 BJ대마도사를 움직일 만한 카드가 상대편인 중원 길드나 어비스 길드에 사실상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템? 이미 의미가 없었다. 돈?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돈이 없어서 곤란한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정보? 지금 가장 귀중한 정보를 가장 많이 쥐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 사실을 제안을 하는 중원 길드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반대로 갔다. ‘그래도 그렇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제안을 할 줄이야.’ 원하는 게 뭐든 간에 중원 길드의 역량이 되는 선에서 어떻게든 이루게 해주겠다. ‘세 번.’ 그것도 램프의 요정처럼 한 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 그건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일단 중원 길드가 그런 제안을 한다는 건 탐험가 길드나 어비스 길드와 어느 정도 입맞춤이 끝났다는 의미. ‘탐험가 길드나 어비스 길드의 개입을 막을 수 있지.’ 즉, 그들의 행동에 언제든 제약이 가능하다. ‘혹은 반대로 가거나.’ 그게 아니면 도리어 그들을 움직이게 해서 이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그들과 대리전이 아닌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매력적인 제안은 없을 터. 때문에 박영준은 확신했다. ‘BJ대마도사는 딜을 받는다.’ BJ대마도사 성격상 이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다는 것을.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그리고 중원 길드는 그런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지.’ 이 제안을 BJ대마도사가 받는 순간 중원 길드는 필사적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래야 했다. 처음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핵심 멤버들을 만났을 때는 중원 길드가 레벨이 더 높은 편이었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당장 중원 길드에게 오우거의 숲 다음 사냥터인 하얀숲은 자신들 스펙보다 상위 사냥터였다.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와 사냥터를 공유하는 것은 하얀 숲이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의미. 무모한 제안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판에 앉을 수도 없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 될 거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도 충분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더욱이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원 길드를 상대하는 것도, 그렇게 얻은 소원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다음 주어진 보상 역시 허투루 쓸 수 없으니까. 지금 박영준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과연 BJ대마도사는 어떤 소원을 기대하고 있을까?’ 5. “형,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렇게 정신줄을 바닥에 던져놓고 있어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휙휙, 손을 저었다. 지금 아주 심각한 고민 중이니까 괜히 말 걸지 말라는 의미. “혹시 형도 새캐릭 키우게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하려고?” 그 모습에 이혁주가 물러나는 대신 도리어 새로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답 대신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한숨을 이혁주가 도리어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형, 잘 생각하셔야 해요.” 이어서 이혁주가 진심을 담은 조언을 해줬다. “그게 돈이 된다고는 하지만 지금 경쟁률 장난 아니에요. 지금 경현 형님하고 주광 아저씨도 그렇고 캡슐방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시작의 마을에서 제단 찾고 있어요.”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은 긴 조언을. 결국 정현우가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돈이 급해서 빌릴 곳을 찾아야 하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거거든? 그래서 말인데 혁주야, 너 돈 좀 있니?” 돈 이야기에 이혁주가 바로 안색을 바꾸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맞다! 청소해야지. 형,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는 평소에는 악마의 이름마냥 다루던 청소라는 단어를 꺼내더니 사라졌다. 그제야 찾아온 평온 속에서 정현우가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아, 미치겠다.’ 정현우의 얼굴에 다시 짙은 고뇌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사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정현우는 고뇌를 하되, 즐거운 고뇌를 하고 있었다. ‘지니의 램프라니.......' 중원 길드에서 이벤트 매치업에 대한 보상으로 지니의 램프, 말 그대로 소원 3개를 들어주는 거라는 걸 알았을 때는 기뻤다. 아니, 기쁜 정도가 아니라 미칠 정도였다. 과연 소원으로 현금 백억을 달라고 하면 줄까? 중원 길드라면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백억이 생기면 뭘 하지? 멋지게 스포츠카를 한 대 뽑을까? 건물에 투자를 해서 조물주 상위 존재가 될까?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정도. 그러나 거듭된 망상 속에서 어느 순간 정현우는 깨달았다. ‘그런 보상을 걸었다는 건 의뢰주님이 진짜 끝내주는 이벤트 매치를 원하신다는 건데…….' 기대가 크기에 보상이 크다는 것을. 여기서 정현우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중원 길드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막연히 기대감을 높일 이유는 결코 없을 거라고. 분명 무언가를 봤기에 베팅 금액이 달라진 거라고. 그게 무엇인지는 뻔했다. ‘아마 내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보고 기대치를 높게 잡은 게 분명해.’ 최근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이 무엇인지는 정현우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더더욱 정현우를 고민케 만드는 요소였다. ‘아, 젠장 괜히 힘을 숨긴 척했어.’ 그때 미다스는 전력을 발휘하지 않은 척 연기를 했을 뿐, 실제로는 전력을 발휘한 상태였으니까. 정리하면 중원 길드는 BJ대마도사가 모든 정령들을 소환하고, 그 위로 어마어마한 마법 포격을 하리란 걸 기본으로 잡고 이벤트 매치를 기획했으며 BJ대마도사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이제 와서 그거 다 뻥이었다고 할 수도 없고…….' 여기까지만 해도 고민이 넘치는 부분.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와,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네. 이런 엄청난 꿀 정보를 그냥 공짜로 풀어버리네?” “심지어 광고도 안 붙었고.”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니까. 그보다 BJ대마도사가 조만간 하얀숲으로 간다면서?” “퀘스트 과정 공개했으니까. 그것도 제대로 찍으라고 아주 제대로 부탁을 하면서.” “그럼 당연히 뗏목 이벤트하겠지?” “아무렴, 원딜의 꽃 같은 이벤트를 그냥 넘어가겠어?”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더 끝내주는 활약을 해야 했으니까. 6. 오우거의 숲 다음 사냥터인 하얀숲. 문자 그대로 하얀색으로 가득 찬 이 숲에는 개미굴이라는 또다른 별명이 있었다. 별명이 붙은 이유는 문자 그대로 그곳에서 등장하는 주요 몬스터들이 개미라는 것이었다. 여러모로 이제까지 마주한 사냥터와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혀 다른 사냥터. 더 재미난 것은 그 하얀숲으로 가는 방법이었다. “뗏목팟 모집합니다!” 오우거의 숲 끝에 존재하는 라르마 강. 그 드넓은 강에서 뗏목을 띄어 하류로 이동하는 것이 하얀숲으로 가는 방법이었다. 물론 평범하게 뗏목만 띄운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뗏목을 타고 가다 보면 여러 원거리 공격 몬스터들이 뗏목을 향해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는 했다. 특히 거듭된 공격으로 뗏목이 파손될 경우에는 그 즉시 게임오버나 마찬가지였다. 공격을 받기 전에 미리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 그런 이유로 하얀숲으로 가는 퀘스트는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다. 10개 파티가 도전하면 개중 3개 파티 정도는 그대로 침몰해서 현실로 떠내려갈 정도. “뗏목팟 같이 가실 원딜러분! 제대로 대우해드립니다!” “실력 좋은 원딜러분, 보수 넉넉히 챙겨드립니다!” 자연스레 원거리 딜러들에 대한 대우 그리고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어, 저기! BJ대마도사다!” “왔다! BJ대마도사 왔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를 앞세웠음에도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를 가장 먼저 주목하는 이유였다. “갓워즈 최강의 원딜이 왔다!” 3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서 BJ대마도사보다 강한 원거리 딜러는 갓워즈의 역사 속에서도 존재한 적 없었으니까. “평소에도 끝내줬지만 이번에는 진짜 끝내주겠네. 뗏목 퀘스트이니까.” “아무렴, 그야말로 BJ대마도사를 위해 갓워즈가 만들어준 무대지.” “아, 빨리 BJ대마도사랑 셀카 한 번만 찍고 싶다.” 그렇게 모여든 세간의 관심도는 엄청났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이제부터 딱 20분 동안만 팬서비스 타임을 가지겠습니다! 줄 서세요!” 그리고 그 관심도는 미다스가 팬서비스를 선언하는 순간, 더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BJ대마도사한테 가자!” “여기선 무조건 BJ대마도사지!” “오늘만큼은 BJ대마도사랑 찍어야지!” 평소와 달리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와 먼저 셀카를 찍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왕! “역시 주인님의 위대함을 세상이 알아보는 모양입니다.” 그 인기가 상당해서 럭키와 골드, 실버 앞에는 플레이어들이 없어 한산할 지경. 미다스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주인공 대우를 받는 순간이었다. ‘젠장.’ 그러나 미다스는 이 순간을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었다. ‘여기서 활약하게 되면…….' 앞서서 미다스는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당시 자신의 화력을 최대한 숨긴 상태. 그런 상태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본인의 화력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두 개가 합쳐질 테고, 기대감 역시 덩달아 오를 터였다. 물론 평소라면 기꺼이 반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기대감이 천장 뚫는다.’ 중원 길드로부터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기대를 받는데, 그 기대에 기대를 더하는 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아니,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피하기 위한 나름의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일부러 기대감 줄이려고 라이브 방송도 신청 안 했는데…….' 실제로 미다스는 이번 뗏목 퀘스트를 라이브 방송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방송을 하게 되면 도리어 더 열정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약을 해야 할 게 뻔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라이브 방송으로 되면 그 여파가 여러모로 클 수밖에 없었다. ‘역시 계획대로 센 길드랑 같이 가야지.’ 그다음으로 세운 계획은 자신을 보면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이기려고 달려드는 실력자들과 같이 뗏목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원맨쇼를 하는 경우만큼은 피하기 위해서. 그런 의지를 품은 미다스의 눈이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나랑 셀카 시도도 안 하는 애들.’ 주변에서 자신과 셀카를 찍기는커녕 이 광경을 아주 고깝게 보는 플레이어 무리를 찾았다. 그런 부류들은 꽤 많았다. 하얀숲은 300레벨 미만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무대, 사실상 200레벨대 졸업을 위한 무대였고 어지간한 시간과 돈 그리고 재능 없이는 오를 수 없는 무대였다. 그만큼 게임이 직업이 된 프로 플레이어들 혹은 그 이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역시.’ 그런 부류들에게 BJ대마도사는 선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경쟁 혹은 시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일. ‘실력 좋은 애들은 오히려 눈매가 살벌하네.’ 그렇게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빠르게 이름난 길드를 찾았다. ‘어?’ 그때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트리플A길드?’ AAA길드. 10대 길드 중 한 곳에 속한 길드원들이 대거 모인 채 자신을 고깝게 보는 게 보였다. 특히 그중 가운데 있는 한 명이 자신을 잡아먹고 싶어 몸살이 날 것 같다는 느낌으로 바라보는 게 보였다. ‘아시오?’ 플레이어 정체는 다름 아닌 아시오. ‘롱토스 아시오잖아?’ 별명은 롱토스! 별명처럼 남다른 사거리를 자랑하는 플레이어였다. 동시에 스타 플레이어였다. 10대 길드 중 한 곳인 AAA길드에서 이미 자기만의 스타일과 팬층을 확보하고, 충분한 지원을 받는 건 물론 그에 어울리는 부와 명예도 손에 넣은 별! 그런 스타 플레이어가 자신을 저런 눈초리로 본다? 그렇다면 과연 저런 실력자와 미다스가 같이 뗏목에 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상상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아시오의 눈매가 더 날카롭게 변했다. 그 눈매를 본 미다스는 확신했다. ‘역시 운이 좋군!’ 7. “BJ대마도사가 AAA길드와 뗏목을 같이 탄다고 합니다!” 부하 직원이 알려주는 속보에 박영준이 놀라며 말했다. “AAA길드? 설마 롱토스랑?” “예, 롱토스 아시오요.” 그 순간 놀란 박영준의 모습에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아시오를 아시나요?” “이름이야 당연히 알고 있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참 때는 1천만 시청자 숫자도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인데. 문제는 BJ대마도사와의 관계 때문이야.” 이어진 박영준의 말에 모든 직원들이 박영준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겁니까? 하는 의문 어린 시선을 품은 채. 그런 부하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몇 번이나 요청했거든. BJ대마도사랑 한 번 같이 방송해보고 싶다고, 진짜 거의 매일.” “매일이요?” “과장하면 그 정도.” 롱토스 아시오 정도 되는 실력자가 BJ대마도사와 같이 방송하고 싶다고 거듭 요청한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건 하나였다. “제대로 대결 한 번 붙고 싶은 모양이네요.” 한 번 사생결단을 내보자! 그러한 것을 떠올린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이 응? 하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 대결이 아니야.” “예? 그럼……." “BJ대마도사 광팬이라서 정말 엑스트라라도 좋으니, 한 번만 같이 방송하고 싶대.” “아!” 그제야 영문을 알게 되며 놀라는 직원들, 그들 앞에서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BJ대마도사가 정말 제대로 원맨쇼를 하려는 모양이네." 318화. < 99화. 하얀숲 (3). > 8. 마치 뱀처럼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강물. 솨아아! 그 고요하기 짝이 없는 강물 위로 뗏목 하나가 물살을 일으키며 움직이고 있었다. 솨아아! 그러한 뗏목의 크기는 상당했다. 축구장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크기, 덕분에 50명에 이르는 플레이어들 비롯해 덩치가 어마어마한 사자와 늑대가 탔음에도 뗏목에는 자리가 넘쳐났다. 그렇게 뗏목이 거대할 수 있는 건 뗏목을 구성하는 나무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굵은 덕분이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뗏목이었다. 크기보다는 그토록 거대한 나무를 뗏목으로 만든다면 필시 환경단체의 격한 반대의 부딪칠 게 뻔했으니까. 뗏목을 타는 입장에서는 현실에서 감히 즐길 수 없는 아주로 특별한 경험인 셈. 하지만 그 경험을 즐기는 이는 없었다. “다들 정신 집중해!” “궁수들 주변 탐색하고, 탱커들은 공격 오면 그냥 몸으로 막아! 절대 뗏목에 영향 가지 않게 해!” “명심해! 뗏목이 무너지면 다 끝이다! 힐러든, 딜러든 뭐든 간에 공격 날아오면 피하지 말고 몸으로 받아! 뗏목이 하얀숲에만 가면 시체도 거기서 리스타트하니까!” 그 뗏목을 향해 시도 때도 없이 그리고 수도 없이 쏟아지는 온갖 몬스터들의 원거리 공격은 여행자에게 결코 한눈을 팔 기회 따윈 주지 않았으니까. “젠장, 뗏목 너무 큰 거 아니야?” 도리어 뗏목을 지켜야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이 거대하기 짝이 없는 뗏목이 불만스러울 따름이었다. 여러모로 유쾌할 수 없는 무대였다. “BJ대마도사님이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는 거다! AAA길드의 명예를 걸고!” 그중에서도 미다스를 가장 유쾌하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바로 AAA길드 소속 아시오의 저 목소리였다. “명심해!” 얌전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실전에 들어갔을 때 보여주는 아시오는 호통을 내질렀다. "예!" 그리고 그 호통 소리에 그와 같이 움직이는 파티원들은 다른 일반 파티와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짜임새 있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게 아시오의 진짜 능력이었다. 그는 그저 단순히 장거리 공격에 뛰어난 게 아니라 동료들을 지휘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그 능력을 통해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에 매우 능했다. 특히 먼 사거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전황을 지휘하는 지휘력은 그의 날 선 호통 소리에도 단 한 명의 동료들도 불만 어린 표정을 짓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지금 그의 동료들은 아시오의 지휘 아래에서 지금 이곳, 하얀숲까지 단 한 번의 게임 오버도 경험하지 않고 올 수 있었으니까. “절대 발목 잡지 마!” 그러한 부분이 바로 아시오의 매력 포인트였다. 얌전해 보이는 얼굴에서 나오는 거친 카리스마에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팬을 자처했다. 그렇게 호통을 내지른 아시오가 이내 고개를 돌려 BJ대마도사를 바라보며 말을 마저 이어갔다. “BJ대마도사가 원맨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시오의 입가에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가 해맑게 걸렸다. 그 미소를 본 미다스도 미소를 지었다. ‘젠장.’ 그리고 그 미소 사이로 미다스가 차오르는 쓴맛을 억지로 삼켰다. ‘꼬여도 이렇게 꼬이냐?’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삼십여 분 전의 일이 떠올랐다. 팬서비스를 마치는 순간 미다스는 바로 아시오와 그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같이 뗏목 한 번 제대로 타지 않겠냐고. 물론 그냥 말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를 걸 듯, 약간 그런 어조를 섞었다. 딱히 관심이 없던 이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새끼가 한 번 해보자고 하네? 라고 생각할 정도로. 당연히 미다스는 아시오가 이 도발을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아시오의 입에서 정말입니까? 영광입니다! 라는 답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젠장, 내 팬일 줄이야.’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시오는 BJ대마도사와 같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 그가 이번 뗏목 퀘스트에서 최고의 활약을, 원맨쇼를 할 수 있게 전력을 다해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 의지의 결과였다. “저기! 저기 오크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있습니다!” “BJ대마도사님, 좌측에 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모두 BJ대마도사님이 활약하는 동안 뗏목에 어떤 공격도 오지 않게 온몸으로 막도록!” 오크 무리가 등장하는 순간 일사불란하게 포지션을 잡은 AAA길드원들이 이내 모두 미다스를 향해 소리쳤다. “공격하십시오!” 밥상은 우리가 다 차렸으니 이제 마음껏 드십시오! 그 외침에 미다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소리쳤다. “파이어볼 앤 파이어 스피어 앤 대폭발, 사역마 파이어 애로우, 사역마 아이스 애로우.” ‘젠장!’ 그리고 시작된 미다스의 포격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럴 만했다. 자신의 앞에 탱커들이 방패를 세워준 상황에서 자신은 그저 먼 거리에 있는 몬스터를 향해 마법을 퍼부으면 되는 일. ‘왜 이렇게 포지션을 잘 잡아?’ 더욱이 탱킹을 하는 탱커들의 자리나 포메이션은 원거리 딜러, 특히 마법사에게 최적화된 상태였다. 몬스터를 공격함에 있어서 조금의 방해도 없이 확실한 시야와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주는데 못 맞추면 그게 개망신이지.’ 어려울 건 없었다. 반대로 그 무엇보다 화려한 일이었다. ‘젠장.’ 결과 역시 화려했다. 콰앙! 꾸어! 미다스의 마법이 명중할 때마다 뗏목을 향해 불화살과 마법을 던지던 붉은 피부의 오크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그대로 날아갔다. “와우!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시오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곁들였다. 왕! “그래, 나쁜개. 나도 저 사람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아시오의 모습에 이제는 럭키와 골드가 경계심마저 드러낼 지경. [레드 오크 마법사를 처치했습니다.] [레드 오크 궁수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심지어 사냥을 통해 얻는 경험치 역시 미다스가 혼자서 독식하고 있었다. ‘미치겠네.’ 이 순간 미다스가 사전에 품었던 계획은 더 이상 원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BJ대마도사님, 저기, 이번에는 코볼트 무리가 보입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산산조각이 난 계획을 품에 안은 채 하얀숲을 향해 나아갔다. 9. - 빅 이벤트라고 호언장담할 때 미심쩍었는데 진짜 빅 이벤트 맞네. - 설마 이런 엄청난 정보를 공개할 줄이야. - 이거 갑자기 나도 갓워즈 하고 싶어지네. 라이징 스타 채널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개했을 때 세상이 받은 충격은 컸다. 개중에서도 갓워즈를 직접 하는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 진짜 이걸 공개한 거라고? 장난이 아니라? - 이런 금싸라기 같은 정보를 공짜로 공개하다니, 말도 안 돼. 이제까지 갓워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갓워즈의 고급 정보들은 그들만의 세상, 가진 자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들만을 위한 것들이었다. 평범하거나 그들의 울타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에게는 감히 맛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들. 그런데 지금 그런 가진 자들조차 맛보지 못한 게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공개된 것이었다. 충격, 그 이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 때문에 충격에서 끝나지 않았다. - 솔직히 BJ대마도사를 돈 많은 금수저 새끼가 나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 나도 그래. 이제 보니까 게임을 즐기는 진심으로 멋진 플레이어였어. 이런 정보를 돈도 안 받고 공개하잖아? - 정말 게임 빡세게 하려고 일부러 연애 포기했다는 게 BJ대마도사 학계의 정설! ㄴ 응, 그건 아니야.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여론이 우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지금부터 BJ대마도사 까면 사살! - BJ대마도사님 그동안 연애도 못한 솔로에다가 평생 게임만 하다가 솔로로 뒈질 거라고 저주 걸던 거 사죄하겠습니다. - 저도 그동안 BJ대마도사 왜 나와, 럭키 보고 싶은데, 그냥 좀 뒈졌으면, 하면서 후원금 보낸 거 사죄하겠습니다. 좀 과장하면 광신도마저 생길 정도. 그 무렵이었다. - BJ대마도사가 뗏목 퀘스트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활약, 그것도 그냥 활약이 아닌 대활약이 예정된 뗏목 퀘스트 소식이 전달됐다. - AAA길드 아시오랑 같이 파티했다! - 즉석에서 바로 제안함! 심지어 혼자가 아니라 롱토스 아시오, 그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한다는 소식에 여론은 생각했다. - 둘이 붙는 건가? - 배틀 가는 거야? 분명 둘이 싸우리라고. - 그럼 당연히 BJ대마도사를 응원해야지! - 나 믿을 거야, BJ대마도사 믿을 거야. 그리된다면 BJ대마도사 편에 서겠다고. 그 뒤를 이어서 새로운 속보가 들렸다. - 싸우는 게 아니라 아시오가 BJ대마도사 원맨쇼 도와줌! - 아시오가 발표했어! 나는 BJ대마도사의 활약을 위해서라면 주역이 아니더라도 좋다고! - 고백했다! 아시오가 BJ대마도사 광팬이래! 채팅 아이디가 BJ대마도사22호팬이래! 아시오마저 BJ대마도사의 편에 섰다! 충격적인 소식, 그러한 상황에 방점을 찍은 건 다름 아닌 아시오 본인의 인터뷰였다. “BJ대마도사의 무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람하고, 그의 전설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된 것은 내가 갓워즈에서 얻은 경험 중 가장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뗏목 퀘스트를 마치고 하얀숲에 도착한 아시오가 자기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칭찬으로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뗏목 위에서요? 끝내줬죠. 쉴 새 없이 엄청난 화력으로 몬스터 애들을 맞추는데, 몬스터가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제가 봤을 때 화력이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극찬! - 와, 저 정도로 칭찬하는 건 처음 봄. ㄴ 에이, 이거 구라 아니야? ㄴ BJ대마도사가 돈 주고 립서비스 산 거 같은데? 너무나도 극찬이라서 오히려 의심이 들 정도였다. - 구라 같은 소리하네, BJ대마도사가 그러면 그런 거지! - 맞아, 롱토스가 설마 구라를 칠까? 돈 없는 양반이 아니잖아! 그러나 이미 BJ대마도사에게 극도로 우호적인 여론은 그러한 의심 여론을 싹조차 트지 못하게 짓밟았다. - 어느 정도이기에 롱토스가 저렇게 표현하는 걸까? - 진짜 장난 아닌 모양이네. - BJ대마도사 없이도 트윈 헤드 오우거를 짓밟았는데 BJ대마도사까지 포함되면 어떻게 될까?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전투력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다 못해 여론을 통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그 기대감의 정점은 아시오의 마지막 멘트였다. “장담컨대 하얀숲에서 개미들 상대로 아마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실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BJ대마도사 없이도 그 무시무시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았는데, 거기에 이 말도 안 되는 화력을 가진 BJ대마도사, 그분이 더해졌을 때의 광경을. 과연 어떤 몬스터 무리가 그분에게 위협이 될 수 있겠습니까?” BJ대마도사는 하얀숲에서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하고 해낸 적 없는 것을 해낼 것이다! - 그래, 한 번 보고 말하자! - BJ대마도사가 하얀숲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이 대목에서 이제는 안티든, 팬이든 모두가 똑같이 BJ대마도사의 하얀숲 플레이를 기대하고, 고대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까지 미다스가 2시간 동안 뗏목 위에서 지내는 동안 이루어진 일이었다. ‘미치겠다.’ 분명 게임에 접속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감을 짓밟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작게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무색하다 못해 무참해질 지경. 무엇보다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숲은 그리 쉬운 무대가 아니었다. ‘가득이나 개미굴인데……." 하얀 숲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자이언트 앤트들은 기본 무리 숫자가 천 단위가 넘어가는 녀석들이었다. 많을 때는 정말 만 단위가 넘게 모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많은 만큼 개체 하나하나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은 약한 편이었다. 문제는 그 어떤 게임도 물량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것. ‘여긴 후퇴가 기본이라고.’ 때문에 하얀숲에서 사냥하는 방식은 히트 앤 런이었다. 자이언트 앤트 무리를 발견하면 일단 딜러들이 광역 마법들로 최대한 숫자를 죽인 후에 괜히 치열하게 싸우지 말고 물러나는 방식, 그 후에 다시 광역 스킬의 쿨타임이 차면 같은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방식이었다. ‘젠장, 그런데 남다른 퍼포먼스라면…… 튀지 말라는 거잖아?’ 그런데 만약 BJ대마도사가 그런 방식의 전투를 보인다면 지금의 기대감은 어떻게 될까? 분명한 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 옛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리란 것. ‘어우…….' 사실 이쯤 됐으면 미다스는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왔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는 수밖에.’ 중원 길드 그리고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덜 배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다행히도 지금 미다스에게는 나름 전력 강화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일단 어비스 길드가 준 이지스의 오브부터 획득하고.’ 당장 최우선 과제는 이지스의 오브를 획득해서 잭팟에게 주는 것이었다. ‘이지스의 오브만 와도 사실 전력 강화는 차원이 달라지니까.’ 단일 버프 스킬을 광역 버프 스킬로 만들어주는 이지스의 오브의 가치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다음은 용의 알.’ 또한 현재 미다스는 용의 알의 힘을 각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상황이었다. 퀘스트 NPC를 찾아가 보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하겠지만 그 역시 메리트가 넘치는 일이었다. ‘레벨업.’ 마지막 요소는 바로 미다스 본인의 레벨이었다. 현재 미다스의 레벨은 244레벨, 솔직히 말해서 하얀숲 사냥터에 어울리는 레벨이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레벨만 올리면 사냥터에서 활약상도 달라진다는 것. ‘250레벨만 되면 썬더스톰이다.’ 무엇보다 대마도사 클래스는 250레벨에 썬더스톰이라는 아주 강력한 광역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아, 이것도 엄청나게 비싼데.’ 물론 엄청난 만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힘들 지경. 그러나 중요한 건 구하더라도 레벨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었다. ‘좋아.’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한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이내 하얀숲 사이로 붉은빛 기둥 하나가 치솟은 게 보였다. 필시 저곳에 다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NPC 혹은 관련 던전이 존재할 터. “얘들아, 움직이자.” 그곳을 목적지로 잡은 미다스가 곧바로 자신의 동료들을 불렀다. “다들 나만 믿어. 아주 그냥 끝장을 내줄 테니까.” 그리고는 이내 제 가슴을 두드리며 어느 때보다 진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각오의 표현이었다. ‘결국 내가 잘해야 해. 내가 우리 파티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정신 차리자, 미다스!’ 모든 건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 ‘내가 캐리한다.’ 그러니 자신이 최고의 활약을 해야 한다는 것. “알겠지?” “예, 주인님!”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되물음에 골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먼저 대답을 했다. 꾸우! “예, 저도 주인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이어서 잭팟과 실버도 반응을 했다. 때문에 미다스는 의문을 가졌다. “럭키야?” 본래대로라면 가장 먼저 반응했을 럭키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게 의문을 품은 채 럭키를 바라본 미다스는 그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 럭키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 하나를. “그래, 믿을 건 우리 갓키님이지.” 미다스가 30초 만에 각오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319화. < 100화. BJ엑스트라 (1). > 1. 뗏목을 타고 2시간짜리 힘겨운 여정을 거쳐 하얀숲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감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드디어 왔구나.” 첫 번째 감정은 300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사냥터에 진입했다는 것. “이 빌어먹을 사냥터에.” 두 번째 감정은 300레벨이 되기 위한 아주 혹독한 신고식을 경험하게 됐다는 것. 하얀숲은 그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어려운 무대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경험해본 적 없는 독특한 무대이기도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하얀숲의 풍경부터가 다른 사냥터와 달랐다. 아파트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하얀숲 나무,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하얀 돌탑이 하얀숲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였다. 동시에 개미굴이란 별명이 붙여진 이유이기도 했다. “저 하얀탑이 개미굴이라, 이거지?” 그 하얀 돌탑이 바로 개미집이었으니까. “끔찍한 탑이지.” 그러한 개미집 안에는 최소 1천 마리가 넘는 자이언트 앤트들이 있었다. 더불어 이런 자이언트 앤트는 개미들처컴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그나마 초입에는 일개미들밖에 없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투 개미랑 날개미가 나온다고.” 몸길이 1미터에 외형 자체는 우리가 아는 개미와 다를 바 없는 일개미, 반대로 이족보행을 하며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 개미와 날아다니며 맹독성 침 공격을 하는 날개미. “드디어 비행 타입이랑 싸우는구나.” 이중에서도 날아다니는 날개미와의 전투는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곤란함을 선사했다. “여왕 개미는?” “걱정하지 마,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왕 개미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왕, 보스 몬스터이기에 일반 플레이어들은 마주할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많네.” 물론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러한 개미집들이 대충 봐도 샐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이었다. “진짜 짜증나는 건 안 보이는 것들이지만.” 심지어 하얀숲에는 그저 땅속에만 존재하는 개미굴도 있었다. 히트 앤 런 작전을 쓰되, 자칫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포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런 이유로 하얀숲에서 사망률은 오우거의 숲의 3배 이상으로 무척이나 높은 편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달랐다. “블리자드!” 광역 마법, 블리자드를 펼친 미다스가 곧바로 다가오는 몸길이 1미터짜리 개미들, 일개미들을 상대하던 럭키와 골드, 실버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따라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등을 돌렸고, 곧바로 럭키와 골드 실버와 정령 기사가 그의 뒤를 따랐다. 꾸우! 그리고 잭팟은 그대로 미다스의 머리 위에 올라탄 채 자세를 잡았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저쪽은 위험.’ 하얀숲 곳곳에 지뢰처럼 숨겨진 개미굴들이. 당연히 그것을 파악한 미다스가 선두에서 동료들을 이끌면서 가장 안전한 루트를 찾아 움직였다. ‘이렇게만 가면 문제 될 건 없다.’ 리스크는 없고 동시에 낭비는 없는 아주 훌륭한 사냥법이었다. ‘마력도 넉넉하고.’ 굳이 기동력이 부족한 골렘을 소환할 필요도 없으니, 마력에서도 여유가 넘쳤고 때문에 무리하게 포션을 쓸 필요도 없었다. ‘습득 경험치도 넉넉하고.’ 물론 전력으로 다해 사냥할 때와 비교하면 레벨업 속도가 느리긴 하겠지만 애초에 이곳, 하얀 숲은 30인에서 50인 사이의 파티가 사냥을 하는 곳이었다. 혹은 아예 100명이 넘는 파티가 움직이거나. 그런 곳에서 혼자 경험치를 독식하는데 경험치가 적다고 투정을 부릴 이유는 없었다. ‘이대로만 가면 꿀 빨 수 있는데.......' 여러모로 달콤한 무대. 문제는 미다스가 이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냥하는 걸 시청자들은 용납 안 하겠지.’ 고작 이거 보여주려고 그렇게 우리들의 기대감을 펌프질 한 것이냐? 하는 말이 나올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방식은 미다스가 쉽고, 편한 방식이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 “얘들아, 정지.” 그러한 고민 속에서 안전하다 여겨지는 지역에서 이동을 멈춘 미다스가 주변을 재차 확인한 후 말했다. “숨하고 쿨 좀 채우자.” 미다스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동시에 대답했다. 왕! “주인님, 저는 아직 힘이 넘칩니다!” 힘이 넘치는 대답. 미다스의 눈이 자연스레 럭키를 향했다. [럭키] ![학살자] !동료와 함께 몬스터 100,000마리 처치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10만 마리 사냥 퀘스트. ‘개미굴에서 어려울 건 없지.’ 오우거의 숲이었다면 아득한 과제였겠지만 개미굴에서는 오히려 꽤 쉬운 퀘스트였다. 당장 조금 전 미다스가 처치한 개미 숫자만 해도 삼백 마리를 훌쩍 넘길 테니까. 헥헥!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에 럭키가 그에게 다가가 머리를 비볐다. 주인님의 따스한 시선이 마음에 든 모양. “그래, 럭키야. 너만 믿는다.” 왕!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던 미다스를 향해 옆에 있던 골드가 한마디 했다. “주인님, 그런 나쁜개보다 제가 3배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믿어주십시오.” “그래, 당연히 골드 너도 믿지.”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골드를 확인한 미다스는 떠올렸다. ‘가디언도 아직 2급이고.’ 가디언에게도 한 번 더 성장의 기회가 있음을. 꾸우! 그리고 믿을 건 하나 더 있었다. “그래, 잭팟 너도 믿……." “주인님, 나쁜새가 지금 놀지 말고 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이어진 골드의 통역에 미다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꾸우! “똑바로 하랍니다. 아주 나쁜새입니다. 제게 맡겨주시면 버릇을 톡톡히 고치겠습니다.” 꾸우! “조용히 해라, 나쁜새!” 이어진 골드의 통역에 미다스는 뱉으려던 말을 삼키고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돌렸다. 그리고는 어수선한 정신을 환기시키려는 듯 퀘스트창 하나를 활성화했다. [하얀숲]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얀숲에서 왕실에서 파견한 조사원을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비밀 지도 !퀘스트 완료 시 ‘비밀 지도’ 진행 가능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잭팟 말처럼 한눈팔 때가 아니지.’ “움직이자.” 그러자 보이는 붉은빛 기둥을 향해 미다스가 다시 움직였다. 2. ‘어?’ 하얀숲 퀘스트에서 찾으라고 말한 조사원 NPC를 발견한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자네가 왕국에서 보낸 탐사대인가? 생각한 것보다 쉽게 날 찾았군.” ‘호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NPC가 용의 알 설정창에 등장한 NPC인 호곤이었다. ‘쉽게 가는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두 명의 NPC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당연히 미다스는 기뻐했다. “예, 제가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성함이?” 물론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다. “호곤이라고 하네. 툰가 왕국의 왕실 소속 조사원이지.” 이어진 설명과 함께 손을 내미는 호곤, 미다스가 그러한 호곤의 손을 잡았다. ‘응?’ 그 순간 미다스는 NPC호곤의 손바닥에 무언가가 있는 걸 느꼈다. “일단 먼저 받게.” 그 후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자신의 손바닥에 쥐어진 것을 확인했다. 정체는 곱게 곱게 접힌 종이. “조사원인 내게 내려진 명령은 이 하얀숲의 자이언트 앤트를 조사하는 것이었네.”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NPC호곤이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까?”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딱히 관심이 들지 않는 이야기였다. NPC호곤의 내력이 뭐든 미다스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어디로 가는 지도이려나? 아니, 그보다 이거 난이도 어느 정도일까? 일이 잘 풀리는 거 보니까 난이도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해왔을 뿐,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난이도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가뜩이나 신경 쓸 것도 많은데…….' 특히 지금처럼 여러 이유로 머릿속이 복잡한 순간에 더 큰 고민거리를 안는 건 피하고 싶었다. ‘제발, 갓워즈님 쉽게 가주세요. 그러면 욕 안 하고 게임 열심히 잘 할게요. 제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풀어서 캐릭터 생성 카드로 짭짤하게 돈 버셨잖아요? 제발.’ 허나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간절히 소망을 비는 것뿐.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NPC호곤은 제 설명을 이어갔다. “자이언트 앤트의 영역이 이 이상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께서 특명을 내리셨지. 그러던 와중에 이곳에 있는 어느 신의 힘이 자이언트 앤트의 확장을 막는다는 것을 알게 됐네.” ‘어?’ 그 대목이었다. “그 하얀숲 지하에 숨겨진 지하 신전을 비밀 리에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지.” ‘이거?’ 이어진 NPC호곤의 설명에 미다스의 관심이 NPC호곤에 꽂혔다. 동시에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멀린으로부터 받은 보상이 떠올랐다. ‘지하 신전이라면 이지스의 오브가 나오는 그 이지스의 신전 말하는 건가?’ 하얀숲의 지하에 이지스의 신전이 있으며, 그곳을 공략하면 이지스의 오브를 얻을 수 있다고. “허나, 신전을 지키는 수호자들이 너무 강해 그 신전에 가지 못하는 중이었네.” ‘그렇지, 어비스 길드도 1박 2일로 깼다니까.’ 더불어 그 신전을 공략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고. “그래서 이제까지는 조심히, 천천히 길을 뚫었는데, 현재 하얀숲의 자이언트 앤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자이언트 앤트 여왕에 영향을 주는 듯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네. 해서 자네가 그 신전에 무엇이 있는지 가져다줬으면 하네. 분명 그 신전에 자이언트 앤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 그 설명에 미다스는 후읍, 짧게 숨을 골랐다. ‘나쁘지 않아.’ 분명 쉬운 퀘스트는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퀘스트 공략 난이도는 그 어떤 던전보다 어려웠다고 했으니까. 1박 2일, 플레이 타임으로 따지면 10시간 이상 공략에 심혈을 기울을 정도.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가 그 정도 시간을 투자했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방송은 어렵지만…….' 당연히 이런 이지스의 신전 공략은 라이브 방송이 쉽지 않았다. 장시간 방송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같이 할 수 있어.’ 대신에 미다스 입장에서는 두 번 나눠서 할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차피 중원 길드와의 빅 이벤트가 더 중요해.’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것들이 정렬되기 시작했다. ‘럭키 진화시키고,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한다.’ 그렇게 정리가 된 후에야 지도의 존재를 깨닫고는 말했다. “그럼 이 지도가 그 신전에 있는 위치인가요?” 질문을 하면서도 미다스는 생각했다. ‘뭐, 이미 알고 있지만.’ 그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예의상 내지르는 질문일 뿐, 딱히 관심은 없다고. 그러한 미다스의 시큰둥한 물음에 NPC호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네, 그 신전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 지도이네.” “예?” 그 순간 놀라며 되물었다. “비밀 통로요?” “말했잖은가? 그냥 입구로는 도무지 공략할 수가 없어서 천천히, 조심히 길을 뚫었다고. 허나, 끝까지는 뚫지 못했네. 아마 내 예상으로는 수호자들과 마주쳐야 할 걸세. 힘들겠지만, 할 수 있겠나?” 그 설명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왕명을 받았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해야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웃음 뒤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비밀 지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비밀 통로 지도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가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지하 신전’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진해졌다. ‘역시 갓겜이네.’ 그 순간 미다스는 떠올렸다. ‘가만, 그럼 이거 라이브 방송 가능하겠는데?’ 계획을 좀 더 바꿔야겠다고. “얘들아 잠깐만, 나 밖에 나가서 사장님 좀 만나고 올게.”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줘야겠다고. 3.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이후 BJ대마도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들불처럼 커지자, 자연스레 그로 인해 비판적인 여론을 맞이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난 여론이라……." 어비스 길드가 대표적이었다. 그들만의 세상, 그 정점에 있는 게 그들이었으니까. “오랜만이군.” 물론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 어비스 길드가 먹었던 욕에 비하면 지금의 비난 여론은 간식거리조차 못 됐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어비스 길드는 그런 비난 여론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아니었다. 목적은 이 게임의 끝을 보는 것.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하얀숲에 왔다면서?” 때문에 멀린의 모든 관심은 그 끝에 가장 가까운 이에게 쏠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예, 제대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왔죠. 다른 누구도 아니고 롱토스 아시오의 지원을 받아서.” “노린 거겠지?” 이어서 나온 멀린의 물음에 엠마를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오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러브콜을 몇 번을 보냈는데 모를 리가 없죠. 사전에 합의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야 BJ대마도사 광팬인 아시오에게 서프라이즈 파티가 될 테니까. 실제로 아시오가 제대로 홍보를 해줬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짜 홍보를.” “정말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군.” “도발이죠.” “도발?” “벼랑 끝 승부를 했는데,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웃긴 일이잖아요? 치킨 레이스를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이어진 설명에 이번에는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침묵의 의미는 간단했다. ‘과격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까지는 애들 장난이었군.’ ‘BJ대마도사는 눈앞에 벽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엑셀을 밟아서 벽을 뚫고 나갈 인간이야.’ 설마 BJ대마도사가 이렇게 저돌적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것. 그러한 BJ대마도사와 이제까지 같이 판에 앉아 있던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원 길드가 나설 수 있는 것도 이제는 한 번인가?” 심지어 현재 그들이 BJ대마도사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패 역시 마지막 사용 기회를 앞두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다시 새로운 패를 찾아야 할 때. “그쪽은 어떻게 하고 있지?” “중원 길드에서 요청이 왔어요.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간?” “한 번 밖에 없는 기회,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힘을 모아보겠다고요.” “BJ대마도사가 그 시간을 줄까?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속도전으로 끝낼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은 그 패를 마지막으로 쓰는 것마저도 쉽진 않은 일. 그러한 멀린의 의문에 엠마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BJ대마도사에게 준 이지스의 오브 획득 방법이 시간벌이를 해줄 거예요.” 그제야 미소 한 점 없던 멀린의 입가에도 실소이지만 어쨌거나 미소가 걸렸다. “그렇지.” 그리고 이내 그때의 기억,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할 당시 기억이 진해질수록, 멀린이 지은 미소 역시 진해졌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그 이지스의 신전을 당장 공략할 순 없겠지. 보름 이상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야. BJ대마도사가 대단하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혼자 공략이 불가능하니까. 솔직히 상식적으로 본다면 한 달은 잡아야겠지만.” 그때 무언가 떠올린 멀린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뭔가 걸어서 BJ대마도사가 무리하게 만들 건가?” 그 반문에 엠마가 고개를 저었다. “BJ대마도사는 질주를 하지만, 폭주는 하지 않아요.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를 걸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 따위로 매수도 불가능하고요. 돈으로는 더더욱.” “하긴, 결국 소원이란 카드마저 꺼냈으니까.” “한동안은 오히려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제가 현재 내린 판단이에요.” 그러한 대화 속에서 엠마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고, 엠마의 입가에 지어진 쓴웃음이 사라졌다. 그걸 본 멀린이 말했다. "BJ대마도사인가?” 엠마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주일 안에 라이브 방송을 할 건데, 광고 걸 생각 없냐고 하네요.” “라이브 방송? 무슨 방송?” 이어진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대답 대신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멀린이 놀라며 되물었다. “설마 이지스의 신전 공략?” 그 놀란 되물음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으니까. 320화. < 100화. BJ엑스트라 (2). > 4. - BJ대마도사 요즘 어때? 뭐 터진 거 있음? BJ대마도사를 향해 어느 때보다 관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 - 아니, 조용함. - 하얀숲에서 그냥 개미 상대로 열심히 치고 빠지는 중이라던데? - 딱히 특별한 일은 없음. - 여전히 솔로라고 함. 그러나 막상 대중의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빅이슈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하얀숲 같은 사냥터에서 폭발적인 무언가를 당장 보여주긴 힘든 일. 솔직히 말하면 하얀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대단한 무언가였다. - BJ대마도사 그냥 가려는 모양인데? -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여기서 또 한 번 미쳐 날뛰는 건 솔직히 힘들지. 어쨌거나 이쯤에서 차올랐던 기대감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평범하면서도 정상적인 일이었다. - 아니야! 우리 BJ대마도사님은 다르다고! - BJ대마도사님이 지금 천천히 가는 건 도약력을 얻기 위함이다! - BJ대마도사님이 어떤 분인 줄 알아? 응? 기다려봐 말도 안 되는 걸 보여줄 테니까. - 우리 수장님만 믿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를 향한 대중의 믿음은 그렇게 정상적으로 기대감이 가라앉는 것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 그래, 어디 한 번 느그 수장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 별거 아니면 그때부터 진짜 BJ대마도사 하루에 세 번씩 깐다. 이쯤 되자 평소라면 어떻게든 그 기대감을 깎아내려고 했던 BJ대마도사 안티팬들마저 기대감을 그대로 놔두었다. “얘들아 파이팅이다, 파이팅!”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하앞숲에서 자이언트 앤트들을 상대로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우리의 활약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분들을 생각하면서 파이팅!” BJ대마도사를 향한 여론 상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혹여 모르고 싶더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사실상 BJ대마도사 팬카페 캡슐장 지부장이나 다름없어진 이혁주가 매 시간마다 그리고 새로운 손님마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업적을 칭송하며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모든 이들에게 전도해주고 있었으니까. 더욱이 BJ대마도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가장 무덤덤한 정현우란 인간이 최우선 전도 대상이었고, 때문에 미다스는 로그아웃을 할 때마다 이혁주로부터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 솔로인지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쯤에서 미다스는 더 이상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자!” 부족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건 이미 주어진 것을 소화한 후에 해도 늦지 않았으니까. ‘팬들이 응원해주는데, 그게 부담스럽다고 못 해먹겠다고 할 거면 게임 접어야지.’ 그렇게 의지를 품은 미다스가 몰려드는 일개미들을 상대로 손에 든 대폭발을 던졌다. 미다스의 손을 떠난 대폭발 구슬 하나가 마치 강물처럼 몰려오는 자이언트 앤트 위에 떨어졌다. 콰광! 콰광! 이윽고 연달아 터지는 두 번의 폭발. 그 폭발 속에서 미다스의 시선은 다시 한 번 더 보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샤샤샤! 스츠츠!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무수히 많은 자이언트 앤트 일개미들을 향해 미다스는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믿음 덕분이었다. 왕! “주인님께는 단 한 마리도 접근치 못한다!” “선배님, 이곳은 제가 막겠습니다!”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을 지켜주리란 믿음, 그 믿음 속에서 미다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쇼크 웨이브.” 사방에서 개미가 모여들고 전방에는 강물처럼 밀려드는 와중에 가장 개미가 많이 모인 그곳을 향해 광역 마법을 사용했다. “인페르노.” 아낌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는 자신이 가진 광역 마법의 최대 효율을 완벽하게 끄집어냈다. 이 이상 더 많이 잡을 순 없다! 그러한 생각이 들 정도. 마법사 입장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껴도 이상하게 없을 정도였다. 마법사의 로망과도 같은 플레이였으니까. 게임에 취할 수밖에 없는 로망! “얘들아 튀자!” 왕! “예, 주인님!” 그럼에도 미다스는 결코 전투에 빠져들지 않았다. 황홀감에 젖기보다는 냉철함에 물든 채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했다. 지금 후퇴하는 것도 그랬다. 분명 더 싸우고자 했으면 싸울 수 있었지만, 미다스는 그 대신 더 깔끔하게 후퇴하는 것을 택했다. 그 선택의 가치는 후퇴를 시작하고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드러났다. “주인님, 개미들이 감히 우리를 쫓아오지 않습니다!” 보통 히트 앤 런을 하면 추격전으로 5분 정도, 길면 10분 이상을 쓰는 것과 다르게 미다스 일행은 고작 1분 만에 추격전을 마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찾아온 여유, 그 여유 속에서도 미다스의 귓속에는 알림이 들렸다.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자신이 던진 마법의 여파가 자이언트 앤트를 마저 처치하는 알림이.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말미에 들린 반가운 소식에 미다스의 표정이 달랐다. ‘왔다!’ 반가운 소식. 물론 미다스가 바라는 건 레벨업 소식이 아니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들끓습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드디어 럭키의 진화 퀘스트를 완료했음을 알리는 소식. 아우우우! 그 순간 럭키가 훨씬 더 묵직해진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럭키의 몸이 빛이 나면서 조금 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 뒤를 이어 오랜만에 들리는 그 알림에 미다스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럭키야.’ 그 상태에서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 어디에도 즐거운 기색은 없었다. ‘부탁한다.’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간절함뿐. ‘너만 믿는다.’ 그 간절한 기도 속에서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갓키님 한 번 당신의 운을 보여주세…… 어?’ 그렇게 100장의 카드를 대충 확인한 미다스가 마음속 혼잣말을 멈추었다. 이후에는 두 눈을 한 번 길게 감았다 떴다. ‘어?’ 재차 보는 눈앞의 풍경, 그 풍경에 미다스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카드가 없어?’ 100장의 카드 중에 빛을 내뿜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당장 레어 등급을 의미하는 노란빛조차 그 숫자가 열을 넘기지 못했다. 유니크 등급인 붉은색마저 2개에 불과했다. ‘설마? 전설이 없어?’ 심지어 황금빛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 그 순간 미다스가 노란빛 사이에 숨어있는 황금빛 카드를 발견하고는 반색했다. 그러나 그 반색도 길지는 않았다. ‘젠장, 하나라니…….' 어차피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라지만, 그래도 선택지가 많아야 좋은 걸 고를 수 있는 법 아닌가? ‘어떻게 하지? 럭키 아니면 더 이상 뭔가 강력한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더욱이 럭키에 대한 기대가 높은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럭키에게 모든 걸 걸었던 미다스이기에 작금의 눈앞에 현실을 향한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다스가 느끼는 감정은 곧바로 방향을 바꾸며 미다스를 향해 날아왔다. ‘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미다스가 느끼는 이 감정을 그에게 기대감을 품은 무수히 많은 팬들도 조만간 느낄 테니까. ‘끝났다.’ 그 오싹함 속에서 미다스의 눈이 럭키의 하나뿐인 황금빛 카드를 살폈다. [인랑(人植)]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신수가 인간 모드로 변신한다. 인간 모드 상태에서는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상태에서 럭키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갓키님.” 왕! “당신을 믿지 못한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왕! 그 후에 다시 눈을 뜬 미다스가 기쁨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눈앞에 카드를 봤다. ‘인랑이라니!’ 인랑. 설명 그대로 럭키를 인간화시키는 스킬. 그 가치는 절대적이었다. 신수가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가만, 펜리르 신수 가진 이들 중에 수인화 스킬 나온 건 내가 처음이 아닌가?’ 더불어 펜리르 신수의 경우에는 이제까지 수인화 스킬을 얻은 경우가 없었다. ‘끝났다.’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남은 고민은 단 하나였다. ‘이지스의 신전 공략 라이브 방송 허락만 받으면 돼.’ 5. “사장님, 어비스 길드가 라이브 방송을 허락해줄까요?” 부하 직원의 질문에 자기 책상에서 점심 겸 햄버거를 먹으려고 하던 박영준이 그대로 햄버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금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 대답과 함께 다시 햄버거를 먹으려는 박영준. “조금 민감한 정도가 아닌데요?” 그때 이어서 나온 반문에 박영준이 다시 햄버거 먹는 것을 멈추었고, 부하 직원이 그 틈을 노려 질문을 이어갔다. “이지스의 오브잖아요? 사실상 버퍼들 졸업템. 그런 걸 얻는 방송을 라이브로 하는 건 엄청 민감한 이야기 같은데요?" 이야기의 시작점은 다름 아니라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비스 길드에 보낸 제안이었다. BJ대마도사가 이지스의 신전 공략을 라이브 방송하고 싶다, 라는 내용의 제안. 그 제안이 나왔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 관계자 중 그 누구도 어비스 길드가 허락해주리라 생각치 않았다. “100레벨, 200레벨짜리고 아니고 이제 400레벨 달성한 어비스 길드 멤버들도 쓰는 아이템이라고요.” 지금 직원이 하는 말처럼 이지스의 오브가 가진 가치가 남다른 탓이었다. 일단 아이템 자체의 가치가 남달랐다.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경쟁자들 강화시켜주는 거나 마찬가지이잖아요?” 그중에서도 이지스의 오브를 남다르게 만드는 건 이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착용할 수 있는 이들은 10대 길드 그리고 어비스 길드의 경쟁자들이란 점이었다. 이지스의 오브는 일종의 최첨단 전략물자인 셈. 그런 최첨단 전략물자를 얻을 수 있는 것을 1억 명이 보는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방송한다? 쉽게 허락이 나오기는 힘든 일.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박영준 역시 그 점을 모르지 않았다. 해서 그는 제안을 할 때 선택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그럼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보상으로 받으면 될 뿐이니까.” 방송을 허락해주거나 아니면 입막음 비용으로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주거나. 그리고 그 선택지를 들었을 때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모두의 생각은 똑같았다. ‘솔직히 이거 삥 뜯는 거지.’ 박영준이 어비스 길드의 처지를 이용해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얻어내려고 하는 거라고. “그럼 이제 햄버거 좀 먹어도 되지?” “아, 네……." 그렇게 부하 직원과의 대화를 마치고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 박영준의 모습에 직원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진짜 대단하시네.’ 박영준이 하는 짓이 착하다거나 올바르다거나 하는 것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짓이긴 했지만, 분명한 건 수중에 무언가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격. ‘다들 내가 어비스 길드 삥 뜯는다고 생각하네.’ 물론 박영준이 노리는 건 선더스톰 스킬 카드가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건 삥 뜯는 게 아니라 어비스 길드 뒤통수를 해머로 내리치는 건데.’ 더 큰 타격을 주는 것. 그러한 의중을 품은 건 확신 덕분이었다. ‘애초에 어비스 길드가 선더스톰 카드를 줄 리도 없잖아?’ 어비스 길드와 BJ대마도사의 관계는 세상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험악했다. ‘둘 관계는 한일 관계보다 더 안 좋은데.’ 그런 험악한 관계 속에서 어비스 길드는 과연 BJ대마도사가 고작 선더스톰 스킬을 얻기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고 생각할까? 적어도 정말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이런 제안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을 터. 오히려 자신들의 성질을 긁기 위한 도발이라고 생각할 터였다. ‘무엇보다 벼랑 끝 승부 중이지.’ 특히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 BJ대마도사는 결코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미 갈 데까지 간 상황. ‘꼭 허락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동시에 어비스 길드가 하지 말라면 도리어 더 하려고 하는 게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보여준 행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어비스 길드는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주고서 BJ대마도사가 얌전히 있으리라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 당장 이 상황 자체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최소 보름은 걸리리라 여겨진 이지스의 신전 공략을 당장 한다…… 저돌적인 게 아니라 미친 거지.’ BJ대마도사의 질주는 상식적인 판단을 거부하는 수준. ‘BJ대마도사의 노림수고.’ 더불어 이러한 행보는 BJ대마도사의 철저한 계획 속에서 나온 행보임이 분명했다. BJ대마도사는 최근 모두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가속도가 붙은 셈이었고, 어비스 길드가 보기엔 의도적으로 속도를 높인 셈이었다. 여러모로 BJ대마도사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정타는 여론.’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어비스 길드는 자신들이 라이브 방송을 허락하지 않았을 경우의 여파를 한 번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앞서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무료로 공개한 BJ대마도사가 칭송을 받는 와중에 그가 다시 한 번 더 정보를 공개하려고 하는데, 그걸 어비스 길드가 막는다? ‘어비스 길드야 여론 따윈 무섭지 않겠지만 광고주랑 팬들은 다르지.’ 어비스 길드가 욕 먹는 것에 내성을 가졌다고 해도 시청자 숫자와 광고주의 영향을 줄 정도로 먹는다면 분명 타격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 생각도 달라지고.’ 이쯤 되면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그냥 라이브 방송을 허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포기하면 편해지지.’ 여론은 우호적으로 변할 테고, BJ대마도사에게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줄 필요도 없으며, 그에게 뒤통수 맞을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한 번씩 판에서 물러나게 되면 제대로 한 방 먹는 법이고.’ 물론 그 결정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은 어비스 길드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그렇게 햄버거를 먹으며 머릿속 계획을 점검하던 박영준에게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어비스 길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뭐라고?” “그게…… 허락해주겠답니다.” 허락, 그 글자에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진짜?’ ‘그럼 이지스의 오브 얻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한다는 의미야?’ 여러모로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예고되는 순간. “그래?” 반면 박영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는 다 먹어치운 햄버거 포장지를 구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광고주를 모집해야겠네.” 그 말과 함께 포장지를 자신의 책상 아래 위치한 쓰레기통에 버린 박영준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어느 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대기는 짧았다. “아즈모와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끝내주는 라이브 방송 광고판이 비었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광고료는 선더스톰 스킬 카드입니다. 아, 콜이라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통화도 짧았다. “라이브 방송 허락받았고, 광고주 섭외 완료했고,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네.” 그러나 그 짧은 것들이 남긴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들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언제든 할 수 있도록 스탠바이 해. 방송 타이틀은 이지스의 신전 공략이다.” 세상 모두가 기다리던 빅 이벤트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321화. < 100화. BJ엑스트라 (3). > 6. - BJ대마도사 다음 방송 일정 공개됐다! - 3일 후에 라이브 방송이래! 드디어 라이징 스타 채널에 뜬 이벤트 공지. - 그래서 내용은? - 내용, 내용을 보자! 그 공지가 나오는 순간 세상의 궁금증은 오로지 단 하나, 그 이벤트의 크기였다. 과연 정말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의문에 BJ대마도사는 기꺼이 대답했다. - 이지스의 신전 공략 라이브? - 에이, 설마! 이걸 라이브로 한다고? - 이지스의 오브 얻으러 가는 거 실시간 공개하는 모양인데? 당신들이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의 빅이벤트를 준비해왔다고. - 역시 BJ대마도사, 레베루가 다르죠? 레베루가. - 설마 BJ대마도사팬 가입 아직도 안 한 흑우 없제? - BJ대마도사가 별거 아니라고 했던 놈들은 당연히 이 개꿀 라이브 방송 안 보시겠죠? 그만큼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방송이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개 이상으로 파급효과가 큰 방송이었다. -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공개하고 나면 이제부터 다들 이지스의 오브 하나씩 들고 시작하는 거 아니야? ㄴ 다는 아니겠지. 일단 순번은 정할 테니까. ㄴ 대기 순번 토나오겠네. ㄴ 분명한 건 이지스의 오브를 가진 길드와 가지지 못한 길드 차이가 크다는 거야. ㄴ 아무렴, 평범한 힐 스킬도 광역 스킬로 만들어주는데. ㄴ 그래도 결국 1티어급 길드들 아니면 엄두도 못 내잖아? 우리하고는 상관없지 않음? ㄴ 그래, 그러니까 그 1티어급 길드들 서열이 바뀌는 거지. 가진 길드랑 못 가진 길드가 나뉠 거야. 이번 라이브 방송의 공개가 끝나는 순간 1티어급 길드들이 앞다투어 이지스의 오브 확보에 나설 테고, 그로 인해 얻은 자와 얻지 못한 사이의 크나큰 차이가 생길 터. - 그러네? 그럼 1티어급 길드들이 서로 먼저 가지려고 지지고 볶고 장난 아니겠는데? - 지지고 볶는 정도가 아니라 길드전 나오겠지. 순번을 그냥 가위바위보로 정할 리는 없잖아? 그 차이를 앞두고 1티어급 길드들이 순순히 합의하리란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다. “이건 최근 제가 아주 비밀리에 듣게 된 소문인데요, BJ대마도사가 일부러 1티어급 길드들 사이를 갈라지게 하려고 이번 라이브 방송을 기획한 거래요.” 그와 관련해서 다양한 종류의 음모론이 생기는 건. “이간질을 한다?” “예." “왜?” 지금 이혁주 역시 루머를 퍼뜨리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왜긴요, 앞으로 BJ대마도사가 하얀숲 졸업하면 300레벨 사냥터잖아요? 1티어급 길드들 1군 애들하고 부딪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1티어급 길드 애들 사이가 좋으면 BJ대마도사를 어떻게 하겠어요.” “왕따시키겠지.” “하지만 지금은요? 다들 BJ대마도사한테 공략법이라도 물어보려고 하지 않겠어요?” “아!” 그가 내뱉은 그럴싸한 루머에 듣고 있던 모든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BJ대마도사가 한순간에 1티어급 길드들의 세력을 흔드는 파괴자가 되는 순간.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순간이었다. “혁주야.” “아, 현우 형. 캡슐 세팅은 좀 나중에 해드릴게요.” 그런 정현우가 이내 이혁주를 불렀고, 이내 이혁주에게 손에 든 음료수 한 캔을 건네주며 말했다. “떠드는 건 좋은데 목은 좀 축이면서 말해라. 응?” “어?” 그 사실에 이혁주를 포함한 모두가 놀랐다. ‘현우가 혁주에게 음료수를?’ ‘자기 돈으로 사서?’ 그사이 정현우가 제가 준 음료수를 받아든 이혁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파이팅.” 그 짤막한 외침을 내지르는 정현우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럴 만했다. ‘라이브 방송 허락받은 것도 끝내주는데.’ 당장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비스 길드에서 이 엄청난 빅 이벤트를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기뻐 미칠 일. ‘광고료로 선더스톰이라니.’ 심지어 그 라이브 방송 광고로 이미 일찌감치 엄청난 스킬 카드 하나가 붙은 상태였다. 이미 어마어마한 이익이 보장된 상황. ‘럭키 데뷔전으로 이만한 것도 없지.’ 마지막으로 이 어마어마한 무대에서 활약을 위한 모든 준비도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런 정현우에게 지금 이혁주의 루머 따위는 가슴에 자그마한 간지럼조차 주지 못할 따름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떠벌려주는 게 감사할 지경. “혁주야, 이야기하는데 미안한데 그거 좀 마셨으면 나 캡슐 좀 세팅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실실 웃는 정현우의 모습에 이혁주는 생각했다. ‘현우 형, 미쳤구나.’ 정현우가 결국 분노하다 못해 실성했음을.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섭다, 무서워.’ ‘현우, 빡쳤구나.’ 정현우가 결국 이성을 잃고, 평소 하지 않던 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바, 바로 해드릴게요.” 그 사실에 이혁주가 기겁하며 잽싸게 캡슐을 세팅하러 갔고, 그 모습을 미다스가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눈빛을 품은 채 준비했다. ‘준비는 완벽하다, 남은 건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최선을 다해 엑스트라가 되자.’ 7.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 없었던 이지스의 신전 공략 라이브 방송. - 드디어 시작이다. - 오늘 맞지? 그 방송이 예고된 날짜가 됐을 때 사람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하늘 높이 찔렀다. - 오늘 BJ대마도사의 전설이 시작된다! - BJ대마도사님이 진짜 솔로 플레이가 뭔지 보여주실 거다. - 난 이미 BJ대마도사님팬으로 닉네임도 바꿈. - 아직도 설마 BJ럭키 믿는 흑우 없지? 그 기대감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당사자 입장에서는 겁에 질릴 만큼. - 어? 방송 열렸다! - 진짜? 구라 아니야? 그런 상황 속에서 BJ대마도사가 택한 방법은 평소보다 일찍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 아직 예고된 시간까지 10분이나 남았는데? - 벌써? 방송 사고인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영화로 따지면 광고가 나오리라 생각한 시점에 배우가 스크린에 등장한 격이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아! 이건 방송 사고가 아닙니다.” 사고는 아니었다. “그냥 이런 끝내주는 이벤트 앞두고 초반에 설명으로 시간 빼는 게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이래저래 설명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일찍 방송을 켰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팬서비스, 그 서비스에 당연히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 역시 우리 형이야, 뭘 원하는 지 안다니까! - 형이라고 하지 말고 수장님이라고 하시죠? - 오늘도 수장님의 이 은혜에 눈물부터 흘리고 갑니다. 격하게. 더 놀라운 건 10분 일찍 방송이 열렸음에도 벌써 6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라포 님이 10,2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뭘 좀 아네. 그래, 방송은 이렇게 해야지.] [구스타프 님이 10,2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설명이 오래 필요하긴 하겠지. 던전이 던전인 만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아무렴 혼자서 깨는 거라면 다른 길드들보다 곱절이 걸려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이미 큰손마저도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카프 길드가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스네이크 길드가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마조네스 길드가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티어급 유명 길드들이 후원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BJ대마도사22호팬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어? 22호팬이면? - 아시오! 빅팬 아시오! 심지어 아시오마저 등장하는 순간. 사실상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관심을 있는 이들은 전부 채팅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와, 오늘은 후원자들 수준이 다르네. - 다르겠지. 이지스의 오브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이잖아? 그만큼 오늘 라이브 방송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파급 효과가 남다르다는 의미. 1티어급 길드들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리 일찌감치 BJ대마도사와 얼굴이라도 마주쳐서 다음 거래 때 유용하게 써먹겠다는 것. ‘미안합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미다스는 그런 그들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도, 방법도 없었다. “아,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이지스의 던전 공략은 정석 루트와 다릅니다.” ‘내가 하려는 방식이 좀 다르거든요.’ 그러한 발언에 곧바로 채팅창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 다르다니? - 뭔가 버그라도 발견한 건가? 그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본래 이지스의 오브는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하면 얻게 되는 보상 아이템이었습니다. 더불어 이지스의 신전은 평균 공략 시간이 12시간, 1박 2일짜리 던전이죠.” 그때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땅 아래로 들어가는 광산의 입구 비슷한 것이 하나 보였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다릅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도중에 이지스의 신전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를 발견하게 됐죠. 정확한 것은 파악해야겠지만, 공략 타임은 약 2시간 안팎이 될 듯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상황을 이해했고 이내 경악했다. - 꿀이네? - 꿀빤다는 거네? - 개꿀이란 거지? 정리하면 BJ대마도사가 아주 쉽게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발언에 미다스가 말했다. “에이, 꿀빠는 건 아니죠. 도중에 들어간다는 거지, 몬스터가 약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원래 던전이란 게 끝에 갈수록 어렵잖아요? 달리 말하면 그 어려운 놈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거죠.” 그럴싸한 말. 물론 표현처럼 그럴싸할 뿐이었다. - 응, 개소리. - 어디서 럭키 짖는 소리가 나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른 길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게 공략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 그보다 이런 식이면 오늘 공략 방송은 다른 길드들이 봐도 무의미하다는 거네? - 좋다만 거지. - 후원금 반납 가나요? 달리 말하면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는 김칫국만 마신 셈. 그러나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자, 그럼 오늘 던전 공략에 앞서서 준비한 것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오프닝 멘트를 마친 미다스가 본론으로 돌입했으니까. - 드디어 본무대다! - 그래 이걸 보고 싶었어! 애초에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그저 단순히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하는 게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면서 이지스의 신전을 유린하는 것이었지. 그러한 모두의 생각에 미다스가 대답에 앞서 스킬 카드 하나를 그대로 꺼냈다. “여기 선더스톰 스킬 카드가 있습니다.” - 선더스톰? - 진짜? 놀라는 시청자들의 반응, 그 반응 앞에서 미다스가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에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하나 더 꺼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병 안이 붉은빛 감도는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 헉! 저거 오우거의 피눈물이다! - 개당 1천 골드짜리! 값비싼 소모 아이템, 오우거의 물약. 그러한 오우거의 물약이 무려 일곱 병이나 그 자리에서 등장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미다스가 포션들이나 버프 아이템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 맙소사, 개당 5백 골드 넘는 포션들이잖아! - 죄다 값비싼 것들뿐이네. - 이게 다 얼마야? - 벤츠 E클래스 한 대는 살 듯? 다 합치면 정말 차 한 대는 가볍게 살 수 있을 정도. 특히 마력회복 포션의 양이 엄청났다. “아무래도 우리 애들 유지하려면 시간당 이 정도 포션은 써야 할 것 같더군요.” 더 놀라운 건 이 어마어마한 것을 한 시간에 다 써버린다는 BJ대마도사의 발언이었다. - 맙소사. - 아즈모도 이 정도는 아닐 듯.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아즈모 님이 10,21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오늘은 그냥 조용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아즈모 님이 10,21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나보다 더한 것 같다고? 진짜 돈 쓰는 게 뭔지 한 번 제대로 보여줄까?] 그 순간 튀어나오는 아즈모의 발언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렇게 준비한 것들이 의미 없게 됐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이분 앞에서는 저도 엑스트라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어진 말에 의문은 더 커졌다. - 엑스트라? - 누구 또 있나? - 아니, 있다고 쳐도 BJ대마도사를 엑스트라로 만드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거야? - BJ대마도사를 엑스트라로 만든다고? 이거 완전히 BJ대마도사 여친 생기는 소리잖아? 그 의문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소개합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을 뻗었고 카메라가 자연스레 그곳을 비추었다. 그렇게 비춘 곳에는 마치 늑대의 털과 같은 풍성한 은빛 머리칼을 가진 미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생겨서 감히 플레이어라는 생각이 들 수 없을 정도. - 어? 누구지? - 이거 실제 인물 맞음? - 응? 잠깐, 이거 느낌이? 때문에 그 현실감 없는 외모에 시청자들 대부분은 도리어 그가 누구인지 바로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예상을 미다스가 확신으로 바꿔줬다. “인랑 모드 럭키입니다!” 럭키, 그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그 순간 채팅창이 폭발했다. - 맙소사. 우리 럭키님이! - 럭키님이 드디어 사람이 되셨다! -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 역시 럭키님이 대세지. 야! 다들 닉네임 바꿔! - 잠시뿐이지만 못 생긴 BJ대마도사 빨아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BJ럭키님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 설마 BJ대마도사 같은 거 팬하는 이상한 애 없지? 당장 채팅이 폭발하는 건 물론 후원도 남달랐다. [BJ럭키999999호팬님이 5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다시돌아온럭키팬 님이 1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꺼져 님이 10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이제누가짐승이지 님이 100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격렬한 반응. 허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럭키가 인랑이 됐을 때 가지는 파괴력을 알고 있는 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라포 님이 10,21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인랑 모드면 능력치 그대로 승계에다가, 플레이어가 가진 모든 아이템 착용 가능한데, 아니 그보다 이거 사기 아님? 신수한테 이렇게 퍼줘도 게임이 되는 건가?] [구스타프 님이 10,21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리고 주인은 갓워즈에서 그 누구도 얻지 못한 아이템마저 얻은 BJ대마도사. 게임 참 더럽네, 더러워.]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1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드디어 한 번 1대1로 싸워볼 만한 상대가 나왔군.] 그러한 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신전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엑스트라는 빠지겠습니다, 다들 BJ럭키님의 활약을 즐겨주세요.” 8. - 이제 엑스트라는 빠지겠습니다. 이제 시작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다행이군.” 그 방송을 보던 멀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뱉었다. “만약 거기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정말 제대로 곤욕을 치를 뻔했어.” 그런 멀린의 머릿속으로 만약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제안을 거부했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어차피 강행했을 테니까.” 정말 그리됐다면 필시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그냥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 권한이 그에게 있었다. 그의 루트나 공략법은 어비스 길드의 것과 전혀 달랐고, 그렇다는 건 BJ대마도사만의 오리지널이라는 의미였으니까. 무엇을 하든 명분상 부족할 게 없다는 의미. 동시에 BJ대마도사는 어비스 길드가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펼치며 어비스 길드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것이다. 물론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보다 인랑이라니…… 끔찍하군.” 선더스톰까지는 예상했다. 허나, 여기서 럭키의 인랑 모드가 나올 줄이야? BJ대마도사의 한계가 대폭 올라가는 순간이었고, 그를 잡아야 하는 이들의 부담감 역시 대폭 오르는 순간이었다. “안 그래?” 그렇게 소감을 마친 멀린이 대답 없는 엠마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렇죠.” “그런 것치고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말이야.” “딱히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 반문하는 멀린이 이내 표정으로 질문했다. 왜 이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건지, 라는 표정으로. 그 물음에 엠마가 담담히 설명했다. “럭키의 가세는 대단하죠. BJ대마도사의 파티에 사사키 코지로 같은 엄청난 근접 딜러가 추가된 셈이니까요.” “검객이라니, 좋은 비유로군.” “그렇죠. 대단한 일이죠. 분명 그는 솔로 플레이라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객 하나가 추가됐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죠.” “뭔가 준비하고 있나본데, 그냥 그걸 말해주지 않겠어?” “중원 길드가 길드 세 곳을 인수했어요.” 곧바로 나온 대답. “스카프 길드,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 그리고 청량 길드요.” 이후 언급된 길드 이름을 듣는 순간 멀린이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전부 1티어급 길드들이군.” “예, 아슬아슬하게 1티어급 길드를 유지하고 있는 길드들이죠. 현재 길드 내 최고 레벨 플레이어들이 350레벨을 넘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길드들. 특히 최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공개되면서 아슬아슬한 길드들 몸값이 많이 내려가고 있고요.” “그래도 몸값들이 상당할 텐데?” 갓워즈에서 1티어급 길드들은 황금알을 낳는 양계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대. 그런 시대에서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1티어급 길드들의 몸값은 달러를 기준으로 억소리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걸 3곳이나 인수한다? “중원 길드에게는 그리 부담스러운 금액도 아니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써야죠.” 그럼에도 엠마가 담담한 표정을 짓는 건 이 게임에 걸린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중원 길드는 물론 우리들도.” 당연히 이제 어비스 길드도 그 가치에 어울리는 대가를 치를 때. 그 각오를 마친 엠마가 화면 속 BJ대마도사를 보며 말했다. “벼랑 끝 승부를 원했으니, 우리도 같이 맞춰줘야야죠.” 이제 진짜 전쟁이라고. 322화. < 101화. 이지스의 방패 (1). > 1. 이지스의 신전, 어비스 길드는 그곳을 맨해튼의 지하철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지스의 신전 통로가 맨해튼 지하철처럼 지하철이 지나갈 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탓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중 하나인 창뿔황소의 존재 때문이었다. 음머! 몸길이 3미터에 머리에는 1미터 길이의 창과 같은 뿔을 앞세우며 최소 열 마리가 넘는 숫자가 무리를 짓고 다니는 창뿔황소들의 돌진은 지하철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지하철보다 더 했다. 최소한 지하철은 눈앞에 뭔가 있으면 멈추려고 하지만, 창뿔황소는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니까. 음머어어! 때문에 먼 곳에서 창뿔황소가 울려펴지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걸어가다 지하철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황급히 도망가듯이. - 또 창뿔황소다! - 진짜 미친 던전이네! 이게 이지스의 신전이 기나긴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제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길을 지나왔어도 창뿔황소 무리의 소리를 듣는 마주하는 순간 도망칠 수밖에 없었으며, 그 후에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한편으로는 창뿔황소가 나올 때를 대비해 오는 길목에서 몬스터들을 깔끔하게 처리해야했다. 만약 창뿔황소를 피해 도망치다가 다른 몬스터를 만나거나 혹은 또 다른 창뿔황소를 만나면 그다음에 만나는 건 전멸이란 두 글자뿐이었으니까. 더 큰 문제는 이런 창뿔황소를 상대로 언제까지 도망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잡아야 한다는 의미. 그게 가장 골치 아픈 점이었다. - 이런 막힌 통로에서 창뿔황소라니, 탱커들 입장에서는 정신이 나갈 일이네. ㄴ 탱커들이 버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딜할 구석이 안 보이는 게 골치 아프지. 어지간한 탱커들도 창뿔황소와 몸싸움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통로라는 제한된 공간은 딜러들에게 최악의 딜링 환경이나 다름없었다. - 원거리 딜러들 딜하겠다고 틈 보여주면 뚫리고. - 근접 딜러들이 탱커 앞에 나갔다가 자칫 잘못하면 뒈지고. - 광역 마법은 아군이 휘말리고. - 맞아, 마법사들이 진짜 죽지. 특히 딜러 중에서도 마법사들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 이건 멀린도 답 없음. - 아즈모가 와도 안 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 파티는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신전을 전진하고 있었다. - 뭐 , BJ대마도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비결은 간단했다. - 어차피 하는 것도 없잖아? 굳이 BJ대마도사가 나설 필요도 없이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아니, 충분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 이상, 압도한다고 하는 게 맞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음머어어! 울음으로 창뿔황소들이 자신들의 돌진을 예고하는 순간 실버가 통로를 막아세우며 말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자신이 막아서겠다고. 음머어어! 그리고는 이내 창뿔황소들이 폭주기관차처럼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가디언 블로킹!” “예, 주인님!” 레전더리 등급 스킬인 가디언 블로킹! 콰왕! 블로킹 계열 최고의 스킬인 그 스킬은 창뿔황소들의 돌진을 가뿐히 받아냈다. 음머! “이곳은 뚫지 못한다!” 그리고 시작된 창뿔황소 12마리와 실버의 힘겨루기! “잘했다, 실버!” 그때 천장에 붙어있던 골드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떨어지는 골드의 모습은 1미터 신장, 퍽 작은 모습이었다. “감히 주인님을 향한 무례, 죽음으로 갚아라!” 소형화 모드! 그 스킬을 통해 작아진 골드가 그 어떤 거슬리는 것 없이 창뿔황소들의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뿔황소들 사이를 자유롭게 헤집었다. 푸홧! 헤집으며 손에 든 파투의 단검으로 쉴 새 없이 창뿔황소에게 파투의 저주를 걸었다. “나쁜개! 처리해라!” 그렇게 절반 정도가 파투의 저주에 걸릴 무렵, 천장에 붙어있던 럭키가 등장했다. 그 어떤 모델이나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비주얼을 가진 은빛 머리칼의 전사의 모습으로. - 아! 그 등장만으로 채팅창에는 탄식이 터졌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푸욱! 착지한 럭키가 손에 든 칼, 마치 어느 맹수의 길디긴 송곳니를 갈아 만든 듯한 칼이 두부를 찌르듯 창뿔황소의 몸뚱이를 찌르고 들어갔다. 상식을 벗어나는 위력! 음머! 창뿔황소 역시 그 위력에 비명을 내질렀고, 그 비명을 향해 럭키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시간으로 따지면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그날의 일정을 한 번 가늠하는 정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창뿔황소 한 마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채 마네킹이 되었다. - 와, 데미지 봐! 그게 인랑 모드인 럭키의 위력이었다. 일단 럭키의 능력치부터가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높았고, 인랑 모드에서는 그 능력치가 그대로 적용됐다. - 템도 다 레전더리잖아? 여기에 럭키 전용 아이템인 3개의 아이템 파츠를 포함해 모든 아이템을 레전더리 등급으로 착용한 상태였다. 액세서리마저 착용한 상태였다. - 무기는 오우거의 이빨검이고. 결정적으로 무기는 오우거의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아이템, 오우거의 이빨검이었다. 그런 아이템으로 무장을 했는데 데미지가 적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욱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럭키, 전광석화!” 미다스의 외침이 떨어지는 순간 럭키를 채우고 있던 은빛이 섬광과도 같은 은빛이 되었다. 그 상태로 실버를 앞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창뿔황소의 몸통을 징검다리처럼 밟아 움직이며 손에 든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음머! 음머어어! 그 럭키의 눈부신 공세가 거듭됐고, 창뿔황소들의 폭주 기관차의 기적 소리 같던 울음이 구슬픈 단말마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채팅도 잦아들었다. 강력함을 떠나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여준 적 없는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럭키의 전투가 창뿔황소는 물론 보는 이들의 숨조차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렀을 때 더 이상 제 머리 위에 달린 창을 앞세운 황소는 없었다. [창뿔황소를 처치했습니다.] 모두가 바닥에 쓰러진 채 마네킹이 되어 아이템 루팅을 당하길 기다릴 뿐. 그 광경에 모든 시청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 아, 럭키님 진짜 끝내준다. 그 감탄 속에서 럭키가 말없이 활짝 웃었고, 그 순간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즈모 님이 10,21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아, 나도 모르게 너무 멋져서 후원했다.] 모두가 후원을 안 하고는 못 버틸 정도. 그때였다. “럭키야, 잘했어!” 이제까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뒷짐만 지고 있던 미다스가 등장했고 자연스레 카메라가 그를 비추었다. 동시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아우, 깜짝이야! BJ엑스트라님, 깜빡이는 좀 켜고 들어오시죠? - 아, 갑자기 눈 썩어 들어간다. - 지금 갑자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BJ엑스트라가 등장한 거 맞나요? - 카메라 돌려! 왜 이상한 똥덩어리를 찍어! 방송 사고잖아! 그 격한 반응에 미다스가 개의치 않으며 럭키의 근처에 가서는 럭키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잘했어.” 그 모습에 럭키는 아무런 말없이 배시시 웃음만 지었고, 그 미소에 다시 한 번 채팅창 분위기가 녹았다. - 아, 힐링된다. - 앗,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 화면이 안 보입니다. - 사람이 너무 감동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제가 증명해보겠습니다. 그때 미다스가 갑자기 럭키와 어깨동무를 했고, 자연스레 럭키를 비추던 화면에 미다스의 얼굴이 나왔다. - 아 쫌! - 이제부터 BJ대마도사 안티팬한다. 다시 채팅창 분위기가 타올랐다. BJ대마도사의 취급이 시궁창 속 쥐만도 못한 꼴이 되는 순간.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우리 럭키 대단하죠?” 그럼에도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멘트를 이어갔다. - 이거 보고 결심했어.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내 적이다. - BJ대마도사, 차라리 여자 친구를 사귀어라! 럭키님 괴롭히지 말고! - 이거 보고도 BJ대마도사 빨면 그건 흑우가 아니라 누렁이다. ㄴ 님, 누렁이도 밥은 가려 먹거든요? 그러자 채팅창 분위기가 더 폭발했다. ‘오케이.’ 미다스 입장에서는 바라던 분위기였다. ‘기대감 살살 녹는 게 보이네.’ 자신을 향했던 드높은 기대감이 이제는 럭키에게 몰려가는 상황, 그동안 그 기대감에 속앓이마저 했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이대로 럭키로 끝내자.’ 당연히 미다스는 이 기세를 이어서 오늘 이곳, 이지스의 신전 보스 몬스터인 신전 수호자 역시 럭키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1시간 내에.’ 더불어 미다스는 오늘 이 모든 던전 공략을 1시간 내에 끝날 생각이었다. ‘럭키가 인랑 모드 인 채로 잡아야 하니까.’ 럭키의 인랑 스킬은 유지 시간이 1시간이었으며, 그에 따른 쿨타임은 24시간이었으니까. ‘보스 잡는데 15분 잡으면, 이제 딱 슬슬 10분 정도만 더 움직이면 되겠네.’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는 이 복잡한 길 속에서 수호자가 있는 보스룸까지 향하는 단 하나의 길이 분명하게 보였다. ‘적당히 막다른 길 좀 한 번 보면서.’ 그런 미다스보다 더 완벽한 연출을 하는 건 불가능할 터. 당연히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보스 잡으러 가봅시다!” 그리고 그런 미다스를 향해 시청자들은 말했다. - 엑스트라가 말이 너무 많네. - 럭키님, 저렁 못 생긴 펫은 좀 버리시는 게 어떨까요? 미다스, 그가 그렇게 자신을 향했던 드높은 기대감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며 전진했다. 2.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 잭팟의 활약. 그들의 활약 속에 드디어 때가 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미다스, 그가 250레벨을 달성 할 때가. “오예! 레벨업이다!” 그 사실에 이제까지 전투에 단 한 번의 마법도 던지지 않은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통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를 화면에 비춰야 하는 순간,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 엑스트라가 뭐라고 소리친 거 같은데? - 엑스트라 분 레벨업 한 듯. - 못 생긴 엑스트라가 레벨업을 하든 말든 알 게 뭐야? 우리는 럭키님만 보면 된다고. - 라이징 스타 채널은 저거 화면 비추면 진짜 구독 끊습니다. 여전히 카메라는 럭키를 비추고 있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강력하게 주장을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저기요, 저 레벨업했거든요? 카드 보상받았거든요?” 그제야 비로소 카메라가 미다스를 찍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한숨을 내뱉었다. - 엑스트라 주제에 왜 이렇게 샷이 많은 거야? - 빨리 끝냅시다. - 1분 줍니다. 대충 찍고 갑시다. 시청자들의 그 불만 앞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혹시 압니까? 여기서 카드 보상으로 선더스톰 스킬이 나올지?" 그 말에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 레벨업 카드 보상으로 선더스톰 스킬 얻을 확률이 파워볼 당첨 확률하고 비슷하다던데? 누가 봐도 턱없는 소리. 그리고 딱히 의미 없는 소리이기도 했다. - 나오든 말든 상관없잖아? 어차피 있는데. - 이미 스킬 카드 공개해놓고 나오길 바란다? 뭐지? 자기과시? 어차피 미다스는 이미 선더스톰 스킬 카드를 확보한 상태였으니까.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나올 리가 없지.’ 그렇게 쉽게 나올 물건이었다면 애초에 광고비로 받지도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멘트를 날리는 건 분위기를 좀 더 띄우기 위함이었다. “뭐, 나오면 그 자리에서 지금 가진 스킬 카드는 경매장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허세를 부렸다. “그리고 그 금액은 바로 사회에 기부하겠습니다.” ‘로또 1등 당첨되면 기부하는 거랑 다를 바 없는 개소리지.’ 아주 강력한 허세를. - 기부한다고? 선더스톰을 팔아서? - 와, 역시 BJ대마도사네! 선더스톰은 거래도 안 되잖아? 그런데 그런 걸 기부한다고? 어쨌거나 그 선언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선더스톰 스킬 카드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거래되기 힘들 정도로 높고, 상징적이었으니까. - 이렇게 된 거 나왔으면 좋겠다. 진짜 꼭! - 신이시여, 제발 선더스톰 카드 나오게 해주세요. - BJ대마도사가 제발 강제로 기부천사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기부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 좋은 일인데 바라지 않고, 응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법. “그럼 갑니다. 보상 수락!”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도 속에서 미다스가 250레벨 카드 보상을 수령했고, 이내 그만이 볼 수 있는 100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그 카드 앞에서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여기서 선더스톰이 나올 리 없다, 라는 확신에 찬 미소. ‘어? 황금빛?’ 그러한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헉.' 굳은 채로 유일하게 빛나는 황금빛 카드를 바라봤다. [선더스톰]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번개 구름을 소환하여 무작위로 공격한다. 선더스톰.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아!’ 그때 미다스가 그 모든 생각을 단숨에 접고는 스스로에게 소리쳤다. ‘병신아, 연기해, 연기! 라이브 중이야!’ 여기서 괜히 의심받을 짓 하지 말라고! “흠, 뭐가 좋으려나? 어느 것을 고를까요?”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지은 채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젠장, 왜 하필!’ 그런 미다스의 속에 번개폭풍이 몰아쳤다. 설마 여기서 정말 선더스톰 카드가 등장할 줄이야? 사실 이건 즐거운 일이었다. ‘기부 약속했는데! 대놓고 했는데!’ 기부한다, 라는 조건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 자리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춤을 춰도 될 만큼 즐거운 일. ‘차라리 딴 거 고르자, 딴 거. 다른 거 좋은 거 없나?’ 허나, 기부 약속을 한 이상 미다스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른 스킬 카드를 고르는 게 분명 그에게는 이득이었다. ‘젠장.’ 그러나 막상 다른 카드들 중에 딱히 좋은 것은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유니크는커녕 제대로 된 레어가 없냐?’ 있어봤자 당장 경매장에서 구매가능한 것들, 습득해봤자 사용할 일도 없는 것들뿐이었다. 사실상 계산기를 더 두드릴 필요가 없었다. ‘기부라니, 젠장 이게 얼마짜린데 기부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기부라니?’ 그냥 기부라도 해서 이슈거리가 만드는 게 분명 여러모로 이익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아, 뭐 뚫어지게 본다고 카드 뒤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로 가겠습니다.” ‘모른 척.’ 정말 우연히. “이겁니다! 어?” ‘놀란척.’ 상상하지도 못한 우연이 겹친 것처럼. “선더스톰이네?” 그런 척을 하면서 선더스톰 카드를 골랐다. - 뭐야? 진짜? - 리얼? 선더스톰이 레벨업 보상에서 나왔다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 아! 기부! - 캬, 역시 BJ대마도사님, 얼마나 기부가 하고 싶으시면 이렇게 나오시네! - 하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 - 강제로 기부천사 전직이요! 그리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미다스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이거 확실히 좋은 말을 하니까 운이 따르네요. 역시 하늘은 돕는 이를 돕는 모양입니다.” ‘씨발.’ 속으로는 부서질 듯 이를 꽉 문 채. “그럼 카드 보상도 받았으니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당연히 미다스는 이 주제를 가지고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잊자, 그냥 카드 보상에서 꽝이 나왔을 뿐이야.’ 이어가봤자 결국 자기 속만 쓰릴 터. “이지스의 수호자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그 쓰린 속을 달래줄 건 오직 하나, 이지스의 오브 뿐이었다. ‘조금 더 가면 나온다.’ 그런 이지스의 수호자가 있는 보스룸까지는 사실상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럭키가 활약을 하고, 미다스가 레벨업 보상을 하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시켜준 후에 바로 보스전으로 들어가는 것! 이것보다 확실한 빌드업은 없을 터. - 어? 저기 뭔가 있다? - 문 같은데? 때문에 미다스의 기부 이벤트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들은 통로의 끝을, 거대한 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문 앞에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조금 전 기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딱 봐도 보스룸이네. - 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왔어? 이제는 이곳에서 치를 최후의 전투를 준비할 때. 그그그그! 그때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거대한 문을 열었다. - 어? 뭐야? - 바로 들어감? 진짜? 보스전이라면 보통은 포션 도핑부터 버프 정도는 하고 들어가는 게 정상. 물론 미다스가 그 점을 몰라서 문을 연 건 아니었다. “참고로 보스룸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문 너머에는 제단이 있으며 그 제단에는 방패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패를 지키는 수호자가 있죠.” 문을 열고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마치 야구 돔구장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공간 곳곳에 배치된 빛나는 구슬들이 공간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에서 공간 한가운데 솟아오른 제단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 미다스의 말처럼 방패 하나가 스스로 하얀 빛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투는 방패를 건드리는 순간 시작됩니다.” 그때 이어진 설명에 더 이상 BJ대마도사가 거리낌 없이 문을 연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방패가 있는 동안 수호자의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은 딜이 거의 안 박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방패를 파괴하는 게 우선입니다. 물론 방패를 파괴하려고 하는 걸 수호자가 가만히 두지는 않습니다. 방패를 공격한 대상이 최우선 어그로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대신 미다스의 추가된 설명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웅성거렸다. - 이야기 들어보니까 보스도 장난 아닌데? - 럭키님 고생하시겠네. - 아니지, 골드님이 고생하시겠지. - 딱 봐도 실버님이 탱킹 힘들게 하시겠네. - 아, BJ대마도사만 고생 안 하겠네. 젠장. 그 웅성거림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방패를 바라봤다.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고민은 없었다. ‘방패부터 부수고, 차근차근.’ 이미 확실한 공략이 있는데 다른 고민 따위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고민 없이 고개를 들어 제단을 바라봤다. [이지스의 방패] !파괴 시 ‘이지스의 가호’ 소멸 !파괴 시 ‘이지스의 방패’ 스킬 카드 습득 불가 그리고는 이내 이지스의 방패를 바라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이 일시 정지했다. '응?' 그리고 다시 멈추었던 사고가 진행됐다. ‘잠깐, 스킬 카드? 그런 게 있었어?’ 예상에는 없던 새로운 게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머릿속에 준비해두었던 시나리오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이건 먹어야지.’ 그리고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고민했다. ‘방패 파괴하고 잡는 게 정석이라고 했는데 방패를 놔두고 잡으려면…….' 어떻게 연출을 해야 방패를 파괴하지 않고 수호자를 상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까? ‘좋아.’ 그 고민 끝에 시나리오를 새로 짠 미다스가 그에 맞는 연기를 시작했다. “아, 저기 제단 아래 수호자가 보이네요. 앞서 말했다시피 수호자를 공략하려면 저기 위에 있는 방패를 먼저 파괴해야 합니다." - 알고 있어. - 어차피 럭키님이 할 건데 왜 이리 설명이 많아? - 또 설명하네. 럭키님, 저 엑스트라 마이크 좀 뺏어주세요. 이미 한 번 들었던 설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렇게 잡으면 재미가 없죠.”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반전 발언을 했다. - 응? - 뭐? - 노잼이라고? 놀라는 시청자들, 그런 그들 앞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전 방패 놔둔 채로 잡겠습니다.” 323화. < 101화. 이지스의 방패 (2). > 3. 기본적으로 갓워즈 몬스터들의 스펙은 상대하는 플레이어들보다 우위에 있게 설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사냥꾼이 되고 몬스터가 사냥감이 되는 건 몬스터 디자인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준 틈 덕분이었다. 몬스터의 습성이나 정형화된 패턴, 약점과 같은 틈. 그 틈을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노리는 것을 흔히 공략법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즉, 공략법을 무시하고 몬스터를 잡는 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플레이어들의 우위에 있다 못해 압도적인 스펙으로 설계된 보스 몬스터라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 확고부동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나는 이 보스 몬스터를 정말 잡고 싶지 않다, 라는 의지의 표현. - 방패 놔두고 잡겠다고? - 그건 그냥 안 잡겠다는 거잖아?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 미치겠다.”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긴장 빨아야겠네.’ ‘어떻게 라이브 방송 한 번을 쉽게 안 가지?’ 오늘 라이브 방송도 폭탄을 안고 불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그러나 막상 BJ대마도사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왜? 라는 의문을 던지는 이들은 없었다. ‘뭐, BJ대마도사이니까, 쉽게 갈 리는 없겠지.’ ‘그래, 여기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이게 BJ대마도사다운 모습이었으니까. 세상이 열광하는 그 BJ대마도사다운 모습! ‘역시 BJ대마도사는 놓치지 않았군.’ 물론 박영준은 직원들보다 좀 더 깊게 생각했다. ‘이번 던전의 비교 대상은 어비스 길드다.’ 이지스의 신전은 어비스 길드가 발견하고 최초로 공략했던 던전이었다. 더욱이 지금 와서 알게 된 거지만 어비스 길드는 그냥 공략하게 아니라 강제로 공략한 것이었다. 본래는 비밀 통로를 통해 편하게 공략했을 던전을 1박 2일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힘으로 부순 것. 쉽게 말하면 공략법을 무시하고 깬 셈이었다. ‘그리고 그 어비스 길드는 이지스의 신전을 강제로 깼고.’ 갓워즈의 세계에서는 그게 훨씬 더 가치 있고, 위엄 있는 공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이지스의 신전을 무난히 공략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시 BJ대마도사가 날아다딘다고 해도 어비스 길드에는 안 되는구나, 라는 평가가 나올 터. ‘이번 던전에 도전할 기회는 한 번뿐.’ 그리고 그 평가를 다시 뒤집을 기회는 이제 영영 오지 않았다. 그런 만큼 여기서 어비스 길드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즉, BJ대마도사의 이번 선택은 박영준이 보기에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래, 이제 어비스 길드와 전쟁을 준비해야지.’ 갓워즈 최강의 무리와 라이벌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이제까지 감히 그 누구도 그러한 의지를 드러내기는커녕 품어본 적도 없었는데, 그것을 BJ대마도사는 망설임 없이 기꺼이 드러냈으니까. ‘쉽진 않겠지만.’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BJ대마도사의 선택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보통은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그러지 말고 쉽게 가시죠, 라고 설득을 해야 할 정도. 실제로 직원들도 거듭 눈빛을 보냈다. 사장님이 한 번 말려주시죠, 이야기라도 해보시죠, 저희들도 방송 제작하면서 웃고 떠들고 싶어요, 라는 눈빛을. 그러나 박영준은 나서지 않았다. ‘BJ대마도사는 해낼 거야, 평범한 각오로 내린 선택이 아니니까.’ BJ대마도사의 이 선택이 그저 돌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엄청난 각오 끝에 나온 선택임을 알았기에. 4. ‘아, 그냥 일단 지르긴 했는데…….' 그냥 잡겠다! 그 선언 이후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다름 아니라 후회라는 두 글자였다. 그리고 그 후회라는 두 글자는 제단 위로 올라가는 계단, 그 계단의 시작에 꼿꼿하게 서 있는 고대 그리스 전사 형태의 청동 동상을 보는 순간 더 짙어졌다. [이지스의 수호자] !이지스의 방패를 공격한 자를 최우선 타깃으로 삼는다. !이지스의 방패로부터 ‘이지스의 가호’ 효과 발동 !이지스의 가호가 발동하는 동안 물리 및 마법 방어력 498퍼센트 증가 ‘어우, 498퍼센트라니…….' 보는 순간 현기증이 나는 이지스의 가호 효과에 미다스가 속으로 한숨을 맴돌았다. 거기까지였다. ‘뱉으면 지켜야지.’ 이미 모두 앞에서 당당하게 공략법 무시하고 가겠다고 질렀는데 이제와서 못 하겠다고, 봐주지 않을래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또한 해야 할 이유도 있었다. ‘이지스의 방패 스킬도 얻어야 하고.’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그저 힘들다고 저버릴 순 없는 일 아닌가? ‘생각하자.’ 때문에 미다스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건 다름 아니라 방패를 부수지 않고 수호자를 잡는 방법뿐이었다. ‘일단 딜링은 죽어라 해야겠고.’ 확실한 건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 장기전 그리고 데미지 딜링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탱커의 부담감이 높아진다는 의미. ‘어그로 관리는 간단해.’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호자의 어그로는 방패를 공격한 대상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방패를 부수고자 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골치 아픈 일은 없었다. 어그로 관리 자체가 안 된다는 의미였으니까. ‘가만.’ 그때 미다스는 떠올렸다. ‘어차피 방패 부술 일도 없으니까 그냥 방패 처음 때린 놈이 독박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자 하는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복잡할 건 없다는 것을. ‘그럼 독박은…….' 더불어 이 순간 시청자들이 가장 재미있어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움직였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하죠.”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정령 기사 소환 앤 블레이즈 골렘 소환 앤 불의 중급 정령 소환.” 미다스의 3연속 소환 캐스팅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또 소환해? - BJ대마도사, 딜링 좀 해, 딜 좀! 너도 원딜이야, 원딜!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오우거 사냥 때처럼 이번에도 골렘과 정령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꿀 빠는 레이드를 하리라 생각된 탓이었다. “정령 기사 소환.” 그러한 시청자들의 푸념 속에서 미다스가 두 번째 정령 기사를 소환했고,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 BJ대소환사의 라이브 방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BJ대마도사팬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미다스의 파이어볼 캐스팅에 채팅창에서 푸념이 사라졌다. - 어? 마법이네? - 마법이야? - BJ대마도사가 마법을 캐스팅했어? 푸념 대신 차오른 놀람 속에서 캐스팅을 마친 미다스가 바로 손에 든 파이어볼을 제단 위 이지스의 방패를 향해 던졌다. 퍼엉! 그리고 들리는 강렬한 폭발 소리. 핑! 그 소리와 함께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수호자의 청동으로 된 두 눈에 새하얀 안광이 깃들었다. 그리고는 그 하얀 안광이 그대로 화살처럼 날아와 미다스에 꽂힘과 동시에 알림이 들렸다. [신전의 수호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수호자의 눈빛을 외면하기는커녕 더 강렬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 탱킹은 제가 합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수호자를 팔을 내밀고는 제 쪽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와라! 그 제스처에 수호자가 곧바로 미다스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됐다. 5. - BJ대마도사? 괴물이지. BJ대마도사가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죽일 수 없는 괴물. 개중에서도 많은 이들, 특히 갓워즈의 랭커들이 높게 평가하는 건 BJ대마도사의 탱킹 능력이었다. - BJ대마도사의 화력은 충분히 머릿수로 채울 수 있어. 하지만 그 화력과 함께 막강한 탱킹 능력을 가진 경우는 없지. 이제까지 그 어떤 마법사도. 그래서 BJ대마도사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그 탱킹 능력이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전투를 가능케 해준다는 것. - 단순히 탱킹에 필요한 템이 좋거나 능력치가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넓은 시야, 빠른 정보 습득 능력, 더 빠른 분석 능력 그리고 몬스터의 패턴 파악 능력과 예측 능력, 사건 처리 능력, BJ대마도사가 원거리 딜링에서 보여주는 장기들은 탱커일 때도 매우 유효하거든. 더욱이 BJ대마도사의 탱킹 능력은 그저 단순히 템과 스탯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요소가 아우러져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한 세간의 드높은 평가에 BJ대마도사가 기꺼이 그 평가가 옳았음을 보여줬다. - 그러니까 저런 게 가능한 거야. 저런 말도 안 되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0분 넘게 제대로 탱킹을 하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이지스의 신전의 수호자를 상대로. - 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더욱이 미다스는 그냥 버티는 게 아니었다. ‘후우.’ 매우 빠르고 날렵하며 동시에 자신만을 노리고 들어오는 수호자를 상대로 미다스는 무작정 계획 없이 도망치지 않았다. “주인님, 제가 금방 끝장을 내겠습니다!” “불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실시간으로 주변의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한 후에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여기서 왼쪽으로 움직이면.......' 그러면서 유도했다. ‘놈의 옆구리를 럭키가 칠 수 있지.’ 동료들이 더 공격하기 쉽도록. 그렇게 미다스가 준 기회를 럭키가 흔들림 없이 제대로 노렸다. 주인을 쫓는데 혈안이 된 수호자, 그 청동으로 만들어진 수호자의 오른쪽 측면을 정면으로 가격했다. 오우거의 이빨검을 앞세운 채로. 쾅! 그 공격에 수호자의 몸이 자신의 왼편으로 날아갔고, 이내 바닥을 두 바퀴 굴렀다. 교통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충격! 허나, 수호자는 그 강력한 충돌을 당했음에도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미다스를 바라봤다. 끝까지 간다! 그 의지를 드러냈다. “불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그 순간 정령 기사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가려던 수호자의 머리 위를 자신이 손에 든 불꽃으로 만들어진 검으로 내리쳤다. 콰앙!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엉! 기다렸다는 듯이 불의 중급 정령들이 제 몸을 뜯어 만든 불덩이를 내던졌고, 연달아 폭발음이 들렸다. - 끔찍하네. 보는 이들조차 소름이 돋을 광경. 푸홧! 그 퍼부어지는 불의 공세 속에서 수호자가 이내 튀어나왔다. 그러한 수호자의 청동으로 된 몸에는 티끌의 그을림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데미지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 - 끔찍하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소름이 돋았고, 그 느낀 바를 채팅으로 토해냈다. - 10분 내내 탱킹하는 BJ대마도사도 끔찍하지만, 그거 맞고 멀쩡한 수호자도 끔찍하네. 여러모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전투. 물론 이 전투의 양상에 대한 세간의 의견은 똑같았다. - 그런데 이러면 BJ대마도사 쪽이 불리한데? 미다스에게 유리할 게 없다! 당연했다 미다스의 경우에는 정령 기사나 중급 정령들 그리고 골렘을 유지하는데 마력이 소모됐으며, 그 마력은 무한한 게 아니었다. - 어쨌거나 공격도 허용하고. 또한 제아무리 미다스가 잘 피한다고 해도 수호자에게 공격을 허용할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필요할 때면 제 몸을 방패 삼아 공격을 막아내고 시간을 버는 것 역시 탱커의 역할이었다. 심지어 수호자는 오로지 미다스만을 악착같이 쫓는 상황! - 무엇보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잖아? - HP상태를 모르고 탱킹하는 건 골인지점 모른 채 마라톤 하는 거랑 같지. 결정적으로 미다스가 처한 상황은 탱커들이 가장 끔찍해 마지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게 미다스가 기꺼이 탱커를 자처한 이유였다. ‘HP는 분명 깎이고 있다.’ 그의 눈에는 수호자의 HP상태가 너무나도 잘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 페이스대로 가면 1시간이면 잡는다.’ 언제쯤 이 지리멸렬한 싸움이 끝나는지도 이미 계산을 마친 상태. - 오래 가긴 할 듯. - 일단 치킨부터 시키고 와야겠어. - 장기전 갈 거 같으니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장기전이 되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 역시 이미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1시간 내내 이렇게 잡을 순 없지.’ 그에 따른 대비책도 이미 준비해두었다. “이제 패턴 좀 익숙해졌으니까, 좀 더 제대로 한 번 딜링 들어가 보겠습니다.” 도망치던 미다스가 그 멘트와 함께 마법 하나를 캐스팅했다. “인페르노.” 꺼낸 마법은 다름 아닌 인페르노! - 아! 인페르노의 저주가 있었지! 상대방의 마법 방어력을 감소시키는 인페르노의 저주를 걸 수 있는 그 마법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 가만, 럭키하고 골드나 실버는 물리 공격이잖아? - 정령들은 마법임! 최소한 그 효과를 이용하면 정령들의 공격 데미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달라붙을 게 분명한 일.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이 꺼내든 인페르노 마법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는 바로 인페르노의 악마를 소환했다. 푸후후! 등장한 인페르노의 악마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미다스를 쫓던 수호자의 몸에 불길을 붙였다. “주인님의 그림자도 못 밟게 하겠다!” 그리고 불길이 잦아드는 순간 전력으로 달려온 골드가 그대로 수호자를 몸통박치기로 날렸다. 콰앙! 그 공격에 수호자의 몸이 공처럼 대지를 두 번 튕겼다. “네놈!” 그렇게 튕겨나간 수호자가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 다시 한 번 더 골드가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콰앙! 거듭된 공격에 수호자가 다시 한 번 더 날아갔다. 쿵! - 블레이즈 골렘 쪽이다! 다름 아닌 블레이즈 골렘이 있는 곳으로. 골드가 의도한 바였고, 블레이즈 골렘 입장에서는 기다리던 바였다. 당연히 블레이즈 골렘은 망설임 없이 자신 앞에 날아온 수호자의 몸뚱이 위로 자신의 거대한 팔을 내리쳤다. 콰광! 지진과도 같은 굉음이 터졌다. 퍼엉! 그 굉음의 뒤를 이어 불의 중급 정령들이 불덩이들이 강력한 폭음을 만들었다. 이윽고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했을 때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더 기대감을 품었다. - 이번에는 통했나? - 최소한 데미지 받은 흔적은 남았겠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세에 시청자들이 다시 기대감을 품었다. [수호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이윽고 수호자가 미다스를 쫓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수호자의 청동으로 된 몸뚱이 어디에도 치열한 전투의 흔적 따윈 보이지 않았다. - 아. 절로 터지는 탄식과 허탈감, 그러한 상황 속에서 움직인 건 다름 아니라 럭키였다. 앞서 거듭했던 공격이 아무런 성과도 보이지 못했음에도 달리는 럭키의 몸에 망설임은 없었다. 도리어 이빨을 드러낸 채 크르르, 늑대일 때와는 여러모로 다르지만 짐승의 울음소리를 나지막이 내뱉는 럭키의 몸에서는 각오만이 보였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싸우겠다는 각오. - 럭키님! - 그래, 이제 믿을 건 럭키뿐이야! 그러한 각오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기대감을 품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인랑 모드가 해제됩니다.]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인랑 모드인 채로 달리던 럭키의 몸이 커지고,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이템 착용이 해제됩니다.] 동시에 럭키가 차고 있던 아이템들이 팝콘처럼 튀어 오르며 사방에 흩뿌려졌다. 크-왕! 이윽고 완연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럭키가 그대로 수호자의 몸에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분명 그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쾅! 수호자를 밀어낼 정도. 그러나 조금 전 수호자를 나뒹굴게 만들었던 때와는 다르게 그저 수호자를 비틀거리게 할 뿐이었다. - 인랑 모드 끝났다! - 왜 하필 여기서!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절규를 토해냈다. 가장 믿음직하던 럭키가 그리고 오늘 그 누구보다 주목을 받던 주인공이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이기에 마땅히 나오는 절규. - 됐어, 이제 포기하자. 포기하면 편해. - 우린 안 될 거야. - 그냥 방패 깨고 잡읍시다! 그 절규 속에서 시청자들 대부분은 이제 할 만큼 했다, 공략법대로 가자는 의견을 표했다. 너무나도 타당해서 반박 따윈 불가능한 의견들. “이런, 럭키가 돌아갔네요.” 그 사실에 미다스가 멘트를 날렸다. “그럼 별수 없네요, 오늘 럭키에게 독무대 만들어주려고 일부러 엑스트라를 자처했는데……." 그 발언에 모두가 의문을 표하는 사이. “결국 제가 나서 끝내야겠네요.” ‘자, 그럼 주인공으로 다시 돌아올 때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수호자를 향해 미다스가 준비했던 진짜 히든 카드를 꺼냈다. “헬 파이어.” ‘이 마법 앞에서는 방어력이 몇 배가 오르건 상관없지.’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마법, 헬파이어를. 324화. < 101화. 이지스의 방패 (3). > 6. 미다스가 헬파이어를 꺼내 드는 순간 모든 이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 아니, 쓸 거면 미리 썼어야지! 대체 왜 이제 와서 이 방법을 꺼낸 것이냐! - 너 때문에 럭키님만 개고생했잖아! - 와, BJ대마도사 인성 보소! 완전히 개쓰레기였네! 왜 럭키님을 비롯해 애꿎은 동료들을 고생케 한 것이냐? 충분히 나올 법한 불만. - 설마 일부러 럭키님이 환호받는 게 부러워서 괴롭히려고 이런 수작 부린 거 아니야? 응? 자기가 더 멋지게 보이려고? - 딱 봐도 연출이네. 짜잔, 하고 등장하려고. 럭키님보다 멋진 모습 보여주려고. 때문에 몇몇은 미다스가 연출을 위해 이런 식으로 배치한 게 아니냐, 라는 주장을 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출이라니…… 전 그저 럭키에게 기회를 줬을 뿐입니다. 솔직히 제가 처음부터 이거 꺼냈으면 럭키가 활약할 기회도 없었잖아요?” ‘연출 맞지.’ 처음부터 헬파이어를 꺼내는 것보다는 확실히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 후에 꺼내는 게 임팩트가 더 큰 법. 실제로도 임팩트는 매우 큰 상태였다. - 응, 구라. - 못생긴 놈이 마음도 좁네. - 그래, 솔로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BJ대마도사가 장가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럭키님,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혁명의 깃발을 올립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대로는 답이 없어, 우린 안 될 거야’ 라면서 기대감이 바닥까지 가라앉아있던 채팅창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으니까. 물론 오로지 연출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연출도 연출이지만 이제 확실하게 쓸 수 있고.’ 미다스가 방패 파괴를 포기하는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둔 데미지 딜링 방법은 하나였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헬파이어의 효과를 이용하는 것. 솔직히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무의미했다. 유일무이한 카드라는 의미. ‘패턴은 전부 익혔다.’ 그만큼 가장 확실하게 써야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탱커를 자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수호자! 자신을 미친 듯이 쫓아오는 놈의 공격 패턴과 움직임, 이동 속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제로 지금 데이터는 충분히 쌓인 상태였다. 휘익! 지금 자신을 향해 수호자가 내찌른 청동검이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이후 연거푸 허공만을 베는 게 그 증거였다. 휘익! 완벽하게 패턴과 움직임을 분석하지 않고서 이런 회피 능력을 보일 만큼 미다스는 가진 바 재능이 출중한 플레이어가 아니었으니까. ‘좋아.’ 그렇게 연거푸 수호자의 공격을 피함으로써, 놈의 패턴을 확실하게 파악했다는 확신을 품는 순간 미다스가 마저 캐스팅을 했다. "트라이던트 앤 대폭발 애드원.” 헬파이어의 뒤를 이어줄 2개의 마법을 준비했다. “사역마 파이어 스피어, 사역마 아이스 스피어.” 그리고 동시에 추가 화력을 준비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윽고 모든 스킬의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럭키를 향해 소리쳤다. “럭키야, 방패 한 대만 가볍게 쳐봐!” 이제는 탱커를 바꿀 때. 왕! 그 주인의 요청에 럭키가 가볍게 짖은 후에 단숨에 제단을 오른 후에 그대로 이지스의 방패를 머리로 가볍게 쳤다. 쿵! 가벼운 충격음이 신전 안을 울렸다. [수호자가 럭키를 주시합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를 죽일 듯이 쫓던 수호자가 바로 몸을 돌리더니 제단 위 럭키를 향해 달려갔다. 미다스를 향해 그 청동으로 된 등을 훤히 드러낸 채. “아주 맞춰달라고 사정하네요.” 그 등을 향해 미다스가 멘트와 함께 손에 든 헬파이어를 그대로 던졌다. 쉬익! 날아간 헬파이어의 검은 불꽃이 제비가 된 후 그대로 단숨에 수호자의 등줄기에 닿으며, 그 등을 검은 불꽃으로 물들였다. “트라이던트.” 그 등줄기를 향해 미다스가 바로 마법을 난사했다. 콰직! 콰직! 양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트라이던트를 거의 동시에 던졌다. 트라이던트의 장점은 빙결 효과, 때문에 보통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텀을 두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헬파이어의 지속 시간은 10초다.’ 100미터 올림픽 결승 시간만큼 짤막한 시간 동안 모든 마법을 퍼부어야 했으니까. [이지스의 수호자가 얼어붙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바로 다음 공격, 대폭발의 구슬 두 개를 동시에 던졌다. 콰과광! 두 개의 폭발이 수호자의 등줄기에서 겹치며 문자 그대로 대폭발다운 굉음을 토해냈다. 콰과광! 이어서 폭발이 한 번 더 터졌고, 그 폭발 사이로 미다스가 애드원으로 생긴 세 번째 구슬을 던졌다. 콰과광! 그야말로 폭발의 연속. 그 공세 속에서 사역마들이 캐스팅된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스 스피어를 내던졌다. - 다 썼다! 미다스가 준비한 다섯 개의 마법이 전부 소모되는 순간. - 헬파이어 효과 안 끝났는데? 시간은 여전히 남은 상태였다. - 파이어볼? - 그게 의미 있겠어? 그러나 새로운 마법을 꺼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미다스는 꺼냈다. “메모라이즈 썬더볼트.”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섬광 한 줄기를. 꽈릉! 그 섬광이 수호자에 내리꽂혔다. [헬파이어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그것을 끝으로 주어진 모든 시간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긴장한 채 수호자를 바라봤다. - 어떻게 됐어? - 설마 이것도 버티나?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도 빈사 상태로 만드는 이 콤보 앞에서 과연 수호자는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많은 이들의 그 의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호자의 몸에는 여전히 이렇다 할 상처가 없어 보였다. 아름답게 조각된 자신의 가슴 근육과 복근 그리고 등근육을 세상에 자랑하듯 드러낼 뿐. - 멀쩡하네? - 미친, 방어력이 대체 몇인 거야? - 게임 쓰레기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물론 일부는 바로 눈치챘다. [아즈모 님이 10,21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상의 탈의한 걸 보면 수호자가 이번 공격에는 열 좀 받은 것 같군.] 앞서서와 달리 수호자의 상체 갑옷이 사라졌음을. - 어? 진짜다! 상갑이 사라졌다! - 타격이 있었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상의 벗겼으니까 이번에는 바지 한 번 벗겨보죠.” 그리고는 외쳤다. “리플레이 헬파이어.” 바로 다시 한 번 더 헬파이어를 꺼냈다. “선더스톰.” 이번에 새롭게 얻은 마법과 함께. 7. 선더스톰 번개를 내리치는 번개구름을 소환하는 이 마법의 데미지는 무척이나 강했다. 더불어 행운적인 요소가 데미지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강했다. 무작위로 타깃을 정해 공격하는 뇌전 공격이 운이 좋을 경우 한 타깃에 집중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 경우에 바랄 수 있는 데미지 딜량은 모두의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 오! 네 번이나 들어갔네요! 때문에 BJ대마도사가 꺼내든 선더스톰의 번개가 네 방이나 수호자에 들어가는 순간, 방송을 보고 있던 멀린은 자세를 풀었다. 알고 있는 탓이었다. “끝났군.” 저 공격이 사실상 수호자에게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임을.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먼저 수호자를 잡은 경험에서 나오는 결론이었다. “애초에 수호자는 방어력이 무시되면 그렇게까지 HP가 높은 몬스터는 아니니까.” 혹여 멀린의 생각과 달리 이번에 잡지 못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다. 이미 저 공격으로 피해는 컸으며, 어차피 이미 방패를 부수지 않은 상태에서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제대로 쓰는 이상 헬파이어 쿨이 돌아오는 순간 사냥을 마칠 터. 그리고 잡는다는 사실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수호자를 잡으리란 사실을 모두가 인정했던 것 아닌가? “기어코 저 무식한 방법으로 잡아내는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린의 표정이 좋지 못한 건 이번 BJ대마도사의 퍼포먼스가 어비스 길드를 향한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는 탓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그런 도발을 받았는데 기분이 좋다면 이상한 일. “어차피 퍼포먼스일 뿐이잖아요?” 그런 이유로 분노하는 멀린을 향해 엠마가 입을 열었다.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요. 저 도발을 한다고 해서 당장 전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는 담담한 어조로 라이브 방송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언젠가는 BJ대마도사와 전쟁을 할 것이다, 엠마의 그 의지에 멀린이 조금은 표정을 풀었다. 그 풀어지는 표정에 엠마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어차피 모든 건 예상한 범위 내에요. BJ대마도사는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했고, 우리는 손해 본 게 없잖아요?” 새로운 변수는 없다. “BJ대마도사가 이지스의 오브를 손에 넣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니까요. 그로 인한 스펙업도 전부 예상 범주 내에요." 그런 엠마의 말에 대답하듯 화면 속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 오케이, 사냥 완료! 방패 안 부수고 잡았습니다! 사냥이 끝났음을 알리는 외침. - 바로 템 얻어보겠습니다. 설마 여기서 꽝 나오진 않겠죠? 절 기부천사로 만들어줄 갓겜인데? 그리고는 곧바로 자신이 잡은 수호자의 앞에 서고는 바로 아이템 루팅을 했다. - 와! 역시 여기서 이지스의 오브가 나오는군요. 드디어 이지스의 오브를 득했습니다. 잭팟아! 주인님이, 네 아이템 구했다! - 꾸우! - 뭐라고? 이 기회를 주신 어비스 길드에 무한한 영광과 감사를 보낸다고? - 주인님, 나쁜새는 닥치고 할 일에 집중하라고 말했습니다. - 꾸우! - 아, 그래……. 이어진 짤막한 촌극에 엠마와 멀린은 실소를 지었다. 그뿐이었다. 앞서 엠마가 말한 것처럼 둘은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오늘 방송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결국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더 이상 볼 필요는 없겠군.” 그렇게 멀린이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려는 순간. - 아, 근데 말이죠. BJ대마도사가 그런 멀린을 향해 질문하듯 말했다. - 방패 안 부쉈는데, 저것도 혹시 아이템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응? 그 질문에 멀린이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엠마의 표정도 굳었다. - 뭐, 한 번 만져보면 알겠죠.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기꺼이 보여줬다. - 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따라라! 쿵짝짝, 쿵짝짝! 어디 보자, 방패야 너는 뭐…… 어? 템이네? 예상하던 것과 다른 일이 일어났다고. 8. “어? 템이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든 방패를 바라봤다. [이지스의 방패]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효과 :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신기다. - 습득 시 거래 불가. 그리고 나온 설명에 미다스의 표정이 더 굳었다.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신기라고?’ 레전더리 에픽이라는 등급도 등급이지만, 신기라는 단어가 미다스를 놀라게 했다. ‘스킬 카드가 아니라?’ 그도 그럴 것이 갓워즈에서 모든 스킬은 스킬 카드를 통해 습득하는 바, 이렇게 신기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는 표현은 존재치 않았다. ‘뭔가 대박 느낌이 난다.’ 여러모로 특별한 이슈, 그 이슈를 미다스는 잠시 머릿속에서 저울질한 후에 입밖으로 내뱉었다. “아이템 등급은 레전더리 에픽, 설명은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신기라고하는군요.” 정보를 숨기기보다는 공개하자고. ‘이건 떡밥으로 던져주고.’ 그래서 한 번 불을 지르자고. - 뭐? 스킬 습득? 이지스의 방패? - 그런 게 있었어? 가만? 스킬 카드가 아니라 신기라고? - 뭐지? 그 예상대로 채팅창은 바로 불타올랐다. [라포 님이 10,2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거래 가능해?] [구스타프 님이 10,22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거래 가능하면 입찰하지. 바로 여기서 경매하는 게 어때?]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2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그러지 말고 길드 단위로 입찰하자고. 소드 길드 마스터를 설득할 테니까.] 당장 큰손들이 바로 달라붙었다. [아즈모 님이 10,22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와우, 지금 여기서 현금 배틀 하자고? 다들 돈 많으신가봐?] 물론 이어진 아즈모의 발언에 후원 채팅이 잠시 잦아들었다. 그사이 미다스가 말했다. “아쉽게도 습득 시 거래 불가입니다.” 말을 하면서도 미다스는 있지도 않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것 같다.’ 그때였다. [이지스의 방패가 당신을 인정합니다.]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습득하겠습니까?]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방패를 쥔 채 쉿, 짧게 입을 다물었다. - 뭔가 들은 모양이야. - 알림 들은 듯? 채팅창이 바로 고요해졌다. “예."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가 짤막한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이지스의 방패가 강렬한 빛을 내뿜더니 미다스의 온몸을 감싸고는 그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스킬 습득 방식.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서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에 창이 떴다. [이지스의 방패] - 스킬 랭크 : 없음 - 스킬 효과 : 사용 시 아군을 보호하는 이지스의 방패를 소환한다. 이지스의 방패가 유지되는 동안 아군의 공격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확인된 스킬 효과. 그 순간 미다스는 기겁했다. “헉, 미친!” 그 감정을 저도 모르게 토해낼 정도, 그 정도로 크게. - 어? 미친? 지금 미친이라고 한 거야? - 뭐지? 뭐길래 저래? - 아니, BJ대마도사가 저 정도로 놀란다는 건 선더스톰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는 거잖아?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더 큰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는 더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막기 위해 입을 꽉 물었다. ‘맙소사.’ 그만큼 놀라운 스킬이었다. ‘이거 진짜인가? 진짜 이대로 효과가 적용되는 거야?’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하던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릴 수 있는 스킬. ‘이거 여기서 공개할 만한 사이즈가 아니야.’ 그만큼 엄청난 것이었고, 당연히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사과부터 했다. “장난 아닌 거 먹었네요. 조만간 이지스의 방패 스킬에 대해서 따로 라이브 방송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오늘 여기서 이게 뭔지는 알려줄 수 없다! 그에 대한 사과에 시청자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 BJ대마도사, 신사답게 행동해! - 그러지 말고 여기서 깝시다! 신사답게! - 형, 저 여고생인데 까주면 사귀어드릴게요! - 와, 형! 내가 형 얼마나 응원했는데,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을 수 있어? - 도사야,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깡패가 될 수밖에 없어! 아주 격하게. [아즈모 님이 10,22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얼마면 돼?] 심지어 아즈모조차 격한 반응을 보일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단호했다. ‘이 건수는 여기서 터뜨릴 건수가 절대 아니야!’ 이 정보는 금액적인 부분을 넘어서 확실한 준비와 계획, 시나리오 속에서 피어야 한다고. “죄송합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기꺼이 성의도 보였다. “대신 라이징 스타 채널과 말해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영상 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 대신 차라리 그 귀하디 귀한 메인 시나리오 공략 영상을 올리겠다! 그 제안에 시청자들은 더 기겁했다. - 아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기에 메인 시나리오 공략을 대신 주지? - 와, 이 정도면 보통 것 아닌 모양인데? 그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이제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뵙겠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떡밥을 남긴 채로. 325화. < 102화. 디펜스 (1). > 1. 갓워즈에서 마법사들의 마법은 양날의 칼이었다. 특히 광역 마법 같은 경우는 아주 날카로운 칼이었다. 몬스터를 잡기에 이만한 것이 없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파티원들도 같이 잡아버리게 되는 눈 달리지 않는 칼. 갓워즈에서 마법사들이 다른 무엇보다 명중률에 목을 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강력한 마법을 손에 넣을수록 아군이 짊어지게 되는 리스크 역시 강력해진다는 것. 물론 파티원들이, 근접 딜러나 탱커들이 몬스터와 뒤섞여 있으면 제아무리 좋은 명중률도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파티 사냥에서 핵심은 광역 마법을 쓸 기회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미다스 역시 다르지 않았고, 실제로 미다스가 광역 마법을 쓸 때는 언제나 럭키나 골드, 실버를 뒤로 무른 후였다.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는 와중에는 쓸 수 없다는 것. ‘설마…….' 이지스의 방패 스킬 효과를 보는 순간 미다스가 놀란 건 그 때문이었다. ‘정말 영향이 안 간다고?’ 아군의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전투를 한다는 것의 메리트는 상상, 그 이상이었으니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필시 사용에 조건이나 제약이 있을 거야.’ 때문에 도리어 미다스는 이 이지스의 방패 스킬이 자신이 상상하는 바와 다르리라 확신했다. ‘파티원 숫자 제한이라거나 아니면 막대한 마력을 요구한다거나 혹은 횟수 제한이 있거나.’ 만약 정말 아무런 조건 없이 상상한 그대로의 효과가 나온다면 게임이 너무 쉬어질 터. ‘장담컨대 이 게임이 쉽게 꿀을, 그것도 개꿀을 빨게 해줄 리가 없어.’ 적어도 미다스가 경험해온 갓워즈는 그것을 용납하는 게임이 아니었다. ‘혹여 정말 그렇다면…… 앞으로 퀘스트 난이도가 빌어먹을 정도로 높다는 거겠지.’ 아주 훌륭한 스킬을 준다면, 그 스킬을 가지고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 난이도를 지랄 맞게 만든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괴롭혀야 속이 풀리는 게임이었지. ‘일단 파악부터 해야 해.’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지스의 방패 스킬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했다. ‘파악 후에 제대로 화끈하게 써야지.’ 이런 엄청난 폭탄은 그에 걸맞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터뜨려야 의미가 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가 신경 쓸 건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이지스의 오브]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75레벨 이상 -이지스의 힘이 담긴 오브다. 이지스의 수호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 공격력 : 1 - 지력 +500 - 마력 +500 - 버프 스킬 사용 시 효과 30퍼센트 증가. - 버프 스킬 사용 시 지속 시간 50퍼센트 증가. - 버프 스킬 사용 시 모든 파티원에게 효과 적용 - 버프 스킬 사용 시 적용되는 파티원 숫자에 비례하여 마력 소모량 증가 이지스의 오브. 본래 목적이었던 그 아이템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지스의 오브도 대단한 아이템이었다. ‘오리온의 노래랑 성스러운 번개가 광역화.’ 이 아이템을 수호자 모드인 잭팟에 준다면, 잭팟의 버프 스킬이 광역기가 되는 셈. ‘헤이스트와 스트렝스도 그렇고.’ 더불어 미다스가 이지스의 오브를 착용할 경우에도 광역화가 가능했다. 가뜩이나 많아진 머릿수 때문에 일일이 버프를 주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간적인 면에서나 효율적인 면에서나 이보다 더 엄청난 아이템은 없을 터. ‘마력은 박살이 나겠지만.’ 물론 그만큼 미다스의 마력 소모값도 커지겠지만, 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물며 여기에 이지스의 방패가 더해진다? 솔직히 그 그림이 미다스의 머릿속에서는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제대로 연구해야겠어.’ 더더욱 분석과 조사가 필요할 때. 그러나 아쉽게도 미다스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했습니다.] [이지스의 신전을 공략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지스의 방패에 선택받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얘들아, 밖으로 나가자.” 하얀숲에서의 퀘스트는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2. “이지스의 신전…… 그렇군. 이 오브의 힘이 자이언트 앤트들의 활동을 막은 거로군.” 미다스가 건네준 이지스의 오브를 살펴보던 NPC호곤이 거듭 감탄을 토했다. “대단하네, 대단해! 자네의 능력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군. 어째서 왕께서 왕명으로 자네를 이곳에 불렀는지 알겠어.” 이어서 NPC호곤이 미다스를 향해 극찬을 거듭했다. “아, 예.” 그러나 막상 칭찬을 받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기쁜 기색은커녕 도리어 초조한 기색만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마 달라고 하지 않겠지?’ 자이언트 앤트를 막기 위한 무언가를 찾으러 가는 것이 퀘스트 스토리 아니었던가? 그런 상황에서 그 무언가를 달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상하긴커녕 오히려 그게 타당해 보였다. ‘제발.’ 여러모로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 “잘 봤네.” 그때 NPC호곤이 미다스에게 이지스의 오브를 돌려줬고, 미다스가 잽싸게 그것을 받았다. 혹시 필요한 게 아니십니까? 라는 질문은 티끌도 내뱉지 않았다. 도리어 마파람에 게가 제 눈을 감추듯, 잽싸게 회수한 이지스의 오브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다음에 뭘 하면 됩니까?” 그리고는 곧장 퀘스트를 진행시켰다. 다시 돌려줘야 할 여지를 최대한 빨리 없애기 위해서. “아무래도 자네가 구해온 그것으로는 현 상황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네.” “예?” 도움이 안 된다? ‘그럼 왜 가라고 한 거야?’ 그럼 대체 왜 개고생을 시켰단 말인가? ‘설마 또 다른 개고생을 시키려고?’ 그런 의문 뒤로 염려와 짜증이 솟아오르는 순간, NPC호곤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분명 이지스의 힘이 담긴 유물이 있다면 자이언트 앤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터. 허나, 그런 유물을 수백 개를 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소용이 없다고 말한 거네.” 그 말에 미다스의 얼굴 위에 있던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고 대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렇죠? 필요 없겠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오케이, 잘 먹겠습니다.’ 보는 입장에서 화가 날 만큼 싱글벙글한 미소, 그 미소 앞에서 NPC호곤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굳은 표정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웠다. ‘너무 대놓고 웃었나?’ 자신의 미소 때문에 화가 났으리라 생각한 탓이었다. ‘아니지, 그거랑 상관이 있을 리 없잖아?’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NPC의 표정이 구겨진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미. ‘싸늘하다.’ 그 이유가 뭔지 추측하던 미다스가 오싹함을 느끼는 사이, NPC호곤이 입을 열었다. “이게 그나마 희망이었는데, 아무래도 전쟁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네.” “전쟁이요?” “그래, 전쟁.” 말과 함께 NPC호곤이 말했다. “최근 자이언트 개미들이 날뛰는 와중에 여왕 개미들 사이에서 전쟁이 있었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나가네.” 이어진 말에 미다스가 오싹함을 느꼈다. ‘여왕 개미들이라고?’ 여왕 개미가 다수 있다는 것부터가 처음 듣는 설정. 헌데, 그러한 여왕 개미들 사이에서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나간다? 그다음 내용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왕들의 싸움이 끝나면 태어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그 전쟁이 끝나게 되면 이곳에 있는 모든 자이언트 앤트를 통솔하는 여왕 개미가 등장할 걸세. 굳이 표현을 하자면 여황 개미라고 해야겠지.” 황제! 그 아득한 단어가 나오는 순간, 당연히 미다스는 직감했다. ‘다음 보스전 지옥이겠구나.’ 앞으로 조만간 또 한 번 지옥이 혀를 내두를 만한 난이도의 전쟁을 맞이하리란 것을. 그 사실에 미다스는 빠르게 순응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쓰레기 게임이 쉽게 가는 걸 용납할 리가 없지.’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 때문에 미다스가 분노 대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여황 개미를 잡으면 되겠군요.” ‘그래, 기꺼이 잡아주마.’ 잡아줄 테니까 퀘스트를 달라고. 그러한 미다스의 말에 NPC호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잡는다고?" “네? 그야 당연히 잡는 거 아닙니까?” 그 반응에 미다스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을 했고, 그 반문에 NPC호곤이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그리 말처럼 쉬웠다면 굳이 왕께서 자네를 이곳에 보내지도 않았을 걸세. 그리고 자네에게 이렇게 부탁하지도 않았을 걸세.”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하얀숲을 향해 바라보며 말했다. “조만간 여황 개미가 자이언트 앤트 부대를 이끌고 자신들의 종족 외의 모든 종족들을 말살코자 할 걸세. 그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찰 걸세.”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설마?’ 이 퀘스트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퀘스트라는 것을. “내가 왕께 도움을 요청하러 갈걸세. 그동안 자네는 이곳에서 버텨주기를 바라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여황 개미]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여황 개미의 군단으로부터 살아남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왕의 치하’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맙소사.’ 보상도 그리고 퀘스트 내용도, 어느 것 하나도 간단해 보이는 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놀람도 거기까지였다. [여황 개미가 등장했습니다.] [여황 개미 이벤트가 발동합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습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30퍼센트 증가합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30퍼센트 증가합니다.] [72시간 이후 여황 개미의 침공이 시작됩니다. 침공은 4시간 동안 이루어집니다. 하얀숲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힘을 모아 살아남으십시오.] 하얀숲 플레이어들에게 전체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놀랄 수조차 없었으니까. 3.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직후 갓워즈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폭발의 연속이었다. - 이지스의 신전을 2시간 컷한다고? 그게 뭐 대단한 거야? 뭐? 1박 2일짜리? - 개구멍 있다고? - 어? 럭키님 인랑 모드다!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파격. - 보스룸 들어가네. - 방패 안 깨고 깡딜로 잡겠다는데? - 미친, 헬파이어로 잡았다! 이어서 보스전에서도 파격적인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 정점은 이지스의 방패 스킬이었다. - BJ대마도사 이지스의 방패 스킬 얻었다! - 레젠더리 에픽 등급임! - 엄청난 거인 모양이네. 숨기는 조건으로 메인 시나리오 공략 영상을 올려준대! 신기를 통해서 스킬을 습득한다는 특별함에 차마 공개하기 힘들다는 BJ대마도사의 선언까지. - 진짜 BJ대마도사가 뭐 할 때마다 뻥뻥 터지네. - 이 맛에 BJ대마도사 팬하는 거지. 갓워즈를 보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 어우, 떡밥 너무 먹어서 배부르다, 배불러. - 이제 좀 떡밥 좀 그만 뿌렸으면 좋겠네. 오죽하면 쉴 새 없이 나오는 이 거대한 떡밥에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물론 우스갯소리였다. - 어? 지금 뭔가 속보 들어왔는데? ㄴ 또 뭔 속보? ㄴ 하얀숲에서 뭔가 일이 일어난 거 같은데? ㄴ 하얀숲? 무슨 일? ㄴ 여황 개미가 침공한다던데? ㄴ 뭐? 그러나 이어서 새로운 속보가 들렸을 때. - BJ대마도사가 또 뭔가 한 모양인데? - 와, 진짜 대체 몇 번을 터뜨리는 거야? - 좀 쉬엄쉬엄 갔으면 좋겠다. 그때쯤에는 정말 몇몇 이들은 너무나도 많은 떡밥에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어우, 현기증 난다, 현기증 나.’ 개중에서도 가장 짙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건 당연히 이 모든 떡밥의 중심에 있는 정현우였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 ‘어떻게든 내가 정리해야 하는데…….' 더욱이 정현우에게는 뿌린 떡밥을 아주 잘 회수해야 할 의무가 존재했다.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한 번에 보여줘야 한다. 여황 개미 상대로 디펜스하면서 이지스의 방패 스킬 제대로 써먹는 걸 보여줘야 해.’ 이 떡밥들을 하나하나 따로 회수할 수는 없는 상황, 회수한다면 한 번에 회수해야 했다.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문제는 여황 개미 이벤트 난이도인데.......' 정황상 개미 여황 디펜스의 난이도는 굉장히 높을 게 분명했다. 이제까지 갓워즈의 NPC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같은 말을 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진짜 그냥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하물며 시간도 4시간 아닌가? 4시간 동안 살아남으라는 건, 그 4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습격이 온다는 의미. ‘거기서 활약.’ 그야말로 재난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앞에서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이용해서 생존을 넘어 개미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친다? 올림픽으로 따지면 금메달을 따는 건 물론 세계신기록도 한 번 갱신하라는 수준의 과제였다. 한숨이 절로 나올 일. ‘해내야지.’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못할 건 없어. 이지스의 방패를 이용하면, 오히려 몰려오면 환영일 따름이다. 어차피 생존만 하면 돼.’ 또한 정현우 입장에서 최악은 아니었다. 생존능력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는 정현우 아닌가? 그런 그에게 4시간 동안 몰려오는 공세를 버텨내는 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었다. ‘여황 개미 사냥은 포기하자.’ 때문에 미다스는 여황 개미 사냥을 머릿속에서 배제했다. ‘지금은 생존에 집중해야 해. 잡는 건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본 다음이다.’ 기회가 오면 하되, 굳이 잡기 위해서 무리를 하지 말자고. ‘그리고 여황 개미 잡는다고 뭐 주는 것도 아니잖아?’ 목숨 걸고 돈도 안 되는 짓을 할 필요는 없다고. “우와아아!” 그렇게 정현우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 누군가가 내지른 괴성 한 줄기가 그의 고막을 세게 두드렸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그 괴성 깜짝 놀란 정현우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잡고 소리를 내지르는 이혁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둘이 눈이 마주치자,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형! 대박! 대박 사건이요!” 그 말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어디서 이상한 소식 듣고 와서 제 혼자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그 호들갑에 놀랐다는 사실이 정현우의 심기를 여러모로 탐탁지 않게 만들었다. 당연히 반응도 좋지 못했다. “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응? 다른 손님들 놀라는 거 안 보여?” “형, 진짜 대박 소식 나왔어요!” “대박은 무슨, 또 어디서 헛소리 하나 들어온 거겠지.” 여전히 퉁명스러운 정현우. 그런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보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마패처럼 보여주며 말했다. “중원 길드가 발표했어요! BJ대마도사랑 여황 개미 레이드 레이스하겠다고!” 326화. < 102화. 디펜스 (2). > 4. 어디에나 남들보다 눈치 빠른 자들은 존재하는 법. 갑작스럽게 여황 개미 습격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 여황 개미 이벤트라고? ㄴ 또 빅이벤트인가"? ㄴ 이야, BJ대마도사 덕분에 별의별 이벤트가 다 보게 되네. ㄴ BJ대마도사랑 같이 사냥하는 플레이어들 부럽다. 남들은 경험도 못하는 이벤트 경험하고. ㄴ 여기에 워즈튜브로 돈도 벌지. 개부러움. ㄴ 잘하면 떡상도 가능하고 =. 대부분은 그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에만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이벤트를 누리는 플레이어들, 현재 하얀숲에서 사냥하는 이들을 향해 부러움을 드러냈다. 허나, 눈치 빠른 자들은 달랐다. - 이벤트 알림을 보니까 그냥 여황 개미를 잡는 게 아니라 몰려오는 개미 군단을 상대로 막는 디펜스 같은데? - 4시간 동안 공격을 막으라고 했다면서? 그럼 이거 운석 충돌 지점이나 모래숲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것 같은데? - 좋아할 일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 아님? 이번 퀘스트가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는 어떤 식으로든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중원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발생한 여황 개미 퀘스트는 디팬스에요. 여황 개미를 잡는 게 아니라 버티는 디펜스.” 정보를 얻는 순간 예화는 이 퀘스트의 방식을 바로 눈치챘다. 그리고 바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우리는 BJ대마도사랑 여황 개미를 잡는 것을 두고 레이드 레이스를 하겠어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여황 개미를 누가 먼저 잡나, 경쟁을 하겠다고. “예?” “마스터,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 발언에 길드원들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디펜스라면서요?” “버티는 게 퀘스트 목적인데, 잡으러 가시겠다고요?” 예화가 본인 입으로 이것은 막는 거다, 잡는 게 아니다, 라고 했는데 그걸 잡는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 그 의문에 예화는 대답했다. “잡으라고 만들어진 몬스터를 가지고 BJ대마도사와 경쟁하면 여지가 남아요. 그는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만드니까요.” “그야……." “그러니까 잡지 말라고 만들어진 몬스터를 두고 경쟁해야죠.” 그 대답에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우리는 그 몬스터를 어떻게 잡습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길지 않았다. “설마 지금 이 멤버를 보고도 못 잡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어진 예화의 물음에 길드원들이 서로를 스윽 바라보았다. ‘하긴, 우리는 3백 명이니까.’ ‘BJ대마도사가 아무리 세도 이보다 전력이 셀 순 없지.’ 3백이 넘는 머릿수. 그게 중원 길드의 새로운 전력이었다. ‘그냥 3백 명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머릿수만 많은 게 아니었다. 최근 중원 길드는 1티어급 길드들을 인수함과 동시에 실력자들을 추가 영입했다. 그 후에 300레벨 이하, 하얀숲에서 사냥이 가능한 플레이어들을 전부 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인 숫자는 611명. 예화와 중원 길드는 그 611명을 데리고 하얀숲에서 개미들과의 치열한 전투를 통해 그 숫자를 3백 명까지 줄였다. 즉, 지금 남은 3백 명은 그냥 단순히 모인 실력자가 아니라 그중에서도 한 번 더 치열하게 걸러진 정예라는 의미. “개미 잡는 게 이제는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당연히 하얀숲에서의 사냥하는 것에는 도가 튼 상황이었다. ‘어렵기보다는 너무 싱거워서 문제지.’ ‘이제는 뚫고 갈 수 있고.’ 히트 앤 런이 아니라 히트 앤 고, 몰려드는 개미들을 잡아가면서 돌진을 할 정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예화의 말에 더 이상 의문이나 우려를 표하는 이는 없었다. ‘이거 해볼 만해.’ 오히려 예화의 말처럼 이건 어떤 의미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예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멤버로 못 잡을 몬스터는 없다.’ 이미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한다는 개념을 벗어난 파티원을 구성한 상태. ‘아니, 이 멤버로도 못 잡으면 오히려 환영이다.’ 심지어 예화는 차라리 이 멤버로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여황 개미가 강하기를 소망했다. 그리한다면 BJ대마도사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 예하, 그녀가 동귀어진의 각오를 하는 순간. 당연히 그녀는 여기서 그칠 생각이 없었다. ‘그래, 기왕 같이 죽는 거 확실하게 죽어보자고. 사냥뱀 길드를 움직여야겠어.’ 끝장을 볼 생각. ‘개미가 우글거리는 상황에서 암살자들이 달라붙으면,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답이 없지.’ 그 생각에 예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BJ대마도사, 어떻게든 하얀숲에서 발목을 잡아주마.’ 아주 밝은 미소가. 5. ‘아, 최악이다.’ 드넓은 거실, 그 거실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소파에 앉아 있던 정현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였다. ‘중원 길드분들이 이렇게 나올 줄이야.’ 짜증의 원인은 당연히 중원 길드. ‘아니, 잡으라고 나온 몬스터가 아닌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레이드 레이스를 해?’ 중원 길드가 여황 개미를 잡자고 한 게 이유였다. ‘이러면 중원 길드분들 진짜 위험한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여황 개미 레이드 레이스를 하면 승패의 유무를 떠나서 중원 길드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정현우를 고민케 하는 핵심 이유였다. ‘나야 튀면 된다고, 튀면.’ 그도 그럴 것이 정현우의 경우에는 여차하면 제 몸을 피신할 능력이 충분했다. 헤이스트를 쓰든 아니면 텔레포트를 쓰든, 블링크를 쓰든, 솔직히 튈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서 고민. 그렇게 튄 후에 대처도 간단했다. 못 잡으면, 까짓것 못 잡았네요, 하고 도망치면 될 일이고, 그러면서 게임 참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이네요, 개발사는 각성하시죠, 갓워즈가 그럼 그렇지, 역시 쓰레기야, 라고 갓워즈를 씹으면 될 일. 그러나 중원 길드는 어떠한가? 그들은 그냥 불만을 품는 수준에서 그칠 리가 없었다. ‘대거 게임오버 당하면…… 어우.’ 도망치려는 순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한 일. 파티원들 절반 이상이 게임 오버를 당하는 참사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냥 단순한 경쟁자와의 경쟁이라면 막 튀긴 팝콘보다 고소한 일이었다. ‘절대 고객님이 그런 몹쓸 기억을 가지고 가셔서는 안 돼.’ 그러나 정현우에게 중원 길드는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이었다. ‘이제까지 나하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 해주신 게 있는데.’ 그것도 그냥 고객이 아니라 이제까지 정말 많은 것을 아낌없이 주신 최우수 고객님. ‘좋은 기억만 드려야지, 다음 고객님들하고도 계약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더욱이 정황상 중원 길드가 정현우의 고객이 되는 건 이번으로 끝이었다. 레벨업 페이스를 보았을 때 더 이상 중원 길드가 정현우를 쫓아오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에 중원 길드와의 이벤트 매치는 좋게 끝날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잡지 말라고 디자인된 여황 개미를 잡으러 가는 중원 길드가 무사히 이벤트를 마치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덜컥! 그렇게 정현우가 머리를 뜯을 때 방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태우가 등장했다. 비어있는 머그잔을 들고 등장하는 정태우의 표정 역시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그런 정태우가 이내 거실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 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정현우였다. “형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동생의 질문에 정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너한테도 말해줄 수 없어. 보안이 뚫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입이니까.” 냉정하기까지 한 형의 반응에 정현우가 실소와 함께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아유, 궁금하지도 않네요.” “그러는 넌 무슨 일인데, 머리를 쥐어뜯는 거야?” 형의 질문에 정현우는 시큰둥한 대답을 떠올렸다. 새로 사귀게 된 모델 출신 러시아 여자 친구랑 데이트할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서, 라는 정말 씨알도 먹히지 않을 대답을. ‘장난 칠 때는 아니야.’ 그러나 지금 조우한 상황의 심각성이 정현우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형, 형은 고객이랑 많이 상대해봤잖아?” “많이는 아니지만, 너보단 많겠지.” “그럼 고객 중에 아주 귀한 고객님이 무리한 주문을 하면 어떻게 대응했어?” 진지하게 속내를 드러냈고, 그런 동생의 진지함에 정태우 역시 진지한 대답을 해줬다. “솔직히 상황에 따라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확실하게 답을 말해줄 순 없어. 대신 크게 설계를 하자면…… 엔딩을 네 종류로 나눈다." “네 종류?” “윈윈, 고객과 내가 둘 다 이득을 보는 경우. 혹은 반대로 루즈루즈, 둘 다 손해를 보는 경우.” 설명에 집중하는 정현우. “남은 둘은 고객이 이득을 보지만 내가 손해를 보는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다.” 그 순간 정현우의 눈이 반짝였다. “형, 잠깐만.” 이후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이제는 드넓어진 베란다로 향하는 정현우의 모습에 정태우가 옅게 미소를 머금었다. 머금은 채 널찍한 부엌에 마련된 커피포트의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제 숨 좀 돌리겠군.’ 그 순간이었다. 삑! 정태우의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울음을 토해냈고, 그것을 확인한 정태우가 곧장 물이 끓기 시작한 커피포트를 놔둔 채 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 형. 나 일이 있어서 밖에 좀 나갔……." 이후 밖으로 나온 정현우가 뱉으려면 말을 멈추고는 부엌에서 제 혼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커피포트와 다시 닫힌 형의 방문을 바라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바쁜 일이 생긴 모양. ‘아니, 대체 어떤 새끼가 형을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야?’ 그 순간 정현우가 형을 바쁘게 만든 이를 향해 작은 저주를 퍼부었다. ‘분명 애인도 없어서 연애도 못하는 솔로인 놈이 분명해. 그러니까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형을 괴롭히는 거지. 그래, 평생 솔로로 살아라, 평생.’ 그 짤막한 혼잣말을 끝으로 정현우가 밖으로 나갔다. 6. 새하얀 숲. “도망쳐!” “튀어!” 샤아! 플레이어들과 개미들의 치고 쫓기는 히트 앤 런이 쉼 없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정현우는 조용히 자리에 앉은 채 비공개 채팅창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등장한 손님, 그 손님을 향해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 와튼 : 예. “괜히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여황 개미 이벤트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 와튼 : 중원 길드의 제안을 거절할 순 없습니다. 머리와 꼬리 따윈 없이 본론만으로 이루어진 대화에 미다스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 당연히 거절 못하지. 그게 가능했으면 그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이 자리는 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한 답을 말해주기 위한 자리였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거절하는 건 중원 길드분들을 향한 예의가 아니죠, 예의가.” - 와튼 :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 여황 개미 레이드의 난이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때 툭 나온 사장님의 질문에 미다스가 바로 대답했다. “잡지 말라고 나온 몬스터입니다. 그런 몬스터를 다 같이 힘 모아서 잡는 것도 아니고, 경쟁적으로 잡으러 간다는 건 단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갓워즈는 그렇게 친절한 게임이 아니니까요.” 그 대답을 내뱉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 미소에 채팅이 바로 떴다. - 와튼 : 언제나처럼 여유가 넘치시는 걸 보니 이번 일에 대한 묘안이 있으시군요. - 와튼 :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어서 나온 말에 미다스가 말했다. “이번 중원 길드의 레이드 레이스, 항복하겠습니다.” 항복.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바였다. “싸우면 둘 다 파멸뿐인 일인데 그걸 굳이 일부러 자처할 필요는 없잖아요?” 죽지만 잘 싸웠다, 보다는 그냥 안 죽는 게 더 나은 법. 물론 이 방식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 와튼 : 중원 길드가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중원 길드는 그 항복 선언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 “예, 동시에 시청자분들도 절대 이런 식으로 제가 패배를 선언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죠.”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둘이 파멸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걸을 격렬하게 원한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그냥 패배를 선언한다면, 그 순간 BJ대마도사의 이미지는 최소한 반타작이 날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패배를 선언한 대가를 보여줘야죠.”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주지 않는 이상. 그 무언가가 미다스를 미소 짓게 하는 요소였다. - 와튼 : 준비하신 게 있습니까? “보통 예전 전쟁에서는 패자가 승자의 밑으로 들어가서 보필을 하고는 했죠.” - 와튼 : 보필이요? 설마? “예, 패자가 무슨 말이 있겠습니까? 패배를 한 대가로 제가 중원 길드의 여황 개미 레이드를 돕겠습니다.” 패배를 선언하고, 경쟁 대신 중원 길드 밑에서 여황 개미를 같이 레이드를 하겠다! ‘이렇게 하면 중원 길드 체면도 서고, 리스크도 확실하게 준다!’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방식,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중원 길드를 이익 보게 하는 방법이었다. 나름 그럴싸했다. 어쨌거나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를 부려먹으면서 여황 개미 이벤트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피해 역시 최소화할 수 있고.’ 동시에 이런 식이면 중원 길드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무리할 필요는 없는 반면, 전력은 압도적으로 강해질 테니까. ‘사장님, 우리 고객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먹힐 것 같아요?” 이어진 미다스의 물음에 채팅창은 한동안 잠잠했다. 그리고 이내 10초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때, 잠잠하던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 와튼 : 이대로는 힘들 듯합니다. 그러니 이게 통하도록 상황을 설계해보겠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사이 채팅 하나가 더 올라왔다. - 와튼 : BJ대마도사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 와튼 : 꼭 통하게 만들겠습니다. 꼭. 무언가 분명 격한 감정이 섞인 그 채팅에 미다스가 마음속으로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의문은 길지 않았다. ‘고객님의 안전을 생각하는 내 모습에 감동 받으신 모양이네.’ “예, 잘 부탁합니다.” 그저 자신에게 감동했구나, 하고 넘어갈 뿐. 327화. < 102화.. 디펜스 (3). > 7. - 와튼 : 꼭 통하게 만들겠습니다. 꼭. - 예, 잘 부탁합니다. 그 채팅을 끝으로 BJ대마도사의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 툭....... 평소와 다르게 깊게. ‘일은 풀렸다.’ 작금의 상황 때문에 고민이 깊은 건 아니었다. 중원 길드와의 문제는 BJ대마도사 덕분에 말끔하게 해결된 상태였으니까. 고민을 깊게 만드는 건 BJ대마도사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다. ‘그 대가로 BJ대마도사가 분노했다.’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의 이 결정은 지독한 분노 끝에 나온 결정이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이번에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에 패배 선언을 했다. 너희들이 이겼다 그러니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놀아주겠다. ‘이 제안을 중원 길드가 받아줄지도 확실치 않지만…….' 그마저도 이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는 중원 길드 마음이었다.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밑으로 들어오려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꺼지라고 말을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받아주겠지.’ 물론 박영준이 보기에는 받아줄 가능성이 컸다. ‘손바닥 위에 있어야 요리하기 편하니까.’ 여기서 BJ대마도사를 그냥 내치면 1승으로 끝나는 거지만, BJ대마도사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를 마음대로 이용해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게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를 돕겠다는 것을 패배 조건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했다. 그 정도 메리트는 줘야 중원 길드가 이 항복을 받아주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굴욕이었다. ‘그때 그 제안을 그냥 거절했었어야 했어.’ 만약 소원 3개, 그 지니의 램프를 받아드는 조건으로 중원 길드가 원할 때 싸워야 한다, 라는 거래가 없었으면 맞이하지 않았을 굴욕. 물론 당시 거래를 할 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그 누구도, 중원 길드도 알지 못했다. 운이 좋지 못했다고 하는 수밖에. 허나, 도박판에서는 운도 실력 아닌가?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운이 나쁘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탓한다고 해서 그 운이라는 놈이 결과를 책임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 책임이다.’ 결국 박영준, 그가 책임져야 했지. 툭툭! 그 사실 앞에서 박영준이 거듭 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자책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가 제안을 하면 중원 길드는 그에 따라 추가 요구를 하겠지.’ 지금 해야 할 건 자책이 아니라 BJ대마도사의 각오가 통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각오 속에서 박영준이 바로 움직였다. ‘모든 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8. - BJ대마도사 대 중원 길드 매치다! - 여황 개미 레이드 레이스다! 다시 성사된 두 거물 간의 매치업, 그러나 그 매치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좋을 수가 없었다. - 중원 길드가 또? - 아니, 중원 길드는 만날 이긴 적도 없으면서 덤비네? - 이쯤 되면 집착이 아니라 질척인데? - 중원 길드 마스터가 BJ대마도사한테 고백했다가 차이기라도 했나? 왜 이렇게 질척거리지? ㄴ 그건 아님. 이미 앞서 치러진 몇 번의 매치업을 통해서 BJ대마도사의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음이 증명된 상황. 솔직히 이제는 라이벌 관계라고 하기에도 무리인 상황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올렸죠? - 중원 길드는 양심이 있으면 그냥 자중하자. - 중원 길드 이제 렙도 딸리지 않음? 더욱이 여황 개미 이벤트는 BJ대마도사가 일으킨 이벤트였다. 그가 주역이 되는 무대, 그런 무대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중원 길드의 갑작스러운 난입이 곱게 보인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 솔직히 이건 별로 재미없을 듯. - 어차피 BJ대마도사 압승 예상. 인랑 럭키 모드에 이제 이지스의 오브도 있잖아? - 이지스의 방패 스킬도 있고. - 텔레포트로 보스몹 앞에서 소환하면 끝이고. - BJ대마도사 상대로 레이드 레이스 거는 것보다 그냥 PK 거는 게 나을 듯? 때문에 대부분은 그 매치업에 대해 관심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관심사는 이 디펜스 이벤트, 그 자체였다. - 그보다 개미들 몰려온다는데, 이거 개꿀잼일 듯? - 이미 몇몇 길드들 연합 구축했다는데? - 그동안 잡는 거는 봤어도 막는 건 처음 보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형식의 이벤트,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 자체가 갓워즈에는 없었다. - 경험치 30퍼센트 추가해주고. ㄴ 템드랍률도 30퍼센트 추가해주지. 하물며 이번 이벤트로 경험치 획득량도 대폭 증가한 상황. - 광역 스킬로 광렙하기 좋은 이벤트네! - 진짜 광역기들이 미쳐 날뛰는 거 볼 수 있겠네. 전례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들떴다. 하얀숲에서 있는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들떴다. “진짜 제대로 꿀 빨 수 있는 기회야.” “아무렴,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일주일 할 거 4시간 만에 해버리자고!” 여러모로 이득만이 남는 이 기회를,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기회 아닌가? 특히 가뜩이나 레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렇게 파격적인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가치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 말하면 자신감이 있었다. 몰려오는 개미 군단을 막아낼 자신이. “어차피 몰려와봤자 몬스터잖아?” “수천 명 넘는 딜러들이 화력 퍼부으면 많이 와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이.” “4시간 동안 죽어라 개미만 잡으면 돼.” 그것도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확실한 자신감이. 그 자신감 속에서 이벤트 날이 밝았다. 9. 하얀숲, 문자 그대로 새하얀 숲에 시커먼 무리가 등장했다. “하얀숲에 있는 플레이어들 다 여기 모여 있네.” 그 시커먼 것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플레이어들. “이 정도 숫자면 만 단위는 되겠는데?” 만 단위를 넘어가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하얀숲의 강줄기, 오우거의 숲에서 뗏목 이벤트를 마치면 도착하게 되는 하얀숲의 시작 지점 앞을 시커멓게 물들고 있었다. 꽤 놀라운 일이었다. “하얀숲에서 만 단위면 거의 다 모인 거 아니야?” 하얀숲은 300레벨 졸업을 앞둔 플레이어들의 사냥터, 갓워즈를 즐기는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사실상 상위 0.1퍼센트, 그 보다 더 적은 숫자만이 있는 곳이었다. 수년간 갓워즈란 게임이 일상을 넘어 직업이 될 만큼 한 이들 중에서도 나름 재능과 재력 그리고 운을 가진 자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여기 말고 다른 곳도 꽤 모였다는데?” “이런 무리가 더 있다고?” 그런 무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하얀숲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접속했다는 의미였다. “그보다 다들 생각하는 건 똑같네. 딱히 말 안 해도 다 강 근처로 모이는 거 보니.” “뭐, 디펜스잖아? 그럼 등은 안전해야지.” 더불어 강줄기를 등진 채 세력을 꾸민 이유는 보다 효율적인 디펜스를 위함이었다. 강줄기에서 개미들이 튀어나오진 않을 터, 그렇다면 앞에서 오는 것만 막으면 될 테니까. 그런 이유로 모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그 숫자보다 더 많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에 플레이어들 몇몇은 혀를 찼다. “이거 뭐, 경험치 좀 빨아먹으려고 접속했는데 제대로 빨지도 못하겠네.” “이 정도 숫자면 디펜스고 뭐고 의미가 없지 않나?” 이만큼 플레이어들이 모이면 이벤트고 자시고, 결국 제대로 활약할 기회는 나오지도 않을 테니까. 그게 이유였다. “야, 차라리 이러지 말고 그냥 먼저 가서 마중하는 게 어때?” “뭐?” “그렇잖아? 괜히 여기서 같이 잡아봤자 경험치 제대로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럼 오는 거 먼저 잡는 게 낫지." “위험하잖아?” “그냥 광역기 쓰고 이쪽으로 튀면 되지.” “아, 그러네.” 몇몇 파티들은 그 무리에서 이탈한 채 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광역 마법만 몇 개 쓰고 튀자.” “오케이.” 그리고 미리 캐스팅을 해두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여황 개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4시간 동안 자이언트 앤트의 습격을 막으십시오.] [1시간 후 전투 개미들이 습격합니다.] 그 순간 하얀숲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온다!” “경험치 빨아보자!” 즐거운 환호성이. “저기 온다!” “이야, 많이 오네!” 그리고 이내 그들의 환호성에 부응하듯 자이언트 앤트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 “뭐, 뭐지?” “왜 갑자기 땅 울리는 거지?” 지진이 난 것처럼 대지를 크게 흔들면서. “자, 잠깐만.” 하얀숲을 삽시간에 검은 숲으로 만들면서. “미친, 저게 뭐야?” “씨발, 이건 너무하잖아! ” 강줄기에서도 보이는 그 검은 파도에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나마 그들의 사정은 나았다. “야, 튀어! 그냥 튀어!” “나 캐스팅 중이야!” “미안!” “야이, 개새끼들아!” 좀 더 이득을 보기 위해 무리를 이탈했던 소규모 파티들은 준비한 것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그대로 도망쳤다. 그 정도였다. “저거로부터 4시간을 버티라고?” “갓워즈, 이 빌어먹을 개쓰레기 게임! 정도를 알아야지, 정도를!” 무리를 보는 순간, 그 순간 전의가 상실될 정도. 실제로 몇몇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야, 이거 괜히 했다가 뒈지겠는데?” “그냥 로그아웃할까? 어?” 꿀 먹다가 목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게임 상에서 남아있을 이유가 있냐고. “리글리 애들 어딨어?” “호지스 파티 로그아웃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괜히 혼란스러워지기 전에 일찌감치 몸을 뺐다. 일주일 치 경험치를 얻고 죽을 바에는 그냥 안 죽는 게 이득인 법. 심지어 지금 상황을 보면 제대로 경험치를 얻지도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앞다투어 로그아웃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든든했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순간. “맙소사.” “아니, 이거 장난이지? 응? 왜 이래, 다들?”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빠진 자리에는 공포감이라는 놈이 차지했다. 그 공포에서는 중원 길드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거 진짜 리얼인가? 저걸 잡으라고?’ ‘해도, 정도껏 해야지.’ 쉽지 않으리란 건 예상했지만 눈앞에 몰려오는 개미 군단은 난이도의 유무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이걸 뚫는다고?’ 하물며 중원 길드는 이 몰려오는 무리를 뚫고 여황 개미를 잡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 태풍이 불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속에 작살 하나 들고 낚시를 하러 몸을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그냥 자살행위나 다름없었고, 충분히 다져놓은 중원 길드원들의 각오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시나리오다.’ 반면 예화는 이 상황을 반겼다. ‘여기서 여황 개미를 잡는 건 BJ대마도사라도 못 해.’ 어차피 이길 생각이 없었던 예화 아닌가? 그런 그녀 입장에서 눈앞의 광경은 최고의 광경이었다. “준비하세요.” 때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동료들에게 진행을 명령했다. “예?” 당연히 동료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계획대로 갑니다. 일단 디펜스가 시작되고, 전선이 구축되면 여황 개미 탐색을 하세요. 도망치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지금 전 세계 수천만, 아니, 수억 명이 우릴 보고 있어요.” 그러나 이어진 예화의 그 말에 중원 길드원들은 그대로 이를 꽉 물었다. 반박할 순 없었다. ‘젠장.’ ‘이건 미친 짓이야.’ 물론 그렇다고 쉬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말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BJ대마도사도 이건 못 해! 아니, 안 해!’ 과연 이 광경 앞에서 자신들과 달리 외로운 돛단배처럼 저 파도를 향해 몸을 던져야 하는 BJ대마도사는 어떻게 할까? “BJ대마도사 라이브 시작했습니다. 어?” 그 의문이 퍼지는 순간 소식이 왔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본인이 직접 그 의문에 대답을 해주려고 한다고. 10. - 방송 열렸다! 드디어 열린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 BJ대마도사님, 정말 저거 뚫으실 건가요? - 개미군단 소식 듣고 왔습니다. 지옥이라면서요? 그 방송이 열리는 순간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이 사태에 대한 BJ대마도사의 대답이었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 이거 딱 봐도 못 깨는데. - 솔직히 저걸 어떻게 뚫어? - 하면 그냥 오래 버티기 싸움이지. 누가 늦게 죽나 싸움. 지금 등장한 개미 군단 앞에서 여황 개미를 잡겠다고 나서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 그거 때문에 지금 중원 길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의 발언이 나왔을 때 모두는 예상했다. - 어? 만난다고? - 그럼 대충 합의할 듯? - 아무렴, 여기서 그냥 여황 개미 잡으러 가는 건 동반 자살이지.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둘이 합의점을 찾으리라고. - 저기 있다! - 오, 세팅 다 해놨네! - 이미 예화 님이 앞에 나와 있네. 그런 의견에 부응하듯 중원 길드 역시 BJ대마도사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이윽고 미다스와 예화, 그 둘이 마주 봤다. - 느낌이 싸한데? - 무를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닌데? - 이거 딱 봐도 진짜 끝장 보겠다는 거 같은데? 그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썩 좋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중원 길드 쪽의 각오가 남달랐다. 모두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누가 보더라도 게임 오버를 각오한 표정이었다. 그건 곧 여기서 적당히 무르지 않겠다는 의지. 예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간다.’ 눈앞에 BJ대마도사가 만약 합의나 타협을 요구한다면, 단칼에 거절하고 강행하리라고. ‘계약은 끝났으니까.’ 그리고 그 무리한 요구를 BJ대마도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예화는 긴 대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레이드 레이스다. 무조건.’ BJ대마도사가 말문을 여는 순간, 그런 그를 향해 짤막하게 의지만 표현하고자 할 뿐. "저기......." 이윽고 BJ대마도사가 입을 열었다. “항복합니다.” “우리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 예?” 그 순간 예화가 내뱉던 멘트를 중간에 삼켰다. “뭐라고요?” 이어서 나온 예화의 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어차피 합의할 생각은 없으시고 끝까지 가질 생각 같은데, 전 여황 개미 레이드 못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패배 선언을 합니다.” 내가 졌다! 그 선언에 곧바로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BJ대마도사가 항복했다! - 와, 이건 예상 못했는데. - 중원 길드 드디어 1승 추가! 그리고 중원 길드원들의 표정 역시 아수라처럼 분노로 가득 찼다. 당연했다. 게임 오버를, 저 개미 군단 사이에서 처참한 끝을 각오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BJ대마도사를 이기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고작 그 말 하나로 끝내려고?’ 그런데 이 한마디로 그 각오를 바닥에 버리라고? 용납할 수 없는 일. 예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저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을 용인할 생각이 없었다. “그 항복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 “패배를 선언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중원 길드가 하라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발언에 예화의 다시 뱉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이벤트에 한해서 중원 길드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딜링을 하라면 하고, 탱킹을 하라면 하겠습니다." 그 후 나온 발언에는 채팅창도 폭발했다. - 어? 이건 좀 센데? - 그러니까 노예가 되겠다는 거잖아? 그저 단순히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항복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다한 항복, 대가를 치르는 항복이었으니까. 예화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챘고 이내 기겁했다. '......외통수다.’ 이렇게 항복을 하는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강행을 요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더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결정타는 미다스의 이 발언이었다. 이걸로도 부족하면 다른 대가를 더 치르겠다.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중원 길드는 사실상 강행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게 됐다. 이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강행이 아니라 그냥 파토, 판이 깨지는 것뿐이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어.’ 그 결론에 이르렀을 때 예화는 게임의 방식을 바꾸었다. ‘우리 말을 들을 거라고 했어.’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부속품이 된 상황. 물론 그렇다고 당장 혼자서 여황 개미를 잡으라고, 지옥으로 떠미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임오버를 피한 거야.’ 즉, 이 모든 건 BJ대마도사가 게임 오버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다는 의미. 그럼 과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BJ대마도사에게 게임 오버 다음으로 치명적인 건 무엇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예화는 표정을 풀며 말했다. “좋아요, 그 항복 선언을 받아들이죠.” 그리고는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여황 개미 레이드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예요.” 미다스가 그런 예화의 손을 잡았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이어진 물음에 예화가 웃으며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 바라는 건 하나죠, 저 몬스터를 아주 제대로 쓸어주는 것.” ‘레벨업, 그게 네 약점이었지.’ 강제 레벨업. 예화가 생각한 BJ대마도사의 또 다른 약점을 공략하는 순간이었다. 328화. < 103화. 울며 경험치 먹기 (1). > 1. - BJ대마도사가 항복 선언을 했다고? ㄴ 소문난 잔치에 밥상 엎었네. ㄴ 솔직히 그렇게 소문난 잔치도 아니었지. 처음 BJ대마도사의 항복 선언이 나왔을 때 세상의 반응은 그럼 그렇지, 였다. 애초에 그 매치업에 기대감이 그렇게 드높지 않은 탓이었다. - 애초에 저런 상황에서 보스 레이드 레이스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야. - 맞아, 중원 길드가 땡깡 부린 거지. - 그럼 이제부터 디펜스만 보면 되는 거네? 기대된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이후 두 무리가 각자 알아서 개미 군단을 상대로 전투를 하리라 예상했다. - 어?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밑으로 들어간다고? 항복한 대가로? - BJ대마도사랑 예화가 손잡았다고? 그러나 이어진 둘의 연합 소식 앞에서는 시큰둥했던 반응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중원 길드 밑에서 개처럼 싸워주겠다는데? -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 이용권 얻었다! 더욱이 그것이 그저 단순한 연합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세간의 기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 그럼 당연히 BJ대마도사 뽕을 뽑겠네? 중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한계까지 이용해먹으리라 예상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의 한계를 맛볼 수 있다는 의미. - 와, 중원 길드 땡잡았네. BJ대마도사로 양념한 후에 막타만 치면 되잖아? - 그렇지. BJ대마도사를 제대로 이용해 먹어야지. - BJ대마도사도 손해 보는 날이 오는구나. 한편으로는 중원 길드가 이번 기회를 이용해 BJ대마도사를 제대로 이용해먹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먼저 나서서 광역 스킬로 양념 치면 중원 길드가 마무리 짓는 식으로 가야겠지.’ 미다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험치 아까워할 때가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하면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사냥 경험치가 없겠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때문에 예화를 향해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미다스는 이미 멘트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이 정도 서비스는 해드려야지.’ 중원 길드를 위해 그 정도 봉사는 기꺼이 해줄 생각이었으니까. “우리가 몰려오는 개미 군단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겠어요.”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당연히 준비한 멘트를 말했다. “그럼 그 사이 제가 양념을 치고, 중원 길드가 마무리하면 되겠군요.” 제가 다 처리해둘 테니, 막타만 치십시오! 물론 예화의 그렇게 해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뇨, 반대죠. 우리들이 먼저 하고, BJ대마도사가 마무리를 짓는 게 낫겠죠." ‘어딜 감히 빠져나가려고?’ BJ대마도사는 오늘 여기서 본인이 싫어도 경험치를 먹어야 한다, 그게 예화의 목적이었으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고, 그 표정에 예화는 이제는 겉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원 길드의 목적은 여황 개미 사냥, 그뿐이에요. 경험치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요."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의 표정은 더 굳었고, 그 표정을 본 예화는 확신했다. ‘데드라인에 가까워지는 게 기분 나쁘지?’ 지금 BJ대마도사는 표정 관리가 안 될 만큼 기분이 좋지 못하다고. 물론 미다스의 표정이 안 좋은 이유는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나보고 경험치 다 먹으라고? 날 배려해주시는 건가?’ 중원 길드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 입장에서 이 자리는 자신이 중원 길드를 접대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인데 오히려 미다스가 이득을 본다? 그걸 과연 제대로 된 접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좀 그런데…….' 상대가 배려해준다고 해도 여기서는 그 배려를 거절하는 게 오히려 상식적인 일. ‘경험치 이벤트도 있는데.’ 하물며 이번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치 메리트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이 한 번의 이벤트 동안에 3~4레벨은 물론, 미다스처럼 경험치를 독식한다면 10레벨 이상도 가능했다. “그렇게 되면 저만 이득 보는 건데,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냥 같이 갑시다.” ‘전 괜찮습니다.’ 결국 미다스가 중원 길드의 배려를 거절했다. “반대는 듣지 않겠어요. 중원 길드는 결정을 내렸고, BJ대마도사는 그 결정에 따르면 될 뿐이죠.” ‘빠져 나갈 생각 따윈 하지 마.’ 그리고 예화가 곧바로 그 거절을 반려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했다. “후우." 미다스, 짧게 한숨을 내뱉는 그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기쁨의 미소를 감추기 위해서. “좋습니다. 무조건 명령대로 따르겠다고 했으니, 따르는 수밖에. 원래는 경험치 안 먹으려고 했는데, 제가 먹어야겠네요."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결국 미다스가 마지못해 중원 길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제가 마법 쓰는 곳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공격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때 나온 미다스의 요구에 예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 뭐지? 마법 쓰는 곳에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 양념하지 말라는 건가? - 무슨 개소리야? 어수선해지는 주변들, 그런 모두를 향해 미다스가 크게 소리쳤다. “이렇게 중원 길드가 절 위해서 판을 깔아주셨는데 당연히 시작부터 화끈하게 가야죠. 바로 이지스의 방패를 꺼내겠습니다.” 그 순간 더 이상 어수선함은 없었다. - 드디어 이지스의 방패가 공개된다! 그저 기대감만 있을 뿐. “그럼 이제 개미 한 번 제대로 잡아봅시다." 그 기대감 속에서 디펜스가 시작됐다. 2. 쿠쿠쿠! 쓰나미처럼 마주한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무너뜨리며 몰려오는 자이언트 앤트 군단. “이건 말도 안 돼.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에라, 모르겠다! 나 그냥 나간다!” 그 초월적인 광경 앞에서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전투를 포기했다. 달리 말하면 남아있는 플레이어들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 앞에서 기꺼이 싸울 준비를 마친 이들이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해보고 죽어야지.” “아무렴,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뒈져야 쉬는 동안 술안주로 씹어먹을 경험이라도 남는 거지.” “난 이런 날을 기대하고 있었어.” 싸울 준비를 넘어 이 상황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하얀숲에 올 정도의 플레이어들이라면 평범하고 상식적인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갓워즈란 게임에 모든 것을 바친 자들, 다르게 표현하면 게임에 미친 자들이었다. “오늘 4시간, 무조건 버틴다.” “난 하루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어!” “세상의 끝까지 달려라!” “다들 영화 좀 보고 왔네.” 이 지옥 같은 광경 앞에서 떨기는커녕 저마다 한 번쯤 내뱉고 싶었던 영화 혹은 만화나 게임 속 명대사를 지껄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게임에 미친 자들. “광역 준비!” 그렇게 안달이 난 상태에서 전투의 시작을 알린 건 원거리 딜러들,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이었다. “최대한 멀리!” “저 멀리!” “던질 수 있는 끝까지!” 캐스팅을 마친 마법사들이 저마다 던질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향해 광역 마법을 내던졌다. “포격 시작!” “시작!” 그렇게 수천 명이 넘는 마법사들이 던진 마법들이 하늘을 한 번 수놓고는 그대로 대지를 향해 고꾸라졌다. 콰과광! 그와 동시에 거대하기 그지없는 폭음과 굉음들이 검게 물든 숲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샤아! 캬아! 자이언트 앤트들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터질 만큼 강렬하면서도 무지막지한 화력이었다. 쾅, 쾅, 쾅, 쾅! 심지어 그 포격은 쉴 새 없이, 멈춤 없이 연달아서 거듭 새카맣게 물든 땅을 두드렸다. 얼음이 떨어지고, 벼락이 내리치고, 불이 내리는 광경, 보는 입장에서 입이 떡 벌어질 광경이었다. “미친, 저걸 뚫네!” “어마어마하다, 어마어마해!” 그러나 더 놀라운 건 그 무지막지한 화력 앞에서 자이언트 앤트 군단들은 전진을 늦추기는커녕 그 화력을 뚫으며 플레이어들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점이었다 "씨발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 러시 보는 마린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 “스타? 형님 나이가?” “올해 쉰이다, 쉰!” 물량 앞에 장사 없다, 게이머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진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체험되는 순간. 물론 가장 뼈가 저리는 건 탱커들이었다. “탱커들, 오늘 목숨 걸어!” “바리케이드 무너지면 전멸이야!” “이제부터 너희들은 마지노야, 마지노!” 탱커들이 무너지는 순간 전멸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탱커들은 이제 미친 듯이 몰려드는 자이언트 앤트를 상대로 4시간 내내 버텨야 했으니까. 그 사실 앞에서 탱커들이 저마다 방식으로 인내심을 발휘할 준비를 했다. “거대화!” 거대화 스킬을 가진 탱커들이 일찌감치 육체를 거대화시킨 후에 자리를 잡았다. “골렘들 곳곳에 배치시켜!” 쿵! 그 거대화한 탱커들 사이사이로 덩치 좋은 골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다. 이후 그 탱커 발치에는 해머나 도검, 창을 꼬나쥔 근접 딜러들이 자리를 잡았다. 구멍을 빠져나가는 놈들을 막기 위해서. “빠지는 건 우리가 최대한 잡을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큰 덩어리만 막아! 잔챙이들은 우리에게 맡기고!” 동시에 탱커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힐러들 자리 잘 잡고 있어!” “힐러 옆에 딜러 세 명 이상 붙이는 거 잊지 마!” 그런 배치 곳곳에는 힐러들이 붙어서 언제든 힐과 버프를 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되새김질했다. “마법사들은 절대 광역 마법 근처에서 쓰지 마!” “그냥 못 던질 것 같으면 취소해! 취소!” 광역 마법을 지척에서 쓰지 말 것. 왜 그래야 하는데? 라는 의문 따위는 달릴 이유가 없는 너무나도 타당한 사실. 그 때문이었다. “저기 누가 블리자드 썼다.” “와, 크기가 장난 아닌데? 설마?” “BJ대마도사다!” “어? 잠깐. 그런데 저기 뭔가가 달려가는데?” BJ대마도사가 블리자드 마법을 씀과 동시에 거대한 것이 그 마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는 순간. “실버?” “등에 골드랑 럭키도 있어!”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이 그대로 공황 상태가 되어버린 건. ‘뭐지? 새로운 자폭 스킬인가?’ ‘럭키하고 골드, 실버가 지금 BJ대마도사가 싫어서 파업행위라도 하는 건가?’ ‘이번에도 퍼포먼스인가?’ 블리자드 같은 광역 마법에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것도 평범한 자살행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BJ대마도사가 쓴 마법이잖아?’ 마법 시전자는 BJ대마도사! 어지간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을 예닐곱 명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데미지 딜링이 더 나오는 말도 안 되는 데미지 딜링의 소유자였다. 지금 쓰는 저 블리자드의 얼음 조각 하나하나가 다른 마법사들의 나름 강력한 한방 마법과 다를 바 없는 수준. 그런데 그런 곳에 덩치 좋은 실버가 간다? 그것도 등에 골드와 럭키를 업은 채로? ‘10초도 못 버틸 거야.’ 끔찍한 광경만 예상되는 순간. 그 순간 떨어지는 얼음덩어리가 그대로 실버의 그 거대 사자의 몸뚱이 위에 닿았고,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 광경 앞에서 두 눈을 질끔 감았다. 처참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이. “우와!” “저거 뭐야?” 그때 눈을 감은 이들은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뭔데?” 이윽고 눈을 뜬 후에야 비로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어?” “실버 몸에 닿은 얼음덩어리가 그냥 튕겨져 나가네?” 쉼 없이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이 실버의 몸에 닿는 순간 그대로 튕긴 채 옆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정말? 그러니까 저게 이지스의 방패라고?” “지금 BJ대마도사가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썼대!” 그게 바로 이지스의 방패 효과였다. 아군에게 어떤 공격 데미지도 주지 않는 것. 아니, 데미지만이 아니라 마법이 만들어내는 충격파와 같은 물리적인 여파로부터도 자유로웠다. 좀 더 응용하면 마법을 반사시킬 수도 있는 수준! 꿀꺽! 그 광경에 플레이어들은 감탄 대신 침을 삼켰다. ‘맙소사.’ ‘이러면…….' 저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바로 눈치 챘으니까. ‘뒤처리를 바로 할 수 있잖아?’ 광역 마법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한 번에 전부 끝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광역 마법은 소위 양념을 친다는 개념, 상대하는 몬스터 무리의 HP를 전체적으로 깎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렇게 깎은 상태에서 근접 딜러나 궁수 같은 원거리 딜러가 마무리를 짓는 식. 그러나 BJ대마도사의 방식은 그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떨어지는 마법 속에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가 간신히 살아남은 놈들을 처치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사냥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는 의미. 크-왕! “나쁜개, 이제부터 경쟁이다! 누가누가 더 많이 잡는지!”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눈앞에서 럭키와 골드, 실버는 쏟아지는 얼음 덩어리와 파편에 상처투성이가 된 자이언트 앤트들을 무참하게 잡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잡는 속도가 몰려드는 숫자보다 훨씬 빨랐다. “전진한다!” “미친, 나아가잖아!” 오는 것을 막기 급급했던 자이언트 앤트의 무리가 그 도리어 밀리기 시작했다. “허허.” 보는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나오는 광경. 물론 이 순간 진지하게 헛웃음조차 지을 수 없는 이가 있었다. “하하, 어때요? 끝내주죠?” ‘젠장.’ 미다스, 그는 이 광경 앞에서 헛웃음이 아니라 억지 웃음을 지어야 했다. ‘마력이 녹는다, 녹아.’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지스의 방패로 인한 마력 소모. 이지스의 방패는 소환하는 순간부터 유지하는 내내 엄청난 양의 마력이 소모됐다. ‘하나 추가될 때마다 소모량이 100퍼센트씩 증가라니.’ 심지어 그 마력 소모량은 이지스의 방패 효과를 받는 대상이 늘어날 때마다 배로 늘었다. 당장 럭키와 골드, 실버, 이렇게 셋만을 전장에 내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령 기사는 물론 블레이즈 골렘이나 프로스트 골렘은 엄두도 못 내.’ 다른 소환수를 소환하지 않았음에도 그 셋에게 이지스의 방패를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감수할 가치는 충분했다.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거듭 미다스의 귓속을 두드리는 알림이 증거였다. 이윽고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알림. ‘이제 막 시작했는데…….' 아직 디펜스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의 입가에 이제는 억지가 아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정신 차려, 지금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 돼.’ 본래대로라면 중원 길드가 먹었어야 하는 경험치를 그 중원 길드의 정말 따스한 배려 덕분에 자신이 먹는 상황 아닌가? 그런 자리에서 너무 기뻐한다면 중원 길드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아질 리 만무. ‘나는 오늘 울면서 경험치 먹는 거다.’ 때문에 미다스가 잽싸게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는 채팅창을 확인했다. - 게임 진짜 쉽게 하네. - 게임을 날로 먹는 솔로가 있다? 모두가 이지스의 방패 스킬 효과에 놀라는 것이 보였다. ‘진짜는 이제 시작이지.’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이 스킬의 장점은 잔챙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게 아닙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쳤다. “대폭발 애드원.” 그리고 바로 대폭발 캐스팅을 시작한 후에 미다스가 전방, 저 먼 곳에서 몰려오는 자이언트 앤트 무리를 상대하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댐이다!”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실버와 골드, 럭키가 서로 달라붙은 채로 그대로 멈췄다. 샤아! 캬아! 그러자 몰려오든 개미들이 그 셋 가로막힌 채 쌓이기 시작했다. 마치 댐처럼. 그제야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 오 마이 갓. 이지스의 방패 스킬이 왜 진짜 말도 안 되는 스킬인지.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렇게 놀라는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손에 잡힌 대폭발의 구슬을 던졌다. 329화. < 103화. 울며 경험치 먹기 (2). > 3. 콰광! 쿠궁! 마법이 하늘을 수놓고, 거대해진 플레이어들과 거대한 골렘들이 두 다리로 땅을 두드리는 광경. 쿠쿠쿠! 그 광경을 향해 끊임없이 몰려오는 개미 군단, 그 치열한 전투에 변화가 생긴 건 이벤트가 시작되고 정확하게 1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전투 개미가 등장합니다.] 여섯 개의 다리로 땅을 기어다니는 자이언트 앤트 무리 사이로 두 다리로 선 채 남은 네 개의 손에는 창칼 같은 무기를 쥐고, 갑옷 같은 외골격을 가진 전투 개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투 개미 등장이다!” 일반 일개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진 전투 개미의 등장에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왔다. “진짜 개쓰레기 게임이네!” “럭키님 말이 맞았어! 이 겜, 쓰레기 게임이야!” “플레이어도 사람이야, 사람!” “진짜 이 게임 대체 왜 이딴 식으로 만든 거지?” 1시간 내내 그 개고생을 하면서 간신히 전투에 익숙해질 무렵, 그 무렵에 휴식 시간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더 지랄 맞은 과제가 왔으니 나올 만한 소리였다. 물론 메리트도 있었다. [습득하는 경험치가 45퍼센트 증가합니다.] “어? 경험치 더 준다!” “여기서 45퍼센트? 장난 아니네!” 경험치 상승량 증가! “지금도 벌써 렙업했는데, 이 기세면 오늘 최소 3렙 이상 올리겠는데?” “그래, 까짓것 일주일 동안 올릴 레벨 1시간 만에 올리고 일주일 쉬어보자고.” 그 달콤한 메리트에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품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했다. 강가 주변에 자리 잡은 천 단위의 팀들이 포메이션을 바꾸기 시작했다. “근접 딜러들, 이제부터 좀 더 빠르게, 적극적으로 움직여!” “힐러들은 탱커들 HP관리 타이트하게 해!” “무너지면 거기서 끝이야!” 이제까지 전투가 몰려오는 물줄기를 막아내는 것이었다면, 전투 개미의 참전은 그 물줄기에 거대한 돌덩이나 나무기둥 따위들이 뒤섞인 것과 같았으니까. 막아내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 “온다!” 캬아! 이윽고 전투 개미 무리가 플레이어들과 부딪쳤다. 카앙! 그러자 이제까지와는 들을 수 없던 소리, 무기와 무기가, 방어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전장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잡아!" 캬아아! “머리를 부숴! 머리! 뚝배기!” 쿄오오! 플레이어와 비슷한 덩치의 전투 개미가 서로 병장기를 부딪치는 소리들, 지금부터 시작될 전투가 앞선 전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는 증거였다. “젠장, 당했다!” “팔! 팔 떨어졌어!” “힐! 힐 좀 줘!” 그리고 앞선 전투 때보다 피해자 숫자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늘어났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아, 쿨 찼다.” 미다스, 그에게는 전투 개미의 등장은 영향은커녕 이렇다 할 감흥조차 주지 않았다. “그럼 블리자드 쓰겠습니다. 블리자드.” 그저 평소대로 마법을 쓰면 될 뿐. “그럼 포션 마시겠습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포션을 먹으면 될 뿐이었다. 그 외에 다른 건 할 게 없었다. 크-왕! “주인님의 위대한 전설을 위하여!” “위하여!” 미다스의 화력 지원 속에서 미쳐 날뛰는 럭키와 골드, 실버에게는 전투 개미들 역시 일개미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사냥 속도는 달라지는 게 없었다. “주인!” 여기에 미다스를 대신해 이지스의 오브를 쥔 잭팟이 언제든 위험에 빠진 동료들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빨리 마시고 일해라, 다들 힘들게 싸우는 게 안 보이나?” “어, 미안…… 빨리 마실게.” “빨리 마셔라.” "응......." 오히려 처음 전투를 할 때보다 여유가 넘칠 정도. 중원 길드 덕분이었다. “다들 막아!” “바리케이드 확실하게 지켜라!” “단 한 마리도 BJ대마도사의 지척에 가지 못하도록 막아!" 전투 개미의 등장에 다른 팀들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중원 길드는 그 어느 무리보다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으니까. 미다스 입장에서 딱히 뭔가를 더 할 필요가 없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시간이 될 때마다 광역 마법을 전장에 던지면 될 뿐.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수확물을 독식하면 될 뿐이었다. - 분명 내가 듣기로는 중원 길드한테 BJ대마도사가 백기투항하고 노예가 됐다고 했는데? - 이거 노예가 아니라 상전 아님? - 우리집 고양이도 이것보단 더 열심히 활동하는 듯. - 일해라, BJ대마도사! 그 광경에 시청자들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모두가 앞다투어 혀를 내둘렀다. [라포 님이 10,22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나름 갓워즈 플레이어들 중에 꿀 좀 빨아봤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빤 꿀은 BJ대마도사가 빠는 꿀에 비하면 꿀이 아니라 설탕물이었네.] [구스타프 님이 10,22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갓워즈가 이렇게 레벨 올리기 쉬운 게임이었을 줄이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2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나도 새로 키우면 대마도사 키운다.] 심지어 이 바닥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가장 달콤한 것들만 챙겨 먹은 랭커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미치겠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속앓이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거 진짜 너무 과할 정도로 꿀을 빨았어.’ 미다스가 정말 제대로 꿀을 빠는 작금의 상황을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중원 길드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258레벨.’ 이 1시간 동안 미다스는 이제 260레벨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 더 놀라운 건 아직도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 BJ대마도사가 양심이 있으면 경험치 좀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 진짜 너무 해먹는데? - 막상 중원 길드는 경험치도 좀 못 먹은 듯? ㄴ 좀 못 먹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못 먹었지. 비단 미다스만이 아니라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조차 BJ대마도사가 너무 혼자 해먹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적할 정도였다. ‘이제 그만 먹어야지.’ 솔직히 이쯤 되면 한 번 꿀단지를 넘길 때였고, 실제로 미다스는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었다. ‘내가 한 번 넌지시 계기를 만들어드려야 중원 길드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중원 길드는 체면 때문에 나서기 힘든 상황. 미다스는 그런 중원 길드에 계기를 주고자 했다. 그렇게 채팅창과 전방을 번갈아 바라보며 포션을 마시던 미다스가 이내 포션병을 내던진 후에 말했다. “앗, 포션이 떨어졌네요!” 그 후에 이내 골렘 위에서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아무래도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포션도 채울 겸, 슬슬 자리 바꿔야겠습니다.” 포션을 다 써먹었으니 이제 좀 쉬겠다. - 그래, 이제 그만 빨아야지. - 이제 나가서 탱킹 좀 하자. - 형, 물리 마법은 마력 소모량 없어요! 그 사실에 시청자들도 이제 휴식이 왔음을 인지했다. 그때였다. “……오세요!” 골렘 아래에서 예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려오세요!” 그녀의 말에 미다스가 반색하면서 그대로 골렘의 머리 위에서 크게 점프를 했다. 그리고는 바로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며 바닥에 착지했다. 히어로 랜딩! 그 멋진 랜딩을 마친 미다스가 눈앞에 대기 중인 예화를 향해 말했다. “이제 자리를 바꿔……." “받으세요.”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화가 무언가로 가득 찬 보따리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예?” 놀라는 미다스를 향해 예화가 말했다. "포션이 떨어지셨다면서요? 쓰세요." 그 사실에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아니, 이건 좀…….' 반면 예화는 미다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이대로 계속 유지해주세요, BJ대마도사님의 활약 덕분에 현재 전력이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어디서 감히 물러나려고?’ 절대 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 그 의지를.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가 울상을 지었다. 물론 연기였다. ‘미다스, 참아. 절대 티끌이라도 좋아하는 티 내면 안 돼. 슬픈 생각하자, 슬픈 생각. 2군에서 홈런 맞고 강판됐을 때, 구단에서 계약해지 당했을 때, 소개팅에서 사진만 보여줬는데 바로 까였던 때를 떠올리자. 슬픈 날을 떠올리자고.’ 터져 나오려는 기쁨을 참기 위한 연기. "후우, 어쩔 수 없죠.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는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예화가 건네주는 보따리를 받았다. 그 순간이었다. [50분 후 날개미가 등장합니다.] 이미 힘들어 죽어가는 와중에 더 힘든 일이 오리란 예고 알림이 모두의 고막을 세게, 아주 세게 두드렸다. “미친, 게임 왜 이래!” “이런 건 차라리 나중에 알려달라고!” “이 빌어먹을 게임! 게임을 마음 편히 하게 놔두질 않는다니까!” 50분 후부터는 원거리 딜러들의 막강한 화력을 날개미를 떨어뜨리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소식. ‘여기서 정해두자.’ 그 소식에 골렘 위를 올라가려던 미다스가 잽싸게 말했다. “예화님, 날개미가 등장할……." 날개미가 등장하면 자신이 격추를 할 테니, 그때는 이제 예화님도 경험치 좀 드십시오. 물론 예화는 미다스가 그 말을 내뱉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날개미가 등장하면 중원 길드가 격추할 테니, BJ대마도사님은 흔들림없이 메인 부대를 처리하는데 집중해주세요.” ‘네놈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예화의 그 말에 미다스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저 압도적으로 중원 길드에 대한 감사함을 품은 채 보따리를 쥐고 골렘 위로 올라설 뿐이었다. “후우, 힘드네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표정을 지은 채. 4. 위잉! 위잉! 소름 끼치는 날갯소리와 함께 등장한 날개미들의 입안에서 투명한 액체들이 흩뿌려졌다. 취이익! 그렇게 뿌려진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하얀 연기를 내며 땅을 부식했다. 강력한 산성 공격! “젠장!” 대지를 녹이는 그 강력한 산성 공격 앞에서 플레이어들의 방어구와 HP라고 해서 무사할 리 없었다. “저거 좀 잡아!” “떨어뜨려 봐!” 더 골치 아픈 건 그런 날개미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실상 날아다니는 놈을 맞추기란 보통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 산 공격을 할 때 허공에서 정지하는 순간을 노리는 수밖에 없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빗나갔다!” “야, 잘 좀 맞춰!” “쉬워 보이면 네가 해보든가!” 마법이 빗나가는 경우가 거듭됐고, 그렇게 딜러들이 화력을 낭비하는 사이 개미 군단들은 더 거센 무리가 되어 탱커 라인을 압박했다. 그렇게 날개미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한계에 이르렀던 플레이어들의 전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젠장, 탱커 무너졌다!” “막아! 저쪽으로 막아!” “병력이 없어!” 날개미의 등장으로 인해 몇 개 무리가 탱커 라인이 무너지며 전멸을 당했다. - 맙소사, 무너지네. - 난이도 진짜 말이 안 되네. 그리고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개미 군단에 수천 명이 되는 플레이어가 삽시간에 게임 오버 당하는 광경을 직접 봤을 때의 충격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렬했고 동시에 강력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플레이어들 이렇게 죽어 나가는 건 처음 보는 거 같네. - 어지간한 300레벨대 플레이어들 보스 레이드보다 더 처절하다. - 그게 아니라 어비스 길드 레이드 때보다 더 처절한 거 같은데? - 솔직히 이게 더 끝내주는 듯.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전멸을 당한다, 라는 개념은 대개 수백 명 단위로 이루어진 파티들의 경우뿐 이렇게 수천 단위가 한 번에 갈려나가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 이게 진짜 갓워즈였구나. - 갓워즈가 이런 게임이었구나. 갓워즈의 진면목을 처음 목격하는 셈. - BJ대마도사 대단하다. 자연스레 그 진면목을 보게 해준 BJ대마도사를 향해 모든 이들의 관심이 몰렸다. -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는 어때? - 뭔가 엄청난 걸 보여주는 중이겠지? - 아무렴! 이런 이벤트인데 멋진 모습 보여주겠지! 과연 이 진면목 앞에서 BJ대마도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에 대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이들은 답했다. - 꿀 빨아. ㄴ 뭐라고? ㄴ 개꿀빠는 중이라고! BJ대마도사는 그 어느 때보다 배부른 사냥 중이라고. 말 그대로였다. 곳곳의 탱커 라인이 무너지며 딜러들과 힐러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소란 속에서 미다스의 주변은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막아!” 킬러독을 앞세운 근접 딜러들이 완벽하게 전투 개미와 일개미의 접근을 막아낸다는 것. “쏴!" 그리고 이나즈마와 예화, 그 두 뛰어난 딜러들이 날개미들을 완벽하게 격추한다는 것.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혼란을 누릴 이유는 없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없었다. ‘266레벨 달성.’ 이 말도 안 되는 레벨업 페이스는 그저 단순히 배려나 선물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쿠쿠쿠! 그 순간 대지가 찢어질 듯한 지진과 함께 땅 아래에서 시커먼 것이 솟구쳤다. 캬아아아! 그리고 그 찢어진 대지 사이로 몸길이 100미터, 그 거대하기 그지없는 개미가 등장했다. [여황개미가 등장했습니다.] 여황 개미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자이언트 앤트의 능력치가 33퍼센트 상승합니다.] 그 등장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의 정신을 일시 정지시키는 단체 알림이 전장을 휩쓸었다. - 뭐지? - 다 왜 굳었어? 그 알림을 듣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그 광경에 의문을 표할 지경. 그 뒤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습득하는 경험치가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그것을 듣는 순간 예화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BJ대마도사님, 우리가 여황 개미 사냥을 준비하는 동안 전방에 있는 개미들 처치에 집중해주세요!” ‘BJ대마도사, 오늘 절망을 보게 해주마.’ 그 외침에 미다스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예......." ‘아, 이제 좀 그만 먹고 싶다.’ 미다스가 진심으로 울며 경험치를 먹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330화. < 103화. 울며 경험치 먹기 (3). > 5.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여황 개미, 그 여황 개미가 대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들은 폭발했다. - 미친, 저걸 잡으라고? - 크기 실화임? - 속보! 여황 개미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개미들 능력치 30퍼센트 이상 올랐다! - 저거 봐! 저거! 꺼믄거, 꺼믄거! 꺼믄거 몰려온다! 이어서 들려오는 속보들은 이 하얀숲에 올 일 없는 제삼자가 보고 듣기에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충격적이었으니까. - 이야, 이거 끝났네. - 삼가 플레이어들의 명복을 빕니다. - 답이 없죠. 캐리어가 와도 안 돼요. - 갑자기 BJ대마도사가 강화된 선더스톰으로 싹 다 전멸시키지 않는 이상 답이 없을 듯. ㄴ 심각한 상황인데 개소리는 자중하자? 응? 때문에 게임 밖에 있는 시청자들은 게임 속 플레이어들을 동정했다. 그러나 막상 게임 속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분명 넘어서기에는 아득한 상황. “몇 배라고 했지?” “2배." “맞지? 2배인 거지?” 하지만 반대로 이 순간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 건 100퍼센트의 추가 경험치를 주겠다는 알림 그리고 기억이었다. ‘오늘 3레벨을 올렸어.’ ‘보름 동안 사냥해도 올리기 힘든 레벨을 고작 3시간 남짓한 사이 찍었다.’ ‘앞으로 경험치 2배 받은 상태에서 1시간 싸우면…… 1렙 정도는 그냥 찍겠지.’ 오늘 정말 욕이 벅차 오를 만큼 힘들었지만, 그 대가는 어느 때보다 달콤했던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린 플레이어들 중에서 지금 이 순간 도망친다, 라는 선택지를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끝까지 싸우다 죽는다.” “야, 끝까지 경험치 먹고 죽자!” “이제 1시간만 미치면 돼!” 오히려 반대, 이 완벽했던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찰 뿐. 그뿐만이 아니었다. - 어? 뭐지? 왜 플레이어들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 ㄴ 보이는 게 아니라 늘어난 거야. ㄴ 늘어났다고? ㄴ 초반에 로그아웃했거나, 접속 안 하고 대기탔던 플레이어들이 지금 막 접속하기 시작함. 앞선 전투로 인해 줄어들었던 플레이어의 숫자가 여황 개미의 등장을 기점으로 도리어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 왜? ㄴ 꿀 빨러 온 거지. ㄴ 꿀? ㄴ 경험치 2배에 이제부터는 1시간만 버티면 되는데, 이런 꿀이 어디 있어? 이 하이라이트만을 즐기겠다는 것. 사실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굳이 4시간 내내 힘들게 싸우면서 게임 오버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보단, 마지막 1시간 빡세게 싸우는 게 나은 일. BJ대마도사처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는 게 아닌 이상 4시간 내내 접속할 이유도 없었다. “접속 완료!” “경험치 100퍼센트 증가 진짜 맞지?” “1시간 동안 1렙 올려본다!” 더욱이 경험치 2배라는 이벤트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접속을 하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야! 내가 탱킹 할게! 좀 쉬어!” “광역 들어간다, 다들 막기만 해!” 그렇게 앞다투어 접속한 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개미 군단에 밀리던 전선이 버티는 수준을 넘어 도리어 개미 군단을 조금이나마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됐다. - 어? 개미가 밀리네? - 와, 이게 이렇게 되네? - 나 지금 소름 돋았어. - 무슨 영화 같다. 1시간 남기고 여황 개미 등장해서 끝났다, 했는데 플레이어들 접속해서 다들 싸우는 게. - 크으, 이게 온라인 게임 로망이지! 형세 역전, 그 광경 앞에서 플레이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당사자들인 플레이어들도 불타올랐다.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 그중 일부는 생각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여황 개미 잡는 게 어때?” 이쯤 됐으면 그냥 여황 개미를 잡아보자고. 나름 타당한 생각이었다. “야, 여황 개미 크기 봐봐! 그냥 눈감고 마법 던져도 무조건 맞겠구먼!” “그렇지. 거기다가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이 전부 딜링하면 어떻게 버티겠어?” 기세는 부풀어 오른 상태이며, 무엇보다 거대하면서도 둔해 보이는 여황 개미의 모습은 이제까지 치열한 전투를 거듭해온 플레이어들에게 너무나도 쉬워 보였다. ‘미친, 저걸 어떻게 잡아?’ 단 한 명, 미다스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 여황 개미(Lv409)] 일단 레벨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이곳 하얀숲은 280레벨에서 299레벨의 사냥터, 그런데 그런 곳에서 409레벨짜리가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붙은 스탯 역시 3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가진 능력이었다. !10분마다 어스 퀘이크 마법 발동. 어스 퀘이크. 문자 그대로 지진, 재해를 일으키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위력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딱히 그러지 않아도 소름이 돋을 만한 마법이었다. ‘전열이 무너진다.’ 더욱이 지진 마법은 개미 군단을 상대로 갖춘 플레이어들의 바리케이드를 단숨에,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탱커도 땅이 흔들리는데 두 다리로 굳건하게 설 수는 없는 법이니까. 반면 개미들은 달랐다. 육족보행, 여섯 개의 다리로 땅을 기어 다니는 일개미들이나 날개미들은 데미지가 훨씬 적을 수밖에. ‘10분에 한 번이면…….' 더욱이 그 지진을 10분마다 쓴다? 사실상 제대로 싸우지 말라는 의미. 그리고 그게 갓워즈란 게임이었다. 이 게임을 조금이라도 쉽게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때문에 미다스는 직감했다. ‘지금 당장 올 수도 있다.’ 그런 갓워즈라면 여황 개미가 등장하고 10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지진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음을. 그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콰앙! 몇몇 원거리 딜러들이 이제는 개미 군단이 아니라 여황 개미를 향해 원거리 공격을 하는 순간. 끼이이이! 마법과 화살 공격을 당하던 여황 개미가 칠판을 철사로 긁는 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끄으!” “씨발!” 그 소리에 플레이어들이 눈을 찡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이 조짐이 나왔다. 두둥! 마치 북을 치듯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전장을 한 번 두드린 듯한 느낌이 플레이어들의 감각을 간질였다. ‘어?’ ‘뭐지?’ 그 간질거림이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그 순간 몰려왔다. 두두두두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스 퀘이크가 발동했습니다.] 이어서 들린 알림이 확인사살을 했으나, 그 알림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쩌적! 땅이 갈라지고, 갈라진 땅이 솟구치는 상황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제대로 보이고 들릴 리 만무. - 맙소사. - 지진이다! 지진! - 지진 왔다!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경악했다 그렇게 갑자기 등장한 지진이 단 한 번도 조용한 적 없었던 전장에 처음으로 조용함을 불러왔다. 물론 그 적막감은 길지 않았다. 샤아! 캬아! 지진으로 무너진 탱커 라인을 강화된 개미 군단이 뚫고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전장은 더 지독한 아수라장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는 중원 길드도 마냥 안전할 순 없었다. “젠장! 전열 무너뜨리지 마! 개미 군단 잡아!” 그럼에도 그 갑작스러운 혼란 속에서 킬러독은 동료들을 향해 정신을 차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나즈마도 마찬가지였다. 그 흔들림 속에서 그녀는 도리어 침착하게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오는 개미 군단을 말없이 처치했다. 지진의 나라 출신다운 나름의 침착함. 물론 그 두어 명이 침착하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전열이 무너졌어.’ 어쨌거나 굳건하게 개미 군단을 막아내던 중원 길드의 탱커 라인에는 구멍이 생긴 상황. ‘시간이 필요해.’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 그 순간 무너진 중원 길드의 탱커 라인 사이로 일개미 한 마리가 등장했다. "아!" 그 개미의 표적이 된 힐러가 기겁한 듯 도움 요청도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는 사이. 퍼엉! 날아온 파이어볼 하나가 그 개미를 한 방에 해치웠다. 자이언트 앤트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놀라운 데미지 딜링. 쉬익! 동시에 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개틀링건처럼 다가오는 일개미들을 빠르게 제거했다. “아이스월!” 그리고 이내 얼음벽 하나가 무너진 탱커 라인을 대신하며 몰려오는 개미들의 앞을 조금이나마 가렸다. 쿵! 그 뒤로 흙골렘 한 마리와 새로이 등장한 블레이즈 골렘 한 마리가 마저 벽을 자처했다. 왕! “주인님! 제가 왔습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럭키와 골드, 실버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더 이상 누가 중원 길드를 도왔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제가 시간을 버는 사이 전열을 가다듬으십시오!” BJ대마도사, 그의 지원에 중원 길드원들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 중원 길드와 BJ대마도사는 사이가 좋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관계, 좋기는커녕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중원 길드가 여기서 전멸당하는 게 이득인 관계였다. 그런데 왜 도와줄까?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도와줄 이유가 있었다. ‘이제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은혜를 갚아줄 기회가 왔다는 것. 그런 미다스의 모습에 곧바로 예화가 대답했다. “다들 정신 차려요!” 말과 함께 그녀가 손에 든 파이어볼 하나를 자이언트 앤트를 향해 던졌다. “지척에서 광역 마법을 써도 좋으니, 주변부터 정리해요! 그 후에 바리케이드부터를 다시 세워요!” 벽을 다시 갖춰라! 마스터의 명령에 길드원들은 더 이상 머릿속으로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명령에는 복종한다! 그 훈련을 통해 습득한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 그사이 예화는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 우리가 지킬 테니 당신은 하던 걸 계속 하세요.” 계속 경험치를 먹어라! ‘끝까지 발목을 잡겠어.’ 그건 솔직히 예의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금 BJ대마도사는 중원 길드를 도와준 상황, 그런데 그런 그에게 일부러 곤욕을 먹게 한다? 예화, 그녀가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잡기 위해 모든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는 순간. 그러한 예화의 모습에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딱딱하게. “이렇게까지……." 그 표정 속에서 미다스가 내뱉던 말을 마저 뱉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삼켰다. 그러나 예화 입장에서는 굳이 뒷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비참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미다스가 표정이 굳은 이유는 하나였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다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도와주려는 중원 길드의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것. ‘그래, 오늘 중원 길드는 날 위해서 이 무대를 만들어주신 거구나. 나랑 마지막 이벤트를 화려하게 장식해주려고, 선물을 주려고.’ 그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말을 뱉지 않았다. “얘들아!” 왕! “예, 주인님! 명만 내리십시오!” “이제부터 1시간 동안 끝까지 간다.” 바라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경험치를 먹어줄 뿐. “럭키! 인랑 모드다!” 아우우우! 미다스, 그가 마지막을 불태울 준비를 했다. 6. “젠장!” “그냥은 못 간다!” “한 마리라도 더 잡고 죽자!”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이제는 플레이어들의 입에서 곡소리와 악에 받친 소리만이 나올 정도, 그 정도로 하얀숲 강변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당장 대부분의 숲이 자이언트 앤트의 존재로 검게 물든 상태. 그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 달리 말하면 수만 명의 플레이어들이 오늘 이곳에서 게임 오버를 맞이한 셈이었다. - 오늘 전투는 역사에 길이 남겠네. 갓워즈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처절한 전투인 셈. 더욱이 지금 이 순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는 승리라는 단어는 없었다. ‘언제 끝나지?’ ‘거의 다 끝나지 않았나?’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패잔병일 따름. 오직 한 명. “사안!" 미다스만이 유일하게 자이언트 앤트를 상대로 여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중원 길드 역시 이제는 더 이상 앞서 보여줬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중원 길드원분들도 벌써 백 넘게 게임 오버됐어.’ 그 증거로 중원 길드원의 숫자는 3백에서 2백, 그 이하로 줄어든 상태. 남아있는 자들의 상태 역시 좋지 못했다. HP나 MP가 50퍼센트 이상인 이를 찾기가 힘들었으며, 이제 포션도 거의 다 떨어진 상황. 그 상황에 적잖은 기여를 한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최대한 지킨다.’ 그 책임감으로 굳어진 얼굴을 한 미다스가 지척에 있는 예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봅시다.” 그 각오 어린 한 마디가 예화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나 BJ대마도사! 오늘 이곳에서 내 발목을 잡은 대가는 어떻게든 치르게 해주겠다! 서슬 퍼런 경고에 예화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그 대답 없는 예화의 모습에 미다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예화님도 지쳤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손에든 대폭발의 구슬을 멀리, 전방 너머를 향해 내던졌다. 명중 따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몰이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어디를 던지든 개미들은 많아 못해 넘칠 지경이었으니까. [자이언트 앤트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들리는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하늘을 바라봤다. ‘응?’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날개미들로 가득한 하늘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 명이 허공에서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주문을 외우는 것이. ‘NPC 인가?’ 분명한 건 갓워즈에 플라이 마법을 쓰는 플레이어는 없다는 것, 미다스의 생각이 그 대목에 이르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파직!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더니 이내 뇌전으로 만들어진 거인의 주먹이 그대로 대지를 두드렸다. 그리고 떨어진 주먹이 단숨에 자이언트 앤트 무리를 새카만 재로 만들었다. 꽈꽝! 소리가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어!” “뭐야?” “또 지진이야?” “게임 조까치 만드네!” 그제야 반응하는 플레이어들, 그때부터 시작됐다. 꽈릉! 이제는 하늘 위에 시커먼 구름이 등장하더니, 그 구름 속에서 그 거대한 번개 주먹들이 새카맣게 물든 땅을 쉴 새 없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아득했던 개미 군단을 허무할 정도로 쉽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헉." 그 광경 앞에서 처절하게 싸우던 플레이어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저거 뭐야? 무슨 마법이야? - 갑자기 엄청난 마법이 등장했다! 이토록 강력한 마법은 이제껏 본 적 없었으니까. 그 순간 몇몇은 생각했다. ‘설마?’ - 이거 BJ대마도사인가? 이 마법의 사용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상식적으로 보면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차원이 다른 수준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모든 시선이 미다스를 향했고, 미다스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단숨에 1억 명을 넘어 1억 3천만 명을 훌쩍 넘겼다. - BJ대마도사님, 지금 이 마법 BJ대마도사님이 쓰신 건가요? - 무슨 마법이죠? - 선더스톰 레전더리 에픽 등급인 거죠? 그런 거죠? 그리고는 이내 쏟아지는 질문, 그 질문 속에서 미다스가 두 눈을 좌우로 굴렸다. ‘오케이, 상황은 끝.’ 일단 분명한 건 디펜스는 끝났다. 이제 저 영문 모를 NPC에게 플레이어들은 구원받을 것이다.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어진 셈. ‘그럼 이제 마무리인데…….' 그렇다면 미다스는 커튼콜을 준비하면 되는 셈이었다. 이윽고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떠올린 미다스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천둥군주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콰광! 그의 말에 맞추어 곧바로 번개 주먹 하나가 미다스의 시선, 그 근처에 있는 개미 군단의 머리 위로 꽂혔다. 그 순간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맙소사! - BJ대마도사가 말도 안 되는 마법을 꺼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이 마법을 쓰는 것 같다고. ‘크으, 마무리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이거면 끝나겠어!’ 그 사실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짓는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여황 개미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여황 개미 앞에서 살아남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7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길었던 전투의 끝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331화. < 104화. 왕의 치하 (1). > 1. 이제는 하늘 전체를 뒤덮을 만큼 자욱해진 먹구름. 꽈광! 그 먹구름 사이로 등장한 벼락으로 만들어진 주먹이 대지 위로 자비 없이 내리꽂혔다. 파바밧! 그렇게 내리꽂은 벼락에 근처에 있던 날개미들은 그대로 타버리고, 땅을 기던 일개미와 전투 개미들 역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 정도로 타버리며 재가 되었다. 파지직! 벼락으로 만들어진 주먹은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바닥에 내려앉는 순간 사슬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며 벼락에 닿지 않은 개미들마저 부들부들, 시체나 다름없는 꼴을 만들었다. 꽈광! 그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강렬한 번개비 앞에서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 사이로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어후.” “아…… 이제 끝난 건가?” 안도의 한숨 소리들이. 이제야 비로소 모두가 이 기나긴 하루의 끝이 왔음을 느끼고, 인정하고 있는 증거들이었다. 동시에 더 이상 사냥을 위해 열심히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으랴차차!”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모두가 점차 여유를 되찾아가는 상황 속에서 여전히 전력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받아라, 천둥 주먹!” 그가 전력을 다해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꽈광! 그런 BJ대마도사의 행동에 맞추어 곧바로 벼락 하나가 대지 위를 내리쳤다. 그 모습을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중원 길드원들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쓰다니?’ ‘BJ대마도사 당신은 도대체…….' 누가 보더라도 전장을 헤집는 마법의 시전자는 BJ대마도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꾸르르르르!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천둥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반으로 갈라졌고, 그 갈라짐 틈 사이로 벼락으로 만들어진 거인 전사 하나가 망치 하나를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키이! 그리고는 이내 손에 든 번개 망치로 여황 개미의 머리를 단숨에 그대로 내리쳤다. 꽈광! 단 한 번. [여황 개미를 처치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여황 개미를 단 일격으로 끝장을 내는 순간, 그 순간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만큼 지금 그들이 바라본 광경의 위력은 가공한 수준이었다.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등장한 그 어떤 마법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공한 수준! ‘헉!’ 그중에는 미다스도 있었다. ‘저걸 한 방에?’ 다른 누구보다 여황 개미의 강력함을 아는 그이기에 놀라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크흠." 그 순간 남들보다 일찍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이내 놀란 표정을 감추고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긴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것으로 뇌신의 심판이 끝났도다.” 근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로 마치 이 심판을 자신이 주도한 것마냥. 그 모습에 채팅창이 이내 폭발했다. - 와, 미친! 이게 말이 돼? - BJ대마도사님, 언제 뇌신으로 전직하셨나요? - 설마 아직도 BJ대마도사 팬가입 안 한 바보 없제? - BJ대마도사보고 삼류 엑스트라에 평생 여자 손 제대로 잡아본 적 없다고 솔로라고 한 애들은 전부 대가리 박고 반성문 쓰셈. 이 순간 모든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가 저 광경을 연출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런 마법을 쓴다고?’ ‘분명 이번에만 한정된 마법이겠지만…… 끔찍하군.’ 심지어 중원 길드 역시 이제는 BJ대마도사가 저 마법을 썼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스르르! 미다스의 머리 위로 바람 소리와 함께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곤이 말한 자가 자네로군.” 그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미다스는 오히려 그의 등장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용케 버텼군.” “아닙니다,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 이렇게 서있지 못했을 겁니다.” 이어진 그 둘의 대화에 시청자들과 중원 길드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움?’ -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구라였어?” - 구라였네? 미다스가 앞서 보여준 건 그저 연기일 따름이며, 그들을 구원한 건 지금 등장한 NPC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은 채팅창이 조금 전보다 더 폭발했다. - 날 속였어! - BJ대마도사 그렇게 보긴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할 줄 몰랐다. - 자, 이제 왜 BJ대마도사가 솔로인지 아시겠죠? - BJ대마도사 팬분들 대가리 박으시고, 반성문 쓰십시오. 세 장 쓰십시오. 그 격한 반응에 미다스가 말했다. “전 여러분들을 속인 적이 없습니다. 안 그래요? 제가 직접 마법 쓴다고 말한 적 없잖아요? 전 그냥 보이는 마법이 너무 강력해서 그에 맞춰서 환호성을 내지른 것뿐입니다.” 그 말에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사이, 미다스의 앞에 착지한 마법사가 이내 뒤집어쓴 로브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드러난 건 다름 아니라 엘프였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외모를 가진 남자 엘프. - 와, 엘프다! - 외모 좀 봐. - BJ대마도사보다 3천 배만큼 잘생긴 듯? 그 놀라운 외모에 시청자들 중 일부가 화내던 것도 잊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툰가 왕국의 왕궁법사 바하르라고 하네. 상황을 듣고 자네를 돕기 위해 급하게 왔네.” 그리고 이어진 NPC바하르의 소개에는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들은 모두가 놀랐다. - 왕궁법사라고? - 이 게임에 그런 게 있었어? 난생 처음 보는 NPC의 등장. - 아니, 그보다 툰가 왕국 왕궁법사면 엄청난 거 아니야? ㄴ 일단 쓴 마법 클래스만 보더라도 엄청난 정도가 아니라 킹갓제너럴엠페러 정도는 되지. 심지어 평범한 NPC가 아니라 그냥 듣기만 해도 갓워즈에서 매우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분명한 NPC였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 실제로 그 등장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큰손들이 움직였다. [라포 님이 10,22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왕궁법사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퀘스트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 [구스타프 님이 10,22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왕궁법사가 나오는 수준까지 온 모양이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3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왕궁검사나 기사는 없나? 너무 마법사만 편애하는 거 같은데?] 이번 NPC바하르의 등장이 필시 앞으로 갓워즈의 정세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으니까. “일단 대충 상황은 정리된 것 같으니 따라오게. 왕께서 배를 보내셨네.” “배다!" 여러모로 NPC바하르의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순간, 그들이 위치한 강 위로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배는 강물 위에 떠 있는 게 아니었다. - 와! 미친! 호화 유람선이잖아! - 잠깐, 저거 강에 떠있는 게 아닌데? - 난다! 날고 있어! 말 그대로 강 위, 하늘에 떠서 움직이는 배였다. 누가 보더라도 위용이 넘치는 거대한 배의 상식을 무시하는 등장에 모두가 감탄을 토해냈다. [아즈모 님이 10,23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왜들 놀래? 다들 저 정도 배는 집에 한 척씩 있잖아?]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만 그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일 뿐. “일단 저 배에서 왕, 그분을 대신해 자네를 치하하겠네.” [아즈모 님이 10,23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뭐? 왕이 치하? 잠깐만.] [아즈모 님이 10,23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저기 이번 건 진짜 보고 싶은데 보여주면 안 될까?] 그런 아즈모마저도 왕 그리고 치하라는 두 단어의 등장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여러모로 놀라운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왕께서 부르시는데 안 갈 수가 없군요, 그럼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왕의 치하를 받는 자리인데 카메라 들고 들어가면 그건 큰 실례잖아요?” 4시간짜리, 길디길었던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아! 그렇지!’ 그 순간 미다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오늘 절 도와주신 중원 길드 여러분께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이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2. - 오늘 이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그 멘트가 끝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엠마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가 무척 화난 모양이군요.” 그건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에 보여줬던 엠마의 평소 모습은 대개 침묵을 하거나, 표정이 가라앉거나 했었으니까. 평소 때와 달리 기분이 좋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좋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당연히 화가 나겠지. 오늘 이 이벤트로 말도 안 되는 레벨업을 하게 됐을 테니까 말이야. 이야기 들어보니 대부분 3레벨 정도는 그냥 찍었다고 했으니, BJ대마도사 같은 경우는 최소 12레벨 이상 올랐다고 봐야지.” 멀린의 말처럼 오늘 이 4시간 동안 BJ대마도사는 강제로 10레벨이 넘는 레벨업을 한 상황. "물론 그래도 여전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는데 여유는 있겠지만......." 물론 그로 인해 BJ대마도사가 당장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무의미하게 기름을 낭비하는 걸 좋아하는 이는 세상에 그 누구도 없지.” 그러나 그건 분명한 타격이었다. 벼랑 끝에서 열 발자국 떨어진 것과 다섯 발자국 떨어진 건 분명 전혀 다른 일인 것처럼. BJ대마도사가 꼭 기억하겠다는 멘트를 가장 중요한 마지막에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늘 얻은 이 상처에 대한 대가는 확실하게 치르도록 하겠다, 그 의지의 표현이었으니까. “다음 사냥터부터는 전쟁이겠군.” 당연히 BJ대마도사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과격하게 나올 터. “바라던 바죠.” 물론 어비스 길드는 그에 대한 대비책을 이미 그가 닿을 새로운 사냥터에 준비한 상태였다. “하긴, 다음 사냥터에서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들, 그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못할 테니까." “이제 원치 않아도 솔로가 되어야하죠.” 그렇게 BJ대마도사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을 떠올린 엠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에 멀린이 질문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을 상상했거든요. 분노로 구겨졌을 그의 표정을.” 3. “으하하!” 왕의 배, 실버가 올라와도 남을 정도로 그 드넓은 갑판 위에 올라선 미다스가 가장 먼저 한 건 실성한 듯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대박, 대박이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확을 얻었으니까. ‘270레벨!’ 당장 270레벨이란 말도 안 되는 레벨업을 한 상태. ‘카드 보상 2개!’ 당연히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킬 카드 보상도 2개나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이틀도 끝내주고!’ 퀘스트 진행 과정에서 얻은 여황 개미로부터 살아남은 자 타이틀 보상은 모든 능력치 +30! 이번 일로 말미암아 얻은 스탯 증가량은 미다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중원 길드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가 기회 되면 밥 한 끼 꼭 사드릴게요.’ 이 아득한 선물을 준 중원 길드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을 터뜨릴 지경. “으하하!”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실성한 듯 웃음 소리는 멈추지 않는 미다스를 멈추게 한 건 다름 아닌 NPC호곤이었다. “자네! 살아있었군!” 갑판 위로 등장한 NPC호곤이 이내 미다스에 다가오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혹여 내가 늦지 않았나 걱정했었는데……." 그 진심 어린 모습에 미다스도 실성한 웃음 대신에 이제 표정을 관리하며 맞장구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호곤님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아닐세, 자네를 구해준 건 바하르 님이지. 정말 운 좋게도 그분께서 이 근처에 있으시지 않으셨다면…… 이곳에서 이렇게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은 없었을 걸세.” “내 이야기를 하는군.” 그때 언급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NPC바하르가 모습을 드러내며 NPC호곤과 미다스를 향해 걸어왔다. “일단 양해를 구하겠네.” “양해요?” “지금 난 곧바로 암흑대륙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네.” “아." 암흑대륙, 그 단어에 미다스가 감탄을 토했다. ‘어비스 길드를 비롯해 10대 길드 중 단 4곳만 현재 상륙에 성공한 영역.’ 그도 그럴 것이 현시점에서 암흑대륙은 40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만 닿을 수 있는 사냥터, 갓워즈에서 가장 앞선 이들만을 위한 최정점과 같은 곳이었으니까. ‘그 네 곳 중에서 제대로 사냥이란 걸 하는 곳은…… 어비스 길드가 유일하고.’ 더욱이 그 대단한 최정점들마저도 쉽사리 게임 진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혹독한 무대였다. ‘대단한 NPC이구나.’ 그런 그곳을 자기 집마냥 돌아다닌다는 NPC바하르의 강력함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그러니 바로 하겠네.” “예?” “말했듯이 왕명을 수행한 자네에게 치하를 내리고, 바로 떠나겠다는 걸세.” “아니, 그게……." 너무나 갑작스러운 진행에 미다스가 당황했으나, NPC바하르는 그런 미다스의 사정을 보지 않았다. “위대하고 지엄하신 툰가 왕국의 왕, 그분을 대신해 바하르가 왕명을 수행한 미다스에게 치하한다." ‘아니, 잠깐. 설명도 없이 바로 이렇게 해도 돼?’ 바로 왕의 치하를 시작했다. “미다스, 그대에게 왕의 대장간을 방문할 기회를 주겠노라.” ‘뭐?’ 그리고 언급된 왕의 대장간이라는 단어에 미다스는 놀랐다. ‘왕의 대장간? 그런 게 있었어?’ 갓워즈란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듣는 단어라는 것.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단어에 혼란스러운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그리고 그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왕의 치하]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2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왕께서 왕의 대장간을 방문할 기회를 주었다. 왕의 대장간에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툰가 왕의 지팡이 !퀘스트 완료 시 ‘새로운 대륙’ 진행 가능 ‘맙소사.’ 그리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사고를 포기했다. 332화. < 104화. 왕의 치하 (2). > 4. [미다스] - 레벨 : 270 - 직업 : 대마도사 - 성좌 : 워드래곤 - 능력 : 근력(5+2381)/체력(5+2311)/지력(1252+3863)/마력(275+3331) - 잔여 스탯 : 0 ‘스탯 배분 완료.’ 270레벨 달성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콧잔등 바람 한 자락이 지나갔다. 휘이잉! 그 후 들려온 바람 소리에 상태창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자욱한 구름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혀를 내둘렀다. ‘날아오르는 배라니…….' 배를 타고 구름바다를 항해한다, 현실에서 제아무리 돈많은 부자도 누릴 수 없는, 오로지 갓워즈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 왕! “그래, 나쁜개, 네 말처럼 정말 멋진 풍경이다.” 럭키와 골드 역시 거듭 감상을 토해낼 정도로 멋진 호사였다. “그래, 멋지네.” 그러나 막상 그 호사를 누리는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에휴.’ 여러모로 머릿속에 고민이 많은 탓이었다. 이번에 수확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레벨업 카드 보상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무기마저 얻을 수 있는 상황,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이 빚을 갚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은 중원 길드의 희생 어린 배려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당연히 그 배려에 대해 마땅한 보답을 해줘야 했다. ‘이제 사냥터도 다른데.’ 문제는 앞으로 미다스가 중원 길드와 마주칠 일이 사실상 없으리란 점이었다. 현재 미다스가 진행 중인 왕의 치하 다음 퀘스트의 타이틀은 새로운 대륙, 필시 300레벨 플레이어들의 사냥터인 신대륙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즉, 이번 퀘스트를 마치면 미다스는 신대륙으로 간다는 것. 반면 중원 길드가 신대륙에 오는 것은 최소한 열흘 정도 레벨업을 한 다음이었다. 그마저도 무리를 할 경우였다. 신대륙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300레벨까지 달성한 후에 넘어오는 게 좋았으니까. 사실상 미다스와 중원 길드가 한 무대를 쓰는 건 하얀숲이 마지막이었던 셈. ‘그렇다고 현실에서 밥 한 끼를 사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 외적으로 보답을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내 1년 식비보다 비싼 밥 드시는 분이니까.’ 미다스가 이제까지 번 돈을 다 합쳐도 중원 길드의 마스터인 예화의 저택 화장실 하나 살 수 없었으니까. ‘사장님에게 말해서 다른 방법으로라도 중원 길드에 잘 보답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꾸우! 그렇게 고민하던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이내 한 곳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했다. “뭔데? 아.” 그 잭팟의 반응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구름바다위에 외로이 떠다니는 성 하나를. ‘맙소사, 저런 게 있었어?’ 날아다니는 배와는 차원이 다른 그 날아다니는 성의 등장에 놀라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곁으로 NPC호곤이 다가오며 말했다. “왕의 대장간일세.” 그 말에 미다스가 놀랐다. “대단하군요.” 물론 그뿐이었다. ‘이런 정성과 노력으로 몬스터는 좀 약하게 디자인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보다 NPC호곤하고 용의 알 이야기는 언제 하는 거지?’ 성이 하늘에 떠다니는 것보다는 용의 알에 대한 퀘스트가 언제 나올지, 그게 더 궁금할 따름. “왜 왕의 대장간이 하늘을 날아다니시는 줄 아나?” 그런 미다스에게 굳이 NPC호곤은 설명을 해주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대륙 곳곳에 있는 영웅들의 무구를 관리해주기 위함일세.” “아." “달리 말하면 자네가 이제 영웅이 되었다는 증거이지. 왕국이 인정하는 영웅.” 그렇게 NPC호곤의 설명 속에서 미다스가 왕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5. 까앙! 하늘 위에 있는 성, 왕의 대장간이란 이름을 가진 그곳에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그 이름에 걸맞게 거듭 나는 쇳소리들이었다. “따라오시죠.” 그 쇳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 다음에는 등장한 건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었다. ‘다들 레벨이 300이 넘네.’ 그것도 그냥 단순한 기사들이 아니라 미다스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아주 대단한 기사들. 그 기사들을 바라보는 미다스를 향해 NPC호곤이 설명을 해줬다. “영웅들의 무구들이 관리되는 곳인 만큼, 그것을 노리는 존재들도 많지. 그러니 경비도 삼엄할 수밖에.” 그 설명에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기사의 안내를 받아 미다스가 이동한 곳에는 거대한 용광로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우, 스케일 장난 아니긴 하네.’ 보통의 대장간들이 가진 화로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에 미다스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두두두! 그때 한 무리의 대장장이 집단이 큼지막한 발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쿵! 그중에서도 무리의 선두에 선 채 남다른 발소리를 자랑하던 3미터 신장의 거인이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이미 준비는 끝났네.” 그제야 고개를 돌려 거인을 확인한 미다스. ‘어?’ 그리고 이내 거인의 이름을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했다. ‘에이트리잖아!’ NPC에이트리.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그 전설의 대장장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것처럼 갓워즈에서도 유명한 NPC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갓워즈에서 300레벨대 플레이어들에게 에이트리 시리즈는 꿈의 아이템이었으니까. ‘얘가 살아있는 NPC였어?’ 더 놀라운 건 에이트리 시리즈를 플레이어들은 에이트리가 남긴 유산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유산이란 건 곧 에이트리를 죽은 인물 취급했다는 의미. 에이트리 시리즈를 얻는 과정에서 NPC에이트리와의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었다. ‘대박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이벤트를 마주하는 순간. ‘진짜 대박이야.’ 동시에 미다스의 기대감도 드높아졌다. 그 대단한 에이트리가 직접 아이템을 만들어준다는데 그게 보통 아이템일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남은 건 작업 뿐, 그래서 새로운 영웅의 애병은 무엇인가?” 그 에이트리가 질문을 던졌을 때 당연히 미다스는 잽싸게 손에 든 지팡이를 내밀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겁니다, 라는 말도 없이 바로 지팡이를 바치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로부터 지팡이를 받은 에이트리가 지팡이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는 물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예?” “보다 강한 힘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유 넘치는 힘을 원하는 것인지, 특이한 힘을 원하는 것인지, 그걸 묻는 걸세.” 에이트리의 그 물음에 미다스는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추가 옵션 선택이구나.’ 지금 자신에게 지팡이에 부여할 능력을 고를 기회가 왔음을. 그 선택지가 무엇인지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보다 강한 힘은 데미지 증가, 여유 넘치는 힘은 마력 소모량 감소, 특이한 힘은 상태 이상이나 스킬 사용 시 특수 효과가 추가되는 것을 말함일 터. 무엇이든 나쁠 건 없었다. ‘골 때리네.’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시급한 건 마력 소모량이긴 했다. ‘마력이 급하긴 하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서 데미지 증가 옵션이 두고두고 해먹기는 최고지.’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데미지 증가 옵션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특수 옵션으로 뭐가 붙을지도 모르고.’ 그에 비해 특수 효과 추가는 복불복이 컸다. 만약 애드원 같은 스킬이 붙는다면 대박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저 평범한 상태 이상 효과 추가 정도라면? 길게 보냐, 눈앞을 보냐, 도박을 하냐…… 그 선택지 앞에서 미다스는 빠르게 고민을 끝냈다. ‘내 처지에 다음을 기약하는 호사 따윈 용납되지 않는다.’ 언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이도에 무릎을 꿇을지 모르는 처지인데 훗날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것. 그 결정에 이른 미다스가 말했다. “여유로운 힘을 원합니다.” 그 대답에 에이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단계는 여유로운 힘이라, 이거군.” “예? 첫 번째요?”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단어의 등장에 미다스가 반문을 했고, 에이트리가 건네받은 지팡이를 부하 대장장이에게 주며 대답을 해주었다. “영웅의 무구란 영웅처럼 거듭 성장하는 법이지. 그러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고.”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셋 중에 뭘 먼저 할 것인지 고르는 것이었다고. “작업 시간은 하루, 내일 이 시각에 찾아오게. 영웅에 어울리는 무구를 만들어주지. 왕께서 직접 치하하는 것이지, 왕의 이름을 담아서. 그럼 작업을 할 테니 나가주게.” 그 설명을 끝으로 에이트리가 손을 젓자, 기사가 미다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쉴 곳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그 안내에 미다스가 반문했다. “아, 그전에 공터 같은 곳 없습니까?” “공터요?” “할 게 있어서요.” “그럼 성의 정원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진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인 후 뒤에 기다리고 있던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준비해라. 카드깡 들어갈 테니까.” 6. 하늘을 날아오르는 왕의 대장간. 아우우우! 언제나 쇳소리만 가득한 그곳에 때아닌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좋아.” 그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 앞에 선 미다스가 메트로놈처럼 박자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실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크르르! 크르르! 그러자 실버가 사자 특유의 울음 소리를 럭키의 하울링 사이사이에 덧붙였다. 늑대와 사자, 두 짐승이 마치 화음을 맞추듯.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옆에 있는 잭팟을 향해 다시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이 화음에 참가하라는 제스처. 꾸우? 그러나 잭팟은 주인, 또 정신이 나간 거냐? 무슨 이상한 짓이냐면서 고개를 갸웃할 뿐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포기한 듯 골드로 시선을 돌리자, 골드는 신호 없이 바로 말했다. “주인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렇게 시작된 합창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레벨업 보상.”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새로운 기회를 받으시겠습니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눈앞에는 바로 1백 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이 본다면 욕을 하기보다는 진지하게 119에 신고를 했을 광경. 미다스도 이게 생쇼인 걸 알고 있었다. ‘제발, 황금! 전설의 황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쇼를 하는 건 그만큼 미다스는 간절했다. ‘스킬 카드 살 돈 없다고.’ 수중에 동원 가능한 현금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자산이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재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채우고 있는 아이템은 급매로 처분해도 억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허나, 그 아이템들은 전투에 써야 하는 것들, 판매 불가 아이템들이었다. ‘럭키 템 맞추고 나면 끝이야.’ 더욱이 럭키가 인랑 모드를 가지게 되면서 사실상 럭키의 레벨에 맞춰 레전더리 등급 세트를 구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이번에도 에이트리 시리즈 중 무기 정도는 구해다 럭키에게 줘야 하는 상황. 하물며 미다스 본인의 아이템도 이제는 슬슬 바꿀 수 있는 파츠는 바꿔야 할 때였다. ‘제발.’ 그게 아니더라도 아즈모처럼 대부호가 아닌 미다스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 ‘이렇게까지 생쇼를 했으면 인간적으로 불쌍해서라도 하나 줘야지!’ 그 간절한 기도 속에서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1백 장의 카드가 저마다 내뿜는 빛을 훑었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떴다 황금!’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됐다! 됐어!” 레전더리 등급의 상징인 황금빛이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양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물론 여전히 어떤 스킬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레전더리 등급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이득인 상황이었다. ‘뭐가 나왔으려나?’ 뭐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 그런 미다스의 눈에 감춰진 카드 앞면의 정보가 명확하게 떴다. [뇌전의 정령 기사]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강력한 뇌전 공격을 사용하는 뇌전의 정령 기사를 소환한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환호를 멈추고 그대로 굳었다. 그 정도였다. ‘……이게 진짜 나왔다고?’ 뇌전의 정령 기사 스킬은 이제까지 좋은 스킬 제법 받아본 미다스조차 놀랄 정도로 대단한 스킬이었다. 당연히 좋은 의미로 대단한 스킬이었다. “맙소사.” 뇌전의 정령 기사는 여러 속성 정령 기사들 중에서 비교를 거부하는 최강이었다. 1티어가 아닌 탑 티어! 물론 그만큼 엄청난 마력 소모를 동반하지만, 그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까짓것 무기 옵션으로 커버하면 돼!’ 이미 그에 대한 적당한 해결책이 있는 마련되어가는 상황.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의 입가에 즐거움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뇌전의 정령 기사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미소 속에서 스킬을 습득한 미다스가 여전히 응원을 해주는 럭키와 골드, 실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 기세를 이어서 하나 더 가자.’ “얘들아, 좀 더 크게 질러!”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럭키, 골드, 실버 트리오에게 음량을 높이라는 주문을 했고, 그 주문에 셋이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생쇼를 넘어 지랄발광이라 해야 마땅한 수준. “레벨업 보상 획득!”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270레벨 카드 보상을 받고자 했고, 다시 한 번 1백 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그리고 곧바로 황금빛 카드 한 장이 미다스를 반겼다. ‘어?’ 그것을 본 미다스가 다시금 굳었다. [마나 드레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직접 대상에 닿아야 한다. 마나 드레인. 일단 보기에는 매우 훌륭한 스킬이었다. 몬스터를 마력 회복 포션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하필이면…….' 그러나 막상 마나 드레인 스킬을 사용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냥한 몬스터와 접촉을 해야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마법 투척하기 바쁘고, 원거리 딜링을 해야 하는 마법사 입장에서는 전투 중에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스킬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마력 회복 포션을 하나 마시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쯧.' 그 사실에 미다스가 혓바닥을 차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가만.’ 미다스의 머릿속에 아이템 하나가 떠올랐다. ‘레전더리 에픽 등급 효과로…….' 툰가 왕의 서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 ‘……대상과 접촉해야 한다는 항목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333화. < 104화. 왕의 치하 (3). > 7. - 이번 개미 군단 디펜스 끝내줬지? - 끝내준 정도가 아니라 역대급이었지. 여황 개미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도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이러한 광경은 대부분 빅 이벤트가 있는 다음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 속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떤 이벤트 이후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 솔직히 이제까지 나온 갓워즈 콘텐츠 중에서 최고인 듯. ㄴ 이거 보고 1티어급 길드 레이드 바로 보러 갔는데 웃음만 나오더라. 이번 이벤트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기존에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격하시키는 흐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 웃음이 뭐야? 난 웃음도 안 나오더라. 유치해서. ㄴ 맞아, 그냥 애들 장난 수준이지. ㄴ 10대 길드 애들 것도 1군급만 볼만하지, 그 아래는 이제 딱히 볼 필요 없을 듯. 이제까지 언제나 최고의 콘텐츠였던 1티어급 그리고 10대 길드의 위상이 흔들리는 순간. - 역시 대세는 BJ대마도사라니까. ㄴ 인정. 난 요즘 노잼이던 1티어급 길드 채널들은 이미 다 구독 취소했음. ㄴ 그렇지. BJ대마도사 있는 라이징 스타 채널만 구독하면 됨. 어차피 여기에 다 나옴! ㄴ 다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라포 나오지, 구스타프 나오지, 검객 나오지, 아즈모도 나오잖아? ㄴ 멀린도 가끔 오고. ㄴ 멀린 소식을 요즘 어비스 길드 채널이 아니라 BJ대마도사 채널에서 알게 된다니까. 그리고 이제는 워즈튜브, 1티어급 길드들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영역에 실질적인 피해마저 미치는 순간이었다. “지금 1티어급 워즈튜브 채널들 상황은?” “4시간 동안 1티어급 길드들의 구독자 평균치가 0.11프로 감소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감소치가 컸던 건?” “헤이즈 길드 구독자 숫자가 0.79프로 감소했습니다. 최근 티라노사우르스 레이드에서 세 번째 실패를 하는 바람에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것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헤이즈 길드 역사상 최대 감소폭입니다.” 1티어급 길드들과 스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상장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 주가 추의는?” “여기 지금 막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평균치를 내면 하락했습니다.” “애널리스트 분석은?” “그쪽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조정 기간에 불과하고 다시 정상화되겠다고 판단하지만……." 그 사실을 보고 받으며 커피를 머금은 아즈모가 이내 비웃음을 마저 머금었다. “이런 외부 요인이 거듭 터지면 그때부터는 눈사태가 일어나는 법이다, 그렇게 말했겠지.” 그 상태로 비서 대신 대화를 마무리 지은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커피를 머금었다. 그사이 비서가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의 다음 목적지는 당연히 신대륙일 테고…… 이제부터 1티어급 길드들하고 전쟁을 하겠네요.” 아즈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딱히 대답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바였으니까.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어떤 활약을 펼치든 간에 1티어급 길드들의 주력 플레이어들과는 무대가 달랐다. 그러나 신대륙은 1티어급 길드들의 메인 멤버들이 활약하는 무대, 그런 무대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온다? 심지어 오기도 전에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존은 없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뿐. 당연히 전쟁을 하게 될 터. “이미 1티어급 길드들은 협약을 했다고 합니다. BJ대마도사를 돕는 자는 배신자로 낙인 찍겠다고. 비밀 협약서에 서명도 다 마쳤다는 군요.” “어비스 길드가 나서서 판을 만들어줬는데, 당연히 협약서에 사인을 해야겠지.” 이미 그 사생결단을 위해 신대륙의 플레이어들은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BJ대마도사 쪽도 알고 있겠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자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만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몇 곳과 접촉한 모양입니다. 신대륙에 1티어 길드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 실제로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에 대비해 나름의 대비책을 세워둔 상황이었다. “우리 쪽도 준비 중이고요.” 더불어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아즈모가 손가락 정도는 담그고 있는 상태. 당연히 아즈모 쪽도 나름 충분한 대비를 해둔 상태였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상황이 나올 가능성은 낮았다. “이번 여황 개미 디펜스에서 BJ대마도사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만 빼면 문제될 건 없지.” 단 하나, BJ대마도사에게 치명적인 점이 발견됐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예?” 아즈모의 그 말에 비서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계요?” 여황 개미 디펜스에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건 한계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모습 아니었던가? 하지만 아즈모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이제부터는 어떤 능력이 추가되더라도 마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쓸 수 없을 거야.” BJ대마도사가 드러낸 치명적인 결점을. “더 까다로운 건 신대륙은 앞선 곳과 다르게 많은 것이 불분명하고, 불투명한 곳이라는 거지. 적어도 현재 드러난 것 중에 당장 BJ대마도사의 마력 부족을 해결해줄 건 없어. 아이템이든, 스킬이든. 더욱이 신대륙에는 그런 BJ대마도사의 결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게 아즈모가 우려하는 바였다. “그러니 이제 슬슬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 동시에 기대하는 바였다. “그러니까 우리를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두자고.” BJ대마도사가 아쉬울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될 테니까. "지금 BJ대마도사에게 있는 카드라고는 있어봤자 마나 드레인 같은 스킬인데, 그런 쓰레기 스킬은 도움이 안 될 테니까." 8. [ 마나 드레인]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사냥한 몬스터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사역마를 이용해 대신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 광채들, 그 속에서 마나 드레인의 스킬 효과를 확인한 미다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부르르! 그리고 이내 몸을 떠는 미다스를 향해 골드가 조심스레 말했다.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두려워서.” “예?” “너무 강해질 내 스스로가 두려워서.” 미다스의 그 말에 골드가 실버를 보고, 실버가 럭키를 보더니 이내 셋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든 미다스의 말이라면 맞장구를 치던 골드조차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터무니없는 개소리라는 의미. 허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됐다.’ 레전더리 에픽 등급이 되면서 달라진 마나 드레인 스킬의 효과는 설명만으로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거면 충분해.’ 이 스킬로 말미암아 마력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사역마를 대신해 마나 드레인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굉장한 것이었다. 사역마의 경우에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즉, 어떤 방해도 없이 마나 드레인이 가능하다는 의미. ‘사역마 두 마리.’ 심지어 미다스의 경우에는 사역마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마리나 소환이 가능한 상태였다. 물론 이동 범위에는 제한이 있겠지만, 굳이 마나 드레인을 하기 위해 정신을 쏟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 ‘뇌전의 정령 기사 두 마리 소환한 상태에서 이지스의 방패를 발동하면…… 이거 뭐, 게임 날로 먹겠네. 포션 값도 아낄 수 있고.’ “후후후.” 그렇게 생긴 여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떠올리던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때였다. 꽈광! 갑자기 왕의 대장간에 갑작스런 굉음이 들렸고, 그 굉음에 미다스가 놀라며 소리쳤다. “얘들아 대비해!” 왕! “주인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혹시 이벤트가 발생할지도 모르니 전투를 준비하라고. 다행히도 전투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NPC호곤이 먼 곳에서 등장하더니 미다스를 향해 말해주었으니까. “자네의 무기가 완성됐네!” 저 소리가 행복의 소리라는 것을. 9. 쿵! 덩치에 어울리는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등장한 에이트리가 이내 미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것이 완성됐네.” 그 말에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대체 얼마나 좋은 무기일까?’ 하나는 무려 툰가 왕의 지팡이, 그 왕의 이름을 붙인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된다는 것. ‘그런데 마나 드레인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데미지 증가 옵션 선택할 걸 그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옵션을 주문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어차피 다음번에는 다른 옵션 선택 가능하니까.’ 그 두 가지 생각에 복잡해진 미다스를 향해 에이트리가 말했다. “이것을 받기 전에 맹세할게 있네.” ‘맹세?’ 갑자기 튀어나온 그 단어에 미다스가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잽싸게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내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이 무기의 자격 테스트 같은 거 받으라는 건가?’ 어쩐지 무기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 빌어먹을 똥겜이라면…… 그러고도 남아.’ 그리고 갓워즈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여하튼 이 게임은…… 어?’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에이트리의 등 너머에 있는 것이 들어왔다. [툰가 왕의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70레벨 이상 - 왕의 대장간의 대장장이 에이트리가 왕의 명을 받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지팡이다. 툰가 왕에 충성을 맹세한 자만이 착용할 수 있다. - 공격력 : 491 - 지력 +788 - 마력 +744 - 모든 마법 공격력 28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44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31퍼센트 증가 - 작열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모든 마법 공격력 31퍼센트 증가 - 혹한의 정령왕의 힘 활성 시 마력 회복 속도 95퍼센트 증가 - 마법 사용 시 마력 소모량 30퍼센트 감소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새로운 지팡이. 꿀꺽!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생각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왕국에 충성하고, 세상에 가치를 지키겠노라, 그리 맹세를 하겠는가?” 그런 상태에서 나온 에이트리의 발언에 당연히 미다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합니다! 다 합니다! 무조건 합니다!” ‘그러니까 빨리 주세요!’ 호들갑을 떨며 맹세를 하는 미다스의 모습을 에이트리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부하 장인들에게 턱짓을 하자, 이내 에이트리의 등 뒤에 숨어 있던 부하 장인들이 미다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5미터 길이의 길쭉한 갈색 지팡이. "받게." 그 지팡이를 건네 받은 미다스가 이내 지팡이를 손에 잡는 순간, 지팡이가 부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핑! 이윽고 지팡이 끝에 있는 붉은색 보석 하나가 지팡이를 벗어나려는 듯 솟구쳤다. 그러나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달처럼, 지팡이 끝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도리어 붙잡혔다. ‘와.’ 그 광경을 미다스가 말없이 바라봤다. 이 지팡이의 옵션을 하나하나 음미하지는 않았다. 공격력이 500에 가깝다는 사실이나, 마력 소모량이 30퍼센트나 감소한다는 사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끝내준다.’ 이 짤막한 단어 하나면 이 지팡이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예." “그럼 이제 내 역할은 끝났으니, 난 물러나겠네. 이제부터 자네에게 새로운 임무를 내리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니까." “예?” 그때 나온 에이트리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크흠! 헛기침 소리와 함께 NPC호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용의 알 차례이지.’ NPC호곤이 미다스에게 이제 세 번째 선물을 안겨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갓워즈, 이름부터 갓들어가는 갓겜답네.’ 그 사실에 이제는 너무 웃어서 입이 찢어질 지경에 이른 미다스를 향해 다가온 NPC호곤이 말했다. “왕명이 내려왔네. 이 시간부로 자네는 새로운 대륙으로 이동하게 되네.” “아무렴요, 당연히 가야죠.” 미다스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새로운 사냥터에서 아주 박살을 내주마.’ 가지 말라고 해도 억지로 갈만큼 지금 얻은 이 엄청난 능력들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지경이었으니까. 때문에 두려움도 없었다. ‘천 마리든, 만 마리든 사냥하라고 해도 그냥 해주마.’ 어떤 퀘스트가 오든, 거침없이 뚫으리란 자신만 있을 뿐. 그 자신감 넘치는 미다스에게 NPC호곤이 말했다. “그곳에서 이제부터 실종된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조사해야 하네.” “아, 푸른 사자 기사단이요.” 그 단어에 미다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지?’ 처음 들어보는 기사단 이름이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눈이 이곳, 왕의 대장간을 지키기 위해 곳곳에 배치된 기사 NPC 한 명을 향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레벨을 확인했다. ‘잠깐만.’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미다스가 NPC호곤에게 말했다. “그런데 푸른 사자 기사단이라면 매우 강한 기사단 아닙니까?” 말을 하면서 미다스는 소망했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부디 자신의 말에 NPC호곤이 맞장구를 쳐주지 않기를. 당연했다. 정말 미다스의 말처럼 푸른 사자 기사단이 강한 집단이라면, 그런 집단을 사라지게 만든 존재는 더 강하다는 말 아닌가? 그런 걸 찾는 퀘스트가 보통 난이도일 리 만무. 그러한 미다스의 소망에 NPC호곤이 대답했다. “잘 아는군. 자네 말처럼 푸른 사자 기사단은 매우 강한 기사단이지. 신대륙의 공룡들 쯤은 혼자서 가뿐히 잡을 만큼. 그래서 그들이 그곳에 파견된 것이고.” 예상대로 보통 일 따위가 아니라고. “그래서 더더욱 골치 아픈 걸세. 그 강인한 푸른 사자 기사단의 기사들이 제대로 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실종됐다는 것이지. 무언가 엄청난 존재가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하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갓워즈는 분명하게 말해줬다. [새로운 대륙]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새로운 대륙으로 이동해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 !퀘스트 완료 시 ‘돌아올 수 없는 땅’ 진행 가능 ‘돌아올 수 없는 땅?’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걸 준비했다고. 334화. < 105화. 새로운 대륙 (1). > 1. - BJ대마도사가 왕의 치하를 받는다면서? 그게 뭘까? ㄴ 아이템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ㄴ 스킬이라는 소문이 있어. ㄴ 작위라는 소문도 있음. ㄴ 여자 친구일지도 모름.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를 뜨겁게 만드는 BJ대마도사의 존재. - 어쨌거나 왕에게 받는 게 뭐든 간에 다음에 등장하는 곳은 신대륙이겠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BJ대마도사의 다음 목적지가 될 신대륙으로 향했다. 그 사실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 BJ대마도사가 신대륙에서 뭘 할지 궁금하네. 신대륙. 30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도달하게 되는 그곳은 여러모로 특별한 무대였으니까. 그곳에 가는 방법부터가 다른 사냥터와 달랐다. 하얀숲을 가로지르면 도착하게 되는 도전자들의 항구, 그 항구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신대륙을 향해 항해를 떠나는 콜럼버스 호를 타야만 신대륙에 도달할 수 있었다. 특이사항은 콜럼버스 호에는 한 번에 777명이 탈 수 있으며, 조건은 레벨순이라는 것. 제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도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가 777명이 있으면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하얀숲에서 한계까지 레벨을 올려야 하는 이유였다. 동시에 일주일마다 신대륙에 공급되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 그리고 공룡도 나오고. 그중 백미는 신대륙 초입에서 플레이어들을 맞이하는 몬스터가 공룡이라는 것. - 진짜 그거 보려고 갓워즈 하는 사람도 있잖아? - 공룡은 로망이니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에서 나오는 듯한 벨로시랩터,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공룡들이 몬스터로 나왔다. - 아직도 기억나네. 어비스 길드가 처음 신대륙 왔을 때 공룡 나왔던 장면이. ㄴ 그때 시청률 제대로 폭발했었지. ㄴ 지금도 그때 영상이 갓워즈 영상 중 랭킹 3위임. 때문에 그 사실이 처음 공개됐을 때 세상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그것도 그렇지만 신대륙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게 많으니까. 무엇보다 신대륙이 이제까지 사냥터들과 남다르게 특별한 점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란 점이었다. 애초에 갓워즈에서 300레벨을 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지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여기에 일주일에 고작 777명만이 추가로 유입된다는 설정까지 존재하는 상황. 앞선 사냥터들이 다수의 플레이어들에 의해 대부분의 콘텐츠나 던전, 이벤트가 발견되고 심지어 탐험가 길드의 관리를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아이템이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는 무대인 셈. - 그런 곳에 BJ대마도사가 간다니, 이거 안 볼 수가 없잖아? 그런 그곳에 언제나 전례가 없던 사건을 일으키던 BJ대마도사가 등장한다? 세간의 관심이 들끓는 건 당연지사. 그런 그들에게 드디어 소식이 왔다. -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 나는 배 타고! 2. 멀리서 봐도 감탄이 나올 법한 거대한 원시림. 촤아! 그 원시림과 이어진 새하얀 해안가로 파도와 함께 자그마한 배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작은 배 위에는 도합 열두 명의 플레이어들이 열과 오를 맞춰 앉아 있었다. “자, 하나에 당기고! 둘에 밀고!” 저마다 손에 노를 하나씩 쥔 채. “하나!" 그렇게 합심하여 노를 젓는 플레이어들의 표정들 좋은 표정을 짓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야야, 동시에 당기라니까, 동시에! 타이밍을 맞추라고! 이런 것도 타이밍 못 맞추면 어떻게 해?" “아니, 해본 적이 있어야 맞추지!” “젠장, 300레벨 찍고 처음 하는 게 노젓기라니, 폼 안 나네.” “이러려고 렙업했나, 자괴감 드네.” 배에 탄 이들 대부분은 300레벨 플레이어들. 게임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어지간한 대기업 회사원 부럽지 않은 돈을 버는 자들이었다. “이거 영상도 안 나오겠네.” 그중 일부는 일반 회사원들은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버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노젓기 체험 따위를 위해서 갓워즈에 무수히 많은 돈과 시간을 쓴 이들이 아니라는 의미. 물론 오로지 그런 이유 때문에 표정이 좋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야, 그래도 지금이 좋은 거야. 공룡들하고 싸우기 시작하면 아마 이때가 그리워질 거다.” “그렇지, 신대륙에는 안전지대 따위는 없으니까.” 그들이 조만간 도달하고자 하는 무대에 신대륙,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가 공룡이란 것. 모르는 이들이야 공룡을 마주하는 건 물론 공룡을 사냥하는 게 로망이라 할 정도로 놀라운 체험이라고 감탄을 토하겠지만, 300레벨까지 올린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예외 없이 알았다. “공룡 앞에서 막힌 길드가 수두룩하지.” 그 공룡이란 족속들 앞에서 이름 좀 날리던 길드나 게임 컴퍼니,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스타 플레이어들 중에서 몰락한 애들 상당하지.” “헤이즈 길드 봐, 그 잘나가던 길드가 신대륙에서 개박살이 나는 중이잖아?” 그래서 붙은 별명이 별들의 무덤. 그 무덤으로 가는데 표정이 좋다면 그게 비정상일 터. 물론 세상 어디에도 예외적인 또라이들이 있는 법이었다. BJ대마도사가 그러했다. “저기 뭐지?” “배 같은데? 어? 그런데 날아오네?” “나는 배라고? 그럼?” “BJ대마도사다!” 일단 등장부터가 보통 플레이어들과 비교를 거부하듯,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해안가 근처까지 그대로 도착했다. 이후 배 위에서 그대로 도약하며 해안가에 착지하는 BJ대마도사. “히어로 랜딩!” 그러면서 우습지도 않은 소리를 내지르는 그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이 상황이 즐거운 듯한 표정이, 밝은 표정이 걸려 있었다. “크으, 신대륙에 드디어 도착했구나 럭키야, 어때? 원시림을 첫 본 소감은?” 왕! “뭐라고?” 왕! “주인님의 한 끼 식사거리가 될 공룡들의 맛있는 냄새가 나서 미칠 것 같다고?” 왕! 그리고는 곧장 럭키와 우스꽝스러운 콩트를 마친 미다스가 다시 원시림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해안가 근처에 대기 중인 2백 명 정도의 플레이어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BJ대마도사다.” 그들 역시 미다스를 보고는 반응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상황만 놓고 보면 좋을 건 없었다. 처음 시작하는 지점에 2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숨죽인 채 신인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게임에서는 보통 이런 경우에 신인들을 사냥하거나, 하는 식의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이었으니까. 허나 미다스는 플레이어 무리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역시 마중 나왔네.’ 저기 있는 플레이어들의 목적이 이곳에 무사히 도착한 777명의 신인들을 안전하게 베이스 캠프로 데려가기 위함임을 아는 덕분이었다. 달리 말하면 베이스 캠프로 가는 것조차 이곳에 막 도착한 신인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의미였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건 저 플레이어들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굳이 그들을 보고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앞으로 같이 해야지.’ 긴장은커녕 저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미다스 입장에서 당분간 같이 협력하게 될 파트너가 될 수도 있었다. 플레이어 숫자가 적은 반면, 플레이어들의 몸값이 높은 신대륙에서는 서로 필요에 따라 돕고 돕는 게 당연시됐으니까. ‘같이 해달라고 할 테고.’ 더 나아가 저들 입장에서는 미다스 같은 강력하면서도 화끈한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사냥은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전에 일단 무수한 셀카 요청부터 오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 기념비적인 순간을 그냥 아무런 흔적도 없이 넘기긴 아쉬운 법. 때문에 미다스는 소리쳤다. “자, 셀카 찍으실 분들! 다들 오십시오! 오늘은 오시는 모든 분하고 찍어드립니다!” 쩌렁쩌렁한 외침이 해안가를 울려 퍼졌다. 그러한 외침에 해안가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응?’ 그 분위기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까지 새로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미다스가 마주했던 건 뜨거운 열기였으니까. “저기요, 셀카 찍어드립니다! 다 찍어드려요! 오늘은 시간 제한 같은 거 안 둡니다! 선착순도 없어요!" 이후 거듭 미다스가 외침을 내질렀으나, 도리어 분위기는 더 싸늘해질 따름이었다. 왕! “주인님께서 기회를 주시니, 냉큼 와서 기회를 누리거라!” 이어서 럭키와 골드마저 처음으로 어필이란 걸 했으나,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움직이기는커녕 도리어 그런 BJ대마도사를 바라보는 표정에 이제는 긴장감이 어렸다. ‘길드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절대 놈하고 접촉하지 말라고.’ 이유는 다름 아니라 1티어급 모든 길드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랑은 같이 숨도 쉬지 말라고 했어.’ ‘엮이면 잘린다.’ 신대륙에서 BJ대마도사와 조금의 접점도 용납지 말라는 지령. ‘어떻게든 혼자서 말라죽게 만들어야 해.’ BJ대마도사가 신대륙에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는 건 부정하는 이는 없지만, 신대륙은 300레벨의 실력자들조차 생존을 담보하기 힘든 곳. 그저 장소를 이동하는 데에만 최소 1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파티를 맺는 것이 당연한 곳이었다. 당장 해안가로 신대륙에 상주 중인 플레이어 무리들이 신인을 마중 나온 게 증거였다. 이곳이 그저 대충해도 생존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 1분 1초가 아까운 실력자들이 시간 내서 무리를 이끌고 마중 나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왜 이러지?’ 물론 그러한 사실을 미다스가 알 리는 만무했다. 더욱이 그의 상식으로 보자면, 신대륙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치고 워즈튜브를 안 하는 플레이어가 없고, 워즈튜브를 하는 플레이어 치고 이런 방송 호재 거리를 두고 그냥 참는 인간은 없었다. ‘보통 시비라도 걸어야 하는데?’ 즉, 여기서 어떻게든 이슈를 위해서 자신을 상대로 …라도 거는 게 미다스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무시를 한다? 심지어 몇 명이 아니라 모인 모두가 똑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무시를 한다? ‘잠깐, 그럼 다들 손을 잡은 건가?’ 그렇다는 건 앞서 말한 것처럼 사전에 약속을 했다는 의미. ‘설마?’ 그때 미다스가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생각했다. ‘누군가는 나랑 해서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그걸 막으려고 합의를 한 모양이구나. 하긴, 나를 두고 서로 경쟁하다 보면 내 몸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으니까.’ 최고의 핫 플레이어인 BJ대마도사의 호감을 사기 위해 무리한 구애를 하다 파멸을 맞이하는 일 없도록, 사전에 무리하지 않기로 합의를 내렸을 거라고. ‘그래, 그거야.’ 그 타당한 결론에 이른 미다스의 굳은 표정 사이로 실소를 지었다. ‘내가 이 정도까지 됐구나.’ 자신의 몸값이 이제는 이곳 실력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었다는 증거였으니까. 물론 대단한 일과는 별개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담합을 하면 좀 그렇지.’ 한 푼이라도 아쉬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기 몸값이 내려가서 좋을 것 없는 일. 하물며 미다스의 몸값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사장님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라이징 스타 채널의 것이기도 했다. 즉, 지금 상황을 그냥 무시하는 건 좋을 것 없었다. ‘이럴 땐 대놓고 선택지를 강요해야지.’ 저들이 언제까지 입 다물고 가만히 있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의미.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다들 너무 빼시네. 그리고 나도 신입인데, 신입 대우라도 해주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 말을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무시했다. “잘 해주셔야 같이 사냥도 하고 그렇죠, 안 그래요?” 이어진 발언에도 플레이어들은 흔들렸으나, 무시했다. ‘참아.’ ‘놈하고 같이 사냥하면 끝장난다.’ ‘하면 시청자 폭발하겠지만, 내 게임 인생도 폭발해.’ BJ대마도사와 사냥을 하는 것의 메리트는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리스크가 상식 수준을 벗어난 상황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확신했다. ‘그보다 저렇게 나오는 걸 보면 BJ대마도사도 도움이 필요한 거겠지?’ ‘말이 많아지는 걸 보면 당황한 모양이야.’ ‘천하의 BJ대마도사 혓바닥이 길어지는 걸 보니까 후달리는 모양이군.’ 이런 식으로 파티 사냥을 제안하는 걸 보면 그 역시 지금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고. ‘하긴, 여기서 혼자서 하는 건 불가능하지.’ ‘제아무리 BJ대마도사도 여기서는 솔로로 남을 수 없어.’ 그 확신에 모두의 결의가 견고해지는 사이, 미다스 역시 머릿속에서 생각을 바꿨다. “그럼 말을 바꾸죠.” 생각을 바꾼 그가 소리쳤다. “쥐라기 파크행 BJ대마도사 버스 타실 분?” 그 외침에 들었던 모두의 굳었던 표정이 멍한 표정으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뭐라고?’ ‘버스 타실 분?’ 다른 곳도 아니고 신대륙 초입에서 플레이어들 데리고 버스를 운행하겠다? 소위 쩔을 해주겠다? 있은 적 없고, 있을 수 없는 일.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때문에 대부분은 자신이 들은 게 착각이라고 치부했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신대륙 입성 기념으로 쩔해드립니다! 파티 맺고 뒤에서 뒷짐만 쥐면 광렙 보장, 지금 하면 럭키랑 골드랑 투샷이 서비스!” ‘맛보기 서비스라도 해주마.’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3. - 야, 속보. ㄴ 뭔데? ㄴ BJ대마도사가 신대륙 도착함. ㄴ 그게 무슨 속보야? 이미 퍼진 건데. ㄴ 그런데 거기서 쩔해주겠다고 말함. ㄴ 뭐? 신대륙에서 내뱉은 BJ대마도사의 첫 한 마디가 속보가 되어 갓워즈 커뮤니티에 퍼졌을 때 사람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 딱 봐도 허세네. BJ대마도사도 되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 역시 BJ대마도사다. 아가리가 쉬질 않는다니까. - 그래도 BJ대마도사니까 해볼 만한 말이지. 다른 애들이 하면 그냥 무시할걸? 때문에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두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신대륙에서 버스 태워주겠다고 말했다던데?” “그래서? 넌 그걸 믿어?” “아니, 그냥 그랬다고.” 심지어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발언에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뭐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허세라도 부리는 게 낫지.’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를 완벽하게 무시하기로 비밀 협약까지 맺은 상황. 그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없었고, 그렇기에 BJ대마도사는 화끈하게 내질렀다. ‘어차피 버스 태워준다고 탈 리가 없으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공략을 하더라도 넘어오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한편으로는 도발이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보통은 홧김에라도 반응해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다는 건 당사자들 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닐 터. ‘여론도 뭔가 낌새를 느끼겠고.’ 그 사실에 여론 역시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낄 터였다. 그 발언에 대해 부여할 수 있는 의미는 딱 거기까지였다. ‘솔로 플레이는 몰라도, 신대륙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버스 태우는 건 불가능하지.’ 솔로 플레이와 쩔을 해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 제아무리 대단한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버스를 태워주는 게 가능할 리 만무했으니까. ‘솔로 플레이도 너무 효율이 떨어져.’ 더 나아가 솔로 플레이 역시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결국 답은 파티 사냥뿐.’ 때문에 박영준은 그런 BJ대마도사와 함께 할 멤버들을 이미 소집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와 파티 사냥을 해줄 이들은 1티어급 길드들에게 찍혀서 벼랑 끝에 매달린 이들뿐이지. 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BJ대마도사가 줄 마지막 기회를 위해 기꺼이 몸을 불사를 준비를 마친 이들만으로. ‘대첩 길드의 문덕처럼.’ 335화. < 105화. 새로운 대륙 (2). > 4. “BJ대마도사답네, 신대륙 오자마자 허풍 한 번 제대로 떨고 시작하네.” “허풍은 그렇다고 쳐도 아무도 대꾸하지 않은 건 좀 이상하네. 보통 이러면 시비라도 걸지 않나?” “하긴, 반응이 하나도 없는 건 좀 그러네. 보통은 BJ대마도사 나오자마자 어중이떠중이 라이브 방송 켜고, 낚시 방송이라도 하는데.”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입성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캡슐방. “어쨌거나 이대로 가면 BJ대마도사는 이번에도 솔로로 게임 플레이하려나?” “에이, 설마 할 수 있는 건 둘째치고 혼자서 하는 건 너무 효율이 안 좋을 텐데?” “무슨 소리예요? 다들 BJ대마도사 못 믿는 거예요? BJ대마도사는 죽을 때까지 솔로로 살다 솔로로 죽을 거라고 우리 BJ대마도사 팬들과 약속했다고요! 우리 형은 무조건 솔로입니다!” “혁주, 쟤 또 개소리하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혁주의 허무맹랑한 소리가 오고 가는 가운데 정현우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고민의 기색이 역력했다. ‘버스 서비스를 한다고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 ‘뭐, 그건 사전에 담합한 거라고 치고.’ 그들이 무시하는 것은 나름 이해하고자 하면 못할 것은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내가 필드로 이동한 후에도 감시책 한 명 제대로 붙지 않았단 말이야. 스파이 샷이라도 찍으려도 열댓 명 정도는 달라붙는 게 보통인데.’ 그러나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행보에도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분명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골치 아프네.’ 그리고 좋을 것 역시 없는 대목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하고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건 좀 그런데…….' 일단 신대륙은 사실상 1티어급 길드들의 울타리 안이었고, 견고한 관계를 맺은 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들과 사이가 서먹서먹하다? 물론 미다스가 1티어급 길드들과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아예 대화조차 단절되어서 좋을 건 없었다. ‘이렇게 사이가 안 좋으면 나중에 방송할 때 솔로 방송만 해야 해.’ 더욱이 정현우 입장에서는 라이브 방송 역시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도 그냥 하는 것보단 레이드 레이스를 해야 더 이슈가 되는 법. 이전 대륙에서 중원 길드가 거듭 라이벌 구도를 불태워준 덕분에 미다스가 얻은 이익이 증거였다. 그러나 이제 중원 길드는 없고, 그들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얼굴은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 정도는 되어야 했다. 아무것도 접점이 없는 사람하고 갑자기 라이벌이니, 이벤트 매치니, 그런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쯤 되면 이 서먹서먹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어차피 기사단의 흔적 찾으러 가야 하는데, 가는 도중에 쇼케이스 한 번 가져볼까?’ 그중 하나는 BJ대마도사가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스펙업을 얼마나 했는지 쇼케이스를 통해 화끈하게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이 열광할 테고, 1티어급 길드들도 좀이 쑤실 테니까. ‘아니면 사장님하고 이야기해볼까? 사장님도 대충 상황 파악하고 움직이실 텐데?’ 우웅! 그렇게 고민하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어?’ 이내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파트너 구해두셨구나! 역시 사장님이야!’ 이제는 고민 대신 미소를 짓는 정현우. ‘그보다 파트너가 누구지?’ 그 미소와 함께 이번에 신대륙에서 자신과 처음 호흡을 맞춘 파트너를 확인한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존자 길드? 레크?’ 그 두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헤이즈 길드에서 퇴출 당한 후에 헤이즈 길드랑 전쟁했다던 그 레크?’ 5. 신대륙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몬스터가 매우 강하다는 것. 공룡이라는 거대 존재들은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어떤 존재들보다 까다로웠다. 동시에 다채로웠다. 당장 하얀숲의 경우에도 등장하는 몬스터가 일개미, 전투개미, 날개미로 세 종류에 불과했지만 신대륙에서 등장하는 공룡의 종류는 10종이 넘었으며, 그마저도 새로운 종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는 사냥터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 신 대륙에는 탐험가 길드의 탐험가 라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탐험가 길드가 없는 건 아니었으며, 그들의 힘이 약한 것 역시 아니었다. 단지 이제까지 탐험가 라인이 탐험가 길드를 규칙을 따르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열려있었다면, 신대륙에서는 복종하는 이들만이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복종이란 요소가 신대륙에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세 번째 요소였다. 신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10대 길드와 1티어급 길드가 만든 모든 규칙에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것. 그들이 몬스터를 달라고 하면 줘야 했고, 고기방패가 되라면 되어야 했으며, 아이템이나 골드를 바치라는 협박도 있었다. 여러모로 부당한 일 그리고 그런 부당한 일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가 한두 명 정도는 있는 법이었다. “다들 모였지?” 레크, 그가 그런 부류였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부류. 사실 그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부류는 아니었다. “예, 그보다 레크 형님은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겠냐? 헤이즈 길드에서 쫓겨난 후부터 난 잘 지냈던 적이 없어.” 갓워즈 초창기에 10대 길드와 자웅을 겨루었던 대형 길드였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1티어급 길드로 평가받는 헤이즈 길드를 대표하는 탱커 중 한 명이었으니까. 손해 보고 싶어도 손해 보기 힘든 탄탄대로를 걷는 부류. “쯧,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안 했을 텐데.” 그런 레크의 탄탄대로에 악운이 낀 건, 그가 동료의 부당함을 꼬집은 순간부터였다. 당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실패로 상황이 좋지 못했던 헤이즈 길드는 만회를 위해 무리한 행보를 보였고, 그 과정에서 헤이즈 길드와 동맹 관계였던 소규모 길드를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길드원 몇 명이 그 소규모 길드에 포션을 외상으로 빌려 가고는 했다. 말이 외상이지, 사실상 강탈이었고 그 사실에 레크가 한마디 했다. 게임 좀 신사답게 하라고. 사실 그 말을 뱉을 때 레크는 헤이즈 길드가 자신의 말을 듣고 행동을 고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아는 헤이즈 길드는 주춤하기는 해도 한때는 10대 길드에 근접한 길드였고, 그렇기에 그 길드에 자긍심을 가지고 충성을 바쳤으니까. 하지만 헤이즈 길드의 선택은 레크에게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길드에서 내쫓는 것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때 잘못한 거 지적했다고 이렇게 응징당할 줄 알았으면……." 헤이즈 길드는 레크가 그 어떤 식으로는 복귀할 수 없도록 응징을 거듭했다. 그래도 나름 인덕이 있던 레크였기에 그 응징에 몇몇 이들이 레크 편에 서줘서 목소리를 높여줬으나, 헤이즈 길드는 1티어급 길드들과 함께 레크를 돕는 이들까지 응징했다. 파티 사냥에서 퇴출시키는 수준을 넘어, 레크를 비롯해 그를 돕는 이들이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몬스터를 스틸하고, 아이템을 강탈하고, 심지어 PK를 걸었다. “……말로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PK걸고 뚝배기를 깼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 캐릭터 키우면서 가장 후회하는 게 딜러가 아니었다는 거야.” 그러나 그 응징에 레크는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을 돕기 위해 길드를 만들었다. 생존자 길드. “이 이야기는 질리도록 했으니까 여기까지 하고, 그보다 용케 다 왔네. 막상 당일 되면 다들 몸 뺄 줄 알았는데.” “에이, 어차피 버린 몸들인데 뭐하러 빼요?” 물론 그 전쟁의 결과물은 지금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맞습니다, 어차피 이 캐릭터는 버리고 세컨 키우고 있어요.” “전 세컨도 버리고, 서드 캐릭터 키우는 중입니다. 요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콘텐츠가 쏠쏠하거든요.” 수년에 걸쳐 신대륙까지 이른 캐릭터를 버리고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할 지경. 참담한 일이었다. “아니, 그래도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그냥 들어온다고?” “의뢰인이 뭐가 중요합니까? 그냥 레크 형님 믿고 가는 거지.” “맞아요, 그런 거 알면 뭐 달라집니까? 부르면 냉큼 접속하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크의 요청에 접속해봤자 속만 쓰린 캐릭터에 접속한 건 레크가 그동안 쌓은 신뢰가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대륙에서 손해 보면서까지 불합리함과 끝까지 맞서 싸우는 건 레크가 유일했다. 실제로 헤이즈 길드는 레크가 생존자 길드를 만든 이후로 그를 회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레크는 단 한 번도 그 회유에 흔들린 적이 없었다. 도리어 자기 사비를 털어 길드 내 힘든 사람을 도와줄 정도. “어차피 레크 형님 없으면 우리 다 어중이떠중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리고 실력이 뛰어났다. 사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다른 실력이 있으니까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법. 그나마 레크가 생존자 길드를 이끌기에 이렇게 배척받고, 핍박받는 이들의 우두머리이기에 일거리가 왔다. “형님 없으면 우리는 고기 방패도 안 되죠.” “맞아요, 오빠 없으면 그냥 길가다가 1티어급 길드 애들한테 사냥당하겠죠.” 그 일거리가 이 위험이 가득한 신대륙에서 의뢰인을 위해 고기 방패가 되어주는 참담한 일이긴 하지만, 어차피 1티어급 길드에 걸려서 척살 당해서 죽는 것보단 돈 받고 죽는 게 남는 장사였다. “그보다 일거리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맞아, 저번에 헤이즈 길드가 한 번 깽판 친 이후로는 의뢰인들 싹 사라졌잖아요?” 물론 그 푼돈 벌이마저도 헤이즈 길드를 비롯한 1티어급 길드들의 방해 탓에 사라진 상태. “대체 의뢰인이 누구이기에 헤이즈 길드한테 찍힌 거 알면서도 형님을 찾은 겁니까?” 때문에 의뢰인의 정체에 대해 질문하는 동료들에게 레크가 말했다. “대단한 사람이지.” 그때였다. “그게 누구입니까?” “그러니까……." 레크가 의뢰인에 대해 소개를 할 무렵. “아, 여기 있으셨네.” 그들을 발견한 의뢰인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6.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 멋진 늑대는 럭키, 이쪽에 있는 수호자 모습을 한 건 골드. 그리고 저쪽 사자는 실버. 마지막으로 제 머리 위에서 콧방귀 뀌는 녀석은 잭팟입니다.” 그 소개를 끝으로 미다스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는 레크의 동료들, 생존자 길드의 길드원들의 표정은 굳었다. ‘맙소사.’ ‘의뢰인이 BJ대마도사였어?’ 헤이즈 길드를 포함해 1티어급 길드에 찍힌 자신들에게 의뢰를 한다는 게 보통 인간은 아니니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인물이 지금 갓워즈를 뒤흔드는 BJ대마도사일 줄이야? 물론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납득이 됐다. ‘하긴, BJ대마도사라면 헤이즈 길드 눈치 따위를 볼 리가 없지.’ 이미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들과 몇 번의 충돌을 통해서 자신의 우위에 있음을 증명한 상황. 아니, 우위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시비를 건 1티어급 길드 소속 유망주들이 BJ대마도사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건 물론, 정령의 동굴에서는 시비를 건 1티어급 길드들의 체면이 산산조각이 났다. 작금에 이르러선 그의 행보에 1티어급 길드들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먹히는 상황. ‘돈도 많고.’ ‘인맥도 쩔고.’ 그와 별개로 이미 아즈모와 구스타프, 그 둘과 비교될 정도로 돈이 많은 대부호로 소문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으며, 그의 방송에는 10대 길드 마스터급들이 심심하면 출몰해서 후원 채팅 배틀을 뜰 정도로 인맥조차 엄청난 수준이었다. 아무리 신대륙이 1티어급 길드들 세상이라고 해도 BJ대마도사는 건드릴 수 없을 터. '쯧." 물론 그것과 별개로 BJ대마도사에 대해 썩 좋은 감정을 가지는 생존자 길드원들은 없었다. ‘그래 봐야 결국 쓰다 버리겠지만.’ 정리하면 BJ대마도사 역시 힘으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 자였으니까. 당장 생존자 길드를 고용한 것부터가 돈을 이용해서 게임을 더 편히 하기 위함 아닌가? 그 권력자들에게 핍박받으며 결국 애써 키운 자신의 첫 번째 캐릭터들을 버려야 했던 생존자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는 BJ대마도사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앞세우는 건 아니었다. “레크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돈 한 푼 벌 수 없는 처지 속에서 적잖은 보수를 주는 보스 아닌가? 최선을 다해 할 만큼 해주는 게 도리. 그러한 레크의 인사에 미다스는 레크를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마치 상대를 분석하려는 듯. 그 태도에 레크는 긴장했다. ‘방송으로는 장난기 넘쳐 보이지만, 역시 방송을 껐을 때는 뱀이 따로 없군.’ 일말의 틈도 주지 않겠다, 레크가 보기에 BJ대마도사의 표정은 그런 의미였다. 물론 미다스가 그런 이유로 레크를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전직 헤이즈 길드 1군 탱커답게 능력치가 좋네.’ 미다스는 레크의 전적을 잘 알고 있었다. 레크가 헤이즈 길드에서 왜 나왔는지 그리고 현재 처지가 어떠한 상태인지. 그렇기에 고민이 됐다. ‘그보다 생존자 길드를 고용했다는 건…….' 미다스가 아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님은 언제나 세 수 앞을 내다볼 만큼 뛰어난 분이었다. 그런 분이 그저 게임 좀 편하게 하라고 생존자 길드를 파트너로 붙여줬을 리는 만무. 하물며 그냥 파트너가 아니라 신대륙 최초의 파트너였다. 상징적인 의미가 여러모로 클 수밖에 없을뿐더러, 생존자 길드가 어떤 결과물을 얻느냐에 따라서 BJ대마도사의 능력과 평가가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생존자 길드를 제대로 띄워주라는 건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생존자 길드가 한없이 많은 선물을 가져가는 게 BJ대마도사의 평판에 좋았다. ‘하긴,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 생존자 길드는 껄끄러운 존재이니까.’ 더욱이 지금 현재 BJ대마도사가 직면한 문제점은 1티어급 길드들이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티어급 길드들에게 박해 받는 생존자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도움을 받아 라이징 스타가 된다면? 그렇다면 과연 그 후에 1티어급 길드들은 계속해서 BJ대마도사를 무시할 수 있을까? ‘하긴, 질투심 앞에 장사는 없지.’ 질투심 때문에라도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터. ‘역시 사장님 머리는 정말 좋다니까.’ “사냥 계획은 전부 제가 기획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이윽고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린 미다스가 레크에게 말했고, 그 말에 생존자 길드원들은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제대로 뽕을 뽑을 생각이구나.’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이용해 이곳, 신대륙에서 제대로 사냥을 할 속셈이라고. ‘하긴, 우리 하나 미끼 삼아서 공룡들 몰이한 후에 화력 퍼부으면…… 그것보다 편한 것도 없지.’ ‘여차하면 공룡들한테 우리를 미끼로 주고 튀어도 되고.’ 비단 BJ대마도사만 그런 게 아니었다. ‘돈 받았으니까 됐어.’ ‘까짓것 키우지도 않는 캐릭터 목숨값으로 한 달 배부르게 먹으면 남는 장사이지.’ ‘어차피 이런 짓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동안 생존자 길드원들을 고용한 이들 모두가 생존자 길드를 희생양으로 썼지, 동료나 파티원으로 써먹은 경우는 없었으니까. 때문에 새로이 각오를 다질 필요도 없었다. “예, 명령만 내려주시면 따르겠습니다.” 레크 역시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애초에 그게 라이징 스타 채널과의 계약 조건이었으니까. BJ대마도사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라도 일단 무조건 그 요구를 수행하라고. “레크 님, 워즈튜브하세요?” “예? 그야…… 채널이 있긴 있습니다.” “오케이, 그럼 레크 님이 라이브 방송 켜시고, 제가 게스트로 들어가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게스트요? BJ대마도사가 우리 방송에?” 그러자 생존자 길드원들 사이에서 연거푸 의문이 터졌다. 그러나 그 의문에 미다스는 당황하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라이브 방송하는 도중에 계시면 제가 깜짝 게스트로 출연하는 겁니다. 그컴 시청자가 폭발하겠죠.” 그게 미다스가 준비한 방법이었다. 자신이 게스트로 출연해주는 것. 물론 이 방식으로 당장 미다스에게 남는 이익은 없었다. ‘이거 한 번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나랑 같이 사냥하고 싶어서 줄을 서겠지, 줄을.’ 하지만 이 방송이 끝난 후에는 이익을 골라 먹게 될 터. “자, 그럼 준비하시죠. 신호 주시면 제가 바로 등장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랑 같이 게임하면 얼마나 개이득인지 제대로 알려주마.’ 미다스의 신대륙에서의 첫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336화. < 105화. 새로운 대륙 (3). > 7. ‘오케이 접촉했군.’ BJ대마도사와 생존자 길드가 접촉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박영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뿐이었다. 박영준은 이 소식에 대해서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들킨 것 같진 않군.’ 보안을 위해서였다. 만약 이번 접촉을 직원들에게 미리 말해줬다면 부하 직원들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분명 정보가 유출됐을 터. 그리고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이번 일은 시작하기도 전에 방해가 들어올 가능성이 컸다. 과장이나 과대망상이 아니었다. ‘신대륙에서는 신중해야지, 1티어급 길드들의 이해관계가 상식을 초월하는 곳이니까.’ 당장 BJ대마도사의 등장에 1티어급 길드들이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외면했다. BJ대마도사라는 검증된 이슈 메이커를 두고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기들의 약속을 지킨 셈. ‘레크 같은 플레이어가 있어서 다행이야.’ 생존자 길드를 BJ대마도사의 조력자로 붙인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1티어급 길드들이 만든 그 견고한 카르텔 속에서 BJ대마도사를 도와줄 만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또한 레크 정도면 훌륭한 조력자였다. ‘너무 잘나서 축출됐으니까.’ 훌륭한 정도가 아니라 본래 레크는 헤이즈 길드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헤이즈 길드가 지금은 상장 폐지를 코앞에 둔 것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몰락한 처지이지만, 레크가 없었다면 애초에 코스닥에 상장되는 일은 없었을 정도. 그게 레크가 헤이즈 길드에서 축출된 이유였다. ‘헤이즈 길드가 코스닥 상장 이후 간부나 길마가 회삿돈 빼먹기 바쁜 와중에서 유일하게 깨끗했었지.’ 횡령과 배임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헤이즈 길드의 높으신 양반들이 보기에 레크는 정말 치명적인 위협으로 느껴졌을 테니까. 레크가 나간 이후에도 헤이즈 길드가 레크와 그가 세운 생존자 길드를 끝까지 응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약 그때 레크가 전후 사정을 알고 제대로 정치질을 했다면 혹은 박영준 같은 사람이 옆에만 있었어도 헤이즈 길드가 해체되고도 남았을 정도, 그 정도로 헤이즈 길드의 상태는 좋지 못했었다. ‘그때 무리하는 바람에 헤이즈 길드가 이 꼴이 된 거지만.’ 물론 무리하게 레크를 응징하는 과정에서 이곳저곳에 적잖은 빚과 약점을 준 상태였다. 1티어급 길드들의 카르텔이 제아무리 끈끈하다고 해도 그냥 멀쩡한 유저를 무료로 PK해주는 경우는 없으니까. ‘생존자 길드라면 끈끈함이 남다르니, 한동안 BJ대마도사의 사냥을 잘 도와줄 거다.’ 어쨌거나 그런 레크의 생존자 길드는 당분간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적응에 몸을 아끼지 않는 도움을 줄 것이다. 보수도 적잖게 주었다. ‘한동안 BJ대마도사도 조용히 퀘스트 진행과 신대륙 적응에 주력할 테고.’ 당연히 BJ대마도사도 그에 맞추어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터. ‘일단은 1티어 길드에 어느 정도 맞서 싸울 힘과 세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가는 거다. 숨죽이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제아무리 끈끈한 1티어급 길드들의 카르텔이라고 해도 틈이 생길 테니까.’ 그 사실을 되새김질하던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이 생각을 멈추고는 퉁명스럽게, 조금 전 자신이 했던 고민 따위는 감히 추측할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BJ대마도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응?" 그러나 BJ대마도사가 언급되는 순간에는 박영준의 표정 연기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그렇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내뱉는 박영준의 질문에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게…… 방송하고 싶답니다.” “라이브 방송 요청?” 이어진 말에 박영준의 두뇌가 전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이라니, 지금 여기서?’ 은밀하게 일을 처리해도 모자랄 판에 라이브 방송을, 그것도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방송을 한다? “정확히는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그때 나온 게스트란 단어에 박영준의 머릿속에 있던 퍼즐 하나가 단숨에 완성됐다. ‘설마?’ 그렇게 퍼즐을 완성한 박영준이 곧바로 소식을 가져온 부하 직원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예?” 반문하는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꾹 다문 입을 제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릴 뿐. 그 상태에서 생각했다. ‘역시 BJ대마도사, 조용히 갈 생각이 없군.’ 조만간 폭탄이 터지리라고. 8. 헤이즈 길드. 한때는 10대 길드와 자웅을 겨루며, 코스닥에 상장까지 되었던 그 길드가 몰락의 길로 빠져든 건 의외로 처음부터였다. 길드가 설립될 때부터 길드 운영이 길드 마스터와 그 측근들에 의해서 제멋대로 이루어졌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호황을 누린 건 갓워즈 열풍 덕분이었다. 갓워즈가 세상을 집어삼킬 무렵에는 그냥 갓워즈 길드라는 이름만 달고 있어도 사람들이 제발 내 돈을 투자받아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정도였으니까. 소위 버블 시대.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거품은 꺼지며 그 속에 있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헤이즈 길드의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결정타는 신대륙에서 이루어진 보스 몬스터 레이드, 티라노사우루스 레이드 실패였다. 당시 재정이 스펀지처럼 구멍투성이 상태였던 헤이즈 길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었고, 내부 플레이어들의 반대도 무시한 채 무리한 레이드를 했고, 결국 실패로 이루어졌다. 물론 세상일이란 게 실패를 마주할 때도 있는 법. 그리고 대개 문제는 그 실패보다는 실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법이었다. 헤이즈 길드는 후자였다. 레이드 실패 이후 정기적으로 나오던 지원금이 비정기적으로 바뀌었고, 액수도 줄어들었으며, 그로 인해 간부급 플레이어들이 동맹 길드를 착취하는 상황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일명 레크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레크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헤이즈 길드의 상황은 더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몇몇은 질문을 던졌다. 그 레크 사태의 원흉이 된 사람이 누구냐고. “지금 뭐라고?” 지금 화를 내는 2미터의 거구, 값비싼 은빛 갑옷을 두른 채 양동이 같은 투구를 쓴 플레이어. 헤이즈 길드의 간부 중 한 명인 브람스, 그가 바로 그 원흉이었다. “레크, 그 새끼가 라이브 방송을 켰다고?” “예." “왜?”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냥 방송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미친 새끼.” 물론 본인은 스스로를 원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길드를 병신 만들어놓고, 이 지랄을 한다? 그때 현피를 해서라도 아주 제대로 박살을 냈었어야 했어. 그 새끼 때문에 내가 본 손해가 얼만데!” 도리어 레크 때문에 잘 나가던 헤이즈 길드가 몰락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큰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뿐. “얘들아 장비 챙겨.” 당연히 브람스는 지금 이 상황, 그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레크 놈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걸 놔둘 생각이 없었다. “레크 새끼랑 떨거지 놈들 라이브 방송 중에 머리통 박살을 낸다.” 그러한 브람스의 말에 길드원들은 쉬이 예, 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생존자 길드 애들 PK에 도가 튼 애들인데.’ ‘저번에도 한 번 치러 갔다가 열두 명 게임오버 당했어.’ 생존자 길드가 신대륙에서 엄청난 핍박을 받고 제 역할을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PK싸움에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 그리고 적응을 한 상태였다. ‘레크가 탱킹하면 뚫을 수가 없다고.’ 개중에서도 한때 헤이즈 길드의 핵심 탱커였던 레크의 존재는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런 레크와 동료들을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잡으러 간다는 건 최소 지금 있는 멤버 중 대여섯 명은 게임 오버로 한동안 현실 요양을 해야 한다는 의미. “뭐해? 안 가?” 물론 그 리스크에서 브람스는 예외였다. 애초에 탱커 포지션인 그는 전투에서 적당히 몸만 사려도 게임오버를 당할 일이 없으며, 위험한 순간 힐러들이 앞다투어 그를 먼저 도와줄 테니까. 결국 고생은 부하 동료들 몫이라는 의미. 허나, 브람스에게 그러한 사실은 조금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저기......." 그때 한 명이 나름 브레이크를 걸었다. “생존자 길드 애들이 움직일 때는 의뢰인이 있을 때뿐인데, 그 의뢰인이 누구인지는 확인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생존자 길드가 레벨업 사냥 따위를 할 리는 만무, 정황상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중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 그게 생존자 길드의 유일한 수입원이기도 했다. 가능성이 큰 게 아니라 그 가능성밖에 없다는 의미. “그래서 뭐?” “그야……." 그러나 그 브레이크는 브람스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생존자 길드 새끼들 고용한 순간 헤이즈 길드의 살생부에 오른 건데, 당연히 그 의뢰인 새끼도 같이 족쳐야지.” 오히려 가속페달 역할을 할 뿐. “서포트 팀한테 레크 놈 라이브 방송 영상 보고 위치 추적해서 보내 달라고 해. 지금 이대로 가서 학살을 해버릴 테니까. 그 의뢰인이라는 새끼도 같이 묶어서.” 그렇게 브람스가 움직였다. 9. 꾸오오! 세 개의 뿔을 가진 트리케라톱스, 독특한 생김새로 어린이들이 한 번은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 공룡. “하필 트리케라톱스라니, 오늘 운이 없군.” 그러나 신대륙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 무리 다음으로 만나기 싫은 공룡이었다. “다들 정신 차려! 뿔에 맞으면 그냥 날아가니까!” 그 세 개의 뿔을 앞세운 돌진 앞에서 탱커들은 그야말로 볼링공 앞의 볼링핀 꼴이 될 따름이었으니까. 때문에 이런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는 몸으로 부딪쳐 막는다는 전략을 써서는 안 됐다. 투우. 문자 그대로 성난 황소를 상대하듯 달려오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아슬아슬한 회피 싸움을 해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준급 수준을 넘어서 랭커급 탱커, 하는 것만으로도 박수갈채 섞인 후원금이 쏟아져야 하는 수준의 탱커 정도가 가능한 일. 최소한 1티어급 길드 1군 핵심 탱커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 “내가 시선 끈다!” 레크가 망설임 없이 트리케라톱스 앞에 선 건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투우를 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 짓도 반 년 넘게 하네.” 더 나아가 신대륙 초입에서 반 년 넘게 정체 중인 동안 경험치도 질릴 만큼 쌓인 상태였다. 더 이상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업조차 안 될 정도. 실력도 엄청난 주제에 고이기까지 한 수준, 속칭 석유 같은 존재였다. 꾸오오! 때문에 레크는 트리케라톱스를 상대로 너무나도 여유 있게, 마치 산책하듯이 투우를 시작했다. - 와, 이거 뭐임? - 미친, 이걸 이렇게 쉽게? - 뭐지? 내가 지금 CG영화 보는 건가? - 딱 봐도 주작이네. 그 광경에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 들어온 모든 시청자들이 앞다투어 감탄을 토해냈다. - 와, 이 분 누군데 이런 플레이를 함? - 갑자기 워즈튜브 맞춤형 코너에 라이브 방송 왔는데, 시작부터 장난 아니네요. 이 분 누구죠? - 뭐지? 왜 이런 채널을 내가 처음 안 거지? 동시에 대체 이런 실력자가 왜 이제야 드러났는지, 그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 갑자기 오랜만에 방송 떠서 놀랐네요. 레크님 하이. - 레크님 간만에 보네요. -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전 헤이즈 길드 최강 탱커, 레크님이다! 그저 과거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널을 구독 취소하지 않고 있던 이들만이 알아낼 뿐. 물론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시청자 숫자 4천 명이라…… 라이브 방송 처음 했을 때도 1만 명은 넘기고 시작했었는데.’ 헤이즈 길드의 시작과 영광을 함께 했었던 레크 입장에서는 쓴웃음이 지어질 법한 일. ‘뭐, 방송 켠 게 5개월 만인데 4천 명이면 감사하지.’ 그마저도 그동안 공백기를 생각하면 제법 많은 숫자였다. 아무래도 헤이즈 길드와 쉴 새 없이 싸워온 생존자 길드 입장에서 라이브 방송은 자기들을 잡아달라는 광고나 다름없었고, 때문에 방송을 켜는 일은 없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본래는 라이브 방송을 켤 상황이 아니었다. ‘그보다 헤이즈 길드 애들이 이 라이브 방송 보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레크가 아는 헤이즈 길드라면 필시 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자신과 생존자 길드를 잡으러 올 터. 그게 딱히 두려운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뭐지?’ 단지 이런 상황을 명령한 BJ대마도사의 의중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할 뿐. 물론 그 광경을 기획한 BJ대마도사의 의중은 딱히 복잡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이야, 사냥 잘 하시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미다스는 레크의 화려한 플레이 그리고 생존자 길드의 파티 플레이를 보면서 때를 기다릴 따름이었다. “럭키야, 어때?” 왕! “골드랑 실버보다 나은 것 같다고?” 왕! “오, 발언 강한데, 골드 네 생각은?”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당장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실버와 함께 저 괴상한 짐승의 뿔을 그 자리에서 뽑아드리겠습니다. 나쁜개는 절대 못할 겁니다.” “그래, 그럼 대기해. 이제 좀 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게스트로 출연해야 하니까.” 자신이 생존자 길드의 사냥 라이브 방송에 난입할 때를. 이미 연출 기획도 마친 상태였다. “일단 내가 먼저 로브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고, 그 뒤에 너희들이 텔레포트를 통해서 오는 거야.” 보다 임팩트 있는 등장을 위해서. “그 후에 차례차례 소환하는 거지. 블레이즈 골렘부터 뇌전의 정령 기사까지. 아주 화끈하게.” 그 연출을 떠올리는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장님이 이미 내 의도를 깨닫고 적당히 광고 문구 올리셨을 거고, 그럼 내가 게스트로 나오는 순간 레크 님 라이브 방송은 폭발하는 거지. 시청자 최소 1백만 찍어드린다.’ 폭발하는 레크의 라이브 방송. 그와 함께 치솟는 BJ대마도사의 주가. ‘이렇게 했는데도 나랑 같이 게임하기 싫을 리가 없지. 아무렴.’ 당연히 미다스는 자신의 눈앞에 달콤한 선택지가 놓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10대 길드나 1티어급 길드들이 동시에 입찰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거 너무 경쟁 심화되면 그것도 좀 그런데...... 갑자기 러브콜이 걱정되네.’ 도리어 이제는 뒤탈을 걱정할 정도. 그렇게 머릿속으로 김칫국을 마시다 못해 다 마시고 새로 김치를 담글 무렵. ‘응?’ 그 무렵에 전장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런 미다스의 눈에 한 무리의 플레이어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왜 저쪽으로?’ 다른 곳도 아닌 레크가 사냥 중인 곳으로. 멈춤 없이.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때문에 미다스는 그들의 의도를 착각 없이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습격이다.’ 생존자 길드를 엿 먹이는 것.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는 잠시 고민했다. ‘당할 순 없지.’ 여기서 순순히 몬스터를 빼앗길 순 없는 일. ‘역으로 엿 먹여야 해.’ 도리어 확실한 응징이 필요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대기 중인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전투 준비.” 10. 몬스터 스틸, 아이템 스틸, PK 등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매너 행위. 그러한 비매너 행위 중 가장 질이 나쁜 건 몬스터 사냥 도중인 파티를 습격하는 일이었다. 그걸 가장 질 나쁜 행위로 규정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피해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는 것. 막말로 아이템 스틸이나 몬스터 스틸은 몬스터만 빼앗으면 끝이지만, 사냥 도중의 습격은 상대방을 전멸에 이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좀 더 들어가면 세력이 약한 쪽이 세력이 강한 쪽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쟁 병기로 따지면 생화학 병기인 셈. “죽여!” 지금 브람스가 이끄는 71명의 헤이즈 길드원들이 하는 짓은 그만큼 치졸한 짓이었다. “마법사들, 포격!” 그러한 치졸한 공격의 시작은 마법 포격이었다. “포격 개시!” 헤이즈 길드원들이 던진 불, 얼음, 뇌전 마법들이 원시림을 가로지르며 트리케라톱스를 사냥 중인 레크와 그를 지원하는 생존자 길드원 일곱 명을 향해 날아왔다. 콰앙! “똑바로 안 던져?” 물론 그 마법 중 1/3 정도는 원시림의 나무들에 맞으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그 덕분이었다. - 어! 뭐야? - 마법소리 났어! - 공격이다! 라이브 방송을 보던 4천 남짓한 시청자들이 마법 공격이 도달오기 전에 낌새를 느낀 건. “피해!” “예!" 레크와 생존자 길드원들의 경우에는 낌새를 느끼는 수준을 넘어 바로 방어 모드로 바뀌었다. 이게 생존자 길드에게는 일상인 탓이었다. - 미친, 사냥 도중에 습격하는 게 어디 있어? - 어떤 개새끼야? - 와씨, 일단 이거 소문부터 퍼뜨리고 오겠음! 허나, 보통 이들에게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고, 때문에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어수선해졌다. - 지금 개꿀잼 사건 발생했다고 해서 왔습니다. - 신대륙에서 사냥 중 습격이라니, 조작 아니지? - 이 방송 지금 가장 화끈한 맛집이라면서요? 그리고 곧바로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레크에게는 그런 채팅창을 바라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콰광! 당장은 쏟아지는 마법 포격 속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 “다들 전투 들어가! 각개 전투다!” 그 포격 속에서 생존자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생존자 길드원들은 곧바로 뿔뿔이 흩어지며 게릴라 전을 치를 준비를 했다. 그게 기껏해야 스무 명 남짓한 인원으로 세 배가 넘는 인원을 상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공룡 보면 무조건 물고 늘어져!” 나눠서 도망치다가 공룡 무리라도 만나게 되면 최소한 같이 게임 오버를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 뭐지? 대처가 평범하지 않는데? - 이거 아무래도 그냥 습격이 아닌 모양 같음.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재차 놀라는 사이, 마법 포격이 만든 어수선함 뒤로 무장한 근접 딜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 엄청난 속도로 원시림을 달려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물소떼 같았다. “확실하게 끝내! 끝까지 잡아 족쳐!” 그리고 브람스는 먼 곳에서 그 광경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사이 그가 연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왔다. - 지금 레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늘어나는 중입니다. 여론이 안 좋을 수 있으니 자중해라, 게임 밖 서포터 팀의 그 말에 브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배신자 새끼 족치는데 여론은 무슨 여론이야. 그리고 이미 이미지는 발바닥에 치이고 다니는데.’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쓰는 인물이었다면 레크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즉, 브람스는 오늘 이 사냥을 적당한 선에서 끝낼 생각 없었다. “분명 의뢰인 새끼가 있을 거야. 그 새끼 잡아다 공개 처형해.” 발본색원, 끝장을 볼 생각만 있을 뿐. 그 순간이었다. 콰과광! 응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던 브람스의 귓속으로 강렬한 폭음 한 자락이 들렸다. 콰과광! 그리고 이어서 폭음이 한 번 더 들렸다. ‘응?’ 그 두 번의 거대한 폭음에 브람스가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다. ‘소리는 대폭발인데?’ 탱커인 그가 대폭발 마법 특유의 소리를 모를 리 만무. ‘두 번?’ 의문을 느끼는 건 그 대폭발 소리가 연달아서 두 번 터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의문은 거기까지였다. ‘뭐지?’ 브람스의 사고는 갓워즈에서 대폭발 소리를 한 번에 두 번 낼 수 있는 인물이 BJ대마도사라는 것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해 현실 서포트팀이 말해주었다. - 저거 BJ대마도사입니다! 337화. < 106화. 손해 보는 장사 (1). > 1. 이빨이 빠지고, 가죽이 벗겨지고, 발톱이 뽑혀도 호랑이는 호랑이인 법. - 지금 신대륙에서 실력 끝내주는 루키가 등장했다는데? ㄴ 그래? 누군데? ㄴ 레크? 여하튼 시청자 4천 명짜리 하꼬임. 처음 라이브 방송하는 듯. 그런데 장난 아님. ㄴ 잠깐, 레크라고? 헤이즈 길드 전 탱커 아니야? 생존자 길드의 레크의 라이브 방송은 사람들의 이목을 확실하게 끌었고, 알음알음 갓워즈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다. - 그런 하꼬 방송 관심 없음. - 여기서 그런 찌끄레기 방송 홍보 좀 하지 마! - BJ대마도사 방송 아니면 그냥 갖다 버리셈. 물론 날개 달린 호랑이들이 득실거리는 신대륙에서 레크의 라이브 방송에 대한 관심은 대낮에 가로등 하나 켜진 수준에 불과했다. - 어? 습격이다! - 레크 방송에서 갑자기 습격 당함! 그러나 이어진 소식에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진짜? 신대륙에서 지금 습격이 나왔다고? - 신대륙에서는 어지간하면 PK도 안 일어나는데? 어중이떠중이가 넘치는 100레벨 이하 사냥터, 관심을 받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들이 넘치는 200레벨 이하 사냥터에서는 온갖 종류의 비매너 행위와 헤프닝이 발생했지만 신대륙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1티어급 길드, 그 이상의 권력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 곳이었고, 특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우연한 충돌 따위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 갑작스러운 습격 사고를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정말 예측할 수가 없군.” 그중에는 아즈모도 있었다. “레크를 고용한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일 줄이야.” 생존자 길드를 고용한 것까지는 납득할 부분이었다. 충분히 좋은 실력자였으며 동시에 원거리 딜러가 필요 없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탱커. 때문에 아즈모는 BJ대마도사가 생존자 길드와 함께 신대륙 초입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밑작업을 하리라 생각했다. 조용히.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를 무시하고자 한 상황에 가장 알맞은 방법이었다. “하긴, 조용히 숨죽이고 게임하는 건 성격에 안 맞겠지.”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조용히 하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를 일으켰다. “레크를 미끼로 삼아 헤이즈 길드랑 엮는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조만간 BJ대마도사가 직접 등장하겠지.” 그 순간이었다. - 지금 반격 나옴! - 대폭발 같은데? - 어? 두 번 터졌어? - 두 번이라고? - 그럼 혹시? 대폭발 마법이 등장했고, 이내 남다른 그 폭발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걸 본 아즈모가 미소를 지었다. “등장했으니 이제 라이징 스타 채널에 공지가 올라오겠군. BJ대마도사가 레크의 라이브 방송에 게스트 출연 중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한다고.” - 라이징 스타 채널에 공지 올라옴! - 게스트 출연이래, 게스트! - 레크 방송에 BJ대마도사가 게스트로 나온다! - 가만, 그럼 그 상태에서 습격 당한 거야? BJ대마도사가 공격당한 거야? 그의 예상대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바로 공지가 올려왔다. - 여기 BJ대마도사 나온다고 해서 왔습니다. - BJ대마도사안티팬입니다. 악플 여기다 달아도 되나요? - 럭키, 럭키를 내놓아라! 그 순간 레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믿기 힘든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단숨에 10만을 넘어, 50만을 넘고, 그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숫자가 거듭 올라갔다. “이 기세면 못해도 3백만은 넘겠는데,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겠군.” 그것을 본 아즈모의 입꼬리가 좀 더 올라갔다. 그때 비서가 한마디 했다. “헤이즈 길드가 바보도 아니고 그냥 여기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물러나지 않을까요?”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이미 코가 꿰인 상태이긴 하지만, 그보다 최악은 이 이상 코가 꿰이는 것. 비서의 말처럼 일단 도망치고, 차후에 일을 수습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베스트였다. “둘 사이가 안 좋은 게 처음 드러난 사실도 아니잖습니까?” 헤이즈 길드와 생존자 길드 사이의 관계가 무슨 비밀 같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헤이즈 길드에서 그렇게까지 이성적인 놈이었다면 이렇게 일을 대놓고 벌리지 않았겠지. 그렇잖아? 언제나 도망치던 사냥감이 라이브 방송을 켰다, 그럼 의심부터 해야지.” “위에서 지령도 내려올 텐데요?” “그 지령이 잘 통했으면 헤이즈 길드가 내년에 사실상 상장 폐지를 당할 일도 없었겠고.” 그제야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전쟁이겠네요.” “그건 아니지.” “아니라고요?” “그렇잖아? 전쟁을 하면 승패가 나뉘고, 그럼 당연히 BJ대마도사가 승자가 되겠지. 그리고 이야기도 거기서 끝나고.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사과 방송 한 번 하면 끝나는 거야.” 그때 아즈모와 비서가 잠시 말을 멈췄다. 말없이 거대한 모니터를, 그 모니터 위로 클로즈업 된 은빛 늑대 한 마리를 바라봤다. 럭키! BJ대마도사의 등장을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럭키의 등장에 아즈모가 멈췄던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BJ대마도사는 여기서 전쟁을 하지 않을 거야. 일단 대화를 신청하겠지. 그리고 그 대화에서 누가 보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헤이즈 길드에 할 테고. 계속 엮어갈 수 있도록.” 그 순간이었다. - 헤이즈 길드의 브람스, 대화 좀 합시다! BJ대마도사,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2. 한 번 시작된 PK가 도중에 멈추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도중에 멈춘다는 건 권투로 따지면 어느 한쪽이 경기 도중에 갑자기 가드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 상대방이 상황을 모르고 주먹을 휘두르면 그대로 실신할 수도 있었으니까. 또한 PK를 했다는 것부터가 감정적으로나 계산적으로나 어느 한쪽은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였다. 하물며 개인 대 개인도 아니고, 수십 명이 뒤엉키는 전투를 도중에 멈춘다? 있을 수 없는 일. “젠장, 대폭발이 두 번 폭발하다니?” “자, 잠깐! 저기 럭키 같은데?” “BJ대마도사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실현시켰다.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동시에 미다스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여기서 전투를 멈춘다는 건 싸우다 가드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 여기서 미다스가 공격을 퍼붓는다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입힐 수 있었다. 또한 명분도 있었다. 어쨌거나 공격한 건 저쪽이 먼저 아닌가? “헤이즈 길드의 브람스, 대화 좀 합시다!” 그러나 그 순간 미다스가 꺼낸 것은 공격이 아니라 대화였다. ‘싸우는 거야 상관없지만, 여기서 내가 싸움을 터뜨리면 레크님 처지가 골치 아파진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레크와 생존자 길드. 만약 여기서 미다스가 생존자 길드를 도와 헤이즈 길드를 전멸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면 어떻게 될까? 헤이즈 길드가 당장은 미다스에게 사과를 할 것이다. 그러나 레크와 생존자 길드는 달랐다. 그 둘 사이의 관계는 더 최악이 될 테고, 미다스가 떠나는 순간 곧바로 보다 강력한 응징을 시도할 터. ‘괜히 헤이즈 길드랑 관계가 꼬여서 좋을 것도 없고.’ 또한 미다스 입장에서도 헤이즈 길드와 아주 관계가 나빠지는 게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여러모로 여기서 상황을 악화시켜서 좋을 게 없다는 의미. ‘어차피 칼은 내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어쨌거나 피해자는 미다스였고, 헤이즈 길드가 가해자로 미다스에게 유리했다. “브람스, 당신이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오시죠.” 브람스를 콕 집어서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당신네 사정을 다 알고 있다. “괜히 도망치고 그러지 맙시다. 그때는 진짜 나도 상황 수습 못하고, 안 할 거니까.” 그러니까 괜히 도망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만든 테이블 앞에 앉아라. 그러한 미다스의 노림수는 바로 먹혔다. “BJ대마도사, 저 새끼가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아는 거야?” 당장 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브람스 입장에서는 자신이 언급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 “너희들이 말해준 거야? 어? 정보 유출이야?” 당연히 의심의 화살은 주변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 아닙니다. 황급히 브람스 옆에 있는 헤이즈 길드원과 현실의 서포터팀이 부정을 했으나, 듣는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었다. “젠장.” ‘이거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것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BJ대마도사랑은 같이 숨도 쉬지 말라고 했는데…….' 당장 위에서 내려온 지령부터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무조건 질책이 내려올 테고. 아니, 그보다 BJ대마도사랑 전쟁 나면 내 탓이잖아?’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면 그게 이상한 일. “저기……." “시끄러워!” 길드원의 말에 신경질적인 반응이 자연스레 나왔다. “지금 레크 쪽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3백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뭐?” 그리고 이어진 설명이 브람스의 머릿속에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했다. 지금 이 순간을 무려 3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본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 지금 속보가 왔습니다.” “속보?” “아즈모가 레크 채팅창에서 후원했답니다.” “아즈모? 후원?” “예, 바로 10만 달러 쐈답니다.” 이윽고 언급된 아즈모의 이름 그리고 아즈모의 재력을 보는 순간 브람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아즈모라니!’ 이 바닥에서 10대 길드랑 싸워도 아즈모랑은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었으니까. “야, 다들 공격 중지!” “예?” “싸움 멈추고 물러나! 일단 당장은 BJ대마도사랑 이야기한다!” “하, 하지만 위에서는……." “그럼 BJ대마도사랑 아즈모, 둘이랑 싸울래?” 그렇게 브람스가 BJ대마도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3. 레크와 브람스. 한때는 헤이즈 길드를 지키는 굳건한 벽이었던 그 둘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선을 그은 채 서로 마주 봤다. 당연히 서로를 마주 보는 표정과 기색은 좋지 못했다. 일촉즉발이라기보다는 이미 터질 만큼 터져서 사생결단이 아니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을 지경. 그러나 그 둘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미다스. 한쪽은 그에게 고용된 입장, 다른 한쪽은 죄를 지은 입장이기에 입이 있어도 먼저 말을 뱉을 수 없었다. “오늘 레크 님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다들 반갑습니다.” 그렇게 강제로 침묵하는 그 둘 사이에서 미다스가 능숙하게 상황을 진행했다. “레크 님, 지금 채팅창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어진 질문에 레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질문이 쏟아지고 있고요.” “그럼 상황 설명부터 해야겠군요. 간략하게 정리하면 공룡 사냥을 앞두고 혼자 하기 뭐해서 생존자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대가로 제가 생존자 길드 라이브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했고요.”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브람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짜잔, 하고 제가 등장하려는 순간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치고 들어오네요.” “그건……." 그 말에 무어라 항변하려는 브람스. 허나, 미다스는 그 항변을 용인하지 않았다. “실수였다고요?” 도리어 브람스가 내뱉으려던 말을 대신 내뱉는 미다스가 이내 크게 웃으며 다시 레크를, 정확히는 레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70명 넘게 플레이어 데리고 와서 다짜고짜 사람 치고 실수라고 한다…… 갑자기 실수하고 싶어지네.” 그러자 레크가 곧장 시청자 반응을 말해줬다. “실수하는 거 보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래요?” “또한 대부분이 헤이즈 길드가 잘못했다고 하는군요.” “그렇죠?” “아, 후원도 왔습니다. BJ대마도사솔로기원1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런 건 그냥 걸러주셔도 됩니다.” 짤막한 대화. 그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다시 브람스를 바라봤을 때 브람스의 표정은 사납게 구겨져 있었다. 그마저도 참은 탓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상대가 BJ대마도사가 아니었으면 라이브 방송이고 나발이고 바로 머리통을 후려쳤을 테니까. “뭐, 하지만 헤이즈 길드의 입장도 이해는 합니다.” 그때 나온 미다스의 발언에 브람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생존자 길드랑 헤이즈 길드의 관계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둘 사이에서 제가 알지 못하는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죠. 솔직히 헤이즈 길드가 밑도 끝도 없이 PK를 할 리가 없잖아요?” 이어서 나온 설명에 브람스는 분노 어린 표정을 삽시간에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지어 감사까지 표했다. 허나 미다스는 그 감사를 받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생존자 길드랑 신대륙 초입에서 같이 사냥하기로 이미 계약이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헤이즈 길드는 제가 생존자 길드랑 같이 사냥하는 내내 공격할 겁니까?” 이어진 물음에 브람스는 간신히 열었던 입을 꾹 다물었다. 과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는 증거. “대답이 바로 안 나오는 걸 보면 나랑 전쟁할지 안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시는 거 같은데……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가 생존자 길드랑 사냥하는 내내 헤이즈 길드는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해주면 헤이즈 길드에 그만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보상. 그 단어에 모두의 관심이 모였고,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말했다. “제 말대로 해주시면 헤이즈 길드랑 신대륙 초입에서 이벤트 매치 해드리겠습니다. 방식은 헤이즈 길드 마음대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이든, 아니면 몬스터 빨리 잡기나 노래 배틀이든 뭐든 간에.” 그 말에 곧바로 레크가 소리쳤다. “채팅이 폭발했습니다.” 그럴 만했다. BJ대마도사란 갓워즈 최고의 핫 플레이어와 이벤트 매치를 가진다는 건 특혜 중의 특혜!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엄청났다. - 이거 대박 아님 ? - 대박 정도가 아니라 잡기라도 하면 단숨에 떡상하는 거지. 심지어 그 이벤트 매치에서 이기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도 가능한 일! - 헤이즈 길드가 그동안 몰락길만 걷다가 드디어 꽃길 한 번 오는구나. - 다른 길드는 억만금 줘도 못 하는 걸 공짜로 하네. - 헤이즈 길드가 운이 좋군! 하물며 헤이즈 길드는 이런 종류의 반전이 그 누구보다 필요한 길드였다. ‘이거 엄청난데?’ 브람스 역시 이 제안에 반색했다. ‘어떻게 하지? 예스할까?’ 그러나 반대로 여기서 확답을 내릴 순 없었다. 이 정도 건수는 길드 마스터가 나서야 하는 일, 여기서 브람스가 제멋대로 오케이 사인을 내릴 만한 건수의 일은 아니었다. 또한 사전에 내린 명령, BJ대마도사와 엮이지 말라는 명령도 여전히 유효했다. “빨리 결정 내리시죠. 싫으면 그냥 전쟁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런 브람스에게 결정을 내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 “요즘 덤비는 인간이 없어서 심심하긴 했거든요.”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 “새로운 스킬도 얻었고. 새로운 아이템도 얻었고.” - 어? 진짜 지팡이가 달라졌네? - 새로운 스킬? - 또 거기서 스펙업을 했다고? 아주 섬뜩한 협박. “럭키, 골드, 실버! 빨리 끝내자!” 왕! “주인님, 금방 끝내겠습니다.” 그 협박에 힘을 실어주듯 럭키와 골드, 실버가 트리케라톱스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는 브람스는 트리케라톱스에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초조함을 느꼈다. ‘어떻게 하지? 할까? 딱 봐도 오케이하는 게 이득이잖아? 반대로 여기서 안 하면 전쟁이고, 그럼 내 탓인데.......' 그렇게 브람스가 고민하는 순간. “저기……." 그 순간 레크가 입을 열었다. “아즈모님이 후원 채팅 날리셨습니다.” 그 말에 고민하는 브람스 대신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헤이즈 길드와 생존자 길드가 화해하면 축하의 의미로 헤이즈 길드에 사례금을 주겠다고요.” “아, 사례금이요?”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씨익 웃었다. ‘역시 아즈모님, 도와주실 때 화끈하게 도와주신다니까.’ 아즈모가 자신의 의중을 깨닫고 지원을 해주려는 모양. “그래서 얼마 보내셨나요?” 그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내건 질문에 레크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말했다. “……100만 달러입니다.” “이야, 우리 아즈모님 100만 달러를 쏘셨네요. 자, 브람스 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BJ대마도사와 이벤트 매치에 100만 달러 받으실래요, 아님 저랑 싸울래요?” 그 순간이었다. ‘응? 잠깐만. 얼마?’ 그제야 액수의 의미를 깨달은 미다스가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100만 달러? 미친? 진짜?’ 허나, 당혹감에 흔들리는 미다스 표정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조건을 받고, 생존자 길드랑 사냥하시는 동안 절대 어떤 습격과 공격도 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관심은 헤이즈 길드가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몰릴 뿐. 338화. < 106화. 손해 보는 장사 (2). > 4. “BJ대마도사님이 생존자 길드와 사냥하는 동안 헤이즈 길드는 생존자 길드를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브람스가 그 말을 남기고 떠나는 순간. “아, 제 계좌번호입니다. 아즈모님이 보내신 후원금은 이곳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떠나려다 이내 뭔가를 깨닫고는 앞선 상황이 무색할 만큼 공손하게 부탁을 하고, 다시 떠나는 순간, 그 순간 레크는 생각했다. ‘이게 현실인가?’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정말 이걸로 되는 거야?’ 꿈이 아니고서는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었던 헤이즈 길드란 족쇄가 이토록 쉽게 끊어질 리 만무했기에. 그렇기에 헤이즈 길드가 떠나고,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도 레크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비단 레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우리 안 건드린다고?’ ‘그럼 이제 이 캐릭터로 게임해도 되는 건가?’ ‘다시 이 캐릭을 키울 수 있다고?’ 생존자 길드원들은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은 둣, 상황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100만 달러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도 받은 적 없는 100만 달러라니!’ 아즈모가 쏜 100만 달러라는 금액이 미다스의 정신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으니까. ‘아, 미치겠네. 가뜩이나 손해 보는 장사하는데…….' 더군다나 이번 사태에서는 미다스만 손해를 본 상태였다. 당장 헤이즈 길드는 BJ대마도사와 이벤트 매치를 공짜로 하게 됐으며, 생존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당분간 헤이즈 길드의 위협 없이 게임을 하게 되지 않았는가? 여기에 헤이즈 길드는 공짜로 1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생존자 길드도 10만 달러라는 적잖은 후원을 받은 상태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는 하지만 결국 혼자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미다스의 기분이 날아갈 듯할 리는 없었다. 심지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자, 그럼 이제 문제도 해결됐겠다, 라이브 방송 가야죠. 게스트로 나왔는데 공룡하고 영화 한 편은 찍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시청자 여러분?” ‘씁, 하던 것도 마저 해야지.’ 본래 목적이었던 레크의 라이브 방송 게스트 역할 역시 마저 마쳐야 했으니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게 생존자 길드와의 거래 내용이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요청에 레크가 표정을 바꿨다. “BJ대마도사님.” 굳은 결의를 마친 표정으로. 그 표정에 미다스가 질문을 던졌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시간을 주십시오.” “시간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미다스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일주일, 아니 4일만 주시면 BJ대마도사님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준비를 하겠습니다.” 이윽고 나온 레크의 말에 미다스의 고개는 더 기울어졌다. 반면 말을 뱉은 레크는 주변 동료들을 바라본 후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우릴 구원해준 분인데, 이렇게 그냥 대충하면 안 되지.’ 현재 그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는 그저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사실상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일생을 쏟아부은 캐릭터를 구원해준 구세주였지. ‘더군다나 우리 때문에 헤이즈 길드랑 붙게 됐는데…….' 하물며 그 구원을 대가로 BJ대마도사는 헤이즈 길드라는 아주 비열하고 사악한 놈들과 공짜 이벤트 매치를 하게 된 상황. 놈들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머릿수를 맞추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전부를 BJ대마도사님을 위해 불사른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끄집어낼 준비는 해야 했다. 레크가 말한 4일이란 시간은 그것을 위한 시간이었다. 반년 넘는 공백기 동안 녹이 잔뜩 쓴 실력을 가다듬어, BJ대마도사를 위한 완벽한 방패와 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아, 그러니까 더 확실하게 도와주시겠다?’ 그러한 레크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내 미다스도 깨달았고, 깨닫는 순간 갸웃했던 머리가 다시 제 위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게 웬 떡이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제안이었다. 애초에 미다스가 생각하는 이번 라이브 방송 목적은 생존자 길드를 띄어주기 위한 라이브 방송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생존자 길드는 충분히 띄어준 만큼 띄어준 상태였다. 시청자는 폭발했고, 인지도도 폭발했다. - 이야, 뭔가 이야기 재미있게 돌아가네. - 일단 레크 님 방송 구독부터 합니다. 미다스는 볼 수 없지만, 레크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도 기대감 어린 채팅이 쏟아지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생존자 길드가 추가 서비스가 당장 필요 없다고 하는데 굳이 추가로 서비스를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여러모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 “라이브 방송 주인인 레크 님이 이렇게 나오시면, 어쩔 수 없죠. 제 강력한 새 파트너는 다음에 공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잽싸게 멘트를 쳤다. “그럼 4일 후에 이 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짜 제대로 된 신고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5. - 그럼 4일 후에 이 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짜 제대로 된 신고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끝나는 순간, 그 순간 멀린은 손에 든 스마트폰 너머로 소리를 내질렀다.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도중에 스탑 들어갔어야지, 협약서는 심심해서 쓰는 게 아니라고.” 꽤 성난 목소리. 그것이 증거였다. “렐, 이번 일은 분명 그쪽 실수야 협약 위반이라고. 그러니까 이제부터 헤이즈 길드의 개인적인 행보는 용납지 않겠어." 통화 상대가 헤이즈 길드의 길드 마스터, 렐이라는 증거. "쯧." 그렇게 통화를 마친 멀린이 그대로 귀에 달라붙었던 스마트폰을 떼며 책상 위에 신경질적으로 툭, 던졌다. 그것으로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손가락으로 거듭 책상 위를 툭툭, 쉼 없이 두드렸다. 이윽고 멀린이 손가락이 아닌 주먹으로 책상을 한 번 두드린 후에 엠마를 보며 말했다. “함정에 완벽하게 걸렸어.” 그 분노 섞인 말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싸늘하게 굳은 표정, 서리가 내린 듯한 표정을 지을 뿐. 그만큼 지금 상황은 심각했다. “설마 생존자 길드를 이용해서 헤이즈 길드를 꾀어내는 함정을 팔 줄이야.” 본래 계획대로라면 BJ대마도사는 신대륙 초입에서 최소한 1티어급 길드와 그 어떤 접촉도 이루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신대륙에 들어온 지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헤이즈 길드와의 이벤트 매치를 잡았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우리 쪽이 파악하기도 전에.” 속전속결. “이 모든 작전을 사전에 준비를 했다는 거겠지.” 달리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신대륙에 입성하기 전에 전부 설계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분명 헤이즈 길드 내부인을 매수했어. 가장 낚기 쉬운 브람스를 낚으려고.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빠르게 작업을 들어가는 게 가능할 리 없잖아? 심지어 브람스가 얼굴을 비추기도 전에 BJ대마도사는 브람스가 있는 걸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이 대목에서 멀린은 다시 한 번 더 주먹으로 책상을 친 후에 말했다. “어쩌면 헤이즈 길드 전체가 BJ대마도사에 넘어갔을지도 몰라.” 그 말에 엠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헤이즈 길드가 넘어갔다, 보통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헤이즈 길드의 규모는 상당했으니까. 그러나 현재 헤이즈 길드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상장 폐지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이고, 최악에는 길드가 공중분해도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런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의 이 이벤트 매치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이대로 목이 말라 죽느니, 일단 마셔서 갈증이라도 해소하는 게 나은 일. “그리고 정말 헤이즈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넘어간 거라면 분명 뒷정리도 마쳤을 거예요.” 또한 헤이즈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몰래 BJ대마도사와 손을 잡았을 때의 리스크를 모를 리 없었다. 당연히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뒤를 캐도, 흔적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 “그러니까 헤이즈 길드를 때려봤자 의미가 없어요. 중요한 건 앞으로 상황을 대비하는 거죠.” “일단 말은 해뒀으니, 헤이즈 길드가 BJ대마도사와의 이벤트 매치를 마음대로 정하진 못할 거야.” 그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이제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엠마의 말에 멀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잘 이해가 안 된다는 의미. “이번 계획에서 BJ대마도사의 노림수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자신을 무시하는 1티어급 길드를 끌어들여서 1티어급 길드들의 협약을 흔드는 것. 다른 하나는 생존자 길드를 확실하게 자신의 파트너로 각인시키는 것.” 그 설명에 멀린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엠마의 말처럼 이번 일로 말미암아 생존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확실한 파트너가 됐다. 심지어 조금 전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생존자 길드는 BJ대마도사를 향한 결초보은의 의지마저 내비친 상황. 그 과정이 너무 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탓에 그 누구도 BJ대마도사가 이제 솔로 플레이를 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동시에 BJ대마도사는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겼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스킬을 가졌다고 떠벌리기만 할 뿐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솔로 플레이가 가능한데, 사정상 파티 플레이를 한다, 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요.” 만약 보여줬다면 그가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될 테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 번 더 카드를 숨긴 셈. “그것도 분명 준비된 퍼포먼스일 거예요. BJ대마도사는 매우 영리한 자니까.” 엠마가 보기엔 그 역시 BJ대마도사의 노림수였다. 그리고 그 노림수 속에서 엠마는 이제 확신했다. “BJ대마도사도 이제 혼자 하는데 한계가 온 거예요. 우리는 그 부분을 노려야 해요.” 자신들이 무엇을 노려야 하는지. “손해 보는 장사를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그것을 노리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치러야 한다는 것을. 6. [벨로시랩터를 처치했습니다.] 벨로시랩터 무리. 신대륙에서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몬스터 2위에 해당하는 놈들을 처치하는 순간. "아......." 그 순간 미다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이거 어떻게 하냐?” 그리고는 한숨 끝으로 푸념을 내뱉으며 럭키를 향해 말했다. “럭키야, 진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헥헥, 헥헥? 주인의 푸념에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주변을 바라보았다. 쓰러진 벨로시랩터 19마리. 그 주변으로 블레이즈 골렘 3마리와 뇌전의 정령 기사 2마리 그리고 10마리가 넘는 하급 정령 전사들과 5마리나 되는 중급 정령 전사가 새로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마저 뱉었다. “마력이 줄지 않는다, 줄질 않아.” 그 말과 함께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어졌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재차 푸념을 내뱉었다. “아! 마력이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프네, 이거 다 어떻게 쓰냐? 응? 럭키야?” 왕! 사실 푸념이라기보다는 개소리에 가까웠다. 보통 플레이어들이 들으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욕지거리를 내뱉을 만한 개소리. 짝짝짝! “드디어 주인님께서 위대한 전설을 넘어 신화를 쓰실 준비가 되신 모양입니다.” “선배님의 말이 맞습니다.” 허나, 미다스의 그 말에 골드와 실버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찬사를 보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마력이 줄지 않는다는 건 과장이었다. 제아무리 아이템과 마나 드레인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미다스의 마력 소모량은 차원이 달랐으니까. ‘전력 발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가진 모든 전력을 끄집어내는 것조차 버거웠던 것에 비하면 차원이 다른 발전이었다. “아, 이걸 진짜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아쉽네.” 당연히 미다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혼자서 여기 공룡들 다 때려잡는 걸 말이야.” 이곳, 신대륙 초입에서 솔로 플레이를 할 자신감이. “뭐, 어쩔 수 없지. 생존자 길드랑 4일 후에 다시 라이브 방송할 때 보여드리는 수밖에. 그 전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나 진행시키자고. 그렇지, 얘들아?” 왕! “네, 주인님이 맞습니다!” 동시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혼자서 붉은빛 기둥이 치솟는 곳을 향해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보다 이 퀘스트도 골 때리네.’ 물론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찾는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는 굉장했다. 일단 신대륙에 상륙하기 전 NPC호곤은 푸른 사자 기사단을 추적할 방법을 알려줬다. ‘푸른 사자 기사단은 500미터를 이동할 때마다 돌에 흔적을 남긴다…….'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라고. 그러나 말이 흔적을 따라 이동하는 거지, 달리 말하면 흔적 하나를 발견한 후 다음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흔적을 기준으로 반경 500미터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방식으로 이 드넓은 신대륙 초입을 기약 없이 이동해야 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여하튼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퀘스트 위치를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아니었다면 흔적을 쫓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안심할 수 없었다. ‘더 빌어먹은 건 다음 퀘스트 타이틀이지만.’ 이 다음에 해야 하는 퀘스트는 돌아올 수 없는 땅. 타이틀만 보더라도 퀘스트 난이도가 상식을 가볍게 초월하리란 게 보였으니까. “에휴.” 물론 그게 얼마나 손해 보는 장사이든 간에 미다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는 난이도가 어떻든 간에 깨야 했으니까. “얘들아 가자.” 때문에 미다스는 짧은 휴식을 마치고는 곧바로 다시 한 번 더 붉은빛 기둥을 향해 이동했다. 그 후에 미다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건 3시간을 더 이동한 다음이었다. 도착한 곳에는 비석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그냥 돌이구나, 하고 지나칠 정도. ‘가지가지 한다.’ 그 사실에 혀를 내두르던 미다스의 눈에 땅속에 뭍혀진 아이템 정보가 보였고, 바로 미다스가 지팡이로 땅을 콕콕! 찔렀다. 툭! 그러자 이내 무언가 딱딱한 게 걸리는 소리가 났고, 미다스가 지팡이를 삽처럼 이용해 그것을 끄집어냈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건 목걸이였다.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 - 등급 : 레전더리 - 효과 :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다. 본래 주인을 찾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순간 미다스의 손에 잡힌 목걸이의 끝이, 펜던트가 곧바로 한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놀랄 만한 일. 그러나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소울 메탈이네.’ 이미 이런 경우를 몇 번 경험해본바. ‘이걸 나침반 삼아서 이동하면 돌아올 수 없는 땅에 입장할 수 있고, 거기서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라, 이거군.’ 앞으로 퀘스트 방식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때문에 이어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떴을 때 미다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흔적 찾으러 가는 게 겁나 어렵겠지.’ 앞으로 힘든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게 뻔한 상황에서 기분이 좋으면 그게 이상한 일. 그렇게 시큰둥한 기색으로 미다스가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돌아올 수 없는 땅]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를 이용해 돌아올 수 없는 땅에서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찾아내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에이트리의 검,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 진행 가능 그러나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시큰둥했던 표정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에이트리의 검? 진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당연히 퀘스트 보상. ‘여기에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추가?’ 원 플러스 원, 그 값진 보상에 미다스의 눈이 돌아갔다. ‘갑자기 얘네들이 미쳤나, 이런 보상…… 어?’ 그게 이유였다. ‘어? 다음 퀘스트가……?’ 미다스가 그 아래에 있는 항목을 뒤늦게 발견한 건. ‘이름 모를 대마법사?’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에 얽힌 기억이. ‘설마 아이템 능력 추출인가?’ 339화. < 106화. 손해 보는 장사 (3). > 7. 신대륙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여전히 플레이어들이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넘친다는 점이었다. 신대륙의 해안가를 통해 입장한 후 보이는 원시림, 그 끝에 보이는 산 너머도 마찬가지였다. “저거? 넘을 수 없는 산?” “넘을 수 없다고?” “응. 산을 넘으려고 지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거든.” 일명 넘을 수 없는 산. “그럼 한 번 넘어봐야지. 다들 안 하고 뭐한 거야? 응?” 물론 보통은 그런 이야기가 있으면 어떻게든 넘어보려고 덤벼드는 게 플레이어들의 성격이었고, 실제로 그런 사례는 많았다. 당장 정령의 동굴만 하더라도, 맨손으로 그 동굴을 내려가는 이들은 물론 죽을 걸 알면서도 주변 안개의 숲을 탐험하는 이들이 있었다. "뭐했긴, 라이브 방송하고, 레벨업했지." 허나 지금 신대륙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잖아? 걔들 몸값이 얼만데, 목숨 걸고 탐험을 해?” 그리고 너무 몸값들이 비쌌다. 게임오버를 당했다는 사실을 그저 술안주 감으로 대충 넘길 수 없을 만큼. “그 시간에 방송을 켜면 국밥집도 살 수 있는데.” 더불어 그 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을 만큼.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넘을 수 없는 산은 불가침 구역이 된 채 방치되어 왔었다. 방치된 만큼 몬스터도 들끓었다. 미다스가 발길을 들여놓은 곳은 그런 곳이었다. “몬스터가 너무 많네.” 물론 몬스터가 많은 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왕! “주인님의 앞, 제가 청소해드리겠습니다. 실버! 주인님의 전설을 장식할 준비를 해라!" “예, 선배님.” “주인, 이번에는 열심히 해라.”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받은 든든한 동료들. “몬스터 많을 때는 뇌전 계열이 최고지.”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뇌전의 정령 기사가 있었으니까. 파직! 특히 뇌전의 정령 기사가 드러낸 존재감이 남달랐다. 온몸에서 강력한 라이트닝 볼트를 발사하며 근처의 몬스터들을 감전 그리고 경직시키는 효과를 가진 뇌전의 정령 기사는 존재부터가 몬스터들에게 악몽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했을 때 양손에서 내뿜는 라이트닝 공격은 강력했다. 파직, 파직! 동시에 그 공격은 체인 라이트닝 마법처럼 표적을 연쇄 감전시키는 효과마저 있었다. 뇌전의 정령 기사가 모든 정령 기사들 중에서 최고 티어로 평가받는 이유였다. 지금도 그랬다. 꾸오오오! 머리가 대머리처럼 반들거리는 공룡,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일명 박치기 공룡이란 별명을 가진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스무 마리가 동시에 몰려들었을 때, 뇌전의 정령 기사는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뇌전의 정령 기사의 기본 공격에는 감전 그리고 마비라는 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뇌전의 정령 기사는 몰려오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를 정면을 바라보며 양손에 쥔 번개를 그대로 내던졌다. 파지지직! 그리고 날아간 뇌전이 파키케팔로사우루스 한 마리를 그대로 감전시켰고, 그것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주변에 있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를 감전시켰다. 꾸옷! 그 공격에 달려오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들의 몸이 경직됐고, 경직되는 순간 자기들의 속도를 컨트롤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물론 넘어진 것이 큰 타격은 아니었다. 크-왕! “네놈, 그 아무것도 없는 머리를 두 쪽을 내주마!” 문제는 그들이 넘어지는 순간을 그리고 넘어진 와중에 부르르 몸을 떨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틈을 럭키와 골드, 실버가 놓칠 리 없다는 점이었다. 럭키는 제 이빨을 그리고 골드는 손에 든 칼을, 실버는 그 거대한 앞발을 휘두르며 쓰러진 공룡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체인 라이트닝 앤 쇼크 웨이브 앤 썬더스톰.” 그리고 미다스가 그 위로 새로운 공격을 준비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이후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준비된 마법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전장을 향해 던졌다. 럭키와 골드, 실버의 상태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파지직! 이지스의 방패 효과 덕분에 미다스의 공격은 그들에게 티끌의 영향도 주지 않았으니까. “뇌신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뇌전의 정령 기사들에게 번개 속성의 공격 따위가 영향을 미칠 걱정은 더더욱 할 필요가 없었다. 꾸옷! 그저 공룡들만이 애처로운 비명을 지으며 경직된 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크-왕! 자신들의 목숨이 타들어가는 시간을.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전투를 끝낸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전장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곳곳에 공룡들이 득실거리는 게 보였고, 그것을 보며 짧게 입맛을 다셨다. ‘저게 다 경험치 덩어리인데.’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죽치고 레벨을 올리고 싶을 지경. “주인, 일에 집중해라. 한 눈 팔지 마라.”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 미다스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그래, 그래. 알고 있어.” 대답과 함께 미다스가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 그 목걸이를 손에 들자, 목걸이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지금은 퀘스트가 먼저지.’ 당장 해야 하는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하는 것.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관련된 거 보면 분명 아이템하고 관련됐을 가능성이 커.’ 더욱이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진 상태였다. 때문에 미다스는 미련을 길게 가지지 않았다. ‘뭐, 나중에 생존자 길드랑 와서 싹 쓸어버리지 뭐.’ 어차피 4일 후에는 질리도록 사냥할 수 있을 테니까. “좋아. 애들아, 이동하자. 아!”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아이템 루팅하고, 마력 채워야지. 사역마 마나 드레인.” ‘럭키 템 맞춰두려면 한 푼이라도 모아야지.’ 지금 자신의 자금 사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을. 8. 넘을 수 없는 산. [돌아올 수 없는 땅에 입장했습니다.] ‘안개네.’ 그 산을 넘는 순간 미다스를 반긴 건 알림 눈앞을 뿌옇게 만드는 안개였다.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또 안개에서 강하지. 안 그러냐, 골드야?” “이런 안개 따위는 주인님의 몸에서 뿜어지는 위엄의 광채를 조금도 덮지 못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미다스의 눈 앞에서 안개는 썩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그때랑 비슷하네.’ 한편으로 이 안개를 보자 서리꽃, 아이템 능력 추출에 필요한 재료를 구했을 때가 떠올랐다. ‘느낌 이 딱 봐도 아이템 능력 추출각이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번에도 아이템 능력 추출 기회가 오리라 생각될 수밖에 없는 대목. ‘이번 기회에 아라 시리즈 졸업하자.’ 당연히 그 기회가 온다면 미다스가 추출할 아이템은 아라 시리즈였다. 캐스팅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마법 데미지가 증가하는 옵션! ‘나쁠 건 없지.’ 그 옵션이 영구적으로 적용된다면 나쁠 건 없었다. ‘문제는 능력 추출한 옵션이 똑같으면 중첩되지 않을 거란 건데…….' 단지 마음에 걸리는 건 아라의 깃털 모자, 아라의 청동 장갑, 아라의 판초 모두가 옵션이 똑같다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갓워즈가 보여준 것들을 생각하면, 똑같은 옵션을 추출한다고 중첩되게 해줄 가능성은 없었다. ‘하나 추출하면, 세트 옵션도 사라지고.’ 여기에 아라 시리즈는 퀘스트 아이템에 귀속 아이템으로 대체품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세트 옵션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손해 보는 장사네.’ 분명 지금보다는 더 강해질 수 있겠고, 아이템 교체 주기가 훨씬 지난 것도 사실이지만 남는 장사란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또 템 질러야겠구나.’ 결국 새로운 템을 질러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얘들아, 준비해.” 그러자 돌아올 수 없는 땅의 첫 방문자를 맞이하기 위해 온 이곳의 주민들이 보였다. ‘키메라사우루스?’ 단 한 번도 세상에 등장해본 적 없는 학명을 가진 공룡이. ‘키메라? 공룡들이 합체라도 한 건가? 어?’ 그러나 그 사실에 미다스가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왕! “주인님, 오늘도 위대한 전투를 해봅시다.” “자, 잠깐! 얘들아 잠깐!” 미다스가 100미터 육상 선수들마냥 먼저 뛰쳐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럭키와 골드를 멈추며 말했다. “작전 변경!” 왕? “무슨 일이십니까?” 미다스의 명령에 반문하는 럭키와 골드, 그 둘에게 미다스가 이유를 말했다. “쟤네들 너무 세다!” 9. 안개가 낀 숲에서 사냥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몬스터와 언제 어떻게 조우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안개 낀 숲을 지날 때는 나침반 같은 것에 의존하여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도중에 루트를 바꾸거나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 이번 돌아올 수 없는 땅 퀘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안개로 가득 한 땅에서 플레이어는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스스! 움직이는 증표의 방향을 무시한 채 도리어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꾸우! 그 사실에 잭팟이 한마디 했다. "주인님, 나쁜새가 주인님보고 나쁜 말을 합니다.” 주인, 바쁜데 먼 길 돌아가지 마라! 라고 말한 모양. 그 잭팟의 말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아, 글쎄 여기 애들 너무 세다니까.” 말과 함께 증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 몬스터 정보 하나가 보였다. 몬스터는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 ‘젠장, 무슨 보스급을 가져다 놓고 지랄이야.’ 더불어 키메라사우루스의 능력치는 보스급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목적지를 향해 빙 돌아가는 이유였다. ‘저런 거랑 싸웠다가는 한 세월이 지나도 퀘스트 못 깬다.’ 너무 출혈이 크다는 것. ‘심지어 드롭템도 없는 거지새끼들이고.’ 반면 소득은 없다는 것. ‘손해 보는 장사를 할 필요는 없지.’ 안개 너머의 모든 상황이 눈에 보이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굳이 고생을 자처할 필요가 없었다. ‘젠장,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무슨 퀘스트가 이래?’ 물론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돌아올 수 없는 땅이라고 해서, 무슨 미로라든가 아니면 저주라도 걸린 줄 알았는데, 그냥 물리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땅이었네.’ 이 상황에서 위안거리는 하나였다. ‘라이브 방송 안 해서 다행이다.’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했으면 진짜 강제로 피 토할 뻔했어.’ 방송 중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미다스만의 꼼수를 부리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까. “진짜 게임 쓰레기라니까, 쓰레기.” 그렇게 푸념을 내뱉으며 미다스가 조심조심, 키메라사우루스를 피해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러한 이동은 제법 길었다. 2시간 남짓.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이동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기, 누가 왔군.” “툰가 왕국의 명을 받고 푸른 사자 기사단의 흔적을 조사 중인 미다스라고 합니다.” “힘든 길을 왔군. 내가 푸른 사자 기사단의 단장, 루언이라고 하네.” 푸른 사자 기사단의 증표 주인 NPC루언이 안개 너머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그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듯 꼬질꼬질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품고 있었다. 동시에 옷차림 역시 검붉은 핏물이 가득한 천옷이었다. 어딜 보더라도 기사단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그런 사실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다치신 겁니까?” 그의 오른팔이 없다는 것, 그것만이 보일 뿐. “여기서 다친 건 아닐세.” “그럼?” 질문에 NPC루언이 말을 멈추고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가라 왕자님께서 왕께 보고를 하셨네. 알 수 없는 존재가 대륙 곳곳을 누비며 왕국에 위협을 끼치고 있다고. 이후 우리는 그 존재를 추적하기 시작했네.” 그 말에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정체 모를 자를 떠올렸다. ‘걔가 그랬네.’ 그 순간 전후사정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존재의 흔적이 신대륙에 도달한 걸 파악하고 이곳에 왔으나……." “역으로 당하셨군요.” NPC루언은 대답 대신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나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이 죽었지. 사실 나도 그곳에서 죽었어야 했네.” 동료는 죽었으나,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허나, 내게는 이 이야기를 전해줄 사명이 있었고, 때문에 도박을 했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넘을 수 없는 산을 넘어봤고, 그 결과 이곳에 도달하게 됐지.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기다리면서.” 그 참담한 이야기에 미다스가 고개를 숙였다.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들을 위해 필요한 건 그 사악한 존재의 목뿐이지." 그때였다. “허나, 지금 내 능력으로는 놈의 목을 베기는커녕 놈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바.” 그 말과 함께 NPC루언이 허리춤에 찬 검을 풀며 말했다. “내 이야기는 끝났네. 이 이야기를 왕국에 전달해주게. 그러니 자네가 나 대신 복수를 해주게." 그 제안에 미다스는 괜히 뒤로 빼지 않았다. “예." 여기서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서 결국 안 받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내가 잡아야 할 놈이니까.’ 그리고 제안을 안 받는다고 정체 모를 자와 싸움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검, 영원토록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NPC루언으로부터 검을 받았다. 동시에 능력치를 확인했다. [에이트리의 검]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89레벨 이상 - 에이트리가 푸른 사자 기사단의 단장 루언을 위해 만들어준 검이다. - 공격력 : 557 - 근력 + 711 - 체력 + 732 - 착용 시 이동 속도 2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공격 속도 25퍼센트 증가 - 착용 시 모든 물리 데미지 30퍼센트 증가 - 스킬 사용 시 스킬 데미지 및 효과 35퍼센트 증가 - 몬스터 사냥 시 일정 확률로 ‘푸른 번개’ 스킬 발동 ‘어?’ 그것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거래 가능? 리얼? 레전더리 에픽인데?’ 거래 가능한 레전더리 에픽 무기가 나왔다는 것. 또한 아이템 옵션 역시 상식 이상이었다. 강력한 공격력에 붙은 옵션들은 하나 같이 근접 딜러들에게 꿈같은 것들이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몬스터를 잡는 순간 푸른 번개를 내리치게 해 주변 몬스터들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푸른 번개 스킬은 최전방에서 다수의 몬스터와 난전을 치르는 근접 딜러들에게 목숨과도 같은 스킬이었다. ‘이거 팔면…… 집도 사겠는데?’ 때문에 미다스는 이 아이템의 가격이 얼마나 나올지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앞서 NPC루언 앞에서 내뱉은 평생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라는 소리는 당연히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심지어 미다스는 슬그머니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냥 이거 팔아서 얘네들 템 맞춰주는 게 이득 아닐까?’ 그때였다. “그리고 이건 내가 이곳에서 발견한 물건일세.”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저울질을 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루언이 무언가를 건네줬다. ‘아!’ 또 다른 퀘스트 보상인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잽싸게 받아들며 말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것을 받아드는 미다스의 허리는 90도를 넘어서 180도를 향해 접힌 상태였다. ‘가만, 그런데 이곳에서 이걸 발견했다고? 설마 여기 이런 게 막 굴러다니고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어디서 이것을 구했는지 궁금하겠지.” 그 의문에 NPC루언이 바로 다음 퀘스트를 진행시켰다. “이곳에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을 발견했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을 조사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큐브 !퀘스트 완료 시 ‘합성’ 진행 가능 그리고 보이는 정보들, 그 속에서 미다스의 모든 이목을 끄는 건 단 하나였다. ‘합성? 설마 아이템 합성은 아니겠지?’ 340화. < 107화 합성 (1). > 1.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한 원시림. 그 원시림 한가운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 하나가 있었다. 말 그대로 다른 것 없이 오롯하게 문 하나만 덩그러니,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하나도 없이. 그리 놓여 있는 탓에 그 문의 존재감은 무척이나 강렬했고 또한 비범했다. 미다스의 눈이 아니더라도 찾는데 그 문을 찾는데 조금의 어려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지어 그 주변에는 안개숲을 듬성듬성 채우던 그 강력한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럭키야, 네가 봐도 너무 대놓고 어서 오십시오, 하는 것 같지?” 왕! “그럼 무슨 의미다?” 왕! 들어가는 게 너무 쉬워서 하품이 나올 지경. “그래, 던전 난이도가 아주 지랄 맞는다는 의미지.” 달리 말하면 들어갈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올 때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필시 저 문을 통과하는 순간 던전이 등장할 테고,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가득 차 있을 터. 그 덕분에 미다스는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건 방송하지 말자.’ 이번 이름 모를 대마법사 던전 공략은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기를. 라이브 방송을 하면 엄청난 시청자 숫자가 몰릴 것은 분명했다. ‘키메라사우루스 같은 애들이 거듭 나오기만 해도 쉽지 않은데……." 그러나 이미 미다스는 키메라사우루스를 보면서 이곳 사냥터의 난이도가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걸 알고 있었다. 그만큼 키메라사우루스는 강했다. ‘형태도 제각각이고.’ 더욱이 키메라사우루스는 그 생김새가 정해진 게 없었다. 기본적인 외형은 벨로시랩터인데 팔이 땅에 닿을 만큼 길고, 머리에는 트리케랍토스의 뿔을 가지고 있는 놈이 있었고, 머리가 두 개 달린 브라키오사우루스도 있었다. 키메라라는 표현처럼 온갖 종류의 공룡들이 랜덤 식으로 합성되어서 나온다는 의미. 그만큼 사냥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공략법이 의미가 없어.’ 앞선 전투 경험이 다음 전투를 치를 때 그다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으니까. 물론 그것으로 인해 미다스가 위험에 빠질 일은 없었다. 미다스의 능력으로는 몬스터를 조우하기 전에 놈들의 정보를 얼마든지, 마음껏 볼 수 있었으니까. 아니다 싶으면 그냥 무르면 될 일. 혹은 얼마든지 질질 시간을 끄는 것도 가능했다. 그게 미다스가 방송을 포기한 이유였다. 그건 결코 BJ대마도사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이 던전 보상이 아이템 합성이라면…… 이건 어떻게든 공략해야 해.’ 달리 말하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번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의지, 라이브 방송으로 인한 수입조차 포기하고 던전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후우!” 때문에 망설임은 짤막한 숨소리를 내뱉는 동안 사라질 만큼 짧았다. “좋아, 들어가자!” 왕! “예, 주인님!” 미다스, 그가 문을 열었다. 2.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두 번째 손님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던전에 입장하는 순간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알림과 알림창 하나였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두 번째 손님] - 타이틀 설명 :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두 번째 던전에 들어온 손님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효과 : 룬(모든 능력치 +37) 지급 그 알림창을 본 미다스가 기쁨 대신 쓴웃음을 머금었다. ‘올스탯 37포인트를 주는 타이틀이라니, 등골이 오싹하네.’ 그 알림창 너머로 펼쳐진 광경은 통로였다. 반듯하게 돌을 깔아 만든 통로, 심지어 곳곳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구슬들이 박힌 채 방문자를 위한 배려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 광경에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은 채 선두에 서서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헥헥! “주인님, 참으로 기괴한 곳입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거대한 것을 만들었는지 의심부터 듭니다.” “공룡 같은 거대한 게 이동하려면 이 정도 사이즈는 되어야지.” 그 뒤를 럭키와 골드, 실버 그리고 뇌전의 정령 기사 둘이 따라 움직였다. 꾸우! 물론 잭팟은 미다스의 머리 가마에 앉은 채 미다스를 가마 대신으로 써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상전 노릇. 그렇게 이동하던 미다스의 걸음이 멈춘 것은 눈앞에 정보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키메라사우루스(Lv.315)] 돔 야구장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공간에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가 고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젠장, 티라노네.’ 기본 베이스는 신대륙 초입의 보스 몬스터인 티라노사우루스. ‘보스보단 작다.’ 그 크기는 미다스가 영상을 통해 봤던 보스 몬스터 티라노사우루스에 비해서는 작았다. 대신 티라노사우루스와 달리 앞다리가 땅에 닿을 만큼 무지막지하게 길었다. ‘꼬리는 철퇴.’ 또한 꼬리 끝에는 안킬로사우루스처럼 거대한 철퇴 비슷한 것이 달려 있었다. ‘진짜 보스급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대륙 초입에서 마주하는 보스 몬스터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보이는 스펙이 부족했으며 보스 몬스터의 상징인 페이즈가 존재치 않았다. 달리 표현하면 그냥 순수한 기본 스펙은 준 보스급이라는 뜻. ‘스펙을 보면 맞상대는 힘들다.’ 그런 키메라사우루스를 상대로 1대1로 탱킹을 해줄 만한 전력은 현재 미다스의 파티에 없었다. ‘그럼 골렘을 미끼로 집어넣고.’ 그렇다면 필요한 건 희생양. ‘페이즈는 별거 없다. 그러니까 딜링에만 집중하자. 어차피 라이브 방송도 아니니까, 화력은 한 번에 퍼붓고, 쿨타임 끝날 때까지 푹 쉬자고.’ 그런 희생양이 버티는 기간 동안 가진 전부를 토해내는 것. ‘기왕 하는 거 확실하게.’ 이 대목에서 결단을 내렸다. 미다스, 그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썬더스톰을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든다. 꺼낸 것은 NPC루언으로부터 얻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이었다. 3. 크어어! 돔구장을 울리는 흉포한 음색과 함께 키메라사우루스의 거대한 입이 그대로 흙골렘 오른쪽 어깻죽지를 덥석, 물었다. 그리고는 마치 빵을 뜯어내든, 그 단단하기 그지없는 흙골렘의 몸뚱이를 뜯어냈다. 휘청! 몸뚱이의 일부를 크게 잃은 흙골렘이 균형을 잃고 뒤뚱거리는 사이 키메라사우루스가 재차 한 번 더 흙골렘을, 이번에는 그 둔해 보이는 머리를 그대로 단숨에 삼켰다. 보는 순간 오금이 저릴 법한 광경. 크-왕! 그러나 그 광경에 럭키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도리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럭키가 성난 울음을 토해내며 전광석화로 빛나는 몸을 내던졌다. “가라, 나쁜개! 놈의 지척에만 가면 놈의 목덜미를 주인님께서 주신 이 검으로 난도질하겠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수호자의 모습을 한 골드 역시 기세등등하게 검을 높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럭키가 흙골렘을 물어뜯는데 정신이 팔린 키메라사우루스의 등줄기에 이빨을 박아넣었고, 동시에 골드가 도약하며 키메라사우루스의 목덜미에 에이트리의 검, 그 새로운 무기를 찔러 넣었다. 끄어어어! 그 둘의 날카로운 공격에 흙골렘을 물었던 키메라사우루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자연스레 자유를 되찾은 흙골렘이 머리를 잃은 상태로 키메라사우루스의 몸을 제 몸으로 두드렸다. 콰광! 둔한 굉음이 터졌다. 허나, 키메라사우루스는 그 육중한 공격에 조금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키메라사우루스의 가공할 만한 능력. “네놈!” 그러나 좁디좁은 공간에서 나름 최대한 거리를 확보한 채 가속력을 얻은 거대 사자 실버, 심지어 거대화 모드로 더 거대해진 실버의 몸통 박치기는 쉬이 버티지 못했다. 꽈릉! 천둥 소리가 터졌고, 그 소리와 함께 그대로 키메라사우루스의 육중한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압도적인 힘으로!” “뇌신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뇌전의 정령 기사 둘이 양손에 쥐고 있는 뇌전을 쓰러진 키메라사우루스를 향해 내던졌다. 파지지직! 도합 네 개의 굵직한 뇌전 줄기들이 마치 쇠사슬처럼 키메라사우루스의 몸을 휘감었다. 그 공격엔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키메라사우루스가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상태 이상 효과가 비명마저 막은 탓이었다. 그러나 그 지속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상태 이상에서 회복한 키메라사우루스의 입에서 울음이 흘러나왔다. 크르르......! 고통에 찬 소리가 아니라, 분노에 가득 찬 소리가. 그 소리 속에서 키메라사우루스의 두 눈동자가 마치 뱀처럼, 일자로 길게 변했다. 그 얇아진 눈동자에 보이는 것은 어떻게든 죽이겠다는 의지. “선더볼트!” 그때 뇌전 한 줄기가 그대로 키메라사우루스의 몸 위로 떨어졌다. [키메라사우루스가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자 들리는 알림. ‘5초.’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이 마비 효과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때문에 바로 준비했다. “선더스톰.” 이번에 새로이 레전더리 에픽 스킬 등급으로 바꾼 선더스톰을. 그렇게 천장 위로 등장한 선더스톰 뇌운은 평상시와 달랐다. 평상시라면 무작위로 뇌전을 토해냈었어야 할 뇌운이 얌전히 명령을 기다렸다. “키메라사우루스, 올인." 그리고 기다리던 명령이 오는 순간 뇌운이 가지고 있던 벼락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파지직! 무작위가 아니라 오로지 단 하나의 표적, 키메라사우루스만을 향해서. 그게 선더스톰 마법의 레전더리 에픽 효과였다. 무작위가 아니라 작위적으로 표적을 정할 수 있다는 것. 당연히 그 데미지 딜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크-왕! “주인님의 길에 영광이 되리라!” 더욱이 벼락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 이지스의 방패 효과 덕에 럭키와 골드, 실버가 거듭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적도 선더스톰 공격이 지속되는 동안 무방비 상태로 딜링을 할 수 있다는 의미. 그뿐만이 아니었다. “트라이던트.” 선더스톰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서 미다스가 그대로 트라이던트를 던졌다. 하나씩. 데미지 딜링이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렇게 도합 세 개의 트라이던트를 던졌을 때 기어코 미다스의 귓속에는 알림이 들렸다. [키메라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사냥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우.” 동시에 미다스가 시간을 가늠했다. ‘14분 23초’ 키메라사우루스를 혼자서 사냥했다는 건 엄청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 마리를 잡는데 14분이나 걸렸다는 건 그렇게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다. ‘장난 아니네.’ 키메라사우루스가 그만큼 가공할 만한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키메라사우루스는 드롭하는 아이템도 없었으며, 정식으로 보스급 몬스터인 것도 아니었다. ‘이런 거 두 마리만 동시에 나와도 멘탈 박살 나겠어.’ 여러 마리가 동시에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는 의미.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 보스 몹이 나온다면 얘보다 훨씬 강하겠지.’ 결정적으로 이 던전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가 키메라사우루스보다 약할 가능성은 없었다. ‘앞으로는 더 강한 놈들이 나올 테고.’ 그리고 이 던전 공략 이후 마주할 몬스터들 중에 지금 것보다 약할 놈은 없었다. ‘내가 너무 들떴어.’ 이쯤에서 미다스는 그동안 자신감 넘치던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했다. ‘갓워즈가 어떤 게임인데, 이걸 고작 무기 좀 얻고, 스킬 좀 좋은 거 생겼다고 날로 먹을 자신을 하다니.......' 그 반성 속에서 각오를 바꿨다. ‘던전 공략하고 나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템 맞춘다.’ 4. “아이템이 필요해.” “예?” 갑작스러운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템이라니, 사장님도 요즘 게임하세요?” “나 말고 BJ대마도사 말이야. BJ대마도사한테 줄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이어진 반문에 직원의 더 고개를 기울였다. “예?” 세상천지에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을 구해다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박영준은 진지했다. “BJ대마도사가 아이템 세팅을 바꾼 지 너무 지났어. 심지어 최근에도 무기만 바꿨고.” 이어진 설명에 부하 직원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은 채 반문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요? 지금 낀 아이템이 어지간한 레전더리 템보다 좋은데. 그리고 설마 BJ대마도사가 돈이 없어서 못 바꿨겠어요?” 너무나도 타당한 반문, 그 반문에 박영준이 역으로 반문했다. “그래, 좋겠지. 그런데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잖아? 너한테 BJ대마도사 템이 지금 동급 템 대비 얼마나 좋은지 프레젠테이션 만들어오라고 하면 만들어올 수 있어?” 그 반문에 고개를 흔드는 부하 직원의 얼굴에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는 굳이 그런 걸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어.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를 했으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남다르다는 게 증명됐지. 하지만 신대륙에서는 아니야.” 신대륙 입성 이후 박영준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BJ대마도사가 더 이상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BJ대마도사를 가장 특별하게 만들었던 요소가 사라진 건 분명했다. “다른 부분에서 포인트를 줘야지.” 그렇다면 이제 그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라는 요소를 대신해 시청자들의 이목과 관심을 사로잡을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줄 때. 그게 바로 워즈튜브란 놈이었다. 그저 순순히 게임을 잘하는 것보다 그걸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하느냐, 그게 더 중요한 바닥. “새로운 아이템 세트가 필요해.”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BJ대마도사에게는 새로운 요소가 필요했다. “그 아이템이 기존 세트보다 쓸모없다고 해도 최소한 비교라도 할 수 있게. 하다못해 이슈라도 될 수 있게." 그 설명에 이르렀을 때 부하 직원은 더 이상 박영준의 의도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럼 뭘 구해주실 건가요?” 어떤 아이템을 구할 것인가? 그 의문을 던질 뿐. “신대륙 초입에서 마법사 클래스들의 최고 아이템 세팅이 뭐지?” “그야 무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에이트리 시리즈고, 방어구는……." 그 순간 부하 직원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랑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 아이템, 둘 중 하나겠죠.” 신대륙 초입에서 얻을 수 있는 방어구 세트는 크게 두 종류였다. 보스 몬스터인 티라노사우루스를 잡을 때 낮은 확률로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신대륙에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 “아직도 떠오르네요, 그때 뭐가 더 낫냐, 그 떡밥 두고 진짜 모든 커뮤니티가 불탔을 때가.” 당연히 사람들은 둘 중 뭐가 더 좋냐? 라는 것을 놓고 어마어마한 논쟁을 벌였다. “심지어 티라노 셋은 멀린이, 에이트리 흔적은 아즈모가 거의 동시에 맞췄었죠.” 그중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멀린이 가장 먼저 맞췄고,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는 아즈모가 가장 먼저 맞췄다. 논쟁을 넘어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 그 둘 역시 자신이 가진 아이템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경쟁을 했다. 그리고 그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었다. 사실 비교를 하려면 두 마법사가 아니라, 한 명이 두 아이템 세트를 번갈아 착용해야 했다. 멀린과 아즈모가 각기 다른 아이템을 착용하고 사냥을 백날 해봤자 우위를 정할 순 없었다. 그러나 둘 중 한 세트를 착용해본 경험을 가진 마법사도 손에 꼽을 정도, 당연히 그 어떤 마법사 플레이어도 두 아이템 세트를 동시에 소유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거라면 비교로는 최고겠네요.”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아이템 세팅이 얼마나 대단한지 비교 대상으로 그 둘만 한 건 없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구하죠?” 문제는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풀세트를 가진 이들 중 확인된 이들은 사실상 멀린과 아즈모, 둘이 전부인 상황. 혹여 세트를 소유한 다른 이들이 있다고 해도 돈이 아쉬워서 아이템을 팔 이들은 아니었다. “경매장에도 매물이 없잖아요?” 당장 경매장에서 거래조차 되지 않는 아이템들이었으니까. 그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했다. “이미 아즈모나, 멀린이나 쓰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 중인데 받으면 되지.” “그 둘이 줄까요?” “그냥 달라고 하면 줄 리가 없지. 그러니까 제안하는 방법을 바꿔야지.” “그럼?” “나한테 템주면 뭐가 더 좋은 건지 실험해드립니다, 둘도 뭐가 더 나은지 궁금하잖아요? 라고.” 그 대답 사이로 박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마저 말을 뱉었다. “물론 질 것 같으면 빼도 좋습니다. 쫄리면 뒈지세요, 라는 말을 덧붙이면 더 좋겠지.” 그 순간 부하 직원은 그 둘이 이 제안을 최소한 진지하게 고려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단하시네요.” 그저 감탄만 나올 뿐. 그 감탄에 박영준이 말했다. “와튼이잖아.” 341화. < 107화. 합성 (2). > 5. “갑자기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에 대해서 묻기에 괜찮은 구매자라도 나온 줄 알았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는 멀린. 이내 그가 손에 든 태블릿PC를 자신의 앞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구매자가 아니라 강도였군.” 그런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온 제안서였다.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둘 중 뭐가 더 좋은 세트 아이템인지 판단하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그러니 어비스 길드가 가진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제공해줬으면 한다. “그것도 아주 빌어먹을 강도.” 만약 어비스 길드가 판단하기에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보다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가 더 낫다고 판단하면 제공해주지 않아도 된다, 라는 내용이 들어간 제안서.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 인상을 펴고 싶어도 도무지 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이 제안은 멀린 입장에서 유난히 고약한 제안이었다. “이거 제공 안 하면 내가 아즈모한테 지는 게 되는 건가?” 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어비스 길드에서 손해 보는 건 사실상 멀린이 유일했으며, 그 손해의 폭 역시 매우 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 그에게 진다는 건 멀린 입장에서도 용인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아직도 이런 부분에서 아즈모랑 비교되는 것조차 기분 나쁜데.” 아니, 멀린 입장에서는 그냥 같이 경쟁 상대로 논의되는 것부터가 탐탁지 않았다. 아즈모의 재력이 어마어마하며, 그의 게임 플레이 실력이 충분히 프로급인 건 멀린도 충분히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나 멀린은 그저 게임을 꽤 잘한다, 라는 개념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실력자, 만약 아즈모에게서 재력을 배제한다면 과연 그런 멀린과 비교될 수 있었을까? 될 리 만무. 당연히 비교되는 것 역시 마음에 들 리가 만무했다. “그보다 이런 짓까지 하는 걸 보면 BJ대마도사도 여러모로 고생이군.” 그나마 멀린의 찌푸려진 인상을 조금이라도 펴게 해주는 위안거리는 BJ대마도사가 이런 식으로 이슈몰이를 해야 한다는 건, 지금 그의 처지가 좋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애초에 이런 아이템 세트 비교 콘텐츠는 몬스터 사냥이나 던전 공략 등으로 보여줄 게 없는 플레이어들이 대체제로 꺼내는 카드였으니까. 결코 메인이 될 수 없는 카드. 실제로 그런 이유로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이런 식의 콘텐츠를 제대로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카드를 꺼낸다? 분명한 건 BJ대마도사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엠마, 당신 생각은?” “줘야겠죠.” 때문에 엠마 역시 이 제안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물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그래서 받아낼 건?” 멀린의 그 물음에 엠마는 대답했다. “광고를 요청할 생각이에요.” “광고?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싼 대가에 멀린이 의문을 표했다. 반면 엠마는 담담했다. “만약 우리 쪽이 무리한 제안을 한다면 박영준은 그 자리에서 그냥 손절을 할 거예요. 최소한 이 판에서만큼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생각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분명 이번에는 우리가 어떤 함정을 파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보기에 박영준은 지금 독기가 올라 있을 터. 그리고 독기가 올라야 할 만큼 BJ대마도사 쪽에게 상황은 좋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꼭 어비스 길드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BJ대마도사는 얼마든지 자기 힘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BJ대마도사에게는 그게 있었으니까. “그는 아즈모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부자니까.” 돈. 6. ‘젠장, 돈이 없어.’ 휴식을 마치고 다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미다스는 자신의 표정을 있는 힘껏 구겼다. ‘미친, 아이템 시세가 왜 이렇게 비싸?’ 원인은 G베이에 올라온 300레벨 근처 아이템 시세들. 앞서 각오한 것처럼 미다스는 이번 기회에 모든 자금을 털어서 아이템을 맞출 생각이었다. ‘유니크만 붙으면 기본 천만 원부터 시작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그러나 막상 로그아웃 이후 G베이 검색을 통해 알아본 아이템 시세는 미다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쌌다. 그마저도 매물이 있으면 다행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은 아예 매물도 없고, 있어봤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려놓고 있고.’ 미다스가 바라는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의 경우에는 G베이에서 거래 자체가 없었다. 매물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 매물들은 대부분 9,999,999,999원 같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마음을 돌릴 만큼 질러봐, 라는 의미. ‘돈 있는 놈들끼리 경쟁하니까 시세가 미치는구나.’ 물론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신대륙에 올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이들 모두가 몸값이 상당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월급을 받거나 혹은 워즈튜브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부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1티어급 길드들의 경우에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 액수가 일반인의 생각을 초월했다.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일반 플레이어가 아니라,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 같은 집단이라는 의미. 그런 배경 속에서 아이템 시세가 저렴하다면, 그건 기뻐할 게 아니라 의심해야 할 일이었다. “주인님,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헥헥! 허나,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을 알 리 없는 럭키와 골드는 그저 주인이 좋지 못한 표정에 걱정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 둘의 걱정에 미다스가 표정을 풀었다. “별일 아니야.” ‘릴렉스하자, 릴렉스 어차피 여기서 궁시렁궁시렁 투정 부린다고 갑자기 하늘에서 아이템 세트가 완제품으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화내봤자 결국 자신만 손해였으니까. “자, 그럼 마저 던전 공략을 해야지. 이제까지 10마리 잡았으니까, 얼마 안 남았을 거야.” ‘일단 던전 공략부터 하자.’ 더불어 지금 당장 직면한 과제는 아이템을 구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템 질러봤자, 지금 레벨이 안 되어서 쓰지도 못해.’ 오히려 중요한 건 레벨. ‘그나마 여기 애들 경험치 짭짤해서 4레벨이나 올렸지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 착용하려면 285레벨은 찍어야 해.’ 현재 274레벨인 미다스 입장에서는 아이템을 줘도 착용하기 위해서는 11레벨을 더 올려야 했다. ‘이거 하고, 다음에는 생존자 길드랑 같이 열심히 렙업하자.’ 그렇게 미다스가 머릿속을 정리한 후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준비됐지?” 왕! “물론입니다!” 곧바로 나오는 거침없는 대답들. “그럼 다들 나를 따르라!” 그 대답에 미다스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없었다. ‘착실하게, 한 단계씩 하면 되는 거야. 이제 키메라사우루스 잡는 것도 익숙해졌고.’ “어, 저기 뭔가 있다!” 그렇게 성큼성큼, 거리낌 없이 전진하던 미다스의 눈에 이윽고 보였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어떤 놈인지…… 어?” 이곳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드래곤 나이트?’ 7. 대개 신화나 전설 속에서 드래곤의 존재는 초월적인 존재로 취급되고는 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갖 판타지 요소들이 즐비하고, 몬스터가 넘치는 갓워즈란 게임 속에서도 드래곤이란 존재는 유난히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았다. 당장 드래곤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요소들 모두가 특별했다. 대마도사의 성좌는 워드래곤이었으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관통하는 핵심 아이템은 용의 알이었고, 드래곤과 관련된 마법들은 하나 같이 특별하기 그지없었다.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드래곤을 최초로 조우한 건 360레벨 대의 플레이어들의 사냥터의 보스 몬스터, 더블 헤드 드래곤이었다. 무려 360레벨에 이르러서야 조우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드래곤 나이트(Lv.323)] !10초 내에 HP가 7퍼센트 이상 감소할 경우 ‘회광반조’ 스킬 사용 가능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비늘’ 스킬 사용 가능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용의 분노’ 스킬 사용 가능 드래곤 나이트를 봤을 때 미다스는 당혹감을 느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니, 드래곤 나이트 같은 게 왜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지?’ 여기서 나올 만한 급이 아니었으니까. ‘아니지.’ 달리 말하면 그게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을 향했다. ‘용의 알.’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NPC호곤을 통해서 용의 알이 가진 힘을 깨울 수 있다는 설정이 떠올랐다. ‘분명 이거랑 관계된 거야. 어쩌면 여기서 진행한 퀘스트로 인해 용의 알의 힘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드래곤 나이트의 등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로 보였다. ‘용의 힘을 깨우면 뭐든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골드나 실버 새로운 몸으로 삼으면 더 큰 도움이 되겠고.’ 아이템을 지르려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스펙업.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드래곤 나이트의 등장은 아이템을 지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회였다. ‘뭐든 잡아야지.’ 더 나아가 그러한 배경 상황이 뭐든 간에 미다스가 드래곤 나이트 레이드를 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해야 드래곤 나이트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뿐. ‘회광반조.’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가장 먼저 꽂힌 건 10초 내에 HP의 7퍼센트 이상이 소모될 경우 발동하는 회광반조 스킬이었다. 스킬 효과는 HP회복 속도 및 신체 능력 증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골치 아픈 스킬이었다. ‘뇌전으로 잡아두고 무식하게 딜링 들어가는 건 못 해.’ 대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 상태 이상 효과를 통해 멈춘 상태에서 모아둔 모든 화력을 순식간에 퍼붓는 것이었는 데 그걸 쓸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특히 그 순간 폭딜은 미다스의 장점 중 하나였다. ‘전투도 길어지고.’ 필연적으로 장기전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키메라사우루스를 잡는데 평균 14분 걸렸는데, 저건 최소한 30분 잡아야 한다. 그럼 플레이 타임은 넉넉히 1시간 이상 잡아야 하고.’ 그것 외에도 2페이즈에서 발동하는 용의 비늘 스킬이나, 3페이즈에서 발동하는 용의 분노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건 없었다. 더블 헤드 드래곤을 통해 파악된 그 두 스킬의 효과에 따르면 용의 비늘이 발동했을 경우 늘어나는 마법 및 물리 방어력의 수치나 용의 분노가 발동했을 때 나오는 능력치 상승량은 꽤 엄청났으니까. ‘제일 골치 아픈 건 데이터가 없다는 거지만.’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보다 더 어려운 건, 이제까지 그 누구도 드래곤 나이트와의 전투 경험이 없었으며 당연히 그와 관련된 영상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분명 360레벨대 사냥터에서 더블 헤드 드래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개체는 가디언을 앞세울 뿐 드래곤 나이트를 등장시킨 적은 없었다. ‘체격도 작아.’ 더욱이 보이는 드래곤 나이트의 외형은 2.5미터 신장, 사람으로 따지면 거인이지만 갓워즈로 보면 소형급에 준하는 체격이었다. 그렇다는 건 얼마든지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의미. 작은 것의 무서움을 아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등골이 오싹한 의미였다. 무엇보다 최악은 그거였다. ‘템도 없고.’ 드롭하는 아이템이 없다는 것. ‘여하튼 빌어먹을 게임이라니까.’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왕! 그런 주인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가 미다스에게 다가와 그의 다리에 제 머리를 비볐다.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제스처. 그 제스처에 미다스가 고민을 잠시 멈추고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럭키야. 너만 믿는다.” ‘인랑 모드도 아직 안 썼으니, 우리 쪽도 밀릴 건 없어. 충분히 휴식을 취해오면서 포션도 많이 아꼈고.’ 그 모습에 당연히 질투심 넘치는 골드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인님, 그 나쁜개보다 제가 더 믿을 만합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 충성심 넘치는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골드를 향해 말했다. “미안, 내가 골드를 빼먹었네. 당연히 너도 믿……." 그 순간이었다. ‘어?’ 골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 하나가 보였다. ‘왔구나!’ 골드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가. 그것을 본 미다스가 방긋 웃었다. ‘그래, 이제 1급 찍을 때가 됐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디언이 강해진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는 일. ‘이번에는 조건이 뭐냐?’ 자연스레 미다스의 시선이 그 물음표 아래 있는 정보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정보를 향했다. ![일기토] !보스 몬스터 사냥 시 가디언이 준 데미지가 50퍼센트 이상일 경우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이윽고 확인한 승급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사실상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골드와 실버가 딜링의 절반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 ‘맙소사.’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그러한 사실은 보이지 않았다. !충성도 1급으로 상승 시 베이스 몬스터의 스킬 사용 가능 마지막에 있는 문장. ‘베이스 몬스터 스킬을 사용 가능하다고? 보스 몬스터 스킬도? 이거, 개사기 아니야?’ 오로지 그것만이 보일 뿐. 342화. < 107화. 합성 (3). > 8. “작전은 다들 숙지했지?”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골드와 실버를 바라보자, 그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똑같은 대답을 뱉었다.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그 대답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봤다. 인랑 모드 상태인 럭키의 표정은 앞선 골드와 실버, 자신감 넘치는 기색을 드러내는 그 둘과 달리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이 있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작전상 골드와 실버가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하고, 그만큼 럭키의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표정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럭키야, 나중에 주인공하게 해줄게.” 그렇게 럭키에게 짤막한 위로를 건넨 후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드래곤 나이트가 있는 보스룸을 바라보며 걸음을 내디뎠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멘트를 뱉었다. 라이브 방송 중인 건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영상으로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영상 제작을 위한 멘트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 그것도 드래곤 나이트 같은 보스 몬스터를 잡고 아무런 영상도 안 남기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니까.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사정, 시청자들은 분명 의문을 던질 터였다. 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신대륙 첫 라이브 방송은 생존자 길드의 게스트로 하기로 약속한 게 있어서요.” 그 의문에 친절한 대답을 마친 미다스가 이내 보이지도 않는 허공을 향해 윙크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참고로 제가 있는 곳은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 위치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입니다. 키메라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아주 지랄 맞은 곳이죠. 얼마나 지랄 맞은 곳인지는 사냥하러 와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 순간이었다. [마지막 방에 도착했습니다.] [퇴장이 불가능합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오케이.’ 이미 예상했던 알림. “지금 보스룸에 도착했다는 알림 떴네요. 화끈하게 싸우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을 예상치 못했다는 듯한 멘트를 날렸다. “어디 보자, 보스 몹이…… 어? 뭐지?” 그리고는 이내 거대한 공간, 그 한가운데 등장한 드래곤 나이트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룡이 아니네요? 신장은 2.5미터에 리자드맨 비슷한 생김새입니다만, 비늘이나 그런 게 드래곤 같군요. 갑옷이나 무기를 끼진 않았는데……." [드래곤 나이트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때 이어서 나온 알림이 말을 멈춘 미다스가 제 오른손으로 입 주변을 덮은 채, 경악한 채 소리쳤다. “맙소사, 드래곤 나이트라니! 지금 여러분, 저기 있는 저 존재가 드래곤 나이트랍니다!” 상상도 못한 정체! “와우! 이거 진짜 놀랍네요, 진짜. 설마 여기서 드래곤 나이트 같은 게 나올 줄이야.” 그러한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미다스가 이내 황급히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이렇게 멋진 놈인데, 그냥 평소처럼 재미없게 잡을 수는 없죠.” 말과 함께 미다스가 양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어디 한 번 드래곤 나이트의 주먹맛이 얼마나 매콤한지 보겠습니다!” 내가 탱킹을 해주겠다! 기세등등한 외침. ‘이것으로 작업 끝, 이제부터는 내가 딜 안 해도 돼.’ 그 외침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데미지 딜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상 모든 무대는 갖춘 셈. 이 무대에서 이제 미다스가 할 건 하나였다. “야! 드루와!” 드래곤 나이트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 그렇게 레이드가 시작됐다. 9. “야구 했어? 투수? 그럼 잘 던지겠네? 넌 마법사야.” “한국에서 양궁 국가대표셨다라고요? 궁수해주시면 모든 템세팅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현실에서의 직업이 갓워즈에서의 직업에 영향을 자주 미치고는 한다. 탱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인? 탱커 잘 하겠네.” 흔히 직업이 군인이거나 군대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탱커 포지션이 추천되고는 했다. “한국 출신? 혹시 현역으로? 아, 최전방에서 2년 동안 구르셨다고요? 탱커 잘하시겠네요.” 특히 징병제 나라의 군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탱커 역할 수행 능력이 우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탱커한다는 게 진짜 욕이 절로 나오는 일을 참고 하는 거거든요.” 누가 봐도 부조리하고, 지랄 맞은 상황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인내할 능력이 일반인보다 낫다는 것. 탱커를 한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하물며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 심지어 회광반조 스킬 탓에 데미지 딜링을 한 번에 몰아서 할 수 없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탱킹을 한다? ‘빌어먹을 괜히 한다고 했어!’ 미다스, 그가 지금 드래곤 나이트를 상대로 도망치면서 후회를 곱씹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진짜 못 해먹겠다!’ 전투 시작하고 이제 29분이 흐르는 동안 미다스가 치른 곤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더욱이 그냥 곤욕이 아니었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도 드래곤 나이트, 그 2.5미터의 체구를 가진 날랜 보스 몬스터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 퍼억! ‘젠장!’ 지금처럼 드래곤 나이트가 휘두른 꼬리에 맞아 날아가는 경우는 빈번하게 나왔고, 그로 인해 얻는 데미지는 생각보다 꽤 컸다. ‘마나 실드 켰는데도 쭉쭉 날아가네.’ 탱커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체력 스탯이 마나 실드마저 가지고 있는 미다스조차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 더욱이 이러한 공격이 무서운 건 미다스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린다는 것이었다. ‘정신 차려, 일어나야 해.’ 심지어 이런 상황 속에서 정신을 조금이라도 놓을 여유는 없었다. 날아가면서도, 땅을 구르면서도 미다스는 벅차오르는 혼란을 억지로 참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를 잡았다. 크르! 그렇게 미다스가 다시 일어나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드래곤 나이트가 축구공을 차듯 미다스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간신히 일어선 미다스가 그 공격을 몸을 왼편으로 날리며 피했다. 파앗! 허공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미다스의 왼쪽 귀를 두드렸다. 만약 일어나는 게 늦었다면 정말 축구공처럼 날아갔을 터. ‘미치겠네.’ 긴장의 끈을 단 1초도 놓을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미다스는 느낄 리 없는 메슥거림을 느낄 정도였다. 그때였다. 파직!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 하나가 그대로 미다스의 몸을 두드렸다. [성스러운 벼락이 내리칩니다.] [HP가 회복됐습니다.] 수호자 모드인 잭팟이 미다스를 위해 성스러운 벼락 스킬을 써줬다. “주인, 놀지 마라! 똑바로 서라, 주인!” 물론 잭팟은 일침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았다. 크르! 눈앞에 용의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 나이트는 여전히 미다스를 향해 공세를 늦출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 “네놈!” 그때 등장한 실버가 드래곤 나이트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콰광! 그 둘이 충돌하자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졌다. 크르르! “크으!" 허나, 놀라운 건 그 엄청난 물리적 공격 앞에서 드래곤 나이트가 날아가기는커녕 실버를 몸으로 막아 세웠다는 점이었다. 꼬리를 제외하더라도 5미터에 이르는 거대 사자를 2.5미터에 불과한 드래곤 나이트가 막은 광경은 마치 덩치 좋은 황소를 성인 남자가 막은 것과 비슷한 광경이었다. “어디 이것도 한 번 막아봐라!” 그 광경 속으로 골드가 끼어들었다. 1미터 신장, 소형화 모드로 작아진 채. 손에는 에이트리의 검을 쥔 채. 쉬익! 그대로 드래곤 나이트의 등줄기에 다가간 골드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캬오! 그 공세에 드래곤 나이트의 입에서 고통에 찬 듯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것을 보던 미다스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됐다.’ 드디어 보였으니까. ‘50퍼 채웠다!’ 골드와 실버, 그 둘이 드래곤 나이트의 HP의 50퍼센트가 넘는 데미지 딜링이 했다는 사실이. ‘이제 끝이다.’ 당연히 이제부터 골드와 실버에게 데미지 딜량을 몰아주기 위한 연기는 필요 없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새로운 연기를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그냥 내가 딜링합니다.” 미다스, 그가 딜링을 시작했다. 10. 원거리 딜러가 딜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표적에 대한 이해도였다. 움직임의 속도가 어떠한지, 그 패턴이 어떠한지, 공격을 당했을 때의 반응이 어떠한지. 그것을 잘 알수록 명중률이 높아졌고, 명중률은 곧 데미지 딜량으로 이어졌다. 미다스, 그가 딜링을 시작하는 순간 사냥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 건 그 때문이었다. 퍼엉!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몸을 이용해서 드래곤 나이트에 대한 이해를 마친 상태였으니까. “럭키, 들어가!” 더욱이 미다스는 의도적으로 전투에서 비중을 낮췄던 럭키의 비중도 바로 높였다. 그것도 인랑 모드를 한 상태에서. 끄덕! 그 상태에서의 럭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빛 장발을 휘날리며 드래곤 나이트에 달려들었다. 삽시간이었다. [용의 분노가 차오릅니다.] 삽시간에 드래곤 나이트의 3페이즈를 발동시켰다. 즉, 삽시간에 드래곤 나이트의 HP를 20퍼센트 이하, 그 아득한 수치로 만들었다. 그 상태도 길지 않았다. “트라이던트!” 미다스의 강점 중 하나는 속칭 홀딩기가 넘친다는 것. ‘딜 계산은 끝났다.’ 그 홀딩 속에서 미다스는 꾸준히, 회광반조 스킬이 발동하지 않는 선 내에서 데미지 딜링을 거듭했다. 이윽고 드래곤 나이트의 HP가 7퍼센트에 이르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그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메모라이즈 선더스톰.” 캐스팅조차 필요 없이 등장한 뇌운. “드래곤 나이트 올인.” 꽈르릉! 그 뇌운이 머금고 있는 수십 발의 번개들이 오롯하게 드래곤 나이트만을 향해 내리쳤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드래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드래곤 나이트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길었던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 ‘이렇게 쉬운 놈을.......' 사실 골드와 실버에게 데미지 딜량을 몰아주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면 훨씬 쉬웠을 레이드였다. [가디언이 보스 몬스터에게 HP 50퍼센트 이상의 데미지를 주었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1등급이 되었습니다.] [가디언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가디언의 전투 능력이 향상됩니다.] [가디언과 보다 친밀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가디언이 베이스가 된 몬스터의 스킬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아주 달콤한 보람이. “자, 그럼 오늘 영상은 여기까지. 조만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뵙도록 하겠습니다. 골드의 새로운 몸과 함께." 그 보상 속에서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영상 촬영 끝!” 영상 촬영도 종료되는 순간. ‘이제 정리 들어가자.’ 그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쓰러진 드래곤 나이트 앞에 선 채 말했다. “이건 골드 몸으로 하자.” “주인님의 은혜,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골드가 기쁨을 표했고, 옆에 있던 실버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때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보상을 수락하겠다는 의미, 그 제스처에 곧바로 2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에 등장했다. 그리고 미다스의 눈에는 카드들이 저마다 내뿜는 가지각색의 빛들이 보였다. ‘황금빛.’ 그중에서 미다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유일하게 황금빛을 내뿜는 카드 한 장이었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인데, 그래도 전설로 끝내네.’ 충성도 1등급 위에는 더 이상 새로운 등급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은바, 앞으로 충성도 승급 퀘스트가 나올 가능성은 없었다. 미다스의 생각처럼 골드와 실버가 새로운 스킬을 이런 방식으로 얻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뭐, 앞으로 몬스터 몸 갈아치울 때마다 스킬 배우겠지만.’ 물론 앞으로 가디언들이 강해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 아쉬움 속에서 유일한 황금빛 카드의 정체를 확인했다. [룰 브레이커]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시 조건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와, 이게 나와?’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아쉬움 따위는 없었다. ‘진짜? 이거 리얼이야?’ 룰 브레이커, 문자 그대로 스킬 사용 시 필요한 룰을 무시하는 스킬이었다. 스킬 사용 시 요구되는 마력 소모량을 무시하는 건 물론, 쿨타임도 무시할 수 있는 스킬. 더 나아가 HP가 일정 수치 이하여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 역시 무시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런 이유로 마법사들은 감히 배울 수 없는 스킬이었다. 갓워즈에 있는 무수히 많은 클래스 중에서도 탱커 계열만이 습득할 수 있는 스킬. ‘이거 가진 탱커는 갓워즈 다 털어도 100명이 안 될 텐데?’ 동시에 지극히 희귀하며, 가치 있는 스킬이었다. 물론 이 룰 브레이커 스킬의 지속 효과는 미다스가 알기로는 5초 남짓했다. 이 시간 동안 제아무리 대단한 스킬이라고 해도 수십 번 쓸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스킬이었다. ‘가만.’ 당장 골드만 하더라도 드래곤 나이트의 몸을 이용하면 용의 비늘과 용의 분노를 HP상태와 상관없이 쓸 수 있다는 의미. ‘실버가 가진 스킬이…….'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실버였다. 실버의 베이스인 타락한 사막왕이 쓸 수 있는 스킬은 대강하, 어둠의 칼날 그리고 야수화와 모래지옥. 이 중에서 대강하와 어둠의 칼날은 야수화 모드 상태에서는 쓸 수 없었으며, 이미 야수화 상태이기에 야수화 스킬 자체도 사용은 불가능했다. 룰 브레이커는 아예 사용조차 불가능한 스킬을, 가지지도 않은 스킬을 사용케 해주는 스킬은 아니었으니까. ‘모래 지옥!’ 대신에 HP가 10퍼센트 이하가 될 때 모래 지옥 스킬은 사용이 가능했다. 그리고 룰 브레이커를 이용하면 HP가 10퍼센트 이하라는 조건은 무시할 수 있었다. ‘가만, 이거 실버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될 거 같은데?’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상황 앞에서 미다스는 스스로를 향해 말했다. ‘고민은 나중에, 일단은 먹고 보자.’ 고민은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카드부터 선택하자고. [가디언이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순간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골드가 인랑 모드인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쁜개, 이제 내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주인님의 곁을 지킬 것이다! 분골쇄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그 외침에 럭키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벽면 한 곳을 바라만 볼뿐. 그때였다. 드르르륵! 럭키가 바라보던 곳에서 돌과 돌이 서로를 긁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문 하나가 등장했다. 비밀의 문이 등장하는 순간.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진작에 비밀의 문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진짜 골 때리네, 설마 이런 식으로 스킬이 나올 줄이야.’ 단지 지금 등장한 룰 브레이커 스킬 때문에 정신이 없을 뿐. 짝! 그 순간 미다스가 자신의 빰을 세게 후려쳤다. “후우!" 그렇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라앉힌 미다스가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미다스의 얼굴이 기쁜 기색은 없었다. ‘정현우, 정신 차리자.’ 일이 계속 잘 풀릴 순 없는 법. 그렇기에 미다스는 각오했다. ‘언제라도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11. “사장님, 어비스 길드로부터 아이템 도착했습니다.” “아즈모쪽으로부터도 도착했습니다.” 직원들의 말에 박영준은 라이징 스타 채널 소유의 G베이 계정을 확인했다. 그러자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도합 10개 아이템이 들어온 게 보였고, 그것을 확인한 박영준이 곧바로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으로 보내.” “예." 343화. < 107화. 합성 (4). > 12.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연구실 입장했습니다.] 책상 하나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달린 선반이 전부인 20평 남짓한 텅 빈 공간. 미다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일찍이 미다스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책을 얻었던 그곳과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책상 위에 놓인 것도 똑같았다. ‘똑같네.’ 그때처럼 책 한 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다스의 손이 그 책을 집어 들었고, 커버를 펼치자 곧바로 책 내용을 보여주는 창이 떴다. [이름 잃은 신의 힘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사물에 담긴 힘을 추출하여 다른 것에 부여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추출한 힘을 하나로 합성하고자 했다.] 합성, 그 단어를 끝으로 페이지 내용이 끝났고, 미다스가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미다스는 생각했다. ‘또 읽을 수 없습니다,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런 거 뜨는 거 아니지?’ 저번처럼 이 게임이 자신을 한 번 더 엿을 먹이는 게 아닐까, 하는 짤막한 생각. ‘이 게임이면 하고도 남아.’ 이 책을 보고 싶으면 퀘스트 하나 아주 심한 거 해와라, 안개 속에서 퀘스트 아이템 찾아오는 것도 잊지 말고! 갓워즈라면 그런 말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 촤락! [연구 끝에 서로 다른 종류의 힘을 하나로 합성하는 큐브를 만들었다.] 다행히도 그때와 달리 책을 해석하기 위해 또 다른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큐브를 이용해 이곳, 신대륙의 공룡들의 힘을 추출해 하나로 합성하는 연구를 했다. 이어서 나온 내용에 미다스는 키메라사우루스의 등장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페이지를 넘기자 새로운 내용이 떴다. [신비한 알을 발견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먹어치우는 알이다.] [신비한 알에서 힘을 추출해 다른 힘과 합성하니 드래곤 나이트가 탄생했다.] 어찌 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 ‘용의 알이라는 단서를 이렇게 주는구나.’ 그러나 미다스는 이것이 자신이 얻은 ???의 알의 정체를 말해주는 단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미다스가 이제는 감상모드가 된 채 담담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큐브의 힘이 다해간다. 이제 더 이상 쓸모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알림이 들렸다. [다음 페이지가 없습니다.] ‘응?’ 그 알림에 미다스의 눈알이 빠르게 좌우로 굴렀다. ‘뭐야? 큐브는?’ 분명 여기서 합성 큐브가 나오거나 하다못해 큐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상황. ‘왜 이야기가 없지?’ 하지만 책의 내용은 밑도 끝도 없이, 그 어떤 단서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끝났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 비밀 금고 같은 곳에 놔둔 모양이구나.’ 그러나 이내 미다스는 여유를 되찾았다. ‘하긴, 큐브 같은 중요한 물건을 그냥 바닥에 레고마냥 내던지고 다닐 리가 없지.’ 그리고는 주변을 훑었다. ‘아무래도 비밀 금고 찾는 게 갓워즈가 주려는 엿 같은데…… 임자 잘못 만났어, 새끼들아.’ 숨겨진 비밀 금고를 찾기 위해서. ‘응?’ 그러나 제아무리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숨겨진 무언가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 사실에 미다스의 얼굴에 다시 여유 대신 당혹감이 품었다. 그렇게 10여 분을 더 주변을 샅샅이 훑던 미다스가 이내 퀘스트창을 활성화한 후 소리쳤다. “아니, 여기 퀘스트 보상으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큐브라고 똑똑히 쓰여있는데! 여기 여기! 여기 쓰여있잖아!” 남들이 들었으면 큰일 날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미다스가 신경질적으로 손에 든 책을 덮으며 그대로 책상 위에 내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내던진 책이 갑자기 제 스스로 반으로 잡히고, 거듭 접히더니 이내 정육면체, 큐브의 모습을 갖췄다. ‘응?’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큐브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에 이내 정보가 보였다.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큐브]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효과 : 세트 아이템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합성할 수 있다. 합성한 아이템은 귀속된다. 합성을 위해서는 세트 아이템의 모든 부위가 필요하다. - 사용 가능 횟수 : 3회 - 사용 가능 아이템 레벨 : 301레벨 이하 예상대로 아이템 합성을 가능케 해주는 큐브. ‘뭐야? 조건이 왜 이래?’ 그러나 합성 조건을 확인한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세트 전부를 모아야 한다고?’ 두 종류의 아이템을 하나로 합성하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세트 아이템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모양. ‘3회?’ 거기에 횟수 제한마저 있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레벨도 301레벨 이하였다. 이곳, 신대륙 초입에서 등장하는 아이템 레벨 중 가장 높은 게 285레벨인 것을 생각하면, 다음 사냥터에서 얻는 아이템은 합성할 수 없다는 의미. ‘하긴 존버하다가 400레벨쯤에 쓸 수도 있으니까.’ 게임 밸런스를 고려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 골치 아프네. 뭐로 하지?’ 중요한 건 무슨 아이템을 합성해야 할지, 이제부터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일단 천천히 생각하자. 어차피 당장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생각할 시간은 넘친다는 점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고민하던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새로이 등장했다. [합성] - 퀘스트 등급 : Main scean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큐브를 전부 사용한 후에 NPC호곤에게 큐브와 이야기를 전달해주자.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 퀘스트 실패까지 남은 시간 : 144시간 !퀘스트 완료 시 ‘???의 알’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가 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이 빌어먹을 게임!’ 144시간 안에 답을 내놓는 것. 13. 스타가 된 자들, 그들 중에서도 몇몇 이들은 때로 신드롬이란 걸 일으키고는 했다. 쉽게 말하면 슈퍼 스타의 상징 같은 것. 이제는 명실상부한 슈퍼스타가 된 BJ대마도사 역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명 BJ대마도사 효과였다. “현우 형, 현우 형! G베이 봤어요? 지금 BJ대마도사 효과로 300레벨대 템 시세 폭발했어요!” 그 효과중 하나가 지금 이혁주의 말처럼, BJ대마도사의 사냥터에 맞는 아이템들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역시 다들 눈치가 빠르다니까요, BJ대마도사가 조만간 발생시킬 이벤트에서 활약하려면 템부터 맞춰야지. 아무렴.” 그중 가장 큰 이유는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할 때마다 게임 플레이 전반에 걸치는 빅 이벤트가 열리며, 그 이벤트가 플레이어들에 라이징 스타가 될 기회를 준다는 점이었다.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네요. 아! 레전더리 템들은 이제 아예 경매장에 올라오지도 않네요!” 특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들의 경우에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캬, BJ대마도사 효과 죽인다. 현우 형, 안 그래요?” 그러한 이혁주의 설명에 정현우는 대답했다. “혁주야.” “왜요?” “번호 여섯 개만 말해봐.” “예?” 갑작스러운 주문에 놀란 이혁주가 이내 정현우의 스마트폰에 뜬 로또 인터넷 구매 사이트를 확인하고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그 웃음 속에서 깨달았다. 지금 정현우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으며, 이 이상 말 걸었다가는 돈을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이제 그만 지껄이고 여기서 빠져나가자고. “형, 저는 청소하러 갈게요.” 그 사실을 깨달은 이혁주가 잽싸게 하루에 한 번 하는 꼴을 보기 힘든 청소를 하러 갔고, 정현우는 다시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돌렸다. 다시 로또 구매 페이지를 바라보는 정현우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그 안에 목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해.’ 지금 이 순간 어느 때보다 돈이, 그것도 큰돈이 시급한 정현우가 그 돈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로또 외에는 없었으니까. ‘100만 원어치 지르면 하나 되지 않겠어?’ 이성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반대로 말하면 지금 정현우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 그 시간 동안 정현우는 큐브를 사용해 합성할 아이템 세트 3개를 구해야만 했다. 아라 세트를 합성한 후에도 두 세트를 더 구해야 한다는 의미. 물론 이 두 세트를 고르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마법사에게 최고의 세트는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둘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문제였다. ‘당첨되어봤자 아이템 하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두 아이템은 경매장에 매물이 단 하나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 장난삼아 9,999,999,999원에 올라왔던 매물조차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로또 당첨이 되더라도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의문. ‘미친 게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는 다시 한 번 더 폭발했다. ‘대체 게임에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돈 지랄을 하게 만드는 거야? 응? 이 게임 클리어하면 엄청난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과했으니까. 물론 차선은 있었다. ‘젠장, 그냥 유니크 등급으로 갈까?’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을 합성하는 것. 사실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BJ대마도사 신드롬.’ 자신이 만든 신드롬 덕분에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 시세도 미쳐 날뛰는 중이었으니까. 유니크 등급 세트 아이템 2세트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당장 미다스가 동원 가능한 현금 대부분을 털어 넣어야 할 지경. 때문에 감히 실천에 옮길 수 없었다. “어휴.” 그저 짙은 한숨 속에서 못 먹는 떡을 구경하듯, 하염없이 G베이를 검색해볼 뿐. ‘시세라도 알자, 시세라도. 제발 시세라도 알게 제대로 된 매물 좀 올라와라.’ 그 순간이었다. ‘어?’ 정신줄을 놓은 채 하염없이 검색을 하고, 찾아보고, G베이 이곳저곳을 들쑤시던 정현우의 눈에 아이템이 보였다. ‘이거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잖아!’ 자신이 바라던 아이템이. ‘맙소사, 모자, 장갑, 로브, 바지, 신발? 다섯 파츠 전부? 미친, 대체 누가 올린 거지?’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모든 세트가 올라오는 순간 정현우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지 않으면 비명이 터질 것 같아서. ‘시세!’ 이윽고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바로 시세를 확인했다. ‘제발 상식적인 시세, 제발.’ 그러나 막상 시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 사실에 정현우가 입을 막은 손을 치우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면 그렇지, 간 보는 새끼네.’ 정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기 위해 올린 게 아니라는 것. ‘간 보는 건 그렇다 쳐도 이 세트 전부 가지고 있다는 건데, 대체 누구지?’ 한편으로는 이 엄청난 세트를 전부 가진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샘솟았다. ‘진짜 돈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걸까?’ 동시에 질투도 생겼다. ‘젠장, 분명 돈만 많지 모태솔로에 여자 한 번 사귀어본 적 없고, 지금도 솔로인 놈일 거야. 평생 솔로로 살아라.’ 종국에는 질투를 넘어 증오 섞인 저주마저 퍼붓는 순간, 그 순간 정현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응?’ 스크롤을 내리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어?’ 그 순간 정현우는 3분여 동안 멍한 표정을 지은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계정 아이템 목록이잖아?’ 이게 자신 거라는 것을. 14. “BJ대마도사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잘 받았다, 최선을 다하겠다, 라는 내용.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군.’ 그 내용에 박영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이번 기획은 시청자들을 조금이라도 만족시키기 위한 퍼포먼스이자, 팬서비스였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예정에도 없던 이벤트를 해줘야 하는 셈, 괜한 수고를 하는 셈이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마주한 장애물들을 돌아가기보다는 부딪쳐 부수고 가는 타입 아니었던가? 이 제안을 무시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물론 이 고민은 나중의 것이 됐다. BJ대마도사는 박영준의 기획을 받아들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니까. ‘응?’ 그런 박영준의 눈에 다른 내용이 보였다. ‘영상 저장 주소?’ 내용은 영상이 저장된 클라우드 서버 주소. ‘영상을?’ BJ대마도사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영상을 보냈다는 의미였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BJ대마도사와 거래를 하던 초창기에는 이런 식으로 영상을 받아서 라이징 스타가 편집하고, 올렸으니까. 문제는 그게 초창기라는 것. ‘왜 이제 와서?’ 특별한 이유 없이 라이브 방송이 주를 이루는 지금 와서 영상이 올 리는 없었다. ‘의도다.’ 그건 곧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 박영준이 곧바로 접속 후에 영상 내용을 확인했다. ‘솔로 플레이?’ BJ대마도사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에서 솔로 플레이로 사냥을 것을. 놀라운 광경이었다. ‘맙소사, 정말 솔로 플레이를 하네?’ 그 누구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BJ대마도사의 신대륙 솔로 플레이를 지금 그가 거뜬히 해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박영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한테 보내는 신호야.’ 때문에 박영준은 바로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 능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굉장하니까, 괜히 어설픈 기획 따위는 하지 말라는 신호.’ BJ대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라고. ‘대신 이에 걸맞은 판을 벌이라는 신호.’ 알고 이제까지 해온 것, 그 이상으로 더 큰 판을 기획하라고. ‘오케이, 접수했습니다.’ 344화. < 107화. 합성 (5). > 15. - 생존자 길드 라이 브 방송 잡혔다! ㄴ 언제인데? ㄴ 내일! 생존자 길드의 라이브 방송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사실에 어느 때보다 열광했다. 생존자 길드를 향한 열광은 아니었다. 애초에 생존자 길드의 인지도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있었어? 하는 수준 아니었던가? - BJ대마도사 게스트로 나오는 거 확실하지? ㄴ 당연하지! 그 라이브 방송의 게스트로 BJ대마도사가 나온다는 것. 그 사실이 어딘가에 공표된 건 아니었다. - 이야기 들어보니까 생존자 길드가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계약했던데? 그러나 생존자 길드가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했다는 이야기 앞에서 그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 그럼 이제 사실상 한 편이네. 당분간 같이 지낼 듯? ㄴ 같이 지내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팀 할 수도 있지. ㄴ 드디어 BJ대마도사도 솔로 탈출하는 건가?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BJ대마도사가 이제부터 보여줄 파티 플레이뿐. - 방송 켜졌다! 그런 그들 앞에 드디어 라이브 방송이 열렸다. 16. “다들 모였지?” 레크, 그의 말에 모인 48명의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누구 한 명 어긋남 없이. 그저 단순히 호흡이 잘 맞는다, 수준이 아니었다. 결의 그리고 각오, 그러한 단어가 만들어낸 수준. “오늘 BJ대마도사님의 은혜에 보답한다.” 생존자 길드가 BJ대마도사에 대해 품은 감정이란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이 캐릭터를 제대로 키울 수 있게 됐어.’ BJ대마도사가 구해준 그들의 캐릭터는 그저 단순히 레벨이 높은 캐릭터가 아니었으니까. 갓워즈의 등장과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고,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의 인생을 갈아넣은, 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지. “명심해, 지금 가진 아이템 세팅부터 모든 게 BJ대마도사 덕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왔다는 것을.” 더욱이 BJ대마도사는 그냥 구해준 게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잘만하면, 우리도 별이 될 수 있어.” 무덤에서 그들을 끄집어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들에게 라이징 스타, 떠오르는 별이 될 수 있는 무대에 올려주었다. “그 빌어먹을 헤이즈 길드보다 훨씬 더 유명해질 수 있어.” 1티어급 길드조차 얻지 못하는 기회를 얻은 셈.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그런 기회 앞에서 생존자 길드원들이 품은 각오는 다른 무언가와 감히 비교될 게 아니었다. 게임 속임에도 마치 아우라 비슷한 것이 생존자 길드원의 온몸에서 퍼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BJ대마도사님이 옵니다!” 그때 누군가의 말에 레크를 포함한 생존자 길드원들 모두가 일동 기립하고는 한 방향을 바라봤다. 마치 미어켓 무리마냥. 그런 그들의 눈에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와 잭팟을 데리고 등장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당연히 새로운 몸을 얻은 골드의 모습이었다. 드래곤 나이트!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모습에 갑옷마저 두른 그 위용은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자 길드원들의 모든 이목은 오로지 단 한 명, BJ대마도사만을 향했다. ‘BJ대마도사님 분위기가 장난 아닌데?’ 그가 내뿜는 분위기가 생존자 길드원들 것보다 훨씬 더 짙고 무거운 탓이었다. ‘엄청난 각오를 하셨구나.’ 더불어 그건 BJ대마도사의 각오가 생존자 길드원들보다 더 무겁다는 증거였다. 그 사실에 생존자 길드원들은 감탄을 삼켰다. ‘대단하다.’ ‘이런 평범한 라이브 방송에도 전력으로 임하다니…… 역시 최고는 다르구나.’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BJ대마도사는 그저 분위기만으로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물론 미다스의 진지함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어우, 어떻게 하지?’ 이유는 다름 아니라 지금 그가 보는 아이템창에 뜬 두 개의 아이템. [에이트리의 흔적이 담긴 모자]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79레벨 이상 - 위대한 대장장이 에이트리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자다. 신비한 힘이 담겨 있다. - 지력 +481 - 마력 +479 - 근력 +19 - 체력 +21 - 마력 소모량 10퍼센트 감소 - 마법 크기 8퍼센트 증가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22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마법 공격력 +36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모든 마법 데미지 27퍼센트 증가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마법 크기 40퍼센트 증가 일단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 일명 마법 크기 확대 세트로, 5세트를 전부 착용할 경우에 얻는 세트 효과를 포함해 도합 마법 크기가 80퍼센트 증가하는 세트였다.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그 범위와 영향력이 무지막지해지는 세트!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으로 만들어진 로브]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279레벨 이상 - 티라노사우루스의 피가 맺힌 가죽이다. 착용자의 능력을 보다 독하게 만들어준다. - 지력 +491 - 마력 +459 - 근력 +9 - 체력 +41 - 마법 쿨타임 5퍼센트 감소 - 상태 이상 효과 20퍼센트 증가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50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마법 공격력 +30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모든 마법 쿨타임 25퍼센트 감소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의 경우에는 상태 이상 효과 세트였다. 풀 세트를 착용하면 세트 옵션 효과를 포함해 무려 상태 이상 효과가 200퍼센트가 증가했으며, 부수적으로 마법 쿨타임이 최대 50퍼센트 감소하는 효과도 있었다. 여러모로 특징들이 명확한 두 세트, 그게 고뇌의 이유였다. ‘비교라니…….' 이것을 받은 대가로 미다스는 이 두 아이템 중 무엇이 더 훌륭한지 결론을 내야 했으니까. 그것 자체가 힘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사냥하는 대로 하면 원치 않아도 무엇이 더 나은 지 결과가 나올 일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누가 이기든 한 쪽은 기분이 상할 거야.’ 이 두 세트 아이템은 그저 단순히 값비싼 아이템이 아니라, 아즈모와 멀린이라는 갓워즈를 대표하는 최고의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자존심이 걸린 아이템이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패자가 된다? ‘그런 일은 있어서 안 돼.’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 그게 지금 미다스의 표정이 그 누구보다 고뇌로 가득 차 있던 이유였다. “BJ대마도사님.” 그때 레크가 미다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뭐든지 준비가 철저해야죠.” 그 인사를 받는 미다스는 여전히 쉽사리 표정을 풀지 못한 상태였고, 그 표정에 레크는 이를 꽉 물었다. ‘정말 대단하다, 최고가 된 이유가 다른 게 아니었어.’ 레크, 그는 그동안 나름 적지 않은 스타 플레이어들, 심지어 슈퍼 스타도 봐왔다. 그런 이들 중에서 막상 모든 것이 철저하고, 완벽한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저 타고난 재능이 좋아서, 가진 돈이 많아서 혹은 천운이 따라서 그 별이 될 만큼 높은 자리에 오른 자들이 넘쳤고, 그 상태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그리고 긴장감 없이 그 자리를 고수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지금 BJ대마도사처럼 이미 차원이 다른 강함을 손에 넣었음에도 이런 별거 아닌 일에 이토록 진지하게 각오를 품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그 사실에 레크는 부담감을 느꼈다. 이토록 대단한 자를 위해 이제부터 전력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이제부터 이분을 믿고 모든 걸 맡기자.’ 한편으로는 그게 믿음이 됐다. 이토록 대단한 자가 이제는 자신의 후원자가 되어준 셈 아닌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오늘 콘텐츠 하나 하신다고.” 그 각오 속에서 나온 레크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 그 콘텐츠란 말을 들은 미다스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그 콘텐츠가 지금 미다스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요소였으니까. “뭘 하든 명령을 내리시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레크는 말을 이어갔고,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파티부터 가입하죠. 만드셨죠?” “파티 가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없다고요?” 이어진 대화에 살짝 놀라는 미다스. “경험치는요?” 그도 그럴 것이 파티 사냥을 하는 게 아니면 경험치 배분은 제멋대로일 수밖에 없었다. 생존자 길드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는 셈. “이미 대부분이 신대륙 초입에서 레벨을 올릴 만큼 올린 상태입니다. 여기서 공룡 수천 마리를 잡아봤자 경험치는 거의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생존자 길드는 이곳에 남은 것부터가 남는 장사와 거리가 먼 상태였다. 신대륙 초입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320레벨, 320레벨부터는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니까. 제아무리 그동안 헤이즈 길드와의 마찰이 있었다고는 했지만 반 년 동안 치고받는 동안 대부분이 320레벨을 달성한 상태였다. ‘이게 웬 떡이래?’ 미다스 입장에서는 우울했던 기분이 갑자기 잠시나마 싹 풀릴 만큼 기쁜 이야기. ‘가뜩이나 렙업도 해야 하는데.’ 더욱이 지금 미다스의 레벨은 이후 열심히 사냥을 했음에도 278레벨을 달성한 상태, 당장 아이템 비교 콘텐츠를 위해서는 착용 가능 레벨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제안은 훨씬 더 달콤할 수밖에 없는 제안. 그러나 그 사실을 내색할 수 없었던 미다스가 도리어 표정을 가볍게 찡그리며 말했다.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요.” 정리하면 진즉에 이곳을 졸업했어야 하는 생존자 길드원들이 헤이즈 길드를 비롯한 이들의 방해에 막혀서 반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미다스의 말처럼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다행일 따름입니다.” 그때였다. 미다스와 레크를 바라보던 생존자 길드원 한 명이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손목을 톡톡 두드렸다. 라이브 방송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제스처.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제스처를 본 레크의 물음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아, 일단은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됩니다.” “예?” “오프닝 쇼부터 할 거거든요.” 17. “안녕하십니까, 생존자 길드의 마스터, 레크입니다.” 레크의 인사로 시작한 라이브 방송. - 방 열렸다! - 레크님, 다 아니까 빨리 갑시다. BJ대마도사를 순순히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BJ대마도사 좀 봅시다.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그러자 곧바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시청자들과 그들이 토해내는 채팅에 채팅방은 아수라장이 됐다. ‘헤이즈 길드 때랑은 비교도 안 되는군.’ 그래도 한때는 잘나갔던 헤이즈 길드의 전성기 때와 비교해도 엄청난 수준이었다. ‘이미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은 10대 길드급이다.’ BJ대마도사의 능력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 그러나 더 놀랄 일은 이제부터 나왔다. [라포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레크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구스타프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예전에 한 번 같이 사냥해본 적 있었지. 이렇게라도 보니 반가운 기분이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실력은 훌륭하지. BJ대마도사에게 정말 든든한 탱커가 왔으니, 이제 무시무시해지겠군.] 갓워즈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앞다투어 큼지막한 후원금을 쏘기 시작했다. ‘장난 아니군.’ 그 엄청난 후원금 액수에 레크가 숨을 꼴깍 삼켰다. [아즈모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러나 아즈모가 후원을 하는 순간, 레크는 숨을 꼴깍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컥!’ 비단 레크만 그런 게 아니었다. - 미친, 10만 달러? - 오늘 아즈모님이 제대로 뭔가 하시려는 듯? - 액수 보니까 중대 발표는 아니더라도 뭔가 할 말 있는 듯. 시청자들 모두가 놀란 채 숨을 죽였고, 그 숨죽인 분위기 속에서 아즈모가 말했다. [아즈모 : 오늘 멀린하고 결판을 내는 날이니까, 상관없는 애들은 잠시 빠져줬으면 하는데.] 멀린하고 결판을 낸다, 듣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말. [멀린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결판이라면 결판이겠지. 어쨌거나 궁금하군. 둘 중에 뭐가 더 나을지.] 그리고 이어진 멀린의 응답에 채팅창은 이제 그 누구도 걷잡을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 대박 사건 떴다! - 멀린 대 아즈모가 대리전 붙는다! 그것을 걷잡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 “레크님 채팅창 상황 어때요?” “지금 아즈모 님과 멀린 님, 두 분이 등장했습니다.” “아, 그럼 제가 나올 차례군요.” BJ대마도사, 그뿐. “안녕하십니까, 오늘 레크 님 라이브 방송에 약속대로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BJ대마도사입니다.” 그런 그의 등장에 채팅창은 다시 한 번 아수라장이 됐다. “아, 지금 제가 방송하는 게 아니라서 채팅창 상황이 어떤지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피드백이 좀 늦거나, 다를 수 있으니 이 점 양해 부탁합니다.” 물론 미다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수라장. ‘다행이다, 채팅창 봤으면 멘탈 나갔을 거야.’ 덕분에 미다스는 담담한 연기를 펼치며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즈모 님하고 멀린 님, 두 분이 대결한다고 말씀하셨죠?” “예." “대결 내용은 별거 아닙니다.” 그 순간이었다. 대화를 하던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꺼낸 건 새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옷 한 벌이었다. -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다! - 풀 세트다! 그것을 알아본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또한 일부는 눈치챘다. - 혹시 그건가? - 아무래도 그거 같은데? 이다음에 BJ대마도사가 꺼낼 아이템이 무엇인지. 그 예상에 부응하듯 미다스가 꺼낸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 그 아래에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를 놓기 시작했다. - 맙소사, 두 세트 다 있잖아! - 아즈모랑 멀린이 쓰던 거다! 분명해! 둘이 쓰던 거야! 그것을 보고 이제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다. - 설마 두 세트 중 뭐가 더 나은 건지, 그거 비교하려는 건가? - 드디어 신대륙의 난제 중 하나가 풀리는구나! - 이 정도면 빅 이벤트 인정! 오늘 BJ대마도사가 보여주려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때였다. 모두가 예상하는 순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더 꺼냈다. - 뭐지? - 저런 것도 있나? - 장난감 큐브 같은데?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검은 큐브. “큐브 사용.”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손에 쥘 만한 크기였던 큐브가 그대로 사람도 넣을 만큼 거대해졌다. - 이건 또 뭐야? 모두가 그 사실에 놀라는 사이, 미다스는 담담하게. ‘승부수다.’ 그러나 속으로는 결의를 품은 채 말했다. “이번에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아이템을 합성하게 해주는 큐브를 얻게 되었습니다. 표현 그대로 세트 아이템을 전부 넣으면,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어줍니다.” 그 자체로도 충격적인 말. 하지만 미다스는 그 충격에서 벗어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과적으로 다들 알고 싶은 건 이거잖아요? 신대륙 초입, 300레벨의 플레이어가 착용한 아이템 세트 중 최강의 세트가 무엇인가? 에이트리의 흔적 세팅인가 아니면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팅이 최고인가?” 빠르게 말을 이어갔고, 이내 결론을 냈다. “아니면 이제부터 제가 보여줄 아이템 세팅이 최고인가? 자, 사실 이미 답은 나왔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쓰고 있던 아라의 깃털 모자를 망설임 없이 큐브를 향해 던졌다. 팟! 그러자 검은 큐브가 아라의 깃털 모자를 흡수함과 동시에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후 차례차례, 미다스가 청동 장갑과 판초를 마저 큐브를 향해 집어던진 후에 말했다. “아이템 합성.” [아이템을 합성하시겠습니까?] “예." [원하시는 부위를 말씀해주십시오.] “장갑.” 이어진 짤막한 대화가 끝나는 순간, 황금빛 큐브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이내 황금빛이 폭발했다. 감히 그 누구도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그리고 빛이 사그라졌을 때 작아진 검은 큐브와 함께 청동색으로 된 가죽 장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라의 정수가 깃든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75레벨 이상 - 아라의 모든 힘이 깃든 장갑이다. 착용자의 마력을 먹어치우고, 대신 강력한 힘을 준다. - 모든 능력치 +777 - 마력 소모량 120퍼센트 증가 - 마법 데미지 70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말도 안 되는 옵션을 가진 장갑이. “모든 능력치 777포인트 증가에 마력 소모량 120퍼센트 증가하는 대신 데미지가 70퍼센트 증가하네요.” 미다스가 기꺼이 그 옵션을 설명해주었고, 그 사실에 놀라던 시청자들은 더 크게 놀랐다. - 옵션이 뭐라고? - 데미지 증가가 퍼센트가 된다는 게 말이 돼? - 안 보인다고 구라치는 거 같은데?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허나, 그에 대한 불만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아니, 그럼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나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 하나로 합치면 옵션이 어떻게 나온다는 거야? - 설마 세트 옵션이 그냥 아이템 하나에 붙어서 나오는 거야? 더 쇼킹할 일은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남았다는 것. - 다들 아가리 하자! 지금 BJ대마도사님 일하잖아! - BJ대마도사님에 집중하자! 그 사실에 모두가 숨죽인 채 미다스의 다음 행보를 기다렸고,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두 세트 아이템.” 말과 함께 작아진 큐브를 다시 주운 미다스. 이내 그가 큐브를 든 채 말했다. “아, 그런데 지금 제가 레벨이 안 되어서 두 아이템을 착용할 수가 없어서요. 그러니까 일단 레벨업 좀 하겠습니다." 345화. < 107화. 합성 (6). > 18. - 지금 BJ대마도사가 사고 쳤다. ㄴ 또 뭐? 여자친구라도 공개했어? ㄴ 그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거임! ㄴ 에이, 그거보다 말이 안 되는 게 뭐가 있어? ㄴ BJ대마도사가 아이템 합성했다! 세트 아이템 하나로 합성했어! ㄴ 말도 안 돼! 이제까지 갓워즈에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었던 아이템 합성 시스템의 등장은 갓워즈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머리를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가지고 있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 아이템 합성했음! ㄴ 장갑 하나에 데미지 증가 70퍼센트 옵 붙음! ㄴ 70퍼? 미친, 그게 말이 돼? 더욱이 그 합성 시스템을 통해 나온 아이템의 옵션은 그 흔들림을 더 크게 만들었다. - 이제 에이트리의 흔적 세트랑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 세트도 합성한다! ㄴ 미친, 그게 얼마짜린데! ㄴ 와, 그냥 아파트끼리 합성하는 거네. 그리고 더 큰 흔들림이 예약된 상태. 하지만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 어? 착용 레벨이 안 된다고? - 아, 렙업 사냥하네. - 헐, 이 분위기가 여기서 이렇게 끝나네.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달아오른 분위기는 식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반대의 의미로 분위기가 식은 이들도 있었다. “맙소사.” 멀린, 아즈모와의 대화를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그는 그 짤막한 탄식과 함께 자신의 양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 “맙소사.” 그 상태에서 똑같은 탄식을 재차 토했다. 그 정도였다. “설마 280레벨조차 안 됐다니……." 이번에 BJ대마도사가 내뱉은 발언은 그 대단한 멀린조차도 잠시 동안 정신을 놓게 만들 정도로,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비단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엠마, 그녀 역시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 사이로 입을 꽉 다물었다. ‘300레벨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BJ대마도사의 레벨이 사냥터 레벨에 비해서 제법 낮으리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허나, 그래도 280레벨쯤, 지금쯤이면 좋든 싫든 최소한 285레벨쯤은 달성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두 아이템을 요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신대륙 입성 무렵에 270레벨대였던 모양. ‘그러면 중원 길드한테 강제 레벨업을 당할 때는 260레벨대였다는 건가? 그런데 그렇게 강하다고?’ 당연히 여황 개미 이벤트 직전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레벨이었다는 의미였다. ‘거짓말일지도 몰라.’ 이쯤 되자 엠마는 오히려 이 자체가 BJ대마도사의 수작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어비스 길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유가 넘치는 것처럼 연기함으로써 그걸 믿게 만들기 위한 수작. 너희들이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에게는 제대로 된 타격도 주지 못했다, 라고 믿게 하려는 수작. 충분히 가능한 수작이었다. BJ대마도사의 레벨 상황은 현시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였으니까. ‘하지만 진짜라면?’ 그렇기에 반대로 저 발언이 진실일 경우에 대해서도 엠마는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라면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의 출혈을 각오해야 해.’ 상대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라면 당연히 그것을 상대하는 데에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 역시 그 이상이 될 수밖에 없기에. “어떻게 생각해? BJ대마도사가 한 말이 진짜 같아?” 멀린 역시 엠마와 생각이 비슷했다. BJ대마도사가 분명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단 레벨이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고백이 사실이란 보장은 없었다.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저 단순히 정말 레벨이 낮다는 이유로 이런 발언을 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지.” 분명한 건 오직 하나. “우리를 흔들기 위해 이런 연출을 하는 거겠지.”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를 향해서, 정확히는 그 둘을 향해서 수작을 부렸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그리고 그 수작에 엠마와 멀린은 어쨌거나 필요 이상으로 힘과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보다......." 더욱이 고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템 합성도 합성인데, 정말 BJ대마도사 레벨이 낮은 거라면…… 말도 안 되는 스펙이겠군.” 레벨이 깡패다, 갓워즈에서도 적용되는 그 논리대로라면, BJ대마도사가 레벨만 제대로 올리면 말도 안 되는 깡패가 되는 셈. “앞으로 계획을 짤 때 그의 스펙을 더 높게 잡아야겠어.” “상향 조정해야겠죠. 지금도 충분히 괴물이지만.” 여러모로 엠마와 멀린 입장에서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셈이었다. 그런 그 둘에게 BJ대마도사는 말했다. - 아, 골드의 새로운 모습 소개 안 해드렸죠? 자, 골드야, 새로 얻은 드래곤 나이트의 몸을 한 번 보여드리렴. - 주인님께서 주신 이 몸을 보고 다들 감탄하고, 찬양하라! 이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머릿속에 있는 BJ대마도사에 대한 기존의 상식과 계산을 이제 깔끔하게 지우라고. 19. 플레이어들이 파티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였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하지만 막상 그 효율을 제대로 끌어내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갖춘 스펙 이상으로 호흡이란 요소가 중요했으니까. “A팀 오는 밸로시랩터 무리 막으면서 시간 벌고, B팀은 그 사이에 밸로시랩터 무리 체력 줄여 놓는다. HP 상태는 50퍼센트 미만으로. C팀, 근처에 몬스터 찾아서 물고 오고, D팀은 수색 시작해.” 그리고 지금 생존자 길드가 그 호흡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BJ대마도사님이 아직 여유가 있으시니까, 지금보다 페이스 전체적으로 10퍼센트 정도 높인다.” 그도 그럴 것이 레크를 포함해 생존자 길드가 스스로 말한 4일이란 기간 동안 준비한 게 바로 그 호흡이었다. 그저 단순히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는 솔직히 4일이란 시간은 필요가 없었다. 무려 반 년 넘게 1티어급 길드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온 이들이 서로 호흡이 안 맞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명심해, BJ대마도사님의 페이스에 맞추는 거다. 훈련했던 것처럼.” 그들이 맞추고자 한 호흡은 바로 BJ대마도사의 플레이에 대한 호흡이었다. 어떻게 해야 BJ대마도사를 가장 완벽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호흡. ‘말도 안 되네.’ 그러한 고민과 노력 속에서 나온 생존자 길드의 지원은 미다스조차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탐험가 길드 VVIP서비스보다 훨씬 빠르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사냥 속도는 이런 부분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탐험가 길드조차 뛰어넘을 정도. ‘진짜 대단하시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감탄을 넘어 감격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생존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사냥 플레이 영상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며, 분석하면서 그에 맞는 작전과 매뉴얼을 만들고, 그것을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했으리란 것을. 그러면서도 딱히 그들이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최선을 다해 응해줘야지.’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할 수 있는 보답은 그들의 노력해서 만든 밥상을 가장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맛있는 밥상을 차려도 먹는 이가 제대로 먹지 못하면, 맛있게 보이지 않는 법. 즉, 여기서 미다스가 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줘야 생존자 길드의 평가도 올라가는 셈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때문에 레벨업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는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자.’ 이 흐름이 깨질 만한 요소는 배제했다. ‘아니, 페이스를 끌어올려야지.’ 그러면서 본인 역시 집중했다. “럭키, 골드, 실버. 가서 쓸어.” 왕! “여부가 있겠습니까, 폭풍처럼 쓸어버리겠습니다.” “선배님, 제 위에 타십시오!” 셋이 전장에 향하는 사이 미다스가 스킬을 사용했다. “뇌전의 정령 기사.” 라이브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뇌전의 정령 기사 존재를 보여줬다. 당연히 그 광경에 모두가 놀랐다. - 뇌전의 정령 기사? - 남들은 보기도 힘든 스킬은 무슨 심심할 때마다 배워서 선보이네. - 가만, BJ대마도사라면 2마리 소환 가능하지 않음?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몇몇은 포착했다. [라포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무리 봐도 마력 소모량이 못 버틸 거 같은데, 포션을 한 번을 안 마시네.] [구스타프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사역마들 움직임이 달라. 평소와 다르게 마법만 쓰는 게 아니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분명 뭔가 있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확실한 건 여러 부분에서 스펙업을 했다는 거겠지.]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누군 열심히 게임해서 강해지는데, 누군 그냥 단숨에 강해지네. 이거 서러워서 게임 하겠어? 멀린도 말이 없잖아? 안 그래?] BJ대마도사가 여황 개미 이벤트 당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스펙업을 이룩했다는 것. - 와, 아즈모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네? - 그보다 멀린은 왜 말이 없지? - 솔직히 말문 막히는 광경이지. 아즈모 말처럼 멀린도 이거 보고 허탈할 걸? 그리고 그 수준이 이제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조차 쉽사리 엄두를 못 낼 수준이라는 것. ‘채팅창이 소란스럽겠네.’ 허나, 그 소란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반응할 도리가 없었다. ‘차라리 잘 됐어.’ 그리고 딱히 반응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눈앞에 다가오는 몬스터에게 신경을 쏟아부을 때. 그게 이유였다. ‘페이스는 유지해야 하니까…… 괜히 여기서 골드와 실버의 새로운 능력은 꺼낼 필요가 없겠지. 뇌전의 정령 기사까지만 꺼내자.’ 미다스가 여기서 두 가디언이 룰 브레이커를 쓰고 보스 몬스터 스킬마저 사용하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할 게 분명했다. 감히 그 누구도, 심지어 미다스조차도 얻기 전까지는 예상한 적 없었으니까. ‘제아무리 생존자 길드라고 해도 그것까지 상상하고 준비했을 리도 없고.’ 문제는 그 예상 못하는 이들 중에는 생존자 길드 역시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능력을, 그것도 상식 범주 밖의 능력을 꺼낸다면 다른 이들이야 보고 즐기면 되지만 생존자 길드는 그 능력에 염두에 두고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그 경우 지금 이 페이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지금은 터뜨리는 게 아니라 착실하게 갈 때다. 참자. 반응이 약하더라도, 시청자 숫자가 감소하더라도, 버틴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참아야 할 때. “이제 꺼낼 건 다 꺼냈으니, 이대로 레벨업 사냥만 하겠습니다.” ‘좋은 건 나중에 꺼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거짓말을 내뱉은 채 사냥에 집중했다. 20.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알림이 들린 건 사냥을 시작하고 7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7시간 동안 3레벨 올렸다.’ 더불어 세 번째 알림이었다. ‘말도 안 되는 페이스다.’ 막상 당사자인 미다스조차 믿을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기준. - 사냥 끝났나? - 아직도 사냥 중임? - 아, 7시간짜리 라이브 방송 보기 힘드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지루한 라이브 방송이었다. “시청자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레크의 말처럼 한때 4천만까지 치솟았던 시청자 숫자는 현재 채 3백만 명도 남지 않은 상황. - 골드랑 럭키 때문에 봤다. - 골드, 럭키 없었음 진작에 때려치웠지. - 골드의 새로운 몸 멋있네. - 럭키도 그렇고, 골드도 그렇고 갈수록 잘생겨지네. 누구랑 다르게. 그마저도 골드의 새로운 육체가 아니었다면 시청자 숫자는 1백만 명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터. 어쨌거나 이제 끝이 왔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슬슬 정리하세요.” 그 말에 생존자 길드원들이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야 끝났다.’ 처음에는 이 기나긴 마라톤이 끝났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대단하다, 어떻게 저 화력을 이렇게 유지하지?’ 그 후에는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능력에 대한 한숨이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괴물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어쨌거나 진짜 다행이네, 이런 BJ대마도사가 적이 아니라서.’ 마지막 한숨은 그런 BJ대마도사와 같은 편이, 그것도 아주 끈끈한 편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렇게 생존자 길드원들이 한숨을 내뱉을 무렵,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준비했다. - 이제 끝났네. - 자, 다들 나갑시다! - 간만에 장거리 방송 뛰었네. 어우, 힘들어. - BJ대마도사님 다음에 올 때 재미난 거! 이 긴 하루를 마칠 준비. “그럼 다들 잘 가세요, 다음에는 게스트가 아니라 제 라이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아!”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선물을 줬다. “그리고 남은 두 세트 아이템 합성한 거 옵션은 라이징 스타 채널 게시판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아주 화끈한 선물을. 21. [에이트리의 신발]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85레벨 이상 - 에이트리의 흔적들을 모아 하나로 합쳐 만든 신발이다. 에이트리의 힘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 모든 능력치 +702 - 마법 공격력 +50 - 이동 속도 30퍼센트 증가 - 마력 소모량 30퍼센트 감소 - 모든 마법 데미지 4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80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로 만든 로브]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285레벨 이상 - 티라노사우루스의 핏빛 가죽을 쥐어짜내 뽑은 피로 만든 로브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강인한 생명의 원천이 담겨 있다. - 모든 능력치 +701 - 마법 공격력 +49 - 물리 방어력 20퍼센트 증가 - 마법 방어력 20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30퍼센 트 증가 - 모든 마법 쿨타임 30퍼센트 감소 - 상태 이상 효과 188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이제까지 다 모은 이들조차 손에 꼽을 정도인 두 세트 아이템을 각각 하나로 합성한 결과물들을 바라보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말도 안 되네.’ ‘와, 이 템 실화인가?’ ‘지금 갓워즈에 나온 모든 템들 중에 단일 아이템으로는 최고 수준인 거 같은데?’ 모두가 하나 같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두 아이템의 옵션은 정말 이제까지 나온 갓워즈의 그 어떤 아이템도 상종이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게 거래됐으면 얼마일까?” “거래됐으면 그냥 게임이 박살이 났겠지.” “아무렴, 이건 핵무기 같은 거야. 거래되면 안 돼.”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라는 옵션이 그나마 보는 이들을 안도하게 만들어줄 따름. “BJ대마도사도 대단하네, 세트 아이템 가격도 장난 아닌데 결국 안고 죽은 거잖아?” 한편으로 이 엄청난 것들을 한순간에 거래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BJ대마도사의 결단력에 대한 감탄도 나왔다. “부자인 건 알았지만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부자인 모양이네.” “대체 재산이 얼마일까?” “적어도 억 단위는 넘을 거야. 달러로.” “대단하다니까, 나 같으면 그런 돈 있으면 게임 따윈 안 하고 방탕하게 온갖 여자랑 사귀면서 다닐 텐데.” 자연스레 이야기는 BJ대마도사의 재력에 관련된 이야기로 흘러갔다. 달리 말하면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했다는 의미. 물론 박영준은 예외였다. 툭툭,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어비스 길드만이 존재했다. ‘오늘 일로 어비스 길드를 흔드는 건 성공했어. 필시 BJ대마도사의 레벨 발언에 생각이 많아졌을 테니까.’ 일단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 타격을 준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대응을 읽어야 해.’ 하지만 싸움이란 게 그냥 한 번 주먹을 맞췄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 법. 정말 싸움에서 이기고 싶으면 맞춘 다음에 적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뭔가 할 수 있는 패는 헤이즈 길드뿐.’ 그 부분에 있어 어비스 길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었다. 돈이나 아이템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이번에 더 확실하게 증명된 상황 아닌가? 결국 BJ대마도사가 헤이즈 길드와 한 약속을 이용하는 수밖에. ‘나라면 어떻게든 생존자 길드랑 떼어놓으려고 할 거야.’ 또한 생존자 길드의 참가를 막는 쪽으로 기획할 가능성이 컸다. 오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생존자 길드랑 호흡을 맞춘 BJ대마도사를 헤이즈 길드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터. ‘어떻게든 BJ대마도사를 솔로로 만들려고 하겠지.’ 나름 상대방의 수가 예측되는 상황. 남은 건 그에 대한 대처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BJ대마도사에게는 아주 확실하고 편리한 대처법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편한 건 소원 하나를 쓰는 거다.’ 중원 길드에 받은 소원 3개를 이용하는 것. ‘하지만 소원을 함부로 쓸 수는 없지.’ 물론 그 강력한 카드를 바로 이 자리에서 고민도 없이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말 그대로 최후의 보루 같은 녀석이었으니까. 즉, 박영준이 해야 할 건 그 카드를 쓰지 않고서 목표를 이루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BJ대마도사가 솔로로 남게 해서는 안 돼.’ BJ대마도사를 솔로 탈출시키는 것. 툭툭! 그것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이내 멈췄다. ‘일단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눠야겠어.’ 346화. < 108화. 솔로 (1). > 1. 드디어 공개된 합성 아이템 옵션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 옵션 리얼임? ㄴ 리얼은 무슨, 딱 봐도 주작이 날아올라도 한 다섯 번쯤은 날아오른 것 같은데. ㄴ 아무렴. 당연히 조작이겠지. 설마 이런 아이템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 보고도 믿을 수 없다! 그런 반응이 나올 만큼 두 아이템의 옵션은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 그냥 일반 플레이어도 이거 끼면 괴물 되겠는데, 이미 괴물인 BJ대마도사가 이거 끼면 어떻게 될까? ㄴ 어떻게 되긴 슈퍼괴물 되는 거지. ㄴ 무섭다, 무서워. 하물며 이 아이템의 소유주는 상식을 벗어난 괴물, BJ대마도사. - 조만간 이 템 끼고 방송하겠지? ㄴ 그래,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보자! 때문에 사람들은 이 아이템을 착용한 후 BJ대마도사가 보여줄 퍼포먼스를 기대했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85레벨이다!’ 생존자 길드의 도움을 받아 사냥을 한지 3일 차에 미다스가 드디어 285레벨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우와…….'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일단 감격부터 했다. 이렇게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격. 그러나 감격은 짧았다. “다들 움직여! A팀, 몬스터 제대로 막으란 말이야! 튀어 나가지 않게! 하나라도 빠뜨리지 마!” 자신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뛰는 생존자 길드를 보는 순간 미다스의 가슴을 벅차오르던 감격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분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는 불가능했을 거야.’ 대신 무한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미안함도 느꼈다. ‘나 때문에 너무 고생들 하시네.’ 사냥터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이 한계에 다다라서 경험치가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는 것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일. 생존자 길드가 미다스에게 해준 것은 협동이 아니라 봉사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고생시키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그렇기에 미다스는 생존자 길드와 협업을 이것으로 끝낼 속셈이었다. 물론 관계를 단절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생존자 길드분들은 먼저 다음 사냥터로 보내드리고, 다음에 만날 때는 내가 한 번 제대로 서포트해드리자.’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며, 그때는 서로에게 윈윈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미다스가 무슨 대단한 위치라고, 여기서 생존자 길드 보고 이래라저래라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법. ‘사장님에게 말씀드리면 알아서 해주시겠지.’ 이런 건 수장들끼리 대화로 정해야 할 일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여기까지요?” “예,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일찍 끝내겠습니다. 개인적인 약속도 있어서요.” 때문에 미다스는 그 의중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사냥 자체만을 여기서 중단했다. “알겠습니다.” ‘뭔가 일이 있으신 모양이군. 하긴, 그냥 단순히 게임을 하는 분이 아니시니까. 현실에서 할 일이 더 많겠지.’ BJ대마도사를 구세주처럼 섬기는 레크는 미다스의 그 말에 어떤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럼 전 마저 정리할 테니까 여기서 헤어지겠습니다.”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 짤막한 인사를 끝으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럭키와 골드, 실버에게 신호를 보냈다. 무대를 살짝 바꾸자는 신호. 왕! 그 신호에 가장 먼저 럭키가 가볍게 짖으며 미다스의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비볐다. “그래, 럭키야.”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음을 내디디던 미다스가 인벤토리 창을 하나 열었다. “템렙 맞췄으면 템을 껴야지.” 그리고는 곧바로 인벤토리 가장 상단, 1번 칸과 2번 칸을 장식하고 있는 두 아이템을 바라봤다. ‘드디어.’ 주저함은 없었다. 미다스가 바로 장비창을 활성화한 후에 있는 두 아이템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미다스의 목 주변에서 핏빛 로브가 등장하더니, 단숨에 그의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그의 발이 빛이 나더니 새하얀 부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트리의 흔적을 모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를 탐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달콤한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상태창을 바로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285 - 직업 : 대마도사 - 성좌 : 워드래곤 - 능력 : 근력 (5+2755/체력 (5+2689)/지력(1323+4213)/마력(290+3799) - 잔여 스탯 : 4 ‘괴물이네, 괴물.’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스탯. ‘여기에 상태 이상 효과는 지팡이랑 합쳐서 도합 380퍼센트 이상, 쿨타임도 대폭 감소에 마법 크기는…… 어우.’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스펙업이 더 크다는 점이었다. ‘이제 골렘들 덩치가 10미터 가깝게 되겠네. 정령 기사들도 5미터는 훌쩍 넘겠고.’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슬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나지막이 외쳤다. “파이어볼.” 그 순간. 말을 내뱉는 순간. [캐스팅이 완료했습니다.] 정말 짤막한 시간 끝에 캐스팅이 완료됐고 이내 미다스의 손에 불덩이 하나가 등장했다. 농구공 크기의 불덩이가. ‘뭐 이렇게 커?’ 예상보다 큰 파이어볼의 크기에 미다스가 짧게 놀랐다. 물론 이후에는 미소를 지었다. ‘진짜 끝내주네.’ 이걸 보고 환호하지 않을 마법사 플레이어는 없을 터.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 호곤을 만나서 퀘스트 완료하고, 보상으로 레전더리 에픽 카드를 받아볼까?’ 아직 미다스가 할 일은 더 있었으니까. 2. 신대륙 초입의 해안가, 그곳에 둥둥 떠 있는 배 갑판 위. “정말 놀라운 이야기로군.” 그 위에서 미다스가 해준 이야기를 전부 들은 NPC호곤이 감탄을 내뱉었다. “설마 이곳에서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을 줄이야.” 그 감탄 후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NPC호곤이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가 발견한 건 용의 알일지도 모르네.” 그 말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용의 알이요? 그런 게 있습니까?” 난생 처음 듣는 단어다! 라는 표정을 지은 채. 물론 연기였다. 이 대목에서, 아 그런 건 진작에 알고 있었거든요, 라고 대답해봤자 좋을 건 없지 않은가? ‘여기서 대충 맞장구 쳐줘야지.’ 그런 미다스의 노력 덕분에 이야기는 부드럽게 진행됐다. “그야말로 신화 속……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이지. 제 스스로 신이 되거나 혹은 신조차 집어삼킬 수 있는 존재.” “대단하군요. 저는 정말 처음 듣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걸세.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이기에 용을 아는 이들은 숨기고자 할 뿐이니까. 그런 이유로 그 존재를 탐구하는 이들 조차 극소수에 불과할 따름이지.” 그 순간이었다. 말을 뱉던 NPC호곤이 조심스레 주변을 살핀 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그중 한 명이네.” 나지막한 목소리. 그건 확실한 증거였다. “신들의 흔적을 찾는 게 내 본연의 임무였던 만큼, 그 과정에서 용에 대한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탐구심을 추구한 것일 뿐, 왕실에서도 알지 못하네.” 이것이 결코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비밀임을. ‘오케이.’ 그리고 그 비밀을 미다스와 공유하고자 한다는 것을. 그 순간이었다. “일단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자네의 공이 더 먼저이겠군. 자네 덕분에 루언 기사단장을 구하게 됐네. 그에 대해 왕실에서는 자네에게 포상을 내리셨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알림과 함께 NPC호곤이 품에서 흑요석 스킬 카드북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받아 챙겼다. “이것으로 왕명은 끝났네. 새로운 왕명이 올 때까지 자네는 자유이지. 그래서 부탁 하나가 있네.” “부탁이요?” “제가 무언가 하실 부탁이 있으십니까?” “이름 모를 대마법사는 분명 용의 알로부터 힘을 꺼내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 걸세. 만약 찾아내지 못했다면 여전히 이곳에서 그 연구를 계속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분명 이곳 어딘 가에 그냥 덩그러니 놓고 갔을 거고.” “연구물이라면……." “드래곤 나이트는 어디까지나 드래곤을 지키는 기사, 당연히 드래곤 나이트가 있다는 건 그 힘의 근원이 되는 드래곤이 있다는 의미라네. 이곳 어딘가에 이름 모를 대마도사가 만든 드래곤이 있을 걸세. 그것의 피를 구해다주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퀘스트가 시작됐다. [용의 알]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호곤이 용의 알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만든 드래곤의 피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을 들어 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는 지도 !퀘스트 완료 시 ‘각성’ 진행 가능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길게 숨을 골랐다. ‘이번에도 또 보통 퀘스트가 아니네.’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만든 드래곤이 일반적인 드래곤보다는 약하겠지만 어쨌거나 드래곤을 잡아달라는 퀘스트 내용. 이번에도 아득한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 과제 앞에서 미다스는 투정을 내뱉는 대신 자신감을 곱씹었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지금 미다스의 스펙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으니까. ‘스킬 카드 보상하고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도 있고.’ 여기에 미다스에게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여지가 하나 더 마련된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 할 수 있을 터.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NPC호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이야기에 따르면 넘을 수 없는 산의 결계가 사라졌네.” “결계요?” “자네가 이름 모를 대마법사의 던전을 공략한 것이 결계에 영향을 미친 모양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이제부터 그곳에 누구든 갈 수 있다는 의미이지.” 그리고 뒤를 이어서 알림이 들렸다. [넘을 수 없는 산이 개방됩니다.] 신대륙에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3. - BJ대마도사가 또 이벤트 발생시켰다면서? ㄴ 넘을 수 없는 산 개방함. 이번에는 그냥 개방도 아니고, 아예 필드 하나 새로 열었음. ㄴ 맞아, 시간제한도 없다고 하더라고.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를 통해 시작된 빅 이벤트. - 뭐, 이럴 줄 알았어. 다들 예상했잖아? - 설마 BJ대마도사가 조용히 사냥터 졸업하리라고 예상한 애들은 없겠지? 허나, 이번 빅 이벤트의 등장에 사람들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행동도 빨랐다. “예상대로 필드가 열렸으니까 바로 가자.” “이미 준비는 끝났고, 부딪치기만 하면 돼.” 특히 신대륙 초입에서 사냥 중인 몇몇 길드들은 예열조차 마친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움직인 건 다름 아니라 헤이즈 길드였다. 헤이즈 길드는 이 알림이 신대륙 초입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제안을 했다. - 그러니까 새로운 필드에서 새로운 보스 몬스터 사냥을 두고 경쟁하고 싶다고요? 쉽게 말해서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 새로운 필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고. - 거기 나오는 보스 몬스터가 뭔지는 압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헤이즈 길드가 전후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 제안이 아니었다. “아니요, 당연히 모릅니다. 단지 그들은 이벤트가 필요할 뿐이니까요.” ‘그리고 잡고 싶은 생각도 없고.’ 애초에 헤이즈 길드가 잡고자 원하는 건 정체 모를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으니까. “더불어 헤이즈 길드 쪽에서는 BJ대마도사님의 솔로 플레이를 요구했습니다.” - 솔로? “예, 생존자 길드를 빼고 레이드 레이스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헤이즈 길드가 잡고 싶은 사냥감은 BJ대마도사였으니까. ‘뭔가 수작이라도 부릴 줄 알았는데, 그냥 아예 대놓고 덤벼드는군.’ 너무 뻔한 속내. - 이거 너무 노골적인데요? 당장 BJ대마도사도 그 의도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 “예, 노골적이죠.” ‘달리 말하면 꺼낼 패가 이것밖에 없다는 거지.’ 한편으로는 이것만 넘긴다면 상대방이 내세울 패는 더 이상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긴, 내놓을 패가 뻔하면 괜히 숨기는 것보단 바로 까는 게 낫지.’ 당연한 말이지만 박영준은 이 제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이야기는 건 그 패를 상대하기 위해 어떤 패를 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가장 확실한 건 중원 길드한테 소원을 줘서, 압박하는 것. 그 소원을 이용하면 헤이즈 길드의 뒤에 있는 어비스 길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면 공론화시킨 후에 명분 싸움으로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 박영준 역시 나름 다양한 방법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BJ대마도사의 의사, 때문에 박영준은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화면 속 BJ대마도사는 짧게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 이대로 하면 너무 손해인데, 우리 쪽이 콜하는 조건으로 뭘 더 받아올 수 있습니까? 그 말에 박영준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이윽고 놀란 박영준이 되물었다. 4. - 와튼 : 그러니까 지금 솔로 플레이 조건을 수락하신다는 겁니까? 채팅창에 뜬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는 보다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쪽이 그런 걸 원하면 해줘야죠. 대신 그냥 단순히 해주기에는 좀 너무 손해 보는 건데 그냥 받을 순 없잖아요?” 그 대답을 뱉는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별 다른 의문은 없었다. ‘어차피 생존자 길드하고는 더 이상 못하지. 여기까지 끌어들이는 건 예의가 아니야.’ 애초에 미다스 입장에서 생존자 길드는 이제 더 이상 미안해서라도 같이할 수 없는 상황. 어차피 솔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로 헤이즈 길드의 제안 역시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다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냥 잡는 것보단 경쟁적으로 잡는 게 시청자 숫자 면에서나, 흥행 면에서나 훨씬 이득일 터. ‘약속은 지켜야지.’ 또한 어차피 치러야 할 일이기도 했다. 여기서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BJ대마도사를 신뢰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해볼 만해.’ 물론 이 제안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이 레이스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장 미다스는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의 키메라사우루스들은 수없이 사냥해본 상태였다. ‘내 눈이 있으면 더더욱.’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눈이 있었다. 안개로 자욱한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서 보스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눈을. ‘못 잡을 건 없다.’ 마지막으로 화력 역시 충분했다. ‘여차하면 같이 잡는 거고.’ 혹여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는 주변 도움을 받아서 공동 레이스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함께 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과 같이 사냥하는 게 미다스에게는 위험부담을 줄일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즉, 헤이즈 길드가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가는데 참가해준다는 것부터가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득이었고, 딱히 추가 이득을 챙길 필요도 없었다. ‘우리 사장님하고 직원 분들도 먹고는 살아야지.’ 단지 이대로 그냥 조건을 수락해버리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받는 이익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릴 뿐. 때문에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말했다. “이 정도로 요구하는 대로 해주는 건데, 헤이즈 길드 쪽이나 다른 곳에서 추가로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사장님이 원하시는 걸 마음대로 요구해보세요.” ‘사장님, 이번에는 사장님하고 직원분들 것 좀 챙기세요. 광고료 좀 두둑하게.’ 이건 자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 와튼 : 알겠습니다. - 와튼 : 그럼 헤이즈 길드와 다시 협상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나온 대답에 미다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그 웃음을 끝으로 미팅이 끝났다. “좋아, 하나 처리했고.”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그럼 이제 나머지 처리해야지. 럭키야.” 왕! “하울링 한 번 질러봐라.” 미다스, 그가 스킬 카드 보상을 받을 준비를 했다. 347화. < 108화. 솔로 (2). > 5. 갓워즈에서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의 시세는 상식을 초월했다. 그마저도 거래가 되면 다행이었다. 300레벨 근처에 이르게 되면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너 미군이 러시아에 전투기 파는 거 봤어? 그거랑 똑같은 거야. 그 아이템을 팔면 경쟁자가 강해지는 거라고." 상식적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넘어서,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파는 게 경쟁자를 강화한다는 생각이 드는 탓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 소유주들은 개인보다는 길드들이나 게임 컴퍼니거든. 당장 돈이 아쉬운 애들이 아니야.” 또한 300레벨 이상 사냥터에서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들을 개인이 소유한 경우는 없었다. 습득이야 플레이어가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길드 소속이었고, 길드에 가입할 때 계약서상에 사냥 중에 얻는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에 대해서 일정 부분의 지분만을 얻는 식의 조항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길드 입장에서는 파는 것보다 좋은 플레이어를 영입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카드로 쓰는 게 낫지. 혹은 유망주에게 주거나.” 그런 식으로 권리를 가지게 된 길드들 입장에서는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단 가지고 있다가 차후 유망주들 혹은 영입하게 될 플레이어를 위해 쓰는 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어쨌거나 신대륙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스킬 카드를 구매하기란 불가능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 ‘이럴 수가.’ 그리고 지금 막 스킬 카드 보상을 확인하는 미다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탄식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앞서 말했듯이 사실상 레벨업 보상이 아니면 원하는 스킬 카드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아이스 스톰]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치명적인 동상을 입히는 얼음비를 내리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눈앞에 레전더리 스킬인 아이스 스톰이 등장했으니까. “크으!" ‘이럴 수가! 이게 나오다니!’ 감격을 넘어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아이스 스톰은 굉장히 유용한 스킬이었다. ‘트라이던트 광역 버전이나 다름없는데!’ 데미지도 데미지이지만 동상 효과로 인한 이동 속도 및 공격 속도 감소 효과는 트라이던트처럼 빙결 효과만큼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유용했다. ‘아, 맞아!’ 심지어 미다스의 경우에는 상태 이상 효과가 무려 300퍼센트 넘게 증가하는 상황! 아이스 스톰의 효과를 갓워즈의 그 어떤 플레이어들보다 확실하게 끄집어낼 수 있었다. ‘레전더리 에픽!’ 여기서 미다스는 멈추지 않았다. 당장 새로이 얻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바로 개봉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에메랄드빛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다스의 시선이 새로 얻은 아이스 스톰 스킬 카드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거다.’ 이윽고 아이스 스품 스킬 카드를 찾아낸 미다스. [아이스 스톰]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치명적인 동상을 입히는 얼음비를 내리게 한다. 얼음비를 맞는 횟수가 길어지면 빙결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추가된 빙결 옵션. “얘들아.” 왕! “예, 주인님."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더 이상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솔로 복귀다.” 6. “솔로 복귀를 해주겠다?” 엠마, 그녀의 말에 곧바로 채팅창에 글이 올라왔다. - 헤이즈 : 예. - 헤이즈 : 솔로 요청을 들어줄 테니, 대신 더 많은 보상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어진 추가 보상이란 단어에 엠마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대체 뭐지?’ 처음 이 제안을, 헤이즈 길드와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혼자서 하라는 제안을 하기로 했을 때 엠마는 BJ대마도사 쪽이 이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리라 예상했다. ‘솔로 플레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이렇게 쉽게?’ 이런 식으로 너무나도 쉽게 제안을 받아들인다, 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어.’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 혼자서 본 적 없는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게 가능할 리 없었으니까. 물론 그에게 정보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 필시 넘을 수 없는 산 너머가 어떠한지도 알고 있을 것이고 보스 몬스터의 정체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잡는 건 전혀 다른 일. ‘그 템으로도 안 돼.’ 더욱이 이미 BJ대마도사는 자신이 가진 능력 전부를 제대로 공개한 상황이었다. 엠마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그 아이템을 착용하더라도 신대륙 초입의 보스 몬스터인 티라노사우루스를 솔로 레이드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무척 컸다. ‘누가 보더라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강할 텐데.’ 하물며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의 보스 몬스터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강할 가능성이 명백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솔로 레이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선택지였다. 심지어 그저 단순히 사냥도 아니고, 경쟁 아닌가? ‘배짱 승부인가?’ 이쯤 되자 엠마는 이게 BJ대마도사의 배짱 승부, 소위 뻥카일 가능성을 고려했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헤이즈 길드, 정확히는 어비스 길드가 제시하는 메리트가 별로라면 반려하면 될 일. 그게 아니면 추가 조건을 붙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확실해.’ 이윽고 엠마는 확신했다. ‘이번에 BJ대마도사는 아이템 합성이란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어. 그런 그에게 그냥 레전더리 스킬 카드나 아이템 따위는 의미가 없지.’ 현재 BJ대마도사는 차원이 다른 아이템을 얻었고, 그 아이템 옵션을 대놓고 공개한 상태. 그런 그에게 어설픈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주고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 건, 아즈모에게 돈을 줄 테니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즉, 지금 BJ대마도사는 배짱을 부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태였다. 어비스 길드에 자신이 보여준 그 아이템 이상의 아이템은 없으리란 확신에서 이루어진 배짱. - 헤이즈 : 어떻게 할까요? 그 순간 엠마의 표정이 다른 의미로 굳었다. “어떻게 하긴요, 원하는 대로 큰 걸 줘야죠. BJ대마도사 쪽에 전달하세요, 스킬 카드를 주겠다고.” - 헤이즈 : 무슨 스킬 카드입니까? “300레벨 레전더리 스킬 카드, 플레임 드래곤이요. 단, 이쪽에서도 조건이 있어요.” 엠마, 그녀가 승부를 걸었다. 7. ‘플레임 드래곤.’ 헤이즈 길드, 정확히는 어비스 길드로부터 온 제안을 보다는 순간 박영준은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리는 것을 멈췄다. ‘이거구나.’ BJ대마도사가 솔로 플레이 조건을 수락함으로써 노리고자 했던 것이 명확해졌으니까. ‘그래, 이 정도면 노릴 만하지.’ 동시에 그것을 노리고자 하는 이유 역시 명확해졌다. ‘300레벨 최강의 스킬이면 충분히 노릴 만하지.’ 플레임 드래곤. 300레벨에 습득할 수 있는 대마도사 전용 마법으로 그 단일 위력은 현재까지 등장한 300레벨대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 받는 스킬이었다. ‘멀린 그리고 아즈모를 비롯해 갓워즈에서 일곱 명만 가진 스킬.’ 더불어 현재까지 그 스킬을 소유한 플레이어의 숫자는 단 일곱 명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희소한 스킬이기도 했다. 거래 자체를 떠나서 누군가 스킬 카드를 소유했다는 사실 자체도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 ‘어비스 길드가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군.’ 박영준도 어비스 길드에 그런 매물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알게 된 정도였다. ‘아마 이건 아즈모도 몰랐을 가능성이 커. 알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해줬을 테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정보력에 새삼 놀라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BJ대마도사가 그 대단한 것을 결국 베팅하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스킬 카드를 베팅하게 만든 건…… 분명해. 합성 시스템을 얻는 순간, 그 순간 기획을 한 거야. 어비스 길드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서.’ 이 순간 박영준은 속으로 헛웃음을 머금었다. ‘섬뜩하군. 적이 아니라서 다행일 정도로.’ BJ대마도사의 기획력은 나름 이런 쪽에서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등골조차 오싹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물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제는 조건인데…….' 라이징 스타 채널이 조건을 내건 만큼, 헤이즈 길드 쪽에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잡을 경우.’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에서 자신들을 이기면 기꺼이 이 아이템을 주겠다고. 다른 경우라면 무시해 마땅한 요구였다. ‘플레임 드래곤이라면 그럴 수 있지.’ 허나, 이번에 걸린 상품은 그 요구를 매우 타당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즉,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과연 이 제안을 BJ대마도사가 수락할 것인가? ‘이렇게까지 판을 벌렸다면 당연히 수락하겠지만…….' 사실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온 상태였다. BJ대마도사는 못 먹는 감을 그냥 한 번 찔러나 보는 성격이 결코 아니었으니까. 못 먹는 감을 어떻게든 강제로 찔러서 한 입에 먹어치우고 다른 감을 노리는 성격이었지. ‘그래도 직접 대답은 들어야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바로 오케이 사인을 내릴 수는 없었다. 건수가 건수인 만큼 BJ대마도사의 결재가 필요한 일. 때문에 박영준이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헤이즈 길드 쪽과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우리가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추가 보상을 주겠답니다.] 이후 그 내용을 BJ대마도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답변은 10분 남짓 흐른 후에 왔다. [솔로 플레이 준비 완료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본 박영준은 더더욱 확신했다. ‘새로운 스킬이라…… 역시, 내 예상대로군.’ BJ대마도사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그런 상황에서 박영준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그럼 무대를 꾸며주는데 최선을 다하면 되겠군.’ 판을 보다 뜨겁게 만드는 것. 그 순간 박영준이 부하 직원 한 명을 향해 물었다. “영상 얼마나 완성했어?” “편집 다 끝났습니다. 바로 올릴까요?” 그 되물음에 박영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쿠키 영상 하나 더해야 하니까 기다리고 있어봐.” 그 후에 고개를 돌려 다른 부하 직원을 향해 질문을 했다. “넘을 수 없는 산 현재 상태가 어떻지?” 그 물음에 부하 직원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옥입니다!” 그 대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소식이군.” 8. - 넘을 수 없는 산 넘게 됐다면서? 넘을 수 없는 산이 개방되는 순간. “안녕하세요, BJ서먼입니다. 지금 저희들은 넘을 수 없는 산을 향하고 있습니다.” “몽블랑 길드, 지금 이 순간부터 넘을 수 없는 산 너머를 공략하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합니다.” 그 순간 곧바로 신대륙 초입에서 사냥하던 플레이어들이 대거, 경쟁적으로 넘을 수 없는 산 너머로 향했다. 막연한 도전은 아니었다. “오늘을 위해서 레전더리 템을 길드로부터 지급받았습니다.” “이날이 올 줄 알고 거금을 들여서 스킬을 새로 배웠습니다. 뭔지는 곧 공개합니다. 그러니 계속 방송 봐주시고, 추천, 좋아요, 구독 잊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반대, 만반의 준비 속에서 이루어진 도전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BJ대마도사가 온 시점에서 무언가 빅 이벤트가 터지리란 건 예고된 상황. 그 BJ대마도사 신드롬 탓에 아이템과 스킬 카드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던가? ‘BJ대마도사와 연관되지도 말라고 했지만, 솔직히 헤이즈 길드는 이미 연관됐잖아?’ ‘헤이즈 길드는 BJ대마도사랑 제대로 이벤트 해먹는데 우리만 손가락 빨라는 건 개소리지.’ 더욱이 1티어급 길드들 사이에서 있었던 비밀 협약은 헤이즈 길드로 인해 흔들린 상황이었다. ‘그냥 공개 필드 가서 사냥하는 것뿐이야. BJ대마도사랑 뭔가 하는 것도 아니야.’ ‘가서 BJ대마도사 오면 그때 튀면 되겠지.’ ‘혹여 보스몹이라도 잡으면…… 아니, 발견만 해도 그 순간 시청자 숫자 폭발한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이번 이벤트가 주는 달콤함 앞에서 굳건하기란 쉽지 않은 일. 물론 그 달콤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네요. 이거 그림이 좀 안 나오더라도 시청자분들 양해 바랍…… 어? 저기 뭔가 있습니까?" “지금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공룡 같은데…… 아니, 저게 뭐야?” “공룡인데, 이상한 공룡이네요? 일단 한 번 잡아보겠습니다.”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춘 키메라사우루스를 마주하는 순간. “씨발, 뭐 이렇게 세!” “방송 꺼! 방송 끄라고!”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뭐 이런 몬스터를 만들고 지랄이야!” 플레이어들이 맛볼 수 있는 건 쓴맛밖에 없었으니까. 그 덕분이었다. - 미친, 넘을 수 없는 산 난이도 장난 아님! ㄴ 안개도 안개인데, 키메라사우루스라고 해괴망측한 몬스터가 등장하네. ㄴ 장난 아니게 강함. 거의 준보습급임. ㄴ 심지어 드롭템도 없다던데? ㄴ 넘을 수 없는 산을 못 넘는 이유가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네. 사람들은 넘을 수 없는 산이 얼마나 지옥 같은 곳인지 빠르게 알 수 있었다. 그 무렵이었다. - 속보! 라이징 스타 채널 공지했다! ㄴ 뭔데? ㄴ 헤이즈 길드랑 이벤트 매치 일정 공개했어! 소식이 들렸다. - 매치업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긴다! ㄴ 와, 일반 몬스터도 준보스급인 곳에서 보스 몬스터가 뭔지도 모르는데 잡는다고? ㄴ 이거 깡이 대단하네. BJ대마도사와 헤이즈 길드, 그 둘의 이벤트 매치업에 대한 소문이. 그 소문에 사람들은 들떴다. 동시에 예상했다. - 뭐, 그래도 결국 BJ대마도사 다해먹을 듯. ㄴ 그렇지. 생존자 길드랑 같이 사냥하는 거 보니까 1티어급 길드 뺨 한 열두 대는 때리더라. ㄴ 1티어급 길드가 뭐야? 딱 봐도 수준이 거의 10대 길드 정예 수준이던데. ㄴ 반면 헤이즈 길드는 1티어급도 간당간당한 애들이잖아? 이거 뭐 승부가 안 될 듯. 승부의 승자는 너무나도 뻔하다고. - 잠깐, 그런데 생존자 길드가 참가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는데? 공지 보니까 그냥 BJ대마도사 대 헤이즈 길드인데? ㄴ 에이, 그런 걸 뭐하러 넣어? 당연히 하는 거겠지. ㄴ 하지만 그게 아니면? BJ대마도사가 혼자 하는 거라면? ㄴ 그야 그렇게 되면 승부는 모르는 거지. ㄴ 그런데 그게 말이 돼? BJ대마도사가 뭐하러? 몇몇 이들이 의혹을 제시했지만 말 그대로 의혹에 불과했다. - 솔로 복귀라니, 솔직히 그건 힘들지. - 솔로 복귀할 생각이었으면 생존자 길드랑 그렇게 각잡고 파티 플레이 하지도 않았겠지. - 맞아, 이제 BJ대마도사는 솔로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됐다고! 누가 들어도 턱없는 소리였으니까. - 라이징 스타 채널에 새로운 영상 올라옴. - BJ대마도사 드래곤 나이트 레이드 영상이다!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의 사냥 영상을 올리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졌다. - 장난 아니네. 혼자서 이렇게 한다고? - 다른 파티들은 30인 파티로도 못 잡는 키메라사우루스를 그냥 일방적으로 잡네. - 드래곤 나이트 상대로 그냥 아주 개그치고, 완전히 여유만발인데? - 이 정도면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겠는데? 심지어 지금은 템도 업그레이드 된 상태잖아?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충분히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서 홀로 사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잠깐, 마지막에 쿠키 영상 있다! 그리고 그 생각에 BJ대마도사가 직접 대답했다. “아, 이 영상을 보실 때쯤이면 헤이즈 길드랑 제 이벤트 매치업이 공지됐을 것 같네요. 예, 맞습니다. 저 혼자서 헤이즈 길드랑 레이드 레이스를 펼칩니다.” 이번 헤이즈 길드와의 레이드 레이스에 혼자 참가한다고. “저, 솔로 복귀합니다.” 348화. < 108화. 솔로 (3). > 9. 밥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부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하고는 한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갓워즈를 즐기는 시청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 드디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다! 신대륙 입성부터 남달랐던 BJ대마도사, 그러나 막상 신대륙 입성 이후 그가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한 적은 없었다. - 이게 대체 얼마 만의 라이브 방송이야? ㄴ 여황 개미 디펜스 때 이후 대충 2주는 넘은 듯? ㄴ 일주일만 못 봐도 금단증상 나오는데 2주일이라니, 미치겠네. 무려 2주 넘게. 심지어 그 2주 동안 조용했던 것도 아니었다. - 자, 그럼 떡밥 정리해봅시다. ㄴ 일단 합성템 위력 공식으로 보여주는 자리임. ㄴ 여기에 그 새로운 지팡이도 봐야지! ㄴ 새로운 스킬도 배울 듯. 본인 피셜로는 280레벨 이제 막 찍은 거니까. ㄴ BJ골드 님 새로운 몸 얻은 걸 빼놓으면 섭하지. ㄴ 헤이즈 길드랑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이벤트 중이고. 하나만으로도 라이브 방송 소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 수없이 넘치는 상황. - 그리고 솔로 복귀했지. 그 정점은 솔로 복귀 선언이었다. 신대륙, 이제까지 감히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의 솔로 플레이를 한 적 없는 그곳에서 혼자 게임을 한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이가 있을 리 만무. 그야말로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이 BJ대마도사 열풍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다. “네 폰은 조용하네?” “이미 이틀 전에 그냥 꺼뒀어. 이거 뭐 도무지 생활을 할 수가 있어야지. 그러는 넌?” “나도 폰은 진작에 껐고, 마누라랑 각방 쓰는 중이야. 마누라가 뭐 아는 소식 있냐고 계속 물어봐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열풍에 몸살을 앓을 정도. “이번 이벤트 끝나고 보너스는 받는다는 이야기 숨기려고 그런 거 아니야?” “쉿!” 더 나아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에게는 이미 적잖은 보너스가 예정된 상태였다. 이번에 라이브 방송 광고권을 사기 위해 블루불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광고료를 지불했고, 박영준은 그 광고료를 전부 똑같이 직원 숫자대로 나눠주기로 했으니까. 엄청난 파격이었다. “그래도 이 맛에 하는 거지.” “아무렴.”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지경. 사실 박영준이 한 일은 아니었다. ‘설마 광고료를 거부하실 줄이야.’ BJ대마도사가 이번 광고료는 라이징 스타 채널을 위해 쓰라고 말해줘서 그렇게 했을 뿐. ‘뭐, 돈이 필요하신 양반이 아니니까.’ 딱히 크게 의문이 드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다. ‘지금 플레임 드래곤이 더 중요하고.’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 걸린 상품을 생각하면 그런 광고료 따위는 아마 BJ대마도사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터. ‘사활을 걸 거다.’ 그렇기에 BJ대마도사는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 모든 것을 투입할 가능성이 컸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정도로.’ 즉, 언제 어느 순간 박영준에게 도움이나 지원 요청이 올지 몰랐다. 그게 이유였다. 박영준이 어느 때보다 긴장된 기색으로 라이브 방송이 되기를 기다리는 이유.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10. [라이브 방송 준비 중] 시커먼 배경 위에 하얀 글자만이 떠 있는 방. 도무지 눈을 씻고 봐도 볼 것 하나 없는 방. - 라이브 아직임? - 뭐야, BJ대마도사 언제 나옴? - 빨리 골드 님을 보여줘라! - 럭키님 보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러나 그 방에 달린 채팅창은 그 어느 곳보다 소란스러웠다. 아니, 소란을 넘어 화산이 터진 듯 폭발적이었다. - 그보다 아직 방송 시작도 안 했는데 대체 몇 명이야? - 헐, 이제 1억 명까지 얼마 안 남았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라이브 방송 전에 이미 1억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접속한 상태. - 설마 오프닝 1억 명으로 시작하는 거야? - 와, 1티어급 길드 중에서는 최고 시청자 숫자 1억 명 찍는 경우도 드문데. - 이쯤이면 10대 길드급이지. 지금 이 순간 갓워즈와 관련된 라이브 방송 중에 가장 핫한 방송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뜨겁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그 순간이었다. - 1억 명 돌파했다! 오프닝 스코어가 1억 명이 되는 순간, 화면이 바뀌고 이내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어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에 일단 사과부터 드립니다." 말과 함께 곧바로 정중하게 땅에 절을 하는 BJ대마도사. 헥헥! “주인님을 따라 사과드립니다.” “사과드립니다.” 그를 따라 곧바로 럭키가 바닥에 엎드렸고, 골드와 실버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엎드렸다. 꾸우! 물론 잭팟은 절은커녕 땅에 이마를 찧은 BJ대마도사의 머리 위에 앉고는 제 부리로 깃털을 관리했다. - 아, 이러면 뭐라고 할 수가 없는데. - 젠장, 선절필승 당했네. - 이러면 나무랄 수가 없지. 그 모습에 채팅창에 웃음꽃이 피었다. 당연히 유쾌해진 분위기, 그 속에서 일어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테니, 간략하게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린 미다스의 눈앞에 자욱한 안개가 들어왔다. “정확히 10분 후에 헤이즈 길드와 함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시작할 겁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먼저 잡으면 끝." 표현 그대로 짤막한 설명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진짜 관심을 가지는 건 다른 것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저 솔로 복귀했습니다.” 바로 이것. 이 발언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은 폭발했다. - 역시 솔로도사! 믿고 있었다고! - 솔로 복귀 감축드리옵니다! - 훗, 이래야 우리 솔로도사지. - 솔로도사가 솔로가 아닌 세상은 필요가 없어. 당장 시청자들의 축하 인사가 터졌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후원 채팅도 터졌다. [라포 님이 10,23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솔로 복귀 축하드립니다. 영원히 솔로로 남으시길.] [구스타프 님이 10,23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솔로로 남기를.]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3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나도 이제 BJ대마도사가 최후까지 솔로인 모습을 보고 싶군.] 모두가 BJ대마도사의 솔로 복귀를 축하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솔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준. "하하......." 그 사실에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주시는 거 맞죠? 평생 솔로로 살라고 저주하거나 그러는 거 아니죠?” 그러자 대답이 나왔다. - 에이, 설마요. - 맞아요, 다 축하하는 거예요. 솔로 복귀 축하합니다! - 왕이여, 영원히 혼자 사소서! - 아무렴요. 까놓고 말해서 이런 건 저주를 걸 필요도 없잖아요? 안 걸어도 솔로일 텐데. 누가 보더라도 평생 솔로가 되라고 저주하는 게 맞는 상황. “축하한다고 믿겠습니다.” 그 상황을 적당히 마무리한 미다스가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그럼 일단 레이드 레이스를 앞두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방송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로 시청자 참여 이벤트를 한 번 해볼 생각입니다.” 시청자 참여 이벤트! - 뭐지? 우리 BJ대마도사가 달라진 건가? - 역시 사람은 솔로로 살아야 한다니까. 솔로 복귀하자마자 올바른 사람이 됐잖아? 그 혹할 수밖에 없는 단어에 시청자들이 바로 혹했고,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최근 제가 너무 다양한 마법을 배운 탓에 다 같이 섞어 쓰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화염 속성, 얼음 속성, 뇌전 속성, 이렇게 세 타입으로 나누고, 시청자분들의 선택에 따라 한 타입으로 가고자 합니다.” 이어진 말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하긴, 그럴 수 있겠네. - 다 쓰면 쿨 돌리는 게 의미가 없으니까.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 한편으로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 그래도 대단하다. 그 정도로 마법이 많을 줄이야. - 그것도 가장 알짜배기 마법들만 있지. 대마도사 클래스가 모든 마법을 습득할 수 있는 건 맞지만, 막상 모든 마법을 습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아즈모 님이 10,23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거 좋네. 내 방송에서 써먹어야지.] 아즈모처럼 돈이 쓸 곳이 없어서 쓸 일도 없는 마법 스킬을 배우는 정도가 아닌 이상. - 재미있겠네. - 난 불타는 솔로가 보고 싶은데. - 난 차가운 솔로. - 짜릿한 솔로가 낫지 않을까? 어쨌거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이벤트였기에 모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자연스럽게 선택지를 줬다. “화염 속성을 선택하실 분은 채팅창에 뜨거운 열혈 남자 BJ대마도사라고 외치시고, 얼음 속성을 원하시는 분들은 차가운 도시의 남자 BJ대마도사를, 뇌전 속성을 원하시는 분은 짜릿한 남자 BJ대마도사를 외치시면 됩니다. 채팅창 반응 보고 가겠습니다.” 그 선택지에 갑자기 채팅창에, 1억 명이 넘게 있는 채팅창이 싸늘하게 식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죠? 자, 다들 반응을 보여주세요!” 그 싸늘한 반응에 미다스가 부추기자, 그제야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우리 보고 지금 BJ대마도사를 멋진 남자라고 채팅치라는 거야? - 뭐지? 지금 시비 거는 건가? - 솔로 복귀하면서 정신줄은 복귀 안 한 듯? - 차라리 사탄을 칭송하면 칭송했지, 저건 못하겠다. - 난 죽음을 택하겠다. 차마 양심을 팔고 싶진 않다고. 그때였다. [아즈모 님이 10,23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고르면 그걸 보여준다, 이거지?]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즈모가 치고 나왔고,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반면 미다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고 싶으신 거라고 있으신가요?” 그 질문에 바로 대답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23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골드.] 그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 골드요? 그런 선택지는 없는데요? 제대로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러다 바로 대답이 왔다. [아즈모 님이 10,24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골드.] 무조건 골드를 보고 싶다고. - 역시 아즈모 님이야! - 그래, 차라리 골드를 보겠어! - 골드의 활약을 보여주세요! 아즈모의 그 발언에 시청자들이 격하게 환영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골드 원맨쇼로 가겠습니다, 골드야.” “예, 주인님.” “다음에 키메라사우루스 나오면 너 혼자 들어가는 거다. 알겠지? 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 그들 앞에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을, 그러나 머리 위에 뿔이 무려 다섯 개나 나 있는 키메라사우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아, 이거 하기도 전에 몬스터가 끼어드네요. 뭐,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죠.”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골드, 룰 브레이커.” [가디언 골드가 룰 브레이커 상태에 돌입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용의 분노 사용.” 11. 하나가 뜨거워지면 다른 곳은 차가워지는 법. BJ대마도사의 방송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순간,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들 대부분의 방송은 차갑게 식었다. 딱 한 곳만이 예외였다. “시청자 숫자 5천만 명 돌파했습니다!” 헤이즈 길드, 이번에 BJ대마도사의 상대가 된 그들의 라이브 방송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사실에 헤이즈 길드의 마스터, 렐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BJ대마도사 효과, 장난 아니네.’ 더욱이 그를 미소를 짙게 만드는 건 지금 이 상황, 그 자체였다. ‘여기서 BJ대마도사를 이기면, 그때는 시청자가 어떻게 폭발할지 궁금하군.’ 현재 BJ대마도사는 이곳에서 혼자서 사냥을 해야 하지만, 헤이즈 길드는 달랐다. 그들은 무려 90명에 이르는 정예 중의 정예를 데리고 넘을 수 없는 산을 넘은 상태였다. 더욱이 그냥 정예가 아니었다. “자, 들어가!” “준보스급이고 나발이고 티라노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잖아! 가볍게 처리하란 말이야!” 무려 티라노사우루스 레이드에서 3번이나 실패한 정예들. 실패라는 게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 무시무시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한 경험이 3번이나 있는 자들이었다. 그것도 실패라는 아주 강렬한 기억이. 그런 그들에게 키메라사우루스는 결코 어려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오케이, 잡았다!” “몇 분이야?” “6분! 6분 걸렸어!”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를 마네킹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해야 6분. “설렁설렁 잡아도 6분이면, 빡세게 잡으면 4분대 가능하겠네.” “이 정도면 동시에 서너 마리도 잡을 수 있겠어.” 그마저도 전력 발휘가 아니라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완벽해.’ 마치 그동안 헤이즈 길드가 경험한 실패의 나날들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밑거름처럼 느껴질 정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렐이 보는 채팅창에는 현실에서 정보를 주는 서포터 말고도 네 명이 더 접속해 있었다. - 캐논 길드 : 탐색 중. 동쪽으로 이동 중 - 아수라 길드 : 서쪽 탐색 중, 별다른 건 발견하지 못함. - 페가수스 길드 : 남쪽 탐색 중. 발견한 것 없음 - 중문 길드 : 북쪽으로 계속 이동 중. 특별한 낌새는 없다. 4개 길드, 그것도 1티어급 길드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탐색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게 헤이즈 길드의 또 다른 노림수였다. ‘잡는 거만 우리끼리 잡으라고 했지, 탐색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말이 없었지.’ 논의 과정에서 탐색도 각자 한다, 라는 말이 없었다는 것. 그 사실에 헤이즈 길드는 기꺼이 1티어급 길드 4곳과 손을 잡았다. 당연히 헤이즈 길드는 의심치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우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를 찾는 건, 보스 몬스터 위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보스 몬스터 잡으리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에는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게 낚였어.’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솔로 복귀는 헤이즈 길드가 보건대 결코 원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어비스 길드가 설마 플레임 드래곤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고 뻥카를 질러 생긴 패착이었지. ‘이건 우리가 먹는다.’ 여러모로 질래야 질 수 없는 판인 셈. “BJ대마도사 쪽이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를 잡았답니다.” 그런 헤이즈 길드에 속보가 들어왔다. “그래?” “몇 분이나 걸렸는데?” 이어진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10분, 10분 걸렸답니다.” 그 대답에 헤이즈 길드원들 모두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빨리 잡네.” “역시 BJ대마도사야. 솔로 플레이로 10분 안에 잡다니, 진짜 괴물인 모양이네.” 대단하지만 결국 자신들에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미소. 그러나 막상 그 정보를 전달한 이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게…… 골드 혼자 잡아서 10분이랍니다.” “뭐?” “골드 혼자서 키메라사우루스를 잡는데 10분이 걸렸답니다. 룰 브레이커를 쓰고 용의 분노를 발동해서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때려잡았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골드 혼자 10분 걸렸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 앞에서 헤이즈 길드원들 중에 미소를 짓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349화. < 109화. 킬 더 드래곤 (1). > 1. 쿵! 수십 톤이 넘어가는 거대한 살덩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 [키메라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알림 하나가 미다스의 귀를 두드리는 것을 끝으로 이제는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짙은 안개에 어울리는 짙은 적막감만이 깔릴 뿐.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프닝 스코어 1억 명, 그 이후에도 기세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치솟으며 1억 2천만 명을 넘긴 시청자들은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그 정도였다. “주인님, 명을 완수했습니다.” 골드,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말문이 절로 막힐 정도로, 그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 한 대도 안 맞았지? - 블로킹만 서너 번 했음. - 이 괴물을 상대로 이게 말이 돼? 일단 그 거대한 키메라사우루스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피격을 허용치 않았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일방적인 농락만 할 뿐. - 이동 속도가 대체 몇인 거야? 그것을 가능케 한 건 예전과 차원이 달라진 골드의 스펙이었다. 드래곤 나이트라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베이스는 물론 충성도가 1등급이 되면서 전투 능력 역시 향상된 상태. 여기에 본래 골드가 착용하던 토스 시리즈 세트를 착용했으며, 드래곤 나이트의 육체의 경우에는 일반 아이템 역시 착용이 가능했다. 당연히 미다스가 없는 돈 있는 돈 다 털어도 최소한 유니크는 세팅해준 상태. - 이동 속도도 그런데, 데미지가 장난 아니었음. 또한 무기는 에이트리의 검 아닌가? 기본 스펙부터가 차원이 다른 상태. ‘이미 몇 번 보긴 했지만, 용의 분노 이거 장난 아니네.’ 그런 상태에서 룰 브레이커를 통해 용의 분노를 썼을 때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상식, 그 밖이었다. ‘버서커 모드보다 더 세.’ 당장 용의 분노 모드에서 올라가는 스펙업 효과는 광전사 스킬의 1.5배 정도. 여기에 광전사 모드와 다르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만큼 전투 능력 역시 더 강력했다. 히트 앤 런이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광전사 모드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영리하고, 약삭빠른 전투가 불가능했을 테니까. - 맙소사, 지금 우리가 뭘 본 거야?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하나둘, 자신들이 느낀 바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 역시 이 방송의 주인공은 골드님이었어. - BJ골드님 믿고 있었습니다! - BJ골드팬들이여, 모두 모여라! 그야말로 아수라장. [라포 님이 10,24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룰 브레이커라면 조건 없이 스킬 사용인데 그걸 쓰고 용의 분노를 썼다는 건, 용의 분노가 조건부 스킬이란 건데?] [구스타프 님이 10,24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설마 보스 몬스터가 가진 페이즈 스킬인 건가? 마지막 페이즈 스킬?]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4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보스 몬스터 스킬이기를 바라는 게 좋을 거야. 저게 일반 스킬이라면, 실버도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 그중에서도 슈퍼스타 플레이어들이 충격은 일반 시청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골드가 이번에 보여준 능력은 이제까지 존재하던 패러다임을 다시 한 번 더 뭉갤 만큼 파괴적이었으니까. - 그러네? 저거 대체 무슨 스킬이지? - 스킬을 동시에 2개 배우는 건 말이 안 되잖아? - 룰 브레이커를 배운 거면, 용의 분노는 다르다는 건데? 그러한 슈퍼 스타들의 말에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스킬의 위력이 아니라 그 스킬을 얻은 배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아즈모 님이 10,24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그가 후원 채팅을 했다. [아즈모 : 뜨거운 열혈 남자 BJ대마도사를 보고 싶군.] 그리고 나온 채팅 내용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맙소사, 저런 채팅을 하다니. - 듣는 것만으로도 지금 오금이 저렸음. - 아즈모 일생일대의 굴욕이네. 반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역시 말은 그렇게 해도 다들 뜨거운 열혈남아 BJ대마도사를 보고 싶으신 모양이군요. 그럼 보여드려야죠.” 그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가 바로 준비를 했다. “불의 정령 기사 앤 블레이즈 골렘 소환.” 그 외침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다스의 눈앞에 불덩이들이 솟구쳤다. 쿵! “불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두 불의 거인이 등장하는 순간. - 덩치가 왜 저래? - 블레이즈 골렘 덩치가 10미터는 넘겠는데? - 정령 기사가 원래 저래? 그것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거대해진 모습에 시청자들이 경악을 내질렀다. 그런 시청자들의 귓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파이어볼.” 그리고 이내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미친, 저게 어떻게 파이어볼이야?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등장한 농구공 크기의 거대한 불덩이를. “자, 그럼 이번에는 뜨거운 열혈남아의 화끈한 플레이를 감상하시죠." 2. 화끈한 소식은 언제나 빠르게 퍼지는 법. - BJ대마도사 전투력 미쳤다! BJ대마도사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방송이 그러했다. 애초부터 이미 화끈하던 방송. - 골드가 용의 분노 쓰면서 키메라사우루스 혼자서 잡음! ㄴ 그게 뭔 소리야? 용의 분노라니? 포켓몬이라도 됨? ㄴ BJ대마도사 열혈 남자 모드 장난 아님! ㄴ 이 새끼 약 먹은 거 같은데? ㄴ 블레이즈 골렘 10미터 짜리로 소환함!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소식은 도무지 듣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 도무지 뭔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일단 보러 감. - 그래, 한 번 낚여준다. 직접 보는 수밖에. 그리고 직접 본 이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 맙소사, 이건 역대급이네! - 일단 후원금부터 충전하고 옵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퍼포먼스에 예외 없이 모든 이들이 진심을 담아 열광했다. 딱 한 곳만이 예외였다. “빌어먹을!” 그 BJ대마도사와 레이드 레이스 중인 헤이즈 길드만큼은 이 상황에 열광할 수 없었다. 열광은커녕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 ‘이거면 잡을지도 몰라.’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라면 충분히 보스 몬스터 솔로 레이드가 가능할 법했다. 즉,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를 먼저 찾는 순간 그가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 ‘여기서 지면 우리 이미지는 개박살이다.’ 달리 말하면 헤이즈 길드는 전력을 동원했음에도 BJ대마도사라는 개인에게, 솔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에게 지는 신대륙 최초의 길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제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BJ대마도사라는 개인 앞에서 무너진 건 맞았다. 하지만 헤이즈 길드와 그들의 처지는 달랐다. ‘주가는 더 개박살이 날 테고.’ 중원 길드는 든든한 중국 대부호가 후원하는 신흥 길드에 불과했지만, 헤이즈 길드는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 이미지나 주변 평가에 의해서 언제든 기업의 가치가 바닥을 향해 내리꽂혀도 이상할 게 없는 처지였다. ‘그건 절대 안 돼.’ 당연히 그렇게 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헤이즈 길드의 주식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길드 마스터, 렐이 될 터. 그게 이유였다. “빨리빨리 움직여! 빨리 잡고 이동하라고!” 렐이 거듭해서 부하들을 재촉하는 이유.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해!’ 어떻게든 먼저 보스 몬스터와 조우해야 했으니까. 크르르! 크어어! “마스터, 키메라사우루스가 두 마리입니다!” 그렇게 다급함을 넘어 이제는 조급함을 보이며 짙은 안개 속에서 무리하게 전진을 하는 헤이즈 길드 앞에 키메라사우루스 두 마리가 등장했다. “두 마리는 일도 아니잖아?” 헤이즈 길드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는 없는 수준. “반으로 나눠서 잡아!” “예!” 이어서 나온 렐의 명령에 헤이즈 길드가 곧바로 2개 부대로 나뉘어서 키메라사우루스를 동시에 사냥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이상할 건 없는 조치였다.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조치는 없었으니까. 헤이즈 길드원들 역시 렐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빨리 처치하고, 움직여야 해.’ ‘이대로 가다가 정말 BJ대마도사한테 지면, 그때는 생존자 길드 애들이 아니라 우리가 게임 접어야 해.’ 여기서 BJ대마도사에게 지는 건 그저 단순히 지고 끝내는 게 아니라 프로 플레이어 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거라고. ‘가뜩이나 티라노사우루스 레이드 3번이나 실패한 상황인데.’ ‘이 밥상조차 못 먹으면…… 딴 일 알아봐야지.’ 심지어 헤이즈 길드에게는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 자신들의 사활이 걸린 상황이었다. ‘빨리 잡는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때문에 렐의 명령에, 신속한 사냥을 요구하는 명령에 의문을 가지는 길드원 역시 없었다. 쿵! “한 마리 더 옵니다!” 그러나 이내 한 마리가 더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앞서 말한 조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럼 시간 끌어야…… 아.” 본래대로라면 전투에서 배제된 시간벌이 팀이 나서서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그마저 지금 전투에 참가했다는 것. 그로 인해 지금 당장 시간을 벌어줄 팀이 없다는 것. “모여! 탱커 다섯, 힐러 셋 모여!” 그 순간 렐이 급하게 전투 중인 부하들을 빼내면서 시간벌이 팀을 조직했다. 그 과정은 나름 신속했다. 1티어급 길드라는 명성에는 충분히 어울릴 정도. 그러나 문제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시간 낭비라는 의미였다. ‘젠장,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전투 도중에 전력을 빼면, 전투 페이스가 멈출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빠진 이들은 피로가 더 빠르게 쌓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거 이런 식이면 오늘 플레이 타임 5시간도 못 채워.’ 그런 피로감은 결과적으로 전투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좋을 건 없는 상황. ‘젠장!’ 그 상황에서 렐의 시선이 채팅창을 향했다. - 캐논 길드 : 탐색 중. - 아수라 길드 : 탐색 중. - 페가수스 길드 : 탐색 중. - 중문 길드 : 탐색 중. 그리고는 네 길드의 채팅을 확인하는 순간, 그 순간 렐은 생각했다. ‘보스 몬스터가 제대로 숨은 모양이군.’ 보스 몬스터를 찾는 게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 BJ대마도사도 현재 이동 중입니다. 보스 몬스터의 낌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어서 나온 서포터의 말에 렐은 끓어오른 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흥분하지 말자.’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직 상황은 우리한테 유리해.’ 분명 BJ대마도사가 예상외의 전력을 보여주는 건 맞지만, 결국 보스 몬스터를 먼저 찾는 쪽이 이기는 대결에서 헤이즈 길드가 BJ대마도사에게 밀릴 이유는 없다고.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킨 렐이 이제는 정리되어가는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돼! 이런 안개 속에서는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찾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니까!” 3. [키메라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세 마리의 블레이즈 골렘과 두 마리의 불의 정령 기사 앞에서 키메라사우루스 한 마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바로 채팅창에서 환호가 나왔다. - 이거 뭐 몬스터가 불쌍할 지경이네. - 몬스터도 살자! 여러모로 압도적인 광경. “아, 이거 좀 그러네요.” 그러나 막상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이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 좀 그렇다고? 지금 이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 뭐지? 자기 과시? - 이 정도 해먹으면 되는 거지, 뭘 더 바랍니까? - 양심이 사망하셨습니다. ㄴ 응, 이미 예전에 죽어서 하늘나라 갔어. 그 사실에 혀를 내두르는 시청자들,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 페이스대로 가다 보면 보스 몬스터를 언제 찾을지 알 수가 없어서요.” 그 말에 채팅창 반응은 바뀌었다. - 하긴 잡긴 잘 잡는데, 보스몹 찾는 건 다른 이야기지. - 안개가 너무 심하긴 함. 이거 뭐 보여야 가든 말든 하지. 미다스의 말처럼 보스 몬스터 코빼기는커녕 그냥 일반 몬스터인 키메라사우루스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 - 헤이즈 길드는 엄청 빨리 움직이던데. - 보니까 엄청 빨리 움직이는 중. - 아주 제대로 들쑤시던데? - 몇 명 게임오버 당하는 거 감수하고 속도전 들어갔더라. 한편 헤이즈 길드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머릿수가 가진 장점을 분명 이용하는 중이었다. 머릿수란 장점이 조금도 없는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속도인 셈. “이번 레이드 레이스는 정말 쉽지 않네요.” 물론 연기였다. ‘이거 뭐 코앞에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네.’ 미다스, 그의 눈에는 자욱한 안개 사이로 붉은빛 기둥이 아주 제대로 보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붉은빛 기둥은 미다스와의 거리가 채 5백 미터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미다스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 거리는 의도한 바였다. 누가 보더라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상황이 펼쳐져야 진짜 우연처럼 보이는 법. ‘대박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지.’ 때문에 미다스는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고 20분이 되기 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생각이었다. ‘대충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그 계획대로라며 이 이상 다른 것을 위해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 ‘지금 간다.’ 오히려 여기서 기습적으로,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고 채 20분도 되기 전에 보스 몬스터와 조우한다면, 그거야말로 누가 보더라도 우연처럼 보일 테니까. “일단 직진으로 갑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갈까요? 차가운 도시 남자? 짜릿한 남자? 보고 싶은 걸 채팅창에서 외쳐주세요!” 그 외침과 함께 이동하던 미다스. 그 순간이었다. [키메라 드래곤의 위엄이 당신을 옥죕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감소합니다.] “어? 잠깐만, 잠깐만! 전부 멈춰!”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황급히 놀란 표정을 연기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알림 떴습니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보스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 순간 채팅창의 반응이 삽시간에 바뀌었다. - 진짜? - 말도 안 돼, 방송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 뭐 했다고 벌써 보스전임?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 한편으로는 너무 갑작스러운 탓에 그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니야? ㄴ 짜고 쳤으면 최소 10분은 더 방송했겠지. 아직 차가운 도시 남자는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ㄴ 아무렴. 10분만 더 해도 수입이 얼만데? ㄴ 맞아, 주작이었으면 최소한 차가운 도시 남자 모드는 보여주고 레이드 들어갔겠지. ㄴ 야, 됐고, 저 개소리를 더 이상 안 듣는 것에 감사하라고! 그 반응에 미다스가 속으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오늘 운이 정말 좋군요.” 그 대답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역시 연애를 포기하고 대신 보스 몬스터랑 만남을 선택했네. - 여러분, 솔로가 이렇게 좋습니다. 만약 당신이 연애 중이었다면 연애하느라 이런 행운을 놓쳤겠죠. 화기애애한 분위기. 물론 거기까지였다. 자욱한 안개 너머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표정을 바꾼 채, 이제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쳤다. “그럼 이제 레이드 시작합니다. 잡을 몬스터는 키메라 드래곤입니다.”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가 시작됐다. 350화. < 108화. 킬 더 드래곤 (2). > 4. 여황 개미 이벤트 라이브 방송, 생존자 길드 게스트 출연. 최근 BJ대마도사가 등장했던 라이브 방송 시간은 마라톤이란 표현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긴 방송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이번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을 때 대부분은 이번 방송 역시 길어지리라 생각했다. 코앞이 안 보일 만큼 자욱한 안개와 안개가 자욱하고, 키메라사우루스라는 막강한 몬스터가 우글거린다는 사실은 그러한 생각의 아주 막강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최소 2시간 이상. - 오늘 정말 운이 좋군요. 그런 상황에서 고작 라이브 방송이 시작하고 2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나온 보스 몬스터 레이드 소식은 시청자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잡을 몬스터는 키메라 드래곤입니다! 그런 상태의 시청자들 귓속에 들어온 드래곤이란 단어는 무방비 상태에서 총을 맞는 것과 같았다. 치명적일 만큼 충격적인 상황. “어? 뭐?” “드래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 모든 상황 중계를 관리하던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역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보스 몬스터가 뜬금없이 튀어나온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릴 법한 상황인데 드래곤이 나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거 뭐 몰래카메라인가? BJ대마도사가 깜짝쇼 하는 건가?’ 몇몇은 이 상황을 분위기 환기를 위한 BJ대마도사의 몰래 카메라라고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 박영준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었다. BJ대마도사의 말을 듣는 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던 박영준의 머릿속도 일순간 정전 사태에 돌입했다. ‘정신 차려.’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사고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라이브 방송 전 박영준이 한 각오 덕분이었다. 어떤 일이 생기든 즉각 대처한다! 거듭 머금은 그 각오가 아니었다면 아마 박영준 역시 적잖은 시간을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보냈을 터. ‘분석해.’ 어쨌거나 정신을 차린 박영준의 손가락이 빠르게 그의 관자놀이를 툭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당장은 좋다.’ 사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상황은 베스트였다. ‘장기전으로 가서 좋을 건 없으니까.’ 어쨌거나 레이드 레이스가 길어지면 유리한 건 머릿수가 많은 헤이즈 길드 쪽이었으니까. BJ대마도사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헤이즈 길드가 순순히 이대로 갈 일은 없어.’ 반대로 말하면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이대로 가서도 안 되고.’ 결정적으로 헤이즈 길드는 지금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이었다.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에서의 패배가 사실상 길드 붕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을 만큼 아주 드높은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 또한 지금 상황 자체가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감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냉철한 이성적 사고 판단이 쉬이 될 수 없을 터. 툭툭! 이 대목에서 박영준은 떠올렸다. ‘어비스 길드라면 그런 헤이즈 길드에 딜을 할 거다.’ 필시 이 순간을 어비스 길드 역시 그냥 두고만 볼 리가 없다는 것. ‘BJ대마도사를 방해하면, 어떤 식으로든 메리트를 보장해주겠다고.’ 그리고 박영준이 아는 어비스 길드라면 이 순간 궁지에 내몰린 헤이즈 길드에게 자폭 공격을 시켜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미친 생각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1티어급 길드가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매장 당할 테니까. ‘이 게임에 걸린 걸 생각하면 싸지.’ 하지만 이 게임의 끝에 걸린 것은 그런 충격적인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해주었다. ‘하물며 안개가 자욱한 곳이야. 원거리 딜러가 몰래 공격 좀 한다고 해서 들킬 일도 없어. 혹은 헤이즈 길드가 시선을 끄는 사이 준비한 암살자들이 움직일 수도 있고.’ 심지어 넘을 수 없는 산 너머는 눈앞의 동료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시야가 제한된 곳. 무슨 일이 일어나도, 증거를 남길 수 없는 곳이었다. 무모한 행위가 도리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곳. 그 대목에 이르는 순간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부하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헤이즈 길드 동향 어때?” “예?” “헤이즈 길드 라이브 방송 상황 보고해.” 그 물음에 헤이즈 길드 라이브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직원 한 명이 잽싸게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랑 조우한 소식을 듣고, 작전 회의를 하는 듯합니다.” “작전 회의?” “예, 그 외에는 딱히 특별한 행동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확신했다. ‘헤이즈 길드 마스터 성격상 여기서 침착하게 나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런데도 작전 회의를 한다는 건 렐의 위에서 오더가 내려왔다는 거네.’ 헤이즈 길드가 지금 각오를 다지는 중임을. ‘필시 자폭 공격을 해서라도 방해가 들어올 거다. 어차피 헤이즈 길드는 뒤가 없어.’ 그리고 그 각오가 끝나는 순간 그들은 이성 잃은 짐승이 되리라는 것을. ‘생존자 길드를 배치해두길 잘했군.’ 그 순간 박영준도 준비한 카드를 움직였다. 5. 엠마, 그녀는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를 발견하는 순간 핫라인을 통해 헤이즈 길드에 전달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BJ대마도사의 레이드를 방해하세요.” 충격적인 명령. 그러나 반발은 없었다. “약속은 지켜드리죠.” 사전에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헤이즈 길드와 어비스 길드는 계약을 했으니까. “약속대로 레이드를 방해하면,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를 헤이즈 길드에 드리겠어요.” 이번에 상품으로 걸린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를 주겠다는 계약. 이대로 가다가는 그대로 벼랑 끝에 떨어지게 되는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리고 달콤한 보상이기도 했다. ‘이 딜은 받을 수밖에 없지.’ 일단은 무대가 좋았다. 안개 속에서는 뭔 짓을 해도 충분히 참작이 될 일. ‘어쨌거나 BJ대마도사가 못 잡으면 헤이즈 길드한테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오게 된다.’ 또한 이번 레이드 레이스는 결과적으로 누구 한 명이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끝나는 방식. BJ대마도사가 실패하면 결과적으로 승패는 나오지 않고, 그리 되면 재승부도 가능했다. 패배자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 플레임 드래곤이란 스킬 카드 역시 매력적이었다. 가진 것만으로도 이슈가 될 수 있는 그 스킬이라면, 헤이즈 길드가 다시 한 번 반등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터. ‘여기서 뭐가 됐든 플레임 드래곤은 잃지만…….' 물론 이로써 어떤 상황이 됐건 어비스 길드는 플레임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잃는 셈. ‘BJ대마도사에게 주는 것보단 차라리 헤이즈 길드에 주는 게 낫지.’ 그만큼 이번 일은 엠마에게도 승부수였다. ‘승산은 충분해.’ 그리고 지금 타이밍은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만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다.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들어갈 수 없어.’ 주변 환경도 환경이지만 지금 BJ대마도사는 갓워즈에서 처음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정말 우연하게 조우한 상태였다. 마음의 준비도 쉽게 되지 않은 상태 혹여 마음의 준비를 하더라도 레이드 자체를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헤이즈 길드가 와서 방해할 시간은 충분해.’ 여전히 승산은 남아있다는 의미. 그렇게 엠마가 날카로운 눈동자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그런 그녀에게 화면 속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저기 움직이는 흐릿한 게 키메라 드래곤 같습니다. 안개 때문에 외형이 어떤지는 잘 안 보이네요. 크기는 그래도 꽤 되는 듯합니다. 그 대답에 엠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덤벼들 수 있을 리 없지.’ 예상한 그대로의 광경. -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덤벼드는 건 미친 짓이죠. 제가 지금 제대로 준비된 것도 아니고. 그다음에 이어진 광경 역시 엠마의 예상, 그대로였다. - 쟤 페이즈가 어떻게 될지, 공격 범위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때문에 엠마는 이다음 광경 역시 자신의 예상과 크게 다를 바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조심히 가야지.’ 그런 그녀에게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그러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냥 화끈하게 가봅시다. 총력적 가겠습니다. “뭐?” 난 조심히라는 단어 따위는 모른다고. 6. “그냥 화끈하게 가봅시다. 총력전 가겠습니다.” 그 발언을 내뱉는 순간 채팅창에는 곧바로 환호성이 가득 찼다. - 역시 이래야 솔로도사지. - 솔로는 두려울 게 없다! - 어차피 죽어봤자 울어줄 애인도 없잖아? 모두가 BJ대마도사의 호기 넘치는 외침을 반겼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누가 보더라도 정말 뒤를 돌아보지 않는 패기 넘치는 모습. ‘젠장.’ 물론 속내는 달랐다. ‘저딴 게 다 있어?’ 미다스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키메라 드래곤(Lv329)] !적을 인식하는 순간 활동 시작. !3분마다 드래곤 나이트 1마리씩 소환. !6분마다 모든 능력치 10퍼센트씩 증가 !12분마다 회복 속도 20퍼센트씩 증가 !24분마다 HP 30퍼센트 회복 자욱한 안개를 뚫고 보이는 몸길이 50미터짜리 키메라 드래곤의 말도 안 되는 스펙 때문이었다. '미친.' 솔직히 이런 페이즈 자체가 미다스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단순히 HP상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서 추가 페이즈가 발동하는 건 이제까지 갓워즈 어디에서도 등장한 바 없었으니까. ‘이거 무조건 빨리 잡아야 해.’ 분명한 건 전투 시간이 길어질수록 플레이어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이었다. 페이즈대로라면 24분이 되는 순간, 키메라 드래곤의 능력치와 HP회복 속도는 처음보다 40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이며, 단숨에 HP가 30퍼센트 회복이 되는 건 물론, 무려 6마리나 되는 드래곤 나이트를 소환한다는 의미. ‘드래곤 나이트 셋만 되어도 이쪽은 뒤진다.’ 당장 드래곤 나이트 한 마리를 상대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끔찍한 이야기. 하물며 레이드가 시작되고 48분째가 된다면? 잡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 “자, 그럼 일단 전투 준비를 들어가보겠습니다. 보니까 당장 저한테 공격 안 오는데 여유 있게 가보겠습니다.” ‘빨리. 빨리!’ 사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허세를 부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조차 미다스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이었다. “뇌전의 정령 기사 소환, 프로스트 골렘 소환.” 그야말로 가시밭길 위에서 억지로 웃으면서 춤을 추는 기분. ‘빨리하되, 조급하면 안 돼.’ 반대로 그만큼 중요한 순간이었기에 미다스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그러면서 주변을 파악했다. ‘놈의 덩치는 상당하다.’ 당장 보이는 키메라 드래곤의 덩치는 상당했다. 몸길이가 무려 50미터! 그 외형은 흔히 생각하는 드래곤과 매우 흡사했다. ‘날개는 없어.’ 차이점이라고는 드래곤이 흔히 가지는 날개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 ‘HP량 단순한 공격력은 크지만, 그 외의 스킬도 없고.’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냥 덩치 큰 표적이야.’ 덩치만 큰 몬스터보다 잡기 쉬운 몬스터를 상대로는 큰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으니까. “이지스의 방패.” 걱정할 요소는 오로지 하나. ‘덩치만큼 공격력은 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압도적인 피지컬에서 나오는 공격력과 범위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에 대한 대처법은 하나였다. ‘얼려놓고 두드려 패주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 . “용열병, 아이스 스톰 앤 블리자드 앤 트라이던트 애드원.”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 워하울링이다!” 아우우우! 그러자 곧바로 럭키가 전력을 다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잭팟, 수호자 모드!” “주인, 집중해라.” “오리온의 노래!” 동시에 미다스가 잭팟에게 오리온의 노래를 시켰고, 그런 오리온의 노래는 이지스의 오브를 통해 등장한 모든 동료들을 적셨다. [오리온 신의 힘이 모든 동료들의 몸에 깃듭니다.] 대규모 버프가 시작되는 순간. 아우우우! “럭키, 인랑 모드!” 그 순간 미다스가 워하울링을 내지르던 럭키를 인랑 모드로 바꾸었다. “럭키, 가름의 그림자! 그리고 전광석화!” 럭키를 위한 모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골드, 실버 일기토!” “예, 주인님!” “명을 받듭니다.” 그다음은 당연히 골드와 실버. “골드, 실버 광전사.” 그리고 이내 그 골드와 실버가 가진 고삐에서 손을 놓는 순간, 그 둘이 이제는 주인의 명령 없이 전장으로 달리기 시작했을 때. 오오오오오! 마치 뿔피리를 부는 것과 같은 청아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안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개가 바람에 휘날리며 잠시 동안 흩어졌고, 그 사이로 키메라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맙소사! - 크기 봐! 미친 50미터는 넘겠어! - 저런 괴물을 상대한다고? 이제는 그 모습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저마다 절규를 내지르는 순간.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이스 스톰 앤 블리자드!” 그러자 몰아치기 시작한 눈보라 그리고 그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한 얼음 덩어리. 그것을 본 모두가 생각했다. - 아니,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초반 몰빵하네? - 이런 식이면 전투 유지력이 10분이 채 안 될 텐데? - 모든 것을 쏟아부은 BJ대마도사는 거짓말처럼 패배했다, 이런 거 아니지? 그러한 시청자들의 생각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10분! 10분 안에 못 잡으면 그냥 튑니다!” 자신의 각오를. 7.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 그것도 드래곤이란 이름을 가진 50미터짜리 대형 몬스터를 10분 안에 잡는다. - 이게 말이 돼?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소리. - 솔로잖아? 심지어 그 말을 지껄인 이는 수백 명의 파티를 이끌고 온 무리의 우두머리도 아닌 개인이었다. - 가능할 리 없어. - 보스 몬스터가 어떤 줄 알고? - 이건 아무리 봐도 무리수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 아이스 스톰으로 동상 데미지 줘도 얼마나 주겠어? 아이스 스톰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것. 휘이잉! 그렇게 몰아치는 눈노라에 자욱했던 안개마저도 얼어붙었고, 일순간 키메라 드래곤의 주변 시야가 밝아졌다. - 어? - 뭐야? 그리고 이내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온 건 온몸이 눈으로 덮인 채 얼음 동상처럼 굳어버린 키메라 드래곤의 존재였다. - 얼었어? - 빙결? 동상이 아닌 빙결 효과. - 어째서? - 트라이던트를 쓴 것도 아니잖아? 그 사실에 놀라는 사이, 럭키와 그림자 분신, 실버와 골드 그리고 프로스트 골렘과 뇌전의 정령 기사, 불의 정령 기사가 앞다투어 얼어붙은 키메라 드래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사냥이라기보다는 학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방비 상태의 키메라 드래곤을 두드렸다. - 와, 또 뭔가 했구나! - 역시 우리 형! 믿고 있었다구!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놀랐다. 그렇게 10초가 흘렀을 때. - 블리자드 떨어진다! 얼어붙은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 위를 정말 상식 밖이라 할 만큼 거대해진 얼음 덩어리가 두드리기 시작했고,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크게 열광했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10초가 훌쩍 흘렀을 때. - 그런데 왜 빙결 안 끝남? 그쯤에 이르자 시청자들은 이 너무나도 긴 무방비 상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윽고 25초가 됐을 때였다. 파사사사삭! 키메라 드래곤의 몸에서 얼음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맙소사, 20초 넘게 홀딩이라니? - 보스 몬스터 상대로 이 정도 홀딩이 말이 돼? - 이거 버그네. 신고하러 감.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미다스가 손에 들고 있던 얼음창을 던졌다. 트라이던트! 예전보다 그 크기가 2배 가까이 커진 창이 그대로 날아가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했다. [키메라 드래곤이 얼어붙습니다.] 그와 동시에 키메라 드래곤이 몸부림 한 번 친 상태에서 그대로 다시 얼어붙었다. 콰직! 그리고 그 얼어붙은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 위를 인랑 모드의 럭키가 금빛 광채를 내뿜으며 사정없이 할퀴며 지나갔고, 럭키의 그림자가 그 뒤를 따르며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 쾅! 더불어 공격성만 남은 골드와 실버는 경쟁적으로 얼어붙은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에 상처를 냈다. “뇌신의 심판이 있을 지어다.” “불의 심판이 있을 지어다!” 그리고 불과 뇌전, 두 정령 기사 역시 두 커플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경쟁적으로 얼어붙은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를 두드렸다.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쿵! 쿵! 앞서 소환한 블레이즈 골렘과 새로 등장한 프로스트 골렘, 두 마리 골렘 그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강력한 물리적 공격으로 키메라 드래곤의 몸을 깨부술 듯 내리쳤다. 그리고 다시 키메라 드래곤이 자유를 되찾을 무렵에 미다스가 손에 든 트라이던트를 하나 더 던지며 키메라 드래곤의 자유를 짓밟았다. - 맙소사.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이거 홀딩기로만 1분 이상 나오겠는데? BJ대마도사가 앞서 말한 10분 안에 잡는다, 그것이 허언이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임을. 그렇게 변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마저 캐스팅을 했다. “선더볼트 앤 선더스톰, 사역마 아이스 애로우, 사역마 파이어 애로우.” 그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10분 안에 끝내겠다는 말 취소합니다.” 그 외침에 곧바로 화면에 미다스의 얼굴이 클로즈업됐고,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말을 마무리했다. “5분, 5분 안에 끝냅니다.” 351화. < 109화. 킬 더 드래곤 (3). > 8. BJ대마도사의 보스 몬스터 조우 소식을 들었을 때, 헤이즈 길드는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회의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 짤막한 회의 끝에 헤이즈 길드가 내린 선택을 하던 모든 것을 그만두고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이상할 건 없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다음 차례라도 노려야지.’ BJ대마도사가 먼저 보스 몬스터를 찾아냈지만, 그뿐이었다.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BJ대마도사가 레이드를 끝낸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실패할 때를 대비해 미리 근처에 대기 중인 게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인 셈. 물론 그런 결론을 내린 렐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차례라는 단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해한다.’ 그저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고꾸라뜨릴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 이미 방법도 마련해둔 상태였다. 렐은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플레이어들 몇 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작전대로다.’ ‘예.’ 보스 몬스터 레이드 중인 BJ대마도사의 뒤통수를 쳐서 그를 고꾸라뜨리고자 하는 작전을. 어쨌거나 그렇게 헤이즈 길드가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잡는데 얼마나 걸리려나?” 그런 헤이즈 길드원들의 발걸음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갑자기 만난 거니까 일단 준비부터 해야지.” “소환하는 소환수가 많으니까 준비에 꽤 시간이 걸릴 거야. 포션 도핑도 필요하고.” “준비에만 최소 10분쯤 걸리겠지. 최소.” “레이드 들어가면 아마 처음에는 스펙 파악해야 하니까, 간을 보는 데에도 최소 10분은 걸릴 테고." 상식적으로 보자면 준비를 하고 워밍업을 하는 데에 최소 20분은 걸릴 상황.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렐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잡는데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가 힘을 다 빼놓은 상태에서 노리는 게 확실해.’ 서두르기는커녕 오히려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정신이 팔릴 만큼 상황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무렵이었다. “저기 속보입니다.” “속보?” “BJ대마도사가 바로 갑니다!” “뭐?” “그냥 바로 간보기 없이 들어간답니다!” BJ대마도사 쪽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식이 들린 건. “아! 10분 안에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순간 헤이즈 길드의 모든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제대로 외형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격한다는 건 정신 나간 짓, 도무지 이해 가능한 범주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때 렐은 생각했다. “다들 당황하지 마! 이거 수작이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이 발언이 진심이 아님을.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어서 무리하게 만들려는 수작!” 이어진 설명에 헤이즈 길드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마스터 말대로다. 여기서 우리가 괜히 조급함을 느끼고 무리해서 이동하다가는 전력이 감소할 리스크가 커. BJ대마도사는 그걸 노리는 거야.’ 자신이 서두른 척 연기를 함으로써 헤이즈 길드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 그럼으로써 통해 경쟁자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는 것. “상식적으로 정말 진심으로 덤벼들 리가 없잖아? 그런 식으로 레이드가 가능할 리도 없고. 10분 안에 1페이즈도 못 깎을 게 뻔해.” 이어진 렐의 설명에 헤이즈 길드원들의 표정에 더 이상 어이없는 기색은 없었다. ‘무섭다.’ ‘진짜 대체 몇 수를 내다보는 거야?’ ‘뱀도 혀를 내두를 정도야, 뱀도.’ 대신 그 짧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경쟁자를 흔들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소름이 돋을 뿐. “다들 흔들리지 마! 우리는 우리 페이스를 지키면서 이동한다! 어차피 거리도 멀지 않아! 20분 안에 도착 가능해!" 그렇게 렐이 헤이즈 길드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힐 무렵. “속보입니다!” 또 한 번 속보가 왔다. “BJ대마도사가 발언을 철회했습니다.” 그 말에 헤이즈 길드원들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10분 안에 가능할 리 없어.’ 그런 그들에게 마저 속보다 들렸다. “5분 안에 끝내겠답니다.” 9. 5분,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채팅창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 아니, 미친 이건 뭔 개소리? - 이건 절대 불가능해! 이게 되면 나도 앞으로 BJ대마도사랑 같이 평생 솔로로 산다! - 봤죠? 솔로로 살다보면 이렇게 미칠 수도 있습니다. 분명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이 엄청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분 안에 레이드를 끝내겠다는 호언장담을 내지르기에는 키메라 드래곤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했다. - 그냥 입 터는 거 같은데? - 5분 동안 딜링하고, 나머지는 골드랑 럭키님에게 맡기겠다는 의미 같음. - 5분 후 물리 마법 예상합니다. - 5분 후 튀겠다는 거 아님? 때문에 대부분은 그 발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저 라이브 방송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뿐. 허나, 미다스의 심정은 달랐다. ‘가능해.’ 5분이란 숫자는 우스갯소리는커녕 오히려 아주 냉철한 판단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아이스 스톰 효과가 이 정도라면.’ 일단 아이스 스톰의 빙결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으며 동시에 길었다. ‘25초나 될 줄이야.’ 애초에 미다스가 예상한 시간은 정말 길어봐야 20초. 사실 그것도 엄청난 것이었다. 제아무리 상태 이상 효과가 대폭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보스 몬스터! 그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고작 스킬 하나가 무려 20초나 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건, 룰 브레이커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헌데, 보여준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안개도 사라졌다.’ 여기에 하나 더, 아이스 스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키메라 드래곤을 감춰주던 안개가 사라졌다는 것. 그건 미다스에게 굉장히 강력한 메리트였다. 물론 미다스에게 안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게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머리, 드래곤스 아이 과녁을 노려도 시청자들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달랐다. 그들 입장에서는 미다스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보이지 않는 안개 너머의 키메라 드래곤을 정확하게 명중한다면, 필시 어떤 식으로든 의심이 나올 터. “이거 아주 맞추기 좋게 잘 보이네요. 시청자분들도 지금 아주 잘 보이시죠?” 그러나 눈앞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키메라 드래곤을 상대로 잘 맞추는 건, 의심의 여지가 아니었다. - 네, 잘 보입니다! 오히려 찬양의 밑거름이었지. 당연히 미다스는 속도를 높였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선더스톰의 캐스팅 완료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메모라이즈 인페르노!” 미리 저장해둔 인페르노의 악마를 바로 소환했다. - 인페르노다! 그렇게 등장한 인페르노의 악마가 곧바로 키메라 드래곤이 있는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휘이잉! 쿠우웅! 그러자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블리자드의 얼음덩어리가 쉼 없이 내리치는 광경이 보였다. 푸후후후! 그 광경을 향해 인페르노의 악마가 자신이 가진 그 지옥의 불길을 토해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마법 방어력이 68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모든 능력치가 48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키메라 드래곤의 회복 능력이 200퍼센트 감소합니다.] 그러자 들리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디버프 내용들! 당연히 키메라 드래곤의 HP감소 속도 역시 한없이 빨라졌다. “선더스톰, 키메라 드래곤 올인.” 꽈과광! 그런 키메라 드래곤 위로 이제는 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이게 지금 솔로 딜링이 맞아? 몸을 뜯어먹는 눈발과 가죽과 뼈를 짓뭉개는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던 와중에 불길이 온몸을 휘감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뼈마저 태워버리는 번개가 내리치는 광경. 천재지변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하게 느껴지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감탄을 넘어 경악을 토해냈다. “주인님의 제물이 되어라!” “제물이 되어라!” 더 놀라운 건 그 광경 속, 처참한 재난 속에서 어떤 거리낌도 없이 근접 딜링을 이어가는 럭키와 골드, 실버와 골렘들, 정령 기사들의 존재감이었다. - 이지스의 방패 장난 아니네. 이거 그냥 단순히 피해를 안 입는다 수준이 아니잖아? - 이 정도면 순간 폭딜이 어지간한 50인 파티급은 될 듯? 그게 전장의 광경을 더더욱 초현실적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꽈릉! 미다스가 선더스톰의 뒤를 이어 선더스톰마저 사용하는 순간. [드래곤 나이트가 등장합니다.] 그 초현실적인 광경 속의 중심에 있는 키메라 드래곤의 몸뚱이에서 살덩이 하나가 떨어져 나왔고, 그렇게 떨어져 나온 살덩이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 뭔가 나왔다! 그 모습은 리자드맨과 비슷했다. 리자드맨과 차이점은 덩치가 훨씬 좋으며, 매끈한 피부 대신 갑옷 같은 비늘로 덮여 있다는 것. - 저건 뭐지? - 골드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생김새가 골드와 흡사했다. - 설마 드래곤 나이트? 때문에 모두가 그 존재의 정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 와, 드래곤 나이트 소환한다고? - 이번 보스 몬스터도 장난 아니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이미 드래곤 나이트의 강력함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올라온 드래곤 나이트 레이드 영상을 통해 공개된 바. -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 쟤 스펙이 골드급이면 진짜 지옥 아님? 모든 멤버들이 데미지 딜링에 집중하는 이 순간 등장할 수 있는 최악의 요소가 등장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 요소 앞에서 미다스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기꺼이 남은 시간을 벌어줄 훌륭한 마법 스킬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가고일 소환.” 그 외침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고일 두 마리가 등장했고, 드래곤 나이트는 그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사이 딜링이 계속됐다. 퍼엉! 사람 머리통만한 파이어볼과 아이스볼은 물론 창이라기보다는 기둥이라 불러 마땅한 크기가 된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스 스피어까지. 쉬이익! 그리고 사역마들은 화살이라기보다는 창살이라 해야 마땅한 애로우 마법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그야말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데미지 딜링 속에서 키메라 드래곤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혹여 자유를 얻더라도 미다스에는 그게 있었다. "사안!" 이제 다시 상태 이상 효과 증가 옵션 덕분에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0초나 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게 된 사안이 마법이.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 사안 앞에서 막 꼬리를 휘둘러 실버를 내쫓으려던 키메라 드래곤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물론 럭키와 골드, 실버들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저마다의 공세를 퍼부었다. [가고일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때 알림이 들렸다. - 가고일 박살 남! - 이제 한 마리 남았다! 이제 키메라 드래곤이 소환한 드래곤 나이트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전투에 개입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알림이.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리플레이 아이스 스톰.” 이제 막 빙결과 감전, 두 상태 효과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으려는 키메라 드래곤의 자유를 빼앗는 소리를. - 또 그거다! 30초짜리 홀딩기다! - 키메라 드래곤도 드래곤이야! 활약할 기회는 줘야지! - 여러분 불쌍한 키메라 드래곤을 응원해주세요! 이제 한 번 더 승부를 보고자 하는 소리를.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승부였다. 이제 다음 아이스 스톰이 등장하는 건 최소 10분이 더 지난 다음에 이야기일 테니까. “리볼버.” 때문에 미다스가 여기서 마지막 카드를 하나 더 꺼냈다. “헬파이어 앤 대폭발 애드원.” 11. 아이스 스톰의 효과로 인한 25초 부자유. [지옥의 불길이 키메라 드래곤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어진 헬파이어 효과는 키메라 드래곤을 가장 완벽한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의 구슬들이 정확하게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만을 향해서, 그 황금빛 과녁을 향해서 꽂혔다. - 리볼버다! 그것도 리볼버가 발동한 채로. - 빠르다. 심지어 미다스의 공격은 속사였다. 정말 사격 명수가 리볼버를 들고 빠르게 총을 쏘듯, 미다스는 단 3초 만에 대폭발의 구슬 세 개를 던졌다. 콰과과과광! 도합 여섯 번의 폭발이 서로의 꼬리를 물며 연거푸 안개 자욱한 세상을 뒤흔들었다. - 크기 봐! - 대폭발이 아니라 핵폭발 같은데?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5초 남짓. 여전히 미다스에게는 자유롭게 키메라 드래곤을 유린할 시간이 20초 가까이 남았고, 미다스는 그 시간을 최대한 이용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트리플 캐스팅을 통해 쉼 없이 마법을 캐스팅했다. “사역마 쇼크 웨이브, 사역마 체인 라이트닝!” 그러면서 사역마에게는 몇 초라도 더 벌 수 있는 홀딩 스킬들을 미리 주문해두었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공세. 그 공세 앞에서는 이제 시청자들조차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이 고요해졌다. “쇼크 웨이브!” 이윽고 준비해둔 쇼크 웨이브를 발동하며 깨어난 키메라 드래곤을 한 번 더 묶었고, 그마저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 문제가 생겼다. [가고일이 파괴되었습니다.] 드디어 드래곤 나이트가 가고일 두 마리를 전부 파괴한 후 전장에 들어온 것이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다름 아니라 블레이즈 골렘! - 어? 뭐야? 그렇게 타깃을 향해 움직이는 드래곤 나이트의 속도는 놀라우리만큼 빨랐다. 동시에 파괴적이었다. 파앗! 단숨에 도약하며 10미터에 이르는 블레이즈 골렘의 머리 꼭대기에 오른 드래곤 나이트가 맨손으로 블레이즈 골렘의 살점을, 그 불덩이를 미친 듯이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미다스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줄 이유가 없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블레이즈 골렘이 어그로 끈다. - 베스트야. 오히려 럭키나, 골드 혹은 미다스나 잭팟이 아닌 블레이즈 골렘을 공격해주면 감사할 따름. 고오오오! 더욱이 지금 드래곤 나이트보다 더 강력한 존재, 키메라 드래곤이 이제는 자유를 되찾았다. - 홀딩기 남았나? ㄴ 아이스 스톰 쿨. ㄴ 트라이던트 쿨임. ㄴ 선더스톰, 선더볼트도 다 썼고, 쇼크 웨이브에 사안도 씀. ㄴ 다 씀. 반대로 현재 미다스의 수중에는 더 이상 키메라 드래곤의 자유를 앗아갈 만한 스킬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 - 이제 진짜다. 키메라 드래곤의 본격적인 폭력이 등장할 때.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실버, 룰 브레이커!” 실버가 가진 모든 제약을 무너뜨렸다. “모래 지옥!” 그리고 그 상태에서 사자왕의 마지막 3페이즈 스킬, 모래 지옥 스킬을 발동시켰다. 럭키를 중심으로 사방 300미터의 땅이 늪처럼 변하면서 위에 선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늪 위에서 미다스와 그 동료들은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이지스의 방패 효과가 발동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킬 더 드래곤!” 그 외침에 다시 한 번 더 모두가 키메라 드래곤을 향해 끊임없는 공세를 퍼부었다. 이윽고 알림이 들렸다. [키메라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마력이 1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짧은 전투의 끝을 알리는 알림이. - 진짜 끝난 거야? - 나 지금 화장실 다녀왔는데 뭔 일 있었음? - 뭐야?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 광경에 도리어 시청자들은 환호 대신 의문을 던졌다. 지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그들의 상식과 이성을 까마득히 앞지른 탓. 물론 시간이 흐르자 차즘 시청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크윽!” 그 순간 미다스가 신음과 함께 갑자기 무릎을 꿇었고, 자연스레 미다스가 클로즈업됐다. - 어? - 뭐지? - BJ대마도사가 쓰러졌다! 그 사실에 간신히 정신을 되찾으려던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더 혼비백산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미다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과.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 응? “5분 안에 잡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잡는데 6분이나 넘게 걸려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나온 설명에 시청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미다스는 여전히 진지하게,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전 그냥, 그냥 그저 그런 원거리 딜러였을 뿐입니다.” 그제야 비로소 무릎을 꿇은 이유를 깨달은 시청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마지막에 개그로 끝내네. - 그래, 이래야 BJ대마도사지. 사실 누가 보더라도 장난질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사과를 하는 미다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과 생각은 조금씩 바뀔 수 밖에 없었다. - 진심 같은데? - 진짜 사과하는 거 같음. - 이게 연기면 최소 아카데미 조연상감임. 어쩌면 이게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그 때문에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도리어 당혹감을 느끼면서, 격려를 시작했다. - BJ대마도사님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 - 아무도 약속 못 지켰다고 탓 안 했어요! 격려 섞인 후원금도 들어왔다. 그렇게 채팅창이 응원과 격려로 가득 찰 무렵. “자, 사과 끝.” 미다스가 단숨에 얼굴 표정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사과 받아주셨으니, 나중에 가서 딴말하기 없기에요. 괜히 5분 못 지켰다느니, 재도전하라느니, 평생 솔로로 살다가 죽으라느니.” 예상대로 연기였던 모양. - 젠장, 속았다. - 후원금 받아내려고 개수작 부렸네. - 날 속였어! - 평생 솔로로 살다가 죽어! 그 사실에 이제야 채팅창 분위기도 풀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사실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실버.” “예, 주인님.” “넌 이제부터 실버 드래곤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352화. < 110화. 용의 알 (1). > 1. BJ대마도사의 5분 선언이 있은 직후 헤이즈 길드의 마스터인 렐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이게 함정이든 아니든 간에 무시하고, 최고 속도로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 “스오.” 그러면서 동시에 렐은 자신의 심복 중 한 명이자, 헤이즈 길드를 대표하는 검사 중 한 명인 스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줬다. “예."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스오는 곧바로 궁수 5명, 검사 5명을 데리고 무리에서 이탈한 후에 전속력으로 BJ대마도사가 있는 곳으로 먼저 이동했다. 특공대였다. “어떻게든 본진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번다.” 대규모 무리로 이동하다보면 빨리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간을 끌기 위한 특공대. “필요하면 우리가 처치한다.” 혹은 아예 먼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한 특공대. 당연히 특공대인 만큼 그들의 기동력은 압도적이었다. 동시에 상황 대처 능력 역시 뛰어났다. “전방에 키메라사우루스 있습니다.” “오른쪽, 왼쪽.” “왼쪽이 안전할 듯합니다.” “내가 앞장 선다. 전부 20미터 간격으로 거리 유지하면서, 동일한 속도로 이동하도록.” 지독한 안개 속에서도 스킬을 이용해 빠르게 전황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최선의 대처법을 내놓았다. 1티어급 길드의 특공대답게. 그런 스오의 특공대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어이, 다들 바쁘게 어디 가시나?” 레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기 전까지는. 그렇게 등장한 레크 앞에서 스오와 그를 따르는 동료 부하들은 모두 그대로 멈췄다. 레크 자체를 지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이는 레크는 한 명. 또한 레크는 탱커 아닌가? 기동력이 떨어지는 그를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그냥 그 시간부로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현명할 터. “복면 쓰고, 아이템 세팅 바꾸고, 모습을 보니까 특공대인 모양이지? 그럼 당연히 앞에 있는 인간은 스오겠네? 목표는 BJ대마도사님의 레이드를 방해하는 것일 테고.” 문제는 레크의 전 소속이었다. “같이 얼굴 비비면서 살아온 나날이 빌어먹을 정도로 길어서, 그쪽이 무슨 생각하는지는 뻔히 알거든. 그쪽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 같은데?” 전 헤이즈 길드 소속. 그것도 그냥 소속이 아니라 한때 헤이즈 길드의 메인 탱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헤이즈 길드의 특공대의 존재는 물론 그들의 방식마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즉, 레크가 등장했다는 건 이 주변에 특공대를 막기 위한 나름 최선의 조치가 취해졌다는 의미였다. ‘젠장.’ 스오 입장에서는 속이 탈 노릇이었다. “괜히 협상 카드 같은 건 꺼내지 말자고. 루비콘 강을 건너도 한 열 번은 건넌 사이잖아?” 심지어 레크와 생존자 길드를 상대로 헤이즈 길드는 그 어떤 교섭도 불가능했다. 그동안 헤이즈 길드가 레크와 생존자 길드에 해온 짓을 생각하면, 이렇게 대화하는 게 신기할 따름. 사실 이쯤 되면 답은 하나였다. “말이 없는 걸 보니까 도망치려는 모양인데……." 도주. “여기서 튀면 돌아갈 곳이 없을 거 같은데?” 그러나 문제는 오늘 이대로 쇼가 끝나는 순간 헤이즈 길드는 파멸의 길을 걷는다는 점이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는 의미. 때문에 스오는 이 대목에서 구석에 몰린 이들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강행 돌파다.’ 어쨌거나 기동력을 이용해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BJ대마도사쪽으로 보낸다면 그를 방해하고, 시간을 끄는 건 할 수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레크 역시 눈치채고 있었다. ‘오늘 전쟁이다.’ 헤이즈 길드 쪽이 결코 여기서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것. ‘어쩌면 손을 잡은 놈들과 같이 덤벼들 수도 있어.’ 더 나아가 헤이즈 길드만이 아닌 그들과 손잡은 다수의 길드,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과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것. ‘최대한 시간을 번다.’ 그 전쟁 앞에서 레크와 생존자 길드는 죽을 각오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BJ대마도사님의 레이드 성공을 위해서.’ 이유는 오직 하나, 구원해준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 순간 더 이상 레크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애초에 정체가 들킬 것을 염려해 말을 하지 않았던 스오는 당연히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레 침묵 속에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일촉즉발. 한 쪽이 움직이는 순간, 누군가는 게임오버를 당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그 순간이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십니까?” 그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으로 플레이어 한 명이 등장했다. 사실 무의미한 등장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레크 쪽이나 스오 쪽이나 이제는 오로지 머릿속에 서로를 죽인다는 생각만 가득 찰 뿐. 이제 멈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플레이어 한 명 따위가 등장하는 건 오히려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은 일. 그럼에도 그 둘은 등장한 이를 확인하는 순간, 그 순간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응? 분위기 살벌한데, 혹시 싸우시려고요?” 등장한 건 다름 아니라 BJ대마도사였으니까. 2. “응? 분위기 살벌한데, 혹시 싸우시려고요?” 질문과 함께 자욱한 안개 속을 헤집는 미다스의 표정은 무척이나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짜증과 분노를 정말 제대로 칵테일한 듯한 표정.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맙소사.’ ‘BJ대마도사라니…….' 그런 BJ대마도사의 표정을 용케 확인한 헤이즈 길드원들의 등골은 오싹한 수준을 넘어서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의중을 읽고 이곳에 왔다, 라고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정말 벌써 다 잡은 건가?’ ‘말도 안 돼, 진짜 5분 만에 잡았다고?’ 그것도 이미 레이드를 마친 채. 물론 미다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별거 없었다. ‘뭔가 플레이어들이 우글우글해서 급하게 정리하고 왔는데…….' 레이드를 마치고, 이제 퀘스트 아이템 루팅과 실버의 몸을 바꾸려고 하려는 순간, 이상한 조짐이 눈에 포착됐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와중에 주변에서 이상한 조짐이 느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미다스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후에 키메라 드래곤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왔다. ‘헤이즈 길드분들이었네. 내가 레이드 한다는 소식 듣고 사람 보낸 모양이구나.' 물론 여기 모인 이들의 정체가 생존자 길드와 헤이즈 길드라는 걸 보는 순간 긴장은 풀어졌다. ‘괜히 라이브 방송 껐다. 생존자 길드랑 헤이즈 길드원분들인 거 알았으면 가볍게 인터뷰라도 해드릴 걸.’ 미다스에게 생존자 길드는 레벨업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이고, 헤이즈 길드는 이번 레이드 방송을 풍요롭게 해준 고객일 따름이었으니까. ‘솔직히 나만 해먹고 라이브 방송 끈 건 헤이즈 길드분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일이지.’ 특히 헤이즈 길드에 대해서는 지금 이 순간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헤이즈 길드가 얻은 메리트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 고객님을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한 셈이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두 길드분들인 줄 알았으면 라이브 방송 그대로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꺼둔 상태거든요.” 미다스가 굳이 변명을 지껄인 이유. 물론 헤이즈 길드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라이브 방송 껐다고?’ ‘방송 끄고 확실하게 죽이겠다는 건가?’ 이제 보는 눈 따윈 없으니 가장 처절한 방법으로 네놈들의 사지를 찢어죽여주마. “어쨌거나 헤이즈 길드분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어서 헤이즈 길드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언급되는 순간 스오와 그 일행의 사고는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끝났다.’ 이미 BJ대마도사의 레이드는 끝난 상황, 이제 더 이상 방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BJ대마도사는 그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 있나요?” 이제 헤이즈 길드와의 약속이 끝났으니, 마음껏 응징을 할 생각만이 가득할 뿐. “렐 님은 안 보이네요?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데.”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 스오와 그 동료들은 이제 확신했다. ‘전쟁이다.’ 오늘 이곳에서 BJ대마도사가 헤이즈 길드를 상대로 끝을 볼 생각이 넘친다는 것을. 헤이즈 길드 입장에서는 참담한 일이었다. ‘최악 중의 최악이야.’ 당장 헤이즈 길드는 이번 레이드 레이스의 패배했고, 때문에 벼랑 끝에서 떨어진 상황이었다. 땅에 부딪치면서 그야말로 넝마나 다름없는 꼴이 된 셈.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랑 싸운다? 넝마 상태에서 사지가 찢어지는 격. ‘여기서 지면 더 이상 도움도 못 받는다.’ 결정적으로 사후 응징이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시비를 건 건 헤이즈 길드였다. ‘필시 우리 내부에 회유한 놈이 있어.’ 그리고 내부자 중 누군가가 그 사실을 BJ대마도사 쪽에 뿌렸을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BJ대마도사가 빠르게, 확신에 찬 채 움직이는 게 우연일 리는 없을 테니까.’ 그게 아니면 생존자 길드가 이렇게 진을 치는 건 물론, BJ대마도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했을 리 없으니까. 당연히 오늘이 지나고 나면 BJ대마도사 쪽은 그 회유한 내부자를 이용해 여론전을 할 터였다. 헤이즈 길드가 약속을 어기고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다, 이런 내부 증거가 존재한다. 과연 그렇게 됐을 때 1티어급 길드들이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있는 헤이즈 길드를 지켜줄까? 아니면 그냥 울타리 밖으로 내동댕이 친 후에 이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라고 할까? 이미 벼랑 끝에 떨어진 헤이즈 길드를 가지고 1티어급 길드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답은 뻔한 상황. ‘무섭다.’ 이쯤 되자 헤이즈 길드는 이런 계획을 짠 BJ대마도사를 향해 공포를 넘어 경외심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 미다스가 그런 발언을 하는 건 헤이즈 길드원들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분위기 풀려고 말했는데도 분위기 살벌한 거 보니까, 여전히 둘 사이에 감정이 남은 모양이네.’ 지금 미다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생존자 길드랑 헤이즈 길드가 싸우려고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걸 위해서 나름 분위기를 풀려고 끼어들었음에도 더 살벌해지는 걸 보면 정말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은 모양.‘ ‘내가 다리 역할은 해드려야지.’ 그런 그 둘에게 나름 얻어먹는 게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순 없는 일이었다. 해서 미다스는 말했다. “그보다 설마 두 분 싸우시려는 거 아니죠? 저랑 같이 있을 때 싸우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 발언에 레크와 스오, 둘의 표정이 동시에 바뀌었다. ‘어?’ ‘이거?’ 싸우지 않기로 했다? 왜 여기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괜히 서로 피 봐서 좋을 거 없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제부터는 사이좋게 지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어진 발언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레크와 스오는 눈치챘다.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 헤이즈 길드와 생존자 길드는 케케묵은 은원 따위는 버려두고 앞으로 개와 닭이 서로를 보듯 지내라. “제 얼굴을 봐서라도.” 그게 싫으면 나랑 전쟁 벌이든가. 그 사실에 레크와 생존자 길드는 감동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생존자 길드 입장에서는 헤이즈 길드와의 원한 관계를 처리해준다는 건, 다른 1티어급 길드들과도 마찰할 일이 없어지는 일. 앞으로 이제 정상적인 게임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BJ대마도사의 품을 벗어나더라도 이제 얼마든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 ‘기회다.’ 반면 스오와 헤이즈 길드원들의 경우에는 지금 상황이 나름 반가웠다. 이미 레이드 레이스는 실패했고, 패자가 됐다. 그런 상태에서 전쟁을 하면 결과는 뻔한 바.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는 지금 숨통을 열어준 셈이었으니까. 물론 여기서 결정이 날 이야기는 아니었다. 결정을 하는 건 길드 마스터, 렐.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눠야겠……. 그 순간이었다. ‘어?’ 자욱한 안개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키메라사우루스?’ 갑작스러운 무언가의 등장에 헤이즈 길드는 물론 생존자 길드도 바로 긴장을 했다. 반면 미다스는 달랐다. “아, 겁먹지 마세요.” 긴장은커녕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소리쳤다. “실버야, 와서 인사드려!” “예, 주인님." 그러자 이내 등장한 키메라 드래곤. 날개는 없지만, 분명 드래곤이 분명한 그 위압감 넘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스오는 확신했다. ‘……마스터는 무조건 딜을 받는다.’ 렐이 BJ대마도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쟁을 벌일 리는 없다고. 3. “라이브 시청자 몇 명까지 나왔어?” “1억 3천만 명. 라이브 시간이 1시간만 됐어도 1억 5천 넘겼을 거야.” “오늘은 짧은 게 아쉽네.” “하지만 잘 끝났잖아?” 라이브 방송 종료 직후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사이에는 아쉬움과 시원함이 뒤섞인 채 흐르고 있었다. 반면 박영준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툭툭, 머리를 두드렸다. ‘이렇게 조용히 끝날 리는 없다.’ 고민의 이유는 다름 아닌 헤이즈 길드. 박영준이 아는 헤이즈 길드는 여기에서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부류가 결코 아니었다. ‘지금 헤이즈 길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더욱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가진 걸 잃은 자들인 법, 그런 의미에서 헤이즈 길드는 지금 가장 위험한 자였다. 동귀어진, 그야말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전쟁을 벌일 수도 있을 터. ‘라이브 방송까지 껐고.’ 심지어 지금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상태였다. 헤이즈 길드의 만행이 실시간으로 중계될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물론 영상을 찍으면 되겠지만, 어쨌거나 그러한 것들은 전부 사건이 터진 이후의 것이었다. ‘BJ대마도사가 그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여기서 박영준을 더 고민케 하는 건 그 사실을 BJ대마도사가 자신 이상으로 잘 알고 있으리란 점이었다. 만약 헤이즈 길드와의 전쟁을 피하고자 했다면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방송을 어떤 식으로든 이어갔을 터. 정리하면 라이브 방송을 껐다는 건 BJ대마도사의 의지 표현이었다. ‘BJ대마도사도 헤이즈 길드를 그냥 둘 생각이 없어.’ 오는 전쟁 마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먼저 벌일 수도 있다는 의지의 표현. 그리고 그게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건 이들을 그저 단순히 응징하는 수준을 넘어 철저하게 파괴했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향해 다른 이들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그전까지는 어비스 길드와의 대화는 미뤄둔다.’ 박영준이 어비스 길드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고 대기 중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무언가를 노리는 바가 있으니, 그것이 끝난 후에 움직이는 게 상식이었으니까. 툭툭! 그렇게 거듭해서 고뇌하던 박영준에게 소식이 왔다. 소식의 근원은 다름 아닌 생존자 길드. [생존자 길드 :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생존자 길드 : 현재 BJ대마도사님이 헤이즈 길드에 제안했습니다.] [생존자 길드 : 싸우거나 아니면 완전하게 화해하거나.] 그것을 보는 순간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거였구나.’ 헤이즈 길드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1티어급 길드들이 생존자 길드를 건드릴 명분이 사라지는 셈. 즉, BJ대마도사의 노림수는 다름 아닌 생존자 길드의 완벽한 자유였다. ‘대단하다. 설마 여기서 이런 그림을 그리실 줄이야.’ 그 사실에 박영준은 감탄했다. 이로써 생존자 길드는 더 이상 어떤 사전조치도 필요 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지, 이렇게 되면 생존자 길드의 티어가 올라가지.’ 오히려 그 이상. 1티어급 길드들의 제재에서 자유로워진 생존자 길드의 배후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가 있는 이상 상황 아닌가? 장담컨대 몇몇 눈치 빠른 플레이어들이 생존자 길드에 가입 신청서를 내기 시작할 터. ‘최소 2티어급, 시간이 흐르면 1티어급도 가능해.’ 그 사실에 이른 박영준의 팔에는 소름이 돋아나 있었다. 동시에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끝내주는군.’ 그런 그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가 소식이 들어왔다. [생존자 길드 : 헤이즈 길드 마스터가 왔습니다.] [생존자 길드 : 더 이상 생존자 길드와 싸우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박영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오케이.’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으니까. ‘드래곤 뽑을 일만 남았군.’ 약속대로 플레임 드래곤을 받아내는 것. 그러면서 박영준은 상상했다. ‘이 소식을 받아들였을 어비스 길드쪽 표정이 궁금하군.’ 이제 조만간 대화를 하게 될 상대편의 얼굴을. 353화. < 110화. 용의 알 (2). > 4. 갓워즈를 대표하는 길드는 단언컨대 10대 길드였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갓워즈를 대표할 만큼 인지도를 가진 건 아니었다. 갓워즈 극초창기, 갓워즈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두 달이 흘렀을 무렵에 갓워즈를 대표하는 길드는 어비스 길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베타 길드와 헤이즈 길드 등이었다. 헤이즈 길드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몰락했지만 한때는 정말 엄청났던 길드. 갓워즈란 게임을 초창기부터 한 미다스에게 헤이즈 길드는 엄청났던 길드였다. ‘내가 헤이즈 길드 마스터인 렐이랑 맞먹는 날이 올 줄이야. 진짜 많이 컸다, 컸어.’ 때문에 헤이즈 길드의 마스터 렐 앞에 선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태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제부터 사이좋게 지냅니다.” 그 긴장감을 꾹 누른 채, 대신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은 미다스가 이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바라보는 렐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빌어먹을.’ 좋을 리 없었다. 지금 이 손이 가지는 의미는 둘 중 하나였으니까. 이 손을 잡으면 목숨은 부지한다. 허나, 이 손을 거절하면 목숨도 부지 못한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놈.’ 렐 입장에서 차라리 악마와 손을 잡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될 지경. 반면 그런 렐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라이징 스타 채널에 연락하십시오. 아, 그리고 추가 보상 달라고 했던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건 좋은 일에 잘 쓰겠습니다.” ‘추가 보상 주신 거 감사하다고 해야지.’ 솔로 플레이 조건으로 받게 된 보상에 감사를 표하는 것. 그 말이 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역시, 우릴 이용한 거야. 플레임 드래곤을 뜯어내기 위해서 처음부터 계획한 거야.’ 혹시나 했던 의심이 확신이 되었으니까. 그 순간 렐은 오히려 편해졌다.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야.’ BJ대마도사는 자신이 감히 어떻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애초에 싸우려고 했던 게 잘못이다. 그러니 차라리 여기서 악수 한 번 하고 인연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다. “예, 정말 좋은 일에 잘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실에 이른 렐이 이내 미다스의 손을 잡았고, 둘이 악수를 했다. 우아아아!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생존자 길드원들은 저도 모르게 그대로 소리를 내질렀다. 오랜 세월 이곳, 신대륙에서 짓밟혀왔던 존재 가치가 해방됐다는 사실에 대한 환호였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은혜를 좀 갚은 거 같네.’ 어쨌거나 1티어급 길드 무리와 싸워온다는 게 기쁘고, 행복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예,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십시오.” “BJ대마도사여 영원하라!” “예, 감사합니다. 생존자 길드 분들도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세요.” “BJ대마도사님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위대한 솔로, BJ대마도사 만세!”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생존자 길드의 환호 속에서 그리고 헤이즈 길드의 똥 씹은 표정을 배경으로 삼은 채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 그리고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된 실버와 그 위에 올라탄 잭팟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이제 돌아가자.” 왕! “예, 주인님!”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넘을 수 없는 산 너머에서의 이벤트를 마쳤다. 5. “용케 구해왔군.” 날아오르는 배. 그 위에서 다시 만난 NPC호곤이 미다스가 건네준 용의 피를 보며 감탄을 토해냈다. 그러나 미다스의 감탄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이 배 대단하네. 실버가 들어와도 꿈쩍을 안 하는 게.’ 소형화 모드를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길이가 20미터에 이르는 실버가 배에 올라탔음에도 배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 한편으로는 우려도 생겼다. ‘그보다 실버가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단 말이야. 던전 입구 같은 곳 나오면 못 들어가는 거 아니야?’ 소형화를 했는데도 저 정도 크기라면 던전 같은 좁은 곳에서는 제대로 된 활약이 불가능해질 터. 물론 대부분 갓워즈 내 던전 등은 덩치 큰 존재들도 싸울 수 있게 디자인되고는 했다. 만약 너무 작게 만들면 골렘을 소환하는 연금술사나 정령의 기사를 소환하는 정령 기사들은 게임을 접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니까. 그러나 실버쯤 되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소환수는 이제까지 등장한 바가 없었고, 때문에 미다스는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용의 피가 맞네. 필시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용의 알로부터 용의 피를 얻은 모양이야.” 그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이 물건은 자네가 주인이 되는 게 낫겠군.” NPC호곤이 갑작스레 미다스에게 곱게 접힌 정사각형 모양의 가죽을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이내 정체를 묻는 미다스.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지도겠지.’ 이미 퀘스트 보상이 뭔지 알고 있는 바. “지도일세. 내가 용에 대한 기록이 남은 유적을 발견했을 때, 그곳에서 얻게 된 것이지. 이후 지도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네.” 그 설명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지도를 펼쳤다. [알 수 없는 지도] - 도무지 알 수 없는 지도다. 그러자 뜨는 아이템 정보창에는 정말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내용만이 있었다. 지도에 그려진 그림은 더더욱 불친절했다. 흔히 지도라면 지형이 그려지고, 길이 그려져 있기 마련인데 미다스가 손에 든 지도에는 지형이나 길은커녕 글자만이 있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드래곤의 둥지로 가는 지도] !용의 힘이 강해질수록 지도가 보인다. 드래곤의 둥지! ‘레어다, 레어! 드래곤 레어!’ 판타지 소설을 봤거나 영화를 봤다면 결코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단어가 등장했으니까. 당연히 미다스도 그것을 상상했다. ‘금은보화 가득하고, 강력한 아이템도 넘치는 드래곤 레어!’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거대한 둥지를! ‘그래, 지도는 모름지기 보물 지도여야지. 아무렴.’ 물론 한 가지 생각도 들었다. 드래곤의 둥지라는 건 필시 그곳에 드래곤이 있다는 의미, 그건 곧 드래곤과 싸워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하지만 미다스는 그 사실에 겁먹지 않았다. ‘까짓것 드래곤 잡고 골드 몸으로 줘야지. 일석이룡이다.’ 금은보화 앞에서 눈이 뒤집힌 미다스의 눈에 그런 것 따위가 들어올 리 만무했기에. 그때였다.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드래곤을 잡고, 금은보화를 얻은 후에 그것을 팔아서 번 돈으로 큼지막한 외제 SUV를 구매해서 형과 조카와 피크닉을 가고, 뚜껑이 열리는 스포츠카도 함께 구매해서 여자 친구와 함께 속초 밤바다를 구경한 후에 이내 자신이 낳은 딸이 조카 앞에서 응애응애, 우는 장면까지 상상했을 무렵. 스스스! 글자들이 녹아내리더니 이내 선이 되고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것을 본 NPC호곤이 놀라더니 이내 미다스의 가슴팍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혹시 용의 알을 가지고 있나?” 그 순간 미다스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용의 알이요?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무언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보여줄 수 있겠나?”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을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일세.”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용의 알을 꺼낸 후에 NPC호곤에게 보여주었다. “맙소사.” 그걸 본 NPC호곤이 놀라더니 이내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자네도 이곳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군.” 그 말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고, 그 쓴웃음을 향해 NPC호곤이 이제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지도는 용의 알이 가진 힘, 정확히는 용의 힘에 반응하는 듯하네. 용의 힘이 커지면 지도도 제 정체를 드러낼 터.” “그럼 용의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겠군요. 방법이 있겠습니까?” “용의 피를 먹여보게.” 말과 함께 자신이 받았던 용의 피를 다시 미다스에게 건네주는 NPC호곤, 그것을 받은 미다스가 곧장 용의 피를 용의 알에 흘렸다. 스르르! 그러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용의 알이 단숨에 용의 피를 머금었다. 자연스레 정보도 바뀌었다.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61퍼센트 !용의 피를 모아 각성시키면 ‘용의 힘’개방 가능 드디어 ???의 알이 제 본래 이름을 차지했다. 더불어 그 아래 정보도 바뀌었다. ‘오케이, 이제 각성 퀘스트만 하면 되겠군.’ 그것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효과가 있군요. 하지만 아직 각성을 시키는 데에는 부족한 듯하니 좀 더 많은 용의 피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용의 피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잡으면 얻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이미 전후사정을 아는 미다스가 속전속결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NPC호곤이 잠시 두 눈을 껌뻑이더니 이내 대답했다. “키메라 드래곤에게서 용의 피를 구해왔으니, 필시 키메라사우루스에도 용의 피 일부가 있을 걸세. 지극히 적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법. 조금씩 모으면 용의 알을 각성시키는데 필요한 양을 모을 수 있을 걸세. 가져오면 내가 정제해주지.” “몇 마리 필요합니까?” 이어진 질문에 NPC호곤은 검지를 곧게 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한 후에 말했다. “1백 마리요?” 그 말에 NPC호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미다스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럼 1천 마리?” 그제야 비로소 NPC호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미다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젠장, 그걸 1천 마리나 잡으라니?’ 무리가 아니라 단일 개체로 활동하는 키메라사우루스 1천 마리를 잡으라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 ‘템도 안 주는데?’ 더욱이 키메라사우루스는 드롭 아이템이 없었다. 경험치 말고는 남는 게 없다는 의미. ‘아니지.’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그래도 보상이 있을 거야. 이렇게 힘든 일 하는데 분명 화끈한 보상을 주겠지. 마스터 스킬북이나 레전더리 에픽, 하다못해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정도는 나올 거야.’ 큰 고생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라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과 함께 창이 떴다. [각성]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1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용의 알을 각성시키기 위해 용의 피를 모아오자. 키메라사우루스 1천 마리를 잡으면 될 것 같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잊어버린 땅’ 진행 가능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속으로 소리쳤다.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6.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이야.” 멀린이 툭 내뱉은 말에 엠마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고, 그 시선에 멀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저도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갓워즈에 대해 불만을 가진 플레이어는 세상에 넘쳤다. 허나, 적어도 멀린은 아니었다. 그는 갓워즈란 게임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이였으니까. 그에게 갓워즈는 천금보다 더 가치 있는 게임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런 말을 내뱉는 건,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이 그만큼 처참하다는 의미였다. “누군 힘들게 우글우글 몰려가서 사냥하고, 레벨업 해서 강해지는데 누군 그냥 혼자서 사냥하다가 드래곤 한 마리를 뽑는군.” 이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멀린조차 탄식을 토해내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천운이 따라 얻게 된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더 큰 문제는 BJ대마도사는 여기서 스펙업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것. “이대로 그냥 놔두다가는 정말 못 막을 것 같은데? 이제는 강력한 우군마저 생겼잖아?” 그런 BJ대마도사를 이제까지 방식으로 막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이제 새로운 방식을 꺼낼 때라는 것.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그때 툭 나온 엠마의 물음에 멀린은 말했다. “전쟁이지.”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무시 따위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싸움을 걸자고. 애초에 BJ대마도사는 오는 싸움을 마다하는 성격도 아니잖아? 그냥 계속 싸움을 시키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무너지겠지. 무엇보다 이젠 BJ대마도사랑 싸우는 게 끝내주는 콘텐츠가 될 테고. 아니, 끝내주는 정도가 아니야.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잖아? 누가 BJ대마도사를 막게 될지.” 이어진 설명에 엠마는 반문하지 않았다. 멀린의 말은 타당했으니까. 신대륙 초입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무시 정책을 펼친 건 그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란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이번에 BJ대마도사는 상식 밖의 전력을 손에 넣은 것은 물론 생존자 길드라는 우군을 보다 강력한 길드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탄생한 생존자 길드는 향후 BJ대마도사와 300레벨 후반대까지 같이 활동할 가능성이 컸다. 혹은 그 이후에도 BJ대마도사가 같이 움직일 가능성도 농후했다. 무시한다고 해서 그들이 게임 진행에 실패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는 것. “맞아요. 그래서 이미 준비했어요.” 해서 엠마는 일찌감치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준비라고?” “다음 사냥터인 거대 무덤에서 사냥 중인 1티어급 길드들에 이미 통보했어요. BJ대마도사와 전쟁을 벌이라고. 정확히는 전쟁을 벌이면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죠.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면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을 약속해주겠다고.” 멀린이 원하는 대로 전면전을. 그 단어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잡기만 하면 단숨에 1티어급 길드들 중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이니까.” 이미 헤이즈 길드를 고꾸라뜨리면서 BJ대마도사의 몸값은 한없이 오른 상태. “예, 어쩌면 11대 길드가 나올 수도 있죠. 혹은 10대 길드의 자리가 바뀌거나.” 그런 BJ대마도사를 잡은 최초의 길드가 10대 길드 뒤를 잇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건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10대 길드의 한 자리나, 11대 길드라……." “10대 길드 자리가 너무 오래 고착화되긴 했잖아요?” “그렇지.” 더불어 어비스 길드가 준비한 혜택이기도 했다. 어비스 길드와 그들의 우호 세력이 힘을 써준다면,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하는 건 힘들지만 가능한 일. 어쨌거나 1티어급 길드들, 그들 중에서도 헤이즈 길드와 달리 기세가 타오르는 이들에게는 기회였다. 1티어급이 귀족이라면 10대 길드의 울타리는 왕족, 그 울타리를 넘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해서 멀린은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리란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성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궁금할 뿐. “거대 무덤에서 이미 질릴 만큼 사냥한 플레이어들이에요. 이미 일찌감치 진을 치고, 세팅까지 한 상태에서 그들이 질 가능성은......." 그때 대답을 하던 엠마가 잠시 말을 멈춘 후에 무언가를 생각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없진 않지만 BJ대마도사가 언제까지 승리할 가능성은 없죠.” 그리고는 이제는 계산이 끝난 듯 확신에 찬 채 말했다.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가져오지 않는 한.” 그 대답을 들은 멀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래, 빨리 고꾸라뜨려야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리가 BJ대마도사와 싸우게 될지도 모르니까.” 우웅! 그때 엠마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했고, 대화가 잠시 멈췄다. 이후 스마트폰을 보는 엠마의 표정이 구겨졌고, 그 표정을 본 멀린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군.” 이제부터 도박판에서 돈 잃은 자가 가장 속 쓰린 상황이 왔으니까. 354화. < 110화. 용의 알 (3). > 7. 끝내주는 라이브 방송 이후에는 커뮤니티가 그 라이브 방송으로 달아오르는 법.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이번에는 진짜 역대급이었지. 이번 BJ대마도사의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 BJ대마도사가 간만에 제대로 활약했지. - 아이스 스톰 장난 아니더라. 보스몹 상대로 홀딩 25초가 말이 됨? - 정령 기사하고 골렘 크기도 진짜 압도적이었지. 거인이란 게 뭔지 느낌이 확 오더라. 어느 것 하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퍼포먼스. - 그도 그렇지만 골드님이랑 럭키님 활약한 덕분이지. 솔직히 BJ대마도사는 그냥 캐스팅만 열심히 한 것뿐이잖아? ㄴ 또또 골드, 럭키빠들 나대네. 대세는 BJ대마도사거든요? ㄴ 응, 이제는 실버의 시대야. ㄴ 그러네. 실버 드래곤 시대지. 오죽하면 BJ대마도사와 그 동료들만이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정도, 다른 것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존자 길드 이야기 들었어? 이제 헤이즈 길드랑 화해했다는데?” “그래? 어떻게?” “그 둘 완전히 원수잖아?” 생존자 길드와 헤이즈 길드의 화해 소식 역시 갓워즈에 관심 있는 이들의 주요 가십거리가 되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는 가십거리가 되기 힘들었다. “BJ대마도사가 두 길드 마스터들 앞에 두고 화해시켰대.” 하지만 BJ대마도사가 그들 사이를 화해시켰다는 요소가 첨부되는 순간 맛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그게 아니죠.” “혁주, 너 뭐 더 아는 거 있어?” “제가 아는 형의 형의 동생이 헤이즈 길드 다니잖아요? 그분한테 이야기 제대로 들었죠.” “어떤 이야기?” “그러니까 키메라 레이드 끝나는 순간 BJ대마도사가 헤이즈 길드 마스터를 불렀대요.” “불렀다고? 직접? 마스터를?” “예, 부른 다음에 그 자리에서 드래곤이 된 실버를 앞세우고 이렇게 말했대요. 생존자 길드랑 화해할래요 아니면 여기서 드래곤 레이드 한 번 해볼래요, 라고.” “와." “헤이즈 길드 자존심을 아주 개박살을 냈네.” 그리고 그러한 가십거리는 이리저리 뜯기는 와중에 있지도 않은 뼈와 살이 붙여지며 루머로 탈바꿈했다. “야, 혁주야.”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식겁할 이야기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BJ대마도사가 무슨 인성파탄자도 아니고 길드 마스터 앞에 데려와서 그렇게 협박했을 리가 없잖아? 그냥 두 길드 사이에 있으니 다리 역할만 한 거겠지.” ‘젠장, 이렇게 이야기가 돌아가면 헤이즈 길드 분들이 기분 나빠할 거야.’ 정현우 기준에서 그 자리는 어디까지나 헤이즈 길드가 배려해준 자리, 그런데 이런 식으로 헤이즈 길드가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는 식으로 포장되면 헤이즈 길드 기분이 결코 좋을 리 만무했으니까. ‘1티어급 길드 상대로 갑질한다는 이미지 붙으면 진짜 엿되는 거고.’ 비단 헤이즈 길드만이 아니라 다른 1티어급 길드들, 라이징 스타 채널의 미래 고객분들에게도 BJ대마도사에게 이런 이미지가 붙으면 여러모로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현우 형, 형이 BJ대마도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BJ대마도사는 그런 사나이예요. 할 때는 하는 사나이.” 허나, 정현우의 그런 항변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혁주 말이 맞지. 현우, 네가 뭘 모르는 거 같네. BJ대마도사라면 그러고도 남지.” “맞아, 그리고 성격 파탄자인 것도 사실이잖아?” “아무렴. 그리고 솔로로 평생 지냈다던데, 파탄되고도 남는다는 게 그쪽 학계 정설이라는데?” 도리어 정현우는 BJ대마도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놈 취급을 당할 따름이었다. ‘어이구야.’ 그 사실에 정현우는 더 이상 반박하는 걸 포기하며 말했다. “됐고, 캡슐이나 열어 줘.” 들어봤자 머리만 아픈 이야기를 계속 들을 필요는 없는 법. “예, 바로 해드릴게요.” 손님의 요청에 순순히 반응하는 이혁주. 그 순간이었다. “혁주야, 그러지 말고 좀 더 이야기해 봐.” 이제는 이혁주의 입담에 푹 따진 다른 손님들이 이혁주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맞아,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BJ대마도사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게 혁주잖아?” 동시에 정현우를 향해서는 눈치를 보냈다. “현우야, 우리 혁주 이야기 좀 들을 테니까 캡슐은 네가 열고 들어가라, 응?” “BJ대마도사 이야기 좀 더 해 봐. 뭐 소식 없어?” 이야기 잘하는 애 건드리지 말고 너 혼자 가서 게임하라고. 그 사실에 정현우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게임이나 하자, 게임이나.’ 8. [키메라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9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290레벨 달성을 알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자욱한 안개로 가득한 주변을 훑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실버였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무려 50미터에 이르는 몸길이. 그야말로 상식을 초월하는 덩치를 가진 녀석의 주변에는 드래곤 나이트 둘이 있었다. [드래곤 나이트가 소멸됩니다.] 그때 알림 하나가 들리면서 안개 속에 있던 드래곤 나이트들이 그대로 흙처럼 무너졌다. [실버의 모든 능력치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실버의 회복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어서 거듭 알림이 들렸다. 그게 이번에 실버가 얻게 된 스킬 효과였다.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와 달리 키메라 드래곤은 정해진 시간마다 스킬이 발동했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 조건이 있었다. ‘어그로가 사라지는 순간 능력치 초기화.’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은 스킬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적이 실버를 인식, 즉 어그로가 끌려야 한다는 것. 어그로가 사라지는 순간 키메라 드래곤의 모든 능력은 조금 전처럼 초기화가 됐다. 그게 키메라 드래곤의 공략법이었다. 정 아니다 싶으면 전부 병력을 무르고 어그로를 초기화시키는 것. ‘중첩은 최대 3회에.’ 여기에 실버의 경우에는 키메라 드래곤과 달리 스킬 효과 중첩이 최대 3회에 불과했다. 드래곤 나이트는 최대 3마리까지 소환 가능했으며, 능력치 증가나 회복 속도 증가 역시 3중첩이 한계였다. 사실 3중첩을 하는 것조차 조건이 까다로웠다. 앞서 말했듯이 어그로가 초기화되는 순간 중첩 효과는 사라지고, 처음부터 시작이니까. 대부분의 전투가 10분 안으로 끝나고, 보다 짧을수록 좋은 갓워즈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실버, 정말 훌륭한 활약이었다.” 왕! “나쁜개도 네 활약에 감탄을 표하는구나.” 굳이 그런 스킬이 아니더라도 실버가 가진 기본 스펙 자체가 압도적이었으니까. “주인님의 은혜 덕입니다.” 가장 압도적인 건 역시 덩치였다. 50미터의 신장. 심지어 실버는 거대화 스킬을 통해 이 덩치를 최대 70미터까지 키울 수 있었다. 말이 70미터이지, 골렘 대여섯 마리가 동시에 어깨동무를 해야 만들 수 있는 크기였다. 당연히 탱킹 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당장 이곳 키메라사우루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부류, 브라키오사우루스들조차 덩치에서 밀릴 정도. 공격력도 매우 강력했다. 그 덩치로 짓누르거나 하다못해 긴 꼬리를 휘두르기만 해도 제대로 버티는 몬스터는 최소한 일반 몬스터 중에는 없었으니까. ‘기동력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물론 덩치가 큰 만큼 이동속도나 공격속도는 매우 느렸으며, 동시에 피격 범위도 너무 넓었다. ‘탱커로 이만한 게 없지.’ 달리 말하면 방어 범위가 넓다는 의미. 실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미다스가 펼칠 수 있는 전술적 역량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다음 사냥터가 기대된다.’ 이쯤 되면 미다스의 가슴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신감이란 놈이 불타올라 마땅했다. ‘거대 무덤, 까짓것 박살을 내주마.’ 그 넘치다 못해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을 수준이 된 자신감을 품은 미다스가 소리쳤다. “워드래곤, 어디 한 번 카드 보상 까봐!” 자신의 성좌를 향해 자신 있게 반말을 지껄였고, 그에 화답하듯 미다스의 눈앞에 곧바로 100장의 카드들이, 미다스의 새로운 스킬이 되고자 하는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굳었다. ‘어?’ 그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자신감 따위는 조금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잠시 미친 모양입니다, 성좌이시여 한 번만 물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간절한 기도, 물론 그 기도가 통하는 일은 없었다.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미다스가 보는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황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삭막한 풍경뿐. 그곳에서 그나마 꽃처럼 피어난 건 붉은빛 하나뿐이었다. ‘아니, 무슨 레전더리 하나 없는 건 그렇다고 쳐도 유니크도 하나만 준다는 게 말이 돼?’ 그 풍경 앞에서 허탈한 심정을 품은 미다스가 하나뿐인 유니크 랭크 스킬 카드를 살펴보았다. [지원사격]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애로우 계열 마법의 발사 횟수가 늘어난다. 지원사격. 설명처럼 파이어 애로우나 라이트닝 볼트 같은 애로우 계열의 발사 횟수를 늘려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나쁜 스킬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니크 등급, 그 이상 효용성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젠장.’ 물론 미다스에게 선택의 고민 같은 건 없었다. 나머지 레어 등급이나 노멀 등급 스킬은 더더욱 쓸모가 없었으니까. [지원사격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정말 이제까지 갓워즈를 해오면서 가장 고민 없이 스킬 카드를 선택하는 순간. ‘아.’ 그 선택을 마친 미다스가 짧게 탄식했다. 느낌이 든 탓이었다. ‘다음 레벨은 300레벨, 여기서 레전더리 등급 하나 제대로 나와 줘야하는데…….'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300레벨에서 어쩐지 안 좋은 게 나올 것 같은 느낌. ‘플레임 드래곤 같은 건 감히 상상도 안 한다. 블래스터 정도로만 가자. 블래스터. 제발 부탁합니다.’ 그렇게 짧게 기도를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마저 사냥하자.” 미다스가 다시 퀘스트를 진행했다. 9. [미다스] - 레벨 : 293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2812)/체력(5+2734)/지력(1359+4299)/마력(298+3855) ‘레벨 하나는 제대로 올렸네.’ 준보스급 몬스터 키메라사우루스 1천 마리를 홀로 잡은 결과물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내 인벤토리창을 띄웠다. 평소 이 정도 몬스터를 잡았다면 소모 아이템 대신 잡템이라도 가득 찼을 인벤토리, 그러나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인벤토리가 어느 때 보다 허전하기 그지없었다. ‘레벨 하나만 제대로.’ 지갑이 비어가는 사실이 기쁠 리 만무.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쓴웃음을 머금지 않았다. ‘드래곤 레어가 다 해줄 거야. 아무렴, 거기 금은보화가 가득 할 거야.’ 조만간 도달하게 될 드래곤 레어가 오늘 손해보다 더 큰 이익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믿습니다, 드래곤 레어님. 큰 거 안 바랍니다. 스킬 카드북 하나랑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거래 가능한 걸로 하나만 주십시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미다스 앞에 NPC호곤이 등장했다. “다됐네.” 등장한 NPC호곤이 미다스에게 선홍빛 액체로 가득 찬 손바닥 크기의 병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미다스는 군말 없이 바로 용의 알에 그 선홍빛 액체를 뿌렸다. 스스! 그러자 저번처럼 용의 알이 선홍빛 액체를 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흡수했다. 팟! 그러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용의 알이 강렬한 빛을, 황금빛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NPC호곤이 말했다. “용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성된 존재일세. 달리 말하면 알 속에서 완성되어 가지. 지금 이 과정은 각성일세." 각성. [용의 알이 용의 힘을 각성합니다.] 그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용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 순간이었다. ‘어?’ 미다스가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주인님!” 왕! 곧바로 럭키와 골드 역시 미다스를 향해 놀란 반응을 보였다. 개중에서 가장 놀란 건 잭팟이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녀석이 황급히 날갯짓을 하며 미다스의 머리를 떠났다. 꾸우!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꾸우! 마치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처럼 떠오르는 제 주인인 미다스를 향해. 그런 잭팟의 울음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거듭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발아래를 바라봤다. ‘떴다! 떴어!’ 그러자 1미터 아래의 지상이 보였다. “우와! 우와아아!” 이윽고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날고 있다! 내가 하늘 위에 있다고! 아이 캔 플라이!” 비행, 인류의 꿈 중 하나 아니었던가? 더욱이 온갖 종류의 초능력과 같은 스킬을 쓸 수 있는 갓워즈에서도 비행만큼은 경험키가 힘들었다. 기껏해야 게임 초반에 워프 마법을 이용할 때, 마을을 이동할 때 느끼는 게 전부.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스킬은 존재치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새끼들 다 뒈졌어!” 너무 언밸런스하다는 것. 속된 말로 하면 사기를 넘어 씹사기였다. “BJ대마도사, 아니, B2대마도사가 간다!” 그 사실에 도취한 미다스가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 그의 몸은 어느새 배의 갑판에서 5미터 높이까지 올랐고, 그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떠올랐다. 그 무렵이었다. ‘이제 좀 무섭네. 잠깐, 그런데 이거 어떻게 내려가지?’ 미다스의 머릿속에 비행이란 단어가 추락이란 단어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 순간 미다스가 손에 든 용의 알을 향해 말했다. “저기, 좀 내려주지 않을래? 응? 용알아, 응? 용알아, 형 좀 내려주지 않을래?” 팔자에도 없는 용알이란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그러나 용의 알은 미다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신 들린 건 알림이었다. [남은 비행 시간은 48초입니다.] 이제 진짜 착지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추락하리란 알림.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즐겁다, 라는 개념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염려와 우려만 가득할 뿐. ‘아! 잭팟! 그래, 잭팟!’ 그때 잭팟의 존재를 떠올린 미다스가 발치 아래에 있는, 이제는 작게 보이는 잭팟을 향해 말했다. “잭팟아! 지금 조금 있다가 추락할 거 같은데 그때 네가 나 좀 잡아줘라, 제발!” 간절한 외침에 잭팟은 대답하지 않았다. 미다스 대신 럭키의 머리에 올라탄 채 제 부리로 깃털을 다듬기만 할 뿐.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서 잘 안 들리는 모양. “야! 잭팟! 야 인마! 너 내 말 듣고, 이해하는 거 다 알고 있거든? 응? 야! 야!” 그 모습에 미다스가 거듭 소리를 내지르는 사이 미다스의 몸은 어느새 갑판 위에서 30여 미터 상공에 이르렀다. ‘맙소사.’ 이제는 정말 까마득해진 발아래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그대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온갖 보스 몬스터 상대로도 살아남은 내 첫 게임 오버가 추락사라니!’ 이윽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때. 미다스의 몸이 좀 더 높은 허공에 이르렀을 때. [용의 힘이 사라집니다.] [남은 비행 시간은 0초입니다.] 카운트다운 끝과 함께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은 매우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을 만큼, 단숨에 미다스의 몸이 배 갑판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내 둘이 부딪치려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정지했다. 그로부터 약 1초. ‘어?’ 미다스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마저 추락이 끝났다. 쿵! “억!” 미다스가 갑판 위에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미다스가 이를 꽉 물었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아무래도 추락사를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는 되어 있었던 모양. ‘이런 게 있으면 말해주면 되잖아! 꼭 이렇게 똥인지 먹이고 나서 똥이라고 말해줘야 해? 응?’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금도 위안거리가 되지 못했다. ‘진짜 내가 이 게임 만든 인간 보면, 면전에다가 욕 한 사발을 토해내고 만다, 토해내고 말아!’ 그런 미다스의 속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대단하군. 아무래도 용의 힘 중 하나인 비행 능력이 각성한 모양일세.” 허나, 그 속내를 알 리 없는 NPC호곤은 그저 놀랍고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예예, 아주 대단한 각성을 했죠. 씨발.” 그 반응에 미다스의 입에서 기어코 욕이 튀어나왔다. “그보다 용의 힘이 각성했다면 필시 지도가 달라졌을 터. 빨리 지도를 한 번 펼쳐보게.” 그러나 NPC호곤은 거듭 퀘스트 진행을 요구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투덜거리며 인벤토리에 있는 알 수 없는 지도를 꺼냈다. [알 수 없는 지도] 여전히 명칭은 그대로였지만 지도 위에는 이제 뚜렷하게 지형이 그려져 있었다. ‘봐도 모르겠네.’ 물론 미다스가 그 지도를 해석하는 건 불가능했다. 딱히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뭐, 그래 봐야 거대 무덤 안이겠지.’ 결국 다음 사냥터인 거대 무덤 어딘가에 드래곤의 레어가 있을 터. 그리고 그에 대해서 NPC호곤이 보다 자세한 설명 혹은 힌트를 줄 터였으니까. "흠." 그렇게 달라진 지도를 보던 NPC호곤이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딘지 모르겠군.” “예?” 예상외의 대답에 미다스가 놀라며 반문했다. “거대 무덤 어딘가 아닙니까?” 그 반문에 NPC호곤이 지도 위에 그려진 긴 선 하나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아닐세. 거대 무덤 지역에는 결코 이렇게 기나긴 강줄기가 존재하지 않네.” 그 대답에 미다스 역시 현재까지 탐사된 거대 무덤 지역 내에 강줄기가 없다는 걸 떠올렸다. “그럼 어디입니까?” "음." 이어진 물음에 대답 대신 신음을 머금은 채 지도를 지그시 보던 NPC호곤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잊어버린 땅 같네.” “잊어버린 땅이요? “신들의 전쟁 이후 아는 자들이 사라진 땅, 그 전쟁 이후 그 누구도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지. 아무래도 자네의 다음 여정은 어느 때보다 힘겨울 것 같군.” 그 대답에 미다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거대 무덤도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사냥터인데, 아예 새로운 사냥터에서 퀘스트를 진행해라? ‘이 빌어먹을 게임.’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눈을 감은 미다스의 귀에 알림이 떴고, 미다스가 감았던 눈을 뜨자 새로운 퀘스트창이 보였다. [잊어버린 땅]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잊어버린 땅을 발견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경험치 및 잊어버린 땅 발견자 타이틀 지급 !잊어버린 땅 발견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50) 지급 !최초로 잊어버린 땅 발견 시 경험치 및 잊어버린 땅을 최초로 발견한 자 타이틀 지급. !잊어버린 땅을 최초로 발견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100) 지급 !퀘스트 완료 시 ‘잊힌 자’ 진행 가능 ‘아니, 미친, 타이틀 보상이 올스탯 50포인트? 최초는 100포인트? 이게 말이 돼?’ 그렇게 퀘스트 보상인 타이틀 보상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맙소사, 이거 난이도 역대급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난이도가 나올 것 같다고. 355화. < 111화. 잊어버린 땅 (1). >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직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BJ대마도사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앞으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지. 얼마나 멋진 활약을 보여줄 것인지. 키메라 드래곤의 육체를 가지게 된 실버가 얼마나 끝내줄 것인지. 하지만 1티어급 길드들은 달랐다.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잡으면 10대 길드 자리 하나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예. 돌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상 그렇게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BJ대마도사 목에 걸린 현상금이 10대 길드 자리까지 올랐군.” BJ대마도사를 잡는 순간 10대 길드, 갓워즈에서 가장 드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아즈모가 커피를 깊게 마셨다. 그리고 깊게 고뇌했다. 이번 일은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이번 일로 1티어급 길드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지?” 이윽고 나온 질문에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 “미친 듯이 달려들겠죠. 5년 가까이 뚫리지 않았던 천장에 처음으로 구멍이 생긴 셈인데. 심지어 어비스 길드가 보장해준다는데, 이건 일단 한 번 덤벼들고 봐야하는 거죠.” 1티어급 길드들과 10대 길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으며, 그 벽을 두고 누리는 부와 명예 역시 차원이 달랐다. “가뜩이나 요즘은 1티어급 길드들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는 시대 아닙니까?” “그렇지.” 더군다나 최근 갓워즈의 길드들은 끝을 모르던 호황기를 지나, 옥석이 가려지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예전처럼 갓워즈에서 이름 좀 있는 길드라고 구독자가 붙고, 투자자가 붙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 당장 헤이즈 길드가 그 증거였다. 과거의 명성은 부질없으며, 이제 1티어급이라는 수식어 역시 영광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증거. 그런 상황에서 10대 길드의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거대 무덤에서 전쟁이 나겠군.” 당연히 거대 무덤에서 사냥 중인 모든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라는 왕관을 노리고 덤벼들 터. “이미 1티어급 길드, 그들 중에서도 요즘 가장 기세등등한 길드들은 이미 거대 무덤에서 BJ대마도사와 전쟁 준비 중입니다. 소속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SNS나 개인 방송을 통해서 러브콜을 보내거나, 도발을 하는 중이고요.” 더욱이 이번의 도전자들은 그냥 1티어급 길드들이 아니었다. “헤이즈 길드 때랑은 비교하기 힘들 겁니다. 솔직히 헤이즈 길드는 1티어급 길드 중에서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었으니까요.” 1티어급 길드들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나는 자들. 실력과 자금력 그리고 명성과 팬덤,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자들이었다. “당장 거대 무덤에는 1억 시청자를 찍은 플레이어만 두 명이나 존재하고 있고요. 1천만 찍은 플레이어들은 수백이고요.” 심지어 스타를 넘는 슈퍼 스타들마저 극히 소수이지만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별들의 전쟁이 시작되는 셈. 그 순간 또 다른 소식이 왔다. “헤이즈 길드 주가가 상한가를 찍었습니다.” 다른 비서 한 명이 전해준 그 말에 아즈모는 피식 웃었다. “BJ대마도사랑 싸워서 그렇게 개박살이 났고, 이후에 생존자 길드 건으로 이미지가 개박살이 났는데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고?” “BJ대마도사와 같이 라이브 방송을 했다는 게 호재가 된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와 뭔가 접점이 있으니 라이브 방송을 한 게 아니냐, 라는 의견이 대세이니까요. 그리고 생존자 길드와 친해진 것도 호재로 보고 있습니다.” “호재?” “생존자 길드 때문에 BJ대마도사와 얼굴 붉힐 이유가 사라졌다, 뭐 일단 그렇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이어진 비서의 설명에 아즈모의 실소는 비웃음이 되었다. “BJ대마도사로 상대로 개박살이 나도 남는 장사다…… 이거 뭐 어비스 길드가 부추길 필요도 없었네.” BJ대마도사와의 전쟁에서 감수해야 할 가장 큰 리스크는 패배할 경우 짊어져야 하는 페널티. 그러나 이제는 그 페널티조차 사라진 셈이었다. “BJ대마도사가 어떻게 나올까요?”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BJ대마도사의 태도였다. 과연 그는 자신 앞에 등장한 이 엄청난 대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비서의 그 물음에 아즈모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말했다. “BJ대마도사가 그동안 보여준 성격과 행동을 보면…… 너무 흥분해서 잠을 못 잔다는 것에 내 전 재산을 걸 수도 있지.” 2. “얼굴이 왜 그래?”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동생의 얼굴색을 본 정태우가 커피를 타던 것을 멈추며 질문을 던졌다. “가뜩이나 칙칙한 얼굴이 이제 썩을 것 같은 게 한숨도 못 잔 것 같은데?” 이어진 형의 말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꼭 비유를 해도 가뜩이나 칙칙한 얼굴이라는 비유를 추가해야겠어? 응?” “솔직히 네 얼굴이 칙칙한 건 사실이잖아? 특히 어제 집에 들어올 때는 최악이었고. 혜린이가 네 얼굴 보고 걱정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해줬지.” “뭐라고?” “삼촌이 여자한테 차여서 그런 거라고, 별일 아니라고. 자주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자주 있을 일이니까 금방 기운 차릴 거라고.” 이어진 그 말에 정현우는 아예 대답 자체를 하지 않았다. 말없이 큼지막한 냉장고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캔커피 하나를 그대로 꺼낼 뿐. 그리고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널찍한 거실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푹 파묻었다. ‘아, 미치겠다.’ 그러자 머릿속에 정현우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고민이 떠올랐다. ‘잊어버린 땅을 어떻게 하지?’ 원흉은 다름 아닌 다음 사냥터. 사실 잊어버린 땅 자체는 엄청난 기회였다. 만약 잊어버린 땅 입성을 소재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면 이번에도 화끈한 반응이 나올 터. 그래서 더더욱 고민이었다. ‘혼자서 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아예 처음부터 팀을 맺고 들어가야 할까?’ 이 화끈한 이벤트를 과연 혼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분명 가장 이익이 좋은 건 혼자서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위험성. ‘타이틀 보상을 보면 거기 장난 아닐 거야. 넘을 수 없는 산보다 훨씬 힘들어.’ 정현우가 보기에 잊어버린 땅은 그가 이제까지 마주한 그 어떤 사냥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난이도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서 혼자서 제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설픈 모습을 보일 바에는 차라리 다른 길드들과 함께 같이 공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훨씬 더 나았다. ‘혼자냐 아니면 같이냐.’ 그 고민이 밤잠을 설치게 했다. ‘같이 가는 게 제일 무난하고 좋지.’ 아니, 사실 다른 길드 혹은 플레이어들과 같이 잊어버린 땅에 입성하는 게 합리적이고 안정적이었다. 솔직히 솔로 플레이로 하나, 다른 이들과 함께 공략하나 얻는 이익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차이가 엄청나진 않았으니까. 단지 미련이 남을 뿐이었다. ‘더 이상 무리해서 솔로 플레이를 할 이유는 없잖아? 그거 한다고 뭐 더 주는 것도 아니고.’ BJ대마도사는 솔로다, 이제까지 쌓아온 그 이미지에 대한 미련. 사실 정현우 혼자였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가 깨지더라도 한 번 혼자 부딪쳐봤을 것이다. ‘나 혼자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지금 정현우의 옆에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는 파트너가 함께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게 프로였다. ‘프로답게, 현실과 실리를 챙기자.’ 이상과 망상을 구분하는 것. ‘라이징 스타 채널하고 미팅을 통해서 전달해줘야지. 이것저것 보고할 것도 있고.’ 그렇게 고민 끝에 답을 내린 정현우가 스마트폰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메일을 한 통을 보낸 후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가게? 오늘 컨디션 안 좋은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눈 붙이는 게 어때?” 그때 나온 형의 염려 섞인 말에 정현우가 형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비로소 정현우는 알 수 있었다. “그러는 형이나 좀 자는 게 어때? 나보고 칙칙해 죽을 지경이라더니, 형도 지금 다크서클이 입까지 내려온 거 같은데.” 자신만큼 피곤함으로 가득 찬 형의 안색을. “형네 회사 너무 일을 많이 시키는 거 아니야? 조금은 쉬엄쉬엄해야지.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 그런 형을 피곤하게 만드는 이를 향해 정현우가 짤막한 비난을 내뱉었고, 그 비난에 정태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시간 외 수당은 꼬박꼬박 입금되고 있어. 요즘은 거의 24시간 일하는 것으로 치고 수당으로 받고 있는 수준이지. 덕분에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수입이 4배는 더 나올 것 같다.” “형, 올 때 커피 좀 더 사올까? 잠 쫓는 껌 같은 건 필요 없어?” 바로 태도를 바꾸는 정현우의 모습에 정태우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조심히 다녀와라.” “알았어. 형도 열심히 일해. 아니지, 일 안해도 돈 들어온다고 했으니 일이 없어야지. 형, 그럼 열심히 일하지 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태우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이내 내용을 확인한 정태우가 이내 커피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형을 향해 정현우가 혀를 찼다. "쯧." ‘누구인지는 몰라도 형 일거리 늘린 새끼는 꼭 오늘 배탈나서 설사나 해라.’ 그 저주를 끝으로 정현우 역시 집 밖으로 나섰다. 3.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채팅창 위로 사장님의 아이디를 보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가 짧게 숨을 머금었다. 그 상태에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준비한 대로 말하면 돼. 긴장하지 마.’ 그러나 세상천지에 사장님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사원은 존재할 수 없는 법. 막상 준비한 멘트는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와튼 : 오랜만에 뵙습니다.] [와튼 : 저번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는 대단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었다. “예, 정말 멋진 라이브 방송 중계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이구, 이 등신. 정신 차려.’ 그 사실에 자책과 함께 심기일전을 한 미다스가 이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면서 준비했다. ‘이번에 잊어버린 땅 신대륙 발견했는데, 혼자서 공략 힘들 것 같으니 같이 할 사람을 구해주십시오, 라고 말하자.’ 자신이 뱉을 말을. “후우." 이내 정리를 마친 미다스가 말을 내뱉기 전 목에 찬 숨을 토해내는 순간. [와튼 : 이번 솔로 플레이 추가 보상이었던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를 수령했습니다.] 그 순간 나온 채팅 내용,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란 단어에 미다스의 머릿속은 단숨에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준비했던 멘트 역시 더 이상 머릿속에 없었다. ‘뭐?’ 심지어 표정을 짓는 것조차 잊어버린 듯, 무표정으로 채팅창을 바라만 봤다. ‘잠깐만.’ 이윽고 상황을 이해한 미다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건 다름 아닌 의문이었다. ‘어떻게?’ 미다스가 플레임 드래곤 스킬의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을 모를 리 만무. 그런데 지금 그 엄청난 놈이 다른 것도 아닌 솔로 플레이 보상으로 주어졌다? 대리운전을 해줬는데 수고했다면서 수고비로 롤렉스 시계를 받은 격. 미다스의 개념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맙소사.’ 때문에 미다스는 이해하는 것을 건너뛰고 감탄으로 넘어갔다. ‘이걸 받아내시다니, 대체 영업력이 얼마나 대단하신 거지? 미쳤네, 미쳤어. 우리 사장님 진짜 미치셨네.’ 고작 솔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 그 조건 하나로 플레임 드래곤 스킬 카드를 받아낸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능력에 대한 감탄. ‘아니, 잠깐.’ 그 감탄 뒤로는 감동이 이어졌다. ‘그렇다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먹은 게 없다는 거잖아?’ 본래 그 추가 보상이란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을 챙겨주기 위해 받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것을 자신들을 위해 쓰는 대신 미다스를 위해 써준 셈. 필시 이것을 얻기 위해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른 부분에서 손해를 봤을 가능성도 높았다. 물론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한 것에 비해서는 엄청난 보상이란 건 변하지 않았다. 그때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 [와튼 : 잘 아시겠지만 요즘 1티어급 길드들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와튼 : 1티어급 길드에 소속된 스타 플레이어들이 개인 방송을 통해서도 매치업을 바라고 있고요.] [와튼 : 붉은 머리랑 메두사도 개인 방송에서 BJ대마도사님과의 매치업을 소망했습니다.] 마지막 채팅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입을 꽉 다물었다. 붉은 머리 그리고 메두사. 둘 모두 개인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1억 명 시청자를 기록해본 경험이 있는 슈퍼 스타들이었다. 그것도 반짝 스타들이 아니라 갓워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유명세를 누리는, 시작부터 일찌감치 별이 되었던 스타들. 물론 수치상으로는 지금 미다스보다 아래였다. ‘그 둘이 개인 방송에서 나랑 붙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아예 대놓고 러브콜을?’ 하지만 미다스에게는 까마득한 별과 같은 자들이었다. 그런 별이 그저 관심을 표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이벤트 파트너로, 구애를 보인다는 것. “헤이즈 길드랑 이벤트 매치한 게 다들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와, 진짜 헤이즈 길드랑 이벤트 잡아서 다행이다. 이게 이렇게 대박이 될 줄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계기가 헤이즈 길드와의 이벤트 매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솔로 조건 받은 것도 그렇고.’ 그것도 그냥이 아니라 솔로 플레이로 상대해준 덕분이라고. [와튼 : BJ대마도사님 덕분에 헤이즈 길드 주가가 올랐습니다.] [와튼 : 그걸 보고 몸이 달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죠. 지금 현재 제안만 받고 있습니다.] [와튼 : 혹시 원하시는 방식이 있으십니까?] 그렇기에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방식이야 상황 따르겠지만, 한 가지만은 변함없이 갈 겁니다. BJ대마도사는 솔로 외길만을 걷는다는 것." 이 정도 메리트가 보장된다면 솔로 플레이 리스크 정도는 당연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 아니,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무조건 솔로다. 죽을 때 죽어도 솔로로 죽는다. 뽕 뽑는다.’ 솔로 플레이 조건으로 플레임 드래곤이 들어왔는데, 눈에 뵈는 게 있을 리 만무. [와튼 : 알겠습니다.] [와튼 : 차후 계획하신 게 있습니까?] 이어서 나온 물음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러브콜을 원하시는 고객님들 전부를 상대해드리고 싶지만, 제 몸이 하나라서 그건 힘들 것 같고 결국 많이 부른 쪽하고 만나드릴 수 밖에 없겠죠?” [와튼 : 경매 방식을 원하시는군요.] “예. 그리고 경매라면 일단 경매품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쇼케이스가 필요할 테고.” [와튼 : 라이브 방송을 하실 예정이시군요. 쇼케이스용으로.] “네, 물론 솔로로 할 겁니다. BJ대마도사는 솔로 외길이니까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4. - BJ대마도사는 솔로 외길이니까요. 다시 한 번 솔로 플레이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박영준은 놀라지 않았다. “예, 그럼 차후 일정이 잡히면 연락주십시오.” ‘역시 예상대로다.’ 오히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있었다.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생각은 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더 나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BJ대마도사의 포지션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 그의 몸값은 정말 상식 밖으로 올라간 상태. 그로 인해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를 두고 이제는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BJ대마도사는 그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양념을 뿌렸다. ‘다시 한 번 더 솔로 플레이 조건을 내걸면, 더더욱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지.’ 생존자 길드랑 같이 움직이는 BJ대마도사는 1티어급 길드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BJ대마도사는 한 번 해봄 직하니까. ‘결국 승자는 한 명.’ 무엇보다 이 경쟁 속에서 결국 1티어급 길드를 벗어나 왕관을 쓸 수 있는 건 한 명뿐이었다. ‘패자들이 곱게 승자가 나오는 걸 용인할 리 없지.’ 달리 말하면 나머지는 그 한 명을 죽이려고 하리란 것.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박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BJ대마도사, 판을 만들 줄 아신다니까.’ 이제 박영준이 해야 하는 건 BJ대마도사가 만들어준 판에서 아쉬운 이들을 모아두고 상대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갑질 한 번 해볼까?’ 356화. < 111화. 잊어버린 땅 (2). > 5. 신대륙 초입에서 공룡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상대로 신고식을 치른 플레이어들, 그런 플레이어들이 320레벨을 달성할 경우 다음으로 향하게 되는 무대는 거대 무덤이었다. 그런 거대 무덤의 모습은 풍요롭게 그지없는 녹음으로 가득한 신대륙 초입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화장을 하고 남은 잿가루 같은 흙더미 위로 하얀 백골마냥 말라비틀어진 고목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그곳은 마치 땅 자체가 어떤 거대한 것의 시체처럼 보였다. 당연히 풍요로움 따위는 한 점도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오직 하나. “언데드 브라키오사우루스다!” 이제는 뼈만 남은 공룡들, 일명 본 사우루스들뿐. 더불어 이러한 본 사우루스들은 살아생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능력을 발휘했다. “미친, 뭐 이리 빨라?” “저 크기에 이렇게 빠른 건 사기 아니야?” 일단 살점을 걷어낸 만큼 움직임 속도가 매우 빨랐다. 신대륙 초입에서 마주했던 공룡들보다 1.5배 혹은 2배 이상 빠른 경우도 있었다. “조심해! 뼈에 찔리면 독뎀 들어와!” “저 새끼 불 토한다! 닿으면 화상뎀 세게 들어오니까 탱커들도 막지 말고 피해!” “멋대로 들어가지 말고 특수 능력 파악한 후에 들어가!” 여기에 하나 더, 본 사우루스들은 저마다 특별한 스킬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젠장, 저기 무리 있네.” “아주 그냥 초식, 육식 상관없이 위아 더 월드여, 위아 더 월드.”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신대륙 초입의 공룡들이 같은 종족끼리만 무리를 짓는 것과 달리 거대 무덤에서는 종류와 상관없이 무리를 짓는다는 점이었다.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외형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으니까. “이 게임 진짜 쓰레기 게임이네.” “어떻게 쉬어가는 코너가 한 번이 없냐.” 신대륙의 초입에서 나름 공룡들을 사냥하며 자신감을 얻은 플레이어들은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 물론 그런 거대 무덤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깽판 치는 레드 스컬 애들은 대체 뭐하는 애들일까?” 레드 스컬 길드. 1티어급 길드들을 모아 순위를 매긴다면 최소 30위 안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강력한 길드인 그곳이 그러했다. “뭐하는 애들이긴, 붉은 머리가 다 캐리하는 거지.” 붉은 머리 하니, 소드 엠페러 클래스인 그녀가 이끄는 레드 스컬 길드에 거대 무덤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고르고 길드 애들에게도 여기 놀이터잖아?” 더불어 거대 무덤을 놀이터로 삼는 또 다른 길드로는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레드 스컬과 비슷한 평가를 받는 고르고 길드가 있었다. “거긴 사기지. 요르문간드가 셋이나 있는데.” 1티어급 신수인 요르문간드를 보유한 플레이어 세 명이 모여 만든 곳으로 유난히 신수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메두사는 미친년이고.” “엄청 예쁜 미친년.” 특히 고르고 길드의 얼굴 마담인 정령술사인 메두사, 네이는 워즈튜브는 물론 현실에서도 모델로 유명한 유명인이었다. 거대 무덤 지역은 사실상 그 두 길드 그리고 두 슈파 스타들의 독무대와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 둘은 여기 좀 졸업하고 다음 사냥터로 가면 안 되나?” 거대 무덤에서 사냥을 하는 다른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부디 하루라도 빨리 그 둘이 사냥터를 졸업하기를 바랄 따름. 물론 그 바람이 당장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가긴 왜 가? 이제 조만간 BJ대마도사가 여기로 올 텐데.” BJ대마도사가 조만간 거대 무덤에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둘이 이미 개인 방송에서 BJ대마도사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던데, 붙기 전에는 안 가지.” “둘도 둘인데, 지금 다른 길드들도 BJ대마도사랑 어떻게든 한 번 붙고 싶어서 다들 안달이 났잖아?” “BJ대마도사가 오는 순간 아마 그냥 다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덤벼들걸?” 그리고 앞서 말한 그 둘을 비롯해 거대 무덤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들 모두가 BJ대마도사와의 전쟁을 바라며 그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것. 더욱이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었다. “아, 이거 뭐 졸업해야 할 인간들이 남아서 버티니까, 숨 돌릴 틈이 없네, 숨 돌릴 틈이.” 예전이라면 340레벨이 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대 무덤을 졸업해 다음 사냥터로 넘어갔을 이들이 오히려 BJ대마도사의 행보에 맞추어서 졸업을 하지 않고 사냥터에 남아 있었다. 거대 무덤에서 평범하게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냥터는 뺏고 뺏기는 경쟁의 장소인데, 그곳에서 자신들보다 스펙이 나은 이들과 경쟁하라는 건 중학생 보고 고등학생이라 같이 싸우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제발 좀 빨리 정리됐으면 됐겠네.” 그런 이유로 이제 거대 무덤에서 사냥 중인 플레이어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였다. “그래서 지금 BJ대마도사는 어디 있대?” 6. 신대륙 초입에 이른 플레이어들이 다음 사냥터인 거대 무덤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검은 숲. “거대 무덤으로 가고 싶다고?” 이런 검은 숲을 지나기 위해서는 검은 숲 관리자라는 NPC의 안내를 받아야 했다. 그 안내에는 두 가지 루트가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잡았나? 그럼 내가 곧장 거대 무덤으로 안내해주지.” 티라노사우루스를 잡은 자 타이틀이 있다면, 1시간 만에 거대 무덤에 이를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검은 숲에서 훈련을 좀 해야겠어. 거대 무덤은 신대륙 초입과는 수준이 다른 곳이니까. 난 거대 무덤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이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가 아니거든.” 허나, 티라노사우루스를 잡은 자 타이틀이 없다면 NPC와 함께 무려 24시간 동안 검은 숲에서 사냥을 해야 했다. 보통 하루 가능한 플레이 타임이 8시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3일 동안 검은 숲에서 사냥만 해야 한다는 의미. 물론 미다스는 달랐다. “검은 숲으로 가서……." 검은 숲을 지나는 것은 맞지만, 거대 무덤이 아닌 잊어버린 땅으로 가야 하는 그는 다른 이들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방법은 무식하기 그지없었다. “NPC의 안내 따윈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잊어버린 땅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라……." 단서 따윈 없다. 그냥 검은 숲을 싸돌아다니면서 알아서 찾을 것. “럭키야.” 왕! “넌 이걸 어떻게 생각해?” 왕! “뭐라고? 자기가 듣기에도 참 대단한 개소리 같다고?” 왕! 그 사실을 앞에 두고 럭키와 짤막한 콩트를 마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는 잊어버린 땅의 위치를 알려주는 붉은빛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진짜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지.” ‘진짜 이 눈 없었으면 여기서 한 달을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네.’ 미다스의 생각처럼 자신의 눈이 아니었다면 정말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 터. 달리 말하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퀘스트였다. 검은 숲에 들어오고 1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잊어버린 땅 입구에 도착했으니까. ‘게임 난이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올라가고 있어.’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위안을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우려를 품었다. ‘사냥터 찾는 난이도가 이 정도인데, 사냥터 사냥 난이도는 도무지 감도 안 오네.’ 더욱이 플레임 드래곤에 눈이 멀어 당연히 솔로 플레이죠! 라고 부르짖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이성이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은 상태. 내가 왜 그때 그런 소리를 했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르는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자, 얘들아.” 왕! “예, 주인님."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다. “들어가자.” 그 각오 속에서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당신을 가로막습니다.] 갑작스러운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몸이 그대로 정지했다. 의식은 또렷한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 ‘어?’ 그 상황에 당황하는 미다스의 가슴 속에서 밝은 빛이 뿜어졌다. [용의 힘이 알 수 없는 힘을 밀어냅니다.] [당신의 감각이 돌아옵니다.] 이어서 들린 알림과 함께 멈췄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동시에 미다스가 보던 검은 숲의 풍경이 삽시간에 녹음이 가득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잊어버린 땅에 입성했습니다.] 잊어버린 땅. 갓워즈에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무대가 열리는 순간. [잊어버린 땅이 개방됐습니다.] [잊어버린 땅 퀘스트가 활성화됐습니다.] 그 알림 뒤로 잊어버린 땅이 이제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공개됐음을 알리는 전체 알림도 들렸다. [잊어버린 땅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잊어버린 땅을 최초로 발견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타이틀 획득 알림도 들렸다. ‘모든 능력치 150포인트.’ 자연스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이미 파악하고 있던 타이틀 보상이 스쳐 지나갔다. 말 그대로였다. 스쳐 지나갈 뿐, 미다스는 그 사실에 큰 신경을 주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지! 애들아 모두 정지!” 왕?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눈 앞에 펼쳐진 신대륙 초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열대우림, 허나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몬스터다.” 왕? “주인님, 몬스터요?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기 있는 나무, 저 나무 몬스터야.” 나무인 척 위장한 채 멋모르는 먹잇감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몬스터들의 존재가. 트가르, 놈과 같은 식물 몬스터가 바로 이곳 잊어버린 땅을 점령하고 있는 몬스터였다. “후우."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시작했다. “얘들아.” 그리고는 이내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 후에 입을 열었다. “모두 개꿀 빨 준비해야겠다.”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7. 거대 무덤. 본 사우루스들과 플레이어들이 뒤엉킨 그곳에 전체 알림이 왔다. [잊어버린 땅이 개방됐습니다.] [잊어버린 땅 퀘스트가 활성화됐습니다.] 또 한 번 더 새로운 필드가 개방되었다는 소식이. 그 알림을 듣는 순간 거대 무덤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BJ대마도사다.” BJ대마도사가 또 뭔가를 했다! 혼란은 그 후에 찾아왔다. “가만, 그런데 BJ대마도사가 거대 무덤에 온 거야?” “검은 숲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거대 무덤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일단 첫 번째 혼란은 BJ대마도사가 검은 숲에서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럼 거대 무덤에 안 오는 거야?” “젠장, BJ대마도사 올 줄 알고 한 달 내에 졸업도 미루고 필드 조사에 컨디션 관리했는데!” 거대 무덤을 홈그라운드로 삼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홈그라운드 이점이 사라지는 순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버티면서 준비했던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보다 검은 숲에서 사라졌다니, 그렇다는 건 그 잊어버린 땅으로 가려면 검은 숲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잖아?” “퀘스트도 진행해야 해. 퀘스트가 활성화됐다는 알림도 있었으니까.” “그거 깨는데 며칠이나 걸리려나……." 두 번째 문제점은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새로운 필드나, 이벤트 필드를 개방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퀘스트를 깨야만 그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BJ대마도사와 싸우기 위해서는 아직 드러난 적도 없는 퀘스트를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 “일단 검은 숲으로 이동해!” “다들 무조건 거대 무덤 초입, 검은 숲으로 이동하는 거다!” “퀘스트에 제한이 있을지도 몰라! 다른 애들보다 늦게 들어가면 BJ대마도사랑 싸울 기회가 사라져!” 그건 곧 BJ대마도사와 만나고자 하는 단계, 그 단계부터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젠장, 그동안 여기에 어떻게 알박았는데……." 이미 거대 무덤에서 영역을 구축했던 이들 입장에서는 욕지거리가 차오를 일. “잘하면 BJ대마도사 코인 탈 수 있겠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반대로 기회가 오지 않으리란 생각에 단념했던 이들에게는 달콤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BJ대마도사와 한 판 붙고자 하는 이들, 1티어급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예외 없이 전부 검은 숲으로 향했고, BJ대마도사를 앞두고 싸우는 경쟁률이 치솟았다.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결코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었다. “좋아할 일이 아니야. BJ대마도사는 지금 우리보다 먼저 새로운 필드에서 사냥한다는 의미잖아.” “맞아, 이제 우리가 BJ대마도사의 홈그라운드에 들어가는 거라고.” 또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오히려 BJ대마도사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안거리는 하나였다. “에이, 그건 너무 갔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처음 들어가는 사냥터에서 바로 적응할 리가 없잖아?” “맞아.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새로운 사냥터에서 새로운 몬스터 상대로 적응하느라 미치고 있을걸?” “이야기 들어보니까 생존자 길드는 검은 숲에 들어가지 않았다는데, 그럼 이번에도 혼자 들어갔을 가능성이 커. 그럼 아마 탐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거야.” 그 대단한 BJ대마도사도사라고 해도 경험해본 적 없는 미지 앞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8. 끄르르르! 활활 타오르는 거대 나무 한 그루의 비명 소리가 잊어버린 땅, 그 우거진 숲을 뒤흔들었다. 끄르르! 그러한 비명 소리로부터 5백 미터 밖, 골렘 머리 위에 올라 있는 미다스의 귀마저 찌를 정도. [고대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식물 몬스터, 고대 트가르를 처치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린 후에야 비로소 소리는 잦아들었다. 이제는 다시 고요해진 숲.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곳곳에 다른 나무와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감쪽 같이 위장한 고대 트가르들이 보였다. 그 숫자는 굉장히 많았다. “후우."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는 진심으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몬스터 사냥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맨눈으로 고대 트가르를 구분하는 게 불가능한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없겠지만, 미다스는 아니었다. 그의 눈에는 고대 트가르가 어느 녀석인지 보였으니까.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이제 10미터에 이르는, 첨탑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골렘이 있었고, 온갖 장애물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해주는 폴링 스타 스킬도 있었다. 여기에 더 강해진 화력, 풍부한 마력까지 있었다. 지금처럼 골렘 위에서 막강한 화력과 사거리로 고대 트가르가 오기도 전에 재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 ‘아, 미치겠다.’ 그게 문제였다. ‘라이브 방송 중에는 어렵게 잡아야 하는데…….' 이러한 방식의 사냥을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결코 보여줄 수 없다는 것. “주인님.” 그때 실버의 머리 위에 탄 채 미다스와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온 골드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물음에 미다스가 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꿀을 빨면서 겨자 먹는 척 연기를 해야 하거든.” 357화. < 111화. 잊어버린 땅 (3). > 9.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는 아예 기존 사냥터도 건너뛰고 새로운 곳에서 시작한다면서? ㄴ 잊어버린 땅이라고 함. ㄴ 이름부터가 살벌하네. 잊어버린 땅이 열리는 순간, 세간의 관심은 한 가지였다. - 그래서 잊어버린 땅에 어떻게 들어감? 과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무슨 과정을 거쳐야 하나? 그 사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이목이 집중된 곳에 사람들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 지금 거대 무덤에 있던 길드들 전부 검은 숲으로 이동했음. 검은 숲에 뭔가 있는 듯함. 거대 무덤에서 BJ대마도사를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이 앞다투어 검은 숲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들렸다. - 잊어버린 땅 입장 퀘스트 공개됐다! ㄴ 뭔데? 모두가 궁금해하던 것에 답이 나왔다. - 검은 숲의 관리자가 새로 등장했음! 그 관리자로부터 시험을 받으면 됨. ㄴ 시험이 뭔데? ㄴ 검은 숲에서 33시간 동안 생존! 검은 숲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남을 것. - 의외로 쉬운데? - 뭐야, 난 또 보스몹이라도 잡으라는 줄 알았는데, 이거 그냥 개꿀 퀘스트 같은데? - 킁킁, 냄새가 난다. 잊어버린 땅에서 달콤한 꿀냄새가 난다. - 어쩐지 BJ대마도사가 아무런 말도 안 하더라. 딱 봐도 혼자 꿀빨려고 그런 거였네. 그 조건을 본 대부분의 이들은 별거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 퀘스트 파티는 최대 50인까지 가능함. ㄴ 이야, 꿀에 꿀을 더해주네. 이어서 나온 조건은 사람들을 코웃음마저 치게 했다. - 단, 파티원들 중 한 명이라도 사망하면 안 됨. ㄴ 뭐? ㄴ 퀘스트 받는 파티원 중에 한 명이라도 게임오버 되면 그 순간 퀘스트 실패임. 그러나 마지막 조건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 아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냥 도중에 희생자가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 더욱이 검은 숲은 거대 무덤만큼은 아니지만 난이도가 결코 낮은 무대가 아니었다. - 잠깐, 그럼 PK로 당해도 퀘스트 실패라는 거잖아? ㄴ 누가 돈 받고 자폭해서 망칠 수도 있지. 결정적으로 검은 숲에는 사람이라는 아주 믿음직하지 못한 존재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여러모로 검은 숲에 흐르는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인 건 박영준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1티어급 길드들이 동맹을 결성해서 BJ대마도사를 잡으려고 하는 거다.’ 제아무리 대단한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제는 자신을 도와줄 생존자길드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1티어급 길드 동맹과 싸우는 건 버거운 일. 또한 지금 마주한 1티어급 길드들은 헤이즈 길드와 차원이 달랐다. ‘더군다나 지금 BJ대마도사를 노리는 메두사와 붉은 머리, 이 둘은 슈퍼 스타들이고.’ 실력과 배경도 배경이지만, BJ대마도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인기도 충분히 가진 자들이었다. 명분 없는 여론전으로 간다고 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 ‘최대한 사이를 갈라놓는다.’ 이런 상태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해야 하는 건 1티어급 길드들의 사이에 만들어진 균열을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만드는 것. 때문에 검은 숲을 가득 채우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앞에 두고 박영준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 뿌릴 준비해.” “준비요? 뿌리는 게 아니고요?” “준비만 해.” “보도 자료는 뭔가요?” “잊어버린 땅에 가장 먼저 도착한 파티 또는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기회를 준다.” 박영준, 그가 검은 숲에 불을 질렀다. “특별한 기회가 뭔가요?” “BJ대마도사와 소개팅 할 기회.” 아주 제대로 된 기름을. 그렇게 기름을 준비해둔 채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을 기다리던 박영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쳤다. “BJ대마도사가 대답했다. 소개팅하겠다고.” 10. [고대 트가르를 사냥했습니다.] 기꺼운 알림. “아." 그러나 그 알림 앞에서 미다스는 기꺼운 소리보다는 탄식 가득 찬 소리를 내뱉었다. ‘일부러 어렵게 잡는 거, 이거…….' 고대 트가르의 정체를 파악한 이후 미다스는 연습을 시작했다. 자신이 고대 트가르의 정체를 모른다는 가정 하에서 몬스터를 잡는 식의 연습을. ‘설마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이야…….' 그러한 연습 과정은 미다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고대 트가르는 공격력이 매우 강했다. ‘나무줄기 공격 진짜 짜증나.’ 특히 지척에 있는 대상을 제 나무줄기로 휘감은 공격은 무척이나 골치 아팠다. 일단 숫자가 매우 많았다. 한 번에 열 개가 넘는 나무줄기들이 움직이는 건 물론, 그 나무줄기들은 마치 뱀처럼 일사불란하게 표적을 쫓았다. “주인님, 골치 아픈 놈들입니다.” 왕! “나쁜개도 매우 골치 아프다고 말합니다.” 왕! 심지어 럭키와 골드, 그 기동력이 장점인 녀석들조차 도망치기 힘들 정도로 나무줄기의 움직임 빨랐다. 실제로 그 둘 역시 사냥 도중에 몇 번이나 나무줄기에 잡혔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그다음. ‘피흡이라니.’ 그렇게 나무줄기로 표적을 사로잡은 고대 트가르는 HP흡수 스킬을 사용했다. 럭키와 골드 입장에서는 더 골치 아픈 공격이었다. 그 HP흡수 스킬 앞에서는 그 둘이 각각 용의 비늘이나 금강불괴를 써도 무용지물이었으니까. “실버도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선배님. 전 충분합니다.” 특히 실버에게는 쥐약이었다. 덩치가 큰 만큼 결국 다수의 줄기에 묶일 수밖에 없는 녀석은 그만큼 치명적이었으니까. 그나마 셋이니까 이렇게 게임 속에서 이야기라도 하는 거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이었다면 캡슐 밖에서 돼지껍데기에 술 한 잔 기울이면서 했을 이야기였다. ‘여기 오면 다 뒈진다.’ 솔직히 기존의 갓워즈 플레이어들이 생각해온 방식의 사냥법이 통하지 않았다. 갓워즈에서 사냥의 기본은 탱커가 몬스터를 상대로 버텨준다, 라는 기본에서 시작됐으니까. 그렇다고 고대 트가르의 HP나 물리 및 마법 방어력이 약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저번에 상대한 키메라사우루스를 준보스급으로 표현했는데, 고대 트가르는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그 개체수 역시 키메라사우루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많았으며, 결정적으로 맨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했다. ‘여기 난이도 미칠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름 미다스도 어려우리라 예상은 했지만, 잊어버린 땅의 사냥 난이도는 그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 사실 이쯤 되자 미다스는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라이브 방송 건너뛰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해.’ 굳이 어려운 척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말도 안 되는 사고가 터지는 것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빨리 이곳을 공략하고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살짝 배신하는 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걸 감수할 만큼 이곳의 난이도는 최악이었다. 반면 지금 미다스에게는 나름 기회가 왔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소개팅 자리도 마련해줬고.’ 가장 먼저 잊어버린 땅에 오는 이와 소개팅을 하게 된다는 것. 말이 소개팅이지 사실상 이벤트 매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 자리에서 미다스가 그 길드와 같이 협동 방송을 하거나 혹은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식이면 리스크를 감소시키면서 충분히 어필만 하고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역시 믿을 건 사장님뿐이야.’ 여러모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천금 같은 상황.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전제됐다. ‘역시 그냥 퀘스트 깨버리자.’ 누가 오기 전에 그리고 누가 보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잊어버린 땅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해두는 것. ‘상황 보니까, 당장 잊어버린 땅에 올 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시간은 충분해.’ 다행히도 미다스에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위치야 다 알고 있고.’ 그리고 그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능력도 있었다.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얘들아 더 이상 괜한 고생 말고 그냥 뒤에서 대기하고 있어. 주인님이 캐리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미다스, 그가 붉은빛 기둥이 있는 곳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11. 고대 트가르를 디자인하고, 놈들로 열대우림을 가득 채운 인공지능의 목적은 간단했다. 잊어버린 땅을 거니는 것조차 쉬이 용납하지 않겠다. 콰앙! 그러나 미다스는 그 의도를 아주 가뿐하게, 정말 가당찮은 것으로 만들면서 진행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대폭발.” 골렘 머리 위, 그 위에 선 채 압도적인 화력으로 길을 만드는 미다스 앞에서 고대 트가르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끄르르! 단말마를 내지르며 미다스가 거듭 내던지는 어마어마한 마법 포격 앞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 [고대 트가르를 해치웠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달콤한 경험치가 되어버리는 것. “으하하하!” 그 광경 앞에서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즐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 이게 게임이지!” 그저 이 광경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 어쨌거나 덕분이었다. ‘오케이, 저기 있네.’ 어느새 미다스의 눈에만 보이는 붉은빛 기둥과의 거리는 꽤 좁혀진 상태였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살아 움직이는 NPC 같지는 않고…… 일단 가봐야지.’ 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꾸우! 그때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잭팟이 크게 한 번 울음을 내지르더니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붉은빛 기둥이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마치 이곳에 뭔가 있다는 듯이. 그 무언가를 자신이 발견했다는 듯이. 꾸우! 주인은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알아서 모시라는 듯이. ‘이럴 때만 나서네.’ 그 사실에 실소를 지은 미다스가 그대로 골렘 머리 위에서 크게 한 번 도약했다. 이후 바로 바닥에 착지했다. 가뿐하게. 그 모습에 곧바로 아래에 있던 골드가 소리쳤다. “주인님의 멋진 모습에 이 골드, 그저 감탄 또 감탄할 따름입니다.” 왕!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우렁차게 짖는 럭키를 뒤로한 채 미다스가 걸음을 내디뎠고,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석상?’ 엘프 모습의 석상과 그 석상 위에 앉아 제 날개를 가다듬으며 여유를 부리는 잭팟을. 그 순간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곧바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잊힌 자]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세상으로부터 잊힌 자를 발견했다. 깨우기 위해서는 고대 마력의 정수가 필요하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눈이 커졌다, ‘왔다! 드디어 나왔다!’ 그렇게 커진 눈이 향한 건 당연히 숨겨진 퀘스트 보상이었다. 보상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사실 이제까지 몇 번이나 레전더리 에픽 스킬을 얻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것 자체가 아주 특별할 건 없었다. ‘플레임 드래곤이 레전더리 에픽이 되면…….' 특별한 건 300레벨이 되는 순간 미다스가 얻게 될 플레임 드래곤 마법! ‘……다 뒤집어진다.’ 어떤 결과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필시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 모두가 그 사실에 넋을 잃을 터. ‘이거다!’ 당연히 잊어버린 땅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조차도 날아갈 터였다. ‘퀘스트 깨려면 뭘 어떻게 해야지?’ 그 후에야 비로소 퀘스트 공략 방법을 파악했고, 이내 미다스는 고대 마력의 정수라는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나?'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만. ‘분명 고대 트가르를 잡으면 아주아주아주 낮은 확률로 드롭하는 아이템이겠지.’ 그 아이템을 얻는 방식을 바로 유추할 수 있었다. ‘그 놈만 찾아 잡으면 되겠네.’ 미다스에게 있어 이보다 더 쉬운 퀘스트는 없었으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이제야 뭔가 좀 풀리는 기분이네.’ 그 순간 다가온 골드가 미다스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기분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느낌이 좋은 게, 뭔가 아주 제대로 대박이 올 것 같거든.”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두 플레이어가 떠올렸다. ‘가만. 생각해보면 레드 스컬 길드나 고르고 길드가 잊어버린 땅에 먼저 올 가능성이 큰데.......' 붉은 머리와 메두사, 이미 일찍이 자신을 향해 러브콜을 보낸 두 슈퍼 스타들. '......혜린아, 삼촌이 잘해서 사촌 동생 보게 해줄 게.’ 12. 붉은 머리 하니와 메두사 네이. 별 위의 별, 슈퍼 스타 플레이어. 두 여인이 그런 드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실력이었다. 붉은 머리의 경우에는 포스트 검객이란 평가를 지금도 받아올 만큼 근접 딜러들 중에서는 재능과 실력이 남달랐으며, 메두사 역시 라포와 비교될 만큼 전투력이 남달랐다. 그러나 오로지 그 실력 때문에 두 여인이 슈퍼 스타가 된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두 여인이 남다른 외모를 가진 것 역시 컸다. “붉은 머리 님,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붉은 머리 하니의 경우에는 그 별명처럼 붉은 생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마치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떠올리게 할 정도. 보는 순간 활기가 넘치는 미인이었다. “그래, 오랜만이지. 그때 내가 건 PK에서 도망치지만 않았으면 더 일찍 만났을 수 있었을 텐데.” 성격 역시 활기가 넘치다 못해 혈기가 넘칠 지경. “굳이 PK를 붙어야 결과를 아는 건 아니잖아요? 이미 누가 더 나은 지는 결론이 나왔는데.” 메두사 네이는 누가 보더라도 미인, 그것도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기품 넘치는 외모를 가진 미인이었다. 실제로도 메두사 네이는 갓워즈가 등장하기 전부터 유명 모델이었으며, 현재는 자기 이름을 내건 화장품 브랜드와 의류 브랜드마저 가지고 있을 정도. 더불어 붉은 머리와 다르게 매우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상반된 것이 많은 의미. “진짜 언젠가 PK걸어서 그 주둥이를 박살내고 만다.” “그건 썩 이익이 남는 장사는 아니죠. 전 붉은 머리 님이 라이벌 역할을 해주셔서 많은 이익을 남겼거든요.” “이익이 안 되면 진작에 날 저승길로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맞나?”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 사실이 그 둘을 슈퍼 스타로 만든 비결이었다. 팬이란 건 서로 경쟁하는 대상이 있어야 더 뜨겁게, 더 격렬하게 타오르는 법이었으니까. “주둥이로 싸우는 건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가자고.” 달리 말하면 그 둘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물밑에서 적잖게 접촉을 해왔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담합도 했다는 의미. 지금 이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 들었지?” “예, BJ대마도사가 멋진 상품을 걸었더군요.”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1티어급 길드들이 일단 우리들부터 리타이어시키려고 하고 있어. 분명 우리 시간 파악하다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PK 시도가 올 거야." “그렇다고 몸을 사리다가는 기회를 놓치겠죠.” “또한 기회를 잡는다고 해도 솔직히 BJ대마도사 상대로 덤벼드는 건 좀 그렇잖아?” “쉽지 않은 상대죠. 말도 안 되는 괴물이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할래? 여기서 결판을 낼래, 아니면 손 잡고 같이 BJ대마도사 만나러 갈래?” 역사적인 기회를 눈앞에 두고 두 여인은 서로 싸우다가 그 기회를 놓치고픈 생각이 없었다. “일단 잊어버린 땅으로 가고, BJ대마도사랑 소개팅 기회를 잡은 후에 결판을 내자고요.” “의견이 맞았군.” 오히려 반대, 그 둘은 오히려 기꺼이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좋아, 그럼 BJ대마도사 대가리를 박살내러 가보자고.” “예, 확실하게 박살내자고요.”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두 슈퍼 스타가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358화. < 112화. 소개팅 (1). > 1. -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잊어버린 땅에 관련해서 공지 올렸다! ㄴ 짧게 요약해봐. ㄴ 가장 먼저 잊어버린 땅에 오는 사람한테 BJ대마도사를 소개팅 시켜주겠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떡밥을 던졌을 때 첫 반응은 대부분은 똑같았다. - 소개팅? BJ대마도사가 소개팅을 한다, 그 원초적인 표현에 주목했다. - 드디어 BJ대마도사 솔로 탈출하는 거임? - 이야, 라이징 스타 채널 복지 끝내주네. 사내 직원들 위해서 소개팅도 해주다니. - 만약 그럴 일은 없지만, 정말 그럴 일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BJ대마도사 솔로 탈출시키는데 성공하면 라이징 스타 채널은 워즈튜브 접고 소개팅 업체로 가야지. - 라이징 스타 채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BJ대마도사 협박 때문에 했다는 게 학계 정설이던데? BJ대마도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표현이었으니까. 물론 그 내용을 문자 그대로의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첫 반응이 그러할 뿐, 그다음부터는 모두가 진지하게 이번 떡밥을 받아들였다. -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소개팅을 해준다는 건 아니지? ㄴ 말이 소개팅이지, 만나서 이벤트 매치나 그런 걸 논의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겠지. ㄴ 장난기 빼고 이야기하면 이거 진짜 엄청난 기회지. 헤이즈 길드 봐봐. 별거 한 것도 없는데 BJ대마도사랑 같이 방송했다는 이유로 요즘 주가 잘 오르잖아? ㄴ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서 앞으로 이름값이 달라지는 거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BJ대마도사와의 미팅이 엄청난 이벤트의 시발점이 되리란 걸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까. 자연스레 세상의 관심은 하나로 좁혀졌다. - 그래서 누가 소개팅 자리에 나오려나? 과연 BJ대마도사의 소개팅 상대가 누가 될 것인가? 그 관심을 품은 이들의 이목이 검은 숲에 집중되었고, 그에 호응하듯 검은 숲에서는 여러 사건사고들이 터졌다. - 속보다! 랄 길드랑 영원 길드가 …붙었다! - 로쉬 길드 당했다! 퀘스트 실패! 다시 시작임!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PK당했다! - 와, 벌써부터 서로 죽고 죽이네. - 1티어급 길드들이 서로 이렇게 물어뜯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그동안은 보기 힘들었던 사건 사고들이. - 그래, 이래야 갓워즈지. - 예전 생각나네. 다 싸워라! 그 사실에 보통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반대로 열광할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BJ대마도사가 기어코 독을 탔군.” 멀린, 그가 그러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지금 상황을 바라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10대 길드 자리를 걸지 않았을 텐데……."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의 목에 10대 길드 자리라는 현상금을 건 건, 그들이 그 엄청난 현상금에 눈이 돌아가서 BJ대마도사를 물어뜯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BJ대마도사를 물어뜯기 전에 1티어급 길드들이 서로 물어뜯는 상황. “설마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이야……."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이긴 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새로운 필드를 발견할 때는 기본적으로는 다음 사냥터에 이동한 후. 지금 잊어버린 땅처럼 다음 사냥터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이걸 예상했다면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여기까지 왔을 리 만무. “상관없어요.” 하지만 멀린과 달리 엠마는 꽤 담담했다. 연기가 아니었다. “상관없다고?” “애초에 10대 길드를 내걸었을 때 1티어급 길드들이 손을 잡을 일은 없었어요. 서로 피 튀기는 경쟁은 당연히 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이게 나아요. 정말 승산을 가진 이들은 이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선택지를 고를 테니까요.” “승산이라면…… 고르고와 레드 스컬이겠군.” “이미 붉은 머리와 메두사가 만나서 합의를 끝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엠마의 그 말에 멀린은 표정을 살짝 풀었다. “그 둘이 손을 확실하게 잡았다…… 그럼 이야기는 다르지.” 분명 두 길드 그리고 두 슈퍼 스타의 동맹은 BJ대마도사를 잡아먹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대체 어떻게 얻는 거지? 그 둘이 손을 잡았다는 건 극비일 텐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표면상 붉은 머리와 메두사는 지독한 라이벌 관계, 그런 그 둘이 물밑에서 손을 잡았다는 의심은 할 수 있을지언정 확실한 정보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타당한 의문이었고, 그 의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어려울 건 없죠, 두 길드에 최근 칭화 그룹이 아주 큰 투자를 약속했으니까요.” 그 대답에 멀린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아니라 셋이 손을 잡았군.” 그런 멀린의 표정은 어느 정도 풀려 있었다. “BJ대마도사가 한 번에 그 셋을 어떻게 상대할지, 이제는 그게 궁금해지는군.” 이어진 물음에 엠마가 말을 이어갔다. “쉽진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지금 BJ대마도사는 잊어버린 땅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고 있어요.” 그 대답이 엠마가 표정이 담담한 또 다른 이유였다. “그의 성격이라면 쇼맨십을 위해서라도 라이브 방송을 하고도 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냥 영상 하나 올리지 않는 걸 보면…… 보여줄 만한 그림이 아니라는 거겠죠.” 언제나 압도적인 모습만을 보여줘야만 하는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야 뻔할 뻔 자. “심지어 실버의 새로운 몸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마저 한 상태잖아요?” “BJ대마도사가 고생 중이라 이거군.” 그 대목에서 이제는 멀린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사냥하는 꼴이 갑자기 정말 보고 싶어지는군." 2. [고대 마력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아, 빌어먹을.” 퀘스트 아이템을 확보하는 순간 미다스가 인상을 사납게 찌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줄이야.” 불만의 이유는 퀘스트 진행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왕! “그래, 럭키야. 이 게임 너무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1시간이나 걸리다니!” 물론 우스갯소리였다. “나니까 1시간이지,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아마 3박 4일은 기본 잡고 들어갔을 거야.” 왕! “진짜 게임을 뭐 이딴 식으로 만들어? 응? 나는 괜찮지만, 다른 플레이어들도 생각 좀 해야지! 안 그래?” 왕! “응? 뭐라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는데 고작 1시간이 걸린 사실에 진심으로 불만을 가질 리 만무. 왕! “주인님 경쟁자들이 엿 먹게 될 걸 상상만 하니까 미소가 절로 나온다고? 럭키, 요놈. 아주 심보가 검구나!” 왕! 불만은커녕 너무 신이 나서 럭키와 콩트를 멈추지 않을 지경. ‘이제 퀘스트 공략하고, 300레벨만 찍으면 된다.’ 더 나아가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소개팅 준비는 끝.’ 엄청난 스펙업도 스펙업이지만, 그 스펙업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만점 받을 자신감을 품은 채 수능 날짜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했다. 두려움보단 설렘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일. “이 쓰레기 같은 퀘스트 빨리 해치워버리자.” 때문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본래 있던 석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석상에 도착한 후에는 바로 인벤토리에서 획득한 고대 마력의 정수를 꺼냈다. [고대 마력의 정수] - 등급 : 레전더리 - 효과 : 고대 트가르 중 극히 일부만이 가지고 있는 정수다. 강력한 마력으로 잠든 상대를 깨울 수 있다. 대상에게 뿌려보자. 이후 아이템 설명을 따라 정수를 석상에 뿌렸다. 끼기긱! 그 순간 석상에서 돌과 돌이 부딪치는 소리, 소름 돋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석상의 눈과 입. 끼기긱! 돌처럼 딱딱하게 닫혀있었던 눈과 입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대는 누구인가?” 이어서 나온 목소리에 미다스는 곧바로 대답했다. “미다스라고 합니다.” 짤막한 소개, 그 소개 앞에서 석상의 돌로 만들어진 눈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미다스를 훑어봤다. 그 후에 석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알가마스라고 한다. 일단 나를 깨워준 은인에게 사례를 하고 싶다.” 사례, 그 두 글자가 미다스가 함박웃음으로 지으며 말했다. “사례를 받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닙니다. 너무 크게 마음에 두실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겉으로는 사례를 극구 사양하는 모습. ‘빨리, 빨리!’ 물론 속으로는 이미 사례를 제대로 받아먹을 준비 정도가 아니라 이미 김칫국을 배터지게 마신 상황. “아니다. 은혜를 갚아야 다음 부탁을 할 수 있는 법.” 어쨌거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NPC알가마스는 자신을 깨워준 미다스에게 사례를 해주었다. 푸홧! NPC알가마스의 근처에서 흙이 솟구쳤다. 끄륵! 그리고 흙이 솟구친 자리에 돌로 만들어진 어린 아이 크기의 두꺼비가 등장했다. 끄륵, 끄륵! 그렇게 등장한 돌두꺼비가 속을 게워내는 듯한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이내 무언가를 뱉어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 개봉 시 소유한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진화시킬 수 있다. - 339레벨 이상 사용 불가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잽싸게 스킬 카드북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이고,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그리고는 속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것으로 빚이 사라졌으니, 다시 한 번 더 빚을 지고 싶다.” 그런 미다스에게 NPC알가마스가 말했고, 그 말에 미다스는 표정을 바꾸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그건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의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가 쉬우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려운 게 나올 거야.’ 필시 잊어버린 땅에 어울리는 매우 높은 난이도의 퀘스트가 나올 터. “이곳은 세상이 잊어버린 땅. 그럼에도 이곳에 왔다는 건 필시 용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그리고 그 용의 힘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이겠지.”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자유를 찾아주면, 자네가 찾고자 하는 걸 찾아주지.” 그 말에 미다스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알가마스 님이 자유를 되찾으시려면 무슨 방법이 필요합니까?” “고대 트가르의 심지가 필요하다.” 그 순간 미다스의 눈이 잽싸게 켜놓은 인벤토리창을 향했다. [고대 트가르의 심지 X 44] 그리고는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는 아이템을 확인한 후에 곧장 물었다.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1천 개.” 그 대답에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계산이 시작됐다. ‘보통 3마리 당 1마리 꼴로 나왔어. 내 입장에서는 아이템 가진 놈만 잡으면 되기는 하지만…….' 계산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쉽지 않다.’ 정말 혀를 내두를 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적잖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퀘스트였으니까.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조만간 있을 소개팅을 해야 할 예정, 그 전에 준비를 끝내야 했다. '쯧.'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일. “그 심지를 모아 내 주변에 쌓아두고 불을 붙여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때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알가마스의 자유]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알가마스의 부탁을 들어주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알가마스의 망토 !퀘스트 완료 시 ‘드래곤 레어’ 진행 가능 ‘다음 퀘스트는 드래곤 레어라고?’ 그것을 본 미다스의 머릿속에 더 이상 계산 따위는 하지 않은 채 바로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당장 애들을 몰고 가서 고대 트가르 뚝배기를 깨고 오겠습니다! 알가마스 님의 자유를 위하여!” 3. 프로들의 세계는 러닝머신 위와 비슷하다. 미친 듯이 달려야지 그나마 그 자리라도 지킬 수 있는 곳. 갓워즈라고 다를 건 없었다. 갓워즈를 플레이하다보면 정말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는 했다. 좋은 스킬이 나와서, 좋은 아이템이 나와서, 좋은 파티원들을 많아서. 대부분은 그런 상황을 그냥 즐겼다. 평소와 다르게 사냥하는 게 편하고, 레벨도 쑥쑥 오르고 아이템도 잘 나오는 상황을 마음껏 누렸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런 맛이 있어야 게임도 재미가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프로 플레이어들이라면 달랐다. 상황이 좋아졌다? 그럼 한 번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보자, 끝을 봐보자. 지금 미다스가 그러했다. “후우." 골렘 위에 올라선 미다스가 짧은 심호흡과 함께 손에 들린 농구공 크기의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이 크나큰 포물선을 그리며 머나먼 거리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100미터에서 더 멀리, 200미터를 지나 그 이상. 퍼엉! 이윽고 500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지난 후에야 비로소 12미터, 고대 트가르의 몸에 닿았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사거리.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우!" 미다스는 빠르게 손에 든 파이어볼을 재차 던졌고, 이어서는 아이스볼을 던졌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라이트닝 스피어.” 곧바로 캐스팅을 다시 했고,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거의 예비 동작 없이 마법을 던졌다. 콰앙!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마법들은 다가오는 고대 트가르의 몸을 빠짐없이 두드렸다. 콰앙! 심지어 놀랍게도 그중 상당수는 고대 트가르의 머리에 있는 황금빛 과녁을 두드렸다. 예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명중률. 미다스, 그가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한 결과물이었다. ‘명중률 74퍼센트.’ 그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은 놀라웠다. ‘80퍼센트 이상 끌어올린다.’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이번 기회에 내 사거리를 늘리는 거다.’ 그런 미다스의 모든 오감은 그 노력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대 트가르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끊임없이 포격 훈련을 거듭할 무렵, 귓속에 알림 하나가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300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300레벨! 그 알림 앞에서만큼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미다스의 몸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감격, 그 두 글자가 미다스의 온몸을 옭아맸으니까.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상태에서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바로 대답했다. “예." 그 순간 골렘 위에 올라선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등장했다. 형형색색, 모두 같이 화려한 빛을 내뿜으면서. 최소 레어 등급 이상, 심지어 레어 등급보다 유니크 등급 카드를 뜻하는 붉은빛이 더 많았다. 물론 미다스의 시선은 그런 붉은빛조차 주지 않았다. ‘황금, 전설의 황금 카드…….' 황금향을 쫓았고, 이내 미다스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그 순간이었다. “어?” 갑자기 놀라는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고, 그러다 발이 미끄러졌다. “어!” 이윽고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미다스의 몸이 골렘 아래로, 그대로 땅 위로 추락했다. 쿵! 아주 거센 소리와 함께. 왕!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누구냐? 감히 누가 우리 주인님을 공격한 것이냐?” 그 순간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럭키와 골드가 기겁하며 미다스에게 다가왔다. 그만큼 거센 충격. 당사자 입장에서는 짜증과 분노가 솟구쳐야 마땅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미다스는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오히려 얼빠진 표정만을 지은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블래스터도 나오다니……." 359화. < 112화. 소개팅 (2). > 4. 갓워즈에서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300레벨에 배울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은 스킬은 두 가지가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과 블래스터. 이중에서 인지도나 인기가 높은 건 당연히 플레임 드래곤이었다.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다.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등장하고, 그 마법진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드래곤이 나오는 순간 감탄 역시 절로 나왔으니까. 데미지도 압도적이었다. 현재까지 등장한 400레벨 이하 몬스터들 중에서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고 마법진을 뛰쳐나와 전장을 헤집는 플레임 드래곤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희소했다. 플레임 드래곤 스킬을 가진 자는 미국 파워볼 당첨자 숫자보다 적을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불사조 대신 닭 취급 당하지.’ 플레임 드래곤과 블래스터는 꿩 대신 닭 이상의 취급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불사조 요리 대신 닭을 더 자주 먹고.’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블래스터가 때때로 더 높은 평가를 받고는 했다. ‘불사조는 먹기가 아까우니까.’ 일단 플레임 드래곤 스킬은 쿨타임과 캐스팅 시간이 너무 길었다. 쿨타임 감소 셋을 착용해도 쿨타임은 1시간 이상. 캐스팅 속도 셋을 착용해도 최소 5분 이상의 캐스팅 타임을 요구했고, 그래서 대부분은 메모라이즈로 미리 저장해두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일반 전투에서 쓰기에는 애매했으며, 보스전에서도 한 번, 마지막에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먹을 때 조심해야 하고.’ 동시에 너무 강했다. 자칫 잘못 사용했다가는 적은 물론 아군까지 단숨에 해치울 정도. 반면 블래스터는 정반대였다. ‘반대로 닭고기는 조리도 쉽고, 빠르고, 간편하지.’ 짧은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에 비해 강력한 데미지를 가진 건 물론, 사용이 매우 간편했다. 빔 공격답게 초목이나, 돌 따위는 그냥 그대로 관통해버렸으니까. 공격 속도도 매우 빨라서, 일단 제대로 조준을 마치면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그만큼 명중시키기는 쉬웠다. 언제든 원할 때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닭고기 같은 스킬인 셈. 그런 이유로 두 스킬을 두고 논쟁이 붙으면 그 불은 생각보다 쉽게 꺼지지 않았다. 물론 그 논쟁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뭐, 어차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쓰면 되는 거지만.’ 아즈모 가라사대, 그럼 둘 다 가지면 되잖아? [플레임 드래곤]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플레임 드래곤을 소환하는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낸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플레임 드래곤의 활동 시간이 늘어난다. [블래스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그 어떤 방해물도 막지 못하는 강력한 빔 공격을 날린다. “크으.”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스킬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진한 미소를 지는 이유였다. ‘끝내준다, 끝내줘.’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스펙업이 끝난 순간. 더욱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에 골렘도 하나 더 추가됐고.’ 골렘의 진리 스킬 효과에 따라 300레벨이 미다스가 소환 가능한 골렘 숫자는 이제 한 마리 더 늘어났다. ‘가만, 플레임 드래곤도 소환이잖아? 그럼 한 마리 더?’ 여기에 미다스가 가진 원모어 효과로 플레임 드래곤이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등장할 터. 결정적으로 미다스에게는 그게 남아있었다. ‘그럼 레전더리 에픽으로 마무리 해보자.’ NPC알가마스로부터 받은 스킬 카드북, 미다스가 인벤토리에 꼭꼭 숨겨놓았던 그 스킬 카드북을 바로 개봉했다. 그리고 등장한 화려한 에메랄드빛 속에서 미다스는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스킬 효과 : 플레임 드래곤을 소환하는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낸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플레임 드래곤의 활동 시간이 늘어난다. 모든 활동을 마친 플레임 드래곤은 강력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잠시 그대로 굳었다. 굳은 채로 상상했다. 등장한 플레임 드래곤이 실버와 함께 어우러지며 전장을 헤집다가 이내 폭발하면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광경이. 헥헥! “주인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그 광경에서 굳건하게 남아있는 골드와 럭키의 모습이.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고민은 이제 하나였다. ‘소개팅 상대가 누구인지만 정해지면 돼.’ 소개팅 상대가 정해지는 것.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행복했던 미소가 사라졌다. ‘문제는 지금 소개팅 전쟁 중이라는 거지만.’ 미소를 지우며 미다스는 검은 숲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떠올렸다. 5. - 검은 숲 지금도 시끄러움? ㄴ 말도 마. 지금 BJ대마도사랑 소개팅 하고 싶어서 다들 전쟁 중임. ㄴ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잊어버린 땅 입성을 위해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는 상황. - 캬! 요즘 라이브 보는 맛이 남다르네. - 역시 강 건너 불구경이 최고지! - 팝콘 살살 녹는다! 그리고 그 상황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무렵. - 대박 사건! 고르고 길드 라이브 방송 중에 사고 터졌다! ㄴ 뭔데? ㄴ 레드 스컬 길드가 고르고 길드 공격함! ㄴ 뭐라고? 리얼? ㄴ 라이브 방송 도중에 공격당했어! 증거 빼박! 그 무렵에 터진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충돌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는 수준을 넘어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애초에 갓워즈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들 중 하나였던 두 길드. - 이미 고르고 길드원 한 명 죽음! ㄴ 맙소사, 그럼 고르고 길드는 다시 시작하는 거잖아? ㄴ 다시 시작은 무슨, 이제부터 고르고 길드가 레드 스컬 방해하려고 지랄을 하겠지. ㄴ 그냥 지랄 정도가 아닐 것 같은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와의 소개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전쟁 아님? 그런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회성 충돌이 아니었다. - 고르고 길드가 공지 띄웠음. 레드 스컬 조질 건데 방해하는 놈들은 같이 조지겠다고. - 붉은 머리가 바로 라이브 방송으로 대답함. 이번에 메두사를 잡고 별명 헤라클레스로 바꿀 거라고. ㄴ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페르세우스 아님? 사생 결단. 두 길드가 그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그 순간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설마 여기에 숟가락 올리려는 병신은 없겠지? - 이 싸움에 끼어 들었다간 진짜 골로 간다. - 고래 싸움에 새우가 끼면 등껍질 벗겨지고 바로 한 끼 간식 꼴 나는 거지. 그 둘의 전쟁에 그 어떤 개입도 불가능하리라고. “와, BJ대마도사 소개팅 때문에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전쟁을 하네.” 그 속보에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 역시 떠들썩해졌다. “BJ대마도사가 장난 아니긴 장난 아닌 모양이야. 설마 이 둘을 제대로 싸우게 만들 줄이야.” “BJ대마도사 매력이 대단하네.” “당연히 대단하지. 지금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 중 한 명에다가 현실에서도 엄청난 부자인데. 거기다가 솔로잖아?” “아니, 그런데 솔로인 거 확실해?” “이 정도까지 유명해졌는데 이렇다 할 열애설이나 예전 연인이었다는 글 안 올라오는 거 보면 진짜 솔로겠지.” “그러네.” “어쨌거나 대단하다, 대단해. 갓워즈에 이 둘을 싸우게 만드는 건 BJ대마도사가 유일할 텐데.” BJ대마도사의 명성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물론 박영준의 생각은 달랐다. ‘둘이 손잡았군.’ 박영준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이게 두 길드의 수작질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 애매하지.’ 두 길드, 그것도 1티어급 길드들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을 차지하는 유명 길드가 사생결단을 벌이는 상황에서 끼어드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 ‘플레이어가 죽은 건 연출일 테고.’ 더욱이 표면상으로 고르고 길드는 파티원 사망으로 인해 사실상 이번 레이스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당장 고르고 길드를 견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 ‘50인 파티 구성을 두 길드가 25인씩 나눠서 했겠지.’ 허나, 박영준은 그마저도 꿰뚫어 봤다. ‘남은 25명은 연출용이고.’ 잊어버린 땅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검은 숲에서 50인 파티가 33시간 동안 단 한 명의 게임오버도 당하지 않고 생존하는 것. 여기서 핵심은 50인 파티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박영준의 말처럼 고르고 길드에서 25명, 레드 스컬 길드에서 25명씩 50인 파티를 구성해도 상관없었다. ‘피 튀기는 전쟁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제3자의 시선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쟁으로 보일 터. 물론 이후 이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두 길드는 세간으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을 터였다. ‘소개팅을 위해선 뭐든 하겠다, 이거군.’ 달리 말하면 그만큼 BJ대마도사의 소개팅이 중요하다는 의미. 동시에 그 둘이 동시에 BJ대마도사를 상대할 생각이라는 의미였다. ‘쉽지 않겠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마어마한 적이 등장한 상황. ‘그 둘이 그저 단순히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고 이렇게까지 수를 던질 리 없어. 필시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면서 메리트를 제공한 이가 있을 거야.’ 그리고 박영준이 보기에 그 둘만이 꾸민 일이 결코 아니었다. ‘내 깜냥으로 어떻게 될 일이 아니야.’ 그렇기에 박영준은 이 상황 앞에서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BJ대마도사도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법을 강구할 터. 그럼 BJ대마도사에게 판단을 맡긴다.’ 이건 BJ대마도사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박영준조차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놀랍고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왔던 바. 이번에도 그의 판단은 박영준의 판단보다 나을 터였다. 오히려 이쯤 되면 박영준 역시 궁금했다. ‘과연 지금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6.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어휴.” 인벤토리를 채운 아이템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가 푸욱,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미다스에게서는 30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지금 검은 숲에서 일어나는 BJ대마도사 쟁탈전이었다. ‘젠장, 분위기 살벌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솔직히 미다스는 이 정도까지 경쟁이 치열하리라 예상하진 못했다. 특히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자신 때문에 싸우게 될 줄은 감히 상상도 못한 바. ‘이거 위험해.’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자신 때문에 두 유명 길드가 부딪친 것부터가 미다스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누가 이기든 간에 양측의 피해는 클 테고, 결국 그와 관련된 이들 중 일부는 미다스를 탓할 터. ‘둘 중 하나랑 하는 게 베스트인데…… 이러면 나가리지.’ 그리고 정황상 두 길드는 잊어버린 땅 입장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즉, 소개팅 상대에서 제외라는 의미. 다른 곳도 아니고 각각 1억 명이나 되는 시청자를 동원할 티켓 파워를 가진 둘이 소개팅 후보에서 제외되는 건 미다스나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었다. ‘그보다 이렇게까지 해서 소개팅 자리 오시면 대우가 섭섭해서는 안 돼.’ 결정적으로 그 둘의 전쟁으로 인해 BJ대마도사의 소개팅 자리가 너무 값진 자리가 됐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소개팅 자리에 온 플레이어를 상대로 그저 인사나 하고, 우리 고대 트가르나 잡아보면서 데이트나 해볼까요? 하는 수준에서 끝낼 수는 없는 일. 적어도 그들이 노력한 만큼 미다스도 기꺼운 선물과 대접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드래곤 레어 정도는 데려가줘야 할 텐데…….' 소개팅 이후 데이트 장소로 끝내주는 곳을 데려가줘야한다는 의미. ‘아까운데…….' 미다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필시 드래곤 레어에 값비싼 아이템이 넘칠 것이 자명한데, 그곳을 데이트 코스로 삼는다? 최소한 맛난 거 하나쯤은 데이트 상대의 입에 살포시 넣어주는 게 매너이자, 예의. ‘젠장.’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일이 이상하게 풀리면 드래곤 레어를 소개팅 상대랑 나눠 먹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단 퀘스트부터 깨놓고 보자.’ 당연히 NPC알가마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미다스의 발걸음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왔군.” 이윽고 다시 NPC알가마스를 마주한 미다스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주변으로 그가 했던 부탁대로 고대 트가르의 심지를 뿌렸다. 1천 개의 손가락 크기의 나무 파편들이 NPC알가마스의 주변을 가득 채웠다. “파이어볼.” 그 후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꺼낸 후 그 심지를 향해 가볍게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강렬한 소리와 함께 트가르의 심지가 활활, 푸른빛의 연기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러한 불길은 미다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거셌다. 화르르르! 불길의 높이가 30여 미터에 이를 정도로! 그 강렬한 불길 속에서 NPC알가마스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NPC알가마스를 덮고 있던 돌이 녹아내렸다. 그것을 보며 미다스는 걱정이 들었다. ‘이대로 타 죽는 거 아니야?’ 이 불길 속에서 과연 NPC알가마스가 무사할 것인가, 하는 걱정. 그때 불길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도다.” 이윽고 온몸의 자유를 되찾은 NPC알가마스가 불길 속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놀라운 건 쉼 없이 타오르는 불길 속임에도 NPC알가마스의 조금의 그을림도 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맙소사.’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알가마스의 망토] - 등급 : 레전더리 에픽 - 착용 가능 레벨 : 300레벨 이상 - 알가마스의 망토다. 레드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착용자의 마력을 흡수하면 화염으로부터 강력한 저항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지력 +751 - 마력 +831 - 마법 공격력 +30 - 마법 방어력 30퍼센트 증가 - 상태 이상 저항력 50퍼센트 증가 - 화염 공격에 피격 시 체력 대신 마력이 소모된다. 알가마스가 착용한 로브의 말도 안 되는 옵션이. 말 그대로였다. ‘화염 공격 당하면 마력부터 소모한다고?’ 조건부이긴 하지만 화염 공격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아이템은 이제껏 존재한 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염 계열 마법사들이 보면 입에 거품 물겠네.’ 특정 직업군에서는 아니, 이게 게임이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아이템이었으니까. ‘가만, 이번 퀘스트 보상이 이거 아니었나?’ 그때 미다스의 사고가 퀘스트 보상에 이르는 순간, 온몸의 자유를 되찾은 NPC알가마스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미친 듯이 치솟던 불길이 그대로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유를 되찾아주어서 고맙다.” 이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NPC알가마스. “그러니 이제는 은혜를 갚을 때. 내게 원하는 게 있는가?” “입고 있는 그 로브……." 그 질문에 그 로브 주시면 안 될까요? 라는 대답을 내뱉으려던 미다스가 간신히 대답을 삼켰다. ‘어차피 그냥 줄 텐데, 달라고 하지 말자. 아는 척하는 것도 웃기는 거고.’ 내가 아이템 보는 눈이 있는데, 당신 로브 보니까 끝내주더라. 그러니까 내놔, 어차피 퀘스트 보상으로 준다고 했잖아? 내가 다 봤어, 라고 말하면 NPC알가마스가 그러지 뭐, 하고 줄 리가 만무. 그건 너무나도 비상적인 경우였다. “……가 참 멋지시네요. 아, 저는 이 지도가 가리키는 곳을 알고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지금 나와야 할 단어는 로브가 아니라 지도였다. “지도?” 이내 미다스가 지도를 꺼내는 순간, 그 순간 NPC알가마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드래곤의 둥지를 표시한 지도가 남아있다니, 놀랍군.” 그리고는 미다스를 바라보며, 더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가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더 놀랍고.”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알가마스가 설명을 이어갔다. “드래곤이란 신을 먹어 치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게 이곳이 잊어버린 땅이 된 이유다. 그 어떤 신도 자신을 위협할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곳을 세상이 기억하기를 원치 않을 테니까.” 신이 용납지 않는 땅이라는 의미. ‘난이도 장난 아닐 것 같다.’ 그 설명에 미다스는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드래곤 레어의 공략 난이도를 상향 조정했다. “물론 자네도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각오를 마치고 있게 왔을 터. 괜한 조언 따위는 하지 않겠네. 약속대로 위치를 알려주지.” 그때 NPC알가마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가 입고 있는 망토가 제 스스로 움직이며 NPC알가마스에게서 떨어져 나오더니 이내 미다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보상에 미다스가 감격에 벅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알가마스의 망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휙! 그러자 알가마스의 망토가 뒤로 빠지며 미다스의 손을 잽싸게 피했다. ‘응?’ 그 광경에 미다스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망토를 잡기 위해 몇 차례 손을 뻗었다. 휙, 휙! 그러나 알가마스의 망토는 어림도 없지, 라는 듯 그런 미다스의 손을 유유자적 피해냈다. 결국 잡는 거 포기한 미다스가 NPC알가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얘 어떻게 잡죠?” 그 의문에 NPC알가마스가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망토는 안내인일 뿐이다.” “안내인이요?” “지도가 있되, 설명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NPC알가마스의 말에 화답하듯 망토가 스윽스윽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움직였다. ‘아.’ 그제야 비로소 보상으로 알가마스의 망토를 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한 미다스가 나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미다스에게 NPC알가마스가 말을 건넸다. “안내만 할 뿐, 드래곤의 둥지로 들어가는 건 자네의 몫.”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어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드래곤 레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알가마스의 망토를 따라 드래곤 레어, 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 퀘스트 보상: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거대 무덤’ 진행 가능 !알가마스의 망토가 훼손되지 않고 공략 시 추가 보상 및 ‘알가마스 망토가 인정한 자’ 타이틀 지급 !알가마스의 망토가 인정한 자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33) 지급 !추가 보상 : 알가마스의 망토 “단지 조언을 하자면 단단한 각오와 준비를 하게. 이곳이 왜 잊어버린 땅이 됐는지 기억하게. 이곳에 있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자가 있다는 것을.” 그 퀘스트창과 함께 나온 NPC알가마스의 조언에 미다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안전빵으로 가자.’ 드래곤 레어 공략은 소개팅 상대와 함께 깨자고. 360화. < 112화. 소개팅 (3). > 7. - 오늘이 4일 차지? - 33시간이라니까 오늘 BJ대마도사 소개팅 상대가 정해지겠네. BJ대마도사 소개팅 자리 쟁탈전이 시작되고 4일 차가 됐을 때, 드디어 세상이 궁금해하던 BJ대마도사의 소개팅 상대가 정해졌다. - 속보! 지금 고르고 길드가 잊어버린 땅에 들어갔다! - 뭐지? 왜 레드 스컬 길드가 같이 있지? - 메두사랑 붉은 머리 투샷, 이거 리얼임?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 - 서로 싸우느라 리타이어 한 거 아니었어?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 사실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에게 두 길드의 대표인 붉은 머리 하니와 메두사 네이가 답했다. “BJ대마도사를 만나기 위해서 손을 잡았어요.” “본선에는 오르고 생각해봐야지. 최소한 BJ대마도사 얼굴은 봐야하지 않겠어?” 미안해요, 사실 그거 다 연기였어요, 라고. 그건 분명 그들의 전쟁에 진심을 담아 응원을 하던 이들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법한 일이었다. - 우와, 개쩐닷! - 나 지금 소름 돋았음! - 그러니까 지금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고 둘이 손잡은 거임? - 여러분, BJ대마도사랑 소개팅하려면 이 정도 반전은 준비하셔야죠. 그러나 세간의 반응은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반발 여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 아니, 지금 이게 좋아할 때임? 개수작 부린 거잖아? - 결국 쇼한 건데 좋다고 박수 치는 메두사빠들 수준 보소. - 붉은 머리 실망이다, 언제부터 붉은 머리가 이렇게 뒤로 손잡고 그랬냐? 날 선 비난과 비판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 응, 그것보다 BJ대마도사랑 소개팅이 더 중요해. - 꼬우면 니들도 하든가! - 킁킁, 스마트폰 너머에서부터 안티팬들 냄새 솔솔 나네. 하지만 그 둘이 가진 어마어마한 팬덤에서 나오는 충성심은 그런 반발여론을 집어삼키는데 부족하다 못해 넘쳤다. - 까놓고 말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이 운이 좋군, 하면서 BJ대마도사 만나는 것보단 둘이 만나는 게 낫지. - 아무렴. 애매한 애들이 BJ대마도사 만나봤자 그냥 게스트로 출연해서 얼굴 비추고 끝날 텐데,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콜라보해서 붙으면 차원이 다르지. 벌써부터 시청자 1억 명 소리 들리는 거 안 보임? 무엇보다 BJ대마도사를 만나기 위해 라이벌이었던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후 있을 이벤트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높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 어, 잊어버린 땅에서 사냥 좀 하려는 모양인데? - 여기서 방송 안 끄고, 파티 플레이 실력 좀 보여주려는 건가? 그러한 세간의 기대감에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잊어버린 땅 사냥 라이브 방송으로 대답했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서. - 역시 뭔가 아네. - 두 라이벌이 손을 잡다니, 이거 드림팀 아님? - 것도 그런데 대체 잊어버린 땅이 얼마나 대단하지 보자. 이쯤 되면 불만을 가졌던 이들조차 그 두 길드의 라이브 방송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일. 그 덕분에 세상은 알 수 있었다. - 고대 트가르? 난이도 뭐 이래? - 미친, 여길 사냥하라고? - 와, 이게 게임이냐? 잊어버린 땅이 그들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지랄 맞다는 것을. 8. 쉬익! 자신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오는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를 잘라낸 네이가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쳤다. “원거리 딜러들 뭐해! 딜 안 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머리 위로 광선 한 줄기가 그대로 지나갔다. 블래스터. 그 섬광이 지나가는 순간 네이의 양 옆으로 거대한 뱀 두 마리가 잽싸게 지나가더니 그대로 고대 트가르의 몸을 사슬처럼 휘감았다. 쩌적! 그러자 고대 트가르의 몸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1티어급 신수 요르문간드, 보통 몬스터들이라면 이대로 온몸이 부스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공격이었다. 최소한 움직임 정도는 느려져야 마땅한 공격. 비명 정도는 쥐어짜내야 하는 공격. 쿵! 그러나 고대 트가르는 요르문가드 두 마리의 공격에 비명은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새로운 나무줄기를 뽑아내며 주변에 있는 탱커들을 공격했다. “젠장, 피해!” 그중 근접 딜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탱커 한 명이 그대로 나무줄기에 휩싸였다. “피흡! 피흡이야!” 이어서 탱커가 짧게 절규를 내지르는 사이 고대 트가르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잡은 탱커를 그대로 높이 들었다. 그대로 대지에 내리꽂으려는 모양. “힐! 힐 넣어!” “말이 쉽지!” 힐러 입장에서는 가장 난감한 경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의 힐링 스킬을 쓰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그냥 성스러운 벼락 쓴다!" 결국 남은 건 성스러운 벼락 같이 공간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힐링 스킬뿐. 꽈르릉! 그렇게 벼락 하나가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에 잡힌 탱커의 몸을 내리쳤다. 콰앙! 그리고 이어서 고대 트가르가 탱커를 나무줄기로 잡은 채로 땅을 내리쳤다. “젠장, 딜 장난 아니야! HP 반이 그냥 날아갔어!” 이후 여전히 나무줄기에 붙잡힌 탱커가 자신의 상황을 동료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성스러운 벼락이 아니었다면 확실하게 게임 오버를 당했을 상황. 허나, 그 사실을 위안거리로 삼는 이는 없었다. ‘목숨 하나 날렸네.’ 성스러운 벼락을 썼다는 건 여분의 목숨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갔다는 의미. “피흡 속도도 장난 아니야. 이대로 잡히면 5분 이상 못 버텨! 아니, 3분도 힘들어!” 동시에 지금 상대하는 고대 트가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탱커 목숨줄 따위는 그냥 날릴 만한 괴물이라는 의미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 의미를 갓워즈를 대표하는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수준급인 레드 스컬과 고르고 길드원들이 모를 리 없었다. ‘이런 놈이 숲에 잔뜩 숨어 있다고?’ 더욱이 고대 트가르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 강함도 강함이지만 은신 능력이란 것 역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냥 돌아다니다가는 기습을 당하는 셈이고, 그게 아니라 어설프게 범위 공격으로 어그로를 끌려다가 자칫 잘못하면 다수의 어그로를 끌지도 모르는 일.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한 공략법은 이 우거진 숲 속에서 일반공격으로 나무 하나하나를 치는 것뿐이었지만, 그건 누가 보더라도 미친 짓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몇몇 이들은 납득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 안 할 만하네. 여기서 뭘 어떻게 제대로 사냥을 하겠어? 그것도 솔로로.” 어째서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침묵했는지. “죽는 꼴을 라이브 방송으로 할 수는 없지.” 그렇게 하니가 멘트를 내지르면서 다시 한 번 더 고대 트가르에 달려들려는 순간.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더 섬광 한 줄기가 지나갔다. 핑! 그리고 날아간 섬광이 단숨에 고대 트가르를 관통하며 그 몸에 거대한 자국을 만들었다. 그 후 블래스터의 뒤를 이어 파이어볼과 파이어 스피어가 연거푸 날아오며 고대 트가르를 뒤엎었다. 퍼엉! 푸홧! 이후 들리는 소리는 앞서 소리와 다르게 남달랐다. 마치 보청기를 낀 것처럼, 선명했고, 강렬했고, 강력했다. 끄르르르! 심지어 그 공세에 고대 트가르가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그 순간 네이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공격 아주 끝내주는데, 누구야?”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뭐? BJ대마도사라고?” 9.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등장에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폭발했다. 그 누구도 BJ대마도사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바. - 소개팅 시작되는 이야기 듣고 접속했습니다. - 역시 BJ대마도사, 못 참고 나왔네. - 형, 소개팅에 많이 굶주렸구나. 당연히 BJ대마도사의 등장 소식에 두 길드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올랐다. - BJ대마도사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 - 누추하신 분을 이런 귀한 곳에서 뵙게 되다니. - 됐고, 실버부터 봅시다. 상황 자체도 상황 자체이지만, 키메라 드래곤 레이드 이후 BJ대마도사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것. - 1억 돌파! 덕분에 두 길드의 시청자 숫자는 단숨에 1억 명을 돌파했다. - 역시 BJ대마도사가 소개팅한다니까 떼로 몰려오네. 다들 BJ대마도사가 잘 되는 걸 보고 싶은 모양이네? ㄴ 반대 아님? 잘 안 되는 걸 보고 싶은 거 아님? 분명 붉은 머리나 메두사가 라이브 방송 도중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를 동원했던 경험이 있는 건 사실. 그러나 그 경험이 많지는 않았다. 그게 일상이었다면 자랑거리 삼거나, 훈장처럼 여기진 않았을 테니까. ‘두 분 시청자 숫자가 폭발 중이겠지?’ 그게 미다스가 노리는 바였다. 이렇게 깜짝 등장해서 자신을 찾아온 이 두 분을 위해 기념비적인 날을 만들어드리자고.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의 생각일 뿐, 두 길드의 심정은 전혀 달랐다. ‘갑자기 등장하다니, 무슨 의미이지?’ ‘여기서 바로 결판을 내겠다는 건가?’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눈앞에 있는 저 괴물과 전쟁을 하기 위함 아니었던가? 갑작스러운 등장이 반가울 리 만무. ‘분명 의도가 있다.’ ‘BJ대마도사는 뱀보다 더 뱀 같은 자야. 필시 이유가 있어서 지금 등장한 걸 거야.’ 더욱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자신을 마주한 적을 고꾸라뜨린 자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비수와도 같은 의도를 숨기는 용의주도함을 가진 자. 한편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BJ대마도사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등장을 반길 리가 없다.’ 두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결코 반기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게 마땅한 셈. “그보다 두 분이 설마 절 만나기 위해서 손을 잡으실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진짜 대박이네, 설마 이 두 곳이 같이 올 줄이야.’ 물론 미다스는 자신의 소개팅 파트너가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라는 사실에 콧노래가 절로 나올 따름이었다. 이 둘이라면 미다스 입장에서도 같이 이벤트 매치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터. ‘이 두 길드랑 같이 하면 드래곤 레어 정도는 껌이지!’ 무엇보다 소개팅 상대를 데리고 드래곤 레어 공략을 하겠다는 각오를 마친 상태에서 두 길드의 등장은 천군만마와 같았다. 너무 좋아서 웃음이 터질 지경. “그런데 정말 예상도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실 줄은. 그 정도로 저랑 소개팅을 하고 싶으시다면, 따로 그냥 연락을 주시지." 그 웃음을 간신히 꾹 참은 채 담담한 표정을 짓는 미다스의 모습에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더더욱 긴장했다. ‘우리가 진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 ‘독기가 오른 게 보인다.’ 호랑이 입장에서 늑대 한 마리가 덤비면 가소로울 따름이지만, 늑대가 무리를 짓고 덤비면 독기와 살기가 차는 법. 두 길드원들의 눈에 비친 BJ대마도사는 지금 후자였다. 그때 두 길드를 대표하는 둘이 움직였다. “아무렴, BJ대마도사를 만날 수 있는데 까짓것 손을 잡든 발을 잡든 뭐든 할 수 있지.” 붉은 머리 하니. “그렇죠,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이런 식으로 연기까지 했네요. 그러니 이해해주시죠.” 그리고 메두사 네이, 그 두 미인의 등장에 미다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당연히 이해해드리죠.” 의외로 순순한 허락에 하니와 네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둘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이런 식은 반칙이다, 라고 판을 엎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바. ‘너무 쉽게 받아들이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그런 만큼 이 순순한 허락에 의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의심이 짙어지는 만큼 각오도 굳어졌다. ‘뭐든 좋아. 어떻게든 전쟁을 벌인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건 없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해.’ BJ대마도사를 잡는 순간, 10대 길드의 자리가 예약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BJ대마도사가 왔는데 죽고 죽이는 전쟁 말고 다른 선택지 따위가 보일 리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서로 인사는 끝냈으니 가볍게 데이트 약속이나 잡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여기서 괜찮은 장소를 섭외했거든요." 때문에 데이트란 단어에 하니와 네이는 동시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갈 곳은 지옥뿐이다.’ ‘싸우기 싫은 모양인데, 그럴 순 없지.’ 그런 장난질에는 더 이상 어울릴 생각조차 들지 않을 따름. “여기에 드래곤 레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같이 공략해보는 게?” 그러나 드래곤 레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은 크게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 드래곤 레어? 지금 드래곤 레어라고 했어? - 이야, BJ대마도사가 그래도 소개팅한다고 데이트 장소는 끝내주는 곳 골랐네. - 이 정도면 데이트 받아주는 게 예의지. 일단 시청자들은 놀랐다. 반대로 하니와 네이는 머릿속으로 당했다,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드 레이스가 아니라 합동 공략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금 BJ대마도사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쉽지 않았으니까. 당장 드래곤 레어라는 이름의 가치가 너무 무거웠다. - 아무리 그대로 그렇지, 소개팅할 뿐인데 바로 드래곤 레어 같이 공략할 기회를 주다니, 대단하네. - 솔직히 이 정도 데이트 장소면 검은 숲에서 목숨 건 대가로는 충분할 듯. - BJ대마도사가 진짜 데이트하고 싶은 모양이네. 이렇게 절박하게 베팅하는 거 보면. 그런 곳을 같이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지랄 말고 드래곤 레어 레이드 레이스나 합시다, 누가 죽나 한 번 끝까지 가봅시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게 혼자 하려고 했는데, 아시다시피 여기 사냥 난이도가 괴팍해서 말이죠. 참 이것도 게임이라고 만든 건지……." - 하긴, 고대 트가르 지랄 맞더라. - 잡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 엿 먹으라고 만든 몬스터였지. 하물며 잊어버린 땅이 상식 밖의 난이도를 가졌다는 건 이미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의 사냥을 통해서 명명백백하게 증명된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서 레이드 레이스를 하자고 하는 건, 같이 동반 자살을 하자는 의미. BJ대마도사가 입장에서는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럼 데이트는 없던 걸로 합시다, 라고 말할 명분은 충분했다. ‘외통수다.’ 이 상황에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이제 단 둘 뿐이었다. BJ대마도사의 파티 플레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같이 열심히 레이드를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쟁을 선포하는 것. 어느 것 하나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가 원하는 건 없었다. 그때 그 두 여인의 눈이 채팅창에 올라온 채팅을 보더니 이내 반짝였다.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아!’ 원하는 게 없다면 선택을 미루는 수밖에. “나쁘지 않은 데이트 장소 같은데, 한 가지 의문이 있네요.” 네이, 그녀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의문이요?” “예. 정리하면 BJ대마도사님이 우리를 드래곤 레어로 에스코트해주신다는 거잖아요?”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과연 BJ대마도사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드네요. 반대로 우리가 에스코트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네이가 말과 함께 하니에게 살짝 눈빛을 줬고, 그 순간 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하니가 바로 동조했다. “우리를 에스코트할 수 있는지 실력부터 보자고. 설마 길안내만 해주고, 힘든 건 우리한테 떠넘기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네 실력이 탐탁지 않으면, 이 데이트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 제안에 미다스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두 여인은 그리고 그녀들과 이야기 중인 채팅창 속의 인물은 놓치지 않았다. ‘이때다.’ ‘놈이 변명하기 전에 치고 들어간다.’ BJ대마도사가 무어라 반응하기 전에 둘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고대 트가르를 상대로 우리보다 낫다는 건 증명하시는 게 어떨까요?” “10마리 빨리 잡기, 타임 어택 어때? 응?” 그 제안에 미다스의 표정이 좀 더 굳었다. 동시에 채팅창에는 탄식이 나왔다. - 혼자 잡는 것도 기적인데, 10마리 빨리 잡으라고? 그것도 지금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합쳐진 50인 파티보다? - 이 정도면 사실상 데이트 하기 싫다고 신호 보냈다는 게 커플 학계의 정설. - 데이트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 BJ대마도사님, 그냥 솔로로 살다 죽읍시다. 뭔 데이트입니까? - 역시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죽을 팔자다. 누가 보더라도 BJ대마도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으니까. 그때 네이와 하니가 BJ대마도사를 몰아붙였다. “만약 우리보다 빨리 잡으시면, BJ대마도사님의 데이트에 전력으로 협조하죠.” “파티도 맺지 않고, BJ대마도사님에게 경험치든 아이템이든, 전부 드리죠.” 우리보다 낫다는 걸 증명만 하면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을 마련해주겠다. 이제는 BJ대마도사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준 셈. 그 제안 속에서 네이가 결정타를 날렸다. “반대로 우리가 이기면 우리 쪽이 데이트 코스를 잡겠어요.” “오!” 듣고 있던 하니가 오히려 감탄하며 놀랄 정도의 결정타를. - 이거 개이득 아님? 어쨌거나 데이트는 하는 거잖아? - 형, 그냥 콜하자. 이때 아니면 언제 만나겠어? 그러자 이제는 시청자들이 네이와 하니의 편이 되어 BJ대마도사의 선택을 재촉했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웬 떡이지?’ 너무 기분이 좋아 미치는 걸 간신히 참아야 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그 표정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죠.” 361화. < 113화. 데이트 (1). > 1. - 그 제안을 받아들이죠. 고르고 길드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나온 BJ대마도사의 멘트에 멀린이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간신히 넘어갔군.” 엠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을 보던 그녀 역시 나지막하지만 분명한 한숨이었다. 조금 전 상황은 그만큼, 그 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BJ대마도사의 페이스에 끌려갔으면……." BJ대마도사가 두 길드를 상대로 꺼낸 카드는 도무지 빠져나갈 구석을 볼 수 없었으니까. “진짜 무서운 놈이야.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군.” 더욱이 카드도 카드이지만,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그 어수선한 틈을 정확하게, 비수처럼 내찔렀다. 그때 무언가를 보고 받은 엠마가 대답했다. “예화 덕분이네요.” “예화? 아, 그녀가 뒤에서 그 둘에게 조언을 해준 모양이군.” 그 설명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그 짧은 순간 명안을 떠올렸는지 이제는 이해가 되는 대목. “역시 그쪽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오히려 기회를 만들다니.” “덕분에 상황이 유리해졌죠.” 어쨌거나 지금 상황은 전화위복이었다. 당장 BJ대마도사가 의도했던 판이 깨진 상황,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수확이었다. “BJ대마도사가 둘보다 빨리 잡을 수 있을 리 없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이루어진 고대 트가르 타임 어택은 누가 보더라도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에 유리했다. “보니까 블래스터 스킬을 쓰는 걸 보면 플레임 드래곤도 쓸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안 되지. 고대 트가르를 보니까, 데미지 딜링이 부족할 거야.” 플레임 드래곤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지만, 그 플레임 드래곤을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이 써본 멀린이 보기에는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플레임 드래곤의 지속 시간은 1분 남짓하니까. 고대 트가르와 1대1 교환 정도 나오겠지. 원모어에 리플레이를 더 하면 네 마리.” BJ대마도사가 플레임 드래곤을 이용해 고대 트가르 네 마리까지는 무난하게 잡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드래곤이 된 실버 등이 있지만…… 오히려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 공격하고 상성이 안 좋고.” 그런 플레임 드래곤을 배제하고 나면, 오히려 잊어버린 땅은 BJ대마도사에게 치명적인 곳이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 상대가 안 좋지만.” 가장 최악은 그런 BJ대마도사의 경쟁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최정예 50인이라는 점이었다. 고대 트가르 앞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잊어버린 땅에 입장한 지 고작해야 십여 분이 흘렀을 따름이었다. 하루 동안 제대로 적응을 마치고, 훈련을 하고, 공략을 준비한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터. 솔직히 승부는 정해진 바였다. “남은 건 BJ대마도사를 데리고 갈 데이트 장소를 정하는 거군.” 이제 고민해야 하는 건 그다음. 멀린의 그러한 의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데이트 장소는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야죠. 고대 무덤에서 승부를 보게 될 거예요.” 그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멀린. 그런 그가 이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내일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서 후원 채팅 좀 한 번 제대로 해봐야겠군.” 내일이 기다려지는 순간. 그리고 그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2. - 오늘이 BJ대마도사 데이트 시험 보는 날 맞지? BJ대마도사와 고르고, 레드 스컬 길드가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을 때, 의외로 갓워즈 커뮤니티는 조용했다. - BJ대마도사가 솔로 탈출하는 거 정말 힘들다. ㄴ 리얼, 데이트 장소로 드래곤 레어 가지고 왔는데, 데이트 자격 시험 봐야 함. ㄴ 역시 솔로가 최고라니까. 커뮤니티에서는 잡담이 오고가곤 했지만, 그 정도는 평소보다 덜했다. - 그런데 오늘 게시판 왜 이렇게 조용해? 세간의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 당연히 조용하지, 다들 지금 라이브 방송 볼 준비 중인데. 정말 끝내주는 이벤트를 앞두고는 길거리가 어느 때보다 고요해지는 법. - 이미 미리 열린 채팅방에서 떠드는 중임.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와 고르고 길드, 레드 길드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 맙소사, 아직 라이브도 안 했는데 3개 라이브 채널 합쳐서 시청자 2억 명이 실화임? 세 곳 합쳐서 2억 명. 분명 중복되는 숫자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숫자였다. 이번 이벤트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대단한 증거. - 이건 솔직히 에피타이저지. - 아무렴, 드래곤 레어 나오면 개터질 텐데. - 역시 대세는 BJ대마도사라니까. 이마저도 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치러지는 오프닝 쇼라는 사실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 무렵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겠습니다. BJ대마도사입니다.” 미다스, 그의 등장에 이미 폭발 중이던 그의 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혼돈의 도가니가 됐다. “오, 벌써 많이들 접속하셨네요. 다들 제 데이트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도 벌써 기대됩니다.” 이어서 나온 미소를 가득 지은 채 여유 넘치는 미다스 모습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 BJ대마도사님이 어떻게 차일지 궁금합니다. - 그런데 지금 왜 웃으시는 거죠? - 지금 웃음이 나오냐? - 이 순간에 웃고 있는 걸 보니까 사실상 포기한 듯. 적지 않은 이들이 여유 넘치는 미다스의 모습에 의문을 표했다. 그럴 만했다. [구스타프 님이 10,24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쉽지 않을 텐데,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 내가 보기엔 딱히 방법이 없었는데.] [라포 님이 10,24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보니까 럭키나 골드, 실버로 고대 트가르 잡는 거 힘들 것 같은데? 고대 트가르 공격 범위나 속도가 럭키보다 빠르던데.]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4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두 길드 상대로 PK를 걸어서 그들을 방해하는 게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이지.] 누가 보더라도, 특히 전문가들이 보기에 BJ대마도사에게 승산은 없었으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니, 왜 제가 진다는 생각을 하십니까? 전 BJ대마도사입니다, 솔플의 제왕이라고요.” 그 말에 바로 대답이 나왔다. - 솔로의 제왕이라고? - 아, 데이트 포기하고 이제 평생 솔로 하시겠다는 각오를 하신 거군요! BJ대마도사가 현 상황을 앞에 두고 그냥 해탈했다고. [멀린 님이 10,24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어차피 져도 데이트 약속은 유효하니까 뭐든 남는 장사이겠지. 그게 여유의 이유이겠지?] 무엇보다 멀린, 그의 말처럼 이번 매치업의 패배가 그리 치명적인 것도 아니었다. 지면 데이트 장소가 바뀔 뿐. 사실상 이벤트 매치였다. 진지할 필요가 없고, 무리할 필요는 더더욱 없는 매치. ‘뭐, 그렇긴 하지.’ 미다스 역시 딱히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딱 한 명. [아즈모 님이 10,24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다들 BJ대마도사를 너무 무시하네.] 아즈모만이 그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아즈모 님이 10,25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만약 BJ대마도사가 이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 발언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아즈모 님이 10,25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봐 멀린, BJ대마도사가 진다는 것에 그렇게 확신이 들면 상품이라도 걸어보라고.] 이윽고 아즈모가 멀린을 지목하면서 말하자 자연스레 멀린 대 아즈모 구도가 됐다. - BJ대마도사 두고 내기하는 건가? - 이거 재미있겠네. - 뜬금 이벤트 발생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갓워즈를 대표하는 두 대마도사의 대결 구도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뭔가 콩고물 떨어질 것 같은데, 일단 닥치고 있자.’ 그의 입장에는 흥미를 넘어서 흥분이 생길 지경. [아즈모 님이 10,25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급을 생각해서 레전더리 등급을 걸자고. 아이템이든 스킬 카드든. 설마 BJ대마도사가 돈이 필요하진 않을 거 아니야?] 이어진 발언에 미다스는 ‘그냥 돈으로 주셔도 됩니다’라는 발언을 간신히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그때 대답이 나왔다. [멀린 님이 10,25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보니까 바지는 바뀐 게 없는 듯하니 매머드의 가죽 바지를 주도록 하지.] 거대 무덤 보스 몬스터인 좀비 매머드를 잡을 경우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인 매머드의 가죽 바지! ‘우와!’ 그것이 언급되는 순간 미다스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말 그대로 속으로만이었다. ‘정신 차려, 여기서 기뻐하는 모습 보이지 마. 여유 있게.’ 겉으로는 별거 아니란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멀린 님이 이렇게 귀한 상품을 걸었는데, 정말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그 표정에 시청자들은 피식 웃었다. - 어차피 상품을 걸면 뭐해. 이길 수가 없는데. - 그림의 떡이지. - 솔직히 저 정도 템은 BJ대마도사가 당장 경매장에 올라온 거 싹 쓸어버릴 수도 있잖아? 어차피 이 모든 게 가벼운 해프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자, 그보다 이제 슬슬 시간이 오네요. 앞으로 5분 후에 약속한 대로 타임 어택을 시작하겠습니다. 평가는 공평하게, 시청자 여러분들이 해주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이어진 발언에도 시청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었다. - 그래, 빨리 끝내고 빅 이벤트로 가자. - 오프닝 쇼니까 다들 즐기자고! 그리고 5분이 지났을 때, 쇼가 시작됐다. 3. “전투 개시!” 붉은 머리의 쩌렁쩌렁한 외침을 시작으로 고르고와 레드 스컬, 두 길드에 속한 궁수들이 손에 든 활시위를 빠르게 당기기 시작했다. 핑! 그렇게 날아간 화살들이 순차적으로 울창한 숲의 나무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쿠쿠쿠! 그중 한 그루가 제 뿌리를 땅에서 뽑아내며 요란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고대 트가르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곧바로 붉은 머리가 고대 트가르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질주하는 이는 50인의 멤버 중에서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대기 상태. - 뭐지? - 미친 건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기겁하는 사이, 고대 트가르의 몸에서 뻗어 나온 열 개의 나무줄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단 한 명, 하니를 향해서. 촤륵! 무려 열 개나 되는 나무줄기들이 붉은 머리를 노리고 움직였다. 도망칠 구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 상황에서 붉은 머리가 손에 든 검을, 그 날렵하게 생긴 곡도를 풍차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익! 그러한 그녀의 칼놀림에 다가오던 나무줄기들이 분쇄기를 마주한 야채마냥 썰려 나갔다. “공격 개시!” 그와 동시에 준비하고 있던 마법사들과 궁수들이 원거리 포격을 시작했다. - 맙소사. - 붉은 머리 혼자 탱킹할 모양이야! 일당백, 붉은 머리의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고대 트가르는 굳이 몸싸움을 할 필요 없이, 나무줄기 공격만 받아내면 알아서 어그로가 끌린다.’ 더불어 그녀의 선택은 나름 합리적이라면 합리적이었다. 고대 트가르는 굳이 탱커들이 달라붙어서 진로를 막을 필요가 없이, 그 공격만 받아내는 것으로 충분히 어그로 관리 및 탱킹이 가능했으니까. 누군가 그 나무줄기 공격을 혼자서 받아낼 수만 있다면, 굳이 탱커들이 가까이 가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잘 됐을 경우의 이야기였다. - 아무리 그래도 저건 무리수 아니야? 붉은 머리의 실력이 대단한 건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바. 쉬익! 실제로 지금 그녀는 파도처럼 몰아치는 나무줄기들을 빠짐없이 잘라내고 있었다. 타고난 재능은 물론 훈련과 준비 없이는 보여줄 수 없는 곡예. 허나, 그 집중력이 영원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 한 번 실수하면 끝인데? 결정적으로 그녀에게는 단 한 번의 실수가 곧 참담한 몰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너무나도 불합리한 상황. 휘리릭! 그러한 시청자들의 우려에 대답하듯 나무줄기 하나가 붉은 머리의 다리를 단숨에 휘감았다. - 아! 탄식이 절로 나오는 순간. 그 순간 붉은 머리의 온몸이 불꽃으로 변하면서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몸이 불타? 저런 스킬이 있었어? - 스킬 아니야! 이프리트의 축복이다! 불길의 정체는 소모 아이템인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축복.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육체를 불의 정령왕과 같이 모든 것을 태우는 육체로 만드는 스킬이었다. - 저게 얼마 짜린데! - 미친, 보스용으로도 못 쓰는 걸! 당연히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모품임에도 부르는 게 값! 그런데 지금 그 아이템을 일반 몬스터를 잡는 이 무대에서 쓴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긴다.’ BJ대마도사와의 이번 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각오는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뜨겁고, 격렬한 것이었다. 화르르! 그러한 불길 앞에서 고대 트가르의 나무줄기는 단숨에 재가 되어 사그라질 뿐이었다. 사실상 나무줄기 공격이 무색해지는 순간, 그 순간 남은 건 딜링 뿐이었다. “도핑 계속해!” “포션은 충분하다! 퍼마셔!” 그리고 그 딜링 역시 남달랐다. - 데미지 박히는 게 다른데? - 다들 포션 도핑 미친 듯이 했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때, 그 이상의 포션 도핑을 마친 50인의 화력은 전날에 봤던 화력과 차원이 달랐으니까. [고대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두 길드의 공세 앞에서 고대 트가르가 버틴 시간은 기껏해야 2분 남짓할 따름이었다. - 미쳤네. - 어제 5분 넘게 걸리지 않았나? - 바로 각잡고 공략 준비하니까 시간을 반으로 줄이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쿵! 마치 사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고대 트가르 한 마리가 전장에 등장했다. 이 상황 속에서 다른 무리가 일찌감치 한 마리를 선별해온 것이었다. “타깃 체인지!” 고대 트가르를 찾아다니는 시간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곧바로 다음 전투를 시작했다. - 속도 장난 아니다. -20분 컷 나오겠는데? 그 속도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고대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이윽고 타임 어택 시작 후 채 5분이 되기도 전에 2마리나 되는 고대 트가르를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시청자들은 확신했다. 그러면서 확신했다. - 맙소사, 이걸 어떻게 이겨? -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건 절대 못 이기지.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두 길드의 콜라보 앞에서는 이제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BJ대마도사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음을. 비단 시청자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완벽하다.’ ‘오늘 컨디션, 호흡, 모든 게 완벽해.’ ‘오늘 BJ대마도사를 잡는다.’ 이 순간 사냥에 나선 50인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예외 없이 이번 매치업에서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 무렵이었다. “타깃 체인지!” 세 번째 트가르를 잡기 위해 움직일 무렵. “잠깐! 저기, 잠깐만요!” 그 무렵에 한 명이 전투를 막더니 소리쳤다. “BJ대마도사 10마리 다 잡았다는데요?” 듣고도 믿을 수 없는 갑작스러운 속보. 그 속보에 놀라는 이는 의외로 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거죠?” 메두사 네이의 말처럼, 듣고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게…… 플레임 드래곤 네 마리가 폭발하면서 끝났답니다.” 이어진 발언에도 다들 놀라기보다는 콧방귀를 뀌었다. “플레임 드래곤이 폭발하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네 마리라고? 럭키, 골드, 실버도 플레임 드래곤을 쓸 수 있게 된 건가?”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없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 달리 말하면 당장 제 스스로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은 달랐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362화. < 113화. 데이트 (2). > 4. 붉은 머리가 고대 트가르를 향해 홀로 뛰기 시작할 무렵. “럭키야!” 왕! “뛰어!” 왕! 그 무렵에 럭키 역시 홀로 숲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미친, 지금 BJ대마도사 정신 나간 거 아니야?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BJ대마도사 쪽 시청자들 반응이 좀 더 격렬하다는 것. - 파이어 스텝이라니! 다 죽게 생겼다, 이 솔로놈아! -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데이트 실패하니까 결국 돌아버렸잖아! 그도 그럴 것이 지금 BJ대마도사는 럭키에게 파이어 스텝을 건 후에 잊어버린 땅을 질주케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후의 결과는 뻔했다. - 등장했다! - 여기 한 마리! - 저기도 한 마리 뜸! - 미친, 저긴 두 마리가 있었네! 럭키가 지나간 길이 불타올랐고, 그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그 길목에 잠들어 있던 고대 트가르들을 깨웠다. 쿠쿠쿠! 그리고 깨어난 고대 트가르들은 예외 없이 럭키를 쫓았다. - 열한 마리다! 그렇게 럭키를 쫓기 시작한 고대 트가르의 숫자는 약속된 열 마리를 단숨에 넘었다. 쿠쿠쿠! 그렇게 시작된 추격전 광경은 정신이 혼미해질 만한 광경이었다. - 와, 숲이 움직인다, 숲이! - 저걸 어떻게 해? 거대한 고대 트가르 열한 마리, 그야말로 움직이는 숲이 되어버린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대적은커녕 적의를 품는 것조차 용납지 않았다. 위안거리는 하나였다. - 그래도 속도는 느리잖아? - 럭키님 속도면 얼마든지 튈 수 있음. 그 이동 속도가 빠르진 않다는 것. 덕분에 당장 럭키가 위험에 빠질 것 같진 않았다. “자, 럭키야! 몰이 좀 해봐! 그동안 주인님이 딜링할게. 어그로 관리 좀 잘 해봐!” 그러나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대답했다. - 저건 몰이가 아니라 파멸이라고 하는 거거든요. - 미친놈아, 럭키님 죽게 생겼잖아! - 이젠 주인이고 나발이고 반역의 때가 왔다. 럭키님, BJ대마도사 물어버립시다! - 여기선 주인 물어 죽여도 정당방위라는 게 갓워즈 헌법학계의 정설임. 몰이 사냥이라 함은 탱커가 몬스터를 몰이하는 동안 잡을 수 있어야 성립되는 것.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열한 마리나 되는 고대 트가르를 잡을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 블리자드로 어떻게 안 됨? ㄴ 될 리가 있나! ㄴ 아이스 스톰으로 홀딩하는 건? ㄴ 그래봐야 시간 벌이지. 그 시간에 튀어야지. ㄴ BJ대마도사에게는 물리 마법이 있잖아! ㄴ 오, 그게 있었네! BJ대마도사가 가진 마법 스킬만이 아니라 그냥 상식선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 뭐, 한 1시간 동안 딜링하면 될 듯? - 시간이 약이지. 방법은 말도 안 되는 장기전뿐. “플레임 드래곤.” 물론 미다스가 플레임 드래곤을 외치는 순간, 그 순간에는 반응이 달랐다. - 플레임 드래곤? 이건 좀 다르지 않나? - 역시 배웠구나! 분명 플레임 드래곤은 남다른 스킬이었으니까. [구스타프 님이 10,25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플레임 드래곤만으로는 못 잡아. 지속 시간 1분 남짓한데, 1분 동안 유지하면 다행이지. 플레임 드래곤도 HP가 있을뿐더러, 근접 딜러이니까. 저 고대 트가르 무리 안에 들어가면 30초 안에 파괴될걸?] 그러나 제아무리 플레임 드래곤이라도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강력한 스킬이었지, 이런 비상적인 상황에서 강한 스킬은 아니었다. 이쯤 되자 일부는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5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그냥 이대로 고르고 길드랑 레드 스컬 길드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어때?]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너 죽고 나 죽기 전법을 쓰자고. 물론 누가 들어도 개소리였다. 그저 분위기를 한 번 뜨겁게 만들기 위해 농담 삼아 지껄일 만한 우스갯소리. - 그러네. - 타임 어택이니까 두 길드보다 빨리 잡으면 되니까. - 죽은 플레이어는 사냥을 못 하지. - 그 방법 괜찮은 듯. 그러나 시청자들 중 일부는 그러한 의견을 개소리가 아니라, 진지한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지금 BJ대마도사가 하는 짓은 자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미친 짓이었다. 그 무렵이었다. 스스스! 미다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황금빛 벌레들이, 날파리 같은 벌레들이 등장한 건. 츠츠츠. 그러한 황금 날파리들의 움직임을 따라 황금빛 선이 그려졌고, 이내 거대한 원 하나가 등장했다. 스으으! 이후 더 늘어난 황금 날파리들이 원 안을 빠르게 움직이자, 원 안에 가지각색의 도형을 품은 진이,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르! 이윽고 그 황금빛 마법진에 불이 붙더니, 그 불이 거세게, 사방을 덮칠 기세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플레임 드래곤. 오로지 전설이 된 별들만이 선보였던 그 전설의 증거가 등장하는 순간 채팅창의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 왔다. - 플레임 드래곤이다. 이 경이로운 광경 앞에서 우스갯소리 따위를 내뱉는 이는 없었으니까. 크르르! 이윽고 불꽃으로 만들어진 육신을 가진 플레임 드래곤이, 그 몸길이 30미터의 괴물이 등장했다. 크르르! 하나도 아닌 둘이나. - 원모어 효과 적용됐구나! - 와, 미친다, 미쳐! - 커플 플레임 드래곤이다! - 플레임 드래곤도 커플이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거듭 환호성을 내질렀고, 그 환호성을 향해 미다스는 소리쳤다. “리플레이, 메모라이즈 플레임 드래곤.” 등장한 플레임 드래곤 두 마리에 다시 한 번 더 두 마리나 되는 플레임 드래곤을 추가했다. 그 순간 그의 의도를 모두가 깨달았다. - 진짜 이번 한 번에 승부 볼 생각이구나. - 플레임 드래곤 유지되는 동안 전투를 끝내볼 속셈이야! 어차피 쿨타임 때문에 자주 쓸 수 없는 플레임 드래곤을 한 번에 쓸 때 제대로 쓰겠다고. - 이번 한 번에 끝내야 해. - 뒤는 없다. 당연히 플레임 드래곤이 존재하는 동안 저기 11마리나 되는 고대 트가르를 처치해야 했다. 아니, 처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승산을 볼 수 있을 만한 전황을 만들어야 했다. - 1분이다. 즉, 플레임 드래곤이 유지되는 1분 남짓한 시간에 오늘 승부가 결정되는 셈이었다. - 역시 BJ대마도사, 화끈하네. - 빠르기 하면 BJ대마도사를 따라올 수가 없지! 속전속결. 보는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고, 환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분위기 속에 미다스가 기름을 끼얹었다. “플레임 드래곤 네 마리가 미쳐 날뛰는 그림은 갓워즈 역사상 최초일 것 같은데, 여기에 이상한 눈보라나 얼음덩어리 같은 거 끼면 보는 것만 불편하시겠죠? 예, 양념 따윈 안 치겠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즐겨주시죠.” 플레임 드래곤을 위한 독무대를 마련해주겠다! 플레임 드래곤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광역 마법 하나라도 더 써야 하는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답. 결코 현명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 그래, 이래야 BJ대마도사지. - 드디어 허세가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군. 그러나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러한 BJ대마도사의 선택에 환호를 보냈다. - 어차피 실패할 텐데, 멋지게 실패하자고! 솔직히 플레임 드래곤 네 마리라고 하더라도 열한 마리나 되는 고대 트가르를 단숨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으니까. 결국 승부는 정해져 있었고, 그렇다면 차라리 멋진 장면을 보는 게 남는 장사 아닌가? - 가즈아! 그렇게 고대 트가르와 플레임 드래곤, 그 둘 외에 그 어떤 불순물도 들어가지 않은 거대 괴수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크르르! 끄르르! 네 마리의 플레임 드래곤과 열한 마리의 고대 트가르, 그 둘이 동시에 뒤엉켰다. 그 광경은 장관, 그 이상이었다. - 맙소사. - 이게 갓워즈다! - 진짜 신들의 전쟁 같네. 몸길이 30미터의 플레임 드래곤 네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도 장관이었지만, 그 돌진에 물러서기는커녕 도리어 뿌리를 내리며 땅에 꼿꼿하게 선 채, 나무줄기들을 내뿜어 플레임 드래곤을 휘감는 열한 마리의 고대 트가르의 존재도 장관이었다. - 붙었다! - 와, 치열하네. - 불 대 나무, 불이 유리해야하는데, 고대 트가르들 잘 버티네. 화염 내성이 꽤 되는 듯? - 나무줄기 봐봐, 플레임 드래곤 몸뚱이 갉아먹는 중임! 그렇게 서로가 뒤엉킨 채 서로를 갉아먹었다. 고대 트가르의 공격에 플레임 드래곤의 불길은 점차 줄어들었고, 반대로 플레임 드래곤의 공격에 고대 트가르의 나무로 된 몸뚱이는 불타올랐으니까. - 와, 괴수대전이네! 그 어떤 첨가물 없는 그 전투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허나, 환호성은 길지 않았다. - 고대 트가르들 장난 아니네. - 피통이 대체 몇인 거야? - 이런 몬스터를 잡으라고 만들다니, 미친 거 아니야? 전투는 치열했으나, 막상 고대 트가르들의 머릿수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 1분 다 되어가는데 고작해야 세 마리 잡다니, 이게 말이야? 반면 플레임 드래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미 바닥을 보인 바. 결국 그 시간이 됐다. - 1분 끝! 1분이 되자, 플레임 드래곤의 타오르던 몸이 빠른 속도로 꺼지기 시작했다. - 실패다! - BJ대마도사가 졌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패배를 확신했고, 그에 대한 탄식을 내뱉었다. 그 순간이었다. 꽈르르릉! 거대한 폭발이 탄식을 내지르던 시청자들의 고막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 채팅을 치는 것조차 잊을 정도. 그러한 폭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고요함만이 남은 자리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자, 열한 마리 사냥 끝.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5. 갓워즈의 프로 플레이어들에게는 많은 능력이 요구되고는 했다. 그중에서도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는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놀라지 않는 능력이었다. 괴물의 괴성 혹은 동료의 비명, 갑작스러운 공격이나 뜬금없는 폭음이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갓워즈에서 일일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가는 언제 게임오버를 당할지 몰랐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꽈르르릉!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 “뭐지? 폭탄인가?”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아즈모가 가진 호화 요트, 그 안에 설치된 100만 달러짜리 스피커를 통해 뒤흔들고 그 사실에 아즈모의 비서들이 놀라는 와중에 아즈모 본인은 침착할 수 있었던 건. - 자, 열한 마리 사냥 끝.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어우, 깜짝이야, 거기서 그게 폭발하다니……." 이후 BJ대마도사의 발언에 정신을 차린 아즈모의 비서 중 한 명이 자신들과 달리 담담하게 커피를 머금는 아즈모의 모습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이 사실을, 이 엄청난 것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저리 평온할 리가 없다. 비서들의 그 의문에 아즈모가 대답했다. “그럴 리가. 저런 건 나도 처음 봤다고.” 진심 어린 대답이었으나, 비서들은 쉬이 믿지 않았다. “알고 계셔서 멀린을 자극한 거 아니십니까? BJ대마도사에게 직접 들었다거나……." 이걸 알고 있었다면 앞서서 아즈모가 멀린을 상대로 자극한 것이 납득이 되는 바. “아니라니까. 난 정말 몰랐어. 그건 그냥 홧김에 한 거야. 멀린이 너무 우쭐해서 나서는 게 보기 싫어서, 놈 성질 좀 긁어보려고.” 비서들의 의문에 아즈모가 거듭 항변했다. “이거 내 비서들까지 의심하는 걸 보니, 다른 이들은 더 의심하겠네.” 그러면서 이내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단 설명은 해야겠네. 후원 채팅으로 BJ대마도사가 정말 이런 마법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이어진 후원 채팅을 치는 아즈모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멀린이 절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6. - 꽈르르릉! 폭음이 멀린이 있는 회의실을 울리는 순간, 그 순간 멀린은 소리를 내질렀다. “빌어먹을!” 갑작스러운 폭음에 대한 놀람이 아니었다. ‘설마 이런 카드를 숨기고 있을 줄이야.’ BJ대마도사에게 당했다, 라는 사실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지. 그 분노를 내지른 상태에서 멀린은 입을 꽉 다물었다. 지금 일어나 엄청난 사태를 앞에 두고, 그의 머릿속 계산기가 복잡한 계산을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멀린의 눈에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뜬 후원 채팅이 보였다. [아즈모 님이 10,25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우, 깜짝 놀랐네. BJ대마도사가 정말 이런 카드를 가지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그 채팅에 멀린의 머릿속 사고가 잠시 멈췄다. [아즈모 님이 10,25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멀린,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난 정말 BJ대마도사가 이런 걸 쓸 줄 전혀 몰랐어.] 이어서 나온 아즈모의 채팅에 멀린의 입가에서 빠득, 이가 갈리는 소리 하나가 터졌다. 확신의 소리였다. ‘이 빌어먹을 새끼 둘이 짜고 나를…….'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자신에게 엿을 하나라도 더 처먹이기 위해 수작질을 부렸음을 확신하는 소리. 그러나 그러한 분노는 오래가지 않았다. - 아무렴요, 이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겁니다. 뭐, 어쨌거나 상황 보니까 제가 타임 어택 이긴 거 같은데 맞죠? BJ대마도사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멀린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었다. 이제부터 BJ대마도사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 그럼 다음에는 두근두근 데이트 라이브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행보에 반대할 방법이나, 명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이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드래곤 레어 공략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했다. 더 무서운 건 그다음이었다. “드래곤 레어에 뭐든 엄청난 게 있겠지.” 이런 이벤트 무대를 경험할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스펙업을 이룩해왔던 BJ대마도사 아닌가? 그런데 어중간한 곳도 아니고 드래곤 레어다? 공략이 끝나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터. “차라리 안 하니만 못 했어.” 이럴 바에는 그냥 BJ대마도사가 혼자서 드래곤 레어를 공략하도록 놔두는 게 나았다. - 기대되네요, 어떤 데이트가 될지. 다들 응원해주십시오. 아, 멀린 님 감사합니다. 멀린 님이 조만간 주실 매머드의 가죽 바지 입고 데이트 자리에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최소한 가는 길에 등을 밀어주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빌어먹을.” 여러모로 멀린 입장에서는 욕지거리만 들끓는 상황. 반면 엠마는 냉정하게,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이번 판은 우리가 졌어요.” 패배를 인정한다, 그 발언에 멀린은 바로 눈치챘다. “그럼 다음 판을 준비하겠다는 건가?” 패배를 인정해야 새로운 판이 깔리는 법. “어떻게?” 물론 새로운 판을 까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라면 BJ대마도사가 어지간한 제안 자체를 무시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러한 멀린의 의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데이트가 말썽이면 거기서 끝, 하지만 데이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애프터가 가능하죠." “애프터?” “예." "그게 무슨 의미지?” 재차 이어진 의문에 엠마가 말했다. “이번 드래곤 레어 데이트가 다음을 기대하게 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다는 의미에요.” 363화. < 113화. 데이트 (3). > 7. “그럼 이제 데이트 상대를 만나러 가볼까요?”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를 만나러 가는 미다스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치는 수준을 넘어 기세가 넘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개선장군과 같은 모습. ‘아, 지르긴 질렀는데…….' 그러나 그 모습과 달리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가 보여준 전투는 놀라운 것이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하지만 그 때문에 씁쓸한 패배를 마주한 이들은 달랐다. ‘두 길드분들이 기분 나빠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지?’ 미다스의 생각처럼 결코 기분 좋을 일은 아니었다. 물론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쯤 되는 명성 높은 길드라면 이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이런 방식은 무효라고, 약속을 파기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란 게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잘 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진짜 이번 데이트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에스코트부터가 남다를 거거든요.” ‘부디 좋은 분위기로. 분위기 험악하면 안 돼. 데이트라고, 데이트.’ 결정적으로 이번 라이브 방송 컨셉은 데이트! - 데이트 앞두고 계획을 타이트하게 짠 모양인데? - 딱 봐도 데이트 해본 적 없는 티 줄줄 나죠? - 형, 벌써부터 망할 것 같은데 그냥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 붉은 머리 성격상 도중에 그냥 BJ대마도사 칼로 찌를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애매모호하거나 안 좋다면, 시청자들이 그냥 놔둘 리 만무. ‘1티어급 길드랑 얼굴 붉히는 일은 피해야 해.’ 그게 아니더라도 고르고 길드나 레드 스컬 길드와 감정이 나빠서 좋을 건 없었다. “아, 저기 계시는군요.” 그렇게 노심초사한 심정을 숨긴 채 걸어가던 미다스의 눈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50인의 플레이어가 보였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미다스를 발견하며 반응을 보였다. 곧바로 둘이 미다스를 향해 다가왔다. 메두사와 붉은 머리.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마.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도 아니잖아?’ 다가오는 둘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긴장하는 사이, 다가온 두 여인이 동시에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솔직히 정말 우리들을 이길 줄 몰랐어요.” “패배는 인정해야지. BJ대마도사, 명성 이상으로 대단하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그 모습에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뭐지? 되게 좋아하는데? - 어, 이러면 안 되는데? - 느낌이 안 좋아. - 에이 아닐 거야. BJ대마도사가 솔로 탈출이라니, 차라리 이 갓워즈 주인이 되는 게 현실적이지. 설마 저 둘이 이렇게 BJ대마도사를 반길 줄이야? 물론 둘이 하는 건 연기였다. ‘이런 꼴이 될 줄이야.’ ‘빌어먹을 새끼, 내가 얼마나 가소롭게 보일까?’ 네이와 하니, 그들의 속은 솔직히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이 아니라 이미 문드러진 상태였다. ‘그래도 지금은 참아야 해 어떻게든 지금은 평화롭게 넘어가고, 그 이후를 도모한다.’ ‘기회가 나오면, 그때 아주 짓밟아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 앞에서 웃는 건, 그다음을 위해서였다. 당장 여기서 기분이 안 좋게 끝난다면, 결국 이번 데이트는 여기서 끝날 뿐.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런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우리 실력을 보여주면, 명분이 생겨.’ ‘드래곤 레어는 내가 캐리한다.’ 하물며 다음 무대, 빅이벤트에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BJ대마도사를 뛰어넘는 대활약을 한다면? 그리된다면 세간의 평가는 어떠할까? 최소한 BJ대마도사와 두 길드가 제대로 운명을 걸고 승부를 보는 걸 원할 터. 시비를 걸 최소한의 명분은 생기는 셈이었다. “BJ대마도사님하고 같이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에 두근두근하네요.” “내가 있을 땐 그 괴물 같은 스킬은 자제해달라고. 굳이 그런 게 필요하지도 않고. 내가 앞에서 다 처리해줄 테니까. 나만 믿으라고.” 두 여인이 미다스를 상대로 어느 때보다 살갑게, 연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썸을 타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의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케이, 됐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냥 상대방이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 사실 하나면 됐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달리 말하면 그 이상 무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루 푹 쉬고, 내일 드래곤 레어 공략하러 가자.’ 약속한 일정은 여유를 충분히 가진 채 내일 혹은 차후 조정을 해서 진행하자고. “그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인 데이트는 내일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 표현에 하니와 네이가 서로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 둘의 생각은 똑같았다. ‘이대로 끝내면 안 돼.’ ‘내일이 되면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몰라.’ BJ대마도사에게 시간을 주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그러니 여기서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지 말고 이대로 드래곤 레어 근처까지라도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그쪽이 제대로 활약해준 덕분에 나와 우리 길드원들은 힘이 남아돌고 있다고. 그냥 호흡이라도 한 번 맞춰보는 게 어때?” 당장 속행하자! 그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미다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이토록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협조적인 그 둘을 향한 감격을 꾹 참기 위해서. ‘거절해야지.’ 그렇기에 도리어 미다스는 여기서 그 둘을 배려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어떤 위험이 있을 줄 알고.’ 드래곤 레어로 가는 길이 험난할 텐데, 두 길드에 재정비를 할 시간은 줘야하지 않은가? “아닙니다. 굳이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재차 사양의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멀린 님이 10,25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보여주는 게 어때? 막상 방송은 10분도 채 안 했잖아?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위해서 팬서비스를 해줘야지.] 멀린이 미다스에게 추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다. [멀린 님이 10,25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팬서비스를 해주면 이 자리에서 바지만이 아니라 상의도 같이 맞춰주지.] 그것도 화끈한 팁을 주면서. 그러자 시청자들도 열광했다. - 그래, 멀린 말이 맞아. 우린 뭐 본 게 없다고? - 아직 주문한 치킨 도착도 안 했다! 치킨집 사장님도 생각해 달라! - 간만에 하는 방송인데 10분 싸우고 끝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여기서 뒤로 빼니까 형이 그동안 솔로였던 거야. 여기서는 바로 들어가야지. 그 격렬한 시청자들의 열광 앞에서 결국 미다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가볍게 드래곤 레어 근처까지 한 번은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니와 네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길 안내를 해주시죠. 드래곤 레어는 어디에 있나요?” “자, 안내만 하라고. 길은 내가 아주 확실하게 쓸어줄 테니까. 내 실력을 제대로 선보이지." 그 말에 미다스가 말했다. “전 모릅니다.” “예?” “뭐라고요?” 상식 밖의 대답에 놀라는 둘. “아니, 에스코트해주겠다면서요? 그런데 길을 모른다고?” “지금 우리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응?” 결국 그 둘이 평정심을 잃고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순간, 미다스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소개는 녀석이 해줄 겁니다.” 그리고 곧바로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긴 후 그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자, 모두가 볼 수 있었다. “망토?” 혼자 외로이 펄럭이는 망토 하나를. 8. - BJ대마도사가 플레임 드래곤 네 마리를 폭발시켜서 고대 트가르를 쓸어버렸음. 도무지 듣기만 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속보가 나왔을 때. -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이겼다고? 진짜? - 붉은 머리와 메두사가 손을 잡았는데 졌다는 거야? 당연히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느꼈다. 동시에 아쉬움을 느꼈다. -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볼 걸! - 그냥 BJ대마도사가 질 줄 알고 안 봤는데, 이런 시나리오가 나올 줄이야. - 난 세 팅 다 해놨는데 똥 싸는 와중에 끝났어! 그 역사적인 순간을 라이브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을. - 그럼 지금은 그냥 만나서 잡담만 떠는 거겠네. 별로 볼 건 없겠다. - 그냥 여기까지 보고 다른 거 봐야지. - 잠깐만. 이거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거 같은데? - 어? 라이브 방송 그대로 하려는 모양인데? - 멀린이 팁 주면서 방송 속행시킴! 드래곤 레어 보러 간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라이브 방송 속행 소식은 시청자들의 아쉬운 마음에 불을 지폈다. - 일단 방송부터 들어가자! - 이번에는 안 놓친다. - 이번 기회에 화장실에 그냥 모니터 설치해야지. 당연히 시청자들이, 특히 앞서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들이 앞다투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청자 1억 6천 명 돌파!”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가 돌파하는 순간. 그러나 막상 그 역사적인 숫자를 맞이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정확히는 놀랄 틈이 없었다. “이제 숫자는 됐고, 다들 방송에 집중하자고!” 그 후 시작된 드래곤 레어 원정 방송은 그 어떤 방송보다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을 괴롭혔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이후 시작된 데이트는 모두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화끈했다. “와, 이거 전투가 너무 치열해.” “눈을 둘 데를 모르겠네, 모르겠어.” 고대 트가르를 상대로 이미 압도할 만한 전력을 갖춘 존재들이 손을 잡은 상황. “실버 쪽 지금 멋진 장면 나왔는데, 이거 들어가죠.” “아니, 지금 붉은 머리! 붉은 머리 쪽으로 송출해야 해.” “메두사 쪽도 장난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1억 명의 시청자를 동원할 능력을 가진 슈퍼 스타들이 경쟁하듯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한 번에 하나의 장면을 송출할 수밖에 없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떤 것에 스포트라이트를 줘야할 지, 정말 머리 아픈 고뇌를 거듭 강요받는 상황. “BJ대마도사는?” “그냥 캐스팅 중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BJ대마도사가 그다지 대단한 활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역시 BJ대마도사가 판을 읽을 줄 아네.” “여기서 원맨쇼하면 컷 배분 꼬일 줄 알고 일부러 적당하게 진행하는 거겠지.” “방송을 알고 있다니까.” 만약 BJ대마도사마저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활약을 했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미쳤을 테니까. 물론 박영준의 생각은 달랐다. ‘방송을 아는 게 아니라 고민 중인 거지.’ 그가 보기에 지금 BJ대마도사가 얌전한 것은 방송 때문이 아니라 고민 때문이었다.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는 이대로 그냥 쉽게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까.’ 상식적으로 두 길드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이런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할 리는 만무. ‘그들은 드래곤 레어 공략에서 주역이 되려고 할 거다. 그래서 자격을 얻으려고 하겠지.’ 그런 두 길드가 노리는 바는 필시 다음 무대에서 BJ대마도사와 싸울 자격, 즉 라이벌 자격이었다. ‘대응 방식에서 중원 길드 냄새가 나.’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저 두 길드 사이에 중원 길드가 끼어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골치 아픈 일이었다. ‘어비스 길드에 중원 길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지금 네 곳의 네 여인이 머리를 맞댔다면.......' 하나만으로도 쉽지 않은 세력 네 곳이 손을 잡으리란 건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때문에 박영준은 확신했다. ‘당장 해야 하는 건 리딩이다.’ 지금 BJ대마도사가 판을 읽기 위해 저토록 조용한 것이라고. 9. 퍼엉! 미다스가 던진 마법이 폭음을 토해내는 순간. [고대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순간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기뻐하지 않았다. 대신 담담한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볼 뿐.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짧게 혀를 내둘렀다. - 왜 이렇게 조용하지? - 데이트 도중에 고백이라도 할 것 같던 양반이, 막상 데이트 들어가니 조용하네. - 데이트 처음이라서 긴장한 듯? -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결국 실전에서 약한 모습 나오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 접속한 이들은 BJ대마도사의 활약을 보고 싶은 자들이었으니까. 미다스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에 부응할 수가 없었다. '젠장, 너무 기뻐서 표정 관리가 안 돼.' 감정을 드러낼 틈을 주는 순간 저도 모르게 기쁨과 환호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지금 미다스가 받는 대접은 그 정도였다. “다들 정신 차리고 이동해!” “쉬는 시간은 없다! 이대로 계속 간다!” “BJ대마도사는 최대한 쉬게 해! 오늘은 우리가 전부 밥상 차린다!” “막타만 BJ대마도사한테 준다고 생각해!” 50인 파티, 그것도 그냥 파티가 아니라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상위권 길드의 최정예들로 구성된 파티가 오롯이 BJ대마도사만을 위해 바치고 있는 상황. “BJ대마도사, 난 아직 멀쩡해! 그러니까 이대로 전진한다! 멈출 생각 따윈 하지 마!” “들으셨죠? 붉은 머리가 힘이 넘치니 계속 가죠.” 심지어 갓워즈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 두 명이 쉴 새 없이 미다스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 ‘고통 참는 것보다 기쁨을 참는 게 더 힘들 수도 있구나.’ 이런 상황에 미치지 않는 게 기적일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펄럭펄럭! 두 길드의 살신성인 덕분에 미다스는 알가마스의 망토와 같이 후방에서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추가 보상으로 알가마스의 망토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 ‘완벽해.’ 당연히 미다스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서 나댈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만 가는 거다, 이대로만.’ 그 순간이었다. 알가마스의 망토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미다스의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마치 더 이상 안내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제야 미다스도 볼 수 있었다. ‘왔구나.’ 울창한 숲, 그 사이로 고대 트가르가 아닌 다른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그러한 몬스터의 형태는 가지각색이었다. ‘오우거에 트롤에 웨어울프에…….' 이제까지 갓워즈를 해오면서 마주한 몬스터들이 전부 모인 듯한 종류. ‘고블린 무리까지.’ 무리를 짓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허나, 그들의 이름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가디언들이군.’ 드래곤 가디언, 단 하나의 이름만을 가진 만큼 그 몬스터들의 목적 역시 단 하나였다. 둥지에 들어오는 모든 침입자를 배제하는 것. ‘쉽지 않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긴장했다. 외형은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몬스터라는 건, 얼마든지 협력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즉, 이제부터는 오우거와 트롤과 고블린 등이 서로 힘을 합쳐 덤벼드는 걸 상대해야 의미, 이제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능력치들도 장난 아니네.’ 더욱이 가디언 하나하나의 능력치는 일반 몬스터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셌다. ‘이거 위험해.' 고르고 길드나 레드 스컬 길드라고 하더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피를 볼 수 없을 정도. 때문에 미다스는 말했다. “망토가 움직임이 이상해진 게 아무래도 드래곤의 레어 근처에 온 듯합니다.” 그 발언에 쉼 없이 질주하던 50인의 파티가 처음으로 멈췄고, 이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제가 퀘스트 도중 얻은 단서에 따르면 드래곤의 레어에는 드래곤 가디언과 나이트가 있다고 합니다. 둘 모두 써보고, 경험해 본 입장으로 보건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이어진 경고, 그 경고의 의미는 간단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을 겁니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앞으로 게임 난이도가 오를 테니, 나도 전력으로 전투에 참가하겠다. "그러니까......." 그러한 말을 뱉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이제까지 뒤에서 쉬고 있었던 럭키 그리고 골드를 바라봤다. 크르르! “분골쇄신, 주인님의 영광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미다스의 의지를 읽은 둘이 전의를 드러냈다. 스윽! 그때 붉은 머리가 럭키의 앞을, 메두사가 골드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아직 제대로 부딪쳐 본 것도 아닌데 지레짐작으로 겁 먹을 필요가 있나요? 일단 저희들이 전력을 가늠해보죠.” “나한테 맡기라고, 뭐든 간에 내가 박살을 내줄 테니까.” 당신은 빠져라. 그 발언에 미다스가 조금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쟤들 장난 아닌데…… 아, 이거 뭐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 내가 이 두 눈으로 드래곤 가디언들이 장난 아닌 걸 똑똑히 봤습니다! 라는 말은 할 수 없기에. “아무것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들이 최선을 다해 모든 지원을 해드릴 테니까요. 그게 약속이었잖아요?” “아무렴, 약속했지. 우리가 전력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설마 그 약속을 못 지키게 하려는 건 아니지?” 그렇기에 메두사와 붉은 머리의 그 말에 미다스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 채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그 굳은 표정에 두 여인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 네가 활약할 기회는 티끌만큼도 주지 않으마.’ ‘오늘 넌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거다.’ 드래곤 레어 공략 데이트가 시작됐다. 364화. < 114화. 애프터 (1) > 1. 갓워즈가 세상의 이목을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 또 온다! - 이번에는 오우거랑 트롤 조합이야! - 고블린도 섞여 있다! 지금 광경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끄어어어! 오우거의 외침에 숲의 나무들을 짓뭉개며 돌진하는 열 마리의 트롤. 끼이이! 그리고 그 트롤 사이로 질주하는 고블린 1백여 마리. 몬스터 하나하나는 질리도록 봐왔지만, 그 세 종류의 몬스터가 합심하여 싸우는 건 이제껏 갓워즈에서 봐온 적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 와, 게임 난이도가 갑자기 헬모드에서 사탄도 절레절레 흔드는 헬모드가 되어버렸네. - 사탄도 여기에 헬모드라고 붙여지면 자기 집 욕하지 말라고 화낼 듯. - 사탄도 이 지옥은 거릅니다. 감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물론 이 광경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지옥 같은 광경 앞에서 맞서 싸울 플레이어들. 고르고와 레드 스컬, 두 길드에 세상이 환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두 길드는 그 광경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으니까. “후우!” 물러서기는커녕 붉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인, 하니는 그 광경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내가 선두 부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니의 검에서 2미터짜리 검기가 솟구치더니, 이내 그 검기가 고블린 무리들의 몸뚱이를 가차 없이 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도륙이었다. - 역시 붉은 머리! 수준이 다르네! - 포스트 검객은 붉은 머리밖에 없지. 탄성이 절로 나와 마땅한 광경. 쿠웅! 그 광경 속에서 질주하던 트롤들이 갑자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샤아! 원인은 다름 아닌 거대한 뱀 요르문간드들, 그 거대한 뱀들이 질주하던 트롤의 발목을 사슬처럼 묶었다. 스르르! 요르문간드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숨에 발을 타고 트롤들의 몸을 지나, 목을 휘감았다. 꽈드드득! 그리고는 전력으로 목뼈를 부술 듯이 목을 조였다. 끄르르! 트롤의 재생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조르기 공격에 트롤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르는 사이. 퍼억! 어느새 다가온 전사들이 손에 든 망치나 철퇴로 트롤들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푸홧! 화르르! 그리고 그 장면 위로 화살과 마법들이 날아가며 먼 곳에 있는 오우거의 머리를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 고르고 길드의 뱀들은 세계 제일! - 두 길드가 그야말로 하드 캐리하네, 하드 캐리해.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모두가 두말할 것 없이 감탄을 토했다. 반면 두 길드원들은 속으로 한숨을 토했다. ‘힘들어 죽겠다.’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가져야 하는 능력 중 하나는 적응력이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라고 해도 패턴과 페이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효율적인 전투를 치르는 것. ‘전투 할 때마다 전투 방식이 바뀌니…….' 그런 그들에게 언제 어느 순간 어떤 조합이 나올지 모르는 드래곤 가디언과의 싸움은 적응력이란 개념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오늘 5시간은 할 수 있으려나?’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내도, 느끼는 피로감은 평소의 배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엉! 전투 도중 어디선가 날아온 파이어볼의 소리에 두 길드원들 중 일부는 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 - BJ대마도사가 또! - 어떻게 고블린 한 마리를 놓치지 않냐. - 독하다, 독해. 저러니까 솔로지. 자신들이 이 악물고 거의 다 잡은 몬스터를 BJ대마도사가 경험치만 날름 먹는 소리였으니까. - BJ대마도사 진짜 하는 것 없이 막타로 경험치만 다 빼먹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있었다. 그냥 대놓고 훔쳐 먹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몰래 야금야금 빼먹는 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더 짜증나는 법. 물론 미다스가 존재감을 숨기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길드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괜히 나대서 그림 망치지 말자.’ 자신을 위해 전력으로 활약하는 두 길드원들이 무대에서 더 밝은 빛을 받을 수 있도록 괜히 무대 위에 오르지 말자고. ‘난 엑스트라다 대사도 없는 엑스트라.’ 오늘은 철저하게 BJ엑스트라가 되자고. ‘아오 빡쳐!’ ‘확실해. 저 인간 일부러 저렇게 하는 거야. 우리 약 올리려고.’ 허나,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일부러 저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오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어, 저기!” 그런 가운데 그들 앞에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했다. “골드?” “골드는 여기 있는데?” “드래곤 나이트다!” 드래곤 가디언을 넘어 드래곤 나이트가 등장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다시 각오를 다졌다. ‘철저하게 엑스트라로 가는 거다.’ 뒤에서 존재감 없이 경험치만 먹자고. 물론 미다스는 잊지 않았다. “두 길드분들 파이팅! 전 지금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두 길드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을. 2. 퍼엉! 미다스가 던진 파이어볼이 드래곤 나이트에 닿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드래곤 나이트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드래곤 나이트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쓰러진 드래곤 나이트의 몸에서 생기가 사라지더니 마네킹과 같은 무미건조한 꼴이 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뒤를 이어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오늘 올린 레벨만 3레벨.’ 환호성이 절로 나올 만한 알림, 그러나 미다스는 그 사실에 자그마한 환호성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어우…….' 지금 두 길드원들의 표정은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비단 표정만 그런 게 아니었다. 미다스의 눈에는 현재 두 길드원들의 체력이나 마력 상태 역시 명명백백하게 보이고 있었다. ‘다들 한계다.’ 당연히 그들이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감동이 벅차오를 지경이었다. 갓워즈에서 이름난 실력자들이 자신을 위해서 한계까지 제 스스로를 쥐어짜낼 줄이야.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오른 이유가 있었어.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다니…… 나라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텐데.’ 진짜 성공하는 프로들의 이유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도 이제는 슬슬 방송 종료해야지.’ 한편으로는 그토록 고마우신 분들을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를 지을 때. 그게 미다스가 고민하는 이유였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오늘 목적은 어디까지나 드래곤 레어를 관람하는 것, 드래곤 레어 자체를 공략할 필요성은 없었다. 할 수도 없었다. 드래곤 레어라면 보스 몬스터로 드래곤이 나올 거 뻔한데, 이렇게 힘이 빠진 상태에서 드래곤 레이드를 할 수 있을 리 만무. ‘드래곤 레어 입구까지는 가야 해.’ 다르게 말하자면 일단 드래곤 레어 입구는 찍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앞을 어슬렁거리는 알가마스의 망토를 향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거듭 미다스를 재촉하는 알가마스의 망토를 확인한 미다스의 시선이 그 너머로 향했다. 그러나 붉은 빛 기둥 하나가 보였다. 그러한 붉은빛 기둥과의 거리는 직선거리는 채 1킬로미터가 되지 않은 듯했다. ‘얼마 안 남았다.’ 그 사실을 파악한 미다스가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길드원을 향해 말했다. “자자, 다들 조금만 열심히 해봅시다.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빨리 쉬게 해드릴게요!’ 그 말에 두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리란 것은 이미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는 바.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정도가 있는 법 아닌가? ‘지금 쉬는 것도 용납 못하겠다는 건가?’ ‘악마 같은 놈.’ 그런 정도를 무시하는 BJ대마도사의 그야말로 악마 같은 모습에 두 길드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힘드시면 제가 노래라도 불러드릴까요?” 그리고 이어진 발언에 두 길드원들은 혀를 내두르는 수준을 넘어 공포마저 느꼈다. “아니요, 괜찮아요.” “됐어, 노래는 무슨.” 결국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잽싸게 나서서 미다스를 제지했다. ‘가뜩이나 미칠 것 같은데, 이 인간 노래 들었다가는 진짜 그냥 미칠 게 분명해.’ ‘BJ대마도사 성격상 정상적인 노래를 부를 리 없지. 아주 우리 속을 뒤집을 거야.’ 정말 BJ대마도사의 응원가를 들으면서 싸우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랐으니까. 그 반응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수 없죠. 그럼 우리 귀여운 럭키의 애교를 보여드리는 수밖에. 럭키야.” 왕! “좌로 굴러!” 왕! 그 순간 럭키가 잽싸게 바닥에 엎드리더니 미다스의 말을 따라 좌로 구르기 시작했다. ‘이건 좀 힐링되나.’ ‘역시 럭키는 귀여워.’ 그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옅게나마 미소를 짓는 사이, 곧바로 골드가 바닥에 엎드리더니 소리쳤다. “주인님, 제가 더 잘 구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잽싸게 구르기 시작하는 골드의 모습에 채팅창은 물론 두 길드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선배님!” 그리고 이내 실버마저 바닥을 엎드려서 굴렀을 때는 웃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쿠구궁! 그 거대한 실버의 몸이 땅을 구르는 순간 삽시간에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버렸으니까. 그것을 본 두 길드원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우리 다음 사냥감이 드래곤이지?’ 실버의 그저 단순한 구르기에 박살이 나는 나무들의 모습이 조만간 드래곤 레이드를 해야 할 자신들의 모습과 겹쳐진 탓이었다. 때문에 몇몇은 확신했다. ‘일부러 보여주는 거구나.’ BJ대마도사가 일부러 드래곤 레이드를 앞둔 이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해 저런 식의 연출을 한다고. ‘진짜 악마보다 더 악마 같다.’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비수네, 비수야.’ BJ대마도사의 심리전에 감탄마저 나올 정도. 물론 그런 두 길드원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그저 작게 바랄 뿐이었다. ‘이걸로 분위기 좀 환기하고.’ 자신과 동료들의 쇼맨십이 조금이나마 두 길드원들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자, 그럼 다시 이동해봅시다.” 그렇게 셋의 재롱잔치와 함께 10분짜리 휴식이 끝나는 순간, 다시 모두가 일어났다. 펄럭펄럭! 그리고는 알가마스의 망토가 안내를 따라 차근차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동이 거듭될수록 다시 모두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또 전투다.’ ‘이제 포션도 얼마 없는데…….' 두 길드원들은 이제 자신들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을. ‘잠깐만.’ 그리고 미다스는 다른 의미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와 붉은빛 기둥의 거리가 30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는 순간, 미다스는 이를 꽉 물었다. 그 300미터, 붉은빛 기둥이 솟아오른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설마.......'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가설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 우리가 온 이 숲이 드래곤 레어인 건가?’ 퀘스트에서 말하는 드래곤의 둥지가 영화 속에 나오는 동굴 속 둥지가 아니라, 지금 미다스와 두 길드가 있는 이 드넓은 땅일지도 모르는 가설. 이상할 건 없었다. 게임과 영화는 다른 법. 무엇보다 정말 영화처럼 깊은 동굴 속에 드래곤 레어가 있다는 건, 디자인적으로 힘들었다. 드래곤이 움직이기 힘들뿐더러, 그 정도 크기의 동굴이 만들어지려면 그만큼 큰 산이나 건축물이 필요할 테니까. 그러나 지금 이곳, 잊어버린 땅에는 울창한 숲만 있을 뿐, 그런 숲과 산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퀘스트 내용 항목에서도…….' 퀘스트 내용도 분명히 말했다. 드래곤 레어로 들어가라는 게 아니라, 드래곤 레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알가마스의 망토가 안내해주는 건 드래곤 레어 입구가 아니라 드래곤 레어 깊숙한 곳이라는 의미. 사실 이 자체로는 문제될 게 없었다.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면 드래곤이 없는 거잖아?’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미다스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번 퀘스트에서는 드래곤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있었다면 미다스의 눈에 드래곤이 보이지 않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슬며시 퀘스트창을 띄웠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드래곤 레어라는 퀘스트 타이틀 아래로 보이는 문구 하나,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보상이 없으면 난이도도 낮은 법이지.’ 자신의 예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 ‘젠장!’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당장 미다스가 그토록 바라던 금은보화, 값비싼 아이템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들 기대하고 있을 텐데…….' 드래곤 레어인 만큼 모두가 드래곤 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런데 만약 드래곤이 없다면? 그냥 이대로 여기서 끝난다면? 크나큰 기대감은 더 크나큰 실망감이 될 터. ‘내일로 넘어가면 안 돼.’ 하물며 만약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 다시 라이브 방송을 켰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저 실망감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방송 사고가 나는 셈이지. ‘오늘, 그래 오늘 끝내야지 그나마 해프닝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미다스 입장에서는 내일이 아닌 오늘 모든 것을 마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저기 네이 님 그리고 하니 님.” 미다스가 두 길드의 대표를 불렀다. “예." “뭔데?” 이어진 반문에 미다스가 말했다. “오늘 다들 컨디션도 좋고, 방송 시간도 여유 있는 것 같은데 괜히 내일로 미루지 말고 끝까지 가볼까요?” 그 발언에 그 둘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 미친, 여기서 끝까지 가자고? - BJ대마도사, 자기는 놀고먹었다고 지금 막말하네. - 솔로가 솔로인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소개팅 첫날에 깜빡이 안 켜고 바로 고백하는 거랑 뭐가 다름? 누가 보더라도 과한 요구.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이벤트 망하면 나보다 두 길드분들 타격이 더 커.’ 드래곤 레어 공략을 내일로 미루었는데 막상 아무것도 없다면 그 반발을 어찌하겠는가? 그때 하니와 네이가 보는 채팅창에 똑같은 문구가 올라왔다. - 예화 : 지금 BJ대마도사는 승부수를 던졌어요. - 예화 : 무리한 승부수를요. 무리한 승부수, 그 단어에 네이와 하니의 일그러졌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그래, BJ대마도사한테도 이건 부담스러운 일이야.’ ‘미친 짓이지.’ 당장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조차 BJ대마도사가 너무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 ‘거절해도 돼.’ ‘그냥 무시할까?’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에는 이 제안을 거절할 만한 명분과 여론이 있었다. - 예화 : 거절은 하지 마세요. - 예화 : 거절하는 순간, BJ대마도사한테 모든 주도권이 넘어가요. - 예화 : 우리가 싫다고 하는 순간, BJ대마도사가 자기 혼자 하겠다고 말하면 이쪽은 거절할 명분이 없어요. 물론 그렇다고 거기서 거절하는 건 함정에 빠지는 격. - 예화 : 제안을 거절하는 것보단 새로운 딜을 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이어진 채팅창 내용에 하니와 네이는 속으로 감탄했다. ‘엄청난 심리전이구나.’ 이런 식으로 함정을 숨기는 BJ대마도사도 그렇지만, 그걸 파악하고 대처하는 예화의 능력도 대단했으니까. - 예화 : 이렇게 딜하세요. 이윽고 채팅창에 딜이 올라오는 순간, 메두사와 붉은 머리의 표정이 잠시 동안이지만 굳었다. 말 그대로 잠시 동안. 그 후에는 밝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메두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BJ대마도사님 말처럼 분위기도 좋은데 여기서 끝내기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죠. 좋아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보스 몬스터까지 우리가 잡아드리죠.” BJ대마도사, 네가 원하는 대로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까지 끝내주겠다. “붉은 머리, 당신 생각은 어때요?” “어차피 지금까지는 몸풀기 수준이었는데, 몸풀기만 하고 끝내면 아쉽지. 대신에 공짜로는 좀 그렇지. 안 그래?” “그렇죠. 여기서 그냥 우리가 다 해드리면 재미는 없죠.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보스 몬스터를 잡아드리면 애프터 신청을 받아주시죠?” 그 대가로 BJ대마도사, 너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한 번 어울려줘야겠다. 그 제안에 미다스의 표정도 굳어졌다. 앞서 그 둘처럼 잠시 동안. 이내 표정을 푼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애프터 신청이라면…… 다음 데이트 장소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가 잘 아는 곳이 있죠. 거대 무덤이라고.”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슬쩍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퀘스트 완료 시 ‘거대 무덤’ 진행 가능. 그리고 이내 마지막 문구를 확인한 미다스는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에 로또나 사야지.’ 운이 정말 좋다고. 364화. < 114화. 애프터 (2). > 3. - 좋습니다, 애프터 신청 받아드리죠.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멀린과 엠마는 이미 꾹 다문 입을 더 꽉 다물었다. 긴장의 끈을 더 바짝 조였다. 도박으로 따지면 상대의 갑작스러운 올인에 갑작스러운 올인으로 맞대응한 격. 양쪽 다 자신이 가진 바 전부를 내놓는 격이었으니까. ‘승부수다.’ 그건 곧 이 다음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만약 두 길드가 등장한 드래곤을 잡는다면 BJ대마도사는 그들이 만든 처형대에 오르게 될 테고, 반대로 두 길드가 드래곤 레이드에 실패한다면 BJ대마도사를 잡는 것은 앞으로 영영 시도조차 못할 테니까. 보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긴장되는 게 당연한 일. “우리가 나설 구석은 없군.” 더욱이 지금 벌어진 판에는 멀린과 엠마가 개입할 여지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할 뿐. 그래서 더더욱 긴장되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상황도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쉽진 않겠지.”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리 안 좋은 수준이 아니라 아주 안 좋았다. “그렇죠, 드래곤 잡는 게 쉬울 리가 없죠.” 당장 잡아야 하는 몬스터는 다른 무엇도 아닌 드래곤. 갓워즈에서 드래곤이 차지하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드래곤 레이드는 쉽고 싶어도 쉬울 수가 없었다. “우리도 그랬고.” 어비스 길드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갓워즈에서 최초로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에 성공한 건 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였으니까. “상황은 우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안 좋지.” 심지어 그때 어비스 길드는 더블 헤드 드래곤 레이드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었다. 억 소리가 나올 만큼 값비싼 소비 아이템을 갖추고, 갖출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을 확보해두는 건 물론, 최고의 실력자들을 모아서 무려 3일에 걸쳐 완벽한 컨디션을 만들어둔 상태였었다. 지금 두 길드처럼 3시간 동안 피로감이 높은 전투를 치를 상태와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 “그래도 좋은 결정이었어요.” “아무렴.” 하지만 그럼에도 저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멀린와 엠마 중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도 놀랐을 테니까.” 이제까지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상식적인 방법의 대응이 제대로 먹힌 적은 없지 않은가? 그럼 이제 시도할 수 있는 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응뿐. 모 아니면 도, 그런 식의 도박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갓워즈란 게임은 예측을 용납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드래곤이 생각보다 약할 수도 있지. BJ대마도사라고 해서 퀘스트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이 퀘스트 과정에 무엇이 있을지는 제아무리 놀라운 분석 능력과 예측 능력을 가진 BJ대마도사라고 하더라도 알 수 없다는 의미. “혹은 드래곤이 없는 드래곤 둥지일 수도 있고.”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천운이 따라줄 여지 역시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로또 당첨자도 탄생은 하는 법이고, 그 당첨자가 되기 위해서는 로또를 구매해야 하니까. “솔직히 그럴 일은 없죠.” 물론 그 대목에서 엠마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정말 그런 일이 생길 확률은 나랑 아즈모가 크리스마스에 단 둘이서 선상 데이트를 할 확률보다 낮으니까." 그리고 멀린 역시 동조했다. 그때였다. - 어? 멀린이 내뱉은 우스갯소리에 실소를 지은 채 보고 있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 얘가 왜 이러지? 이제까지 쉼 없이 움직이던 망토가 갑자기 한 자리에 멈춘 채 하염없이 펄럭이기만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망토가 왜?’ 그 사실에 멀린과 엠마가 입을 다물고 방송에 집중하는 사이,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미치겠네, 설마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고? 그 어느 때보다 당혹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4. “설마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고?” 말을 내뱉는 미다스의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당혹감이 가득 찬 상태였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뭐야,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고? 지금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말한 거 맞아? ㄴ 맞음, 나도 그렇게 들었음. ㄴ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드래곤 레어라면 동굴에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여 있는 거 아니야? ㄴ 가운데 엑스칼리버 같은 거 있어야 하고. ㄴ 그러다가 드래곤이 등장해서 예쁜 금발 미녀로 폴리모프도 해야 하고. ㄴ 응, 그건 아니야.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모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해서 일부는 주장했다. - BJ대마도사 또 연기 들어가는 거 같다. - 구라 아님? - 딱 봐도 그냥 개소리 지껄이는 거 같은데. 지금 BJ대마도사가 장난치는 것 같다고. - 구라라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 리얼한데? 그러나 당혹감 어린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채팅에 반응조차 하지 않은 채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두 눈을 굴리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진짜 당황한 것이었다. 그때 후원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아즈모 님이 10,26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 진짜인 건가? 대답 좀 해봐.] 아즈모의 질문에 미다스가 바로 대답했다. “잠깐만, 잠깐만요.” 대충 대답을 뱉은 미다스가 잽싸게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 아즈모 말을 씹었네? - 가만, 지금 퀘스트창 살피는 거 같은데? - 이거 아무리 봐도 장난질이 아니라 리얼 같다니까. 그제야 비로소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진심으로 당황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 진짜 여기가 드래곤 레어야? 그럼 드래곤은? - 드래곤 레이드 나가리 각인데?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속아라, 제발 속아라.’ 물론 미다스는 연기 중이었다. 정말 자신은 아무 것도 몰랐다, 이런 일이 있을 줄 감히 상상도 못했다. ‘제발 두 분이라도.’ 그렇게 미다스가 혼신의 연기를 하는 사이, 똑같이 혼신의 연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죠?”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니, 그게 뭔 개소리야? 동굴 입구나, 그런 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확실해?” 네이와 하니, 두 여인 역시 연기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돼.’ ‘당황하는 척 해. 당황하는 척.’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꾹 참는 연기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드래곤은요?” “지금 드래곤 잡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드래곤이 없다는 거야?” 당장 드래곤 레이드는 할 필요는 없는 상황. ‘BJ대마도사, 네놈이 제 꾀에 넘어갔구나.’ ‘그럼 그렇지. 언제까지 승승장구한다는 게 말이 돼? 한 번 무너질 때가 온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때를 잡은 거고.’ 여기에 플러스로 BJ대마도사를 상대로 한 베팅에서 승리를 한 상황이었다. 특히 후자의 것이 컸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에게만 끌려 다니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승리를,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둔 상황. 믿기기 힘든 일이었다. - 예화 : 연기 잘 하세요. - 예화 : 그리고 방심하지 마세요. 어쩌면 BJ대마도사가 진짜 연기 중일지도 모르니까요. 이 순간 예화, 중원 길드의 마스터인 그녀가 두 여인에게 경고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화의 머릿속에 있는 BJ대마도사는 이것조차도 연기로 하고, 함정을 파고도 남을 자였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만의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런 무모한 연기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BJ대마도사의 표정과 반응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게 연기면 플레이어가 아니라 연기자를 해야지.’ 이것은 연기일 리가 없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아무래도 여기가 드래곤 레어인 듯합니다.” 이윽고 미다스가 쐐기를 박았다. - 어이가 없네. - 그러니까 드래곤은 없다, 이 말인가? - 치킨 지금 도착했는데! 자연스레 채팅창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럼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사이 두 여인이 빠르게 상황을 진전시켰다. "어떻게 되긴, 그냥 드래곤은 없었고 오늘 방송은 끝난 거고, 다음에는 거대 무덤에서 데이트하는 거지." 그 두 여인은 이 이상 이곳, 잊어버린 땅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안 그래? 잡을 드래곤도 없잖아?” 이어진 하니의 말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스윽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 내리실 명령이 있으십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을 받은 실버가 바로 반응을 했고,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도 실버를 향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드래곤이 없지는 않은데……." 그 발언에 들 떠 있던 고르고와 레드 스컬, 두 길드원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실버? 설마 실버 말하는 거야?’ ‘드래곤 레이드를 강제로 할 생각인가? 실버로?’ ‘미친, 정말 그렇게 하려고?’ 이렇게 된 거 수틀리면 그냥 PK로 마무리를 짓겠다! 그 발언에 두 길드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 아무렴 실버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지. - 골드는 드래곤 나이트고. - 럭키는 대충 드래곤 가디언으로 치고, BJ대마도사는 도움 안 되는 못 생긴 고블린 포지션으로 하면 얼추 그림은 나올 듯. - 나쁘지 않은데? - 나 이 레이드 찬성일세. 정말 여기서 BJ대마도사가 말하는 드래곤 레이드가 펼쳐진다면, 그건 오히려 그 어떤 이벤트보다 큰 빅이벤트가 될 터. 더욱이 하니와 네이는 알고 있었다. ‘설마 아예 끝장을 볼 생각인가? 다음이 아니라?’ ‘이 인간이라면 하고도 남아. 우리가 만든 무대에서 싸우는 것보단 여기서 싸우는 게 승산은 더 있으니까.’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BJ대마도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플레이어라는 것을. 물론 그런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설마 진짜 실버를 데리고 드래곤 레이드를 할 수는 없잖아요? 사실상 저랑 두 길드랑 PK하자는 건데.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아무렴요.” 미다스가 이제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었다.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은 거대 무덤에서 뵙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후우!" 그 순간 짤막한 한숨과 동시에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앞서 지은 미소 따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깊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이렇다 할 자그마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표정에 두 길드의 길드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화났구나.’ 그들의 눈에는 지금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그들이 봐온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한마디 했다. “이제부터 퀘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같이 하시겠습니까?” 그 말이 두 길드원들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아니면 구경이라도 하실래요?” 지금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은데 이제 좀 꺼져주지? 아니면 드래곤 레이드해볼래? 그 경고 어린 멘트에 하니와 네이는 서로를 바라본 후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퀘스트 진행하시는데 방해할 순 없죠.” “부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 자 그럼 이제 우리는 돌아가자고!” 그 발언에 두 길드원들 모두가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소리쳤다. “예!" 5. 예! 그 우렁찬 외침과 함께 두 길드원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러한 광경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내 입을 열었다. “어우우……." 그러자 한숨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그런 미다스의 얼굴에는 조금 전 무덤덤했던 표정과는 전혀 다른, 천만다행, 십년감수라는 단어를 새긴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어우우……."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거듭 한숨을 내뱉는 미다스의 곁으로 이내 럭키가 다가왔다. 헥헥! 주인의 크나큰 한숨이 걱정스러운 듯 제 거대한 머리로 미다스의 몸을 비비는 럭키,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럭키야.” 왕! “그래, 진짜 큰일 날 뻔했다, 큰일.” 말을 하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두 길드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 나눈 대화가 떠올렸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최악의 데이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애프터 신청을 받게 될 줄이야? 전화위복이란 단어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 자리를 위에서 펄럭이는 알가마스의 망토와 그 망토 아래에서 솟구치는 붉은빛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붉은빛 기둥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에 더 이상 근심걱정이란 표정은 없었다. ‘애프터 자리에서는 더 멋진 모습으로 보여드려야지.’ 어쨌거나 위기는 지나갔고, 이제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할 때. ‘은혜는 곱절로 갚아야지.’ 또한 그 새로운 이벤트 앞에서는 지금보다 더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다. 시청자들은 물론 두 길드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각오를 곱씹으며 곧바로 붉은빛 기둥 앞에 섰다. 번쩍! 그러자 이번에는 미다스만이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는 노란빛 기둥이 솟구쳤다. 두두두! 그리고는 미약한 지진과 함께 미다스의 발치 아래에서 성인 남자 크기의 비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등장한 비석에는 그 무엇도 쓰여 있지 않았다. [숨겨진 비석이 용의 알의 힘에 반응합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과 함께 비석 위로 황금빛 글자가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다스의 앞에는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용을 찾아온 자에게 고한다. 이곳에 있는 용의 시체를 노리는 자가 너무나도 많아 그 시체를 거대한 무덤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는 알림과 함께 새로운 창이 떴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 휘리릭! 그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알가마스의 망토가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내 미다스의 목을 제 스스로 휘감았다. [알가마스의 망토가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알가마스의 망토가 인정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드디어 원하던 알가마스의 망토를 얻는 순간. “크으!" ‘이 말도 안 되는 템이 내 것이라니!’ 그 사실에 미다스가 이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얘들아, 어때?” 그리고는 미소 속에서 망토를 한 번 펄럭였다. 왕! “주인님, 정말 멋지십니다.” 그러자 럭키와 골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찬사를 내뱉었고, 그 찬사에 미다스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이 망토 두른 채로 용의 힘으로 플라이 마법 쓰면…… 상상만으로도 끝내주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상상에 젖는 미다스의 귓속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거대 무덤]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거대 무덤으로 이동해 용의 뼈를 찾자. NPC알가마스의 도움을 받으면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퀘스트 완료 시 ‘본 드래곤’ 진행 가능 그리고 뜬 퀘스트창. '응?'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알가마스의 망토를 펄럭이던 것을 멈췄다. ‘본 드래곤?’ 그리고는 얼빠진 표정으로 재차 가장 하단에 있는 히든 정보를 보는 순간, 이내 주먹을 움켜쥔 채, 두 길드가 사라진 방향을 다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드래곤 레이드하게 해드리겠습니다!’ 366화. < 114화. 애프터 (3). > 6. 라이브 방송이 종료될 때 대개는 브리핑을 하고는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는 순간, 직원 한 명이 짤막한 브리핑을 했다. “라이브 방송 시간 3시간 22분, 최고 시청자 숫자 1억 6천 3백만 명입니다.” 그러한 직원의 입을 통해서 나온 브리핑 내용은 엄청난 것이었다. 시청자 1억 6천만 명, 아득한 숫자가 나왔으니까. 그러나 그 사실에 환호를 내지르는 이는 없었다. ‘하필이면…….' 그 아득한 숫자의 시청자들 앞에서 BJ대마도사가 제대로 방송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직원들 모두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첫 실패라니.......' 더욱이 처음 마주하는 실패 앞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박영준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물론 박영준은 그저 낙담만 하지 않았다. ‘원숭이도 얼마든지 나무에서 떨어진다.’ 세상만사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순 없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사냥꾼에게 잡히지 않는 거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BJ대마도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라이브 방송 실패가 아니라 조만간 두 길드가 만든 무대에서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트를 해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말이 데이트이지, 사실상 처형대 위에 오르는 셈. 그럼 지금 고민해야 할 건 그 처형대 위에서 살아서 내려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여기서 박영준은 한 가지만은 확신했다. ‘처형대가 될 곳은 좀비 매머드이겠지.’ 두 길드가 준비한 처형대가 어디인지. 당연히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무엇을 준비할지도 예측할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좀비 매머드를 잡기 위해 필요한 모든 걸 준비한다.’ 7. ‘본 드래곤이라…….' 뼈만 남은 채 화려하게 울부짖는 본 드래곤의 모습을 떠올린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게 걸려 있었다. ‘결국 드래곤 레이드를 하게 됐군.’ 해프닝을 가장 끝내주는 방법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상황. ‘이 기회는 완벽하게 살려야지. 아무렴.’ 그렇기에 이번 기회만큼은 결코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됐다. 만약 여기서마저 어떠한 해프닝으로 인해 배드 엔딩이 나온다면, 그때 입는 타격은 진짜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명성은 물론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명성도 바닥에 떨어질 터.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자신의 능력치창을 향했다. [미다스] - 레벨 : 309 - 성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2944)/체력(5+2912)/지력(1449+4758)/마력(314+4289) 놀라운 능력치, 그러나 막상 그것을 보는 미다스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옅어졌다. ‘날 위해서 전력으로 도와주신 길드분들을 위해서라도.’ 고르도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에 대한 무한한 감사함이 그를 진지하게 만든 탓이었다. “왔군.” 이윽고 미다스가 NPC알가마스의 앞에 도달했을 때 그의 표정에는 더 이상 웃음기는 없었다. “드래곤의 둥지는 찾았나?”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대신 비석만 있었습니다.” “비석?” “용의 시체를 노리는 자가 너무 많아, 그것을 거대한 무덤에 숨겼다고 하는군요.” 그 설명을 들은 NPC알가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는 게 좋지.”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 이어진 질문에 NPC알가마스는 말했다. “숲에서 나무를 찾는 방법이 뭔지 아나?” 그 질문에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미다스를 향해 NPC알가마스가 말했다. “일일이 찾아보면 된다.” “예?” “하나씩 나무를 살피다보면 찾고자 하는 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아니, 그야……." “적어도 내가 아는 방법은 그뿐이다.” 반박 불가한 그 방법에 미다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젠장, 설마 여기서 무식하게 본 사우루스들 1만 마리 잡아라, 이런 거 나오는 거 아니야?’ 역시 이 게임은 쓰레기라고. 그러한 미다스의 생각에 NPC알가마스가 말했다. “필시 용의 시체를 숨긴 자는 그것을 조각내서 고대 무덤 곳곳에 숨겼을 터. 그럼 더더욱 일일이 찾는 수밖에."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 분노로 가득 차던 미다스가 NPC알가마스를 향해 반문했다. “조각을 내서 곳곳에 숨겼다고요?” “목적이 숨기는 것이니.” “그러니까 거대 무덤에서 등장하는 본 사우루스 중에 용의 뼈를 가진 애들이 따로 있다는 거죠?” “그렇다.” “그걸 찾아 잡기만 하면 되는 거죠?” “당연한 소리.”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분노를 눈 녹듯 녹여버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크으!’ NPC알가마스의 발언을 조합하면, 본 사우루스 중에 용의 뼈를 가진 놈만을 찾아 잡으면 된다는 의미. 미다스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종류의 퀘스트였다. ‘역시 갓겜이라니까.’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가 예상된 바. 그러한 이유로 다시 지어지기 시작한 미다스의 미소에 NPC알가마스가 말했다.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에이, 자신 같은 게 있을 리 없죠. 용의 뼈를 가진 몬스터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열심히 할 뿐이죠." 여유 넘치는 대답. “그 자세가 마음에 드는군. 좋아, 자네를 위해 도움을 주겠다.” 그 순간 NPC알가마스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바닥 아래에서 돌두꺼비 한 마리가 등장했다. 꾸륵! 그리고는 바로 돌두꺼비가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속에 있는 자그마한 비석 하나를 뱉었다. “이게 뭔가요?” “자네가 용의 뼈를 얼마나 모았는지, 그 비석이 알려 줄 거다.” 그 설명에 미다스가 바로 비석을 들었다. [용의 뼈 지도] - 현재 모은 용의 뼈 : 0/4,444 !마지막 뼈는 좀비 매머드 사냥 시 획득 가능 !전부 모을 시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으로 변화 그것을 본 미다스가 바로 질끈 눈을 감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왕!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 모습에 잽싸게 염려하는 럭키와 골드, 그 둘에게 미다스가 바로 말했다. “아니, 잠깐 헛것을 봐서. 아무래도 요즘 내가 비타민A가 많이 부족한 모양이야. 야맹증이 오네.” 그리고 다시 눈을 떠 비석을 본 미다스가 재차 두 눈을 감았다. “아, 내가 눈이 많이 나빠진 거 같다. 아무래도 안경을 하나 제대로 맞춰야겠어.” 마지막으로 다시 눈을 떠서 비석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4,444라는 아득한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갓워즈는 결코 쉽게 게임하는 걸 용납지 않는다는 것. 8. 흔히 말한다. 백 번을 잘해도 마지막 한 번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BJ대마도사의 드래곤 레어 원정대 라이브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 아, 마무리가 뭐 이래? - 기대는 잔뜩 시켜놓고, 이렇게 끝날 줄이야. - 차라리 실버라도 레이드 했었어야 했어.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식의 엔딩을 마주한 방송을 향해 시청자들이 적잖은 실망감을 토했다. - 이제 남은 건 애프터 데이트뿐이야. - 다음 데이트에서 진짜 제대로 승부 걸어야지. - 맞아, 다음 데이트에서 꼭 개판 나서 BJ대마도사가 차이는 꼴을 봐야겠어. 그리고 그 실망감은 오히려 다음 이벤트 매치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말이 데이트지, 사실상 고르고, 레드 스컬 길드 연합 대 BJ대마도사의 대결. 감히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빅 매치였다. - 그것도 그런데 고르고 길드랑 레드 스컬 길드가 손잡으니까 장난 아니긴 장난 아니더라. - 애초에 라이벌이었던 둘이라서 서로 특성을 제대로 아니까. - 둘이 서로 이야기하는 것도 끝내줬지. 그 둘이 그렇게 오래 대화하는 거 처음 봄. 더욱이 두 길드는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자신들이 힘을 합쳤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 상태였다. - 들리는 소문에는 이번 기회에 두 길드가 합병한다던데? ㄴ 그럼 10대 길드급 아님? ㄴ 안 될 이유는 없지. 이미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까지 오른 상태인데. ㄴ 진짜 최강 길드 하나 또 나오겠네. 더 나아가 그 둘에 대한 흥미진진한 소문도 돌아다니는 상황. - 그것도 그런데, 무대가 거대 무덤이면 이야기가 다르지. ㄴ 아무렴, BJ대마도사는 거대 무덤 첫 입성이지만 두 길드는 이미 졸업반이라고. ㄴ 졸업반 수준이 아니라 이미 졸업하고 자기 자식이 입학한 수준이지. ㄴ 여하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좋을 건 없겠네. 결정적으로 다음 이벤트 매치 무대는 전적으로 두 길드의 선택에 달린 상태였다. 즉, 어느 때보다 BJ대마도사가 불리하다는 의미. 그게 기대감이 증폭되는 이유였다. - BJ대마도사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지 모르겠네. ㄴ 그래서 재미있는 거지. ㄴ 맞아, BJ대마도사라면 모르니까. 언제나 그렇듯 BJ대마도사는 난공불락과 같던 그 어떤 불리한 상황도 부수는 반전의 플레이어였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 시청자들의 이야기였다. 이 바닥 깊숙한 곳에서 자리 잡은 자들, 소위 석유가 될 만큼 깊게 고인 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에어 길드로부터 편지를 받으셨다면서요? 무슨 내용이었죠?” “별 내용 아니었어. 앞으로 잘 지내자,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해주겠다, 그쪽이 이블 길드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하고 글자 숫자까지 비슷할걸?” 조만간 있을 빅 이벤트를 앞두고 1티어급 길드들은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를 향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그동안은 견제만 들어온 이들이 갑자기 얼굴을 싹 바꾸는 게, 이제 정말 10대 길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게 실감이 되기 시작했어.” “저도 마찬가지에요. 진짜 뭔가 되는 느낌이 드네요.”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그 둘이 조만간 10대 길드 자리에 오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 즉, 1티어급 길드들 중 그 어느 길드도 두 길드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진짜 한 걸음 남았네.” “BJ대마도사만 잡고, 공식적으로 우리 두 길드가 손을 잡으면 모든 게 끝나는 거죠.” 두 여인 역시 자신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예화 :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딱 한 명, 조만간 있을 두 길드의 합병의 최고 후원자가 될 칭화 그룹의 관계자, 예화는 달랐다. - 예화 : BJ대마도사는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니까, 정말 모든 게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돼요. 두 여인을 향해 예화는 거듭 경고를 했다. 그리고 그 경고에 두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깨지긴 했지만 BJ대마도사와 가장 많이 붙어본 건 예화가 이끄는 중원 길드. “그렇죠. 방심하면 안 되겠죠.” “걱정 말라고, 허투루 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이쪽도 운명이 걸린 일이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합병될 두 길드의 자금줄을 쥐게 될 물주님을 무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그럼 다시 한 번 정리해보죠.” 해서 세 여인은 빠르게 상황에 집중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BJ대마도사의 행보겠네요. 그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전술전략이 달라질 테니까요." 자연스레 이야기는 BJ대마도사에 집중됐다. “잊어버린 땅에 들어온 건 확인했고, 그 이후에 파악한 바로는 지금 본 사우루스들을 미친 듯이 잡는다던데?” 그리고 현재 파악한 바로는 그는 열심히 사냥 중이었다. 그뿐이었다. “너무 대놓고 사냥 중이라서 딱히 뭔가 꿍꿍이가 숨길 수 있는 같지도 않을 정도야.” 예상과 달리 오로지 사냥뿐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BJ대마도사가 꿍꿍이가 없을 리 없지. 분명 뭔가 준비 중일 거야. 안 그래?” 물론 그 사실을 붉은 머리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두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음모가 있을 거예요. 그는 뱃속에 뱀을 수십 마리를 두고 있는 인간이니까요.” 그 둘이 직접 곁에서 경험한 BJ대마도사는 과감하고, 거침없는 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냉철한 자였으니까. 분명 이것도 수작이다, 라고 생각될 수밖에. 반면 예화는 달랐다. - 예화 : 음모는 없어요. - 예화 : BJ대마도사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을 실천하는 것뿐이니까요. 최선을 실천한다, 그 말에 두 여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 예화: 모든 판은 우리가 짜게 될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음모를 꾸미는 건 무의미하죠. - 예화: 그리고 어쨌거나 무엇이 됐건 그게 대결이 되리란 건 분명하죠. 같이 손에 손잡고 무언가를 할 일은 없으니까요. - 예화 : 그럴 바엔 그냥 레벨업이라도 해서 전력을 극대화하는 게 최선이죠. 이어진 설명을 들은 후에 두 여인이 의문을 접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탄했다. ‘정말 대단해, 어떻게 여기까지 읽는 거지?’ 이 정도로 판을 제대로 읽는 예화의 안목에 대한 감탄. ‘이런 중원 길드를 이긴 BJ대마도사가 더 소름이 돋는군.’ 그 감탄 뒤로는 이런 중원 길드마저 가소로운 패자로 만들어버린 BJ대마도사에 대한 경악으로 이어졌다. - 예화 : 그렇기 때문에 BJ대마도사는 음모가 있는 척 연기를 하거나, 수작을 할 게 분명해요. - 예화 : 필시 기만전술을 펼칠 거예요. 그러니까 절대 기만전술에 괜히 넘어가지 마세요. 그사이 나온 설명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 둘이 질문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뭐든 좋아, 시키는 대로 하겠어. 당장 이벤트 매치를 잡으라면 잡을 수 있어.” BJ대마도사 사냥은 언제 하는 게 좋겠는가? - 예화 :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가장 골치 아픈 점이 뭔지 아세요? 그때 나온 질문에 두 여인이 바로 대답했다. “레벨 제한이죠.” “게임 좀 쉽게 하려고 레벨업을 못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스스로 내뱉은 답에 두 여인이 바로 깨달았다. “아, 그럼 놔두실 생각이시군요.” “레벨업하면 결국 손해 보는 건 BJ대마도사 본인이니까?” “하긴,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그게 훨씬 더 치명적인 일이니까요.” 예화가 바라는 답이 무엇인지. 그런 둘에게 예화가 말했다. - 예화 : 그냥 놔둬서는 안 되죠. 그건 틀린 답이라고. - 예화: 격려해줘야죠. 그가 원하는 것보다 더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더 제 목을 조르도록. 그 대답에 두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뭐가 좋을까요?” 이어진 물음에 예화가 대답했다. - 예화: 선물이 좋겠네요. 그것도 직접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애정을 담아 전달해주면 더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잖아요? 367화. < 115화. 보스 몬스터 레이드 (1). > 1. 게임에서 말하는 공략법이라는 것들은 대개 정형화된 몬스터 패턴이나 조합의 틈을 공략하는 것을 의미했다. “거대 무덤 공략법? 그딴 게 있을 리 없잖아.” 거대 무덤에서 공략법이란 개념이 무색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가지각색의 본 사루우스들이 형태나 종과 상관없이 무리를 짓는 곳에서는 그 패턴이나 조합이란 틀이 정형화될 수가 없었으니까. “여기 애들은 제멋대로 조합되는데.” “제멋대로 조합되는 정도면 다행이지. 보고 판단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더 골 때리는 건 특성도 다르다는 거야. 어떤 놈은 불을 쓰고, 어떤 놈은 독을 쓰니까.” 그리고 조합과 특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설픈 공략법을 준비하는 건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되고는 했다. 어설픈 공략법을 믿고 덤벼드는 것보단 차라리 도망칠 여지를 남겨두는 게 갓워즈를 즐기는데 훨씬 도움이 됐으니까. “뭐, 한 가지 만능 공략법이 있긴 하지.”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 만고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공략법이 하나 존재했다. “그냥 무시하고 힘으로 때려잡으면 돼.” 이런 계산 따윈 무시할 만큼 압도적인 화력으로 보이는 몬스터를 파괴하는 것.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갓워즈란 게임은 그런 공략법이 먹히는 것을 결코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게임이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일명 BJ대마도사 스타일이지.” 그 방법에 미다스, 그의 별명이 붙은 이유는. 잊어버린 땅을 지나 이제는 거대 무덤에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의 사냥 방식은 그랬다. 본 사우루스 무리를 마주한 그의 전투 스타일은 언제나 똑같았다. “대폭발!” 일단 표적을 발견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게 어떤 몬스터가 됐건 바로 광역 마법을 준비했다. “전군 돌격!” 이후 광역 마법 포격이 시작되는 순간, 곧바로 실버를 필두로 럭키와 골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콰과광! 그 후에 시작되는 마법 포격 속에서 본 사우루스들이 농락당하는 사이, 이지스의 방패 효과 덕에 마법 포격에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셋이 그들을 일방적으로 덮쳤다. 첫 번째는 당연히 실버였다. 딱히 특별한 스킬 같은 건 없었다. 필요도 없었다. 꽈릉! 거대한 키메라 드래곤의 육체를 손에 넣은 실버가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본 사우루스들에게는 그야말로 재해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실버가 전열을 무너뜨리는 순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는 순간 럭키와 골드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나쁜개! 대결이다! 누가 주인님께 더 어울리는지 증명하는 거다!” 왕! 드래곤 나이트의 육신에 에이트리의 검을 쥔 골드는 그 단단한 본 사우루스의 뼈를 수수깡처럼 만들었다. 빠득! 그리고 럭키의 발톱과 이빨 역시 본 사우루스의 뼈를 비스킷이나 다름없는 꼴로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뇌신의 심판이 있을지어다!” 파지직! 그렇게 미다스의 광역 마법과 셋이 전장을 무너뜨리자마자 등장한 두 마리의 뇌전의 정령 기사들이 두 번째 폭풍이 되어 몰아치는 사이. 쿠궁! 이제는 무려 다섯 마리가 되어버린 골렘들이 각자 본 사우루스를 한 마리씩 상대했다.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조합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본 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그저 결과만이 있을 뿐. 그 광경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BJ대마도사의 전투를 보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토했다. 반면 전투를 마친 미다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젠장.” 전투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4,444조각 모으는데 한 세월 걸리겠어.’ 마음에 안 드는 건 퀘스트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용의 뼈 드랍률은 20퍼센트 정도였다. 5마리를 잡으면 하나 정도를 구할 수 있다는 것. ‘무리로 다녀서, 하나만 골라잡는 것도 안 되고.’ 물론 미다스의 눈에는 용의 뼈를 가진 몬스터를 찾을 수 있었지만, 무리를 짓는 본 사우루스의 특성상 그중 한 마리만 따로 빼서 잡고 빠지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한없이 잡아야 한다는 것. 사실 잡는 건 문제가 없었다. ‘이 페이스로 제 날짜에 잡을 수 있을까?’ 문제는 미다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일 바로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시간을 정하는 건 미다스가 아니라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였으니까. ‘차라리 적당히 할까?’ 이쯤 되면 그냥 헛심 쓰지 말고 두 길드가 만든 무대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페이스면 좀비 매머드만 일단 잡고, 본 드래곤은 따로 이벤트 마련하는 수밖에.......' 미다스가 결국 다음 기회에, 라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응?' 플레이어 두 명이 빠른 속도로 미다스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투 중인 플레이어에게 접근하는 건, 식사 중인 맹수에게 접근하는 것과 같은 일. 접근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긴장을 하는 게 기본이었다. 비단 미다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크르르! “주인님 뭔가가 옵니다, 제 뒤로 피하십시오.” 그 낌새를 파악한 럭키와 골드 역시 잽싸게 미다스의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아." 그때 등장한 이의 정체를 파악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니야, 괜찮아. 붉은 머리랑 메두사 님이십니까.” 그 누구도 아니는 붉은 머리와 메두사, 두 여인이 오고 있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긴장했다. ‘날짜 통보하시려는 건가?’ 누가 보더라도 두 여인이 BJ대마도사에게 이벤트 무대와 날짜를 통보하기 위해 오는 것이었으니까. ‘아, 젠장. 본 드래곤 꺼내드려야 하는데…….' 본 드래곤 퀘스트 진행도가 채 10퍼센트도 되지 않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저 속이 바짝 탈 일. “잘 지내셨어요?” “거대 무덤에 오자마자 뼈들을 박살을 내네. 역시 BJ대마도사다워.” 이윽고 네이와 하니, 두 여인이 미다스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순간 미다스는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퀘스트가 조금만 쉬웠어도 빅이벤트 하나 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감정에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그러한 미다스의 표정에 두 여인은 오히려 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특별한 건 아니에요. 그냥 열심히 사냥하신다는 말에 도움 좀 드리려고요.” “맞아, 그래도 우리가 이 사냥터에서는 선배인데 후배가 고생하는 걸 그냥 볼 수는 없지.” 그리고는 이내 두 여인이 이미 손에 준비한 보자기를 각자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속으로 놀랐다. ‘포션? 어? 이거 꽤 비싼 것들이잖아?’ 그의 눈에는 그 보자기 안에 있는 아이템들이 무엇인지 바로 보였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놀란 사실을 내색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만 지었다. 그런 미다스에게 두 여인이 안에 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부디 이거 마시고, 더 열심히 사냥하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 우리는 충분히 그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 테니까.” 그 사실에 미다스의 표정이 더 굳었고, 그 표정에 두 여인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BJ대마도사 성격상,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겠지.’ ‘이렇게 대놓고 도발했으면, 오히려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지. 어디 한 번 폭주해봐라. 소용없겠지만.’ 이 도발이 제대로 먹혔으리라고. 그러한 두 여인에게 선물을 받은 미다스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꽉! 이를 문 채로. 그 표정은 누가 보더라도 감정을 꾹 참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미다스는 참고 있었다. ‘여자한테 선물 받아보는 거 처음인데…… 아니, 그보다 대체 이게 다 합치면 얼마야?’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그 웃음을 참은 채 미다스가 각오를 뱉었다. “예, 정말 확실하게 준비해서 다음에 제대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2. “삼촌!” 정현우의 등장을 알리는 문 열리는 소리에 혜린이가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 예전 집보다 거실에서 현관까지 거리가 훨씬 멀어진 탓에 발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어? 삼촌?” 그러한 발소리 끝에 정현우를 마주한 혜린이가 평소와 달리 움찔하며 정현우 앞에 섰다. “삼촌 표정 왜 그래?” “응? 왜?” “삼촌 표정 이상해.” 그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돌려 현관에 있는 거울을 보자, 징그러울 정도로 실실 웃고 있는 자신의 표정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을 본 정현우는 미소를 더 짙게 만들며 조카의 머리를 헝클 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삼촌이 오늘 아주 좋은 일이 있었거든.” "좋은 일?” 조카를 데리고 이내 거실로 향하는 정현우가 마저 설명을 해줬다. “응, 여성분한테 선물을 받았거든.” “선물?" “그래, 진심이 담긴 선물을.” “현우야.” 그때 거실에서 커피를 타던 정태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현우를 부르며 말했다. “외로운 건 알겠지만, 조카에게 거짓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형의 그 말에 정현우의 미소가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내 평온을 되찾은 정현우가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 됐다. 형이 뭘 알겠어? 미인 두 명한테 동시에 선물 받는 게 어떤 일인지.” 이어진 말에 정태우는 표정을 구겼고, 조카는 곧바로 정현우를 향해 크게 말했다. “선물? 삼촌 선물 받았어?” “그래, 선물. 아주 비싼 선물!” “그럼 어디에 있어? 선물 어디에 있어?” "응?" 이어진 조카의 해맑은 질문에 정현우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그러니까 혜린아 그 선물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 “그래, 그렇지. 현실에 존재 안 하겠지. 할 리가 있나.” 그리고는 이내 설명을 하려는 정현우의 말을 정태우가 잽싸게 도중에 끊어버리며 말했다. “현우야, 최소한 거짓말을 하려면 증거는 마련해두고 해. 하다못해 손에 아이스크림이라도 들고 오든가.” “삼촌 거짓말한 거야?” 이어진 부녀의 공격에 정현우가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이내 그 말을 꾹 삼켰다. ‘젠장, 이거 뭐 말해줄 수도 없고.’ 내가 사실 BJ대마도사이고, 오늘 엄청난 슈퍼 스타 플레이어에게서 선물을 받았다는 것을 여기서 설명해줄 수는 없는 일. “……그래, 외로워서 거짓말 좀 했어.” 결국 울며 겨자 먹듯, 양치기 소년이 되는 걸 감수한 정현우가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자 기사들이 보였다. [BJ대마도사, 두 여인으로부터 선물 받다!]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의 로맨스 시작되나?] 이미 한참 전부터 유명인이었던 메두사와 붉은 머리와 이제는 유명인이 된 BJ대마도사를 샌드위치처럼 사이에 둔 기사들이. ‘드디어 나도 이런 기사가 뜨는구나.’ 근거 따윈 하나 없고, 그저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가십거리 기사에 불과했지만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물론 댓글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 준 건데, 받은 쪽이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거 아님? ㄴ 딱 봐도 준 쪽은 별 이유 없는데, 받은 쪽이 오버했네. ㄴ BJ대마도사가 돈 주고 기자들 이용해서 이런 기사 뿌렸다는 게 학계의 정설. ㄴ 추하다 BJ대마도사. BJ대마도사가 그 둘과 장밋빛 나날을 보낼 일은 없다, 그러한 반응에 정현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 진짜 관심이 있어서 온 건 아니겠지.’ 네티즌들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정현우도 알고 있었다. 정말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선물을 줬을 리가 없다는 것을. 즉, 이번 상황은 절대 썸녀가 썸남에게 이거 먹고 열심히 하세요, 라면서 음료수를 사주는 것 같은 게 아니었다. ‘신호를 준 거야.’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음료수를 사주면서, 우리 정 대리 파이팅! 이거 마시고 열심히 해, 이번에 하는 일 정말 중요하니까. 자네 앞길이 걸려있을 정도로, 하하하! 이렇게 말하는 상황이었지. ‘두 길드에도 다음 라이브 방송이 정말 중요한 모양이네.’ 즉, 고르고 길드나 레드 스컬 길드도 저번 해프닝에 대한 만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적당한 수준의 이벤트로 끝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의미. ‘하긴, 두 길드가 손잡았는데 그냥 좀비 매머드 하나 잡고 끝나면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실제로 그동안 라이벌 관계였던 두 길드가 손을 잡은 건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대사건인 만큼 그에 어울리는 빅 이벤트도 필요하다는 의미. ‘기다려준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고.’ 그만큼 BJ대마도사에 대한 기대는 높고, 높은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겠다, 그게 이번 만남의 의의였다. ‘나쁠 건 없어. 시간은 생긴 거니까.’ 그렇다면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러한 배려에 최선을 다해 응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제대로 준비해야 해.’ 그저 단순히 자기 깜냥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때문에 정현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번 건수는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리자.’ 3. 메두사와 붉은 머리의 선물 이야기로 갓워즈와 관련된 온갖 곳이 떠들썩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메두사랑 붉은 머리가 고작 포션 주는데 직접 올 줄이야.” “심지어 그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어. 영상으로도 올렸고.” “각자 SNS에도 선물 주는 거 사진 찍어서 올렸더라. 좋아요 숫자가 아주 끝내줘.” “라이브 방송, 영상, SNS…… 진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떡밥을 뿌리네.” 아니, 예외는커녕 오히려 어느 곳보다 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 단순한 호감 표시인가?”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 물론 그 누구도 그것을 두 여인의 순수한 호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명이 동시에 호감 표시하는 거 봤어? 정말 표시하려고 했다면 따로 왔겠지.” “딱 봐도 압박 주는 거지. 다음에 잘하라고.” “맞아, 사장님이 우리한테 커피 사주는 거랑 똑같은 거야.” 정황상 호감 표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발이다.’ 그는 그게 호감 표시이기는커녕 BJ대마도사를 향한 두 길드의 도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BJ대마도사의 선택지가 없는 걸 보고, 도발을 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도발을 할 만큼 두 길드의 상황이 유리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골치 아프군.’ 문제는 그 도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는 것뿐. BJ대마도사가 미친 듯이 본 사우루스들을 사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괜히 무리한 수작을 부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이렇게 끌려다니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골치 아픈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답을 찾는다.’ 또한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계속 강구해야 한다는 것 역시 변하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툭툭, 거듭해서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박영준이 잽싸게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이윽고 발신자를 확인한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담하게. “다들 비생산적인 잡담 떨지 말고,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떠올려 봐. 무언가 특별한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대부분의 상사들이 할 말 없을 때 내뱉는 흔한 말을 지껄이며 문밖으로 나갔다. 그 후에 문밖으로 나온 박영준이 주변을 살핀 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런 박영준의 얼굴에 담담한 기색은 한 점도 없었다. ‘맙소사.’ 대신 경악을 할 뿐. ‘좀비 매머드를 잡으면 본 드래곤이 나온다고? 이런 빅 이벤트를 두고 그렇게 연기를 한 거야? 당하는 척? 장난 아니군.’ 그리고 그 경악한 제 이마를 스마트폰으로 툭툭 몇 번 치던 박영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중원 길드 상대로 소원 한 번 쓸 때가 왔군.’ 역전, 그 단어를 앞에 둔 이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가. 368화. < 115화. 보스 몬스터 레이드 (2). > 4. “후우." 짤막한 숨을 내뱉은 미다스가 옆에 있는 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골드야.” “예, 주인님." “나 어때 보여?” “오늘도 그 위엄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울게 할 만큼 넘치십니다!” 그 극찬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옆에 있는 럭키를 보며 말했다. “럭키, 네가 보기엔 어때?” 왕! 짧게 짖고 힘차게 꼬리를 흔드는 럭키의 모습이, 주인님 최고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둘로부터 정상적인 대답을 얻기 위해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이제 미팅 시작이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과의 미팅을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한 질문이었지. 그만큼 이번 미팅은 미다스에게 중요했다. ‘해프닝을 만회하는 자리야, 여러모로 제대로 설계를 해야 해.’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 그렇기에 중요한 건 그 실패를 한 다음에 만회를 하는 방법이었다. 거기서 일류와 초일류의 경지가 판가름이 났다. ‘위기관리능력을 증명할 때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자에게는 더 많은 믿음을 그리고 더 많은 기대와 대가를 지불하는 법이니까. 하물며 여기서 만회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면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물론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터.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긴장하던 미다스의 시야에 드디어 사장님의 등장이 보였다. - 와튼 : 시간이 없으실 테니 준비한 계획만 일단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나온 채팅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 상황에서 잡담은 필요 없는 법. - 와튼 : 일단 BJ대마도사님의 예상을 정리하면 용의 뼈를 다 모을 경우 본 드래곤이 등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좀비 매머드를 사냥 해서 아이템 루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내용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정확한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말을 하는 미다스는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100퍼센트이지만.’ 퀘스트를 깨기 위해 좀비 매머드를 아이템 루팅해야하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내가 똑똑히 두 눈으로 봤어! 라고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따름. “갓워즈란 게임을 생각하면 필시 잡아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 무덤까지 와서 일반 몬스터만 잡고 가게 놔둘 리가 없으니까요.” 결국 그럴 가능성이 높다, 라고 둘러 말하는 수밖에. 어쨌거나 그 부분이 문제였다. - 와튼 : 그럼으로 현재 시급한 건 좀비 매머드를 잡아서 아이템 루팅 권한을 얻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 와튼 : 그리고 두 길드분들이 원하는 것도 좀비 매머드 레이드 레이스일 테고요. - 와튼 : 베스트는 BJ대마도사님이 잡았을 경우. 하지만 쉽지 않으리라 판단됩니다. 해서 두 길드가 좀비 매머드를 잡았을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와튼 : 상식적으로 두 길드에 아이템 루팅 권리를 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두 길드가 좀비 매머드 레이드에 성공한다면 여러모로 과정이 골치 아파지는 법. 물론 그 둘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안 될 건 없지만, 그렇다면 그림이 안 그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난 믿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지. 두 길드가 갑자기 그걸로 협박할 수도.’ 더욱이 그 정보를 줬을 경우 두 길드가 과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 와튼 : 그래서 칭화 그룹에 이번 이벤트 매치의 후원 제안을 할 생각입니다. “칭화 그룹이요?” - 와튼 : 예, 그때 얻은 램프의 요정을 한 번 부르는 겁니다. 중원 길드에 받은 소원이요. “아!” 그제야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이 그리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었다. “후원사가 보스 몬스터 아이템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라고 명시하면 무리 없이 진행되겠네요.” 이런 빅 이벤트에는 후원사가 붙기 마련 그리고 붙을 경우 후원사는 상황에 따라 이벤트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었다. - 와튼 : 맞습니다. 칭화 그룹에 좀비 매머드 아이템 루팅 권리를 달라고 할 겁니다. - 와튼 : 정리하면 이번 빅 이벤트 매치의 후원사가 되어서 좀비 매머드 아이템 루팅 권리를 주세요, 가 되겠죠. - 와튼 : 물론 후원사 자격을 따내기 위해서 칭화 그룹은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겠지만, 그러려고 소원을 비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 정도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칭화 그룹이 두 길드에 적잖은 대우를 해줘야 했다. 다른 후원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소원이었다. ‘중원 길드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쁘지 않아.’ 더불어 이렇게 만들어지는 그림은 꽤 훌륭했다. 일단 칭화 그룹이 움직이는 순간 모두가 BJ대마도사와 중원 길드 관계를 떠올릴 것이며, 자연스레 BJ대마도사가 칭화 그룹을 엮어줬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BJ대마도사가 해프닝에 대한 완벽한 A/S를 해준 셈. 또한 칭화 그룹이 다른 후원사를 제치고 이기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베팅을 할 게 뻔했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 여기에 본 드래곤까지 등장한다면? ‘칭화 그룹도 남는 장사다.’ 칭화 그룹은 베팅한 것이 아깝지 않은 이득을 챙겨갈 터. 그리된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시나리오였다. ‘와, 이런 걸 떠올리시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절로 감탄이 나오는 시나리오였다. 어쨌거나 시나리오는 이제 정리된 셈. - 와튼 : 그래서 소원을 써도 되겠습니까? 때문에 이어진 허락 요청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이제부터 괜히 저한테 물어보지 마시고, 남은 2개도 마음 내키는 대로 사용하시죠. 긴급한 상황에서 일일이 저한테 물어보는 것 때문에 시간이 빼앗기는 게 더 손해이니까요.” ‘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돈 달라는 것 말고는 안 떠오를 텐데, 사장님이 쓰시는 게 낫지.’ 그냥 다 가지라고, - 와튼 : 감사합니다. 짤막한 대답에 미다스는 말했다. “예상대로 좀비 매머드를 잡는 순간 본 드래곤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괜히 중간에 퀘스트 하나 더 있는 것보단 즉시.” 물론 현 시점에서 본 드래곤이 언제 나오는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 와튼 : 그랬으면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나오겠죠.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두 길드분들하고 이야기할 때 좀비 매머드 레이드 레이스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 와튼 :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고, 채팅창에서 사장님이 사라지는 순간 미다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진짜 입 근질거려서 죽는 줄 알았네.’ 혼자만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간지러운 모양. ‘어쨌거나 이걸로 용의 뼈를 모으는 데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졌어.’ 달리 말하며 미다스에게는 더 이상 한 점의 고민도 없었다. “얘들아, 이제 고민할 것 없이 본 사우루스들만 죽어라 잡으면 된다.” 그저 행동만 하면 될 뿐. 5. “예화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연락?" “BJ대마도사가 소원을 하나 쓰겠다는군요.” 소원이란 단어에 멀린의 눈매가 가늘어졌고, 그 표정을 본 엠마가 설명을 이어갔다. “칭화 그룹이 이번 이벤트 매치의 후원사가 되어서, 좀비 매머드의 아이템 루팅 권한을 달라네요.” 그 순간 멀린이 미소를 지었다. “좀비 매머드에게서 퀘스트 아이템이 나오는 모양이군.” BJ대마도사 쪽의 제안은 쉽게 말해서 뭐든 할 테니, 좀비 매머드의 아이템 루팅 권한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길 자신이 있으면 이런 짓은 안 할 테고…… 사실상 포기한 건가?” 그건 곧 패배를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상황이 그렇잖아요? 아무리 봐도 BJ대마도사 쪽의 승률은 높지 않으니까요.” 분명 BJ대마도사가 거대 무덤에 입성해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놀라운 것이었다. 허나, 레드 스컬 길드와 고르고 길드, 두 길드에 비해서 압도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심지어 그 두 길드가 손을 잡은 상황에서, 심지어 인원 수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는 사실상 체급이 맞지 않는 일. “뼈를 주고, 살이라도 취하겠다는 거군.”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악을 피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좀비 매머드까지 놓쳐버린다면, BJ대마도사는 다시 한 번 더 좀비 매머드 레이드를 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할 터. “하긴, BJ대마도사가 좀비 매머드를 다시 잡으려고 하면 모두가 눈치를 챌 텐데, 방해가 적잖게 들어오겠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게, 다음 BJ대마도사의 레이드를 1티어급 길드들이 그냥 두고 볼 일 없다는 점이었다. BJ대마도사는 그 어떤 보스 몬스터보다 가치 있는 트로피가 된 상황이었으니까. 그가 움직이는 순간 다들 눈치를 채고 방해를 하러 들어올 터. “패배할 때 피해를 줄이는 게 진짜 현명한 선택이지. 그래서 칭화 그룹 쪽은?” “어차피 소원이니 들어줄 수밖에 없고, 대신 여기서 시간을 좀 더 끌어볼 생각이에요.” “시간을?” “여기서 무리하게 몰아붙였다가는 BJ대마도사 쪽이 강행 돌파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레벨업만 더 하게 만드는 선에서 만족하려고요.”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몰아붙이면 쥐도 고양이를 무는데, 호랑이가 얌전히 있을 리 없지.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 물러나야지. 그 후에 정말 기회가 오면 그때 숨통을 노리는 거고.” 그 말끝에 멀린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지금쯤 울면서 레벨업 사냥을 하고 있겠군.” 6. [레벨이 올랐습니다.] [31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레벨업이다! 얘들아 소리 질러!”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환호성을 질렀고, 이어진 명령에 모두가 다 같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우!" 오직 하나. 꾸우, 꾸우. 잭팟만이 짤막한 울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 “자, 이 기세대로 카드 보상 받아보자.” 허나, 미다스는 그런 잭팟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기쁜 기색을 이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다스에게는 단 한 점의 고민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미 모든 무대는 완성됐고, 시나리오도 완성된 상황. 여기에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로부터는 필요한 만큼의 시간마저 배정받은 상황이었다. 남은 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일뿐.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때문에 미다스는 310레벨 카드 보상 앞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보였다. ‘까짓것 안 나오면 어때. 이미 무대가 완벽한데.’ 혹여 황금빛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기에. ‘그래, 레어나 나와라. 돈지랄로 사지.’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카드를 바라봤다. "쓰레기 게임, 어디 한 번 얼마나 쓰......." 그러나 이내 등장한 100장의 카드를 보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 아우우우! 그 순간 놀란 미다스가 들리는 럭키를 향해 손가락으로 쉿이라는 제스처를 날렸다. ……우우? 미다스의 그 제스처에 럭키가 하울링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미다스가 다시 눈앞의 카드를 바라봤다. ‘나왔다.’ 오롯하게 황금빛을 내뿜는 카드를. [불도저]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골렘을 돌진시킨다. 돌진 경로에 있는 모든 적을 밀고 나아간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감탄을 내뱉었다. ‘이게 여기서 나오네.’ 불도저. 이름 그대로 골렘을 불도저처럼 만드는 스킬로, 그 효과는 엄청났다. ‘원거리 딜러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킬인데.’ 특히 이 스킬의 최고 장점은 지형지물을 싹 밀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무나, 돌 따위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원거리 딜러들 입장에서는 고속도로가 깔리는 기분. 그게 아니더라도 돌진 과정에서 생기는 공격력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섯 마리면…….' 더욱이 미다스가 현재 소환 가능한 골렘의 숫자는 무려 다섯! 그 다섯이 동시에 돌진을 한다? ‘실버도 밀어낼 수 있다.’ 실버는 물론, 그 거대하기 그지없는 좀비 매머드 역시 밀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터. ‘그건 본 드래곤도 밀어낼 수 있다는 거지.’ 당연히 본 드래곤 역시 충분히 밀어낼 수 있다는 의미. 효용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불도저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선택을 마쳤다. “이야, 너무 강해지니까 이거 좀 무서운데?” 그때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봤다. 평소라면 이 스킬을 꼭꼭 숨기고 있다가 중요할 때 등장해서 반전을 기획했을 것이다. ‘어차피 빅 이벤트는 잡혀 있으니까.’ 그러나 이미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큼지막한 서프라이즈 파티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호객용으로 쓰는 게 나을 터. “얘들아.” 왕! “네, 주인님.” “이제부터 무덤 좀 갈아엎자.” 7. "소원을 썼다고?” 아즈모의 말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극비리에 진행 중이기에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만, 칭화 그룹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원 말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이어진 비서의 설명에 아즈모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소원이란 건 뭔가가 필요한데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을 때 써먹는 건데…… BJ대마도사가 아무래도 이 판에서는 져줄 모양이군.” 아즈모의 결론에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물론 숨겨진 내용을 본다면 BJ대마도사가 이번 레이드 레이스에서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으니까. 지는 게임이라는 의미. “질 때는 피해를 최소화해야지. 현명해.” 오히려 지금 BJ대마도사의 행보는 매우 냉철하면서도 현명한 행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만.” 물론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바를 생각하면 여기서도 반전을 일으킬지 모르는 법. 그때였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전투 중에 불도저 스킬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정보가 나왔다. “불도저? 골렘 불도저?” “예. 블레이즈 골렘 다섯 마리로 지금 거대 무덤을 미친 듯이 갈아엎는 중이랍니다.” 이어진 말에 아즈모는 확신했다. “이제 숨기지도 않겠다, 이거군.” “예?” “BJ대마도사는 소원을 씀으로써 자신의 패배를 선언했어. 그런 상태에서 숨겨둔 패마저 드러내면서 제스처를 보낸 거지. 나는 괜한 수작을 부릴 생각이 없다는 걸. 솔직히 BJ대마도사에게 그동안 당한 게 있는데, 그가 손을 든다고 백퍼센트 신뢰하진 않을 거 아니야?” 정말 BJ대마도사가 질 준비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미리 전력을 드러내면 BJ대마도사가 패배하더라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졌지만 잘 싸웠다고.” 어느 때보다 깔끔한 패배를 준비한다는 것을. 그 사실에 아즈모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할 게 없겠군.” BJ대마도사 본인이 패배를 준비하는데, 여기서 제삼자가 나서기란 애매했으니까. 할 수 있는 건 하나. “위로의 선물이나 보내주자고.” “위로의 선물이요? 어떤 걸로 보내줄까요?” “불도저 스킬에 어울리는 골렘은 하나지.” “아이언 골렘이요?” “그래, 그거.” 위로를 해주는 것. “생각보다 재미없는 이벤트가 되겠군.” 그로부터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가 공지를 올렸다. 369화. < 115화. 보스 몬스터 레이드 (3). > 8. - 드디어 공지 떴다. - 일주일 후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다! - 리젠부터 사냥까지, 먼저 잡는 쪽이 이긴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연합 대 BJ대마도사의 대결 매치. 모두가 기대하던 그 매치업의 내용은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때문에 모두가 만족했다. - 역시 데이트가 아니었어. ㄴ 그동안 데이트 컨셉 잡았던 거 솔직히 노잼이었지. ㄴ 이제야 좀 진짜 제대로 싸우는 느낌이네. ㄴ BJ대마도사는 솔로로 싸워야 제 맛이지! 더 이상 괜한 컨셉이 아니라 정말 운명을 건 격돌을 펼치게 됐으니까. 하지만 어디에나 초를 치는 이는 있는 법, 몇몇 이들은 의문을 던졌다. - 아니, 그런데 왜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임? 좀비 매머드 잡는 거 아니었어? 어째서 표현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인가? 물론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좀비 매머드가 보스 몬스터잖아! - 역전 앞이랑 BJ대마도사 솔로랑 같지. 뭘 써도 하나만 쓰면 되는 거잖아? 큰 의미도 없었을뿐더러, 진짜 의문을 던져야 하는 건 따로 있었으니까. - 지금은 그것보다 칭화 그룹이 후원사인 게 더 중요하지! 칭화 그룹이 이번 빅 이벤트의 후원사가 됐다는 것. - 칭화 그룹이면 중원 길드잖아? 그런데 여기에다가 후원을 했다는 건? ㄴ 필시 BJ대마도사가 다리를 놔준 거겠지. ㄴ BJ대마도사가 저번에 드래곤 레이드 못하게 된 게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네. ㄴ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BJ대마도사가 칭화 그룹을 움직일 정도로 엄청났나? ㄴ 소문으로는 그냥 돈 많은 부자였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엄청난 세계적 부자일지도 모르겠네. ㄴ 아시아 쪽 권력자일 수도 있어. 칭화 그룹을 움직일 정도면. ㄴ 진짜 생각보다 더 대단한 모양이네.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이 BJ대마도사에 대한 새로운 루머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러한 루머마저도 이제 질릴 무렵. - 오늘 시작이다! 드디어 날이 왔다. 9. 갓워즈에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치러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골드 하이에나를 예로 들자면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티켓을 얻은 후에 티켓을 가진 이들끼리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좀비 매머드, 거대 무덤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녀석을 만나는 방법은 매우 단순했다. - 좀비 매머드? 그냥 등장하면 다 알아. - 그냥 일정 시간 되면 등장함. 퀘스트도 필요 없음. -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 몸길이 50미터짜리 거대 좀비 매머드가 등장하는데, 그걸 못 찾으면 그게 병신이지. 놈이 등장하는 순간, 놈을 찾기 싫어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 뭐,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만나러 가는 건 어렵지. - 보통은 만나려고 하지도 않아. 그냥 보는 순간 튀는 게 상책이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찾는 게 쉽다는 것뿐 잡는 것의 난이도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 왜냐고? 일단 좀비 매머드가 등장하는 순간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본 사우르스들이 깨어나. - 몇 마리? 정해진 건 없어. 근방에서 일주일 동안 잡은 본 사우루스 숫자만큼 깨어날 뿐. 당장 좀비 매머드의 등장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숫자의 본 사우루스가 등장했다. - 또한 등장하는 순간 독안개 발동하고. 여기에 좀비 매머드 주변으로는 매 시간마다 독 데미지를 주는 안개 영역이 점차 넓어졌다. - 최악은 HP이지만. ㄴ 맞아, HP량이 진짜 장난 아니야. 허나,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좀비 매머드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체력이었다. - 좀비라서 독이나, 화상 같은 상태 이상은 통하지도 않고. - 석화나 빙결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을걸? - 체력은 그냥 좀비, 그 자체이고. 좀비라는 이름처럼, 그야말로 죽지 않는 괴물. “46분 44초.” 이제까지 좀비 매머드를 잡은 최단 시간 기록이 무려 46분 44초나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드 길드가 세운 기록이지.” 더불어 기록의 보유자는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소드 길드, 그 대단한 슈퍼 스타 플레이어 검객이 속한 곳이었다. 그런 소드 길드를 포함해서 40분대 기록을 가진 곳은 고작해야 6곳에 불과했다. 10대 길드들 중에서도 4곳은 40분대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 “오늘 우리가 40분의 벽을 깬다.” 그런 상황에서 붉은 머리 하니는 모인 50명의 레드 스컬 길드 정예들 그리고 함께하는 고르고 길드의 정예 50명 앞에서 40분의 벽을 깨겠다고 말했다. 그건 본래 목적보다 훨씬 더 무리하는 일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BJ대마도사를 이기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무리를 하면서도 기록 경신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록을 깨고, 당당하게 10대 길드에 이름을 올린다.” 오늘은 벽을 깨고, 하늘에 오르는 날, 그런 날에는 그에 어울리는 업적이 필요했으니까. “어차피 BJ대마도사는 포기했으니까 무시해도 좋아.” 더욱이 본래의 사냥감이었던 BJ대마도사는 사실상 이번 매치업에서의 승리를 포기한 상태. 그를 이기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기에 그 이상의 업적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괜한 말 안 나오도록 깔끔하게 쐐기를 박자고. 안 그래, 메두사?" 그러한 의지에 대해 반문이나 우려를 표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죠. 그동안 연습해온 게 아까워서라도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얻어야죠.” 근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준비해온 게 바로 그것, 좀비 매머드를 잡는 것이었으니까. 그때 드디어 소리가 들렸다. “좀비 매머드가 등장했다!” 10. 쿵! 50미터나 되는 몸길이 그리고 그 몸의 절반에 이를 만큼 거대한 두 개의 상아. 뿌우우!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좀비 매머드가 하늘을 흔들 듯한 울음 소리를 통해 자신의 등장을 세상 곳곳에 알렸다. “젠장, 등장했다!” “미친, 왜 여기야!” 그 사실에 가장 기겁한 건 좀비 매머드가 등장한 주변에서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들이었다. “튀어!” “다들 도망가! 본 사우루스들 나오기 전에!” 좀비 매머드와 등장하는 순간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사냥 당한 본 사우루스들이 깨어난다는 건 곧 반경 10킬로미터가 본 사우루스 천국이 된다는 의미. 그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그 본 사우루스들이 제대로 무리를 짓고, 전열을 갖추기 전뿐이었다. 물론 반대로 그 지옥을 향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정확하게 등장하네.” 좀비 매머드의 등장 시간을 알 수 있는 미다스의 경우에는 여유가 넘쳤다. 아니, 여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등장한 좀비 매머드와 생각 이상으로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실수는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볼 수 있는 미다스의 눈을 생각하면 이 거리는 명백하게 그가 의도한 거리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자, 그럼 얘들아.” 왕! “예 주인님!” “우리는 이제부터 웜업을 한다. 적당히 몸풀기만 하면 돼. 절대 무리하지 말고.” 즉, 미다스는 오늘 좀비 매머드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 “더 큰 걸 잡아야 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기서 결코 무리를 할 수 없는 상황. ‘뭐, 나눠 먹기도 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두 길드에 최소한의 업적을 줘야 할 필요도 있었다. 만약 둘 다 미다스가 먹어 치운다면, 두 길드의 체면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열심히 하는 척 연기하는 건 잊지 마. 절대 쉬는 것처럼 보면 안 돼.” 왕! “그래, 럭키야. 힘든 척하는 거야. 본 사우루스 하나 잡을 때 바닥도 좀 구르고, 응?” 왕! “골드 너도 사냥하다가 힘든 척 소리도 내지르고, 알았지?” “예!" “실버 너는…… 그냥 적당히 움직이면 돼, 적당히. 너무 무리하지 마. 진짜 네가 무리하면 게임이 쉬워 보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결코 밖으로 내색해서는 안 되는 법. “그럼 라이브 시작하자.” 그렇게 명령을 마친 미다스가 바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거두절미하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한 표정과 목소리로. - 갑자기 깜빡이 없이 들어오네. - 뭐여? 럭키님이나 골드님 소개도 안 하고 왜 엑스트라가 등장해서 지랄이야? - 형님 차이셨다면서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 반응에 시청자들이 코웃음을 치는 사이. “예상한 것보다 좀비 매머드와의 거리가 멉니다.” 미다스의 발언과 함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시점에서 좀비 매머드와의 거리를 보여줬다. 참으로 왜소하게 보이는 좀비 매머드의 존재가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짧지 않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 저게 좀비 매머드라고? 진짜? 보스 몬스터가 어디에서 등장하는 줄 모르는 상황에서 보스 몬스터와의 거리는 전적으로 운에 달린 바. 하지만 그래도 설마 이 정도로 거리가 멀 줄이야? - 지금 뭐해? 방송할 때야? 달려야지! - BJ대마도사 개처럼 뛰어! 때문에 시청자도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외침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일단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였다. ‘오케이.’ 본 사우루스들이 우글우글한 것이. ‘자, 그럼 제대로 져볼까?’ 그곳으로 미다스가 달렸다. 11. F1이나, 르망24시와 같은 레이스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승자는 하늘이 내려준다고.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고. 갓워즈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역시 그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는 그 어느 것보다 운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보스 몬스터를 먼저 잡는다? 불공평하기 그지없는 방식 그리고 그 점에 세상이 열광을 했다. 운만 따른다면 승자가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엄청난 실력으로 불운을 깨부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는 법. - 미친, 또 한 무리 오네! - 아니, 오늘 BJ대마도사 운이 왜 이래? 지금 BJ대마도사가 경험하는 경우는 누가 보더라도 그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 이동할 때마다 족족 몬스터 무리랑 조우하잖아! - 평소에는 보스 몬스터까지 운 좋게 가시던 양반이 오늘은 진짜 최악인데? - 누가 보면 몬스터만 찾아다니는 줄 알겠네. 정말 시청자들의 표현 그대로 마치 몬스터만 일부러 찾아다닌다고 생각될 정도. 물론 정말로 그러리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세상 천지에 몬스터의 존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게 아닌 이상 그런 짓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테니까. “BJ대마도사가 오늘은 운이 없군.” 멀린, 그가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BJ대마도사의 방송을 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역시 인생이란 건 묘하다니까. 이제까지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기세가 무너지니, 단숨에 나락까지 떨어지는군.” 사실 오늘 라이브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린은 혹시, 라는 단어를, BJ대마도사라면 모른다, 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비워두었다. 어떤 사태가 일어나도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그러나 지금 그 혹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멀린의 머릿속에 한 점 남아있지 않았다. “후후.” 있는 건 그저 기분 좋은 웃음뿐. “아직 모르죠.” 반면 엠마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라이브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채팅 중이었다. 상대는 당연히 중원 길드 마스터인 예화. 예화 역시 쉴 새 없이 채팅을 치는 것이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 두 여인의 모습에 멀린이 여유 넘치는 미소로 라이브 방송, 그 위에 뜬 BJ대마도사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글쎄…… 난 아무리 생각해도 저 표정은 연기일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거듭된 불운으로 생긴 전투에 지친 나머지 시청자들을 위한 멘트조차 내뱉지 못하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은 그가 지금 경험하는 게 얼마나 절망적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긴 하죠.” BJ대마도사의 그 표정 앞에서는 엠마도 어느 정도 긴장을 풀 수밖에 없었다. “혹여 이게 연기라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벌어졌다고. 지금 두 길드의 페이스를 봐.” 이어서 멀린이 다른 화면을 가리키자, 그곳에는 본 사우루스를 무너뜨리는 붉은 머리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이제 1킬로미터 남았다! 그 누구보다 좀비 매머드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엠마도 이제 긴장을 끈을 조금은 놓았다. “자, 이제는 한 번 제대로 즐겨볼까?” 멀린은 그 이상이었다. “BJ대마도사한테 후원이라도 해야겠어. 지금 어느 때보다 속 쓰린 법이잖아? 응?” 12. [본 사우루스를 처치했습니다.] “후우." 본 트라케라톱스를 처치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전장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헥헥! “주인님, 오늘 전투는 유난히 잦고, 힘든 듯합니다.” 그런 미다스를 향해 럭키와 골드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던졌다. 왕!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이 나쁜개가 주인님의 앞길에 영광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나온 격려는 도리어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격려란 잘 안 되는 경우에 나오는 법이니까. [멀린 님이 10,26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오늘 따라 BJ대마도사가 운이 없군.] 때문에 이어진 멀린의 후원 채팅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 운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ㄴ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ㄴ 이미 다 끝났어. 이제 BJ대마도사는 솔로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는 딱히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움직인다.” 짤막한 말 한 덩어리만 내뱉으며 다음 전투를 준비할 뿐. 물론 속내는 달랐다. ‘완벽해.’ 현재 미다스의 상태는 매우 좋았다. 전투가 거듭되기는 했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모두 예상된 전투였을뿐더러, 애초에 거대 무덤의 본 사우루스들은 미다스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포션도 잔뜩 남았고, 체력이랑 마력도 충분하고.’ 덕분에 현재 여력은 어느 때보다 많이 남은 상태. ‘보스 몹은 잡을 필요도 없고.’ 결정적으로 미다스는 퀘스트 완료를 위해 꼭 필요한 좀비 매머드를 잡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좀비 매머드라는 무지막지한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 없이 다음 전투를 넘어간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 솔직히 웃음이 나와 마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다. “후원 채팅에 대답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투에 집중하겠습니다.” ‘표정 연기하자, 정말 힘든 척 연기하자.’ 세상에 울음을 참는 것만큼 어려운 게 웃음을 참는 일인데, 미다스는 웃음을 참으면서 우는 척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 [멀린 님이 10,26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운이 좋았다면 충분히 해볼 만했을 텐데.] 그런 미다스를 표정 탓인지, 거듭 격려하려는 듯 거듭 후원 채팅이 이어졌다. [멀린 님이 10,26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전력은 충분했으니까. 운이 좋아서 먼저 레이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 몰랐을 텐데.] [아즈모 님이 10,26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멀린, 그렇게 말로만 격려하지 말고 그냥 상품을 걸어. 누가 보면 우는 아이 놀리는 줄 알겠어.] 그때 아즈모가 등장했다. [아즈모 님이 10,26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안 그래? 차라리 BJ대마도사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면 레전더리 아이템을 주겠다, 이렇게 말을 하라고. 그런 말뿐인 격려 말고.] 이어진 아즈모의 발언에 곧바로 멀린이 대답했다. [멀린 님이 10,26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도움이 되면 얼마든지. 좋아, BJ대마도사가 오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면 레전더리 스킬인 아이언 골렘을 주지.] 그리고 나온 말에는 미다스의 표정 연기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아! 표정, 표정!’ 다행히도 그런 미다스의 표정에 집중하는 이는 없었다. - 붉은 머리가 좀비 매머드 위에 올라탔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시작됐으니까. 13. 몸길이 50미터의 좀비 매머드. 이 수치를 듣는 순간 갓워즈를 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의외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때문에 막상 그 몸길이 50미터짜리 좀비 매머드가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때 느끼는 충격은 엄청 컸다. - 맙소사, 이걸 잡으라고? 진짜? - 개미가 인간을 잡는 게 낫지! 더욱이 좀비 매머드의 움직임은 평범하지 않았다. 하나, 좀비 매머드는 매머드답게 정말 거대하기 그지없는 코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 코 움직인다! - 뱀이네, 뱀! 그리고 이 코는 어지간한 동물의 꼬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 비유를 하자면, 뱀. 물론 그 위력은 감히 뱀과 비교할 수 없었다. 콰콰콰!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을 잡초 뽑듯이 뽑아냈으며, 땅을 내리치는 순간에는 지진이 일으켰다. 꽈릉! 코만 움직여도 그 정도인데 발을 구를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흔히 기억하는 코끼리의 매끈한 상아와 달리 좀비 매머드의 상아는 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스윽! 그저 가법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무가 푸딩처럼 잘릴 정도. 그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좀비 매머드는 몬스터가 아니라 재해와 같았다.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존재. 그러나 그 재해를 마주한 100명의 플레이어들,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원들은 물러섬이 없었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법사들 물러서지 말고 포격해! 발리스타 효과 유지해!” “탱커들, 앞에서 시선 끌어! 목숨 걸고 시간 벌어!” 마법사들은 다가오는 좀비 매머드를 앞에 두었음에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고, 탱커들은 도리어 그 말도 안 되는 좀비 매머드의 정면을 향해, 눈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근접 딜러들이었다. “떨어지는 놈, 오늘 보너스 없어!” 붉은 머리를 필두로 무려 19명이나 되는 근접 딜러들은 모두가 좀비 매머드의 등에 올라탄 채 손에 든 저마다의 무기로 좀비 매머드의 살점을 잘라내고 있었다. 쿵! 로데오 경기에 등장하는 성난 황소와 다를 바 없는 좀비 매머드의 위에서 그런 작업을 한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뿌우우우! 더욱이 좀비 매머드는 그것을 그냥 녹록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코 올라온다!” 때때로 자신의 그 유연한 코를 이용해 등에 있는 무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공격을 했다. 마치 청소기로 청소를 하듯. 그 공격 앞에서 좀비 매머드 위에 올라탄 근접 딜러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뛰어!” 크게 도약하면서 코를 피한 후에 다시 착지하는 것.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 위에서 점프를 하고 착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짓이었다. “착지 완료!” “무사합니다!” 허나, 근접 딜러들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 하나도 안 떨어지네? - 저게 가능해? - 연습 미친 듯이 했나 보네. 재능은 물론 그 위에 뼈를 깎는 연습을 했기에 가능한 것들. 그리고 좀비 매머드란 존재의 모든 패턴과 공격 범위와 속도를 완벽하게 분석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이제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 이거 무조건 잡는다. - 못 잡을 수가 없어. 두 길드가 좀비 매머드 레이드에 성공하리란 것을. 때문에 모두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 지금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분 만에 잡는가가 중요하지. - 맞아, 아직 40분 안 됐으니까. - 오늘 신기록 나올 듯. 과연 오늘 두 길드는 갓워즈 역사를 얼마나 앞으로 당길 것인가? - 시청자 1억 명 돌파! 그 대답에 이제는 1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며 기다리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두 길드는 결국 대답을 줬다. - 잡았다! - 39분 55초다! - 40분 벽 깼다! 오늘 이 시간부로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고.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 좀비 매머드의 몸 위에 올라선 붉은 머리 하니, 그녀가 소리쳤다. “BJ대마도사!”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를 부르는 그녀.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사실에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약 7분 전, BJ대마도사가 이 근처에 도착했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숨길 수도 없었다. 그 거대한 실버의 존재감은 숨기고자 해서 숨길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예." 그러한 붉은 머리의 부름에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낸 후 이제는 천천히 좀비 매머드의 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메두사도 붉은 머리 옆에 섰다. 그렇게 셋이 모인 자리에서 하니가 말했다. “우리가 잡았다, 그러니까 가져가.” 그것은 선언이었다.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는 자신들이 승리했다. 그러니 승자의 아량으로 우리가 사냥한 전리품을 가져가는 걸 허락하겠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가르는 선언. - BJ대마도사가 결국 졌네. BJ대마도사의 무패 전설에 드디어 패배라는 두 글자를 새겨 넣는 선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 앞에서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반응을 기다렸다. - 진짜 이대로 지는 거야? - BJ대마도사가 이 패배를 용납할까? 이제까지 단 한 번의 패배, 심지어 도전도 쉬이 용납하지 않았던 BJ대마도사가 여기서 정말 패배를 인정할 것인지. 그에 대해 미다스는 대답했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대답을. 그 사실에 비로소 두 길드의 플레이어들, 이제 73명으로 줄어든 플레이어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해냈다.’ ‘우리가 BJ대마도사를 이겼다.’ 비단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붉은 머리와 메두사, 두 여인 역시 이제는 긴장의 끈을 놓았다. 동시에 희열감을 느꼈다. ‘10대 길드다.’ ‘불가능하리라 생각됐던 곳에 올랐어.’ 하늘이 내린 기회를 붙잡았다는 사실, 앞으로 자신들의 세상이 차원이 달라지리란 사실에 대한 희열감을. 그리고 미다스 역시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용의 뼈를 모았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용의 뼈지도가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으로 변합니다.] 드디어 퀘스트 아이템을 전부 모았다는 사실에 대한 희열감. [모인 용의 뼈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잠시 후 본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됐다, 본 드래곤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대로 본 드래곤이 이제 곧 등장하리란 사실에 대한 희열감. 그 순간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가슴팍에서 뿜어진 빛이 갑자기 하늘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덜그럭덜그럭! 동시에 사방에 너부러진 뼈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뼈들이 살아 움직이더니 서로를 물고, 물리며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뭐야?”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어느새 뼈들이 모여 하나의 존재를 만들었다. “본 드래곤?” 뼈 뿐이지만, 키메라 드래곤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완벽한 드래곤의 모습을 갖춘 본 드래곤이란 존재를. 그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서 모두가 말문이 막힌 듯 그대로 침묵했고, 석상처럼 굳었다. “죄송합니다!” 오직 한 명, 미다스만이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퀘스트가 강제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예상치 못했는데……." 나도 이런 상황은 올 줄 몰랐다. “역시 쓰레기 게임답네요. 이런 식으로 함정을 숨길 줄이야. 진짜 게임 뭐 같이 만들었네요.” 하지만 어쩌겠는가? 갓워즈란 게임이 원래 이런데, 꼬우면 죽은 김민수를 찾아가 따져라. “어쨋거나 이 시간부로 본 드래곤,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채널 고정해주십시오." 난 일단 잡을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의지에 이제는 오롯한 모습을 갖춘 본 드래곤이 화답했다. 끼에에에! [드래곤 피어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퍼센트 감소합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다시 시작됐다. 370화. < 116화. 본 드래곤 (1). > 1. 몸길이 50미터. 새하얀 뼈밖에 없는 탓에 유난히 더 길어 보이는 본 드래곤이 등장하는 순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는 알 수 없는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에는 적막감이 깔렸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하나, 직원들의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 드래곤?’ 이제까지 갓워즈에 등장한 적 없는 보스 몬스터인 본 드래곤. ‘좀비 매머드를 잡았잖아?’ 그런 보스 몬스터가 다른 때도 아닌 좀비 매머드라는 보스 몬스터를 잡은 직후 나오리란 것을 과연 세상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사전에 언질을 받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 ‘완벽해.’ 즉, 사전에 이미 이에 대한 단서를 들은 박영준은 이 순간 당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장 부하들을 재촉하지 않았다. 희열감 때문이었다.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야.’ BJ대마도사로부터 본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박영준은 그것을 조커 카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커 카드가 손에 들어온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는 없는 법. 언제나 그렇듯 타이밍이 중요했다. 좀비 매머드 레이드가 끝난 이후에 등장하면, 결국 그냥 패배의 여파를 줄이는데 만족해야 했을 테니까. 물론 반대로 최고의 타이밍도 있었다. ‘하늘이 BJ대마도사를 돕는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이제 좀비 매머드 레이드는 없던 게 된다.’ 본 드래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좀비 매머드 레이드 레이스는 아득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정신 차려, 아직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예?” 이번 대결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그 어디에도 좀비 매머드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명시된 적이 없었다.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아!" 즉, 본 드래곤이라는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 순간 레이스는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 BJ대마도사는 아직 패배한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본 드래곤 클로즈업 해!” “주변 상황 파악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빠르게 카메라를 움직여 본 드래곤을 주시했다. - 끼르르르르!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본 드래곤이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스가 다시 시작됐다. 2. 끼르르르르! 소름 끼치는 그 소리와 함께 본 드래곤이 가장 먼저 보인 움직임은 날갯짓이었다. 앙상한 수준을 넘어 오로지 뼈밖에 없는 날갯짓은 보는 입장에서는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날갯짓이 만들어낸 여파는 전혀 달랐다. 콰콰콰! 날갯짓을 하는 순간 거대한 태풍이 본 드래곤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초목은 물론 좀비 매머드의 주변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마저. 모든 것을 단숨에 본 드래곤의 반경 1킬로미터 뒤로 날려버렸다. ‘이게 말이 돼?’ 상식을 가뿐하게 짓밟는 퍼포먼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르르르!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치운 것을 확인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듯 본 드래곤이 입을 벌리더니 뜨거운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뼈밖에 없음에도 불꽃이 나오는 것이 퍽 신기했다. 허나, 그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화르르르! 단숨에 자신의 주벽에 높이 30미터짜리 불꽃 장벽을 바라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으니까. ‘맙소사.’ 이건 상종이 불가능한 존재다. ‘도망쳐야 해.’ 그러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어야 한다. 명령도 필요 없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나무라는 이도 없었다. 게임오버를 당하는 것보단 도망쳐서 다음을 도모하는 게 훨씬 더 현명했으니까. ‘일단 최대한 전력을 온전하게 갖추는 게 우선이다.’ ‘내가 시간을 끌어야겠네.’ 메두사와 붉은 머리, 두 여인이 도망칠 동료들을 나무라기는커녕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고민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해서 두 여인은 볼 수 있었다. ‘BJ대마도사?’ 이 혼란 속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전투를 준비 중인 BJ대마도사의 존재를. “뭐하는 거야? 정말 잡으려고?” 그 모습에 붉은 머리가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가 각오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중 아닙니까? 그럼 잡아야죠.” ‘크으, 생각해도 멋있는 멘트다.’ 미다스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내뱉을 수 있는 가장 멋진 멘트. 그 멘트를 내뱉는 데에는 그 이유가 전부였다. ‘레이드 레이스? 이 인간이 설마?’ ‘설마 본 드래곤을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대상으로 삼겠다고? 아!’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두 여인은 머리통을 크게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걸 노렸구나!’ 어째서 BJ대마도사 쪽이 좀비 매머드 레이드 레이스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명시했는지,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젠장!’ ‘이걸 잡아야 해!’ 본 드래곤을 잡는 자가 이번 레이드 레이스의 승자가 된다. 즉, 다시 레이드 레이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 순간 두 여인의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화르르! 당장 저 불꽃을 넘는 것조차가 쉬어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고르고 길드 소속 탱커 한 명이 소리쳤다. “저 불길 근처에 가지 마십시오! 위력이 장난 아닙니다. 탱커가 10초를 못 버텼습니다!" 이어진 발언에 두 여인이 놀라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10초라니? 탱커가?” 그 반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예, 저 불꽃 장벽 안에 동료가 있어서 구하러 갔는데…… 정확히 8초 만에 게임 오버를 당했답니다. 체력은 80퍼센트 정도 있었고, 버프가 유지된 상태였으면서, 화속성 저항력이 제법 됐습니다.” 프로 플레이어다운 자세한 대답. 자세한 탓에 듣는 이가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미친, 그럼 어떻게 뚫으라고?’ 사실상 탱커들만이 저 불을 뚫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심지어 탱커들이 불꽃 장벽을 뚫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데미지를 각오해야 했다. 힐러도 없이 포션만으로 그 치명적인 것을 치료하고, 본 드래곤을 잡는다? 그 순간이었다. ‘아니, 차라리 잘 됐어.’ 오히려 상황을 이해한 두 여인은 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BJ대마도사도 못 잡아.’ ‘BJ대마도사도 저건 못 넘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앞에서는 제아무리 BJ대마도사도 그저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을 터. 그리고 BJ대마도사가 포기를 하면 사실상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도 끝나는 셈. 당연히 이 이야기를 들은 BJ대마도사가 행동을 멈추고, 고민에 빠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응?’ ‘뭐야?’ 그러나 그런 그녀들의 예상과 달리 BJ대마도사는 손가락을 빠는 대신 지팡이로 바닥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실버를 중심으로 실버가 들어갈 만큼 크게.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바는 어렵지 않았다. “텔레포트?” BJ대마도사는 텔레포트로 소환이 가능했으니까. 즉, BJ대마도사는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려서 소환할 속셈이었다. “설마 저길 넘어갈 생각인가요?” “지금 우리 대화를 설마 못 들은 거야? 응? 지금 탱커도 저길 못 넘어간다고 하잖아!” 당연히 두 여인이 놀라며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 방법이 있죠.” 그 말에 두 여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법이 있다고? 대체 어떻게?’ ‘지금 허세 부리는 건가?’ 이쯤 되면 BJ대마도사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될 지경. 비단 둘만 그런 게 아니었다. - 상황 돌아가는 꼴 보니까 저 불꽃 장벽은 인간적으로 넘지 말라고 만든 것 같은데? BJ대마도사는 어떻게 넘어간다는 거야? - 물 같은 걸 끼얹나? 시청자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 - 블링크? ㄴ 그래! 블링크가 있었네! ㄴ 맞아, 블링크로 뚫고 가면 되잖아! 그때 나온 블링크 선언에 시청자들이 들썩였다. 그리고 사실을 두 길드도 비슷한 시점에 떠올렸다. 더불어 두 길드는 떠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현재 본 드래곤이 움직이지 않는 듯한데, 불꽃 장벽 상대로 마법을 써보세요.” 바로 길드원을 시켜 불꽃 장벽을 처리할 수 있는 나름의 시도를 해보았다. 곧바로 두 길드에 속한 마법사들이 불꽃 장벽을 향해 저마다의 시도를 시작했다. 마법을 던지고, 개중 블링크 스킬을 가진 마법사는 아예 본인이 블링크를 시도해봤다. “안 됩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알림만 뜹니다!” 그리고 나온 답에 채팅창이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 마법이 안 통한다고? - 결국 물리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잖아? 반면 두 여인은 다시 한 번 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블링크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BJ대마도사가 상식적인 방법으로 저곳을 넘을 방법은 없다는 의미. - 그런데 왜 BJ대마도사는 안 멈추지? 그러나 미다스는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작업 속도를 늘리더니 결국에는 거대한 텔레포트 마법진을 완성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불꽃 장벽을 지그시 바라봤다. - 진짜 넘을 속셈인가? - 장난 같진 않은데? 포기할 생각은 한 점 보이지 않는 표정. 그런 미다스를 향해 하니가 한마디 했다. “BJ대마도사, 괜한 허세를 부리지 마. 저기를 넘어가는 방법은 없어! 네가 날 수 있지 않는 한!" 그 순간 준비한 방법을 꺼내려던 미다스가 놀란 표정으로 하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뭐?” 그러자 이번에는 역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 하니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아니, 제가 날아갈 거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해서요.” 말과 함께 미다스가 외쳤다. “용의 힘 발동.” 그러자 미다스의 몸이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야?’ 그 순간 두 여인의 이성은 폭발했다. - 난다! BJ대마도사가 난다! - 나는 솔로다! 그리고 채팅창도 폭발했다. 3. 좀비 매머드 레이드가 끝났을 때 모두가 생각했다. - 끝났네. - 결국 BJ대마도사도 1티어급 최상위 길드한테는 안 되는구나. - 솔로의 한계지. BJ대마도사의 그 한계를 모르던 여정이 끝났다고. 긴 이야기의 하나가 끝을 맺는 순간. - 그래도 대단했지. -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 - 솔로로 여기까지 온 건 BJ대마도사가 유일하지. 그 순간 대부분 그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무렵이었다. - 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제는 이야기로부터 등을 돌린 이들의 뒤통수에 소식이 날아왔다. - 본 드래곤 등장했음! ㄴ 뭐라고? ㄴ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 등장시켰다고! 보스 몬스터로! 아주 강력한 소식이. - 본 드래곤 날갯짓 한 번에 근처 플레이어들 전부 날아갔다! - 지금 본 드래곤이 파이어 브레스로 불꽃 장벽 만들어졌음! - BJ대마도사 텔레포트 마법진 그린다! 넘으려는 모양이야! - 불꽃 장벽 위력 미쳤음! 탱커도 못 버팀! - 불꽃 장벽 마법도 안 통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연달아서. - BJ대마도사가 난다! 종국에 그 소식이 들렸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반응 따위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두 미친 듯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채널에 접속할 뿐. 그렇게 모인 2억 명의 시청자들은 이제 볼 수 있었다. - 진짜 나네! - 맙소사, 플라이 마법이라니! 30미터 높이로 치솟은 불꽃 장벽을 유유히 날아서 넘어가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역시 이게 화끈하네.’ 사실 미다스는 굳이 날아서 불꽃 장벽을 넘을 필요는 없었다. 현재 그가 착용한 알가마스의 망토라면 불꽃 장벽을 넘더라도 마력이 소모될 뿐, 체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이 마법을 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감사부터 드립니다. 시청자 2억 명 돌파했습니다.” 하나는 퍼포먼스를 위해서. 그도 그럴 것이 그냥 불구덩이를 돌파한다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고, 그 이유를 찾고자 하겠지만 그냥 날아 넘는다면 모두가 고개를 들어 감탄을 토할 테니까. “그럼 이제 본 드래곤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용의 힘 없이도 잡을 수 있어.’ 굳이 용의 힘을 이용한 비행이 없어도 본 드래곤을 잡을 수 있으리란 자신감. 막연한 자신감은 당연히 아니었다.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정보였다. [본 드래곤(Lv.349)] - 등장 시 용의 폭풍 발동 - 등장 시 불꽃 장벽 발동 - HP가 16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드래곤 브레스 사용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본 드래곤은 생각한 것보다 공략이 어렵지 않았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미다스 한정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말도 안 되는 몬스터였다. 일단 당장 이 불꽃 장벽을 넘는 것부터가 일반 파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으로는 불을 끌 수 없고, 넘을 수도 없는 상황. 굳이 방법을 논하자면 미다스처럼 레전더리 에픽 등급의 텔레포트를 가진 마법사 플레이어가 이프리트의 축복 같은 매우 특별한 아이템을 먹어서 돌파를 하거나 혹은 용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로만 파티를 구성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텔레포트 마법이 통할지는 미지수. 어쨌거나 뭐든 간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공략하고, 보상을 받은 이들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드래곤 브레스 위력이 장난 아니겠지만…….' 여기에 HP가 16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드래곤 브레스를 쓴다는 건, 도합 6번이나 되는 드래곤 브레스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미. ‘나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알가마스의 망토를 착용한 미다스의 경우에는 그 드래곤 브레스가 딱히 그리 위협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골드나, 럭키, 실버는 힘들어.’ 물론 다른 동료들의 경우에는 드래곤 브레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미다스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즉, 미다스는 이미 마음속으로 본 드래곤을 상대할 방법을 전부 정해둔 상태였다. “시청자 여러분, 제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그 순간이었다. [용의 힘이 다했습니다.] 말을 뱉던 미다스의 육체가 땅 아래를 향해 한없이 낙하를 시작했다. - 어어! 추락한다! - 뭐야? 갑자기 시야가 왜 이래? 그 사실에 채팅창이 혼란의 도가니가 되는 순간, 추락하던 미다스가 익숙하다는 듯 그대로 바닥 위에 완벽하게 착지했다. “……제가 여기 내려가는 순간 본 드래곤이 절 죽이려 들것 같은데, 그러면 아무래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본 드래곤을 직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인데 그냥 혼자 잡을게요.” ‘애들이 위험에 빠질 바엔 나 혼자 잡는다.’ 본 드래곤 솔로 레이드를 선언하는 순간, 그 순간 더 이상 채팅창에 혼란은 없었다. - BJ대마도사 솔로 복귀 선언이다! 그저 환호만이 있을 뿐. 371화. < 116화. 본 드래곤 (2). > 4. 화르르! 쉴 새 없이 타오르는 불꽃의 링. 크르르! 그 링 안에서 거대하기 그지없는 본 드래곤과 조촐하기 그지없는 플레이어가 단 둘이 마주한 광경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광경이었다. - 지금 우리가 보는 게 리얼인가? - 진짜 이 둘이 싸운다고? - 실시간 방송인데도 안 믿기네. 웃음이든 뭐든 나오려면 그 장면이 상상이 되어야 하는 법. 하지만 너무나도 아득한 체급 차이 탓에 시청자들은 둘이 싸우는 장면을 도무지 머릿속에 그릴 수가 없었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사역마 블리자드, 사역마 아이스 스톰!” 그만큼 아득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공을 날린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퍼엉! 미다스가 손아귀에 쥔 파이어볼 두 개를 순차적으로 본 드래곤의 머리, 그 가장 큰 범위를 맞췄다. 보는 입장에서는 기겁할 광경이었다. - 진짜 쳤다! 분명 BJ대마도사가 솔로 레이드를 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의외로 적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믿는 이가 적은 것처럼. - 혼자 하겠다는 게 구라가 아니었네? 때문에 몇몇은 BJ대마도사가 말만 그렇게 하고 텔레포트 마법으로 동료들을 데려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본 드래곤을 공격한 이상, 사실상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릴 여유는 사라진 셈. - 정말 솔로 플레이 할 속셈이구나!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솔로 레이드를 해야 하는 순간. 키르르르! 그 사실에 못을 박으려는 듯 본 드래곤이 자신을 공격한 미다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 뭐야? - 겁나 빠르다! 바닥을 네 발로 기어 움직이는 본 드래곤의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미다스와의 거리, 약 400미터의 거리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질 정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 튀어야지! ㄴ 튀긴 뭘 튀어? 도망칠 곳이 없는데! 현재 본 드래곤이 있는 주변은 불꽃 장벽에 의해서 가로막힌 상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반경 1킬로미터 내, 그 안이 전부였다. 모두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최악의 상황. ‘해볼 만해.’ 그러나 반대로 그 상황을 마주한 미다스는 제법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여유의 근거는 여러 개였다. “이 정도면 헤이스트까지는 쓸 필요 없겠네요. 일단 헤이스트는 킵하겠습니다.” 첫 번째 근거는 다름 아니라 미다스의 이동 속도. 동급 근접 딜러들, 그것도 랭커급 딜러와 비교했을 때도 부족함이 없는 미다스의 스탯은 본 드래곤을 상대로 충분히 추격전을 가능케 했다. “라이트닝볼 앤 대폭발 앤 트라이던트.” ‘맞추는 건 일도 아니다.’ 두 번째 근거는 바로 본 드래곤의 크기였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조준을 하기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본 드래곤을 거대했으며, 결정적으로 본 드래곤의 등장과 함께 발동한 용의 폭풍 효과로 근처의 초목들이 전부 휩쓸린 상태였다. 여러모로 도망치면서 공격하는데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셈. 마지막 근거는 자신감이었다. ‘어차피 드래곤 브레스 빼면 시체인 놈인데 드래곤 브레스도 볼 거 없고.’ 본 드래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앞에서 당당할 자신.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 있게 소리쳤다. “오늘 이거 못 잡으면 게임 접습니다.” 5. - 오늘 이거 못 잡으면 게임 접습니다. 도발적인 발언. “현명하군.” 그러나 그 발언을 듣는 순간 멀린은 어느 때보다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보스 몬스터를 처음 보는데 다짜고짜 모든 전력을 가져오는 게 멍청한 짓이지. 가뜩이나 저런 곳이라면 더더욱.” 도망칠 곳이 없는 무대에서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건 미친 짓. 때문에 멀린이 보기에 BJ대마도사의 솔로 레이드 발언은 매우 현명하면서도, 냉철한 계산 끝에 나온 발언이었다. 그때 엠마가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방해를 해야겠어요.” 그 말에 멀린이 놀라며 물었다. “방해?” “이대로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을 잡게 놔둘 순 없어요. 지금 이건 좀비 매머드 레이스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레이스이니까요."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명시해달라는 게 이 때문이었군. 빌어먹을, 이걸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멀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여기서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을 잡는다면 이루었던 모든 공든 탑이 무너지는 셈. 엠마 말대로 어떻게든 막아야 할 때였다. “그래서 방법은?” 문제는 막을 방법이 그다지 마땅치 않다는 것. 달리 말하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이프리트의 축복을 쓰면 되요. 그러면 저 불꽃 장벽은 넘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대답에 멀린이 바로 반문했다. “지금 당장 경매장을 털어봐야 구할 수 있는 건 서너 개밖에 안 될 거야. 이제 와서 다른 길드에 요청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고." 이프리트의 축복은 구하고 싶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통할지도 의문이지. 그 탱커가 어디까지나 8초 동안 버틴 거지, 넘은 건 아니니까.” 그마저도 확실한 게 아니었다. “많이는 필요 없어요, 한 개면 충분해요. 필요한 건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니라 방해꾼이니까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도 멀린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 솔로 레이드의 방해꾼을 자처하는 순간 캐릭터를 버려야 할 텐데, 누가 그걸 하지?” 화면 속 BJ대마도사는 다른 무엇도 아닌 본 드래곤을 상대로 솔로 플레이를 펼치는 상황.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에 이프리트의 축복을 쓰면서까지 방해를 한다? 역사적 죄인, 역적이 된다는 의미. “사냥뱀 길드가 있어요. 충분히 값만 맞으면 해줄 거예요. 그들이 아니더라도 여지는 있죠.” 물론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을 주는 방식이 있기는 했다. “쉽지 않을 거야.” 그러나 좋은 방식은 결코 아니었다. “돈은 그렇다고 쳐도, 우리가 의뢰한 게 알려지면 좋을 건 없어. 이런 일은 더더욱.” 얼마의 대가가 들지도 모를뿐더러 그건 결국 어비스 길드의 약점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사전에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급하게 작업을 했다가는 꼬리를 밟힐 가능성도 컸다. “그렇다고 이대로 잡는 걸 두고 볼 순 없잖아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방해해야 해요.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에요. 이 판은 우리가 이긴 판이라고요.” 하지만 이어진 엠마의 말에 멀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처럼 오늘의 패배는 그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다 차려놨던 밥상을 고스란히 바치는 셈. “레이드를 실패하면 우리가 승자에요.” 반면 여기서 BJ대마도사가 레이드에 실패만 하면 제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두 길드가 승자가 되는 셈이었다. 방해를 시도해볼 만한 메리트가 충분한 상황. “빌어먹을.” 결국 멀린이 두 손을 들었다. “일단 이프리트의 축복부터 구해보자고. 그게 아니면 답이 없으니까. 내가 플레이어들 쪽을 알아볼 테니까, 엠마 당신이 경매장 쪽을 알아봐 줘. 분명 개인적으로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있는 이들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냥뱀 쪽과도 이야기를 해보고.” 그리고는 엠마의 선택지에 손을 올리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번쩍! 그들이 보는 라이브 방송이 거대한 화염으로 물들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잠시 눈이 멀 정도 강렬하게. - 콰콰콰콰! 그 뒤를 이어서 거대한 폭음이 둘의 고막을 쉴 새 없이 그리고 사정없이 두드렸다. 그 소리에 그 둘은 놀라지 않았다. 특히 멀린은 놀라기는커녕 분명하게 말했다. “드래곤 브레스군.” 이것이 어떤 공격인지 이미 진절머리 날만큼 경험해본 적이 있었으니까. 당연히 이 공격의 특징도 알고 있었다. “이 공격은 피해도 피한 게 아니지.” 드래곤 브레스가 얼마나 강력한 공격인지 그리고 피하더라도 그 열기 그리고 흔적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만큼 치명적인 공격이라는 것도. 그 예상에 부응하듯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젠장! 뼈밖에 없는 새끼가 왜 브레스를 쓰는 거야! 예상치 못한 공격에 놀란 듯, 평소와 달리 필터링 되지 않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제야 비로소 조금 전 화면을 가득 채운 불길과 폭음의 의미를 깨달은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 드래곤 브레스를 쓴다고? - 와, 이거 장난 아니네. - 지금 드래곤 브레스 쓰는 본 드래곤하고 1대1 한다는 거임? 사실상 죽는 거잖아? 애초에도 그리 높지 않았던 BJ대마도사의 승률이 한없이 떨어지는 순간, 그 순간 멀린이 엠마를 바라봤다. 이거 굳이 우리가 힘들게 손 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시선으로. 그때 BJ대마도사가 말했다. - 갑자기 욕을 해서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일단 간신히 목숨을 구했네요. 간신히. 그런 이유로 이 시간부로 잡담은 끝내겠습니다. 다음에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 앞에서 엠마 역시 멀린과 비슷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에서 손을 치웠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죠.” 그리고는 라이브 방송에 집중했다. 6. 화르르르! 드래곤 브레스가 지나간 길 위로 불꽃으로 만들어지는 갈대가 넘실거리는 사이. "후우!” 그사이로 미다스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꿀꺽꿀꺽! 쉴 새 없이 포션을 마시면서. 그렇게 단숨에 포션병 하나를 비운 미다스가 포션병을 내던지면서 자신을 빠른 속도로 쫓는 본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데미지 장난 아니네.” 그런 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소리의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 어? 지금 BJ대마도사 혼잣말 들었음? 그러나 지금 라이브 방송에 송출되는 플레이어가 하나뿐인 상황에서 그 혼잣말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2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선명하게 전달됐다. 당연히 그의 심정도 선명하게 전달됐다. - 데미지 장난 아닌 모양인데? - 죽어가네, 죽어가. - 당연히 죽어가겠지, 드래곤 브레스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놈인데. 사실 그 혼잣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시청자들은 혀를 내두르는 중이었다. - 드래곤 브레스가 그렇게 세? ㄴ 그렇게 센 정도가 아님. ㄴ 더블 헤드 드래곤 때 브레스 맞고 휴가 간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한데. ㄴ 저거 맞고 살아남으면 타이틀도 나온다. 모든 능력치 +10짜리 룬 보상 주는 타이틀. 드래곤 브레스의 위력이 무지막지하다는 것은 이다음 사냥터에서 보게 될 더블 헤드 드래곤을 통해 증명된 상태였으니까. - BJ대마도사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저걸 맞고 버티네. - 와, 이걸 사네. - 마법사 플레이어 중에 저거 맞고 버틴 인간은 BJ대마도사가 유일할걸? - 역시 BJ대마탱커. BJ대마도사는 탱커로 가야 한다니까. 오히려 지금 살아서 혼잣말을 내뱉는 BJ대마도사를 향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 ‘오케이, 다 속아 넘어갔다.’ 물론 혼잣말을 포함해 이제까지 내뱉은 모든 멘트는 미다스의 연기 대사였다. ‘역시 알가마스의 망토, 효과 죽이네.’ 현재 미다스는 기본적인 체력과 마법 방어력도 엄청날뿐더러, 알가마스의 망토 효과는 드래곤 브레스에 정면으로 명중 당해도 BJ대마도사의 HP를 50퍼센트 이상 깍지 못했으니까. 물론 알가마스의 망토 효과로 체력 대신 마력이 소모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미다스의 마력량도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단지 그가 쓰는 마법의 숫자와 스케일이 상식을 짓밟는 수준이라서 마력 부족으로 허덕였을 뿐. 심지어 미다스는 본 드래곤이 드래곤 브레스를 쓰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었다. ‘앞으로 5번만 더 버티면 끝이야.’ 그의 눈에는 본 드래곤이 어떤 조건에 드래곤 브레스를 쓰는지는 물론 그 조건인 HP상태가 실시간으로 보였으니까. ‘데미지 딜량만 잘 조절하면 돼. 어차피 나 혼자이니까.’ 또한 지금 이곳 사냥터에는 오로지 단 한 명, 미다스만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 드래곤의 HP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오로지 미다스 하나뿐이라는 의미. 그건 곧 드래곤 브레스를 내뱉게 만드는 타이밍까지 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그게 이유였다. ‘역시 숨기는 게 맞았어.’ 미다스가 지금 힘든 척, 위험한 척, 어려운 척 여기를 하는 건. ‘이거 효과 드러내면 긴장감 진짜 사라질 거야.’ 만약 알가마스의 망토 효과를 드러낸다면 이번 솔로 레이드 자체에 대한 이 살 떨리는 긴장감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테니까. ‘왜 날아왔냐고 분명 뭐라 하는 인간도 있을 테고.’ 그 정도 화염 속성에 대한 방어력을 가졌으면 그냥 불꽃 장벽을 걸어서 넘지, 왜 플라이 마법을 썼냐는 질문이 나올 가능성도 99퍼센트 이상이었다. 그럼 자연스레 BJ대마도사가 허세 부리려고 괜한 짓을 했다는 여론도 나올 터. 더 나아가 앞으로도 화염 공격을 가진 몬스터를 조우할 때마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좋을 건 없는 셈. ‘뭐, 나중에 공개되면 지랄나겠지만, 설마 이걸 당장 누가 얻을 수 있겠어?’ 또한 알가마스의 망토를 얻는 조건은 여러모로 매우 난이도가 높았다. 당장 1년 내에는 이것을 얻을 플레이어는 나오지 않을 정도. 즉, 미다스가 입 다물고 있으면 알가마스의 망토 능력이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자, 그럼 연기에 집중하자.’ 여러모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대목. 달리 말하면 미다스는 넘치고 있었다. “드래곤 브레스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본 드래곤 상대로 정말 힘겨운 레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힘찬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어렵게 잡는 걸 보여주는 거야.’ 본 드래곤을 상대로 연기를 할 만큼 여유가. ‘어차피 잡는 건 일도 아니니까.’ 그리고 본 드래곤을 잡을 자신이. 그 무렵이었다. [아즈모 님이 10,26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러지 말고 최소한 럭키나 골드 정도라도 데려오는 게 어때? 이대로는 쉽지 않을 텐데?] 아즈모의 발언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 솔직히 여기서 솔로 레이드 강행하는 건 좀 그렇지. - 럭키랑 골드는 기동력도 있으니까 소환하는 게 나을 듯? 그 사실에 미다스의 속이 바짝 타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러면 안 좋은데?’ 이런 분위기라면 어떤 식으로든 골드나 럭키를 데려올 수밖에 없을 터. 미다스 입장에서는 좋을 것 없는 흐름이었다. ‘아즈모 님한테 뭐라고 나무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한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없던 고민이 생기는 순간. [멀린 님이 10,268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BJ대마도사가 솔로 레이드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일 텐데, 재촉하지 말고 응원을 하자고.] 그 순간 새로운 후원 채팅이 날아왔다. [멀린 님이 10,26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격려의 의미로 미션을 주지. 만약 정말 본 드래곤을 솔로킬 내면 다음 사냥터인 검은 사막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강력하기 그지없는 채팅이. 말 그대로였다. - 드래곤 슬레이어?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말하는 건가? - 그걸 얻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드래곤 슬레이어, 그 엄청난 아이템의 등장에 채팅창의 흐름은 한 곳만을 향했다. - 역시 솔로가 최고라니까. 솔로로 사니까 이런 기회가 오잖아? - 형, 그냥 혼자 해. - 이건 못 먹어도 혼자 해야지. BJ대마도사가 솔로 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는 흐름. 그 흐름에 미다스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해보죠.” 그리고 그 표정과 함께 기도했다. ‘멀린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부디 멀린의 인생에 축복이 있기를. 372화. < 116화. 본 드래곤 (3). > 7. - ……해보죠. 멀린의 후원 채팅 이후 BJ대마도사의 대답을 듣는 순간, 아즈모는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스마트폰 대신 머그잔을 쥔 채 그 안에 담긴 커피를 말없이 머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라니…… 정말 멀린 쪽이 제대로 미쳤군요.” 그때 같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비서 한 명이 놀란 눈으로 아즈모를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 반응에 아즈모는 말없이 커피를 거듭 홀짝였다.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의미. 그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여기서 그걸 상품으로 걸 줄이야.’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거대 무덤 다음에 등장하는 사냥터인 검은 사막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실상 300레벨대 검사 플레이어들의 졸업 아이템으로 평가받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현재 갓워즈에 단 두 자루만 존재하고 있는 극히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두 자루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에 대한 정보를 어비스 길드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봉인된 검을 얻은 후에 그 검으로 더블 헤드 드래곤을 사냥해야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가 완성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봉인된 검을 얻는 것도 힘든데, 더블 헤드 드래곤도 잡아야하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 어쨌거나 엄청난 가치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검객이 백지수표를 내밀었을 때만 정보를 팔았지.’ 과거 검객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기 위해 어비스 길드에 게임상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요구도 수락하겠다, 라는 내용의 백지수표를 건넸을 정도. 더불어 현재 어비스 길드는 그 백지수표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어비스 길드는 그걸 상품으로 내건 것이다. “BJ대마도사가 지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는 모양입니다.” 오로지 하나, BJ대마도사에게 솔로 플레이를 강요하기 위해서, 그를 통해 레이드에 실패할 확률은 1퍼센트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충분히 베팅할 만한 판이긴 하지.” 더불어 이번 베팅은 마냥 무모한 베팅도 아니었다. 아즈모가 보기에도 승산은 매우 높았다. 그게 아즈모가 후원 채팅을 멈춘 이유이기도 했다. 이 완벽한 베팅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존재치 않았으니까. “옵니다.” 그런 그들의 대화에 화답하듯 보고 있는 화면이 다시 한 번 화염으로 물들었다. 드래곤 브레스가 다시 한 번 등장하는 순간. - 젠장! 그리고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욕지거리에 아즈모가 다시 한 번 커피를 머금은 채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는 볼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이번에는 진짜 지옥에 빠졌어.’ 어느 때보다 인상을 쓰고 있는 BJ대마도사의 얼굴을. 8. 화르르르! 드래곤 브레스의 열기가 온몸을 뒤덮는 순간 미다스의 전력을 다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불길을 피해 전력으로 달렸다. 끼르르르! 그러한 미다스의 뒤를 본 드래곤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네 발로 쫓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아이스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와 본 드래곤 사이에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벽이라기보다는 작은 동산이라도 될 만한 두께의 얼음벽이. 콰앙! 그러나 그 두꺼운 얼음벽을 본 드래곤은 머리 박치기로, 그것도 단 한 번만으로 단숨에 산산조각을 냈다. 키르르르! 그리고는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흘리는 울음소리에 채팅창에 채팅이 소름이 올라오듯 올라왔다. - 와, 저 크기의 아이스월을 과자 부수듯 부수네. - 저기 맞으면 한 방에 골로 갈 듯. - 저 박치기 맞을 바엔 차라리 드래곤 브레스 맞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본 드래곤이 보여주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향해 모두가 공포에 질린 반응을 보였다. - 그보다 BJ대마도사 상태는? 드래곤 브레스에 살짝 노출된 거 같은데 괜찮은 거야? 그 공포 뒤로 BJ대마도사에 대한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마치 호러 영화 속에서 살인마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걱정하듯이. 그러한 시청자들의 걱정에 미다스는 딱히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꿀꺽꿀꺽! 포션을 마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 뭐지? 저거 병 색깔이 황금색이었는데? - 황금수! 황금수다! HP 무조건 10퍼센트 채워주는 황금수! - 진짜 급한 모양이네. 저건 탱커들도 위급 상황 아니면 안 마시는 건데. - 아무렴, 개당 2천 골드짜리인데 어떻게 마셔? 황금수, 정말 HP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살기 위해서 마시는 포션 아이템이었으니까. - BJ대마도사 미치겠네. 상황이 안 좋은 모양이야? - 상황이 좋으면 저걸 먹을 리가 없지. - BJ대마도사 표정 봐, 썩어들어가잖아. 결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소모 아이템이 아니었고, 실제로도 미다스의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HP 널널한데 이걸 먹게 될 줄이야.’ 연기를 위해서 2천 골드짜리 포션을 그냥 허공에 날리는데 기분이 좋다면 그게 이상한 일.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대를 위한 희생이야, 대를 위한.’ 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늘 컨셉상 시청자들에게는 본 드래곤을 여러모로 힘들게 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멀린 님이 그런 엄청난 상품을 거셨는데 너무 날로 먹어버리면 체면이 안 서.’ 결정적으로 현재 본 드래곤 레이드에는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라는 어마어마한 놈이 걸린 상태였다. 겨자를 억지로 먹어서라도 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 ‘진짜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 어? - 황금수 하나 더 꺼냈다! 미다스, 그가 다시 한 번 더 황금수를 꺼낸 후에 마셨다. - 하나 더? - 3병? 미친! 도합 3병! - HP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모양이네. 황금수를 3병이나 한 번에 먹는 걸 보면. - 미쳤네. 저거 하루에 9번까지만 먹을 수 있잖아? 진짜 급한 모양이네. - 3번 마셨으면 이제 HP상태가 간신히 30퍼센트 됐다는 건데, 이거 공격 한 번 버티긴 하려나? - 공격 당하면 그 순간 게임오버 당할 듯.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HP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 만땅 상태에서 황금수 처먹는 플레이어는 내가 최초겠지.’ 그들에게는 BJ대마도사의 체력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었으니까.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이 용새끼, 오늘 끝장을 본다.” 분노한 모습.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 BJ대마도사가 궁지에 몰렸구나. 저 분노가 단순한 분노가 아닌 고양이에게 쫓기다가 궁지에 몰린 쥐가 보이는 분노라고. “파이어볼!” 그렇게 미다스의 처절한 레이드가 계속됐다. 9. 콰콰콰콰! 드래곤 브레스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멀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드래곤 브레스를 내지르며 클로즈업된 본 드래곤을 향해 진심을 담은 응원을 내질렀다. “그래, 그거다.” 그 후에는 확신에 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잡았어, 이번에는 잡았어! 이걸 피하면 인간이 아니지! 이제 끝이야!” - 젠장, 죽을 뻔했네. 그때 들린 BJ대마도사의 목소리에 멀린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젠장, 저 새끼는 마법사야 탱커야?” ‘대체 어떻게 저걸 버티는 거지? 제대로 명중한 거 같은데? 드래곤 브레스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텐데.’ 이어진 푸념. 허나, 푸념 끝에 멀린의 표정인 다시 풀어졌다. ‘아니, 괜찮아. 이제는 도망칠 구석도 없으니까. 지금 여섯 번째 드래곤 브레스로 바닥이…….' - 바닥이 불바닥이네요. 그때 멀린의 속마음에 대답하듯 BJ대마도사가 말을 뱉었다. 그 말 그대로였다. 드래곤 브레스의 정말 무서운 점은 그 위력도 위력이지만, 드래곤 브레스가 지나간 자리에 불꽃이 남아서 닿는 자에게 치명적인 도트 데미지를 준다는 점이었다. 파이어 스텝처럼. - 이제 도망칠 곳도 없네요. ‘그래, 도망칠 곳이 없지.’ 그리고 현재 본 드래곤은 도합 여섯 번이나 되는 드래곤 브레스를 토해내며 그 불꽃 장벽 안을 불길로 가득 채운 상태였다. 엠마가 아무런 말없이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BJ대마도사가 명명백백하게 궁지에 몰린 순간. 그런 엠마의 표정을 본 멀린이 한마디 던졌다. “이제 끝이야. 아직 1페이즈조차 끝내지 않았잖아?” 결정적인 한 마디였다. - 키르르르! 그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 번 더 본 드래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멀린과 엠마가 숨을 죽였다. ‘어? 놓쳤다.’ ‘BJ대마도사의 반응이 늦었어.’ 이제까지 본 드래곤과 아슬아슬한 술래잡기를 하던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의 공격에 반응이 한 박자 늦은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그 한 박자가 늦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블링크다.’ 그 순간 멀린은 BJ대마도사의 행동을 예측했고, 그 예측에 BJ대마도사는 대답했다. - 블링크! 그 순간 화면 속에서 BJ대마도사의 모습이 사라졌고, BJ대마도사를 쫓던 본 드래곤이 허공을 베어 문 후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BJ대마도사의 블링크 효과인 어그로 초기화가 적용되는 순간. ‘못 도망쳐.’ 그러나 불꽃 장벽 안에서 존재하는 플레이어는 오로지 BJ대마도사 하나뿐인 상황에서 초기화된 어그로가 다시 끌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키르르르! 3초. 본 드래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제 뒤를 바라보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존재를 파악했고 이내 다시 한 번 더 추격전이 시작됐다. 아니, 추격전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도망쳐도 무의미하다.’ 추격전이란 것은 도망치는 쪽의 페이스가 누구보다 중요한 법. 즉, 그 페이스를 잃은 상태에서 도망치는 건 추격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제는 블링크라는 긴급 탈출 스킬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 ‘일단 멈춰야 해.’ 페이스를 되찾을 시간을 버는 것. “메모라이즈를 쓰겠지.” - 메모라이즈! 멀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BJ대마도사가 메모라이즈를 외쳤다. 그 후에는 멀린과 BJ대마도사가 동시에 외쳤다. “아이스 스톰.” - 아이스 스톰! 그러자 곧바로 이미 캐스팅을 끝내둔 아이스 스톰이 몰아치며 본 드래곤의 온몸을 눈보라도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 드래곤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시간을 벌었군.” 이제부터 최소 10초 동안 BJ대마도사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밑천을 전부 쓴 대가로.” 달리 말하면 그 후에 BJ대마도사는 본 드래곤과 끝을 알 수 없는 추격전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블링크나, 메모라이즈 스킬 없이. 다음번에 똑같은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게임오버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을 대신 품은 채. “끝났군.” 그 사실 앞에서 멀린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예, 진짜 끝났네요.”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이거 끝났네. - 에휴, 긴급 탈출용 스킬 다 썼으니, 이제 다음번 당하면 무조건 게임오버네. - 역시 솔로는 안 된다니까. - 그는 좋은 솔로였습니다. BJ대마도사가 벼랑 끝에 매달렸음을 대부분이 깨달았다. 그 순간이었다. - 어? BJ대마도사가 뭔가 한다! 짧디 짧은 자유시간을 얻은 BJ대마도사가 그 어떤 대사 없이 바닥에 제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 텔레포트 마법진이야! 정체는 바로 텔레포트 입구! - 럭키랑 골드 부르려는 건가? - 아니, 그런데 애들 부르기에는 너무 작은데? - 딱 BJ대마도사 들어갈 크기는 되겠어! - 그럼 혹시? 그때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솔로 레이드는 힘들……. 말끝을 흐리긴 했으나 그 의미를 파악하는 바는 어렵지 않았다. 그 의도는 뻔했으니까. “도망치는군.” 그 선택에 멀린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선택이 어처구니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이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린 이유가 도주를 위해서였어." 제아무리 BJ대마도사가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이런 전술을 떠올릴 수 있을 리 만무. 미리 사전에 이러한 경우를 염두에 두었다는 의미였다. “역시 뱀굴 같은 놈이야. 뱃속에 뱀 수백 마리를 숨긴 뱀굴.” 멀린의 헛웃음은 그 철두철미한 준비와 기획력에 대한 헛웃음이었다. - BJ대마도사 튄다! - 역시 BJ쫄보도사, 내가 이럴 줄 알았지. - 평생 솔로인 이유가 다 있다니까. 물론 설마 여기서 도주라는 카드를 꺼낼 줄 몰랐던 시청자들은 격하게 반응했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 에휴, 다음으로 기약해야지. - 게임오버보단 도망치는 게 낫지. - 아무렴, BJ고독사보단 BJ쫄보도사가 나으니까. - 여러분 솔로로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겁니다. 어쨌거나 BJ대마도사의 첫 게임오버 사태가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있다는 의미. BJ대마도사의 팬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만했다. "후우." 그리고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일이었다. BJ대마도사의 패배는 곧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의 승리로 연결될 테니까.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줄 필요는 없겠군. 역시 솔로 레이드는 무리였다니까. 괜히 수고할 필요가 없었어. 안 그래?” 그 승리의 기쁨을 담아 내뱉은 멀린의 말에 이제는 엠마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괜한 짓을 할 뻔했어요.” 그 순간이었다. - ……그래도 일단 살고 봐야, 어? 열심히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던 BJ대마도사가 행동을 멈추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뭔 소리야? 버그인가? 그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가 바라보는 곳으로 카메라를 돌렸고, 덕분에 2억 2천만 명이 되는 시청자들 그리고 멀린과 엠마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본 드래곤이 죽었어?’ 바닥에 쓰러진 채 마네킹이 되어가는 본 드래곤의 모습을. - 크흠. 그때 BJ대마도사가 기침 한 번 과 함께 반쯤 그려놓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로 지우면서 소리쳤다. - 자, 보셨습니까 여러분? 전 원래 본 드래곤이 다 죽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그냥 웃기려고 연출한 것뿐입니다. 설마 제가 정말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려고 했겠어요? 크흠, 크흠. 그 말과 함께 거듭 헛기침을 내지른 미다스가 소리쳤다. - 그럼 이것으로 본 드래곤 솔로 레이드를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본 드래곤 레이드가 끝나는 순간. - 그리고 상품 걸어주신 멀린 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언젠가 갚겠습니다. 그리고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73화. < 117화. 검은 사막 (1). > 1. BJ대마도사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그리는 순간, 그 광경을 보던 모든 시청자들의 생각은 하나였다. - BJ대마도사가 도망친다! BJ대마도사의 본 드래곤 솔로 레이드는 실패했다고. BJ대마도사는 처참한 패배자가 됐다고. 쿵! 그런데 그런 패배자 앞에 압도적인 위엄을 뽐내던 본 드래곤이 갑자기 쓰러졌다. - 어? 뭐야? - 본 드래곤이 죽었어? 승패가 뒤바뀌는 상황. 사실 그건 명명백백하게 BJ대마도사가 제 실력으로 본 드래곤을 잡은 상황이었다. BJ대마도사가 꾸준하게 데미지 딜링을 했고 결국에는 본 드래곤의 HP를 바닥까지 깎았으니까 잡은 거지, 본 드래곤이 갑자기 지병이나 화병이 돋아서 죽은 건 아닐 테니까. 그러나 그것을 본 순간 시청자들의 생각은 전부 하나였다. - BJ대마도사, 운이 졸라 좋군! BJ대마도사에게 천운이 따랐다고. “에이, 운이라니. 이게 어딜 봐서 운입니까? 제가 다 데미지 딜링 해서 한 거지 . 예? 그렇잖아요?” 그 사실에 미다스가 나름의 항변을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응, 운빨씹망겜. - BJ뽀록도사. - 이분이 모든 연애운을 본 드래곤을 잡는데 쓰신 BJ솔로도사 님이신가요? - 솔직히 이 정도 행운이면 향후 앞으로 50년간 연애는 포기해야 할 듯. 모두가 BJ대마도사가 운빨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아니, 제가 무슨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아닌데 운빨이라니, 다 실력이죠.” ‘오케이.’ 물론 그게 미다스가 의도한 바였다. ‘운이 좋아서 잡은 걸로 끝나는 게 베스트야.’ 일단 이번 본 드래곤 레이드는 시작부터가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래야 두 길드분들도 기분이 덜 나쁘고.’ 달리 말하면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입장에서는 우연한 사건 때문에 자신들이 주연으로 활약하던 무대에서 갑자기 쫓겨난 셈. 그런데 만약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을 정말 순수하게 제 실력만으로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면? 두 길드는 운이 나빠서 무대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해 쫓겨났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 반면 미다스가 운이 좋아서 잡은 게 된다면, 그 두 길드가 평가절하 당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템빨 소리 듣는 것보단 낫고.’ 결정적으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운으로 잡은 상황에서 알가마스의 망토라는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을 들킬 이유도 그리고 공개할 필요도 없었다.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했다. ‘아이템에 먹히면 안 돼.’ 알가마스의 망토는 공개됐을 경우 플레이어들의 실력마저 좀먹을 만큼 강력했으니까. 숨길 수 있을 만큼 숨겨야 한다는 의미. “크흠, 어쨌거나 제가 이겼습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더 이상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퀘스트 해야 하니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방송도 종료하고자 했다. - 뭐야? 설명 제대로 해야지! - 설명은 무슨, 본인도 뽀록인 걸 아는 거지. - 응, 이제 백퍼센트 운빨이야. 그래야 시청자들이 더더욱 오해하고, 곡해해줄 테니까.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라이브 방송을 마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화르르르! 본 드래곤이 내뱉은 불꽃 장벽과 드래곤 브레스의 불길로 가득 찬 세상,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세상에서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벅! 불길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후후!" 오히려 불길 사이로 어깨춤마저 추기 시작했다. ‘이런 건 보여줄 수 없지.’ 시청자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 그렇게 알가마스의 망토 효과를 마음껏 누리며 천천히 본 드래곤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면서 수확을 정리했다. ‘그보다 이번에도 대박이네. 타이틀만 몇 개야?’ 가장 먼저 보이는 수확은 다름 아닌 타이틀. 이번 본 드래곤 레이드로 얻은 타이틀만 무려 3개나 됐다. ‘드래곤 브레스에서 살아남은 자에 홀로 드래곤을 마주한 자, 본 드래곤 슬레이어까지.’ 그것도 하나하나가 전부 엄청난 스탯 증가 효과를 주는 것들만. ‘레벨업보다 낫네.’ 그와 동시에 본 드래곤을 잡으면서 레벨업마저 했다. ‘이제 316레벨.’ 그렇게 상태창마저 확인한 미다스가 거대한 본 드래곤의 시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큰 수확은 눈앞에 있는 본 드래곤의 시체였다. ‘골드 몸.’ 이제 잠시 후에 이 공포가 자신을 위한 위엄이 될 터. 그 상상에 잠시 전율을 느낀 듯 멈춰있던 미다스가 이내 퀘스트창을 활성화했다. [본 드래곤]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본 드래곤을 처치하고, 용의 힘을 흡수하라.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알가마스의 의뢰’ 진행 가능 혹시 빠진 내용은 없나, 퀘스트 내용마저 재확인을 마친 미다스가 본 드래곤 앞에 섰다. 그리고 본 드래곤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스스스스!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미다스의 주변에 휘날리던 불길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후 그 바람에 잘려나간 불길들이 미다스의 가슴팍으로 빠르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마치 블랙홀처럼. 드래곤 브레스 불길은 물론 불꽃 장벽마저 삽시간에 사라졌다. [용의 알이 용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용의 힘을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용의 알] !부화를 위해서는 ‘이름 잃은 신’의 힘이 필요. !부화도 : 69퍼센트 !부화도가 70퍼센트에 이르면 새로운 용의 힘 각성. 이제는 69퍼센트에 이른 부화도.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 들어온 건 그 아래에 존재하고 있는 숨겨진 정보였다. ‘또 있어?’ 새로운 용의 힘이라는 내용에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에 대해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주인님!” 왕!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음번에는 절대 저를 놓고 가지 마십시오!” 자신을 향해 경주하듯 달려오는 럭키와 골드, 실버의 등장에 미다스는 고민 따윈 없앴다. “골드야.” “예, 주인님.’’ “새로운 몸으로 바꿀 준비해라!” “예!" 지금부터는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바빴으니까. 2.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 레이드를 하는 동안, 그동안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는 여전히 라이브 방송 중이었다. 믿음 때문이었다. ‘실패할 거야.’ BJ대마도사가 결코 해낼 리가 없으리란 믿음. ‘상대는 그냥 몬스터도 아니고 본 드래곤이야, 저런 드래곤 브레스에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더욱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속보는 그들의 믿음을 보다 견고하게 다져주었다. 이윽고 BJ대마도사 긴급 탈출을 위해 두 개의 스킬을 사용하고, 텔레포트로 도주를 하고자 했을 때 두 길드의 분위기는 불꽃 장벽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역시 될 리가 없어.’ ‘결국 우리가 이겼다.’ 이 게임의 승자는 자신들이라는 것을. “잡았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도망친다면서?” “그냥 죽었다고? 무슨 개소리야? 본 드래곤이 개복치도 아니고 그냥 건드렸다고 죽는 게 말이 돼?” 때문에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 레이드에 성공하고, 불꽃 장벽이 무너졌을 때 그들이 느낀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이었다. 상황이 끝났음에도 그들이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지 못하고, 불꽃 장벽이 사그라졌을 때도 자리를 떠나지 못한 것은. 본 드래곤의 죽음과 BJ대마도사의 승리를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것은. 쿵! 그런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건 키메라 드래곤인 실버와 본 드래곤의 육체를 가지게 된 골드를 양옆에 둔 BJ대마도사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올 무렵이었다. ‘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그 광경. 그 광경이 도리어 충격 요법이 되어 빠져있던 두 길드의 나사를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두 길드원들의 온몸에 긴장감이 뒤덮이기 시작했다. ‘저 괴물이…….' 눈앞에 다가오는 BJ대마도사는 비상식적인 괴물, 심지어 이제는 본 드래곤이라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 보스 몬스터마저 가디언으로 부리는 괴물이었다. ‘왜 우리한테?’ 그런 괴물이 이 순간 적대 관계나 다름없는 자신들을 향해 온다? 이유 없이 올 이유는 없을 터. 그 사실을 눈치챈 메두사와 붉은 머리가 곧바로 길드원들의 앞에 서며 BJ대마도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윽고 그 셋이 마주했다. 그 순간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젠장.’ 다 잡은 기회를 놓친 상황. ‘10대 길드였는데…….' 그것도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정말 엄청난 기회 아닌가? 그런 기회를 놓치게 만든 원흉 앞에서 분노가 벅차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런 두 여인의 모습에 미다스도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속들 쓰리신 모양이네.’ 두 여인의 속이 좋을 리 없다는 걸 모를 리 없었으니까. 그게 미다스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그러니까 여기서 패배자 꼴로 돌아가게 할 순 없지.’ 이 상태로 끝낸다면 두 길드에게 BJ대마도사는 아주 빌어먹을 개새끼가 될 터. 그러니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했다. “이걸로 무승부네요.” 미다스, 그가 배려심을 드러냈다. "예?" “뭐라고?” 그 배려심에 네이와 하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런 두 여인에게 미다스가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3. - 오늘 대결 주제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 아닙니까? 거기서 각자 보스 몬스터 한 마리씩 잡았으니 무승부죠. 안 그래요?” 고르고 길드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박영준을 바라봤다. 예상치 못한 BJ대마도사의 발언 때문에 놀란 게 아니었다. “거봐, 내 말대로지?” 이 예상치 못한 BJ대마도사의 발언을 예상한 박영준을 향한 놀람이었지.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가 두 길드에게 다가오는 순간 영문을 몰라 뒤숭숭한 직원들을 향해 박영준은 말해줬다. “BJ대마도사가 무승부를 제안할 거라고.” 지금 보는 것처럼 BJ대마도사가 두 길드에게 무승부란 단어를 꺼낼 거라고. 사실 박영준 입장에서는 어려운 고민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이긴 거 아닙니까?” “이겼지.” “그런데 왜 무승부로 해주는 거죠?” “그야 여기서 내가 이겼다고 하면, 두 길드가 지랄할 게 뻔하잖아?” “예?” 처음 BJ대마도사가 본 드래곤 레이드에 도전했을 때 박영준은 전세가 역전됐으리라 생각했다. 본 드래곤 레이드에 성공만 하면 승자가 되리라고. 거기서 박영준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순간이 도박판에 앉은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임을 알았으니까. 해서 한 번 더 의심했다. 과연 BJ대마도사가 승자가 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지금 이 엄청난 매치업에서 갑자기 나온 본 드래곤 때문에 졌다, 라는 사실을 두 길드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아? 응? 어쩔 수 없죠, 갓워즈란 게임이 원래 운빨씹망겜이잖아요, 하고 받아들일 것 같아?” “아." 일단 두 길드는 전력을 다해 BJ대마도사의 승리를 부정할 게 뻔했다. “실제로 좀 그렇잖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두 길드는 팬층이 엄청난 곳이야. 그 둘이 그렇게 주장하면 여론이 들썩일 거라고.” 팬덤들이 들고 일어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타당한 주장. “하지만 BJ대마도사쪽도 팬덤으로 따지면……." 물론 여론전으로 가면 BJ대마도사도 해볼 만했다. “그래 싸울 만은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야. 정말로 패배를 인정했다고 치자. 그다음에는?” 중요한 점은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도리어 시작이라는 사실이었다. “패자의 특권 중 하나가 바로 복수야. 리벤지 매치.” 억울하게 패배자가 된 두 길드에는 BJ대마도사에게 복수전을 할 티켓이 생기는 셈. “만약 승패가 치열한 여론전 끝에 정해진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걸 거부하기란 쉽지 않지.” “그렇죠.” 여러모로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받아줘야 하는 티켓이었다. “어차피 두 길드는 이미 거대 무덤은 졸업하고도 남을 레벨들이야. 그렇다는 건 그 티켓을 검은 사막에서 쓸 테고." 더불어 그 티켓을 쓰는 곳은 새로운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컸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이 이상 자기 행보에 꼬리가 붙는 걸 원치 않을 거다.’ 지금 BJ대마도사가 가장 꺼리는 건 그 부분이었다. ‘이번에도 본 드래곤이 아니었으면 정말 피를 볼 뻔했으니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으로 인해 모든 게 무너질지 모를 뻔했다는 것. ‘이럴 바엔 진짜 솔로 플레이로 가는 게 나아.’ 그런 뜨거운 맛을 본 상태에서 BJ대마도사는 괜히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원할 터였다. ‘스펙업도 제대로 했고.’ 그리고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했다. 저 광경, 두 마리의 드래곤을 가디언으로 삼은 BJ대마도사는 이제 어지간한 도움 따위는 필요가 없는 상식선 위의 존재가 되었으니까. “자, 그럼 왜 무승부를 원하는지 알겠지?” 즉, BJ대마도사는 오늘 이곳에서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 사이의 관계를 마무리 지을 속셈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소개팅에서 애프터 데이트까지 했지만 결국 커플이 되는 건 실패한 거고, 이제 남남이 된 거지.” 그 비유에 더 이상 반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동시에 박영준은 각오를 다졌다. ‘이제부터는 그 어디와도 거래를 하지 않는다.’ BJ대마도사가 더 이상 방해 없이 진짜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 좋은 승부였습니다. 다음 사냥터인 검은 사막에서 좋은 일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박영준의 귀에 커튼콜을 알리는 BJ대마도사의 멘트가 들어왔다. 4. “다음 사냥터인 검은 사막에서 좋은 일 있기를 바랍니다.” 그 멘트를 끝으로 등을 돌리는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시 한 번 돌아봐도 무승부 아이디어를 떠올린 자신이 기특해서 지어지는 미소였다. ‘이걸로 내 평가가 오르겠지.’ 그 미소 속에서 미다스는 이번 건수로 제 몸값이 오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벤트 매치로 많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패자가 되는 건 기분 좋을 리 없는 일. 그런 의미에서 패배의 멍에를 벗겨주는 건 이벤트 매치업을 잡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달콤한 장면이었으니까. ‘중원 길드 때도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이쯤 되자 미다스는 이런 무승부 아이디어를 중원 길드 상대로 쓰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들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이번에도 그렇고 중원 길드가 자신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으니까.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미소를 지우고 대신 각오를 굳혔다. ‘그러니까 꼭 성공해서 보답하자.’ 더 대단한 플레이어가 되어서 이 은혜는 꼭 갚자고. 그 각오 속에서 고개를 든 미다스의 눈앞에 붉은빛 기둥 하나가, NPC알가마스가 있는 곳을 보여주는 기둥이 보였다. 374화. < 117화. 검은 사막 (2). > 5. [알가마스의 의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3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알가마스와 만나 그로부터 의뢰를 받자.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붉은 나무’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윽고 그 무언가가 정체를 드러냈다. “여기 있었군.” NPC알가마스, 그의 등장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을 일부러 지은 채 말했다. “저를 찾으셨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물론 연기였다. 이미 진작부터 NPC알가마스가 오리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괜히 나대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일. “용의 뼈를 전부 모았군.”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레 진행됐다. “솔직히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말에 미다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난이도가 지랄 맞은 퀘스트란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데 그런 걸 줘? 경고도 없이?’ 그걸 아는 인간이 그런 퀘스트를 줬냐고. 물론 그런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절 찾아오신 겁니까?” “본 드래곤을 잡는 것을 봤다. 그렇기에 그 드래곤을 죽인 게 누구인지 알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된다.” 그 순간 미다스는 어렴풋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드래곤을 죽인 자? 혹시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NPC알가마스와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대박이다!’ 여러모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빅 이벤트에 미다스가 태도를 바꾸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알 자격이 충분하다 했지, 알려주겠다고는 안 했다.” “예?” 그때 나온 NPC알가마스의 대답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상황을 이해한 듯 표정을 구겼다. 물론 NPC알가마스는 그에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거래를 하지. 내 의뢰를 들어주면 그 용, 악카투스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그 대답에 미다스가 표정을 더 구겼다. ‘거, 알가마스 형, 장난질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퀘스트 내용을 보고 짐작은 했으나, 막상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 만무. “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도. 그리고 그의 무덤에 그의 유물이 있을 것이다.” ‘유물!’ 그러나 이어진 설명 속에 나온 유물이란 단어에 미다스가 표정을 폈다. “엄청난 것이지.”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표정을 펼 수 있을 만큼 활짝 펴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들어드리면 됩니까?” 그 말에 NPC알가마스가 손에 든 편지를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거대 무덤을 지나면 나오는 검은 사막, 그곳에서 붉은 나무를 찾아가 이 편지를 전달해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퀘스트창이 눈앞을 채웠다. [붉은 나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4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검은 사막에 존재하는 붉은 나무를 찾아가서 편지를 전달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2개 !퀘스트 완료 시 ‘드래곤 슬레이어’ 진행 가능 그 순간 미다스가 크게 눈을 떴다. ‘뭐야? 스킬북 2개라고?’ 기겁하는 미다스를 향해 NPC알가마스가 말했다. “거절하고 싶다면 거절해라. 거래를 원치 않은 자에게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보다 검은 사막은 어떤 의미에서는 본 드래곤을 잡는 것보다 힘겨운 무대이기도 하니까. 겁이 난다면 포기하도록.” “그, 그럴 리가요!” 그 순간 미다스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목숨을 바쳐 편지를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등을 돌려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향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얘들아, 검은 사막으로 가자!” 왕! “예, 주인님! 저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나오는 동료들의 대답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얘들이랑 함께라면 그 지랄 맞은 검은 사막도 문제없지.’ 그런 미다스의 얼굴에 앞으로 자신이 마주하게 될 검은 사막이란 지옥 같은 사냥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보다 이번에는 어디랑 같이 하게 되려나?’ 있는 건 오직 하나, 새로운 데이트 상대에 대한 기대감뿐. 6. - BJ대마도사 이번 라이브 방송 봤어? ㄴ 진짜 충격적이었지. 설마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갈 줄이야. ㄴ 좀비 매머드 놓치면서 끝나나 했는데 거기서 본 드래곤이 등장한 건 진짜 쇼킹했지. ㄴ 등장도 등장인데 그걸 혼자 잡을 줄은 진짜 몰랐음. ㄴ 진짜 운이 졸라 좋았다니까. 튀려고 하는데 뒤졌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세간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 것도 그런데 그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가 무승부로 끝날 줄은 진짜 예상도 못했다. 심지어 그 끝마저 전혀 예상치 못한 그 라이브 방송에 대해 세상은 거듭 놀라움을 토해냈다.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라이브 방송이 끝났을 때 모두가 물음표를 던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예상치 못한 진행에 예상치 못한 엔딩을 맞이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짐작될 리가 만무. - 글쎄, 두 길드랑 한 번 더 붙으려나? ㄴ 리벤지 매치해야지. ㄴ 리벤지 매치는 무슨, 진 것도 아닌데 복수전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하물며 BJ대마도사의 다음 상대가 누가 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세간의 의문에 기름이 부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 들었어? BJ대마도사한테 1티어급 길드들이 전부 도전장을 내놓았다는 거?” “들었지. 지금 거대 무덤이랑 검은 사막에 있는 길드들 전부가 방송에서 러브콜 보내던데.” 두 길드가 놓친 기회를 잡기 위해 1티어급 길드들이 다시 한 번 불티나는 경쟁을 시작했다. “그냥 러브콜이면 다행이지, 대놓고 시비 거는 애들도 부지기수야. 협박도 하던데?” “협박?” “BJ대마도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들 방송에 안 나오면 그 비밀 터뜨린다고.” “무슨 비밀이기에 그렇게 나오지?” “나야 모르지. 알면 그게 비밀이겠어?”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지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 ‘다들 몸이 달아올랐구나.’ 듣는 정현우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다음번에는 더 크게 놀 수 있겠어.’ BJ대마도사를 향한 구애의 몸짓이 이렇게 크다면,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몸값도 오르는 셈. ‘역시 무승부가 베스트였어. 몸값이 확 올랐잖아?’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듣던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건 그 때문이었다. “현우야, 넌 뭐 들은 거 없냐?” “예?” “아니, 이야기 들으면서 웃는 거 보니까 뭔가 아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알면 좀 말해줘 봐.” 그때 나온 기습적인 질문에 정현우가 입가에 지은 미소를 실소로 만들며 말했다. “에이, 제가 BJ대마도사에 대해서 아는 게 있겠어요?” “진짜 몰라?” “그렇게 대단하고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어의 비밀이 쉽게 노출될 리가 없잖아요?” 이어진 설명에 휴게실 안에 있는 캡슐방 손님들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에 정현우가 대충 얼버무리듯 말했다. “뭐, 비밀이 있다고 하면 열애설 정도겠죠. BJ대마도사가 설마 진짜 솔로이겠습니까? 분명 엄청난 톱스타들이나 모델들하고 사권 경험이 있겠죠. 그거 가지고 협박하는 거 아닐까요?” “아, 진짜 현우 형.” 그 순간 휴게실에 들어온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BJ대마도사 알지도 못하면서.” 그 대답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이혁주가 못을 박듯 확실하게 말했다. “BJ대마도사한테 열애설이라는 게 말이 돼요? 차라리 내가 로또 당첨됐다는 게 말이 되겠지.” “아무렴.” “이건 혁주 말이 맞지.” “현우야, BJ대마도사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 이어진 반응에 정현우가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는 것보단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한숨이었다. “이건 지금 막 들어온 속보인데요.” 그사이 정현우가 쥐고 있던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이혁주가 말을 이어갔다. “검은 사막에 있는 1티어급 길드들이 BJ대마도사 잡으려고 올스타팀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 소문에 모두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 진짜?” 심지어 정현우조차도 기겁할 정도. 그 반응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확실하게 손잡은 길드만 다섯 곳이래요. 그 이상 추가된다는 말이 있고요.” “에이, 그게 말이 돼?” “맞아, 검은 사막에서 사냥 중인 1티어급 길드들이라면 1티어급 중에서도 최상위 애들인데.” “거기다가 다들 경쟁자들이잖아? 그런데 서로 손을 잡는다고?” 이어서 나온 반문에 이혁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고르고 길드랑 레드 스컬 길드가 손을 잡았는데, 그들이라고 못 잡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 말에 반박이 잠시 동안 멈췄다. 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네.’ 이혁주의 말처럼 이미 두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쳤는데 나머지 길드라고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런 공동전선이 나오기 전에 자기들이 먼저 손을 잡는 게 현명한 일. 그 사실에 정현우의 등골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거 너무 커지는 거 같은데?’ 세상 모든 게 그렇듯, 과해서 좋을 게 없는 법. 만약 정말 그리 나온다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정말 굉장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스타팀이라니, 그걸 어떻게 상대해?’ 우웅! 그렇게 표정이 굳은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그것을 본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휴.’ 이제는 라이징 스타 채널과 미팅을 할 순간. “혁주야, 세팅 좀 해줘.” 그 순간을 앞두고 정현우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갓워즈에 접속했다. 7. - 와튼 : 보다 자세한 데이터는 이메일을 통해 보내드렸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내용의 미팅. - 와튼 : 그럼 바로 검은 사막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때 검은 사막이란 단어가 언급되었고,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의 속에 있는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왔구나.’ “예, 검은 사막으로 바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다른 사냥터와 마찬가지로 검은 사막이란 사냥터에 가기 위해서는 퀘스트 깨야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다른 길드와 협업 혹은 경쟁을 할 터. ‘어차피 마주할 일, 내가 먼저 꺼내자.’ 그때 미다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주변에서 말이 많죠? 다들 우리랑 한 번 같이 라이브 방송해보려고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네요.” - 와튼 : 예, 아주 몸이 달아올라서 미칠 지경이죠. “소문을 들어보니까 1티어급 길드들이 올스타팀을 만들어서 해보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 와튼 : 예, 그렇죠. 다섯 곳이 현재 손을 잡았고, 확정되면 본인들이 발표할 겁니다.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가 속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진짜 올스타팀을 만드는 건가?’ 사장님의 반응을 보니까 아무래도 이혁주가 즉석에서 만든 헛소문이 아니라 근거가 있었던 모양. ‘어떻게 하지?’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뇌를 시작했다. 1티어급 길드 올스타팀이 정말 결성된다면 그건 분명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라이징 스타 채널은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터였다. 물론 라이징 스타 채널은 물어볼 것이다. - 와튼 :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BJ대마도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BJ대마도사,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지. ‘젠장.’ 솔직히 그 질문이 나왔을 때 미다스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거절 못 해. 이걸 어떻게 거절해?’ 하겠습니다, 라는 대답.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빅 이벤트가 BJ대마도사의 거부 때문에 무산되는 건, 야구로 따지면 월드시리즈에서 상대가 엄청 강력하단 이유로 선발 투수가 선발 등판을 거부해서 경기가 무산되는 거랑 다를 게 없었다. 지더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 ‘당당하게 말하자. 예, 라고’ 그쯤에서 미다스는 어차피 맞을 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맞으리란 각오를 품었다. - 와튼 : 검은 사막 내에서는 그 어떤 길드들과의 이벤트 매치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 와튼 :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일단 준비한 대로 대답을 했다. "예." '예?' 그러면서 속으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씀이시지?’ 그런 미다스를 향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은 채팅을 이어갔다. - 와튼 : 게임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 상황에서 레이드 레이스 같은 경쟁은 이제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순간 미다스는 감격했다. ‘맙소사.’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이 빅 이벤트를 거절하겠다. - 와튼 : 그 부분은 제가 나서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BJ대마도사님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만 집중해주십시오. 혹여 그로 인해 욕을 먹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다 먹겠다. ‘사장님!’ 그러한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의 모습에 미다스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여기서 현실이었다면 정말 눈물이라도 흘러나왔을 만큼. 허나, 지금 미다스가 있는 곳은 게임이었고 해서 미다스는 눈물 대신 감사를 뱉었다. “몇 번이나 느끼는 거지만, 사장님은 제 생각을 볼 수 있는 눈이라도 가진 것 같습니다. 정말 제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읽으시네요. - 와튼 : 파트너로서 당연한 거죠. 그 순간 더 이상 긴장감이나 고뇌는 없었다. “그럼 검은 사막에서는 이벤트 매치는 없겠군요.” - 와튼 : 예. 이 순간 미다스가 해야 할 건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 와튼 : 이제 그 어떤 데이트 신청도 하지 않고, 받지도 않을 겁니다. - 와튼 : 그러니 BJ대마도사님은 안심하십시오. - 와튼 : 그 누구도 BJ대마도사님의 솔로 플레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어떤 이들과의 만남도 거절하는 고독한 솔로 플레이뿐. 375화. < 117화. 검은 사막 (3). > 8. 칙칙하기 그지없는 거대 무덤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플레이어들의 눈에는 시커먼 세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 바로 거대 무덤 다음 사냥터인 검은 사막이었다. 문자 그대로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 “검은 사막의 모래는 별거 아니야. 그냥 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딱히 이상할 건 없어. 굳이 보통 사막과 비교를 하자면 발자국이 잘 안 보인다는 거?” 사실 모래가 검은색이란 건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두 가지였다. “솔직히 발자국은 아무래도 좋고, 진짜 골 때리는 건 크로커스지.” 하나는 검은 사막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인 크로커스. 외형적인 생김새는 악어와 흡사한 몬스터로, 최소 몸길이가 5미터. 악어와의 차이점은 상황에 따라서 이족 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며, 검은 사막 좀 더 깊숙한 곳으로 가면 더 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크로커스들이 등장했다. 더불어 이런 크로커스들은 검은 사막의 모래를 마치 늪지대처럼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걔들은 언제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어. 아주 골 때리는 놈이지.” 그 접근을 플레이어들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눈치 채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저주 지대에서 등장했을 때는 그냥 미치는 거고.” 두 번째 골치 아픈 점은 바로 검은 사막의 저주였다. 검은 사막을 지나다 보면 검은 사막의 저주 지대에 진입하게 됐으며, 그곳에 들어간 자들은 검은 사막의 저주에 걸렸다. 그리고 검은 사막의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는 그 어떤 소모 아이템도 사용할 수 없었다. “포션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에서 크로커스 무리가 등장하면……." “포션 없이 싸우려면 토 나오겠네?” “아니지. 싸우는 게 아니라 튀어야지. 빨리 튀어서 저주를 푸는 게 최선이야.” “저주를 푼다고?” “검은 사막 곳곳에는 신성한 나무들이 있거든. 그 나무의 가호를 받으면 돼.” “그럼 그 나무에 가기 전까지는 어떻게?” “뭘 어떻게 해, 제발 크로커스 나오지 말라고 기도 메타 써야지.” 목숨값이 금값보다 비싼 랭커급 플레이어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 “검은 사막에서는 협업이 잦은 게 그런 이유 때문이야.” 때문에 이 혹독한 검은 사막에서는 길드나 플레이어들 간에 손을 잡는 일이 잦았다. 혼자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어쨌거나 여러모로 혹독한 검은 사막이기에 처음 입장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나름 맛보기 기회를 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맛보기라도 해준다는 거지.” 처음 검은 사막에 입장하는 파티에게는 크로커스의 접근을 알게 해주는 빛의 정령이 지급됐으며, 검은 사막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이 모이게 되는 첫 번째 성스러운 나무, 그마시안에 도착할 때까지 유효했다. 일종의 튜토리얼 시스템인 셈.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배려지.” 물론 그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최대 370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 검은 사막까지 올 정도의 플레이어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갓워즈란 게임이 이런 식으로 상상 못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건 게임 난이도 역시 상상 못할 만큼 어렵다는 증거임을. 당연히 검은 사막 초입에서 파티를 구성할 때 플레이어들은 되도록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구성하기를 원했다. “저기, 뭔가 온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본 드래곤하고 키메라 드래곤!” “BJ대마도사다!” 그런 상황에서 검은 사막 초입에 BJ대마도사가 등장했을 때 당연히 검은 사막 초입에 대기 중이던 플레이어들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같이 파티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 협업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였으니까. 막연한 기대는 아니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검은 사막을 혼자 지날 일은 없어.’ 앞서 말했듯이 검은 사막은 협업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힘겨운 곳. ‘골드 항공이 새로운 몸을 얻었는데, 제대로 한 번 취항해야지.’ ‘관심종자인 BJ대마도사가 이 기회를 그냥 갈 리가 없지. 한 번 제대로 관종짓을 하겠지.’ 또한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다음 사냥터로 넘어갈 때마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럭키 익스프레스, 골드 항공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같이 움직였다. 기대감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 ‘길드에는 허락 받았다. 질러도 돼.’ 더 나아가 몇몇 길드들은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티켓값 경매 들어가면 어떻게든 낙찰 받는다.’ ‘얼마가 됐든 놓쳐서는 안 돼.’ ‘나도 BJ대마도사 코인 타고 한 번 날아올라보자!’ BJ대마도사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넘쳤으며, 무엇보다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일단 대화를 해야지 데이트를 하든, 시비를 걸든 할 수 있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 당장 고르고 길드와 레드 스컬 길드도 BJ대마도사와 데이트를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지 않았는가? 그런 그들 앞에 등장한 BJ대마도사가 말했다. “다들 표정을 보니까 절 기다리신 모양이네요. 그것도 꽤 많은 준비를 하신 채로.” 그 순간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예 대놓고 경매할 생각이구나.’ BJ대마도사가 이번에 자신과 협업하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제대로 뽕을 뽑을 작정을 했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대체 얼마를 불러야지?’ ‘지금 BJ대마도사 주가를 생각하면…….' ‘아니, 그보다 돈으로 입찰할 수 있긴 있는 건가?’ 더군다나 BJ대마도사는 엄청난 대부호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태. 그런 그를 돈으로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들,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정보나 레전더리 등급 정도 되는 아이템이나, 스킬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 그 사실 앞에서 일부는 경매를 포기한 듯한 표정을 그리고 일부는 오히려 더 각오를 굳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BJ대마도사가 말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검은 사막에서는 파티 플레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좌중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그만큼 충격적인 발언이었고, 결국 한 명이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했다. “그게 뭔 개소리야? 헙!” 스스로 내뱉고도 놀랄 만한 격한 표현, 그러나 그 발언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모두의 심정을 가장 완벽하게 대변해주는 말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을 위해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확실하게 말해줬다.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절대 검은 사막에서 파티 사냥을 하지 않겠습니다.” 9. - 야, 지금 BJ대마도사 또 사고 침. ㄴ 이번에는 뭘 쳤는데? ㄴ 선언함. ㄴ 선언? 무슨 선언? ㄴ 솔로 선언함. BJ대마도사의 검은 사막 솔로 선언이 속보로 알려졌을 때 세간의 반응은 하나였다. - 뭔 개소리야? 어제 밥 먹고 똥 쌌다는 걸 말하는 게 무슨 사고임? ㄴ 맞아, BJ대마도사가 BJ대마도사한다는 거잖아? 왜 뻔한 소리를 속보랍시고 지껄이고 있냐고. - 그게 아니라 검은 사막에서 절대 누구의 도움을 받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ㄴ 뭐? ㄴ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혼자 한다고 선언했어! 그러나 이어진 추가 속보 앞에서는 모두가 반응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 그게 뭐가 특별하다고? 이제까지 솔로 플레이했잖아? ㄴ 에이, 순수한 의미는 아니지. 대결이든 뭐든 간에 도움을 받긴 받았으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모든 걸 혼자서 할 순 없는 법. - 저번 본 드래곤 레이드도 두 길드가 좀비 매머드 잡아줬으니까 가능했던 거지. ㄴ 아무렴, 그냥 혼자서 대가리 박았으면 본 드래곤 나오자마자 그냥 튀었을걸? ㄴ 예전에 운석 충돌 지점도 그렇고, 순수하게 혼자서 한 건 아니지. 실제로 이제까지 BJ대마도사 행보가 순수한 솔로 플레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그런데 검은 사막에서 그게 가능해? 1티어급 최상위 길드들도 당연하게 손잡는 곳인데? 더욱이 검은 사막의 난이도는 거대 무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그런 곳에서 모든 것을 혼자서 하겠다고 선언하다니?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 “1티어급 길드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겠군.” 개중에서도 가장 혼란에 빠진 건 멀린의 말마따나 BJ대마도사를 노리는 1티어급 길드들이었다. 10대 길드 타이틀을 다시 한 번 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예 그 기회가 놓친 것도 아니고 사라진 셈. “그게 BJ대마도사가 노리는 바일 테고.” 달리 말하면 그 부분이 BJ대마도사가 그런 충격 선언을 한 이유였다. “1티어급 길드들이 만든 올스타팀을 상대로는 확실히 뭘 하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까지는 덤벼드는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경쟁을 해볼 만했지만, 앞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차라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력으로 진행하겠다는 것. “골치 아프군.” 멀린 입장에서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이제 아예 대화 창구 자체를 막아버린 BJ대마도사를 상대로는 어떤 시도도 할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골치 아플 것까진 없어요.” 그러나 의외로 이 소식을 받아들인 엠마의 표정은 담담했다. “골치 아플 게 없다니, 이제 이대로 BJ대마도사가 뭘 하든 터치할 수 없다는 건데?” “멀린, 당신 덕분에 기회가 있거든요.” “뭐?” 당신 덕분에, 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멀린. “후원 채팅으로 본 드래곤을 솔로 레이드로 잡으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에 대한 정보를 상품으로 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이어진 말에 멀린이 표정을 구겼다. 그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고 그것 때문에 여러모로 놀림거리가 됐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이 대목에서 꺼내는데 좋은 의미로 들릴 리 만무. “하지만 정보 제공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큰 틀에서 제공한다고 했지.” 허나, 엠마가 하는 건 비아냥거림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오로지 단 한 명, BJ대마도사에게 단독 제공한다는 말도 안 했죠.” 그 순간 멀린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렇지, BJ대마도사가 원치 않아도 같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할 수밖에 없지.” 세상만사 홀로 고독하고 살고 싶다고 해서 고독할 수는 없는 법. “더욱이 우리는 정보를 언제 제공한다고 명시하지도 않았어요. 한도 끝도 없이 미룰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줄 필요도 없죠.” 이어진 설명에 멀린도 이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리 팀을 만들면 돼요. 그 후에 그 팀을 배치하면 되죠. BJ대마도사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 곳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 거기겠군.” “예, 붉은 나무부터 시작이겠죠.” 붉은 나무. 그 단어에 멀린은 이제 담담한 수준을 넘어 여유가 넘치는 미소마저 지었다. “하긴, 거긴 절대 찾고 싶어서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검은 사막 곳곳에 배치된 숨겨진 비석을 통해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뿐더러, 위치를 알아도 힘들지. 검은 사막은 넓은 미로와 같으니까.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미로.” 그 미소가 확신의 증거였다. “그곳을 혼자서 간다면…… 어느 때보다 시간은 남아돌겠군. 천천히, 착실하게 진행해도 되겠어.” BJ대마도사가 검은 사막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리란 확신의 증거. 10. “네놈!” 골드가 성난 외침과 함께 등장한 크로커스 한 마리의 몸통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크허! 5미터나 되는 거대한 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미터에 이르는 골드 앞에서 크로커스는 마치 호랑이 앞의 사냥개 꼴에 불과했다. 크로커스가 풀려나기 위해 제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골드는 그런 크로커스가 큼지막한 제 발로 크로커스의 머리를 짓누르고 꼬리를 짓누르며 반항조차 용납지 않았다. 콰직! 그렇게 몸부림을 거듭 방해하면서 제 단단한 이빨로 크로커스의 살점 거듭 물어뜯었다. [크로커스를 처치했습니다.] 이윽고 크로커스 사냥을 알리는 알림이 들리는 순간 골드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봤다. 크르르! “주인님을 위하여!” 그러자 골드의 눈에 크로커스 한 마리를 물어뜯는 키메라 드래곤의 모습과 은빛 늑대 한 마리가 보였다. 그것을 본 골드가 소리쳤다. “나쁜개! 내가 더 빨랐다!” 크-왕! 그 도발에 반응하듯 럭키가 성난 소리를 내질렀고, 반면 골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미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인님, 제가 더 빨랐습니다!” “어, 그래.” 그러나 미다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니, 미적지근한 수준을 넘어 미다스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지조차 않았다. 그저 고요하기 그지없는 검은 사막만을 바라볼 뿐. ‘아, 미치겠네.’ 그런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너무 잘 보여서 미치겠어.’ 새카만 세상 속 곳곳에 숨어 있는 크로커스의 존재들이 매우 선명하게. ‘진짜 이렇게 잘 보일 수가.’ 이제까지 미다스의 눈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모든 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수풀이 우거진 숲이나, 눈이 부신 사막 같은 곳에서는 보이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법. 반면 검은 사막은 모든 것이 시커멓기 그지없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하얀 도화지 위에 노란색 그림을 보다가 검은 도화지 위에 하얀색 그림을 보는 격. 더욱이 사막이란 땅은 미다스가 활약하기에 최고의 무대였다. 폴링 스타, 그 운석의 힘을 이용하면 사막 모래 아래에 있는 몬스터를 얼마든지 타격할 수 있었으니까. ‘아, 솔로 플레이하길 잘했다.’ 결정적으로 이번에는 주변 시선 따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무대. 왕! “주인님, 전부 처리했습니다.” 그게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 실버의 전투에 그다지 큰 시선도, 관심도 주지 않는 이유였다. “얘들아, 수고했어. 이제는 뒤에서 숨만 쉬고 있어.” 이곳에서는 정말 모든 걸 박살을 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그 자신감을 품은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시커먼 땅 위에 솟구친 붉은빛 기둥을 바라봤다. 그 순간 미다스는 자신을 넘어 확신했다. “이번에는 진짜 내가 캐리해줄 테니까.” ‘갓워즈 시작한 이후 가장 날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때보다 쉬운 무대가 되리라고. 376화. < 118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1). > 1. 검은 사막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목적지로 삼는 곳은 첫 번째 성스러운 나무 그마시안이 있는 곳이었다. “저게 그 그마시안이야? 생각보다 쉬운데?” 그런 그마시안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커먼 모래 사막 위로 오롯하게 솟아오른 높이 100미터짜리 새하얀 나무는 찾기 싫어도 찾을 수 없을 만큼 그 존재감이 강렬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찾기 쉬운 곳을 왜 다른 애들은 못 찾는 거지? 보니까 빙빙 돌던데?” 하지만 그런 그마시안으로 바로 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왜 안 가긴, 지금 정령이 유효한 상황에서 크로커스를 잡는 연습을 하는 거지.” “아." 그마시안에 도착하는 순간 검은 사막 입문자를 배려는 끝이 나고, 그 이후부터는 크로커스의 진짜 무서움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 “정령의 유효 시간이 일주일이거든. 그동안 최대한 연습하는 거지.” 그런 이유로 크로커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부러 그마시안에 가지 않은 채 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저주는? 저주 걸리면 포션 못 쓰잖아?” “그조차도 훈련이지. 오는 게 보이는 크로커스를 상대로도 포션을 남발할 정도라면 그냥 게임 접는 게 낫지. 스타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여기까지 왔는데 몹쓸 꼴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날아갈 텐데, 이 악물고 연습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특히 이름값이 높을수록 그런 훈련을 하는 빈도도 높아졌다. “BJ대마도사가 아직도 그마시안에 도착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였구나.” “아무렴.” 이틀 전 검은 사막을 떠난 BJ대마도사가 그마시안에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히려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대부분은 납득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검은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빡세게 연습해야지. 그것도 자기가 내뱉은 것처럼 혼자 살아남으려면 더더욱.” “힘들겠네.” 검은 사막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지독한 훈련이 필요하리라고.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마 지금 안 보이는 곳에서 쌍욕하면서 사냥 중일걸?” 2. “빌어먹을!” 욕지거리와 함께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의 구슬이 그대로 검은 사막, 그 두터운 모래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진 구슬은 마치 미사일처럼, 검은 사막의 모래를 뚫고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후에야 비로소 제 이름에 걸맞은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광! 그 폭발에 검은 모래가 비산했다. 콰과광!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마치 분수가 치솟듯 검은 모래가 솟구쳤다. [크로커스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뒤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가 뒤에 가만히 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 그리고 럭키를 보며 말했다. “빌어먹을!” 거듭 욕지거리를 내뱉는 미다스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당연히 지금 내뱉는 욕지거리는 진심이 아니었다. “이렇게 쉬운 곳을 이제야 오다니!” 너무 기뻐서 나오는 감탄사였지. ‘쉽게 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쉬울 줄이야!’ 검은 사막이 자신에게 쉬운 무대가 되리란 건 이미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미다스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일단 미다스의 스펙업이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났다. ‘꾸준히 훈련해오면 갑자기 한 번에 터진다는데, 지금이 그때구나.’ 그리고 그 스펙업과 미다스가 그동안 해온 훈련과 경험이 뒤섞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특히 그동안 연습의 제대로 빛을 발휘했다. 그동안 미다스는 자신의 투척 사거리와 정확도를 늘리기 위해 거듭 연습을 해왔었다. 허나, 그 훈련 성과가 드러나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제한된 환경에서는 그 역량을 100퍼센트는커녕 50퍼센트조차 발휘하기 힘들었으니까. 반면 지금 검은 사막은 그 훈련의 성과를 100퍼센트가 아닌 120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곳. ‘뭐, 최고는 저주 지대가 보인다는 거지만.’ 동시에 미다스의 눈에는 검은 사막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장소인 저주 지대마저 보였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저주 지대 위로 붉으스름한 빛이 감도는 게 보였다. 그 메리트는 엄청났다. 분명 크로커스는 골치 아픈 몬스터였으나, 검은 사막은 대부분 340레벨을 찍은 플레이어들의 사냥터, 제아무리 골치 아픈 몬스터라고 해도 적응이 되면 잡는데 어려울 건 없었다. 그럼에도 검은 사막이 플레이어들에게 지옥 소리를 듣는 건 바로 검은 사막의 저주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곳에 오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게임에 인생을 바치는 건 물론, 게임 덕분에 인생이 바뀐 자들이었다. 갓워즈 덕분에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들이었고, 당연히 그들은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반 플레이어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돈을 게임에 투자하고는 했다. 당연히 포션 같은 소모 아이템에 쓰는 비용도 엄청났다. 포션 중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그렇기에 포션을 쓸 수 없다는 제약은 더더욱 그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도 다를 건 없었다. ‘검은 사막에서도 포션도 마음껏 쓸 수 있어.’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는 그 저주에 대한 걱정을 조금도 할 일이 없어진 셈. 당연히 저주를 풀기 위해 성스러운 나무를 일일이 방문할 필요도 없었다. 얼마든지 마음껏 가고 싶은 곳을 가도 된다는 의미. 그 대목에서 검은 사막 너머로 솟구치고 있는 붉은빛 기둥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생각은 하나였다.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빨리 끝내자. 어차피 같이 할 사람도 없는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최대한 빨리 공략하는 것. 3. - BJ대마도사가 진짜 혼자서 할 수 있을까?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 이후 세간의 관심은 솔로 플레이의 가능 여부였다. 이제까지 전례 없던 길을 가는 만큼 기대보다는 가능성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당연지사. - 에이, 못하겠지. - 말이 그런 거지, 결국 도움 받겠지. 솔직히 BJ대마도사가 도중에 말을 바꾸리란 예상도 적지 않았다. - 그런데 아직 소식 없던데? - 그마시안에도 등장 안 했다고 함. - 어디 있는지도 다들 모르겠다던데? 하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없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 진짜 솔로 플레이 하려는 모양이다. ㄴ 작정하고 훈련하는 듯. ㄴ 그렇겠지. 솔로 플레이하려면 어느 때보다 준비가 철두철미해야 할 테니까. 그 사실에 오히려 사람들은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진짜인 모양이네.” 위자드 길드. 1티어급 길드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곳의 길드 마스터인 소서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이 위장이나 혹은 기만 작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상황이 진실 쪽으로 기울어졌다. “어비스 길드가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획득법을 알려준다는 것도.” 그리고 그 마음을 완벽하게 기울이게 한 건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획득법이었다. “말했잖아, 진짜라고. 왜 내 말을 못 믿어?” “보름 전에 우리 길드원 계약 기간 끝났다고 소리 없이 냉큼 빼간 인간 말을 어떻게 믿어?” “아니, 우리가 뭐 훔쳐 가기라도 했나? 계약 기간 끝난 플레이어 제값 주고 데려갔을 뿐이라고.” “그래도 최소한의 상도의가 있는 거지. 빅패밀리 길드는 그 상도의가 가장 없는 길드고. 응? 좀 작작 빼가.” “어쨌거나 다시 이야기를 정리해줄 게.” 이야기의 시작점은 빅패밀리 길드, 현재 1티어급 길드 중에 가장 많은 길드원 수를 자랑하는 그곳의 마스터인 고드였다. “어비스 길드가 우리 쪽에 의뢰를 했어.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획득법을 알려주겠다,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 획득법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는 최대 100명까지만 진행이 가능하다, 올스타팀을 구축해서 진행해라,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를 견제해서 얻을 경우 소유권을 인정하겠다.” 고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함께 위자드 길드에 제안을 했다. “그중 열 자리를 줄게. 단, 마법사 플레이어만.” 같이 BJ대마도사를 엿 먹이고 드래곤 슬레이어 소드를 얻자고. 이쯤 되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믿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검은 사막에 자리잡은 1티어급 길드들의 꿈은 BJ대마도사를 잡는 것. ‘BJ대마도사랑 붙는 건 물론 덤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라.’ 그런데 거기에 상상치도 못한 상품이 걸린 상황인데 고민을 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래서 방법은?” “그건 수락하겠다는 거지?” “방법부터 듣고.” “에이, 이 바닥에 듣고 빠지는 게 어디 있어? 듣는 순간 같이 패밀리가 되는 거지. 좋아, 그럼 같이 한다고 믿고 말해줄게. 방법은 간단해. 우리 올스타팀이 BJ대마도사보다 먼저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으러 가는 거야.” 그 설명에 소서가 고작 그게 다야?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에 우리 두 번째 올스타팀이 두 번째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으러 가는 거지. 그다음에는 세 번째 팀이.” “세 번째 팀?”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소서는 표정을 바꿨다. “현재 손을 잡은 7개 길드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하나씩 먹을 때까지 도는 거지. 그렇잖아? 길드당 최소한 하나씩은 먹어야 공평하지. 하나 가지고 돌려쓸 수도 없잖아?” “……드래곤 슬레이어 하나 얻는데 며칠 정도 걸리지?” “마지막에 더블 헤드 드래곤을 꼭 잡아야 하더라고. 더블 헤드 드래곤이 120시간마다 리젠되니까, 기타 시간 다 계산하면 최소 보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더라고.” 7개 팀 그리고 보름, 그 시간을 계산한 소서가 말했다. “BJ대마도사랑 원수가 되겠군.” “아니, 뭐 우리가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보 얻어서 정상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하는 건데 원수까지 되겠어? 하지만 원수가 된다면야 어쩔 수 없지.” 대답하는 고드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부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의미의 미소가. 그 미소를 본 소서는 더 이상 머릿속에 미심쩍은 기색은 없앴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붉은 나무가 시작점이야. 일단 거기부터 가야지.” “붉은 나무? 어디에 있는데?” “위치는 랜덤. 한 번 만나면 사라지며, 새로운 위치는 검은 사막 곳곳에 배치된 비석을 통해서 알 수 있지.” “골 때리는 난이도군.” “갓워즈가 원래 그렇잖아?” “그럼 일단 붉은 나무부터 찾으러 가야겠군. 그래서 지금 상황은?” “현재 비석은 찾았어. 하지만 붉은 나무 위치는 몰라. 100명 멤버가 모집되어서 퀘스트를 받아야 할 수 있으니까." “BJ대마도사는?” “뭐, 어비스 길드 쪽에서 어련히 공략법 잘 알려줬겠지. 설마 우리보다 늦게 알려줬겠어?” 이야기를 듣던 소서가 실소를 머금었다. “BJ대마도사는 붉은 나무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겠군.” 4. "오케이, 도착.” 짤막한 말을 마친 미다스의 눈앞에는 표현 그대로 붉은 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무의 높이는 3미터 남짓. 드넓은 사막에서는 육안으로 쉽사리 찾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이런 걸 그냥 덩그러니 찾으라니, 퀘스트 난이도 한 번 아주 지랄 맞네.’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을 괜히 2개나 주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퀘스트 보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레전더리 에픽 스킬북의 가치는 이미 뼈저릴 만큼 느끼고 있었으니까. ‘이걸로 세 개.’ 더욱이 미다스는 현재 용의 뼈를 전부 모으면서 얻은 레전더리 에픽 스킬북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우.’ 그야말로 심장이 폭발할 만큼 설레는 일. “후우." 게임 속임에도 미다스가 심호흡을 하듯 숨을 길게 내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좋아.’ 이윽고 마음을 가다듬은 미다스가 붉은 나무 근처로 이동했다. 쩌적! 그 순간 붉은 나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붉은 나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마치 트가르처럼. 그렇게 팔과 다리를 뽑아낸 붉은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미다스는 그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NPC 트리움] 붉은 나무가 NPC라는 사실을. “나를 찾아온 자, 누구인가?” 이윽고 입을 여는 NPC트리움을 향해 미다스는 미리 인벤토리에서 꺼낸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알가마스님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알가마스?” “예." “놈이 용케 자유를 되찾은 모양이군. 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저주에 시달리는데." 저주. 그 두 글자에 미다스는 시나리오를 직감할 수 있었다. ‘저주를 풀어줘야 드래곤 슬레이어의 무덤을 알려주겠구나.’ 그사이 나뭇가지로 편지를 집은 NPC트리움이 잠자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툭! 그때 NPC트리움의 몸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툭! 하나가 아닌 두 개가. ‘왔다!’ 떨어진 건 다름 아닌 레전더리 에픽 스킬 카드북! “어? 뭔가 떨어졌네요.” 허나, 미다스는 그것의 정체를 모르는 척 연기를 하면서 그것을 줍기 시작했다. “제가 주워드리죠.” 마치 떨어진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건네주려는 듯이. ‘이건 내꺼다.’ 물론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네가 가져라.” “예?” “이것으로 알가마스와의 빚은 다 갚았다. 더 이상 그에게 진 빚은 없으며, 네게 진 빚도 없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들렸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와 거래를 하자. 드래곤 슬레이어의 무덤을 알고 싶다고 했지?” “예." “그럼 내 저주를 풀어주어라. 그리하면 내 그 무덤으로 가는 곳을 알려주겠다.” 이어진 말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드래곤 레어는 꽝이었지만, 드래곤 슬레이어 무덤은 다르겠지. 이번에는 제대로 뽑아먹는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유물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법. “예! 제가 뭘 해드리면 됩니까?” “내게 이 저주를 건 신의 신전이 이곳에 있다. 그 신전을 파괴하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어진 대답에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떴다. [드래곤 슬레이어]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5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트리움의 부탁을 받아 그에게 저주를 내린 신전을 찾아 부수자. - 퀘스트 보상 : 드래곤 슬레이어의 무덤 !퀘스트 완료 시 ‘봉인된 검’ 진행 가능 그 퀘스트 내용을 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 그런데 신전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난 저주에 받아 움직이는 자유조차 빼앗긴 몸,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내가 아는 사실은 오직 하나, 검은 사막에 등장하는 비석 중에 신전을 가리키는 곳이 있다는 것.”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는 혀를 찼다. ‘난이도 진짜 욕 나오네. 아주 그냥 깨지 말라고 작정을 했어, 작정을.’ 그뿐이었다. 미다스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힘들 것이다.” “아, 예.” 대답을 하는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으니까. “힘들겠죠.” ‘나만 빼고.’ 검은 사막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빛기둥 하나가. 376화. < 118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1). > 끝